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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모산 등산로 토지소유자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
Ⅰ. 사실관계 1. 소외 망 유○○은 1974. 6. 29. 이 사건 토지 소유권을 취득하였는데, 유○○이 2003. 8. 22. 사망함에 따라 원고들은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지분을 5분의 1 씩 상속했다. 2. 이 사건 토지는 1971. 8. 7. 도시계획시설공원으로 지정된 대모산도시자연공원 내에 위치하고, 피고는 1993. 8. 16.경 위 공원에 대한 도시공원계획을 수립한 후 거기에 수도시설, 안내판, 관리소 등을 설치하고 관리인원을 채용하여 관리해 오고 있다. 3. 이 사건 토지 인접 토지에 피고가 설치한 '경작행위 금지구역'이라는 경고 표지판과 등산길 안내 표지판, 휴식을 위한 의자 등이 설치되어 있고, 이 사건 토지에도 공원 입구에서 대모산 정상에 이르는 등산로가 존재하여 일반 등산객들이 이용하고 있다. 4. 피고의 대표자 △△구청장은 위 공원 설치 당시부터 법령상 관리청으로서 이를 관리해 오고 있다. 5. 원고들은 피고가 이 사건 토지를 권원 없이 점유·사용하여 왔으므로 원고들에게 임료 상당액의 부당이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Ⅱ. 제1심 및 원심의 판단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1. 27. 2009가단432311 판결)은 피고가 위 도시공원조성사업을 실시하기 시작한 1993. 8. 16.경부터 유○○을 상속한 원고들 소유인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전체 공원구역 내 토지를 사실상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하여 왔으므로 권원 없는 점유·사용으로 인한 임료 상당액을 원고들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피고가 항소하였으나, 원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10. 26. 2011나12445 판결)은 제1심 판결을 인용하면서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피고는 상고하였다. Ⅲ. 대상 판결의 주문 및 이유 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2. 판결 이유 (1) 도시계획이 결정·고시된 경우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점유 인정 여부 사인 소유 토지에 도로, 공원 등 도시계획시설을 설치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이 결정·고시되었다고 하더라도 아직 그 도시계획에 따른 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곧바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점유한다고 볼 수 없고, 다만 정식의 도시계획사업이 시행되기 전이라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토지에 도시계획시설을 구성하는 여러 시설을 설치·관리하여 일반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등으로 이를 사실상 지배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 그 범위 내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점유가 인정될 수 있을 뿐이다. (2) 이 사건 토지를 피고가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없음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토지가 비록 도시계획시설공원으로 지정된 대모산도시자연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기는 하나 그 토지 위에 비포장등산로가 있는 외에 안내표지판, 의자 등 피고가 공원의 구성요소로 설치하거나 관리하는 어떠한 시설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기록에 의하면 위 등산로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소로(小路)에 불과할 뿐 그 개설이나 정비에 피고가 관여하였다고 볼 만한 흔적이 없으며, 이 사건 토지 중 위 등산로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일반적인 임야의 모습과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 사건 토지에 직접적으로 공원시설 설치를 위한 도시계획사업이 시행되었다고 볼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위와 같은 정도의 등산로의 존재와 도시자연공원 구역 내에 위치함으로써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이용상 제한 등 공법상 규제가 있다는 점만으로 피고가 이 사건 토지를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음에도 원심은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의 점유·사용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부당이득 발생의 원인이 되는 점유·사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Ⅳ. 평석 1. 대상 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 판결의 결론에 찬성한다. 피고가 이 사건 토지를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하고 있는지는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요건사실인데, 대상 판결이 원심에서 인정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위 요건사실을 인정할 수 없어서 점유·사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법률심의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구체적으로 타당한 결론을 도출하려고 논리를 전개한 노력으로 보인다. 대상 판결은 피고의 상고이유 중 점유·사용 부분만 판단하였고,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이 정당한 이상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판 판단을 생략하였으나, 실제 그와 같은 결론을 내림에 있어서 나머지 상고이유가 참작되었다고 보인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이용상 제한 등 '공법상 규제'가 있다고 판시한 것은 피고가 이 사건 법률관계를 공법관계라고 주장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2. 구체적 검토 (1)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피고의 점유 부정 이 사건 토지에는 피고가 설치한 구조물이 없다. 이 사건 토지의 인근에 경작금지 안내판, 표지판, 휴식을 위한 의자 등이 설치되어 있을 뿐임에도 인근 토지에 존재하는 시설물을 근거로 피고가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다. '관악산 도시자연공원'의 관리청인 서울특별시관악구는 타인 소유 토지에 수도시설, 안내판, 관리소 등을 설치하여 공원을 유지·관리했는바, 판례는 관악구가 시설 부지가 되는 부분만 점유한다고 본다(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9다35903 판결). 타인 소유 토지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단체가 도로로써 점유·관리하는 경우 ① 공공단체가 사인 소유의 토지를 도로로 점유하고 있다고 하여 부당이득의 성립을 인정하는 사례(대법원 1987. 9. 22. 선고 86다카2151 판결 등), ② 자연발생적 도로라고 보아 공공단체의 점유를 부정하는 사례(대법원 1987. 10. 13. 선고 87다카1470 판결 등)가 있다. 도시계획에 따른 사업을 시행하지 않았고 여러 시설을 설치·관리하지도 않은 경우에는 점유가 부정된다(대법원 1995. 5. 26. 선고 94다54061, 54078 판결 등). 이 사건 등산로는 피고의 점유가 부정되는 자연발생적 샛길에 불과하다. (2)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피고의 사용·수익 부정 피고는 이 사건 토지로부터 어떠한 경제적 이득도 거두고 있지 못하다. 이 사건 공원은 유료공원이 아니다. 공원이 조성됨으로 인해 △△구에서 시민들 또는 등산객들이 산책하거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 일반적·추상적 이익이 증대되었다고 가정할 수 있겠지만, 이는 개인의 개별적 이익이 아니라 다수인의 이익이다. 오히려 피고는 이 사건 공원의 효익을 증대시키고자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사회 구성권 전체에 공통되는 이익, '공공복리' 혹은 '공익'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으로 해결하는 것은 부당하다. (3) 원고 측에 손해가 없거나 소유권제한이 용인된 것으로 보임 지방자치단체의 무단점용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토지의 소유자가 그 토지의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하거나 일반 공중에게 그 사용수익을 용인한 것이라면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1974. 5. 28. 선고 73다399 판결 등). 토지의 매수인이 매수 당시 토지상에 부담이 있었던 것을 알고 매수하였다면 토지에 관하여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행사할 수 없다(대법원 1992. 7. 24. 선고 92다15970 판결). 유○○는 이 사건 공원이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된 1971. 8. 7.의 이후인 1974. 6. 27.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유○○이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할 당시 대모산 등산을 위한 통행로로 이용되고 있던 현황을 알고 취득하였을 것으로 추단된다. 유○○는 사실상 용도제한이 없는 상태의 토지보다 훨씬 낮은 가격 또는 거의 명목상 가격만을 지급하였을 것이다. 원고 측에 손해가 없거나 소유권제한이 용인되거나 배타적 사용수익권이 포기되었다고 보인다. (4) 공익사업을 위한 재산권에 대한 사회적 제약 내에 있음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는 공원시설에 관한 사업은 '공익사업'이라고 규정한다. 이 사건 공원은 특정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공중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영역에 속한다. 피고는 일종의 공익사업을 수행하는 사업자의 실질을 가진다. 이 사건은 '사익-사익'의 충돌 문제가 아니라, '공익-사익'의 충돌 문제이다. 이를 사익 간의 이해조정 문제로 보아 부당이득 법리로 해결하려 하면, 무리한 논리를 끼워 맞추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수용적 침해에 대한 보상'이란, 적법한 행정작용의 결과 부수적으로 개인이 입게 되는 침해에 대한 보상이다. 보통의 경우 재산권에 대한 사회적 제약으로 보아 보상대상이 될 수 없다. 피해의 정도가 심하여 특별희생이 발생한 경우 수용유사침해 법리에 준한 보상이 문제되는바, ① 독일의 수용적 침해의 법리를 도입하여 보상청구가 가능하다는 견해, ② 헌법 제23조 제3항이 직접 적용되어 보상청구가 가능하다는 견해, ③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이 사건 토지는 임야이고 원고들은 지목의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29조 토지매수의 청구가 적용될 수 없다. 원고들이 입는 손해를 중대하다고 판단하여 권리구제 관점에서 보더라도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공법상 당사자소송을 제기하였어야 한다. 사인 상호간의 이익조정을 목적으로 하는 민사상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부당하다. 결론적으로 원고들의 경우 공익사업을 위한 재산권에 대한 사회적 제약 내에 있고 특별희생이 발생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수용적 침해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보상받을 수 없다고 보인다.
2012-07-16
重大明白性說의 墨守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小考
Ⅰ. 判決要旨 하자 있는 행정처분이 당연무효로 되려면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이어야 할 뿐 아니라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하므로, 행정청이 위법하여 무효인 조례를 적용하여 한 행정처분이 당연무효로 되려면 그 규정이 행정처분의 중요한 부분에 관한 것이어서 결과적으로 그에 따른 행정처분의 중요한 부분에 하자가 있는 것으로 귀착되고, 또한 그 규정의 위법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그에 따른 행정처분의 하자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으로 귀착되어야 하는바, 일반적으로 조례가 법률 등 상위법령에 위배된다는 사정은 그 조례의 규정을 위법하여 무효라고 선언한 대법원의 판결이 선고되지 아니한 상태에서는 그 조례 규정의 위법 여부가 해석상 다툼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백하였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조례에 근거한 행정처분의 하자는 취소사유에 해당할 뿐 무효사유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Ⅱ. 問題의 提起- 빈약한 行政行爲瑕疵論 행정법의 존재이유를 여러 가지로 들 수 있다. 권리구제의 관점에서 보자면 문제되는 행정작용 특히 행정행위의 위법성이나 적법성을 설득력있게 판단하는 것이 그 이유가 된다. 따라서 행정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行政行爲瑕疵論이다. 아무리 법치국가원리를 구체화한 것이 행정법이라고 강변한들, 行政行爲瑕疵論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다면 법치국가원리는 바르게 구현될 수가 없다. 이처럼 行政行爲瑕疵論이 행정법의 시작과 마침을 함께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현주소는 그것의 위상에 맞지 않다. 90년 중반에 나온 박흥대 판사의 논문(행정행위의 무효화 사유, 재판자료 제68집(1995.05): 행정소송에 관한 제문제(하) 181~219면)을 제외하고선 행정행위의 하자 전반을 다룬 문헌을 찾을 수가 없다. 그리고 行政行爲瑕疵論의 핵심적 물음인 무효의 판단기준과 관련해서도, 과거 대법원 1995.7.11. 선고 94누4615판결의 반대의견을 기화로 중대명백성설의 문제점에 관해 일련의 문헌에서 매우 활발히 논의되곤 하였지만, 그런 분위기가 이어지지도 않고 있다(최근의 문헌으로 金南辰, '중대·명백설'의 맹종에서 벗어나야, 법률신문 제3207호, 2003.10.2.). 빈약한 行政行爲瑕疵論은 다름 아닌 行政法의 機能不全을 야기한다. 독일의 경우 重大明白性說의 명백성기준에 대해선 예전부터도 Wolff, Forsthoff, Thieme, Martens 등 상당수의 학자들이 異議를 제기하였는데, 최근 다시금 Leisner가 이를 신랄하게 비판하였다(Nichtigkeit eines Verwaltungsakts (nur) bei Offensichtlichkeit der besonders schweren Fehlerhaftigkeit? - Kritik an der Evidenzlehre zu § 44 Abs. 1 VwVfG, DO˙˙V 2007, 669ff.). 이에 필자는 최근의 비판을 바탕으로 일련의 글을 통해 중대명백성설을 타개하고 行政行爲瑕疵論을 새롭게 정립하고자 시도를 하였다(行政行爲瑕疵論의 改革에 관한 小考, 공법연구 제39집 제1호, 2010.10.; 行政行爲의 違法事由의 批判的 分析에 관한 小考, 법조 2010.11.). 이하에선 문제인식을 확산시킬 公論의 場을 만들기 위하여 기왕의 발표를 바탕으로 管見을 제시하고자 한다. Ⅲ. 重大明白性說의 出處 무효인 행정행위는 독일 행정법의 전형적인 법적 모습이다. 그것은 독일에서 행정재판의 발전에 맞춰 전개되어 왔다. Otto Mayer가 '무효인(nichtig) 행정행위'의 법형상을 처음으로 도입하였는데, 그는 무효와 취소의 구분을 일차적으로 귀속문제로 바라보았다(Deutsches Verwaltungsrecht Bd.Ⅰ, 3.Aufl., 1923, S.95). 일찍이 행정행위의 무효에 관해 박사학위논문을 작성한 Heike는 "행정행위가 금방 알아차릴 수 있게 조직권의 남용을 지니고 있을 때 그 행정행위는 무효가 된다"는 Hatschek의 기술을(Lehrbuch des deutschen und preußischen Verwaltungsrecht, 7.Aufl., 1931, S.102) 중대명백성설의 시발점으로 여겼다(Die Evidenztheori als heute maßgebliche Lehre vom nichtigen Verwaltunsakt, DO˙˙V 1962, S.416). 이를 계기로 중대명백성설이 등장하여 바이마르시대이후엔 그것이 일반적으로 문헌상으로 성립하였으며, 특히 1945년 이후 일련의 학자들이 그것을 받아들임으로써 그것은 이미 1950년대에 통설의 위치를 점하였다. 