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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징수처분취소소송에서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
Ⅰ. 사실관계 미국의 사모투자회사인 A의 미국 내 계열사인 B등은, 내국법인인 甲은행의 주식 9999만9916주(이하 '이 사건 주식')의 인수를 위하여 이 사건 주식의 인수에 투자할 펀드투자자를 모집하였고,그 결과 2000. 1. 14.경 영국령인 케이만 군도에 유한파트너십(Limited Partnership, 이하"LP")인 C가 설립되었다. C는 케이만 군도에 설립된 D의 주식을 100% 인수한 다음, D로 하여금 말레이시아라부안에 설립된 E의 주식을 100% 인수하게 하였고, 최종적으로 말레이시아 법인인 E를 통하여 우리나라 법인이 발행한이 사건 주식을 취득하였다. 한편 E는 2005. 4. 15. 원고에게 이 사건 주식을 1651억1475만6621원에 양도하여 이 사건 양도소득을 얻었는데,원고는 한?말레이시아조세조약제13조 제4항에 의하여 주식 양도소득은 양도인의 거주지국에서만 과세된다는 이유로 E에 이 사건 주식 양도대금을 지급하면서 그에 대한 법인세를 전혀 원천징수하지 아니하였다.이에 피고(과세관청)는 2006. 12. 18. E는 조세회피목적으로 설립된 명목상의 회사에 불과하고,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는C의 투자자 281명이므로, 이들 중 대한민국과 조세조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조세조약상 주식양도소득에 대하여 원천지국 과세를 규정하고 있는 국가에 거주하는 총 8개국 40명의 투자자가 얻은 양도소득에 대하여 원고에게 원천징수분 소득세 430억1071만7520원을납세고지하는 처분을 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진행경과 및 판시내용 1.제1심판결 내지 상고심 판결의 판시내용 당초 대상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E인지(원고의 주장),아니면 C의 투자자인지(피고의 주장) 여부였다.이에 관하여제1심 및 항소심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를C의 투자자로 보고 그들을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원고에게 원천징수분 소득세를 납세고지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09. 12. 30. 선고 2008구합17110 판결 및 서울고등법원 2010. 8. 25. 선고 2010누3826 판결). 그러나상고심은,E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아니라고 인정하면서도,(E와 C의 투자자 사이에 있는) C가 오로지 조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설립되어 이 사건 주식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할 능력이 없는 명목상의 영리단체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이하 "상고심 판결").즉, 상고심 판결은 C의 설립지인 케이만 군도의 법령 내용과 단체의 실질에 비추어 C를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으로 볼 수 있는지를 심리하여 이 사건 양도소득에 대하여 C를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법인세를 과세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C의 투자자를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소득세를 과세하여야 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환송하여, 사실상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C라는 취지로 판시하였다(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0두20966 판결). 2.파기환송심판결 및 대상 판결의 판시내용 이러한경위로 인하여,파기환송심에서는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C의 투자자가 아닌 C라는 점 자체에 관하여는 원?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었다.대신피고는상고심 판결의 취지에 따라, 당초 이 사건 처분에서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 즉,원천납세의무자를 C의 투자자로 보았다가,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하였다. 이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는피고의 이와 같은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가능한지 여부가 새롭게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하여 파기환송심 판결은 "세목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에 해당하므로 원천징수하는 세금에 관한 처분취소소송에서 과세관청이 처분의 근거 세목을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변경하는 것은 처분의 동일성을 벗어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4. 1. 10. 선고 2013누23272 판결).이에 대하여 피고가 재상고하였는데,대상 판결은 파기환송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세목은 부과처분에서는 물론 징수처분에서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봄이 상당하므로,당초의 징수처분에서와 다른 세목으로 처분사유를 변경하는 것은 처분의 동일성이 유지되지 아니하여 허용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피고의 재상고를기각하였다(대법원 2014. 9. 5. 선고 2014두3068 판결). Ⅲ. 대상판결의평석 1.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허용범위(='처분의 동일성'='납세의무의 단위') 과세관청은 원칙적으로 처분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변론종결시까지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할 수 있다(대법원 1989. 12. 22. 선고 88누7255 판결).여기서 '처분의 동일성'이란 과세단위또는 납세의무의 단위(이하 통틀어 '납세의무의 단위')를 말하고(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누10695 판결), 이는 원천징수처분 취소소송에서도 다르지 않다(대법원 1999. 12. 24. 선고 98두16347 판결). 여기서 '납세의무의 단위'란,일반적인 행정소송에서 처분의 동일성의 한계로 논의되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과 구분되는 세법 특유의 개념으로,강학상으로는 개인단위, 부부단위, 가족단위 등 인적 요소가 결합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도 하고, 물적 요소로서 조세채무의 확정에 있어서 세목, 과세기간, 과세대상에 따라 다른 것과 구분되는 기본적 단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관련하여 대법원은 ①자산소득의 합산과세를 규정한 구 소득세법의 취지에 관하여 세대단위로 담세력을관념하는 것이 개인단위별 과세보다 생활실태에도 합당하다고 판시하여 납세의무의 단위를 인적 요소로 이해하기도 하고(대법원 1983. 4. 26. 선고 83누44 판결 등), ②재산세 등의 과세대상인 주택은 1구를 과세단위로 하여 과세대상으로서 구분된다고 하여(대법원 1991. 5. 10. 선고 90누7425 판결) 이를 물적 요소로 파악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③소득세나 부가가치세를 일정한 기간을 과세단위로 하는 세목이라고 판시하여(대법원 1996. 2. 23. 선고 95누12057 판결) 이를 시간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사례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 동안 이 사건 처분과 같은 원천징수처분에서는 납세의무의 단위가 무엇인지, 특히 과세관청이 소송에서 처분 당시와 비교하여 원천납세의무자를 달리하는 내용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하여는 명시적으로 판단한 바는 없었다. 2.원천징수처분에서의 '처분의 동일성' 범위에 관한 판단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사건상고심 판결과 같은 날 선고된 대법원 2011두7311 판결은(이하 '비교판결')원천징수처분의 취소소송에서 원천납세의무자를 달리하는 내용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처분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였다.즉,비교판결은 '원천징수하는 법인세에서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수령자가 누구인지는 원칙적으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다'는 전제에서, "원천징수하는 법인세에 대한 징수처분 취소소송에서 과세관청이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수령자(=원천납세의무자)를 변경하여주장하더라도그로인하여소득금액또는수입금액지급의기초사실이달라지는것이아니라면처분의동일성이유지되는범위내의처분사유변경으로서허용된다"라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비거주자 및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은 강학상 완납적 원천징수의 대상이 되는 소득으로서 원천징수법률관계는원천징수의무자와과세관청사이에만존재하고 원천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 사이에는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없는 점(대법원 1984. 2. 14. 선고 82누177 판결 등),원천징수하는 소득세 또는 법인세는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을 지급하는 때에 이미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동시에 확정되기 때문에(국세기본법 제21조 제2항 제1호 및 제22조 제2항 제3호)'실질적인귀속자'로서 사후적으로 확정될 수밖에 없는 원천납세의무자는 애당초 확정된 세액의 기초사실을 판단하는 요소에 포함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론적으로 지극히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3.대상판결의 문제점 (1) 쟁점 비교판결의 판시내용을 대상판결에서도일관하면, 일응피고가 원천납세의무자를 종전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허용된다고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다만 이 사건과 비교판결 사이에 존재하는 다음과 같은 차이점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는 비교판결의 법리가 이 사건 처분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즉, 비교판결과 이 사건은 과세관청이 케이만 군도에 설립된외국법인(LP)와 그 투자자 중투자자를 주식양도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로 보아 원천징수처분을 하였다는 점에서는 완전히 동일하다. 다만, 비교판결에서는 과세관청이 당초 투자자를'법인'으로 보아 법인(원천)세를 원천징수처분한 반면, 이 사건 처분에서는 투자자를'개인'으로 보아 소득(원천)세를 원천징수처분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비교판결에서는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LP의 투자자'에서 'LP'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하더라도, 세목이 여전히 법인(원천)세가 되어 기존 납세고지서상 세목[=법인(원천)세]과 일치한다. 반면 이 사건 처분에서는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하게 되면 세목이 법인(원천)세가 되어 기존 납세고지서상 세목[=소득(원천)세]과 불일치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천납세의무자가 원천징수처분의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고,법인세나 소득세나 동일한 소득과세의 일환인 이상 , 그 소득의 실질 귀속자에 대한 판단이 달라져 그에 따라 처분사유를 변경함에 있어 원천납세의무자의 법적 형식에 따라 자동적으로 뒤따를 뿐인 세목 또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볼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원고는 종전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9. 12. 24. 선고 98두16347 판결 및 대법원 2001. 8. 24. 선고 2000두4873 판결)를 들어, 세목은 엄연히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세목이 달라지는 경우에는 아무리 원천징수처분이라고 하더라도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이 허용될 수 없다고 반박하였다. 결국 파기환송심에서는 비교판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원천징수처분의 경우'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것이다. (2) 일반적으로 '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인가? 학설 중에는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통상 과세기간, 장소, 소득구분 등을 열거하면서 본세와가산세는 별개라는 점을 예로 들어(대법원 1992. 5. 26. 91누9596 판결) 세목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라고하거나 ,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서 세목이 가장 중요하다는 등의 견해가 있다 .우리나라 세법 중 소득에 대하여 과세하는 세목인 소득세 및 법인세를 생각해보면, 납세의무자의 법적 성격이 개인인지 법인인지 여부에 따라 세목이 소득세 또는 법인세로 달라지고, 이에 따라 각각 소득세법 또는 법인세법이 적용되어 과세표준의 산정방법, 세율 등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직접 납세의무자에 대한 과세처분에 있어서 세목은 일응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라는 점에는 충분히 수긍이 간다. 그러나 [국가-원천징수의무자-원천납세의무자] 3자 간의 법률관계가 문제되는 원천징수처분에서도이러한 논리가 그대로 관철될 수 있는지는 이와 구분하여 깊이따져볼 필요가 있다.앞에서도 언급하였다시피,원천징수처분에서는 부과처분과는 달리 애당초 "원천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 사이에는직접적인 법률관계가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3) 원천징수처분에서의"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인가? 대상판결은 "세목"이 부과처분에서뿐만 아니라 원천징수처분에서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판시하면서도 따로구체적인 설명을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볼 때 대상판결의 결론은 이론적인 측면에서나 실무적인 관점에서나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이론적인 측면에서 보면,이 사건에서 처분사유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세목이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달라지더라도, 원천징수처분에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인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 즉, 원고가 E로부터 2005. 4. 15.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하고 그 대가로 1,651,104,756,621원을 지급한 사실 그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또한 소득세법이나 법인세법이나 모두 비거주자 또는 외국법인이 내국법인의 주식을 양도하여 얻은 소득에 대하여, 과세표준은 지급금액으로, 세율은 10%로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소득세법 제156조 제1항 제5호 및 법인세법 제98조 제1항 제5호),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세목이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달라지더라도 그 세액은 종전과 동일하다. 요컨대,이 사건에서는처분사유의 추가?변경에 따라 원천납세의무자가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라지더라도 (법원에 의하여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사후적으로 확정된 원천납세의무자 및 그에 따른 세목을 제외하고는)원천징수의무를 발생시키는 이 사건 양도소득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납세자(원천징수의무자),과세표준,세율,세액 중 어느 것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이 점이 바로 납세의무자가 달라지면 납세자, 과세표준, 세율,세액이 모두 달라지는 부과처분과 확연히 구분되는 원천징수처분만의 특징이다. 또한 대법원이 발간한판례해설에 따르면, 일반 행정소송에서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로 보는 반면, 조세소송에서는 '납세의무의 단위'를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로 설정함으로써 납세자의 소송상 방어권 보장보다는 분쟁의 일회적 해결을 더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설명은'납세의무의 단위'가'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보다는 그 범위가 더 넓은 개념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런데 대상판결과 같이 보게 되면 오히려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보다 '납세의무의 단위'를 더 좁게 보는 모순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대상판결이 과세관청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기본적 사실관계'즉,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음에도불구하고 '납세의무의 단위'의 동일성은 부인함으로써, 분쟁의 일회적 해결보다는 납세자의 방어권 보장을 우선시한 결과를 초래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법원에 의하여 사후적으로 확정될 수밖에 없는 국제조세법률관계에서 분쟁의 일회적 해결보다 납세자의 방어권 보장을 우선할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실무적인 관점에서 보면, 조세조약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도 실질과세의 원칙이 적용되는 이상(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두11948 판결), 과세관청이 원천징수처분을 하면서 일응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최종적인 귀속자라고 보아 지목한 원천납세의무자는,대법원이 실질과세의 원칙을 적용하여 최종적으로 누구인지 확정하기 전까지는 어디까지나 잠정적인 것에 불과하여 언제든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즉, 여러 나라에 걸쳐 이루어지는 투자관계에 대하여 과세하는 국제조세에서는 국내원천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를 찾는 과정이기본적으로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대법원 스스로도 비교판결에서법원에 의하여 사후적으로 확정되는 원천납세의무자는 원천징수처분에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라고 하여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돌이켜 보면, 세목은 원천납세의무자의 법적 성격에 따라 기계적?자동적으로 정하여지는 요소일 뿐이다. 따라서 위와 같이 국제조세에서 원천납세의무자의 변경가능성이 유보되어 있는 이상, 그에 따른 세목 또한 얼마든지 변경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한편으로는원천징수처분에서 "원천납세의무자"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라고 하면서, 다시 '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된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논리적 모순으로, 이는 모처럼 심도 깊은 이론적?실무적 검토 끝에 선고한 비교판결의 적용범위를 크게 훼손?잠식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법원 입장에서 볼 때 비교판결 및 대상판결에서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LP가 아닌 LP의 투자자로 보아 원천징수처분을 한 것은 똑같이 위법한처분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대법원이,비교판결과 같이 C의 투자자를 법인으로 보아 당초 법인세로 원천징수처분을 한 경우에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허용하고,대상판결과 같이 C의 투자자를 개인으로 보아 당초 소득세로 원천징수처분을 한 경우에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불허하는 것은,원천징수처분 당시 (궁극적으로 원천납세의무자도 아닌) C의 투자자들의 법적 성격이 무엇이었냐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원천징수처분의 위법성을가르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더군다나 과세실무상 현실적으로 사모펀드의 최종투자자의 지분비율, 국적까지는 알 수 있어도 그 법적 성격이 개인인지 아니면 법인인지 여부까지는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은 (미국과 같이 법인과 개인의 세목을 구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실질적인귀속자를새로 지정하여 과세할 수 있는 경우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과세주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으로서 비교법적으로나 조세정책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Ⅳ. 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천징수처분에서 원천납세의무자에 따라 자동적으로 정하여지는 세목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파기환송심에서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취지에 따라 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하는 것은 당연히 허용되었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은 부과처분과 구별되는 원천징수처분 법률관계의 특성에 대한 심도 깊은 검토 없이, 스스로 선고한 비교판결의 의의를 크게 훼손하면서 부과처분에서의 논의를 원천징수처분에 기계적으로 적용하였다는 측면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또한국제조세에서 원천납세의무자는 사후적으로 얼마든지 변경될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고, 이 사건은 E가 국내에서 이 사건 주식을 양도함으로써 국내원천소득이 발생하여 우리나라에 과세권이 존재한다는 점 자체에는 의문이 없는 사안임에도, 대상판결이 단지 세목이라는 과세처분의 형식만을 이유로 수백억 원에 이르는 과세권을 너무 쉽게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로벌 세수전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는 요즘, 다른 나라의 법원이라면 과연 어떤 판결을내렸을까?
