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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하증권상 정당한 소지인 관련 운송물 불법인도사건
I. 사실관계 한국의 피고 갑(매수인)은 을(매도인)로부터 석탄을 구입하고(제1계약), 을은 이행을 위해 다시 E로부터 석탄을 구입하게 되었다(제2계약). E는 해외에 있는 원고와 매매계약을 최종적으로 체결했다(제3계약). 갑은 운송을 위하여 K와 운송계약을 체결하게 되었고 K는 원고로부터 석탄을 선박에 실었다. 운송인인 K는 선하증권을 발급하게 되는데, 원고가 처음 이를 수령하여 가지고 있었다. 선하증권에는 송하인란에 “을을 대리한 E”로 되어있다. 석탄이 한국에 도착하자 피고 갑은 선하증권의 상환 없이 K로부터 운송물을 수령해갔다. 매매대금은 을이 E에게 주었다. 잔금을 받지 못한 원고는 손해배상청구를 매수인 갑과 운송인 K에게 제기했다. 원고는 자신이 실질적인 소유자이자 송하인이고 제3매매계약에서 E에 대한 대금 지급을 담보 받기 위하여 선하증권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선하증권에 기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반해 피고는 이 화물의 송하인은 을인데 원고는 을의 배서 없는 선하증권을 소지한 자이므로 정당한 소지인이 아니므로 선하증권상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급심은 송하인은 원고가 아니라 을이라고 확정하면서 원고가 송하인으로서 선하증권을 소지했다는 주장은 수용하지 않았다. 다만, 원고는 E로부터 대금을 수령할 필요가 있었고, 송하인의 대리인인 E는 운송인과 상의하여 선하증권의 발행을 원고에게 해주라고 한 것으로 보아, 담보의 목적상 정당한 권리자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II. 대법원의 판단 1. 선하증권에 대한 정당한 권리자가 되는 방법 “운송인이 송하인에게 선하증권을 발행·교부하는 경우 송하인은 선하증권 최초의 정당한 소지인이 되고, 그로부터 배서의 연속이나 그 밖에 다른 증거방법에 의하여 실질적 권리를 취득하였음을 증명하는 자는 그 정당한 소지인으로서 선하증권 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70064 판결 등 참조). 이때 그 소지인이 담보의 목적으로 선하증권을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이 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므로(대법원 1997. 4. 11. 선고 96다42246 판결 등 참조), 송하인으로부터 담보의 목적으로 선하증권을 취득한 자는 그 정당한 소지인으로서 선하증권에 화체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리고 송하인과의 법률관계, 선하증권의 문언 등에 따라 송하인을 대신하여 운송인으로부터 선하증권을 교부받을 권한이 있는 자가 선하증권에 관하여 실질적 권리를 취득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경우에도 위와 같은 법리가 동일하게 적용되고, 그로부터 담보의 목적으로 선하증권을 취득한 자도 정당한 소지인으로서 선하증권 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2. 선하증권과 상환하지않은 운송인의 책임 “한편 선하증권을 발행한 운송인이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아니하고 운송물을 선하증권 소지인이 아닌 자에게 인도함으로써 운송물에 관한 선하증권 소지인의 권리를 침해하였을 때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하고(대법원 2001. 4. 10. 선고 2000다46795 판결 등 참조), 이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선하증권에 화체되어 그 선하증권의 소지인에게 이전된다(대법원 1992. 2. 14. 선고 91다424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은 선하증권과의 상환 없이 운송물이 인도됨으로써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경우, 운송인 또는 운송인과 함께 그와 같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공동불법행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3. 사안의 경우 원심은, 을에게 이 사건 각 석탄을 매도한 E는 매매대금을 지급받기 위한 수단으로 선하증권을 교부받기로 되어있었고, 이를 위해 선하증권의 문언에 송하인을 대신한다고 표시된 것이므로 이 선하증권을 교부받을 권한이 있는 자로서 그 정당한 소지인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 사건 각 석탄의 소유자로서 E에게 위 석탄을 매도한 원고가 그 매매대금을 지급받기 위한 담보로 선하증권을 취득한 이상 원고도 그 정당한 소지인에 해당하므로, 위 선하증권이 무단으로 인도됨으로써 성립한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을로부터 석탄을 매수한 피고로서는 선하증권을 교부받은 다음 그와 상환하는 방법으로 석탄을 인도받아가야한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그와 같은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운송인으로부터 석탄을 인도받아감으로써 선하증권 소지인인 원고의 권리를 침해하였으므로 피고는 운송인과 함께 원고에게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단했다. 원심의 판단에 선하증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상고를 기각한다. III. 의견 1. 선하증권의 기능 선하증권은 운송계약을 증명하는 기능을 한다. 개품운송에는 특별하게 운송계약서가 발행되지 않는다. 선하증권의 내용이 운송계약을 대신하는 기능을 한다. 선하증권은 운송물에 대한 수령증으로서 기능을 한다. 가장 중요한 기능은 운송물인도청구권을 표창하는 기능이다. 이를 소지하면 소유자와 유사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선하증권은 상환성이 있기 때문에 소지하고 있는 사실이 수하인으로 하여금 대금을 지급할 것을 강요하게 되어 담보로서의 성질도 가진다. 