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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정법학회 행정판례평석] ⑨ 행정처분의 이유제시와 하자의 치유
불법에 가담한 원장에게도 책임을 묻고 있는 대상판결은 그 방향성 측면에서 타당하고 의미가 적지 않다. 다만, 이유제시의 하자에 대한 판단은 법리적 관점에서 정치성이 아쉬워 보인다. 이러한 논리적 불완전함은 치유 규정의 미비에도 기인함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입법론적으로 조사 시기나 자료수집의 한계가 존재하고 그럼에도 처분을 늦출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제1심 변론 종결 시까지 처분 근거의 보완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I. 사실관계 원고들 6인은 사립유치원의 각 원장이며, 모든 유치원은 설립자 1인에게 귀속되어 있다. 피고(부산광역시 교육감)는 2017. 2. 감사를 통해 2014∼2016년 원장들이 거액의 비자금을 설립자의 계좌로 전달한 정황을 확인한 후, 2017. 3. 설립자와는 별도로 원고들에게 다음 각호의 처분을 하였다(이하, 사안을 단순화함). 1. 방과 후 과정 운영비를 학부모에게 환불할 것 2. 정원 외 원아 운영으로 수령한 지원금을 교육청에 반환할 것 3. 미지급된 보결수당을 해당교원에게 환불할 것 4. 직원(설립자의 친인척)에게 부적절하게 지급한 금액을 교비회계로 회수할 것 5. 허위 또는 과다 회계서류를 작성하여 주거래업체로부터 부당하게 수령한 금액을 교비회계로 회수할 것 (항소심은 1∼5 모두 위법, 상고심은 1∼2는 위법, 3∼5는 적법으로 판단함) II. 대법원판결의 요지 원심(항소심)은 피고가 처분 시 총액만 제시하였고 금액 산정의 자료가 부족한 경우 추정을 가미하여 공백을 메우는 방식을 사용하는 등,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절차적 위법으로 보았다. 이에 반해 대법원은 “원고들이 그 산정방식 등을 충분히 알 수 있어서 불복하는 데에 별다른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처분의 근거와 이유제시가 불충분하여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 추산의 방식으로 위반 금액을 특정하였다는 사정은 그 액수의 타당성 등에 관한 실체적 위법 사유에 해당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에 따른 위반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원심은 설립자가 자발적으로 응하지 않을 경우 원고들에 대한 시정명령은 이행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설립자에 대한 처분으로 족하다는 점에서 위법하다고 보았다. 이에 반해 대법원은 “교비회계에 속하여야 할 수입이 결과적으로 설립자에게 귀속되었다고 하여 그 결과를 초래한 원장의 교비회계 관리 업무가 소멸되지는 않는다.… 설립자에 대한 시정명령으로 원장에 대한 시정명령이 실익이 없거나 법령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III. 대상판결의 평석 1. 이 사건 판결의 의미 일반적으로 조세사건에서는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서 형식적 명의자의 경우 구제를 해주는 것이 대법원의 기본입장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명의자인 유치원 원장이 불법에 적극 가담하였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항소심에서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점에 비추어, 종래의 판례는 설립자에게만 책임을 물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 말미암아 과거 양자의 관계는 종속성이 강할 수밖에 없었으나, 이 판결을 계기로 어느 정도 대등해짐으로써 유치원의 회계는 더욱 투명해질 것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시정명령의 대상에서 원장을 제외할 경우 불법 편취의 관행이 더욱 만연될 수 있음을 고려한 대법원의 판결은 의미가 크고 타당하다. 다만, 처분의 절차적 위법이 명확해 보임에도 적법하다고 결론지은 것은, 다분히 방향성 제시의 필요에 의한 정책적인 판단이라 평가할 수 있을듯 하다. 이하에서는 논제에 따라서 절차 하자의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2. 행정절차로서 이유제시제도와 하자에 대한 판례의 기본입장 처분의 이유(제시)는 “이유제시 사후추완”과 “처분 사유 추가변경”의 문제영역에서 공통분모에 해당한다. 이는 절차법과 실체법의 경계영역에 위치하며, 법도그마적 관심뿐만 아니라 실무상으로 중요성을 띠고 있다. 이유제시의 절차적 하자와 실체적 하자가 결합하는 경우도 충분히 상정 가능하나 본 판결은 전자와 관련된다. 불이익 처분에 대한 이유제시는 법치국가의 본질적 요소이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은 처분에 있어 근거와 이유가 제시되어야 함을 예정하고 있다. 다만 이유제시의 정도, 하자가 있는 경우 치유가 가능한지 여부,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시기는 언제까지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 판례는 처분이 실체적으로 적법하여도 절차의 하자만으로 취소되는 것으로 보는 한편, 이유제시 하자의 치유는 행정쟁송제시 전까지로 제한함으로써, 판례가 행정절차를 중시한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인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현실과 부합하지 않으며 오히려 대법원이 행정절차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음을 본 판결에서 엿볼 수 있다. 3. 절차적 하자에 대한 비교법적 검토 절차의 하자로 위법하게 된 처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는 각국의 법체계마다 상이하다. 독일의 경우 실체적으로 올바른 결정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는 사고에 기초하고 있다. 그 결정에 도달하는 방법과 형태는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법원은 우선적으로 행정청이 헌법과 수권 규범상의 내용을 준수하였는지를 심사한다. 독일 행정절차법상 절차의 하자는 사실심의 변론 종결 시까지 치유될 수 있고(제45조 제2항), - 더 나아가 치유되지 않거나 치유가 불가능한 경우에도 - 종국적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는 것이 명백할 경우에는 절차의 위반만을 이유로 한 취소를 인정하지 않는다(제46조). 다만, 절대적 절차 하자는 행정절차법 제46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예컨대, 환경영향평가 실시되지 않았고 치유되지 않은 경우, 사안 결정에 영향을 주었는지와는 무관하게 취소청구권이 존재한다(환경권리구제법 제4조 제1항). 이와 함께, 치유로 말미암아 인용되지 못해 발생한 손해는 행정청 측에서 부담토록 하여 행정능률 및 소송경제와 권리구제의 균형을 일정부분 도모하고 있다(행정절차법 제80조 제1항, 행정법원법 제155조 제4항, 제161조 제2항). 이에 반해 미국의 경우 절차를 통해 정의를 추구하며, 권리보호는 실체법보다는 권한 행사 때 요구되는 절차적 사항을 통해 실현된다는 특징이 있다. 즉, 수권 규범에는 행정청이 유념하여야 할 실체적 요구사항들이 거의 담겨져 있지 않으므로, 결국 행정 결정에 대한 법원의 감독은 내용에 대한 적법성 심사가 아니라 절차의 엄격한 통제에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실은 어느 법체계에서도 절차법과 실체법 양자에 대한 통제를 동시에 극대화하기는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에서는 인과관계의 요소를 고려하여 절차상의 하자가 없었더라도 계쟁 처분이 달라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명백히 존재할 때에는 권리 침해가 인정되지 않으며, 다만 그 입증책임은 행정청이나 법원이 부담해야 한다고 본다[유럽사법재판소 2020.5.20.(C-535/18): 2013.11.7(C-72/12) 참조]. 이는 독일의 입장과 괘를 같이 하는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4. 절차적 하자에 대한 이 사건 판결의 평가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산출 근거를 누락함은 물론이고 몇몇 항목은 추산에 의한 방식으로 총액만을 제시한 처분에 이유제시의 하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수긍키 어려우며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물론 대법원의 이와 같은 접근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만일 이유제시의 하자를 인정하고 절차적 위법만을 이유로 처분을 취소할 경우 소멸시효의 문제에 직면한다. 지방재정법상 금전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며 이는 부정수급액을 지급한 때부터 진행한다는 점이다. 즉, 반환명령일을 기준으로 이미 시효가 지난 경우 회수가 불가능하게 된다. 사정판결의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물론 절차의 하자가 종국적 처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명백히 인정될 경우에는 이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서만 처분의 취소를 구하지 못한다는 논리에 입각하여 결정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판례가 절차하자의 독자적 위법성을 인정하고 행정절차를 중시한다는 인식이 정착되어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이에 배치되는 결정을 내리기도 어려웠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근래 불충분한 이유제시가 문제 된 대표적 사안에서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조치의 의미를 알 수 있어서 불복에 별다른 지장이 없었으므로 처분의 이유제시 의무를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판지를 이어오고 있다(2007두20348: 2019두49359). 즉, 하자를 인정한 후 치유의 문제로 해결하는 대신, 아예 이유제시 하자의 위법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회수조치 시 총액만을 제시하였음에도 위 2007두20348판결을 인용하며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단정하였다. 이러한 상투적 논리라면 그 어떠한 처분도 이유제시에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적법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이와 같은 법리구성이 적절하지 않음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의 입법 취지를 살려서 절차의 하자가 있음을 전제하고, 치유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올바르다. 즉, 본 사안에서는 제1심 변론 중반 이후 산출 근거가 제시되었으므로, 이유제시의 하자를 인정한 후 - 추완된 자료가 적정하다는 전제하에 - 그 하자가 치유되었다고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유제시 하자의 치유 시기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은 82누420판결 이후로 행정쟁송제기시까지인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이에 따를 경우 이 사건에서 치유는 불가능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하자의 치유 시기를 쟁송제기시까지로 하는 것이 모든 사안에서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행정청이 이유제시를 위한 자료확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 사건의 경우 편취금액의 항목이 다양하고 수십억에 이르는 등 사안이 복잡하여 산출 근거를 위한 처분청의 조사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반면 소송단계에서 법원이 증거를 보강하는 것은 용이하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소멸시효의 문제 등을 감안할 때 처분을 마냥 방치해 둘 수도 없다. 지출된 총액만을 기재하여 불가피하게 한 번에 처분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안에서는 소송 과정에서도 치유를 인정함으로써 그 시기를 늦추어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 경우 소송의 어느 단계까지 허용할 것인가가 문제 된다. 이와 관련하여 독일처럼 절차 하자의 치유 시기를 사실심의 변론 종결 시까지를 하나의 대안으로 상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항소심 단계에서도 이유제시를 허용하자는 것인데 소송경제 또는 행정능률의 측면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1심부터 심리가 충실히 되어 당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1심의 변론 종결 시까지가 적절하다고 보인다. IV. 맺음말 “니 죄를 네가 알렸다!”라는 원님재판이 떠올려진다. 이 사건 대법원판결을 이에 비교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무엇보다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은 별개로서 상호 구분되는 것이 마땅하다. 일벌백계의 명목으로 추산방식으로 총액만 기재한 행정처분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유제시의 하자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절차의 하자를 인정하고 치유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논리적, 법리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이 사건에서 절차 하자에 대한 대법원의 무리한 해석은 하자의 치유에 대한 명문 규정이 흠결된 점에 기인하였다고도 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입법적인 해결이 바람직하다. 치유 시기를 - 1심 변론 종결 시까지로 - 늦추는 한편, 치유로 패소한 원고의 손해는 피고가 부담하게 하는 보완이 필요하다. 이로써 일회적 분쟁 해결의 절차경제와 권리구제의 양 이념이 다소간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단서에, 이유제시를 위한 자료수집이 어렵고, 그럼에도 처분을 해야 할 부득이한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 1심의 변론 종결 시까지 보완하여 제출 가능하다는 규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요컨대, 추산에 의한 처분으로 불가피하게 소송에 휘말리지 않도록 -법 위반의 정도와 비난 가능성의 경중을 떠나서- 행정청은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에 관한 법적 분쟁의 판단에서도 법원 역시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이상학 교수(대구대 법학부)
