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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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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상속
민사일반
수증자가 증여받은 재산을 상속개시 전에 처분하였거나 수용된 경우 유류분 산정의 기준시기
(사실관계 및 대법원 판결) 1. 사실관계 소외 1은 2014. 9. 12. 사망하였는데, 자녀인 원고들과 피고가 망인을 공동상속하였다. 소외 1은 1995. 5. 30.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1995. 5. 25. 증여를 원인으로 하여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09. 11. 3. 이 사건 각 토지를 수용하였고, 피고는 2009. 12. 11.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수용보상금 5,118,316,500원을 수령하였다. 2. 원심판결 원심은 이 사건 각 토지의 증여로 인하여 원고들의 유류분이 침해되었다고 인정하고 피고에게 유류분 반환을 명하였는데, 이를 산정함에 있어서 위 토지의 가액을 상속개시시를 기준으로 하여 7,233,034,000 원으로 인정하였다. 3.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민법 문언의 해석과 유류분 제도의 입법취지 등을 종합할 때 피상속인이 상속개시 전에 재산을 증여하여 그 재산이 유류분반환청구의 대상이 된 경우, 수증자가 증여받은 재산을 상속개시 전에 처분하였거나 수용되었다면 민법 제1113조 제1항에 따라 유류분을 산정함에 있어서 그 증여재산의 가액은 증여재산의 현실 가치인 처분 당시의 가액을 기준으로 상속개시까지 사이의 물가변동률을 반영하는 방법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위와 같이 보아야 할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연구) 1. 서론 대법원 판결에 찬성한다. 필자는 위 대법원 판결과 같은 취지로 논문을 발표한 바 있고(윤진수, 유류분반환청구에서 공동상속인에 대한 증여의 시기와 증여 가액의 산정 시점, 비교사법 29권 4호, 2022), 또 이 사건에 관하여도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으며, 이 의견서가 참고된 것으로 보인다. 2. 종전의 판례 대법원 2005. 6. 23. 선고 2004다51887 판결은, 유류분액을 산정함에 있어 피고들이 증여받은 재산의 시가는 상속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하고, 당해 피고에 대하여 반환하여야 할 재산의 범위를 확정한 다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원물반환이 불가능하여 가액반환을 명하는 경우에는 그 가액은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은 피고가 피상속인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았는데, 원고가 유류분 반환청구를 하였고, 피고는 당시 증여받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경우였다. 그러나 위 판결에서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게 된 시점이 상속개시 전인지 아닌지는 불분명하다. 또 대법원 2021. 6. 10. 선고 2021다213514 판결도 이를 재확인하면서, 원물반환이 불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반환할 가액의 산정 기준이 달라지지 아니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유류분권리자와 반환의무자가 모두 가액반환에 동의한 사건이었다. 한편 대상결정과 같이 부동산이 수용된 경우에 관하여는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례는 없다. 다만 서울고등법원 2018. 10. 17. 선고 2017나2065297 판결은, 상속개시 전에 증여된 부동산이 수용된 경우에 대하여, 상속개시 당시 시가를 반환하여야 할 증여재산으로 인정하였다. 그리고 헌법재판소 2010. 4. 29. 선고 2007헌바144 결정은,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가산되는 증여재산의 평가시기를 증여재산이 피상속인 사망 전에 처분되거나 수용되었는지를 묻지 않고 모두 상속개시시로 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3. 학설 이처럼 상속개시 전에 증여받은 목적물의 원물반환이 이미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 증여재산의 가액 산정 기준시에 관하여는 몇 가지 학설이 주장되고 있다. 제1설은 유류분액을 산정하여 유류분 침해의 유무를 판단하는 제1단계와, 원물반환이 불가능하여 그 가액을 산정하는 제2단계에서 모두 상속개시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2설은 제1단계에서는 상속개시시가 기준이 되지만, 제2단계에서는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게 된 때, 즉 처분시 또는 멸실시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3설은 제2단계의 유류분 산정시에는 수증재산의 대상인 처분대가가 상속개시시에 갖는 가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제2설과 마찬가지이지만, 1단계에서도 상속개시시가 아니라 수증재산의 처분시 시가에 상속개시 시까지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금액을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4. 검토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수증재산의 가액이 변동하는 경우에, 그 변동의 이익 또는 위험을 유류분을 반환하여야 하는 수증자에게 귀속시킬 것인가 아니면 유류분권리자에게 귀속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처분한 후 유류분 반환이 청구된다면, 그 수증재산의 가액을 반환함에 있어서 목적물의 가치 산정은 수증재산을 처분한 때를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상속개시 전에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처분한 경우에는 유류분부족액을 산정하는 제1단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다만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처분한 것이 상속개시 후라면, 유류분부족액을 산정하는 제1단계에서는 상속개시 시의 수증재산의 가액을 산정하고, 반환하여야 할 가액을 산정하는 제2단계에서는 처분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먼저 제2단계를 중심으로 하여 살펴본다.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더 이상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그 후의 수증재산의 가치 변동은 더 이상 수증자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사항이고, 따라서 이로 인하여 수증자가 불이익을 받거나 이익을 받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후 수증재산의 시가가 올랐다면, 그 오른 가격을 수증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 프랑스의 문헌이 설명하는 것처럼, 증여에 의하여 받은 이익과 관계없는 것까지 청구함으로써 수증자를 파산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은 불공정(injuste)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후 목적물의 시가가 떨어졌다고 하여 시가가 떨어진 시점의 가액만을 반환하게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불합리하다. 그러므로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처분함으로써 이를 반환하지 못하게 되었다면 그 처분 시점의 수증재산의 가액만큼을 반환하는 것이 공평하다.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처분이 상속개시 전에 이루어졌을 때에는 처분 당시의 수증재산의 가액에 상속개시 당시까지 사이의 물가변동률을 반영하는 방법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이는 수증자가 금전을 증여받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급하는 것이 된다. 반면 처분이 상속개시 후에 이루어졌다면, 이때에는 처분 당시의 증여 목적물 가액이 기준이 될 것이다. 이 때 수증재산을 대가를 받고 처분하였다면, 통상적으로는 그 대가를 그 처분 시점의 수증재산의 가액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5.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 대법원 판결도 기본적으로 같은 취지이다. 즉 수증자가 재산을 처분한 후 상속개시 사이에 그 재산의 가치가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것은 수증자나 기타 공동상속인들이 관여할 수 없는 우연한 사정인데, 그럼에도 상속개시시까지 처분재산의 가치가 증가하면 그 증가분만큼의 이익을 향유하지 못하였던 수증자가 부담하여야 하고, 감소하면 그 감소분만큼의 위험을 유류분청구자가 부담하여야 한다면 상속인간 형평을 위하여 마련된 유류분제도의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피상속인이 생전에 증여를 한 다음 수증자에 의하여 처분되거나 수용되었다고 하여 그 재산의 시가상승 이익을 유류분 반환대상에 포함시키도록 재산가액을 산정한다면 수증자의 재산 처분을 제재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고 지적하는데, 이는 필자의 표현(위 논문 279면)을 원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 대법원 2005. 6. 23. 선고 2004다51887 판결과의 관계를 명확히 하지 않은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 6. 여론 대상판결에서 문제가 된 증여는 1995. 5. 25. 있었고, 상속 개시는 2014. 9. 12.이었다. 종래 판례(대법원 1995. 6. 30. 선고 93다11715 판결 등)와 통설은, 공동상속인에 대한 증여는 그것이 특별수익에 해당할 때에는 민법 1118조가 특별수익에 관한 1008조를 준용하고 있으므로, 증여는 상속개시전의 1년간에 행한 것에 한하여 그 가액을 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1114조 본문에도 불구하고 증여 시기를 불문하고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산입한다고 보고 있다. 대상 판결도 같은 전제에 서 있다. 그러나 필자는 1118조로부터는 그러한 결론을 이끌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유류분으로 인한 분쟁을 조장하는 것이다.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유류분
증여
유류분산정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3-08-27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혼인생활 중 부정행위와 재산분할비율의 산정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재산분할의 비율을 정함에 있어 청산적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 다만, 배우자가 부정행위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재산분할비율을 달리 정할 수는 없고, 배우자가 제3자와 부정행위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부정행위 상대방에게 금전적 이익을 제공하였거나 부정행위 상대방과 함께 금전을 소비하는 등 부부공동재산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청산적 요소로 고려하여 재산분할비율에 반영시킬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1. 대상판결1, 2의 개요 (1) 대상판결 1 가. 사실관계 A는 혼인 이후 가사와 2명의 자녀 양육을 담당했고, B는 자영업을 하다가 공무원으로 근무한 후 정년퇴직했다. A는 2019.경 B의 휴대전화에서 B와 C가 부적절한 관계로 보이는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과 B가 C에게 500만 원, 100만 원을 각각 송금한 사실을 확인하고, B의 외도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후 A는 B에게 자신이 외도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고, 이혼, 위자료 및 재산분할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나. 1심(서울가정법원 2022. 8. 25. 선고 2021드합34193, 2022드합32866 판결)의 요지 1심은 이혼 청구를 인용하고, 위자료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A와 B의 재산분할비율을 정함에 있어 분할대상 재산의 취득 경위, 형성 및 유지에 대한 A와 B의 기여도, 혼인 생활의 과정 및 기간, A와 B의 나이, 직업, 소득, 경제력 등 여러 사정, 특히 A와 B의 혼인 기간이 약 40년 이상으로 장기간이고, 혼인 기간에 B가 주된 경제활동을 하였으나, A가 혼인 동안 주로 가사와 자녀 2명의 양육을 담당하며 가정경제에 기여한 점, A와 B가 분할대상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파트에서 상당한 기간 동안 함께 거주한 점 등을 참작하여 50:50으로 정하였다. 다.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22르23237, 23244 판결, 대법원 심리불속행기각)의 요지 항소심은 재산분할비율을 정함에 있어 1심에서 설시한 판단 근거 이외에 특히 B가 C와 2년 이상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B가 C에게 수천만 원에 이르는 돈을 증여하고, 상당한 금전을 함께 소비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부공동재산을 유출시킨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두루 참작해 A와 B의 재산분할의 비율을 55:45로 정하였다. (2) 대상판결 2 가. 사실관계 A는 주로 전업주부로서 가사와 4명의 자녀 양육을 담당하였고, B는 원고와 혼인한 후 꾸준히 부동산임대업 등을 영위하였다. A는 B와 C의 부정행위를 CCTV를 통해 확인하였고, B는 A와의 다툼 중 A에게 상해를 가하여 접근금지를 명하는 임시조치결정을 받았다. A는 B를 상대로 이혼, 위자료 및 재산분할을 구하는 동시에 C에 대해서 위자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나. 1심(서울가정법원 2022. 2. 16. 선고 2020드합37898 판결)의 요지 1심은 A의 이혼 청구를 인용하고, 위자료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재산분할비율에 관하여 분할대상 적극재산의 취득 경위, 분할대상 적극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대한 A와 B의 각 기여 정도, 소득재산의 발생 경위, A와 B의 각 나이, 직업, 혼인 생활의 과정과 기간, 부양적 요소, 특히 현재 부부공동재산의 대부분은 B가 혼인 동안 꾸준히 부동산임대업 등 경제활동을 하면서 형성한 재산인 점, 다만 A와 B의 혼인 기간이 30년을 넘고, A도 장기간의 혼인 기간 동안 가사와 자녀 양육을 담당하면서 부부공동재산의 유지 및 증식에 일부 기여를 하였다고 보이는 점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A와 B의 재산분할비율을 20:80으로 정하였다. 다.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23. 2. 9. 선고 2022르21002 판결,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의 요지 항소심은 재산분할비율을 정함에 있어 1심에서 설시한 판단 근거에 추가하여 B는 늦어도 2014년부터 현재까지 C와 부정한 관계를 유지하여 온 점, A가 2014년경 B에게 부정행위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B는 자녀 앞에서 A에게 부적절한 교제를 인정하고 혹 적발시 자신의 전 재산을 A의 뜻대로 해도 이의가 없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한 점, B는 그 이후에도 A 모르게 2회에 걸쳐 C와 해외여행을 하고, 국내 각지를 여행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상당한 금원을 소비한 점, B는 2016.부터 2018.까지 C로 하여금 B가 임차한 사택에서 거주하도록 하였고, C가 오피스텔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그 중도금 및 잔금 등으로 약 2억 원을 대신 지급한 다음, 그 중 일부만 회수하고 나머지 채권을 포기하였으며, 2020.