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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국가에 대한 민사재판권의 면제
I. 사실 및 쟁점 피고는 몽골 공화국이다. 피고는 1998년경 서울 용산구에 있는 토지 1필지와 지상 건물을 매수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그 무렵부터 줄곧 주한몽골대사관으로 사용해 왔다. 원고는 2015년경 이후 피고 건물이 원고 소유 토지 중 약 11㎡를 침범한 상태로 건축되어 있고 원고 소유 토지 중 약 19.9㎡가 피고 건물의 창고 부지 등 부속토지로 사용되어 왔다는 사실을 이유로 피고에 대해 피고 건물 중 원고 소유 토지 침범 부분의 철거 및 해당 토지부분의 인도 및 해당 토지 부분에 관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했다. 법원은 원고의 외국공관에 대한 이 사건 청구에 대해 민사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II. 대법원판결이유의 요지 [1] 국제관습법에 의하면 국가의 주권적 행위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영토 내에서 행해진 외국의 사법적(私法的) 행위에 대해서는 그것이 주권적 활동에 속하는 것이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이에 대한 재판권의 행사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해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 [2] 외교공관은 한 국가가 자국을 대표해 외교 활동을 하고 자국민을 보호하며 영사 사무 등을 처리하기 위해 다른 국가에 설치한 기관이므로, 외국이 부동산을 공관지역으로 점유하는 것은 그 성질과 목적에 비추어 주권적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고, 국제법상 외국의 공관지역은 원칙적으로 불가침이며 접수국은 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외국이 부동산을 공관지역으로 점유하는 것과 관련해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해 제기된 소송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그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재판권 행사가 제한되고, 이때 그 소송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는 원고가 주장하는 청구 권원과 내용, 그에 근거한 승소판결의 효력, 그 청구나 판결과 외교공관 또는 공관직무의 관련성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3] 피고가 토지의 경계를 침범해 인접한 원고 소유 토지 일부를 피고의 주한대사관 건물의 부지 또는 그 부속토지로 사용하고 있는 피고 건물의 일부 철거 및 이 사건 계쟁토지의 인도 청구 부분에 대한 원심의 주권면제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으나, 외국의 공관지역 점유로 부동산에 관한 사적 권리나 이익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해당 국가를 상대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판결절차는 그 자체로 외국의 공관지역 점유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고, 그 청구나 그에 근거한 판결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러한 금전지급을 청구하는 판결절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주권면제를 인정할 수 없다. III. 논점의 제기 1. 재판권과 주권면제의 개념 (1) 재판권은 재판에 의해 법적 쟁송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국가권력 또는 법질서 실현을 위한 국가의 권능으로서 사법권이라고도 한다. 재판권은 그 대상에 따라 민사, 형사 및 헌법재판권 등으로 분류할 수 있는바 여기에서는 민사재판권을 대상으로 하므로 이를 판결절차상의 것과 민사집행절차상의 것으로 구별한다. (2) 대전판 1998.12.17. 97다39216은 “국제관습법에 의하면 국가의 주권적 행위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이 원칙이라할 것이나, ... 외국의 사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당해 국가를 피고로 해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해 주권(적 행위) 면제는 재판권 면제라고 선언함으로써 재판권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전제, 즉 주권면제를 인정하기 위한 전제로서 법정지국인 우리나라에 당해 사건에서 국제재판관할권을 요구하지 않는다. 2. 주권면제론의 범위 (1) 절대적 주권면제론과 제한적 주권면제론 국가는 일반적으로 자국의 영토에 관한 한 배타적 재판권을 가지므로 다른 국가의 재판권에 복종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인정된다. 이를 절대적 주권면제론( absolute theory of sovereign immunity)라고 한다. 그 근거는 주권평등 및 독립의 원칙에 있다. 그러나 19세기 이래 국가도 국제적 상업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부터 절대적 주권면제론을 고수하다보면 외국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법정지(法定地)국의 법원에 제소해 이를 해결할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의 행위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주권적 행위와 비주권적 행위로 구분하고 뒤의 행위에 대해서는 주권면제를 부인함으로써 제소와 응소의 길을 터놓았다. 이를 제한적 주권면제론(restrictive theory of sovereign immunity)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위 대전판 97다39216호에 의해 종전의 절대적 주권면제론을 취했던 대결 1975.5.23. 74마281을 변경함으로써 이제는 주권면제에 관해서는 제한적 주권면제의 입장에 있다. (2) 제한적 주권면제의 범위(절대적 주권면제와의 구별) (가) 의의 제한적 주권면제론에서는 주권면제가 인정되는 행위를 ‘acta jure imperti’라고 해 ‘주권적 행위’ ‘고권적 행위’ 또는 ‘권력행위’라고 번역하고, 주권면제가 인정되지 않는 상업적 활동 기타 행위를 ‘acta jure gestonis’라고 해 ‘비주권적 행위’ ‘비고권적 행위’‘사법적 행위’라고 번역한다. (나) 주권적 행위와 사법적 행위의 구별에 관한 학설 (a) 행위 성질 기준설(객관적 기준설) 외국의 활동이나 목적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외국이 행한 행위 또는 그로부터 발생하는 법률관계의 성질을 기준으로 해 국가가 개인처럼 사법적 행위를 한 것인지 아니면 주권을 행사한 것인지에 따라 구별한다는 견해이다 정동윤외2 122면. 김홍엽, 37면. 이 견해는 주관적 목적을 배제한다는 점에서 객관적 기준설이라고도 한다. (b) 목적기준설(주관적 기준설) 외국이 주권자로서 국방, 재해구제, 외교 등과 관련된 행위 등 공적인 목적을 가지고 활동이나 거래를 한 경우에 주권적 행위로 보고, 해운업의 경영과 같이 개인으로 행동한 경우 이를 사법적 행위로 본다는 견해이다. 이 견해는 목적이나 동기의 주관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주관적 기준설이라고도 한다. 3. 판결절차상의 주권면제에 관한 판례 (a) 절대적 주권면제론에서는 국가의 주권면제 대상이 되는 행위를 따로 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제한적 주권면제론에서는 주권면제의 대상을 정할 필요가 있다. 행위의 성질기준설에 의한다면 국가가 상업적 활동 기타 일정한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주권면제가 인정되지 않는데 이를 비주권적 행위 또는 사법적 행위로 보고, 주권면제가 인정되는 행위를 주권적 행위라고 한다. (b) 그런데 대전판 97다39216은, 외국국가의 행위가 성질상 사법적 행위라고 하더라도 바로 주권면제를 인정하지 않고, 그 행위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비로소 주권면제가 된다고 해 앞의 학설들과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c) 이러한 판례의 기준에 따라 대상판결은, 외교공관은 한 국가가 자국을 대표해 외교 활동을 하고 자국민을 보호하며, 영사 사무 등을 처리하기 위해 다른 국가에 설치한 기관이므로, 외국이 부동산을 공관지역으로 점유하는 것은 그 성질과 목적에 비추어 주권적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고, 국제법상 외국의 공관지역은 원칙적으로 불가침이며 접수국은 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따라서 외국이 부동산을 공관지역으로 점유하는 것과 관련해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해 제기된 소송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그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재판권 행사가 제한되고, 이때 그 소송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는 원고가 주장하는 청구 권원과 내용, 그에 근거한 승소판결의 효력, 그 청구나 판결과 외교공관 또는 공관직무의 관련성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하면서, 피고가 토지의 경계를 침범해 인접한 원고 소유 토지 일부를 피고의 주한대사관 건물의 부지 또는 그 부속토지로 사용하고 있는 피고 건물의 일부 철거 및 이 사건 계쟁토지의 인도 청구 부분에 대한 원심의 주권면제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으나, 외국의 공관지역 점유로 부동산에 관한 사적 권리나 이익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해당 국가를 상대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판결절차는 그 자체로 외국의 공관지역 점유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고, 그 청구나 그에 근거한 판결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러한 금전지급을 청구하는 판결절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주권면제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d) 따라서 우리 판례의 입장은 주권면제여부에 관해서는 행위성질설에 의하기 보다는 그 행위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비로소 주권면제가 된다고 하는 입장이라고 할 것이다. 4. 강제집행절차상의 주권면제에 관한 판례 관련해 강제집행절차상의 주권면제에 관한 판례를 검토한다. (a) 대판 2011.12.13. 2009다16766에 의하면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민집 제223조 및 제232조)은 제3채무자에 대한 집행권원이 아니라 집행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집행권원만으로 발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3채무자를 외국국가로 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의 재판권 행사는 외국을 피고로 하는 판결절차의 재판권행사보다 더 신중하게 행사할 것이 요구되므로, 제3채무자가 되는 외국이 강제집행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명시적인 동의를 했거나 재판권면제주장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 한정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판결에 대해서는, 만일 채무자가 해당 외국국가에 대해서 소를 제기한 경우 이것이 주권면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채무자의 소제기는 적법했을 것인데도 여기서는 주권면제여부를 따지지 않고 강제집행을 불허하는 것은 문제라는 시각이 있다 석광현, 국제민사소송법(2012, 박영사) 56면.. 또한 압류 · 추심명령은 외국국가에 대한 집행이 아니라 채무자를 집행채무자로 삼은 집행이고, 압류추심명령은 제3채무자에게 물리적인 강제조치를 행사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권면제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있다 전원렬, 102면참조. (b) 생각건대 원고가 외국국가를 피고로 해 소송을 제기한 결과 승소판결이 확정되면 외국국가에 대한 재판권이 면제되지 않는 범위에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강제집행은 외국국가의 주권과 권위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예상되므로 당연히 외교적 측면에서 신중한 배려가 요청된다. 그래서 외국국가가 재판권 면제를 포기한 경우에도 강제집행을 하는 데는 재판권면제와 별개의 명시적인 포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국제관습법이다. 따라서 판례의 입장은 외국국가에 대한 강제집행에 관한 한 판결절차와 달리 재판권면제와 별개의 명시적인 포기가 없는 한 물리적인 강제조치의 유무나 민사판결절차에서 요구되는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따지지 말고 주권면제를 인정하라는 입장일 것이다. 강현중 변호사 (법무법인 에이펙스·전 사법정책연구원장)
외교공관
민사재판권
주권면제
강현중 변호사 (법무법인 에이펙스·전 사법정책연구원장)
2023-10-15
민사소송·집행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관한 소송관계
1. 사안의 개요와 소송의 경과 A는 X토지에서 관광지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피고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는 X토지 지상에 Y건물을 설치하였다. A는 원고에게 X토지를 양도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고,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Y건물의 철거 및 X토지의 인도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 소송계속 중 원고는 원고 승계참가인 B에게 X토지를 양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후 소송탈퇴하였고, B는 승계참가를 신청한 후 다시 X토지를 원고 재승계참가인 C에게 양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C는 승계참가를 신청하였고, B는 C의 권리승계 여부를 다투지 않으면서도 소송탈퇴, 소 취하 등을 하지 않았다. 제1심 법원은 C의 청구에 대하여 인용하면서 B의 청구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한편, 항소심 법원은 C의 청구 부분에 대하여는 제1심 법원의 판단을 유지하였고, B의 항소는 항소장에 항소취지를 밝히지 않아 부적법한 방식으로 제기된 것이고 제1심 판결이 B의 청구에 대하여 판단하지 않아 불복의 대상이 되는 재판이 없이 항소가 제기된 것이므로 부적법하다고 하면서 B의 항소를 각하하였다. 2. 연구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소송이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동안에 제3자가 소송목적인 권리의 전부나 일부를 승계하였다고 주장하며 민사소송법 제81조(이하 민사소송법의 조항을 인용할 때는 조항만을 표시함)에 따라 소송에 참가한 경우, 피승계인이 승계참가인의 승계 여부에 대하여 다투지 않으면서도 소송탈퇴, 소 취하 등을 하지 않거나 이에 대하여 피고가 부동의하여 피승계인이 소송에 남아 있다면 승계로 인해 중첩된 피승계인과 승계참가인의 청구 사이에는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제67조가 적용된다는 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2다46170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을 근거로 하여, B의 항소를 각하한 원심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하면서 이 부분에 관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제437조에 따라 자판하여 B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3. 