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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계약상 사전동의권 및 위반 시 위약벌 및 조기상환 청구의 유효성
I. 대상판결 1. 사실관계 회사(공동피고)는 투자자(원고)로부터 신주인수계약(이 사건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투자를 받으며, 투자자에게 회사가 투자자의 주당인수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유상증자를 하거나 납입 자본금의 증가 또는 감소 등 주요 경영사항이 진행하게 되면 투자자에게 사전동의를 받고 이를 위반할 경우 투자자가 조기상환 및 위약벌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 회사의 대표이사(이해관계인, 공동피고)는 회사의 의무를 연대하여 이행하기로 했다. 그 후 회사는 2차례 걸쳐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하여 유상증자를 하였는데 투자자에게 이를 사전에 통지하지 않았고 사전동의를 받지 않았다. 투자자는 회사가 사전통지 및 사전동의 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회사와 이해관계인을 상대로 약정 위반에 따른 조기상환청구 및 위약벌의 지급을 구하였다. 2. 대법원의 판시 내용 대법원은 회사가 자금조달을 위해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면서 주주의 지위를 갖게 되는 자에게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사전 동의를 받기로 약정한 경우 그 약정은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주주들을 차등적으로 대우하는 것이지만, ① 주주가 납입하는 주식인수대금이 회사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금이었고 투자유치를 위해 해당 주주에게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동의권을 부여하는 것이 불가피하였으며 ② 그와 같은 동의권을 부여하더라도 다른 주주가 실질적·직접적인 손해나 불이익을 입지 않고 오히려 일부 주주에게 회사의 경영활동에 대한 감시의 기회를 제공하여 다른 주주와 회사에 이익이 되는 등으로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동의권 부여 약정에 따른 차등적 취급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에 약정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는 약정을 함께 체결하였고 그 약정이 사전 동의를 받을 의무 위반으로 주주가 입은 손해를 배상 또는 전보하고 의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 이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약정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고 일부 주주에 대하여 투하자본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고 판단하였다. II. 평석 1. 대법원 판례의 기본입장 대법원은 상법상 기본원칙인 '주주평등의 원칙'. 즉 주주가 회사와의 관계에서 주식 수에 따라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주주평등의 원칙을 기본적인 판단 기준으로 하여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로 보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즉, 우리 대법원은 하급심인 서울고등법원과 동일하게 주주평등의 원칙을 적용하여 “피투자회사의 사전동의권 위반 시 투자자가 위약벌 및 조기상환청구를 할 수 있도록 약정한 것”에 대한 유효성을 판단하였는데, “법률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르거나 그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효하다고 판단하여 원칙과 예외를 보다 명확히 하였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2. 주주 간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에 대한 판단 근거 대법원은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을 판단하는 근거로서, ① 차등적 취급의 구체적 내용, ② 회사가 차등적 취급을 하게 된 경위와 목적, ③ 회사 및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였는지 여부와 정도, ④ 일부 주주에 대한 차등적 취급이 상법 등 관계 법령에 근거를 두었는지 아니면 상법 등의 강행법규와 저촉되거나 채권자보다 후순위에 있는 주주로서의 본질적인 지위를 부정하는지 여부, ⑤ 회사의 경영참여 및 감독과 관련하여 권한을 부여하는 경우 그 권한 부여로 회사의 기관이 가지는 의사결정 권한을 제한하여 종국적으로 주주의 의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⑥ 차등적 취급에 따라 다른 주주가 입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⑦ 개별 주주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에 관한 차등적 취급으로 불이익을 입게 되는 주주의 동의 여부와 전반적인 동의율. ⑧ 회사의 상장 여부, 사업목적, 지배구조, 사업현황, 재무상태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일부 주주에게 우월적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여 주주를 차등 취급하는 것이 주주와 회사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 등 8가지를 주요 판단 근거로 제시하였다. 3. 본 사건에서의 특별한 사정 판단 근거 대법원은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을 판단하는 근거를 제시한 후 아래와 같은 내용을 근거로 하여 본 사안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있어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① 대주주가 투자자의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동의권 등을 부여함에 동의하면서 투자자에게 우월적 권리를 부여하는 차등적 취급을 승인하였고, 다른 주주들도 이의를 제기한 정황이 없으며, 오히려 투자자의 신주인수대금이 회사와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 ② 투자자에게 회사의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경영사항에 대한 감시·감독 등 목적에서 권한을 부여하는 것만으로 다른 소수주주에게 실질적인 손해나 불이익 등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③ 투자자의 사전동의권 등 약정의 대상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주주총회의 결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다른 주주의 의결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④ 투자자의 사전통지 내지 사전동의권 등은 채권적 권리에 불과하고 제3자가 투자자의 주식을 양수 받아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수인에게 그와 같은 지위가 승계되지 않는다. ⑤ 투자자의 회사에 대한 조기상환청구권이나 이해관계인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과 위약벌 등 손해배상에 관한 청구권은 회사측에서 약정을 위반할 경우 발생되는 권리여서 투하자본 회수를 목적으로 투자원금 반환 등을 약정한 사안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 ⑥ 투자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과도한 권한행사로 인하여 회사나 주주들에게 손해를 주는 경우,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따라 권한행사를 통제할 수 있다. 4. 대법원 판결의 판단 근거 등에 대한 의견 및 제언 회사와 이해관계인, 그리고 투자자가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할 때 거의 모든 경우에 예외 없이 회사 및 이해관계인이 유상증자 등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통지 및 사전동의 의무를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고 거의 동일한 내용과 형태의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에 본 대법원 판결은 무엇보다도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한 판결이라 할 수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실무적으로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통지 및 사전동의 조항이 너무나 일반적인 조항이었기 때문에 이를 무효로 판단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 사전통지 및 사전동의 조항과 같이 신주인수계약상 투자자를 보호하는 약정은 일정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맞기 때문에 주주평등의 원칙은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우 무효의 소지가 있다는 해석이 계속하여 있어 왔다. 