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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건축
행정사건
도시계획시설사업에 따른 협의취득의 당연무효와 환매권의 행사 가능 여부
1. 대상판결 개관 가. 사실관계 ○○시장은 1997년 11월 5일 도시계획시설인 '유원지'를 신설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시설결정이 내려진 ○○시 일대에서 주거시설, 골프장, 의료시설, 상업시설, 스포츠센터 등을 갖춘 휴양형 주거단지 개발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을 시행하기로 하였다. ○○시장은 2005년 11월 14일 이 사건 사업에 관하여 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2007. 1. 19. 법률 제82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6조 및 제88조에 따라 피고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하고 실시계획을 인가·고시하였다(이하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 인가를 합하여 '이 사건 인가처분'이라 한다). 피고는 사업시행지 내의 토지소유자들과 사업부지의 협의매수를 진행하였고, 2006년 5월 18일 원고와 사이에 원고 소유의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 및 지장물을 매수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토지에 관하여 2006년 5월 19일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고, 피고는 그 무렵 원고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였다. 그 후 이 사건 사업을 위하여 토지를 수용당한 토지소유자들이 이 사건 사업의 시행을 위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인가처분 등 총 15개의 처분에 대하여 무효확인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그 소송의 제1심 법원은 2017년 9월 13일 이 사건 인가처분 등 위 15개의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항소심 법원이 2018년 9월 5일 항소기각 판결을, 대법원이 2019년 1월 31일 상고기각 판결을 함으로써 제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관련사건'이라 한다). 원고는 2016년 4월 20일 관련사건에서 이 사건 인가처분이 당연무효로 확인되었음을 들어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환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나. 소송의 경과 이 사건의 쟁점은 협의취득의 근거가 된 이 사건 인가처분이 당연무효인 경우 그 협의취득도 효력이 없다고 볼 것인지 여부와 협의취득이 당연무효인 경우 당초의 토지소유자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한다) 제91조 제1항에서 정한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제1심 법원과 원심 법원은 이 사건 사업이 원시적인 불능인 경우에도 토지보상법 제91조 제1항에서 정한 환매권의 요건인 '해당 사업의 폐지', '필요 없게 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환매권 행사를 받아들였다(제1심 판결 : 원고 청구 인용, 원심 판결 : 항소기각). 대법원은 대상판결에서 이 사건 인가처분이 당연무효에 해당하는 이상 그 협의취득도 무효로 보아야 하고, 협의취득이 무효인 경우 협의취득일 당시의 토지소유자가 소유권에 근거하여 등기 명의를 회복하는 방식 등으로 권리를 구제받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토지보상법 제91조 제1항에서 정한 환매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는 판결을 하였다. 2.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가. 도시계획시설사업의 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가 당연무효인 경우 협의취득의 효력 토지보상법에 따른 수용은 재산권의 공권력적·강제적 박탈임에 반하여 협의취득은 사업시행자와 토지 등 소유자 간의 사법상 매매계약이라고 일반적으로 설명되고 있고, 대법원도 이와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대표적으로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6두51719 판결). 대법원은 그 논리적 귀결로 협의취득으로 인한 사업시행자의 소유권 취득은 승계취득이고(위 2016두51719 판결), 당사자 간의 합의로 토지보상법에서 정한 손실보상의 기준에 의하지 않는 매매대금을 정할 수도 있으며(대법원 1998. 5. 22. 선고 98다2242, 2259 판결), 일방 당사자의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 또는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7다265389 판결). 그런데 협의취득의 실질을 들여다보면, 협의취득을 사법상 매매계약으로만 취급할 수는 없게 하는 속성을 찾게 된다. 첫째, 토지 등 소유자가 사업시행자와 협의를 하게 되는 배경에는 꽤나 강력한 심리적 압박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시행자가 토지 등 소유자와 협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사업시행자는 사업인정을 받아 곧바로 수용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토지보상법 제20조, 제30조, 제45조). 토지 등 소유자로서는 토지 등을 스스로 내어 놓지 않으면 강제로 빼앗기게 되는 셈이다. 'Take it or Leave it' 상황에서 한 선택을 온전히 자발적 또는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둘째, 토지보상법 시행령 제8조에서는 협의의 절차 및 방법 등을 규율하고 있고, 토지보상법 제29조에서는 협의가 성립된 경우 사업시행자가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의 협의성립 확인을 받아 재결과 같은 법적 효과를 도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협의취득의 경우에도 그 사업이 폐지·변경되어 토지 등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경우 환매권을 인정한다(토지보상법 제91조 제1항). 이처럼 협의취득에도 여러 공법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 이를 사법적 규율의 영역에 머물게 하는 것은 자칫 관련 문제의 해결에 있어 구체적 타당성을 흠결한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정책적인 측면에서 사법상 매매계약의 형식을 빌려 필요 이상의 과다한 토지 등을 취득하는 등 재산권을 침해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협의취득을 사적 자치의 영역에 온전히 맡겨둘 수는 없다고 새기는 것이 헌법상 재산권 보장의 이념에 부합한다(헌법재판소 1994. 2. 24. 선고 92헌가15 내지 17, 20 내지 24 결정). 결국 토지보상법에 따른 협의취득은 공법적 규율을 받아야 하고, 협의취득의 근거가 된 도시계획시설사업의 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가 당연무효가 되더라도 그 협의취득은 어디까지나 사법상 매매계약일 뿐이므로 그 처분의 당연무효가 매매계약의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논리를 구성할 수는 없다. 대상판결에서는 협의취득의 경우에도 공익적 필요성이 있고, 법률에 의거하여야 하며,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위 요건을 결한 경우 그 협의취득은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협의취득이 사업시행자가 아닌 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은 법률에 의거하여야 한다는 요건을, 실시계획인가가 당연무효라는 것은 공익적 필요성 요건을 각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협의취득의 근거가 된 처분이 당연무효이므로 협의취득도 무효라는 법리가 아니라 헌법상 공용수용의 정당화 기제에 준하여 협의취득의 요건을 구성하고서 그 요건을 흠결하였기 때문에 협의취득이 무효로 된다는 법리를 구축한 것은 협의취득의 공법적 성격을 잘 살려낸 것으로서 주목할 만하다. 나. 협의취득이 당연무효인 경우 환매권의 행사 가능 여부 토지보상법 제91조 제1항에서는 공익사업의 폐지·변경 또는 그 밖의 사유로 취득한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 없게 된 경우에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협의취득이 당연무효인 경우에는 환매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본 대상판결의 결론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타당하다. 첫째, 문리해석의 관점에서 '폐지'나 '필요 없게 된'은 처음에는 필요하던 것이 후발적인 사유로 필요하지 않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즉, 이들 어휘는 그 자체로 '사정변경'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협의취득 당시와 환매권 행사 당시에 사정의 변경이 없이 애당초 협의취득이 당연무효인 경우에는 이들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새기는 것이 문언에 충실한 해석이다. 나아가 '그 밖의 사유'는 같은 항 제2호에 따라 사업의 완료를 전제로 하므로, 협의취득이 당연무효인 경우가 여기에 해당될 여지도 없다. 둘째, 권리구제의 관점에서 협의취득이 당연무효인 경우 토지소유자는 계속 보유하고 있는 소유권에 기하여 등기명의를 회복하거나 점유를 이전받을 수 있어 환매권의 이론상 근거인 공평의 원칙을 거론할 필요가 없고, 환매권의 불인정이 토지소유자의 권리구제에 공백을 초래하는 것도 아니다. 셋째, 법관념의 측면에서도 협의취득이 당연무효인 경우는 소유권이전등기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거나 그 효력이 없는 경우와 같다고 볼 것인데, 이러한 경우에 소유권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자가 소유권을 돌려받는 환매계약이 성립한다고 보는 것은 어색하고 지나치게 의제적이다. 다. 대상판결의 의의 토지보상법에 따른 협의취득은 실질적으로 수용의 전단계로서의 공법적 의미를 갖는다. 대상판결에서 이 점을 확인하고 협의취득의 요건을 공용수용의 헌법상 정당화 기제에 기반하여 구성한 것은 자칫 '당사자의 자유의사'라는 도그마에 갇혀 제대로 걸러내지 못할 우려가 있는 '협의취득의 남용'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이론적 기초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정기상 고법판사(수원고법)
토지
토지보상
환매권
도시계획시설
정기상 고법판사(수원고법)
2022-05-02
헌법사건
헌법재판소가 군정법령의 위헌 여부를 심사할 수 있는가?
[사실관계 및 헌법재판소의 판단] 헌법소원 청구인들은 2016년 11월 24일 울산 중구 소재 이 사건 토지를 경매절차에서 낙찰 받아 그 소유권을 취득하고 2017년 4월 3일 울산광역시 중구를 피고로 하여 아무런 권원 없이 이 사건 토지를 도로 포장 등의 방법으로 점유·사용하고 있으므로 그로 인한 부당이득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토지의 전 소유자가 1945년 8월 10일 재조선 일본인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고 1945년 9월 7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는데 1945년 9월 25일 공포된 미군정청 법령 제2호에서 일본인의 모든 재산권 이전 행위를 금지하고 1945년 8월 9일 이후에 체결한 재산권 이전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무효로 하였으며 1945년 12월 6일 공포된 미군정청 법령 제33호가 1945년 8월 9일 이후 일본인의 모든 재산은 미군정청이 취득한다고 규정한 점 등을 이유로 청구인들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위 소송 계속 중 위 미군정청 법령들에 대하여 소급입법금지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위 조항들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위 군정법령은 헌법소원대상성 및 재판의 전제성이 모두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본안에서는 이는 소급입법금지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헌법 제13조 제2항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하였다. [검토] 1. 헌법제정 전의 법률도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심사할 수 있는가? 위 결정은 위 법령들은 각 군정장관의 명의로 공포된 것으로 법령(Ordinance)의 형식을 가졌지만 오늘날 법률로 제정되어야 할 입법사항을 규율하고 있으므로 법률로서의 효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고 제헌 헌법 제100조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법질서 내로 편입되었으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하였다. 과거 헌법위원회는 1954년 2월 27일 마찬가지로 군정법령인 1947년 12월 15일 공포된 남조선과도정부 행정명령 제9호에 대해 합헌결정을 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는 남조선과도정부 시절의 구 국방경비법에 대하여 성립절차상의 하자가 없다고 하였으며(헌재 2001. 4. 26. 선고 98헌바79·86, 99헌바36 결정) 대법원은 1960년 2월 5일 경향신문 폐간 사건에서 군정법령 제88호에 대해 헌법위원회에 위헌제청을 한 바 있었다. 그러나 어떤 규범이 법률로서의 효력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당연히 헌법재판소에 의한 위헌법률심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위 군정법령들은 미군 군정청이 발령한 것으로 우리나라의 입법부나 공권력에 의하여 제정된 것이 아니므로 입법자의 권위 보호를 위하여 그 위헌 여부의 판단을 굳이 헌법재판소에 독점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제헌 헌법 제100조가 '현행 법령은 이 헌법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한 효력을 가진다'라고 규정하였다고 하여 군정법령이 대한민국의 법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만일 법률로서의 효력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헌법재판소가 위헌심사를 할 수 있다면 일제 강점기의 법률의 위헌 여부도 법원은 판단할 수 없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하여야 하는가? 독일에서는 독일 헌법 시행 전의 법률(vorkonstitutionelles Recht)에 대하여는 일반 법원이 그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1900년 시행된 독일 민법 제1300조는 흠 없는 약혼녀는 약혼자와 동침하였으면 약혼이 해제된 때에는 재산적 손해가 없더라도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1992년 뮌스터 구법원(Amtsgericht)은 위 규정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적용할 수 없다고 하였고(NJW 1993, 1720) 연방헌법재판소도 구법원의 이러한 판단이 타당하다고 하였다(BeckRS 1993, 01691). 2. 한국의 사법부가 군정법령에 대하여 위헌심사를 할 수 있는가? 군정법령의 제정 자체는 미국의 주권에 기한 것이다(헌재 2017. 5. 25. 선고 2016헌바388 결정 참조). 그런데 한국의 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우리나라의 헌법에 비추어 군정법령 자체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가? 만일 위 법령을 위헌이라고 한다면 미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게 될 것이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2차대전 후에 연합국 점령군이 공포한 직접적 점령법률(unmittelbares Besatzungsrecht) 자체는 연방헌법재판소의 심사대상인 연방법률이나 주 법률이 될 수 없다고 하였다(BVerfGE 3, 368 ff). 다만 1948년 정부 수립 후에 한국이 위 군정법령을 적용하였다면 그 적용에 대하여는 헌법에 비추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위 군정법령이 적용된 것은 1945년의 일이므로 이에 대하여 우리 헌법을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3. 헌법 시행 전에 공포되고 적용이 완료된 법률의 위헌 여부를 현행 헌법에 의하여 판단할 수 있는가? 위 군정법령은 우리나라 헌법이 제정되기 전에 공포되고 그 적용이 완료되었다. 그런데 그 위헌 여부를 현행 헌법에 의하여 판단할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헌법재판소는 1971년에 제정된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에 근거하여 1977년에 이루어진 수용처분이 문제된 사건에서 위 규정이 위헌이라고 하면서 1987년의 현행 헌법 제76조와 제77조를 원용하였고(헌재ㅤ1994. 6. 30. 선고 92헌가18 결정) 위 특별조치법 제11조 제2항 중 제9조 제1항에 근거하여 1982년에 확정된 유죄판결이 문제된 사건에서 위 규정의 위헌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현행 헌법 제33조 제1·2항을 들고 있다(헌재 2015. 3. 26. 선고 2014헌가5 결정). 그러나 현행 헌법 시행 전에 제정되었고 그 적용도 그 전에 완료된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제정 또는 적용 당시의 헌법이 위헌 여부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하고 그 후의 현행 헌법이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당시에는 합헌이었던 것이 현행 헌법 시행 후에 소급적으로 위헌인 것이 될 수 있어서 법적 안정성을 크게 해치게 된다. 물론 현행 헌법 시행 전에 제정되었더라도 현행 헌법 시행 후에 적용된 법률에 대하여는 현행 헌법을 기준으로 하여 위헌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 점에서 헌법재판소의 판례들이 현행 헌법 전에 제정되었고 그 적용도 완료된 사건들에 대하여 현행 헌법을 적용하여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것은 문제가 있다(윤진수, 상속관습법의 헌법적 통제, 헌법학연구 23권 2호, 2017, 175면 이하 참조). 다만 과거의 법률이 현재의 헌법이나 그 이념에 비추어 볼 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부당한 경우에는 현재의 헌법에 따라 재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윤진수, 위헌인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 민사법학 81호, 2017, 138면 이하 참조). 실정법의 정의에 대한 위반이 참을 수 없는(unerträglich) 정도에 이르면 부정의한 법은 정의에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라드부르흐). 남아프리카 헌법재판소가 1996년 선고한 두 플레시스 판결{Du Plessis and Others v De Klerk and Another, 1996 (3) SA 850}도 그러한 취지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위 군정법령이 공포되었을 당시에는 아예 대한민국 헌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는 현행 헌법 제13조 제2항은 제헌헌법에는 없었고 1962년 헌법에서야 제11조 제2항으로 비로소 도입되었다. 그렇다고 하여 위 군정법령이 실정법의 정의에 대한 위반이 참을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사건 헌재 결정도 1945년 8월 9일 당시 재조선 일본인과 한국인들이 일본의 패망과 미군정의 수립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이 소유·관리하던 재산의 자유로운 처분이나 거래가 가능할 것이라고 신뢰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신뢰가 헌법적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소급입법의 금지를 명하는 위 헌법 규정이 헌법 제정 전에 적용이 완료된 이 사건에 소급적용될 수는 없다.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소급입법