경 C에게 차량을 사실상 증여하는 등 C에게 다양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점 등을 비롯한 여러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B는 장기간에 걸쳐서 A의 의사에 반하여 상당한 규모의 부부공동재산 감소를 초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A에게 귀속되는 유체동산을 별도로 분할대상으로 삼지 않은 점, 이 사건 소제기 이후 A와 B가 각자 부부공동재산의 유지·관리를 위하여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보이는 점, B는 이 사건 소제기 이후 A에게 생활비 등 부양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 파탄 이후 형성된 생활 관계 및 민법이 정하는 부부의 부양의무와 생활비용 부담에 관한 내용, A와 B의 사회적·경제적 상태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A와 B의 재산분할비율을 35:65로 정하였다. 2. 평석 가. 재산분할제도의 연혁 재산분할은 협의상 이혼, 재판상 이혼 또는 혼인 취소에 의하여 혼인 관계가 해소되는 경우에 인정된다. 민법 제830조 제1항은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특유재산으로 한다고 규정하여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있다. 부부별산제는 민법 제정부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민법 제830조 제2항은 부부의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분명하지 아니한 재산은 부부의 공유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민법 제정시에는 부부의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분명하지 아니한 재산은 부(夫)의 소유로 추정한다고 규정하던 것을 1977. 12. 31. 법률 제3051호로 위와 같이 개정한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부부별산제 하에서 부부의 재산은 각자의 특유재산과 공유로 추정되는 재산이 있을 뿐이고, 특유재산은 각자의 것이기 때문에 이혼 시에 각자 가져가면 되는 것이고, 공유로 추정되는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만 고민하면 될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석하게 되면 누구의 명의로 등기나 등록을 하는지에 따라 이혼시 그 재산이 귀속되게 되는 불합리가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법은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면서 재산분할청구권을 도입하였다.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은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 4088 판결에서 재산분할제도는 민법이 혼인 중 부부 어느 일방이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의 특유재산으로 하는 부부별산제를 취하고 있는 것을 보완하여 이혼을 할 때 그 재산의 명의와 상관없이 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기여한 정도 등 실질에 따라 각자의 몫을 귀속시키고자 하는 제도라고 설시하였다. 나. 재산분할제도의 본질 이혼시 재산분할청구권이 왜 인정되는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청산적 요소이다. 즉 재산분할청구권은 혼인 중에 부부 쌍방의 협력에 의하여 형성된 재산을 각자의 기여에 따라 분할함으로써 청산한다는 것이다. 민법 제839조의2 제2항도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재산분할제도가 청산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음은 명백하고 다툼이 없다. 둘째, 부양적 요소이다. 부부간에는 부양의무가 있는데 이러한 부양의무는 이혼에 의하여 혼인이 해소된 경우에도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혼에 의하여 부부관계가 해소되었는데 왜 부양의무만이 존속하는가 하는 점에 관하여는 일반적으로 이를 혼인의 사후효, 즉 이혼 후의 부양은 혼인 중 부양의무의 사후효과로 인정된다는 것으로 설명한다. 외국에서는 이혼 후 배우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인정하는 입법례가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관한 법규정은 없지만 재산분할제도에서 이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판례는 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 4088 전원합의체판결에서 “재산분할 청구 사건에 있어서는 혼인 중에 이룩한 재산관계의 청산뿐 아니라 이혼 이후 당사자들의 생활보장에 대한 배려 등 부양적 요소 등도 함께 고려할 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였다. 셋째, 위자료적 요소이다. 우리 민법은 혼인관계의 파탄으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별도의 위자료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위자료와 재산분할은 그 근거 및 성질을 달리하는 별개의 것이고, 재산분할에 있어서 위자료적 요소는 고려될 수 없다는 것이 다수의 입장이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하여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을 할 때에는 혼인 중 형성한 재산의 청산적 요소와 이혼 후의 부양적 요소 외에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배상하기 위한 급부로서의 성질까지 포함하여 분할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0. 10. 10. 선고 2000다27084 판결 등 참조). 다. 재산분할의 비율 산정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은 가정법원이 재산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라고 하고 있을 뿐이어서 전적으로 법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판례는 재산분할비율은 개별재산에 대한 기여도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 기여도 기타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전체로서의 형성된 재산에 대하여 상대방 배우자로부터 분할받을 수 있는 비율을 일컫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법원이 합리적인 근거 없이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을 구별하여 분담비율을 달리 정한다거나, 분할 대상 재산들을 개별적으로 구분하여 분할비율을 달리 정함으로써 분할할 적극재산의 가액을 임의로 조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므718 판결 등 참조). 하급심 실무에서는 보통 재산분할비율을 정함에 있어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에 대한 기여도, 경제적 약자에 해당하는 배우자에 대한 배려, 미성년 자녀를 누가 양육하는지, 양육비가 제대로 지급될 수 있을지 여부, 분할대상 재산에 포함할 수 없는 유·무형의 재산 등이 있는지 등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 라. 대상판결 1, 2에 대한 평가 기존의 하급심 실무에서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재산분할의 비율을 산정함에 있어 판단근거로 고려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위자료 청구에서 위자료 인정 여부 및 위자료 액수를 정함에 있어서 고려대상이었다. 하지만 대상판결 1, 2의 경우처럼 혼인기간 중 외도를 했고, 부정행위 상대방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거나 부정행위 상대방과 함께 금전을 소비한 경우 그러한 사정을 재산분할을 함에 있어 참작하는 게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인하여 부부공동재산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재산분할비율의 산정은 부정행위로 인한 일방 배우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와는 그 성질을 달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재산분할비율의 고려가 청산적 요소인지, 부양적 요소인지, 위자료적 요소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청산적 요소를 살펴본다. 기존에도 배우자의 일방적인 투자로 가정경제에 큰 손실을 입히는 등 부부 공동재산의 형성에 대한 기여도가 낮거나 부부공동재산을 감소시키는 경우에는 이러한 요소를 재산분할비율을 산정함에 있어 고려함이 일반적이었다. 배우자가 다른 배우자의 동의 없이 부정행위를 하였고, 거기서 더 나아가 부정행위 상대방인 제3자에게 경제적 이익이 제공되거나 배우자 일방과 부정행위 상대방이 부부공동재산을 함께 소비하는 등으로 부부 공동재산에 손실을 입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요소를 재산분할비율을 정함에 있어 고려함이 타당할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부부공동재산에 대한 기여나 감소 문제로 보아 청산적 요소에서 고려될 수 있다. 다음으로 부양적 요소를 살피기로 한다.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의 반대의견은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재산분할의 비율·액수를 정할 때에도 혼인 중에 이룩한 재산관계의 청산 뿐만 아니라 부양적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여 상대방 배우자가 이혼 후에도 혼인 중에 못지 않은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혼청구 배우자의 귀책사유와 상대방 배우자를 위한 보호 및 배려 사이에 균형과 조화를 도모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을 허용하는 경우에 관한 판례로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재산분할비율을 산정함에 있어 고려할 수 있는지의 문제와는 다르다고 할 것이다. 지금의 논의는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대법원 판결 다수의견에 따르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양적 요소는 단순히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재산분할비율을 산정함에 있어 고려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자료적 요소를 살피기로 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을 할 때에는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배상하기 위한 급부로서의 성질까지 포함하여 분할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으므로, 판례에 따를 때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부정행위 상대방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였는지 또는 부정행위 상대방과 함께 금전을 소비하였는지 등과 무관하게 재산분할비율을 산정함에 있어 위자료적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 하지만 민법은 혼인관계의 파탄으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별도의 위자료 청구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위자료 청구와 재산분할청구는 그 근거 및 성질을 달리하는 별개의 것으로 보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지 않으면 혼인관계 파탄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위자료와 재산분할에서 이중으로 인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재산분할의 비율을 정함에 있어 청산적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다만 배우자가 부정행위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재산분할비율을 달리 정할 수는 없고, 배우자가 제3자와 부정행위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부정행위 상대방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였거나 부정행위 상대방과 함께 금전을 소비하는 등 부부공동재산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청산적 요소로 고려하여 재산분할비율에 반영시킬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윤지상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존재)
이혼
위자료
재산분할
윤지상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존재)
2023-08-23
가사·상속
민사소송·집행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원이 상속을 포기한 경우 상속재산의 귀속
1. 사실관계와 대법원의 결정 가. 사실관계 및 원심 결정 A는 B 등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2011년 2월 16일 승소판결을 받았고, 위 판결은 2011년 3월 31일 확정되었다. B는 아내인 C와 사이에 4명의 자녀들을 두었고 2015년 4월 16일 사망하였는데, 신청인들은 B의 손자녀들로서 B 사망 당시 만 18세 또는 만 10세였다. B가 사망하자 C는 상속한정승인 신고를 하여 2015년 8월 7일 수리심판을 받았고, 4명의 자녀들은 모두 상속포기 신고를 하여 2015년 8월 3일 수리심판을 받았다. A는 B의 아내인 C와 손자녀들인 신청인들이 망인을 공동상속하였다는 이유로 이들을 상대로 B에 대한 위 확정판결에 관하여 승계집행문 부여신청을 하여 2020년 2월 6일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았다. 신청인들은 B의 상속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사건 승계집행문 부여에 대한 이의를 신청하였다. 원심인 부산지방법원은 신청인들이 B의 손자녀로서, C와 공동상속인이라는 이유로 이의를 기각하였다. 신청인들은 위 결정에 대하여대법원에 특별항고를 제기하였다. 나. 대법원의 결정이유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달리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배우자와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상속인이 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48852 판결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하기로 한다.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하여는 이동원, 노태악 대법관의 반대의견이 있었고, 다수의견에 대한 민유숙 대법관의 보충의견이 있었다. 반대의견은 기본적으로 혈족상속과 배우자상속을 구분하고, 배우자는 1003조 1항이 정한 바에 따라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또는 직계존속이 있다면 그들과 공동상속을 하여야 하며, 피상속인의 직계비속과 직계존속이 모두 없는 경우에만 단독상속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민법상 혈족상속과 배우자상속이 그와 같이 구별되어야 할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상속 포기가 있는 경우 1000조와 1003조만에 의하여 상속인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2. 연구 가. 종전의 선례 위 결정이 변경한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48852 판결은, 상속을 포기한 자는 상속개시된 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지위에 놓이게 되므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배우자와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으로 상속인이 되고, 피상속인의 손자녀와 직계존속이 존재하지 아니하면 배우자가 단독으로 상속인이 된다고 하였다. 위 판결에 대하여는 그 결론을 지지하는 견해도 있기는 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경우에는 배우자만이 단독상속하고, 손자녀는 상속인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많았다(최근의 문헌으로서 현소혜, 혈족상속인에 의한 상속포기의 효과, 비교사법 29권 1호, 2022 참조). 나. 