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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임대행위 후 유치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도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유치권자의 무단임대행위 후 유치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도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았으나. 이와 같이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그러나 민법 제324조 제3항의 해석상 유치권소멸청구권은 유치권자의 무단임대행위 등을 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 무단임대행위 등 당시 유치권자와 새로운 소유자 간에는 아무런 권리의무관계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새로운 소유자에게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판결이 타당한 것으로 사료된다. 1. 사안의 요지 A는 부산 부산진구 일대 주상복합 아파트 신축 분양 사업의 시행자이다. A는 2003. 3.경 B를 시공사로 선정하여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B는 피고를 포함한 18업체에 공정별로 하도급을 주었다. B는 2005. 10.경 기성고율 92.41% 상태에서 부도가 났다. 피고는 공사비를 직접 부담하며 2006. 7.경 공사를 모두 마쳤고 2006. 12.경부터 위 주상복합 아파트 제1305호(이하 “본건 부동산”)를 포함한 6세대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하였다. A는 2006. 2. 23.경 본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보존등기를 하였다. 이후 2010. 3. 12. C, 2013. 2. 23. D, 2013. 6. 28. F, 2018. 5. 21. 원고 순으로 본건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각 이루어졌다. 한편, 피고는 2007. 10. 4.부터 2012. 2. 3.까지 A, C의 동의 없이 G에게 본건 부동산을 무단 임대하였다가 2012. 2. 4.부터 다시 본건 부동산을 직접 점유하였다. 2. 본건의 쟁점 본건의 쟁점은 2018. 5. 21. 본건 소유권을 취득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2007. 10. 4.부터 2012. 2. 23.까지 이루어진 피고의 무단 임대행위를 이유로, 민법 제324조 제3항에 의한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3. 소송의 경과 가.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피고가 G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임차한 것은 2007. 10. 4.부터 2012. 2. 3.까지이므로, 2018. 5. 21.에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한 원고에게는 위 사유로 인한 유치권소멸청구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부산지방법원 2019나46459 판결, 선고일자는 생략하였음, 이하 같음). 나.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원심판결과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324조 제2항을 위반한 임대행위가 있고 난 뒤에 유치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도 유치권소멸청구를 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가. 민법 제324조 유치권자의 선관의무 유치권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유치물을 점유하여야 하고, 채무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을 보존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사용하거나 대여 또는 담보제공을 할 수 없다(민법 제324조 제1, 2항). 유치권자가 제324조 제2항을 위반하여 채무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을 사용, 대여, 담보제공 등을 한 경우 채무자는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324조 제3항). 나. 채무자에 유치물 소유자도 포함되는지 민법 제324조는 “채무자”라고만 규정하고 있어서, 유치물 소유자도 위 채무자에 포함되는지를 견해 대립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민법 제324조 제2, 3항은 통상 채무자와 소유자가 동일한 경우를 예상하여 규정된 것일 뿐이고, 채무자와 소유자가 다를 경우에는 오히려 사용, 수익, 처분 권한을 가지고 있는 소유자만이 사용 승낙을 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며 소유자도 민법 제324조의 채무자에 포함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0다94700 판결 참조). 다. 소유권 변동시 새로운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 유치권자가 종전 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유치물을 사용, 대여 등을 하였으나 그 이후에 소유권의 변동이 발생하면 새로운 소유자의 승낙을 다시 얻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는 확인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유치권자가 소유권변동 사실을 알 수 없어 새로운 소유자의 승낙을 받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거나, 유치권자가 소유권변동을 알게 된 후 곧바로 유치물의 사용 등을 중단하거나, 새로운 소유자의 유치권 소멸청구가 신의칙에 위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유치권자는 종전 소유자의 승낙을 기초로 새로운 소유자에 대항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며, 원칙적으로 새로운 소유자의 승낙을 다시 받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9나2006117 판결). 라. 유치권소멸청구권의 발생 시기 민법 제324조 제3항은 “유치권자가 전2항의 규정을 위반한 때에는 채무자는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문리해석하면, 유치권소멸청구권은 유치권자가 같은 조 제2항의 의무를 위반한 때 발생한다고 할 것이다. 마. 유치권소멸청구권의 제척기간 유치권소멸청구권은 채무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만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형성권(形成權)이다[민법 물권 제3권, 김용덕, 한국사법행정학회(2019. 5.) 제529쪽]. 다만 민법은 유치권소멸청구권의 제척기간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법률에 존속기간의 정함이 없는 민사상 형성권에 관하여 그 존속기간을 10년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88다카25342 판결, 대법원 90다카4409 판결 등 참조). 이에 민사상 유치권소멸청구권의 제척기간은 10년이라 할 것이다. 한편 상사유치권의 경우 민법상 유치권 규정이 준용될 것이므로(상법 제1조) 상사유치권에 대하여도 유치권소멸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은 상법상 형성권은 상법 제64조를 유추적용하여 제척기간을 5년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9다271661 판결). 상법상 유치권소멸청구권의 제척기간은 5년이라 할 것이다. 바. 대상판결에 대한 의견 1)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할 법률상 근거와 논리에 대한 의문점 대상판결에 관하여 여러 가지 의문점이 있다. 먼저 새로운 소유자에게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는 법률상 근거와 논리가 무엇인가이다. 대상판결은 민법 제324조가 유치물의 소유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새로운 소유자도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치물의 소유자를 보호한다는 것은 민법 제324조의 입법취지가 될 수 있을지라도 이것만으로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모르겠다. 위반행위 당시 유치권자는 새로운 소유자에게 의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률관계’란 법에 의하여 규율되는 사람과 사람 또는 사람과 물건 사이의 관계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법률관계의 핵심은 권리와 의무인데 원칙적으로 권리와 의무는 상응한다. 일반적으로 법률은 어떠한 의무를 부담하는 일방이 이를 위반하였을 시 그 의무의 수혜자인 상대방에게 해제권, 취소권, 손해배상청구권 등의 권리를 인정한다. 본 사안에서 유치권자인 피고는 무단임대행위를 할 당시 원고에게 어떠한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였고, 원고도 유치물에 대하여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었다. 앞서 인용한 ‘서울고등법원 2019나2006117 판결’은 소유자의 변경 시 유치권자로 하여금 새로운 소유자의 승낙을 얻도록 하였는데,이는 유치권자와 종전 소유자 사이에 성립되었던 권리의무관계가 새로운 소유자에게 승계되지 않고 소유권 취득시부터 유치권자가 새로운 소유자에 대해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위반행위 당시 피고가 원고와의 관계에서 의무위반을 하지 아니하였음에도 어떠한 법리에 의해 원고에게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2) 새로운 소유자의 유치권소멸청구권 취득방법과 이에 관련된 의문점 대상판결은 새로운 소유자가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원시취득하는 것인지 아니면 종전 소유자로부터 승계취득이라는 것인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판시하지 아니하였다. 대상판결의 정확한 입장을 알 수 없지만, 원시취득으로 본다면 아래와 같은 문제점이 있다. 앞서 기재한 바와 같이, 민법 제324조 제3항의 해석상 유치권소멸청구권은 “유치권자가 민법 제324조 제2항의 의무를 위반한 때” 발생한다. 그럼에도 새로운 소유자가 소유권을 취득한 때 유치권소멸청구권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원시취득)은 민법 제324조 제3항의 문언에도 반하는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유치권소멸청구권은 형성권으로서 제척기간은 유치권소멸청구권이 발생한 날로부터 10년(민사) 또는 5년(상사)이다. 원시취득으로 본다면, 새로운 소유자는 소유권을 취득한 날에 유치권소멸청구권이 발생하므로 소유권 취득시부터 10년 또는 5년 동안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소유자가 변경될 때마다 유치권소멸청구권의 제척기간이 계속 연장되므로 부당하다. 그런데 승계취득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포괄승계와 승계취득으로 나눠서 생각해보자. 포괄승계는 당사자 지위 승계를 위한 유치권자, 채무자(또는 종전 소유자), 새로운 소유자 3인의 합의가 없거나 상속, 합병,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 지위 승계 등과 같은 법률상 근거가 없으면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정승계로 유치권소멸청구권이 새로운 소유자에게 이전된다는 논리를 구성한다면, 먼저 형성권인 유치권소멸청구권이 특정승계 방식으로 양도가능한 지부터가 문제된다. 특정승계가 가능하다고 가정하더라도, 대상판결과 원심판결을 보면 무단임대행위 당시 소유자인 A, C가 양수인 D에게 유치권소멸청구권의 양도의사표시를 하였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 종전 소유자가 새로운 소유자에게 양도의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유치권소멸청구권이 승계된다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3) 사견 대상판결은 새로운 소유자에게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하였지만, 민법 제324조 입법취지만 근거로 들고 있을 뿐 이외 다른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하여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물론 대법원이 대상판결이 기재하지 아니한 다른 법률적 근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민법 제324조 제3항의 해석상 유치권소멸청구권은 유치권자의 무단임대행위 등을 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 무단임대행위 등 당시 유치권자와 새로운 소유자 간에는 아무런 권리의무관계가 없다는 점, 위에서 서술한 여러 가지 의문점 등을 고려하면, 새로운 소유자에게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판결이 타당한 것으로 사료된다. 배상현 변호사(OCI홀딩스 주식회사)
유치물
무단임대
유치권소멸청구
배상현 변호사(OCI홀딩스 주식회사)
2023-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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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법무
민사일반
투자계약상 사전동의권 및 위반 시 위약벌 및 조기상환 청구의 유효성
