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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30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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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건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자기증여의 취급과 일감 몰아주기 증여의제
대상판결은 특수관계법인의 주주가 동시에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에 해당하는 경우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에 따른 증여의제이익을 자기증여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힌 최초의 판결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증여의제이익은 자기증여의 산물로서 애당초 상증세법 제45조의3 제1항에서 정한 과세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적어도 해석으로써 이를 증여세의 부과대상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새겨야 옳다 I. 사실관계 원고는 내국법인 A 및 B의 대표이사로서 2012년과 2013년 기준으로 또 다른 2개의 내국법인을 통해 A의 주식을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고, B의 주식을 50% 이상 직접 보유하고 있다. A는 2012, 2013 사업연도에 B에게 의약품을 공급했고(이하 ‘이 사건 거래’라 한다) A의 매출액 중 B에 대한 매출액 비율은 2012 사업연도에 94.56%, 2013 사업연도에 98.65%였다. 원고는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5. 12. 15. 법률 제135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증세법’이라 한다) 제45조의3에 따라 자신이 A의 지배주주 지위에서 B로부터 일정한 이익(이하 ‘이 사건 증여의제이익’이라 한다)을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된다는 이유로 2013. 7. 31.과 2014. 6. 27. 피고에게 이 사건 거래와 관련한 증여세를 신고·납부하였다. 이후 원고는 2014. 10. 14. 피고에게 2012년 및 2013년 귀속 증여세를 환급해 달라는 내용의 경정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14. 12. 9. 원고의 경정청구를 거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거부처분’이라 한다). Ⅱ. 관련규정 및 쟁점 1. 관련규정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 의제) ① 법인의 사업연도 매출액 중에서 그 법인의 지배주주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에 대한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그 법인의 업종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법인의 지배주주와 그 지배주주의 친족이 다음 계산식에 따라 계산한 이익을 각각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 2.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동시에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인 경우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되는 이익이 자기증여에 해당하여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에서 정한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Ⅲ.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증여의제이익이 자기증여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없다고 보아 이 사건 거부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 제1항에 따른 증여세의 경우 증여자는 특수관계법인이고, 수증자는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다. 증여자인 특수관계법인은 그 주주와 구별되는 별개의 법적 주체이므로, 수증자인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동시에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이더라도 증여자와 수증자가 같다고 할 수 없다. ㉯ 특수관계법인은 수혜법인과의 거래로 인하여 손실을 입는 것이 아니므로,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동시에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이더라도, 그 거래로 인한 이익과 손실이 함께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에게 귀속되어 그 재산가치가 실질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 2014. 2. 21. 상증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제34조의2 제12항 제3호에서 ‘수혜법인이 특수관계법인과 거래한 매출액에 지배주주 등의 그 특수관계법인에 대한 주식보유비율을 곱한 금액’을 과세제외 매출액에 포함하도록 정하는 등 증여의제이익 계산방법을 종전과 달리 정하였더라도 이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Ⅳ. 해설 1. 구 상증세법상 자기증여의 취급 ‘자기증여’는 말 그대로 자기가 자신에게 증여한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는 성립하기 어렵지만 자본거래 등 복잡한 법률관계가 개재된 경우에는 자기가 자신에게 증여하게 된 꼴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기증여는 구 상증세법 제2조 제3항에서 정한 증여의 개념요소를 충족하지 못한다. ‘증여’는 ‘타인에게’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하는 경우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구 상증세법이 자기증여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지 않은 것도, 자기증여가 애당초 과세대상인 증여에 해당될 수 없음을 염두에 둔 결과라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런데 증여의제규정을 해석할 경우에는 이러한 논리를 들이댈 수 없다. 증여의제규정은 처음부터 증여의 개념요소를 흠결하는 경우를 규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 상증세법이 증여의제규정에서도 자기증여의 취급에 관하여 침묵하고 있는 이상 자기증여에 대하여 어떠한 증여의제규정을 적용하여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는 해석론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① 증여자와 수증자가 실질적으로 동일한지 여부, ② 그 동일성이 해당 규정에 따라 증여세의 부과대상이 될 만한 행위나 사실(과세대상)을 배제시키는지 여부, ③ 그러한 행위나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 해당 규정의 입법취지, 목적 등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살펴 자기증여 해당 여부와 그 비과세 범위를 획정하여야 한다. 2. 일감 몰아주기 증여의제 규정의 의미와 취지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에서 정한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의제, 즉 일감 몰아주기 증여의제는 특수관계법인이 ‘정상적이라고 취급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는 수혜법인과의 거래를 통해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에게 이익을 증여한 것으로 의제하는 구조이다. 즉, 정상가액에 따른 거래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일정한 범위를 넘는 경우 변칙적인 증여가 있었다고 보겠다는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가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정상가액에 따른 거래로서 세법상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대상이 아니고, 사업의 기회를 주었다고 해서 경제적 이익을 이전한 것은 아니므로 애당초 증여의 개념을 충족하지 않는다. 따라서 완전포괄주의에 따르더라도 이를 증여의 범주에 넣고서 증여세를 부과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해 ‘증여의제’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3. 대상판결의 논리구조 대상판결에서는 이 사건 증여의제이익이 자기증여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논거로 크게 3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은 특수관계법인과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 간의 관계에서 성립하는데, 특수관계법인은 그 주주와는 별개의 법적 주체라는 것이다. 즉, ‘특수관계법인 ≠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이므로, 특수관계법인의 주주가 동시에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라고 하더라도 증여자와 수증자가 일치하지 않아서 자기증여의 개념요소를 애당초 충족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둘째, 일감 몰아주기가 정상가액에 따른 거래에 해당되는 이상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동시에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이더라도 이익과 손실이 함께 귀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특수관계법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아도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이익을 볼 수 있으므로, 동일한 법적 주체에게 이익과 손실이 함께 귀속된다는 자기증여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셋째, 대상판결에서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수혜법인이 특수관계법인과 거래한 매출액에 지배주주 등의 그 특수관계법인에 대한 주식보유비율을 곱한 금액’을 과세제외 매출액에 포함시켜 이를 자기증여로 보는 듯하게 구 상증세법 시행령 규정이 개정되었더라도 이를 확인적 의미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즉, 이 규정의 개정을 창설적 의미로 본다면 이로써 그 규정의 시행 전에 일어난 사건에 적용될 법령의 해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4.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특수관계법인의 주주가 동시에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에 해당하는 경우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에 따른 증여의제이익을 자기증여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힌 최초의 판결이다. 증여의제규정에서 자기증여의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를 설시한 판결로서 의의가 있다. 5.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이 사건 증여의제이익은 자기증여의 산물로서 애당초 상증세법 제45조의3 제1항에서 정한 과세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적어도 해석으로써 이를 증여세의 부과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이 규정의 취지나 목적 등에 부합한다고 새겨야 한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거부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하고, 대상판결의 결론에 동의하기 어렵다. ①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이 법인격 투과를 본질로 삼고 있는데 수혜법인과 그 지배주주 등 간에는 법인격을 투과시키면서 특수관계법인과 그 주주 간에는 엄격하게 별개의 법인격을 관철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②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인 경우 그 특수관계법인 지분비율에 상응해서는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자신에게 사업 기회를 제공한 것일 뿐이다.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스스로에게 부를 증식할 기회를 마련한 것이므로 부가 이전된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어 ‘증여세의 영역에서’ 과세대상으로 취급될 만한 행위나 사실이 없다. ③ 대상판결이 ㉰의 논거에서 밝힌 상증세법 시행령 규정의 신설이 창설적 의미를 갖는다고 단정할 근거가 없고, 오히려 그 개정 경위나 배경 등을 고려하면 이 규정은 그 신설 이전부터 받아들여졌던 사항을 확인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볼 여지가 많다(지면의 제약으로 이 규정의 개정 경위나 배경 등을 이 글에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는다. 자세한 내용은 정기상,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자기증여의 취급에 관한 고찰”, 조세법연구 제29권 제2호, 2023, 264면 이하 참조). 정기상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증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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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관계법인
정기상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2024-03-31
민사일반
지식재산권
특허침해소송과 권리범위확인 심판 법리의 혼선