문제의 제기 연구대상판결(이하 “대상판결”)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지 않았더라도 B의 청구에 대한 판단과 C의 청구에 대한 판단이 내용상 모순·저촉되는 결과가 발생할 여지는 없었다. 대상판결의 사안과는 달리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의 사안에서는 피승계인의 청구에 대한 제1심 판결과 승계참가인의 청구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서로 내용상 모순·저촉되는 상황이었다. 대상판결과 같이 판결이 모순·저촉되지 않은 상황을 포함한 모든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의 법리를 일반화하여 적용할 수 있는지,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의 법리를 일반화하는 것이 어떠한 근거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 논의한다. 4.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 이전의 대법원 판례 2019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의 대법원 1965. 3. 16. 선고 64다1691, 1692 판결은 참가승계를 독립적인 소송승계참가로 보지 않고 독립당사자참가와 동일하다고 보았다가, 대법원 1969. 12. 9. 선고 69다1578 판결 이후 대법원은 참가승계는 독립당사자참가와는 소송구조상 차이가 있다고 하면서 피승계인의 청구와 승계참가인의 청구를 통상의 공동소송으로 보았다. 5. 학설 2019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된 이후 현재 시점에서 이 쟁점에 관하여 대립되는 견해는 다음과 같다. 피승계인이 승계의 효력을 다투어 피승계인이 권리자이냐 승계참가인이 권리자이냐의 양립되지 않는 권리자의 문제가 쟁점이 되면 권리자 합일확정이 요구되는 독립당사자참가소송의 형태가 되므로 제79조를 적용하여야 하고 피승계인이 승계의 효력을 다투지 않는 경우에는 피승계인과 승계참가인 간에는 통상의 공동소송이 된다는 견해, 2002년 민사소송법 개정 이후 독립당사자참가에서 편면참가가 가능하고 예비적 공동소송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피승계인이 권리승계여부를 다투지 않는 승계참가인과 피승계인의 관계를 통상의 공동소송으로 볼 필요가 없게 되었으므로 계쟁목적물의 양수인은 양도인과 관계없이 독립당사자참가소송의 편면참가에 의하여 피고에게 계쟁목적물에 관한 권리를 청구할 수 있게 되어 제79조 제2항이나 제70조 제1항에 의하여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특별규정인 제67조가 준용되고 참가승계는 예비적 공동소송이나 독립당사자참가 중 한 가지 형태라는 견해, 피승계인이 승계의 효력을 다투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원고, 피고, 승계참가인 사이에 삼면소송관계가 성립되어 제67조가 준용되므로 이들 사이의 소송관계는 합일확정이 요구되는 필수적 공동소송이 된다는 견해, 제81조를 소송승계론에 입각하여 설명하는 기존의 전통적인 견해에 대하여 비판하면서 제81조는 독립당사자참가가 소송물의 양도를 이유로 하는 경우에 소 제기로 인한 시효중단 등의 효력발생시기에 관한 일반원칙에 대한 예외를 규정하는 의미가 있을 뿐이고 권리승계형 승계참가를 포함한 참가승계는 제79조에서 규정한 독립당사자참가의 일종이라는 견해 등이 있다. 6. 검토 제81조는 독립당사자참가소송 또는 예비적 공동소송과는 별개의 조문으로 규정되어 있고, 학설상 소송승계론에 입각하여 권리승계형 참가승계를 해석하고 있으므로 권리승계형 참가승계는 독립당사자참가소송 또는 예비적 공동소송과는 전혀 다른 독자적인 소송형태이다. 그런데 권리승계형 참가승계를 규정한 제81조에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제67조를 적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즉, 제81조는 그 문언해석상 승계참가의 절차를 독립당사자참가신청의 절차에 의하도록 하는 참가승계의 절차와 방식에 관한 규정일 뿐이고, 제79조 제2항에서 제67조를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도 권리승계형 참가승계를 규정한 제81조에는 제79조 제2항을 준용하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으므로 제67조가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적용될 수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논리에 의하면 권리승계형 참가소송은 독립당사자참가소송이나 예비적 공동소송과는 다른 독자적인 소송형태이고, 제81조에 제79조 제2항 또는 제67조를 준용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으므로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제67조를 준용하는 것은 법률의 해석범주를 일탈하였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참고로 참가승계를 규정한 일본민사소송법 제51조는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하여 규정한 일본민사소송법 제40조를 준용하는 독립당사자참가에 관한 일본민사소송법 제47조를 명시적으로 준용한다. 그러나 어떠한 소송절차의 본질이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민사소송법의 규정을 문언 그대로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은 법해석론상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가령 제82조 제1항은 인수승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은 피승계인의 소송탈퇴와 탈퇴한 피승계인에 대한 판결의 효력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참가승계를 규정한 제81조에는 제82조 제3항과 같은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통설과 판례는 참가승계의 경우에도 피승계인의 소송탈퇴가 가능하고 탈퇴한 피승계인에게 판결의 효력이 미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해석이 가능한 것은 변론종결 전 권리승계가 있는 경우, 승계인이 제81조에 따라 승계참가를 하는 것과 피승계인이 승계인으로 하여금 제82조에 따라 소송을 인수하게 하는 것은 누가 주도적으로 승계절차를 취하는가, 어떤 형식의 절차를 취하는가의 차이만 있을 뿐이고 권리승계에 의한 소송승계라는 점에서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81조를 ‘제79조의 규정에 따라 승계참가인이 피승계인에 대하여 소송에 참가한다.’라는 내용으로 해석하여 단지 독립당사자참가신청의 절차와 방식에만 한정한 독립당사자참가에 관한 규정이 승계참가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제79조 제2항에서 준용하는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제67조 또한 승계참가에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독일민사소송법 제265조는 소송계속 중 소송물을 양도할 수 있고 종전의 당사자가 여전히 승계인을 위하여 소송을 수행할 권한을 가지게 되고 그 판결의 효력도 승계인에게 미치도록 하는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는 당사자항정주의를 취한 것이다. 비교법적인 관점에서 볼 때 피승계인이 소송에 잔류하고 있는 상황은 결국 피승계인과 승계참가인 사이에는 서로 모순·저촉되는 내용의 판결이 나와서는 안 되는 일종의 당위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당위성이라는 개념은 권리승계형 참가승계라는 독자적 소송형태에서 합일확정의 필요성을 도출하는 근거가 될 수 있고, 이는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전면적으로 제67조를 준용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본다.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있어서 피승계인과 승계참가인이 같은 소송에서 병존하고 있는 경우에 제67조를 적용하여야 한다는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의 판례법리는 피승계인의 승계참가인의 권리승계 여부에 대한 다툼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대하여 일반화하여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대상판결의 결론과 그 근거는 타당하다. 김창규 변호사(서울회)
필수적공동소송
합일확정
소취하
승계참가
소송탈퇴
김창규 변호사(서울회)
2023-09-03
가사·상속
민사일반
수증자가 증여받은 재산을 상속개시 전에 처분하였거나 수용된 경우 유류분 산정의 기준시기
(사실관계 및 대법원 판결) 1. 사실관계 소외 1은 2014. 9. 12. 사망하였는데, 자녀인 원고들과 피고가 망인을 공동상속하였다. 소외 1은 1995. 5. 30.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1995. 5. 25. 증여를 원인으로 하여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09. 11. 3. 이 사건 각 토지를 수용하였고, 피고는 2009. 12. 11.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수용보상금 5,118,316,500원을 수령하였다. 2. 원심판결 원심은 이 사건 각 토지의 증여로 인하여 원고들의 유류분이 침해되었다고 인정하고 피고에게 유류분 반환을 명하였는데, 이를 산정함에 있어서 위 토지의 가액을 상속개시시를 기준으로 하여 7,233,034,000 원으로 인정하였다. 3.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민법 문언의 해석과 유류분 제도의 입법취지 등을 종합할 때 피상속인이 상속개시 전에 재산을 증여하여 그 재산이 유류분반환청구의 대상이 된 경우, 수증자가 증여받은 재산을 상속개시 전에 처분하였거나 수용되었다면 민법 제1113조 제1항에 따라 유류분을 산정함에 있어서 그 증여재산의 가액은 증여재산의 현실 가치인 처분 당시의 가액을 기준으로 상속개시까지 사이의 물가변동률을 반영하는 방법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위와 같이 보아야 할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연구) 1. 서론 대법원 판결에 찬성한다. 필자는 위 대법원 판결과 같은 취지로 논문을 발표한 바 있고(윤진수, 유류분반환청구에서 공동상속인에 대한 증여의 시기와 증여 가액의 산정 시점, 비교사법 29권 4호, 2022), 또 이 사건에 관하여도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으며, 이 의견서가 참고된 것으로 보인다. 2. 종전의 판례 대법원 2005. 6. 23. 선고 2004다51887 판결은, 유류분액을 산정함에 있어 피고들이 증여받은 재산의 시가는 상속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하고, 당해 피고에 대하여 반환하여야 할 재산의 범위를 확정한 다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원물반환이 불가능하여 가액반환을 명하는 경우에는 그 가액은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은 피고가 피상속인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았는데, 원고가 유류분 반환청구를 하였고, 피고는 당시 증여받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경우였다. 그러나 위 판결에서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게 된 시점이 상속개시 전인지 아닌지는 불분명하다. 또 대법원 2021. 6. 10. 선고 2021다213514 판결도 이를 재확인하면서, 원물반환이 불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반환할 가액의 산정 기준이 달라지지 아니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유류분권리자와 반환의무자가 모두 가액반환에 동의한 사건이었다. 한편 대상결정과 같이 부동산이 수용된 경우에 관하여는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례는 없다. 다만 서울고등법원 2018. 10. 17. 선고 2017나2065297 판결은, 상속개시 전에 증여된 부동산이 수용된 경우에 대하여, 상속개시 당시 시가를 반환하여야 할 증여재산으로 인정하였다. 그리고 헌법재판소 2010. 4. 29. 선고 2007헌바144 결정은,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가산되는 증여재산의 평가시기를 증여재산이 피상속인 사망 전에 처분되거나 수용되었는지를 묻지 않고 모두 상속개시시로 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3. 학설 이처럼 상속개시 전에 증여받은 목적물의 원물반환이 이미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 증여재산의 가액 산정 기준시에 관하여는 몇 가지 학설이 주장되고 있다. 제1설은 유류분액을 산정하여 유류분 침해의 유무를 판단하는 제1단계와, 원물반환이 불가능하여 그 가액을 산정하는 제2단계에서 모두 상속개시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2설은 제1단계에서는 상속개시시가 기준이 되지만, 제2단계에서는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게 된 때, 즉 처분시 또는 멸실시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3설은 제2단계의 유류분 산정시에는 수증재산의 대상인 처분대가가 상속개시시에 갖는 가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제2설과 마찬가지이지만, 1단계에서도 상속개시시가 아니라 수증재산의 처분시 시가에 상속개시 시까지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금액을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4. 검토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수증재산의 가액이 변동하는 경우에, 그 변동의 이익 또는 위험을 유류분을 반환하여야 하는 수증자에게 귀속시킬 것인가 아니면 유류분권리자에게 귀속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처분한 후 유류분 반환이 청구된다면, 그 수증재산의 가액을 반환함에 있어서 목적물의 가치 산정은 수증재산을 처분한 때를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상속개시 전에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처분한 경우에는 유류분부족액을 산정하는 제1단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다만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처분한 것이 상속개시 후라면, 유류분부족액을 산정하는 제1단계에서는 상속개시 시의 수증재산의 가액을 산정하고, 반환하여야 할 가액을 산정하는 제2단계에서는 처분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먼저 제2단계를 중심으로 하여 살펴본다.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더 이상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그 후의 수증재산의 가치 변동은 더 이상 수증자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사항이고, 따라서 이로 인하여 수증자가 불이익을 받거나 이익을 받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후 수증재산의 시가가 올랐다면, 그 오른 가격을 수증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 프랑스의 문헌이 설명하는 것처럼, 증여에 의하여 받은 이익과 관계없는 것까지 청구함으로써 수증자를 파산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은 불공정(injuste)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후 목적물의 시가가 떨어졌다고 하여 시가가 떨어진 시점의 가액만을 반환하게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불합리하다. 그러므로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처분함으로써 이를 반환하지 못하게 되었다면 그 처분 시점의 수증재산의 가액만큼을 반환하는 것이 공평하다.