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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22누63470 관리처분계획인가 일부취소 청구의 소
서울고등법원 2022누63470 관리처분계획인가 일부취소 청구의 소 [제8-1행정부 2023. 12. 8. 선고] <일반> □ 사안 개요 - 원고(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정비사업 구역 내에 있는 A시 소유의 노외 공영주차장(이 사건 토지)은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용도폐지되는 정비기반시설’(도시정비법 제97조 제2항)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피고(A시장)는 이를 간과하고 원고의 신청에 따라 ‘무상양도 정비기반시설’로 정하여 사업시행계획을 인가함. 원고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하자, 피고는 이 사건 토지는 유상매각 대상이므로 재협의가 필요하다면서 원고의 의견회신을 요청함 - 원고는 2차례 의견 제출을 통해, 위 토지가 무상양도 대상이라고 주장하면서, 만일 유상매각 대상이라면 사업시행계획인가 변경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지연 손해 및 혼란이 발생하므로 이를 선행하지 않고 우선 관리처분계획 조건부 인가를 해주면 추후 사업시행계획인가 및 관리처분계획인가 변경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의견을 밝힘. 피고는 ‘이 사건 토지를 무상양도 정비기반시설에서 제외하고 유상매각 대상으로 정하는 내용’을 조건으로 정하여(이 사건 부담) 관리처분계획인가처분을 함 □ 쟁점 -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인가처분 중 이 사건 부담이 위법한지(적극) - 원고가 이 사건 소로써 관리처분계획인가 중 이 사건 부담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지(적극) □ 판단 - 관리처분계획 및 인가처분의 의의와 성질, 관련 법령 규정에 비추어 행정청이 관리처분계획 인가 여부를 결정할 때 관리처분계획에 도시정비법 제74조 및 그 시행령 제62조에 규정된 사항이 포함되어 있는지, 구 도시정비법 제76조의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 등을 심사·확인하여 인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뿐 다른 조건을 붙일 수 없음(대법원 2010두24951 판결 취지 참조). 따라서 피고가 원고의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과 달리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를 유상매수할 의무를 조건으로 부가하여 관리처분계획인가 처분을 한 것은 위법함 - 그러나 피고가 원칙대로 사업시행계획인가 변경절차를 선행할 수 있었음에도 원고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 부담부로 관리처분계획인가 처분을 한 점 등에 비추어, 원고가 이 사건 소를 통하여 이러한 위법사유를 다투는 것은 피고의 정당한 신의에 반하는 것으로서 권리의 행사가 정의 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여 허용될 수 없음(원고패)
토지
정비기반시설
관리처분계획인가
주택재건축
2024-01-22
민사일반
주택·상가임대차
서울고등법원 2023나2024464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
제13민사부 2023. 11. 24. 선고 <일반> □ 사안 개요 임차주택이 양도되었으나 임차인(원고)이 임대인의 지위 승계를 원하지 않는다며 양도인(피고)을 상대로 임대차계약 해지 통지를 하고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구한 사안 □ 쟁점 -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요건을 갖춘 임차주택이 양도되었으나 임대인의 지위 승계를 원하지 않는 임차인이 주택 양도사실을 안 때부터 상당한 기간 내 이의제기를 하면 양도인의 보증금반환채무는 소멸하지 않는지(적극) -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임대인 지위 승계에 사전 동의하면서 이의제기권을 포기하였다고 볼 수 없고, 주택 양도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 이의제기를 하였다고 판단한 사례 □ 판단 -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요건을 갖춘 임차주택이 양도되었지만 임차인이 임대인 지위 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 주택 양도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 경우 양도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는 소멸하지 않음(대법원 2021다251929 판결 등 참조) - 임대차계약 당시 임차인, 양도인, 공인중개사가 서명하여 작성한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의 세부 확인사항에 ‘임차인은 입주 후 건물매매로 인해 임대인이 변경될 수 있고, 임대인은 임차인에 대한 지위를 매수자에게 인계하기로 하며, 임차인은 이에 동의한다’고 기재되어 있음. 그러나 임대차계약서에는 아무런 특약사항이 없고, 당시 주택 매매 시기, 매수인, 매매조건 등 매매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였거나 이를 임차인이 알고 있었다는 자료는 없으며, 임차인은 주택 매매사실을 안 이후 임대인 지위 승계를 용인하였다고 볼 언행을 하지 않음. 여기에 임대차 관련 법률조항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을 무효로 보는 민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입법취지, 임차인의 이의권을 인정한 판례의 취지 등을 종합하면, 위 기재만으로 임차인이 미리 임대인 지위 승계에 동의하고 이의제기권을 포기하였다고 보기 어려움 - 임차인이 임차주택의 양도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양도인에게 이의제기를 함으로써 임대차계약은 적법하게 해지됨 [항소기각(원고승)]
주택임대차
임대차보증금
이의제기권
2024-01-11
형사일반
대법원 2023도13081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 특례법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
[자폐성 장애 겸 지적장애인이 ‘추행’을 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사건] 1.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의 판단기준 및 피고인이 장애인인 경우의 심리상 유의점, 2.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가 피고인의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 ‘성인지적 관점’의 의미와 한계, 4.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내용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에 관하여 증거동의 한 경우 그 중 일부만을 발췌하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1)「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제11조의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죄’의 ‘추행’이란 일반인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5도7102 판결 참조). 성폭력처벌법 제11조 위반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 추행을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므로, 피고인이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피고인의 나이ㆍ지능ㆍ지적능력 및 판단능력, 직업 및 경력,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구체적 행위 태양 및 행위 전후의 정황, 피고인의 평소 행동양태ㆍ습관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하고, 피고인이 고의로 추행을 하였다고 볼 만한 징표와 어긋나는 사실의 의문점이 해소되어야 한다. 이는 피고인이 자폐성 장애인이거나 지적장애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서, 외관상 드러난 피고인의 언행이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이례적이라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고의를 추단하거나 이를 뒷받침하는 간접사실로 평가하여서는 아니 되고, 전문가의 진단이나 감정 등을 통해 피고인의 장애 정도, 지적ㆍ판단능력 및 행동양식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한 후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 당시 특정 범행의 구성요건 해당 여부에 관한 인식을 전제로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에 이르러야 한다. 2)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헌법 제27조 제4항,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 무죄추정의 원칙은 수사를 하는 단계뿐만 아니라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형사절차와 형사재판 전반을 이끄는 대원칙으로서,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오래된 법언에 내포된 것이며 우리 형사법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도21231 판결 등 참조).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이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라고 정한 것의 의미는, 법관은 검사가 제출하여 공판절차에서 적법하게 채택ㆍ조사한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여야 하고,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만큼 확신을 가지는 정도의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공소사실을 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는 것이다. 