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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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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근로
민사일반
무기계약 전환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차별금지 원칙
Ⅰ. 사실관계 피고는 방송사업 및 문화서비스업, 광고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각각 피고 회사에 기간제근로자로 입사하여, 그때부터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계약을 갱신하면서 계속 피고 회사에서 근로자로 재직하였다. 원고들은 '기간제 및 단기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 한다)'에 따라 이 법 시행 이후 2년을 초과하게 된 날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이하 '무기계약직'이라 한다)로 각각 전환되었다. 피고는 원고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매 1~2년마다 원고들과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원고들에게 기본급과 상여금을 지급하였는데, 그 액수는 피고 소속 정규직으로서의 일반직 및 기능직 직원들(이하 '정규직 직원들'이라 한다)에 대한 기본급 및 상여금의 80% 수준이었다. 한편, 피고는 직무수당, 면허수당, 물가수당, 주택수당, 식대 등의 수당을 정규직 직원들이나 원고들에게 동일한 액수와 방식으로 지급하였다. 다만, 정규직 직원들에게 매월 지급한 근속수당은 원고들에게 지급하지 않았고, 정규직 직원들에게는 자가운전 보조금으로 월 30만 원씩 지급하였으나 원고들에게는 월 20만 원씩 지급하였다. 그밖에 원고들의 피고 회사에서의 호봉은 2012년 5월을 기준으로 그 이후 원고들에 대한 호봉 정기승급을 인정하지 않았다. 원고들은 피고가 원고들의 무기계약직 전환 후부터 원고들에 대하여 피고의 '취업규칙'을 적용하여 정규직 직원들과 같은 임금을 지급하여야 하는데도, 원고들을 기간제근로자와 같이 취급하여 위와 같이 처우한 것은 위법한 차별행위로서 기간제법 제8조 또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규정에 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한다. 원심(대전고법 2015. 11. 26. 선고 2014나11589 판결)은 피고의 취업규칙 제2조(직원의 정의) 및 직제규정 제3조(직원)의 문언, 피고가 위와 같은 규정을 마련한 취지나 관행적 의미, 피고 소속 전체 근로자의 공통적인 의사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원고들과 체결한 '고용계약서'는 원고들처럼 기간제에서 전환된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에 대하여 직접 적용되는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인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후 원고들에게 근속수당을 미지급한 것과 자가운전 보조금의 일부를 미지급한 것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였다. Ⅱ. 대법원 판결의 내용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무기계약으로 전환된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는,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 내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있을 경우 달리 정함이 없는 한 그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은 사용자가 기간제근로자를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한 경우의 효과에 관하여 그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것만이 무효로 된다거나, 또는 근로계약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존 근로조건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식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②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의 규정 취지와 공평의 관념 등을 함께 고려하면,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의 근로조건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종 또는 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보다 불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해석된다. ③ 기간제법의 목적, 관련 규정 체계와 취지, 제정 경위 등을 종합하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사업 또는 사업장 내에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이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기간제법 시행 이후부터 원심 변론종결일에 이르기까지 원고들과 같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정하는 취업규칙을 별도로 마련한 바 없다. 한편, 원고들과 동일한 부서에서 같은 직책을 담당하며 근로를 제공하는 정규직 근로자와 비교하면, 업무 내용과 범위, 업무의 질이나 양 등 제반 측면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이러한 사정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되는 원고들에게는 동일한 부서 내에서 같은 직책을 담당하며 동종 근로를 제공하는 정규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근로조건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Ⅲ. 대법원 판결의 문제점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은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억제하고 해당 기간제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사용자가 객관적 사유없이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한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에 대하여 기간의 정함 부분을 무효로 하여 무기계약직 전환이라는 효과를 부여하였다. 