군정법령
헌법소원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1-02-15
민사일반
준거법의 범위와 준거법의 합의가 주요사실인지 여부
- 대상판결: 대법원 2016.3.24. 선고 2013다81514 판결 - I. 대상판결의 요지 당사자자치의 원칙에 비추어 계약 당사자는 어느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거나 그중 특정 조항이 당해 계약에 적용된다는 합의를 할 수 있고 그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소송절차에서 비로소 당해 사건에 적용할 규범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가 일치하는 의견을 진술하였다고 해서 이를 준거법 등에 관한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II. 국제협약이 준거법의 합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 1. 쟁점 대상판결에서는 계약의 당사자가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는 합의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서는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특정 국가의 법’에 한정되는지 아니면 상인법(lex mercatoria 또는 law merchant)과 같은 국제적 관습, UNIDROIT 국제상사계약규칙(UNIDROIT Principles of International Commercial Contracts 1980)과 같은 법원칙 또는 국제물품매매협약(UN Convention on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과 같은 국제협약 등 비국가적 규범도 포함되는지 문제된다. 2. 논의의 실효성 비국가적 규범이 준거법으로서 지정될 수 있다면 이는 ‘저촉법적 지정’이 되지만, 만일 준거법으로서 지정될 수 없다면 당사자의 합의는 그러한 비국적 규범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실질법적 지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저촉법적 지정은 준거법의 지정이므로 법정지의 단순한 강행규정의 적용은 배제되고 국제적 강행규정만이 적용된다. 그러나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규범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것에 불과하므로 법정지의 단순한 강행규정의 경우에도 적용이 배제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저촉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계약이 체결된 후에 법이 개정되었다면 개정된 법이 적용되지만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개정되기 전의 법이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된 것으로 봐야 하므로 그 적용이 배제된다. 또한 저촉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법원이 규범의 내용을 직권으로 조사해야 하지만,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편입된 법규가 계약의 내용이 되므로 당사자가 편입된 법규의 내용에 대하여 주장하고 증명할 책임을 부담한다. 3.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준거법은 특정국가의 법에 한정된다고 본다. 국제사법의 전반에서 언급하고 있는 ‘법’의 전통적 그리고 사회적 의미는 특정국가의 법이고, 제5조에서 ‘법원은 이 법에 의하여 지정된 외국법’이라고 규정하고 제7조나 제33조 등에서 ‘대한민국법’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를 종합하여 보면 준거법은 외국법이거나 대한민국법으로서 특정국가의 법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준거법의 분열의 한계와 관련하여서 문제가 발생한다. ‘준거법의 분열’이란 하나의 법률관계의 실체적 내용에 대하여 여러 국가의 법이 적용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국제사법 제25조 제2항에서는 “당사자는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도 준거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준거법의 분열을 허용하고 있다. 대법원 2016.6.23. 선고 2015다5194 판결에서는 당사자가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만 준거법을 선택한 경우, 선택된 준거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영역에 대하여는 국제사법의 규정에 따라 지정된 소위 객관적 준거법이 적용된다고 보고 있으므로, 비국가적 규범만을 준거법으로 지정하고 있거나 비국가적 규범과 특정국가의 법을 모두 지정하는 경우 모두 준거법의 분열이 발생한다. 그러나 준거법의 분열이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법의 내용에 차이가 있고, 한 국가의 국내법은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하나의 사안에 대하여 여러 국가의 법이 동시에 적용되면 적용되는 법률 사이에 모순이 발생하거나, 생소한 다른 국가의 제도를 국내의 제도에 맞춰야 하는 복잡한 적응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지정된 복수의 준거법이 적용되는 부분이 다른 부분과 분리가능하여 상호 모순저촉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한계 내에서만 준거법의 분열이 허용된다. 그런데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위와 같은 한계를 완전히 무시하고서 준거법의 분열을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부당하다. 대상판결에서 국제협약이 준거법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보건대, 위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깊은 고려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하는 저촉법적 지정은 할 수 없다고 본다. 참고로 우리의 국제사법의 바탕이 된 유럽공동체(EC)의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협약’(‘로마협약’) 에서는 당사자가 준거법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특정 국가의 법이라고 해석되어 왔다. 그런데 위 로마협약을 개정한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규칙’을 제정되는 과정에서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준거법은 특정 국가의 법으로부터만 도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아니하였다. III. 준거법의 합의가 주요사실인지 여부 1. 쟁점 대상판결에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주요사실에 대하여만 변론주의가 적용되어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는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여 그러한 사실이 주요사실이란 점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대상판결과 같이 준거법의 합의를 주요사실로 본다면 당사자가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주장 및 증명해야 비로소 법원이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을 뿐이고, 당사자의 주장이 없는 한 법원이 직권으로 준거법의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 2.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1) 주요사실의 의미에 따른 비판 주요사실이라 함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실체법상의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말한다(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다카1489 전원합의체 판결). 즉 권리와 의무의 발생, 변경, 소멸이라는 실체법적 효력을 가져오는 요건사실이 주요사실에 해당한다. 국제사법을 소송법으로 분류하는 견해도 있지만 ‘절차법-실체법’과 ‘저촉법-실질법’이 대비되고 있는 바와 같이, 저촉법인 국제사법은 ‘법선택을 위한 법’으로서 절차법과 실체법의 구분과 그 영역을 달리한다(석광현, ‘국제사법 해설’, 법문사, 2013, 4쪽). 그런데 국제사법을 소송법으로 보던지 저촉법으로 보던지 상관없이 국제사법이 실체법이 아니란 점은 명백하므로 국제사법 제25조에 따른 준거법의 지정의 합의를 주요사실로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2) 적용될 법률의 발견은 법원의 전권사항 국제사법은 법선택을 위한 법으로서 국제적 분쟁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으로서는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이를 당연히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사법에 따르면 계약에 적용되는 준거법은, 1차적으로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지정한 국가의 법이 되고(제25조 제1항), 이러한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2차적으로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이 된다(제26조). 따라서 법원은 직권으로 계약의 1차적 준거법인 당사자의 합의의 존재를 조사해야 한다. 게다가 대상판결에서도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적용할 법률의 발견은 법원의 전권사항이고,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는 적용할 법률을 결정하는 합의이므로, 법원은 준거법의 합의의 존재를 조사하는데 있어서 당사자의 주장에 구속받지 아니한다. 덧붙여 대상판결은 당사자가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는 계약의 내용이 되고 계약의 내용은 주요사실이라는 이유로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를 주요사실로서 자백의 대상으로 본 듯하다. 그러나 당사자의 합의라고 하더라도 모두 주요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법원 판례에서는 소송상 합의인 부제소의 합의를 채권계약으로 보고 있으면서도(대법원 2004. 12. 23. 선고 2002다73821 판결), 이러한 부제소의 합의가 소송법적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이를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따라서 당사자의 합의라는 이유만으로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까지 주요사실로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IV. 결론 이상으로 대상판결과 달리, 사견에 따르면 국제협약을 포함한 비국가적 규범은 준거법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의 존재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서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한편 대상판결 중 문제된 판시내용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이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른 아쉬움이 있다. 적지 않은 국제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좀 더 많은 국제사법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국제협약
준거법
국제사법
2017-02-20
원천징수처분취소소송에서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
Ⅰ. 사실관계 미국의 사모투자회사인 A의 미국 내 계열사인 B등은, 내국법인인 甲은행의 주식 9999만9916주(이하 '이 사건 주식')의 인수를 위하여 이 사건 주식의 인수에 투자할 펀드투자자를 모집하였고,그 결과 2000. 1. 14.경 영국령인 케이만 군도에 유한파트너십(Limited Partnership, 이하"LP")인 C가 설립되었다. C는 케이만 군도에 설립된 D의 주식을 100% 인수한 다음, D로 하여금 말레이시아라부안에 설립된 E의 주식을 100% 인수하게 하였고, 최종적으로 말레이시아 법인인 E를 통하여 우리나라 법인이 발행한이 사건 주식을 취득하였다. 한편 E는 2005. 4. 15. 원고에게 이 사건 주식을 1651억1475만6621원에 양도하여 이 사건 양도소득을 얻었는데,원고는 한?말레이시아조세조약제13조 제4항에 의하여 주식 양도소득은 양도인의 거주지국에서만 과세된다는 이유로 E에 이 사건 주식 양도대금을 지급하면서 그에 대한 법인세를 전혀 원천징수하지 아니하였다.이에 피고(과세관청)는 2006. 12. 18. E는 조세회피목적으로 설립된 명목상의 회사에 불과하고,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는C의 투자자 281명이므로, 이들 중 대한민국과 조세조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조세조약상 주식양도소득에 대하여 원천지국 과세를 규정하고 있는 국가에 거주하는 총 8개국 40명의 투자자가 얻은 양도소득에 대하여 원고에게 원천징수분 소득세 430억1071만7520원을납세고지하는 처분을 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진행경과 및 판시내용 1.제1심판결 내지 상고심 판결의 판시내용 당초 대상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E인지(원고의 주장),아니면 C의 투자자인지(피고의 주장) 여부였다.이에 관하여제1심 및 항소심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를C의 투자자로 보고 그들을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원고에게 원천징수분 소득세를 납세고지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09. 12. 30. 선고 2008구합17110 판결 및 서울고등법원 2010. 8. 25. 선고 2010누3826 판결). 그러나상고심은,E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아니라고 인정하면서도,(E와 C의 투자자 사이에 있는) C가 오로지 조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설립되어 이 사건 주식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할 능력이 없는 명목상의 영리단체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이하 "상고심 판결").즉, 상고심 판결은 C의 설립지인 케이만 군도의 법령 내용과 단체의 실질에 비추어 C를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으로 볼 수 있는지를 심리하여 이 사건 양도소득에 대하여 C를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법인세를 과세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C의 투자자를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소득세를 과세하여야 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환송하여, 사실상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C라는 취지로 판시하였다(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0두20966 판결). 2.파기환송심판결 및 대상 판결의 판시내용 이러한경위로 인하여,파기환송심에서는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C의 투자자가 아닌 C라는 점 자체에 관하여는 원?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었다.대신피고는상고심 판결의 취지에 따라, 당초 이 사건 처분에서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 즉,원천납세의무자를 C의 투자자로 보았다가,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하였다. 이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는피고의 이와 같은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가능한지 여부가 새롭게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하여 파기환송심 판결은 "세목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에 해당하므로 원천징수하는 세금에 관한 처분취소소송에서 과세관청이 처분의 근거 세목을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변경하는 것은 처분의 동일성을 벗어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4. 1. 10. 선고 2013누23272 판결).