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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에 있어서 선택의 곤란성
1. 사실관계 가. 갑 주식회사 등이 명칭을 '인자 Ⅹa 억제제로서의 락탐-함유 화합물 및 그의 유도체'로 하는 특허발명의 특허권자 을 외국회사를 상대로 특허발명이 선택발명으로서 진보성 등이 부정된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특허심판원이 이를 인용하였다. 나. 특허법원은 심결취소소송에서 특허발명의 청구범위 제1항 발명을 선택발명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제1항 발명과 선행발명의 구조를 비교하면 선행발명에서 제1항 발명인 아픽사반을 배제하는 부정적 교시 또는 시사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선행발명 명세서에는 치환기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픽사반의 모든 선택요소의 구체적인 명칭이 직접 기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실시예에서 각 치환기를 포함하는 화합물을 구체적으로 도시하고 치환기들이 모핵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 지까지도 특정되어 있다. 이런 점 등에 비추어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의 상위개념으로 일반화하여 제1항 발명의 아픽사반과 같은 하위개념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경우는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에 있어 엄격한 특허요건이 완화되어야 하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 또 특허발명 명세서에 제1항 발명이 선행발명에 비해 약동학적 특성 및 병용투여 효과 개선이라는 이질적 효과나 인자 Ⅹa 친화력의 양적으로 현저한 효과에 관한 명확한 기재가 있다고 볼 수 없어 제1항 발명이 위와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제1항 발명은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한 사례이다. 2. 대법원의 판단 그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할 때에는 청구항에 기재된 복수의 구성을 분해한 후 각각 분해된 개별 구성요소들이 공지된 것인지 여부만을 따져서는 아니 되고, 특유의 과제 해결원리에 기초하여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체로서의 구성의 곤란성을 따져 보아야 하며 이 때 결합된 전체구성으로서의 발명이 갖는 특유한 효과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후3284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진보성 판단기준은 선행 또는 공지의 발명에 상위개념이 기재되어 있고 위 상위개념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만을 구성요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는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8후736, 743 판결 등은 '이른바 선택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기 위해서는 선택발명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들 모두가 선행발명이 갖는 효과와 질적으로 다른 효과를 갖고 있거나, 질적인 차이가 없더라도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어야 하고, 이때 선택발명의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는 선행발명에 비하여 위와 같은 효과가 있음을 명확히 기재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사안에서 효과의 현저성이 있다면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이므로 선행발명에 특허발명의 상위개념이 공지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구성의 곤란성을 따져 보지도 아니한 채 효과의 현저성 유무만으로 진보성을 판단하여서는 아니 된다. 3. 평석 가. 기존 대법원 판결 선택발명의 경우 공지기술로부터 실험적으로 최적(最適) 또는 호적(好適)한 것을 선택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통상의 기술자의 통상의 창작능력의 발휘에 해당하여 진보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선택발명이 인용발명에 비하여 더 나은 효과를 가질 경우 즉 선택발명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들 모두가 인용발명이 갖는 효과와 질적으로 다른 효과를 갖고 있거나 질적인 차이가 없더라도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어야 한다. 이런 판례기준에 의하여 선택발명에 대한 진보성 판단은 거의 대부분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결론이었다. 이에 대한 드문 예외가 올란자핀 판결(대법원 2012. 8. 23. 선고 2010후3424 판결)이다. 정신병 치료 효과면에서 올란자핀이 에틸올란자핀에 비하여 현저히 우수한 효과를 갖는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콜레스테롤 증가 부작용 감소라는 이질적인 효과를 가진다고 인정되므로 위 특허발명은 비교대상발명 1에 의하여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나. 