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엘 l Return To The Forest
logo
2024년 5월 12일(일)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헌법사건
민주주의
검색한 결과
4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인터넷
헌법사건
공공기관등 게시판 인터넷실명제 사건
1. 대상결정의 개요 가. 사건개요 청구인은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 자유토론 게시판’, ‘서울 동작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그 밖에 공기업·준정부기관 및 지방공사·지방공단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자신의 의견을 게시하려고 하였으나, 위 각 게시판의 운영자들이 게시판 이용자가 본인임을 확인하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어서 곧바로 의견을 게시하지 못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자신의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대상조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5(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려면 그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을 위한 방법 및 절차의 마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이하 “본인확인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 1.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제3항에 따른 공기업·준정부기관 및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사·지방공단(이하 “공공기관등”이라 한다) 다. 결정요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 등이 포함된 정보가 게시될 경우 그 게시판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되고 결국에는 게시판 이용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공공기관등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의 경우 본인확인조치를 통해 책임성과 건전성을 사전에 확보함으로써 해당 게시판에 대한 공공성과 신뢰성을 유지할 필요성이 크며, 그 이용 조건으로 본인확인을 요구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시판의 활용이 공공기관등을 상대방으로 한 익명표현의 유일한 방법은 아닌 점, 공공기관등에 게시판을 설치·운영할 일반적인 법률상 의무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심판대상조항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이라는 한정적 공간에 적용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크지 않다. 그에 반해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의 유통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얻게 되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이라는 공익은 중요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반대의견(재판관 4인)] 심판대상조항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모든 게시판에서 본인확인을 한 경우에만 정보를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본인확인을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서 표현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고, 게시판에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표현의 내용과 수위 등에 대해 자기검열을 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서,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2. 평석 가. 인터넷실명제의 의의 및 연혁 인터넷실명제 또는 본인확인제란 인터넷 이용자가 인터넷상의 게시판에 글을 게시하거나 자료를 등록하는 경우 또는 뉴스 기사 등에 대하여 댓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서비스 이용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 신원정보가 확인된 경우에 한하여 글을 등록하거나 자료를 올릴 수 있게 하여 글의 작성자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실명제의 주요 연혁은 아래와 같다. 나. 익명표현의 자유의 사회적 기능 헌법 제21조 제1항 표현의 자유가 보호하고자 하는 핵심가치가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나 의견을 외부에 표명하는 데에 있다고 한다면, 익명성이 보장되는 경우에 더 잘 실현될 수 있고, 그것이 실명으로 표현되든 익명으로 표현되든 그 표현방식이나 표현방법은 의사표현자의 선택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익명으로 이루어지는 표현의 경우, 보복이나 차별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전파하여 국가권력이나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의사를 국가의 정책결정 등에 반영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의 핵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익명표현은 인터넷이 가지는 정보전달의 신속성 및 상호성과 결합하여 현실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국민 의사를 평등하게 반영하여 현실 공간에서의 경제력이나 권력에 의한 위계구조를 극복하여 계층·지위·나이·성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국민 의사를 평등하게 반영하여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되게 한다. 