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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근로
민사일반
단체협약상 특별채용 조항의 법적 효력
[사실관계 및 소송의 경과] 소외 망인은 자동차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산업재해로 사망하였다. 자동차회사가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에는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에 대하여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월 이내 특별 채용하도록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망인의 자녀인 원고는 단체협약에 근거하여 채용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 법원과 항소심 법원은 단체협약 특별채용 조항은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현저하게 제한하며, 단체협약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채용의 공정을 현저하게 침해하여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원고의 채용청구를 기각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1. 다수의견 11인의 대법관은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이 민법 제103조에 위배되지 않아 그 효력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다수의견을 개진하였다(파기환송). 첫째, 헌법이 직접 보장하는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의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효력에 대한 사법심사는 신중하여야 한다. 둘째, 업무상 재해로 인한 보상책임을 보완하는 특별채용은 근로조건의 기준에 해당한다. 셋째, 사용자는 결격사유에 대한 심사를 통하여 최소한의 업무수행능력을 검증한다. 넷째,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하여 채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법질서에서 예정되어 있다. 다섯째, 별도의 특별채용 절차를 통하여 소수의 인원을 채용한 것으로 인하여 구직희망자들의 현실적 불이익이 크다고 볼 수 없다. 2. 반대의견 2인의 대법관은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이 민법 제103조에 위배되어 무효라는 반대의견을 개진하였다(상고기각). 첫째, 사용자가 장차 새로운 근로관계를 창설할 상대방을 정하는 문제는 근로조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에 대하여는 헌법상 특별한 보호가 인정되지 않는다. 둘째,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은 구직희망자들이나 다른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어서 사회질서에 반한다. 셋째, 취업보호에 관한 특별법은 일정한 경쟁을 전제로 하는데, 특별채용조항은 그렇지 않다. 넷째,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은 국제기준이나 정책 방향과 거리가 있다. 다섯째,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혜택이 일부에게만 돌아간다. [평석] 1. 단체협약의 법적 성격 단체협약의 법적 성격에 대한 학설 상황은 매우 복잡하다(계약설, 법규범설, 복합설). 우선 노동조합과 사용차측의 계약이라는 점이 강조되어야 한다. 협약 당사자들의 자유로운 교섭의 결과물인 단체협약을 순수한 법규범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단체협약의 효력에 관하여 민법상 법률행위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고, 사적 자치의 원칙이 존중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이 사용자에 비하여 열악한 지위를 가지는 노동자인 조합원을 대변하여 근로조건에 협상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본질에 해당한다. 노동조합이 조합원인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협상하고 그 효력이 조합원에 미치는 것이다. 그러나 단체협약의 효력은 조합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근로자보호를 위한 노동법의 정신에 비추어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비조합원에게도 확대된다. 비조합원에 대하여도 단체협약의 효력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법규범성을 지닌다. 결국 단체협약의 법적 성격은 협약당사자의 계약이라는 점에서 출발되어야 하고, 근로자보호를 위한 노동법의 정신에 비추어 예외적으로 범규범성이 가미된 것이다(소위 복합설). 사용자와의 대등한 협상력을 보유하기 위하여 법인된 노동조합의 위상에 비추어 노동조합이 현행 재해보상제도의 한계를 의식하고 협상력을 발휘하여 특별채용조항을 얻은 것이므로 특별채용의 혜택이 극소수에게 돌아간다고 하여 그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물론 노동조합의 기능과 위상만을 강조하여 다양한 형태의 특별채용 조항들의 효력이 곧바로 긍정되는 것은 아니다. 2.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와 단체협약의 대상 사용자가 다양한 채용방식(공개채용, 제한경쟁, 특별채용)을 선택하여 채용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사용자는 원만한 노사관계를 위하여 경영상 판단에 따라 채용의 자유의 일부를 포기할 수 있으며, 매우 제한된 범위에서 전개되는 특별채용으로 인하여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가 본질적으로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는 채용에 관한 사항을 단체교섭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고(임의적 교섭사항), 이 부분에 대하여도 협약자치의 효력이 미친다. 따라서 채용에 관한 사항을 단체교섭의 대상에서 전면적으로 배제할 것은 아니다. 3. 특별채용조항의 법적 성격 단체협약상 특별채용조항은 재해보상의 내용을 보충하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이므로 규범적 부분이라고 할 것이고, 근로자와 유족은 사용자를 상대로 직접 그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재해보상의 내용을 보충하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이라는 단체교섭의 대상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규범적 부분이라고 보아야 하고, 비조합원의 확대 적용의 국면을 감안하더라도 규범적 부분으로 보는 것이 일관성 있는 해석이다. 4. 채용의 공정 고용정책기본법과 직업안정법은 차별금지와 균등한 기회보장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합리적 사유 있는 차별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하여 마련된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이 위 법률들의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 채용에 관한 공정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통하여 실질적으로 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회의 평등 원칙을 고수하면 차별적 효과가 영속화되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세밀하게 전개된 적극적 우대조치가 요망된다는 미국의 논의는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의 관점에서도 매우 시사적이다. 5. 특별채용조항의 효력에 대한 판단기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에 대한 유형론은 특별채용조항의 효력의 판단에 있어 유용하지 못하며, 다수의견이 제시한 구체적 사정 요소도 문제 해결의 실질적인 지침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특별채용조항의 효력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비례의 원칙을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법익균형성과 상당성으로 귀결된다. 보호법익과 피해법익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고(법익균형성), 피해법익의 정도가 목적, 동기, 방법에 의하여 최소화되어야 한다(상당성). 법익균형성이 충족되는 경우에 비로소 상당성의 판단에 들어가고, 법익균형성이 충족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상당성의 판단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 채용의 공정이라는 가치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현실에 있어 보호법익의 중대성이 긍정되어야 비로소 법익균형성의 요건이 충족되고, 특별채용의 비율이 엄격하게 통제되어야 상당성 요건이 충족된다. 기회의 평등의 원칙에 대한 예외는 역차별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세밀하게 전개되어야 한다. 6. 특별채용조항에 대한 구체적 검토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은 비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첫째, 산재유족의 생계보호는 사회적 약자의 배려 차원에서 인정되는 압도적 이익이며, 채용의 공정이라는 공익도 압도적 이익이다. 따라서 양자의 법익균형성이 긍정된다. 둘째, 특별채용의 비율이 매우 적어 구직희망자가 감수하여야 할 희생이 그리 크지 않으므로 상당성 요건을 충족한다. 비교법적 이례성이 산재유족 특별조항의 효력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가 아니며,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률이 높은 노동계의 현실을 직시하고 노사가 마련한 부득이한 조치이다. 정년퇴직자·장기근속자 자녀 우선채용 조항은 비례원칙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왜냐하면 정년퇴직자·장기근속자의 보상이라는 이익은 압도적 이익이라고 볼 수 없으나, 채용의 공정이라는 공익은 압도적 이익이기 때문이다. 업무외 사고·질병·사망자 자녀 우선채용 조항은 비례원칙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왜냐하면 업무외 재해에 대한 보상은 사용자의 법적 책임의 영역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압도적 이익이라고 볼 수 없으나, 채용의 공정이라는 공익은 압도적 이익이기 때문이다. 노조 추천인 우선채용 조항은 비례원칙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왜냐하면 노동조합의 조직 강화라는 이익은 압도적 이익이라 보기 어려우나, 채용의 공정은 압도적 이익이기 때문이다. 산재유족 이외의 자에 대한 특별채용 조항은 모두 법익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7.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의 일반적 구속력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의 근거인 비조합원의 보호필요성과 사회적 약자의 보호를 위한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의 취지에 비추어 노동조합법 제35조의 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하더라도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의 효력이 비조합원에게도 인정되어야 한다. 8. 소결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효력을 긍정하는 다수의견의 태도는 타당하다. 사회적 약자인 산재유족을 배려하기 위하여 세밀하게 전개된 특별채용조항은 실질적 평등의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 대상판결로 인하여 다수의 사업장에서 특별채용 조항의 체결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져 단체교섭 차질 및 노사관계의 경색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으나, 이러한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대상판결은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효력에 대한 판단이며 그 밖의 경우에 대한 특별채용 조항의 효력까지 인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창현 교수 (서강대 로스쿨)
