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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증자가 증여받은 재산을 상속개시 전에 처분하였거나 수용된 경우 유류분 산정의 기준시기
(사실관계 및 대법원 판결) 1. 사실관계 소외 1은 2014. 9. 12. 사망하였는데, 자녀인 원고들과 피고가 망인을 공동상속하였다. 소외 1은 1995. 5. 30.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1995. 5. 25. 증여를 원인으로 하여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09. 11. 3. 이 사건 각 토지를 수용하였고, 피고는 2009. 12. 11.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수용보상금 5,118,316,500원을 수령하였다. 2. 원심판결 원심은 이 사건 각 토지의 증여로 인하여 원고들의 유류분이 침해되었다고 인정하고 피고에게 유류분 반환을 명하였는데, 이를 산정함에 있어서 위 토지의 가액을 상속개시시를 기준으로 하여 7,233,034,000 원으로 인정하였다. 3.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민법 문언의 해석과 유류분 제도의 입법취지 등을 종합할 때 피상속인이 상속개시 전에 재산을 증여하여 그 재산이 유류분반환청구의 대상이 된 경우, 수증자가 증여받은 재산을 상속개시 전에 처분하였거나 수용되었다면 민법 제1113조 제1항에 따라 유류분을 산정함에 있어서 그 증여재산의 가액은 증여재산의 현실 가치인 처분 당시의 가액을 기준으로 상속개시까지 사이의 물가변동률을 반영하는 방법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위와 같이 보아야 할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연구) 1. 서론 대법원 판결에 찬성한다. 필자는 위 대법원 판결과 같은 취지로 논문을 발표한 바 있고(윤진수, 유류분반환청구에서 공동상속인에 대한 증여의 시기와 증여 가액의 산정 시점, 비교사법 29권 4호, 2022), 또 이 사건에 관하여도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으며, 이 의견서가 참고된 것으로 보인다. 2. 종전의 판례 대법원 2005. 6. 23. 선고 2004다51887 판결은, 유류분액을 산정함에 있어 피고들이 증여받은 재산의 시가는 상속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하고, 당해 피고에 대하여 반환하여야 할 재산의 범위를 확정한 다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원물반환이 불가능하여 가액반환을 명하는 경우에는 그 가액은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은 피고가 피상속인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았는데, 원고가 유류분 반환청구를 하였고, 피고는 당시 증여받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경우였다. 그러나 위 판결에서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게 된 시점이 상속개시 전인지 아닌지는 불분명하다. 또 대법원 2021. 6. 10. 선고 2021다213514 판결도 이를 재확인하면서, 원물반환이 불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반환할 가액의 산정 기준이 달라지지 아니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유류분권리자와 반환의무자가 모두 가액반환에 동의한 사건이었다. 한편 대상결정과 같이 부동산이 수용된 경우에 관하여는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례는 없다. 다만 서울고등법원 2018. 10. 17. 선고 2017나2065297 판결은, 상속개시 전에 증여된 부동산이 수용된 경우에 대하여, 상속개시 당시 시가를 반환하여야 할 증여재산으로 인정하였다. 그리고 헌법재판소 2010. 4. 29. 선고 2007헌바144 결정은,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가산되는 증여재산의 평가시기를 증여재산이 피상속인 사망 전에 처분되거나 수용되었는지를 묻지 않고 모두 상속개시시로 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3. 학설 이처럼 상속개시 전에 증여받은 목적물의 원물반환이 이미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 증여재산의 가액 산정 기준시에 관하여는 몇 가지 학설이 주장되고 있다. 제1설은 유류분액을 산정하여 유류분 침해의 유무를 판단하는 제1단계와, 원물반환이 불가능하여 그 가액을 산정하는 제2단계에서 모두 상속개시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2설은 제1단계에서는 상속개시시가 기준이 되지만, 제2단계에서는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게 된 때, 즉 처분시 또는 멸실시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3설은 제2단계의 유류분 산정시에는 수증재산의 대상인 처분대가가 상속개시시에 갖는 가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제2설과 마찬가지이지만, 1단계에서도 상속개시시가 아니라 수증재산의 처분시 시가에 상속개시 시까지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금액을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4. 검토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수증재산의 가액이 변동하는 경우에, 그 변동의 이익 또는 위험을 유류분을 반환하여야 하는 수증자에게 귀속시킬 것인가 아니면 유류분권리자에게 귀속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처분한 후 유류분 반환이 청구된다면, 그 수증재산의 가액을 반환함에 있어서 목적물의 가치 산정은 수증재산을 처분한 때를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상속개시 전에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처분한 경우에는 유류분부족액을 산정하는 제1단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다만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처분한 것이 상속개시 후라면, 유류분부족액을 산정하는 제1단계에서는 상속개시 시의 수증재산의 가액을 산정하고, 반환하여야 할 가액을 산정하는 제2단계에서는 처분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먼저 제2단계를 중심으로 하여 살펴본다.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더 이상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그 후의 수증재산의 가치 변동은 더 이상 수증자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사항이고, 따라서 이로 인하여 수증자가 불이익을 받거나 이익을 받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후 수증재산의 시가가 올랐다면, 그 오른 가격을 수증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 프랑스의 문헌이 설명하는 것처럼, 증여에 의하여 받은 이익과 관계없는 것까지 청구함으로써 수증자를 파산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은 불공정(injuste)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후 목적물의 시가가 떨어졌다고 하여 시가가 떨어진 시점의 가액만을 반환하게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불합리하다. 그러므로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처분함으로써 이를 반환하지 못하게 되었다면 그 처분 시점의 수증재산의 가액만큼을 반환하는 것이 공평하다.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처분이 상속개시 전에 이루어졌을 때에는 처분 당시의 수증재산의 가액에 상속개시 당시까지 사이의 물가변동률을 반영하는 방법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이는 수증자가 금전을 증여받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급하는 것이 된다. 반면 처분이 상속개시 후에 이루어졌다면, 이때에는 처분 당시의 증여 목적물 가액이 기준이 될 것이다. 이 때 수증재산을 대가를 받고 처분하였다면, 통상적으로는 그 대가를 그 처분 시점의 수증재산의 가액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5.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 대법원 판결도 기본적으로 같은 취지이다. 즉 수증자가 재산을 처분한 후 상속개시 사이에 그 재산의 가치가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것은 수증자나 기타 공동상속인들이 관여할 수 없는 우연한 사정인데, 그럼에도 상속개시시까지 처분재산의 가치가 증가하면 그 증가분만큼의 이익을 향유하지 못하였던 수증자가 부담하여야 하고, 감소하면 그 감소분만큼의 위험을 유류분청구자가 부담하여야 한다면 상속인간 형평을 위하여 마련된 유류분제도의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피상속인이 생전에 증여를 한 다음 수증자에 의하여 처분되거나 수용되었다고 하여 그 재산의 시가상승 이익을 유류분 반환대상에 포함시키도록 재산가액을 산정한다면 수증자의 재산 처분을 제재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고 지적하는데, 이는 필자의 표현(위 논문 279면)을 원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 대법원 2005. 6. 23. 선고 2004다51887 판결과의 관계를 명확히 하지 않은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 6. 여론 대상판결에서 문제가 된 증여는 1995. 5. 25. 있었고, 상속 개시는 2014. 9. 12.이었다. 종래 판례(대법원 1995. 6. 30. 선고 93다11715 판결 등)와 통설은, 공동상속인에 대한 증여는 그것이 특별수익에 해당할 때에는 민법 1118조가 특별수익에 관한 1008조를 준용하고 있으므로, 증여는 상속개시전의 1년간에 행한 것에 한하여 그 가액을 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1114조 본문에도 불구하고 증여 시기를 불문하고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산입한다고 보고 있다. 대상 판결도 같은 전제에 서 있다. 그러나 필자는 1118조로부터는 그러한 결론을 이끌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유류분으로 인한 분쟁을 조장하는 것이다.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유류분
증여
유류분산정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3-08-27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공인중개사의 개입하에 장래 계약서 작성이 예정된 경우 계약서를 작성해야 매매계약이 성립하는지 여부
