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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정법학회 행정판례평석] ⑦ 위임입법의 형식과 한계
현대사회의 규범제정에서 행정의 역할은 의회의 보충에 그치지 않는다. 행정이 Rule을 제정하는 것, 그 자체가 주요한 행정작용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상판결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입법자에 의한 규율형식의 선택을 인정하고, 이로써 행정의 다양한 규범제정의 가능성을 열어 둔 판결이란 점에서 그 의미를 인정할 수 있다. Ⅰ. 사실관계 1. 금융감독위원회는 ○○생명보험 주식회사(이하 ‘○○생명’이라 한다)에 대해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2조 제3호 가목을 근거로 ‘경영상태를 실사한 결과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하고, 자본감소 등을 명령했다. 위 회사의 이사인 청구인들 및 ○○생명은 서울행정법원에 부실금융기관 결정 및 감자명령 등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다음, 그 소송에 적용될 수 있는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2조 제3호 가목, 제10조 제1항 제2호, 제2항 및 제12조 제2항 내지 제4항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다는 이유로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해 기각되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2. 입법권자가 위임법률을 제정하면서 입법사항을 대통령령이나 부령이 아닌 고시와 같은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위임할 수 있는지 여부 및 그러한 위임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이며, 재판의 전제성 등 다른 쟁점들도 있으나 나머지 쟁점에 대해서는 여기서 상론하지 아니한다. Ⅱ. 결정요지 1. 오늘날 의회의 입법독점주의에서 입법중심주의로 전환해 일정한 범위 내에서 행정입법을 허용하게 된 동기가 사회적 변화에 대응한 입법수요의 급증과 종래의 형식적 권력분립주의로는 현대사회에 대응할 수 없다는 기능적 권력분립론에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헌법 제40조와 헌법 제75조, 제95조의 의미를 살펴보면, 국회입법에 의한 수권이 입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에게 법률 등으로 구체적인 범위를 정해 위임한 사항에 관해서는 당해 행정기관에게 법정립의 권한을 갖게 되고, 입법자가 규율의 형식도 선택할 수도 있다 할 것이므로,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위임입법의 형식은 예시적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그것은 법률이 행정규칙에 위임하더라도 그 행정규칙은 위임된 사항만을 규율할 수 있으므로, 국회입법의 원칙과 상치되지도 않는다. 2. 행정규칙은 법규명령과 같은 엄격한 제정 및 개정절차를 요하지 아니하므로, 재산권 등과 같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작용을 하는 법률이 입법위임을 할 때에는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등 법규명령에 위임함이 바람직하고, 금융감독위원회의 고시와 같은 형식으로 입법위임을 할 때에는 적어도 행정규제기본법 제4조 제2항 단서에서 정한 바와 같이 법령이 전문적·기술적 사항이나 경미한 사항으로서 업무의 성질상 위임이 불가피한 사항에 한정된다 할 것이고, 그러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상 법률의 위임은 반드시 구체적·개별적으로 한정된 사항에 대해 행해져야 한다. Ⅲ. 판례평석 1. 대상결정의 의미와 쟁점 헌법재판소는 2004. 10. 28. 선고 99헌바91 결정에서 법률이 입법사항을 고시와 같은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위임하는 것이 헌법 제40조, 제75조와 제95조 등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했다. 이 결정은 20년 정도 지난 다소 오래된 판례이나 그 의미나 중요성에 비해 많이 소개되지 않았다고 생각해 이 기회에 그 결정의 의미와 향후 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2. 법령보충행정규칙 이론의 정립과정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이란 법령의 위임에 근거해 법령의 내용을 구체화한 행정규칙으로, 행정규칙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그 실질내용은 근거가 되는 법령의 규정과 결합해 법령의 내용을 보충하는 기능을 갖는 경우를 말한다. 대상판결이 내려지기 오래전부터 행정실무를 비롯한 법실무에서는 광범하게 소위 행정규칙 형식에 해당하는 고시, 훈령 등에 법령을 보충하는 내용의 입법을 위임하는 관행이 형성되어 있었다. 이에 관한 리딩케이스에 해당하는 대법원 1987.9.29. 선고 86누484 판결은 국세청장의 훈령이 상위 법령과 결합해 일체가 되는 한도에서 상위법령의 일부가 됨으로써 대외적 구속력이 발생된다고 보아 이러한 행정실무와 법실무의 관행을 긍정적으로 수용했다. 위 판결 이후로 대법원은 다수의 사건에서 법령의 위임에 따라 법령의 내용을 보충하는 행정규칙, 특히 고시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는 판시를 했고, 이는 현재 ‘법령보충적 행정규칙(고시)’이론으로 자리잡아 판례가 인정하는 위임형식이자 규범형식의 하나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3. 이론에 대한 평가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을 긍정하는 견해는 기본적으로 입법권을 가진 입법권자의 의사를 중시해, 입법권을 가진 입법자는 그 규율의 형식도 선택할 수 있으므로 입법권자는 필요에 따라서 입법사항을 고시, 훈령 등의 방식으로 위임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반해 부정하는 견해는 법규명령과 행정규칙은 준별되는 개념 범주이므로 입법사항을 위임하는 경우에도 법규명령으로 제정되어야 하고, 우리 헌법상 행정권이 제정할 수 있는 법규명령의 형식은 헌법 제75조, 제9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에 한정된다고 본다. 대상판결에서 다수의견은 현대사회에서 광범한 입법수요가 존재한다는 점, 현대국가에서 의회가 입법을 독점할 수 없고 독점하지 않는다는 점, 현대적 권력분립론은 견제와 균형을 핵심으로 하는 기능적 권력분립론에 입각하고 있다는 점 등을 적시하면서, 입법권을 가진 입법자는 그 규율의 형식도 선택할 수 있으므로 헌법 제75조, 제95조의 행정입법의 형식을 예시적인 것이라 판시하였다. 이에 반해 소수의견은 “우리 헌법의 경우에는 법규명령의 형식이 헌법상으로 확정되어 있고 구체적으로 법규명령의 종류·위임범위·요건·절차 등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있으므로 그 이외의 법규명령의 종류를 법률로써 인정할 수 없으며 그러한 의미에서 법률은 행정규칙에 법규사항을 위임해서는 아니 된다 할 것이다.”고 설시하고 있다. 대상판결에서 소수의견은 ‘법규’ 개념을 기준으로 의회의 입법사항과 행정의 입법사항을 구분하고, 행정에 의해 제정되는 구속력 있는 규범은 전적으로 의회의 입법권이 위임에 의해 전래된 것으로 보아 법규명령의 형식으로만 발해질 수 있다고 보는 독일 헌법 및 공법의 해석론과 같은 관점에서 우리 헌법을 해석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헌법은 독일과 달리 ‘법규명령’이나 ‘행정규칙’ 개념을 직접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헌법 어디에서도 ‘법규’ 개념을 전제한 규정은 찾을 수 없다. ‘법규’나 ‘법규명령’ 개념은 독일 공법의 역사에서 비롯된 독일의 고유한 개념으로 프랑스, 영국, 미국 등은 이러한 관념이 없으며, 헌법상 법규명령 정립권에 관한 규정의 편장도 독일과 우리나라가 명백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1] 우리 헌법 규정을 독일 헌법 규정과 동일하게 해석해야 할 필연적 이유는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2] [각주1]독일은 의회 입법권의 장에 두고 있는 반면에, 우리는 행정부의 장에 두고 있다. 즉 독일은 법규명령의 제정을 ‘전적으로’ 의회입법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각주2] 독일에서 전통적인‘법규’ 개념은 의회 입법사항과 행정의 권한을 가르는 핵심 개념이었으나, 기본법 제80조가 적용되는 법규명령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법규 개념의 본래적 기능이 상실되고 이를 법률유보이론이 대체했다. 그러나 여전 ‘법규명령’이라는 용어가 유지되어 법규명령으로 제정된 사항만이 구속력 있는 법규로 관념된다. 독일의 ‘법규’ 개념의 역사와 현재적 유용성, 그리고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의 행정의 규범제정의 현황에 관해 자세히는 박정훈, “법규명령 형식의 행정규칙과 행정규칙 형식의 법규명령 - ‘법규’개념 및 형식/실질 이원론의 극복을 위하여 -”, 행정법학 제5호, 2013.09. 참조. 박정훈 교수는 위의 논문에서 문제의 쟁점을 근본적인 관점에서 역사적 흐름과 더불어 설명하고 있다. 동 교수는 법규명령, 행정규칙 개념이 모순에 처한 근본이유는 ‘법규’ 개념의 기능이 변하고 상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법규’ 개념을 전제로 한 ‘법규명령’의 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행정이 정립하는 규범의 성질과 구속력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법규명령 또는 행정규칙이라는 형식/실질의 이분론을 폐기하고 형식과 실질을 종합 구체적으로 타당한 결론에 이르는 매우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Ⅳ. 맺음말 법령보충적 행정규칙 이론은 우리 법제 실무의 혼란을 판례가 실천적으로 수용한 개념이며, 대상판결에서 헌법재판소에 의해 헌법적 정당성을 부여받았다고 할 수 있다. 급변하는 현실에서 의회와 행정의 관계는 변화를 거듭해 왔고, 현대사회에서 규범제정에서 행정의 역할은 의회의 보충에 그치지 않는다. 행정이 Rule을 제정하는 것, 그 자체가 주요한 행정작용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상판결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입법자에 의한 규율형식의 선택을 인정하고, 이로써 행정의 다양한 규범제정의 가능성을 열어 둔 판결이란 점에서 그 의미를 인정할 수 있다. 다만, 행정이 정립하는 다양한 형식의 규범과 Rule들에는 그 내용과 실질에 부합하는 적절한 통제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이는 앞으로 행정의 입법 내지 규범제정 영역에 놓인 학문과 실무의 과제라 할 것이다. 정호경 교수(한양대 로스쿨)
행정규칙
위임입법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제2조
정호경 교수(한양대 로스쿨)
2023-09-28
인터넷
헌법사건
공공기관등 게시판 인터넷실명제 사건
