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2024년 5월 2일(목)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EC%8B%A0%EB%8F%99%EC%95%84%EA%B7%B8%EB%A3%B9
검색한 결과
47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헌법사건
[한국행정법학회 행정판례평석] ⑦ 위임입법의 형식과 한계
현대사회의 규범제정에서 행정의 역할은 의회의 보충에 그치지 않는다. 행정이 Rule을 제정하는 것, 그 자체가 주요한 행정작용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상판결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입법자에 의한 규율형식의 선택을 인정하고, 이로써 행정의 다양한 규범제정의 가능성을 열어 둔 판결이란 점에서 그 의미를 인정할 수 있다. Ⅰ. 사실관계 1. 금융감독위원회는 ○○생명보험 주식회사(이하 ‘○○생명’이라 한다)에 대해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2조 제3호 가목을 근거로 ‘경영상태를 실사한 결과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하고, 자본감소 등을 명령했다. 위 회사의 이사인 청구인들 및 ○○생명은 서울행정법원에 부실금융기관 결정 및 감자명령 등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다음, 그 소송에 적용될 수 있는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2조 제3호 가목, 제10조 제1항 제2호, 제2항 및 제12조 제2항 내지 제4항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다는 이유로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해 기각되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2. 입법권자가 위임법률을 제정하면서 입법사항을 대통령령이나 부령이 아닌 고시와 같은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위임할 수 있는지 여부 및 그러한 위임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이며, 재판의 전제성 등 다른 쟁점들도 있으나 나머지 쟁점에 대해서는 여기서 상론하지 아니한다. Ⅱ. 결정요지 1. 오늘날 의회의 입법독점주의에서 입법중심주의로 전환해 일정한 범위 내에서 행정입법을 허용하게 된 동기가 사회적 변화에 대응한 입법수요의 급증과 종래의 형식적 권력분립주의로는 현대사회에 대응할 수 없다는 기능적 권력분립론에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헌법 제40조와 헌법 제75조, 제95조의 의미를 살펴보면, 국회입법에 의한 수권이 입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에게 법률 등으로 구체적인 범위를 정해 위임한 사항에 관해서는 당해 행정기관에게 법정립의 권한을 갖게 되고, 입법자가 규율의 형식도 선택할 수도 있다 할 것이므로,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위임입법의 형식은 예시적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그것은 법률이 행정규칙에 위임하더라도 그 행정규칙은 위임된 사항만을 규율할 수 있으므로, 국회입법의 원칙과 상치되지도 않는다. 2. 행정규칙은 법규명령과 같은 엄격한 제정 및 개정절차를 요하지 아니하므로, 재산권 등과 같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작용을 하는 법률이 입법위임을 할 때에는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등 법규명령에 위임함이 바람직하고, 금융감독위원회의 고시와 같은 형식으로 입법위임을 할 때에는 적어도 행정규제기본법 제4조 제2항 단서에서 정한 바와 같이 법령이 전문적·기술적 사항이나 경미한 사항으로서 업무의 성질상 위임이 불가피한 사항에 한정된다 할 것이고, 그러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상 법률의 위임은 반드시 구체적·개별적으로 한정된 사항에 대해 행해져야 한다. Ⅲ. 판례평석 1. 대상결정의 의미와 쟁점 헌법재판소는 2004. 10. 28. 선고 99헌바91 결정에서 법률이 입법사항을 고시와 같은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위임하는 것이 헌법 제40조, 제75조와 제95조 등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했다. 이 결정은 20년 정도 지난 다소 오래된 판례이나 그 의미나 중요성에 비해 많이 소개되지 않았다고 생각해 이 기회에 그 결정의 의미와 향후 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2. 법령보충행정규칙 이론의 정립과정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이란 법령의 위임에 근거해 법령의 내용을 구체화한 행정규칙으로, 행정규칙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그 실질내용은 근거가 되는 법령의 규정과 결합해 법령의 내용을 보충하는 기능을 갖는 경우를 말한다. 대상판결이 내려지기 오래전부터 행정실무를 비롯한 법실무에서는 광범하게 소위 행정규칙 형식에 해당하는 고시, 훈령 등에 법령을 보충하는 내용의 입법을 위임하는 관행이 형성되어 있었다. 이에 관한 리딩케이스에 해당하는 대법원 1987.9.29. 선고 86누484 판결은 국세청장의 훈령이 상위 법령과 결합해 일체가 되는 한도에서 상위법령의 일부가 됨으로써 대외적 구속력이 발생된다고 보아 이러한 행정실무와 법실무의 관행을 긍정적으로 수용했다. 위 판결 이후로 대법원은 다수의 사건에서 법령의 위임에 따라 법령의 내용을 보충하는 행정규칙, 특히 고시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는 판시를 했고, 이는 현재 ‘법령보충적 행정규칙(고시)’이론으로 자리잡아 판례가 인정하는 위임형식이자 규범형식의 하나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3. 이론에 대한 평가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을 긍정하는 견해는 기본적으로 입법권을 가진 입법권자의 의사를 중시해, 입법권을 가진 입법자는 그 규율의 형식도 선택할 수 있으므로 입법권자는 필요에 따라서 입법사항을 고시, 훈령 등의 방식으로 위임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반해 부정하는 견해는 법규명령과 행정규칙은 준별되는 개념 범주이므로 입법사항을 위임하는 경우에도 법규명령으로 제정되어야 하고, 우리 헌법상 행정권이 제정할 수 있는 법규명령의 형식은 헌법 제75조, 제9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에 한정된다고 본다. 