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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침해소송과 권리범위확인 심판 법리의 혼선
1. 판결의 요지 (1) 대상판결의 사안과 판지 자체는 매우 간단하다. 즉, 원고가 A 상표에 대해 선출원(2014. 9. 5.), 선등록(2014. 12. 18.)을 마친 상태에서 피고가 A와 유사한 상표를 그와 유사한 지정상품에 후출원(2016. 8. 10.) 후등록(2017. 8. 8.) 받아 사용하고 있다면, 피고의 행위는 비록 자신의 등록상표를 사용하는 것이라 해도 원고의 선출원 등록상표에 저촉되고 그 자체로 상표권 침해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2) 대상판결은 나아가 위와 같은 저촉과 침해의 법리가 특허법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됨을 분명히 하면서(보충의견) 그 근거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바, 대상판결의 의의는 정작 이 부분에서 더 두드러져 보인다. 대상판결의 판시 중 특허권 저촉관계의 법률효과 부분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① 특허법 제98조의 해석 특허법 제98조는, '후출원 특허발명이 선출원 특허발명과 이용관계에 있는 경우, 비록 후출원 발명이 특허를 받았다 하더라도 선출원 특허권자의 허락 없는 실시는 침해를 구성한다'고 하고 있으나 선, 후출원 발명이 서로 동일한 저촉관계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다. 위 규정에는 본래 이용과 저촉의 경우 모두 선출원 권리자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었다가 1986년 법 개정 시 이용만 남겨두고 저촉이 삭제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삭제가 저촉관계에서 선출원 권리자의 동의 없는 실시를 정당한 것으로 하려는 반성적 고려에 기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특허법 등에서 선, 후출원 경합 시 선출원에 우선권을 주는 것은 기본적 법리이므로 결국 이용 외에 저촉관계의 경우에도 선출원 권리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해석되며, 동의 없는 실시는 선출원 특허권의 침해가 된다. ② 중용권(특허법 제104조)와의 관계 특허권의 저촉으로 인해 후출원 특허가 무효로 되는 경우, 후출원 특허권자는 특허법 제104조에 의한 통상실시권(중용권)을 가지게 되지만, 위 중용권은 후출원 특허발명의 실시가 침해를 구성함을 전제로 한 항변에 해당하며 그 성립요건이 온전히 주장·증명된 경우에 한해 인정되는 것이므로 중용권의 성립 가능성과 후출원 특허의 침해 인정은 상호 모순되지 않는다. 2. 검토 가. 특허법 제98조의 해석에 관한 기존 논의 저촉관계인 후출원 특허발명의 실시가 선출원 특허발명의 침해를 구성하는지를 두고는 침해설과 비 침해설이 대립하고 있다. 침해설의 주된 논거는, ① 선출원 특허발명을 단지 이용하는 데 불과한 후출원 특허발명이 침해라면 선출원 특허발명과 동일한 후출원 특허발명을 실시함은 당연히 침해로 보아야 한다는 것, ② 선행권리 우선 취급은 지적재산권법 전반에서 기본원리이므로 당연히 특허권의 저촉관계에서는 별도의 무효심판이 없더라도 선출원 권리를 우선시 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반면 비침해설은 ① 특허법 제98조에서 명시적으로 제외된 저촉을 포함시키는 것은 해석의 범위를 넘는다는 것, ② 중용권과의 관계에서, 후출원 특허가 등록무효 되기 전에는 침해를 구성하였다가 등록무효로 된 이후에는 중용권에 기해 침해를 구성하지 않게 되어 논리에 어긋난다는 것, ③ 종래 판례가 등록특허 사이의 적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 청구는 부적법하며 다만 이용발명의 경우에만 예외로 하고 있다는 것 등을 논거로 한다. 나. 대상판결의 입장 및 권리범위확인 심판과의 관계 대상판결은 비 침해설의 논거 중 ①, ②를 침해설의 입장에서 명백히 배척하고 있는 반면(다만, 그 당부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③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후출원 특허발명의 실시가 무효심판 등을 거치지 않고도 선출원 특허발명의 침해가 된다는 대상판결의 판지는 "권리 대 권리 간의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 청구는 상대방의 등록권리를 등록무효절차 없이 사실상 부인하는 것이 되어 부적법하다"는 확고한 판례들(대법원 1986. 3. 25. 선고 84후6 판결 외 다수)과 맞지 않는다. 결국 대상판결은 특허 침해소송과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적용되는 법리가 서로 상충하는 '또 하나의' 국면을 창출한 것이라고 해야 한다. 이런 부조화 상황은 이미 다른 국면에서도 있어 왔다. 침해소송에서는 특허발명의 진보성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는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하여 그 권리범위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한 것이 그 예이다(대법원 2014. 3. 20. 선고 2012후4162 전원합의체 판결).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의견은 그 결론이 선행 판결과 모순됨을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한편, 권리범위 판단과 침해 판단의 차별 취급을 설명하기 위해 양자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입론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대개 현실에서 권리범위확인 심판이 침해소송의 전제로 혹은 그와 병행해서 활용되고, "권리범위에는 속하나 침해는 아니다"라거나 "권리범위에는 속하지 않지만 침해이다"라는 말은 실시권의 존재 등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납득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 방향성과 혼란 상황 이처럼 대법원이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는 특허권의 실체적 효력 유무에 대한 판단을 제한하면서 침해소송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배경에는, 권리범위확인 심판이 장기적으로는 폐지되어야 할 제도로서, 무효심판이나 침해소송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위상이나 영향력을 부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대법원판례해설 제100호, 제108호, 사법지 제57호 등에서 발견되는 해당 판례들에 대한 재판연구관들의 해설 참조). 그러나 동시에 그러한 인식의 실효성이나 일관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판례들도 혼재한다. 그런 예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대법원 2014. 3. 20. 선고 2012후4162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은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진보성 판단을 할 수 없다고 하여 권리범위확인 심판의 역할을 축소하는 듯 보이지만, 오히려 반대의 효과를 초래하기 쉽다. 어떤 발명에 진보성이 없어 무효라고 믿는 이해관계인이라면 어차피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청구하기보다는 궁극적·대세적으로 특허권을 부정할 수 있고 훨씬 높은 협상력을 주는 무효심판 청구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적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진보성 판단을 허용치 않는다면, 특허권자로서는 자유롭게 심판을 청구하더라도 그 절차에서 진보성 부재 판단을 받을 위험이 사라지고, 이는 해당 심판절차를 이용하는 강한 매력요인이 될 것이다. 그 결과 위 판결은 무효심판 절차의 유지·활성화에 기여하는 면보다 적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의 활성화에 봉사하는 면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② 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6후366 판결 등: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피고는 특허권 침해소송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유기술의 항변을 통해 권리범위를 부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는 실질적으로 해당 발명에 진보성 부재로 인한 무효사유가 있다는 항변과 다르지 않은바, 이로써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진보성 판단을 할 수 없다고 한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입지를 다시 스스로 축소한 셈이 되었다. ③ 대법원 2014. 3. 20. 선고 2011후3698 전원합의체 판결: 상표의 사용에 의한 식별력 획득이 쟁점이 된 사안에서, 등록 당시 식별력이 없던 상표이더라도 권리범위확인 심결 시까지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획득하였다면 권리범위를 가진다고 하였다. 그러나 식별력 부재로 무효사유가 명백한 상표를 근거로 권리행사를 하는 경우 상대방이 권리남용의 항변을 할 수 있거니와(대법원 2012. 10. 18. 선고 2010다103000 전원합의체 판결), 어차피 무효로 될 상표임에도 그 식별력 판단 시점을 굳이 심결 시까지로 늦추어 권리범위를 인정함으로써 권리범위확인 심판제도의 독자성을 필요 이상 강조하고 분쟁의 1회적 해결을 도외시 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3. 결론 대상판결은 저촉관계에 관한 특허법 제98조의 해석기준을 제시한 외에, 침해소송과 권리범위확인 심판의 위상 차별화를 암묵적으로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극복해야 할 법리상 난점을 안고 있는 데다가, 상충하는 여러 판례들이 뒤섞여 일관성이 희석되고 실효성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① 대법원이 권리범위확인 심판의 역할 축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면, 이를 명확히 표현하고 침해판단과 구별 취급할 합당한 법리를 제시하는 한편, 그 방향성과 충돌하는 판례들에 대한 정리가 필요할 것이다. ② 만약 그런 것이 아니라면, 침해소송과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모두 자유기술의 항변이 가능하다고 한 예처럼 통일된 법리를 적용해 나가는 한편, 대상판결의 취지와 어긋나는 종전 판례들(등록 특허 사이에 적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은 부적법하다는 것들)도 모두 대상판결의 취지대로 변경하는 편이 합당해 보인다. 조영선 교수(고려대 로스쿨)