이상학 교수(대구대 법학부)
2023-11-26
민사소송·집행
조세·부담금
가집행선고 취소에 따른 가지급물 반환에 있어서 원천징수세액의 처리
Ⅰ. 서론 원천징수란 소득금액을 지급하는 자(원천징수의무자)가 그 상대방(원천납세의무자)으로부터 세액을 과세관청을 대신하여 징수하는 것을 말한다. 원천납세의무자는 국가에 대하여 조세법상의 법률관계를 갖지 않으나 원천징수를 받아들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원천징수의무자가 소득금액을 지급하면서 원천징수세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지급하면 원천징수의무자의 원천납세의무자에 대한 채무는 모두 변제로 소멸한다(대법원 2001. 7. 10. 선고 2001다16449 판결). 원천납세의무자가 원천징수의무자로부터 지급받은 소득이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으로 확정된 경우 원천납세의무자의 부당이득반환의무 범위가 원천징수세액을 공제한 실제 수령금액인지, 원천징수세액을 포함한 전체 소득금액인지에 대한 다툼이 있다. 이는 잘못 징수·납부된 원천징수세액에 대한 환급청구권과도 관련된 문제다. Ⅱ. 원천징수와 부당이득 반환 1. 원천납세의무자의 부당이득반환의무 범위 원천납세의무자에게 지급된 소득이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경우 그 반환은 근본적으로 부당이득 반환이다. 원천납세의무자는 실제로 지급받은 돈을 반환하면 되고 원천징수세액으로 공제된 돈에 대하여는 아무런 이득을 취득하지 않았으므로 반환의무가 없다. 이는 변제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채무자의 제3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였는데 그 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하여 대위변제가 성립하지 않은 경우 채무자에게 변제금원 반환의무가 없는 것과 같다.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다290436 판결은 주식회사가 법률상 원인 없이 대표이사에게 특별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원천징수세액을 공제한 나머지를 지급하였다가 원천징수세액을 포함한 전액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한 사안에서 대표이사는 원천징수세액을 제외하고 실제 지급받은 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2. 원천징수세액의 처리 가. 국가의 부당이득반환의무 원천징수의무자가 원천납세의무자로부터 원천징수대상이 아닌 소득에 대하여 세액을 징수·납부하였거나 징수하여야 할 세액을 초과하여 징수·납부하였다면 국가는 원천징수의무자로부터 이를 납부 받는 순간 아무런 법률상의 원인 없이 그 원천징수세액 상당의 부당이득을 보유하게 된다(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1두8780 판결). 따라서 국가는 원천징수의무자에게 원천징수세액 상당의 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 나. 환급청구권의 귀속 관계 국세기본법은 원천징수의무자가 원천징수하여 납부한 세액에서 환급받을 환급세액이 있는 경우 그 환급액은 그 원천징수의무자가 원천징수하여 납부하여야 할 세액에 충당하고 남은 금액을 환급하되 그 원천징수의무자가 그 환급액을 즉시 환급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경우나 원천징수하여 납부하여야 할 세액이 없는 경우에는 즉시 환급한다고 정하고(제51조 제5항) 환급금은 납세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고 정하면서(제51조 제6항) '납세자'란 납세의무자와 세법에 따라 국세를 징수하여 납부할 의무를 지는 자를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제2조 제10호). 이에 따르면 잘못 징수·납부한 원천징수세액에 대한 환급청구권은 납세자인 원천징수의무자에게 귀속되고 원천납세의무자에게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대법원도 원천징수의무자가 원천납세의무자로부터 잘못 징수·납부한 원천징수세액에 대한 환급청구권은 원천납세의무자가 아닌 원천징수의무자에게 귀속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1두8780 판결). Ⅲ. 원천징수와 가지급물 반환 1. 대상판결: 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5다35270 판결 가. 사안 지급자가 제1심의 가집행선고에 따라 임의로 지연손해금 100을 가지급하면서 원천징수세액 20(기타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 20%)을 공제한 나머지 80을 실제로 지급하였는데 상소심에서 지연손해금 70이 의무 없는 것으로 확정되고 그 부분에 대한 가집행선고가 취소됨에 따라 가지급물 반환범위가 문제된 사안이다. 나. 판시요지 가집행선고 판결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현실적인 지급은 원천징수의무가 발생하는 소득금액의 지급에 해당하고 지급자가 가집행선고 판결에 따라 지연손해금을 실제로 지급하면서 공제한 원천징수세액도 가지급물에 포함된다. 2. 평석 가. 가지급물 지급과 원천징수의무 1) 대상판결의 판시요지 수급자가 가집행선고 판결에 의하여 지급자로부터 실제로 지연손해금에 상당하는 금전을 수령하였다면 비록 본안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의 실현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정도로 성숙·확정된다고 해야 하므로 가집행선고 판결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현실적인 지급은 원천징수의무가 발생하는 소득금액의 지급에 해당한다. 따라서 공제된 원천징수세액 20을 포함한 지연손해금 100이 가지급물이다. 2) 검토 가집행선고 판결에 따른 임의지급이라는 이유만으로 원천징수세액을 포함한 전체 소득금액을 실제로 지급하여야 하고 소득세액 징수는 본안판결 확정 후 다른 절차를 통해야 한다는 것은 원천징수세제에 어울리지 않는다. 대상판결의 판시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하여는 판례평석이 공간되었고 실무상 대상판결의 적용에 의문이 없다. 나. 가집행선고의 취소에 따른 가지급물 반환과 원천징수세액 1) 가지급물 반환의 법적 성질 가집행선고에 따른 변제의 효력은 그 가집행선고가 취소되는 것을 해제조건으로 발생한다(대법원 1995. 12. 12. 선고 95다38127 판결). 따라서 가집행선고 판결에 따라 금원을 지급받았다가 그 가집행선고가 실효됨에 따라 금원의 수령자가 부담하게 되는 원상회복의무는 성질상 부당이득 반환채무다(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1다81320 판결). 2) 대상판결에 따른 가지급물 반환방법 가지급물 액수가 100(= 실제로 지급된 소득 80 + 원천징수세액 20)이므로 이 금액에서 정당한 지연손해금 30(= 실제로 지급된 소득 중 정당한 24 + 납부된 원천징수세액 중 정당한 6)을 뺀 나머지 70이 가집행선고 취소에 따라 법률상 원인이 없게 되는데 이 70은 실제로 지급된 소득 56(= 80-24)과 과다하게 납부된 원천징수세액 14(=20-6)로 구성된다. 따라서 수급자가 실제로 지급받은 가지급물 중 56을, 국가가 원천징수세액으로 납부된 가지급물 중 14를 각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 대상판결에서는 지급자가 원천징수세액 14를 국가로부터 환급받기로 하여 가지급물 반환신청에서 제외한 까닭에 이 부분 가지급물 반환주체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판시가 없었다. 3) 검토 원천징수세액을 공제한 나머지만을 지급하더라도 전체 소득금액 지급채무에 대한 변제로 유효하고(대법원 2001. 7. 10. 선고2001다16449 판결) 이는 가집행선고에 따른 지급이라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따라서 원천징수세액 20을 포함한 전체 소득금액이 지급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때 원천징수세액 20은 실제로 지급된 것이 아니라 지급된 것으로 인정될 뿐이므로 그 인정효과가 상실되었을 때 실제로 지급된 것과는 달리 취급된다. 대위변제가 성립하지 않은 경우 채무자가 아니라 변제금원을 수령한 제3자가 변제자에 대하여 부당이득 반환의무를 부담하는 것처럼(대법원 1990. 6. 8. 선고 89다카20481 판결) 가집행선고가 취소되어 가지급물 지급의 변제효과가 상실된 경우 원천징수세액을 실제로 수령한 국가가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공제된 원천징수세액도 가지급물에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고 하여 수급자에게 공제된 원천징수세액에 대하여도 가지급물 반환의무가 발생한다고 봐서는 안 된다. 대상판결은 원천징수세액 부분도 가지급물 지급의 효력이 있고 가집행선고 취소에 따른 가지급물 반환대상이 된다고 본 것이고 이를 종래의 대법원판결에 비추어보면 지급자에 대한 원천징수세액 상당의 가지급물 반환의무(세액환급의무)는 국가에게 있음을 전제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상판결이 별다른 설명 없이 "공제한 원천징수세액도 가지급물에 포함된다", "피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라고 설시한 까닭에 수급자의 가지급물 반환의무가 공제된 원천징수세액에까지 미치는 것으로 오해되고 있어 아쉽다. Ⅳ. 결론 수급자가 지급자로부터 지급받은 소득을 법률상 원인이 없는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할 경우 원천징수세액을 공제한 실제 수령금액을 반환하면 되고 이는 가집행선고의 취소에 따른 가지급물 반환에 있어서도 같다. 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5다35270 판결은 가집행선고 판결에 따른 수급자에 대한 실제 금원의 지급과 국가에 대한 원천징수세액의 납부가 모두 가지급물 지급에 해당하고 가집행선고 판결이 취소된 경우 가지급물 반환의무로 수급자는 실제로 받은 돈을, 국가는 납부된 원천징수세액을 지급자에게 반환(환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해야 한다. 이정훈 고법판사(서울고법)
원천징수세액
가지급물반환
가집행선고취소
이정훈 고법판사(서울고법)
2020-11-09
민사일반
법인의 물적분할시 적격분할 요건인 ‘독립된 사업부문’, ‘포괄적 승계’, ‘직접 사용’, ‘분할대가 전액이 주식’의 해석
-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6두40986 판결 - 1. 사실관계 원고는 2008년 5월 1일 A공장의 화학제품제조 사업부문과 도시개발 사업부문을 물적분할(이하 ‘이 사건 분할’)하여 D회사를 설립하고 2008년 5월 6일 분할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이 사건 분할이 구 법인세법(2009. 12. 31. 법률 제98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 제47조 제1항의 적격분할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아 2008 사업연도 법인세 신고 시 분할로 인한 자산양도차익 약 7485억원을 손금산입하였고, 폐석회처리 등 공사비용을 통상적인 비용으로 손금처리하였다. 피고는 2013년 8월 22일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분할이 적격분할에 해당하지 않고, 폐석회처리 등 공사비용이 토지의 자본적 지출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자산양도차익과 공사비용을 손금불산입하여 2008사업연도 법인세 약 3000억원(가산세 포함)을 경정고지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물적분할은 분리하여 사업이 가능한 독립된 사업부문을 분할하는 것으로서,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자산·부채가 포괄적으로 승계되고, 분할신설법인이 분할등기일이 속하는 사업연도 종료일까지 승계받은 사업을 계속 영위하며, 분할법인이 받은 분할대가 전액이 분할신설법인의 주식인 경우 과세이연 규정이 적용된다. ‘분리하여 사업이 가능한 독립된 사업부문’의 요건{법 시행령(2009. 2. 4. 대통령령 제2130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시행령’) 제82조 제3항 제1호}은 기능적 관점에서 분할 이후 기존의 사업활동을 독립하여 영위할 수 있는 사업부문이 분할되어야 함을 뜻한다. 개별 자산만 이전하여 사실상 양도차익을 실현한 경우와 구별하기 위한 것으로, 독립적으로 사업이 가능하면 단일 사업부문의 일부 분할도 가능하다.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자산 및 부채가 포괄적으로 승계될 것’의 요건(시행령 제82조 제3항 제2호)은 독립된 사업부문 요건을 보완하는 것으로서, 해당 사업활동에 필요한 자산·부채가 분할신설법인에 한꺼번에 이전되어야 함을 뜻한다. 