대상판결에서 다수의견은 현대사회에서 광범한 입법수요가 존재한다는 점, 현대국가에서 의회가 입법을 독점할 수 없고 독점하지 않는다는 점, 현대적 권력분립론은 견제와 균형을 핵심으로 하는 기능적 권력분립론에 입각하고 있다는 점 등을 적시하면서, 입법권을 가진 입법자는 그 규율의 형식도 선택할 수 있으므로 헌법 제75조, 제95조의 행정입법의 형식을 예시적인 것이라 판시하였다. 이에 반해 소수의견은 “우리 헌법의 경우에는 법규명령의 형식이 헌법상으로 확정되어 있고 구체적으로 법규명령의 종류·위임범위·요건·절차 등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있으므로 그 이외의 법규명령의 종류를 법률로써 인정할 수 없으며 그러한 의미에서 법률은 행정규칙에 법규사항을 위임해서는 아니 된다 할 것이다.”고 설시하고 있다. 대상판결에서 소수의견은 ‘법규’ 개념을 기준으로 의회의 입법사항과 행정의 입법사항을 구분하고, 행정에 의해 제정되는 구속력 있는 규범은 전적으로 의회의 입법권이 위임에 의해 전래된 것으로 보아 법규명령의 형식으로만 발해질 수 있다고 보는 독일 헌법 및 공법의 해석론과 같은 관점에서 우리 헌법을 해석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헌법은 독일과 달리 ‘법규명령’이나 ‘행정규칙’ 개념을 직접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헌법 어디에서도 ‘법규’ 개념을 전제한 규정은 찾을 수 없다. ‘법규’나 ‘법규명령’ 개념은 독일 공법의 역사에서 비롯된 독일의 고유한 개념으로 프랑스, 영국, 미국 등은 이러한 관념이 없으며, 헌법상 법규명령 정립권에 관한 규정의 편장도 독일과 우리나라가 명백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1] 우리 헌법 규정을 독일 헌법 규정과 동일하게 해석해야 할 필연적 이유는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2] [각주1]독일은 의회 입법권의 장에 두고 있는 반면에, 우리는 행정부의 장에 두고 있다. 즉 독일은 법규명령의 제정을 ‘전적으로’ 의회입법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각주2] 독일에서 전통적인‘법규’ 개념은 의회 입법사항과 행정의 권한을 가르는 핵심 개념이었으나, 기본법 제80조가 적용되는 법규명령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법규 개념의 본래적 기능이 상실되고 이를 법률유보이론이 대체했다. 그러나 여전 ‘법규명령’이라는 용어가 유지되어 법규명령으로 제정된 사항만이 구속력 있는 법규로 관념된다. 독일의 ‘법규’ 개념의 역사와 현재적 유용성, 그리고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의 행정의 규범제정의 현황에 관해 자세히는 박정훈, “법규명령 형식의 행정규칙과 행정규칙 형식의 법규명령 - ‘법규’개념 및 형식/실질 이원론의 극복을 위하여 -”, 행정법학 제5호, 2013.09. 참조. 박정훈 교수는 위의 논문에서 문제의 쟁점을 근본적인 관점에서 역사적 흐름과 더불어 설명하고 있다. 동 교수는 법규명령, 행정규칙 개념이 모순에 처한 근본이유는 ‘법규’ 개념의 기능이 변하고 상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법규’ 개념을 전제로 한 ‘법규명령’의 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행정이 정립하는 규범의 성질과 구속력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법규명령 또는 행정규칙이라는 형식/실질의 이분론을 폐기하고 형식과 실질을 종합 구체적으로 타당한 결론에 이르는 매우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Ⅳ. 맺음말 법령보충적 행정규칙 이론은 우리 법제 실무의 혼란을 판례가 실천적으로 수용한 개념이며, 대상판결에서 헌법재판소에 의해 헌법적 정당성을 부여받았다고 할 수 있다. 급변하는 현실에서 의회와 행정의 관계는 변화를 거듭해 왔고, 현대사회에서 규범제정에서 행정의 역할은 의회의 보충에 그치지 않는다. 행정이 Rule을 제정하는 것, 그 자체가 주요한 행정작용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상판결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입법자에 의한 규율형식의 선택을 인정하고, 이로써 행정의 다양한 규범제정의 가능성을 열어 둔 판결이란 점에서 그 의미를 인정할 수 있다. 다만, 행정이 정립하는 다양한 형식의 규범과 Rule들에는 그 내용과 실질에 부합하는 적절한 통제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이는 앞으로 행정의 입법 내지 규범제정 영역에 놓인 학문과 실무의 과제라 할 것이다. 정호경 교수(한양대 로스쿨)
행정규칙
위임입법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제2조
정호경 교수(한양대 로스쿨)
2023-09-28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인지
1. 사실관계 가. 원고는 2010 내지 2014 사업연도의 각 법인세 과세표준을 신고하면서 위 각 사업연도에 모두 결손금이 발생하였다고 신고하였다. 나. 피고는 2015년 5월 28일 원고에 대하여 원고가 특수관계인에 대한 매출채권을 정당한 사유 없이 지연회수한 것으로 보아 그 지연회수한 매출채권의 인정이자 상당 금액을 부당행위계산으로 부인하고 그 부인된 금액을 원고의 2010 내지 2014 사업연도의 익금으로 각 산입하여 2010 내지 2014 사업연도 각 법인세 과세표준의 결손금을 감액경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결손금 감액경정'이라고 한다). 다. 그 이후 피고는 2015년 7월 1일 원고에게 일용직 인건비 지급 관련 적격증빙 미수취를 이유로 가산세 부과처분을 하면서 위와 같이 경정된 과세표준을 함께 통지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법인세법 제13조 제1호 후문 규정 신설 이후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항고소송 대상인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3. 