2015-04-07
국제소송에서 입증의 정도의 성질결정과 준거법
Ⅰ. 사안의 개요 한국보험회사인 피고는 윤OO과 원양통발어업용인 한국선적의 선박에 대해 선체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영국 협회기간약관을 적용하기로 했는데, 위 약관은 영국법준거약관을 두고, "해상 … 또는 기타 항해 가능한 수면에서의 고유의 위험"과, "선장 … 의 과실"을 부보위험 중 하나로 규정한다(제6조 제1항, 제2항 제3호). 당사자는 보험금 중 일정금액을 원고에게 직접 지급한다는 특약을 체결했다. 위 선박은 파퓨아 뉴기니아에 정박하다가 부산항을 향해 항해하던 중 산호초 지대에서 표류한 결과 인도네시아 부근에서 침몰했다. 원고는 보험금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Ⅱ. 소송의 경과 1. 원심판결(부산고등법원 1999.4.2. 선고 97나13696 판결) 원심법원은 사고원인은 협회기간약관 제6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위험에 해당하고, 선장 등이 선박 출항에 앞서 선저부분에 대한 조사·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데, 이는 선박침몰의 근인 중 하나로서 위 약관 제6조 제2항 제3호 소정의 위험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대부분 인용했다. 원심법원은 영국법준거약관의 효력을 전면 긍정하고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에 의하면,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한다고 보고, 그 증명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로 족하다고 했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에 의하면,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부보위험인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하고, 그 증명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로 충분하다. Ⅲ. 연구 1. 문제의 제기 영국법준거약관의 유효성과, 객관적 입증책임(또는 증명책임)이 보험계약의 준거법에 따른다는 점은 대법원판례에 의해 확립되었다. 여기에서는 첫째, 보험계약의 국제성과 둘째, 입증의 정도(또는 증명도)의 준거법을 다룬다. 미리 밝혀둘 것은, 국제민사소송에서 증거에 관한 다양한 문제는 절차의 문제로서 법정지법에 의한다는 점이다. 즉 증명의 대상(자백의 효력 등), 증거방법(허용되는 증거방법, 증거방법에 대한 제한, 증언거부권의 종류와 범위), 증거조사와 증거의 평가(자유심증주의 여부) 등은 법정지법에 따른다. 2. 이 사건 보험계약은 국제계약인가 국제사법상 당사자는 채권계약의 준거법을 자유로이 지정할 수 있는데 이것이 '당사자자치'의 원칙이다. 문제는 순수한 국내계약에서 당사자자치의 허용 여부인데, 국제사법은 이를 허용하지만 그 경우 국내적 강행규정은 여전히 적용된다(제25조 제4항). 이는 당연히 적용되었을 강행규정을 당사자들이 합의로써 잠탈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준거법합의(또는 그것과 관할합의/중재합의) 외에 외국적 요소가 없다면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합의해도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석광현, 법률신문 제3920호 참조). 이 사건에서 보험의 목적은 한국선적의 원양어업용 선박이므로 보험계약의 국제성은 애매하다. 필자는 수입중인 적하에 대한 보험계약의 국제성과, 해외 재보험계약의 체결을 위해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필요성을 긍정했지만, 한국선적 선박에 대한 보험계약에서 그 소재지를 고려하여 국제성을 판단할지는 불분명하다. 필자처럼 비교적 넓게 사안의 국제성을 인정하면 몰라도, "국제사법 제1조에 비추어 … 거래 당사자의 국적·주소, 물건 소재지, 행위지, 사실발생지 등이 외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곧바로 내국법을 적용하기보다는 국제사법을 적용하여 그 준거법을 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국제사법의 규정을 적용하여 준거법을 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함으로써 명문 근거가 없는 '합리성의 기준'에 의해 국제사법의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대법원 2008.1.31. 선고 2004다26454 판결의 취지를 보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건 소재지'는 국제물권법을 상정한 것이므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① 외국적 요소의 존재와 ② 합리성의 기준이라는 양 요건의 충족 여부를 판단해야 했다. 3.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 가. 입증의 정도에 관한 법계의 차이 민사소송법상 어떤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하려면 법관의 의심에 침묵을 명할 정도의 확신, 즉 '고도의 개연성'의 확신이 필요하다(실제로 법관들이 그에 따르는지는 의문이지만). 반면에 영미 민사소송에서 요구되는 통상의 입증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 또는 '우월한 개연성'이므로 법원은 원·피고 주장의 개연성을 형량하여 어느 것이 50%를 초과하면 이를 증명된 것으로 취급할 수 있다(차이의 유래는 Habscheid/호문혁(역), 서울대 법학 통권 85·86호(1991.8.), 122면 이하 참조). 나.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 문제는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이다. 독일에는 이를 절차로 보아 법정지법(lex fori)을 적용하는 절차법설과 실체로 보아 당해 법률관계의 준거법(lex causae)을 적용하는 실체법설이 있다. 절차법설의 논거는 아래와 같다. 첫째, 입증의 정도는 소송에서 법관의 지위 및 확신(또는 심증)의 형성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둘째, 독일법에서 입증의 정도는 법관의 인적(또는 내부적) 확신의 형성인데, 실체 준거법인 외국법이 다른 기준을 요구하면 독일 법관은 어려움을 겪게 되고 외국법의 내용을 확정할 수 없는 경우 더욱 그렇다. 세째, 입증의 정도는 법정지법에 따르는 증거의 평가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네째, 입증의 정도에 관하여 외국법을 적용하면 외국인 원고에게 입증의 정도를 완화하게 되어 내국인 피고에게 불이익을 주고 내국인차별을 초래한다. 실체법설의 논거는 아래와 같다. 첫째, 입증의 정도는 입증책임처럼 실체법과 상호의존적이고 실체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책임법에서 입증의 정도를 낮추면 책임범위가 확대되고 이를 높이면 축소되므로 입증의 정도는 결국 책임을 결정한다. 둘째, 어느 당사자가 부담하나라는 경직된 구조를 취하는 입증책임과 달리 입증의 정도는 여러 단계가 있을 수 있으므로 입증책임보다도 실체법에 더 밀접하다. 독일에서는 과거 절차법설이 우세했으나 근자에는 실체법설도 유력해지고 있다. 모두 일리가 있지만, 서로 밀접하게 관련된 법관의 확신의 형성과 그 정도를 다른 법에 종속시키는 것은 부적절하고, 법관에게 입증의 정도를 준거법에 따르게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실제적 이유로 절차법설이 설득력이 있다(우성만, 판례연구 제18집(2007), 459면 동지). 증명의 개념을 법관의 내부적 확신의 형성으로 파악하는 민사소송법 원칙을 법치국가적 관념에 근거한 소송법상 원칙으로 보아 절차법설 취하기도 한다. 소송법에서 당해 법률관계의 준거법이 규율하는 사항의 범위를 너무 확대하면 국제사법이 매우 복잡하게 되어 실무로부터 외면당할 우려도 있다. 또한 우리 기업들이 준거법의 함의(含意)를 모르고 외국법을 지정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외국법이 규율하는 사항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도 있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이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을 밝힌 것은 큰 의의가 있으나 타당성은 의문이고 ① 외국적 요소의 존재와 ② 합리성의 충족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우리 법원은 영국법준거약관의 효력이 인정되면 입증책임, 사실상의 추정과 입증의 정도가 모두 영국법에 의한다고 보는 듯하다. 대상판결도 입증의 정도의 성질결정에 대한 고민 없이 너무 쉽게 영국법을 적용했다. 더욱이 보험계약의 국제성이 부정되면 영국법이 준거법이더라도 입증의 정도는 한국법에 따라야 한다. 5. 관련문제: CISG와 손해 입증의 정도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UN협약'('CISG' 또는 '협약')상 계약위반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손해의 발생과 범위 및 손해와 계약위반간의 인과관계 등을 입증함으로써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협약은 손해의 확실성의 정도를 명시하지 않으므로 독일 등의 유력설은 이를 손해의 입증의 정도로서 절차로 보아 법정지법을 적용한다. 그러나 협약의 기초를 이루는 일반원칙인 '합리성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Schwenzer도 동지). CISG AC 의견 No. 6과 UNIDROIT 국제상사계약원칙(제7.4.3조 제1항)도 같다. 아니면 협약의 목표인 규범통일이 위태롭다. 우리 판례는 민법상 기발생 손해와 장래 발생할 손해의 입증의 정도를 구별한다. 대법원 1992.4.28. 선고 91다29972 판결은 "장래의 얻을 수 있었을 이익에 관하여는 증명도를 과거사실에 대한 입증의 경우보다 경감하여 채권자가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을 구체적이고 확실한 이익의 증명이 아니라 합리성과 객관성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이익의 증명으로 족하다"고 함으로써 채권자를 위해 일실이익의 입증의 정도를 완화했다(매매계약의 준거법은 한국법이었던 듯하다). 법원이 협약이 적용되는 사건에서도 같은 구별을 할지는 불분명하다. 협약 자체로부터 합리적 확실성의 기준을 도출하지 않는다면 이는 성질결정에 의해 좌우된다. 대상판결처럼 실체법설을 따르면 입증의 정도는 매매계약의 보충적 준거법에 의하게 되어 법원에 부담스럽다(우리 법원이 다룬 사건에는 보충적 준거법이 중국법, 캘리포니아주법, 퀸즐랜드주법, 스페인법과 싱가포르법인 사건이 있다). 반면에 절차법설은 매매계약의 보충적 준거법에 관계없이 대법원판결의 법리를 따를 수 있으므로 법원의 부담을 덜어 준다.
2011-07-25
허가의 승계, 제재적 처분사유의 승계, 제재적 처분효과의 승계
Ⅰ. 事實關係 원고는 수원지방법원 임의경매사건에서 하○○ 소유의 잡종지 4필지와 그 지상 건물 1동 및 같은 곳에 설치된 주유소 시설을 경락받아 2001. 3.2. 그 대금을 완납하고, 같은 달 10일 피고에게 석유판매업자 지위승계신청을 하여 같은 달 14일자로 수리되었다. 그런데 하○○는 2001. 3.2. 유사석유제품 판매로 적발되었고, 피고는 원고가 하○○의 석유판매업자로서의 지위를 승계하였다는 이유로 같은 날 30일 원고에게 위 유사석유제품판매에 대한 과징금 7,500만원을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대해 수원지방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기각판결을 받았으며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도 마찬가지로 기각판결을 받았다. Ⅱ. 大法院 判決의 要旨 [1] 석유사업법 제9조 제3항 및 그 시행령이 규정하는 석유판매업의 적극적 등록요건과 제5조가 규정하는 소극적 결격사유 및 제7조가 석유판매업자의 영업양도, 사망, 합병의 경우뿐만 아니라 경매 등의 절차에 따라 단순히 석유판매시설만의 인수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석유판매업자의 지위승계를 인정하고 있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석유판매업 등록은 원칙적으로 대물적 허가의 성격을 갖고 또 석유판매업자가 같은 법 제26조의 유사석유제품 판매금지를 위반함으로써 같은 법 제13조에 따라 받게 되는 사업정지 등의 제재처분은 사업자 개인의 자격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사업의 전부나 일부에 대한 것으로서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지위승계에는 종전 석유판매업자가 유사석유제품을 판매함으로써 받게 되는 사업정지 등 제재처분의 승계가 포함되어 그 지위를 승계한 자에 대해 사업정지 등의 제재처분을 취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같은 법 제14조 제1항 소정의 과징금은 해당 사업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어 행정상의 제재 및 감독의 효과를 달성함과 동시에 그 사업자와 거래관계에 있는 일반 국민의 불편을 해소시켜 준다는 취지에서 사업정지처분에 갈음하여 부과되는 것일 뿐이므로, 지위승계의 효과에 있어서 과징금부과처분을 사업정지처분과 달리 볼 이유가 없다. [2] 석유사업법 제26조는 사회적·경제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유사석유제품의 유통을 엄중하게 방지한다는 취지에서 규정된 것으로서 그 위반에 따른 제재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점, 지위승계 사유의 하나인 경매는 석유판매시설에 대해만 이루어질 뿐이고 경매로 말미암아 석유판매사업자의 지위승계가 강제되는 것은 아닌 점, 석유판매업자의 지위를 승계한 자는 종전의 석유판매업자의 위반행위에 대해 책임을 추궁할 수도 있는 점, 위 과징금은 사업정지처분에 갈음하여 부과될 뿐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석유판매사업자의 지위승계 및 과징금부과처분에 관한 위와 같은 해석은 특히 경매에 의한 지위승계에 있어서 영업의 자유나 재산권의 보장 또는 평등의 원칙 등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Ⅲ. 評釋 대상판결은 허가영업자의 지위가 승계된 이후에 원 사업자의 위법사유를 들어 승계인(경락인)에게 제재적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지 여부를 다룬 판결이다. 비록 대상판결이 나온지 이미 수년이 지났으나, 주제와 관련하여서는 가장 최근의 판결이라는 점, 제재적 처분사유의 승계와 제재적 행정처분의 효과의 승계문제가 학계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국가고시의 행정법문제(2009 제53회 행정고시)로도 출제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여 평석의 대상으로 하였다. 이 글에서는 허가의 개념과 승계가능성을 다룬 후에 제재적 처분사유의 승계문제와 제재적 처분효과의 승계문제를 대상판결과 관련하여 검토하고 필자의 견해를 제시하기로 한다. 1. 許可의 槪念과 承繼可能性 일반적으로 강학상의 허가라 함은 공익침해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헌법에 의하여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자연적 자유를 법으로 금지시켰다가 개인이 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시키는 경우에 그 금지를 해제시키는 행정행위를 의미한다. 예방적 금지 또는 허가유보하에 금지라고 불리우는 이러한 허가제도는 실무상으로 개인의 직업의 자유 및 재산권행사와 직접적이고도 불가분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 문제는 개인이 건축 및 영업활동을 위하여 법에서 요구하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여 허가를 취득한 이후에 개인적 사정으로 인하여 이러한 활동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경우에 허가를 양도하거나 상속시킬 수 있는가이다. 이와 관련하여 학설의 일반적 견해는 허가의 종류에 따라 구별하고 있다. 허가의 요건이 물건이나 시설의 안전 및 상태에 집중되는 대물적 허가(예 : 건축허가, 식품위생업허가 등)의 경우에는 그 승계가 가능한 반면, 허가요건이 사람의 지식·기술·경험 등 주관적 사정에 제한되는 대인적 허가(의사면허, 운전면허 등)의 경우에는 승계가 불가능하며, 허가요건이 사람의 주관적 사정과 물건의 객관적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는 이른바 혼합적 허가(예: 액화석유가스충전 사업허가 등)의 경우에는 인적 요소의 변경에는 새로운 허가를 요하고 물적 요소의 변경에는 신고를 요한다고 한다. 대물적 허가의 경우에도 승계가능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승계는 관련 개인의 기본권행사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법률의 근거를 필요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허가관련 법률들 역시 “영업자가 영업을 양도하거나 사망한 경우 또는 법인이 합병한 경우에는 그 양수인·상속인 또는 합병에 따라 설립되는 법인은 그 영업자의 지위를 승계한다”라는 전형적인 형태의 승계규정을 두고 있다(예: 식품위생법 제39조 1항). 또한 허가영업의 양도·양수 등의 경우에는 관할 행정청에 지위승계에 대한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2. 制裁的 處分事由의 承繼 허가관련 법률들은 예외 없이 공익확보를 위하여 허가를 받은 사업자들이 준수해야 할 다양한 공법상의 의무들을 규정하고 있고, 이들이 이러한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에는 영업의 정지 및 허가의 취소 등 제재적 행정처분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허가취득자들이 영업 등의 활동 중에 법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하였으나 아직 제재적 행정처분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타인에게 허가영업을 양도하는 경우에 행정청은 양도인의 위법사유를 이유로 양수인(경매의 경우에는 경락인)에 대해 영업의 정지 등 제재적 행정처분을 발할 수 있는가이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일관되게 대물적 허가에 있어서 제재적 처분이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는 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제재적 처분사유의 승계를 인정하여 양수인에 대해 발하여진 제재적 행정처분의 적법성을 인정하여 왔다(大判 1986. 7.22. 선고 86누203 ; 2001. 6.29. 선고 2001두1611). 예를 들어 대법원 1986. 7.22. 선고 86누203 판결은 양도인의 부정휘발유판매라는 위법사유에 근거하여 양수인에게 발하여진 석유판매업허가취소처분을 대물적 처분이라고 보아 적법하다고 판시하였으며 대상판결에서도 양도인의 유사석유판매라는 위법사유에 근거하여 양수인에게 행한 영업정지처분은 대물적 처분이며 이에 따라 이를 갈음하는 과징금부과처분의 적법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결은 보다 상세한 검토를 요한다. 과연 대물적 허가가 승계되기 때문에 제재적 처분사유의 승계도 자동적으로 인정되어야 하는가? 또한 이러한 영업정지 및 허가취소 등의 제재적 행정처분이 과연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는가? 이러한 제재적 처분사유의 승계문제는 행정법이론상 이른바 公法上 義務의 승계문제에 속하고 있다. 3. 公法上 義務의 承繼論 전통적으로 公義務는 일신전속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이유로 계약에 의하여 이전되거나 또는 상속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점차 비판을 받기 시작하였다. 무엇보다도 실무상으로 발생되는 절차경제적인 어려움이 지적되었다. 예를 들어 위법건축물에 대한 철거의무의 승계가능성이 부인될 경우에 위법건축물의 소유주는 자신의 철거의무를 피하기 위하여 제3자에게 소유권을 이전시킬 수 있으며, 행정청은 또 다시 새로운 소유자에게 철거명령을 발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소유자는 구 소유자에 대한 철거명령이 불가쟁력이 발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오늘날 지배적인 견해는 公義務의 승계가능성 여부를 의무의 성격에 따라 구분하고 있다. 公義務가 의무자의 개인적인 성격과 능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단지 그에 의하여만 이행될 수 있는, 즉 일신전속적인 의무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승계가능성을 부인하는 반면, 원래의 의무자 개인과 독립하여 이행될 수 있는 의무에 대해는 그 승계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승계가 가능한 의무로는 대물적 하명에 의하여 부과된 의무나 타인에 의하여 이행될 수 있는, 즉 이행이 대체가능한 의무가 열거되고 있다. 그러나 승계가능성이 인정되는 공법상 의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승계되기 위해서는 행정청의 처분에 의하여 구체화되고 특정화 되어야 한다. 행정청의 상대방이 법률에 의하여 규정된 추상적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단지 행정청에 의한 구체적인 의무부과의 가능성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아직 승계문제가 제기되지 못한다(Mutius/ Nolte, DOV 2000, S. 1), 또한 행정청의 처분에 의하여 구체화된 의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타인에게 승계되기 위해서는 법률유보의 원칙에 따라 법률의 근거를 요한다는 것이 오늘날 다수설의 견해이다(鄭夏重, 行政法槪論, 90면). 이와 같은 公義務의 승계론에 비추어 볼 때 대상판결에서 양도인은 유사석유판매를 금지시키는 구 석유판매업법 제26조를 위반하였는 바, 이는 법률에 규정된 추상적 의무의 위반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추상적 의무위반(제재적 처분사유)에 근거하여 행정청은 영업정지처분 등 행정처분을 내림으로써 사업자 개인에게 구체적인 공법상 의무(영업정지의무 등)를 부과하게 된다. 사실관계에서 원사업자 하○○의 추상적 의무위반이 있었을 뿐, 그에 대해 어떠한 구체적인 제재적인 행정처분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 있으며, 이에 따라 양수인에게 승계될 어떠한 구체적인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원사업자가 위반한 법령상의 유사석유판매업금지의무는 사업주 자신만이 이행할 수 있는 일신전속적인 의무로서 승계가능성 자체도 없는 의무이다. 한편 대상판결은 허가가 대물적 허가라는 이유 이외에도 제재적 행정처분이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는다는 이유로 어떤 위법행위도 저지르지 않은 경락인에게 행한 영업정지처분의 적법성을 인정을 하였다. 그러나 사업자의 위법사유에 대해 부과되는 영업정지처분은 대물적 처분이 아니라 오히려 대인적 처분에 해당한다. 영업정지처분은 사업자에 대해 일정한 부작위의무를 부과하는 바, 이러한 부작위의무는 타인이 대신 이행할 수 없는 일신전속적인 의무로서 그 승계가 당연히 부인되어져야 한다. 이에 따라 양수인에게 전혀 어떠한 위법사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사업자의 위법사유를 승계시켜 양수인에 내려진 영업정지처분은 그의 영업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할 뿐 아니라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에 반하는 위법한 처분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사회적·경제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유사석유제품의 유통을 방지하고 그 실효성 확보를 이유로 경락인에 대한 제재처분을 정당화시키고 있으나, 이러한 제재처분은 위법행위를 한 원사업자에게 내려져야 하지 지위승계인인 경락인에게 행해져서는 안된다. 