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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임대행위 후 유치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도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유치권자의 무단임대행위 후 유치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도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았으나. 이와 같이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그러나 민법 제324조 제3항의 해석상 유치권소멸청구권은 유치권자의 무단임대행위 등을 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 무단임대행위 등 당시 유치권자와 새로운 소유자 간에는 아무런 권리의무관계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새로운 소유자에게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판결이 타당한 것으로 사료된다. 1. 사안의 요지 A는 부산 부산진구 일대 주상복합 아파트 신축 분양 사업의 시행자이다. A는 2003. 3.경 B를 시공사로 선정하여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B는 피고를 포함한 18업체에 공정별로 하도급을 주었다. B는 2005. 10.경 기성고율 92.41% 상태에서 부도가 났다. 피고는 공사비를 직접 부담하며 2006. 7.경 공사를 모두 마쳤고 2006. 12.경부터 위 주상복합 아파트 제1305호(이하 “본건 부동산”)를 포함한 6세대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하였다. A는 2006. 2. 23.경 본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보존등기를 하였다. 이후 2010. 3. 12. C, 2013. 2. 23. D, 2013. 6. 28. F, 2018. 5. 21. 원고 순으로 본건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각 이루어졌다. 한편, 피고는 2007. 10. 4.부터 2012. 2. 3.까지 A, C의 동의 없이 G에게 본건 부동산을 무단 임대하였다가 2012. 2. 4.부터 다시 본건 부동산을 직접 점유하였다. 2. 본건의 쟁점 본건의 쟁점은 2018. 5. 21. 본건 소유권을 취득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2007. 10. 4.부터 2012. 2. 23.까지 이루어진 피고의 무단 임대행위를 이유로, 민법 제324조 제3항에 의한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3. 소송의 경과 가.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피고가 G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임차한 것은 2007. 10. 4.부터 2012. 2. 3.까지이므로, 2018. 5. 21.에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한 원고에게는 위 사유로 인한 유치권소멸청구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부산지방법원 2019나46459 판결, 선고일자는 생략하였음, 이하 같음). 나.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원심판결과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324조 제2항을 위반한 임대행위가 있고 난 뒤에 유치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도 유치권소멸청구를 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가. 민법 제324조 유치권자의 선관의무 유치권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유치물을 점유하여야 하고, 채무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을 보존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사용하거나 대여 또는 담보제공을 할 수 없다(민법 제324조 제1, 2항). 유치권자가 제324조 제2항을 위반하여 채무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을 사용, 대여, 담보제공 등을 한 경우 채무자는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324조 제3항). 나. 채무자에 유치물 소유자도 포함되는지 민법 제324조는 “채무자”라고만 규정하고 있어서, 유치물 소유자도 위 채무자에 포함되는지를 견해 대립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민법 제324조 제2, 3항은 통상 채무자와 소유자가 동일한 경우를 예상하여 규정된 것일 뿐이고, 채무자와 소유자가 다를 경우에는 오히려 사용, 수익, 처분 권한을 가지고 있는 소유자만이 사용 승낙을 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며 소유자도 민법 제324조의 채무자에 포함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0다94700 판결 참조). 다. 소유권 변동시 새로운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 유치권자가 종전 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유치물을 사용, 대여 등을 하였으나 그 이후에 소유권의 변동이 발생하면 새로운 소유자의 승낙을 다시 얻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는 확인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유치권자가 소유권변동 사실을 알 수 없어 새로운 소유자의 승낙을 받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거나, 유치권자가 소유권변동을 알게 된 후 곧바로 유치물의 사용 등을 중단하거나, 새로운 소유자의 유치권 소멸청구가 신의칙에 위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유치권자는 종전 소유자의 승낙을 기초로 새로운 소유자에 대항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며, 원칙적으로 새로운 소유자의 승낙을 다시 받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9나2006117 판결). 라. 유치권소멸청구권의 발생 시기 민법 제324조 제3항은 “유치권자가 전2항의 규정을 위반한 때에는 채무자는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문리해석하면, 유치권소멸청구권은 유치권자가 같은 조 제2항의 의무를 위반한 때 발생한다고 할 것이다. 마. 유치권소멸청구권의 제척기간 유치권소멸청구권은 채무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만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형성권(形成權)이다[민법 물권 제3권, 김용덕, 한국사법행정학회(2019. 