우리 법원 판결과 일본 법원의 판결 우리 법원이 선택발명이라는 범주에 포함되면 효과를 봐서 이질적인 효과가 있거나 동질적인 효과라면 현저한 효과의 차이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을 하는 원류(源流)는 일본법원의 판시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이에 대한 상세는 최승재,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기준으로서의 선택의 곤란성', 대법원 특별법연구 (2020), 465-470면 참조). 일본법원은 선택발명은 중복발명으로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없으나 산업상의 필요에 의해서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서 특허를 인정하여야 할 필요는 있으므로 선택발명은 효과만을 엄격하게 보고 판단을 하겠다는 것이 일본 법원의 판단이었다. 다만 2018년 일본 지재고재(知的財産高等裁判所平成30年4月13日判決平成28年(行ケ)第10182)는 피리미딘 유도체 사건에서 "당해간행물에 화합물이 일반식의 형식으로 기재되고, 당해 일반식이 선택지가 다수 있고 특정한 선택지와 관련된 구체적인 기술적 사상을 적극적 또는 우선적인 선택을 하여야 할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간행물의 기재로부터 당해 특정한 선택지와 관련된 구체적인 기술적 사상을 추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여 이런 태도변화의 여지가 보이는 상황이다. 다. 선택발명에서의 구성 내지 선택의 의미와 시도자명(obvious to try) 법리 1) 특허법은 선택발명이라는 카테고리를 따로 규정하고 있지도 않고 서로 특유의 진보성 판단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 선택발명이라는 발명의 특성상 구성 내지 선택은 크게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리고 신규성 판단에서 이런 부분이 정리될 수 있다(최승재, '선택발명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신규성 판단기준에 대한 연구', 창작과 발명 73호 (2013) 참조). 그런데 진보성 판단에서 선택발명이라고 해서 발명의 구성은 보지 않고 효과만을 보아야 한다는 것은 일본의 독특한 사고구조, 즉 원래는 특허를 주지 않아야 할 발명이라는 전제를 하지 않으면 도출할 수 없는 논증방식이다. 선택발명에서의 구성의 곤란성은 선택의 곤란성으로 귀결되고, 이는 미국 특허청의 심사기준(MPEP)에서 진보성 판단기준의 하나로 논의되는 시도자명(obvious to try) 법리의 적용을 통해서 선택의 곤란성이 있는지 여부가 판단될 수 있다(최승재, 특별법연구 458, 472-475면). 2)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적절히 설시한 바와 같이 ① 선행발명에는 위와 같은 락탐 고리가 구체적으로 개시되어 있지도 않다. ② 선행발명의 '보다 더더욱 바람직한 실시태양'으로 기재된 총 107개의 구체적 화합물들을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제1항 발명과 전체적으로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거나 치환기 B로서 락탐 고리를 갖는 화합물을 찾아볼 수 없다. ③ 우수한 약리 효과를 가지는 화합물을 실험 없이 화학 구조에만 기초하여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므로 신규 화합물을 개발하는 통상의 기술자는 이미 알려진 생물학적 활성을 가진 화합물을 기초로 구조적으로 유사한 화합물이나 유도체를 설계하고 합성한 후 그 약효를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 개선된 약효를 가지는 화합물을 찾게 되고 보다 우수한 약효를 가지는 화합물을 찾을 때까지 이러한 작업을 반복하게 된다. 그런데 선행발명과 이 사건 제1항 발명은 주목하고 있는 화합물 및 그 구조가 다르고,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구조를 우선적으로 또는 쉽게 선택할 사정이나, 동기 또는 암시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에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으로부터 기술적 가치가 있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 이 사건 제1항 발명에 도달하기까지는 수많은 선택지를 조합하면서 거듭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라. 대법원 판결의 시사점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왜곡되어 있던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을 당연한 지점으로 돌려놓았다는 점에서 평가받아야 한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 판결로 이 판결을 한 것은 판시에서도 적절히 지적한 것처럼 기존의 판결들을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사안에서 효과의 현저성이 있다면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를 선언한 것이지 선택발명은 다른 발명의 범주와 다르기 때문에 효과만을 봐서 판단하라는 취지가 아니었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의 이런 좋은 판결은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아서 쉽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판단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판결이 선고되었다고 해서 선택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기 어렵게 된 것으로 쉽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여전히 구성 내지 선택의 곤란성은 인정되기 어려운 사안이 많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승재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우리)
