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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와 위법성조각 법리를 구체화
대상판결은 언론에 의한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해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기존 판례에서는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이 이익형량 중 침해행위의 영역으로 고려되었으나 대상판결은 그러한 고려 없이 위법성 조각이 가능하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고 볼 수 있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는 구분되는 초상권 침해에 관한 법리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1. 들어가며 사진이나 영상 촬영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이루어진다. 그만큼 초상권에 관한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초상권 침해 문제도 늘고 있다. 동의 없이 얼굴이 촬영되거나 공개되지 않을 권리의 반대편에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놓인다. 특히 언론보도에서는 정확한 내용 전달과 근거 제시, 제3자 피해 방지 등 여러 이유로 보도 대상자의 얼굴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백 마디의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필요한 때가 있다. 하지만 아직 언론소송에서는 초상권 침해보다는 명예훼손이 문제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보도 대상자와 언론사 간의 법익 균형을 찾는 위법성 조각사유 관련 판례도 명예훼손에 관해서는 많이 축적되어 있으나 초상권 침해에 관해서는 그렇지 않다. 이 사건 1, 2심 법원은 기존 판례의 초상권 침해에 관한 법리를 인용하며, 방송사 기자인 피고들이 원고의 얼굴을 공개한 것은 초상권 침해에 해당하며 위법성도 조각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본 법무법인은 상고심에서 원고가 공적 인물에 해당하고 이 사건 보도가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므로, 언론의 자유 보호가 원고의 초상권 보호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보도의 위법성이 조각되어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아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하 ‘대상판결’)은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에서의 위법성조각 법리를 기존 판례에 비해 보다 구체적으로 밝힘으로써 언론의 초상 보도 적법성에 관한 예측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언론이 초상을 적법하게 보도할 수 있는 경계를 보다 뚜렷이 한 만큼 그 경계 범위 안에서의 언론의 자유도 그만큼 더 확보되었다. 2. 사실관계 원고는 어린이 다문화합창단인 레인보우합창단(이하 ‘이 사건 합창단’)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센터(이하 ‘이 사건 센터’)의 대표로 있었다. 이 사건 합창단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행사의 애국가 제창을 위해 초대받았다. 원고는 합창 단원의 학부모들에게 참가비 30만 원 납부를 통보했다. 학부모들은 참가비 전액을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지급하기로 한 점을 들어 항의했다. 그 과정에서 한 학부모가 휴대폰을 이용해 위 상황을 약 4분 48초간 동영상(이하 '이 사건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MBC 기자인 피고들은 관련 기사를 작성해 MBC 뉴스데스크에서 방송하도록 하였다. 위 방송 중 약 32초간 이 사건 동영상 일부가 사용되었고, 원고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이하 원고의 얼굴이 공개된 위 약 32초간의 방송을 '이 사건 방송'). 원고는 피고들이 원고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은 채 이 사건 방송을 한 것이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3. 소송경과 1심은 피고들의 행위가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하여 위법하다고 보았다. 원고가 공적 인물에 해당하지 않고, 공적 인물에 해당하더라도 얼굴까지 널리 알려져 있는 사람은 아니며,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하지 않고도 공익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고, 원고의 얼굴을 공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공의 이익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하였다. 2심은 1심과 달리 원고를 공인으로 볼 여지가 높다고 하였다. 그러나, 공인인 경우에도 이 사건 동영상이 원고의 의사에 반해 촬영되었고, 학부모에게 고압적으로 대하는 모습이 담겨 있어 사람들이 원고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게 될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이 사건 동영상을 원고의 얼굴을 식별할 수 없게 하는 조치 없이 그대로 방송할 필요성, 보충성, 긴급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원고가 입는 피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보호가치가 공익보다 크거나 우선하므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4. 대법원 판결의 주요 내용 가. 초상권 침해와 위법성조각 법리 대상판결은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조각 법리에 관해, “초상권은 헌법 제10조 제1문에 따라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권리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그러나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더라도, 그 내용이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표현내용 · 방법 등이 부당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초상권 침해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두 방향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구체적 사안에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을 통하여 침해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이 가려진다. 이러한 이익형량 과정에서 첫째, 침해행위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침해행위로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과 중대성, 침해행위의 필요성과 효과성, 침해방법의 상당성 등이 있고, 둘째, 피해이익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피해법익의 내용과 중대성, 침해행위로 피해자가 입는 피해의 정도 등이 있다.”