이에 본 대법원 판례에서 신주인수계약상 투자자를 보호하는 약정을 해석함에 있어서 주주평등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인정된다는 취지로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다만, 대법원이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라고 판단한 근거 중 몇 가지는 다른 신주인수 사안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 향후 모든 신주인수 계약상 사전통지 및 사전동의 의무가 당연히 유효하다고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전동의권 등의 대상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사항으로서 주주총회 결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다른 주주의 의결권을 직접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근거의 경우, 실무적으로 사전동의권 등의 대상에 주주총회 결의사항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매우 많으며 이 사안과 같은 유상증자의 경우에는 자본금이 10억원 미만이면서 등기이사의 수가 3인 미만이어서 이사회가 구성되지 않은 경우 이사회 결의사항이 아니라 주주총회 결의사항에 해당하기 때문에 다른 주주의 의결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대법원은 투자자의 사전통지 내지 사전동의권 등은 채권적 권리에 불과하고 제3자가 투자자의 주식을 양수 받아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수인에게 그와 같은 지위가 승계되지 않는다는 것을 주요 근거로 들었는데, 신주인수계약의 내용에 투자자의 주식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양도받는 제3자는 해당 신주인수계약상의 지위를 그대로 승계하도록 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일반화시켜서 모든 신주인수계약에 적용시킬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끝으로, 대법원은 투자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과도한 권한행사로 인하여 회사나 주주들에게 손해를 주는 경우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따라 권한행사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주요 근거로 들었는데,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따라 권한행사를 통제하는 것은 사후적인 사법적 판단에 따른 통제에 불구하고 실무상 회사 및 이해관계인 또는 다른 주주들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따라 투자자의 권한행사를 사전에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너무 강학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있다. 투자자와 회사 간에 상호 합의에 따라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였다면 그 내용과 방법이 법률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르지 않았거나 그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없을 정도로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경우가 아닌 한 당사자 간의 의사는 최대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차등 취급이 예외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여서 신주인수계약상 의무 위반에 대한 불이익(위약벌, 조기상환의무, 손해배상의무 등) 역시 투자자의 손해를 배상하고 의무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그대로 유효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위약벌 등이 과도할 경우 법원에서 적극적으로 직권으로 감액하여 회사 및 이해관계인이 적절한 수준의 책임만을 부담하도록 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법적, 정책적 방향이 건강한 스타트업 투자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방향이라 생각한다. 5. 결론 투자업계에서 체결되는 대부분의 신주인수계약의 내용이 이번 사안의 신주인수계약의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투자업계에서의 실무상 혼란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술한 바와 같이 대법원 판결은 주주평등 원칙의 예외, 즉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대한 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일 뿐이고, 구체적인 사안과 계약의 내용에 따라서 달리 판단될 여지가 있으니 앞으로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할 때에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안희철 변호사(법무법인 디라이트)
투자계약
사전동의
위약벌
안희철 변호사(법무법인 디라이트)
2023-08-16
기업법무
민사일반
사해행위취소와 기초적 법률관계론의 적용에 대한 비판적 고찰
Ⅰ. 대상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甲은 2001년 5월경 소외 주식회사 B의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원고에게 주식회사 B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하였고, 이에 따라 2002년 10월 18일경 원고와 甲은 각자 보유한 주식을 서로 또는 서로가 지정한 자에게 양도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합의를 하였다. 합의의 이행 결과, 甲은 주식회사 B 발행주식 308,000주를, 乙은 147,000주를, 주식회사 A는 35,000주를 각자 명의로 보유하게 되었다. 이후 甲, 乙, 주식회사 A(이하 '甲 등'이라 한다)는 2006년 9월 5일경 소외 주식회사 C에게 자신들 명의의 주식회사 B 발행주식 합계 490,000주를 444억 6,799만 원에 매도하고, 주식회사 C에게 위 의무이행의 담보를 위하여 각 보유주식에 관한 근질권을 설정하여 주면서 해당 주권을 인도하였는데, 주식회사 C는 2013년 3월 29일경 이 사건 근질권을 실행하겠다는 내용을 통보한 뒤 2013년 4월 5일경 위 주식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이에 원고는 甲 등이 주식회사 C에 매도한 주식회사 B 발행주식 합계 490,000주 중 350,000주(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 한다)가 원고로부터 甲 등에게 명의신탁되어 있던 것임을 전제로, 원고가 甲 등에 대하여 갖는 불법행위 내지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甲 등이 2011년 5월경부터 2011년 8월경까지 자신들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 1, 2, 3, 4와 체결한 증여계약, 매매계약 등을 모두 취소하고, 그에 기한 각 등기를 말소하라는 취지의 이 사건 사해행위취소의 소를 제기하였다. 2. 제1심 및 원심의 판단 제1심 법원은 이 사건 주식처분 및 근질권 설정행위가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주식회사 C가 이 사건 주식의 소유권을 취득함에 따라 甲의 원고에 대한 주권인도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다고 보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인정하였다. 그럼에도 해당 손해배상채권은 사해행위보다 늦게 성립한 것이어서 원칙적으로 피보전채권이 될 수 없고, 기초적 법률관계론을 적용하더라도 손해배상채권 성립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다고 볼 수 없으며, 가까운 장래에 손해배상채권 발생의 개연성이 현실화된 경우라고 평가하기도 어려워 피보전채권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가 항소하였으나, 원심 법원 또한 제1심 판결과 동일한 이유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 파기환송 대법원은 이 사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이 피보전채권 성립시기의 예외 요건을 갖추었다는 취지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이 사해행위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으나, 2006년 9월 5일경의 근질권설정계약에 따른 기초적 법률관계가 존재하였고, 근질권 실행을 통해 가까운 장래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으며, 실제로 근질권이 실행되어 이 사건 주식의 소유권이 주식회사 C에게 이전됨으로써 그 개연성이 현실화된 바, 원고의 甲 등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Ⅱ. 