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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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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
행정사건
이윤압착(Margin Squeeze)에 대한 공정거래법의 규율
Ⅰ. 사실관계와 원심판결 1. 원고는 자체 무선통신망을 보유하고 기업메세징서비스의 필수 원재료라고 할 수 있는 이동통신사업자와 기업메세징 사업자 간 기업메세지 전송서비스(이하 '전송서비스')를 다른 기업메세징 사업자에게 판매하는 동시에, 자신도 고객에게 직접 기업메세징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직적으로 통합된 이동통신사업자이다. 원고는 기업메세징서비스의 가격을 전송서비스 건당 평균 최저 이용요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판매하였다(이하 '이 사건 행위'). 기업메세징서비스란 은행 등이 이동통신사업자의 무선통신망을 이용하여 이용자의 휴대폰으로 입출금 내역 등을 문자메세지로 전송해주는 것이다. 2.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건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전단 및 같은 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경쟁사업자 배제)가 규정하는 '통상거래가격 미만의 공급'으로서 '이윤압착'에 해당한다고 보아 시정명령 등을 부과하였다. 3. 원심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통상거래가격 산정방식이 정당하지 않으므로 통상거래가격 미만의 공급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할 우려와 독점을 유지·강화할 의도나 목적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Ⅱ. 대법원 판결(이하 '대상판결')의 요지 1.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였다. 대상판결은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는 약탈적 가격설정뿐만 아니라 이윤압착도 규율할 수 있다고 하면서, 원고의 이 사건 행위는 '상품 또는 용역을 통상거래가격에 비하여 낮은 대가로 공급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경쟁사업자를 배제시킬 우려', 즉 부당성도 인정된다고 판결하였다. 2. 대상판결은 우선 이윤압착의 규제 필요성과 개념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시하였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공급망의 연쇄에 따라 두 개의 다른 생산단계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수직 통합된 사업자로서 상류시장에서 하류시장 사업자의 생산 활동에 필수적인 원재료 등을 공급함과 동시에 하류시장에서 원재료 등을 기초로 완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경우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한 유형으로서 이윤압착이 문제될 수 있다. 이윤압착이란 위와 같이 수직 통합된 상류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상류시장 원재료 등의 도매가격과 하류시장의 완제품 소매가격의 차이를 줄임으로써 하류시장의 경쟁사업자가 효과적으로 경쟁하기 어려워 경쟁에서 배제되도록 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3. 그리고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의 '통상거래가격'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과 관련된 배제남용행위를 판단하기 위한 도구 개념이라고 하면서, "통상거래가격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래의 경우 일반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가격, 좀 더 구체적으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하여 거래함으로써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 정상적인 거래에서 일반적으로 형성되었을 가격을 뜻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설시하였다. 4. 나아가 대상판결은 부당성에 관하여 대법원 2007. 11. 22. 선고 2002두8626 전원합의체 판결(소위 '포스코 판결')을 따르면서도 개별 남용행위의 유형과 특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① 원고의 기업메세징서비스 시장점유율은 상승한 반면, 무선통신망을 보유하지 않은 경쟁사업자들의 시장점유율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난 점, ② 원고는 전송서비스 시장과 기업메세징서비스 시장 모두에서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 점, ③ 이 사건 행위 자체에 경쟁을 제한하려는 의도나 목적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점, ④ 기업메세징서비스 시장에서 원고의 경쟁사업들이 직면하게 되는 비용상의 열위는 무선통신망을 보유한 원고와 같이 수직 통합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하는 관련시장의 구조와 특징에 기인한 것일 뿐이며, 무선통신망을 보유하지 못한 기업메세징 사업자가 '비효율적 경쟁자'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행위를 규율하는 것이 비효율적인 경쟁자에 대한 가격보호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는 점, ⑤ 중·장기적으로 경쟁사업자가 배제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가격인상이나 서비스 품질 저하 우려, 다양성이 감소되어 혁신이 저해될 우려와 이로 인하여 거래상대방의 선택의 기회가 제한될 우려를 비교하면, 이 사건 행위로 단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후생 증대효과가 이 사건 행위의 경쟁제한적 효과를 상쇄할 정도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행위의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Ⅲ. 평석 1. 이윤압착의 유형적 독자성과 적용 법조 가. 