결국 검사가 법관으로 하여금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로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가는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3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인이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면서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여전히 검사에 있고,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자신의 주장 사실에 관하여 증명할 책임까지 부담하는 것은 아니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를 종합하여 볼 때 공소사실에 관하여 조금이라도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의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공소사실에 관하여 유죄 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은 물론 형사소송법상 증거재판주의 및 검사의 증명책임에 반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 3)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야 하므로, 개별적ㆍ구체적 사건에서 성범죄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지만(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등 참조), 이는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하여야 한다거나 그에 따라 해당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 성범죄 피해자 진술에 대하여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 보더라도,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ㆍ타당성뿐만 아니라 객관적 정황, 다른 경험칙 등에 비추어 증명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나) 또한 피고인은 물론 피해자도 하나의 객관적 사실 중 서로 다른 측면에서 자신이 경험한 부분에 한정하여 진술하게 되고, 여기에는 자신의 주관적 평가나 의견까지 어느 정도 포함될 수밖에 없으므로, 하나의 객관적 사실에 대하여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실만을 진술하더라도 그 내용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항시 존재한다. 즉, 피고인이 일관되게 공소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직접적 증거가 없거나, 피고인이 공소사실의 객관적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고의와 같은 주관적 구성요건만을 부인하는 경우 등과 같이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만이 유죄의 증거가 되는 경우에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더라도 피고인의 주장은 물론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 피해자 진술 내용의 합리성ㆍ타당성, 객관적 정황과 다양한 경험칙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할 정도에 이르지 않아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4) 형사소송법은 형사사건의 실체에 대한 유죄ㆍ무죄의 심증 형성은 법정에서의 심리에 의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의 한 요소로서,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을 수 있고 증명 대상이 되는 사실과 가장 가까운 원본 증거를 재판의 기초로 삼아야 하며 원본 증거의 대체물 사용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법관이 법정에서 직접 원본 증거를 조사하는 방법을 통하여 사건에 대한 신선하고 정확한 심증을 형성할 수 있고 피고인에게 원본 증거에 관한 직접적인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공정한 재판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수사기관이 작성한 진술조서는 수사기관이 피조사자에 대하여 상당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문답 과정을 그대로 옮긴 ‘녹취록’과는 달리 수사기관의 관점에서 조사결과를 요약ㆍ정리하여 기재한 것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진술 경위는 물론 피조사자의 진술 당시 모습ㆍ표정ㆍ태도, 진술의 뉘앙스, 지적능력ㆍ판단능력 등과 같은 피조사자의 상태 등을 정확히 반영할 수 없는 본질적 한계가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수사과정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였고 그 내용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 등에 관하여 증거동의를 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거능력 자체가 부인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 내용이나 진술의 맥락ㆍ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그 중 일부만을 발췌하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함부로 허용할 수 없다. 특히 지적능력ㆍ판단능력 등과 같이 본질적으로 수사기관이 작성한 진술조서에 나타나기 어려운 피고인의 상태에 대해서는 공판중심주의 및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원칙에 따라 검사가 제출한 객관적인 증거에 대하여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친 후 이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지,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피고인의 진술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를 근거로 이를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 원심은, ① 피고인의 지하철 내에서의 이동경로 및 신체적 접촉 정도 등에 관한 피해자 및 목격자의 진술 내용을 고려하면, 피고인 측이 제출한 소견서 등만으로는 자폐성 장애에 따른 ‘상동행동’으로서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제1심 판결 이유를 인용하면서, ② 피고인이 자폐성 장애 및 2급 지적장애인으로서 언어ㆍ사회성 등의 발달이 지연되어 사회적 관습과 규칙을 이해하고 내면화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2016년 실시된 피고인에 대한 심리평가결과와 수사과정에서의 일부 질문에 대한 답변 내용에 비추어, 피고인의 지적 또는 의지적 상태가 자신이 한 행동의 사회적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의 상태에 해당한다고 볼 정도는 아닌 점, ③ 피고인이 피해자의 맞은편에 앉아 있다가 피해자 옆으로 옮겨 앉은 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점에 비추어 자폐성 장애로 인한 상동행동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추가적인 이유로 하여,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음 ☞ 대법원은, ① 피고인이 피해자를 따라간 것처럼 계속 자리를 이동하였다는 점에 관해서는 “자폐성 장애로 인한 ’빈자리 채워 앉기에 관한 강박 증상’의 발현에 불과하다.”는 피고인의 주장 및 장애 상태와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발현 증상에 관한 이론적 근거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해자가 피고인이 상박 중 일부를 고의로 비볐다고 생각한 것은 자폐성 장애로 인하여 피고인도 의식하지 못한 채 별다른 의미 없이 팔을 위 아래로 움직이는 ‘상동행동’의 일환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 ③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자폐성 장애에 따른 상동행동으로서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은 물론 형사소송법상 증거재판주의 및 검사의 증명책임에 반한다고 볼 여지가 큰 점, ④ 피해자 진술만으로는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할 정도에 이르렀다고까지 단정할 수 없는 점, ⑤ 피고인이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내용의 경찰 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동의를 하였기에 증거능력 자체는 인정되지만, 원심이 그 중 일부 내용만을 근거로 피고인의 진술태도나 지적상태·인지능력 등과 같은 피고인의 상태를 추단한 후 이를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추행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함
추행
지적장애인
성추행
2024-01-06
형사일반
서울고등법원 2023노1373 통신비밀보호법위반