대상판결의 평석 1. 명의신탁된 주식에 대한 담보권 설정과 불법행위책임 대상판결은 피보전채권으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채권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양자 간 부동산 명의신탁에서 수탁자의 처분행위가 갖는 의미를 고려할 때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한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 종래의 명의신탁이론에 의하면 대내적 관계에서는 소유권이 신탁자에게 있으나, 대외적 관계에서는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수탁자가 임의로 신탁부동산을 처분하면 그 취득자는 선·악의를 불문하고 적법하게 소유권을 취득한다. 따라서 유효한 명의신탁의 경우, 수탁자의 임의처분 행위는 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고, 횡령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법질서 위반행위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부동산실명법상 무효인 양자 간 명의신탁관계에서도 수탁자의 임의처분 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 따라 수탁자로부터 신탁부동산을 넘겨받은 제3자는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는 바, 신탁부동산의 임의처분은 신탁자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위법행위로 평가되기 때문이다(대법원 2021. 6. 3. 선고 2016다34007 판결). 이러한 관점에 비추어볼 때, 대상판결에서도 주식양도계약의 체결, 근질권의 설정, 유질계약의 실행을 거쳐 원고가 명의신탁 해놓은 주식의 소유권을 상실하게 된 이상 甲의 행위는 위법하다고 해석할 여지가 크다. 2. 명의신탁된 주식에 대한 명의이전의무의 이행불능 시기 대상판결은 근질권의 실행 시점에 이행불능과 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으나, 이행불능이란 사회의 일반적인 관념으로 보아 채무의 이행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단순히 절대적, 물리적으로 불가능함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6다200729 판결 등), 이행불능 시기를 근질권 설정 시점으로 앞당겨 볼 여지도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등기이전과 관련하여 판례는 제3자 앞으로 된 담보를 말소하거나 가압류, 가처분 집행을 해제할 자력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이행불능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대법원 1991. 7. 26. 선고 91다8014 판결, 대법원 2006. 6. 16. 선고 2005다39211 판결 등). 이 사건 근질권은 주식양도의무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유질계약을 포함하고 있었던 바,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통상의 근질권처럼 피담보채무를 변제함으로써 말소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식에 대한 명의이전청구권이 소멸하여야지만 말소될 수 있는 매우 특수한 성질의 것이다. 그렇다면 담보 설정의 경위와 내용 그리고 양도의 대상이 된 주식의 수 등에 비추어볼 때 이 사건 근질권 설정 당시부터 명의신탁 해지에 따른 주식이전의무의 이행을 기대할 수 없었다고 평가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3.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성립시기 손해배상청구권은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에 성립하는 것이고,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11. 19. 선고 2018다240462 판결 등). 물론 채권적 효력만 있는 이 사건 주식양도계약 내지는 근질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것만으로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하여 주식의 소유권이 주식회사 C에게 이전되어야만 비로소 재산권에 대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 사건 근질권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그 설정과 동시에 교환가치가 감소하였을 뿐만 아니라, 매우 높은 소유권 상실의 위험이 발생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현대 리스크 매니지먼트에서는 이러한 위험성도 얼마든지 금전적으로 환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현실적인 손해의 발생으로 볼 여지가 크다. 이후 근질권이 실행되어 재산권을 완전히 상실한 것은 더 이상 확대될 손해가 없는 상태로 손해가 확정된 것일 뿐이다. 이와 달리 손해배상청구권의 성립시기를 주식회사 C가 이 사건 주식의 소유권을 취득한 시점으로 본 대상판결의 판단은 지나치게 보수적이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4.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기초적 법률관계 가사 주식회사 C가 이 사건 주식의 소유권을 취득한 시점에 손해배상청구권이 성립하였다고 보더라도, 채권 성립의 기초가 된 법률관계를 근질권 설정으로 본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은 주식에 대한 명의이전의무가 이행불능됨에 따라 발생한 2차적 권리이고, 명의이전청구권을 발생시킨 법률관계는 원고와 甲 사이의 명의신탁 약정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피보전채권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존재하는 채권임을 고려할 때, 채무자 甲이 제3자인 주식회사 C에게 근질권을 설정해준 행위는 손해배상채권 성립의 고도의 개연성을 인정할 지표이지, 그 자체로 손해배상채권이 발생하게 된 기초적 법률관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즉, 기초되는 법률관계는 원고와 채무자 甲 사이의 명의신탁관계로, 채무자 甲의 주식회사 C에 대한 근질권 설정행위는 고도의 개연성을 인정할 자료로, 유질계약의 실행으로 인한 소유권 이전은 손해가 현실화된 것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5.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말소될 개연성이 거의 없는 이 사건 근질권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근질권의 설정 시점에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규범적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기초적 법률관계론이라는 예외를 적용할 필요가 없다. 이 경우 보호의 필요성이 큰 채권자가 피보전채권의 예외 요건까지도 증명하여야 하는 부담을 떠안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구분의 실익이 있다. 견해를 달리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의 성립시기를 근질권 실행 시점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이 주식에 대한 명의이전청구권의 변형물임을 감안할 때, 그 기초되는 법률관계는 주식에 대한 명의신탁관계로 봄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즉, 대상판결의 결론에는 동의하는 바이나, 그러한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 대하여는 다소 이견이 있다. ※ 위 내용은 필자의 "사해행위취소와 기초적 법률관계론: 명의신탁된 주식에 대한 근질권의 사례 -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7다208294 판결-", 저스티스 통권 제186호, 2021. 10. 판례평석을 요약한 것이다. 백명헌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사해행위취소
명의신탁
주식
백명헌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2022-01-17
기업법무
상사일반
파산·회생
쌍무계약, 신용거래, 그리고 채권자평등주의