5.) 제529쪽]. 다만 민법은 유치권소멸청구권의 제척기간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법률에 존속기간의 정함이 없는 민사상 형성권에 관하여 그 존속기간을 10년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88다카25342 판결, 대법원 90다카4409 판결 등 참조). 이에 민사상 유치권소멸청구권의 제척기간은 10년이라 할 것이다. 한편 상사유치권의 경우 민법상 유치권 규정이 준용될 것이므로(상법 제1조) 상사유치권에 대하여도 유치권소멸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은 상법상 형성권은 상법 제64조를 유추적용하여 제척기간을 5년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9다271661 판결). 상법상 유치권소멸청구권의 제척기간은 5년이라 할 것이다. 바. 대상판결에 대한 의견 1)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할 법률상 근거와 논리에 대한 의문점 대상판결에 관하여 여러 가지 의문점이 있다. 먼저 새로운 소유자에게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는 법률상 근거와 논리가 무엇인가이다. 대상판결은 민법 제324조가 유치물의 소유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새로운 소유자도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치물의 소유자를 보호한다는 것은 민법 제324조의 입법취지가 될 수 있을지라도 이것만으로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모르겠다. 위반행위 당시 유치권자는 새로운 소유자에게 의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률관계’란 법에 의하여 규율되는 사람과 사람 또는 사람과 물건 사이의 관계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법률관계의 핵심은 권리와 의무인데 원칙적으로 권리와 의무는 상응한다. 일반적으로 법률은 어떠한 의무를 부담하는 일방이 이를 위반하였을 시 그 의무의 수혜자인 상대방에게 해제권, 취소권, 손해배상청구권 등의 권리를 인정한다. 본 사안에서 유치권자인 피고는 무단임대행위를 할 당시 원고에게 어떠한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였고, 원고도 유치물에 대하여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었다. 앞서 인용한 ‘서울고등법원 2019나2006117 판결’은 소유자의 변경 시 유치권자로 하여금 새로운 소유자의 승낙을 얻도록 하였는데,이는 유치권자와 종전 소유자 사이에 성립되었던 권리의무관계가 새로운 소유자에게 승계되지 않고 소유권 취득시부터 유치권자가 새로운 소유자에 대해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위반행위 당시 피고가 원고와의 관계에서 의무위반을 하지 아니하였음에도 어떠한 법리에 의해 원고에게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2) 새로운 소유자의 유치권소멸청구권 취득방법과 이에 관련된 의문점 대상판결은 새로운 소유자가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원시취득하는 것인지 아니면 종전 소유자로부터 승계취득이라는 것인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판시하지 아니하였다. 대상판결의 정확한 입장을 알 수 없지만, 원시취득으로 본다면 아래와 같은 문제점이 있다. 앞서 기재한 바와 같이, 민법 제324조 제3항의 해석상 유치권소멸청구권은 “유치권자가 민법 제324조 제2항의 의무를 위반한 때” 발생한다. 그럼에도 새로운 소유자가 소유권을 취득한 때 유치권소멸청구권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원시취득)은 민법 제324조 제3항의 문언에도 반하는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유치권소멸청구권은 형성권으로서 제척기간은 유치권소멸청구권이 발생한 날로부터 10년(민사) 또는 5년(상사)이다. 원시취득으로 본다면, 새로운 소유자는 소유권을 취득한 날에 유치권소멸청구권이 발생하므로 소유권 취득시부터 10년 또는 5년 동안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소유자가 변경될 때마다 유치권소멸청구권의 제척기간이 계속 연장되므로 부당하다. 그런데 승계취득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포괄승계와 승계취득으로 나눠서 생각해보자. 포괄승계는 당사자 지위 승계를 위한 유치권자, 채무자(또는 종전 소유자), 새로운 소유자 3인의 합의가 없거나 상속, 합병,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 지위 승계 등과 같은 법률상 근거가 없으면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정승계로 유치권소멸청구권이 새로운 소유자에게 이전된다는 논리를 구성한다면, 먼저 형성권인 유치권소멸청구권이 특정승계 방식으로 양도가능한 지부터가 문제된다. 특정승계가 가능하다고 가정하더라도, 대상판결과 원심판결을 보면 무단임대행위 당시 소유자인 A, C가 양수인 D에게 유치권소멸청구권의 양도의사표시를 하였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 종전 소유자가 새로운 소유자에게 양도의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유치권소멸청구권이 승계된다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3) 사견 대상판결은 새로운 소유자에게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하였지만, 민법 제324조 입법취지만 근거로 들고 있을 뿐 이외 다른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하여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물론 대법원이 대상판결이 기재하지 아니한 다른 법률적 근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민법 제324조 제3항의 해석상 유치권소멸청구권은 유치권자의 무단임대행위 등을 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 무단임대행위 등 당시 유치권자와 새로운 소유자 간에는 아무런 권리의무관계가 없다는 점, 위에서 서술한 여러 가지 의문점 등을 고려하면, 새로운 소유자에게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판결이 타당한 것으로 사료된다. 배상현 변호사(OCI홀딩스 주식회사)
유치물
무단임대
유치권소멸청구
배상현 변호사(OCI홀딩스 주식회사)
2023-11-09
민사일반