이에 대하여 피고가 재상고하였는데,대상 판결은 파기환송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세목은 부과처분에서는 물론 징수처분에서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봄이 상당하므로,당초의 징수처분에서와 다른 세목으로 처분사유를 변경하는 것은 처분의 동일성이 유지되지 아니하여 허용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피고의 재상고를기각하였다(대법원 2014. 9. 5. 선고 2014두3068 판결). Ⅲ. 대상판결의평석 1.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허용범위(='처분의 동일성'='납세의무의 단위') 과세관청은 원칙적으로 처분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변론종결시까지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할 수 있다(대법원 1989. 12. 22. 선고 88누7255 판결).여기서 '처분의 동일성'이란 과세단위또는 납세의무의 단위(이하 통틀어 '납세의무의 단위')를 말하고(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누10695 판결), 이는 원천징수처분 취소소송에서도 다르지 않다(대법원 1999. 12. 24. 선고 98두16347 판결). 여기서 '납세의무의 단위'란,일반적인 행정소송에서 처분의 동일성의 한계로 논의되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과 구분되는 세법 특유의 개념으로,강학상으로는 개인단위, 부부단위, 가족단위 등 인적 요소가 결합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도 하고, 물적 요소로서 조세채무의 확정에 있어서 세목, 과세기간, 과세대상에 따라 다른 것과 구분되는 기본적 단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관련하여 대법원은 ①자산소득의 합산과세를 규정한 구 소득세법의 취지에 관하여 세대단위로 담세력을관념하는 것이 개인단위별 과세보다 생활실태에도 합당하다고 판시하여 납세의무의 단위를 인적 요소로 이해하기도 하고(대법원 1983. 4. 26. 선고 83누44 판결 등), ②재산세 등의 과세대상인 주택은 1구를 과세단위로 하여 과세대상으로서 구분된다고 하여(대법원 1991. 5. 10. 선고 90누7425 판결) 이를 물적 요소로 파악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③소득세나 부가가치세를 일정한 기간을 과세단위로 하는 세목이라고 판시하여(대법원 1996. 2. 23. 선고 95누12057 판결) 이를 시간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사례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 동안 이 사건 처분과 같은 원천징수처분에서는 납세의무의 단위가 무엇인지, 특히 과세관청이 소송에서 처분 당시와 비교하여 원천납세의무자를 달리하는 내용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하여는 명시적으로 판단한 바는 없었다. 2.원천징수처분에서의 '처분의 동일성' 범위에 관한 판단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사건상고심 판결과 같은 날 선고된 대법원 2011두7311 판결은(이하 '비교판결')원천징수처분의 취소소송에서 원천납세의무자를 달리하는 내용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처분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였다.즉,비교판결은 '원천징수하는 법인세에서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수령자가 누구인지는 원칙적으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다'는 전제에서, "원천징수하는 법인세에 대한 징수처분 취소소송에서 과세관청이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수령자(=원천납세의무자)를 변경하여주장하더라도그로인하여소득금액또는수입금액지급의기초사실이달라지는것이아니라면처분의동일성이유지되는범위내의처분사유변경으로서허용된다"라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비거주자 및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은 강학상 완납적 원천징수의 대상이 되는 소득으로서 원천징수법률관계는원천징수의무자와과세관청사이에만존재하고 원천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 사이에는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없는 점(대법원 1984. 2. 14. 선고 82누177 판결 등),원천징수하는 소득세 또는 법인세는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을 지급하는 때에 이미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동시에 확정되기 때문에(국세기본법 제21조 제2항 제1호 및 제22조 제2항 제3호)'실질적인귀속자'로서 사후적으로 확정될 수밖에 없는 원천납세의무자는 애당초 확정된 세액의 기초사실을 판단하는 요소에 포함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론적으로 지극히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3.대상판결의 문제점 (1) 쟁점 비교판결의 판시내용을 대상판결에서도일관하면, 일응피고가 원천납세의무자를 종전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허용된다고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다만 이 사건과 비교판결 사이에 존재하는 다음과 같은 차이점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는 비교판결의 법리가 이 사건 처분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즉, 비교판결과 이 사건은 과세관청이 케이만 군도에 설립된외국법인(LP)와 그 투자자 중투자자를 주식양도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로 보아 원천징수처분을 하였다는 점에서는 완전히 동일하다. 다만, 비교판결에서는 과세관청이 당초 투자자를'법인'으로 보아 법인(원천)세를 원천징수처분한 반면, 이 사건 처분에서는 투자자를'개인'으로 보아 소득(원천)세를 원천징수처분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비교판결에서는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LP의 투자자'에서 'LP'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하더라도, 세목이 여전히 법인(원천)세가 되어 기존 납세고지서상 세목[=법인(원천)세]과 일치한다. 반면 이 사건 처분에서는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하게 되면 세목이 법인(원천)세가 되어 기존 납세고지서상 세목[=소득(원천)세]과 불일치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천납세의무자가 원천징수처분의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고,법인세나 소득세나 동일한 소득과세의 일환인 이상 , 그 소득의 실질 귀속자에 대한 판단이 달라져 그에 따라 처분사유를 변경함에 있어 원천납세의무자의 법적 형식에 따라 자동적으로 뒤따를 뿐인 세목 또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볼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원고는 종전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9. 12. 24. 선고 98두16347 판결 및 대법원 2001. 8. 24. 선고 2000두4873 판결)를 들어, 세목은 엄연히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세목이 달라지는 경우에는 아무리 원천징수처분이라고 하더라도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이 허용될 수 없다고 반박하였다. 결국 파기환송심에서는 비교판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원천징수처분의 경우'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것이다. (2) 일반적으로 '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인가? 학설 중에는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통상 과세기간, 장소, 소득구분 등을 열거하면서 본세와가산세는 별개라는 점을 예로 들어(대법원 1992. 5. 26. 91누9596 판결) 세목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라고하거나 ,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서 세목이 가장 중요하다는 등의 견해가 있다 .우리나라 세법 중 소득에 대하여 과세하는 세목인 소득세 및 법인세를 생각해보면, 납세의무자의 법적 성격이 개인인지 법인인지 여부에 따라 세목이 소득세 또는 법인세로 달라지고, 이에 따라 각각 소득세법 또는 법인세법이 적용되어 과세표준의 산정방법, 세율 등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직접 납세의무자에 대한 과세처분에 있어서 세목은 일응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라는 점에는 충분히 수긍이 간다. 그러나 [국가-원천징수의무자-원천납세의무자] 3자 간의 법률관계가 문제되는 원천징수처분에서도이러한 논리가 그대로 관철될 수 있는지는 이와 구분하여 깊이따져볼 필요가 있다.앞에서도 언급하였다시피,원천징수처분에서는 부과처분과는 달리 애당초 "원천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 사이에는직접적인 법률관계가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3) 원천징수처분에서의"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인가? 대상판결은 "세목"이 부과처분에서뿐만 아니라 원천징수처분에서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판시하면서도 따로구체적인 설명을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볼 때 대상판결의 결론은 이론적인 측면에서나 실무적인 관점에서나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이론적인 측면에서 보면,이 사건에서 처분사유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세목이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달라지더라도, 원천징수처분에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인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 즉, 원고가 E로부터 2005. 4. 15.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하고 그 대가로 1,651,104,756,621원을 지급한 사실 그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또한 소득세법이나 법인세법이나 모두 비거주자 또는 외국법인이 내국법인의 주식을 양도하여 얻은 소득에 대하여, 과세표준은 지급금액으로, 세율은 10%로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소득세법 제156조 제1항 제5호 및 법인세법 제98조 제1항 제5호),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세목이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달라지더라도 그 세액은 종전과 동일하다. 요컨대,이 사건에서는처분사유의 추가?변경에 따라 원천납세의무자가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라지더라도 (법원에 의하여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사후적으로 확정된 원천납세의무자 및 그에 따른 세목을 제외하고는)원천징수의무를 발생시키는 이 사건 양도소득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납세자(원천징수의무자),과세표준,세율,세액 중 어느 것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이 점이 바로 납세의무자가 달라지면 납세자, 과세표준, 세율,세액이 모두 달라지는 부과처분과 확연히 구분되는 원천징수처분만의 특징이다. 또한 대법원이 발간한판례해설에 따르면, 일반 행정소송에서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로 보는 반면, 조세소송에서는 '납세의무의 단위'를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로 설정함으로써 납세자의 소송상 방어권 보장보다는 분쟁의 일회적 해결을 더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설명은'납세의무의 단위'가'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보다는 그 범위가 더 넓은 개념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런데 대상판결과 같이 보게 되면 오히려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보다 '납세의무의 단위'를 더 좁게 보는 모순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대상판결이 과세관청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기본적 사실관계'즉,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음에도불구하고 '납세의무의 단위'의 동일성은 부인함으로써, 분쟁의 일회적 해결보다는 납세자의 방어권 보장을 우선시한 결과를 초래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법원에 의하여 사후적으로 확정될 수밖에 없는 국제조세법률관계에서 분쟁의 일회적 해결보다 납세자의 방어권 보장을 우선할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실무적인 관점에서 보면, 조세조약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도 실질과세의 원칙이 적용되는 이상(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두11948 판결), 과세관청이 원천징수처분을 하면서 일응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최종적인 귀속자라고 보아 지목한 원천납세의무자는,대법원이 실질과세의 원칙을 적용하여 최종적으로 누구인지 확정하기 전까지는 어디까지나 잠정적인 것에 불과하여 언제든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즉, 여러 나라에 걸쳐 이루어지는 투자관계에 대하여 과세하는 국제조세에서는 국내원천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를 찾는 과정이기본적으로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대법원 스스로도 비교판결에서법원에 의하여 사후적으로 확정되는 원천납세의무자는 원천징수처분에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라고 하여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돌이켜 보면, 세목은 원천납세의무자의 법적 성격에 따라 기계적?자동적으로 정하여지는 요소일 뿐이다. 따라서 위와 같이 국제조세에서 원천납세의무자의 변경가능성이 유보되어 있는 이상, 그에 따른 세목 또한 얼마든지 변경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한편으로는원천징수처분에서 "원천납세의무자"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라고 하면서, 다시 '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된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논리적 모순으로, 이는 모처럼 심도 깊은 이론적?실무적 검토 끝에 선고한 비교판결의 적용범위를 크게 훼손?잠식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법원 입장에서 볼 때 비교판결 및 대상판결에서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LP가 아닌 LP의 투자자로 보아 원천징수처분을 한 것은 똑같이 위법한처분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대법원이,비교판결과 같이 C의 투자자를 법인으로 보아 당초 법인세로 원천징수처분을 한 경우에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허용하고,대상판결과 같이 C의 투자자를 개인으로 보아 당초 소득세로 원천징수처분을 한 경우에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불허하는 것은,원천징수처분 당시 (궁극적으로 원천납세의무자도 아닌) C의 투자자들의 법적 성격이 무엇이었냐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원천징수처분의 위법성을가르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더군다나 과세실무상 현실적으로 사모펀드의 최종투자자의 지분비율, 국적까지는 알 수 있어도 그 법적 성격이 개인인지 아니면 법인인지 여부까지는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은 (미국과 같이 법인과 개인의 세목을 구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실질적인귀속자를새로 지정하여 과세할 수 있는 경우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과세주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으로서 비교법적으로나 조세정책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Ⅳ. 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천징수처분에서 원천납세의무자에 따라 자동적으로 정하여지는 세목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파기환송심에서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취지에 따라 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하는 것은 당연히 허용되었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은 부과처분과 구별되는 원천징수처분 법률관계의 특성에 대한 심도 깊은 검토 없이, 스스로 선고한 비교판결의 의의를 크게 훼손하면서 부과처분에서의 논의를 원천징수처분에 기계적으로 적용하였다는 측면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또한국제조세에서 원천납세의무자는 사후적으로 얼마든지 변경될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고, 이 사건은 E가 국내에서 이 사건 주식을 양도함으로써 국내원천소득이 발생하여 우리나라에 과세권이 존재한다는 점 자체에는 의문이 없는 사안임에도, 대상판결이 단지 세목이라는 과세처분의 형식만을 이유로 수백억 원에 이르는 과세권을 너무 쉽게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로벌 세수전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는 요즘, 다른 나라의 법원이라면 과연 어떤 판결을내렸을까?