대상 판결의 요지 구 법인세법(2009년 12월 31일 법률 제98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는 '내국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소득에 대한 법인세의 과세표준은 각 사업연도의 소득의 범위 안에서 다음 각 호의 규정에 의한 금액과 소득을 순차로 공제한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각 사업연도의 개시일 전 10년 이내에 개시한 사업연도에서 발생한 결손금으로서 그 후 각 사업연도의 과세표준계산에 있어서 공제되지 아니한 금액'을 이월결손금으로 공제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위 법률 제9898호로 개정되어 2010년 1월 1일 시행된 구 법인세법은 제13조 제1호 후문으로 '이 경우 결손금은 제14조 제2항의 결손금으로서 제60조에 따라 신고하거나 제66조에 따라 결정·경정되거나 국세기본법 제45조에 따라 수정신고한 과세표준에 포함된 결손금에 한정한다'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위 제1호 후문 규정은 원칙적으로 공제가 가능한 이월결손금의 범위를 신고·경정 등으로 확정된 결손금으로 축소하여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같은 관련 규정의 개정 경위와 구 법인세법 제13조 제1호 후문의 문언 및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구 법인세법이 시행된 2010년 1월 1일 이후 최초로 과세표준을 신고한 사업연도에 발생한 결손금 등에 대하여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있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의무자로서는 결손금 감액경정 통지가 이루어진 단계에서 그 적법성을 다투지 않는 이상 이후 사업연도 법인세의 이월결손금 공제와 관련하여 종전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잘못되었다거나 과세관청이 경정한 결손금 외에 공제될 수 있는 이월결손금이 있다는 주장을 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은 이후 사업연도의 이월결손금 공제와 관련하여 법인세 납세의무자인 법인의 납세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과세관청의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4. 평석 가.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 (1) 처분 여부의 판단기준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 이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을 말한다. 행정청의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구체적인 경우에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 사이의 실질적 견련성, 법치행정의 원리와 그 행위에 관련된 행정청이나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1. 18. 선고 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은 아래 (2)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납세의무(과세표준과 세액)나 권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 납세의무자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가져오는 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고 있다. (2) 관련 사례 대법원은 신고시인결정(대법원 2016. 8. 18. 선고 2015두41562 판결), 원천징수의무자에 대한 소득금액변동통지(대법원 2006. 4. 20. 선고 2002두1878 전원합의체 판결), 증액경정처분(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6두17390 판결), 세무조사결정(대법원 2011. 3. 10. 선고 2009두23617 판결), 납세고지서를 발급하지 않고 결정결의서만 교부한 경우(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4두3044, 3051 판결), 결손금액증액경정청구 거부처분(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7두21297 판결) 등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한 반면, 원천납세의무자에 대한 소득금액변동통지(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3두4118 판결), 감액경정처분(대법원 2013. 10. 31. 선고 2010두4599 판결), 사업자등록 직권말소와 직권 명의정정(대법원 2000. 12. 22. 선고 99두6903 판결,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8두2200 판결), 국세기본법 제51조 제1항, 제52조 등에 의한 국세환급결정이나 그 결정을 구하는 신청에 대한 환급거부결정, 환급충당(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7두18284 판결, 대법원 2005. 6. 10. 2005다15482 판결) 등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지 아니한다. 나. 결손금 감액경정의 항고소송 대상 여부 (1) 종전 대법원의 입장 대법원은 2009년 12월 31일자 개정 전의 구 법인세법 적용에 있어서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법인세 과세표준 결정이나 손금불산입 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는 입장이었다(대법원 1996. 9. 24. 선고 95누12842 판결). 법인의 과세표준 등 확정신고나 정부의 조사·결정에 따른 과세표준 등 확정시에 결손금으로 조사된 금액만이 결손금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므로 납세의무자인 법인은 그 뒤 사업연도의 법인세 부과처분의 효력을 다툼에 있어서 종전의 과세표준 결정이 잘못되었다거나 법인세법의 관계 규정에 따라 소득에서 공제될 수 있는 이월결손금이 있다는 등의 주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1두2652 판결 등). (2) 2009년 12월 31일자 구 법인세법 개정 이후 결손금 감액경정의 처분성 2009년 12월 31일자 법인세법 개정 이전에는 과세관청이 어느 사업연도의 과세표준을 경정 또는 결정함에 있어서 결손금을 감액결정·경정하더라도 납세의무자는 그 이후 사업연도에 대한 법인세 과세처분을 다투면서 종전의 과세표준 결정이 잘못되었다거나 공제될 수 있는 이월결손금이 있다는 주장을 하여 과세처분을 취소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2009년 12월 31일자 법인세법 개정시 제13조 제1호 후단이 신설됨으로써 공제 대상이 되는 이월결손금은 모든 결손금이 아니라 위 제1호 후단의 요건을 갖춘 결손금으로 축소되었다. 