라고 설시했다. 대상판결은 특히 언론에 의한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는 사건에서 이익형량의 중요한 고려요소로, “그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일반 사인인지, 공적 인물 중에서도 공직자나 정치인 등과 같이 광범위하게 국민의 관심과 감시의 대상이 되는 인물인지, 단지 특정 시기에 한정된 범위에서 관심을 끌게 된 데 지나지 않는 인물인지, 그 보도된 내용이 피해자의 공적 활동 분야와 관련된 것이거나 공공성·사회성이 있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고 공론의 필요성이 있는지, 그리고 공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 데에 피해자 스스로 관여한 바 있는지 등”을 제시했다. 나. 이 사안의 경우 대법원은 이 사건 방송으로 원고의 초상권이 침해되었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되어 피고들의 행위가 불법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하였다. ① 원고가 다문화전문가, 정치인 지지모임의 회장으로 활동하며 다수의 언론매체에 이름과 얼굴을 알려온 것을 보면 공적 인물로 볼 수 있고, 이 경우 원고의 공적 활동에 대한 의문·의혹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한다. ② 합창단의 참가비 전액을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부담함에도, 이 사건 센터가 학부모들에게 참가비를 부담하게 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이 사건 방송 전날에는 관련 보도도 방송되었다. 그 보도에서 원고는 스스로 얼굴을 공개하며 반론 인터뷰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이 사건 방송 내용은 공공성·사회성이 있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한다. ③ 이 사건 방송은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는 합창단의 회계 등 운영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그 보도 내용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공론의 필요성도 인정된다. ④ 이 사건 방송에 원고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되기는 했지만, 원고가 스스로 얼굴을 공개하며 반론 인터뷰를 한데다가, 이 사건 방송이 포함된 뉴스의 다른 부분에 원고의 사진과 영상이 사용되었고 자막에도 이름이 표시되었으므로, 설사 원고의 얼굴을 식별할 수 없게 하였더라도 시청자들은 그 등장인물이 원고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방송에 원고의 얼굴이 공개됨으로써 원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추가로 발생하였다고 볼 여지는 크지 않다. 피고들이 이 사건 동영상을 악의적으로 편집하거나 왜곡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까지 더하여 보면 그 표현 내용이나 방법이 사회통념상 상당한 범위를 넘었다고 볼 수 없다. ⑤ 이 사건 방송을 통한 피고들의 표현의 자유가 초상권 침해로 원고가 입을 피해보다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이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조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5. 대상판결의 의의 기존의 판례는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 판단 기준으로, 침해행위와 피해이익 간의 이익형량에 다소 추상적인 고려요소만을 제시했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이른바 “보험회사” 사건)}. 이익형량을 통해 개별 사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추상적인 고려요소만으로는 과연 어떤 경우에 어느 정도로 초상을 촬영·공표하는 것이 적법한지 예측하는 데에는 큰 도움을 주기 어려웠다. 대상판결은 초상권 침해의 경우 이익형량에 나아가기 전에 그에 앞선 위법성판단기준으로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표현내용·방법 등이 부당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즉,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자 공익을 위한 것’이고 그 내용·방법이 부당하지 않은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하여, 상위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은 기존에 이러한 기준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를 초상권 침해의 독자적 위법성 조각사유로 제시하지는 않았고, 초상권을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결부하면서 위 기준을 사생활 침해의 위법성 조각사유로 판시했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0다227455 판결 등). 이와 달리, 대상판결은 사생활의 보호와 초상권을 분리하고 초상권에 관한 독자적인 위법성 조각사유로서 위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대상판결은 특히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 사건에서 이익형량에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요소를 제시했다. 즉, 대법원은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는 경우, 공적 인물인지, 공직자나 정치인 등인지, 공적 활동 분야와 관련된 것이거나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는지 등이 이익형량에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고 하여,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에 관한 위법성조각 법리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법리는 기존에 언론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의 위법성 조각사유 중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제시된 것이다(대법원 2016. 5. 27. 선고 2015다33489 판결). 대상판결은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는 경우에도 위 기준이 적용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대상판결이 기존 판례에서 이익형량 중 침해행위의 영역에서 고려요소로 언급되었던 침해의 보충성, 긴급성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론보도는 관련자들의 초상을 같이 내보냄으로써 시사성을 확보할 수 있고, 시청자들에게 그 내용이 진실함을 보여주어 신빙성을 확보할 수 있음이 고려되어야 하므로, 언론보도가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인 경우에는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을 이익형량의 요소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왔다{문건영, “언론에 의한 초상권 침해 판단 기준의 구체화에 관한 연구”, 법조(제69권 제5호), 법조협회(2020. 