종래 이윤압착의 개념과 위법성 판단기준에 관하여는 미국과 EU 등에서 논의가 이루어져왔고, 우리의 경우에는 위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을 계기로 하여 비로소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각 호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유형을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는데, 명시적으로 이윤압착을 염두에 둔 남용행위의 유형은 규정되어 있지 않아 현행 공정거래법 해석상 다른 남용행위 유형과의 관계와 적용 법조가 무엇인지가 주로 문제된다. 대상판결은 이윤압착의 유형적 독자성을 인정하면서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전단으로 규율할 수 있다는 점을 최초로 선언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나.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EU와 미국은 이윤압착 인정 여부에 관하여 대체로 입장이 다르다. 유럽 법원은 도이치텔레콤(Deutsche Telekom) 사건에서 일반전화가입자에게 부과하는 소매요금보다 신규로 진입한 경쟁사업자의 가입자회선에 대한 접속요금(도매요금)을 높게 부과한 행위가 이윤압착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또한 텔리아소네라(TeliaSonera) 사건에서 유럽 법원은 하류시장에서의 시장지배력 보유와 손실회복 가능성은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한편, 미국 연방대법원의 다수의견은 링크라인(LinkLine) 사건에서 상류시장에서 경쟁사업자와 거래할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하류시장에서 약탈적 가격책정에 해당하지 않는 한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하였다. 다. 이윤압착은 다른 남용행위 유형들의 성격을 복합적으로 내포하고 있어서 그 차이점이 문제된다. 우선 거래거절은 수직적으로 통합된 사업자뿐만 아니라 상류시장에서만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의 경우에도 행해질 수 있는 데 반하여 이윤압착은 반드시 수직적으로 통합된 사업자의 경우에만 문제로 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한 약탈적 가격책정은 낮은 가격책정으로 인한 이윤의 희생단계와 경쟁자를 배제한 이후 이윤의 회수 단계가 존재하지만, 이윤압착은 반드시 하류시장에서 비용 이하의 낮은 가격을 책정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하류시장에서 낮은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손실을 보더라도 그와 동시에 상류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이를 회수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2. '통상거래가격'의 의미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가 규정하는 '통상거래가격'의 구체적인 의미가 문제된다. 원심은 "통상거래가격을 '효율적인 경쟁자가 거래 당시의 경제·경영상황, 해당 시장의 구조, 장래 예측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여 일반적으로 선택하였을 때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통상거래가격의 의미는 법률 조항의 의미와 내용, 그리고 입법목적에 합치되도록 해석해야 한다고 하면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 정상적인 거래에서 일반적으로 형성되었을 가격'을 뜻한다"고 판시하였는데, 이는 부당지원 위법성 판단기준으로서의 '정상가격'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원심은 '통상거래가격'을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되는 가격으로 파악한 반면, 대상판결은 사실적 관점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외국에서 논의되어온 이윤압착을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에 따라 규율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통상거래가격의 의미를 합목적적으로 유연하게 해석하여 규범적 관점에서 유효경쟁이 있는 시장의 가격으로 파악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지며 실무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사건 행위가 전형적인 이윤압착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윤압착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는 상류시장에 존재하여야 한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원고가 하류시장인 기업메세징서비스 시장에서도 시장지배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또한 원고가 하류시장에서 책정한 가격 수준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보다 중요한 것은 원고가 상류시장에서 책정한 도매가격과 하류시장에서 책정한 소매가격 간 격차에 비추어 볼 때 하류시장의 동등하게 효율적인 경쟁사업자가 생존하는 데 충분한 이윤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일 것이다. 손계준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공정거래
시장지배
독점
기업메시징서비스
손계준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2021-08-09
공정거래
행정사건
공정거래법위반행위 종료 전에 조사가 개시된 경우 처분시효 기산점