산업재해
산재
특별채용
유족
기아차
현대차
이창현 교수 (서강대 로스쿨)
2022-06-07
노동·근로
민사일반
무기계약 전환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차별금지 원칙
Ⅰ. 사실관계 피고는 방송사업 및 문화서비스업, 광고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각각 피고 회사에 기간제근로자로 입사하여, 그때부터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계약을 갱신하면서 계속 피고 회사에서 근로자로 재직하였다. 원고들은 '기간제 및 단기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 한다)'에 따라 이 법 시행 이후 2년을 초과하게 된 날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이하 '무기계약직'이라 한다)로 각각 전환되었다. 피고는 원고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매 1~2년마다 원고들과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원고들에게 기본급과 상여금을 지급하였는데, 그 액수는 피고 소속 정규직으로서의 일반직 및 기능직 직원들(이하 '정규직 직원들'이라 한다)에 대한 기본급 및 상여금의 80% 수준이었다. 한편, 피고는 직무수당, 면허수당, 물가수당, 주택수당, 식대 등의 수당을 정규직 직원들이나 원고들에게 동일한 액수와 방식으로 지급하였다. 다만, 정규직 직원들에게 매월 지급한 근속수당은 원고들에게 지급하지 않았고, 정규직 직원들에게는 자가운전 보조금으로 월 30만 원씩 지급하였으나 원고들에게는 월 20만 원씩 지급하였다. 그밖에 원고들의 피고 회사에서의 호봉은 2012년 5월을 기준으로 그 이후 원고들에 대한 호봉 정기승급을 인정하지 않았다. 원고들은 피고가 원고들의 무기계약직 전환 후부터 원고들에 대하여 피고의 '취업규칙'을 적용하여 정규직 직원들과 같은 임금을 지급하여야 하는데도, 원고들을 기간제근로자와 같이 취급하여 위와 같이 처우한 것은 위법한 차별행위로서 기간제법 제8조 또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규정에 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한다. 원심(대전고법 2015. 11. 26. 선고 2014나11589 판결)은 피고의 취업규칙 제2조(직원의 정의) 및 직제규정 제3조(직원)의 문언, 피고가 위와 같은 규정을 마련한 취지나 관행적 의미, 피고 소속 전체 근로자의 공통적인 의사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원고들과 체결한 '고용계약서'는 원고들처럼 기간제에서 전환된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에 대하여 직접 적용되는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인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후 원고들에게 근속수당을 미지급한 것과 자가운전 보조금의 일부를 미지급한 것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였다. Ⅱ. 대법원 판결의 내용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무기계약으로 전환된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는,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 내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있을 경우 달리 정함이 없는 한 그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은 사용자가 기간제근로자를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한 경우의 효과에 관하여 그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것만이 무효로 된다거나, 또는 근로계약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존 근로조건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식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②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의 규정 취지와 공평의 관념 등을 함께 고려하면,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의 근로조건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종 또는 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보다 불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해석된다. ③ 기간제법의 목적, 관련 규정 체계와 취지, 제정 경위 등을 종합하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사업 또는 사업장 내에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이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기간제법 시행 이후부터 원심 변론종결일에 이르기까지 원고들과 같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정하는 취업규칙을 별도로 마련한 바 없다. 한편, 원고들과 동일한 부서에서 같은 직책을 담당하며 근로를 제공하는 정규직 근로자와 비교하면, 업무 내용과 범위, 업무의 질이나 양 등 제반 측면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이러한 사정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되는 원고들에게는 동일한 부서 내에서 같은 직책을 담당하며 동종 근로를 제공하는 정규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근로조건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Ⅲ. 대법원 판결의 문제점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은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억제하고 해당 기간제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사용자가 객관적 사유없이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한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에 대하여 기간의 정함 부분을 무효로 하여 무기계약직 전환이라는 효과를 부여하였다. 다만, 이 규정이 무기계약직 전환 후의 근로조건까지 기존 정규직 근로자와 동일화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법률에 의하여 고용형태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의 내용까지 강제로 정하는 것은 당사자의 계약자유 원칙을 중대하게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기계약직 전환 근로자가 정규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그에 관한 별도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즉, 정규직 취업규칙의 적용범위에 무기계약직 전환 근로자를 포함하거나 그 적용에 관한 당사자의 개별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의 피고는 정규직 취업규칙을 무기계약직에게 적용한 바가 없고, 원고들과 고용계약서를 작성하여 근로조건을 결정하였을 뿐이다. 무기계약직 전환 근로자에 대하여 별도의 취업규칙을 두고 있지 않는 경우에는 대법원 판결처럼 곧바로 정규직 직원의 취업규칙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종전 기간제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 중 기간의 정함을 제외한 나머지 근로조건, 즉 임금, 근로시간, 복무규율, 복리후생 등은 계속해서 그대로 적용된다(독일과 일본의 통설). 기간제근로자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더라도 그것이 법률상 당연히 피고의 정규직 직원으로 그 지위가 변경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에 관한 새로운 근로계약의 체결이 있어야 한다. 취업규칙은 반드시 사업 또는 사업장의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하나의 사업에서도 직군·직종별, 고용형태별로 복수의 취업규칙이 병존할 수 있다. 또한 명칭에 관계없이 전체 또는 특정 근로자집단에 적용될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을 정한 것이라면 일응 취업규칙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공통적으로 작성되어 특정 근로자집단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표준근로계약서도 취업규칙으로 인정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들의 무기계약직 전환 이후에도 1~2년마다 작성된 '고용계약서'에 따라 해당 근로자를 처우하였는데, 이 계약서에는 근무 부서 및 업무 내용, 임금·수당 등 급여, 원고들의 의무, 근무시간 및 휴게시간, 휴일 및 휴가, 복리후생 등의 근로조건이 포함되어 있고, 이러한 급여의 기본적인 항목과 구성, 복무규율 등의 근로조건은 모든 '고용계약서'마다 동일한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고용계약서'는 일종의 표준계약서이며 해당 근로자집단의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으로서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므로 취업규칙으로 인정될 수 있다. 한편, 대법원은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차별금지 원칙을 정한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이 무기계약직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취지로 설시하고 있다. 하지만 기간제법은 차별적 처우 금지 및 그 시정절차의 주체가 기간제근로자임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무시하고 동 규정을 무기계약직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은 법률을 거스른 해석으로 수긍하기 어렵다. 이와 달리 이 사건 원심판결은 무기계약직을 사업장내에서 근로자 자신의 의사나 능력발휘에 의해서는 회피할 수 없는 사회적 분류라고 보고 이를 균등처우원칙을 정한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으나, 이 견해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사회적 신분'이란 장기간 점유되어 개인적 노력으로는 회피할 수 없을 정도로 고정화된 개인적 속성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당사자의 사적자치(계약)에 의하여 형성된 고용상 지위에 대해서까지 사회적 신분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생각건대 무기계약직에 대한 차별금지 또는 균등대우 원칙을 정한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헌법의 평등원칙과 민법상 신의칙에 기하여 노동법의 일반원칙으로서 균형처우 원칙을 도출할 수 있다. 즉, 사용자는 업무내용이나 임금·수당 등 근로조건을 정함에 있어서 공정한 재량권행사의 원칙에 따라 무기계약직의 근로조건을 다른 근로자집단의 그것과 비교해서 공정하게 처우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만약 사용자가 무기계약직과 같은 특정 근로자집단의 근로조건을 다른 근로자집단에 비하여 불리하게 정할 경우에는 그와 같은 차이가 어느 정도 합리적 사유에 의하여 정당화되어야 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구체적인 임금액 등 당사자 간의 개별 합의로 정하는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일반 균형처우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박지순 교수 (고려대 로스쿨)