다른 사업부문에 공동 사용되는 자산·부채 등 분할하기 어려운 것은 승계되지 않더라도 기업의 실질적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다. ‘승계받은 사업을 계속 영위할 것’의 요건(법 제46조 제1항 제3호, 시행령 제83조 제4항, 제80조 제3항)은 분할 전후 사업의 실질적 동일성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으로서, 처분 또는 직접 사용 여부는 입법 취지와 해당 사업내용을 고려하여 실제의 사용관계를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분할대가 전액이 주식’의 요건(법 제47조 제1항 괄호 안, 제46조 제1항 제2호)은 분할법인이 분할되는 사업부문의 자산·부채를 분할신설법인으로 이전하는 대가로 분할신설법인 주식만을 취득하여야 한다는 것으로서, 지분관계의 계속성을 규정한 것이다. 이 사건 분할은 조직형태의 변화가 있을 뿐 기업의 실질적인 동일성은 계속 유지되어 구 법인세법령에 정한 과세이연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3. 평석 가. 물적분할 시 과세이연 규정의 취지 및 해석원칙 법인의 물적분할 시 분할로 발생한 자산양도차익에 대하여는 법인세가 과세되는 것이 원칙이나 법 제46조 제1항, 제47조, 시행령 제82조 제3항, 제83조, 법 시행규칙(2010. 6. 30. 기획재정부령 제1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의2는 분할법인이 분할신설법인의 주식 전부를 취득하는 적격분할 요건을 갖춘 경우 주식의 가액 중 물적분할로 발생한 자산의 양도차익 상당의 금액에 대하여 과세이연의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과세이연 규정은 1998년 12월 28일 법인세법 개정으로 합병·분할 등 기업조직재편 세제 도입 시 마련된 것으로서, 그 취지는 회사가 기존 사업의 일부를 별도의 완전 자회사로 분리하는 조직형태의 변화가 있었으나 지분관계를 비롯한 기업의 실질적인 이해관계에 변동이 없는 때에는 과세의 계기로 삼지 않음으로써 회사분할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조세법규의 해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할 것이고, 합리적 이유 없이 확장해석 또는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나. ‘분리하여 사업이 가능한 독립된 사업부문’을 분할한 것인지 ‘독립된 사업부문’의 분할은 그 문언상 분할대상이 분리하여 사업이 가능한 독립된 사업부문이기만 하면 되고, 분할 당시 분할신설법인에 무엇이 승계되는지, 분할신설법인이 분할 이후 어떠한 방식 또는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는지는 위 요건과 무관하다. 시행령 제82조 제3항은 그 사업부문이 분할법인에 존재하던 동종의 사업부문 전체일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A공장 화학제품제조 사업부문과 도시개발 사업부문은 기존의 다른 사업무문에서 독립하여 사업활동 영위가 충분히 가능한 사업이고, 이들 사업부문의 내용과 기능적 특성상 D회사가 고용 일부를 승계하지 않고, 화학제품 제조를 원고에게 위탁하여 생산된 제품의 대부분을 원고에게 판매하더라도 분할 전 사업부문을 해체한 것이라 볼 수 없다. 다.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자산 및 부채가 포괄적으로 승계’된 것인지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필수적인 자산 또는 영업활동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자산이 승계되었다면 ‘자산이 포괄적으로 승계’된 것이고,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자산 전부가 승계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분할계약서상 원고의 폐석회처리 협약에 의한 의무, 폐석회 매립공사 관련 채무, 지하폐석회 처리 관련 채무는 A공장 부지와 관련된 채무로서 모두 D회사에 승계되었다. 현금은 법인 계좌로 입금되는 순간 A사업부문 매출이건, A사업부문 자산을 담보로 차입한 것이건 다른 현금과 혼화되어 A사업부문만의 현금이라 볼 수 없다. 원고가 이 사건 분할을 앞두고 회사채 상환, 법인세 납부 등 일반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A공장 부지를 담보로 차입한 차입금 채무는 원고의 다른 사업부문에도 공통적으로 관련된 것으로서 그 중 회사채 상환 등으로 사용될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만 D회사에 승계시킨 것은 요건 불비로 보기 어렵다. 분할신설법인에 승계시키는 현금이 얼마인지에 따라 자산양도차익은 달라지지 않고, 상법 제530조의9 제2항은 분할시 분할신설법인과 분할법인의 연대책임을 배제할 수 있으므로, 차입금 중 일부만 승계되었다거나 원고의 연대책임을 배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시행령 제82조 제3항 제2호는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인력 또는 직원의 포괄적 승계를 요건으로 하지 않으며, 이 사건 분할 시 A공장 화학제품제조 사업부문의 직원들이 D회사로의 승계를 반대하였는데 당시 선고된 판결들에 따라 직원들에게 승계를 강제할 수 없었다. D회사가 원고의 인력을 대부분 승계하지 않아 적격분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할 수 없다. 라. 분할신설법인이 ‘승계한 고정자산가액의 1/2 이상을 승계한 당해 사업에 직접 사용’한 것인지 D회사는 원고로부터 A공장 화학제품제조 사업부문을 분할받은 후 자신의 비용으로 원재료를 구입하여 자신의 사업장에서 설비를 갖추고 자신의 명의로 화학제품을 제조하였고, 원고로부터 도시개발사업 대상토지인 A공장 부지의 소유권을 이전받아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여 시행자로 지정받음으로써 승계한 고정자산을 실제 사용하였다. D회사가 그 사용방식에 있어 업무위탁을 하였다고 달리 볼 수 없다. D회사가 승계받은 사업을 계속 영위하면서 금융기관 대출채무의 담보를 위해 신탁등기를 설정하였더라도 승계사업의 폐지로 간주되는 고정자산의 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 마. 분할법인이 분할신설법인으로부터 받은 ‘분할대가의 전액이 주식’인지 원고는 분할계약에 따라 분할대가로 D회사로부터 주식만을 받았고, 원고가 분할 직전 대출받은 차입금 중 일부가 D회사에 승계되지 않았다는 사정은 자산·부채의 포괄적 승계요건과 관련된 것일 뿐 분할대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4. 결론 법인세법상 분할제도가 도입된 이래 적격분할 요건에 관한 판단기준이 정립되지 않아 실무상 논란이 되어 왔는데, 대상판결은 물적분할 시 과세이연 제도의 취지가 기업의 실질적인 이해관계의 변동이 없는 때 과세의 계기로 삼지 않음으로써 회사분할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그 취지 및 사업부문의 내용과 기능적 특성 등을 고려하여 적격분할의 요건인 ‘독립된 사업부문’, ‘포괄적 승계’, ‘직접 사용’, ‘분할대가 전액이 주식’의 의미에 관하여 해석함으로써 그 판단기준을 최초로 정립하였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분할법인
지분
법인세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2018-10-08
민사일반
준거법의 범위와 준거법의 합의가 주요사실인지 여부
- 대상판결: 대법원 2016.3.24. 선고 2013다81514 판결 - I. 대상판결의 요지 당사자자치의 원칙에 비추어 계약 당사자는 어느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거나 그중 특정 조항이 당해 계약에 적용된다는 합의를 할 수 있고 그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소송절차에서 비로소 당해 사건에 적용할 규범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가 일치하는 의견을 진술하였다고 해서 이를 준거법 등에 관한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II. 국제협약이 준거법의 합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 1. 쟁점 대상판결에서는 계약의 당사자가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는 합의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서는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특정 국가의 법’에 한정되는지 아니면 상인법(lex mercatoria 또는 law merchant)과 같은 국제적 관습, UNIDROIT 국제상사계약규칙(UNIDROIT Principles of International Commercial Contracts 1980)과 같은 법원칙 또는 국제물품매매협약(UN Convention on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과 같은 국제협약 등 비국가적 규범도 포함되는지 문제된다. 2. 논의의 실효성 비국가적 규범이 준거법으로서 지정될 수 있다면 이는 ‘저촉법적 지정’이 되지만, 만일 준거법으로서 지정될 수 없다면 당사자의 합의는 그러한 비국적 규범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실질법적 지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저촉법적 지정은 준거법의 지정이므로 법정지의 단순한 강행규정의 적용은 배제되고 국제적 강행규정만이 적용된다. 그러나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규범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것에 불과하므로 법정지의 단순한 강행규정의 경우에도 적용이 배제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저촉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계약이 체결된 후에 법이 개정되었다면 개정된 법이 적용되지만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개정되기 전의 법이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된 것으로 봐야 하므로 그 적용이 배제된다. 또한 저촉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법원이 규범의 내용을 직권으로 조사해야 하지만,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편입된 법규가 계약의 내용이 되므로 당사자가 편입된 법규의 내용에 대하여 주장하고 증명할 책임을 부담한다. 3.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준거법은 특정국가의 법에 한정된다고 본다. 국제사법의 전반에서 언급하고 있는 ‘법’의 전통적 그리고 사회적 의미는 특정국가의 법이고, 제5조에서 ‘법원은 이 법에 의하여 지정된 외국법’이라고 규정하고 제7조나 제33조 등에서 ‘대한민국법’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를 종합하여 보면 준거법은 외국법이거나 대한민국법으로서 특정국가의 법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준거법의 분열의 한계와 관련하여서 문제가 발생한다. ‘준거법의 분열’이란 하나의 법률관계의 실체적 내용에 대하여 여러 국가의 법이 적용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국제사법 제25조 제2항에서는 “당사자는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도 준거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준거법의 분열을 허용하고 있다. 대법원 2016.6.23. 선고 2015다5194 판결에서는 당사자가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만 준거법을 선택한 경우, 선택된 준거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영역에 대하여는 국제사법의 규정에 따라 지정된 소위 객관적 준거법이 적용된다고 보고 있으므로, 비국가적 규범만을 준거법으로 지정하고 있거나 비국가적 규범과 특정국가의 법을 모두 지정하는 경우 모두 준거법의 분열이 발생한다. 그러나 준거법의 분열이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법의 내용에 차이가 있고, 한 국가의 국내법은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하나의 사안에 대하여 여러 국가의 법이 동시에 적용되면 적용되는 법률 사이에 모순이 발생하거나, 생소한 다른 국가의 제도를 국내의 제도에 맞춰야 하는 복잡한 적응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지정된 복수의 준거법이 적용되는 부분이 다른 부분과 분리가능하여 상호 모순저촉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한계 내에서만 준거법의 분열이 허용된다. 그런데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위와 같은 한계를 완전히 무시하고서 준거법의 분열을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부당하다. 대상판결에서 국제협약이 준거법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보건대, 위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깊은 고려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하는 저촉법적 지정은 할 수 없다고 본다. 참고로 우리의 국제사법의 바탕이 된 유럽공동체(EC)의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협약’(‘로마협약’) 에서는 당사자가 준거법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특정 국가의 법이라고 해석되어 왔다. 그런데 위 로마협약을 개정한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규칙’을 제정되는 과정에서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준거법은 특정 국가의 법으로부터만 도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아니하였다. III. 