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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관한 소송관계
1. 사안의 개요와 소송의 경과 A는 X토지에서 관광지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피고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는 X토지 지상에 Y건물을 설치하였다. A는 원고에게 X토지를 양도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고,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Y건물의 철거 및 X토지의 인도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 소송계속 중 원고는 원고 승계참가인 B에게 X토지를 양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후 소송탈퇴하였고, B는 승계참가를 신청한 후 다시 X토지를 원고 재승계참가인 C에게 양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C는 승계참가를 신청하였고, B는 C의 권리승계 여부를 다투지 않으면서도 소송탈퇴, 소 취하 등을 하지 않았다. 제1심 법원은 C의 청구에 대하여 인용하면서 B의 청구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한편, 항소심 법원은 C의 청구 부분에 대하여는 제1심 법원의 판단을 유지하였고, B의 항소는 항소장에 항소취지를 밝히지 않아 부적법한 방식으로 제기된 것이고 제1심 판결이 B의 청구에 대하여 판단하지 않아 불복의 대상이 되는 재판이 없이 항소가 제기된 것이므로 부적법하다고 하면서 B의 항소를 각하하였다. 2. 연구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소송이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동안에 제3자가 소송목적인 권리의 전부나 일부를 승계하였다고 주장하며 민사소송법 제81조(이하 민사소송법의 조항을 인용할 때는 조항만을 표시함)에 따라 소송에 참가한 경우, 피승계인이 승계참가인의 승계 여부에 대하여 다투지 않으면서도 소송탈퇴, 소 취하 등을 하지 않거나 이에 대하여 피고가 부동의하여 피승계인이 소송에 남아 있다면 승계로 인해 중첩된 피승계인과 승계참가인의 청구 사이에는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제67조가 적용된다는 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2다46170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을 근거로 하여, B의 항소를 각하한 원심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하면서 이 부분에 관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제437조에 따라 자판하여 B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3. 문제의 제기 연구대상판결(이하 “대상판결”)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지 않았더라도 B의 청구에 대한 판단과 C의 청구에 대한 판단이 내용상 모순·저촉되는 결과가 발생할 여지는 없었다. 대상판결의 사안과는 달리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의 사안에서는 피승계인의 청구에 대한 제1심 판결과 승계참가인의 청구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서로 내용상 모순·저촉되는 상황이었다. 대상판결과 같이 판결이 모순·저촉되지 않은 상황을 포함한 모든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의 법리를 일반화하여 적용할 수 있는지,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의 법리를 일반화하는 것이 어떠한 근거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 논의한다. 4.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 이전의 대법원 판례 2019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의 대법원 1965. 3. 16. 선고 64다1691, 1692 판결은 참가승계를 독립적인 소송승계참가로 보지 않고 독립당사자참가와 동일하다고 보았다가, 대법원 1969. 12. 9. 선고 69다1578 판결 이후 대법원은 참가승계는 독립당사자참가와는 소송구조상 차이가 있다고 하면서 피승계인의 청구와 승계참가인의 청구를 통상의 공동소송으로 보았다. 5. 학설 2019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된 이후 현재 시점에서 이 쟁점에 관하여 대립되는 견해는 다음과 같다. 피승계인이 승계의 효력을 다투어 피승계인이 권리자이냐 승계참가인이 권리자이냐의 양립되지 않는 권리자의 문제가 쟁점이 되면 권리자 합일확정이 요구되는 독립당사자참가소송의 형태가 되므로 제79조를 적용하여야 하고 피승계인이 승계의 효력을 다투지 않는 경우에는 피승계인과 승계참가인 간에는 통상의 공동소송이 된다는 견해, 2002년 민사소송법 개정 이후 독립당사자참가에서 편면참가가 가능하고 예비적 공동소송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피승계인이 권리승계여부를 다투지 않는 승계참가인과 피승계인의 관계를 통상의 공동소송으로 볼 필요가 없게 되었으므로 계쟁목적물의 양수인은 양도인과 관계없이 독립당사자참가소송의 편면참가에 의하여 피고에게 계쟁목적물에 관한 권리를 청구할 수 있게 되어 제79조 제2항이나 제70조 제1항에 의하여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특별규정인 제67조가 준용되고 참가승계는 예비적 공동소송이나 독립당사자참가 중 한 가지 형태라는 견해, 피승계인이 승계의 효력을 다투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원고, 피고, 승계참가인 사이에 삼면소송관계가 성립되어 제67조가 준용되므로 이들 사이의 소송관계는 합일확정이 요구되는 필수적 공동소송이 된다는 견해, 제81조를 소송승계론에 입각하여 설명하는 기존의 전통적인 견해에 대하여 비판하면서 제81조는 독립당사자참가가 소송물의 양도를 이유로 하는 경우에 소 제기로 인한 시효중단 등의 효력발생시기에 관한 일반원칙에 대한 예외를 규정하는 의미가 있을 뿐이고 권리승계형 승계참가를 포함한 참가승계는 제79조에서 규정한 독립당사자참가의 일종이라는 견해 등이 있다. 6. 검토 제81조는 독립당사자참가소송 또는 예비적 공동소송과는 별개의 조문으로 규정되어 있고, 학설상 소송승계론에 입각하여 권리승계형 참가승계를 해석하고 있으므로 권리승계형 참가승계는 독립당사자참가소송 또는 예비적 공동소송과는 전혀 다른 독자적인 소송형태이다. 그런데 권리승계형 참가승계를 규정한 제81조에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제67조를 적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즉, 제81조는 그 문언해석상 승계참가의 절차를 독립당사자참가신청의 절차에 의하도록 하는 참가승계의 절차와 방식에 관한 규정일 뿐이고, 제79조 제2항에서 제67조를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도 권리승계형 참가승계를 규정한 제81조에는 제79조 제2항을 준용하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으므로 제67조가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적용될 수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논리에 의하면 권리승계형 참가소송은 독립당사자참가소송이나 예비적 공동소송과는 다른 독자적인 소송형태이고, 제81조에 제79조 제2항 또는 제67조를 준용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으므로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제67조를 준용하는 것은 법률의 해석범주를 일탈하였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참고로 참가승계를 규정한 일본민사소송법 제51조는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하여 규정한 일본민사소송법 제40조를 준용하는 독립당사자참가에 관한 일본민사소송법 제47조를 명시적으로 준용한다. 그러나 어떠한 소송절차의 본질이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민사소송법의 규정을 문언 그대로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은 법해석론상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가령 제82조 제1항은 인수승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은 피승계인의 소송탈퇴와 탈퇴한 피승계인에 대한 판결의 효력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참가승계를 규정한 제81조에는 제82조 제3항과 같은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통설과 판례는 참가승계의 경우에도 피승계인의 소송탈퇴가 가능하고 탈퇴한 피승계인에게 판결의 효력이 미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해석이 가능한 것은 변론종결 전 권리승계가 있는 경우, 승계인이 제81조에 따라 승계참가를 하는 것과 피승계인이 승계인으로 하여금 제82조에 따라 소송을 인수하게 하는 것은 누가 주도적으로 승계절차를 취하는가, 어떤 형식의 절차를 취하는가의 차이만 있을 뿐이고 권리승계에 의한 소송승계라는 점에서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81조를 ‘제79조의 규정에 따라 승계참가인이 피승계인에 대하여 소송에 참가한다.’라는 내용으로 해석하여 단지 독립당사자참가신청의 절차와 방식에만 한정한 독립당사자참가에 관한 규정이 승계참가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제79조 제2항에서 준용하는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제67조 또한 승계참가에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독일민사소송법 제265조는 소송계속 중 소송물을 양도할 수 있고 종전의 당사자가 여전히 승계인을 위하여 소송을 수행할 권한을 가지게 되고 그 판결의 효력도 승계인에게 미치도록 하는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는 당사자항정주의를 취한 것이다. 비교법적인 관점에서 볼 때 피승계인이 소송에 잔류하고 있는 상황은 결국 피승계인과 승계참가인 사이에는 서로 모순·저촉되는 내용의 판결이 나와서는 안 되는 일종의 당위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당위성이라는 개념은 권리승계형 참가승계라는 독자적 소송형태에서 합일확정의 필요성을 도출하는 근거가 될 수 있고, 이는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전면적으로 제67조를 준용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본다.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있어서 피승계인과 승계참가인이 같은 소송에서 병존하고 있는 경우에 제67조를 적용하여야 한다는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의 판례법리는 피승계인의 승계참가인의 권리승계 여부에 대한 다툼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대하여 일반화하여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대상판결의 결론과 그 근거는 타당하다. 김창규 변호사(서울회)
필수적공동소송
합일확정
소취하
승계참가
소송탈퇴
김창규 변호사(서울회)
2023-09-03
민사일반
준거법의 범위와 준거법의 합의가 주요사실인지 여부
- 대상판결: 대법원 2016.3.24. 선고 2013다81514 판결 - I. 대상판결의 요지 당사자자치의 원칙에 비추어 계약 당사자는 어느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거나 그중 특정 조항이 당해 계약에 적용된다는 합의를 할 수 있고 그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소송절차에서 비로소 당해 사건에 적용할 규범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가 일치하는 의견을 진술하였다고 해서 이를 준거법 등에 관한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II. 국제협약이 준거법의 합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 1. 쟁점 대상판결에서는 계약의 당사자가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는 합의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서는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특정 국가의 법’에 한정되는지 아니면 상인법(lex mercatoria 또는 law merchant)과 같은 국제적 관습, UNIDROIT 국제상사계약규칙(UNIDROIT Principles of International Commercial Contracts 1980)과 같은 법원칙 또는 국제물품매매협약(UN Convention on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과 같은 국제협약 등 비국가적 규범도 포함되는지 문제된다. 2. 논의의 실효성 비국가적 규범이 준거법으로서 지정될 수 있다면 이는 ‘저촉법적 지정’이 되지만, 만일 준거법으로서 지정될 수 없다면 당사자의 합의는 그러한 비국적 규범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실질법적 지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저촉법적 지정은 준거법의 지정이므로 법정지의 단순한 강행규정의 적용은 배제되고 국제적 강행규정만이 적용된다. 그러나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규범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것에 불과하므로 법정지의 단순한 강행규정의 경우에도 적용이 배제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저촉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계약이 체결된 후에 법이 개정되었다면 개정된 법이 적용되지만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개정되기 전의 법이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된 것으로 봐야 하므로 그 적용이 배제된다. 또한 저촉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법원이 규범의 내용을 직권으로 조사해야 하지만,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편입된 법규가 계약의 내용이 되므로 당사자가 편입된 법규의 내용에 대하여 주장하고 증명할 책임을 부담한다. 3.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준거법은 특정국가의 법에 한정된다고 본다. 국제사법의 전반에서 언급하고 있는 ‘법’의 전통적 그리고 사회적 의미는 특정국가의 법이고, 제5조에서 ‘법원은 이 법에 의하여 지정된 외국법’이라고 규정하고 제7조나 제33조 등에서 ‘대한민국법’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를 종합하여 보면 준거법은 외국법이거나 대한민국법으로서 특정국가의 법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준거법의 분열의 한계와 관련하여서 문제가 발생한다. ‘준거법의 분열’이란 하나의 법률관계의 실체적 내용에 대하여 여러 국가의 법이 적용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국제사법 제25조 제2항에서는 “당사자는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도 준거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준거법의 분열을 허용하고 있다. 대법원 2016.6.23. 선고 2015다5194 판결에서는 당사자가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만 준거법을 선택한 경우, 선택된 준거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영역에 대하여는 국제사법의 규정에 따라 지정된 소위 객관적 준거법이 적용된다고 보고 있으므로, 비국가적 규범만을 준거법으로 지정하고 있거나 비국가적 규범과 특정국가의 법을 모두 지정하는 경우 모두 준거법의 분열이 발생한다. 그러나 준거법의 분열이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법의 내용에 차이가 있고, 한 국가의 국내법은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하나의 사안에 대하여 여러 국가의 법이 동시에 적용되면 적용되는 법률 사이에 모순이 발생하거나, 생소한 다른 국가의 제도를 국내의 제도에 맞춰야 하는 복잡한 적응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지정된 복수의 준거법이 적용되는 부분이 다른 부분과 분리가능하여 상호 모순저촉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한계 내에서만 준거법의 분열이 허용된다. 그런데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위와 같은 한계를 완전히 무시하고서 준거법의 분열을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부당하다. 대상판결에서 국제협약이 준거법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보건대, 위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깊은 고려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하는 저촉법적 지정은 할 수 없다고 본다. 참고로 우리의 국제사법의 바탕이 된 유럽공동체(EC)의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협약’(‘로마협약’) 에서는 당사자가 준거법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특정 국가의 법이라고 해석되어 왔다. 그런데 위 로마협약을 개정한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규칙’을 제정되는 과정에서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준거법은 특정 국가의 법으로부터만 도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아니하였다. III. 준거법의 합의가 주요사실인지 여부 1. 쟁점 대상판결에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주요사실에 대하여만 변론주의가 적용되어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는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여 그러한 사실이 주요사실이란 점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대상판결과 같이 준거법의 합의를 주요사실로 본다면 당사자가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주장 및 증명해야 비로소 법원이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을 뿐이고, 당사자의 주장이 없는 한 법원이 직권으로 준거법의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 2.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1) 주요사실의 의미에 따른 비판 주요사실이라 함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실체법상의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말한다(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다카1489 전원합의체 판결). 즉 권리와 의무의 발생, 변경, 소멸이라는 실체법적 효력을 가져오는 요건사실이 주요사실에 해당한다. 국제사법을 소송법으로 분류하는 견해도 있지만 ‘절차법-실체법’과 ‘저촉법-실질법’이 대비되고 있는 바와 같이, 저촉법인 국제사법은 ‘법선택을 위한 법’으로서 절차법과 실체법의 구분과 그 영역을 달리한다(석광현, ‘국제사법 해설’, 법문사, 2013, 4쪽). 그런데 국제사법을 소송법으로 보던지 저촉법으로 보던지 상관없이 국제사법이 실체법이 아니란 점은 명백하므로 국제사법 제25조에 따른 준거법의 지정의 합의를 주요사실로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2) 적용될 법률의 발견은 법원의 전권사항 국제사법은 법선택을 위한 법으로서 국제적 분쟁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으로서는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이를 당연히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사법에 따르면 계약에 적용되는 준거법은, 1차적으로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지정한 국가의 법이 되고(제25조 제1항), 이러한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2차적으로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이 된다(제26조). 따라서 법원은 직권으로 계약의 1차적 준거법인 당사자의 합의의 존재를 조사해야 한다. 게다가 대상판결에서도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적용할 법률의 발견은 법원의 전권사항이고,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는 적용할 법률을 결정하는 합의이므로, 법원은 준거법의 합의의 존재를 조사하는데 있어서 당사자의 주장에 구속받지 아니한다. 덧붙여 대상판결은 당사자가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는 계약의 내용이 되고 계약의 내용은 주요사실이라는 이유로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를 주요사실로서 자백의 대상으로 본 듯하다. 그러나 당사자의 합의라고 하더라도 모두 주요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법원 판례에서는 소송상 합의인 부제소의 합의를 채권계약으로 보고 있으면서도(대법원 2004. 12. 23. 선고 2002다73821 판결), 이러한 부제소의 합의가 소송법적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이를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따라서 당사자의 합의라는 이유만으로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까지 주요사실로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IV. 결론 이상으로 대상판결과 달리, 사견에 따르면 국제협약을 포함한 비국가적 규범은 준거법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의 존재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서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한편 대상판결 중 문제된 판시내용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이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른 아쉬움이 있다. 적지 않은 국제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좀 더 많은 국제사법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국제협약