2015-04-07
임차인의 경매신청만으로 우선변제권 선택 의사로 볼 수 있는지 여부
1. 대상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P는 임대인과 주택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았으나, 임대차 만료 후 임대인이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자 임대인을 상대로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를 하여 승소하였다. 확정판결에 기하여 P가 강제경매신청을 하였으나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별도의 배당요구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경매절차에서 집행관이 작성한 부동산현황조사보고서와 매각물건명세서에는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라는 내용을 나타내는 전입신고 된 주민등록등본이 첨부되어 있었다. 경매법원은 배당기일에서 매각대금을 경매신청권자인 P와 P의 임대차계약보다 후순위로 주택에 가압류를 한 채권자들인 D1, D2, D3, D4에게 채권액의 비율대로 안분배당하는 내용의 배당표를 작성하였고 P는 D1, D2, D3, D4의 배당에 대하여 배당이의를 하였다. (2) 대법원 판결 (2013. 11. 14, 2013다27831 배당이의)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하여 보증금반환청구의 확정판결 등 집행권원을 얻어 임차주택에 대하여 스스로 강제경매를 신청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중 우선변제권을 선택하여 행사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우선변제권을 인정받기 위하여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별도로 배당요구를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하였다. 2. 본 사안의 쟁점 (1) 배당요구권자의 범위에 속하는지 여부 배당요구는 다른 채권자에 의하여 집행절차에 참가하여 동일한 부동산의 매각대금에서 만족을 얻기 위하여 하는 채권자의 신청을 말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채권자는 집행권원에 근거하여 직접 경매를 신청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채권자의 집행절차에 참가하는 자가 아니라 자신의 집행절차를 진행하는 자이며 배당요구권자가 아니다. 따라서 별도로 배당요구를 할 필요도 없다. 결국 P는 배당요구권자가 아니라 배당권자라고 할 수 있다. (2) 절차선택권 행사 인정 여부 1) 배당절차 참여의 선택권 행사 여부 그런데 채권자가 스스로 경매를 신청하였다는 사실만을 놓고서 채권자가 일반채권자로서의 배당과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으로서의 배당 중 어느 것을 확정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는 앞의 배당요구권자에 속하는 지와는 다른 문제이다. 왜냐하면 이는 민사집행절차에 민사소송절차와 유사하게 변론주의(경우에 따라서는 처분권주의)의 원칙의 적용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2) 변론주의(예외원리 포함)의 적용을 긍정하는 견해 민사소송법의 변론주의가 민사집행절차에서도 통용된다고 입장이라면, 채권자가 경매신청만을 하였고 우선변제권을 행사한다는 명시적인 주장을 하지 않았더라도 부동산현황조사서에 우선변제권이 있음을 나타내는 내용이 포함(간접적 주장)이 되어 있다고 해석하여 채권자가 우선변제권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채권자가 경매신청자로서 별도의 배당요구서라는 서면을 제출하지 않고 배당요구종기까지 확정일자 있는 임대차계약서와 주민등록 등본 등 우선변제권이 있음을 소명하는 서류를 경매법원에 제출해도 우선변제권을 행사한 것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P의 주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이 견해는 집행법 이론의 측면에서 집행절차에 변론주의나 그 예외원리가 적용되는지에 기준으로 수립된 이론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3) 변론주의 원리의 적용을 부정하는 견해 민사집행절차는 형식주의와 신속주의가 강조되며, 절차의 준수에 대하여 민사소송절차보다 더욱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이 견해에서는 경매법원이 재판예규 제1151호 '경매절차진행사실의 주책임차인에 대한 통지'(재민 98-6)를 통하여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라고 하더라도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여야만 매각대금으로부터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고 고지(통지서 발송)하고, 채권자가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을 요구하여야 한다는 견해를 취한다. 제1심과 제2심 법원의 입장이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 견해에서는 위 고지로 부동산을 경락받고자 하는 자는 매각물건명세서를 보고 우선변제권 있는 임차인이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였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 불측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 장점도 있다고 한다. 특히 경매는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절차준수의 여부에 대하여 보다 엄격하고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고 집행법상의 원칙을 지키고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절차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이에 속한다. 다만 위 재판예규에 의한 고지는 집행법원이 당사자의 편의를 위하여 경매절차에서 배당절차(제도)를 안내해 주는 것에 불과한 것이고 집행법원이 절차진행을 주택임차인에게 통지할 법률상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므로 이 절차에 의존하여 채권자에게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지 않은 데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법원은 배당요구여부를 알리기 위하여 집행관들이 현황조사를 하고 건물에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나 실제 거주하지 않더라도 건물에 주민등록을 해 놓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배당요구 종기와 배당요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통지서를 우편으로 전달하는데, 임차인이 집을 비워 우편물을 받아보지 못한 경우도 많고 법률지식이 부족한 임차인이 통지서를 받고도 자신은 경매신청을 했기 때문에 별도의 배당요구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당연히 우선변제를 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가 일반배당을 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3) 배당요구의 고지 여부와 석명권의 범위 경매법원이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라고 하더라도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여야만 매각대금으로부터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는 고지를 하거나 고지가 전달되기 않은 상태(위 사안의 경우도 고지가 된 것인지는 불분명하며 고지는 집행법원의 의무사항도 아니므로 고지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에 있는 경매신청 채권자가 일반채권자로서 배당요구를 한 것인지 임차인으로서 우선변제권을 행사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한 경우에 집행법원에 석명의무가 있다고 볼 것인지가 문제이다. 2심법원은 원고의 강제집행신청은 일반채권자로서 배당요구를 한 것으로 임차인으로서 우선변제권을 행사한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가 아니므로 집행법원에 원고의 주장에 대한 석명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역시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하여 보증금반환청구의 확정판결 등 집행권원을 얻어 임차주택에 대하여 스스로 강제경매를 신청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중 우선변제권을 선택하여 행사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우선변제권을 인정받기 위하여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별도로 배당요구를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만 판시하여 결국 석명권의 부분은 논외로 하고 있다. 생각건대, 채권자가 단순히 강제경매만을 신청하고 일반채권자로서의 배당을 요구하는지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임차인으로서의 배당을 요구하는지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선택하지 않았다면 법원이 임의로 P가 그 둘 중의 하나의 절차를 선택한 것으로 채권자의 의사를 간주할 것이 아니라, 채권자에게 경매절차에 관한 절차선택권이 충분히 보장되었는지를 판단한 후,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석명권을 행사하여 절차선택을 명확히 하도록 한 다음, 그것을 판결의 기초로 삼아야 할 것이다. 3. 결어 결론만을 놓고 보면 대법원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하여 보증금반환청구의 확정판결을 얻어 임차주택에 대하여 직접 강제경매를 신청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에게 유리하게 우선변제권을 선택하여 행사한 것으로 보고 우선변제권을 인정받기 위하여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별도로 배당요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판단은 충분히 수긍된다. 이러한 판단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도 맞다. 다만, 절차법적 측면에서 보면 P가 명시적으로 어느 절차에 의할 것인지를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법원이 P에게 유리하게 우선변제권을 선택한 것으로 간주하는 집행절차상의 판단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집행절차 역시 소송절차와 절차원리가 다르지 않아 민사소송법상의 처분권주의, 변론주의 또는 그 예외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전제가 먼저 수립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이러한 민사집행의 기본원칙이 통용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며 제도의 발전이나 절차법상의 원칙에 대한 보다 충분한 규명이 우선인 상황이 아닌가 한다. 다음으로 채권자가 이 사건과 같이 경매신청자가 아니라 배당요구권자인 주택임차인의 경우는 인수와 소제를 선택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배당요구 종기 이내에 배당요구를 하면 매수인의 부담이 소멸되지만 반대의 경우는 매수인이 그 부담을 인수하게 되며(민사집행법 제91조 제4항 단서), 배당요구를 한 채권자는 경매절차의 안정성요청 때문에 배당요구의 종기가 지난 뒤 이를 철회하지 못한다(민사집행법 제88조)는 규정의 적용은 무조건 배제하여 하는 지도 문제이다. 법원이 경매신청자라고 하여 배당요구권자에게 요구되는 절차규정의 적용은 배제하면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정신은 존중하여 P가 우선변제권을 선택한 것으로 간주까지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집행절차의 원칙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이 사건의 경우 집행절차선택의 기회보장, 절차의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만연히 당사자의 절차선택의사를 간주하기보다 석명권을 적절히 행사하는 것이 절차법의 큰 틀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실체법의 정신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한다.
2013-12-23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허용이 신의칙·사회정의에 반하지 않는다는 사례
Ⅰ. 사실관계와 판결요지 1. 사실관계 X(원고, Y의 처)와 Y(피고, X의 남편)는 1990년 12월12일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로서 그 사이에 사건본인 S1(1993년생)갨2(1994년생)를 출산하였는데, X는 Y의 잦은 음주와 외박으로 원만하지 않은 혼인생활을 하던 중 1997년 11월30일 가출하여 따로 생활하다가 2003년 9월30일 Y의 설득으로 다시 집으로 들어 왔으나 한달 만인 2003년 10월30일 다시 가출하였다. X가 잠시 가정에 복귀한 기간을 제외하고, 11년이 넘게 X와 Y는 각자의 주거지에서 별개로 생활해오다가 X는 2007년 초에 소외 M과 현재까지 동거하면서 그들 사이에 2009년 2월12일 다리가 기형인 딸(D)을 출산하였다. S1갨2들은 X갳의 별거기간동안 Y의 어머니(G)의 도움으로 양육하여 왔으며 원심변론 종결일에 S1갨2는 각 고교 1학년, 중학교 3학년생으로 성장하였다. 이 사건 조정기일에서 X는 D의 치료·양육을 위해 가족관계등록을 하는데 장애가 되는 Y와의 혼인의 해소를 주장하였고 Y는 X의 가정복귀를 원하여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 이에 제1심판결은 X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원심(광주고법)은 2009년 6월5일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X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이에 Y가 상고하기에 이르렀다. 2. 판결의 요지 원심판결의 요지(1심판결의 취소·이혼) : 부부의 별거가 상당히 장기간에 이르고 부부간의 어린 자녀가 없는 경우라면, 상대방이나 자녀가 이혼으로 인하여 정신적·사회적·경제적으로 심히 가혹한 상태에 처하게 되는 등 이혼청구를 인용하는 것이 현저하게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는 이유만으로 당해 청구가 허용될 수 없다고 해석해서는 아니된다(각판공보, 2009. 8.10.). 대판요지(상고기각) : 원고와 피고사이의 11년이 넘는 장기간의 별거, 원고와 소외인 사이의 사실혼관계 형성 및 자의 출산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원고와 피고의 혼인은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하여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목적과 민법의 지도이념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한 원고의 유책성이 반드시 원고의 이혼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중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와 피고의 혼인에는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이혼원인이 존재한다. Ⅱ. 판례평석 1. 