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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9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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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계약상 사전동의권 및 위반 시 위약벌 및 조기상환 청구의 유효성
I. 대상판결 1. 사실관계 회사(공동피고)는 투자자(원고)로부터 신주인수계약(이 사건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투자를 받으며, 투자자에게 회사가 투자자의 주당인수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유상증자를 하거나 납입 자본금의 증가 또는 감소 등 주요 경영사항이 진행하게 되면 투자자에게 사전동의를 받고 이를 위반할 경우 투자자가 조기상환 및 위약벌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 회사의 대표이사(이해관계인, 공동피고)는 회사의 의무를 연대하여 이행하기로 했다. 그 후 회사는 2차례 걸쳐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하여 유상증자를 하였는데 투자자에게 이를 사전에 통지하지 않았고 사전동의를 받지 않았다. 투자자는 회사가 사전통지 및 사전동의 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회사와 이해관계인을 상대로 약정 위반에 따른 조기상환청구 및 위약벌의 지급을 구하였다. 2. 대법원의 판시 내용 대법원은 회사가 자금조달을 위해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면서 주주의 지위를 갖게 되는 자에게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사전 동의를 받기로 약정한 경우 그 약정은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주주들을 차등적으로 대우하는 것이지만, ① 주주가 납입하는 주식인수대금이 회사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금이었고 투자유치를 위해 해당 주주에게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동의권을 부여하는 것이 불가피하였으며 ② 그와 같은 동의권을 부여하더라도 다른 주주가 실질적·직접적인 손해나 불이익을 입지 않고 오히려 일부 주주에게 회사의 경영활동에 대한 감시의 기회를 제공하여 다른 주주와 회사에 이익이 되는 등으로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동의권 부여 약정에 따른 차등적 취급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에 약정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는 약정을 함께 체결하였고 그 약정이 사전 동의를 받을 의무 위반으로 주주가 입은 손해를 배상 또는 전보하고 의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 이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약정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고 일부 주주에 대하여 투하자본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고 판단하였다. II. 평석 1. 대법원 판례의 기본입장 대법원은 상법상 기본원칙인 '주주평등의 원칙'. 즉 주주가 회사와의 관계에서 주식 수에 따라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주주평등의 원칙을 기본적인 판단 기준으로 하여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로 보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즉, 우리 대법원은 하급심인 서울고등법원과 동일하게 주주평등의 원칙을 적용하여 “피투자회사의 사전동의권 위반 시 투자자가 위약벌 및 조기상환청구를 할 수 있도록 약정한 것”에 대한 유효성을 판단하였는데, “법률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르거나 그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효하다고 판단하여 원칙과 예외를 보다 명확히 하였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2. 주주 간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에 대한 판단 근거 대법원은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을 판단하는 근거로서, ① 차등적 취급의 구체적 내용, ② 회사가 차등적 취급을 하게 된 경위와 목적, ③ 회사 및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였는지 여부와 정도, ④ 일부 주주에 대한 차등적 취급이 상법 등 관계 법령에 근거를 두었는지 아니면 상법 등의 강행법규와 저촉되거나 채권자보다 후순위에 있는 주주로서의 본질적인 지위를 부정하는지 여부, ⑤ 회사의 경영참여 및 감독과 관련하여 권한을 부여하는 경우 그 권한 부여로 회사의 기관이 가지는 의사결정 권한을 제한하여 종국적으로 주주의 의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⑥ 차등적 취급에 따라 다른 주주가 입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⑦ 개별 주주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에 관한 차등적 취급으로 불이익을 입게 되는 주주의 동의 여부와 전반적인 동의율. ⑧ 회사의 상장 여부, 사업목적, 지배구조, 사업현황, 재무상태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일부 주주에게 우월적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여 주주를 차등 취급하는 것이 주주와 회사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 등 8가지를 주요 판단 근거로 제시하였다. 3. 