준거법
국제사법
2017-02-20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Ⅰ. 序 說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는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피고인의 진술과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단서가 본문이 규정한 증거능력의 요건을 완화한 것인지 아니면 강화한 것인지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즉 제312조 제1항 단서의 ‘그 피고인의 공판진술에 불구하고’의 의미가 가중요건인지 아니면 완화요건인지의 여부가 문제된다. 전자로 해석하는 견해는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엄격한 취지라고 이해한다. 반면에 후자로 해석하는 견해는 위 규정의 문언이나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대하여 특신정황을 전제로 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요건을 완화한 것으로 이해한다. Ⅱ. 제312조 제1항 本文과 但書의 關係(成立의 眞正과의 關係) 1. 學 說 (1) 완화설(제312조 제1항 단서를 본문에 대한 완화요건으로 보는 견해) 제312조 제1항의 문언이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피의자신문조서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면 성립의 진정이 부정되는 경우에도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단서의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를 본문의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더라도’로 해석한다. (2) 가중설(제312조 제1항 단서를 본문에 대한 가중요건으로 보는 견해) 제312조 제1항을 목적론적으로 해석하여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엄격히 한 것으로 보고,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지만 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기재내용을 부인하는 진술을 하더라도 성립의 진정과 특신상태(신용성의 정황적 보장)가 있는 경우에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단서의 ‘진술에 불구하고’를 ‘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도’(예컨대 피고인이 검찰자백을 부인하는 경우에도)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2. 判 例 대법원은 종래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서명?날인의 진정을 인정한 경우에는 검찰에서의 진술이 특히 임의로 되지 아니하여 신빙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의심할만한 사유가 없으면 증거능력이 있다?(대판 1983.6.14, 83도647; 대판 1984.9.11, 84도1379; 대판 1986.9.9, 86도1177; 대판 1987.9.8, 87도1507)거나,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그 조서에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하는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제3항 소정의 절차를 거친 바 없이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없는 한 원진술자의 진술내용대로 기재된 것이라고 추정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진술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다투더라도 그 조서의 간인,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시인하여 조서의 형식적인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한편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위 형사소송법 절차를 거친 바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만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라면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원진술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의하여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할 것이다?(대판 1984.6.26, 84도748; 대판 1986.3.25, 86도218; 대판 1992.6.23, 92도769; 대판 1994.1.25, 93도1747; 대판 1995.5.12, 95도484; 대판 2000.7.28, 2000도2617)라고 하여 形式的 眞正이 있으면 實質的 眞正을 推定하고 있으며,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진정성립을 인정하면 그 조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이 특히 임의로 되지 아니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는 한 증거능력이 있다?(대판 1992.2.28, 91도2337; 대판 1995.11.10, 95도2088; 대판 1996.6.14, 96도865)고 보면서, ?진술의 임의성이라는 것은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하는 사정이 없다는 것 즉 증거의 수집과정에 위법성이 없다는 것인데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하는 그와 같은 사정은 헌법이나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이례에 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진술의 임의성은 추정된다고 볼 것이다. ... 진술의 임의성에 관하여는 당해 조서의 형식, 내용(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진술을 녹취하고 작성완료후 그 내용을 읽어 주어 진술자가 오기나 증감?변경할 것이 없다는 확인을 한 다음 서명날인하는 등), 진술자의 신분, 사회적 지위, 학력, 지능정도, 진술자가 피고인이 아닌 경우에는 그 관계 기타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법원이 자유롭게 판정하면 되고 피고인 또는 검사에게 진술의 임의성에 관한 주장, 입증책임이 분배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 이는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 즉 특신상태에 관하여서도 동일하다?(대판 1983.3.8, 82도3248)라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조서의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實質的 眞正成立이 추정되고,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자백의 ‘任意性’이 추정되어 결국 특신상태까지도 인정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으나, 최근 대법원은 ?검사가 피의자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해 형식적 진정성립뿐만 아니라 실질적 진정성립까지 인정된 때에 한해 비로소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이같이 해석하는 것이 우리 형사소송법이 취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 및 구두변론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공판중심주의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을 인정해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거기에 기재된 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하여 그 실질적 진정성립을 다투더라도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2항과 3항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한 그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는 것으로 본 84도748판결 등 종전 대법원견해는 변경한다?라고 판시하면서, ?(병원원장) 최모씨와 (보험회사 직원) 오모씨가 제1심 법정에서 검사가 작성한 조서들의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의 기재들은 자신들의 진술과 달리 기재됐다고 진술했고, 피고인 주씨 역시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이들에 대한 검사의 조서들은 실질적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들 조서들에 관해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됨을 전제로 증거능력을 인정해 모두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대판(전합) 2004.12.16, 2002도537)고 하여 후자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법 제312조 본문의 의의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이른바 전문증거로서, 원칙적으로는 요증사실에 대한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자격 즉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나, 검사 또는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피의자신문조서)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참고인진술조서),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검증조서)는 그것이 위와 같은 전문증거임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조건아래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데 있으며, 위 단서는 검사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하여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1)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라는 점에서 피고인이 되지 아니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나 참고인진술조서, 검증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강화하고(성립의 진정이외에도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이어야 함), 2) 그것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라는 점에서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이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는, 그것이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것이라면, 성립이 진정함과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한,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여하에 불구하고,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것이다?(헌재결 1995.6.29, 93헌바45)라고 판시하여 명시적으로 성립의 진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의 대법원판례와는 달리 추정을 부정하고 있는 듯 하다. 3. 檢 討 이러한 견해의 대립은 실제문제로서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되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사례가 많음에 비추어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그런데 완화요건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엄격히 한 취지와 모순되며, 반면에 강화요건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사실상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곤란할 것이다. 생각건대 공판정의 조서의 증거능력을 쉽게 인정하면 공판중심주의를 형해화할 우려도 있으나, ⅰ) 피의자진술서의 경우에 형식적 진정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이 추정되며, 피의자진술서와 피의자신문조서가 공판정에 함께 제출된 경우에 전자의 경우는 제313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특신상태가 인정되면 증거능력이 부여됨에 반하여 후자의 경우는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면 특신상태의 유무와 관계없이 무조건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보는 것은 동일한 절차에서 작성된 조서에 대하여 차별을 두어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서류 자체에 대한 허위기재여부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며, 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면 영미법계에서는 조서작성자인 수사기관이 공판정에 직접 나와서 진술하면 증거능력이 인정되는데 반하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전문진술(제316조 제1항)에 해당하지만 판례가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고(대판 1974.3.12, 73도2123), ⅲ) 수사기관으로서의 검사제도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 한 공판중심주심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 검사들이 수사단계에서 중요한 사건 또는 다툼이 있거나 쟁점이 있는 사건의 경우 피의자나 참고인을 몇 시간씩 수차례에 걸쳐 직접 조사하면서 혐의에 대한 심증을 형성하듯이 법원도 가능하면 직접 공판정에서의 증언이나 진술을 통해 심증을 형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 수사서류의 증거능력을 무조건 부인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며, ⅳ) 재판 실무상 재판정에서의 위증이 거의 처벌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사단계에서의 위증을 처벌하는 영미법상의 사법방해죄와 같은 규정도 없으며,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은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정성립을 항상 부정할 것이므로 수사절차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더욱이 다른 사람의 사건에 관련되는 것을 싫어하는 한국인의 정서 및 피고인측의 협박 매수 등으로 위증이 성행하고 있는 현재의 재판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재판부는 미국과 달리 일반인이 아니라 전문적인 법관으로 구성되므로 일반인들이 증거가치를 잘못 판단할 것을 우려하여 조금이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증거를 처음부터 재판절차에 등장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전문법칙을 완화하여 해석할 필요성이 있고, ⅴ) 제310조의2는 전문법칙에 대한 일반조항으로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지만, 제311조에서 제316조는 전문법칙의 예외로서 적극적으로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제312조 제2항이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나 변호인’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증거능력판단의 주도권을 피고인측에 주는 반면, 제312조 제1항 단서는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고 하여 법원에 적극적으로 증거능력판단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실질적 진정을 부정한다고 하여 무조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법문에 반하여 사실상 증거능력판단의 권한이 법관으로부터 피고인에게 전이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ⅵ) 대법원은 재독학자 송두율씨 사건에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까지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상황에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실질적 진정을 부인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며, 증거능력을 완화하여 해석하는 것만이 피고인의 인권보장에 충실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뒤에 놓여있는 피해자의 권리는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절충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물론 피고인의 자백과 같은 인적 증거에 의한 수사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으로 비난하는 경우도 있으나, 물적 증거에 기한 과학수사의 원칙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범죄와 관련된 사람의 진술을 듣지 아니하고는 정확한 진상을 파악할 수 없는 사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인적 증거의 확보방법은 여전히 범죄수사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피의자?피고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적법절차의 강조와는 별도로 실체진실의 발견도 고려해야 하며, ⅶ) 종전처럼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자백에 너무 쉽게 증거능력을 인정하면 공범자간의 자백이 상호보강증거가 되어 형사정책상 불합리하다는 비판도 공범자가 모두가 자백하는 경우에는 전문법칙의 증거능력의 인정요건인 공범자에 대한 피고인의 반대신문이 문제될 염려가 없으므로 그 증거능력에 특별한 제한을 가하는 법칙을 만들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공범자의 형식적 진정성립만이 인정될 경우에는 판례가 ?검사작성의 공동피고인(乙?)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공동피고인(乙)이 법정에서 성립 및 임의성을 인정한 경우에는 공동피고인(甲)이 증거로 함에 부동의하더라도 피고인 甲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대판 1990.12.26, 90도2362; 대판 1991.4.23, 91도314; 대판 1991.11.8, 91도1984; 대판 1992.4.14, 92도442)고 판시하여 ‘그 공동피고인이 법정에서 성립의 진정 및 임의성을 인정한 경우에는’이라고 조건을 명확히 하여 이러한 사실상의 추정을 공동피고인의 경우까지 확대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형식적 진정성립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의 추정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추정법리를 공범자인 공동피고인까지 확장시킨다면 사실상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의 문제를 법관의 자유심증에 의한 증명력판단의 문제로 사실상 전이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이 경우도 제312조 제1항 단서의 특신상태의 문제로 해결해야 하며, ⅷ) 법 해석기관인 사법부가 피고인의 인권보장이라는 합목적성만을 내세워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가 명문으로 특신상태를 고려하여 증거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입법자의 결단을 무시하는 해석을 하는 것은 헌법상의 대원칙인 권력분립의 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법조문에 충실하게 종전 판례처럼 형식적 진정성립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을 추정하되 특신상태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방법으로 증거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사실상 추정설). 