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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부담금
행정사건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자기증여의 취급과 일감 몰아주기 증여의제
대상판결은 특수관계법인의 주주가 동시에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에 해당하는 경우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에 따른 증여의제이익을 자기증여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힌 최초의 판결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증여의제이익은 자기증여의 산물로서 애당초 상증세법 제45조의3 제1항에서 정한 과세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적어도 해석으로써 이를 증여세의 부과대상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새겨야 옳다 I. 사실관계 원고는 내국법인 A 및 B의 대표이사로서 2012년과 2013년 기준으로 또 다른 2개의 내국법인을 통해 A의 주식을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고, B의 주식을 50% 이상 직접 보유하고 있다. A는 2012, 2013 사업연도에 B에게 의약품을 공급했고(이하 ‘이 사건 거래’라 한다) A의 매출액 중 B에 대한 매출액 비율은 2012 사업연도에 94.56%, 2013 사업연도에 98.65%였다. 원고는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5. 12. 15. 법률 제135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증세법’이라 한다) 제45조의3에 따라 자신이 A의 지배주주 지위에서 B로부터 일정한 이익(이하 ‘이 사건 증여의제이익’이라 한다)을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된다는 이유로 2013. 7. 31.과 2014. 6. 27. 피고에게 이 사건 거래와 관련한 증여세를 신고·납부하였다. 이후 원고는 2014. 10. 14. 피고에게 2012년 및 2013년 귀속 증여세를 환급해 달라는 내용의 경정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14. 12. 9. 원고의 경정청구를 거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거부처분’이라 한다). Ⅱ. 관련규정 및 쟁점 1. 관련규정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 의제) ① 법인의 사업연도 매출액 중에서 그 법인의 지배주주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에 대한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그 법인의 업종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법인의 지배주주와 그 지배주주의 친족이 다음 계산식에 따라 계산한 이익을 각각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 2.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동시에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인 경우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되는 이익이 자기증여에 해당하여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에서 정한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Ⅲ.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증여의제이익이 자기증여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없다고 보아 이 사건 거부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 제1항에 따른 증여세의 경우 증여자는 특수관계법인이고, 수증자는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다. 증여자인 특수관계법인은 그 주주와 구별되는 별개의 법적 주체이므로, 수증자인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동시에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이더라도 증여자와 수증자가 같다고 할 수 없다. ㉯ 특수관계법인은 수혜법인과의 거래로 인하여 손실을 입는 것이 아니므로,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동시에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이더라도, 그 거래로 인한 이익과 손실이 함께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에게 귀속되어 그 재산가치가 실질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 2014. 2. 21. 상증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제34조의2 제12항 제3호에서 ‘수혜법인이 특수관계법인과 거래한 매출액에 지배주주 등의 그 특수관계법인에 대한 주식보유비율을 곱한 금액’을 과세제외 매출액에 포함하도록 정하는 등 증여의제이익 계산방법을 종전과 달리 정하였더라도 이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Ⅳ. 해설 1. 구 상증세법상 자기증여의 취급 ‘자기증여’는 말 그대로 자기가 자신에게 증여한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는 성립하기 어렵지만 자본거래 등 복잡한 법률관계가 개재된 경우에는 자기가 자신에게 증여하게 된 꼴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기증여는 구 상증세법 제2조 제3항에서 정한 증여의 개념요소를 충족하지 못한다. ‘증여’는 ‘타인에게’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하는 경우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구 상증세법이 자기증여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지 않은 것도, 자기증여가 애당초 과세대상인 증여에 해당될 수 없음을 염두에 둔 결과라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런데 증여의제규정을 해석할 경우에는 이러한 논리를 들이댈 수 없다. 증여의제규정은 처음부터 증여의 개념요소를 흠결하는 경우를 규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 상증세법이 증여의제규정에서도 자기증여의 취급에 관하여 침묵하고 있는 이상 자기증여에 대하여 어떠한 증여의제규정을 적용하여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는 해석론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① 증여자와 수증자가 실질적으로 동일한지 여부, ② 그 동일성이 해당 규정에 따라 증여세의 부과대상이 될 만한 행위나 사실(과세대상)을 배제시키는지 여부, ③ 그러한 행위나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 해당 규정의 입법취지, 목적 등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살펴 자기증여 해당 여부와 그 비과세 범위를 획정하여야 한다. 2. 일감 몰아주기 증여의제 규정의 의미와 취지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에서 정한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의제, 즉 일감 몰아주기 증여의제는 특수관계법인이 ‘정상적이라고 취급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는 수혜법인과의 거래를 통해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에게 이익을 증여한 것으로 의제하는 구조이다. 즉, 정상가액에 따른 거래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일정한 범위를 넘는 경우 변칙적인 증여가 있었다고 보겠다는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가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정상가액에 따른 거래로서 세법상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대상이 아니고, 사업의 기회를 주었다고 해서 경제적 이익을 이전한 것은 아니므로 애당초 증여의 개념을 충족하지 않는다. 따라서 완전포괄주의에 따르더라도 이를 증여의 범주에 넣고서 증여세를 부과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해 ‘증여의제’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3. 대상판결의 논리구조 대상판결에서는 이 사건 증여의제이익이 자기증여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논거로 크게 3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은 특수관계법인과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 간의 관계에서 성립하는데, 특수관계법인은 그 주주와는 별개의 법적 주체라는 것이다. 즉, ‘특수관계법인 ≠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이므로, 특수관계법인의 주주가 동시에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라고 하더라도 증여자와 수증자가 일치하지 않아서 자기증여의 개념요소를 애당초 충족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둘째, 일감 몰아주기가 정상가액에 따른 거래에 해당되는 이상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동시에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이더라도 이익과 손실이 함께 귀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특수관계법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아도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이익을 볼 수 있으므로, 동일한 법적 주체에게 이익과 손실이 함께 귀속된다는 자기증여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셋째, 대상판결에서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수혜법인이 특수관계법인과 거래한 매출액에 지배주주 등의 그 특수관계법인에 대한 주식보유비율을 곱한 금액’을 과세제외 매출액에 포함시켜 이를 자기증여로 보는 듯하게 구 상증세법 시행령 규정이 개정되었더라도 이를 확인적 의미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즉, 이 규정의 개정을 창설적 의미로 본다면 이로써 그 규정의 시행 전에 일어난 사건에 적용될 법령의 해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4.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특수관계법인의 주주가 동시에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에 해당하는 경우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에 따른 증여의제이익을 자기증여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힌 최초의 판결이다. 증여의제규정에서 자기증여의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를 설시한 판결로서 의의가 있다. 5.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이 사건 증여의제이익은 자기증여의 산물로서 애당초 상증세법 제45조의3 제1항에서 정한 과세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적어도 해석으로써 이를 증여세의 부과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이 규정의 취지나 목적 등에 부합한다고 새겨야 한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거부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하고, 대상판결의 결론에 동의하기 어렵다. ①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이 법인격 투과를 본질로 삼고 있는데 수혜법인과 그 지배주주 등 간에는 법인격을 투과시키면서 특수관계법인과 그 주주 간에는 엄격하게 별개의 법인격을 관철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②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인 경우 그 특수관계법인 지분비율에 상응해서는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자신에게 사업 기회를 제공한 것일 뿐이다.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스스로에게 부를 증식할 기회를 마련한 것이므로 부가 이전된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어 ‘증여세의 영역에서’ 과세대상으로 취급될 만한 행위나 사실이 없다. ③ 대상판결이 ㉰의 논거에서 밝힌 상증세법 시행령 규정의 신설이 창설적 의미를 갖는다고 단정할 근거가 없고, 오히려 그 개정 경위나 배경 등을 고려하면 이 규정은 그 신설 이전부터 받아들여졌던 사항을 확인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볼 여지가 많다(지면의 제약으로 이 규정의 개정 경위나 배경 등을 이 글에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는다. 자세한 내용은 정기상,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자기증여의 취급에 관한 고찰”, 조세법연구 제29권 제2호, 2023, 264면 이하 참조). 정기상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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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상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202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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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의자의 중과실 있는 착오와 상대방의 악의 등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평석에 필요한 한도에서 요약하기로 한다. 1. 원고 증권회사(이 사건 소 제기 후에 파산하여 파산관재인이 소송을 수계하였으나, 편의상 이렇게 부르기로 한다)는 싱가포르 법인인 피고 회사 등과의 사이에 인터넷을 통하여 파생상품거래를 하였다. 원고는 이를 위하여 다른 소프트웨어 제작회사로부터 시스템거래의 소프트웨어를 구입한 다음, 그 회사의 직원으로 하여금 이자율 등 변수를 입력하고 그 입력된 조건에 따라 호가(呼價)가 자동적으로 생성 및 제출되도록 하였다. 2. 2013년 12월 어느 날 파생상품시장 개장 전에 위 직원이 입력할 변수 중 이자율 계산을 위한 설정값을 잘못 입력하였고, 원고는 그로써 생성된 호가를 그대로 제출하였다. 그에 따라서 피고와의 사이에 코스피 200옵션에 대하여 매우 많은 수의 주가지수옵션매수거래가 성립되었고, 그 대금 584억원이 종국적으로 피고에게 지급되었다. 3. 원고는 착오를 이유로 위 매매를 취소하는 의사표시를 하고 그 대금 중 우선 100억원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제1심법원(서울남부지법 2015. 8. 21. 선고 2014가합3413 판결)은 원고의 중과실로 인한 착오라는 것 등을 이유로 하여 그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심법원(서울고등법원 2017. 4. 7. 선고 2015나2055371 판결)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우선 원고의 이 사건 의사표시가 그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이를 취소할 수 없다고 하고, 나아가 여러 가지 사정을 들어 피고가 “피고가 상대방의 착오를 이용하여 부정한 이익을 취득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알고리즘 거래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착오로 인한 호가 제출 사실을 아는 피고 직원이 개입하여 원고의 착오를 유발하거나 그의 중과실을 이용하여 이 사건 매매가 체결되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이하 ‘대상판결’이라고 한다). [판결 취지] “민법 제109조 제1항은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항 단서에서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것을 의미한다[참조 재판례들 인용]. 한편 위 단서 규정은 표의자의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표의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대법원 1955. 11. 10. 선고 4288민상321 판결,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 판결 등 참조). 다만 한국거래소가 설치한 파생상품시장에서 이루어지는 파생상품거래와 관련하여 상대방 투자중개업자나 그 위탁자가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파생상품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계약이 체결되는 방식, 당시의 시장상황이나 거래관행, 거래량, 관련 당사자 사이의 구체적인 거래형태와 호가 제출의 선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단순히 표의자가 제출한 호가가 당시 시장가격에 비추어 이례적이라는 사정만으로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평 석] 1. 착오에 관한 민법의 규정 (1) 어떠한 경우에 의사표시의 착오를 이유로 계약 기타 법률행위(이하에서는 그 중 계약만을 다루기로 한다)의 효력을 다툴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법의 역사에서 일찍부터 제기되었으면서도 여전히 새롭다. 우리 민법이 정면으로 정하는 바는 네 가지다. 첫째, 착오가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있는 경우에만 그 효력이 다투어질 수 있다(제109조 제1항 본문). 여기에는, 세상사가 무릇 그러하듯이, 어떠한 잘못 또는 실수는 이를 범한 이가 그 귀결을 감당해야 한다는 원칙이 배경에 있다고 하겠다. 이와 관련하여서 민법은 예외적으로 효력을 다툴 수 있게 하는 ‘본질적 착오’의 유형을 열거하는 스위스채무법 제24조와 같은 태도는 취하지 않는다. 