운송인은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할 의무를 부담한다. 선하증권이 발행되면 소지인이 수하인이 되고 운송인은 선하증권소지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선하증권은 송하인에게서부터 수하인에게로 인도된다. 2. 선하증권상의 송하인-CIF의 경우 송하인은 운송계약의 당사자가 된다. CIF 계약에서는 매도인이 운송계약의 당사자가 된다. 매도인과 선적인이 일치한다. 선하증권의 송하인란에는 매도인이면서 선적인이 기재된다. 운송인은 이런 선하증권을 매도인에게 넘겨준다. 선하증권을 손에 넣은 매도인은 이를 화환 신용장과 함께 은행에 제시하고 대금을 매수인으로부터 수령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선하증권은 운송물이 화체된 것으로 운송물인도청구권이 표창되어있고 이와 상환하여서만 운송물을 운송인이 소지인에게 넘기도록 되어있다. 운송인은 선하증권을 은행에게 넘겼고 그 대신 수하인이 지급할 대금을 은행으로부터 수령한다. 은행은 수하인이 대금을 가지고 올 것으로 기대한다. 만약 나타나지 않으면 선하증권상의 권리를 행사해서 운송물을 자신이 찾아오게 된다. 이렇게 선하증권은 담보로서 기능한다. 3. 선하증권상의 송하인-FOB의 경우 FOB 계약에서는 운송계약의 당사자인 송하인은 매수인이 된다. 운송물을 선적한 자는 FOB 계약에서는 매도인이 된다. 송하인과 선적인이 분리된다. 이 경우에도 선하증권을 매도인이 수중에 가져야 한다. 그래야 그는 상품의 대금을 매수인으로부터 수령할 수 있다. 선하증권의 상환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1) 송하인이 매수인이므로 송하인란에 매수인을 적고, 매수인이 이를 수령하여 매도인에게 배서양도하는 방법이 있다. (2) 송하인란에 매도인을 적는 방법이다. 매도인에게 처음부터 선하증권이 발급되게 하는 것이다. (3) 송하인란에는 매수인을 적고, 실제로 수령은 매도인이 하게 하는 것이다. (1)의 방법은 정상적인 방법이다. (2)는 송하인은 매수인임에도 불구하고 매도인이 적히는 것은 맞지 않지만, 실무에서 흔히 보는 예이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매도인은 송하인인 매수인의 대리인의 지위에 있다고 보았다. (1)의 경우 매도인은 위 CIF의 경우와 같이 선하증권을 은행에 제시하고 대금을 받게 된다. (2)의 경우는 선하증권의 첫 소지인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양도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배서양도가 필요 없다. (3)의 경우는 송하인은 매수인이 되어있는데 은행에 선하증권을 들고 온 사람은 매도인이 되어서 문제가 발생한다. 배서양도가 안되어있다면, 매도인은 자신이 선하증권의 권리자임을 입증해야 한다. 4. 선하증권관련 대리권의 행사 선하증권은 운송물을 선적한 다음 선장이 발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선장은 선박소유자 혹은 운송인(용선자)의 대리인이다. 임의대리인으로 선박소유자나 운송인으로부터 지정을 받게 되고, 그는 법정 된 범위의 대리권을 가진다. 재판상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다. 재판 외의 행위에는 법률행위뿐만 아니라 선하증권의 발급과 같은 사실행위도 포함된다. 현실적으로 선박이 떠난 다음에야 선적된 화물량 등이 확정되므로 선장은 선하증권에 서명할 권한을 선박대리점에 위임하는 경우가 많다. 복대리가 되는 것이다. 선하증권을 건네줄 당사자를 택할 대리권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5. 사안의 경우 (1) 송하인적격 이 사안은 FOB 계약이다. 선하증권에 송하인란에 기재된 것은 “매도인의 대리인 E”라고 적혀있었다. 위의 예에서 (2)를 택한 것이다. 그러면서 선하증권의 발급은 E에게 석탄을 제공한 자인 원고에게 된 것이다. 지시식 선하증권이기 때문에 E가 배서하고 서명하여 원고에게 선하증권이 이전되었어야한다. 송하인으로부터 원고에게 본 선하증권을 넘긴다는 내용의 배서를 받지 않았으니까 원고는 효력이 없는 선하증권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의문이 생긴다. (2) 적법한 선하증권 소지인인가? 대법원은 유통선하증권이라도 반드시 배서양도가 아니라도 달리 실질적으로 권리를 양도받았음이 입증된다면 충분하다고 보았다(2003. 1. 10. 선고 2000다70064 판결). 1992년 피배서인의 이름이 없는 약식배서도 유효한 배서라고 대법원은 보았다. 본 판결에서 FOB 계약임에도 왜 수출자(매도인)가 송하인란에 기재되었는지는 다투지않았다. 다만, 송하인으로 기재된 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송인이 선하증권을 곧바로 원고(송하인에게 석탄을 매각한 자)에게 발급해도 수령자는 정당한 소지인이 되는지를 보았다. 원고는 송하인들에게 운송물을 제공할 의무가 있고 대금확보를 위해서 선하증권이 필요한 자였고, 당사자들이 선하증권을 원고에게 건네줄 합의를 했다고 보았다. 그래서 비록 배서양도가 송하인으로부터 없었지만 정당하게 선하증권을 소지할 자격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3) 대리권 송하인의 대리인 자격을 가진 E가 원고에게 선하증권을 넘기는 합의에 관여되었다. 이 선하증권의 권리행사와 관련 그가 송하인과 같은 권한이 있는지? 원매도인에게 선하증권을 발급해줄 것을 운송인과 합의할 권한이 있다고 보았다. 하급심에서 다루어졌고 대법원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내용이다. (4) 선하증권의 상환성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그 상환성 때문에 운송인은 반드시 선하증권과 상환하여 운송물을 넘겨야 한다. 선장이나 대리점은 매수인(수입자)이니까 운송물의 인도를 요구하면 그자가 소유자이니까 덜컥 운송물을 내어준다. 운송계약의 뒤에는 항상 매매계약이 있다. 수출자는 매매대금을 받기 위해 선하증권을 발급받아 담보로 가지고 있다. 그냥 운송물을 내어주면 매도인은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대금을 납부하고 선하증권을 찾아가기를 소지인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이를 확인해야 한다. (5) 요약 및 결론 FOB계약에서 송하인은 수입자가 된다. 