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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에 있어서 선택의 곤란성
1. 사실관계 가. 갑 주식회사 등이 명칭을 '인자 Ⅹa 억제제로서의 락탐-함유 화합물 및 그의 유도체'로 하는 특허발명의 특허권자 을 외국회사를 상대로 특허발명이 선택발명으로서 진보성 등이 부정된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특허심판원이 이를 인용하였다. 나. 특허법원은 심결취소소송에서 특허발명의 청구범위 제1항 발명을 선택발명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제1항 발명과 선행발명의 구조를 비교하면 선행발명에서 제1항 발명인 아픽사반을 배제하는 부정적 교시 또는 시사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선행발명 명세서에는 치환기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픽사반의 모든 선택요소의 구체적인 명칭이 직접 기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실시예에서 각 치환기를 포함하는 화합물을 구체적으로 도시하고 치환기들이 모핵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 지까지도 특정되어 있다. 이런 점 등에 비추어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의 상위개념으로 일반화하여 제1항 발명의 아픽사반과 같은 하위개념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경우는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에 있어 엄격한 특허요건이 완화되어야 하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 또 특허발명 명세서에 제1항 발명이 선행발명에 비해 약동학적 특성 및 병용투여 효과 개선이라는 이질적 효과나 인자 Ⅹa 친화력의 양적으로 현저한 효과에 관한 명확한 기재가 있다고 볼 수 없어 제1항 발명이 위와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제1항 발명은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한 사례이다. 2. 대법원의 판단 그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할 때에는 청구항에 기재된 복수의 구성을 분해한 후 각각 분해된 개별 구성요소들이 공지된 것인지 여부만을 따져서는 아니 되고, 특유의 과제 해결원리에 기초하여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체로서의 구성의 곤란성을 따져 보아야 하며 이 때 결합된 전체구성으로서의 발명이 갖는 특유한 효과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후3284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진보성 판단기준은 선행 또는 공지의 발명에 상위개념이 기재되어 있고 위 상위개념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만을 구성요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는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8후736, 743 판결 등은 '이른바 선택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기 위해서는 선택발명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들 모두가 선행발명이 갖는 효과와 질적으로 다른 효과를 갖고 있거나, 질적인 차이가 없더라도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어야 하고, 이때 선택발명의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는 선행발명에 비하여 위와 같은 효과가 있음을 명확히 기재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사안에서 효과의 현저성이 있다면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이므로 선행발명에 특허발명의 상위개념이 공지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구성의 곤란성을 따져 보지도 아니한 채 효과의 현저성 유무만으로 진보성을 판단하여서는 아니 된다. 3. 평석 가. 기존 대법원 판결 선택발명의 경우 공지기술로부터 실험적으로 최적(最適) 또는 호적(好適)한 것을 선택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통상의 기술자의 통상의 창작능력의 발휘에 해당하여 진보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선택발명이 인용발명에 비하여 더 나은 효과를 가질 경우 즉 선택발명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들 모두가 인용발명이 갖는 효과와 질적으로 다른 효과를 갖고 있거나 질적인 차이가 없더라도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어야 한다. 이런 판례기준에 의하여 선택발명에 대한 진보성 판단은 거의 대부분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결론이었다. 이에 대한 드문 예외가 올란자핀 판결(대법원 2012. 8. 23. 선고 2010후3424 판결)이다. 정신병 치료 효과면에서 올란자핀이 에틸올란자핀에 비하여 현저히 우수한 효과를 갖는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콜레스테롤 증가 부작용 감소라는 이질적인 효과를 가진다고 인정되므로 위 특허발명은 비교대상발명 1에 의하여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나. 우리 법원 판결과 일본 법원의 판결 우리 법원이 선택발명이라는 범주에 포함되면 효과를 봐서 이질적인 효과가 있거나 동질적인 효과라면 현저한 효과의 차이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을 하는 원류(源流)는 일본법원의 판시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이에 대한 상세는 최승재,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기준으로서의 선택의 곤란성', 대법원 특별법연구 (2020), 465-470면 참조). 일본법원은 선택발명은 중복발명으로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없으나 산업상의 필요에 의해서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서 특허를 인정하여야 할 필요는 있으므로 선택발명은 효과만을 엄격하게 보고 판단을 하겠다는 것이 일본 법원의 판단이었다. 다만 2018년 일본 지재고재(知的財産高等裁判所平成30年4月13日判決平成28年(行ケ)第10182)는 피리미딘 유도체 사건에서 "당해간행물에 화합물이 일반식의 형식으로 기재되고, 당해 일반식이 선택지가 다수 있고 특정한 선택지와 관련된 구체적인 기술적 사상을 적극적 또는 우선적인 선택을 하여야 할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간행물의 기재로부터 당해 특정한 선택지와 관련된 구체적인 기술적 사상을 추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여 이런 태도변화의 여지가 보이는 상황이다. 다. 선택발명에서의 구성 내지 선택의 의미와 시도자명(obvious to try) 법리 1) 특허법은 선택발명이라는 카테고리를 따로 규정하고 있지도 않고 서로 특유의 진보성 판단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 선택발명이라는 발명의 특성상 구성 내지 선택은 크게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리고 신규성 판단에서 이런 부분이 정리될 수 있다(최승재, '선택발명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신규성 판단기준에 대한 연구', 창작과 발명 73호 (2013) 참조). 그런데 진보성 판단에서 선택발명이라고 해서 발명의 구성은 보지 않고 효과만을 보아야 한다는 것은 일본의 독특한 사고구조, 즉 원래는 특허를 주지 않아야 할 발명이라는 전제를 하지 않으면 도출할 수 없는 논증방식이다. 선택발명에서의 구성의 곤란성은 선택의 곤란성으로 귀결되고, 이는 미국 특허청의 심사기준(MPEP)에서 진보성 판단기준의 하나로 논의되는 시도자명(obvious to try) 법리의 적용을 통해서 선택의 곤란성이 있는지 여부가 판단될 수 있다(최승재, 특별법연구 458, 472-475면). 2)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적절히 설시한 바와 같이 ① 선행발명에는 위와 같은 락탐 고리가 구체적으로 개시되어 있지도 않다. ② 선행발명의 '보다 더더욱 바람직한 실시태양'으로 기재된 총 107개의 구체적 화합물들을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제1항 발명과 전체적으로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거나 치환기 B로서 락탐 고리를 갖는 화합물을 찾아볼 수 없다. ③ 우수한 약리 효과를 가지는 화합물을 실험 없이 화학 구조에만 기초하여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므로 신규 화합물을 개발하는 통상의 기술자는 이미 알려진 생물학적 활성을 가진 화합물을 기초로 구조적으로 유사한 화합물이나 유도체를 설계하고 합성한 후 그 약효를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 개선된 약효를 가지는 화합물을 찾게 되고 보다 우수한 약효를 가지는 화합물을 찾을 때까지 이러한 작업을 반복하게 된다. 