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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원이 상속을 포기한 경우 상속재산의 귀속
1. 사실관계와 대법원의 결정 가. 사실관계 및 원심 결정 A는 B 등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2011년 2월 16일 승소판결을 받았고, 위 판결은 2011년 3월 31일 확정되었다. B는 아내인 C와 사이에 4명의 자녀들을 두었고 2015년 4월 16일 사망하였는데, 신청인들은 B의 손자녀들로서 B 사망 당시 만 18세 또는 만 10세였다. B가 사망하자 C는 상속한정승인 신고를 하여 2015년 8월 7일 수리심판을 받았고, 4명의 자녀들은 모두 상속포기 신고를 하여 2015년 8월 3일 수리심판을 받았다. A는 B의 아내인 C와 손자녀들인 신청인들이 망인을 공동상속하였다는 이유로 이들을 상대로 B에 대한 위 확정판결에 관하여 승계집행문 부여신청을 하여 2020년 2월 6일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았다. 신청인들은 B의 상속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사건 승계집행문 부여에 대한 이의를 신청하였다. 원심인 부산지방법원은 신청인들이 B의 손자녀로서, C와 공동상속인이라는 이유로 이의를 기각하였다. 신청인들은 위 결정에 대하여대법원에 특별항고를 제기하였다. 나. 대법원의 결정이유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달리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배우자와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상속인이 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48852 판결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하기로 한다.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하여는 이동원, 노태악 대법관의 반대의견이 있었고, 다수의견에 대한 민유숙 대법관의 보충의견이 있었다. 반대의견은 기본적으로 혈족상속과 배우자상속을 구분하고, 배우자는 1003조 1항이 정한 바에 따라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또는 직계존속이 있다면 그들과 공동상속을 하여야 하며, 피상속인의 직계비속과 직계존속이 모두 없는 경우에만 단독상속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민법상 혈족상속과 배우자상속이 그와 같이 구별되어야 할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상속 포기가 있는 경우 1000조와 1003조만에 의하여 상속인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2. 연구 가. 종전의 선례 위 결정이 변경한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48852 판결은, 상속을 포기한 자는 상속개시된 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지위에 놓이게 되므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배우자와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으로 상속인이 되고, 피상속인의 손자녀와 직계존속이 존재하지 아니하면 배우자가 단독으로 상속인이 된다고 하였다. 위 판결에 대하여는 그 결론을 지지하는 견해도 있기는 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경우에는 배우자만이 단독상속하고, 손자녀는 상속인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많았다(최근의 문헌으로서 현소혜, 혈족상속인에 의한 상속포기의 효과, 비교사법 29권 1호, 2022 참조). 나. 다수의견의 근거 다수의견이 위와 같이 판례를 변경하는 근거로서 들고 있는 것 중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민법(이하 ‘민법’이라는 표기를 생략한다) 1042조는 상속의 포기는 상속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1043조는 상속인이 수인인 경우에 어느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때에는 그 상속분은 다른 상속인의 상속분의 비율로 그 상속인에게 귀속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동상속인 중 상속을 포기한 상속인은 상속이 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이 되고, 그의 상속분은 나머지 공동상속인에게 귀속된다. 1043조에 따라 상속포기자의 상속분이 귀속되는 ‘다른 상속인’에도 배우자가 포함된다. 둘째, 종래 판례는 배우자 상속과 혈족 상속이 서로 다른 계통의 상속이라고 전제한 결과 1043조의 적용대상인 ‘다른 상속인’에서 임의로 ‘배우자’를 제외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해석의 전제는 배우자 상속을 혈족 상속과 구분하지 않고 배우자를 공동상속인 중 한 사람으로 규정하며 배우자 상속분을 다른 공동상속인의 수에 따라 연동하도록 한 우리 민법의 해석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 셋째, 상속을 포기한 피상속인의 자녀들은 피상속인의 채무가 자신은 물론 자신의 자녀에게도 승계되는 효과를 원천적으로 막을 목적으로 상속을 포기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넷째, 종래 판례에 따를 경우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에게 별도로 상속포기 재판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상속채권자와 상속인들 모두에게 불필요한 분쟁을 증가시키며 무용한 절차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결과가 되었다. 다. 검토 다수의견에 찬성한다(윤진수, 민법기본판례, 제2판, 홍문사, 2020, 724면 이하 참조). 반대의견은 기본적으로 혈족상속과 배우자상속을 구분하고, 배우자는 1003조 1항이 정한 바에 따라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또는 직계존속이 있다면 그들과 공동상속을 하여야 하며, 피상속인의 직계비속과 직계존속이 모두 없는 경우에만 단독상속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민법상 혈족상속과 배우자상속이 그와 같이 구별되어야 할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상속 포기가 있는 경우 1000조와 1003조만에 의하여 상속인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손자녀 있는 자녀가 공동상속을 하였으나 배우자와 자녀 중 일부만이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 1000조와 1003조에 의하여 상속인이 결정된다면 상속을 포기한 자녀의 자녀인 손자녀가 상속인이 될 것처럼 보이지만, 이 경우에는 1043조에 의하여 상속을 포기하지 않은 다른 자녀들만이 상속인이 된다. 그런데 반대의견은 공동상속인인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원이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배우자와 손자녀가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하면서 그 근거로서, 1043조에 따라 상속포기자의 상속분이 귀속되는 상속인은 1000조, 1003조 등에 따라 정해지는 상속인을 의미하고, 상속포기자의 상속분은 위와 같이 종국적으로 정해진 상속인의 상속분이 법정상속분의 비율로 산정되도록 해당 상속인에게 귀속되어야 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1043조에서 말하는 상속포기자의 상속분이 귀속되는 “다른 상속인”이란 공동상속인 중 포기하지 않은 나머지 상속인을 의미하는 것임이 명백하다. 이제까지 이러한 주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원래 혈족상속인과 배우자상속인을 구분하는 것은 일본에서의 논의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우리 민법 1042조, 1043조는 1962년 개정되기 전의 일본민법 939조 1항, 2항과 동일한 내용이다. 그러나 일본은 1962년 민법 939조를 개정하면서 1항(우리 민법 1042조에 해당함)을 “상속의 포기를 한 자는 그 상속에 관하여는 처음부터 상속인으로 되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본다”라고 하고, 2항(우리 민법 1043조에 해당함)은 삭제하였다. 그리고 일본 최고재판소 1967(昭42). 5. 30. 판결(民集 21卷 4号 988)은 개정 전의 법이 적용되는 대상결정과 같은 사안에서, 다음과 같이 배우자만이 단독상속한다고 명확하게 판시하였다. “개정 전의 939조 2항은 포기자의 상속분은 다른 상속인의 상속분에 따라 그에 귀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본건에 있어서는 子가 전원 포기하고 다른 상속인으로서는 妻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포기자인 子의 상속분은 전부 妻에게 귀속하고 妻가 단독상속을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정당하다. 생각건대 위 조항은 동순위의 상속인이 있는 한 차순위 상속인(본건에 있어서는 피상속인의 孫)이 나아가 상속인으로 되는 것을 예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신민법에 있어서의 상속제도는 혈족상속권과 배우상속권을 별종 병립하는 것으로 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위 조항의 명문에 반하는 논지의 견해는 채용할 수 없다.” 