따라서 비록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표현이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갖는 헌법적 가치를 중시하여 강하게 보호되어야 한다(헌재 2012. 8. 23. 2010헌마47등). 다. 대상결정의 한계와 입법론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익명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위 〈표〉에서 보듯이, 2012. 8. 23. 인터넷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과한 조항에 대하여(2010헌마47등), 2021. 1. 28. 인터넷언론사가 선거운동기간 중 당해 홈페이지의 게시판을 운영하는 경우 실명을 확인받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의무를 부과한 조항에 대하여(2018헌마456등) 각 위헌결정을 하였다. 그런데 대상결정은 이러한 익명표현의 자유 강화에 역행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상결정에서 실명게시판 유지의 이유로 우선,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 등이 포함된 정보가 게시될 경우 그 게시판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되고 결국에는 게시판 이용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공공기관등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음을 들었다. 그러나 반대의견이 지적한 것처럼, 심판대상조항과 달리 본인확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본인확인을 할 수 있도록 하여 공공기관등의 신뢰성과 원활한 업무수행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모든 게시판에서 이용자에 대한 본인확인조치를 요구하고, 결과적으로 본인확인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게시판에서 표현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청구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사건 심판과정에서 게시판 운영에 대해, 외교부는 실명제 폐지의사를, 경찰청은 실명제 유지의사를, 다수의 지방자치단체는 실명제이든 익명제이든 무차별하다는 의사를 각 제시하였다. 다음으로, 인터넷의 동시성, 전파성, 시간·공간의 무제약성이라는 상황적 조건으로 인해 게시판에 위법한 내용이 게시되면 그로 인한 피해가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고, 이는 공공기관등의 게시판에 게시된 내용이 추후 삭제되더라도 마찬가지일 수 있음을 들었다. 그러나 익명표현의 자유가 지니는 사회적 기능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규율하고 있는 공적 영역은 그렇지 않은 영역에 비하여 오히려 자기검열로 위축될 우려가 크므로 익명표현의 자유가 더욱 강하게 보장될 필요가 있는 곳이다. 따라서 반대의견이 밝힌 것처럼 익명표현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더라도, 이는 관리자에 의한 해당 정보의 삭제, 게시판 관리·운영자에 대한 불법정보 취급의 거부·정지 또는 제한명령(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2항, 제3항), 위 정보를 게시한 이용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의 추궁 등의 방법을 강구하는 방식으로 대처하여야지 익명표현의 자유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을 택해서는 아니된다. 위 [표]에서 나타나듯, 헌법재판소가 선거운동기간 중 게시판 인터넷실명제에 대해 3차결정에서 위헌으로 선고한 것처럼 심판대상조항 역시 향후 2차, 3차결정에서 위헌으로 변경될 수 있으나, 그 과정에서 국민의 익명표현의 자유가 계속 침해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헌법재판소의 기각결정에는 위헌결정과 달리 기속력이 인정되지 않는 점, 공공기관의 특성에 따라서는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을 부인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일률적·필요적 실명확인제를 선택적·임의적 실명확인제로 개선함이 타당하다. 현행법하에서는 게시판을 익명제로 운영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 본인확인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김광재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인터넷실명제
정보통신망법제44조의5
표현의자유
김광재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2023-07-08
선거·정치
인터넷
헌법사건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의 의미와 기능
