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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사건
[한국행정법학회 행정판례평석] ⑦ 위임입법의 형식과 한계
현대사회의 규범제정에서 행정의 역할은 의회의 보충에 그치지 않는다. 행정이 Rule을 제정하는 것, 그 자체가 주요한 행정작용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상판결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입법자에 의한 규율형식의 선택을 인정하고, 이로써 행정의 다양한 규범제정의 가능성을 열어 둔 판결이란 점에서 그 의미를 인정할 수 있다. Ⅰ. 사실관계 1. 금융감독위원회는 ○○생명보험 주식회사(이하 ‘○○생명’이라 한다)에 대해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2조 제3호 가목을 근거로 ‘경영상태를 실사한 결과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하고, 자본감소 등을 명령했다. 위 회사의 이사인 청구인들 및 ○○생명은 서울행정법원에 부실금융기관 결정 및 감자명령 등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다음, 그 소송에 적용될 수 있는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2조 제3호 가목, 제10조 제1항 제2호, 제2항 및 제12조 제2항 내지 제4항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다는 이유로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해 기각되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2. 입법권자가 위임법률을 제정하면서 입법사항을 대통령령이나 부령이 아닌 고시와 같은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위임할 수 있는지 여부 및 그러한 위임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이며, 재판의 전제성 등 다른 쟁점들도 있으나 나머지 쟁점에 대해서는 여기서 상론하지 아니한다. Ⅱ. 결정요지 1. 오늘날 의회의 입법독점주의에서 입법중심주의로 전환해 일정한 범위 내에서 행정입법을 허용하게 된 동기가 사회적 변화에 대응한 입법수요의 급증과 종래의 형식적 권력분립주의로는 현대사회에 대응할 수 없다는 기능적 권력분립론에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헌법 제40조와 헌법 제75조, 제95조의 의미를 살펴보면, 국회입법에 의한 수권이 입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에게 법률 등으로 구체적인 범위를 정해 위임한 사항에 관해서는 당해 행정기관에게 법정립의 권한을 갖게 되고, 입법자가 규율의 형식도 선택할 수도 있다 할 것이므로,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위임입법의 형식은 예시적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그것은 법률이 행정규칙에 위임하더라도 그 행정규칙은 위임된 사항만을 규율할 수 있으므로, 국회입법의 원칙과 상치되지도 않는다. 2. 행정규칙은 법규명령과 같은 엄격한 제정 및 개정절차를 요하지 아니하므로, 재산권 등과 같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작용을 하는 법률이 입법위임을 할 때에는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등 법규명령에 위임함이 바람직하고, 금융감독위원회의 고시와 같은 형식으로 입법위임을 할 때에는 적어도 행정규제기본법 제4조 제2항 단서에서 정한 바와 같이 법령이 전문적·기술적 사항이나 경미한 사항으로서 업무의 성질상 위임이 불가피한 사항에 한정된다 할 것이고, 그러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상 법률의 위임은 반드시 구체적·개별적으로 한정된 사항에 대해 행해져야 한다. Ⅲ. 판례평석 1. 대상결정의 의미와 쟁점 헌법재판소는 2004. 10. 28. 선고 99헌바91 결정에서 법률이 입법사항을 고시와 같은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위임하는 것이 헌법 제40조, 제75조와 제95조 등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했다. 이 결정은 20년 정도 지난 다소 오래된 판례이나 그 의미나 중요성에 비해 많이 소개되지 않았다고 생각해 이 기회에 그 결정의 의미와 향후 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2. 법령보충행정규칙 이론의 정립과정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이란 법령의 위임에 근거해 법령의 내용을 구체화한 행정규칙으로, 행정규칙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그 실질내용은 근거가 되는 법령의 규정과 결합해 법령의 내용을 보충하는 기능을 갖는 경우를 말한다. 대상판결이 내려지기 오래전부터 행정실무를 비롯한 법실무에서는 광범하게 소위 행정규칙 형식에 해당하는 고시, 훈령 등에 법령을 보충하는 내용의 입법을 위임하는 관행이 형성되어 있었다. 이에 관한 리딩케이스에 해당하는 대법원 1987.9.29. 선고 86누484 판결은 국세청장의 훈령이 상위 법령과 결합해 일체가 되는 한도에서 상위법령의 일부가 됨으로써 대외적 구속력이 발생된다고 보아 이러한 행정실무와 법실무의 관행을 긍정적으로 수용했다. 위 판결 이후로 대법원은 다수의 사건에서 법령의 위임에 따라 법령의 내용을 보충하는 행정규칙, 특히 고시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는 판시를 했고, 이는 현재 ‘법령보충적 행정규칙(고시)’이론으로 자리잡아 판례가 인정하는 위임형식이자 규범형식의 하나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3. 이론에 대한 평가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을 긍정하는 견해는 기본적으로 입법권을 가진 입법권자의 의사를 중시해, 입법권을 가진 입법자는 그 규율의 형식도 선택할 수 있으므로 입법권자는 필요에 따라서 입법사항을 고시, 훈령 등의 방식으로 위임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반해 부정하는 견해는 법규명령과 행정규칙은 준별되는 개념 범주이므로 입법사항을 위임하는 경우에도 법규명령으로 제정되어야 하고, 우리 헌법상 행정권이 제정할 수 있는 법규명령의 형식은 헌법 제75조, 제9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에 한정된다고 본다. 대상판결에서 다수의견은 현대사회에서 광범한 입법수요가 존재한다는 점, 현대국가에서 의회가 입법을 독점할 수 없고 독점하지 않는다는 점, 현대적 권력분립론은 견제와 균형을 핵심으로 하는 기능적 권력분립론에 입각하고 있다는 점 등을 적시하면서, 입법권을 가진 입법자는 그 규율의 형식도 선택할 수 있으므로 헌법 제75조, 제95조의 행정입법의 형식을 예시적인 것이라 판시하였다. 