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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상속
민사일반
수증자가 증여받은 재산을 상속개시 전에 처분하였거나 수용된 경우 유류분 산정의 기준시기
(사실관계 및 대법원 판결) 1. 사실관계 소외 1은 2014. 9. 12. 사망하였는데, 자녀인 원고들과 피고가 망인을 공동상속하였다. 소외 1은 1995. 5. 30.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1995. 5. 25. 증여를 원인으로 하여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09. 11. 3. 이 사건 각 토지를 수용하였고, 피고는 2009. 12. 11.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수용보상금 5,118,316,500원을 수령하였다. 2. 원심판결 원심은 이 사건 각 토지의 증여로 인하여 원고들의 유류분이 침해되었다고 인정하고 피고에게 유류분 반환을 명하였는데, 이를 산정함에 있어서 위 토지의 가액을 상속개시시를 기준으로 하여 7,233,034,000 원으로 인정하였다. 3.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민법 문언의 해석과 유류분 제도의 입법취지 등을 종합할 때 피상속인이 상속개시 전에 재산을 증여하여 그 재산이 유류분반환청구의 대상이 된 경우, 수증자가 증여받은 재산을 상속개시 전에 처분하였거나 수용되었다면 민법 제1113조 제1항에 따라 유류분을 산정함에 있어서 그 증여재산의 가액은 증여재산의 현실 가치인 처분 당시의 가액을 기준으로 상속개시까지 사이의 물가변동률을 반영하는 방법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위와 같이 보아야 할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연구) 1. 서론 대법원 판결에 찬성한다. 필자는 위 대법원 판결과 같은 취지로 논문을 발표한 바 있고(윤진수, 유류분반환청구에서 공동상속인에 대한 증여의 시기와 증여 가액의 산정 시점, 비교사법 29권 4호, 2022), 또 이 사건에 관하여도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으며, 이 의견서가 참고된 것으로 보인다. 2. 종전의 판례 대법원 2005. 6. 23. 선고 2004다51887 판결은, 유류분액을 산정함에 있어 피고들이 증여받은 재산의 시가는 상속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하고, 당해 피고에 대하여 반환하여야 할 재산의 범위를 확정한 다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원물반환이 불가능하여 가액반환을 명하는 경우에는 그 가액은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은 피고가 피상속인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았는데, 원고가 유류분 반환청구를 하였고, 피고는 당시 증여받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경우였다. 그러나 위 판결에서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게 된 시점이 상속개시 전인지 아닌지는 불분명하다. 또 대법원 2021. 6. 10. 선고 2021다213514 판결도 이를 재확인하면서, 원물반환이 불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반환할 가액의 산정 기준이 달라지지 아니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유류분권리자와 반환의무자가 모두 가액반환에 동의한 사건이었다. 한편 대상결정과 같이 부동산이 수용된 경우에 관하여는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례는 없다. 다만 서울고등법원 2018. 10. 17. 선고 2017나2065297 판결은, 상속개시 전에 증여된 부동산이 수용된 경우에 대하여, 상속개시 당시 시가를 반환하여야 할 증여재산으로 인정하였다. 그리고 헌법재판소 2010. 4. 29. 선고 2007헌바144 결정은,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가산되는 증여재산의 평가시기를 증여재산이 피상속인 사망 전에 처분되거나 수용되었는지를 묻지 않고 모두 상속개시시로 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3. 학설 이처럼 상속개시 전에 증여받은 목적물의 원물반환이 이미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 증여재산의 가액 산정 기준시에 관하여는 몇 가지 학설이 주장되고 있다. 제1설은 유류분액을 산정하여 유류분 침해의 유무를 판단하는 제1단계와, 원물반환이 불가능하여 그 가액을 산정하는 제2단계에서 모두 상속개시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2설은 제1단계에서는 상속개시시가 기준이 되지만, 제2단계에서는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게 된 때, 즉 처분시 또는 멸실시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3설은 제2단계의 유류분 산정시에는 수증재산의 대상인 처분대가가 상속개시시에 갖는 가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제2설과 마찬가지이지만, 1단계에서도 상속개시시가 아니라 수증재산의 처분시 시가에 상속개시 시까지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금액을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4. 검토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수증재산의 가액이 변동하는 경우에, 그 변동의 이익 또는 위험을 유류분을 반환하여야 하는 수증자에게 귀속시킬 것인가 아니면 유류분권리자에게 귀속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처분한 후 유류분 반환이 청구된다면, 그 수증재산의 가액을 반환함에 있어서 목적물의 가치 산정은 수증재산을 처분한 때를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상속개시 전에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처분한 경우에는 유류분부족액을 산정하는 제1단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다만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처분한 것이 상속개시 후라면, 유류분부족액을 산정하는 제1단계에서는 상속개시 시의 수증재산의 가액을 산정하고, 반환하여야 할 가액을 산정하는 제2단계에서는 처분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먼저 제2단계를 중심으로 하여 살펴본다.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더 이상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그 후의 수증재산의 가치 변동은 더 이상 수증자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사항이고, 따라서 이로 인하여 수증자가 불이익을 받거나 이익을 받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후 수증재산의 시가가 올랐다면, 그 오른 가격을 수증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 프랑스의 문헌이 설명하는 것처럼, 증여에 의하여 받은 이익과 관계없는 것까지 청구함으로써 수증자를 파산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은 불공정(injuste)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후 목적물의 시가가 떨어졌다고 하여 시가가 떨어진 시점의 가액만을 반환하게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불합리하다. 그러므로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처분함으로써 이를 반환하지 못하게 되었다면 그 처분 시점의 수증재산의 가액만큼을 반환하는 것이 공평하다.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처분이 상속개시 전에 이루어졌을 때에는 처분 당시의 수증재산의 가액에 상속개시 당시까지 사이의 물가변동률을 반영하는 방법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이는 수증자가 금전을 증여받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급하는 것이 된다. 반면 처분이 상속개시 후에 이루어졌다면, 이때에는 처분 당시의 증여 목적물 가액이 기준이 될 것이다. 이 때 수증재산을 대가를 받고 처분하였다면, 통상적으로는 그 대가를 그 처분 시점의 수증재산의 가액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5.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 대법원 판결도 기본적으로 같은 취지이다. 즉 수증자가 재산을 처분한 후 상속개시 사이에 그 재산의 가치가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것은 수증자나 기타 공동상속인들이 관여할 수 없는 우연한 사정인데, 그럼에도 상속개시시까지 처분재산의 가치가 증가하면 그 증가분만큼의 이익을 향유하지 못하였던 수증자가 부담하여야 하고, 감소하면 그 감소분만큼의 위험을 유류분청구자가 부담하여야 한다면 상속인간 형평을 위하여 마련된 유류분제도의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피상속인이 생전에 증여를 한 다음 수증자에 의하여 처분되거나 수용되었다고 하여 그 재산의 시가상승 이익을 유류분 반환대상에 포함시키도록 재산가액을 산정한다면 수증자의 재산 처분을 제재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고 지적하는데, 이는 필자의 표현(위 논문 279면)을 원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 대법원 2005. 6. 23. 선고 2004다51887 판결과의 관계를 명확히 하지 않은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 6. 여론 대상판결에서 문제가 된 증여는 1995. 5. 25. 있었고, 상속 개시는 2014. 9. 12.이었다. 종래 판례(대법원 1995. 6. 30. 선고 93다11715 판결 등)와 통설은, 공동상속인에 대한 증여는 그것이 특별수익에 해당할 때에는 민법 1118조가 특별수익에 관한 1008조를 준용하고 있으므로, 증여는 상속개시전의 1년간에 행한 것에 한하여 그 가액을 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1114조 본문에도 불구하고 증여 시기를 불문하고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산입한다고 보고 있다. 대상 판결도 같은 전제에 서 있다. 그러나 필자는 1118조로부터는 그러한 결론을 이끌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유류분으로 인한 분쟁을 조장하는 것이다.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유류분
증여
유류분산정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3-08-27
가사·상속
민사일반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에 관한 대법원의 판례변경
1. 사실관계 및 대법원 결정 가. 사실관계 및 1, 2심 결정 남성으로 출생한 신청인은 혼인하여 현재 미성년인 자녀 2명을 두었으나, 이혼한 후 성형외과에서 고환과 음경을 제거하고 여성의 외부 성기 모양을 갖추는 등의 수술을 받아 여성의 옷차림, 머리 모양을 하고 사회적으로 여성으로서 생활하여 왔다. 신청인은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 허가 신청을 하였다. 원심은 신청인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어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것이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이유로 허가신청을 기각하였다. 이는 종전의 대법원 2011. 9. 2. 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을 따른 것이다. 나.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 그러나 대상결정은 위 2011년 판례를 변경하면서 원심결정을 파기환송하였다.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성전환자도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고 이러한 권리는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므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성전환자의 이러한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2) 성별정정은 성전환을 마친 성전환자의 실제 상황을 수용하여 공부에 반영하는 것일 뿐 성전환자인 부 또는 모와 그 미성년 자녀 사이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을 새롭게 초래하거나 권리의무의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설령 미성년 자녀가 부 또는 모의 성전환으로 인하여 정신적 혼란과 충격을 받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혼란과 충격은 부 또는 모가 이미 성전환의 과정을 거쳐 그것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기정사실이 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다. (3) 국가는 개인의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과 관련된 내용을 불법적으로 외부에 노출하는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유의하고, 성전환자라거나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그들을 차별하는 쪽의 편견과 몰이해를 바로 잡기 위해 법률적·제도적으로 노력해야 할 의무를 부담함에도, 오히려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 성전환자의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것은 성전환자와 그의 미성년 자녀 등이 사회적 편견으로 인하여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하여 가족생활의 안정을 보장하여야 하는 국가의 기본적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4)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할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성전환자 본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함과 동시에 미성년 자녀가 갖는 보호와 배려를 받을 권리 등 자녀의 복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이때에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에 필요한 일반적인 허가 기준을 충족하였는지 외에도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가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 성별정정을 허가할 것인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 결정에 대하여는 2011년 판례를 유지하여야 한다는 이동원 대법관의 반대의견과, 다수의견에 대한 2개의 보충의견이 있었다.