Ⅰ. 사건의 개요 헌법재판소 2021. 1. 28. 선고 2018헌마456 등 결정은 2018헌가16, 2018헌마456, 2020헌마406의 3개 사건을 병합한 것으로서 인터넷신문을 운영하는 법인 또는 유권자 개인에 대하여 공직선거법 제82조의6 제1항 등이 선거운동기간 중의 실명인증을 요구한 것, 그리고 그 위반에 대하여 과태료를 부과한 것이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주장에 따라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사건 및 당사자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사건들이다. Ⅱ. 헌법재판소 결정의 요지 헌법재판소의 법정의견은 심판대상조항인 제82조의6 제1항 등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나, 모든 익명표현을 사전적·포괄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보다 행정편의와 단속편의를 우선함으로써 익명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하였다. 심판대상조항은 정치적 의사표현이 가장 긴요한 선거운동기간 중에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 게시판 등 이용자로 하여금 실명확인을 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익명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고, 모든 익명표현을 규제함으로써 대다수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도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불이익은 선거의 공정성 유지라는 공익보다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 게시판 등 이용자의 익명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인터넷언론사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 법정의견의 판단이다. Ⅲ. 선거운동의 본질과 기능 민주적 선거는 국민이 대표자를 선출하는 행위이며, 선출된 대표자에 대한 민주적 정당성의 부여, 선출되지 못한 후보자 및 정당에 대한 통제, 그리고 선거에의 참여를 통해 국민들의 민주의식과 주권의식, 나아가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는 통합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선거의 민주적 기능이 올바르게 발현되기 위한 전제가 선거운동의 자유와 선거의 공정성이다. 한편으로는 선거운동의 자유를 통한 정보의 소통, 민의의 수렴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후보자들의 상호 견제를 통해 허위 또는 과장된 학력이나 경력 등을 밝혀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운동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만으로 민주주의 실현이 촉진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는 본질적으로 제로섬 게임이며, 선거의 승리를 위해 자신에 관한 정보를 부풀리거나 상대 후보자의 정보를 왜곡하는 일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할 경우에는 오히려 유권자들이 왜곡된 정보에 근거하여 잘못된 판단을 내릴 우려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로 인하여 선거운동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공정성은 항상 맞물려 있다. 즉, 선거운동의 자유는 결코 자기목적적 정당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공정성을 깨뜨리는 선거운동의 자유는 선거의 민주적 기능을 침해하며, 나아가 민주주의 전체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Ⅳ. 인터넷 선거운동의 확대와 그 장단점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선거운동의 방식이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21세기의 정보통신사회에서는 인터넷 및 SNS 등을 이용한 온라인 선거운동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TV토론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는 것처럼, 온라인 선거운동의 확대에 대해서도 찬반이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매체 및 이를 이용한 정보소통의 명(明)과 암(暗)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면서 인터넷 선거운동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선입견이 인터넷 선거운동에 대한 막연한 낙관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인터넷 선거운동이 갖는 장점도 뚜렷하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다. 그 장점으로는 대중적인 접근성 및 편의성, 정보전달의 신속성과 효율성, 저비용 고효율 선거운동의 가능성, 활발한 대화와 토론의 가능성 등이 있다. 반면에 단점으로는 가짜뉴스의 전파 위험성과 검증의 어려움, 왜곡된 정보로 확인된 이후에도 통제하기 어려움, 고비용 선거운동이 될 가능성, 활발한 대화·토론의 현실적 한계 등이 지적된다. Ⅴ.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의 의미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헌재 2012. 8. 23. 선고 2010헌마47 등 결정)으로 인하여 포괄적인 인터넷 실명제는 무산되었으나, 제한적·예외적 실명제는 인정되었고, 그 대표적인 예의 하나가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이다. 2004년 3월 12일 개정을 통해 구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에서 제82조의6을 신설함으로써 인터넷게시판 실명제를 도입한 취지는 인터넷게시판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과열·불공정한 선거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것이며, 2008년 2월 29일의 공직선거법 개정에 의해 선거운동기간 중에 한정하여 인터넷게시판 실명제를 시행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헌법재판소는 헌재 2010. 