나아가 반대의견과 같이 해석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반대의견에 따른다면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자녀의 상속 포기로 인하여 상속채무를 승계하게 된 손자녀가 다시 상속을 포기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고, 이를 몰라서 1019조 1항의 기간 내에 포기를 하지 못하였다면 어떻게 되는가 하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런데 다수의견에 따른다면 이러한 문제는 처음부터 생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굳이 반대의견과 같이 해석할 이유가 없다. 라. 여론 다수의견은 “상속의 포기는 포기자의 재산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나아가 상속인의 지위 자체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로서 피상속인 또는 후순위 상속인을 포함하여 다른 상속인 등과의 인격적 관계를 전체적으로 판단하여 행하여지는 ‘인적 결단’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하는 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다29307 판결을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설시는 결론에 영향이 없는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위 2011다29307 판결은 상속의 포기는 채권자취소권의 행사에 의한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그러나 상속인의 채권자가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결론은 부당하다. 뿐만 아니라 여기서 말하는 ‘인적 결단’이라는 말의 의미는 상당히 모호하다. 위 2011다29307 판결은 변경되어야 한다(윤진수, 상속포기의 사해행위 취소와 부인, 가족법연구 제30권 3호, 2016 참조).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상속한정승인
채무승계
상속포기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3-04-29
가사·상속
민사일반
가분채권의 상속재산분할 대상성
1. 대상결정의 요지 대상결정은 금전채권과 같이 급부의 내용이 가분인 채권은 공동상속 되는 경우 상속개시와 동시에 당연히 법정상속분에 따라 공동상속인들에게 분할되어 귀속되므로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고 판시하였다. 다만, 가분채권을 일률적으로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에서 제외하면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공동상속인들 중에 초과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 초과특별수익자는 초과분을 반환하지 아니하면서도 가분채권은 법정상속분대로 상속받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나타나고, 그 외에도 특별수익이 존재하거나 기여분이 인정되어 구체적인 상속분이 법정상속분과 달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상속재산으로 가분채권만이 있는 경우에는 모든 상속재산이 법정상속분에 따라 승계되므로 수증재산과 기여분을 참작한 구체적 상속분에 따라 상속을 받도록 함으로써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공평을 도모하려는 민법 제1008조, 제1008조의2의 취지에 어긋나게 되므로 이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는 상속재산분할을 통하여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형평을 기할 필요가 있으므로 가분채권도 예외적으로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2. 문제의 제기 상속재산 중 금전채권과 같은 가분채권이 있는 경우, 상속인들 사이에 법정상속분에 따라 그대로 당연분할귀속되는지, 아니면 상속인들에게 당연분할귀속되지 않고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지가 문제 된다. 3. 국내의 학설 공동상속인 간의 관계를 공유관계로 파악하는 전제에서 채권관계의 준공유에 대해서는 제278조 단서에 의해 제408조가 적용되기 때문에 가분채권은 법정상속분에 따라 당연분속되고 그 결과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견해(소극설), 가분채권을 상속재산분할심판의 대상으로 하는 것에 대하여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이의가 없거나 상속인들 중 초과특별수익자가 존재하는 등 가분채권을 포함하여 상속재산분할을 행하는 것이 상속인 사이의 구체적 형평을 실현하는데 적당한 경우에는 가분채권도 상속재산분할심판의 대상으로 할 수 있다는 견해(절충설), 가분채권을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가분채권의 귀속에 관한 당사자의 분쟁이 해결되지 않고 계속될 우려가 있으므로 상속재산분할의 절차에서 일괄하여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므로 가분채권을 상속재산의 분할대상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다는 견해(적극설), 가분채권, 특히 금전채권이 상속재산 중에 있는 경우에는 상속재산을 분할할 때까지는 그 상속재산 전체는 잠정적으로 독립성을 가지고 상속인 전원에 속하므로 상속재산 중에 있는 채권도 피상속인이 생존하고 있었던 당시와 같은 형태로 상속재산 중에 존속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상속채무자는 상속인 전원에 대하여만 이행할 수 있고, 각 상속인은 상속인 전원에 대한 이행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견해(불가분채권설)가 있다.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가 제기되기 전 또는 소송 외적 상황에서는 가분채권이 상속인의 법정상속분에 따라 당연분할귀속되고, 상속인은 자신의 법정상속분의 한도에서 자유롭게 가분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본다. 또한 상속재산분할 이전에 공동상속인이 개별적으로 행사한 가분채권이 있을 경우 피상속인 명의의 잔존하고 있는 예금채권에 대하여 상속재산분할대상으로 함에 대하여 공동상속인이 이의가 없을 경우에는 잔존하는 예금채권에 대하여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아 가분채권의 상속재산분할대상성의 범위를 넓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4. 일본에서의 논의 일본최고재판소 最決平成28(2016)年12月19日民集70卷8号2121面(이하 '2016년 일본최고재판소 결정')의 다수의견은 상속재산분할은 공동상속인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는 것을 취지로 하므로 일반적으로는 피상속인의 재산을 가능한 한 폭넓게 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보통예금채권의 경우 소비임치의 성질을 중심으로 하지만 예금계좌를 중심으로 다양한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급여입금, 공공요금이나 신용카드 등의 지불을 위한 결제 등) 위임으로서의 성질도 가지고 있어서 일단 계약을 체결하여 계좌를 개설하면 1개의 채권으로 동일성이 유지되면서 항상 그 잔액이 변동될 수 있는 것으로 존재한다고 보아야 하고 각 공동상속인에게 확정금액의 채권으로 분할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되므로 공동상속된 예금채권 중 보통예금채권과 정기예금 채권은 상속개시와 동시에 당연히 상속분에 따라 분할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2016년 일본최고재판소 결정에 따라 신설된 일본가사사건절차법 제200조 제3항은 같은 조 제2항의 '급박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라는 엄격한 요건을 완화하고 가정법원이 상속재산에 속하는 예금채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다른 공동상속인의 이익을 해하지 않는 한 상속재산에 속하는 특정한 예금채권의 전부나 일부를 임시로 취득할 수 있도록 하였고, 개정된 일본민법 제909조의2는 '각 공동상속인은 상속재산에 속하는 예저금채권 중 상속개시 당시의 채권액의 3분의 1에 제900조 및 제901조의 규정에 의하여 산정한 당해 공동상속인의 상속분을 곱한 금액에 대해서는 단독으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당해 권리행사를 한 예저금채권에 대하여 당해 공동상속인이 상속재산의 일부 분할에 의해 이를 취득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여 일정한 경우에 법원에 신청을 하지 않고 예금의 지급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5. 