I. 대상판결 1. 사실관계 회사(공동피고)는 투자자(원고)로부터 신주인수계약(이 사건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투자를 받으며, 투자자에게 회사가 투자자의 주당인수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유상증자를 하거나 납입 자본금의 증가 또는 감소 등 주요 경영사항이 진행하게 되면 투자자에게 사전동의를 받고 이를 위반할 경우 투자자가 조기상환 및 위약벌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 회사의 대표이사(이해관계인, 공동피고)는 회사의 의무를 연대하여 이행하기로 했다. 그 후 회사는 2차례 걸쳐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하여 유상증자를 하였는데 투자자에게 이를 사전에 통지하지 않았고 사전동의를 받지 않았다. 투자자는 회사가 사전통지 및 사전동의 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회사와 이해관계인을 상대로 약정 위반에 따른 조기상환청구 및 위약벌의 지급을 구하였다. 2. 대법원의 판시 내용 대법원은 회사가 자금조달을 위해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면서 주주의 지위를 갖게 되는 자에게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사전 동의를 받기로 약정한 경우 그 약정은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주주들을 차등적으로 대우하는 것이지만, ① 주주가 납입하는 주식인수대금이 회사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금이었고 투자유치를 위해 해당 주주에게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동의권을 부여하는 것이 불가피하였으며 ② 그와 같은 동의권을 부여하더라도 다른 주주가 실질적·직접적인 손해나 불이익을 입지 않고 오히려 일부 주주에게 회사의 경영활동에 대한 감시의 기회를 제공하여 다른 주주와 회사에 이익이 되는 등으로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동의권 부여 약정에 따른 차등적 취급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에 약정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는 약정을 함께 체결하였고 그 약정이 사전 동의를 받을 의무 위반으로 주주가 입은 손해를 배상 또는 전보하고 의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 이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약정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고 일부 주주에 대하여 투하자본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고 판단하였다. II. 평석 1. 대법원 판례의 기본입장 대법원은 상법상 기본원칙인 '주주평등의 원칙'. 즉 주주가 회사와의 관계에서 주식 수에 따라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주주평등의 원칙을 기본적인 판단 기준으로 하여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로 보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즉, 우리 대법원은 하급심인 서울고등법원과 동일하게 주주평등의 원칙을 적용하여 “피투자회사의 사전동의권 위반 시 투자자가 위약벌 및 조기상환청구를 할 수 있도록 약정한 것”에 대한 유효성을 판단하였는데, “법률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르거나 그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효하다고 판단하여 원칙과 예외를 보다 명확히 하였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2. 주주 간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에 대한 판단 근거 대법원은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을 판단하는 근거로서, ① 차등적 취급의 구체적 내용, ② 회사가 차등적 취급을 하게 된 경위와 목적, ③ 회사 및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였는지 여부와 정도, ④ 일부 주주에 대한 차등적 취급이 상법 등 관계 법령에 근거를 두었는지 아니면 상법 등의 강행법규와 저촉되거나 채권자보다 후순위에 있는 주주로서의 본질적인 지위를 부정하는지 여부, ⑤ 회사의 경영참여 및 감독과 관련하여 권한을 부여하는 경우 그 권한 부여로 회사의 기관이 가지는 의사결정 권한을 제한하여 종국적으로 주주의 의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⑥ 차등적 취급에 따라 다른 주주가 입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⑦ 개별 주주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에 관한 차등적 취급으로 불이익을 입게 되는 주주의 동의 여부와 전반적인 동의율. ⑧ 회사의 상장 여부, 사업목적, 지배구조, 사업현황, 재무상태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일부 주주에게 우월적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여 주주를 차등 취급하는 것이 주주와 회사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 등 8가지를 주요 판단 근거로 제시하였다. 3. 본 사건에서의 특별한 사정 판단 근거 대법원은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을 판단하는 근거를 제시한 후 아래와 같은 내용을 근거로 하여 본 사안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있어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① 대주주가 투자자의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동의권 등을 부여함에 동의하면서 투자자에게 우월적 권리를 부여하는 차등적 취급을 승인하였고, 다른 주주들도 이의를 제기한 정황이 없으며, 오히려 투자자의 신주인수대금이 회사와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 ② 투자자에게 회사의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경영사항에 대한 감시·감독 등 목적에서 권한을 부여하는 것만으로 다른 소수주주에게 실질적인 손해나 불이익 등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③ 투자자의 사전동의권 등 약정의 대상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주주총회의 결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다른 주주의 의결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④ 투자자의 사전통지 내지 사전동의권 등은 채권적 권리에 불과하고 제3자가 투자자의 주식을 양수 받아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수인에게 그와 같은 지위가 승계되지 않는다. ⑤ 투자자의 회사에 대한 조기상환청구권이나 이해관계인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과 위약벌 등 손해배상에 관한 청구권은 회사측에서 약정을 위반할 경우 발생되는 권리여서 투하자본 회수를 목적으로 투자원금 반환 등을 약정한 사안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 ⑥ 투자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과도한 권한행사로 인하여 회사나 주주들에게 손해를 주는 경우,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따라 권한행사를 통제할 수 있다. 4. 대법원 판결의 판단 근거 등에 대한 의견 및 제언 회사와 이해관계인, 그리고 투자자가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할 때 거의 모든 경우에 예외 없이 회사 및 이해관계인이 유상증자 등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통지 및 사전동의 의무를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고 거의 동일한 내용과 형태의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에 본 대법원 판결은 무엇보다도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한 판결이라 할 수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실무적으로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통지 및 사전동의 조항이 너무나 일반적인 조항이었기 때문에 이를 무효로 판단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 사전통지 및 사전동의 조항과 같이 신주인수계약상 투자자를 보호하는 약정은 일정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맞기 때문에 주주평등의 원칙은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우 무효의 소지가 있다는 해석이 계속하여 있어 왔다. 이에 본 대법원 판례에서 신주인수계약상 투자자를 보호하는 약정을 해석함에 있어서 주주평등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인정된다는 취지로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다만, 대법원이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라고 판단한 근거 중 몇 가지는 다른 신주인수 사안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 향후 모든 신주인수 계약상 사전통지 및 사전동의 의무가 당연히 유효하다고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전동의권 등의 대상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사항으로서 주주총회 결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다른 주주의 의결권을 직접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근거의 경우, 실무적으로 사전동의권 등의 대상에 주주총회 결의사항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매우 많으며 이 사안과 같은 유상증자의 경우에는 자본금이 10억원 미만이면서 등기이사의 수가 3인 미만이어서 이사회가 구성되지 않은 경우 이사회 결의사항이 아니라 주주총회 결의사항에 해당하기 때문에 다른 주주의 의결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대법원은 투자자의 사전통지 내지 사전동의권 등은 채권적 권리에 불과하고 제3자가 투자자의 주식을 양수 받아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수인에게 그와 같은 지위가 승계되지 않는다는 것을 주요 근거로 들었는데, 신주인수계약의 내용에 투자자의 주식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양도받는 제3자는 해당 신주인수계약상의 지위를 그대로 승계하도록 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일반화시켜서 모든 신주인수계약에 적용시킬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끝으로, 대법원은 투자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과도한 권한행사로 인하여 회사나 주주들에게 손해를 주는 경우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따라 권한행사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주요 근거로 들었는데,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따라 권한행사를 통제하는 것은 사후적인 사법적 판단에 따른 통제에 불구하고 실무상 회사 및 이해관계인 또는 다른 주주들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따라 투자자의 권한행사를 사전에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너무 강학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있다. 투자자와 회사 간에 상호 합의에 따라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였다면 그 내용과 방법이 법률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르지 않았거나 그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없을 정도로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경우가 아닌 한 당사자 간의 의사는 최대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차등 취급이 예외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여서 신주인수계약상 의무 위반에 대한 불이익(위약벌, 조기상환의무, 손해배상의무 등) 역시 투자자의 손해를 배상하고 의무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그대로 유효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위약벌 등이 과도할 경우 법원에서 적극적으로 직권으로 감액하여 회사 및 이해관계인이 적절한 수준의 책임만을 부담하도록 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법적, 정책적 방향이 건강한 스타트업 투자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방향이라 생각한다. 5. 결론 투자업계에서 체결되는 대부분의 신주인수계약의 내용이 이번 사안의 신주인수계약의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투자업계에서의 실무상 혼란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술한 바와 같이 대법원 판결은 주주평등 원칙의 예외, 즉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대한 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일 뿐이고, 구체적인 사안과 계약의 내용에 따라서 달리 판단될 여지가 있으니 앞으로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할 때에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안희철 변호사(법무법인 디라이트)
투자계약
사전동의
위약벌
안희철 변호사(법무법인 디라이트)
2023-08-16
기업법무
민사일반
대우건설 주주대표소송