[제3형사부 2023. 7. 13. 선고]<일반> □ 사안 개요 - 피고인이 자신이 근무하는 시청 사무실에서 소속 팀장과 방문자 사이의 대화를 피고인의 휴대전화로 녹음하여,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1호, 제3조 위반으로 기소됨 □ 쟁점 - 다른 공무원이나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지 않는 시청 사무실에서 이루어진 대화가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하는지(적극) - 피고인이 공무원인 팀장의 부패행위를 적발, 신고할 목적으로 녹음행위를 한 것이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소극) □ 판단 - ① 같은 동호회 활동을 하는 방문자가 팀장에게 차(茶), 보온병을 선물하면서 차(茶), 팀장의 가족에 관한 사항 등 사적인 대화를 나눈 점, ② 팀장과 방문자가 우연히 같은 공간의 가까운 거리에 있는 피고인이 대화를 듣는 것을 넘어 핸드폰으로 녹음하는 것을 용인하거나 예상하였다고 볼 수 없는 점, ③ 대화가 이루어진 장소가 공무원이나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장소가 아니더라도 대화 내용, 대화당사자들의 의도에 비추어 대화가 일반 공중에게 공개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대화는 일반 공중 및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피고인에 대한 관계에서 통신비밀보호법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함 - ① 팀장과 방문자의 대화 내용과 상황을 보면 팀장이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금품을 받는 상황이라고 볼 수 없음에도 피고인이 막연한 추측과 의심에 기해 대화를 녹음한 점, ② 팀장이 받은 물건이 부정한 고가의 것이라고 볼 객관적인 사정도 없는 점, ③ 피고인이 팀장이 부정행위를 하였다고 신고한 글에 의하면 평소에 피고인의 팀장에 대한 반감이 누적되어 있었던 상황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녹음행위가 동기의 정당성, 수단의 상당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고, 통신비밀보호법이 보호하는 개인의 사생활과 대화의 비밀이라는 사익 및 통신비밀의 일반적 보호라는 가치보다 더 우월하거나 이와 대등한 보호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어,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음[항소기각(유죄)]
통신비밀보호법
녹음
타인간대화
2023-11-24
기업법무
민사소송·집행
서울고등법원 2022라20034 중재판정승인 및 집행결정신청
[제33민사부 2023. 5. 18. 결정] <항고, 중재> □ 사안 개요 - 신청인 안방(홍콩법인)은 피신청인들로부터 주식을 매수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였고, 신청인 대가(중국법인)는 신청인 안방의 권리를 양도받고 피신청인들과 에스크로우계약 및 환수계약을 체결함. 이후 신청인 대가는 피신청인들의 주식양수도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에스크로우 계좌의 지급금지를 요청함. 피신청인들은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법원에 에스크로우 계좌의 잔금 지급을 구하는 중재신청을 하였고, 신청인들은 손해배상을 구하는 반대신청을 함. 중재판정부는 2020. 8. 20. 이 사건 중재판정을 함 □ 쟁점 피신청인들의 책임범위에 대한 중재판정문의 해석(= 부진정연대채무와 유사) 및 집행거부 사유의 유무(일부 적극) □ 판단 - 중재판정문 주문은 ‘피신청인들이 주식양수도계약에 따라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만 정하고, 위 계약에 피신청인들의 지위로 부가된 ‘acting severally and not jointly’ 문구는 준거법인 영국법상 통용되는 것이 아님. 중재판정부가 손해배상 책임의 형태를 판단한 것을 보면, 각 피신청인들이 각 신청인들에 대해 손해배상금 전체에 관하여 책임을 지나, 다만 어느 누구라도 지급의무를 이행하면 다른 피신청인들도 그 의무를 면하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됨. 따라서 손해배상금·지연이자 부분, 보수·비용 부분은 모두 명확하므로 그대로 집행이 허가되어야 하나, 다만 손해배상금·지연이자 부분의 강제집행 총액을 제한하는 단서를 추가하여 집행을 허가함 - 뉴욕협약 제5조의 집행거부사유가 있다는 피신청인들의 주장(중재합의 부존재, 절차상 대등한 지위 보장 위반, 판단유탈 및 방어권 침해, 처분권주의 및 당사자주의 위반, 주문과 이유의 불일치 및 이유 불기재, 불특정, 사기, 배신적 주장의 용인, 하자 있는 증거, 무권리자에게 부여된 집행권원, 손해의 공평부담원리 위배, 소수지분 매도인들의 수범자 제외, 과도한 배상, 손해전보범위 초과하는 손해배상)을 모두 배척하고, 다만 청구이의 사유가 발생하였다는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신청인들이 에스크로우 계좌·제1심 결정에 기한 강제집행에 따라 이미 변제받은 부분에 대하여 강제집행절차를 허용하는 것은 공서양속에 반하므로, 뉴욕협약 제5조 제2항 (나)호의 집행거부 사유 인정되고, 변제받은 부분을 공제한 한도로 집행 허가함 - 중재판정문의 금전지급 명령을 문언대로 집행할 경우 피신청인들의 책임과 다른 형태의 책임으로 집행 위험이 있으므로, 집행기관으로서는 이 결정의 이유를 참고하여 집행에 나아가야 한다는 내용을 부가함. (항고 일부인용)
중재판정
집행
2023-07-15
형사일반
서울고등법원 2022노973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강간등상해) 등
2022노973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강간등상해) 등 [제8형사부 2022. 11. 9. 선고] <성폭력> □ 사안 개요 - 피고인이 친족관계에 있는 피해자를 강제추행하고 안와파열 골절 등의 상해를 가하였다는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건. 1심은 인과관계 및 추행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음 □ 쟁점 - 피해자가 피고인의 심각한 폭행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성적 행위를 제안하여 유사성행위가 행해진 사안에서, 폭행행위와 강제추행 사이의 인과관계 및 추행의 고의를 인정한 사례 □ 판단 - 피해자가 피고인의 폭행으로 말미암아 원치 않는 성적 행위를 하였다는 점은 폭력행위의 잔혹성, 피해자의 상태와 상해의 부위 및 정도, 구체적인 행위태양과 폭행과의 시간적·장소적 근접성 등 사건의 경위와 객관적인 상황에 비추어 명백하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추행행위에 해당하고 폭행행위와 인과관계가 인정되며, 추행의 고의도 인정됨 ①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의 폭행행위의 태양과 정도, 그로 인한 피해자의 공포, 유사성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등 핵심적인 부분에서 일관되고 충분히 신빙성이 있음. 범행날짜와 구체적인 장소 등에 관하여 피해자가 당초 수사기관에서 진술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는 점은 범행내용과 그로 인한 피해자의 충격 등을 고려할 때 부자연스럽다고 하기 어려움 ② 체포 당시 피해자의 상처, 소견서의 기재내용은 폭행행위의 참혹성과 상해 부위 및 정도 등에 관한 피해자 진술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함 ③ 당심에서 추가로 제출된 전화통화 녹취 내용에서도 피해자의 기절 상황에 대한 피고인의 언급, 피해자의 반복된 비명과 울음 등이 확인되는바, 이러한 사정도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을 더함 ④ 피해자가 장시간 심한 폭행을 당한 상태에서 더 심각한 피해에 내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유사성행위를 제안한 것에 대하여 피해자의 정상적인 성적 자기결정권이 행사된 것으로 볼 수는 없음. 피해자가 생명이 위태롭다고 느낄 정도로 극심한 폭력이 가해진 상황에서 성적 접촉은 지극히 비정상적임 ⑤ 피고인이 처음부터 추행을 목적으로 폭행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고 보이나, 자신의 심한 폭행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그 의사에 반하여 유사성행위를 하려고 한다는 점은 충분히 인식하고 이를 용인하면서 피해자로 하여금 자신의 성기를 빨도록 유사성행위에 나아갔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추행의 고의 또한 인정됨 (유죄)
성폭력
강간
폭행
추행
2023-04-19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서울고등법원 2021나2038582 부당이득금
서울고등법원 2021나2038582 부당이득금 [제9민사부 2022. 6. 9. 선고] □ 사안 개요 - 원고(주택건설사업시행자)는 피고(지방자치단체)와 사이에 피고 소유였던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함. 위 매매계약을 위하여 행정재산이던 이 사건 토지에 대해 용도폐지처분이 이루어져서 일반재산으로 전환됨 - 원고는 매매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기지급 매매대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였고, 위 청구를 인용한 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가 항소함 □ 쟁점 - 법령에 규정된 용도의 변경 또는 폐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사유에 기한 용도폐지처분은 무효인지 여부(적극) - 용도폐지처분이 무효인 경우, 용도폐지 이전의 행정재산에 대한 사법상 매매계약도 무효인지 여부(적극) - 강행법규에 위반한 매매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판단 - 공유재산법 제11조, 동법 시행령 제8조는 ‘행정재산이 사실상 행정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게 된 경우’ 등 특정한 사유에 한하여 용도의 변경 또는 폐지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용도폐지는 이와 같은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그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하여 무효임. 특히 공유재산법이 행정재산의 처분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므로(제19조), 행정재산을 처분하기 위한 용도폐지 사유는 더욱 엄격하게 해석해야 함. 지방자치단체 조례·규칙심의회에서 관련 안건이 가결되었다고 하여 무효인 행정처분의 효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없음 - 이 사건 용도폐지가 무효이므로 이 사건 토지는 여전히 행정재산에 해당하고, 행정재산에 대한 사법상 매매계약인 이 사건 매매계약은 무효임 - 강행법규에 위반한 자가 약정의 무효 주장하는 경우 그 주장을 배척한다면 강행법규에 의해 배제하려는 결과를 실현하는 셈이 되므로, 원칙적으로 위 주장은 신의칙에 반하지 않음. 원고가 피고와 여러 협의를 거쳐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대금을 지급하였다고 하여, 위 매매계약 이전에 무효인 용도처분을 한 피고가 이에 대한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라고 할 수는 없으며, 원고가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른다고 할 수도 없음 (항소기각)