특허발명
진보성
선택발명
최승재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우리)
2021-04-19
지식재산권
실시권자의 의뢰로 방법발명의 전용품을 제작·납품한 행위의 특허권 간접침해 성립여부
1. 사실관계 마찰이동 용접방법에 관한 발명(이하 ‘본건 방법발명’)의 특허권자인 원고는 소외 A회사와 본건 방법발명에 관해 통상실시권 계약을 체결했고, 해당 계약에는 본건 방법발명의 실시장소를 제한하고 타인에게 재실시허락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피고는 A회사로부터 본건 방법발명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마찰교반용접기(이하 ‘본건 전용품’)의 제작을 의뢰받고 20여대를 제작해 A회사에 납품했고, 그 과정에서 본건 전용품을 검수·시연할 목적으로 본건 방법발명을 사용했다. 원고는 전자의 행위에 대해서는 간접침해를, 후자에 대해서는 직접침해를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 심급별 판단 가. 1심과 항소심의 판단 1심은 원고의 간접침해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 중 일부를 인용하였고, 직접침해 청구 부분은 입증 부족을 이유로 기각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6. 16. 선고 2015가합578109 판결). 간접침해와 관련하여 피고는 자신의 행위가 통상실시권자인 A회사의 기관으로서의 행위이며, 직접침해가 되지 않는 경우 그와 관련된 간접침해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등의 주장을 하였으나, 1심은 실시권 계약상의 실시장소 제한, 재실시허락 금지 등의 내용을 근거로 A회사가 피고로 하여금 본건 전용품을 생산하도록 하는 것은 당해 실시권 계약에 의해 A회사에 허락된 내용을 넘어서는 것이라는 이유로 위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그러나 항소심(원심)은 피고의 간접침해 책임을 인정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특허법원 2017. 11. 16. 선고 2016나1455 판결). 원심은 원고의 간접침해 주장에 대해, 방법발명에 관한 통상실시권자가 ‘스스로’ 방법발명의 실시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하여 그 방법방법을 실시하는 경우를 간접침해로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통상실시권자가 ‘제3자를 통해’ 전용품을 공급받아 방법발명을 실시하는 경우에도 간접침해 책임이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만약 이러한 경우에 간접침해 책임을 인정한다면 특허권의 부당한 확장이 초래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원심은 원고가 직접침해를 주장한 검수·시연행위에 대해서도, 본건 전용품의 제작·납품행위가 간접침해로 인정되지 않는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제작·납품행위에 불가분적으로 수반되는 검수·시연행위도 별도의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나. 대상 판결(대법원 2019. 2. 28. 선고 2017다290095 판결) 대법원은 피고의 간접침해 책임과 직접침해 책임을 모두 부정한 원심의 판단을 받아들여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먼저 간접침해 부분에 관해, 대법원은 간접침해 제도가 어디까지나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장되지 않는 범위에서 그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뒤, (i) 방법발명의 실시권자의 의뢰로 전용품을 생산·양도하는 등의 행위를 간접침해로 인정하면 실시권에 부당한 제약을 가하는 동시에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장되는 결과를 초래하며, (ii) 특허권자는 실시권을 설정할 때 제3자로부터 전용품을 공급받아 방법발명을 실시할 것까지 예상해 실시료를 책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당해 특허권의 가치에 상응하는 이윤을 회수할 수 있으므로 실시권자가 제3자로부터 전용품을 공급받는다고 하여 특허권자의 독점적 이익이 새롭게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2가지 이유를 들어, 실시권자의 의뢰로 전용품을 제작·납품한 제3자의 행위는 간접침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검수·시연행위에 의한 직접침해 주장에 대해서는 원심과 대동소이한 이유를 들어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다. 3. 대상 판결의 검토 가. 간접침해 법리 : 학설 및 판례 특허권의 침해는 권원 없는 자가 특허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포함해 실시하는 행위에 의해 성립하며, 이러한 원칙적인 침해의 모습을 '직접침해'라고 한다. 그러나 특허법 제127조는 물건발명의 경우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하는 등의 행위, 방법발명의 경우 그 방법의 실시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하는 등의 행위를 침해로 간주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강학상 이를 '간접침해'라고 한다. 