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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양도담보권설정자의 담보물관리의무와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
Ⅰ.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1. 사실관계 공소외1 회사를 운영하는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2 은행으로부터 1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크라샤4230'을 구입하면서 위 대출금을 완납할 때까지 크라샤를 피해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크라샤를 매각함으로써 매각대금 합계 1억5500만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위 대출금 1억5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2. 판결요지(다수의견)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내지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훼손하는 등으로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그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금전채무의 이행은 어디까지나 채무자가 자신의 급부의무의 이행으로서 행하는 것이므로 이를 두고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하기로 약정하거나 양도담보로 제공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채무자가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 즉 동산을 담보로 제공할 의무,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하거나 담보물을 손상·감소 또는 멸실시키지 않을 소극적 의무, 담보권 실행 시 채권자나 그가 지정하는 자에게 담보물을 현실로 인도할 의무와 같이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에 협조할 의무 등은 모두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급부의무이다.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는 담보목적의 달성, 즉 채무불이행 시 담보권 실행을 통한 채권의 실현을 위한 것이므로 담보설정계약의 체결이나 담보권설정 전후를 불문하고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여전히 금전채권의 실현 내지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있다. 동산을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담보에 제공한 채무자는 양도담보 설정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자신의 권리에 기하여,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자신의 비용 부담 하에 담보목적물을 계속하여 점유·사용하는 것이지,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로부터 재산관리에 관한 임무를 부여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Ⅱ. 판례평석 1. 변경전 판례와 학설 판례는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대내적 관계에서 채무자는 소유권을 보유하게 되나,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가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이를 보관할 의무를 지게 되어 부당히 이를 처분하거나 멸실·훼손 기타 담보가치를 감소케 하는 행위가 금지되므로, 채무자인 양도담보설정자는 채권자에 대하여 채권담보의 약정에 따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게 된다고 하였다. 따라서 채무자가 양도담보된 동산을 처분하는 등 부당히 그 담보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학설로는 변경전 판례와 마찬가지로 배임죄를 긍정하는 견해, 신탁적 소유권이전설을 따르게 되면 목적물의 소유권이 채권자에게 이전하므로 채무자에게는 목적물 처분권이 없고 채무자의 목적물 처분은 횡령죄를 구성한다는 견해(대상판례의 별개의견),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주된 의무는 채무변제에 한정되므로 채무자에 대해서는 단순한 채무불이행 이외에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가 있다. 2. 대상판례의 검토 (1) 신임관계의 내용 다수의견은 신임관계의 내용을 금전 채권채무계약 또는 금전 채권채무계약의 종된 계약으로서의 양도담보설정계약으로 파악하고 동산양도담보설정자의 담보물관리의무를 금전채권채무관계상 변제의무나 담보권설정계약상 담보설정의무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 사무로 본다. 그러나 담보물관리의무는 담보권설정계약을 통하여 만들어진 담보물권자와 담보물권설정자 간의 물권적 관계에서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채무변제나 양도담보권설정의무와는 내용적·단계적으로 구별된다. 동산 양도담보권이라는 비전형물권을 설정하는 계약이 엄연히 존재하는 이상 이를 금전소비대차계약 상의 신임관계와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 (2) 타인의 사무의 의미 다수의견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대하여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 "양도담보권자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사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동안 판례는 타인의 사무를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할 의무와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의 두 가지 유형으로 이해해왔다. 이는 배신설의 입장에 충실한 것이었지만,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보고 부동산 이중매매나 이중저당 등에 대해서도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견해도 많았다. 다수의견은 명시적으로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를 타인의 사무에서 제외하지는 않았으나 '맡아 처리하는 경우', '위탁받아 처리'라는 표현을 새롭게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사무의 내용을 제한하고 있다. 해석론의 변화는 타인의 사무처리자의 범위를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일응 바람직하지만 몇 가지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있다. 하나는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하여 판례가 변경되지 않은 이상 여전히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타인의 사무로 인정되는 판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맡아 처리', '위탁받아 처리'의 의미를 위임·고용 등에 한정할 것인지의 문제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라고만 하고 있을 뿐 타인의 재산관리를 '대행'하는 사무라고 규정하지 않으므로 타인의 사무를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할 의무로만 이해하는 것은 문언을 합리적 이유없이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는 것이다. (3) 담보물관리의무의 타인의 사무성에 대한 검토 및 결론 먼저 담보물관리의무가 '양도담보권자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사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것'에 해당할 여지가 없는지 본다. 