검토 실무상 상속재산분할심판에서 주된 쟁점이 되는 사항은 어느 공동상속인에게 특별수익 또는 기여분이 인정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고, 특별수익의 입증이나 기여분의 인정 여부에 따라 법정상속분과 구체적 상속분이 다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실무적인 현실에서 대상결정에서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가분채권의 상속재산분할 대상성을 긍정하는 것이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제기한 공동상속인의 의사에 부합하고 분쟁의 일회적 해결에 도움이 된다. 한편, 대상결정에서는 가분채권을 상속재산분할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 대하여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이의가 없거나 모두 동의한 경우에 가분채권의 상속재산분할대상성을 인정할지 여부에 대하여는 침묵하였다. 그러나 상속재산 중 가분채권, 특히 예금채권이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고, 예금채권은 현금과 유사한 환금성이 크기 때문에 가분채권을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범위를 넓게 인정할 필요성이 크고, 공동상속인들이 가분채권을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는 것에 대하여 동의할 경우에는 굳이 가분채권을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에서 배제하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 논의의 실익은 가분채권을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으로 하는지에 대하여 공동상속인의 의사에 의할 것인가,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기여분과 특별수익이 문제될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가분채권을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으로 할 수 있을 것인가에 차이가 있는데, 가분채권을 상속재산분할대상으로 한다는 공동상속인의 의사와 법원의 직권적인 판단 사이에는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실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과다한 상속세를 납부하여야 하고 상속세 납부를 지연할 경우 상당한 액수의 가산세가 부과되는 상황과 같이 공동상속인의 고유재산만으로는 피상속인의 상속세 등 채무를 변제하기가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상속재산 중 가분채권, 특히 예금채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는 경우이다. 현행 은행실무상 공동상속인 중 일부가 예금채권을 행사함에 대하여 은행은 예금의 지급을 거부하는 것이 현실이다. 상속인이 수십 명에 이르고, 공동상속인 중 일부가 국적을 상실하였거나 외국에 거주하는 경우, 대습상속 또는 재대습상속이 이루어져 상속관계가 매우 복잡한 경우 공동상속인들 전원의 합의로 상속재산 중 예금채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을 수 있고, 상속재산분할심판을 하더라도 위와 같은 사유로 그 확정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가분채권에 대하여 대상결정의 원칙적인 입장에 따라 가분채권이 공동상속인에게 분할귀속되어 상속인 일부가 단독으로 가분채권을 행사할 필요성이 요구된다.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가 있기 전 또는 소송 외적 상황 하에서 가분채권의 당연분할귀속여부에 대하여 대상결정은 명확하게 판시하지 않았다. 대상결정은 공동상속인들에 의하여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가 제기되어 그 심판이 진행될 것을 전제로 하여 가분채권은 원칙적으로 분할귀속된다는 원칙론을 판시했을 뿐이다. 필자는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가 제기되기 전 또는 소송 외적 상황에서는 가분채권이 상속인의 법정상속분에 따라 당연분할귀속되고, 상속인은 자신의 법정상속분의 한도에서 자유롭게 가분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은행으로 하여금 전부 또는 일부의 공동상속인의 예금채권 행사가 있을 때에는 변제 또는 변제공탁을 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은행이 일부 공동상속인의 예금인출을 거부할 경우 예금 인출을 거부당한 일부 공동상속인이 은행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하여 확정판결을 받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한 상속재산분할 이전에 공동상속인이 개별적으로 행사한 가분채권이 있을 경우 피상속인 명의의 잔존하고 있는 예금채권에 대하여 상속재산분할대상으로 함에 대하여 공동상속인이 이의가 없을 경우에는 잔존하는 예금채권에 대하여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아 가분채권의 상속재산분할대상성의 범위를 넓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김창규 변호사( 서울회)
상속재산분할
가분채권
공동상속
김창규 변호사( 서울회)
2022-12-11
가사·상속
민사일반
성전환에 따른 성별정정허가가 과연 판례법적 사항인가?
Ⅰ. 사실관계과 경과 甲은 남성으로 출생하였으나 어린 시절부터 여성으로의 귀속감을 가지고 사춘기가 되어 얼굴 형태와 체격, 목소리가 남성적으로 변해가는 것에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 甲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긴 채 생활하다 혼인하였으나 성정체성 문제로 혼인한 지 약 5년 10개월 만에 이혼하였고, 외국에서 성전환수술을 받고 여성의 옷차림, 머리 모양을 하고 사회적으로 여성으로서 생활하고 있다. 甲은 미성년 자녀 2명을 두고 있는 상태에서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 허가 신청(이하 '이 사건 허가 신청'이라 한다)을 하였다. 하급심은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를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의 독자적인 소극요건으로 본 대법원 2011. 9. 2.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을 인용하여 甲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을 이유로 이 사건 성별정정허가 신청을 불허하였다. Ⅱ. 대상판결(다수의견)의 요지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도 부모로서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하며(민법 제913조), 친권을 행사할 때에도 자녀의 복리를 우선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민법 제912조),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성전환자의 기본권의 보호와 미성년 자녀의 보호 및 복리와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법익의 균형을 위한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판단하지 아니한 채 단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자녀가 있다는 사정만을 이유로 성별정정을 불허하여서는 아니 된다.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할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성전환자 본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함과 동시에 미성년 자녀가 갖는 보호와 배려를 받을 권리 등 자녀의 복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이때에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에 필요한 일반적인 허가 기준을 충족하였는지 외에도 미성년 자녀의 연령 및 신체적·정신적 상태, 부 또는 모의 성별정정에 대한 미성년 자녀의 동의나 이해의 정도, 미성년 자녀에 대한 보호와 양육의 형태 등 성전환자가 부 또는 모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 성전환자가 미성년 자녀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과 형성·유지하고 있는 관계 및 유대감, 기타 가정환경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가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 성별정정을 허가할 것인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Ⅲ. 대법원 2011.9. 2.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다수의견)의 요지 성전환수술에 의하여 출생 시의 성과 다른 반대의 성으로 성전환이 이미 이루어졌고, 정신과 등 의학적 측면에서도 이미 전환된 성으로 인식되고 있다면 전환된 성으로 개인적 행동과 사회적 활동을 하는 데에까지 법이 관여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성전환자가 혼인 중에 있거나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 성별을 정정하여 배우자나 미성년자인 자녀의 법적 지위와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곤란을 초래하는 것까지 허용할 수는 없으므로, 현재 혼인 중에 있거나 미성년자인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은 허용되지 않는다. Ⅳ. 