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엘 l Return To The Forest
logo
2024년 5월 12일(일)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행정사건
직권
검색한 결과
9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행정사건
[한국행정법학회 행정판례평석] ③ 이의신청에 대한 거부와 항고소송의 대상적격
대상판결은 ‘이의신청’이라는 제목과 관계없이 당사자의 신청을 새로운 신청으로 선해하여 그에 대한 기각결정의 독자적 처분성을 인정하는 판례의 연장선에서 위 판례의 적용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특히 당사자가 법률에서 정한 이의신청을 한 경우에도 사안에 따라서는 그에 대한 기각결정을 새로운 처분으로 볼 수도 있음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Ⅰ. 사실관계 1. 원고는 당진시에 토지를 소유한 사람이다. 피고(당진시장)는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이하 ‘지적재조사법’)에 따라 지적재조사사업을 실시하고 토지의 경계를 확정하며 면적 증감에 따른 조정금을 산정하여 토지 소유자에게 징수하거나 지급하는 권한을 부여받은 지적소관청이다. 2. 피고는 지적재조사사업에 따라 원고 소유 토지의 지적공부상 면적이 감소되었음을 이유로, 당진시 지적재조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원고에게 조정금 62,865,000원의 수령을 통지하였다(‘1차 통지’). 3. 원고가 지적재조사법에 따른 이의신청 기간 내에 조정금에 대하여 이의를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원고에게 당진시 지적재조사위원회가 재감정을 거쳐 심의·의결한 내용을 첨부하여 기존과 동일한 액수의 조정금을 수령할 것을 통지하였다(‘2차 통지’). 4. 원고는 충청남도행정심판위원회에 2차 통지의 취소재결을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하였다가 기각되자, 2차 통지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Ⅱ. 대법원 판결 요지 1. 수익적 행정처분을 구하는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이 있은 후 당사자가 다시 신청을 한 경우에는 신청의 제목 여하에 불구하고 그 내용이 새로운 신청을 하는 취지라면 관할 행정청이 이를 다시 거절하는 것은 새로운 거부처분이라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어떠한 처분이 수익적 행정처분을 구하는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해당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의 내용이 새로운 신청을 하는 취지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의 통보를 새로운 처분으로 볼 수 있다. 2. ① 조정금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는 지적재조사법에 따른 법률상 절차이므로 그에 관한 절차적 권리는 법률상 권리로 볼 수 있는 점, ② 원고가 이의신청을 하기 전에는 조정금 산정결과 및 수령을 통지한 1차 통지만 존재하였고 원고는 신청 자체를 한 적이 없으므로 원고의 이의신청은 새로운 신청으로 볼 수 있는 점, ③ 2차 통지서의 문언상 종전 통지와 별도로 심의·의결하였다는 내용이 명백하고, 단순히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내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정금에 대하여 다시 재산정, 심의·의결절차를 거친 결과, 그 조정금이 종전 금액과 동일하게 산정되었다는 내용을 알리는 것이므로, 2차 통지를 새로운 처분으로 볼 수 있는 점, ④ 피고가 1차 통지 시에 이의신청 절차만을 안내하고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에 대하여는 안내하지 않았으며 행정심판절차에서 심판청구의 대상적격에 대하여 전혀 다투지 아니한 이상 원고도 2차 통지를 행정소송의 대상인 처분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2차 통지는 1차 통지와 별도로 행정쟁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다. Ⅲ.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이의신청의 의미 이의신청이란 넓게는 행정작용에 대하여 행정부 내부에 제기하는 불복절차를 통칭하는 것이지만, 이의신청을 일반행정심판 및 특별행정심판에 해당하지 않는 간이한 불복절차로 좁게 이해하는 것이 좀 더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지난 3월 24일 시행된 행정기본법 제36조는 행정처분을 대상으로 하여 처분청에 불복하는 이의신청 절차의 원칙적 구조를 정한 일반법이다. 그러나, 제36조의 시행 이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법률에서 다양한 모습의 이의신청 절차를 두고 있다. 지적재조사법에 따른 이의신청도 그중 하나다. 2. 이의신청 기각결정에 대한 판례의 변천 (1) 이의신청 기각결정의 처분성 부인 대상판결의 취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의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2012년 대법원판결에서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구 「민원사무 처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거부처분에 대하여 제기하는 이의신청이 문제 된 사건에서 이의신청 기각결정이 “종전의 거부처분을 유지함을 전제로 한 것에 불과”하여 “이의신청인의 권리·의무에 새로운 변동을 초래하는 공권력의 행사나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두8676 판결). 그런데, 위 판결에 따르면, 이의신청은 행정심판과 성질을 달리하는 것이므로, 행정심판청구를 거친 경우 행정심판재결서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 단서는 이의신청을 거쳐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 적용될 수 없다. 따라서, 이의신청의 결과를 기다리다 종전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이 지나버리면 이의신청인은 어떠한 불복도 불가능하게 된다. 종전 처분에 대한 취소의 소는 제소기간을 도과하였고, 이의신청 기각결정에 대한 취소의 소는 대상적격이 부인되어 부적법하기 때문이다. 판례의 이러한 태도는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 단서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하여 실효성 있는 권리구제를 방해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2) 이의신청 기각결정의 처분성을 인정한 판례의 등장 대법원은 이후 위와 같은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하였다. 대법원은 2016년, 피고(LH공사)가 생활대책대상자 부적격통보에 대한 이의신청을 재심사하여 재심사 결과로도 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재심사통보’를 한 사건에서, 위 재심사통보가 단순히 종전 처분을 유지하는 의사를 표시함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신청에 대한 처분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적격이 인정된다고 보았다(비교판례 1,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5두58645 판결). 위 사건에서는 ① 피고가 원고들의 신청 없이 직권으로 원고들에게 최초의 처분을 하였고, 원고들이 이의신청을 통하여 비로소 생활대책대상자 지정 신청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 ② 피고가 원고들이 새로이 제출한 자료를 고려하여 선정기준 충족 여부를 다시 심사하였다는 점, 그리고 ③ 피고가 재심사통보에 대하여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취지로 불복방법을 고지하였기에 위 고지에 따른 원고들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중요한 고려요소가 되었다. 대법원은 2019년 및 2021년, “거부처분이 있은 후 당사자가 다시 신청을 한 경우에는 신청의 제목 여하에 불구하고 그 내용이 새로운 신청을 하는 취지라면 행정청이 이를 다시 거절하는 것은 새로운 거부처분”으로 본다는 일반적인 법리를 근거로 ‘이의신청’이라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거부를 새로운 거부처분으로 보는 두 건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첫 번째는 예방접종 피해보상 기각결정을 받은 원고가 피고(질병관리본부장)의 내부절차에 따라 이의신청을 하였다가 기각된 사안이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①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및 그 시행령 등에 이의신청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고 권리 행사기간의 제한에 관한 규정도 없으므로 원고가 언제든지 재신청을 할 수 있다는 점, ② 원고의 이의신청이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상 이의신청기간이 도과된 후에야 제기되어 위 법률에 따른 이의신청으로 볼 수도 없는 점 등을 들어 원고의 이의신청을 새로운 피해보상신청으로 보았다(비교판례 2, 대법원 2019. 4. 3. 선고 2017두52764 판결). 두 번째는 이주자택지공급대상자 선정 신청이 거부된 원고가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이의신청 또한 기각된 사안이다. 대법원은 ① 공급대상자 선정 신청기간을 제한하는 특별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규정이 있더라도 재신청이 신청기간을 도과하였는지 여부는 본안에서 재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이 적법한가를 판단하는 단계에서 고려할 요소이지 소송요건 심사단계에서 고려할 요소가 아닌 점, ② 피고 스스로도 이의신청을 수용하지 아니하는 결정이 별도의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 그에 따른 불복절차를 안내한 점을 들어 이의신청 불수용처분의 처분성을 인정하였다(비교판례 3,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20두50324 판결). 3. 대상판결이 주는 함의 대상판결은 ‘이의신청’이라는 제목과 관계없이 당사자의 신청을 새로운 신청으로 선해하여 그에 대한 기각결정의 독자적 처분성을 인정하는 판례의 연장선에서 위 판례의 적용범위를 확대하였다는 점에서 이의를 찾을 수 있다. 비교판례 1, 2, 3은 모두 수익적 처분의 발급을 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인정되는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다. 원고들의 신청은 ‘이의신청’이라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종전 처분에 대해 불복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적 처분의 발급을 구하는 새로운 신청을 한 것으로 이해되었다. 원고들이 이전에 신청권을 행사한 적이 없거나(비교판례 1), 이미 이의신청기간이 도과하였기 때문에 이를 새로운 신청으로 볼 수밖에 없거나(비교판례 2), 원고가 신청의 사유를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증빙자료를 첨부하여 피고에게 새로운 심사를 촉구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피고도 그에 따른 결정을 새로운 처분으로 보고 불복방법을 안내하였다는 점(비교판례 3)이 근거가 되었다. 이와 달리 대상판결에서는 원고에게 조정금의 지급을 신청할 법률상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 지적재조사법은 지적소관청이 직권으로 지적재조사지구를 지정하고, 경계를 결정하고, 조정금을 산정하여 지급 또는 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고는 단지 지적소관청의 조정금산정 결과에 대해 이의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원고의 이의신청을 그 제목에도 불구하고 이의신청이 아닌 별개의 신청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다만, 피고가 최초의 조정금산정 시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조정금을 재산정하고 필요한 절차를 거쳤다는 점이 비교판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대상판결은 법률에서 정한 이의신청을 한 경우에도 종전 처분과 동일한 심사절차를 거쳤다면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을 새로운 처분으로 볼 수 있다고 선언한 셈이다. 