1. 판결 요지 공인중개사의 전달로 당사자 사이에 매매계약의 주요 사항이 합의된 후 가계약금을 주고받은 사안의 매매계약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법원은 ① 송금한 돈이 가계약금으로 명시된 점, ② 공인중개사는 매매 중개를 위임받았을 뿐이고, 매매계약 체결 권한을 위임받은 것은 아닌 점, ③ 공인중개사가 전달받은 매매계약의 매매대금 및 지급기일에 관한 사항을 당사자에게 전달하고 이를 통하여 당사자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주요 사항에 관한 교섭이 이루어진 것에 불과한 점, ④ 공인중개사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연락하였을 뿐 직접 연락한 사실이 없고, 당사자들이 참석하여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점을 종합하면, 매매계약서를 작성함으로써 매매계약을 성립시키겠다는 의사였다고 보이고, 이러한 모습이 공인중개사를 통한 부동산 매매의 일반적인 거래관행에도 부합하는 점을 들어 매매계약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2.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부동산 매매계약의 성립을 부정해야 할 것이다 가. 신중한 접근 우리 삶에서 부동산과 그 매수자금은 제1호 재산이거나 유일한 재산인 경우가 많다. 부동산을 사고파는 것은 실로 결혼만큼 인생에서 어마어마한 일이다. 살면서 그렇게 큰돈이 오고가는 일은 흔치 않다. 이 점만으로도 공인중개사의 개입하에 장래 계약서 작성이 예정된 있는 경우 부동산 매매계약의 성립 여부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나. 주관적 측면 : 당사자의 의사 1) 직접 대면을 통한 신원확인절차 동산과 달리 부동산의 선의취득이 인정되지 않는 우리나라 민법에서 부동산 매매계약은 거액을 지급하고도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비참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굉장히 위험한 계약이기도 하다. 따라서 당사자는 상대방과의 직접 대면을 통해 그 사람이 부동산등기사항증명서상 소유자와 일치한지, 그 사람에게 정당한 대표권이나 대리권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할 수 있는 이른바 ‘신원확인절차’가 보장되어야 하고 이런 기회도 없이 가계약금이 송금된 사정(주요 사항의 합의 이후)을 가지고 곧바로 매매계약이 성립했다고 본다면 그 의사를 정면으로 왜곡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 결국 당사자는 중개사사무실에서 상대방의 신원확인절차를 염두에 두었다고 할 것이다. 2) 계약서 작성을 통한 계약 성립 실제 부동산 매매 거래에서는 장래 ‘계약서 작성일’을 정해 두고 미리 가계약금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장차 ‘계약서 작성일’을 별도로 설정한 것은 결정적인 대목이고 묵직한 울림을 던지고 있다. 그 함축된 의사를 중개사사무실에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는 각 당사자에게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하는 데 무리가 없다. 찬반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사적 자치를 대원칙으로 하는 우리 민법에서 계약체결의 자유 중 계약체결방식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다’라는 묵직한 논거로 논란거리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당사자의 의사를 강력하게 반영함으로써 비록 주요 사항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까지는 낙성계약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의사해석을 해야 할 것이다. 3) 공인중개사의 중개행위의 성격 만약 가계약금 송금 당시 구두로 매매계약이 성립되었다고 새기면, 장래 계약서 작성은 이미 구두 합의된 것을 단순히 문서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게 된다. 결국 공인중개사의 가교 역할만으로 계약의 구속력을 인정하는 셈인데, 이는 ‘알선’이라는 사실행위를 하는 공인중개사에게 ‘법률행위의 대리권’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 부당하다. 더군다나 공인중개사법은 공인중개사에게 중개대상물의 확인·설명의무(공인중개사법 제25조)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중개의뢰인은 부동산전문가로부터 매물에 대한 확인·설명을 들은 연후에 계약체결 여부를 결정짓겠다는 의사로 공인중개사를 개입시켰을 것이다. 4) 폭넓은 계약교섭 단계의 인정 : ‘negotiated’가 아닌 ‘negotiating’ 그리고 비록 주요 사항에 대하여 합의가 있었을지라도 낙성계약의 개념을 맹목적으로 순종하기보다는 우리 민법상 계약체결의 자유(소극적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자유)라는 대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당사자 의사를 엄격히 해석해야 할 것이다. 장차 중개사사무실에서 당사자 참석하에 계약서 작성이 예정되어 있다면, 그 이전까지는 매도조건 또는 매수조건 등 계약조건의 교섭 단계에 불과하다고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 주요 사항에 합의가 있었다고 성급히 더 이상의 협상 자체를 원천 봉쇄시키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최종적·확정적 합의로 매듭졌다고 보면 별도로 계약서 작성일을 설계한 당사자 의도 및 관행과 정면 충돌한다. 오히려 중개사사무실에서 만나 계약서에 최종적으로 서명 또는 날인을 마칠 때까지는 당사자가 민사법 질서를 주도적으로 형성하는 것을 용인해야 할 것이다. 사적자치 원칙이 지탱하고 있음에도 부동산 가치가 급등락했을 때, 혹은 소유권이전이나 제한물권의 설정 등으로 이미 권리관계가 변동되었거나 상대방이 아무런 권한이 없는 제3자임을 간파했음에도 중개사사무실에서 그와 계약서 작성을 거부할 수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하고 만다. 사적자치라는 민법상 대원칙을 제한할 때는 낙성계약이라는 개념에 함몰되어서는 안 되며 더 엄격한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매매계약뿐만 아니라 매매예약이라는 멍에를 덧씌울 때도 마찬가지이다. 계약서가 없다면 매매예약 성립도 부정해야 할 것이다. 다. 객관적 측면 : 거래관행 및 거래안전 1) 거래관행 거래관행에 견주어 보면,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의 계약서 작성행위를 이미 성립한 구두계약과 일치함을 확인하거나 그 구두계약을 문서화하는 증빙서류 쯤으로 여기는 것은 도리어 본말이 전도되는 파격적인 판단이다. 이러한 법리 구성은 기교적이고 복잡할 뿐만 아니라 군대에서 처음 만져 보는 총만큼이나 매우 조심스러운 느낌이다. 반면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직접 만나 신원확인절차를 거친 후 계약서를 작성함으로써 비로소 계약이 성립되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 처분문서의 개념을 살리고 거래 실체를 생동감 있게 묘사할 수 있어서 훨씬 자연스럽고 간단 명쾌한 해석이 된다. 2) 거래안전 우리 민법은 법률행위에 따른 부동산 물권변동은 등기하여야 한다는 이른바 형식주의를 취하고 있다(민법 제186조). 부동산등기법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해야 하고, 만약 첨부정보인 「등기원인을 증명하는 정보」(매매계약서)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면 등기신청이 각하된다(부동산등기법 제29조 제9호). 매매계약서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매수인은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할 수 없다. 그런데 만약 장차 중개사사무실에 계약서 작성을 예정하고 있음에도 법원이 그 이전 단계에서 낙성계약을 쉽게 긍정한다면 모름지기 판결에 의한 등기(부동산등기법 제23조 제4항)를 하기 위해 등기소송이 남발될 수 있으며 그 판결 여하에 따라 부동산 거래안전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이러한 거래 안전 측면에서도 계약서 작성 유무가 계약 성립 여부를 판가름 짓는 잣대가 되어야 하는 것이 어쩌면 ‘계약서’라는 개념이 가지는 숙명(거래안전을 위해서 태어난)일지도 모른다. 매매계약서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매수인은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할 수 없다. 그런데 만약 장차 중개사사무실에 계약서 작성을 예정하고 있음에도법원이 그 이전 단계에서 낙성계약을 쉽게 긍정한다면 모름지기 판결에 의한 등기를 하기 위해 등기소송이 남발될 수 있으며 그 판결 여하에 따라 부동산 거래 안전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이러한 거래 안전 측면에서도 계약서 작성 유무가 계약 성립 여부를 판가름 짓는 잣대가 되어야 한다. 3. 결어 ‘인간의 생명은 그 개개인에 있어서는 하나의 우주이고, 지구보다 무거운 것’이라고 한다(헌법재판소 1996. 11. 28. 선고 95헌바1 사형제도 사건). 지구보다 무거운 생명에 못지않게 서민에게는 부동산 특히 아파트 등 주택과 그 매수자금은 우주보다 무거운 재산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재산을 처분함에 있어서 당사자가 직접 만나거나 통화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직접적인 교섭행위를 한 적이 없고 오로지 공인중개사로부터 간접적으로 계약의 주요 사항을 전달받고 가계약금을 주고받은 후 장차 중개사사무실에서 계약서 작성을 예정하고 있다면, 매매계약의 성립 여부에 신중하고도 엄격한 판단이 요망된다. 이런 이치에서 '전주지방법원 2021나6726 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김상철 변호사(법무법인 규원)
부동산
공인중개사
가계약
계약서
김상철 변호사(법무법인 규원)
2022-10-31
국가배상
민사일반
일본군 위안부 판결과 국가면제이론