머리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란 혼인관계의 파탄에 전적으로 주로 책임있는 배우자로부터 그 파탄을 이유로 하는 이혼청구이다. 이 판결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신의칙·사회정의'의 관점에서 인용함으로써 종래의 소극적 파탄주의에 한정되어 왔던 입장에서 커다란 전환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논고는 본 판결의 의의와 금후의 과제에 관하여 고찰한다. 2. 판례연구 (1) 본 판결에서의 논의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종래 판례입장의 전환 여부와 본 판결의 '이혼파탄주의 법리'로의 전환여부이다. 또한 청구인과 소외인(M)과의 신분관계가 '사실혼'이냐 하는 점이다. (2)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종래의 판례입장(기각)의 전환 여부 1)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판례·학설의 동향 판례의 동향 : 대법원의 1965. 9.21. 판결(65므37)은 축첩한 청구인의 이혼청구를 정면으로 배척한 소극적 판결의 효시이었다. 대법원의 1987. 4.14. 판결(86므28)은 상대방이 혼인계속의 의사가 없으면서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상 이혼에 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하고 있다(법원공보 801호: 같은 취지; 대판 1996. 6.25. 1994므741). 학설의 동향 :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배척하는 '일반론'의 안이한 적용은 엄격하게 좁혀야 하고 피고에게 이혼의사가 명백한 경우에는 배척할 이유가 없다는 견해(김주수, 친상법 p203~ 204)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할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간의 별거기간이 지나면 유·무책사유와 관계 없이 이혼을 허용함이 타당하다는 견해(한봉희, 가족법 p161)가 주류이다. 그밖의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자의 이익을 위해 일정기간, 이혼을 유예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이희배, 가족법학논집 p1,046~ 1,049). 외국의 판례 : 일본최고재판소의 1987. 9.2. 판결(소화61오260호)은 부부의 별거가 상당히 장기간 등의 경우에는 이혼청구를 용인함이 사회정의에 반한다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유책배우자의 청구란 한 사유만으로 불허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다(川井 健, 강좌 현대가족법, 2권 p216~219) 2) 종래의 판례 입장 전환여부 가) 종래의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판례의 입장 대법원의 종래 판례의 입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기각하였으며(대판 1989. 10.24. 89므429), 예외로 인용하는 입장이었다. 즉, 피청구인의 이혼의사가 명백한 경우(대판 1987. 12.8. 87므44), 오기 보복적 반감으로 표면상 이혼에 불응하는 경우(대판 1987. 9.22. 86므87), 청구인의 유책성이 피청구인보다 가벼운 경우(대판 1990. 3.27. 88므375), 유책행위와 파탄과의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대판1988. 4.25. 87므9), 청구인용이 사회정의에 반하지 않는 경우(서가판 1999. 5.27. 98드32995; 일본최고재판 1987. 9.2. 소화61오260호) 등을 들 수 있겠다. 나) 본건 대판의 입장 전환 원심판결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하는 것이 현저히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청구인용의 판시를 하고 있다. 본건 대판도 신의칙에 비추어 원고의 유책성이 반드시 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중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인용의 판결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취지의 판결은 대법원 판결로서는 본 판결이 처음인 것 같다. 이 판결의 의의는 원칙적 이혼규범의 2중상태가 수정되어 종래의 재판규범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변경'의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즉, 제한적 파탄주의(원칙적 기각-예외로 인용)를 극복하고 전면적 적극적 파탄주의를 지향한 진일보한 판결이라고 자리매김할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3) 본 판결의 '이혼파탄주의법리'로 전환여부 1)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인용의 배경 본 판결은 원고의 유책성을 '신의칙'에 입각하여 그 중대성 여부를 판단하였고 원심판결에서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사회정의'에 비추어 그 인용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본 판결은 전면적 파탄주의에 입각한 판결이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종래의 오랫동안 제한적 파탄주의에 한정하고 있던 판례의 태도에 '변경'을 가져온 섬세한 조정의 역할을 하였으며 우리나라 이혼법에 커다란 전기가 되었다는 점에 그 역할의 의의를 인정해도 무방할 것이다. 2) 이 판결을 계기로 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대해서는 '원칙적 기각-예외로 인용'의 태도에서 진일보 하여 '원칙적 인용-예외로 이혼유보'의 방향의 발전을 거쳐 종국적으로는 전면적 파탄주의로의 발전을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3. 여론 청구인과 소외인(M)과의 신분관계는 혼인신고 가능상태가 아닌 점에서 '사실혼'이 아니고(대판 1987. 2.10. 86므70, 대판 1978. 10.3. 78므37, 대판 1984. 8.21. 84므45 참조), 피청구인과의 이혼합의 없는 일방적 별거 중이므로 '중혼적 사실혼'이라고도 할 수 없다고 이해된다(대판 1996. 9.20. 96므530 참조 : 이희배, 가족법판례연구 p481~482 참조). 4. 맺는말 이 판결의 의의는 원칙적 이혼규범의 2중상태가 수정되어, 종래의 재판규범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변경'의 역할을 하였다고 할수 있다. 또한 제한적 파탄주의(원칙적 기각-예외로 인용)에서 발전하여 전면적 파탄주의를 지향한 진일보한 판결이라 자리매김할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 판결은 전면적 파탄주의에 입각한 판결이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종래의 오랫동안 제한적 파탄주의에 한정하고 있던 판례의 '변경'을 가져 온 섬세한 조정의 역할을 하였으며, 우리나라 이혼법 발전에 커다란 전기가 되었다고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
2010-03-08
리스물건의 소유권 귀속
1. 사실관계 가. 시설대여(리스)회사인 A리스 주식회사(이하 ‘A리스’라고 한다, 1999. 11. 6. 원고 회사에 합병됨)는 소외 B자동차 주식회사로부터 이 사건 자동차를 구매하여 1995. 8. 25. 소외 주식회사 해당(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과 사이에 이 사건 자동차를 소외 회사에 대여하는 내용의 리스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A리스와 소외 회사는 위 1995. 8. 25.자 계약체결시 대여시설이용자인 소외 회사는 자기의 책임과 비용으로 관련 법령에 의거 자동차를 등록하고, 관할관청의 검사 등 행정지시를 철저히 이행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자동차가 항상 충분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지ㆍ관리하여야 하고, 위 자동차에 대한 소유권은 그 등록명의가 소외 회사일 경우에도 A리스에게 있다고 약정하였다. 다. A리스는 1995. 8. 31. 소유자 명의를 소외 회사로 하여 이 사건자동차에 관한 등록을 하였다. 라. 한편, 피고는 소외 회사에 대한 부산지방법원 98카합4878호로 자동차가압류결정을 받아 그결정정본에 기하여 1998. 5. 19. 이 사건 자동차에 관하여 가압류집행을 하였다. 2. 대법원 판례의 요지 특정 물건의 소유권은 시설대여회사에게 남겨두고 시설이용자에게 일정 기간 대여하는 방식을 통하여 담보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시설대여(리스)의 특성과 시설대여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구 시설대여업법(1997. 8. 28. 법률 제5374호 여신전문금융업법 부칙 제2조로 폐지)의 입법취지를 염두에 두고 같은 법 제13조의2 제1항, 제13조의3 제1항, 제13조의4, 자동차관리법 제6조, 제8조 제1항, 자동차등록령 제18조의 각 조항들을 종합해 보면, 차량의 시설대여의 경우에도 대여 차량의 소유권은 시설대여회사에 유보돼 있음을 전제로 하고, 다만 현실적경제적 필요에 따라 차량의 유지관리에 관한 각종 행정상의 의무와 사고발생시의 손해배상책임은 시설대여이용자로 하여금 부담하도록 하면서 그 편의를 위해 차량등록을 소유자인 시설대여회사 아닌 시설대여이용자 명의로 할 수 있도록 자동차관리법에 대한 특례규정을 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따라서 구 시설대여업법(1997. 8. 28. 법률 제5374호 여신전문금융업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제13조의2에 의하여 시설대여이용자의 명의로 등록된 차량에 대한 소유권은 대내적으로는 물론 대외적으로도 시설대여회사에게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3. 종전의 판례 가. 이 사건 원심판결 원심은, 구 시설대여업법 제13조의2 제1항(1998. 1. 1. 위 법률이 폐지되고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 제1항에 위조항과 같은 내용이 규정됨)은 시설대여회사가 차량의 시설대여 등을 하는 경우에는 자동차관리법의 규정에 불구하고, 대여시설이용자의 명의로 등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를 같은 법 제13조의3 제1항, 자동차관리법 제8조 제1항, 제11조 제1항, 제12조 제1항과 종합하여 볼 때, 구 시설대여업법 제13조의2 제1항의 규정형식상 자동차관리법의 특정조항(원고 주장대로 한다면 적용이 배제돼야 할 자동차관리법 제6조)이 명시적으로 적시돼 있지 않은 점, 또한 위 규정은 위와 같은 등록방식을 허용하는 허용규정일 뿐 강제규정이 아닌 점, 앞서 본 약정 등 이 사건 자동차를 소외 회사 명의로 등록하게 된 경위, 등록명의를 신뢰한 자에 대한 거래의 안전보호 등을 고려하면, 자동차관리법상 차량의 등록은 그 관리의 목적과 사고발생시 손해배상책임문제 등을 원활히 해결하기 위해서 원칙적으로 그 소유자의 명의로 하도록 돼 있으나, 시설대여 등의 경우 비록 차량의 법적 소유권자는 시설대여회사이지만 실제 차량의 점유사용자는 대여시설 이용자이고, 또한 대여시설 이용자가 시설대여기간 동안 당사자가 돼 차량의 소유자에게 부과되는 검사 등 그 물건의 유지관리에 관한 각종 의무를 이행하거나 공과금 통지서의 수령 등에 있어 그 편의상 대여시설 이용자의 명의로 등록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예외적으로 구 시설대여업법 제13조의2 제1항과 같이 차량의 이용자의 명의로 신탁하여 등록할 수 있고, 이와 같은 경우 자동차관리법 제6조에 따라 차량에 대한 소유권은 등록명의자에게 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며, 따라서 이 사건 자동차는 비록 원고와 소외 회사 사이의 내부관계에 있어서는 원고의 소유라고 하더라도 대외적으로는 소외 회사의 소유라고 할 것이므로, 원고로서는 집행채권자로서 대외관계에 있는 피고에 대해 내부적인 소유권으로써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부산고등법원 2000. 6. 28. 선고2000나4159 판결). 나. 세무서가 체납처분후 수령한 배당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 판결 리스계약체결후 리스이용자를 소유자로 등록하고 리스회사는 근저당권을 설정하였고, 세무서가 동 리스물건을 경매해 경락대금에서 체납액을 우선 배당금으로 수령하자, 리스회사는 세무서를 상대로 소유권확인청구소송과 리스물건가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안이다. 첫번째 소송(소유권확인소송)의 담당재판부는 등록원부상의 등록명의에도 불구하고 리스물건은 리스회사의 소유라 판시하고 소유권확인청구를 인용하였으나(광주지방법원 1988. 5. 25. 선고 88가합1177 판결), 두번째 소송(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의 담당재판부는 중기관리법제3조 제1항, 제2항과 자동차관리법 제4조 및 제5조 등록규정에 의거하여 중기 및 자동차의 적법한 소유권을 취득하려면 상기 법규에 따라 등록을 마쳐야 할 것인바, 리스회사가 비록 리스물건에 대한 소유권확인 승소판결을 받았더라도 소정의 절차에 따른 등록을 마치지 아니한 이상 소유권자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적법한 소유자임을 전제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는 기각한다고 판시하였다(광주지방법원 1989. 11. 2. 선고 89가합3603 판결). 4. 판례 평석 가. 대상판결의 검토 대법원 판결은 금융리스의 물적 금융으로서의 특성을 고려한 판결로서,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 제1항의 입법취지, 리스물건의 경우 등록명의와 관계없이 리스회사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거래의 관념인 점, 소유명의가 리스이용자에게 있음을 기화로 무단양도하는 경우에 있어서 리스회사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금융리스이용자가 리스물건을 제3자에게 임의로 매각하더라도 등기 및 등록에 대한 공신력은 인정되지 않고 등기 또는 등록의 대상이 되는 동산은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보아 선의취득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므로, 제3자가 리스물건이 리스이용자 명의로 등록돼 있음을 신뢰하여 소유권이전등록을 하더라도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는 없다고 본다. 또한 건설기계등록원부 및 건설기계등록증에 소유자가 리스이용자로 등록돼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고, 리스이용자의 명의로 등록된 사실 없이 제3자 명의로 최초 등록되었다 하더라도 등록의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마찬가지의 결론에 도달한다. 임의매각된 리스차량에 대한 회수방법으로는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 인도단행가처분, 근저당권 실행을 통한 강제경매개시결정 및 인도명령, 원인무효인 제3자 명의 등록말소청구 등이 있다. 나. 운용리스의 소유권 귀속 금융리스의 경우 등록명의와 관계없이 대내외적 소유권은 리스회사에 귀속하나, 운용리스의 경우 소유권을 리스이용자의 명의로 등록한 경우에 대한 판례가 없어 이 또한 여신전문금융업법상의 시설대여에 포함되어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의 등록상의 특례가 적용된다는 견해와 민법상 임대차 규정이 적용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검토하건대, 운용리스와 실질이 유사한 임대차(렌트카)의 경우 이용자 명의로 소유권 등록이 불가능하고 ‘허’자 번호판을 사용하므로 무단양도의 가능성이 없고 렌트회사의 물건에 대한 소유권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 실질이 유사한 운용리스와 임대차(렌트카) 사이의 소유권 귀속 측면에서의 형평성을 고려하여야 하는 점, 여전전문금융업법 제33조의 규정이 금융리스와 운용리스를 구별하고 있지 아니한 점, 운용리스의 경우 이용자 명의로 소유권 등록이 가능하여 무단양도의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리스회사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아니할 경우 리스회사는 소유권을 회복할 수 없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운용리스의 경우에도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의 특례를 적용하여 리스회사에게 소유권이 귀속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본다. 다. 미등록 리스물건의 소유권 귀속 판례는 등기 또는 등록의 대상이 아닌 리스물건에 대한 선의취득이 인정됨을 전제로 하여, 고가의 기계로서 중소기업에서는 리스 내지 소유권유보부 할부매매 등으로 사용하는 것이 상례인 점, 취득자가 중고기계전문취급상으로 이러한 실태를 잘 알고 있는 점, 시가의 1/5 정도의 가격으로 수차례 전매된 점, 원고는 매도인의 소유권에 대하여 동 물건의 설치경위 및 제작회사와 매도인간의 매매계약서, 영수증, 매매대금의 완납 여부 등을 제작회사에 조회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사할 의무가 있음에도 단순히 매매계약서만 확인하였으므로 매수인에게 과실이 있는 점을 이유로 선의취득을 부정하였다(서울고등법원 1990. 4. 13. 선고 89나44536 판결). 검토하건대,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의 특례규정은 등기 또는 등록의 대상이 아닌 리스물건을 대상으로 한다고 할 것이므로, 등기 또는 등록의 대상이 아닌 리스물건의 경우 선의취득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2006-04-24