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성전환자에 대한 연민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을 성별정정 허가를 고려함에 있어서 하나의 고려사유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설시한 점은 찬성하기 어렵다. [ 평 석 ] 1. 종전의 판례 대법원 2006. 6. 22. 자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은, 성전환자에 해당함이 명백한 사람에 대하여는 호적의 성별란 기재의 성을 전환된 성에 부합하도록 수정할 수 있도록 허용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인용한 대법원 2011. 9. 2. 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성별정정을 허가할 수 없다고 하였다. 위 결정이 성별정정을 허가할 수 없다고 한 이유는,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아니 되는데, 가족관계등록부의 성별정정으로 인하여 미성년 자녀에게 정신적 혼란과 충격을 줄 수 있고 가족관계증명서의 공개로 미성년 자녀가 사회적인 차별과 편견에 노출되거나 생활상의 곤란이 생긴다는 점 등이었다. 2. 2011년 판례에 대한 비판 그러나 이러한 2011년 판례에 대하여는 비판이 있었다. 필자도 이 사건에 관하여 판례 변경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하였고, 이를 논문으로 발표하였다(윤진수,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서울대학교 법학 제61권 3호, 2020).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녀들이 충격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성별정정 허가 자체에 의한 것이 아니고, 그 전의 부 또는 모의 변화에 의한 것이다. 그러므로 성별정정 허가 자체가 자녀에게 심리적인 충격을 주는 것은 아니다. 다른 말로 한다면 기본권 제한에 관한 비례의 원칙 가운데 방법의 적정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2011년 판례는 성별정정을 허용하게 되면 가족관계증명서에 동성혼의 외관이 현출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동성혼이 허용되고 있지 않음은 명백하므로,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로 인한 ‘동성혼의 외관’은 애초 성립할 여지가 없다. 셋째, 2011년 판례의 진의는 가족관계증명서의 기재에 의하여 부나 모가 성전환을 하였다는 사실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짐으로써 자녀가 고통을 받을 것임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는 성전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기정사실로 하여, 미성년 자녀가 이에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서, 문제가 있는 논증이다. 넷째, 설령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로 인하여 자녀의 복리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하여 성별정정을 허가하여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양자를 비교하여 본다면,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것이 성전환자에게 주는 불이익이 성별정정 허가에 의하여 미성년 자녀가 입는 불이익보다 훨씬 크므로,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것만으로 성별정정을 불허하여서는 안 된다. 다섯째,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은 성별정정 허가 여부를 결정할 때 기본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없다. 자녀가 정신적 충격을 받는 것은 성별정정 허가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 전 단계의 부모의 성적 변화 때문이므로, 이러한 자녀의 정신적 충격을 이유로 성별정정 허가를 거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3. 대상결정에 대하여 대상결정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만을 이유로 성별정정을 불허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면서 2011년 판례를 변경하였다. 이는 대체로 필자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견에 대한 박정화, 노정희, 이흥구 대법관의 보충의견은, 사법은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입법이나 행정과 달리 다수의 정치적·종교적·사회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소수자를 보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로서의 역할을 할 때 그 존재 의의가 있다고 하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판시에 적극 동감한다.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성전환자 자신에 대한 연민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을 성별정정 허가 여부를 고려함에 있어서 하나의 고려사유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설시한 점은 수긍하기 어렵다. 다수의견의 설시에 따르더라도,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것이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성별정정을 불허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지 알기 어렵다. 필자로서는 대법원이 이처럼 판시하였더라도 앞으로 실무에서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4. 입법의 필요성 기본적으로 성전환자에 대하여 성별정정을 허용할 것인지, 허용한다면 어떤 요건을 갖춘 경우에 허용할 것인지 하는 점은 법률로 규정하여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입법자가 입법을 하지 않고 있으므로, 법원이 이 문제에 관하여 사법적극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윤진수 (김수인 역), “성전환자의 인권 보호에 있어서 법원의 역할”, 민법논고 제7권, 박영사, 2015 참조}, 이를 가리켜 민주주의, 법치주의 및 권력분립주의를 벗어나서 사법적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김중권, 성전환에 따른 성별정정허가가 과연 판례법적 사항인가? 법률신문 제5040호, 2002. 12. 8. 12면)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에 관하여는 가령 생식능력이 없을 것을 요구하여야 하는가 하는 점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쟁점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에 관하여는 빠른 시일 내에 입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성별정정
자녀
성전환자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2-12-14
가사·상속
민사일반
성전환에 따른 성별정정허가가 과연 판례법적 사항인가?
Ⅰ. 사실관계과 경과 甲은 남성으로 출생하였으나 어린 시절부터 여성으로의 귀속감을 가지고 사춘기가 되어 얼굴 형태와 체격, 목소리가 남성적으로 변해가는 것에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 甲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긴 채 생활하다 혼인하였으나 성정체성 문제로 혼인한 지 약 5년 10개월 만에 이혼하였고, 외국에서 성전환수술을 받고 여성의 옷차림, 머리 모양을 하고 사회적으로 여성으로서 생활하고 있다. 甲은 미성년 자녀 2명을 두고 있는 상태에서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 허가 신청(이하 '이 사건 허가 신청'이라 한다)을 하였다. 하급심은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를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의 독자적인 소극요건으로 본 대법원 2011. 9. 2.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을 인용하여 甲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을 이유로 이 사건 성별정정허가 신청을 불허하였다. Ⅱ. 대상판결(다수의견)의 요지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도 부모로서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하며(민법 제913조), 친권을 행사할 때에도 자녀의 복리를 우선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민법 제912조),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성전환자의 기본권의 보호와 미성년 자녀의 보호 및 복리와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법익의 균형을 위한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판단하지 아니한 채 단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자녀가 있다는 사정만을 이유로 성별정정을 불허하여서는 아니 된다.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할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성전환자 본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함과 동시에 미성년 자녀가 갖는 보호와 배려를 받을 권리 등 자녀의 복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이때에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에 필요한 일반적인 허가 기준을 충족하였는지 외에도 미성년 자녀의 연령 및 신체적·정신적 상태, 부 또는 모의 성별정정에 대한 미성년 자녀의 동의나 이해의 정도, 미성년 자녀에 대한 보호와 양육의 형태 등 성전환자가 부 또는 모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 성전환자가 미성년 자녀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과 형성·유지하고 있는 관계 및 유대감, 기타 가정환경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가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 성별정정을 허가할 것인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Ⅲ. 대법원 2011.9. 2.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다수의견)의 요지 성전환수술에 의하여 출생 시의 성과 다른 반대의 성으로 성전환이 이미 이루어졌고, 정신과 등 의학적 측면에서도 이미 전환된 성으로 인식되고 있다면 전환된 성으로 개인적 행동과 사회적 활동을 하는 데에까지 법이 관여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성전환자가 혼인 중에 있거나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 성별을 정정하여 배우자나 미성년자인 자녀의 법적 지위와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곤란을 초래하는 것까지 허용할 수는 없으므로, 현재 혼인 중에 있거나 미성년자인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은 허용되지 않는다. Ⅳ. 문제의 제기-판례 변경의 허용성 문제 대상판결에서 1인의 대법관(이동원)만이 대법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에 입각하여 반대하고 나머지 대법관들은 다수의견 및 다수의견 보충의견을 제시하였다. 결과적으로 대법원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에서의 반대의견 특히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다는 사정을 성별정정의 독자적인 소극적 요건으로 설정할 것은 아니고 고려할 요소로 접근해야 한다는 양창수, 이인복 대법관의 반대의견이 10여 년이 지나서 다수의견이 된 것이다. 판례는 과거사를 다루지만 과거분석과 과거평가로부터 현재는 물론, 미래를 결정한다. 여기서 개별 구체적 타당성을 목표로 하는 이상, 판례가 시대상황에 맞춰 부단히 기왕의 입장을 바꾸는 것은 자연스럽고 나아가 요구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유의할 점이 있다. 과연 그런 변경이 전체 법질서에서 허용될 수 있는 것인지의 물음인데, 이는 해당 사법적 활동이 민주주의, 법치주의 및 권력분립주의에 저촉되지 않는지를 검토하면서 얻어질 수 있다. 성별정정의 문제는 단지 등록기록의 정정에 그치지 않고 향후 가족 및 혼인의 개념과 의의와 관련해서 법적, 법외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판례에 의한 성별정정허가제는 허용된 법관의 법형성을 넘어선 것이다. 의회가 입법보다 앞서는 사회의 변화에 둔감하여 자신의 임무를 심각하게 방기하고 있는 점은 분명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법치주의 및 권력분립주의를 벗어나서 사법적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Ⅴ. 판례에 의한 성별정정허가의 법적 정당성 문제 가족관계등록법 제104조(구 호적법 제120조) 제1항이 등록기록의 정정의 사유를 '등록부의 기록이 법률상 허가될 수 없는 것 또는 그 기재에 착오나 누락이 있다고 인정한 때'를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2006. 6. 22. 선고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 이래로 판례는 성전환에 따른 성별정정허가의 근거를 가족관계등록법 제104조에 두고 있다. 그리고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대법원 호적예규 제716호 2006. 9. 6.)'이 제정되었다. 문헌상으로도 시인되고 입법자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지속적 판례'가 성립하면, 판례의 사실적 구속성은 규범적 구속성으로 응축될 수 있으며, 이 경우 판례법적 원칙은 추정적으로뿐만 아니라 법 그 자체로부터 구속성을 갖게 될 것이다. 따라서 성전환에 따른 성별정정허가제는 일종의 판례법에 해당한다. 국가의 공권력행사는 민주적 정당성을 필요로 하는데 그 기제가 법률이다. 즉 국가의 공권력행사는 민주적 법치국가원리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성전환에 따른 성별정정허가를 이렇게 판례법적으로 접근하는 것 즉, 판례에 의한 성별정정허가의 허용성은 법률유보의 원칙의 차원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 법관은 '법의 입(bouche de la loi)'으로서만 기능하며, 법의 해석·구체화·적용은 현행 법질서를 넘어 새로운 법질서를 제시하는 양상인 법정립(입법)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역시 법의 후속적 형성(Rechtsfortbildung)이란 법원의 임무와 권능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그들 기본법 제20조 제3항의 법관의 법·법률의 구속에 의해 도출된 한계 역시 강조하였다(Vgl. BVerfGE 34, 269(286ff.)). 