대상판결은 2012년 판결이 가져온 불합리한 결과를 완화하고 원고의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판결로 보인다. 대법원이 2012년 판결에서 제시한, 이의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은 종전의 거부처분을 유지함을 전제로 한 것으로서 별도의 처분으로 볼 수 없다는 법리가 폐기된 것은 아니지만, 비교판례에서 대상판결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은 위 법리의 적용범위를 상당부분 축소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4. 보론: 행정기본법상 이의신청 제도와 대상판결의 관계 행정기본법 제36조가 시행됨에 따라 이의신청절차를 거쳐 불복하는 경우의 제소기간 문제는 해결되었다. 제4항에서 이의신청인이 이의신청에 대한 결과를 통지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을 명시하였기 때문이다. 이의신청이 기각된 이후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다툼의 대상을 특정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굳이 이의신청 기각결정의 처분성을 인정할 필요성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행정심판위원회나 법원으로서는 석명권을 적절히 행사하거나 종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으로 원고의 의사를 선해하는 등으로 청구취지의 특정에 좀 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처분청으로서도 이의신청에 대한 결과를 통지할 때에 불복의 대상을 명확히 특정함으로써 이에 관한 논란을 방지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박현정 교수(한양대 로스쿨)
이의신청기각결정
이의신청
지적재조사
박현정 교수(한양대 로스쿨)
2023-04-26
행정사건
[한국행정법학회 행정판례평석] ① 행정쟁송에서 집행정지의 종기를 둘러싼 법적 쟁점
한국행정법학회가 법률신문 독자들을 위해 주요 행정사건 판례를 분석한 행정판례평석을 연재합니다. 김용섭 회장을 시작으로 학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학계·실무계 전문가들이 필자로 참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I. 사실관계 1. 원고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 정한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이다. 피고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인 군수이다. 피고는 2015. 6. 8. 원고에 대하여 각 화물자동차를 불법증차하였다는 이유로 구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2021. 7. 27. 법률 제183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60일(2015. 7. 13.부터 2015. 9. 10.까지)의 운행정지 처분을 하고, 각 화물자동차를 불법증차하고도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유가보조금을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같은 법률 제44조의2 제1항 제5호에 따라 6개월(2015. 7. 13.부터 2016. 1. 13.까지)의 유가보조금 지급정지 처분을 하였다. 2.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관할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였다. 행정심판위원회는 2015. 7. 13. 위 각 처분의 집행을 행정심판 청구 사건의 재결이 있을 때까지 정지하는 내용의 이 사건 집행정지결정을 하였다가 2015. 8. 31. 유가보조금 지급정지 처분의 취소 청구는 기각하고, 위 운행정지 기간은 30일로 감경하는 이 사건 재결을 하였다(이하 위 유가보조금 지급정지 처분과 위와 같이 감경되고 남은 운행정지 처분을 합하여 ‘선행처분’이라 한다). 원고는 선행처분에 대하여 법원에 별도로 취소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3. 피고는 2015. 9. 22. 선행처분의 집행을 피고와 A주식회사 사이의 이와 유사한 사건의 관할 행정법원 2015구합1245 판결 시까지 유예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유예 통지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발송하였다. 관할 행정법원은 2016. 1. 13. 위 사건에 관하여 판결을 선고하였다. 피고는 2020. 3. 5. 원고에게 선행처분과 동일한 사유로 각 화물자동차에 관하여 30일(2020. 3. 6.부터 2020. 4. 4.까지)의 운행정지, 6개월의 유가보조금 지급정지를 하겠다고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통보’라 한다). Ⅱ. 대법원 판결 요지 1. 행정소송법 제23조에 따른 집행정지결정의 효력은 결정 주문에서 정한 종기까지 존속하고, 그 종기가 도래하면 당연히 소멸한다. 따라서 효력기간이 정해져 있는 제재적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법원이 본안소송의 판결 선고 시까지 집행정지결정을 하면, 처분에서 정해 둔 효력기간(집행정지결정 당시 이미 일부 집행되었다면 그 나머지 기간)은 판결 선고 시까지 진행하지 않다가 판결이 선고되면 그때 집행정지결정의 효력이 소멸함과 동시에 처분의 효력이 당연히 부활하여 처분에서 정한 효력기간이 다시 진행한다. 이는 처분에서 효력기간의 시기(始期)와 종기(終期)를 정해 두었는데, 그 시기와 종기가 집행정지기간 중에 모두 경과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법리는 행정심판위원회가 행정심판법 제30조에 따라 집행정지결정을 한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행정심판위원회가 행정심판 청구 사건의 재결이 있을 때까지 처분의 집행을 정지한다고 결정한 경우에는, 재결서 정본이 청구인에게 송달된 때 재결의 효력이 발생하므로(행정심판법 제48조 제2항, 제1항 참조) 그때 집행정지결정의 효력이 소멸함과 동시에 처분의 효력이 부활한다. 2. 효력기간이 정해져 있는 제재적 행정처분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도 행정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에 대한 별도의 처분으로써 효력기간의 시기와 종기를 다시 정할 수 있다. 이는 당초의 제재적 행정처분이 유효함을 전제로 그 구체적인 집행시기만을 변경하는 후속 변경처분이다. 이러한 후속 변경처분도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의사표시에 관한 일반법리에 따라 상대방에게 고지되어야 효력이 발생한다. 위와 같은 후속 변경처분서에 효력기간의 시기와 종기를 다시 특정하는 대신 당초 제재적 행정처분의 집행을 특정 소송사건의 판결 시까지 유예한다고 기재되어 있다면, 처분의 효력기간은 원칙적으로 그 사건의 판결 선고 시까지 진행이 정지되었다가 판결이 선고되면 다시 진행된다. 다만 이러한 후속 변경처분 권한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초의 제재적 행정처분의 효력이 유지되는 동안에만 인정된다. 당초의 제재적 행정처분에서 정한 효력기간이 경과하면 그로써 처분의 집행은 종료되어 처분의 효력이 소멸하는 것이므로(행정소송법 제12조 후문 참조), 그 후 동일한 사유로 다시 제재적 행정처분을 하는 것은 위법한 이중처분에 해당한다. Ⅲ. 이 사건 판결에 대한 평석 1. 집행부정지 원칙과 집행정지제도 행정심판법 제30조와 행정소송법 제23조는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집행이 정지되지 않는다는 집행부정지 원칙을 표방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이나 프랑스처럼 집행부정지 원칙을 채택하고 있는 반면 독일은 집행정지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어느 제도를 채택할 것인지는 각국의 실정에 따른 입법정책의 문제이다. 행정소송에서의 집행부정지 원칙은 남소를 억제하여 행정의 원활한 집행과 행정목적 달성을 위한 현 상태(status quo)의 존속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행정쟁송을 통하여 제재적 행정처분을 다투려고 하는 당사자는 그 제재적 처분기간이 경과하면 일반적으로 본안에서 소각하 판결을 받을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당사자는 가구제의 일종인 집행정지제도를 활용하여 본안판결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2. 실무관행과 대상 판결의 문제점 현행 행정심판법이나 행정소송법에서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에 관해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행정법원의 일반적 실무 관행은 “본안판결 선고시까지”로 하고 있다. 법원은 개별적인 사건을 고려하여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또는 “본안판결 선고일부터 1월까지” 등으로 신축적으로 재량에 따라 집행정지결정을 내리고 있다. 한편, 행정심판위원회의 경우에는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를 재결이 있을 때까지로 하는 것이 실무관행이고, 재결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에 관한 실무관행과 판례의 법리에 따르면 당사자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경우 본안에서 승소하였음에도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인 판결선고일에 집행정지결정의 효력이 소멸함과 동시에 처분의 효력이 당연히 부활하여 처분에서 정한 효력기간이 다시 진행하게 된다. 따라서 법원에서 직권으로 집행정지 결정을 하지 않으면 판결선고일에 영업정지처분의 효력이 되살아나 그 다음 날부터 바로 영업을 중단하여야 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본안에서 패소한 경우 당사자는 영업중단에 대비하는 조치를 곧바로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판결선고시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 도래로 곧바로 종전 처분의 효력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선 처분청은 별도의 의사표시로 처분의 시기와 종기를 다시 정하고 심지어 집행정지의 효과를 지니는 처분까지 행하는 실정이다. 대상판결은 이와 같은 편법을 정당화해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상판결은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가 판결선고일인 경우 처분에서 정해 둔 효력기간은 판결 선고일까지 진행하지 않다가 선고일 다음 날부터 다시 진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은 법리는 행정심판위원회가 행정심판법 제30조에 따라 집행정지결정을 한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고 있다. 다만, 대상판결은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를 재결시로 한 경우 그 시점은 재결을 한 날이 아니라 재결서 정본이 청구인에게 송달된 때로 보고 있다.(행정심판법 제48조 제2항, 제1항 참조) 그러나 이러한 행정심판법의 법문을 확장하는 대법원의 해석은 당사자의 권익을 고려하는 측면이 있지만, 재결서의 정본이 청구인에게 송달된 시점을 행정청이 정확히 알기 어려워 처분 효력의 재개 시점이 불명확하여 행정처분의 원활한 집행을 통한 공익실현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 3.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에 관한 입법방향 가. 입법론과 비판 : 학계 일각에서 법원의 실무관행인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를 ‘판결선고시까지’로 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판결확정시까지’로 행정소송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목할 만한 입장이 개진된 바 있다. (류광해, “행정처분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에 대한 검토”, 인권과 정의 통권 제446호, 2014. 65-77면, 제20대 국회 오제세의원 대표발의 행정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 참고). 그런데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를 판결확정시까지로 법제화할 경우에는 법원이 집행정지제도를 보다 신중하고 엄격하게 운영하게 되어 당사자인 국민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를 판결확정시로 정하는 경우 승소한 원고를 보호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으나, 승패가 명확하지 않은 사건에 있어서 1심법원이 항소심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권한을 선취하는 결과가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행정소송법에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를 판결확정시 까지로 명문화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나. 결론 및 대안 : 따라서 행정소송의 경우 판결선고 후 30일까지로, 행정심판의 경우 재결 후 30일까지로 각각 실무관행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적 검토사항이다. 집행정지 결정의 종기에 관하여 법제화하려면 국민의 권익구제와 원활한 행정목적 실현의 조화 측면에서 행정소송의 경우 판결선고 후 30일까지로, 행정심판의 경우 재결 후 30일까지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바람직하다. 김용섭 교수 (전북대 로스쿨)