제조물책임법상 설계상의 결함
[판결요지] [1] 일반적으로 제조물을 만들어 판매하는 자는 제조물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재의 기술 수준과 경제성 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하여야 하고, 이러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그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그와 같은 결함 중 주로 제조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 즉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지 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2] 제조업자 등은 표시상의 결함(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고, 그와 같은 결함이 존재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1. 사실관계 주식회사 대한항공 소속 헬기의 조종사들이 시계가 불량한 관계로 시계비행방식을 포기하고 계기비행방식으로 전환하여 기온이 영하 8°C 까지 내려가는 고도 6,000피트 상공을 비행할 때 피토트 튜브(pitot/static tube, 動靜壓管)의 결빙을 방지하기 위한 피토트 히트(pitot heat)를 작동시키지 아니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피토트 튜브가 얼어 헬기의 실제 속도와 달리 속도계에 나타나는 속도가 감소하고, 또한 속도계와 연동하여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태빌레이터(stabilator)의 뒷전이 내려가면서 헬기의 자세도 앞쪽으로 기울어졌으나 조종사들이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속도계상 헬기의 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속도를 증가시키려고 출력을 높임으로써 헬기가 급강하하게 되었으며, 조종사들이 뒤늦게 헬기의 자세를 회복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헬기의 주회전날개 중 하나가 후방 동체에 부딪혀 헬기가 추락하게 되었다. 피해자들은 대한항공(주)에 대하여 제조물에 대한 설계상의 결함 등을 이유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주요쟁점은 제조물의 결함 존재 여부였고, 원심은 설계상의 결함 존재에 대한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으며 대법원에서도 판결요지에서 보는 이유로 설계상의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통상적인 안전성을 갖추었다고 하면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하였다. - 판 결 요 지 - 제조물의 설계상 결함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장단점 등 여러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 - 평 석 요 지 - 제조물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제조자의 기대 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 책임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제조물책임법 제정이후 설계상의 결함으로서 '합리적 대체설계'의 판단기준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2. 제조물책임과 결함 제조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전제로 하지 않는 엄격책임으로서의 제조물책임은 불법행위법의 특별법으로서 제조물책임법(2000.1.12. 법률 제6109)의 제정으로 새로이 도입되었고 같은 법 부칙 규정에 의하여 2002.7.1. 이후 공급된 제조물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어서 이 사건 헬기에는 적용될 여지는 없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의 시행 후의 판단이기 때문에 제조물책임법상의 결함에 대해 염두에 두고 판단하였으리라고 생각된다. 같은 법에서는 결함의 종류로 제조상의 결함과 설계상의 결함, 표시상의 결함을 규정하고, 결함이란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위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설계상의 결함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이다. 설계상의 결함에 대하여 제조물책임법 제2조 제2호 나목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당해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할 때는 어떤 면에서 ‘합리적인 대체설계’라고 평가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할 것이며, 합리적인 대체설계가 거의 유일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체설계에도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와 합리적인 대체설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결함이 부정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제조물책임법은 제조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 유무와는 관계없이 제조물의 결함만 존재하면 제조업자는 무과실책임으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제조물에 결함이 있고 그 결함으로 인하여 피해(확대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해당 제조물의 제조업자는 책임을 지게 된다. 제조물책임법은 제2조에서 결함을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이어서 제조상의 결함, 설계상의 결함, 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해 각각 정의하고 있는데 결함의 판단기준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3. 결함의 판단기준 제품의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표준일탈기준, 소비자기대수준, 위험효용기준, 바커기준(Barker test) 등이 있다. 소비자기대기준은 소비자가 통상적으로 기대하는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에 결함의 존재를 인정한다. 누가 통상적인 소비자인가가 문제되는데, 그 사회의 통상적인 지식을 구비한 자를 말한다. 따라서 합리적인 소비자가 제조물의 위험한 상태를 예견하고 그로부터 발생가능성 있는 사고의 위험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경우에 부당하게 위험한 제조물이 되지 않게 된다. 예컨대 예리한 칼과 같이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는 판단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기대수준은 그 기준이 애매하고 주관적이어서 결함판단기준으로서나 책임의 근거로서 그 가치가 점점 감소되고 있으며, 제조자가 명시적·묵시적으로 표시한 제조상의 결함에 적용되고 있을 뿐이다. 소비자기대수준은 현재 독자적인 기준은 되지 않고 위험효용기준의 한 요소로서 이용되고 있다. EC지침은 소비자기대기준을 채택하고 있다(EC지침 제6조). 결함의 판단기준에서 특히 논쟁이 되고 있는 것은 설계상의 결함과 경고상의 결함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다. 위험·효용기준은 제조물의 위험성과 효용성을 비교하여 위험성이 효용성을 능가할 때 그 제품이 결함이 있다고 한다. 위험?효용기준은 결함판단기준으로서 현재 미국 법원의 압도적 견해이다. 바커기준은 캘리포니아 최고법원이 1978년 바커사건에서 엄격책임에 있어서의 ‘부당한 위험’이라는 요건을 배제하면서 새로운 ‘결함의 판단기준’을 보인 것에서 유래한 기준이다. 동법원은 ① 의도된 방법 또는 합리적으로 예상 가능한 방법에 의한 제품사용에 관하여 그 제품이 소비자가 기대하는 통상의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었다는 것을 원고가 입증, ② 제품의 설계가 손해의 원인임을 원고가 입증, ③ 현재의 설계에 의해 초래되는 위험의 중대성 및 개연성, ④ 안전한 대체설계의 기술적 가능성, ⑤ 개선설계에 소요되는 비용, ⑥ 대체설계에 의해 제품 및 소비자에게 생기는 악영향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것을 고려한 후 현재 사용 중인 설계에 의한 이익이 그 설계에 본래 따르는 위험을 상회한다는 사실을 피고가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설계상의 결함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바커기준은 1차적으로는 소비자기대기준을 고려하고, 이러한 소비자기대기준으로 결함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2차적으로 위험·효용기준을 채택한 것이다. 4. 제조물책임의 결함에 대한 종전 판례의 태도 종전 우리나라의 판례는 제조물책임과 관련하여 과실 책임에 근거한 불법행위의 범위를 이탈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견지해왔고, 결함의 개념이나 유형, 결함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사례를 찾기도 어려웠다. 다만 결함에 대하여 대법원은 1992년 변압변류기 폭발사건에서 “제품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 또는 하자로 인해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제조업자는 계약상의 배상의무와 별개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대판 1992.11.24, 92다18139). 또한 1995년의 TV 폭발사건(속초지방법원 1995.3.24, 94가합131)에서는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라고 하여, 결함판단기준에 관하여 표면상으로 소비자기대수준을 언급하였다. 우리나라는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고 그에 관한 소송도 그렇게 많지 않고 아직까지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된 판례도 축적되어 있지 않아서 이번 판결이 향후 제조물책임에서 설계상의 결함에 대한 하나의 잣대 역할을 하리라 본다. 5. 대상판결의 검토 대상판결은 설계상 결함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통념에 비춰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판결에서의 제조물은 제조물책임법 이전에 공급된 것이어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의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제조자의 기대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 책임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제조물책임법 제정 이후 설계상의 결함으로서「합리적 대체설계」의 판단기준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은 2002.7.1. 이후 공급된 제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제조물 계속 감시의무(동법 제4조 제2항)가 동법 시행 이전에 판매된 제품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가 검토되어야 한다. 제조물 계속 감시의무는 제조자가 부담하는 안전에 대한 기본의무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으므로 제조물책임법 시행 전에 판매된 제품에 관하여도 이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합리적’이라는 용어 속에는 합리적 인간의 행동관점에서 대체설계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고, 또한 합리적인 대체설계라는 것은 결국 위험과 효용을 비교형량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기준에 의한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함에는 몇 가지의 요소들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대체설계의 효용성의 문제로서 효용성이 우수하다면 해당제조물에 다소의 결함이 있다고 하여도 이를 결함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지시·경고상의 결함의 문제가 된다. 둘째, 개발위험의 항변과 관련하여 대체설계는 당시의 최고수준의 기술적 가능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 대체설계에 소요되는 비용을 고려하여야 한다. 기술적으로 대체설계의 채용이 가능하다고하여도 경제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넷째, 대체설계에 따른 새로운 위험에 대해서도 평가하여야 한다. 다섯째, 해당 제품에 부착된 지시 및 경고의 정도도 고려하여야 한다. 설계상의 위험에 대한 결정 여부는 제조물의 위험성과 효율성을 비교·교량하여 결정하는 위험·효용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고, 결함 있는 제품을 공급한 제조자에 대한 비난가능성은 개발, 설계과정에서부터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거래의무에 대한 위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험효용기준에 관해 제품의 효용이 위험을 상회하는데 따른 입증책임은 제조자 측에서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설계상의 결함은 제조상의 결함과는 다른 별도의 이익과 불이익의 평가가 요구되고, 이는 과실에 근거한 책임과 동일한 일반적인 목표를 성취한다고 설명되기도 하는 것이다.