성(性)의 변경은 특정인의 개인사에 그치지 않고, 공동사회의 지배적 법 에토스(Ethos)는 물론, 기왕의 법질서에 대해서도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판례법이 법률유보를 대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성별정정의 문제는 단지 등록기록의 정정에 그치지 않고 향후 가족 및 혼인의 개념과 의의와 관련해서 법적, 법외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여기서 단순히 신청인의 행복추구권만을 극대화시켜서 접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판례에 의한 성별정정허가는 허용된 법관의 법형성을 넘어선 것이다. Ⅵ. 미성년 자녀의 존재와 관련해서 성별정정허가의 재량적 접근의 문제 대상판결은 미성년 자녀의 존재와 관련한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성별정정허가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는데, 이런 논증은 미성년 자녀가 존재함에 따른 개별구체적인 사정을 최대한 반영하여 개별적 정의의 차원에서 성별정정허가의 정당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런 논증은 기본적으로 구체적 상황을 고려하여 개별사건에 알맞고 합사실적인(실체에 맞는) 최적의 해결책을 발견하고자 하는 재량 메커니즘에서 행해진다. 결국 대상판결은 법관의 성별정정허가를재량인양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재량적 접근은 정형성과 형식성을 그 특징으로 하는 신분관계의 설정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성별정정허가의 기준이 입법을 통해 명문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전환자의 기본권의 보호와 미성년 자녀의 보호 및 복리와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법익의 균형을 위한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은 법관의 판단 자체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고조시킬 뿐이다. 미성년 자녀가 존재한 상황에서 행해진 성별정정불허가 자체가 오히려 사법불신을 증폭시킬 수 있다. Ⅶ. 맺으면서 - 대법원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의 바람직하지 않은 나비효과 혼돈에서의 나비효과는 초기조건의 아주 작은 차이가 최종 현상에서 아주 커다란 차이를 낳는다고 주장한 프랑스 수학자 푸앵카레의 '초기조건의 민감성(sensitivity on initial conditions)'에서 비롯되었다. 성전환자의 성별정정과 관련하여 지금의 입법부재의 상황을 초래한 초기조건이 바로 대법원 2004스42전원합의체결정이다. 성전환자의 성별정정과 관련하여 일찍이 1972년에 스웨덴에서 입법이 마련된 이래 대부분 국가는 관련 입법을 두고 있다. 일본에서는 성전환에 따른 호적변경이 2001년에 법원에 의해 허용되지 않은 후 2003년에 관련 법률(性同一性障害者の性別の取扱いの特例に関する法律)이 제정되었다. 특히 독일에서는 1980년 성전환법(TSG)을 대체하는, 신고에 의해 성별전환이 가능하게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성자기결정법(Selbstbestimmungsgesetz)의 입법이 진행되고 있다. 필자가 일찍이 입법의 필요성을 역설하였지만('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의 問題點에 관한 小考, 법률신문 제3493호, 2006. 9. 25.), 아쉽게도 그 이후 해당 지침이 참조조문에서 사라지는 데 그쳤다. 의회가 입법보다 앞서는 사회의 변화에 둔감하여 자신의 임무를 심각하게 방기하고 있는 점은 분명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법치주의 및 권력분립주의를 벗어나서 사법적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성별정정
자녀
성전환자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2022-12-08
가사·상속
성년후견개시심판에서 처분권주의
1. 사실관계 및 대법원의 판단 사건본인의 장남인 청구인은 사건본인이 1997년경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사건본인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었고, 참가인은 2002년경부터 사건본인을 간병하며 동거해오다가 2018년 혼인신고를 하였다. 사건본인은 2018년 11월경 혈관성 치매 등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하였고, 참가인은 사건본인과의 혼인신고와 2019년경 사건본인 소유의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시도하는 등의 문제로 사건본인의 자녀들과 갈등이 있었다. 청구인은 사건본인에 대한 성년후견의 개시와 자녀들을 성년후견인으로 선임할 것을 청구하였으나 제1심 법원은 한정후견을 개시하고 법무사를 한정후견인으로 선임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사건본인의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어 한정후견이 아닌 성년후견이 개시되어야 한다며 항고하였고, 사건본인은 후견개시가 불필요하고 후견이 개시되더라도 참가인이 후견인으로 선임되어야 한다며 항고하였다. 원심은 사건본인에 대한 정신감정 없이, 조사 결과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사건본인의 사무처리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청구인과 사건본인의 각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민법이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을 구별하여 개시 요건과 청구권자 등을 개별적으로 정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의 요건 중 '사무처리 능력의 지속적 결여'와 '사무처리 능력의 부족'은 정도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한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에 관한 심판 절차는 가사비송사건이므로 가정법원이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않고 후견적 입장에서 합목적적으로 결정할 수 있고,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 개시의 청구가 있는 경우 가정법원은 청구취지와 원인, 본인의 의사, 성년후견제도의 목적 등을 고려하여 필요한 절차를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청구인이 성년후견의 개시를 청구하고 있더라도 필요하다면 한정후견을 개시할 수 있고, 한정후견의 개시를 청구한 사건에서도 감정 결과 등에 비추어 성년후견 개시의 요건을 충족하고 본인도 성년후견의 개시를 희망한다면 법원이 성년후견을 개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2. 가사비송사건과 처분권주의 소송물에 대한 당사자의 결정권을 보장하는 처분권주의는 절차의 개시, 심판의 대상과 범위, 절차의 종결을 당사자의 의사에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변론주의는 변론에서 재판의 기초가 되는 내용을 당사자가 제출하도록 하는 소송자료 수집에 관한 것으로, 소송물 결정에 관한 처분권주의와 개념을 구별해야 한다. 변론주의와 대비되는 원칙인 직권탐지주의와 처분권주의는 양립 가능한 것이므로, 직권탐지주의가 적용된다고 해서 처분권주의가 바로 제한된다고 볼 수는 없다. 성년후견개시심판에서 법원이 청구권자의 청구와 무관하게 한정후견을 개시할 수 있다는 결정은 당사자가 청구한 대상과 다른 대상에 관하여 판단하는 것으로 법원의 판단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고, 가사비송사건에도 적용되는 처분권주의의 제한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 성년후견개시심판을 비롯한 성년후견제도 관련 사건은 라류 가사비송 사건이지만 법원의 후견개시 심판의 경우 실무상 청구권자 사이의 대립과 청구권자와 사건본인과의 대립양상이 많이 있어 청구인과 관계인 사이의 다툼이 존재하기 때문에 처분권주의를 보장하여 당사자와 이해관계인이 불측의 판결을 받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3. 성년후견개시심판에서 한정후견 개시 성년후견개시심판과 한정후견개시심판은 실체법상 별개의 청구에 해당하여 소송물이 다른 것으로 보아야 한다. 소송물의 동일성에 관한 판단기준에는 구실체법설(구소송물이론), 소송법설(신소송물이론), 신실체법설 등 여러 견해가 있으나, 판례는 실체법상의 적용법조가 달라지면 그 권리관계를 소송물로 보아 청구를 달리 보고 있다. 성년후견개시심판(민법 제9조)과 한정후견개시심판(민법 제12조)은 실체법상 별개의 청구에 해당하고, 성년후견개시심판은 가사소송법 제2조 제2호 가목 1)에, 한정후견개시심판은 동법 제2조 제2호 가목 1)의3에 규정된 라류 가사비송사건으로 실체법이나 소송법상으로 각각 소송물이 다른 별개의 청구에 해당하는 것으로 성년후견의 개시를 청구한 사건에서 법원은 직권으로 한정후견을 개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개정 전 민법의 행위무능력 제도에서는 재산관리와 거래 안전에만 목적을 두고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들을 일률적으로 행위능력을 박탈하거나 제한하였지만, 성년후견제도는 이러한 획일적인 행위무능력 제도를 개선하기 위하여 여러 후견유형을 인정하여 탄력적 운영이 가능하게 입법하였다. 잔존능력의 활용, 본인 의사의 존중, 정상화의 원칙, 필요성과 보충성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여 성년후견제도를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으로 나누어서 피성년후견인에게 적절한 후견을 개시하도록 한 것이다. 대상판결과 같이 청구인이 성년후견 개시를 청구하였으나 법원이 직권탐지주의에 의한 사실조사 등의 심리 결과 성년후견개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거나 법원이 후견적 입장에서 한정후견을 개시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심리에서 석명 등을 통하여 청구인이 청구취지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사건본인의 복리를 위해서 한정후견의 개시가 필요함에도 청구인이 청구취지 변경에 응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에도 법원은 직권으로 한정후견개시 결정을 하기보다는 청구를 기각해야 할 것이다. 4. 한정후견개시심판에서 성년후견 개시 대상판결에서는 한정후견의 개시를 청구한 사건에서도 성년후견 개시의 요건을 충족하고 본인도 성년후견의 개시를 희망한다면 법원이 성년후견을 개시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한정후견의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과 성년후견의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은 대상판결의 판시와 같이 정도의 차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각각 다른 사무처리 능력을 가진 본인을 상정한 것이다. 후견이 개시될 경우 피성년후견인은 행위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반면 피한정후견인은 원칙적으로 행위능력이 인정되고, 성년후견인은 포괄적인 법정대리권을 가지게 되지만 한정후견인은 동의권을 행사하며 지정된 범위에서 대리권을 행사한다. 이처럼 한정후견제도는 단순히 성년후견제도와 사무처리 능력 정도의 양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을 가진 별개의 제도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성년후견개시심판 청구에서 한정후견개시의 심판을 하는 경우보다 한정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 성년후견을 개시하는 심판은 특히 경계하여야 한다.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된 취지가 본인의 잔존 의사능력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였을 때, 사건본인의 의사결정능력을 대체하는 성년후견의 개시는 당사자의 청구가 있는 경우에도 직권 탐지를 통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청구권자가 한정후견개시의 심판을 청구하였는데 성년후견을 개시하는 심판을 하는 것은 당사자가 청구한 대상과 다른 대상에 대하여 판단하는 것으로 판단 범위를 넘어서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건본인이 필요 이상으로 행위능력의 제한을 받지 않고 잔존능력을 활용하도록 하는 성년후견제도의 이념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특히 사건본인이 청구인일 경우에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5. 맺음말 성년후견제도의 목적은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평등하게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성년후견제도는 성년후견인이 본인의 의사결정을 대체하여 결정하는 것이 아닌, 본인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본인의 의사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이 모든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완전하고 동등하게 향유할 수 있도록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법적 능력을 인정하고, 장애인이 법적 능력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의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한국의 성년후견제도가 피성년후견인의 신상과 재산에 관하여 성년후견인이 결정하도록 허용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그러한 성년후견제도는 협약 제12조의 규정에 반하는 것이므로 우리의 성년후견제도와 같은 의사결정대행 제도에서 의사결정지원 제도로 전환할 것을 권고하기도 하였다. 성년후견개시심판은 사건본인의 행위능력을 대체하여 성년후견인이 재산 관계 뿐만 아니라 신상에 관한 결정까지 하게 되는 것으로 피성년후견인의 기본적 인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재판이고, 청구인에게도 신분 관계 및 상속 등 재산 관계에 대하여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므로 그 절차의 개시와 법원의 판단 범위는 소를 제기한 당사자의 처분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법원의 직권조사에도 당사자의 의견진술권을 보장하는 가사소송법 개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직권조사에 관하여도 당사자에 대한 절차보장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상판결의 내용이 앞으로 법원이 당사자가 신청한 후견제도의 종류 및 실체법상 청구권자와 무관하게 직권으로 성년후견을 개시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오진숙 변호사(서울대 공익법률센터)
성년후견
한정후견
자기결정권
오진숙 변호사(서울대 공익법률센터)
2022-01-10
가사·상속
민사일반
[2020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7. 가족법