특허법이 간접침해 규정을 마련한 취지는 침해행위 전 단계의 행위를 하였더라도 직접침해에 이르게 될 개연성이 큰 경우에 특허권을 부당하게 확장하지 않는 범위에서 장래의 침해에 대한 권리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7후3356 판결 등 참조). 즉 간접침해는 직접침해에 이르기 전 단계에서 직접침해로 인한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인정되는 것인바, 이러한 간접침해 제도의 의의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두 가지 견해가 대립해 왔다. 간접침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가 되는 직접침해의 존재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종속설과, 직접침해가 없더라도 간접침해가 독자적으로 성립할 수 있다는 독립설의 대립이 바로 그것이다. 종래 대법원은 소모품인 프린터 카트리지가 특허발명의 일부 구성요소에 불과하고 완성품인 레이저 프린터의 사용에 제공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소정 요건을 만족하는 경우 그것이 직접침해 물건인 레이저 프린터의 ‘생산에만’ 사용되는 물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는데(대법원 1996. 11. 27.자 96마365 결정), 이를 독립설에 입각한 판례로 보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특허발명을 구현한 휴대단말기의 반제품은 국내에서 생산되어 수출됐지만 완성품인 휴대단말기의 조립은 국외에서 이루어진 사안에서 그 반제품 생산이 간접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고(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42110 판결), 이 판결을 종속설적 입장으로 평가하는 견해가 있다(이와 달리 단순한 속지주의의 귀결로 평가하는 견해도 있다). 결국 대법원이 종속설과 독립설 중 어느 입장을 취하였는지는 명백하지 않다. 나.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에서 대법원은, 간접침해의 성립여부는 특허법 제127조의 형식적 요건에 더해 간접침해 제도의 목적을 실질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함을 분명히 하면서, 간접침해 제도가 가진 권리 구제의 실효성이라는 목적에는 특허권의 범위가 부당하게 확장되지 않아야 한다는 내재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기존 판례의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나아가 대상 판결은 직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는 실시권자의 행위를 전제로 하는 사안에서 간접침해를 부정하였다는 점에서 독립설로는 설명되지 않는 측면이 있고, 이는 2015년에 선고된 2014다42110 판결에 이어 대법원이 독립설의 기초를 이루는 도그마틱한 접근을 지지하지 않음을 다시금 분명히 한 것이라고 풀이될 수 있다. 직접침해 해당행위 내지 그 가능성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 관해서는 아직 대법원이 명시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으므로 대법원이 종속설을 정면으로 채택하였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특히 특허권 침해의 다른 요건인 '업으로서'의 실시로 볼 수 없는 직접침해 해당행위가 전제된 경우에 대해서는 관련 사안에서 간접침해를 긍정하여 독립설적 입장으로 평가되는 대법원 2014다42110 판결이 폐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단정적으로 판단하기가 더욱 곤란하다. 대법원이 대상 판결로써 종속설과 독립설 중 어느 한 입장을 취한 것이라기보다는, 간접침해라는 예외적 규정의 적용이 문언적·형식적 해석이 아닌 목적적·실질적 해석에 의하여야 한다는 원칙적 견해를 종속설과 독립설의 대립 국면으로 여겨져왔던 사안을 배경으로 재확인하였을 뿐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대상 판결이 향후 간접침해 법리 해석의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한 판결로서의 의의를 가진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4. 결론 및 향후 과제 대상 판결은 향후 많은 간접침해 사안에서 적용될 법원의 판단규준을 정립하였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대상 판결은 간접침해와 직접침해의 행위태양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방법발명의 사안을 다루고 있어, (1) 동일한 법리가 물건발명의 간접침해에 관한 특허법 제127조 제1호에도 적용될 것인지, (2) 만약 그러하다면 실시권자가 제3자에게 반제품을 위탁하여 생산하는 경우 영미법상의 위탁생산권(have-made right)을 우회적으로 실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특허법의 관점에서 어떻게 볼 것인지 등의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또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고의 주장 중 자신의 행위가 실시권자의 ‘기관’으로서의 행위이므로 자기실시라는 주장을 직접 판단하지 않았는데, 대상 판결이 이 주장에 대한 판단을 통해 실시권자와의 관계에서는 물론 공유특허권자 중 1인의 위탁생산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자기실시의 인정 기준을 제시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 밖에도 대상 판결은 간접침해에 불가분적으로 수반되는 직접침해 해당행위의 침해 책임을 부정하면서 그 근거를 명확하게 설시하지 않았는데, 그러한 판단의 당부와 법이론적 근거도 향후 학리적으로 규명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류시원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특허권