특허법
상표권
상표
특허
상표권침해
조영선 교수(고려대 로스쿨)
2022-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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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사건의 사실심 변론 종결 이후 확정된 정정과 재심 사유 여부
Ⅰ. 사실관계 원고는 2015년 12월 24일 피고를 상대로 특허심판원에 '롤방충망의 록킹구조'라는 이름의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해 진보성 부재를 이유로 등록무효심판(2015당5713)을 청구하였다. 특허심판원은 심판청구를 기각하였으나 불복소송에서 특허법원은 2016년 10월 21일 진보성을 부정하면서 심결을 취소하였다. 그러자 피고는 2016년 11월 4일 상고하면서 2016년 11월 28일 문제가 된 청구항에 대해 정정심판 청구를 하였고 특허심판원이 2017년 2월 8일 정정을 받아들이는 심결을 하여 그 무렵 피고에게 송달되었다. Ⅱ. 전원합의체 판결의 요지 ① 특허가 무효라는 특허법원 판결이 상고심에 계속되어 있는 중에 해당 특허에 대해 정정심결이 확정되면 해당 판결에 대해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재심사유(판결의 기초로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때)가 있다고 보아 파기환송 해 온 종전 판례들을 변경한다. ② ⅰ) '판결의 기초로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때'란 판결의 심리·판단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 그 자체가 그 후 다른 행정처분에 의해 확정적·소급적으로 변경된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확정판결에 법률적으로 구속력을 미치거나 또는 그 확정판결에서 사실인정의 증거자료가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확정적·소급적으로 변경된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ⅱ) 심결과의 관계에서 원처분으로 볼 수 있는 특허결정은 심결취소소송에서 '심리·판단해야 할 대상'일 뿐 '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사실심 변론종결 후에 특허발명의 명세서 등에 대해 정정심결이 확정되더라도 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이 변경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 ⅲ) 특허권자가 특허무효심판 절차에서는 정정청구를 통해 그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에서는 정정심판 청구를 통해 특허무효 주장에 대응할 수 있음에도 사실심 변론종결 후 확정된 정정심결에 따라 사실심 법원의 판단을 다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분쟁의 해결을 현저하게 지연시키는 것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그 밖의 논거들에 대한 소개는 생략). ③ 이런 법리는 특허권의 권리범위 확인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과 특허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민사소송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특히 특허권에 기초한 침해금지 또는 손해배상 등을 구하는 소송에서 그 특허가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하여 특허권자의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항변이 있는 경우 특허권자로서는 특허권에 대한 정정심판청구, 정정청구를 통해 그런 무효사유를 해소했거나 해소할 수 있다는 사정을 재항변으로 주장할 수 있다. 특허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민사소송의 종국판결이 확정되거나 그 확정 전에 정정의 재항변을 제출하지 않은 특허권자가 사실심 변론종결 후 정정심결의 확정을 이유로 사실심 법원의 판단을 다투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Ⅲ. 평석 엄밀히 살펴보면 대상판결은 두 가지 유형의 소송에 대해 정정이 미치는 영향을 언급하고 있다. 즉, ⅰ) 특허무효 등 심결취소소송과 ⅱ) 특허침해나 권리범위확인 관련 소송이다. 정정의 확정을 재심사유로 취급하지 않는 논거 역시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 정정의 확정이 '판결의 기초로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과 ⓑ 특허권자 등 당사자가 소송 과정에서 적시에 정정에 관련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미루다가 사실심 변론 종결 후에 비로소 이를 내세우는 것은 민사소송법 제1조(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1. 무효심결 취소소송에 관하여 특허법이 원처분(특허등록)에 대한 다툼을 반드시 심판에 의하도록 하고 다른 형태의 불복을 허용하지 않음을 감안하면 심결에 대한 불복소송은 그 실질상 원처분에 대한 불복으로서 일체·연결성을 가지는 것으로 볼 수도 있으므로 무효심결에 대한 불복소송에서 대상판결의 ⓐ 논리는 그 자체로는 설득력이 있다. 정정제도가 특허권자에 의해 무효분쟁에서 절차 지연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한다는 면에서 ⓑ 역시 타당한 법리 설시라 할 것이다. 대상 판결에 따르면 사실심 변론 종결 후 이루어진 정정에 재심사유를 인정하지 않고 종전 청구항을 기준으로 상고심을 진행함에 따라 해당 특허의 무효가 확정되면 정정에도 불구하고 해당 특허는 무효로 소멸하고(이기택 대법관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상고심이 원심의 결론과 달리 정정 전 특허가 유효라고 하여 원심을 파기하면 환송심은 정정 후의 특허를 기준으로 유·무효를 다시 판단하게 될 것이다. 2. 침해소송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이러한 법리는 특허권의 권리범위 확인심판에 대한 심결취소 소송과 특허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민사소송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하여 ⓐ, ⓑ 법리를 모두 특허침해소송 등의 사실심 변론 종결 후 정정이 확정된 때에도 적용하고 있으나 이는 문제이다. ⓐ의 경우 해당 특허 자체의 유·무효가 문제 되는 무효소송과 달리 침해소송의 소송물을 생각하면 해당 특허의 유·무효와 그 내용은 '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일 뿐 '심리·판단해야 할 대상'이 아님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침해소송 등에서는 대상판결의 법리 중 ⓑ만이 유효한 근거로 남는다고 해야 한다. 특허권자는 침해소송 과정에서 해당 특허의 무효가 예상되는 경우 이를 피하기 위해 정정심판청구(혹은 정정청구)를 할 수 있다. 또한 침해소송의 피고가 해당 특허에 무효사유가 명백함을 이유로 권리남용의 항변을 하는 경우 그에 대한 재항변 사유로서 '장차 정정을 통해 무효사유가 치유될 것이 명백하다'는 점을 내세울 수도 있다(이른바 '정정의 재항변'). 문제는 특허권자가 침해소송의 사실심 변론 종결 전까지 정정절차를 밟거나 정정의 재항변을 하지 않았다가 침해소송에서 패소한 이후 정정을 이유로 상고심에서 재심사유를 주장하는 것을 허용할지 여부이다. 대상판결은 '정정의 재항변' 개념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면서 ⓑ를 논거로 이를 불허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침해소송 판결이 확정된 이후 재심사나 정정을 통해 특허의 유·무효나 권리범위가 바뀌더라도 확정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특허침해 소송 판결이 확정된 후에는 해당 특허를 무효로 하거나 정정하는 심결이 확정되더라도 이를 침해소송의 재심사유로 주장할 수 없다(일본 특허법 제104조의4). 우리나라에서도 특허권자가 침해소송 과정에서 피고의 무효 주장에 대응하여 정정심판을 청구하거나 정정의 재항변을 하지 않은 채 청구항의 유지를 시도하다가 결국 무효 사유가 인정되어 청구기각을 당하자 비로소 정정심판을 청구하여 권리범위를 확보한 뒤 재심으로 판결 번복을 시도하는 것 등을 막을 필요가 있으므로 이 한도에서 대상판결의 취지는 적절해 보인다. 3. 문제점 무효심결 취소소송에 대해 앞서 본대로 대상판결의 ⓐ, ⓑ가 모두 법리상 근거는 있다고 하더라도 ⓐ 논거는 여전히 실천적 문제를 남긴다. 즉 사실심 변론 종결 이후 이루어진 정정은 일도양단적으로 배척되고 정정 전 청구항만을 근거로 원심의 당부를 판단하는 결과 상고심에서 정정 전 청구항이 무효로 확정되면 무효를 극복하기 위해 수행된 정정은 의미가 없어지고(정정과 무관하게 해당 번호의 특허는 무효로 된다고 하므로) 반대로 정정 전 특허가 유효하였다고 판단되면 오히려 정정을 통해 축소된 권리만 존속하게 되는 일도 예상된다. 