1. 가족관계등록부 성명란의 성(姓)의 등기기록 정정 기준[대법원 2020. 1. 9.자 2018스40 결정] 가. 대상결정의 요지 가족관계등록제도는 국민의 출생·혼인·사망 등 가족관계의 발생 및 변동사항을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이라 한다)이 정한 절차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하여 공시·공증하는 제도이다(제1조, 제9조). 따라서 가족관계등록부는 그 기재가 적법하게 되었고 기재사항이 진실에 부합한다는 추정을 받는다. 그러나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에 반하는 증거가 있거나 그 기재가 진실이 아니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그 추정은 번복될 수 있다. 따라서 어떠한 신분에 관한 내용이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었더라도 기재된 사항이 진실에 부합하지 않음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 기재내용을 수정함으로써 가족관계등록부가 진정한 신분관계를 공시하도록 하여야 한다. 나. 검토 신청인은 어린 시절부터 '금**'라는 이름으로 생활해 왔고 신청인의 가족관계등록부 외에 신분증명을 위하여 사용되는 다른 주민등록표, 여권 등에는 '금'이라는 한글 성이 기재되어 있으나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신청인의 성명이 '김**(金**)'로 표기되어 있어 성명에 관하여 공적 장부들의 기재가 불일치하고 이로 인하여 상속등기 등 권리실현에 장애가 발생하자 가족관계등록부상 성의 표기를 '금'으로 정정해 달라는 신청을 하였다. 원심은 이와 같은 사유가 등록부의 기록이 법률상 허가될 수 없거나 그 기재에 착오나 누락이 있는 경우이거나 제105조 제1항의 창설적 신고가 무효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신청인의 정정신청을 기각하였으나 대상결정은 성명을 한글과 한자를 병기하여 이기하도록 한 구 호적법 시행규칙의 개정 경과, 가족관계등록부 성명란의 작성경위, 신청인이 출생 시 또는 유년시절부터 한자 성 '金'을 한글 성 '금'으로 사용하여 오랜 기간 자신의 공·사적 생활영역을 형성하여 온 사정, 신청인이 등록부정정을 신청하게 된 이유, 가족관계등록제도의 목적과 기능 등을 고려하여 신청인의 가족관계등록부상 한글 성을 '금'으로 정정하도록 허용하였다. 대상결정은 가족관계등록부 기재의 추정력과 함께 이를 번복할 수 있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2. 재판상 이혼 시 자녀의 양육에 관하여 공동양육을 명할 수 있는 기준[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8므15534 판결] 가. 대상판결의 요지 자녀의 양육은 부모의 권리이자 의무로서 미성년인 자녀의 복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에 미성년인 자녀의 양육자를 정할 때에는 미성년인 자녀의 성별과 연령, 그에 대한 부모의 애정과 양육의사의 유무는 물론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능력의 유무, 부와 모가 제공하려는 양육방식의 내용과 합리성·적합성 및 상호 간의 조화 가능성, 부 또는 모와 미성년인 자녀 사이의 친밀도, 미성년인 자녀의 의사 등의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미성년인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향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민법 제837조, 제909조 제4항 및 제5항,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의 3) 및 5) 등에 따르면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 법원이 친권자를 정하거나 양육자를 정할 때 반드시 단독의 친권자나 양육자를 정하도록 한 것은 아니므로 이혼하는 부모 모두를 공동양육자로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재판상 이혼의 경우 부모 모두를 자녀의 공동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은 부모가 공동양육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고 양육에 대한 가치관에서 현저한 차이가 없는지, 부모가 서로 가까운 곳에 살고 있고 양육환경이 비슷하여 자녀에게 경제적·시간적 손실이 적고 환경 적응에 문제가 없는지, 자녀가 공동양육의 상황을 받아들일 이성적·정서적 대응능력을 갖추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동양육을 위한 여건이 갖추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나. 검토 대상판결은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 미성년자인 자녀의 양육자를 정하는 기준을 다시 한 번 확인함과 동시에 부모 모두를 공동양육자로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면서도 이 사건에서 부모가 가까운 장래에 공동양육과 방법에 대하여 서로 원만하게 협력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이며 향후 자녀를 공동양육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사항을 충분히 협의할 수 있게 되더라도 공동양육을 통하여 부모 각자의 거주지를 오갈 자녀의 경제적·시간적 손실과 정서적 불안정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오히려 일방에 대한 양육자 지정과 상대방에 대한 면접교섭을 통해서도 공동양육자 지정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적을 대부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하여 부모를 공동양육자로 지정하고 공동양육의 방법을 정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현재의 유책주의 이혼법제에서는 당사자가 부정행위, 유기, 부당한 대우 등 첨예한 갈등이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사유로 이혼하게 되는 사정을 주장 입증하여야 하고 부모와 자녀가 공동양육의 상황을 받아들일 이성적·정서적 대응능력을 갖추기 어려워 실제로 공동양육이 허용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3.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대법원 2020. 6. 7.자 2020스575 결정] 가. 사실관계 대한민국 국민인 신청인은 2013년 8월경부터 사실혼 관계에 있던 중국 국적 여성 Y와 사이에서 딸인 사건본인이 출생하자 사건본인의 출생증명서를 첨부하여 관할 주민센터에 출생신고를 하였다. 사건본인의 출생증명서에는 Y의 성명, 생년월일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런데 Y는 이미 중국 당국으로부터 여권 갱신이 불허되어 Y의 혼인관계증명서나 Y가 자녀의 출생 당시 유부녀가 아님을 공증하는 서면, 2명 이상의 인우보증서 등 서류 등 혼인 외 자녀의 父가 출생신고할 때 첨부해야 할 서류를 제출할 수 없었다. 이에 신청인은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에 규정된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이 사건 신청을 하였으나 제1심법원과 항고심법원은 모두 기각하였다. 나. 대상결정의 요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에 대하여 국가가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거나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려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가 발생한다면 이는 아동으로부터 사회적 신분을 취득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아동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다(헌법 제10조).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국가가 운영하는 제도를 이용하려면 주민등록과 같은 사회적 신분을 갖추어야 하고 사회적 신분의 취득은 개인에 대한 출생신고에서부터 시작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진다.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의 취지, 입법연혁, 관련 법령의 체계 및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의 중요성을 함께 살펴보면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은 같은 법 제57조 제1항에서 생부가 단독으로 출생자신고를 할 수 있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법 제44조 제2항에 규정된 신고서의 기재내용인 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 부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신고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으로 문언에 기재된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는 예시적인 것이므로 외국인인 모의 인적사항은 알지만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 또는 모의 소재불명이나 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발급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등과 같이 그에 준하는 사정이 있는 때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다. 혼인 외 자녀에 대한 친부의 출생신고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의무는 모에게 있지만(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부(父)도 혼인 외 자녀에 대하여 출생신고를 할 수 있고 이때 그 신고는 인지의 효력이 있다(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1항). 비혼모가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에는 부를 불상으로 기재할 수 있지만 부가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때에는 모의 혼인관계증명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가 있는 경우에 그 모가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되어 있는지가 분명하지 아니하거나 등록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부는 모에게 배우자가 없음을 증명하는 공증서면 또는 2명 이상의 인우인의 보증서를 제출하여야 하므로[출생신고에 관한 사무처리지침(2015. 1. 8. 제정 가족관계등록예규 제412호) 제8조] 모를 불상으로 기재할 수는 없다. 이는 민법상 친생추정 제도와 관련이 있는데 모가 부(夫)가 아닌 생부를 자녀의 부(父)로 기재하는 출생신고를 수리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생부가 출생신고를 하여야 하나 모의 인적사항을 모를 때에는 자녀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고 먼저 자녀의 미성년후견인 또는 특별대리인으로 선임된 후 관할 가정법원으로부터 자녀의 가족관계등록창설 및 성본 창설 심판을 받고 가족관계등록창설신고 및 인지신고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생부가 자녀의 부로 기재될 수 있었다. 이처럼 생부가 자녀를 양육하고 있어도 모의 인적사항을 모르면 비록 유전자검사를 통하여 친자관계가 과학적으로 증명되더라도 출생신고를 할 수 없고 여러 절차를 거쳐야 부자관계를 확정할 수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이런 어려움으로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아이들의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해 2015년에 가족관계등록법이 일부 개정되었다(법률 제13285호, 일명 '사랑이법'). 이 법은 친부가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모가 혼인 중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자녀를 출산한 후 생부를 아버지로 출생신고 하기 위해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을 악용하는 것을 막고자 일선 법원에서는 모의 인적 사항을 전부 알지 못하는 경우에 한해 생부의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을 해주었다. 그리하여 개정법률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출생신고에 있어 비혼부의 어려움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라. 검토 대상결정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천명한 최초의 판례이다. 그동안 하급심에서는 사랑이법의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민법상 친생추정제도와의 관계에서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의 적용범위를 좁게 해석하였으나 대상결정은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와 위 법률 조항의 입법 취지 등을 명확하게 밝히면서 비혼부가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자녀의 출생신고를 간소한 방법으로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4.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5므8351 전원합의체 판결] 가.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쟁점 A(1909년 8월 10일 사망)는 2010년 8월 15일 건국훈장 4등급 애국장 포상대상자로 결정되었다. A는 1남 2녀를 두었고 장녀 망 B의 자녀인 b가 행정소송을 통해 구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2012년 2월 17일 법률 제113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독립유공자예우법'이라 한다)에 따른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인정되자 A의 장남 망 C의 손자인 원고(A의 증손자)가 검사를 상대로 A와 B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원고가 위와 같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판결을 받더라도 A에게 다른 손자녀(차녀의 자녀들)가 있어 독립유공자예우법이 정한 기준에 따른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될 수 없고 달리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구할 이해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적격을 부정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가 독립유공자 A와 친족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즉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은 그와 같은 신분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가 여전히 유지될 수 있는지 나아가 민법 제865조에 의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기권자(원고적격)의 구체적 기준이 문제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구 인사소송법 등의 폐지와 가사소송법의 제정·시행, 호주제 폐지 등 가족제도의 변화, 신분관계 소송의 특수성, 가족관계 구성의 다양화와 그에 대한 당사자 의사의 존중, 법적 친생자관계의 성립이나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소송절차와의 균형 등을 고려할 때 이해관계인은 '다른 사람들 사이의 친생자관계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일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 등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이다. 