Ⅰ. 사건 경과 원고들은, 일본제국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침략전쟁 수행을 위하여 조직적·계획적으로 ‘위안소’를 설치·운영하였고, 의사에 반하여 유괴·납치하여 모집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안소에 감금한 채 상시적 폭력, 고문, 성폭행을 일삼았다면서, 국제법 위반 및 민사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재판부는 일본국이 소장 등 서면 송달을 거부하였기 때문에 공시송달절차를 통해 2021.1.8. 원고 승소판결(이하 이사건 판결이라 한다)을 선고하였고, 피고가 항소하지 않아 확정되었다. 한편, 다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2016.12.28. 제소한 사건(2016가합580239)은 1.13. 선고 예정이었으나, 재판부가 추가 심리를 이유로 변론을 재개하여 현재 계류중이다. Ⅱ. 이사건 쟁점 재판부는 국가면제론을 배척하는 한편 1965 청구권 협정 및 2015 한일합의로 소멸하지 않았다면서 일본국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다. 다만 본 고에서는 지면 관계상 국가면제이론 적용에 따른 재판권 유무에 대해서만 검토한다. Ⅲ. 국가면제 적용 여부에 따른 재판권 유무 1. 국가면제 이론의 개요 국제법 이론에서 국내 법원은 원칙적으로 외국 국가가 스스로 외교상 특권을 포기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외국 국가에 대한 소송에서 민사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절대적 국가면제이론이 대세였고, 대법원 역시 그러한 태도를 보였으나(대법원 1975. 5. 23.자 74마281 결정), 20세기에 들어서 다수 국가가 사법적·상업적 행위와 같은 비주권적행위에 대해서는 국가면제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상대적 면제이론이 널리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대법원 역시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상대적 면제를 인정하는 태도로 변경하였다(대법원 1998. 12. 17. 선고 97다39216 전원합의체 판결). 2. 이탈리아 페리니 강제노역 사건 진행 경과 가. 대표적인 국가면제관련 사건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체포되어 군수공장에서 강제노역 당한 이탈리아인 Ferrini가 1998.9.23. 독일국을 상대로 Arezzo 지방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사건 {Ferrini v Germany, Appeal decision, no 5044/4; ILDC 19 (IT 2004)} 이다. 나. Arezzo 지방법원은 2000.11.3. 독일의 행위는 국가면제를 원용할수 있는 권력적 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소를 각하하였고, 2002.1.14. Firenze 항소심 또한 항소를 기각하였다. 그런데 이탈리아 대법원은 2004.3.11. 독일의 행위는 주권적 행위이고 인권보호는 불가침성이며 강행규범을 위반하는 국제범죄국가의 행위에는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며 원심 파기하였다(Decision of Italian Court of Cassation, Ferrini v. Federal Republic of Germany, Judgment No. 5044, 11 March 2004.). 이에 독일은 2008.12.23. 이탈리아 국내법원의 판결은 국가면제 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였다. 다. ICJ는 2012.2.3. 15인 재판관중 12인 다수의견은 이탈리아 법원이 국가면제를 부인하고 민사소송을 허용한 것은 국가면제권을 존중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면서, 각국의 입법례 및 판결을 검토해보더라도 국가 간 무력 충돌 과정에서 다른 국가의 영토 내에서 자신의 무장병력과 국가 기관들에 의해 저질러진 군사행위에 대하여도 국가면제를 부여하는 국제관습법은 여전히 유효하고, 국가면제는 절차와 관련된 문제이고, 강행규범 준수는 실체법적인 문제이므로 국가면제 적용을 고려함에 있어 실체법적으로 강행규범을 준수하였는지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판시(GERMANY v ITALY:GREECE intervening. JUDGMENT OF3 FEBRUARY 2012)하였다. 이에 대하여, 반대의견을 밝힌 3인 중 Cancado Trindade 재판관은 국제범죄, 인권의 중대한 위반, 국제인도법의 중대한 위반에 대해서는 국가면제가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았으며, Adbulqawi Ahmed Yusuf 재판관은 다른 구제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가 면제가 피해자 보상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장벽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개진하였다. 아울러 Giorgio Gaja 재판관은 불법행위가 이탈리아 영역 내에서 행해진 사건에 관해서는 그와 같은 국제관습법의 존재가 부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라. 결국 이탈리아 국회는 2013.1.1.4 UN헌장 및 ICJ 제59조, 제60조에 따라 ICJ 판결을 국내법으로 수용하기 위해 동종 사건이 계류하는 법원에 직권으로 관할권 배제를 선언할 것을 의무화하고 확정 판결의 재심사유에 관할권 배제를 추가하는 법률(2013. 1. 14. 법률 제5호)을 제정하였는데, 이탈리아 Firenze 지방법원은 2014.1.21.위 법률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청하였다. 마.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2014.10.22. 관할권 면제 법률에 대하여 재판관 12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반인륜적 범죄로 인정되는 추방, 노예 노동, 대량 학살과 같은 행위들은 그 범죄의 희생자들의 불가침적 권리에 대한 사법적 보호라는 국내법적 질서의 절대적인 희생을 정당화할 수 없다. 이탈리아 법원에 대하여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전쟁범죄와 반인륜적 범죄를 구성하는 외국국가의 행위에 관한 사안에서 재판권을 부인하도록 한 ICJ 판결을 따르도록 의무화하는 범위에서 위헌’이라고 결정(JUDGMENT NO. 238?YEAR 2014. THE CONSTITUTIONAL COURT)하였다. 3. 이사건 재판부 판결 요지 이사건 재판부는 국가면제를 배척하면서 아래와 같이 판결하였다. [이 사건 행위는 일본제국에 의하여 계획적,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행위로서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한 것이며, 당시 일본제국에 의하여 불법점령 중이었던 한반도 내에서 우리 국민인 원고들에 대하여 자행된 것으로서, 비록 이 사건 행위가 국가의 주권적 행위라고 할지라도 국가면제를 적용 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에 대한 재판권이 있다고 본다. 국가면제 이론은 항구적이고 고정적인 가치가 아니고, 국제질서의 변동에 따라서 계속하여 수정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 미국 등의 법원에 여러 차례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모두 기각되거나 각하되었다. 청구권협정과 2015년‘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 또한 피해를 입은 개인에 대한 배상을 포괄하지 못하였다.] Ⅳ. 이사건 판결에 대한 평가 1. 외국 사례 가. 그리스 대법원은 2000.5.4. 나찌에 의한 그리스의 디스토모 218명 집단 학살사건 관련 독일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국제법상 강행규범에 위반한 불법행위는 주권적 행위로 볼 수 없고, 독일은 강행규범에 위반함으로써 묵시적으로 국가면제를 포기하였다고 하면서 독일의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고 약 3,00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한바 있다. 나. 한편, 법정지 내에서 발생한 사망, 상해. 훼손에 따른 보상절차시 국가면제를 주장할수 없다는「국가면제에 관한 유럽협약」 제11조나 「유엔국가면제협약」 제12조 또한 상대적 면제이론에 입각하여 법정지국 내 외국의 불법행위에 대해서 국가면제를 배척하고 있다. 다. 1996년 개정된 미국 「외국국가면제법」에 따르면 미국정부가 테러지원국가라고 인정한 국가에 대해서는 고문이나 초법규적 살해 등의 행위에 관해서는 국가면제를 부인하고 있으며, 실제 미국 연방지방법원은 2018.12 위 법을 근거로 미국인 오토 윔비어의 유족들이 북한을 피고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면제를 배척하고 배상판결을 선고하였다. 라. 일본 최고재판소 또한 2006.7.21 판례를 변경하여 명시적으로 상대적 면제이론을 채택하였고, 이에 일본국은 2007년 유엔국가면제협약에 서명한 후 2009. 4. 17. 예외적으로 사람의 사망이나 상해 등에 따른 손해배상에 관하여 국가면제를 배제하는「외국 등에 대한 우리나라의 민사재판권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영국, 싱가포르, 파키스탄,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도 상대적 국가면제 법리를 채택하여 입법화하였다. 2. 국가면제론에 대한 의견 중대한 반인권적 범죄 행위에 대해 국가면제를 부인하고 재판 관할권을 인정한 2000년 그리스 및 2004년 이탈리아 대법원 판결, 그리고 2014년 이탈리아 헌법재판소 결정, 그리고 상대적 국가면제를 확장하고 있는 입법례 등에 비추어, 2012년 ICJ가 인정한‘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국가면제의 국가관습법’이 현재에도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어느 국가가 타국 국민에 대하여 1921년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 금지 조약 및 1926년 노예협약 등 국제협약에 반한 반인권적 범죄를 범하였음에도 이를 제재하고 피해배상을 명할 수 없다면, 결국 피해자들은 국제협약 및 당해국가 헌법에서 보장한 재판받을 권리를 박탈당하여 자신의 권리구제를 받지 못하게 된다. 이는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자국 법질서 이념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대한 인권침해를 한 국가가 국가면제 이론 뒤에 숨어 이를 회피하도록 허용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국제협약과 헌법상 권리가 하얀 종이위의 검은 글씨여야 하는가. 3. 이사건 판결에 대한 평가 이사건 판결은 이러한 ICJ판결 등 국가면제의 불가변적인 논의를 배제하고 사법부가 인권보호의 최후 보루임을 자임하였을 뿐만 아니라 나찌 침해국가가 아닌 일본국 피해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아시아 최초로 판결하였다는 점에서, 나아가 향후 국가의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시론적 판결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물론 국가면제의 배제·예외로 인정할수 있는 실체적 요건으로 국가기관의 관여, 침해기간, 방법, 피해 내용과 정도 등‘국제법 내지 강행법규에 위반한 국가의 중대한 인권침해’가 무엇인지, 나아가 절차적 요건으로‘다른 구제수단이 없는 최후수단성’에 대한 보다 정교한 논의가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법적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서도 백척간두 진일보한 판결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는 여전히 이탈리아 Abdulqawi Yusuf 재판관이 말한“국가면제는 결코 국제법상 불변(immutable)의 가치가 아니다”라는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조영선 변호사 (법무법인 동화)
일본
위안부
국가배상
조영선 변호사 (법무법인 동화)
2021-03-22
민사일반
조세·부담금
국세징수권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조세채권존재확인의 소의 이익
