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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머니카드의 분실신고접수 및 잔액환불 거부에 대한 소비자단체소송
1. 서론 원고 한국소비자연맹(회장 강정화)은, 소비자가 피고 (주)한국스마트카드의 홈페이지에 등록한 티머니카드(선불식 충전카드)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한 경우에 피고가 분실신고접수 및 잔액의 환불을 거부하는 행위는 '소비자의 재산에 대한 권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고 그 침해가 계속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그 행위의 금지 및 중지를 구하는 ‘소비자단체소송’을 제기하였다(소비자기본법 제70조). 소비자단체소송제도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소비자단체 등에게 사업자의 위법한 행위의 금지 및 중지를 청구할 수 있는 소권을 부여한 '소비자기본법' 상의 제도이다(소비자단체소송제도의 의의 및 소송의 현황에 관하여는, 서희석, '소비자단체소송제도의 발전적 확대방안-집단적 소비자피해의 구제를 위한 소송제도의 정비-', 사법 제53호(2020. 9.), 53면 이하를 참조).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1심 및 2심 판결도 같음). 이 판결은 소비자단체소송에 관한 대법원으로서의 최초의 판단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으나, 카드를 피고의 중앙서버에 등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분실신고접수 및 잔액환불을 거부당하고 있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단히 실망스런 결과가 되고 말았다. 본고에서는 본건 소비자단체소송이 어떠한 이유로 제기되었고, 대법원은 어떠한 논리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는지를 살펴본 후, 그 문제점 및 향후 과제에 대해 사견을 언급하기로 한다. 2. 사안의 개요 (1) 사실관계 및 피고의 주장 피고는 티머니카드의 이용약관 제7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약관조항'이라 한다)에서 '고객의 T-money 분실 또는 도난 시 기 저장된 금액과 카드 값은 지급 받으실 수 없습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자금융거래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10조(접근매체의 분실과 도난 책임) 제1항은,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는 이용자로부터 접근매체의 분실이나 도난 등의 통지를 받은 때에는 그때부터 제3자가 그 접근매체를 사용함으로 인하여 이용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다만, 선불전자지급수단이나 전자화폐의 분실 또는 도난 등으로 발생하는 손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대통령령은 "법 제10조제1항 단서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라 함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이나 전자화폐의 분실 또는 도난의 통지를 하기 전에 저장된 금액에 대한 손해에 대하여 그 책임을 이용자의 부담으로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약정이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와 이용자 간에 미리 체결된 경우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시행령 제9조). 티머니카드는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서 접근매체의 일종이다. 피고는, 이 사건 약관조항은 법 제10조 제1항 단서 및 시행령 제9조에 따라 티머니카드의 분실 등의 경우에 사업자가 면책된다는 취지를 합법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2) 원고의 주장 법 제10조는 접근매체의 분실 등의 통지시점을 기준으로 분실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무권한거래에 따른 손해에 대한 책임분담의 룰을 정한 것이다. 즉 통지시점 이전에 제3자의 무권한거래로 발생한 이용자의 손해는 이용자가 부담하고 통지를 하면 그 시점부터 금융회사 등이 그 손해를 부담한다. 통지가 이루어지면 금융회사 등은 당해 접근매체의 사용정지 등의 조치를 취하여 무권한거래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른바 무기명 카드의 경우에는 분실 등 통지를 하여도 이용자의 본인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용정지 등의 조치도 불가능하다. 법 제10조 제1항 단서 및 시행령 제9조에 '선불전자지급수단이나 전자화폐'에 대해 면책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카드가 무기명식으로 발행되는 경우를 염두에 둔 것이다. 티머니카드도 대부분의 경우 무기명식으로 발행된다. 그러나 어린이·청소년 카드의 경우에는 요금할인을 받기 위해서 피고의 중앙서버에 개인정보 및 카드번호 등의 등록이 필수적이다. 