[사안의 개요] 원고는 건축자재 도·소매업을 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건축자재 수·출입업을 하는 회사이다. 원고와 피고는 2014년 6월 17일 피고가 원고에게 건축자재를 공급하는 계약('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내용은 다음과 같다. 계약기간은 2014년 7월 1일부터 2년으로 하되 상호 협의하여 연장할 수 있다. 원고는 피고에게 제품대금 정산을 위한 보증금으로 1억 원을 지급한다. 위 보증금은 계약 해지 시 10일 이내에 반환받을 수 있다. 원고는 보증금 범위에서 제품을 주문할 수 있고, 주문한 제품의 대금이 보증금을 초과하면 초과 금액을 먼저 입금한 후 제품을 주문할 수 있다. 원고가 대금을 사전에 서면 양해 없이 임의로 30일 이상 연체할 경우 피고는 미수금 총액을 보증금에서 우선 변제한다. 본 계약서 조항을 위반하여 상대방에게 보증금 이상의 피해를 주었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2014년 6월 30일 피고에게 보증금 1억 원을 지급하였다. 피고는 2014년 9월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였다. 위 법원은 2014년 11월 3일 회생절차개시결정을 하였고, 2015년 4월 22일 회생계획인가결정을 하였으며, 2016년 6월 29일 회생절차종결결정을 하였다. 피고의 대표이사이자 관리인인 소외인은 2014년 12월 5일 원고와 물품을 계속 공급하기로 협의하였다. 원고는 2016년 5월경 최종적으로 물품을 구입하고 대금을 결제한 다음 2016년 6월 24일 피고에게 2016년 6월 30일 계약기간이 만료한 후 재계약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2016년 7월 10일까지 보증금 1억 원을 반환할 것을 요청하였다. 피고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자 원고는 피고에게 보증금 1억 원 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소송의 경과]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근거를 들어 원고의 보증금반환채권은 공익채권이라고 보았다(원고 승소). 1심과 원심의 입장도 같다.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보증금은 이 사건 계약 제4조에서 정한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원·피고의 별도 의사표시 없이 물품대금 지급에 충당되므로, 보증금은 물품대금에 대한 선급금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증금반환채권은 피고의 원고에 대한 물품대금채권과 이행·존속상 견련성을 갖고 있어 서로 담보로서 기능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제1항 제7호에서 정한 공익채권에 해당한다." [평석] 필자는 대상판결에 반대한다. 원고의 보증금반환채권은 회생채권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견련성 개념의 혼동 대상판결은 견련성 개념을 혼동하고 있다. 쌍방미이행 쌍무계약 관련 도산법 법리는 쌍무계약상 두 채무의 이행·존속상 견련성에 기초한 것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 보증금반환의무와 매매대금지급의무 사이에는 이행·존속상 견련성이 없다. 미지급 매매대금을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견련성이 존재할 뿐이다. 두 견련성 개념은 구분해야 한다. 쌍무계약에서 이행·존속상 견련성의 경우 계약당사자 모두가 담보적 기능을 누린다(쌍방향의 담보적 기능). 이에 반해 공제법리에서 견련성의 경우 일방당사자(이 사건의 경우 피고, 임대차계약의 경우 보증금을 수령한 임대인)만 담보적 기능을 누린다(일방향의 담보적 기능). 이 사건 계약조항에 따르면 -계약해석 상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피고 측의 이행선택에 따라 피고가 계속 물품을 공급하는 경우, 원고는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선납한 보증금에서 공제하라고 주장할 수 있다. 원고는 1억 원의 보증금 한도에서 추가 출연없이 물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이다(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의 관리인은 이 사건 계약의 이행을 선택하는데 매우 신중하였어야 한다). 그런데 원고는 대금지금 없는 '물품공급'을 보장받은 것이지, '보증금반환'을 보장받은 것이 아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을 들어 보증금반환채권을 공익채권으로 구성할 수는 없다(참고로 이 사건에서 원고는 선납한 보증금에서 물품대금을 공제하라고 주장하지 않고, 개별 물품대금을 지급함으로써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였다). 2. 관리인의 이행선택이 갖는 법적 의미 관리인이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의 이행을 선택하면 도산채무자의 채권과 이행·존속상 견련성이 있는 계약상대방의 채권이 공익채권이 된다(회생파산법 제179조 제1항 제7호). 회생파산법은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을 도산절차 내부에서 실현함으로써 도산재단을 극대화하기 위해 계약상대방의 채권을 공익채권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원고의 보증금반환채권은 이 사건 계약 종료 후 비로소 발생(또는 변제기가 도래)하는 권리이다. 관리인은 계약내용 실현을 위해 이행을 선택한 것이지, 계약종료 후 원상회복 법률관계의 실현을 위해 이행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관리인의 이행선택을 근거로 원고의 보증금반환채권이 공익채권으로 격상될 수 없다. 공익채권으로 격상되는 것은 원고의 물품공급청구권이다. 3. 관리인이 새롭게 체결한 계약처럼 취급?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한 계약은 마치 관리인이 새롭게 체결한 계약처럼 취급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관리인의 이행선택을 근거로 도산절차개시 후 비로소 상대방이 선이행을 하였다면, 해당 급부의 원상회복채권은 공익채권으로 봄이 타당하다. 도산재단은 도산절차개시 후 비로소 해당 급부를 수령하였다. 계약이 해제된다면 상대방의 부당이득청구권은 도산절차개시 후 발생한 것이다. 이 경우 상대방은 관리인의 이행선택을 믿고 선이행을 하였으므로, 즉 채무자가 도산절차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계약내용대로 관리인이 채무를 이행할 것이라는 정당하고 보호가치 있는 기대 하에 선이행을 한 것이므로, 나중에 어떠한 이유로든 해당 계약의 실현이 좌절되어 원상회복청구권이 발생하는 상황이 되었다면 해당 급부의 원상회복청구권은 공익채권으로 봄이 공평하다. 그러나 도산절차개시 전 상대방의 선이행은 사정이 다르다. 관리인이 이행선택을 함으로써 계약상대방에게 신뢰를 부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채무자의 자력을 믿고 선이행을 하였다. 그런데 채무자는 상대방의 기대와 달리 도산절차에 들어가게 되었다. 상대방이 지급한 대금은 채무자의 일반재산에 혼입되어 채무자에 대한 모든 채권자들이 공취할 수 있는 책임재산이 되었고, 이러한 책임재산이 도산재단을 구성하게 되었다. 이 경우 선이행을 한 상대방은 채무자와 계약관계를 맺은 다른 일반채권자들과 마찬가지로 신용거래에 따른 위험을 부담함이 공평하다. 일반채권자들은 채권자평등주의에 따라 도산절차 내에서 도산채권자가 되어야 한다. 설령 관리인이 이행선택을 하였더라도 위와 같은 선이행 급부의 반환이 문제되는 상황이라면, 선이행을 한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신용거래의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비록 도산절차개시 후 비로소 계약이 해제(해지)되어 부당이득반환채권이 발생하였더라도, 도산절차개시 전에 채무자가 급부를 수령하였으므로 채권발생의 법적 원인은 도산절차개시 당시 이미 존재하였다고 구성할 수 있다. 4. 관리인이 해지권을 행사한 경우와의 균형? 대상판결 사안에서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하지 않고 해지를 선택하였다면, 상대방의 원상회복채권은 공익채권이므로(회생파산법 제121조 제2항) 원고는 보증금반환채권을 공익채권으로 행사할 수 있는가? 공익채권으로 행사할 수 있다면,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한 후 계약이 기간만료 또는 해지로 종료된 경우 상대방의 원상회복채권도 공익채권으로 봄이 균형이 맞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타당하지 않다.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대하여 관리인에게 해제권을 부여하고 관리인의 해제에 따른 상대방의 원상회복청구권을 환취권 또는 공익채권으로 보는 현행법(해제권 구성)은 입법론의 관점에서 부당하다(구체적 이유의 제시는 지면관계상 생략한다). 따라서 해제권 구성에 따른 법률효과를 준거점(reference point)으로 삼아 다른 문제상황에서도 그와 유사한 법률관계를 도출하려는 시도는 부적절하다. 법이론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결론과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를 하면, 일시적·표면적으로는 정합성이 달성되지만 실질적으로는 문제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雪上加霜). 또한 임대차계약에서 임대인 도산 시 임대인의 관리인이 계약해지를 선택한 경우(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을 전제)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은 회생(파산)채권이라는 것이 대체적 견해이다. 그렇다면 대상판결 사안에서 관리인이 해지를 선택하였다고 해서 상대방의 원상회복 채권이 공익채권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5. 임대인의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한 경우와 비교 임대차계약 상 임대인에 대하여 도산절차가 개시되었고 임대인의 관리인이 임대차계약의 이행을 선택하였으며 그 후 기간만료 등으로 임대차계약이 종료한 경우,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은 회생채권이라는 것이 다수설 및 실무의 입장이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실무의 입장과도 배치된다. 최준규 교수(서울대 로스쿨)