1. 사안의 개요 공정거래위원회는 2000년 7월부터 2014년 1월까지 기간 중 9개 일본 콘덴서 제조·판매사들이 한국과 다른 나라에 공급하는 알루미늄·탄탈 콘덴서의 공급가격을 공동으로 인상·유지하기로 합의한 행위를 적발하여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하였다. 이 회사들 중 A사는 공정위의 위 각 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와 관련해서 담합회사 중 B사는 부당한 공동행위가 종료하기 전인 2013년 10월 4일 자진신고를 하였고 공정위는 자진신고일로부터 5년이 경과한 2018월 11일 30일에 위 처분을 하였다. 한편 위 처분은 공동행위 종료일(2014년 1월경)로부터 5년이 경과하기 전에 이루어졌다. 2. 원심판결의 요지 2012년 3월 21일 법률 제11406호 개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은 처분시한에 관해 "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조사를 개시한 경우에는 조사개시일로부터 5년, 조사를 개시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7년"으로 규정하였다{참고로 2020. 5. 19. 법률 제17290호(2021. 5. 20. 시행)로 일부개정된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은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해당 위반행위의 종료일부터 7년이 지난 경우에는 이 법에 따른 시정조치를 명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제5항은 "제4항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다음 각 호의 기간이 지난 경우 이 법에 따른 시정조치를 명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 1.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당 위반행위에 대하여 조사를 개시한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사개시일부터 5년, 2.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당 위반행위에 대하여 조사를 개시하지 아니한 경우 해당 위반행위의 종료일부터 7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는 "B사가 자진신고를 한 2013년 10월 4일 이 사건에 관한 조사가 개시되었다고 보고 공정위의 위 처분은 이 조사개시일로부터 5년(처분시한)이 경과한 후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원심은 "공정거래법 위반행위가 종료하지도 않았는데도 처분시한이 진행하여 경과한다는 것은 처분시한 제도의 본질에 반한다", "처분시한 규정의 입법연혁과 개정취지, 처분시한 제도의 본질 등을 종합하면 처분시한은 공정거래법 위반행위가 종료한 때에 진행하기 시작하고 이는 위반행위 종료 전에 피고의 조사개시가 있었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봄이 타당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처분시한은 조사개시일이 아닌 위반행위 종료일로부터 5년이므로 공정위의 위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3. 상고이유의 요지 원고는 "원심판결은 공정거래법 제49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의 각 문언과 달리 위반행위 종료 전에 조사개시가 있는 경우의 처분시한을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5년이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으로서 적법한 근거 없이 새로운 법률을 창안한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부당하다"는 이유로 상고를 제기하였다. 4.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에서 정한 처분시효 기간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조치를 명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제척기간을 의미한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두68103 판결 참조). 이와 같은 처분시효 제도의 도입 취지 및 법적 성격에 비추어 보면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에서 정한 처분시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공정거래법 위반행위가 종료되어야 비로소 진행하기 시작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개시한 경우의 처분시효를 정한 제49조 제4항 제1호가 적용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해서 조사를 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조사 개시일을 기준으로 종료되지 아니하고 그 후에도 계속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조사개시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조사개시 시점 이후에 행해진 법 위반행위 부분은 아직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조사의 대상에 포함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개시한 시점에 조사개시 시점 이후 종료된 부당한 공동행위 전체에 대해서 시정조치나 과징금 부과 등 제재처분의 권한을 행사할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처분시효의 취지 및 성질에 비추어 보아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개시한 시점을 처분시효의 기산점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와 같이 조사개시 이전부터 계속되어 오다가 조사개시 시점 이후에 종료된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그 위반행위가 종료된 이후에야 공정거래원회가 부당한 공동행위의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시정조치나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처분을 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들을 확정지을 수 있는 사실관계가 갖추어져 비로소 객관적인 조사의 대상에 포함되고 제재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당 위반행위에 대하여 조사를 개시하여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1호가 적용되는 경우 공정위가 조사를 개시한 시점 전후에 걸쳐 계속된 부당한 공동행위가 조사개시 시점 이후에 종료된 경우에는 '부당한 공동행위의 종료일'을 처분시효의 기산점인 '조사 개시일'로 보아야 하고 그 처분시효의 기간은 위 조항에서 정한 5년이 된다. 5. 