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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가 과연 존재하는가?
Ⅰ. 事案의 槪要와 經過 전통 민간요법인 침·뜸행위를 온라인을 통해 교육할 목적으로 인터넷 침·뜸 학습센터를 설립한 갑이 구 평생교육법(2007. 10. 17. 법률 제86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제2항 등에 따라 평생교육시설로 신고하였으나 관할 행정청이 교육 내용이 의료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사유로 이를 반려하는 처분을 한 사안이다. 원심(서울고법 2005. 8. 25. 선고 2004누13426 판결)은, 이 사건 평생교육을 통하여 교육하고 학습하게 될 침·뜸행위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교육의 결과 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경우 원고와 같이 의료법 시행 전에 종전 규정에 의하여 의료유사업자의 자격을 받은 자 외에는 모두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될 것이 명백한 점, 이 사건 교육과정 중에 행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실습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로서 처벌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점, 침·뜸행위는 실제 그 실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성이 큰 점, 이 사건 평생교육으로 침·뜸 관련과목을 교육받은 수강생들은 자신들이 교육받은 침·뜸행위를 실제 실행하려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원고가 각 단계별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에게 수료증까지 발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게 될 수 있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로서는 신고서에 첨부된 운영규칙에 기재된 교육과정의 내용이 의료법에 저촉되는지 여부, 신고에 따른 교육이 실제 이루어짐으로써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을 고려하여 이 사건 신고를 반려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신고반려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Ⅱ. 判決要旨 [1] 구 평생교육법(2007. 10. 17. 법률 제86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22조 제1항, 제2항, 제3항, 구 평생교육법 시행령(2004. 1. 29. 대통령령 제182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 제1항, 제2항, 제3항에 의하면,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학습비를 받지 아니하고 원격평생교육을 실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누구든지 아무런 신고 없이 자유롭게 이를 할 수 있고, 다만 위와 같은 교육을 불특정 다수인에게 학습비를 받고 실시하는 경우에는 이를 신고하여야 하나, 법 제22조가 신고를 요하는 제2항과 신고를 요하지 않는 제1항에서 '학습비' 수수 외에 교육 대상이나 방법 등 다른 요건을 달리 규정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제2항에서도 학습비 금액이나 수령 등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하고 있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볼 때, 행정청으로서는 신고서 기재사항에 흠결이 없고 정해진 서류가 구비된 때에는 이를 수리하여야 하고, 이러한 형식적 요건을 모두 갖추었음에도 신고대상이 된 교육이나 학습이 공익적 기준에 적합하지 않는다는 등 실체적 사유를 들어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는 없다. [2] 관할 행정청은 신고서 기재사항에 흠결이 없고 정해진 서류가 구비된 이상 신고를 수리하여야 하고 형식적 요건이 아닌 신고 내용이 공익적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등 실체적 사유를 들어 이를 거부할 수 없고, 또한 행정청이 단지 교육과정에서 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된 행위가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우려만으로 침·뜸에 대한 교육과 학습의 기회제공을 일률적·전면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후견주의적 공권력의 과도한 행사일 뿐 아니라 그렇게 해야 할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형식적 심사 범위에 속하지 않는 사항을 수리거부사유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처분사유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처분은 위법하다. Ⅲ. 問題의 提起-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인가? 여기서의 신고는 신고유형 가운데 어떤 신고에 해당하는가? 일반적으로 사인의 공법행위의 경우 의사표시의 방향성을 기준으로 일방당사자의 의사표시만으로 법률효과를 발생하는 것(자기완결적 공법행위)과 쌍방당사자의 의사의 합치에 의해 법률효과를 발생하는 것(행정요건적 공법행위)으로 나뉜다. 이에 연계하여 판례와 대부분의 문헌은 행정법상의 신고유형(자기완결적 신고=수리를 요하지 않는 신고/행정요건적 신고=수리를 요하는 신고)을 정립하였다. 그리고 그 구별의 결과로 전자의 경우 수리의 비처분성을 전제로 수리거부의 비처분성을 논증하고, 후자의 경우 수리의 처분성을 전제로 수리거부의 처분성을 논증한다. 그리고 신고에 대한 심사와 관련해선, 전자의 경우에는 형식적 심사에 국한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형식적 심사만이 아니라 실체적 심사까지도 할 수 있다고 본다(다른 입장이 있음). 기실 대상판결이 사안에서 형식적 심사만이 가능하다고 보기에, 여기서의 신고를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로 봄직한데, 과연 그 본연에 합당한가? Ⅳ. 關聯法規定 구 평생교육법(2007. 10. 17. 법률 제86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원격대학형태의 평생교육시설) ① 누구든지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원격교육을 실시하거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평생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경우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학습비를 받고 이를 실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이를 폐쇄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 사실을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개정 2001.1.29> ③ 제1항의 경우 전문대학 또는 대학졸업자와 동등한 학력·학위가 인정되는 원격대학형태의 평생교육시설을 설치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폐쇄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개정 2001.1.29> Ⅴ. 대상적격상의 問題點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와 관련해서, 판례의 대응은 통일적이지 않다. 일부는 수리 및 수리거부의 무의미성을 견지한다. 적법한 요건을 갖춘 신고의 경우에는 행정청의 수리처분 등 별단의 조처를 기다릴 필요 없이 그 접수시에 신고로서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그 수리가 거부되었다고 하여 무신고 영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9.12.24. 선고 98다57419판결; 1998.4.24. 선고 97도3121판결; 1995.3.14. 선고 94누9962판결; 1993.7.6.자 93마635결정; 1990.2.13. 선고 89누3625판결; 1985.4.23. 선고 84도2953판결 등 참조). 반면 일부는 수리거부의 위법성을 추가하여 적극적으로 논증하거나(대법원 1999.4.27. 선고 97누6780판결), -대상판결처럼-수리거부의 위법성만을 적극적으로 논증하기도 한다(대법원 1997. 8. 29. 선고 96누6646 판결 등). 그런데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에서 수리 및 수리거부의 무의미성을 견지하기 위해선, 법원으로선 애써 수리거부의 처분성을 부인하고, 신고 그 자체로서 대상평생교육의 적법한 실시라는 형성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판시하여야 했으며, 또한 대상적격의 부인에 따라 각하했어야 하는데, 마치 그것이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인양 수리거부의 처분성을 전제로 그것의 위법성을 적극적으로 논증하였다. 대상판결의 이런 접근은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와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의 구별도식(수리의 비처분성⇒수리의 거부의 비처분성, 수리의 처분성⇒수리거부의 처분성)을 무색케 한다(수리거부를 금지하명으로 보면 기왕의 틀에 포획되지 않는다). Ⅵ. 行政廳의 審査의 問題點 사적 영역에 대한 행정개입의 차원에서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 이른바 수리를 요하지 않는 신고, 등록제, 허가제의 구분이 문제되는데, 특히 수리를 요하는 신고와 허가제의 구분의 문제에서, 종래 많은 문헌들이 허가제와의 구별의 상실을 우려하여 후자의 경우엔 요건에 관한 형식적 심사뿐만 아니라 실질적 심사까지 행해지는 반면에, 전자의 경우엔 형식적 심사에 그친다고 보았다(그리하여 일부 문헌은 등록제를 수리를 요하는 신고와 동일한 것으로 보기도 하였다). 건축법 제14조상의 건축신고를 명시적으로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본 대법원 2011.1.20. 선고 2010두14954전원합의체판결을 계기로 전자의 경우에도 실질적 심사가 행해지는 것으로 본다(이에 대한 문제점으로 김중권, 건축법 제14조상의 건축신고가 과연 수리를 요하는 신고인가?, 특별법연구 제9권(이홍훈 대법관 정년퇴임기념논문집), 2011.5.13., 273면 이하 참조). 결국 판례의 입장에 의하면, 이제는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의 경우 형식적 심사만이 허용된다고 하겠다. 대상판결은 처음부터 형식적 심사만이 허용된다는 전제에서, 실질적 심사의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였으며, 이에 그것을 신고수리거부의 위법성에 연결시켰다. 나아가 수리거부의 처분사유에 대해서도 원심과 다른 입장을 취하였다. 지면관계상 여기선 허용되는 심사의 범위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신고제에서의 행정청의 심사와 관련해서, 종래의 논의에선 신고제에서 행정청의 심사를 원천배제한 것이 문제라면, 대법원 2011.1.20. 선고 2010두14954전원합의체판결의 경우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에서 허가제와의 구별되지 않게 실질적 심사의무를 요구한 것이 문제이다. 그런데 신고제의 경우 형식적 심사는 당연히 의무사항이나 실질적 심사는 허가제와는 달리 의무사항은 아니고 일종의 선택사항(option)이자 재량사항이다(이렇게 보면, 대법원 2010.9.9. 선고 2008두22631판결에 대해 -비판의 대상인- 기속재량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따라서 사안에서 실질적 심사의 허용성을 부정하는 전제는 타당하지 않다. 현행 법령의 체제하에서 침·뜸의 시술이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이상, 행정청으로선 형식적 심사를 넘어 의료관련 다른 법률 등에 의거하여 그것의 처리여부를 판단하는, 실질적 심사의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 실질적 심사의 가능성을 긍정하면, 관건은 수리거부의 처분사유에 관한 판단여하이다. 처분사유의 당부와 관련해선(상론은 다른 지면에서 하고자 한다), 침·뜸의 시술이 현행 법령하에선 의료행위로 평가가 내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한 제도화가 되지 않은 채, 그것이 -단순한 알림을 넘어서- 제도화를 가져다 줄 교육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법원은 "침·뜸에 대한 교육과 학습의 기회 제공을 일률적·전면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후견주의적 공권력의 과도한 행사"로 보지만,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중요성이 더할 나위 없이 고조된 오늘날에는 안전법상의 일반법원칙인 국가의 사전대비(사전배려)원칙을 더 염두에 두었어야 한다("의심스러우면 안전에 유리하게"(In dubio pro securitate))(법원칙으로서의 안전성의 원칙에 관해선 김중권, 행정법기본연구Ⅱ, 2009, 503면 이하 참조). Ⅶ. 맺으면서-잘못된 만남의 결과 법원의 논증이 기왕의 자기완결적 신고와 수리를 요하는 신고의 틀에서 일탈하였다는 점에서 기왕의 틀 자체가 대대적인 修理를 필요로 한다. 기왕의 틀은 사인의 공법행위에 관한 논의와 典據가 의심스런 -이른바 준법률행위적 행정행위로서의- 수리에 관한 논의의 잘못된 만남의 결과물이다. 하루바삐 신고제가 허가제의 대체제도인 점에 착안하여 금지해제적 신고와 정보제공적 신고의 유형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사안에서 다툼의 논거는 신고제에 관한 행정법도그마틱이나, 그 본질은 현행법상의 의료행위와 민간에서 널리 전수되고 시행되어 온 침·뜸 의 시술행위의 충돌·간극이다. 대학·주류의 의학·약학에서 벗어난 특별한 치료과정, 예컨대 동종요법, 자연요법 또는 대체의학적 치료법을 법외적 상태에 두는 것은 국가가 여러 상이한 치료견해의 다툼에서 사실상 어떤 한 편을 든 셈이어서 재고가 요구된다. 참고로 우세한 대학(주류)의학·약학과 방법적·지식적으로 경쟁하는 특별한 치료법을 보호하기 위해, 독일 의약품법의 입법자는 유효성확인에 관한 법적·행정적 기준이 학문적 다툼과 치료방법상의 다툼에서 어느 일방의 편을 든다는 점을 나름 막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런 비주류적인 것에 대해선 유효성의 요청보다는 안전성의 요청이 더 강조된다(그리하여 그들은 특별한 치료법의 경우 그 나름의 전문가위원회(평가·승인위원회)에 맡기고, 동종요법적 의약품의 경우엔 선택적으로 단순한 등록절차를 허용하는 식으로 규정함으로써(동법 제38조), 다원성요청과 안전성요청간에 절충적 해결책을 도모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미국과 비교해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의학은 전통적인 대체요법을 융통성있게 수용·발전시켜 왔다. Vgl. Udo Di Fabio, Risikoentscheidungen im Rechtsstaat, 1994, S.172ff.).