1. 사실관계 피고는 일본에 본점을 둔 외국법인으로 2006년 10월부터 2007년 4월까지 3회에 걸쳐 국내에서 골프장업을 하는 회사의 주식 3만2000주를 양도하였고 위 주식의 양수회사는 원천징수의무자로서 원천징수분 법인세 및 증권거래세 등을 신고·납부하였다. 원고(대한민국) 산하 지방국세청장은 피고가 법인세 신고·납부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주식의 취득가액도 적정하지 않다고 보았고 관할 세무서장은 2010년 11월 직권으로 피고를 외국법인 국내지점으로 사업자등록을 한 후 2011년 3월 납부기한을 2011년 3월 31일로 하여 2006년과 2007년의 법인세를 결정·고지하였다. 이에 불복한 피고가 심판청구를 하였으나 조세심판원은 2012년 7월경 실제 취득가액의 확인자료가 제출되지 않았고 시가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결국 피고의 체납액은 가산금을 포함하여 2015년 5월 약 331억 원에 이르게 되었는데 피고는 국내재산이 없는 한편 일본에서 계속 골프장 사업을 하고 있다. 원고 산하 국세청장은 2015년 6월까지도 일본과의 2010년 이전 과세연도에 대하여 부과한 조세의 위탁징수에 관한 상호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반면, 피고에 대한 국세징수권 소멸시효는 2011년 3월의 납세고지로 중단되었다가 납부기한인 2011년 3월 31일의 다음날부터 다시 진행하게 되었다. 원고는 고액체납자인 피고에 대한 국세징수권 확보를 위해 2014년 12월 일본 소재 피고의 사업장을 직접 방문하여 납부최고서를 전달하려 했으나 피고가 수령하지 않자 국제등기우편을 통해 송달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조세는 국가존립의 기초인 재정의 근간으로서 세법은 과세관청에 부과권이나 우선권 및 자력집행권 등 세액의 납부와 징수를 위한 상당한 권한을 부여하여 그 공익성과 공공성을 담보하고 있다. 따라서 조세채권자는 세법이 부여한 부과권 및 자력집행권 등에 기하여 조세채권을 실현할 수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이익을 인정하기 어렵다. 다만 납세의무자가 무자력이거나 소재불명이어서 체납처분 등의 자력집행권을 행사할 수 없는 등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이 규정한 사유들에 의해서는 조세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이 불가능하고 조세채권자가 조세채권의 징수를 위하여 가능한 모든 조치를 충실히 취하여 왔음에도 조세채권이 실현되지 않은 채 소멸시효기간의 경과가 임박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 청구는 예외적으로 소의 이익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국가 등 과세주체가 당해 확정된 조세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을 위하여 납세의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조세채권존재확인의 소는 공법상 당사자소송에 해당한다. 3. 평석 가. 확인의 소의 보충성 원칙 위반 여부 각종의 소에서 요구하는 제소의 이익(권리보호이익)은 다른데 민사소송법상 확인의 소의 이익에 관한 명시적 규정은 없다. 판례상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그 불안·위험을 제거함에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에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고(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14420 판결), 민사상 채권에 대해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그 확정된 채권에 관한 이행의 소와 청구권 확인의 소 이외에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확인의 소도 허용하였다(대법원 2018. 10. 18. 선고 2015다232316 전원합의체 판결). 그러나 조세채권의 경우 민사상 채권과 달리 법률에 규정된 과세요건이 충족될 때에 법률상 당연히 성립하고 국세징수법 절차에 따라 자력집행력이 인정되고 있어(헌법재판소 2007. 5. 31. 선고 2005헌바60 결정), 국세징수법은 집행권원 획득을 위한 이행청구의 소 제기와 같은 집행절차는 예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 소의 형식이 이행청구가 아니라 확인의 소라고 하더라도 이는 자력집행력을 가지고 있는 조세채권의 본래적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서 다른 특별한 사정에 의해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면 소송요건을 갖추는 것이라 할 것이다. 나. 확인의 이익의 존재 여부 확정된 채권을 소멸시효 완성 직전까지 강제집행하지 못한 경우 판례는 강제집행실시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었다면 그 이전에 강제집행실시가 가능하였는지에 관계없이 시효중단을 위한 동일 내용의 재판상 청구가 불가피하므로 확정판결이 있었더라도 시효중단을 위한 동일 내용의 소는 소의 이익이 있다(대법원 1987. 11. 10. 선고 87다카1761 판결)고 하여 시효중단을 위한 소제기에 소의 이익을 비교적 넓게 인정하고 있다. 확정된 채권은 판결에 의해 집행권원이 부여된 채권인데 조세채권은 민사집행법에 따른 청구 이의의 소, 제3자 이의의 소와 같이 징수처분에 대하여 불복절차를 마련하고 있고 자력집행권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판결에 집행문을 부여받은 확정된 채권과 법률상 효력이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세징수권의 시효중단을 위해 제기된 소에 대해서도 소의 이익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국세기본법 제28조는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 ① 납세고지, ② 독촉 또는 납부최고, ③ 교부청구, ④ 압류를 규정하면서 소멸시효에 관하여 제17조 제2항은 이 법이나 세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민법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는 납부기한까지 체납액을 완납하지 아니하여 원고가 납부최고서를 송달한 상황이나 이러한 최고 내지 재독촉은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되는 독촉이 아니어서(대법원 1999. 7. 13. 선고 97누119 판결), ①과 ②의 방법에 따른 소멸시효 중단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또한 국내에 소재한 피고의 재산이 없고 한·일간 조세징수 위탁을 통한 징수방법 역시 상호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라 ③과 ④의 방법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국세기본법 제28조에서 열거한 방법을 통한 소멸시효 중단은 불가능하여 소멸시효 완성에 따라 대한민국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그 불안·위험을 제거함에는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것이다. 다. 당사자소송의 해당 여부 당사자소송은 행정청의 처분 등을 원인으로 하는 법률관계에 관한 소송이나 그 밖에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한 소송으로 그 법률관계의 한쪽 당사자를 피고로 하는 소송이다. 과세처분의 무효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소송의 성격은 처분자체의 무효나 부존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로 생긴 조세채무(납세의무)의 부존재확인이고(대법원 1982. 3. 23. 선고 80누476 판결), 납세의무 부존재확인의 소는 공법상의 법률관계 그 자체를 다투는 소송으로서 당사자소송에 해당한다(대법원 2000. 9. 8. 선고 99두2765 판결). 조세채권(부과징수권) 존재확인의 소는 납세의무라는 공법상 법률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이를 다투는 소 역시 당사자소송에 해당할 것이다. 이 사건 소는 국가의 부과처분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확정된 납세의무 또는 징수권한의 확인을 구하는 소송으로 공법상 법률관계에 관한 당사자소송에 해당한다. 라. 당사자 적격의 인정 여부 당사자 적격이란 특정 소송에서 소송을 수행하고 본안판결을 받기에 적합한 자격인데 당사자소송에서 원고와 피고가 될 수 있는 자는 공법상 법률관계의 권리주체이다. 당사자소송의 원고 적격에 관하여 행정소송법에 규정된바 없어 항고소송과 같은 제한 없이 민사소송법이 준용되고 확인의 소에 있어서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불안·위험을 초래하고 있거나 초래할 염려가 있는 자가 피고 적격을 가진다(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4두7924 판결). 이 사건에서 대한민국은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이 열거한 방법을 통한 소멸시효 중단은 불가능하여 대한민국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고 그 불안·위험을 제거함에는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원고 적격이 있으며 납세의무자는 그 확인에 대한 반대이익을 가지고 있어 피고 적격이 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대상판결은 국가가 확보한 국세징수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세기본법상 소멸시효 중단이 불가능하고 조세채권 실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충실히 취하였으나 소멸시효 완성이 임박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납세의무자를 상대로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조세채권존재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있다고 최초로 판단하였다. 이로써 국가가 더 이상 조세집행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경우 재판상 청구를 통해 조세징수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민법
조세징수권
국세기본법
법인세법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2020-05-25
민사일반
분할연금수급권을 둘러싼 사회보장수급권과 재산권의 줄다리기