경락인이 받는 불이익에 관련하여 원심법원은 종전의 석유판매업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으나(서울고법 2002누13101) 과도한 채무로 인하여 토지 등의 재산권이 경매에 넘어간 종전 사업자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권을 관철시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는 행정청의 업무해태행위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양수인에게 전가시키는 비윤리적인 발상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법률에서 규정한 허가영업자의 지위승계는 허가의 효과를 승계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종전의 사업자가 행한 제재적 사유까지 승계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양도인의 영업활동 당시에 시설 등이 법령에 위반되고 그러한 위반상태가 양수 후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경우에는 행정청은 이를 사유로 양수인에게 시정명령 등 제재적 처분을 내릴 수 있는 바 이는 새로운 처분으로서 의무의 승계문제와는 무관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상판결에서 원사업자의 위법사유로 인하여 자신에게 내려진 영업정지처분이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고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충분한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4. 制裁的 處分의 效果의 承繼 양도인의 위법사유를 양수인에게 승계시켜 양수인에게 제재적 행정처분을 부과하여온 실무관행은 심각한 민원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일부 법률들은 영업허가의 승계규정에 추가하여 제재적 처분효과의 승계규정을 두기 시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식품위생법 제78조 및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제8조 등에서는 “영업자의 지위가 승계되는 경우에는 종전의 영업자에게 행한 행정제재처분의 효과는 그 처분기간이 끝난 날부터 1년간 양수인 또는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에 승계되며, 행정제재처분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양수인 또는 존속하는 법인에 대해 행정제재처분 절차를 계속할 수 있다. 다만, 양수인이나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이 양수하거나 합병할 때에 그 처분 또는 위반사실을 알지 못하였음을 증명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에 대해도 법치국가적 관점에서 이의가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양도인에게 발한 시설상의 하자를 이유로 내려진 시설개선명령은 대물적 처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 의무이행이 대체가 가능하여 승계가 가능하지만, 영업정지명령 등의 제재적 행정처분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신전속적 의무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승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신전속적인 의무에 대해 법률이 승계를 인정한 이유는 행정실무상의 문제점, 즉 양도인은 자신에 대해 내려진 제재적 처분의 효과를 회피하기 위하여 영업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명의만을 타인에게 양도하고 실제로는 양도인이 계속 영업을 하는 경우도 종 종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들은 영업양도·양수의 신고에 있어서 불수리처분을 하거나 사후단속을 통하여 얼마든지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법률들은 제재적 처분의 효과의 승계로 인하여 발생되는 원고의 기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선의의 양수인을 보호하는 단서규정을 두고 있으며 아울러 그 입증책임을 양수인에게 부과하고 있다. 향후 이러한 법규정들은 영업정지 등 일신전속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제재적 행정처분의 효과의 승계를 부인하되 담합에 의하여 양도·양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그 승계를 인정하도록 변경하는 것이 법치주의 관점에서 바람직 할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담합의 입증책임은 행정청이 부담하도록 규정해야 할 것이다.
2009-08-27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의 의미
1. 사실관계 1) 원고 추OO, 김OO, 문OO는 학교법인 A학원의 이사들이었고, 원고 김OO, 우OO는 A학원의 감사들이었다. A학원이 운영하는 OO대학교의 총장 손OO이 교수임용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로 2004년 4월27일 구속된 것을 계기로 피고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2004년 6월21일부터 같은 해 7월8일까지 A학원과 OO대학교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후 2004년 9월15일 A학원에 거액의 교비자금의 법인회계로의 전출 등 여러 위법행위들이 있음을 지적하고 2004년 11월1일까지 피고가 요구하는 시정사항을 이행하고 위 기일까지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할 것임을 계고하였다. 2) 피고는 2004년 12월24일 A학원이 일부 시정 요구사항에 대하여는 이행하였지만 대부분의 시정요구사항이 이행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사립학교법 제20조의2에 의하여 원고들에 대한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하고, 사립학교법 제25조에 의하여 소외 김△△, 박△△, 오△△, 윤△△, 이△△, 최△△을 A학원의 임시이사로 임명하였다. 3) 원고들은 피고가 지시요구한 사항 중 상당한 부분은 단기간 내에 이행하기 어려운 것들로 불가능한 조치를 요구한 피고의 시정요구는 부당하며, 설령 피고의 시정요구가 적법하다 하더라도 원고들은 피고의 시정요구를 가능한 범위 내에서 모두 성실히 이행하였으며, 이 사건 교비회계의 불법집행은 원고들이 아닌 총장에 의하여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원고들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시정요구사항을 성실히 이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임원취임 승인취소처분에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원고들은 임원취임취소처분 및 임시이사선임처분에 대하여 서울행정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나 기각판결을 받았고(2006. 1.18, 2005구합3943)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였으나 마찬가지로 기각판결을 받았다( 2006. 11.14, 2006누5177).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대법원에 상고를 하였다. 원고들은 원심변론종결일 이전 또는 상고심에 이르러 모두 정식이사의 임기가 만료되었으며, 임시이사들 역시 원심별론종결일 이전에 임기가 만료되어 새로운 임시이사로 교체되었다. 2. 대법원 2007. 7.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판결의 요지 1) 제소 당시에는 권리보호의 이익을 갖추었는데 제소 후 취소대상 행정처분이 기간의 경과 등으로 그 효과가 소멸한 때, 동일한 소송 당사자 사이에서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 확인 내지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리고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단계적인 일련의 절차로 연속하여 행하여져 후행처분이 선행처분의 적법함을 전제로 이루어짐에 따라 선행처분의 하자가 후행처분에 승계된다고 볼 수 있어 이미 소를 제기하여 다투고 있는 선행처분의 위법성을 확인하여 줄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는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권리구제의 확대 등의 측면에서 여전히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2) 임시이사 선임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의 계속중 임기만료 등의 사유로 새로운 임시이사들로 교체된 경우,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효과가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보게 되면, 원래의 정식이사들로서는 계속중인 소를 취하하고 후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을 별개의 소로 다툴 수밖에 없게 되며, 그 별소 진행 도중 다시 임시이사가 교체되면 또 새로운 별소를 제기하여야 하는 등 무익한 처분과 소송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 법원이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을 긍정하여 그 위법성 내지 하자의 존재를 판결로 명확히 해명하고 확인하여 준다면 위와 같은 구체적인 침해의 반복 위험을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후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에서 기판력에 의하여 최초 내지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위법성을 다투지 못하게 함으로써 그 선임처분을 전제로 이루어진 후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효력을 쉽게 배제할 수 있어 국민의 권리구제에 도움이 된다. 3) 그러므로 취임승인이 취소된 학교법인의 정식이사들로서는 그 취임승인취소처분 및 임시이사 선임처분에 대한 각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고, 나아가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 도중에 선행 임시이사가 후행 임시이사로 교체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3. 문제의 제기 그동안 우리 행정소송법에서 가장 논란이 많이 되어 왔던 조항 중의 하나는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규정일 것이다.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은 “처분 등의 효과가 기간의 경과, 처분 등의 집행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멸된 뒤에도 그 처분 등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의 경우에는 또한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체계적으로 그리고 문언상으로 볼 때 동 조항은 이른바 실효된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 있어서 원고적격에 관한 규정으로 볼 수 있다. 즉 실효된 처분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원고적격은 부인되나 다만 그 처분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될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에게는 예외적으로 원고적격이 인정된다는 것이 법규정의 문언에 충실한 해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리적 해석을 따를 경우에 법리상으로 중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다수설과 판례는 행정소송법 제12조 전단의 법률상 이익을 “근거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보호되는 이익”(법률상 이익구제설)으로 보아 이러한 이익이 인정되는 경우에 원고적격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실효된 처분에 있어서는 이러한 근거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은 원칙적으로 부인되어지고 예외적으로만 인정될 수 있다는 의미인가? “근거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이 보호규범이론에 따라 개인적 공권의 개념에 해당된다면(憲裁決 1998. 4.30, 97헌마141 ; 鄭夏重, 獨逸公法學에 있어서 權利의 槪念, 行政法硏究 6호, 2000. 10, 30면 이하 참고), 이미 실효된 처분에 있어서는 원고의 권리가 원칙적으로 침해되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그러나 이미 강제집행된 위법한 철거명령 및 기간이 경과된 영업허가의 위법한 정지처분, 집회의 위법한 해산명령 등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실효된 위법한 처분에 의하여도 상대방의 권리가 얼마든지 침해될 수 있음은 자명하다. 문언에 충실한 해석을 할 경우에 나타나는 이러한 왜곡을 피하기 위하여 판례와 학설은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을 취소소송의 원고적격에 관한 규정이 아니라 권리보호의 필요에 관한 규정으로 보고 있다. 즉 원고는 실효되지 않은 처분과 마찬가지로 실효된 처분에 의하여 근거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만 원고적격을 인정받는다. 다만 이미 처분이 실효되어 그의 취소는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되어 각하판결을 받게 될 수 밖에 없지만, 예외적으로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에 따라 “취소로 인하여 회복될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권리보호의 필요가 인정되어 본안판단을 받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鄭夏重, 行政法槪論, 737면). 그러나 이로부터 또 다른 의문점이 발생된다. 과연 실효된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은 가능한 것일까? 또한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은 전단과 동일하게 해석되어야 할 것인가? 4. 종래 판례의 입장 종래 판례는 12조 후단의 소송은 처분이 실효되었다고 할 지라도 여전히 취소소송의 성격을 갖는다는 입장을 고수하여 왔으며, 아울러 동 규정상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을 전단과 동일하게 파악하여 “근거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 이익”으로 판시하여 왔다. 이와 같은 판례의 입장은 결과적으로 실효된 처분의 있어서 소의 이익을 인정하는데 상당히 인색할 수 밖에 없다. 판례는 인·허가처분의 취소나 철회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한 경우에 당해 처분의 존속기간이 도과된 경우에는 일관되게 소의 이익을 부인하여 왔다(大判 2001. 2.23, 200두9472 ; 1995. 7.11, 95누4568 ; 1993. 7.27, 93누3899 ; 1991. 7.23, 90누6651). 또한 행정처분이 그 집행에 의하여 또는 공사 등의 완료로 인하여 그 목적으로 달성한 경우에는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소멸된다는 것이 일관된 판례의 입장이다(大判 2007. 4.26, 2006두18409 ; 1996. 11.29, 96누9768 ; 1994. 1.14, 93누20481). 그리고 판례는 일련의 절차에 따라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행하여지는 경우에 선행처분이 실효하는 경우, 또는 두개의 행위가 결합하여 법률효과가 완성되는 경우에는 그 선행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은 소멸한다는 입장을 취하여 왔다(大判 1999. 10.8, 99두6873; 1999. 10.8, 97누12105). 대법원은 자격정지처분의 취소청구에 있어서 그 정지기간이 경과된 이상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이익이 없고 설사 그 처분으로 인하여 명예, 신용 등의 인격적 이익이 침해되어 그 침해상태가 자격정지기간 경과 후까지 잔존하더라도 이와 같은 불이익은 동 처분의 직접적인 효과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소의 이익을 부정하였다(大判 1978. 5.8, 78누72). 5. 판례의 변화 그러나 최근에 들어와 판례의 태도는 상당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대법원은 제재적 처분기준이 시행규칙으로 규정된 경우, 그 기준은 행정규칙의 성격을 갖는다는 이유로 제재적 취소소송에 제기된 이후에 제재처분의 기간이 경과되어 처분의 효력이 소멸된 경우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일관되게 판시하여왔으나(大判 1988. 3.29, 87누1230 ; 1986. 7.8, 86누281 ; 1995. 10.17, 94누14148), 2006. 6.22. 선고 2003두1684 전원합의체판결에서는 제재적 처분의 기준의 법적 성질이 법규명령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담당공무원은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으므로 그 처분의 존재로 인하여 장래에 받을 불이익, 즉 후행처분의 위험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는 이유로 법률상 이익을 인정하여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였다. 한편 대법원은 종래 학교법인의 임원취임승인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서 이사의 임기가 만료된 경우에 임원취임승인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는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판시하여 왔다(大判 1995. 3.10, 94누8914 ; 1997. 4.25, 96누9171 ; 1999. 6.11, 96누10614 ; 2003. 3.14, 2002두 10568 ; 2003. 10.24. 2003두5877). 또한 학교법인의 이사에 대한 취임승인이 취소되고 임시이사가 선임된 경우 그 임시이사의 재직기간이 지나 다시 임시이사가 선임되었다면 당초의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은 마찬가지로 법률상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大判 2002. 11.26, 2001두2874). 그러나 위 대법원 2007. 7.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제소당시에는 권리보호의 이익을 갖추었는데 제소후 취소대상 행정처분이 기간의 경과 등으로 그 효과가 소멸한 때, 동일한 소송당사자 사이에 동일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 확인 내지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리고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단계적인 일련의 절차로 연속하여 행하여져 후행처분이 선행처분의 적법함을 전제로 이루어짐에 따라 선행처분의 하자가 후행처분에 승계된다고 볼 수 있어 이미 소를 제기하여 다투고 있는 선행처분의 위법성을 확인하여 줄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는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권리구제의 확대 등의 측면에서 여전히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고 판시하면서 취소소송의 제기후에 임기가 만료된 사립학교임원의 소의 이익을 인정하였다. 이와 같은 판례의 태도는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을 전단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과 동일하게 보아왔던 종전의 입장과 현저한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하겠다. 특히 위 전원합의체판결은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을 독일 행정법원법 제113조 제1항 제4호의 계속확인소송의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의 개념에 상당히 접근시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변화는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소송의 성격과 법률상 이익의 개념에 대한 새로운 정향점을 마련하고 있다. 6. 결어 생각건대 근래의 유력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鄭夏重, 行政法槪論, 739면 ; 洪準亨, 行政救濟法 374면),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성격은 취소소송의 성격을 갖는 것이 아니라, 위법확인소송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비록 행정소송법 제12조 제2문은 처분 등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될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 당해 처분은 이미 효력이 소멸되어 취소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며, 따라서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인용판결을 받는다고 하여도 실질적으로는 당해 처분의 위법성의 확인판단을 받는 것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행정소송법 제12조 제2문에 의한 소송은 독일행정소송법 제113조 제1항 제4문에서 규정한 계속확인소송의 성격과 유사한 소송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제12조 제1문의 소송과 제12조 제2문의 소송은 그 목적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제12조 제2문의 법률상 이익은 독일행정소송법 제113조 제1항 제4문과 같이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에는 법으로 보호하는 이익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익은 물론 정신적 이익(ideele)을 포함하여 모든 법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 법률상 이익을 이와 같이 전향적으로 해석할 경우에 지금까지 소의 이익이 부정되어 각하판결을 받았던 대부분의 경우는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이 인정되어 본안판단을 받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인·허가처분의 위법한 취소나 철회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한 경우에 당해 처분의 존속기간이 도과된 경우에도 당해 처분의 위법확인의 판결은 원고에게 소송비용의 부담을 면하게 할 뿐 아니라, 판결의 기판력은 이후에 있을 국가배상청구소송에 있어서 원고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법적 지위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정당한 이익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실효된 처분의 차별적인 효과에 의하여 명예나 신용이 훼손된 경우에도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즉시강제의 경우에도 반복되는 위험의 방지를 위하여 소의 이익이 인정될 것이다. 종래의 판례의 소극적인 입장은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이 전단과 동일하게 “법률상 이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서 주로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국회에 제출되었던 행정소송법개정안 역시 현행법과 동일한 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에 대한 재고가 요구된다. 취소소송의 판결부분에 “ 처분 등의 효과가 기간의 경과, 처분 등의 집행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멸된 뒤에서, 법원은 원고의 정당한 이익이 있는 한 원고의 신청에 따라 당해 처분이 위법하였음을 선고한다”라는 조문을 설치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개선방안이 될 것이다.