1. 대상결정의 개요 가. 사건개요 청구인은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 자유토론 게시판’, ‘서울 동작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그 밖에 공기업·준정부기관 및 지방공사·지방공단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자신의 의견을 게시하려고 하였으나, 위 각 게시판의 운영자들이 게시판 이용자가 본인임을 확인하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어서 곧바로 의견을 게시하지 못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자신의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대상조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5(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려면 그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을 위한 방법 및 절차의 마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이하 “본인확인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 1.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제3항에 따른 공기업·준정부기관 및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사·지방공단(이하 “공공기관등”이라 한다) 다. 결정요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 등이 포함된 정보가 게시될 경우 그 게시판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되고 결국에는 게시판 이용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공공기관등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의 경우 본인확인조치를 통해 책임성과 건전성을 사전에 확보함으로써 해당 게시판에 대한 공공성과 신뢰성을 유지할 필요성이 크며, 그 이용 조건으로 본인확인을 요구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시판의 활용이 공공기관등을 상대방으로 한 익명표현의 유일한 방법은 아닌 점, 공공기관등에 게시판을 설치·운영할 일반적인 법률상 의무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심판대상조항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이라는 한정적 공간에 적용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크지 않다. 그에 반해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의 유통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얻게 되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이라는 공익은 중요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반대의견(재판관 4인)] 심판대상조항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모든 게시판에서 본인확인을 한 경우에만 정보를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본인확인을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서 표현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고, 게시판에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표현의 내용과 수위 등에 대해 자기검열을 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서,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2. 평석 가. 인터넷실명제의 의의 및 연혁 인터넷실명제 또는 본인확인제란 인터넷 이용자가 인터넷상의 게시판에 글을 게시하거나 자료를 등록하는 경우 또는 뉴스 기사 등에 대하여 댓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서비스 이용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 신원정보가 확인된 경우에 한하여 글을 등록하거나 자료를 올릴 수 있게 하여 글의 작성자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실명제의 주요 연혁은 아래와 같다. 나. 익명표현의 자유의 사회적 기능 헌법 제21조 제1항 표현의 자유가 보호하고자 하는 핵심가치가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나 의견을 외부에 표명하는 데에 있다고 한다면, 익명성이 보장되는 경우에 더 잘 실현될 수 있고, 그것이 실명으로 표현되든 익명으로 표현되든 그 표현방식이나 표현방법은 의사표현자의 선택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익명으로 이루어지는 표현의 경우, 보복이나 차별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전파하여 국가권력이나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의사를 국가의 정책결정 등에 반영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의 핵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익명표현은 인터넷이 가지는 정보전달의 신속성 및 상호성과 결합하여 현실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국민 의사를 평등하게 반영하여 현실 공간에서의 경제력이나 권력에 의한 위계구조를 극복하여 계층·지위·나이·성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국민 의사를 평등하게 반영하여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되게 한다. 따라서 비록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표현이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갖는 헌법적 가치를 중시하여 강하게 보호되어야 한다(헌재 2012. 8. 23. 2010헌마47등). 다. 대상결정의 한계와 입법론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익명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위 〈표〉에서 보듯이, 2012. 8. 23. 인터넷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과한 조항에 대하여(2010헌마47등), 2021. 1. 28. 인터넷언론사가 선거운동기간 중 당해 홈페이지의 게시판을 운영하는 경우 실명을 확인받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의무를 부과한 조항에 대하여(2018헌마456등) 각 위헌결정을 하였다. 그런데 대상결정은 이러한 익명표현의 자유 강화에 역행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상결정에서 실명게시판 유지의 이유로 우선,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 등이 포함된 정보가 게시될 경우 그 게시판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되고 결국에는 게시판 이용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공공기관등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음을 들었다. 그러나 반대의견이 지적한 것처럼, 심판대상조항과 달리 본인확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본인확인을 할 수 있도록 하여 공공기관등의 신뢰성과 원활한 업무수행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모든 게시판에서 이용자에 대한 본인확인조치를 요구하고, 결과적으로 본인확인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게시판에서 표현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청구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사건 심판과정에서 게시판 운영에 대해, 외교부는 실명제 폐지의사를, 경찰청은 실명제 유지의사를, 다수의 지방자치단체는 실명제이든 익명제이든 무차별하다는 의사를 각 제시하였다. 다음으로, 인터넷의 동시성, 전파성, 시간·공간의 무제약성이라는 상황적 조건으로 인해 게시판에 위법한 내용이 게시되면 그로 인한 피해가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고, 이는 공공기관등의 게시판에 게시된 내용이 추후 삭제되더라도 마찬가지일 수 있음을 들었다. 그러나 익명표현의 자유가 지니는 사회적 기능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규율하고 있는 공적 영역은 그렇지 않은 영역에 비하여 오히려 자기검열로 위축될 우려가 크므로 익명표현의 자유가 더욱 강하게 보장될 필요가 있는 곳이다. 따라서 반대의견이 밝힌 것처럼 익명표현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더라도, 이는 관리자에 의한 해당 정보의 삭제, 게시판 관리·운영자에 대한 불법정보 취급의 거부·정지 또는 제한명령(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2항, 제3항), 위 정보를 게시한 이용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의 추궁 등의 방법을 강구하는 방식으로 대처하여야지 익명표현의 자유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을 택해서는 아니된다. 위 [표]에서 나타나듯, 헌법재판소가 선거운동기간 중 게시판 인터넷실명제에 대해 3차결정에서 위헌으로 선고한 것처럼 심판대상조항 역시 향후 2차, 3차결정에서 위헌으로 변경될 수 있으나, 그 과정에서 국민의 익명표현의 자유가 계속 침해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헌법재판소의 기각결정에는 위헌결정과 달리 기속력이 인정되지 않는 점, 공공기관의 특성에 따라서는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을 부인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일률적·필요적 실명확인제를 선택적·임의적 실명확인제로 개선함이 타당하다. 현행법하에서는 게시판을 익명제로 운영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 본인확인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김광재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인터넷실명제
정보통신망법제44조의5
표현의자유
김광재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2023-07-08
헌법사건
개성공단 투자기업, 개성공단 전면중단조치 심판청구