본 사건에서의 특별한 사정 판단 근거 대법원은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을 판단하는 근거를 제시한 후 아래와 같은 내용을 근거로 하여 본 사안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있어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① 대주주가 투자자의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동의권 등을 부여함에 동의하면서 투자자에게 우월적 권리를 부여하는 차등적 취급을 승인하였고, 다른 주주들도 이의를 제기한 정황이 없으며, 오히려 투자자의 신주인수대금이 회사와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 ② 투자자에게 회사의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경영사항에 대한 감시·감독 등 목적에서 권한을 부여하는 것만으로 다른 소수주주에게 실질적인 손해나 불이익 등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③ 투자자의 사전동의권 등 약정의 대상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주주총회의 결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다른 주주의 의결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④ 투자자의 사전통지 내지 사전동의권 등은 채권적 권리에 불과하고 제3자가 투자자의 주식을 양수 받아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수인에게 그와 같은 지위가 승계되지 않는다. ⑤ 투자자의 회사에 대한 조기상환청구권이나 이해관계인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과 위약벌 등 손해배상에 관한 청구권은 회사측에서 약정을 위반할 경우 발생되는 권리여서 투하자본 회수를 목적으로 투자원금 반환 등을 약정한 사안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 ⑥ 투자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과도한 권한행사로 인하여 회사나 주주들에게 손해를 주는 경우,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따라 권한행사를 통제할 수 있다. 4. 대법원 판결의 판단 근거 등에 대한 의견 및 제언 회사와 이해관계인, 그리고 투자자가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할 때 거의 모든 경우에 예외 없이 회사 및 이해관계인이 유상증자 등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통지 및 사전동의 의무를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고 거의 동일한 내용과 형태의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에 본 대법원 판결은 무엇보다도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한 판결이라 할 수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실무적으로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통지 및 사전동의 조항이 너무나 일반적인 조항이었기 때문에 이를 무효로 판단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 사전통지 및 사전동의 조항과 같이 신주인수계약상 투자자를 보호하는 약정은 일정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맞기 때문에 주주평등의 원칙은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우 무효의 소지가 있다는 해석이 계속하여 있어 왔다. 이에 본 대법원 판례에서 신주인수계약상 투자자를 보호하는 약정을 해석함에 있어서 주주평등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인정된다는 취지로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다만, 대법원이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라고 판단한 근거 중 몇 가지는 다른 신주인수 사안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 향후 모든 신주인수 계약상 사전통지 및 사전동의 의무가 당연히 유효하다고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전동의권 등의 대상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사항으로서 주주총회 결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다른 주주의 의결권을 직접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근거의 경우, 실무적으로 사전동의권 등의 대상에 주주총회 결의사항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매우 많으며 이 사안과 같은 유상증자의 경우에는 자본금이 10억원 미만이면서 등기이사의 수가 3인 미만이어서 이사회가 구성되지 않은 경우 이사회 결의사항이 아니라 주주총회 결의사항에 해당하기 때문에 다른 주주의 의결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대법원은 투자자의 사전통지 내지 사전동의권 등은 채권적 권리에 불과하고 제3자가 투자자의 주식을 양수 받아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수인에게 그와 같은 지위가 승계되지 않는다는 것을 주요 근거로 들었는데, 신주인수계약의 내용에 투자자의 주식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양도받는 제3자는 해당 신주인수계약상의 지위를 그대로 승계하도록 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일반화시켜서 모든 신주인수계약에 적용시킬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끝으로, 대법원은 투자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과도한 권한행사로 인하여 회사나 주주들에게 손해를 주는 경우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따라 권한행사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주요 근거로 들었는데,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따라 권한행사를 통제하는 것은 사후적인 사법적 판단에 따른 통제에 불구하고 실무상 회사 및 이해관계인 또는 다른 주주들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따라 투자자의 권한행사를 사전에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너무 강학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있다. 