문제의 제기-판례 변경의 허용성 문제 대상판결에서 1인의 대법관(이동원)만이 대법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에 입각하여 반대하고 나머지 대법관들은 다수의견 및 다수의견 보충의견을 제시하였다. 결과적으로 대법원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에서의 반대의견 특히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다는 사정을 성별정정의 독자적인 소극적 요건으로 설정할 것은 아니고 고려할 요소로 접근해야 한다는 양창수, 이인복 대법관의 반대의견이 10여 년이 지나서 다수의견이 된 것이다. 판례는 과거사를 다루지만 과거분석과 과거평가로부터 현재는 물론, 미래를 결정한다. 여기서 개별 구체적 타당성을 목표로 하는 이상, 판례가 시대상황에 맞춰 부단히 기왕의 입장을 바꾸는 것은 자연스럽고 나아가 요구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유의할 점이 있다. 과연 그런 변경이 전체 법질서에서 허용될 수 있는 것인지의 물음인데, 이는 해당 사법적 활동이 민주주의, 법치주의 및 권력분립주의에 저촉되지 않는지를 검토하면서 얻어질 수 있다. 성별정정의 문제는 단지 등록기록의 정정에 그치지 않고 향후 가족 및 혼인의 개념과 의의와 관련해서 법적, 법외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판례에 의한 성별정정허가제는 허용된 법관의 법형성을 넘어선 것이다. 의회가 입법보다 앞서는 사회의 변화에 둔감하여 자신의 임무를 심각하게 방기하고 있는 점은 분명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법치주의 및 권력분립주의를 벗어나서 사법적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Ⅴ. 판례에 의한 성별정정허가의 법적 정당성 문제 가족관계등록법 제104조(구 호적법 제120조) 제1항이 등록기록의 정정의 사유를 '등록부의 기록이 법률상 허가될 수 없는 것 또는 그 기재에 착오나 누락이 있다고 인정한 때'를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2006. 6. 22. 선고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 이래로 판례는 성전환에 따른 성별정정허가의 근거를 가족관계등록법 제104조에 두고 있다. 그리고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대법원 호적예규 제716호 2006. 9. 6.)'이 제정되었다. 문헌상으로도 시인되고 입법자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지속적 판례'가 성립하면, 판례의 사실적 구속성은 규범적 구속성으로 응축될 수 있으며, 이 경우 판례법적 원칙은 추정적으로뿐만 아니라 법 그 자체로부터 구속성을 갖게 될 것이다. 따라서 성전환에 따른 성별정정허가제는 일종의 판례법에 해당한다. 국가의 공권력행사는 민주적 정당성을 필요로 하는데 그 기제가 법률이다. 즉 국가의 공권력행사는 민주적 법치국가원리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성전환에 따른 성별정정허가를 이렇게 판례법적으로 접근하는 것 즉, 판례에 의한 성별정정허가의 허용성은 법률유보의 원칙의 차원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 법관은 '법의 입(bouche de la loi)'으로서만 기능하며, 법의 해석·구체화·적용은 현행 법질서를 넘어 새로운 법질서를 제시하는 양상인 법정립(입법)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역시 법의 후속적 형성(Rechtsfortbildung)이란 법원의 임무와 권능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그들 기본법 제20조 제3항의 법관의 법·법률의 구속에 의해 도출된 한계 역시 강조하였다(Vgl. BVerfGE 34, 269(286ff.)). 성(性)의 변경은 특정인의 개인사에 그치지 않고, 공동사회의 지배적 법 에토스(Ethos)는 물론, 기왕의 법질서에 대해서도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판례법이 법률유보를 대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성별정정의 문제는 단지 등록기록의 정정에 그치지 않고 향후 가족 및 혼인의 개념과 의의와 관련해서 법적, 법외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여기서 단순히 신청인의 행복추구권만을 극대화시켜서 접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판례에 의한 성별정정허가는 허용된 법관의 법형성을 넘어선 것이다. Ⅵ. 미성년 자녀의 존재와 관련해서 성별정정허가의 재량적 접근의 문제 대상판결은 미성년 자녀의 존재와 관련한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성별정정허가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는데, 이런 논증은 미성년 자녀가 존재함에 따른 개별구체적인 사정을 최대한 반영하여 개별적 정의의 차원에서 성별정정허가의 정당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런 논증은 기본적으로 구체적 상황을 고려하여 개별사건에 알맞고 합사실적인(실체에 맞는) 최적의 해결책을 발견하고자 하는 재량 메커니즘에서 행해진다. 결국 대상판결은 법관의 성별정정허가를재량인양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재량적 접근은 정형성과 형식성을 그 특징으로 하는 신분관계의 설정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성별정정허가의 기준이 입법을 통해 명문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전환자의 기본권의 보호와 미성년 자녀의 보호 및 복리와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법익의 균형을 위한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은 법관의 판단 자체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고조시킬 뿐이다. 미성년 자녀가 존재한 상황에서 행해진 성별정정불허가 자체가 오히려 사법불신을 증폭시킬 수 있다. Ⅶ. 맺으면서 - 대법원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의 바람직하지 않은 나비효과 혼돈에서의 나비효과는 초기조건의 아주 작은 차이가 최종 현상에서 아주 커다란 차이를 낳는다고 주장한 프랑스 수학자 푸앵카레의 '초기조건의 민감성(sensitivity on initial conditions)'에서 비롯되었다. 성전환자의 성별정정과 관련하여 지금의 입법부재의 상황을 초래한 초기조건이 바로 대법원 2004스42전원합의체결정이다. 성전환자의 성별정정과 관련하여 일찍이 1972년에 스웨덴에서 입법이 마련된 이래 대부분 국가는 관련 입법을 두고 있다. 일본에서는 성전환에 따른 호적변경이 2001년에 법원에 의해 허용되지 않은 후 2003년에 관련 법률(性同一性障害者の性別の取扱いの特例に関する法律)이 제정되었다. 특히 독일에서는 1980년 성전환법(TSG)을 대체하는, 신고에 의해 성별전환이 가능하게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성자기결정법(Selbstbestimmungsgesetz)의 입법이 진행되고 있다. 필자가 일찍이 입법의 필요성을 역설하였지만('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의 問題點에 관한 小考, 법률신문 제3493호, 2006. 9. 25.), 아쉽게도 그 이후 해당 지침이 참조조문에서 사라지는 데 그쳤다. 의회가 입법보다 앞서는 사회의 변화에 둔감하여 자신의 임무를 심각하게 방기하고 있는 점은 분명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법치주의 및 권력분립주의를 벗어나서 사법적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성별정정
자녀
성전환자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2022-12-08
가사·상속
대리모 출생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사실관계] 불임부부인 甲(男)과 乙(女)은, 국내 대학병원에서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갖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2016년 7월 이 병원에서 한국인 대리모 丙에게 위 부부의 수정란을 착상시켰다. 丙은 2017년 3월 미국 LA 소재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하였고 캘리포니아 주로부터 모(母)란에 丙, 부(父)란에 甲이 기재된 아이의 출생증명서가 발급되었다(한편 유전자검사 결과 아이와 甲 및 乙의 친자관계가 확인되었다). 甲은 귀국하여 종로구청에 출생신고를 하면서 모(母)란에 의뢰모 乙의 이름을 기재하였다. 2017년 12월 26일 구청의 가족관계등록공무원은 출생신고서에 기재된 모의 이름과 출생증명서상의 모의 이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출생신고를 수리하지 않았다. 이에 甲은 불복하여 소를 제기하였다. 