아울러 많은 고등행정법원 역시 1950년대에 중대명백성설을 동원하였으며, 1970년대가 시작되면서부터 연방행정법원의 차원에서도 그것을 받아들였다(BVerwG, NJW 1971, 578). 이런 기조에서 독일 행정절차법은 중대명백성설을 일반원칙으로 명문화하였다(동법 제44조 제1항). 아울러 이런 독일의 흐름은 우리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전해졌다. Ⅳ. 重大明白性說에서 明白性要請의 法的 問題點 판례는 하자가 외관상으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을 '하자의 명백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기선 인식주체의 불확정성, 명백성 의미의 불명확성, 명백성기준의 필요성 그리고 명백성기준의 위헌성의 문제점이 제기될 수 있다. 중대명백성설에선 명백성기준의 척도를 편견이 없는 판단능력이 있는 평균적인 관찰자로 삼는다. 이에 대해 Leisner는 내부자나 관련자가 아니고선 평균적 관찰자로선 제반 고려상황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중대명백성설이 심히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또한 사실 기껏해야 법관이 제반 고려상황을 잘 안다는 점에서 명백성요구 규정 자체가 실행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하였다. Martens는 평균관찰자가 실제로 유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그런 인조인간의 정신능력한계로 여전히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였다(Die Rechtsprechung zum verwaltungsverfahrensrecht, NVwZ 1990, S.624(625)). 판례는 하자가 외관상으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을 '하자의 명백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독일 판례 역시 관례적으로 "중대한 하자상태(위법성)가 곧바로 떠올라야(나타나야) 한다"(Vgl. OVG Lu˙˙neburg DO˙˙V 1986, 382), "행정행위를 보면 위법성(하자상태)을 금방 알아 챌 수 있어야 한다"(Vgl. BSG 17, 83)고 판시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선 '명백하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그 자체가 명백하지 않다는 비판을 충분히 자아낼 수 있다. 명백성요구는 일반적으로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구체적으론 행정의 집행적 이익과 시민의 신뢰보호를 위하여 도입되었다. 그런데 주로 부담적 행정행위가 문제되는 상황에서 명백성요구는 일종의 행정청의 特權을 인정한 것이다. 법치국가원리가 무색할 정도로 하자가 중대함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행정청의 보호에 이바지하는 명백성기준을 추가로 요구한다는 것은 법치국가원리 자체를 도외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언필칭 명백성기준에서 추구되는 시민의 신뢰보호는 헌법적 근거를 둔 행정법일반원칙인 신뢰보호원칙에 의해서 충분히 강구될 수 있다. 요컨대 명백성기준으로 말미암아, 중대한 하자의 행정행위라 하더라도 하자의 명백성이 부인되면 통용상의 특권·존속특권(이른바 공정력)을 누리는데, 이는 명백히 행정의 법률적합성의 원칙을 훼손한다(일찍이 Thorsten Quidde, Zur Evidenz der Fehlerhaftigkeit, DO˙˙V 1963, 339ff.는 부담적 행정행위의 경우엔 하자의 중대성만으로 충분하지만, 수익적 행정행위의 경우엔 중대성만으론 불충분하고 명백성기준이 추가되어 중대명백성설이 통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Ⅴ. 代案으로서의 新重大性說 무효기준과 관련하여 주요 행정법문헌상의 입장을 대체적으로 살펴보면, 重大明白性說을 고수하는 입장과 그것에서 벗어난 입장으로 나뉘며, 또한 후자는 명백성요건보충설을 취하는 입장과 구체적 가치형량설을 취하는 입장으로 나뉜다. 필자로선 重大明白性說에서 명백성요청만을 삭제하여 重大性만을 유일한 무효기준으로 삼고자 한다. 그런데 重大明白性說이 지배하는 우리나 일본에서의 기왕의 논의는 중대한 하자의 명백성에만 초점을 맞추었을 뿐, 정작 하자의 중대성의 의미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었다(기왕의 重大性說의 내용역시 명칭에 상응하지도 않다). 판례 역시 "법규의 중요한 부분", "행정처분의 중요한 부분에 해당하는 규정"을 위반한 것을 하자의 중대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법규의 '중요한 부분'과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과연 설득력있게 획정하고 판단할 수 있을지 매우 의문스럽다. 충분한 근거의 제시가 없는 이런 식은 접근은 법원의 판단에 대한 설득력을 제고하지 못한다. 독일의 경우 현행 법질서와 그것의 바탕이 되는 공동체적 가치관과의 불일치가 존재하되, 그 모순이 행정행위가 (그것으로써) 의도한 법효과를 가진다고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할 때, 비로소 그 하자가 (심히) 중대하게 된다(BVerwG NVwZ 1984, 578). 이 같은 독일의 중대성인정공식은 우리의 경우에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새로운 접근을 강조하기 위해 필자는 이를 新重大性說이라 명명한다. 무효기준에서 독일처럼 중대명백성설을 취하는 유럽공동체법의 경우에도 중대성인정은 독일식의 접근을 한다). 그리고 여기서 판단규준과 관련해선, 일정한 법규정 그 자체와의 위반이 우선되진 않고, 전체적으로나 일정한 측면에서 법질서의 바탕이 되고 이를 지지하는 목적관과 가치관에 대한 위반 -특히 중요한 헌법원칙에 대한 위반- 및 이들에 대한 불일치(모순)의 정도가 결정적인 기준이 되어야 한다(Vgl. BVerwGE 8, 332; BVerwG DVBl. 1985, 624). 그러나 중대성판단이 위반법규정의 위계에 전적으로 좌우되어선 아니 된다. 따라서 헌법위반만이 무효를 초래하진 않으며, 아울러 헌법위반 모두를 필연적으로 무효가 초래될 수밖에 없는 중대한 것인 양 여기는 것은 곤란하다. 독일의 경우 법치국가원리를 표방하는 그들 기본법 제20조 제3항과 같은 헌법규정의 위반 그 자체만으로도 바로 무효가 도출되진 않는다(BVerwG NJW 1984, 2113). 대법원 1995.7.11. 선고 94누4615 판결에서 다수의견(중대명백성설)과 반대의견(명백성보충요건설)은 공히 하자의 중대성을 인정하였고, 대상판결을 비롯한 근거법령의 위헌, 위법에 따른 행정처분의 효력이 문제된 사안에서도 판례는 하자의 중대성을 전제로 그것의 명백성만을 문제로 삼았다. 하지만 과연 행정행위의 잠정적인 통용이나마 용인하는 것이 법치국가원리적 질서와 요청과 불일치하다고 여겨질 정도, 그 하자가 '심히' 중대한 것인지 매우 의문스럽다. 참고로 독일의 경우 법률적 수권이 결코 주어지지 않은 소위 無法의 행정처분(gesetzloser VA)이라도 결코 무효일 필요는 없으며, 위헌인 법률에 의거한 행정처분은 원칙적으로 기껏해야 취소가능할 뿐이라고 한다(Stelkens/Bonk/Sachs, VwVfG, §44 Rn.105). Ⅵ. 맺으면서-향상된 인식에 따른 전환요구 외국의 법제와 이론을 우리의 자산으로 만듦에 있어, 작가 崔仁勳의 「원시인이 되기 위한 문명한 의식」에서의 지적: "외국문화는 어떤 것이든지 받아들여도 좋다. 다만 原物形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그것을 요소로 분해해서 구조식을 알아내고, 다음에는 소재는 국산자재든 수입자재든 간에 완제품을 국내생산을 하여 저렴한 가격으로(즉, 정신적 낭비-외국숭배·물신숭배를 줄이고) 지식시장에 내놓는 일이 바른 태도일 것이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실정법의 존재로 重大明白性說에서 벗어나기란 불가능하지만, 行政行爲瑕疵論이 전적으로 도그마틱에 맡겨져 있는 우리로선 별다른 어려움 없이 그것과 단호하게 결별할 수 있다(後發의 利點). 향상된 인식에 따른 전환이 시급히 요구된다.
2010-11-08
정리절차와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 재진행
Ⅰ. 사실관계 나라종금은 1992년 10월15일 피고의 연대보증하에 대한유화와 사이에 어음거래 한도액 199억 원, 변제기 1993년 10월14일로 된 어음거래약정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대한유화에 대하여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어 1995년 3월20일 나라종금에 대한 어음채무에 관하여 변제기를 1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으로 연기하고 이율을 감경하는 내용의 정리계획인가결정이 확정되었고, 1998년 7월30일 정리절차의 종결결정이 확정되었다. 대한유화는 정리계획이 정한 바에 따라 2005년 7월10일까지 분할상환에 의하여 주채무의 원금 및 감액된 이자를 모두 상환하였다. 원고가 보증인인 피고를 상대로 감경 전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하자, 피고가 보증채무는 정리계획 인가결정의 확정일인 1995년 3월20일 또는 정리절차 종결결정의 확정일인 1998년 7월30일부터 주채무와는 별도로 소멸시효가 진행되어 그 때로부터 5년이 경과함으로써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즉 정리계획에 의해 주채무의 변제기 유예 또는 이율 감경이 있더라도 보증채무는 그와는 관계없이 전액을 즉시 지급할 의무가 있고, 소멸시효는 채권을 행사할 수 있을 때부터 가산해야 하는 것이므로, 보증채무의 소멸시효는 주채무와는 별도로 정리계획인가결정이 확정된 날로부터 기산해야 한다. Ⅱ. 원심판결의 요지 1. 회사정리절차 참가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정리절차 참가라는 권리행사가 계속되는 한 보증채무에 대해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정리절차 종결결정이 내려진 때부터 중단되어 있던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을 개시한다. 2. 정리계획에서 주채무의 변제기가 연장된 경우에는 민법 제440조에 따라 보증채무의 소멸시효도 중단되었다가 주채무의 변제기가 도래한 때로부터 진행한다. 가사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정리절차 종결결정이 확정된 때로부터 따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주채무자가 정기적으로 채무를 일부씩 변제함으로써 주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중단된 경우에는 그 중단의 효과가 보증채무에도 미친다. Ⅲ. 대법원 판결의 요지 1. 정리계획에 의하여 주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면제되거나 이율이 경감된 경우 그 면제 또는 경감된 부분의 주채무는 정리계획의 인가결정이 확정된 때에 소멸하게 됨에 따라 그 시점에서 채권자의 정리절차에서의 권리행사가 종료되어 그 부분에 대응하는 보증채무의 소멸시효는 위 인가결정 확정시부터 다시 진행한다(대법원 1995년 5월26일 선고 94다13893 판결, 1995년 11월21일 선고 94다55941 판결 등 참조). 정리계획에 의해서도 주채무가 잔존하고 있는 경우에는 정리절차 참가에 의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되어 그 정리절차의 폐지결정 또는 종결결정이 확정되어 정리절차에 있어서의 권리행사가 종료되면 그 시점부터 중단되어 있던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된다(대법원 1988년 2월23일 선고 87다카2055 판결, 1994년 1월14일 선고 93다47431 판결, 1998년 11월10일 선고 98다42141 판결 등 참조). 2. 원심이 정리계획에서 주채무의 변제기가 연장된 이 사건의 경우에는 민법 제440조에 따라 보증채무의 소멸시효도 중단되었다가 주채무의 변제기가 도래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판시하고 있는 바, 이러한 해석은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회사정리법 제240조 제2항에 의해 정리채권자는 정리계획과 관계없이 보증인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본래의 채권을 청구하고 집행을 할 수 있으므로 정리계획에 의하여 정리채권의 수액이나 변제기가 변경되었다 하더라도 보증인의 보증책임에 대해서는 아무런 효력을 미치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 있어서는 채권자의 정리절차 참가 및 정리절차 종결결정 이후의 주채무자의 변제 등으로 인하여 생긴 주채무에 대한 시효중단의 효과는 모두 보증채무에 대해서도 효력이 있어, 분할상환에 의해 이 사건 주채무의 원본채무가 완제될 때까지 그에 상응하는 피고의 보증채무도 시효소멸함이 없이 존속하고 있었으므로 원심의 가정적 판단은 옳다(상고기각). Ⅳ. 평석 1. 주채무자에 대하여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어 채권자가 채권신고를 통하여 정리절차에 참가하면 구 회사정리법(‘구법’) 제5조에 의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 보증인에 대해서는 구법 제240조 제2항에 관계 없이 민법 제440조에 의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 민법 제440조는 보증채무의 부종성에서 비롯된 당연한 규정이 아니라 채권자의 보호를 위하여 보증채무만이 따로 시효소멸하는 결과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적 규정이므로 구법 제240조 제2항이 있다 하여 민법 제440조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중단된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언제 재진행하는 것인가에 있다. 이하에서는 정리계획에 주채무의 변제기가 정리절차 종결 후로 연장된 경우에 한하여 논의한다. 2. 대상판결은 유형을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① 주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면제된 경우 : 면제된 주채무에 대한 보증채무에 대해서는 정리계획의 인가결정의 확정에 의하여 주채무가 면제되어 더 이상 권리행사를 할 수 없게 되므로 그때부터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한다. 대법원은 주채무를 면제하거나(대법원 94다13893 판결) 지연손해금에 대한 연체이율을 감경하는(대법원 94다55941 판결) 내용의 정리계획안이 확정된 사안에서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는 인가결정확정시부터 다시 진행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일본 최고재판소 1978년 11월20일 판결과 국내 학설도 일치한다. ② 주채무를 면제하지 아니하고 변제기를 연장한 후 분할하여 변제하기로 한 경우 : 정리절차 폐지 또는 종결결정 확정시에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 선례인 대법원 87다카2055 판결의 사안은 정리계획안에서 원금은 1981년부터 1990년까지 분할변제하고, 이자는 1990년 이후부터 변제하기로 하였으나 1982년 8월16일 정리절차폐지결정을 하고 원고가 보증인에 대하여 1986년 5월22일 원리금의 청구를 한 것이다. 원심은 중단된 소멸시효는 정리절차폐지결정시가 아니라 인가된 정리계획에 따라 유예된 주채무의 변제기 도래시로 보아 원리금 전부에 대하여 시효기간이 경과하지 아니하였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리절차 폐지결정 확정시에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고 판시하였다. 대상 판결은 사실관계가 ②의 유형, 즉 주채무의 변제기 분할 연장형에 해당하므로 역시 87다카2055 판결의 법리에 따라 정리절차 종결결정 확정시에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나아가 원심이 정리계획에서 변제기가 연장된 경우에는 민법 제440조에 따라 보증채무의 소멸시효도 중단되었다가 주채무의 변제기가 도래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판시한 점을 꼬집어 이 점이 잘못되었다고 설시하였다. 그 근거로 구법 제240조 제2항을 들고 있다. 대법원의 견해는 일본의 소수설을 따른 것이다. 3. 필자는 원심의 판결 이유에 찬동하고 대법원의 판결 이유에 반대한다. 첫째, 보증채무의 부종성 배제와 소멸시효의 중단은 무관하다. 구법 제240조 제2항은 정리채권자는 정리계획과 관계없이 보증인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본래의 채권을 청구하고 집행을 할 수 있으므로 정리계획에 의하여 정리채권의 수액이나 변제기가 변경되었다 하더라도 보증인의 보증책임에 대해서는 아무런 효력을 미치지 아니한다는 법리를 선언한 것이다. “제240조 제2항이 회사정리계획의 효력범위에 관하여 보증채무의 부종성을 배제하고 있다 하더라도 민법 제440조의 규정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한다”라는 점은 판례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1998년 11월10일 선고 98다42141 판결; 1994년 1월14일 선고 93다47431 판결). 