투자자와 회사 간에 상호 합의에 따라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였다면 그 내용과 방법이 법률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르지 않았거나 그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없을 정도로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경우가 아닌 한 당사자 간의 의사는 최대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차등 취급이 예외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여서 신주인수계약상 의무 위반에 대한 불이익(위약벌, 조기상환의무, 손해배상의무 등) 역시 투자자의 손해를 배상하고 의무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그대로 유효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위약벌 등이 과도할 경우 법원에서 적극적으로 직권으로 감액하여 회사 및 이해관계인이 적절한 수준의 책임만을 부담하도록 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법적, 정책적 방향이 건강한 스타트업 투자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방향이라 생각한다. 5. 결론 투자업계에서 체결되는 대부분의 신주인수계약의 내용이 이번 사안의 신주인수계약의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투자업계에서의 실무상 혼란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술한 바와 같이 대법원 판결은 주주평등 원칙의 예외, 즉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대한 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일 뿐이고, 구체적인 사안과 계약의 내용에 따라서 달리 판단될 여지가 있으니 앞으로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할 때에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안희철 변호사(법무법인 디라이트)
투자계약
사전동의
위약벌
안희철 변호사(법무법인 디라이트)
2023-08-16
기업법무
상사일반
파산·회생
쌍무계약, 신용거래, 그리고 채권자평등주의
[사안의 개요] 원고는 건축자재 도·소매업을 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건축자재 수·출입업을 하는 회사이다. 원고와 피고는 2014년 6월 17일 피고가 원고에게 건축자재를 공급하는 계약('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내용은 다음과 같다. 계약기간은 2014년 7월 1일부터 2년으로 하되 상호 협의하여 연장할 수 있다. 원고는 피고에게 제품대금 정산을 위한 보증금으로 1억 원을 지급한다. 위 보증금은 계약 해지 시 10일 이내에 반환받을 수 있다. 원고는 보증금 범위에서 제품을 주문할 수 있고, 주문한 제품의 대금이 보증금을 초과하면 초과 금액을 먼저 입금한 후 제품을 주문할 수 있다. 원고가 대금을 사전에 서면 양해 없이 임의로 30일 이상 연체할 경우 피고는 미수금 총액을 보증금에서 우선 변제한다. 본 계약서 조항을 위반하여 상대방에게 보증금 이상의 피해를 주었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2014년 6월 30일 피고에게 보증금 1억 원을 지급하였다. 피고는 2014년 9월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였다. 위 법원은 2014년 11월 3일 회생절차개시결정을 하였고, 2015년 4월 22일 회생계획인가결정을 하였으며, 2016년 6월 29일 회생절차종결결정을 하였다. 피고의 대표이사이자 관리인인 소외인은 2014년 12월 5일 원고와 물품을 계속 공급하기로 협의하였다. 원고는 2016년 5월경 최종적으로 물품을 구입하고 대금을 결제한 다음 2016년 6월 24일 피고에게 2016년 6월 30일 계약기간이 만료한 후 재계약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2016년 7월 10일까지 보증금 1억 원을 반환할 것을 요청하였다. 피고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자 원고는 피고에게 보증금 1억 원 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소송의 경과]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근거를 들어 원고의 보증금반환채권은 공익채권이라고 보았다(원고 승소). 1심과 원심의 입장도 같다.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보증금은 이 사건 계약 제4조에서 정한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원·피고의 별도 의사표시 없이 물품대금 지급에 충당되므로, 보증금은 물품대금에 대한 선급금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증금반환채권은 피고의 원고에 대한 물품대금채권과 이행·존속상 견련성을 갖고 있어 서로 담보로서 기능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제1항 제7호에서 정한 공익채권에 해당한다." [평석] 필자는 대상판결에 반대한다. 원고의 보증금반환채권은 회생채권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견련성 개념의 혼동 대상판결은 견련성 개념을 혼동하고 있다. 쌍방미이행 쌍무계약 관련 도산법 법리는 쌍무계약상 두 채무의 이행·존속상 견련성에 기초한 것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 보증금반환의무와 매매대금지급의무 사이에는 이행·존속상 견련성이 없다. 미지급 매매대금을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견련성이 존재할 뿐이다. 두 견련성 개념은 구분해야 한다. 쌍무계약에서 이행·존속상 견련성의 경우 계약당사자 모두가 담보적 기능을 누린다(쌍방향의 담보적 기능). 