2004-02-09
보험약관설명의무의 범위 및 무면허운전
【사 실】 소외 홍인의는 1997.3.3 피고회사와의 사이에 자신이 이 사건 화물자동차를 구입하여 피고회사 명의로 등록하고 피고회사의 업무수행을 위한 廢엔진오일 운반용 차량으로 제공하되, 운전사의 고용 및 급여의 지급, 보험계약의 체결, 차량관리 등에 관한 일체의 사항에 대하여 책임을 지며, 피고회사는 홍인의에게 이 사건 화물자동차의 운송물량에 따른 운송비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차량운용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홍인의는 피고회사명의로 1997.4.14 피고회사를 기명피보험자로 하여 원고와 이 사건 화물자동차에 관하여 업무용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원고회사 소속 보험모집인 소외 정창화가 보험계약자인 피고에게 보험계약의 성질에 대하여 정확히 설명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피보험자동차를 제1종 보통면허로 운전할 수 있는 것처럼 고지하였으며, 원고회사 울산지점의 영업소장이나 울산지점 심사담당자조차도 그렇게 알고 이 사건 보험계약을 정당한 보험계약으로 인정하는 등의 잘못을 범하였다. 홍인의가 고용한 운전사 정명화가 제1종 보통면허를 가지고 피보험자동차인 이 사건 화물자동차를 운전하다가 본건 사고를 내었다. 원고인 보험회사가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을 근거로 보험금지급채무의 부존재에 관한 확인청구의 소를 제기한데 대하여, 피고는 1. 보험모집인 정창화 및 원고회사 울산지점의 영업소장이나 울산지점 심사담당자가 잘못을 범하였다는 이유로 원고회사에게 신의칙상 또는 보험계약상 손해배상책임이 있고, 2. 정창화의 잘못된 고지로 인하여 피고회사가 이 사건 피보험자동차를 제1종 보통운전면허 소지자가 운전하는 것이 무면허운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이 신의성실의 원칙 및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6조 제1항, 제2항, 제7조 제2호, 제3호의 규정에 위반되어 무효가 되며, 3. 본건 무면허운전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승낙이 없으므로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이 적용될 수 없다고 항변하였다. 【판 지】 1. 상법 제638조의3 제1항 및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의 규정에 의하여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약관에 기재되어 있는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료율의 체계, 보험청약서상 기재 사항의 변동 및 보험자의 면책사유 등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지고 있다고 할 것이어서, 만일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면허를 가지고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여야 무면허운전이 되지 않는지는 보험자의 약관설명의무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2. 자동차종합보험 보통약관상의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은 사고 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시에 무면허운전중이었다는 법규위반 상황을 중시하여 이를 보험자의 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사유로 규정한 것으로서, 운전자가 그 무면허운전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면책약관상의 무면허운전에 해당된다. 3. 자동차보험에 있어서 피보험자의 명시적·묵시적 승인하에서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하였을 때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은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 또는 관리가능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으로서,…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묵시적 승인하에 이루어졌는지 여부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와 무면허운전자의 관계, 평소 차량의 운전 및 관리 상황, 당해 무면허운전이 가능하게 된 경위와 그 운행 목적, 평소 무면허운전자의 운전에 관하여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취해 온 태도 등의 제반 사정을 함께 참작하여 인정하여야 한다. 기명피보험자의 승낙을 받아 자동차를 사용하거나 운전하는 자로서 보험계약상 피보험자로 취급되는 자(이른바 승낙피보험자)의 승인만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묵시적인 승인이 있다고 할 수 없어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회사 명의로 차량을 등록하고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그 업무수행을 위해 차량을 제공하되 운전사의 고용 및 급여 지급 등 일체의 사항에 대하여 자신이 책임을 지기로 약정한 자동차 소유자의 승낙 하에 그 피용자가 무면허로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해 설】 서론 : 본 판결에는 피보험자의 승낙과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의 관계에 관하여 대체로 3가지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아래에 판시의 순서에 따라 설명하기로 한다. 1. 보험약관명시설명의무의 범위 보험자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지고 있다(상법 제638조의3,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하여 체결한 보험계약도 약관을 보험단체의 법규범으로 보아 유효하다는 주장도 있다(법규범설). 상법 제638조의3 제2항이 이 위반에 대하여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계약이 성립한 날부터 1월내에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게 하는데 그친 것도 이러한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는 약관 일반에 관한 규정인데 대하여 상법 제638조의3은 보험계약의 약관에 관한 특별법이라고 보는 것이 법체계상 온당하므로 이 견해도 현행법의 해석으로서 논리에는 맞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약관을 규제하여 특히 보호해야할 보험계약자에게 너무 불리하다. 그래서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에 기하여 이에 위반한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정된 판례이다(대법원 1998.6.23.선고 98다14191판결 ; 대법원 1998.11.27.선고 98다32564판결 ; 대법원 1999.3.9.선고 98다43342, 43359판결 참조). 그러나 본 판결이 어떤 면허를 가지고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여야 무면허운전이 되지 않는지는 보험자의 약관설명의무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점에는 의문이 있다. 이 판결의 태도에는 상술한 법규범설의 영향이 엿보인다. 이 판시에 따르면 어떤 것이 보험자의 약관명시 설명의무의 범위에 포함될까. 무면허운전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는 것은 약관의 명시는 될 수 있더라도 약관의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은 될 수 없다. 약관의 명시 설명의무는 약관이 당사자간의 계약내용이므로 이 계약에 의해서 어떤 권리의무가 발생하는지를 당사자가 알고 동의하도록 하기 위해서 보험자에게 부담시킨 것이다. 그런데 보험자측의 보험모집인과 보험자의 울산지점의 영업소장이나 울산지점 심사담당자조차도 그 내용을 잘못 알고 있었다. 보험자측 스스로도 알지 못한 내용을 보험계약자에게 설명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면 이러한 계약에 당사자가 내용을 알고 합의했다고 볼 수 있을까. 무면허운전에 대한 처벌은 법률의 규정(도로교통법 제109조)에 의한 것이지만 이로 인하여 보험자가 면책되는 것은 당사자가 합의한 보험계약의 조항에 따른 것이다. “보통보험약관이 계약당사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그 자체가 법규범 또는 법규범적 성질을 가진 약관이기 때문이 아니라 보험계약당사자사이에서 계약내용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하였기 때문”이라는 대법원의 지론(대판 1985.11.26, 84다카2543 ; 동 1986.11.26, 84다카122 ; 동 1989.11.14, 88다카29177 등 다수)에 따른다면, 이러한 약관은 보험계약의 일부로서 당사자를 구속할 수 없을 것이다. 대판 1992.7.28, 91다5624는 은행거래약관을 “설명하여 주지 아니하였다 하여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으나, 이 판결을 수긍한다고 하더라도 약관을 작성한 사업자측도 그 내용을 잘못 이해한 본 판결의 사안과는 역시 다른 경우이었다. 2. 무면허운전의 인식 이 면책약관이 유효하다고 전제한다면, 운전자가 그 무면허운전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면책약관상의 무면허운전에 해당된다는 것도 대법원의 판례에 따른 것이다(대법원 1991.12.24.선고 90다카23899전원합의체판결 ; 대법원 1993.3.9.선고 92다38928판결 ; 대법원 1997.9.12.선고 97다19298판결 ; 대법원 1998.3.27.선고 97다6308 판결 참조). 그러나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은 사고 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 시에 무면허운전 중이었다는 법규위반상황을 중시하여 이를 보험자의 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사유로 규정한 것”이라는 설명은 부당하다.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이 사고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원인에 의한 보험사고의 위험을 보험에 의한 보호에서 배제하였다면 보험자는 그 사고로 인한 손해를 보상해줄 의무가 없다. 대판 1993.11.23, 93다41549에 의하면,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차량의 관리자 내지 운전자의 사용자로서 그에게 요구되는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에도 운전자의 무면허사실을 알 수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면책약관은 적용될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의견은 보험자의 면책을 피보험자에 대한 제재로 보는 태도로서 무면허운전을 보험금지급의무에서 제외한 보험자측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며 사법이론과 조화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보험자는 보험계약자에게 제재를 가할 지위에 있는 것도 아니다. 3. 승낙피보험자의 승낙에 의한 무면허운전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을 아무런 제한 없이 적용한다면 무단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한 경우에 자동차보유자는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면서도 자기의 지배관리가 미치지 못하는 무단운전자의 운전면허소지의 여부에 따라 보험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어 피보험자에게 너무 가혹하여 불합리하므로 피보험자의 명시적 묵시적 승인 하에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하며, 기명피보험자의 직접적인 승낙이 없고 이로부터 운전승낙을 받은 승낙피보험자의 승인만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묵시적인 승인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설시도 대법원의 판례에 따른 것이다. 대판 1993.12.21, 91다36420와 1994.1.25, 93다37991에 의하면, “승낙피보험자는 원칙적으로 보험계약자나 기명피보험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제3자로 하여금 당해 자동차를 사용, 운전하게 승인할 권한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래도 양승규 교수는 “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례“라고 비판한다(보험법 제3판, 412면 주19). 그러나 이 판례는 그후에도 이어졌다(대법원 1994.5.24.선고 94다11019판결 ; 대법원1995.9.15.선고 94다17888판결 ; 대법원 1996.2.23.선고 95다49776 ; 대법원 1996.10.20.선고 96다29847판결 ; 대법원 1997.6.10.선고 97다6827 ; 대법원 2000.2.25.선고 99다40548판결 참조). 그러나 본 판결의 사안에서는 기명피보험자인 피고회사가 홍인의에게 운전자의 고용을 인정한 이상 운전자에 대한 운전승인권도 부여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판 1993.1.19, 92다32111에서도 “기명피보험자와 자동차를 빌리는 사람과의 사이에 밀접한 인간관계나 특별한 거래관계가 있어 전대를 제한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추인할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전대의 추정적 승낙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다만 이 판결에서는, 무면허운전면책약관이 적용되는가의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기명피보험자의 간접적 승인을 받은 자의 사고에 대하여도 보험자는 보상의무가 있는지가 문제였다. 그런데 위의 대판 2000.2.25, 99다40548에서는 무면허운전면책조항에 관하여 “기명피보험자인 이글렌터카의 영업소장인 김태영은 자동차종합보험약관상 피보험자동차를 운행한 자격이 없는 만 21세 미만자인 김승우 또는 자동차 운전면허가 없는 최보국을 임차인으로 하여 이 사건 자동차를 대여하고 21세 미만자인 김승우에게 이 사건 차량을 현실적으로 인도해 주었다는 것이므로, 이는 김태영이 그 대여 당시 21세 미만의 자가 김승우 또는 최보국으로부터 지시 또는 승낙을 받아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을 승인할 의사가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는 직접적 또는 간접적 표현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이웅의 이 사건 자동차의 운전은 승낙피보험자의 승인만이 아니라 기명피보험자의 묵시적 승인도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위의 97다6827판결에서는 “지입차주의 승낙 아래 무면허로 화물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에는 무면허 면책조항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는데, 사고를 낸 무면허운전자가 지입차주의 우발적 승인을 받고 운전한 자가 아니고 이 화물자동차를 상시 운전하는 자였다면 기명피보험자인 지입회사의 양해가 있었다고 보아 면책조항의 적용을 인정한 판지는 타당하다. 그리고 홍인의가 실질적으로 본건 화물자동차의 차주이고 피보험자임을 기준으로 하면 그가 고용한 운전자 정명화는 승낙피보험자가 될 것이다. 반대로 형식을 기준으로 피고회사가 차주이고 피보험자라고 한다면 피고회사소유의 본건 화물자동차를 상시로 운전하는 정명화는 적어도 그의 묵시적 승낙을 받은 승낙피보험자가 될 것이다. 본 판결도 제시하고 있는 묵시적 승인 하에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여러 기준들에 의하더라도 최소한 회사의 묵시적 승낙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 아닐까. 결어 : 본 판결은 보험자의 약관명시 설명의무 위반을 부당하게 부인하고 나서, 그 결과를 승낙피보험자의 개념에 의하여 무리하게 시정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결론에는 찬성하지만 이 결론은 2중의 이론상 오류에 의하여 도달한 것이다.