권리자가 사실심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뒤늦은 정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개별적 사정이 있더라도 일절 고려되지 않는 점 또한 문제이다. 이는 모두 상고심이 사실심 변론 종결 후의 정정에 대해 일괄적으로 재심사유를 인정하지 않고 정정 전 청구항을 기초로 판단하는 데서 비롯된다. 반면 사실심 변론 종결 후에 이루어진 정정에 관해 ⓑ의 시각을 기본으로 그 수용 여부를 판단한다면 이런 문제점은 적절히 해결될 수 있다. 예컨대 상고심 계속 중인 특허에 대해 정정이 확정되더라도 '당사자가 상소로 그 사유를 주장하였거나 이를 알고도 주장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렇지 아니하다'는 재심의 보충성 규정(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단서) 취지를 유추하거나 소송상 신의칙을 적용하여 재심사유 존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대법원은 특허권자가 취한 절차상 태도 등을 신의칙에 입각해 파악한 뒤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재심사유를 인정하여 원심을 파기환송함으로써 정정 후 청구항에 따라 판단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으면 재심사유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정정 전 청구항을 근거로 스스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결국 사실심 변론 종결 이후의 정정을 종전 판례처럼 일률적으로 재심사유로 보거나, 대상 판결처럼 일률적으로 재심사유가 아닌 것으로 보는 대신 상고심이 이를 '개별화·상대화' 하는 셈이다. 한편 침해소송에서는 본디 대상판결의 ⓐ 논거는 적용될 여지가 없고 ⓑ 논거만이 유효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요컨대 사실심 변론 종결 후 이루어진 정정의 재심사유 여부 판단 시 '특허권자 등 당사자가 소송 과정에서 적시에 정정에 관련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미루다가 사실심 변론 종결 후에 비로소 이를 내세우는 것은 민사소송법 제1조(소송상 신의칙)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논거(ⓑ)는 합당하지만 "정정의 확정이 '판결의 기초로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거(ⓐ)는 법리적·실천적으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 조영선 교수(고려대 로스쿨)
특허발명
특허심판원
특허
조영선 교수(고려대 로스쿨)
2020-10-08
지식재산권
형사일반
상표권 계약위반과 권리소진
1. 서론 상표권 계약위반의 경우 권리소진의 원칙이 적용되는가? 용어부터 생소한 권리소진(權利消盡)의 원칙(the rule of exhaustion) 또는 최초판매이론(the first sale doctrin)이란 특허권이나 상표권 또는 저작권의 행사로 인해 제작된 물품이 시장에 유통되는 경우 해당 권리자가 이에 대하여 재차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론상 상품이 유통되는 모든 단계에서 상표권자의 허락이 필요하지만 상표권자가 상품을 판매한 경우 상표권은 완전히 행사된 것으로 소진되고 이후 상표권자는 그 상품이 추가적으로 유통되는 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법원 및 학계는 권리소진의 원칙을 받아들여 지식재산권과 소유권 사이의 조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런데 통상사용권자가 상표권자와의 계약에 위반하여 상품을 판매한 경우에도 권리소진의 원칙이 적용되는지는 일률적으로 답하기 어려운 문제로서 국내에서는 아직 논의가 충분하지 않고 대법원 판례도 없었다. 국제적으로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2008년 Quanta 판결 및 2017년 Lexmark 판결, 그리고 유럽사법재판소(CJEU)의 2009년 Dior v. Copad 판결 등에서 활발한 논의가 있는데 위 각 사안은 특정한 계약위반의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도14446 판결은 계약위반과 상표권의 소진에 관한 일반적인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상세한 논증은 졸고, '상표권 계약위반과 권리소진{사법 제52호(2020. 7.)}'를 참조하시길 바란다. 2. 사안의 개요 'Metrocity' 브랜드 상표권자는 통상사용권자와 상표권사용계약을 체결하며 인터넷쇼핑몰에서의 판매를 제한하였다. 이후 통상사용권자가 계약조건을 위반하여 인터넷쇼핑몰울 운영하는 피고인에게 시계를 공급하고 피고인이 인터넷으로 판매하였는데 검찰은 피고인이 상표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인터넷으로 상품을 판매한 것은 상표권 침해죄에 해당한다고 기소하였다. 피고인은 상표권 소진 주장 및 침해 고의가 없다는 주장을 했으나 1심과 2심 모두 유죄를 인정하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하며 '계약상 부수적인 조건을 위반하여 상품이 유통된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권리소진의 원칙이 배제된다고 볼 수 없고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 상표의 주된 기능인 상표의 상품출처표시 및 품질보증 기능의 훼손 여부, 상표권자가 상품 판매로 보상을 받았음에도 추가적인 유통을 금지할 이익과 상품을 구입한 수요자 보호의 필요성 등을 종합하여 상표권의 소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하였고 피고인의 고의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3. 대상판결의 검토 가. 학설 국내 상표법 분야에서는 '계약의 본질적 내용을 기준으로 권리소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된바 있으나 본격적인 논의는 찾기 어렵다. 특허법 분야에서는 계약위반은 채무불이행 문제일 뿐이라는 견해와 특허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고 저작권법 분야에서는 이용방법과 조건을 구분하는 견해, 저작권의 본래적 내용 여부를 구분하는 견해 등 다양한 의견이 국내 및 일본에서 제시되고 있다. 나. 국내의 판결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3445 판결은 상표의 권리소진과 그 적용 범위를 명시한 최초의 판결이고 이후 병행수입에 관한 일련의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6. 10. 13. 2006다40423 판결 등)이 있었으나 계약위반과 상표권의 소진에 관한 판례는 없었다. 하급심에서는 특허법원 2018. 10. 10. 선고 2018나1343 손해배상 사건 등에서 계약위반과 상표권의 소진이 문제되었으나 대법원의 법리 설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 외국의 판결 먼저 미국에서는 19세기 후반부터 특허품의 자유로운 유통을 허용하기 위해 최초판매의 원칙이 생성되어 왔는데 종래 미국의 판례는 특허권자가 적법한 제한을 가하여 특허품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특허권이 소진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해 왔으나 연방대법원의 2008년의 Quanta 판결, 2017년 Lexmark 판결을 통해 권리소진을 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된다. 2008년 연방대법원의 Quanta v. LG 판결은 일부 계약조건에 위반된 경우에도 권리소진을 인정했으나 이는 허락된 판매(Authorized Sale)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안으로 계약위반과 권리소진을 직접 다룬 것은 아니었다. 이후 2017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Lexmark 판결에서 "특허권자가 특허품을 판매하기로 결정하면 특허권자가 부과하는 어떠한 제한에도 불구하고 해당 특허권은 소진된다"고 판단하여 권리소진의 적용범위를 넓혔으나 Lexmark case는 '특허권자에 의해' 최종소비자에게 판매가 적법하게 이루어졌고 다만 판매 후의 반환조건(post sale restriction, PSR)만이 추가된 것이므로 통상사용권자에 의해 판매된 우리 대상판결의 사안과는 차이가 있다. 2009년 유럽사법재판소(CJEU)의 Copad v. Dior 판결은 소위 '선택적 판매망(selective distribution)'에 관한 것으로 대상판결 사안과 유사하다. 선택적 판매망 시스템이란 특정한 양적·질적 조건을 충족하는 허가받은 판매업자에게만 물품을 공급하고 해당 판매업자는 소비자 또는 (위 네트워크 내의) 허가받은 재판매업자에게만 물품을 공급하기로 하는 약정을 말하는데 CJEU는 위 사건에서 고급 브랜드(luxury brand)의 선택적 공급 약정(할인매장에서의 판매 금지) 위반은 채무불이행(breach of contract) 뿐만 아니라 상표권 침해(infringement)에도 해당하고 제3자에 대해서도 침해금지를 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단지 라이선스 계약 위반 때문이 아니고 사치품에 있어서 할인매장 판매는 상표의 명성을 손상시키는 것으로서 유럽상표지침 7(2)에 규정된 권리소진의 예외조항 중 품질손상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 다만 사치품이 아닌 일반 제품에까지 위 법리가 적용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특허와 관련된 2003년 5월 27일 오사카 고등재판소 판결이 계약 위반과 관련된 쟁점을 다루며 '특허권자는 라이선스 계약에서 라이선스 범위를 한정할 수 있으나 특허발명의 실시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부수적 조건의 위반은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며 특허침해가 아니다'고 한 바 있다. 