또한 일반카드라 하더라도 중앙서버에 등록을 하면 마일리지 적립 및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등록에 의하여 카드가 특정되고 이용자의 본인확인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등록카드를 분실 등 하였을 경우 사업자는 카드 사용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등록 티머니카드의 경우 무기명식 카드와는 사정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등록 티머니카드의 잔액환불은 물론 분실 등 통지(신고)의 접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원고는 등록 티머니카드의 분실신고의 접수 및 잔액의 환불을 거부하는 피고 행위의 금지 및 중지를 청구하면서, 그 논거로서 (1) 중앙서버에 등록된 카드의 경우 법 제10조 제1항 단서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본문이 적용되어야 하고, (2) 설사 단서가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분실 등에 따른 신고접수 및 잔액환불을 거부하는 피고의 이 사건 약관조항은 '법률에 따른 고객의 해제권 또는 해지권을 배제하거나 그 행사를 제한하는 조항'으로서 약관규제법 제9조 제1호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점을 들고 있다. 이 두 가지 주장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에 대한 상고이유에도 그대로 설시되었다. 3. 대법원의 판단 및 검토 (1) 등록 티머니카드에 전자금융거래법 제10조 제1항 단서가 적용되는지 여부 대법원은 “법 제10조 제1항 단서는 문언상 기명식과 무기명식을 구분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선불전자지급수단은 그 특성에 비추어 기명식이든 무기명식이든 금융회사 등을 면책시키는 약정을 할 필요가 있다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법 제10조 제1항 단서의 ‘선불전자지급수단’에는 기명식과 무기명식이 모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하선은 필자)고 판시하여 원고의 상고이유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이것은 (대법원도 그 판결문에서 설시하고 있는) '법과 그 시행령이 선불전자지급수단이나 전자화폐를 기명식과 무기명식으로 구분하여 발행권면 최고한도와 양도방법 등을 달리 정하고 있는 점'(따라서 법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의 규율에 관하여 기명식과 무기명식의 구분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 및 중앙서버에의 등록을 통해 실지명의가 확인되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의 ‘기술적 특성’을 전혀 무시한 해석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판단에 의하면 선불전자지급수단 등을 기명식으로 발행했다 하더라도 법 제10조 제1항 단서에 의한 면책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접근매체의 분실 등의 경우에 무권한거래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그 본문의 사정범위에서 선불전자지급수단 등은 (기명식, 무기명식을 불문하고) 처음부터 배제되는 것으로 해석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법 제10조 제1항의 입법취지를 완전히 몰각시키는 것이다. 다만 법 제10조 제1항은 면책의 범위를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기 때문에 시행령의 운용 여하에 따라서는 위와 같은 불합리함이 상쇄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2) 이 사건 약관조항의 유효성 여부 시행령은 면책의 범위를 사업자와 이용자 간의 약정에 의하도록 계약자유에 다시 위임하고 있다(제9조). 이 사건 약관조항은 그 결과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약관조항이 무효가 아니라고 하면서, 나아가 “이 사건 약관조항은 티머니카드 소유자가 카드를 도난당하거나 분실한 경우를 대비하여 그 위험부담에 관하여 정하고 있을 뿐 카드 소유자의 해제권이나 해지권을 제한하고 있지 않는데도 원심이 이 사건 약관조항이 결과적으로 카드 소유자의 해제권이나 해지권을 제한한다고 판단한 부분은 부적절하다”(하선은 필자)고 판시하여 원고의 상고이유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에는 찬성할 수 없다. 이용자에 의한 분실 등의 통지는 법 제10조 제1항에 따른 책임분담의 기준시점을 정한 것이지만, 나아가 더 이상 카드이용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이용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것은 카드 이용계약에 대한 해지권을 행사하는 것이고, 법 제10조 제1항은 이를 보장한 조항으로 해석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약관조항은 등록을 통해 실지명의가 확인되는 등의 기명식 카드라 하더라도 분실 등의 경우에 잔액환불이 불가능하다는 것인바, 이것은 기명식 카드의 경우에도 이용자의 해지권의 행사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를 규정한 것이다. 