1. 들어가며 헌법재판소는 2022년 1월 2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대통령의 개성공단 운영 전면중단 결정과 통일부장관의 개성공단 철수계획 마련, 관련 기업인들에 대한 통보, 개성공단 전면중단 성명 발표 및 집행 등 일련의 행위로 이루어진 개성공단 운영 전면중단 조치에 대한 개성공단 투자기업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결정(2016헌마364 개성공단 전면중단조치 위헌확인)을 하였다. 2. 사건개요 2016년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단행하고 같은 해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대통령은 2016년 2월 8일 피청구인 통일부장관에게 개성공단 철수 대책 마련을 지시하고, 2016년 2월 10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개성공단의 운영을 즉시 전면중단하기로 결정하였다. 통일부장관은 개성공단에서의 철수를 위한 세부계획을 마련하고, 2016년 2월 10일 14:00 개최된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 소속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의 개성공단 운영 중단 결정과 배경 등을 설명하면서, 그 세부조치로서 ① 2016년 2월 11일부터 개성공단 내 공장 가동, 영업소 운영 전면중단, ② 2016년 2월 11일부터 사흘간 개성공단 출입 최소화 및 현지 체류 남한 주민 전원 복귀를 각각 지시하였고, ③ 이후 개성공단 방문승인을 불허할 방침임을 통보하였다. 그리고 2016년 2월 10일 17:00 개성공단 전면중단 성명을 발표하였다. 북한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2016월 2월 11일 17:00경 개성공단 내 남한 주민 전원 추방 및 자산 전면동결조치를 발표하였으며, 당시 개성공단에 남아 있던 우리 기업인, 근로자 등 인원 280여 명은 같은 날 23:00경까지 전원 남한으로 복귀하였고, 이후 개성공단에서의 공장가동 등 협력사업은 모두 중단되었다. 3. 결정의 요지 이 사건 중단조치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조치로 판단하면서 그 근거로 남북교류협력법 제18조(조정명령) 제1항 제2호, 제9조 제1항(남북한 방문),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에 관한 헌법 제10조, 대통령의 권한에 관한 헌법 제66조, 정부조직법 제11조, 개성공업지구지원법 제15조의3(신변안전정보의 통지)등이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적법절차원칙,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은 배척하였다. 4. 평석 (1) 이 사건 중단조치는 긴급재정경제처분으로 보아야 함 헌법 제76조 제1항은 긴급재정경제처분권을 두고 있는바, 긴급재정경제처분은 상위의 근거법률이 없어서 일반적인 행정처분으로 대처할 수 없는 경우이거나 국회의 의결을 거쳐 집행해야 할 재정적인 조치를 국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긴급하게 조치하여야 할 경우에 발하는 긴급행정처분이다. 긴급재정경제처분을 발하려면 실질적 요건으로 중대성, 필요성, 긴급성, 보충성이 있어야 한다. 절차적 요건으로는 국무회의 심의, 국무총리와 관계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 지체없이 국회 보고하여 승인을 얻을 것, 지체없는 공포 등이 있다. 이에 대하여는 사전(국무회의 심의)과 사후(국회, 헌법재판소, 법원) 통제가 가능하다. 이 사건 중단조치는 남북교류협력법이나 개성공업지구지원법이 예정하지 않은 전면중단조치이므로, 긴급재정경제처분의 형식으로 행해지는 것이 법리에 맞는 것으로 보인다. 긴급재정경제처분이 아니라고 본 헌법재판소의 논리는 수긍하기 어렵다. 한편 남북교류협력법 제18조는 "통일부장관은…협력사업을 하는 자에게 협력사업의 내용·조건 또는 승인의 유효기간 등에 관하여 필요한 조정을 명할 수 있다."고 하고, 시행령 제30조는 "조정을 명할 때에는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당시의 상황이 조정명령 발령사유인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를 위한 국제적 합의에 이바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이 사건 중단조치가 조정명령이라고 본 판단과 조정명령이라 할 경우에 그 명령을 발령할 때 취해야 할 절차를 준수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헌재의 판단은 동의할 수 없다. 통상의 행정처분은 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주는 처분일 경우에 청문절차를 거치게 되며, 행정처분이 행해진 경우에도 상대방이 법원에 그 취소를 청구하거나 집행정지신청을 할 기회가 부여된다. 그런데 이 사건 중단조치는 행정절차법상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처분 후 불복절차를 허용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서 통상의 행정처분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문서로 된 처분서도 없었다. 또한 법률 문언을 보더라도 이 사건 중단조치를 조정명령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조정명령은 승인을 받은 개별 협력사업에 대해, 그 내용, 조건, 유효기간 등 세부사항에 관하여, 필요한 '조정'을 '명령'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조치는 공장가동을 즉시 전면중단하는 것으로서 동법이 예정한 '조정명령'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결국 이 사건 조치는 조정명령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다른 법률에도 근거가 없는 바, 이건 처분은 긴급재정경제처분이라 할 것이다. (2) 정상화 합의서는 신뢰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으로 볼 수 있음 2013년 8월 14일 채택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 에는 "남과 북은 통행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행정청의 행위에 대하여 신뢰보호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행정청이 개인에 대하여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하여야 한다. 신뢰보호원칙은 행정처분이 적법한 경우에도 그 사건에서 예외를 인정하기 위한 주장이다. 이때 공적인 견해표명은 법률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신뢰보호원칙은 청구인의 마지막 주장이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정상화합의서가 국회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근거로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으로 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때의 공적인 견해표명은 반드시 국회동의를 거친 법적 구속력 있는 의견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며, 남북관계에서 남북한 당국의 합의가 가장 강력한 공적인 견해표명인데 이를 존중하지 않은 채 사적 위험부담의 영역이라고 내쳐버린다면 국가의 역할은 도대체 무엇인지, 개성공단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개성공업지구지원법까지 제정한 남한 정부의 의도는 또 무엇인지 의문스럽다. 위 정상화합의서에 이른 경위를 보면, 어떤 도발이 있더라도 그로 인하여 공단운영의 일시적 부분적 제한을 넘어 이 사건과 같이 전면적 중단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개성공단을 설립하여 운영하기 위하여 남북한이 각자 법률을 제정하였고, 남한은 기반시설 조성을 위하여 재정을 투입하였던 사정을 종합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런 제반사정을 살펴보면 현지기업의 개성공단진출은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신뢰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것이다. 또한 남북한 정부 당국이 합의한 합의서의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이라면 도대체 남북경협에서 신뢰할 수 있는 견해표명은 무엇일지 상상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의 이 판단은 장래 남북경협 재개시 투자유치에도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향후 남북경협재개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신뢰를 쌓아나가야 할지 난감한 상황에 당면하였다. 5. 나가며 헌법재판소는 북한과 관련된 정부 조치는 목적의 정당성이 있으면 절차적인 부분은 행정청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의견은 기왕에 헌법재판소가 선례로 구축한 적법절차 준수 원칙에서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전원일치로 결론이 났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헌법재판관의 구성이 획기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장래에도 유사한 판단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향후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경협 재추진 과정에서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입법적 조치로 사업중단 및 보상에 대한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위기상황 발생에 대해 단계별로 통지하고 대응조치 수준을 달리하는 등의 세분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남북경협의 역사를 살펴볼 때 기본법인 남북교류협력법은 개별적인 협력사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특정지역이나 경제특구 단위를 전체적으로 중단하는 포괄적인 조치에 대한 제도나 법률 규정은 미비하다. 개성공단 중단, 금강산 관광 중단, 5·24조치 등 개별기업이나 특정 사건의 범위를 넘어서는 포괄적인 조치가 다수 행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런 조치를 할 요건과 효과를 명확히 법률로 규정할 필요성을 절감한다. 현행법에는 특정 공단이나 특정 지역에 대한 사업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의 법률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중단조치시의 투자자 보호조치도 미흡하다. 나아가 중단된 사업의 재개조치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 사건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법률로 중단조치의 요건과 절차, 보상규정, 재개절차 등을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을 논의하자. 권은민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개성공단
박근혜
권은민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2022-04-04
헌법사건
집회현장에서 경찰의 촬영행위