서울민사지방법원 1986년 11월12일 선고 86가합2589 판결은 정리절차개시결정의 효력은 보증인에게 미치지 아니하고 따라서 채권자는 즉시 보증인에 대하여 개별적인 권리행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보증인에 대하여 시효중단을 시키려면 민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증인에 대하여 청구 등의 권리행사를 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은 잘못되었다. 회사정리절차에의 참가는 구법 제5조에 의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는 것인 바, 정리절차참가로 인정되는 시효중단의 효력은 민법 제440조에 의하여 정리회사의 채무를 주채무로 하는 보증채무에도 미치는 것이고, 그 효력은 참가라는 권리행사가 계속되는 한 그대로 유지된다. 따라서 구법 제240조 제2항을 근거로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를 논하는 것은 보증채무의 부종성 완화와 민법 제440조의 법리를 구분하지 못한 것이다. 대법원이 구법 제240조 제2항을 근거로 삼는다면 애초부터 민법 제440조를 거론할 필요 없이 하급심판결의 논리대로 보증인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므로 소멸시효의 재진행을 논의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둘째, 대상 판결의 논리는 민법 제440조의 입법취지에 반한다. 민법 제440조는 소멸시효의 중단을 당사자 및 승계인에게만 규정한 민법 제169조의 예외규정으로서 그 정책적 취지는 주채무자에 대한 소멸시효의 중단효력이 보증인에도 미치고 그렇게 함으로써 주채무와 보증채무의 소멸시효 기산을 동일하게 함으로써 보증인을 세운 목적을 관철하기 위하여 채권자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이 사건처럼 정리계획 소정의 변제기가 정리절차종결 후에 도래하는 경우에는 정리계획의 수행과 회사정리법의 규정에 의하여 생긴 효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정리계획에 의하여 정해진 변제기부터 주채무의 소멸시효가 진행함은 견해의 다툼이 없다. 따라서 민법 제440조가 회사정리절차에도 적용된다면 주채무와 보증채무 역시 정리계획에서 정하여진 변제기가 도래해야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고 해석함이 옳다. 만일 대상 판결을 따르면 주채무는 정리계획에 의하여 연기된 변제기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지만 보증채무는 정리절차 종결결정이 확정된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기산된다. 이는 보증채무만이 따로 시효소멸하는 결과를 방치하게 되는 것으로 대상판결이 적확하게 지적하는 민법 제440조의 입법취지에 명백히 어긋난다. 민법 제440조가 적용되는 한 정리절차참가로 인한 소멸시효의 중단이 재진행하는 시기도 주채무와 보증채무를 일치시키는 것이 일본의 통설이다. 4. 그 동안 학설이 주채무 면제형과 변제기 유예형을 구별하지 않고 논의하였으나 대법원이 유형을 나눈 점과 전자의 경우에는 정리계획 인가결정 확정시에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데에는 필자도 찬동한다. 그러나 변제기 유예형에 관하여 주채무와 보증채무의 소멸시효 재진행시기를 달리 취급하여 주채무에 대해서는 정리계획에서 정한 정리절차 종결결정 후에 도래하는 변제기에 소멸시효가 진행하지만 보증채무에 대해서는 정리절차 종결결정 확정시에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판시한 것에 반대한다. 일본의 통설 역시 인가 후에 정리절차가 폐지된 때에는 정리계획에 정하여진 변제기와 폐지결정시 중 늦은 시점부터 보증인에 대한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본의 회생갱생법이 임의적 파산선고를 규정한 것과 달리 구법 제23조는 계획인가 후 정리절차가 폐지되는 경우에는 직권으로 파산을 선고해야 하고 기한부채권이라도 파산선고시에 변제기에 이른 것으로 취급하기 때문에(구 파산법 제16조) 주채무와 보증채무 모두 정리계획에서 정하여진 변제기가 아니라 파산 선고시부터 소멸시효가 재진행한다. 대상판결의 논리는 민법 제440조와 구법 제240조 제2항의 입법취지를 오해한 것이다. 앞으로 대상판결과 선례들이 폐기되기를 바란다.
2009-04-06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의 의미
1. 사실관계 1) 원고 추OO, 김OO, 문OO는 학교법인 A학원의 이사들이었고, 원고 김OO, 우OO는 A학원의 감사들이었다. A학원이 운영하는 OO대학교의 총장 손OO이 교수임용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로 2004년 4월27일 구속된 것을 계기로 피고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2004년 6월21일부터 같은 해 7월8일까지 A학원과 OO대학교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후 2004년 9월15일 A학원에 거액의 교비자금의 법인회계로의 전출 등 여러 위법행위들이 있음을 지적하고 2004년 11월1일까지 피고가 요구하는 시정사항을 이행하고 위 기일까지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할 것임을 계고하였다. 2) 피고는 2004년 12월24일 A학원이 일부 시정 요구사항에 대하여는 이행하였지만 대부분의 시정요구사항이 이행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사립학교법 제20조의2에 의하여 원고들에 대한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하고, 사립학교법 제25조에 의하여 소외 김△△, 박△△, 오△△, 윤△△, 이△△, 최△△을 A학원의 임시이사로 임명하였다. 3) 원고들은 피고가 지시요구한 사항 중 상당한 부분은 단기간 내에 이행하기 어려운 것들로 불가능한 조치를 요구한 피고의 시정요구는 부당하며, 설령 피고의 시정요구가 적법하다 하더라도 원고들은 피고의 시정요구를 가능한 범위 내에서 모두 성실히 이행하였으며, 이 사건 교비회계의 불법집행은 원고들이 아닌 총장에 의하여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원고들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시정요구사항을 성실히 이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임원취임 승인취소처분에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원고들은 임원취임취소처분 및 임시이사선임처분에 대하여 서울행정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나 기각판결을 받았고(2006. 1.18, 2005구합3943)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였으나 마찬가지로 기각판결을 받았다( 2006. 11.14, 2006누5177).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대법원에 상고를 하였다. 원고들은 원심변론종결일 이전 또는 상고심에 이르러 모두 정식이사의 임기가 만료되었으며, 임시이사들 역시 원심별론종결일 이전에 임기가 만료되어 새로운 임시이사로 교체되었다. 2. 대법원 2007. 7.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판결의 요지 1) 제소 당시에는 권리보호의 이익을 갖추었는데 제소 후 취소대상 행정처분이 기간의 경과 등으로 그 효과가 소멸한 때, 동일한 소송 당사자 사이에서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 확인 내지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리고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단계적인 일련의 절차로 연속하여 행하여져 후행처분이 선행처분의 적법함을 전제로 이루어짐에 따라 선행처분의 하자가 후행처분에 승계된다고 볼 수 있어 이미 소를 제기하여 다투고 있는 선행처분의 위법성을 확인하여 줄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는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권리구제의 확대 등의 측면에서 여전히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2) 임시이사 선임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의 계속중 임기만료 등의 사유로 새로운 임시이사들로 교체된 경우,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효과가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보게 되면, 원래의 정식이사들로서는 계속중인 소를 취하하고 후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을 별개의 소로 다툴 수밖에 없게 되며, 그 별소 진행 도중 다시 임시이사가 교체되면 또 새로운 별소를 제기하여야 하는 등 무익한 처분과 소송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 법원이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을 긍정하여 그 위법성 내지 하자의 존재를 판결로 명확히 해명하고 확인하여 준다면 위와 같은 구체적인 침해의 반복 위험을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후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에서 기판력에 의하여 최초 내지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위법성을 다투지 못하게 함으로써 그 선임처분을 전제로 이루어진 후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효력을 쉽게 배제할 수 있어 국민의 권리구제에 도움이 된다. 3) 그러므로 취임승인이 취소된 학교법인의 정식이사들로서는 그 취임승인취소처분 및 임시이사 선임처분에 대한 각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고, 나아가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 도중에 선행 임시이사가 후행 임시이사로 교체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3. 문제의 제기 그동안 우리 행정소송법에서 가장 논란이 많이 되어 왔던 조항 중의 하나는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규정일 것이다.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은 “처분 등의 효과가 기간의 경과, 처분 등의 집행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멸된 뒤에도 그 처분 등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의 경우에는 또한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체계적으로 그리고 문언상으로 볼 때 동 조항은 이른바 실효된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 있어서 원고적격에 관한 규정으로 볼 수 있다. 즉 실효된 처분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원고적격은 부인되나 다만 그 처분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될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에게는 예외적으로 원고적격이 인정된다는 것이 법규정의 문언에 충실한 해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리적 해석을 따를 경우에 법리상으로 중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다수설과 판례는 행정소송법 제12조 전단의 법률상 이익을 “근거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보호되는 이익”(법률상 이익구제설)으로 보아 이러한 이익이 인정되는 경우에 원고적격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실효된 처분에 있어서는 이러한 근거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은 원칙적으로 부인되어지고 예외적으로만 인정될 수 있다는 의미인가? “근거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이 보호규범이론에 따라 개인적 공권의 개념에 해당된다면(憲裁決 1998. 4.30, 97헌마141 ; 鄭夏重, 獨逸公法學에 있어서 權利의 槪念, 行政法硏究 6호, 2000. 10, 30면 이하 참고), 이미 실효된 처분에 있어서는 원고의 권리가 원칙적으로 침해되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그러나 이미 강제집행된 위법한 철거명령 및 기간이 경과된 영업허가의 위법한 정지처분, 집회의 위법한 해산명령 등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실효된 위법한 처분에 의하여도 상대방의 권리가 얼마든지 침해될 수 있음은 자명하다. 문언에 충실한 해석을 할 경우에 나타나는 이러한 왜곡을 피하기 위하여 판례와 학설은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을 취소소송의 원고적격에 관한 규정이 아니라 권리보호의 필요에 관한 규정으로 보고 있다. 즉 원고는 실효되지 않은 처분과 마찬가지로 실효된 처분에 의하여 근거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만 원고적격을 인정받는다. 다만 이미 처분이 실효되어 그의 취소는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되어 각하판결을 받게 될 수 밖에 없지만, 예외적으로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에 따라 “취소로 인하여 회복될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권리보호의 필요가 인정되어 본안판단을 받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鄭夏重, 行政法槪論, 737면). 그러나 이로부터 또 다른 의문점이 발생된다. 과연 실효된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은 가능한 것일까? 또한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은 전단과 동일하게 해석되어야 할 것인가? 4. 종래 판례의 입장 종래 판례는 12조 후단의 소송은 처분이 실효되었다고 할 지라도 여전히 취소소송의 성격을 갖는다는 입장을 고수하여 왔으며, 아울러 동 규정상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을 전단과 동일하게 파악하여 “근거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 이익”으로 판시하여 왔다. 이와 같은 판례의 입장은 결과적으로 실효된 처분의 있어서 소의 이익을 인정하는데 상당히 인색할 수 밖에 없다. 판례는 인·허가처분의 취소나 철회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한 경우에 당해 처분의 존속기간이 도과된 경우에는 일관되게 소의 이익을 부인하여 왔다(大判 2001. 2.23, 200두9472 ; 1995. 7.11, 95누4568 ; 1993. 7.27, 93누3899 ; 1991. 7.23, 90누6651). 또한 행정처분이 그 집행에 의하여 또는 공사 등의 완료로 인하여 그 목적으로 달성한 경우에는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소멸된다는 것이 일관된 판례의 입장이다(大判 2007. 4.26, 2006두18409 ; 1996. 11.29, 96누9768 ; 1994. 1.14, 93누20481). 그리고 판례는 일련의 절차에 따라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행하여지는 경우에 선행처분이 실효하는 경우, 또는 두개의 행위가 결합하여 법률효과가 완성되는 경우에는 그 선행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은 소멸한다는 입장을 취하여 왔다(大判 1999. 10.8, 99두6873; 1999. 10.8, 97누12105). 대법원은 자격정지처분의 취소청구에 있어서 그 정지기간이 경과된 이상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이익이 없고 설사 그 처분으로 인하여 명예, 신용 등의 인격적 이익이 침해되어 그 침해상태가 자격정지기간 경과 후까지 잔존하더라도 이와 같은 불이익은 동 처분의 직접적인 효과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소의 이익을 부정하였다(大判 1978. 5.8, 78누72). 5. 판례의 변화 그러나 최근에 들어와 판례의 태도는 상당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대법원은 제재적 처분기준이 시행규칙으로 규정된 경우, 그 기준은 행정규칙의 성격을 갖는다는 이유로 제재적 취소소송에 제기된 이후에 제재처분의 기간이 경과되어 처분의 효력이 소멸된 경우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일관되게 판시하여왔으나(大判 1988. 3.29, 87누1230 ; 1986. 7.8, 86누281 ; 1995. 10.17, 94누14148), 2006. 6.22. 선고 2003두1684 전원합의체판결에서는 제재적 처분의 기준의 법적 성질이 법규명령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담당공무원은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으므로 그 처분의 존재로 인하여 장래에 받을 불이익, 즉 후행처분의 위험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는 이유로 법률상 이익을 인정하여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였다. 