임치물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사실관계] 평석을 위하여 필요한 한도에서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원고 회사는 A 자동차 회사와 사이에 배기가스 촉매제(‘촉매제’)를 제조·납품하는 계약을, 피고 회사도 A와 사이에 촉매제를 가공하여 촉매정화장치를 제조·납품하는 계약을 각 체결하였다. 2. 2012년경부터 2017년경까지 원고는 A와의 합의 아래 촉매제를 피고에게 직접 인도하였고, 피고는 그것을 사용하여 정화장치를 제조해서 A에 납품하였다. A는 원고가 인도한 촉매제의 수량이 아니라 A가 피고로부터 납품받은 정화장치에 들어간 촉매제의 수량에 따라 원고에게 촉매제 대금을 지급하였다. 3. 원심이 인정하고 대법원이 그대로 수긍한 바에 의하면, 원고가 인도한 촉매제 중 피고가 사용하지 않고 여전히 보관하고 있는 촉매제 1만9천여 개에 대하여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묵시적으로 임치계약이 성립하였다. [소송의 경과] 원고는 이 사건에서 위 남은 촉매제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중 일부에 대하여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을 항변하였다. 즉 “위 남은 촉매제에 대한 임치물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촉매제 인도시점부터 진행”하므로, 이 사건 소 제기로부터 소급하여 상사소멸시효기간인 5년보다 전에 인도받은 촉매제에 대한 임치물반환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원심은 그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치물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임치계약관계가 종료하여 수치인이 반환의무를 지게 되는 때, 즉 임치기한이 도래하거나 임치인이 해지권을 행사하여 그 반환청구권이 발생한 때부터 진행”하는데, “임치계약은 이 사건 소 제기 이후에 해지되었으므로, 임치물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판결 취지] “임치계약 해지에 따른 임치물의 반환청구는 임치계약 성립시부터 당연히 예정된 것이고, 임치계약에서 임치인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하고 임치물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치물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임치계약이 성립하여 임치물이 수치인에게 인도된 때부터 진행하는 것이고, 임치인이 임치계약을 해지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볼 수 없다.”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잔여 촉매제에 대한 임치계약의 성립시점이 언제인지, 이 사건 잔여 촉매제가 피고에게 인도된 날이 언제인지, 그로부터 소멸시효기간이 도과하였는지 등을 심리한 다음, 소멸시효 완성 여부에 관하여 판단했어야 했다. 원심판결에는 임치물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평석] 1. 대상판결의 취지에는 찬성할 수 없다. 임치계약 자체에 관한 법리를 보다 실제에 맞게 전개한다는 관점, 특히 유상 또는/및 기한부 임치계약의 보편화 등의 관점에서도 문제될 수 있을 것이지만, 여기서는 아래의 두 가지 점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대상판결은 형성권의 제척기간과 그 권리의 행사로 발생하는 청구권의 소멸시효에 대한 종전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뒤엎는 것으로서 그 타당성을 쉽사리 발견하기 어렵다(아래 2. 및 3.). 나아가 대상판결은 그 문언으로 보면 임치계약 외에도 당사자가 처음부터 계약을 해지할 권리를 가지고 그 권리가 행사되면 해지자가 원상회복청구권, 즉 계약상 급부의 반환청구권을 가지는 다른 계약유형들에 관하여도 그대로 발언력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그러한 귀결은 타당하지 아니하다(아래 4. 및 5.). 2. 해지권을 포함한 형성권 일반의 존속기간과 그 행사로 인한 원상회복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에 대하여 보기로 한다. (1) 해지권을 포함하여 이른바 형성권 그 자체에 대하여는 ―뒤의 3.에서 보는 대로 유류분반환청구에서와 같이 명문의 규정이 있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제척기간의 법제도에 의하여 그 존속기간의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인정되어 왔다. 그 이유는, 최근의 문헌에 의하면, “형성권은 상대방의 채무 이행 등 협력 없이도 당사자 일방의 의사표시만으로 목적하는 법률관계가 형성되므로 형성권의 행사에 의하여 권리행사기간이 중단된다는 것은 관념할 여지가 없다. 또한 너무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한다면 상대방과 제3자의 지위가 극히 불안해지므로 일정 기간 내에 이를 행사할 것이 요청된다. 이러한 특성상 형성권을 규율하는 데에는 대체로 제척기간이 어울”린다는 것이다(양창수 편집대표, 민법주해[IV], 제2판(2022), 358면(오영준 집필부분)). 그리하여 그 권리의 행사 없이 제척기간이 도과하면, 그 권리는 당사자의 원용이 없어도 당연히 소멸한다. 즉 취소, 해제·해지, 상계 등의 형성권은 권리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만에 의하여 직접 권리 변동이 일어나므로, 중단 등을 문제로 삼을 것도 없이 행사만 있으면 목적을 달하여 소멸한다. 한편 그 권리의 행사로 인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보다 일반적인 표현으로 하자면― 장래를 향한 원상회복청구권, 즉 당해 계약관계의 ‘청산’을 청구할 권리(민법 제550조, 제549조 제1항 참조. 이하 민법의 조항은 법명을 제시함이 없이 인용한다)에 대하여는 소멸시효의 제도가 적용된다. 그리고 그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당해 청구권이 발생한 때, 즉 일반적으로는 형성권이 그 권리자의 일방적 의사표시로 유효하게 행사된 때(이로써 형성권은 소멸하고 이제 당사자의 법률관계는 종국적으로 앞서 본 원상회복청구권으로 변화한다)로부터 기산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은 단지 “임치계약 해지에 따른 임치물반환청구는 임치계약 성립시부터 당연히 예정된 것” 운운하는 것 외에 별다른 이유 제시 없이 종전의 법리를 기초에서부터 뒤엎고 있다. (2)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해지권을 포함하여 형성권의 특성은 그것을 행사하는 의사표시에 의하여 직접 법률관계(이하에서는 계약관계에 논의를 한정하고자 한다)의 변동이 일어나고 이로써 그 권리 자체는 소멸한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권리자는 이를 행사하여 자신의 계약관계의 새로운 ‘형성’으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널 것인지 여부를 정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다는 것이 그 권리의 특징이다. 그러한 권리가 어떠한 기간만큼 존속하는가는 결국 어떠한 기간만큼 그러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그리하여 이는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 결정하여 이를 실행한 후에 발생하는 법률관계, 특히 그 일부로서의 계약정산청구권을 어떠한 기간 내에 행사하여야 하는가의 문제와는 별개라는 것이 통설의 이해이다. 이는 임치계약의 해지에서도 다를 바 없다. 