판결에 대한 검토 본 판결은 '처분시한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1호와 제2호의 관계가 문제된 사안'에 관한 것으로서 '조사개시 이전부터 계속되어 오다가 조사개시 시점 이후에 종료된 부당한 공동행위'의 처분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로 볼 수 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 특히 부당한 공동행위가 종료하기 전이라도 조사를 개시할 수 있는데 조사가 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위반행위가 중단되지 아니한 채 계속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부당한 공동행위자 중 1인의 자진신고가 있는 경우에 그러하다. 그런데 이 경우 공정거래법 제49조 제5항 제1호의 문언대로 '조사개시일로부터 5년'으로 처분시한을 계산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 다툼이 있을 수 있다. 만약 '조사개시일로부터 5년'이라는 문언만 강조하여 공정위의 조사개시 이후 위반행위가 종료되지 않았더라도 처분시한 기산점을 조사개시일로 본다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① 처분시효는 위반행위가 종료한 때에 비로소 진행하기 시작하고 그 위반행위 종료 전에 공정위의 조사개시가 있었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위반행위의 종료 전에 조사가 개시된 경우에도 문언 그대로 '조사개시일'을 처분시효 기산점으로 보아야 한다면 조사개시 이후의 위반행위는 아직 조사가 개시되지 아니한 것이므로 조사개시 이후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사실상 처분시효가 단축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예컨대, 2020년 10월 1일 조사가 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위반행위가 2020년 11월 30일까지 계속 유지된 경우 2020년 11월 1일 시점의 위반행위는 2020 년 10월 1일에 조사가 개시되었다고 볼 수 없는데 만약 2020년 10월 1일부터 처분시한이 진행된다고 하면 2020년 11월 1일 시점의 위반행위에 대한 처분시효는 사실상 단축되는 결과에 이르는 불합리가 발생한다. 대법원 판결도 이러한 모순을 지적한 것이다. 따라서 위 사례에서는 적어도 2020년 11월 30일 위반행위가 종료되어서야 비로소 조사가 개시되었다고 보는 것이 위 규정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다. ② 부당 공동행위자 중 1인의 자진신고가 공동행위 종료 전에 있는 경우 처분시효 기산점을 자진신고일로 보아야 한다면 자진신고를 하지 아니한 다른 공동행위자들에 대한 처분시효는 부당하게 단축되는 불합리가 발생할 수 있다. 대법원 판결도 "(공동행위자 중 1인인) B사가 자진신고 이후 자료를 제출한 2013년 10월 21일을 피고의 조사개시일로 보더라도 그 당시에는 원고의 공동행위가 계속 중이었으므로 그 처분시효가 진행될 여지가 없었다"는 원심판결을 지지하였다. 원고는 '원심판결의 해석이 적법한 근거 없이 새로운 법률을 창안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하였는데 대법원 판결은 새로운 법률을 창안한 것이 아니라 조사가 먼저 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위반행위가 종료되지 아니한 우연한 사정 때문에 조사개시일을 '위반행위 종료일'로 해석한 것뿐이므로 이는 입법취지를 고려한 논리적 법률해석일 뿐이다. 즉 '조사개시일부터 5년'이라는 규정을 판결에 의해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5년'으로 입법 없이 개정한 것이 아니라 조사가 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위반행위가 종료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하여 조리상 또는 논리상 '위반행위가 종료된 때에 조사가 개시된 것'으로 해석한 것 뿐이다. 이러한 제반사정을 종합해 볼 때 본 판례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 특히 부당한 공동행위 종료 전에 조사가 개시된 경우 '조사개시일 이후의 위반행위에 대한 처분시효'에 관하여 중요한 판단기준을 정립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전부개정된 공정거래법에 의할 경우에도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위 판례가 계속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정욱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공정거래
담합
처분시효
조정욱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2021-03-29
공정거래
부동산·건축
장기계속공사에 관련된 불법행위에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1. 사실관계 원고(국가)의 요청에 따라 조달청장이 공고한 장기계속공사에 관한 입찰에서 甲회사 공동수급체는 2009년 12월 중순경 乙회사 등과 담합한 바에 따라 입찰에 참가하여 2010년 2월 24일 낙찰자로 선정되었다. 이에 甲회사 공동수급체는 2010년 3월 24일 원고와 위 공사에 대하여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에 따른 장기계속공사계약의 1차분 차수별 계약을 체결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제1차 계약') 그 계약서에 1차분 차수별 계약의 공사대금과 공사준공일 외에도 총 공사금액과 총 공사준공일을 부기하였고 그 후 2012년 1월 13일까지 차수별로 제2차 내지 제4차 계약을 체결하여 결국 총 공사금액은 당초보다 50억 원 정도가 증액된 1976억9650만 원으로 변경되었다. 원고는 2010년 3월 30일부터 2012년 12월 29일까지 피고 甲회사에게 공사대금의 대부분을 지급하였고 피고 甲회사는 2014년 7월경 이 사건 공사를 완성하였다. 그 후 공정거래위원회는 2014년 12월 12일 甲회사 공동수급체와 乙회사 등의 담합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제8호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甲회사와 乙회사 등에게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2. 