한편 대법원은 종래 학교법인의 임원취임승인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서 이사의 임기가 만료된 경우에 임원취임승인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는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판시하여 왔다(大判 1995. 3.10, 94누8914 ; 1997. 4.25, 96누9171 ; 1999. 6.11, 96누10614 ; 2003. 3.14, 2002두 10568 ; 2003. 10.24. 2003두5877). 또한 학교법인의 이사에 대한 취임승인이 취소되고 임시이사가 선임된 경우 그 임시이사의 재직기간이 지나 다시 임시이사가 선임되었다면 당초의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은 마찬가지로 법률상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大判 2002. 11.26, 2001두2874). 그러나 위 대법원 2007. 7.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제소당시에는 권리보호의 이익을 갖추었는데 제소후 취소대상 행정처분이 기간의 경과 등으로 그 효과가 소멸한 때, 동일한 소송당사자 사이에 동일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 확인 내지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리고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단계적인 일련의 절차로 연속하여 행하여져 후행처분이 선행처분의 적법함을 전제로 이루어짐에 따라 선행처분의 하자가 후행처분에 승계된다고 볼 수 있어 이미 소를 제기하여 다투고 있는 선행처분의 위법성을 확인하여 줄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는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권리구제의 확대 등의 측면에서 여전히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고 판시하면서 취소소송의 제기후에 임기가 만료된 사립학교임원의 소의 이익을 인정하였다. 이와 같은 판례의 태도는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을 전단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과 동일하게 보아왔던 종전의 입장과 현저한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하겠다. 특히 위 전원합의체판결은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을 독일 행정법원법 제113조 제1항 제4호의 계속확인소송의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의 개념에 상당히 접근시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변화는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소송의 성격과 법률상 이익의 개념에 대한 새로운 정향점을 마련하고 있다. 6. 결어 생각건대 근래의 유력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鄭夏重, 行政法槪論, 739면 ; 洪準亨, 行政救濟法 374면),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성격은 취소소송의 성격을 갖는 것이 아니라, 위법확인소송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비록 행정소송법 제12조 제2문은 처분 등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될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 당해 처분은 이미 효력이 소멸되어 취소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며, 따라서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인용판결을 받는다고 하여도 실질적으로는 당해 처분의 위법성의 확인판단을 받는 것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행정소송법 제12조 제2문에 의한 소송은 독일행정소송법 제113조 제1항 제4문에서 규정한 계속확인소송의 성격과 유사한 소송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제12조 제1문의 소송과 제12조 제2문의 소송은 그 목적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제12조 제2문의 법률상 이익은 독일행정소송법 제113조 제1항 제4문과 같이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에는 법으로 보호하는 이익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익은 물론 정신적 이익(ideele)을 포함하여 모든 법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 법률상 이익을 이와 같이 전향적으로 해석할 경우에 지금까지 소의 이익이 부정되어 각하판결을 받았던 대부분의 경우는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이 인정되어 본안판단을 받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인·허가처분의 위법한 취소나 철회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한 경우에 당해 처분의 존속기간이 도과된 경우에도 당해 처분의 위법확인의 판결은 원고에게 소송비용의 부담을 면하게 할 뿐 아니라, 판결의 기판력은 이후에 있을 국가배상청구소송에 있어서 원고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법적 지위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정당한 이익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실효된 처분의 차별적인 효과에 의하여 명예나 신용이 훼손된 경우에도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즉시강제의 경우에도 반복되는 위험의 방지를 위하여 소의 이익이 인정될 것이다. 종래의 판례의 소극적인 입장은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이 전단과 동일하게 “법률상 이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서 주로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국회에 제출되었던 행정소송법개정안 역시 현행법과 동일한 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에 대한 재고가 요구된다. 취소소송의 판결부분에 “ 처분 등의 효과가 기간의 경과, 처분 등의 집행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멸된 뒤에서, 법원은 원고의 정당한 이익이 있는 한 원고의 신청에 따라 당해 처분이 위법하였음을 선고한다”라는 조문을 설치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개선방안이 될 것이다.
2008-10-09
법규명령·행정규칙 구별에 관한 대법원의 실질적 판례변경
Ⅰ. 사실관계 (1) 원고는 울산역에서 출발하여 덕현(석남사)까지 가는 시내버스노선을 운행하는 울산광역시 시내버스운송사업자이고,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들은 피고(경상남도지사)로부터 각 노선여객자동차운송사업면허를 받아 시외버스운송사업을 하는 사업자들이다. (2) 피고는 1999. 4. 23.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11조 제1항에 따라 ① 참가인 A버스 주식회사 및 주식회사 B(이하 ‘A버스’, ‘세원’이라 한다)에 대하여는 기점은 울산, 종점은 밀양, 거리는 86.1㎞ 또는 86.3㎞, 횟수는 3회로, ② 참가인 C여객자동차 주식회사(이하 ‘C여객’이라 한다)에 대하여는 기점은 밀양, 종점은 울산, 거리는 86.1㎞, 횟수는 3회로, ③ 참가인 D여객 주식회사(이하 ‘D여객’이라 한다)에 대하여는 기점은 밀양, 종점은 울산, 거리는 86.3㎞, 횟수는 3회로, 각 변경하는 내용의 시외버스운송사업계획변경인가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Ⅱ. 당사자의 주장 (1) 피고는 위와 같은 경위로 한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주장한다. (2) 원고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① 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11조 제4항에 의하여 사업계획변경의 기준을 정하고 있는 법시행규칙(1999. 12. 16. 건설교통부령 제2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제2항 제1호에 의하면, 시외버스운송사업의 노선 및 운행계통을 신설하고자 하는 때에는 운행횟수를 4회 이상으로 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처분으로 인가된 사업계획변경은 실질적으로는 노선을 신설하는 경우에 해당함에도, 기존 4회로 인가받은 운행횟수를 1회 또는 3회로 감축하는 것이다. ② 법시행규칙 제31조 제2항 제2호는 노선 및 운행계통을 연장하고자 하는 때에는 그 연장거리는 기존운행계통의 50% 이하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처분으로 인가된 사업계획변경은 기존운행계통의 거리를 위 기준인 50%를 훨씬 넘게 연장하는 것이다(이하 생략). Ⅲ. 원심판결(부산고법 2003. 4. 11, 2002누5283)의 요지 (1) 법시행규칙 제31조는 건설교통부령의 형식으로 시외버스운송사업의 사업계획변경에 관한 처분을 함에 있어 그 사무처리기준과 처분절차 등을 규정한 것으로서 행정조직 내부에 있어서의 행정명령의 성격을 지닐 뿐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힘이 없다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5. 10. 17. 선고 94누1414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 처분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법시행규칙 제31조의 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위법의 문제는 생기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 따라서 법시행규칙 제31조가 이와 달리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힘이 있는 법규명령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2)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함을 전제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할 것인 바, 이 사건 소가 부적법하다고 하여 이를 각하한 제1심 판결(창원지방법원 2000. 7. 6 선고 2000구588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나 원고만 항소하였으므로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을 적용하여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판결한다. Ⅳ. 상고심판결(2003두4355)의 요지 (1) 이 사건에 적용되는 구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2000. 1. 28. 법률 제62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11조 제1항은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의 면허를 받은 자가 사업계획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는 건설교통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4항은 사업계획변경의 절차·기준 기타 필요한 사항은 건설교통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며, 법 시행규칙(1999. 12. 16. 건설교통부령 제2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1조 제2항은 “시외버스운송사업의 사업계획변경은 다음 각 호의 기준에 의한다. 1. 노선 및 운행계통을 신설하고자 하는 때에는 운행횟수를 4회 이상으로 할 것 2. 노선 및 운행계통을 연장하고자 하는 때에 그 연장거리는 기존 운행계통의 50퍼센트 이하로 할 것 (중략) 6. 제32조 제1항 제3호 (가)목의 규정에 의한 운행횟수의 증감을 초과하는 경우로서 2 이상의 시·도에 걸치는 운행횟수의 증감은 관련 시외버스운송사업자 또는 관할 관청이 참여하여 당해 운행계통에 대한 수송수요 등을 조사한 후에 변경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법 시행규칙 제31조 제2항 제1호, 제2호, 제6호(이하 ‘이 사건 각 규정’이라 한다)는 법 제11조 제4항의 위임에 따라 시외버스운송사업의 사업계획변경에 관한 절차, 인가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으로서, 대외적인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이라고 할 것이고(대법원 1996. 6. 14. 선고 95누17823 판결, 1997. 5. 16. 선고 97누2313 판결 참조), 그것을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규정한 행정규칙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인정하는 바와 같이 피고가 이 사건 시외버스운송사업계획변경인가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함에 있어서 이 사건 각 규정에서 정한 절차나 인가기준 등을 위배하였다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함을 면하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원심이 들고 있는 대법원 1995. 10. 17. 선고 94누14148 전원합의체 판결은 제재적 행정처분의 기준에 관한 것으로서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여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함을 지적해 둔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각 규정이 행정규칙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처분이 위 각 규정에 위배되었다고 하더라도 위법의 문제는 생기지 아니한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는 이 사건 각 규정의 법규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판결한다. Ⅴ. 평 석 1. 쟁점의 소재 이 사건에서 문제의 법시행규칙(건설교통부령)에 대하여 원심(부산고법)은 “행정조직 내부에 있어서의 행정명령의 성격을 지닐 뿐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힘이 없다, 즉 법규명령의 성질을 가지지 않는다”고 판시한 데 대하여, 상고심(대법원)은 “대외적인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이라고 할 것이고… 그것을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규정한 행정규칙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즉, ‘위임명령으로서의 부령’의 법적 성질에 대하여, 원심과 상고심이 견해를 달리 하고 있는 것이다. 2. 대법원의 실질적 판례변경 대법원은 그동안 수많은 ‘위임명령으로서의 부령’에 대하여 “대외적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이 아니라,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이 있는 행정규칙(행정명령)에 불과하며, 따라서 행정기관이 그에 위반하더라도 위법이 아니다”라는 태도를 견지해 왔으며, 같은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면 법규명령인데, 부령으로 정하면 행정규칙(행정명령)의 성질을 가진다는 식의 납득하기 어려운 판례(대법원 1997. 12. 26선고 94누14148판결)를 남겨 놓은바 있다. 그리고 그 점이 다수 학설에 의한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상세는 김남진·김연태, 行政法Ⅰ, 제11판, 2007, 162면이하 참조). 이 사건에서 원심이 문제의 부령(건설교통부령)에 대하여 ‘행정규칙’으로 판시한 것은 그동안의 대법원의 주된 판례의 경향에 입각한 것으로 판단된다. 원심이 원용한 대법원 판결(94누14148)에 대해 대법원이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여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함을 지적해 둔다”고 판시하고 있으나, 설득력을 결하고 있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이 사건에서 법규명령·행정규칙 구별에 관하여 대법원이 “실질적인 판례변경”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후의 판례에 대하여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아쉬운 것은 대법원이 전원합의부를 통해 “판례변경”을 명시하지 않은 점이다.