집행정지
행정소송
김용섭 교수 (전북대 로스쿨)
2023-02-16
노동·근로
행정사건
수권규정의 법률유보원칙 위반과 법외노조 통보제도의 적법성
I. 대상판결의 개요 1. 처분의 경위 원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교원노조법')에 따라 설립된 노동조합이다. 교원노조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을 폭넓게 준용하고 있는데, 구 노동조합법(2020년 6월 9일 법률 제174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4호 단서 라.목(이하 '본건 조항')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였다. 원고는 설립 당시부터 해직 교원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허용하는 취지의 규약을 두고 있었다. 피고 고용노동부는 2차에 걸쳐 원고에게 해직 교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한 규약을 시정할 것을 명하였으나, 원고는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피고는 2013년 10월 24일 교원노조법 제14조 제1항, 구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라.목,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이하 ‘본건 시행령’)에 근거하여 '원고를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취지의 통보(이하 '법외노조 통보')를 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8인의 다수의견으로 본건 시행령이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한 것으로서 무효이고 이에 기초한 법외노조 통보 역시 위법하다는 취지의 원심 파기환송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이 각 별개의견을, 대법관 이기택, 이동원이 반대의견을 제기하였고, 대법관 박정화 등 5인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제시하였다. 다수의견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중대한 침익적 처분으로서 국민의 기본권인 단결권의 본질적 사항을 규율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가 제정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법률의 위임 없이 법외노조 통보 권한을 규정한 본건 시행령은 법률유보원칙 및 의회유보원칙 위반으로 위법·무효라는 것이다. 각 별개의견은 본건 시행령의 적법성을 인정하였으나, 처분이 취소되어야 한다는 결론에는 동의하였다. ① 대법관 김재형은 원고가 법률에 의하여 곧바로 법외노조로 '간주'되는 이상 본건 시행령은 법률의 효력을 집행하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규정'으로서 적법·유효하나, 단결권 보장을 위하여 본건 조항을 합헌적으로 축소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② 대법관 안철상은 '수익적 처분의 직권철회' 법리에 따라 피고에게 노동조합 설립신고 수리 처분을 철회할 권한이 유보되어 있는 이상 본건 시행령은 적법하나, 피고의 법외노조 통보에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이 있어 취소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반대의견은 본건 시행령 및 이에 근거한 법외노조 통보는 법률에 의하여 직접 발생한 권리관계를 구체적·확정적인 것으로 선언하는 행정작용으로서 유효하다고 보았다. 나아가 본건 조항의 문언해석상 원고가 법외노조임은 명백하고, 노동조합법의 목적 및 처분의 경위를 고려할 때 헌법합치적 축소해석 등을 통하여 원고를 보호할 필요성도 없다고 보았다. Ⅱ. 대상판결의 평석 1. 대상판결의 쟁점 법외노조 통보를 둘러싼 쟁점은 다양하다. 그 범위는 법외노조 통보의 처분성에서부터 해직 교원의 단결권이라는 헌법적 쟁점에까지 미친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선결 쟁점인 '법외노조 통보의 수권근거'를 부정하는 것으로 판단을 종결하였고, 그 결과 사안의 실체적 쟁점이라고 할 수 있는 본건 조항의 당부 및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구체적 타당성은 별개의견 및 반대의견에서만 다루어졌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의 각 의견은 모두 독자적인 의의를 지니나, 본 평석에서는 다수의견의 쟁점이었던 '법외노조 통보의 수권근거'에 한정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2. 법외노조 통보의 법률적 성격과 수권근거 다수의견은 법외노조 통보가 형성적 처분이라는 데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본건 조항은 정의 규정으로서 노동조합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일 뿐이고, 노동조합 지위의 변동은 행정청의 형성적 처분을 통하여서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과 반대의견은 위 법률이 '간주 규정'의 형식을 취한 이상 원고의 지위는 법률에 의하여 직접 변동하고, 법외노조 통보는 법률에 의하여 형성된 권리관계를 통보하는 행정작용에 불과하다고 본다. 생각건대, 노동조합법의 문언 및 행정관청의 개입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후자의 해석이 타당하다고 볼 여지가 크다. 그러나 본건 조항에 의하여 원고의 지위가 직접 변동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로부터 곧바로 본건 시행령의 수권근거가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에 의하여 종국적·포괄적인 법해석 권한을 위임받은 법원과 달리, 행정관청은 법률로써 위임받은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형성적 처분뿐 아니라 확인적 처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이다. 입법자는 행정관청에게 법률에 의하여 형성된 노동조합의 지위를 확인·통보할 권한을 부여할 수도 있고, 이와 달리 종국적 법해석자인 법원을 통하여서만 노동조합의 지위를 확인하도록 규정할 수도 있다. 입법자가 행정관청에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면, 행정관청의 처분은 그 내용이 실체적 법률에 합치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아무런 효력이 없다. 이러한 점에서 본건 조항이 '간주 규정'이라는 점을 근거로 본건 시행령의 수권근거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 및 반대의견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3. '수익적 행정행위의 직권철회' 법리와 노동조합 설립신고제도 법외노조 통보가 수익적 처분의 직권철회로서 유효하다는 주장은 각 별개의견 및 반대의견에서 모두 등장한다. 노동조합 설립신고는 '수리를 요하는 신고'이므로, 피고는 원처분청으로서 그 효력을 사후적으로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노동조합법 개정 당시 입법자에게 행정관청의 일방적 결정으로 노동조합 지위를 박탈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자 하는 의사가 추단되는 이상 수익적 처분의 직권철회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노동조합 설립신고 수리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서는 학설의 대립이 있으나, 행정관청에 설립신고 반려 권한이 유보된 점(노동조합법 제12조 제3항), 행정관청의 심사권이 실질적 요건에까지 미치는 점(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두6998 판결)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운용되고 있다고 보인다. 한편 수익적 처분 직권철회 법리는 확립된 판례이며, 행정기본법 제19조 제1항을 통하여 명문의 법률로 규정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법외노조 통보가 '노동조합 설립신고 수리'의 직권철회로서 유효하다는 주장은 강력한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면 수익적 처분 직권철회 법리를 적용하지 아니한 다수의견의 판단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 현재 노동조합 설립신고 제도가 사실상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운용되는 것은 사실이나, 그 헌법적 정당성은 견고하다고 보기 어렵다. 현행 노동조합 설립신고 제도는 결사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한 헌법 제21조 제2항과 ILO의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제87호 협약)'에 위반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단결권 보장을 위하여 설립신고를 '자기완결적 신고'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유력하다. 이렇듯 노동조합 설립신고 수리를 '수익적 처분'으로 단정할 헌법적 근거가 약한 상황에서, 이를 근거로 행정관청의 직권철회 권한까지 인정하는 것은 심대한 단결권 침해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 둘째, 노동조합 해산제도를 폐지한 뒤 대체 제도를 전혀 마련하지 않은 노동조합법의 입법연혁을 볼 때, 입법자가 행정관청에 의한 사후적 지위 변동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단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셋째, 노동조합에 대한 사후적 심사 제도는 단결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므로, 입법 절차를 통해 국민의 여론과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중대한 공익적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 보충적으로 사용된 수익적 처분 직권철회 법리를 원용하기보다는 구체적인 근거 규정의 마련을 촉구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은 행정청에 의하여 임의로 형성된 법외노조 통보 제도의 효력을 부정하고, 입법부에 대하여 노동조합 사후심사제도를 새롭게 형성할 책무를 지웠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법외노조 통보 제도는 충분한 숙고와 의견 수렴 없이 행정청에 의하여 임의로 형성된 제도라는 점에서 분명한 문제를 가진다. 법원이 그 위법성을 지적하지 아니하였다면 법외노조 통보 제도 및 그에 내재된 위험성은 그대로 고착화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로 인하여 법외노조 통보 제도의 효력이 상실된 이상, 국회와 행정부는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노동조합 사후심사제도를 새롭게 형성할 책무를 진다. 이러한 점에서 다수의견이 '문제의 본질을 회피한 편의주의적 판단'이라는 각 별개의견의 비판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다수의견은 행정관청의 사후심사 권한을 배제함으로써 단결권을 강력하고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곽신재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전교조