이렇게 해석한다면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엄격히 한 취지에 모순될 뿐만 아니라 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에 대한 거증책임을 피고인에게 부담지운다는 문제를 낳는다(조국, ?檢事作成, 被疑者訊問調書의 成立眞正과 證據能力?, 고시연구(2000.12), 159면)는 비판이 있으나, 이 견해에 따르면 피고인이 성립의 진정(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정하는 경우 거증책임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서류(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증거조사 자체를 할 수 없다(형사소송규칙 제134조)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판례가 나오게 된 배경은 판례가 ?진술이 임의로 되지 아니하여 신빙할 수 없는 상태에서 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으면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시하여 그 진술 자체의 임의성의 보장만 있으면 ‘特信狀態’의 존재를 추정하는 것처럼 읽혀지거나, 아니면 임의성의 보장을 곧 특신상태로 보면서,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백이 증거능력이 있다는 것에 지나지 않고 그 자백의 진실성과 신빙성, 즉 증명력까지도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대판 1983.9.13, 83도713; 대판 1986.8.19, 86도1075, 대판 1986.9.9, 85도64)라거나, ?자백의 신빙성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첫째로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인 합리성을 띠고 있는가, 둘째로 자백의 동기나 이유 및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가 어떠한가, 셋째로 자백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가 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판 1995.10.12, 95도1957; 대판 1983.9.13, 83도712.)고 판시하여, 임증거능력의 요건인 임의성과 증명력의 요건인 신빙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판단하면서 증거능력의 또다른 요건인 ‘특신상태’를 판단하는 것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문의 특신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라고 함은 적극적으로 그 상태를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로 보아야 하며, 이에 대한 거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신상태는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위한 요건이므로 진술내용의 임의성과는 별개의 것으로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제312조의 피의자신문조서에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제312조의 요건뿐만 아니라 그 전제로서 피의자의 진술 자체가 ‘任意性’의 요건을 구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Ⅲ. 結 語 결국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에 대한 법원의 증거심사가 좀 더 엄격해졌다는 의미이지 피고인이 부인하면 곧바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인된다고 보는 것은 법문에 반할 뿐만 아니라 논리적 타당성도 빈약하다고 보여진다. 무엇보다도 대법원이 ?그 진술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信用性이나 任意性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대판 1995.12.26, 95도2340; 대판 1987.3.24, 87도81)고 보면서 일응의 기준으로, 진술내용의 신빙성을 담보할 具體的이고 外部的인 情況이 있어야 하고, 그 담보의 정도가 虛僞介入의 여지가 거의 없을 정도이어야 한다는 두가지를 제시하면서 ?이른바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이란 자기에게 불이익한 사실의 승인이나 자백은 재현을 기대하기 어렵고 진실성이 강하다는 데 근거를 둔 것으로서, 반드시 그같은 진술이 공소제기후 법관의 면전에서 행하여졌을 때에는 가장 믿을 수 있고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상대적으로 신빙성, 진실성이 약한 것으로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범행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외부와의 접촉 및 장래에 대한 걱정 등이 늘어감에 따라 그 진술이 진실로부터 멀어져가는 사례가 흔히 있는 있는 것이므로, 이른바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의 存在 및 그 强弱에 관하여서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이를 가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대판 1983.3.8, 82도3248)라고 판시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도 전문법칙의 예외를 규정한 제314조의 위헌여부와 관련된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이라는 제약조건의 정당성 여부에 대하여 ?‘특히 信憑할 수 있는 狀態下’라 함은 진술내용이나 조서의 작성에 있어서 허위개입의 여지가 없고 진술내용의 신용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라고 법원의 판례가 오랜 세월을 통하여 개념짓고 있으며, 이는 진실성이나 신용성에 있어 反對訊問을 갈음할 만한 외부적 정황이라고 할 것으로, 부득이한 사유로 법관의 면전에서 진술되지 아니하고 피고인의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은 진술인 증거를 요증사실의 인정자료로 삼을 수 있는 제약조건으로서는 합리성이 있는 조건이라고 할 것이다?(헌재결 1994.4.28, 93헌바26)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구체적이고도 엄격한 요건을 방기한 채, 무조건 증거능력을 부인한다고 보는 것은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종전 판례처럼 사실상의 추정을 인정하되 특신상태에 대한 더 엄격한 심사를 행하는 것이 타당한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2005-01-10
제조물책임법상 설계상의 결함
[판결요지] [1] 일반적으로 제조물을 만들어 판매하는 자는 제조물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재의 기술 수준과 경제성 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하여야 하고, 이러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그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그와 같은 결함 중 주로 제조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 즉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지 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2] 제조업자 등은 표시상의 결함(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고, 그와 같은 결함이 존재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1. 사실관계 주식회사 대한항공 소속 헬기의 조종사들이 시계가 불량한 관계로 시계비행방식을 포기하고 계기비행방식으로 전환하여 기온이 영하 8°C 까지 내려가는 고도 6,000피트 상공을 비행할 때 피토트 튜브(pitot/static tube, 動靜壓管)의 결빙을 방지하기 위한 피토트 히트(pitot heat)를 작동시키지 아니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피토트 튜브가 얼어 헬기의 실제 속도와 달리 속도계에 나타나는 속도가 감소하고, 또한 속도계와 연동하여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태빌레이터(stabilator)의 뒷전이 내려가면서 헬기의 자세도 앞쪽으로 기울어졌으나 조종사들이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속도계상 헬기의 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속도를 증가시키려고 출력을 높임으로써 헬기가 급강하하게 되었으며, 조종사들이 뒤늦게 헬기의 자세를 회복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헬기의 주회전날개 중 하나가 후방 동체에 부딪혀 헬기가 추락하게 되었다. 피해자들은 대한항공(주)에 대하여 제조물에 대한 설계상의 결함 등을 이유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주요쟁점은 제조물의 결함 존재 여부였고, 원심은 설계상의 결함 존재에 대한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으며 대법원에서도 판결요지에서 보는 이유로 설계상의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통상적인 안전성을 갖추었다고 하면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하였다. - 판 결 요 지 - 제조물의 설계상 결함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장단점 등 여러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 - 평 석 요 지 - 제조물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제조자의 기대 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 책임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제조물책임법 제정이후 설계상의 결함으로서 '합리적 대체설계'의 판단기준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2. 제조물책임과 결함 제조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전제로 하지 않는 엄격책임으로서의 제조물책임은 불법행위법의 특별법으로서 제조물책임법(2000.1.12. 법률 제6109)의 제정으로 새로이 도입되었고 같은 법 부칙 규정에 의하여 2002.7.1. 이후 공급된 제조물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어서 이 사건 헬기에는 적용될 여지는 없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의 시행 후의 판단이기 때문에 제조물책임법상의 결함에 대해 염두에 두고 판단하였으리라고 생각된다. 같은 법에서는 결함의 종류로 제조상의 결함과 설계상의 결함, 표시상의 결함을 규정하고, 결함이란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위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설계상의 결함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이다. 설계상의 결함에 대하여 제조물책임법 제2조 제2호 나목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당해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할 때는 어떤 면에서 ‘합리적인 대체설계’라고 평가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할 것이며, 합리적인 대체설계가 거의 유일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체설계에도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와 합리적인 대체설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결함이 부정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제조물책임법은 제조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 유무와는 관계없이 제조물의 결함만 존재하면 제조업자는 무과실책임으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제조물에 결함이 있고 그 결함으로 인하여 피해(확대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해당 제조물의 제조업자는 책임을 지게 된다. 제조물책임법은 제2조에서 결함을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이어서 제조상의 결함, 설계상의 결함, 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해 각각 정의하고 있는데 결함의 판단기준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3. 결함의 판단기준 제품의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표준일탈기준, 소비자기대수준, 위험효용기준, 바커기준(Barker test) 등이 있다. 소비자기대기준은 소비자가 통상적으로 기대하는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에 결함의 존재를 인정한다. 누가 통상적인 소비자인가가 문제되는데, 그 사회의 통상적인 지식을 구비한 자를 말한다. 따라서 합리적인 소비자가 제조물의 위험한 상태를 예견하고 그로부터 발생가능성 있는 사고의 위험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경우에 부당하게 위험한 제조물이 되지 않게 된다. 예컨대 예리한 칼과 같이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는 판단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기대수준은 그 기준이 애매하고 주관적이어서 결함판단기준으로서나 책임의 근거로서 그 가치가 점점 감소되고 있으며, 제조자가 명시적·묵시적으로 표시한 제조상의 결함에 적용되고 있을 뿐이다. 소비자기대수준은 현재 독자적인 기준은 되지 않고 위험효용기준의 한 요소로서 이용되고 있다. EC지침은 소비자기대기준을 채택하고 있다(EC지침 제6조). 결함의 판단기준에서 특히 논쟁이 되고 있는 것은 설계상의 결함과 경고상의 결함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다. 위험·효용기준은 제조물의 위험성과 효용성을 비교하여 위험성이 효용성을 능가할 때 그 제품이 결함이 있다고 한다. 위험?효용기준은 결함판단기준으로서 현재 미국 법원의 압도적 견해이다. 바커기준은 캘리포니아 최고법원이 1978년 바커사건에서 엄격책임에 있어서의 ‘부당한 위험’이라는 요건을 배제하면서 새로운 ‘결함의 판단기준’을 보인 것에서 유래한 기준이다. 동법원은 ① 의도된 방법 또는 합리적으로 예상 가능한 방법에 의한 제품사용에 관하여 그 제품이 소비자가 기대하는 통상의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었다는 것을 원고가 입증, ② 제품의 설계가 손해의 원인임을 원고가 입증, ③ 현재의 설계에 의해 초래되는 위험의 중대성 및 개연성, ④ 안전한 대체설계의 기술적 가능성, ⑤ 개선설계에 소요되는 비용, ⑥ 대체설계에 의해 제품 및 소비자에게 생기는 악영향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것을 고려한 후 현재 사용 중인 설계에 의한 이익이 그 설계에 본래 따르는 위험을 상회한다는 사실을 피고가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설계상의 결함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바커기준은 1차적으로는 소비자기대기준을 고려하고, 이러한 소비자기대기준으로 결함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2차적으로 위험·효용기준을 채택한 것이다. 4. 제조물책임의 결함에 대한 종전 판례의 태도 종전 우리나라의 판례는 제조물책임과 관련하여 과실 책임에 근거한 불법행위의 범위를 이탈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견지해왔고, 결함의 개념이나 유형, 결함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사례를 찾기도 어려웠다. 다만 결함에 대하여 대법원은 1992년 변압변류기 폭발사건에서 “제품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 또는 하자로 인해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제조업자는 계약상의 배상의무와 별개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대판 1992.11.24, 92다18139). 또한 1995년의 TV 폭발사건(속초지방법원 1995.3.24, 94가합131)에서는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라고 하여, 결함판단기준에 관하여 표면상으로 소비자기대수준을 언급하였다. 우리나라는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고 그에 관한 소송도 그렇게 많지 않고 아직까지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된 판례도 축적되어 있지 않아서 이번 판결이 향후 제조물책임에서 설계상의 결함에 대한 하나의 잣대 역할을 하리라 본다. 5. 대상판결의 검토 대상판결은 설계상 결함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통념에 비춰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판결에서의 제조물은 제조물책임법 이전에 공급된 것이어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의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제조자의 기대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 책임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제조물책임법 제정 이후 설계상의 결함으로서「합리적 대체설계」의 판단기준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은 2002.7.1. 이후 공급된 제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제조물 계속 감시의무(동법 제4조 제2항)가 동법 시행 이전에 판매된 제품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가 검토되어야 한다. 제조물 계속 감시의무는 제조자가 부담하는 안전에 대한 기본의무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으므로 제조물책임법 시행 전에 판매된 제품에 관하여도 이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합리적’이라는 용어 속에는 합리적 인간의 행동관점에서 대체설계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고, 또한 합리적인 대체설계라는 것은 결국 위험과 효용을 비교형량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기준에 의한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함에는 몇 가지의 요소들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대체설계의 효용성의 문제로서 효용성이 우수하다면 해당제조물에 다소의 결함이 있다고 하여도 이를 결함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지시·경고상의 결함의 문제가 된다. 둘째, 개발위험의 항변과 관련하여 대체설계는 당시의 최고수준의 기술적 가능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 대체설계에 소요되는 비용을 고려하여야 한다. 기술적으로 대체설계의 채용이 가능하다고하여도 경제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넷째, 대체설계에 따른 새로운 위험에 대해서도 평가하여야 한다. 다섯째, 해당 제품에 부착된 지시 및 경고의 정도도 고려하여야 한다. 설계상의 위험에 대한 결정 여부는 제조물의 위험성과 효율성을 비교·교량하여 결정하는 위험·효용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고, 결함 있는 제품을 공급한 제조자에 대한 비난가능성은 개발, 설계과정에서부터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거래의무에 대한 위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험효용기준에 관해 제품의 효용이 위험을 상회하는데 따른 입증책임은 제조자 측에서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설계상의 결함은 제조상의 결함과는 다른 별도의 이익과 불이익의 평가가 요구되고, 이는 과실에 근거한 책임과 동일한 일반적인 목표를 성취한다고 설명되기도 하는 것이다.