임치인이 ‘언제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것(제699조, 제698조 단서)은 임치관계의 유지 여부에 관한 의사결정 가능성에 관한 문제이다. 이는 이를 해소하는 것으로 결정한 다음에 그로써 발생하는 임치물반환청구권을 어떠한 기간 내에 행사하여야 하는가와는 별개인 것이다. 대상판결은 양자를 구분하지 않고 해지권이 있다고 하여 바로 임치물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이 기산된다고 한다. 우선 해지권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논의되는 제척기간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그것은 돌연 소멸시효의 문제에 해소되어서 후자만이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더욱 결정적인 난점은 위와 같은 의사결정 가능성과 그 권리를 행사하는 방향으로의 결정 후의 계약관계 처리문제를 그 존속기간의 점에서 뒤섞고 있다는 데 있다. 3. 종전의 판례도 형성권의 제척기간과 그 행사로 인한 원상회복청구권에 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은 태도를 취하여 온 것으로 이해된다. 예를 들면, 대법원 1991. 2. 22. 선고 90다13420(대법원판례집 39권 1집, 172면)은 '징발재산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20조 소정의 환매권(“이 법에 의하여 매수한 징발재산의 매수대금으로 지급한 증권의 상환이 종료되기 전 또는 그 상환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당해 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가 군사상 필요 없게 된 때에는 피징발자 또는 그 상속인은 이를 우선매수할 수 있다”)에 대하여 “이는 형성권으로서 그 존속기간[위 법률상 일반적으로 10년]은 제척기간으로 보아야 한다”(다수의 대법원 판결을 인용한다. 꺾음괄호 안은 인용자가 가한 것이다)고 전제한 다음, “환매권의 행사로 발생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위 기간 제한과는 별도로 환매권을 행사한 때로부터 일반 채권과 같이 민법 제162조 제1항 소정의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진행되는 것이지 위 제척기간 내에 이를 행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한다. 또한 판례는 유류분반환청구권은 민법의 법문(제1117조 : “시효에 의하여 소멸한다”)에 좇아 소멸시효에 걸리는 것으로 보는 듯한데, 그 행사의 효과로 발생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등에 대하여 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1다55092 판결(법고을)은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 발생하는 목적물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등은 전자의 청구권과는 다른 권리이므로, 그 이전등기청구권 등에 대하여는 민법 제1117조 소정의 유류분반환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적용될 여지가 없고, 그 권리의 성질과 내용 등에 따라 별도로 소멸시효의 적용 여부와 기간 등을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리고 위 이전등기청구권이 제1117조에 정하는 1년의 기간 내에 행사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그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4. 그런데 앞서 본 대상판결의 판시는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수도 있다. 그 판결의 문언은, 이 사건에서 문제된 임치계약뿐만 아니라 계약의 성립 당시부터 원칙적으로 일방 또는 쌍방의 당사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다른 계약유형에서도 그 해지로 인하여 발생하는 원상회복청구권의 소멸시효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1) 그러한 계약유형의 대표적인 예로서는 기간의 약정이 없는 임대차계약을 들 수 있다. “임대차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 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제635조 제1항) 결국 그 경우에도 임대인의 목적물반환청구권은 “임대차계약 해지에 따른 임대차목적물반환청구는 임대차계약이 성립한 때로부터 당연히 예정된 것이고, 임대차계약에서 임대인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하고 목적물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임대인의 목적물반환청구권은 임대차계약이 성립하여 애초 목적물이 임차인에게 인도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할 것인가? 임대차계약관계가 ―이 사건에서와 같이 그 계약이 상행위에 해당한다면― 5년, 아니라도 민법상의 원칙적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을 이미 넘긴 경우에 이는 명백히 부당하지 아니한가? 여기서 주의할 것은, 대상판결이 임치관계의 존속기간 유무 등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고 그 법리를 일반적인 형태로 설시하고 있으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어떠한 경우가 그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는 말이 없다는 점이다. 또한 우리의 통설은 동산뿐만 아니라 부동산도 임치의 목적물이 될 수 있다고 하므로, 그 점에서는 임대차계약과 다를 바 없다. (2) 나아가 조합계약에서는 어떤가? 조합계약은 “존속기간을 정하지 아니하거나 조합원의 종신까지 존속할 것을 정한 때”에는 각 조합원은 원칙적으로 언제든지 탈퇴, 즉 자신과의 관계에서 계약의 효력을 장래를 향하여 소멸시킬 수 있다(제716조 제1항. 동항 단서는 그 경우의 예외를 “부득이한 사유 없이 조합에 불리한 시기에 탈퇴하지 못한다”라고 정한다). 그러므로 그러한 조합계약에서도 “계약의 해지에 따른 정산청구는 계약 성립시부터 당연히 예정된 것으로서, 각 조합원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하고 정산, 즉 조합재산의 지분의 계산(제719조 참조)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조합원의 정산청구권도 조합계약이 성립하고 이제 탈퇴하는 조합원이 애초 출자한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는가? 이 역시 조합계약관계가 5년 또는 10년 이상 유지된 경우에는 명백히 부당하지 아니한가? (3) 이러한 문제는 역시 무상임이 원칙으로 민법상 정하여진 위임계약에서도 제기될 수 있다. 위임계약은 일반적으로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제689조 제1항) 그러므로 이 경우에도 해지에 의하여 계약상 급부의 반환청구권이 발생한다. 