토지매매
용도폐지
행정재산
2022-08-22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서울고등법원 2020누47139 종합소득세부과처분취소
서울고등법원 2020누47139 종합소득세부과처분취소 [제11행정부 2021. 8. 18. 선고] □ 사안 개요 원고는 단말기 판매 대리점을 영위하는 개인사업자로, 단말기유통법 제4조 소정의 추가지원금의 상한을 초과하여 이용자에게 지원금을 지급한 후 이를 종합소득세의 필요경비로 주장한 사건 □ 쟁점 - 단말기유통법 제4조 소정의 추가지원금의 상한을 초과하여 지급한 ‘이 사건 지원금’이 필요경비로서 소득세법 제27조 제1항의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 □ 판단 - 단말기유통법상의 추가지원금 지급 상한 범위가 시장 상황과 그에 대한 정책적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변동될 수 있고, 추가지원금 상한 조항이 이를 위반한 지원금 지급의 사법적 효력까지 무효로 하는 것은 아니고 그 위반행위에 대해서도 과태료만 부과하고 있다 하더라도, 단말기유통법은 기존의 규제만으로는 단말기 지원금 지급 실태를 개선하기 어렵고, 과도한 지원금 지급 경쟁을 방치할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규제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다양한 수단을 이용한 실효성 있는 사전적 규제를 실현하기 위해 제정되었던 점 등을 감안하면, 단말기유통법을 위반하여 지원금을 지급한 행위의 위법성이나 통신시장 및 단말기 유통거래 질서에 미치는 파급력, 그에 따른 사회적 비난가능성의 정도가 결코 낮다고 보기 어려움 - 사업과 관련하여 지출한 비용이 필요경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지출의 성격뿐만 아니라 액수 등에 있어서도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적정한 수준을 초과하거나 과다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는데, 단말기유통법의 제정 경위나 입법목적 및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이동통신사업자로 하여금 공시지원금의 지급 내용 및 지급 요건에 대하여 공시하도록 하면서도, 그와 별도로 대리점 또는 판매점에게는 공시지원금의‘100분의 15의 범위’에서 추가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것은 유통점의 영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유통점간의 과잉 경쟁을 억제하고 부당한 이용자 차별행위를 방지하려는 취지에서 입법 당시의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상 용인되는 수준에서 그 적정한 허용범위를 정한 것으로 봄이 상당함 (원고패)
종합소득세
단말기지원금
필요경비
2022-07-07
민사일반
청구이의
이혼한 남편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양육비 미지급 사실이 기재된 피켓을 들거나 남편의 인적사항이 기재된 전단지를 배포한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 1. 주문 (1) 피고의 원고에 대한 ◇◇지방법원 2021년 4월 22일자 2021가소14102 손해배상(기) 청구사건의 이행권고결정에 기한 강제집행은 20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 이를 불허한다.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9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2. 청구취지 피고의 원고에 대한 ◇◇지방법원 2021년 4월 22일자 2021가소14102 손해배상(기) 청구사건의 이행권고결정에 기한 강제집행을 불허한다. 3.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17년 2월경 전 남편인 피고와 이혼하고, 2017년 2월 13일경 ◇◇지방법원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자녀들에 대한 양육비로 월 120만원씩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받았으나, 피고로부터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하였다. 나. 그러자 원고는 2018년 11월 15일 인터넷 카페 '양육비 해결 모임'의 회원들인 C, D과 함께 전북 ◎◎군 ◎◎읍 에 있는 피고의 점포 인근 건물 앞에서 피고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이 기재된 피켓을 들고 서 있고, 피고의 인적사항이 기재된 전단지를 배포하였다. 다. 원고는 위 사실로 2019년 11월 15일 ◇◇지방법원 ○○지원(2019고약531)에서 명예훼손죄로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라. 한편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위와 같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기)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2021년 4월 22일 ◇◇지방법원(2021가소14102)에서 이행권고결정을 받아 2021년 5월 12일 위 이행권고결정이 확정되었다. 4. 원고의 주장 및 판단 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의 위와 같은 명예훼손 행위로 인하여 상당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위와 같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켓을 드는 등 행위는 양육비를 지급받기 위하여 한 것으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그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인바,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바(대법원 2003년 9월 5일 선고 2003도2903 판결 참조), 앞서 인정한 사실들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 각 사정들, 즉 피고가 든 피켓의 기재내용과 위 '양육비 해결 모임'의 회원들이 피고의 인적사항 등이 기재된 전단지를 배포한 점, 위 피켓과 전단지에 단순한 이성적 비판을 넘어서서 모멸적인 표현이 사용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위 행위가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을 충족했다거나 긴급성이 있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나아가 원고가 배상하여야 할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와 피고의 관계, 원고가 위와 같은 행위를 하게 된 경위, 피고가 현재까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아니한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위자료를 2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라. 따라서 위 이행권고결정에 기초한 강제집행 중 20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은 허용되어서는 아니된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양육비
남편
이혼
청구이의
2021-12-23
헌법사건
법관(임성근) 탄핵
◇ 판시사항 ◇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계속 중 피청구인이 임기만료로 퇴직한 경우, 탄핵심판청구가 적법한지 여부(소극) ◇ 결정요지 ◇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의 각하의견 요지] 1. 이 사건에서 ‘탄핵심판의 이익’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해 살펴본다. 가. 탄핵심판에서 파면결정을 할 권한이 헌법재판소에 부여되어 있지만, 이 권한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법적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므로, 그 요건과 절차를 벗어날 수 없다. 피청구인에 대한 파면결정을 통해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것은 탄핵심판의 목적원리이지만, 이를 추구함에 있어 헌법과 법률이 정해놓은 요건과 절차를 준수하여 탄핵심판절차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피청구인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법치주의의 절차적·도구적 견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헌법 제65조 제4항 전문은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라고 규정하고,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도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탄핵심판이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탄핵심판의 이익이란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상정하여 탄핵심판의 본안심리에 들어가 그 심리를 계속할 이익이다. 이것은 본안판단에 나아가는 것이 탄핵심판절차의 목적에 기여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이다. 이를 통해 무익한 탄핵심판절차의 진행이 통제되고, 탄핵심판권 행사의 범위와 한계가 설정된다. 