신용거래
보증금반환채권
회생채권
도산
최준규 교수(서울대 로스쿨)
2021-11-29
기업법무
상사일반
계속적 계약에서 교부된 계약이행보증금에 관한 소고
[사실관계] 피고 서울특별시 버스운송사업조합은 원고와 3년간의 시내버스 외부광고 대행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체사용료는 3개월 단위로 선납하기로 하였다. 원고는 계약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3개월분의 매체사용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행보증금으로 예치하고, 계약 해지시 잔여계약기간에 관계없이 이행보증금은 피고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정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에게 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하였다. 이후 원고가 매체사용료 선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자,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이에 원고는 오히려 자신이 적법하게 해지 통지를 하였다고 주장하며 피고의 보증보험금 지급청구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 및 손해배상을 구하는 한편, 예비적으로 이행보증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는 것을 전제로 감액된 금액에서만 보증보험금 지급청구권이 존재한다는 확인을 구하였다. 피고는 이행보증금은 위약벌에 해당하여 감액될 수 없다고 하면서, 추가로 계약해지일 이후 원고가 얻은 이익을 부당이득 또는 손해배상으로 반환할 것을 청구하였다. [법원의 판단] 이 사안에서는 계약의 해지 사유를 무엇으로 볼 것인지와 이행보증금의 성격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 되었다. 이 중 특히 후자와 관련하여 법원은 입찰공고의 내용이나 계약 조항 등을 종합하면 "당사자들의 의사는 이행보증금을 통하여 계약 이행을 강제하는 한편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함께 해결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면서, 이 사건 계약에서 보증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하였다. 나아가 "이행보증금은 낙찰자의 사정이나 귀책사유로 계약이 중도 해지된 이후에 발생할 모든 손해를 담보한다고 볼 수 있다"는 전제에서, 피고의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평석] 1. 계약이행보증금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대상판결에서는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당사자들 간에 채무자의 계속적인 급부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계약이행보증금 약정이 부가되었다. 이는 민법에 규정된 개념은 아니지만, 실제 거래계에서는 다양한 명칭과 형태의 보증금이 교부된다. 특히 공사도급계약이나 대규모 인수합병과 같이 계약의 체결과 이행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인 간극이 있거나 이행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경우, 상당한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보증금 약정이 빈번하게 활용된다. 이러한 계약이행보증금의 법적인 성격은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가? 초기 상당수 판례들은 계약이행보증금을 위약벌로 보았으나, 현재 판례는 대체로 보증금을 일종의 위약금으로 보아 그 법적인 성격을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 중 하나로 이해한다. 그 구별 실익은 주로 민법 제398조 제2항이 적용되는지, 즉 법원에 의한 감액이 가능한지 여부에 있다. 그런데 계약이행보증금을 통상의 위약금과 동일하게 이해하는 것은 적절한가? 당사자들이 단순히 계약 불이행시 손해배상액을 정해둔 것이 아니라 보증금을 사전에 교부하고 이를 몰취할 수 있도록 하였다면, 그 현실적인 필요성이나 이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를 보다 진지하게 탐구해야 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국면에서 교부되는 보증금을 통일적으로 이해하기보다 개별 사안에서의 보증금 약정을 검토하는 것이 용이할 수 있다. 대상판결에서는 특히 계속적 계약에서 교부된 계약이행보증금이 문제되었다. 이는 장기간 상호 관계를 형성하는 당사자들의 계약 관계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 대상판결은 그 외에도 계속적 계약의 해지 사유들을 다루었고 이 또한 흥미로운 주제이나, 이번 글에서는 보증금 약정을 위주로 논의를 이어가기로 한다. 2. 계속적 계약에서 계약이행보증금의 의미와 기능 계속적 계약에서 당사자들은 장기간 계약을 유지하면서 해당 거래와 관련된 협력을 거듭하고, 이를 통하여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그런데 계약을 체결하는 시점에는 아직까지 이러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때에는 장기 계약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거나 시험기간을 두는 등의 노력이 동원될 수 있다. 계약이행에 대한 물적, 인적 보증을 요구하기도 한다. 대상판결에서의 보증금 약정도 장기간 채무자의 급부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이다. 계약이행보증금은 채무자가 보증금을 채권자에게 미리 지급하고 자신의 귀책사유로 계약기간 내에 자신이 이행하기로 한 의무를 불이행하면 해당 금원이 채권자에게 귀속되는 구조이므로, 일반적인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비해 계약 이행에 대한 심리적 강제가 한층 강화된다. 특히 보증금이 상당한 금액으로 책정되었다면, 계약기간 동안 계약이 파기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행되는 것을 담보하고자 하는 강한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할 것이다. 이를 토대로 당사자들은 거래비용이 높은 계약을 체결하거나 거래를 위한 추가 투자에 나아갈 수도 있다. 채권자와 거래 경험이 없거나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는 사업자가 상호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단가를 낮추는 방법으로만 경쟁해야 한다면, 경쟁에서 불리한 구도에 놓이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게 된다. 이때 채무자는 보증금을 교부함으로써 자신이 계약이행에 대하여 진지한 의지와 상당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계약이행보증금은 경쟁을 촉진하는 면이 있다. 3. 계약이행보증금의 감액과 추가 청구 대상판결에서는 계약이행보증금과 관련하여 감액과 추가 청구 가능성이 문제되었다. 우선 판례는 보증금을 일반적인 위약금과 다름없이 취급하는데, 민법 제398조 제4항에 의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하고 직권감액을 인정하는 추세이다. 