그리하여 만일 위임인이 수임인에게 위임사무의 처리에 필요한 서류 기타 물품을 제공한 경우라면, 그것이 해지 당시 수임인에게 남아 있는 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임인에게 반환되어야 할 것이다. 위임인의 그 반환청구권도 대상판결의 판시가 요구하는 대로 역시 위임계약이 체결되고 물품이 인도된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할 것인가? 위임계약이 그때로부터 기산하여 5년 또는 10년 이상 존속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어서, 그 기간의 경과로 위 반환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는가? 이와 같은 의문은 고용계약에 관하여도 제기될 수 있는데, 거기에서는 다른 측면의 난점도 있다. 고용기간의 정함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데, 해지의 의사표시가 있으면 그 의사표시가 도달한 때로부터 1개월의 경과로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제659조 제1항, 제2항). 고용계약이 해지되고 1개월이 경과하여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면, 사용자는 노무자에 대하여 그가 제공 또는 인도받은 공간이나 도구 등의 반환을 계약상 급부의 원상회복으로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고용기간의 정함이 없는 고용계약(아마도 보다 통상적이리라)에서 사용자가 가지는 그러한 계약상 급부의 원상회복청구권은 언제부터 기산된다고 할 것인가? 대상판결의 취지대로 계약이 체결되고 계약상 급부로서 공간이나 도구 등이 인도된 때로부터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는 시기로 법이 정하는 그 1개월은 이 문제와 관련하여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 그리하여 해지의 의사표시가 있었던 때로부터가 아니라 위 급부가 있고 1개월이 경과한 때로부터 소멸시효는 기산된다고 할 것인가? 5. 앞의 4.에서 본 계약유형들에서 계약 성립의 당초부터 그 일방 또는 쌍방에 해지권을 부여하는 규정은 일반적으로 임의규정의 성질을 가진다. 그러므로 그 외의 계약유형들에서도 당사자들은 그 일방 또는 쌍방에게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약정을 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민법 제543조 제1항은 법률의 규정 외에도 계약에 의하여 해제 또는 해지의 권리, 즉 약정해제권과 약정해지권이 발생할 수 있음을 정면에서 정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가장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경우, 즉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에게 약정해제권이 부여된 경우를 전제로 하여 논의하여 보자. 이러한 경우에 있어서도 ―대상판결의 문언을 그대로 빌리자면― “매매계약 해제에 따른 매매목적물의 반환청구는 매매계약 성립시부터 당연히 예정된 것이고, 매도인은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하고 목적물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 것”임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 경우에도 매매계약의 해제에 따른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은 매매계약이 성립하고 목적물이 매수인에게 인도된 때로부터 기산된다고 할 것인가? 만일 해제권의 발생이 일정한 요건에 걸려 있는 것으로 약정된 경우(아마도 이것이 보다 통상적이라고 하여야 할는지도 모른다)라고 하더라도, 그 요건이 충족되어 해제권이 발생한 때로부터는 매도인은 역시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하고 목적물의 반환을 구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상판결의 취지에 의하면 이번에는 ―계약상 급부가 전부 또는 일부 행하여진 것을 전제로 한다면― 해제권이 발생한 때로부터 해제로 인한 급부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이 기산된다고 하는 말이 된다. 과연 그렇게 보아야 할까? 6. 결론적으로 종합하면, 이상의 여러 계약유형의 경우에 역시 임대인, 조합원, 위임인 및 노무자 등은 계약 성립 후(또는 그로부터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해지로 인한 원상회복청구권은 계약 해지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 발생한다. 또한 약정해제권 또는 약정해지권이 부여된 경우에는 그 권리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음은 물론이지만, 그 권리를 행사하여 해제 등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 비로소 원상회복청구권이 발생한다. 이와 같이 새로 발생한 원상회복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원칙으로 돌아가 응당 그 발생시부터 기산된다고 할 것이다. 임치의 경우라고 해서 달리 볼 이유는 쉽사리 찾을 수 없다. 양창수 석좌교수(한양대 로스쿨·전 대법관)
임치물반환청구권
소멸시효
임치계약
양창수 석좌교수(한양대 로스쿨·전 대법관)
2022-10-27
기업법무
민사일반
상사일반
주식회사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과 제3자 보호
[판결요지] 주식회사의 정관이나 이사회결의 등으로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정함으로서 대표이사의 대표권 행사를 제한한 사항을 대표이사가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집행하였다면 대내적으로는 무효이지만, 그 대표이사와 거래한 상대방은 선의이고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상법 제209조 제2항에 의하여 보호된다. [판례평석] 1. 사건의 개요 원고 주식회사 우진기전이 2012년 4월 소외회사에 금 30억원을 대여하였다. 대여 조건은 6개월 내에 원금 30억원에 배당금 30억원을 더한 60억원을 4회에 걸쳐 변제받기로 하는 것이다. 만일 변제기에 소외회사가 변제하지 못하면 소외회사의 사업권을 원고회사에 양도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피고 대우산업개발주식회사 대표이사가 원고회사에게 위 소비대차계약에 계약 당일 소외회사가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면 대신 변제한다는 확인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피고회사 이사회규정에는 피고회사가 '다액의 자금도입 및 보증행위'를 함에는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당시 피고회사 대표이사는 위 확인서를 작성하여 주는데 대하여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였다. 소외회사가 변제기에 대여금을 변제하지 아니하였다. 그러자 원고회사가 위 확인서에 기하여 피고회사를 상대로 보증채무의 이행을 청구하였다. 