2. 25. 선고 2008헌마324 등 결정, 헌재 2015. 7. 30. 2012헌마734 등 결정에서 이 조항의 합헌성을 인정하였다. 그 주된 논거는 후보자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각종 흑색선전이 줄어들 수 있고, 이로 인하여 선거의 공정성의 확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 실명확인이 필요한 기간을 '선거운동기간 중'으로 한정하고, 그 대상을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정보'를 게시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었다. 헌재 2021. 1. 28. 선고 2018헌마456 등 결정에서는 이러한 과거의 판례를 뒤집고, 공직선거법 제82조의6 제1항 등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지만,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의4 제2항 등에 따른 본인확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합헌성이 인정되고 있다(헌재 2019. 9. 26. 선고 2017헌마1209 결정). 차명휴대전화의 생성을 억제하여 보이스피싱 등 범죄의 범행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을 방지함으로써 잠재적 범죄 피해 방지 및 통신망 질서 유지 등을 위해서는 실명확인이 가능한데,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인가? 헌법재판소의 법정의견에서 강조되고 있는 익명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인터넷언론사의 언론의 자유도 절대적 기본권은 아닐뿐더러, 그 오남용에 대한 합리적 통제는 필요하다. 더욱이 법정의견에서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에 대해 제시한 근거는 과거의 헌법재판소 판례 및 이 결정의 반대의견에 비해 설득력이 약하다. 더욱이 법정의견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아니라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말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부분적인 제한이 아닌, 익명표현의 자유 전체를 부정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인상을 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Ⅵ.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 폐지의 파급효과 포괄적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결정에 의해 폐지된 이후에도 공직선거법에서 제한된 인터넷 실명제를 두고 있었던 것은 선거의 특성, 특히 선거의 민주적 기능 및 그 전제로서 선거의 공정성을 고려한 것이었다. 그런데 헌재 2021. 1. 28. 선고 2018헌마456 등 결정은 사실상 익명표현의 무제한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선거운동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이는 불법적 선거운동을 은폐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일 뿐이다. 익명표현의 자유가 표현의 자유의 한 형태이며, 기본권으로서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익명표현의 자유는 공익적 필요에 의해 제한될 수 있으며, 선거의 공정성은 그러한 공익적 필요의 하나로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익명표현이라는 이름 하에 허위사실의 유포까지도 보호되어야 한다면, 최근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 제250조의 허위사실공표죄를 합헌으로 판단한 것(헌재 2021. 2. 25. 선고 2018헌바223 결정)과 모순되지 않는가? 실명표현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처벌되고, 익명표현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괜찮은 것인가? Ⅶ. 결론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성이 의사소통의 자유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피해 또한 만만치 않다. 익명의 그늘 하에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경우는 물론, 각종 신상털기, 스토킹 등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심지어 인터넷 게시판 및 각종 댓글을 이용한 여론조작의 폐해는 그 파급효가 어디까지 미치고 있는지 확인조차 어렵다. 더욱이 인터넷 선거운동에서의 익명성은 당선을 위해 무슨 일도 마다하지 않는 공직선거 후보자들 및 그 지지세력들에 의해 흑색선전의 온상이 될 우려가 매우 크다. 이미 지난 두 차례의 대통령선거에서 국정원의 댓글조작사건, 민주당의 여론조작사건(이른바 '드루킹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그 위험성이 널리 인정되고 있는데, 헌법재판소에서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에 대해 위헌이라 판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장영수 교수 (고려대 로스쿨)
익명표현
실명인증
선거운동
장영수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21-08-26
헌법사건
대통령은 어떤 사유로 탄핵되는가