10.) 229, 230면}. 1심은 이 사건에서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반면, 대상판결은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을 고려요소로 제시하지 않았다. 즉, 이익형량에서 ‘반드시 원고의 초상을 공개했어야 했는지’, ‘이 사건 방송 외에 다른 방법으로 보도내용을 전달할 수는 없었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대법원이 대상판결을 통해 보충성과 긴급성을 이익형량의 고려요소에서 배제하는 기준을 제시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대상판결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는 구분되는 초상권 침해에 관한 법리, 언론보도에 의한 초상권 침해의 구체적인 위법성 조각사유 판단기준,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 고려 없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법리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김광중·황예영 변호사(법무법인 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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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중·황예영 변호사(법무법인 한결)
2023-06-04
기업법무
민사일반
대우건설 주주대표소송
I. 글머리에 지난해 11월 유니온스틸㈜의 대표이사가 내부통제시스템구축 및 유지관리의무 위반을 이유로 회사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대법원 판결(2017다222368)이 난 지 불과 반년 만에 대법원은 다시 ㈜대우건설 주주대표소송의 상고심을 선고하였다. 매우 긴박한 법발전이라고 생각한다. 판결의 내용을 보아도 유니온스틸 때보다 훨씬 더 의미심장하다. 아래에서 보듯이 여러 논점이 포함되어 있어 그 내용을 깊이 음미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판시내용을 요약한 후 관련 문제점으로 진입해 보기로 하자. Ⅱ. 사실관계 및 판시내용의 축약 대우건설은 4대강사업, 영주다목적댐공사 및 인천도시철도 2호선공사의 입찰 등에 있어 다른 건설사들과 더불어 입찰가격을 담합함으로써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각 97억여원, 24억여원 및 161억여원의 과징금처분을 받았다. 이에 대우건설의 주주들이 이 회사의 대표이사, 평이사 및 사외이사들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것이 본 사건이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은 대표이사에 대해서만 '의심할 만한 사유기준'을 적용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고 다른 이사들에 대해서는 '의심할 만한 사유기준'이건 '내부통제시스템기준'이건 그 적용이 어렵다고 보아 상법 제 399 조상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원고가 항소하자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1심판결을 변경하면서 모든 이사들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4대강 사업에 관한 한'의심할 만한 사유기준'을 적용하였다. 그러나 나머지 판단부분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내부통제시스템기준'을 적용하였다. 책임의 범위에 대해서는 전체 손해액의 약 5% 정도를 적정한 것으로 보아 책임제한을 시행하였고 대법원도 이러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하였다. Ⅲ. 평석 1.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의무의 귀속 주체 모든 이사가 이에 포함된다. 사내이사건 사외이사건 대표이사건 평이사건 예외가 인정되지 않는다. 유니온스틸사건(2017다222368)에서는 대표이사만 피고여서 이 점이 분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우건설 사건은 이 점을 명확히 하였다. 사외이사 역시 예외가 아님을 분명히 하였다. 사외이사는 바로 이러한 감시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선임된 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결론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다만 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요건에서는 차이를 인정하고 있다. 내부통제시스템구축의무는 시스템구축을 위한 의사결정, 시스템 구축의 실행 및 구축된 시스템의 유지·관리 등 시간순서상 여러 단계로 나뉘어질 것이다. 시스템구축의 실행 및 그 유지관리는 대부분 대표이사나 그의 지시를 받는 사내 하부조직에 위임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이사는 일부나 전부의 위임여부를 떠나 모든 단계에 걸쳐 법적 책임을 진다고 보아야 한다. 이번에 대법원은 이를 분명히 하였다. 그 점에서 이번 판결은 큰 의미를 갖는다. 2. Mission-Critical(높은 법적 위험이 예상되는 업무) 유니언스틸사건(2017다222368)이나 대우건설사건(2021다279347)의 판결문과 2008년의 대우분식회계사건(2006다68636)의 그것을 비교해보면 모두 내부통제시스템구축의무를 다루고 있기는 하나 한 가지 점에서 명확한 차이가 있다. 전자(前者)들에서는 '높은 법적 위험이 예상되는 업무'라는 용어가 등장하나 후자(後者)에서는 그런 언급을 발견할 수 없다. 즉 전자들에서는 회사 내부의 사정상 '높은 법적 위험이 예상되는' 그런 영역에서는 내부통제시스템구축의무가 보다 높은 수준으로 요구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적어도 이런 경우에는 적정한 내부통제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이사는 면책되기 어렵다는 경고성 판시를 하고 있다. 결국 내부통제시스템구축의무의 정도를 업무의 성격이나 종류 등에 따라 차등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소한 이런 경우에는 보다 제고된 의무수준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향후의 법률자문에서는 이 점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의 이런 자세는 내부통제시스템에 관한 델라웨어주 법원들의 근자의 입장과 무관하지 않다. 1996년 이 사법심사기준이 처음 케어막사건에 등장한 이후 이 청구원인(cause of action)은 크게 이용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9년 Marchand v. Barnhill 사건을 게기로 전기를 맞는다. 이 사건 이후 본 청구원인의 승소사례가 급증하기 시작한다. Marchand사건 이후 , Clovis사건, Hughes사건, Chou사건, Boeing 사건 등 일련의 판결들이 갑자기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승소사례의 증가에는 ① 'mission critical'이란 개념을 이용하면서 판례법이 급속히 진화하였고, ② 원고 주주의 증거수집상 어려움이 해소되었으며, ③ 기업경영에 있어 ESG의 요소를 중시하는 근자의 흐름이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였다는 분석들이 있다. 