원심 판결(서울고법 2015. 7. 10. 선고 2014나10801 판결)이 원고는 피고회사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없다는 이유(선의 무중과실의 제3자라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이에 피고가 상고하였다. 상고이유로 피고가 이 밖에도 여러 가지를 내세웠으나 이 평석에서 다룰 쟁점은 이 한 가지이다. 제3자인 원고회사에 선의에 더하여 무과실임을 요하는지 여부이다. 원고회사가 피고회사 대표자로부터 위 확인서를 받을 때에 이 보증행위는 이사회의 결의사항임에도 불구하고 피고회사 대표이사가 이를 거치지 아니하였음을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으므로 원고회사의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는 것이 피고회사의 상고이유이다. 2.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 가) 법정 주주총회 결의사항 상법상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의 양도, 영업 전부의 임대, 회사의 영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계약의 체결 등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사항으로 규정되어 있다(상법 제374조 제1항). 이런 사항을 대표이사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고 대표이사 등이 집행하였으면 그 집행은 회사 내에서는 물론 회사 외에서도 당연 무효이다. 제3자가 선의라도 보호받지 못한다(대법원 2012. 4. 12. 선고 2011다106143 판결, 김건식·노혁준·천경훈 회사법 제5판 박영사, 2021. 3. 398면). 나) 법정 이사회 결의사항 상법상 회사의 중요자산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자산의 차입 등은 이사회의 결의를 요한다(상법 제393조 제1항,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다55808 판결, 동 2019. 8. 14. 선고 2019다204463 판결). 이런 사항을 대표이사가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집행하였으면 회사 내에서는 위 가)와 마찬가지로 무효이다. 하지만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는 회사가 대항하지 못한다(상법 제389조 제3항, 제209조 제2항). 회사의 내부적 제한을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대법원 1997. 8. 29. 선고 97다18059 판결). 다) 정관이나 이사회결의에 의한 제한 회사는 위 1, 2에 정한 사항에 더하여 중요사항에 관하여 정관에 정하거나 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대표이사의 대표권 행사에 제한을 가할 수 있다(주식회사법대계 Ⅱ 제3판,한국상사법학회 편, 법문사, 2019. 507면, 김건식 등 전게 회사법 제5판 398면).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결정권은 이사회에 귀속되어 있고, 이사회가 대표이사의 선임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대표이사의 권한을 일부 제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사항을 대표이사가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집행하였으면 회사 내에서는 위 나)와 마찬가지로 무효이지만, 그 무효임을 여전히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는 회사가 대항하지 못한다. 3. 선의의 제3자 보호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은 회사의 내부적 절차이다. 거래의 상대방인 제3자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표이사가 내부적 절차를 거쳐 거래하는 것으로 신뢰하기 마련이다. 회사 내부에서 발생할 위험을 상대방인 제3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점에는 위 2. 대표권 제한 중 나)와 다)의 경우를 나누어 달리 정할 것도 아니다. 이 평석의 대상판결인 전원합의체판결 이전까지 대법원은 거래의 상대방에 대하여 선의와 아울러 무과실임을 요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었다(대법원 1978. 6. 27. 선고 78다389 판결, 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4다206563 판결 등). 그러다가 이 전원합의체판결로 선의와 아울러 무과실임을 요하던 이제까지의 견해를 선의와 아울러 무중과실임을 요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경과실의 제3자는 보호받게 되는 것으로 거래의 안전 보호에 힘을 실은 것이다. 그러면서 이 사안의 원고는 선의이고 무중과실의 제3자라고 인정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 판결을 유지하는 것으로 이 사건을 마무리하였다. 이사는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회사와 거래(이를 '자기거래'라 칭함)할 수 있다(상법 제398조). 이사가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아니하고 자기거래를 한 경우 내부적으로는 당연히 무효이다. 하지만 회사는 그 무효를 선의이며 무중과실의 제3자에게는 대항하지 못한다(대법원2004. 3. 25. 선고 2003다64688 판결,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다73530 판결, 전게 주식회사법대계 Ⅱ 제3판 736면). 대법원이 이사의 자기거래에 대하여 일찍부터 이런 견해를 취하였다.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의 경우에도 이번 전원합의체판결로 궤를 같이하게 되었다. 두 경우에 달리하여야 할 이유가 없다.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는 규정인 상법 제209조 제2항은 합명회사의 대표사원에 관한 규정이다. 이 규정이 상법 제389조 제3항에 의하여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에게 준용되고 있다. 합명회사의 대표사원이 내부적 제한을 위반한 거래를 한 경우에 대하여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함에 있어서. 선의 무과실을 요하는지 아니면 선의 무중과실을 요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례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를 다룬 문헌도 별로 눈에 뜨이지 않는다. 합명회사의 대표사원과 거래하는 상대방의 대표사원에 대한 신뢰에 비하여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와 거래하는 상대방의 대표이사에 대한 신뢰가 훨씬 높다. 