탄핵심판절차는 파면결정을 선고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므로, 파면을 할 수 없어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면 심판의 이익은 소멸한다. 나. 탄핵심판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의 판단은 헌법 및 헌법재판소법의 명문의 규정에 부합하여야 하고, 파면결정을 통하여 공직을 박탈함으로써 손상된 헌법질서를 회복하고, 피청구인에게 그 임기 동안 부여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에 박탈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탄핵심판절차의 목적과 기능의 관점에도 부합하여야 한다. 탄핵심판은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심판이익의 존부에 대한 판단까지 포함하여 그 결정의 내용이 기본권 보장이나 권력분립의 측면에서도 헌법질서에 부합할 것을 요구받는다. 다. 헌법 제65조 제4항 전문과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가 탄핵결정을 선고할 때 피청구인이 ‘해당 공직’에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헌법 제65조 제1항과 헌법재판소법 제48조는 해당 공직의 범위를 한정적으로 나열하고 있는데, 이는 전직이 아닌 ‘현직’을 의미한다. 국회법 제134조 제2항은 ‘탄핵소추의결서 송달 이후 사직이나 해임을 통한 탄핵심판 면탈을 방지’하고 있는데, 이 역시 해당 공직 보유가 탄핵심판에 따른 파면결정의 선결조건임을 방증한다.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라고 규정한 헌법 제65조 제4항 전문은 1948년 제정헌법 제47조로부터 현재까지 같은 내용으로 유지되어 왔다. 1948년 제헌 당시의 국회속기록에 따르면, 헌법제정권자는 ‘대통령 등 일정한 고위공직자는 그 직을 유지한 채 민·형사재판을 받기 어렵고, 그 직을 유지한 채 징계하는 것도 부적절하기 때문’에 해당 공직에서 물러나게 하느냐 또는 마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탄핵제도의 본질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라. 헌법 제65조는 행정부와 사법부의 고위공직자에 의한 헌법·법률위반에 대하여 탄핵소추의 가능성을 규정함으로써 그들에 의한 헌법위반을 경고하고 방지하는 기능을 하며, 국민으로부터 국가권력을 위임받은 국가기관이 권한을 남용하여 헌법을 위반하는 경우 그 권한을 박탈하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공직박탈은 국회의 탄핵소추절차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절차를 통해 단계적으로 구현된다. 탄핵소추절차는 국가기관 사이의 권력분립원칙에 따른 견제의 성격을 가진다. 반면 탄핵심판절차는 ‘사법절차’에 의하여 ‘법치주의’에 따라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하는 ‘규범적 심판절차’이다. 마. 모든 국가기관은 국민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아 구성되어야 하고, 이러한 민주적 정당성은 국가기관의 권한 행사의 원천이 된다. 국가기관에 임기를 두는 것은 민주주의원리를 구현하기 위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에 일정한 주기를 둠과 동시에 그 임기 동안 대의제에 따른 독자적 직무수행을 보장하는 기능을 한다. 헌법에서 법관에 대하여 임기를 둔 취지도 같다. 법관 임기제에 관한 현행 헌법은 1948년 제정헌법에서 유래하였다. 1948년 제헌 당시 국회속기록에 따르면, 헌법제정권자는 ‘법관은 임기 10년 동안 신분을 보장받음’과 동시에, ‘그 10년이 지나면 임기만료와 연임제도를 통해 사법의 책임을 달성함’으로써, 법관 임기제를 통해 “일종의 청신한 민주주의의 공기를 불어넣어보려고 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법관 임기제는 사법의 독립성과 책임성의 조화를 위해 법관의 민주적 정당성을 소멸시키는 ‘일상적 수단’이다. 반면, 법치주의의 특별한 보장자로서 국회와 헌법재판소가 역할을 분담하는 탄핵제도는 고위공직자에게 부여된 민주적 정당성을 박탈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는 ‘비상적 수단’이다. 바.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과 헌법재판소법 등에 의하면, 탄핵심판의 이익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탄핵결정 선고 당시까지 피청구인이 ‘해당 공직을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국회는 2021. 2. 4.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한 후 같은 날 헌법재판소에 탄핵심판청구를 하였고, 피청구인은 2021. 2. 28. 임기만료로 2021. 3. 1. 법관의 직에서 퇴직하여 더 이상 해당 공직을 보유하지 않게 되었다. 피청구인이 임기만료 퇴직으로 법관직을 상실함에 따라 본안심리를 마친다 해도 파면결정이 불가능해졌으므로, 공직 박탈의 관점에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없다. 임기만료라는 일상적 수단으로 민주적 정당성이 상실되었으므로, 민주적 정당성의 박탈의 관점에서도, 탄핵이라는 비상적인 수단의 역할 관점에서도 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심판청구는 탄핵심판의 이익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므로 각하해야 한다. 2. 다음으로, 탄핵심판이익에 관한 ‘청구인 주장’에 대해 살펴본다. 가.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이 파면결정의 효력으로 5년간 공직 취임 제한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임기만료 퇴직의 경우에도 공직 취임 제한의 효력을 미치기 위해 탄핵심판의 이익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살펴본다. 탄핵결정에 의한 파면의 부수적 효력인 공직 취임 제한은 헌법이 아닌 법률에 규정되어 왔고, 그 내용에도 몇 차례 변화가 있었던 점을 종합하면, 이 효력은 헌법상 탄핵제도의 본질에서 당연히 도출되는 것이 아니다. 파면결정에 따른 공직 취임 제한은 공무담임권을 제한하므로 소급입법에 의한 참정권 제한을 금지하는 헌법 제13조 제2항의 적용영역에 있고, 그 제재의 내용은 형법상 자격정지의 형벌에 준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엄격히 해석·적용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에서 정한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임기만료로 퇴직하여 해당 공직에 있지 않은 사람’에 대하여도 할 수 있도록 유추해석하거나,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에서 정한 ‘탄핵결정으로 파면된 사람에 대한 공직 취임 제한’을 ‘임기만료로 퇴직한 사람에게 파면사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에까지 적용되도록 유추해석하는 것은, 그 문언해석의 한계를 넘어 공무담임권을 부당하게 박탈하는 것이므로, 이 부분 청구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피청구인이 결정 선고 전에 해당 공직에서 파면되었을 때 심판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는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을 고려할 때, 피청구인이 해당 공직에 있지 않은 것은 탄핵심판청구를 부적법하게 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하여 살펴본다. 임기만료 퇴직은 법적으로 당연히 이루어지므로, 징계처분에 의한 파면과 같은 공무원 신분의 박탈과 다르다. 헌법 제106조 제1항, 법원조직법 제46조 제1항, 법관징계법 제3조 제1항에 의하면 법관이 징계처분에 의하여 파면될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결정 선고 전 법관이 임기만료로 퇴직한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에 적용되지 않는 위 조항에 대한 해석을 바탕으로 한 청구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탄핵심판 계속 중 피청구인이 임기만료로 퇴직한 경우에도 탄핵사유의 유무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탄핵심판의 이익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살펴본다. (1) 기속력은 헌법재판이 지니는 헌법수호라는 객관적 목적의 실현을 보장하기 위해 소송당사자에게 미치는 실질적 확정력을 넘어 법원을 포함하여 모든 국가기관에까지 그 구속력을 확장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위헌법률심판, 헌법소원심판, 권한쟁의심판’의 경우 재판의 전제성이나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이 없는 경우 또는 권한침해 상태가 종료된 이후에도 예외적으로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해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여 본안판단에 나아간다. 이것은 위 절차들의 일정한 결정에 헌법재판소법 규정에 의한 ‘기속력’이 인정되기 때문이다(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1항, 제67조 제1항, 제75조 제1항, 제6항). 기속력 있는 인용결정의 가능성을 상정하여 본안판단에 앞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본안심리 결과 기각결정이 선고될 수 있다는 이유로 기속력과 심판의 이익의 관련성을 부정할 수 없다. 반면, ‘탄핵심판절차’는 헌법질서나 법질서의 객관적·합일적 확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피청구인에 관한 국회의 파면 요구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절차로서 그 구속력을 확장할 것이 필연적으로 요구되지 않는다. 이에 헌법재판소법은 탄핵심판의 결정에 기속력을 부여하고 있지 않고 있다. 기속력과 심판의 이익의 관련성에서 볼 때, 파면결정을 통한 해당 공직 박탈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예외적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여 탄핵사유의 유무만을 확인하는 결정을 상정하기 어렵다. (2) 청구인의 주장처럼 파면결정의 일부에 해당되는 ‘직무집행상 중대한 위헌·위법 확인결정’을 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하여 살펴본다. 