어쨌든 이번 판결은 내부통제시스템을 둘러싼 회사 내부의 위험을 차등화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항공기를 제조하는 보잉사에 있어 제작한 항공기의 안전과 이를 유지하기 위한 내부통제시스템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mission-critical) 이며, 아이스크림만 제조하는 Blue Bell 社에 있어 생산된 아이스크림의 안전은 식품위생법상 절대적 요소이며 이를 유지하기 위한 내부통제시스템은 mission-critical이다. [판결요지] 서울고법은 1심판결을 변경하면서 모든 이사들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4대강 사업에 관한 한 ‘의심할 만한 사유기준’을 적용하였다. 그러나 나머지 판단 부분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내부 통제시스템 기준’을 적용하였다. 책임의 범위에 대해서는 전체 손해액의 약 5% 정도를 적정한 것으로 보아 책임 제한을 시행하였고 대법원도 이러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하였다. [평석요지] 내부 통제시스템 구축의무는 시스템구축을 위한 의사결정, 시스템 구축의 실행 및 구축된 시스템의 유지·관리 등 시간 순서상 여러 단계로 나누어질 것이다. 시스템구축의 실행 및 그 유지관리는 대부분 대표이사나 그의 지시를 받는 사내 하부조직에 위임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이사는 일부나 전부의 위임 여부를 떠나 모든 단계에 걸쳐 법적 책임을 진다고 보아야 한다. 이번에 대법원은 이를 분명히 하였다. 그 점에서 이번 판결은 큰 의미를 갖는다. 3. 사외이사의 내부통제시스템구축의무 본 판결은 내부통제시스템구축의무 위반으로 인한 사외이사의 책임발생요건을 별도로 설시하고 있다. 사외이사 역시 내부통제시스템구축의무의 주체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이들은 사내이사들과 달리 회사내 업무집행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없다. 따라서 의무위반의 성립요건상 다른 사내이사들과는 차이를 두어야 하며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대법원은 두가지 경우를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하나는 내부통제시스템이 전혀 구축되지 않은 경우이다. 이 경우 사외이사에게는 시스템설치에 대한 촉구의무가 부과된다. 다른 하나는 이미 시스템이 구축된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해당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하며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하여야 할 것이다. 그 결과에 따라 동원가능한 조치를 취하는 등 정상적인 운영에 이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이를 외면하고 방치하는 경우에는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향후의 판례법에서 이번에 설시된 책임발생요건이 좀더 구체화되기를 바란다. 4. 의심할 만한 사유기준과 내부통제시스템기준간의 관계 이번 판결을 통하여 분명해진 것은 동일한 회사라도 이사의 감시의무에 관한 두가지 사법심사기준이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회사의 규모에 관계없이 '의심할 만한 사유기준'은 모든 회사에 있어 보편적으로 적용될 것이다. 다만 고도로 분업화되고 조직화된 대규모 회사에 있어서는 이사들이 의심할 만한 상황에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러한 경우를 위하여 마련된 것이 내부통제시스템기준이다. 본 사건에서 대법원은 대표이사, 평이사 및 사외이사의 책임발생요건을 각각 달리 설정하고 있다. 4대강 사업에 관한 한 가장 주된 피고라 할 대표이사의 경우 청구원인은 '의심할 만한 사유기준'이었다. 이에 반하여 여타 사내이사들과 사외이사들에 대해서는 내부통제시스템기준을 적용하였다. 다만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같은 내부통제시스템기준이라도 사내이사와 다른 별도의 기준을 제시하였다. 고도로 분업화되고 조직화된 대규모 회사라도 나라마다 사외이사제도를 둘러싼 법률환경은 천차만별 다르므로 이러한 점을 고려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5. 의무위반 이사의 책임범위 특히 가격담합이나 입찰담합 등 공정거래법위반으로 회사가 과징금을 부과받는 경우가 많은 바 이때 과징금의 전부가 회사의 손해인가? 그렇게 보아야 할 것이다. 법규위반 상황에서는 손익상계 등의 적용은 어려울 것이다. 판례 역시 뇌물공여나 분식회계 등 법규위반 상황에 대해서는 손익상계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내부통제시스템기준을 위반하였다고 당해 이사가 언제나 발생한 손해의 전부를 배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책임제한에 관한 판례법의 잣대가 탄력적으로 동원될 수 있다고 본다. 본 사건의 원심에서도 피고 이사들의 책임액을 합산하면 과징금 부과처분으로 ㈜대우건설이 입은 전체 손해액(약 284억원)의 5% 정도에 불과하다(2020나2034989). 대법원도 원심을 그대로 확정하였다. 대표이사, 평이사, 사외이사 등 사내 비리나 정보에 접근할 가능성을 차등화할 수 있다면 이에 따라 책임제한의 비율도 달라질 것이다. 나아가 각 이사의 연보수 수준, 개인적인 이득 또는 형사처벌의 유무 등도 구체적인 책임산정에 작용할 것이다. 김정호 명예교수(고려대 로스쿨)
준법경영
이사
준법감시
김정호 명예교수(고려대 로스쿨)
2022-07-07
민사일반
증권발행시장에서의 전문가책임
[사안의 개요] 1. XX이쿼티는 M&A를 목적으로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회사로, 2009년 11월 상장회사인 주식회사 씨모텍의 최대주주로부터 지분과 경영권을 300억원에 매수하였다. XX이쿼티는 인수자금 대부분을 차입금으로 조달하였으나 자본금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공시하였다. XX이쿼티가 씨모텍의 이사회를 장악한 다음 씨모텍은 바로 약 300억원을 유상증자하였고, 다시 유상증자를 계획하여 2011년 1월 약 286억원을 유상증자하였다. 2차 유상증자 직후 씨모텍은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매매거래가 정지되고 상장폐지되었다. 그 과정에서 XX이쿼티의 실제 사주들이 1차 및 2차 유상증자 대금을 포함, 씨모텍의 자산에 대해 거액의 횡령, 배임행위를 하였음이 밝혀졌다. 씨모텍은 기업회생을 신청하였으나 결국 청산되었다. 2. 2차 유상증자 당시 D증권은 증권인수인으로서 증권신고서에 인수인 의견을 작성하였는데, 씨모텍의 최대주주 변경에 따른 경영불안 리스크를 언급하면서 특히 XX이쿼티의 인수자금 조달에 대하여 "전체 300억원에 대해서 30억원 자기자본과 270억원 외부차입금으로 조달하였음. 외부조달자금 270억원은 220억원이 자본금으로 전환되었고, 나머지 50억원에 대해서도 자본금으로 전환할 예정임"이라고 기재하였다. 그런데 XX이쿼티는 외부차입금이 전혀 자본금으로 전환되지 않은 상태였다. 금융감독원은 D증권에 대하여 기업실사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차입금의 자본금 전환여부를 등기부등본 등으로 확인하지 않은 채 관련자의 보고만 믿고 인수인 의견란에 사실과 다르게 기재하였다는 이유로 기관주의 및 과태료 5000만원을 부과하였다. 또한 증권선물위원회는 D증권에 대하여 과징금 4억여원을 부과하였다. [소송의 경과] 1. 2차 유상증자에 참여하였다가 손해를 본 186명은 2011년 10월 D증권을 상대로 증권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하였다. 집단소송에 대한 법원 허가를 거쳐 본안판결이 2020년 2월 27일 대법원에서 확정되었고, 2021년 5월 분배절차가 종료되었다. 2. 