따라서 2009년 12월 31일자 법인세법 개정 이후 사업연도에 있어서는 과세관청이 어느 사업연도의 결손금을 감액경정하는 경우 이를 바로 다투지 아니하면 그 이후 사업연도에 대한 과세처분 시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과 다른 결손금은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이 2009년 12월 31일자 법인세법 개정 이후에는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확정되면 그 이후의 사업연도에 있어서 공제 대상인 이월결손금이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과세관청의 경정으로 감액된 결손금만큼 납세의무자의 과세표준이 증가하게 된다. 위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대법원은 납세의무자의 권리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가져오거나 납세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판단기준에 따르면 2009년 12월 31일자 법인세법 개정 이후에 있어서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은 납세의무자의 권리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가져오고 납세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된다. 다. 대상 판결의 의의 구 법인세법 제13조 제1호 후문의 신설 이후에도 그 개정 전과 마찬가지로 납세의무자가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결정·경정에 대하여는 다툴 수 없고 그 이후 사업연도에 대한 과세처분을 다투면서 종전의 과세표준 결정이 잘못되었다거나 공제 대상인 이월결손금이 있다는 주장을 하는 방법으로 다투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실무상 많은 논란이 있었다. 대상 판결은 위 제1호 후문이 신설된 이후에는 납세의무자가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을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으로 보아 바로 다투어야 하고 이에 대하여 다투지 않은 경우에는 그 이후의 사업연도에 대한 과세처분 시 종전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잘못되었다는 주장을 할 수 없다고 하였다. 대상 판결은 2009년 12월 31일 법률 제9898호로 개정 때 신설된 구 법인세법 제13조 제1호 후문에 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로서 실무상 논란이 있던 쟁점을 명확하게 정리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고 타당하다. 유철형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법인세
결손금
과세표준
유철형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2020-08-10
형사일반
미등록 사업자와 거래하면서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 세금계산서 미수취죄의 성립 여부
1. 사실관계 피고인은 공소외 주식회사의 대표자로서 2013. 7. 4. 부산항에서 해상용 연료유 판매상과 통정하여 공급가액 20,685,400원 상당의 벙커A 32,000리터를 공급받으면서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지 아니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15. 12. 24.까지 사이에 총 1,037회에 걸쳐 판매상들로부터 합계 약 62억원 상당의 연료유를 공급받았음에도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지 아니하였다. 2. 원심의 판단(부산지방법원 2018. 9. 20. 선고 2017노4147 판결) 원심은 ① ‘등록하지 않은 사업자’는 부가가치세법 제32조에 의하여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여 교부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그 외 부가가치세법에도 등록하지 않은 사업자의 세금계산서 발급 절차나 방법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 ②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받는 자가 공급자에게 세금계산서 발행을 위하여 사업자로 등록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인 권리도 없다는 점, ③ 입법의 불비로 등록하지 않은 사업자에게 세금계산서 발급의무를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을 벗어나 처벌법규를 적용할 수는 없고, 비록 등록하지 않은 사업자가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는 경우에 처벌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처벌의 공백은 입법을 통하여 해결하여야 할 문제라는 점을 근거로 ‘등록사업자로서 실제로 재화나 용역을 공급한 사람’만이 부가가치세법상 세금계산서 발급의무를 부담한다고 전제함으로써, 피고인과 거래한 판매상들이 등록한 사업자인지 여부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3. 대상 판결의 요지 가. 구 조세범 처벌법(2018. 12. 31. 법률 제16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은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세금계산서를 작성하여 발급하여야 할 자’가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아니한 행위(제10조 제1항 제1호)와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야 할 자’가 공급자와 통정하여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지 아니한 행위(제10조 제2항 제1호)를 각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는 세금계산서 발급을 강제하여 거래를 양성화하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거나 발급받지 않아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취지이다(대법원 1995. 