라. 종합적인 검토 먼저 계약 조건에 위반하여 통상사용권자가 물품을 유통한 경우 항상 권리소진의 원칙이 배제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계약 위반행위에 대해 지식재산권 침해를 인정하는 범위는 제한하여 해석해야 한다. 모든 계약위반의 경우 권리소진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당사자들의 합의로 지식재산권 침해가 성립하는 범위를 형성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이는 계약위반으로 규율할 수 있는 문제이며 거래의 안전을 보호할 필요도 있다. 계약을 위반하여 상품이 유통되었다고 해도 이는 진정상품에 해당하여 사실상 상품출처의 혼동이나 품질에 대한 오인의 우려가 없으며 앞서 본 미국 및 유럽의 판결 역시 계약조건 위반만으로 바로 권리침해를 인정하지 않고 권리소진 원칙의 이론적 배경, 해당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충돌하는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려는 태도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는 상표사용계약에 있어서 지정상품, 존속기간, 지역 등 통상사용권의 범위는 통상사용권계약에 따라 부여되는 것이므로 이를 넘는 통상사용권자의 상표 사용행위는 상표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으나 통상사용권자가 계약상 부수적인 조건을 위반하여 상품을 양도한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상표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양도행위로서 권리소진의 원칙이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 판단기준으로는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 상표의 주된 기능인 상표의 상품출처표시 및 품질보증 기능의 훼손 여부, 상표권자가 상품 판매로 보상을 받았음에도 추가적인 유통을 금지할 이익과 상품을 구입한 수요자 보호의 필요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권리소진이 인정되었다. 4. 결론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도14446 판결은 계약위반과 권리소진의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국제적인 논의에서도 한걸음 더 나아간 것에 그 의의가 있다. 상표법은 상표를 보호함으로써 상표 사용자의 업무상 신용 유지를 도모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하고 수요자의 이익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상표법 제1조) 권리소진 원칙의 적용에 있어서도 충돌하는 이익 사이의 균형 있는 조화가 필요하다. 다만 구체적인 사안별로 계약위반과 권리소진의 원칙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울 것이나 위 판결을 계기로 향후 더 발전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김민상 부장판사 (창원지법·前 대법원 재판연구관)
상표법
상표권침해
통상사용권자
김민상 부장판사 (창원지법·前 대법원 재판연구관)
2020-09-10
인터넷
지식재산권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방조책임 성립요건
[사실관계] 피고는 대형 포털사이트 운영자이다. 원고는, 피고의 회원이 원고의 저작물인 동영상을 피고 사이트 카페에 무단으로 업로드하여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조치해 달라는 요구서를 보내면서, 해당 카페 주소들을 기재하고, 키워드 검색결과 화면 및 해당 동영상 중 1개의 화면을 캡처한 사진을 첨부하였다. 피고는 원고 제공 자료로 특정 가능한 동영상은 삭제하였으나, 카페 주소만으로는 침해 게시물 특정이 불가능하므로 URL 등 게시물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답변하였다. 이러한 요청과 답변이 수차례 오간 후 원고는 부작위 방조로 인한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주장하며 피고에게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법원의 판단] 1심은 피고의 책임을 부정하였으나, 항소심은 부작위에 의한 방조책임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방조책임을 부정하며 파기환송하였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에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이 게시되었고 그 검색 기능을 통하여 인터넷 이용자들이 위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저작권 침해 게시물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 (중략) 갑이 을 회사에 회원들의 저작권 침해행위를 알리고 이에 대한 조치를 촉구하는 요청서를 보냈으나 그 요청서에 동영상을 찾기 위한 검색어와 동영상이 업로드된 위 사이트 내 카페의 대표주소만을 기재하였을 뿐 동영상이 게시된 인터넷 주소(URL)나 게시물의 제목 등을 구체적·개별적으로 특정하지는 않은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갑이 을 회사에 동영상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에 대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삭제와 차단 요구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달리 을 회사가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으며, 을 회사는 갑이 제공한 검색어 등으로 검색되는 게시물이 갑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인지 명확히 알기 어려웠고, 그와 같은 저작권 침해 게시물에 대하여 기술적·경제적으로 관리·통제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을 회사가 위 동영상에 관한 갑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을 삭제하고 을 회사의 사이트에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이 게시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후략)." [평석] 1. 문제의 제기 인터넷을 통한 권리 침해 사안에서 직접 침해자 외에 매개자인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도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그 책임 근거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방조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으로 이론구성된다. 즉, 서비스의 내용, 구체적인 행위 태양 등에서 온라인서비스제공자를 직접 침해자로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작위 방조에 의한 공동불법행위를 근거로 책임이 인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일반적 사전적 감시의무는 인정되지 않으며, 피해자로부터 구체적 개별적 침해 사실 통보가 있고 기술적 경제적으로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 능력이 인정되는 경우, 다시 말해 '인식가능성'과 '통제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한해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인터넷에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새로운 게시물이 등록되고 대량의 정보가 수시로 오고가기 때문에, 어느 범위에서 인식가능성과 통제가능성을 인정할지에 따라 실제 책임 범위나 의무 부담 수준이 크게 달라진다. 온라인서비스제공자 책임 요건에 관하여 대법원에서 여러 차례 판단되었지만, 구체적 요건에 대해서는 불명확한 부분이 남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2. 온라인서비스제공자 책임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 종래부터 대법원은 '피해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의 삭제 및 차단 요구를 받은 경우는 물론, 피해자로부터 직접적인 요구를 받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그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거나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나며, 또한 기술적, 경제적으로 그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가 가능한 경우'에는 책임이 인정된다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4343 판결 등). 그러나 구체적인 사안에서 어떠한 경우 책임이 인정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특히 '피해자가 URL로 적시한 당해 특정 게시물'에 한하여 책임이 인정되는지 아니면 'URL로 특정하지 않았지만 피해자가 제공한 키워드 검색 등을 통해 사실상 발견할 수 있는 게시물'에까지 책임 범위가 확장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판례 중에서도, 예를 들어 명예훼손에 관한 대법원 2009. 4. 16. 선고 2008다53812 판결에서는 이를 긍정한 반면, 상표권에 관한 대법원 2012. 12. 4.