임금
기간제법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근로자
박지순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22-01-03
노동·근로
민사일반
사내하도급과 근로자파견의 구별
Ⅰ. 대상판결의 내용 1. 사실관계 피고는 자동차용 엔진을 생산하여 완성자동차 회사에 납품하는 회사이다. 원고들은 피고와 자동차용 엔진 조립 업무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협력업체 소속으로 피고의 평택 1공장 및 2공장에서 자동차용 엔진 조립 등 업무를 담당한 근로자들이다. 원고들은 피고와 사내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도급계약의 실질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상의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는데, 원고들이 행한 업무는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사업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이고, 피고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거나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사내협력업체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이상 피고가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서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1심은 원고들 청구를 전부 인용하였으며, 원심은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피고는 상고를 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① 피고가 이 사건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면서, ② 이들을 자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시켰다고 보이고, ③ 사내협력업체는 그 소속 근로자들의 전반적인 노무관리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④ 도급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었거나 그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⑤ 사내협력업체가 이 사건 도급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원심 판단을 수긍하였다. Ⅱ. 평석 1. 근로자파견의 의의와 그 판단기준의 모호성 파견법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은 사용사업주가 근로자파견 대상 업무에 해당하는 아니하는 업무에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거나, 객관적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2년을 초과하여 계속해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등 다섯 가지 사례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직접고용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를 상대로 고용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판결을 구할 사법상의 권리가 있고, 판결이 확정되면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 고용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견해이다(대법 2016. 7. 22. 선고 2014다222794 판결 등 참조).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의 법률효과(사실상 직접고용관계의 강제)를 고려하면 파견법 제2조 제1호의 근로자파견 개념은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법률에 의한 근로관계 성립의 강제 또는 사용자의 일방적 교체는 당사자의 사적자치, 계약자유의 원칙이라는 헌법상의 요청과 조화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계약자유에 대한 침해는 파견근로자의 보호 필요성이 그 이상으로 인정되어야만 정당화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 대법원의 판결 내용에는 이 점에 대한 고려가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파견법은 근로자파견의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대법원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와 제3자인 원청 사이에 직접 고용관계를 성립시키기 위한 근로자파견의 성립요건과 그 판단기준을 명확히 제시할 책임이 있다. 그렇지만 대법원은 그 판단기준으로 다섯 가지 요소를 병렬적으로 나열할 뿐, 각 요소가 실제로 근로자파견 판단구조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각 요소의 상호관계 및 개별 요소의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무엇인지는 침묵하고 있다. 특히 구체적 검토가 필요한 쟁점은 다음과 같다. 수급인은 언제나 그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어야 하고, 도급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가? 원청이 '부분적으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를 지휘·명령하는 경우에까지 파견법의 적용이 확대될 수 있는가? 원청의 지시가 계약의 목적을 구체화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근로자를 상대로 노무제공의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한 것인지 나누어 검토하고 있는가? 2. 파견법의 취지와 도급계약의 목적 파견법은 '사용자'로서 신뢰도 낮은 협력업체에 고용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원청의 직접고용의무를 규정한 것이 아니다. 물론 전문성·기술성이 없거나 독립적인 사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지 않은 협력업체는 근로자의 고용안정이나 근로조건 보호에 미흡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처럼 같은 업무를 원청 소속 근로자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혼재되어 공동으로 수행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특정 업무를 분리시켜 협력업체에 발주하고 그 결과를 수취하는 도급계약이 다수라고 할 수 있다. 업무의 성격상 사업설비와 부품 등을 원청이 직접 제공하고 협력업체가 이를 완성하여 납품하는 방식도 얼마든지 도급계약의 목적이 될 수 있다. 원청이 마련한 사업설비와 부품을 이용하여 원청의 사업장에서 도급업무를 수행한다고 해서 도급계약이 부인되어야 할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협력업체가 전문성·기술성이 있거나 독자적인 사업조직을 갖추고 있다면 사실상 도급계약의 실질을 가진 것으로 인정될 수 있지만, 전문성·기술성이 부족하거나 독립적인 사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도급계약관계가 쉽게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 3. 사용사업주에 의한 지휘·명령권의 독점 원청과 협력업체가 도급계약 또는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고 협력업체가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근로자를 이행보조자로 투입하였다면, 그 근로자가 고용주인 협력업체의 통제를 받으며 근로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원청의 지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도급업무의 개별적 특성이나 사내하도급의 성격을 감안하면 협력업체가 도급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원청의 개입이나 지시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를 통해 불량률을 낮추고 작업속도를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도급계약의 목적 달성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까지 원청이 협력업체의 노무수행과정에 개입할 수 있고, 또한 어느 단계의 개입부터 근로자에 대하여 사용사업주로서의 지위에 서게 되는지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직접고용의무의 발생 등 법률효과를 고려하면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사용사업주의 사업조직에 전적으로 편입되어 오로지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하에서만 근로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부분적으로 원청의 지시나 개입 또는 지휘·명령이 있다고 해서 근로자파견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파견사업주는 자신이 직접 이행보조자를 이끌고 사용사업주가 요구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주체가 아니다. 이는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의 개념을 벗어나는 것이다. 원심과 대법원은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4. 사용자의 지휘·명령권 행사 원청의 지휘·명령 또는 지시는 그 성격상 두가지 유형으로 구별된다. 그 하나는 도급계약의 당사자 사이에 합의된 계약의 목적을 좀더 구체화하는 것으로서 이를 계약목적을 구체화하는 도급인의 지시권(gegenstandsbezogene Anwesiungen)이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근로자의 근로제공의무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노동법상의 지휘·명령권, 즉 직접 근로자에 대한 지시권(personenbezogene Weisungen)이다. 당연히 양자는 구별되어야 한다. 원청은 도급인의 지시권을 행사하여 도급계약의 목적인 급부의 내용을 세밀하게 정할 수 있다. 도급인의 지시가 원청과 협력업체가 합의한 계약목적의 구체화에 관련된 것이면 노동법적 관련성이 약화된다. 이 사건에서 원청이 작성한 작업표준서, 중점관리표, 작업공정 모니터 또는 부품조견표에 따라 조립공정에 투입할 부품 및 조립방법을 정하게 되는 바, 원심과 대법원은 이를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지휘·명령이라고 보고 있으나, 오히려 원청과 협력업체 간에 도급계약의 목적을 구체화하는 도급인의 지시로 볼 여지도 있으므로 좀더 구체적이고 세밀한 판단이 필요했다. 5. 맺음말 파견법의 법률효과를 고려하면 근로자파견 개념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헌법상의 요청에 부합한다. 그런데 대법원은 애초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에서 같은 업무를 원청 소속 근로자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공동으로 작업한 사례에 대하여 근로자파견을 인정한 후 이른바 간접공정업무나, 비제조 업무에 대해서도 근로자파견을 인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는 근로자파견과 그밖의 법률관계를 구별하기 위해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기준이 지나치게 넓게 형성되어 있는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 다수의 협력업체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파견법은 이와 같은 기업의 대응이 명백히 파견법을 회피하기 위한 것인 때에 한하여 적용되어야 한다. 한편, 반복되는 불법파견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국제적 추세에 발맞춰 파견대상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입법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박지순 교수 (고려대 로스쿨)