소송의 경과 원고는 위 시정명령 등에서 드러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2015년 11월 13일 甲회사 등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피고 甲회사 등은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이 총괄계약 및 제1차 계약이 체결된 때로부터 국가재정법(제96조 제1항)이 정한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지나 소멸하였다고 항변하였고 1심 법원 및 원심 법원은 위와 같은 소멸시효항변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 사건 제1차 계약시에 이 사건 공사 전체에 관한 총괄계약과 1차분 차수별 계약이 동시에 성립하였고 위 각 계약을 통하여 피고 甲회사의 총 공사금액에 대한 권리의무가 확정됨으로써 그 때 총 공사금액 전부에 관한 손해가 원고에게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본 것이다. 이에 원고가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국가계약법상 장기계속공사계약은 우선 1차 년도의 제1차 공사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총 공사금액과 총 공사기간에 대한 합의(총괄계약)를 부기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위 총괄계약은 그 자체로 총 공사금액이나 총 공사기간에 대한 확정적인 의사의 합치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사업의 규모나 공사금액·기간 등에 관하여 잠정적으로 활용하는 기준으로서 각 연차별 계약의 체결에 따라 연동된다. 따라서 총괄계약의 효력은 계약상대방의 결정, 계약이행의사의 확정, 계약단가 등에만 미칠 뿐이고 계약상대방이 이행할 급부의 구체적인 내용, 계약상대방에게 지급할 공사대금의 범위, 계약의 이행기간 등은 모두 연차별 계약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확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甲회사 공동수급체가 국가와 총 공사금액 및 총 공사준공일을 부기하여 이 사건 공사의 제1차 계약을 체결과 동시에 총괄계약을 체결한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甲회사에 지급할 총 공사대금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사정만으로 원고의 甲회사 등에 대한 손해배상채권 전부의 소멸시효가 위 제1차 계약의 체결시부터 진행하여 모두 완성되었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장기계속공사계약에서 총괄계약과 차수별 계약의 관계 및 총괄계약의 효력에 관한 법리오해 등 잘못이 있다. 4. 평석 가. 장기계속공사계약에서 총괄계약의 효력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 대상판결은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235189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장기계속공사계약과 관련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에 적용하였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장기계속공사계약에 있어서 총 공사기간의 연장과 관련된 간접비가 문제되었는데 총괄계약의 총 공사금액 및 총 공사기간은 각 차수별 계약을 체결하는 잠정적 기준에 불과하고 차수별 계약에 의하여 위 공사금액 등이 비로소 구체적으로 확정된다고 보아서 총 공사기간이 연장되었더라도 공기연장비용이 이미 차수별 계약금액에 포함되었고 그에 따라 공사가 진행되었다면 계약금액의 조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 간접비청구를 배척하였다. 대상판결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구체적인 손해액의 확정이 차수별 계약을 통하여 확정된다는 점을 들어 각 차수별 계약시점을 위 손해배상청구권에 있어서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된다고 판시하였다. 나. 장기계속공사에서 총괄계약의 효력과 소멸시효의 관계 (1) 총괄계약의 법적 구속력을 인정할지 여부는 장기계속공사계약과 관련된 불법행위에 있어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대한 논의에도 영향을 준다. 필자는 위 총괄계약 중 공사기간이나 공사대금에 대한 내용이 장차 차수별 계약에 의하여 확정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잠정적인 기준에 불과하다는 위 전원합의체판결의 다수의견 논리에 찬성하지는 않지만 소멸시효에 관련한 부분만 보면 위 논리를 따름으로써 대상판결의 판시와 같은 결론에 비교적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이점이 있음을 수긍한다. 제1차 계약과 동시에 총괄계약이 체결된 사정만으로 甲회사 등에게 지급할 총 공사대금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면 곧바로 그때 甲회사 등의 총 공사금액에 대한 권리의무가 확정되었다거나 원고의 손해가 이 시점에서 현실화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손해의 현실화는 구간별로 공사금액이 정해지거나 또는 변경된 각 차수별 계약의 체결시가 된다. (2) 그러나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르기 위하여 반드시 위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의 논리에 의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총괄계약에 의하여 당사자들은 총 공사기간과 총 공사대금을 기준으로 대금지급의무 및 공사완성의무를 확정적으로 부담하고 대상판결의 사안에서와 같이 개별 차수별 계약에 따라 공사대금이 증액되었다면 그에 따라 손해도 차수별 계약에 의하여 변경·확정되어 그 때부터 위 증액된 부분과 관련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다. 계속적 불법행위의 소멸시효 법리의 유추가능성 그런데 혹시 차수별 계약에 의하여 종래 총괄계약에서 정한 공사대금의 액수가 변경된 경우에 마지막 차수별 계약의 시점에서 공사대금 전체와 관련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비로소 진행한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을까? 이와 관련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계속적 불법행위에 있어서 소멸시효에 관한 논의이다. 대상 판결의 사안은 가해행위 자체가 공사도급계약의 체결로 종결되고 손해가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다만 손해의 구체적인 확정 및 현실화 시점이 문제될 뿐이므로 이를 계속적 불법행위로 볼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 손해의 현실화시점이 결국 손해배상청구권의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된다는 점에서 보면 계속적 불법행위에 있어서 전부진행설·개별진행설·분류설과 같은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대한 논의로부터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계속적 불법행위의 소멸시효와 관련하여 '진행 중의 손해에 대하여는 그 진행이 정지한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전부진행설의 해석론이나 이를 입법화한 유럽연합의 Directive 2014/104/EU에 따른 독일의 경쟁제한방지법의 규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선희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공정거래
