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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플 모의고사 프로그램 가맹계약 중개 역할을 하는 피고인이 가맹학원의 관리자 ID로 접속한 것이 정보통신망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
Ⅰ. 실체적 사실관계 공소외 주식회사 X(이하 'X')가 제공하는 토플 온라인 모의고사 프로그램 가맹계약의 중개 역할을 하는 피고인 주식회사 B(이하 '피고인 회사 B')의 경영자인 피고인 A가 X와의 민사 분쟁으로 접속이 차단되자, X나 가맹학원의 승낙 없이 가맹학원의 관리자 ID로 위 토플 온라인 모의고사 관련 사이트에 접속하여 응시자가 시험을 볼 수 있게 한 사안에서, 이는 서비스제공자인 X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한 것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소가 제기되었다. 이 사안의 실체적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① X는 미국의 비영리법인인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가 개발한 TOEFL iBT 시험을 위한 온라인 모의시험인 TPO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가지고 있다. ② X는 2010년 4월 9일 피고인 회사 B와 사이에 X가 피고인 회사 B에게 TPO를 공급하는 내용의 'TPO 지사계약' 및 'TPO 시험센터 운영계약(이하 통틀어 '이 사건 TPO 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③ 피고인 회사 B는 위 '시험센터 운영계약'에 따라 공소사실 기재 장소에 '강남토플센터'를 설치하고 그 곳에서 TPO를 보기 원하는 개인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TPO를 치르게 하였고, '지사계약'에 따라 학원 등을 상대로 일종의 가맹계약을 체결하여 피고인 회사 B를 통해 X의 TPO를 치를 수 있도록 제공하였다. ④ 위 '지사계약'에 따라 피고인 회사 B가 신규 학원을 유치한 경우, 피고인 회사 B는 X에 C어학원을 신규 학원으로 등록한 다음 C어학원으로 하여금 "http://www.toefltpo.com/c" 사이트를 통해 그 소속 학원생들에게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제공하여 주었다. ⑤ 한편 X는 피고인 회사 B가 2013년 8월경부터 TPO 공급대금을 지급하지 않자 2014년 2월경 X의 인터넷 사이트(http://www.toefltpo.com)상의 '강남토플센터(http://www.toefltpo.com/enr)' 링크아이콘을 삭제하였고, 2014년 4월 초순경 피고인 회사 B가 강남토플센터에서 TPO를 치를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던 사이트(http://www.toefltpo.com/enr)에 대한 피고인 회사 B의 접속권한을 차단하였다. ⑥ 피고인 회사 B의 TPO 담당 직원인 D 및 E는 2014년 4월 15일경 강남토플센터에 TPO를 신청한 개인 응시자들에 대한 시험을 진행하기 위하여 강남토플센터 사이트에 접속하려고 하였으나, 접속이 차단된 사실을 알고 X에 항의하였고, 이러한 사실을 피고인 A에 보고하였다. ⑦ 그 후 D와 E는 피고인 회사 B에서 지사계약을 통해 영업을 한 C어학원 명의로 등록된 TPO 사이트(http://www.toefltpo.com/c)에 피고인 회사 B가 알고 있던 관리자 아이디로 접속한 다음, 위 사이트에서 강남토플센터에서 TPO를 치르는 개인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승인을 하여 개인들로 하여금 시험을 치르게 하였다. ⑧ 한편 피고인 회사 B는 2014년 4월 9일 X에게 '2014년 4월 8일 현재 미지급금 9591만1600원을 2014년 4월 30일까지 전액 변제하겠다'는 내용의 채무변제확인서를 작성해 주었으며, 피고인 A는 위 채무변제확인서에 보증인으로 서명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 A는 수사기관에서 '위 채무변제확인서를 작성하면 차단된 TPO 공급을 재개하겠다고 하여 이를 작성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⑨ 당시 C어학원의 원장이었던 F는 법정에서 피고인 회사 B가 C어학원의 TPO 사이트를 이용하여 강남토플센터의 개인 이용자들에게 모의시험을 치르게 하였다는 사실을 X로부터 연락을 받아 처음 알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Ⅱ. 절차적 사실관계 1. 제1심법원의 판단(서울중앙지법 2018. 12. 3. 선고 2017고정2588 판결) X로부터 C어학원에게 부여된 TPO 사이트에 피고인 회사 B가 C어학원의 관리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접속한 다음 강남토플센터에 모의시험을 신청한 학생들로 하여금 시험을 치르게 할 정당한 권한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관리자로서의 권한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권한을 초과하여 침입한 경우에 해당하며, 나아가 피고인 A도 위와 같은 내용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2. 원심법원의 판단(서울중앙지법 2020. 11. 27. 선고 2018노3978 판결) C어학원의 TPO 사이트에 대한 접근 권한은 그 학원에게만 부여된 것이고 위 TPO 사이트의 서비스제공자는 X라고 인정한 후, 피고인 A가 X나 C어학원의 승낙 없이 C어학원에서 사용하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TPO 사이트에 접속한 것은 서비스제공자인 X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한 것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2021. 6. 24. 선고 2020도17860 판결)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Ⅲ. 평석 1.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1항의 의의 및 구성요건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1항에서는 "누구든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문의 구성요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1항의 위반행위 객체는 '정보통신망'이다. 둘째, 해당 행위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초과하여야 한다. '정당한 접근권한이 없는 경우'와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은 경우'를 보다 세밀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범죄정보데이터베이스에서 자동차등록번호를 조회할 수 있는 일반적 권한을 가진 피고인이 뇌물수수 내지 금전차용의 목적으로 제3자의 자동차등록번호를 조회한 사안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컴퓨터 내 정보에 접근할 권한이 있는 경우에는 부정한 목적으로 해당 정보에 접근하였다고 하더라도 접근권한을 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CFAA 제1030조 (a)(2)를 위반한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Van Buren v. United States, 940 F.3d 1192 (11th Cir. 2019), cert. granted, 593 U.S.