개인의 위법행위에 대하여 법적 제재를 부과하여 책임을 묻는 절차에서는 그 행위의 법 위반 여부와 상관없이 행위 주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유가 인정될 경우 행위의 법 위반 여부만을 별도로 확인하는 심판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면소판결 및 공소기각의 판결과 결정이 그러하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에 대한 2건의 탄핵심판 선례에서, 두 사건 모두 피청구인에게 직무집행상 위헌·위법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심판청구기각’ 또는 ‘파면’이란 단일주문을 선고하였을 뿐, 위헌·위법확인 여부만을 독립적으로 선고하지 않았다. 만일 헌법재판소가 ‘파면 여부’와 상관없이 오로지 탄핵사유의 유무에 대한 객관적 해명만을 목적으로 ‘직무집행상 중대한 위헌·위법이 있는지 여부’를 심리하여 그에 대한 위헌·위법 확인결정을 한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이 그 실체적 요건을 갖추었는지에 대하여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즉, 국회의 의결로써 피청구인의 권한 행사를 정지한 것이 적법하였는지에 대해서만 판단하는 것이 되어버려 권한쟁의심판과 같은 내용이 되는데, 이것은 현행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의 체계상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3) 이러한 점을 종합할 때, 파면 여부와 상관없이 오로지 탄핵사유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심판의 이익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 부분 청구인의 주장도 이유 없다. [재판관 이미선의 각하의견 요지] 1. 우리 헌법에 규정된 탄핵심판제도는 국민으로부터 국가권력을 위임받은 국가기관이 그 위임받은 취지에 반하여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는 경우 국민의 대표자인 의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통하여 그 권한을 박탈하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주권자인 국민 앞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행정부와 사법부의 고위공직자에 의한 헌법침해로부터 헌법을 수호하고 훼손된 헌법질서를 회복하는 것을 그 목적과 기능으로 하는바, 이는 통상의 사법절차를 통한 책임의 추궁과 구별된다. 특히 헌법과 법률은 공직자의 위헌·위법행위가 있는 경우 당연퇴직 등 그 공직을 박탈하는 제도를 구비하고 있음에도 이와 더불어 탄핵심판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즉 우리 헌법이 탄핵심판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은 위헌·위법행위를 저지른 고위공직자의 공직 박탈 그 자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인 의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통하여 행정부와 사법부가 법치주의원리하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견제하고 공직자의 헌법 또는 법률 위반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데 있음을 나타낸다. 한편, 징계제도는 공무원의 신분상 이익을 박탈하여 공무원 관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그 속성상 해당 공무원이 재직 중인 경우에만 징계가 가능하지만, 탄핵은 국회의 행정부 및 사법부에 대한 견제를 통해 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그 본질상 피청구인이 탄핵심판 중 계속해서 해당 공직을 보유할 것을 요구한다고 볼 수 없다. 각하 다수의견은, 헌법의 해석에 의하면 탄핵심판의 본안판단에 나아가기 위해서는 피청구인이 해당 공직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법 규정의 해석에 대해서는 차치하더라도, 우리 헌법이 피청구인의 해당 공직 보유를 탄핵심판절차 유지의 전제조건으로 확정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 2. 다만, 헌법은 탄핵심판의 절차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입법에 위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탄핵심판절차는 헌법재판소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야 할 것인데, 현행 헌법재판소법 아래에서는 탄핵심판 계속 중 피청구인의 임기가 만료하여 해당 공직에서 퇴직한 경우 심판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먼저,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은 “피청구인이 결정 선고 전에 해당 공직에서 파면되었을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심판청구 기각’은 구 탄핵재판소법부터 이어진 입법연혁에 비추어 볼 때 ‘공소기각’의 의미를 갖는 ‘소추기각’이 그 내용의 본질적 변화 없이 ‘소추’ 대신 ‘청구’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을 기화로 그 용어만 ‘청구기각’으로 변경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심판청구’ 기각의 의미는 실체재판이 아닌 형식재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위 조항의 ‘파면’ 역시 관련 법조항의 유기적 해석을 종합해 볼 때 징계처분에 의한 파면과 같이 별도의 조치에 따른 강제적인 공직 박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밖에, 헌법재판소법은 탄핵심판 계속 중에 피청구인이 임기만료 등의 사유로 퇴직할 경우에 있어 탄핵심판절차의 진행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탄핵결정의 주문으로 파면만을 규정할 뿐 위헌 내지 위법확인에 관한 주문을 선고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결국 헌법재판소법 규정 내용을 종합하면, 탄핵소추를 받은 공직자가 탄핵심판 절차 진행 중 어떠한 사유로든 공무원의 신분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에는 탄핵심판절차를 종결할 것을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이 때 주문은 형식재판을 요구하는 그 취지대로 ‘각하’ 주문을 선고함이 타당하다. 3. 더불어 이 사건 탄핵심판의 결론을 떠나 헌법상 탄핵심판제도가 그 본래의 취지와 기능에 맞게 작동되기 위해서는 입법적 정비가 필요하다. 공직자의 위헌·위법행위가 임기만료 즈음에 행해지거나 탄핵심판 계속 중 임기만료로 퇴직하는 경우 또는 탄핵소추대상자 중 탄핵심판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공소가 제기되어 탄핵심판 계속 중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됨에 따라 당연퇴직되는 경우 등에는 현행 헌법재판소법에 의하면 당해 탄핵심판절차를 종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공직자에 의한 헌법침해로부터 헌법을 수호하고 유지하기 위한 제도인 탄핵심판이 그 기능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탄핵심판 계속 중 공무원의 신분을 상실하더라도 본안판단을 거쳐 위헌확인을 할 수 있도록 정비함으로써 탄핵심판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탄핵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효제도 등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탄핵소추대상자의 헌법 또는 법률 위반으로 의심되는 행위가 행해진 뒤 오랜 기간이 지나 탄핵소추가 이루어질 경우 관련 증거가 소멸되어 탄핵심판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탄핵소추대상자의 지위도 불안정하여 오히려 그 직무수행에 방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간 재임이 예정된 법관 등은 탄핵소추의 시효제도 등을 통해 그 신분을 보장하여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하도록 한 헌법규정과의 조화로운 운영이 필요하다. 독일의 경우 탄핵의 소추기간을 제한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탄핵제도를 견제와 균형의 원리 내에서 작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재판관 문형배의 심판절차종료의견 요지] 헌법 제65조의 탄핵제도는 고위공직자가 그 지위에서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로부터 헌법이나 법률 위반의 법적 책임을 추궁받는 제도이므로, 피청구인이 임기만료로 퇴직하여 더 이상 공직을 보유하지 않게 되었다면, 이때 피청구인은 탄핵심판에서의 피청구인자격을 상실하여 심판절차가 종료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 헌법은 법관에 대하여 임기제와 연임제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러한 법관의 임기제·연임제와, 법관의 법적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탄핵제도와의 관계에 관하여는 헌법이나 법률 어디에서도 이를 규율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이미 법관의 임기제·연임제에 따라 피청구인에게 퇴직의 효력이 발생한 이상 그 효력을 부정하면서까지 탄핵심판절차가 계속 진행된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탄핵소추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되므로, 심판절차종료선언을 한다고 하여 탄핵제도를 둔 취지가 몰각된다고 보기 어렵다. 