해직교사
법외노조
노동조합법
곽신재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2021-07-12
행정사건
재량통제와 직권탐지주의
Ⅰ. 사건의 개요 원고는 가축분뇨를 저장탱크에 일시 저장한 후에 위탁업체가 이를 수거하는 방식으로 가축분뇨 배출시설 설치계획을 수립하였으나 이를 가축분뇨를 해당 시설에서 완전히 분해하여 배출하는 방식의 '액비화 처리시설(이하 '이 사건 시설'이라 한다)'을 설치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원고는 가축분뇨 처리를 위한 이 사건 시설 등 공작물을 추가로 설치하기 위하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이라 한다) 제56조 제1항에 따라 개발행위허가를 신청하였다. 그러나 피고 행정청은 이 사건 시설이 ○○저수지와 인접하여 수질오염의 우려가 있고 인근 주민들에게 악취 등 피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원고의 개발행위허가 신청을 거부(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하였다. 이에 대해 원고는 취소소송을 제기하였고, 원심은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였다(광주고법 2020. 9. 25. 선고 2019누12288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를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Ⅱ. 판결 요지 '환경오염 발생 우려'와 같이 장래에 발생할 불확실한 상황과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이 필요한 요건에 관한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은 그 내용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거나 상반되는 이익이나 가치를 대비해 볼 때 형평이나 비례의 원칙에 뚜렷하게 배치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폭넓게 존중하여야 한다. 그리고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는 사정은 그 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자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Ⅲ. 평석 1. 문제의 소재 대상판결은 재량통제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 주고 있다. 대법원은 법률의 구성요건에 규정된 불확정개념을 근거로 재량행위를 판단하고 있으며,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대한 증명책임을 원고에게 귀속시키고 있다. 환경이익의 중요성을 고려한 판단은 이해되지만, 이 사건의 핵심은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있다. 선행판례도 대체로 같은 입장이다(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9두45579 판결;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두55490 판결 등).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재량행위의 특성과 환경이익의 우월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허가신청의 거부에 대한 권리구제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2. 개발행위허가의 법적 성질과 재량행위의 논증방식 대상판결은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허가를 '재량행위'로 보고 있다. 그 논거로 허가기준 및 금지요건이 불확정개념으로 규정된 부분이 많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개발행위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등이 대부분이다. 국토계획법 제58조는 개발행위허가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행정청은 상대방의 신청이 이러한 기준에 적합한지를 심사하여 개발행위허가를 발급할 수 있다. 대상판결은 소위 '요건재량설'을 따른 인상을 주고 있지만, 이러한 논거는 적절하지 않다.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허가는 사회적으로 유해한 행위를 억제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예외적으로 면제하는 '예외적 승인(Ausnahmebewilligung)'에 해당한다(상론은 졸저, 한국행정법론, 법문사, 2020, 120면 참조). 예외적 승인은 재량행위에 해당한다. 예컨대 개발제한구역 내의 개발행위허가가 여기에 해당한다(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3두12837 판결). 판례는 이를 '예외적 허가'라고 부르고 있다. 재량행위와 재량하자에 관한 이론은 오래전에 한국행정법에 도입되었으나, 여전히 낙후되어 있다. 자유재량과 기속재량의 구분은 19세기 독일의 고전학파 이론에서 연유하고 있다(Otto Mayer, Deutsches Verwaltungsrecht, Bd. I, 3. Aufl., S. 99 f.). 이러한 이론은 일본을 거쳐 도입된 것인데, 이를 한국 행정법의 고유한 이론으로 보는 것은 오해이다. 판례는 다행히 '재량행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을 뿐, '기속재량'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거의 언급하고 있지 않다. 독일에서는 '결정재량'과 '선택재량'으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Maurer/Waldhoff, Allgemeines Verwaltungsrecht, 19. Aufl., § 7 Rn. 7). 판례 중에는 '선택재량'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경우도 있다(대법원 2015. 11. 19. 선고 2015두295 전원합의체 판결). 이러한 용어 사용이 독일 학설의 입장을 반영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판례에서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재량 구분을 도입하는 것은 재량통제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법리를 발전시키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다. 3. 재량하자의 판단과 직권탐지주의의 적용 대법원은 재량하자에 관한 치밀한 논증을 하지 않고 있다.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대한 증명책임을 원고에게 귀속시키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타당한가? 행정소송법 제26조는 직권심리주의(직권증거조사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즉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고, 당사자가 주장하지 아니한 사실에 대하여도 판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두고 대법원 판례의 주류는 대체로 변론주의의 예외로 이해하고 있다(대법원 1988. 4. 27. 선고 87누1182 판결; 대법원 2000. 3. 23. 선고 98두2768 판결 등). 그러나 일부 판례는 행정소송상 '직권탐지주의'를 적극적으로 해석한 적도 있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두18035 판결). 행정소송은 민사소송과 달리 권리구제의 기능뿐만 아니라 행정의 적법성 통제의 기능을 수행한다(행정소송법 제1조 참조). 법원은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관한 판단에 직권탐지주의를 적용하여 해당 처분의 위법 여부를 적극적으로 심사하여야 한다. 이는 변론주의가 적용되는 민사소송과 구별되는 점이다. 행정소송에서 당사자의 주장이나 사실 등에 의존하지 않고 직권탐지주의를 인정하는 것은 판결의 정당성 확보라는 공익에도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원심은 원고가 가축분뇨 정화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원고의 신청을 거부하는 것은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이러한 거부처분이 수질오염 방지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도 유효·적절한 수단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피고는 이 사건 시설이 인근 마을의 농업용수 취수원과 관광자원 등으로 활용되는 ○○저수지와 불과 24m로 인접해 있으며, 시설이 노후되거나 시설 관리자가 무단방류하는 경우에는 회복하기 어려운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거부처분을 하였다. 대상판결은 개발행위허가 또는 그 거부에 대해 재량행위를 인정하는 법적 근거를 언급하고 있지 않다. 법원은 해당 처분이 어떠한 재량하자에 해당하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판례는 대체로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하는지를 포괄적으로 심사하고 있다. 원고가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거부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을 주장하였다면,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지 아니한 사실이라도 이에 대해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해야 한다. 피고 행정청의 주장에 비추어 재량권의 행사는 존재하며, 재량권의 유월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재량권의 '남용(Mißbrauch)'이다. 재량권의 남용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재량의 수권 목적이 중요하다. 법률이 수권한 재량규정의 취지나 목적에 위배되게 재량권이 행사되었는지를 심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근거 법령에서 재량의 수권 목적을 검토해야 한다. 대상판례는 그러한 논증을 하지 않고 환경이익의 우월이나 재량의 성격 등을 포괄적인 근거로 삼아 원심을 파기하였다. 이 사건의 처분은 예컨대 국토계획법 제58조 제1항 제4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하천·호소·습지의 배수 등 주변환경이나 경관과 조화를 이룰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심사해야 한다. 이 사건의 시설이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원심은 이 사건 시설이 기존의 수거 방식보다 환경상 위해 우려가 적다고 판단하였다. 액비화 처리 시설은 가축분뇨를 퇴비나 액비 등으로 자원화하고 자연순환농업을 활성화하여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이다. 이러한 시설이 주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기존 방식보다 환경상 위해를 더 크게 주는지는 구체적으로 검토되지 않았다. 대상판결은 이 부분에 대한 논증도 충분히 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시설의 입지나 무단방류의 가능성만을 고려하고 있을 뿐이다. 요컨대 대상판결은 개발행위허가의 성질을 먼저 규명하고 재량행위를 논증하여야 하며,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대한 심사를 원고의 증명책임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직권탐지주의를 적용하여 그 위법성을 적극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향후 재량행위에 대한 사법심사에 발상(發想)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남철 교수(숙명여대 법학부)
가축분뇨
저수지
악취
수질오염
환경오염
정남철 교수(숙명여대 법학부)
2021-05-27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인지