그런데 선행발명과 이 사건 제1항 발명은 주목하고 있는 화합물 및 그 구조가 다르고,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구조를 우선적으로 또는 쉽게 선택할 사정이나, 동기 또는 암시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에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으로부터 기술적 가치가 있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 이 사건 제1항 발명에 도달하기까지는 수많은 선택지를 조합하면서 거듭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라. 대법원 판결의 시사점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왜곡되어 있던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을 당연한 지점으로 돌려놓았다는 점에서 평가받아야 한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 판결로 이 판결을 한 것은 판시에서도 적절히 지적한 것처럼 기존의 판결들을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사안에서 효과의 현저성이 있다면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를 선언한 것이지 선택발명은 다른 발명의 범주와 다르기 때문에 효과만을 봐서 판단하라는 취지가 아니었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의 이런 좋은 판결은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아서 쉽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판단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판결이 선고되었다고 해서 선택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기 어렵게 된 것으로 쉽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여전히 구성 내지 선택의 곤란성은 인정되기 어려운 사안이 많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승재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우리)
특허발명
진보성
선택발명
최승재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우리)
2021-04-19
지식재산권
선택발명의 진보성 법리 관한 대법원 판결의 변경
I. 들어가며 선택발명은 그 발명의 구성요소 중 일부 또는 전부가 선행기술이 개시하는 넓은 범위 중 일부인 좁은 범위를 선택하여 특정한 것이다. 선택발명이 일반발명과 차별될 특별한 이유가 없고 다른 기술분야에서는 차별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유독 제약분야에서는 오랫동안 일반발명과 달리 취급되어왔다. 그러한 차별적 법리를 제시한 대법원 2008후736·743 판결('대상 판결')을 간단히 소개한다. II.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8후736·743 판결 대상 판결은 아래의 두 점을 설시하였다. 1.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에서 구조적 용이도출 여부를 고려하지 않는 점 일반발명에서는 선행기술의 구조와 대상 발명의 구조를 비교하여 그 차이점을 특정한 후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기술의 구조로부터 대상 발명의 구조를 용이하게 도출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그런데 대상 판결에 따르면 선택발명에 있어서는 그러한 구조적 용이도출 여부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오직 이질적 효과 또는 동질의 현저한 효과만이 고려된다. 2. '출원후효과증거(post-filing effect evidence)'를 배제하는 점 대상 판결은 명세서가 그 '효과'를 명확히 기재하여야 한다는 점, 그 명확한 기재는 이질적 효과에 관한 구체적 기재나 동질의 현저한 효과에 관한 정량적 기재이어야 한다는 점을 설시하였다. 그러한 법리로 인하여 출원 후에 제출되는 해당 선택발명의 효과를 증명하는 정량적 증거(출원후효과증거)는 고려되지 않는다. III. 대상 판결에 대한 평석 1. 산업정책적 관점에서의 판단 가. 대상 판결의 법리가 용인되어 온 그간의 사정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및 다른 법의 발전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특허법 법리도 비약적으로 발전하여왔다. 이제 우리 특허법의 법리가 주요국 특허법의 법리와 별반 다를 바가 없게 되어 소위 국제적 조화가 달성되었다. 그런데 유독 제약 특허법의 분야에서는 주요국의 법리와 다른 우리나라의 독특한 법리가 아직까지도 잔존하고 있다. 그러한 독특한 법리는 다수인 국내 제약회사의 목소리가 소수인 외국 제약회사의 목소리를 덮어왔다는 점, 우리 제약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였다는 점 등으로 인해 지금까지 용인되어 왔다. 그 독특한 법리 중 가장 중요한 하나가 선택발명을 진보성이라는 칼로 죽이게 하는 대상 판결의 법리인 것이다. 대상 판결이 선고된 2009년 당시에는 그 법리가 나름 용인의 이유를 가진 것이었으나 2020년 현재에는 더 이상 그러하지 않다. 나. 사정의 변경: 국내 제약회사에 의한 신약의 개발 우리의 자동차·반도체·영화·음악 등이 전세계를 누비듯 우리의 의약품이 전세계를 누비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예전에는 우리 제약회사가 신약을 개발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였고 그럼으로 인하여 외국의 신약 특허권자로부터 우리 제약회사를 보호하여야 한다는 다소 국수적인 관점에서 특허법리의 왜곡이 용인되었다. 그런데 이제 우리 의약품의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우리 제약회사가 신약을 개발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현행 선택발명에 대한 진보성 법리는 우리 제약회사가 개발한 신약발명을 진보성이라는 칼로 죽이게 한다. 우리 제약회사에 의한 신약개발을 조장하기 위해서도 선택발명을 특허로 제대로 보호하는 법리로 변경하여야 한다. 2.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에서 구조적 용이도출 여부를 고려하지 않는 오류 예전에는 (좁은 범위를 선택한) 선택발명이 (넓은 범위를 개시한) 선행기술과 구조적으로 동일한 것이므로 신규성은 별도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법리가 운영되었다. 넓은 구조와 좁은 구조를 동일하게 보는 관점으로 인하여 진보성 판단에서도 구조적 용이도출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없었고 효과만이 판단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대상 판결은 그러한 잘못된 신규성 법리를 타파하고 선행기술이 선택발명을 구체적으로 개시하여야 한다는 소위 '구체적 개시'의 신규성 법리를 정립하였다. 즉 선행기술이 개시한 넓은 구조와 대상 선택발명이 선택한 좁은 구조의 비동일성을 인정한 것이다. 선행기술과 선택발명의 구조적 비동일성을 인정하지 않는 관점에서는 구조적 용이도출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구조적 비동일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신규성 법리가 변경되었으므로 그에 상응하게 진보성 판단에서 구조적 용이도출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최근 특허법원 판결에서는 그러한 법리를 적용한다{특허법원 2020. 10. 16. 선고 2020허1052 판결 12면("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고려하면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 1로부터 이 사건 제1항 출원발명의 구성을 도출하는 것 자체는 쉽다고 봄이 타당하다"); 특허법원 2020. 10. 29. 선고 2019허7863 판결; 특허법원 2020. 10. 29. 선고 2019허8323 판결}. 상식적으로도 선행기술이 개시한 두 가지의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어려움과 선행기술이 개시한 만 가지의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어려움의 차이가 외면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 외 다른 요소도 종합적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정차호·신혜은, '선택발명인 거울상 이성질체 발명의 신규성 판단', 서울대 법학 제49권 제3호, 2008, 394면). 3. 선택발명에서 '출원후효과증거(post-filing effect evidence)'를 배제하는 오류 대상 판결은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에 있어서 출원후효과증거의 제출을 인정하지 않는 잘못된 법리를 설시하고 있다. 그 법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변경되어야 한다. 가. 주요국 및 우리나라의 출원실무와 배치됨 선출원주의에 따라 해당 발명의 효과가 어느 정도 확인되면 출원이 이루어지고 그 후 효과의 추가확인이 진행되는 것이 주요국 및 우리나라의 출원실무이다. 그러한 실무는 선택발명에서도 동일하다. 