(June 3, 2021)]. 2. 결론 원심법원은 "피고인 A가 공소외 회사 X나 C어학원의 승낙 없이 C어학원에서 사용하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TPO 사이트에 접속한 것은 서비스제공자인 공소외 회사 X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한 것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하였고,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면서 상고를 기각하였다. 즉, 원심법원과 대법원은 이 사안에서 피고인들의 해당 행위는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고,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한 행위로는 보지 않았다. 반면에 제1심법원은 피고인 회사 B가 관리자로서의 권한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권한을 초과하여 침입한 경우에 해당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 회사 B가 해당 학원의 TPO 사이트 등록 과정에서 해당 학원의 관리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생성하여 알게 된다 하더라도, 이것이 피고인 회사 B가 운영하는 강남토플센터의 학생들에게 시험을 치르게 할 용도로 사용할 권한을 부여받은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운 점을 하나의 고려요인으로 설시하였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정보통신망에 대한 접근권한의 유무 및 범위에 대해서 서비스제공자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용자인 가맹학원 C어학원의 승인이 없는 경우에도 C어학원에서 사용하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TPO 사이트에 접속한 것이 서비스제공자인 공소외 회사 X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분은 방론(dictum)의 여지를 열어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용자인 가맹학원 C어학원의 승인을 얻어 C어학원에서 사용하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TPO 사이트에 접속하였다면 서비스제공자인 공소외 회사 X의 의사에 부합하여 정당한 접근권한이 있는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 이용자의 접근권한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아니면 서비스제공자의 접근권한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전응준·신동환, '정보통신망 침입행위 관련 연구-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1항을 중심으로', 문화미디어엔터테인먼트법, 제14권 제1호, 2020년 6월 30일, 178면). 이규호 교수 (중앙대 로스쿨)
정보통신망
침입
접근권한
이규호 교수 (중앙대 로스쿨)
2021-08-30
형사일반
동산양도담보권설정자의 담보물관리의무와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
Ⅰ.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1. 사실관계 공소외1 회사를 운영하는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2 은행으로부터 1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크라샤4230'을 구입하면서 위 대출금을 완납할 때까지 크라샤를 피해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크라샤를 매각함으로써 매각대금 합계 1억5500만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위 대출금 1억5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2. 판결요지(다수의견)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내지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훼손하는 등으로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그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금전채무의 이행은 어디까지나 채무자가 자신의 급부의무의 이행으로서 행하는 것이므로 이를 두고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하기로 약정하거나 양도담보로 제공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채무자가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 즉 동산을 담보로 제공할 의무,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하거나 담보물을 손상·감소 또는 멸실시키지 않을 소극적 의무, 담보권 실행 시 채권자나 그가 지정하는 자에게 담보물을 현실로 인도할 의무와 같이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에 협조할 의무 등은 모두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급부의무이다.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는 담보목적의 달성, 즉 채무불이행 시 담보권 실행을 통한 채권의 실현을 위한 것이므로 담보설정계약의 체결이나 담보권설정 전후를 불문하고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여전히 금전채권의 실현 내지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있다. 동산을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담보에 제공한 채무자는 양도담보 설정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자신의 권리에 기하여,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자신의 비용 부담 하에 담보목적물을 계속하여 점유·사용하는 것이지,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로부터 재산관리에 관한 임무를 부여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Ⅱ. 