자 2010마817 결정에서는 이를 부정하여 결과적으로 상반되는 판단을 내리기도 하였다. 2010년 중반 이후로 저작권법 등에 규정된 통지 및 차단조치(notice and takedown) 절차가 실무상 빈번히 이용되고 있다. 위 규정에 근거해 권리주장자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URL 등으로 특정된 게시물의 복제·전송 중단을 요구할 수 있고,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당해 게시물에 대하여 즉시 차단조치를 취한다. 피해자가 URL 등으로 특정한 게시물 삭제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키워드 검색 등으로 도출되는 수많은 침해물을 직접 찾아내서 걸러내도록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절차가 해결 방안으로 사실상 정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대상판결 사안에서 피해자인 원고는 URL 등으로 게시물을 특정하지 않고, 피고에게 직접 키워드 검색 등을 통해 침해물을 찾아내도록 요구하였다. 항소심 판시에 의하면 키워드 검색시 100건 이하 비교적 소량의 게시물이 검색되었던 것으로 파악되며, 항소심은 URL 제공 없이도 피고 스스로 침해 게시물을 발견·조치할 수 있다고 하며 그 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가 URL 등으로 구체적 개별적으로 특정하지 않은 게시물에 대해서는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키워드 검색 등을 통해서 도출되는 게시물 중 어느 게시물이 명백히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 게시물인지 곧바로 알 수 없고, 일반적인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규모, 권리침해 신고 건수, 업로드되는 동영상의 수, 동영상의 재생시간 등에 비추어 볼 때 일일이 검색을 통해 게시물을 찾아내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하는 것은 경제적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이다. 즉, 대상판결은, 'URL 등으로 직접 특정하지는 않았으나 피해자가 제공한 키워드 검색을 통해 사실상 발견할 수 있는 게시물'에 대하여 인식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을 모두 부정하며,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 범위에서 제외한 것이다. 대상판결은 종래 판례에서 모호하게 언급하였던 기준을 명확히 정리하였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을 엄격히 제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3. 시사점 및 향후 전망 대상판결은 URL 등으로 침해물을 특정할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고, 피해자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어떠한 가치판단이나 확인절차 없이 침해물을 확정·차단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를 제공하여야만 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만약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키워드 검색을 통해 불법 게시물을 확인·판단한다면, 이는 일종의 검열이 될 위험이 있다. 또한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이상 불법성을 정확히 판별하기 어려우므로, 가능한 판단의 여지를 두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많은 정보가 오가는 인터넷 특성상 키워드 검색 및 검색 결과에 대한 확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가하는 것으로, 극단적으로는 서비스 존속 자체에까지 위협이 될 수 있다. 대량의 침해물 유통이 전제되는 웹하드나 P2P 등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아닌, 포털 사이트 등 일반적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나 정보유통의 자율성을 넓게 존중할 필요가 있으며, 피해자 입장에서도 URL 주소 등만을 특정한다면 언제든지 게시물 삭제 등 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므로, 대상판결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인격모독 게시물이나 불법촬영 음란물 등으로 그 불법성이 심각·명백하고, 게시물 확산이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어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적극적 조력 없이는 피해자 보호가 사실상 불가능한 정도에 이르는 등 극단적인 경우에는, URL 등 특정 없이도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책임을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상판결에서는 일반적인 경우를 상정하여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 성립요건을 엄격히 보았으나, 위와 같은 극단적인 경우에까지도 대상판결의 책임 기준이 그대로 적용될지 의문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그 기준을 다소 완화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타당할 것이다. 한편 대상판결은 저작권에 관한 사안으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이 주로 문제되는 상표권이나 인격권 등 다른 법익 영역 분쟁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신지혜 교수 (전북대 로스쿨)
저작권침해
인터넷
온라인서비스제공자
신지혜 교수 (전북대 로스쿨)
2019-11-18
지식재산권
실시권자의 의뢰로 방법발명의 전용품을 제작·납품한 행위의 특허권 간접침해 성립여부
1. 사실관계 마찰이동 용접방법에 관한 발명(이하 ‘본건 방법발명’)의 특허권자인 원고는 소외 A회사와 본건 방법발명에 관해 통상실시권 계약을 체결했고, 해당 계약에는 본건 방법발명의 실시장소를 제한하고 타인에게 재실시허락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피고는 A회사로부터 본건 방법발명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마찰교반용접기(이하 ‘본건 전용품’)의 제작을 의뢰받고 20여대를 제작해 A회사에 납품했고, 그 과정에서 본건 전용품을 검수·시연할 목적으로 본건 방법발명을 사용했다. 원고는 전자의 행위에 대해서는 간접침해를, 후자에 대해서는 직접침해를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 심급별 판단 가. 1심과 항소심의 판단 1심은 원고의 간접침해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 중 일부를 인용하였고, 직접침해 청구 부분은 입증 부족을 이유로 기각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6. 16. 선고 2015가합578109 판결). 간접침해와 관련하여 피고는 자신의 행위가 통상실시권자인 A회사의 기관으로서의 행위이며, 직접침해가 되지 않는 경우 그와 관련된 간접침해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등의 주장을 하였으나, 1심은 실시권 계약상의 실시장소 제한, 재실시허락 금지 등의 내용을 근거로 A회사가 피고로 하여금 본건 전용품을 생산하도록 하는 것은 당해 실시권 계약에 의해 A회사에 허락된 내용을 넘어서는 것이라는 이유로 위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그러나 항소심(원심)은 피고의 간접침해 책임을 인정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특허법원 2017. 11. 16. 선고 2016나1455 판결). 원심은 원고의 간접침해 주장에 대해, 방법발명에 관한 통상실시권자가 ‘스스로’ 방법발명의 실시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하여 그 방법방법을 실시하는 경우를 간접침해로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통상실시권자가 ‘제3자를 통해’ 전용품을 공급받아 방법발명을 실시하는 경우에도 간접침해 책임이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만약 이러한 경우에 간접침해 책임을 인정한다면 특허권의 부당한 확장이 초래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원심은 원고가 직접침해를 주장한 검수·시연행위에 대해서도, 본건 전용품의 제작·납품행위가 간접침해로 인정되지 않는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제작·납품행위에 불가분적으로 수반되는 검수·시연행위도 별도의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나. 대상 판결(대법원 2019. 2. 28. 선고 2017다290095 판결) 대법원은 피고의 간접침해 책임과 직접침해 책임을 모두 부정한 원심의 판단을 받아들여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먼저 간접침해 부분에 관해, 대법원은 간접침해 제도가 어디까지나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장되지 않는 범위에서 그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뒤, (i) 방법발명의 실시권자의 의뢰로 전용품을 생산·양도하는 등의 행위를 간접침해로 인정하면 실시권에 부당한 제약을 가하는 동시에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장되는 결과를 초래하며, (ii) 특허권자는 실시권을 설정할 때 제3자로부터 전용품을 공급받아 방법발명을 실시할 것까지 예상해 실시료를 책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당해 특허권의 가치에 상응하는 이윤을 회수할 수 있으므로 실시권자가 제3자로부터 전용품을 공급받는다고 하여 특허권자의 독점적 이익이 새롭게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2가지 이유를 들어, 실시권자의 의뢰로 전용품을 제작·납품한 제3자의 행위는 간접침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검수·시연행위에 의한 직접침해 주장에 대해서는 원심과 대동소이한 이유를 들어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다. 3. 