다만, 이 규정이 무기계약직 전환 후의 근로조건까지 기존 정규직 근로자와 동일화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법률에 의하여 고용형태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의 내용까지 강제로 정하는 것은 당사자의 계약자유 원칙을 중대하게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기계약직 전환 근로자가 정규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그에 관한 별도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즉, 정규직 취업규칙의 적용범위에 무기계약직 전환 근로자를 포함하거나 그 적용에 관한 당사자의 개별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의 피고는 정규직 취업규칙을 무기계약직에게 적용한 바가 없고, 원고들과 고용계약서를 작성하여 근로조건을 결정하였을 뿐이다. 무기계약직 전환 근로자에 대하여 별도의 취업규칙을 두고 있지 않는 경우에는 대법원 판결처럼 곧바로 정규직 직원의 취업규칙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종전 기간제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 중 기간의 정함을 제외한 나머지 근로조건, 즉 임금, 근로시간, 복무규율, 복리후생 등은 계속해서 그대로 적용된다(독일과 일본의 통설). 기간제근로자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더라도 그것이 법률상 당연히 피고의 정규직 직원으로 그 지위가 변경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에 관한 새로운 근로계약의 체결이 있어야 한다. 취업규칙은 반드시 사업 또는 사업장의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하나의 사업에서도 직군·직종별, 고용형태별로 복수의 취업규칙이 병존할 수 있다. 또한 명칭에 관계없이 전체 또는 특정 근로자집단에 적용될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을 정한 것이라면 일응 취업규칙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공통적으로 작성되어 특정 근로자집단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표준근로계약서도 취업규칙으로 인정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들의 무기계약직 전환 이후에도 1~2년마다 작성된 '고용계약서'에 따라 해당 근로자를 처우하였는데, 이 계약서에는 근무 부서 및 업무 내용, 임금·수당 등 급여, 원고들의 의무, 근무시간 및 휴게시간, 휴일 및 휴가, 복리후생 등의 근로조건이 포함되어 있고, 이러한 급여의 기본적인 항목과 구성, 복무규율 등의 근로조건은 모든 '고용계약서'마다 동일한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고용계약서'는 일종의 표준계약서이며 해당 근로자집단의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으로서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므로 취업규칙으로 인정될 수 있다. 한편, 대법원은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차별금지 원칙을 정한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이 무기계약직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취지로 설시하고 있다. 하지만 기간제법은 차별적 처우 금지 및 그 시정절차의 주체가 기간제근로자임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무시하고 동 규정을 무기계약직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은 법률을 거스른 해석으로 수긍하기 어렵다. 이와 달리 이 사건 원심판결은 무기계약직을 사업장내에서 근로자 자신의 의사나 능력발휘에 의해서는 회피할 수 없는 사회적 분류라고 보고 이를 균등처우원칙을 정한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으나, 이 견해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사회적 신분'이란 장기간 점유되어 개인적 노력으로는 회피할 수 없을 정도로 고정화된 개인적 속성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당사자의 사적자치(계약)에 의하여 형성된 고용상 지위에 대해서까지 사회적 신분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생각건대 무기계약직에 대한 차별금지 또는 균등대우 원칙을 정한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헌법의 평등원칙과 민법상 신의칙에 기하여 노동법의 일반원칙으로서 균형처우 원칙을 도출할 수 있다. 즉, 사용자는 업무내용이나 임금·수당 등 근로조건을 정함에 있어서 공정한 재량권행사의 원칙에 따라 무기계약직의 근로조건을 다른 근로자집단의 그것과 비교해서 공정하게 처우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만약 사용자가 무기계약직과 같은 특정 근로자집단의 근로조건을 다른 근로자집단에 비하여 불리하게 정할 경우에는 그와 같은 차이가 어느 정도 합리적 사유에 의하여 정당화되어야 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구체적인 임금액 등 당사자 간의 개별 합의로 정하는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일반 균형처우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박지순 교수 (고려대 로스쿨)
임금
기간제법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근로자
박지순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22-01-03
노동·근로
사회변화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 연장