I. 글머리에 지난해 11월 유니온스틸㈜의 대표이사가 내부통제시스템구축 및 유지관리의무 위반을 이유로 회사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대법원 판결(2017다222368)이 난 지 불과 반년 만에 대법원은 다시 ㈜대우건설 주주대표소송의 상고심을 선고하였다. 매우 긴박한 법발전이라고 생각한다. 판결의 내용을 보아도 유니온스틸 때보다 훨씬 더 의미심장하다. 아래에서 보듯이 여러 논점이 포함되어 있어 그 내용을 깊이 음미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판시내용을 요약한 후 관련 문제점으로 진입해 보기로 하자. Ⅱ. 사실관계 및 판시내용의 축약 대우건설은 4대강사업, 영주다목적댐공사 및 인천도시철도 2호선공사의 입찰 등에 있어 다른 건설사들과 더불어 입찰가격을 담합함으로써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각 97억여원, 24억여원 및 161억여원의 과징금처분을 받았다. 이에 대우건설의 주주들이 이 회사의 대표이사, 평이사 및 사외이사들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것이 본 사건이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은 대표이사에 대해서만 '의심할 만한 사유기준'을 적용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고 다른 이사들에 대해서는 '의심할 만한 사유기준'이건 '내부통제시스템기준'이건 그 적용이 어렵다고 보아 상법 제 399 조상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원고가 항소하자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1심판결을 변경하면서 모든 이사들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4대강 사업에 관한 한'의심할 만한 사유기준'을 적용하였다. 그러나 나머지 판단부분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내부통제시스템기준'을 적용하였다. 책임의 범위에 대해서는 전체 손해액의 약 5% 정도를 적정한 것으로 보아 책임제한을 시행하였고 대법원도 이러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하였다. Ⅲ. 평석 1.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의무의 귀속 주체 모든 이사가 이에 포함된다. 사내이사건 사외이사건 대표이사건 평이사건 예외가 인정되지 않는다. 유니온스틸사건(2017다222368)에서는 대표이사만 피고여서 이 점이 분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우건설 사건은 이 점을 명확히 하였다. 사외이사 역시 예외가 아님을 분명히 하였다. 사외이사는 바로 이러한 감시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선임된 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결론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다만 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요건에서는 차이를 인정하고 있다. 내부통제시스템구축의무는 시스템구축을 위한 의사결정, 시스템 구축의 실행 및 구축된 시스템의 유지·관리 등 시간순서상 여러 단계로 나뉘어질 것이다. 시스템구축의 실행 및 그 유지관리는 대부분 대표이사나 그의 지시를 받는 사내 하부조직에 위임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이사는 일부나 전부의 위임여부를 떠나 모든 단계에 걸쳐 법적 책임을 진다고 보아야 한다. 이번에 대법원은 이를 분명히 하였다. 그 점에서 이번 판결은 큰 의미를 갖는다. 2. Mission-Critical(높은 법적 위험이 예상되는 업무) 유니언스틸사건(2017다222368)이나 대우건설사건(2021다279347)의 판결문과 2008년의 대우분식회계사건(2006다68636)의 그것을 비교해보면 모두 내부통제시스템구축의무를 다루고 있기는 하나 한 가지 점에서 명확한 차이가 있다. 전자(前者)들에서는 '높은 법적 위험이 예상되는 업무'라는 용어가 등장하나 후자(後者)에서는 그런 언급을 발견할 수 없다. 즉 전자들에서는 회사 내부의 사정상 '높은 법적 위험이 예상되는' 그런 영역에서는 내부통제시스템구축의무가 보다 높은 수준으로 요구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적어도 이런 경우에는 적정한 내부통제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이사는 면책되기 어렵다는 경고성 판시를 하고 있다. 결국 내부통제시스템구축의무의 정도를 업무의 성격이나 종류 등에 따라 차등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소한 이런 경우에는 보다 제고된 의무수준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향후의 법률자문에서는 이 점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의 이런 자세는 내부통제시스템에 관한 델라웨어주 법원들의 근자의 입장과 무관하지 않다. 1996년 이 사법심사기준이 처음 케어막사건에 등장한 이후 이 청구원인(cause of action)은 크게 이용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9년 Marchand v. Barnhill 사건을 게기로 전기를 맞는다. 이 사건 이후 본 청구원인의 승소사례가 급증하기 시작한다. Marchand사건 이후 , Clovis사건, Hughes사건, Chou사건, Boeing 사건 등 일련의 판결들이 갑자기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승소사례의 증가에는 ① 'mission critical'이란 개념을 이용하면서 판례법이 급속히 진화하였고, ② 원고 주주의 증거수집상 어려움이 해소되었으며, ③ 기업경영에 있어 ESG의 요소를 중시하는 근자의 흐름이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였다는 분석들이 있다. 어쨌든 이번 판결은 내부통제시스템을 둘러싼 회사 내부의 위험을 차등화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항공기를 제조하는 보잉사에 있어 제작한 항공기의 안전과 이를 유지하기 위한 내부통제시스템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mission-critical) 이며, 아이스크림만 제조하는 Blue Bell 社에 있어 생산된 아이스크림의 안전은 식품위생법상 절대적 요소이며 이를 유지하기 위한 내부통제시스템은 mission-critical이다. [판결요지] 서울고법은 1심판결을 변경하면서 모든 이사들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4대강 사업에 관한 한 ‘의심할 만한 사유기준’을 적용하였다. 그러나 나머지 판단 부분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내부 통제시스템 기준’을 적용하였다. 책임의 범위에 대해서는 전체 손해액의 약 5% 정도를 적정한 것으로 보아 책임 제한을 시행하였고 대법원도 이러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하였다. [평석요지] 내부 통제시스템 구축의무는 시스템구축을 위한 의사결정, 시스템 구축의 실행 및 구축된 시스템의 유지·관리 등 시간 순서상 여러 단계로 나누어질 것이다. 시스템구축의 실행 및 그 유지관리는 대부분 대표이사나 그의 지시를 받는 사내 하부조직에 위임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이사는 일부나 전부의 위임 여부를 떠나 모든 단계에 걸쳐 법적 책임을 진다고 보아야 한다. 이번에 대법원은 이를 분명히 하였다. 그 점에서 이번 판결은 큰 의미를 갖는다. 3. 사외이사의 내부통제시스템구축의무 본 판결은 내부통제시스템구축의무 위반으로 인한 사외이사의 책임발생요건을 별도로 설시하고 있다. 사외이사 역시 내부통제시스템구축의무의 주체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이들은 사내이사들과 달리 회사내 업무집행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없다. 따라서 의무위반의 성립요건상 다른 사내이사들과는 차이를 두어야 하며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대법원은 두가지 경우를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하나는 내부통제시스템이 전혀 구축되지 않은 경우이다. 이 경우 사외이사에게는 시스템설치에 대한 촉구의무가 부과된다. 다른 하나는 이미 시스템이 구축된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해당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하며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하여야 할 것이다. 그 결과에 따라 동원가능한 조치를 취하는 등 정상적인 운영에 이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이를 외면하고 방치하는 경우에는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향후의 판례법에서 이번에 설시된 책임발생요건이 좀더 구체화되기를 바란다. 4. 의심할 만한 사유기준과 내부통제시스템기준간의 관계 이번 판결을 통하여 분명해진 것은 동일한 회사라도 이사의 감시의무에 관한 두가지 사법심사기준이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회사의 규모에 관계없이 '의심할 만한 사유기준'은 모든 회사에 있어 보편적으로 적용될 것이다. 다만 고도로 분업화되고 조직화된 대규모 회사에 있어서는 이사들이 의심할 만한 상황에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러한 경우를 위하여 마련된 것이 내부통제시스템기준이다. 본 사건에서 대법원은 대표이사, 평이사 및 사외이사의 책임발생요건을 각각 달리 설정하고 있다. 4대강 사업에 관한 한 가장 주된 피고라 할 대표이사의 경우 청구원인은 '의심할 만한 사유기준'이었다. 이에 반하여 여타 사내이사들과 사외이사들에 대해서는 내부통제시스템기준을 적용하였다. 다만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같은 내부통제시스템기준이라도 사내이사와 다른 별도의 기준을 제시하였다. 고도로 분업화되고 조직화된 대규모 회사라도 나라마다 사외이사제도를 둘러싼 법률환경은 천차만별 다르므로 이러한 점을 고려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5. 의무위반 이사의 책임범위 특히 가격담합이나 입찰담합 등 공정거래법위반으로 회사가 과징금을 부과받는 경우가 많은 바 이때 과징금의 전부가 회사의 손해인가? 그렇게 보아야 할 것이다. 법규위반 상황에서는 손익상계 등의 적용은 어려울 것이다. 판례 역시 뇌물공여나 분식회계 등 법규위반 상황에 대해서는 손익상계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내부통제시스템기준을 위반하였다고 당해 이사가 언제나 발생한 손해의 전부를 배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책임제한에 관한 판례법의 잣대가 탄력적으로 동원될 수 있다고 본다. 본 사건의 원심에서도 피고 이사들의 책임액을 합산하면 과징금 부과처분으로 ㈜대우건설이 입은 전체 손해액(약 284억원)의 5% 정도에 불과하다(2020나2034989). 대법원도 원심을 그대로 확정하였다. 대표이사, 평이사, 사외이사 등 사내 비리나 정보에 접근할 가능성을 차등화할 수 있다면 이에 따라 책임제한의 비율도 달라질 것이다. 나아가 각 이사의 연보수 수준, 개인적인 이득 또는 형사처벌의 유무 등도 구체적인 책임산정에 작용할 것이다. 김정호 명예교수(고려대 로스쿨)
준법경영
이사
준법감시
김정호 명예교수(고려대 로스쿨)
2022-07-07
민사일반
교통사고 휴유증과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 기산점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및 소송의 경과 A군은 생후 1년 3개월이던 2006년 3월 교통사고로 뇌 손상을 입었다. 이후 발달지체 등 증세를 보여 치료를 계속 받았고, 2011년 만 6세 때 처음으로 언어장애 등 진단을 받았다. 이에 A군의 아버지는 사고일로부터 약 6년 후인 2012년 Z보험사에 책임보험금을 포함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해 Z보험사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맞섰다. 제1심(서울중앙지법 2014. 8. 28. 선고 2012가단140889 판결)은 "Z보험사는 피보험자인 아버지의 차량에 타고 있던 A군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면서 "1억 1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하여 A군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제2심(서울중앙지법 2015. 12. 3. 선고 2014나52987 판결)은 "A군 측은 사고가 발생한 2006년 3월 사고로 인한 손해와 가해자를 알았음에도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2년경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고 하면서 "A군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가 완성되어 소멸되었다"고 하여 Z보험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2. 대법원의 판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소멸시효가 시작된다.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현실적인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의 경우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안 날은 단지 관념적이고 부동적인 상태에서 잠재하고 있던 손해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는 정도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러한 손해가 그 후 현실화된 것을 안 날을 의미한다. 이때 신체에 대한 가해행위가 있은 후 상당한 기간 동안 치료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증상이 발현되어 그로 인한 손해가 현실화된 사안이라면, 법원은 피해자가 담당의사의 최종 진단이나 법원의 감정 결과가 나오기 전에 손해가 현실화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해행위가 있을 당시 피해자의 나이가 왕성하게 발육·성장활동을 하는 때이거나, 최초 손상된 부위가 뇌나 성장판과 같이 일반적으로 발육·성장에 따라 호전가능성이 매우 크거나(다만 최초 손상의 정도나 부위로 보아 장차 호전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경우는 제외한다), 치매나 인지장애 등과 같이 증상의 발현 양상이나 진단 방법 등으로 보아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등의 특수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대법원은 사건을 파기환송하였고, 파기환송심(서울중앙지법 2020. 12. 18. 선고 2019나45151 판결)에서 사건은 종결되었다). Ⅱ. 평석 1. 비교 대상 판례 비교대상의 판례로서 첫번째 판례(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다52359 판결)는 교통사고로 장해가 악화된 경우에는 그 장해 악화를 안 때로부터 보험금청구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는 취지로 판시를 하였다. 