2004-02-09
형법의 시간적 효력에 관한 動機說의 검토
I. 판결이유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의 판시 민사소송법위반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24조의8 제1항 제1호를 적용하여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정당한 사유 없이 명시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구 민사소송법 제524조의8 제1항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으나, 2002. 7. 1.부터 시행된 민사집행법(2002. 1. 26. 법률 제6627호로 제정)은 민사채무불이행에 대한 간접강제수단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재산명시신청에 성실히 응하지 아니한 채무자에 대하여 바로 형벌을 과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위와 같은 형벌조항 대신에 민사집행법상의 특수한 처벌인 監置규정을 신설하여 그 법 제68조 제1항 제1호에서 법원의 결정으로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도록 규정하였는 바, 민사집행법 부칙 등 어디에도 그 법 시행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는 명시적 규정을 두지 아니한 이상, 위와 같은 법률의 변경은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의 ‘범죄후의 법령개폐로 형이 폐지되었을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구 민사소송법 제524조의8 제1항 제1호의 규정을 적용하여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판시 민사소송법위반의 범죄사실에 대하여는 免訴의 판결이 선고되어야 할 것인데, 원심은 위 범죄사실과 판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보아 1개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II. 사실관계와 재판의 경과 피고인은 자신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財産明示申請을 하였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재산명시명령을 하고 구 민사소송법 제524조의5 제1항에 따라 재산명시기일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정당한 이유 없이 명시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는데, 이 경우 구 민사소송법 제524조의8 제1항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 후 2002. 7. 1.부터 민사집행법이 시행되었고, 동법 제68조 제1항 제1호는 명시기일불출석에 대해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는 것으로 규정하여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변경하였다. 피고인은 구 민사소송법이 시행되던 당시의 명시기일불출석으로 기소되었고, 본건 소송에서는 구법인 구 민사소송법을 적용하여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을 할 것인지 또는 형법 제1조 제1항에 의해 신법을 적용하여 피고인에게 면소판결을 할 것인지가 문제되었다. 항소심인 전주지방법원은 구법인 구 민사소송법을 적용하여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전주지방법원 2002. 4. 18. 선고, 2001노1264 판결). 이에 피고인이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항소심판결을 파기하고 본건을 전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하였다. III. 문제점 대상판결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형벌법규가 변경된 경우 그 변경의 動機에 따라 法律理念(法的 見解)의 변화에 의한 변경의 경우엔 유리한 신법을 적용하고, 事實關係의 변화에 의한 변경이면 구법을 적용한다는 종래의 동기설적 입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명시기일불출석에 대해 징역 또는 벌금의 형벌을 부과하던 것에서 감치에 처하는 것으로 변경된 것은 단순한 사실관계의 변화가 아니라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나온 법률이념의 변화라고 본 점에 의의가 있다. 대상판결이 명시기일불출석에 대한 감치의 부과가 법률이념의 변화라고 본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종래의 동기설을 그대로 따름으로써 동기설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되풀이하여 노정하고 있다. 동기설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범죄후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형이 구법보다 경한 때에는 신법에 의한다”고 규정한 형법 제1조 제2항의 “법률의 변경”의 문언을 “‘법률이념의 변화에 따른’ 법률의 변경”으로 축소해석하여 피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형법의 해석에 있어선 죄형법정주의의 한 내용으로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 대법원도 “형벌법규의 해석에 있어서 법규정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는 경우에는 유추해석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하게 된다. 그리고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은 모든 형벌법규의 구성요건과 가벌성에 관한 규정에 준용되는데, 위법성 및 책임의 조각사유나 소추조건 또는 처벌조각사유인 형면제사유에 관하여 그 범위를 제한적으로 유추적용하게 되면 행위자의 가벌성의 범위는 확대되어 행위자에게 불리하게 되는 바, 이는 가능한 문언의 의미를 넘어 범죄구성요건을 유추적용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초래되므로 죄형법정주의의 파생원칙인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위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7. 3. 20. 선고, 96도1167 판결)라고 판시하여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유추해석금지의 원칙과 대상판결이 취하고 있는 동기설의 입장이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지의 문제와 좀더 근본적으로는 원래 限時刑法의 시간적 효력과 관련하여 제시된 이론인 동기설이 형법의 변경 일반에 있어서 원용되고 있다는 점이 논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IV. 평석 원래 動機說(Motiventheorie)은 한시형법의 효력에 관한 독일형법 제2조 제4항의 해석론에서 유래한 것이다. 동법은 행위자에게 유리한 신법의 적용을 규정한 제2조 제3항(우리 형법 제1조 제2항에 해당함)에 대한 예외규정인 제2조 제4항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효력을 갖는 법률(한시형법)은 그 유효기간 중에 행해진 범죄에 대하여는 그 법률이 실효한 후에도 적용된다. 단 그 법률이 다른 규정을 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여 한시형법의 추급효를 전면적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형벌권의 확대를 줄이기 위하여 “법률이념의 변화에 따른 법률의 변경”의 경우에는 추급효를 부정하여 신법을 적용하고 단순한 사실관계의 변화에 기한 변경에 있어서만 구법의 추급효를 인정함으로써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형벌규정을 축소해석하는 것이 동기설의 등장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의 통설이며, 우리 대법원이 취하고 있는 태도이다(대법원 1985. 5. 28. 선고, 81도104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한시형법의 追及效를 인정하는 규정을 따로이 두지 않고 있어 이 문제를 형법 제1조 제2항에 의해 해결할 수밖에 없는 우리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 제1조 제2항의 적용범위와 관련하여 동기설을 채택하게 되면 동기설은 독일형법의 해석에 있어서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즉 동기설에 따른 해석은 단순한 목적론적 축소해석을 넘어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추해석을 하는 것이 되어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더군다나 우리 대법원은 대상판결에서와 같이 이 동기설의 취지를 한시형법의 경우를 넘어서 형법의 변경 일반에 있어서 적용함으로써(대법원 1984. 12. 11. 선고, 84도413 판결 참조) 형법의 시간적 효력에 관한 규정과도 정면으로 배치하고 있음을 볼 수가 있는데, 이 점은 앞으로 연구가 더 요구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동기설은 법률변경의 동기가 법률이념의 변화인지 사실관계의 변화인지에 관한 명백한 구별기준을 제시하지 못해 법적 안정성을 해하게 된다. 예를 들어 대법원은 “영업시간제한의 해제는 법률이념의 변천으로 종래의 규정에 따른 처벌 자체가 부당하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상황의 변화에 따른 식품접객업소의 영업시간제한 필요성의 감소와 그 위반행위의 단속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특수한 정책적인 필요 등에 대처하기 위하여 취하여진 조치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 영업시간제한의 해제를 사실관계의 변화에 기한 것으로 취급하였는데(대법원 2000. 6. 9. 선고, 2000도764 판결), 그러나 영업시간의 제한을 해제한 데에는 영업시간을 법률로 제한하는 것은 국민의 자유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이므로 그렇다면 이는 법률이념의 변화에 따른 변경의 경우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대상판결에서는 명시기일불출석에 대한 감치의 부과가 법률이념의 변화에 따른 법률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아 신법을 적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형법 제1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함과 마찬가지의 결론을 내고 있음은 일응 다행이라고 보겠지만, 위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동기설의 입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은 지적되어 마땅하다 할 것이다. 우리 학계에서도 동기설을 부정하는 것이 다수의 입장이다.
2004-02-05
법원에 현저한 사실〈하〉-대법원 96년7월18일 선고 94다20051판결을 중심으로
法律新聞 第2527號 法律新聞社 法院에 顯著한 事實〈下〉-大法院 96年7月18日 宣告 94다20051판결을 중심으로 文一鋒 〈군산지원판사〉 ============ 14면 ============ 우리나라의 판례를 보면 , ①55세까지인 성인남자나 여자의 가동연한(대판1966년12월6일, 66다1708, 집14 ③민305; 1967년11월14일, 67다1618, 민판집121-78; 1970년3월10일, 69다1887, 민판집149-133; 1987년12월8일, 87다카522, 공1988년, 261), ②각종통계에 의한 생존년수(대판1960년7월7일 4292민상467, 민판집44-85) 또는 한국인 간이생명표에 의한 남녀별 각 연령별 평균여명(대판1963년10월31일, 63다558, 민판집71-733; 1984년11월27일, 84다카1349, 집32④민127), ③국내법인 소유명의로 등기된 대지가 歸屬財産이 아님(대판1959년7월30일 4291민상551, 민판집33-858)은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고, ④본건 처분금지가처분신청을 심판한 법관으로 구성된 원심법원이 위 가처분신청사건에 대한 판결과 같은 날짜로 피보전권리가 없다고 인정되는 내용의 본안판결을 한 이상 본건 가처분신청사건에 있어서의 신청인의 피보전권리는 일응 없는 것이라고 함이 원심에서의 현저한 사실이고(대판 1966년10월20일, 66다1832, 집14③민326), ⑤경기중학교장이 실시한 1968년도 제1학년 입학선발고사답안을 채점함에 있어서 예능과목 13문제에 대하여는 (2), (3)의 그림 두가지를, 19문제에 대하여는 (1),(2),(3)의 세가지를 모두 정답으로 함이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행위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은 대법원에 현저한 사실이고(대판 1969년11월11일 68누58, 59, 60, 행판집28-527), ⑥교통사고로 사망한 공군 전투기조종사의 일실이익을 산정함에 있어 피해자가 전역한 후 민간 항공사의 조종사로 취업하였을 때의 예상소득을 추정하면서, 1991년도 직종별임금실태조사보고서상의 직종분류의 기준이 된 경제기획원 발행의 개정 한국표준직업분류(1974년 제3차 개정판)에 의하면 분류번호 04번의 「항공기 및 선박고급승무원」의 직무내용에 피해자의 업무내용과는 판이한 선박 및 호버크래프트의 지휘 및 항해, 선상에서 기관실 활동의 지휘및 감독, 해상 활동 및 필수품 또는 기계 검사, 정박중인 화물선의 복구 및 보수작업을 지휘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음이 당원에 현저하다(대판 1994년9월30일, 93다29365, 공1994년, 2824)고 한다. 