준거법의 합의가 주요사실인지 여부 1. 쟁점 대상판결에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주요사실에 대하여만 변론주의가 적용되어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는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여 그러한 사실이 주요사실이란 점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대상판결과 같이 준거법의 합의를 주요사실로 본다면 당사자가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주장 및 증명해야 비로소 법원이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을 뿐이고, 당사자의 주장이 없는 한 법원이 직권으로 준거법의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 2.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1) 주요사실의 의미에 따른 비판 주요사실이라 함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실체법상의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말한다(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다카1489 전원합의체 판결). 즉 권리와 의무의 발생, 변경, 소멸이라는 실체법적 효력을 가져오는 요건사실이 주요사실에 해당한다. 국제사법을 소송법으로 분류하는 견해도 있지만 ‘절차법-실체법’과 ‘저촉법-실질법’이 대비되고 있는 바와 같이, 저촉법인 국제사법은 ‘법선택을 위한 법’으로서 절차법과 실체법의 구분과 그 영역을 달리한다(석광현, ‘국제사법 해설’, 법문사, 2013, 4쪽). 그런데 국제사법을 소송법으로 보던지 저촉법으로 보던지 상관없이 국제사법이 실체법이 아니란 점은 명백하므로 국제사법 제25조에 따른 준거법의 지정의 합의를 주요사실로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2) 적용될 법률의 발견은 법원의 전권사항 국제사법은 법선택을 위한 법으로서 국제적 분쟁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으로서는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이를 당연히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사법에 따르면 계약에 적용되는 준거법은, 1차적으로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지정한 국가의 법이 되고(제25조 제1항), 이러한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2차적으로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이 된다(제26조). 따라서 법원은 직권으로 계약의 1차적 준거법인 당사자의 합의의 존재를 조사해야 한다. 게다가 대상판결에서도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적용할 법률의 발견은 법원의 전권사항이고,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는 적용할 법률을 결정하는 합의이므로, 법원은 준거법의 합의의 존재를 조사하는데 있어서 당사자의 주장에 구속받지 아니한다. 덧붙여 대상판결은 당사자가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는 계약의 내용이 되고 계약의 내용은 주요사실이라는 이유로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를 주요사실로서 자백의 대상으로 본 듯하다. 그러나 당사자의 합의라고 하더라도 모두 주요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법원 판례에서는 소송상 합의인 부제소의 합의를 채권계약으로 보고 있으면서도(대법원 2004. 12. 23. 선고 2002다73821 판결), 이러한 부제소의 합의가 소송법적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이를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따라서 당사자의 합의라는 이유만으로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까지 주요사실로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IV. 결론 이상으로 대상판결과 달리, 사견에 따르면 국제협약을 포함한 비국가적 규범은 준거법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의 존재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서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한편 대상판결 중 문제된 판시내용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이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른 아쉬움이 있다. 적지 않은 국제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좀 더 많은 국제사법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국제협약
준거법
국제사법
2017-02-20
지방세법상 부동산 재산세 과세표준에 대한 비판적 검토
Ⅰ. 대상 사건 1. 사실관계 청구인은 2010년 7월 15일 고양시 ○○구청장으로부터, 청구인이 소유하고 있는 고양시 소재 상가 건물의 시가표준액 2억676만1086원에 공정시장가액 비율 70%를 적용하여 산출한 과세표준액을 기준으로 하여, 일반건축물분 재산세 36만1830원, 도시계획세20만2620원 등 합계 80만2560원의 부과처분을 받았다. 또한 위 건축물 부속토지 469.89㎡의 개별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 시가표준액 12억9219만7500원에 공정시장가액비율 70%를 적용하여 산출한 과세표준액을 기준으로, 토지분 재산세 251만3610원 등 합계 428만2680원의 부과처분을 받았다. 청구인은 위 각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2012년 4월 17일 기각되었다(의정부지방법원 2011구합3420). 이에 청구인은 항소심 계속 중(서울고등법원 2012누13179) 구 지방세법 제187조, 제111조, 구 지방세법 시행령 제80조, 제138조 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2012년 11월 15일 그 신청이 기각되자, 2012년 12월 13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감정평가, 인근 유사 부동산의 평가선례, 거래사례 등을 통하여 과세대상의 시가표준액이 현 시가를 현저히 초과한다고 객관적으로 검증된 경우에는 그 보다 낮은 시가를 기준으로 과세표준을 산정하여 현실적인 재산가액을 계측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장치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획일적으로 시가표준액을 기준으로 재산세의 과세표준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청구인의 재산권은 물론 국세와 비교할 때 평등권을 침해한다. 3. 헌법재판소 결정요지 재산세는 매년 일정한 과세기준일이 되면 전국의 모든 부동산에 대하여 일제히 과세해야 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개별 부동산의 실제 가액을 일일이 조사하기보다 획일적인 시가표준액에 의해서 과세표준을 산정함으로써 안정된 세수를 확보하며 실질적인 조세부담의 공평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관련 법률에서는 객관적인 평가가치인 시가표준액이 시가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으며, 납세의무자는 개별공시지가결정 자체를 다투거나 부과처분취소소송에서 개별공시지가결정의 위법을 독립된 위법사유로 다툴 수 있는 등 시가표준액을 다툴 수 있는 방법이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불이익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크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Ⅱ. 평석 1. 문제의 제기 일반적으로 개별공시지가는 실거래가(시가)보다는 낮게 형성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개별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 과세처분에 대하여 대다수 국민들은 큰 불만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본 사안과 같이 거꾸로 개별공시지가가 실거래가 보다 높게 측정된 경우는 문제가 달라진다. 실제 시가보다 훨씬 높게 책정된 개별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조세를 부담해야 하는 국민입장에서는 무척 억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이웃 일본의 경우 일본 상속세법의 경우 재산의 가액은 그 '취득시의 시가'라고 규정하여, 시가주의를 취하고 있다. 취득당시라는 것은 상속세의 경우는 피상속인 또는 유증자의 사망 시, 증여세의 경우는 증여에 의해 재산권을 취득한 날로 본다. 또한 시가라는 것은 객관적인 교환가치로, 불특정 다수 당사사자 간의 자유로운 거래를 통해 통상적으로 성립되는 가액을 의미한다. 따라서 개별공시지가를 토지의 시가로 간주하는 것은 개별공시지가에 토지의 실거래 시가를 국민이 용인 가능한 범위에서 충분히 반영하고 있거나 시가를 파악할 방법이 따로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개별공시지가 외에는 달리 방안이 없는 경우 정당화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연유로 대상 사건처럼 시가를 파악할 수 있는 다른 방법과 수단이 존재한다면 그 시가에 따라야 할 것이지 과세당국의 편의를 위해 개별공시지가를 무조건 적용하는 것은 일본에서 용납되기 어렵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3. 비판적 검토 대상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개별 부동산의 실제 거래가액을 일일이 매년 조사한다는 것은 조세행정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한계 때문에, 재산세 과세의 경우 시가표준액을 원칙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나아가 헌재는 대상판결에서 시가표준액이 시가를 현저히 초과하는 경우 납세의무자는 개별공시지가 결정 자체를 따로 다툴 수 있기 때문에 위헌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일본 판례가 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지방세법의 하나인 고정자산세의 시가가 문제된 사건 (最判平成15年6月26日民集57卷6723頁)에서 "토지에 대한 고정자산세는 토지의 자산가격에 주목하여, 그 소유라는 사실에 담세력을 인정하여 부과하는 일종의 재산세이며, 개개의 토지의 수익성의 유무에 관계없이 그 소유자에 대해 부과하는 것이므로, 상기의 적정한 시가라는 것은 정상적인 조건 하에 성립하는 당해 토지의 거래가격, 즉, 객관적인 교환가치를 말한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토지과세대장 등에 등록된 가격이 부과기일에 있어 당해 토지의 객관적인 교환가치를 상회하면, 당해 가격의 결정은 위법하게 된다"라고 판시하였다. 결국, 일본도 우리나라와 같이 모든 과세대상에 대해 개별적인 조사를 하여 부과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정 기준일에 조사한 가격을 부과기일의 산정자료로 사용하는 것 자체는 금지할 수 없는 것이라고 보면서도, 시가를 산정한 결과 개별공시지가가 그 시가를 초과하는 한도 내에서는 위법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우리는 법인세와 상증세법과 같은 국세의 경우 과세표준으로 시가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바, 국세와 별개로 지방세의 경우 시가표준액을 과세표준의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명확한 논거도 찾아보기 어렵다. 시가표준액을 기준으로 하는 취지가 시가의 파악이 힘들다는 측면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시가표준액이 실제 시가보다 낮은 금액이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과세함으로써 국민경제에 조금이나마 안정을 줄려는 의도가 당초 입법자에게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반대의 경우가 발생하는 경우에 국민의 재산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대상판결과 같은 경우가 많아진다면, 국민들의 조세저항은 불가피한 것이다. 4. 결론 지방세 과세기준으로서 표준지공시지가 제도가 일응 운영상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사안과 같은 경우 실거래 시가에 따라 과세를 부과할 수 있는 보완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헌법상 조세평등주의 내지 실질과세 원칙에 보다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단지 높은 공시지가를 개별적으로 다툴 수 있고, 현재의 시가표준액이 불합리한 정도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과잉금지 위반이 아니라고 판시한 대상 결정은 합리적 이유 없이 과세 당국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결국 조세행정의 한계문제로 보충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시가표준제도가 원칙적으로 적용되고 그 부작용을 해결할 보완제도가 없는 현행 지방세법으로 인해 본 사안과 같은 피해를 보는 국민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이상 하루 속히 이웃 일본의 예를 참고하여 법제를 수정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하겠다.