이에 반해 소수의견은 “우리 헌법의 경우에는 법규명령의 형식이 헌법상으로 확정되어 있고 구체적으로 법규명령의 종류·위임범위·요건·절차 등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있으므로 그 이외의 법규명령의 종류를 법률로써 인정할 수 없으며 그러한 의미에서 법률은 행정규칙에 법규사항을 위임해서는 아니 된다 할 것이다.”고 설시하고 있다. 대상판결에서 소수의견은 ‘법규’ 개념을 기준으로 의회의 입법사항과 행정의 입법사항을 구분하고, 행정에 의해 제정되는 구속력 있는 규범은 전적으로 의회의 입법권이 위임에 의해 전래된 것으로 보아 법규명령의 형식으로만 발해질 수 있다고 보는 독일 헌법 및 공법의 해석론과 같은 관점에서 우리 헌법을 해석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헌법은 독일과 달리 ‘법규명령’이나 ‘행정규칙’ 개념을 직접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헌법 어디에서도 ‘법규’ 개념을 전제한 규정은 찾을 수 없다. ‘법규’나 ‘법규명령’ 개념은 독일 공법의 역사에서 비롯된 독일의 고유한 개념으로 프랑스, 영국, 미국 등은 이러한 관념이 없으며, 헌법상 법규명령 정립권에 관한 규정의 편장도 독일과 우리나라가 명백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1] 우리 헌법 규정을 독일 헌법 규정과 동일하게 해석해야 할 필연적 이유는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2] [각주1]독일은 의회 입법권의 장에 두고 있는 반면에, 우리는 행정부의 장에 두고 있다. 즉 독일은 법규명령의 제정을 ‘전적으로’ 의회입법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각주2] 독일에서 전통적인‘법규’ 개념은 의회 입법사항과 행정의 권한을 가르는 핵심 개념이었으나, 기본법 제80조가 적용되는 법규명령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법규 개념의 본래적 기능이 상실되고 이를 법률유보이론이 대체했다. 그러나 여전 ‘법규명령’이라는 용어가 유지되어 법규명령으로 제정된 사항만이 구속력 있는 법규로 관념된다. 독일의 ‘법규’ 개념의 역사와 현재적 유용성, 그리고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의 행정의 규범제정의 현황에 관해 자세히는 박정훈, “법규명령 형식의 행정규칙과 행정규칙 형식의 법규명령 - ‘법규’개념 및 형식/실질 이원론의 극복을 위하여 -”, 행정법학 제5호, 2013.09. 참조. 박정훈 교수는 위의 논문에서 문제의 쟁점을 근본적인 관점에서 역사적 흐름과 더불어 설명하고 있다. 동 교수는 법규명령, 행정규칙 개념이 모순에 처한 근본이유는 ‘법규’ 개념의 기능이 변하고 상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법규’ 개념을 전제로 한 ‘법규명령’의 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행정이 정립하는 규범의 성질과 구속력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법규명령 또는 행정규칙이라는 형식/실질의 이분론을 폐기하고 형식과 실질을 종합 구체적으로 타당한 결론에 이르는 매우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Ⅳ. 맺음말 법령보충적 행정규칙 이론은 우리 법제 실무의 혼란을 판례가 실천적으로 수용한 개념이며, 대상판결에서 헌법재판소에 의해 헌법적 정당성을 부여받았다고 할 수 있다. 급변하는 현실에서 의회와 행정의 관계는 변화를 거듭해 왔고, 현대사회에서 규범제정에서 행정의 역할은 의회의 보충에 그치지 않는다. 행정이 Rule을 제정하는 것, 그 자체가 주요한 행정작용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상판결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입법자에 의한 규율형식의 선택을 인정하고, 이로써 행정의 다양한 규범제정의 가능성을 열어 둔 판결이란 점에서 그 의미를 인정할 수 있다. 다만, 행정이 정립하는 다양한 형식의 규범과 Rule들에는 그 내용과 실질에 부합하는 적절한 통제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이는 앞으로 행정의 입법 내지 규범제정 영역에 놓인 학문과 실무의 과제라 할 것이다. 정호경 교수(한양대 로스쿨)
행정규칙
위임입법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제2조
정호경 교수(한양대 로스쿨)
2023-09-28
기업법무
헌법사건
스톡그랜트에 대한 주식상장이익 증여세 과세제도 적용에 관한 검토
스타트업의 인재유인과 동기부여를 위하여 종업원에게 스톡옵션(선택권)이 아닌 스톡그랜트(현물 증여 혹은 취득)를 부여하는 경우에도, IPO 성공 및상장후 3개월 시점의 미실현 시장가를 기준으로 최대주주 특수관계자에게 증여세를 과세하는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소득과세 우선 원칙(상증세법 제2조 제2항)에 비추어 보아 납득하기 어렵다. I. 대상판결 1. 사실관계 주식회사 ○○(이하 ‘이 사건 법인’이라 한다)는 2008. 7. 23. 설립된 소프트웨어 및 통신기술용역업 등을 하는 회사이다. 청구인은 2008. 7. 29.부터 2016. 1. 31.까지 이 사건 법인에서 사원으로 근무하였고, 조○○은 이 사건 법인의 최대주주로 이 사건 법인의 설립일부터 2017. 9. 26.까지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다. 청구인은 2010. 6. 25. 이 사건 법인의 유상증자 시 상법 제418조 제2항에 따른 제3자 배정방식에 의하여 신주 110,000주를 취득하고, 2011. 5. 30. 조○○으로부터 110,000주(이하 ‘제1주식’이라 한다)를 주당 720원에 매수하여 취득하였다. 청구인은 2012. 6. 9. 이 사건 법인의 유상증자 시 상법 제418조 제1항에 따라 보유 주식 220,000주에 따른 주주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신주 22,000주(이하 22,000주 중 제1주식에 따른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취득한 11,000주 부분을 ‘제2주식’이라 한다)를 주당 1,520원에 취득하고, 다른 주주가 실권한 17,476주를 주당 1,520원에 취득하였다. 한편 이 사건 법인은 2015. 2. 11. 코스닥에 상장되었다. ○○세무서장은 2017. 5. 2. 청구인에게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이라 함) 제41조의3 제1항에 따라 제1주식 및 제2주식이 그 취득일부터 5년 이내에 코스닥에 상장됨에 따른 이익을 증여재산가액으로 하여 제1주식의 상장이익에 대한 2011년 5월 귀속 증여세(가산세 포함) 198,990,180원의 부과처분 및 제2주식의 상장이익에 대한 2012년 6월 귀속 증여세(가산세 포함) 30,117,170원의 부과처분을 하였다. 