이에 반해 공제법리에서 견련성의 경우 일방당사자(이 사건의 경우 피고, 임대차계약의 경우 보증금을 수령한 임대인)만 담보적 기능을 누린다(일방향의 담보적 기능). 이 사건 계약조항에 따르면 -계약해석 상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피고 측의 이행선택에 따라 피고가 계속 물품을 공급하는 경우, 원고는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선납한 보증금에서 공제하라고 주장할 수 있다. 원고는 1억 원의 보증금 한도에서 추가 출연없이 물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이다(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의 관리인은 이 사건 계약의 이행을 선택하는데 매우 신중하였어야 한다). 그런데 원고는 대금지금 없는 '물품공급'을 보장받은 것이지, '보증금반환'을 보장받은 것이 아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을 들어 보증금반환채권을 공익채권으로 구성할 수는 없다(참고로 이 사건에서 원고는 선납한 보증금에서 물품대금을 공제하라고 주장하지 않고, 개별 물품대금을 지급함으로써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였다). 2. 관리인의 이행선택이 갖는 법적 의미 관리인이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의 이행을 선택하면 도산채무자의 채권과 이행·존속상 견련성이 있는 계약상대방의 채권이 공익채권이 된다(회생파산법 제179조 제1항 제7호). 회생파산법은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을 도산절차 내부에서 실현함으로써 도산재단을 극대화하기 위해 계약상대방의 채권을 공익채권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원고의 보증금반환채권은 이 사건 계약 종료 후 비로소 발생(또는 변제기가 도래)하는 권리이다. 관리인은 계약내용 실현을 위해 이행을 선택한 것이지, 계약종료 후 원상회복 법률관계의 실현을 위해 이행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관리인의 이행선택을 근거로 원고의 보증금반환채권이 공익채권으로 격상될 수 없다. 공익채권으로 격상되는 것은 원고의 물품공급청구권이다. 3. 관리인이 새롭게 체결한 계약처럼 취급?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한 계약은 마치 관리인이 새롭게 체결한 계약처럼 취급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관리인의 이행선택을 근거로 도산절차개시 후 비로소 상대방이 선이행을 하였다면, 해당 급부의 원상회복채권은 공익채권으로 봄이 타당하다. 도산재단은 도산절차개시 후 비로소 해당 급부를 수령하였다. 계약이 해제된다면 상대방의 부당이득청구권은 도산절차개시 후 발생한 것이다. 이 경우 상대방은 관리인의 이행선택을 믿고 선이행을 하였으므로, 즉 채무자가 도산절차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계약내용대로 관리인이 채무를 이행할 것이라는 정당하고 보호가치 있는 기대 하에 선이행을 한 것이므로, 나중에 어떠한 이유로든 해당 계약의 실현이 좌절되어 원상회복청구권이 발생하는 상황이 되었다면 해당 급부의 원상회복청구권은 공익채권으로 봄이 공평하다. 그러나 도산절차개시 전 상대방의 선이행은 사정이 다르다. 관리인이 이행선택을 함으로써 계약상대방에게 신뢰를 부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채무자의 자력을 믿고 선이행을 하였다. 그런데 채무자는 상대방의 기대와 달리 도산절차에 들어가게 되었다. 상대방이 지급한 대금은 채무자의 일반재산에 혼입되어 채무자에 대한 모든 채권자들이 공취할 수 있는 책임재산이 되었고, 이러한 책임재산이 도산재단을 구성하게 되었다. 이 경우 선이행을 한 상대방은 채무자와 계약관계를 맺은 다른 일반채권자들과 마찬가지로 신용거래에 따른 위험을 부담함이 공평하다. 일반채권자들은 채권자평등주의에 따라 도산절차 내에서 도산채권자가 되어야 한다. 설령 관리인이 이행선택을 하였더라도 위와 같은 선이행 급부의 반환이 문제되는 상황이라면, 선이행을 한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신용거래의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비록 도산절차개시 후 비로소 계약이 해제(해지)되어 부당이득반환채권이 발생하였더라도, 도산절차개시 전에 채무자가 급부를 수령하였으므로 채권발생의 법적 원인은 도산절차개시 당시 이미 존재하였다고 구성할 수 있다. 4. 관리인이 해지권을 행사한 경우와의 균형? 대상판결 사안에서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하지 않고 해지를 선택하였다면, 상대방의 원상회복채권은 공익채권이므로(회생파산법 제121조 제2항) 원고는 보증금반환채권을 공익채권으로 행사할 수 있는가? 공익채권으로 행사할 수 있다면,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한 후 계약이 기간만료 또는 해지로 종료된 경우 상대방의 원상회복채권도 공익채권으로 봄이 균형이 맞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타당하지 않다.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대하여 관리인에게 해제권을 부여하고 관리인의 해제에 따른 상대방의 원상회복청구권을 환취권 또는 공익채권으로 보는 현행법(해제권 구성)은 입법론의 관점에서 부당하다(구체적 이유의 제시는 지면관계상 생략한다). 따라서 해제권 구성에 따른 법률효과를 준거점(reference point)으로 삼아 다른 문제상황에서도 그와 유사한 법률관계를 도출하려는 시도는 부적절하다. 법이론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결론과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를 하면, 일시적·표면적으로는 정합성이 달성되지만 실질적으로는 문제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雪上加霜). 또한 임대차계약에서 임대인 도산 시 임대인의 관리인이 계약해지를 선택한 경우(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을 전제)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은 회생(파산)채권이라는 것이 대체적 견해이다. 그렇다면 대상판결 사안에서 관리인이 해지를 선택하였다고 해서 상대방의 원상회복 채권이 공익채권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5. 임대인의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한 경우와 비교 임대차계약 상 임대인에 대하여 도산절차가 개시되었고 임대인의 관리인이 임대차계약의 이행을 선택하였으며 그 후 기간만료 등으로 임대차계약이 종료한 경우,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은 회생채권이라는 것이 다수설 및 실무의 입장이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실무의 입장과도 배치된다. 최준규 교수(서울대 로스쿨)