1심 법원은 각하하였고, 항고심에서 서울가정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에 甲은 재항고하였으나 2019년 8월 8일 재항고를 취하하여 위 결정은 확정되었다. [판결의 이유] "우리 민법상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모의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이고, 인공수정 등 과학기술의 발전에 맞추어, 법률상 부모를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이 아니라 유전적인 공통성 또는 수정체의 제공자와 출산모의 의사를 기준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은 다른 기준에 비해 그 판단이 분명하고 쉽다. 또한 모자관계는 단순히 법률관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정, 약 40주의 임신기간, 출산의 고통과 수유 등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된 정서적인 부분이 포함되어 있고, 그러한 정서적인 유대관계 역시 '모성'으로서 법률상 보호받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유전적 공통성 또는 관계인들의 의사를 기준으로 부모를 결정할 경우 이러한 모성이 보호받지 못하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출생자의 복리에도 반할 수 있는 점, 유전적인 공통성 또는 수정체의 제공자를 부모로 볼 경우 여성이 출산에만 봉사하게 되거나 형성된 모성을 억제하여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그러한 결과는 우리 사회의 가치와 정서에도 맞지 않는 점, 정자나 난자를 제공한 사람은 민법상 '입양', 특히 친양자 입양을 통하여 출생자의 친생부모와 같은 지위를 가질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우리 민법상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판단된다." "우리 민법상 모자관계의 결정 기준이 '모의 출산사실'인 점, 가족관계등록법상 출생신고를 할 때에는 출생신고서에 첨부하는 출생증명서 등에 의하여 모의 출산사실을 증명하여야 하는 점,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생명윤리와 안전을 확보하고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생명윤리법의 입법목적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고전적인 대리모의 경우뿐만 아니라, 본건과 같이 '자궁 대리모'도 우리 법령의 해석상 허용되지 아니하고, 이러한 대리모를 통한 출산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것으로써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이다." [평석] 1. 문제의 제기 대리모를 통한 출산은 전세계적인 추세가 되었다. 불임부부의 증가와 의학기술의 발달이 배경이다. 현재는 보조적 생식기술을 이용하여 수정란을 대리모에게 착상시켜 대리모가 임신 및 출산하는 자궁대리모가 대세이고, 대리모가 난자를 제공하는 전통적 대리모는 거의 이용되지 않는다. 대상판결은 하급심 판단이기는 하나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그리고 정면으로 대리모계약의 효력과 대리모 출생아의 모의 결정기준에 대해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인우보증(隣友保證)에 의한 출생신고가 2016년 폐지됨에 따라, 비로소 출생신고단계에서 대리모 출생아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2. 대리모계약의 효력 대리모계약의 궁극적 목적은 대리모가 출산한 아이를 인도하면서 아이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고 의뢰인은 아이와 법적 친자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대리모계약의 효력에 대해서는 무효설·유효설의 견해가 대립한다. 비교법적으로도 법률상 대리모출산을 금지하는 나라(프랑스·독일 등), 규율하는 법률이 없는 나라(일본·우리나라 등), 이타적 대리모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나라(영국·그리스 등), 상업적 대리모까지 허용하는 나라(인도·우크라이나·미국 캘리포니아주) 등 제각각이다. 그러나 대리모의 신체에 대한 착취라는 점, 친자관계를 규율하는 법은 자녀의 복리, 신분관계의 명확성과 안정성 등과 같은 독자적 목적을 가진 영역으로 친권의 포기와 법적 친자관계의 성립을 사적자치에 맡길 수 없다는 점에서 대리모계약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라는 대상판결의 결론에 동의한다. 3. 대리모출산과 모자관계 1) 모의 결정 기준 모자관계의 성립에 대해 우리 민법은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나, 아이를 출산한 여자가 모(母)라는 원칙(mater semper certa est, pater is est quem nuptias demonstrant, 엄마는 항상 확실하지만 아빠는 혼인이 가리키는 자)이 로마법 이래 확립되어 왔다. 한편 대리모 출생아의 엄마가 누구인가에 관하여 출산모설·난자제공자설·의뢰모설의 견해가 대립한다. 그러나 모자관계는 수정 후 약 40주의 임신기간 동안 한 몸이 되어 육체적 일체성을 갖게 되고 출산의 고통과 수유 등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된 정서적 유대관계는 '모성'으로서 법률상 보호받아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의뢰모가 대리모 출생아에게 제공할 총체적 환경이 대리모의 환경보다 나을 수 있어 대리모 출생아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이러한 사정은 의뢰모가 입양을 신청할 때 법원이 고려하여야 할 사항으로 모의 결정기준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출산모인 대리모를 엄마로 하여 출생신고를 함으로써 아이가 성년이 된 후 자신의 뿌리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아동의 최선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대상판결의 결론과 같이 '모의 출산사실'이라는 일반적인 모자관계의 정립 기준은 대리모 출산에도 유지되어야 한다. 2) 출생신고에서 모의 인적사항의 의미 출생증명서에는 출산모의 인적사항 등이 기재될 뿐 출생신고를 할 때 비로소 아이의 이름이 기재되므로, 모의 인적사항의 동일성은 출생증명서와 출생신고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대상판결이 설시하는 바와 같이 출생신고시 출생증명서에 모의 인적사항을 요구함은 우리 민법상 모자관계를 결정하는 기준인 '모의 출산사실'을 출생신고에 의하여 확인하고 출산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형성된 모자관계를 법률상 일치시키기 위한 핵심적인 사항으로 모의 인적사항이 동일하지 않은 출생신고서를 수리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3) 의뢰모의 친양자입양 그렇다면 의뢰모와 아이의 모자관계는 어떻게 형성되어야 할까? 영국의 친권명령제도와 유사한 독립된 '모를 정하는 소'를 도입하자는 견해도 있으나, 이는 제한적이나마 대리모계약의 효력 즉, 이행강제를 인정하자는 전제에서 출발하는데 공서양속에 반하는 대리모계약을 인정할 수 없고, 가사소송법의 개정 없이도 현행법의 해석론으로 합리적인 해결이 가능하다면 그에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친양자입양을 통해 법적 모자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대상판결의 결론에 동의한다. 4. 대리모출산과 부자관계 1) 부의 결정기준 민법상 부자관계는 출산이라는 사실에 의해 먼저 모가 확정된 후 법률상 혼인 여부를 기준으로 그 아이가 혼인 내의 자라면 출산한 자의 배우자가 법률상 부로 추정되고 혼인 내의 자가 아니라면 부의 인지를 통해 비로소 부자관계가 형성된다. 그런데 대리모 출산의 경우 법률상 혼인한 부인이 아이를 '출산'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 부자관계는 부의 추정문제가 아닌 부의 인지를 통해서만이 성립될 수 있다. 2) 부의 출생신고와 인지 대상판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리모가 출생신고를 한 뒤 의뢰부 역시 의뢰모와 마찬가지로 친양자입양을 통해 대리모 출생아와 법적 친자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설시하였다는 점에서 동의할 수 없다. 즉 출생신고 전부에 대해 불수리처분을 할 것이 아니라 의뢰부와의 관계에서는 인지의 효력을 부여하여 그 부분에 대해서는 수리처분을 하고 의뢰모와의 관계에서만 불수리처분을 하는 것이 아동의 복리를 위해 바람직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5. 결론 대리모계약이 공서양속에 반하여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미 출생한 아이는 보호되어야 한다. 출생신고를 막아 우리 사회의 유령으로 취급하여서는 안 된다. 대리모계약이 바람직한가와 이미 태어난 아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는 문제의 국면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리모 출산사실이 아이의 출생신고에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일단 의뢰부의 출생신고에 부분적 효력을 부여하여 인지신고로 인정한 뒤 의뢰모가 배우자의 아이에 대해 친양자입양을 하도록 함이 실체관계에도 부합하고 절차적으로도 효율적인 가장 합리적인 해결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김현진 교수 (인하대 로스쿨)
대리모
모자관계
출생신고
김현진 교수 (인하대 로스쿨)
2019-11-25
가사·상속
대리모가 출산한 자녀의 친모는 누구인가?