그러나 경매절차에서 경매신청인이 경매기일변경신청을 하는 경우에 경매기일이 예외없이 변경되는 것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한다(대판 1984년7월10일, 84다카440, 공1984년, 1346). ①②의 판결에 대하여는 간이생명표에 의한 평균여명, 가동연령은 경험칙으로 보아야 한다는 비판(《이시윤 5백59면》)이 있고 ③의 판결의 경우 귀속재산인지의 여부는 그 전제사실에 따른 법적판단이므로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볼 수 없고, 위 판결은 귀속재산이라는 자백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에 배치되어 효력이 없다고 하기 위하여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한 것으로 보이나, 이른바 권리자백으로서 구속력이 없다고 하는 것이 타당할것이고 ④의 판결은 다른 사건에서 증거조사를 통하여 알게 된 사실을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보는 문제가 있고 ⑤의 판결은 예능문제의 정답을 정하는 재량의 범위에 대하여 도대체 「대법원」이 직무상 어떠한 것을 알고 있었는지 매우 의문스럽고, 이 또한 법적판단의 문제라고 할 것이다. ⑥의 판결은 대상판결과 마찬가지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일본의 판례를 보면, ①원고들이 피고들로부터 자신의 실용신안권을 침해받았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의 상고심에서 위 실용신안등록을 무효로 하는 심결이 확정된 것은, 同小法廷이 이미 선고한 판결에 비추어 현저하다고 하고(日最判昭和57년3월30일判示 1038호 288항) ②피상고인 소유의 立木의 관리처분권에 관하여 소외 A가 대리권을 가지고 있는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피상고인의 선대의 사망 후 피상고인과 A와의 사이에 유산의 관리처분권을 둘러싸고 심각한 분쟁이 생겨 현재 동법원에 이에 관한 소송이 계속하고 있음은 현저한 사실이라고 한 원심판결을 수긍하였고(日最判昭和28년9월11일裁判集民事9호901항) ③동일거래에 관한 민·형사사건이 구성원의 과반수를 같이 하는 두 법원에 계속하는 경우에 형사사건에서 무죄판결을 한 사실 및 판결이유중에서 일정한 사실을 인정한 것은 민사사건이 계속하는 법원에 현저하다고 하고(日最判昭和31년7월20일民集10권9호947항) ④전후의 맥아더 연합국최고사령관의 書簡의 취지에 관한 解析指示가 최고재판소에 대하여 행하여져 있는 사실이 현저한 사실이라고 한다(日最判昭和35년4월18일民集14권6호905항). (3)法院에 顯著한 事實의 法的 效果 법원에 현저한 사실은 증명을 요하지 않는다. 다만 상대방은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 진실에 반하다는 것을 주장·입증할 수 있고(《강현중 5백92면》; 김홍규, 제4판 민사소송법, 1995년, 5백99면; 《정동윤 4백87면》), 상대방이 그 현저성을 부인하더라도 법원은 그것이 현저한 사실이라면 그 사실을 그대로 판결의 기초로 할 수 있다(《강현중 5백92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을 사실인정의 자료로 이용하는 때는 당사자의 검증가능성을 보증하고, 상고심의 현저성의 판단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그 입수방법을 판결이유중에 설시하여야 한다(小室直人, 注解民事訴訟法(4), 412항). 어느 사실이 법원에 현저하다고 하는 것은 당해 심급에 한하는 것이므로, 제1심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도 항소심 법원에는 현저하지 않을 수 있다(그 逆도 가능). 이 경우 항소심은 제1심의 견해에 구속되지 않으므로 그 사실에 관하여 증거조사를 하여야 한다(《송상현 6백45면》은 제1심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따라가느냐는 제2심의 자유라고 한다). 상고심은 항소심이 사실확정으로서 현저한 사실의 존재를 확정함에 구속되고, 다만 그 개념이 제대로 평가되었는지, 정당하게 적용되었는지에 관하여는 법률문제로서 심사할 수 있다(《MunchKomm-ZPO/Prutting §291 Rn. 16, 17》;《Stein/Jonas/Leipold §29, Rn, 8, 9》). 현저한 사실은 당사자도 알고 있는 것으로 전제된다거나(《정동윤 486면》), 변론주의의 본질을 진실발견을 위한 합목적적인 수단으로 보는 경우에는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는 점을 우선시켜야 된다거나(김홍규 5백99면), 또는 「법원에서 현저한 사실은 당사자가 이를 변론에서 원용하였던가 현출되지 아니하였다 하여서 그 소송법상의 성질이 변경될리 없고 증명을 요하지 아니하는 효력에 어떠한 영향도 받을 바 아니라」는 (대판 1963년11월28일, 63다494, 집11②민265)이유로 당사자의 주장이 없어도 당연히 판결의 기초로 할 수 있다고 하는 견해도 주장된다. 그러나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도 변론주의 아래에서는 당사자 보호의 필요상 주요 사실인 경우에는 당사자의 주장이 있어야 한다(《강현중 5백91면》; 《송상현 6백45면》; 《이시윤 5백58면》; 대판1965년3월2일 64다1761, 카1891). 또한 당사자들의 법적심문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법원은 법원에 현저한 사실을 변론에 현출하여 당사자들에게 그 사실이 법원에 현저하지 않다거나 법원이 받아들이고자 하는 바와는 다른 상태에 있음을 주장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김홍규 5백99면; 장석조, 민사소송에서의 법적청문청구권, 69면). 법원에 현저한 사실에 반하는 자백에는 구속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함이 통설·판례이다(대판1959년7월30일, 4291민상551, 민판집33-858(위 판결이 수록된 집7민188에는 위 설시부분이 누락되어 있다); 김홍규 5백70면; 《송상현 4백67면》; 《이시윤 5백54면》; 《정동윤 4백82면》; BGH VersR 1970, 827;NJW 1979, 2089;《Munchkomm-ZPO/Prutting §288 Rn, 35》; 《Stein/Jonas/Leipold §288 Rn 22》). 그러나 진실에 반하는 사실에 대하여도 자백이 허용되는데, 이러한 否定說에 따른다면 受訴法院이 직무상 그 사실을 지득하였는가 하는 우연에 따라 자백의 허용여부가 결정되는 기이한 결론에 이르게 되므로, 공지의 사실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적어도 법원에 현저한 사실에 반하는 자백의 경우에는 구속력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변론주의에 관한 本質說을 강조하여 동일한 결론을 도출하는 입장으로는 《강현중 5백85면》). 3, 對象判決의 檢討 (1)대상판결은 변론에 현출되지는 않았으나 원심법원에 비치하고 있는 직종별임금실태조사보고서와 한국직업사전의 각 존재 및 그 기재내용을 원심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보고 있다. 이러한 판시내용은 이미 한국표준직업분류의 내용을 대법원에 현저하다고 한 위 93다29365판결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직종별임금실태조사보고서와 한국직업사전등(이하 위 조사보고서등이라고 한다)이 어느 법원에 비치되어 있다고 해서 그것을 법원의 기록 자체에 준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 만약 그렇게 본다면 극단적으로는 법원의 서가에 꽂혀 있는 모든 서적의 존재와 내용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의 자료가 되고 말 것이다. 위 조사보고서등은 그 내용의 진실성이나 공공성등이 충분히 보장되기는 하지만 법원의 업무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구입하여 비치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여 법원의 업무와 관련하여 필요적으로 작성·보관되는 법원의 기록과는 질적으로 판이한 것이다. 그런데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대상판결이 한편으로는 위 84다카1349 판결과는 달리 정당하게도 법원에 현저한 사실은 법관이 직무상 경험으로 알고 있는 사실임을 전제로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위 조사보고서등의 존재와 기재내용이 법원에 현저함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경력이 있는 법관이라면 위 조사보고서등이 존재한다는 것쯤은 충분히 경험으로 알 수 있고, 또한 그 일부기재내용도 어느 정도는 알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관에게 재판업무 또는 司法行政과 관련하여 그 기재내용을 숙지하여야 할 아무런 의무가 없는 이상, 단순히 위 조사보고서등이 법원에 비치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법원이 그것을 직무상의 경험에 의하여 당연히 알고 있는 것으로 전제할 수는 없다. 그리고 만약 어느 법관의 업무에 도움이 되도록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그 내용을 숙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직무상 지득한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이다. 물론 다른 사건에서 증거조사를 통하여 알게 된 사실도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보는 견해에 의하는 경 ============ 15면 ============ 우 원심이 문제가 된 내용을 이미 다른 사건을 처리하면서 지득한 바가 있다면 원심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상판결을 보면 그런 사정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만연히 원심법원에 비치되어 있다는 것만을 근거로 하여 법원의 기록도 아닌 위 조사보고서등의 각 존재 및 그 기재내용을 원심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2)만약에 위 조사보고서등의 각 존재 및 그 기재내용을 원심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대개는 일실이익의 산정의 기초가 되는 월수입을 주요사실로 보지만(다만 《이시윤 4백30면》은 간접사실로 본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원고가 주장하는 월수입의 범위내에서 그 수입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그에 관한 구체적인 주장이 없어도 무방하므로, 원고의 주장 없이도 이를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논란은 여기에서는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주장의 요부와는 관계없이 법적심문청구권의 요청상 어떠한 사실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하는 사정은 변론에 현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이러한 요청은 법원에 현저한 사실은 주장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입장에서 더 크다고 할 것이다), 원심은 위 조사보고서등의 각 존재 및 그 기재내용을 변론에 현출시키지 않은 채 그에 따라 판결을 함으로써 사실인정의 문제에 있어서 당사자, 특히 원고의 법적심문청구권을 침해하는 뜻밖의 판결을 하였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이에 대하여는 반대의견이 자세히 언급하고 있으므로 이를 참조). 또한 그 동안 실무상 위 조사보고서등을 서증으로 제출받아 증거조사한 다음 이 증거에 의하여 월수입을 인정하여 왔는데, 위 조사보고서등의 각 존재및 그 기재내용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한다면, 그동안의 관행은 불요증사실을 증거에 의하여 인정한 잘못된것으로 되고, 앞으로는 위 조사보고서등이 비치되어 있는 법원에서는 이를 서증으로 제출받지 말고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서 확정하는 새로운 관행을 만들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3)다만 대상판결이 추구하고자 하는 실용주의적인 관점을 달리 법리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일까? 그 하나는 대상판결의 반대의견이 적절하게도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석명권을 적절히 행사하여 이를 변론에 현출시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 민사소송법은 법원에서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고(제265조), 특히 판례(예컨대 대판1987년12월22일, 85다카2453, 공1988년 323)에 따르면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은 손해액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과 입증이 미흡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직권으로라도 손해액을 심리판단하여야 하므로, 당사자가 위 조사보고서등을 서증으로서 제출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법원이 이에 대하여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하여 변론에 현출시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1996-08-19
신고체육시설업의 신고는 수리를 요하는 신고가 아니다