2008-10-09
미용성형수술에 있어서의 시술의사의 주의의무
1. 사안의 개요 이 사건 피해자는 2004년 11월 15일경 피고인1 의사로부터 안면 주름 및 오른쪽 볼부위 볼거리 흉터 제거수술 등을 시행받은 뒤, 익일에 전날 성형수술시 묶어놓은 안면부 혈관이 풀려 혈종이 발생하여 얼굴이 부은 상태가 발생하게 되어 재내원했고, 이에 피고인1은 전날 성형수술 당시 절개한 부위를 다시 절개하고 혈종을 제거한 뒤 봉합했으나, 이후에도 피해자가 이상증상을 계속 호소하여 같은 달 19일과 21일 계속하여 절개부위를 다시 절개해서 혈종을 제거하거나 상태를 들여다 본 다음 다시 봉합하는 수술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같은 달 19일의 1차 봉합수술이후 피고인1은 상피고인이 피해자가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켜 줄 것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전원 요구에 응하지 않고 간호사도 배치되어 있지 않은 입원실에 피해자를 입원시키는 조치를 하는 등 피해자와 대치하다가 결국 같은 달 22경 피해자측의 강력한 요구에 못이겨 ○○병원으로 이송하게 되었다. 그리고 당시 피해자는 안면 오른쪽 귀 근처 수술부위의 창상이 벌어진 채 부종 및 감염상태가 매우 심각한 상태의 상해를 입었던 사안이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들이 업무상과실치상 외에 의료법위반,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부정의료업자), 위증교사·위증 등 여러가지 부분들이 복합적으로 문제되었고, 대법원에서는 피고인1에 대한 초진기록 미송부에 의한 의료법 위반의 공소사실을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부분은 파기했으나, 업무상과실치상 등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는 원심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2. 판결요지 대법원은 이 건에서 업무상 과실치상의 점과 관련하여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하고,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하거나 그러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신속히 전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다른 병원으로의 전원조치 등을 취해야 한다”고 하여 일반적인 의료행위에 있어서 의사의 주의의무를 설시하는 한편, “특히 미용성형을 시술하는 의사로서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에 입각하여 시술 여부, 시술의 시기, 방법, 범위 등을 충분히 검토한 후 그 미용성형 시술의 의뢰자에게 생리적, 기능적 장해가 남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할 뿐 아니라, 회복이 어려운 후유증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은 경우 그 미용성형 시술을 거부 내지는 중단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해 별도로 미용성형수술 의사의 주의의무에 대하여 논한 뒤, “이 사건에서 피해자를 상대로 피고인1이 시행한 안면 주름 및 오른쪽 볼 부분 볼거리 흉터 제거수술의 목적과 방법, 위 피고인의 위 수술에 대한 지식의 정도와 시술경험, 위 수술 이후 피해자의 상태 변화, 피해자의 증상이 악화된 이후 피해자를 ○○병원에 이송할 때까지 위 피고인이 취한 조치의 내용 등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비록 위 수술로 인한 부작용을 확대시키는 데 있어서 피해자의 과실이 있음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미용성형 시술을 하는 의사로서 요구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가 위와 같은 성형수술 이후 그 회복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수인해야 하는 범위를 초과하여 생리적·기능적 장해를 입게 되었다고 보이므로,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에 대한 판시 업무상과실치상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옳다”고 판시했다. 3. 문제의 제기 이 사건 대법원판결은 미용성형의 경우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가 의사의 일반적인 주의의무와 비교해 볼 때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지에 관한 형사적 관점에서 판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하에서는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판시 내역에 주목하면서 일반적 의료행위에 관한 의사의 주의의무를 살펴본 뒤 미용성형수술 의사의 주의의무가 어떠한 점에서 차별화되는지에 관해 논하고자 한다. 4. 일반적 의료행위에 관한 의사의 주의의무 대법원은 일반적 의료행위에 관한 의사의 주의의무에 관해 ‘의료과오사건에 있어서의 의사의 과실은 일반의 의사가 그 당시 의학상 일반적으로 인정된 지식과 기술에 의해서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발생을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하여 의사가 행하는 의료행위의 경우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관리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불법행위에서 보다는 한층 더 높은 주의의무 또는 최선의 주의의무가 요구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84. 6. 12. 선고 82도3199 판결). 한편, 이러한 일반적인 의료행위에 있어 ‘의사가 기울여야 할 주의의무를 다했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위와 같은 기준으로는 추상적이고 애매한 경우가 많으므로 의료행위가 행해지는 주변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대법원도 수차례 “의사의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겱택펯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하며, 또한 진단은 문진·사진 ·촉진·청진 및 각종 임상검사 등의 결과에 터 잡아 질병 여부를 감별하고 그 종류, 성질 및 진행 정도 등을 밝혀내는 임상의학의 출발점으로서 이에 따라 치료법이 선택되는 중요한 의료행위이므로, 진단상의 과실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과정에 있어서 비록 완전무결한 임상진단의 실시는 불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 내에서 그 의사가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와 의학지식 및 경험에 터 잡아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를 따져 보아야 한다”고 하여 의료과실의 구체적 판단규준에 관해 제시해 왔다(대법원 1987. 1. 20. 선고 86다카1496 판결,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20755 판결, 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다33875 판결 등 참조). 5. 미용성형수술 시행 의사의 주의의무 미용성형수술의 경우 피시술자가 정상적인 외관과 기능을 지니고 있는 상태에서 피시술자의 개인적인 심미적 만족감을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시행되는 것이므로 의학적 적응성과 치료의 긴급성이 질병과 상해에 대한 치료가 주목적인 일반적인 의료영역과는 차별화되고 있다. 또한 미용성형수술의 경우 영리적 목적이 강하고, 적극적으로 행해지는 의료광고를 통해 피시술자가 수술시행 의사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으며, 시술 전에 의사와 피시술자 사이에 구체적 결과에 대한 상호협의 후에 이루어지는 등 도급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일반적 의료행위에 있어서 요구되는 것과는 다른 고도의 주의의무가 부과될 필요성이 있다. 대법원 역시 위 판시내역과 같이 미용성형 수술을 시행하는 의사에 대해 보다 엄격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듯 하다. 즉, 미용성형수술의 경우 첫째, 의학적 필요성이 적고 긴급성이 없기 때문에 시술자인 의사로서는 피시술자의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불만감과 피시술자가 원하는 구체적 결과에 관해 충분히 경청한 뒤 현대 임상의학의 발달수준에 맞추어 피시술자가 원하고자 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 숙고해야하고, 둘째, 피시술자의 특이체질 등에 관하여 면밀한 검사를 거친 뒤 시술 여부 및 시술방법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며, 셋째, 만약 피시술자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거나 미용성형수술로 인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사료되는 경우 시술을 중단해야 할 의무까지 부과하고 있고, 넷째, 미용성형수술을 시행하는 의사가 시술을 시행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때 향후 미용성형수술로 남을 수도 있는 피시술자의 생리적·기능적 장해에 관한 예견가능성도 확대되며, 다섯째, 수술 후 피시술자에게 위 장해가 남지 않도록 피시술자가 알아야 할 대처에 관한 요양방법의 지도의무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물론 이러한 미용성형수술 의사의 주의의무가 일반 의료행위 시술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와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고 보는 반론도 있으나, 일반 의료행위의 경우 의학적 적응성과 치료의 긴급성이 있을 경우에는 그 의료행위로 인해 생명에 위험이 야기되는 경우에도 구명(救命)의 가능성이 있다면 시술을 중단해서는 안 되고 시행해야 하며, 또 그 의료행위로 인해 사전에 예상되는 후유증이나 수술자국 등 장해가 남는다고 하더라도 그 의료행위가 추구하는 구명의 목적이 달성되었다면 이를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지칭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보여진다. 6. 이 사건 판례의 검토 및 결론 미용성형을 시술하는 의사가 지녀야할 주의의무에 대해서는 일찍이 민사판결인 대법원 1994. 4. 26. 선고 93다59304판결에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적시한 법리가 판시된 바 있었다. 그리고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는 그러한 민사상 적시되어 온 미용성형수술 의사의 주의의무를 형사상의 미용성형수술 의사의 주의의무를 판단할 때에도 동일하게 적용됨을 명시화한 것으로 보인다.