2011-11-17
집합건물 경매와 대지권 성립 전 토지에 관한 근저당권 소멸여부
1. 문제의 제기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 제20조(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일체성)는 "① 구분소유자의 대지사용권은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른다. ② 구분소유자는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과 분리하여 대지사용권을 처분할 수 없다. 다만, 규약으로써 달리 정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취지는 집합건물의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이 분리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여 대지사용권 없는 구분소유권의 발생을 방지함으로써 집합건물에 관한 법률관계의 안정과 합리적 규율을 도모하려는 데 있다(대법원 2006. 3.10. 선고 2004다742 판결). 다만, 위와 같은 일체불가분성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구분건물의 대지사용권을 전유부분과 분리처분이 가능케 한 규약이나 공정증서가 있는 때에는 종속적 일체불가분성이 배제되어 전유부분에 대한 경매개시결정과 압류의 효력이 대지사용권에는 미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7. 6.10. 자 97마814 결정). 이러한 경우, 대지사용권을 가지지 못하는 구분소유자가 발생하게 되고, 그 전유부분의 철거를 구할 권리를 가진 자는 그 구분소유자에 대하여 구분소유권을 시가로 매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집합건물법 제7조). 요컨대, 집합건물법상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분리처분은 강행법적으로 금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집합건물법상 대지권 등기가 경료되기 전에 대지만에 관하여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에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이 일체로서 경락되었다면,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은 특별매각조건으로 정함이 없는 한 소멸한다고 판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나대지상의 근저당권을 합리적 근거 없이 소멸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2. 사실관계 주식회사 대한상호신용금고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지번생략 대 287.5㎡(이하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서울지방법원 강남등기소 1991. 6.19. 접수 제61762호로 채권최고액이 750,000,000원인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그 후 이 사건 토지 지상에는 철근콘크리트조 스라브 위 아스팔트 슁글 4층 다세대주택 1 내지 4층(지하 101호, 102호, 1층 101호, 2층 201호, 202호, 3층 301호, 302호, 4층 401호, 402호 9세대) 각 129.84㎡, 지하층 139.84㎡인 건물 1동(이하 '이 사건 다세대주택')이 건축되어, 서울지방법원 강남등기소 1992. 1.13. 접수 제2555호로 소외 1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졌고, 같은 날 이 사건 토지에 관해서는 이 사건 다세대주택의 대지권의 목적인 취지의 등기가 마쳐졌다. 이 사건 다세대주택 중 ① 지하 102호는 피고 1이 1994. 7.19. 서울민사지방법원 93타경3420 강제경매절차에서 낙찰을 받아 1994. 10.27.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② 4층 401호는 피고 2가 1993. 5.24. 서울민사지방법원 92타경22443 임의경매절차에서 낙찰을 받아 1993. 6. 28.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며, ③ 4층 402호는 피고 3이 1993. 9.14. 서울민사지방법원 92타경40564 임의경매절차에서 낙찰을 받아 1998. 6.20.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 사건 다세대주택 중 지하 102호, 4층 402호의 낙찰허가결정문에는 입찰가격에 대지권의 가격이 포함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4층 401호의 낙찰허가결정문에는 그러한 기재가 없는 대신 "이 사건 등기부 표시란(대지권의 목적인 토지의 표시)에 기재된 토지에 대한 별도 등기(근저당권 1991. 6.19. 제61762호 7억5,000만원)는 존속시켜 이를 경락인이 인수하도록 한다"는 특별매각조건이 부가되어 있다. 대한상호신용금고는 1998. 10.15. 서울지방법원에 위 근저당권에 기하여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임의경매를 신청하였고, 서울지방법원은 1998. 11.9. 임의경매개시결정을 하였다(98타경84146). 2002. 6.20. 위 서울지방법원 98타경84146 임의경매절차에서 원고는 피고 1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27.37)과 피고 2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30.13)을, 선정자 2는 피고 3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27.37)을 각 낙찰받아 2002. 7.29. 각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한편, 위 임의경매절차에서 지하 101호 소외 2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30.13), 2층 201호 소외 3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30.13), 3층 302호 소외 4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27.37)은 소외 5가 각 낙찰받아 2002. 7.22.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대지권 등기는 2002. 7.22. 이 사건 다세대주택 중 1층 101호(287.5분의 57.5), 2층 202호(287.5분의 27.37), 3층 301호(287.5분의 30.13)만에 관한 대지권이라는 취지로 변경되었다. 이러한 사실관계 하에서 원고는 피고 1, 2에 대하여, 선정자 2는 피고 3에 대하여 각 토지사용료를 청구한 것이다. 3. 대상판결의 요지 구 민사소송법(2002. 1.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608조 제2항 및 현행 민사집행법 제91조 제2항에 의하면 매각부동산 위의 모든 저당권은 경락으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집합건물의 전유부분과 함께 그 대지사용권인 토지공유지분이 일체로서 경락되고 그 대금이 완납되면, 설사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별도등기로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이라 할지라도 경매과정에서 이를 존속시켜 경락인이 인수하게 한다는 취지의 특별매각조건이 정하여져 있지 않았던 이상 위 토지공유지분에 대한 범위에서는 매각부동산 위의 저당권에 해당하여 소멸한다. 이 사건 다세대주택 중 지하 102호, 402호의 경매절차에서 피고 1, 피고 3이 각 전유부분과 함께 그 대지권도 경락받았고, 이때 이 사건 토지 중 위 각 피고가 취득한 대지권 지분에 관한 대한상호신용금고의 근저당권도 이미 소멸한 것이다(=원고, 선정자 2의 피고 1, 3에 대한 청구기각). 한편, 401호의 경우 피고 2는 대한상호신용금고의 근저당권을 경락인이 인수한다는 특별매각조건하에 위 401호를 그 대지권과 함께 경락받은 것이므로, 피고 2는 그 후 401호의 대지권에 해당하는 토지공유지분을 경락받은 원고에게 토지사용이익의 부당이득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의 피고 2에 대한 청구인용). 4. 검토의견 생각건대, 이 문제를 오로지 특별매각조건의 문제로 풀어내는 것은 지나치게 도식적인 해결책이 아닌가 한다. 왜냐하면, 집행법원이 낙찰허가결정서에 특별매각조건으로 일정한 사항을 기재하는 것과 무관하게 경락인이 인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 집행법원이 특별매각조건으로 정하는지 여부에 따라 실체적 권리관계가 변동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본건과 같이 토지만에 관하여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집합건물이 건축되고 각 세대별 소유권보존등기 및 대지권 등기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집합건물등기부등본 표제부 '대지권의 표시'란에는 "별도등기 있음"으로 공시되어 있고, 누구든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에 설정되어 있는 권리관계를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401호의 경우에 비추어 보건대, 집합건물등기부상 "별도등기"로써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상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존재를 알 수 있었음이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경매법원의 낙찰허가결정에 이 사건 근저당권의 인수여부에 관한 기재가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들이 근저당권의 제한 없이 각 세대의 전유부분과 함께 그 대지권까지 낙찰받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대법원 2007. 4.13. 선고 2005다8682 판결에서 찾아볼 수 있는 바,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이미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상에 가압류결정이 집행되어 있는 경우 그 이후 집합건물이 신축되고 각 세대별 소유권보존등기 및 대지권등기가 경료되고, 이후 이중 일부 세대에 관한 경매절차에서 낙찰받은 자는 위 가압류의 부담을 인수한다고 판시하고 있고, 이러한 법리는 이 사건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위 2005다8682 판결에 대한 해설(이규진, 부동산 신소유자의 채권자가 경매신청을 한 경우 선순위가압류등기가 말소촉탁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대법원 판례해설 제67호, 740면)이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바와 같이, 낙찰허가결정에서 선행가압류등기의 존부 및 인수여부에 관한 기재가 없다는 이유로 경락인이 가압류의 부담이 없는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또한 굳이 그 조건을 분류하자면 특별매각조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일 뿐 실무에서 특별매각조건으로서 운용되었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이 사건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지하 102호 및 402호의 경우 입찰가격에 대지권의 가격이 포함된 점이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르는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도 보이나, 이는 근저당권의 존속여부와는 무관하다 할 것이다. 구분건물에 대한 경매에 있어서 비록 경매신청서에 대지사용권에 대한 아무런 표시가 없는 경우에도 집행법원으로서는 대지사용권이 있는지 조사해야 하고, 그 결과 전유부분과 불가분적인 일체로서 경매의 대상이 되어야 할 대지사용권의 존재가 밝혀진 때에는 이를 경매 목적물의 일부로서 경매 평가에 포함시켜 최저입찰가격을 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입찰기일의 공고와 입찰물건명세서의 작성에 있어서도 그 존재를 표시해야 할 것인 바(대법원 1997. 6.10.자 97마814 결정), 대지사용권은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르는 것이므로 일괄경매를 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전유부분과 대지지분이 일체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전유부분에 대한 경매개시결정과 압류의 효력이 당연히 종된 권리인 대지사용권에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구분건물의 입찰가격에 대지권의 가격을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반면 경락인이 구분건물을 취득하면서 대지권의 가치까지 지불하였다고 하여 이로써 대지권 성립 이전에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상에 설정된 저당권을 소멸시킬 수는 없는 이치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매각부동산 위의 모든 근저당권은 경락으로 소멸한다는 민사집행법 제91조 제2항을 들어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설정된 근저당권이라도 토지공유지분에 대한 범위에서는 매각부동산 위의 부담에 해당하여 소멸하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본래 나대지상에 설정된 근저당권자는 근저당권의 교환가치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 경우, 대지상의 건물 축조의 중지까지 구할 수 있는 방해배제권능을 갖는 권리(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3다58454 판결)라는 점과도 일치할 수 없는 결론이 아닐 수 없다 할 것이다. 5. 결론 집합건물의 등기부에 대지권을 표시하면서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상에 설정된 각종 부담을 공시하는 이유는 집합건물을 취득하는 자를 보호함에 있는 것이고, 집합건물의 표제부에 "별도등기 있음"으로 기재하여 이러한 제한물권 또는 가압류 가처분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은 그 이후 이루어진 개개의 집합건물에 대한 경매와는 상관없이 별도등기로써 공시된 물권으로 존속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결과는 구분건물의 경매절차에서 그 인수여부가 특별매각조건으로 정하여져 있었는지 여부와 상관없고, 각 집합건물의 경매절차에서 경락인이 대지권의 가치까지 지불하였는지 여부와도 무관하다 할 것이다. 대상판결에 의하면 대지권 성립 전에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던 근저당권이 그 후에 건축된 집합건물의 대지권 등기 및 집합건물에 대한 한 차례 경매로 인하여 소멸한다는 기이한 결과가 되는 바, 이는 합리적 근거 없이 근저당권이 소멸시키는 것이므로 그 결론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2010-03-15
이사의 분식회계로 인한 회사채권자의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의 소멸시효
Ⅰ 사 실 A회사는 1971년 설립 이래 구조적 부실의 징후가 나타났고 특히 1997년도에 이르러 경영상태 및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A회사 집단의 회장 B는 “위와 같은 실상이 알려질 경우 대외신인도 추락과 이에 따른 금융기관 상대 신용자금 차입조건 악화 또는 자금차입 중단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여 경영진에게 당기순이익을 가공 계상하여 마치 흑자가 난 것처럼 조작하여 A회사를 경영상태 및 재무구조가 양호한 우량기업으로 위장할 것을 지시”함에 따라, 대표이사 피고Y1과 당시 재무담당 전무이사이던 Y2는 1997년도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하여 1998년3월1일 일간지에 공시하였다. 원고 X은행은 A회사에게 1998.4.9.(제1대출)과 1998.5.6.(제2대출)에 각각 200억 원씩 만기를 2년으로 대출하였는데, A회사가 1999.7. 소위 워크아웃 결정에 의하여 기업개선작업 대상이 됨에 따라 제대로 변제되지 못하고 막대한 손실(제1대출에서 170억여 원, 제2대출에서 188억원)을 입었다. X은행은 2002.12.13. Y1과 Y2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피고들은 “상법 제401조가 정한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은 성질상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책임에 대한 특칙이어서 그로 인한 제3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에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소멸시효기간 3년이 적용된다 할 것인바, …원고는 늦어도 1999.11.22.에는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할 것이어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은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2002.11.23.에 시효로 소멸되었다”고 주장하였다. Ⅱ 판결요지 “상법 제401조는 …위 이사의 악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임무 해태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제3자의 손해에 대하여 그 이사가 손해배상의 책임을 진다는 것이 위 법조의 취지라 할 것이다(대법원 1985. 11. 12. 선고 84다카2490 판결 등 참조). 이처럼 상법 제401조에 기한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상법이 인정하는 특수한 책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일반 불법행위책임의 단기소멸시효를 규정한 민법 제766조 제1항은 적용될 여지가 없고, 달리 별도로 시효를 정한 규정이 없는 이상 일반 채권으로서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그 소멸시효기간은 10년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원심(서울고판 2004. 10. 22. 2003나80743 손해배상(기))의 “피고1, 피고2는 연대하여 원고에게 위 손해액의 범위 내에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000,000,000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단을 지지하고 상고를 기각하였다. Ⅲ 평 석 1. 서 론 본 판결은 이사의 분식회계 관여행위와 기업어음회전매입의 방식으로 융자한 금융기관인 회사채권자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해서도 판시했는데, 여기서는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소멸시효에 관한 판시 부분만을 검토하기로 한다. 이 소멸시효는 상법 제401조가 규정하는 책임의 법적성질 및 이 규정의 적용범위와 관련된 뿌리 깊은 문제이다. 2. 제401조 책임의 법적성질 1) 판례의 법정 책임설 대법원은 본 판결에서도 상법 제401조가 규정하는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은 불법행위 책임이 아니라 상법이 규정한 특수한 책임이라는 법정책임설을 바탕으로 불법행위에 관한 민법 제766조의 단기소멸시효의 적용을 배척하고 일반 채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민법 제162조 제1항을 적용하였다. 제401조 책임의 법적성질을 논하는 것은 이 책임에 관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법이 규정하지 아니한 사항을 판단하는 기준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이 해결에 있어서 법정책임설은 법이 정한 것 이외에 아무런 기준을 제시할 수 없으므로 무력하다. 