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처분이 상속개시 전에 이루어졌을 때에는 처분 당시의 수증재산의 가액에 상속개시 당시까지 사이의 물가변동률을 반영하는 방법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이는 수증자가 금전을 증여받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급하는 것이 된다. 반면 처분이 상속개시 후에 이루어졌다면, 이때에는 처분 당시의 증여 목적물 가액이 기준이 될 것이다. 이 때 수증재산을 대가를 받고 처분하였다면, 통상적으로는 그 대가를 그 처분 시점의 수증재산의 가액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5.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 대법원 판결도 기본적으로 같은 취지이다. 즉 수증자가 재산을 처분한 후 상속개시 사이에 그 재산의 가치가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것은 수증자나 기타 공동상속인들이 관여할 수 없는 우연한 사정인데, 그럼에도 상속개시시까지 처분재산의 가치가 증가하면 그 증가분만큼의 이익을 향유하지 못하였던 수증자가 부담하여야 하고, 감소하면 그 감소분만큼의 위험을 유류분청구자가 부담하여야 한다면 상속인간 형평을 위하여 마련된 유류분제도의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피상속인이 생전에 증여를 한 다음 수증자에 의하여 처분되거나 수용되었다고 하여 그 재산의 시가상승 이익을 유류분 반환대상에 포함시키도록 재산가액을 산정한다면 수증자의 재산 처분을 제재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고 지적하는데, 이는 필자의 표현(위 논문 279면)을 원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 대법원 2005. 6. 23. 선고 2004다51887 판결과의 관계를 명확히 하지 않은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 6. 여론 대상판결에서 문제가 된 증여는 1995. 5. 25. 있었고, 상속 개시는 2014. 9. 12.이었다. 종래 판례(대법원 1995. 6. 30. 선고 93다11715 판결 등)와 통설은, 공동상속인에 대한 증여는 그것이 특별수익에 해당할 때에는 민법 1118조가 특별수익에 관한 1008조를 준용하고 있으므로, 증여는 상속개시전의 1년간에 행한 것에 한하여 그 가액을 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1114조 본문에도 불구하고 증여 시기를 불문하고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산입한다고 보고 있다. 대상 판결도 같은 전제에 서 있다. 그러나 필자는 1118조로부터는 그러한 결론을 이끌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유류분으로 인한 분쟁을 조장하는 것이다.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유류분
증여
유류분산정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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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표의자의 중과실 있는 착오와 상대방의 악의 등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평석에 필요한 한도에서 요약하기로 한다. 1. 원고 증권회사(이 사건 소 제기 후에 파산하여 파산관재인이 소송을 수계하였으나, 편의상 이렇게 부르기로 한다)는 싱가포르 법인인 피고 회사 등과의 사이에 인터넷을 통하여 파생상품거래를 하였다. 원고는 이를 위하여 다른 소프트웨어 제작회사로부터 시스템거래의 소프트웨어를 구입한 다음, 그 회사의 직원으로 하여금 이자율 등 변수를 입력하고 그 입력된 조건에 따라 호가(呼價)가 자동적으로 생성 및 제출되도록 하였다. 2. 2013년 12월 어느 날 파생상품시장 개장 전에 위 직원이 입력할 변수 중 이자율 계산을 위한 설정값을 잘못 입력하였고, 원고는 그로써 생성된 호가를 그대로 제출하였다. 그에 따라서 피고와의 사이에 코스피 200옵션에 대하여 매우 많은 수의 주가지수옵션매수거래가 성립되었고, 그 대금 584억원이 종국적으로 피고에게 지급되었다. 3. 원고는 착오를 이유로 위 매매를 취소하는 의사표시를 하고 그 대금 중 우선 100억원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제1심법원(서울남부지법 2015. 8. 21. 선고 2014가합3413 판결)은 원고의 중과실로 인한 착오라는 것 등을 이유로 하여 그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심법원(서울고등법원 2017. 4. 7. 선고 2015나2055371 판결)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우선 원고의 이 사건 의사표시가 그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이를 취소할 수 없다고 하고, 나아가 여러 가지 사정을 들어 피고가 “피고가 상대방의 착오를 이용하여 부정한 이익을 취득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알고리즘 거래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착오로 인한 호가 제출 사실을 아는 피고 직원이 개입하여 원고의 착오를 유발하거나 그의 중과실을 이용하여 이 사건 매매가 체결되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이하 ‘대상판결’이라고 한다). [판결 취지] “민법 제109조 제1항은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항 단서에서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것을 의미한다[참조 재판례들 인용]. 한편 위 단서 규정은 표의자의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표의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대법원 1955. 11. 10. 선고 4288민상321 판결,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 판결 등 참조). 다만 한국거래소가 설치한 파생상품시장에서 이루어지는 파생상품거래와 관련하여 상대방 투자중개업자나 그 위탁자가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파생상품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계약이 체결되는 방식, 당시의 시장상황이나 거래관행, 거래량, 관련 당사자 사이의 구체적인 거래형태와 호가 제출의 선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단순히 표의자가 제출한 호가가 당시 시장가격에 비추어 이례적이라는 사정만으로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평 석] 1. 착오에 관한 민법의 규정 (1) 어떠한 경우에 의사표시의 착오를 이유로 계약 기타 법률행위(이하에서는 그 중 계약만을 다루기로 한다)의 효력을 다툴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법의 역사에서 일찍부터 제기되었으면서도 여전히 새롭다. 우리 민법이 정면으로 정하는 바는 네 가지다. 첫째, 착오가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있는 경우에만 그 효력이 다투어질 수 있다(제109조 제1항 본문). 여기에는, 세상사가 무릇 그러하듯이, 어떠한 잘못 또는 실수는 이를 범한 이가 그 귀결을 감당해야 한다는 원칙이 배경에 있다고 하겠다. 이와 관련하여서 민법은 예외적으로 효력을 다툴 수 있게 하는 ‘본질적 착오’의 유형을 열거하는 스위스채무법 제24조와 같은 태도는 취하지 않는다. 둘째, 그 경우에도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착오를 들어 계약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동항 단서). 셋째, 이상과 같은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표의자는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선택권을 가질 뿐이고, 애초부터 무효인 것은 아니다. 즉 계약은 표의자에게 취소권을 부여한다. 넷째, 표의자가 그 취소권을 행사하여 계약을 무효로 돌리더라도, 그 효력은 선의의 제3자에게는 미치지 않는 것으로 제한된다(동조 제2항). (2) 이러한 입법적 태도는 예를 들어 독일민법에서의 착오에 관한 입법과정(이에 대하여는 양창수, “독일민법전 제정과정에서의 법률행위 규정에 대한 논의 ― 의사흠결에 관한 규정을 중심으로”, 동 민법연구 제5권(1999), 49면 이하 참조)에 비교하여 보더라도, 적어도 어느 시기까지 크게 탓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하겠다. 독일민법의 착오 규정이 우리 민법의 그것과 크게 다른 점은 거기서는 착오자의 중과실을 착오 취소의 소극요건으로 하지 않고 여전히 취소권을 착오자에게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주지하는 대로 착오 취소자에게 신뢰이익의 배상책임을 부과한다(제122조). 이 책임은 착오자에게는 그의 유책사유를 요구하지 않고 인정되는데, 다만 상대방이 “취소의 원인을 알았거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한 경우”에는 이를 배제한다(동조 제2항). 그만큼 상대방의 악의 또는 과실은 착오법리의 범위 안에서 고려되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의 ‘행태’는 입법적 차원에서 이미 그 한도에서 일정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나아가 참조를 삼을 만한 것이 스위스법의 태도이다. 스위스채무법 제26조 역시 착오 취소자에게 “계약의 효력불발생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의 배상책임을 긍정한다. 그런데 그 요건에서는 독일민법과 달리 착오자의 과실을 요구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착오자를 알았거나 알았어야 하는 경우에는 그 책임을 배제한다.(이상 동조 제1항) 한편 여기서는 예외적으로 “형평에 부합하는 경우에는 법관은 그 외의 손해의 배상을 인정할 수 있다.”(동조 제2항) 결국 이들 나라에서는 착오 취소자는 물론이고 나아가 상대방의 사정을 다양하게 고려하여 착오법리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2. 상대방의 착오 ‘유발’의 문제 (1) 그렇지만 민법 소정의 여러 제도가 흔히 그러하듯 실제의 사건 맥락은 입법자가 예상하지 아니한 문제를 제기한다. 그 중요한 하나가 상대방의 ‘행태’를 고려할 것인가 또는 어떻게 고려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표의자의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유발’ 내지 ‘야기’된 경우에도 위에서 본 요건이 갖추어져야만 표의자는 취소할 수 있는가? 그가 표의자를 착오로 빠뜨릴 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하였다면, 물론 이는 ‘사기’(민법 제110조)의 문제가 될 것이다(여기서는 ‘계약 내용의 중요부분’이나 표의자의 중과실 등은 논의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상대방이 그러한 의도가 없이 그렇게 하였다면 어떠한가? 예를 들어 상대방이 사실이라고 잘못 알면서 표의자에게 사실 아닌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표의자가 이를 믿고 의사표시를 하게 되었다면?(이는 이른바 공통착오 중에서 표의자의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야기된 유형에 해당한다). 또 나아가 표의자의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야기되었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그것을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강화’(이에도 여러 가지 정도가 있을 것이다)한 경우는 어떠한가? (2) 대법원이 민사사건에서 이와 같이 상대방에 의한 착오 ‘유발’의 사안을 다룬 것은 대판 1978.7.11., 78다719(집 26-2, 209)이 처음이라고 생각된다(그 전에 귀속재산매각처분의 효력이 다투어진 행정사건에서 같은 취지로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한 대판 1970.2.24., 69누83(집 18-1, 행 36)이 있다). 이 판결은 귀속해제된 토지임에도 귀속재산인 줄 잘못 알고 피고(대한민국)에게 증여한 사안에서, “이러한 착오는 일종의 동기의 착오라고 할 것이나, 그 동기를 제공한 것이 피고 산하 관계 공무원이었고, 그러한 동기의 제공이 없었더라면 몇 십 년 경작해 온 상당한 가치의 본건 토지를 선뜻 피고에게 증여하지는 않았을 것인즉 그 동기는 본건 증여행위의 중요한 부분을 이룬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를 인용하였다(상고기각). 여기서는 동기착오이면서도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해당한다는 판단틀이 채택되고 있음이 주의를 끈다. 그 후에도 대판 1987. 7. 21., 85다카2339(집 35-2, 284)(이에 대한 평석으로서 양창수, “주채무자의 신용에 관한 보증인의 착오”, 동, 민법연구, 제2권(1991), 1면 이하가 있다. “채권자에 의한 착오의 유발과 보증인의 취소권”이라는 제목의 그 제3장이 종전에 별로 의식되지 아니하던 상대방에 의한 착오 ‘유발’의 유형을 새로운 문제관점에서 제시하였다); 대판 1991. 3. 27., 90다카27440(공보 1276); 대판 1992. 2. 25., 91다38419(공보 1141); 대판 1993. 8. 13., 93다5871(공보 2419); 대판 1994. 9. 30., 94다11217(공보 하, 2841); 대판 1995. 11. 21., 95다5516(공보 1996상, 47), 대판 1996. 3. 26., 93다55487(공보 상, 1363); 대판 1997. 8. 26., 97다6063(집 45-3, 112); 대판 1997. 9. 30, 97다26210(공보 3286) 등 1990년대만 하더라도 많은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재판례가 일반적으로 착오 취소를 긍정하고 있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 그리고 그 이유로, 문제의 착오가 동기착오인 경우에라도 ―동기착오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그 ‘표시’의 여부 등은 논의하지 아니하고― 그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야기되었다는 사정을 들고서 바로 또는 다른 사정을 함께 그것은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따라서 표의자는 계약을 적법하게 취소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표의자의 중과실 유무 등은 아예 논의되지 않는 경우도 흔하지만, 한편 앞의 대판 97다6063사건에서와 같이 “표의자로서는 그와 같은 착오가 없었더라면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고, 보통 일반인도 표의자의 처지에 섰더라면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중요 부분’의 의미에 관한 판례 준칙을 그 중간항(中間項)으로 드는 예도 물론 있기는 하다. (3) 이러한 상대방에 의한 착오 ‘유발’의 사안유형에 대한 판례의 태도에 대하여 학설은 대체로 지지한다. 그것은 “착오 취소의 요건은 표의자와 상대방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절하기 위한 기준인데, 표의자의 동기착오를 유발한 상대방의 보호가치가 부정된다는 점에서 판례의 태도는 충분히 수긍될 수 있다”고 하거나(지원림, 민법강의, 제20판(2023), 77면), 상대방에 의한 그 유발의 경우에 “그 착오의 위험을 생성 또는 실현케 한 상대방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문이 들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다(김상중, “동기의 착오에 관한 판례법리의 재구성을 위한 시론적 모색”, 사법(私法)질서의 변동과 현대화(김형배 교수 고희 기념)(2004), 15면). 한편 드물기는 하지만, “상대방의 행태를 기초로 취소의 위험을 부담시킬 수 있는 경우에는 민법 제109조가 아니라 민법 제110조에 의해 규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정성헌, “착오에 대한 민법상 규율의 재구성 ―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판결을 계기로”, 민사법학 제73호(2015), 265면 이하). 3. 상대방이 악의인 경우 ― 착오의 ‘이용’ (1) 일본의 경우를 보면, 이 맥락에서 상대방의 ‘악의’, 즉 표의자가 착오에 빠졌음을 안다는 사정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관점과 관련하여 다루어진다. 