민법 제777조의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이러한 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민법 제865조에 의하여 준용되는 다른 조항의 제소권자로 명기되어 있거나 별도의 이해관계가 인정되어야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 적격이 인정된다. 이에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이라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한편 위와 같은 다수의견에 대해 판례 변경에는 찬성하지만 원고가 제소권자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대법관 2인의 별개의견이 있다. 다. 검토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민법 제865조에 따라 친생자관계의 당사자인 부, 모, 자녀는 물론 자녀의 직계비속과 그 법정대리인은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고 '성년후견인, 유언집행자, 부(夫) 또는 처(妻)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은 제865조에 열거된 각 규정(제848조, 제850조, 제851조)이 정하는 제소권자에 관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지만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제865조 및 제862조에 따른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원고적격이 인정된다고 하였다.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다른 사람들 사이의 친생자관계존부가 판결로 확정됨에 따라 상속이나 부양 등에 관한 자신의 권리나 의무, 법적 지위에 구체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경우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하고 이는 원고의 주장내용과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토대로 개별적으로 심리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별개의견은 부(夫) 또는 처(妻)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은 위와 같은 제소권자에 관한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하고 이해관계인의 범위를 정하는 1차적 기준은 현재 가족관계등록부에 진실한 혈연과 다른 친생자관계가 등록됨으로 인해 자신의 신분관계를 기초로 한 법적 지위에 불이익을 받는지 여부가 되어야 하며 친생자관계존부확인 판결을 통해 잘못된 가족관계등록부의 기록을 바로잡아야 할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 있어야 하는데 다수의견이 제시한 기준인 '일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지 여부'는 신분관계에는 영향이 없으면서 재산적 이해관계만을 갖는 경우(가령 보험금 수익자나 상속인의 채권자 등)까지 확장될 우려가 있다면서 그로 인한 실무적 부작용 등을 우려하였다. 대상판결의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은 모두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과 관련하여 약 40년 동안 유지되어 오던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함과 동시에 민법 제865조에 의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 범위를 합리적으로 설정하였다. 친생자관계는 인간의 혈연적·정서적 뿌리와 연결된 기초적 신분관계이다. 따라서 친자관계의 법적 안정성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친자가 문제삼지 않는 친생자관계에 대해 제3자가 확인의 소를 제기하도록 허용하려면 그럴만한 정당성이 충실하게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민법 제856조에 의해 준용되는 민법 제851조의 보충적 제소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이해관계인의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 원고적격을 인정하지 않은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5. 특별한정승인의 제척기간과 법정대리인[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19다232918 전원합의체 판결] 가. 사실관계와 쟁점 피고는 채무자인 A의 상속인들(배우자 B, 자녀 C와 원고)을 상대로 약속어음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1993년 12월 20일 승소판결을 받았고 이후 2003년 11월경 시효 연장을 위하여 소를 제기하여 이행권고결정이 확정되었는데 B는 위 두 번의 소송에서 당시 미성년자인 원고를 대리하였다. 피고는 2013년 11월경 재차 시효 연장을 위하여 B, C, 원고(성년)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피고는 2017년 8월 31일 위 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원고의 은행 예금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이에 원고는 2017년 9월 25일 상속 한정승인 신고를 하여 이를 수리하는 심판을 받고 곧바로 이 사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의 한정승인 신고 및 그 수리가 유효한지 여부이다. 이는 민법 제1019조 제3항에 따른 특별한정승인에서 상속인이 미성년자인 경우에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는지 여부'와 '이를 알게 된 날'을 미성년 상속인과 법정대리인 중 누구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지와 관련된다. 나아가 상속인이 성년에 이른 뒤에 본인이 직접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3월의 제척기간이 별도로 기산됨을 내세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지 문제 된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민법 제1019조 제1항, 제3항의 각 기간은 상속에 관한 법률관계를 조기에 안정시켜 법적 불안 상태를 막기 위한 제척기간인 점,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법정대리인 제도와 민법 제1020조의 내용 및 취지 등을 종합하면 상속인이 미성년인 경우 민법 제1019조 제3항이나 그 소급 적용에 관한 민법 부칙 제3항, 제4항에서 정한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였는지'와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이 언제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2다440 판결,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2다15268 판결 참조). 따라서 미성년 상속인의 법정대리인이 1998년 5월 27일 전에 상속개시 있음과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모두 알았다면 위 민법 부칙 규정에 따라 그 상속인에게는 민법 제1019조 제3항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러한 상속인은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없다. 또한 법정대리인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이 1998년 5월 27일 이후여서 상속인에게 민법 제1019조 제3항이 적용되더라도 법정대리인이 위와 같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에 관한 3월의 제척기간이 지나게 되면 그 상속인에 대해서는 기존의 단순승인의 법률관계가 그대로 확정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후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더라도 상속개시 있음과 상속채무 초과사실에 관하여 상속인 본인 스스로의 인식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 규정이 적용되고 제척기간이 별도로 기산되어야 함을 내세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서는 상속인이 미성년인 동안 그의 법정대리인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고도 3월 동안 상속인을 대리하여 특별한정승인을 하지 않은 경우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러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3월 내에 스스로 특별한정승인을 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이 있다. 다. 검토 상속인이 미성년인 경우 상속인과 법정대리인 중 누구의 인식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 가부를 가려야 하는가 하는 쟁점에 관해서는 기존 판례에 따라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그런데 미성년 상속인이 성년이 된 후 본인 스스로의 인식을 기준으로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수의견은 허용할 수 없다고 보았고 반대의견은 이를 허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미성년 상속인을 상속채무로부터 보호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생각이 모두 일치하였다. 다만 다수의견은 입법으로 미성년자를 보호할 수 있는 특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보았고 반대의견은 입법이 아닌 해석을 통해 미성년자를 구제하는 것을 도모하였다.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한다는 이유로 법률해석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다수의견에 동의하면서 미성년 상속인을 보호할 제도적 방안이 하루 빨리 마련되길 기대한다. 6. 그 밖에 부모에게 양육비를 분담하고 공동명의계좌를 개설하도록 명한 원심을 파기한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므15302 판결도 중요하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21-03-04
가사·상속
민사일반
제3자의 권리 대상인 유증 목적물에 관한 법률관계
I. 사건의 개요 및 경과 A는 1971년 10월 16일 사회복지법인인 피고 법인을 설립한 이래,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피고 법인을 운영해 왔다. 피고 법인은 1987년 7월 31일 A 소유인 X토지 위에 피고 법인 소유의 Y건물을 신축하였고, 이후 X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해 왔다. A는 1994년 6월 13일 X토지를 B종친회에 유증한 뒤 1999년 11월 1일 사망하였다. 그에 따라 2001년 4월 11일 X토지에 관하여 B종친회 앞으로 유증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B종친회의 채권자인 원고는 B종친회가 피고 법인에게 가지는 토지 사용료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에 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이어 원고는 피고 법인을 상대로 추심금소송을 제기하였다. 피고 법인은 A가 생전에 피고 법인에게 X토지에 관한 무상사용을 허락하였으며, 특정물 유증의 경우 민법 제1085조에 따라 수유자가 유증 목적물에 관한 제3자의 권리를 소멸시키는 청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요컨대 이 사건에서 피압류채권, 즉 B종친회의 피고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피고 법인 주장의 요지였다. 1심 법원은 위와 같은 피고 법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A가 사망하기 전까지 피고 법인이 X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피고 법인이 그 무상사용권을 가지고 현재 X토지의 소유자인 B종친회에게 대항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또한 1심 법원은, 민법 제1085조는 수유자가 유증의무자에게 제3자의 권리 소멸을 청구하지 못한다는 취지일 뿐, 수유자가 대항력 없는 제3자에게 직접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제한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보았다. 원심 법원도 이러한 1심 법원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II. 대상판결의 내용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민법 제1085조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해석론을 제시하였다. 제1085조는 ‘유증의 목적인 물건이나 권리가 유언자의 사망 당시에 제3자의 권리의 목적인 경우에는 수증자는 유증의무자에 대하여 그 제3자의 권리를 소멸시킬 것을 청구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유증 목적물을 유언의 효력 발생 당시의 상태대로 수증자에게 주는 것이 유언자의 의사라는 점을 고려하여, 유언자가 다른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한 수증자 역시 유증 목적물을 유언의 효력 발생 당시의 상태대로 취득하는 것이 원칙임을 확인하는 규정이다. 그러므로 유증 목적물이 유언자의 사망 당시에 제3자의 권리의 목적인 경우, 그와 같은 제3자의 권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증 목적물이 수증자에게 귀속된 뒤에도 그대로 존속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III. 분석 및 검토 1. 민법 제1085조의 해석론 민법 제1085조는 ‘제삼자의 권리의 목적인 물건 또는 권리의 유증’이라는 표제 아래, 수유자가 ’유증의무자에 대하여‘ 그 제3자의 권리를 소멸시킬 것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정한다. 즉 적어도 그 문언만 놓고 보면, 제1085조는 수유자와 유증의무자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는 조항이다. 수유자와 제3자 사이의 관계에서 제1085조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론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 해석론은 제1085조가 수유자와 제3자의 관계를 규율하는 조항이 아니라고 보는 해석론이다. 