I. 헌법재판소가 인정한 대통령 탄핵사유 1. 국회는 2016년 12월 9일 국회의원 234인의 찬성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하 '박 대통령'이라 함) 탄핵소추를 의결하면서 헌법위반 5개항, 법률위반 8개항을 소추사유로 삼았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 대통령의 공익실현의무 위반과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 침해, 최순실(결정문에서는 개명 후 이름 '최서원'을 사용함)에게 국정에 관한 문건들이 유출되도록 지시·방치한 국가공무원법 위반을 탄핵사유로 인정했다. 여기서 공익실현의무 위반은 대통령이 최순실 추천 인사를 다수 공직에 임명했고 이렇게 임명된 공직자들이 최순실의 이권추구를 돕는 역할을 했으며, 기업의 자금 출연으로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스포츠를 설립하도록 지시하고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하여 출연을 요구했다는 점 등이다. 그리고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 침해는 대통령이 직접 또는 경제수석비서관을 통해 기업에 출연 요구를 한 것은 단순한 의견제시나 권고가 아닌 구속적인 성격을 지닌 것으로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기업의 사적자치 영역에 간섭하여 기업경영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2. 헌법재판소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하 '노 대통령'이라 함) 탄핵사건 결정 이래로 대통령 탄핵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직무집행에 있어서의 헌법이나 법률 위배'외에 헌법이나 법률 위배의 '중대성'을 요한다고 판시해 오면서, 이 사건 결정 말미 '피청구인을 파면할 것인지 여부의 판단'에서 박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로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重大)한 법 위배행위'라고 결론지었다. 헌법재판소가 이런 결론을 내린 논증과정에서의 대전제는 앞부분 '헌법이나 법률 위배의 중대성' 논증의 다음과 같은 판시이다. 즉,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국민이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게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박탈하는 것으로 국정공백과 정치적 혼란 등 국가적으로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전제한 다음, 대통령 탄핵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해악이 중대하여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파면에 따른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커야 한다는 것이다(노 대통령 탄핵사건의 선례 인용 판시임). 헌법재판소는 '중대성'을 이렇게 이해하고 그 판단 기준으로 탄핵심판이 헌법을 수호하는 제도라는 관점과 파면결정이 대통령에게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한다는 관점을 들었다. 앞의 관점에서는 파면결정을 통해 손상된 헌법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요청될 정도로 대통령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경우에 파면이 정당화되고, 뒤의 관점에서는 대통령에게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박탈해야 할 정도로 대통령이 법 위배행위를 통해 국민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탄핵사유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II. 대통령 탄핵사유로서의 권한남용과 중대성 1. 1948년 제헌국회 헌법기초위원회에서는 당초 의원내각제 채택이 유력하다가 대통령제로 변경됐는데 탄핵제도도 함께 도입됐다. 대통령, 부통령, 국무총리 등 고위공직자가 직무수행에 관하여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배한 때가 탄핵사유였다. 현행 헌법과 비슷한 내용이다. 대통령의 권한행사정지조항은 1960년 헌법 개정으로 들어갔다. 탄핵소추결의를 받으면 탄핵판결이 있을 때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된다는 내용의 희귀한 입법은 현행 헌법까지 내려오고 있다. 그럼 이러한 헌법조항에 따라 대통령이 직무수행과 관련해 여하한 헌법이나 법률 위배를 저지르기만 하면 탄핵·파면이 가능한가? 결론은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중대성' 법리에 따르면 말이다. 2. 중대성 논증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배가 있어야 한다는 중대성 법리의 근거로 그렇지 않다면 사소한 법 위배에 대해 대통령을 파면해야 한다는 결론이 되어 책임에 상응하는 헌법적 징벌을 요구하는 비례의 원칙에 위반됨을 들었다. 살피건대, 위와 같은 논증 외에 헌법재판소의 위 판시대로 대통령 탄핵이 선거를 통해 부여된 민주적 정당성의 임기 내 박탈로써 이로 인해 국정공백과 정치적 혼란 등 국가적인 큰 손실이 초래되는 관계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도 근거로 삼을 수 있겠다. 대통령 탄핵의 절차나 요건 면에서의 '엄격성'은 탄핵사유의 면에서의 '중대성'과 연결되는 것으로 중대성은 탄핵소추에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하는 엄격성의 실체적 측면으로 보는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엄격성과 중대성의 논거로 위 이유와 더불어 우리 헌법의 권력분립의 체계 하에서 대통령이 헌법질서에서 차지하는 위치나 비중, 역할의 중대성을 근거로 드는 것 역시 설득력이 있다. 3. 헌법이나 법률 위배의 중대성 기준 문제는 중대성 판단의 기준인데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탄핵심판이 헌법수호 제도라는 관점과 대통령 파면은 국민 신임의 박탈이라는 관점에서의 중대성이다. 