무엇보다도 「민법(채권법)개정검토위원회」가 2009년에 발간한 『채권법 개정의 기본방침』(별책 NBL 126호)은 (i)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있는 때, (ii) 상대방이 그 착오를 알지 못함에 대하여 중과실 있는 때, (iii) 상대방이 그 착오를 일으킨 때, (iv) 상대방도 표의자와 동일한 착오를 하고 있는 때에는, 표의자에게 중과실이 있더라도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동 방침, 28면 이하. 당시 고려되는 착오의 법률효과는 무효로 정해져 있었다). 이는 대체로 2017년 일본민법 개정에 반영되어(시행은 2020년 4월), ‘상대방이 표의자에게 착오 있음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때’(제95조 제3항 제1호) 또는 ‘상대방이 표의자와 동일한 착오에 빠져 있는 때’(동항 제2호)에는 표의자에 중과실 있는 경우라도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였다(앞 (iii)의 착오 유발에는 언급이 없다). 위 개정 후의 일본민법 제95조는 제1항에서, 우선 행위착오 외에도 동기착오 중에서는 ‘표의자가 법률행위의 기초로 한 사정에 관하여 그 인식이 진실에 반하는’ 것(앞의 1.에서 든 스위스채무법 제24조 제1항의 제4호에서 정하는 “표의자에 의하여 신의성실에 비추어 계약의 불가결한 기초라고 여겨진 사정”에 관한 착오, 즉 기초착오(Grundlagenirrtum)를 연상시킨다. 이 점은 독일민법에서 2017년 대개정 후에 동기착오 중에서 “거래상 본질적이라고 여겨지는 사람이나 물건의 성상(性狀)에 관한 착오”를 내용착오로 보는 제119조 제2항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을 고려되는 착오로 정한 다음, 나아가 ‘그 착오가 법률행위의 목적 및 거래상의 사회통념에 비추어 중요한 것인 때’에만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한다. 그리고 제3항은 개정 전과 마찬가지로 표의자의 중과실의 경우에는 착오 취소가 배제된다고 하면서도, 동항의 위 두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취소할 수 있음을 정하는 것이다. (2) 대판 2014. 11. 27., 2013다49794(공보 2015상, 9)은 대상판결의 취지와 같이 판시하였다(이 판결은 ‘참조’로서 60년쯤 전의 대판 1955.11.10. 4288민상321을 인용한다. 그 제1심도, 항소심도 버젓이 인용하고 있는 이 판결에 접근할 방도를 알지 못한다. 이러한 재판례의 ‘공개’ 내지 ‘접근가능성’이라는 ―민법 연구자인 나로서는 꽤나 심각한― 문제에 대하여는 양창수, “『법고을』 유감”, 동, 민법산책(2006), 274면 이하 참조 : “그것들이 재판 실무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나아가 변호사의 직무에 도움이 안 될 리 없고, 또 법학교수가 법을 연구하는 데 자료가 되지 않을 리 없다”). 위 판결은 대상판결의 사안과 유사하게, 원고 증권회사의 직원이 파생상품(미화달러 선물(先物)스프레드 1만 5000개) 계약의 매수주문을 개장 전에 입력하면서 0.80원이라고 할 것을 그 100배인 80원이라고 찍음으로써 결국 피고 증권회사와의 사이에 그 내용으로 매매계약이 체결된 사안에 대한 것이다. 원심판결은 그 계약의 착오 취소를 인정하고 원고의 매매대금반환청구를 인용하였는데,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그 이유로 우선 자본시장법상의 금융투자상품시장에서 일어나는 증권이나 파생상품의 거래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109조가 적용됨을 선언한 데에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그리고 나아가 착오 취소에 관하여는 대상판결과 같은 법리를 설시한 다음, 구체적으로는 원고 측의 착오에 중대한 과실이 있지만 “피고가 주문자의 착오로 인한 것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이를 이용하여 다른 매도자들보다 먼저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시가와의 차액을 얻을 목적으로 단시간 내에 여러 차례 매도주문을 냄으로써 이 사건 거래를 성립시켰으므로” 원고의 중대한 과실에도 불구하고 취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대상판결은 표의자의 중과실에도 불구하고 의사표시의 취소를 긍정하는 추상적인 법리를 그대로 반복한다. 굳이 저 60년 전의 대법원판결과 합하지 않더라도 이제 최근 두 개의 대법원판결만으로 그 법리는 이제 우리 민법의 일부가 되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 법리는 착오 취소의 제한 요소로서의 표의자의 중과실을 ―법률 밖에서(praeter legem), 즉 법규정에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기준을 도입함으로써― 다시 제한하여 착오 취소의 범위를 확장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글은 이 점을 제시하여 의식하게 하려는 의도로 쓰였다. 그런데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몇 가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위의 두 선례는 단지 상대방의 악의에서 더 나아가 그가 표의자의 착오를 ‘이용하는 것’을 요구한다. 이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 단지 의례적인 장식 문구인가, 아니면 실제로 입증되어야 하는 취소 허용의 요건인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가 원고의 착오를 이용하여 이 사건 매매거래를 체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상판결의 판단이 착오 취소를 부인하는 종국적인 이유인데, 그 ‘이용’ 여부를 단지 의례적인 장식 문구라고 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제3자의 채권침해가 논의되는 사안유형 중 문제의 행위로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감소된 경우에 대하여 대판 2007. 9. 6., 2005다25021(공보 1526) ; 대판 2019. 5. 10., 2017다239311(공보 1207) 등이 그 위법성 요건에 관하여 설시하는 대로 제3자가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의 존재 및 그 채권의 침해사실을 아는 것’ 외에도 ‘채무자와 적극 공모하거나 채권 행사를 방해할 의도로 사회상규에 반하는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는 등’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레벨에서 다루어져야 하는 것인가? 나아가 위의 두 판결은 모두 인터넷금융거래에서 증권회사의 ‘피용자’가 입력을 잘못하여 그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정하여진 사안임에도 그 결론을 달리하여, 2014년 판결은 표의자의 착오 취소를 허용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고, 대상판결은 이를 부인하였다. 그 차이의 이유를 위 사건의 어떠한 사실관계로부터 찾을 수 있을까? 이것도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나 지면관계상 여기서는 상론하지 아니하기로 한다. 다만 하나만 지적하자면,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피고도 이 사건 매매거래 전부터 미리 정하여진 일정한 시스템거래 방식으로 기계적 호가를 계속하여 왔다는 것을 들 수 있을지 모른다. 양창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중대한과실
착오
파생삼품
양창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3-08-20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매수인의 등기부취득시효 완성과 매도인에 대한 원소유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
[사실관계] 이 평석에 필요한 한도에서 사실관계 등을 요약·정리한다. 1. 이 사건 임야는 1917년 10월 갑 앞으로 사정(査定)되었다. 그 후 지적공부가 멸실되었다가 1977년 3월 소유자 기재가 비어 있는 채로 임야대장이 복구되었다. 2. 피고(대한민국)는 1986년 12월에 위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그리고 1997년 12월 을에게 이를 5천여만 원에 매도하고 1998년 1월 을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 3. 그 사이에 갑은 사망하고 그의 재산을 상속한 원고(여럿이나 편의상 이렇게 부르기로 한다)가 2017년 4월에 이르러 피고와 을을 위 보존등기와 이전등기의 각 말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 사건의 제1심법원은 동년 12월에 피고에 대한 청구를 인용하고, 을에 대한 청구는 민법 제245조 제2항에 따른 등기부취득시효가 완성되었음을 이유로 이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을의 등기부취득시효 완성으로 원고는 소유권을 상실하였다면, 피고에 대한 등기말소청구에 그 권원이 과연 인정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지만, 어쨌거나 위 판결은 항소가 제기되지 않아 2018년 1월 그대로 확정되었다. 4. 원고는 동월 다시금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면서 국가배상청구를 하였으나 2019년 1월 제1심에서 패소하였다. 원고는 항소한 후에, 피고가 을로부터 수령한 위 매매대금 상당액의 부당이득 반환을 구하는 청구를 추가하였다. 시효취득자는 무권리자의 양도행위로 목적물을 인도받고 또 등기를 얻어서 10년간 이를 ‘보유’함으로써 취득시효의 요건을 갖추기에 이르렀다. 그때까지 종전 소유자는 양수인에 대하여 자신의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고 따라서 그에게 무슨 ‘손실’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물론 양도인에 대해서도 그가 수령하였던 매매대금에 대하여 이를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10년이 흐르고 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해서, 돌연 같은 내용의 권리가 부당이득의 이름으로 종전 소유자에게 부여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위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용하였다. 즉, 이 사건 토지에 관한 피고 및 을의 소유권등기는 모두 무효인데, 선행소송에서 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를 등기부취득시효 완성을 이유로 기각하는 판결이 확정되었다. 이로써 피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을로부터 받은 매매대금 상당의 이익을 얻었고, 원고는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침해부당이득으로 5천여만 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 파기환송 “적법한 원인 없이 타인 소유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무권리자가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고 하더라도, 그 각 등기는 실체관계에 부합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이다. 따라서 이 경우 원소유자가 소유권을 상실하지 아니하고 또 무권리자가 제3자와 체결한 매매계약의 효력이 원소유자에게 미치지도 아니하므로, 무권리자가 받은 매매대금이 부당이득에 해당하여 이를 원소유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한편 무권리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한 제3자나 그 후행등기 명의인이 과실 없이 점유를 개시한 후 소유권이전등기가 말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선의로 점유를 계속하여 10년이 경과한 때에는 민법 제245조 제2항에 따라 바로 그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고(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다25785 판결 등 참조), 이때 원소유자는 소급하여 소유권을 상실함으로써 손해를 입게 된다. 그러나 이는 민법 제245조 제2항에 따른 물권변동의 효과일 뿐 무권리자와 제3자가 체결한 매매계약의 효력과는 직접 관계가 없으므로, 무권리자가 제3자와의 매매계약에 따라 대금을 받음으로써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원소유자에게 손해를 가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받은 매매대금 5천여만 원은 이 사건 토지를 을에게 매도한 것에 대한 대가일 뿐 이후 피고가 원고 또는 그 선대에게 이 사건 토지 소유권의 상실이라는 손해를 가하고 법률상 원인 없이 얻은 부당이득이라고 보기 어렵다. 원심판결에는 부당이득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평석] I. 들어가기 전에 1. 이 평석의 대상이 된 대법원판결(이하 ‘대상판결’)은, 민법 제245조 제2항에서 정하는 이른바 등기부취득시효에서 제기될 수 있는 부당이득문제 중 어느 하나에 대하여 태도를 밝히고 있다. 그것은 소유자가 아님에도 등기부에 소유자로 등기된 사람과의 사이에 부동산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여 그로부터 등기를 이전받은 사람(이하 ‘양수인’)에 있어서 나중에 등기부취득시효가 완성한 경우에, 원래의 소유자, 즉 그 시효취득으로 소유권을 상실한 사람이 위 매도인(이하 ‘양도인’)에 대하여 그가 받은 매매대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2. 대상판결은 그러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긍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면서 위와 같은 권리가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태도를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나는 그 태도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Ⅱ. 등기부취득시효에서 양수인의 부당이득 문제 - 독일의 경우 1. 우리 민법상 부당이득제도의 해석 운용에서 많은 참고가 되는 독일민법(부당이득제도를 계약·불법행위 등과 나란히 채권의 독립적 발생원인으로 정면에서 규정한 것은 비교법적으로는 스위스가 처음이고,독일이 그에 이어진다)을 살펴보면, 취득시효와 관련하여서 논의되는 것은 오히려 취득시효로 소유권을 상실한 사람이 시효취득자에 대하여 부당이득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나아가 주장할 수 있다고 한다면 부동산 자체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이다. 2. 나에게는 놀랍게도, 제2차 세계대전까지 독일의 최고법원인 ‘제국법원(Reichsgericht)’은 1930년 10월 6일의 판결(RGZ 130, 69)에서 동산의 취득시효 사안에서 이를 긍정하여, 시효취득자가 종전 소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 없이’ 인도를 받았다면 그 후에 독민 제937조 제1항(10년의 자주점유를 요건으로 정한다)에 의하여 취득시효가 완성하였더라도 부당이득을 이유로 부동산 자체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였다. 이 판결은 관련 학설을 광범위하게 인용하고 있는데, 그에 의하면 위 판결과 같은 태도를 취하는 긍정설이 부정설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또한 위 판결도 지적하는 대로(위 판결집, 73면), 소유권 취득의 물권행위에 하자가 없어서 소유권 이전을 인정하더라도 원인행위가 효력이 없으면 부당이득으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물권변동에 관한 독일 특유의 입장(부당이득에 관한 이른바 공평설의 밑바탕!)에 입각하여, 취득시효로써 소유권은 물론 인정되지만 그 요건의 일부인 소유권등기가 ‘법률상 원인 없는’ 행위에 기하여 이루어졌다면 마찬가지로 판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무겁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보다 구체적으로는, 동산의 시효취득은 앞서 본 대로 10년의 자주점유를 요건으로 하는데, 위와 같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인정되면 그것은 30년의 소멸시효에 걸려서(2002년 개정 전의 독민 제195조) 원래의 소유자가 권리를 회복할 법적 가능성을 훨씬 오래 가지게 되는 실익이 있다. 