1. 사건의 개요 원고 갑은 을과 혼인하고 그 사이에 자녀를 두었다. 갑은 2016년 을을 상대로 이혼, 위자료 및 재산분할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소송 진행 중 이혼 및 재산분할에 관한 조정이 성립되었다. 이 조정조서에는 재산분할로 갑이 아파트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받음과 동시에 을에게 1억7000만 원을 지급하고 미성년자녀의 양육비를 부담하기로 하였고, "갑과 을은 향후 상대방에 대하여 위 조정조서에서 정한 사항 이외에는 이 사건 이혼과 관련된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아니한다(이하 '이 사건 청산조항')"는 내용이 기재되었다. 그 후 을은 위 조정이 성립된 후 피고 국민연금공단에 국민연금법 제64조의3에 따른 분할연금 선청구를 하자 갑은 피고에게 위 조정조서와 함께 국민연금법상 연금에 대한 원고의 분할 비율이 100%, 갑의 분할 비율이 0%로 된 '연금분할 비율 별도결정 신고서'를 제출하였다. 이에 피고는 갑에게 위 조정조서에 연금의 분할 비율이 별도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국민연금법 제64조의2(이하 '특례조항')에 의한 분할 비율 별도결정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며 거부처분을 하였고, 갑은 이 거부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법원의 판단 특례조항 신설로 분할연금수급권이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포섭되어 당사자가 그 분할비율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된 이상, 이혼 시 재산분할 과정에서 분할연금수급권을 다른 부부공동재산과 달리 취급하여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하여 1, 2심은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다른 입장을 취하였다. [1] 국민연금법 제64조에 규정된 이혼배우자의 분할연금 수급권은 민법상 재산분할청구권과는 구별되는 것으로 국민연금법에 따라 이혼배우자가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직접 수령할 수 있는 이혼배우자의 고유한 권리이다. [2] 국민연금법 제64조의2 제1항에서 정한 '연금의 분할에 관하여 별도로 결정된 경우'라고 보기 위해서는 협의상 또는 재판상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절차에서 이혼당사자 사이에 연금의 분할 비율 등을 달리 정하기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거나 법원이 이를 달리 결정하였음이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이와 달리 이혼당사자 사이의 협의서나 조정조서 등을 포함한 재판서에 연금의 분할 비율 등이 명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재산분할절차에서 이혼배우자가 자신의 분할연금 수급권을 포기하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분할 비율 설정에 동의하는 합의가 있었다거나 그러한 내용의 법원 심판이 있었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 3. 평석 가. 분할연금의 의의 국민연금 수급권자인 배우자와의 실질적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인 자가 (ⅰ) 배우자와 이혼하였을 것 (ⅱ) 배우자였던 사람이 노령연금 수급권자일 것 (ⅲ) 60세가 되었을 것의 요건을 모두 갖추면 그때부터 그가 생존하는 동안 배우자였던 자의 노령연금을 분할한 일정 금액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국민연금법 제64조 제1항). 이러한 연금을 노령연금에서 분할된 연금이라는 의미에서 '분할연금'이라 부른다. 예를 들어 부부관계에 있던 갑과 을 중 갑이 노령연금수급권자인 경우 을이 갑과 이혼하여 위 세 가지 요건을 갖추어 국민연금공단에 분할연금을 신청하면 갑이 지급받던 노령연금 중 일부를 떼어내 을에게 분할연금으로 지급된다. 분할연금제도는 1998년 국민연금에 도입된 후 2015년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에도 규정되었다. 분할연금의 분할비율은 당초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금액'으로만 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국민연금법 제64조 제2항). 이후 민법 제839조의2 또는 제843조에 따라 연금의 분할에 관하여 별도로 결정된 경우에는 그에 따르도록 하는 취지의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신설되었다. 대상판결의 사안은 바로 이 특례조항의 해석에 대한 것이다. 나. 분할연금의 법적 성격을 둘러싼 줄다리기 사회보험인 공적 연금제도는 헌법 제34조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 근거하고 있다. 이에 연금수급권의 법적 성격을 논함에 있어서는 '사회보장수급권'이라는 특성이 무엇보다 중요시되어야 한다. 이에 반해 연금수급권의 '재산권'적 성격은 연금제도의 재원조달이라는 측면과 사회보장수급권이 이행되는 결과적 측면에 착목한 것으로서 이 두 측면은 사회보장수급권에 기초하여 공적연금제도가 설계된 이후에야 비로소 논의가 될 수 있는 성격이라는 점에서 연금제도의 부수적 성격에 불과하다. 따라서 부수적 성격인 재산권성이 본래적·근원적 성격의 사회보장수급권을 제치고 전면에 나타나면 공적 연금제도의 취지에 대한 왜곡이 발생한다. 이 사건 하급심의 판단이 그러한 예이다. 즉 하급심의 판단에 따르면 연금수급권은 여느 재산권과 아무런 차별성을 가지지 못하며 심지어 재산분할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언급되지 않더라도 주목받지 못한다. 마치 만기가 되면 인출가능한 은행에 넣어둔 예금채권과 다를바 없다. 그러나 공적 연금수급권은 여느 재산권과 달리 '노령으로 인한 소득상실'에 대비한다는 명확한 사회보장적 목표가 존재한다. 하급심의 판단은 연금수급권과 예금채권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차이점을 간과했고 결과적으로 헌법 제34조의 규범력을 약화시켰다. 이에 반해 대법원은 연금수급권이 '이혼배우자의 고유한 권리'라는 점을 논거삼아 재산분할 과정에서 별도의 명시적 의사표시가 있어야 함을 지적함으로써 연금수급권의 특수한 성격을 되새겨보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분할연금의 입법 변천사를 보면 그동안 사회보장수급권으로서의 성격과 재산권적 성격 사이의 좌충우돌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 먼저 전업주부와 같이 납부예외가 인정되어 연금가입 자체가 면제되는 국민에 대한 보호필요성에서 분할연금제도가 도입되었다. 사회보장수급권 강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2) 그 후 이른바 '놈팽이 배우자'와 같이 연금형성에 실질적 기여가 없음에도 분할연금을 수급받는 자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법원은 이 경우에도 연금을 균분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왔다(대구지법 2014. 4. 4. 선고 2013구합2411 판결 등). 이 판결은 자신의 노령연금을 분할해 주는 당사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아래 헌법재판소 판결의 단초가 되었다. (3) 이에 2015년 특례조항의 신설을 통해 당사자의 의사를 고려하거나 법원이 사정을 참작해 분할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당사자의 처분가능성, 즉 재산권성을 존중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당사자가 합의하기만 하면 혹은 법원이 결정하기만 하면 사회보장수급권을 포기 내지 박탈하는 것까지도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재산권성이 지나치게 강조되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공적 연금수급권의 사회보장수급권으로서의 성격을 강조하는 입장은 당사자의 처분가능성보다는 노후생계보장에 방점을 두며 재산권성을 강조하는 입장은 그 반대이다. 분할연금을 둘러싼 논란은 이 두 성격 사이의 줄다리기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분할연금제도는 이혼한 배우자가 혼인기간 중 재산 형성에 기여한 부분을 청산·분배하는 재산권적 성격과 이혼배우자의 노후를 보장하는 사회보장적 성격을 함께 가지므로 입법자는 이 두 요소를 고려하여 분할연금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할 수 있고 두 요소 중 어느 요소를 더 중시할지는 기본적으로 입법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입법형성권의 재량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입법자는 분할연금제도를 형성함에 있어 위 두 요소 중 어느 하나를 완전히 무시하여서는 아니 된다. 만약 어느 한 요소를 간과한다면 이는 분할연금제도의 도입취지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2016. 12. 29. 선고 2015헌바182 결정). 다. 대상판결 평가 이 사건의 하급심 판결은 이 사건 청산조항의 문구 해석에만 착목한 나머지 분할연금의 법적 성격을 경시하였다. 이는 하급심 재판부가 재산권을 중심으로 사고하는데 익숙해져 있어 사회권적 시각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대법원은 분할연금이 가지고 있는 사회보장수급권적 성격을 파악하고 이를 '이혼배우자의 고유한 권리'라고 명명하면서, 국민연금법 제64조의2 제1항의 '연금의 분할에 관하여 별도로 결정된 경우'를 해석하였다는 점에서 대상판결은 분할연금제도가 가진 이중적 성격을 잘 살린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라. 입법적 개선의 필요성 끝으로 특례조항은 사회보장수급권의 완전포기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문제가 있다. 연금수급권의 사회보장적 성격을 최소한이라도 보장하기 위해서는 향후 최소한도의 노후소득 보장에 필요한 일정 금액 내지 일정 비율을 초과하는 연금분할은 인정하지 않도록 하는 취지의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 김린 교수 (인하대 로스쿨)
이혼
재산분할
조정조서
김린 교수 (인하대 로스쿨)
2019-12-23
민사일반
시효중단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
Ⅰ. 대법원 판결의 요지 이행소송의 승소 확정판결 후의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이행소송 외에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하여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도 선택적으로 허용된다. Ⅱ. '권리관계'가 아닌 '사실'이 확인의 대상으로 될 수 있는지 원칙적으로 확인의 대상은 '권리관계(권리 또는 법률관계)'이어야 하고 '사실'은 확인의 대상이 아닌데, '이 사건 소의 제기가 있었음'은 '사실'이고 '사실'을 어떻게 수식하거나 포장하여도 '권리관계'로 변경되지 않는다. 대상판결은 위 확인소송의 소송물이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의 청구를 통한 시효중단의 법률관계"라고 강변하지만, 위 확인소송의 대상은 '무슨 소의 제기가 있었음'이라는 '사실'이고 '시효중단의 법률관계'는 위 '사실'이 있을 때에 발생하는 '법률효과'일 뿐이다{同旨 : 호문혁, 권영준. 대법원이 '이 사건 소의 제기가 있었음'을 '법률관계'라고 강변한 것에서 필자는 '대로남불(대법원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느낀다}. 그러나 필자는, 사실의 확인 중에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는 예가 많지는 않을 것이지만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만큼은, 민사소송법 제250조 '확인의 소는 법률관계를 증명하는 서면이 진정한지 아닌지를 확정하기 위하여서도 제기할 수 있다'를 유추적용하여 사실을 확인의 대상으로 할 수 있고,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그런 경우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민사소송법 제250조는 '사실의 확인의 소는 증서진부 확인의 소이어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이 점에서 민사소송법 제251조가 '장래에 이행할 것을 청구하는 소는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어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다르다) 위와 같은 유추적용이 가능하다. 