이것은 법과 시행령에 의해 위임된 계약자유의 한계, 즉 '법 제10조 제1항의 입법취지 내에서의 자유'라는 내재적 한계를 넘는 것이다. 이 사건 약관조항은 등록 티머니카드의 경우에는 법 제10조 제1항 단서에 따른 면책의 범위에서 제외하도록 하였어야 한다. 등록을 통해 실지명의가 확인되는 경우에도 분실 등 통지 및 잔액환불이 불가능하다면 해당 약관조항은 '법률에 따른 고객의 해지권을 배제하거나 그 행사를 제한하는 조항'으로서 무효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약관규제법 제9조). 4. 결론 및 향후 과제 (1) 대법원의 결론은 법 제10조 제1항 소정의 분실 등 책임의 예외를 인정하는 동 단서가 문언상 기명식과 무기명식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중시하여 동 단서에 따른 면책약관이 유효하다는 논리에 입각해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등록카드의 경우 무기명식 카드와는 달리 중앙서버에의 등록을 통해 본인확인 내지 카드의 특정이 가능하다는 기술적 특성을 갖고 있다. 잔금확인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 이용내역(교통수단 및 가맹점 이용내역)을 1초 단위로 발급받을 수도 있다. 이것은 중앙서버에 의한 카드이용에 대한 통제도 기본적으로 가능하다는 증거이다. 따라서 카드의 분실 등 통지가 있을 경우 사용정지 조치를 취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게 가능할 것이다(원심은 신용카드와 같이 실시간 통신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점을 청구기각 사유로 들고 있으나, 사용정지 조치를 위하여 반드시 그와 같은 실시간 시스템이 전제될 필요는 없다). 법이 선불전자지급수단을 기명식과 무기명식으로 구분하면서 그 규율내용에 차등을 두고 있는 것(법 제18조 제2항, 제23조 제1항 등)에서 법 제10조 제1항의 규율이 제외될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분실 등 책임에 관하여 규정하는 법 제10조 제1항에 있어서도 기명식과 무기명식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취급은 달라져야 한다. 동 본문은 실지명의 확인이 가능한 기명식 선불전자지급수단 등을, 동 단서는 무기명식 선불전자지급수단 등을 전제로 하는 규정이라고 해석하여야 분실 등 책임에 관한 그 입법취지를 살릴 수 있다. (2) 대법원은 이 사건 약관조항에 의한 면책의 범위가 계약자유의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최소한 위 조항을 무효로 판단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건 대법원판결로 인해 법 제10조 제1항은 이제 선불전자지급수단 등에 관한 한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면책약관을 삭제하지 않는 한 무의미한 규정이 되고 말았다. 따라서 향후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법론에 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입법론으로서 상정 가능한 방법은 법 제10조 제1항 단서에 면책의 범위를 한정하는 수정을 가하는 것이다. (가령 전자금융거래법 제10조 제1항 단서를 다음과 같이 수정한다. “다만, 실지명의가 확인되지 아니하는 선불전자지급수단 또는 제16조제1항 단서의 규정에 따른 전자화폐의 분실 또는 도난 등으로 발생하는 손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그러나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오랜 논의를 통해 창설된 소비자단체소송제도를 통하여 해석론(=司法積極主義)에 따른 해결이 가능한 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하고 합리적인 이유의 제시없이 그것이 좌절된 것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서희석 교수(부산대 로스쿨·전 한국소비자법학회장)
티머니카드
소비자단체소송
약관
서희석 교수(부산대 로스쿨·전 한국소비자법학회장)
2022-09-20
금융·보험
조세·부담금
신탁부동산의 관리·처분과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
- 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두22485 전원합의체 판결 - 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실관계 가. 원고는 이 사건 건물의 매수자금에 사용하기 위하여 A(저축은행)으로부터 42억 원을 대출받았다. 나. 원고는 위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2008년 6월 30일 수탁자 B(부동산신탁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신탁원본의 우선수익자를 A로, 수익권증서 금액을 58억8000만원으로 정한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이 사건 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신탁부동산이 환가되는 경우 A의 채권을 우선적으로 변제하고 잔액은 위탁자인 원고가 지급받기로 약정하였고, 2008년 7월 1일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원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곧이어 B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다. 