이사의 경제사회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크기 때문에 제3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규정되었다는 본 판결의 설명도 제3자를 어느 정도 보호할 것인지의 법적 기준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법정책임설은 이 책임의 법적 성질 규명을 거부하는 법실증주의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2) 불법행위 책임설 이러한 판례의 입장에 반대하여 제401조의 책임을 불법행위법에 기초를 두고 설명하는 견해가 있는데, 명칭도 불법행위 특칙설, 특수불법 행위설 등 다양하고 같은 명칭이더라도 그 내용은 동일하지 않다. 민사책임을 이미 채권·채무관계에 있는 당사자간에 한쪽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책임을 지는 채무불이행책임과 이러한 관계가 없는 자가 타인에게 고의나 과실로 손해를 입혀서 책임을 지는 불법행위책임으로 분류한다면, 회사의 이사와 회사채권자간에는 채권·채무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불법행위책임에 속한다고 풀이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그러면 제401조는 민법의 불법행위책임의 특별법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하여 법정책임설의 입장인 본 판결의 원심(서울고판 2004.10.22, 2003나80743)은 “그 요건도 회사의 임무에 관하여 이사의 고의 또는 중과실을 요구하여, 피해자인 제3자의 손해에 관하여 고의·과실을 요구하는 민법상 불법행위책임과는 달리 정하고 있으므로 제401조의 책임에 불법행위책임의 소멸시효에 관한 민법 제766조를 적용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① 이런 주장은 법의 문언에만 얽매이고 실질적이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제401조가 이사의 임무해태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제3자의 손해에 대한 책임을 규정한다면서 제401조 책임의 성립에 제3자의 손해에 대하여 이사의 고의나 과실이 필요 없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손해라 함은 행위시에 행위자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손해를 뜻하므로 사실관계의 인정이 아니라 책임논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사는 임무해태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제3자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함은 이사가 행위시에 예상했거나 예상할 수 있었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뜻이고 고의 또는 과실로 발생하게 한 손해를 배상한다는 뜻이다. 일본 최고재판소 대법정 昭和44[1969].11.26. 판결(民集23권11호 2150면)도 법정책임설의 입장에서 이와 유사한 표현을 하였다. 다만 이 판결은 피해자에게 이사의 손해발생에 대한 고의나 과실을 주장·입증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을 뿐이다. 그리고 ② 본 건 원심처럼 제401조와 불법행위 일반원칙과의 요건 상 차이를 인정하더라도 같은 불법행위법에 속하는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를 부인하는 논거가 될 수 없다. 특별법의 요건이 일반법의 요건과 다를 수 있음은 당연하고, 오히려 특별법은 일반법과 달리 규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제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③ 일본 최고재판소 昭和49[1974].12.17. 판결(民集28권10호 2059면)은 위의 대법정 판결에 따라 법정책임설의 입장에서 일본상법 舊 제266조의 제1항(2005년에 제정된 회사법 제429조 제1항 - 우리나라 상법 제401조)의 책임은 불법행위책임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일본민법 제724조(우리나라 민법 제766조)를 유추적용 할 실질적 이유가 없는지 검토하였다(落合誠一의 평석, 회사판례백선 제4판, 유비각 1983, 117면은 이를 높이 평가한다). 3) 채권자대위권설 우리나라의 제401조 제1항이나 일본상법 구 제266조의3 제1항이 모방했다고 생각되는 독일 주식법 제93조 5항도 (그 2항에서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을 규정한 후) “회사의 배상청구권은 회사의 채권자가 회사로부터 만족을 얻을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회사의 채권자에 의해서도 행사될 수 있다. 단 이것은 제3항 이외의 경우에는 이사가 통상 그리고 양심적인 영업지휘자의 주의를 심히 위반한 때에 한하여 적용된다…”고 하여 채권자대위권에 가까운 성질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일본상법 구 제266조의3 1항은 “이사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서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그 이사는 제3자에 대하여도 또한 연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규정하였었다(졸저 판례연습 회사법 전정증보판, 삼우사 2003, 479면 참조). 일본의 2005년에 제정된 회사법 제429조 제1항과 우리나라 상법 제401조에는 이런 표현이 없다. 이와 같은 연혁적 바탕에서 제401조를 이해하면 제3자의 이사에 대한 청구권은 회사의 제399조에 기한 위임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 행사하는 것이고, 이 제3자의 회사에 대한 채권 또는 회사의 이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하면 행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프랑스 회사법 제247조도 이사의 책임은 범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이 경우에는 10년) 손해발생원인을 안 때부터 3년의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한데 이어, 파산법 제180조 2항도 이사의 회사채권자들에 대한 책임은 파산선고일 또는 정리계획 확정일로부터 3년의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한다. 독일 주식법 제93조 4항은 5년의 소멸시효기간을 규정하고 있다. 3. 상법 제401조의 적용범위 본 사안에서 X은행은 Y1과 Y2의 허위 재무제표 작성과 공시에 의하여 A회사의 재무상태를 잘못 판단하고 A회사에게 융자한 채권을 변제받지 못하여 손해를 입었다. 그러므로 X의 손해는 A회사의 손해를 거치지 않고 입은 직접손해이다. 제401조가 직접손해에도 적용되는지에 관하여는 학설이 대립되어 있는데, 위에 인용한 일본 최고재판소 대법정 판결은 방논으로 직접손해 포함설을 취하고 우리나라 통설과 판례(대판2003.4.11, 2002다70044)도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일본 최고재판소 昭和47年(1972)9月22日 판결도 “원심은 피고(E회사의 대표이사)가 E회사에게는 대금을 지불할 자력이 없는 사정을 알면서도 F로 하여금 원고로부터 본건 패널을 매입하도록 하여 원고에게 그 대금상당액의 손해를 주었다는 취지를 인정하고 있다…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민법의 규정에 기한다)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하였다. 본 판결이 인용한 우리나라 대법원 1985.11.12선고, 84다카2490판결도 원고가 광업권 등을 G회사에 매도하기로 하여 이전등록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교부하고 여러 차례 피고(G회사의 대표이사)에게 이전등록을 촉구하였으나 피고가 이를 해태하고 있던 도중, 광해가 발생하여 원고가 이로 인한 손해를 부담하게 되자 상법 제401조에 기해 피고에게 그 배상을 청구한 사건인데, “통상의 거래행위로 인하여 부담하는 회사의 채무를 이행할 능력이 있었음에도 단순히 그 이행을 지체하고 있는 사실로 인하여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치는 사실만으로는 이를 임무을 해태한 위법한 경우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우리나라 상법 제401조에 해당하는 일본 상법 구 제266조의3 제1항을 昭和25년(1950) 개정하기 전의 대심원 판례도 간접손해한정설을 취했었다(대판 大正15[1926].1.20, 대판 昭和8[1933].2.14. ; 대판 昭和15[1940].12.18). 이사의 회사에 대한 임무해태를 요건으로 하는 제401조는 회사는 손해를 입지 않았는데 제3자에게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대하여 규정한 것이 아니다. 이 경우에는 실제상으로도 상법 제401조를 적용하여 Y의 경과실에 의한 책임을 배제할 이유도 없다. 4. 결 어 본 사안에서도 X은행에 대한 Y1과 Y2의 책임에는 상법 제401조가 아니라 민법의 불법행위 일반원칙이 적용되며, 따라서 그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에도 민법 제766조 제1항이 적용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2007-09-13
근거규정의 성질과 처분성여부의 상관관계에 관한 소고
Ⅰ. 事案의 槪要 원고는 1999. 3. 12.부터 2002. 3. 30.까지 여신전문금융회사인 외환신용카드 주식회사(이하 ‘외환카드’라 한다)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다. 피고(금융감독원장)는 2002. 2. 27.부터 같은 해 3. 15.까지 외환카드를 비롯한 8개 전업신용카드사와 17개 겸영카드사를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 뒤, 같은 해 3. 26. 아래와 같은 이유로 금융감독위원회(이하 ‘금감위’라 한다)에 외환카드에 대하여 업무일부정지 1.5월을 명하도록 건의함과 동시에(그 건의에 따라 금감위는 같은 해 3. 26. 외환카드에 대하여 업무일부정지 1.5월을 명하였다), 금감위 규정인 금융기관검사및제재에관한규정(이하 ‘제재규정’이라 한다) 제18조 제1항 제3호, 제2항에 의거하여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문책경고처분을 하였다. Ⅱ.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3두14765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지난 2.17.에 금융기관의 임원에 대한 금융감독원장의 문책경고와 관련하여 매우 의미로운 판결을 내렸다. 여기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원심판결(서울고법 2003.11.7. 선고 2002누20192판결) 및 1심판결(서울행정법원 2002.11.29, 2002구합21872판결)을 그대로 인용하였다. 1. 금융기관검사및제재에관한규정(이하 ‘제재규정’이라 한다) 제22조는 금융기관의 임원이 문책경고를 받은 경우에는 금융업 관련 법 및 당해 금융기관의 감독 관련 규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일정기간 동안 임원선임의 자격제한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은행법 제18조 제3항의 위임에 기한 구 은행업감독규정(2002. 9. 23. 금융감독위원회공고 제2002-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2호 (다)목, 제18조 제1호는 제재규정에 따라 문책경고를 받은 자로서 문책경고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은행장, 상근감사위원, 상임이사, 외국은행지점 대표자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문책경고는 그 상대방에 대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직접 제한하는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2.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의 경우 적어도 그 제한의 본질적인 사항에 관한 한 법률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금융감독기구의설치등에관한법률(이하 ‘감독기구설치법’이라 한다) 제17조 제1호, 제3호, 제37조 제1호, 제2호의 각 규정은 금융감독위원회(이하 ‘금감위’라 한다) 또는 금융감독원의 직무범위를 규정한 조직규범에 불과하여 이들이 당연히 법률유보원칙에서 말하는 법률의 근거가 될 수 없고, 감독기구설치법 제42조에서 피고에게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임원에 대한 해임권고 및 업무집행정지건의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하여 당연히 문책경고의 권한까지 함께 주어진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여신전문금융업법 제53조, 제53조의2는 금감위 또는 피고가 여신전문금융회사에 대하여 행하는 감독 또는 검사에 관한 규정으로서 위 각 규정도 문책경고의 법률상 근거가 될 수 없고, 증권거래법 제53조 제5항 제2호, 증권거래법시행령 제36조의5 제3호, 보험업법 제20조 제1항 제1호, 상호저축은행법 제24조 제1항 제1호, 신용협동조합법 제84조 제1항 제3호는 여신전문금융회사에 대하여 적용되는 법률이 아니므로, 적어도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임원에 대한 관계에서는 위 각 법률규정이 문책경고의 근거가 될 수 없고, 따라서 피고가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임원인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문책경고는 아무런 법률상의 근거 없이 행하여지는 것으로서 위법하다. Ⅲ. 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두3532판결의 요지 1.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 함은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특정 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일반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지만, 어떠한 처분의 근거나 법적인 효과가 행정규칙에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처분이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에 의하여 상대방에게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적인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그 상대방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면, 이 경우에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2. 행정규칙에 의한 ‘불문경고조치’가 비록 법률상의 징계처분은 아니지만 위 처분을 받지 아니하였다면 차후 다른 징계처분이나 경고를 받게 될 경우 징계감경사유로 사용될 수 있었던 표창공적의 사용가능성을 소멸시키는 효과와 1년 동안 인사기록카드에 등재됨으로써 그 동안은 장관표창이나 도지사표창 대상자에서 제외시키는 효과 등이 있다는 이유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Ⅳ. 2001두3532판결의 意義와 問題點 통상 행정소송법을 비롯한 관련법상의 처분개념에 표현된 ‘법집행으로서’와 관련하여, 여기서의 ‘법’이란 ‘법률의 법규창조력’에 바탕을 둔 ‘법규(범)’을 의미하고 따라서 행정행위의 법효과발생의 준거점이 된다고 한다. 그리하여 개별토지가격결정의 처분성을 논증하기 위하여 법원은 그것의 근거규정인 국무총리훈령으로서의 ‘개별토지가격합동조사지침’을 ‘지가공시및토지등의평가에관한법률’ 제10조의 시행을 위한 집행명령으로서 법률보충적 구실을 하는 법규적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 보았다. (대법원 1994.2.8. 선고 93누111.) 2001두3532판결의 원심(부산고법 2001.3.30. 2000누3634판결) 역시 처분성을 부인함에 있어서, -분명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조치의 근거규정의 법적 성격을 염두에 두었으리라 짐작한다. 반면 2001두3532판결은 근거규정 및 관련규정-‘함양군지방공무원징계양정에관한규칙’, ‘경상남도지방공무원징계양정에관한규칙’, ‘지방공무원인사기록및인사사무처리규칙’, ‘지방공무원징계등기록말소제도시행지침’, ‘정부포상 및 장관ㆍ도지사표창지침’-이 행정규칙임에 불구하고(?), 법효과발생의 가능성 즉, 행정처분의 존재가능성을 열어 준 점에선 호평할 만하다. 그러나 이런 바람직스런 착안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법규명령형식의 행정규칙의 존재의 문제이다. 비록 대통령령인 경우엔 변화를 주었지만, 다수 문헌과는 배치되게 판례는 그 밖의 법규명령에 대해선 搖之不動이다. (가령 대법원 1995.10.17, 94누14148판결.) 그리하여 이제껏 행정규칙으로부터는 사실상의 불이익이 생겨날 뿐 쟁송가능한 법률상 이익은 생겨나지 않기에 원고적격이 없다고 보아온 기왕의 입장을 고려한 즉, 2001두3532판결은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을 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런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행정처분의 개념적 징표인 법효과의 발생이 해당 근거규정(행정규칙?)에서 직접 비롯된다고 보는 듯한 태도는, 기본적으로 그것의 원심판결과 기조를 같이 함을 보여줄 뿐 더러 오해의 소지가 있다. (상세는 졸고, “不問警告措置’의 法的 性質과 관련한 問題點에 관한 小考”, 『인권과 정의』 2004.8, 336호, 125면 이하 참조. ) Ⅴ. 2003두14765판결의 意義와 期待 일부에선 2001두3532판결에 대해 국민의 실효적인 권리구제의 지평을 넓힌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하며(가령 김의환, “행정규칙에 의한 징계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인지 여부”, 『대법원판례해설』 2002년 하반기(통권 제43호), 254면. ), 2003두14765판결의 1심판결 역시 이를 논거로 금융감독원장의 문책경고의 처분성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 논거는 요령부득의 상황에서 나름의 노력의 소산이다. 사실 실질에 경도된 기왕의 판례의 입장을 다수 문헌의 지적처럼 형식중시적 입장으로 선회하면, 이 물음은 손쉽게 해소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방향선회와는 별개로 그 같이 논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중요하다. 그것은 바로 근거규정의 법적 성질과 처분성의 인정을 연계시킨 데서 빚어진 결과물이다. 그런데 어떤 행위의 법적 성질을 행정행위로 여기느냐의 물음에서, 행정행위를 발하기 위한 법적 근거(수권) 존재하는지 여부는 전혀 관계가 없다. (Kopp/Ramsauer, VwVfG Kommentar, 8.Aufl. 2003,, §35 Rn..9; BVerwG NVwZ1985, 264.) 행정행위를 비롯한 어떤 행정작용이 법률상의 근거를 필요로 하는지 여부는 법률유보의 물음이다. 요구되는 법적 근거의 부재는 행정행위를 위법하게 만들 뿐이지, 그것의 법적 성질을 가늠하진 않는다. 요건데 법률상의 근거의 유무에 상관없이 어떤 행위가 직접적인 근거규정 뿐만 아니라, 관련 규정에 의거해서 행정행위의 개개의 개념적 징표를 충족하고 있는지가 요체이다. 따라서 2003두14765판결의 논증방식은 그동안 취해온 것과는 다소 그러나 근본적으로 다르다. 즉, 처분성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근거규정의 법적 성질에서 출발하였던 태도에서 벗어나, 관련 (법)규정에 의거하여 처분성을 논증한 다음에, 그것의 근거규정의 법규성 요구인 법률유보의 물음으로 이행하였다. 그런데 기존의 논증상의 난맥을 일소한 2003두14765판결의 意義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제재적 행정처분과 관련한 리딩판결인, 대법원 1995.10.17, 94누14148전원합의체판결의 도식(부령인 제재처분기준⇒행정규칙⇒사실상 불이익의 인정)으로부터 도그마틱적 왜곡(가령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 없이도 벗어날 단초가 마련되었다. 대상판결의 획기적인 논증방식은 불원간 기왕의 토대(가령 법규명령형식의 행정규칙의 문제)에 균열을 가져올 前兆로 여겨진다.