1. 판결의 요지 (1) 대상판결의 사안과 판지 자체는 매우 간단하다. 즉, 원고가 A 상표에 대해 선출원(2014. 9. 5.), 선등록(2014. 12. 18.)을 마친 상태에서 피고가 A와 유사한 상표를 그와 유사한 지정상품에 후출원(2016. 8. 10.) 후등록(2017. 8. 8.) 받아 사용하고 있다면, 피고의 행위는 비록 자신의 등록상표를 사용하는 것이라 해도 원고의 선출원 등록상표에 저촉되고 그 자체로 상표권 침해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2) 대상판결은 나아가 위와 같은 저촉과 침해의 법리가 특허법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됨을 분명히 하면서(보충의견) 그 근거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바, 대상판결의 의의는 정작 이 부분에서 더 두드러져 보인다. 대상판결의 판시 중 특허권 저촉관계의 법률효과 부분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① 특허법 제98조의 해석 특허법 제98조는, '후출원 특허발명이 선출원 특허발명과 이용관계에 있는 경우, 비록 후출원 발명이 특허를 받았다 하더라도 선출원 특허권자의 허락 없는 실시는 침해를 구성한다'고 하고 있으나 선, 후출원 발명이 서로 동일한 저촉관계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다. 위 규정에는 본래 이용과 저촉의 경우 모두 선출원 권리자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었다가 1986년 법 개정 시 이용만 남겨두고 저촉이 삭제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삭제가 저촉관계에서 선출원 권리자의 동의 없는 실시를 정당한 것으로 하려는 반성적 고려에 기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특허법 등에서 선, 후출원 경합 시 선출원에 우선권을 주는 것은 기본적 법리이므로 결국 이용 외에 저촉관계의 경우에도 선출원 권리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해석되며, 동의 없는 실시는 선출원 특허권의 침해가 된다. ② 중용권(특허법 제104조)와의 관계 특허권의 저촉으로 인해 후출원 특허가 무효로 되는 경우, 후출원 특허권자는 특허법 제104조에 의한 통상실시권(중용권)을 가지게 되지만, 위 중용권은 후출원 특허발명의 실시가 침해를 구성함을 전제로 한 항변에 해당하며 그 성립요건이 온전히 주장·증명된 경우에 한해 인정되는 것이므로 중용권의 성립 가능성과 후출원 특허의 침해 인정은 상호 모순되지 않는다. 2. 검토 가. 특허법 제98조의 해석에 관한 기존 논의 저촉관계인 후출원 특허발명의 실시가 선출원 특허발명의 침해를 구성하는지를 두고는 침해설과 비 침해설이 대립하고 있다. 침해설의 주된 논거는, ① 선출원 특허발명을 단지 이용하는 데 불과한 후출원 특허발명이 침해라면 선출원 특허발명과 동일한 후출원 특허발명을 실시함은 당연히 침해로 보아야 한다는 것, ② 선행권리 우선 취급은 지적재산권법 전반에서 기본원리이므로 당연히 특허권의 저촉관계에서는 별도의 무효심판이 없더라도 선출원 권리를 우선시 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반면 비침해설은 ① 특허법 제98조에서 명시적으로 제외된 저촉을 포함시키는 것은 해석의 범위를 넘는다는 것, ② 중용권과의 관계에서, 후출원 특허가 등록무효 되기 전에는 침해를 구성하였다가 등록무효로 된 이후에는 중용권에 기해 침해를 구성하지 않게 되어 논리에 어긋난다는 것, ③ 종래 판례가 등록특허 사이의 적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 청구는 부적법하며 다만 이용발명의 경우에만 예외로 하고 있다는 것 등을 논거로 한다. 나. 대상판결의 입장 및 권리범위확인 심판과의 관계 대상판결은 비 침해설의 논거 중 ①, ②를 침해설의 입장에서 명백히 배척하고 있는 반면(다만, 그 당부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③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후출원 특허발명의 실시가 무효심판 등을 거치지 않고도 선출원 특허발명의 침해가 된다는 대상판결의 판지는 "권리 대 권리 간의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 청구는 상대방의 등록권리를 등록무효절차 없이 사실상 부인하는 것이 되어 부적법하다"는 확고한 판례들(대법원 1986. 3. 25. 선고 84후6 판결 외 다수)과 맞지 않는다. 결국 대상판결은 특허 침해소송과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적용되는 법리가 서로 상충하는 '또 하나의' 국면을 창출한 것이라고 해야 한다. 이런 부조화 상황은 이미 다른 국면에서도 있어 왔다. 침해소송에서는 특허발명의 진보성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는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하여 그 권리범위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한 것이 그 예이다(대법원 2014. 3. 20. 선고 2012후4162 전원합의체 판결).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의견은 그 결론이 선행 판결과 모순됨을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한편, 권리범위 판단과 침해 판단의 차별 취급을 설명하기 위해 양자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입론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대개 현실에서 권리범위확인 심판이 침해소송의 전제로 혹은 그와 병행해서 활용되고, "권리범위에는 속하나 침해는 아니다"라거나 "권리범위에는 속하지 않지만 침해이다"라는 말은 실시권의 존재 등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납득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 방향성과 혼란 상황 이처럼 대법원이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는 특허권의 실체적 효력 유무에 대한 판단을 제한하면서 침해소송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배경에는, 권리범위확인 심판이 장기적으로는 폐지되어야 할 제도로서, 무효심판이나 침해소송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위상이나 영향력을 부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대법원판례해설 제100호, 제108호, 사법지 제57호 등에서 발견되는 해당 판례들에 대한 재판연구관들의 해설 참조). 그러나 동시에 그러한 인식의 실효성이나 일관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판례들도 혼재한다. 그런 예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대법원 2014. 3. 20. 선고 2012후4162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은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진보성 판단을 할 수 없다고 하여 권리범위확인 심판의 역할을 축소하는 듯 보이지만, 오히려 반대의 효과를 초래하기 쉽다. 어떤 발명에 진보성이 없어 무효라고 믿는 이해관계인이라면 어차피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청구하기보다는 궁극적·대세적으로 특허권을 부정할 수 있고 훨씬 높은 협상력을 주는 무효심판 청구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적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진보성 판단을 허용치 않는다면, 특허권자로서는 자유롭게 심판을 청구하더라도 그 절차에서 진보성 부재 판단을 받을 위험이 사라지고, 이는 해당 심판절차를 이용하는 강한 매력요인이 될 것이다. 그 결과 위 판결은 무효심판 절차의 유지·활성화에 기여하는 면보다 적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의 활성화에 봉사하는 면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② 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6후366 판결 등: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피고는 특허권 침해소송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유기술의 항변을 통해 권리범위를 부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는 실질적으로 해당 발명에 진보성 부재로 인한 무효사유가 있다는 항변과 다르지 않은바, 이로써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진보성 판단을 할 수 없다고 한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입지를 다시 스스로 축소한 셈이 되었다. ③ 대법원 2014. 3. 20. 선고 2011후3698 전원합의체 판결: 상표의 사용에 의한 식별력 획득이 쟁점이 된 사안에서, 등록 당시 식별력이 없던 상표이더라도 권리범위확인 심결 시까지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획득하였다면 권리범위를 가진다고 하였다. 그러나 식별력 부재로 무효사유가 명백한 상표를 근거로 권리행사를 하는 경우 상대방이 권리남용의 항변을 할 수 있거니와(대법원 2012. 10. 18. 선고 2010다103000 전원합의체 판결), 어차피 무효로 될 상표임에도 그 식별력 판단 시점을 굳이 심결 시까지로 늦추어 권리범위를 인정함으로써 권리범위확인 심판제도의 독자성을 필요 이상 강조하고 분쟁의 1회적 해결을 도외시 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3. 결론 대상판결은 저촉관계에 관한 특허법 제98조의 해석기준을 제시한 외에, 침해소송과 권리범위확인 심판의 위상 차별화를 암묵적으로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극복해야 할 법리상 난점을 안고 있는 데다가, 상충하는 여러 판례들이 뒤섞여 일관성이 희석되고 실효성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① 대법원이 권리범위확인 심판의 역할 축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면, 이를 명확히 표현하고 침해판단과 구별 취급할 합당한 법리를 제시하는 한편, 그 방향성과 충돌하는 판례들에 대한 정리가 필요할 것이다. ② 만약 그런 것이 아니라면, 침해소송과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모두 자유기술의 항변이 가능하다고 한 예처럼 통일된 법리를 적용해 나가는 한편, 대상판결의 취지와 어긋나는 종전 판례들(등록 특허 사이에 적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은 부적법하다는 것들)도 모두 대상판결의 취지대로 변경하는 편이 합당해 보인다. 조영선 교수(고려대 로스쿨)
특허법
상표권
상표
특허
상표권침해
조영선 교수(고려대 로스쿨)
2022-07-11
민사일반
준거법의 범위와 준거법의 합의가 주요사실인지 여부
- 대상판결: 대법원 2016.3.24. 선고 2013다81514 판결 - I. 대상판결의 요지 당사자자치의 원칙에 비추어 계약 당사자는 어느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거나 그중 특정 조항이 당해 계약에 적용된다는 합의를 할 수 있고 그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소송절차에서 비로소 당해 사건에 적용할 규범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가 일치하는 의견을 진술하였다고 해서 이를 준거법 등에 관한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II. 국제협약이 준거법의 합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 1. 쟁점 대상판결에서는 계약의 당사자가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는 합의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서는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특정 국가의 법’에 한정되는지 아니면 상인법(lex mercatoria 또는 law merchant)과 같은 국제적 관습, UNIDROIT 국제상사계약규칙(UNIDROIT Principles of International Commercial Contracts 1980)과 같은 법원칙 또는 국제물품매매협약(UN Convention on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과 같은 국제협약 등 비국가적 규범도 포함되는지 문제된다. 2. 논의의 실효성 비국가적 규범이 준거법으로서 지정될 수 있다면 이는 ‘저촉법적 지정’이 되지만, 만일 준거법으로서 지정될 수 없다면 당사자의 합의는 그러한 비국적 규범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실질법적 지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저촉법적 지정은 준거법의 지정이므로 법정지의 단순한 강행규정의 적용은 배제되고 국제적 강행규정만이 적용된다. 그러나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규범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것에 불과하므로 법정지의 단순한 강행규정의 경우에도 적용이 배제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저촉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계약이 체결된 후에 법이 개정되었다면 개정된 법이 적용되지만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개정되기 전의 법이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된 것으로 봐야 하므로 그 적용이 배제된다. 또한 저촉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법원이 규범의 내용을 직권으로 조사해야 하지만,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편입된 법규가 계약의 내용이 되므로 당사자가 편입된 법규의 내용에 대하여 주장하고 증명할 책임을 부담한다. 3.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준거법은 특정국가의 법에 한정된다고 본다. 국제사법의 전반에서 언급하고 있는 ‘법’의 전통적 그리고 사회적 의미는 특정국가의 법이고, 제5조에서 ‘법원은 이 법에 의하여 지정된 외국법’이라고 규정하고 제7조나 제33조 등에서 ‘대한민국법’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를 종합하여 보면 준거법은 외국법이거나 대한민국법으로서 특정국가의 법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준거법의 분열의 한계와 관련하여서 문제가 발생한다. ‘준거법의 분열’이란 하나의 법률관계의 실체적 내용에 대하여 여러 국가의 법이 적용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국제사법 제25조 제2항에서는 “당사자는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도 준거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준거법의 분열을 허용하고 있다. 대법원 2016.6.23. 선고 2015다5194 판결에서는 당사자가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만 준거법을 선택한 경우, 선택된 준거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영역에 대하여는 국제사법의 규정에 따라 지정된 소위 객관적 준거법이 적용된다고 보고 있으므로, 비국가적 규범만을 준거법으로 지정하고 있거나 비국가적 규범과 특정국가의 법을 모두 지정하는 경우 모두 준거법의 분열이 발생한다. 그러나 준거법의 분열이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법의 내용에 차이가 있고, 한 국가의 국내법은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하나의 사안에 대하여 여러 국가의 법이 동시에 적용되면 적용되는 법률 사이에 모순이 발생하거나, 생소한 다른 국가의 제도를 국내의 제도에 맞춰야 하는 복잡한 적응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지정된 복수의 준거법이 적용되는 부분이 다른 부분과 분리가능하여 상호 모순저촉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한계 내에서만 준거법의 분열이 허용된다. 그런데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위와 같은 한계를 완전히 무시하고서 준거법의 분열을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부당하다. 대상판결에서 국제협약이 준거법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보건대, 위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깊은 고려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하는 저촉법적 지정은 할 수 없다고 본다. 참고로 우리의 국제사법의 바탕이 된 유럽공동체(EC)의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협약’(‘로마협약’) 에서는 당사자가 준거법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특정 국가의 법이라고 해석되어 왔다. 그런데 위 로마협약을 개정한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규칙’을 제정되는 과정에서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준거법은 특정 국가의 법으로부터만 도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아니하였다. III. 준거법의 합의가 주요사실인지 여부 1. 