그러나, 실무상 통상 수출자가 송하인난에 적힌다. 대법원은 이 때 수출자는 수입자의 대리인의 지위에 있다고 한다. 수출자에게 운송물을 제공한 자가 바로 선하증권을 소지한다고 해도 정당한 소지인이 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대법원은 소지할 이유가 충분하다면 이것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매도인으로서 대금수령확보를 위하여 선하증권을 담보로 소지하고 있을 필요성이 있다는 점, 당사자들이 선하증권을 그에게 발급해주기로 했다는 약정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반드시 배서양도가 아니라도 적법한 소지인이 될 수 있고, 운송계약에서 송하인이 아니어도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첫 수령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준 점에 의의가 있다고 판단된다. 통상 선하증권관련 운송물의 불법인도 사건은 운송인의 이행보조자인 창고업자나 선박대리인의 과실이 개입된 것이지만, 이 사건은 수하인 자체가 불법을 저지른 사안인 점에서 특이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선하증권을 상환하지 않은 운송인과 수하인은 정당한 선하증권소지인에게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 주의해야할 사항이다. 이 사안은 신용장이 개입되지않은 거래이다. 만약 신용장이 발행되었다면, 대금지급의무자가 명확하게 기재되었을 것이다. 수출자 혹은 E는 대금을 수입자로부터 받는 구조하에서 선하증사권이 작동하게 될 것이다. 본 사례와 같이 운송계약 선하증권을 가지고 원 수출자(매도인)인 원고가 대금을 수령하는 구도는 만들기 어렵다고 보인다. 김인현 교수(고려대 로스쿨)
운송
선하증권
운송물
김인현 교수(고려대 로스쿨)
2023-11-19
기업법무
상사일반
파산·회생
쌍무계약, 신용거래, 그리고 채권자평등주의
[사안의 개요] 원고는 건축자재 도·소매업을 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건축자재 수·출입업을 하는 회사이다. 원고와 피고는 2014년 6월 17일 피고가 원고에게 건축자재를 공급하는 계약('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내용은 다음과 같다. 계약기간은 2014년 7월 1일부터 2년으로 하되 상호 협의하여 연장할 수 있다. 원고는 피고에게 제품대금 정산을 위한 보증금으로 1억 원을 지급한다. 위 보증금은 계약 해지 시 10일 이내에 반환받을 수 있다. 원고는 보증금 범위에서 제품을 주문할 수 있고, 주문한 제품의 대금이 보증금을 초과하면 초과 금액을 먼저 입금한 후 제품을 주문할 수 있다. 원고가 대금을 사전에 서면 양해 없이 임의로 30일 이상 연체할 경우 피고는 미수금 총액을 보증금에서 우선 변제한다. 본 계약서 조항을 위반하여 상대방에게 보증금 이상의 피해를 주었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2014년 6월 30일 피고에게 보증금 1억 원을 지급하였다. 피고는 2014년 9월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였다. 위 법원은 2014년 11월 3일 회생절차개시결정을 하였고, 2015년 4월 22일 회생계획인가결정을 하였으며, 2016년 6월 29일 회생절차종결결정을 하였다. 피고의 대표이사이자 관리인인 소외인은 2014년 12월 5일 원고와 물품을 계속 공급하기로 협의하였다. 원고는 2016년 5월경 최종적으로 물품을 구입하고 대금을 결제한 다음 2016년 6월 24일 피고에게 2016년 6월 30일 계약기간이 만료한 후 재계약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2016년 7월 10일까지 보증금 1억 원을 반환할 것을 요청하였다. 피고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자 원고는 피고에게 보증금 1억 원 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소송의 경과]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근거를 들어 원고의 보증금반환채권은 공익채권이라고 보았다(원고 승소). 1심과 원심의 입장도 같다.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보증금은 이 사건 계약 제4조에서 정한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원·피고의 별도 의사표시 없이 물품대금 지급에 충당되므로, 보증금은 물품대금에 대한 선급금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증금반환채권은 피고의 원고에 대한 물품대금채권과 이행·존속상 견련성을 갖고 있어 서로 담보로서 기능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제1항 제7호에서 정한 공익채권에 해당한다." [평석] 필자는 대상판결에 반대한다. 원고의 보증금반환채권은 회생채권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견련성 개념의 혼동 대상판결은 견련성 개념을 혼동하고 있다. 쌍방미이행 쌍무계약 관련 도산법 법리는 쌍무계약상 두 채무의 이행·존속상 견련성에 기초한 것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 보증금반환의무와 매매대금지급의무 사이에는 이행·존속상 견련성이 없다. 미지급 매매대금을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견련성이 존재할 뿐이다. 두 견련성 개념은 구분해야 한다. 쌍무계약에서 이행·존속상 견련성의 경우 계약당사자 모두가 담보적 기능을 누린다(쌍방향의 담보적 기능). 이에 반해 공제법리에서 견련성의 경우 일방당사자(이 사건의 경우 피고, 임대차계약의 경우 보증금을 수령한 임대인)만 담보적 기능을 누린다(일방향의 담보적 기능). 이 사건 계약조항에 따르면 -계약해석 상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피고 측의 이행선택에 따라 피고가 계속 물품을 공급하는 경우, 원고는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선납한 보증금에서 공제하라고 주장할 수 있다. 