대상판례 사안의 계약서에는 '담보목적물은 설정자가 채권자의 대리인으로서 점유·사용·보전·관리한다', '설정자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점유·사용·보전·관리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다수의견은 위 계약서 조항에 대하여 전형적인 양도담보설정계약의 내용이고 담보설정자의 선관주의의무는 거래상 일반적으로 평균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 정도를 의미할 뿐이며, 담보목적물 보존의무는 채권만족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위해 당연히 수반되는 의무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담보물 관리의무가 타인의 사무가 되기 위해서는 전형적 양도담보설정계약 외에 별도로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담보목적물의 보관·관리에 관한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는 특약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요구하는 별도의 신임관계가 무엇인지 불분명하고 문제되는 것은 선관주의의무의 '내용'이지 '정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명시적인 계약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위탁관계를 부정한 다수의견에 찬성하기 어렵다. 담보권자는 간접점유를 가지고 적어도 대외관계에서는 담보물의 소유권을 취득하였고 채무자의 계속적 경제활동 보장등을 이유로 점유를 허락함으로써 채무자에 대하여 특별한 신뢰관계를 부여하였다는 점에서 적어도 사실상의 위탁관계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에 해당하지 않는지 검토하여야 한다. 대상판례는 동산이중양도, 대물변제예약부동산의 제3자처분, 부동산이중저당 사안에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한 최근의 판례경향에 따라 선고되었다. 이는 등기협력의무와 같이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에 대하여는 부동산 이중매매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타인의 사무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러나 담보물관리의무는 소유권이 대외적으로 담보권자에게 이전된 상태에서 담보권설정자가 담보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의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채권계약에서 당사자가 부담하는 대향적 급부의무와는 구별된다. 채무자가 담보물관리의무를 부담하는 시점부터 물권자와 물권설정자의 지위는 역전된다. 채권자는 대외적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직접점유를 계속하고 있는 채무자의 의무이행 여하에 따라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을 상실할 수 있는 지위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목적물의 소유권보존이 오로지 이를 타주점유하는 채무자의 의사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양도담보설정자는 양도담보권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보증인적 지위에 서게 된다. 담보물관리의무의 실질은 횡령죄에서의 보관과 크게 다르지 않고 이를 임의로 처분하는 행위의 불법 역시 횡령죄의 그것과 구별할 것은 아니라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담보물관리의무를 이중양도나 이중저당 사안과 동일한 논리로 자기의 사무라고 볼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강수진 교수 (고려대 로스쿨)
채권자
양도담보
배임죄
강수진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21-05-10
형사일반
대출의 기회를 대가로 볼 수 있는가?
Ⅰ. 사실관계 피고인은 수입이 없어 생활비가 필요하여 인터넷으로 여러 군데 대출상담을 받았지만 대부분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던 중 피고인은 팀장이라는 사람에게서 대출이 필요한지 물어보는 전화를 받았다. 팀장은 "대출을 받으려면 심사를 받아야 하고, 대출심사를 통해 대출을 받으려면 가공으로라도 입출금내역 거래실적을 만들어서 신용한도를 높여야 하며, 대출이자를 자동이체할 수 있는 계좌도 필요하므로 주민등록 등본, 통장 사본, 신분증 사본, 체크카드를 퀵서비스를 통해 보내라"고 요구하였고, 피고인은 바로 그날 피고인 명의의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 등을 송부하였다. 피고인은 다음날 인터넷 뱅킹을 통해 자신 명의 은행 계좌로 자신이 알지 못하는 입출금 거래내역이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이는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송금한 금원으로, 범죄조직이 입금 즉시 출금한 것이었다. 그러나 피고인은 팀장에게서 거래실적을 늘리는 것이라는 설명을 듣자 별다른 이의 없이 대출이 되기를 기다렸다. 이후 팀장에게서 더 이상 연락을 받지 못한 채 피해자의 신고로 해당 계좌가 거래 정지되었고, 피고인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로 기소되었다.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공소사실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① 피고인이 대출과정에서 체크카드가 필요하다는 팀장이라는 사람의 거짓말에 속아 체크카드를 교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인이 팀장이라는 사람에게서 "피고인의 계좌 거래실적을 늘리기 위해 가공의 입출금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대출받을 기회를 얻을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피고인의 계좌에 대한 자유로운 사용권한을 넘겨준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제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Ⅱ. 판결이유 전자금융거래법은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여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으로(제1조)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제6조 제3항 제2호), 이를 위반하여 접근매체를 대여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다(제49조 제4항 제2호).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에서 정한 ‘접근매체의 대여’란 대가를 수수·요구또는 약속하면서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감독 없이 접근매체를 사용해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접근매체를 빌려주는 행위를 말하고(대법원 2017. 8. 18. 선고 2016도8957 판결 참조), ‘대가’란 접근매체의 대여에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경제적 이익을 말한다. 피고인은 대출받을 기회를 얻기로 약속하면서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감독 없이 접근매체를 사용해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접근매체를 빌려주었고, 피고인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대출받을 기회를 얻은 것은 접근매체의 대여와 대응하는 관계, 즉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Ⅲ. 