법원은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최대주주인 XX이쿼티의 자본금 전환 여부는 투자자들의 투자판단에 영향을 주는 중요사항에 해당한다고 보고, D증권이 법인등기부등본을 확인하지도 아니한 것은 증권인수인으로서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조사를 한 것이 아니라고 하여 D증권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한편, 집단소송으로 청구할 수 있는 총원의 범위는 2차 유상증자에 참여해 씨모텍 주식을 취득하여 매매거래정지일까지 계속 보유한 자로 한정하였다. 손해액은 발행가액(2390원)과 청산금(약 6원)의 차액을 총원의 보유주식수에 곱한 145억원이며, 법원은 손해분담의 공평을 이유로 D증권의 손해배상책임을 총 손해의 10%로 제한하였다. [평석] 1. 사안은 증권사기에 대하여 문지기(gatekeeper) 역할을 담당한 증권회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증권관련 집단소송으로, 실제 위법행위자들의 책임재산이 부족하여 인수인인 증권사에게 책임을 물었다. 거의 10년의 소송 끝에, 법원은 인수인 증권사가 책임이 있다고 하였으나, 286억원 유상증자에 9000여명이 참여한 증권사기에 대하여 인정된 손해액수는 145억원에 불과하고 증권사는 그 중 10%만 책임을 지게 되었다. 2. 이론적으로는 주식발행시장에서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모두 공시되면 투자자들이 이를 읽고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하여 증권사기꾼이나 경제성 없는 회사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투자자들은 스스로 판단을 하지 않고 증권시장의 여러 전문가들에게 기댄다. 재무정보에 대하여는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을, 공모주식의 가치와 위험에 대하여는 인수증권사의 의견을, 채무증권의 상환가능성은 신용평가기관의 신용평가를, 구조화증권의 구조는 법무법인의 법률의견서를 믿고 투자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가들이 발행시장의 문지기(gatekeeper) 역할을 수행하여 증권사기꾼의 시장진입을 사전에 걸러낼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반면, 문지기 역할을 제대로 못한 전문가들에게 지나치게 엄중한 책임을 물으면 전문가의 활동비용을 증가시켜 자본시장을 위축시키게 된다. 대상판결이 D증권에게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책임액수를 손해의 10%로 한정한 것은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한 것이다. 3. 대상판결은 손해배상액의 제한요소로 다음을 들었다. ① 손해의 상당 부분은 XX이쿼티 측의 씨모텍 자산에 대한 대규모 횡령, 배임행위로 인한 것이다. ② D증권이 XX이쿼티 측의 횡령, 배임행위에 관여하거나 알고도 방치한 것은 아니다. D증권이 기업실사 과정에서 주의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어도 손해 전부를 배상케 하는 것은 공평에 반한다. ③ D증권은 증권인수업무의 대가로 수수료 약 4억8000만원을 받기로 했고 씨모텍이 회생절차에 들어가 이 중 약 1억원만을 받았으며, 이 금액을 초과하는 과태료 및 과징금을 냈다. 그런데 D증권의 인수인으로서의 문지기책임은 이 사건 유상증자와 같은 증권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실사를 철저히 하는 것이고 단순히 '인수인의 의견'에 잘못 기재한 책임만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사유는 90%의 책임을 면할 정도는 아니다. 증권사들이 사용하는 인수계약서에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경우 책임을 발행인에게 전가하는 면책약정(indemnification)을 두는데, 상대적 이익비율(발행인의 공모금액과 인수증권사의 수수료수익의 비율)에 따라 책임을 분담하기로 하거나, 인수증권사는 수수료 금액을 한도로 책임을 진다고 정하기도 한다. 미국 SEC와 법원은 이러한 면책약정은 문지기책임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공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본다. 이 점에서 책임감경이유로 D증권의 수수료 수익을 언급한 것은 아쉽다. 또한 D증권의 잘못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것을 감경사유로 인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4. 법원은 다양한 사건에서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소송이나 금융투자상품소송에서는 피해자에게 전혀 과실이 없는데도 또는 위반자의 행위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약한 사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책임 원칙'의 논리로 투자 액수가 크거나 투자대상이 복잡할수록, 위험한 투자대상에 투자할수록 책임제한비율이 커지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피고가 그러한 위험한 투자대상에 투자하도록 원고들을 위법하게 유인한 행위자 아닌가? 자기책임 원칙은 투자자가 애초에 인수하려고 한 위험을 넘어서까지 손해배상을 해 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 인수한다고 인식한 위험의 범위에 대해 피고가 사기를 친 경우에 적용될 것은 아니다. 또한, 증권의 유통구조상 다액의 피해에 불구하고 극히 일부 피해자들만 소를 제기하므로, 지나친 책임제한은 시장참여자들에게 위법행위를 해도 제한된 책임만 진다는 잘못된 인식을 준다. 전문가들에게 적극적으로 문지기 역할을 장려하려면 오히려 징벌적 손해배상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5.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원고들에게는 과실이나 손해방지가 가능한 지위가 전혀 인정되지 않는데도 손해액의 90%를 부담시켰다. 고의의 위법행위자가 별도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D증권에게 손해 전체를 배상하라는 것은 일견 형평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D증권이 부담하지 아니하는 손해는 위법행위자가 아니라 결국 피해자들이 고스란히 부담하는 결과에 비추어 볼 때, D증권의 입장이 아니라 전체의 맥락에서 형평에 대해 고민하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6. 마지막으로, 동일한 주식을 유통시장에서 취득한 자는 자본시장법의 특칙과 집단소송을 이용할 수 없어 배상을 받는 데에 한계가 있다. 사안에서 집단소송의 총원을 2차 유상증자 참여자 중 거래정지일까지 주식을 보유한 자로 한정하였는데, 거래정지일 이전에 주식을 처분한 자는 손해가 없으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그러면 이 주식에 대한 손해는 누가 구할 수 있는가? 법원은 자본시장법 제125조의 특칙을 발행시장 취득자에게 한정하므로(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3다88447판결 등) 전득자는 민법 제750조로 손해배상을 구해야 하는데, 유통시장 취득의 경우 증권신고서를 믿고 거래한 것이 아니어서 인과관계가 부정된다. 그러나 상장법인이 추가로 유상증자를 하는 경우 추가 유상증자분이 상장되면 기존 주식과 구분되지 않고 동일한 가격에 거래되므로, 추가 유상증자를 위한 증권신고서의 부실기재 내용은 해당 종목의 시장가격에 완전히 반영된다. 부실기재 발각 전 부양된 주가에 주식을 취득한 자들은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는 투자자의 지위를 취득한 자로 볼 수도 있다. 전득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하면 위법은 있는데 아무도 배상을 못받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김연미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자본시장법