원고는 1억 원의 보증금 한도에서 추가 출연없이 물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이다(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의 관리인은 이 사건 계약의 이행을 선택하는데 매우 신중하였어야 한다). 그런데 원고는 대금지금 없는 '물품공급'을 보장받은 것이지, '보증금반환'을 보장받은 것이 아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을 들어 보증금반환채권을 공익채권으로 구성할 수는 없다(참고로 이 사건에서 원고는 선납한 보증금에서 물품대금을 공제하라고 주장하지 않고, 개별 물품대금을 지급함으로써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였다). 2. 관리인의 이행선택이 갖는 법적 의미 관리인이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의 이행을 선택하면 도산채무자의 채권과 이행·존속상 견련성이 있는 계약상대방의 채권이 공익채권이 된다(회생파산법 제179조 제1항 제7호). 회생파산법은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을 도산절차 내부에서 실현함으로써 도산재단을 극대화하기 위해 계약상대방의 채권을 공익채권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원고의 보증금반환채권은 이 사건 계약 종료 후 비로소 발생(또는 변제기가 도래)하는 권리이다. 관리인은 계약내용 실현을 위해 이행을 선택한 것이지, 계약종료 후 원상회복 법률관계의 실현을 위해 이행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관리인의 이행선택을 근거로 원고의 보증금반환채권이 공익채권으로 격상될 수 없다. 공익채권으로 격상되는 것은 원고의 물품공급청구권이다. 3. 관리인이 새롭게 체결한 계약처럼 취급?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한 계약은 마치 관리인이 새롭게 체결한 계약처럼 취급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관리인의 이행선택을 근거로 도산절차개시 후 비로소 상대방이 선이행을 하였다면, 해당 급부의 원상회복채권은 공익채권으로 봄이 타당하다. 도산재단은 도산절차개시 후 비로소 해당 급부를 수령하였다. 계약이 해제된다면 상대방의 부당이득청구권은 도산절차개시 후 발생한 것이다. 이 경우 상대방은 관리인의 이행선택을 믿고 선이행을 하였으므로, 즉 채무자가 도산절차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계약내용대로 관리인이 채무를 이행할 것이라는 정당하고 보호가치 있는 기대 하에 선이행을 한 것이므로, 나중에 어떠한 이유로든 해당 계약의 실현이 좌절되어 원상회복청구권이 발생하는 상황이 되었다면 해당 급부의 원상회복청구권은 공익채권으로 봄이 공평하다. 그러나 도산절차개시 전 상대방의 선이행은 사정이 다르다. 관리인이 이행선택을 함으로써 계약상대방에게 신뢰를 부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채무자의 자력을 믿고 선이행을 하였다. 그런데 채무자는 상대방의 기대와 달리 도산절차에 들어가게 되었다. 상대방이 지급한 대금은 채무자의 일반재산에 혼입되어 채무자에 대한 모든 채권자들이 공취할 수 있는 책임재산이 되었고, 이러한 책임재산이 도산재단을 구성하게 되었다. 이 경우 선이행을 한 상대방은 채무자와 계약관계를 맺은 다른 일반채권자들과 마찬가지로 신용거래에 따른 위험을 부담함이 공평하다. 일반채권자들은 채권자평등주의에 따라 도산절차 내에서 도산채권자가 되어야 한다. 설령 관리인이 이행선택을 하였더라도 위와 같은 선이행 급부의 반환이 문제되는 상황이라면, 선이행을 한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신용거래의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비록 도산절차개시 후 비로소 계약이 해제(해지)되어 부당이득반환채권이 발생하였더라도, 도산절차개시 전에 채무자가 급부를 수령하였으므로 채권발생의 법적 원인은 도산절차개시 당시 이미 존재하였다고 구성할 수 있다. 4. 관리인이 해지권을 행사한 경우와의 균형? 대상판결 사안에서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하지 않고 해지를 선택하였다면, 상대방의 원상회복채권은 공익채권이므로(회생파산법 제121조 제2항) 원고는 보증금반환채권을 공익채권으로 행사할 수 있는가? 공익채권으로 행사할 수 있다면,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한 후 계약이 기간만료 또는 해지로 종료된 경우 상대방의 원상회복채권도 공익채권으로 봄이 균형이 맞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타당하지 않다.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대하여 관리인에게 해제권을 부여하고 관리인의 해제에 따른 상대방의 원상회복청구권을 환취권 또는 공익채권으로 보는 현행법(해제권 구성)은 입법론의 관점에서 부당하다(구체적 이유의 제시는 지면관계상 생략한다). 따라서 해제권 구성에 따른 법률효과를 준거점(reference point)으로 삼아 다른 문제상황에서도 그와 유사한 법률관계를 도출하려는 시도는 부적절하다. 법이론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결론과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를 하면, 일시적·표면적으로는 정합성이 달성되지만 실질적으로는 문제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雪上加霜). 또한 임대차계약에서 임대인 도산 시 임대인의 관리인이 계약해지를 선택한 경우(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을 전제)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은 회생(파산)채권이라는 것이 대체적 견해이다. 그렇다면 대상판결 사안에서 관리인이 해지를 선택하였다고 해서 상대방의 원상회복 채권이 공익채권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5. 임대인의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한 경우와 비교 임대차계약 상 임대인에 대하여 도산절차가 개시되었고 임대인의 관리인이 임대차계약의 이행을 선택하였으며 그 후 기간만료 등으로 임대차계약이 종료한 경우,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은 회생채권이라는 것이 다수설 및 실무의 입장이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실무의 입장과도 배치된다. 최준규 교수(서울대 로스쿨)