- 헌법재판소 2018. 8. 30. 2014헌마843 결정 - Ⅰ. 사건의 개요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들로 구성된 청구인들은 2014년 8월 29일 연세대학교 앞에서 광화문광장까지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목적으로 하는 행진(이하 ‘이 사건 집회’라고 한다)에 참가하였다. 청구인들은 당초 신고한 마지막 지점을 지나 약 100m 정도 행진을 계속하였고, 이후 경찰은 해산명령과 함께 채증카메라 등을 이용하여 채증을 하기 시작하였고, 청구인들을 포함한 참가자들이 자진해산하자, 촬영을 중단하였다(이하 ‘이 사건 촬영행위’라 한다). 이후 청구인들은 2014년 10월 2일 주위적으로 이 사건 채증활동규칙에 대하여, 예비적으로 이 사건 촬영행위에 대하여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Ⅱ. 헌법재판소 판단 내용 1. 심판대상 이 사건 주위적 청구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청구인들을 포함한 이 사건 집회 참가자들은 이 사건 채증규칙에 의해 직접 기본권 제한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촬영행위에 의하여 비로소 기본권 제한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이유로 각하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촬영행위의 경우 계속적·반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고 기본권 침해의 반복성이 인정되며, 청구인들이 문제 삼고 있는 ‘집회시위 현장에서의 채증’이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하여 기준을 제시하는 문제는 해명의 필요성이 있어, 심판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2. 본안 판단(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가. 4인의 법정의견 법정의견은, 수사기관의 증거수집 범위는 ‘신고 범위를 뚜렷이 벗어난 이후의 집회’에만 한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다음,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을 아직 명백하게 초래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촬영행위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특히, 공개된 장소에서의 촬영을 전제로, 미신고 옥외집회의 참가자들에 대한 촬영행위는 주최자에 대한 증거확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루어지는 측면이 있고, 단순 참가자들에 대한 촬영이 수반되더라도 헌법적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나. 5인의 위헌의견 반면, 법정의견으로 채택되지 못한 다수의견(5인)은, 경찰의 촬영행위는 증거자료 확보목적으로서도 기능하지만, 한편 국가기관이 집회참여자들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는 계기가 되며, 사진이 촬영된 개인들은 자신의 정보가 국가에 의하여 관리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향후 자신에게 불이익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두려움은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이 사건 촬영행위는 집회참가자들에게 촬영행위를 인식하게 만드는 의도가 담긴 것이었다는 점에서 ‘집회 종료 목적’이 상당부분 가미되어 있었다고 보았다. Ⅲ. 대상결정의 평석 1. 신고범위를 벗어난 평화집회에서 발생하는 공익과 사익의 충돌 우리 집회법은 신고 범위를 벗어난 집회나 미신고집회의 경우 주최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다(동법 제22조). 이러한 집회들은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을 명백하게 초래할 집회(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1도6294 판결)로 ‘변모할 가능성’도 있어 법집행기관의 주의가 요구된다. 반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미신고집회인 경우에도 그것이 평화집회라면 해산명령을 내릴 수 없다고 하여 헌법이 집회를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한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있고, 신고여부를 떠나 평화집회 참가자들에 대하여는 법이 보장하는 최대한의 권리가 인정됨을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03. 10. 30. 2000헌바67 결정 등). 2. 수사로서의 촬영행위와 공익적 필요 현장의 영상과 소리를 그대로 담고 있는 촬영자료는 범인검거와 범죄입증에 상당히 효과적이고 중요한 증거방법임에는 틀림이 없다. 사법경찰관은 범죄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는 수사를 개시, 진행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196조 제2항). 한편, 촬영은 집회참가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물리효과를 수반하는 물대포 사용행위나 불법행위자 체포행위 등에 비하여 충돌가능성이 적고, 재판에서의 증거자료 제출 등을 위해 긴요하다. 그러한 필요성 때문에 이 사건 청구 전까지 경찰채증은 2010년 2329건에서 2011년 3422건, 2012년 4007건, 2013년에는 5366건으로 매해 증가하였다. 그런데 이와 같은 촬영행위는 법적으로는 강제수사로 평가된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증거보전의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는 경우’에만 영장 없는 촬영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하여 촬영의 강제수사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 역시 집회현장에서 ‘범죄행위가 행해지고 있는 경우’에 촬영행위가 수사의 한 방법이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결정문 9/34쪽). 3. 사익으로서의 집회의 자유와 그 제한기준 평화적 집회는 그 자체만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이나 침해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태도이다(헌법재판소 2003. 10. 30.자 2000헌바67 등). 헌법재판소가 집회에서의 촬영행위를 ‘범죄행위가 행해지고 있는 경우’로 한정하는 것도, 이러한 점을 고려한 대목이다. 단순 평화집회 참가자들이 법을 지켜가며 집회를 하는 경우에까지 단순미신고 또는 신고범위를 다소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나아가 이들 중 누군가가 현행범으로 돌변할 ‘가능성’만을 근거로 하여 사전채증이 허용된다고 본다면, 헌법재판소가 앞서 일관되게 제시하는 판시내용을 촬영행위 사안에서는 그대로 뒤집는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즉, ‘법을 지키며 평화적으로 집회시위를 하는 참가자들’에 대한 사익제한 기준은, 불법폭력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사익제한 기준 보다 더 높게 평가됨이 타당하며, 촬영행위에 대한 공익적 필요성 역시 더 엄격하게 평가됨이 마땅하다. 4. UN인권이사회(HRC)에서 규정하는 집회에서의 촬영행위 이와 관련하여, UN인권이사회는 2016년 2월 4일 특별보고관이 UN총회(UN General Assembly)에 제출한 자료(A/HRC/31/66)를 토대로 ‘집회의 적절한 관리방법’(the proper management of assemblies)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다. 특히 경찰 채증행위와 관련하여 △ ‘채증(recording)은 권리실현에 대한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불러올 수 있으므로 집회를 위협하거나 제한할 목적으로 활용되는 채증행위는 허용될 수 없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언급한다(76). 또한 △ 집회에서 참가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은 그 기준이 ‘특별히 더 높아야’ 하며, 이러한 기준을 지키더라도 평화적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74). 그 외에도 UN인권이사회는 △ 경찰을 포함한 조직이 집회에 대하여 채증한 정보는 그 시점과 무관하게 최대한으로 공개되어야 한다는 점(80), △ 채증장비 등을 통한 개인정보의 수집과 이용은 자의적이거나 불법적인 사생활 침해가 일어나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5. 조망촬영(Ubersichtsaufnahmen)에 대한 독일 고등법원의 기준 이 사건의 법정의견은 조망촬영에 대하여도 근접 현장촬영과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 기본권침해 효과가 동일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조망촬영 역시 ‘공공 안전과 질서에 중대한 위협이 있다는 사실의 증거’(Es fehle an tatsachlichen Anhaltpunkten fur eine erhebliche Gefahr der offentlichen Sicherheit und Ordnung)가 확실할 때에 허용된다는 코플란쯔 고등법원 판단(5.2.2015의 OVG Koblenz (Az 7 A 10683/14, NVwZ-RR 2015, 570))에 비추어 볼 때에도 다수의견은 기본권제한 기준을 지나치게 낮게 설정하고 있다. 6. 경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 최근 경찰위원회는 이와 같은 논란을 감안하여 ‘집회시위 자유보장 권고안 및 부속의견’을 발표(2017. 9. 1.)하여, 채증의 경우 ①과격한 폭력행위가 ‘임박’했거나, ②폭력 등 불법행위가 행하여지거나 행하여진 직후, ③범죄수사 목적의 증거보전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는 경우에만 할 수 있도록 그 집행요건을 엄격하게 축소할 것임을 밝혔다. 특히, 미신고 집회의 경우라도 평화적으로 진행되는 경우에는 조망촬영, 현장촬영하는 것 외에 수사 목적으로 채증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제6항)고 밝혀, 이 사건과 같은 경우 수사목적으로 채증하지 않을 것임을 밝히기도 하였다. Ⅳ. 결 어 나는 이 사건 촬영행위가 일어날 당시 현장책임자였던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에게 “2012년 대법원 판례에 따를 때 채증은 위법”이라고 항의하였고, 그는 “억울하면 소송을 걸라”고 답하였다. 4년 후, 그 짧은 대화는 4인의 합헌의견과 5인의 위헌의견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는 헌법적 쟁점으로 다시금 이어지게 됐다. 향후 집시법 개정을 통하여 촬영행위에 대한 헌법적 한계를 명확히 긋고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 평화롭고 자유로운 집회시위와 경찰의 질서유지가 공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민후 법무관(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세월호
집회
촬영행위
채증규칙
김민후 법무관(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2018-10-11
헌법사건
위치정보 추적자료 관련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수사 개선 방안을 중심으로