法律新聞 2519호 법률신문사 申告體育施設業의 申告는 受理를 요하는 申告가 아니다 일자:1996.2.27 번호:94누6062 洪井善 梨大法大敎授 法學博士 ============ 14면 ============ I. 事件의 槪要 原告가 A로부터 B건물을 임차하여 申告體育施設業인 볼링장업을 경영하기 위해 제반시설을 한 후, 체육시설의설치·이용에관한법률(이하「체육법」으로 부른다)제8조(1993년3월6일 법률 제45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규정에 따라 1992년10월7일 被告(서울특별시 영등포구청장)에게 체육시설업신고를 하였으나, 위 법률에 의해 受理權限이 있는 서울특별시장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피고가 같은달 12일자로 B건물이 무허가로 증축된 위법건축물임을 이유로 신고의 受理를 拒否하였다. 이에 원고가 수리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였다(이하 「本件」으로 부르기로 한다). 原審(서울고법1994년 4월 12일, 93구32769)에서 원고는 피고의 의무적 신고수리, 평등원칙, 신뢰보호원칙, 금반언원칙, 비례원칙을 주장하였으나 배척당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上告審에서 원심에서 주장한 사실외에 체육시설업신고수리거부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아님을 주장하였다. II. 大法院判決要旨 대법원은 判決理由로 行政訴訟法 제2조제1항제1호를 언급하고, 아울러「행정청이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공권력을 행사할 의무가 있는데도 그 공권력의 행사를 거부함으로써 국민의 권리 또는 이익을 침해한 때에는 그 처분등을 대상으로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 한 후,「피고의 이 사건 體育施設業申告受理拒否處分 또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行政處分이라 할 것이므로 (당원 1991년 7월 12일 선고, 90누8350판결 1993년 4월 27일 선고, 93누1374판결등 참조), 이와 다른 견해에서 원심을 탓하는 논지는 이유없다.…」고 하여 上告棄却의 판결을 내렸다. III. 評 釋 紙面關係上 대법원의 판결이유중 體育施設業申告受理拒否處分의 處分性問題와 관련하여 筆者의 소박한 의견을 몇자 적기로 한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구「체육법」제8조에 따른 체육시설업신고수리거부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1. 申告 一般論(졸저, 事例行政法, 1996년, 신조사, 81면) (1) 일반적으로 申告란 사인이 일정한 사실을 행정청에 알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의 言語使用方式上 신고는 크게 보아 두가지 의미가 있다. ① 하나는 신고자의 主觀的 利害와 관계없이 일정한 사실을 단순히 행정기관에 알리는 것이고(예, 간첩신고), ② 또 하나는 신고자의 주관적인 이해와 관련하여 일정한 사실을 행정기관에 알리는 것이다. 행정법론상 특히 문제되는 것은 ②의 경우이다. 본건의 경우도 ②의 경우에 해당한다. ②의 경우는 申告留保附禁止로 표현될 수 있다. (2) 질서와 평화의 단체인 국가가 위험을 예방·방지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요청이고, 이것은 학문상 警察로 표현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다. 국가가 경찰목적으로 사인에게 제약을 가하는 방식에는 제약의 강도에 따라 絶對的 禁止(예, 인신매매금지), 상대적 금지해제로서 例外的 承認(예, 아편사용) 상대적 금지해제로서 통상의 경우인 豫防的 禁止解除(예, 운전면허), 그리고 申告의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신고의 경우가 강도가 가장 경미한 경우에 해당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신고도 신고인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것이고, 신고의무는 역시 침익적이므로 法的根據를 요함은 당연하다. 하여간 신고의무의 부과는 행정기관이 危險發生豫防을 위한 情報의 獲得을 목적으로 하거나, 아니면 效果的인 公行政遂行을 위한 정보의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 하겠고, 본건 판례에서 문제되는 신고도 그 의미가 이와 다를 바 없다고 하겠다. (3) 신고자의 주관적인 이해와 관련하여 일정한 사실을 행정기관에 알리는 신고에도 다시 ①사인의 신고 그 자체로서 法的 節次가 완료되는 경우와 ②사인의 신고외에 권한행정청에 의하여 그 신고를 受理하는 절차가 이행되어야만 신고의 법적절차가 완료되는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①의 경우는 신고 그 자체가 행정기관에 도달하면 법령이 예정하는 효과를 발생하게 되는 바, 이를 自體完成的인 私人의 公法行爲라 하겠고, ②의 경우는 사인이 한 신고를 행정청이 유효한 행정행위로 받아들여야만 유효한 행위로서 효력을 갖게 되는 바, 이는 受理를 요하는 申告라 하겠는데, 이것은 登錄이라 불리기도 한다(졸저, 事例行政法, 82면). 문제는 개별구체적인 경우에 있어서 신고가 위의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가의 판단문제이다. 그것은 관련법령의 합리적인 해석에 의할수 밖에 없을 것이다. (4) 법령의 根據有無에 불구하고 행정실무상으로 사인의 신고시에 행정청이 신고인에게 신고를 필하였다는 證明書(申告畢證 또는 登錄證으로 불리기도 한다)를 교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신고필증의 의미가 언제나 동일한 것은 아니다. ① 自體完成的 私人의 公法行爲인 신고의 경우에 주어지는 신고필증은 다만 사인이 일정한 사실을 행정기관에 알렸다는 것을 사실로서 확인해주는 事實行爲일 뿐이다. 그러나 ② 수리를 요하는 신고시에 교부되는 신고필증은 사인의 신고를 수리하였음을 증명하는 서면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수리는 신고한 사인들에게 새로운 法的 效果를 發生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단순히 사실적인 것이 아니고 법적인 것이다. 이 경우의 수리는 法的 節次로서 수리인 것이고, 동시에 登錄으로서의 受理라 하겠다. 2. 本件判例의 檢討 (1) 구「체육법」은 체육시설업을 登錄體育施設業과 申告體育施設業으로 구분하여 규정하였는데, 이것은 1994년 1월 전면 개정된 현행「체육법」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구「체육법」은 제4조제1항제2호에 근거한 동법시행령에서 볼링장업을 신고체육시설업으로 규정하였지만, 현행「체육법」은 제10조제1항제2호에서 스스로 볼링장업을 신고체육시설업으로 규정하였다는 점이 다를뿐인 바, 볼링장업이 신고체육시설업이라는 점에 신·구법상 차이는 없는 셈이다. 하여간 신·구법을 불문하고 「체육법」이 체육시설을 등록체육시설법과 신고체육시설법으로 區分하여 규정하고 있는 이상, 兩者의 意味가 달리 이해되어야 함은 자명하다. (2) 우리의 실정법상 登錄이라는 용어가 講學上 금지해지로서의 許可 또는 特許와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경우는 찾아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체육법」상 등록을 허가 또는 특허로 이해되어야 할 특별한 사정도 엿보이지 않는다. 사실 基本權保障의 확대와 行政規制緩和가 시대적인 요청임에 비추어,「체육법」상 등록을 그 보다 강도가 강한 규제인 許可로 이해되어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어 보이고(앞의 III 1 (2)참조), 동시에 직업선택의 자유 보장의 관점에서「체육법」상 체육시설업의 등록을 獨占的 經營權의 設定行爲인 特許로 이해할 수도 없다. 결국「체육법」상 登錄은 강학상 등록 또는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체육법」상 申告는 규제의 강도가 등록보다 약한 법적 수단으로 이해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3) 한편,「체육법」은 신고절차를 체육청소년부령으로(현행법상으로는 문화체육부령) 정하도록 규정하였고(구「체육법」제8조), 이에 따라 구「체육법」시행규칙 제8조제2항은「시·도지사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고를 받은 경우에 법 제5조[시설기준 등]의 규정에 의한 시설·설비기준에 적합한지의 여부를 검토한 후 그 신고내용이 이에 적합하다고 認定될 때에 이를 수리하고 체육시설업신고대장에 기록한 후 體育施設業申告畢證을 교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그런데 동시행규칙은 다음과 같이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구「체육법」제8조는「제4조제1항제2호의 체육시설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제5조의 규정에 의한 시설·설비를 갖추어 체육청소년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시·도지사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는 바(현행「체육법」제22조도 동일한 규정방식을 취하고 있다), 동조는 시행규칙에 申告節次에 관해서만 위임하였다고 볼 것이지, 申告內容에 대한 審査權을 부여하였다고 보아서는 아니된다. 왜냐하면 동조가 시행규칙에 신고내용에 대한 심사권까지 부여하여 수리여부를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한 것이라고 새기게 되면, 그것은 바로 등록을 뜻하는 것이고, 따라서 동법이「신고」체육시설업을「등록」체육시설업과 구분하여 규정한 취지에 모순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구「체육법」시행규칙제8조제2항중「법 제5조[시설기준등]의 규정에 의한 시설·설비기준에 적합한지의 여부를 검토한후 그 신고내용이 이에 적합하다고 인정될 때에 이를 수리하고」의 부분은 行政內部的인 規定으로 이해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동조는 母法에 根據없는 無效의 규정으로 볼 것이다), 이를「체육법」상 신고의 법적성질을 규정하는 요소로 삼아서는 아니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해석에 대하여는「신고내용에 대한 심사권을 행정청에 부여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違法한 申告라도 신고만 있으면 영업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申告制度의 意味 내지 申告體育施設業에 대한 統制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가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신고」제도 자체가 규제의 강도를 완화한 제도라는 점, 그리고 위법한 신고는 申告의 效果를 갖지 못한다는 점등을 상기한다면, 이러한 비판은 온당하지 않다고 하겠다. 뿐만 아니라「체육법」은 無申告營業者에게는 벌칙을 가할수 있고(구「체육법」제22조제2항, 현행「체육법」제42조제2항제1호), 虛僞申告등의 경우에는 영업의 폐쇄명령내지 6개월 이내의 영업정지명령을 발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바(구「체육법」제12조제1항, 현행「체육법」제35조제2항)신고체육시설업에 대한 統制策은 확보되어 있는 셈이다. 이러한 해석을 하게되면, 구「체육법」시행규칙 제8조제2항에서 말하는 申告畢證은 자체 완성적 사인의 공법행위인 신고의 경우에 주어지는 신고필증으로서, 그것은 다만 사인이 일정한 사실을 행정기관에 알렸다는 것을 사실로서 확인해주는 사실행위일 뿐이라 할 것이다(졸저, 사례행정법 85면). 결국 구「체육법」시행규칙 제8조제2항을 근거로 하여 볼링장업의 신고를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이해되어서는 아니된다고 하겠다. 따라서 신고필증을 교부받지 못하였다고 하여도 적법한 신고를 한 이상 볼링장업자는 볼링장업을 경영할 수 있다고 볼 것이다. (4) 그런데 유감스러운 것은 大法院이 本件判決의 理由에서「피고의 이 사건 체육시설업신고수리거부처분 또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 할 것」이라고만 지적할 뿐, 체육시설업신고의 성질에 대한 具體的인 설시가 없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대법원은 동판결의 이유에서 참조판결로「당원 1991년 7월 12일 선고, 90누8350 판결, 1993년 4월 27일 선고, 93누1374 판결등」을 들고 있으나, 이 두 개의 판결은 체육시설업신고 내지 體育施設業申告受理拒否處分의 法的性質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설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본건판결의 이유중 체육시설업신고 내지 體育施設業申告受理拒否處分의 法的性質(처분성)에 관한 적절한 참조판례는 아니라 하겠다. 3. 結 語 그 논리적인 根據는 不明하지만,「체육법」상 신고체육시설업의 신고를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보는 것이 大法院의 一貫된 立場임은 분명하다. 그러나「체육법」이 체육시설업을 登錄체육시설업과 申告체육시설업으로 구분하고 있다는 점, 신고는 등록에 비해 規制의 强度가 완화된 법적수단이라는 점, 국민의 職業選擇의 自由는 넓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 母法에 근거없이 부령에서 규제(예컨대, 신고내용에 대한 심사권을 행정청에 부여하여 수리여부를 정하도록 하는 것)를 신설하여 제도의 의미를 변질시킬 수는 없다는 점, 그리고 無申告·虛僞申告에 대한 制裁手段은 확보되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체육법」상 申告體育施設業의 申告는「수리를 요하는 신고」가 아니라「自體完成的 私人의 公法行爲로서의 申告」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의 수리 또는 수리의 거부는 事實로서의 수리 또는 수리의 거부인 셈이다. 결국 본건 체육시설업신고수리거부처분취소소송에서 대법원은 체육시설업신고수리거부처분이 법적 행위가 아닌 사실행위임(처분성의 결여)을 이유로 원고의 請求를 却下함이 옳았을 것이다.「체육법」상 申告體育施設業의 申告의 성질에 대한 대법원판례의 변경을 기대해 본다. 