2008-06-16
회사정리계획과 어음소지인의 사고신고담보금청구권
[판결요지] 사고신고담보금예치계약은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서 그 계약상 요약자와 낙약자 사이에서 원인관계가 변경되더라도 낙약자의 제3자에 대한 급부의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회사정리계획으로 어음채권의 내용이 변경되더라도 어음소지인의 지급은행에 대한 사고신고담보금청구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1. 사건의 개요 1) H회사(발행인, 이하 甲이라 칭함)가 발행한 어음을 P(소지인, 이하 乙이라 칭함)가 취득하여 지급은행(이하 은행이라 칭함)에 제시하였다. 그런데 그 제시에 앞서 甲이 은행에 사고신고를 하여, 은행이 사고신고 접수를 이유로 乙에게 지급을 거절하였다. 甲은 신고 당시 은행에 사고신고담보금(이하 담보금이라 칭함)을 예치하였다. 그 뒤 甲이 회사정리절차(이하 정리절차라 칭함)에 들어가 乙이 어음채권을 정리채권으로 신고하였고, 이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정리채권으로 확정되었다. 한편 정리계획으로 어음채권의 내용이 일부 변경되었다. 어음채권이 정리채권으로 확정된 것에 기하여 乙(원고)이 은행을 상대로 담보금 전액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자, 은행(피고)은 정리계획으로 어음채권의 내용이 일부 변경되어 담보금청구권도 변경된 내용에 따라 행사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항변하였다. 2) 원판결은 乙의 지위를 정리회사의 보증인과 유사하다고 보아 회사정리법(이하 정리법이라 칭함, 이 법은 2005.3.31. 채무자 회생 등에 관한 법률에 흡수됨) 제240조 제2항을 내세워 은행의 항변을 배척하고 乙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즉 담보금 전액을 은행은 乙에게 지급하라고 명하였다. 이에 은행이 불복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원판결이 내세운 이유는 적절하지 아니하지만 결론을 같이 한다면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위 판결요지가 대법원이 내세운 이유이다. 2. 사고신고의 성질 乙이 어음을 정당하게 취득할 경우도 있고(이하 正일 경우라 칭함), 부당하게 취득할 경우(이하 不일 경우라 칭함)도 있다. 사고신고제도는 乙이 不일 경우를 대비하여 은행들이 자치법규인 어음교환규약(이하 위 규약이라 칭함)을 통하여 마련하여 놓은 제도이다. 乙이 不일 경우 乙은 어음채권을 행사할 수 없다. 사고신고란 乙이 不일 경우 중 분실, 도난 등의 사유로 甲이 항변권을 가지고 있을 경우에 甲이 은행에 항변권을 신고하는 것이다(졸고. ㉮ “어음항변과 어음교환규약상의 사고신고” 저스티스 통권 제86호 5면이하). 사고신고는 지급사무위탁의 철회나 지급권한수여의 철회가 아니라 항변권의 신고이다. 은행은 사고신고를 접수하면 甲을 대신하여 乙에게 항변권을 행사하여 乙에게 어음금의 지급을 거절한다. 이 제도는 乙이 不일 경우를 대비한 제도인데, 실제로는 乙이 正일 경우에도 甲이 은행에 사고신고를 하는 예가 적지 않다. 이런 허위신고는 무효화하여 乙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乙을 보호하여야 한다. 허위신고가 없었다면 乙이 당시 어음금을 지급받았을 것이므로 당시 지급받는 것과 같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乙을 보호하는 길이다. 3. 담보금예치계약의 성질 1) 담보금예치제도는 正인 乙을 보호하기 위하여 은행들이 역시 위 규약을 통하여 마련한 제도이다. 은행은 甲과 체결한 당좌계약상 어음과 상환으로 甲의 당좌예금 중에서 어음금을 지급하여 주기로 한 어음금의 지급사무담당자이다. 이 예치계약(이하 이 계약이라 칭함)은 위 지급사무의 일환으로 지급사무의 내용에 세 가지 사항을 추가한 것이다. 첫째는 어음과의 상환에 더하여 乙로부터 正임을 증명하는 자료를 받는 것이고, 둘째는 위 예금 대신에 이 담보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며, 셋째는 은행에 대하여 乙이 직접 어음금청구권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였는데, 직접 담보금청구권을 가지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이 계약은 지급사무의 일환이지 별개의 사무를 위임하는 계약이 아니다. 이제까지 살핀대로 이 계약의 성질은 은행으로 하여금 乙에게 직접 담보금을 지급하여 줄 것을 갑이 은행에 의뢰하는 변제공탁계약이다(졸고 ㉮, ㉯ “사고신고담보금과 회사정리개시결정”, 서울변회 판례연구 18집 ⑴ 82면이하). 2) 대법원은 일찍부터 이 계약의 성질을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 해석하여 왔고, 대상판결도 그 해석을 따르고 있다. 논자들도 필자 이외에는 이런 대법원의 해석에 동조하고 있다(임채웅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된 경우 어음소지인의 지위…” 상사판례연구 [Ⅵ] 203면이하, 최상열 “정리채권신고를 하지 아니하여 실권된 약속어음소지인…” 법원행정처 판례해설 2001년 하반기 538면이하). 그 해석은 잘못된 것이다. 이 계약에는 甲과 은행 사이에 보상관계가 따로 없다. 그리고 제3자의 수익의사표시(이하 수익표시라 칭함)도 필요없다. 乙은 바로 담보금청구권을 취득한다. 乙은 어음의 제시로서 이미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하였다. 거기에 더하여 따로 수익표시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위 규약상 乙에게 正임을 증명하는 소제기증명을 6개월 내에 은행에 제출할 것이 요구되고 있으나, 이는 수익표시가 아니라 은행업부상 담보금의 권리관계를 빨리 확정짓기 위한 조치로서 마련된 것일 뿐이다. 제3자를 위한 계약에 있어서는 수익표시 이전까지 요약자와 낙약자가 제3자의 권리를 변경 또는 소멸시킬 수 있으나(민법 제541조), 이 계약에 있어서는 乙의 위 증명 제출 이전에도 甲과 은행이 을의 권리를 변경 또는 소멸시킬 수 없다. 뿐만 아니라 乙에게 위 증명의 제출을 요구하는 것 자체도 부당한 일이다(졸고, ㉮). 이 계약의 성질을 필자와 같이 변제공탁계약으로 해석하면 정리절차에서 어음채권의 내용에 어떤 변경이 생겨도 乙의 담보금청구권에는 아무런 영향이 미치지 아니한다. 대법원이 이 계약의 성질을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 잘못 해석하였으나, 乙의 담보금청구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4. 정당한 소지인의 담보금청구권 1) 담보금은 甲이 출재하여 은행에 예치하지만, 乙이 正일 경우 예치 즉시 확정적으로 乙에게 귀속된다. 乙의 담보금청구권은 조건부 권리가 아니라, 확정된 권리라는 말이다. 조건이란 어떤 법률관계의 발생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에 걸리게 하는 것인데, 乙이 正인 여부는 과거(乙이 어음을 취득할 때)의 확실한 사실이지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乙은 단지 그가 正이라는 증명(승소확정판결 또는 이와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것)을 갖추기만 하면 된다. 그 증명을 갖추는 일은 물론 조건이 아니다(졸고 ㉮, ㉯). 정리절차에서 乙의 어음채권이 정리채권으로 그대로 확정되거나(정리법 제145조), 정리채권확정의 소에서 판결로 확정된 것은 위의 증명에 해당된다. 乙이 正일 경우, 甲이 출재하였지만 담보금은 이미 甲의 재산이 아니라 을의 재산이다. 乙이 不일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甲은 그 증명을 갖추어 담보금을 은행으로부터 반환받을 수 있다. 그 경우에 한하여만 甲의 재산이다. 그런데 대법원(참고판결)과 위의 논자들은 乙이 正이면 乙이 지급청구권을 가지고, 乙이 不이면 甲이 반환청구권을 가지게 된다는 사정을 마치 조건의 성취 여부로 권리관계가 가려지는 것으로 착각하여 乙의 담보금청구권의 성질을 조건부 권리라고 오해하고 있다. 그런 오해는 乙이 正인 여부가 가려지기까지 甲에게도 절반의 권리가 남아있다는 오해로 이어졌다. 5. 어음채권을 정리채권으로 신고하지 아니한 어음所持人의 지위 1) 甲이 정리절차에 들어간 때에 乙이 어음채권을 정리채권으로 신고하는 것을 잊기 쉽다(참고판결의 사안). 그러면 乙의 담보권청구권에 어떤 영향이 미칠까? 법원이 정리절차개시결정(이하 개시결정이라 칭함)을 내리면 어음채권은 정리채권으로 된다(정리법 제102조). 乙은 어음채권으로 소구하거나 집행할 수 없고, 기간 내에 어음채권을 정리채권으로 신고하여 정리계획에 따라 그 변제를 받을 수 있다(동 125조). 신고를 안 하면 정리절차에서 변제받을 수 없고, 정리계획에서 제외된 권리에 대하여는 정리회사가 책임을 면하므로(동 제241조), 어음채권에 대하여 당연히 책임을 면한다. 乙이 정리절차에서 변제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정리회사를 상대로 어음채권으로 소구하거나 집행할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2) 이를 두고 대법원은 참고판결에서 乙이 어음채권을 잃고(실권하고), 甲의 어음채무가 자연채무와 유사하게 변경되어 乙이 담보금청구권을 행사할 正인 지위도 잃는다고 판시하였다. 필자가 기왕에 이 판시에 반대하는 평석을 내놓은 바 있다(졸고 ㉯). 개시결정 이후에 신청인이 취하하거나 법원이 취소결정을 내릴 경우, 법원이 정리절차 폐지결정을 내릴 경우에 乙의 어음채권은 마치 동면에서 깨어나듯, 그동안 행사할 수 없던 상태에서 행사할 수 있는 상태로 되돌아온다. 그렇다면 실제로 乙이 권리를 잃지도 아니하고 甲의 채무가 자연채무로 변경되지도 아니한 것이다. 그리고 실권하고 변경되더라도 乙이 正인 지위마저 잃는다는 판시는 잘못된 것이다. 이에 대하여는 대상판결의 판결요지와 대비하면서 뒤에 설명한다. 3) 실권하고 변경된다는 법원의 해석에 의문을 제기한 논자가 필자 이외에도 있다(임채웅 전게). 그러면서도 그 논자는 乙이 담보금청구권을 잃는다는 참고판결의 결론에는 찬성하고 있다. 그가 찬성하면서 내세운 두 가지 논거를 들어 살펴본다. 정리절차는 제정법에 의한 것이고 乙의 담보금청구권은 위 규약에 의한 것인데, 규약에 의하여 乙로 하여금 100% 변제받도록 하는 것은 규약을 제정법에 우선하게 하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는 것이다. 규약은 자치법규이다. 사적자치의 영역에서는 자치법규가 최우선의 법원이다. 그리고 자치법규에 의한 것이라도 개시결정 이전에 확정된 권리를 뒤에 개시결정으로 변경되게 하는 것이 오히려 부당하다. 둘째로 담보금을 甲의 재산이라고 전제하면서 정리회사의 모든 채권자를 위한 재산으로 삼아야지 乙을 특별히 대우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 견해는 담보금에 관하여 甲에게도 절반의 권리가 남아있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위에서 필자가 이미 그 오해를 지적하였다. 6. 두 판결요지 사이의 충돌 대상판결의 판결요지(X)에 의하면 정리절차에서 乙의 어음채권이 그대로 확정되거나 정리채권확정의 소에서 판결로 확정된 이후에 정리계획으로 어음채권의 내용이 변경되더라도 乙의 담보금청구권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그리고 위 확정의 소 계속 중에 어음채권의 내용이 변경되더라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미치지 아니할 것이다. 그 까닭은 정리계획이 乙의 지위를 正에서 不로 변경하는 효력마저 지니고 있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참고판결의 판결요지(Y)에 의하면 乙이 신고를 안하면 乙의 지위가 正에서 不로 변경되어 담보금청구권도 잃는다. Y에 의하면 정리계획이 乙의 지위를 正에서 不로 변경하는 효력마저 지니고 있는 셈이 된다. X와 충돌된다. 乙이 설사 어음채권을 잃고 甲의 채무가 자연채무로 되더라도, 어떻게 그런 사정이 乙의 지위를 正에서 不로 변경되게 할 수 있는가? 과거의 확실한 사실인 乙이 正인 여부를 그런 사정이 변경되게 할 수 없다. Y는 논리의 비약이다. 그리고 乙이 어음채권 일부를 행사하지 못하게 된 것과 전부를 행사지 못하게 된 것과의 차이는 양적 차이에 그친다. 그런데 일부 행사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그에 불구하고 담보금을 전액 받는데, 전부 행사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담보금을 전액 못 받게 된다. 양적 차이가 질적 차이로 둔갑한 셈이다. 이 점에서도 X와 Y는 정면으로 충돌한다. 대법원은 X를 내놓을 때에 Y는 잘못된 것이라고 밝히고 Y를 변경하였어야 옳았다.
2007-10-08
채석허가에 따른 적지복구상의 산림소유자의 법적 지위
Ⅰ. 事實關係 (산림소유자인) 원고는 1986. 10.경 인천강화군 양사면 인화리 산 468, 418, 418-2, 416 임야(이하 ‘이 사건 임야’라 한다)에 대한 채석허가명의자인 소외 김용으로부터 채석허가명의를 양도받은 후, 수 차례 연장허가를 받아 채석을 하여 오던 중, 1994. 8. 2. 채석허가 명의를 소외 창석개발주식회사로 변경하여 동 회사로 하여금 토석을 채취하게 하였다. 그 후, 원고는 위 창석개발주식회사의 채석허가기간이 만료되자 1997. 2. 18. 피고(강화군수)로부터 이 사건 임야에 대하여 토석채취 및 반출기간을 1997. 2. 18.부터 1998. 2. 28.까지로 하는 채석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원고는 1997. 2. 24. 소외 주식회사 서경산업과 이 사건 임야에 대하여 채석허가명의를 변경하여 주기로 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소외 효신개발주식회사와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전대계약이 체결됨에 따라, 위 채석허가권을 효신개발에게 양도하였다. 해서 채석수허가자 명의가 효신개발로 변경되었다. 그런데, 그 후 이사건 임야에 인접한 인천 강화군 양사면 인화리 산 467-1 임야의 소유자인 소외 김평겸이 피고에게 위 채석허가지의 토석채취 작업으로 인하여 위 인하리 산 467-1 임야에 소재한 분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민원을 제기함에 따라, 피고는 1997. 7. 18. 효신개발에 대하여 부분적지복구를 명하였으나, 효신개발이 이를 계속 지연하던 중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채석허가기간이 만료되었다. 위 채석허가기간이 만료될 경우 효신개발은 복구설계서를 제출하여 피고의 승인을 받은 다음 적지복구공사를 시행하여야 하나 이를 이행하지 아니함에 따라 피고는 1998. 10. 28. 복구설계서를 작성하여 효신개발에 대하여 적지복구를 명하였다. 그러나 효신개발이 다시 이를 이행하지 아니함에 따라 피고는 1999. 3. 10. 위 채석허가자 명의변경신청 당시 효신개발이 예치하여 두었던 적지복구비 금 215,326,000원을 한국보증보험주식회사로부터 인출한 다음 효신개발이 지정하는 자로 하여금 적지복구를 대행하게 하기 위하여 효신개발에 사업시행자지정을 통보하였다. 그러자, 효신개발은 서경산업에 적지복구시행자의 지정을 위임하였고, 서경산업은 1999. 5. 17. 피고에게 소외 태궁임업주식회사를 적지복구시행자로 지정하여 보고하였다. 그에 따라 피고는 위 태궁임업에게 적지복구명령을 하면서 적지복구설계서의 제출을 명하자, 태궁임업은 복구설계서를 제출하여 피고로부터 승인을 받은 다음 위 설계서에 따라 복구공사를 시행하였다. 그 후, 피고는 적지복구공사가 완료된 후 1999. 12. 17. 태궁임업으로부터 하자보증서 및 이행각서를 제출받은 후 적지복구준공통보를 하였다. 그 후, 원고는 2002. 5.경 위 태궁임업이 제출한 복구설계서는 당초 효신개발이 적지복구명령을 받은 부분을 포함하지 않았음에도 피고에 의하여 승인을 받았고, 복구설계서에 따른 시공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복구준공통보가 되었다며 피고에게 위 태궁임업에 대한 복구설계서의 승인 및 복구준공통보(이하 ‘복구준공통보등’이라 한다)를 취소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2002. 5. 24. 이를 거부하는 내용의 회신을 하였다. Ⅱ. 判決要旨 국민의 적극적 행위신청에 대한 행정청의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그 행위발동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한다. 산림법령에는 채석허가처분을 한 처분청이 산림을 복구한 자에 대하여 복구설계서승인 및 복구준공통보를 한 경우 그 취소신청과 관련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원래 행정처분을 한 처분청은 그 처분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스스로 이를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지만, 그와 같이 직권취소를 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해관계인에게 처분청에 대하여 그 취소를 요구할 신청권이 부여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처분청이 위와 같이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없이 한 이해관계인의 복구준공통보 등의 취소신청을 거부하더라도, 그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되지 않는다. Ⅲ. 問題의 提起 사안에서 원고가 ‘복구준공통보등’에 대해 직접적인 취소소송을 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고 그것에 대한 직권취소를 구한 다음 그 거부를 소송대상으로 삼았다. 즉, 기본적으로 3극관계를 바탕으로 원고가 행정청으로 하여금 제3자(여기선 태궁임업)에 대해 일종의 행정개입(‘복구준공통보등’에 대한 직권취소)을 구한 것이다. 그 결과 사안에서 관건은 거부처분의 성립여부이다. 여기서 판례는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 이래 확고한 거부처분의 인정공식(신청대상행위의 처분성+대상행위에 관한 신청권의 존재)에 의거하여 논증을 한 즉, 신청권의 결여로 거부처분의 존재를 부인한다. 사실 법원은 거부처분취소소송에서 대상적격성의 물음과 원고적격성의 물음을 混入시켜 그 자체론 후자를 문제 삼지 않는다. 그리고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의 경우에도 양자의 물음을 구분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연계시켜 논증하고 있다(참조: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두11455 판결 등). 거부처분을 신청권의 존재에 연계시킨 데 대해선, 행정법문헌상 심대한 비판이 가해진다. 그런 문제인식에서 대법원이 마련한 행정소송법개정안에선 나름의 개선방안이 강구되었다. 즉, 거부처분 및 부작위와 관련해서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에로의 연계를 애써 단절하기 위해서, 거부행위를 단순한 ‘신청의 거부’에 초점을 맞추며(동개정안 제4조 제3호), 부작위의 개념정의에서도 “처분을 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을 삭제하였다(동개정안 제2조 제1항 제2호). 요컨대 신청권의 존재를 거부처분인정에 연계하든 전적으로 원고적격의 물음으로 보든, 여기서의 관건은 신청권의 존부 여부이다. 왜냐하면 거부처분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는 자격을 판단함에 있어선 당연히 그 신청의 자격을 논구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Ⅳ. 原告의 申請權의 存否에 관한 檢討 대상판결의 1심인 인천지방법원 2003.2.11. 선고 2002구합2448 판결은, “산림법의 입법목적이나 형질변경된 산림의 복구에 관한 제반규정에 비추어 볼 때, 채석허가를 받고자 하는 자에 대하여 복구비용을 예치하게 하고, 채석허가에 따라 형질변경된 산림에 대하여 채석허가자나 그 대행자로 하여금 복구설계서를 제출하게 하여 이를 승인하고, 복구준공검사를 하는 것은 채석허가에 따른 산림의 형질변경으로 인해 우려되는 낙석이나 토사유출 등 재해위험을 방지하고, 자연경관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일 뿐 산림의 소유자의 생명, 신체상의 위해나 재산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가사 복구설계서나 복구준공에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산림의 소유자가 그 복구설계서의 승인이나 복구준공통보의 취소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법규상 또는 조리상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고, 이를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3.12.4. 선고 2003누4609 판결)과 대상판결이 그대로 따랐다. 산림복구에 관한 제반규정이 산림소유자와 같은 사인의 이익을 위한 보호규범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보호규범성의 부인을 바탕으로 신청권의 결여를 논증하였다. 이는 두 가지 측면(보호규범론과 행정개입청구권)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전자와 관련해선, 이들 복구관련 규정 자체의 사익보호성여부의 물음과는 별도로, 산림소유자가 과연 그 보호범주에 들어가는지 여부가 검토되어야 한다. 채석허가는 자연생태계의 현상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문언상의 표현(허가)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예외적 승인에 가깝다. 그것의 금지지향적인 성격을 감안한 즉, 국토나 자연보전과 같은 공익은 물론 주민의 주거나 환경상의 이익과 같은 사익을 뒤로 물릴 수 있는 상황만이 그것의 발급을 정당화시킨다. 따라서 그 요건에서 주민의견의 수렴절차를 두고 있듯이(구 산림법 제90조의2 제6항 제3호), 채석허가는 물론 복구와 관련한 제 규정이 전적으로 공익만을 보호한다는 것은 용인되기 어렵다. 즉, 인근 주민으로선 아무런 문제없이 채석허가는 물론 ‘복구준공통보등’을 다툴 수 있다(판례는 환경과 관련한 행정법규에 대해서 광범한 사익보호성을 인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두2970 판결 등). 문제는 산림소유자가 복구관련 규정이 보호하는 인적 범주에 포함되는지 여부이다. 산림소유자가 채석허가명의자이자 적지복구책임자인 경우는 당연히 논외이지만, 채석허가의 양도에 따라 양자간에 분리가 일어난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구 산림법시행규칙 제95조 제1항 제3호나 현행 산지관리법시행규칙 제24조 제1항 제3호는 공히 채석허가의 신청에 “산림의 소유권 또는 사용·수익권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1부”를 요구한다. 