신용거래
보증금반환채권
회생채권
도산
최준규 교수(서울대 로스쿨)
2021-11-29
기업법무
상사일반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 침해와 금지청구
1. 사안의 개요 피고 회사는 원고 회사와 소외인(피고 회사의 종전 대표이사) 사이 자산양도계약에 따라 원고 회사의 종전 상호(○○○ 주식회사)와 같은 명칭으로 설립되어 원고 회사로부터 도메인이름(*********.co.kr 등) 등 그 영업 자산 일체를 양도받았으나, 원고 회사가 주주총회 특별결의 없이 자산을 양도하였다는 이유로 자산양도계약이 무효가 되었다. 피고 회사는 원고로부터 도메인이름의 반환을 요구받자 이를 반환하지 않을 생각으로 피고 회사 대표이사의 아들인 피고 2에게 이를 이전하고는 영업에 사용하였다. 이에 원고 회사가 피고 회사와 피고 2에 대하여 도메인이름 등록이전과 도메인이름과 상호의 사용금지 등을 구하는 것이 이 사건 사안이다. 원고 회사는 ⅰ) 피고2에 대한 도메인이름 등록이전 청구는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률(이하 '인터넷주소법') 제12조에 근거하여, ⅱ) 피고들에 대한 도메인이름과 상호의 사용금지 청구는 ①원상회복청구권 또는 방해배제청구권 또는 ②상법 제23조 또는 ③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에 근거하여 청구하였다. 도메인이름과 상호의 사용금지 청구의 청구취지는 "피고들은 '○○○' 등의 문자를 피고 회사의 인터넷 도메인이름 및 전자우편(e-mail) 주소의 이름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되고, 피고 회사의 광고 또는 홍보 일체 수단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이다. 참고로 위 자산양도계약이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는 이유로 피고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일부 도메인이름에 관하여 원고 회사에게 등록이전절차를 이행하라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된 바 있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2다5810 판결, 대구지법 2013. 2. 8. 선고 2012나11189 판결). 2. 판결의 검토 가. 이 사건에서의 어려운 선결 쟁점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권리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등록기관에 대한 도메인이름의 등록­사용에 관한 권리)이고, 다른 하나는 상호에 관한 권리이다.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는 채권적 권리라는데 별다른 이설은 보이지 않는데, 도메인이름에 관한 양도계약이 무효이므로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는 양도인인 원고 회사에게 당연 복귀한다고 볼 수 있다. 그에 반해 상호에 관한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하여는 견해가 나뉠 수 있다. 하나는 원고 회사의 상호를 변경하고 이를 피고 회사가 사용한다는 계약도 무효이므로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와 마찬가지로 원고 회사가 상호권자라는 견해이다. 다른 하나는 원고 회사는 원고 회사와 소외인 사이의 계약에 따라 2007년 8월 30일경 상호를 변경하였고, 피고 회사는 위 시점부터 위 계약이 무효로 확정된 2013년 6월 27일경까지 약 6년간을 포함하여 현재까지 상호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상호에 화체된 신용 등은 피고 회사에게 귀속되어야 한다고 보는 견해이다. 무효로 된 계약의 당사자는 피고 회사가 아니므로 원고가 피고 회사에 상호권을 이전하도록 청구할 권원이 존재하지 않고, 나아가 피고 회사의 상호사용에 의해 장기간 형성되어 온 신용을 하루아침에 원고에게 반환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가의 관점에서 보면 후자의 견해도 일리가 있다. 게다가 피고 회사나 소외인이 원고 회사의 주총 특별결의가 없었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고, 피고 회사나 소외인이 원고 회사에게 위 계약의 대가로 지급한 돈의 반환도 못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정도 있다. 하지만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는 원고 회사에게, 상호에 관한 권리는 피고 회사에게 귀속시킬 수는 없었을 것이고, 이에 대법원은 2016년에 접수된 사건을 5년간이나 심리한 끝에 결국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원고 회사의 손을 들어 주는 선택을 하였는데,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 본다. 나. 