현대자동차
근로자
파견근로자
직접고용의무
박지순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21-08-23
노동·근로
민사일반
사무장병원의 임금 지급의무의 주체에 관한 고찰
1. 들어가며 우리나라 의료법은 의료기관은 의료인 외에 법률상 인정되는 의료법인·비영리법인 등에 의하여서만 개설이 가능하고 이들을 제외한 비의료인은 개설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사무장병원은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사무장병원은 우리나라 의료시장에서 인적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하고 비의료인의 경제력에 의존한 기형적인 영리 목적 의료기관을 창출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의료가 지향하는 비영리성과 공공성에 배치되고 의료시장질서에 교란을 가져올 수 있다. 무엇보다 사무장병원의 외관을 빌미로 정부로부터 요양급여와 각종 보조금의 혜택을 부정수급하고 허위로 의료보험을 청구하고 있어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에 누수를 가져오는 큰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립된 사무장병원에서 근무하는 고용의사를 비롯한 직원들에 대한 임금이 제때에 지급되지 못하는 경우 그와 같은 임금지급채무를 위반한 자가 사무장병원의 실질적 운영자인 비의료인인 사무장인지 아니면 사무장병원의 명의자인 의료인인지가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쟁점이 된 바 있다. 비록 사무장병원이 법가치에 반하는 유형이라고 하더라도 임금지급채무의 지급은 근로자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영역이며 동시에 이는 사무장병원 개설·운영 약정의 효력과 사무장병원의 채권·채무관계의 귀속 등과 연계되는 문제이다. 2.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263519 판결의 태도 대법원은 2020. 4. 29. 선고 2018다263519 판결에서 "X병원은 의료인이 아닌 피고가 의사인 甲의 명의를 빌려 개설한 이른바 사무장 병원에 해당하고 원고 등은 형식적으로는 甲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지만 피고가 X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원고 등을 직접 채용하고 업무와 관련하여 원고 등을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지휘·감독하면서 직접 급여를 지급한 사정을 감안하면 원고 등과 피고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 등에 대하여 임금 및 퇴직금 지급의무를 부담한다. 이와 같이 원고 등과의 근로계약에 따른 임금 및 퇴직금 지급의무는 처음부터 피고에게 귀속되는 것이지 X병원의 운영과 손익을 피고에게 귀속시키기로 하는 甲과 피고 사이의 약정에 따른 것은 아니므로 위 약정이 강행법규인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되어 무효가 된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원고 등에 대하여 임금 및 퇴직금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데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3. 사무장병원 개설·운영 약정의 효력과 사무장병원의 채권·채무관계의 귀속 대상판결과 같이 비의료인이 사무장병원을 설립하기 위하여 의료인과 체결한 동업계약은 강행법규 위반으로 사법상 무효가 된다. 즉 대법원은 사무장병원 개설·운영 약정이 무효이므로 의료기관 운영과 관련하여 얻은 이익이나 취득한 재산, 부담하게 된 채무 등은 모두 의료인 개인에게 귀속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3 9. 23. 선고 2003두1493판결, 대법원 2014. 9. 26. 선고 2014다30568 판결, 대법원 2016. 12. 27. 선고 2013다48241 판결). 대체로 사무장병원의 개설·운영 약정 형태가 의료인과 비의료인의 동업관계인 경우에는 조합계약의 형태로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하는 경우에는 고용과 손익귀속에 관한 혼합계약 형태로 체결된다. 그렇다면 사무장병원의 개설 및 운영과 관련하여 취득한 재산과 법률행위로 인한 채권·채무 전부가 면허를 가졌다고 하여 명의자인 의료인에게 일률적으로 귀속된다고 보아서는 안 되고 구체적 법률관계에 따라 실제 계약당사자가 누구인지에 관한 해석을 통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사무장병원 개설·운영 약정의 형태가 조합계약이거나 이와 유사하여 의료인이 의료기관의 운영과 손익에 관여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의료인이 계약당사자로서 채권·채무관계의 귀속 주체가 될 것이다. 그러나 비의료인이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의료인이 병원 운영이나 손익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급여만을 받는 경우에는 의료인 명의로 대외적인 계약이 체결되었더라도 개개 법률관계마다 실제 계약당사자가 누구인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무효인 사무장병원 개설·운영 약정에 따라 당사자가 이미 급부를 이행하였다면 이는 부당이득이 되어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데(민법 제741조) 강행법규에 해당하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하여 급부한 경우에 불법원인급여(민법 제746조)가 되어 그 반환청구가 제한되는지 여부가 문제이다. 대법원은 기본적으로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하는 행위라 할지라도 당사자간 상호 급부한 것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대법원 2003 9. 23. 선고 2003두1493판결, 대법원 2011. 1. 3. 선고 2010다67890 판결). 그러나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한 사무장병원 개설·운영 약정은 제103조의 반사회적 행위로서 무효가 되고 이에 따라 이행한 급부의 반환을 구하는 것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허용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제746조 단서(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경우)에 해당하거나 수익자의 불법성이 급부자의 불법성에 비해 현저히 큰 경우에는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 4. 사무장병원 내 근로계약의 효력 근로기준법은 민법의 특별법에 해당하므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근로계약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에 의거하여 판단하게 된다. 따라서 사무장병원 개설·운영 약정에 의하여 설립된 사무장병원이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요건을 갖춘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는 경우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이 된다. 그러므로 사무장병원에 근무하면서 근로를 제공하는 직원과 고용의사, 임상병리사, 간호사, 방사선사 등의 보건의료종사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게 된다. 이 때 사무장병원에서 누가 사용자인지 즉 사무장병원의 명의를 빌려준 의사인지 아니면 비의료인인지가 문제된다. 대법원 2011. 10. 27. 2009도2629 판결에서도 비의료인과 의료인 간 동업 형태의 사무장병원에 해당하기 위한 비의료인의 개입 정도는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정도를 요구한 바 있는데 이와 같이 비의료인이 근로계약의 체결에 있어서도 주도적 입장에서 관리하고 개입한 사정이 보인다면 근로계약의 실질적 당사자에 해당하므로 사용자로 파악하여야 할 것이다. 즉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무장병원의 대외적 법률관계에 있어 사무장병원의 명의자인 의료인에게 일률적으로 귀속된다고 보아서는 안 되고 개별적인 법률관계에 따라 실제 계약당사자가 누구인지에 관한 해석이 필요하다. 이는 근로계약의 사용자가 누구인지에 관하여 대법원이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보인다. 5. 대상판결의 검토 대상판결은 의료인과 비의료인이 체결한 사무장병원 개설 약정이 무효이므로 병원 운영과 관련하여 얻은 이익이나 취득한 재산, 부담하게 된 채무 등은 모두 일률적으로 의사 개인에게 귀속된다고 본 일부 대법원 판결들과 달리 대외적으로 비의료인이 의료인 명의로 체결한 고용계약의 귀속 주체를 개별적 법률관계에서 실제 당사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타당한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즉 사무장병원 개설·운영 약정의 내용과 효력 여하는 비의료인이 의료인 명의로 체결한 임대차, 소비대차, 리스계약, 고용계약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이들 개별적 법률관계에서 발생하는 채권·채무관계는 당해 계약의 해석에 따라 정하여지는 실질적 당사자에게 귀속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다투어진 임금지급의무의 주체에 관하여 보면 원고 등이 甲을 사용자로 하여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으나 실제 비의료인이 원고 등을 비롯한 X병원의 직원들을 채용한 점, 업무수행 과정에서 직원들을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지휘·감독한 점,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였고 의료인에게도 매월 약정된 급여를 지급하였던 사정을 종합하면 명의자인 의료인이 아니라 행위자인 비의료인이 당사자로서 고용계약상 임금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바 대법원이 사무장병원의 실질적인 운영자가 누구인지, 직원들의 채용 및 근로계약서 작성 주체가 누구인지, 직원들의 업무를 지휘·감독하고 급여를 지급한 주체가 누구인지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근로계약상 임금지급의무의 귀속 주체를 결정한 것은 해당 근로계약의 실체와 부합하는 판단이라 하겠다. 백경희 교수(인하대 로스쿨)
임금
사무장
퇴직금
병원
백경희 교수(인하대 로스쿨)
2020-10-12
노동·근로
행정사건
전교조 법외노조통보의 법적 성질과 문제