그리고 다른 판례(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다209713 판결)에서는 사망 사고발생 이후, 유족보상금 거부 후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 바, 후자는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아니라 사실 상의 장애사유로 보아 사망이라는 원래의 사고발생일을 보험금청구권의 시효기산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유사 취지: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다1381 판결). 기타의 다른 판결(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에서는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유족보상금 지급을 신청하고 이어 행정소송도 제기하였던 경우, 대법원은 그 정도로는 과실 없이 보험사고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여 원래의 사망이라는 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았다. 2.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제도개선 논의 대법원 판례는 책임보험에서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에 관한 것이다. 우리 대법원(대법원 1994. 5. 27. 선고 94다6819 판결, 1995. 7. 25. 선고 94다52911 판결, 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 86901 전원합의체 판결 등)은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을 손해배상청구권으로 보므로 이 판례에서 소멸시효는 민법의 불법행위 시효의 문제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서는 그와 관련하여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상법 제662조) 및 그 기산점에 대한 개선 논의를 살펴본다.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에 대해서는 많은 제도개선 요청이 있다. 소멸시효의 개시 시점과 관련하여 피보험자 측이 사고발생을 안 날로부터 기산하여야 한다는 제안, 소멸시효 기간의 연장 문제, 소멸시효의 정지, 보험금 지급에 대해 보험계약자의 협조가 필요한 경우 그 협조 거부 시 보험금 지급의 문제 등이 있다. 우선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사고발생을 안 날로부터 하자는 개선안을 내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 민법 제166조 제1항에 의하여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기산하는 것을 충실히 해석·적용할 때 보험사고 발생일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그리고 대법원이 예외적으로만 피보험자가 과실 없이 모른 경우에 한하여 안 때로부터 기산하고 있으므로 이는 현재와 같이 판례로 해결함이 타당하다. 다음으로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를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고 본다(동지: 백영화,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 제도 개선 법안 검토', KIRI리포트 2017년 4월 17일, 13면). 일본, 독일 등 주요국의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를 3년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상법 제662조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가 보험회사에 대하여 보험금 지급을 청구한 경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보험회사로부터 그 지급 여부에 대한 확정적 회신을 받을 때까지는 정지된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상법 제658조도 개정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러한 개정 제안을 제시하면 아래와 같다. 3. 대상판결의 평가 교통사고 후 처음에는 장해가 발현되지 않다가 상당 시간이 경과한 후 장해를 확인한 경우 책임보험에서 직접청구권을 위한 보험금청구권 행사의 기산점이 문제된다. 원래 소멸시효제도의 존재이유는 영속된 사실상태 존중을 통한 법적 안정성의 확보, 권리행사의 태만에 대한 제재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소멸시효 존재이유에 비추어 대법원의 사건의 해결에서 객관적 사실상태를 통한 법적 안정성 도모와 피해자의 손해 인지 여부를 고려하여 조화를 찾아야 한다. 성장과정에 있는 피해자의 늦은 시점에의 증상발현 시, 손해 인정에 있어서는 사고와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한도에서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다52359 판결은 "보험사고가 발생하여 그 당시의 장해상태에 따라 산정한 보험금을 지급받은 후 당초의 장해상태가 악화된 경우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는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그와 같은 장해상태의 악화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부터 진행한다"고 판결하였다. 이는 책임보험의 직접청구권에 관한 것이 아니고 일반 재해장해보험금 청구에 관한 것이지만 사고의 구도는 유사하다. 결국 기존의 판례 및 소멸시효제도의 존재이유에 비추어 볼 때, 불법행위 피해자 측에서 손해를 알 수 없는 경우 그 손해에 대한 보험금(직접)청구의 소멸시효는 그 손해를 알거나 알 수 있었을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손해를 확정함에 있어서는 전문적 소견에 의하여 원래의 사고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것이 요구된다. 그러한 점에서 이 사건 대법원의 판시는 타당하다. 최병규 교수 (건국대 로스쿨)
손해배상청구권
언어장애
교통사고
최병규 교수 (건국대 로스쿨)
2021-10-12
기업법무
민사일반
상사일반
주식회사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과 제3자 보호
[판결요지] 주식회사의 정관이나 이사회결의 등으로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정함으로서 대표이사의 대표권 행사를 제한한 사항을 대표이사가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집행하였다면 대내적으로는 무효이지만, 그 대표이사와 거래한 상대방은 선의이고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상법 제209조 제2항에 의하여 보호된다. [판례평석] 1. 사건의 개요 원고 주식회사 우진기전이 2012년 4월 소외회사에 금 30억원을 대여하였다. 대여 조건은 6개월 내에 원금 30억원에 배당금 30억원을 더한 60억원을 4회에 걸쳐 변제받기로 하는 것이다. 만일 변제기에 소외회사가 변제하지 못하면 소외회사의 사업권을 원고회사에 양도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피고 대우산업개발주식회사 대표이사가 원고회사에게 위 소비대차계약에 계약 당일 소외회사가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면 대신 변제한다는 확인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피고회사 이사회규정에는 피고회사가 '다액의 자금도입 및 보증행위'를 함에는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당시 피고회사 대표이사는 위 확인서를 작성하여 주는데 대하여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였다. 소외회사가 변제기에 대여금을 변제하지 아니하였다. 그러자 원고회사가 위 확인서에 기하여 피고회사를 상대로 보증채무의 이행을 청구하였다. 원심 판결(서울고법 2015. 7. 10. 선고 2014나10801 판결)이 원고는 피고회사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없다는 이유(선의 무중과실의 제3자라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이에 피고가 상고하였다. 상고이유로 피고가 이 밖에도 여러 가지를 내세웠으나 이 평석에서 다룰 쟁점은 이 한 가지이다. 제3자인 원고회사에 선의에 더하여 무과실임을 요하는지 여부이다. 원고회사가 피고회사 대표자로부터 위 확인서를 받을 때에 이 보증행위는 이사회의 결의사항임에도 불구하고 피고회사 대표이사가 이를 거치지 아니하였음을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으므로 원고회사의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는 것이 피고회사의 상고이유이다. 2.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 가) 법정 주주총회 결의사항 상법상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의 양도, 영업 전부의 임대, 회사의 영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계약의 체결 등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사항으로 규정되어 있다(상법 제374조 제1항). 이런 사항을 대표이사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고 대표이사 등이 집행하였으면 그 집행은 회사 내에서는 물론 회사 외에서도 당연 무효이다. 제3자가 선의라도 보호받지 못한다(대법원 2012. 4. 12. 선고 2011다106143 판결, 김건식·노혁준·천경훈 회사법 제5판 박영사, 2021. 3. 398면). 나) 법정 이사회 결의사항 상법상 회사의 중요자산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자산의 차입 등은 이사회의 결의를 요한다(상법 제393조 제1항,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다55808 판결, 동 2019. 8. 14. 선고 2019다204463 판결). 이런 사항을 대표이사가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집행하였으면 회사 내에서는 위 가)와 마찬가지로 무효이다. 하지만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는 회사가 대항하지 못한다(상법 제389조 제3항, 제209조 제2항). 회사의 내부적 제한을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대법원 1997. 8. 29. 선고 97다18059 판결). 다) 정관이나 이사회결의에 의한 제한 회사는 위 1, 2에 정한 사항에 더하여 중요사항에 관하여 정관에 정하거나 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대표이사의 대표권 행사에 제한을 가할 수 있다(주식회사법대계 Ⅱ 제3판,한국상사법학회 편, 법문사, 2019. 507면, 김건식 등 전게 회사법 제5판 398면).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결정권은 이사회에 귀속되어 있고, 이사회가 대표이사의 선임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대표이사의 권한을 일부 제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사항을 대표이사가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집행하였으면 회사 내에서는 위 나)와 마찬가지로 무효이지만, 그 무효임을 여전히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는 회사가 대항하지 못한다. 3. 선의의 제3자 보호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은 회사의 내부적 절차이다. 거래의 상대방인 제3자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표이사가 내부적 절차를 거쳐 거래하는 것으로 신뢰하기 마련이다. 회사 내부에서 발생할 위험을 상대방인 제3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점에는 위 2. 대표권 제한 중 나)와 다)의 경우를 나누어 달리 정할 것도 아니다. 이 평석의 대상판결인 전원합의체판결 이전까지 대법원은 거래의 상대방에 대하여 선의와 아울러 무과실임을 요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었다(대법원 1978. 6. 27. 선고 78다389 판결, 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4다206563 판결 등). 그러다가 이 전원합의체판결로 선의와 아울러 무과실임을 요하던 이제까지의 견해를 선의와 아울러 무중과실임을 요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경과실의 제3자는 보호받게 되는 것으로 거래의 안전 보호에 힘을 실은 것이다. 그러면서 이 사안의 원고는 선의이고 무중과실의 제3자라고 인정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 판결을 유지하는 것으로 이 사건을 마무리하였다. 이사는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회사와 거래(이를 '자기거래'라 칭함)할 수 있다(상법 제398조). 이사가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아니하고 자기거래를 한 경우 내부적으로는 당연히 무효이다. 하지만 회사는 그 무효를 선의이며 무중과실의 제3자에게는 대항하지 못한다(대법원2004. 3. 25. 선고 2003다64688 판결,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다73530 판결, 전게 주식회사법대계 Ⅱ 제3판 736면). 대법원이 이사의 자기거래에 대하여 일찍부터 이런 견해를 취하였다.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의 경우에도 이번 전원합의체판결로 궤를 같이하게 되었다. 두 경우에 달리하여야 할 이유가 없다.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는 규정인 상법 제209조 제2항은 합명회사의 대표사원에 관한 규정이다. 이 규정이 상법 제389조 제3항에 의하여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에게 준용되고 있다. 합명회사의 대표사원이 내부적 제한을 위반한 거래를 한 경우에 대하여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함에 있어서. 선의 무과실을 요하는지 아니면 선의 무중과실을 요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례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를 다룬 문헌도 별로 눈에 뜨이지 않는다. 