국회의 탄핵소추절차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절차는 독립된 절차이므로, 탄핵소추 당시 피청구인이 공직에 있어 적법하게 소추되었더라도 탄핵심판계속 중 그 직에서 퇴직하였다면 이는 심판절차의 계속을 저지하는 사유로서 탄핵심판절차를 종료하여야 할 사유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탄핵심판은 피청구인이 임기만료로 퇴직하여 법관의 신분을 상실한 2021. 3. 1. 그 절차가 종료되었다고 할 것이다.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인용의견 요지] 1. 심판의 이익에 관하여 살펴본다. 피청구인은 이 사건 심판계속 중인 2021. 2. 28. 임기가 만료되어 법관직에서 퇴직하였다. 그러나 탄핵심판은 공직의 강제 박탈이라는 주관소송으로서의 성격뿐만 아니라 헌법질서의 회복과 수호를 목적으로 하는 객관소송으로서의 성격도 강하게 가지고 있고, 고위공직자의 임기만료 근접 시기에 이루어진 위헌·위법행위에 대한 헌법적 통제를 통해 탄핵심판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크며, 피청구인의 행위가 얼마나 중대한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인지를 규명하는 것은 헌법질서의 수호·유지의 관점에서 파면 여부 그 자체에 대한 판단 못지않게 탄핵심판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은 사법부 내부로부터 발생한 재판의 독립 침해 문제가 탄핵소추의결에까지 이른 최초의 법관 탄핵 사건으로서, 헌법재판소가 우리 헌법질서 내에서 재판 독립의 의의나 법관의 헌법적 책임 등을 규명하게 된다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침해 문제를 사전에 경고하여 이를 미리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점에서 이 사건은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 2. 피청구인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하였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가. 먼저 피청구인의 행위가 ‘직무집행에 있어서’ 한 행위인지 본다. 피청구인은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로서 본인에게 배당된 사건의 재판업무 외에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부 사건의 배당 주관자이자 중요사건 보고의 사실상의 중간결재자로서 중요사건의 접수나 종국 등 진행상황 보고를 위한 현황 관리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부 사건에 관한 공보관의 홍보업무 지휘와 같은 사법행정상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피청구인은 위와 같은 지위에서 중요사건 보고나 법원 홍보에 관해 공보관을 지휘하는 기회에 탄핵소추사유에 기재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사건, 야구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사건, 민변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과 같이 구체적인 사건에 관하여 담당 재판장이나 주심판사에게 특정한 내용의 소송지휘, 공판절차회부에 대한 재고, 이미 선고된 판결의 판결서에 대한 이유 수정 등을 요구하였다. 이는 모두 피청구인이 형사수석부장판사로서 사법행정업무를 수행하던 기회에 그 직무와 관련하여 한 행위이므로 ‘직무집행에 있어서’ 한 행위라 할 것이다. 나. 다음으로 피청구인의 행위가 헌법에 위반되는지를 살펴본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관의 재판상 독립은 법치주의를 실현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헌법 제103조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 보장과 더불어 법관이 외부의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여야 한다는 법관의 책임을 인정하는 규정이다. 다만 우리 헌법은 법관에 대해서 위 헌법 제103조 외에 직무수행과 관련된 구체적인 의무나 금지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데, 이는 재판의 공정성이 법관에 대한 특정한 의무 부과나 행위의 금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관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사법판단을 보장함으로써만 실현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법관이 행하는 사법작용은 국민의 사법에 대한 신뢰로부터 출발한다. 재판작용을 통해 법질서를 평화롭게 유지할 수 있는 사법의 힘은 국민이 사법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법원의 판단을 수용하는데서 나온다. 따라서 법관이 대내외적으로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전제조건이 무너지게 된다면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사법부 독립의 제도적 기반도 흔들리게 된다. 그러므로 헌법 제103조에 의하여 인정되는 법관의 책임 속에는 법관이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하거나 침해하지 않을 책임뿐만 아니라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을 책임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법관이 독립하여 ‘공정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신뢰는, 법관 스스로 선입견이나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불편부당하게 재판한다는 법관의 주관적인 인식에 대한 신뢰와 이러한 인식을 가진 법관이 구체적으로 형성하는 재판과정이 독립적이고 공정할 것이라는 신뢰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런데 법관의 주관적인 인식이나 판단의 공정성은 외부에서 확인하거나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법관이 구체적으로 형성한 재판과정, 즉 재판의 외관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므로 법관이 다른 법관의 재판과정에 개입하거나 간섭하여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의심이 드는 외관을 현출하였다면, 이는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에 해당하게 된다. 이 사건 당시 피청구인은 법원장의 지시를 받아 사무분담이나 법관 평정에 관한 초안을 작성하는 업무를 하였으므로, 사실상 법관들의 사무분담이나 평정과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피청구인은 이러한 영향력을 가진 지위에 있으면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사건의 담당 재판장에게 이 사건 기사가 허위인 점이 드러나면 법정에서 밝히라고 요구하거나, 위 사건의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더라도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임을 분명히 하고 언론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법리적으로 부득이 무죄를 선고한다는 취지를 밝혀야 한다고 하거나, 담당 재판장이 보내 준 구술본 말미 파일의 내용을 다른 내용으로 수정하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재판에 개입하였다. 또한, 야구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사건의 주심판사에게 공판절차회부에 관하여 재고를 요청하여 결국 공판절차회부 대신 약식명령으로 종결하도록 하였으며, 민변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의 재판장에게도 이미 선고하여 판결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 판결서의 주요 양형 이유를 수정하도록 요구하여 판결서 작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였다. 위와 같은 피청구인의 행위는 모두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였다고 보기에 충분하므로, 헌법 제103조에 위반된다. 다. 마지막으로 피청구인의 헌법위반이 중대한지 여부를 살펴본다.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 훼손은 사법기능에 대한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그 정도가 현저한 경우에는 중대한 법위반이 된다. 그런데 피청구인의 재판개입 행위는 형사수석부장판사라는 지위에서 사법행정체계를 이용하여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였을 뿐만 아니라 여러 재판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피청구인은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사건과 야구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사건, 그리고 민변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재판에 적극 개입하였다. 피청구인의 재판개입이 이처럼 여러 사건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피청구인의 재판독립 침해행위가 일상적으로 행하여졌다는 강한 의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또한, 피청구인이 담당 재판장이나 담당 판사에게 요구한 사항은 실제 재판결과와 모두 일치한다. 이는 피청구인이 요구한 사항이 실제 재판에 그대로 실현된 것과 같은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피청구인이 다른 법관의 재판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개입하여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하였다는 의심을 강화시킨다. 