집단소송
주가조작
씨모텍
증권거래
김연미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2021-12-23
민사일반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과 회생절차
1. 사안의 개요 피신청인 주식회사의 주주인 신청인(선정당사자)은 피신청인 회사를 상대로 주주총회 의사록 등과 그 밖의 회계장부·서류에 대해 열람·등사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하였다. 1심 법원은 주주총회 의사록 등에 대한 열람·등사를 인용하고(상법 제396조, 제448조) 나머지 회계장부 등 서류에 대해서는 상법 제466조 제1항에 의한 소수주주의 열람·등사를 구하는 이유에 대한 소명부족 등의 이유로 신청을 기각했다. 항고심 계속 중 피신청인 회사에 대해 회생절차개시결정이 내려졌고 항고심은 피신청인 회사의 회생절차에서 선임된 조사위원인 회계법인이 회사의 자세한 재산상태,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된 경위 등을 포함한 조사보고서를 제출하였고 신청인이 이 조사보고서를 열람함으로써 신청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 등의 이유를 추가하면서 신청인의 항고를 기각했다. 이에 신청인이 재항고하였다. 2. 결정요지 상법 제466조 제1항에 의한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등사청구권은 회사에 대하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에 따른 회생절차가 개시되더라도 배제되지 않는다. 3. 검토 가. 회생절차가 개시된 주식회사 주주의 회사에 대한 자료 확보 수단 회생절차가 개시된 주식회사에 대해 재무상태표 등 회계장부 및 서류를 확보하고자 하는 주주는 어떠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가? 1) 먼저 주주는 회생절차의 이해관계인으로서 법원에 회생회사에 대한 사건기록의 열람·복사를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주주는 상법상 소수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므로 주식 보유비율 요건이 따로 없다. 다만 열람 대상이 법원에 제출된 문서 등에 한정되고 법원이 채무자의 사업유지 또는 회생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거나 채무자의 재산에 현저한 손해를 줄 우려가 있는 때에는 열람·복사를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제한을 받는다. 2) 다음으로 회생절차에서 구성되는 채권자협의회로부터 주주가 자료를 제공받는 것은 가능할까? 이 방안이 가능한지에 관해서는 법 규정 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채권자협의회는 법원·관리인으로부터 주요 서류 등을 제공받고 채권자협의회에 속하지 않는 채권자도 자신의 비용으로 채권자협의회에 사본의 제공을 청구함으로써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규칙 제41조). 하지만 주주의 경우 채권자협의회가 자발적으로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지금의 법률, 규칙 규정으로는 주주의 채권자협의회에 대한 자료 제공 요청권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연방파산법[11 U.S.C. §1102(a)(2)]은 채권자위원회뿐만 아니라 법원의 명령에 의해 별도의 주주위원회 등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입법론적으로 참고할 만하다. 3) 마지막으로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은 대상결정에서 쟁점이 된 것으로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 이상 주식을 보유한 소수주주가 상법 제466조 제1항에 의해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등사청구권은 법에 따른 회생절차가 개시되더라도 배제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원결정을 파기환송하였다. 대상결정은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상법상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이 회생절차개시로 배제되거나 회생절차에 의해서만 행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가처분에 있어서 피보전권리에 관한 판단인데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은 이른바 공익권인 소수주주권 중의 하나로서 회생절차에 의해서 그 행사가 제한되는 회생채권이 아니므로 타당한 결론이다. 대법원은 더 나아가 소수주주권 행사로 열람할 수 있는 서류가 법에 따라 이해관계인이 열람할 수 있는 서류보다 그 범위가 넓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채무자회사가 법원에 제출하는 자료에 소수주주가 열람할 수 있는 회계장부·서류 등이 다 포함되어 있지 않을 수 있고 조사위원의 조사보고서에도 회계장부 등이 반드시 첨부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대상결정에 따르면 소수주주는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고 해서 자료 확보 면에서 더 불리해지지 않고 오히려 회생채권자가 확보할 수 있는 자료보다 더 많은 자료에 접근할 수 있게 될 여지도 있다. 다만 회생절차의 특성상 채권자가 제공받는 정보가 주주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정보제공의 편차가 크지 않도록 실무에서 운용의 묘가 필요해 보인다. 둘째, 회생계획안이 인가되기 전에 회생절차가 폐지되면 권리변경 등의 효력 없이 채무자의 업무수행권이 회복되므로 소수주주권에 따른 열람·등사청구권 행사의 필요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가처분에서의 보전의 필요성과 관련된 판단인데 대상결정은 인가 전 폐지의 경우를 이유로 들고 있으나 회생절차 실무상 기존 주식이 100% 감자되는 경우도 있지만 지분을 약간이라도 남기는 형태로 회생계획이 인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 경우 회생절차가 인가 전에 폐지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여전히 주주의 권리를 인정할 필요가 남는다. 다만 소수주주가 회계장부의 열람·등사를 재판상 청구하는 경우 소송이 계속되는 동안 주식 보유요건을 구비해야 하므로(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다252037 판결 참조) 감자로 인해 발행주식 총수 100분 3 이상 보유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된 주주의 신청은 각하될 것이다(대법원 2020. 9. 25.자 2020마5509 결정 참조). 셋째, 주주가 회사의 회생을 방해할 목적으로 열람·등사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 정당한 목적이 없어 부당한 것이라고 보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회사가 회생절차에 있지 않는 경우에 적용되는 일반 법리가 회생회사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회생절차에서도 소수주주권 행사에 제한이 있음을 적절히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나. 