1996-07-15
원인채무와 어음채무의 상관성 인정여부
法律新聞 2483호 법률신문사 原因債務와 어음債務의 상관성 인정여부 林泓根 成均館大法大敎授, 法學博士 ============ 14면 ============ 一. 事實槪要 및 大法院判決要旨 소외 유승개발주식회사는 1990년 7월경 동회사가 신축하여 준공직전에 있던 경북풍기의 50세대 인삼조합주택건축 공사등의 자재대 및 노임등이 지급을 위하여 이미 발행한 바 있는 약속어음들이 만기에 이르게되자 그 결제를 위하여 아래 목록에서와 같이 각 약속어음을 발행하게 되었다. 당시 소외 회사의 전무로 근무하던 소외 박승만은 위 약속어음들을 사채시장에서 쉽게 할인받을 수 있는 방편으로 상장회사로서 위 소외회사보다 신용이 있는 피고 극동전선공업 주식회사 명의의 배서를 받기로 하고, 고교동창 친구이자 평소 위 소외 회사와 사업상으로도 긴밀한 관계에 있던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소외 최병철을 찾아가 그에게 위와 같은 사정을 밝히고 배서를 의뢰하였던 바, 위 최병철은 이를 승낙하고 위 각어음 이면상의 제1배서인란에 피고회사 명의의 각 배서를 하였다. 그 후 위 박승만은 위 각 어음들을 갖고 역시 고교동창이자 건축자재판매업자로서 소외회사의 공사현장에 약8천만원 상당의 건축자재를 외상으로 납품한 바 있는 소외 김영구를 찾아가 그에게 위 어음들을 사채시장에서 할인받을 수 있도록 주선하여 줄 것을 부탁하였고, 이에 위 김영구는 사채중개업자인 소외 노경범의 중개로 위 각 어음이면상의 제2배서인란에 그 명의의 배서를 한 다음 위 각 어음과 함께 자신의 인감증명을 원고 주식회사 신한상호신용금고에게 교부하고 원고로부터 위 어음들중 아래 목록기재 제1어음은 그 최후배서인으로 기재 소외 송준영 명의로, 나머지 어음들은 자신의 명의로 각 할인을 받는 형식으로 그 지급기일후의 연체이율은 연2할2푼으로 정하여 위 각 어음액면 금액에서 각 지급기일까지 연17.5%의 비율에 의한 선이자를 공제한 나머지 금원을 교부받은 후 위 노경범에게 소정의 중개료를 지급하고 그 나머지 금원 전부를 통하여 소외 회사에 교부하였다. 원고가 위 약속어음의 최종소지인으로써 지급기일에 이르러 위 지급장소인 주식회사 한미은행 안양지점에 각 지급제시 하였으나 무거래로 지급거절되었다. 원고는 피고가 위 약속어음들에 배상하였으므로 원인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인으로서 위 대출금의 지급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 것이다(하단목록참조). 위와 같은 사실개요를 전제로한 上告理由書에 대한 大法院判決要旨는 다음과 같다. 「다른 사람이 발행한 약속어음에 보증의 취지로 배서를 한 경우에 배서인은 그 배서행위로 인한 어음상의 채무만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그 어음이 차용증서에 갈음하여 발행된 것으로서 배서인이 그러한 사정을 알고 만사상의 원인채무를 보증하는 의미로 배서한 경우에 한하여 그 원인채무에 대한 보증책임을 부담하는 것인 바(당원 1984년 2월 14일 선고, 81다카979판결; 1986년 7월 22일 선고, 86다카783판결; 1987년 12월 8일선고, 87다카1105 판결등 참조), 피고가 약속어음이 사채시장에서 쉽게 할인될 수 있도록 어음에 배서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배서인으로서의 어음상 채무를 부담함에 의하여 신용을 부여하려는 것에 불과한 것이지 위 약속어음이 차용증서에 갈음하여 발행된 것으로 알고 민사상의 원인채무를 보증하는 의미로 배서한 것이라고는 볼수 없다.」 二. 評 釋 (1) 問題의 提起 위의 사실개요에서 보면 약속어음의 발행인인 소외 유승개발주식회사로부터 위 어음의 최종 소지인인 원고 (주)신한상호신용금고에 이르기까지 배서인인 피고 극동전선공업주식회사 및 소외 김영구가 개재되어 있으나, 원고는 최종소지인으로서 피고 극동전선공업주식회사를 배서인으로서 그 어음이 차용증서에 갈음하여 발행된 것이라고 배서인이 그러한 사정을 알고 인사상의 원인채무를 보증하는 의미로 배서한 것으로 주장하여 그 원인채무에 대한 보증책임을 구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사안을 다른 한편으로 살펴 보면, 보증인(피고)가 소외회사와 원고와의 어음 債務를 보증할 목적으로 背書를 함으로써 어음 債務를 보증하는 어음 行爲를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私債流通市場에서는 어음 債務의 보증은 그 대부분이 「숨은 保證行爲」로 행하여지고 있다. 기업 자체에 경제적 신용이 없는 경우에는, 거래선은 그 기업이 발행하는 어음 債務를 보증하게 하기 위하여 신용있는 제3자의 背書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숨은 어음 保證」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이다. (2) 숨은 어음 保證의 效力 숨은 어음 保證의 效力은 그 행하여진 행위의 성질대로의 효력이 생기고, 그러한 어음法의 규정에 의하여 규율된다. 예컨대 甲(소외회사)와 丙(원고)와의 거래에 기하여 甲이 그 지급을 위하여 어음을 발행하는 경우, 그 발행 債務를 보증할 목적으로써 背書를 한 乙(피고)은 (乙은 어음의 受領人이고, 그것에 背書한다) 어음소지인 丙에 대하여 背書人으로서의 責任을 부담한다. 따라서 丙이 甲에 대하여 적정한 支給의 提示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甲이 支給을 거절한 경우에 있어서는 乙은 背書人으로서 遡求義務를 부담한다. 이에 반하여 丙이 支給提示期間經過後에 제시하여 甲이 支給을 거절한 경우에는 乙은 背書人으로서의 遡求義務를 면한다. (3) 大法院判決例 어음관계와 原因關係는 법률적으로는 분리되어 있으나, 경제적으로는 관련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大法院은 어음관계가 原因關係의 내용을 인정함에 있어서 참조가 되는 경우를 인정하고 있다. 예컨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금원을 대여하고 채무자로부터 어음을 배서교부받은 경우에, 다른 반증이 없는 한 채권자는 배서일자에 채무자에게 위 금원을 대여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大判 1992년 6월 23일, 92다886)라든지 「기존채무의 지급과 관련하여 만기를 백지로 하여 약속어음이 발행된 경우에는, 어음이 수수된 당사자 사이의 의사해석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채무의 변제기는 그보다 뒤의 날짜로 보증된 백지어음의 만기로 유예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大判 1990년 6월 26일, 89다카32606)고 한 判決이 그런 예이다. 위의 사실에 있어서와 같이, 숨은 어음 保證을 한 자가 동시에 어음 外에서 民事上의 保證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가를 놓고 大法院은 보증할 의사로써 背書한 경우에는 이를 인정하고 있다. 즉 금전을 차입하면서 受取人白紙의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교부하면서 발행인이 신용이 없으니 신용있는 자로부터 보증목적의 背書를 받아 올 것을 요청하자 背書人이 소지인에게 발행인의 대여금채무를 보증할 의사로써 背書한 것임을 나타내고 背書한 경우에 背書人의 그러한 의사를 존중하여 背書人에게 어음상 背書人으로서의 責任外에 民事上保證人으로서 責任도 부담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大判 1984년 2월 14일, 81다979). 문제는 背書人이 소지인에게 보증할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단순히 그 어음이 「사채시장에 쉽게 할인될 수 있도록」 擔保의 의미로 背書한 경우에 背書人에게 民事上保證責任을 부담시킬 수 있는가이다. 大法院은 이를 긍정하는 判決과 이를 부정하는 判決을 내고 있다. (가) 背書人의 民事上 保證責任을 긍정하는 判決등을 보면, 「어음배서인이 어음발행인의 차용금 채무에 대한 담보의 의미로 배서를 요구하는 사정을 충분히 알고 어음발행인의 요구에 따라 배서한 경우에는 차용금 채무를 연대보증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뜻에서 배서한 것이다」(大判 1986년 9월 9일, 86다카1088)고 한 경우, 「금전소비대차계약으로 인한 채무에 관하여 제3자가 채무자를 위하여 약속어음 또는 수표를 작성하여 채권자에게 교부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동일채무에 관하여 면책적 또는 중첩적으로 채무를 인수한 것이다」(大判 1985년 11월 26일 84다카2275)라고 한 경우 및 「수표발행인은 수표상의 책임은 물론 기본인 금전소배대차에 있어서도 대주를 위하여 보증채무를 부담하는 의사를 암묵으로 표시한 것으로서 발행인은 대주인 채권자가 누구인지를 몰랐다거나 또는 대주인 채권자와 직접 교섭이 없었다 하더라도 발행인은 채무자를 통하여 채권자에게 보증의 의사를 암묵으로 표시한 것이므로, 발행인은 대주인 채권자에 대하여 소비대차상의 채무에 대한 보증채무를 부담한다」(大判 1965년 9월 28일, 65다1268)라고 하고 있다. 목록 (나) 이에 대하여 背書人의 保證責任을 부정하는 判決을 보면, 「보증채무계약은 보증인과 채권자 사이에 체결되는 것이므로 약속어음에 배서하는 사람 등은 원인채무에 대하여 자기가 보증채무를 부담하는 뜻의 보증계약을 체결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상 그 약속어음상의 의무만을 부담하는 것이다」(大判 1964년 10월 20일, 64다865)라고 한 경우, 「약속어음의 발행인이 수취인의 자금 융통을 위하여 약속어음을 발행하였다는 사유만으로는 수취인이 위 융통어음을 타에 담보로 제공하고서 금원을 차용한 채무를 보증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大判 1987년 4월 28일, 86다카2630)라고 한 경우, 「채무자가 금전을 차입하면서 제3자가 발행한 수표를 담보조로 채권자에게 교부한 경우에 수표발행인인 제3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수표거래에 관한 원인채무를 보증했다고 볼 수 없다」(大判 1988년 3월 8일, 87다446)라고 한 경우 및 「다른 사람이 발행한 약속어음에 보증의 취지로 배서한 경우에 배서인은 그 배서행위로 인한 어음상의 채무만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그 어음이 차용증서에 갈음하여 발행된 것으로서 배서인이 그러한 사정을 알고 민사상의 원인채무를 보증하는 의미로 배서한 경우에 한하여 그 원인채무에 대한 보증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다」(大判 1993년 11월 23일, 93다23459)라고 하는 경우 등이 三. 結 語 위 사실에 대한 원심인 서울고등법원 민사제8부는 「피고가 비록 배서행위당시에 소외회사에게 금전을 대여하는 채권자가 누구인가를 구체적으로 몰랐다 하더라도 그 어음배서행위는 배서된 어음을 위 소외회사로부터 교부받고 금전을 대여하는 채권자에 대하여 소외회사의 차용금채무를 연대보증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뜻에서 한 것이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라고 한 判決을 파기환송 하면서 내린 大法院判決要旨가 바로 앞에 적은 내용이다. 保證債務契約은 保證人과 債權者 사이에 체결되는 것이므로 어음유통의 보호라는 차원에서 소지인을 두터이 보호한다고 하더라도 원칙상 그 약속어음상의 의무만을 부담하는 것이다(大判 1964년 10월 20일, 64다865). 그런 뜻에서 이 大法院判決을 지지하는 바이다. 어음의 숨은 保證行爲의 경우에 民事上의 保證이 수반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으며, 이와같은 民事上의 保證을 수반하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소지인(원고)의 권리행사는 權利濫用 내지 信義則에 반하는 것으로서 背書人(피고)의 抗辯을 구성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1996-03-04
지급보증거래에 대한 보증인의 책임
法律新聞 第2382號 法律新聞社 支給保證去來에 대한 保證人의 責任 金敎昌 〈辯護士〉 ============ 15면 ============ 大法院 94年3月22日宣告, 92다4294判決 判決要旨 支給保證去來에 대한 保證人은 保證契約이 종료된 뒤에 債權者가 代支給하여 가지게 된 求償權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判決理由 원고가 소외회사의 요청에 의하여 지급보증함으로써 생기게 되는 구상금채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채무자인 소외회사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원고가 대위변제한 때에 발생하는 것으로 위 피고의 연대보증계약 해지시까지 아직 발생하지 아니하였다면 위 피고는 그에 대하여는 연대보증책임을 지지 않는다. 評 釋 1. 사건의 개요 A은행과 B회사 사이에 여러가지 대출거래가 이루어졌다. 이들 거래에 C가 물적·인적담보(포괄근저당권설정·연대보증)를 제공하였다. 여러거래중 두건의 支給保證去來가 이 사안에 등장한다. 그 支給保證去來한 B회사가 장기신용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데 A은행이 81년6월2일과 82년2월13일 두차례 支給保證한 것을 말한다. B회사가 이 대출금채무를 변제하지 못하자 A은행이 1983년8월24일과 같은달21일 이를 각 代支給하였다. 이에 A은행은 B회사를 상대로 求償權을 가지게 되었고 이 求償權에 기하여 A은행이 C를 상대로 보증채무의 이행을 청구하였다. 어떤 사정변경이 있어 C가 위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요청하였더니 A은행이 이를 받아들여 1982년7월14일 위 등기를 말소하여 주었다. C는 이를 들어 위 등기의 말소시에 그의 보증채무도 함께 소멸하였다고 抗辯하였다. 이 사안에는 세가지 쟁점이 들어 있다. 첫째 C가 제공한 물적담보와 인적담보 사이에 主從關係가 있는지. 둘째 위 등기의 말소시에 이루어진 당사자간의 합의내용이 解除인지, 아니면 解止인지. 셋째 支給保證去來에 대한 保證人은 保證契約이 終了된 뒤에 債權者가 代支給하여 가지게 된 求償權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지. 대법원은 첫째와 둘째에 대하여 두 담보 사이에는 主從關係가 있고 위 합의내용은 解止라고 보아 위 등기의 말소시에 보증계약도 함께 解止되었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셋째에 대하여 이 判決要旨를 내놓았다. 첫째와 둘째에 대하여는 다른 기회로 미루고 本稿는 셋째에 대하여 다루기로 한다. 첫째와 둘째에 대하여 일응 대법원의 판시를 받아드린다는 전제아래 셋째애 대한 判決要旨가 타당한지를 살피려는 것이다. 2.支給保證去來상의 은행등의 책임 은행, 보험회사, 신용보증기금등(이하 은행등이라 함)의 업무중에서 지급보증채무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거래선이 다른 곳으로부터 물품을 구입하거나 다른 곳에 용역을 의뢰할 때에,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금전을 차용할 때에 거래선의 의뢰를 받고 상대방을 受益者로 하여 지급보증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은행등이 거래선의 의뢰를 받고 신용장을 개설하여 주는 것, 지급보증서등(보증보험증권, 신용보증서등을 말함)을 발행하여 주는 것이 그 예이다. 이런 지급보증거래에 있어서 은행등은 대체로 受益者에게 확정적이고 독자적인 의무를 진다. 신용장거래에 관하여는 신용장통일규칙에 분명히 그렇게 규정되어 있다. 그밖의 거래에 관하여는 그 거래약관들(보증보험약관, 신용보증약관, 지급보증약관)에 신용장거래와 유사하게 규정되어 있다. 甲회사와 乙은행간에 그 거래기간을 1994년1월1일부터 1994년12월31일로 정하여 乙이 甲을 위하여 각종 지급보증을 하기로 약정하였다. 이 약정에 기하여 甲이 제3자로부터 1994년10월10일 물품을 구입하거나, 금전을 차용할 때에 乙이 신용장을 개설하여 주거나 지급보증을 하였다. 그런데 그 선적서류의 제시일, 대금지급일 또는 변제일이 1995년1월10일이다. 이러한 경우에 甲이 신용장개설대금을 내지 아니하거나 채무를 불이행하면 이행기가 비록 거래기간 이후라도 乙이 대지급하여야 한다. 그 책임은 거래기간 중에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甲乙간의 계약의 취지나 乙이 受益者에 대하여 부담하는 의무의 성질로 보아 당연히 이렇게 풀이하여야 한다. 지급보증거래에 있어서는 이처럼 은행등이 거래기간 종료후에 그 책임을 이행하여야 할 경우가 있다. 유사한 법률관계로 責任保險者의 보상책임을 예로 들어 본다. 이 보험자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의 사고로 인하여 제3자에게 배상책임을 짐으로써 입게 되는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 그 사고의 발생시기는 보험기간 중이어야 하나 그로 인한 피해자의 배상청구는 그 기간중에 이루어지지 아니하여도 된다(梁承圭 保險法 350면). 그 청구와 그 배상책임의 이행은 그 기간이후에 이루어져도 된다는 말이다. 3. 支給保證去來에 대한 保證人의 책임 위 甲乙간의 지급보증거래에 丙이 연대보증인이 되었다. 그 보증기간도 위와같이 1994년1월1일부터 1994년12월31일이다. 그 기간중에 甲이 채무를 불이행하여 乙이 그 기간경과후에 대지급하였다. 이런 경우에 乙은 甲에 대하여 당연히 求償權을 가지게 된다. 그 求償權에 기하여 乙이 丙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할 것인가. 보증채무의 내용은 본래 당사자들의 약정에 의하여 정하여진다. 지급보증거래에 대한 보증이란 乙이 대지급하여 甲에게 가지는 求償權에 대한 것이다. 이런 거래에 있어서 乙이 거래기간 종료후에 대지급할 경우가 있다고 하면 그로 인한 求償權에 대한 것도 이 보증채무의 내용에 포함된다고 풀이하는 것이 당사자들의 의사에 합치한다. 비록 그 대지급은 거래기간 후에 이루어지지만 그 책임은 거래기간 중에 발생한 것이므로 이렇게 풀이한다고 하여 예측하지 못한 책임을 丙에게 지우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보증채무의 내용과 主債務의 내용은 원칙으로 同質의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乙의 求償權行使에 甲이 응할 의무가 있는 경우라면 그 보증채무자인 丙도 원칙으로 이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풀이하여야 옳다. 지급보증거래에 대한 보증인의 책임을 위와 같이 풀이하는 것이 당사자들의 의사와도 맞고 保證契約의 法理와도 맞는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 앞서 보증기간 내에 신용장이 개설되고 그 대지급은 그 기간경과 후에 이루어진 사안에서 이 判決要旨와 같은 判示를 내놓은 바 있다. 「신용장을 개설한 것만으로는-아직 대출금채무등 구체적인 채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고-신용장금액을 대불한 때에 비로소-구체적인 대출금채무가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면서 보증기간을 정하여 보증한 사람은 「보증기간내에 구체적인 대출금채무가 발생한 것에 한하여 그 보증책임을 지는 것이고 그 보증기간 경과후에 대출이 실행됨으로써 발생한 대출금채무에 대하여는 보증책임을 지지 않는다」(대법원 1990년2월13일 선고88다카7023 판결)고 判示하였다. 보증계약의 종료사유가 이 사안의 경우는 解止이고 위 판결의 경우는 期間滿了이다. 그 점만이 다를 뿐 그밖에는 둘 사이에 다른 점이 없다. 이 사안의 判決要旨는 바로 위 判示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이 判決要旨와 위 判示는 支給保證去來에 대한 保證人의 책임에 대하여 당사자들의 의사와도 맞지 아니하고 保證契約의 法理와도 맞지 아니하여 부당하다.