어떤 발명이 일반발명인지 또는 선택발명인지를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으므로 출원실무도 구분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주요국이 그런 출원실무를 인정하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선택발명에 대하여 다른 실무를 고수하며 주요국의 모든 출원인에게 우리만의 실무를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나.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국의 법리와 조화를 이루어야 함 미국·유럽 등이 출원후효과증거의 제출을 허용하고 있음에 대하여는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제약산업의 발전수준이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정도의 법리를 운용하고 있음은 주목되어야 한다. 우리가 적용하여 온 선택발명의 법리는 애초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것이나 일본도 그 선택발명의 법리를 변경하였다. 일본 지적재산고등재판소 2010. 7. 15. 선고 平成21(行ケ)10238호 판결이 (명세서 또는 도면의 기재로부터 추론될 수 있는) 출원후효과증거의 제출이 허용됨을 설시하였고 일본 특허청 심사지침서(제3부 제2장 항목2, 3.2.1(2))가 동일한 법리를 설명하고 있다. 다. 중국마저 국제적 조화를 이루었음 중국도 과거에는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과 관련하여 출원후효과증거의 제출을 허용하지 않았고 그 법리로 인해 미국 및 유럽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특허청은 2017년 심사지침서를 다음과 같이 개정하였다. 중국 내에서는 그 개정이 국제실무와 조화를 이루기 위한 것이며 그 개정으로 인해 예측가능성·합리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평가된 바 있다(Yuqing Feng, et al., China may lift curbes on software patents: SIPO proposed revisions to Examination Guidelines, Dec. 1, 2016). "출원일 후에 제출되는 실험데이터에 대하여 심사관은 심사하여야 한다. 그 제출된 실험데이터로 인하여 증명되는 기술적 효과는 그 기술분야의 통상의 기술자가 특허출원이 개시한 내용으로부터 용이하게 도출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중국특허청 심사지침서 제2부분 제10장 3.5절, 291면. 라. 상충하는 법리를 제시한 대법원 판결의 존재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1후2740 판결은 "선택발명의 상세한 설명에는 선행발명에 비하여 위와 같은 효과가 있음을 명확히 기재하면 충분하고 그 효과의 현저함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비교실험자료까지 기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만일 그 효과가 의심스러울 때에는 출원일 이후에 출원인이 구체적인 비교실험자료를 제출하는 등의 방법에 의하여 그 효과를 구체적으로 주장·입증하면 된다"고 설시한 바 있다. IV. 나오며 선택발명에 대한 특허성 법리는 초기에는 진보성 법리는 물론이고 신규성 법리도 일반발명의 법리와 다른 독특한 것이 운용되었다. 그 독특한 법리는 넓은 범위를 개시하는 선행기술과 좁은 범위를 청구하는 선택발명이 구조적으로 동일하다고 보는 오류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즉 선택발명을 '중복발명'이라고 본 것이었다. 대상 판결이 그 잘못된 신규성 법리를 바로잡는 소위 '구체적 개시' 법리를 재확인하였다. 선택발명에 관한 법리의 오류 중 일부가 시정된 것이다. 이제 그 시정의 연장선상에서 진보성 법리의 오류도 시정되어야 한다. 미국·유럽이 선택발명의 진보성과 관련하여 출원후효과증거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중국 및 우리나라의 법리를 비판하여 왔다. 그런데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마저 출원후효과증거를 인정하는 법리로 변경함에 따라 이제는 주요국 중에서는 우리나라만이 그 잘못된 법리를 아직도 운용하고 있다. 영화·음악·방역 등의 덕분으로 우리나라의 국격이 괄목상대 높아졌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모든 것이 훌륭한 것은 아니다. 사회 각 분야에서 미흡한 점을 발굴·정비하여 일류 선진국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우리 특허법의 법리도 그러한 걸음에 동참해야 한다. 미국·유럽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있는 선택발명의 진보성 법리가 조만간 변경되기를 기원한다. 정차호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선택발명
진보성
출원
특허
정차호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2020-12-07
민사일반
지식재산권
특허사건의 사실심 변론 종결 이후 확정된 정정과 재심 사유 여부
Ⅰ. 사실관계 원고는 2015년 12월 24일 피고를 상대로 특허심판원에 '롤방충망의 록킹구조'라는 이름의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해 진보성 부재를 이유로 등록무효심판(2015당5713)을 청구하였다. 특허심판원은 심판청구를 기각하였으나 불복소송에서 특허법원은 2016년 10월 21일 진보성을 부정하면서 심결을 취소하였다. 그러자 피고는 2016년 11월 4일 상고하면서 2016년 11월 28일 문제가 된 청구항에 대해 정정심판 청구를 하였고 특허심판원이 2017년 2월 8일 정정을 받아들이는 심결을 하여 그 무렵 피고에게 송달되었다. Ⅱ. 전원합의체 판결의 요지 ① 특허가 무효라는 특허법원 판결이 상고심에 계속되어 있는 중에 해당 특허에 대해 정정심결이 확정되면 해당 판결에 대해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재심사유(판결의 기초로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때)가 있다고 보아 파기환송 해 온 종전 판례들을 변경한다. ② ⅰ) '판결의 기초로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때'란 판결의 심리·판단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 그 자체가 그 후 다른 행정처분에 의해 확정적·소급적으로 변경된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확정판결에 법률적으로 구속력을 미치거나 또는 그 확정판결에서 사실인정의 증거자료가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확정적·소급적으로 변경된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ⅱ) 심결과의 관계에서 원처분으로 볼 수 있는 특허결정은 심결취소소송에서 '심리·판단해야 할 대상'일 뿐 '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사실심 변론종결 후에 특허발명의 명세서 등에 대해 정정심결이 확정되더라도 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이 변경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 ⅲ) 특허권자가 특허무효심판 절차에서는 정정청구를 통해 그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에서는 정정심판 청구를 통해 특허무효 주장에 대응할 수 있음에도 사실심 변론종결 후 확정된 정정심결에 따라 사실심 법원의 판단을 다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분쟁의 해결을 현저하게 지연시키는 것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그 밖의 논거들에 대한 소개는 생략). ③ 이런 법리는 특허권의 권리범위 확인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과 특허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민사소송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특히 특허권에 기초한 침해금지 또는 손해배상 등을 구하는 소송에서 그 특허가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하여 특허권자의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항변이 있는 경우 특허권자로서는 특허권에 대한 정정심판청구, 정정청구를 통해 그런 무효사유를 해소했거나 해소할 수 있다는 사정을 재항변으로 주장할 수 있다. 특허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민사소송의 종국판결이 확정되거나 그 확정 전에 정정의 재항변을 제출하지 않은 특허권자가 사실심 변론종결 후 정정심결의 확정을 이유로 사실심 법원의 판단을 다투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Ⅲ. 평석 엄밀히 살펴보면 대상판결은 두 가지 유형의 소송에 대해 정정이 미치는 영향을 언급하고 있다. 즉, ⅰ) 특허무효 등 심결취소소송과 ⅱ) 특허침해나 권리범위확인 관련 소송이다. 정정의 확정을 재심사유로 취급하지 않는 논거 역시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 정정의 확정이 '판결의 기초로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과 ⓑ 특허권자 등 당사자가 소송 과정에서 적시에 정정에 관련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미루다가 사실심 변론 종결 후에 비로소 이를 내세우는 것은 민사소송법 제1조(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1. 