원고가 위 대출금채무를 제때 변제하지 못하자, A의 요청에 따라 수탁자인 B는 공개매각을 실시하였으나 수차례 유찰되었고, A에게 수의계약으로 대출원리금과 같은 액수인 45억여원에 이 사건 건물을 매각하였다. 라. 과세관청인 피고는 이 사건 신탁계약의 위탁자인 원고가 A에게 이 사건 건물을 공급하였다고 보아 2010년 1월 16일 원고에게 2009년 1기분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하였다. 2. 판결의 요지 수탁자가 위탁자로부터 이전받은 신탁재산을 관리·처분하면서 재화를 공급하는 경우 수탁자 자신이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와 의무의 귀속주체로서 계약당사자가 되어 신탁업무를 처리한 것이므로, 이때의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는 재화의 공급이라는 거래행위를 통하여 그 재화를 사용·소비할 수 있는 권한을 거래상대방에게 이전한 수탁자로 보아야 하고, 그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등으로 발생한 이익과 비용이 거래상대방과 직접적인 법률관계를 형성한 바 없는 위탁자나 수익자에게 최종적으로 귀속된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다. Ⅱ. 신탁부동산의 관리·처분과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 1. 종전 판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기 전의 종전 판례는, 신탁법에 의한 신탁이 위탁매매와 같이 ‘자기(수탁자) 명의로 타인(위탁자)의 계산에 의하여’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거나 또는 공급받는 등의 신탁업무를 처리하고 그 보수를 받는 것이어서,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등 신탁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의 사업자 및 이에 따른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원칙적으로 위탁자이고, 다만, 위탁자 이외의 수익자가 지정된 타익신탁의 경우에는 위탁자가 아닌 수익자가 사업자 및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로 보았다(대법원 2003. 4. 25. 선고 99다59290 판결,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0다33034 판결). 종전 판례는 수익자설을 취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일본 소비세법 제14조도 신탁재산에 속하는 자산 등 거래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수익자를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로 보고 있다. 2. 검토 가. 단일세율에 의한 거래세 누진세율에 기초한 소득세에서는 누가 납세의무자인가에 따라 적용세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소득의 실질귀속자를 파악하여 과세할 필요성이 크다. 그러나 단일세율이 적용되는 부가가치세에서는 누가 납세의무자이건 동일한 세율이 적용되므로, 공급대가의 실질귀속자를 파악할 필요성이 소득세에 비하여 크지 않다. 그리고 부가가치세는 실질적인 소득이 아닌 거래의 외형에 대하여 부과하는 거래세이므로, 부가가치세법상 납세의무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역시 원칙적으로 그 거래에서 발생한 이익이나 비용의 귀속이 아니라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라는 거래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종전 판례의 문제점 ① 거래주체와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의 분리 신탁된 부동산이 수탁자 명의로 있는 동안에는 수탁자 명의로 대외적 거래행위가 행해지므로, 종전 판례에 의할 경우 대외적 거래를 통하여 부가가치세를 징수하는 주체와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부담하는 주체가 달라진다. 그리하여 부동산투자신탁 등 수익자가 다수인 신탁의 경우, 수익자 별로 일일이 부가가치세의 신고납부를 하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수익자가 개인으로서 부가가치세법 제3조의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경우에는 그에게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부담시킬 수 없게 된다. 또한, 종전 판례에 의하면, 타익신탁의 경우 수익자는 ‘우선수익권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는’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로 본다는 취지이므로,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금에서 신탁사무처리비용을 정산하고 남은 금액이 부가가치세액에 못 미치는 경우 그 차액을 누구에게 과세하여야 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② 신탁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의 불가능 신탁법 제22조 제1항은 신탁재산에 대하여 국세 등 체납처분을 할 수 없다고 