간접침해
류시원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2019-04-29
지식재산권
투여용법, 투여용량에 관한 의약용도발명의 진보성 판단
-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4후2702 판결 - 1.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 2015. 5. 21. 선고 2014후768 전원합의체 판결은 의약이라는 물건의 발명에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은 의료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의약이라는 물건이 효능을 온전하게 발휘하도록 하는 속성을 표현함으로써 의약이라는 물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발명의 구성요소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후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4후2702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 한다)은 “특정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에 관한 용도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기 위해서는 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이나 공지기술 등에 비추어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하 ‘통상의 기술자’라 한다)이 예측할 수 없는 현저하거나 이질적인 효과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에 관한 의약용도발명의 진보성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을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2. 청구항 분석을 통한 이 사건 특허발명의 성격 이 사건 특허발명의 청구항 1은 ‘유리염기 또는 산부가염의 형태의 하기 일반식 (I)의 (S)-N-에틸-3[(1-디메틸아미노)에틸]-N-메틸-페닐-카르바메이트 및 전신 경피투여에 적합한 약학적 담체 또는 희석제를 포함하는 전신 경피투여용 약학조성물’ 이다.(그림) 발명의 특허성 판단에 적용될 기준을 찾기 위하여, 이 사건 특허발명의 성격을 위 청구항의 기재에 의하여 파악하면, 이 사건 특허발명은 그 청구범위가 전체적으로 물건의 발명 형태로 기재되어 있고, 의약물질의 쓰임새로서 그 권리범위를 특정하는 요소로서 경피투여라는 용도가 그 부가요소로 포함되어 있는 의약용도발명이다. 3. 의약용도발명의 진보성 판단 기준 가. 구성의 곤란성 의약의 용도발명에서 통상의 발명과 같은 의미에서 구성의 곤란성이 필요한지는 주장·증명책임의 소재와 관련하여 소송실무상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여기에는 의약용도발명을 통상의 발명과 구별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제1설), 원칙적으로 구성의 곤란성이 없고 예외적으로 구성의 곤란성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견해(제2설), 의약의 용도별로 개별적으로 구성의 곤란성을 판별해야 한다는 견해(제3설) 등이 가능하다. 대상판결은 선택발명에 관한 판시(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1후2740 판결 등)와 같이 구성의 곤란성에 관한 아무런 언급 없이 효과의 현저성이 필요하다는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살피건대, 의약의 용도발명은 선택발명에서의‘후행물질’을 ‘용도’로 바꾼 것일 뿐 발명의 본질상 선택발명과 마찬가지로 ‘발명’즉‘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이 아닌 ‘발견’에 대하여 정책적인 이유로 특허성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선택발명과 동일한 판단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 점, 의약개발 과정에서 적절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통상적으로 행하여지고 있다는 경험칙이 존재한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제2설 또는 제3설을 따를 경우, 의약의 용도발명에서 구성의 곤란성이 없다는 점은 민사소송법상 사실상의 추정의 하나로서 일응의 추정에 해당하므로, 당해 용법용량의 한정을 방해하는 취지의 기재나 기술적 편견 등 구성의 곤란성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특허권자가 주장, 증명하여야 할 것이다{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투여용량에 관한 의약용도발명의 진보성이 최초로 문제된 사안에서, 특허법원 2017. 2. 3. 선고 2015허7889 판결(대법원 2017. 6. 29.자 2017후547 판결로 상고기각)은 투여용량 등을 최적화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통상의 기술자의 통상의 창작능력 범위 내에 속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 나. 