담합
장기계속공사
국가계약
이선희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2020-09-28
공정거래
사법상 분쟁과 공정거래법 : 거래질서와의 관련성
-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2두18325 판결 - Ⅰ.사실관계와 원심판결 1. 원고는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체육시설법')에 따라 등록하고 회원제골프장을 운영하는 체육시설업자이다. 원고는 2003년 경 주주회원제에서 예탁금회원제로 변경하고 정회원과 평일회원으로 구분ㆍ모집하여 골프장을 운영해 왔다. 이후 2008년 경 회칙을 개정하여 시행(이하 '이 사건 행위')하였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평일회원 자격기간을 종전 5년에서 1년으로 축소하고, ② 평일회원 자격 연장요건을 종전 탈회의사를 서면으로 표시하지 아니하는 한 자동으로 연장되는 방식에서 연장의사를 서면으로 표시하면 심사 후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며, ③ 종전과 달리 평일회원에 대해 소멸성 연회비를 부과하는 조항을 신설하였다. 2. 공정거래위원회는 원고의 이 사건 행위가 계약기간 중에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행위로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거래상 지위남용행위(불이익제공)에 해당된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을 부과하였다. 3. 원심은 원고의 평일회원에 대한 거래상 지위를 인정하였으며, 원고가 종전 회칙상 보장되던 평일회원 자격을 일방적으로 제한하고 소멸성 연회비를 신설한 것은 정상적인 거래관행을 벗어나 불이익을 가한 것으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판단하였다. Ⅱ. 대법원 판결(이하 '대상판결')의 요지 1.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환송하면서, 원고의 이 사건 행위가 평일회원들에게 다소 불이익하다고 볼 수 있지만,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2. 대상판결은 우선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의 요건으로서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의 상대방이 경쟁자 또는 사업자가 아니라 일반 소비자인 경우에는 단순히 거래관계에서 문제될 수 있는 행태 그 자체가 아니라, 널리 거래질서에 미칠 수 있는 파급효과라는 측면에서 거래상 지위를 가지는 사업자의 불이익 제공행위 등으로 인하여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힐 우려가 있거나, 유사한 위반행위 유형이 계속적ㆍ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등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결하였다. 3. 그리고 이 사건에서 "평일회원들이 불특정다수의 소비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 뿐 아니라 다른 골프장 경영 회사와 소속 회원들 사이에 이 사건 행위와 유사한 형태의 행위가 계속적ㆍ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등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을 인정하기 부족하며, 또한 평일회원들은 체육시설법에 따라 약정이 변경되었음을 이유로 자유롭게 탈퇴하고 입회금을 반환받을 수 있으므로 평일회원들의 사법적 보호도 불충분하지 않고, 원고의 이 사건 행위는 외형상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의 형식적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Ⅲ. 평석 대상판결의 의의 가. 민사 분쟁 중에서 공정거래법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 금지)가 적용되는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는 어려운 문제이다. 미국의 Sherman Act나 Clayton Act 및 EU의 TFEU 조약은 주로 경쟁제한적 기업결합, 독점력의 남용 및 카르텔 등을 금지하고 있으며 불공정거래행위에 관한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는 않다. 우리는 미국의 FTC Act 제5조를 계수한 일본의 '私的?占の禁止及び公正取引の確保に關する法律'(이하 '사적독점금지법') 제19조의 영향을 받아 공정거래법 제23조에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규정을 두게 되었고, 민사 분쟁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 한계가 문제되어 왔다. 특히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에 관한 대부분의 판례들은 계약 내지 거래조건의 설정 및 변경과 그 이행과정에 관한 것인데, 법원은 사안에 따라 민사상 계약 위반의 문제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판결하거나 민사상 채무불이행을 넘어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판결해왔으며, 공정거래법 제23조가 적용되는 범위에 관하여 명확한 기준을 정립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나. 