보증금 약정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주장·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계속적 계약에서 계약이행보증금이 계속적 급부를 담보하고 채무자에 대한 신뢰를 보완하여 계약을 유지하는 기능이 있음을 고려하면, 이러한 위약금 법리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법원이 당사자가 예정한 손해배상액을 감액하는 것은 그 액수가 과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속적 계약에서의 보증금은 일반적인 손해배상액의 예정과는 달리 계약불이행시 예상되는 손해액과 비례성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선 계속적 계약에서는 잔여기간이나 기대수익을 예측하여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또한 비례성만을 중시하여 보증금을 정하면 채무자에게는 계약을 이행하는 것과 보증금이 몰취되는 것이 경제적으로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므로, 계약이행을 선택할 유인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상호 이해관계를 가장 잘 이해하는 당사자들이 정한 보증금 액수는 가급적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법원의 개입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법원이 이를 쉽게 감액하면, 당사자들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져 거래 비용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보증금 금액보다 실손해가 더 큰 경우 추가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한지 여부도 일반적인 위약금과는 달리 보아야 한다. 보증금 약정을 하는 주된 이유가 장기간 계약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면, 언제 어떻게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계약이행보증금만 몰취하면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거나, 계약이행보증금만 포기하면 언제든지 계약이행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 당사자들의 의사인 경우는 드물 것이다. 추가 청구를 하지 않기로 합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약정 액수를 넘어서는 손해에 대하여 배상을 인정하는 것이 의사해석에 부합할 수 있다. 대상판결은 계약 해지시 이행보증금과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보증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의 성격을 가진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를 통해 당사자들의 의사를 "이행보증금을 통하여 계약의 이행을 강제하는 한편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함께 해결하고자 하였던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계약 공고의 내용이나 계속적 계약의 특성을 고려하면 추가로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청구하지 않겠다는 취지라기보다는 적어도 보증금만큼은 실제 손해액과 무관하게 몰취하겠다는 의사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따라서 손해배상액의 예정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피고에게 실제로 보증금을 초과하는 손해가 발생하였는지를 살피어 추가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면 이중배상의 결과가 되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였을 것이다. 4. 결어 장기간 계약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계약이행보증금이 교부되었다면, 일반적인 위약금 법리에 따라 해결하기보다는 해당 계속적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와 관행, 계약의 존속기간 동안 급부의 이행과 당사자들의 신뢰관계 및 제반사정의 변화, 계약의 종료와 그 이후의 법률관계의 청산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사자들의 의사를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상판결의 최종 결론에는 반대하지 않으나,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러한 점을 더욱 염두에 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 계속적 계약과 여러 보증금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그 성과가 거래 실무에도 적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장보은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매체사용료
보증보험금
이행보증금
장보은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2021-08-19
기업법무
민사일반
상사일반
주식회사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과 제3자 보호
[판결요지] 주식회사의 정관이나 이사회결의 등으로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정함으로서 대표이사의 대표권 행사를 제한한 사항을 대표이사가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집행하였다면 대내적으로는 무효이지만, 그 대표이사와 거래한 상대방은 선의이고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상법 제209조 제2항에 의하여 보호된다. [판례평석] 1. 사건의 개요 원고 주식회사 우진기전이 2012년 4월 소외회사에 금 30억원을 대여하였다. 대여 조건은 6개월 내에 원금 30억원에 배당금 30억원을 더한 60억원을 4회에 걸쳐 변제받기로 하는 것이다. 만일 변제기에 소외회사가 변제하지 못하면 소외회사의 사업권을 원고회사에 양도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피고 대우산업개발주식회사 대표이사가 원고회사에게 위 소비대차계약에 계약 당일 소외회사가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면 대신 변제한다는 확인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피고회사 이사회규정에는 피고회사가 '다액의 자금도입 및 보증행위'를 함에는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당시 피고회사 대표이사는 위 확인서를 작성하여 주는데 대하여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였다. 소외회사가 변제기에 대여금을 변제하지 아니하였다. 그러자 원고회사가 위 확인서에 기하여 피고회사를 상대로 보증채무의 이행을 청구하였다. 원심 판결(서울고법 2015. 7. 10. 선고 2014나10801 판결)이 원고는 피고회사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없다는 이유(선의 무중과실의 제3자라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이에 피고가 상고하였다. 상고이유로 피고가 이 밖에도 여러 가지를 내세웠으나 이 평석에서 다룰 쟁점은 이 한 가지이다. 제3자인 원고회사에 선의에 더하여 무과실임을 요하는지 여부이다. 원고회사가 피고회사 대표자로부터 위 확인서를 받을 때에 이 보증행위는 이사회의 결의사항임에도 불구하고 피고회사 대표이사가 이를 거치지 아니하였음을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으므로 원고회사의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는 것이 피고회사의 상고이유이다. 2.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 가) 법정 주주총회 결의사항 상법상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의 양도, 영업 전부의 임대, 회사의 영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계약의 체결 등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사항으로 규정되어 있다(상법 제374조 제1항). 이런 사항을 대표이사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고 대표이사 등이 집행하였으면 그 집행은 회사 내에서는 물론 회사 외에서도 당연 무효이다. 제3자가 선의라도 보호받지 못한다(대법원 2012. 4. 12. 선고 2011다106143 판결, 김건식·노혁준·천경훈 회사법 제5판 박영사, 2021. 3. 398면). 나) 법정 이사회 결의사항 상법상 회사의 중요자산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자산의 차입 등은 이사회의 결의를 요한다(상법 제393조 제1항,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다55808 판결, 동 2019. 8. 14. 선고 2019다204463 판결). 이런 사항을 대표이사가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집행하였으면 회사 내에서는 위 가)와 마찬가지로 무효이다. 