무효심결 취소소송에 관하여 특허법이 원처분(특허등록)에 대한 다툼을 반드시 심판에 의하도록 하고 다른 형태의 불복을 허용하지 않음을 감안하면 심결에 대한 불복소송은 그 실질상 원처분에 대한 불복으로서 일체·연결성을 가지는 것으로 볼 수도 있으므로 무효심결에 대한 불복소송에서 대상판결의 ⓐ 논리는 그 자체로는 설득력이 있다. 정정제도가 특허권자에 의해 무효분쟁에서 절차 지연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한다는 면에서 ⓑ 역시 타당한 법리 설시라 할 것이다. 대상 판결에 따르면 사실심 변론 종결 후 이루어진 정정에 재심사유를 인정하지 않고 종전 청구항을 기준으로 상고심을 진행함에 따라 해당 특허의 무효가 확정되면 정정에도 불구하고 해당 특허는 무효로 소멸하고(이기택 대법관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상고심이 원심의 결론과 달리 정정 전 특허가 유효라고 하여 원심을 파기하면 환송심은 정정 후의 특허를 기준으로 유·무효를 다시 판단하게 될 것이다. 2. 침해소송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이러한 법리는 특허권의 권리범위 확인심판에 대한 심결취소 소송과 특허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민사소송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하여 ⓐ, ⓑ 법리를 모두 특허침해소송 등의 사실심 변론 종결 후 정정이 확정된 때에도 적용하고 있으나 이는 문제이다. ⓐ의 경우 해당 특허 자체의 유·무효가 문제 되는 무효소송과 달리 침해소송의 소송물을 생각하면 해당 특허의 유·무효와 그 내용은 '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일 뿐 '심리·판단해야 할 대상'이 아님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침해소송 등에서는 대상판결의 법리 중 ⓑ만이 유효한 근거로 남는다고 해야 한다. 특허권자는 침해소송 과정에서 해당 특허의 무효가 예상되는 경우 이를 피하기 위해 정정심판청구(혹은 정정청구)를 할 수 있다. 또한 침해소송의 피고가 해당 특허에 무효사유가 명백함을 이유로 권리남용의 항변을 하는 경우 그에 대한 재항변 사유로서 '장차 정정을 통해 무효사유가 치유될 것이 명백하다'는 점을 내세울 수도 있다(이른바 '정정의 재항변'). 문제는 특허권자가 침해소송의 사실심 변론 종결 전까지 정정절차를 밟거나 정정의 재항변을 하지 않았다가 침해소송에서 패소한 이후 정정을 이유로 상고심에서 재심사유를 주장하는 것을 허용할지 여부이다. 대상판결은 '정정의 재항변' 개념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면서 ⓑ를 논거로 이를 불허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침해소송 판결이 확정된 이후 재심사나 정정을 통해 특허의 유·무효나 권리범위가 바뀌더라도 확정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특허침해 소송 판결이 확정된 후에는 해당 특허를 무효로 하거나 정정하는 심결이 확정되더라도 이를 침해소송의 재심사유로 주장할 수 없다(일본 특허법 제104조의4). 우리나라에서도 특허권자가 침해소송 과정에서 피고의 무효 주장에 대응하여 정정심판을 청구하거나 정정의 재항변을 하지 않은 채 청구항의 유지를 시도하다가 결국 무효 사유가 인정되어 청구기각을 당하자 비로소 정정심판을 청구하여 권리범위를 확보한 뒤 재심으로 판결 번복을 시도하는 것 등을 막을 필요가 있으므로 이 한도에서 대상판결의 취지는 적절해 보인다. 3. 문제점 무효심결 취소소송에 대해 앞서 본대로 대상판결의 ⓐ, ⓑ가 모두 법리상 근거는 있다고 하더라도 ⓐ 논거는 여전히 실천적 문제를 남긴다. 즉 사실심 변론 종결 이후 이루어진 정정은 일도양단적으로 배척되고 정정 전 청구항만을 근거로 원심의 당부를 판단하는 결과 상고심에서 정정 전 청구항이 무효로 확정되면 무효를 극복하기 위해 수행된 정정은 의미가 없어지고(정정과 무관하게 해당 번호의 특허는 무효로 된다고 하므로) 반대로 정정 전 특허가 유효하였다고 판단되면 오히려 정정을 통해 축소된 권리만 존속하게 되는 일도 예상된다. 권리자가 사실심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뒤늦은 정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개별적 사정이 있더라도 일절 고려되지 않는 점 또한 문제이다. 이는 모두 상고심이 사실심 변론 종결 후의 정정에 대해 일괄적으로 재심사유를 인정하지 않고 정정 전 청구항을 기초로 판단하는 데서 비롯된다. 반면 사실심 변론 종결 후에 이루어진 정정에 관해 ⓑ의 시각을 기본으로 그 수용 여부를 판단한다면 이런 문제점은 적절히 해결될 수 있다. 예컨대 상고심 계속 중인 특허에 대해 정정이 확정되더라도 '당사자가 상소로 그 사유를 주장하였거나 이를 알고도 주장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렇지 아니하다'는 재심의 보충성 규정(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단서) 취지를 유추하거나 소송상 신의칙을 적용하여 재심사유 존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대법원은 특허권자가 취한 절차상 태도 등을 신의칙에 입각해 파악한 뒤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재심사유를 인정하여 원심을 파기환송함으로써 정정 후 청구항에 따라 판단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으면 재심사유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정정 전 청구항을 근거로 스스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결국 사실심 변론 종결 이후의 정정을 종전 판례처럼 일률적으로 재심사유로 보거나, 대상 판결처럼 일률적으로 재심사유가 아닌 것으로 보는 대신 상고심이 이를 '개별화·상대화' 하는 셈이다. 한편 침해소송에서는 본디 대상판결의 ⓐ 논거는 적용될 여지가 없고 ⓑ 논거만이 유효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요컨대 사실심 변론 종결 후 이루어진 정정의 재심사유 여부 판단 시 '특허권자 등 당사자가 소송 과정에서 적시에 정정에 관련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미루다가 사실심 변론 종결 후에 비로소 이를 내세우는 것은 민사소송법 제1조(소송상 신의칙)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논거(ⓑ)는 합당하지만 "정정의 확정이 '판결의 기초로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거(ⓐ)는 법리적·실천적으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 조영선 교수(고려대 로스쿨)
특허발명
특허심판원
특허
조영선 교수(고려대 로스쿨)
2020-10-08
지식재산권
형사일반
상표권 계약위반과 권리소진
1. 서론 상표권 계약위반의 경우 권리소진의 원칙이 적용되는가? 용어부터 생소한 권리소진(權利消盡)의 원칙(the rule of exhaustion) 또는 최초판매이론(the first sale doctrin)이란 특허권이나 상표권 또는 저작권의 행사로 인해 제작된 물품이 시장에 유통되는 경우 해당 권리자가 이에 대하여 재차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론상 상품이 유통되는 모든 단계에서 상표권자의 허락이 필요하지만 상표권자가 상품을 판매한 경우 상표권은 완전히 행사된 것으로 소진되고 이후 상표권자는 그 상품이 추가적으로 유통되는 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법원 및 학계는 권리소진의 원칙을 받아들여 지식재산권과 소유권 사이의 조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런데 통상사용권자가 상표권자와의 계약에 위반하여 상품을 판매한 경우에도 권리소진의 원칙이 적용되는지는 일률적으로 답하기 어려운 문제로서 국내에서는 아직 논의가 충분하지 않고 대법원 판례도 없었다. 국제적으로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2008년 Quanta 판결 및 2017년 Lexmark 판결, 그리고 유럽사법재판소(CJEU)의 2009년 Dior v. Copad 판결 등에서 활발한 논의가 있는데 위 각 사안은 특정한 계약위반의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도14446 판결은 계약위반과 상표권의 소진에 관한 일반적인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상세한 논증은 졸고, '상표권 계약위반과 권리소진{사법 제52호(2020. 7.)}'를 참조하시길 바란다. 2. 사안의 개요 'Metrocity' 브랜드 상표권자는 통상사용권자와 상표권사용계약을 체결하며 인터넷쇼핑몰에서의 판매를 제한하였다. 이후 통상사용권자가 계약조건을 위반하여 인터넷쇼핑몰울 운영하는 피고인에게 시계를 공급하고 피고인이 인터넷으로 판매하였는데 검찰은 피고인이 상표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인터넷으로 상품을 판매한 것은 상표권 침해죄에 해당한다고 기소하였다. 피고인은 상표권 소진 주장 및 침해 고의가 없다는 주장을 했으나 1심과 2심 모두 유죄를 인정하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하며 '계약상 부수적인 조건을 위반하여 상품이 유통된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권리소진의 원칙이 배제된다고 볼 수 없고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 상표의 주된 기능인 상표의 상품출처표시 및 품질보증 기능의 훼손 여부, 상표권자가 상품 판매로 보상을 받았음에도 추가적인 유통을 금지할 이익과 상품을 구입한 수요자 보호의 필요성 등을 종합하여 상표권의 소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하였고 피고인의 고의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3. 