따라서 채석허가는 기본적으로 산림의 소유권에서 비롯되지만, 동시에 허가명의변경을 통한 양도가 허용된다. 이런 법체계에서 산림소유자로선 형질변경된 산림의 복구와 관련해선 당연히 직접적 이해를 갖는다. 즉, 복구관련 규정이 보호하는 인적 범주에 산림소유자도 포함된다. 다만 신의·성실의 원칙상 산림소유자의 경우엔 인근주민보다 권리남용의 비난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 가령 모순된 행위를 한다거나(禁反言의 원칙). 보호규범의 위반이 전체적으로 미미한 정도라서 보호할 만한 그 어떤 이익도 없음이 명백한 경우( “생트집금지”(Schikaneverbot))가 그에 해당한다(상세는 졸고, 建築法上의 鎭壓的 介入手段을 통한 隣人保護에 관한 小考, 공법연구 제29집 제3호 2001.5, 361면 이하). 행정개입청구권과 관련해선 우선 개입수권의 근거가 문제되지만, 개입의 방식이 행정행위의 취소인 경우에는 그렇지 아니 하다. 왜냐하면 위법한 행정행위를 취소함에 있어서 특별한 근거가 요구되진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물음은 行政行爲의 廢止(취소·철회)에 따른 (광의의) 재심사의 문제가 되어 버린다. 行政行爲의 廢止와 그에 따른 재심사는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며, 불가쟁력의 발생과도 무관하다. 오늘날 독일의 다수 경향은 주관적 공권과 그것의 요건에 관한 논의에 바탕을 두고서 (원고적격의 물음을 위한 단초로서의 의미만을 지닌)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의 성립을 당연히 인정하되, 주관적 공권상의 관련성을 그 요건으로 든다(Vgl. Kopp/Ramsauer, VwVfG, 8. Aufl., 2003, §48 Rn.51). 그들로선 재심사의무와 재심사청구권을 발생시키는 ‘재량영으로의 축소’가 어떤 경우에 성립하는지 여부가 주된 관심사다. 그리하여 선행 행정행위의 위법성만으론 취소·철회의무를 성립시키는 데 충분치 않고, 당초 결정의 유지가 전적으로 수인할 수 없는 경우에 그것이 인정되었다(BVerwG NVwZ1985, 265). 이와는 달리 우리의 경우엔 취소에 관한 신청권의 부재를 이유로 초입단계에서 이미 논의가 원천봉쇄되어 버린다. 신청권에 대해 실질적 권리(청구권)인양 과잉의미를 부여하면서, 상대방 등에게 (토지형질변경행위허가의) 철회·변경을 요구할 신청권이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1997.9.12. 선고 96누6219 판결도 이를 웅변한다. 명문상으로도 그 같은 신청권이 존재할 가능성이란 殆無하다. Ⅴ. 맺으면서-拔本的 自己否定을 기다리며- 일찍이 필자는 새만금판결(大法院 2006.3.16. 2006두330판결, 서울고법 2005.12.21. 2005누4412판결, 서울행법 2005.2.4. 2001구합33563판결)을 두고서, 행정개입청구권의 법리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개입수권규정에 대한 접근에서 결과적으로 기왕의 입장(대법원 1997. 9. 12. 선고 96누6219 판결; 1999. 12. 7. 선고 97누17568判決)에서 벗어났다고 호평하였다. 아울러 行政介入請求權과 行政行爲의 再審의 法理에 관한 단초가 제공되는 모멘텀이 마련됨으로써, 행정법이론의 패러다임에 결정적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 예측하였다(상세는 졸고,「行政介入請求權의 認定과 관련한 法的 問題點에 관한 小考」, 저스티스 제86호, 2005.8., 216면 이하;「새만금간척사업判決의 問題點에 관한 小考」, 법률신문 제3338호, 2005.2.14.; ‘새만금판결’의 행정법적 의의에 관한 소고, 법률신문 제3456호, 2006.5.18.). 그러나 行政行爲의 再審 및 行政介入請求權의 法理를 원천 부정하는 셈인 96누6219 판결과 97누17568 판결을 적시하여 참조한 대상판결은, 이런 기대를 부질없게 만든다. 심지어 새만금판결조차도 법원의 용기있는 자기부정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일회적인 자기일탈의 소산으로 여겨진다. 이런 난맥의 초기조건은, 바로 거부처분 및 부작위를 대상으로 한 소송에서의 원고적격의 문제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음에 있다. 설령 의무이행소송을 도입하더라도, 신청권에 관한 기왕의 이해가 拔本的으로 바뀌지 않고선, 그것을 통한 권리보호의 효과는 별반 크지 않다. 왜냐하면 어제의 법원이, 오늘의 법원일 뿐만 아니라, 내일의 법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능성이론, 수범자이론, 보호규범이론에 관한 전향적이고 세심한 고찰을 바탕으로 한, 원고적격에 관한 새로운 이해가 절실하다.
2007-06-18
피의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사법경찰관 법정증언의 증거능력
I 대상판례 (대법원 2005.11.25. 선고 2005도5831 판결) 1. 사실관계 피고인 甲은 내연관계의 乙녀와 언쟁 끝에 소지하고 있던 엽총으로 乙을 살해한 범죄사실로 기소됐다. 원심은 사건발생시간으로부터 약 1시간 20분정도 경과 후에 이루어진 피고인 자신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W1, W2, W3(각 경찰관)의 진술 및 W3작성 검거경위서, 기타 정황증거 등을 근거로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피고인은 위 W1 등의 진술과 관련해 전문증거법칙위배,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판단상의 문제점, 범행도구의 불발견 등에 바탕한 합리적 의심의 잔존 등을 이유로 상고했다. 2. 판결요지 피고인 아닌 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피고인의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해진 때에는 이를 증거로 할 수 있고, 그 전문진술이 기재된 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내지 제314조의 규정에 의해 증거능력이 인정돼야 할 뿐만 아니라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위와 같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때에 한해 증거능력이 있다(대법원 2000. 9. 8. 선고 99도4814 판결, 2001. 10. 9. 선고 2001도3106 판결, 2004. 4. 27. 선고 2004도482 판결 등 참조). 다만, 피고인을 검거한 경찰관의 검거 당시 또는 조사 당시 피고인이 범행사실을 순순히 자백했다는 취지의 법정증언이나 위 경찰관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피고인이 그 경찰관 앞에서의 진술과는 달리 범행을 부인하는 이상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의 취지에 비추어 증거능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대법원 1984. 2. 28. 선고 83도3223, 83감도538 판결 등 참조). W3은 이 사건 발생 당시 근무책임 간부인 경찰관으로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먼저 출동한 경찰관들에 이어서 이 사건 현장에 도착했는데, 먼저 도착한 경찰관들로부터 피고인이 유력한 용의자인데 횡설수설한다는 보고를 받고, 순찰차에 타고 있던 피고인의 옆자리로 다가가 피고인에게 범인과 범행 이유에 관해 물어 피고인으로부터 자신이 범행을 했다는 진술을 받아 낸 다음, 이러한 과정과 피고인의 진술 내용을 적은 검거경위서를 작성했고 제1심 법정에서 같은 내용의 진술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경찰관인 W3이 피고인으로부터 범행사실을 들은 경위가 이러하다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W3의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과 W3이 작성한 검거경위서는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II 판례의 분석 1. 문제의 제기 사법경찰관 등 수사기관이 공판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 진술하는 예는 공판실무에서 종종 관찰할 수 있다. 한편, 학설 및 판례도 사법경찰관 등 수사기관의 증인적격을 인정하고 있다(사법경찰관의 증인적격을 인정한 예로 대법원 1967. 5. 16 선고 67도437판결. 그러나 검사의 경우, 소송주체 내지 당사자지위와의 모순을 이유로 증인적격을 부인, 제한하거나 준사법관적 지위를 고려 증언 후, 제척제도를 준용하는 등의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6판, 서울 : 박영사, 2005, 419면; 배종대·이상돈, 형사소송법 제4판, 서울 : 홍문사, 2002, 465면 참조). 다만, 이때의 진술내용은 주로 피의자신문조서 등 각종 조서의 증거능력과 관련해 진술의 임의성이 다투어지는 사례에서 이를 입증하거나 검증결과나 절차와 관련하여 증언하는 경우 등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위의 경우가 아닌 피의자의 자백 등을 내용으로 하는 수사기관의 법정증언이다. 이러한 유형의 수사기관 법정증언은 원진술자인 피고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전문증언으로, 형사소송법 제316조 1항은 “피고인이 아닌 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 진 때에 한해 이를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 표면적으로는 피고인이 아닌 자의 범위에 신문을 담당한 사법경찰관을 포함할 수 있고, 따라서 특신상태만 인정된다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판례는 피고인이 앞서 진술을 번복, 사실상 내용을 부인하는 이상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대법원 1979. 5. 8. 선고 79도493; 대법원 1983. 6. 14. 선고 83도1011판결; 대법원 1985. 10. 8. 선고 85도1590판결; 대법원 1990. 9. 28. 선고 90도1483판결; 대법원 1995. 3. 24. 선고 94도2287판결; 대법원 1997. 10. 28. 선고 97도2211판결 등). 이하에서 피의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사법경찰관 등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문제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한다. 2. 수사기관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기존판례 논거에 대한 분석 기존판례는 피의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사법경찰관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면서 그 논거로, 만일 사법경찰관 등의 전문증언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게 된다면, 사법경찰관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 피고인 등의 내용인정을 요건으로 한 제312조 2항의 입법취지가 상실된다는 점을 든다(한편, 결론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제316조 1항의 특신상태가 인정되지 않음을 이유로 증거능력을 부인한 예도 있다. 대법원 1968.11.19. 선고 68도1366 판결). 참고로 이러한 이해방식은 사법경찰관 면전 하에서 작성된 피의자의 진술서(제313조 1항의 적용 여부문제. 대법원 2006.1.13. 선고 2003도6548 판결 등)의 경우에서도 확인된다. 여하튼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동일한 진술을 반복하는 등으로 소위 내용인정을 하지 않는 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는데, 이러한 입장은 위 대상판례(밑줄부분 참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판례의 입장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의하면, 현행 형사소송법 하에서는 수사과정에서 획득된 피의자의 자백, 기타 진술이 공판과정에서 증거로 현출되는 방법은 피의자신문조서 등 조서화(調書化)를 거친 형태로 한정된다는 점에서 다소 의문이 제기된다. 물론, 이러한 의문에 대하여 ① 형사소송법이 제241조 이하에서 피의자신문절차를 엄격하게 법정하고, 특히 제244조에서 그 조서화를 규정하고 이를 의무화한 점(수사기관의 의무적 피의자신문조서작성. 한국 형사소송법 제244조 1항은「피의자의 진술은 조서에 기재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② 통상, 수사종결 후 이어지는 공판절차에 상당한 시간적 이격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다수 사건을 담당, 처리하는 사법경찰관 등이 개별 피의자의 진술내용을 기억, 정확하게 증언함은 기대하기 어렵고, 따라서 오히려 상세하게 작성된 조서를 통해 증거로 현출되는 것이 보다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 등에서 판례의 입장을 수긍할 여지도 있다. 또한 ③ 비록 판례를 통해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석이 보장되고(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 수사실무에서 피의자신문과정의 녹화가 사실상 이루어지는 등, 피의자신문과정의 가시화가 상당히 진전되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피의자신문이 폐쇄적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피의자신문을 담당한 사법경찰관을 증인으로 하여도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은 방어방법으로서 사실상 의미가 극히 제한된다고 볼 때, 동일한 강압적 상황이라 하더라도 피의자가 신문과정에서 서명, 날인 및 간인 등을 거부함으로써, 자신에게 불리한 수사과정에서의 진술이 공판절차에 증거로 현출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어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날인이나 간인이 없는 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대법원 1999. 4. 13. 선고 99도237 판결 등 참조) 등을 고려할 때, 수사과정에서 피의자로부터 획득된 자백 등 진술이 조서를 통해서 공판과정에서 현출되는 것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이해할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반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① 피의자신문조서의 작성을 수사기관의 의무로 이해할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피의자가 의도적으로 서명, 날인이나 간인을 거부하거나 수시로 진술을 번복하는 등 피의자신문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나, 범행직후 등으로 조서작성이 불가능한 상황 하에서 진술이 획득된 경우와 같은 예에서와 같이 수사기관이 의도적으로 즉 제312조 2항의 엄격한 요건 등을 회피하는 등을 목적이 아닌 한, 조서가 아닌 피의자의 진술을 청취한 사법경찰관 등이 증인으로 증언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고 하겠다. 그리고 ② 상세히 조서화된 진술이 보다 신뢰성이 높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오히려 피의자신문과정의 가시화가 부족하고 구체적 사안에서 폐쇄적이고 강압적 신문이 의문시 되는 경우라면, 조서에 참여한 사법경찰관 등을 피고인 및 변호인의 반대신문에 노출시키는 것이 피고인의 입장에서 더욱 유효한 방어수단이 될 수도 있고, 구조적으로 재전문증거로서의 성격을 갖는 조서에 비하여 사법경찰관의 증언 쪽이 오히려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이라는 점에서 전문증거법칙에 합치하는 측면이 있다. 또한 ③ 사법경찰관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과 관련하여 ‘내용의 인정’이란 필요성과 함께 전문증거의 예외적 증거허용을 결정하는 이른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위한 요건으로 검사작성 조서의 원진술자에 의한 성립의 진정인정 및 특신상태에 추가한 강화요건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가중요건이 기대된 기능을 다 하는가 이다. 수사실무에서 사법경찰관작성 피의자신문조서만이 작성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내용의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이상의 서술과 관련하여 山田道郞, 證據の森 -刑事證據法硏究-, 東京 : 成文堂, 2004, 93-100頁 參照). ④ 마지막으로 사법경찰관작성 피의자신문조서와 관련하여 제312조 2항의 ‘내용의 인정’이라는 요건은 전문증거법칙의 예외적 허용조건으로서의 기능이라는 측면보다는 사법경찰관 주도하의 피의자신문과정의 적법성을 담보하기 위한 기능이 보다 강조된 요건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앞서 ①에서의 설명과 같이 이러한 요건을 의도적으로 일탈하기위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라면 사법경찰관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제312조와의 관계에서 일률적으로 부인할 것은 아니라고 함이 보다 타당한 이해라 하겠다(사법경찰관면전에서 작성된 피의자의 진술서의 증거능력과 관련한 대법원 1989. 9. 14. 선고 82도1479판결도 이와 유사한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3. 비교판례 : 東京高判平成3·6·18判タ777·240頁 한국 형사소송법의 전문증거법칙과는 차이가 있지만 참고로 일본판례가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最高裁判所 판례는 아니지만 하급심 판례 중에는 한국과 달리 사법경찰관의 법정증언을 허용한 예가 있다. 東京高判平成3·6·18判タ777·240頁은 피고인이 자신의 친부를 살해하고 차제에 그 재산을 처분하여 살인, 사문서위조 및 동 행사, 사기 등의 범죄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수사과정에서 빈번히 자백 및 그 번복을 반복하고, 조서에 서명, 날인을 거부하는 등으로 비협조적 태도를 일관하여 결국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피의자의 자백을 들은 담당 수사검사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이 문제가 된 사안이다. 위 사안에서 東京高等裁判所는 피의자신문을 담당하는 수사기관에게 조서작성은 의무가 아닌 재량의 문제로, 조서작성의무를 전제로 동 증언의 증거능력 부인을 주장한 피고인의 항소이유를 일축하고(일본 형사소송법 제198조 3항은「피의자의 공술은 이를 조서에 녹취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수사기관에 피의자신문서 조서작성의무가 없다는 것이 일본통설이다. 松尾浩也, 條解刑事訴訟法 新版增補版, 東京 : 弘文堂, 2001, 321頁) 그 증거능력판단에 있어서 한국 형사소송법 제316조 1항에 해당하는 일본 형사소송법 제324조 1항을 적용(피고인 자신이게 불이익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거나 특신상태가 인정될 것을 요건으로 한다)을 부인할 법령상, 실질적 이유가 없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피고인 이외의 자에 수사기관을 제외할 필요는 없고, 피고인의 진술이 정확히 재현되었는지의 여부는 반대신문과정을 통해 음미가 가능하고, 언제든지 피고인 자신이 변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서화 된 경우에 비하여 신용성 등이 부족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여 궁극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 아울러, 피고인이 피의자신문에 비협조적으로 의도적으로 조서작성을 방해한 점 등 역시 이러한 판단에 함께 고려하였다. 4. 결 론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를 통해 제안된 형사소송법개정(안) 제312조 2항은 현행 형사소송법 제312조 2항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동개정(안) 제316조 1항의 피고인이 아닌 자에 피의자신문을 담당한 검사, 사법경찰관 등을 포함하도록 규정하여 피의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수사기관의 법정증언의 허용하고 있다. 결국 이 개정안에서도 해석상 개정안 제312조 2항과의 관계가 문제될 수 있는데, 궁극적으로 개정안 제316조 1항은 개정안 제312조 2항의 요건을 의도적으로 무력화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사법경찰관 등의 법정증언을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가장 무리 없는 해석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즉, 피의자로부터 진술을 획득한 시기와 장소, 피의자신문과정에서의 피의자의 태도(빈번한 진술번복이나 서명, 날인의 거부여부 등) 등을 고려하여 피의자신문조서작성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동 증언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개정안만이 아니라 현행 형사소송법 하에서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해석론이 하겠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례의 사실관계가 다소 불분명하지만, 사법경찰관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부인한 것은 사후적으로라도 충분히 피의자의 진술을 재차확인, 조서화 할 가능성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의도적으로 제312조 2항의 요건을 일탈한 것으로 판단한 점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라고 추정해본다.