주주총회결의 부존재(특히 결의가 아예 없었는데 회의록만 작성되어 있는 경우에)의 확인은 사실의 확인인데도 상법 제380조가 1984년 4월 10일 개정되어 주주총회결의 부존재확인의 소를 규정하기 전에 대법원 1977. 5. 10. 선고 76다878 판결 등과 학설이 주주총회결의 부존재 확인소송을 인정한 것, 현재 법률의 근거 없이 종중결의부존재 확인의 소(대법원 1994. 11. 22. 선고 93다40089 판결 등)와 주식병합 부존재확인의 소(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8다15520 판결)가 인정되고 있는 것도 필자의 견해를 뒷받침한다. 근본적으로, 확인소송의 소송물에 관한 ① 사실의 확인은 허용되지 않는다, ② 과거의 권리관계의 확인은 허용되지 않는다, ③ 무엇이 아니라는 소극적 확인이 아니라 무엇이라는 적극적 확인을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3개의 도그마가 만고불변이 아니다(同旨 : 일본의 新堂幸司, 高橋宏志). '역전앞', '처갓집'은 중복표현이라서 문법위반이었으나, 그런 중복표현도 상당수의 국민이 사용하니까 허용하는 쪽으로 문법을 수정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장점은 많고 단점은 적으니까 위 도그마를 수정하여 허용함이 타당하다. 일본의 학설은 한정된 요건 아래에서 사실의 확인의 소가 증서진부 확인의 소 외에도 허용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다수설로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옛 도그마 내지 고전문법에 언제까지고 매여 있을 것이 아니다. 확인소송의 적법 여부에 있어서 확인의 대상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확인의 이익의 유무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Ⅲ.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 확인의 이익 확인의 이익은 확인소송이 당사자의 법적 불안의 제거에 '가장' 유효·적절한 때에만이 아니라 유효·적절하거나 상당히 유효·적절하기만 하면 있다고 보아 확인의 이익을 다소 확대해야 한다고 필자는 1990년대부터 피력해 왔고, 판례상 확인의 이익이 지난 수십 년간 조금씩은 확대되어 왔다. 확인의 이익과 관련하여, 일본 최고재판소는 위 '가장(最も)'이라는 단어를 1972년 11월 9일 선고의 판결에서는 부적절하게 일반론으로 넣었다가 2004년 12월 24일 선고의 판결과 2005년 11월 8일 선고의 판결에서는 넣지 않았고 그 후 일본의 하급심판결에서도 넣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주로 확인의 이익을 부정할 때 '가장'을 넣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소멸시효 완성을 막기 위하여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있는 이상에는,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처럼 굳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소멸시효 완성을 막기 위하여 종래의 이행소송보다 더 유효·적절한 수단인지는 따질 것 없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확인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 한편, '유효·적절한 수단' 내지 '상당히 유효·적절한 수단'의 의미가 너무 추상적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으나, 인과관계에 관한 상당인과관계설이 '상당'이 너무 추상적이라는 이유로 배척당하지 않는 것에 비추어 볼 때 판례의 축적으로 위 비판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6다240338 판결이 주주권확인을 구하는 것은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확인의 이익을 부정하였으나 '가장'을 넣지 않고 유효·적절한 수단이라는 이유로 주주권 확인의 이익을 긍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Ⅳ. 제소의 반복보다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의 부존재라는 요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 제소의 반복보다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의 존재를 위 확인소송의 소극적 요건으로 설정하고 심리하였으면 한다. 재산명시절차를 참고하여, '채무자의 재산이 있음'을 채무자의 항변사유로 하는 것이다. 위 소극적 요건을 설정하고 심리하면, 채무자가 다툴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고 다툴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며, 단순한 '소 제기 사실의 확인'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제소의 반복보다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이 없어서 소가 제기된 사실의 확인'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확인은 소송의 대상으로 볼 수 있고 단순한 '증명서' 신청 사항이 아니게 되어 대상판결의 제1소수의견과 호문혁 서울대 명예교수의 예리한 비판들을 상당히 피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한다. Ⅴ. 후소로 확인소송을 허용할 것인지의 직권 판시의 부적절성 대상사건에서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 확인소송이 허용될 것인지는 제1, 2, 3심을 통틀어 전혀 쟁점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직권으로 판시하였는바, 이는 쟁점이 아닌 것에 대한 판시이니까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는 방론(obiter dicta)에 불과한데, 방론에서 그런 판시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방론에서 다수의견과 제1소수의견과 제2소수의견으로 나뉘어 상세하고 격렬하게 논쟁을 벌인 것이 적절하지 않다. 방론에서 그런 판시를 하기 전에 대법관회의의 의결로 민사소송규칙과 민사소송 등 인지규칙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였다(헌법재판소 2016. 6. 30. 선고 2013헌바370 등 결정 등이 헌법 제108조 등을 한정적 열거로 보지 않고 예시적으로 보는 것을 참조). Ⅵ. 결론 필자는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 ① 이행소송, ②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 ③ 확정된 채권 자체의 확인소송(평석대상판결의 제2소수의견, 독일 BGH 2018. 2. 22. 판결, 일본 佐賀地方裁判所 1994. 8. 26. 판결이 인정함)의 셋 다 가능하며 채권자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채권자가 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보고, 위 ②와 ③을 원고의 선택지로 추가한다고 하여 채무자에게 별 불이익이 없고 법원의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는다고 본다. 대상판결이 선고되고 그 직후에 민사소송 등 인지규칙의 개정에 따라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인지대가 최대 14만 원에 불과하게 되어 이행소송의 승소 확정판결 후의 시효중단을 주권자이며 사법수요자(司法需要者)인 국민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으로 간편하고 저렴하게 할 수 있게 된 것을 결과적으로 환영한다. 금년에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고 일선 법관들이 말한다. 다만, 대법원이 '무슨 소의 제기가 있었음'을 권리관계라고 강변하지 말고 그것은 '사실'이지만 예외적으로 민사소송법 제250조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확인의 대상으로 될 수 있다는 입론을 하고, 확인의 이익은 확인소송이 당사자의 법적 불안의 제거에 '가장' 유효·적절한 때에만이 아니라 유효·적절하기만 하면 있다고 보아 확인의 이익을 다소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이런 입장에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확인의 이익을 긍정하고, 제소의 반복보다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의 존재를 위 확인소송의 소극적 요건으로 설정하고 심리하였으면 한다. ※ 이 글은 필자가 2019년 11월 30일 한국민사소송법학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토론결과를 추가한 후 압축한 것이다. 이충상 교수 (경북대 로스쿨)
소멸시효
지연손해금
대여금
전원합의체
이충상 교수 (경북대 로스쿨)
2019-12-16
가사·상속
민사일반
친생추정의 적용과 예외
I. 사건의 개요 1. 사실관계 무정자증인 원고(남편)와 A(아내)는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다. 원고와 A는 제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AID방식)을 통해 자녀를 갖기로 하여 1993년 피고 1이 출생하였다. 이후 A는 혼외관계를 통해 피고 2를 출산하였다. 원고는 자신과 A의 자녀로 피고 1, 2의 출생신고를 마쳤다. 원고와 A는 2013년 이혼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피고들은 자신들이 원고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정을 알게 되었다. 원고는 2013년 피고들을 상대로 친생자관계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소송의 경과 제1심과 항소심은 그 근거는 다르지만 모두 원고가 제기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는 부적법하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원고가 상고를 하였다. 3. 대법원의 판결 요지 가. 다수의견(상고기각) 1)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의 동의에 따라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도 친생추정 규정이 적용되어 출생한 자녀가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 남편의 동의는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주요한 근거가 되므로, 남편이 나중에 자신의 동의를 번복하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2)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하여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고 밝혀졌더라도 친생추정이 미친다.