피청구인은 사법행정 담당자의 재판개입이 재판의 결과에까지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청와대와 긴밀하게 소통한 법원행정처 고위직 법관이 재판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도 확인되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사법부 위상 강화와 상고법원 도입 등 사법정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청와대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 당일 7시간 동안 대통령의 행적에 관한 기사가 문제된 이 사건은 한·일 외교 문제나 대통령의 명예가 걸려 있어 청와대의 주요 관심 사항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원행정처 고위직 법관은 청와대 비서관과 긴밀히 접촉하면서 이 사건의 진행상황이나 예상되는 판결의 내용 등에 대해 상당 부분 공유하였고, 사건 진행 초기부터 피청구인을 통해 해당 재판부가 자신이 의도한 방향으로 재판을 이끌어 가는지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피청구인에게 다양한 요구 사항을 전달하였다. 피청구인을 비롯한 사법행정 담당자들은 법관들이 재판에 임함에 있어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할 수 있도록 외부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인적·물적 시설을 확충하여 이를 지원할 책무가 있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그러한 노력은커녕 오히려 법원행정처 고위직 법관의 의사가 재판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재판의 개입행위에 나아갔고, 재판부는 이를 그대로 수용하였다. 이는 사법부 내 어느 누구도 개입할 수 없는 재판 업무에 사법행정 담당자가 개입하여 그 영향력 아래 재판하도록 하였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관료화된 수직적 구조의 사법행정조직이 조언이나 의견 제시, 충고 등의 형태로 재판에 개입하는 순간 재판의 독립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피청구인이 위와 같이 사법부 내의 사법행정체계를 이용하여 구체적인 재판의 진행이나 판결의 내용에 개입한 것은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하여 사법기능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 것이므로, 그 위반이 중대하다. 3. 재판의 독립을 위협함으로써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킨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법관의 강력한 신분보장을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탄핵심판에서까지 면죄부를 주게 된다면,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여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추락시킨 행위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을 그대로 용인하게 된다. 사법부 내 고위직이나 정치세력의 재판개입이 재판의 내용과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을 바로 잡아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법 본연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강력한 경고와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이미 살펴 본 바와 같이 피청구인의 행위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보장한 헌법 제103조에 위반되는 행위로서 법관에 대한 신분보장의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헌법위반행위이다. 따라서 이 사건 탄핵심판은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피청구인을 그 직에서 파면하여야 한다. 그런데 피청구인이 2021. 2. 28. 임기만료로 퇴직하여 그 직에서 파면할 수 없으므로, 피청구인의 행위가 중대한 헌법위반에 해당함을 확인하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는 피청구인의 행위가 단순한 헌법위반 또는 법률위반에 그친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그 위반의 정도가 중대함에도 파면할 직을 유지하고 있지 않아 부득이 파면에는 이르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이는 헌법위반 또는 법률위반 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중대한 법위반에 이르지 않은 경우 청구를 기각하는 판단과는 다른 판단임을 분명하게 밝힌다. [재판관 김기영의 인용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요지] 1. 심판의 이익에 관하여 살펴본다. 우리 헌정사에서 사법권 독립에 대한 헌법적 결단은 제헌헌법에서부터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그러나 정부수립 전후의 전쟁과 분단이라는 재난, 이후 약 30년간 이어진 군사정부와 권위주의 체제를 거치면서 사법권 독립에 대한 위협은 심각하였고, 특히 권위주의 체제하에서의 정치권력과 사법행정권력의 친화성, 사법부의 권위적 위계구조와 내부 민주주의의 취약성으로 인하여 정치권력과 법원 내부의 사법권 독립 침해에 대한 차이를 서로 구별하기 어렵게 되었다. 다행히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적 열망과 노력의 결실로 현행 헌법체제가 탄생하였으나, 여전히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법관인사제도의 위계 서열화에 따라 사법작용에 대한 사법행정의 우위 현상은 한층 심화되었다. 지난 2008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의 재판관여 사건과 그 이후의 진행경과를 보면 전국적으로 판사회의를 통한 명백한 재판권 침해라는 의견표명과 국회에서의 탄핵소추안 발의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어떠한 공적 확인과 해명은 이루어지지 못하였고, 당사자 역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채 대법관 임기를 마무리하였다. 만약 당시 사법부 내의 법관 독립 침해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적 고려가 있었다면 그로부터 불과 몇 년이 지난 후 같은 법원의 수석부장판사로 부임한 피청구인이 감히 법관들의 구체적인 재판에 개입하거나 관여할 엄두를 내지 못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피청구인의 임기만료에도 불구하고 심판의 이익이 있는지에 관하여는 ‘임기만료’라는 외견상의 현상과 결과만 놓고 보아서는 안 되며, 그 기초가 되는 제도의 취지, 연혁 및 전개과정에 관한 위와 같은 헌정사적 배경을 검토하여야 한다. 법관의 임기제와 연임제는 법관의 책임성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관의 직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위헌·위법행위에 대하여 임기만료 이후에 법적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오히려 법관의 임기제와 연임제의 취지에 부합한다. 이 사건에서 피청구인은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지위에서 소속 법원 판사들의 재판에 개입한 것을 선배 법관의 조언이라 합리화하고 있는데, 이는 사법권의 독립에 관한 본질적 영역의 보호와 이를 침해하는 행위 사이의 규범적 경계가 설정되어 있지 않음을 반증한다. 따라서 이 사건은 반드시 본안에 나아가 피청구인의 행위가 갖는 헌법적 의미를 확인하고 해명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2. 본안에 관하여 살펴본다. 독립된 법원에 의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사법권 독립은 세계인권선언을 비롯하여 인권에 관한 모든 국제적, 지역적 협약뿐만 아니라 각국의 헌법에서도 명문의 규정이나 일반원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사법부 내부에서의 법관 독립의 중요성은 보편적으로 강조되고 있으며, 법관의 직무에 관한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판단 영역에 있어서 그 어떤 명목의 개입도 합리화될 수 없다는 것 또한 자명하다. 피청구인은 사법행정 담당자로서 소속 법원 법관들이 부당한 영향이나 간섭 없이 사실에 입각하여 법에 따라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책무를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저버렸고, 오히려 법원행정처 고위직 법관의 부당한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면서 재판의 구조와 외관을 공정하게 형성하여야 할 최소한의 헌법적 요청도 무시하였다. 이는 국제법규범의 영역에서 보편적으로 승인되고 있는 사법권 독립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며 각각의 행위태양뿐만 아니라 그러한 행위들이 반복된 경위와 내용에 비추어볼 때 그 위반의 정도는 헌법적으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것이다. 사법의 독립과 공정성은 재판의 구조와 외관에 있어서도 의심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 이는 사법권의 주체인 법관들과 사법행정권자의 지속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한 위헌적 행위에 대한 확인과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 추궁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피청구인의 행위가 우리 사법의 제도적 근간과 법의 지배에 바탕을 둔 법치주의를 훼손한 행위로서 반복되어서는 안 될 중대한 위헌적 행위란 점을 다시 확인하면서, 사법의 독립과 책임에 관하여 이 사건 탄핵심판이 담아내지 못한 제도적 한계에 대하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이제부터라도 진지하게 시작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임성근
탄핵
법관
2021-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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