신용거래
보증금반환채권
회생채권
도산
최준규 교수(서울대 로스쿨)
2021-11-29
상사일반
골프장 부동산 공매에서 회원 계약 승계 인정 여부
- 대법원 2018. 10. 18. 선고 2016다220143 전원합의체 판결 - 1. 사실관계 가. 원고들은 A회사에게 회원보증금을 내고 이 사건 골프장에 회원으로 가입한 자들이다. 나. A회사는 이 사건 골프장을 건설하여 운영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B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에 대한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B은행과 사이에 이 사건 신탁부동산(골프장 부지 및 건물 5동)에 대한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 B은행에게 신탁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 다. 그 후 A회사가 대출금채무의 이행을 지체하자 B은행은 이 사건 신탁부동산에 대한 공매절차를 진행하였는데, 위 공매절차에서 낙찰자로 선정된 소외인이 매매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자 B은행은 피고1과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피고1에게 이 사건 신탁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 라. 피고1은 피고2 등과 피고3을 우선수익자로 하여 이 사건 골프장 부지에 관하여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 피고2에게 위 골프장 부지에 관하여 신탁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 마. 원고들은 피고1을 상대로는 입회보증금반환채무의 승계를 주장하면서 그 보증금의 반환을, 피고2와 피고3을 상대로는 위 골프장 부지에 관한 담보신탁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그 취소와 원상회복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및 대법원의 판단 이 사건의 쟁점은 체육필수시설에 관한 담보신탁계약이 체결된 다음 그 계약에서 정한 공매나 수의계약에 의해 체육필수시설이 일괄하여 이전되는 경우 이것이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체육시설법’이라고만 한다) 제27조 제2항 제4호의 특정승계 사유에 해당하여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도 승계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대상판결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담보신탁을 근거로 한 공매나 수의계약이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에서 정한 절차에 해당한다고 보아 입회보증금반환채무의 승계를 인정하였다. 3. 평석 체육시설법 제27조는 아래와 같은 규정을 두어 체육필수시설의 소유권이 바뀌는 일정한 경우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7조(체육시설업 등의 승계) ① 체육시설업자가 사망하거나 그 영업을 양도한 때 또는 법인인 체육시설업자가 합병한 때에는 그 상속인, 영업을 양수한 자 또는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이나 합병(合倂)에 따라 설립되는 법인은 그 체육시설업의 등록 또는 신고에 따른 권리·의무(제17조에 따라 회원을 모집한 경우에는 그 체육시설업자와 회원 간에 약정한 사항을 포함한다)를 승계한다.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절차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체육시설업의 시설 기준에 따른 필수시설을 인수한 자에게는 제1항을 준용한다. 1.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 2.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의한 환가(換價) 3. 「국세징수법」·「관세법」 또는 「지방세징수법」에 따른 압류 재산의 매각 4. 그 밖에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절차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에서 부동산신탁에 따른 공매나 수의계약의 경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이를 동법 제2항 제4호의 특정승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하여 왔는데, 대상판결은 이에 대한 명시적인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그 결론 역시 타당하다고 보인다. 첫째, 법률규정을 해석하기 위하여는 입법 목적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체육시설법은 1994년 1월 7일 법률 제4719호로 전부개정되며 제30조 제1항에서 체육시설업의 승계에 대한 규정을 두었고, 2003년 5월 29일 법률 6907호로 일부개정되며 동조 제2항을 신설하여 자연인의 사망, 법인의 합병, 영업의 양도·양수 외에 ‘필수시설을 인수한 자’도 체육시설업의 등록·신고에 따른 권리·의무를 승계하도록 그 범위를 확정하였으며, 위 규정은 2007. 4. 11. 법률 제8349호로 전부개정되며 제27조로 개정되었는데, 그 기본적인 취지는 체육시설의 회원 등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법률 제6907호 일부개정 이유), 거래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부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법제처 역시 2010. 12. 30. 