비록 부동산의 취득시효는 앞서 본 대로 30년의 자주점유를 요하여 그 점에서는 동산의 경우와 차이가 있지만, 부당이득과 관련하여서도 동산취득시효와 부동산취득시효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리하여 원고가 행위무능력(독민 제105조 제1항에 의하면 행위무능력자의 법률행위는 무효이다)의 상태에서 1908년 피고에게 증여한 그림들의 반환이 청구된 사건에서 원심법원이 취득시효가 완성되었음을 이유로 청구를 기각한 것을 파기환송하였다. 3. 그러나 현재의 연방통상대법원(Bundesgerichtshof)는 2016년 1월 22일의 판결(BGHZ 208, 316; NJW 2016, 3162)에 이르러 지상권의 취득시효(부동산에 대한 제한물권의 취득시효에 대하여는 독민 제900조 제2항 참조)가 인정된 사건을 판단하면서 소유자의 지료 상당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부인하는 반대의 입장을 취하였다. 앞서의 제국법원 판결이 나오고 무려 85년도 더 지난 후이었다. 그 이유 중 중요한 것은 취득시효제도의 목적이 법적 안정성에 있다는 점이다. 즉 소유권을 원시적으로 시효취득하는 사람은 그의 취득행위상의 하자로부터 발생하는 대항사유도 역시 물리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첫째, 민법전에서 부합·혼화·가공에 대하여는 제951조(우리 민법 제261조 해당)에서, 유실물 습득에서는 -우리 민법과는 달리- 제977조에서 권리상실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명문으로 규정함에 반하여 취득시효에 대하여는 그러한 규정이 없다는 것, 둘째, 소멸시효 규정에 대한 2002년의 민법 개정으로 이제 부당이득반환청구권도 3년 또는 10년의 소멸시효에 걸쳐서(민법 제195조, 제199조 제3항) 종전의 판례가 들었던 권리 회복 가능성의 점에서의 차이가 더 이상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위 판결에서 보이는 학설 상황의 그 사이의 변화로서 이제는 부정설이 긍정설보다 큰 차이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Ⅲ. 등기부취득시효에서 양도인의 부당이득 문제 1. 이상에서 다룬 독일 판례의 굴절에 대하여는 보다 상세한 다른 글을 기약하거니와,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취득시효 자체가 그 안에 종전 소유자에 대하여 그 소유권 취득에 관한 ‘법률상 원인’을 담고 있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이에 대하여는 곽윤직 편집대표, 민법주해[XVII], 2005, 253면 말미 이하(양창수 집필) 참조). 그렇다면 이제 종전 소유자는 시효취득한 양수인이 아니라 양도인에 대하여는 그가 수령한 매매대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 아닌가? 양도인은 타인 소유의 물건을 권한 없이 매도하여 인도 및 등기 이전함으로써 양수인이 시효취득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하여 결국 종전 소유자로 하여금 그 소유권을 상실하게 하였고 그러한 손실에 기하여 매매대금 상당의 이득을 얻은 것이 아닌가? 2. 나는 위와 같은 부당이득 문제에 대하여 앞서 본 『민법주해』에서 다음과 같이 적으면서 그것이 부인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병이 을에게 갑의 소유권을 매도하고 대금을 수령한 것으로는, 갑이 여전히 소유권을 가지는 이상 갑에게 무슨 「손실」이 있다고 할 수 없어서 갑에 대하여 그 매매대금에 관하여 부당이득반환책임을 지게 된다고 할 수 없는데, 나아가 나중에 갑이 소유권을 상실한 것이 을의 시효취득으로 인한 것인 이상 그를 이유로 돌연 병의 매매대금 취득이 부당이득이 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254면) 즉 취득시효의 효과로서 문제되는 소유권의 귀속은 종국적이며, 종전 소유자의 소유권 상실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포함하여 다른 법적 형식으로도 회복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타인 소유의 물건이 소유자 아닌 사람에 의하여 권한 없이 제3자에게 양도되었는데 양수인의 선의취득으로 종전 소유자가 소유권을 상실한 경우에 그가 양도인에 대하여 ‘양도로 취득한 것’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것과 같이 처리될 수는 없다. 이 경우에는 무권리자의 처분행위가 애초 유효하였던 것으로서, 선의취득제도의 취지에 좇아 그로 인한 권리 상실의 말하자면 ‘대가’ 또는 ‘보상’으로서 주어지는 것이다. 이는 법적 성질로 보면 이른바 침해부당이득에 해당한다. 이는 선의취득의 경우가 아니라 무권리자의 처분행위가 권리자에 의하여 추인됨으로써 소급적으로 유효하게 되는 경우에도 크게 다를 바 없다(이상은 무권리자의 유효한 처분에서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정하는 독민 제816조에 대한 통설이기도 하다). 그러나 취득시효의 경우는 그렇게 볼 수 없다. 시효취득자는 무권리자의 양도행위로 목적물을 인도받고 또 등기를 얻어서 10년간 이를 ‘보유’함으로써 취득시효의 요건을 갖추기에 이르렀다. 그때까지 종전 소유자는 양수인에 대하여 자신의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고 따라서 그에게 무슨 ‘손실’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물론 양도인에 대해서도 그가 수령하였던 매매대금에 대하여 이를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10년이 흐르고 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해서, 돌연 같은 내용의 권리가 부당이득의 이름으로 종전 소유자에게 부여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한편 양도인은 대체로 위 취득시효기간이 진행되는 10년 정도 어느 누구로부터도 매매대금의 반환을 청구받지 아니하여서, 만일 누구에게 그 반환을 청구할 권리가 성립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소멸시효가 완성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양수인이 목적물을 시효취득하였다는 사정에 기하여 이를 종전 소유자에게 반환하여야 할 것인가? 대상판결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부정되는 이유와 관련하여 “종전 소유자의 소유권 상실은 민법 제245조 제2항에 따른 물권변동의 효과일 뿐 무권리자와 제3자가 체결한 매매계약의 효력과는 직접 관계가 없으므로, 무권리자가 제3자와의 매매계약에 따라 대금을 받음으로써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원소유자에게 손해를 가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라고 설시하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문제상황과 관련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3. 취득시효에서 제기되는 위와 같은 부당이득 문제, 그리고 그에 대하여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견해를 밝힌 경우는 위 문헌이 발간되던 당시에 국내 문헌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아는 한, 유감스럽게도 사태는 그 후에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별로 달라진 바 없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그러한 부당이득 문제가 실제로 발생함을 보여준다. 다른 모든 학문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법학에서도 상상력은 필요하고 문제의 발견 내지 인식은 그 해결의 출발점인 것이다. 양창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전 대법관)
토지
등기부취득시효
시효취득
부당이득
양창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전 대법관)
2023-05-10
금융·보험
민사일반
담보신탁계약상 타인의 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설정한 위탁자가 물상보증인에 해당하는지
1. 사실관계 C은행은 D에게 40억 원을 대출해주었고, 원고 A는 D의 대출금 채무에 연대보증을 하였다. 피고 B는 D의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甲토지에 관하여 신탁회사인 E와 우선수익자를 C은행으로, 수익자를 피고 B로 하는 부동산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 A는 D의 대출금채무 중 184,620,507원을 C은행에 대위변제하였다. 2. 원고 A의 주장 요지 및 본 사안의 쟁점 원고 A는 자신이 D의 대출금채무 중 194,620,507원을 대신 변제하였으므로 변제자 대위 법리에 따라 C은행의 담보신탁계약상 우선수익권을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본 사안에서는 피고 B가 물상보증인에 해당하는지, 피고 B가 물상보증인에 해당한다면 원고 A가 피고 B에 대하여 변제자대위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 B가물상보증인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에 원심은 원고 A와 피고 B 사이에는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가 적용되고, 같은 조항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보증인과 물상보증인이 여럿 있는 경우 어느 1인이 자신의 부담 부분을 넘는 대위변제 등을 하지 않으면 다른 보증인과 물상보증인을 상대로 채권자의 권리를 대위할 수 없는데, 원고 A가 자신의 부담 부분을 넘어 대위변제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 A는 변제자 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4. 대법원의 판단 원심과 달리, 대법원은 피고 B를 물상보증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 B가 물상보증인이 아니더라도,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에 대한 보증인의 변제자대위도 인원수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대위자 상호 간의 합리적이고 통상적인 기대에도 부합한다고 할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원고 A가 인원수에 비례하여 산정한 부담 부분을 초과하여 대위변제하였다고 볼 수 없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판결에는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타인의 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설정하여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는 행위가 물상보증의 요건을 충족하지 아니하여 피고 B가 물상보증인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위탁자가 물상보증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음에도, 사실상 보증인과 위탁자의 관계를 보증인과 물상보증인의 관계와 동일하게 보아 보증인과 위탁자 상호간 대위 비율도 인원수에 따라 정하고, 보증인이 변제자대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인원수에 따른 대위 비율로 정한 부담 부분을 초과하여 변제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위탁자가 실질적으로 자신의 소유인 부동산에 관하여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여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고, 채권자로 하여금 부동산의 교환적 가치를 수령하게 한다는 점에서 물상보증인과 유사하게 본 것으로 사료된다. 5. 위탁자가 물상보증인이 아니라는 점에 대하여 가. 물상보증의 요건 물상보증이란 (a) 채무자 아닌 사람이 (b) 채무자를 위하여 (c) 자기 소유 재산에 대하여 (d) 담보물권을 설정하는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2018. 4. 10. 선고, 2017다283028 판결). 나. 위탁자 소유가 아닌 부동산 부동산 신탁은 그 목적과 관리방법 등에 따라 관리신탁, 처분신탁, 담보신탁 등 여러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그 중 담보신탁은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설정하는 신탁에 해당한다. 담보신탁은 '위탁자가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금전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위탁자를 수익자로 하여 위탁자 소유의 부동산을 신탁법에 따라 수탁자에게 이전하면서 채무불이행 시에는 신탁부동산을 처분하여 우선수익자의 채권 변제 등에 충당하고 나머지를 위탁자에게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신탁계약을 의미한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다20732 판결).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담보신탁을 설정할 시 부동산의 소유권은 수탁자에게 귀속되고, 채권자나 위탁자는 수익자로서 신탁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수익권을 가지게 된다. 위탁자가 물상보증인이 되기 위해서는 위탁자 소유 재산에 대하여 담보물권을 설정하여야 하나,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할 시 부동산의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이전되므로, 위 부동산은 위탁자 소유의 재산으로 볼 수 없다. 다. 물권이 아닌 채권에 해당하는 (우선)수익권 수익권은 담보신탁 대상인 부동산으로부터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자익권, 수탁자를 감시하는 감독권능, 신탁재산에 대한 보전권능, 신탁운영권 등 신탁재산 및 수탁자에 대한 권리의 총체를 의미하고, 이러한 점에서 제한물권의 일종으로서 목적물의 교환적 가치를 지배하는 담보물권과는 차이가 있다. 수익권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학설은 채권설, 실질적 법주체성설, 제한적 권리이전설 등으로 나누어지나, 대법원 1991. 8. 13. 선고 91다12608 판결을 고려해 볼 때, 대법원은 수익권을 수탁자에 대한 채권으로 보는 채권설의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선수익권의 의미에 관하여도 대법원은 "우선수익권은 신탁법에서 규정한 법률용어는 아니나, 거래 관행상 통상 부동산담보신탁계약에서 우선수익자로 지정된 채권자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시에 신탁재산 처분을 요청하고 처분대금에서 자신의 채권을 위탁자인 채무자나 그 밖의 다른 채권자들에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6다223357 판결). 결국 위탁자가 수탁자와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며 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설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채권자는 담보물권이 아니라 채권을 취득하는 것이다. 이에 대법원도 "(우선수익자로 설정된) 채권자는 담보신탁을 통하여 담보물권을 얻는 것이 아니라 신탁이라는 법적 형식을 통하여 도산 절연 및 담보적 기능이라는 경제적 효과를 달성하게 되는 것일 뿐이므로, 그 우선수익권은 우선 변제적 효과를 채권자에게 귀속시킬 수 있는 신탁계약상 권리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6다223357 판결). 라. 담보신탁계약 체결 시 수익권의 원시취득 '원시취득'이란, 어떤 물권이 타인의 물권에 기함이 없이 특정인에게 새로 발생하는 것을 말하고, '승계취득'이란, 어떤 물권이 타인의 물권에 기하여 특정인에게 승계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며 용익물권, 담보물권 등 제한물권의 설정은 승계취득에 해당한다(서울행정법원 2019. 7. 11. 선고 2019구합53433 판결). 반면에, 담보신탁계약상 수익자는 위탁자가 가지고 있는 수익권 중 일부를 승계받거나 담보로 설정받는 것이 아니라, 위탁자의 수익권과는 별개로 자신의 수익권을 원시취득하는 것인 바(신탁법 제56조 제1항), 수익권은 수탁자가 원시취득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승계취득에 해당하는 담보물권과 차이가 있다. 