쟁점 대상판결에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주요사실에 대하여만 변론주의가 적용되어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는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여 그러한 사실이 주요사실이란 점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대상판결과 같이 준거법의 합의를 주요사실로 본다면 당사자가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주장 및 증명해야 비로소 법원이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을 뿐이고, 당사자의 주장이 없는 한 법원이 직권으로 준거법의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 2.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1) 주요사실의 의미에 따른 비판 주요사실이라 함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실체법상의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말한다(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다카1489 전원합의체 판결). 즉 권리와 의무의 발생, 변경, 소멸이라는 실체법적 효력을 가져오는 요건사실이 주요사실에 해당한다. 국제사법을 소송법으로 분류하는 견해도 있지만 ‘절차법-실체법’과 ‘저촉법-실질법’이 대비되고 있는 바와 같이, 저촉법인 국제사법은 ‘법선택을 위한 법’으로서 절차법과 실체법의 구분과 그 영역을 달리한다(석광현, ‘국제사법 해설’, 법문사, 2013, 4쪽). 그런데 국제사법을 소송법으로 보던지 저촉법으로 보던지 상관없이 국제사법이 실체법이 아니란 점은 명백하므로 국제사법 제25조에 따른 준거법의 지정의 합의를 주요사실로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2) 적용될 법률의 발견은 법원의 전권사항 국제사법은 법선택을 위한 법으로서 국제적 분쟁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으로서는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이를 당연히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사법에 따르면 계약에 적용되는 준거법은, 1차적으로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지정한 국가의 법이 되고(제25조 제1항), 이러한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2차적으로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이 된다(제26조). 따라서 법원은 직권으로 계약의 1차적 준거법인 당사자의 합의의 존재를 조사해야 한다. 게다가 대상판결에서도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적용할 법률의 발견은 법원의 전권사항이고,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는 적용할 법률을 결정하는 합의이므로, 법원은 준거법의 합의의 존재를 조사하는데 있어서 당사자의 주장에 구속받지 아니한다. 덧붙여 대상판결은 당사자가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는 계약의 내용이 되고 계약의 내용은 주요사실이라는 이유로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를 주요사실로서 자백의 대상으로 본 듯하다. 그러나 당사자의 합의라고 하더라도 모두 주요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법원 판례에서는 소송상 합의인 부제소의 합의를 채권계약으로 보고 있으면서도(대법원 2004. 12. 23. 선고 2002다73821 판결), 이러한 부제소의 합의가 소송법적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이를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따라서 당사자의 합의라는 이유만으로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까지 주요사실로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IV. 결론 이상으로 대상판결과 달리, 사견에 따르면 국제협약을 포함한 비국가적 규범은 준거법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의 존재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서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한편 대상판결 중 문제된 판시내용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이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른 아쉬움이 있다. 적지 않은 국제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좀 더 많은 국제사법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국제협약
준거법
국제사법
2017-02-20
이혼·남녀문제
한쪽에만 너무 불리한 '이혼 전 재산분할포기각서'는 무효
- 대법원 2016. 1. 25.자 2015스451 결정 - 협의이혼 전제 재산분할 포기, '실질적 협의' 없으면 '재산분할청구권 사전포기'로 '무효' 1. 재산분할제도 및 재산분할청구권의 본질 가. 민법 제839조의2에 규정된 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의 청산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나.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때 비로소 발생하고,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까지는 범위와 내용이 불명확?불확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9. 4. 9. 선고 98다58016 판결). 2. 추상적 권리(추상적 지위)의 사전포기 금지 가. 대법원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추상적인 권리(추상적인 지위)는 사전포기가 허용되지 않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확인하였다. 나. 유류분과 상속 사전포기 금지 : 유류분을 포함한 상속의 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후 일정한 기간 내에만 가능하고 가정법원에 신고하는 등 일정한 절차와 방식을 따라야만 그 효력이 있으므로, 상속개시 전에 한 유류분 포기약정은 그와 같은 절차와 방식에 따르지 아니한 것으로 효력이 없다(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8334 판결). 다. 양육비채권 사전포기 금지 :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자(子)에 대한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양육비채권)는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기 전에는 '상대방에 대하여 양육비의 분담액을 구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추상적인 청구권에 불과하고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이 당해 양육비의 범위 등을 재량적ㆍ형성적으로 정하는 심판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적인 액수만큼의 지급청구권이 발생하게 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기 전에는 그 내용이 극히 불확정하여 상계할 수 없지만,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된 후의 양육비채권 중 이미 이행기에 도달한 후의 양육비채권은 완전한 재산권으로서 친족법상의 신분으로부터 독립하여 처분이 가능하고, 권리자의 의사에 따라 포기, 양도 또는 상계의 자동채권으로 하는 것도 가능하다(대법원 2006. 7. 4. 선고 2006므751 판결). 3.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의 법적 성질 가.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3. 3. 25. 선고 2002므1787 판결). 나. 협의이혼을 조건으로 한 재산분할 협의(조건부 의사표시) : 민법 제839조의2에서 말하는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는 혼인 중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분할에 관하여 이미 이혼을 마친 당사자 또는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 사이에 행하여지는 협의를 가리키는 것인바, 그 중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위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차 당사자 사이에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질 것을 조건으로 하여 조건부 의사표시가 행하여지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그 협의 후 당사자가 약정한대로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그 협의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지, 어떠한 원인으로든지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혼인관계가 존속하게 되거나 당사자 일방이 제기한 이혼청구의 소에 의하여 재판상이혼(화해 또는 조정에 의한 이혼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위 협의는 조건의 불성취로 인하여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대법원 1995. 10. 12. 선고 95다23156 판결). 4. 대상판결(대법원 2016. 1. 25.자 2015스451 결정) 가. 사실관계 : 청구인(A녀)은 중국인으로 2001. 6. 7. 상대방(B남)과 혼인신고를 마치고 생활하다가 2013. 9. 6. B남과 이혼하기로 하면서 B남의 요구에 따라 'A녀는 위자료를 포기합니다.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습니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고, 같은 날 A녀와 B남은 법원에 협의이혼의사확인 신청서를 제출하고 2013. 10. 14. 법원의 확인을 받아 협의이혼 한 후 2013. 11. 초경 A녀는 변호사를 통해 수 천만 원 이상의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B남에게 화를 내며 재산분할을 요구하였고, B남은 A녀가 독립할 자금이 필요하면 주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고, 그 후 A녀는 법원에 재산분할 심판청구서를 제출하였다. 나. 판시내용 :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이를 전제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한 경우,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 전부를 청산하려는 의로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액, 이에 대한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하여 협의한 결과 부부 일방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할 뿐 쉽사리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로서의 '포기약정'이라고 보아서는 아니된다고 판시하였다. 다. 사안에 적용 : 위 사안에 대하여는 A녀와 B남 사이에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재산액이나 쌍방의 기여도, 분할방법 등에 관하여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고, A녀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서 비록 협의이혼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5. 대상판결의 의의 가. 대상 판결은 재산분할의 본질을 설시하면서,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2002므1787 판결)는 종전 대법원 판결을 확인함과 동시에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위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95다23156 판결) 효력을 갖기 위한 구체적인 요건(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 전부를 청산하려는 의로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액, 이에 대한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하여 협의한 결과 부부 일방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등의 사정)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나.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사기나 강박(민법 110조) 또는 궁박?경솔?무경험(104조) 등으로 상대적으로 지위가 열악한 배우자 일방이 사실상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를 강요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경우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거나 궁박?경솔?무경험으로 불공정한 법률행위 등이라는 점을 청구인이 적극적으로 주장?증명하지 못하더라도 상대방이 앞서 본 특별한 사정을 증명하지 못하면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을 실질화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여 전체 이혼 건수의 4분의 3 정도를 차지하는 협의이혼 절차를 가사비송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로 1990년 도입된 (형식적) 재산분할청구권이 실질적 재산분할청구권으로 강화되었다고 평가할만 하다.
이혼
재산분할
재산분할청구권
2016-02-12
양립 가능한 여러 개 청구의 객관적 예비적 병합의 가부