유관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질의에 대하여 ‘부동산담보신탁에 의한 공매절차 역시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 소정의 절차에 해당한다’고 유권해석을 하였으며(안건번호 10-0419), 대법원 역시 이러한 취지를 감안하여 체육시설법 제27조 제1항의 영업양도를 폭넓게 인정하여 왔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5다5379 판결,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7다50113 판결 등 참조). 둘째, 골프장 등 체육시설법상의 체육시설의 조성 과정에서 자금조달의 일환으로 신탁제도가 많이 활용되고, 이에 따라 신탁법에 의한 공매절차를 통하여 체육시설이 처분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통상 골프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회원을 모집하게 되고(체육시설법 제17조), 회원들이 낸 입회금이 골프장 건축에 사용되고 있는데, 부동산신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회원들이 입회금을 반환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사실상 상실하게 하는 것은 회원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며, 이러한 문제는 체육시설업자가 체육시설 조성에 투입하는 자기자본의 비율을 높임으로써 해결할 문제이지 회원들의 권리를 제한하며 해결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셋째, 신탁법상의 담보신탁계약에 따른 공매나 수의계약의 경우를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1 내지 3호의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절차 등과 구분하여야 할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 대상판결의 반대의견은 절차 자체에 대해 법률에 구체적 규정을 두고 있고 법원 등이 그 절차를 주관하는 등의 근거를 갖추었을 때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같은 항에서 명시적으로 이와 같은 요건을 요구하지 않고 있고,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1 내지 3호까지의 절차에서도 이미 임의매각이나 수의계약을 허용하고 있으며, 체육시설에 관한 담보신탁은 위탁자가 자신의 소유권을 수탁자에게 이전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하고, 채무자인 위탁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채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채권자의 의사에 따라 신탁재산의 공매 등과 같은 강제환가절차를 거치게 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저당권과 유사한 기능을 하고 있다. 넷째, 대상판결에 따라 거래의 안전이 침해될 염려도 없다. 체육필수시설을 부동산담보신탁에 따른 공매나 수의계약에 의해 취득하려는 자는 회원권, 입회금반환채무의 존재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체육시설법 제17조,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 제18조, 같은 법 시행규칙 제17조의2, 제19조는 회원모집의 시기, 방법, 절차와 모집 총금액, 회원모집계획서의 제출, 회원모집결과의 보고 등에 관하여 정하고 있으므로, 체육필수시설을 인수하려는 자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정보공개청구나 체육시설에 대한 실사 등을 통하여 필요한 정보를 확인한 뒤에 손익을 미리 계산하여 인수가격을 정할 수 있다. 이에 대법원이 체육시설법 제27조 제3항, 제1항에 의하여 보호받는 회원은 체육시설법 제17조 등 관련 법령이 정한 소정의 절차에 따라 유효하게 회원의 자격을 취득한 자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대법원 2004다10213 판결, 대법원 99다20513 판결 참조)까지 감안하면, 체육필수시설의 인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입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체육필수시설에 관한 담보신탁계약이 체결된 다음 그 계약에서 정한 공매나 수의계약으로 체육필수시설이 일괄하여 이전되는 경우에 그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가 승계된다고 본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다만, 입회보증금에 대한 반환을 염두에 두지 않고 대출을 실행한 금융기관이나 입회보증금반환채무의 승계를 고려하지 않고 체육필수시설을 인수한 자(이 사건의 경우 인수대금은 약 14억원이나 승계되는 입회보증금반환채무는 약 500억원에 달한다), 이미 신탁공매처분된 골프장 회원들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 이로 인한 후속 분쟁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가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부동산담보신탁의 경우 대상판결로 정리가 되었다고 할 수 있으나, 다른 사례를 놓고 동일한 다툼이 일어날 여지는 여전히 있다. 체육필수시설의 인수자에게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를 승계시키는 것은 인수자, 다른 채권자, 담보권자, 우선수익자 등의 이익을 해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다른 사안에서도 동일한 결론을 유지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입법을 통하여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근원적으로 해결할 것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와 같은 포괄적 규정을 삭제하고, 동항 제1 내지 3호와 같이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를 승계하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입법 형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인다. 조건주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골프장