편의상 이를 ‘좁은 해석론’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좁은 해석론에 따르면 수유자와 제3자 사이의 관계는 제1085조가 아니라, 권리의 우선순위에 관한 일반 법리에 의해 규율된다. 가령 유증 목적물인 부동산에 대항력 있는 임차권이 설정되어 있으면, 그 유증 목적물의 소유권이 수유자에게 이전된 후에도 그 임차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는 제1085조를 적용한 결과가 아니라,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임차권에 대항력을 부여하는 법리를 적용한 결과이다. 반면 대항력이 없는 임차권이나 사용권으로는 새로운 소유자인 수유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채권으로는 물권을 깨뜨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제1085조는 이러한 경우 수유자가 제3자에게 자신의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을 배제하는 조항이 아니므로, 제1085조의 존재로 인하여 그 결론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두 번째 해석론은 제1085조가 수유자와 제3자의 관계도 규율하는 조항이라고 보는 해석론이다. 편의상 이를 ‘넓은 해석론’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넓은 해석론에 따르면 수유자와 제3자 사이의 관계는 권리 사이의 관계에 관한 일반 법리가 아니라 제1085조에 의해 우선적으로 규율된다. 제1085조의 문언이 수유자와 제3자의 관계를 규율하지 않는데도 위와 같은 해석론을 도출할 수 있는 근거는 유언자의 일반적 의사이다. 즉 유언자는 일반적으로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유증 목적물에 대해 권리를 가지고 있던 제3자의 법적 지위를 유증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시키고자 하는 의사를 가진다는 것이다. 2.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대상판결은 제3자가 그 권리를 가지고 수유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상판결은 원심법원의 판단에 대하여, "피고 법인이 A에 대한 무상사용권을 가지고 새로운 소유자인 B종친회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점유권원에 관한 피고 법인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민법 제1085조를 잘못 해석한 결과"라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판시에 비추어 보면 대법원은 피고 법인이 그 무상사용권을 가지고 B종친회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있다고 보인다. 즉 제1085조의 규율 범위에 관하여 ‘넓은 해석론’을 취한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대상판결의 해석론에 반대한다. 법률해석은 문언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제1085조의 문언으로부터는 유증 목적물에 관하여 권리를 취득한 수유자가 그 권리를 제3자에게 행사하여 관철시킬 수 없다는 해석론을 도출하기 어렵다. 제1085조의 문언은 수유자가 유증의무자에게 제3자의 권리를 소멸시켜 달라고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유언자의 일반적 의사에 기대어 제1085조의 규율 범위를 확장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유증 목적물에 존재하던 제3자의 권리의 속성이 무엇이건 간에, 유증 이후에도 그 권리가 유지되기를 유언자가 희망하였을 가능성도 물론 있다. 하지만 유언자가 본래는 제3자에게 인정되지 않던 법적 지위나 법률 상태를 유증이라는 우연한 기회에 추가로 부여하려는 의사까지 가지지는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유언자의 일반적인 의사가 어느 쪽인지 불명확하다면, ‘유언자의 일반적인 의사’라는 불명확한 개념에 기대어 법률의 문언에서 도출해낼 수 없는 법률관계를 창설하는 것은 위험하다. 특정 유증의 법적 성격에 비추어 보더라도, 제1085조에 관한 넓은 해석론보다는 좁은 해석론이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이 문제는 유증의 법적 성격을 상속과 증여 중 무엇과 비슷하게 볼 것인가 하는 물음과 관련 있다. 유증의 법적 성질을 상속과 비슷하게 보면 넓은 해석론이, 유증의 법적 성질을 증여와 비슷하게 보면 좁은 해석론이 각각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특정 유증은 상대적으로 증여에 더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수유자가 상속인과 동일한 권리의무를 가지게 되는 포괄적 유증과 달리, 특정 유증은 구체적으로 특정된 목적물을 수유자에게 주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수유자의 입장에서도 증여를 받건 유증을 받건 대가 없이 타인의 권리를 승계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수증자는 대항력 없는 권리를 가진 제3자에 대해 자신의 소유권을 행사하여 관철시킬 수 있는데, 그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수유자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은 균형이 맞지 않다. 결국 유증도 재산처분의 한 종류이므로, 재산법의 규정이 이에 적용되는 것은 당연하다. 등기의 선후(先後)로 권리의 순위를 정하는 물권법의 법리, 채권으로는 물권을 깨뜨릴 수 없다는 일반 법리 등이 비단 유증에만 적용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특히 특정 유증의 경우 수유자의 법적 지위를 수증자가 아닌 상속인과 비슷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민법에서는 이러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대상판결이 근거로 제시하는 ‘유언자의 의사’도 그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제1085조의 해석론으로서는 좁은 해석론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3. 결론 대상판결은 그동안 존재감이 희박한 조문이었던 민법 제1085조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한편, 재산법과 상속법, 유증과 증여, 유언자의 의사 등 다양한 쟁점이 교차하는 흥미로운 소재를 던져주었다. 대상판결이 취한 제1085조의 ‘넓은 해석론’에는 문제가 없지 않지만, 대상판결을 계기로 제1085조의 해석론에 관한 논의가 더욱 풍성해지고 정교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소은 변호사 (서울대 로스쿨 법무지원실장)
유증
민법제1085조
부당이득반환
이소은 변호사 (서울대 로스쿨 법무지원실장)
2019-09-16
가사·상속
민사일반
한정후견과 임의후견
-대법원 2017. 6. 1.자 2017스515 결정- I. 대법원 결정 1. 사실관계 사건본인이 고령으로 인지능력에 제약이 있어 성년후견 개시 심판이 청구되었고 1심 법원은 2016년 8월 29일 사건본인에 대하여 한정후견을 개시하는 심판을 하였다. 그러자 사건본인이 이에 항고하면서 항고심 계속 중인 2016년 11월 24일 후견계약을 체결하고, 2016년 12월 26일 후견계약 등기가 마쳐지자 2016년 12월 28일 가정법원에 임의후견감독인 선임심판을 청구하고, 이를 이유로 한정후견개시심판 절차의 중단을 요청하였다. 항고심 법원은 2017년 1월 13일 사건본인의 항고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고, 사건본인이 위 결정에 대해 재항고하였다. 2. 결정의 요지 가. 민법 제959조의20 규정은 후견계약이 등기된 경우에는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여 후견계약을 우선하도록 하고, 예외적으로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할 때에 한하여 법정후견에 의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서, 민법 제959조의20 제1항에서 후견계약의 등기 시점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고, 같은 조 제2항 본문이 본인에 대해 이미 한정후견이 개시된 경우에는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하면서 종전 한정후견의 종료 심판을 하도록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제1항은 본인에 대해 한정후견개시심판 청구가 제기된 후 그 심판이 확정되기 전에 후견계약이 등기된 경우에도 그 적용이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와 같은 경우 가정법원은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만 한정후견개시심판을 할 수 있다. 나. 민법 제959조의20 제1항에서 정한‘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할 때’란 후견계약의 내용, 후견계약에서 정한 임의후견인이 그 임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사유가 있는지, 본인의 정신적 제약의 정도, 기타 후견계약과 본인을 둘러싼 제반 사정 등을 종합하여, 후견계약에 따른 후견이 본인의 보호에 충분하지 아니하여 법정후견에 의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II. 법정후견과 임의후견의 관계 1. 법률의 규정 민법(이하 조문으로만 표시한다) 제959조의20 제1항은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은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할 때에만 임의후견인 또는 임의후견감독인의 청구에 의하여 성년후견, 한정후견 또는 특정후견의 심판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후견계약은 본인이 성년후견 또는 한정후견 개시의 심판을 받은 때 종료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본인이 피성년후견인, 피한정후견인 또는 피특정후견인인 경우에 가정법원은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함에 있어서 종전의 성년후견, 한정후견 또는 특정후견의 종료 심판을 하여야 한다. 다만, 성년후견 또는 한정후견 조치의 계속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가정법원은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후견계약과 효력발생시기 민법이 도입한 성년후견제도에는 법정후견을 대체할 수 있는 후견계약이 있다. 후견계약은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 있거나 부족하게 될 상황에 대비하여 자신의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자에게 위탁하고 그 위탁사무에 관하여 대리권을 수여하는 것이다(제959조의14 제1항). 민법은 후견계약을 공정증서로 작성하도록 하고 있고(제959조의14 제2항), 등기하도록 정하였다(제959조15 제1항 참조). 나아가 등기를 하거나 계약에서 후견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들이 정한 계약효력발생시점에 바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한 때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제959조의14 제3항). 강학상 후견계약을‘즉효형 후견계약’과‘장래형 후견계약’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전자는 이미 보호가 필요한 정신적 제약이 있는 상태에서 임의후견계약의 체결과 동시에 임의후견감독인 선임을 청구하여 곧바로 임의후견에 의한 보호를 시작하는 유형이다. 후자는 향후 자신의 판단능력이 악화되었을 경우에 대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후견계약을 미리 체결하되 계약의 효력은 장래에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함으로써 발생하도록 하는 유형이다. 그런데 민법은 어떠한 유형의 후견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즉 임의후견감독인 선임을 신청할 수 있는 시기를 당사자들이 후견계약의 내용에 정한다고 하더라도 임의후견의 효력은 가정법원이 임의후견인을 선임함으로써 비로소 발생하도록 설계되었다. 3. 법정후견의 보충성 가. 의의 자신의 사무는 자신이 가장 잘 배려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이 후견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임의후견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특히 본인의 의사와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성년후견의 이념에 부합하려면 임의후견을 법정후견으로 변경하는 것은 본인의 의사에 반할 수 있기 때문에 제959조의20은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는 경우 가정법원은 원칙적으로 법정후견을 개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다. 나.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는 경우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지 않으면 가정법원은 후견계약의 존재를 알 수 없다.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다면 임의후견감독인이 선임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법정후견의 보충성 원칙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또 후견계약이 등기된 후 법정후견개시 심판이 청구된 경우에만 위 조문이 적용되는 것인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대상결정은 제959조의20 규정에 비추어 보면 후견계약이 등기된 후 법정후견개시 심판절차가 진행된 경우뿐만 아니라 본인에 대해 법정후견 개시심판 청구가 제기된 후 그 심판이 확정되기 전에 후견계약이 등기된 경우에도 그 적용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할 때 후견계약이 등기된 경우 가정법원은 본인의 의사와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여 원칙적으로 법정후견은 개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본인의 복리를 고려할 때 임의후견에 의한 보호보다 법정후견에 의한 보호가 요청되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은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법정후견을 개시하는 심판을 할 수 있고, 이미 개시한 법정후견을 유지하기 위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하지 않는다.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후견계약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여 종료될 것이다. 제959조의20 제1항은‘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할 때’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임의후견만으로는 본인 보호에 불충분하거나 공백이 있거나 미흡하여 법정후견에 의한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이다. 대상 결정은 그 의미를 구체화화였다. 