효과의 현저성 대상판결은 특정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에 관한 용도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기 위해서는 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이나 공지기술 등에 비추어 통상의 기술자가 예측할 수 없는 현저하거나 이질적인 효과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효과의 현저성은 미국 특허법 제101조에 규정된 유용성과 구별되는 개념으로서, 우리나라 특허법상 산업상 이용가능성에 대응되는 미국법상의 유용성이 있다고 하여 진보성 판단 시 곧바로 효과의 현저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효과의 현저성 없이 구성의 곤란성만으로 진보성을 인정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에 관해서는 의약 발명의 경우 인체에 사용될 것이 예정되어 있으며 인체에서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 발명의 목적이자 본질적인 특성이기 때문에, 구성의 곤란성만으로 쉽게 진보성을 인정할 것이 아니라 효과의 현저성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는 견해가 가능하다. 의약용도발명은 명세서에 선행발명과 비교될 수 있는 발명 효과가 있음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비교실험자료 또는 대비결과까지 기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이러한 효과에 대해서 추후 입증이 가능한 선택발명과 달리, 효과에 대한 추후 입증이 불가능하다. 이는 선택발명에서 효과는 구성이 아닌 반면, 의약용도발명에서의 용도는 그 자체가 구성이라는 점에서 비롯된 차이다. 4. 대상판결의 검토 가. 대상판결은 비교대상발명 1, 4 및 경피흡수제의 공지, 공연실시 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특허발명의 리바스티그민의 경피흡수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다만, 경피흡수성의 예측가능성은 화합물 사이의 침투율 등 경피흡수성의 실증적 대비 등 당해 기술분야에서 사실문제로서의 성격을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이 부분 대법원 판시는 별도의 사실이나 증거는 적시하지 않고, 논리학상 RA7의 높은 지질용해도 등의 성질은 경피흡수성에 대한 관계에서 참인 명제의 충분조건으로 볼 수 없다는 근거를 내세워 원심의 판단과 결론을 달리하였는바, 그 논증과정이 향후 투여용량, 방법에 관한 사안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될 정도로 설득력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대상판결은 ‘통상의 기술자가 비교대상발명들로부터 경피투여 용도를 쉽게 도출할 수 없고, 경피투여 용도를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이 부분 판시는 의약의 용도발명에서 원칙적으로 구성의 곤란성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견해(제2, 3설)에 따를 때, 구성의 곤란성의 존재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의 소재와 관련하여 다소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즉, 통상의 기술자가 경피투여 용도를 쉽게 찾아낼 수 없을 것이라는 특별한 사정에 관하여 특허를 무효하는 사람이 아니라 특허권자가 이를 주장, 증명하는 것으로 심리, 판단이 이루어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다. 대상판결은‘경피투여 용도는 출원일 당시의 기술수준이나 공지기술 등에 비추어 통상의 기술자가 예측할 수 없는 이질적인 효과라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용도는 발명을 한정하는 구성이고 용도 자체를 바로 효과로 보기는 어려운바, 이 사건 특허발명의 명세서에 기재된 작용효과인 경피투여하였을 경우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의 활성에 대한 장기간의 일정한 억제 활성이 유지되며, 활성의 시작은 느린데 이것은 화합물의 안정성(tolerability)를 생각할 때 특히 유리하다는 점을 실험결과를 통한 정량적인 데이터로 보여주고 있는 부분을 대비 대상으로 삼아 비교대상발명들과 효과상 차이를 비교,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5. 결론 대상판결은 의약이라는 물건발명에서 구성으로 한정된 투여용법, 투여용량에 관한 진보성 판단 기준을 최초로 제시하였는바, 이는 용량발명 등 의약용도발명 전반에 걸쳐 적용될 수 있는 진보성 판단 기준으로 볼 수 있다. 의약용도발명이 발명의 본질상 선택발명과 동일한 판단 기준을 가져가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 및 의약개발 과정에 존재하는 경험칙에 비추어 정당한 판시로 이해된다. 다만 각국의 산업발달 단계, 특허의 본질과 제도적 기능에 대한 이해, 특허를 둘러싼 정책적인 요소 등을 고려하여 진보성의 수준과 폭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하는 결론의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대상판결의 구체적인 판단 이유에서는 구성의 곤란성 유무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의 소재가 분명치 않고 효과의 현저성 판단에서도 대비 대상을 삼은 효과가 적절한지 또한 효과의 이질적인 효과가 존재한다고 볼 만한 객관적 근거와 논증이 다소 명확하지 않은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한동수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진보성
특허발명
의약용도발명
한동수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2018-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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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사건