Ⅰ. 사안의 개요 및 판단 1. 사안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 대여를 주장하며 그 지급을 청구하였다가 제1심 변론 과정에서 이를 주위적 청구로 변경하고, 예비적으로 불법행위(사기)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를 추가하였다. 이 사건 주위적 청구인 대여금 청구는 '원고가 피고에게 1억 원을 대여하였다'는 취지이고, 이 사건 예비적 청구인 손해배상 청구는 '원고가 피고한테 기망당하여 1억 원을 지급하였다'는 취지로, 이 사건 소는 기본적으로 1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것이다. 2. 소송의 경과 제1심은 이 사건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는 한편, 이 사건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만이 항소하였다. 항소심은 피고만이 항소한 이상, 심판대상은 이 사건 예비적 청구 부분에 한정된다고 전제한 다음, 피고의 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 사건 예비적 청구마저 기각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가 상고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직권으로, 이 사건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는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선택적 병합 관계에 있다 할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가 항소의 대상으로 삼은 이 사건 예비적 청구만을 심판대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두 청구 모두를 심판의 대상으로 삼아 판단하였어야 하는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와 같이 이 사건 예비적 청구 부분만을 심판대상으로 삼아 청구를 기각한 것은 항소심의 심판대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파기환송). Ⅱ. 여러 개의 청구가 양립하는 경우의 예비적 병합의 가부 대상판결은 논리적으로 양립하여 본래 선택적 병합 관계에 있는 양 청구에 관하여 당사자가 주위적·예비적으로 순위를 붙여 청구한 경우(이른바 不眞正 예비적 병합이라고 한다)에 그 병합 형태의 가부(취급)가 문제된 것이다. 종전 판례의 입장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그 명칭은 필자가 임의로 명명한 것이다). (1) 긍정설(당사자 의사설) 병합청구의 성질과 상관없이 원고의 의사만으로 예비적 병합이 허용된다는 입장이다. 판례 가운데 대법원 1966. 7. 26. 선고 66다933 판결은, 선택적 청구에 속하지만, 원고가 내세운 취지에 따라(즉, 원고의 의사에 따라) 예비적 청구로 취급하여야 한다고 이해할 수 있고, 또한 대법원 2002. 9. 4. 선고 98다17145 판결도, 이른바 부진정 예비적 병합도 허용되어 당사자가 심판의 순서와 범위를 한정하여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한 점에서 원고의 의사를 기준으로 예비적 청구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2) 제한적 긍정설(합리적 필요성설) 청구한 것들이 양립 가능한 경우에도 필요성과 합리성에 비추어 예비적 병합을 긍정하는 입장이다. 판례 가운데, 대법원 2002. 2. 8. 선고 2001다17633 판결은, 당사자가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를 할 합리적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가 붙인 순위에 따라서 심리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앞 (1)에서 언급한 원고의 의사를 전제로 하면서도 합리적 필요성을 기준으로 추가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23598 판결도, 원고의 의사를 기준으로 한다는 전제에서, 원고의 의사를 석명하여야 한다는 점까지도 언급하고 있다. (3) 부정설(병합청구 성질설) 청구의 예비적 병합이 인정되는 것은 병합청구의 성질에 의해 엄격하게 양 청구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경우에 한정된다는 입장이다. 대상판결은 종전 판례에서 나타난 당사자가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를 할 합리적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예비적 병합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Ⅲ. 대상판결의 평석 대상판결과 같이 병합청구의 성질에 의해, 여러 개의 청구가 서로 양립하면, 어떠한 경우라도 청구의 예비적 병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경직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양 청구가 서로 '양립한다' 또는 '양립하지 않는다'는 논리 관계 내지는 병합청구의 성질에 의해 병합 형태가 자동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고, 처분권주의 하에서는 기본적으로 원고의 의사가 병합 형태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처분권주의의 기초가 되는 당사자의 자치(自治)도 무제한인 것은 아니므로 원고가 예비적 병합으로 하고자 하는 목적에 어느 정도의 필요성과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검토되어야 한다. 원고에게 실질적으로 이중패소를 회피할 이익이 인정되는 경우 이외에도 예비적 병합을 인정할 합리성이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고 본다. 가령, 불법행위채권만이 상계 제한에 걸린다든지, 과실상계의 문제, 피고가 파산하는 경우 우선 비면책채권의 집행권원을 받기를 원한다든지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순위를 정하여 예비적으로 청구하고자 할 때 그 필요성과 합리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제한적으로 예비적 병합을 긍정하고자 할 때, 그 필요성과 합리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양 청구가 법률적 또는 경제적으로 동일한 또는 같은 종류의 목적에 향하고 있는 경우가 그 기준이 된다고 본다(한편, 동일한 급부 또는 형성적 효과를 구하는 청구권 경합의 경우에 한정하는 것은 너무 좁은 기준이라고 본다). 물론 양 청구가 전혀 관계가 없는 경우는 처분권주의의 기초를 이루는 당사자 자치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지만, 위와 같은 필요성과 합리성의 기준에서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제한적으로 예비적 병합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대상판결의 사안은, 원고가 주위적 청구로 대여를 주장하며 그 지급을 청구하고, 예비적으로 기망 당하였다고 주장하며 불법행위(사기)를 원인으로 손해배상 청구하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피고에 대하여 1억 원(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로 양 청구가 법률적 또는 경제적으로 동일한 또는 같은 종류의 목적에 향하고 있어 위 기준에 해당한다고 본다. 따라서 대상판결의 판시와 같이 병합청구의 성질에 의해 엄격하게 예비적 병합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청구의 경우에 한정된다는 입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상판결의 사안은 특이하게 주위적 청구기각, 예비적 청구인용 판결의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피고만이 항소한 경우로, 항소심이 제1심 판결과 달리 예비적 청구가 이유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경우이다. 이 경우에 항소심의 심판범위가 예비적 청구를 인용한 제1심 판결의 당부에 그치고, 원고의 부대항소(민사소송법 제403조)가 없는 한, (가령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인용할 수 있는 경우라도) 주위적 청구가 심판대상이 될 수 없고(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31624 판결), 그리하여 원고의 주위적 청구, 예비적 청구 모두 기각되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사안에서 원고의 부대항소마저도 없기 때문에 청구를 병합청구의 성질에 따라 선택적 병합으로 보아 두 청구 모두를 항소심의 심판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것으로 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고자 한 판단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특별한 경우의 타당성 있는 해결을 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에서, 원고가 주위적 청구기각판결에 대하여 형식적인 불복신청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실질적인 불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실질적 불복에 기하여 항소심에서 주위적 청구도 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보고자 하는 입장도 있을 수 있다(이는 종래의 판례(위 94다31624 판결)·통설과 다른 반대입장이다). 그렇지만 이 반대입장에서와 같이 원고가 스스로 항소도 부대항소도 하지 않았는데, 항소심에서 주위적 청구에 대한 판결(가령 인용판결)을 하여야 한다고 하면, 피고만의 항소에 있어서 제1심 판결을 피고의 불이익으로 변경하는 것이 되어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어긋나게 되고, 또한 불복 신청을 하지 않은 주위적 청구 부분에 대하여 피고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와 같이 특별한 경우에 생기는 구체적 문제는 결국 항소심이 석명권(釋明權)(민사소송법 제136조)을 적절하게 행사하여 원고에게 부대항소를 촉구하는 것에 의하여 시정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당사자의 자치를 고려하면서 소통을 중시하고자 하는 법원 실무로서는(대상판결의 사안은 피고는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였지만, 원고에게는 소송대리인이 없는 경우이다), 서로 양립하는 청구라도 당사자의 의사를 바탕으로 그 필요성과 합리성의 기준에 따라 예비적 병합을 인정하면서, 위 항소심에서와 같은 특별한 문제 상황은 당사자와의 소통이라는 점에서 석명권을 적절하게 행사하여 원고로부터 부대항소 등을 이끌어 내어 풀어나가는 것(따라서 예비적 병합에 관한 법리를 전제로 하면서 그에 따른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2014-08-18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가 과연 존재하는가?
Ⅰ. 事案의 槪要와 經過 전통 민간요법인 침·뜸행위를 온라인을 통해 교육할 목적으로 인터넷 침·뜸 학습센터를 설립한 갑이 구 평생교육법(2007. 10. 17. 법률 제86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제2항 등에 따라 평생교육시설로 신고하였으나 관할 행정청이 교육 내용이 의료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사유로 이를 반려하는 처분을 한 사안이다. 원심(서울고법 2005. 8. 25. 선고 2004누13426 판결)은, 이 사건 평생교육을 통하여 교육하고 학습하게 될 침·뜸행위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교육의 결과 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경우 원고와 같이 의료법 시행 전에 종전 규정에 의하여 의료유사업자의 자격을 받은 자 외에는 모두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될 것이 명백한 점, 이 사건 교육과정 중에 행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실습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로서 처벌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점, 침·뜸행위는 실제 그 실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성이 큰 점, 이 사건 평생교육으로 침·뜸 관련과목을 교육받은 수강생들은 자신들이 교육받은 침·뜸행위를 실제 실행하려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원고가 각 단계별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에게 수료증까지 발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게 될 수 있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로서는 신고서에 첨부된 운영규칙에 기재된 교육과정의 내용이 의료법에 저촉되는지 여부, 신고에 따른 교육이 실제 이루어짐으로써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을 고려하여 이 사건 신고를 반려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신고반려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Ⅱ. 判決要旨 [1] 구 평생교육법(2007. 10. 17. 법률 제86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22조 제1항, 제2항, 제3항, 구 평생교육법 시행령(2004. 1. 29. 대통령령 제182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 제1항, 제2항, 제3항에 의하면,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학습비를 받지 아니하고 원격평생교육을 실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누구든지 아무런 신고 없이 자유롭게 이를 할 수 있고, 다만 위와 같은 교육을 불특정 다수인에게 학습비를 받고 실시하는 경우에는 이를 신고하여야 하나, 법 제22조가 신고를 요하는 제2항과 신고를 요하지 않는 제1항에서 '학습비' 수수 외에 교육 대상이나 방법 등 다른 요건을 달리 규정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제2항에서도 학습비 금액이나 수령 등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하고 있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볼 때, 행정청으로서는 신고서 기재사항에 흠결이 없고 정해진 서류가 구비된 때에는 이를 수리하여야 하고, 이러한 형식적 요건을 모두 갖추었음에도 신고대상이 된 교육이나 학습이 공익적 기준에 적합하지 않는다는 등 실체적 사유를 들어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는 없다. [2] 관할 행정청은 신고서 기재사항에 흠결이 없고 정해진 서류가 구비된 이상 신고를 수리하여야 하고 형식적 요건이 아닌 신고 내용이 공익적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등 실체적 사유를 들어 이를 거부할 수 없고, 또한 행정청이 단지 교육과정에서 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된 행위가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우려만으로 침·뜸에 대한 교육과 학습의 기회제공을 일률적·전면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후견주의적 공권력의 과도한 행사일 뿐 아니라 그렇게 해야 할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형식적 심사 범위에 속하지 않는 사항을 수리거부사유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처분사유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처분은 위법하다. Ⅲ. 問題의 提起-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인가? 여기서의 신고는 신고유형 가운데 어떤 신고에 해당하는가? 일반적으로 사인의 공법행위의 경우 의사표시의 방향성을 기준으로 일방당사자의 의사표시만으로 법률효과를 발생하는 것(자기완결적 공법행위)과 쌍방당사자의 의사의 합치에 의해 법률효과를 발생하는 것(행정요건적 공법행위)으로 나뉜다. 이에 연계하여 판례와 대부분의 문헌은 행정법상의 신고유형(자기완결적 신고=수리를 요하지 않는 신고/행정요건적 신고=수리를 요하는 신고)을 정립하였다. 그리고 그 구별의 결과로 전자의 경우 수리의 비처분성을 전제로 수리거부의 비처분성을 논증하고, 후자의 경우 수리의 처분성을 전제로 수리거부의 처분성을 논증한다. 그리고 신고에 대한 심사와 관련해선, 전자의 경우에는 형식적 심사에 국한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형식적 심사만이 아니라 실체적 심사까지도 할 수 있다고 본다(다른 입장이 있음). 기실 대상판결이 사안에서 형식적 심사만이 가능하다고 보기에, 여기서의 신고를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로 봄직한데, 과연 그 본연에 합당한가? Ⅳ. 關聯法規定 구 평생교육법(2007. 10. 17. 법률 제86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원격대학형태의 평생교육시설) ① 누구든지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원격교육을 실시하거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평생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경우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학습비를 받고 이를 실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이를 폐쇄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 사실을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개정 2001.1.29> ③ 제1항의 경우 전문대학 또는 대학졸업자와 동등한 학력·학위가 인정되는 원격대학형태의 평생교육시설을 설치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폐쇄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개정 2001.1.29> Ⅴ. 