합명회사의 대표사원과 거래하는 상대방의 대표사원에 대한 신뢰에 비하여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와 거래하는 상대방의 대표이사에 대한 신뢰가 훨씬 높다. 합명회사의 대표사원과 거래한 상대방에 대하여 선의 무과실 또는 선의 무중과실을 요하는 여부에 무관하게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와 거래한 상대방은 선의 무중과실이면 보호하여야 한다. 대상판결의 판결요지에 찬성의 뜻을 표한다. 4. 반대의견과 보충의견 이 전원합의체판결은 대법관 13인 중 9인 찬성으로 이루어졌다. 대법관 4인이 반대의견을 표하였다. 그리고 찬성의견을 낸 대법관 1인이 보충의견을 내었다. 반대의견은 우선 다수의견에 대하여 거래의 안전 보호만을 위하여 회사법의 다른 보호가치를 도외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어 강학적인 의미에서 '무과실'을 '무중과실'이라는 용어로 대체하는 것 외에 재판실무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한다. 이 사건에 대하여는 원고회사가 피고회사의 대표이사로부터 확인서를 받을 당시 피고회사 내부의 필요절차를 거친 여부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를 다시 판단하도록 원판결을 파기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다수의견은 거래의 안전과 다른 보호가치 사이에 조화를 도모한 것이다. 다수의견이 선의 무중과실을 요하는 것으로 변경하여 제3자 보호의 길이 한층 넓어졌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을 다시 판단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보충의견은 반대의견에 대한 비판이다. 이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회사와 제3자 사이에 거래가 이루어진 경우에 거래행위가 무효로 될 위험을 가장 적은 비용으로 회피할 수 있는 자는 회사이다. 그러한 위험은 회사가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사회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위험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김교창 변호사(법무법인 정률)
무과실
중대한과실
회사
상법제393조
선의
이사회
대표이사
김교창 변호사(법무법인 정률)
2021-06-14
민사일반
주식회사의 기부행위에 찬성한 이사들의 손해배상책임
Ⅰ. 서론 대법원은 주식회사의 기부행위를 결의한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6다260455 판결, 이하 '대상판결'). 대상판결에서는 강원랜드가 그 1.25% 지분을 보유한 태백시가 출자·운영하는 리조트의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150억원을 기부하기로 결의한 이사회에서 찬성 또는 기권한 이사들의 손해배상 책임 유무가 다투어졌다. Ⅱ. 사실관계 및 법원의 판단 1. 사실관계 원고는 주식회사 강원랜드이다. 이 사건 피고 B는 이 사건 기부결의를 한 이사회 당시 원고의 대표이사였고 피고 C는 상임이사였다. 당시 피고 D·G는 원고의 비상임이사로, 피고 E·F·H ·I·J 는 강원지역 기초자치단체가 합작투자계약에 따라 지명한 원고의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태백시는 오투리조트의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하여 원고에게 운영자금을 대여 또는 기부해 주도록 요청하였다. 태백시가 지명한 사외이사인 피고 J는 2012월 3월 29일 개최된 원고의 제109차 이사회에 원고가 태백시에게 150억원을 기부하는 안(이하 '이 사건 기부안')을 발의하였으나 해당 이사회에서는 업무상 배임의 우려로 결의가 보류되었다. 피고 J는 2012년 6월 27일 개최된 원고의 제110차 이사회에 다시 이 사건 기부안을 발의하였으나 결의는 재차 보류되었다. 2012년 7월 12일 개최된 원고의 제111차 이사회에서 피고 J는 다시 이 사건 기부안을 발의하였고 다음과 같이 가결되었다. 당시 재적이사 15명 가운데 12명이 출석하였는데 출석이사 중 피고 D·E·F·G·H·I·J가 이 사건 기부안에 찬성하였고 피고 B·C는 기권하였으며 다른 세 명의 이사들은 반대하였다. 즉, 이 사건 기부안에 대하여 출석이사 12명 중 찬성 7표, 반대 2표, 기권 3표로 결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원고는 이 사건 결의에 따라 태백시에 합계 150억원을 기부하였고 위 기부금은 오투리조트의 운용자금으로 투입되었다. 오투리조트는 2014년 8월 27일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았다(2014회합100057). 원고는 이 사건 기부가 법령 또는 정관 위반 또는 이사의 임무해태에 해당하기 때문에 원고에게 발생한 150억원의 손해에 대하여 피고들이 공동으로 배상 책임을 지도록 청구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1심과 원심 1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5. 7. 16. 선고 2014가합37507 판결).첫째, 태백시가 원고의 주요주주기 때문에 이 사건 기부는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상법 제398조의 자기거래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정을 간과하고 이 사건 기부를 실행한 피고들은 상법 제399조에 따른 법령·정관 위반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 둘째, 이 사건 기부는 이사의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결의에 찬성하거나 기권한 피고들은 상법 제399조에 따른 임무해태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6. 9. 23. 선고 2015나2046254 판결). 첫째, 원고의 1.25% 주식을 보유하고 비상임이사 1인의 지명권을 보유하는 태백시는 상법 제398조상의 자기거래의 주체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결의는 상법 제398조 적용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 둘째, 이 사건 결의에 찬성한 피고들과 기권한 피고들은 모두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였고 따라서 상법 제399조 제1항의 이사의 임무해태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 나. 대법원 판결 대법원에서는 (ⅰ) 이 사건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은 회사의 기부행위에 관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인지 (ⅱ) 기권한 이사들인 피고 B·C 또한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대상판결은 첫번째 쟁점에 대한 원심의 판단을 지지하였다. 반면 대상판결은 기권한 피고 B·C의 책임에 관해서는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대상판결은 기권사실이 이사회 의사록에 기재된 피고 B·C는 상법 제399조 제3항의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가 아니고 따라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는 찬성 이사로 추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Ⅲ. 회사의 기부행위와 이사의 임무해태 1. 기부행위와 선관주의의무 위반 대상판결은 "기부금의 성격, 기부행위가 그 회사의 설립 목적과 공익에 미치는 영향, 그 회사 재정상황에 비추어 본 기부금 액수의 상당성, 그 회사와 기부상대방의 관계 등에 관해 합리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했는지 여부"에 따라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시하였다. 구체적 판단기준으로는 ① 기부행위가 공익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졌는지 ② 기부행위가 공익에 기여하기 위한 상당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이루어졌는지 ③ 기부행위를 통하여 회사의 이미지 제고 등 간접적·장기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지 ④ 기부금이 회사의 재무상태에 비추어 상당한 범위 내의 금액인지 ⑤ 기부행위로 달성하려는 공익을 회사의 이익과 비교할 때 기부금액 상당의 비용지출이 합리적인 범위 내의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⑥ 기부행위에 대한 의사결정 당시 충분한 고려와 검토를 거쳤는지를 제시하였다. 대상판결에 따르면 이 사건 기부행위는 그 액수 자체로는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기부행위가 원고의 이익 및 공익에 기여하는 정도가 크지 않고 기부의 대상 및 사용처에 비추어 방법의 상당성도 인정되지 않으며 이사들에 의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원고의 이사들은 이 사건 기부안을 상정한 원고의 이사회를 두 차례나 연기하고 법무법인들로부터 이 사건 결의가 이루어질 경우 원고의 이사들이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법률의견서를 징구하였다. 즉 이사들이 단순히 시간을 들여 사안에 관한 검토를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면책을 위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검토 결과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경우에는 결의에 찬성하면 안 된다는 점을 대상판결이 확인시켜 주고 있다. 2. 기부행위와 충실의무 위반 이 사건 기부행위가 상법 제398조의 자기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사실관계를 이사와 회사간의 이익충돌의 문제, 즉 충실의무 위반의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피고 J가 이 사건 기부안을 여러 차례 제안한 것은 회사에 손해가 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자기를 지명한 제3자의 이익을 위하는 행위로서 충실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 이익충돌이 존재하는 경우 경영판단의 원칙의 적용을 배제한다는 데 대해 별다른 이론이 없는 미국에서도 이익충돌이 문제되는 기부행위의 판단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되지는 않았다. 이사의 이익충돌이 문제된 기부행위에 대해서까지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한 Kahn v. Sullivan 판결(Kahn v. Sullivan, 594 A.2d (Del. 1991))이 선고된 데 대해서 학계의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Ⅳ. 기부를 결의한 이사회에서 기권한 이사들의 책임 대상판결에서는 기권한 이사 피고 B·C는 이사록에 이의를 한 기재가 없는 자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상법 제399조 제3항은 문제가 되는 행위를 직접 수행한 이사뿐만 아니라 이를 결의한 이사회에서 찬성한 이사도 책임을 진다는 제399조 제2항을 전제로 하는 조문으로서 찬성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할 책임을 이사에게 전가시키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기권으로 이사회 의사록에 기재된 이사는 찬성하지 않았다는 입증을 다 하였다는 취지이다. 기권한 이사에 대해서는 찬성을 추정해야 한다는 견해와 기권한 이사는 "이사록에 이의를 한 기재가 없는 이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대립한다. 결의안에 반대표결을 해야만 제393조 제3항에 따른 이의를 한 것에 해당한다는 판단은 합리적인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대상판결의 해석론에 동의할 수 있다. 단 대상판결처럼 해석할 경우 출석하여 기권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면서 적극적인 감시의무의 이행에 나서려는 유인이 줄어들게 된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는 감시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별도의 주장과 입증을 통해서 극복되는 것이고 현행 상법 조문 하에서는 출석하여 기권한 이사를 찬성한 이사와 같이 취급하기는 어렵다. 미국과 일본의 판례에서는 각 이사가 이사회에서 어떠한 의사를 표시하였는지라는 쟁점과 해당 이사가 감시의무를 이행하였는지라는 쟁점을 별개로 다룬다. 즉 이사회에서 기권한 이사라고 하더라도 이사로서 요구되는 감시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사안에서 피고 B·C는 상시적으로 회사의 업무집행을 감시·감독하면서 이 사건 기부안이 회사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고 안건이 상정되는 것을 제지할 정보와 권한을 가지는 것으로 기대되는 자들이다.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감시의무를 이행했는지에 관한 심사 없이 제399조 제3항을 근거로 면책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김정연 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기부행위
상법
이사회
김정연 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2021-03-08
민사일반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과 회생절차