하지만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는 회사가 대항하지 못한다(상법 제389조 제3항, 제209조 제2항). 회사의 내부적 제한을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대법원 1997. 8. 29. 선고 97다18059 판결). 다) 정관이나 이사회결의에 의한 제한 회사는 위 1, 2에 정한 사항에 더하여 중요사항에 관하여 정관에 정하거나 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대표이사의 대표권 행사에 제한을 가할 수 있다(주식회사법대계 Ⅱ 제3판,한국상사법학회 편, 법문사, 2019. 507면, 김건식 등 전게 회사법 제5판 398면).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결정권은 이사회에 귀속되어 있고, 이사회가 대표이사의 선임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대표이사의 권한을 일부 제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사항을 대표이사가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집행하였으면 회사 내에서는 위 나)와 마찬가지로 무효이지만, 그 무효임을 여전히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는 회사가 대항하지 못한다. 3. 선의의 제3자 보호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은 회사의 내부적 절차이다. 거래의 상대방인 제3자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표이사가 내부적 절차를 거쳐 거래하는 것으로 신뢰하기 마련이다. 회사 내부에서 발생할 위험을 상대방인 제3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점에는 위 2. 대표권 제한 중 나)와 다)의 경우를 나누어 달리 정할 것도 아니다. 이 평석의 대상판결인 전원합의체판결 이전까지 대법원은 거래의 상대방에 대하여 선의와 아울러 무과실임을 요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었다(대법원 1978. 6. 27. 선고 78다389 판결, 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4다206563 판결 등). 그러다가 이 전원합의체판결로 선의와 아울러 무과실임을 요하던 이제까지의 견해를 선의와 아울러 무중과실임을 요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경과실의 제3자는 보호받게 되는 것으로 거래의 안전 보호에 힘을 실은 것이다. 그러면서 이 사안의 원고는 선의이고 무중과실의 제3자라고 인정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 판결을 유지하는 것으로 이 사건을 마무리하였다. 이사는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회사와 거래(이를 '자기거래'라 칭함)할 수 있다(상법 제398조). 이사가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아니하고 자기거래를 한 경우 내부적으로는 당연히 무효이다. 하지만 회사는 그 무효를 선의이며 무중과실의 제3자에게는 대항하지 못한다(대법원2004. 3. 25. 선고 2003다64688 판결,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다73530 판결, 전게 주식회사법대계 Ⅱ 제3판 736면). 대법원이 이사의 자기거래에 대하여 일찍부터 이런 견해를 취하였다.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의 경우에도 이번 전원합의체판결로 궤를 같이하게 되었다. 두 경우에 달리하여야 할 이유가 없다.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는 규정인 상법 제209조 제2항은 합명회사의 대표사원에 관한 규정이다. 이 규정이 상법 제389조 제3항에 의하여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에게 준용되고 있다. 합명회사의 대표사원이 내부적 제한을 위반한 거래를 한 경우에 대하여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함에 있어서. 선의 무과실을 요하는지 아니면 선의 무중과실을 요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례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를 다룬 문헌도 별로 눈에 뜨이지 않는다. 합명회사의 대표사원과 거래하는 상대방의 대표사원에 대한 신뢰에 비하여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와 거래하는 상대방의 대표이사에 대한 신뢰가 훨씬 높다. 합명회사의 대표사원과 거래한 상대방에 대하여 선의 무과실 또는 선의 무중과실을 요하는 여부에 무관하게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와 거래한 상대방은 선의 무중과실이면 보호하여야 한다. 대상판결의 판결요지에 찬성의 뜻을 표한다. 4. 반대의견과 보충의견 이 전원합의체판결은 대법관 13인 중 9인 찬성으로 이루어졌다. 대법관 4인이 반대의견을 표하였다. 그리고 찬성의견을 낸 대법관 1인이 보충의견을 내었다. 반대의견은 우선 다수의견에 대하여 거래의 안전 보호만을 위하여 회사법의 다른 보호가치를 도외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어 강학적인 의미에서 '무과실'을 '무중과실'이라는 용어로 대체하는 것 외에 재판실무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한다. 이 사건에 대하여는 원고회사가 피고회사의 대표이사로부터 확인서를 받을 당시 피고회사 내부의 필요절차를 거친 여부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를 다시 판단하도록 원판결을 파기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다수의견은 거래의 안전과 다른 보호가치 사이에 조화를 도모한 것이다. 다수의견이 선의 무중과실을 요하는 것으로 변경하여 제3자 보호의 길이 한층 넓어졌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을 다시 판단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보충의견은 반대의견에 대한 비판이다. 이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회사와 제3자 사이에 거래가 이루어진 경우에 거래행위가 무효로 될 위험을 가장 적은 비용으로 회피할 수 있는 자는 회사이다. 그러한 위험은 회사가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사회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위험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김교창 변호사(법무법인 정률)
무과실
중대한과실
회사
상법제393조
선의
이사회
대표이사
김교창 변호사(법무법인 정률)
2021-06-14
기업법무
민사일반
진술보장 조항의 본질은 무엇인가?
1. 사실관계와 소송경과 ○○오일뱅크(매수인)는 1999년 4월 2일 △△에너지(대상기업)의 주주들(매도인들)로부터 대상기업의 주식들을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하였고, 위 계약 체결 당시 매도인들은 '대상기업이 일체의 행정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으로 '진술보장'을 했다. 그런데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실시된 군납유류 구매입찰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상기업이 매수인을 포함한 다른 정유사들과 함께 담합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법위반사실공표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내리게 된다. 이로 인해 대상기업은 벌금과 과징금, 기타 민사상 손해배상금을 지출하게 되고, 이에 매수인은 매도인들의 위와 같은 진술보장에도 불구하고 대상기업이 담합행위에 가담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었다며, 매도인들의 진술보장 위반으로 인해 대상기업이 입게 된 손해의 배상을 청구했다. 1심에서는 진술보장 위반사실(담합 사실)에 대한 매수인의 악의와 상관없이 매도인의 책임이 성립한다고 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악의의 매수인이 진술보장 위반사실을 계약협상시 반영하지 않고 방치했다가 계약 이후 뒤늦게 매도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공평의 이념 및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며 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의 적용은 사적 자치의 원칙 등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면서, 진술보장 조항의 위험분배 기능에 비춰 볼 때 악의의 매수인도 진술보장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진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2다64253 판결). 