대상판결은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에서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공정거래저해성)가 인정된다는 기준을 새롭게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구체적으로 거래상대방이 소비자인 경우에는 사업자의 불이익 제공행위 등으로 ①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힐 우려가 있거나, ② 유사한 위반행위 유형이 계속적ㆍ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경우에만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민사 분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과의 구별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실무상 중요한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 종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불이익제공)에 해당하려면, ① 사업자의 거래상 지위 즉,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 또는 적어도 상대방과의 거래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를 이용하여, ②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하게, ③ 상대방에게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조건을 성정 또는 변경하거나 그 이행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행위로서, ④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어야 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이때 '거래'란 개별적인 계약보다 넓은 의미로서 사업활동을 위한 수단 일반 또는 거래질서를 뜻하는 것이므로(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8두14739 판결),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은 당연히 고려해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상판결은 '거래'라는 문언이 거래질서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한 것에서 나아가 거래질서와의 관련성까지 인정되어야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에 해당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당사자 간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널리 거래'질서'에 파급효과를 미치는 경우에만 공정거래저해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제까지 공정거래저해성에 관한 다수의 판례들이 선고되었는데, 대상판결은 거래상대방이 소비자인 경우 공정거래저해성이 인정되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라. 대상판결은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중 불이익제공행위의 상대방에 사업자나 경쟁자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도 포함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과거 대법원 1993. 7. 27. 선고 93누4984 판결은 사업자간의 거래에 적용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한편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3두15225 판결은 사업자간 거래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하였고,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7두20812 판결 등은 개인과의 거래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였으나 소비자도 포함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선언한 것은 아니었다. 한편 일본의 사적독점금지법은 문언해석상 거래상대방에서 소비자가 제외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실제로 문제된 사례들은 사업자간의 거래라고 한다(村上政博 編集代表, ?解 ?占禁止法, 弘文堂, 2014, 171면). 2. 대상판결의 한계 '사법적 보호의 불충분성'을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의 위법성 판단 과정에서 고려하는 것이 정당한지는 보다 검토가 필요하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에서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서 평일회원들이 체육시설법에 따라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점을 언급하였다. 그러나 다른 방법에 의한 사법적 보호 가능 여부가 거래질서와 구체적으로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대상판결이 과연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규정은 다른 수단에 의하여 권리구제가 가능하지 않을 경우에 보충적으로 적용된다는 추상적 법률론을 제시한 것인지 분명하지는 않으나, 적어도 그 논증과정에서 이론적인 근거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실제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가 문제되는 사례들에서 다른 법률에 따른 구제수단이 존재하는 경우가 상당수이기 때문에, 다른 구제수단과의 관계를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고 위법성 판단 과정에서의 체계상 위치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3. 결어 향후 공정거래법 제23조의 적용범위는 대상판결에 의해 상당한 정도로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법원은 이후 구체적인 사안에서 판결례를 축적함으로써 위법성 요건을 보다 명확하게 정립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비자와의 거래가 아닌 사업자 간의 거래에서 공정거래저해성이 인정되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을 개정하여 대상판결이 판시한 위법성 판단기준을 반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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