2005-07-04
검면조서등의‘성립의 진정’의 의미와 인정방법
Ⅰ. 사안 D1은 D3(병원장)와 공모하여 ‘사기·허위진단서작성·동행사죄의 공범’을 범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 중 사기의 혐의사실은 “1999년 4월경 D1이 D3에게 ‘기존 질병인 허리디스크를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인 것처럼 허위의 후유장해진단서 발급을 부탁하여 D3 로부터 허위의 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받은 후 보험회사를 기망하여 1700만원의 교통사고 보험금을 편취”한 보험사기죄 혐의가 중심이다. D1은 수사절차와 공판절차에서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부인(“D3에게 허위의 후유장해진단서 발급을 부탁한 사실이 없다”)하였는데 검사가 D1의 유죄증거로 제출한 결정적인 증거는 ‘공소사실과 부합하는 내용(자백)이 기재’되어 있는 ‘D3의 검사면전 피의자신문조서·진술조서’와 ‘W(보험회사 직원, 참고인=피의자 아닌 자)의 검사면전 진술서·진술조서’였다. 무죄를 주장하는 D1은 전문증거인 ‘D3의 검사면전 피의자신문조서·진술조서’와 ‘W의 검사면전 진술서·진술조서’를 증거로 함에 부동의 하였다. 이제 ‘D3의 검사면전 피의자신문조서·진술조서’와 ‘W의 검사면전 진술서·진술조서’가 증거로 사용될 수 있으려면 전문법칙의 예외를 규정한 법 제312조 제1항의 요건(‘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이 구비되어야 한다. D3와 W는 제1심 법정에서 각각 ‘D3의 검사면전 피의자신문조서·진술조서’와 W의 ‘검사면전 진술서·진술조서’의 ‘형식적 성립의 진정’은 인정하였지만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부인(D3와 W는 제1심 법정에서 검사가 자신들에 대하여 작성한 조서들의 間印·署名은 인정하면서도 ‘D1에 대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의 기재들은 자신들의 진술과 달리 기재되었다’고 진술)하였다. 제1심과 항소심은 종래의 대법원 판례(원진술자가 실질적 진정성립을 다투더라도 형식적 진정성립을 인정하면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된다)를 근거로 ‘D3의 검사면전 피의자신문조서·진술조서’와 ‘W의 검사면전 진술서·진술조서’의 증거능력과 신빙성을 인정하여 유죄(징역 8월과 벌금 3백만원)를 선고하였다. D1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의 ‘성립의 진정’이란 “원진술자가 공판정에서 구술로 형식적 성립의 진정과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모두 인정”하여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상고하였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의 ‘성립의 진정’의 의미와 인정방법이 쟁점이 되었다. Ⅱ. 재판요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본문의) ㉮ ‘성립의 진정’이라 함은 간인·서명·날인 등 조서의 형식적인 진정성립과 그 조서의 내용이 원진술자가 진술한 대로 기재된 것이라는 실질적인 진정성립을 모두 의미하는 것이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2도2112 판결, 1990. 10. 16. 선고 90도1474 판결 등 다수). ㉯ 그리고 위 법문의 문언상 성립의 진정은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인정되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을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실질적 진정성립도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서만 인정될 수 있[다]. 위 법문에 따르면, 검사가 ‘피의자 아닌 자’에 대하여 작성한 조서의 경우도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어야 증거로 할 수 있고,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만일 원진술자가 그 진술조서의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면서도 그 ‘기재내용이 진술내용과 다르다’고 하여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그 진술조서의 진정성립은 인정되지 아니하여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도4111 판결, 2003. 10. 24. 선고 2002도4572 판결 등). ㉰ 그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우리 형사소송법이 취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 및 구두변론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공판중심주의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다. Ⅲ. 평석 1. 본 판결의 내용분석 본 판결의 ㉮ 부분은 종래의 판결을 재확인한 것이고 ㉯ 부분이 새로운 것이다. 본 판결은 피고인의 상고를 認容하여 “원진술자가 실질적 진정성립을 다투더라도 형식적 진정성립을 인정하면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된다”는 종래의 판례[특히 대법원 1984.6.26. 선고 84도748 판결(공1984, 1378)]를 폐기하고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의 ‘성립의 진정’이란 “원진술자가 공판정에서 구술로 형식적 성립의 진정과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모두 인정”하여야 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본 판결의 내용 분석에서 주의할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종래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의 ‘성립의 진정’의 의미해석 문제는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었다. 그런데 본 판결은 이 문제를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검사 면전에서 작성된 조서 일반(예를 들어 참고인 진술조서=검사가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진술조서)’과 ‘검찰조사단계에서 작성된 진술서’에 대하여 까지 확장시켜 이해하고 있다. 이것은 법 제312조 제1항의 문리에 합치되는 해석이므로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둘째, ‘성립의 진정’의 의미에 관한 본 판결의 새로운 해석은 ‘성립의 진정’이 문제되는 다른 문맥(예를 들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 제313조 제1항의 진술서등, 제313조 제2항의 감정의 경과와 결과를 기재한 서류)에서도 통용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를 발생시키는데 긍정적으로 예측된다. 2. 직접심리주의·구두변론주의와 공판중심주의 본 판결은 ‘성립의 진정’의 의미에 관한 새로운 해석이 “우리 형사소송법이 취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 및 구두변론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공판중심주의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판시(㉰ 부분)하고 있다. 이하에서 이 판시의 의미를 천착하여 보자. 현행법과 법실무상 직접심리주의와 구두변론주의는 대단히 취약하다. 그 이유는 조서의 증거능력이 넓게 인정되고 있고 법실무상 조서의 증명력이 높게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인정자(법원)가 ‘자유심증주의’를 근거로 하여 ‘소송관계인의 공판정에서의 진술’ 이외에 ‘각종의 조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재판현실’을 개탄하는 취지의 용어가 ‘조서재판’(調書裁判)이다. ‘조서재판’이 활발히 작동하면 그만큼 직접심리주의·구두변론주의와 공판중심주의는 위축되기 마련이다. 본 판결의 판례사안을 예로 들어보자. 제1심 공판정에서 D1은 공소사실을 부인하였고, D3, W의 공판정 진술·증언도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내용의 진술·증언이었다. ‘D1의 형사사건’에 초점을 맞출 때 제1심과 항소심이 D1의 유죄증거로 사용한 증거는 공범자로 기소된 공동피고인 D3의 ‘공소사실과 부합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D3의 검사면전 피의자신문조서·진술조서와 ‘W(보험회사 직원)의 검사면전 진술서·진술조서’였다. ‘공판정 진술·증언’과 ‘수사절차상 작성된 조서의 기재내용’이 상치되고 있는 정황인데 제1심과 항소심은 ‘수사절차상 작성된 조서의 기재내용’을 신뢰하여 D1의 유죄를 선고하였다. 더구나 ‘D1의 형사사건’에 초점을 맞출 때 본 사안은 검사 앞에서 자백한 자(D1)가 공판정에서 번복한 사안이 아니라 검사 앞에서도 부인하고 공판정에서도 부인하였는데 오직 ‘공범피의자(D3)의 검사 면전 피신조서’에 불이익 진술(D3가 ‘D1과 함께 범행을 수행하였다’는 자백)이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그나마도 공범피의자(D3)는 ‘조서의 기재내용이 자신의 원진술과 다르게 기재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사안이다. 검사 앞에서 자백한 자가 공판정에서 번복한 사안에서 법 제312조 제1항이 종래의 판례이론처럼 해석되어도 오판의 위험성이 있는데 하물며 본 판례사안과 같은 경우의 오판의 위험성은 대단히 높다. ‘조서재판의 극복’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법 개혁’ 논의의 핵심화두이므로 본 판결은 ‘조서재판을 극복’하고 ‘공판중심주의를 강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3. 조서재판 해체의 결정적 계기 ‘조서재판의 극복’을 문제 삼을 때 ‘조서재판이 왜 문제인가’ 하고 반문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 반문은 ‘실체적 진실발견과 재판의 신속·효율적인 진행’을 이유로 조서재판의 정당성이나 불가피성을 변호하려는 논증이다. 그런 분들에게 필자는 다음과 같이 재반론하고 싶다. 그럴 바에야 ‘일제강점기의 조선형사령 체제‘로 돌아가서 검사와 사법경찰관에게 예심판사에 버금가는 강제처분권을 부여하고 전문법칙을 폐지하고 모든 조서에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편이 더 편리하지 않겠는가? 독일법계의 직접심리주의와 구두변론주의, 영미법계의 전문법칙은 모두 조서재판을 극단적으로 회피하려는 발상에서 출현한 근대적 원리이다. ‘공판정에서 피고인이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면 검면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법 제312조 본문은 일제강점기의 조서재판과의 단절을 의미하는가’가 문제된다. 공판정에서 피고인이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는가 여부와 상관없이 무제한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었던 일제강점기의 상황과 비교하면 단절의 측면이 없지 않지만 ‘성립의 진정’의 의미를 협소하게 책정할수록 연속의 측면이 생기거나 증가하게 된다. 독일 형사소송법이 ‘자백이 포함되어 있는 피신조서’는 검면피신조서이든 사경피신조서이든 예외 없이 증거능력을 박탈하고 있는 점을 부가하여 검토하면 법 제312조 본문은 대단히 후진적인 조항임을 알 수 있다. 전문법칙의 핵심은 ‘조서에 관한 증거법’에 있지 않고 ‘전문진술에 관한 증거법’에 있다. 영미식 가치관에 입각하면 일제강점기의 조서재판은 재판으로서의 품격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것이었고 현행법의 혁신성도 그다지 크게 평가될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1954년 법의 골격을 유지하고 있는 현행 형사소송법이 “직접주의의 바탕 위에 영미법계의 전문법칙을 받아 들여 공판중심주의의 철저를 기하였다”고 높게 평가[헌법재판소 1994.4.28. 선고 93헌바26 결정]하고 대법원[대법원 2001. 9. 14. 선고 2001도1550 판결(공2001, 2296)]도 형사소송법 제161조의2와 제310조의2의 입법취지를 헌재와 거의 동일하게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평가는 ‘매우 修辭的인 평가’이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誇張된 평가’이다. 1954년 법이든 현행 형사소송법이든 일제강점기의 조서재판으로부터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본 판결로 말미암아 조서재판이 약화되고 공판중심주의는 강화될 수 있는 획기적인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본 판결은 ‘조서재판의 점진적 해체’와 ‘공판중심주의 강화’라는 최근의 흐름을 가속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임이 분명하다.