1. 사실관계 가. 원고는 2010 내지 2014 사업연도의 각 법인세 과세표준을 신고하면서 위 각 사업연도에 모두 결손금이 발생하였다고 신고하였다. 나. 피고는 2015년 5월 28일 원고에 대하여 원고가 특수관계인에 대한 매출채권을 정당한 사유 없이 지연회수한 것으로 보아 그 지연회수한 매출채권의 인정이자 상당 금액을 부당행위계산으로 부인하고 그 부인된 금액을 원고의 2010 내지 2014 사업연도의 익금으로 각 산입하여 2010 내지 2014 사업연도 각 법인세 과세표준의 결손금을 감액경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결손금 감액경정'이라고 한다). 다. 그 이후 피고는 2015년 7월 1일 원고에게 일용직 인건비 지급 관련 적격증빙 미수취를 이유로 가산세 부과처분을 하면서 위와 같이 경정된 과세표준을 함께 통지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법인세법 제13조 제1호 후문 규정 신설 이후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항고소송 대상인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3. 대상 판결의 요지 구 법인세법(2009년 12월 31일 법률 제98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는 '내국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소득에 대한 법인세의 과세표준은 각 사업연도의 소득의 범위 안에서 다음 각 호의 규정에 의한 금액과 소득을 순차로 공제한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각 사업연도의 개시일 전 10년 이내에 개시한 사업연도에서 발생한 결손금으로서 그 후 각 사업연도의 과세표준계산에 있어서 공제되지 아니한 금액'을 이월결손금으로 공제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위 법률 제9898호로 개정되어 2010년 1월 1일 시행된 구 법인세법은 제13조 제1호 후문으로 '이 경우 결손금은 제14조 제2항의 결손금으로서 제60조에 따라 신고하거나 제66조에 따라 결정·경정되거나 국세기본법 제45조에 따라 수정신고한 과세표준에 포함된 결손금에 한정한다'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위 제1호 후문 규정은 원칙적으로 공제가 가능한 이월결손금의 범위를 신고·경정 등으로 확정된 결손금으로 축소하여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같은 관련 규정의 개정 경위와 구 법인세법 제13조 제1호 후문의 문언 및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구 법인세법이 시행된 2010년 1월 1일 이후 최초로 과세표준을 신고한 사업연도에 발생한 결손금 등에 대하여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있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의무자로서는 결손금 감액경정 통지가 이루어진 단계에서 그 적법성을 다투지 않는 이상 이후 사업연도 법인세의 이월결손금 공제와 관련하여 종전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잘못되었다거나 과세관청이 경정한 결손금 외에 공제될 수 있는 이월결손금이 있다는 주장을 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은 이후 사업연도의 이월결손금 공제와 관련하여 법인세 납세의무자인 법인의 납세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과세관청의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4. 평석 가.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 (1) 처분 여부의 판단기준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 이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을 말한다. 행정청의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구체적인 경우에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 사이의 실질적 견련성, 법치행정의 원리와 그 행위에 관련된 행정청이나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1. 18. 선고 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은 아래 (2)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납세의무(과세표준과 세액)나 권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 납세의무자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가져오는 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고 있다. (2) 관련 사례 대법원은 신고시인결정(대법원 2016. 8. 18. 선고 2015두41562 판결), 원천징수의무자에 대한 소득금액변동통지(대법원 2006. 4. 20. 선고 2002두1878 전원합의체 판결), 증액경정처분(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6두17390 판결), 세무조사결정(대법원 2011. 3. 10. 선고 2009두23617 판결), 납세고지서를 발급하지 않고 결정결의서만 교부한 경우(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4두3044, 3051 판결), 결손금액증액경정청구 거부처분(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7두21297 판결) 등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한 반면, 원천납세의무자에 대한 소득금액변동통지(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3두4118 판결), 감액경정처분(대법원 2013. 10. 31. 선고 2010두4599 판결), 사업자등록 직권말소와 직권 명의정정(대법원 2000. 12. 22. 선고 99두6903 판결,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8두2200 판결), 국세기본법 제51조 제1항, 제52조 등에 의한 국세환급결정이나 그 결정을 구하는 신청에 대한 환급거부결정, 환급충당(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7두18284 판결, 대법원 2005. 6. 10. 2005다15482 판결) 등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지 아니한다. 나. 결손금 감액경정의 항고소송 대상 여부 (1) 종전 대법원의 입장 대법원은 2009년 12월 31일자 개정 전의 구 법인세법 적용에 있어서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법인세 과세표준 결정이나 손금불산입 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는 입장이었다(대법원 1996. 9. 24. 선고 95누12842 판결). 법인의 과세표준 등 확정신고나 정부의 조사·결정에 따른 과세표준 등 확정시에 결손금으로 조사된 금액만이 결손금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므로 납세의무자인 법인은 그 뒤 사업연도의 법인세 부과처분의 효력을 다툼에 있어서 종전의 과세표준 결정이 잘못되었다거나 법인세법의 관계 규정에 따라 소득에서 공제될 수 있는 이월결손금이 있다는 등의 주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1두2652 판결 등). (2) 2009년 12월 31일자 구 법인세법 개정 이후 결손금 감액경정의 처분성 2009년 12월 31일자 법인세법 개정 이전에는 과세관청이 어느 사업연도의 과세표준을 경정 또는 결정함에 있어서 결손금을 감액결정·경정하더라도 납세의무자는 그 이후 사업연도에 대한 법인세 과세처분을 다투면서 종전의 과세표준 결정이 잘못되었다거나 공제될 수 있는 이월결손금이 있다는 주장을 하여 과세처분을 취소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2009년 12월 31일자 법인세법 개정시 제13조 제1호 후단이 신설됨으로써 공제 대상이 되는 이월결손금은 모든 결손금이 아니라 위 제1호 후단의 요건을 갖춘 결손금으로 축소되었다. 따라서 2009년 12월 31일자 법인세법 개정 이후 사업연도에 있어서는 과세관청이 어느 사업연도의 결손금을 감액경정하는 경우 이를 바로 다투지 아니하면 그 이후 사업연도에 대한 과세처분 시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과 다른 결손금은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이 2009년 12월 31일자 법인세법 개정 이후에는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확정되면 그 이후의 사업연도에 있어서 공제 대상인 이월결손금이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과세관청의 경정으로 감액된 결손금만큼 납세의무자의 과세표준이 증가하게 된다. 위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대법원은 납세의무자의 권리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가져오거나 납세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판단기준에 따르면 2009년 12월 31일자 법인세법 개정 이후에 있어서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은 납세의무자의 권리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가져오고 납세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된다. 다. 대상 판결의 의의 구 법인세법 제13조 제1호 후문의 신설 이후에도 그 개정 전과 마찬가지로 납세의무자가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결정·경정에 대하여는 다툴 수 없고 그 이후 사업연도에 대한 과세처분을 다투면서 종전의 과세표준 결정이 잘못되었다거나 공제 대상인 이월결손금이 있다는 주장을 하는 방법으로 다투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실무상 많은 논란이 있었다. 대상 판결은 위 제1호 후문이 신설된 이후에는 납세의무자가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을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으로 보아 바로 다투어야 하고 이에 대하여 다투지 않은 경우에는 그 이후의 사업연도에 대한 과세처분 시 종전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잘못되었다는 주장을 할 수 없다고 하였다. 대상 판결은 2009년 12월 31일 법률 제9898호로 개정 때 신설된 구 법인세법 제13조 제1호 후문에 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로서 실무상 논란이 있던 쟁점을 명확하게 정리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고 타당하다. 유철형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법인세
결손금
과세표준
유철형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2020-08-10
행정사건
공무원의 직무범죄에 근거한 재심개시결정
1. 사안의 내용 피고인은 천안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에 의하여 긴급조치 제9호 제8항에 따라 1979년 7월 4일부터 1979년 7월 13일까지 영장 없이 체포·구금되어 수사를 받고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위반, 반공법위반, 사기, 업무상횡령으로 기소되었다. 피고인은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항소하였는데 항소심 진행 도중인 1979년 12월 8일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되었다. 이에 항소심은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위반 부분에 대하여는 면소를 선고하고 나머지 반공법위반, 사기, 업무상횡령 부분에 대하여만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항소심 판결은 피고인의 상고취하로 확정되었다. 그 후 피고인이 사망하자 피고인의 아들이 재심대상판결(서울고법 1981. 9. 10. 선고 79노1637 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였다. 이 사건에서 경찰관들이 피고인을 영장 없이 체포·구금한 것은 당시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허용하던 긴급조치 제9호에 따른 것이다. 즉 경찰관들은 직권을 남용한 것이 아니라 단지 당시의 법령을 따랐을 뿐이다. 이러한 경우에도 형법 제124조의 불법체포·감금죄가 성립하거나 적어도 그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등으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가 인정되는지가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한 경우에도 불법체포·감금의 직무범죄가 인정되는 경우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근거에서 검사 재항고를 기각(원심의 결론 수긍, 재심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영장 없는 체포·구금과 관련한 재심사유의 존부에 관하여 그 영장 없는 체포·구금의 근거가 위헌적 법령이라면 당시 수사기관에게 형법 제124조의 불법체포·감금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는 따질 필요가 없으며,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당한 국민에게 사법적 구제수단 중의 하나인 재심의 문을 열어놓는 것이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합치적 해석이라는 점을 그 이유로 제시하였다. 