라. 임의후견의 남용가능성 가정법원은 피후견인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그밖에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정후견인을 선임하는데(제936조 제4항, 제959조의3 제2항), 법정후견 개시 사건의 심리진행 중에 비로소 후견계약을 체결하여 등기하고 임의후견감독인 선임청구를 하는 것은 가정법원의 적절한 법정후견인 선임을 방해하고 심리절차를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남용 또는 악용될 수도 있다. 즉, 법정후견개시 심판 사건에서 이미 심리가 충분히 진행되었음에도 후견계약을 체결하여 등기하고 임의후견감독인 선임청구를 하는 경우에 무조건 법정후견심판절차가 중단된다고 하면 임의후견제도는 법정후견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보호가 필요한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의 존중을 중시하여 임의후견의 정당성을 높이 평가하더라도 임의후견이 법정후견절차를 방해하고 지연하는 수단으로 남용되도록 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마. 효과 본인에게 법정후견이 진행 중인 경우에도 임의후견으로의 변경은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본인에게 법정후견 심판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에도 동일하다. 이 경우 법원은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하고 법정후견의 종료심판을 하여야 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본인의 의사에 근거한 임의후견이 법정후견보다 우선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것은 본인이 법정후견상태에 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경우에 법정후견으로의 변경이나 법정후견개시가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은 법정후견이 계속되거나 법정후견의 개시가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정후견을 개시하는 심판을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후견계약이 존재함에도 법원이 법정후견을 개시하는 심판을 하면 후견계약은 종료한다. 다만 강학상 장래형 후견계약을 체결하고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지만 아직 조건이 성취되지 않아 임의후견감독인이 선임되지 않은 경우라면 그러하지 않다고 해석된다. III. 대상 결정의 의의 대상결정은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이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는 성년후견제도의 이념에 따라 후견계약이 법정후견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법정후견의 보충성원칙에 대해 최초로 판시하였고, 위 원칙은 법정후견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 후견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명시하였다. 나아가 후견계약의 등기에도 불구하고 한정후견을 개시하는 것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성년후견제도를 이해하는데 매우 의미가 크고 타당한 판시라고 생각한다.
한정후견
임의후견
성년후견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17-07-17
가사·상속
유언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의 의미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5다231511 판결 Ⅰ. 사실관계 망 A(이하 ‘망인’이라고 한다)는 1937년 12월 3일생으로 2011년 12월 12일 삼성창원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이후로 병원생활을 계속하던 중 2012년 11월 9일 사망하였다. 망인의 상속인으로 그의 처인 원고 B, 자녀인 원고 C, D, E 및 피고 F가 있다. 망인이 사망하기 전인 2011년 12월 20일 공증인가 S법무법인에서 ‘망인은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을 장남인 F에게 유증한다. 단, F는 상속등기 후 10년 이내에 차남인 C 및 삼남인 D에게 각 3000만원, 딸인 E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한다. 처인 B에게는 B의 사망시까지 매월 말일에 60만 원씩 지급한다’는 내용의 유언공정증서(이하 ‘이 사건 공정증서’라고 한다)가 작성되었다. 위 공정증서에 의하면, 망인은 자필서명이 어려워 공증인 K와 증인들이 그 사유를 부기하고 공증인이 대신 서명, 날인한 것으로 되어 있다. 원고들은, 유언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이 없었으므로 민법 제1068조에 규정된 방식에 위반하였고, 또한 망인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유언이라고 볼 수도 없어 이 사건 유언은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Ⅱ. 판결요지 1심에서는 “이 사건 공정증서의 유언자란에 망인이 직접 서명이나 기명날인을 하지 않고 공증인이 망인을 대신하여 서명과 날인을 하였는데, 당시 망인은 팔에 링거주사를 맞고 있었을 뿐 침대에 양손이 결박된 상태로 있지 않아 의식이 명료하였다면 굳이 공증인에게 서명과 날인을 대신하도록 할 필요가 없었던 점 등 위 공정증서 작성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취지가 망인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공증인이 망인을 대신하여 서명과 날인을 하였으므로 민법 제1068조에서 요구하는 ‘유언자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할 것’이라는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하면서 이 사건 유언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단은 이와 달랐다. 대법원의 판시요지는 다음과 같다. “유언자의 기명날인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기명날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반드시 유언자 자신이 할 필요는 없다. 망인은 이 사건 유언 당시 오른 팔에 주사바늘을 꼽고 있었고 안정을 취해야 하는 관계로 일어나 이 사건 공정증서에 서명을 할 수 없어, 망인의 의사에 따라 공증인이 그 사유를 적고 망인을 대신하여 이름을 쓰고, 망인의 도장을 날인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 사건 공정증서는 민법 제1068조에 규정한 ‘유언자의 기명날인’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Ⅳ. 해설 1. 서명과 기명의 차이점 민법은,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와 증인이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068조). 그런데 공증인법은, 공증인과 참석자는 각자 증서에 서명날인하여야 하고, 참석자로서 서명할 수 없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유를 증서에 적고 공증인과 참여인이 날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8조 제3항 및 제4항). 이 사건의 1심 법원은 서명과 기명의 차이점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명(署名)이란 자기 고유의 필체로 자기의 이름을 제3자가 알아볼 수 있도록 쓰는 것을 말하고, 기명(記名)이란 단순히 이름을 적는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서명은 반드시 본인이 적어야 하지만, 기명은 다른 사람이 대리해서 적거나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기명의 경우에는 본인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날인이 함께 요구된다. 이 사건의 경우 공증인 K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유언자를 대신하여 유언자의 이름을 기재했더라도 유언자의 날인이 있으므로 비록 ‘서명’에는 해당되지 않을지라도 ‘기명날인’의 요건은 충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민법은 서명 또는 기명날인을 요건으로 하고 있고, 공증인법은 서명날인을 요구하면서 유언자가 서명을 못하는 상황을 대비하여 기명날인의 방식을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기명날인이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졌다면 그것은 민법과 공증인법에 따라 당연히 유효하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유언자의 기명날인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기명날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반드시 유언자 자신이 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하면서 이 사건 공정증서는 ‘유언자의 기명날인’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판결한 것이다. 일본에서도 위암이 악화된 유언자가 서명할 수 없는 경우 공증인이 그 사유를 부기하고 대신 서명할 수 있다는 판례가 있다(최고재판소 1962. 6. 8, 집 16-7, 1293면). 학설 역시 기명날인은 반드시 유언자 자신이 할 필요는 없고 유언자가 서명할 수 없을 때에는 공증인이 부기하고 대신할 수도 있다고 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 ‘대신’하는 것은 서명이 아니라 기명날인이다. 서명은 반드시 본인이 해야 하는 것이며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참고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서는 성명의 자서와 날인을 요구한다(제1066조). 성명의 자서란 스스로 이름을 적는다는 의미로서 서명과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2. 유언자가 날인은 하지 않고 서명만 한 경우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작성하면서 만약 유언자가 서명만 하고 날인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공증인 앞에서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유언자가 도장을 가지고 오지 않았고 공증인도 민법에 따르면 유언자의 서명만으로 족하다고 생각해서 이를 간과하는 일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민법에 따라 유효한 유언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공증인법에 따라 무효라고 해야 할까? 이러한 문제는 민법과 공증인법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을 다르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다. 그런데 우리 민법의 모태가 되었던 일본 민법은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경우에도 유언자가 ‘서명날인’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서명날인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공증인이 그 사유를 부기하고 서명에 갈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969조 제5호). 그리고 일본 공증인법은 일본 민법과 같이 공증인과 열석자의 서명날인을 요구하고 열석자 중에 서명할 수 없는 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취지를 증서에 기재하고 공증인이 날인하도록 하고 있다(제39조 제3항 및 제4항). 즉 일본에서는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이 민법이나 공증인법이나 모두 동일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문제가 없다. 우리 민법은 제정 당시부터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서명 또는 기명날인을 요구했다(제1068조). 그런데 그 후에 제정된 공증인법에서는 서명날인을 요구했고 서명할 수 없는 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사유를 증서에 기재하고 공증인과 참여인이 날인하도록 했다(제38조 제3항 및 제4항). 공증인법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에 관한 민법의 규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본의 공증인법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 발생한 입법상의 오류라고 생각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 민법처럼 우리 민법을 공증인법과 일치하도록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러한 개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해석론으로는 공증인법이 민법보다 나중에 제정되었다는 점(신법 우선의 원칙), 민법이 일반법이라면 공증인법은 공증에 한정된 법이라는 점(특별법 우선의 원칙)에서 공증인법상의 보다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만 유효한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3. 비교 판례 유언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 요건과 관련하여 이 사건과 비교해볼만할 판례가 있다. “다른 사람이 사지가 마비된 유언자의 손을 잡고 공정증서 말미용지에 서명과 날인을 하게 한 행위만으로는 유언자의 서명날인이 있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유언자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할 것'이라는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0다21802 판결이 그것이다. 다른 사람이 대신 유언자의 이름을 적고 날인한 것은 유효하다고 보면서도 다른 사람이 유언자의 손을 잡고 서명과 날인을 하게 하는 것은 무효라고 보는 것은 다소 모순된 느낌이 있다. 물론 다른 사람이 유언자를 대신해서 이름을 적는 것은 분명히 기명에 해당하지만, 다른 사람이 유언자의 손을 잡고 서명을 하게 하는 것은 기명이나 서명 어느 것으로 보기에도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서명’과 ‘기명’에 관한 개념의 문제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 그러한 행위가 유언자의 의사에 따른 것이었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된다. 유언자의 의사임이 분명한 경우에는 설사 다른 사람이 기명날인을 하던, 유언자가 서명, 날인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도와주던 유효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위 비교 판례에서 대법원이 유언장을 무효라고 본 것은 유언 당시 유언자의 상태가 온전하지 못하여 그러한 유언이 유언자의 진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라 생각된다.