2007-07-05
건물공사 중 건축주가 변경된 경우 건물 소유권의 원시취득 시기
Ⅰ. 사실관계 대상 판결에서 문제가 된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18층의 아파트 및 판매시설인 소위 주상복합건물로서, 피고 주식회사 동신주택이 1992. 2.경 6층 골조공사까지 마친 후 부도가 나서 공사가 중단되었다. 1992. 9.경 소외 주식회사 백상주택건설이 매매대금을 건물 완공 후 아파트 일부에 대한 소유권을 피고 동산주택에게 이전해 주는 것으로 갈음하기로 하고 신축 중인 이 사건 건물을 인도받아 공사를 진행하다가 다시 부도가 나 위 약정기한까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1994. 4. 피고 동신주택은 이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하였다. 백상주택건설은 매매계약 해제에도 불구하고 계속 공사를 진행하다 1994. 10.경 공사를 중단하였다. 백상주택건설의 공사 중단 당시 이 사건 건물 중 18층 구조의 좌측 부분은 18층까지 골조공사, 17층 일부 벽면까지 조적공사, 16층 일부까지 미장공사가 되어 있었고, 7층 구조의 우측 부분은 7층까지의 골조 및 조적공사, 지붕 및 옥상공사가 되어 있었으나, 18층 구조의 좌측 부분의 옥상 지붕공사, 17층 일부 및 18층 전체의 조적공사는 되어 있지 않았고, 건물 전체적으로 일부 배선설비 외에는 전기설비공사가 대부분 시공되지 않았고, 외장 및 실내공사, 난방, 상·하수도 배관설비공사 등은 전혀 시공되지 아니한 상태였다. 원고 주식회사 삼원주택은 1998. 8. 28. 피고 동신주택으로부터 위와 같은 상태에 있던 이 사건 건물을 양수받아 이 사건 건물 공사를 재개하여 18층 지붕공사 및 17층까지를 포함한 조적공사 및 전체 건물의 외장공사 및 실내공사 등 전체적인 잔여 공사를 시행해 이 사건 건물을 완공했다. Ⅱ. 대상 판결의 요지 건물이 설계도상 처음부터 여러 층으로 건축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고 그 내용으로 건축허가를 받아 건축공사를 진행하던 중에 건축주의 사정으로 공사가 중단되었고 그와 같이 중단될 당시까지 이미 일부 층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둘레 벽이 완성되어 그 구조물을 토지의 부합물로 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제3자가 이러한 상태의 미완성 건물을 종전 건축주로부터 양수해 나머지 공사를 계속 진행한 결과 건물의 구조와 형태 등이 건축허가의 내용과 사회통념상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정도로 건물을 축조한 경우에는, 그 구조와 형태가 원래의 설계 및 건축허가의 내용과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건물 전체를 하나의 소유권의 객체로 보아 그 제3자가 그 건물 전체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다고 보는 것이 옳고, 건축허가를 받은 구조와 형태대로 축조된 전체 건물 중에서 건축공사가 중단될 당시까지 기둥과 지붕 그리고 둘레 벽이 완성되어 있던 층만을 분리해 내어 이 부분만의 소유권을 종전 건축주가 원시취득한다고 볼 것이 아니다. 또한, 구분소유가 성립하는 시점은 원칙적으로 건물 전체가 완성되어 당해 건물에 관한 건축물대장에 구분건물로 등록된 시점이라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9. 9. 17. 선고 99다1345 판결 등 참조), 건축공사가 중단될 당시까지 종전 건축주에 의하여 축조된 미완성 건물의 구조와 형태가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Ⅲ. 미완성 건물의 완성과 소유권 귀속에 관한 종전 판례 1. 종전 판례의 일반적인 법리 건축주의 사정으로 건축공사가 중단되었던 미완성의 건물을 양도받아 나머지 공사를 마치고 완공한 경우, 공사가 중단된 시점에서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이라고 볼 수 있는 형태와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면 원래의 건축주가 그 건물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다(대법원 1993. 4. 23. 선고 93다1527·1534 판결, 대법원 1997. 5. 9. 선고 96다54867 판결, 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다26194 판결,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0다16350 판결 등 다수). 이때 사회 통념상 독립된 건물이라 하기 위하여는 최소한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주벽이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1986. 11. 11. 선고 86누173 판결, 대법원 1996. 6. 14. 선고 94다53006 판결, 대법원 2001. 1. 16. 선고 2000다51872 판결,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1592 판결 등 다수). 2. 건축허가상 계획된 건물 일부의 기둥·주벽·슬라브 등이 완성된 구체적 사례 종전에 대법원은 건축허가상 계획된 건물의 일부만이 기둥·주벽·지붕이 건축되었을 때 그 건물이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그 건물의 일부도 원래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다며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이 사건 공작물은 위 경락 당시 지하 1, 2층 및 지상 1층까지의 콘크리트 골조 및 기둥, 천장(슬라브)공사가 완료되어 있고, 지상 1층의 전면(남쪽)에서 보아 좌측(서쪽) 벽과 뒷면(북쪽) 벽 그리고 내부 엘리베이터 벽체가 완성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공작물은 최소한의 지붕과 기둥 그리고 주벽(主壁)이 이루어졌다고 할 것이어서 미완성 상태의 독립된 건물(원래 지상 7층 건물로 설계되어 있으나, 지상 1층만으로도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구조임이 분명하다)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1. 1. 16. 선고 2000다51872 판결) 「지하 3층 지상 12층의 주상복합건물을 신축 중 부도로 공사가 중단된 후 신축 건물이 경락된 경우 신축 건물이 경락대금 납부 당시 이미 지하 1층부터 지하 3층까지 기둥, 주벽 및 천장 슬라브 공사가 완료된 상태이었을 뿐만 아니라 지하 1층의 일부 점포가 일반에 분양되기까지 하였다면, 비록 토지가 경락될 당시 신축 건물의 지상층 부분이 골조공사만 이루어진 채 벽이나 지붕 등이 설치된 바가 없다 하더라도, 지하층 부분만으로도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신축 건물은 경락 당시 미완성 상태이기는 하지만 독립된 건물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1592, 21608 판결) Ⅳ. 대상 판결의 검토 대상 판결은 건물이 건축허가 및 설계도상 여러 층으로 건축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을 경우에는 제3자가 미완성 건물을 양수하여 건축허가의 내용과 사회통념상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정도로 건물을 축조하였을 때 그 구조와 형태가 원래의 설계 및 건축허가의 내용과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건물 전체를 하나의 소유권의 객체로 보아 그 제3자가 그 건물 전체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판시하여, 건물의 일부만이 기둥·주벽·지붕이 건축되었을 때 그 건물이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그 건물의 일부도 원래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다는 위의 종전 판례들과는 배치되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1592, 21608 판결은 주상복합건물에 대한 것으로 건축주가 1회 변경된 사안으로 대상 판결의 경우 건축주가 2회 변경된 것을 제외하면 그 사실관계가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한편 대상 판결의 원심 판결은 일반적인 독립건물과 각 구분소유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집합건물의 경우를 나누어서 일반적인 독립건물의 경우에는 종전의 판례와 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으나, 각 구분소유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집합건물의 경우에는, 집합건물에서의 ‘독립한 건물’의 개념은 1동의 건물 전체가 독립한 부동산으로서의 건물의 요건을 갖추어야 할 뿐만 아니라, 구분소유권의 목적인 각 세대별 구분건물 부분도 독립한 건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구조상·이용상의 독립성이나 개별성을 갖춘 후에야, 비로소 집합건물로서 ‘독립한 건물’의 물리적 완성도를 갖추었다고 보아야 한다며 집합건물의 경우에 있어서는 결론적으로는 대상 판결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대상 판결은 일반적인 독립건물과 집합건물의 경우를 나누지 않고 여러개의 층으로 건축될 예정인 모든 건물에 적용되는 일반론을 펼친 것이다. 또한 대상 판결은 구분소유가 성립하는 시점은 원칙적으로 건물 전체가 완성되어 당해 건물에 관한 건축물대장에 구분건물로 등록된 시점이라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9. 9. 17. 선고 99다1345 판결 등 참조), 건축공사가 중단될 당시까지 종전 건축주에 의하여 축조된 미완성 건물의 구조와 형태가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대상 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1999. 9. 17. 선고 99다1345 판결)은 집합건물의 어느 부분이 전유부분인지 공용부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에 관한 것으로 건물의 소유권의 귀속시기에 기준이 되는 판결이라 할 수 없다.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되는 건물이 건축물대장에 구분건물로 등록되려면 건물이 완공되어 사용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대상 판결의 논리에 의하면 건물을 완벽하게 완성하여 사용승인을 받은 시점의 건축주가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되어 건물의 기둥, 벽, 보, 지붕 등이 완성되어 그 구조물을 토지의 부합물로 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에는 독립한 부동산으로 보아 그 당시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다는 종전의 판례 이론이 성립할 여지가 없게 된다. Ⅴ. 결론 대상 판결은 여러 개의 층으로 건축될 예정이었던 건물의 건축주가 변경되었을 경우에 원시취득자에 대한 종례의 대법원 판례들과는 배치되며, 집합건물의 경우에 관한 것으로 대상 판결과 유사한 사안에 관한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1592, 21608 판결을 폐지하지 않았다. 건축허가의 내용과 동일한 정도의 건물을 완성한 건축주가 건물 전체를 원시취득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인지, 아니면 공사가 중단된 시점에서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을 그 당시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인지는 변경된 여러 건축주들 중 누구의 보호가 아니라, 제3자, 즉 건축주의 채권자 보호에 관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대상 판결과 같이 건축허가의 내용과 사회통념상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정도로 건물을 축조한 경우 건물 전체를 원시취득한다고 본다면 건물의 상당 부분을 완성하였던 당시의 건축주의 채권자가 민사집행법 제81조 제1항 제2호, 제291조에 의하여 미완성인 미등기 건물을 압류 또는 가압류하여 부동산등기법 제134조에 의하여 소유권의 처분제한의 등기촉탁에 의하여 처분제한의 등기를 명하는 재판에 의한 소유권의 등기가 경료되었다 하더라도, 원래의 건축주가 미완성인 건물을 제3자에게 양도하여 제3자가 건물을 완성하였을 때 건물을 양도받아 완성한 제3자가 원시취득하게 된다. 이에 따라 원래의 건축주는 미완성 건물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 것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처분제한의 뜻이 기재된 소유권의 등기는 말소되어야 한다. 이런 결과는 원래의 건축주의 채권자에게 뜻하지 않은 피해를 주게 될 뿐만 아니라, 원래의 건축주가 이러한 결과를 노리고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건물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방법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 따라서, 대상 판결의 경우에 건물의 원시취득의 시기를 종전 판례와 마찬가지로 건물 공사가 중단된 때 이미 일부 층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둘레 벽이 완성되어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이라고 볼 수 있는 형태와 구조를 갖추고 있었던 부분은 그 당시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 것이나, 건물 완성 당시의 건축주에게 양도된 것으로 이론 구성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또한 일부 완성된 건물이 소유권의 처분제한의 등기를 명하는 재판에 의한 소유권의 등기가 경료된 후 그 원시취득자인 피고가 이를 원고에게 양도한 후 위 소유권보존등기에 터잡아 소유권을 양도받은 다른 피고들에 대하여는 원심에서의 원고의 예비적 청구원인과 같이 원래의 건축주와 피고들의 배임행위에 기한 등기로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이거나,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는 계약에 기한 등기로 민법 제108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라고 이론 구성을 하면 대상 판결과 그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이론 구성을 한다면 종전의 판례의 이론과도 배치되지 않고 원래의 건축주의 일부 완성된 건물의 압류·가압류 채권자도 보호될 것이다. 또한 원래의 건축주의 채권자가 일부 완성된 건물을 압류·가압류하였다 하더라도 미완성건물을 양수받는 자는 부동산등기부에서 처분제한의 등기를 명하는 재판에 의한 소유권의 등기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건물의 매매과정에서 매매대금의 정산시 불이익을 입지 않을 것이다. 대상 판결은 사실상 종례의 판례를 변경한 것이나, 종례의 판례를 폐지하지 않았으므로 앞으로 여러 개의 층으로 건축될 예정이던 건물의 건축주가 변경되는 사안의 경우 어느 대법원 판례를 따라야 할지 혼란을 가져오게 되었다. 따라서, 향후 유사 사례에 있어서 대법원이 명확하게 이론을 정리하기를 기대한다.