앞의 관점에서 핵심은 헌법질서다. 헌법재판소 판시가 '헌법'과 '헌법질서'를 혼용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노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헌법질서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두 기둥으로 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새겼다. 헌법질서를 수호할 책무를 가진 대통령은 헌법질서 안에서 차지하는 위치나 비중, 역할이 중대하기 때문에 헌법질서를 파괴하거나 파괴하려고 하는 경우 그 해악은 대단히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헌법질서에 손상을 끼치는 대통령을 제거해야 할 필요성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이러한 차원에서, 탄핵사유로서의 '헌법이나 법률 위배'에서의 '위배'는 정당해산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판시한 것처럼 법 조항의 단순한 '저촉'이 아니라 헌법질서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인 위험성'을 초래하는 경우로 새길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의 '위배'는 당연히 중대하겠다. 또 한 가지는 대통령 탄핵을 '헌법이나 법률 위배'라는 규범적인 시각에서만 볼 경우 대통령이 국민 직선제로 선출되어 민주적 정당성을 직접 부여받은 대의민주기관임이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인바, 이 때문에 선거를 통해 부여된 ‘국민 신임 박탈 관점의 중대성’이라는 또 다른 관점의 중대성이 대두된다. 대통령 탄핵에 있어서의 중대성을 이렇게 다층적·입체적으로 이해하면, 노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앞서 본 두 가지 관점 중 하나에만 해당하면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본 것은 옳지 않다. 중첩적인 것으로 봄이 옳다(중첩적 중대성). 4. 대통령의 권한남용 탄핵제도, 특히 대통령제 국가에서의 대통령 탄핵제도는 탄핵이 국가권력에 대한 통제, 권력 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질서를 유지하는 제도라는 헌법이론의 틀과 대통령제 헌법질서에서 최고 권력자(대통령)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차원을 벗어나 언제나 이를 확장적으로 행사하려는 경향성을 보였다는 헌법현실의 경험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권력자가 권력분립의 경계를 넘어 다른 부의 권한을 침범하거나 권한 범위 내의 권력 행사일지라도 지지자나 지지층의 부분 이익의 추구 또는 반대자나 반대파 탄압 등의 부당한 동기로 권력을 남용하는 경우가 왕왕 생기기 때문이다. 탄핵은 비록 국정공백과 정치적 혼란 초래 등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자를 헌법질서에서 제거함으로써 헌법(질서)을 수호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권력분립원칙 위반과 권력의 일탈·남용 문제는 대통령 탄핵의 단골 사유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권력분립의 도그마틱은 입법부 국회가 3분의 2 다수로 행정부 수반이자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탄핵사유의 인정이라는 실체 판단은 물론이고 절차 진행의 측면에서도 입법부, 행정부의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는 적법절차(due process)를 요구한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의결이 되면 대통령 권한행사가 정지돼 버리는, 찾아보기 드문 헌법조항에 따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재판이니 더더욱 말이다. III. 미국 대통령 탄핵사유 미국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탄핵의 사유로 대통령 권력남용이 문제되고 있는바 미국 연방헌법상 탄핵사유는 반역, 수뢰, 기타 중대한 범죄와 비행(other high crimes and misdemeanors)이다. 1787년 미국 연방헌법 제정과정에서 헌법제정의 아버지들은 몽테스키외의 삼권분립 이론을 바탕으로 권력 간의 엄격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입각한 대통령제 공화국 시스템을 만들어 내면서 탄핵제도도 함께 규정했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연방국가 미국의 최고 행정관 대통령이 권력을 남용하여 제왕 같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다만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대통령의 권한행사를 정지시킬 것인지 여부도 헌법제정과정에서 논의되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무죄추정의 원칙 때문이었다(우리는 1980년 헌법 개정으로 명시됐음). 1998년 12월 하원의 탄핵소추의결을 받은 클린턴 대통령이 1999년 2월 상원에서 탄핵기각결정을 받을 때까지 백악관에서 정상적으로 집무한 이유다. 향후 미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고 상원이 탄핵심판하게 된다면 우리 헌법재판소 결정을 마땅히 참고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 탄핵 인용과 기각의 양 경우가 상세한 이유와 함께 설시된 최근 거의 유일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날이 오면 말이다. 김진욱 선임헌법연구관(헌법재판연구원 교수부)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
탄핵소추
재판관
대통령탄핵
김진욱 선임헌법연구관(헌법재판연구원 교수부)