- 서울가정법원 2018. 5. 9. 자 2018브15 결정 - 1. 사실관계 A와 B는 부부로 그 사이에 아이가 생기지 않자 대리모의 방법으로 출산을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A와 B 사이의 수정란을 대리모인 C의 자궁에 착상시켰고, C는 미국에서 D를 출산하였다. 미국의 병원에서 발행한 출생증명서에는 D의 모(母)가 C로 기재되었다. 한편, 유전자검사에 의하면 D는 A와 B 사이에 친자관계가 성립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A는 구청에 D의 출생신고를 하면서 부(父)란에 A, 모(母)란에 B를 기재하였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은 출생신고서에 기재된 모의 성명이 출생증명서의 성명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출생신고에 대한 불수리처분을 하였다. 이에 A는 서울가정법원에 가족관계등록사무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을 제기하였다. 2. 판결 요지 가. 모자관계의 결정기준 모자관계를 결정하는 기준은 ‘모의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에 의한다(대법원 1976. 10. 4. 선고 67다1791 판결 등 참조). 인공수정 등 과학기술의 발전에 비추어 법률상 부모를 유전적인 공통성 또는 수정체의 제공자와 출산모의 의사를 기준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은 다른 기준에 비해 그 판단이 분명하고 쉬운 점, 모자관계는 단순히 법률관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정, 약 40주의 임신기간, 출산의 고통과 수유 등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된 정서적인 부분이 포함되어 있고, 그러한 정서적인 유대관계 역시 ‘모성’으로서 법률상 보호받는 것이 타당한 점, 유전적 공통성 또는 관계인들의 의사를 기준으로 부모를 결정할 경우 이러한 모성이 보호받지 못하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출생자의 복리에도 반할 수 있는 점, 정자나 난자를 제공한 사람은 민법상 ‘입양’, 특히 친양자 입양을 통하여 출생자의 친생부모와 같은 지위를 가질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우리 민법상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나. 대리모가 법률상 허용되는지 여부 남편이 배우자 아닌 여성과의 성관계를 통하여 자녀를 낳게 하는 고전적인 대리모의 경우뿐만 아니라, 부부의 정자와 난자로 만든 수정체를 다른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킨 후 출산케 하는 이른바 ‘자궁(출산)대리모’도 우리 법령의 해석상 허용되지 않고, 대리모를 통한 출산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것으로써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이다. 3. 평석 가. 대리모계약에 대한 각국의 동향 (1) 대리모계약의 허용여부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점차적으로 대리모계약을 허용하는 추세에 있다. 영국은 1990년의 인간수정 및 발생에 관한 법률에 의해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 각주마다 대리모계약의 허용여부가 다르지만, 2002년 개정된 통일친자법 모델법안은 이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의뢰인 부모가 제공하는 보수에 대해서도 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대리모계약 자체를 사회상규에 반하는 행위로서 무효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리모계약을 인정하는 영미법계의 주요 근거로는 사적 자치 또는 생식의 자유에 대한 헌법상 보호로서 프라이버시권의 일종으로 이해된다. 자연적으로 임신, 출산을 할 수 없는 불임부부에게도 대체적 방법을 허용할 권리가 주어져야 하며, 아기를 낳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요구하는 것에 대하여 위탁부모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견해에 서더라도 대리모계약에는 공적인 요소(public elements)가 포함되어 있고, 상업적 대리모를 통한 출산은 인간을 상품화한다는 측면에서 제한되어야 하기 때문에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입장이 많다. 독일의 경우 대리모 계약은 원칙적으로 사회상규에 반하는 행위로서 무효라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대리모를 중개하거나 인공수정을 시설하는 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타인을 위한 출산 또는 임신에 관한 약정은 무효’라고 민법에 규정하고 있다(16조의7). (2) 대리모가 출산한 자녀의 부모를 누구로 할 것인가? 대리모에 의해 출산한 자녀의 법적 모가 누구인지에 대하여, 대리모를 허용하는 법제에서는 출산한 대리모를 법적 모로 보되 위탁부모에게 인도청구권을 인정하는 방법과, 위탁한 부모를 아이의 법적인 부모로 하는 것으로 나뉜다.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대리모계약을 무효로 보기 때문에 대리모가 아이의 법적 모가 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독일은 1998년 친자관계법에서 조항을 신설하여 출산한 여성이 모가 되는 것으로 확정하였고(독일민법 제1591조), 일본 또한 최고재판소 판결을 통해서 대리모가 출산한 자녀의 법적 모는 대리모로 하되 위탁모가 입양하는 것으로 이를 해결하도록 하였다. 나. 판결의 의미 우리나라는 대리모계약을 사회상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로 보는 견해가 다수의 견해인 것으로 보이나, 대리모 계약을 입법을 통해 적절히 통제하도록 하자는 견해 또한 만만치 않다. 이전에도 몇 건의 하급심 판결에서 대리모 계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무효라는 판결이 있었으므로 대상 판결은 이러한 입장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대상판결은 대리모가 낳은 아기의 법적인 친모가 누구인지를 분명히 하였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다. 대리모의 허용여부와 자녀의 부모결정에 대한 의견 (1) 대리모계약의 허부 모든 대리모계약을 일률적으로 민법 103조 위반으로 무효로 하는 것이 타당한 입장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과학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대리모는 계속 증가할 것이 분명한데, 이를 무효로 하는 것이 대리모를 근절시킬 수 있는 방법도 아니고, 오히려 아무런 법적 규율이 없는 상태로 방치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태국에서는 대리모계약 후 다운증후군 아이가 출생하자 위탁부모가 아이의 인수를 거부하여 문제가 된 사례가 있었다. 적절한 입법을 통한 규율 아래 위탁부모와 대리모의 권익, 특히 자녀의 권익을 보호하도록 통제하는 것이 오히려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2) 대리모의 법적 부모를 결정하는 조건 대상판결은 대리모를 아이의 친모로 보면서, ‘출산’이라는 사실행위와, 대리모의 모성보호를 주요 근거로 들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친양자입양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입양을 통해 이를 해결하라는 것인데,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되기는 하나 결국 한 단계의 절차를 더 거치게 할 뿐 위탁부모를 모로 인정하는 결론과 다름이 없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이 든다. 또 친양자입양과정에서 다시 금품수수가 오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에 상업적 대리모의 금지라는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그리고 위탁부모가 아이의 인수를 거부할 경우 대리모가 의뢰자에게 아이를 인도해갈 것을 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지는 문제가 있다. 4. 결어 대리모계약에 대해서는 결국 입법을 통해 허용범위와 절차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불임부부의 권리에 대해서도 일정한 요건아래 제한적인 보장이 필요하다고 보이고, 대리모계약의 무효가 대리모를 보호하지도 않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대리모계약에 의해 태어난 자녀의 복리라는 관점이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리모계약과 모의 지위를 정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요소는 자녀의 복리가 되어야 한다(Johnson v. Calvert 사건 참조). 대상판결이 ‘자녀의 복리’라는 요소에 대하여 구체적인 이유를 설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쉽다. 이현곤 변호사(새올 법률사무소 대표)
대리모
모자관계
대리모계약
이현곤 변호사 (새올 법률사무소 대표)
2018-08-20
가사·상속
민사일반
공동상속인 중 1인의 상속재산처분과 민법 제1014조