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전제사실로 보는 것은 원고적격과 제소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는 친생부인의 소의 존재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으로 민법 해석상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권순일·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의 별개의견 1) 인공수정 자녀의 친자관계는 민법상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이 아니라 남편과 아내의 합치된 의사와 시술에 대한 동의를 근거로 인정되어야 한다. 혼인 중인 남편과 아내가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에 관하여 의사가 합치되어 제3자의 정자를 통한 인공수정에 동의함으로써 자녀가 출생하였다면 그 자녀는 부부의 친생자로 보아야 한다(상고기각). 2) 친자법의 이념과 친생추정 및 친생부인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남편과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그들 사이에 사회적 친자관계가 형성되지 않았거나 파탄된 경우에는 친생추정의 예외가 인정되어야 한다(상고기각). 다. 민유숙 대법관의 별개의견 및 반대의견 1) 모든 인공수정이 아니라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의 동의'를 받아 '제3자 제공 정자'로 인공수정을 한 경우에 한정하여 친생추정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피고 1. 부분 별개의견, 상고기각). 2) 가족제도를 둘러싼 분쟁 현실과 변화된 제도에 비추어 볼 때 친생추정의 예외를 종래 대법원이 채택한 '동거의 결여'뿐 아니라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었던 것이 외관상 명백하다고 볼 수 있는 '다른 사정'도 포함하여 인정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해야 한다(피고 2. 부분 반대의견, 파기환송). II. 친생추정과 그 범위 제한의 필요성 친생추정의 입법취지는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고 자녀의 법적 지위를 신속히 안정시켜 법적 지위의 공백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비록 최근 유전자검사 기술의 발달로 과학적 친자감정이 가능하게 되었지만 출생과 동시에 자에게 안정된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특히 친자관계에 대하여 다툼이 없는 대다수의 경우 친자관계를 형성하기 위하여 특별한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친생추정제도는 자의 복리를 위하여 계속 유지될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친생추정을 받는 자에 대해서는 친생부인의 소에서 정한 원고적격을 갖는 자가 제소기간 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자녀의 신분관계를 더 이상 다툴 수 없다. 이미 혼인과 가족 공동생활의 실질이 소멸하고 당사자들도 친생자관계의 법률적 규율에서 벗어나고자 하여 친생추정 규정을 통해서 보호하고자 하였던 법적 이익이 거의 없는 경우까지도 엄격한 친생부인의 소로써만 이를 번복하도록 하면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에 대법원은 종래 외관설을 채택하여 친생추정의 범위를 제한하였고, 입법자도 친생부인의 소 제소기간을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2년으로 확대하였으며, 제소권자에 남편뿐만 아니라 아내도 추가하였다. 이에 친생추정으로 인한 불합리함이 제거되었으므로, 친생추정 범위를 제한하는 논거로 사용한 외관설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개진되었다. 하지만 가족제도를 둘러싼 분쟁의 현실에 비추어 개선입법만으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영역이 존재한다. 생모와 그 남편이 자녀의 양육을 포기하고 행방이 불명인데, 생부가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상황, 친생부인의 소 제소기간이 도과된 후에 생모와 남편이 이혼을 하게 되었는데 남편과 자녀가 친생자관계에서 해방될 것을 원하거나 자녀가 학대받을 때가 대표적이다. 전자의 경우 생부가 자녀를 인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점을 대부분 수긍할 것이다. 다수의견도 비록 인공수정 자녀의 경우이지만, 자녀의 복리를 지속적으로 책임지는 부모에게 자녀와의 신분관계를 귀속시키는 것이 자녀의 복리에 도움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후자의 경우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제소기간이 주어졌음에도 본인이 제소기간을 도과하였다는 이유로 생모나 그 남편이 다시 친생자관계를 부인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는 명쾌하지만 이런 결과가 가정의 평화와 자녀의 복리라는 친생추정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친생부인의 소 원고 적격에 생부나 자녀 본인이 포함되어 있는 다수의 입법례가 있고, 민유숙 대법관의 반대의견처럼 하급심은 친생추정 규정이 외형상 적용되는 다수의 사안에서 자녀나 생부에 의해서 제기되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청구를 인용하고, 이런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고 있다. 나아가 권순일·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의 별개의견처럼 가족관계가 반드시 혈연관계만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지만(이 점에서 남편의 생식불능이나 혈액형 배치와 같이 객관적·과학적으로 증명된 경우 등에는 언제나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는 혈연설에 반대한다) 이혼 및 재혼의 급격한 증가, 이혼 및 재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유전자검사 기술의 발달로 과학적 친자감정이 어렵지 않게 된 점과 함께 오늘날 국민의 고양된 권리의식 및 양성평등의 관념, 가족의 형태도 매우 다양해진 사회 현실을 고려할 때 자녀에 대한 신분법적 규율은 무엇보다 자의 복리향상에 그 목적을 두어야 하고, 친자관계 당사자의 자율적 결정을 가능한 한 존중하여야 한다는 헌법적 요청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대법원 2019. 1. 31.자 2018스566 결정, 헌법재판소 2015. 3. 26. 선고 2012헌바357 결정 등 참조). 친생추정 규정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당한 결과를 줄일 수 있도록, 변화된 사회 상황을 수용하여 자녀의 복리를 우선하는 친생추정의 예외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III.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의 친생자 추정 1. 민법의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 여부 민법 제정 당시 인공수정으로 자녀가 태어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수 없었고, 외국처럼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자녀의 친자관계를 규율하는 법률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김재형 대법관이 보충의견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법률 제정 당시 입법자가 예상하지 못한 사안이고 현재 그 상황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법률이 없다고 하여 모두 법형성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민법의 친생추정 규정은 문언상 임신하게 된 구체적 경위에 따라 적용 범위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고,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의 적용을 배제하지 않는다. 인공수정과 친자관계를 규율하는 입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친생추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혼인 중 출생한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도 민법의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2. 인공수정 동의와 친생부인의 소 허부 대상 판결은 일치하여 남편이 인공수정에 동의하였다가 나중에 이를 번복하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남편이 동의하여 인공수정으로 출생하였고, 나아가 남편이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실질적인 친자관계를 유지해 오는 것은 남편이 인공수정 자녀를 자신의 자녀로 승인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그 후 남편이 친생부인을 주장하는 것은 민법 제852조의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선행행위와 모순되는 행위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제소기간 2년과 무관하게 친생부인을 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IV.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의 다수의견은 아내가 남편의 동의하에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자녀를 출산한 경우 그 자녀에 대해서도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여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는 점을 최초로 선언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한편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라면 설령 혈연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친생추정은 여전히 미친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도 종래 외관설을 폐기하지는 않았다. 종전의 외관설보다 외연이 확대된 친생추정의 제한 법리가 채택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결국 입법으로 친생부인의 소의 원고적격이 확대되기 전까지는 자녀의 복리를 위해 현재와 같은 하급심 실무례가 운영될 수밖에 없다. 사실심 재판부가 지혜롭게 구체적 정의를 구현하길 기대한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친생추정
인공수정
친생부인의소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19-11-14
민사일반
사립대학교 신입생 모집실적, 교수연봉에 반영 적법한가