청구인은 2018. 1. 5. ○○세무서장을 상대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인천지방법원 2018구합50080), 제1심 법원은 2019. 1. 17. 이를 기각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항소하여(서울고등법원 2019누37495) 그 소송 계속 중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의3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9. 10. 30. 그 신청이 기각되자(서울고등법원 2019아1478), 2019. 12. 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헌법재판소의 판시 내용 특수관계인의 구체적 범위와 요건을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위임조항은 조세법률주의 및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내부직원 중 정보를 취득하여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 소명된 자의 경우 증여세 부과를 하지 않는 내용의 예외규정을 두지 않은 증여재산가액조항 또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거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II. 평석 1. 주식상장이익 증여 과세제도의 도입경위 및 종래의 판례 주식상장이익 증여 과세제도(상증세법 제41조의 3)는 1999. 12. 28. 상증세법에 최초로 도입되고 2000. 1. 1. 시행되었는바, 주식등의 상장에 따른 거액의 이익을 얻게 하는 행위에 과세하여 특수관계인에 대한 변칙적인 증여를 차단하기 위해 증여의제규정으로 입법되었다. 당시는 IMF 외환위기 이후 코스닥 시장 육성 및 벤처붐이 불던 시기로서 상장 후 주식의 시장가가 급등하는 일이 많았고 이는 20년 후 최근의 코로나 사태 후 시장에 유동성 과다 공급으로 인한 자산가격 급등이나 코인투자 열풍을 상기시킨다. 시기적으로 보았을 때 주식상장이익 증여 과세제도는 당시에 주식시장을 이용한 부의 편법 승계, 즉 재벌이 설립한 회사의 주식을 2세에 부여하고 경제력을 이용하여 그 회사의 주식을 증권시장에 상장시킬 경우 용이해질 수 있는 부의 편법 승계를 차단하기 위하여 입법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 사안은 이와 같은 입법취지와 괴리감이 있다. 즉 청구인은 회사의 직원에 해당하므로 최대주주와 상증세법상 특수관계는 있으나 그와 친족관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청구인 직원은 회사의 설립 직후 제3자배정 유상증자 시에 주식 일부를 취득하였고, 그 후 주주배정 유상증자 시에 자신의 지분비율에 따라 배정받은 주식 외 실권주를 추가 취득하였으며, 회사가 상장에 성공하여 청구인은 이와 같이 배정받은 주식시장에서 형성된 회사주식의 시장가 상당의 경제적 성취를 누리게 되었다. 애초에 회사가 청구인 직원에게 유상증자 시 신주 취득기회를 준 것은 회사의 성장을 함께하자는 스톡그랜트로서 스톡옵션과 취지를 같이하는 것이다. 청구인 직원의 증자대금에 대해서는 근로소득 등으로 처리되었을 것이고, 그 후 상장에 성공하여 시장가가 형성된 부분은 자본이득으로서 대주주가 아닌 자의 상장주식 양도소득은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정책적 목적으로 비과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은 대상판결 사안에서 상증세법 제41조의3에 따라 (미실현) 자본이득 부분에 관하여 증여세 과세요건이 충족되었다고 보고 (최대주주 특수관계자로서 주식평가시 할증평가까지 적용) 증여세 부과처분을 한 것으로서, 이러한 주식상장이익 증여 과세제도는 실제 적용 과정에서 경제인이 받아들이는 상식과 괴리가 있으므로 법원 소송 및 헌재 위헌 시비가 다수 있어 왔다.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두39726 판결은 최대주주 등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근로제공에 대한 대가로 주식을 취득한 경우에도 상증세법 제41조의 3의 적용이 타당하다고 보았고,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5두41821 판결은 구 상속증여세법 제41조의3 제1항은 법인 설립 단계에서 발기인의 신주 취득 등 그 밖의 주식 취득에 대해서는 이후 일정 기간 내에 상장으로 인한 이익이 있더라도 증여세를 과세하지 아니하도록 하는 한계를 설정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하였다. 헌법재판소 2015. 9. 24. 선고 2012헌가5, 2012헌바114·183(병합) 결정은 주식상장이익 증여 과세제도가 상장일부터 3월이 되는 날을 기준시점으로 정한 것이나, 2002. 12. 18. 법률 제6780호로 개정되면서 최대주주등으로부터 직접 증여받거나 유상으로 취득한 주식등의 상장이익만을 과세대상으로 삼고 있었기에 주식등 취득자금의 증여 및 신주 취득의 경우를 과세대상으로 추가한 부분에 대하여 평등원칙 위반이 문제되었는데 헌법재판소는 차별의 합리적 이유가 있으므로 합헌이라고 보았다. 2.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의 적용?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03. 12. 30.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증여’의 개념에 관한 고유의 정의규정을 두지 않고 민법상 증여의 개념을 차용하여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게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재산수여에 대한 의사가 합치된 경우’를 원칙적인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하되, 당사자 간의 계약에 의하지 아니한 부의 무상이전에 대하여는 증여로 의제하는 규정(제32조 내지 제42조)을 별도로 마련하여 과세하였다. 그 결과 증여의제규정에 열거되지 아니한 새로운 금융기법이나 자본거래 등의 방법으로 부를 무상이전하는 경우에는 적시에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어 적정한 세 부담 없는 부의 이전을 차단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과세권자가 증여세의 과세대상을 일일이 세법에 규정하는 대신 본래 의도한 과세대상뿐만 아니라 이와 경제적 실질이 동일 또는 유사한 거래·행위에 대하여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평과세를 구현하기 위하여 2003. 12. 30.