판례평석 1. 변경전 판례와 학설 판례는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대내적 관계에서 채무자는 소유권을 보유하게 되나,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가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이를 보관할 의무를 지게 되어 부당히 이를 처분하거나 멸실·훼손 기타 담보가치를 감소케 하는 행위가 금지되므로, 채무자인 양도담보설정자는 채권자에 대하여 채권담보의 약정에 따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게 된다고 하였다. 따라서 채무자가 양도담보된 동산을 처분하는 등 부당히 그 담보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학설로는 변경전 판례와 마찬가지로 배임죄를 긍정하는 견해, 신탁적 소유권이전설을 따르게 되면 목적물의 소유권이 채권자에게 이전하므로 채무자에게는 목적물 처분권이 없고 채무자의 목적물 처분은 횡령죄를 구성한다는 견해(대상판례의 별개의견),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주된 의무는 채무변제에 한정되므로 채무자에 대해서는 단순한 채무불이행 이외에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가 있다. 2. 대상판례의 검토 (1) 신임관계의 내용 다수의견은 신임관계의 내용을 금전 채권채무계약 또는 금전 채권채무계약의 종된 계약으로서의 양도담보설정계약으로 파악하고 동산양도담보설정자의 담보물관리의무를 금전채권채무관계상 변제의무나 담보권설정계약상 담보설정의무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 사무로 본다. 그러나 담보물관리의무는 담보권설정계약을 통하여 만들어진 담보물권자와 담보물권설정자 간의 물권적 관계에서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채무변제나 양도담보권설정의무와는 내용적·단계적으로 구별된다. 동산 양도담보권이라는 비전형물권을 설정하는 계약이 엄연히 존재하는 이상 이를 금전소비대차계약 상의 신임관계와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 (2) 타인의 사무의 의미 다수의견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대하여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 "양도담보권자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사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동안 판례는 타인의 사무를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할 의무와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의 두 가지 유형으로 이해해왔다. 이는 배신설의 입장에 충실한 것이었지만,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보고 부동산 이중매매나 이중저당 등에 대해서도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견해도 많았다. 다수의견은 명시적으로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를 타인의 사무에서 제외하지는 않았으나 '맡아 처리하는 경우', '위탁받아 처리'라는 표현을 새롭게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사무의 내용을 제한하고 있다. 해석론의 변화는 타인의 사무처리자의 범위를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일응 바람직하지만 몇 가지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있다. 하나는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하여 판례가 변경되지 않은 이상 여전히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타인의 사무로 인정되는 판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맡아 처리', '위탁받아 처리'의 의미를 위임·고용 등에 한정할 것인지의 문제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라고만 하고 있을 뿐 타인의 재산관리를 '대행'하는 사무라고 규정하지 않으므로 타인의 사무를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할 의무로만 이해하는 것은 문언을 합리적 이유없이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는 것이다. (3) 담보물관리의무의 타인의 사무성에 대한 검토 및 결론 먼저 담보물관리의무가 '양도담보권자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사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것'에 해당할 여지가 없는지 본다. 대상판례 사안의 계약서에는 '담보목적물은 설정자가 채권자의 대리인으로서 점유·사용·보전·관리한다', '설정자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점유·사용·보전·관리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다수의견은 위 계약서 조항에 대하여 전형적인 양도담보설정계약의 내용이고 담보설정자의 선관주의의무는 거래상 일반적으로 평균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 정도를 의미할 뿐이며, 담보목적물 보존의무는 채권만족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위해 당연히 수반되는 의무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담보물 관리의무가 타인의 사무가 되기 위해서는 전형적 양도담보설정계약 외에 별도로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담보목적물의 보관·관리에 관한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는 특약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요구하는 별도의 신임관계가 무엇인지 불분명하고 문제되는 것은 선관주의의무의 '내용'이지 '정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명시적인 계약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위탁관계를 부정한 다수의견에 찬성하기 어렵다. 담보권자는 간접점유를 가지고 적어도 대외관계에서는 담보물의 소유권을 취득하였고 채무자의 계속적 경제활동 보장등을 이유로 점유를 허락함으로써 채무자에 대하여 특별한 신뢰관계를 부여하였다는 점에서 적어도 사실상의 위탁관계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에 해당하지 않는지 검토하여야 한다. 대상판례는 동산이중양도, 대물변제예약부동산의 제3자처분, 부동산이중저당 사안에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한 최근의 판례경향에 따라 선고되었다. 