헌법재판소2012헌마 191등 - 위치정보 추적자료 관련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수사 개선 방안을 중심으로 Ⅰ. 헌법재판소 2012헌마 191등 내용 1.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 제1항의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대한 판단 (1) 과잉금지원칙위반 중 침해 최소의 원칙 및 법익의 균형성 위반 헌법재판소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 제1항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대하여 수사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실체적 진실발견과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도 인정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요청조항은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만을 요건으로 하면서 수사기관이 범인의 발견이나 범죄사실의 입증에 기여할 개연성만 있다면, 모든 범죄에 대하여, 수사의 필요성만 있고 보충성이 없는 경우에도, 피의자·피내사자뿐만 아니라 관련자들에 대한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도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2) 입법목적 달성에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면서도 정보주체의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안 이에 헌법재판소는 ①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실시간 위치정보 추적 자료를 제공받는 경우 또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위치정보 추적 자료를 제공받는 경우에는 수사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보충성이 있을 때, 즉 다른 방법으로는 범죄 실행을 저지하거나 범인의 발견·확보 또는 증거의 수집·보전이 어려운 경우에 한하여, 수사기관이 위치정보 추적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게 하는 방법, ②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1항에 규정된 통신제한조치가 가능한 범죄 이외의 범죄와 관련해서는 수사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보충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수사기관이 위치정보 추적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을 제안하였다. 2.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의3 ‘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의 통지’에 대한 판단 (1) 적법절차 위반 여부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과 관련하여, 사전에 정보주체인 피의자 등에게 이를 통지하는 것은 수사의 밀행성 확보를 위하여 허용될 수 없다 하더라도,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위치정보 추적 자료를 제공받은 다음에는 수사에 지장이 되지 아니하는 한 그 제공사실 등을 정보주체인 피의자 등에게 통지해야 한다. 이와 같이 수사기관이 피의자 등에게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사실을 통지함으로써, 피의자 등은 위치정보 추적자료의 제공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위치정보 추적자료가 제공 목적에 부합하게 사용되었는지 또는 제공된 위치정보 추적 자료가 개인정보 보호법 등에 규정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폐기되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정보주체인 피의자 등은 이를 통하여 수사기관의 불법 또는 부당한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에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그 시정을 요구하는 등으로 실효성 있게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본 법 제13조의2의 통지조항은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위치정보 추적자료를 제공받은 사실에 대해, 그 제공과 관련된 사건에 대하여 수사가 계속 진행되거나 기소중지결정이 있는 경우에는 정보주체에게 통지할 의무를 규정하지 않고 있어 정보주체의 절차적 권리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충분히 보장하기에 미흡하다고 판시하였다. (2) 실체적 진실발견과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면서도 적법절차에 부합하는 방안 ① 통신사실 확인 자료를 제공받은 사건에 관하여 기소중지결정이 있거나 수사·내사가 장기간 계속되는 경우에는, 통신사실 확인 자료제공 이후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원칙적으로 수사·내사의 대상인 정보주체에 대해 이를 통지하도록 하되, 통지가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등에는 사법부 등 객관적·중립적 기관의 허가를 얻어 그 통지를 유예하는 방법, ② 일정한 예외를 전제로 정보주체가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 사유의 통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③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사실에 대한 통지의무를 위반할 경우 이를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이 개선입법으로 고려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수사기관의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의 남용을 방지하고 정보주체를 위한 적법절차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Ⅱ. 헌법재판소 판결 평석 1. 헌법불합치 판결 의의 헌법재판소는 통신비밀보호법(2005. 5. 26. 법률 제7503호로 개정된 것) 제13조 제1항 중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한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제2조 제11호 바목, 사목의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부분과 제13조의3 제1항 중 제2조 제11호 바목, 사목의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함과 동시에 위 법률조항들은 2020. 3. 31.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한다고 판시하여 현재 수사를 담당하는 기관에서는 현행법률 규정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여야 한다. 다만 수사기관으로서는 헌법재판소의 “범죄예방과 사건의 조기해결을 위해 수사기관의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요건을 현재의 ‘수사의 필요성’보다 더 강화하고, 적법절차원칙 준수를 위한 사후통지 절차를 보완함으로써, 범죄수사라는 공익과 정보주체의 기본권 보호라는 사익이 조화되어야 한다.”는 판결의 취지에 맞게 수사를 개선하여야 할 것이다. 2.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 요청 수사의 개선 방안 (1) 비교법적 검토 1) 미국의 경우 미국 전기통신비밀법 (Electronic Communications Privacy Act of 1986, ECPA:18 U.S.C. §2510이하 규정) 제3장(Title III: 18 U.S.C. §§3121∼3127)에서는 통신 이용 상황 기록 장치(pen register:18 U.S.C. §3127(3)) 또는 발신 신호 추적장치(trap and track device:18 U.S.C. §3127(4))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전화통화의 개시를 위해 전화기에 입력하는 전화번호, 발신된 메시지가 수신지까지 가는 경로를 설정해주는 과정인 라우팅(routing), 단말통신에서 교신상대와 접속 또는 선택하는 어드레싱(addressing), 위치추적, 접속지 추적 등의 통신 이용 상황 기록 등이 포함되어 있어 우리나라 통신보호비밀법 상의 통신사실확인자료에 해당한다. 미국의 경우 앞서 말한 통신 이용 상황 기록 장치 또는 발신 신호 추적장치를 이용하여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취득하는데 “취득될 정보가 현행 수사에 관련이 있을 것(the information likely to be obtained by such installation and use is relevant to an ongoing criminal investigation)”이라는 소명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하면 60일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당 장치를 설치할 수 있는 허가명령서를 발부한다(18 U.S.C. § 3123). 2) 독일의 경우 독일의 경우 전기통신법이 있으며 우리나라의 통신사실확인자료와 유사한 개념으로 통신데이터(Verkehrsdaten)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으며, 휴대폰의 위치정보(Standortsdaten) 또한 통신데이터의 하나로 수집을 허용하고 있다. 독일 형사소송법 제100g조 제1항은 제한적인 요건 하에 범죄수사를 목적으로 통신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데이터의 실시간 수집은 제100g조 제1항 제3문에 의하여 구체적인 사례에 비추어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범죄의 경우에만 가능하다. 특히 제100a조 제2항에 규정된 범죄를 행하였거나 미수의 가벌성이 있는 행위의 착수 또는 별도의 범죄를 예비한 때에만 위치정보의 실시간 수집이 허용된다. 