대상 판결의 검토 가. 간접침해 법리 : 학설 및 판례 특허권의 침해는 권원 없는 자가 특허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포함해 실시하는 행위에 의해 성립하며, 이러한 원칙적인 침해의 모습을 '직접침해'라고 한다. 그러나 특허법 제127조는 물건발명의 경우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하는 등의 행위, 방법발명의 경우 그 방법의 실시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하는 등의 행위를 침해로 간주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강학상 이를 '간접침해'라고 한다. 특허법이 간접침해 규정을 마련한 취지는 침해행위 전 단계의 행위를 하였더라도 직접침해에 이르게 될 개연성이 큰 경우에 특허권을 부당하게 확장하지 않는 범위에서 장래의 침해에 대한 권리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7후3356 판결 등 참조). 즉 간접침해는 직접침해에 이르기 전 단계에서 직접침해로 인한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인정되는 것인바, 이러한 간접침해 제도의 의의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두 가지 견해가 대립해 왔다. 간접침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가 되는 직접침해의 존재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종속설과, 직접침해가 없더라도 간접침해가 독자적으로 성립할 수 있다는 독립설의 대립이 바로 그것이다. 종래 대법원은 소모품인 프린터 카트리지가 특허발명의 일부 구성요소에 불과하고 완성품인 레이저 프린터의 사용에 제공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소정 요건을 만족하는 경우 그것이 직접침해 물건인 레이저 프린터의 ‘생산에만’ 사용되는 물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는데(대법원 1996. 11. 27.자 96마365 결정), 이를 독립설에 입각한 판례로 보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특허발명을 구현한 휴대단말기의 반제품은 국내에서 생산되어 수출됐지만 완성품인 휴대단말기의 조립은 국외에서 이루어진 사안에서 그 반제품 생산이 간접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고(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42110 판결), 이 판결을 종속설적 입장으로 평가하는 견해가 있다(이와 달리 단순한 속지주의의 귀결로 평가하는 견해도 있다). 결국 대법원이 종속설과 독립설 중 어느 입장을 취하였는지는 명백하지 않다. 나.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에서 대법원은, 간접침해의 성립여부는 특허법 제127조의 형식적 요건에 더해 간접침해 제도의 목적을 실질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함을 분명히 하면서, 간접침해 제도가 가진 권리 구제의 실효성이라는 목적에는 특허권의 범위가 부당하게 확장되지 않아야 한다는 내재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기존 판례의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나아가 대상 판결은 직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는 실시권자의 행위를 전제로 하는 사안에서 간접침해를 부정하였다는 점에서 독립설로는 설명되지 않는 측면이 있고, 이는 2015년에 선고된 2014다42110 판결에 이어 대법원이 독립설의 기초를 이루는 도그마틱한 접근을 지지하지 않음을 다시금 분명히 한 것이라고 풀이될 수 있다. 직접침해 해당행위 내지 그 가능성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 관해서는 아직 대법원이 명시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으므로 대법원이 종속설을 정면으로 채택하였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특히 특허권 침해의 다른 요건인 '업으로서'의 실시로 볼 수 없는 직접침해 해당행위가 전제된 경우에 대해서는 관련 사안에서 간접침해를 긍정하여 독립설적 입장으로 평가되는 대법원 2014다42110 판결이 폐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단정적으로 판단하기가 더욱 곤란하다. 대법원이 대상 판결로써 종속설과 독립설 중 어느 한 입장을 취한 것이라기보다는, 간접침해라는 예외적 규정의 적용이 문언적·형식적 해석이 아닌 목적적·실질적 해석에 의하여야 한다는 원칙적 견해를 종속설과 독립설의 대립 국면으로 여겨져왔던 사안을 배경으로 재확인하였을 뿐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대상 판결이 향후 간접침해 법리 해석의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한 판결로서의 의의를 가진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4. 결론 및 향후 과제 대상 판결은 향후 많은 간접침해 사안에서 적용될 법원의 판단규준을 정립하였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대상 판결은 간접침해와 직접침해의 행위태양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방법발명의 사안을 다루고 있어, (1) 동일한 법리가 물건발명의 간접침해에 관한 특허법 제127조 제1호에도 적용될 것인지, (2) 만약 그러하다면 실시권자가 제3자에게 반제품을 위탁하여 생산하는 경우 영미법상의 위탁생산권(have-made right)을 우회적으로 실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특허법의 관점에서 어떻게 볼 것인지 등의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또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고의 주장 중 자신의 행위가 실시권자의 ‘기관’으로서의 행위이므로 자기실시라는 주장을 직접 판단하지 않았는데, 대상 판결이 이 주장에 대한 판단을 통해 실시권자와의 관계에서는 물론 공유특허권자 중 1인의 위탁생산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자기실시의 인정 기준을 제시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 밖에도 대상 판결은 간접침해에 불가분적으로 수반되는 직접침해 해당행위의 침해 책임을 부정하면서 그 근거를 명확하게 설시하지 않았는데, 그러한 판단의 당부와 법이론적 근거도 향후 학리적으로 규명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류시원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특허권
간접침해
류시원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2019-04-29
지식재산권
상품형태 모방행위에 대한 소프트리 판결의 의미
-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240454판결- 1. 사실관계 이 사건에서 상품형태 모방행위가 문제 된 것은 벌꿀 아이스크림의 형태이다(법률신문 2015. 10. 1. 자 기사 및 이미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둘의 형상은 유사하다. '소프트리(SOFTLEE)'는 강남구 신사동 등에서 2013년 6월부터 벌집 모양의 꿀이 들어간 아이스크림 등의 디저트를 판매하는 매장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엠코스타가 이듬해부터 '밀크카우(MILKCOW)' 상호로 유사한 방식의 아이스크림을 판매하자 독창적인 상품을 판매할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2015년 4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법원의 판단 (1) 하급심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우유의 풍미를 강조하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벌집 그대로의 상태인 벌집채꿀과 함께 제공하는 것은 기존에 없던 상품이고, 이런 아이스크림 형상의 인테리어와 제품 진열 방식 등에서 보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경법’) (차)목의 성과모용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11. 27. 선고 2014가합524716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 사건의 경우가 상당한 노력 및 투자에 의하여 구축된 성과물을 모용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와 같은 상품형태의 모방행위에 대해서 부경법 (차)목을 적용하는 선례를 제시하였다. 반면 서울고등법원은 소프트리와 밀크카우의 상품 유사성이 인정되지만,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부경법 (차)목 주장을 배척하였다. 