Ⅰ. 사실관계 2013년 9월 23일 당시 노동부장관(현재는 고용노동부장관)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라 한다)에 대하여 "두 차례에 걸쳐 해직자의 조합원 가입을 허용하는 규약을 시정하도록 명하였으나 이행하지 않았고 실제로 해직자가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는 이 사건 부칙 조항을 2013년 10월 23일까지 교원노조법 제2조에 맞게 시정하고 조합원이 될 수 없는 해직자가 가입·활동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전교조는 시정요구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않았고 이에 피고는 2013년 10월 24일 교원노조법 제14조 제1항, 노동조합법 제12조 제3항 제1호, 제2조 제4호 라.목 및 교원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에 의하여 원고를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였다('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라 한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1. 법외노조통보는 이미 법률에 의하여 법외노조가 된 것을 사후적으로 고지하거나 확인하는 행위가 아니라 그 통보로써 비로소 법외노조가 되도록 하는 형성적 행정처분이다. 이러한 법외노조 통보는 단순히 노동조합에 대한 법률상 보호만을 제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헌법상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한다. 그런데 노동조합법은 법상 설립요건을 갖추지 못한 단체의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반려하도록 규정하면서도 그보다 더 침익적인 설립 후 활동 중인 노동조합에 대한 법외노조통보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이를 시행령에 위임하는 명문의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더욱이 법외노조통보제도는 입법자가 반성적 고려에서 폐지한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와 실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 결국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법률이 정하고 있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 법률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위임도 없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을 규정한 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반한다. 2. 피고는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유효함을 전제로 이에 근거하여 이 사건 법외노조통보를 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어 그 자체로 무효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기초한 이 사건 법외노조통보는 그 법적 근거를 상실하여 위법하다. Ⅲ. 문제의 제기 하급심(서울고법 2016. 1. 21 선고 2014누54228판결; 서울행정법원 2014. 6. 19 선고 2013구합26309 판결)에서의 판단과는 달리 대상판결은 법외노조통보의 위법성을 확인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12인의 대법관이 참여하여 10인의 대법관은 이 사건 법외노조통보가 위법한 것으로 본 반면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은 그것이 적법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 고용노동부가 법외노조통보를 취소하였고 전교조가 교원노조법에 따른 노동조합의 지위를 회복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근 7년의 소송 끝에 국가 전체를 달구었던 오랜 숙제가 해소되었다. 대상판결의 판시와 관련해서 특기할 만한 점은 다수의견 및 별개의견, 반대의견이 각기 법학방법론, 해석론 및 입법론에 바탕을 두고서 매우 상반된 입장을 개진하였는데 특히 상호 간에 매우 비판적이고 직설적인 언급을 하고 있다. 가령 반대의견이 "다수의견의 입장은 이 사건 법률 규정이 그 자체로 완결적인 규정임을 간과한 것이거나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무효라는 결론을 위하여 법규정의 의미를 임의로 축소하는 편의적 해석일 뿐"이라고 지적하였는데 종래 대법원 판례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개개의 행정법, 공법적 쟁점에 관한 상론은 다른 곳에서 하고 여기선 법외노조통보의 처분성 여부 및 그 법적 성질에 초점을 맞추어 검토하고자 한다. Ⅳ. 법외노조통보의 처분성 여부 다수의견 8인의 대법관은 법외노조통보의 직접적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 및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의 위헌성을 적극적으로 논증하여 법률유보의 차원에서 법외노조통보의 위법성을 접근하였는데 반면 김재형·안철상 대법관은 별개의견으로 법외노조통보 그 자체의 위법성을 논증하였다. 다만 기본적 시간에서 헌법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입장(김재형 대법관 별개의견)과 수익적 행정처분의 취소철회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입장(안철상 대법관 별개의견)으로 나뉜다. 법외노조통보의 처분성 여부는 하급심에서 피고측이 본안전 항변으로 "교원노조법 제1조, 제2조, 제14조 제1항,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 단서에 의하여 원고를 교원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하는 효과가 곧바로 발생한다. 따라서 이 사건 통보는 원고에 대하여 교원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하는 효과가 발생하였음을 단순히 확인해 주는 사실 또는 관념의 통지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주효하지 않았다. Ⅴ. 법외노조통보의 법적 성질 법외노조통보의 법적 성질과 관련해서 다수의견은 그것을 형성적 행정처분으로 보는 반면 김재형 대법관의 별개의견은 확인적 행정처분으로 보는데 이는 사안을 법률유보의 원칙 및 위임입법의 법리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에 대한 입장의 차이를 낳는다. 반대의견 역시 김재형 대법관의 별개의견과 마찬가지로 확인적 성질을 인정하기에 다수의견의 입장에 대해 매우 강한 비판을 하였다. 결국 이 문제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의 성격의 문제이다. 여기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그것의 타당성은 차치하고서- 노동조합법상의 노동조합이 될 수 없다는 입법자의 의사를 표방한 것이다. 즉 노동조합의 적격성(허용성)의 물음이다. 이 점에서 논증의 출발점을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둔 김재형 대법관의 별개의견과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의 반대의견은 바람직하다. 확인적 행정행위의 기능은 개별사건과 관련하여 법적으로 중요한 특성을 구속적으로 확인하거나 부인하는 데 있는데 그것은 행정청과 수범자를 위해 법효과를 증명하는 의사(意思)로써 행해진다(김중권, 행정법, 235면).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한다는 자체는 이미 법효과가 발생하였음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법외노조통보에 의해 비로소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된 것이 아니다. 다수의견의 지적처럼 현재의 법외노조 통보제도가 설령 사실상 폐지된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와 그 주체, 대상, 절차 및 효과 등이 모두 동일하다 하더라도 그것이 법률상의 노동조합의 적격성 규정에서 비롯된 이상 법률 자체의 문제이지 결코 시행령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법외노조통보를 하기 전에 시정명령을 통해 노동조합의 부적격 상황을 해소할 기회를 제공하는 점과 설령 마치 수리를 요하는 신고인양 취급되나 기본적으로 노동조합의 설립이 신고제에 해당하는 점에서 법외노조 통보를 창설적인 설권적 처분으로 보는 것은 체계에 반한다. 이처럼 법외노조통보를 확인적 처분으로 접근하는 이상 법외노조통보의 법적 성질을 노동조합 설립신고 수리처분의 철회로 보고서 이익형량과 비례원칙의 차원에서 검토하는 안철상 대법관의 별개의견 역시 수긍하기 힘들다. 특히 법외노조통보가 기속행위인 점에 더욱 그러하다. Ⅵ. 관견(管見): 어떻게 접근하여야 하는가? 법원은 과거사를 다루지만 과거분석과 과거평가로부터 현재는 물론 미래를 결정하는 권력이다. 판례(Rechtsprechung)는 법(Recht)을 말하는 것(Sprechen)이다. 실현되고 있는 법의 타당근거(妥當根據)는 과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있다(김형배, 법학방법론, 1981, 41면). 따라서 법을 말한다는 것은 민주적 법치국가에서는 개별사례를 위해 법률의 언명을 현재에 맞게 해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판례는 사전에 규정된 것(입법)을 사후에 말하는 것 이상(以上)이며 항상 불완전한 규정을 숙고하여야 한다. 결국 법원은 법률에 의한 미래선취의 범주에서 법치국가의 미래개방성을 보장한다. 다만 법률흠결을 메우기 위해 적극적인 법형성을 통해 '창조적 법발견'이 강구되더라도 그것이 입법이 되어선 곤란하다. 일찍이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두6998 판결을 평석하면서 필자는 "사안에서 쟁점대상은 신고제에서 실질적 심사의 문제가 아니라 법규정{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라)목}을 중심으로 해직자가 완전히 배제된 현재의 근로자만이 조합원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본 해석의 문제이다. 처음부터 근로자가 아닌 경우에는 그 비근로자를 조합원으로 하는 조합의 설립을 불허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지만 해직자의 경우에는 그리고 사안처럼 기왕의 조합을 합병하여 조합을 설립하는 경우에는 나름의 (판례의) 법형성적 접근도 강구할 만하다. 나아가 사안에 대한 노동조합법 차원의 문제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김중권, 안암법학 제47호, 2015.5., 9면). 시대와 호흡하지 못하고 현실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현재의 법상황이 문제인데 이런 문제인식을 어떻게 구현하는지가 관건이다. 비록 서울고법 2016. 1. 21 선고 2014누54228 판결의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한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단이 내려졌지만(헌법재판소 2015. 5. 28. 선고 2013헌마671 결정 등) "만일 법에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본다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거나 국회에 법개정을 청원하여야 할 것"이라고 반대의견이 지적한 것처럼 위헌법률심판을 통해 해결되는 것이 정도이다. 일찍이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1도6294 판결은 별다른 추가적 요건을 설정하지 않고서 집회미신고를 집회해산명령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법상황에 즈음하여 추가적 요건을 더해서 집회해산명령을 정당화시켰다. 이처럼 현행법의 해석의 차원(de lege lata)에서 기본권과 노동조합의 본질 등에 의거하여 새로운 해석의 방법으로 현안의 문제점을 타개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전교조
법외노조
해직교사
노동조합법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2020-09-21
노동·근로
행정사건
학습지교사의 근로자성 판단