한의사의 초음파골밀도 측정기 사용 허용 가능성에 대한 소고
- 헌법재판소 2013. 2. 28. 자 2011헌바398 결정 - Ⅰ. 사안의 개요 한의사가 초음파골밀도측정기(‘osteoimager plus’)를 이용하여 환자들에게 성장판 검사 등을 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한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사례가 의료법위반으로 고발이 되는 경우 검찰은 대체로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의료법 제27조 제1항 위반으로 의율하여 기소유예처분을 내리고 있다. 대상결정은 이처럼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한의사는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에 불복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하면서, 한의사의 골밀도측정기 사용은 한의사면허범위 내의 행위이고 해당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거나 헌법상 요구되는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하였으나 기각된 사례이다. Ⅱ. 헌법재판소의 결정 요지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의료인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의사는 ‘의료행위’, 한의사는 ‘한방의료행위’만을 할 수 있는데, ‘의료행위’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및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와 그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하고, ‘한방의료행위’는 우리의 옛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위 규정이 불명확하다고 볼 수 없다. [2] (중략) 영상의학과는 의료법상 서양의학의 전형적인 전문 진료과목으로서 초음파검사의 경우 영상의학과 의사나 초음파검사경험이 많은 해당과의 전문의사가 시행하여야 하고, 이론적 기초와 의료기술이 다른 한의사에게 이를 허용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Ⅲ. 대상결정의 평석 가. 중국의 경우 중국은 우리나라와 같이 전통의학을 바탕으로 한 한의사와 유사한 중의사 제도를 두고 있다. 중국에서는 중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어떠한 제한도 없고, 초음파골밀도측정기 뿐만 아니라 CT(컴퓨터단층촬영기기), MRI(자기공명영사기기), 엑스레이 등 모든 종류의 의료기기를 이용해 환자를 진찰하고 있으며, 중의사들은 골밀도측정기 등 현대적 의료기기를 활용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를 논문으로도 활발하게 발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중국의 한의학인 중의학을 국가적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육성함으로써 노벨수상자를 배출하거나 신약을 개발하여 미국 FDA의 승인을 받는 등 학문적 측면에서는 물론 경제적 측면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이는 모두 중의사들이 의료기기를 활용하여 질병의 변화와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고 진단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던 일이다. 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의 초음파골밀도측정기 사용현황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 전국 각 지사 건강측정실에 의사의 상주 없이 이 사건과 동일한 초음파 골밀도측정기를 설치하고 민원인들이 비전문가인 상담원들의 상담만 받고서 자가 검사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일반인들의 자가 검사를 목적으로 골밀도측정기를 비치한 것이므로, 의료인이 환자를 대상으로 면허받은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는 것과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초음파골밀도측정기가 의료인의 도움 없이 자가 검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한 의료기기임이 인정된 것인데, 역설적으로 의료인인 한의사가 이러한 기기를 활용하여 진료할 수 없고 환자도 의료인인 한의사의 도움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은 매우 모순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의료기의 사용이 결국은 국민의 보건과 질병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전한 의료기를 한의사는 사용할 수 없고 일반인은 사용가능하다는 입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다. 참고되는 위헌의견 대상결정과 동일한 사례인 헌법재판소 2012. 2. 23.자 2010헌마109결정 및 2012. 2. 23.