2005-01-13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Ⅰ. 序 說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는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피고인의 진술과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단서가 본문이 규정한 증거능력의 요건을 완화한 것인지 아니면 강화한 것인지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즉 제312조 제1항 단서의 ‘그 피고인의 공판진술에 불구하고’의 의미가 가중요건인지 아니면 완화요건인지의 여부가 문제된다. 전자로 해석하는 견해는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엄격한 취지라고 이해한다. 반면에 후자로 해석하는 견해는 위 규정의 문언이나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대하여 특신정황을 전제로 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요건을 완화한 것으로 이해한다. Ⅱ. 제312조 제1항 本文과 但書의 關係(成立의 眞正과의 關係) 1. 學 說 (1) 완화설(제312조 제1항 단서를 본문에 대한 완화요건으로 보는 견해) 제312조 제1항의 문언이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피의자신문조서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면 성립의 진정이 부정되는 경우에도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단서의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를 본문의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더라도’로 해석한다. (2) 가중설(제312조 제1항 단서를 본문에 대한 가중요건으로 보는 견해) 제312조 제1항을 목적론적으로 해석하여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엄격히 한 것으로 보고,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지만 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기재내용을 부인하는 진술을 하더라도 성립의 진정과 특신상태(신용성의 정황적 보장)가 있는 경우에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단서의 ‘진술에 불구하고’를 ‘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도’(예컨대 피고인이 검찰자백을 부인하는 경우에도)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2. 判 例 대법원은 종래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서명?날인의 진정을 인정한 경우에는 검찰에서의 진술이 특히 임의로 되지 아니하여 신빙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의심할만한 사유가 없으면 증거능력이 있다?(대판 1983.6.14, 83도647; 대판 1984.9.11, 84도1379; 대판 1986.9.9, 86도1177; 대판 1987.9.8, 87도1507)거나,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그 조서에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하는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제3항 소정의 절차를 거친 바 없이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없는 한 원진술자의 진술내용대로 기재된 것이라고 추정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진술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다투더라도 그 조서의 간인,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시인하여 조서의 형식적인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한편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위 형사소송법 절차를 거친 바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만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라면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원진술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의하여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할 것이다?(대판 1984.6.26, 84도748; 대판 1986.3.25, 86도218; 대판 1992.6.23, 92도769; 대판 1994.1.25, 93도1747; 대판 1995.5.12, 95도484; 대판 2000.7.28, 2000도2617)라고 하여 形式的 眞正이 있으면 實質的 眞正을 推定하고 있으며,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진정성립을 인정하면 그 조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이 특히 임의로 되지 아니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는 한 증거능력이 있다?(대판 1992.2.28, 91도2337; 대판 1995.11.10, 95도2088; 대판 1996.6.14, 96도865)고 보면서, ?진술의 임의성이라는 것은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하는 사정이 없다는 것 즉 증거의 수집과정에 위법성이 없다는 것인데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하는 그와 같은 사정은 헌법이나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이례에 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진술의 임의성은 추정된다고 볼 것이다. ... 진술의 임의성에 관하여는 당해 조서의 형식, 내용(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진술을 녹취하고 작성완료후 그 내용을 읽어 주어 진술자가 오기나 증감?변경할 것이 없다는 확인을 한 다음 서명날인하는 등), 진술자의 신분, 사회적 지위, 학력, 지능정도, 진술자가 피고인이 아닌 경우에는 그 관계 기타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법원이 자유롭게 판정하면 되고 피고인 또는 검사에게 진술의 임의성에 관한 주장, 입증책임이 분배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 이는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 즉 특신상태에 관하여서도 동일하다?(대판 1983.3.8, 82도3248)라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조서의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實質的 眞正成立이 추정되고,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자백의 ‘任意性’이 추정되어 결국 특신상태까지도 인정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으나, 최근 대법원은 ?검사가 피의자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해 형식적 진정성립뿐만 아니라 실질적 진정성립까지 인정된 때에 한해 비로소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이같이 해석하는 것이 우리 형사소송법이 취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 및 구두변론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공판중심주의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을 인정해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거기에 기재된 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하여 그 실질적 진정성립을 다투더라도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2항과 3항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한 그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는 것으로 본 84도748판결 등 종전 대법원견해는 변경한다?라고 판시하면서, ?(병원원장) 최모씨와 (보험회사 직원) 오모씨가 제1심 법정에서 검사가 작성한 조서들의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의 기재들은 자신들의 진술과 달리 기재됐다고 진술했고, 피고인 주씨 역시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이들에 대한 검사의 조서들은 실질적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들 조서들에 관해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됨을 전제로 증거능력을 인정해 모두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대판(전합) 2004.12.16, 2002도537)고 하여 후자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법 제312조 본문의 의의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이른바 전문증거로서, 원칙적으로는 요증사실에 대한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자격 즉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나, 검사 또는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피의자신문조서)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참고인진술조서),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검증조서)는 그것이 위와 같은 전문증거임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조건아래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데 있으며, 위 단서는 검사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하여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1)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라는 점에서 피고인이 되지 아니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나 참고인진술조서, 검증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강화하고(성립의 진정이외에도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이어야 함), 2) 그것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라는 점에서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이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는, 그것이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것이라면, 성립이 진정함과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한,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여하에 불구하고,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것이다?(헌재결 1995.6.29, 93헌바45)라고 판시하여 명시적으로 성립의 진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의 대법원판례와는 달리 추정을 부정하고 있는 듯 하다. 3. 檢 討 이러한 견해의 대립은 실제문제로서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되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사례가 많음에 비추어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그런데 완화요건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엄격히 한 취지와 모순되며, 반면에 강화요건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사실상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곤란할 것이다. 생각건대 공판정의 조서의 증거능력을 쉽게 인정하면 공판중심주의를 형해화할 우려도 있으나, ⅰ) 피의자진술서의 경우에 형식적 진정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이 추정되며, 피의자진술서와 피의자신문조서가 공판정에 함께 제출된 경우에 전자의 경우는 제313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특신상태가 인정되면 증거능력이 부여됨에 반하여 후자의 경우는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면 특신상태의 유무와 관계없이 무조건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보는 것은 동일한 절차에서 작성된 조서에 대하여 차별을 두어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서류 자체에 대한 허위기재여부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며, 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면 영미법계에서는 조서작성자인 수사기관이 공판정에 직접 나와서 진술하면 증거능력이 인정되는데 반하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전문진술(제316조 제1항)에 해당하지만 판례가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고(대판 1974.3.12, 73도2123), ⅲ) 수사기관으로서의 검사제도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 한 공판중심주심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 검사들이 수사단계에서 중요한 사건 또는 다툼이 있거나 쟁점이 있는 사건의 경우 피의자나 참고인을 몇 시간씩 수차례에 걸쳐 직접 조사하면서 혐의에 대한 심증을 형성하듯이 법원도 가능하면 직접 공판정에서의 증언이나 진술을 통해 심증을 형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 수사서류의 증거능력을 무조건 부인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며, ⅳ) 재판 실무상 재판정에서의 위증이 거의 처벌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사단계에서의 위증을 처벌하는 영미법상의 사법방해죄와 같은 규정도 없으며,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은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정성립을 항상 부정할 것이므로 수사절차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더욱이 다른 사람의 사건에 관련되는 것을 싫어하는 한국인의 정서 및 피고인측의 협박 매수 등으로 위증이 성행하고 있는 현재의 재판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재판부는 미국과 달리 일반인이 아니라 전문적인 법관으로 구성되므로 일반인들이 증거가치를 잘못 판단할 것을 우려하여 조금이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증거를 처음부터 재판절차에 등장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전문법칙을 완화하여 해석할 필요성이 있고, ⅴ) 제310조의2는 전문법칙에 대한 일반조항으로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지만, 제311조에서 제316조는 전문법칙의 예외로서 적극적으로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제312조 제2항이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나 변호인’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증거능력판단의 주도권을 피고인측에 주는 반면, 제312조 제1항 단서는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고 하여 법원에 적극적으로 증거능력판단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실질적 진정을 부정한다고 하여 무조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법문에 반하여 사실상 증거능력판단의 권한이 법관으로부터 피고인에게 전이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ⅵ) 대법원은 재독학자 송두율씨 사건에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까지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상황에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실질적 진정을 부인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며, 증거능력을 완화하여 해석하는 것만이 피고인의 인권보장에 충실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뒤에 놓여있는 피해자의 권리는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절충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물론 피고인의 자백과 같은 인적 증거에 의한 수사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으로 비난하는 경우도 있으나, 물적 증거에 기한 과학수사의 원칙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범죄와 관련된 사람의 진술을 듣지 아니하고는 정확한 진상을 파악할 수 없는 사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인적 증거의 확보방법은 여전히 범죄수사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피의자?피고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적법절차의 강조와는 별도로 실체진실의 발견도 고려해야 하며, ⅶ) 종전처럼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자백에 너무 쉽게 증거능력을 인정하면 공범자간의 자백이 상호보강증거가 되어 형사정책상 불합리하다는 비판도 공범자가 모두가 자백하는 경우에는 전문법칙의 증거능력의 인정요건인 공범자에 대한 피고인의 반대신문이 문제될 염려가 없으므로 그 증거능력에 특별한 제한을 가하는 법칙을 만들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공범자의 형식적 진정성립만이 인정될 경우에는 판례가 ?검사작성의 공동피고인(乙?)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공동피고인(乙)이 법정에서 성립 및 임의성을 인정한 경우에는 공동피고인(甲)이 증거로 함에 부동의하더라도 피고인 甲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대판 1990.12.26, 90도2362; 대판 1991.4.23, 91도314; 대판 1991.11.8, 91도1984; 대판 1992.4.14, 92도442)고 판시하여 ‘그 공동피고인이 법정에서 성립의 진정 및 임의성을 인정한 경우에는’이라고 조건을 명확히 하여 이러한 사실상의 추정을 공동피고인의 경우까지 확대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형식적 진정성립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의 추정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추정법리를 공범자인 공동피고인까지 확장시킨다면 사실상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의 문제를 법관의 자유심증에 의한 증명력판단의 문제로 사실상 전이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이 경우도 제312조 제1항 단서의 특신상태의 문제로 해결해야 하며, ⅷ) 법 해석기관인 사법부가 피고인의 인권보장이라는 합목적성만을 내세워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가 명문으로 특신상태를 고려하여 증거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입법자의 결단을 무시하는 해석을 하는 것은 헌법상의 대원칙인 권력분립의 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법조문에 충실하게 종전 판례처럼 형식적 진정성립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을 추정하되 특신상태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방법으로 증거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사실상 추정설). 이렇게 해석한다면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엄격히 한 취지에 모순될 뿐만 아니라 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에 대한 거증책임을 피고인에게 부담지운다는 문제를 낳는다(조국, ?檢事作成, 被疑者訊問調書의 成立眞正과 證據能力?, 고시연구(2000.12), 159면)는 비판이 있으나, 이 견해에 따르면 피고인이 성립의 진정(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정하는 경우 거증책임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서류(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증거조사 자체를 할 수 없다(형사소송규칙 제134조)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판례가 나오게 된 배경은 판례가 ?진술이 임의로 되지 아니하여 신빙할 수 없는 상태에서 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으면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시하여 그 진술 자체의 임의성의 보장만 있으면 ‘特信狀態’의 존재를 추정하는 것처럼 읽혀지거나, 아니면 임의성의 보장을 곧 특신상태로 보면서,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백이 증거능력이 있다는 것에 지나지 않고 그 자백의 진실성과 신빙성, 즉 증명력까지도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대판 1983.9.13, 83도713; 대판 1986.8.19, 86도1075, 대판 1986.9.9, 85도64)라거나, ?자백의 신빙성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첫째로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인 합리성을 띠고 있는가, 둘째로 자백의 동기나 이유 및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가 어떠한가, 셋째로 자백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가 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판 1995.10.12, 95도1957; 대판 1983.9.13, 83도712.)고 판시하여, 임증거능력의 요건인 임의성과 증명력의 요건인 신빙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판단하면서 증거능력의 또다른 요건인 ‘특신상태’를 판단하는 것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문의 특신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라고 함은 적극적으로 그 상태를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로 보아야 하며, 이에 대한 거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신상태는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위한 요건이므로 진술내용의 임의성과는 별개의 것으로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제312조의 피의자신문조서에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제312조의 요건뿐만 아니라 그 전제로서 피의자의 진술 자체가 ‘任意性’의 요건을 구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Ⅲ. 結 語 결국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에 대한 법원의 증거심사가 좀 더 엄격해졌다는 의미이지 피고인이 부인하면 곧바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인된다고 보는 것은 법문에 반할 뿐만 아니라 논리적 타당성도 빈약하다고 보여진다. 무엇보다도 대법원이 ?그 진술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信用性이나 任意性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대판 1995.12.26, 95도2340; 대판 1987.3.24, 87도81)고 보면서 일응의 기준으로, 진술내용의 신빙성을 담보할 具體的이고 外部的인 情況이 있어야 하고, 그 담보의 정도가 虛僞介入의 여지가 거의 없을 정도이어야 한다는 두가지를 제시하면서 ?이른바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이란 자기에게 불이익한 사실의 승인이나 자백은 재현을 기대하기 어렵고 진실성이 강하다는 데 근거를 둔 것으로서, 반드시 그같은 진술이 공소제기후 법관의 면전에서 행하여졌을 때에는 가장 믿을 수 있고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상대적으로 신빙성, 진실성이 약한 것으로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범행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외부와의 접촉 및 장래에 대한 걱정 등이 늘어감에 따라 그 진술이 진실로부터 멀어져가는 사례가 흔히 있는 있는 것이므로, 이른바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의 存在 및 그 强弱에 관하여서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이를 가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대판 1983.3.8, 82도3248)라고 판시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도 전문법칙의 예외를 규정한 제314조의 위헌여부와 관련된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이라는 제약조건의 정당성 여부에 대하여 ?‘특히 信憑할 수 있는 狀態下’라 함은 진술내용이나 조서의 작성에 있어서 허위개입의 여지가 없고 진술내용의 신용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라고 법원의 판례가 오랜 세월을 통하여 개념짓고 있으며, 이는 진실성이나 신용성에 있어 反對訊問을 갈음할 만한 외부적 정황이라고 할 것으로, 부득이한 사유로 법관의 면전에서 진술되지 아니하고 피고인의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은 진술인 증거를 요증사실의 인정자료로 삼을 수 있는 제약조건으로서는 합리성이 있는 조건이라고 할 것이다?(헌재결 1994.4.28, 93헌바26)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구체적이고도 엄격한 요건을 방기한 채, 무조건 증거능력을 부인한다고 보는 것은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종전 판례처럼 사실상의 추정을 인정하되 특신상태에 대한 더 엄격한 심사를 행하는 것이 타당한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2005-01-10