2. 재심제도의 의의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해석론 재심심판절차는 원판결의 당부를 심사하는 종전 소송절차의 후속절차가 아니라 사건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심판하는 완전히 새로운 소송절차로서 재심판결이 확정되면 원판결은 당연히 효력을 잃는다. 이는 확정된 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그 판결의 확정력으로 유지되는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키고 사건 자체를 다시 심판하는 재심의 본질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정의와 법적 안전성의 원칙은 법치국가의 원리에서 동일한 정도로 파생되기 때문에 재심절차는 단지 극히 좁은 범위에서만 허용된다. 즉 실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재심을 허용하지만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심이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5도15782 판결).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를 별도의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이는 원판결이 위 공무원의 범죄행위로 얻어진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별도의 확정판결이나 같은 법 제422조 소정의 확정판결에 대신하는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대법원 2016. 11. 9. 선고 2016도12400 판결). 즉 제420조 제7호는 1) 직무범죄가 성립하고 2) 그 직무범죄로 공소가 제기되고 3) 그 직무범죄에 대하여 유죄의 확정판결이 존재할 것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다. 1)은 실체법적 요건이라면, 2)와 3)은 절차법적 요건에 해당한다. 3. 동 결정의 근거에 대한 비판론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직무범죄를 범하여'라고 규정하고 있지, '직무범죄 준하는 사유'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무범죄가 존재하지도 않고, 직무범죄에 저항하는 범죄이거나 직접적인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를 직무범죄에 준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허용되는 유추해석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위반에 해당한다. 또한 법률의 해석은 법문에 반하여 할 수는 없으므로 헌법 합치적 법률해석 역시 법문에 대한 가능한 어의에서 시작되고 또 거기에서 한계를 발견해야 한다. 따라서 법문의 어의가 명백하여 다른 해석의 가능성이 없는 경우 비록 법문에 부합하는 해석이 위헌적이라고 하더라도 헌법 합치적 해석이라는 미명 아래 법률의 규율내용을 왜곡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규범변경을 통한 적극적 입법은 법원은 물론 헌법재판소에게도 금지되어 있기 떄문이다. 결국 사안에서도 형사소송법 제420조 7호의 문언이 범죄성립과 확정판결을 명백히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 합치적 해석이라는 방법을 통해 법적 논증의 과정을 서둘러 종결하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재심은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해 법적 안정성을 깨뜨리는 비상구제절차이다. 즉 사실인정의 오류를 바로잡아서 정의를 회복하는 것이다. 헌법상 재판을 받을 권리는 사안에서 볼 때 반공법위반, 사기죄, 횡령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재심대상자)에게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직무범죄를 범한 자에게도 인정되는 모든 시민의 권리이다. 즉 경찰관들이 직무범죄를 범하였다는 것이 재판을 통해서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다. 재심개시결정은 재심사유에 대한 엄격한 해석을 통해 재심을 청구하는 자가 주장하는 모든 사실관계를 검토한 후에 내려지는 법적 논증의 결과이다. 일반적으로 재심개시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는 재심절차의 전체적인 단계에서 볼 때 선행절차(Aditionsverfahren)에 해당한다. 이 절차에서는 재심청구의 방식과 재심청구의 논리적 일관성(Schlussigkeit)의 심사가 주된 과제이다. 재심개시결정절차에서 재심법원은 새롭게 주장된 사실이 진실하다는 점을 가정하고서 이를 원판결에서 법원이 확정한 사실과 비교한다. 이 단계에서 재심법원은 먼저 사실심법관이 확인한 사실에 구속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7호의 재심요건과 관련해서 본다면 재심법원은 공무원의 직무범죄가 성립한다는 사실심법관의 확인사실을 기초로 재심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칸트는 '도덕과 형이상학을 위한 정초'에서 "목적을 원하는 자는 (이성이 그의 행위들에 결정적인 영향을 가지는 한) 자신의 힘 안에 놓여 있는, 그 목적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불가결한 수단을 또한 원한다"라고 하였다. 당해 사안에서 재심개시결정이라는 목적은 직무범죄의 존재라는 수단을 갖추어야만 한다. 그러나 동 결정은 '직무범죄가 성립하였다는 사실'이 아니라 '직무범죄에 준한다는 사실'을 근거로 재심개시결정을 하고 있다. '직무범죄'와 '직무범죄에 준한다는 사실'은 규범적 관점에서 볼 때 전혀 다르다. 직무범죄에 준한다는 사실도 재심개시결정에 원인이 될 수는 있다. 즉 인과성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재심개시결정이라는 결과를 그 원인된 행위에 귀속하기 위해서는 직무범죄에 준하는 사실이 아니라 직무범죄의 성립과 확정판결을 필요로 한다. 또한 재판은 '당사자 사이에 법적 분쟁이 발생한 경우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관련 법령의 의미를 해석한 후 이를 사실관계에 적용하여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를 판단하는 사법작용'이다(대법원 2013.3.28. 선고 2012재두 299 판결). 법령에 대한 해석의 기준이 확정된 사실관계에 적용하는 법적 논증의 과정이다. 이때 법령의 해석은 미리 그 의미가 확정되어야 하는 것이지, 사실관계에 따라서 변동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동 결정은 재심을 위한 재심개시결정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재심개시결정을 미리 염두에 두고 그 근거를 소급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의문이 강력히 제기된다. 권오걸 교수(경북대 로스쿨)
항고
체포
구금
재심
수사기관
권오걸 교수(경북대 로스쿨)
2020-01-09
전문직직무
행정사건
교장승진임용제외의 처분성 문제
- 대법원 2018.3.27. 선고 2015두47492판결 - Ⅰ. 사실관계와 하급심의 태도 갑은 초등학교 교사로 임용된 후 2011.9.1. 교감으로 승진임용되어 A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한다. B광역시교육감은 매년 1월 31일을 기준으로 경력, 근무성적, 연수성적을 평정하여 그 평정을 합산한 점수가 높은 승진후보자의 순서대로 승진후보자 명부를 작성하는데, 2014.1.31.자 ‘교육공무원(초등학교교장) 승진후보자 명부’에 갑이 순위 10번으로 등재되어 있다. 2014년 3월 1일 B광역시교육청 관내 초등교장 18명을 대통령이 신규 승진임용하였는데, 갑은 포함되지 않았다. 갑이 제기한 교장임용거부처분무효확인의소에서, 피고 교육부장관이 “원고에게는 자신을 교장으로 임용 또는 임용제청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법규상, 조리상 신청권이 없으므로 위와 같은 신청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하였는데, 하급심은 이를 수긍하였고(서울행정법원 2015.1.22. 선고2014구합63909판결, 서울고법 2015.7.9. 선고 2015누33839판결),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역시 동일하였다. Ⅱ. 판결요지 [1] 항고소송은 처분 등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고(행정소송법 제12조, 제35조), 불이익처분의 상대방은 직접 개인적 이익의 침해를 받은 자로서 원고적격이 인정된다. [2] 교육공무원법 제29조의2 제1항 등에 따르면 임용권자는 3배수의 범위 안에 들어간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승진임용 여부를 심사하여야 하고, 이에 따라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는 임용권자로부터 정당한 심사를 받게 될 것에 관한 절차적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런데 임용권자 등이 자의적인 이유로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를 승진임용에서 제외하는 처분을 한 경우에, 이러한 승진임용제외처분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지 않는다면, 달리 이에 대하여는 불복하여 침해된 권리 또는 법률상 이익을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따라서 교육공무원법상 승진후보자 명부에 의한 승진심사 방식으로 행해지는 승진임용에서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되어 있던 후보자를 승진임용인사발령에서 제외하는 행위는 불이익처분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교육부장관은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들에 대하여 일정한 심사를 진행하여 임용제청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특정 후보자를 반드시 임용제청을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교육부장관이 임용제청을 한 후보자라고 하더라도 임용권자인 대통령이 반드시 승진임용을 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공무원 승진임용에 관해서는 임용권자에게 일반 국민에 대한 행정처분이나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에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광범위한 재량이 부여되어 있다. 따라서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를 승진임용에서 제외하는 결정이 공무원의 자격을 정한 관련 법령 규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갖춘 사유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증명이 있다면 쉽사리 위법하다고 판단하여서는 아니 된다. Ⅲ. 쟁점과 문제점 자유권이 국가에 대한 방어권적 성격을 갖기에 불이익한 처분에 대해 당사자는 별다른 논거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원고적격이 인정된다는 것이 수범자(상대방)이론인데(김중권, 행정법, 2019, 731면). 대상판결은 일찍부터 필자가 주장한 수범자이론(상대방이론)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수범자이론은 자신에 대한 거부처분이나 제3자효 행정행위를 다투는 경우는 그대로 통용되지 않는다(독일의 통설과 판례). 따라서 사안이 거부처분의 상황이라면 수범자이론에 의하더라도 당연히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하급심과 상고심의 접근태도가 다르다. 하급심은 사건명칭처럼 사안을 거부처분의 차원에서 논의를 전개한 데 대해서, 상고심은 사건명칭을 동일하게 사용하면서도 거부처분의 차원에서 논증하지 않았다. 기왕의 거부처분인정의 공식에 입각하지 않고,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는 임용권자로부터 정당한 심사를 받게 될 것에 관한 절차적 기대를 하게 된다고 지적하면서, 교장승진임용제외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지 않는다면, 달리 이에 대하여는 불복하여 침해된 권리 또는 법률상 이익을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는 논거로 교장승진임용제외를 행정처분으로 보았다. 