1. 사안의 개요 피신청인 주식회사의 주주인 신청인(선정당사자)은 피신청인 회사를 상대로 주주총회 의사록 등과 그 밖의 회계장부·서류에 대해 열람·등사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하였다. 1심 법원은 주주총회 의사록 등에 대한 열람·등사를 인용하고(상법 제396조, 제448조) 나머지 회계장부 등 서류에 대해서는 상법 제466조 제1항에 의한 소수주주의 열람·등사를 구하는 이유에 대한 소명부족 등의 이유로 신청을 기각했다. 항고심 계속 중 피신청인 회사에 대해 회생절차개시결정이 내려졌고 항고심은 피신청인 회사의 회생절차에서 선임된 조사위원인 회계법인이 회사의 자세한 재산상태,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된 경위 등을 포함한 조사보고서를 제출하였고 신청인이 이 조사보고서를 열람함으로써 신청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 등의 이유를 추가하면서 신청인의 항고를 기각했다. 이에 신청인이 재항고하였다. 2. 결정요지 상법 제466조 제1항에 의한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등사청구권은 회사에 대하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에 따른 회생절차가 개시되더라도 배제되지 않는다. 3. 검토 가. 회생절차가 개시된 주식회사 주주의 회사에 대한 자료 확보 수단 회생절차가 개시된 주식회사에 대해 재무상태표 등 회계장부 및 서류를 확보하고자 하는 주주는 어떠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가? 1) 먼저 주주는 회생절차의 이해관계인으로서 법원에 회생회사에 대한 사건기록의 열람·복사를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주주는 상법상 소수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므로 주식 보유비율 요건이 따로 없다. 다만 열람 대상이 법원에 제출된 문서 등에 한정되고 법원이 채무자의 사업유지 또는 회생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거나 채무자의 재산에 현저한 손해를 줄 우려가 있는 때에는 열람·복사를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제한을 받는다. 2) 다음으로 회생절차에서 구성되는 채권자협의회로부터 주주가 자료를 제공받는 것은 가능할까? 이 방안이 가능한지에 관해서는 법 규정 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채권자협의회는 법원·관리인으로부터 주요 서류 등을 제공받고 채권자협의회에 속하지 않는 채권자도 자신의 비용으로 채권자협의회에 사본의 제공을 청구함으로써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규칙 제41조). 하지만 주주의 경우 채권자협의회가 자발적으로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지금의 법률, 규칙 규정으로는 주주의 채권자협의회에 대한 자료 제공 요청권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연방파산법[11 U.S.C. §1102(a)(2)]은 채권자위원회뿐만 아니라 법원의 명령에 의해 별도의 주주위원회 등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입법론적으로 참고할 만하다. 3) 마지막으로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은 대상결정에서 쟁점이 된 것으로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 이상 주식을 보유한 소수주주가 상법 제466조 제1항에 의해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등사청구권은 법에 따른 회생절차가 개시되더라도 배제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원결정을 파기환송하였다. 대상결정은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상법상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이 회생절차개시로 배제되거나 회생절차에 의해서만 행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가처분에 있어서 피보전권리에 관한 판단인데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은 이른바 공익권인 소수주주권 중의 하나로서 회생절차에 의해서 그 행사가 제한되는 회생채권이 아니므로 타당한 결론이다. 대법원은 더 나아가 소수주주권 행사로 열람할 수 있는 서류가 법에 따라 이해관계인이 열람할 수 있는 서류보다 그 범위가 넓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채무자회사가 법원에 제출하는 자료에 소수주주가 열람할 수 있는 회계장부·서류 등이 다 포함되어 있지 않을 수 있고 조사위원의 조사보고서에도 회계장부 등이 반드시 첨부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대상결정에 따르면 소수주주는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고 해서 자료 확보 면에서 더 불리해지지 않고 오히려 회생채권자가 확보할 수 있는 자료보다 더 많은 자료에 접근할 수 있게 될 여지도 있다. 다만 회생절차의 특성상 채권자가 제공받는 정보가 주주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정보제공의 편차가 크지 않도록 실무에서 운용의 묘가 필요해 보인다. 둘째, 회생계획안이 인가되기 전에 회생절차가 폐지되면 권리변경 등의 효력 없이 채무자의 업무수행권이 회복되므로 소수주주권에 따른 열람·등사청구권 행사의 필요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가처분에서의 보전의 필요성과 관련된 판단인데 대상결정은 인가 전 폐지의 경우를 이유로 들고 있으나 회생절차 실무상 기존 주식이 100% 감자되는 경우도 있지만 지분을 약간이라도 남기는 형태로 회생계획이 인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 경우 회생절차가 인가 전에 폐지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여전히 주주의 권리를 인정할 필요가 남는다. 다만 소수주주가 회계장부의 열람·등사를 재판상 청구하는 경우 소송이 계속되는 동안 주식 보유요건을 구비해야 하므로(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다252037 판결 참조) 감자로 인해 발행주식 총수 100분 3 이상 보유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된 주주의 신청은 각하될 것이다(대법원 2020. 9. 25.자 2020마5509 결정 참조). 셋째, 주주가 회사의 회생을 방해할 목적으로 열람·등사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 정당한 목적이 없어 부당한 것이라고 보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회사가 회생절차에 있지 않는 경우에 적용되는 일반 법리가 회생회사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회생절차에서도 소수주주권 행사에 제한이 있음을 적절히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나. 회생절차개시와 소송절차의 중단 및 수계의 관점에 바라 본 대상결정의 의미 한편 대상결정에서 쟁점으로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회생절차개시와 소송절차의 중단이라는 관점에서 음미해 봐야 할 부분이 있다. 이 사건 피신청인 회사는 항고심에서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 그렇다면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의 피신청인은 채무자 그대로인가 아니면 채무자의 관리인으로 수계시켜야 하는가? 이 사건 항고심에서는 피신청인 회사 관리인으로 수계가 이뤄졌고 그 후 적법한 수계를 전제로 판단이 이뤄졌다. 필자는 관리인으로의 수계가 타당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재산에 관한 소송절차는 중단되고(법 제49조 제1항) 중단한 소송절차 중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과 관계없는 것은 관리인 또는 상대방이 이를 수계할 수 있다(동조 제2항). 그런데 중단되는 소송의 범위와 관련하여서는 채무자의 인격적 활동에 관한 권한은 회생절차개시 후에도 여전히 채무자에 귀속되므로 주주총회, 이사회 결의의 무효 또는 취소의 소 등의 경우 소송절차가 중단되지 않고 주주가 제기한 주주지위의 확인의 소 등 역시 채무자 내부의 조직법적·사단적 활동에 관한 것으로 중단되는 재산관계의 소송으로 보지 않는 것이 현재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견해로 보인다. 그렇다면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는 어떠한가? 일견 조직법적·사단적 활동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재산관계의 소송으로 보지 않는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하지만 법이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 및 재산 관리처분권이 관리인에게 전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제56조 제1항) 회계장부 등의 관리는 전형적인 채무자의 업무수행이라고 볼 수 있는 점, 소수주주의 열람·등사청구권은 궁극적으로 채무자의 재산관계와 관련성이 작지 않은 점, 현실적으로도 회생절차개시 후에는 관리인이 채무자의 회계장부 등을 관리하고 있는 점, 관리인은 공적수탁자로서 열람·등사의 허용 여부를 적절히 판단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비록 주주의 권리행사이기는 해도 조직법적·사단적 활동이라는 범주에 넣어 채무자로 하여금 소송을 수행하게 하기 보다는 관리인이 수계하여 소송을 수행하게 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더 타당해 보인다. 기존경영자 관리인(DIP)이 아닌 제3자 관리인이 선임되는 경우 이 쟁점은 실무상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4. 결론 회생절차에서 주주는 의결권이 없는 등으로 영향력이 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상결정은 이렇게 미약한 지위의 회생회사 소수주주에게도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의 행사를 허용하였는바 주주위원회와 같은 회생절차 내 기관이 없는 우리 회생절차를 감안하면 의미가 있는 결정이다. 다만 부당한 열람·등사청구권 행사로 인해 채무자의 회생이 저해되지 않도록 실무에서는 열람·등사청구 허용 여부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은 소수주주의 열람·등사청구권 행사 가처분에서 관리인으로의 수계를 전제로 진행된 사안으로 향후 회생절차로 중단되는 소송의 범위와 관련한 논의를 발전시키는 데 하나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진웅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주주
회생정차
회계장부
상법
이진웅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2021-02-22
민사일반
채권양도금지특약에 반한 채권양도의 효력
1. 사실관계 및 소송의 경과 피고(농협)는 2009년 5월 농산물 유통센터 신축공사에 관하여 A건설사와 총계약금액 249억원의 공사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공사계약서에는 'A사는 이 계약에 의하여 발생한 공사대금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지 못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A사는 2010년 10월 B사에 공사대금채권 중 5억원을 양도하고 피고에게 이를 통지하였다. 그 후 A사는 공사 중 부도처리되었고 회생절차를 거쳐 원고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다. 그 후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A사가 양도한 공사대금채권을 포함한 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하자 피고는 공사대금채권이 B사에 양도되었음을 이유로 원고의 지급청구를 거절한다. 원심은 A사가 피고의 동의없이 공사대금채권을 B사에 양도한 것은 계약상의 채권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로서 그 효력이 없으며 금지특약이 채권의 증서인 도급계약서 자체에 명시되어 있어 손쉽게 알 수 있었으므로 B사가 양도금지특약을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을 정당하다고 보아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고 이에 대하여는 4인의 소수의견이 반대를 표시하였다. 2. 대법원의 판결 요지 [다수의견]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채권양도는 원칙적으로 그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례의 법리는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 이유로서 1) 제449조 제2항의 '양도하지 못한다'라는 명시적 규정, 또 이를 전제로 해야 거래안전 보호를 위한 단서 규정의 해석도 자연스러우며 이러한 해석이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인격적 연결과 채권자의 재산이라는 양 측면을 가진 지명채권의 본질과 특성을 잘 반영할 수 있다. 2) 채권관계는 물권과 달리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당사자들이 자유롭게 결정한 계약내용인 금지특약은 존중되어야 하고 당연히 허용되는 금지특약을 민법이 명문으로 정한 것은 그 효력이 당사자 뿐만 아니라 제3자에게까지 미치도록 하려는 것이다. [소수의견]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라도 채권은 양도인으로부터 양수인에게 이전하는 것이고, 채권양도의 당사자가 아닌 채무자의 의사에 따라 채권양도의 효력이 좌우되지 않는다. 즉 양수인은 채무자에게 채무 이행을 구할 수 있고 채무자는 양도인이 아닌 양수인에게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진다. 그 이유로서, 1) 계약은 당사자만을 구속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당사자 간의 반대의사가 채권의 양도성 자체를 박탈할 근거가 될 수 없으므로 금지특약의 효력은 제3자에게 미치지 않는다는 채권적 효력설이 계약법의 기본원리에 부합한다. 2) 민법은 채권의 양도가 가능함을 원칙으로 삼고 있으므로(제1항) 금지특약은 채권양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만 인정되어야 한다. 3) 채권의 재산권적 성격과 담보로서의 가치가 중요해지고 있어 채권자가 이를 처분하여 투하자본의 조기회수라는 경제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양도가능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4) 채권양도의 세 당사자의 이익을 형량해볼 때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하여 위반책임을 물을 수 있고 채무자는 원래 이행하여야 할 채무를 이행하는 것이므로 불이익이 크지 않다. 3. 금지특약에 반한 채권양도의 효력 금지특약에 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을 둘러싸고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은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고 양 측의 보충의견까지 가세하면서 심도있는 논리들이 전개되고 있다. 