마. 수반성, 부종성 부존재 담보물권은 피담보채권이 변제 등의 원인으로 소멸하게 되면 담보물권도 소멸하고(부종성), 피담보채권이 양도되면 종된 권리로서 그 피담보채권과 같이 이전하게 된다(수반성). 그런데 피담보채권이 이전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우선수익권이 피담보채권과 같이 이전된다고 볼 수 없고, 피담보채권과 우선수익권의 귀속주체가 달라졌다고 우선수익권이 소멸한다고 볼 수도 없다(대법원 2017. 6. 22. 선고 2014다225809 전원합의체 판결). 수반성과 부종성이 없다는 점에서 수익권은 담보물권과 차이가 있다. 바. 소결 이와 같이, 담보신탁계약 체결 시, 부동산의 소유권은 수탁자에게 이전하게 된다. 또한 담보신탁계약상 수익권은 담보물권과 달리 물권이 아니라 채권에 해당하고, 승계취득이 아니라 원시취득하는 것이며 수반성과 부종성도 없다. 수익권과 담보물권은 이러한 차이가 있고,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한 행위는 물상보증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대법원은 피고 B를 물상보증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6. 위탁자와 보증인간 변제자대위 관계에 대하여 민법 제482조 제2항은 동일한 채무에 대하여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가 여럿이 있는 경우 대위자들 상호간의 대위의 순서와 분담비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민법 제482조 제2항 제1, 2호는 '보증인과 전세물·저당물의 제3취득자와의 관계', 같은 조항 제3호는 '제3취득자들의 상호관계', 같은 조항 제4호는 '물상보증인들의 상호관계', 같은 조항 제5호는 '보증인과 물상보증인의 상호관계'를 각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보증인과 타인의 채권자를 담보신탁계약상 우선수익자로 설정해준 위탁자 사이의 변제자대위 관계에 관해서는 민법에 규정이 없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먼저 보증채무를 이행한 보증인이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에 대하여 아무런 제한 없이 보증채무를 이행한 전액에 대하여 변제자대위를 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으며, 다른 기준이나 별도의 약정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에 대한 보증인의 변제자대위도 인원수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대위자 상호 간의 합리적이고 통상적인 기대에도 부합한다고 할 것이므로,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에 대한 보증인의 변제자대위도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상호 간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그 인원수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하는 제한을 받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2. 5. 12. 선고 2017다278187 판결). 대법원은 위탁자가 물상보증인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제482조 제2항 제5호를 적용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하였음에도 결과적으로는 보증인과 위탁자의 관계를 보증인과 물상보증인의 관계와 동일하게 보아, 보증인과 위탁자 상호간 대위비율도 인원수에 따라 정하고, 보증인이 변제자대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인원수에 따른 대위비율로 정한 부담 부분을 초과하여 변제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위탁자가 실질적으로 자신의 소유인 부동산에 관하여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여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고, 채권자로 하여금 부동산의 교환적 가치를 수령하게 한다는 점에서 물상보증인과 유사하게 본 것으로 사료된다. 배상현 변호사(주식회사 OCI 법무팀)
대출금
변제자대위
물상보증인
배상현 변호사(주식회사 OCI 법무팀)
2022-08-29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아파트상가 주차분쟁 해결의 법리
1. 문제제기 아파트와 상가는 하나의 필지에 각기 다른 동으로 건축되어 있는 상황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각기 다른 동으로 각각의 건물임에도 상가 구분소유자들 및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일반인인 상가 이용객들이 지속적으로 아파트 주차 공간을 사용함에 따라 아파트에서는 급기야 주차 공간을 제한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여 왔다. 이에 상가 구분소유자들은 주차장은 전체 공용부분이고 해당 부분에는 자신들의 지분도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 청구권을 행사하며 쌍방간의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하여 그간 대법원은 상가이용객이 상가 건물과는 동떨어진 아파트 내부 주차공간에 주차를 하고 있는 점, 아파트에서는 일반인 출입시 신분확인을 하는데 상가 손님들에 대해서는 신분 확인이 제한 되는 극히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는 점을 이유로 이른바 수인한도론이라는 법리를 원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수인한도론은 그 자체로 해석에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크고, 그 해석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여 하급심 법원에서는 법관에 따라 우후죽순의 서로 다른 판결들이 속출한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분쟁은 끊임없이 지속되었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건설사들은 위와 같은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아파트와 상가 간의 주차 공간을 구조적으로 분리하여 건축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아파트 주차장과 상가가 연결되지 않은 구조로 만들어지면서 하급심에서는 수인한도론이 아니라 일부 공용부분에 관한 법리가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2. 기존 판례의 경향 1) 원칙적으로 공용부분은 소유한 전유부분 면적 비율에 따라 전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1다89910 판결). 즉 대법원은 "1동의 건물의 구분소유자들이 그 건물의 대지를 공유하고 있는 경우, 각 구분소유자는 별도의 규약이 존재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대지에 대하여 가지는 공유지분의 비율에 관계없이 그 건물의 대지 전부를 용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적법한 권원을 가진다. 이러한 법리는 한 필지 또는 여러 필지의 토지 위에 축조된 수동의 건물의 구분소유자들이 그 토지를 공유하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1995. 3. 14. 선고 93다60144판결 등 참조)"라고 판시하여 원칙적으로 아파트 주차장은 전체 공용부분을 전제로 상가 구분소유자 역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2) 그러나 현실적으로 상가 이용객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사용하게 되자 그 때부터 다음과 같이 수인한도론을 적용하여 제한하기 시작한 것이다(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다49971 판결). "아파트 단지를 관리하는 단체가 ○○아파트 단지 내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 ○○아파트 단지 내 상가건물 구분소유자들의 대지 사용권을 방해하는 침해행위가 되는지에 관하여, ○○아파트 단지 내 상가건물과 그 부속주차장의 위치 및 이용 관계, 아파트 단지 안으로의 출입 통제 방법, 아파트 및 상가건물 부근의 지리적 상황, 아파트 입주자들과 상가건물의 소유자 또는 이용자의 이해득실 기타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3. 대상판결 사실관계 1) 이 사건 단지는 공동주택 용도의 아파트 10개동(1,036세대), 근린생활시설 용도의 상가 1개동, 그 밖에 관리사무소 등으로 구성된 집합건물 단지이다. 원고들은 상가의 구분소유자나 임차인이고, 피고는 집합건물법 제51조에 따라 아파트의 공용부분을 관리 하는 단지 관리단이다. 2) 중략 3)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지하주차장의 이용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자료의 지급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4. 법원판단 1) 집합건물 중 여러 개의 전유부분으로 통하는 복도, 계단, 그 밖에 구조상 구분소유자의 전원 또는 일부의 공용에 제공되는 건물부분과 규약이나 공정증서로 공용부분으로 정한 건물부분 등은 공용부분이다. 집합건물의 공용부분은 원칙적으로 구분소유자 전원의 공유에 속하지만, 일부 구분소유자에게만 공용에 제공되는 일부공용부분은 그들 구분소유자의 공유에 속한다(집합건물법 제3조, 제10조 제1항). 건물의 어느 부분이 구분소유자 전원이나 일부의 공용에 제공되는지 여부는 일부공용부분이라는 취지가 등기되어 있거나 소유자의 합의가 있다면 그에 따르고, 그렇지 않다면 건물의 구조·용도·이용 상황, 설계도면, 분양계약서나 건축물대장의 공용부분 기재내용 등을 종합하여 구분소유가 성립될 당시 건물의 구조에 따른 객관적인 용도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여러 동의 집합건물로 이루어진 단지 내 특정 동의 건물부분으로서 구분소유의 대상이 아닌 부분이 해당 단지 구분소유자 전원의 공유에 속하는지, 해당 동 구분소유자 등 일부 구분소유자만이 공유하는 것인지를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8. 10. 4. 선고 2018다217875 판결,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9다294947 판결 참조).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지하주차장이 아파트 구분소유자만의 공용에 제공되는 일부공용부분이라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상가는 이 사건 단지의 대로변에 위치하고 단지의 부속상가로 건축되었으나, 아파트 10개동과 상가는 별개의 건물로 신축·분양되고 구조나 외관상 분리·독립되어 있으며 기능과 용도가 다르다. 지하주차장은 구조에 따른 객관적 용도에 비추어 아파트 구분소유자만의 공용에 제공되고 있다. 지하주차장은 이 사건 단지 정문의 출입구로만 들어갈 수 있고 차단기가 설치되어 아파트 입주민과 방문자만 출입할 수 있으나, 지상주차장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지하주차장에는 아파트 10개동의 승강기로 직접 연결되는 출입문이 있고 출입문에는 해당 아파트 동의 입주민만 들어갈 수 있는 출입통제장치가 있으나, 지하주차장과 상가는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다. 아파트 구분소유자는 지하주차장 전체 면적 중 전유부분 면적에 비례하여 분할·산출한 면적을 공용부분으로 분양받았다. 아파트의 집합건축물대장에는 지하주차장에 대해 아파트 구분소유자만이 공유하고 위와 같이 분양받은 면적이 공용부분 면적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러한 공용부분 면적을 계산할 때 상가의 연면적은 고려되지 않았다. 반면 상가의 분양계약서와 건축물대장에는 지하주차장이 분양면적이나 공용부분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다. 지하주차장은 대지사용권의 대상이 아니므로, 대지사용권이 있다고 하여 지하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집합건물법의 대지사용권이나 공용부분 이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5.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사실 일부 공용부분에 관한 판단을 명시한 것으로서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9다294947 판결과 그 결을 같이 한다. 즉 최근 건물들은 대부분 각기 다른 용도의 공간이 혼합되어 있는 이른바 주상복합건물이나 아파트와 상가 건물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바, 이와 같은 상황에서 성질이 다른 각 단체들 사이의 법적 분쟁은 집합건물법상 관리단은 당연 설립된다는 법리나 한 필지의 대지라고 하더라도 이를 전체 공용부분으로 전제하는 법리에 따른 혼동으로 주택과 상가 사이의 분쟁이 비일비재하게 있어왔다. 더욱이 아파트와 상가 간 주차장에 관한 분쟁에 대한 하급심 판결은 지속적으로 엇갈려 왔는바, 어떤 법원에서는 아파트 입주민이, 또 다른 법원에서는 상가 구분소유자들이 승소하며, 판결들 사이의 불일치가 수 없이 발생하였는데 이는 결국 수인한도론이라는 불분명한 법리를 적용한 탓이었다. 물론 건설사들 역시 이와 같은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최근에는 아파트 및 상가간의 전용주차장을 설치하고 구조적으로 이를 분리되게끔 건설한 것도 분쟁 종식의 하나의 이유 였으나, 명쾌한 법리가 부재한 상황에서 대법원이 2021. 1. 14. 선고 2019다294947 판결의 연장선상에서 아파트와 상가의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대상판결을 판시하였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상판결은 공용부분에 해당하는 주차장이 아파트와 상가 건물 간에 구조적으로 구분되어 있을 것을 전제로 하여 아파트와 상가 사이에 주차장이라는 공용부분에 대한 사용관계를 명확히 정리한 것으로 2000년대 이후 건축된 대부분의 아파트에 적용되어 이와 같은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아주 중요한 판결에 해당하는 것이다. 6. 마무리하며 결론적으로 현재도 수많은 하급심에 계류되어 있는 이와 같은 아파트 상가와 관련된 각 주차장에 관한 분쟁은 본 대상판결로 어느정도 해결될 수 있다고 보이는 바 각 구분소유자로서는 이와 같은 판결을 숙지하게 되면 더 이상 동일한 분쟁을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형필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상가
주차장
아파트
공용부분
권형필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2022-06-13
민사일반
주택·상가임대차