대상판결의 검토 가. 학설 국내 상표법 분야에서는 '계약의 본질적 내용을 기준으로 권리소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된바 있으나 본격적인 논의는 찾기 어렵다. 특허법 분야에서는 계약위반은 채무불이행 문제일 뿐이라는 견해와 특허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고 저작권법 분야에서는 이용방법과 조건을 구분하는 견해, 저작권의 본래적 내용 여부를 구분하는 견해 등 다양한 의견이 국내 및 일본에서 제시되고 있다. 나. 국내의 판결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3445 판결은 상표의 권리소진과 그 적용 범위를 명시한 최초의 판결이고 이후 병행수입에 관한 일련의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6. 10. 13. 2006다40423 판결 등)이 있었으나 계약위반과 상표권의 소진에 관한 판례는 없었다. 하급심에서는 특허법원 2018. 10. 10. 선고 2018나1343 손해배상 사건 등에서 계약위반과 상표권의 소진이 문제되었으나 대법원의 법리 설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 외국의 판결 먼저 미국에서는 19세기 후반부터 특허품의 자유로운 유통을 허용하기 위해 최초판매의 원칙이 생성되어 왔는데 종래 미국의 판례는 특허권자가 적법한 제한을 가하여 특허품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특허권이 소진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해 왔으나 연방대법원의 2008년의 Quanta 판결, 2017년 Lexmark 판결을 통해 권리소진을 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된다. 2008년 연방대법원의 Quanta v. LG 판결은 일부 계약조건에 위반된 경우에도 권리소진을 인정했으나 이는 허락된 판매(Authorized Sale)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안으로 계약위반과 권리소진을 직접 다룬 것은 아니었다. 이후 2017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Lexmark 판결에서 "특허권자가 특허품을 판매하기로 결정하면 특허권자가 부과하는 어떠한 제한에도 불구하고 해당 특허권은 소진된다"고 판단하여 권리소진의 적용범위를 넓혔으나 Lexmark case는 '특허권자에 의해' 최종소비자에게 판매가 적법하게 이루어졌고 다만 판매 후의 반환조건(post sale restriction, PSR)만이 추가된 것이므로 통상사용권자에 의해 판매된 우리 대상판결의 사안과는 차이가 있다. 2009년 유럽사법재판소(CJEU)의 Copad v. Dior 판결은 소위 '선택적 판매망(selective distribution)'에 관한 것으로 대상판결 사안과 유사하다. 선택적 판매망 시스템이란 특정한 양적·질적 조건을 충족하는 허가받은 판매업자에게만 물품을 공급하고 해당 판매업자는 소비자 또는 (위 네트워크 내의) 허가받은 재판매업자에게만 물품을 공급하기로 하는 약정을 말하는데 CJEU는 위 사건에서 고급 브랜드(luxury brand)의 선택적 공급 약정(할인매장에서의 판매 금지) 위반은 채무불이행(breach of contract) 뿐만 아니라 상표권 침해(infringement)에도 해당하고 제3자에 대해서도 침해금지를 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단지 라이선스 계약 위반 때문이 아니고 사치품에 있어서 할인매장 판매는 상표의 명성을 손상시키는 것으로서 유럽상표지침 7(2)에 규정된 권리소진의 예외조항 중 품질손상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 다만 사치품이 아닌 일반 제품에까지 위 법리가 적용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특허와 관련된 2003년 5월 27일 오사카 고등재판소 판결이 계약 위반과 관련된 쟁점을 다루며 '특허권자는 라이선스 계약에서 라이선스 범위를 한정할 수 있으나 특허발명의 실시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부수적 조건의 위반은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며 특허침해가 아니다'고 한 바 있다. 라. 종합적인 검토 먼저 계약 조건에 위반하여 통상사용권자가 물품을 유통한 경우 항상 권리소진의 원칙이 배제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계약 위반행위에 대해 지식재산권 침해를 인정하는 범위는 제한하여 해석해야 한다. 모든 계약위반의 경우 권리소진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당사자들의 합의로 지식재산권 침해가 성립하는 범위를 형성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이는 계약위반으로 규율할 수 있는 문제이며 거래의 안전을 보호할 필요도 있다. 계약을 위반하여 상품이 유통되었다고 해도 이는 진정상품에 해당하여 사실상 상품출처의 혼동이나 품질에 대한 오인의 우려가 없으며 앞서 본 미국 및 유럽의 판결 역시 계약조건 위반만으로 바로 권리침해를 인정하지 않고 권리소진 원칙의 이론적 배경, 해당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충돌하는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려는 태도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는 상표사용계약에 있어서 지정상품, 존속기간, 지역 등 통상사용권의 범위는 통상사용권계약에 따라 부여되는 것이므로 이를 넘는 통상사용권자의 상표 사용행위는 상표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으나 통상사용권자가 계약상 부수적인 조건을 위반하여 상품을 양도한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상표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양도행위로서 권리소진의 원칙이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 판단기준으로는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 상표의 주된 기능인 상표의 상품출처표시 및 품질보증 기능의 훼손 여부, 상표권자가 상품 판매로 보상을 받았음에도 추가적인 유통을 금지할 이익과 상품을 구입한 수요자 보호의 필요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권리소진이 인정되었다. 4. 결론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도14446 판결은 계약위반과 권리소진의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국제적인 논의에서도 한걸음 더 나아간 것에 그 의의가 있다. 상표법은 상표를 보호함으로써 상표 사용자의 업무상 신용 유지를 도모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하고 수요자의 이익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상표법 제1조) 권리소진 원칙의 적용에 있어서도 충돌하는 이익 사이의 균형 있는 조화가 필요하다. 다만 구체적인 사안별로 계약위반과 권리소진의 원칙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울 것이나 위 판결을 계기로 향후 더 발전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김민상 부장판사 (창원지법·前 대법원 재판연구관)
상표법
상표권침해
통상사용권자
김민상 부장판사 (창원지법·前 대법원 재판연구관)
2020-09-10
지식재산권
방법발명 특허에 대한 권리소진
Ⅰ. 판결의 요지 甲(원고)는 ‘마찰이동 용접방법’이라는 방법발명(A)의 특허권자이다. 해당 발명의 특징은, 접합할 부재들의 결합선 위에서 프로브에 강한 압력을 주면서 회전, 이동시킴으로써 마찰열로 부재를 녹였다가 굳혀 용접을 수행하는 데 있다. 甲은 乙(보조참가인)에게 A 발명을 실시하는데 적합한 장비 (마찰교반 용접기)를 제조·판매해도 좋다는 실시허락을 하였고, 그 뒤 丙(피고)은 乙로부터 乙이 제조한 마찰교반 용접기를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甲은 丙을 상대로 자신의 방법발명(A)에 대한 특허침해 소송(손해배상청구)을 제기하였다. 대상판결은, ① 방법발명에 대한 특허권자 등이 그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을 적법하게 양도한 경우에는 권리소진으로 인해 양수인이나 전득자가 그 물건을 이용하여 방법발명을 실시하는 행위에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② 사안에서, ㉠ 丙이 사용한 용접기는 방법발명(A)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전용품이고 그 기술사상의 핵심 구성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A를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이며, ㉡ 乙이 丙에게 마찰교반 용접기를 판매한 것은 특허권자인 甲의 허락 아래 이루어진 적법한 양도이다. ㉢ 이처럼 丙이 적법하게 용접기의 소유권을 취득한 이상 甲의 A 특허는 소진되어 丙의 용접기 사용행위는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Ⅱ. 평 석 대상판결은 특허권의 소진에 관한 것이다. 종래 특허권 소진 문제가 간접적으로 관련되거나 언급된 판례들은 있었으나, 소진의 근거와 성립요건, 방법발명에의 적용 가능성 등을 정면으로 설시한 대법원 판례는 대상판결이 처음이다. 아울러 대상판결은 방법발명을 구현한 물건이 적법하게 유통된 경우, 그 물건의 사용행위는 권리소진으로 인해 적법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1. 