둘째, 그 경우에도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착오를 들어 계약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동항 단서). 셋째, 이상과 같은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표의자는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선택권을 가질 뿐이고, 애초부터 무효인 것은 아니다. 즉 계약은 표의자에게 취소권을 부여한다. 넷째, 표의자가 그 취소권을 행사하여 계약을 무효로 돌리더라도, 그 효력은 선의의 제3자에게는 미치지 않는 것으로 제한된다(동조 제2항). (2) 이러한 입법적 태도는 예를 들어 독일민법에서의 착오에 관한 입법과정(이에 대하여는 양창수, “독일민법전 제정과정에서의 법률행위 규정에 대한 논의 ― 의사흠결에 관한 규정을 중심으로”, 동 민법연구 제5권(1999), 49면 이하 참조)에 비교하여 보더라도, 적어도 어느 시기까지 크게 탓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하겠다. 독일민법의 착오 규정이 우리 민법의 그것과 크게 다른 점은 거기서는 착오자의 중과실을 착오 취소의 소극요건으로 하지 않고 여전히 취소권을 착오자에게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주지하는 대로 착오 취소자에게 신뢰이익의 배상책임을 부과한다(제122조). 이 책임은 착오자에게는 그의 유책사유를 요구하지 않고 인정되는데, 다만 상대방이 “취소의 원인을 알았거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한 경우”에는 이를 배제한다(동조 제2항). 그만큼 상대방의 악의 또는 과실은 착오법리의 범위 안에서 고려되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의 ‘행태’는 입법적 차원에서 이미 그 한도에서 일정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나아가 참조를 삼을 만한 것이 스위스법의 태도이다. 스위스채무법 제26조 역시 착오 취소자에게 “계약의 효력불발생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의 배상책임을 긍정한다. 그런데 그 요건에서는 독일민법과 달리 착오자의 과실을 요구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착오자를 알았거나 알았어야 하는 경우에는 그 책임을 배제한다.(이상 동조 제1항) 한편 여기서는 예외적으로 “형평에 부합하는 경우에는 법관은 그 외의 손해의 배상을 인정할 수 있다.”(동조 제2항) 결국 이들 나라에서는 착오 취소자는 물론이고 나아가 상대방의 사정을 다양하게 고려하여 착오법리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2. 상대방의 착오 ‘유발’의 문제 (1) 그렇지만 민법 소정의 여러 제도가 흔히 그러하듯 실제의 사건 맥락은 입법자가 예상하지 아니한 문제를 제기한다. 그 중요한 하나가 상대방의 ‘행태’를 고려할 것인가 또는 어떻게 고려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표의자의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유발’ 내지 ‘야기’된 경우에도 위에서 본 요건이 갖추어져야만 표의자는 취소할 수 있는가? 그가 표의자를 착오로 빠뜨릴 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하였다면, 물론 이는 ‘사기’(민법 제110조)의 문제가 될 것이다(여기서는 ‘계약 내용의 중요부분’이나 표의자의 중과실 등은 논의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상대방이 그러한 의도가 없이 그렇게 하였다면 어떠한가? 예를 들어 상대방이 사실이라고 잘못 알면서 표의자에게 사실 아닌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표의자가 이를 믿고 의사표시를 하게 되었다면?(이는 이른바 공통착오 중에서 표의자의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야기된 유형에 해당한다). 또 나아가 표의자의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야기되었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그것을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강화’(이에도 여러 가지 정도가 있을 것이다)한 경우는 어떠한가? (2) 대법원이 민사사건에서 이와 같이 상대방에 의한 착오 ‘유발’의 사안을 다룬 것은 대판 1978.7.11., 78다719(집 26-2, 209)이 처음이라고 생각된다(그 전에 귀속재산매각처분의 효력이 다투어진 행정사건에서 같은 취지로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한 대판 1970.2.24., 69누83(집 18-1, 행 36)이 있다). 이 판결은 귀속해제된 토지임에도 귀속재산인 줄 잘못 알고 피고(대한민국)에게 증여한 사안에서, “이러한 착오는 일종의 동기의 착오라고 할 것이나, 그 동기를 제공한 것이 피고 산하 관계 공무원이었고, 그러한 동기의 제공이 없었더라면 몇 십 년 경작해 온 상당한 가치의 본건 토지를 선뜻 피고에게 증여하지는 않았을 것인즉 그 동기는 본건 증여행위의 중요한 부분을 이룬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를 인용하였다(상고기각). 여기서는 동기착오이면서도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해당한다는 판단틀이 채택되고 있음이 주의를 끈다. 그 후에도 대판 1987. 7. 21., 85다카2339(집 35-2, 284)(이에 대한 평석으로서 양창수, “주채무자의 신용에 관한 보증인의 착오”, 동, 민법연구, 제2권(1991), 1면 이하가 있다. “채권자에 의한 착오의 유발과 보증인의 취소권”이라는 제목의 그 제3장이 종전에 별로 의식되지 아니하던 상대방에 의한 착오 ‘유발’의 유형을 새로운 문제관점에서 제시하였다); 대판 1991. 3. 27., 90다카27440(공보 1276); 대판 1992. 2. 25., 91다38419(공보 1141); 대판 1993. 8. 13., 93다5871(공보 2419); 대판 1994. 9. 30., 94다11217(공보 하, 2841); 대판 1995. 11. 21., 95다5516(공보 1996상, 47), 대판 1996. 3. 26., 93다55487(공보 상, 1363); 대판 1997. 8. 26., 97다6063(집 45-3, 112); 대판 1997. 9. 30, 97다26210(공보 3286) 등 1990년대만 하더라도 많은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재판례가 일반적으로 착오 취소를 긍정하고 있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 그리고 그 이유로, 문제의 착오가 동기착오인 경우에라도 ―동기착오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그 ‘표시’의 여부 등은 논의하지 아니하고― 그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야기되었다는 사정을 들고서 바로 또는 다른 사정을 함께 그것은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따라서 표의자는 계약을 적법하게 취소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표의자의 중과실 유무 등은 아예 논의되지 않는 경우도 흔하지만, 한편 앞의 대판 97다6063사건에서와 같이 “표의자로서는 그와 같은 착오가 없었더라면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고, 보통 일반인도 표의자의 처지에 섰더라면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중요 부분’의 의미에 관한 판례 준칙을 그 중간항(中間項)으로 드는 예도 물론 있기는 하다. (3) 이러한 상대방에 의한 착오 ‘유발’의 사안유형에 대한 판례의 태도에 대하여 학설은 대체로 지지한다. 그것은 “착오 취소의 요건은 표의자와 상대방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절하기 위한 기준인데, 표의자의 동기착오를 유발한 상대방의 보호가치가 부정된다는 점에서 판례의 태도는 충분히 수긍될 수 있다”고 하거나(지원림, 민법강의, 제20판(2023), 77면), 상대방에 의한 그 유발의 경우에 “그 착오의 위험을 생성 또는 실현케 한 상대방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문이 들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다(김상중, “동기의 착오에 관한 판례법리의 재구성을 위한 시론적 모색”, 사법(私法)질서의 변동과 현대화(김형배 교수 고희 기념)(2004), 15면). 한편 드물기는 하지만, “상대방의 행태를 기초로 취소의 위험을 부담시킬 수 있는 경우에는 민법 제109조가 아니라 민법 제110조에 의해 규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정성헌, “착오에 대한 민법상 규율의 재구성 ―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판결을 계기로”, 민사법학 제73호(2015), 265면 이하). 3. 상대방이 악의인 경우 ― 착오의 ‘이용’ (1) 일본의 경우를 보면, 이 맥락에서 상대방의 ‘악의’, 즉 표의자가 착오에 빠졌음을 안다는 사정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관점과 관련하여 다루어진다. 무엇보다도 「민법(채권법)개정검토위원회」가 2009년에 발간한 『채권법 개정의 기본방침』(별책 NBL 126호)은 (i)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있는 때, (ii) 상대방이 그 착오를 알지 못함에 대하여 중과실 있는 때, (iii) 상대방이 그 착오를 일으킨 때, (iv) 상대방도 표의자와 동일한 착오를 하고 있는 때에는, 표의자에게 중과실이 있더라도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동 방침, 28면 이하. 당시 고려되는 착오의 법률효과는 무효로 정해져 있었다). 이는 대체로 2017년 일본민법 개정에 반영되어(시행은 2020년 4월), ‘상대방이 표의자에게 착오 있음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때’(제95조 제3항 제1호) 또는 ‘상대방이 표의자와 동일한 착오에 빠져 있는 때’(동항 제2호)에는 표의자에 중과실 있는 경우라도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였다(앞 (iii)의 착오 유발에는 언급이 없다). 위 개정 후의 일본민법 제95조는 제1항에서, 우선 행위착오 외에도 동기착오 중에서는 ‘표의자가 법률행위의 기초로 한 사정에 관하여 그 인식이 진실에 반하는’ 것(앞의 1.에서 든 스위스채무법 제24조 제1항의 제4호에서 정하는 “표의자에 의하여 신의성실에 비추어 계약의 불가결한 기초라고 여겨진 사정”에 관한 착오, 즉 기초착오(Grundlagenirrtum)를 연상시킨다. 이 점은 독일민법에서 2017년 대개정 후에 동기착오 중에서 “거래상 본질적이라고 여겨지는 사람이나 물건의 성상(性狀)에 관한 착오”를 내용착오로 보는 제119조 제2항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을 고려되는 착오로 정한 다음, 나아가 ‘그 착오가 법률행위의 목적 및 거래상의 사회통념에 비추어 중요한 것인 때’에만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한다. 그리고 제3항은 개정 전과 마찬가지로 표의자의 중과실의 경우에는 착오 취소가 배제된다고 하면서도, 동항의 위 두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취소할 수 있음을 정하는 것이다. (2) 대판 2014. 11. 27., 2013다49794(공보 2015상, 9)은 대상판결의 취지와 같이 판시하였다(이 판결은 ‘참조’로서 60년쯤 전의 대판 1955.11.10. 4288민상321을 인용한다. 그 제1심도, 항소심도 버젓이 인용하고 있는 이 판결에 접근할 방도를 알지 못한다. 이러한 재판례의 ‘공개’ 내지 ‘접근가능성’이라는 ―민법 연구자인 나로서는 꽤나 심각한― 문제에 대하여는 양창수, “『법고을』 유감”, 동, 민법산책(2006), 274면 이하 참조 : “그것들이 재판 실무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나아가 변호사의 직무에 도움이 안 될 리 없고, 또 법학교수가 법을 연구하는 데 자료가 되지 않을 리 없다”). 위 판결은 대상판결의 사안과 유사하게, 원고 증권회사의 직원이 파생상품(미화달러 선물(先物)스프레드 1만 5000개) 계약의 매수주문을 개장 전에 입력하면서 0.80원이라고 할 것을 그 100배인 80원이라고 찍음으로써 결국 피고 증권회사와의 사이에 그 내용으로 매매계약이 체결된 사안에 대한 것이다. 원심판결은 그 계약의 착오 취소를 인정하고 원고의 매매대금반환청구를 인용하였는데,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그 이유로 우선 자본시장법상의 금융투자상품시장에서 일어나는 증권이나 파생상품의 거래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109조가 적용됨을 선언한 데에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그리고 나아가 착오 취소에 관하여는 대상판결과 같은 법리를 설시한 다음, 구체적으로는 원고 측의 착오에 중대한 과실이 있지만 “피고가 주문자의 착오로 인한 것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이를 이용하여 다른 매도자들보다 먼저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시가와의 차액을 얻을 목적으로 단시간 내에 여러 차례 매도주문을 냄으로써 이 사건 거래를 성립시켰으므로” 원고의 중대한 과실에도 불구하고 취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대상판결은 표의자의 중과실에도 불구하고 의사표시의 취소를 긍정하는 추상적인 법리를 그대로 반복한다. 굳이 저 60년 전의 대법원판결과 합하지 않더라도 이제 최근 두 개의 대법원판결만으로 그 법리는 이제 우리 민법의 일부가 되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 법리는 착오 취소의 제한 요소로서의 표의자의 중과실을 ―법률 밖에서(praeter legem), 즉 법규정에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기준을 도입함으로써― 다시 제한하여 착오 취소의 범위를 확장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글은 이 점을 제시하여 의식하게 하려는 의도로 쓰였다. 그런데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몇 가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위의 두 선례는 단지 상대방의 악의에서 더 나아가 그가 표의자의 착오를 ‘이용하는 것’을 요구한다. 이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 단지 의례적인 장식 문구인가, 아니면 실제로 입증되어야 하는 취소 허용의 요건인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가 원고의 착오를 이용하여 이 사건 매매거래를 체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상판결의 판단이 착오 취소를 부인하는 종국적인 이유인데, 그 ‘이용’ 여부를 단지 의례적인 장식 문구라고 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제3자의 채권침해가 논의되는 사안유형 중 문제의 행위로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감소된 경우에 대하여 대판 2007. 9. 6., 2005다25021(공보 1526) ; 대판 2019. 5. 10., 2017다239311(공보 1207) 등이 그 위법성 요건에 관하여 설시하는 대로 제3자가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의 존재 및 그 채권의 침해사실을 아는 것’ 외에도 ‘채무자와 적극 공모하거나 채권 행사를 방해할 의도로 사회상규에 반하는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는 등’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레벨에서 다루어져야 하는 것인가? 나아가 위의 두 판결은 모두 인터넷금융거래에서 증권회사의 ‘피용자’가 입력을 잘못하여 그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정하여진 사안임에도 그 결론을 달리하여, 2014년 판결은 표의자의 착오 취소를 허용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고, 대상판결은 이를 부인하였다. 그 차이의 이유를 위 사건의 어떠한 사실관계로부터 찾을 수 있을까? 이것도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나 지면관계상 여기서는 상론하지 아니하기로 한다. 다만 하나만 지적하자면,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피고도 이 사건 매매거래 전부터 미리 정하여진 일정한 시스템거래 방식으로 기계적 호가를 계속하여 왔다는 것을 들 수 있을지 모른다. 양창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중대한과실
착오
파생삼품
양창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3-08-20
민사일반
준거법의 범위와 준거법의 합의가 주요사실인지 여부