회생절차개시와 소송절차의 중단 및 수계의 관점에 바라 본 대상결정의 의미 한편 대상결정에서 쟁점으로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회생절차개시와 소송절차의 중단이라는 관점에서 음미해 봐야 할 부분이 있다. 이 사건 피신청인 회사는 항고심에서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 그렇다면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의 피신청인은 채무자 그대로인가 아니면 채무자의 관리인으로 수계시켜야 하는가? 이 사건 항고심에서는 피신청인 회사 관리인으로 수계가 이뤄졌고 그 후 적법한 수계를 전제로 판단이 이뤄졌다. 필자는 관리인으로의 수계가 타당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재산에 관한 소송절차는 중단되고(법 제49조 제1항) 중단한 소송절차 중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과 관계없는 것은 관리인 또는 상대방이 이를 수계할 수 있다(동조 제2항). 그런데 중단되는 소송의 범위와 관련하여서는 채무자의 인격적 활동에 관한 권한은 회생절차개시 후에도 여전히 채무자에 귀속되므로 주주총회, 이사회 결의의 무효 또는 취소의 소 등의 경우 소송절차가 중단되지 않고 주주가 제기한 주주지위의 확인의 소 등 역시 채무자 내부의 조직법적·사단적 활동에 관한 것으로 중단되는 재산관계의 소송으로 보지 않는 것이 현재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견해로 보인다. 그렇다면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는 어떠한가? 일견 조직법적·사단적 활동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재산관계의 소송으로 보지 않는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하지만 법이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 및 재산 관리처분권이 관리인에게 전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제56조 제1항) 회계장부 등의 관리는 전형적인 채무자의 업무수행이라고 볼 수 있는 점, 소수주주의 열람·등사청구권은 궁극적으로 채무자의 재산관계와 관련성이 작지 않은 점, 현실적으로도 회생절차개시 후에는 관리인이 채무자의 회계장부 등을 관리하고 있는 점, 관리인은 공적수탁자로서 열람·등사의 허용 여부를 적절히 판단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비록 주주의 권리행사이기는 해도 조직법적·사단적 활동이라는 범주에 넣어 채무자로 하여금 소송을 수행하게 하기 보다는 관리인이 수계하여 소송을 수행하게 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더 타당해 보인다. 기존경영자 관리인(DIP)이 아닌 제3자 관리인이 선임되는 경우 이 쟁점은 실무상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4. 결론 회생절차에서 주주는 의결권이 없는 등으로 영향력이 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상결정은 이렇게 미약한 지위의 회생회사 소수주주에게도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청구권의 행사를 허용하였는바 주주위원회와 같은 회생절차 내 기관이 없는 우리 회생절차를 감안하면 의미가 있는 결정이다. 다만 부당한 열람·등사청구권 행사로 인해 채무자의 회생이 저해되지 않도록 실무에서는 열람·등사청구 허용 여부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은 소수주주의 열람·등사청구권 행사 가처분에서 관리인으로의 수계를 전제로 진행된 사안으로 향후 회생절차로 중단되는 소송의 범위와 관련한 논의를 발전시키는 데 하나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진웅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주주
회생정차
회계장부
상법
이진웅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2021-02-22
민사일반
관급공사 도급계약에서 발생하는 간접비에 대한 소고
우선 지면상 ① 국가계약법(이하 관급공사 도급계약에 적용되는 각 법률 및 법령을 통칭하여 '국가계약법')상 다년도계약 체결 방식은 계속비계약과 장기계속계약으로 나뉜다는 점 ② 장기계속계약에서 수급인 측의 귀책사유 없이 총공사기간이 연장될 경우 추가 간접비가 발생하는 구조와 이를 청구하기 위한 요건 및 필요성 등에 대해서는 상세히 논하지 못함과 각주로 처리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존재함을 미리 밝힌다. 다만 독자의 이해를 위하여 예를 들어 7년의 장기계속계약에서는 7년을 명시한 총괄계약이 먼저 체결되고 이후 매년 1년짜리 차수별계약이 별도로 체결되면서 그 해의 공사비용도 정산하여야 하는데 간접비의 경우는 누구의 책임으로 공사가 지연되었는지를 함께 밝혀야 하기 때문에 해당 연도에 발생한 추가 간접비를 청구하지 못한 채로 다음 연도로 넘어가는 일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는 점 정도만 간략히 기재한다. I. 대상판결(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235189 전원합의체 판결) 사건의 경과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의 수급인인 원고들은 이 사건 공사기간이 약 2년간 연장됨에 따른 추가 간접비를 청구하게 되었다. 1·2심에서는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대상판결은 장기계속계약에서의 총괄계약에 기재된 총공사기간이나 총공사금액에는 법적 구속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II. 대상판결의 분석 1. 대상판결에서의 쟁점 대상판결에서는 장기계속계약 방식의 관급공사 도급계약에서 이미 지난 차수의 공사기간에서 발생한 추가 간접비를 총괄계약 종료 전이기만 하면 청구할 수 있는지가 주요 다툼의 대상이 되었고 그 결과 장기계속계약에서 총괄계약과 각 차수별 계약의 법리적 성격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구체적으로는 총괄계약상 총공사기간의 계약상 구속력이 인정될 수 있는지)로 쟁점이 집중되었다. 2.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의 요지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장기계속계약에서의 총괄계약상 전체적인 사업 규모나 공사금액, 공사기간 등에 대해서는 구속력이 직접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 근거로서 예산일년주의나 차수별 준공대가 수령 전 계약금액 조정 신청의무 조항 등을 들었다. 반면 소수의견은 총공사기간 등에 구속력이 인정된다고 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이는 계약 상대방에게 불이익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3.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적인 고찰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점들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가. 처분문서 해석의 법리에 반하는 결과 - 계약 당사자들의 의사 및 실무례 대상판결은 국가계약법상 계약이 공공기관 등과 계약 상대방이 대등한 지위에서 체결하는 사법상 계약임을 강조하고 있다. 위와 같은 결론과 처분문서 해석에 관한 대법원의 태도를 종합하면 총공사기간의 구속력에 대하여 계약의 양 당사자가 어떠한 의사를 가지고 있었는지와 통상 실무상 어떻게 취급되어 왔는지에 의하여 계약이 해석되어야 한다. 총공사기간 7년의 장기계속계약이 체결될 때 당사자들이 '7년짜리 계약을 1년으로 쪼개어 체결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1년짜리 계약을 체결하다 보니 7년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의 문제이다. 