다수의견의 근거 다수의견이 위와 같이 판례를 변경하는 근거로서 들고 있는 것 중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민법(이하 ‘민법’이라는 표기를 생략한다) 1042조는 상속의 포기는 상속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1043조는 상속인이 수인인 경우에 어느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때에는 그 상속분은 다른 상속인의 상속분의 비율로 그 상속인에게 귀속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동상속인 중 상속을 포기한 상속인은 상속이 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이 되고, 그의 상속분은 나머지 공동상속인에게 귀속된다. 1043조에 따라 상속포기자의 상속분이 귀속되는 ‘다른 상속인’에도 배우자가 포함된다. 둘째, 종래 판례는 배우자 상속과 혈족 상속이 서로 다른 계통의 상속이라고 전제한 결과 1043조의 적용대상인 ‘다른 상속인’에서 임의로 ‘배우자’를 제외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해석의 전제는 배우자 상속을 혈족 상속과 구분하지 않고 배우자를 공동상속인 중 한 사람으로 규정하며 배우자 상속분을 다른 공동상속인의 수에 따라 연동하도록 한 우리 민법의 해석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 셋째, 상속을 포기한 피상속인의 자녀들은 피상속인의 채무가 자신은 물론 자신의 자녀에게도 승계되는 효과를 원천적으로 막을 목적으로 상속을 포기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넷째, 종래 판례에 따를 경우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에게 별도로 상속포기 재판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상속채권자와 상속인들 모두에게 불필요한 분쟁을 증가시키며 무용한 절차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결과가 되었다. 다. 검토 다수의견에 찬성한다(윤진수, 민법기본판례, 제2판, 홍문사, 2020, 724면 이하 참조). 반대의견은 기본적으로 혈족상속과 배우자상속을 구분하고, 배우자는 1003조 1항이 정한 바에 따라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또는 직계존속이 있다면 그들과 공동상속을 하여야 하며, 피상속인의 직계비속과 직계존속이 모두 없는 경우에만 단독상속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민법상 혈족상속과 배우자상속이 그와 같이 구별되어야 할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상속 포기가 있는 경우 1000조와 1003조만에 의하여 상속인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손자녀 있는 자녀가 공동상속을 하였으나 배우자와 자녀 중 일부만이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 1000조와 1003조에 의하여 상속인이 결정된다면 상속을 포기한 자녀의 자녀인 손자녀가 상속인이 될 것처럼 보이지만, 이 경우에는 1043조에 의하여 상속을 포기하지 않은 다른 자녀들만이 상속인이 된다. 그런데 반대의견은 공동상속인인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원이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배우자와 손자녀가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하면서 그 근거로서, 1043조에 따라 상속포기자의 상속분이 귀속되는 상속인은 1000조, 1003조 등에 따라 정해지는 상속인을 의미하고, 상속포기자의 상속분은 위와 같이 종국적으로 정해진 상속인의 상속분이 법정상속분의 비율로 산정되도록 해당 상속인에게 귀속되어야 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1043조에서 말하는 상속포기자의 상속분이 귀속되는 “다른 상속인”이란 공동상속인 중 포기하지 않은 나머지 상속인을 의미하는 것임이 명백하다. 이제까지 이러한 주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원래 혈족상속인과 배우자상속인을 구분하는 것은 일본에서의 논의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우리 민법 1042조, 1043조는 1962년 개정되기 전의 일본민법 939조 1항, 2항과 동일한 내용이다. 그러나 일본은 1962년 민법 939조를 개정하면서 1항(우리 민법 1042조에 해당함)을 “상속의 포기를 한 자는 그 상속에 관하여는 처음부터 상속인으로 되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본다”라고 하고, 2항(우리 민법 1043조에 해당함)은 삭제하였다. 그리고 일본 최고재판소 1967(昭42). 5. 30. 판결(民集 21卷 4号 988)은 개정 전의 법이 적용되는 대상결정과 같은 사안에서, 다음과 같이 배우자만이 단독상속한다고 명확하게 판시하였다. “개정 전의 939조 2항은 포기자의 상속분은 다른 상속인의 상속분에 따라 그에 귀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본건에 있어서는 子가 전원 포기하고 다른 상속인으로서는 妻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포기자인 子의 상속분은 전부 妻에게 귀속하고 妻가 단독상속을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정당하다. 생각건대 위 조항은 동순위의 상속인이 있는 한 차순위 상속인(본건에 있어서는 피상속인의 孫)이 나아가 상속인으로 되는 것을 예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신민법에 있어서의 상속제도는 혈족상속권과 배우상속권을 별종 병립하는 것으로 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위 조항의 명문에 반하는 논지의 견해는 채용할 수 없다.” 나아가 반대의견과 같이 해석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반대의견에 따른다면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자녀의 상속 포기로 인하여 상속채무를 승계하게 된 손자녀가 다시 상속을 포기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고, 이를 몰라서 1019조 1항의 기간 내에 포기를 하지 못하였다면 어떻게 되는가 하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런데 다수의견에 따른다면 이러한 문제는 처음부터 생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굳이 반대의견과 같이 해석할 이유가 없다. 라. 여론 다수의견은 “상속의 포기는 포기자의 재산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나아가 상속인의 지위 자체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로서 피상속인 또는 후순위 상속인을 포함하여 다른 상속인 등과의 인격적 관계를 전체적으로 판단하여 행하여지는 ‘인적 결단’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하는 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다29307 판결을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설시는 결론에 영향이 없는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위 2011다29307 판결은 상속의 포기는 채권자취소권의 행사에 의한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그러나 상속인의 채권자가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결론은 부당하다. 뿐만 아니라 여기서 말하는 ‘인적 결단’이라는 말의 의미는 상당히 모호하다. 위 2011다29307 판결은 변경되어야 한다(윤진수, 상속포기의 사해행위 취소와 부인, 가족법연구 제30권 3호, 2016 참조).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상속한정승인
채무승계
상속포기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3-04-29
가사·상속
민사일반
성전환에 따른 성별정정허가가 과연 판례법적 사항인가?
Ⅰ. 사실관계과 경과 甲은 남성으로 출생하였으나 어린 시절부터 여성으로의 귀속감을 가지고 사춘기가 되어 얼굴 형태와 체격, 목소리가 남성적으로 변해가는 것에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 甲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긴 채 생활하다 혼인하였으나 성정체성 문제로 혼인한 지 약 5년 10개월 만에 이혼하였고, 외국에서 성전환수술을 받고 여성의 옷차림, 머리 모양을 하고 사회적으로 여성으로서 생활하고 있다. 甲은 미성년 자녀 2명을 두고 있는 상태에서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 허가 신청(이하 '이 사건 허가 신청'이라 한다)을 하였다. 하급심은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를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의 독자적인 소극요건으로 본 대법원 2011. 9. 2.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을 인용하여 甲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을 이유로 이 사건 성별정정허가 신청을 불허하였다. Ⅱ. 대상판결(다수의견)의 요지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도 부모로서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하며(민법 제913조), 친권을 행사할 때에도 자녀의 복리를 우선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민법 제912조),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성전환자의 기본권의 보호와 미성년 자녀의 보호 및 복리와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법익의 균형을 위한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판단하지 아니한 채 단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자녀가 있다는 사정만을 이유로 성별정정을 불허하여서는 아니 된다.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할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성전환자 본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함과 동시에 미성년 자녀가 갖는 보호와 배려를 받을 권리 등 자녀의 복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이때에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에 필요한 일반적인 허가 기준을 충족하였는지 외에도 미성년 자녀의 연령 및 신체적·정신적 상태, 부 또는 모의 성별정정에 대한 미성년 자녀의 동의나 이해의 정도, 미성년 자녀에 대한 보호와 양육의 형태 등 성전환자가 부 또는 모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 성전환자가 미성년 자녀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과 형성·유지하고 있는 관계 및 유대감, 기타 가정환경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가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 성별정정을 허가할 것인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Ⅲ. 대법원 2011.9. 2.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다수의견)의 요지 성전환수술에 의하여 출생 시의 성과 다른 반대의 성으로 성전환이 이미 이루어졌고, 정신과 등 의학적 측면에서도 이미 전환된 성으로 인식되고 있다면 전환된 성으로 개인적 행동과 사회적 활동을 하는 데에까지 법이 관여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성전환자가 혼인 중에 있거나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 성별을 정정하여 배우자나 미성년자인 자녀의 법적 지위와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곤란을 초래하는 것까지 허용할 수는 없으므로, 현재 혼인 중에 있거나 미성년자인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은 허용되지 않는다. Ⅳ. 문제의 제기-판례 변경의 허용성 문제 대상판결에서 1인의 대법관(이동원)만이 대법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에 입각하여 반대하고 나머지 대법관들은 다수의견 및 다수의견 보충의견을 제시하였다. 결과적으로 대법원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에서의 반대의견 특히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다는 사정을 성별정정의 독자적인 소극적 요건으로 설정할 것은 아니고 고려할 요소로 접근해야 한다는 양창수, 이인복 대법관의 반대의견이 10여 년이 지나서 다수의견이 된 것이다. 판례는 과거사를 다루지만 과거분석과 과거평가로부터 현재는 물론, 미래를 결정한다. 여기서 개별 구체적 타당성을 목표로 하는 이상, 판례가 시대상황에 맞춰 부단히 기왕의 입장을 바꾸는 것은 자연스럽고 나아가 요구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유의할 점이 있다. 과연 그런 변경이 전체 법질서에서 허용될 수 있는 것인지의 물음인데, 이는 해당 사법적 활동이 민주주의, 법치주의 및 권력분립주의에 저촉되지 않는지를 검토하면서 얻어질 수 있다. 성별정정의 문제는 단지 등록기록의 정정에 그치지 않고 향후 가족 및 혼인의 개념과 의의와 관련해서 법적, 법외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판례에 의한 성별정정허가제는 허용된 법관의 법형성을 넘어선 것이다. 의회가 입법보다 앞서는 사회의 변화에 둔감하여 자신의 임무를 심각하게 방기하고 있는 점은 분명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법치주의 및 권력분립주의를 벗어나서 사법적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Ⅴ. 판례에 의한 성별정정허가의 법적 정당성 문제 가족관계등록법 제104조(구 호적법 제120조) 제1항이 등록기록의 정정의 사유를 '등록부의 기록이 법률상 허가될 수 없는 것 또는 그 기재에 착오나 누락이 있다고 인정한 때'를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2006. 6. 22. 선고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 이래로 판례는 성전환에 따른 성별정정허가의 근거를 가족관계등록법 제104조에 두고 있다. 그리고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대법원 호적예규 제716호 2006. 9. 6.)'이 제정되었다. 문헌상으로도 시인되고 입법자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지속적 판례'가 성립하면, 판례의 사실적 구속성은 규범적 구속성으로 응축될 수 있으며, 이 경우 판례법적 원칙은 추정적으로뿐만 아니라 법 그 자체로부터 구속성을 갖게 될 것이다. 따라서 성전환에 따른 성별정정허가제는 일종의 판례법에 해당한다. 국가의 공권력행사는 민주적 정당성을 필요로 하는데 그 기제가 법률이다. 즉 국가의 공권력행사는 민주적 법치국가원리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성전환에 따른 성별정정허가를 이렇게 판례법적으로 접근하는 것 즉, 판례에 의한 성별정정허가의 허용성은 법률유보의 원칙의 차원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 법관은 '법의 입(bouche de la loi)'으로서만 기능하며, 법의 해석·구체화·적용은 현행 법질서를 넘어 새로운 법질서를 제시하는 양상인 법정립(입법)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역시 법의 후속적 형성(Rechtsfortbildung)이란 법원의 임무와 권능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그들 기본법 제20조 제3항의 법관의 법·법률의 구속에 의해 도출된 한계 역시 강조하였다(Vgl. BVerfGE 34, 269(286ff.)). 성(性)의 변경은 특정인의 개인사에 그치지 않고, 공동사회의 지배적 법 에토스(Ethos)는 물론, 기왕의 법질서에 대해서도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판례법이 법률유보를 대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성별정정의 문제는 단지 등록기록의 정정에 그치지 않고 향후 가족 및 혼인의 개념과 의의와 관련해서 법적, 법외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여기서 단순히 신청인의 행복추구권만을 극대화시켜서 접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판례에 의한 성별정정허가는 허용된 법관의 법형성을 넘어선 것이다. Ⅵ. 미성년 자녀의 존재와 관련해서 성별정정허가의 재량적 접근의 문제 대상판결은 미성년 자녀의 존재와 관련한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성별정정허가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는데, 이런 논증은 미성년 자녀가 존재함에 따른 개별구체적인 사정을 최대한 반영하여 개별적 정의의 차원에서 성별정정허가의 정당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런 논증은 기본적으로 구체적 상황을 고려하여 개별사건에 알맞고 합사실적인(실체에 맞는) 최적의 해결책을 발견하고자 하는 재량 메커니즘에서 행해진다. 