하여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규정하고, 다만,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기한 권리’ 등에 기한 경우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판례에 의하면, 수탁자가 신탁재산의 처분에 따라 거래징수한 부가가치세 상당액은 매매대금의 일부로서 신탁재산에 속하고(위 99다59290 판결), 구 신탁법 제21조(현행 신탁법 제22조) 제1항 단서에서 예외적으로 신탁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 또는 경매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는 수탁자를 채무자로 하는 것만이 포함되며, 위탁자를 채무자로 하는 것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 2012. 4. 12. 선고 2010두4612 판결). 따라서 위탁자에 대한 부가가치세채권으로 수탁자 명의 신탁재산에 대하여 체납처분 등을 할 수 없고, 다만, 위탁자의 수익권에 대한 체납처분 등을 할 수 있을 뿐이므로, 부가가치세의 징수가능 여부는 수익권의 실질적 가치에 달려있게 된다. 만일 수탁자가 부동산을 분양하여 수취한 대금에서 비용을 모두 충당한 후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금액이 부가가치세를 납부하기에 충분하다면, 수익권에 대한 체납처분으로 부가가치세를 징수할 수 있다. 그러나 신축된 건물의 분양대금이 공사비 등을 변제하기에 부족하여 위탁자의 수익권이 실질적 가치를 가지지 못하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를 징수할 수 없게 된다. ③ 신탁재산에 대하여 조세채권의 우선권이 적용되지 못함 위탁자 또는 수익자에 대한 부가가치세채권으로는 신탁재산에 대한 체납처분을 할 수 없으므로, 거래징수 된 부가가치세액이 신탁재산에 속해 있으면서 수익자에게 이전되기 전의 단계에서는 조세채권의 우선적 효력이 발휘될 수 없다. 이에 따라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금이 공사비 등을 충당하기에 부족한 경우에는 신탁사무와 관련한 일반채권이 조세채권보다 실질적으로 우선하는 결과가 된다.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면, 신탁부동산의 처분 등과 관련한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는 수탁자이므로, 수탁자에 대한 부가가치세채권은 신탁법 제22조 제1항 단서의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해당하고, 이에 기하여 신탁재산에 대한 체납처분을 하거나 집행절차에 참가할 수 있으며, 신탁사무와 관련한 일반채권자보다 우선하여 징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 매입세액의 공제와 관련한 문제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은 것에 대한 매입세액공제를 받지 못함에도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애초에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은 담보제공 등으로서 재화의 공급에 해당하지 않거나(담보신탁의 경우 부가가치세법 제10조 제8항 제1호의 유추적용), 재화의 공급에 해당하더라도 수탁자가 신탁용역을 공급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전받는 것으로서 공급가액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경우가 많을 것이다. 따라서 수탁자는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으면서 거래징수를 당하지 않을 것이므로, 공제받지 못하는 매입세액의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은 후 공급받은 용역 등에 관하여는 매입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수탁자가 위탁자로부터 신탁부동산을 이전받는 것을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않을 경우 수탁자는 재화의 매입이 없으면서 재화를 공급한 것이 된다. 부가가치세에서 재화의 공급은 통상 그 재화의 매입(공급받음)을 전제로 하나,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매입세액의 공제는 사업자가 전 단계 사업자에게 거래징수당한 부가가치세(매입세액)이 있을 때 문제된다. 만일 사업자가 전 단계 사업자에게 거래징수당한 매입세액이 없는 경우에는 매입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더라도 문제가 없다.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을 이전하기 전에 거래징수당한 매입세액은 위탁자가 공제받을 것이고, 이와 같이 부가가치세의 거래징수 및 매입세액공제가 동일한 납세자 안에서 이루어진 이상, 부가가치세의 순환과정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Ⅲ. 결어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신탁부동산의 관리·처분과 관련한 부가가치세의 납부의무자를 수탁자로 판시한 것은 매우 의미가 크고,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변경된 판례에 따라 신탁부동산에 관한 부가가치세의 세부적 업무처리가 속히 안정화되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
부가가치세