2006-07-20
함정수사 허용한계와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공소제기효과
I.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 대법원 제3부 2005.10.28선고 2005도1247판결 원심은 피고인 甲, 乙을 히로뽕 수수 및 밀반입 사실로 유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들은 사전에 히로뽕 매수, 밀반입 의사가 없었으나, 甲의 애인 A가 ‘서울지검 마약반 정보원 B가 다른 정보원의 배신으로 구속되어, 마약반에서 B의 공적을 만들어 빼내려 한다. 이에 필요한 히로뽕을 구해 달라. 검찰이 안전을 보장한다’고 하고 구입자금까지 교부, 甲에게 부탁, 甲은 이들을 돕기로 하고 乙에게 사정을 설명, 히로뽕 매입을 의뢰하여 乙이 히로뽕을 구입, 甲에게 교부, 범행에 이른 것으로 위법한 함정수사를 주장, 상고하였다. 상고심(대법원2004. 5. 14.선고 2004도1066판결)은 위 주장의 가능성을 인정, 함정수사에 의해 범의가 유발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단정한 원심에 심리미진,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 파기 환송하였다. 환송 후 원심(서울고법2005.1.28선고 2004노1222판결)은 사전에 범의를 갖지 않은 자에게 수사기관이 범행을 적극 권유, 범의를 유발, 범행에 이르게 하여, 공소제기 함은 적법한 공소제기로 볼 수 없어, 공소제기절차가 법률규정에 위배되어 공소기각판결을 하였다. 검사가 상고하였다. 상고심은「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한 수사방법이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함을 면할 수 없고 이러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고 하여 상고 기각하였다. II. 대상판례의 검토 1. 함정수사의 의의와 적법성 판단 함정수사(陷穽搜査)란 수사기관 또는 그 협력자가 범행을 유발하여 그 실행을 기다려 이를 체포하는 등의 수사방법으로 구체적인 형태에 따라 영미에서는 sting operation, undercover investigation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통상 뇌물수수, 매춘, 도박, 약물범죄 등 범행이 은밀하게 이루어져 외부포착이 어려운 유형의 범죄행위 검거에 활용되는데, 조직범죄나 테러 등에 대한 수사기법으로서도 활용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다만 수사의 상당성 및 신뢰원칙에 따라, 형사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의 사법적 신뢰(judicial integrity)에 위배될 수 있어, 허용한계와 함께 위법한 함정수사에 대한 법적효과가 주로 논의되어 왔다. 2. 함정수사의 허용한계 가. 기회제공형과 범의유발형 함정수사 함정수사의 허용한계와 관련, 한국 및 일본의 학설, 판례에서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견해(일본하급심판례 중, 함정수사는「국가가 일면에서는 범인을 제조하고 타면에서 이를 체포하는 극단의 모순적 조치로 도저히 용인될 수 없다」고 판시한 예가 있다. 木黃浜地判昭和26·6·19裁判所時報87·3頁; 木黃浜地判昭和26·7·17高刑集4卷14·2083頁)나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견해(다만, 종래 일본최고재판소는「타인의 유혹에 의하여 범의를 발생되거나 강화된 자가 범죄를 실행한 경우, 일본형사법 상 그 유혹자가 경우에 따라서는… 교사범 또는 종범으로 죄책을 부담함은 별론 으로, 그 타인인 유혹자가 일반사인이 아닌 수사기관이라는 점만으로 그 범행 행위자의 범죄구성요건해당성 또는 책임성이나 위법성을 조각하거나 공소제기절차규정에 위반 또는 공소권이 소멸된 것이라 할 수 없음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最決昭和28·3·5刑集7卷3號482頁; 最判昭和29·8·20刑集8卷8號1239頁; 最決昭和29·9·24裁判集刑事98號739頁; 最決昭和36·8·1裁判集刑事139號1頁)는 찾아보기 어렵고, 통설은 기회제공형 및 범의유발형으로 구분하여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를 위법한 유형으로 판단하고 있다(이재상, 형사소송법 제6판, 서울 : 박영사, 176면 이하; 福井厚, 刑事訴訟法講義 第2版, 東京 : 法律文化社, 2003, 82-83頁; 대법원1963.9.12.선고 63도190판결; 대법원 1982.6.8.선고 82도884판결; 대법원1983.4.12.선고 82도2433판결; 대법원1992.10.27.선고 92도1377판결; 대법원2004. 5. 14.선고 2004도1066판결. 특히 대법원은 기회제공형을 함정수사의 범주에서도 제외한다.; 일본하급심판례로, 東京高判昭和26·11·26高刑集4卷13號1933頁; 東京高判昭和60·10·18刑月17卷10·927頁; 大阪高判昭和63·4·22判タ680號248頁). 앞서와 같이 종래 일본최고재판소는 기회제공형, 범의유발형의 구별 없이 함정수사를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는데, ① 수사절차의 위법이 곧바로 공소제기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고(東京高判昭和26·12·11高刑集4卷14·2074頁), ②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이 위법하다면, 이를 교사, 종범으로 처벌하거나 ③ 정상사유로의 참작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시각이 배경이 된 것이다. 그러나 관련판례의 사실관계가 대부분 기회제공형에 해당하고, 최고재판소도 마약거래와 관련 수사정보원을 활용한 사안(最決平成16·7·12刑集58卷5號333頁)에서「직접적 피해자가 없는 약물범죄 등의 수사에서 통상적 수사방법만으로 당해 범죄의 적발이 곤란한 경우, 기회가 있다면 범죄를 행할 의사가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대상으로 함정수사를 행함은 형소법 제197조 1항의 임의수사로서 허용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적법한 함정수사 요건으로 첫째, 약물범죄 등 소위 피해자 없는 범죄(victimless crime)와 같은 대상범죄에 제한, 그 필요성이 인정되고, 둘째, 통상적 수사기법에 의한 증거수집, 검거가능성이 극히 제한적인 경우, 셋째, 사전에 범행의사가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대상으로 할 것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기존 한국, 일본의 관련판례에서 기회제공형이 대부분으로, 위법한 함정수사의 주장이 피고인의 방어방법으로 과연 어느 정도 유용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나. 미국의 entrapment defense ; subjective test 및 objective test 범의유발형, 기회제공형 함정수사의 구분은 미국의 entrapment defense의 영향이라 하겠다. 미국에서 함정수사의 한계에 관한 논의는 1870년대 후반 주 법원 판례 등에서 확인되는데, 1900년대 초까지 미 판례는 피고인의 범행진행, 가담에 주목,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 대해서는 착안하지 않았다(People v. Mills, 178 N.Y. 274, 70 N.E. 786(1904)). 그러나 1932년 Sorrells v. United States(287 U.S. 435, 53 S.Ct. 210, 77 L.Ed. 413(1932))에서 미연방대법원이 후술 주관적 기준을 제시한 이래, 연방하급심 및 주법원에서 이를 원용하기 시작하였다. entrapment defense의 판단요소로 ① 수사기관의 함정설정행위(inducement), ② 함정설정 전 대상자가 갖는 심리적 상태로서의 범행의사(predisposition)를 드는데, 위 판단요소 중, 중점대상에 따라 주관적 기준(subjective test, Sherman-Sorrells doctrine), 객관적 기준(objective test, hypothetical person approach), 절충적 기준으로 구분된다. 미국의 다수설인 주관적 기준은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도 불구, 피고인이 이미 범행의사를 갖는 경우(ready and willing by the time), 당해 함정수사는 적법하다는 입장으로 실체형벌법규의 입법자는 수사기관에 의하여 창출된 범죄행위까지 처벌할 것을 상정하지 않은 점을 논거로 한다(실체법적 접근). 이에 따르면, 피고인이 우월적 증명(preponderance of evidence)으로 수사기관에 의한 함정설정을 입증하면, 검찰 측이 합리적 의심이 해소될 정도로(beyond reasonable doubts)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를 입증하는 공방(攻防)구조를 뛴다. 문제는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 입증에 과거 범죄경력, 악성격, 평판, 취향 등 부당한 편견을 야기할 수 있는 성격·유사사실증거 등이 원용되며, 피고인의 심리적 상태라는 모호한 기준에 의존하는 점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반면, 객관적 기준은 entrapment defense는 위법한 수사의 제어를 목적으로, 위법한 수사관행을 법원이 사후적으로 승인할 수 없는 점에서(절차법적 접근), 평균적 일반인을 상정, 수사기관의 구체적 함정설정행위를 고려, 범행의사를 갖지 않은 자가 범행에 이를 정도의 실질적 위험(substantial risk)의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Model Penal Code §2.13). 객관적 기준에 의하면 주관적 기준의 문제점은 어느 정도 해소되지만, 실질적 위험역시 모호한 기준이며, 상습적 범죄자에 대한 대처, 범행의사여부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 실질적 위험이 없다고 판단하는 예와 같이 오히려 부당하게 함정수사가 적법한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대폭 확장될 수 있는 문제점 등이 지적된다. 한편, 우편에 의한 아동포르노물의 유통과 관련(Jacobson v. United States503 U.S. 540, 112 S.Ct. 1535, 118 L.Ed.2d 174(1992)), 미연방대법원은 종전 주관적 기준과 달리,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판단에 수사기관의 함정설정과정, 범행에 개입형태 및 기간 등을 고려하여 객관적 기준을 일부 수용하여 소위 절충적 기준을 취한 바 있다. 3. 위법한 함정수사에 대한 구제 위법한 함정수사(범의유발형)의 구제와 관련, 실체법적 접근에서 ① 가벌적 또는 실질적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신양균, 형사소송법, 서울 : 법문사, 2000, 70면), 절차법적 접근에서 ② 위법한 수사방법으로 국가가 처벌적격을 상실하여 면소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 ③ 위법한 수사에 의한 공소제기로 공소기각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백형구, 형사소송법강의 제8정판, 서울 : 박영사, 2001, 365면), ④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증거를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을 부인하여야 한다는 견해 등이 제시되는데, ④의 입장(可罰說. 이재상, 전게서, 179면; 石神千織, 搜査節次におけるおとり搜査, 警察學論集 第58卷 9號, 2005, 164-165頁)은 ①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함정수사라도 범죄성립요건이 갖추어진 이상, 무죄판단은 곤란하고, ②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함정수사가 명문의 면소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③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수사에 따른 공소제기 시, 공소기각판결을 한다는 명문규정이 없고, 수사, 공판절차는 독립성을 갖는 점에서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에 그대로 인계되지 않는 점(종래 한국 및 일본의 판례 역시 수사절차의 위법과 공소제기효과를 분리시키는 입장을 일관하였다. 대법원 1992.4.24. 선고 92도256 판결 등; 最判昭和41·7·21刑集20卷6號6767頁, 大阪高判昭和63·4·22判タ680·248頁 등) 등을 논거로 비판한다. 그러나 수사, 공판절차가 전혀 무관계한 것은 아니고, 적정절차원칙, 피의자·피고인의 기본권보호라는 점에서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효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적 구성은 충분히 가능하고, 정책적 필요성면에서도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과 별도로 수사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게재된 때는 이에 따른 공소제기에 대하여 공소기각판결(형소법 제327조 2호)을 할 수 있다고 하겠다(福井厚, 前揭書, 228-229頁). 참고로, 일본 하급심판례 중에 적정절차위반의 함정수사에 따른 공소제기가 무효화될 수 있다고 판시한 예도 있다(東京高判昭和57·10 ·15判時1095號155頁). 4. 대상판례의 의의 방어방법으로 함정수사의 유용성에 대한 의문은 ① 기존 관련판례가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측면보다는 피고인의 범행의사라는 심리적 상태에 주안을 두어, 대부분 사례가 기회제공형으로 판단되었고, ② 통상 함정수사의 원용 시, 피고인의 유죄인정이 논리적 전제가 되는 점 등에 주로 기인한다. 대상판례는 피고인의 범행의사 고려 시, 범행자금 및 구체적 범행방법제시 및 대가제공 등 수사기관이 범행의 전 과정에 적극 개입한 점을 고려, 위법한 함정수사(범의유발형) 가능성을 지적하여 종래(주관적 기준)와 달리 수사기관에 의한 범행유발의 실질적 위험성을 고려(객관적 기준), 대법원이 판단한 최초의 위법한 함정수사사례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절충적 기준). 아울러, 위법한 함정수사에 따른 공소제기 효과와 관련, 공소제기가 법률의 규정에 위배되어 공소기각판결을 한 원심을 지지하여, 수사절차의 위법과 공소제기효과를 분리하던 기존시각에 변화를 추측케 한다. 장래 판례축적과 함께, 함정수사의 한계에서 수사기관의 함정설정과 관련한 구체적 판단기준과 함께 어떠한 경우에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의 효과에 연계될 수 있는지, 추가적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2006-01-16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Ⅰ. 序 說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는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피고인의 진술과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단서가 본문이 규정한 증거능력의 요건을 완화한 것인지 아니면 강화한 것인지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즉 제312조 제1항 단서의 ‘그 피고인의 공판진술에 불구하고’의 의미가 가중요건인지 아니면 완화요건인지의 여부가 문제된다. 전자로 해석하는 견해는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엄격한 취지라고 이해한다. 반면에 후자로 해석하는 견해는 위 규정의 문언이나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대하여 특신정황을 전제로 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요건을 완화한 것으로 이해한다. Ⅱ. 제312조 제1항 本文과 但書의 關係(成立의 眞正과의 關係) 1. 學 說 (1) 완화설(제312조 제1항 단서를 본문에 대한 완화요건으로 보는 견해) 제312조 제1항의 문언이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피의자신문조서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면 성립의 진정이 부정되는 경우에도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단서의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를 본문의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더라도’로 해석한다. (2) 가중설(제312조 제1항 단서를 본문에 대한 가중요건으로 보는 견해) 제312조 제1항을 목적론적으로 해석하여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엄격히 한 것으로 보고,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지만 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기재내용을 부인하는 진술을 하더라도 성립의 진정과 특신상태(신용성의 정황적 보장)가 있는 경우에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단서의 ‘진술에 불구하고’를 ‘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도’(예컨대 피고인이 검찰자백을 부인하는 경우에도)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2. 判 例 대법원은 종래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서명?날인의 진정을 인정한 경우에는 검찰에서의 진술이 특히 임의로 되지 아니하여 신빙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의심할만한 사유가 없으면 증거능력이 있다?(대판 1983.6.14, 83도647; 대판 1984.9.11, 84도1379; 대판 1986.9.9, 86도1177; 대판 1987.9.8, 87도1507)거나,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그 조서에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하는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제3항 소정의 절차를 거친 바 없이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없는 한 원진술자의 진술내용대로 기재된 것이라고 추정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진술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다투더라도 그 조서의 간인,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시인하여 조서의 형식적인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한편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위 형사소송법 절차를 거친 바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만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라면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원진술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의하여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할 것이다?(대판 1984.6.26, 84도748; 대판 1986.3.25, 86도218; 대판 1992.6.23, 92도769; 대판 1994.1.25, 93도1747; 대판 1995.5.12, 95도484; 대판 2000.7.28, 2000도2617)라고 하여 形式的 眞正이 있으면 實質的 眞正을 推定하고 있으며,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진정성립을 인정하면 그 조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이 특히 임의로 되지 아니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는 한 증거능력이 있다?(대판 1992.2.28, 91도2337; 대판 1995.11.10, 95도2088; 대판 1996.6.14, 96도865)고 보면서, ?진술의 임의성이라는 것은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하는 사정이 없다는 것 즉 증거의 수집과정에 위법성이 없다는 것인데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하는 그와 같은 사정은 헌법이나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이례에 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진술의 임의성은 추정된다고 볼 것이다. ... 진술의 임의성에 관하여는 당해 조서의 형식, 내용(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진술을 녹취하고 작성완료후 그 내용을 읽어 주어 진술자가 오기나 증감?변경할 것이 없다는 확인을 한 다음 서명날인하는 등), 진술자의 신분, 사회적 지위, 학력, 지능정도, 진술자가 피고인이 아닌 경우에는 그 관계 기타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법원이 자유롭게 판정하면 되고 피고인 또는 검사에게 진술의 임의성에 관한 주장, 입증책임이 분배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 이는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 즉 특신상태에 관하여서도 동일하다?