이는 등기협력의무와 같이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에 대하여는 부동산 이중매매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타인의 사무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러나 담보물관리의무는 소유권이 대외적으로 담보권자에게 이전된 상태에서 담보권설정자가 담보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의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채권계약에서 당사자가 부담하는 대향적 급부의무와는 구별된다. 채무자가 담보물관리의무를 부담하는 시점부터 물권자와 물권설정자의 지위는 역전된다. 채권자는 대외적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직접점유를 계속하고 있는 채무자의 의무이행 여하에 따라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을 상실할 수 있는 지위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목적물의 소유권보존이 오로지 이를 타주점유하는 채무자의 의사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양도담보설정자는 양도담보권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보증인적 지위에 서게 된다. 담보물관리의무의 실질은 횡령죄에서의 보관과 크게 다르지 않고 이를 임의로 처분하는 행위의 불법 역시 횡령죄의 그것과 구별할 것은 아니라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담보물관리의무를 이중양도나 이중저당 사안과 동일한 논리로 자기의 사무라고 볼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강수진 교수 (고려대 로스쿨)
채권자
양도담보
배임죄
강수진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21-05-10
엔터테인먼트
형사일반
미술품거래에서 사기죄의 성립범위
Ⅰ. 공소사실의 요지 검사는 '유명가수인 피고인 甲은 화투를 응용한 그림을 직접 그리다가 2009년부터 2015년 4월경까지는 평소 알고 지내던 직업화가 A에게 그리고 2015년 4월부터 2016년 3월경까지는 대학원 회화과 석사과정생 B에게 자신의 이전 작품과 같이 그려오게 하거나 작품아이디어를 얘기하여 그에 따른 그림을 그려오게 한 뒤 일부 그림의 경우 자신이 배경 덧칠작업 등을 하였고 모든 그림에 자신의 서명을 하여 자신이 직접 그린 작품인 것처럼 전시한 후 2011년 9월경부터 2016년 4월경까지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지 않은 채 총 20명의 구매자(피해자)에게 작품을 판매하여 총합계 1억8000만원 상당을 편취하였다'고 하면서 甲을 일반사기죄로 기소하였다. Ⅱ. 소송경과 및 판결요지 1. 1심법원과 2심법원 1심법원은 "회화에 있어서는 창작적 표현작업을 주로 한 자를 작가로 보아야 하기에 A와 B를 단순히 '조수'에 불과하다고 보기에는 어렵고 그들을 '작가'로 보아야 하고 미술품거래에서 '친작인지 여부'는 구매 여부의 판단이나 가격의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설명가치 있는 정보에 해당되기에 이를 고지하지 않고 판매한 것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 구매자들을 부작위에 의하여 기망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면서 사기죄 유죄판결을 하고 경합범 가중을 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10월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17. 10. 18. 선고 2016고단5112 판결). 이에 반해 2심법원은 "미술작품의 컨셉트와 소재를 피고인이 정했다는 것을 이유로 피고인을 작가(저작자)로 보아야 하고 A와 B는 보조자로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피고인이 직접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면 구매하지 않았거나 높은 가격으로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 많은 구매자들의 진술이 증거로 제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팬이라서 甲의 그림을 갖고 싶었고 미술계에서 보조 조수가 있다는 것을 몇 십년 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다'는 구매자 X1의 진술 그리고 '작품경향이 독특하고 甲의 작품의 경우 수집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구매한 것이다. 당해 사안과 같은 경우 누구를 작가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아직 미술계에서 확립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구매자 X2(미술관 큐레이터)의 진술을 근거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미술작품에 관한 피해자들의 착오를 제거해 주어야 할 보증인적 지위에 있다거나 보조자 사용 사실에 관하여 피해자들이 착오에 빠져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아니함으로써 재물을 편취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모든 구매자들과의 관계에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18. 8. 17. 선고 2017노3965 판결). 2. 대법원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검사는 ① 이 사건 미술작품의 저작권은 대작화가인 공소외 1 등에게 귀속되고 피고인 1은 저작자로 볼 수 없으므로 항소심판결에는 저작물·저작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② 항소심이 피고인 1에게 자신이 직접 그린 친작이 아니라는 사실을 고지할 의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고 이 사건 공소사실 중에는 고지의무 위반 외에도 이른바 묵시적 기망행위에 관한 부분도 있는데 이에 대하여 판단을 유탈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을 이유로 상고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저작권법에 의하면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기여하지 아니한 자는 비록 저작물의 작성 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소재 또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관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고, 미술저작물의 저작자 아닌 자가 마치 저작자인 것처럼 행세하여 그 미술품을 판매하였다면 이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일반원칙을 