신탁자와의 임대차계약과 수탁자로부터의 양수인에 대한 대항력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평석에 필요한 한도에서 대법원판결(이하 단지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및 사건 경과를 간략하게 보기로 한다. 1. A 회사는 2007년 6월 이 사건 주택(이하 단지 '본건 주택')에 관하여 B 토지신탁회사를 수탁자로 하는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이하 단지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B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 신탁계약상의 B의 사전 승낙 아래 A는 그 명의로 목적물을 임대하기로 정하여졌고, 이는 본건 주택에 관한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있다. 2. 피고는 2007년 7월 A로부터 본건 주택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을 지급한 다음 그에 거주하면서 주민등록을 본건 주택의 주소로 이전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았다(피고는 2017년 9월에 본건 주택에서 퇴거하였다). 한편 원고는 2016년 8월 B로부터 본건 주택을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이하 단지 '등기')를 경료받았다. 3. 이 사건 제1심에서 원고는 본건 주택의 인도 및 소유권 취득시부터의 차임 상당 부당이득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이들 청구는 제1심법원에서 기각되었다. 항소심에서 원고는 건물인도청구 부분을 취하하여 부당이득금 부분만이 남았는데, 피고는 임대차보증금(이하 단지 '보증금')의 반환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4. 원심법원은 원고의 남은 본소청구 및 피고의 반소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피고의 상고에 대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판결취지] "이 사건 신탁계약에서 수탁자의 사전 승낙 아래 위탁자 명의로 신탁부동산을 임대하도록 약정하였으므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는 위탁자에게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약정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었으므로 임차인에게도 대항할 수 있다. 따라서 본건 주택에 관한 부동산담보신탁 이후에 위탁자인 A로부터 이를 임차한 피고는 임대인인 A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을 뿐 수탁자인 B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 나아가 B가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를 부담하는 임대인의 지위에 있지 아니한 이상 그로부터 본건 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한 원고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에 따라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여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도 없다." [평석] 1. 이 판결은, 신탁계약에서 수탁자의 사전 동의 아래 신탁자가 자기 명의로 신탁부동산을 임대하기로 약정하고 그 취지가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신탁자로부터 임차인은 수탁자 및 그로부터의 목적물 양수인에 대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단지 '주임법')에서 정하는 임차권의 대항력을 가지지 못한다고 일반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이는 특히 아파트와 같은 주택 등에 관하여 신탁계약이 흔히 행하여지는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법리로서, 부동산의 임대차 및 신탁의 거래에도 현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위 판례법리 중 임차권의 대항력에 관한 부분에 찬성할 수 없다. 위와 같이 신탁자가 수탁자와의 합의 아래 자기 명의로 임대한 경우에는 임차인은 수탁자로부터의 양수인에 대하여 임차권의 대항력을 주장할 수 있고, 따라서 임차인은 그 양수인에 대하여 보증금반환청구권을 가진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즉, 이 사건에서와 같이 수탁자(즉 소유자)로부터의 임대권한 부여에 기하여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었으면, 수탁자로부터의 소유권양수인에 대하여 임차권의 대항력이 주장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수탁자가 임대인계약의 당사자가 아니어서 임대차계약의 효력이 미치지 않고 따라서 애초 보증금반환채무를 지지 않는다고 해도 다를 바 없다. 2. 대법원은 일찍부터 정당하게도 주임법상의 대항력은 임대인이 주택의 소유자가 아니더라도 적법하게 그에 관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적법한 임대권한')을 가진 경우에도 인정된다는 태도를 취하여 왔다. 이는 대법원 1995. 10. 12. 선고 95다22283 판결(공보 3733)로 소급될 수 있다. 그 사실관계는, 명의신탁된 주택을 원고가 신탁자인 피고로부터 임차하였는데 그 후에 그 수탁자가 소유권을 갑에게 양도하였다(모두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의 일이다). 원고가 이 사건에서 피고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갑이 주택의 양수인으로서 당시의 주임법 제3조 제2항(현재의 동조 제4항)에 기하여 임대인의 지위도 당연히 그에게 이전하였고, 자신은 더 이상 임대인의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보증금반환채무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주임법에 의하여 대항력을 가지는 것은 등기부상 소유자와의 임대차계약에 의하여 취득한 임차권에 한한다"고 전제하고, "대외적 소유권을 가지는 등기명의자가 아니고 명의신탁자에 불과한 피고와의 사이에 체결된 임대차계약에 기한 임차권은 대항력을 취득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피고의 위 주장을 물리쳤다. 그러나 대법원은 "주택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주택에 관하여 적법하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적법한 임대권한)을 가진 임대인과 사이에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도 주임법이 적용되므로, "임대인인 피고가 비록 주택의 소유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주택의 명의신탁자로서 사실상 이를 제3자에게 임대할 권한을 가지는 이상, 임차인인 원고는 등기부상 주택의 소유자인 명의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적법한 임대차임을 주장할 수 있다"고 설시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던 것이다. 대상판결과의 관계에서 흥미로운 것은, 이 사건에서도 임대차계약의 당사자는 명의신탁자이므로 그가 보증금반환채무를 지고 수탁자는 그 채무를 지지 않음에도 수탁자로부터의 양수인에 대하여 임차인이 대항력을 가진다고 판시하였다는 점이다. 3. 이러한 법리는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다38908 판결(공보 하, 1107)에서도 이어진다. 이 사건은 주택을 매수하고 인도를 받았으나 아직 등기를 이전받지 아니한 참가인으로부터 피고가 그 일부분을 임차한 사안에 대한 것이다. 위 판결은 위 1995년 대법원판결의 판시를 인용하고 나서, 피고가 주임법상의 대항력요건을 갖춘 후에 원래의 주택매매계약이 해제되었음(그리하여 원래의 주택매도인이 피고를 상대로 건물의 명도를 청구하였다)에도 임차권의 대항력을 긍정하여 피고의 손을 들어주었다(계약 해제의 효과에 관한 민법 제548조 제1항 단서의 '제3자'에 관한 판시도 있다). 참조판결로 대법원 1971. 3. 31. 선고 71다309 판결(집 19-1, 300)이 인용되고 있다. 그 판결은 "매수인이 아직 등기를 받지 아니하였어도 매매계약의 이행으로 인도받은 매매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며, 이러한 지위의 매수인은 그 물건을 타인에게 적법히 임대할 수 있고 단지 목적물의 사용·수익을 청구할 수 있는 채권만을 가진다고 할 수 없다"는 흥미로운 설시를 하고 있다. 4. 최근의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다44879 판결(공보 상, 965) 역시 '적법한 임대권한'에 관한 1995년 대법원판결의 설시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임차인의 대항력 주장을 긍정한다. 이 사건에서도 주택에 관하여 신탁계약(신탁자는 수탁자의 개별 승낙 아래서만 임대할 수 있다는 약정을 포함한다)에 기하여 수탁자 앞으로 등기가 경료된 후 신탁자가 수탁자의 승낙 없이 원고에게 임대하여 주택을 인도하였다(원고는 바로 주민등록을 하였다). 그 후에 신탁자가 '신탁재산의 귀속'을 원인으로 수탁자로부터 등기를 경료받았는데, 다시 위 주택은 임의경매에 기하여 피고에게 소유권이 이전되었다. 결국 원고의 보증금반환청구는 대법원의 상고기각으로 인용되었는데, 여기서 대법원은 "주택에 관한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한 경우 임대권한은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수탁자에게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위탁자가 수탁자의 동의 없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수탁자로부터 소유권을 회복한 때에는 위 임대차계약에 대하여 위 조항이 적용될 수 있음이 분명하다"고 판시하였던 것이다. 물론 이 사건에서는 대상판결에서와 같이 수탁자로부터 제3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된 것이 아니라 신탁자가 소유권을 이전받은 상태에게 제3자가 소유권을 취득한 것이다. 그러나 신탁자가 소유권이 없던 상태에서 적법한 임대권한이 없이 임대한 경우조차도 그가 그 후에 소유권을 취득하여 그 권한을 갖추었다면 그 임차인은 주택의 새로운 양수인에 대하여 임차권을 대항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5. 요컨대 대법원 재판례들은, 임대인이 목적물의 소유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임차인이 임차권을 소유자에 대하여 주장할 수 있는 경우, 그리하여 예를 들면 민법 제213조 단서의 '점유할 권리'를 가져서 소유자의 물건인도청구를 저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임차인은 민법상 또는 주임법상의 대항력요건을 갖추어서 대항력을 취득하고, 소유자로부터의 양수인에 대하여도 임차권을 관철할 수 있다는 태도를 밝히고 있다. 이러한 태도가 부동산임차권의 대항력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정당함에는 별다른 의문의 여지가 없지 않을까? 특히 이 사건에서는 위와 같은 신탁자의 임대 권한이 신탁원부로 공시되어 있어서, 목적물을 양도받으려는 이는 현 점유자의 대항권원을 추적하여 볼 수 있는 여지가 컸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은 돌연 종전과는 다른 태도를 취한 것으로서, 찬성할 수 없다. 양창수 석좌교수 (한양대·전 대법관)
신탁등기
오피스텔
임대차보증금
양창수 석좌교수 (한양대·전 대법관)
2022-04-11
민사일반
소극적 확인하는 소에서 '확인하는 이익'에 관한 법리
1. 사실 및 쟁점 (가) 이 사건 보험계약의 계약자 겸 피보험자인 소외인이 2016년 10월경 사고로 사망하자, 보험수익자인 피고는 2016년 12월경 보험회사인 원고에게 상해사망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원고는 2017년 2월경 소외인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함과 동시에 이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그 무렵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금 지급채무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본소를 제기하였다. (나) 쟁점은, 보험회사가 보험수익자를 상대로 소극적 확인하는 소를 제기할 확인하는 이익이 있는지 여부, 즉 소극적 확인하는 소에서 '확인하는 이익'에 관한 법리이다. 2. 대법원 판결 이유의 요지 (다수의견) 확인하는 소에서 확인하는 이익은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그 불안·위험을 제거하는 데 피고를 상대로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에만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다툼으로써 원고의 법률상 지위에 불안·위험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면 확인하는 이익이 있다. 그러므로 보험계약의 당사자 사이에 계약상 채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 그로 인한 법적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보험회사는 먼저 보험수익자를 상대로 소극적 확인하는 소를 제기할 확인하는 이익이 있다. (반대의견) 소극적 확인하는 소에서 확인하는 이익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확인하는 이익의 공적인 기능이나 소극적 확인하는 소가 채권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도 고려해야 하므로, 모든 계약 관계에서 계약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항상 채무자가 소극적 확인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는 확인하는 이익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3. 논점의 전개 (가) 확인하는 소의 의의 및 본질 (a) 확인하는 소라 함은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권리 또는 법률관계의 존부를 주장하고 법원에 대하여 그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말한다. 그 존재를 주장하는 것이 적극적 확인하는 소, 그 부존재를 주장하는 것이 소극적 확인하는 소이다. (b) 확인하는 소에 대한 본안판결은 확인을 바라는 권리관계의 존부를 선언하는 확인판결이다. 주문에 '…한다'고 표시하는데 그확인하는 주체는 피고가 아니라 법원이란 점을 주의하여야 한다. 법원이 확인하는 주체가 된 데는 역사적 이유가 있다. 법률제도가 완비된 우리나라에서는 실무나 법학연구의 축적에 의해 어느 정도 명확하게 된 내용을 갖는 민법 등 실체법 규범이 존재하여 사람들은 이를 기준으로 사회생활을 하는데 익숙하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재판하여야할 필요성이나 유용성의 비율은 비교적 낮다. 그러나 고대 로마에서 개인은 처음에 자력구제에 의하여 권리실현을 하다가 국가로서의 체계를 갖추면서부터는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재판을 통해서만 개인이 권리실현을 할 수 있는 일종의 자력집행의 면허장을 부여하였으므로 그러한 권리 확인하는 주체는 개인이 아니라 면허장을 부여하는 국가였다. 즉 재판으로 적극적으로 확인된 권리만이 실체적 권리로서 존재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법원의 확인재판이 없는 실체적 권리는 존재할 수 없었다. 그 후 역사적으로 재판제도가 발달되고 법학이 발전됨에 따라 '부존재한 권리'도 인정되면서 소극적 확인재판도 형성되었지만 그 범위는 적극적 확인의 예외일 수밖에 없었다. (나) 적극적 확인 그러므로 확인하는 소는 자기 권리의 적극적 확인을 구할 수 있을 때에는 상대방 권리의 소극적 확인을 구해서는 안 된다. 특히 소유권의 귀속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에 적극적으로 자기의 소유권확인을 구하여야 하지 소극적으로 상대방의 소유권부존재확인을 구하여서는 그것이 부존재를 구하는 사람의 소유인지 제3자의 소유인지 분명하지 아니하여 그 소유권의 귀속에 관한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대법원 2016. 5. 24. 선고 2012다87898 판결). 판례는 토지의 일부에 대한 소유권의 귀속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에 적극적으로 그 부분에 대한 자기의 소유권확인을 구하지 아니하고 소극적으로 상대방 소유권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것은, 원고에게 내세울 소유권이 없더라도 피고의 소유권이 부인되면 그로써 원고의 법적 지위의 불안이 제거되어 분쟁이 해결될 수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소유권의 귀속에 관한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즉시확정의 방법이 되지 못하며, 또한 그러한 판결만으로는 토지의 일부에 대한 자기의 소유권이 확인되지 아니하여 소유권자로서 지적도의 경계에 대한 정정을 신청할 수도 없으므로, 확인하는 이익이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16. 5. 24. 선고 2012다87898 판결). 그러나 원고에게 내세울 소유권이 없지만 피고의 소유권이 부정됨으로써 원고의 법적 지위에 대한 불안이 제거되어 분쟁이 해결될 수 있는 경우에는 피고의 소유권에 대한 소극적 확인도 확인하는 대상이 된다. 예컨대 원고가 소외A를 대리인으로 하여 소외B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였는데 소외 A는 아무런 권한 없이 그 부동산을 원고와 소외 A명의로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을 경우에 소외 A명의의 지분권이전등기는 원인무효이므로 그 지분권은 여전히 소외 B에게 남아있게 된다. 이 경우에 원고로서는 오로지 위 지분권자인 소외 B를 대위하여 소외 A 명의의 지분권이전등기가 실체권리관계와 부합하지 않음을 이유로 무효임을 주장할 수 있을 뿐이고 적극적으로 자기의 지분권을 주장할 수 없는 처지이니, 이와 같은 경우에는 소외 A의 지분권에 대한 소극적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84. 