-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12604(병합) 판결 - I. 사건경위 학습지 개발 등의 사업을 하는 주식회사 甲은 학습지교사들인 乙 등과 위탁사업계약을 체결하고 학습지회원에 대한 관리, 모집, 교육을 하여 왔다. 위탁사업 수행의 대가로 甲은 乙 등 학습지교사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하였다. 위탁사업계약은 매1년 단위로 연장되어 왔는데, 이후 甲이 위탁사업계약을 해지하자 乙 등이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명령을 신청하였다. II.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노동법상 근로자성 인정여부에 관한 것이다. 우선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나 명칭에 상관없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종래 판례법리를 재확인하고, 이 사건 乙 등 학습지교사에 대해 어느 정도 甲의 지휘·감독이 있었지만, 근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乙 등 학습지 교사에 대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아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상 근로자에는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III. 평석 1. 학습지 교사의 근기법상 근로자성 판단 (1) 인격적 종속관계와 근기법상 근로자 근기법상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법 제2조 제1항 제1호). 이때 근로계약은, 독일 민법 제611a조에서 보듯 (i) 인격체인 인간의 노동력을 편입시켜 (ii) ‘도구’로 삼아 ‘사용’하는 것을 급부의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관계는 지시와 복종으로 구체화된다. 근로지시를 통해 근로자의 '행동(Taetigkeit)'은 장소, 시간, 방식 등에서 일일이 통제된다. 복종은 인사나 제재에 의해 담보된다. 이처럼 인격체인 사람을 도구로서 사용한다는 점에서, 근로계약은 ‘인격적 종속관계’를 초래한다. 근기법은 인격적 종속관계에 놓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강행규범이다. 이에 착안하여, 대법원은 근기법상 근로자성 판단에서 “사용자의 업무내용 지정 여부와 업무수행과정에서의 상당한 지휘·감독 여부, 그리고 근무시간과 근로 장소의 지정 여부 등 다양한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한다. (2) 평가 대상판결은, (i) 학습지 회원에의 교육에 있어 그 시·종료시간은 물론 장소 등도 학습지교사와 회원 간의 협의로 정해질 뿐 甲사의 개입이 없으며, (ii) 위탁업무 수행 이후에는 자유로이 업무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시·복종관계에서는 나타날 수 없는 사실들이다. (iii)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고, 승진과 징계 등 인사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편입이 없고, 지시에의 복종을 실현하는 장치도 없다는 의미다. (iv) 학습지도방식의 결정도 중요하다. 학습지도방식이 학습지교사의 자율과 능력에 맡겨져 있다는 것은 곧 업무수행에 따른 경영위험을 교사 스스로 부담한다는 뜻이다. 근로자는 도구로서 지시에 따를 뿐이므로 경영위험을 부담하지 않는다. 乙 등 학습지교사들에 대하여 근기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한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2. 학습지교사의 노조법상 근로자성 (1) 경제적 종속관계와 노조법상 근로자 노조법상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법 제2조 제1호). (i) 노무제공자가 그 대가로 얻어지는 금품에 주로 의존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ii) 당사자 간 힘의 대등성이 결여되면 이른바 경제적 종속관계(대상판결에서는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가 발생한다. 노조법은 경제적 종속관계 하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를 보호의 대상으로 한다. 근로이든, 위임이든 노무제공형식은 상관없다. 이에 착안하여 대법원도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등을 고려”하여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한다. (2) 평가 대상판결은, (i) 회사로부터 수령하는 수수료가 학습지교사들의 ‘주된’ 수입원이며, (ii) 사실상 당사자 관계가 전속적이면서도 지속적이고 (iii) 보수 등 위탁사업계약의 내용을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점 등에 비추어 학습지교사가 경제적 종속관계 하에 있음을 적절히 확인하고,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였다. 3. 회색적 노무제공관계에서의 근로자성 판단 (1) 방법론 대상판결을 통해 노동법상 근로자성 판단의 방법론이 보다 명확해졌다.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은 당사자 간 ‘경제적 종속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편 근기법상 근로자성 판단을 위해서는 (i) 경제적 종속관계를 넘어 (ii) 노무제공(=급부목적)의 실질을 살펴 인격적 종속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2) 회색적 노무제공관계 오늘날 회사 등 단체와 개인사업자 사이의 위탁사무계약관계에는 대부분 근로적 요소와 그 이외의 요소(위임, 도급, 무명계약 등)가 혼재되어 있다. 대상판결에서도 학습지교사에 대한 업무처리지침이 있고, 표준필수업무가 시달되었으며, 관리구역도 회사가 배정하는 점 외에도 주3회 오전에 조회도 하고, 2-3개월에 한번씩 학습지교사들을 대상으로 집필시험을 치르도록 한 사실 등이 있었다. 이로 인해 방송연기자나 보험설계사, 채권추심인 등 다양한 ‘회색적’ 노무제공관계에서 근로자성이 다투어졌거나, 다투어지고 있다. (3) 경제적 종속관계와 위임지시의 결부 회색적 노무제공관계에서 지휘·감독의 존부를 판단함에 있어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근로계약상 지시는 사용자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근로자의 행동을 일일이 제어하는 수단이다. 위임지시는 다르다. 위임계약에서 확정된 사무의 세부내용과 수행방식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고 제시하는 수단이다. 양자는 개념상 명확히 구별된다. 문제는 위임지시가 경제적 종속관계와 결부될 때다. 위임지시가 ‘경제적 약자’에게 행해지면 일견 근로 지시처럼 비춰질 수 있다. 대상판결에서 학습지교사에 대한 업무처리지침, 표준필수업무 시달, 오전 조회, 집필시험 실시 등의 사실 등이 그런 예다. 미리 정해진 위탁업무의 내용과 방식 그리고 당사자 적격성에 관한 것이지만, 학습지교사와 회사 간 경제적 종속관계가 맞물리면서 모호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 간 경제적 종속성 판단과 노무제공의 실질에 대한 판단은 구별되어야 한다. ‘경제적 약자’의 노무제공이라고 해서 곧 ‘근로의 제공’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이 점을 잘 포착하고 있다. 경제적 종속성과 결부되어 단지 근로와 유사하게 보이는 사실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휘·감독이 있다고 하면서, 학습지교사의 근기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최근 방송연기자 사례(대법원 2018.10.12.선고2015두38092 판결)도 마찬가지다. ‘연기’는 연기자의 일정한 재량과 능력에 맡겨질 수밖에 없는 것인 바, 그 속성상 근로로 볼 수 없다. 이때 방송연기자가 경제적 약자로서 경제적 종속관계 아래에 놓인 탓으로, 방송사가 방송연기자의 배역을 지정하고, 연출감독자가 연기 시간과 장소 등을 정한 사실 등이 마치 근로지시처럼 보일 뿐 그 실질을 근로관계로 평가할 수는 없다. 대법원이 방송연기자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은 인정하면서도 근기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한 이유다. (4) 경제적 약자의 노무제공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 방식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은 당사자 사이의 경제적 종속관계에 주목해야 한다. 급부목적이 근로의 제공인지 여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대상판결도 경제적 종속관계에 있는 노무제공자의 보호를 위해 집단적 단결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 제33조의 취지임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학습지교사, 텔레마케터, 보험설계사, 생명보험사 지점장에 이르기까지 대다수 수탁개인사업자들이 회사와의 관계에서 경제적 종속관계 아래 놓여 있음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이 주는 의미는 사뭇 크다. 한편 근기법상 근로자성 판단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 경제적 종속관계와 인격적 종속관계를 준별하면서, 제공되는 노무의 실질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경제적 종속관계에 결부되어 외형상으로만 근로로 보이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계약상 급부목적인 업무의 속성을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근로’를 통해 위탁업무가 수행되도록 하는 것이 처음부터 불가능하거나 오히려 비효율적인 경우가 있어서다. 또한 계약사항에 대한 제재나 불이익의 결부 여부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인사 제재나 불이익이 결부되지 않으면 근기법상 근로자로 평가하기 어렵다.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인격적 지배관계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노무 제공방식을 지향할 수도 있다. 이를 간과할 경우 자칫 계약의 실질은 물론이고 당사자의 의사에도 부합하지 않는 판단이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권혁 교수 (부산대 로스쿨)
근로자
학습지교사
근로자성
위탁계약
권혁 교수 (부산대 로스쿨)
2019-04-15
노동·근로
사회변화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 연장
Ⅰ. 사안의 개요와 소송 경과 망아(亡兒, 4세)는 2015. 8. 9. 인천 소재 워터파크 수영장에 어머니와 함께 방문하여 물놀이를 하였다. 워터파크 수영장에는 수심 1m인 이 사건 풀장이 있었다. 신장이 1m에 불과한 망인은 위 풀장 출입구에 설치된 철제 사다리로 올라가 이 사건 풀장으로 떨어져 익사하였다. 이에 망아의 가족인 원고들은 워터파크를 운영하는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제1심은, 이 사건 풀장 출입이 제한되는 망아가 사다리를 이용하여 이 사건 풀장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방지할 의무가 있는 피고들이 이를 게을리 하였다는 점을 인정하여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망아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인정하였다. 원고들은 항소를 하면서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주장하였는데, 원심도 마찬가지로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망아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제한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망아의 일실수입을 산정함에 있어 망아의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인정하지 않은 원심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며 상고하였다. Ⅱ. 판결요지 대법원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본 종전 대법원의 견해를 더는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여 원심을 전원일치로 파기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언제까지로 할 것인지에 관하여 다수의견, 별개의견 1, 별개의견 2로 나뉘었다. 