- 대법원 2018. 6. 19. 선고 2018다1049 판결 - 1. 사실관계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사안을 다루고 있다. 소외 1(母)은 소외 2와 혼인하여 피고 1을 출산한 다음, 소외 2와 이혼하고 소외 3과 사실혼관계를 유지하며 원고 등을 출산하였다. 소외 1이 2015년 1월 27일 사망하자, 피고 1은 가족관계등록부에 자신만 자녀로 등록되어 있음을 기화로 단독 상속등기를 마치고 2015년 6월 25일 소외 1의 상속재산인 부동산을 피고 2에게 매도하고 피고 2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이후 원고 등이 2016년 2월 12일 친생자관계존재확인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2016년 7월 1일 인용판결이 확정되었다. 원고 등은 피고 1 명의의 상속등기 및 피고 2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 중 원고 등 법정상속분 상당의 말소등기를 구하였다. 2. 소송의 경과 (1) 이에 대하여 원심(창원지방법원 2017. 2. 17. 선고 2017나2155 판결)은 ① 상속개시 후 친자관계존재확인판결에 의하여 상속인으로 판명된 자가 발생한 경우 민법 제860조 단서를 적용하여야 하는바 위 처분이 이에 해당하므로 ② 원고 등은 민법 제1014조의 ‘상속개시 후의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에 해당한다면서, 피고 1을 상대로 매매대금 상당의 가액지급청구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피고 2에게 소유권이 확정적으로 귀속된 부동산의 처분의 효력을 부인하지는 못한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 등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그러나 대법원은 “혼인 외의 출생자와 생모 사이에는 생모의 인지나 출생신고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자의 출생으로 당연히 법률상의 친자관계가 생긴다”면서, “인지를 요하지 아니하는 모자관계에는 인지의 소급효 제한에 관한 민법 제860조 단서가 적용 또는 유추적용되지 아니하며, 상속개시 후의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의 가액지급청구권을 규정한 민법 제1014조를 근거로 자가 모의 다른 공동상속인이 한 상속재산에 대한 분할 또는 처분의 효력을 부인하지 못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에 환송하였다. 3. 검토 (1) 공유자 중 일부만이 한 공유물분할은 무효이고, 일부만이 한 공유물처분도 처분자의 지분을 넘는 범위에서 무효이다. 이는 공동상속으로 인한 공유에서도 타당하고, 원심과 대법원도 전제하는 바이다. 원심과 대법원이 갈린 것은 사안에 민법 제860조 단서와 제1014조가 적용 내지 유추되고, 그 결과 결론이 달라지는지 여부였다. 민법 제860조 단서가 적용 내지 유추되었을 때 결론이 달라짐은 분명하다. 이 규정은 인지의 소급효로 제3자에 대하여 대항할 수 없게 하고 있으므로, 누락된 공동상속인의 존재(로 인한 무효)를 다른 공동상속인의 분할·처분으로 권리를 취득한 자에 대하여 주장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자관계는 출산사실만으로 당연히 성립하고, 모(母)의 자(子) 인지에는 확인적 의미밖에 없다. 민법 제860조 단서는 인지에 소급효가 있음을 전제로 그로 인한 법적 불안을 피하기 위하여 일정 범위의 제3자에 대하여 소급효를 제한하는 규정이고, 때문에 제3자의 선·악의도 묻지 아니한다. 모자관계에서 인지에는 소급적 형성력이 없으므로 이 규정을 모자관계에 유추할 수는 없다. 이 점에서는 대법원이 옳다. 그런데 원심과 대법원은 모두 민법 제860조 단서가 적용 내지 유추되어야 제1014조가 적용될 수 있음을 전제한 것처럼 보인다. 민법 제1014조를 제860조의 소급효 제한과 관련시켜 이해하는 것은 종래 대법원의 접근이기도 하다(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6다83796 판결 등, 이에 대한 비판으로는 윤진수, 친족상속법강의 제2판, 181~182). 그러나 민법 제1014조에는 분할·처분 후 피인지자 외에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도 포함되어 있는데, 위 설명은 적어도 뒤의 경우와는 무관하다. 따라서 사안에서 문제는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에 의하여 모자관계가 ‘확정’된 경우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인지, 만일 그렇다면 아직 그 지위가 ‘확정’되지 아니한 공동상속인을 제외한 협의분할도 유효한 것인지에 있다. (2) 민법 제1014조는 1947년 개정 일본민법 제910조를 따랐다. 그런데 일본민법이 분할·처분 후 피인지자에 한하여 가액지급청구권을 인정하는 것과 달리 민법 제1014조는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상속인이 된 자’에 대하여도 가액지급청구권을 인정한다. 이에 대하여 민법안심의록(1957, 603-604)은 일본민법 제910조와 같은 취지라고 할 뿐이다. 공동상속에서는 일반 공유와 달리, 공동상속인이 분명하지 아니한 예가 많다. 이때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에 따라 공동상속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한 분할·처분이 사후 다른 공동상속인이 있었음이 드러나 무효가 된다면 거래안전에 해가 된다. 부자관계에서 인지는 - 인지 전에는 상속권이 없다가 인지의 소급효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 그 특수한 예에 해당한다. 일본민법 제910조는 이 경우 나머지 공동상속인이 한 분할·처분을 유효로 하고{위 규정은 ‘가액만(のみ)에 의한 지급의 청구권을 가진다’고 하여 이를 명확히 한다}, 그 대신 누락된 공동상속인에게 가액지급청구권을 준다. 문제는 이러한 필요가 인지에 한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일본에서는 1950년대 초부터 공동상속인 여부가 불분명한 다른 경우에 제910조를 유추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다수설이 되었다{新版注釋民法(27), 407-409(川井健)}. 최고재판소는 명문 규정이 없음을 들어 모자관계에 대한 위 규정의 유추를 거부하였으나, 대신 제94조 제2항(대체로 민법 제108조 제2항에 해당한다)의 유추에 의한 구제를 시사하고 있다(日最判 1979. 3. 23, 判時923, 70). 명문 규정이 없는 프랑스에서는 표현상속인론(theorie de l’heritier apparent)이, 독일에서는 선의취득과 등기부의 공신력(MunchKommBGB/Ann, § 2042 Rn. 41)이 활용될 수 있다. 이와 달리 우리 민법에는 특히 부동산에 관하여 일반적인 거래안전보호가 없는 대신 민법 제1014조에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상속인이 된 자’가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母)의 혼인 외의 자가 ‘재판의 확정으로 공동상속인이 된 자’에 해당하는가.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지 아니하였으나 공동상속인의 지위를 가질 수 있는 경우로는 부(父)의 자녀 인지 이외에 친생추정(혼인한 여자가 자녀를 출산하고 그 자녀를 등록부에 남의 자녀로 등록한 경우), 모의 출산, 협의상이혼무효·취소, 협의상파양무효·취소 정도를 생각할 수 있다. 위 상황에서 상속관계를 등록부에 반영시키려면 등록부의 부 또는 모란이 공란이어서 부 또는 모가 인지신고를 할 수 있는 경우 이외에는 대체로 친생자관계존부확인, 이혼무효·취소, 파양무효·취소판결을 받아야 한다. 그중 친생추정, 출산, 이혼무효 및 파양무효에서 판결은 확인적이므로 엄밀히는 ‘재판의 확정으로’ 공동상속인이 되었다고 할 수 없지만, 이혼취소, 파양취소처럼 현실적으로 잘 문제되지 아니하는 소수의 형성판결만을 포섭하기 위하여 이처럼 포괄적인 문언을 채택하였다고 보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입법자의 의사는 위 모든 경우에 분할·처분은 유효로 하고 가액지급청구권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반대로 이때 판결에 형성판결만 포섭하거나 나아가 인지만 포섭한다면 ‘재판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에는 매우 좁은, 현실적인 의미가 거의 없는, 적용영역만 남게 되는데, 이는 입법의도를 한정할 단서나 입법적 과오라고 볼만한 근거가 없는 한 취할 바라 할 수 없다. 부동산의 경우 등록부상 상속관계가 드러나지 아니하는 한 인지 이외에는 재판을 거치지 아니하고 상속등기를 할 방법이 없어 분할 기타 처분을 하거나 그에 관여할 방법도 없으므로, 사실상 형성/확인 사이의 차이가 크지 아니하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종래 통설도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임이 ‘분명해진’ 사람을 제외한 채 한 분할도 유효라고 보았다(윤진수, 앞의 책, 428, 442). 민법 제1014조는 분할과 처분을 같이 취급한다. 모의 혼외자를 제외하고 한 상속재산 처분도 원칙적으로 유효하고 그의 상속권은 가액지급청구로 보호된다고 봄이 옳다. 누락된 공동상속인의 이의 여부나 처분 당사자의 선·악의 등을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무효로 할 수 있는지는 그 다음의 문제이다. (3) 그럼에도 대법원은 이와 반대되는 결론을 채택하였다. 민법 제1014조를 대법원처럼 이해할 때 우리 입법자가 의식적으로 끼워 넣은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 부분에 어떤 의미가 부여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유감스러운 것은 이 문제에 대하여 대법원이 어떠한 검토를 행하였고 어떠한 논리로 그와 같은 결론에 이르렀는지가 판결에 전혀 나타나있지 아니하다는 점이다. 이동진 교수(서울대 로스쿨)
부동산
상속
친생자관계
민법제860조
혼외자인지
이부형제
이동진 교수(서울대 로스쿨)
2018-07-25
가사·상속
유언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의 의미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5다231511 판결 Ⅰ. 사실관계 망 A(이하 ‘망인’이라고 한다)는 1937년 12월 3일생으로 2011년 12월 12일 삼성창원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이후로 병원생활을 계속하던 중 2012년 11월 9일 사망하였다. 망인의 상속인으로 그의 처인 원고 B, 자녀인 원고 C, D, E 및 피고 F가 있다. 망인이 사망하기 전인 2011년 12월 20일 공증인가 S법무법인에서 ‘망인은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을 장남인 F에게 유증한다. 단, F는 상속등기 후 10년 이내에 차남인 C 및 삼남인 D에게 각 3000만원, 딸인 E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한다. 처인 B에게는 B의 사망시까지 매월 말일에 60만 원씩 지급한다’는 내용의 유언공정증서(이하 ‘이 사건 공정증서’라고 한다)가 작성되었다. 위 공정증서에 의하면, 망인은 자필서명이 어려워 공증인 K와 증인들이 그 사유를 부기하고 공증인이 대신 서명, 날인한 것으로 되어 있다. 원고들은, 유언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이 없었으므로 민법 제1068조에 규정된 방식에 위반하였고, 또한 망인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유언이라고 볼 수도 없어 이 사건 유언은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Ⅱ. 