지목변경신청반려의 법적 성질
Ⅰ. 사실관계 (1) 원고(이00)는 2001. 11. 28. 경기도 화성시장에게 "화성시 봉당읍 소재 토지의 지목을 田에서 대지로 변경해 줄 것"을 신청하였으나, 신청이 반려되었다(2002. 1. 9). 화성시장이 “원고에 대하여 현재 이용현황대로 토지 분할측량 후 토지분할 및 지목변경을 신청하도록 2차에 걸쳐 보완요구를 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신청반려의 이유가 되었다. (2) 원고는 2002. 1. 24. “지적현황을 점유자별로 정리하여 예상되는 분쟁을 예방하고 토지의 효용을 높이고자 이 사건 지목변경신청을 하였음에도 화성시장이 위법?부당하게 이 사건 지목변경신청을 반려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경기도지사에게 이 사건 반려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하였다. (3) 피고(경기도지사)는 2002. 3. 4. 원고의 위 행정심판청구를 각하하는 행정심판의 재결(이하 "재결"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지적도 등 지적공부에 일정한 사항을 등재하거나 등재된 사항을 변경하는 행위는 행정사무집행의 편의와 사실증명의 자료로 삼기 위한 것으로, 화성시장이 이 사건 지목변경신청을 반려하였다고 하여도 이는 행정심판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가 되었다. (4) 원고는 이 사건 행정심판의 재결청인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위 "재결"의 취소소송을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 Ⅱ. 제1심법원판결(수원지법 2002. 9. 18, 2002구합2018)의 요지 행정소송법 제19조에 의하면, 취소소송은 행정청의 원처분을 대상으로 하되, 다만 ‘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 있음을 이유로 하는 경우’에 한하여 행정심판의 재결도 취소소송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말하는 '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란 재결청의 권한 또는 구성의 위법, 재결의 절차나 형식의 위법, 내용의 위법 등을 뜻하는데, 행정심판청구가 부적법하지 않음에도 각하한 재결은 심판청구인의 실체심리를 받을 권리를 박탈한 것으로 원처분에 없는 고유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러한 경우 위 재결은 취소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Ⅲ. 항소심판결(서울고법 2003. 6. 26, 2002누17042)의 요지 (1) 원고의 행정심판청구를 각하한 이 사건 각하재결에 원처분에 없는 고유한 하자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토지대장 등 지적공부에 일정한 사항을 등재하거나 등재된 사항을 변경하는 행위는 행정사무집행의 편의와 사실증명의 자료로 삼기 위한 것이고, 그 등재나 변경으로 인하여 당해 토지에 대한 실체상의 권리관계에 어떤 변동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어서, 소관청이 그 등재사항에 대한 변경신청을 거부한 것을 가리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5. 12. 5. 선고 94누4295 판결, 대법원 1993.6.11. 선고 93누3745 판결 등 참조), 원고의 이 사건 지목변경신청을 반려하여 거부한 화성시장의 이 사건 반려처분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2) 그렇다면 이 사건 각하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위 재결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한다. Ⅲ 상고심(대법원) 판결의 요지 (1) 구 지적법(2001. 1. 26. 법률 제6389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0조, 제38조 제2항의 규정은 토지소유자에게 지목변경신청권과 지목정정신청권을 부여한 것이고, 한편 지목은 토지에 대한 공법상의 규제, 개발부담금의 부과대상, 지방세의 과세대상, 공시지가의 산정, 손실보상가액의 산정 등 토지행정의 기초로서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토지소유자는 지목을 토대로 토지의 사용?수익?처분에 일정한 제한을 받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지목은 토지소유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한 전제요건으로서 토지소유자의 실체적 권리관계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므로 지적공부 소관청의 지목변경신청 반려행위는 국민의 권리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는 달리 지목변경(정정이나 등록전환 등 포함, 이하 같다)신청에 대한 반려(거부)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1981. 7. 7. 선고 80누456 판결, 1991. 2. 12. 선고 90누7005 판결, 1993. 6. 11. 선고 93누3745 판결, 1995. 12. 5. 선고 94누4295 판결 등과 지적공부 소관청이 직권으로 지목변경한 것에 대한 변경(정정)신청 반려(거부)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1971. 8. 31. 선고 71누103 판결, 1972. 2. 22. 선고 71누196 판결, 1976. 5. 11. 선고 76누12 판결, 1980. 2. 26. 선고 79누439 판결, 1980. 7. 8. 선고 79누309 판결, 1985. 3. 12. 선고 84누681 판결, 1985. 5. 14. 선고 85누25 판결 등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3) 따라서 이 사건 반려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Ⅳ. 평 석 1. 대법원 판례변경의 중요한 의미 이 사건은 대법원의 部(대법관 3인이상)에서 심판한 사건이 아니라, 대법관전원의 3분의 2이상의 合議體에서 심판한 사건이다. 대법원이 종전의 의견(판례)을 변경하게 되었기 때문이다(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참조) 대법원은 이 사건 이전에는 “지적공부 소관청의 지목변경(정정이나 등록전환 등 포함)신청에 대한 반려(거부) 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던 대법원이 - 종전과는 180도 다르게 - “지적공부 소관청의 지목변경신청 반려행위는 국민의 권리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는 동시에, 이와 같은 판단과 배치되는 종전의 다수의 판례를 변경하게 되었음은 이 사건 대법원의 판결문에 나타나 있는 바와 같다. 대법원이 종전 판례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판례변경"은 매우 드믈게 보는 현상이기에, 대법원의 이 판결은 그만큼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 판례변경의 동기와 효과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판례변경을 한 직접적인 동기는 무엇인가? 아마도, "지목병경 또는 지목병경신청거부의 처분성"을 부인한 결과, 사람들이 행정소송(일반법원의 소관사항)이 아니라 헌법소원(헌법재판소의 소관사항)을 구제의 수단으로 택하는 것(헌재 1999. 6. 24, 97헌마315 등 참조)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한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3. 의문점 대법원이 판례변경을 통하여 “지목변경거부 등”에 대한 행정소송의 길을 열어 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대법원이 “거부의 처분성”의 문제를 - 여전히 - 행정소송법(제2조)에 명시되어 있는 처분개념, 즉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에 비추어 판단하지 아니하고 있음은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이에 관한 상세는 拙稿. 法律新聞 제3261호 참조).
2004-08-23
보험약관설명의무의 범위 및 무면허운전
【사 실】 소외 홍인의는 1997.3.3 피고회사와의 사이에 자신이 이 사건 화물자동차를 구입하여 피고회사 명의로 등록하고 피고회사의 업무수행을 위한 廢엔진오일 운반용 차량으로 제공하되, 운전사의 고용 및 급여의 지급, 보험계약의 체결, 차량관리 등에 관한 일체의 사항에 대하여 책임을 지며, 피고회사는 홍인의에게 이 사건 화물자동차의 운송물량에 따른 운송비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차량운용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홍인의는 피고회사명의로 1997.4.14 피고회사를 기명피보험자로 하여 원고와 이 사건 화물자동차에 관하여 업무용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원고회사 소속 보험모집인 소외 정창화가 보험계약자인 피고에게 보험계약의 성질에 대하여 정확히 설명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피보험자동차를 제1종 보통면허로 운전할 수 있는 것처럼 고지하였으며, 원고회사 울산지점의 영업소장이나 울산지점 심사담당자조차도 그렇게 알고 이 사건 보험계약을 정당한 보험계약으로 인정하는 등의 잘못을 범하였다. 홍인의가 고용한 운전사 정명화가 제1종 보통면허를 가지고 피보험자동차인 이 사건 화물자동차를 운전하다가 본건 사고를 내었다. 원고인 보험회사가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을 근거로 보험금지급채무의 부존재에 관한 확인청구의 소를 제기한데 대하여, 피고는 1. 보험모집인 정창화 및 원고회사 울산지점의 영업소장이나 울산지점 심사담당자가 잘못을 범하였다는 이유로 원고회사에게 신의칙상 또는 보험계약상 손해배상책임이 있고, 2. 정창화의 잘못된 고지로 인하여 피고회사가 이 사건 피보험자동차를 제1종 보통운전면허 소지자가 운전하는 것이 무면허운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이 신의성실의 원칙 및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6조 제1항, 제2항, 제7조 제2호, 제3호의 규정에 위반되어 무효가 되며, 3. 본건 무면허운전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승낙이 없으므로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이 적용될 수 없다고 항변하였다. 【판 지】 1. 상법 제638조의3 제1항 및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의 규정에 의하여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약관에 기재되어 있는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료율의 체계, 보험청약서상 기재 사항의 변동 및 보험자의 면책사유 등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지고 있다고 할 것이어서, 만일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면허를 가지고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여야 무면허운전이 되지 않는지는 보험자의 약관설명의무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2. 자동차종합보험 보통약관상의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은 사고 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시에 무면허운전중이었다는 법규위반 상황을 중시하여 이를 보험자의 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사유로 규정한 것으로서, 운전자가 그 무면허운전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면책약관상의 무면허운전에 해당된다. 3. 자동차보험에 있어서 피보험자의 명시적·묵시적 승인하에서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하였을 때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은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 또는 관리가능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으로서,…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묵시적 승인하에 이루어졌는지 여부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와 무면허운전자의 관계, 평소 차량의 운전 및 관리 상황, 당해 무면허운전이 가능하게 된 경위와 그 운행 목적, 평소 무면허운전자의 운전에 관하여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취해 온 태도 등의 제반 사정을 함께 참작하여 인정하여야 한다. 기명피보험자의 승낙을 받아 자동차를 사용하거나 운전하는 자로서 보험계약상 피보험자로 취급되는 자(이른바 승낙피보험자)의 승인만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묵시적인 승인이 있다고 할 수 없어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회사 명의로 차량을 등록하고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그 업무수행을 위해 차량을 제공하되 운전사의 고용 및 급여 지급 등 일체의 사항에 대하여 자신이 책임을 지기로 약정한 자동차 소유자의 승낙 하에 그 피용자가 무면허로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해 설】 서론 : 본 판결에는 피보험자의 승낙과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의 관계에 관하여 대체로 3가지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아래에 판시의 순서에 따라 설명하기로 한다. 1. 보험약관명시설명의무의 범위 보험자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지고 있다(상법 제638조의3,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하여 체결한 보험계약도 약관을 보험단체의 법규범으로 보아 유효하다는 주장도 있다(법규범설). 상법 제638조의3 제2항이 이 위반에 대하여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계약이 성립한 날부터 1월내에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게 하는데 그친 것도 이러한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는 약관 일반에 관한 규정인데 대하여 상법 제638조의3은 보험계약의 약관에 관한 특별법이라고 보는 것이 법체계상 온당하므로 이 견해도 현행법의 해석으로서 논리에는 맞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약관을 규제하여 특히 보호해야할 보험계약자에게 너무 불리하다. 그래서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에 기하여 이에 위반한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정된 판례이다(대법원 1998.6.23.선고 98다14191판결 ; 대법원 1998.11.27.선고 98다32564판결 ; 대법원 1999.3.9.선고 98다43342, 43359판결 참조). 그러나 본 판결이 어떤 면허를 가지고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여야 무면허운전이 되지 않는지는 보험자의 약관설명의무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점에는 의문이 있다. 이 판결의 태도에는 상술한 법규범설의 영향이 엿보인다. 이 판시에 따르면 어떤 것이 보험자의 약관명시 설명의무의 범위에 포함될까. 무면허운전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는 것은 약관의 명시는 될 수 있더라도 약관의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은 될 수 없다. 약관의 명시 설명의무는 약관이 당사자간의 계약내용이므로 이 계약에 의해서 어떤 권리의무가 발생하는지를 당사자가 알고 동의하도록 하기 위해서 보험자에게 부담시킨 것이다. 그런데 보험자측의 보험모집인과 보험자의 울산지점의 영업소장이나 울산지점 심사담당자조차도 그 내용을 잘못 알고 있었다. 보험자측 스스로도 알지 못한 내용을 보험계약자에게 설명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면 이러한 계약에 당사자가 내용을 알고 합의했다고 볼 수 있을까. 무면허운전에 대한 처벌은 법률의 규정(도로교통법 제109조)에 의한 것이지만 이로 인하여 보험자가 면책되는 것은 당사자가 합의한 보험계약의 조항에 따른 것이다. “보통보험약관이 계약당사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그 자체가 법규범 또는 법규범적 성질을 가진 약관이기 때문이 아니라 보험계약당사자사이에서 계약내용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하였기 때문”이라는 대법원의 지론(대판 1985.11.26, 84다카2543 ; 동 1986.11.26, 84다카122 ; 동 1989.11.14, 88다카29177 등 다수)에 따른다면, 이러한 약관은 보험계약의 일부로서 당사자를 구속할 수 없을 것이다. 대판 1992.7.28, 91다5624는 은행거래약관을 “설명하여 주지 아니하였다 하여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으나, 이 판결을 수긍한다고 하더라도 약관을 작성한 사업자측도 그 내용을 잘못 이해한 본 판결의 사안과는 역시 다른 경우이었다. 2. 무면허운전의 인식 이 면책약관이 유효하다고 전제한다면, 운전자가 그 무면허운전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면책약관상의 무면허운전에 해당된다는 것도 대법원의 판례에 따른 것이다(대법원 1991.12.24.선고 90다카23899전원합의체판결 ; 대법원 1993.3.9.선고 92다38928판결 ; 대법원 1997.9.12.선고 97다19298판결 ; 대법원 1998.3.27.선고 97다6308 판결 참조). 그러나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은 사고 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 시에 무면허운전 중이었다는 법규위반상황을 중시하여 이를 보험자의 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사유로 규정한 것”이라는 설명은 부당하다.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이 사고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원인에 의한 보험사고의 위험을 보험에 의한 보호에서 배제하였다면 보험자는 그 사고로 인한 손해를 보상해줄 의무가 없다. 대판 1993.11.23, 93다41549에 의하면,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차량의 관리자 내지 운전자의 사용자로서 그에게 요구되는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에도 운전자의 무면허사실을 알 수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면책약관은 적용될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의견은 보험자의 면책을 피보험자에 대한 제재로 보는 태도로서 무면허운전을 보험금지급의무에서 제외한 보험자측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며 사법이론과 조화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보험자는 보험계약자에게 제재를 가할 지위에 있는 것도 아니다. 3. 승낙피보험자의 승낙에 의한 무면허운전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을 아무런 제한 없이 적용한다면 무단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한 경우에 자동차보유자는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면서도 자기의 지배관리가 미치지 못하는 무단운전자의 운전면허소지의 여부에 따라 보험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어 피보험자에게 너무 가혹하여 불합리하므로 피보험자의 명시적 묵시적 승인 하에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하며, 기명피보험자의 직접적인 승낙이 없고 이로부터 운전승낙을 받은 승낙피보험자의 승인만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묵시적인 승인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설시도 대법원의 판례에 따른 것이다. 대판 1993.12.21, 91다36420와 1994.1.25, 93다37991에 의하면, “승낙피보험자는 원칙적으로 보험계약자나 기명피보험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제3자로 하여금 당해 자동차를 사용, 운전하게 승인할 권한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래도 양승규 교수는 “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례“라고 비판한다(보험법 제3판, 412면 주19). 그러나 이 판례는 그후에도 이어졌다(대법원 1994.5.24.선고 94다11019판결 ; 대법원1995.9.15.선고 94다17888판결 ; 대법원 1996.2.23.선고 95다49776 ; 대법원 1996.10.20.선고 96다29847판결 ; 대법원 1997.6.10.선고 97다6827 ; 대법원 2000.2.25.선고 99다40548판결 참조). 그러나 본 판결의 사안에서는 기명피보험자인 피고회사가 홍인의에게 운전자의 고용을 인정한 이상 운전자에 대한 운전승인권도 부여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판 1993.1.19, 92다32111에서도 “기명피보험자와 자동차를 빌리는 사람과의 사이에 밀접한 인간관계나 특별한 거래관계가 있어 전대를 제한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추인할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전대의 추정적 승낙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다만 이 판결에서는, 무면허운전면책약관이 적용되는가의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기명피보험자의 간접적 승인을 받은 자의 사고에 대하여도 보험자는 보상의무가 있는지가 문제였다. 그런데 위의 대판 2000.2.25, 99다40548에서는 무면허운전면책조항에 관하여 “기명피보험자인 이글렌터카의 영업소장인 김태영은 자동차종합보험약관상 피보험자동차를 운행한 자격이 없는 만 21세 미만자인 김승우 또는 자동차 운전면허가 없는 최보국을 임차인으로 하여 이 사건 자동차를 대여하고 21세 미만자인 김승우에게 이 사건 차량을 현실적으로 인도해 주었다는 것이므로, 이는 김태영이 그 대여 당시 21세 미만의 자가 김승우 또는 최보국으로부터 지시 또는 승낙을 받아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을 승인할 의사가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는 직접적 또는 간접적 표현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이웅의 이 사건 자동차의 운전은 승낙피보험자의 승인만이 아니라 기명피보험자의 묵시적 승인도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위의 97다6827판결에서는 “지입차주의 승낙 아래 무면허로 화물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에는 무면허 면책조항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는데, 사고를 낸 무면허운전자가 지입차주의 우발적 승인을 받고 운전한 자가 아니고 이 화물자동차를 상시 운전하는 자였다면 기명피보험자인 지입회사의 양해가 있었다고 보아 면책조항의 적용을 인정한 판지는 타당하다. 그리고 홍인의가 실질적으로 본건 화물자동차의 차주이고 피보험자임을 기준으로 하면 그가 고용한 운전자 정명화는 승낙피보험자가 될 것이다. 반대로 형식을 기준으로 피고회사가 차주이고 피보험자라고 한다면 피고회사소유의 본건 화물자동차를 상시로 운전하는 정명화는 적어도 그의 묵시적 승낙을 받은 승낙피보험자가 될 것이다. 본 판결도 제시하고 있는 묵시적 승인 하에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여러 기준들에 의하더라도 최소한 회사의 묵시적 승낙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 아닐까. 결어 : 본 판결은 보험자의 약관명시 설명의무 위반을 부당하게 부인하고 나서, 그 결과를 승낙피보험자의 개념에 의하여 무리하게 시정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결론에는 찬성하지만 이 결론은 2중의 이론상 오류에 의하여 도달한 것이다.