2014-11-13
입찰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 산정 기준
1. 들어가며 2001년부터 약 9년간 계속되었던 군용 유류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얼마 전 선고되었다.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기준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없는 상황에서 실제 손해와 가장 가까운 금액을 산정하기 위한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많은 자료와 공방이 오고갔다. 필자는 국가측의 항소심 소송수행자로서 위 판결의 내용과 의미를 정리하여 향후 유사사례 해결에 도움이 되고자 본 판례평석을 기고하게 되었다. 2. 사실관계 피고들인 주식회사 A,B,C,D,E는 국가인 원고에게 군용유류를 납품하는 정유 업체이다. 군용유류 구매절차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계법'이라 한다), 같은 법 시행령(이하 '국계령'이라 한다)의 적용을 받는데, 원칙적으로 경쟁입찰에 의한다. 원고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간 피고들과 입찰을 통하여 75건 금액 합계 약 712,845,810,000원(1998년 약 320,303,582,000원, 1999년 약200,132,950,000원, 2000년 약 192,409,278,000원)의 군용유류 구매계약을 체결하였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피고들이 위 기간 동안 입찰물량을 나누어 낙찰받기로 한 후, 유종별 낙찰예정업체, 낙찰단가, 들러리 가격 등을 사전에 합의하고, 그 합의된 내용대로 응찰하여 원고와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독점 규제법'이라 한다.) 제19조 제1항 제1호에 정한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였다고 보아 피고들 합계 약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이후 피고들은 이에 불복하여 결과적으로 납부한 과징금은 총 936억 1000만원이다.) 이와 더불어 피고들 및 피고들의 경영이사들은 독점규제법위반죄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이 판결은 확정되었다. 원고는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피고들에게 165,967,357,805원(그 중 82,857,611,115원은 98년분, 66,596,222,979원은 99년분, 8,965,745,626원은 2000년분) 및 지연손해금을 청구하였다. 3. 사건의 쟁점 및 손해액 산정의 방법론 가. 사건의 쟁점 피고들의 담합행위 여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심결 및 관련 판결에 의해 확정된 이상 피고들의 위법한 담합행위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그 책임 범위는 '피고들의 담합행위로 인하여 형성된 가격'(낙찰가격)과 '피고들이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으리라고 인정되는 가격'(경쟁가격)과의 차액이 될 것인데, 이 사건에서는 피고들의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을 추정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었다. 나. 손해액 산정의 방법론 1) 표준시장 비교 방법(원고측 제시) 표준시장 비교 방법(yarkstick method)은 입찰 담합이 없었던 시장을 표준으로 삼아서 그 시장에서의 가격과 입찰 담합이 있었던 시장에서의 가격을 비교함으로써 담합으로 인한 가격 인상분을 파악하여 손해액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원고는 피고들에 의하여 과점되고 있는 국내 유류시장의 특성상 유류 시장 전체에 걸친 가격 담합이 존재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국내 유류 시장을 기준으로 경쟁 시장 가격을 산정할 수는 없고, 아시아 최대의 유류 완제품 국제 시장인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유류를 구입하여 국내에서 원고에게 공급할 때까지 드는 비용을 산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형성된 거래가인 MOPS 가격에 운임보험료, 신용장 개설료, 통관료, 국내운반비, 저유비, 품관비, 첨가제가격, 일반관리비, 이윤, 석유기금, 관세 등의 부대비용을 더하여 가상의 경쟁시장 가격을 추정하였다.(이하 'MOPS 가격 비교 방법'이라 한다) 2) 중회귀분석을 통한 이중차분법(감정인단 및 피고들 제시) 감정인단 및 피고들은 통계학적 추론방법을 적용한 계량경제학적 분석방법, 즉,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을 변수로 설정하고 중회귀분석(multiple regression analysis)이라는 통계학적 추론방법을 사용함으로써 담합이 가격에 미친 영향과 담합 이외의 경제적 요인들이 가격에 미친 영향을 분리하여,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but for price)을 추정해 내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4. 1심 및 대상 판결의 요지 가. 1심 판결의 요지(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1. 23. 선고 2001가합10682 판결) 1심은 ① 완전경쟁시장(싱가포르 현물시장)을 기준으로 손해를 산정하게 되면 결국 '다른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과 실제 구매가격과의 차액'이 아닌 '완전경쟁시장에서 형성되었을 가격과 실제 구매가격과의 차액 전체'를 피고들에게 부담시키는 결과가 되며, ②군납 유류시장과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특수성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변수들의 효과를 적절히 감안하지 아니한 채 두 시장을 단순히 비교하는 표준 시장 비교 방법은 타당하지 않다고 하면서, 이 사건에서는 낙찰가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을 도입한 중회귀분석 모형을 설정한 다음 이중차분법에 따라 담합의 효과를 추정해내는 방법, 즉 '중회귀분석을 통한 이중차분법'에 의하여 손해액을 계산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따라 1심 법원은 감정인단의 결과를 원용하되, ①추정모형으로는 통상 최소자승법(ordinary least squares method)을 채택하고, ②담합효과는 1998년과 1999년은 동일하게, 2000년은 이와 다르게 설정하는 모형을 채택하며, ③유찰수의계약 자료는 모두 모형에서 제외하는 변형을 가하여 최종적인 손해액을 80,997,385,398원으로 계산하여 판결하였다. 나. 대상 판결의 요지 항소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을 변경하였다. 즉, 계량경제학상의 중회귀 분석을 통한 손해액 산정 방법이 그 자체로서 매우 합리적인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①경제적 논증에 대한 규범적 통제의 어려움, ②이 사건 각 모형에 의하여 추정된 각 손해액의 편차가 5.5배를 초과할 정도로 매우 큰 점, ③우리의 손해배상제도가 3배 배상의 원칙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계량경제학적 손해액 산정 방법을 도입할 경우 위와 같은 불확실성의 혜택(benefit of doubt)이 피고들에게 돌아가 과소 배상의 위험이 있어 이 사건 손해액의 산정 방법으로 위 방법을 채택하는 데는 여러 가지 현실적 제약이 있다고 하였다. 한편, 원고의 MOPS 가격 비교 방법에 대하여는 ①원고의 산정 방식의 현실 적합성에 대하여 9년에 걸친 비교자료를 활용할 수 있었는바, 담합이 없었던 2001년 내지 2009년까지의 유종별 실제 낙찰 평균가는 MOPS 가격 비교 방법에 따른 경쟁가격 평균가의 94.39% 내지 103.72%사이에서 결정되어 그 정확도가 매우 높고, ②국내의 대량수요처 및 원고도 예정 가격 결정시 MOPS 가격 비교 방법을 기초 자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③분석자의 가치관과 무관하게 객관적 현실에서의 적합성을 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고의 MOPS 가격 비교 방법을 담합 기간의 가상 경쟁 가격을 추정하는 일응의 기준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판시를 하였다. 항소심 법원은 이에 따라 원고의 산식을 기준으로 통계적 편차를 반영하여 최종적인 손해액을 130,992,430,066원(1998년은 73,994,790,469원, 1999년은 60,657,670,018원, 2000년은 6,657,089,641원)으로 확정하였다. 5. 평석 가. 판결 이유 분석 불법행위 손해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한다(차액설). 이러한 대전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원·피고들은 담합행위(이 사건에서의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형성되었을 가상 경쟁가격을 각자 다른 방식에 의해 추정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가상 경쟁가격을 정확하게 산출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법원은 손해액 산정에 다소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 밖에 없지만, 위 손해액 산정은 이론적 근거와 자료의 뒷받침 아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에 의하여 정당하게 추정되었다고 평가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법리의 이면(裏面)에는 피고들의 잘못된 행동이 정확한 손해액을 산정하지 못하게 하였으므로 원고의 손해액 입증책임(burden of proving)은 그만큼 경감되어야 하고, 그만큼의 부정확성은 잘못한 행동을 한 자가 감수하여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참고로 이러한 측면은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추정 법리가 발달한 미국법원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고전적인 원칙(ancient principle)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법원은 원고의 MOPS 가격 비교 방법이 위에서 보았던 이유에 따라 현실을 개연성 있게 반영할 수 있고, 그 결과 또한 신뢰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한편, 법원은 계량경제학적 방법이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을 추정하는 방법으로서의 훌륭함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계량경제학적 방법은 그 자체로 방법적·현실적 한계가 있다. 즉, 이 사건에서 유류가격 형성에 미치는 변수는 연구진 마다 15개에서 20개가 제시되었으며, 분석자의 가치관에 따른 변수선택으로 모델 구성이 달라져 그 결과는 5.5배가량의 차이를 낳았다.(18,841,570,000원에서 112,008,785,163원의 스펙트럼이 존재하였다) 여기서 법원은 어느 모델이 정답이라고 평가하기 곤란하며, 모델을 선택한 후 그 변수를 변경하는 것(1심 법원)은 합리적인 규범 판단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본 것이다. [변론 과정에서 미국의 유사 사례로서, 법원은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 산정에서 다양한 변수의 통제가 어렵다면 계량 경제학적 방식을 채택하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판시가 제시된 바 있다.(Miller v. Holzmann, 563 F.Supp.2d 54,109)] 나. 평가 본 판례는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 산정 방법에 관하여 일종의 표준시장 비교 방법을 채택한 선진적인 사례이다. 법원은 계량 경제학적 방식의 그 자체의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그 방법의 현실적 적용의 어려움을 지적하면서, 표준시장 비교 방법의 합리성과 현실적합성을 실증적인 방법을 통해 확인하였다. 또한 본 사건은 전문 감정에 대해서 법원의 규범적 평가의 범위가 어디까지여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판시하였는바, 전문·기술적 소송이 점차 증가하는 요즘의 추세에서 전문·기술적 감정을 어떻게 통제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2010-02-01
영업권 양도와 부당행위계산부인 적용문제
1. 서론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 간에 영업권을 양도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영업권의 가격을 얼마로 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당사자 간에 합의한 금액이라고 하더라도 과세관청의 입장에서는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 그 가격이 적정한지 여부를 조사할 것이다. 조사 결과 그 가격이 과세관청이 계산한 것과 비교하여 차이가 있으면 “자산을 시가보다 높은 가액으로 매입하거나,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양도한 경우”(법인세법시행령 제88조 제1항)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과세관청은 거래가격을 부인하고 법인세를 추징한다. 한편 영업권 양도거래는 시가로 인정할 만한 “해당 거래와 유사한 상황에서 해당 법인이 특수관계자 외의 불특정다수인과 계속적으로 거래한 가격 또는 특수관계자가 아닌 제3자간에 일반적으로 거래된 가격”(법인세법시행령 제89조 제1항)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과세관청과 사이에 마찰이 자주 발생하는 분야이다. 대상판결은 자산보다 부채가 많고, 거래 당시에도 순손실이 나는 기업의 영업권 평가에 관한 문제를 다룬 것으로서 선례적 가치가 있다. 2.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언론사가 계열사로부터 잡지사의 영업권을 9억원에 양수한 계약이 문제되었다. 대법원이 인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① 이 잡지는 10여년 전에 창간된 이래 매주 3만부 이상 발간되고 유효 독자비율이 80%에 이르러 다른 주간지에 비해 우월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② 원고가 영업권을 인수한 이후 계속하여 당기순이익을 달성하고 있다, ③ 영업권 평가를 내부손익자료에 기초한 관리회계방식에 따랐다고 하여 불합리한 것은 아니다, ④ 만일 장부상의 순자산가치만을 기준으로 청산대금을 산정했더라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관계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하였다는 지적을 받을 위험이 있었다, ⑤ 법원이 시행한 감정결과상 감정가액도 이 사건 거래가액을 상회한다. 이러한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상표권이 포함된 이 사건 영업권의 가치를 9억원으로 산정하여 인수한 것은 고가매입이라고 할 수 없다. 대법원은 상속세및증여세법상의 영업권 평가액이 0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거래대상이 경제주간지로서 매주 3만부 이상 발간되는 경쟁력 있는 영업권이라는 특수성, 거래시 회사내부손익자료를 바탕으로 영업권 가액을 산정한 경위, 영업권 인수 이후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는 실제 영업실적, 재판과정에서 의뢰한 영업권에 대한 감정결과가 거래가액보다 높게 평가되는 점을 종합하여 영업권을 9억원으로 한 거래가 경제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3. 평석 가. 영업권의 의미와 평가방법 영업권은 “그 기업의 전통, 사회적 신용, 그 입지조건, 특수한 제조기술 또는 특수거래관계의 존재 등을 비롯하여 제조판매의 독점성 등으로 동종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기업이 올리는 수익보다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초과수익력이라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말한다”(대법원 1985. 4.23. 선고 84누281 판결 등). 따라서 영업권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실제 거래도 빈번하다. 통상 영업권의 평가는 회계법인이 한다. 이 사건에서도 1심 법원의 감정촉탁에 따라 회계법인이 잡지사에 대한 영업권을 평가하였고, 그 결과 영업권 가액은 12억원이었다. 영업권 평가방법은 일반적으로 초과이익환원법과 현금흐름할인법이 많이 이용된다. 초과이익환원법은 장래의 초과이익을 자본화한 현재가치로 영업권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고, 현금흐름할인법은 기업의 장래 영업활동에 의한 추정현금흐름을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하여 계산한 현재가치로 전체 기업가치를 산정한 다음 여기에서 당해 기업 순자산의 공정가치를 차감하여 영업권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다. 