공정증서
유언
서명날인
2017-05-30
가사·상속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권 행사와 제척기간
- 대법원 2016. 10. 19. 선고 2014다46648 판결 - 1. 사실관계 A는 1924. 3. 6. B와 혼인하여 슬하에 자녀들로 C, D, E 등을 두었다. A는 1961. 12. 13. 사망하였고, B는 1990. 4. 10. 사망하였다. A의 상속재산인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는 1978. 1. 23. 남한에 있던 A의 처 및 자녀들 앞으로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되었다. 한편 E는 1932. 5. 22. 출생하였는데 한국전쟁 발발직후인 1950. 9. 서울에서 실종된 이래 북한에서 생존해 있다가 2006. 12. 31. 북한에서 사망하였다. E의 딸인 원고는 2007. 9. 17. 북한을 탈출한 후 2009. 6. 11. 국내에 입국하였다. 원고는 "A의 사망 당시 E가 생존해 있었으므로 자신도 A의 재산을 상속받을 권리가 있다"며 2011. 10. 26. 피고 C와 D를 상대로 이 사건 상속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2. 판결요지 남북가족특례법 제11조 제1항은 피상속인인 남한주민으로부터 상속을 받지 못한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에 관한 법률관계에 관하여도 민법 제999조 제2항의 제척기간이 적용됨을 전제로 한 규정이라 할 것이며, 따라서 남한주민과 마찬가지로 북한주민의 경우에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권이 침해된 날부터 10년이 경과하면 민법 제999조 제2항에 따라 상속회복청구권이 소멸한다고 해석된다. A의 상속재산인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는 1978. 1. 23. 남한에 있던 상속인들 앞으로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 됨에 따라 E의 상속권이 침해되었고, E의 딸인 원고가 E의 상속권이 침해된 때부터 10년이 경과한 2011. 10. 26. 상속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이 사건 상속회복청구의 소는 제척기간이 경과하여 제기된 소로서 부적법하다. 3. 반대의견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는 민법 제166조 제1항을 제척기간의 기산점에 유추적용하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라 함은 '북한주민이 남한에 입국함으로써 남한 내 존재하는 상속재산에 관하여 상속회복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때'로 해석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권리행사기간에 관하여는 민법 제999조 제2항 전단을 유추적용하여 북한주민이 남한에 입국한 때에 민법상 제척기간이 경과한 경우에는 '남한에 입국한 때부터 3년'의 제척기간에 걸리고 민법 제999조 제2항 후단 소정의 '상속권 침해 시부터 10년'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함이 타당하다. 비록 E의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1978. 1. 23.부터 10년의 기간이 경과하였지만, 원고는 남한에 입국한 2009. 6. 11.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1. 10. 26.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상속회복청구의 소는 적법하다. 4. 평석 가. 우리 민법상 상속회복청구권의 문제점 우리 민법은 부동산물권변동과 관련하여 상속의 경우에는 권리취득을 위한 어떠한 형식도 필요하지 않다고 규정하여(제187조), 형식주의의 예외를 인정한다. 이에 따라 상속이 개시되면 상속인은 당연히 상속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한다. 소유권은 선의취득 등의 반사적 효과로 인해 소멸할 수는 있을지언정 일정 기간 행사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소멸하지는 않는 권리이다. 그런데 민법 제999조는 제1항에서 상속권이 침해된 경우에 진정상속인이 상속회복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면서, 제2항에서 제척기간을 두어 그 권리행사의 기간을 제한하고 있다. 즉 상속권의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상속권이 침해된 날로부터 10년이 경과하면 상속회복청구권은 소멸한다. 공용징수, 판결, 경매 그 밖의 법률 규정에 의하여 부동산소유권을 취득한 사람과 달리, 상속에 의하여 부동산소유권을 취득한 진정상속인만은 그 권리행사에 제한을 받고 있는 것이다. 비교법적으로 볼 때 우리 민법과 같이 3년, 10년이라는 단기의 제척기간을 정하고 있는 입법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 민법상의 상속회복청구권은 진정상속인의 입장에서는 가장 불리한 입법에 속한다. 상속회복청구권의 존재의의가 제척기간을 통해 참침상속인을 보호하는 데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사견으로는 물권적 청구권과 별도로 상속회복청구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며, 제척기간을 통해 진정상속인의 권리를 박탈하는 상속회복청구권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재산권의 제한에 관한 법률유보원칙과 제척기간제도 제척기간은 기간의 경과를 이유로 예외적으로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이다. 제척기간에 관한 규정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소유권은 소멸하지 않고 그 권리를 행사하는 데 기간제한이 있을 수 없다. 권리의 존속기간을 정함으로써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권리자에게 매우 불리하다. 따라서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명시적인 규정을 두어야만 하고 이를 규정하지 않은 이상은 권리의 존속 내지 행사에 있어서 기간제한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렇게 보는 것이 재산권 제한에 관한 법률유보원칙에도 부합한다(헌법 제23조). 진정상속인에게 치명적인 불이익을 가져다주는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제도는 그 적용범위를 최소화시켜야 한다. 명문의 규정 없는 유추적용을 가급적 허용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권리자의 희생 아래 참칭상속인을 보호해줘야 할 필요성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그런데 남북가족특례법은 상속회복청구와 관련하여, 제11조 제1항에서 남북이산으로 인하여 피상속인인 남한주민으로부터 상속을 받지 못한 북한주민은 민법 제999조 제1항에 따라 상속회복청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에 관한 규정은 두지 않았다. 그렇다면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에 관한 민법 제999조 제2항의 규정이 남북가족특례법에 의해 북한주민이 행사하는 상속회복청구권에도 당연히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제척기간에 관한 규정은 권리자에게 매우 불리한 것이기 때문에 법률상 명문의 규정 없이 제척기간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진정상속인과 참칭상속인 중 누가 더 보호를 받아야 하는 사람인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남의 것인 줄 모르고 남의 것을 가져갔으면 그것을 알고 난 후에는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상식이다. 구체적 타당성과 법적 안정성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우리 법원은 법적 안정성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건도 그러한 예이다. 그러나 진정한 권리자를 보호함으로써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법적 안정성에도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다수의견은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나 인지청구의 소의 경우에는 민법의 특례를 인정하여 소의 제기에 장애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2년 내에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했으나 상속회복청구의 경우에는 이러한 특례를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법 제999조 제2항의 제척기간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반대의견은, 민법 제999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북한주민이 남한에 입국한 때로부터 3년'으로 제척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나 인지청구의 소의 경우에는 남북가족특례법이 제척기간에 관한 규정을 두었기 때문에 그에 따라 제척기간이 적용되는 것이다. 상속회복청구의 경우에는 남북가족특례법이 제척기간에 관해 아무런 규정도 두지 않았으므로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권에 관해서는 제척기간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다수의견처럼 민법 제999조 제2항을 그대로 적용해서도 안 되고, 반대의견처럼 이를 유추적용해서도 안 된다. 이것이 남한주민에 비해 북한주민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는 것으로서 불공평하다면,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에 관한 공평하고 합리적인 규정을 마련하면 될 일이다. 그렇지 않는 한 현재의 남북가족특례법 하에서는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권은 제척기간이 없어서 언제라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소유권의 본질과 법률유보원칙에 부합한다. 다. 남한주민의 신뢰와 거래 안전을 위한 장치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권에 대해 제척기간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제3자의 신뢰 등 거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또한 남한에서 피상속인과 함께 살면서 상속재산 형성에 기여한 남한의 다른 공동상속인은 북한주민에 비해 불공평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이해관계를 조절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마련되어 있다. 즉 남북가족특례법 제11조 제1항 제2문은 "이 경우 다른 공동상속인이 이미 분할, 그 밖의 처분을 한 경우에는 그 상속분에 상당한 가액으로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상속재산을 양수한 제3자 등 거래의 안전을 보호 할 수 있다. 그리고 남한의 다른 공동상속인은 남북가족특례법 제11조 제2항에 따라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에 대하여 기여분 청구를 할 수도 있다. 원래 상속재산분할절차에서만 가능한 기여분 청구를 상속회복청구절차에서도 예외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러한 규정들을 통해 남한주민의 신뢰와 거래 안전은 어느 정도 보호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주민
상속회복청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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