부경법 (자)목 부분에 대해서도 서울고등법원은 매장 직원이 주문을 받아 즉석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특성상 아이스크림의 높이·모양, 벌집채꿀의 크기·모양·위치 등이 개별 제품별로 차이가 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벌집채꿀 모양이 불규칙적인 형태로 판매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상품 형태를 항상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부경법 (자)목의 성립도 인정하지 않았다(서울고등법원 2015. 9. 10. 선고 2015나2052436판결). 서울고등법원의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패소판결을 하자 원고는 상고하였다. 다만 상고이유에는 결국 부경법 (차)목은 포함되지 않고 (자)목의 성립여부만이 문제되었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여 원심을 확정하였다. 대법원은 부경법 (자)목에 의한 상품형태의 모방행위의 대상으로서의 상품형태는 일반적으로 상품 자체의 형상·모양·색채·광택 또는 이들이 결합한 전체적 외관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부경법 (자)목에 의한 보호대상인 상품의 형태를 갖추었다고 하려면 수요자가 그 상품의 외관 자체로 특정 상품임을 인식할 수 있는 형태적 특이성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정형화된 것이어야 한다고 보았다. 즉 사회통념으로 볼 때 그 상품들 사이에 일관된 정형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관된 정형성이 없다면 비록 상품 형태를 구성하는 아이디어나 착상 또는 특징적 모양이나 기능 등의 동일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상품형태를 모방한 부정경쟁행위의 보호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사건 아이스크림은 직육면체라고 보기 어려운 불규칙적인 형태인 입체형상인데다 벌집제품이 소프트 아이스크림에 놓이는 위치도 다양하여 일정한 형태로 정형화된 형태로 판매되고 있는 것도 아니며 원고가 벌집채꿀의 크기나 모양을 균일하게 하기 위하여 별도의 조치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품형태 모방행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3. 평석 (1) 부경법 제2조 제1호 (자)목의 입법경과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판단의 대상이 된 부경법 제2조 제1호 (자)목은 2004년 입법되었다. 이는 일종의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보호를 위한 규율이라고 할 수 있다. 타인이 제작한 상품의 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제조·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부경법 (자)목은 보호기간을 상품의 형태가 갖추어진 날부터 3년이라는 단기간으로 하고, 타인이 제작한 상품과 동종의 상품이 통상 가지는 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제조·판매하는 행위는 예외로 함으로써, 부정경쟁행위의 의지는 꺾되 자유경쟁이라는 대원칙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정책적인 배려를 하고 있다. 이로써 주지성 및 오인혼동 요건을 주장 입증하지 못하여도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의 신설로 디자인 보호에 대한 전체 법체계의 원칙이 변경되었다는 평가도 있다(한국지식재산연구원, '형태모방(Dead Copy)으로부터 미등록디자인의 보호강화방안 연구' 특허청(2008. 7), 21면). (2) 부경법 제2조 제1호 (자)목 침해의 판단요건 부경법 제2조 제1호 (자)목은 선행자가 자금, 노력을 투하하고 상품화하여 시장에 제공한 성과를, 모방자가 아무런 자금, 노력을 들이지 않은 채 모방하여 불공정한 이익을 얻는 것을 금지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으므로, 상품의 형태는 특허법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고도성은 물론, 진보성, 신규성을 갖추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창작성이 요구되지도 않는다. 상품 형태의 모방 그 자체를 보호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디자인보호법이나 저작권법 등에서 보호하기 어려운 상품의 형태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크다. 실무상 부경법 (자)목 신설 이후 디자인권 침해 주장과 부경법 제2조 제1호 (자)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주위적·예비적 청구원인으로, 또는 선택적 청구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최승재, '상품형태모방행위에 대한 독일 고등법원의 판결-OLG Koln, Urteil vom 14. 11. 2014-' 지식재산정책 vol 28 2016. 9. 139면). 대법원은 형태에 변경이 있는 경우 실질적으로 동일한 형태의 상품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변경의 내용·정도, 그 착상의 난이도, 변경에 의한 형태적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08. 10. 17. 자 2006마342 결정). (3) 부경법 제2조 제1호 (자)목의 보호대상으로서의 형태의 일관된 정형성 서울고등법원은 부경법 (자)목 주장을 배척하면서 소프트리 제품 이전에도 젤라토형 아이스크림 위에 토핑으로 벌집채꿀을 올린 제품이 판매되는 등 이 역시 기존에 아이스크림 업계에서 사용해오던 방식에 불과해 별다른 특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소프트리의 주장대로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벌집채꿀을 조합하는 방식이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토핑으로서의 벌집채꿀을 조합하는 결합방식이나 판매방식에 관한 아이디어에 불과하므로 여러 부분이 조합돼 이뤄진 상품의 경우, 이를 구성하는 개개의 상품과 조합된 상품자체가 흔한 형태인데도 그러한 조합방식을 기존에 볼 수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상품형태의 모방으로 본다면 이는 상품을 조합하는 방법이라는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것이 돼 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이 점에 대한 설시는 실제로 구현되지 못하고 고정화되지 못한 아이디어를 보호할 수 없다고 보는 점에서는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그것이 아이디어라고 하더라도 부경법 (자)목은 실제로 정형적으로 구현된 형태의 모방이라면 그것을 기존에 존재하는 것의 조합이라는 이유만으로 부경법 (자)목 침해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부경법 (자)목이 보호하는 상품형태는 형태적 특이성이 있으면 족하지 특허요건으로서의 진보성, 신규성이나 저작물이 되기 위한 창작성이 요구되는 것이 아닌 상품 형태의 모방 그 자체를 보호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은 옳다. 대법원이 적절히 설시한 것과 같이 원고가 이를 다투는 것은 원심의 부가적 판단을 다투는 것으로 원고의 아이스크림의 형태가 일관된 정형성을 갖추지 못해서 결론적으로는 보호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결국 법리적으로는 아이디어와 관련된 설시는 마치 상품형태의 창작성이나 신규성이 요구되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으므로 굳이 하지 않았더라도 형태의 일관된 정형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하여 부경법 (자)목 주장은 배척할 수 있었다고 본다. (4) 사건의 의의 이 사건은 부경법 (자)목의 인정기준으로 형태의 일관된 정형성을 요구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아이스크림과 그 토핑이라는 사건의 특이성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유체물인 상품은 형태의 일관된 정형성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어 적용범위는 제한적이라고 본다. 다만 원고가 부경법 (차)목에 대해서도 상고를 하여, 부경법 (차)목에 의한 보호에 대해서 대법원이 판단하였다면 학술적으로는 더 의미 있는 판결이 되었을 것인데 이 점에 대한 상고가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성과모용
부정경쟁행위
소프트리
상품모방
2016-12-12
상사일반
지식재산권
특허의 무효가 실시계약에 미치는 영향
