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망인은 업무상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해 유발된 정신장애 증상이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된다.
①망인은 사망 무렵 이전에 가족관계나 대인관계에 있어 특별한 문제가 없었고, 자살에 영향을 미칠만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도 않았으며, 업무상 스트레스 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한 다른 원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②망인은 작업반을 옮기기 전에도 건강검진결과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높은 편이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사격통제반으로 이동한 후 평소 다뤄보지 않았고 관련 지식도 없는 업무를 처음으로 다루게 되어, 새로운 업무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작 및 시험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당초 일정보다 훨씬 짧은 기간 내에 일을 마쳐야 하게 되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인원 증원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생소한 작업을 단시간 내에 마쳐야 하는 상황은 정상적인 업무 환경이라고 할 수 없고, 내성적이고 꼼꼼한 성격의 망인은 심적인 부담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③망인은 사망하기 전 2주 동안 44시간 이상의 연장 및 휴일근무를 하였다. 본격적으로 작업이 개시되기 전이었음에도, 망인은 상당히 과로를 한 것으로 보인다.
④망인은 자살하기 4일 전 정신장애 진단을 받았는데, 당시 망인이 호소한 바와 같이 새로운 업무에 대한 부적응, 작업 지연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 및 과로가 망인에게 불안장애, 적응장애를 유발시킨 것으로 보인다. 설령 망인의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정신장애의 발병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두3944판결 등 참조).
⑤망인은 업무 적응과 납기 문제로 인한 어려움을 밝히면서 퇴직을 결심하였다가 모(母)의 만류 등으로 번복하기도 하였는데, 이로 인해 업무상의 스트레스와 심각한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불안장애 등이 더욱 악화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주치의가 자살 전날 망인에게 입원을 권유할 정도로 그 정신장애 증상이 가볍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결국 망인은 입원을 권유받은 다음 날 새벽 유서도 없이 집에서 투신하여 사망하였다.
⑥제1심의 대구카톨릭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신체감정의는 '망인이 사망 당시 우울증상을 포함한 정신장애를 앓고 있었다면 무기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큰 상태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고, 위 감정촉탁결과와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여러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은 사망하기 약 2주 전부터 불면, 불안, 무기력 상태, 우울한 기분, 식욕저하를 호소하여 불안장애, 적응장애, 급성스트레스성 상태로 진단받아 정신장애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는 만큼, 망인은 업무상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해 유발된 정신장애 증상이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비록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3두23461 판결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