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민법상 증여뿐만 아니라 ‘재산의 직접·간접적인 무상이전’과 ‘타인의 기여에 의한 재산가치의 증가’를 증여의 개념에 포함하여 증여세 과세대상을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종전의 열거방식의 증여의제규정을 증여시기와 증여재산가액의 계산에 관한 규정(이하 ‘가액산정규정’이라 한다)으로 전환함으로써, 이른바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를 도입하였다. 현대 세제가 소득과세(법인세 및 소득세)와 소비과세(부가가치세) 중심으로 짜여진 것은 시장경제에 의한 효율적 자원 배분을 유지하기 위한 중립적 세제를 우선적인 지향점으로 삼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를 도입한 것을 소득과세원칙을 내팽겨치고 부의 편재라는 결과만을 보고 과세하겠다는 입법자의 의도로 보아야 할 것인가. 이 점에 관하여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3두13266 판결은 ‘결손법인과의 거래로 인한 이익 중 결손금을 초과하는 부분’이나 ‘휴업·폐업 법인을 제외한 결손금이 없는 법인과의 거래로 인한 이익’에 대하여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조 제3항 등을 근거로 주주 등에게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특정한 유형의 거래·행위를 규율하면서 그 중 일정한 거래·행위만을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한정하고 과세범위도 제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증여세 과세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한 경우, 개별 가액산정규정에서 규율하는 거래·행위 중 증여세 과세대상이나 과세범위에서 제외된 거래·행위가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조 제3항의 증여 개념에 들어맞더라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는 관련 증여의제조항의 입법의도를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면서 자산수증이익 등에 대하여 법인세를 부담하는 법인과의 거래로 주주 등이 얻은 이익을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자 하는 것으로 본 것이다. 해당 판결은 납세자의 예측가능성과 조세법률관계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의 도입으로 인한 과세상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의미를 제한적으로 해석한 것이나,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의 적용 가능성을 열어놓고 개별증여의제 조항을 일종의 안전항(safe harbour)으로 본 것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3. 조세법 영역의 실질적 법치주의와 소득과세 우선원칙 상장전 회사의 종업원에 대해 동기부여용으로 자기 주식을 부여하고, 상장 이후 그 회사의 주식이 자본시장에서 가격이 등락하던 중 특정시점(상장일로부터 3개월 이후 시점)에 시가가 올라 해당 종업원이 부를 누리게 되었다고 사실관계를 본다면, 여기에는 어느 하나 대가관계 혹은 자본시장이라는 경제관념이 전제되지 아니하는 것이 없으며 부의 무상이전이라는 증여 관념이 개재될 여지가 없다. 그러나 회사의 상장 및 가치상승에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최대주주의 친족 등 특수관계인에게 동일한 사실관계를 적용할 경우 증여로 보는 것이 가능하고 과세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다만 최대주주의 자제 등 특수관계인이라 그 능력에 비추어 다른 종업원 수준의 주식을 배정받고 열심히 노력하여 회사의 상장 및 가치상승에 기여하였다면 역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할 것이다. 상속세와 이를 보완하는 증여세는 결과의 평등 혹은 출발선에서의 평등을 이루고자 하는 제도로서 자유시장경제체제가 추구하는 국가전체의 경제적 부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유 보장과 그 결과 일정부분 부의 편재를 감내해야 하는 현상과 배치된다. 비록 상속세 혹은 증여세의 세수효과가 미비하고, 상속세로 인하여 기업의 소유주 사망시 기업의 영속성이 위협받게 되는 것이 현실적 문제로 불거져 있다 하더라도, 미국의 예에 비추어 보면 상속세 및 증여세를 폐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기업들은 상증세법이 마련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거래형식을 구하여 왔고, 이에 대해 법은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를 두기에까지 이른 것이나, 그렇더라도 과거 증여의제조항을 안전항으로 해석하는 것과 같이 그 해석 적용에 제한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조세법 영역의 실질적 법치주의는 이와 같은 경제적 현실과 가치대립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세법의 해석 적용에 균형 잡힌 판단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추상적, 일반적 소득 개념을 내세우고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현행 소득세제는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고 경제적 번영을 위하여 조세제도로써 이를 뒷받침하고자 하는 이론적 배경이 있다. 비록 현실적으로는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가 중첩되어 사회병리적인 현상이 속출할지라도, 원칙을 세운 후에 실패의 원인을 찾아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세법 영역도 마찬가지로서, 이와 관련하여 상증세법 스스로가 일단의 해답을 제시하는 규정이 있으니 바로 법 제4조의2 제3항의 소득과세 우선원칙이다. 그러나 소득과세 우선원칙 스스로도 첨예한 가치대립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누3441 판결은 회사가 유상증자를 하면서 임원인 원고의 증자대금을 회사의 자금으로 납입한 사안에서 이에 대하여 원고는 회사가 익금에 산입하여야 할 소득을 익금에 산입하지 않고 자금을 유출시켜서 원고에게 귀속된 것이라면 원고에게 상여의 소득처분 및 그에 따른 소득과세가 이루어져야 하고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결하여 소득과세 우선원칙을 적용한 바 있다. 