교원소청심사는 물론 하급심의 태도가 기왕의 판례에 의거한 의당 자연스러운 점에서 권리구제의 보충성을 내세워 논증한 대상판결의 접근이 사안의 본질에 비추어 타당한지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Ⅳ. 사안이 승진임용거부의 상황인가? 교장임용절차는 교육부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용한다. 교장임용절차는 2원화되어, 하나는 승진후보자명부에 의한 승진심사방식으로 행해지고, 다른 하나는 공모절차의 방식으로 행해진다. 공모절차는 지원(응모)에 의해 개시되기에, 일종의 신청에 의한 절차진행인 데 대해서 승진임용절차는 행정청의 직권적인 절차진행이다. 승진임용절차인 사안에서 대상판결이 거부처분의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타당하다. 승진임용제외로부터 직접적인 법적 불이익의 발생이 논증되는 한, 이상의 수범자이론을 그대로 적용하더라도 문제가 없다. 반면 공모절차를 밟는 총장임용절차에서의 임용제청제외 및 임용제외는 거부처분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신청권의 존부를 검토하지 않고, 처분성을 논증한 대법원 2018.6.15. 선고 2016두57564판결은 이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상론 김중권, 법조 제733호, 2019년 2월 28일). Ⅴ. 승진임용제외의 처분성 논증의 문제점 1. 절차적 기대를 출발점으로 하는 것의 문제점 처분성을 논증하는 데 대상판결은 절차적 기대(권)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거부처분의 인정에서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에서 연유한 신청권의 의미에 대해 판례는 그동안 순전히 절차적 의미로 접근한다. 신청권을 순전히 절차적 차원에서 접근하면 남소의 우려와 함께 법률관계의 왜곡을 가져다준다(김중권, 행정법, 734면). 대법원 1991.2.12. 선고 90누5825판결의 응답신청권을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으로 이해하여 그것을 실체적 법효과와 유리되게 이해한 것이 그 예이다. 승인임용에서 제외(탈락)된 상황은, 공직취임의 저지라는 차원에서 보면 단순한 배제라는 사실적 효과가 아니라 불임용의 법효과에 해당한다. 따라서 정당한 심사에 관한 절차적 기대를 출발점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 권리구제의 보충성의 차원에서 접근한 것의 문제점 자신을 상대방으로 하지 않는 법적 행위로 인해 빚어진 결과적 상황에 즈음하여, 그 법적 행위(다른 사람에 대한 승진임용)를 직접 다투지 않고, 자신에게 빚어진 결과적 상황을 문제삼기 위해서는 그런 상황을 자신의 법률상 이익(권리)의 침해에 설득력 있게 연관지울 수 있게 하는 메커니즘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런 연결고리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추단적(묵시적) 행정행위의 존재이다. 행정의 추단적 용태로부터 행정행위의 개념적 징표를 충족하는 법적으로 의미있는 공법적 의사표시가 도출될 수 있을 때, 추단적 행정행위가 존재할 수 있다(김중권, 행정법, 214면). 가령 보조금반환요구(결정)는 보조금지급결정의 묵시적 폐지를 동시에 담고 있다. 여러 명이 한정된 허가를 신청하여 일부에 대해 허가가 발해진 경우 다른 이에 대한 거부처분이 존재하는 셈이다. 그리고 종종 (후속) 행정사실행위를 위한 법적 근거가 되는 추단적 행정행위가 사실행위로부터 생겨나기도 한다(예: 경찰관이 행한 수신호). 물론 표시행위에 대해 법률상 일정한 형식(서면, 공증증서, 고시 등)이 규정된 때는 추단적 행정행위는 배제된다(판례는 공공용물의 성립과 폐지에서 묵시적 공용지정(개시)행위나 공용폐지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 엄격한 태도를 취한다(대법원 2016.5.12. 선고 2015다25524판결 등). 추단적 행정행위의 존재는 후속 행정행위를 발하기 위한 중간단계로서 특별한 의의를 지녀서, 경우에 따라서는 명시적 처분에 담겨질 수 있다. 대상판결처럼 굳이 권리구제의 보충성의 차원에서 처분성을 논증할 필요가 없다. Ⅵ. 맺으면서-배타적 경쟁자소송에 관한 진전된 논의가 필요하다 사안의 소송은 잠재적 경쟁관계에 있는 대상자 가운데 탈락한 자가 제기하는 배타적 경쟁자소송이다. 법정요건이나 자격을 구비한 이상, 원고적격은 문제되지 않는데, 소송대상, 소송형식, 취소판결의 효력 등에서 검토할 사항이 많다(김중권, 행정법, 742면). 특히 공무원법상의 경쟁자소송에서는 임용처분이 내려지면 공직의 안정성의 원칙에서 권리보호의 필요성이 문제될 수 있다. 독일은 공직의 안정성의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는 판례변경(BVerwGE 138, 102) 을 통해 잠정적인 권리구제가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탈락된 지원자가 타인에 대한 임용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교육공무원법
승진
승진심사
임용권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2019-03-04
행정사건
직권감차 통보의 처분성 여부에 관한 소고
- 대법원 2016.11.24. 선고 2016두45028판결 - Ⅰ. 사안의 개요 甲시의 택시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甲시장이 2012년 9월 19일 관내 11개 택시회사들과 사이에서 ‘법인택시 총 272대(보유대수의 약 40%)를 3년간 순차적으로 감차하고 감차대수에 따라 감차보상금을 지급하며, 만일 택시회사들이 합의한 바대로 자발적인 감차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甲시장이 직권감차명령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는데, 일부 택시회사들이 3년차인 2014년에 사정변경을 이유로 합의 이행을 거부하였다. 이에 甲시장은 2014년 10월 29일 4개 택시회사(원고)와 甲시 차량등록사업소장에게 ‘법인택시 감차합의서에 따른 직권감차 통보’의 제목 하에, 원고들의 감차계획분에 대하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여객자동차법’이라 한다) 제10조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31조의 규정에 의하여 변경인가(직권감차)를 통보하니, 원고들은 감차를 완료한 후 감차보상금을 신청하고 해당 차량의 운행을 2014년 11월 29일부터 중단하기 바라며, 차량등록사업소는 감차대상 자동차 직권말소등록을 의뢰하니 조치를 바란다는 내용의 통보(이하 ‘이 사건 직권감차 통보’라고 한다)를 하였다. 원고들은 직권감차 통보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는데, 甲시장은 “이 사건 합의는 원고들과 피고의 의사표시의 합치에 의하여 성립한 ‘공법상 계약’이고, 이 사건 합의에 따른 직권감차통보의 실질은 공법상 계약에 따른 이행의 촉구일 뿐 공권력의 행사 내지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을 하였다. 제1심(전주지방법원 2014구합3171판결)과 원심(광주고법 (전주)2016누1047판결)은 피고의 주장을 수긍하여 소가 부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여객자동차법 제85조 제1항 제38호에 의하면, 운송사업자에 대한 면허에 조건을 붙인다. 조건을 위반한 경우 감차 등이 따르는 사업계획변경명령(이하 ‘감차명령’이라 한다)을 할 수 있는데, 감차명령의 사유가 되는 ‘면허에 붙인 조건을 위반한 경우’에서 ‘조건’에는 운송사업자가 준수할 일정한 의무를 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감차명령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부관’도 포함된다. 그리고 부관은 면허 발급 당시에 붙이는 것뿐만 아니라 면허 발급 이후에 붙이는 것도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있거나 변경이 미리 유보되어 있는 경우 또는 상대방의 동의가 있는 경우 등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된다. 따라서 관할 행정청은 면허 발급 이후에도 운송사업자의 동의하에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의 질서 확립을 위하여 운송사업자가 준수할 의무를 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감차명령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면허 조건을 붙일 수 있고, 운송사업자가 조건을 위반하였다면 여객자동차법 제85조 제1항 제38호에 따라 감차명령을 할 수 있으며, 감차명령은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가 정한 처분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 Ⅲ. 검토 1. 양자의 상반된 논증방법 ‘직권감차통보(명령)’의 처분성 여부가 ‘이 사건 합의’의 법적 성질에 연관되어 논해졌다. 하급심은 ‘이 사건 합의’를 공법상 계약으로 보고서 그것에 바탕을 두고서 직권감차통보를 ‘이 사건 합의’에 따른 공법적 의사표시로 접근한 반면, 대상판결은 ‘이 사건 합의’를 부관 특히 사후부관(면허조건)의 차원에서 접근하였다. 여객자동차법 제85조 제1항 제38호에 따른 감차명령의 성립요건에 해당하는 위반된 조건은 분명 강학상의 부관이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 합의’에서의 순차적 감차의무 부분을 연관시켜 마치 그것이 부담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고서 조건위반으로논증을 하였다. 대상판결처럼 ‘이 사건 합의’를 사후의 면허조건으로 보는 이상, 직권감차통보의 처분성 인정은 당연한 귀결이다. 2. 대상판결의 의의 부관을 오로지 보조수단인 양 여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거니와, 행정청이 일방적으로 붙이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것도 지양하여야 한다. 협력적 행정법에서 부관은 규율상대방과의 협력에서 세심한 조종(제어)을 위해 동원될 수 있다. 실제로는 규모가 큰 사업(지하도의 건설, 아파트의 건축 등)에 있어서는 더욱이 행정청과 상대방(허가의 신청자 등)과의 협의·협상(비공식 행정작용)을 통해, 혹은 정식의 계약을 통해 정해지는 예가 많이 있다. 그리하여 교섭이나 합의에 의한 부관의 부가 역시 긍정된다{효시적 문헌으로 김남진, 법률신문 제2453호(1995.11.); 법률신문 제2800호 (1999.6.)}. 판례는 과거 기속행위에 대한 부관 불허용성의 원칙의 견지에서 건축허가를 하면서 일정 토지를 기부채납하도록 한 허가조건에 대해서 무효로 판시하였지만(대법원 94다56883 판결), 판례는 송유관이설협약과 관련하여, “부담을 부가하기 이전에 상대방과 협의하여 부담의 내용을 협약의 형식으로 미리 정한 다음 행정처분을 하면서 이를 부가할 수도 있다”고 판시하여 부관부 ‘교섭적 행정행위’의 존재를 바탕으로 그 협약을 부담으로 접근하였다(대법원 2005다65500판결). (하지만 사안을 행정계약차원에서도 접근할 수 있다. 김중권, 법률신문 제3613호, 2007.12.24.). 대상판결은 특히, 합의형식의 부관의 사후부가를 인정한 것이다. 3. 대상판결의 문제점 1) 부관론적 접근의 문제점 행정행위의 발급에 배치될 수 있는 의문점과 장애를 제거하기 위해 시민에게 추가적 의무를 과할 수 있는데, 그 방법에서 일방적으로(부관의 형식으로) 과하거나 합의에(공법상 계약) 의할 수 있다(김중권, 행정법, 2016, 397면). 목표설정에서 양자는 매우 근사하지만, 본질에서 구별된다. 부관은 종종 수범자의 양해를 전제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일방적 성격을 지닌다. 반면 공법상 계약은 일단 대등한 당사자의 의사의 합치를 바탕으로 한다. 대법원 94다56883 판결과 대법원 2005다65500 판결의 경우 그 부관의 내용은 시민의 일방적인 의무이어서 부담적 접근이 가능하나. 사안의 경우 급부와 반대급부가 서로 조응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대상판결처럼 행정청과 행정파트너간의 공법적 합의의 내용인 일정한 의무이행을 부관(부담)으로 설정한다면, 당사자 간의 공법적 합의의 존재가 사후에 부인되는 셈이고, 결국 공법적 합의 자체가 치명적으로 무색해질 수 있다. 합의의 내용이 행정청과 사인의 상호간의 급부의무로 형성되어 있는 이상, 그 자체를 부관으로 접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런데 ‘이 사건 합의’를 사후 면허조건으로 본다면, 구체적으로 부관 가운데 어떤 부관에 해당하는지 궁금하다. 2) 직권감차통보의 처분성 여부 직권감차통보의 처분성을 논증함에 있어서, 조건위반의 경우(여객자동차법 제85조 제1항 제38호)에 바탕을 둘 필요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직권감차통보의 내용에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한다는 의미의 법효과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여객자동차법의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감차처분의 본질은 사업계획변경인가이며, 그것은 기왕의 사업계획인가에 대한 일종의 일부 폐지(철회)에 해당한다. 직권감차를 하여야 한다는 통보는 사업계획변경인가에 따른 후속적인 - 감차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의미의 - 하명처분이다. ‘원고들이 감차를 완료한 후 감차보상금을 신청하고 해당 차량의 운행을 2014년 11월 29일부터 중단하기 바라며, 차량등록사업소는 감차대상 자동차 직권말소등록을 의뢰하니 조치를 바란다’는 내용의 통보 부분은 사업계획변경인가에 따른 후속 절차에 불과하다. 굳이 ‘이 사건 합의’에서 조건(부담)의 존재를 탐문하지 않더라도, 직권감차통보 그 자체를 행정처분으로 보는 데 어려움이 없다. 하급심이 직권감차통보를 전적으로 ‘이 사건 합의’에 연계된 행위로 접근한 것은 문제가 있다. 3) 직권감차통보의 법적 근거 직권감차통보의 법적 근거가 문제될 수 있다. 직권감차통보의 근거로 여객자동차법 제85조 제1항 제38호상의 조건위반의 경우를 삼는 것(부관론적 접근)은 타당하지 않다. ‘이 사건 합의’는 공법상 계약의 일종으로 보되, 직권감차통보는 ‘이 사건 합의’에 연계시키지 않고 여객자동차법의 차원에서 접근할 때, 여객자동차법 제85조 제1항상의 사유 가운데 제2호(사업경영의 불확실, 자산상태의 현저한 불량, 그 밖의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하여 국민의 교통편의를 해치는 경우)를 법률적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사실 수익적 행정행위의 철회는 판례에 의하면 법률적 근거가 없더라도 일정한 철회사유만으로도 가능하여서, 특히 우월한 공익상의 필요를 위한 직권감차통보 역시 가능하다. 다만 ‘이 사건 합의’는 직권감차통보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거사를 다루지만, 법원은 과거분석과 과거평가로부터 현재는 물론, 미래를 결정하는 권력이다. 대상판결의 처분성 논증방식이 공법상의 합의(계약)의 존재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협력적 행정법의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택시회사