대상적격상의 問題點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와 관련해서, 판례의 대응은 통일적이지 않다. 일부는 수리 및 수리거부의 무의미성을 견지한다. 적법한 요건을 갖춘 신고의 경우에는 행정청의 수리처분 등 별단의 조처를 기다릴 필요 없이 그 접수시에 신고로서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그 수리가 거부되었다고 하여 무신고 영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9.12.24. 선고 98다57419판결; 1998.4.24. 선고 97도3121판결; 1995.3.14. 선고 94누9962판결; 1993.7.6.자 93마635결정; 1990.2.13. 선고 89누3625판결; 1985.4.23. 선고 84도2953판결 등 참조). 반면 일부는 수리거부의 위법성을 추가하여 적극적으로 논증하거나(대법원 1999.4.27. 선고 97누6780판결), -대상판결처럼-수리거부의 위법성만을 적극적으로 논증하기도 한다(대법원 1997. 8. 29. 선고 96누6646 판결 등). 그런데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에서 수리 및 수리거부의 무의미성을 견지하기 위해선, 법원으로선 애써 수리거부의 처분성을 부인하고, 신고 그 자체로서 대상평생교육의 적법한 실시라는 형성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판시하여야 했으며, 또한 대상적격의 부인에 따라 각하했어야 하는데, 마치 그것이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인양 수리거부의 처분성을 전제로 그것의 위법성을 적극적으로 논증하였다. 대상판결의 이런 접근은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와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의 구별도식(수리의 비처분성⇒수리의 거부의 비처분성, 수리의 처분성⇒수리거부의 처분성)을 무색케 한다(수리거부를 금지하명으로 보면 기왕의 틀에 포획되지 않는다). Ⅵ. 行政廳의 審査의 問題點 사적 영역에 대한 행정개입의 차원에서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 이른바 수리를 요하지 않는 신고, 등록제, 허가제의 구분이 문제되는데, 특히 수리를 요하는 신고와 허가제의 구분의 문제에서, 종래 많은 문헌들이 허가제와의 구별의 상실을 우려하여 후자의 경우엔 요건에 관한 형식적 심사뿐만 아니라 실질적 심사까지 행해지는 반면에, 전자의 경우엔 형식적 심사에 그친다고 보았다(그리하여 일부 문헌은 등록제를 수리를 요하는 신고와 동일한 것으로 보기도 하였다). 건축법 제14조상의 건축신고를 명시적으로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본 대법원 2011.1.20. 선고 2010두14954전원합의체판결을 계기로 전자의 경우에도 실질적 심사가 행해지는 것으로 본다(이에 대한 문제점으로 김중권, 건축법 제14조상의 건축신고가 과연 수리를 요하는 신고인가?, 특별법연구 제9권(이홍훈 대법관 정년퇴임기념논문집), 2011.5.13., 273면 이하 참조). 결국 판례의 입장에 의하면, 이제는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의 경우 형식적 심사만이 허용된다고 하겠다. 대상판결은 처음부터 형식적 심사만이 허용된다는 전제에서, 실질적 심사의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였으며, 이에 그것을 신고수리거부의 위법성에 연결시켰다. 나아가 수리거부의 처분사유에 대해서도 원심과 다른 입장을 취하였다. 지면관계상 여기선 허용되는 심사의 범위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신고제에서의 행정청의 심사와 관련해서, 종래의 논의에선 신고제에서 행정청의 심사를 원천배제한 것이 문제라면, 대법원 2011.1.20. 선고 2010두14954전원합의체판결의 경우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에서 허가제와의 구별되지 않게 실질적 심사의무를 요구한 것이 문제이다. 그런데 신고제의 경우 형식적 심사는 당연히 의무사항이나 실질적 심사는 허가제와는 달리 의무사항은 아니고 일종의 선택사항(option)이자 재량사항이다(이렇게 보면, 대법원 2010.9.9. 선고 2008두22631판결에 대해 -비판의 대상인- 기속재량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따라서 사안에서 실질적 심사의 허용성을 부정하는 전제는 타당하지 않다. 현행 법령의 체제하에서 침·뜸의 시술이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이상, 행정청으로선 형식적 심사를 넘어 의료관련 다른 법률 등에 의거하여 그것의 처리여부를 판단하는, 실질적 심사의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 실질적 심사의 가능성을 긍정하면, 관건은 수리거부의 처분사유에 관한 판단여하이다. 처분사유의 당부와 관련해선(상론은 다른 지면에서 하고자 한다), 침·뜸의 시술이 현행 법령하에선 의료행위로 평가가 내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한 제도화가 되지 않은 채, 그것이 -단순한 알림을 넘어서- 제도화를 가져다 줄 교육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법원은 "침·뜸에 대한 교육과 학습의 기회 제공을 일률적·전면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후견주의적 공권력의 과도한 행사"로 보지만,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중요성이 더할 나위 없이 고조된 오늘날에는 안전법상의 일반법원칙인 국가의 사전대비(사전배려)원칙을 더 염두에 두었어야 한다("의심스러우면 안전에 유리하게"(In dubio pro securitate))(법원칙으로서의 안전성의 원칙에 관해선 김중권, 행정법기본연구Ⅱ, 2009, 503면 이하 참조). Ⅶ. 맺으면서-잘못된 만남의 결과 법원의 논증이 기왕의 자기완결적 신고와 수리를 요하는 신고의 틀에서 일탈하였다는 점에서 기왕의 틀 자체가 대대적인 修理를 필요로 한다. 기왕의 틀은 사인의 공법행위에 관한 논의와 典據가 의심스런 -이른바 준법률행위적 행정행위로서의- 수리에 관한 논의의 잘못된 만남의 결과물이다. 하루바삐 신고제가 허가제의 대체제도인 점에 착안하여 금지해제적 신고와 정보제공적 신고의 유형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사안에서 다툼의 논거는 신고제에 관한 행정법도그마틱이나, 그 본질은 현행법상의 의료행위와 민간에서 널리 전수되고 시행되어 온 침·뜸 의 시술행위의 충돌·간극이다. 대학·주류의 의학·약학에서 벗어난 특별한 치료과정, 예컨대 동종요법, 자연요법 또는 대체의학적 치료법을 법외적 상태에 두는 것은 국가가 여러 상이한 치료견해의 다툼에서 사실상 어떤 한 편을 든 셈이어서 재고가 요구된다. 참고로 우세한 대학(주류)의학·약학과 방법적·지식적으로 경쟁하는 특별한 치료법을 보호하기 위해, 독일 의약품법의 입법자는 유효성확인에 관한 법적·행정적 기준이 학문적 다툼과 치료방법상의 다툼에서 어느 일방의 편을 든다는 점을 나름 막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런 비주류적인 것에 대해선 유효성의 요청보다는 안전성의 요청이 더 강조된다(그리하여 그들은 특별한 치료법의 경우 그 나름의 전문가위원회(평가·승인위원회)에 맡기고, 동종요법적 의약품의 경우엔 선택적으로 단순한 등록절차를 허용하는 식으로 규정함으로써(동법 제38조), 다원성요청과 안전성요청간에 절충적 해결책을 도모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미국과 비교해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의학은 전통적인 대체요법을 융통성있게 수용·발전시켜 왔다. Vgl. Udo Di Fabio, Risikoentscheidungen im Rechtsstaat, 1994, S.172ff.).
2011-11-17
건축신고반려행위의 법적 성질
Ⅰ. 사실의 개요 1. 원고는 청주시 상당구 월오동 임야 8,752㎡ 중 500㎡(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의 지상에 건축면적과 연면적을 각 95.13㎡로 하는 1층 단독주택을 신축할 계획으로, 2006.5.19. 경 피고(청주시 상당구청장)에게 이 사건 토지를 대지로 형질변경하여 위 건축을 하겠다는 내용의 개발행위허가신청 및 건축신고를 하였다. 2. 피고는 2006.6.23. '이 사건 토지에 접하는 진입도로가 녹지를 가로지르는 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38조 제1항,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43조, 도시공원 및 녹지의 점용허가에 관한 지침 규정에 의거 건축법상 진입로를 위한 완충녹지점용이 불가하므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8조 및 건축법 제33조의 규정에 의거 진입도로가 미확보되어 개발행위허가 및 건축신고가 불가하다'는 이유로 위 신청 등을 불허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Ⅱ.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이 사건 토지로 연결되는 진입로가 이미 개설되어 있으므로 진입로 미확보를 이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피고 관련법령 및 도시공원·녹지의 점용허가에 관한 지침에 의하면 녹지점용허가기준에 관하여 건축법상 도로로 사용하기 위하여 점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녹지점용을 허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원고로서는 이 사건 진입도로를 이용하기 위한 녹지점용허가를 받을 수 없는 것이 명백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Ⅲ. 제1심판결(청주지법 2007.7.11, 2006구합1611) 요지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주된 근거로 삼은 도시공원·녹지의 점용허가에 대한 지침 제4조를 보더라도, 녹지를 가로지르는 진입도로에 대하여는 '건축법상 도로'로 사용하기 위한 경우나 이면도로가 개설된 경우 등을 제외하고 일정한 요건 하에 그 점용을 허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원고는 이 사건 진입도로를 이 사건 토지에 이르는 진입로로 이용하고자 하는 것에 불과하고 도로를 개설하고자 하는 것이 아님이 명백하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진입도로에 관하여 녹지점용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Ⅳ. 원심판결(대전고법 2007.12.6, 2007누1536) 요지 제1심 판결은 정당하고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Ⅴ. 상고심판결(2008두167) 요지 1. 직권으로 본다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그리고 법치행정의 원리와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2. 건축주 등은 신고제하에서도 건축신고가 반려될 경우 당해 건축물의 건축을 개시하면 시정명령, 이행강제금, 벌금의 대상이 되거나 당해 건축물을 사용하여 행할 행위의 허가가 거부될 우려가 있어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건축신고 반려행위가 이루어진 단계에서 당사자로 하여금 반려행위의 적법성을 다투어 그 법적 불안을 해소한 다음 건축행위에 나아가도록 함으로써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에서 미리 벗어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위법한 건축물의 양산과 그 철거를 둘러싼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 그러므로 건축신고 반려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Ⅵ. 평 석 1. 판결의 긍정적 측면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건축신고반려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으로서의 처분"으로 인정하였다. 만시지탄이 있으나, 올바른 판단이다(상세는 김남진, "건축신고반려조치의 법적 성질", 법률신문 2000.12.28. 등 참조). 다른 학자가 본 판례에 대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으로 평한 것에 동조하는 바이다(김중권, 법률신문 2010. 12. 6. 참조). 대법원은 종래에 [건축신고의 반려행위 또는 수리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아니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소는 부적법하다]는 취지의 판결(대법원 1967.9.19. 선고 67누71 판결, 대법원 1995.3.14. 선고 94누9962 판결, 대법원 1997.4.25. 선고 97누3187 판결, 대법원 1998.9.22. 선고 98두10189 판결, 대법원 1999.10.22. 선고 98두18435 판결, 대법원 2000.9.5. 선고 99두8800 판결 등)을 하였던 것인데, 본 판결(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의 견해와 저촉되는 범위에서 모두 변경되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2. 판결의 부정적 측면 본 사건에서 문제된 "건축신고반려행위"는 신고를 통해 초래된 건축금지해제의 효과를 배제하는, 혹은 거부하는 "행정청의 개별 구체적 규율"로서의 행정행위 또는 처분에 해당함이 분명하다(이에 관한 상세는 김남진/김연태, 행정법Ⅰ, 제14판, 186면이하 참조). 다른 학자가 이 사건에서의 신고반려행위를 禁止下命으로 보고 있음도 같은 취지이다(김중권, 전게 판례평석 참조). 행정소송법(및 행정심판법)은 "처분"에 대하여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제2조 제1항 2호)으로 정의해 놓고 있다. 본 사건에서의 "건축신고반려행위"가 "처분"에 해당함은 위 실정법규정 및 그에 대한 설명(김남진/김연태, 전게서, 746면이하 참조)에 비추어 볼 때,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도, 대법원이 "건축신고반려행위의 처분성"을 설명하는데 불필요한 長廣舌을 늘어놓고 있음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아울러, 김남진, "대법원의 처분개념에 대한 의문", 법률신문 1999.12.13. 참조) 3. 확인적 "공법상 당사자소송"의 활용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그 "신고반려행위의 처분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건축신고 반려행위가 이루어진 단계에서 당사자로 하여금 반려행위의 적법성을 다투어 그 법적 불안을 해소한 다음 건축행위에 나아가도록 함으로써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에서 미리 벗어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위법한 건축물의 양산과 그 철거를 둘러싼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라고도 부연 설명해 놓고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설명은 "항고소송의 대상적격(처분성)"을 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확인소송에 있어서의 확인의 이익 내지 원고적격"에 관하여 논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기에, 이 기회에 "확인소송으로서의 공법상 당사자소송"의 활용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행정소송과 관련하여 항고소송(특히 취소소송)에만 메달리지 말고, - 특히 처분성이 명확하지 않은 행정작용에 대하여도 - "공법상의 당사자소송(특히 확인소송)을 활용함으로써 국민의 구제의 길을 넓히자고 하는 것이다(이에 관한 상세는 김남진, "처분성확대론과 당사자소송활용론", 고시연구, 2005.3; 同人, "행정상 확인소송의 가능성과 활용범위", 고시연구, 2005.5. 참조) 아울러 이 문제에 대한 다른 학자의 보다 깊은 연구(김현준, "처분성없는 행정작용에 대한 행정소송으로서의 확인소송", 공법연구 제37집 제3호, 2009. 2)를 참조할 것을 적극 권하는 바이다.