위치정보 수집의 명령과 이행에 관하여서는 통신검열에 관한 동법 제100a조 및 제100b조가 준용되는데 통신감청은 오로지 검사의 신청에 기하여 법원만이 행할 수 있으며,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검사가 처분을 명할 수 있으나, 3일 이내에 법원의 추인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효력이 상실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3) 일본의 경우 일본의 경우 개별 범죄에 있어서 영장에 의하여 범죄의 수사를 위하여 통신사업자에게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개인의 위치정보를 요청하는 경우 있으나, 미국, 독일과 같이 단일법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 즉 전기통신사업법 제4조 제1항에서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취급 중인 통신의 비밀은 침해되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주의할 것은 개별 통화에 관계된 위치정보의 경우는 통신구성요소이므로 통신비밀로 보호해야 되지만 통화이외 휴대폰 소지자가 지역을 이동할 때 기지국에 전송되는 위치등록정보는 정보는 통신비밀이 아니라 사생활의 일환으로서 보호되어야 하는 사항으로 구별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각건데, 어떤 사람이 어디에 소재하는지에 관한 정보는 사생활 자유 중에서 보호의 필요성이 매우 높고, 통신과도 밀접하게 관련된 사항이므로, 통신비밀에 준하여 보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일본 총무성에서는 고시로 ‘전기통신사업에 있어서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가이드라인’ 제정하고 동 가이드라인 제26조에 전지통신사업자가 위치정보에 대하여 준수해야 되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동 조항에서는 전기통신사업자는 수사기관으로부터의 요청에 의하여 위치정보의 취득을 요구받은 경우에, 당해 위치정보가 취득되고 있음을 이용자가 알 수 있을 때로서, 재판관이 발부한 영장(검증영장)에 따르는 때에 한하여 당해 위치정보를 취득하는 것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사견 사실 위 헌법재판소 2012헌마 191등에서 설시한 위치정보 추적 자료(통비법 제2조 제11호 바목의 ‘발신기지국 위치추적자료’(과거자료 및 실시간)와 사목의 ‘인터넷 접속지 추적자료’(과거자료 및 실시간)’를 모두 포함) 판결 선고날짜에 2012헌마538사건에 대하여도 동일한 이유로 헌법불합치판결이 선고되었고 동일한 내용의 방안을 제시하였다. 2012헌마538사건은 ‘기지국 수사’와 관련이 있는데 기지국 수사란 특정 시간대 특정 기지국에서 발신된 모든 전화번호 등을 통신사실 확인자료로 제공받는 수사방식으로서 주로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는 연쇄범죄가 발생하거나 동일 사건 단서가 여러 지역에서 시차를 두고 발견된 경우 사건발생지역 기지국에서 발신된 전화번호를 추적하여 용의자를 좁혀나가는 수사기법 중 하나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본 논고에서는 포괄적 기지국 수사와 위치정보 추적 자료 제공 요청 수사의 개선방안을 모두 모색하여 보기로 하겠다. 1) 수사의 개선의 일반적 방향 독일의 입법례와 포괄적 기지국의 수사는 실체적 진실발견과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의 정당성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포괄적 기지국 정보는 필요하다는 점, 살인, 유괴, 납치, 성폭력범죄 등 강력범죄와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범죄의 경우에는 수사의 신속성과 긴급성 및 중대성이라는 공익이 매우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헌법재판소의 개선 방안 중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1항에 규정된 통신제한조치가 가능한 범죄 이외의 범죄와 관련해서는 수사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보충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본다. 2) ‘수사를 위하여’ 포괄적 기지국 수사(통비법 제2호 제11호 가목 내지 라목 관련 수사) 개선 방안 통신제한조치 대상 범죄의 경우에는 필요성을 기준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통신제한조치 대상 이외의 범죄의 경우에는 보충성의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 가능하다고 본다. 즉 탐문수사, CCTV 수사, 주위 차량 블랙박스 수사, 범죄현장 유류물에 대한 포렌식 수사 등을 통하여 수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보충적으로 포괄적 기지국 수사를 요청하는 것이 타당하다. 3)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 요청 수사(통비법 제2조 제11호 바목, 사목 관련) 개선 방안 가. 과거 위치정보 추적 자료 과거 위치정보 추적자료는 실시간 위치정보 추적자료에 비하여 기본권 침해정도가 낮다는 점에서 보충성의 요건 없이 정보 요청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나. 피의자 검거를 위한 위치정보 추적자료 요청 해당 사건의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고 검거하기 위하여 실시간 위치정보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해당 범죄가 통신제한조치 대상 범죄인 경우에는 필요성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그 외 범죄의 경우에는 보충성이 충족된 경우에 가능하다고 본다. 다. 피의자의 증거 수집 및 사건 관련자에 대한 위치정보 추적자료 요청 피의자에 대한 신병확보 이외 피의자 혹은 피내사자의 증거 수집을 위한 소재 혹은 동선 확인을 위한 위치정보가 필요한 경우나, 피의자 이외의 가족 혹은 지인 등 제3자에 대한 위치정보는 보충성이 충족된 경우에 가능하다고 본다. 3. ‘통지’ 관련 수사 개선 방안 수사의 개선 방안 (1) 비교법적 고찰 1) 독일의 경우 독일 형사소송법 제101조 제4항에 의하면 위치정보의 수집을 명한 때에는 해당 통신의 당사자에게 이를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통지를 한 때에는 사후적인 권리보호의 가능성과 그 기한을 적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7항에서는 통지를 받은 자는 2주 이내에 처분 및 그 집행방식의 적법성에 관하여 관할법원에 심사를 청구할 수 있고, 법원의 결정에 대하여서는 즉시항고가 허용된다. 2) 일본의 경우 일본 전기통신사업에 있어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가이드라인 제26조에 제4항에 의하면 위치정보가 취득되고 있음을 이용자가 알 수 있을 때, 재판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위치정보를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 사견 1) 통지조항의 개선의 일반적 방향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수사활동 보장에 목적이 있으므로 성질상 기밀성을 요한다. 그런데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사실을 수사 진행 중에 정보주체에게 알려준다면, 피의자 및 그와 관계있는 자들이 이동전화·인터넷의 이용을 중단하거나 도주·증거 인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그로 인하여 범죄수사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추가 범행에 대처하기 어려워지게 될 수 있다. 또한 형사소송법에서도 명문으로 위법수사배제법칙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요청조항 및 허가조항을 위반하여 취득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대해서는 형사절차에서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을 통해 증거능력을 부정된다. 또한해당 수사관 및 국가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사후적인 권리구제수단도 마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통신사실 확인 자료를 제공받은 사건에 관하여 기소중지결정이 있거나 수사·내사가 장기간 계속되는 경우에는, 통신사실 확인 자료제공 이후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원칙적으로 수사·내사의 대상인 정보주체에 대해 이를 통지하도록 하되, 통지가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등에는 사법부 등 객관적·중립적 기관의 허가를 얻어 그 통지를 유예하는 방법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2) 입법 전까지 통지관련 수사기관의 수사 개선 방안 가. 통지가 수사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점에 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심의기구 설치 입법이 되기 전까지 현재 수사기관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을 존중하여 일반적인 사건의 경우에 통지가 누락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통지를 유예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통지유예가 남용되지 않도록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할 것이다. 특히 외부 전문가 집단의 심의를 통하여 통지를 하는 경우 수사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점에 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통신유예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의3 제2항 및 제9조의2에 규정되어 있는데 국가의 안전보장·공공의 안녕질서를 위태롭게 할 현저한 우려가 있거나,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염려가 현저한 때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미리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승인을 얻는 경우 가능하며, 통지유예의 사유가 해소된 때에는 그 사유가 해소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통지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서 검사장의 승인사항과 관련하여 내부 위임전결규정에 따라 그 심사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지 살펴, 실질적으로 검사장의 검토와 판단이 될 수 있도록 관계 규정을 개선함과 동시에 검사장 독단의 판단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외부 합의체 기구를 설치하여 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유가 해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통지하지 않는 사례가 있는지도 살펴, 통지유예 해소시 30일 이내 통지가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조치하여야 할 것이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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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2018-08-28
헌법사건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 보호명령제도의 문제점