-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2다42666,42673 판결 - [판결의 요지] ① 특허발명 실시계약의 목적이 된 특허발명의 실시가 불가능한 경우가 아닌 한 특허무효의 소급효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특허를 대상으로 하여 체결된 특허발명 실시계약이 계약 체결 당시부터 원시적으로 이행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는 없고, 다만 특허무효가 확정되면 그때부터 특허발명 실시계약은 이행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보아야 한다. ② 따라서 특허발명 실시계약 체결 이후에 특허가 무효로 확정되었더라도 특허권자가 특허발명 실시계약에 따라 실시권자로부터 이미 지급받은 특허실시료 중 특허발명 실시계약이 유효하게 존재하는 기간에 상응하는 부분을 실시권자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는 원칙상 없다. ③ 특허는 성질상 특허등록 이후에 무효로 될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특허발명 실시계약 체결 이후에 계약 대상인 특허의 무효가 확정되었더라도 특허의 유효성이 계약 체결의 동기로서 표시되었고 그것이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해당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착오를 이유로 특허발명 실시계약을 취소할 수는 없다. [평 석] 특허의 무효심결이 확정되면 그 특허는 소급하여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게 된다(특허법 제133조 제3항). 그 결과, 그 특허권에 기초하여 체결되고 이행된 실시권 설정계약, 양도계약 등의 효력이 특허의 소급무효에 의해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가 문제되며, 이에 대하여 국내외에서 다양한 논의가 있어 왔다. 한편, 국내에서 이 문제는 주로 통상실시권 설정계약에 따라 이미 지급된 실시료의 반환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왔고, 대상 판결 역시 주로 이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다. 1. 이미 지급한 실시료와 미지급 실시료의 운명 이에 대하여는, 특허가 소급무효로 되었다고 하여 급부의 내용이 원시불능으로 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미 지급한 실시료 역시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하는 입장(반환부정설, 다수설)과 특허가 무효로 되면 실시권 설정계약도 원시적 급부불능으로 되거나, 원시불능이 아니라도 계약해제 또는 위험부담의 법리를 거쳐 이미 지급한 실시료를 부당이익으로 반환해야 한다는 입장(반환긍정설, 소수설)이 있다. 대상 판례는 반환부정설의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사후에 특허가 소급무효된 것과 별개로 통상실시권 설정계약의 급부는 이미 이행되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반면, 계약 대상이 된 발명에 실시불가능의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실시계약이 원시불능으로 인해 무효라고 한다. 기 지급 실시료의 반환 여부에 대한 위와 같은 판례의 입장은 이론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되며, 미국ㆍ독일의 판례와 일본의 통설 역시 결론에 있어 이와 같다. 또한 대상 판례는 특허무효가 확정되면 그 때부터 실시계약이 이행불능에 빠지게 되고 실시계약이 유효하게 존재하지 않게 된 시점 이후에는 실시료 지급의무가 없다고 한다. 특허의 무효가 확정된 이후에도 실시료를 지급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함이 분명하다. 문제는 그 법적 근거일 것인데, 대상 판례는 이점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2. 대상 판례의 한계와 검토 가. 특허의 무효와 전용실시권 설정계약 대상 판례는 전용실시권 설정계약의 대상이 된 특허가 무효로 된 경우의 실시료 반환 관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만약 대상판결이 전용실시권의 경우에도 통상실시권과 마찬가지 법리가 적용된다는 전제에 선 것이라면 이는 문제이다. 전용실시권은 사실상 특허권자가 '실시 기간' 혹은 '실시 지역' 등을 한정하여 타인에게 특허권을 양도하는 것과 유사한 실질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전용실시료는 통상실시료에 비하여 한결 고가(高價)인 것이 보통이고, 전용실시권이 설정된 이후에는 특허권자 스스로도 당해 발명을 실시할 수 없으며, 전용실시권자는 자신의 이름으로 제3자에게 침해주장을 할 수 있는 대신, 그 뒤 특허가 무효로 되면 스스로 제3자에게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반환 의무를 지게 된다. 특허법 역시 특허권의 독점ㆍ배타성을 규정한 제6장의 모든 조항에서 '특허권자 또는 전용실시권자는'이라고 하여 양자를 같이 취급하고 있다. 따라서 전용실시권에 대하여는 통상실시권에 적용되는 법리를 적용할 것이 아니라 특허권의 양도 후 해당 특허가 무효로 된 경우의 법률관계와 유사하게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특허권이 양도되어 대금이 지급된 이후, 당해 특허가 무효로 되었다면 그 계약은 급부의 내용이 원시불능이어서 무효이며, 이미 지급된 대금은 반환되어야 하는 바, 같은 법리는 전용실시권 설정 후 해당 특허가 무효로 된 경우 기 지급 실시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됨이 상당하다. 통상실시권 설정계약의 주된 급부 내용이 '실시권자의 실시를 용인하고, 제3자의 침해행위를 막아 주는 것'인 반면, 전용실시권 설정계약의 주된 급부 내용이 '특허권자와 제3자를 상대로 독점ㆍ배타적 지위를 주장할 수 있는 대세적 실시권을 설정, 유지해 주는 것'임을 상기하면 이는 자명하다. 그러므로 전용실시권과 통상실시권의 이런 근본적 차이를 간과한 채 양자 모두 '실시권'이라고 하여 만연히 동일 선상에 두고 같은 법적 효과를 인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아울러, 전용실시권자가 특허 무효 이전에 사실상 당해 특허발명을 실시하여 이익을 얻었다는 점을 들어 이미 지급한 실시료를 반환 청구할 수 없다고 보는 것 역시 부당하다. 만약 특허권 양수인이 양수 후 선의로 발명을 실시하여 이익을 얻었다 하더라도 사후에 그 특허가 등록무효로 되어 계약이 무효로 되면 지급한 양수대금을 반환청구할 수 있고, 실시로 인해 얻은 이익은 선의 점유자의 과실 수취권에 의해 양수인에게 귀속됨이 원칙인바(민법 제201조 및 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다44290 판결 참조), 같은 논리는 전용실시권에도 적용됨이 상당하다. 다만, 실시권자가 발명의 실시이익을 반환하지 않는 것에 상응하여 특허권자 역시 이미 받은 실시료의 이자나 운용수익 등을 반환하지 않게 되거나, 전용실시권 설정에 수반하여 특허권자가 실시권자에게 제공한 노하우 등 재화의 대가를 실시권자가 반환해야 하는 것은 별개 문제이다. 나. 장래 실시료 지급의무의 소멸 특허의 무효가 확정되면 통상실시권 설정자인 특허권자의 급부가 '장차' 이행불능에 빠지게 됨은 당연하다. 대상판결은 이를 언급하고 있을 뿐, 그 이후에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근거로 어떤 범위에서 미지급 실시료의 지급의무가 소멸되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무효 이후의 실시료지급의무는 결국 당사자가 실시계약을 해지함으로써 소멸하게 될 것인데, 특허법이나 민법에 그러한 내용의 법정해지권이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이는 계속적 계약관계에 대한 해지권의 일반론적 해석을 통해 인정될 수밖에 없다. 특허권자의 급부가 이행불능에 빠짐으로 인해 실시권자가 법정해지권을 취득한다고 볼 여지도 있지만, 그 이행불능은 채무자인 특허권자의 고의·과실에 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러한 입론(立論)은 실천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생각건대, 실시계약 이후 특허의 무효가 확정되었다면 계약의 전제가 되었던 사정의 변경이 있었고, 실시권자로서는 그와 같은 사정 변경을 예견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그것이 실시권자의 책임도 아니므로 원래의 계약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부당하다. 따라서 이 경우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하여 실시권자에게 해지권을 부여함으로써 장래의 계약관계, 특히 실시료의 지급의무에서 벗어나게 함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 판례 또한 계속적 보증과 같은 계속적 법률관계에 관하여 사정변경에 따른 계약해지권을 인정하고 있다. 한편, 특허 무효가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특허의 유·무효가 다투어지고 있는 과정에서 실시료 지급의무 역시 중요한 문제이다. 특허무효심판이 제기되었다는 것만으로 실시권자에게 지급 거절권이나 연기적 항변권을 인정하면 실시권자가 특허무효심판 청구를 남발하거나 무효심판이나 소송에서 지연책을 씀으로써 부당하게 대가의 지급을 면하거나 유예 받으려 하기 쉽다. 반면, 특허무효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특허권자가 실시료를 아무런 제한 없이 지급받을 수 있다고 하면 특허권자 역시 무효심판이나 소송에서 지연책을 씀으로써 부당하게 실시료 상당의 이득을 도모할 우려가 있고, 무효의 가능성이 높은 특허권에 기하여 제한 없이 실시료를 지급받을 수 있게 하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 따라서 무효심판이 청구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실시료의 지급의무가 소멸하지는 않되, 그 이후 실시권자가 이의를 유보하고 실시료를 지급하였다면 일종의 조건부 변제행위로 보아 나중에 특허무효심결이 확정된 경우,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봄이 합당할 것이다. 3. 정 리 대상판결이 위 1항의 논점에 대한 판시에 그치고, 2항의 논점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은 것은 변론주의나 불고불리(不告不理) 원칙 상 부득이한 면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2항의 각 논점 역시 특허가 무효로 된 경우 실시권의 운명과 관련하여 1항 못지않게 중요한 법률문제라는 점, 향후 그것이 정면으로 상고이유가 된 사건이 등장하기 전까지 대법원의 입장이 미지인 채 방치됨으로 불필요한 혼란과 사회적 비용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대법원이 방론(傍論)으로라도 그에 대한 법적 판단을 설시했다면 바람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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