2000-09-04
법정증언을 번복하는 내용의 참고인진술조서의 증거능력
Ⅰ. 사안 피고인 K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변호사가 아니면서 W의 대출사기로 인한 형사사건에 관하여 청탁교제비 명목으로 W로부터 2억여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사는 W에 대하여 작성한 1998. 10. 9.자 진술조서(이하 ‘이 사건 진술조서’라고 한다)를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였다. ‘이 사건 진술조서’는 W가 1998. 8. 25. 제1심의 제4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검사의 주신문과 피고인측의 반대신문을 거쳐 피고인의 변소(辨疎)내용에 일부 부합하는 취지의 증언(이하 ‘제1차증언’으로 약칭한다)을 마친 다음 검사의 소환에 따라 검찰청에 다시 출두하여 작성된 것으로서, 검사는 W를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신문하는 절차 없이 단순히 법정에서의 증언 내용을 다시 추궁하여 W로부터 그 증언 내용 중 ‘피고인의 변소에 일부 부합하는 부분이 진실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번복 진술을 받아냈다. 검사가 이 사건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자 피고인은 이를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아니하였고, 그 후 검사의 신청으로 출석한 증인 W는 1998. 10. 27. 제1심의 제8회 공판기일에 다시 증언(이하 ‘제2차증언’으로 약칭한다)을 하면서 이 사건 진술조서의 성립의 진정함을 인정하고 제1차증언을 번복하여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의 증언을 하였다. 증인 W는 이 때 피고인측의 반대신문에 응하였다. 제1심은 제2차증언과 이 사건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여 이를 유죄 증거의 하나로 명시하고, 항소심이 이를 유지하였다. 피고인이 ‘이 증거를 유죄증거로 삼은 것은 위법하다’며 상고하였다. Ⅱ. 쟁점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공소사실에 배치되는 증언을 한 증인을 검사가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신문하는 절차 없이 단순히 법정에서 소환한 후 피고인에게 유리한 그 증언 내용을 추궁하여 이를 일방적으로 번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성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 Ⅲ. 재판요지(상고기각) 〔다수의견〕 “㉮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이미 증언을 마친 증인(W)을 검사가 소환한 후 (W를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신문하는 절차 없이: 필자 첨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그 증언 내용을 추궁하여 이를 일방적으로 번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성한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삼는 것은 당사자주의·공판중심주의·직접주의를 지향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의 소송구조에 어긋나는 것일 뿐만 아니라, ㉯ 헌법 제27조가 보장하는 기본권, 즉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격·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실질적으로’ 부여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 이러한 진술조서는 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한 그 증거능력이 없다고 하여야 할 것이고, ㉱ 그 후 원진술자인 종전 증인이 다시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을 하면서 그 진술조서의 성립의 진정함을 인정하고 피고인측에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증언 자체를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위와 같은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이 없다는 결론은 달리할 것이 아니다. 이와는 달리 그 후의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인 종전 증인이 다시 증언을 함에 있어서 피고인측에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었다면 위와 같은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1992. 8. 18. 선고 92도1555 판결 및 위와 같은 진술조서도 증거능력이 있음을 전제로 한 대법원 1983. 8. 23. 선고 83도1632 판결, 1984. 11. 27. 선고 84도1376 판결, 1993. 4. 27. 선고 92도2171 판결의 각 견해는 이와 저촉되는 한도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Ⅳ. 평석 1. 이 판결의 사정(射程)범위(번복진술조서의 증거능력) 첫째, 이 판결은 ‘공소사실에 배치되는 법정증언을 번복(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내용의 검사작성의 참고인(참고인이지만 통상의 수사절차상의 참고인이 아니라 이미 법정증언을 한 바 있는 참고인이다) 진술조서’(이하 ‘번복진술조서’로 약칭한다)의 증거능력과 증명력에 관하여 다소 불분명했고 엇갈리기도 했던 종래의 판결들을 전원합의체 판결로 분명히 하는 한편 종래의 판결을 변경하는 판결이기 때문에 주목을 요한다. 종래의 판결은 번복진술조서에 대하여 경우에 따라 신빙성을 부인할 수 있다고 한 판례(대법원 1983.8.23. 선고 83도1632 판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살인특수강도 집31(4)형119, 공 1983,1462; 대법원 1984.11.27. 선고 84도1376 판결; 1993.4.27. 선고 92도2171 판결 배임수재 횡령)가 있었는가 하면 번복진술조서는 원칙적으로 증거로 할 수 없다고 하면서 그러나 “이러한 진술조서라도 그 후에 법정에서 피고인측에게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회를 부여하였다면 그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대법원 1992. 8.18. 선고 92도1555 판결)는 판례도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본 판결에서 종래의 엇갈렸던 판례를 증거능력의 문제로 통일시키고 번복진술조서는 “그 후 원진술자인 종전 증인이 다시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을 하면서 그 진술조서의 성립의 진정함을 인정하고 피고인측에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었다고 하더라도 증거능력이 없다”고 못박았다. 둘째, 이 판결은 번복진술조서의 증거능력(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한 그 증거능력이 없다, 재판요지 ㉰항 참조)을 문제삼고 있지만 번복진술조서 중에서도 검사가 법정증인을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신문하는 절차 없이 추궁하여 작성한 진술조서만을 문제삼고 있다. 이 판결을 반대해석하면 검사가 법정증인 W를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정식의 피의자신문절차에서 W를 추궁하여 작성한 진술조서는 문제가 없다(증거로 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셋째, 본 판결은 공소사실에 배치되는 증인의 1차증언 후 수사기관(본 사안에서는 검사가 작성하였지만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해석된다)에 의해 작성된 법정증인의 번복(공소사실에 부합)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하였지만 그 증인이 2차증언에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번복증언’(이하 ‘번복증언’으로 약칭한다)을 하고 피고인측의 반대신문을 경유하였다면 이 번복증언은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2차증언의 실시는 당사자주의나 공판중심주의, 직접주의의 어떤 견지에서도 문제될 것이 없으므로 이 부분의 판시에 대하여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면 본 판례는 어떤 법리를 근거로 하여 위와 같은 판결을 하였는가? 2. 이 판결의 법리적 논거 본 판례의 다수의견은 재판요지 ㉮ 항과 ㉯ 항을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런데 ㉯ 부분의 판시는 헌법재판소가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대한 위헌소원에서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 후단의 적법절차조항과 헌법 제27조 제1항 및 제3항을 근거로 이끌어 낸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선언(1994.4.28. 선고 93헌바26 결정, 합헌 형사소송법 제314조 위헌소원)을 토대로 발전시킨 것이다. 본 판례의 생성을 가능하게 했던 법리는 이렇듯 가깝게는 공판중심주의·직접주의이고 멀리는 당사자주의와 적법절차원리임을 알 수 있다. 본 판례는 당사자주의와 적법절차와 같은 ‘기저적(基底的)인 구조원리’가 공판중심주의·직접주의와 같은 ‘하위수준의 구조원리’개념을 매개로 ‘형사실무의 최전방말단에 자리하고 있는 각론적 쟁점의 해석문제에 깊숙히 침투해 들어가고 있는 과정을 실증해 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흥미있는 판례이다. 3. 다수의견에 대한 반대의견의 우려 반대의견(대법관 지창권, 이임수, 서 성, 조무제, 유지담)은 다수의견에 대하여 “다수의견의 주장에 따르면,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한 증인에 대하여 검사가 후에 다시 진술조서를 받은 경우, 그 진술조서를 새로 받게된 이유나 절차가 어떠하였던가, 그 증언내용과 그 진술조서의 내용이 어떠한 것인가, 그리고 그 후에 그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취득하기 위하여 검사가 어떠한 소송상의 절차를 진행하였는가를 가리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그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마는 결과로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본 판례의 사안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극히 이례적인 사안이다. 본 판례사안에서는 1차증언에서 공소사실에 배치되는 증언을 한 증인이 2차증언에서 번복증언(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언)을 하였는데 이것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다. 1차증언에서 공소사실에 배치되는 증언을 한 증인이 2차증언에서 번복증언을 하면 두 개의 증언 중 어느 한 개의 증언은 위증임에 틀림없다. 이성적으로 생각할 때 증인이 위증죄로 기소될 위험을 감수하고 2차증언에서 1차증언과 배치되는 증언을 감행하리하고 예측되지 않는다(1993.4.27. 선고 92도2171 판결의 판례사안에서의 증인은 2차증언에서 1차증언을 번복하지 않았다. 오관석, [형사소송에 있어서 증인신문후 당해증인에 대한 수사기관 작성의 조서의 증거능력 및 증명력], {사법행정}, 1993.9, 60-64쪽 참조). 증인이 2차증언에서 1차증언을 번복해 주기를 원하는 검사는 증언번복을 주저하는 증인에게 불기소의 약속이나 암시를 고려해야 한다. 본 판례사안에서도 검사는 증인 W를 위증죄로 입건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본 판례의 다수의견은 ‘번복진술조서를 증거로 하고 싶으면 검사는 법정증인을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신문하라’고 요청하고 있는 셈이다. 위증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된 증인이 합리적 인간이라면 2차증언에서 1차증언을 번복할 리가 없다. 따라서 반대의견의 우려는 다수의견의 실무적 의의에 대한 ‘일리있는 합리적 예측’이다. 그러면 이러한 사태에 봉착한 검사는 향후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4. 검사의 향후 대응책 검사는 종래와 같이 ‘위증죄 기소 혹은 불기소’를 무기로 법정증인의 번복진술조서를 받아 내려는 발상을 포기하고 반대신문의 기술을 발전시켜 제1차증인신문에서부터 송곳같은 반대신문으로 위증을 기도하는 증인을 무력화시키고 이에 실패하면 제2, 제3차의 증인신문에서 위증을 무력화시키는 전략을 수행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고 당분간 ‘실질적으로 유죄이지만 재판상 무죄’를 선고받는 피고인들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적법절차, 당사자주의, 공판중심주의, 직접주의 등의 구조원리는 ‘더 큰 공익(bigger public interest)’을 위하여 ‘보다 작은 공익(smaller public interest)’을 기꺼이 희생시키는 원리이므로 다수의견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2000-07-27
경영권의 양도와 표견대표이사의 성부