방법 특허권의 소진 법리 특허된 방법발명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물건이 적법하게 유통된 경우, 그 물건을 통해 해당 방법에 대해서도 특허권의 소진이 일어나고, 특허권자가 이후의 거래 당사자에게 특허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물건과 방법 간 발명의 실질에 차이가 없는 예가 많고, 방법발명이라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소진을 부정하면 특허권자는 청구항에 방법을 삽입하는 것만으로 권리소진을 손쉽게 회피할 수 있어 부당하기 때문이다. 대상판결과 같은 법리는 이미 미국{Quanta Computer, Inc. v. LG Electronics, Inc., 553 U.S. 617 (2008)}, 일본{知財高判 平成18年 1月31日 平成17年(ネ) 第10021號 判決}, 독일(BGH GRUR 2007, 773, 776-Rohrschweißverfahren) 등에서도 판례를 통해 확인되어 있다. 문제는 소진을 인정하는 근거와 그 범위이다. 이에 대해서는 크게 다음과 같은 3가지 입장이 있다. ① 소유권설: 대상 물건에 대한 소유권이 특허권에 우선한다는 점에서 권리소진의 근거를 찾으며, 적법한 소유물의 사용·수익·처분에 저촉되는 특허권 행사는 저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넘어 특허 물건의 ‘생산’에 이르게 되면 권리소진은 작동할 여지가 없다. ② 묵시적 계약설: 특허권자가 특허물건을 양도하거나 방법의 실시를 허락하는 행위에는 그 이후에 적법한 경로로 이루어지는 물건이나 방법에 대한 제3자의 실시행위에 특허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는 묵시적 허락이 있는 것으로 본다. 영미(英美)에서 권리소진은 특허권자의 최초판매 행위에 포함된 묵시적 허락에서 근거를 찾는 것이 보통이다. ③ 신의칙 위반 내지 권리남용설: 특허물건이나 방법을 둘러싼 거래안전, 특허권자가 최초의 거래과정에서 이익을 회수할 기회를 가진 점 등을 감안하여, 특허권 행사와 관련된 신의칙 위반 혹은 권리남용을 정형화한 것이 권리소진 개념이라는 것이다. 독일과 일본에서의 통설·판례로 평가되고 있다. 2.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와 문제점 (1) 대상판결은 소유권설을 기본 입장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권리소진의 주장 주체를 “양수인이나 전득자”라고 전제하는 점, 사안에서 丙이 방법발명 A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전용품의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하였으므로 권리소진이 성립한다고 하는 점 등에 비추어 그러하다(실제로 원심판결은 특허권 소진의 주된 근거가 양수인 등의 소유권 취득 때문이라거나, 권리소진은 특허권과 소유권의 접촉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 설시하고 있다). 대상판결이 특허권 소진의 근거로 ‘물건의 자유로운 유통 및 거래안전’과 ‘특허권자가 특허발명의 실시대가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있음’도 언급하고 있지만, 이는 위 입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제(機制)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권리소진의 근거를 소유권에서 찾으면 권리소진의 성립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되어 부당하다. 예컨대 사안에서 乙이 방법 A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용접기를 생산하여 丙에게 ‘대여’한 경우라도 丙은 이를 양수한 경우와 똑같이 甲에게 권리소진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방법발명의 실시에 사용되는 물건 가운데 규모가 큰 설비(플랜트)처럼 생산·판매 대신 ‘대여’의 대상이 되는 것도 많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특허권의 소진은 소유권 취득보다는 ‘신의칙 위반’ 또는 ‘묵시적 계약’에서 근거를 찾는 편이 합당하다. (2) 다음으로, 방법발명에 권리소진을 일으키는 물건의 범위가 문제 된다. 대상판결은 이를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이라고 표현한다.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특허권은 그 방법으로 생산된 물건의 양도·대여에도 미친다(특허법 제2조 제3호 다목, 제94조). 따라서 그 물건의 유통이 특허권자의 의사에 기해 이루어진 이상, 방법특허에 권리소진을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며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이라는 표현이 여기에는 꼭 들어맞는다. 한편, 해당 방법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물건이 유통에 놓인 경우는 검토를 요한다. 그 방법특허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물건이 간접침해를 야기하는 것은 사실이지만(특허법 제127조 제2호), 전용물이 방법특허 전체의 실시에 기여하는 정도는 다를 수 있으므로 특허권자가 전용물의 유통을 양해했다는 것이 곧 해당 방법 전체에 대한 권리소진을 낳는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상판례는 '㉠ 해당 물건이 방법발명의 전용품인지, ㉡ 그 물건에 방법발명의 핵심적 기술요소가 모두 들어 있는지, ㉢ 그 물건을 사용하는 공정이 전체 공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준은 너무 모호하고 우회적이다. 차라리 방법발명과 물건의 상관관계를 분명히 반영하여, '① 해당 물건의 사용이 곧 해당 발명의 실시를 의미할 정도로 완전한 전용품 관계인 경우, ② 해당 물건에 다른 용도도 있지만 그 물건의 사용은 언제나 해당 발명의 실시를 수반하는 경우, ③ 해당 물건의 사용만으로는 방법의 실시가 완성되지 않지만 여전히 그에 불가결한 요소인 경우'라고 설시하는 편이 합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상판결의 설시 중 ㉠은 ①상황을, ㉡은 ②상황을, ㉢은 ③상황을 의미하거나 전제로 한다. 그 결과, ①, ②의 경우에는 특허권자의 의사에 기해 물건이 유통에 놓인 이상 방법발명에 권리소진을 인정해도 무리가 없고, ③의 경우에는 객관적으로 파악되는 특허권자의 의사와 신의칙을 감안하여 개별적으로 권리소진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전자의 물건에는 방법발명의 내용이 100% 구현되어 있는 반면, 후자의 물건에는 그렇지 않아서 물건의 유통을 승낙한 특허권자의 의사를 단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Ⅲ. 결 어 대상판결은 특허권 소진의 인정근거, 성립요건 및 범위, 방법발명에의 적용 등을 정면으로 판단한 최초의 대법원 판례로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권리소진의 근거를 소유권에서 찾은 점은 ‘양도’ 이외에 ‘대여’라는 형태의 유통을 제외시킨다는 점에서 부적절해 보인다. 특허권 소진은 거래안전이나 특허권자의 이중이득 방지를 위해 침해의 위법성이 조각되는 모습(신의칙의 구체화)으로 파악하는 한편, 사안에 따라 특허권자의 묵시적 이용허락 등 의사해석을 가미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대상판결은 방법발명의 권리소진을 성립시키는 물건을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것’이라고 한다. 이는 ‘물건의 생산방법 특허를 실시하여 생산된 물건’에는 적합한 표현이지만 그 밖의 경우에 대한 기준으로는 지나치게 모호하다. 따라서 ⅰ) 해당 물건의 사용이 곧 해당 발명의 실시를 의미할 정도로 완전한 전용품 관계이거나, 다른 용도도 존재하지만 그 물건의 사용은 언제나 해당발명의 실시를 수반하는 경우에는 특허권자의 의사에 기해 물건이 유통에 놓인 이상 방법발명에 권리소진을 인정하고, ⅱ) 해당 물건의 사용만으로는 방법발명의 실시가 완성되지 않지만 여전히 그에 불가결한 요소인 경우에는 특허권자의 객관적 의사와 신의칙을 감안하여 개별적으로 권리소진 여부를 판가름해야 할 것이다. 조영선 교수 (고려대 로스쿨)
특허권
권리소진
조영선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19-07-15
상사일반
지식재산권
특허의 무효가 실시계약에 미치는 영향