피고 2에 대한 인터넷주소법 제12조에 기한 등록이전청구 가부 인터넷주소법 제12조 제1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의 도메인이름 등의 등록을 방해하거나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얻는 등 부정한 목적으로 도메인이름 등을 등록·보유 또는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제1항을 위반하여 도메인이름 등을 등록·보유 또는 사용한 자가 있으면 그 도메인이름 등의 등록이전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과 같이 계약이 무효가 되어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가 원고에게 그대로 남아 있게 되는 사례에서 인터넷주소법을 적용하여 그 등록이전을 구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선례나 이를 명시적으로 논하는 견해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상호에 관한 권리가 피고 측에 있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①사이버스쿼팅행위(도메인이름의 무단점유)를 막고자 제정된 것으로 보이는 인터넷주소법의 적용범위를 이 사건과 같이 계약법의 법리에 의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에까지 굳이 확장하여 적용할 필요가 없다(인터넷주소법을 적용하면 도메인이름 반환의무를 지는 자의 동시이행항변은 가능한지 등의 많은 의문이 발생할 수 있음). ②이 사건 도메인이름이 원고에게 귀속되는 것은 계약법의 법리에 따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실체적으로 보면 피고들이 상당기간 사용하여 그 신용이 화체된 도메인이름을 원고에게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자산양도계약이 무효이므로 원고가 상호에 대한 권리자이고, 피고 회사에 대하여 도메인이름을 처분해서는 안 된다는 가처분결정과 원고에게 도메인이름을 반환하라는 법원 판결 이후에도 피고 2에게 도메인이름 등록이전이 계속된 점 등을 들어, 피고 2가 부정한 목적으로 도메인이름을 자신의 명의로 등록이전을 하였다"고 보았다. 다. 피고 회사에 대한 도메인이름과 상호의 사용금지 청구에 대하여 1) 원상회복청구권 또는 방해배제청구권에 기한 청구 대법원은 "도메인이름에 관하여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는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고 있거나 이후 도메인이름을 직접 등록·보유 또는 사용하여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자에 대하여 침해의 우려가 있는 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위와 같은 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 청구를 할 수 있는지는 침해행위의 양태, 피침해이익의 성질과 그 정도에 비추어 그 위법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와 함께 그 침해가 이루어진 후에는 손해배상만으로 피해 회복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지 여부와 침해의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 또는 예방함으로써 보호되는 권리자의 이익이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침해자의 손실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였다. 그러면서 원고 회사가 피고 회사를 상대로 도메인이름을 인터넷 웹사이트 주소로 사용하는 행위의 금지청구를 긍정하였으나, 그 밖에 '○○○' 등의 문자를 피고 회사의 전자우편 주소나 광고 또는 홍보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를 근거로는 위 행위에 대한 금지청구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 판결이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위 법리는 민법상 불법행위에 대하여 이익형량을 통해 손해배상청구 외에 금지청구를 인정한 대법원 2010. 8. 25.자 2008마1541 결정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위 종전 대법원 판결이 부정경쟁행위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민법상 불법행위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금지청구권을 이끌어 냈다. 위 판결은 불법행위에 대한 일반적인 금지청구권을 인정할 필요성은 있지만 이에 관한 근거가 부족하여 금지청구권 규정이 있는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를 근거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위 판결이 '민법상 불법행위'라는 표현을 사용하였고, 위 판결이 나온 지도 이미 10년이 넘어 실무적으로 정착이 된 이상,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의 침해의 경우로 한정하기 보다는 위법행위 일반으로 확대하였어도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2) 상법 제23조의 상호사용금지청구권에 기한 청구와 부정경쟁방지법에 기한 청구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판결은 상호에 관한 권리가 원고 회사에 있다고 보고 있으므로 상법 제23조 제1항(누구든지 부정한 목적으로 타인의 영업으로 오인할 수 있는 상호를 사용하지 못한다)의 상호사용금지청구권에 기한 금지 청구를 인정하였고, 주지성이 없다는 이유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에 기한 금지 청구는 부정하였다. 3) 피고 2에 대한 청구에 대하여 한편, 대법원은 피고 2는 도메인이름이나 상호를 사용하는 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피고 2에 대한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3. 이 판결의 의의 이 사안에서 상호에 관한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이 판결은 인터넷주소법 제12조에 기한 이전등록청구가 불법행위의 영역인 사이버스쿼팅이 아니라 이 사건과 같이 계약이 무효가 된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밝힌 최초의 사례이다. 또한 비록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의 침해의 경우로 제한되기는 하였지만 위법행위에 대하여 이익형량에 따라 금지청구가 긍정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구민승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도메인이름
등록이전
상호
구민승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2021-09-09
기업법무
상사일반
계속적 계약에서 교부된 계약이행보증금에 관한 소고