法律新聞 第2607號 法律新聞社 經營權의 讓渡와 表見代表理事의 成否 金敎昌 〈辯護士〉 ============ 14면 ============ 대법원 1994년12월2일선고, 94다7591판결 ●판례요지 주식회사가 대표이사 경영권을 양도하면서 양수인에게 회사대표권한을 부여한 경우에는 그 양수인과 거래한 제3자가 그 양수인에게 대표권이 없음을 알지 못한데에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회사는 제3자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판례평석 이 사건에서 양수인은 대표이사로부터 대표권을 양수했을 뿐이지 주총서 이사로 선임되는 등 적법한 선임을 받은 바 없어 법률상 대표권을 가지지 못하지만 이를 제3자가 알지 못한데 중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제3자를 보호하는 것이 금반언내지 외관보호의 법리에 비추어 타당, 表見代表理事성립을 인정한 대법원판시에 찬성한다 【判決要旨】 株式會社의 代表理事가 經營權을 讓渡하면서 그 讓受人에게 會社를 代表할 權限을 부여한 경우에는, 그 讓受人과 거래한 제3자가 그 讓受人에게 代表權이 없음을 알지 못한데에 重過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 제3자에 대하여 會社는 책임을 져야 한다. 【評 釋】 1. 사건의 개요 이 事案은 原告들이 被告會社와 차량운행권의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그 代金을 지급하였다가, 被告會社에게 歸責事由가 있음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그 代金의 반환을 청구한 事案이다. 被告會社는 運輸業을 경영하는 會社로서 그 代表理事는 甲(실제상 1人株主임)인데, 被告會社를 代表하여 위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람은 甲이 아니라 乙이다. 被告會社가 乙의 代表權을 다투어 表見代表理事의 成立 與否가 이 事案의 爭點으로 되었다. 甲은 위 매매계약의 체결 전에 심각한 건강상의 이유로 그의 柱式 전부를 乙에게 양도하고 중도금을 수령한 상태에서 會社의 經營權마저 乙에게 讓渡하였다. 그래서 乙이 被告會社를 代表하여 原告들과 위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그 뒤 乙이 甲에게 양수한 柱式의 잔대금을 내지 아니하여 甲과 乙간의 위 양수도계약이 해제되고 甲이 다시 經營權을 맡게 되었다. 그러자 甲이 乙에게 代表權이 없다는 이유로 原告들과 乙간의 거래는 會社에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고 다투어 이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乙은 被告會社의 代表理事는 물론 理事로 선임된 바 없다. 代表理事로부터 經營權의 讓受에 따라 代表權을 넘겨받은 것만으로는 아직 적법하게 會社의 代表權을 가지지 못한다. 原判決(서울고법 1993년12월10일 선고 93나13201판결)은 이렇게 乙에게 代表權이 없고, 原告들이 이 사실을 알거나 알 수 있었다는 이유로 原告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1審(서울지법남부지원 1992년12월30일 선고 91가합25544판결)은 原告들의 청구를 認容하였는데, 이를 취소하고 그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위의 讓渡時에 甲은 乙에게 全權을 위임한다는 내용의 委任狀을 작성하여 주고, 代表理事의 印鑑과 고무인도 인도하였으며, 사무실도 넘겨 주었다. 그리하여 그 이후 乙이 실제상 代表理事로서 被告會社를 경영하였다. 그 예로써 Y를 副社長으로 임명하여 乙의 경영을 돕도록 한 것, 노사분규를 수습한 것, 原告들과의 매매계약 이전에도 다른 사람들과 같은 종류의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 들을 들 수 있다. 原告들과의 계약시에는 被告會社의 불이행으로 인한 대금반환채무의 담보로 原告들에게 被告會社의 차량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기까지 하였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을 들어 判決要旨와 같이 表見代表理事의 成立을 인정하고, 이와 견해를 달리한 原判決을 破棄하였다. 還送後 법원(서울고법 1995년6월16일 선고 94나44332 판결)은 대법원의 判示에 따라 表見代表理事의 성립을 인정하여 原告들의 청구를 認容하였다. 2. 正代表理事와 副代表理事 代表理事는 株式會社의 필요기관으로서 理事가운데에서 理事會의 決議 또는 株主總會의 決議로(商法 389조1항 본문과 동 단서) 選任된다. 代表理事는 會社의 營業에 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 즉 代表權을 가진다(商法 389조3항, 208조). 법률상으로 株式會社의 대표기관은 代表理事 뿐이다. 법률상으로 代表理事 이외에는 법률상으로 代表理事 이외에는 會社의 代表權을 가지는 자는 없다. 그런데 오로지 代表理事만이 會社를 대표하여 상대방과 거래를 할 수 있다고 하여서는 거래의 폭이 좁아진다. 그래서 거래의 폭을 넓히려고 실제로 대부분의 會社들은 代表理事 이외의 사람에게도 전반적 또는 부분적으로 代表權을 授與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도록하고 있다. 그리고 회사와 거래하는 상대방들도 이에 상응하여 실제로 반드시 代表理事와 상대하여 거래를 하지 않고, 代表理事 이외의 代表權者와 상대하여 거래를 한다. 이에 법률상으로 代表權을 가진 기관인 代表理事를 正代表理事라 부르고, 代表理事 아닌 사람으로서 실제로 代表權을 가진 대표기관을 副代表理事라고 부르기로 한다. 副代表理事의 설치 근거는 定款, 規程 등에 의하기도 하고, 理事會의 決議나 代表理事의 授權에 의하기도 한다. 副代表理事의 지위는 대체로 代表理事 이외의 理事들이 차지한다. 하지만 반드시 理事이어야만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제도자체가 실제상의 것이므로 어디에도 그런 제한은 없다. 理事아닌 사람이라도 위 설치 근거에 의하여 代表權을 부여받으면 얼마든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副代表理事의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들은 흔히 社長, 副社長, 專務, 常務 기타 會社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할만한 名稱을 사용한다. 이들중 專務, 常務의 경우 이들이 理事이면 專務理事, 常務理事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理事가 아니면 그저 專務, 常務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이 副代表理事들이 가지는 代表權의 범위는 일정하지 아니하다. 그 범위는 正代表理事와 거의 맞먹을 정도로 전반적인 代表權으로부터, 그 폭이 넓거나 좁은 부분적인 代表權에 이르기까지 여러 층이 있다. 이들 正·副代表理事가 그 권한내에서 법률행위를 하면 그 행위는 바로 회사 자체의 행위로 되고(鄭東潤 會社法 388면), 따라서 당연히 會社에 그 법률효과가 미친다. 3. 正·副代表理事와 表見代表理事 법률상으로 正代表理事는 전반적인 代表權을 가지지만, 會社내에서 그 권한에 제한을 가하여 실제로는 그 권한에 제한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 그가 이런 제한을 어기고 법률행위를 하면, 그 행위의 효과는 원칙으로 회사에 미치지 아니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런 내부적인 제한을 모르고 거래한 상대방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이에 法은 會社로 하여금 이런 제한을 가지고는 善意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도록 하였다(제389조제3항, 제209조제2항). 그 결과 이 상대방과의 관계에서는 그 행위의 효과가 會社에 미치게 된다. 副代表理事들은 어차피 전반적인 代表權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다. 이들이 그 권한 밖의 代表權을 행사하면 그 행위의 효과가 원칙으로 會社에 미치지 아니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런 外觀을 信賴하고 거래한 상대방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會社가 그 理事의 代表權을 다툴 때에 상대방더러 그 권한의 존재를 立證하라고 하면 그 立證이 어렵다. 그러면 그런 理事들과 상대방이 거래를 꺼리어 거래의 폭이 좁게 된다. 이에 法은 상대방의 보호라는 이유로 그런 名稱의 사용을 허용한 會社로 하여금 責任을 지도록 하였다. 그 理事가 代表權을 가지지 아니한 경우에도 善意의 제3자에 대하여는 責任을 지도록 하면서, 이런 理事를 表見代表理事라고 부른다(제395조). 그 결과 이런 상대방과의 관계에서는 그 행위의 효과가 會社에 미치게 된다. 실제로는 어느 범위에서 代表權을 가진 副代表理事가 그 범위내에서 법률행위를 한 경우라도 會社가 그 代表權을 다투면 상대방이 그 범위내의 법률행위임을 立證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에도 상대방은 表見代表理事의 法理를 주장하여 會社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다. 판례는 이 表見代表理事의 法理를 두가지 경우에 확대하여 적용한다. 그 하나는 公同代表理事 1人의 행위에 대한 것이고(대법원 1992년10월27일 선고 92다19033 판결, 동 1993년12월28일 선고 93다47653 판결), 또 하나는 理事아닌 사람으로서 副代表理事로 인정할 만한 名稱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행위에 대한 것이다(대법원 1985년6월11일 선고 84다카197 판결, 朴俊傭 「表見代表理事制度」 司法硏究資料 6권 172면, 鄭東潤 「表見代表理事」 鄭熙喆華 甲紀念 商法論集 83면 이하, 朴吉俊 「表見代表理事」, 徐燉珏 停年紀念 商事法論集 189면 이하), 이 事案은 그 중 後者에 해당하는 예이다. 4. 表見代表理事의 法理 이 法理는 表現代理(民 제125조, 126조, 129조), 表現支配人(商14조)의 法理와 함께 禁反言 내지 外觀保護의 法理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表見代表理事의 성립요건은 첫째로 代表權이 있는 것으로 인정할만한 名稱의 사용이다. 그러한 名稱으로 法이 위에 들고 있는 것은 例示이다. 그 밖에 會長, 副社長, 理事長, 副理事長, 代表理事代行者(鄭東潤 會社法 394면), 總裁, 副總裁, 銀行長(崔基元 「表見代表理事의 行爲와 會社의 責任」崔基元華甲記念 商事判例硏究〔1〕 567면이하) 등도 그런 名稱에 해당한다. 表見代表理事가 自己의 명칭으로 거래하든 眞正한 代表理事의 명칭으로 거래하든 그것은 상관없다(대법원 1979년2월13일 선고 77다2436 판결, 鄭東潤 會社法 395면, 拙稿 「表見代表理事의 行爲」商事法의 硏究 186면이하). 그 요건은 둘째로 會社의 歸責事由로서 이에 대한 會社의 許容 내지 默認이다. 代表理事 1인 또는 理事과반수가 그런 명칭의 사용을 許容 내지 默認한 것이 이에 해당한다(대법원 1992년9월22일 선고 91다5365 판결, 朴吉俊 전게, 崔基元 전게, 鄭東潤 전게「表見代表理事」). 그 요건은 셋째로 제3자의 善意, 無重過失이다(대법원 1973년2월28일 선고 92다1907 판결, 鄭東潤 전게 397면). 이 法理는 非營利法人에도 유추적용되고 있다(대법원 1989년3월28일 선고 87다카2152, 2153 판결). 非營利法人 중에는 代表機關인 理事長 또는 會長을 非常勤의 명예직으로 두고 있는 法人이 적지 않다. 이런 法人의 일상업무는 대부분 常勤副社長(또는 專務, 常務, 事務總長…이하 같다)이 처리한다. 이에 상대방은 그 副社長이 대표권이 있는 것으로 믿고 그들과 거래한다. 이 판례의 事案은 바로 그런 法人의 副社長 겸 事務總長(甲)이 理事長의 명의로 어음에 背書를 한 事案이다. 이 事案에서 대법원은 그 法人에게 어음상의 責任을 지웠다. 甲이 法人을 대리할 權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믿고 어음을 受取한 사람에게 그렇게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하여 表見代理의 法理를 가지고 그 法人에게 責任을 지운 것이다. 甲이 사용한 名稱은 株式會社의 경우에 代表權있는 것으로 인정할만한 名稱이다. 대법원이 직접으로 表見代表理事의 法理를 유추적용한 것은 아니지만, 名稱이 계기가 되어 法人에게 責任이 지워졌다는 점에서 간접적으로 이 法理가 유추적용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5. 이 事案의 表見代表理事 이 事案의 乙은 代表理事인 甲으로부터 代表權을 讓受한 사람이다. 그 뿐이지 乙은 株主總會에서 理事로 選任된 바는 물론 理事長 또는 株主總會에서 代表理事로 選任된 바(이하 적법한 選任이라 함) 없다. 代表理事로부터 代表權을 讓受한 것만으로는 이 事案의 原判決判示와 같이 법률상 代表權을 가지지 못한다. 적법 ============ 15면 ============ 한 選任을 받아야 법률상의 代表權을 가진다. 이 事案의 原告들은 乙이 甲으로부터 代表權을 讓受하였을 뿐이지 적법한 選任을 받은 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로 보인다. 그래서 原判決은 表見代表理事의 성립을 否定하였다. 이 事案의 乙은 甲으로부터 經營權을 讓受하여 실제로 전반적인 代表權을 행사하였다. 이러한 경우는 비록 乙이 적법한 選任을 받은 바 없어 법률상 代表權을 가지지는 못하지만, 甲으로부터 代表할 權限을 부여받았으므로 原告들과의 거래가 어쩌면 그 권한내의 거래일른지도 모른다. 그러나 甲이 이를 다투어 原告들로서는 表見代表理事의 法理를 援用하는 수 밖에 없게 되었다. 表見代表理事의 성립요건중 會社의 歸責事由로는 代表理事 1人에 의한 許容 내지 默認으로 족하다. 이 事案은 바로 그런 例의 하나이다. 乙은 甲으로부터 그런 名稱을 부여받고 代表權을 행사하였으므로 그를 실제상 代表權을 가지는 者라고는 믿을만 하다. 乙에게 代表權이 있는지의 與否는 법률문제인데, 이를 原告들이 알지 못한데에 重過失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리고 甲이 乙에게 代表權을 수여하면서 그 범위를 어떻게 정하였는지는 더욱 제3자가 알기 어렵다. 乙에게 代表權이 있는 것으로 믿은 原告들을 보호하는 것이 禁反言 내지 外觀保護의 法理에 비추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대법원은 그렇게 믿은 原告들에게 重過失이 없다고 判示하였다. 대법원의 判示에 贊意를 표,한다.
1997-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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