- 대상판결: 대법원 2016.3.24. 선고 2013다81514 판결 - I. 대상판결의 요지 당사자자치의 원칙에 비추어 계약 당사자는 어느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거나 그중 특정 조항이 당해 계약에 적용된다는 합의를 할 수 있고 그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소송절차에서 비로소 당해 사건에 적용할 규범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가 일치하는 의견을 진술하였다고 해서 이를 준거법 등에 관한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II. 국제협약이 준거법의 합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 1. 쟁점 대상판결에서는 계약의 당사자가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는 합의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서는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특정 국가의 법’에 한정되는지 아니면 상인법(lex mercatoria 또는 law merchant)과 같은 국제적 관습, UNIDROIT 국제상사계약규칙(UNIDROIT Principles of International Commercial Contracts 1980)과 같은 법원칙 또는 국제물품매매협약(UN Convention on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과 같은 국제협약 등 비국가적 규범도 포함되는지 문제된다. 2. 논의의 실효성 비국가적 규범이 준거법으로서 지정될 수 있다면 이는 ‘저촉법적 지정’이 되지만, 만일 준거법으로서 지정될 수 없다면 당사자의 합의는 그러한 비국적 규범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실질법적 지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저촉법적 지정은 준거법의 지정이므로 법정지의 단순한 강행규정의 적용은 배제되고 국제적 강행규정만이 적용된다. 그러나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규범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것에 불과하므로 법정지의 단순한 강행규정의 경우에도 적용이 배제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저촉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계약이 체결된 후에 법이 개정되었다면 개정된 법이 적용되지만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개정되기 전의 법이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된 것으로 봐야 하므로 그 적용이 배제된다. 또한 저촉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법원이 규범의 내용을 직권으로 조사해야 하지만,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편입된 법규가 계약의 내용이 되므로 당사자가 편입된 법규의 내용에 대하여 주장하고 증명할 책임을 부담한다. 3.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준거법은 특정국가의 법에 한정된다고 본다. 국제사법의 전반에서 언급하고 있는 ‘법’의 전통적 그리고 사회적 의미는 특정국가의 법이고, 제5조에서 ‘법원은 이 법에 의하여 지정된 외국법’이라고 규정하고 제7조나 제33조 등에서 ‘대한민국법’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를 종합하여 보면 준거법은 외국법이거나 대한민국법으로서 특정국가의 법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준거법의 분열의 한계와 관련하여서 문제가 발생한다. ‘준거법의 분열’이란 하나의 법률관계의 실체적 내용에 대하여 여러 국가의 법이 적용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국제사법 제25조 제2항에서는 “당사자는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도 준거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준거법의 분열을 허용하고 있다. 대법원 2016.6.23. 선고 2015다5194 판결에서는 당사자가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만 준거법을 선택한 경우, 선택된 준거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영역에 대하여는 국제사법의 규정에 따라 지정된 소위 객관적 준거법이 적용된다고 보고 있으므로, 비국가적 규범만을 준거법으로 지정하고 있거나 비국가적 규범과 특정국가의 법을 모두 지정하는 경우 모두 준거법의 분열이 발생한다. 그러나 준거법의 분열이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법의 내용에 차이가 있고, 한 국가의 국내법은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하나의 사안에 대하여 여러 국가의 법이 동시에 적용되면 적용되는 법률 사이에 모순이 발생하거나, 생소한 다른 국가의 제도를 국내의 제도에 맞춰야 하는 복잡한 적응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지정된 복수의 준거법이 적용되는 부분이 다른 부분과 분리가능하여 상호 모순저촉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한계 내에서만 준거법의 분열이 허용된다. 그런데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위와 같은 한계를 완전히 무시하고서 준거법의 분열을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부당하다. 대상판결에서 국제협약이 준거법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보건대, 위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깊은 고려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하는 저촉법적 지정은 할 수 없다고 본다. 참고로 우리의 국제사법의 바탕이 된 유럽공동체(EC)의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협약’(‘로마협약’) 에서는 당사자가 준거법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특정 국가의 법이라고 해석되어 왔다. 그런데 위 로마협약을 개정한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규칙’을 제정되는 과정에서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준거법은 특정 국가의 법으로부터만 도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아니하였다. III. 준거법의 합의가 주요사실인지 여부 1. 쟁점 대상판결에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주요사실에 대하여만 변론주의가 적용되어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는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여 그러한 사실이 주요사실이란 점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대상판결과 같이 준거법의 합의를 주요사실로 본다면 당사자가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주장 및 증명해야 비로소 법원이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을 뿐이고, 당사자의 주장이 없는 한 법원이 직권으로 준거법의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 2.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1) 주요사실의 의미에 따른 비판 주요사실이라 함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실체법상의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말한다(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다카1489 전원합의체 판결). 즉 권리와 의무의 발생, 변경, 소멸이라는 실체법적 효력을 가져오는 요건사실이 주요사실에 해당한다. 국제사법을 소송법으로 분류하는 견해도 있지만 ‘절차법-실체법’과 ‘저촉법-실질법’이 대비되고 있는 바와 같이, 저촉법인 국제사법은 ‘법선택을 위한 법’으로서 절차법과 실체법의 구분과 그 영역을 달리한다(석광현, ‘국제사법 해설’, 법문사, 2013, 4쪽). 그런데 국제사법을 소송법으로 보던지 저촉법으로 보던지 상관없이 국제사법이 실체법이 아니란 점은 명백하므로 국제사법 제25조에 따른 준거법의 지정의 합의를 주요사실로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2) 적용될 법률의 발견은 법원의 전권사항 국제사법은 법선택을 위한 법으로서 국제적 분쟁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으로서는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이를 당연히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사법에 따르면 계약에 적용되는 준거법은, 1차적으로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지정한 국가의 법이 되고(제25조 제1항), 이러한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2차적으로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이 된다(제26조). 따라서 법원은 직권으로 계약의 1차적 준거법인 당사자의 합의의 존재를 조사해야 한다. 게다가 대상판결에서도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적용할 법률의 발견은 법원의 전권사항이고,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는 적용할 법률을 결정하는 합의이므로, 법원은 준거법의 합의의 존재를 조사하는데 있어서 당사자의 주장에 구속받지 아니한다. 덧붙여 대상판결은 당사자가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는 계약의 내용이 되고 계약의 내용은 주요사실이라는 이유로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를 주요사실로서 자백의 대상으로 본 듯하다. 그러나 당사자의 합의라고 하더라도 모두 주요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법원 판례에서는 소송상 합의인 부제소의 합의를 채권계약으로 보고 있으면서도(대법원 2004. 12. 23. 선고 2002다73821 판결), 이러한 부제소의 합의가 소송법적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이를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따라서 당사자의 합의라는 이유만으로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까지 주요사실로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IV. 결론 이상으로 대상판결과 달리, 사견에 따르면 국제협약을 포함한 비국가적 규범은 준거법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의 존재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서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한편 대상판결 중 문제된 판시내용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이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른 아쉬움이 있다. 적지 않은 국제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좀 더 많은 국제사법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국제협약
준거법
국제사법
2017-02-20
이혼·남녀문제
한쪽에만 너무 불리한 '이혼 전 재산분할포기각서'는 무효
- 대법원 2016. 1. 25.자 2015스451 결정 - 협의이혼 전제 재산분할 포기, '실질적 협의' 없으면 '재산분할청구권 사전포기'로 '무효' 1. 재산분할제도 및 재산분할청구권의 본질 가. 민법 제839조의2에 규정된 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의 청산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나.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때 비로소 발생하고,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까지는 범위와 내용이 불명확?불확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9. 4. 9. 선고 98다58016 판결). 2. 추상적 권리(추상적 지위)의 사전포기 금지 가. 대법원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추상적인 권리(추상적인 지위)는 사전포기가 허용되지 않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확인하였다. 나. 유류분과 상속 사전포기 금지 : 유류분을 포함한 상속의 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후 일정한 기간 내에만 가능하고 가정법원에 신고하는 등 일정한 절차와 방식을 따라야만 그 효력이 있으므로, 상속개시 전에 한 유류분 포기약정은 그와 같은 절차와 방식에 따르지 아니한 것으로 효력이 없다(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8334 판결). 다. 양육비채권 사전포기 금지 :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자(子)에 대한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양육비채권)는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기 전에는 '상대방에 대하여 양육비의 분담액을 구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추상적인 청구권에 불과하고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이 당해 양육비의 범위 등을 재량적ㆍ형성적으로 정하는 심판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적인 액수만큼의 지급청구권이 발생하게 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기 전에는 그 내용이 극히 불확정하여 상계할 수 없지만,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된 후의 양육비채권 중 이미 이행기에 도달한 후의 양육비채권은 완전한 재산권으로서 친족법상의 신분으로부터 독립하여 처분이 가능하고, 권리자의 의사에 따라 포기, 양도 또는 상계의 자동채권으로 하는 것도 가능하다(대법원 2006. 7. 4. 선고 2006므751 판결). 3.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의 법적 성질 가.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3. 3. 25. 선고 2002므1787 판결). 나. 협의이혼을 조건으로 한 재산분할 협의(조건부 의사표시) : 민법 제839조의2에서 말하는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는 혼인 중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분할에 관하여 이미 이혼을 마친 당사자 또는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 사이에 행하여지는 협의를 가리키는 것인바, 그 중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위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차 당사자 사이에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질 것을 조건으로 하여 조건부 의사표시가 행하여지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그 협의 후 당사자가 약정한대로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그 협의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지, 어떠한 원인으로든지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혼인관계가 존속하게 되거나 당사자 일방이 제기한 이혼청구의 소에 의하여 재판상이혼(화해 또는 조정에 의한 이혼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위 협의는 조건의 불성취로 인하여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대법원 1995. 10. 12. 선고 95다23156 판결). 4. 대상판결(대법원 2016. 1. 25.자 2015스451 결정) 가. 사실관계 : 청구인(A녀)은 중국인으로 2001. 6. 7. 상대방(B남)과 혼인신고를 마치고 생활하다가 2013. 9. 6. B남과 이혼하기로 하면서 B남의 요구에 따라 'A녀는 위자료를 포기합니다.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습니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고, 같은 날 A녀와 B남은 법원에 협의이혼의사확인 신청서를 제출하고 2013. 10. 14. 법원의 확인을 받아 협의이혼 한 후 2013. 11. 초경 A녀는 변호사를 통해 수 천만 원 이상의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B남에게 화를 내며 재산분할을 요구하였고, B남은 A녀가 독립할 자금이 필요하면 주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고, 그 후 A녀는 법원에 재산분할 심판청구서를 제출하였다. 나. 판시내용 :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이를 전제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한 경우,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 전부를 청산하려는 의로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액, 이에 대한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하여 협의한 결과 부부 일방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할 뿐 쉽사리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로서의 '포기약정'이라고 보아서는 아니된다고 판시하였다. 다. 사안에 적용 : 위 사안에 대하여는 A녀와 B남 사이에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재산액이나 쌍방의 기여도, 분할방법 등에 관하여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고, A녀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서 비록 협의이혼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5. 대상판결의 의의 가. 대상 판결은 재산분할의 본질을 설시하면서,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2002므1787 판결)는 종전 대법원 판결을 확인함과 동시에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위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95다23156 판결) 효력을 갖기 위한 구체적인 요건(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 전부를 청산하려는 의로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액, 이에 대한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하여 협의한 결과 부부 일방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등의 사정)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나.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사기나 강박(민법 110조) 또는 궁박?경솔?무경험(104조) 등으로 상대적으로 지위가 열악한 배우자 일방이 사실상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를 강요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경우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거나 궁박?경솔?무경험으로 불공정한 법률행위 등이라는 점을 청구인이 적극적으로 주장?증명하지 못하더라도 상대방이 앞서 본 특별한 사정을 증명하지 못하면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을 실질화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여 전체 이혼 건수의 4분의 3 정도를 차지하는 협의이혼 절차를 가사비송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로 1990년 도입된 (형식적) 재산분할청구권이 실질적 재산분할청구권으로 강화되었다고 평가할만 하다.