판결요지 1심에서는 “이 사건 공정증서의 유언자란에 망인이 직접 서명이나 기명날인을 하지 않고 공증인이 망인을 대신하여 서명과 날인을 하였는데, 당시 망인은 팔에 링거주사를 맞고 있었을 뿐 침대에 양손이 결박된 상태로 있지 않아 의식이 명료하였다면 굳이 공증인에게 서명과 날인을 대신하도록 할 필요가 없었던 점 등 위 공정증서 작성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취지가 망인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공증인이 망인을 대신하여 서명과 날인을 하였으므로 민법 제1068조에서 요구하는 ‘유언자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할 것’이라는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하면서 이 사건 유언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단은 이와 달랐다. 대법원의 판시요지는 다음과 같다. “유언자의 기명날인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기명날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반드시 유언자 자신이 할 필요는 없다. 망인은 이 사건 유언 당시 오른 팔에 주사바늘을 꼽고 있었고 안정을 취해야 하는 관계로 일어나 이 사건 공정증서에 서명을 할 수 없어, 망인의 의사에 따라 공증인이 그 사유를 적고 망인을 대신하여 이름을 쓰고, 망인의 도장을 날인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 사건 공정증서는 민법 제1068조에 규정한 ‘유언자의 기명날인’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Ⅳ. 해설 1. 서명과 기명의 차이점 민법은,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와 증인이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068조). 그런데 공증인법은, 공증인과 참석자는 각자 증서에 서명날인하여야 하고, 참석자로서 서명할 수 없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유를 증서에 적고 공증인과 참여인이 날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8조 제3항 및 제4항). 이 사건의 1심 법원은 서명과 기명의 차이점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명(署名)이란 자기 고유의 필체로 자기의 이름을 제3자가 알아볼 수 있도록 쓰는 것을 말하고, 기명(記名)이란 단순히 이름을 적는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서명은 반드시 본인이 적어야 하지만, 기명은 다른 사람이 대리해서 적거나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기명의 경우에는 본인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날인이 함께 요구된다. 이 사건의 경우 공증인 K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유언자를 대신하여 유언자의 이름을 기재했더라도 유언자의 날인이 있으므로 비록 ‘서명’에는 해당되지 않을지라도 ‘기명날인’의 요건은 충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민법은 서명 또는 기명날인을 요건으로 하고 있고, 공증인법은 서명날인을 요구하면서 유언자가 서명을 못하는 상황을 대비하여 기명날인의 방식을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기명날인이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졌다면 그것은 민법과 공증인법에 따라 당연히 유효하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유언자의 기명날인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기명날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반드시 유언자 자신이 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하면서 이 사건 공정증서는 ‘유언자의 기명날인’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판결한 것이다. 일본에서도 위암이 악화된 유언자가 서명할 수 없는 경우 공증인이 그 사유를 부기하고 대신 서명할 수 있다는 판례가 있다(최고재판소 1962. 6. 8, 집 16-7, 1293면). 학설 역시 기명날인은 반드시 유언자 자신이 할 필요는 없고 유언자가 서명할 수 없을 때에는 공증인이 부기하고 대신할 수도 있다고 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 ‘대신’하는 것은 서명이 아니라 기명날인이다. 서명은 반드시 본인이 해야 하는 것이며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참고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서는 성명의 자서와 날인을 요구한다(제1066조). 성명의 자서란 스스로 이름을 적는다는 의미로서 서명과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2. 유언자가 날인은 하지 않고 서명만 한 경우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작성하면서 만약 유언자가 서명만 하고 날인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공증인 앞에서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유언자가 도장을 가지고 오지 않았고 공증인도 민법에 따르면 유언자의 서명만으로 족하다고 생각해서 이를 간과하는 일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민법에 따라 유효한 유언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공증인법에 따라 무효라고 해야 할까? 이러한 문제는 민법과 공증인법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을 다르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다. 그런데 우리 민법의 모태가 되었던 일본 민법은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경우에도 유언자가 ‘서명날인’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서명날인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공증인이 그 사유를 부기하고 서명에 갈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969조 제5호). 그리고 일본 공증인법은 일본 민법과 같이 공증인과 열석자의 서명날인을 요구하고 열석자 중에 서명할 수 없는 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취지를 증서에 기재하고 공증인이 날인하도록 하고 있다(제39조 제3항 및 제4항). 즉 일본에서는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이 민법이나 공증인법이나 모두 동일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문제가 없다. 우리 민법은 제정 당시부터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서명 또는 기명날인을 요구했다(제1068조). 그런데 그 후에 제정된 공증인법에서는 서명날인을 요구했고 서명할 수 없는 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사유를 증서에 기재하고 공증인과 참여인이 날인하도록 했다(제38조 제3항 및 제4항). 공증인법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에 관한 민법의 규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본의 공증인법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 발생한 입법상의 오류라고 생각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 민법처럼 우리 민법을 공증인법과 일치하도록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러한 개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해석론으로는 공증인법이 민법보다 나중에 제정되었다는 점(신법 우선의 원칙), 민법이 일반법이라면 공증인법은 공증에 한정된 법이라는 점(특별법 우선의 원칙)에서 공증인법상의 보다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만 유효한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3. 비교 판례 유언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 요건과 관련하여 이 사건과 비교해볼만할 판례가 있다. “다른 사람이 사지가 마비된 유언자의 손을 잡고 공정증서 말미용지에 서명과 날인을 하게 한 행위만으로는 유언자의 서명날인이 있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유언자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할 것'이라는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0다21802 판결이 그것이다. 다른 사람이 대신 유언자의 이름을 적고 날인한 것은 유효하다고 보면서도 다른 사람이 유언자의 손을 잡고 서명과 날인을 하게 하는 것은 무효라고 보는 것은 다소 모순된 느낌이 있다. 물론 다른 사람이 유언자를 대신해서 이름을 적는 것은 분명히 기명에 해당하지만, 다른 사람이 유언자의 손을 잡고 서명을 하게 하는 것은 기명이나 서명 어느 것으로 보기에도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서명’과 ‘기명’에 관한 개념의 문제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 그러한 행위가 유언자의 의사에 따른 것이었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된다. 유언자의 의사임이 분명한 경우에는 설사 다른 사람이 기명날인을 하던, 유언자가 서명, 날인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도와주던 유효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위 비교 판례에서 대법원이 유언장을 무효라고 본 것은 유언 당시 유언자의 상태가 온전하지 못하여 그러한 유언이 유언자의 진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라 생각된다.
공정증서
유언
서명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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