2011-02-10
申告制와 관련한 코페르니쿠스적 轉換에 관한 小考
Ⅰ.대상판결의 요지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연성, 그리고 법치행정의 원리와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구 건축법(2008.3.21. 법률 제897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관련 규정의 내용 및 취지에 의하면, 건축주 등으로서는 신고제 하에서도 건축신고가 반려될 경우 당해 건축물의 건축을 개시하면 시정명령, 이행강제금, 벌금의 대상이 되거나 당해 건축물을 사용하여 행할 행위의 허가가 거부될 우려가 있어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건축신고 반려행위가 이루어진 단계에서 당사자로 하여금 반려행위의 적법성을 다투어 그 법적 불안을 해소한 다음 건축행위에 나아가도록 함으로써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에서 미리 벗어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위법한 건축물의 양산과 그 철거를 둘러싼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건축신고 반려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Ⅱ. 기존의 스테레오타입의 終焉의 始作 이상의 전원합의체판결은 그와 다른 취지의 기왕의 판례(대법원 1967.9.19. 선고 67누71 판결, 대법원 1995.3.14. 선고 94누9962 판결, 대법원 1997.4.25. 선고 97누3187 판결, 대법원 1998.9.22. 선고 98두10189 판결, 대법원 1999.10.22. 선고 98두18435 판결, 대법원 2000.9.5. 선고 99두8800 판결 등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판결)를 모두 변경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로써 이제까지 스테레오타입일 정도로 견지하여 온 건축신고반려(수리거부)의 비처분성 및 무의미성은 마침내 終焉을 고하게 되었다. 평소 현하의 申告制를 행정법도그마틱으로선 새로운 어려움인 新苦制로 여겨 기왕을 틀(자기완결적 신고, 수리를 요하는 신고)을 타개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여 온 필자로선(졸저, 행정법기본연구Ⅰ, 2008, 109면 이하; 졸고, 행정법상의 신고와 통보, 조해현(편집대표) 행정소송(I), 2008, 683면 이하), -대상판결의 전체 맥락에 대한 매우 한정된 이해를 전제하긴 해도- 법원의 이 같은 태도변화를 적극 환영하고, 신고에 관한 행정법도그마틱에서 새로운 지평이 열린 것으로 판단한다. 이하에선 대상판결의 의의 및 앞으로의 바람을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Ⅲ.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의 인정근거의 상실 이제까지 대표적인 '자기완결적 신고'로 여겨왔던 건축신고의 경우 행정청의 수리는 물론 수리거부 역시 처분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적법한 신고를 한 이상 수리여하에 상관없이 신고대상행위를 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이런 논증을 취하여 온 기왕의 판례(변경대상인 판례)와는 달리, 신고반려의 처분성을 인정하였다. 이제 대상판결로 인해 건축신고인으로선 건축신고반려가 내려지면 금지하명으로서의 그것을 먼저 다투어야지 그것을 무시하고 나아갈 수 없게 되었다. 이로써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는 그 인정근거를 상실하게 되었다. 신고의 의제효과를 집중효로 이해하여 건축신고를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설정하여 그 신고수리거부를 거부처분으로 본 하급심(서울고법 2009.12.30. 선고 2009누11975 판결; 서울행정법원 2009.4.9. 선고 2009구합1693 판결: 이들의 문제점에 관해선 졸고, 建築申告의 許可擬制效果에 관한 小考, 법률신문 제3837호(2010.5.3.))과 비교하면, 대상판결이 반려에 따른 즉, 반려를 무시하고 신고대상행위를 행한 경우에 예상된 법효과를 논증하면서 그것의 처분성을 인정한 점은 호평할 만하다. 나아가 대상판결이 반려에 대해 거부처분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점은 매우 돋보이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만약 거부처분이란 표현을 하였으면 신고수리 자체가 의당 처분에 해당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반려의 본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기에, 자칫 이를 기화로 건축신고를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오해할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반려위반에 따른 법효과의 결부는, 여기서의 반려가 다름 아닌 신고대상행위에 대한 禁止下命에 해당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여기서의 반려를 -수리를 요하는 신고를 전제로 한- 거부처분으로 인식하여선 아니 된다(다만 여기서 건축신고가 수리된 경우는 건축법상의 허가의제효과로 인해 의제된 건축허가가 다툼의 대상이 됨을 유의하여야 한다. 졸고, 건축허가의제적 건축신고와 일반적인 건축신고의 차이점에 관한 소고, 판례월보 2001.5., 13면 이하 참조). Ⅳ. 신고제에서의 행정청의 심사문제 종래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에선 -적법한 신고를 한 이상- 반려(수리거부)는 아무런 법적 의미를 갖지 않으며, 반려에 상관없이 신고대상행위를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에선 행정청의 심사자체를 상정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런데 신고의 적법성은 신고에 대한 행정청의 대응 그 자체에 대한 판단근거이지 그것의 요부에 대한 판단근거는 아니다. 그리고 신고의 적법성은 신고자가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전적으로 행정청과 (궁극적으론) 법원이 확인할 문제이다. 비록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라 하더라도, 그것을 공법관계의 형성을 개인에게 전적으로 맡긴다는 의미에서 이해하여선 아니 된다. 그렇게 신고제를 이해하면, 행정이 자기임무를 방기하는 것을 조장할 수 있다. 행정이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신고제·민간화란 이름으로 슬그머니 포기함으로써, 그에 따른 법·행정의 공백은 고스란히 민간상호간의 다툼에 내맡겨진다. 그리하여 필자는 신고제를 행정청의 심사배제로 이해하여선 아니 된다고 주장하였다. 대상판결은 위법한 건축물의 양산이란 측면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건축신고에서의 행정청의 심사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사실 반려의 처분성인정은 신고에 대한 행정청의 심사가능성을 전제로 한 것이다. 한편 현행 건축법은 건축허가에 대해 다른 허가나 신고의 효과가 의제되도록 하고 있는 동법 제11조 제5항이 건축신고에 대해서도 준용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의제되는 사항의 소관 행정기관의 장과의 협의를 규정한 동법 제11조 제6항 역시 당연히 건축신고의 경우에도 준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건축신고자는 동법 제11조제5항 각 호에 따라 의제되는 허가 등을 받거나 신고를 하기 위하여 해당법령에서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신청서 및 구비서류를 제출하여야 한다(동법 시행규칙 제12조 제1항). 사정이 이럴진대, 건축신고의 경우에 행정청의 심사가 허용되지 않는다든지 그 심사가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는다든지 하는 것은 법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다. 건축신고에서 행정청의 심사를 긍정하지 않고선, 건축법제의 이런 매커니즘을 제대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Ⅴ. 맺으면서-申告制에 관한 拔本的 改革 건축신고가 기본적으로 허가대상건축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증명하듯이, 건축신고는 물론 신고제 자체는 기본적으로 허가제를 代替한 개시통제의 수단이다. 사실 기왕의 신고제의 틀-자기완결적 신고와 수리를 요하는 신고-은 신고제가 허가제의 대체적 의의를 지님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사인의 공법행위에 관한 논의와 -이제는 그 존재이유가 의심스러운- 이른바 '준법률행위적 행정행위'로 일컫는 '수리'에 관한 논의를 도식적으로 대입한 것에 불과하다. 요컨대 허가제에 대비된 -절차적 민간화에 해당하는- 신고제의 본질은, 행정법관계의 형성에서 행정은 일단 뒤로 빠지고 私人에게 먼저 이니셔티브(私人主導)를 인정한 것이다. 만약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처럼- 수리 그 자체가 관련 법관계의 형성을 좌우한다면, 그것은 본연의 신고제가 아니라, 변형된 허가제이다. 물론 수리거부에 해당하는 반려만은 금지하명으로서의 의의를 갖는다. 이제까지 신고제에서 수리와 반려(수리거부)를 연계시켜 접근한 패캐이지 논증이 신고제 誤導의 초기조건이었다. 요컨대 신고제의 유형을 (예방적) 금지해제적 신고와 정보제공적 신고로 나누는 것이 그것의 본연의 모습에 부합한다. 건축신고가 신고제의 대표인 점에서 대상판결은 신고제에 관한 패러다임의 교체를 시사한다. 대상판결은 신고제에 관한 拔本的 改革의 시발이다. 다른 영역에서의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에 대해서도 대상판결과 같이 향상된 인식이 반영되어야 한다. 나아가 이제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가 설 자리를 상실한 이상, 다음 수순은 典據가 의심스러운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를 하루바삐 修理하는 것이다. 申告制改革의 바람이 서래골에서 불어오길 仰望한다.