합명회사의 대표사원과 거래한 상대방에 대하여 선의 무과실 또는 선의 무중과실을 요하는 여부에 무관하게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와 거래한 상대방은 선의 무중과실이면 보호하여야 한다. 대상판결의 판결요지에 찬성의 뜻을 표한다. 4. 반대의견과 보충의견 이 전원합의체판결은 대법관 13인 중 9인 찬성으로 이루어졌다. 대법관 4인이 반대의견을 표하였다. 그리고 찬성의견을 낸 대법관 1인이 보충의견을 내었다. 반대의견은 우선 다수의견에 대하여 거래의 안전 보호만을 위하여 회사법의 다른 보호가치를 도외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어 강학적인 의미에서 '무과실'을 '무중과실'이라는 용어로 대체하는 것 외에 재판실무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한다. 이 사건에 대하여는 원고회사가 피고회사의 대표이사로부터 확인서를 받을 당시 피고회사 내부의 필요절차를 거친 여부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를 다시 판단하도록 원판결을 파기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다수의견은 거래의 안전과 다른 보호가치 사이에 조화를 도모한 것이다. 다수의견이 선의 무중과실을 요하는 것으로 변경하여 제3자 보호의 길이 한층 넓어졌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을 다시 판단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보충의견은 반대의견에 대한 비판이다. 이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회사와 제3자 사이에 거래가 이루어진 경우에 거래행위가 무효로 될 위험을 가장 적은 비용으로 회피할 수 있는 자는 회사이다. 그러한 위험은 회사가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사회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위험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김교창 변호사(법무법인 정률)
무과실
중대한과실
회사
상법제393조
선의
이사회
대표이사
김교창 변호사(법무법인 정률)
2021-06-14
민사일반
준거법의 범위와 준거법의 합의가 주요사실인지 여부
- 대상판결: 대법원 2016.3.24. 선고 2013다81514 판결 - I. 대상판결의 요지 당사자자치의 원칙에 비추어 계약 당사자는 어느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거나 그중 특정 조항이 당해 계약에 적용된다는 합의를 할 수 있고 그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소송절차에서 비로소 당해 사건에 적용할 규범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가 일치하는 의견을 진술하였다고 해서 이를 준거법 등에 관한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II. 국제협약이 준거법의 합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 1. 쟁점 대상판결에서는 계약의 당사자가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는 합의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서는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특정 국가의 법’에 한정되는지 아니면 상인법(lex mercatoria 또는 law merchant)과 같은 국제적 관습, UNIDROIT 국제상사계약규칙(UNIDROIT Principles of International Commercial Contracts 1980)과 같은 법원칙 또는 국제물품매매협약(UN Convention on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과 같은 국제협약 등 비국가적 규범도 포함되는지 문제된다. 2. 논의의 실효성 비국가적 규범이 준거법으로서 지정될 수 있다면 이는 ‘저촉법적 지정’이 되지만, 만일 준거법으로서 지정될 수 없다면 당사자의 합의는 그러한 비국적 규범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실질법적 지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저촉법적 지정은 준거법의 지정이므로 법정지의 단순한 강행규정의 적용은 배제되고 국제적 강행규정만이 적용된다. 그러나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규범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것에 불과하므로 법정지의 단순한 강행규정의 경우에도 적용이 배제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저촉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계약이 체결된 후에 법이 개정되었다면 개정된 법이 적용되지만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개정되기 전의 법이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된 것으로 봐야 하므로 그 적용이 배제된다. 또한 저촉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법원이 규범의 내용을 직권으로 조사해야 하지만,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편입된 법규가 계약의 내용이 되므로 당사자가 편입된 법규의 내용에 대하여 주장하고 증명할 책임을 부담한다. 3.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준거법은 특정국가의 법에 한정된다고 본다. 국제사법의 전반에서 언급하고 있는 ‘법’의 전통적 그리고 사회적 의미는 특정국가의 법이고, 제5조에서 ‘법원은 이 법에 의하여 지정된 외국법’이라고 규정하고 제7조나 제33조 등에서 ‘대한민국법’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를 종합하여 보면 준거법은 외국법이거나 대한민국법으로서 특정국가의 법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준거법의 분열의 한계와 관련하여서 문제가 발생한다. ‘준거법의 분열’이란 하나의 법률관계의 실체적 내용에 대하여 여러 국가의 법이 적용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국제사법 제25조 제2항에서는 “당사자는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도 준거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준거법의 분열을 허용하고 있다. 대법원 2016.6.23. 선고 2015다5194 판결에서는 당사자가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만 준거법을 선택한 경우, 선택된 준거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영역에 대하여는 국제사법의 규정에 따라 지정된 소위 객관적 준거법이 적용된다고 보고 있으므로, 비국가적 규범만을 준거법으로 지정하고 있거나 비국가적 규범과 특정국가의 법을 모두 지정하는 경우 모두 준거법의 분열이 발생한다. 