설시하면서도 ① 검사는 이 사건을 사기죄로 기소하였을 뿐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않았기에 이 사건 형사재판에서 미술작품의 저작자가 누구인지가 정면으로 문제 되었다고 볼 수 없고 이제 와서 검사가 항소심에 저작물·저작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심판의 대상에 관한 불고불리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② 미술작품의 거래에서 기망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 미술작품에 위작 여부나 저작권에 관한 다툼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미술작품의 가치 평가 등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 ③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는 사기죄에서의 법률상 고지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8도13696 판결). Ⅲ. 평석 1. 사안의 쟁점 당해 사건에서 검사는 甲을 상습사기죄로 기소하지 않고 일반사기죄로 기소하였기에 일관된 판례태도에 의하면 당해 사안의 경우 각 구매자에 대한 범행 간에 시간적 근접성이 인정되고 범행방법의 동일성이 인정되더라도 피해자(구매자)가 다르기에 연속범(행) 또는 접속범(행)으로(학계에서는 연속범이라고 지칭하고 있고 판례는 접속범이라고 지칭하고 있음) 인한 사기죄의 포괄일죄가 성립할 수 없고 수개 사기죄의 실체적 경합이 문제된다. 따라서 당해 사안의 경우 검사는 원칙적으로 개개 구매자에 대한 거래행위별로 사기죄의 성립여부를 입증해야 하고 법원 또한 개개 거래행위별로 사기죄의 성립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당해 사안을 '설명가치를 가지는 묵시적 기망행위를 통한 작위에 의한 사기죄' 성립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으로 검토해야 할지 아니면 '부작위에 의한 사기죄' 성립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으로 검토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차치하고 1심법원과 2심법원의 태도에 따라 당해 사안을 '부작위에 의한 사기죄' 성립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으로 검토하면 핵심쟁점은 '미술품거래에서 누가 작가(저작자)인지가 거래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인지', '중요한 사항이라면 그림을 직접 그리지 않은 甲을 미술품의 저작자로 볼 수 있는가'이다. 왜냐하면 甲이 그림을 직접 그리지 않았을지라도 미술품의 (단독)저작자로 인정된다면 甲이 직접 그리지 않았음을 구매자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 단독저작자인 것처럼 행세한 것)은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2. 판단회피를 위한 수단으로 불고불리의 원칙과 사법자제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대법원 이 사건에서는 사기죄의 실체적 경합이 문제되기에 개개 거래행위별로 사기죄 성립여부가 입증·판단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1심법원은 대부분의 구매자들이 '甲이 직접 그리지 않았다면 구매하지 않았거나 높은 가격으로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한 것을 근거로 일괄적으로 검토하여 전부유죄판결을 하였고 반대로 2심법원은 다른 일부 구매자(X1과 X2)의 진술을 근거로 그 구매자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만 무죄판결을 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모든 구매자(피해자)와의 관계에서 사기죄의 성립요건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전부무죄판결을 하였다. 대법원은 A와 B를 저작자(또는 공동저작자)로 보아야 한다는 뉘앙스로 설시하고 '누가 저작자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법적 평가의 문제'라고 하면서도 '검사는 이 사건을 사기죄로 기소하였을 뿐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않았기에 이 사건 형사재판에서 미술작품의 저작자가 누구인지가 정면으로 문제 되었다고 볼 수 없고 이제 와서 검사가 원심에 저작물·저작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심판의 대상에 관한 불고불리원칙에 반하는 것'이고 '누가 저작자인지에 관한 논란은 미학적인 평가 또는 작가에 대한 윤리적 평가에 관한 문제로 보아 예술 영역에서의 비평과 담론을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고 이에 대한 사법판단은 그 논란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하여 저작권 문제가 정면으로 쟁점이 된 경우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누가 저작자인지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항소심판결에서 나타나는 일괄적 검토의 오류에 대해서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고 하면서 상고기각을 하였다. 이 사건에서 '누구를 저작자로 보아야 하는가'는 사기죄 성립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핵심쟁점이었다. 불고불리의 원칙은 심판대상에 관한 것이고 심판대상이 된 행위 및 범죄에서 그 범죄의 성립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어느 쟁점과 관련하여 법질서의 통일성을 위해 다른 법률상의 법리를 참조하여 판단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이 아니다. 대법원이 판결문에서 법적 평가의 문제라고 밝힌 '누가 저작자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올바르게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당해 사안에서는 저작권법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 당해 사안에서 대법원은 '누가 저작자인가'에 대한 판단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부적절하게 불고불리의 원칙과 사법자제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당해 사건에서 대법원이 최상급 법원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박경규 부연구위원 (한국형사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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