- 헌재 2016. 4. 28.자 2013헌바196 결정 - I. 헌법재판소 2013헌바196 결정 1. 사건 개요와 심판대상 청구인은 2000년 3월 단기체류자격으로 한국에 입국하여 불법체류하다가 2003년 3월 17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에게 난민인정신청을 하였으나 불허되었다. 소장은 청구인을 외국인보호실에 수용하고, 2012년 11월 1일 강제퇴거명령 및 보호명령을 하였다. 청구인은 2013년 1월 29일 위 처분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서울행정법원 2013구합3269), 보호명령 근거조항인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3년 6월 27일 모두 기각되자, 2013년 7월 11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청구인은 2013년 7월 난민불인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별소를 제기하였는바(서울행정법원 2013구합56713), 2014년 4월 25일 난민불인정처분 취소판결이 선고되고, 그 판결이 2014년 12월 24일 확정되자(대법원 2014두41336) 보호가 해제되었다. 이 사건 심판대상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을 무기한 보호시설에 보호할 수 있는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다. 2. 쟁점 이미 보호가 해제된 경우 당해 소송사건인 취소소송의 소의 이익이 흠결되어 헌법소원심판의 재판의 전제성이 없는 것은 아닌지 문제된다. 또 심판대상 조항 ‘보호’는 신체를 구금하는 것인바, 보호기간의 상한을 설정하지 않은 것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또한 ‘보호’는 체포ㆍ구속에 준하는 인신구속 작용임에도 그 개시와 연장을 행정청이 모두 결정하도록 한 것이 적법절차원칙에 반하는지가 문제된다. 3. 법정의견(각하) 청구인이 심판청구 후 2014년 4월 난민불인정처분취소소송에서 승소하고, 2014년 12월 그 판결이 확정되어, 보호가 완전히 해제되었는바, 이로써 위 보호명령으로 인해 청구인이 입은 침해는 해소되었으므로, 설령 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이 선고되어 이미 확정된 위 보호명령취소청구사건에 대한 재심이 개시되더라도 그 소는 취소를 구할 이익이 없어 부적법 각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인 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 소송사건에서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관련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므로, 이 사건 청구는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4. 재판관 김창종, 안창호의 보충의견 보충의견은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합헌이라는 취지이다. 먼저, 신체의 자유 침해여부와 관련하여, 이 법률조항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자에 대한 집행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외국인의 출입국과 체류를 적절하게 통제하고 조정하여 국가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며, 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을 출국 요건이 구비될 때까지 보호시설에 보호하여 신병을 확보하는 것은 강제퇴거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집행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므로 수단의 적정성도 인정된다. 또한, 강제퇴거대상자가 난민신청을 하였다는 이유로보호의 대상에서 전면적으로 배제하면, 불법체류사실이 발각될 경우 무조건 난민인정신청을할 수 있어 출입국행정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불법체류자들은 대부분 안정된 거주기반이나 직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범죄의 유혹에 노출될 수 있고, 실제 이들에 의해 범죄가 발생할 경우 신원조회가 어려워 범인 검거에 곤란을 초래하는 등 국내 치안질서유지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여 그에 따른 피해는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한편, 보호기간의 상한 역시 일단 강제퇴거명령이 내려진 자들에 대하여는 강제퇴거가 가능할 때까지 신병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기간의 상한을 정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이 있다. 보호기간을 한정하는 경우 강제퇴거명령의 집행이 어려워지고,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보호하여야만 송환이 가능해진 시점에 신속하게 강제퇴거를 이행할 수 있어 이 법률조항은 피해의 최소성에 반하지 아니한다. 마지막으로, 이 법률조항은 국가 안전보장 및 질서유지와 직결되는 출입국관리 및 체류관리를 위한 것으로 이러한 공익은 매우 중대한 반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 보호되는 외국인들은 강제퇴거대상자로서 강제퇴거명령을 집행할 수 있을 때까지 일시적ㆍ잠정적으로 신체의 자유를 제한받는 것이므로 이러한 사익이 공익에 비하여 현저히 크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출입국관리법상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보호의 개시(소장 등의 보호명령 발부)나 연장(법무부장관의 승인) 단계에서 사법부의 판단을 받도록 하는 절차가 규정되어 있지 않다고 하여 곧바로 적법절차원칙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 Ⅱ. 평석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재판의 전제성이 없는 경우에도 헌법적 해명이 긴요히 필요하거나 당해 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가 반복될 우려가 있는 경우 헌법질서의 수호자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하여 본안판단을 하여 왔다. 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은 외국인의 출입국과 난민신청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신체의 자유와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헌법문제라고 볼 수 있으며, 아직 이 문제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의 해명이 이루어진 바도 없다. 무엇보다, 이 사건에서 판단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또 다른 난민신청자가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을 기다려야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적 해명을 할 수 있을 것이므로 해명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더욱이 보호명령이 재차 반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고, 현재도 일부 난민신청자들이 이 법률조항에 의해 장기보호되고 있어 기본권침해 논란이 계속되므로, 예외적인 심판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보았어야 마땅하다. 한편 보충의견이 본안을 판단하면서 위 위헌심사 기준을 완화된 기준으로 설정한 것 역시 부당하다. 신체의 자유는 자유권의 가장 본질적 요소다. 심판대상은 무제한 구금까지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신체의 자유의 본질적 영역을 제한하는 것이다. 또한 보충의견이 ㉠ 난민신청을 한 자 중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자와, ㉡ 일반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자는 본질적으로 다른 지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탈법적 난민신청만을 우려하여 무제한 보호조치도 가능하다고 정당성을 부여한 것 역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이 사건 법 조항은 보호명령 조항은 ‘강제퇴거대상자로서 송환가능한 자임이 확실한 자’를 상대로 ‘송환에 필요한 준비와 절차를 마칠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 동안만 잠정적ㆍ일시적으로 보호하는데 입법취지가 있는데, 출입국관리법 제62조 제4항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이 난민신청을 하였으나 난민인정 여부가 결정되지 아니한 경우 또는 난민불인정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심사가 끝나지 않은 경우 송환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청구인과 같은 난민신청자는 송환 가능한 자인지 불확실한 자들로서, 송환에 필요한 준비와 절차를 마칠 시간이 아니라 난민인정결정에 소요되는 시간이 필요한 자들이므로,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경우가 아니다. 그럼에도 강제송환되지 아니할 권리를 핵심으로 하는 난민신청자를 강제퇴거명령의 집행확보를 위해 구금하는 모순적인 결과가 발생한다. III. 결론 - 출입국관리법 개선방안 출입국관리법상의 보호명령은 기본적으로 인신구속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헌법 제12조에 의한 영장주의를 적용하여야 한다. 비교법적으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원칙적으로 영장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다만, 불법체류자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실효적 대응을 위해 적절한 예외를 인정하여, 강제퇴거명령자에 대한 최초 긴급보호는 현행범 체포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영장주의 예외로 삼을 수는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구금기간의 절대적 상한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독일과 영국 등 선진 법제 등을 고려하면 보호명령 자체는 6월을 상한으로 하되 연장을 거듭하더라도 총 기간이 최대 1년을 넘지 않도록 법률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현행 3월마다 이루어지는 법무부장관의 보호명령 사전승인제도는 형식적 측면이 강하므로, 독립된 법원에 의한 구금 계속의 필요성 심사가 이루어지도록 다음과 같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 ① 일반 사법구금과 마찬가지로 보호 개시단계에서도 영장주의를 도입하고, 구금기간의 연장단계에서도 법관의 심사를 받게 하는 방법, ② 구금의 개시단계는 출입국관리사무소장이 하게 하되, 1차 구금이 종료된 후 구금기간의 연장이 필요할 경우에만 일종의 영장주의를 도입하여 구금연장의 필요성을 법관에게 소명케 한 후 심사를 받게 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구금계속의 필요성, 구금계속의 상당성 등을 일탈한 장기구금의 위법성을 법관에 의해 판단 받을 다른 수단으로서 고려해 볼 수 있는 방안으로는 현행 인신보호법 제2조의 적용제외 사유에서 출입국관리법상의 보호제도 배제부분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인신보호법은 원칙적으로 청구일로부터 2주내에 법원이 심문기일을 지정해야 한다고 규정(동법 시행령 제10조)하고 있으므로, 출입국관리법상 보호명령을 받은 외국인이 일반 보호명령취소소송 등 항고소송을 통한 권리구제 보다 더 신속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성중탁 교수(경북대 로스쿨)
난민
출입국관리법제63조제1항
외국인