결국 대상판결은 법관의 성별정정허가를재량인양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재량적 접근은 정형성과 형식성을 그 특징으로 하는 신분관계의 설정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성별정정허가의 기준이 입법을 통해 명문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전환자의 기본권의 보호와 미성년 자녀의 보호 및 복리와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법익의 균형을 위한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은 법관의 판단 자체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고조시킬 뿐이다. 미성년 자녀가 존재한 상황에서 행해진 성별정정불허가 자체가 오히려 사법불신을 증폭시킬 수 있다. Ⅶ. 맺으면서 - 대법원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의 바람직하지 않은 나비효과 혼돈에서의 나비효과는 초기조건의 아주 작은 차이가 최종 현상에서 아주 커다란 차이를 낳는다고 주장한 프랑스 수학자 푸앵카레의 '초기조건의 민감성(sensitivity on initial conditions)'에서 비롯되었다. 성전환자의 성별정정과 관련하여 지금의 입법부재의 상황을 초래한 초기조건이 바로 대법원 2004스42전원합의체결정이다. 성전환자의 성별정정과 관련하여 일찍이 1972년에 스웨덴에서 입법이 마련된 이래 대부분 국가는 관련 입법을 두고 있다. 일본에서는 성전환에 따른 호적변경이 2001년에 법원에 의해 허용되지 않은 후 2003년에 관련 법률(性同一性障害者の性別の取扱いの特例に関する法律)이 제정되었다. 특히 독일에서는 1980년 성전환법(TSG)을 대체하는, 신고에 의해 성별전환이 가능하게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성자기결정법(Selbstbestimmungsgesetz)의 입법이 진행되고 있다. 필자가 일찍이 입법의 필요성을 역설하였지만('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의 問題點에 관한 小考, 법률신문 제3493호, 2006. 9. 25.), 아쉽게도 그 이후 해당 지침이 참조조문에서 사라지는 데 그쳤다. 의회가 입법보다 앞서는 사회의 변화에 둔감하여 자신의 임무를 심각하게 방기하고 있는 점은 분명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법치주의 및 권력분립주의를 벗어나서 사법적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성별정정
자녀
성전환자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2022-12-08
가사·상속
성년후견개시심판에서 처분권주의
1. 사실관계 및 대법원의 판단 사건본인의 장남인 청구인은 사건본인이 1997년경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사건본인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었고, 참가인은 2002년경부터 사건본인을 간병하며 동거해오다가 2018년 혼인신고를 하였다. 사건본인은 2018년 11월경 혈관성 치매 등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하였고, 참가인은 사건본인과의 혼인신고와 2019년경 사건본인 소유의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시도하는 등의 문제로 사건본인의 자녀들과 갈등이 있었다. 청구인은 사건본인에 대한 성년후견의 개시와 자녀들을 성년후견인으로 선임할 것을 청구하였으나 제1심 법원은 한정후견을 개시하고 법무사를 한정후견인으로 선임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사건본인의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어 한정후견이 아닌 성년후견이 개시되어야 한다며 항고하였고, 사건본인은 후견개시가 불필요하고 후견이 개시되더라도 참가인이 후견인으로 선임되어야 한다며 항고하였다. 원심은 사건본인에 대한 정신감정 없이, 조사 결과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사건본인의 사무처리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청구인과 사건본인의 각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민법이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을 구별하여 개시 요건과 청구권자 등을 개별적으로 정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의 요건 중 '사무처리 능력의 지속적 결여'와 '사무처리 능력의 부족'은 정도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한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에 관한 심판 절차는 가사비송사건이므로 가정법원이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않고 후견적 입장에서 합목적적으로 결정할 수 있고,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 개시의 청구가 있는 경우 가정법원은 청구취지와 원인, 본인의 의사, 성년후견제도의 목적 등을 고려하여 필요한 절차를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청구인이 성년후견의 개시를 청구하고 있더라도 필요하다면 한정후견을 개시할 수 있고, 한정후견의 개시를 청구한 사건에서도 감정 결과 등에 비추어 성년후견 개시의 요건을 충족하고 본인도 성년후견의 개시를 희망한다면 법원이 성년후견을 개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2. 가사비송사건과 처분권주의 소송물에 대한 당사자의 결정권을 보장하는 처분권주의는 절차의 개시, 심판의 대상과 범위, 절차의 종결을 당사자의 의사에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변론주의는 변론에서 재판의 기초가 되는 내용을 당사자가 제출하도록 하는 소송자료 수집에 관한 것으로, 소송물 결정에 관한 처분권주의와 개념을 구별해야 한다. 변론주의와 대비되는 원칙인 직권탐지주의와 처분권주의는 양립 가능한 것이므로, 직권탐지주의가 적용된다고 해서 처분권주의가 바로 제한된다고 볼 수는 없다. 성년후견개시심판에서 법원이 청구권자의 청구와 무관하게 한정후견을 개시할 수 있다는 결정은 당사자가 청구한 대상과 다른 대상에 관하여 판단하는 것으로 법원의 판단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고, 가사비송사건에도 적용되는 처분권주의의 제한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 성년후견개시심판을 비롯한 성년후견제도 관련 사건은 라류 가사비송 사건이지만 법원의 후견개시 심판의 경우 실무상 청구권자 사이의 대립과 청구권자와 사건본인과의 대립양상이 많이 있어 청구인과 관계인 사이의 다툼이 존재하기 때문에 처분권주의를 보장하여 당사자와 이해관계인이 불측의 판결을 받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3. 성년후견개시심판에서 한정후견 개시 성년후견개시심판과 한정후견개시심판은 실체법상 별개의 청구에 해당하여 소송물이 다른 것으로 보아야 한다. 소송물의 동일성에 관한 판단기준에는 구실체법설(구소송물이론), 소송법설(신소송물이론), 신실체법설 등 여러 견해가 있으나, 판례는 실체법상의 적용법조가 달라지면 그 권리관계를 소송물로 보아 청구를 달리 보고 있다. 성년후견개시심판(민법 제9조)과 한정후견개시심판(민법 제12조)은 실체법상 별개의 청구에 해당하고, 성년후견개시심판은 가사소송법 제2조 제2호 가목 1)에, 한정후견개시심판은 동법 제2조 제2호 가목 1)의3에 규정된 라류 가사비송사건으로 실체법이나 소송법상으로 각각 소송물이 다른 별개의 청구에 해당하는 것으로 성년후견의 개시를 청구한 사건에서 법원은 직권으로 한정후견을 개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개정 전 민법의 행위무능력 제도에서는 재산관리와 거래 안전에만 목적을 두고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들을 일률적으로 행위능력을 박탈하거나 제한하였지만, 성년후견제도는 이러한 획일적인 행위무능력 제도를 개선하기 위하여 여러 후견유형을 인정하여 탄력적 운영이 가능하게 입법하였다. 잔존능력의 활용, 본인 의사의 존중, 정상화의 원칙, 필요성과 보충성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여 성년후견제도를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으로 나누어서 피성년후견인에게 적절한 후견을 개시하도록 한 것이다. 대상판결과 같이 청구인이 성년후견 개시를 청구하였으나 법원이 직권탐지주의에 의한 사실조사 등의 심리 결과 성년후견개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거나 법원이 후견적 입장에서 한정후견을 개시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심리에서 석명 등을 통하여 청구인이 청구취지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사건본인의 복리를 위해서 한정후견의 개시가 필요함에도 청구인이 청구취지 변경에 응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에도 법원은 직권으로 한정후견개시 결정을 하기보다는 청구를 기각해야 할 것이다. 4. 한정후견개시심판에서 성년후견 개시 대상판결에서는 한정후견의 개시를 청구한 사건에서도 성년후견 개시의 요건을 충족하고 본인도 성년후견의 개시를 희망한다면 법원이 성년후견을 개시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한정후견의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과 성년후견의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은 대상판결의 판시와 같이 정도의 차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각각 다른 사무처리 능력을 가진 본인을 상정한 것이다. 후견이 개시될 경우 피성년후견인은 행위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반면 피한정후견인은 원칙적으로 행위능력이 인정되고, 성년후견인은 포괄적인 법정대리권을 가지게 되지만 한정후견인은 동의권을 행사하며 지정된 범위에서 대리권을 행사한다. 이처럼 한정후견제도는 단순히 성년후견제도와 사무처리 능력 정도의 양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을 가진 별개의 제도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성년후견개시심판 청구에서 한정후견개시의 심판을 하는 경우보다 한정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 성년후견을 개시하는 심판은 특히 경계하여야 한다.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된 취지가 본인의 잔존 의사능력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였을 때, 사건본인의 의사결정능력을 대체하는 성년후견의 개시는 당사자의 청구가 있는 경우에도 직권 탐지를 통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청구권자가 한정후견개시의 심판을 청구하였는데 성년후견을 개시하는 심판을 하는 것은 당사자가 청구한 대상과 다른 대상에 대하여 판단하는 것으로 판단 범위를 넘어서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건본인이 필요 이상으로 행위능력의 제한을 받지 않고 잔존능력을 활용하도록 하는 성년후견제도의 이념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특히 사건본인이 청구인일 경우에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5. 맺음말 성년후견제도의 목적은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평등하게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성년후견제도는 성년후견인이 본인의 의사결정을 대체하여 결정하는 것이 아닌, 본인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본인의 의사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이 모든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완전하고 동등하게 향유할 수 있도록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법적 능력을 인정하고, 장애인이 법적 능력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의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한국의 성년후견제도가 피성년후견인의 신상과 재산에 관하여 성년후견인이 결정하도록 허용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그러한 성년후견제도는 협약 제12조의 규정에 반하는 것이므로 우리의 성년후견제도와 같은 의사결정대행 제도에서 의사결정지원 제도로 전환할 것을 권고하기도 하였다. 성년후견개시심판은 사건본인의 행위능력을 대체하여 성년후견인이 재산 관계 뿐만 아니라 신상에 관한 결정까지 하게 되는 것으로 피성년후견인의 기본적 인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재판이고, 청구인에게도 신분 관계 및 상속 등 재산 관계에 대하여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므로 그 절차의 개시와 법원의 판단 범위는 소를 제기한 당사자의 처분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법원의 직권조사에도 당사자의 의견진술권을 보장하는 가사소송법 개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직권조사에 관하여도 당사자에 대한 절차보장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상판결의 내용이 앞으로 법원이 당사자가 신청한 후견제도의 종류 및 실체법상 청구권자와 무관하게 직권으로 성년후견을 개시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오진숙 변호사(서울대 공익법률센터)
성년후견
한정후견
자기결정권
오진숙 변호사(서울대 공익법률센터)
2022-01-10
가사·상속
민사일반
[2020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7. 가족법
1. 가족관계등록부 성명란의 성(姓)의 등기기록 정정 기준[대법원 2020. 1. 9.자 2018스40 결정] 가. 대상결정의 요지 가족관계등록제도는 국민의 출생·혼인·사망 등 가족관계의 발생 및 변동사항을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이라 한다)이 정한 절차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하여 공시·공증하는 제도이다(제1조, 제9조). 따라서 가족관계등록부는 그 기재가 적법하게 되었고 기재사항이 진실에 부합한다는 추정을 받는다. 그러나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에 반하는 증거가 있거나 그 기재가 진실이 아니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그 추정은 번복될 수 있다. 따라서 어떠한 신분에 관한 내용이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었더라도 기재된 사항이 진실에 부합하지 않음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 기재내용을 수정함으로써 가족관계등록부가 진정한 신분관계를 공시하도록 하여야 한다. 나. 검토 신청인은 어린 시절부터 '금**'라는 이름으로 생활해 왔고 신청인의 가족관계등록부 외에 신분증명을 위하여 사용되는 다른 주민등록표, 여권 등에는 '금'이라는 한글 성이 기재되어 있으나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신청인의 성명이 '김**(金**)'로 표기되어 있어 성명에 관하여 공적 장부들의 기재가 불일치하고 이로 인하여 상속등기 등 권리실현에 장애가 발생하자 가족관계등록부상 성의 표기를 '금'으로 정정해 달라는 신청을 하였다. 원심은 이와 같은 사유가 등록부의 기록이 법률상 허가될 수 없거나 그 기재에 착오나 누락이 있는 경우이거나 제105조 제1항의 창설적 신고가 무효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신청인의 정정신청을 기각하였으나 대상결정은 성명을 한글과 한자를 병기하여 이기하도록 한 구 호적법 시행규칙의 개정 경과, 가족관계등록부 성명란의 작성경위, 신청인이 출생 시 또는 유년시절부터 한자 성 '金'을 한글 성 '금'으로 사용하여 오랜 기간 자신의 공·사적 생활영역을 형성하여 온 사정, 신청인이 등록부정정을 신청하게 된 이유, 가족관계등록제도의 목적과 기능 등을 고려하여 신청인의 가족관계등록부상 한글 성을 '금'으로 정정하도록 허용하였다. 대상결정은 가족관계등록부 기재의 추정력과 함께 이를 번복할 수 있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2. 재판상 이혼 시 자녀의 양육에 관하여 공동양육을 명할 수 있는 기준[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8므15534 판결] 가. 