그러나 특수관계자 외의 자에게 자산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양도하여 상증세법 제35조에 따라 양도가액과 취득가액의 차액을 기초로 증여세를 부과한 사안에서 원심은 소득과세 우선원칙을 내세워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하였으나,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두3200 판결은 이를 파기하여 2007. 12. 31. 소득세법 제96조 제3항 제2호가 개정되기 전에 양도가액과 시가의 차이를 증여세로 시가와 취득가액의 차이를 양도소득세로 과세한 과체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하였다. 나아가 서울고등법원 2010. 11. 10. 선고 2010누19234 판결은 주식을 저가 양수하였다고 보아 양수가와 시가의 차액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한 사안에서 양도소득세 계산시 취득가액을 조정해주지 아니한 것은 후발적 경정청구로 다투어야 하고 소득과세 우선원칙을 적용하지 아니하여 이를 도외시하는 태도를 보였는바, 소득과세 우선원칙의 규범력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4. 결어 최근 선고된 대상판결에서 청구인은 주식상장이익 증여세 과세제도에 법에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명확히 제한하지 아니한 것이 포괄위임으로서 형식적 법치주의 위반, 내부정보를 활용할 정도의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에게까지 해당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 위반이라는 주장을 하며 위헌소원을 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다시금 위 제도의 합헌성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스스로 설시하듯이 주식상장이익 증여세 과세제도는 주식등의 상장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최대주주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변칙적인 증여를 차단하고, 수증자 또는 취득자가 이를 양도하지 아니하고 계속 보유하면서 사실상 세금부담 없이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대상판결 사안과 같은 경우에까지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과한 것으로 여겨진다. 조세법 영역에서 실질적 법치주의와 소득과세 우선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주식상장이익 증여세 과세제도와 그 해석·적용에 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권기호 변호사(법률사무소 충장)
증여세
특수관계인
주식상장이익
권기호 변호사(법률사무소 충장)
202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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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사건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자료 제공요청 규정의 위헌성
1. 사안의 개요 청구인들은 검사 또는 군수사기관의 장을 포함한 수사관서의 장, 정보수사기관의 장의 요청에 따라 자신들이 가입한 전기통신사업자가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가입일 등의 통신자료를 제공하였음을 알게 되자 1) 위 수사기관 등의 각 통신자료 취득행위(이하 ‘이 사건 통신자료 취득행위’라 한다)와 2) 그 근거법률인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 중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군 수사기관의 장을 포함한다), 정보수사기관의 장의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 방지를 위한 정보수집을 위한 통신자료 제공요청”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결정의 요지 헌법재판소는 1) 이 사건 통신자료 취득행위에 관한 심판청구는 각하하였고, 2)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는 2023. 12. 31.을 시한으로 잠정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 3. 평석 가. 결정의 배경 헌법재판소는 2012년 유사한 사건에서 통신자료 취득행위와 구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에 관하여 모두 각하결정을 한 바 있다(헌재 2012. 8. 23. 2010헌마439). 그러나 그 이후에도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도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한 수사기관 등(여기에는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수사처 등이 포함된다)의 통신자료 취득에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계속하여 제기되었다. 대상결정은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2016년 및 2022년 청구된 합계 4건의 헌법소원심판 사건을 병합하여 판단에 이른 것이다. 대상결정은 심판대상조항이 통신자료 제공 이후에도 정보주체에게 이를 통지하는 절차를 두고 있지 않아 적법절차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 심판대상조항이 적법절차원칙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은 타당하나 대상결정에 따른 후속입법에 있어서는 쟁점이 되었던 다른 위헌사유들도 진지하게 검토하여 헌법적으로 최적화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나. 적법요건 대상결정은 적법요건에 관한 중요 쟁점을 몇 가지 포함하고 있으므로 먼저 이에 관하여 본다. 헌법재판소는 우선 이 사건 통신자료 취득행위 부분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았고 이 점은 2012년 결정과 같은 취지이다.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국가기관이나 공공단체의 고권적 작용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법률관계 내지 법적 지위를 불리하게 변화시켜야 하는데 통신자료를 제공요청하고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이를 자발적으로 제공받은 것은 임의수사에 불과하여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만 권리보호이익 흠결을 이유로 각하해야 한다는 별개의견도 제시되었다). 