공매
체육시설의설치및이용에관한법률
입회보증금반환청구
조건주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2018-11-15
상사일반
부당이득 및 가산금 환수 제도에서 가산금의 법적 성격
-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3다82944(본소) 2013다82951(반소) 판결 - 1. 사건개요 및 논점 원고가 2005~2009년 동안 피고와 케이블조립체 등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허위원가자료를 제출하여 약 18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이 확인되어, 피고는 방위사업법 제58조, 계약특수조건을 근거로 부당이득 및 가산금 합계 약 36억원을 청구하였고, 원고는 이에 대해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였고, 피고는 반소로 부당이득 및 가산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이때 당사자 사이에 위 가산금의 법적 성격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볼 것인지 위약벌로 볼 것인지에 대한 해석이 주요 논점 중 하나가 되었다. 2. 가산금의 법적 성격에 대한 대상 판결의 요지 위약금은 민법 제398조 제4항에 의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지만 당사자 사이의 위약금 약정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이나 전보를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그 위약금은 위약벌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계약특수조건의 가산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아니라 위약벌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 이유는 이 사건 계약특수조건의 근거가 되는 방위사업법 제58조의 내용은 1998. 12. 31. 신설된 구「방위산업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22조의2 제1항에서 그대로 이어져 온 것인데, 1998. 12. 31. 위 규정을 신설한 입법취지가 "부당이득금과 이자 이외에 범칙금적 성격의 가산금을 환수할 수 있도록 근거규정을 두려는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방산물자를 적정한 가격에 계약함으로써 국방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방위산업체의 허위 자료 제출을 예방하기 위하여 허위의 원가계산자료를 제출한 방위산업체를 상대로 부당이득금과 이에 대한 이자뿐만 아니라 제재적 성격을 지닌 가산금까지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입법 취지는 방위사업청 지침의 형태로 규정된 이 사건 계약특수조건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가산금을 손해배상예정액으로 보게 되면 순수 손해액인 부당이득금에다 가산금까지 이중의 배상을 하는 결과가 된다. 위와 같은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계약특수조건에 규정된 가산금은 부당이득금의 환수로도 전보되지 않는 어떤 다른 손해의 발생을 염두에 두고 그 배상관계를 간편하게 처리하려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방위산업체가 이 사건 계약특수조건에 규정된 귀책사유가 있는 행위를 한 경우 대한민국이 제재적 성격을 지닌 가산금까지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여 방위산업체로 하여금 정당한 원가계산자료를 제출하도록 강제하는 위약벌의 성격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3. 검토 가. 부당이득 및 가산금 환수 제도 무기체계 구매계약에 있어서 공급의 독과점이 특징으로서 방산물자는 품목별로 지정된 방위산업체에서 독점 공급함으로 인해 조달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적정한 실제 거래 가격이 없고, 계약의 목적물이 신규개발품이나 특수 규격품 등의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약금액 등을 결정하기 위하여 생산업체에 원가산정자료의 제출을 요구하여 이를 제출받은 후 이러한 자료들을 검토하거나, 자료 검토만으로 부족한 경우에는 생산업체에서 제시한 원가 산정자료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실사를 거쳐 이를 토대로 방위사업청은 원가계산서를 작성하여 계약금액 등을 결정한다. 한편 방위사업법 제58조, 계약특수조건에 따르면 정부조달계약에 있어서 방위사업청과 계약한 계약상대자가 허위 그 밖에 부정한 내용의 원가자료를 제출하여 계약금액 등이 부당하게 결정되고 그 결과 계약상대자가 부당이득을 얻은 경우에 계약상대자는 부당이득금과 부당이득금에 상당하는 가산금을 방위사업청에게 환수하여야 한다(이하 '부당이득 및 가산금 환수 제도'라 한다). 이는 무기체계 구매계약과 같이 계약상대자가 제시하는 원가 산정자료를 기초로 계약금액 등을 정하여야 하는 계약에서 방위사업청이 계약상대자에게 정당한 가격을 제시할 의무를 부과하고 원가자료의 진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하겠다. 나. 