-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2다42666,42673 판결 - [판결의 요지] ① 특허발명 실시계약의 목적이 된 특허발명의 실시가 불가능한 경우가 아닌 한 특허무효의 소급효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특허를 대상으로 하여 체결된 특허발명 실시계약이 계약 체결 당시부터 원시적으로 이행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는 없고, 다만 특허무효가 확정되면 그때부터 특허발명 실시계약은 이행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보아야 한다. ② 따라서 특허발명 실시계약 체결 이후에 특허가 무효로 확정되었더라도 특허권자가 특허발명 실시계약에 따라 실시권자로부터 이미 지급받은 특허실시료 중 특허발명 실시계약이 유효하게 존재하는 기간에 상응하는 부분을 실시권자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는 원칙상 없다. ③ 특허는 성질상 특허등록 이후에 무효로 될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특허발명 실시계약 체결 이후에 계약 대상인 특허의 무효가 확정되었더라도 특허의 유효성이 계약 체결의 동기로서 표시되었고 그것이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해당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착오를 이유로 특허발명 실시계약을 취소할 수는 없다. [평 석] 특허의 무효심결이 확정되면 그 특허는 소급하여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게 된다(특허법 제133조 제3항). 그 결과, 그 특허권에 기초하여 체결되고 이행된 실시권 설정계약, 양도계약 등의 효력이 특허의 소급무효에 의해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가 문제되며, 이에 대하여 국내외에서 다양한 논의가 있어 왔다. 한편, 국내에서 이 문제는 주로 통상실시권 설정계약에 따라 이미 지급된 실시료의 반환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왔고, 대상 판결 역시 주로 이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다. 1. 이미 지급한 실시료와 미지급 실시료의 운명 이에 대하여는, 특허가 소급무효로 되었다고 하여 급부의 내용이 원시불능으로 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미 지급한 실시료 역시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하는 입장(반환부정설, 다수설)과 특허가 무효로 되면 실시권 설정계약도 원시적 급부불능으로 되거나, 원시불능이 아니라도 계약해제 또는 위험부담의 법리를 거쳐 이미 지급한 실시료를 부당이익으로 반환해야 한다는 입장(반환긍정설, 소수설)이 있다. 대상 판례는 반환부정설의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사후에 특허가 소급무효된 것과 별개로 통상실시권 설정계약의 급부는 이미 이행되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반면, 계약 대상이 된 발명에 실시불가능의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실시계약이 원시불능으로 인해 무효라고 한다. 기 지급 실시료의 반환 여부에 대한 위와 같은 판례의 입장은 이론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되며, 미국ㆍ독일의 판례와 일본의 통설 역시 결론에 있어 이와 같다. 또한 대상 판례는 특허무효가 확정되면 그 때부터 실시계약이 이행불능에 빠지게 되고 실시계약이 유효하게 존재하지 않게 된 시점 이후에는 실시료 지급의무가 없다고 한다. 특허의 무효가 확정된 이후에도 실시료를 지급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함이 분명하다. 문제는 그 법적 근거일 것인데, 대상 판례는 이점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2. 대상 판례의 한계와 검토 가. 특허의 무효와 전용실시권 설정계약 대상 판례는 전용실시권 설정계약의 대상이 된 특허가 무효로 된 경우의 실시료 반환 관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만약 대상판결이 전용실시권의 경우에도 통상실시권과 마찬가지 법리가 적용된다는 전제에 선 것이라면 이는 문제이다. 전용실시권은 사실상 특허권자가 '실시 기간' 혹은 '실시 지역' 등을 한정하여 타인에게 특허권을 양도하는 것과 유사한 실질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전용실시료는 통상실시료에 비하여 한결 고가(高價)인 것이 보통이고, 전용실시권이 설정된 이후에는 특허권자 스스로도 당해 발명을 실시할 수 없으며, 전용실시권자는 자신의 이름으로 제3자에게 침해주장을 할 수 있는 대신, 그 뒤 특허가 무효로 되면 스스로 제3자에게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반환 의무를 지게 된다. 특허법 역시 특허권의 독점ㆍ배타성을 규정한 제6장의 모든 조항에서 '특허권자 또는 전용실시권자는'이라고 하여 양자를 같이 취급하고 있다. 따라서 전용실시권에 대하여는 통상실시권에 적용되는 법리를 적용할 것이 아니라 특허권의 양도 후 해당 특허가 무효로 된 경우의 법률관계와 유사하게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특허권이 양도되어 대금이 지급된 이후, 당해 특허가 무효로 되었다면 그 계약은 급부의 내용이 원시불능이어서 무효이며, 이미 지급된 대금은 반환되어야 하는 바, 같은 법리는 전용실시권 설정 후 해당 특허가 무효로 된 경우 기 지급 실시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됨이 상당하다. 통상실시권 설정계약의 주된 급부 내용이 '실시권자의 실시를 용인하고, 제3자의 침해행위를 막아 주는 것'인 반면, 전용실시권 설정계약의 주된 급부 내용이 '특허권자와 제3자를 상대로 독점ㆍ배타적 지위를 주장할 수 있는 대세적 실시권을 설정, 유지해 주는 것'임을 상기하면 이는 자명하다. 그러므로 전용실시권과 통상실시권의 이런 근본적 차이를 간과한 채 양자 모두 '실시권'이라고 하여 만연히 동일 선상에 두고 같은 법적 효과를 인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아울러, 전용실시권자가 특허 무효 이전에 사실상 당해 특허발명을 실시하여 이익을 얻었다는 점을 들어 이미 지급한 실시료를 반환 청구할 수 없다고 보는 것 역시 부당하다. 만약 특허권 양수인이 양수 후 선의로 발명을 실시하여 이익을 얻었다 하더라도 사후에 그 특허가 등록무효로 되어 계약이 무효로 되면 지급한 양수대금을 반환청구할 수 있고, 실시로 인해 얻은 이익은 선의 점유자의 과실 수취권에 의해 양수인에게 귀속됨이 원칙인바(민법 제201조 및 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다44290 판결 참조), 같은 논리는 전용실시권에도 적용됨이 상당하다. 다만, 실시권자가 발명의 실시이익을 반환하지 않는 것에 상응하여 특허권자 역시 이미 받은 실시료의 이자나 운용수익 등을 반환하지 않게 되거나, 전용실시권 설정에 수반하여 특허권자가 실시권자에게 제공한 노하우 등 재화의 대가를 실시권자가 반환해야 하는 것은 별개 문제이다. 나. 장래 실시료 지급의무의 소멸 특허의 무효가 확정되면 통상실시권 설정자인 특허권자의 급부가 '장차' 이행불능에 빠지게 됨은 당연하다. 대상판결은 이를 언급하고 있을 뿐, 그 이후에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근거로 어떤 범위에서 미지급 실시료의 지급의무가 소멸되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무효 이후의 실시료지급의무는 결국 당사자가 실시계약을 해지함으로써 소멸하게 될 것인데, 특허법이나 민법에 그러한 내용의 법정해지권이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이는 계속적 계약관계에 대한 해지권의 일반론적 해석을 통해 인정될 수밖에 없다. 특허권자의 급부가 이행불능에 빠짐으로 인해 실시권자가 법정해지권을 취득한다고 볼 여지도 있지만, 그 이행불능은 채무자인 특허권자의 고의·과실에 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러한 입론(立論)은 실천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생각건대, 실시계약 이후 특허의 무효가 확정되었다면 계약의 전제가 되었던 사정의 변경이 있었고, 실시권자로서는 그와 같은 사정 변경을 예견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그것이 실시권자의 책임도 아니므로 원래의 계약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부당하다. 따라서 이 경우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하여 실시권자에게 해지권을 부여함으로써 장래의 계약관계, 특히 실시료의 지급의무에서 벗어나게 함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 판례 또한 계속적 보증과 같은 계속적 법률관계에 관하여 사정변경에 따른 계약해지권을 인정하고 있다. 한편, 특허 무효가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특허의 유·무효가 다투어지고 있는 과정에서 실시료 지급의무 역시 중요한 문제이다. 특허무효심판이 제기되었다는 것만으로 실시권자에게 지급 거절권이나 연기적 항변권을 인정하면 실시권자가 특허무효심판 청구를 남발하거나 무효심판이나 소송에서 지연책을 씀으로써 부당하게 대가의 지급을 면하거나 유예 받으려 하기 쉽다. 반면, 특허무효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특허권자가 실시료를 아무런 제한 없이 지급받을 수 있다고 하면 특허권자 역시 무효심판이나 소송에서 지연책을 씀으로써 부당하게 실시료 상당의 이득을 도모할 우려가 있고, 무효의 가능성이 높은 특허권에 기하여 제한 없이 실시료를 지급받을 수 있게 하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 따라서 무효심판이 청구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실시료의 지급의무가 소멸하지는 않되, 그 이후 실시권자가 이의를 유보하고 실시료를 지급하였다면 일종의 조건부 변제행위로 보아 나중에 특허무효심결이 확정된 경우,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봄이 합당할 것이다. 3. 정 리 대상판결이 위 1항의 논점에 대한 판시에 그치고, 2항의 논점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은 것은 변론주의나 불고불리(不告不理) 원칙 상 부득이한 면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2항의 각 논점 역시 특허가 무효로 된 경우 실시권의 운명과 관련하여 1항 못지않게 중요한 법률문제라는 점, 향후 그것이 정면으로 상고이유가 된 사건이 등장하기 전까지 대법원의 입장이 미지인 채 방치됨으로 불필요한 혼란과 사회적 비용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대법원이 방론(傍論)으로라도 그에 대한 법적 판단을 설시했다면 바람직했을 것이다.