신탁부동상
조세
2017-06-13
금융·보험
형사일반
대부업자가 채무자에게 반환하기로 약정한 보증금이 대부업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 대상판결 :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도8289 판결 - I. 대상판결 1. 사실관계 피고인들은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부업법')상 금전의 대부를 업으로 하는 자들이고, 2010년경부터 2012년경까지 124회에 걸쳐 채무자들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대출금액의 17%에 해당하는 돈을 보증금 내지 투자금(이하 '이 사건 보증금')으로 받았다. 피고인들은 원금상환일로부터 100일이 경과한 후에 보증금 170만원을 반환하기로 약정하였고, 채무자가 부도를 내거나 대출금을 변제하지 않는 경우 보증금을 대출원리금에 충당하였다. 피고인들은 각기 독립된 3개의 대부업체를 운영하고 있었고, 일부 피고인은 채무자들에게 보증금을 반환한 자료를 제출하였으며, 보증금에 이자를 더하여 반환하기도 하였다. 피고인들이 약정한 이자 자체는 연 24%이어서 대출당시 법정이자율이었던 연 39~49%를 초과하지 않았으나, 검사는 보증금을 이자로 계산하여 피고인들이 연 233% 내지 1013% 이자를 받았다고 보아 대부업법 제19조 제2항 제3호, 제8조 1항을 적용하여 기소하였다. 1심과 2심은 이 사건 보증금은 대부업자가 받은 이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대법원은 보증금이 피고인들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었을 여지가 높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부업자가 채무자로부터 징수한 돈을 나중에 채무자에게 반환하기로 약정하였다 하더라도, 그 약정이 대부업법의 제한 이자율을 회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반환의사가 없거나 반환이 사실상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에는 그 징수한 돈은 실질적으로 대부업자에게 귀속된 이자로 보아야 한다. II.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보증금을 일률적으로 간주이자로 보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 이자율을 산정할 때, 사례금, 할인금, 수수료, 공제금, 연체이자, 체당금 등 그 명칭이 무엇이든 대부와 관련하여 대부업자가 받는 것은 모두 이자로 간주하는데, 이를 '간주이자'라 한다(대부업법 제8조 제2항, 동법 시행령 제5조 제4항). 간주이자 규정은 1962년 이자제한법이 제정될 때부터 2002년 대부업법이 제정될 때, 2007년 신 이자제한법이 제정될 때까지 큰 변화 없이 이자제한에 관한 주요 조항으로 존속해 왔다. 우리 대부업법의 모델이 된 일본의 '貸金業法' 제12조의8에도 동일한 규정이 존재한다. 검사는 담보권설정비용, 신용조회비용 외에 대부업자가 수령한 것은 모두 간주이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부업자가 채무자에게 돌려주기로 약정한 돈, 실제로 반환한 보증금까지 이자로 간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특히 대부업자가 대출금을 상환 받음과 동시에 채무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는 경우나 채무자가 대출금상환기일에 채무원리금에서 보증금을 공제한 나머지 금원만을 변제하는 경우에는 대부업자에게 보증금이 귀속되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한편 대부업법위반죄 성립시점과 관련, 검사주장처럼 담보권설정비용, 신용조회비용 외에는 모두 간주이자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대부업자가 보증금을 수령한 때 즉시 기수가 될 것이나, 보증금의 실질적 귀속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보증금 반환기일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범죄성립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한명의 대부업자가 10건의 대부행위를 했을 경우, 10건의 대부행위를 하나하나 살펴 실제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행위만을 대부업법위반죄로 처벌하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반면, 보증금을 받는 순간 제한이자율 위반으로 대부업법위반죄가 성립한다면, 보증금이 대부업자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해보기도 전에 대부업법위반죄가 성립되어 대법원 판결취지에 반하며, 대부업자들은 이미 대부업법위반죄가 성립된 마당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관행에 이르게 될 여지도 있다. 또한, 대부업자가 애당초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의도였다면 보증금을 받는 순간 별도의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이므로, 보증금을 돌려주었는지 여부가 확정되기도 전에 대부업법위반죄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이 경우 수사기관으로서는 범죄의 성립여부를 대부계약 시에 확정할 수 없고 보증금 반환기일 이후에 보증금을 반환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일일이 조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수는 있다. 