2019-10-28
선거·정치
헌법사건
‘국회선진화법’ 권한쟁의 각하결정에 대하여
-헌재 2016. 5. 26. 선고 2015헌라1 결정- 1. '국회선진화법'의 입법취지 및 내용 국회법(2012. 5. 25. 법률 제11453호로 개정된 것) 제85조 제1항은 국회의장의 심사기간 지정 및 직권상정 권한을 천재지변, 전시·사변 등 국가비상사태 및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로 엄격히 한정하였다. 개정 직전의 제85조는 "① 의장은 위원회에 회부하는 안건 또는 회부된 안건에 대하여 심사기간을 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의장은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협의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경우 위원회가 이유 없이 그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때에는 의장은 중간보고를 들은 후 다른 위원회에 회부하거나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고 하여, 의장의 직권상정 여지가 매우 넓었다. 따라서 국회법 개정의 취지는 과거 국회의장이 위원회에서 법안의 심사기간을 정한 뒤, 그 기간이 경과하면 중간보고만 듣고 본회의에 직권상정을 행하여, 이로 인해 여야 간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고 교착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을 예방하고자 한 것이다. 한편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축소에 대한 대안으로서 국회의원들이 직접 직권상정을 도모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이 마련되었다. 국회법 제85조의2는 국회의원 재적의원 과반수가 서명하면 위원회 회부 안건을 의장에게(위원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서명한 경우에는 위원장에게)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을 요구하고, 의장(또는 위원장)은 이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입법(소위 '국회선진화법')은 결국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의원의 가중다수결로서 직권상정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2. 권한쟁의심판의 청구 및 결정요지 2015년 1월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장과 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권한쟁의를 청구하였다. 그 주된 논지는 위원회에서 야당의원들의 반대로 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국회의원의 과반수가 찬성의견을 지니고 있더라도 국회선진화법에 의하여 60% 이상 찬성이 없으면 본회의 직권상정이 불가능한 것은 의회주의의 다수결원칙에 위배되어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① 국회법 제85조 제1항 및 제85조의2 제1항을 개정한 행위에 대해서는 '국회'를 상대로 하지 않고 '국회의장 및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하였으므로, 피청구인 적격 흠결로 각하, ② 국회의장이 북한인권법안 등에 대한 심사기간 지정 요청을 거부한 행위는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할 위험성이 없어 각하, ③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이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에 대한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 요청에 대하여 표결실시를 거부한 행위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서명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표결권이 침해될 위험성이 없어 각하, ④ 국회의장이 2012년 5월 2일 국회법 제85조의2를 가결 선포한 행위는 180일 청구기간이 도과하여 각하하였다. 3. 평가 위 ①③④ 부분은 결정의 타당성이 인정되고 이견이 있기 어렵다. 위 ② 부분은 자세한 다수의견과 재판관 이진성, 김창종의 기각의견, 재판관 서기석, 조용호의 인용의견이 있으며, 국회선진화법도 부분적으로 다루어졌으므로 이를 검토해본다. 가.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의 침해가능성 다수의견은 국회의장이나 위원장이 직권상정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의원의 심의·표결권이 행사될 여지가 없고, 심지어 제85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되더라도 심사기간의 지정 여부는 국회의장의 권한이므로 마찬가지라고 보았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은 주관적 권리뿐만 아니라 제도적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 이 권한은 대의민주주의의 기능에 필수적이고, 국회는 합의체로서 국회의 의사는 결국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로 나타나는 의사가 결집된 것이므로, 주어진 상황이 심의·표결권의 행사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아닌지 헌법재판소는 고려하여야 한다. 이공현 재판관이 말했듯이 국회의원 개개인은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의 의사가 왜곡되는 일이 없이 최대한 국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심의·표결권한을 보장받고 있는 것이며, 이는 대의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필수적 요소이다(헌재 2007. 