가산금의 법적성격 민법 제398조 제4항에 따라 위약금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어, 위약금 약정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주장·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판례의 입장이고,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 여부는 당해 계약서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 사건에서 개별적으로 결정할 당사자들의 의사해석의 문제로서, 해당 위약금 약정이 채무불이행에 대한 사적인 제재로서 계약당사자들의 채무이행을 강제하는 것이라는 사정이 주장 및 입증된다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아닌 위약벌로 볼 것이다. 방위사업법령 및 계약특수조건에서 정하고 있는 부당이득 및 가산금 환수 제도에 관해서는 ① 원가부정이 발생된 경우 통상손해인 원가 차액만이 아닌 원가 차액 상당의 가산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② 무기체계 구매계약에 있어서 방산물자는 품목별로 지정된 방위산업체에서 독점 공급함으로 인해 조달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적정한 실제 거래 가격이 없고 계약의 목적물이 신규개발품이나 특수 규격품 등의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약금액 등을 결정하기 위하여 생산업체에 원가산정자료의 제출을 요구하므로, 원가부정의 적발도 쉽지 않고, 원가부정은 계약상대자의 지배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계약당사자들은 부당이득 및 가산금 환수 제도를 통하여 무기체계 구매계약에 있어서 계약상대자의 부정 원가자료 제출금지의무 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한편 계약상대자의 귀책사유로 원가 부정이 발생할 경우에 계약상대자에 대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이 주된 의도로 보이는 점, ③ 계약상대자의 귀책사유로 원가부정 시 원가 차액 상당만을 확인하면 비교적 용이하게 손해액을 산정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부당이득 및 가산금 환수 제도에 있어서 가산금은 원가부정으로 인한 손해의 발생사실과 손해의 입증곤란을 배제하고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여 법률관계를 간이하게 해결하려는 의도로 마련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이지 아니하고, 오히려 계약상대자의 진정한 원가자료 제출이라는 의무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계약상대자에게 압력을 가하기 위한 수단 및 계약상대자의 채무불이행에 대한 제재로 약정되는 '위약벌'이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관해서 필자는 '민사법적 관점에서 본 정부조달계약 상 무기체계 구매계약에 관한 연구·부당이득 및 가산금 환수 제도를 중심으로-, 한국방위산업학회지(제22권 제4호), 2015. 12.'를 통해 대상 판결과 동일한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한편 대상 판결 이전에는 가산금의 법적 성격에 관해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고 있었는데, 이는 위약벌에는 감액에 관한 규정이 없고 손해배상의 예정액 감액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 모호한 경우 또는 위약벌에 가까운 경우에 조차도 가능하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아 감액을 인정함으로써 형평에 맞는 결론을 도출하려고 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당사자들의 의사나 거래의 실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법관의 형평감각에 따라 감액을 인정하려고 위약벌의 성격을 많이 가진 위약금 약정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인정하려는 경향이 생길 수도 있다. 만일 실무가 위와 같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이는 위약금 약정의 실체와 맞지 않는 작위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위약벌의 감액에 관한 민법 규정이 없어 그 금액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에는 그 전부 또는 일부를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다수설과 판례이고 위약벌 약정이 공서양속에 반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판례는 "그 의무의 강제에 의하여 얻어지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들고 있으므로, 위약벌이 과도하게 무거운 것으로 인정되면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일부 또는 전부가 무효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에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있어서 감액의 경우와 동일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법무부 민법개정안에서 제398조를 위약금 약정에 관한 규정으로 바꾸고 위약금의 감액을 인정하였다. 4. 결론 대상 판결 이전에는 가산금의 법적 성격에 관해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고 있었는데 그 성격을 위약벌로 본 것은 환영할 만하다. 이에 관해서는 앞으로 그 판결이 하나씩 누적되면서 그 법리가 확고히 정립되리라 믿는다. 이러한 논의의 시작이 앞으로 무기체계 구매계약 등 방위사업계약 전반에 있어서, 그 법적 성격에 부합하고 계약당사자 간의 합리적이고 공평한 계약제도 정립을 위한 법학적 논의의 출발점이 되고, 이 분야에 있어서 실무와 연계된 활발한 법학적 논의를 거쳐 보다 민사법 및 그 일반원칙에 부합하는 이상적인 계약제도를 만들었으면 한다.
부당이득
위약벌
가산금
방위사업계약
권용태 기자
201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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