이혼
재산분할
재산분할청구권
2016-02-12
원천징수처분취소소송에서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
Ⅰ. 사실관계 미국의 사모투자회사인 A의 미국 내 계열사인 B등은, 내국법인인 甲은행의 주식 9999만9916주(이하 '이 사건 주식')의 인수를 위하여 이 사건 주식의 인수에 투자할 펀드투자자를 모집하였고,그 결과 2000. 1. 14.경 영국령인 케이만 군도에 유한파트너십(Limited Partnership, 이하"LP")인 C가 설립되었다. C는 케이만 군도에 설립된 D의 주식을 100% 인수한 다음, D로 하여금 말레이시아라부안에 설립된 E의 주식을 100% 인수하게 하였고, 최종적으로 말레이시아 법인인 E를 통하여 우리나라 법인이 발행한이 사건 주식을 취득하였다. 한편 E는 2005. 4. 15. 원고에게 이 사건 주식을 1651억1475만6621원에 양도하여 이 사건 양도소득을 얻었는데,원고는 한?말레이시아조세조약제13조 제4항에 의하여 주식 양도소득은 양도인의 거주지국에서만 과세된다는 이유로 E에 이 사건 주식 양도대금을 지급하면서 그에 대한 법인세를 전혀 원천징수하지 아니하였다.이에 피고(과세관청)는 2006. 12. 18. E는 조세회피목적으로 설립된 명목상의 회사에 불과하고,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는C의 투자자 281명이므로, 이들 중 대한민국과 조세조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조세조약상 주식양도소득에 대하여 원천지국 과세를 규정하고 있는 국가에 거주하는 총 8개국 40명의 투자자가 얻은 양도소득에 대하여 원고에게 원천징수분 소득세 430억1071만7520원을납세고지하는 처분을 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진행경과 및 판시내용 1.제1심판결 내지 상고심 판결의 판시내용 당초 대상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E인지(원고의 주장),아니면 C의 투자자인지(피고의 주장) 여부였다.이에 관하여제1심 및 항소심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를C의 투자자로 보고 그들을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원고에게 원천징수분 소득세를 납세고지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09. 12. 30. 선고 2008구합17110 판결 및 서울고등법원 2010. 8. 25. 선고 2010누3826 판결). 그러나상고심은,E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아니라고 인정하면서도,(E와 C의 투자자 사이에 있는) C가 오로지 조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설립되어 이 사건 주식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할 능력이 없는 명목상의 영리단체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이하 "상고심 판결").즉, 상고심 판결은 C의 설립지인 케이만 군도의 법령 내용과 단체의 실질에 비추어 C를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으로 볼 수 있는지를 심리하여 이 사건 양도소득에 대하여 C를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법인세를 과세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C의 투자자를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소득세를 과세하여야 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환송하여, 사실상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C라는 취지로 판시하였다(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0두20966 판결). 2.파기환송심판결 및 대상 판결의 판시내용 이러한경위로 인하여,파기환송심에서는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C의 투자자가 아닌 C라는 점 자체에 관하여는 원?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었다.대신피고는상고심 판결의 취지에 따라, 당초 이 사건 처분에서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 즉,원천납세의무자를 C의 투자자로 보았다가,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하였다. 이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는피고의 이와 같은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가능한지 여부가 새롭게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하여 파기환송심 판결은 "세목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에 해당하므로 원천징수하는 세금에 관한 처분취소소송에서 과세관청이 처분의 근거 세목을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변경하는 것은 처분의 동일성을 벗어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4. 1. 10. 선고 2013누23272 판결).이에 대하여 피고가 재상고하였는데,대상 판결은 파기환송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세목은 부과처분에서는 물론 징수처분에서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봄이 상당하므로,당초의 징수처분에서와 다른 세목으로 처분사유를 변경하는 것은 처분의 동일성이 유지되지 아니하여 허용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피고의 재상고를기각하였다(대법원 2014. 9. 5. 선고 2014두3068 판결). Ⅲ. 대상판결의평석 1.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허용범위(='처분의 동일성'='납세의무의 단위') 과세관청은 원칙적으로 처분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변론종결시까지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할 수 있다(대법원 1989. 12. 22. 선고 88누7255 판결).여기서 '처분의 동일성'이란 과세단위또는 납세의무의 단위(이하 통틀어 '납세의무의 단위')를 말하고(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누10695 판결), 이는 원천징수처분 취소소송에서도 다르지 않다(대법원 1999. 12. 24. 선고 98두16347 판결). 여기서 '납세의무의 단위'란,일반적인 행정소송에서 처분의 동일성의 한계로 논의되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과 구분되는 세법 특유의 개념으로,강학상으로는 개인단위, 부부단위, 가족단위 등 인적 요소가 결합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도 하고, 물적 요소로서 조세채무의 확정에 있어서 세목, 과세기간, 과세대상에 따라 다른 것과 구분되는 기본적 단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관련하여 대법원은 ①자산소득의 합산과세를 규정한 구 소득세법의 취지에 관하여 세대단위로 담세력을관념하는 것이 개인단위별 과세보다 생활실태에도 합당하다고 판시하여 납세의무의 단위를 인적 요소로 이해하기도 하고(대법원 1983. 4. 26. 선고 83누44 판결 등), ②재산세 등의 과세대상인 주택은 1구를 과세단위로 하여 과세대상으로서 구분된다고 하여(대법원 1991. 5. 10. 선고 90누7425 판결) 이를 물적 요소로 파악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③소득세나 부가가치세를 일정한 기간을 과세단위로 하는 세목이라고 판시하여(대법원 1996. 2. 23. 선고 95누12057 판결) 이를 시간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사례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 동안 이 사건 처분과 같은 원천징수처분에서는 납세의무의 단위가 무엇인지, 특히 과세관청이 소송에서 처분 당시와 비교하여 원천납세의무자를 달리하는 내용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하여는 명시적으로 판단한 바는 없었다. 2.원천징수처분에서의 '처분의 동일성' 범위에 관한 판단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사건상고심 판결과 같은 날 선고된 대법원 2011두7311 판결은(이하 '비교판결')원천징수처분의 취소소송에서 원천납세의무자를 달리하는 내용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처분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였다.즉,비교판결은 '원천징수하는 법인세에서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수령자가 누구인지는 원칙적으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다'는 전제에서, "원천징수하는 법인세에 대한 징수처분 취소소송에서 과세관청이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수령자(=원천납세의무자)를 변경하여주장하더라도그로인하여소득금액또는수입금액지급의기초사실이달라지는것이아니라면처분의동일성이유지되는범위내의처분사유변경으로서허용된다"라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비거주자 및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은 강학상 완납적 원천징수의 대상이 되는 소득으로서 원천징수법률관계는원천징수의무자와과세관청사이에만존재하고 원천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 사이에는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없는 점(대법원 1984. 2. 14. 선고 82누177 판결 등),원천징수하는 소득세 또는 법인세는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을 지급하는 때에 이미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동시에 확정되기 때문에(국세기본법 제21조 제2항 제1호 및 제22조 제2항 제3호)'실질적인귀속자'로서 사후적으로 확정될 수밖에 없는 원천납세의무자는 애당초 확정된 세액의 기초사실을 판단하는 요소에 포함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론적으로 지극히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3.대상판결의 문제점 (1) 쟁점 비교판결의 판시내용을 대상판결에서도일관하면, 일응피고가 원천납세의무자를 종전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허용된다고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다만 이 사건과 비교판결 사이에 존재하는 다음과 같은 차이점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는 비교판결의 법리가 이 사건 처분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즉, 비교판결과 이 사건은 과세관청이 케이만 군도에 설립된외국법인(LP)와 그 투자자 중투자자를 주식양도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로 보아 원천징수처분을 하였다는 점에서는 완전히 동일하다. 다만, 비교판결에서는 과세관청이 당초 투자자를'법인'으로 보아 법인(원천)세를 원천징수처분한 반면, 이 사건 처분에서는 투자자를'개인'으로 보아 소득(원천)세를 원천징수처분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비교판결에서는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LP의 투자자'에서 'LP'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하더라도, 세목이 여전히 법인(원천)세가 되어 기존 납세고지서상 세목[=법인(원천)세]과 일치한다. 반면 이 사건 처분에서는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하게 되면 세목이 법인(원천)세가 되어 기존 납세고지서상 세목[=소득(원천)세]과 불일치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천납세의무자가 원천징수처분의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고,법인세나 소득세나 동일한 소득과세의 일환인 이상 , 그 소득의 실질 귀속자에 대한 판단이 달라져 그에 따라 처분사유를 변경함에 있어 원천납세의무자의 법적 형식에 따라 자동적으로 뒤따를 뿐인 세목 또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볼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원고는 종전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9. 12. 24. 선고 98두16347 판결 및 대법원 2001. 8. 24. 선고 2000두4873 판결)를 들어, 세목은 엄연히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세목이 달라지는 경우에는 아무리 원천징수처분이라고 하더라도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이 허용될 수 없다고 반박하였다. 결국 파기환송심에서는 비교판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원천징수처분의 경우'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것이다. (2) 일반적으로 '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인가? 학설 중에는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통상 과세기간, 장소, 소득구분 등을 열거하면서 본세와가산세는 별개라는 점을 예로 들어(대법원 1992. 5. 26. 91누9596 판결) 세목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라고하거나 ,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서 세목이 가장 중요하다는 등의 견해가 있다 .우리나라 세법 중 소득에 대하여 과세하는 세목인 소득세 및 법인세를 생각해보면, 납세의무자의 법적 성격이 개인인지 법인인지 여부에 따라 세목이 소득세 또는 법인세로 달라지고, 이에 따라 각각 소득세법 또는 법인세법이 적용되어 과세표준의 산정방법, 세율 등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직접 납세의무자에 대한 과세처분에 있어서 세목은 일응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라는 점에는 충분히 수긍이 간다. 그러나 [국가-원천징수의무자-원천납세의무자] 3자 간의 법률관계가 문제되는 원천징수처분에서도이러한 논리가 그대로 관철될 수 있는지는 이와 구분하여 깊이따져볼 필요가 있다.앞에서도 언급하였다시피,원천징수처분에서는 부과처분과는 달리 애당초 "원천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 사이에는직접적인 법률관계가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3) 원천징수처분에서의"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인가? 대상판결은 "세목"이 부과처분에서뿐만 아니라 원천징수처분에서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판시하면서도 따로구체적인 설명을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볼 때 대상판결의 결론은 이론적인 측면에서나 실무적인 관점에서나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이론적인 측면에서 보면,이 사건에서 처분사유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세목이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달라지더라도, 원천징수처분에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인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 즉, 원고가 E로부터 2005. 4. 15.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하고 그 대가로 1,651,104,756,621원을 지급한 사실 그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또한 소득세법이나 법인세법이나 모두 비거주자 또는 외국법인이 내국법인의 주식을 양도하여 얻은 소득에 대하여, 과세표준은 지급금액으로, 세율은 10%로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소득세법 제156조 제1항 제5호 및 법인세법 제98조 제1항 제5호),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세목이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달라지더라도 그 세액은 종전과 동일하다. 요컨대,이 사건에서는처분사유의 추가?변경에 따라 원천납세의무자가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라지더라도 (법원에 의하여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사후적으로 확정된 원천납세의무자 및 그에 따른 세목을 제외하고는)원천징수의무를 발생시키는 이 사건 양도소득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납세자(원천징수의무자),과세표준,세율,세액 중 어느 것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이 점이 바로 납세의무자가 달라지면 납세자, 과세표준, 세율,세액이 모두 달라지는 부과처분과 확연히 구분되는 원천징수처분만의 특징이다. 