본 글에서는 지면제한상 핵심적인 몇 가지 쟁점에 대해서만 간략히 보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다수의견의 입장에서 소수의견의 논리를 비판하고자 한다. 1) 흥미롭게도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은 다 사적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다수의견이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합의인 금지특약에 반해 채권의 양도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하는데 비해 소수의견은 금지특약은 특약의 당사자만을 구속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채권자와 양수인의 합의로 채권이 양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수의견대로 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가 단순히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채무불이행책임만을 발생시키고 채권양도의 법률효과에 대하여는 영향이 없다는 논리는 바로 채권의 양도라는 법률행위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형식논리이다. 예컨대 부동산을 이중양도하는 경우와는 달리 지명채권이란 채권 '관계'라는 용어가 말하듯이 당사자 간의 관계로서의 측면이 중요하고 또 장차 채무자의 성실한 이행으로서 완성되는 청구권이다. 이러한 채권의 처분에 대하여 물권의 처분이나 일반채무불이행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우리 민법이 근본적으로 물권과 채권을 구별하는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다. 2) 소수의견은 채권의 양도성이 원칙(제1항)이고 금지특약은 그 예외이므로 이는 채권양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인정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채권의 양도성과 양도금지특약은 원칙과 제한이라는 관계에 선다고 보기 어렵다. 제1항은 채권의 양도성을 열어주고 넓혀 주어야 한다는 경제적·당위적 필요성을 선언하는 것이고 제2항은 다른 한편으로 당사자 특히 채무자는 사적자치의 원칙상 양도가능성이 없는 채권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양도성의 원칙에 대한 제한은 채권의 성질에 따른 양도의 제한일 것이고 양도금지의 자유라는 원칙에 대한 제한은 양수인의 보호 즉 거래안전을 위해 이루어질 수 있다. 두 원칙 중 어느 것에 더 중점을 둘 것인가는 당해 채권관계의 특성이나 관련 당사자 간의 이익형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3) 채권양도의 세 당사자 간의 이익형량에서 소수의견은 양도성이 제한되면 무엇보다 채권자가 자산으로서의 채권의 활용범위가 축소되는 불이익을 입는 것을 강조한다. 또 양수인의 권리취득을 위험에 빠뜨리고 불필요한 거래비용을 증가시킬 것을 우려한다. 이에 비하면 채무자는 양도성이 인정되어도 그다지 큰 불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양도의 목적인 채권을 최종적으로 실현시켜야 할 채무자의 입장에 대한 고려가 너무 부족하다. 채권의 상대방의 변경은 비록 인도채무나 금전채무라 하더라도 채권관계의 성질에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단순히 새로운 채권자와의 관계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점, 채권의 양도과정에서 채무의 이중변제 등 번잡한 법률관계에 노출될 위험, 새로운 채권자가 손쉽게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소송상의 분쟁에 빠질 위험 등 다양한 채무자의 고려사항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그에 비해 채권의 양도가능성과 그 제한이라는 점에서 보면 양수인은 독립적인 이익형량의 당사자가 아니라 그 결과의 적용을 받는 위치에 있으며 공시방법이 있는 것도 아닌 채권을 신뢰하고 거래했다고 하여 특별한 보호를 받을 근거도 없다. 이런 점에서 양수인의 악의와 과실여부에 따라 금지특약의 효력이 좌우되는 현행의 제도는 금지특약의 유효여부에 대한 예측가능성도 매우 떨어지고 근본적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4. 결어 소수의견은 전체적으로 현대 거래에 있어 채권의 양도성의 확보가 대세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양도금지특약에 채권적 효과만을 부여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채권의 양도로 채무자가 더 불리한 처지에 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채권양도 제도의 기초를 이루는 것이다. 채무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금지특약으로 정당하게 자신의 채권관계의 안정을 위해 안전장치를 해놓은 것이고 이는 존중되어야 한다. 예고 없이 날라온 양도통지서를 받고 전혀 새로운 채권자와 조우해야 하는 채무자의 당혹감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본래의 채권자와의 사이에서 채무관계를 종결시키고자 하는 것은 채무자의 권리라고 볼 수도 있다. 이를 제한하기 위하여는 이를 압도하는 거래상의 필요성이 있어야 하며 이는 입법적으로 명확히 해결되어야 한다. 독일법에서도 민법에서는 채권의 양도금지를 유효한 것으로 선언하고 상법전에서 쌍방적 상행위에서 발생한 금전채권에 한해서 금지특약에 반한 채권양도를 유효한 것으로 보고 동시에 채무자는 여전히 양도인에게 급부할 수 있도록 한 것(제354a조)은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다. 첨언할 것은 본 사안에서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채권자 측이 금지특약이 무효임을 전제로 하여 채무자에게 본래의 이행을 구하는데 대하여 채무자가 양도금지특약과 관계없이 채권이 유효하게 양도되었다며 채권자의 청구를 거절하고 있다. 이것은 금지특약의 효력과는 핵심 쟁점을 달리하는 것이다. 예컨대 일반계약관계에서 채무자가 이행거절의 의사를 표시했다가 다시 본래대로 이행을 하겠다고 하는 것과 같이 일방 당사자의 의사표시의 번복의 문제로 볼 수 있고 그런 경우에는 상대방을 불리하게 하지 않는 한 다시 원래의 법률관계가 회복된다는 논리로 충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고 그렇다면 양도금지특약의 효력을 둘러싼 방대한 논쟁의 적실성에 대하여 다소 의문이 드는 사안이다. 김동훈 교수 (국민대 법대)
계약자유
채권양도
양도금지특약
민법
김동훈 교수 (국민대 법대)
2020-04-06
민사일반
시효중단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
Ⅰ. 대법원 판결의 요지 이행소송의 승소 확정판결 후의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이행소송 외에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하여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도 선택적으로 허용된다. Ⅱ. '권리관계'가 아닌 '사실'이 확인의 대상으로 될 수 있는지 원칙적으로 확인의 대상은 '권리관계(권리 또는 법률관계)'이어야 하고 '사실'은 확인의 대상이 아닌데, '이 사건 소의 제기가 있었음'은 '사실'이고 '사실'을 어떻게 수식하거나 포장하여도 '권리관계'로 변경되지 않는다. 대상판결은 위 확인소송의 소송물이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의 청구를 통한 시효중단의 법률관계"라고 강변하지만, 위 확인소송의 대상은 '무슨 소의 제기가 있었음'이라는 '사실'이고 '시효중단의 법률관계'는 위 '사실'이 있을 때에 발생하는 '법률효과'일 뿐이다{同旨 : 호문혁, 권영준. 대법원이 '이 사건 소의 제기가 있었음'을 '법률관계'라고 강변한 것에서 필자는 '대로남불(대법원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느낀다}. 그러나 필자는, 사실의 확인 중에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는 예가 많지는 않을 것이지만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만큼은, 민사소송법 제250조 '확인의 소는 법률관계를 증명하는 서면이 진정한지 아닌지를 확정하기 위하여서도 제기할 수 있다'를 유추적용하여 사실을 확인의 대상으로 할 수 있고,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그런 경우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민사소송법 제250조는 '사실의 확인의 소는 증서진부 확인의 소이어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이 점에서 민사소송법 제251조가 '장래에 이행할 것을 청구하는 소는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어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다르다) 위와 같은 유추적용이 가능하다. 주주총회결의 부존재(특히 결의가 아예 없었는데 회의록만 작성되어 있는 경우에)의 확인은 사실의 확인인데도 상법 제380조가 1984년 4월 10일 개정되어 주주총회결의 부존재확인의 소를 규정하기 전에 대법원 1977. 5. 10. 선고 76다878 판결 등과 학설이 주주총회결의 부존재 확인소송을 인정한 것, 현재 법률의 근거 없이 종중결의부존재 확인의 소(대법원 1994. 11. 22. 선고 93다40089 판결 등)와 주식병합 부존재확인의 소(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8다15520 판결)가 인정되고 있는 것도 필자의 견해를 뒷받침한다. 근본적으로, 확인소송의 소송물에 관한 ① 사실의 확인은 허용되지 않는다, ② 과거의 권리관계의 확인은 허용되지 않는다, ③ 무엇이 아니라는 소극적 확인이 아니라 무엇이라는 적극적 확인을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3개의 도그마가 만고불변이 아니다(同旨 : 일본의 新堂幸司, 高橋宏志). '역전앞', '처갓집'은 중복표현이라서 문법위반이었으나, 그런 중복표현도 상당수의 국민이 사용하니까 허용하는 쪽으로 문법을 수정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장점은 많고 단점은 적으니까 위 도그마를 수정하여 허용함이 타당하다. 일본의 학설은 한정된 요건 아래에서 사실의 확인의 소가 증서진부 확인의 소 외에도 허용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다수설로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옛 도그마 내지 고전문법에 언제까지고 매여 있을 것이 아니다. 확인소송의 적법 여부에 있어서 확인의 대상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확인의 이익의 유무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Ⅲ.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 확인의 이익 확인의 이익은 확인소송이 당사자의 법적 불안의 제거에 '가장' 유효·적절한 때에만이 아니라 유효·적절하거나 상당히 유효·적절하기만 하면 있다고 보아 확인의 이익을 다소 확대해야 한다고 필자는 1990년대부터 피력해 왔고, 판례상 확인의 이익이 지난 수십 년간 조금씩은 확대되어 왔다. 확인의 이익과 관련하여, 일본 최고재판소는 위 '가장(最も)'이라는 단어를 1972년 11월 9일 선고의 판결에서는 부적절하게 일반론으로 넣었다가 2004년 12월 24일 선고의 판결과 2005년 11월 8일 선고의 판결에서는 넣지 않았고 그 후 일본의 하급심판결에서도 넣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주로 확인의 이익을 부정할 때 '가장'을 넣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소멸시효 완성을 막기 위하여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있는 이상에는,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처럼 굳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소멸시효 완성을 막기 위하여 종래의 이행소송보다 더 유효·적절한 수단인지는 따질 것 없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확인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 한편, '유효·적절한 수단' 내지 '상당히 유효·적절한 수단'의 의미가 너무 추상적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으나, 인과관계에 관한 상당인과관계설이 '상당'이 너무 추상적이라는 이유로 배척당하지 않는 것에 비추어 볼 때 판례의 축적으로 위 비판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6다240338 판결이 주주권확인을 구하는 것은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확인의 이익을 부정하였으나 '가장'을 넣지 않고 유효·적절한 수단이라는 이유로 주주권 확인의 이익을 긍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Ⅳ. 제소의 반복보다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의 부존재라는 요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 제소의 반복보다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의 존재를 위 확인소송의 소극적 요건으로 설정하고 심리하였으면 한다. 재산명시절차를 참고하여, '채무자의 재산이 있음'을 채무자의 항변사유로 하는 것이다. 위 소극적 요건을 설정하고 심리하면, 채무자가 다툴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고 다툴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며, 단순한 '소 제기 사실의 확인'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제소의 반복보다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이 없어서 소가 제기된 사실의 확인'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확인은 소송의 대상으로 볼 수 있고 단순한 '증명서' 신청 사항이 아니게 되어 대상판결의 제1소수의견과 호문혁 서울대 명예교수의 예리한 비판들을 상당히 피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한다. Ⅴ. 