Ⅰ. 사안의 개요와 소송 경과 망아(亡兒, 4세)는 2015. 8. 9. 인천 소재 워터파크 수영장에 어머니와 함께 방문하여 물놀이를 하였다. 워터파크 수영장에는 수심 1m인 이 사건 풀장이 있었다. 신장이 1m에 불과한 망인은 위 풀장 출입구에 설치된 철제 사다리로 올라가 이 사건 풀장으로 떨어져 익사하였다. 이에 망아의 가족인 원고들은 워터파크를 운영하는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제1심은, 이 사건 풀장 출입이 제한되는 망아가 사다리를 이용하여 이 사건 풀장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방지할 의무가 있는 피고들이 이를 게을리 하였다는 점을 인정하여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망아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인정하였다. 원고들은 항소를 하면서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주장하였는데, 원심도 마찬가지로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망아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제한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망아의 일실수입을 산정함에 있어 망아의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인정하지 않은 원심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며 상고하였다. Ⅱ. 판결요지 대법원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본 종전 대법원의 견해를 더는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여 원심을 전원일치로 파기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언제까지로 할 것인지에 관하여 다수의견, 별개의견 1, 별개의견 2로 나뉘었다. 다수의견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평균여명이 2017년에 남자 79.7세, 여자 85.7세에 이르고, 실질적인 평균 은퇴연령이 남성 72.0세, 여성 72.2세에 이른다는 점 등을 근거로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은 만 65세로 보아야 한다고 본 것이다. 별개의견 1은 60~64세의 경제활동참가율, 연령대별 사망확률, 일반적인 법정 정년 등을 근거로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은 만 63세까지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별개의견 2는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경험칙상 ‘만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하나, 구체적으로 만 60세를 넘어 몇 세까지 일할 수 있는지는 사실심 법원이 판단하여야 하며 대법원이 일률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았다. Ⅲ. 육체노동의 가동연한 1. 가동연한에 관한 판단기준으로서 경험칙 도시에서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이 통상 몇 세까지 일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사실인정의 문제이다. 이를 인정함에 있어 피해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할 수 있지만, 사안과 같이 아동이 사망한 경우에는 경험칙에 기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경험칙은 경험을 통해 귀납적으로 얻어지는 사실판단의 법칙이므로 사회구성원의 공통인식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사회구성원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현실이 중요하며 그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가동연한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의미한 통계, 각종 규범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다만, 가동연한의 인정은 기본적으로 사실인정의 문제이므로 이를 반영한 정확한 통계가 있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우선적으로 그에 따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각종 규범과 관련하여서는 그 규범이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고려에 의하여 마련된 것인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2. 1989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의 사정변경 대법원은 1989. 12. 26. 선고 88다카16867 전합 판결을 통해 육체노동종사자는 만 55세를 넘어서 일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후 1991. 3. 27. 선고 90다11400 판결을 통해 도시일용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인정하는 실무가 확립되었다. 종전 전합 판결의 주된 논거는 ① 국민의 평균여명이 남자 63세, 여자 69세로 늘어난 점, ② 기능직공무원 중 육체노동을 주된 업무내용으로 하는 공무원의 정년이 만 58세로 연장된 점이다. 그러나 위 전합 판결 이후에 많은 사회적 변화가 일어났다. 첫째, 평균여명이 2017년에는 남자 79.7세, 여자 85.7세에 이르고 있어 그 사이에 평균여명이 남녀 모두 16.7세나 증가하였다. 둘째, 기능직공무원을 포함한 공무원 대부분의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되었다. 관련하여 이러한 법정 정년의 증가를 어떻게 해석하여야 하는지, 특히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문제가 된다. 만약 가동연한의 현실을 반영한다고 보면 만 60세 무렵을 가동연한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독일의 경우 실제 소득활동 연령에 대한 통계를 고려하지 않고 법정 정년인 67세를 가동연한으로 보고 있다(독일 연방대법원 1989. 5. 30. 판결, BGH NZV 1989, 345). 그러나 2017년 12월을 기준으로 60~64세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이 61.5%에 이른다. 고령자가 법정 정년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비교적 활발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현재의 법정 정년이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셋째, 우리나라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종전 전합 판결 당시 6,516달러에 불과하였는데, 2018년에 30,000달러에 이르렀다. 이러한 1인당 GDP 수치는 연령별 인구비율에 비추어 만 60세를 넘은 고령자층이 일하지 않고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액수이다. 실제로 만 60세를 넘어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인구는 종전 전합 판결 당시 120만 명이었으나 2017년 12월 기준 417만 명으로 급속히 증가하였다. 