또한 대법원이 발간한판례해설에 따르면, 일반 행정소송에서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로 보는 반면, 조세소송에서는 '납세의무의 단위'를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로 설정함으로써 납세자의 소송상 방어권 보장보다는 분쟁의 일회적 해결을 더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설명은'납세의무의 단위'가'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보다는 그 범위가 더 넓은 개념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런데 대상판결과 같이 보게 되면 오히려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보다 '납세의무의 단위'를 더 좁게 보는 모순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대상판결이 과세관청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기본적 사실관계'즉,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음에도불구하고 '납세의무의 단위'의 동일성은 부인함으로써, 분쟁의 일회적 해결보다는 납세자의 방어권 보장을 우선시한 결과를 초래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법원에 의하여 사후적으로 확정될 수밖에 없는 국제조세법률관계에서 분쟁의 일회적 해결보다 납세자의 방어권 보장을 우선할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실무적인 관점에서 보면, 조세조약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도 실질과세의 원칙이 적용되는 이상(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두11948 판결), 과세관청이 원천징수처분을 하면서 일응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최종적인 귀속자라고 보아 지목한 원천납세의무자는,대법원이 실질과세의 원칙을 적용하여 최종적으로 누구인지 확정하기 전까지는 어디까지나 잠정적인 것에 불과하여 언제든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즉, 여러 나라에 걸쳐 이루어지는 투자관계에 대하여 과세하는 국제조세에서는 국내원천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를 찾는 과정이기본적으로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대법원 스스로도 비교판결에서법원에 의하여 사후적으로 확정되는 원천납세의무자는 원천징수처분에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라고 하여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돌이켜 보면, 세목은 원천납세의무자의 법적 성격에 따라 기계적?자동적으로 정하여지는 요소일 뿐이다. 따라서 위와 같이 국제조세에서 원천납세의무자의 변경가능성이 유보되어 있는 이상, 그에 따른 세목 또한 얼마든지 변경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한편으로는원천징수처분에서 "원천납세의무자"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라고 하면서, 다시 '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된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논리적 모순으로, 이는 모처럼 심도 깊은 이론적?실무적 검토 끝에 선고한 비교판결의 적용범위를 크게 훼손?잠식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법원 입장에서 볼 때 비교판결 및 대상판결에서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LP가 아닌 LP의 투자자로 보아 원천징수처분을 한 것은 똑같이 위법한처분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대법원이,비교판결과 같이 C의 투자자를 법인으로 보아 당초 법인세로 원천징수처분을 한 경우에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허용하고,대상판결과 같이 C의 투자자를 개인으로 보아 당초 소득세로 원천징수처분을 한 경우에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불허하는 것은,원천징수처분 당시 (궁극적으로 원천납세의무자도 아닌) C의 투자자들의 법적 성격이 무엇이었냐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원천징수처분의 위법성을가르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더군다나 과세실무상 현실적으로 사모펀드의 최종투자자의 지분비율, 국적까지는 알 수 있어도 그 법적 성격이 개인인지 아니면 법인인지 여부까지는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은 (미국과 같이 법인과 개인의 세목을 구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실질적인귀속자를새로 지정하여 과세할 수 있는 경우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과세주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으로서 비교법적으로나 조세정책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Ⅳ. 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천징수처분에서 원천납세의무자에 따라 자동적으로 정하여지는 세목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파기환송심에서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취지에 따라 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하는 것은 당연히 허용되었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은 부과처분과 구별되는 원천징수처분 법률관계의 특성에 대한 심도 깊은 검토 없이, 스스로 선고한 비교판결의 의의를 크게 훼손하면서 부과처분에서의 논의를 원천징수처분에 기계적으로 적용하였다는 측면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또한국제조세에서 원천납세의무자는 사후적으로 얼마든지 변경될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고, 이 사건은 E가 국내에서 이 사건 주식을 양도함으로써 국내원천소득이 발생하여 우리나라에 과세권이 존재한다는 점 자체에는 의문이 없는 사안임에도, 대상판결이 단지 세목이라는 과세처분의 형식만을 이유로 수백억 원에 이르는 과세권을 너무 쉽게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로벌 세수전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는 요즘, 다른 나라의 법원이라면 과연 어떤 판결을내렸을까?
2015-04-07
양립 가능한 여러 개 청구의 객관적 예비적 병합의 가부
Ⅰ. 사안의 개요 및 판단 1. 사안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 대여를 주장하며 그 지급을 청구하였다가 제1심 변론 과정에서 이를 주위적 청구로 변경하고, 예비적으로 불법행위(사기)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를 추가하였다. 이 사건 주위적 청구인 대여금 청구는 '원고가 피고에게 1억 원을 대여하였다'는 취지이고, 이 사건 예비적 청구인 손해배상 청구는 '원고가 피고한테 기망당하여 1억 원을 지급하였다'는 취지로, 이 사건 소는 기본적으로 1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것이다. 2. 소송의 경과 제1심은 이 사건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는 한편, 이 사건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만이 항소하였다. 항소심은 피고만이 항소한 이상, 심판대상은 이 사건 예비적 청구 부분에 한정된다고 전제한 다음, 피고의 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 사건 예비적 청구마저 기각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가 상고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직권으로, 이 사건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는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선택적 병합 관계에 있다 할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가 항소의 대상으로 삼은 이 사건 예비적 청구만을 심판대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두 청구 모두를 심판의 대상으로 삼아 판단하였어야 하는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와 같이 이 사건 예비적 청구 부분만을 심판대상으로 삼아 청구를 기각한 것은 항소심의 심판대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파기환송). Ⅱ. 여러 개의 청구가 양립하는 경우의 예비적 병합의 가부 대상판결은 논리적으로 양립하여 본래 선택적 병합 관계에 있는 양 청구에 관하여 당사자가 주위적·예비적으로 순위를 붙여 청구한 경우(이른바 不眞正 예비적 병합이라고 한다)에 그 병합 형태의 가부(취급)가 문제된 것이다. 종전 판례의 입장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그 명칭은 필자가 임의로 명명한 것이다). (1) 긍정설(당사자 의사설) 병합청구의 성질과 상관없이 원고의 의사만으로 예비적 병합이 허용된다는 입장이다. 판례 가운데 대법원 1966. 7. 26. 선고 66다933 판결은, 선택적 청구에 속하지만, 원고가 내세운 취지에 따라(즉, 원고의 의사에 따라) 예비적 청구로 취급하여야 한다고 이해할 수 있고, 또한 대법원 2002. 9. 4. 선고 98다17145 판결도, 이른바 부진정 예비적 병합도 허용되어 당사자가 심판의 순서와 범위를 한정하여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한 점에서 원고의 의사를 기준으로 예비적 청구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2) 제한적 긍정설(합리적 필요성설) 청구한 것들이 양립 가능한 경우에도 필요성과 합리성에 비추어 예비적 병합을 긍정하는 입장이다. 판례 가운데, 대법원 2002. 2. 8. 선고 2001다17633 판결은, 당사자가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를 할 합리적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가 붙인 순위에 따라서 심리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앞 (1)에서 언급한 원고의 의사를 전제로 하면서도 합리적 필요성을 기준으로 추가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23598 판결도, 원고의 의사를 기준으로 한다는 전제에서, 원고의 의사를 석명하여야 한다는 점까지도 언급하고 있다. (3) 부정설(병합청구 성질설) 청구의 예비적 병합이 인정되는 것은 병합청구의 성질에 의해 엄격하게 양 청구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경우에 한정된다는 입장이다. 대상판결은 종전 판례에서 나타난 당사자가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를 할 합리적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예비적 병합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Ⅲ. 대상판결의 평석 대상판결과 같이 병합청구의 성질에 의해, 여러 개의 청구가 서로 양립하면, 어떠한 경우라도 청구의 예비적 병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경직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양 청구가 서로 '양립한다' 또는 '양립하지 않는다'는 논리 관계 내지는 병합청구의 성질에 의해 병합 형태가 자동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고, 처분권주의 하에서는 기본적으로 원고의 의사가 병합 형태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처분권주의의 기초가 되는 당사자의 자치(自治)도 무제한인 것은 아니므로 원고가 예비적 병합으로 하고자 하는 목적에 어느 정도의 필요성과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검토되어야 한다. 원고에게 실질적으로 이중패소를 회피할 이익이 인정되는 경우 이외에도 예비적 병합을 인정할 합리성이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고 본다. 가령, 불법행위채권만이 상계 제한에 걸린다든지, 과실상계의 문제, 피고가 파산하는 경우 우선 비면책채권의 집행권원을 받기를 원한다든지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순위를 정하여 예비적으로 청구하고자 할 때 그 필요성과 합리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제한적으로 예비적 병합을 긍정하고자 할 때, 그 필요성과 합리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양 청구가 법률적 또는 경제적으로 동일한 또는 같은 종류의 목적에 향하고 있는 경우가 그 기준이 된다고 본다(한편, 동일한 급부 또는 형성적 효과를 구하는 청구권 경합의 경우에 한정하는 것은 너무 좁은 기준이라고 본다). 물론 양 청구가 전혀 관계가 없는 경우는 처분권주의의 기초를 이루는 당사자 자치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지만, 위와 같은 필요성과 합리성의 기준에서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제한적으로 예비적 병합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대상판결의 사안은, 원고가 주위적 청구로 대여를 주장하며 그 지급을 청구하고, 예비적으로 기망 당하였다고 주장하며 불법행위(사기)를 원인으로 손해배상 청구하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피고에 대하여 1억 원(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로 양 청구가 법률적 또는 경제적으로 동일한 또는 같은 종류의 목적에 향하고 있어 위 기준에 해당한다고 본다. 따라서 대상판결의 판시와 같이 병합청구의 성질에 의해 엄격하게 예비적 병합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청구의 경우에 한정된다는 입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상판결의 사안은 특이하게 주위적 청구기각, 예비적 청구인용 판결의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피고만이 항소한 경우로, 항소심이 제1심 판결과 달리 예비적 청구가 이유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경우이다. 이 경우에 항소심의 심판범위가 예비적 청구를 인용한 제1심 판결의 당부에 그치고, 원고의 부대항소(민사소송법 제403조)가 없는 한, (가령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인용할 수 있는 경우라도) 주위적 청구가 심판대상이 될 수 없고(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31624 판결), 그리하여 원고의 주위적 청구, 예비적 청구 모두 기각되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사안에서 원고의 부대항소마저도 없기 때문에 청구를 병합청구의 성질에 따라 선택적 병합으로 보아 두 청구 모두를 항소심의 심판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것으로 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고자 한 판단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특별한 경우의 타당성 있는 해결을 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에서, 원고가 주위적 청구기각판결에 대하여 형식적인 불복신청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실질적인 불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실질적 불복에 기하여 항소심에서 주위적 청구도 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보고자 하는 입장도 있을 수 있다(이는 종래의 판례(위 94다31624 판결)·통설과 다른 반대입장이다). 그렇지만 이 반대입장에서와 같이 원고가 스스로 항소도 부대항소도 하지 않았는데, 항소심에서 주위적 청구에 대한 판결(가령 인용판결)을 하여야 한다고 하면, 피고만의 항소에 있어서 제1심 판결을 피고의 불이익으로 변경하는 것이 되어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어긋나게 되고, 또한 불복 신청을 하지 않은 주위적 청구 부분에 대하여 피고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와 같이 특별한 경우에 생기는 구체적 문제는 결국 항소심이 석명권(釋明權)(민사소송법 제136조)을 적절하게 행사하여 원고에게 부대항소를 촉구하는 것에 의하여 시정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당사자의 자치를 고려하면서 소통을 중시하고자 하는 법원 실무로서는(대상판결의 사안은 피고는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였지만, 원고에게는 소송대리인이 없는 경우이다), 서로 양립하는 청구라도 당사자의 의사를 바탕으로 그 필요성과 합리성의 기준에 따라 예비적 병합을 인정하면서, 위 항소심에서와 같은 특별한 문제 상황은 당사자와의 소통이라는 점에서 석명권을 적절하게 행사하여 원고로부터 부대항소 등을 이끌어 내어 풀어나가는 것(따라서 예비적 병합에 관한 법리를 전제로 하면서 그에 따른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2014-08-18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가 과연 존재하는가?