[사실관계] 피고 서울특별시 버스운송사업조합은 원고와 3년간의 시내버스 외부광고 대행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체사용료는 3개월 단위로 선납하기로 하였다. 원고는 계약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3개월분의 매체사용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행보증금으로 예치하고, 계약 해지시 잔여계약기간에 관계없이 이행보증금은 피고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정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에게 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하였다. 이후 원고가 매체사용료 선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자,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이에 원고는 오히려 자신이 적법하게 해지 통지를 하였다고 주장하며 피고의 보증보험금 지급청구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 및 손해배상을 구하는 한편, 예비적으로 이행보증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는 것을 전제로 감액된 금액에서만 보증보험금 지급청구권이 존재한다는 확인을 구하였다. 피고는 이행보증금은 위약벌에 해당하여 감액될 수 없다고 하면서, 추가로 계약해지일 이후 원고가 얻은 이익을 부당이득 또는 손해배상으로 반환할 것을 청구하였다. [법원의 판단] 이 사안에서는 계약의 해지 사유를 무엇으로 볼 것인지와 이행보증금의 성격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 되었다. 이 중 특히 후자와 관련하여 법원은 입찰공고의 내용이나 계약 조항 등을 종합하면 "당사자들의 의사는 이행보증금을 통하여 계약 이행을 강제하는 한편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함께 해결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면서, 이 사건 계약에서 보증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하였다. 나아가 "이행보증금은 낙찰자의 사정이나 귀책사유로 계약이 중도 해지된 이후에 발생할 모든 손해를 담보한다고 볼 수 있다"는 전제에서, 피고의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평석] 1. 계약이행보증금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대상판결에서는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당사자들 간에 채무자의 계속적인 급부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계약이행보증금 약정이 부가되었다. 이는 민법에 규정된 개념은 아니지만, 실제 거래계에서는 다양한 명칭과 형태의 보증금이 교부된다. 특히 공사도급계약이나 대규모 인수합병과 같이 계약의 체결과 이행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인 간극이 있거나 이행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경우, 상당한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보증금 약정이 빈번하게 활용된다. 이러한 계약이행보증금의 법적인 성격은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가? 초기 상당수 판례들은 계약이행보증금을 위약벌로 보았으나, 현재 판례는 대체로 보증금을 일종의 위약금으로 보아 그 법적인 성격을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 중 하나로 이해한다. 그 구별 실익은 주로 민법 제398조 제2항이 적용되는지, 즉 법원에 의한 감액이 가능한지 여부에 있다. 그런데 계약이행보증금을 통상의 위약금과 동일하게 이해하는 것은 적절한가? 당사자들이 단순히 계약 불이행시 손해배상액을 정해둔 것이 아니라 보증금을 사전에 교부하고 이를 몰취할 수 있도록 하였다면, 그 현실적인 필요성이나 이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를 보다 진지하게 탐구해야 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국면에서 교부되는 보증금을 통일적으로 이해하기보다 개별 사안에서의 보증금 약정을 검토하는 것이 용이할 수 있다. 대상판결에서는 특히 계속적 계약에서 교부된 계약이행보증금이 문제되었다. 이는 장기간 상호 관계를 형성하는 당사자들의 계약 관계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 대상판결은 그 외에도 계속적 계약의 해지 사유들을 다루었고 이 또한 흥미로운 주제이나, 이번 글에서는 보증금 약정을 위주로 논의를 이어가기로 한다. 2. 계속적 계약에서 계약이행보증금의 의미와 기능 계속적 계약에서 당사자들은 장기간 계약을 유지하면서 해당 거래와 관련된 협력을 거듭하고, 이를 통하여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그런데 계약을 체결하는 시점에는 아직까지 이러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때에는 장기 계약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거나 시험기간을 두는 등의 노력이 동원될 수 있다. 계약이행에 대한 물적, 인적 보증을 요구하기도 한다. 대상판결에서의 보증금 약정도 장기간 채무자의 급부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이다. 계약이행보증금은 채무자가 보증금을 채권자에게 미리 지급하고 자신의 귀책사유로 계약기간 내에 자신이 이행하기로 한 의무를 불이행하면 해당 금원이 채권자에게 귀속되는 구조이므로, 일반적인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비해 계약 이행에 대한 심리적 강제가 한층 강화된다. 특히 보증금이 상당한 금액으로 책정되었다면, 계약기간 동안 계약이 파기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행되는 것을 담보하고자 하는 강한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할 것이다. 이를 토대로 당사자들은 거래비용이 높은 계약을 체결하거나 거래를 위한 추가 투자에 나아갈 수도 있다. 채권자와 거래 경험이 없거나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는 사업자가 상호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단가를 낮추는 방법으로만 경쟁해야 한다면, 경쟁에서 불리한 구도에 놓이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게 된다. 