자 2009헌마623결정에는 위헌의견이 소수의견으로 개진된 바 있다. “청구인을 처벌하는 근거규정인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이와 같은 법률규정만으로는 한의사 면허로 할 수 있는 한방의료행위에 어떤 의료용 진단기기의 사용은 허용되고 어떤 기기의 사용은 허용되지 않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중략)…‘한방의료행위’에 관한 불명확한 해석을 전제로 청구인의 이 사건 초음파 기기의 사용이 막연히 면허의 범위를 넘는 의료행위라고 함으로써 청구인을 처벌할 것이 아니라, 의료법에서 직접 한의사에게 면허된 의료행위는 무엇이라고 명확히 규정한 다음, 그 법률조항을 근거로 청구인을 처벌해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이 ‘한방의료행위’에 대한 해석만으로 한의사를 처벌한다면 결과적으로 법률규정이 아닌 법률의 해석으로써 구성요건을 창설하여 한의사를 처벌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중략)…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 라.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태도 변화 헌법재판소는 한의사의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청력검사기 등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이 의료법위반인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에서, “이 사건 기기들은 측정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되는 기기들로서 신체에 아무런 위해를 발생시키지 않고, 측정결과를 한의사가 판독할 수 없을 정도로 전문적인 식견을 필요로 한다고 보기 어렵고, 한의사인 청구인이 이 사건 기기들을 사용하여 한 진료행위는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한층 진일보한 결정을 내린바 있다(헌법재판소 2013. 12. 26. 자 2012헌마551 결정). 위 의료기기들도 이 사건 의료기기와 안전성이나 사용의 전문성에서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향후 헌재의 태도 변화가 주목된다. 마. 초음파골밀도측정기의 특성 대상결정은 “영상의학과는 의료법상 서양의학의 전형적인 전문 진료과목으로서 초음파검사의 경우 영상의학과 의사나 초음파검사경험이 많은 해당과의 전문의사가 시행하여야 하고, 이론적 기초와 의료기술이 다른 한의사에게 이를 허용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초음파골밀도측정기는 측정결과가 자동으로 수치화되어 도출되는 기기로서 별도의 영상판독작업이 수반되지 않으며, 그 사용에 있어서 영상의학과의 전문분야와 관련성이 없을 정도로 자동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상결정이 반드시 이 사건 의료기기를 영상의학과나 초음파경험이 많은 전문의가 시행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이를 일반적인 초음파의료기기와 약간의 혼선을 빚은 것이거나, 한의사가 첨단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어색하다는 고정관념 때문이 아닌가 한다. 과학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고, 혈액분석기, 소변검사기, 혈압측정기, 안압측정기,자동안굴절검사기,세극등현미경,자동시야측정장비,청력검사기 등의 수많은 의료기기들은 측정결과를 자동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시대적 변화에 따라 순차적으로 한의사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술변화와 사회통념을 고려한 헌법재판소의 전향적 입장이 기대된다고 할 것이다. Ⅳ. 결 어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 후단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가 무엇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한다는 의료법의 목적(제1조)이 중심이 되어야 하므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료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되어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 없이 진단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자격이 있는 의료인에게 그 사용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일반인들 스스로 건강보험공단 각 지사에 비치된 골밀도측정기를 통해 자가 검사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안전성이 입증된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여, 의료인인 한의사에게도 이러한 현대적 의료기기를 진료의 보조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국민 건강의 보호 · 증진’과 직업선택의 자유, 행복추구권 보장에 부합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해 볼 때가 되었다. 의료법에서 의사와 한의사의 이원적 의료체계를 규정하게 된 입법연혁의 기본취지가 한의학이 서양의학과 나란히 독자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으로 하여금 서양의학 뿐만 아니라 한의학으로부터도 그 발전에 따른 의료혜택을 누리도록 하기 위함임을 고려하면, 한의사들의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에 대하여 이제는 보다 전향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할 것이고 대상결정의 논지는 더 이상 찬성하기 어렵다. 근본적으로는 이제 의료환경이 많이 달라졌으므로 그에 맞는 입법정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의사
초음파골밀도측정기
의료기기
2017-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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