2007-02-22
제조물책임법상 설계상의 결함
[판결요지] [1] 일반적으로 제조물을 만들어 판매하는 자는 제조물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재의 기술 수준과 경제성 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하여야 하고, 이러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그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그와 같은 결함 중 주로 제조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 즉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지 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2] 제조업자 등은 표시상의 결함(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고, 그와 같은 결함이 존재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1. 사실관계 주식회사 대한항공 소속 헬기의 조종사들이 시계가 불량한 관계로 시계비행방식을 포기하고 계기비행방식으로 전환하여 기온이 영하 8°C 까지 내려가는 고도 6,000피트 상공을 비행할 때 피토트 튜브(pitot/static tube, 動靜壓管)의 결빙을 방지하기 위한 피토트 히트(pitot heat)를 작동시키지 아니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피토트 튜브가 얼어 헬기의 실제 속도와 달리 속도계에 나타나는 속도가 감소하고, 또한 속도계와 연동하여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태빌레이터(stabilator)의 뒷전이 내려가면서 헬기의 자세도 앞쪽으로 기울어졌으나 조종사들이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속도계상 헬기의 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속도를 증가시키려고 출력을 높임으로써 헬기가 급강하하게 되었으며, 조종사들이 뒤늦게 헬기의 자세를 회복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헬기의 주회전날개 중 하나가 후방 동체에 부딪혀 헬기가 추락하게 되었다. 피해자들은 대한항공(주)에 대하여 제조물에 대한 설계상의 결함 등을 이유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주요쟁점은 제조물의 결함 존재 여부였고, 원심은 설계상의 결함 존재에 대한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으며 대법원에서도 판결요지에서 보는 이유로 설계상의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통상적인 안전성을 갖추었다고 하면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하였다. - 판 결 요 지 - 제조물의 설계상 결함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장단점 등 여러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 - 평 석 요 지 - 제조물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제조자의 기대 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 책임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제조물책임법 제정이후 설계상의 결함으로서 '합리적 대체설계'의 판단기준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2. 제조물책임과 결함 제조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전제로 하지 않는 엄격책임으로서의 제조물책임은 불법행위법의 특별법으로서 제조물책임법(2000.1.12. 법률 제6109)의 제정으로 새로이 도입되었고 같은 법 부칙 규정에 의하여 2002.7.1. 이후 공급된 제조물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어서 이 사건 헬기에는 적용될 여지는 없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의 시행 후의 판단이기 때문에 제조물책임법상의 결함에 대해 염두에 두고 판단하였으리라고 생각된다. 같은 법에서는 결함의 종류로 제조상의 결함과 설계상의 결함, 표시상의 결함을 규정하고, 결함이란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위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설계상의 결함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이다. 설계상의 결함에 대하여 제조물책임법 제2조 제2호 나목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당해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할 때는 어떤 면에서 ‘합리적인 대체설계’라고 평가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할 것이며, 합리적인 대체설계가 거의 유일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체설계에도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와 합리적인 대체설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결함이 부정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제조물책임법은 제조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 유무와는 관계없이 제조물의 결함만 존재하면 제조업자는 무과실책임으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제조물에 결함이 있고 그 결함으로 인하여 피해(확대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해당 제조물의 제조업자는 책임을 지게 된다. 제조물책임법은 제2조에서 결함을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이어서 제조상의 결함, 설계상의 결함, 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해 각각 정의하고 있는데 결함의 판단기준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3. 결함의 판단기준 제품의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표준일탈기준, 소비자기대수준, 위험효용기준, 바커기준(Barker test) 등이 있다. 소비자기대기준은 소비자가 통상적으로 기대하는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에 결함의 존재를 인정한다. 누가 통상적인 소비자인가가 문제되는데, 그 사회의 통상적인 지식을 구비한 자를 말한다. 따라서 합리적인 소비자가 제조물의 위험한 상태를 예견하고 그로부터 발생가능성 있는 사고의 위험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경우에 부당하게 위험한 제조물이 되지 않게 된다. 예컨대 예리한 칼과 같이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는 판단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기대수준은 그 기준이 애매하고 주관적이어서 결함판단기준으로서나 책임의 근거로서 그 가치가 점점 감소되고 있으며, 제조자가 명시적·묵시적으로 표시한 제조상의 결함에 적용되고 있을 뿐이다. 소비자기대수준은 현재 독자적인 기준은 되지 않고 위험효용기준의 한 요소로서 이용되고 있다. EC지침은 소비자기대기준을 채택하고 있다(EC지침 제6조). 결함의 판단기준에서 특히 논쟁이 되고 있는 것은 설계상의 결함과 경고상의 결함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다. 위험·효용기준은 제조물의 위험성과 효용성을 비교하여 위험성이 효용성을 능가할 때 그 제품이 결함이 있다고 한다. 위험?효용기준은 결함판단기준으로서 현재 미국 법원의 압도적 견해이다. 바커기준은 캘리포니아 최고법원이 1978년 바커사건에서 엄격책임에 있어서의 ‘부당한 위험’이라는 요건을 배제하면서 새로운 ‘결함의 판단기준’을 보인 것에서 유래한 기준이다. 동법원은 ① 의도된 방법 또는 합리적으로 예상 가능한 방법에 의한 제품사용에 관하여 그 제품이 소비자가 기대하는 통상의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었다는 것을 원고가 입증, ② 제품의 설계가 손해의 원인임을 원고가 입증, ③ 현재의 설계에 의해 초래되는 위험의 중대성 및 개연성, ④ 안전한 대체설계의 기술적 가능성, ⑤ 개선설계에 소요되는 비용, ⑥ 대체설계에 의해 제품 및 소비자에게 생기는 악영향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것을 고려한 후 현재 사용 중인 설계에 의한 이익이 그 설계에 본래 따르는 위험을 상회한다는 사실을 피고가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설계상의 결함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바커기준은 1차적으로는 소비자기대기준을 고려하고, 이러한 소비자기대기준으로 결함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2차적으로 위험·효용기준을 채택한 것이다. 4. 제조물책임의 결함에 대한 종전 판례의 태도 종전 우리나라의 판례는 제조물책임과 관련하여 과실 책임에 근거한 불법행위의 범위를 이탈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견지해왔고, 결함의 개념이나 유형, 결함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사례를 찾기도 어려웠다. 다만 결함에 대하여 대법원은 1992년 변압변류기 폭발사건에서 “제품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 또는 하자로 인해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제조업자는 계약상의 배상의무와 별개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대판 1992.11.24, 92다18139). 또한 1995년의 TV 폭발사건(속초지방법원 1995.3.24, 94가합131)에서는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라고 하여, 결함판단기준에 관하여 표면상으로 소비자기대수준을 언급하였다. 우리나라는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고 그에 관한 소송도 그렇게 많지 않고 아직까지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된 판례도 축적되어 있지 않아서 이번 판결이 향후 제조물책임에서 설계상의 결함에 대한 하나의 잣대 역할을 하리라 본다. 5. 대상판결의 검토 대상판결은 설계상 결함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통념에 비춰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판결에서의 제조물은 제조물책임법 이전에 공급된 것이어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의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제조자의 기대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 책임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제조물책임법 제정 이후 설계상의 결함으로서「합리적 대체설계」의 판단기준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은 2002.7.1. 이후 공급된 제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제조물 계속 감시의무(동법 제4조 제2항)가 동법 시행 이전에 판매된 제품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가 검토되어야 한다. 제조물 계속 감시의무는 제조자가 부담하는 안전에 대한 기본의무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으므로 제조물책임법 시행 전에 판매된 제품에 관하여도 이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합리적’이라는 용어 속에는 합리적 인간의 행동관점에서 대체설계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고, 또한 합리적인 대체설계라는 것은 결국 위험과 효용을 비교형량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기준에 의한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함에는 몇 가지의 요소들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대체설계의 효용성의 문제로서 효용성이 우수하다면 해당제조물에 다소의 결함이 있다고 하여도 이를 결함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지시·경고상의 결함의 문제가 된다. 둘째, 개발위험의 항변과 관련하여 대체설계는 당시의 최고수준의 기술적 가능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 대체설계에 소요되는 비용을 고려하여야 한다. 기술적으로 대체설계의 채용이 가능하다고하여도 경제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넷째, 대체설계에 따른 새로운 위험에 대해서도 평가하여야 한다. 다섯째, 해당 제품에 부착된 지시 및 경고의 정도도 고려하여야 한다. 설계상의 위험에 대한 결정 여부는 제조물의 위험성과 효율성을 비교·교량하여 결정하는 위험·효용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고, 결함 있는 제품을 공급한 제조자에 대한 비난가능성은 개발, 설계과정에서부터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거래의무에 대한 위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험효용기준에 관해 제품의 효용이 위험을 상회하는데 따른 입증책임은 제조자 측에서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설계상의 결함은 제조상의 결함과는 다른 별도의 이익과 불이익의 평가가 요구되고, 이는 과실에 근거한 책임과 동일한 일반적인 목표를 성취한다고 설명되기도 하는 것이다.
2004-02-09
건축물의 무단 용도변경과 개정건축법의 시간적 적용범위
[원심판결요지] 원심은, 피고인이 1995년 8월경 근린생활시설의 일부를 관리사무실로 용도를 무단 변경하여 사용한 행위는 구 건축법(1997. 12. 13. 법률 제54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8조 제1항, 제8조 제1항, 제14조에 의하면 법정형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되어 있어 형사소송법 제250조, 제249조 제1항 제5호, 형법 제50조에 의하여 공소시효가 3년임을 알 수 있고, 건축법상의 허가 없이 용도변경하는 죄는 용도를 변경하는 행위시점에서 범죄가 성립, 완성되는 卽時犯으로서 공소시효도 바로 그 시점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위 공소가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로부터 3년이 이미 경과한 2000. 5. 31. 제기되었음이 명백하여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3호의 공소시효가 완성된 때에 해당하여 면소를 선고하였다. [판결요지] 건축법상 허가를 받지 아니하거나 또는 신고를 하지 아니한 경우 처벌의 대상이 되는 건축물의 용도변경행위(1999. 2. 8. 법률 제5895호로 건축법이 개정되면서 건축물의 용도변경에 관하여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되었다)는 유형적으로 용도를 변경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까지를 포함하며, 이와 같이 허가를 받지 아니하거나 신고를 하지 아니한 채 건축물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는 繼續犯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어서 허가 또는 신고 없이 다른 용도로 계속 사용하는 한 가벌적 위법상태는 계속 존재하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그러한 용도변경행위에 대하여는 공소시효가 진행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繼續犯의 경우 실행행위가 종료되는 시점에서의 법률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나, 법률이 개정되면서 그 부칙에서 ‘개정된 법 시행 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는 경과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 개정된 법이 시행되기 전의 행위에 대해서는 개정 전의 법을, 그 이후의 행위에 대해서는 개정된 법을 각각 적용하여야 한다. 繼續犯의 성질을 갖는 건축법상 무단 용도변경 및 사용의 공소사실을, 그 행위기간 사이의 건축법에 대한 위헌결정 및 건축법 개정에 기인한 처벌규정의 효력상실과 경과규정 등으로 인하여, 시기별로 각각의 독립된 행위로 평가하여 적용 법률을 특정하고 그에 따라 유·무죄의 판단을 달리하여야 한다고 본 사례. I. 논 점 이 사안의 논점은 건축법상의 무단 용도변경죄의 실행행위가 어느 시점에 종료되었다고 볼 것인가와 실행행위 도중에 법률이 변경된 경우에, 변경된 법률의 부칙에 개정된 법 시행 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하여야 한다는 경과규정이 있다면 구법을 적용해야 할 것인지이다. 