평석 1. 보이스피싱 범죄의 특성 보이스피싱범죄는 철저히 고도화된 분업으로 완성되는 범죄다. 국내총책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할 대포통장의 계좌와 체크카드를 모집하여, 계좌가 준비되면 중국 등에 본거지를 둔 해외총책이 피해자들을 전화로 기망, 협박하여 대포통장 계좌로 금원을 이체하도록 한다. 이들은 계좌의 돈을 체크카드, 비밀번호 등 인출 수단을 이용해 ATM기에서 인출하여 현금으로 만든 후 허공으로 사라진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는 줄도 모른 채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여 처벌받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범죄 조직들은 보이스피싱으로 편취, 탈취한 금원을 수중에 넣기 위한 계좌를 확보하기 위해 구직자나 대출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접근하여 마치 정상적인 대출회수 업무나 대출과정의 일부인 것처럼 교묘하게 기망하면서 계좌와 인출수단을 받아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들이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있고 흔적을 남기지 않아 총책의 검거에 실패하면, 체크카드와 계좌를 넘긴 사람들만 검거되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로 중하게 처벌된다. 대상판결 역시 범죄조직에 기망 당해 대출을 받기 위해 체크카드를 교부한 피고인에 대해 ‘피고인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대출받을 기회를 얻은 것’이 접근매체의 대여와 대응하는 관계, 즉 대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대상판결에 대한 반박 전자거래금융법 제6조 제3항 제2호에서는 대가를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하고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의 행위에 대해 전자거래금융법 위반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범죄의 구성요건의 일부를 이루는 ‘대가관계의 존재’에 대한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 대상판결은 ‘대가’를 접근매체의 대여에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경제적 이익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출의 기회’를 재산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지, 그리고 ‘대출의 기회’가 양의 재산적 가치를 갖는 ‘경제적 이익’이라는 것을 어떻게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로 증명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남는다. 여기서 대상판결의 사안에 난점이 있다. 어떤 행위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자체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든지, 아니면 그 반대급부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판례 상으로는 부녀가 금품 등을 받을 것을 전제로 성행위를 하였는데 상대방이 그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사건에서 사기죄를 인정하면서, 일반적으로 부녀와의 성행위 자체는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없으나 그 행위의 대가가 사기죄의 객체인 경제적 이익이 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도2991 판결). 그러나 대상판결의 사안의 경우, 반대급부로 주장되는 ‘체크카드 교부행위’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결국 사안에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대출의 기회’의 가치 자체를 평가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대출의 기회에 대한 가치 평가와 관련하여, 현행 법률은 직접적인 해결의 단초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법인세법에서는 특수관계자에게 법인이 무상 또는 낮은 이율 등으로 금전을 대여하여 손해를 부담한 경우 시가와 대가와의 차이를 법인세법상 인정되는 익금에 산입하는데, 적정 시가를 법인부담차입금의 가중평균차입이자율로 하고 있다. 가중평균차입이자율을 기업의 시장이자율의 대체적 평가방법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이자율로 대출의 가치를 평가하는 경제학적 해결방법을 법률에서도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경제학에서 정의하는 대출의 가치는 얼마인가? 경제학은 대출의 가치를 0으로 정의한다. 경제학에서는 금전소비대차 역시 재화,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본다. 대출은 미래 현금 유출을 대가로 현재의 소비를 하려는 자(자금 수요)와, 미래 현금 유입을 위해 현재의 소비를 포기하는 자(자금 공급) 간의 거래이다. 수없이 많은 자금의 수요자, 공급자들의 수요와 공급이 모여 시장이자율이 결정된다. 이들이 공정한 거래를 한다면, 자금 공급자는 미래 유입될 현금을 공정하게 결정된 시장이자율로 할인한 값만큼만 대출하여 주므로 미래 유입될 현금의 가치와 현재 유출되는 현금의 가치가 동일하다. 즉, 대출을 받는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므로, 대출의 가치는 0이며, 이러한 대출의 기회를 얻기 위해 자금의 수요자가 지불할 가치도 0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결론은 우리의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감사함을 느끼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체크카드를 교부하고 대출의 기회를 얻었다면, 이를 재산적 가치 있는 어떠한 대가로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대상 판결 역시 이러한 견지 하에 위와 같은 결론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서는 아담 스미스의 통찰로 반박을 갈음하고자 한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업자, 빵 굽는 사람들의 호의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설사 자금의 수요자가 급전이 필요하여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었더라도, 이는 더 높은 이자율에 합의하는 대출 조건에 고려될 것이므로 여전히 대출의 가치와, 그러한 대출을 얻기 위한 기회의 가치는 0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대출자는 공정한 계약에 수반되는 체크카드 교부행위를 절차로서 인식하게 된다일반 은행에서 대출을 할 때에도 신분증과 관련 서류를 교부하지만, 대출자는 이를 대가가 아닌 절차로서 인식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대출의 기회를 얻은 것을 ‘대가’로 보는 판례의 결론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대출의 기회가 양의 재산적 가치를 갖는 경제적 이익이라는 점에 대한 합리적 의심 없는 정도의 엄격한 증명은 검사들의 난제로 남을 것이다. 전두영 변호사 (법무법인 창과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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