-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다207854 판결 - 1.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 민사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윤모씨가 A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재임용거부처분 무효확인소송(2018다207854)에서 "A법인은 윤씨에게 799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일부파기해 사건을 최근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헌법 제31조 4항은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며 "여기서 대학의 자율은 대학시설의 관리·운영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것으로, 연구와 교육의 내용, 방법과 대상, 교과과정의 편성, 학생의 선발과 전형 및 교원의 임면에 관한 사항도 자율의 범위에 속하며 이는 교원의 보수에 관한 사항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계약은 사립학교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지만 법적 성질은 사법상의 고용계약에 불과하므로 누구를 교원으로 임용할 것인지, 어떠한 기준과 방법으로 보수를 지급할 것인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학교법인의 자유의사 내지 판단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학교법인이 교원에 대해 성과급적 연봉제의 기준으로 삼는 평가항목과 기준이 법을 위반하거나 객관성과 합리성을 결여해 재량권의 남용·일탈로 평가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평가항목과 기준은 가급적 존중되어야 하고 이를 함부로 무효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등록금이나 수업료 수입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학은 신입생 충원과 재학생 규모 유지가 대학 존립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학교 측이 이를 교원실적평가의 대상으로 삼았더라도 관련 법령이 정한 강행규정을 위반해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2. 사건의 경위 윤 교수는 2016년 2월 연구실적 미달로 재임용에서 탈락하자 학교를 상대로 재임용 거부처분을 취소하고, 위법한 교원연봉 계약제 시행으로 삭감된 보수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학교의 재임용 거부는 적법하다면서도 "가족수당 등 일부 봉급이 부당하게 삭감된 점이 인정된다"며 "학교는 유 교수에게 551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에는 교원연봉 계약제가 위법인지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반면 2심은 "신입생 모집인원 또는 충원율을 교원 실적평가의 대상으로 삼는 교원연봉 계약제는 교원의 임무를 학생을 교육·지도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것으로 규정한 고등교육법과 그에 따른 이 학교 정관에 위배돼 무효"라며 이에 따라 덜 지급된 봉급 248만원을 포함한 799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립대학은 신입생 모집실적을 성과로 평가하는 교원연봉 계약제를 둘 수 있고 이를 무효라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는 취지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3. 대상판결의 검토 사립학교 교원의 경우 그 자격을 국공립학교의 교원과 동일하게 요구하고(사립학교법 제52조), 복무에 관하여도 국공립학교의 교원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으며(사립학교법 제55조), 일반 근로자에 비하여 강화된 신분보장 및 사회보장이 적용되고 있으나(사립학교법 제4장 제2절), 그 지위의 근본적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는 대상판결이 다소 냉소적으로 지적하는 바와 같이 ‘사법상의 고용계약’에 불과하다. 대상판결은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관계가 사법상의 고용계약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기에 앞서 흥미롭게도 헌법 제31조 제4항에서 보장하는 대학의 자율성까지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마치 이 사건의 원심과 같이 사립학교 교원의 법률관계, 보수의 내용에 관한 분쟁에 법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하나인 법원이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분쟁에 대하여는 사법 자제의 관점에서 접근하여야 한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이러한 맥락 하에서 대상판결은 사립학교 법인과 그 교원이 일단 성과급적 연봉제 형태의 임용계약에 합의한 이상, 보수 지급에 관한 구체적 기준과 방법, 나아가 그 적용은 사용자인 학교법인이 광범위한 재량권을 갖고 사실상 일방적으로 이를 결정, 실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즉 “학교법인이 교원에 대하여 성과급적 연봉제를 시행하기 위하여 정관이나 교원보수규정 등에서 마련한 교원실적에 대한 평가항목과 기준이 사립학교법 등 교원의 인사나 보수에 관한 법령 또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강행규정을 위반하거나 객관성과 합리성을 결여하여 재량권의 남용, 일탈로 평가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평가항목과 기준은 가급적 존중되어야 하고, 이를 함부로 무효라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상판결은 그 이유에서 인용하는 헌법재판소 2013. 11. 28. 선고 2011헌마282, 763(병합) 결정과도 맥이 닿아 있다. 위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하여 국립대학 교원에 대한 성과연봉제가 교원들의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사법상의 고용계약을 기초로 한 사립학교 교원들에 대한 성과급적 연봉제의 유효성이 부인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단 위와 같이 성과급적 연봉제의 유효성이 인정되고 나면 그 성과의 평가대상과 기준, 평가방법이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가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교원의 신입생 모집실적이다. 대상판결이 이유 중에 설시하고 있는 것처럼 전반적인 학령인구의 감소와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기조에 따라 신입생을 충원하기가 어려운 사립학교가 적지 않고, 그에 따라 교원들에 대하여 신입생 모집 등 입학 홍보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하는 학교법인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원심은 이러한 현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인지 원심은 고등교육법 제15조 제2항에서 ‘학생을 교육, 지도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것을 교원 본연의 임무로 규정하고 있는 것에 착안하여 위와 같은 신입생 모집 활동을 보수 산정의 기초가 되는 교원의 실적, 성과로 평가하는 것이 고등교육법 등 강행법규나 학교 정관에 위반되어 전면적으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반면에 대상판결은 사립학교가 처한 위와 같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긍정하였다. 즉 “신입생을 충원하거나 재학생의 규모를 유지하는 것은 사립대학의 유지, 존립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신입생 충원의 실패는 필연적으로 학과의 폐지나 통폐합에 귀결될 수밖에 없어 궁극적으로는 사립학교 교원의 지위나 신분보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학교법인이 대학의 유지, 존립을 위해서 소속 교원으로 하여금 신입생 모집 등 입학홍보 업무에 참여하도록 요청하거나 교원이 이러한 요청에 부응하여 입학홍보 업무에 참여하는 것은 교원 본연의 임무와 직, 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수반하는 부수적인 업무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시하여 학교법인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였다. 다만 대상판결이 학교법인이 처한 현실을 원칙적으로 긍정하고 대학의 자율성, 사적 자치의 원리를 토대로 한 학교법인의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사법심사를 전면적으로 포기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비록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는 판단을 통해서이기는 하지만 ‘신입생 모집실적이 교원의 실적평가에 따른 보수등급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거나’, ‘교원이 신입생 모집실적을 올리기에 급급하여 교원으로서의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에 방해를 받을 정도’가 되면 교원실적의 평가항목과 기준이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라고 볼 여지도 남겨둔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4.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의 자율성,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계약을 지배하는 사적 자치의 원리를 근거로 사립학교 교원의 보수 지급 기준에 관한 사법 자제의 태도를 선언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사립대학이 현실적으로 처한 입학생 모집의 어려움에서 이러한 사법 자제의 타당성을 끌어내고 있다. 다만 대상판결의 원심이 학교법인이 마련한 성과급적 연봉제의 보수기준에 대해서 너무 쉽게 그 효력을 부인하였다면, 대상판결은 사법 자제라는 명목으로 그와 정반대 방향의 극단적 신호를 하급심과 다른 학교법인들에게 준 것이 아닌가 염려된다. 대상판결이 사립대학이 처한 현실적 어려움을 규범적 차원에서까지 정당화시키는 논거로 삼음으로써 이미 시작된 일부 사립대학들의 일탈을 가속화시키고 이에 대한 실질적 사법심사라는 제동장치까지 제거하여 더 많은 사립대학과 교원들이 교육기관으로서 본연의 사명을 망각하고 대학 구조조정의 과정까지도 왜곡시키는 데 일조를 하게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김성수 변호사(법무법인(유한)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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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용거부처분
김성수 변호사(법무법인(유한)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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