실무상 당사자들은 총공사기간 동안 하나의 공사가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현장사무소를 운영하는 것이 통상적이고 차수별계약이라는 형식적인 시간대 별로 나누어진 공사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 계약 상대방에 대한 불이익을 금지하는 일반조항을 후퇴시키는 결과 발생 총공사기간의 구속력 유무에 대한 결론과 무관하게 국가계약법상 일반원칙은 여전히 관급공사 도급계약에 적용된다. 국가계약법 제5조는 계약 상대방에 대한 불이익을 금지하는 대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계약법과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또한 마찬가지이다. 국가계약법상 다년도계약은 예산이 확보된 계속비계약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나 장기계속계약은 오로지 발주자의 사정이나 편의에 의하여 체결되는 것이다. 따라서 계속비계약이 아닌 장기계속계약 방식으로 계약이 이행됨에 따라서 수급인인 민간 사업자가 입게 될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장기계속계약 제도는 일본의 회계법에 규정된 것을 도입한 것인데 일본의 경우는 장기계속계약의 적용범위를 전기·가스·수도 및 공공전기통신 역무 등 해당 연도에 이루어진 역무 범위를 특정하기 쉬운 종류에 한정시키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대형공사에까지 확대시키고 있어 계약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해주어야 할 필요성은 더욱 크다. 따라서 해당 차수별 기간으로 계약상 권리의무를 제한하는 법리를 장기공사에 적용함에는 매우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국가계약법상 장기계속공사계약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청구는 각 차수별 준공대가 수령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간접비를 청구하는 경우까지 형식적으로 적용하게 된다면 발주자 측의 일방적 사정으로 장기계속계약 방식을 택하는 것이 현실인 점을 고려할 때 계속비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보다 불리한 조건을 계약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특약금지의 원칙에 반하게 된다. 다. 국가계약법상 계약금액 조정 관련 조항의 규정 목적(예산 확보로 인한 결과 및 부실공사 방지)에 반하는 결과 발생 국가계약법상 계약금액 조정 제도를 둔 이유는 ① 세수의 증가로 계약금액을 증액해 줄 예산 재원의 확보 ② 건설비용의 증가에 따라 계약금액을 증액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부실공사 방지에 있다. 간접비는 차수별계약의 특정 기간에만 영향을 미치는 비용이 아님에도 그 시적 한계만을 강조하여 청구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이는 그만큼의 부실공사가 발생할 가능성을 높게 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장기계속계약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계약방식으로 인하여 계약의 적정한 이행이라는 대원칙이 훼손되는 결과까지 입법자가 의도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라. 국가계약법상 사인으로서의 지위와 공적기관으로서의 지위가 적용되어야 할 영역이 오히려 바뀐 해석 국가계약법에는 발주자에게 공적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강조하는 영역이 있다. 계약금액의 조정과 관련된 부분이 그러한 영역 중 하나이다. 대상판결은 발주자가 예산을 확보하여 둔 경우보다 더 가혹하고 불리한 결과를 계약 상대방으로 하여금 감내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 불리한 지위에서 장기계속계약을 체결한 사인에게 재차 사적자치의 원칙을 강조하여 간접비를 포기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이러한 영역에서의 해석상 타당한지 의문이다. 대상판결의 결론은 국가계약법이 예정하는 강조점(공적기관으로서의 지위에서 계약금액 조정에 성실히 응할 의무의 존재)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는 비판을 면하기가 어렵다. 마. 간접비 리스크의 부정적 영향 발생 대상판결에 따르더라도 계약 상대방이 매 차수별 준공시마다 간접비를 발주자에게 청구하면 되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는 두 가지 어려움이 있다. 첫째는 증명의 어려움인데 추가 간접비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액수 외에도 계약 상대방의 귀책사유가 아니라는 점을 밝혀야 한다. 둘째는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이다. 관급 공사의 수주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의 건설업계에서 위 처분은 사실상 사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정도로 기업의 존폐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계약 상대방으로서는 남은 계약기간 동안 발주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느냐 아니면 분쟁의 소지가 발생하더라도 매년 발주자에게 불리한 사유를 주장하면서 간접비를 청구하느냐의 갈림길에서 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그런데 간접비 청구 포기는 배임의 문제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어서 선택을 어렵게 한다). 이와 같은 리스크로 인하여 건설회사들로서는 공사입찰에 참여할지 여부에 대해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우량한 업체의 경우 리스크를 부담하기 싫어 입찰을 포기하게 되고 리스크에도 불과하고 일단 낙찰을 받기에 급급한 업체들만이 입찰에 참가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이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공사의 경우 더욱 그러할 것이다) 국가계약법이 이와 같은 결과를 의욕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III. 맺으며 법리적인 관점에서만 볼 때 대상판결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국가계약법상 장기계속계약 방식이 대규모 공사에 대해서도 도입되어 버린 점, 수없이 체결되었고 앞으로도 체결되어야 할 장기계속계약들의 이행 실무, 국가계약법상 계약금액 조정 관련 조항은 부실공사를 방지함에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소수의견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최근 발의된 국가계약법 개정안에는 장기계속계약상 총공사기간의 구속력을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바 이는 사법적 판단을 회피하기 위한 개정이 아니라 사법적 판단을 열어주기 위한 개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준민 교수 (전남대 로스쿨·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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