이때 채무자는 보증금을 교부함으로써 자신이 계약이행에 대하여 진지한 의지와 상당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계약이행보증금은 경쟁을 촉진하는 면이 있다. 3. 계약이행보증금의 감액과 추가 청구 대상판결에서는 계약이행보증금과 관련하여 감액과 추가 청구 가능성이 문제되었다. 우선 판례는 보증금을 일반적인 위약금과 다름없이 취급하는데, 민법 제398조 제4항에 의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하고 직권감액을 인정하는 추세이다. 보증금 약정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주장·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계속적 계약에서 계약이행보증금이 계속적 급부를 담보하고 채무자에 대한 신뢰를 보완하여 계약을 유지하는 기능이 있음을 고려하면, 이러한 위약금 법리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법원이 당사자가 예정한 손해배상액을 감액하는 것은 그 액수가 과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속적 계약에서의 보증금은 일반적인 손해배상액의 예정과는 달리 계약불이행시 예상되는 손해액과 비례성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선 계속적 계약에서는 잔여기간이나 기대수익을 예측하여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또한 비례성만을 중시하여 보증금을 정하면 채무자에게는 계약을 이행하는 것과 보증금이 몰취되는 것이 경제적으로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므로, 계약이행을 선택할 유인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상호 이해관계를 가장 잘 이해하는 당사자들이 정한 보증금 액수는 가급적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법원의 개입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법원이 이를 쉽게 감액하면, 당사자들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져 거래 비용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보증금 금액보다 실손해가 더 큰 경우 추가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한지 여부도 일반적인 위약금과는 달리 보아야 한다. 보증금 약정을 하는 주된 이유가 장기간 계약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면, 언제 어떻게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계약이행보증금만 몰취하면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거나, 계약이행보증금만 포기하면 언제든지 계약이행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 당사자들의 의사인 경우는 드물 것이다. 추가 청구를 하지 않기로 합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약정 액수를 넘어서는 손해에 대하여 배상을 인정하는 것이 의사해석에 부합할 수 있다. 대상판결은 계약 해지시 이행보증금과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보증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의 성격을 가진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를 통해 당사자들의 의사를 "이행보증금을 통하여 계약의 이행을 강제하는 한편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함께 해결하고자 하였던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계약 공고의 내용이나 계속적 계약의 특성을 고려하면 추가로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청구하지 않겠다는 취지라기보다는 적어도 보증금만큼은 실제 손해액과 무관하게 몰취하겠다는 의사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따라서 손해배상액의 예정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피고에게 실제로 보증금을 초과하는 손해가 발생하였는지를 살피어 추가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면 이중배상의 결과가 되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였을 것이다. 4. 결어 장기간 계약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계약이행보증금이 교부되었다면, 일반적인 위약금 법리에 따라 해결하기보다는 해당 계속적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와 관행, 계약의 존속기간 동안 급부의 이행과 당사자들의 신뢰관계 및 제반사정의 변화, 계약의 종료와 그 이후의 법률관계의 청산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사자들의 의사를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상판결의 최종 결론에는 반대하지 않으나,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러한 점을 더욱 염두에 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 계속적 계약과 여러 보증금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그 성과가 거래 실무에도 적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장보은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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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은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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