위 환송판결 이후 손해배상의 구체적인 범위를 둘러싸고 다시 상고가 제기되었는데, 이에 대한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7다6108 판결(대상판결)에서는 '기업인수계약에서 진술보장 조항을 위반한 것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서 일종의 채무불이행책임에 해당하며, 진술보장 조항과 손해배상 조항이 함께 있다면 진술보장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해야 하고, 진술보장 조항만이 존재하고 그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조항이 따로 없다면 민법 제390조를 비롯한 관련 규정들에 따라 채무불이행책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2. 진술보장의 의의 및 쟁점 진술보장은 '계약의 일방당사자로 하여금 계약의 법적 유효성과 자신에 대한 일정한 사항 내지 정보를 진술하게 하고 그 내용의 진실성을 보장토록 하는 조항'을 말한다. 진술보장과 관련해서는 샌드배깅(sandbagging)이 문제되고 있는데, 이는 '매수인이 M&A 과정에서 매도인의 진술보장 위반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적하지 아니한 채 거래를 종결하고는 그 이후에 매도인을 상대로 진술보장 위반책임을 묻는 것'을 이른다. 19세기 미국 뉴욕의 갱들이 언뜻 보기에 해로울 것 같지 않은 샌드백을 살상무기로 사용한 데서 비롯된 용어다. 이러한 샌드배깅에 대해서는, 매수인의 악의·중과실에도 불구하고 매도인의 진술보장 위반책임을 인정하는 Pro-sandbagging rule과, 매수인의 악의·중과실이 있는 경우 매도인의 책임을 부정하는 Anti-sandbagging rule로 그 입장이 갈린다. 3. 진술보장에 관한 국내외 논의 미국에서는 진술보장 위반책임을 불법행위법에 기한 책임으로 보기도 하고, 계약법에 기한 책임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전자는 진술보장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를 중시하는 것으로서 Anti-sandbagging rule과, 후자는 계약당사자 간의 위험분배를 중시하는 입장으로서 Pro-sandbagging rule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샌드배깅에 대해서는 주마다 입장이 다른데, 델라웨어주에서는 Pro-sandbagging rule을 원칙으로 삼고 있음에 반해, 캘리포니아주에서는 Anti-sandbagging rule을 따르고 있다. 또, 뉴욕주에서는 원칙적으로 Pro-sandbagging rule을 지지하나, 이에 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명시적으로 유보해 두지 아니한 경우에는 매수인이 그의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한다(CBS Inc. v. Ziff-Davis Publishing Co. 판결; Gali v. Metz 판결). 일본에서는 진술보장 위반책임의 법적 성격에 관해 하자담보책임설, 채무불이행책임설, 손해담보특약설이 대립하고 있는데, 일본의 하급심 판결들 중에는 진술보장 위반책임을 정보제공의무 내지 설명의무위반에 기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사례들도 존재한다(東京地裁 平成19. 7. 26; 東京地裁 平成23. 4. 19). 그리고 샌드배깅에 대한 대표적인 판결 사례로서 아루코 사건(東京地裁 平成18. 1. 17)과 나스야 사건(東京地裁 平成27. 9. 2)에서는 매도인의 진술보장 위반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매수인의 선의·무중과실'을 요구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진술보장의 문제를 법상 하자담보책임과 이에 대한 손해담보의 문제로 보아 2002년 개정 독일민법(BGB) 제442조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악의의 매수인에 대해서는 매도인이 하자담보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매수인의 중과실이 있는 경우 역시 매도인의 책임이 배제된다. 다만, 매수인의 중과실이 있더라도 매도인이 손해담보의 인수를 하였거나 하자를 고의적으로 감춘 경우에는 매도인의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진술보장 위반책임의 본질에 관해, 약정하자담보책임설, 채무불이행책임설, 손해담보계약설 등이 주장되어 왔는데, 다만 샌드배깅의 문제는 법적 본질과의 논리적 연관성 관점에서보다는 신의칙 내지 공평의 이념 혹은 진술보장의 위험분배 기능 등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샌드배깅에 있어서 매도인의 진술보장 위반책임은, (i) 매수인의 악의·과실과 무관하게 성립한다는 견해, (ii) 매수인의 악의·중과실의 경우에 부정된다는 견해, (iii) 매매가격 반영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 등으로 갈리고 있다. 우리 대법원은 진술보장 위반책임을 채무불이행책임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악의의 매수인도 진술보장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4. 평석 및 결론 (1) 진술보장 위반책임의 본질 M&A계약도 하자담보책임으로 규율하는 독일민법의 태도나 매매된 기업의 성상 중 진술보장이 정한 수준에 미흡한 부분은 당장 가액조정되어야 할 흠이라고 보는 실무계의 법감정을 고려한다면 진술보장 위반 사실을 하나의 하자로 관념하는 것도 상당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진술보장 조항은 M&A계약 뿐만 아니라 사채인수, 대출 등 금융계약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금융계약에서는 매매대상 자체가 존재한다 보기 어렵고 그 진술보장의 내용도 계약대상의 성상에 관한 것이 아니라 채무자의 변제자력, 신용 등 차주의 주관적 사정에 관한 것으로서 이에 대해서는 어떠한 하자의 개념을 상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하자담보책임설은 M&A계약에 국한해서는 가장 설득력이 높은 주장이라고 할 수 있으나, 현실에서 사용되고 있는 모든 종류의 진술보장 조항을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견해라고 판단된다. 그래서 넓은 관점에서 진술보장 조항은 하자담보가 아니라 계약상 의무의 하나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되는바, M&A계약에서는 적정한 매수가격 산정을 위한 매도인의 정보제공의무를, 금융계약에서는 채무자의 변제자력 파악 및 안정적인 자금회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차주의 정보제공의무를 정한 것이라 볼 수 있고, 이러한 정보제공의무라는 부수적 의무를 위반할 때 계약상 채무불이행책임을 구성한다고 해석된다. 이와 같은 입장에서 볼 때, 대법원이 진술보장 제도에 관한 국내법상의 독자적인 법리를 구축해 진술보장과 우리법 체계를 가장 적절하게 조화시킬 수 있는 채무불이행책임설을 채택하고 이에 관한 계약해석론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향후 진술보장 조항의 해석 및 운용에 있어 그 의의가 매우 크다. (2) 샌드배깅의 문제 대법원은 Pro-sandbagging rule을 지지하는 근거로서 진술보장 조항의 위험분배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진술보장의 원래적 기능은 매도인의 실사를 보충하는 데 있는 것으로서 어디까지나 정보제공의 기능에 그 근본을 두고 있다. 게다가 진술보장의 위험분배 기능이라는 것도, 당사자 간에 당장 확정할 수 없는 잠재적 위험 내지 손실을 성실한 협상 하에 지혜롭게 대비해 나가는 메커니즘을 말하는 것이지, 매수인이 악의인 사실을 묵비하여 분쟁상황을 야기시키는 경우 이를 정당화하는 당위법칙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샌드배깅의 문제에 대하여 진술보장의 위험분배 기능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현재 대법원의 접근 방식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결국, 샌드배깅 문제는 진술보장 조항의 위험분배 기능보다는 정보제공 기능의 측면에서 파악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구체적인 해결은 어디까지나 정보제공 관계의 기초가 되는 상호신뢰의 관점에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매도인에 대한 비난가능성과 잘못된 정보임을 알고도 이를 악용 또는 방임한 매수인에 대한 비난가능성을 서로 비교해 비난가능성이 더 큰 당사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샌드배깅에 대해서는 Anti-sandbagging rule에 따라 원칙적으로는 매도인에게 책임을 지우지 아니하되, 매수인에 대한 비난가능성보다 매도인에 대한 그것이 더 클 경우, 즉 매도인이 고의적으로 진술보장 위반사실을 은폐한 경우이거나 매수인이 악의에까지는 이르지 않고 (중)과실에 그치는 경우에는 종래의 불법성 비교이론과 유사한 맥락에서 매도인의 책임을 긍정해야 할 것이다. 임철현 변호사 (두산그룹 법무실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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