이에 대해서는 대체로 세 가지 정도의 견해가 대립될 수 있다. 우선 이 판결 원심의 입장으로서, ① 무단 용도변경죄의 실행행위의 종료시점을 허가를 받지 않거나 신고 없이 건축물을 다른 용도로 변경·사용하기 시작하는 행위이고 그 시점에서 범죄가 성립되고 완성되는 卽時犯으로 본다면 행위시법인 구건축법에 따른 무단 용도변경죄가 성립한다. 공소시효도 용도변경행위를 한 바로 그 시점부터 진행한다. 특히 개정건축법의 부칙에 개정법 시행전의 행위에 대한 구법적용처벌의 경과규정이 있으므로 구건축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에 반해서 ② 건축물을 허가 또는 신고 없이 다른 용도로 변경·사용하고 있는 한 무단 용도변경죄의 실행행위는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고 보면, 즉 무단 용도변경죄를 繼續犯으로 본다면 실행행위의 종료시점에 유효한 법률인 신법(행위시법)을 적용하여야 한다. 따라서 무단 용도변경 및 사용행위가 원심판결 선고 시까지 계속되었다면 개정건축법이 적용되고, 공소시효도 이 때부터 진행된다. 또한 이 판결에서의 대법원의 입장처럼 ③ 무단 용도변경죄를 繼續犯으로 보면서 계속적 범죄행위의 도중에 법령이 변경되고(예컨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 종전 행위에 대한 구법적용의 경과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변경 전후의 행위를 분리하여 변경 전의 행위에 대해서는 구법을 적용하고 변경 후의 행위에 대해서는 신법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이하에서는 건축법상의 무단 용도변경 및 사용행위의 성격을 卽時犯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繼續犯으로 볼 것인지와 繼續犯으로 보더라도 繼續犯의 행위도중에 법이 변경되고 종전의 행위에 대한 구법적용의 경과규정이 있는 경우에 包括一罪인 繼續犯의 행위를 법개정 전후의 각각의 독립된 행위로 분리하여 법적용을 달리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구법적용의 경과조치가 있더라도 繼續犯의 행위종료시에 유효한 신법을 적용해야 할 것인지에 관하여 검토하기로 한다. II. 건축법상의 무단 용도변경행위의 성격: 계속범 여부 용도변경 행위에는 건축법시행령에 정하여진 용도에서 다른 용도로 변경하는 행위 자체뿐만 아니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예컨대 무단 용도변경된 건물을 인수하여 아무런 변경 없이 변경된 용도대로 사용하는 경우)까지도 포함되는 것이고 그 변경에 반드시 유형적인 변경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무형적 변경도 무방하다(大判 1995.12.22, 94도2148; 1995.8.25, 95도1351). 건축법상 용도변경행위는 용도변경과 변경된 용도로의 사용을 의미하기 때문에 계속범의 성격을 갖는다. 계속범이란 가벌적인 행위에 의하여 야기된 위법한 상태의 지속이 행위자의 의사에 달려있는 범죄유형을 말하며, 위법상태의 유지를 위하여 위법행위가 어느 정도 끊임없이 새로이 행해져야 한다. 계속범은 포괄일죄로서 행위 자체는 수개지만 犯意의 단일성, 침해방법과 침해법익의 동일성, 범행사이의 시간적 연속성 등 행위단일성이 인정되어 실체법상 一罪로 평가된다. 계속범의 행위종료시점은 최후의 행위 종료시이다. 따라서 실행행위 도중에 형의 변경이 있을 때에는 신·구법의 법정형에 대한 경중을 비교할 필요도 없이 범죄 실행종료시의 법인 신법을 적용하여 포괄일죄로 처단하여야 한다(大判 1986.7.22, 86도1012; 1998.2.24, 97도183). 계속범과 즉시범의 구별실익은 형법의 시간적 적용범위, 공소시효의 기산점, 공범의 성립여부 등에 있다. 이 사안에서 논란이 되는 형법의 시간적 적용범위에 관해서 계속범의 경우에는 위법한 행위가 종료되는 시점, 즉 법익침해가 회복되는 시점에 유효한 법이 적용된다. 위법상태를 유지하는 행위가 계속되는 도중에 법이 변경되었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1조 제2항의 의미의 신법이 아니라 형법 제1조 제1항의 행위시법인 신법이 적용된다. III. 건축법개정 전의 무단 용도변경행위에 대한 신법의 적용여부1. 무단 용도변경을 계속범으로 보는 입장: 신법적용설 무단 용도변경죄는 허가 또는 신고 없이 건축물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한 용도변경행위가 계속되는 계속범이기 때문에 범죄행위는 위법한 행위가 종료되는 시점, 즉 다른 용도로의 사용이 종료되거나 원래 용도로 원상회복시키는 시점에 종료된다. 따라서 이 시점에 유효한 행위시법인 신법이 적용된다. 위법상태를 유지하는 행위가 계속되는 도중에 법이 변경되었더라도 행위시법인 신법이 적용된다. 변경된 신법에 신법시행전의 벌칙적용에는 구법에 의한다는 경과규정이 있는 경우에도 계속범은 실체법상 一罪이기 때문에 행위가 신법시행 전후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행위시법인 신법이 적용된다. 이에 의하면 이 평석대상 판결의 사안에서 원심판결 선고 시까지 무단 용도변경사용의 실행행위가 계속되었으므로 개정 전이나 개정 후의 행위에 대해서만 공소가 제기되었다고 하더라도 공소제기의 효력은 계속범인 一罪의 전부에 미치며 구법적용의 부칙이 있다고 하더라도 행위종료시의 개정건축법이 적용되어 무죄판결을 선고해야 한다. 2. 구법적용의 경과조치유무에 따라 구별하는 입장 무단 용도변경죄를 계속범으로 보더라도 구법적용의 경과조치의 취지를 고려하여 구법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법령이 변경되어 형이 폐지되었다고 하더라도 행위 당시 구법에 따라 범죄가 성립될 뿐만 아니라 가벌적이었고, 또 법령변경 전에 기소되었다면 마땅히 처벌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처벌불균형을 피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처벌의 필요성이 경과규정에 나타난 것이기 때문에 경과규정에 따라 신법의 시행 전에 대한 벌칙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평석대상 사안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이다. 3. 무단 용도변경을 즉시범으로 보는 입장 무단 용도변경죄를 즉시범으로 보아 구건축법에 따른 무단 용도변경죄가 성립하지만 형법 제1조 제2항의 범죄 후의 법률의 변경이 있는 경우로 볼 수 있다면 개정건축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개정건축법의 부칙에 구법적용의 벌칙에 대한 경과규정이 있으므로 구건축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 평석대상 사안에 대한 원심의 판단이다. IV. 결 론 개정건축법 부칙 제14조의 “이 법 시행 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에서 ‘이 법’은 개정된 신법을 말하고 ‘종전의 규정’은 구법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과조치를 적용하기 위한 요건의 하나는 행위시법(구법)과 재판시법(신법)이 달라야 한다는 점이다. 무단 용도변경죄는 계속범이기 때문에 행위시법과 재판시법은 동일하게 신법이다. 왜냐하면 피고인이 허가 또는 신고 없이 건축물을 다른 용도로 변경·사용하기 시작할 시점부터 법률이 변경되고 시행된 시점을 거쳐 원심판결시점까지 무단 용도변경죄의 실행행위인 다른 용도로의 사용이 계속되었고 원심판결시점(또는 원상 회복된 시점)에 비로소 종료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단 용도변경죄를 계속범으로 보면 개정건축법 부칙의 경과조치는 적용될 수 없다(예컨대 수질오염배출행위에 대해 구법적용의 경과조치에 관계없이 행위종료시법인 신법을 적용한 大判 1992.12.8, 92도407 참조). 계속범은 실체법 및 소송법상으로 一罪로 인정되는 포괄일죄이다. 따라서 可分的이지 않기 때문에 일부기소가 가능하지 않고, 범죄사실의 일부에 대한 공소제기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형사소송법 제247조에 그 공소의 효력은 범죄사실의 전부에 미치기 때문에 법원의 심판범위는 무단 용도변경죄의 실행행위가 종료되는 시점까지의 행위에 미치게 된다. 따라서 이 판결에서 계속범의 행위를 개정 전후로 분리하여 시기별로 각각의 독립된 행위로 평가한 대법원 판결은 계속범의 성격을 오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02-04-29
증축신고수리의 처분성 여부
Ⅰ. 事件의 槪要 (1) 피고참가인(박0택)은 1996. 7. 1. 피고(서울특별시 성북구 제2동장)에게 서울 성북구 성북동 15의 96. 대 641㎡(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 지상에 철근 콘크리트조 슬라브즙 차고 48.6㎡를 증축하는 내용의 증축신고를 하였다. (2) 이에 대하여 원고(송0석)는, 참가인이 이 토지를 독점적·배타적으로 사용·수익할 권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토지위에 차고를 증축하는 것은 원고를 비롯하여 이 사건 토지를 통행하는 인근 토지소유자 등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피고가 참가인의 증축신고를 수리한 것은 위법함을 이유로, 증축신고 수리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Ⅱ. 原審判決의 要旨1. 원고적격에 관한 판단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의 상대방 아닌 제3자에 불과하지만, 이 사건 처분의 내용인 차고증축의 대상 토지는 도로이고, 원고는 위 토지를 사용수익할 권한이 있는 자에 해당하는데, 이 사건 처분은 위 도로를 보조참가인(박0택)이 독점적, 배타적으로 사용수익하게 되는 차고증축신고를 수리한 것이므로, 원고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정당한 당사자에 해당한다. 2. 피고적격에 관한 판단 피고는, 이 사건의 정당한 피고적격을 가진 자는 서울특별시 또는 성북구이며, 동장인 피고는 당사자적격이 없으므로, 이 점에서도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건축법 제9조에 의하면 건축신고를 수리할 권한을 가진 행정청은 시장·군수·구청장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서울특별시성북구행정권한위임조례 제5조 별표 3항에 의하면 증축신고의 수리사무는 성북구청장으로부터 각 동장에게 위임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의 정당한 당사자는 바로 피고이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여부 (1) 이 사건 토지를 비롯한 3필지의 토지는 전소유자인 제일은행이 분할 전의 지번인 성북동 15의 1 대 4,590평을 택지로 개발하여 분할함에 있어 다른 토지의 효용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일반 공중의 통로로 제공함으로써 그 매수인 또는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통행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1997. 12. 12.선고, 97다27114 판결 ; 1998. 5. 8. 선고, 97다52844 판결 참조). (2) 그런데 토지의 원소유자가 토지의 일부를 도로부지로 무상 제공함으로써 이에 대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하고 이에 따라 주민들이 그 토지를 무상으로 통행하게 된 이후에 그 토지의 소유권을 승계한 자는 그와 같은 사용 . 수익의 제한이라는 부담이 있다는 사정을 용인하거나 적어도 그러한 사정이 있음을 알고서 그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도로로 제공된 토지 부분에 대하여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행사할 수 없다(대법원 1998. 5. 8.선고, 97다52844 판결 참조). (3) 그렇다면 피고 보조참고인은 이 사건 토지를 독점적·배타적으로 사용수익할 권리가 없다고 할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토지상에 차고를 증축하려는 것은 원고를 비롯하여 위 토지를 통행하는 인근 토지소유자 및 주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할 것이고, 위법한 건축행위의 신고를 유효한 행위로 받아들인 피고의 이 사건 처분도 위법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Ⅲ. 大法院의 判旨 (1)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은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특정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 국민의 권리 의무와 직접 관계가 있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고, 상대방 또는 기타 관계자들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일으키지 아니하는 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아니며, 구 건축법(1996. 12. 30. 법률 제52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9조 제1항에 의하여 신고를 함으로써 건축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에는 건축을 하고자 하는 자가 요건을 갖춘 신고만 하면 행정청의 수리행위 등 별다른 조치를 기다릴 필요 없이 건축을 할 수 있는 것인 바(대법원 1995. 3. 14.선고, 94누9962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차고의 증축은 건축법 제9조 제1항에 규정된 신고사항에 해당하여 건축주인 참가인이 건축법에 의한 신고를 한 이상 참가인은 피고의 수리 여부에 관계없이 이 사건 토지상에 차고를 증축할 수 있으므로, 피고가 참가인의 증축신고를 수리한 행위가 참가인은 물론 제3자인 원고 등의 구체적인 권리 의무에 직접 변동을 초래하는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 (2)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한 것이어서 각하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가 증축신고를 수리한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보아 본안에 들어가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행정처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Ⅳ. 評 釋1. 爭點의 所在 이 사건에서 원심은, 피고인 동장에 의한 증축신고의 수리를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간주하여 그의 적법 여부는 물론 원고적격 및 피고적격의 문제에 관하여 판단하는 동시에, 그 증축신고수리의 취소판결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피고에 의한 증축신고의 수리는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으며, 따라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이하에서도 그 점에 관하여서만 살펴 보기로 한다. 2. 申告에 관한 理論·判例와 實定法 신고는, 신고인의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하면 바로 그의 법적 효과를 발생하며, 따라서 수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하여 흔히 “자기완결적 공법행위”라고 불려지기도 한다(상세는 졸저, 行政法 Ⅰ, 제6판수정판 143면 참조). 신고(특히 “금지해제 유보부신고”, “開始統制를 위한 신고”)의 그와 같은 의의, 성질은 이미 판례에 의하여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건축을 하고자 하는 자는 적법한 요건을 갖춘 신고만 하면 행정청의 수리처분이라는 별단의 조치를 기다리거나 또는 허가처분을 받음이 없이 당연히 건축할 수 있다](대판 1967.9. 19, 67누71. 동지판례: 대판 1988. 8. 9, 86누889; 1995. 3. 14, 94누9962 등)와 같은 판례가 그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특별히 유의할 점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신고에 관한 통설·판례의 입장이 실정법에 명문화 되어 있다고 하는 사실이다. 1996년말에 공포된 행정절차법에 있어서의 신고에 관한 규정(제3장, 제40조)이 그에 해당한다. 그에 의하면, 형식상 요건을 갖춘 신고는 [신고서가 접수기관에 도달한 때에 신고의 의무가 이행된 것으로 본다](동조 제2항)고 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에서의 대법원의 판결은, 신고에 관한 통설 ·판례의 견해만이 아니라, 실정법규정에 합치된다고 하겠으며, 따라서 그에 배치되는 내용의 원심판결이 나오게 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3. 實定法尊重의 요망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신고의 수리가 취소소송(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지 아니함을 논하기 위하여 다시 한번, 대법원 특유의 처분개념을 앞세우고 있다(아울러 “대법원의 처분개념에 대한 의문”에 관하여는 졸고, 법률신문, 제2844호, 14면 참조요망). 그러나 이 기회에 다시 한번 법원이 실정법을 존중하며, 실정법에 의거하여 재판을 하여주기를 당부하고 싶다. 행정소송법에 “행정처분” 아닌 “처분”의 개념이 정의되어 있고(동법 제2조 1항), 신고에 관하여도 행정절차법에 명문규정이 있는 이상, 법원은 마땅히 그들 실정법을 인용·의거하여 판결을 하여야 할 것이다.