대상판결의 요지 자녀의 양육은 부모의 권리이자 의무로서 미성년인 자녀의 복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에 미성년인 자녀의 양육자를 정할 때에는 미성년인 자녀의 성별과 연령, 그에 대한 부모의 애정과 양육의사의 유무는 물론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능력의 유무, 부와 모가 제공하려는 양육방식의 내용과 합리성·적합성 및 상호 간의 조화 가능성, 부 또는 모와 미성년인 자녀 사이의 친밀도, 미성년인 자녀의 의사 등의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미성년인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향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민법 제837조, 제909조 제4항 및 제5항,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의 3) 및 5) 등에 따르면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 법원이 친권자를 정하거나 양육자를 정할 때 반드시 단독의 친권자나 양육자를 정하도록 한 것은 아니므로 이혼하는 부모 모두를 공동양육자로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재판상 이혼의 경우 부모 모두를 자녀의 공동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은 부모가 공동양육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고 양육에 대한 가치관에서 현저한 차이가 없는지, 부모가 서로 가까운 곳에 살고 있고 양육환경이 비슷하여 자녀에게 경제적·시간적 손실이 적고 환경 적응에 문제가 없는지, 자녀가 공동양육의 상황을 받아들일 이성적·정서적 대응능력을 갖추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동양육을 위한 여건이 갖추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나. 검토 대상판결은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 미성년자인 자녀의 양육자를 정하는 기준을 다시 한 번 확인함과 동시에 부모 모두를 공동양육자로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면서도 이 사건에서 부모가 가까운 장래에 공동양육과 방법에 대하여 서로 원만하게 협력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이며 향후 자녀를 공동양육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사항을 충분히 협의할 수 있게 되더라도 공동양육을 통하여 부모 각자의 거주지를 오갈 자녀의 경제적·시간적 손실과 정서적 불안정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오히려 일방에 대한 양육자 지정과 상대방에 대한 면접교섭을 통해서도 공동양육자 지정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적을 대부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하여 부모를 공동양육자로 지정하고 공동양육의 방법을 정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현재의 유책주의 이혼법제에서는 당사자가 부정행위, 유기, 부당한 대우 등 첨예한 갈등이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사유로 이혼하게 되는 사정을 주장 입증하여야 하고 부모와 자녀가 공동양육의 상황을 받아들일 이성적·정서적 대응능력을 갖추기 어려워 실제로 공동양육이 허용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3.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대법원 2020. 6. 7.자 2020스575 결정] 가. 사실관계 대한민국 국민인 신청인은 2013년 8월경부터 사실혼 관계에 있던 중국 국적 여성 Y와 사이에서 딸인 사건본인이 출생하자 사건본인의 출생증명서를 첨부하여 관할 주민센터에 출생신고를 하였다. 사건본인의 출생증명서에는 Y의 성명, 생년월일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런데 Y는 이미 중국 당국으로부터 여권 갱신이 불허되어 Y의 혼인관계증명서나 Y가 자녀의 출생 당시 유부녀가 아님을 공증하는 서면, 2명 이상의 인우보증서 등 서류 등 혼인 외 자녀의 父가 출생신고할 때 첨부해야 할 서류를 제출할 수 없었다. 이에 신청인은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에 규정된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이 사건 신청을 하였으나 제1심법원과 항고심법원은 모두 기각하였다. 나. 대상결정의 요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에 대하여 국가가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거나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려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가 발생한다면 이는 아동으로부터 사회적 신분을 취득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아동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다(헌법 제10조).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국가가 운영하는 제도를 이용하려면 주민등록과 같은 사회적 신분을 갖추어야 하고 사회적 신분의 취득은 개인에 대한 출생신고에서부터 시작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진다.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의 취지, 입법연혁, 관련 법령의 체계 및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의 중요성을 함께 살펴보면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은 같은 법 제57조 제1항에서 생부가 단독으로 출생자신고를 할 수 있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법 제44조 제2항에 규정된 신고서의 기재내용인 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 부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신고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으로 문언에 기재된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는 예시적인 것이므로 외국인인 모의 인적사항은 알지만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 또는 모의 소재불명이나 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발급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등과 같이 그에 준하는 사정이 있는 때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다. 혼인 외 자녀에 대한 친부의 출생신고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의무는 모에게 있지만(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부(父)도 혼인 외 자녀에 대하여 출생신고를 할 수 있고 이때 그 신고는 인지의 효력이 있다(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1항). 비혼모가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에는 부를 불상으로 기재할 수 있지만 부가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때에는 모의 혼인관계증명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가 있는 경우에 그 모가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되어 있는지가 분명하지 아니하거나 등록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부는 모에게 배우자가 없음을 증명하는 공증서면 또는 2명 이상의 인우인의 보증서를 제출하여야 하므로[출생신고에 관한 사무처리지침(2015. 1. 8. 제정 가족관계등록예규 제412호) 제8조] 모를 불상으로 기재할 수는 없다. 이는 민법상 친생추정 제도와 관련이 있는데 모가 부(夫)가 아닌 생부를 자녀의 부(父)로 기재하는 출생신고를 수리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생부가 출생신고를 하여야 하나 모의 인적사항을 모를 때에는 자녀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고 먼저 자녀의 미성년후견인 또는 특별대리인으로 선임된 후 관할 가정법원으로부터 자녀의 가족관계등록창설 및 성본 창설 심판을 받고 가족관계등록창설신고 및 인지신고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생부가 자녀의 부로 기재될 수 있었다. 이처럼 생부가 자녀를 양육하고 있어도 모의 인적사항을 모르면 비록 유전자검사를 통하여 친자관계가 과학적으로 증명되더라도 출생신고를 할 수 없고 여러 절차를 거쳐야 부자관계를 확정할 수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이런 어려움으로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아이들의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해 2015년에 가족관계등록법이 일부 개정되었다(법률 제13285호, 일명 '사랑이법'). 이 법은 친부가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모가 혼인 중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자녀를 출산한 후 생부를 아버지로 출생신고 하기 위해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을 악용하는 것을 막고자 일선 법원에서는 모의 인적 사항을 전부 알지 못하는 경우에 한해 생부의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을 해주었다. 그리하여 개정법률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출생신고에 있어 비혼부의 어려움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라. 검토 대상결정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천명한 최초의 판례이다. 그동안 하급심에서는 사랑이법의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민법상 친생추정제도와의 관계에서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의 적용범위를 좁게 해석하였으나 대상결정은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와 위 법률 조항의 입법 취지 등을 명확하게 밝히면서 비혼부가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자녀의 출생신고를 간소한 방법으로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4.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5므8351 전원합의체 판결] 가.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쟁점 A(1909년 8월 10일 사망)는 2010년 8월 15일 건국훈장 4등급 애국장 포상대상자로 결정되었다. A는 1남 2녀를 두었고 장녀 망 B의 자녀인 b가 행정소송을 통해 구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2012년 2월 17일 법률 제113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독립유공자예우법'이라 한다)에 따른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인정되자 A의 장남 망 C의 손자인 원고(A의 증손자)가 검사를 상대로 A와 B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원고가 위와 같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판결을 받더라도 A에게 다른 손자녀(차녀의 자녀들)가 있어 독립유공자예우법이 정한 기준에 따른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될 수 없고 달리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구할 이해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적격을 부정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가 독립유공자 A와 친족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즉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은 그와 같은 신분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가 여전히 유지될 수 있는지 나아가 민법 제865조에 의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기권자(원고적격)의 구체적 기준이 문제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구 인사소송법 등의 폐지와 가사소송법의 제정·시행, 호주제 폐지 등 가족제도의 변화, 신분관계 소송의 특수성, 가족관계 구성의 다양화와 그에 대한 당사자 의사의 존중, 법적 친생자관계의 성립이나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소송절차와의 균형 등을 고려할 때 이해관계인은 '다른 사람들 사이의 친생자관계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일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 등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이다. 민법 제777조의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이러한 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민법 제865조에 의하여 준용되는 다른 조항의 제소권자로 명기되어 있거나 별도의 이해관계가 인정되어야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 적격이 인정된다. 이에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이라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한편 위와 같은 다수의견에 대해 판례 변경에는 찬성하지만 원고가 제소권자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대법관 2인의 별개의견이 있다. 다. 검토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민법 제865조에 따라 친생자관계의 당사자인 부, 모, 자녀는 물론 자녀의 직계비속과 그 법정대리인은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고 '성년후견인, 유언집행자, 부(夫) 또는 처(妻)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은 제865조에 열거된 각 규정(제848조, 제850조, 제851조)이 정하는 제소권자에 관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지만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제865조 및 제862조에 따른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원고적격이 인정된다고 하였다.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다른 사람들 사이의 친생자관계존부가 판결로 확정됨에 따라 상속이나 부양 등에 관한 자신의 권리나 의무, 법적 지위에 구체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경우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하고 이는 원고의 주장내용과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토대로 개별적으로 심리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별개의견은 부(夫) 또는 처(妻)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은 위와 같은 제소권자에 관한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하고 이해관계인의 범위를 정하는 1차적 기준은 현재 가족관계등록부에 진실한 혈연과 다른 친생자관계가 등록됨으로 인해 자신의 신분관계를 기초로 한 법적 지위에 불이익을 받는지 여부가 되어야 하며 친생자관계존부확인 판결을 통해 잘못된 가족관계등록부의 기록을 바로잡아야 할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 있어야 하는데 다수의견이 제시한 기준인 '일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지 여부'는 신분관계에는 영향이 없으면서 재산적 이해관계만을 갖는 경우(가령 보험금 수익자나 상속인의 채권자 등)까지 확장될 우려가 있다면서 그로 인한 실무적 부작용 등을 우려하였다. 대상판결의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은 모두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과 관련하여 약 40년 동안 유지되어 오던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함과 동시에 민법 제865조에 의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 범위를 합리적으로 설정하였다. 친생자관계는 인간의 혈연적·정서적 뿌리와 연결된 기초적 신분관계이다. 