다수의견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평균여명이 2017년에 남자 79.7세, 여자 85.7세에 이르고, 실질적인 평균 은퇴연령이 남성 72.0세, 여성 72.2세에 이른다는 점 등을 근거로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은 만 65세로 보아야 한다고 본 것이다. 별개의견 1은 60~64세의 경제활동참가율, 연령대별 사망확률, 일반적인 법정 정년 등을 근거로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은 만 63세까지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별개의견 2는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경험칙상 ‘만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하나, 구체적으로 만 60세를 넘어 몇 세까지 일할 수 있는지는 사실심 법원이 판단하여야 하며 대법원이 일률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았다. Ⅲ. 육체노동의 가동연한 1. 가동연한에 관한 판단기준으로서 경험칙 도시에서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이 통상 몇 세까지 일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사실인정의 문제이다. 이를 인정함에 있어 피해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할 수 있지만, 사안과 같이 아동이 사망한 경우에는 경험칙에 기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경험칙은 경험을 통해 귀납적으로 얻어지는 사실판단의 법칙이므로 사회구성원의 공통인식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사회구성원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현실이 중요하며 그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가동연한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의미한 통계, 각종 규범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다만, 가동연한의 인정은 기본적으로 사실인정의 문제이므로 이를 반영한 정확한 통계가 있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우선적으로 그에 따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각종 규범과 관련하여서는 그 규범이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고려에 의하여 마련된 것인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2. 1989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의 사정변경 대법원은 1989. 12. 26. 선고 88다카16867 전합 판결을 통해 육체노동종사자는 만 55세를 넘어서 일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후 1991. 3. 27. 선고 90다11400 판결을 통해 도시일용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인정하는 실무가 확립되었다. 종전 전합 판결의 주된 논거는 ① 국민의 평균여명이 남자 63세, 여자 69세로 늘어난 점, ② 기능직공무원 중 육체노동을 주된 업무내용으로 하는 공무원의 정년이 만 58세로 연장된 점이다. 그러나 위 전합 판결 이후에 많은 사회적 변화가 일어났다. 첫째, 평균여명이 2017년에는 남자 79.7세, 여자 85.7세에 이르고 있어 그 사이에 평균여명이 남녀 모두 16.7세나 증가하였다. 둘째, 기능직공무원을 포함한 공무원 대부분의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되었다. 관련하여 이러한 법정 정년의 증가를 어떻게 해석하여야 하는지, 특히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문제가 된다. 만약 가동연한의 현실을 반영한다고 보면 만 60세 무렵을 가동연한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독일의 경우 실제 소득활동 연령에 대한 통계를 고려하지 않고 법정 정년인 67세를 가동연한으로 보고 있다(독일 연방대법원 1989. 5. 30. 판결, BGH NZV 1989, 345). 그러나 2017년 12월을 기준으로 60~64세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이 61.5%에 이른다. 고령자가 법정 정년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비교적 활발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현재의 법정 정년이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셋째, 우리나라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종전 전합 판결 당시 6,516달러에 불과하였는데, 2018년에 30,000달러에 이르렀다. 이러한 1인당 GDP 수치는 연령별 인구비율에 비추어 만 60세를 넘은 고령자층이 일하지 않고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액수이다. 실제로 만 60세를 넘어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인구는 종전 전합 판결 당시 120만 명이었으나 2017년 12월 기준 417만 명으로 급속히 증가하였다. 이러한 현저한 사정 변화를 감안하여 대상판결은 타당하게도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를 넘어 인정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다만, 구체적으로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어떻게 정할지 견해가 대립되었다. 3. 육체노동의 가동연한 65세? 63세? 불특정?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에 관하여 다수의견은 만 65세로, 별개의견 1은 만 63세로 보았다. 별개의견 2는 대법원이 이를 일률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다. 별개의견 2의 경우 대법원이 가동연한을 특정 연령으로 단정하면 가동연한에 대한 유연한 판단에 장애가 되어 구체적 타당성 있는 판단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매우 경청할 만한 견해이다. 그러나 위 견해에 따를 경우 하급심 법원으로서는 개별 사건마다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일일이 심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하급심의 혼란으로 인한 법정 안정성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서 대법원이 하급심에 가동연한에 관한 일응의 판단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필요하다. 대법원이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특정하더라도 하급심 법원이 반드시 대법원이 제시한 가동연한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 경험칙을 배제할 다른 증거가 제시되는 경우, 하급심 법원은 대법원이 제시한 결론과는 다른 판단을 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을 기할 수 있다(대법원 1999. 9. 21. 선고 99다31667 판결 참조). 별개의견 1의 경우 가동연한 관련 통계적 사실과 법령을 가장 보수적인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① 60~64세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이 61.5%이나 65세 이상의 경제활동은 29.5%로 그 비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② 사망확률이 60세는 0.00520, 65세는 0.00791로 증가폭이 0.00271로 커지며, ③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이 2018년 현재 62세라는 점에 부합한다. 그러나 대법원이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는 경우에 되도록 ‘상당 기간 유지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요청되고, 가동연한은 피해자가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장래에 언제까지 일할 수 있는지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가까운 장래에 예측되는 변화’를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와 달리 현 시점에서의 통계적 사실과 법령에 국한하여 판단하면 대법원이 제시한 가동연한에 관한 판단은 얼마 안 있어 다시 그 기초가 흔들릴 위험이 존재한다. 따라서 향후에 가족에 의한 노인 부양이 급감될 것이 예측되어 고령인구의 경제활동 증가가 충분히 예상되고, 2033년이 되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의 수급개시연령이 65세가 된다는 점을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점에서 다수의견이 설득력이 있다. 4. 대상판결의 파장 다수의견에 따르면 도시에서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은 경험칙상 만 65세에 이르는 날까지 일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 대상판결이 향후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다. 우선 종전에 대법원은 개인택시 운전사, 형틀목공 등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에 대한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았는데, 이제는 그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농촌일용노동의 가동연한도 만 65세로 보아야 하며, 현재 자동차보험의 표준약관도 그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또한, 법정 정년을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인 65세에 맞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으며,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이 65세로 늘어남에 따라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다. 현재 경로우대 등 노인복지서비스는 가동연한이 60세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65세부터 적용되고 있는데, 향후 노인복지서비스를 65세보다 고령인 노인에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정부로서는 법정 정년 이후에도 적어도 65세까지 계속 일을 하는 것이 통상적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고령인구에 적합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대상판결 이후 하급심에서 대상판결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일률적으로 만 65세로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점이다. 가동연한은 기본적으로 하급심의 권한인 사실인정의 문제로 경험칙상 인정되는 가동연한을 배제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를 심리하여 판결의 요체인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Ⅳ. 결론 법원 판결이 사회구성원이 느끼는 현실과 괴리되어 내려진다면 법원에 대한 신뢰는 요원하다. 대상판결은 사회 현실을 법적 판단에 반영하려는 치열한 노력의 산물로 급속한 인구의 고령화, 그에 따른 노동인구의 변화를 적절하게 반영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이계정 교수 (서울대 로스쿨)
육체노동
가동연한
전원합의체
이계정 교수 (서울대 로스쿨)