이 사건에서는 초과이익환원법이 적용되었다. 즉 영업권의 가치=[예상평균순이익-(순자산×정상이익률)]÷초과이익환원율의 공식이다. 판례도 초과이익환원법 적용이 적법하다는 전제하에,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합병하여 그 영업상 기능 내지 특성을 흡수함으로써 합병 전의 통상수익보다 높은 초과수익을 갖게 된다면 합병 후 높은 수익률을 가져올 수 있는 피흡수회사의 무형적 가치는 영업권이라 보아 무방하다”(대법원 1986. 2.11. 선고 85누592 판결)고 함으로써 영업권 평가시점 이후에 발생할 수익을 초과수익력으로 인정하고 있다. 나.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법리와 실무 부당행위계산부인이란 “법인이 특수관계에 있는 자와의 거래에 있어 정상적인 경제인의 합리적인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인세법시행령에서 정한 여러 거래형태를 빙자하여 남용함으로써 조세부담을 부당하게 회피하거나 경감시켰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과세권자가 이를 부인하고 법령에 정하는 방법에 의하여 객관적이고 타당하다고 보이는 소득이 있는 것으로 의제하는 제도”이다. 이는 경제인의 입장에서 볼 때 부자연스럽고 불합리한 거래형식을 취함으로 인하여 경제적 합리성을 무시하였다고 인정될 때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이다. 실무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은 경제적 합리성 유무에 대한 판단인데, 판례는 “거래행위의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과연 그 거래행위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을 결한 비정상적인 것인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되 비특수관계자 간의 거래가격, 거래 당시의 특별한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7. 12.13. 선고 2005두14257 판결 등). 이러한 법리는 확립된 판례의 입장이고, 실제 소송에서는 구체적 사건의 특수성에 대한 해명과 그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합리성이 없다는 과세관청의 주장이 교차된다. 다.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의 처리 특수관계자 간에 거래가 발생하였으나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되는가? 법인세법령상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감정평가법인이 감정한 가액에 의하고, 그마저도 없는 경우에는 상증세법에 의한 평가가액에 의한다. 과세관청은 거래가액을 감정가액이나 평가가액과 비교하여 차이가 발생하면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령에서 시가를 산정하는 방법을 규정한다고 하여 이를 부당행위계산부인과 연결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부당행위계산부인은 경제적 합리성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 바, 이에 대한 판단 없이 평가가액과 거래가액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만으로 문제 삼는 것은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를 둔 취지와 맞지 않고 확립된 판례의 입장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과세관청의 이러한 논리는 시가는 어떤 특정한 절대수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오해한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과세관청은 과세처분 당시에는 감정가액이 존재하지 않았고 상증세법으로 영업권을 평가하면 0원으로 평가되는데 당사자들이 영업권을 9억원으로 평가하여 거래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과세관청은 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당기 순손실이 수년간 발생하고 있었고, 자산보다 부채가 많다는 점을 근거로 하였으나 이러한 판단은 영업권의 특성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즉 과세관청으로서는 이 사건 거래가 경제적 합리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영업권 인수 이후의 사정까지 고려하여 종합적인 검토를 했어야 했음에도 평가시점을 기준으로 한 검토에 그친 잘못이 있다. 라. 당기순손실 발생과 영업권 가치 영업권의 본질이 다른 기업이 올리는 수익보다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초과수익력이라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라면 점을 고려하면 수년간 당기순손실을 본다고 하여 곧바로 영업권 가치가 없다는 주장은 지나치다. 회사는 경제사정의 급격한 변화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특정기간에 손실을 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장래 그 회사의 전망을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시점을 기준으로 나타난 결과만으로 영업권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영업권의 특성에도 맞지 않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영업권을 평가해야 할 것이고 거래 이후 실제로 발생한 영업실적도 고려될 수 있다. 이러한 평가를 할 전문성이 부족하다면 외부 감정기관을 활용해야 할 것이지 상증법상의 평가가액과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바로 과세할 것은 아니다. 마. 다른 법령에 대한 종합적 고려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대상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조세법적인 측면 이외에 공정거래법 등 다른 법령의 측면에서 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 현대사회에서 기업이 특정한 거래를 하면 그 거래효과는 특정한 법률이나 특정한 정부기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과세관청이 고가매입이라고 보는 경우에도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른 기관은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국가기관간에 특정 기관의 평가가액을 다른 기관이 존중해 준다는 법령상 근거가 없는 이상 거래가액 산정에 대한 위험을 회사에 부담시키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 대상판결도 과세관청 주장대로 거래하였더라면 오히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특수관계자를 부당하게 지원하였다는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상당한 경쟁력을 가진 잡지사를 영업권 0원으로 양수하는 경우에 거래의 공정성이 의심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 사건에서 과세관청은 당해 거래를 전체적인 시각에서 보지 못하고 과세처분이라는 일면에서 본 잘못이 있다. 바. 소송시 유의점 처분 당시에는 시가로 볼 만한 거래가액이나 감정가액이 없는 경우라도 소송과정에서 이러한 가격을 찾을 수 있다. 판례는 소송 중에 소급 감정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감정신청을 통하여 새로운 가액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 감정신청을 할 경우에는 대상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제반 사정을 주장하여 이를 감정결과에 반영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된 최근 판례를 소개한다. 조세를 부과함에 있어 과세관청이 시가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하여 평가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까지 시가가 입증된 때에는, 그 시가에 의한 정당한 세액을 산출한 다음 과세처분의 세액이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는지 여부에 따라 과세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여기에서 시가라 함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평가한 가액도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가격도 시가로 볼 수 있고, 그 가액이 소급감정에 의한 것이라 하여도 달라지지 않는다(대법원 2008. 2.1. 선고 2004두1834 판결). 4. 결론 대상판결은 영업권이 무형의 재산적 가치라는 성질을 고려하여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과 이 경우 부당행위계산부인에서는 거래 이후의 사정까지 고려하여 경제적 합리성이 판단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판결의 이유와 결론에 모두 찬성한다. 법치주의 확립 및 납세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타당한 판결이라 생각한다.
2009-11-02
무효확인소송에서 訴의 이익
1. 문제점 행정소송법 제35조는 ‘무효등확인소송은 처분 등의 효력 유무 또는 존재 여부의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종래 대법원은 ‘법률상 이익’의 의미에 관하여,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라고 함은 그 대상인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있고, 그로 인하여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불안·위험이 있어 판결로써 그 법률관계의 존부를 확정하는 것이 불안·위험을 제거하는 데 필요하고도 적절한 경우에 인정되고, 이는 법률상의 이익이어야 하며 단순한 사실적·경제적 관련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90. 9. 28.선고 89두6936판결 등 다수). 그에 따라 세금을 납부한 자가 과세처분의 무효 또는 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할 이익이 있는가에 관하여 소극적으로 해석하였다(대법원 83. 3. 23.선고 80누476전원합의체판결, 대법원 2006.5.12. 선고, 2004두14717 판례). 하지만 이러한 판례의 태도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으로서 무효확인소송을 도입한 입법취지, 국민의 권익보호 측면 등에서 부당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따라 최근 대법원에서 무효확인소송에서 ‘법률상 이익’의 해석에 관한 태도를 변경(대법원 2008. 3. 20. 선고 2007두6342판결)하였는 바, 이하에서는 변경된 판례의 태도에 대해 살펴보겠다. 2. 사안의 개요 한국토지공사는 1992. 12. 28. 피고 수원시와 ‘수원영통지구’에 관하여 택지개발계획승인을 받아 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하던 중, 1995. 12. 15. 수원시와 사이에 하수처리장사업의 사업비 분담 등을 정하기 위한 수원시 하수처리장 건설비용 분담협약(‘이 사건 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한국토지공사는 이 사건 협약에 따라 피고에게, 1995. 12. 22. 하수처리장 건설사업비의 분담금 16,158,533,000원 등을 각 납부하였다. 한편 원고는 1998. 5. 16. 한국토지공사로부터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에 소재하는 대지를 매수하여,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하였고, 한편 수원시는 2004. 5. 13. 원고에게 하수도원인자부담금 14,932,620원을 납부하라는 납입고지서를 발부하였다. 이때, 원고는 피고 수원시가 한국토지공사로부터 이 사건 건물이 위치한 택지개발사업지구에 관하여 하수도원인자부담금을 모두 지급받았음에도 이 사건 건물의 사용승인과 관련하여 원고에게 다시 하수도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한 이 사건 처분은 이중부과에 해당되어 위법하다며 2005. 5. 12. 수원지방법원에 주위적으로 하수도원인자부담금 의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고 예비적으로 피고, 위법의 정도가 중대·명백하므로 무효임을 확인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법원인 수원지방법원은 원고의 주위적 청구부분은 각하하고, 예비적 청구부분을 인용하였고, 피고 수원시만이 항소한 항소심사건에서 항소법원인 서울고등법원도 1심판결을 유지하고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피고 수원시가 상고하였다. 3. 본 사건의 쟁점 이 사건 소 중 주위적 청구부분은 제소기간을 도과하였는지가 문제되었는데, 원심법원은 이 사건 소 중 주위적 청구부분은 제소기간을 넘겨서 부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처분이 무효라면 행정소송법 제35조에 규정된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 행정처분의 무효를 전제로 한 이행소송 등과 같은 직접적인 구제수단이 있는지를 따져보아야 하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 되었다. 4. 대법원 다수의견 행정소송법 제35조는 ‘무효등 확인소송은 처분 등의 효력 유무 또는 존재 여부의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종래의 대법원 판례가 무효확인소송에 대하여 보충성이 필요하다고 해석한 것은, 무효확인소송이 확인소송으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민사소송에서의 확인의 소와 마찬가지로 위와 같은 확인의 이익(이하 ‘보충성에 관한 확인의 이익’이라 한다)을 갖추어야 한다는 데에 근거를 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행정처분에 관한 무효확인소송의 성질과 기능 등을 바탕으로 한 입법정책적 결단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서 결국은 행정소송법 제35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하는 문제인데 행정소송은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등을 취소·변경하거나 그 효력 유무 또는 존재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국민의 권리 또는 이익의 침해를 구제하고, 공법상의 권리관계 또는 법적용에 관한 다툼을 적정하게 해결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대등한 주체 사이의 사법상 생활관계에 관한 분쟁을 심판대상으로 하는 민사소송과는 그 목적, 취지 및 기능 등을 달리한다. 또한 행정소송법 제4조에서는 무효확인소송을 항고소송의 일종으로 규정하고 있고, 행정소송법 제38조 제1항에서는 처분 등을 취소하는 확정판결의 기속력 및 행정청의 재처분 의무에 관한 행정소송법 제30조를 무효확인소송에도 준용하고 있으므로 무효확인판결 자체만으로도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무효확인소송의 보충성을 규정하고 있는 외국의 일부 입법례와는 달리 우리나라 행정소송법에는 명문의 규정이 없어 이로 인한 명시적 제한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사정을 비롯하여 행정에 대한 사법통제, 권익구제의 확대와 같은 행정소송의 기능 등을 종합하여 보면, 행정처분의 근거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행정소송법 제35조에 규정된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이와 별도로 무효확인소송의 보충성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므로 행정처분의 무효를 전제로 한 이행소송 등과 같은 직접적인 구제수단이 있는지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5. 무효등확인소송에 대한 종전판례의 검토 가. 종전판례의 태도 종래 대법원은, 행정소송법 제35조에 규정된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을 판단할때도 민사소송상 확인소송과 같이 즉 무효확인소송의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려면, 판결로써 분쟁이 있는 법률관계의 유·무효를 확정하는 것이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관한 불안·위험을 제거하는 데 필요하고도 적절한 경우라야 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하였다. 