2012년 결정과 달라진 부분은 통신자료 제공과 취득의 근거규정인 심판대상조항의 직접성에 관한 판단으로서 이로 인하여 대상결정의 본안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헌법소원의 적법요건 중 기본권침해의 직접성만큼 논란이 많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배경에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명시적인 근거가 없다는 점 외에 경우에 따라서는 판례의 태도에서 일관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작용한다고 보인다. 법률조항은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그 자체에 의하여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을 일으키는 경우 그 직접성이 인정될 수 있다. 사안에서는 공권력주체인 수사기관 등의 통신자료 제공요청과 사적 행위자인 전기통신사업자의 제공행위라는 두 부분으로 구성된 집행행위의 실행이 있어야 비로소 기본권 제한이 발생하므로 원칙적으로는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이 없게 된다. 2012년 선행결정은 특히 전기통신사업자의 통신자료 제공행위가 재량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취지로 판시하였다. 그러나 ‘사인(私人)의 행위’는 공권력작용이 아니므로 집행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례들(가령 헌재 1996. 4. 25. 95헌마331)에 비추어 보더라도 직접성 판단에 있어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 반면 대상결정은 적어도 영장주의나 사후통지 등 절차와 관련하여서는 법률에서 그 제도를 두지 않아 기본권 침해가 직접 문제 된다고 할 수 있고, 집행행위로 인하여 비로소 기본권 제한이 발생한다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더라도 “통신자료 취득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불복수단이 존재하는지가 불분명”하고, “이용자는 수사기관 등의 통신자료 제공요청의 직접적인 상대방이 아니어서 다른 절차를 통해 권리구제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직접성의 예외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아 기존 판례를 변경하였다. 공권력작용과 사인의 행위가 결합된 형태의 집행행위에 이러한 법리가 향후 일관되게 적용될 것인지 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일부 청구인들은 통신자료 취득시점으로부터 1년이 도과한 이후에 심판청구를 하였으나, 사후통지를 받지 못한 이상 기간도과에 청구인들이 책임질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본 점도 눈에 띈다. 다. 기본권 침해 여부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제한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심판대상조항의 통신자료는 정보주체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는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기입일·해지일’을 뜻하므로 사안에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이 발생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다른 한편, 청구인들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외에 통신의 비밀 제한도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이에 관하여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 이는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자료가 “구체적인 통신관계의 발생으로 야기된 모든 사실관계, 특히 통신관여자의 인적 동일성·통신장소·통신횟수·통신시간 등 통신의 외형을 구성하는 통신이용의 전반적 상황(헌재 2018. 6. 28. 2012헌마538)”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일 수 있으나 더 명시적인 논거와 판단기준이 드러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심판대상조항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여부는 명확성원칙, 과잉금지원칙, 영장주의, 적법절차원칙을 기준으로 검토되었다. 명확성원칙과 관련하여서는 심판대상조항 중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 부분만이 문제 되었으나 일반인도 그 취지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보아 명확성원칙 위반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과잉금지원칙과 관련하여서는 통신자료로서 제공되는 정보의 범위, 제공요청의 사유, 통신자료의 사전·사후 관리 등이 집중적으로 고려되었는데, 법정의견은 이 모든 사항과 관련하여 필요 이상의 기본권 제한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반면, 별개의견(재판관 이종석)은 통신자료로서 ‘만능키’와 같은 주민등록번호도 수집할 수 있고, 개인정보에 관한 보관기간이나 폐기절차 등 사후관리방법도 부재하는 이상 과잉금지원칙 위반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필자는 선행정보가 후속정보의 대규모 수집,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오늘날의 정보통신환경을 고려할 때 별개의견이 제시한 논거들에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상결정은 절차적 통제원칙들인 적법절차원칙과 영장주의의 관점에서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적법절차원칙의 ‘절차적’ 요청으로 적절한 고지와 의견 및 자료 제출의 기회 부여를 들고 있고 제도와 사안에 따라 그 구체적 요구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보고 있다. 대상결정은 심판대상조항이 사전고지절차를 마련하고 있지 않은 것은 물론, 통신자료 제공 이후 사후통지절차조차 두고 있지 않아 적법절차원칙상 요구되는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았으며 이는 타당하다고 평가된다. 