2000-01-24
기한이익상실약관과 소멸시효의 기산점
I. 事件의 槪要 원고는 피고에게 訴外 A가 피고에 대해 부담하고 있거나 장차 부담하게 될 일정범위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자신 소유의 부동산 위에 根抵當權을 설정해 주었다. 그 뒤 1989.4. 경 A는 피고와의 사이에서, 訴外 C가 피고에 대해 부담하고 있던 物品代金 債務 가운데 일정액을 訴外 B와 連帶하여 辨濟하겠다고 약정하였다. 그리고 이 辨濟約定에서 A는 자신이 부담하게 된 채무를 장차 일정기간 간격으로 分割하여 辨濟하되(最終分割辨濟期日: 1992.4.30.) 위 분할변제기한을 1回라도 遲滯하였을 때는 期限의 利益을 잃는다는 취지의 特約을 피고와의 사이에서 체결하였다. 아울러 A는 자신이 부담하게 된 채무액과 동일한 금액을 최고한도로 하여 어음금액을 백지로 하고 그 지급기일을 위 연대변제약정상의 최종분할변제기일에 맞춘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피고에게 교부하였다. 그 뒤 A가 분할변제약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하자 피고는 위의 근저당권에 기초하여 원고 소유의 부동산에 대해 任意競賣申請을 하였으며, 이에 따라 1995.1.27.자 競賣開始決定의 記入登記가 같은 해 2.2. 경료되었다. 한편 원고는 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이미 時效消滅하였음을 이유로 하여 이 사건 根抵當權設定登記抹消訴訟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원심은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은 물품대금채권으로 3년의 소멸시효에 걸리는 바, 위 연대변제약정시로부터 起算하면 이미 그 기간이 경과하였으므로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은 時效消滅하였다고 판단하였다(청구인용). II. 大法院 判決의 要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判示하며 원심판결을 破棄 還送하였다. 1. 期限利益 喪失의 特約은 그 내용에 의하여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채권자의 청구 등을 요함이 없이 당연히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어 履行期가 도래하는 것으로 하는 것(停止條件附 期限利益 喪失의 特約)과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후 채권자의 통지나 청구 등 채권자의 의사행위를 기다려 비로소 履行期가 도래하는 것으로 하는 것(形成權的 期限利益 喪失의 特約)의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고, 後者의 경우에는 그 특약은 債權者의 利益을 위한 것으로서 기한이익의 상실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채권자가 나머지 全額을 一時에 請求할 것인가 또는 종래대로 割賦辨濟를 請求할 것인가를 자유로이 選擇할 수 있다고 하여야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 있는 할부채무에 있어서는 1回의 不履行이 있더라도 各 割賦金에 대해 그 各 辨濟期의 도래시마다 그 때부터 順次로 消滅時效가 진행하고, 債權者가 특히 殘存 債務 全額의 辨濟를 구하는 취지의 意思를 表示한 경우에 한하여 全額에 대하여 그때로부터 消滅時效가 진행한다. 2. 債權者가 物上保證人에 대하여 그 피담보채권의 실행으로서 任意競賣를 申請하여 경매법원이 競賣開始決定을 하고 경매절차의 이해관계인으로서의 債務者에게 그 決定이 送達되거나 또는 競賣期日이 通知된 경우에는 時效의 利益을 받는 債務者는 민법 제176조에 의하여 당해 피담보채권의 消滅時效 中斷의 효과를 받는다. III. 評 釋1. 머리말 (1) 먼저 위의 판결요지 가운데 2. 부분은 종래 대법원이 1987.12.8. 선고 87다카1605판결 이후 일련의 판결(1990.1.12. 선고 89다카4946 판결, 1990.6.26. 선고 89다카32606 판결, 1994.1.11. 선고 93다21477 판결, 1994.11.25. 선고 94다26097 판결 등)을 통해 취해 온 입장을 반복하고 있는데 불과하다. 따라서 이러한 입장의 타당성은 別論으로 하고 이 문제와 관련하여 이 사건 판결이 갖는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이에 관한 종래의 대법원의 입장을 부연하면, 競賣開始決定의 송달이나 競賣期日의 통지가 채무자에게 交付送達의 방법으로 송달된 경우에만 時效中斷의 효력을 인정하고 郵便(發送)送達이나 公示送達의 경우에는 이를 부정함이 우리 대법원의 기본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사건판결에서는 이 점에 관한 언급은 없으나, 그렇다고 해서 대법원이 종래의 입장을 바꾼 것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2) 반면 위 판결요지 가운데 1.부분과 관련하여 이 판결은 이른바 期限利益喪失約款이 붙어 있는 채무의 消滅時效의 起算點에 관한 最初의 判例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일부 교과서에서 이 문제와 관련을 맺고 있는 판결로 소개되고 있는 대법원 1978.3.28. 선고 77다2463 판결은 繼續的 去來關係로부터 발생한 채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판결로서 이 문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리고 이 사건 판결의 참조판례로서 소개되고 있는 1987.6.23. 선고 86다카2865 판결 역시 期限利益喪失約款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채무의 소멸시효의 기산점 문제를 다루고 있는 판결은 아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이 문제를 둘러싼 종래 학설상의 논의를 우선 살펴 본 다음, 이 사건 판결을 검토하기로 한다. 2. 期限利益喪失約款이 붙은 債務의 消滅時效의 起算點 (1) 債權者意思說 이 說은 애당초 期限利益喪失約款이란 債權者에게 그 선택에 따라 期限의 利益을 상실시킬 수 있는 權利(일종의 形成權)를 부여하는 것일 뿐이므로, 債務者가 1回의 割賦債務의 履行을 遲滯함으로써 約款上의 期限利益喪失事由가 발생한 경우에도 즉시 殘存債務 全額에 대한 時效가 進行하지는 않고, 債權者가 約款을 원용하여 殘存債務 全額을 請求한 경우에 비로소 殘存債務 全額에 대한 消滅時效가 進行한다고 본다. 따라서 이 입장에 의하면 債權者의 全額請求가 없는 한 各割賦債務는 그 辨濟期가 도래할 때마다 각자 그 때부터 順次로 消滅時效가 진행할 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소수설이라고 할 수 있다. (2) 卽時進行說 이 說에 의하면 約款上의 期限利益喪失事由가 발생함으로 인해 債權者가 債務者의 期限의 利益을 喪失시킬 것인가 아니면 割賦辨濟를 繼續시킬 것인가를 選擇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되는 경우에도 이러한 債權者의 選擇은 債務者의 遲滯責任의 成立과 관계가 있을 뿐이며, 殘存債務 全額의 消滅時效는 債權者의 全額請求가 없더라도 그 事由가 발생한 때부터 즉시 진행한다고 한다. 요컨대 이 說은 期限利益喪失約款에 의해 債權者는 그 사유가 발생한 이후에는 언제든지 殘存債務 全額을 請求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므로, 그러한 權利行使가 可能한 時點인 期限利益喪失事由의 發生時부터 殘存債務全額의 消滅時效가 진행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다수의 학자들이 이 견해를 취하고 있다. (3) 二元說 이 입장은 期限利益喪失約款을 그 내용에 따라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채권자의 청구가 없어도 당연히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어 履行期가 도래하는 것(停止條件附 期限利益喪失約款)과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후에도 채권자의 통지나 청구 등의 의사행위가 있어야 비로서 履行期가 도래하는 것(形成權的 期限利益喪失約款)의 두 가지로 나눈 다음, 前者의 경우에는 위의 卽時進行說과 같은 결론을 취하고, 後者의 경우에는 위의 債權者意思說과 같은 결론을 취한다. 바로 이 사건 대법원판결이 따르고 있는 입장이며, 일본의 경우에도 1940.3.13. 大審院 連合部 판결 이후 판례는 이 입장으로 통일되었다고 한다. (4) 학설에 대한 검토 위의 학설들 가운데 먼저 債權者意思說은 원래 期限利益喪失約款이란 債權者의 利益을 위해 두어져 있는 것이기 때문에 約款上의 事由가 발생하더라도 債權者가 반드시 殘存債務 全額을 請求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說이 債權者의 請求가 없는 한 殘額債務 全額에 대한 消滅時效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우선 이와 유사한 다른 경우들과 균형이 맞지 않는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예컨대 形成權의 行使를 통해 성립하는 債權의 消滅時效는 그 形成權의 除斥期間과 일치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또 同時履行의 抗辯權이 붙어 있는 債權의 경우처럼 그 權利行使에 法律上의 障碍가 있더라도 그 障碍를 債權者 자신의 意思에 따라 除去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障碍는 消滅時效의 進行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봄이 통설의 입장인 바, 이러한 경우들과 위 債權者意思說의 결론은 균형이 맞지 않는 것이다. 나아가 이 說은 「消滅時效는 權利를 行使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는 민법 166조1항의 法文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다음으로 二元說에 대해 살펴보면, 우선 이 說은 期限利益喪失約款을 그 내용에 따라 이른바 停止條件附 期限利益喪失約款과 形成權的 期限利益喪失約款의 두 가지로 大別할 수 있다고 하고 있으나, 어떤 기준에 의해 그런 區別이 가능하며 또 區別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期限利益喪失約款은 어느 쪽으로 解釋해야 하는가라는 매우 어려운 問題가 제기되게 된다. 나아가 설사 당사자들의 意思解釋에 의해 그 구별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이 說이 이른바 形成權的 期限利益喪失約款의 경우와 관련하여 債權者意思說과 같은 결론을 취하는 데 대해서는 위에서 행한 債權者意思說에 대한 批判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위의 학설들 가운데서 卽時進行說의 입장이 가장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이 說을 따를 경우 債權者의 利益에 중대한 侵害가 발생한다는 反論에 대해서는, 우선 債權者는 債務者의 期限의 利益喪失을 통해 나름대로 利益을 얻고 있으므로 그 대신 즉시 消滅時效가 진행된다고 하여 특히 債權者에게 不當한 결론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나아가 債權者가 遲滯後의 割賦給付를 受領하는 등 期限利益喪失事由가 발생한 후 다시 期限을 猶豫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例外를 인정함으로써 그러한 경우에는 債權者의 利益을 考慮할 수도 있을 것이다. 3. 이 사건 판결에 대한 검토 이 사건 판결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기한이익상실약관이 붙은 채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最初의 判例로서, 위의 학설들 가운데서 二元說의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판결에 대해서는 우선 위에서 한 二元說에 대한 批判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판결은 설사 二元說이 妥當하다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問題點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1) 區別基準의 문제 이 사건 판결은 이 사건의 경우에 이른바 停止條件附 期限利益喪失約款이 아니라 形成權的 期限利益喪失約款이 두어져 있다고 보는 근거로서 우선 「당사자 사이의 거래관계 및 위 연대변제약정을 하게 된 경위」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二元說을 따를 경우 소멸시효의 기산점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는 두 종류의 約款의 區別基準으로서는 불충분하다고 생각된다. 나아가 이 사건 판결은 당사자 사이에서 굳이 停止條件附 期限利益喪失約款으로 한다는 明示的인 表示가 없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결국 期限利益喪失約款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形成權的인 것으로 해석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따라서 이 사건 판결은 이 점에 있어서 형식적으로는 二元說의 입장을 취하면서도 실제로는 債權者意思說을 따르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2) 二元說과 消滅時效의 起算點 二元說을 따르고 또 이 사건의 경우에는 形成權的 期限利益喪失 特約이 있었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 판결이 이 사건의 경우 殘存債務의 消滅時效는 各 割賦金의 辨濟期의 도래시마다 그때로부터 각기 順次的으로 진행하지 않고 最終分割辨濟期日로부터 진행한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힘들다. 이와 관련하여 이 사건 판결은 分割辨濟約定과 아울러 最終分割辨濟期日을 支給期日로 하는 어음이 발행 교부된 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통해 債權者가 殘存債務 全額에 대한 債權의 行使를 分割辨濟約定上의 最終辨濟期日까지 留保한다는 意思를 表示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分割辨濟約定이 맺어진 이후에 그러한 어음이 발행된 경우라면 몰라도 이 사건의 경우처럼 分割辨濟約定이 체결됨과 同時에 그러한 어음이 발행된 경우까지 그렇게 판단할 수 있는지는 매우 의문이다. 나아가 이러한 판단은, 이 사건처럼 旣存債務의 擔保를 위해 어음이 발행된 경우에는 原因債權과 어음債權은 법률상 別個의 債權으로서 竝存하고 그 辨濟期도 각기 다를 수 있다고 보는 통설·판례의 입장(대법원 1990.6.26. 선고 89다카32606 판결참조)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생각한다. 4. 맺음말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이 사건 판결은 期限利益喪失約款이 붙은 債權의 消滅時效에 관한 最初의 判例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이 따르고 있는 二元說의 입장은 타당치 못하다고 여겨지며, 비록 形成權的 期限利益喪失의 特約이 締結된 경우라 할지라도 消滅時效의 起算點조차 債權者의 選擇에 좌우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債權者에게 치우친 해석이므로, 이 경우에도 消滅時效는 特約上의 事由가 발생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결론은 消滅時效制度의 存在理由를 權利者의 權利不行使에 대한 義務者의 信賴保護로부터 도출하는 입장을 취할 경우 더욱 강하게 뒷받침될 수 있을 것이다.
1998-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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