참고로, 대법원은 대부업자가 제한이자율 범위 내에서 선이자를 공제하여 대부한 후 채무자가 대부기간 중도에 대출금을 상환한 사건에서 대부업자가 제한이자율을 초과하는 선이자를 정산하였는지를 가려 대부업법위반죄 성립여부를 판단하였는바(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0도11258 판결), 범죄의 성립시점이 사후에 가려진다고 하여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보증금을 이자로 산입할 경우, 대부업자는 취득한 이자에 비하여 초고율의 이자를 수령한 것으로 처벌된다. 대부업자가 1천만 원을 연 24%의 비율로 10일간 대출해주면서 보증금 170만원을 받은 경우, ① 대부업자가 이자로 취득한 금원은 6만5753원(=10,000,000× 24%×10/365)에 불과하나, ② 보증금을 이자로 산입할 경우 이자율은 644.5%(= 1,765,753/10,000,000×365/10×100)에 이른다. 대부업자가 사후에 보증금을 반환하더라도 이미 초고율의 이자를 받은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결국 보증금을 일괄적으로 간주이자로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며, 대부업법위반죄는 보증금을 받는 순간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각 대부행위마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2. 이 사건 보증금이 간주이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법원이 이 사건 보증금이 실질적으로 피고인들에게 이자로 귀속되었을 여지가 많다고 판단한 이유는 ① 채무자들은 약정에 따라 거래의 최종종료일로부터 100일이 경과해야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으므로 연장 또는 추가대출로 거래가 지속되는 경우에는 이를 반환받을 수 없었고, ② 연장 또는 추가대출마다 투자금을 별도로 공제함으로써 투자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대출원금보다 투자금이 많은 경우도 생겼으며, ③ 일부 채무자들은 투자금 반환일에 이르러 대부업자들이 상호나 전화번호를 변경하여 연락조차 취할 수 없었던 점 등 3가지 이유이다. 그러나 ① 추가대출의 경우, 대출계정이 2개가 되므로 보증금을 추가로 받는 것을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② 연장대출의 경우, 피고인들이 대출금 상환기일에 채무자의 은행어음금채무를 대납함으로써 새로운 대출이 발생하여 별도의 보증금을 수령한 사정이 있었으며, ③ 대출원금보다 보증금이 더 많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나, 이는 채무자가 단기간에 대출·변제를 수차례 반복할 때에 한하여 발생하는 예외적인 상황이어서 신용위험이 높은 채무자로부터 추가로 보증금을 받아야 할 사정이 있었으며, ④ 피고인들 중 일부가 대부업 운영기간 중 상호나 전화번호를 변경한 정황은 있었으나, 나머지 피고인들이 상호나 전화번호를 변경한 것은 명확하지 않았다. 생각건대, 소액?급전대출의 경우 담보를 설정하는 것이 대부업자는 물론 채무자들에게도 번거로운 일이 될 수 있으며, 실제 우리나라 대부업 실태는 담보대부 보다 신용대부 비중이 훨씬 높다(2015년 6월말 기준 신용대부잔액은 10조4981억원, 담보대부잔액은 1조8420억원). 소액 신용대출이라는 대부업의 특성상 대부업자는 일정비율의 보증금을 받아야할 필요성이 있고, 채무자는 부담이 크지 않은 보증금만 지급하고 급전을 빌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대부업자가 보증금을 제대로 반환하지 않는 경우에 형사적으로 대부업법위반죄로 엄벌하고, 민사적으로 채무자가 대출금 반환기일에 보증금을 공제한 잔액만을 반환할 수 있도록 하여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인다. III. 결론 대부업자가 채무자에게서 징수한 금원 중 반환의사가 없거나 반환이 곤란한 금원이 간주이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자체는 타당하다. 원심과 대법원의 엇갈린 판결은 법리해석에 있어 다른 판단을 했다기보다는 이 사건 보증금이 실질적으로 대부업자에게 귀속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른 판단을 한 것에 기인한다. 대법원은 종래 대부업법상 간주이자 규정을 유연하게 해석함으로써 채무자가 부담하기로 한 공증료(2009도11576), 중도상환수수료(2010도11258), 선이자(2012다56245), 중개수수료(2014다24785) 등을 간주이자로 판단하였다. 이처럼 대부업자가 제한이자율을 회피하기 위해 탈법적 수단으로 이자를 받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대부업자가 약정에 따라 보증금을 반환하는 경우와 같이 보증금이 대부업자에게 귀속되었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도 간주이자 규정에 의하여 일괄하여 처벌하는 것은 대부업법 취지에 반하는 것이며, 보증금을 돌려주는 대부업자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대부업자를 구분하여 대부업법위반죄 성립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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