이에 따라 행정처분의 무효를 전제로 한 이행소송 등과 같은 구제수단이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소의 이익을 부정하고, 다른 구제수단에 의하여 분쟁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무효확인소송이 보충적으로 인정된다고 하는 이른바 ‘무효확인소송의 보충성(보충성)’을 요구하여 왔다.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무효등확인소송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아니한 구행정소송법 시행당시부터 답습되어온 것으로서 원고적격에 관해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는 현행행정소송법하에서도 여전히 고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 조세부과처분 무효확인소송에 관한 사례 무효등확인소송과 관련하여 소익이 부정된 사례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세금납부 후에 한 조세부과처분무효확인의 소 또는 부존재확인의 소의 경우이다. 대법원은 이미 세금을 납부한 조세의 부과처분이 무효 또는 부존재임을 이유로 그 납부세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함은 별문제로 하고 행정소송으로 그 부과처분의 무효 또는 부존재 확인을 구함은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태도이며, 그 근거는 부과된 세액을 이미 납부한 경우에는 세무당국이 그 납부사실에 대해 다투고 있지 아니하므로 당사자 간에 세무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고 있다. 이와 같은 태도는 금번 대상판결에 의해 폐기되기 전까지는 일관되게 유지되어 오던 태도로 조세사건에 있어서만큼은 무수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무효확인소송은 보충소송이라는 확고한 판례를 이루고 있었다. 6. 판례에 대한 검토 무효등확인소송의 본질은 무효확인소송이나 취소소송이나 그 처분의 위법을 다투어 효력을 부정하려한다는 측면에서는 동일하지만 행정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행정행위에 특별히 인정되는 공정력과의 관계상, 취소소송은 형성판결에 의하여야만 그 효력이 부인되는 데 반해, 그 하자가 중대 명백한 경우까지 행정처분을 특별히 취급할 필요는 없으므로 무효인 처분에 대해서는 그것이 무효라는 공적인 확인만 받아도 취소소송과 동일한 결과 즉 처분의 효력이 없음이 확정된 결과를 인정하겠다는 취지인 것이다. 따라서 무효등확인소송의 소익을 판단할 때는 왜 그러한 소송이 필요한가를 고려하여 판결을 바탕으로 주장할 수 있는 법적이익까지를 포함하여 종합적·입체적으로 판단할 문제로서 분쟁의 종국적 해결을 위하여 특정한 행정행위의 효력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 적절할 때는 그 소익을 인정하는 것이 행정소송의 행정구제제도로서의 본지에 합당할 것이다. 이처럼 무효등확인소송의 소익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그 소송의 성질, 기능, 필요성 등을 바탕으로 판단할 문제라 하겠으나 구체적으로는 입법정책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행정소송법 제35조가 무효등 확인소송의 필요성 및 그 특수성과 행정소송의 행정구제적 기능을 감안하여 일본이나 독일의 경우와는 달리 무효등확인소송은 오직 처분 등의 효력의 유무나 존재여부의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것만을 그 소익으로 하여 원고적격을 인정하도록 확대한 입법정책적 결정으로 보아야 하며 그 내용은 취소소송의 원고적격으로서 법률상 이익과 동일한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이와 같이 일반적인 확인소송에서 확인의 이익을 요구하는 이유가 항고소송의 제척기간의 도과로 인해 취소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이거나 실질적인 권리구제라는 점을 고려할 때, 행정소송상 항고소송의 한 종류인 무효확인판결은 기속력과 재처분 의무에 따라 실질적 권리구제가 가능하므로 법률상 이익을 해석함에 있어 보충성을 요구하지 않는 것으로 변경한 대법원의 태도는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무효 등 확인의 소송상 소의 이익을 판단함에 있어 대법원이 행정처분에 대한 무효선언을 구하는 의미에서 처분취소를 구하는 소에 대한 판결에 있어 보충성을 요구하던 종전판례(대법원 83. 3. 23.선고 80누476전원합의체판결, 대법원 2006.5.12. 선고, 2004두14717 판결)를 변경함으로써, 부과처분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판결이 확정되면 행정소송판결의 구속력(행정소송법 제30조)에 의하여 관계행정청은 그 판결의 취지에 따라 행동할 의무를 지며, 국세기본법 제51조는 납세자가 납부한 세금 중 과오납된 것은 국세환급금의 결정을 거쳐 납세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까지 하고 있어 원고는 부당이득금 반환청구를 하지 않고도 무효확인을 구하여 보다 신속 간편한 방법으로 그 반환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2008-09-18
위장납입의 형법상 죄책
I. 사건의 개요와 논점 피고인은 유상증자금 300억 7000만원을 일괄 납입·예치하고, 그 은행으로부터 주식납입금보관증명서를 발급받은 다음, 위 회사 우선주 유상증자를 마친 후, 다음날 증자대금으로 납입한 300억 7000만원을 직접 인출해간 방법으로 위 회사의 증자 대금의 납입을 가장하였다. 그리고 피고인은 또한 주금을 가장납입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법무사를 통해 정을 모르는 등기공무원에게 주금납입보관증명서 등 유상증자등기에 필요한 관계 서류를 제출하게 하였고, 등기공무원으로 하여금 위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 및 자본의 총액에 대한 허위사실의 등기를 경료하게 하여 공정증서원본인 상업등기부에 불실의 사실을 기재하게 하고, 같은 일시, 장소에서 위 등기 공무원으로 하여금 위와 같이 불실의 사실이 기재된 상업등기부를 비치하게 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이미 법인의 소유의 돈으로서 회사의 운영을 위하여 사용되어야 할 돈에 대해, 보관하는 것을 기화로 다음날 그 돈을 법인의 업무와 아무런 관계없는 용도인 채무변제에 사용하기 위하여 법인계좌에서 인출하여 300억 7000만원을 횡령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 사건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상법 제628조의 납입가장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둘째 위장납입을 한 후 발급받은 주금납입보관증명서를 공무원에게 제출하여 상업등기부에 등기하게 하고 이를 비치한 것이 공정증서불실기재죄(형법 제228조) 및 동행사죄(제229조)에 해당하는지 여부, 셋째 위장납입한 돈을 인출하여 회사의 업무가 아닌 위장납입시의 채무변제를 위해 사용한 경우 업무상횡령죄(형법 제 356조 제1항,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제3조)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이다. 평석대상 전원합의체 판결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쟁점에서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갈렸던 바, 이 차이를 중점으로 검토하기로 한다. II. 상법상 납입가장죄의 성부 가장납입이란 회사를 설립함에 있어서 주금이 납입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납입이 있는 것처럼 가장하여 발기인이 설립등기를 하는 회사범죄의 일종이다. 가장납입 중의 한 형태인 위장납입(=‘견금’)은 발기인이 보관은행 외의 제 3자로부터 금전을 차입하여 주금액을 납입하고, 설립등기를 마친 후 이를 즉시 인출하여 차입금을 변제하는 유형을 말한다. 판례는 견금 등의 행위에 대하여 “납입가장죄는 회사의 자본충실을 기하려는 법의 취지를 유린하는 행위를 단속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므로, 당초부터 진실한 주금납입으로 회사의 자금을 확보할 의사 없이 형식상 또는 일시적으로 주금을 납입하고 이 돈을 은행에 예치하여 납입의 외형을 갖추고, 주금납입증명서를 교부 받아 설립등기나 증자등기의 절차를 마친 다음 바로 그 납입한 돈을 인출한 경우에는, 이를 회사를 위하여 사용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의 자금이 늘어난 것이 아니어서, 상법 제628조의 납입가장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판 1982.4.13. 선고 80도537판결; 대판 1993.8.24, 93도 1200판결). 학계의 통설 역시 가장납입을 한 사안에 대하여 납입가장죄를 인정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입장을 확인하면서도, 당해 사안에서는 피고인이 회사를 위해서 자본금을 사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데 원심이 이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채증법칙을 위반하였다고 판시하였다. III. 상법상 납입가장죄와 별도로 형법상 공정증서부실기재죄·동행사죄의 성립 여부 공정증서불실기재죄란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신고를 하여 공정증서원본 등에 부실의 사실을 기재하게 하는 것이다. 사안에서의 문제가 되는 상업등기부는 상법에 의하여 등기할 사항을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법원이 등기하게 하는 장부로서, 등기된 사항은 상법상의 여러 효력을 부여받게 되는 바, 권리의무관계를 증명하는 공정증서원본의 일종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가장납입을 한 것이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신고를 한 것인지 여부이다.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회사를 위하여 사용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질적으로 회사의 자본이 늘어난 것이 아니어서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가 성립하고, 다만 납입한 돈을 곧바로 인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인출한 돈을 회사를 위하여 사용한 것이라면 자본충실을 해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주금납입의 의사 없이 납입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 기존의 판례와 동일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반대의견은 “견금 방식의 가장납입의 경우에도 납입으로서의 효력을 인정하는 종래 대법원의 견해를 따르는 한 납입이 완료된 것은 진실이고, 따라서 등기공무원에 대하여 설립 또는 증자를 한 취지의 등기신청을 함으로써 상업등기부원본에 발행주식의 총수, 자본의 총액에 관한 기재가 이루어졌다 할지라도 이를 두고 ‘허위신고’를 하여 ‘불실의 사실의 기재’를 하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동행사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판시한다. 판례의 다수의견은 가장납입의 경우 실질적으로 자본이 늘어난 것이 아니어서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는데, 이러한 논리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위장납입을 한 경우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먼저 위장납입이 유효한지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납입이 유효하다고 하다면, “당사자들의 합의 없이 이루어진 소유권이전등기라도 하더라도 민사실체법상의 권리관계에 부합하는 유효한 것이라면 이를 부실등기라고 할 수 없다.”(대판 1980.12.9. 선고, 80도1323판결)는 판례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에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의 성립이 부정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상법학계의 통설인 ‘납입무효설’과는 달리, “위장납입은 금원의 이동에 따른 현실의 불입이 있는 것이고, 주금납입의 가장수단으로 이용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주관적 의도에 불과하고, 이러한 내심적 사정은 회사의 설립이나 증자와 같은 집단적 절차의 일환을 이루는 주금납입의 효력을 좌우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일관되게 ‘납입유효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판 1983.5.24 선고 82누522 판결). 그 결과 납입가장죄와 별도로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동행사죄가 성립하다는 다수의견은,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유효한 것을 부실의 등기라고 보지 않고, 위장납입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기존의 판례와 긴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점에서 반대의견의 입장이 ‘납입 유효설‘을 취하는 이전의 판례와 논리가 일관된다. 그리고 상사법적으로 유효한 행위를 형법적으로 통제한다는 것은 법질서의 통일성이나 형법의 보충성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에 타당하지도 않다(단, 학계 통설에 따라 ‘납입무효설’을 취할 경우에는 공정증서원본부실기재죄의 ‘부실’을 주장할 근거가 더욱 강해질 것이다). IV. 업무상횡령죄의 성부 이 사안에서 피고인은 위장납입의 형태로, 돈을 회사에서 인출하여 제3자의 채무를 갚는데 사용하였다. 피고인의 이 행위가 업무상횡령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먼저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타인으로부터 금원을 차용하여 주금을 가장납입한 직후 이를 인출하여 차용금변제에 사용한 경우 상법상의 납입가장죄와 별도로 회사재산의 불법영득행위로서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한 이전의 대법원 1982. 4. 13. 선고 80도537 판결, 2003. 8. 22. 선고 2003도2807 판결 등을 변경하기로 결정한다. 즉, 다수의견은 이 경우 “피고인에게 회사의 돈을 임의로 유용한다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고, 이러한 관점에서 상법상 납입가장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이상 회사 자본이 실질적으로 증가됨을 전제로 한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 업무상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한 것이다. 이에 반하여 소수의견은 “주금납입과 동시에 그 납입금은 회사의 자본금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의 기관이 이를 인출하여 자신의 개인 채무의 변제에 사용하는 것은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것이 될 뿐만 아니라 불법영득의사의 발현으로서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파악하면서, 위장납입이 유효한 이상 납입금은 이미 회사의 재물로서 타인의 재물이 되며, 따라서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설시하고 있다. 생각건대, 대법원이 위장납입의 유효성을 확고하게 인정하고 있는 한, 위장납입으로 회사에 주금이 입금 되었다면 바로 그 주금은 타인의 재물로 되며, 타인의 재물을 임의로 유용하여 빼가는 경우 불법영득의사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그리고 반대의견이 지적한대로 납입행위 이후 반환행위 이전에 회사의 채권자가 주금 납입금에 관한 회사의 예금채권에 대하여 압류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자면, 납입의 사법적 효력을 인정하되 그와 별도로 납입금을 인출하여 제3자에게 변제하는 행위를 횡령행위로 보는 것이 가장납입을 전후한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V. 맺음말 전원합의체 판례의 다수의견은 ‘납입유효설’을 취하는 기존의 대법원의 판례와 논리적으로 충돌한다. ‘납입유효설’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가장납입행위는 상법상 납입가장죄와 형법상 업무상횡령죄로 의율되는 것이 옳고,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의 성립은 부정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단, 상법학계의 ‘납입무효설’을 취할 경우에는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가 성립하고 업무상횡령죄의 성립은 부정되는 결론이 논리적일 것이다.
