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우리 헌법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불구속 피의자·피고인 모두에게 포괄적으로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규율하고 있지는 않지만, 불구속 피의자의 경우에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우리 헌법에 나타난 법치국가원리, 적법절차원칙에서 인정되는 당연한 내용이고, 헌법 제12조 제4항도 이를 전제로 특히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 대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별도로 명시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나. 피의자·피고인의 구속 여부를 불문하고 조언과 상담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변호인의 조력자로서의 역할은 변호인선임권과 마찬가지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내용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이고, 변호인과 상담하고 조언을 구할 권리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내용 중 구체적인 입법형성이 필요한 다른 절차적 권리의 필수적인 전제요건으로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그 자체에서 막바로 도출되는 것이다.
다. 우리 재판소는 이미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게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어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 등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밝힌바 있다(헌재 1992. 1. 28. 91헌마111, 판례집 4, 51, 60-61). 이는 구속 피의자에 대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관한 것이기는 하나 불구속 피의자·피고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불구속 피의자·피고인의 경우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언제든지 퇴거하여 변호인의 조언과 상담을 얻을 수 있으므로 이를 별도로 허용하는 규정을 둘 필요가 없는 반면에 구속 피의자·피고인의 경우 임의퇴거가 불가능하므로 형사소송법이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교통권을 인정하는 규정을 명문화함으로써 이를 보장하고 있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 우리 헌법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핵심적인 내용으로서 변호인과 상담하고 조언을 구할 권리는 구속 여부를 불문하고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불구속 피의자나 피고인의 경우 형사소송법상 특별한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스스로 선임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기 위하여 변호인을 옆에 두고 조언과 상담을 구하는 것은 수사절차의 개시에서부터 재판절차의 종료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가능하다. 따라서 불구속 피의자가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을 대동하여 신문과정에서 조언과 상담을 구하는 것은 신문과정에서 필요할 때마다 퇴거하여 변호인으로부터 조언과 상담을 구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서 불구속 피의자가 피의자신문장소를 이탈하여 변호인의 조언과 상담을 구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불구속 피의자가 피의자신문시 조언과 상담을 구하기 위하여 자신의 변호인을 대동하기를 원한다면, 수사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재판관 권 성, 재판관 이상경의 별개의견
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신체의 자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본권으로 더 이상 국가의 시혜적인 절차형성에 달려있는 권리가 아니며, 불구속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 제10조, 헌법 제12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적법절차의 원칙’, 헌법 제12조 제4항, 헌법 제2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헌법 제37조 제1항, 법치국가원리의 한 요소인 ‘공정한 절차의 이념’ 등으로부터 도출되는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국가권력에 대한 관계에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할 권리이다.
나. 불구속 피의자의 진술거부권 등의 행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피의자신문과정의 기본권 침해 우려를 예방하고, 구속된 피의자 못지 않게 궁박한 상황에 놓여 있는 불구속 피의자를 보호하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필요로 하는 피의자가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불구속 피의자에게도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을 참여시킬 권리’를 보장하여야 하며, 이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핵심적 내용이라 할 것이다.
다. 이러한 권리의 행사에도 일정한 제한을 할 수 있으나, 이러한 기본권의 제한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이루어져야 하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또한,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불구속 피의자가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을 참여시킬 권리’와 다른 공익과의 신중한 법익형량을 한 이후에 공익의 요청이 더 클 때에 한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한도에서 불구속 피의자가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을 참여시킬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에만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라. 이 사안에서 청구인들의 피의사실은 방어권 행사를 실질적으로 보장받기 위하여 변호인의 적절한 조력을 받을 필요성이 매우 큰 경우이며, 청구인들의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을 참여시킨다고 하더라도 실체적 진실발견을 방해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위험이 높지 않고, 피해자나 참고인의 생명·신체의 안전 등의 법익을 해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등, 피청구인이 이 사건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참여를 제한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청구인들이 제한받는 기본권에 비하여 더 크다고 하기 어려워, 기본권침해를 정당화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정당한 사유를 제시하지 않고 청구인들이 피의자신문절차에 변호인을 참여시키려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은 이 사건 행위는 청구인들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재판관 김영일의 반대의견
변호인참여요구권은 절차적 권리로서 청구권적 기본권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헌법상의 권리로 인정되려면 자유권적 기본권과는 달리 그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있다든가 관련조항들의 유추에 의하여 그러한 권리가 인정된다는 해석이 가능한 경우라야만 한다.
우리 헌법 제12조 제4항의 명문규정은 체포·구속을 당한 경우와 형사피고인의 경우만을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법문의 취지는, 우리 헌법이 그 입헌 당시에 불구속피의자와 체포·구속된 피의자 및 형사피고인을 개념상 구분하고 그 중 체포·구속된 피의자와 형사피고인에 대하여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불구속피의자에 대하여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헌법적 차원에서는 보장하지 않는다는 취지를 천명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아가 헌법 제12조 제4항이 불구속피의자의 경우에 유추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불구속피의자가 처하게 되는 법적인 상황은 체포·구속된 피의자나 피고인 등의 법적인 상황과 본질적으로 상이하기 때문에 헌법 제12조 제4항 등을 불구속피의자에 대해서까지 함부로 유추적용할 수는 없다.
한편, 법치국가원리나 적법절차원칙과 같은 추상적 원리로부터 구체적인 헌법적 권리를 도출하기 위하여서는 그 최소한의 요건으로 그와 같은 도출이 다른 헌법의 명문규정과 모순되지 않아야 함이 요구되는데, 헌법 제12조 제4항의 의미는 불구속피의자에 대하여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헌법적 차원에서 보장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도출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어떠한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과 그것이 헌법상 보장되고 있다는 것은 엄격히 구별되어야 하는바, 불구속피의자에 대한 변호인참여권의 보장이 개인의 인권보장에 바람직하다는 목적론에 치우쳐 헌법의 체계적 해석을 그르쳐서는 아니 된다.
결국, 불구속피의자의 변호인참여요구권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재판관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절차적 기본권 또는 청구권적 기본권은 입법자의 구체적 형성 없이는 개별 사건에 직접 적용할 수 없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변호인의 참여요구권의 경우에도, 어떠한 경우에 어느 정도로 보장되는지에 관한 입법자의 구체적인 결정이 없이는 변호인의 참여요구권의 내용은 정해지지 않는다. 그런데 입법자는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와 관련하여 형사소송법 제243조에서 피의자신문시 참여할 수 있는 자에 변호인을 포함시키지 않았고, 그 외 달리 변호인의 참여를 보장하거나 허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 결과, 입법자는 피의자의 구속여부를 불구하고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을 참여하게 해야 할 수사기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이 입법자가 불구속 피의자의 신문시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효율적 형사소추를 통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한 것이며, 변호인의 참여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피의자가 달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 효과적인 변호가 가능하고 이로써 피의자의 방어권과 공정한 절차가 보장될 수 있다고 판단되므로(헌법 제12조 제2항ㆍ제7항, 형사소송법 제200조 제2항, 제309조, 제243조, 제312조, 제30조 참조), 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의 이 사건 행위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이 사건의 경우, 검사가 수사의 합목적성을 근거로 변호인의 참여를 허용하지 않은 것은 입법자의 합헌적인 결정에 부합하는 것이고, 그 외 달리 청구인의 방어권 행사나 변호인의 효과적인 변호를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하는 등의 구체적 재량행사의 잘못을 찾아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