2000-09-04
제조물 책임
法律新聞 2242호 법률신문사 製造物 責任 일자:1992.11.24 번호:92다18139 韓琫熙 東國大法大敎授·法學博士 ============ 15면 ============ I. 本判決의 意義 大量生産·大量消費라는 現代의 産業社會에 있어서 製品의 缺陷으로 인한 消費者의 被害救濟문제는 製造物責任에 관한 것으로 現代不法行爲法의 [핫트·잇슈]가 되고 있다. 本判決은 旣存의 몇개 안되는 製造物責任判例와 달리 機械(電氣기계)類에 대하여 製造物責任을 認定한 첫 判例이며, 缺陷有無의 判斷에 있어서도 製品의 安全性과 耐久性에 基準을 두어 缺陷槪念을 채택함으로서 우리나라 製造物責任判例의 里程標的 事件이 되지 않았는가 생각된다. 本判決은 앞으로 豫想되는 製造物責任 判例의 [리-딩 케이스]가 될 것으로 推定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製造物責任 訴訟은 전통적 過失責任論에 기초하고 있음이 分明한 것 같다. 아직도 過失의 城砦는 굳건하다. II. 事實關係 原告 甲은 鑛石채굴업을 하는 會社로서, 그가 經營하는 鑛業所에 被告 乙(電氣機械業體)이 製造한 계기용 변압변류기(Metering Outxit; MOF 이하 변류기라고 부름)를 구입하여 1984년10월31일에 위 변류기를 設置하였다(가격 1천1백만원 상당). 그런데 위 변류기는 設置된지 2年2個月後(使用保證基間 10年)인 87年1月17日 10시경 異狀電壓의 侵入으로 過熱되어 火災가 발생하였다.(변류기 一次폭발). 一次 폭발 직후 訴外A,B등이 消火器로 진화작업을 하여 불길을 잡은 뒤, 나가려는 순간 10시15분경에 위 변류기가 다시 폭발하였다(변류기 二次폭발). 二次폭발시 위 변류기 內部에서 加熱된 絶緣油가 쏟아져 나와 訴外 A,B는 全身에 重火傷을 입었으며, 訴外 A는 같은 달 25日 火傷으로 인한 패열증 및 폐부전증등으로 死亡하였다. 따라서 原告 甲은 被告 乙을 相對로 物的 및 人身과 生命損害로 인한 損害賠償請求訴訟을 提起하였다. III. 原 審 (1) 서울民事地方法院 1990년11월18일 宣告 90가합64 判決 被告 乙의 製造上의 瑕疵를 認定하면서 原告 一部 勝訴判決을 하였다. 즉 被告 乙이 위 변류기에 대하여 試驗과 檢定을 거쳐 이를 原告에게 納品하였다 하더라도 그 試驗과 檢定基準은 전기기계가 通常 갖추어야 할 일응의 基準을 정한것에 불과하다고 하여 변류기의 瑕疵와 製造者의 損害賠償責任을 認定하였다. (2) 서울高等法院 1992년4월8일 宣告 90나52212 判決 변류기의 構造 또는 制作過程에서의 瑕疵가 없다고 판단하여 原告主張을 배척하고 抗訴를 기각하였다. 一審과 二審에서는 用語에 있어서 缺陷이 아닌 瑕疵를 쓰고 있다. IV. 大法院判決要旨 (1) 物品을 製造하여 판매하는 製造者는 그 製品의 構造, 品質, 性能등에 있어서 現代의 技術水準과 經濟性에 비추어 期待可能한 범위내의 安全性과 耐久性을 갖춘 製品을 製造하여야 할 責任이 있고, 이러한 安全性과 耐久性을 갖추지 못한 缺陷내지 瑕疵로 인하여 消費者에게 損害가 발생한 경우에는 契約上의 賠償義務와는 별개로 不法行爲로 인한 賠償義務를 부담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2) 변류기의 점진적인 絶緣劣化를 최소화 할 수 있는 方法이 있고, 그러한 方法으로 絶緣劣化를 최소화한 경우에 최소한의 耐久年限에 旣存使用基間을 초과한다면, 耐久年限前에 발생한 絶緣破壞는 위와같은 絶緣劣化를 최소화하는 方法을 취하지 않은 構造내지 製造上의 缺陷이 있는 것으로 推定할 수 있다. (3) 본건 증거에 나타난 감정인의 감정結果에 의하면 제1차 폭발의 原因은 外部 異狀電壓의 侵入에 의한 絶緣破壞 또는 계속된 部分放電에 의한 絶緣破壞로 推定하고, 외부 이상전압의 侵入으로 인한 절연파괴는 3백50kV를 넘는 高電壓의 충격으로 일시에 절연파괴되는 경우와 3백50kV이하의 작은 전압의 누적된 충격에 의한 漸進的인 절연열화로 절연파괴에 이르게 되는 경우로 區分하고 있다. 또한 감정인의 감정서 기재내용에 의하면 3백50kV를 넘는 어떠한 전압의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安全性과 耐久性을 갖춘 전류기를 製造한다는 것은 現代의 技術水準과 經濟性에 비추어 期待可能性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原審(서울高等法院)은 변류기의 一次폭발원인이 3백50kV를 넘는 전압의 충격으로 一時에 절연파괴가 된 경우와, 3백50kV이하의 전압의 누적적 충격 또는 繼續된 部分放電에 의한 漸進的인 絶緣劣化로 絶緣破壞가 된 경우중 어느 것인가를 가리지 않았으며, 후자의 경우로 推定되는 경우라도 絶緣劣化를 최소화 할 수 있는 方法의 有無등을 檢討하여 변류기의 缺陷 내지 瑕疵有無를 審理하였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原審判決을 파기 환송하였다(本項(2)에 관한 部分은 判決文의 核心이 된다고 생각되는 部分을 발췌하여 作成한 것이다). V. 評 釋 1. 過去의 判例(判例의 內容證明省略) (1) 콜라병 爆發事件(大判 75년 7월 22일, 75다344) (2) 닭의 배합사료사건(I)(大判 77년 1월 25일, 75다2092) (3) 아동급식빵부패사건(大判 78년 9월 25일, 78도2082) (4) 질소통이 외관상 산소통으로 오인된 사건(大判 79년 3월 27일, 79다2221) (5) 완구용주사기사건(大判 79년 12월 26일, 79다1772) (6) 닭의 배합사료사건(II)(大判 83년 5월 24일 82다390, 82다카924)등이다. 특히 완구용주사기 사건은 典型的인 製造物 事件이었다. 그러나 이상의 判例들은 傳統的 過失責任의 原則을 根幹으로 하여 事實推定의 原則)이나 表見證明등 立證責任의 轉換理論에 의하여 過失責任의 原則을 완화한 事件으로 보인다. 또한 製造物責任法理에 있어서 核心이 되는 缺陷槪念을 導入하여 事件을 처리한 것도 아니었다. 製造物 責任에 있어 缺陷槪念의 채택은 世界的추세가 되고 있다. 2. 立法例 製造物責任法理의 本山地는 미국이었으며, 미국의 法理論이 全世界의 製造物責任法理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의 製造物責任法에서는 過失責任原理와 더불어 無過失責任原理(嚴格責任原理) 및 缺陷槪念을 도입하고 있다. 過失責任論에서는 귀책근거를 [過失이라는 製造者의 行爲]에서 求하고 있음에 반하여, 嚴格責任論에서는 귀책근거를 過失이라는 製造者의 行爲에서 求하지 않고 缺陷이라는 [製造物의 客觀的 性狀]에서 求한다. (1) 미국의 Restatement of Torts(1965)402A條는 缺陷을 消費者와 使用者 또는 그의 財産에 대하여 不當하게 危險 한 것이라고 한다. 이와같이 缺陷의 定義를 消費者나 使用者에게 不當하게 危險한 缺陷狀態라고 하여 製品의 安全性에 그 基準을 두고 있으며 그 具體的 判斷은 法院에 맡기고 있다. 402A條에 따라 判例法으로 發展시킨 缺陷의 類型은, ① 製造上의 缺陷 ② 設計上의 缺陷 ③ 警告上의 缺陷으로 分類된다. 1979年의 統一製造物責任法案에서도 缺陷을 이와같이 分類하고 있다(104條). (2) EC製造物責任指針(1985년 7월 25일)은 無過失責任을 規定하고(1條) 아울러 缺陷을 規定하고 있다(6條). 同6條1項은 [製品은 다음의 狀況을 고려하여 當然히 期待되는 安全性을 提供하지 않을때 缺陷이 있다]라고 하고 그 고려사항으로는 ① 製品의 表示 ② 製品에 대한 合理的으로 예견되는 使用 ③ 製品이 去來된 時期 등이다. EC指針에서도 缺陷의 決定을 製品의 安全性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12個會員國에 製造物責任 立法을 권고하고 있다. 1993年 現在 獨逸을 비롯한 10個 會員國이 立法을 完了하였다. 슈미트·잘써/홀만은 EC指針上의 製造物責任을 過失에 종속되지 않은 不法行爲責任으로 理解하고 있다. (3) 設計上의 缺陷과 警告板의 缺陷은 실제로 區分하기가 困難한 경우가 있다. 예컨대 다이빙 禁止의 警告狀이 있는 풀場에서 다이빙을 하여 水深이 얕아 머리를 다친 경우등이 있다. 미국에서 1980年代 이후 企業의 도산으로 인한 製造物責任危機論이 대두된 후 製造上의 缺陷에 대하여는 無過失責任, 設計上의 缺陷과 警告上의 缺陷에 대하여는 過失責任으로 製造物責任事件을 처리하고 있는 경향이다. 製造物責任에 있어서 製造者의 免責要件으로서 開發危險 또는 技術水準의 抗辯을 認定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開發危險의 抗辯은 製品의 製造時의 科學·技術의 水準으로 被害에 대한 豫見可能性이 없는 경우에, 製造者에게 免責을 認定하는 것이다. EC指針(7條e號)에서나 미국제조물책임법에서는 開發危險 또는 技術水準의 抗辯을 認定하고 있다. 이러한 抗辯을 認定하느냐의 與否는 嚴格責任의 性質을 左右하는 중요한 문제이며, 立法政策의 문제와도 결부된다. 嚴格責任의 경우에 開發危險의 抗辯을 認定하는 것은 被害의 豫見可能性에 대한 立證責任이 製造者에게 있다는 점을 除外하고는 結果的으로 過失責任과 다를바 없다는 批判이 있다. 開發危險의 抗辯은 不法行爲法에 있어서 不可抗力과 類似한 性質을 갖는 것이 아닐까도 생각된다. 3. 缺陷의 判斷基準과 基準時 1) 缺陷의 判斷基準 다음의 判斷基準은 미국의 不法行爲法 402A條에서 發展된 理論이다. (1) 標準離脫基準 주로 製造上의 缺陷判斷基準이 된다. (2) 消費者期待基準 402A條주석(i)에서 보면 [不當하게 危險하다는 것]에 대하여 社會에서 一般化되고 있는 知識을 갖고 있는 通常의 消費者가 製品의 買受時에 期待하는 범위를 넘는 危險이라고 한다. EC指針 6條1項의 취지도 消費者期待基準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期待主體는 特定消費者가 아니고 平均的 消費者 또는 社會의 一般人을 意味한다. 抽象的 槪念이다. (3) 危險效用水準 미국 法院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缺陷判斷基準으로서 402A條의 [不當하게 危險한 것]에 대한 解釋에서 나온 理論이다. 웨이드교수는 이 基準을 適用함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7個要素를 提示하고 있다. ① 製品의 有益性과 必要性 ② 損害發生의 蓋然性과 損害의 程度 ③ 必要性을 充足시키며 安全한 代替品의 可能性 ④ 製造者의 危險回避能力 ⑤ 消費者의 危險防止能力 ⑥ 危險에 대한 消費者의 豫備知識 ⑦ 製造者의 危險分類에 대한 容易性등을 종합적으로 考察하여 判斷한다는 것이다. 2) 缺陷의 有無에 관한 基準時 缺陷의 有無에 대한 基準時는 出荷時說, 製造時說, 事故時說로 區分되나 製造時設은 意味가 없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出荷前에 消費者가 買入도 하지도 않은 製品의 缺陷與否를 論할 實益이 없기 ㄸ문이다. 또한 事故時設도 缺陷이 나타나는 時期가 달라질 것이므로 缺陷의 時期는 出荷時說로 하는것이 妥當할 것이다. 402A條 註釋G나 EC指針 6條1項C號는 製品의 流通단계인 出荷時設이다. 4. 本判例에 대한 檢討 (1) 위에 소개한 外國의 製造物責任接近法理는 우리의 製造物責任法의 앞으로의 方向設定에 있어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물론 外國과 우리의 社會·經濟的 風土가 다르기 때문에 外國制度가 그대로 우리에게 적용될 수는 없다. 그러나 製造物責任의 立法추세는 앞에서도 본 바와같이 責任體系에 있어서 過失責任으로부터 無過失責任으로, 過失槪念으로부터 缺陷槪念으로 轉換되고 있다. (2) 瑕疵와 缺陷 本判例에서는 瑕疵와 缺陷을 區分하지 않고 使用하고 있다. 製造物責任에 있어서 責任要件인 缺陷은 製品이 갖추어야 할 安全性에 관련되는 槪念임에 반하여 瑕疵는 物件의 安全性과는 關係없이 物件의 品質, 性能의 缺如를 의미한다. 따라서 瑕疵와 缺陷은 區別되는 槪念이다. 또한 物件의 瑕疵로 인한 損害賠償은 瑕疵自體의 損害가 중심이 됨에 반하여 製造物責任에 있어서 損害賠償은 製造物의 安全性의 缺如로부터 발생한 壙大損害 또는 瑕疵惹起損害가 문제로 된다. 本判決에서도 製品이 갖추어야 할 安全性을 表面化시킨 점에서 볼때 缺陷槪念을 採擇한 것으로 推定된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無過失責任과 缺陷槪念을 中心으로 하는 製造物責任에 관한 特別法이 없는 狀態에서, 製造物責任을 傳統的 不法行爲理論에 의하여 처리하다 보니 이러한 結果가 나오지 않았나 추정이 된다. 그리고 缺陷의 類型에 있어서는 構造 내지 製造上의 缺陷이라는 것이 本判例에 明白하게 나타나 있다. 아뭏든 本判例는 缺陷槪念을 製造物責任에 있어서 최초로 導入하였다는데 큰 意味가 있다고 생각된다. (3) 缺陷의 判斷基準 缺陷의 判斷基準에 대하여는 明白하지 않으나 判決文 要旨에서[期待可能한 범위내의 安全成과 耐久性을 갖춘 製品]이라는 表現으로 볼때 消費者期待基準을 採擇하지 않았는가 推定된다. 미국에서도 缺陷의 判斷基準인 消費者期待基準과 危驗效用基準을 순수하게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指摘하고 있다. 왜냐하면 순수한 消費者期待基準은 그 判斷이 主觀的일 수 있으며 危險效用基準도 專門的判斷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우리 自體의 缺陷에 대한 判斷基準 내지 [가이드 라인]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4) 缺陷의 有無에 基準時 本判決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出荷時設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5) 開發危險의 抗辯문제(技術水準의 抗辯문제) 本判決의 要旨에서도 [製造者는 製品의 構造, 品質, 性能등에 있어서 現代의 技術水準과 經濟性에 비추어…製品을 製造할 責任이 있고…]라고 하고 있는 점으로 볼때 開發危險의 抗辯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推定된다. 앞에서도 본바와 같이 EC指針7條E號 및 미국의 製造物責任法에 있어서도 技術水準의 抗辯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製品에 대하여 開發危險의 抗辯을 인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例컨대 의약품, 바이오 製品등은 消費者保護라는 法政策的배려에서 이를 특별취급하여 開發위험의 抗辯은 否認되어야 할 것이다. VI. 結 言 本判決은 缺陷槪念의 導入, 缺陷類型의 提示, 缺陷判斷基準 및 開發危險의 抗辯등, 製造物責任의 核心理論이 소개됨으로써 종래의 製造物事件判例와는 현저한 特徵을 보이고 있다. 아직 製造物責任의 法理가 定着되지 않고 있는 우리의 실정에서 本判例는 획기적 意味를 갖는 것으로 評價되며 製造物責任 判例의 [리-딩 케이스]가 될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 缺陷槪念의 적극적 도입이 要請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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