감차명령
직권감차
2017-05-16
행정사건
수익적 행정처분에서 경원관계에 있는 자의 원고적격 요건
-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두27517 판결 - 1. 사안의 정리 가. 피고는 2012. 4. 3. 부산 강서구 봉림동 봉림지하차도와 김해시 장유면 화목교(시 경계) 사이에 주유소 2개소를 추가로 설치할 수 있도록 개발제한구역안 주유소배치계획을 변경한 후 이를 공고하였고, 같은 날 주유소 운영사업자를 모집하는 모집공고(이하 '이 사건 모집공고')를 하였는데, 이 사건 모집공고의 신청자격은 "1) 개발제한구역 지정 당시(1971. 12. 29.) 해당 구역안에 거주하고 있던 자로서 개발제한구역에 주택 또는 토지를 소유하고(지정당시거주자), 2) 생업을 위하여 3년 내의 기간 동안 개발제한구역 밖에 거주하였던 자를 포함하되 세대주 또는 직계비속 등의 취학을 위하여 개발제한구역 밖에서 거주한 기간은 개발제한구역 안에서 거주한 기간으로 본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나. 같은 날 원고, 소외인 등은 피고에게 주유소 운영사업자 선정신청을 하였고, 피고는 2012. 8. 22. 원고에게는 '개발제한구역 밖으로 전출한 사실이 있어 이 사건 모집공고의 신청조건에 적합하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주유소 운영사업자 불선정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는 대신, 경원자인 소외인에게 주유소 운영사업자 선정처분을 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부산광역시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하였으나 2012. 12. 11. 청구가 기각되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1심 및 원심의 판단 1심은, 이 사건 소가 소위 '경원자소송'으로 원고의 당사자 적격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었음에도 이를 간과한 채 곧바로 본안판단으로 들어가,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제18조 제2항 제3호의 '지정당시거주자'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당시뿐만 아니라, 허가신청일 당시까지도 개발제한구역 안에 계속하여 거주하고 있을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고 해석되는바(대법원 2005. 7. 8. 선고 2005두3165 판결 참조), 위 요건을 구비하였는지 여부는 주민등록표 등 공적인 기록에 의하여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라 할 것이나 주민등록표 기재와 다른 내용의 거주사실 등이 인정된다면 그에 따라 요건구비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원고의 경우는 자녀들이 종전 학교에 개근한 사실, 원고가 종전 주소지 통장으로 재직한 사실 등을 들어 이 사건 첫 번째와 두 번째 전출 기간 동안 실제로는 이 사건 주소지에 거주하면서 주민등록상 주소지만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였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모집공고의 신청자격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직권으로 이 사건 소의 적법여부에 관하여 살펴본 다음, 인허가 등의 수익적 행정처분을 신청한 여러 사람이 서로 경쟁관계에 있어 일방에 대한 허가 등의 처분이 타방에 대한 불허가 등으로 될 수밖에 없는 때에는 허가 등의 처분을 받지 못한 사람은 처분의 상대방이 아니라 하더라도 당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당사자 적격이 있고, 다만 구체적인 경우에 그 처분이 취소된다 하더라도 허가 등의 처분을 받지 못한 불이익이 회복된다고 볼 수 없을 때에는 당해 처분의 취소를 구할 정당한 이익이 없다(대법원 1998. 9. 8. 선고 98두6272판결 등 참조)고 할 것인데,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이 취소되더라도 경원자 관계에 있는 소외인에 대한 주유소 운영사업자 선정처분(2012. 8. 22.자)이 취소되지 아니한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주유소 운영사업자로 선정될 수 없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의 취소를 구할 정당한 이익이 없다 라고 하여 본안에 관하여는 더 나아가 살피지 아니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위법한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는 위법한 처분에 의하여 발생한 위법상태를 배제하여 원상으로 회복시키고 그 처분으로 침해되거나 방해받은 권리와 이익을 보호ㆍ구제하고자 하는 소송이므로, 그 취소판결로 인한 권리구제의 가능성이 확실한 경우에만 소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허가 등 처분을 받지 못한 사람은 그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의 직접 상대방으로서 원칙적으로 자신에 대한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원고적격이 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원관계에서 허가 등 처분을 받지 못한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하여, 이 사건을 파기환송 하여 다시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1) 경원자관계에서의 원고적격(소의 이익) 여부 경원자관계란 인허가 등의 수익적 행정처분을 신청한 수인이 서로 경쟁관계에 있어서 일방에 대한 허가 등의 처분이 타방에 대한 불허가 등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경우를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원관계에 있는 자가 인허가처분에 대하여 제기하는 항고소송을 경원자소송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경원자소송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제기될 수 있다. 즉, 경원자가 자신에게 내려진 거부처분을 곧바로 다투는 형태와 경원자에게 내려진 인허가처분을 다투는 형태이다. 종전 판례는 후자의 경우에 관한 것으로'명백한 법적 장애로 인하여 원고 자신의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이 처음부터 배제되어 있는 경우만 아니라면, 경원관계에서 탈락한 자는 비록 경원자에 대하여 이루어진 허가 등 처분의 상대방이 아니라 하더라도 당해 처분의 취소를 구할 원고 적격이 있다'(대판 2009. 12. 10. 2009구8359 판결)고 하여 원칙적으로 원고적격을 인정하는 입장이었다. 2)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의 사안은 전자에 관한 것으로, 이러한 소송은 비록 동 소송에서 원고의 신청이 받아들여진다고 하더라도 자신에게 곧바로 인허가처분이 내려진다거나 경원자에게 내려진 인허가처분이 취소되는 것도 아니어서 과연 이러한 청구에 소의 이익을 인정할 것인가가 문제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원심은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이 취소되더라도 경원자 관계에 있는 소외인에 대한 주유소 운영사업자 선정처분(2012. 8. 22.자)이 취소되지 아니한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주유소 운영사업자로 선정될 수 없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정당한 이익이 없다고 하여 각하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자신에 대한 거부처분에 대한 취소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그 판결의 직접적인 효과로 경원자에 대한 허가 등 처분이 취소되거나 그 효력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행정청은 취소판결의 기속력에 따라 그 판결에서 확인된 위법사유를 배제한 상태에서 취소판결의 원고와 경원자의 각 신청에 관하여 처분요건의 구비 여부와 우열을 다시 심사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한 후, 그 재심사 결과 경원자에 대한 수익적 처분이 직권취소 되고 취소판결의 원고에게 수익적 처분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원관계에서 허가 등 처분을 받지 못한 사람은 자신에 대한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종전 학문적으로 본 사안과 같은 경우 '명백한 법적 장애로 인하여 원고에게 수익적 처분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처음부터 배제되어 있지 않는 한 원고적격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확인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대상판결의 태도에 대하여는 원심판단처럼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이 취소되더라도 경원자 관계에 있는 소외인에 대한 주유소 운영사업자 선정처분이 취소되지 아니하는 한 원고가 바로 주유소 운영사업자로 선정될 수 없음을 들어 무의미한 판결이라는 비판이 가능할 수도 있으나, 소송에 있어서 원고적격이라 함은 구체적 사안에서 계쟁처분의 취소를 구할 현실적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를 가지고 따져보아야 할 문제라 할 것인 바, 지나치게 소의 이익을 좁게 해석하여 처음부터 본안판단을 받아볼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입장을 지지한 것이다. 5. 결 어 결국 이러한 대상판결의 취지에 따른다면, 앞으로 본 사안과 같은 형태의 경원자소송에서 쟁점은 본안으로 들어가 원고에게 수익적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 될 것이고, 원고적격 단계에서는 명백한 법적 장애로 인하여 처음부터 수익적 처분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아예 배제되어 있지만 않다면 원고에게 소의 이익은 인정되는 것으로 정리될 것으로 여겨진다.
개발제한구역
경원자소송
원고적격
행정소송
2016-05-30
1
banner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대법원 "일용근로자 월 근로일수, 22일 아닌 20일"
판결기사
2024-04-25 11:44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노동사기
사해행위취소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할 때 납부하는 등록면허세의 과세표준 및 이와 관련한 문제점과 개선방안
김창규 변호사(김창규 법률사무소)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