2005-11-07
채무자 소유 아닌 부동산에 대한 경매와 담보책임
[事實關係] 대법원판결로부터 파악할 수 있는 사실관계를 이 평석에 필요한 한도에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 사건 건물 및 그 대지는 A 회사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어 있었는데, 그 회사에 대한 채권자의 신청으로 이들에 대하여 강제경매가 실시되었다. 원고는 거기서 이들을 경락받아 경락대금을 완납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피고는 이 경매절차에서 근저당권자로서 9억원을 배당받을 것이었지만, 그에 관한 이의가 제기됨에 따라 그 금액은 공탁되었다. 그런데 그 후 제3자 甲이 이 사건 건물은 애초 A 회사가 아니라 甲의 소유로서 A 회사의 소유권보존등기는 물론 원고의 위 소유권이전등기도 무효라는 이유로 원고를 상대로 위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甲의 승소판결이 확정되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위 공탁된 배당금에 대한 피고의 출급청구권은 피고가 원인 없이 이득한 것이라고 하여 그 양도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그 후 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원고승계참가인에게 양도하였다. 原審(大邱高判 2003.9.25, 2002나9203)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그 이유는 “이 사건 건물에 대한 강제경매절차는 그 개시 당시부터 채무자 소유가 아닌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무효이므로, 강제경매절차에서 배당받은 피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공탁된 배당금 중 이 사건 건물에 관한 8억9천여만원의 청구권을 양도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判決趣旨] “경락인이 강제경매절차를 통하여 부동산을 경락받아 대금을 완납하고 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으나, 그 후 강제경매절차의 기초가 된 채무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의 등기이어서 경매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된 경우, 이와 같은 강제경매는 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경락인은 경매 채권자에게 경매대금 중 그가 배당받은 금액에 대하여 일반 부당이득의 법리에 따라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민법 제578조 제1항, 제2항에 따른 경매의 채무자나 채권자의 담보책임은 인정될 여지가 없다(대법원 1991. 10. 11. 선고 91다21640 판결, 1993. 5. 25. 선고 92다15574 판결 등 참조).” [評釋] 對象判決은 민법 제578조, 제570조의 명문에 반하고, 또한 종전의 판례에도 어긋난다고 여겨지므로, 찬성할 수 없다. 1. 이 사건은 채무자 앞으로 소유권등기가 된 부동산에 대하여 경매가 행하여져서 경락인이 경락대금을 납부하고 그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았으나 원래 그 경매목적물이 채무자가 아닌 제3자의 소유이어서 경락인이 그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정된 事案에 대한 것이다. 즉 이 사건은 원심판결이 정면에서 설시하는 대로 경매의 목적물이 채무자 아닌 타인에게 속한 경우로서 채무자가 이를 취득하여 경락인에게 이전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 우선 위의 사실관계가 경매의 목적물이 애초 채무자 아닌 타인에게 속하는 것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나아가 大判 76.4.27, 75다2322(要集 민 I-2, 940); 大判 82.12.28, 80다2750(集 30-4, 171) 등 판례는 타인 소유의 부동산이 매매된 경우에 진정한 소유자가 매수인 또는 매도인을 상대로 그 명의의 소유권등기의 말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그 승소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민법 제570조에서 정하는 “매도인이 그 권리를 취득하여 매수인에게 이전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태도를 취하여 왔다(우선 民法注解[IX], 282면 이하(梁彰洙 집필) 참조). 다른 한편 민법 제578조 제1항은 “競賣와 賣渡人의 擔保責任”이라는 표제 아래 “競賣의 境遇에는 競落人은 前8條의 規定에 의하여 債務者에게 契約의 解除 또는 代金減額의 請求를 할 수 있다”고 정한다. 거기서 정하는 ?전8조의 규정? 중에 제570조가 포함됨은 그야말로 계산상으로도 명백하다. 따라서 위의 사실관계에서 민법 제578조, 제570조의 담보책임이 문제되어야 함은 논의의 여지가 없다. 대상판결이 “강제경매절차의 기초가 된 채무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의 등기이어서 경매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된 경우”라고 설시하고 있다고 해서, 이것이 경매목적물이 채무자 아닌 타인의 소유에 속한 경우와는 별개임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2. 對象判決이 들고 있는 두 개의 참조판결은 대상판결과 사실관계를 달리하여서, 구속력 있는 선례가 될 수 없다. (1) 우선 大判 91.10.11, 91다21640(集 39-4, 27)은, 강제경매의 채무명의가 된 약속어음공정증서가 위조된 것이어서 그 절차에서의 경락인 앞으로 경료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명하는 판결이 확정된 사안에 대한 것이다. 위와 같은 사유가 있으면 경락인이 경매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음은 물론인데, 이러한 경우는 제578조 및 제570조 내지 제577조에서 정하고 있는 담보책임의 발생요건의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경우에 원고를 위한 구제수단은 담보책임 외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한편 대상판결과의 관련에서 의미 있는 것은, 그 판결이 “민법 제578조 제1항, 제2항에서의 담보책임은 매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경매절차는 유효하게 이루어졌으나 경매의 목적이 된 권리의 전부 또는 일부가 타인에게 속하는 등의 하자로 경락인이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거나 이를 잃게 되는 경우에 인정되는 것이고, 경매절차 자체가 무효인 경우에는 경매의 채무자나 채권자의 담보책임은 인정될 여지가 없다”고 설시하여서, 명확하게 '경매의 목적이 된 권리의 전부가 타인에게 속하는 하자로 경락인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경우'에는 민법 제578조에서 정하는 담보책임이 발생한다는 태도를 밝히고 있는 점이다. 물론 이 판시도 경매의 무효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고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으나, 역시 경매목적물이 타인에게 속하는 경우를 보다 구체적으로 지칭하여 그 경우에는 담보책임이 인정된다고 설시하는 것을 중시하여야 할 것이다. 또 그렇게 보면 이 판결에서 '경매절차 자체'의 무효를 운운하는 것은, 그 사실관계에서 문제된 대로 그 절차를 시동시키는 출발점이 되는 채무명의가 무효인 경우와 같이 경매의 절차적 추행과 관련된 하자가 있는 경우에만 관련된 것이고, 경매목적물이 채무자 아닌 제3자에게 속하는 것과 같이 말하자면 경매에 '공신적 효과'가 없다는 그 실체적 효력과 관련되는 것은 아니라고 이해되지 못할 바 없다. (2) 또한 大判 93.5.25, 92다15574(공보 1386)은, 근저당권의 설정자가 목적물인 건물을 헐고 새로 건물을 지었는데 이에 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하지 않고 있던 중 원래의 근저당권자인 피고가 그에 기하여 新建物에 대하여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그 경매절차에서 원고가 목적물을 경락받고 경락대금을 납부한 사안에 대한 것이다. 이 경우 피고의 근저당권은 동일성을 상실한 신건물에는 효력이 없고, 무효인 근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절차에서 경락인은 물론 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다. 이러한 경우도 민법의 규정 어디를 보아도 그로부터 담보책임이 발생한다는 정함을 찾을 수 없다. 한편 이 大判 93.5.25.도 앞의 (1)에서 인용한 大判 91.10.11.의 설시를 그대로 반복하여, '경매의 목적이 된 권리의 전부가 타인에게 속하는 하자로 경락인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경우'에는 민법 제578조의 담보책임이 인정된다는 태도를 확인하고 있다. 3. 이와 같이 대상판결이 참조판결로 인용하는 종전의 재판례들은 오히려 대상판결과는 반대로 경매목적물이 강제경매의 채무자 아닌 제3자에게 속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578조의 담보책임이 인정된다는 태도를 밝혔다고 보는 것이 솔직한 이해일 것이다. 이들 외에도 위와 같은 경우에 담보책임을 긍정한다고 보아야 할 재판례가 없지 않다. 무엇보다도 大判 88.4.12, 87다카2641(集 36-1, 153)이 중요하다. 이 판결은, 甲 소유의 부동산이 甲 앞으로 등기되어 있었는데 乙이 서류를 위조하여 자기 앞으로 소유권등기를 이전하고 다시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는데, 피고가 丙을 위하여 원고 앞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바, 위 근저당권에 기하여 행하여진 임의경매에서 원고가 경락을 받은 사안에 대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결국 경매목적물을 취득하지 못한 원고는 민법 제578조, 제570조의 담보책임에 기하여 피고를 상대로 계약해제에 따르는 원상회복으로서 경락대금 상당액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쟁점은 오히려, 피고와 같은 物上保證人이 민법 제578조 제1항에서 1차적으로 담보책임을 진다고 정하여진 '채무자'에 해당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면서 물상보증인이 동조상의 채무자에 해당함을 긍정하고, “경락인이 그에게 계약해제권을 행사하였으면 물상보증인은 경락인에 대하여 원상회복의 의무를 진다”고 판시하였던 것이다(이에 대한 찬성평석으로 梁彰洙, “他人 所有 物件의 競賣와 物上保證人의 擔保責任”, 판례월보 216호(1988.9), 38면 이하(同, 民法硏究, 제2권(1991), 231면 이하에 再錄) 참조). 만일 對象判決과 같이 언필칭 “경매가 무효”라고 하여서 경락인은 경매채권자에 대하여 그가 배당받은 금액의 반환을 일반 부당이득의 법리에 따라서 청구할 수 있을 뿐이고, 민법 제578조에 따른 경매의 채무자나 채권자의 담보책임은 인정될 여지가 없다면, 위의 大判 88.4.12.와 같이 물상보증인, 즉 민법 제578조 제1항의 법문으로 말하면 ?경매채무자?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은 결코 나올 수 없는 것이다. 4. 경매목적물이 채무자 아닌 제3자의 소유에 속하는 경우에 대하여 담보책임을 인정하더라도 실제 사건의 해결로서는 대상판결의 결론과 같이 배당채권자에 대하여 일반부당이득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을 것이다. 1차적인 담보책임자로서의 '채무자'는 특히 그에 대하여 강제경매절차가 진행된 상황이라면 이미 무자력할 것이고, 따라서 결국은 제578조 제2항에 의하여 '대금의 배당을 받은 채권자'로부터 그가 배당받은 금전의 반환을 청구하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더욱이나 對象判決과 같은 태도에 찬성하기 어렵다. 혹 문제의 핵심이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착잡하게 뒤엉키는 '경매의 무효'(사실 그 의미도 명확한 것은 아니다)의 다양한 경우들에 있어서 이를 간명하고 형평에 맡게 처리할 방도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에 있다고 한다면, 이는 보다 근원적인 論究를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하여 절차의 안정성을 중시하여 경매절차의 효력을 가능한 한 유지하려는 입장(최근의 예를 들면 閔日榮, “競賣와 擔保責任의 法理 ―임차주택의 경매를 중심으로”, 法曹 568호(2004.1), 5면 이하)에서도 경매목적물이 타인에게 속하는 경우에 민법 제578조, 제570조의 담보책임이 아예 인정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한 일이 없다. 그리고 이에 대하여 어떠한 입장을 취하든 명문의 규정에 반하는 해석은 쉽사리 취할 것이 아니며, 또 민법 제578조가 立法論的으로 크게 문제가 있다고 하기도 어려운 것이다(그 法意에 대하여는 우선 위의 梁彰洙, 民法硏究, 제2권, 238면 이하 참조).
2004-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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