(대판 1983.3.8, 82도3248)라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조서의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實質的 眞正成立이 추정되고,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자백의 ‘任意性’이 추정되어 결국 특신상태까지도 인정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으나, 최근 대법원은 ?검사가 피의자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해 형식적 진정성립뿐만 아니라 실질적 진정성립까지 인정된 때에 한해 비로소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이같이 해석하는 것이 우리 형사소송법이 취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 및 구두변론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공판중심주의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을 인정해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거기에 기재된 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하여 그 실질적 진정성립을 다투더라도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2항과 3항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한 그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는 것으로 본 84도748판결 등 종전 대법원견해는 변경한다?라고 판시하면서, ?(병원원장) 최모씨와 (보험회사 직원) 오모씨가 제1심 법정에서 검사가 작성한 조서들의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의 기재들은 자신들의 진술과 달리 기재됐다고 진술했고, 피고인 주씨 역시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이들에 대한 검사의 조서들은 실질적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들 조서들에 관해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됨을 전제로 증거능력을 인정해 모두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대판(전합) 2004.12.16, 2002도537)고 하여 후자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법 제312조 본문의 의의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이른바 전문증거로서, 원칙적으로는 요증사실에 대한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자격 즉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나, 검사 또는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피의자신문조서)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참고인진술조서),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검증조서)는 그것이 위와 같은 전문증거임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조건아래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데 있으며, 위 단서는 검사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하여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1)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라는 점에서 피고인이 되지 아니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나 참고인진술조서, 검증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강화하고(성립의 진정이외에도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이어야 함), 2) 그것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라는 점에서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이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는, 그것이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것이라면, 성립이 진정함과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한,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여하에 불구하고,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것이다?(헌재결 1995.6.29, 93헌바45)라고 판시하여 명시적으로 성립의 진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의 대법원판례와는 달리 추정을 부정하고 있는 듯 하다. 3. 檢 討 이러한 견해의 대립은 실제문제로서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되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사례가 많음에 비추어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그런데 완화요건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엄격히 한 취지와 모순되며, 반면에 강화요건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사실상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곤란할 것이다. 생각건대 공판정의 조서의 증거능력을 쉽게 인정하면 공판중심주의를 형해화할 우려도 있으나, ⅰ) 피의자진술서의 경우에 형식적 진정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이 추정되며, 피의자진술서와 피의자신문조서가 공판정에 함께 제출된 경우에 전자의 경우는 제313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특신상태가 인정되면 증거능력이 부여됨에 반하여 후자의 경우는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면 특신상태의 유무와 관계없이 무조건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보는 것은 동일한 절차에서 작성된 조서에 대하여 차별을 두어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서류 자체에 대한 허위기재여부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며, 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면 영미법계에서는 조서작성자인 수사기관이 공판정에 직접 나와서 진술하면 증거능력이 인정되는데 반하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전문진술(제316조 제1항)에 해당하지만 판례가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고(대판 1974.3.12, 73도2123), ⅲ) 수사기관으로서의 검사제도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 한 공판중심주심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 검사들이 수사단계에서 중요한 사건 또는 다툼이 있거나 쟁점이 있는 사건의 경우 피의자나 참고인을 몇 시간씩 수차례에 걸쳐 직접 조사하면서 혐의에 대한 심증을 형성하듯이 법원도 가능하면 직접 공판정에서의 증언이나 진술을 통해 심증을 형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 수사서류의 증거능력을 무조건 부인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며, ⅳ) 재판 실무상 재판정에서의 위증이 거의 처벌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사단계에서의 위증을 처벌하는 영미법상의 사법방해죄와 같은 규정도 없으며,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은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정성립을 항상 부정할 것이므로 수사절차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더욱이 다른 사람의 사건에 관련되는 것을 싫어하는 한국인의 정서 및 피고인측의 협박 매수 등으로 위증이 성행하고 있는 현재의 재판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재판부는 미국과 달리 일반인이 아니라 전문적인 법관으로 구성되므로 일반인들이 증거가치를 잘못 판단할 것을 우려하여 조금이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증거를 처음부터 재판절차에 등장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전문법칙을 완화하여 해석할 필요성이 있고, ⅴ) 제310조의2는 전문법칙에 대한 일반조항으로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지만, 제311조에서 제316조는 전문법칙의 예외로서 적극적으로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제312조 제2항이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나 변호인’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증거능력판단의 주도권을 피고인측에 주는 반면, 제312조 제1항 단서는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고 하여 법원에 적극적으로 증거능력판단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실질적 진정을 부정한다고 하여 무조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법문에 반하여 사실상 증거능력판단의 권한이 법관으로부터 피고인에게 전이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ⅵ) 대법원은 재독학자 송두율씨 사건에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까지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상황에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실질적 진정을 부인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며, 증거능력을 완화하여 해석하는 것만이 피고인의 인권보장에 충실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뒤에 놓여있는 피해자의 권리는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절충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물론 피고인의 자백과 같은 인적 증거에 의한 수사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으로 비난하는 경우도 있으나, 물적 증거에 기한 과학수사의 원칙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범죄와 관련된 사람의 진술을 듣지 아니하고는 정확한 진상을 파악할 수 없는 사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인적 증거의 확보방법은 여전히 범죄수사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피의자?피고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적법절차의 강조와는 별도로 실체진실의 발견도 고려해야 하며, ⅶ) 종전처럼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자백에 너무 쉽게 증거능력을 인정하면 공범자간의 자백이 상호보강증거가 되어 형사정책상 불합리하다는 비판도 공범자가 모두가 자백하는 경우에는 전문법칙의 증거능력의 인정요건인 공범자에 대한 피고인의 반대신문이 문제될 염려가 없으므로 그 증거능력에 특별한 제한을 가하는 법칙을 만들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공범자의 형식적 진정성립만이 인정될 경우에는 판례가 ?검사작성의 공동피고인(乙?)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공동피고인(乙)이 법정에서 성립 및 임의성을 인정한 경우에는 공동피고인(甲)이 증거로 함에 부동의하더라도 피고인 甲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대판 1990.12.26, 90도2362; 대판 1991.4.23, 91도314; 대판 1991.11.8, 91도1984; 대판 1992.4.14, 92도442)고 판시하여 ‘그 공동피고인이 법정에서 성립의 진정 및 임의성을 인정한 경우에는’이라고 조건을 명확히 하여 이러한 사실상의 추정을 공동피고인의 경우까지 확대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형식적 진정성립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의 추정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추정법리를 공범자인 공동피고인까지 확장시킨다면 사실상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의 문제를 법관의 자유심증에 의한 증명력판단의 문제로 사실상 전이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이 경우도 제312조 제1항 단서의 특신상태의 문제로 해결해야 하며, ⅷ) 법 해석기관인 사법부가 피고인의 인권보장이라는 합목적성만을 내세워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가 명문으로 특신상태를 고려하여 증거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입법자의 결단을 무시하는 해석을 하는 것은 헌법상의 대원칙인 권력분립의 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법조문에 충실하게 종전 판례처럼 형식적 진정성립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을 추정하되 특신상태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방법으로 증거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사실상 추정설). 이렇게 해석한다면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엄격히 한 취지에 모순될 뿐만 아니라 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에 대한 거증책임을 피고인에게 부담지운다는 문제를 낳는다(조국, ?檢事作成, 被疑者訊問調書의 成立眞正과 證據能力?, 고시연구(2000.12), 159면)는 비판이 있으나, 이 견해에 따르면 피고인이 성립의 진정(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정하는 경우 거증책임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서류(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증거조사 자체를 할 수 없다(형사소송규칙 제134조)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판례가 나오게 된 배경은 판례가 ?진술이 임의로 되지 아니하여 신빙할 수 없는 상태에서 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으면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시하여 그 진술 자체의 임의성의 보장만 있으면 ‘特信狀態’의 존재를 추정하는 것처럼 읽혀지거나, 아니면 임의성의 보장을 곧 특신상태로 보면서,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백이 증거능력이 있다는 것에 지나지 않고 그 자백의 진실성과 신빙성, 즉 증명력까지도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대판 1983.9.13, 83도713; 대판 1986.8.19, 86도1075, 대판 1986.9.9, 85도64)라거나, ?자백의 신빙성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첫째로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인 합리성을 띠고 있는가, 둘째로 자백의 동기나 이유 및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가 어떠한가, 셋째로 자백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가 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판 1995.10.12, 95도1957; 대판 1983.9.13, 83도712.)고 판시하여, 임증거능력의 요건인 임의성과 증명력의 요건인 신빙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판단하면서 증거능력의 또다른 요건인 ‘특신상태’를 판단하는 것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문의 특신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라고 함은 적극적으로 그 상태를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로 보아야 하며, 이에 대한 거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신상태는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위한 요건이므로 진술내용의 임의성과는 별개의 것으로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제312조의 피의자신문조서에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제312조의 요건뿐만 아니라 그 전제로서 피의자의 진술 자체가 ‘任意性’의 요건을 구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Ⅲ. 結 語 결국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에 대한 법원의 증거심사가 좀 더 엄격해졌다는 의미이지 피고인이 부인하면 곧바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인된다고 보는 것은 법문에 반할 뿐만 아니라 논리적 타당성도 빈약하다고 보여진다. 무엇보다도 대법원이 ?그 진술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信用性이나 任意性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대판 1995.12.26, 95도2340; 대판 1987.3.24, 87도81)고 보면서 일응의 기준으로, 진술내용의 신빙성을 담보할 具體的이고 外部的인 情況이 있어야 하고, 그 담보의 정도가 虛僞介入의 여지가 거의 없을 정도이어야 한다는 두가지를 제시하면서 ?이른바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이란 자기에게 불이익한 사실의 승인이나 자백은 재현을 기대하기 어렵고 진실성이 강하다는 데 근거를 둔 것으로서, 반드시 그같은 진술이 공소제기후 법관의 면전에서 행하여졌을 때에는 가장 믿을 수 있고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상대적으로 신빙성, 진실성이 약한 것으로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범행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외부와의 접촉 및 장래에 대한 걱정 등이 늘어감에 따라 그 진술이 진실로부터 멀어져가는 사례가 흔히 있는 있는 것이므로, 이른바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의 存在 및 그 强弱에 관하여서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이를 가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대판 1983.3.8, 82도3248)라고 판시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도 전문법칙의 예외를 규정한 제314조의 위헌여부와 관련된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이라는 제약조건의 정당성 여부에 대하여 ?‘특히 信憑할 수 있는 狀態下’라 함은 진술내용이나 조서의 작성에 있어서 허위개입의 여지가 없고 진술내용의 신용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라고 법원의 판례가 오랜 세월을 통하여 개념짓고 있으며, 이는 진실성이나 신용성에 있어 反對訊問을 갈음할 만한 외부적 정황이라고 할 것으로, 부득이한 사유로 법관의 면전에서 진술되지 아니하고 피고인의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은 진술인 증거를 요증사실의 인정자료로 삼을 수 있는 제약조건으로서는 합리성이 있는 조건이라고 할 것이다?(헌재결 1994.4.28, 93헌바26)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구체적이고도 엄격한 요건을 방기한 채, 무조건 증거능력을 부인한다고 보는 것은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종전 판례처럼 사실상의 추정을 인정하되 특신상태에 대한 더 엄격한 심사를 행하는 것이 타당한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200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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