2010-12-06
인사교류 계획에 의한 전출명령의 문제점에 관한 소고
Ⅰ. 사안의 개요 원고는 1978. 11.1. 지방행정서기보 시보로 임용되어 종로구 세종로동사무소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래 종로구 도시정비국 주택과, 강서구 발산동사무소 등을 거쳐 서울특별시 건설행정과에서 근무해 오던 중 1995. 7.1. 지방자치제가 실시됨에 따라 개인사정과 출·퇴근 등의 사유로 인사교류를 신청하여 1996. 2.1. 강서구로 발령받아 2006. 10.1.까지 근무해 왔다. 그런데 서울특별시 강서구청장(피고)이 지방공무원법 제30조의 2 제2항, 제3항, 지방공무원임용령 제27조의5, 서울특별시지방공무원인사교류규칙에 의거하여 서울시인사교류협의회에서 심의를 거쳐 확정된 '시·자치구 4급 이하 공무원 인사교류계획'에 의하여 피고 서울특별시장이 권고한 바에 따라 2006. 10.2. 원고를 구로구로 전출하는 내용의 명령(전출명령)을 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지방공무원법 제30조의2 제2항 규정의 인사교류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소속 공무원을 전출하는 것은 임명권자를 달리하는 지방자치단체로의 이동인 점에 비추어 반드시 당해 공무원 본인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대법원 2001. 12.11. 선고 99두1823판결, 헌법재판소 2002. 11.28. 선고 98헌바101, 99헌바8결정 등 참조), 따라서 위 법 규정의 위임에 따른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27조의5 제1항도 본인의 동의를 배제하는 취지의 규정은 아니라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는 위 규정에 의한 인사교류의 일환으로 그 소속 공무원인 원고에 대하여 그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임명권자를 달리하는 구로구로 전출을 명하는 이 사건 전출명령을 한 점을 알 수 있고 사정이 그와 같다면, 이 사건 전출명령은 원고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위법한 처분으로서 취소되어야 할 것이다. Ⅲ. 원고의 주장 (1) 이 사건 전출명령은 당초 지방공무원법 제30조의 2 제2항에서 정한 인사교류협의회의 심의절차도 거치지 아니하고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법하고 그 후 인사교류협의회가 개최되어 심의절차를 거침으로써 사후 그 절차가 보완되었다 하더라도 그 심의결과에 행정, 기술, 기능직 교류희망자는 반드시 본인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음에도 피고 강서구청장은 원고의 동의 없이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전출명령을 행하였으므로, 이 사건 전출명령은 위 인사교류협의회의 심의결과에 위배된 것으로서 위법하다. (2) 이 사건 전출명령의 근거법령인 지방공무원임용령 제27조의5 제1항은 제1호에서 5급 이상 공무원 또는 6급 기술직렬을 교류하는 경우, 제2호에서 인접 자치단체 상호간에 교류하는 경우, 제3호에서 5급 이하 공무원의 연고지 배치를 위하여 교류하는 경우를 각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전출명령은 위 지방공무원임용령 제27조의 5 제1항 각 호의 요건에 모두 해당되지 아니함에도 원고의 동의없이 강제로 이루어졌으므로 인사권남용에 해당되어 위법하다. (3) 이 사건 전출명령은 원고의 동의를 전제로 하지 아니한 강제전출로서 헌법상 공무원의 신분보장 원칙, 정치적 중립 원칙,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하여 무효이고, 중앙정부가 행하는 부처간, 중앙·지방간 인사교류에는 본인의 신청이나 동의를 받아 인사·급여상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데 이 사건 전출명령은 아무런 인센티브의 제공없이 출·퇴근시 3시간이나 소요되는 곳으로 강제로 전출시키는 것으로서 헌법상의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여 무효이다. Ⅳ. 관계법령 지방공무원법 제30조의2(인사교류) ② 시·도지사는 당해 지방자치단체 및 관할구역안의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에 인사교류의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당해 시·도에 두는 인사교류협의회에서 정한 인사교류기준에 따라 인사교류안을 작성하여 관할구역안의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인사교류를 권고할 수 있다. 이 경우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 지방공무원임용령(대통령령) 제27조의5(지방자치단체간의 인사교류) ① 법 제30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에 인사교류를 할 수 있는 경우는 다음 각호와 같다. 다만, 제3호에 의하는 경우에는 본인의 신청 또는 동의가 있어야 한다. 1. 지방자치단체간 인력의 균형있는 배치와 지방행정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하여 5급 이상 공무원 또는 6급 기술직렬공무원을 교류하는 경우 2. 행정기관 상호간의 협조체제증진 및 공무원의 종합적 능력발전을 위하여 인접 지방자치단체간 교류하는 경우 3. 5급이하 공무원의 연고지 배치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Ⅴ. 문제의 제기 원고의 주장에 대해 제1심(서울행정법원 2007. 8.14. 선고 2007구합4919 판결)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고,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8. 3.25. 선고 2007누22452 판결) 역시 그러하였다. 제1심은 지방공무원임용령 제27조의5 제1항을 중심으로 사안이 동항 제2호에 해당하는 즉, 대상자의 동의가 요구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나아가 나름의 근거에 의거하여 대상 공무원의 동의 요구는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인사교류제도의 목적 달성을 저해한다고 하면서, 사안에서 전입지가 그다지 멀지 않기에 원고의 동의 없이 행한 이 사건 전출명령이 헌법상 보장된 공무원의 신분보장, 정치적 중립, 행복추구권, 직업선택의 자유, 평등권 등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반면 대상판결은 전출명령(결정)에는 대상자의 동의가 전적으로 요구된다는 기조를 취한다(이에 대하 평석으로 박연욱, 대법원판례해설 제78호(2008 하반기)(2009.07), 94면이하). 대상판결의 결론에는 찬동하지만, 논증방식에선 생각을 달리하기에 이하에선 현행 법제상의 전출입제도의 본질에 의거하여 관련 문제점을 검토하고자 한다. Ⅵ. 지방공무원법 제30조의2 제2항 규정의 인사교류와 공무원의 동의필요 대상판결은 대법원 2001. 12.11. 선고 99두1823 판결과 헌법재판소 2002. 11.28. 선고 98헌바101, 99헌바8 결정을 참조하여 동의필요를 논증하였다. 그런데 참조대상 판결과 결정에서 다툼의 대상은 지방공무원법 제30조의2 제2항이 아니라 동법 제29조의3 조항이었다는 점에서 대상판결의 논증은 문제가 있다. 오히려 참조대상 판결로 인해 일찍이 수원지방법원 2003. 8.20. 선고 2002구합5079 판결과 그 항소심인 서울고법 2004. 9.15. 선고 2003누15968 판결은 지방공무원법 제30조의2 조항에 의한 전입전출과 동법 제29조의3 조항에 의한 전입전출을 구별하는 태도를 취하였고. 기본적으로 전자의 경우에는 해당 공무원의 동의를 요하지 않는 것으로 보았다. 아울러 2003누15968 판결의 상고심인 대법원 2005. 6.24. 선고 2004두10968 판결 역시 드러나진 않지만 항소심의 판단을 그대로 수용한 점에서 동일한 맥락에 서 있다고 봄직하다(2004두10968 판결의 문제점에 관해선 졸고, 人事交流計劃이 결여된 轉出決定(命令)의 效力에 관한 小考, 행정판례연구 제15집 제1호, 2010년 6월 30일 발간예정). 사실 지방공무원임용령 제27조의5 제1항이 당사자의 동의요구를 사실상 예외적 상황에 두고 있기에, 동의요구에서의 이원적 접근은 나름의 근거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먼저 지방공무원법 제30조의2 조항과 동법 제29조의3 조항의 체계를 정립하지 않고선 이원적 접근에 반론을 제기하기란 쉽지 않다. 요컨대 지방공무원법 제29조의3 조항에 의한 전입전출 역시 인사교류의 한 방식이다. 따라서 지방공무원법 제30조의2 조항에 의한 인사교류를 (일반적)포괄적·개괄적 인사교류로, 지방공무원법 제29조의3 조항에 의한 인사교류를 개별적 인사교류로 볼 수 있으며, 아울러 -인사교류의 방식인 전입전출을 대입하여- 지방공무원법 제30조의2 조항은 인사교류계획에 의한 전입전출로, 지방공무원법 제29조의3 조항은 인사교류계획과 무관한 전입전출로 설정할 수 있다. 이처럼 일원적으로 접근하면서, 동시에 임용을 동의를 필요로 하는 행정행위로 보는 것을 바탕으로 전출결정을 -전입결정자의 '특별임용'이 예정된- 의원면직으로, 전입결정을 특별임용으로 보는 필자의 입장에 서면(졸저, 행정법기본연구Ⅱ, 2009, 235면 이하 참조), 지방공무원법 제30조의2 제2항에 의한 인사교류의 경우에도 당사자의 동의는 필수적 요청이다. Ⅶ. 지방공무원임용령 제27조의5 제1항의 문제점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27조의5 제1항이 동의필요사안과 동의불요사안을 분명히 구분하고 있으며, 제1심과 제2심이 이런 기조에 바탕을 두고서 접근한 이상,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행정상의 전출'이란 '공행정주체가 그 소속 공무원에 대해 -그의 종전의 지위와 신분상의 변화는 주지 않으면서- 다른 공행정주체와의 새로운 신분상의 귀속관계를 설정하도록 이제까지의 신분상의 귀속관계를 해소하는 것'으로, '전입'이란 '공행정주체가 전출에 대응하여 전출대상자에 대해 -그의 종전의 지위와 신분상의 변화는 주지 않으면서- 새로운 신분상의 귀속관계를 설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찍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당사자 본인의 동의가 명시적으로 요구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방공무원법 제29조의3에 당연히 그의 동의에 관한 요구가 담겨져 있는 것으로 볼 정도로, 전출과 전입은 해당 공무원에 대해 그의 신분관계에서 매우 중대한 영향을 준다. 즉, 신분관계에서 그 귀속관계의 해소는 비록 앞으로도 신분관계의 기본에는 변함이 없더라도, 앞으로의 경력관리나 승진 등에서 전출 그 자체만으로도 직업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 요컨대 과거의 전통적인 특별권력관계이론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고 하면, 지방공무원법 제30조의2 조항이 명시적으로 당사자의 동의불요가능성을 언명하지 않는 이상, 그것의 위임명령인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27조의5 제1항에서 同意要否를 규정한 것은 법치국가원리에 반한다. 따라서 적어도 -비록 설득력있는 논거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대상판결처럼 동항에 대해 본인의 동의를 배제하는 취지의 규정은 아니라고 해석하지 않으면, 동항은 위헌성을 면할 수 없다. 그런데 대상판결의 이런 태도는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대상판결의 관점을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27조의5 제1항에 바로 대입하면, 규범통제의 문제가 되어 동조항의 위헌·위법성이 바로 도출되고, 이에 동조항의 개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런 과정에서 모법률에서의 명시적인 동의요구까지도 자연스럽게 미칠 수 있다. Ⅷ. 맺으면서-de lege ferenda적 물음 일체의 전출전입에 대해 당사자의 동의를 요구하면, 행정조직의 유연화라는 시대흐름과는 배치될 수 있다. 사실 제1심은 이런 정책적 관점을 논거로 내세웠다. 따라서 현행법을 중심으로 한 de lege lata적 접근이 아닌, de lege ferenda적(입법정책적) 접근을 병행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1997년의 공직법개혁법률의 제정을 기화로 그들의 舊 공무원법기본법 제18조는 전출에서 해당 공무원의 동의결여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리고 동법을 대체하여 2009. 4.1.부터 발효한 공무원신분법(Beamtenstatusgesetz) 제15조는 기본적으로 전출에 해당 공무원의 동의를 요구하면서, 아울러 동일한 기본급이 주어지는 경우엔 해당 공무원의 동의가 없더라도 전출이 가능하도록 규정하였다. 새삼 행정조직법의 현대화가 현하의 과제이다.