따라서 친자관계의 법적 안정성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친자가 문제삼지 않는 친생자관계에 대해 제3자가 확인의 소를 제기하도록 허용하려면 그럴만한 정당성이 충실하게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민법 제856조에 의해 준용되는 민법 제851조의 보충적 제소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이해관계인의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 원고적격을 인정하지 않은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5. 특별한정승인의 제척기간과 법정대리인[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19다232918 전원합의체 판결] 가. 사실관계와 쟁점 피고는 채무자인 A의 상속인들(배우자 B, 자녀 C와 원고)을 상대로 약속어음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1993년 12월 20일 승소판결을 받았고 이후 2003년 11월경 시효 연장을 위하여 소를 제기하여 이행권고결정이 확정되었는데 B는 위 두 번의 소송에서 당시 미성년자인 원고를 대리하였다. 피고는 2013년 11월경 재차 시효 연장을 위하여 B, C, 원고(성년)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피고는 2017년 8월 31일 위 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원고의 은행 예금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이에 원고는 2017년 9월 25일 상속 한정승인 신고를 하여 이를 수리하는 심판을 받고 곧바로 이 사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의 한정승인 신고 및 그 수리가 유효한지 여부이다. 이는 민법 제1019조 제3항에 따른 특별한정승인에서 상속인이 미성년자인 경우에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는지 여부'와 '이를 알게 된 날'을 미성년 상속인과 법정대리인 중 누구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지와 관련된다. 나아가 상속인이 성년에 이른 뒤에 본인이 직접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3월의 제척기간이 별도로 기산됨을 내세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지 문제 된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민법 제1019조 제1항, 제3항의 각 기간은 상속에 관한 법률관계를 조기에 안정시켜 법적 불안 상태를 막기 위한 제척기간인 점,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법정대리인 제도와 민법 제1020조의 내용 및 취지 등을 종합하면 상속인이 미성년인 경우 민법 제1019조 제3항이나 그 소급 적용에 관한 민법 부칙 제3항, 제4항에서 정한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였는지'와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이 언제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2다440 판결,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2다15268 판결 참조). 따라서 미성년 상속인의 법정대리인이 1998년 5월 27일 전에 상속개시 있음과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모두 알았다면 위 민법 부칙 규정에 따라 그 상속인에게는 민법 제1019조 제3항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러한 상속인은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없다. 또한 법정대리인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이 1998년 5월 27일 이후여서 상속인에게 민법 제1019조 제3항이 적용되더라도 법정대리인이 위와 같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에 관한 3월의 제척기간이 지나게 되면 그 상속인에 대해서는 기존의 단순승인의 법률관계가 그대로 확정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후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더라도 상속개시 있음과 상속채무 초과사실에 관하여 상속인 본인 스스로의 인식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 규정이 적용되고 제척기간이 별도로 기산되어야 함을 내세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서는 상속인이 미성년인 동안 그의 법정대리인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고도 3월 동안 상속인을 대리하여 특별한정승인을 하지 않은 경우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러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3월 내에 스스로 특별한정승인을 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이 있다. 다. 검토 상속인이 미성년인 경우 상속인과 법정대리인 중 누구의 인식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 가부를 가려야 하는가 하는 쟁점에 관해서는 기존 판례에 따라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그런데 미성년 상속인이 성년이 된 후 본인 스스로의 인식을 기준으로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수의견은 허용할 수 없다고 보았고 반대의견은 이를 허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미성년 상속인을 상속채무로부터 보호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생각이 모두 일치하였다. 다만 다수의견은 입법으로 미성년자를 보호할 수 있는 특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보았고 반대의견은 입법이 아닌 해석을 통해 미성년자를 구제하는 것을 도모하였다.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한다는 이유로 법률해석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다수의견에 동의하면서 미성년 상속인을 보호할 제도적 방안이 하루 빨리 마련되길 기대한다. 6. 그 밖에 부모에게 양육비를 분담하고 공동명의계좌를 개설하도록 명한 원심을 파기한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므15302 판결도 중요하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21-03-04
가사·상속
민사일반
친생추정의 적용과 예외
I. 사건의 개요 1. 사실관계 무정자증인 원고(남편)와 A(아내)는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다. 원고와 A는 제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AID방식)을 통해 자녀를 갖기로 하여 1993년 피고 1이 출생하였다. 이후 A는 혼외관계를 통해 피고 2를 출산하였다. 원고는 자신과 A의 자녀로 피고 1, 2의 출생신고를 마쳤다. 원고와 A는 2013년 이혼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피고들은 자신들이 원고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정을 알게 되었다. 원고는 2013년 피고들을 상대로 친생자관계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소송의 경과 제1심과 항소심은 그 근거는 다르지만 모두 원고가 제기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는 부적법하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원고가 상고를 하였다. 3. 대법원의 판결 요지 가. 다수의견(상고기각) 1)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의 동의에 따라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도 친생추정 규정이 적용되어 출생한 자녀가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 남편의 동의는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주요한 근거가 되므로, 남편이 나중에 자신의 동의를 번복하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2)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하여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고 밝혀졌더라도 친생추정이 미친다.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전제사실로 보는 것은 원고적격과 제소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는 친생부인의 소의 존재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으로 민법 해석상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권순일·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의 별개의견 1) 인공수정 자녀의 친자관계는 민법상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이 아니라 남편과 아내의 합치된 의사와 시술에 대한 동의를 근거로 인정되어야 한다. 혼인 중인 남편과 아내가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에 관하여 의사가 합치되어 제3자의 정자를 통한 인공수정에 동의함으로써 자녀가 출생하였다면 그 자녀는 부부의 친생자로 보아야 한다(상고기각). 2) 친자법의 이념과 친생추정 및 친생부인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남편과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그들 사이에 사회적 친자관계가 형성되지 않았거나 파탄된 경우에는 친생추정의 예외가 인정되어야 한다(상고기각). 다. 민유숙 대법관의 별개의견 및 반대의견 1) 모든 인공수정이 아니라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의 동의'를 받아 '제3자 제공 정자'로 인공수정을 한 경우에 한정하여 친생추정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피고 1. 부분 별개의견, 상고기각). 2) 가족제도를 둘러싼 분쟁 현실과 변화된 제도에 비추어 볼 때 친생추정의 예외를 종래 대법원이 채택한 '동거의 결여'뿐 아니라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었던 것이 외관상 명백하다고 볼 수 있는 '다른 사정'도 포함하여 인정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해야 한다(피고 2. 부분 반대의견, 파기환송). II. 친생추정과 그 범위 제한의 필요성 친생추정의 입법취지는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고 자녀의 법적 지위를 신속히 안정시켜 법적 지위의 공백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비록 최근 유전자검사 기술의 발달로 과학적 친자감정이 가능하게 되었지만 출생과 동시에 자에게 안정된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특히 친자관계에 대하여 다툼이 없는 대다수의 경우 친자관계를 형성하기 위하여 특별한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친생추정제도는 자의 복리를 위하여 계속 유지될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친생추정을 받는 자에 대해서는 친생부인의 소에서 정한 원고적격을 갖는 자가 제소기간 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자녀의 신분관계를 더 이상 다툴 수 없다. 이미 혼인과 가족 공동생활의 실질이 소멸하고 당사자들도 친생자관계의 법률적 규율에서 벗어나고자 하여 친생추정 규정을 통해서 보호하고자 하였던 법적 이익이 거의 없는 경우까지도 엄격한 친생부인의 소로써만 이를 번복하도록 하면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에 대법원은 종래 외관설을 채택하여 친생추정의 범위를 제한하였고, 입법자도 친생부인의 소 제소기간을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2년으로 확대하였으며, 제소권자에 남편뿐만 아니라 아내도 추가하였다. 이에 친생추정으로 인한 불합리함이 제거되었으므로, 친생추정 범위를 제한하는 논거로 사용한 외관설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개진되었다. 하지만 가족제도를 둘러싼 분쟁의 현실에 비추어 개선입법만으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영역이 존재한다. 생모와 그 남편이 자녀의 양육을 포기하고 행방이 불명인데, 생부가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상황, 친생부인의 소 제소기간이 도과된 후에 생모와 남편이 이혼을 하게 되었는데 남편과 자녀가 친생자관계에서 해방될 것을 원하거나 자녀가 학대받을 때가 대표적이다. 전자의 경우 생부가 자녀를 인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점을 대부분 수긍할 것이다. 다수의견도 비록 인공수정 자녀의 경우이지만, 자녀의 복리를 지속적으로 책임지는 부모에게 자녀와의 신분관계를 귀속시키는 것이 자녀의 복리에 도움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후자의 경우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제소기간이 주어졌음에도 본인이 제소기간을 도과하였다는 이유로 생모나 그 남편이 다시 친생자관계를 부인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는 명쾌하지만 이런 결과가 가정의 평화와 자녀의 복리라는 친생추정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친생부인의 소 원고 적격에 생부나 자녀 본인이 포함되어 있는 다수의 입법례가 있고, 민유숙 대법관의 반대의견처럼 하급심은 친생추정 규정이 외형상 적용되는 다수의 사안에서 자녀나 생부에 의해서 제기되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청구를 인용하고, 이런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고 있다. 나아가 권순일·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의 별개의견처럼 가족관계가 반드시 혈연관계만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지만(이 점에서 남편의 생식불능이나 혈액형 배치와 같이 객관적·과학적으로 증명된 경우 등에는 언제나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는 혈연설에 반대한다) 이혼 및 재혼의 급격한 증가, 이혼 및 재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유전자검사 기술의 발달로 과학적 친자감정이 어렵지 않게 된 점과 함께 오늘날 국민의 고양된 권리의식 및 양성평등의 관념, 가족의 형태도 매우 다양해진 사회 현실을 고려할 때 자녀에 대한 신분법적 규율은 무엇보다 자의 복리향상에 그 목적을 두어야 하고, 친자관계 당사자의 자율적 결정을 가능한 한 존중하여야 한다는 헌법적 요청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대법원 2019. 1. 31.자 2018스566 결정, 헌법재판소 2015. 3. 26. 선고 2012헌바357 결정 등 참조). 친생추정 규정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당한 결과를 줄일 수 있도록, 변화된 사회 상황을 수용하여 자녀의 복리를 우선하는 친생추정의 예외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III.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의 친생자 추정 1. 민법의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 여부 민법 제정 당시 인공수정으로 자녀가 태어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수 없었고, 외국처럼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자녀의 친자관계를 규율하는 법률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김재형 대법관이 보충의견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법률 제정 당시 입법자가 예상하지 못한 사안이고 현재 그 상황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법률이 없다고 하여 모두 법형성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민법의 친생추정 규정은 문언상 임신하게 된 구체적 경위에 따라 적용 범위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고,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의 적용을 배제하지 않는다. 