이러한 현저한 사정 변화를 감안하여 대상판결은 타당하게도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를 넘어 인정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다만, 구체적으로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어떻게 정할지 견해가 대립되었다. 3. 육체노동의 가동연한 65세? 63세? 불특정?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에 관하여 다수의견은 만 65세로, 별개의견 1은 만 63세로 보았다. 별개의견 2는 대법원이 이를 일률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다. 별개의견 2의 경우 대법원이 가동연한을 특정 연령으로 단정하면 가동연한에 대한 유연한 판단에 장애가 되어 구체적 타당성 있는 판단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매우 경청할 만한 견해이다. 그러나 위 견해에 따를 경우 하급심 법원으로서는 개별 사건마다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일일이 심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하급심의 혼란으로 인한 법정 안정성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서 대법원이 하급심에 가동연한에 관한 일응의 판단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필요하다. 대법원이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특정하더라도 하급심 법원이 반드시 대법원이 제시한 가동연한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 경험칙을 배제할 다른 증거가 제시되는 경우, 하급심 법원은 대법원이 제시한 결론과는 다른 판단을 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을 기할 수 있다(대법원 1999. 9. 21. 선고 99다31667 판결 참조). 별개의견 1의 경우 가동연한 관련 통계적 사실과 법령을 가장 보수적인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① 60~64세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이 61.5%이나 65세 이상의 경제활동은 29.5%로 그 비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② 사망확률이 60세는 0.00520, 65세는 0.00791로 증가폭이 0.00271로 커지며, ③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이 2018년 현재 62세라는 점에 부합한다. 그러나 대법원이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는 경우에 되도록 ‘상당 기간 유지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요청되고, 가동연한은 피해자가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장래에 언제까지 일할 수 있는지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가까운 장래에 예측되는 변화’를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와 달리 현 시점에서의 통계적 사실과 법령에 국한하여 판단하면 대법원이 제시한 가동연한에 관한 판단은 얼마 안 있어 다시 그 기초가 흔들릴 위험이 존재한다. 따라서 향후에 가족에 의한 노인 부양이 급감될 것이 예측되어 고령인구의 경제활동 증가가 충분히 예상되고, 2033년이 되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의 수급개시연령이 65세가 된다는 점을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점에서 다수의견이 설득력이 있다. 4. 대상판결의 파장 다수의견에 따르면 도시에서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은 경험칙상 만 65세에 이르는 날까지 일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 대상판결이 향후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다. 우선 종전에 대법원은 개인택시 운전사, 형틀목공 등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에 대한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았는데, 이제는 그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농촌일용노동의 가동연한도 만 65세로 보아야 하며, 현재 자동차보험의 표준약관도 그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또한, 법정 정년을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인 65세에 맞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으며,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이 65세로 늘어남에 따라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다. 현재 경로우대 등 노인복지서비스는 가동연한이 60세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65세부터 적용되고 있는데, 향후 노인복지서비스를 65세보다 고령인 노인에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정부로서는 법정 정년 이후에도 적어도 65세까지 계속 일을 하는 것이 통상적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고령인구에 적합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대상판결 이후 하급심에서 대상판결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일률적으로 만 65세로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점이다. 가동연한은 기본적으로 하급심의 권한인 사실인정의 문제로 경험칙상 인정되는 가동연한을 배제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를 심리하여 판결의 요체인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Ⅳ. 결론 법원 판결이 사회구성원이 느끼는 현실과 괴리되어 내려진다면 법원에 대한 신뢰는 요원하다. 대상판결은 사회 현실을 법적 판단에 반영하려는 치열한 노력의 산물로 급속한 인구의 고령화, 그에 따른 노동인구의 변화를 적절하게 반영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이계정 교수 (서울대 로스쿨)
육체노동
가동연한
전원합의체
이계정 교수 (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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