2010-06-28
집합건물 경매와 대지권 성립 전 토지에 관한 근저당권 소멸여부
1. 문제의 제기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 제20조(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일체성)는 "① 구분소유자의 대지사용권은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른다. ② 구분소유자는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과 분리하여 대지사용권을 처분할 수 없다. 다만, 규약으로써 달리 정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취지는 집합건물의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이 분리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여 대지사용권 없는 구분소유권의 발생을 방지함으로써 집합건물에 관한 법률관계의 안정과 합리적 규율을 도모하려는 데 있다(대법원 2006. 3.10. 선고 2004다742 판결). 다만, 위와 같은 일체불가분성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구분건물의 대지사용권을 전유부분과 분리처분이 가능케 한 규약이나 공정증서가 있는 때에는 종속적 일체불가분성이 배제되어 전유부분에 대한 경매개시결정과 압류의 효력이 대지사용권에는 미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7. 6.10. 자 97마814 결정). 이러한 경우, 대지사용권을 가지지 못하는 구분소유자가 발생하게 되고, 그 전유부분의 철거를 구할 권리를 가진 자는 그 구분소유자에 대하여 구분소유권을 시가로 매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집합건물법 제7조). 요컨대, 집합건물법상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분리처분은 강행법적으로 금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집합건물법상 대지권 등기가 경료되기 전에 대지만에 관하여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에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이 일체로서 경락되었다면,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은 특별매각조건으로 정함이 없는 한 소멸한다고 판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나대지상의 근저당권을 합리적 근거 없이 소멸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2. 사실관계 주식회사 대한상호신용금고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지번생략 대 287.5㎡(이하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서울지방법원 강남등기소 1991. 6.19. 접수 제61762호로 채권최고액이 750,000,000원인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그 후 이 사건 토지 지상에는 철근콘크리트조 스라브 위 아스팔트 슁글 4층 다세대주택 1 내지 4층(지하 101호, 102호, 1층 101호, 2층 201호, 202호, 3층 301호, 302호, 4층 401호, 402호 9세대) 각 129.84㎡, 지하층 139.84㎡인 건물 1동(이하 '이 사건 다세대주택')이 건축되어, 서울지방법원 강남등기소 1992. 1.13. 접수 제2555호로 소외 1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졌고, 같은 날 이 사건 토지에 관해서는 이 사건 다세대주택의 대지권의 목적인 취지의 등기가 마쳐졌다. 이 사건 다세대주택 중 ① 지하 102호는 피고 1이 1994. 7.19. 서울민사지방법원 93타경3420 강제경매절차에서 낙찰을 받아 1994. 10.27.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② 4층 401호는 피고 2가 1993. 5.24. 서울민사지방법원 92타경22443 임의경매절차에서 낙찰을 받아 1993. 6. 28.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며, ③ 4층 402호는 피고 3이 1993. 9.14. 서울민사지방법원 92타경40564 임의경매절차에서 낙찰을 받아 1998. 6.20.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 사건 다세대주택 중 지하 102호, 4층 402호의 낙찰허가결정문에는 입찰가격에 대지권의 가격이 포함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4층 401호의 낙찰허가결정문에는 그러한 기재가 없는 대신 "이 사건 등기부 표시란(대지권의 목적인 토지의 표시)에 기재된 토지에 대한 별도 등기(근저당권 1991. 6.19. 제61762호 7억5,000만원)는 존속시켜 이를 경락인이 인수하도록 한다"는 특별매각조건이 부가되어 있다. 대한상호신용금고는 1998. 10.15. 서울지방법원에 위 근저당권에 기하여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임의경매를 신청하였고, 서울지방법원은 1998. 11.9. 임의경매개시결정을 하였다(98타경84146). 2002. 6.20. 위 서울지방법원 98타경84146 임의경매절차에서 원고는 피고 1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27.37)과 피고 2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30.13)을, 선정자 2는 피고 3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27.37)을 각 낙찰받아 2002. 7.29. 각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한편, 위 임의경매절차에서 지하 101호 소외 2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30.13), 2층 201호 소외 3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30.13), 3층 302호 소외 4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27.37)은 소외 5가 각 낙찰받아 2002. 7.22.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대지권 등기는 2002. 7.22. 이 사건 다세대주택 중 1층 101호(287.5분의 57.5), 2층 202호(287.5분의 27.37), 3층 301호(287.5분의 30.13)만에 관한 대지권이라는 취지로 변경되었다. 이러한 사실관계 하에서 원고는 피고 1, 2에 대하여, 선정자 2는 피고 3에 대하여 각 토지사용료를 청구한 것이다. 3. 대상판결의 요지 구 민사소송법(2002. 1.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608조 제2항 및 현행 민사집행법 제91조 제2항에 의하면 매각부동산 위의 모든 저당권은 경락으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집합건물의 전유부분과 함께 그 대지사용권인 토지공유지분이 일체로서 경락되고 그 대금이 완납되면, 설사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별도등기로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이라 할지라도 경매과정에서 이를 존속시켜 경락인이 인수하게 한다는 취지의 특별매각조건이 정하여져 있지 않았던 이상 위 토지공유지분에 대한 범위에서는 매각부동산 위의 저당권에 해당하여 소멸한다. 이 사건 다세대주택 중 지하 102호, 402호의 경매절차에서 피고 1, 피고 3이 각 전유부분과 함께 그 대지권도 경락받았고, 이때 이 사건 토지 중 위 각 피고가 취득한 대지권 지분에 관한 대한상호신용금고의 근저당권도 이미 소멸한 것이다(=원고, 선정자 2의 피고 1, 3에 대한 청구기각). 한편, 401호의 경우 피고 2는 대한상호신용금고의 근저당권을 경락인이 인수한다는 특별매각조건하에 위 401호를 그 대지권과 함께 경락받은 것이므로, 피고 2는 그 후 401호의 대지권에 해당하는 토지공유지분을 경락받은 원고에게 토지사용이익의 부당이득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의 피고 2에 대한 청구인용). 4. 검토의견 생각건대, 이 문제를 오로지 특별매각조건의 문제로 풀어내는 것은 지나치게 도식적인 해결책이 아닌가 한다. 왜냐하면, 집행법원이 낙찰허가결정서에 특별매각조건으로 일정한 사항을 기재하는 것과 무관하게 경락인이 인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 집행법원이 특별매각조건으로 정하는지 여부에 따라 실체적 권리관계가 변동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본건과 같이 토지만에 관하여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집합건물이 건축되고 각 세대별 소유권보존등기 및 대지권 등기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집합건물등기부등본 표제부 '대지권의 표시'란에는 "별도등기 있음"으로 공시되어 있고, 누구든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에 설정되어 있는 권리관계를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401호의 경우에 비추어 보건대, 집합건물등기부상 "별도등기"로써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상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존재를 알 수 있었음이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경매법원의 낙찰허가결정에 이 사건 근저당권의 인수여부에 관한 기재가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들이 근저당권의 제한 없이 각 세대의 전유부분과 함께 그 대지권까지 낙찰받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대법원 2007. 4.13. 선고 2005다8682 판결에서 찾아볼 수 있는 바,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이미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상에 가압류결정이 집행되어 있는 경우 그 이후 집합건물이 신축되고 각 세대별 소유권보존등기 및 대지권등기가 경료되고, 이후 이중 일부 세대에 관한 경매절차에서 낙찰받은 자는 위 가압류의 부담을 인수한다고 판시하고 있고, 이러한 법리는 이 사건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위 2005다8682 판결에 대한 해설(이규진, 부동산 신소유자의 채권자가 경매신청을 한 경우 선순위가압류등기가 말소촉탁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대법원 판례해설 제67호, 740면)이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바와 같이, 낙찰허가결정에서 선행가압류등기의 존부 및 인수여부에 관한 기재가 없다는 이유로 경락인이 가압류의 부담이 없는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또한 굳이 그 조건을 분류하자면 특별매각조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일 뿐 실무에서 특별매각조건으로서 운용되었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이 사건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지하 102호 및 402호의 경우 입찰가격에 대지권의 가격이 포함된 점이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르는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도 보이나, 이는 근저당권의 존속여부와는 무관하다 할 것이다. 구분건물에 대한 경매에 있어서 비록 경매신청서에 대지사용권에 대한 아무런 표시가 없는 경우에도 집행법원으로서는 대지사용권이 있는지 조사해야 하고, 그 결과 전유부분과 불가분적인 일체로서 경매의 대상이 되어야 할 대지사용권의 존재가 밝혀진 때에는 이를 경매 목적물의 일부로서 경매 평가에 포함시켜 최저입찰가격을 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입찰기일의 공고와 입찰물건명세서의 작성에 있어서도 그 존재를 표시해야 할 것인 바(대법원 1997. 6.10.자 97마814 결정), 대지사용권은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르는 것이므로 일괄경매를 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전유부분과 대지지분이 일체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전유부분에 대한 경매개시결정과 압류의 효력이 당연히 종된 권리인 대지사용권에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구분건물의 입찰가격에 대지권의 가격을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반면 경락인이 구분건물을 취득하면서 대지권의 가치까지 지불하였다고 하여 이로써 대지권 성립 이전에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상에 설정된 저당권을 소멸시킬 수는 없는 이치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매각부동산 위의 모든 근저당권은 경락으로 소멸한다는 민사집행법 제91조 제2항을 들어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설정된 근저당권이라도 토지공유지분에 대한 범위에서는 매각부동산 위의 부담에 해당하여 소멸하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본래 나대지상에 설정된 근저당권자는 근저당권의 교환가치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 경우, 대지상의 건물 축조의 중지까지 구할 수 있는 방해배제권능을 갖는 권리(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3다58454 판결)라는 점과도 일치할 수 없는 결론이 아닐 수 없다 할 것이다. 5. 결론 집합건물의 등기부에 대지권을 표시하면서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상에 설정된 각종 부담을 공시하는 이유는 집합건물을 취득하는 자를 보호함에 있는 것이고, 집합건물의 표제부에 "별도등기 있음"으로 기재하여 이러한 제한물권 또는 가압류 가처분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은 그 이후 이루어진 개개의 집합건물에 대한 경매와는 상관없이 별도등기로써 공시된 물권으로 존속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결과는 구분건물의 경매절차에서 그 인수여부가 특별매각조건으로 정하여져 있었는지 여부와 상관없고, 각 집합건물의 경매절차에서 경락인이 대지권의 가치까지 지불하였는지 여부와도 무관하다 할 것이다. 대상판결에 의하면 대지권 성립 전에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던 근저당권이 그 후에 건축된 집합건물의 대지권 등기 및 집합건물에 대한 한 차례 경매로 인하여 소멸한다는 기이한 결과가 되는 바, 이는 합리적 근거 없이 근저당권이 소멸시키는 것이므로 그 결론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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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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