Ⅰ. 事案의 槪要와 經過 전통 민간요법인 침·뜸행위를 온라인을 통해 교육할 목적으로 인터넷 침·뜸 학습센터를 설립한 갑이 구 평생교육법(2007. 10. 17. 법률 제86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제2항 등에 따라 평생교육시설로 신고하였으나 관할 행정청이 교육 내용이 의료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사유로 이를 반려하는 처분을 한 사안이다. 원심(서울고법 2005. 8. 25. 선고 2004누13426 판결)은, 이 사건 평생교육을 통하여 교육하고 학습하게 될 침·뜸행위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교육의 결과 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경우 원고와 같이 의료법 시행 전에 종전 규정에 의하여 의료유사업자의 자격을 받은 자 외에는 모두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될 것이 명백한 점, 이 사건 교육과정 중에 행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실습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로서 처벌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점, 침·뜸행위는 실제 그 실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성이 큰 점, 이 사건 평생교육으로 침·뜸 관련과목을 교육받은 수강생들은 자신들이 교육받은 침·뜸행위를 실제 실행하려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원고가 각 단계별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에게 수료증까지 발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게 될 수 있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로서는 신고서에 첨부된 운영규칙에 기재된 교육과정의 내용이 의료법에 저촉되는지 여부, 신고에 따른 교육이 실제 이루어짐으로써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을 고려하여 이 사건 신고를 반려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신고반려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Ⅱ. 判決要旨 [1] 구 평생교육법(2007. 10. 17. 법률 제86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22조 제1항, 제2항, 제3항, 구 평생교육법 시행령(2004. 1. 29. 대통령령 제182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 제1항, 제2항, 제3항에 의하면,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학습비를 받지 아니하고 원격평생교육을 실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누구든지 아무런 신고 없이 자유롭게 이를 할 수 있고, 다만 위와 같은 교육을 불특정 다수인에게 학습비를 받고 실시하는 경우에는 이를 신고하여야 하나, 법 제22조가 신고를 요하는 제2항과 신고를 요하지 않는 제1항에서 '학습비' 수수 외에 교육 대상이나 방법 등 다른 요건을 달리 규정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제2항에서도 학습비 금액이나 수령 등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하고 있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볼 때, 행정청으로서는 신고서 기재사항에 흠결이 없고 정해진 서류가 구비된 때에는 이를 수리하여야 하고, 이러한 형식적 요건을 모두 갖추었음에도 신고대상이 된 교육이나 학습이 공익적 기준에 적합하지 않는다는 등 실체적 사유를 들어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는 없다. [2] 관할 행정청은 신고서 기재사항에 흠결이 없고 정해진 서류가 구비된 이상 신고를 수리하여야 하고 형식적 요건이 아닌 신고 내용이 공익적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등 실체적 사유를 들어 이를 거부할 수 없고, 또한 행정청이 단지 교육과정에서 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된 행위가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우려만으로 침·뜸에 대한 교육과 학습의 기회제공을 일률적·전면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후견주의적 공권력의 과도한 행사일 뿐 아니라 그렇게 해야 할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형식적 심사 범위에 속하지 않는 사항을 수리거부사유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처분사유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처분은 위법하다. Ⅲ. 問題의 提起-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인가? 여기서의 신고는 신고유형 가운데 어떤 신고에 해당하는가? 일반적으로 사인의 공법행위의 경우 의사표시의 방향성을 기준으로 일방당사자의 의사표시만으로 법률효과를 발생하는 것(자기완결적 공법행위)과 쌍방당사자의 의사의 합치에 의해 법률효과를 발생하는 것(행정요건적 공법행위)으로 나뉜다. 이에 연계하여 판례와 대부분의 문헌은 행정법상의 신고유형(자기완결적 신고=수리를 요하지 않는 신고/행정요건적 신고=수리를 요하는 신고)을 정립하였다. 그리고 그 구별의 결과로 전자의 경우 수리의 비처분성을 전제로 수리거부의 비처분성을 논증하고, 후자의 경우 수리의 처분성을 전제로 수리거부의 처분성을 논증한다. 그리고 신고에 대한 심사와 관련해선, 전자의 경우에는 형식적 심사에 국한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형식적 심사만이 아니라 실체적 심사까지도 할 수 있다고 본다(다른 입장이 있음). 기실 대상판결이 사안에서 형식적 심사만이 가능하다고 보기에, 여기서의 신고를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로 봄직한데, 과연 그 본연에 합당한가? Ⅳ. 關聯法規定 구 평생교육법(2007. 10. 17. 법률 제86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원격대학형태의 평생교육시설) ① 누구든지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원격교육을 실시하거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평생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경우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학습비를 받고 이를 실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이를 폐쇄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 사실을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개정 2001.1.29> ③ 제1항의 경우 전문대학 또는 대학졸업자와 동등한 학력·학위가 인정되는 원격대학형태의 평생교육시설을 설치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폐쇄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개정 2001.1.29> Ⅴ. 대상적격상의 問題點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와 관련해서, 판례의 대응은 통일적이지 않다. 일부는 수리 및 수리거부의 무의미성을 견지한다. 적법한 요건을 갖춘 신고의 경우에는 행정청의 수리처분 등 별단의 조처를 기다릴 필요 없이 그 접수시에 신고로서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그 수리가 거부되었다고 하여 무신고 영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9.12.24. 선고 98다57419판결; 1998.4.24. 선고 97도3121판결; 1995.3.14. 선고 94누9962판결; 1993.7.6.자 93마635결정; 1990.2.13. 선고 89누3625판결; 1985.4.23. 선고 84도2953판결 등 참조). 반면 일부는 수리거부의 위법성을 추가하여 적극적으로 논증하거나(대법원 1999.4.27. 선고 97누6780판결), -대상판결처럼-수리거부의 위법성만을 적극적으로 논증하기도 한다(대법원 1997. 8. 29. 선고 96누6646 판결 등). 그런데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에서 수리 및 수리거부의 무의미성을 견지하기 위해선, 법원으로선 애써 수리거부의 처분성을 부인하고, 신고 그 자체로서 대상평생교육의 적법한 실시라는 형성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판시하여야 했으며, 또한 대상적격의 부인에 따라 각하했어야 하는데, 마치 그것이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인양 수리거부의 처분성을 전제로 그것의 위법성을 적극적으로 논증하였다. 대상판결의 이런 접근은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와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의 구별도식(수리의 비처분성⇒수리의 거부의 비처분성, 수리의 처분성⇒수리거부의 처분성)을 무색케 한다(수리거부를 금지하명으로 보면 기왕의 틀에 포획되지 않는다). Ⅵ. 行政廳의 審査의 問題點 사적 영역에 대한 행정개입의 차원에서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 이른바 수리를 요하지 않는 신고, 등록제, 허가제의 구분이 문제되는데, 특히 수리를 요하는 신고와 허가제의 구분의 문제에서, 종래 많은 문헌들이 허가제와의 구별의 상실을 우려하여 후자의 경우엔 요건에 관한 형식적 심사뿐만 아니라 실질적 심사까지 행해지는 반면에, 전자의 경우엔 형식적 심사에 그친다고 보았다(그리하여 일부 문헌은 등록제를 수리를 요하는 신고와 동일한 것으로 보기도 하였다). 건축법 제14조상의 건축신고를 명시적으로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본 대법원 2011.1.20. 선고 2010두14954전원합의체판결을 계기로 전자의 경우에도 실질적 심사가 행해지는 것으로 본다(이에 대한 문제점으로 김중권, 건축법 제14조상의 건축신고가 과연 수리를 요하는 신고인가?, 특별법연구 제9권(이홍훈 대법관 정년퇴임기념논문집), 2011.5.13., 273면 이하 참조). 결국 판례의 입장에 의하면, 이제는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의 경우 형식적 심사만이 허용된다고 하겠다. 대상판결은 처음부터 형식적 심사만이 허용된다는 전제에서, 실질적 심사의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였으며, 이에 그것을 신고수리거부의 위법성에 연결시켰다. 나아가 수리거부의 처분사유에 대해서도 원심과 다른 입장을 취하였다. 지면관계상 여기선 허용되는 심사의 범위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신고제에서의 행정청의 심사와 관련해서, 종래의 논의에선 신고제에서 행정청의 심사를 원천배제한 것이 문제라면, 대법원 2011.1.20. 선고 2010두14954전원합의체판결의 경우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에서 허가제와의 구별되지 않게 실질적 심사의무를 요구한 것이 문제이다. 그런데 신고제의 경우 형식적 심사는 당연히 의무사항이나 실질적 심사는 허가제와는 달리 의무사항은 아니고 일종의 선택사항(option)이자 재량사항이다(이렇게 보면, 대법원 2010.9.9. 선고 2008두22631판결에 대해 -비판의 대상인- 기속재량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따라서 사안에서 실질적 심사의 허용성을 부정하는 전제는 타당하지 않다. 현행 법령의 체제하에서 침·뜸의 시술이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이상, 행정청으로선 형식적 심사를 넘어 의료관련 다른 법률 등에 의거하여 그것의 처리여부를 판단하는, 실질적 심사의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 실질적 심사의 가능성을 긍정하면, 관건은 수리거부의 처분사유에 관한 판단여하이다. 처분사유의 당부와 관련해선(상론은 다른 지면에서 하고자 한다), 침·뜸의 시술이 현행 법령하에선 의료행위로 평가가 내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한 제도화가 되지 않은 채, 그것이 -단순한 알림을 넘어서- 제도화를 가져다 줄 교육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법원은 "침·뜸에 대한 교육과 학습의 기회 제공을 일률적·전면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후견주의적 공권력의 과도한 행사"로 보지만,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중요성이 더할 나위 없이 고조된 오늘날에는 안전법상의 일반법원칙인 국가의 사전대비(사전배려)원칙을 더 염두에 두었어야 한다("의심스러우면 안전에 유리하게"(In dubio pro securitate))(법원칙으로서의 안전성의 원칙에 관해선 김중권, 행정법기본연구Ⅱ, 2009, 503면 이하 참조). Ⅶ. 맺으면서-잘못된 만남의 결과 법원의 논증이 기왕의 자기완결적 신고와 수리를 요하는 신고의 틀에서 일탈하였다는 점에서 기왕의 틀 자체가 대대적인 修理를 필요로 한다. 기왕의 틀은 사인의 공법행위에 관한 논의와 典據가 의심스런 -이른바 준법률행위적 행정행위로서의- 수리에 관한 논의의 잘못된 만남의 결과물이다. 하루바삐 신고제가 허가제의 대체제도인 점에 착안하여 금지해제적 신고와 정보제공적 신고의 유형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사안에서 다툼의 논거는 신고제에 관한 행정법도그마틱이나, 그 본질은 현행법상의 의료행위와 민간에서 널리 전수되고 시행되어 온 침·뜸 의 시술행위의 충돌·간극이다. 대학·주류의 의학·약학에서 벗어난 특별한 치료과정, 예컨대 동종요법, 자연요법 또는 대체의학적 치료법을 법외적 상태에 두는 것은 국가가 여러 상이한 치료견해의 다툼에서 사실상 어떤 한 편을 든 셈이어서 재고가 요구된다. 참고로 우세한 대학(주류)의학·약학과 방법적·지식적으로 경쟁하는 특별한 치료법을 보호하기 위해, 독일 의약품법의 입법자는 유효성확인에 관한 법적·행정적 기준이 학문적 다툼과 치료방법상의 다툼에서 어느 일방의 편을 든다는 점을 나름 막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런 비주류적인 것에 대해선 유효성의 요청보다는 안전성의 요청이 더 강조된다(그리하여 그들은 특별한 치료법의 경우 그 나름의 전문가위원회(평가·승인위원회)에 맡기고, 동종요법적 의약품의 경우엔 선택적으로 단순한 등록절차를 허용하는 식으로 규정함으로써(동법 제38조), 다원성요청과 안전성요청간에 절충적 해결책을 도모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미국과 비교해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의학은 전통적인 대체요법을 융통성있게 수용·발전시켜 왔다. Vgl. Udo Di Fabio, Risikoentscheidungen im Rechtsstaat, 1994, S.172ff.).