보호명령
성중탁 교수 (경북대 로스쿨)
2017-10-17
헌법사건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명령의 위헌성 고찰
- 헌법재판소 2015. 12. 23.자 2013헌가9 결정에 대한 평석 - Ⅰ. 대상 사건(헌법재판소 2015. 12. 23.자 2013헌가9 결정) 1. 쟁점 성충동약물치료법 제4조 제1항은 치료명령에 치료대상자(성범죄자) 본인 동의 요건이 없고, 피해자 연령제한을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하고, 약물치료 기간을 최장 15년 이내에 법원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동 법 시행으로 아동 대상 상습적인 성폭행범은 장기 징역형과 함께 전자발찌 부착, 신상정보 공개 명령은 물론 약물치료라는 삼중의 (보안)처분을 받게 된다. 또한 초범이라 할지라도 성도착증이 있다고 판단되면 본인 동의가 없더라도 약물치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대책보다 강한 제재에 해당한다. 이에 성충동약물치료의 법적 성격과 위헌성과 관련하여 최근 내려진 헌재 결정을 중심으로 간단히 살핀다. 2. 헌법재판소 판단 다수견해는 성충동 약물치료는 본질적으로 '보안처분'에 해당하고, 약물치료의 근거가 되는 심판대상조항들은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의 동종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성충동 약물치료는 성도착증 환자의 성적 환상이 충동 또는 실행으로 옮겨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그 근간이 남성호르몬에 있다고 보고, 남성호로몬의 생성 및 작용을 억제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감정을 거쳐 성도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청구되며, 장래에 다시 성폭력범죄를 범하여 법적 평온을 깨뜨릴 상당한 개연성을 요구하여 치료대상자가 좁게 설정되고, 한정된 기간 동안,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부작용 검사 및 치료가 함께 이루어지며, 치료가 불필요한 경우에는 해제가 가능하고, 치료 중단시 남성호르몬의 생성과 작용의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침해 최소성을 충족하는 한편, 성폭력범죄자의 재범 방지 및 사회방위의 공익은 매우 중요하여 법익균형성도 충족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해 소수견해는, 현재로서는 약물치료의 효과를 정확히 파악 할 수 없고, 또한 명령조항은 치료명령의 선고 시점과 집행 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극이 존재하는 경우에 집행 시점에서 만약 치료 필요성이 제거된 경우 불필요한 치료를 막을 수 있는 별도의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성폭력범죄의 동기나 행위태양의 다양성에 비추어 성기능 무력화가 성폭력범죄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고 보기 어려워 수단의 적절성도 부정된다. 또한 자발적 치료 의지가 없는 치료대상자에 대한 약물치료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 성폭력범죄의 원인이 된 성도착증의 치료와 재범방지는 현행법상 치료감호제도 및 보호관찰, 전자발찌 부착 등 대책을 결합하여 대처할 수 있는 점에서 침해의 최소성에도 반하며, 심판대상조항들에 의한 재범 억제 효과는 제한적이거나 한시적이고 그 달성 여부가 불확실하나, 피치료자가 받는 불이익은 심대하여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되지 않는다. Ⅱ. 비교법적 검토 1. 미국 먼저, 캘리포니아주는 화학적 거세를 최초로 시행한 선두주자다. 주 형법 645조(California Penal Code Section 645)는, 13세 미만 어린이 대상 성범죄의 초범자들이 가석방되기 전에 메드록시프로게스트론 아세테이트(medroxyprogesterone acetate: MPA) 치료나 이에 상당하는 약물치료를 받도록 법원이 명령할 수 있도록 재량을 부여하고 있고, 재범자들의 경우 가석방 전 반드시 약물치료명령을 내리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 경우, 범죄자들은 화학적 치료 대신 물리적 거세를 선택할 수도 있다. 화학적 거세 약물치료는 주 교정부(the Department of Corrections, DOC)가 관장하는데, 가석방대상자들은 구금으로부터 풀려나기 일주일 전 치료를 시작해야 하고, DOC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판단할 때까지 치료를 계속해야 한다. 다음으로, 텍사스주는 화학적 거세를 인정하지 않고, 물리적/시술적 거세만을 인정하고 있다. 주형법(Texas Penal Code) 501.061에 따르면 텍사스 사법부(Texas Department Of Criminal Justice)에 의해 고용되거나 의뢰받은 외과의사는 14세 미만의 어린이에 대한 가중 성폭행, 17세 미만의 어린이에 대한 성폭행, 또는 17세 미만의 어린이에 대한 외설죄로 유죄선고를 받은 재범자들 중 21세 이상으로 서면으로 고환절제술을 요청 및 동의하고, 정신과의사, 심리학자의 진단과 상담을 받고 정신건강 모니터요원과의 상담을 거친 수형자에게 고환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 단, 그 결정을 시술 실시 전 언제든 철회할 수 있으며, 고환절제술이 가석방이나 보호관찰 석방의 조건이 될 수는 없고, 법 집행자는 범죄자가 가석방이나 보호관찰로 석방되어야할 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그 시술을 받겠다는 그 범죄자의 결정을 하나의 요소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 2. 독일 독일은 '자의적 거세 및 기타 치료방법에 관한 법률(Gesetzuberdie freiwillige Kastration und die andere Behandlungsmethoden)'이 1969년(BGB1. I. S. 1143) 제정된 이후, 2008년 12월(BGB1. I. S.2586) 개정되었다. 주요 내용은 비정상적인 성충동을 가진 중범죄자를 대상으로 물리·화학적 거세를 시행한다는 내용으로, 성폭력 범죄자 뿐 아니라 살인, 상해 등 중범죄자 중 비정상적인 성적 충동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동의를 받아 의사의 진단과 법원의 승인을 거쳐 외과적 거세를 시행하고 있다. 이 경우 본인의 동의와 의사의 진단이 있어야 한다. 또한, 25세 이상 성인에 대해서만 거세 시술을 허용한다. 그러나 거세법은 사실상 사문화된 법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성폭력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형사제재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현재 독일의 범죄자에 대한 심리치료는 성에 대한 왜곡된 관념에 대해 그 인지의 변화를 꾀함으로써 행동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지행동 이론이 대세이다. Ⅲ. 평석 1. 화학적 거세의 법적 성질 형벌과 보안처분은 형사제재에 해당하지만, 형벌은 과거 불법에 대한 응보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제재이고, 보안처분은 장래 재범 위험성을 전제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비형벌적 제재에 해당한다는 것이 학계 주류 입장인바, 성충동 약물치료는 본질적으로 '보안처분'에 해당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이다. 그러나 성충동 약물치료는 신체에 직접 가해지거나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정도가 형벌에 준하므로 형벌적 성격이 강한 보안처분에 해당한다. 성충동 약물치료의 목적이 단순히 '재범의 위험성 있는 범죄자의 재범 방지'에 머무르지 않고, 기존 형벌 외에 성충동 약물치료라는 추가 제재를 부가함으로써 그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 강한 책임을 묻는 한편, 일반 국민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함으로써 범죄를 억제하도록 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2. 비동의 조항(약물치료 강제성)의 문제 동법에 의한 약물치료는 대상자 본인의 동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강제적인 약물치료를 할 수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신체의 처분과 관련된 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 치료행위가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당사자의 동의가 필수적인 것인데, 제8조에 의한 약물치료는 이를 위반하는 것이다. 둘째, 성행위 및 아이를 가질 자유와 관련된 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 자발적인 동의를 전제로 한 일시적인 제한은 헌법적으로 용인될 수 있을지 몰라도, 동의를 전제로 하지 않은 제한은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다. 3. 이중처벌 문제 과거 헌법재판소는 청소년 성매수자에 대한 전자장치부착 병과 등 형벌에 보호감호나 보안관찰처분을 병과하거나 형벌 이외에 신상공개를 병과하는 경우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러한 헌재 태도에서 볼 때, 이 사건 약물치료조치는 헌법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이중처벌에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중처벌에서 말하는 처벌은 형벌뿐만 아니라 형벌과 유사한 당사자 비동의 하의 약물치료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4. 소급입법 문제 동법 부칙 제1조 제3항에서 "제22조 및 제25조에 따른 치료명령은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이 법 시행 당시 형의 집행 또는 치료감호ㆍ보호감호의 집행 중에 있는 성도착증 환자에 대하여도 적용한다"고 하여 이른바 '형집행시법주의'를 취하여 소급적용한 것이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성충동 약물치료가 형벌적 성격을 갖는 이상, 약물치료를 명하기 위해서는 그 범행 당시에 이미 근거 법률이 제정·시행되고 있어야만 하는데, 이 사건 부칙조항은 동법이 제정·시행되기 전 성범죄자에 대해서도 소급하여 약물치료를 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헌법 제13조 제1항에 위배된다. Ⅳ. 결론 피치료자의 기본권의 침해 소지를 줄이고 약물치료명령의 본래적 취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음에 외국의 입법례와 같이 치료대상자 본인의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헌재 다수의견과 소수의견 모두 지적하듯 판결 선고 후 일정 기간 이상 경과하여 약물치료명령을 집행할 때에는 집행 전에 다시 성도착 증상의 유무, 정도, 재범의 위험성 등에 대한 판단을 거치도록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성충동약물치료
성폭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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