그러나 준거법의 분열이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법의 내용에 차이가 있고, 한 국가의 국내법은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하나의 사안에 대하여 여러 국가의 법이 동시에 적용되면 적용되는 법률 사이에 모순이 발생하거나, 생소한 다른 국가의 제도를 국내의 제도에 맞춰야 하는 복잡한 적응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지정된 복수의 준거법이 적용되는 부분이 다른 부분과 분리가능하여 상호 모순저촉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한계 내에서만 준거법의 분열이 허용된다. 그런데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위와 같은 한계를 완전히 무시하고서 준거법의 분열을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부당하다. 대상판결에서 국제협약이 준거법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보건대, 위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깊은 고려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하는 저촉법적 지정은 할 수 없다고 본다. 참고로 우리의 국제사법의 바탕이 된 유럽공동체(EC)의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협약’(‘로마협약’) 에서는 당사자가 준거법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특정 국가의 법이라고 해석되어 왔다. 그런데 위 로마협약을 개정한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규칙’을 제정되는 과정에서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준거법은 특정 국가의 법으로부터만 도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아니하였다. III. 준거법의 합의가 주요사실인지 여부 1. 쟁점 대상판결에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주요사실에 대하여만 변론주의가 적용되어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는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여 그러한 사실이 주요사실이란 점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대상판결과 같이 준거법의 합의를 주요사실로 본다면 당사자가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주장 및 증명해야 비로소 법원이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을 뿐이고, 당사자의 주장이 없는 한 법원이 직권으로 준거법의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 2.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1) 주요사실의 의미에 따른 비판 주요사실이라 함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실체법상의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말한다(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다카1489 전원합의체 판결). 즉 권리와 의무의 발생, 변경, 소멸이라는 실체법적 효력을 가져오는 요건사실이 주요사실에 해당한다. 국제사법을 소송법으로 분류하는 견해도 있지만 ‘절차법-실체법’과 ‘저촉법-실질법’이 대비되고 있는 바와 같이, 저촉법인 국제사법은 ‘법선택을 위한 법’으로서 절차법과 실체법의 구분과 그 영역을 달리한다(석광현, ‘국제사법 해설’, 법문사, 2013, 4쪽). 그런데 국제사법을 소송법으로 보던지 저촉법으로 보던지 상관없이 국제사법이 실체법이 아니란 점은 명백하므로 국제사법 제25조에 따른 준거법의 지정의 합의를 주요사실로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2) 적용될 법률의 발견은 법원의 전권사항 국제사법은 법선택을 위한 법으로서 국제적 분쟁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으로서는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이를 당연히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사법에 따르면 계약에 적용되는 준거법은, 1차적으로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지정한 국가의 법이 되고(제25조 제1항), 이러한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2차적으로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이 된다(제26조). 따라서 법원은 직권으로 계약의 1차적 준거법인 당사자의 합의의 존재를 조사해야 한다. 게다가 대상판결에서도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적용할 법률의 발견은 법원의 전권사항이고,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는 적용할 법률을 결정하는 합의이므로, 법원은 준거법의 합의의 존재를 조사하는데 있어서 당사자의 주장에 구속받지 아니한다. 덧붙여 대상판결은 당사자가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는 계약의 내용이 되고 계약의 내용은 주요사실이라는 이유로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를 주요사실로서 자백의 대상으로 본 듯하다. 그러나 당사자의 합의라고 하더라도 모두 주요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법원 판례에서는 소송상 합의인 부제소의 합의를 채권계약으로 보고 있으면서도(대법원 2004. 12. 23. 선고 2002다73821 판결), 이러한 부제소의 합의가 소송법적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이를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따라서 당사자의 합의라는 이유만으로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까지 주요사실로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IV. 결론 이상으로 대상판결과 달리, 사견에 따르면 국제협약을 포함한 비국가적 규범은 준거법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의 존재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서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한편 대상판결 중 문제된 판시내용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이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른 아쉬움이 있다. 적지 않은 국제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좀 더 많은 국제사법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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