2011-11-17
음악저작물의 표절에 대한 판단 기준
1.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그룹 "ynot?(와이낫)"의 멤버로 활동하는 가수들로서 2008. 4. 26. 노래 "파랑새"를 작곡하여 발표하였고, 피고들은 그룹 'CNBLUE(씨엔블루)'의 노래 "외톨이야"를 작곡한 자들이다. 원고들이 "파랑새" 중에서 피고들에 의해 부당하게 이용(표절)되었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후렴구에 해당하는 25마디부터 32마디까지 8마디, 54마디부터 61마디까지의 8마디, 70마디부터 85마디까지의 16마디로서 노래 전체 86마디 중 32마디이고(이하, "이 사건 노래부분"), 그에 대응하는 피고들 작곡의 "외톨이야" 악보부분은 후렴구인 25마디부터 30마디까지, 49마디부터 54마디까지, 78마디부터 83마디까지 각 6마디씩 전체 93마디 중 18마디(이하, "이 사건 대비부분")이다."파랑새" 중에서 이 사건 노래부분과 "외톨이야" 중에서 이 사건 대비부분은 모두 후렴구로서, 위 두 노래 모두 후렴구의 첫째 및 둘째 마디의 표현이 셋째 및 넷째 마디에 계속하여 동형진행(同形進行, Sequence)되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원고들은 피고들이 작곡한 "외톨이야" 중에서 이 사건 대비부분은 원고들이 작곡한 "파랑새"의 해당부분을 표절하거나 일부 변형하여 사용하였고, 위 부분은 전체 곡에서 질적 및 양적으로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후렴구를 포함하여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며 전체 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파랑새"는 전체의 1/2에 해당하고, 외톨이야는 전체의 2/5에 해당하므로 "외톨이야"는 "파랑새"를 표절하여 원고들의 음악저작권 중 저작인격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원고들이 입은 손해로서 위자료 5,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본건 소를 제기하였다. 2. 대상판결의 내용 대상판결은 후렴구 첫째 마디와 둘째 마디의 각 동형진행부분로 나누어 표절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고 있는바, 우선, ① 후렴구 첫째 마디 및 이와 동형진행부분과 관련하여,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이 사건 노래부분과 그 대비부분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아울러, ② 후렴구 둘째 마디와 동형진행부분에 대하여도, i) 원고들이 작곡한 이 사건 노래부분 중 후렴구 둘째마디 및 이와 동형진행부분은 선행저작물들에 이미 표현되어 널리 알려진 관용적인 표현에 해당하며, 원고들의 위 노래부분과 같은 음악적 표현이 선행저작물들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점, ii) 원고들은 대중매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소위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인 점을 종합하여, 피고들이 원고들의 노래에 의거하여 이 사건 대비부분을 작곡하였다고 할 수도 어렵다고 판단함으로써, "외톨이야"가 "파랑새"의 표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판결을 선고하였다. 3. 대상판결의 법률적 쟁점에 대한 판단 가. 음악저작물의 표절 판단에 대한 일반적 기준 음악저작물은 일반적으로 가락(melody), 리듬(rhythm), 화성(chord)의 3가지 요소로 구성되고, 이 세 가지 요소들이 일정한 질서에 따라 선택·배열됨으로써 음악적 구조를 이루게 된다. 그리하여, 음악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의 침해가 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① 피고가 원고의 창작적 표현을 복제하였을 것(창작성 복제), ② 피고가 원고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이를 이용하였을 것(의거관계), ③ 원고의 저작물과 피고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을 것(실질적 유사성)의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해당 음악저작물을 향유하는 수요자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음악저작물의 표현에 있어서 가장 구체적이고 독창적인 형태로 표현되는 가락을 중심으로 하여 대비 부분의 리듬, 화성, 박자, 템포 등의 요소도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각 대비 부분이 해당 음악저작물에서 차지하는 질적, 양적 정도를 감안하여 실질적 유사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나. 창작물의 복제 음악저작물에 있어서 저작권의 침해, 즉 "표절"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침해자가 저작자의 창작적인 표현을 부당하게 이용하여 실질적으로 같거나 유사한 복제물을 작성하는 것을 말하며(저작권법 제2조 제1, 2호).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창작물의 기준으로는, 저작자 자신의 작품으로서 남의 것을 베낀 것이 아니라는 것과 수준이 높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가치가 있는 정도로 최소한도의 "창작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다46259 판결). 결국, "파랑새"의 이 사건 노래분에 창작성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쟁점인바, 이 사건 노래부분과 이 사건 대비부분은 서로 가락이 동일하고 빠르기도 유사하나, 원고가 "파랑새"를 발표하기 이전의 선행 음악저작물로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컨츄리꼬꼬의"오!가니"(최준영 작곡 2000. 6. 발표)와 박상민의 "지중해"(유해준 작곡, 2002. 2. 발표)에도 유사한 가락이 표현되어 있는 것으로 인정되었다. 그러므로, "파랑새"와 선행저작물인 "지중해"는 음계가 동일하고, 빠르기, 음조가 다르더라도 음악에 있어서 빠르기는 리듬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에 불과하며 그 빠르기에 대하여 원고에게 창작적인 지위를 부여할 수도 없다는 대상판결의 창작성 부존재 판단은 일응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빠르기나 음조와 관련된 창작성을 일률적으로 부인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는 음악전문가의 감정 등을 통하여 추후 논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 의거관계 국내 유일하게 표절을 인정한 사례(수원지방법원 2006. 10. 26.선고2006가합8583판결)인 이른바, "MC몽 vs 강현민(러브홀릭)"사건(이하, "MC몽 판결")에 의하면, 원고(강현민)의 곡"It's You"(그룹 The The)는 1998년에 공표되었고 피고의 곡(MC몽 '너에게 쓰는 편지')은 2004년에 공표된 점, 원고의 곡을 타이틀곡으로 하여 제작된 앨범이 10만장 이상 판매되어, TV, 라디오 등을 통하여 널리 방송되었으며 상업 광고의 배경음악으로도 사용되었던 사정 등을 종합하여, 피고의 곡은 원고의 저작물에 의거한 것이라 추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본건의 경우, 홍대 인디음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원고가 이 사건 표절 논란으로 언론에 등장하기 전까지는 대중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무명밴드였다는 점이 입증된 이상, 피고들은 '외톨이야'를 작곡할 당시 원고들의 '파랑새'를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대상 판결의 판단은 설득력이 있으며, 원고의 반증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라. 실질적 유사성 각 곡을 대비하여 유사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해당 음악저작물을 향유하는 수요자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음악저작물의 표현에 있어서 가장 구체적이고 독창적인 형태로 표현되는 가락을 중심으로 하여 대비 부분의 리듬, 화성, 박자, 템포 등의 요소도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각 대비 부분이 해당 음악저작물에서 차지하는 질적·양적 정도를 감안하여 실질적 유사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바, 위 MC몽 판결에 의하면, i) 문제된 1, 2소절은 각 음의 구성이 완전히 동일하고, 3, 4, 5, 6, 7소절은 서로 유사한 음의 구성으로 되어 있으며, 그 장단도 유사하여 전체적인 가락의 유사성이 인정되고, ii) 각 대비부분 8마디의 화성 진행을 대비하면 1소절, 2소절 앞부분, 3소절 뒷부분, 4소절 뒷부분, 5소절 뒷부분, 6소절 앞부분은 동일한 화성으로 구성되어 있고, 2소절 뒷부분, 5소절 앞부분, 6소절 뒷부분, 7소절 전체, 8소절 앞부분은 유사한 화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iii) 나아가 실제 가창되는 각 곡의 대비 부분의 박자, 템포, 분위기도 유사하다는 점이 인정되었다. 또한, 문제가 된 소절은 총 8소절로 각 곡 중의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각 곡의 후렴구로서 여러 차례 반복되고 있어 각 곡의 전체 연주시간에서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핵심적인 부분이 여러 차례 반복됨으로써 청중이 전체 곡을 감상할 때 그 곡으로부터 받는 전체적인 느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이유로 표절을 인정하였다. 반면, 본건의 경우, i) 이 사건 노래부분과 이 사건 대비부분은 그 가락이 전혀 일치하지 아니한 사실, ii) 두 곡 전체를 화성(코드)의 측면에서 비교해 보아도 1절 24마디 중 4마디의 코드가 동일 또는 유사할 뿐이고, "파랑새"는 한 마디에 두개의 화성이 진행되고 "외톨이야"는 대부분 한 마디가 하나의 화성으로 이루어져 구성이나 진행방식이 서로 다른 사실, iii) 원고들의 "파랑새" 후렴구가 "Dm-C-Bb-C-Bb-Am-Bb-C"의 구성을 가지는데 반하여 피고들의 "외톨이야" 후렴구는 "Dm-Dm-Bb-Bb-C-C-F-A'"의 구성을 가지고 있어 한마디 정도의 화성만 동일한 사실, iv) "파랑새"가 ♩=102, "외톨이야"는 ♩=105로서 비슷한 빠르기를 가지고 있으나, "파랑새"는 16비트의 기본 리듬을 가지는데 반하여 "외톨이야"는 24비트를 기본리듬으로 삼고 있다는 차이를 인정하고 있다. 결국, 실질적인 유사성의 판단에 있어, 음악에 대한 단순한 느낌에 상당 부분 의존하기 보다는 음악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분석을 통하여 표절 여부를 판단한 대상판결의 판단은 쉽게 뒤집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4. 결론 음악저작물의 표절 여부는 음악의 요소인 멜로디, 화음, 리듬을 분석하여 이루어지므로 전문적인 판단이 어렵다. 그런데, 표절을 부정하는 법원의 판결이 선고되더라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해당 곡을 표절로 낙인을 찍어 버리므로 그에 따른 작곡가와 가수에게 미치는 피해가 오랜 기간에 걸쳐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대중음악의 경우, 대중의 기호가 한정돼 있고 시대마다 유행이 있기 때문에 이에 민감한 대중음악 작곡가들의 창작에는 선택의 폭이 크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저작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표절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더 신중해야 하며, 법원의 판단 이전에, 음악전문가나 소비자로 구성된 중립적인 위원회, 또는 중재기관을 통하여 보편타당한 판단을 우선적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 표절 시비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2011-07-04
건축신고반려행위의 법적 성질
Ⅰ. 사실의 개요 1. 원고는 청주시 상당구 월오동 임야 8,752㎡ 중 500㎡(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의 지상에 건축면적과 연면적을 각 95.13㎡로 하는 1층 단독주택을 신축할 계획으로, 2006.5.19. 경 피고(청주시 상당구청장)에게 이 사건 토지를 대지로 형질변경하여 위 건축을 하겠다는 내용의 개발행위허가신청 및 건축신고를 하였다. 2. 피고는 2006.6.23. '이 사건 토지에 접하는 진입도로가 녹지를 가로지르는 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38조 제1항,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43조, 도시공원 및 녹지의 점용허가에 관한 지침 규정에 의거 건축법상 진입로를 위한 완충녹지점용이 불가하므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8조 및 건축법 제33조의 규정에 의거 진입도로가 미확보되어 개발행위허가 및 건축신고가 불가하다'는 이유로 위 신청 등을 불허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Ⅱ.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이 사건 토지로 연결되는 진입로가 이미 개설되어 있으므로 진입로 미확보를 이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피고 관련법령 및 도시공원·녹지의 점용허가에 관한 지침에 의하면 녹지점용허가기준에 관하여 건축법상 도로로 사용하기 위하여 점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녹지점용을 허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원고로서는 이 사건 진입도로를 이용하기 위한 녹지점용허가를 받을 수 없는 것이 명백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Ⅲ. 제1심판결(청주지법 2007.7.11, 2006구합1611) 요지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주된 근거로 삼은 도시공원·녹지의 점용허가에 대한 지침 제4조를 보더라도, 녹지를 가로지르는 진입도로에 대하여는 '건축법상 도로'로 사용하기 위한 경우나 이면도로가 개설된 경우 등을 제외하고 일정한 요건 하에 그 점용을 허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원고는 이 사건 진입도로를 이 사건 토지에 이르는 진입로로 이용하고자 하는 것에 불과하고 도로를 개설하고자 하는 것이 아님이 명백하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진입도로에 관하여 녹지점용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Ⅳ. 원심판결(대전고법 2007.12.6, 2007누1536) 요지 제1심 판결은 정당하고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Ⅴ. 상고심판결(2008두167) 요지 1. 직권으로 본다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그리고 법치행정의 원리와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2. 