3. 27. 선고 83다카 2337 판결). (다) 보험회사가 보험수익자를 상대로 소극적 확인하는 소를 제기할 확인하는 이익이 있는지 여부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보험회사가 보험수익자를 상대로 소극적 확인하는 소를 제기할 확인하는 이익이 있다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 반대의견은, 소극적 확인하는 소에서 확인하는 이익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확인하는 이익의 공적인 기능이나 소극적 확인하는 소가 채권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도 고려해야 하므로, 모든 계약 관계에서 계약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항상 채무자가 소극적 확인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는 확인하는 이익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보험의 공공성, 보험업에 대한 특별한 규제, 보험계약의 내용 및 그에 따른 당사자의 지위 등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보험계약자 등이 보험금 지급책임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툰다는 사정만으로는 확인하는 이익이 인정될 수 없고, 그 외에 추가로 보험금 지급책임의 존부나 범위를 즉시 확정할 이익이 있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비로소 확인하는 이익이 인정되어 소극적 확인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만일 계약 당사자 사이에 계약상 채권채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 채권자는 특별한 제한 없이 채무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지만 채무자는 채무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한적으로만 제기할 수 있다고 한다면, 채무자는 채권자와 다툼이 있음에도 상당 기간 법적 지위의 불안 상태를 계속해서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되고, 또한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 등을 상대로 소극적 확인하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보험계약자 등에게 반드시 불리하기만 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위법하거나 부당한 보험금 청구를 적극적으로 저지하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보험회사의 공공성에 부합하고, 여기서 만약 보험회사가 소송제도를 악용하는 경우에는 소권 남용의 법리 등으로 적절하게 규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반대의견이 제시한 소극적 확인하는 소의 확인하는 이익인 '특별한 사정'은 그 자체로 추상적이고 분명하지 아니하여 소송요건으로서 직권조사사항인 '확인하는 이익'의 존부를 판단하는 요소로서는 부적절하거나 소송지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4. 결론 이 사건에서 보험회사는 보험수익자를 상대로 하여 적극적으로 자기의 권리확인을 구할 방법이 없으므로 그의 소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소극적으로라도 확인하는 소를 제기할 확인하는 이익이 있다고 하여야 한다. 결국 이번 전합 판결은 피고를 상대로 자기의 적극적 권리확인을 구할 방법이 없는 자에게는 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소극적 확인하는 소를 허용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할 것인데, 그렇다면 이 판례는 보험회사가 보험수익자를 상대로 한 경우에 국한시킬 필요가 없다할 것이다. 다만 다수의견이 방론(傍論)으로서 반대의견이 설시하는 '특별한 사정'은 직권조사사항인 확인하는 이익의 존부를 판단하는 요소로서는 부적절하거나 소송지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 그 부분은 다소 이해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직권조사사항은 당사자가 상고이유로 주장하지 아니하여도 상고심의 심판범위에 속하므로(제434조) 여기서 부적절성이나 소송지연의 원인을 따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강현중 고문(법무법인(유) 에이펙스·전 사법정책연구원장)
보험금
보험사
사망
채무
강현중 고문(법무법인(유) 에이펙스·전 사법정책연구원장)
2021-12-13
민사일반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빛반사 시각장애에 관한 손해배상청구 및 방지청구
1. 사실관계 원고는 2003년 9월부터 신축된 A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피고는 2010년 2월경 A아파트의 서쪽에 외벽 전체를 통유리로 만든 B건물을 신축하였다. 원고가 거주하는 A아파트의 일부에는 오전 시간에 일부에는 오후 시간에 B건물의 태양반사광이 아파트에 유입되어 빛반사 시각장애를 일으켰다.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빛반사 시각장애에 관한 손해배상 및 방지를 청구하였다. 2. 하급심 경과 1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2013. 4. 2. 선고 2011가합4847,19016 판결)은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가 참을 한도를 넘었다고 하여 위자료 및 재산상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피해방지시설 설치도 인정하였다. 2심 서울고등법원(2016. 6. 17. 선고 2013나28270, 2013나28287 판결)은 참을 한도를 초과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승소 판결을 하였다. 3. 대법원 판결요지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빛반사 시각장애에 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생활방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어야 하고, 그 참을 한도 초과여부에 대해서는 앞선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13다59142 판결에서 설시한 법리를 그대로 다시 언급하였다. 또한 태양반사광의 예방 또는 배제방지청구는 당사자가 받게 될 이익과 상대방 및 제3자가 받게 될 불이익을 비교 교량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아울러 대법원은 태양직사광과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를 그 발생원인에 따라 자연에 의한 생활방해와 인공적인 생활방해로 구별하고, 태양직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는 자연에 의한 생활방해로 어떠한 법적 책임도 발생시키지 않지만, 태양반사광은 자연적인 태양광이 인위적으로 축조된 건물에 의한 반사효과와 결합하여 생활방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이에 태양반사광은 아파트 거주자들에게 눈부심과 빛반사 시각장애를 일으켜 주거의 본질적인 이용을 방해하고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참을 한도를 넘을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일조방해와 태양반사광 침해로 인한 생활방해는 피해 성질과 내용에서는 큰 차이가 있고, 일조 침해로는 곧바로 건강상의 장애를 일으킨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태양반사광은 적극적인 침습의 형태로 주거의 본질적인 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태양반사광 생활방해에서의 참을 한도는 빛반사 밝기가 빛반사 시각 장애를 초래하는 정도를 얼마나 초과하는지 여부와 그 지속시간이 중요한 고려요소라고 하였다. 4. 참고 사건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피해에 관한 소송은 이미 유럽 등에서도 있었지만, 손해배상인정에서는 유럽 법원은 매우 인색하였다. 우리와 유사한 법제를 유지하고 있는 이웃 일본에서도 태양광발전 패널로 인한 반사광피해에 대해서 소송이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도 통유리 건물의 반사광으로 인한 손해배상 사례가 있었다. 1) 일본 태양광 패널 사건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빛반사 시각장애에 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일본에서도 이미 문제된 적이 있다. 사안은 앞집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함으로써 뒷집 2층 집안에 반사광이 유입되어 생활방해를 받게 된 뒷집 소유자인 원고가 앞집 소유자인 피고에게 방해배제청구로서 패널의 철거와 손해배상을, 또다른 피고인 건축업자에게는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이다. 1심(일본 후쿠오카지방재판소 2012. 4. 18.)은 원고가 청구한 앞집 소유자의 패널의 철거와 앞집 소유자 및 건축업자의 손해배상을 인용하였다. 그런데 항소심 도중 문제가 된 태양광 패널은 철거되었고, 항소심(일본 도쿄고등재판소 2013. 3. 13.)에서는 수인한도가 넘지 않았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었고, 이후 원고가 상고하지 아니하여 판결이 확정되었다. 이 사건에서는 법원이 원고에게 증거를 제출하라고 하였지만 원고가 거부하여 제출하지 않았고, 제1심판결 이후 북쪽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피고가 스스로 완전히 철거한 점 등이 항소심 판단에 영향을 끼쳐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하는 견해도 있다. 2) 부산아파트 사건 대법원은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빛반사 시각장애에 관한 2016다33202, 33219 판결에 앞서 이미 관련 법리를 부산 아파트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동일하게 선고한 바 있다.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원고는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다. 피고는 아파트 인근의 주상복합 건물의 시행자와 시공자이다. 위 주상복합건물은 지상 46층, 66층, 72층으로 외장재로 로이 복층유리를 사용하여 신축되어 일반적인 복층유리의 반사율보다 높아서, 원고 아파트는 피고 건물 외벽의 강한 태양반사광으로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1심 부산지법 동부지원(2010.11.26. 선고 2009가합3899 판결)은 수인한도를 넘는다는 증거가 없다고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인 부산고등법원(2013. 6. 25. 선고 2011나474 판결)은 피고 건물의 외벽 유리에 반사되어 위 원고들 아파트로 유입되는 강한 햇빛으로 인하여 원고가 수인한도를 넘는 침해를 입고 있다고 보아, 손해배상으로 건물의 가치하락액과 위자료를 인정하였지만, 냉방비증가액은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2021. 3. 11. 선고 2013다59142 판결에서 "건축된 건물 등에서 발생한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는지는 태양반사광이 피해 건물에 유입되는 강도와 각도, 유입되는 시기와 시간, 피해 건물의 창과 거실 등의 위치 등에 따른 피해의 성질과 정도, 피해이익의 내용, 가해 건물 건축의 경위 및 공공성, 피해 건물과 가해 건물 사이의 이격거리, 건축법령상의 제한 규정 등 공법상 규제의 위반 여부, 건물이 위치한 지역의 용도와 이용현황,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지조치와 손해회피의 가능성, 토지 이용의 선후관계, 교섭 경과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종래 일조, 소음 등 환경침해에서의 법리를 그대로 설시하면서,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의 참을 한도 초과여부는 가해 건물로 인하여 발생하는 태양반사광의 강도와 유입시간이 중요한 요소하고 하면서 원·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 주민에게 위자료 100~3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확정하였다(법률신문, 2021. 3. 25.자 5면 참고) 5. 검토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에 대해서는 그동안 2013년의 부산고등법원과 2016년의 서울고등법원에서 상고된 2건이 대법원에 계류되어 있었다. 2013년의 부산고등법원 사건은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13다59142 판결에서 선고되었지만, 그 사안에서는 아파트 주민인 원고가 원심에서 승소한 사안으로, 대법원은 태양반사광의 강도와 유입시간이 참을 한도의 판단기준에 중요한 고려요소라는 것만을 설시하고 태양반사광의 개념이나 일조와의 차이점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아파트 건설회사인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그동안 태양반사광 생활방해에 관한 손해배상 및 금지청구 등에 대해서는 논란은 있었지만, 그에 관한 학술적인 연구가 많지 않았다. 필자도 이에 관해서 사족을 붙인 적이 있다(배병일, 광해로 인한 민사적구제에서의 문제점, 저스티스 178호, 2020. 6.). 2013다59142 판결은 태양반사광 피해에 관한 최초의 사안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번 2016다33202,33219 판결에서는 태양반사광의 개념에 대해서 상세하게 구체적으로 설시하고, 태양반사광 침해와 일조방해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설시하면서 태양반사광 침해가 태양직사광에 관한 일조 침해와는 달리 적극적인 침습의 형태라고 구체적으로 밝힌 점에서 이 판결의 의미는 더욱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판결에서도 빛반사 밝기가 빛반사 사각장애를 초래하는 정도를 얼마나 초과하는지 여부와 그 지속시간이 중요한 고려요소라고 보았다. 빛밝기가 시각장애를 일으키는 강도는 부산아파트사건에서는 시각장애를 일으키는 최소기준인 2만5000cd/㎡의 2800배, 이 판결에서는 440배 내지 2만9200배, 유입기간은 부산아파트사건에서는 연간 31~187일간 1시간 21분에서 73시간, 하지기준으로 7분~1시간 15분, 이 판결에서는 7개월간 1일 약 1~2시간, 9개월간 1일 1~3시간을 상당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시각장애를 일으키는 최소기준 2만5000cd/㎡의 400~500배, 유입기간은 2~3개월에 1일 1시간 정도라도 적극적 침습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A아파트가 B건물보다 먼저 건축되어 있었던 점, 통유리로 건축된 B건물의 건축기법이 회사의 홍보효과를 높이려는 사업상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해당 지역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예외적인 기법이라는 점, 피고가 거주자 침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던 점 등도 추가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이 판결은 태양반사광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과 방지청구에 관한 선도적인 판결로서 향후 판례 형성과 우리나라 법문화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사료된다. 배병일 교수(영남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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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일 교수(영남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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