10. 25. 2006헌라5, 재판관 이공현의 별개의견). 헌법재판소는 국회 외부관계에서 심의·표결권 주장을 배척하였는데(헌재 2015. 11. 26. 2013헌라3), 국회 내부관계에서도 그 침해가능성을 좁게 보았다. 심의·표결권의 제도적 기능과 국회의원의 입장에서 대의민주주의에 반하는 상황을 시정하는 권한쟁의에서 심의·표결권 외에 침해될 권한을 상정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권한쟁의의 제도적 기능과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연관시켜서 판단해야 한다. 그 점에서 소수의견이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제도적 측면에서 보고, 직권상정 제한으로 인해서도 침해될 위험성이 있다고 본 것이 타당하다. 나. 국회선진화법의 위헌 여부 이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판단하지 않았는데, 심의·표결권의 침해가능성 자체를 부인하였기 때문이다. 다만 다수의견은 청구인들이 '재적의원 과반수가 의안에 대하여 심사기간 지정을 요청하는 경우 국회의장에게 이를 의무화하지 않은 것'(이하 '과반수 직권상정'이라 함)을 다툰 것을 '진정 입법부작위'로 보고 그 위헌 여부를 작위의무의 관점에서 판단하였다. 그런데 과반수 직권상정을 마련하지 않은 것을 '진정 입법부작위'로 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회법 제85조 및 제85조의2에서 입법자의 의도는 명백하다. 다수의견은 과반수 직권상정이 '국회법 제85조 제1항의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제도와는 전혀 별개의 절차에 해당하는 것'이라 하나, 제85조 제1항은 명백히 과반수 직권상정과 같은 입법을 배제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국회가 과반수 직권상정 입법을 못한다면, 그 이유는 바로 제85조 제1항 및 제85조의2가 직권상정을 명시적으로 (과거와 달리)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청구인의 주장은 위 조항들을 다투는 '부진정 입법부작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그렇게 보는 순간, 다수의견은 심의·표결권 자체를 좁게 보아 설사 국회법 제85조 제1항이 위헌이라 해도 국회의장의 거부행위는 심의·표결권 침해가능성과 무관하다고 단정하였으므로, 이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다수의견이 청구인들의 주장을 '진정 입법부작위'로 보아 판시를 해 준 것은 고무적인 측면이 있지만, 판례가 그동안 '진정 입법부작위'와 '부진정 입법부작위'를 구분해 온 일관성을 희생하면서까지, 더구나 위헌의견이 아닌데도(어차피 이 사건에서 헌법규정이나 해석상 직권상정에 대한 과반정족수 입법의무가 도출되기는 불가능함)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그러한 판단은 마치 국회선진화법이 전혀 헌법적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오해를 줄 수 있다. 오히려 다수의견은 이를 부진정 입법부작위로 보아 제85조 제1항의 위헌성에 흡수시키고, 그 위헌성 여부가 심의·표결권의 침해가능성에 '연관된다'고 적극적으로 보아, 국회선진화법의 위헌성 여부를 본격적으로 따졌어야 했다. 필자의 소견으로 국회선진화법은 '직권상정'에 관한 것이고, 통상적인 입법안의 의결문제가 아니므로, 직권상정에 가중다수결을 요하도록 한 것은 국회의 자율적 영역이고, 특별히 그 재량이 남용되어 헌법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 만일 가중다수결이 통상 입법안이나 의안에 대한 의결정족수였다면, 이는 다수결원칙 위반으로서 헌법위반이 될 것이다. 특히 이는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선거권 행사의 결과를 왜곡시키는 제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직권상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그보다 비중이 떨어지며, 이에 대해서까지 헌법재판소가 개입하여 위헌이라고 판단할 헌법적 근거가 약하다. 한편 소수의견(인용의견)은 '본회의 결정주의'를 강조하면서 국회선진화법이 위헌이라고 보았다. 현실적으로 '본회의 결정주의'가 '위원회 중심주의'와 대치될 때 전자가 후자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 직권상정이 어렵지만 열려 있으므로 '본회의 결정주의'가 무력화된 것은 아니다. 결국 '본회의 결정주의'를 (위원회의 교착상태를 타개할) 직권상정의 요건 문제에까지 직접 대입시키기는 어렵다고 본다. 또 과반수로 위원회 교착상태를 타개하지 못하는데, 과반수로 비상조치(직권상정)를 허용하여야 한다는 논지는 정합성이 약하다. 3. 결론 이 사건에서 다수의견이 심의·표결권 침해가능성을 좁게 본 것은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지니는 제도적, 법적 위상과 권한쟁의의 제도적 기능에 부합되지 않는다. 다수의견은 청구인들의 주장을 '진정 입법부작위'로 선해하여 판단하기 보다는, 사안이 심의·표결권의 침해가능성을 넓게 보기에 적합한 것이었으므로, 국회선진화법 자체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헌법재판을 통하여 중요한 정치적 쟁점에 대한 사법적 논의가 정리되고, 본래의 '정치성'이 타협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국회선진화법
국회
권한쟁의
2016-06-13
1
banner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대법원 "일용근로자 월 근로일수, 22일 아닌 20일"
판결기사
2024-04-25 11:44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노동사기
사해행위취소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할 때 납부하는 등록면허세의 과세표준 및 이와 관련한 문제점과 개선방안
김창규 변호사(김창규 법률사무소)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