건축주 등은 신고제하에서도 건축신고가 반려될 경우 당해 건축물의 건축을 개시하면 시정명령, 이행강제금, 벌금의 대상이 되거나 당해 건축물을 사용하여 행할 행위의 허가가 거부될 우려가 있어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건축신고 반려행위가 이루어진 단계에서 당사자로 하여금 반려행위의 적법성을 다투어 그 법적 불안을 해소한 다음 건축행위에 나아가도록 함으로써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에서 미리 벗어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위법한 건축물의 양산과 그 철거를 둘러싼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 그러므로 건축신고 반려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Ⅵ. 평 석 1. 판결의 긍정적 측면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건축신고반려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으로서의 처분"으로 인정하였다. 만시지탄이 있으나, 올바른 판단이다(상세는 김남진, "건축신고반려조치의 법적 성질", 법률신문 2000.12.28. 등 참조). 다른 학자가 본 판례에 대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으로 평한 것에 동조하는 바이다(김중권, 법률신문 2010. 12. 6. 참조). 대법원은 종래에 [건축신고의 반려행위 또는 수리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아니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소는 부적법하다]는 취지의 판결(대법원 1967.9.19. 선고 67누71 판결, 대법원 1995.3.14. 선고 94누9962 판결, 대법원 1997.4.25. 선고 97누3187 판결, 대법원 1998.9.22. 선고 98두10189 판결, 대법원 1999.10.22. 선고 98두18435 판결, 대법원 2000.9.5. 선고 99두8800 판결 등)을 하였던 것인데, 본 판결(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의 견해와 저촉되는 범위에서 모두 변경되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2. 판결의 부정적 측면 본 사건에서 문제된 "건축신고반려행위"는 신고를 통해 초래된 건축금지해제의 효과를 배제하는, 혹은 거부하는 "행정청의 개별 구체적 규율"로서의 행정행위 또는 처분에 해당함이 분명하다(이에 관한 상세는 김남진/김연태, 행정법Ⅰ, 제14판, 186면이하 참조). 다른 학자가 이 사건에서의 신고반려행위를 禁止下命으로 보고 있음도 같은 취지이다(김중권, 전게 판례평석 참조). 행정소송법(및 행정심판법)은 "처분"에 대하여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제2조 제1항 2호)으로 정의해 놓고 있다. 본 사건에서의 "건축신고반려행위"가 "처분"에 해당함은 위 실정법규정 및 그에 대한 설명(김남진/김연태, 전게서, 746면이하 참조)에 비추어 볼 때,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도, 대법원이 "건축신고반려행위의 처분성"을 설명하는데 불필요한 長廣舌을 늘어놓고 있음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아울러, 김남진, "대법원의 처분개념에 대한 의문", 법률신문 1999.12.13. 참조) 3. 확인적 "공법상 당사자소송"의 활용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그 "신고반려행위의 처분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건축신고 반려행위가 이루어진 단계에서 당사자로 하여금 반려행위의 적법성을 다투어 그 법적 불안을 해소한 다음 건축행위에 나아가도록 함으로써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에서 미리 벗어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위법한 건축물의 양산과 그 철거를 둘러싼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라고도 부연 설명해 놓고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설명은 "항고소송의 대상적격(처분성)"을 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확인소송에 있어서의 확인의 이익 내지 원고적격"에 관하여 논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기에, 이 기회에 "확인소송으로서의 공법상 당사자소송"의 활용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행정소송과 관련하여 항고소송(특히 취소소송)에만 메달리지 말고, - 특히 처분성이 명확하지 않은 행정작용에 대하여도 - "공법상의 당사자소송(특히 확인소송)을 활용함으로써 국민의 구제의 길을 넓히자고 하는 것이다(이에 관한 상세는 김남진, "처분성확대론과 당사자소송활용론", 고시연구, 2005.3; 同人, "행정상 확인소송의 가능성과 활용범위", 고시연구, 2005.5. 참조) 아울러 이 문제에 대한 다른 학자의 보다 깊은 연구(김현준, "처분성없는 행정작용에 대한 행정소송으로서의 확인소송", 공법연구 제37집 제3호, 2009. 2)를 참조할 것을 적극 권하는 바이다.
2011-02-10
申告制와 관련한 코페르니쿠스적 轉換에 관한 小考
Ⅰ.대상판결의 요지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연성, 그리고 법치행정의 원리와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구 건축법(2008.3.21. 법률 제897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관련 규정의 내용 및 취지에 의하면, 건축주 등으로서는 신고제 하에서도 건축신고가 반려될 경우 당해 건축물의 건축을 개시하면 시정명령, 이행강제금, 벌금의 대상이 되거나 당해 건축물을 사용하여 행할 행위의 허가가 거부될 우려가 있어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건축신고 반려행위가 이루어진 단계에서 당사자로 하여금 반려행위의 적법성을 다투어 그 법적 불안을 해소한 다음 건축행위에 나아가도록 함으로써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에서 미리 벗어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위법한 건축물의 양산과 그 철거를 둘러싼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건축신고 반려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Ⅱ. 기존의 스테레오타입의 終焉의 始作 이상의 전원합의체판결은 그와 다른 취지의 기왕의 판례(대법원 1967.9.19. 선고 67누71 판결, 대법원 1995.3.14. 선고 94누9962 판결, 대법원 1997.4.25. 선고 97누3187 판결, 대법원 1998.9.22. 선고 98두10189 판결, 대법원 1999.10.22. 선고 98두18435 판결, 대법원 2000.9.5. 선고 99두8800 판결 등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판결)를 모두 변경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로써 이제까지 스테레오타입일 정도로 견지하여 온 건축신고반려(수리거부)의 비처분성 및 무의미성은 마침내 終焉을 고하게 되었다. 평소 현하의 申告制를 행정법도그마틱으로선 새로운 어려움인 新苦制로 여겨 기왕을 틀(자기완결적 신고, 수리를 요하는 신고)을 타개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여 온 필자로선(졸저, 행정법기본연구Ⅰ, 2008, 109면 이하; 졸고, 행정법상의 신고와 통보, 조해현(편집대표) 행정소송(I), 2008, 683면 이하), -대상판결의 전체 맥락에 대한 매우 한정된 이해를 전제하긴 해도- 법원의 이 같은 태도변화를 적극 환영하고, 신고에 관한 행정법도그마틱에서 새로운 지평이 열린 것으로 판단한다. 이하에선 대상판결의 의의 및 앞으로의 바람을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Ⅲ.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의 인정근거의 상실 이제까지 대표적인 '자기완결적 신고'로 여겨왔던 건축신고의 경우 행정청의 수리는 물론 수리거부 역시 처분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적법한 신고를 한 이상 수리여하에 상관없이 신고대상행위를 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이런 논증을 취하여 온 기왕의 판례(변경대상인 판례)와는 달리, 신고반려의 처분성을 인정하였다. 이제 대상판결로 인해 건축신고인으로선 건축신고반려가 내려지면 금지하명으로서의 그것을 먼저 다투어야지 그것을 무시하고 나아갈 수 없게 되었다. 이로써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는 그 인정근거를 상실하게 되었다. 신고의 의제효과를 집중효로 이해하여 건축신고를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설정하여 그 신고수리거부를 거부처분으로 본 하급심(서울고법 2009.12.30. 선고 2009누11975 판결; 서울행정법원 2009.4.9. 선고 2009구합1693 판결: 이들의 문제점에 관해선 졸고, 建築申告의 許可擬制效果에 관한 小考, 법률신문 제3837호(2010.5.3.))과 비교하면, 대상판결이 반려에 따른 즉, 반려를 무시하고 신고대상행위를 행한 경우에 예상된 법효과를 논증하면서 그것의 처분성을 인정한 점은 호평할 만하다. 나아가 대상판결이 반려에 대해 거부처분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점은 매우 돋보이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만약 거부처분이란 표현을 하였으면 신고수리 자체가 의당 처분에 해당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반려의 본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기에, 자칫 이를 기화로 건축신고를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오해할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반려위반에 따른 법효과의 결부는, 여기서의 반려가 다름 아닌 신고대상행위에 대한 禁止下命에 해당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여기서의 반려를 -수리를 요하는 신고를 전제로 한- 거부처분으로 인식하여선 아니 된다(다만 여기서 건축신고가 수리된 경우는 건축법상의 허가의제효과로 인해 의제된 건축허가가 다툼의 대상이 됨을 유의하여야 한다. 졸고, 건축허가의제적 건축신고와 일반적인 건축신고의 차이점에 관한 소고, 판례월보 2001.5., 13면 이하 참조). Ⅳ. 신고제에서의 행정청의 심사문제 종래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에선 -적법한 신고를 한 이상- 반려(수리거부)는 아무런 법적 의미를 갖지 않으며, 반려에 상관없이 신고대상행위를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에선 행정청의 심사자체를 상정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런데 신고의 적법성은 신고에 대한 행정청의 대응 그 자체에 대한 판단근거이지 그것의 요부에 대한 판단근거는 아니다. 그리고 신고의 적법성은 신고자가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전적으로 행정청과 (궁극적으론) 법원이 확인할 문제이다. 비록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라 하더라도, 그것을 공법관계의 형성을 개인에게 전적으로 맡긴다는 의미에서 이해하여선 아니 된다. 그렇게 신고제를 이해하면, 행정이 자기임무를 방기하는 것을 조장할 수 있다. 행정이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신고제·민간화란 이름으로 슬그머니 포기함으로써, 그에 따른 법·행정의 공백은 고스란히 민간상호간의 다툼에 내맡겨진다. 그리하여 필자는 신고제를 행정청의 심사배제로 이해하여선 아니 된다고 주장하였다. 대상판결은 위법한 건축물의 양산이란 측면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건축신고에서의 행정청의 심사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사실 반려의 처분성인정은 신고에 대한 행정청의 심사가능성을 전제로 한 것이다. 한편 현행 건축법은 건축허가에 대해 다른 허가나 신고의 효과가 의제되도록 하고 있는 동법 제11조 제5항이 건축신고에 대해서도 준용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의제되는 사항의 소관 행정기관의 장과의 협의를 규정한 동법 제11조 제6항 역시 당연히 건축신고의 경우에도 준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건축신고자는 동법 제11조제5항 각 호에 따라 의제되는 허가 등을 받거나 신고를 하기 위하여 해당법령에서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신청서 및 구비서류를 제출하여야 한다(동법 시행규칙 제12조 제1항). 사정이 이럴진대, 건축신고의 경우에 행정청의 심사가 허용되지 않는다든지 그 심사가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는다든지 하는 것은 법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다. 건축신고에서 행정청의 심사를 긍정하지 않고선, 건축법제의 이런 매커니즘을 제대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Ⅴ. 맺으면서-申告制에 관한 拔本的 改革 건축신고가 기본적으로 허가대상건축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증명하듯이, 건축신고는 물론 신고제 자체는 기본적으로 허가제를 代替한 개시통제의 수단이다. 사실 기왕의 신고제의 틀-자기완결적 신고와 수리를 요하는 신고-은 신고제가 허가제의 대체적 의의를 지님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사인의 공법행위에 관한 논의와 -이제는 그 존재이유가 의심스러운- 이른바 '준법률행위적 행정행위'로 일컫는 '수리'에 관한 논의를 도식적으로 대입한 것에 불과하다. 요컨대 허가제에 대비된 -절차적 민간화에 해당하는- 신고제의 본질은, 행정법관계의 형성에서 행정은 일단 뒤로 빠지고 私人에게 먼저 이니셔티브(私人主導)를 인정한 것이다. 만약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처럼- 수리 그 자체가 관련 법관계의 형성을 좌우한다면, 그것은 본연의 신고제가 아니라, 변형된 허가제이다. 물론 수리거부에 해당하는 반려만은 금지하명으로서의 의의를 갖는다. 이제까지 신고제에서 수리와 반려(수리거부)를 연계시켜 접근한 패캐이지 논증이 신고제 誤導의 초기조건이었다. 요컨대 신고제의 유형을 (예방적) 금지해제적 신고와 정보제공적 신고로 나누는 것이 그것의 본연의 모습에 부합한다. 건축신고가 신고제의 대표인 점에서 대상판결은 신고제에 관한 패러다임의 교체를 시사한다. 대상판결은 신고제에 관한 拔本的 改革의 시발이다. 다른 영역에서의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에 대해서도 대상판결과 같이 향상된 인식이 반영되어야 한다. 나아가 이제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가 설 자리를 상실한 이상, 다음 수순은 典據가 의심스러운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를 하루바삐 修理하는 것이다. 申告制改革의 바람이 서래골에서 불어오길 仰望한다.
2010-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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