인공수정과 친자관계를 규율하는 입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친생추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혼인 중 출생한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도 민법의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2. 인공수정 동의와 친생부인의 소 허부 대상 판결은 일치하여 남편이 인공수정에 동의하였다가 나중에 이를 번복하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남편이 동의하여 인공수정으로 출생하였고, 나아가 남편이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실질적인 친자관계를 유지해 오는 것은 남편이 인공수정 자녀를 자신의 자녀로 승인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그 후 남편이 친생부인을 주장하는 것은 민법 제852조의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선행행위와 모순되는 행위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제소기간 2년과 무관하게 친생부인을 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IV.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의 다수의견은 아내가 남편의 동의하에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자녀를 출산한 경우 그 자녀에 대해서도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여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는 점을 최초로 선언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한편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라면 설령 혈연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친생추정은 여전히 미친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도 종래 외관설을 폐기하지는 않았다. 종전의 외관설보다 외연이 확대된 친생추정의 제한 법리가 채택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결국 입법으로 친생부인의 소의 원고적격이 확대되기 전까지는 자녀의 복리를 위해 현재와 같은 하급심 실무례가 운영될 수밖에 없다. 사실심 재판부가 지혜롭게 구체적 정의를 구현하길 기대한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친생추정
인공수정
친생부인의소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19-11-14
가사·상속
친권 일부 제한,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1. 들어가면서 이혼 소송은 이혼 자체도 문제지만 재산분할과 함께 미성년자의 양육이 최대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가사소송법은 이혼, 위자료,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재산분할 등에 대하여 가정법원에 소를 제기하거나 심판을 청구하려는 사람은 먼저 조정을 신청하여야 한다고 조정전치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미성년자의 친권자와 양육자를 부모 일방으로 정할 수 있고, 친권자를 부모 공동으로 정할 수 있으며, 양육자를 부모 공동으로 정할 수도 있다. 그런데 양육자는 부모 일방으로, 친권자는 부모 공동으로 정하면서 비양육자의 친권을 일부 제한하여 양육자의 친권 행사에 불편이 없도록 하는 것이 조정으로 가능한 것인지가 문제된다. 2. 사건의 경과 가. 부부가 서로 미성년자의 친권자와 양육자가 되겠다고 본소 및 반소 제기 A(남)와 B(여)는 2013년 혼인신고를 하였고, 2016년 자녀 X가 태어났는데, 혼인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워 A가 2018년 이혼(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포함)소송을 제기하자 B도 이혼과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등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여 서로 자신이 미성년자 X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나. 양육자를 모로 정하면서 친권자는 부모 공동으로 하되, 비양육자인 부의 친권을 일부 제한 A와 B는 갈등 정도는 크지 않았지만 서로 X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되기를 원하는 상황에서 미성년자와 함께 생활하는 B(모)는 X와 A(부)의 면접교섭에 매우 소극적이었고, B는 가정법원의 면접교섭센터를 통해서만 X와 A의 면접교섭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면접교섭이 원활하지 않았다. 재산분할에 대하여도 입장 차이가 커서 좀처럼 합의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A가 재산분할과 양육비에 대하여 양보를 하면서 X의 양육자를 B 단독으로 하되, 친권자는 A와 B 공동으로 하자고 하면서 A의 친권 중 양육자인 B의 친권 행사에 방해가 될 수 있는 권한을 일부 제한해도 무방하다고 하여 합의가 이루어져 이혼 및 재산분할과 함께 "① X의 양육자를 B로 지정한다. ② X의 친권자를 A와 B 공동으로 지정하되, A의 친권 중 거소지정권, 여권발급·재발급 및 출입국에 관한 권한, 의료·전학 및 이사에 관한 권한, 법률행위대리권과 재산관리권(다만, A가 X에게 증여한 재산에 관한 법률행위대리권과 재산관리권을 제외한다)을 제한한다"고 조정조서가 작성되었다. 다. 이혼 및 친권자지정신고 조정이 성립된 후 A는 조정조서에 의하여 S구청에 이혼 및 친권자지정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친권자를 A와 B 공동으로, A의 친권 중 일부 제한하는 취지가 기재된 신고를 마쳤다. 라. 친권 일부 제한 기입 거부 이와 같은 이혼 및 친권자지정 신고에 대하여 S구청 가족관계등록팀은 친권 상실이 조정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친권 일부 제한도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조정조서에 X의 친권자를 A와 B 공동으로 지정한 부분만 기재하고, A의 친권 중 일부 제한한 부분은 X의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될 수 없다고 거부하였다. 이에 A는 S구청의 감독법원인 서울가정법원에 가족관계등록공무원 처분에 대한 불복(가족관계등록비송)을 신청하였다. 3. 대상 결정의 판단 가. 서울가정법원은 아래 주문과 같이 친권 일부 제한 취지를 기재하지 않은 S구청장의 처분을 취소하고, 친권 일부 제한 취지를 기재하는 것을 허가하였다. 가족관계등록비송 사건이라 구체적인 이유는 없고 '이 신청은 그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고 간략히 기재되어 있다. 나. 주문 (1) 등록기준지(생략) 사건본인 X의 공동친권자 부 A에 대한 서울가정법원 2018너*** 사건의 조정조서 제3항에 따른 친권 일부 제한 취지를 기입하지 않은 S구청장의 처분을 취소하고, (2) 위 주문 가항 기재 사건본인 X의 가족관계등록부 중 일반등록사항란의 친권란에 '[친권제한사항] 부 A의 친권 중 거소지정권, 여권발급·재발급 및 출입국에 관한 권한, 의료·전학 및 이사에 관한 권한, 법률행위대리권과 재산관리권(다만, A가 X에게 증여한 재산에 관한 법률행위대리권과 재산관리권을 제외한다)을 제한'을 기록하는 것을 허가한다. 4. 결정의 해설 가. 혼인취소나 혼인무효는 당사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실무상 확립되어 있다. 나. 종래 친권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권리라는 견해, 권리이자 의무라는 견해, 의무적 성격을 강조하는 견해 등 다양한 견해가 있었지만, 친권은 임의로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실무와 학계의 견해가 수렴하고 있다. 사견은, 친권은 부모가 친권자로서 갖는 권리와 의무 그리고 책임과 임무가 포함된 '권한'이라고 함이 타당하다고 본다. 이혼시 친권자 지정은 조정의 대상이 된다는 것에 실무상 다툼이 없다. 한편, 친권 상실은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야 하고,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실무의 지배적인 견해이고, 종래 법원실무제요에서도 그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친권 일부 제한'과 '친권 일시 정지'는 2014년 10월 15일 민법 일부 개정으로 새로 도입되었고, 2015년 10월 15일부터 시행되었다. 친권 일부 제한 등이 새로 도입된 이후 법원실무제요는 아직 개정되지 않아 이에 대하여는 실무례가 형성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친권의 일부 제한은 (친권 상실과는 달리) 반드시 친권자인 부모의 비행에 대한 제재만이 아니기 때문에 부모의 비행 등이 없더라도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하여 친권을 일부 제한할 수 있다. 다. 이혼시 비양육자도 친권자로 지정하면서 친권을 일부 제한하는 것이 친권을 포기하는 것으로서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없을까? A가 비양육자이지만 양육자와 함께 친권자로 지정되면서 양육자의 불편을 제거하고 미성년자의 복리를 고려하여 친권 일부 제한에 동의한 것은 친권자의 지위를 전부 또는 일부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A는 이혼 후에도 친권자 지위를 유지하면서 친권자로서 권리와 의무 그리고 책임과 임무를 하다겠다고 주장을 하는 것이다. 양육자인 B가 친권자로 A와 B 공동으로 지정될 경우 불편할 뿐만 아니라 X의 복리에 반할 여지도 있어서 그와 같은 범위 내에서 A의 친권 중 일부를 제한하기로 한 것으로서 적극적으로 친권자의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라. 미성년자를 둔 부모가 이혼시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는 것으로 합의를 할 수 있다.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는 것도 조정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부모 일방이 이혼 후에도 적극적으로 친권자로 지정되면서도 양육자인 다른 부모 일방의 친권 행사 및 미성년자의 복리에 반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친권을 일부 제한하는 취지로 합의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즉 이혼 후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는 것이 조정의 대상이 된다면, 이혼 후 부모 쌍방을 친권자로 지정하되 비양육자인 부모 일방의 친권을 일부 제한하는 것도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마. 근래 가정법원에서는 이른바 객관식 소장 모델을 제시하고, 조정전치주의를 실질화하는 등 이혼소송을 순화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해 왔다. 이혼소송에서는 이혼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도 있지만, 주된 쟁점은 미성년자의 양육에 관한 것(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과 재산분할에 관한 것이다. 부모 일방이 친권상실 사유에 해당될 정도로 비행의 정도가 크거나 친권자를 부모 공동으로 할 경우 미성년자의 복리에 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혼시 양육자는 부모 일방으로 지정하더라도 친권자를 부모 쌍방으로 지정하되, 비양육자의 친권을 일부 제한하면 적어도 미성년자와 관련된 분쟁은 순화될 여지가 많다. 그런데, 이혼시 부모 쌍방을 친권자로 지정하되, 비양육자인 부모 일방의 친권을 제한하는 것이 조정의 대상이 되지 않고, 반드시 별도로 심판을 거쳐야 한다면 양육자는 비양육자의 친권이 일부 제한되더라도 친권자를 공동으로 하는데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바. 법리적인 측면에서나 현실적인 측면에서나 이혼시 친권자를 부모 공동으로 지정하면서 비양육자의 친권을 일부 제한하는 것은 조정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5. 대상 결정의 의의 가. 대상 결정은 친권 일부 제한이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조정에 의한 친권 일부 제한이 미성년자의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어 미성년자의 기본증명서를 통하여 공시될 수 있다는 것을 최초로 선언한 것으로서 의미가 있다. 나. 친권 일부 제한 제도가 도입된 후 법원실무제요의 개정작업이 이루어지는 시점에서 친권 일부 제한이 민법에서 친권 상실과 관련하여 규정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친권 일부 제한이 반드시 판결이나 심판에 의하여야 한다는 일부 해석론을 배척하고, 조정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친권 일부 제한이 이혼시 친권자 지정을 포함하여 매우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는 여지를 두었다. 향후 법원실무제요 개정작업에도 반영되고, 가족관계등록 예규나 선례 등으로도 반영되어 규범적 효력이 강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엄경천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가족)
양육권
친권
친권일부제한
엄경천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가족)
2019-10-10
가사·상속
민사일반
제3자의 권리 대상인 유증 목적물에 관한 법률관계
I. 사건의 개요 및 경과 A는 1971년 10월 16일 사회복지법인인 피고 법인을 설립한 이래,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피고 법인을 운영해 왔다. 피고 법인은 1987년 7월 31일 A 소유인 X토지 위에 피고 법인 소유의 Y건물을 신축하였고, 이후 X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해 왔다. A는 1994년 6월 13일 X토지를 B종친회에 유증한 뒤 1999년 11월 1일 사망하였다. 그에 따라 2001년 4월 11일 X토지에 관하여 B종친회 앞으로 유증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B종친회의 채권자인 원고는 B종친회가 피고 법인에게 가지는 토지 사용료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에 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이어 원고는 피고 법인을 상대로 추심금소송을 제기하였다. 피고 법인은 A가 생전에 피고 법인에게 X토지에 관한 무상사용을 허락하였으며, 특정물 유증의 경우 민법 제1085조에 따라 수유자가 유증 목적물에 관한 제3자의 권리를 소멸시키는 청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요컨대 이 사건에서 피압류채권, 즉 B종친회의 피고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피고 법인 주장의 요지였다. 1심 법원은 위와 같은 피고 법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A가 사망하기 전까지 피고 법인이 X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피고 법인이 그 무상사용권을 가지고 현재 X토지의 소유자인 B종친회에게 대항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또한 1심 법원은, 민법 제1085조는 수유자가 유증의무자에게 제3자의 권리 소멸을 청구하지 못한다는 취지일 뿐, 수유자가 대항력 없는 제3자에게 직접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제한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보았다. 원심 법원도 이러한 1심 법원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II. 대상판결의 내용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민법 제1085조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해석론을 제시하였다. 제1085조는 ‘유증의 목적인 물건이나 권리가 유언자의 사망 당시에 제3자의 권리의 목적인 경우에는 수증자는 유증의무자에 대하여 그 제3자의 권리를 소멸시킬 것을 청구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유증 목적물을 유언의 효력 발생 당시의 상태대로 수증자에게 주는 것이 유언자의 의사라는 점을 고려하여, 유언자가 다른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한 수증자 역시 유증 목적물을 유언의 효력 발생 당시의 상태대로 취득하는 것이 원칙임을 확인하는 규정이다. 그러므로 유증 목적물이 유언자의 사망 당시에 제3자의 권리의 목적인 경우, 그와 같은 제3자의 권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증 목적물이 수증자에게 귀속된 뒤에도 그대로 존속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III. 