후소로 확인소송을 허용할 것인지의 직권 판시의 부적절성 대상사건에서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 확인소송이 허용될 것인지는 제1, 2, 3심을 통틀어 전혀 쟁점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직권으로 판시하였는바, 이는 쟁점이 아닌 것에 대한 판시이니까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는 방론(obiter dicta)에 불과한데, 방론에서 그런 판시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방론에서 다수의견과 제1소수의견과 제2소수의견으로 나뉘어 상세하고 격렬하게 논쟁을 벌인 것이 적절하지 않다. 방론에서 그런 판시를 하기 전에 대법관회의의 의결로 민사소송규칙과 민사소송 등 인지규칙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였다(헌법재판소 2016. 6. 30. 선고 2013헌바370 등 결정 등이 헌법 제108조 등을 한정적 열거로 보지 않고 예시적으로 보는 것을 참조). Ⅵ. 결론 필자는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 ① 이행소송, ②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 ③ 확정된 채권 자체의 확인소송(평석대상판결의 제2소수의견, 독일 BGH 2018. 2. 22. 판결, 일본 佐賀地方裁判所 1994. 8. 26. 판결이 인정함)의 셋 다 가능하며 채권자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채권자가 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보고, 위 ②와 ③을 원고의 선택지로 추가한다고 하여 채무자에게 별 불이익이 없고 법원의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는다고 본다. 대상판결이 선고되고 그 직후에 민사소송 등 인지규칙의 개정에 따라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인지대가 최대 14만 원에 불과하게 되어 이행소송의 승소 확정판결 후의 시효중단을 주권자이며 사법수요자(司法需要者)인 국민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으로 간편하고 저렴하게 할 수 있게 된 것을 결과적으로 환영한다. 금년에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고 일선 법관들이 말한다. 다만, 대법원이 '무슨 소의 제기가 있었음'을 권리관계라고 강변하지 말고 그것은 '사실'이지만 예외적으로 민사소송법 제250조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확인의 대상으로 될 수 있다는 입론을 하고, 확인의 이익은 확인소송이 당사자의 법적 불안의 제거에 '가장' 유효·적절한 때에만이 아니라 유효·적절하기만 하면 있다고 보아 확인의 이익을 다소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이런 입장에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확인의 이익을 긍정하고, 제소의 반복보다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의 존재를 위 확인소송의 소극적 요건으로 설정하고 심리하였으면 한다. ※ 이 글은 필자가 2019년 11월 30일 한국민사소송법학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토론결과를 추가한 후 압축한 것이다. 이충상 교수 (경북대 로스쿨)
소멸시효
지연손해금
대여금
전원합의체
이충상 교수 (경북대 로스쿨)
2019-12-16
민사일반
변호사 전문인 배상책임보험 검토
1. 이 사건 쟁점 책임보험계약이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중의 사고로 인하여 제3자에게 배상책임을 질 경우에 그로 인한 손해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계약을 말한다(상법 제719조). 그러므로 변호사 전문인 배상책임보험이란 변호사의 업무상 과실로 고객 또는 제3자에게 금전적 손해를 입힌 경우 법률상 손해배상금액 및 사고처리에 드는 제반 비용을 보상하는 보험을 말한다. 대상 판결의 경우 두 개의 보험계약이 체결되었는데, 2차 보험계약의 경우에는 고지의무 위반과 이에 따른 보험계약의 취소가 직접청구권과 관련하여 유효한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고, 1차 보험계약의 경우에는 피보험자인 변호사의 위임계약의 불이행과 관련해서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는지 여부, 만약 인정된다면 이 경우 상법 제659조 제1항에 따른 보험자의 면책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인 당해 변호사에게 등기업무를 위탁한 아파트 입주자들이고(그들은 직접청구권을 행사하여 원고가 되었다), 피고는 보험자인 현대해상화재보험(주)이다. 2. 사실관계 등기 사무장이 변호사를 대리하여 2011년 3월 28일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다음, 그 당시 사무장은 종전의 횡령행위로 인하여 지급능력을 훨씬 초과한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고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들로부터 등기비용이 변호사의 계좌에 입금되자 그 일부를 종전 횡령행위 보상에 사용함으로써 또 다른 횡령행위를 시작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보험자인 피고가 알았다면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이 명백하므로 사무장은 신의칙상 이를 고지할 의무가 있고(2차 보험계약을 말한다), 그럼에도 사무장은 피고 보험회사에게 이러한 사실을 전혀 고지하지 않은 채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는 위 기망사실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취소하였다. 피고는 변호사를 피보험자로 하여 변호사가 제공하는 등기업무 등 법률서비스와 관련된 업무수행 불가, 실수, 태만, 과실 등에 기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금을 보상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변호사의 직원인 사무장은 변호사의 명의로 등기 사건을 수임하여 처리할 권한을 부여받고, 변호사를 대리하여 이 사건 등기 위임계약을 체결한 다음, 변호사의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 사본, 사업자등록증 사본, 변호사 등록증 사본, 통장, 보안카드, 인증서 등을 소지하고 이 사건 아파트 등기비용이 입금된 변호사 명의의 계좌를 관리하던 중, 위 등기비용을 마음대로 인출하여 횡령하였고, 그로 인하여 변호사는 자신이 수임한 전문적인 법률서비스인 이 사건 아파트 등기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이 부분은 1차 보험계약과 관련한 쟁점이다). 3. 판결의 요지 상법 제659조 제1항에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된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경우’에서 중대한 과실이란 통상인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아니하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 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피고 보험회사가 변호사를 피보험자로 하여 변호사가 제공하는 등기업무 등 법률서비스와 관련된 업무수행 불가, 실수, 태만, 과실 등 때문에 발생한 손해배상금을 보상하기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등기사무장은 등기위임인인 아파트 입주민으로부터 받은 등기비용을 횡령하여 변호사가 위임받은 등기업무를 처리하지 못하자, 아파트 입주민들이 원고가 되어 피고 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사무장이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현저히 주의를 결여한 상태에 있었고 그 상태가 원인이 되어 보험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책임은 상법 제659조 제1항에 따라 면책된다. 4. 판례평석 2차 보험계약의 경우, 보험자인 피고가 종전 횡령행위등의 사실을 알았다면 그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 명백함으로, 기망 사실을 이유로 또는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험자가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 및 민법 제110조 제3항의 선의의 제3자와 제3자의 직접청구권의 관계 여부가 쟁점이 되었으나 원심은 피고의 주장을 인정하였고, 1차 보험계약의 경우에는 원심은 당해 변호사에게 이 사건 등기 위임계약의 불이행에 관하여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므로 피고는 상법 제659조 제1항에 따라 면책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이나 직원인 사무장에 대한 선임 감독상 잘못이 인정되더라도, 변호사가 고의에 가까운 현저히 주의를 결여한 상태로 이 사건 등기 위임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하여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야기한 것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대법원은, 변호사는 등기사무장을 고용하면서 변호사 명의로 독자적으로 등기사건을 수임하여 처리할 권한을 부여하고 등기업무에 필요한 변호사의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 사본, 사업자등록증 사본, 변호사등록증 사본, 통장, 보안카드, 인증서 등을 주고, 사무장으로부터 그 대가로 매월 500만원씩을 받기로 약정한 사실, 이에 따라 변호사는 사무장이 자신의 명의로 등기사건을 수임하여 처리하는 것과 관련하여 아무런 확인을 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아니하였고, 등기비용이 입금되는 자신 명의의 은행계좌에 대하여도 전혀 통제하지 아니한 채 방치한 사실, 사무장은 등기 위임계약의 위임자들이 변호사의 계좌로 입금한 등기비용을 횡령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들의 등기 위임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된 사실, 사무장은 변호사가 아니면서 법률사무를 취급한 행위, 변호사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법률사무를 취급하는 자에게 자기의 명의를 이용하게 한 행위로 인하여 변호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 등을 알 수 있고, 변호사가 사무장으로부터 대가를 받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사무장에게 등기사무에 관하여 자신의 변호사 명의를 사용하게 하는 변호사법 위반의 범죄행위를 함으로써 무자격자인 사무장으로 하여금 등기사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그 등기비용에 대한 사무장의 횡령행위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하여 변호사가 이 사건 등기 위임계약의 이행을 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이 사건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그렇다면 변호사가 약간의 주의만을 기울였다면 손쉽게 사무장의 횡령행위를 예견하여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의도적으로 방치하는 과정에서 사무장의 횡령행위를 간과한 것이므로, 변호사는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현저히 주의를 결여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결국 이러한 상태를 원인으로 하여 이 사건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책임은 상법 제659조 제1항에 따라 면책되었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원심의 경우, 너무나도 넘치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증거가 부족하다고 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판사들에게 인정되는 ‘자유심증주의’는 너무 자유스러워서 문제이다. 입법기술상 적절한 한계를 법으로 규정해서 설정할 수 없는 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판사들은 조자룡이 헌 칼 쓰듯이 이것을 남용하고 있어 문제이다. 그래서 변호사들은 부득불 민사소송법과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경험칙 위반과 이에 따른 심리미진, 이유불비를 들어 상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하여 변호사가 사무장에게 인감도장 등 모든 관련 서류를 맡겨놓고 지휘 감독도 하지 않으면서 방치할 수 있는가. 그래서 변호사법 위반으로 처벌까지 받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제기하여 보험금을 청구한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돈을 횡령한 사무장은 실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한 자이고 변호사는 실세 사무장에게 고용되어 월급을 받으면서 단지 명의만 빌려준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 실세 사무장들은 소위 말하는 새끼 사무장들을 다수 고용하여 사건을 무작정 싹쓸이 한다. 말할 것도 없이 법조비리의 적나라한 한 행태라고 할 수 있다. 전관예우와 법조 브로커 문제는 법조계의 뿌리 깊은 최대의 비리로 지목되고 있다. 이 판결은 일부 변호사들의 비정상적인 업무수행 행태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내린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변호사 전문인 배상책임보험의 경우, 보험회사는 추가로 보험료를 지급하면 직원 횡령도 추가 특약 가입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이런 특약에 가입되어있었더라면 원고들은 승소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유중원 변호사 (서울회)
등기업무
명의대여료
변호사책임보험
입주자대표회의
상법 제659조 1항
현대해상화재보험
보따리사무장
유중원 변호사 (서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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