2019-03-25
노동·근로
기간제법 시행 이후 갱신기대권 법리적용과 그 인정여부
- 서울행정법원 2016.10.20. 선고 2015구합71068 판결 - 1. 들어가며 최근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을 둘러싼 당사자 간의 법적 다툼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기간제법 시행 이후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 법리적용과 그 인정여부에 관한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의 개요 및 의의를 검토해보도록 한다. 2.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참가인은 2013. 2.경 원고의 촉탁계약직(기간제) 모집공고를 보고 입사하였는데, 참가인은 2013.2.25. 원고와 근로계약기간은 2013.2.25.~2013.3.31.까지로 정하여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이후 짧게는 2주일, 길게는 6개월 단위로 총 14회에 걸쳐 근로계약을 갱신하면서 원고의 사업장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하였다. 한편, 원고는 2015.1.20. 참가인에게 근로계약 기간이 2015.1.31.자로 만료되어 근로관계가 종료됨을 통보하였으며, 참가인은 근로관계 종료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2015.2.9.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으나, 2015.3.31. 기각되었다. 이에 참가인은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15.5.1.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며, 중앙노동위원회는 2015.7.7.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보는 참가인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됨에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근로계약 갱신을 거부한 것이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재심신청을 인용하였다. 이에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장을 피고로 하여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건이다. 나. 판결요지 서울행정법원은 종전에 대법원의 판결(대법원 2011.4.14. 선고 2007두1729 판결)이 제시한 법리를 기초로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된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고, 기간제법이 시행되었다고 하여 그 이후로 신규로 채용된 기간제근로자에게 재계약이 체결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부정된다거나 총 사용기간이 2년을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인정된다고 볼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후, 다만 대상판결의 경우 법원이 제시하고 있는 판단기준에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참가인에게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수 없으며, 따라서 원고가 행한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통보는 부당해고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결론을 달리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3. 검토 대상판결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한 법원의 입장을 밝힌 후,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함으로써 갱신기대권의 인정여부를 판단하였다. 이는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의 인정여부와 관련한 논의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고려할 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의 의의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먼저, 대상판결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종전에 대법원이 제시한 갱신기대권 법리(대법원 2011.4.14. 선고 2007두1729 판결)가 적용될 수 있음을 밝힌 후, 종전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기준에 맞추어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우선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가 종료된다는 원칙을 기초로, 다만 예외적으로 기간만료에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원고와 참가인이 체결한 촉탁계약직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 어디에도 계약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이나 계약갱신의 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아니한 점 등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대상판결은 갱신기대권의 법리에 따라 계약갱신에 관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가지 사정을 구체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갱신기대권의 인정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즉 ①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와 관련하여, 참가인이 입사 이후 짧게는 2주일에서 길게는 6개월 단위로 총 14회에 걸쳐 근로계약을 반복하여 갱신하여 왔으나, 이는 전출, 휴직, 파견 등의 사유로 작업공정에 일시적인 업무공백이 발생한 경우에 촉탁계약직을 한시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며, 당초 업무공백 사유가 해소되는 경우에는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이 예정되어 있는 점, 그리고 원고가 한시적 수요에 대응하기 위하여 정규직이 아니라 총 사용기간이 2년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촉탁계약직을 채용하는 것이 기간제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점 등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이와 관련하여 현행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제2호에서는 '휴직ㆍ파견 등으로 결원으로 발생하여 당해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적어도 법논리적으로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소지가 적어 보인다. 그리고 ② 계약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여부 및 그 실태와 관련하여서도, 참가인이 입사할 당시 원고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촉탁계약직 사원 모집공고문에 '필요시 근로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으나, 이는 채용지원을 유도하기 위한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여 당해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삼을 수 없는 점, 설령 근로계약의 내용에 포함된다고 보더라도 그 취지는 원고가 사정상 필요한 경우에 계약기간이 만료된 촉탁계약직 근로자에 대하여 근로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것에 불과할 뿐 원고에게 재계약의무를 부담지운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점, 촉탁계약직 근로자에 대해서는 출석, 결근 등의 근태관리만이 이루어졌고, 계속적 고용관계를 전제로 하는 인사평가 제도가 실시되거나 그러한 결과가 근로계약 갱신에 반영된 적도 없는 점, 나아가 지금까지 촉탁계약직 근로자가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하거나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는 한건도 없으며 참가인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점 등을 인정하고 있다. 이 역시 갱신기대권의 법리를 충족하기 위한 사실관계로써 인정될 소지가 적어 보인다. 요컨대 대상판결은 종전의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기준에 맞추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갱신기대권을 인정하지 아니한 판결로써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니며, 향후 법원의 판단을 계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 아쉬운 점을 지니고 있다. 먼저, 서울행정법원이 기간제법 시행 이후의 사안에 대해서 대법원 2007두1729 판결의 갱신기대권 법리를 그대로 제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종전의 갱신기대권 법리는 기간제법 시행 이전에 기간제 근로관계의 종료에 관한 입법적 흠결을 보충하기 위한 법리로써 제한적 의미를 가질 뿐이다. 이제는 기간제법 제4조의 신설로 인하여 입법적 흠결이 치유되었으므로 종전의 갱신기대권 법리가 적용될 소지는 없다고 봄이 법체계상 내지 법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법률관계의 명확성 및 예측가능성 측면에서도 분명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행 기간제법 제4조를 해석함에 있어서도 기간제법이 제한하는 것은 2년이라는 사용기간이지 당사자 사이에 자유로이 정할 수 있는 계약기간을 규제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즉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 신규로 체결된 기간제 근로계약에 대해서는 2년이라는 사용기간 내에 종료될 것이 계약 당사자에게 명백히 인식되어 있으며, 법체계상으로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소지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아가 그와 같은 해석이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입법취지를 살리는 해석임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4. 나오며 기간제법에서는 휴직ㆍ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당해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기간제 근로 사용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이때 동일한 사용자와 정규직 근로자 대체를 위해 수차례 기간제 근로계약을 반복하였다는 사실로부터 갱신기대권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만약 매 근로계약 체결 때마다 다른 정규직 근로자들의 대체를 목적으로 한 것이 분명하다면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하며, 비록 근로자에게 일부 신뢰가 발생하더라도, 법체계상 그러한 신뢰는 사회적 보호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입법적 흠결이 없는 상태에서 입법적 흠결을 메우는 법해석은 지양되어야 한다.
기간제근로자
갱신기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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