분석 및 검토 1. 민법 제1085조의 해석론 민법 제1085조는 ‘제삼자의 권리의 목적인 물건 또는 권리의 유증’이라는 표제 아래, 수유자가 ’유증의무자에 대하여‘ 그 제3자의 권리를 소멸시킬 것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정한다. 즉 적어도 그 문언만 놓고 보면, 제1085조는 수유자와 유증의무자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는 조항이다. 수유자와 제3자 사이의 관계에서 제1085조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론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 해석론은 제1085조가 수유자와 제3자의 관계를 규율하는 조항이 아니라고 보는 해석론이다. 편의상 이를 ‘좁은 해석론’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좁은 해석론에 따르면 수유자와 제3자 사이의 관계는 제1085조가 아니라, 권리의 우선순위에 관한 일반 법리에 의해 규율된다. 가령 유증 목적물인 부동산에 대항력 있는 임차권이 설정되어 있으면, 그 유증 목적물의 소유권이 수유자에게 이전된 후에도 그 임차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는 제1085조를 적용한 결과가 아니라,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임차권에 대항력을 부여하는 법리를 적용한 결과이다. 반면 대항력이 없는 임차권이나 사용권으로는 새로운 소유자인 수유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채권으로는 물권을 깨뜨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제1085조는 이러한 경우 수유자가 제3자에게 자신의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을 배제하는 조항이 아니므로, 제1085조의 존재로 인하여 그 결론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두 번째 해석론은 제1085조가 수유자와 제3자의 관계도 규율하는 조항이라고 보는 해석론이다. 편의상 이를 ‘넓은 해석론’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넓은 해석론에 따르면 수유자와 제3자 사이의 관계는 권리 사이의 관계에 관한 일반 법리가 아니라 제1085조에 의해 우선적으로 규율된다. 제1085조의 문언이 수유자와 제3자의 관계를 규율하지 않는데도 위와 같은 해석론을 도출할 수 있는 근거는 유언자의 일반적 의사이다. 즉 유언자는 일반적으로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유증 목적물에 대해 권리를 가지고 있던 제3자의 법적 지위를 유증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시키고자 하는 의사를 가진다는 것이다. 2.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대상판결은 제3자가 그 권리를 가지고 수유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상판결은 원심법원의 판단에 대하여, "피고 법인이 A에 대한 무상사용권을 가지고 새로운 소유자인 B종친회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점유권원에 관한 피고 법인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민법 제1085조를 잘못 해석한 결과"라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판시에 비추어 보면 대법원은 피고 법인이 그 무상사용권을 가지고 B종친회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있다고 보인다. 즉 제1085조의 규율 범위에 관하여 ‘넓은 해석론’을 취한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대상판결의 해석론에 반대한다. 법률해석은 문언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제1085조의 문언으로부터는 유증 목적물에 관하여 권리를 취득한 수유자가 그 권리를 제3자에게 행사하여 관철시킬 수 없다는 해석론을 도출하기 어렵다. 제1085조의 문언은 수유자가 유증의무자에게 제3자의 권리를 소멸시켜 달라고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유언자의 일반적 의사에 기대어 제1085조의 규율 범위를 확장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유증 목적물에 존재하던 제3자의 권리의 속성이 무엇이건 간에, 유증 이후에도 그 권리가 유지되기를 유언자가 희망하였을 가능성도 물론 있다. 하지만 유언자가 본래는 제3자에게 인정되지 않던 법적 지위나 법률 상태를 유증이라는 우연한 기회에 추가로 부여하려는 의사까지 가지지는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유언자의 일반적인 의사가 어느 쪽인지 불명확하다면, ‘유언자의 일반적인 의사’라는 불명확한 개념에 기대어 법률의 문언에서 도출해낼 수 없는 법률관계를 창설하는 것은 위험하다. 특정 유증의 법적 성격에 비추어 보더라도, 제1085조에 관한 넓은 해석론보다는 좁은 해석론이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이 문제는 유증의 법적 성격을 상속과 증여 중 무엇과 비슷하게 볼 것인가 하는 물음과 관련 있다. 유증의 법적 성질을 상속과 비슷하게 보면 넓은 해석론이, 유증의 법적 성질을 증여와 비슷하게 보면 좁은 해석론이 각각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특정 유증은 상대적으로 증여에 더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수유자가 상속인과 동일한 권리의무를 가지게 되는 포괄적 유증과 달리, 특정 유증은 구체적으로 특정된 목적물을 수유자에게 주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수유자의 입장에서도 증여를 받건 유증을 받건 대가 없이 타인의 권리를 승계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수증자는 대항력 없는 권리를 가진 제3자에 대해 자신의 소유권을 행사하여 관철시킬 수 있는데, 그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수유자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은 균형이 맞지 않다. 결국 유증도 재산처분의 한 종류이므로, 재산법의 규정이 이에 적용되는 것은 당연하다. 등기의 선후(先後)로 권리의 순위를 정하는 물권법의 법리, 채권으로는 물권을 깨뜨릴 수 없다는 일반 법리 등이 비단 유증에만 적용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특히 특정 유증의 경우 수유자의 법적 지위를 수증자가 아닌 상속인과 비슷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민법에서는 이러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대상판결이 근거로 제시하는 ‘유언자의 의사’도 그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제1085조의 해석론으로서는 좁은 해석론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3. 결론 대상판결은 그동안 존재감이 희박한 조문이었던 민법 제1085조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한편, 재산법과 상속법, 유증과 증여, 유언자의 의사 등 다양한 쟁점이 교차하는 흥미로운 소재를 던져주었다. 대상판결이 취한 제1085조의 ‘넓은 해석론’에는 문제가 없지 않지만, 대상판결을 계기로 제1085조의 해석론에 관한 논의가 더욱 풍성해지고 정교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소은 변호사 (서울대 로스쿨 법무지원실장)
유증
민법제1085조
부당이득반환
이소은 변호사 (서울대 로스쿨 법무지원실장)
2019-09-16
가사·상속
대리모가 출산한 자녀의 친모는 누구인가?
- 서울가정법원 2018. 5. 9. 자 2018브15 결정 - 1. 사실관계 A와 B는 부부로 그 사이에 아이가 생기지 않자 대리모의 방법으로 출산을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A와 B 사이의 수정란을 대리모인 C의 자궁에 착상시켰고, C는 미국에서 D를 출산하였다. 미국의 병원에서 발행한 출생증명서에는 D의 모(母)가 C로 기재되었다. 한편, 유전자검사에 의하면 D는 A와 B 사이에 친자관계가 성립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A는 구청에 D의 출생신고를 하면서 부(父)란에 A, 모(母)란에 B를 기재하였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은 출생신고서에 기재된 모의 성명이 출생증명서의 성명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출생신고에 대한 불수리처분을 하였다. 이에 A는 서울가정법원에 가족관계등록사무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을 제기하였다. 2. 판결 요지 가. 모자관계의 결정기준 모자관계를 결정하는 기준은 ‘모의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에 의한다(대법원 1976. 10. 4. 선고 67다1791 판결 등 참조). 인공수정 등 과학기술의 발전에 비추어 법률상 부모를 유전적인 공통성 또는 수정체의 제공자와 출산모의 의사를 기준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은 다른 기준에 비해 그 판단이 분명하고 쉬운 점, 모자관계는 단순히 법률관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정, 약 40주의 임신기간, 출산의 고통과 수유 등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된 정서적인 부분이 포함되어 있고, 그러한 정서적인 유대관계 역시 ‘모성’으로서 법률상 보호받는 것이 타당한 점, 유전적 공통성 또는 관계인들의 의사를 기준으로 부모를 결정할 경우 이러한 모성이 보호받지 못하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출생자의 복리에도 반할 수 있는 점, 정자나 난자를 제공한 사람은 민법상 ‘입양’, 특히 친양자 입양을 통하여 출생자의 친생부모와 같은 지위를 가질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우리 민법상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나. 대리모가 법률상 허용되는지 여부 남편이 배우자 아닌 여성과의 성관계를 통하여 자녀를 낳게 하는 고전적인 대리모의 경우뿐만 아니라, 부부의 정자와 난자로 만든 수정체를 다른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킨 후 출산케 하는 이른바 ‘자궁(출산)대리모’도 우리 법령의 해석상 허용되지 않고, 대리모를 통한 출산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것으로써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이다. 3. 평석 가. 대리모계약에 대한 각국의 동향 (1) 대리모계약의 허용여부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점차적으로 대리모계약을 허용하는 추세에 있다. 영국은 1990년의 인간수정 및 발생에 관한 법률에 의해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 각주마다 대리모계약의 허용여부가 다르지만, 2002년 개정된 통일친자법 모델법안은 이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의뢰인 부모가 제공하는 보수에 대해서도 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대리모계약 자체를 사회상규에 반하는 행위로서 무효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리모계약을 인정하는 영미법계의 주요 근거로는 사적 자치 또는 생식의 자유에 대한 헌법상 보호로서 프라이버시권의 일종으로 이해된다. 자연적으로 임신, 출산을 할 수 없는 불임부부에게도 대체적 방법을 허용할 권리가 주어져야 하며, 아기를 낳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요구하는 것에 대하여 위탁부모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견해에 서더라도 대리모계약에는 공적인 요소(public elements)가 포함되어 있고, 상업적 대리모를 통한 출산은 인간을 상품화한다는 측면에서 제한되어야 하기 때문에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입장이 많다. 독일의 경우 대리모 계약은 원칙적으로 사회상규에 반하는 행위로서 무효라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대리모를 중개하거나 인공수정을 시설하는 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타인을 위한 출산 또는 임신에 관한 약정은 무효’라고 민법에 규정하고 있다(16조의7). (2) 대리모가 출산한 자녀의 부모를 누구로 할 것인가? 대리모에 의해 출산한 자녀의 법적 모가 누구인지에 대하여, 대리모를 허용하는 법제에서는 출산한 대리모를 법적 모로 보되 위탁부모에게 인도청구권을 인정하는 방법과, 위탁한 부모를 아이의 법적인 부모로 하는 것으로 나뉜다.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대리모계약을 무효로 보기 때문에 대리모가 아이의 법적 모가 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독일은 1998년 친자관계법에서 조항을 신설하여 출산한 여성이 모가 되는 것으로 확정하였고(독일민법 제1591조), 일본 또한 최고재판소 판결을 통해서 대리모가 출산한 자녀의 법적 모는 대리모로 하되 위탁모가 입양하는 것으로 이를 해결하도록 하였다. 나. 판결의 의미 우리나라는 대리모계약을 사회상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로 보는 견해가 다수의 견해인 것으로 보이나, 대리모 계약을 입법을 통해 적절히 통제하도록 하자는 견해 또한 만만치 않다. 이전에도 몇 건의 하급심 판결에서 대리모 계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무효라는 판결이 있었으므로 대상 판결은 이러한 입장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대상판결은 대리모가 낳은 아기의 법적인 친모가 누구인지를 분명히 하였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다. 대리모의 허용여부와 자녀의 부모결정에 대한 의견 (1) 대리모계약의 허부 모든 대리모계약을 일률적으로 민법 103조 위반으로 무효로 하는 것이 타당한 입장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과학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대리모는 계속 증가할 것이 분명한데, 이를 무효로 하는 것이 대리모를 근절시킬 수 있는 방법도 아니고, 오히려 아무런 법적 규율이 없는 상태로 방치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태국에서는 대리모계약 후 다운증후군 아이가 출생하자 위탁부모가 아이의 인수를 거부하여 문제가 된 사례가 있었다. 적절한 입법을 통한 규율 아래 위탁부모와 대리모의 권익, 특히 자녀의 권익을 보호하도록 통제하는 것이 오히려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2) 대리모의 법적 부모를 결정하는 조건 대상판결은 대리모를 아이의 친모로 보면서, ‘출산’이라는 사실행위와, 대리모의 모성보호를 주요 근거로 들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친양자입양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입양을 통해 이를 해결하라는 것인데,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되기는 하나 결국 한 단계의 절차를 더 거치게 할 뿐 위탁부모를 모로 인정하는 결론과 다름이 없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이 든다. 또 친양자입양과정에서 다시 금품수수가 오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에 상업적 대리모의 금지라는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그리고 위탁부모가 아이의 인수를 거부할 경우 대리모가 의뢰자에게 아이를 인도해갈 것을 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지는 문제가 있다. 4. 결어 대리모계약에 대해서는 결국 입법을 통해 허용범위와 절차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불임부부의 권리에 대해서도 일정한 요건아래 제한적인 보장이 필요하다고 보이고, 대리모계약의 무효가 대리모를 보호하지도 않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대리모계약에 의해 태어난 자녀의 복리라는 관점이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리모계약과 모의 지위를 정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요소는 자녀의 복리가 되어야 한다(Johnson v. Calvert 사건 참조). 대상판결이 ‘자녀의 복리’라는 요소에 대하여 구체적인 이유를 설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쉽다. 이현곤 변호사(새올 법률사무소 대표)
대리모
모자관계
대리모계약
이현곤 변호사 (새올 법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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