1995-02-13
법률의 부지와 법률의 착오
法律新聞 第2350號 法律新聞社 法律의 不知와 法律의 錯誤 朴相基 〈연세대법대교수 法學博士〉 ============ 14면 ============ 大法院 1994年4月15日선고, 94도365判決 사건개요 건축주인 피고인은 이사건 건축공사의 시공, 감리등을 공소외 광문종합건설주식회사에 도급을 주어 위 회사의 현장대리인인 차국섭의 주관하에 시공하게 하였다. 그러나 시공회사는 단열재 시공등에 대하여 중간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구건축법(1991년5월31일, 법률 제43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의 2의 규정에 따른 중간검사를 받지않고 공사를 계속함으로써 건축주인 피고인이 건축법을 위반하였다는 사실임. 대법원판결내용 대법원은 형법 제16조에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법률의 不知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경우이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경우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와 같이 그릇 인식함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라고 판시하였다. 이에따라 피고인이 단열재시공등에 대한 중간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구건축법제7조의2의 규정을 알지 못하였다는 것은 단순한 법률의 부지에 해당하고 피고인의 행위가 특히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그릇 인식한 경우는 아니므로 범죄의 성립에 지장이 없다고 하였다. 評 釋 1, 法律 착오의 槪念 형법 제16조(法律의 錯誤)는 「자기행위가 法令에 의하여 죄가 되지않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행위자가 정당한 이유로 자기 행위의 違法性을 알지못하면 처벌되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이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우를 故意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취급할것인가(故意說의 입장), 아니면 責任의 내용이 흠결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가(責任設의 입장)라는 범죄론상의 체계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었으나 현재 학설은 위법성의 인식을 책임의 요소로 보는 것이 통설이다. 곧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면 故意는 인정되나 責任이 조각된다고 보는 것이다. 2, 法律의 錯誤의 形態 법률의 착오(혹은 위법성의 착오)는 착오의 원인이 直接的인가, 아니면 間接的인가에 따라 분루된다. 전자는 행위자가 자기행위의 위법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본 판례와 같이 행위자가 자기의 행위와 관련된 금지규범을 전혀 알지못한 경우도 위법성의 인식이 없었다는 점에서 형태적으로 직접적인 위법성의 착오에 속한다. 이러한 직접적인 위법성의 착오는 문화의 차이나 혹은 부수형법으로서 그 내용이 일반성을 띠지 않기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또한 오늘날 형사처벌법규는 과거와 달리 점점 전통적인 행위형태와 무관한 영역까지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행위자는 자기행위가 反社會的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데, 그 이유는 전통적인 관념상 범죄행위로 보기 어려우며 행위의 성질상 비도덕이기보다는 기술적인 규정이 많거나 행정적인 절차에 관한 규정이 많기 때문이다(예: 離婚이 유효하다고 믿고 재혼한 경우에 이혼이 성립하지 않아 重婚處罰의 대상이 된 경우, State vDeM대, 20N.J.1,118 A.2d 1.) 이에 반해 간접적인 위법성의 착오는 어느 행위가 일반적으로는 범죄가 되지만 자기의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되므로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착각하고 있는경우를 말한다.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만을 법률의 착오라고 보고 있다(大判 1983년9월13일, 83도1927;1985년5월14일, 84도1271). 3, 判例의 문제점 대법원은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원인이 처벌법규를 소극적으로 알지 못한데에 있다면 법률의 착오가 아니며, 오로지 자기행위의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신뢰한 경우에만 정당한 사유를 전제로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다(大判 1961년10월5일, 4294형사208; 1992년4월24일, 92도245등 참조). 대법원의 이러한 시각은 처벌법규를 알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자기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심대한 형사처벌상의 허점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단순히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사실보다는 자기행위의 正當性을 확신하였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으면 법률의 착오가 아니라고 하나, 이는 처벌법규를 알지 못하였어도 違法性은 인식하였다고 보게되는 論理的 矛盾을 내포하고 있다. 처벌법규를 알지 못한 사람은 적법성의 바탕위에서 행위를 하였다고 보는 것이 상식일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법원은 죄가 되지 않는다고 오인한데 대한 「정당한 이유」를 착오의 原因規定으로 보지않고 착오를 일으킨 행위자의 判斷態度나 方式을 설정한 것으로 보려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허가를 얻어 벌채하고 남아있던 殘存木을 벌채하는 것이 위법일줄 몰랐다는 사정은 단순한 법률의 부지에 불과하여 법률의 착오가 아니라고 한 대법원의 판례(大判 1986년6월24일, 86도810)는 한 예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잔존목의 벌채가 적법하다고 믿는 점이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보아 정당한가 여부에 따라 판단하지 않고 오로지 처벌법규를 알지 못한데 대한 법적 비난을 감수하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갖고 있는 이러한 시각의 배경은 우선 사실의 착오와 달리 법률의 착오는 면책되지 않는다(ignorance of the law is no excuse)는 전래의 단순한 원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 원칙에 따른 일본판례의 영향등(許一泰, 형사판례연구 I,44면 참조)에서 초래한다고 보인다. 4, 결론-법률의 不知와 위법성의 認識 형법 제16조는 표현형식이 어떠하든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위법성의 인식이 필요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違法性 缺如의 가장 적극적 형태인 법률의 不知狀態를 제외시킴으로써 범죄성립에 과연 위법성인식이 언제나 필요한 조건인가에 대하여 의문을 갖게 한다. 사실상 법률의 착오는 자기행위에 대하여 소극적으로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경우에 인정되는 것이지 적극적으로 자기 행위의 적법성을 믿고 있는 경우가 아니다. 다시말해 適法性에 대한 적극적 인식은 법률의 착오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이 아니다(AK-StGB - Neumann§17Rz 9). 다음으로 오늘날의 많은 형벌법규가 처벌대상으로 삼는 행위는 전통적인 道德性이나 論理性, 條理, 社會的 慣習등을 내용으로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사회에서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遵法的인 태도를 유지하였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금지된 행위를 알기가 어려워지게 되어있다. 예를 들어 장기간의 해외근무를 마친 자가 귀국후 그 동안의 특수한 영역에 속하는 국내법령의 제정이나 개정을 쉽게 알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일률적으로 법률의 不知를 법률의 착오에서 제외시킴으로써 法共同體의 구성원 모두가 시행되고 있는 처벌법규의 내용을 모두 알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제16조의 「정당한 이유」를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데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보지 않는다. 대신에 법률의 착오에 해당하는가, 아니면 법률의 不知에 해당하는가의 여부를 판단하는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 결과 법률의 不知는 언제나 정당한 이유없는 違法性 認識의 결여상태라고 보아 가벌성의 범위를 확대하게 된다. 대법원이 법률의 不知를 법률의 착오에 포함시키지 않기 위한 이러한 논리구성으로 인하여 결국 법관의 恣意的인 구별기준에 따라 법률의 不知와 錯誤가 구별되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문의에 따른 관계기관의 회신을 신뢰하고 한 행위까지도 정당한 이유있는 착오로 보지 않거나(大判 1987년4월14일 87도160), 보건사회부장관의 告示나 체신부장관의 회신을 믿고 한 행위도 정당한 착오라고 볼 수 없다(大判 1991년8월27일, 91도1523;1989년2월14일,87도1860)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허가를 요하지 않는 것으로 잘못 알려주어 이를 믿었기 때문에 허가를 받지 아니한 것이라면 정당한 이유로 인한 착오로 볼 수 있다는 정반대의 판례(大判 1992년5월22일, 91도2525, 또한 大判 1983년2월22일, 81도2763)도 나타난다. 그렇다면 대법원은 법률의 不知를 획일적으로 법률의 착오에서 배제할 것이 아니라 사안별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즉 원칙적으로 법률의 부지도 법률의 착오의 한 유형으로 포함시키되 그러한 법률의 부지상태가 정당한 이유로 초래 되었다고 볼 수 있는가에 판단의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는 사회경험이나 학력등에서 비롯되는 행위 ============ 15면 ============ 자개인의 判斷能力이나 認識水準, 識業, 그리고 행위자의 生活關係등이 종합적인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결과 법률의 不知狀態가 정당한 것 혹은 회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인정되면 책임조각대상인 법률의 착오로서 처벌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참고로 독일연방대법원의 경우 범행사실을 알고도 告知하지 않은 行爲를 처벌하는 규정(독일형법 제138조 제1항)을 알지못한 아내가 남편의 은행강도계획을 신고하지 않은 사건에서 아내에게 법률의 착오를 인정하였다(BGHSt19,295). 미국에서도 법률의 부지를 더 이상 일률적으로 배제하지 않느다. Lambert v California 사건에서 L.A.市條例에 따라 전과자가 5일이상 L.A.市에 체류할 경우 경찰관서에 신고하도록 되어있는 사항을 위반한 Lambert여인에게 2백50달러의 벌금형과 3년의 보호관찰을 선고하였으나 연방대법원은 이를 기각하였다(355 U.S.225,78 S. Ct, 240,2 L, Ed, 2d 228(1957)이에관하여는 LaFave / Scott, Criminal Law, 2ed, 415면 참조). 우리의 학설도 법률의 착오에는 법률의 不知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拙著, 刑法總論, 2백25면 註2) 참조). 이상의 논의를 토대로하여 위 사안을 검토할 때 대법원은 법률의 不知를 이유로 하여 일률적으로 법률의 착오를 부인할 것이 아니라 법률의 착오에는 해당하나 착오의 원인이 정당한가의 여부를 피고인의 직업이나 생활관계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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