재판관들도 이 점에 있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영장주의에 관하여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대상결정은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통신자료 제공요청은 통신비밀보호법상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헌재 2018. 6. 28. 2012헌마191)과 달리 임의수사에 불과하여 영장주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간략히 판시하는 데 그쳤으나, 기실 이는 상당한 논쟁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특히 대상결정이 나오기 이전에 통신자료 취득에 관하여 영장주의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상당수 발표되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오동석, 황성기, 차진아, 임규철. 반대견해로는 이기수, 유주성). 영장주의 적용론은 정보제공 여부를 결정할 지위에 있는 전기통신사업자가 당해 개인정보의 주체가 아니라는 점과 제3자인 전기통신사업자조차 정보제공 여부의 타당성을 실질적으로 심사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2다105482 판결 참조)을 주된 논거로 한다. 위와 같은 논쟁의 배경에 행정상의 인신구속 등에 관하여도 영장주의의 적용이 검토되고 있는 상황(헌재 2020. 9. 24. 2017헌바157 등 보충의견 참조)을 더하여 보면, 대상결정 중 영장주의에 관한 판시와 논증은 충분치 못하였다고 보인다. 통신자료의 취득이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 등 보다 강력한 기본권제한조치들과 빈번하게 결부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라. 향후의 과제 대상결정은 사후통지절차의 흠결에 초점을 두고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는바, 적용시한인 2023. 12. 31. 이전에 개정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기통신사업법에 관한 개정안은 이미 수차례 제안된 바 있고 전기통신사업법 자체의 전면개정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입법자는 개정과정에 있어 헌법재판소가 직접적인 헌법불합치사유로 거론한 ‘최소한의 사후통지절차’를 마련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통신자료의 범위, 적절한 사전적 통제수단의 필요성, 보관기간이나 절차의 마련 등 대상결정에서 검토되었던 다른 위헌사유들을 진지하게 검토하여 헌법적으로 최적화된 대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조동은 교수(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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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조동은 교수(서울대 로스쿨)
2023-02-01
헌법사건
헌법재판소가 군정법령의 위헌 여부를 심사할 수 있는가?
[사실관계 및 헌법재판소의 판단] 헌법소원 청구인들은 2016년 11월 24일 울산 중구 소재 이 사건 토지를 경매절차에서 낙찰 받아 그 소유권을 취득하고 2017년 4월 3일 울산광역시 중구를 피고로 하여 아무런 권원 없이 이 사건 토지를 도로 포장 등의 방법으로 점유·사용하고 있으므로 그로 인한 부당이득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토지의 전 소유자가 1945년 8월 10일 재조선 일본인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고 1945년 9월 7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는데 1945년 9월 25일 공포된 미군정청 법령 제2호에서 일본인의 모든 재산권 이전 행위를 금지하고 1945년 8월 9일 이후에 체결한 재산권 이전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무효로 하였으며 1945년 12월 6일 공포된 미군정청 법령 제33호가 1945년 8월 9일 이후 일본인의 모든 재산은 미군정청이 취득한다고 규정한 점 등을 이유로 청구인들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위 소송 계속 중 위 미군정청 법령들에 대하여 소급입법금지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위 조항들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위 군정법령은 헌법소원대상성 및 재판의 전제성이 모두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본안에서는 이는 소급입법금지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헌법 제13조 제2항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하였다. [검토] 1. 헌법제정 전의 법률도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심사할 수 있는가? 위 결정은 위 법령들은 각 군정장관의 명의로 공포된 것으로 법령(Ordinance)의 형식을 가졌지만 오늘날 법률로 제정되어야 할 입법사항을 규율하고 있으므로 법률로서의 효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고 제헌 헌법 제100조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법질서 내로 편입되었으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하였다. 과거 헌법위원회는 1954년 2월 27일 마찬가지로 군정법령인 1947년 12월 15일 공포된 남조선과도정부 행정명령 제9호에 대해 합헌결정을 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는 남조선과도정부 시절의 구 국방경비법에 대하여 성립절차상의 하자가 없다고 하였으며(헌재 2001. 4. 26. 선고 98헌바79·86, 99헌바36 결정) 대법원은 1960년 2월 5일 경향신문 폐간 사건에서 군정법령 제88호에 대해 헌법위원회에 위헌제청을 한 바 있었다. 그러나 어떤 규범이 법률로서의 효력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당연히 헌법재판소에 의한 위헌법률심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위 군정법령들은 미군 군정청이 발령한 것으로 우리나라의 입법부나 공권력에 의하여 제정된 것이 아니므로 입법자의 권위 보호를 위하여 그 위헌 여부의 판단을 굳이 헌법재판소에 독점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제헌 헌법 제100조가 '현행 법령은 이 헌법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한 효력을 가진다'라고 규정하였다고 하여 군정법령이 대한민국의 법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만일 법률로서의 효력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헌법재판소가 위헌심사를 할 수 있다면 일제 강점기의 법률의 위헌 여부도 법원은 판단할 수 없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하여야 하는가? 