특허의무효
실시료반환
2016-04-18
지식재산권
반제품 수출의 특허권 간접침해 여부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42110 판결- I. 사실관계 이 사건은 명칭을 '양방향 멀티슬라이드 휴대단말기'로 하는 특허발명의 특허권자인 甲이 휴대전화 단말기를 생산·수출한 乙 주식회사를 상대로 乙 회사의 제품이 甲의 특허권의 보호범위에 속한다고 주장하면서 특허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였던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우선 피고의 행위가 직접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보면, 피고가 생산하여 수출한 N95와 N96의 각 반제품은 명칭을 '양방향 멀티슬라이드 휴대단말기'로 하는 이 사건 특허발명(특허등록번호 생략)의 청구범위 제1항(이하 '이 사건 제1항 발명'이라고 한다) 및 제2항(이하 '이 사건 제2항 발명'이라고 한다)의 구성요소 일부를 갖추고 있지 아니하여 이를 생산하는 행위에 대해서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4. 5. 29. 선고 2013나70790판결) 과 대법원의 대상판결은 모두 이 사건 제1항 및 제2항 발명의 각 특허권에 대한 직접침해로 되지 아니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피고의 간접침해 여부가 문제되었다. 피고가 국내에서 생산하여 수출한 N95와 N96의 각 반제품은 모두 국외에서 완성품으로 생산되었다. 원심은 이 사건 제1항 및 제2항 발명의 각 특허권에 대하여 특허법 제127조 제1호에 정한 간접침해 제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II. 대법원 판결의 요지 반제품의 수출행위가 특허권의 간접침해인지 여부에 대해서 대법원은 '특허가 물건의 발명인 경우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을 하는 행위를 업으로서 하는 경우에는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것으로 본다'는 특허법 제127조 제1호 이른바 간접침해 규정에 관하여 이는 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실시한 것이 아니고 그 전 단계에 있는 행위를 하였더라도 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실시하게 될 개연성이 큰 경우에는 장래의 특허권 침해에 대한 권리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일정한 요건 아래 이를 특허권의 침해로 간주하려는 취지라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동 조항을 해석함에 있어서 여기서 말하는 '생산'이란 발명의 구성요소 일부를 결여한 물건을 사용하여 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새로 만들어내는 모든 행위를 의미하는 개념으로서, 공업적 생산에 한하지 아니하고 가공·조립 등의 행위도 포함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간접침해 제도는 어디까지나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장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그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생산·사용·양도·대여 또는 수입 등의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그 효력이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특허법 제127조 제1호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에서 말하는 '생산'이란 국내에서의 생산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러한 생산이 국외에서 일어나는 경우에는 그 전 단계의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간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피고가 국내에서 생산하여 수출한 N95와 N96의 각 반제품은 모두 국외에서 완성품으로 생산되었으므로 이 사건 제1항 및 제2항 발명의 각 특허권에 대하여 특허법 제127조 제1호에 정한 간접침해 제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원심과 동일한 취지로 판결하였다. 특히 이 사건에서 전용품 생산의 장소적 제한이 국내로 한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해서 대법원은 법리적으로 중요한 설시를 하였다. 간접침해를 구성하는 행위태양으로서의 생산이 이루어지는 장소적인 제한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간접침해 제도는 어디까지나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장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그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생산·사용·양도·대여 또는 수입 등의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효력이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특허법 제127조 제1호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에서 말하는 '생산'이란 국내에서의 생산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이런 법리에 따라서 대법원은 생산이 국외에서 일어나는 경우에는 그 전 단계의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간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았다. III. 평석 1. 특허법 제127조의 간접침해가 매우 협소한 상황임 특허법 제127조 제1호는 이른바 간접침해에 관하여 "특허가 물건의 발명인 경우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을 하는 행위를 업으로서 하는 경우에는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특허법은 일본이나 미국에 비하여 전용물 침해('-에만' 요건)를 요구하고 있어서 간접침해의 인정범위가 좁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태도는 일본의 구법과 같은 태도(소위 'のみ' 요건)이다. 일본에서도 전용물침해만 인정하던 상황에서 간접침해가 판례상 드물게 인정되고 있었다. 우리의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이에 대한 필자의 선행연구로 미국법상 주관적 요건의 의미에 대해서 최승재, '특허간접침해의 성립여부와 주관적 요건의 판단', 정보법학 제15권 제2호, 한국정보법학회, 2011 및 우리 특허법상 전용물침해에 대해서 최승재, '특허간접침해의 판단과 상업적, 경제적 용도의 의미', 특허법원 특허소송실무연구 2014 참조). 최소한 우리 특허법도 일본이 2002년, 2006년 등 법 개정을 통해서 규정한 현행 제101조(침해로 보는 행위) 규정 정도로의 간접침해인정은 필요하다고 본다. 2 판결의 의의 및 입법의 필요성 이 판결은 반제품 수출의 간접침해 여부에 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로서 의미를 가진다. 이 판결에서 문제가 된 쟁점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 모두 문제가 되었던 쟁점으로 미국에서는 입법적으로 해결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간접침해의 해석을 통한 문제 해결을 긍정하지 않음으로써 입법론적인 문제가 되었다.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42110 판결은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그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생산 등의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그 효력이 미치는 것이므로, 특허법 제127조 제1호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에서 말하는 '생산' 역시 국내에서의 생산만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생산이 국외에서 일어나는 경우에는 그 전단계의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간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일본 하급심 판결례와 같은 태도이다. 일본 동경지방재판소는 2007년 2월 27일 선고 판결(判タ 1253?241頁)에서 법문상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되는 물건(1호)에서 말하는 '생산'은 일본국내에서의 생산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본 바 있다. 한편 이 쟁점에 대해서 미국은 특허법 제271조(f)를 개정하여 침해로 의제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였다. 비교법적으로 향후 미국, 일본, 독일 등의 입법상황을 고려하여 특허법 개정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 특허법이 외국의 다른 법률과 달리 특허침해자의 주관적 요건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인 내용으로 특허권의 간접침해를 규정하고 다양한 형태의 특허침해 유형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이 문제는 대법원의 판례를 통해서 법리로 해결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 사건 판결을 한 이상, 우리 법원은 미국 대법원이 특허법 제271조(f) 입법 전의 법문의 해석으로는 해외에서 직접침해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부분만이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를 우리 특허법 제127조에 의한 간접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이제 입법의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향후 특허법 제127조의 개정과 관련된 입법논의가 이 사건 판결과 관련하여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방향의 특허법 개정은 특허권자의 특허권 보호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구체적인 사정과 정황을 토대로 특허침해를 구성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될 것이다. 다만 일본, 미국의 입법례를 참고하되 이러한 국가에서도 많은 논쟁이 있는 특허 침해 혐의자의 주관적 인식의 범위를 법률상으로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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