독일에서는 독일 헌법 시행 전의 법률(vorkonstitutionelles Recht)에 대하여는 일반 법원이 그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1900년 시행된 독일 민법 제1300조는 흠 없는 약혼녀는 약혼자와 동침하였으면 약혼이 해제된 때에는 재산적 손해가 없더라도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1992년 뮌스터 구법원(Amtsgericht)은 위 규정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적용할 수 없다고 하였고(NJW 1993, 1720) 연방헌법재판소도 구법원의 이러한 판단이 타당하다고 하였다(BeckRS 1993, 01691). 2. 한국의 사법부가 군정법령에 대하여 위헌심사를 할 수 있는가? 군정법령의 제정 자체는 미국의 주권에 기한 것이다(헌재 2017. 5. 25. 선고 2016헌바388 결정 참조). 그런데 한국의 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우리나라의 헌법에 비추어 군정법령 자체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가? 만일 위 법령을 위헌이라고 한다면 미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게 될 것이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2차대전 후에 연합국 점령군이 공포한 직접적 점령법률(unmittelbares Besatzungsrecht) 자체는 연방헌법재판소의 심사대상인 연방법률이나 주 법률이 될 수 없다고 하였다(BVerfGE 3, 368 ff). 다만 1948년 정부 수립 후에 한국이 위 군정법령을 적용하였다면 그 적용에 대하여는 헌법에 비추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위 군정법령이 적용된 것은 1945년의 일이므로 이에 대하여 우리 헌법을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3. 헌법 시행 전에 공포되고 적용이 완료된 법률의 위헌 여부를 현행 헌법에 의하여 판단할 수 있는가? 위 군정법령은 우리나라 헌법이 제정되기 전에 공포되고 그 적용이 완료되었다. 그런데 그 위헌 여부를 현행 헌법에 의하여 판단할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헌법재판소는 1971년에 제정된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에 근거하여 1977년에 이루어진 수용처분이 문제된 사건에서 위 규정이 위헌이라고 하면서 1987년의 현행 헌법 제76조와 제77조를 원용하였고(헌재ㅤ1994. 6. 30. 선고 92헌가18 결정) 위 특별조치법 제11조 제2항 중 제9조 제1항에 근거하여 1982년에 확정된 유죄판결이 문제된 사건에서 위 규정의 위헌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현행 헌법 제33조 제1·2항을 들고 있다(헌재 2015. 3. 26. 선고 2014헌가5 결정). 그러나 현행 헌법 시행 전에 제정되었고 그 적용도 그 전에 완료된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제정 또는 적용 당시의 헌법이 위헌 여부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하고 그 후의 현행 헌법이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당시에는 합헌이었던 것이 현행 헌법 시행 후에 소급적으로 위헌인 것이 될 수 있어서 법적 안정성을 크게 해치게 된다. 물론 현행 헌법 시행 전에 제정되었더라도 현행 헌법 시행 후에 적용된 법률에 대하여는 현행 헌법을 기준으로 하여 위헌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 점에서 헌법재판소의 판례들이 현행 헌법 전에 제정되었고 그 적용도 완료된 사건들에 대하여 현행 헌법을 적용하여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것은 문제가 있다(윤진수, 상속관습법의 헌법적 통제, 헌법학연구 23권 2호, 2017, 175면 이하 참조). 다만 과거의 법률이 현재의 헌법이나 그 이념에 비추어 볼 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부당한 경우에는 현재의 헌법에 따라 재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윤진수, 위헌인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 민사법학 81호, 2017, 138면 이하 참조). 실정법의 정의에 대한 위반이 참을 수 없는(unerträglich) 정도에 이르면 부정의한 법은 정의에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라드부르흐). 남아프리카 헌법재판소가 1996년 선고한 두 플레시스 판결{Du Plessis and Others v De Klerk and Another, 1996 (3) SA 850}도 그러한 취지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위 군정법령이 공포되었을 당시에는 아예 대한민국 헌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는 현행 헌법 제13조 제2항은 제헌헌법에는 없었고 1962년 헌법에서야 제11조 제2항으로 비로소 도입되었다. 그렇다고 하여 위 군정법령이 실정법의 정의에 대한 위반이 참을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사건 헌재 결정도 1945년 8월 9일 당시 재조선 일본인과 한국인들이 일본의 패망과 미군정의 수립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이 소유·관리하던 재산의 자유로운 처분이나 거래가 가능할 것이라고 신뢰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신뢰가 헌법적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소급입법의 금지를 명하는 위 헌법 규정이 헌법 제정 전에 적용이 완료된 이 사건에 소급적용될 수는 없다.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소급입법
군정법령
헌법소원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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