7. 14. 선고 95도569 판결 참조). 한편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여야 할 자’에 관하여, 구 부가가치세법(2013. 6. 7. 법률 제1187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에서는 ‘납세의무자로 등록한 사업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경우에는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가(제16조 제1항), 위 법률 제11873호로 전부 개정되어 2013. 7. 1. 시행된 부가가치세법에서는 ‘납세의무자로 등록한 사업자’가 ‘사업자’로 개정되었다(제32조 제1항). 여기서 ‘사업자’란 부가가치세법상 사업자등록 여부를 불문하고 사업 목적이 영리이든 비영리이든 관계없이 사업상 독립적으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를 말한다(개정된 부가가치세법 제2조 제3호). 이와 같은 관련 규정의 체계와 입법취지 및 개정된 부가가치세법의 문언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개정된 부가가치세법이 시행된 2013. 7. 1. 이후에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한 ‘사업자’는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사업자등록을 하였는지와 상관없이 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1항 제1호의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세금계산서를 작성하여 발급하여야 할 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거래한 판매상들이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해상용 연료유를 공급한 사업자인 이상, 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1항 제1호의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세금계산서를 작성하여 발급하여야 할 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판매상들로부터 연료유를 공급받았음에도 판매상들과 통정하여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지 않았을 경우 위와 같은 행위는 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2항 제1호에 해당한다. 4. 평석 이 사건의 쟁점은 미등록 사업자로부터 재화를 공급받고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 조세범 처벌법상 세금계산서 미수취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이다. 가. 세금계산서 발급의무의 주체 세금계산서 발급의무와 관련하여 2013. 6. 7. 법률 제1187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구 부가가치세법 제16조 제1항은 '납세의무자로 등록한 사업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경우에는 제9조의 시기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적은 계산서(이하 '세금계산서'라 한다)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급을 받은 자에게 발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위 2013. 6. 7.자 전부 개정 이후의 부가가치세법 제32조 제1항은 '사업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적은 계산서(이하 '세금계산서'라 한다)를 그 공급을 받는 자에게 발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였다. 위 전부 개정 전후 세금계산서 발급의무의 주체는 '납세의무자로 등록한 사업자'에서 '사업자'로 변경되었다. '사업자'는 '사업 목적이 영리이든 비영리이든 관계없이 사업상 독립적으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인데(같은 법 제2조 제3호), 여기에서 ‘사업상 독립적으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란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정도의 사업형태를 갖추고 계속적이고 반복적인 의사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를 뜻하고(대법원 2005. 7. 15. 선고 2003두5754 판결 등),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사업자등록을 했는지 여부를 불문한다(대법원 1998. 9. 18. 선고 97누20625 판결 등). 세금계산서 발급의무위반과 관련하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1항 제1호는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세금계산서(전자세금계산서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발급하여야 할 자가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하여 발급한 행위”를, 같은 조 제2항 제1호는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야 할 자가 통정하여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한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은 행위”를 각각 처벌대상으로 규정하여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세금계산서 발급의무 있는 자가 거래상대방과 공모하여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거래당사자 쌍방을 모두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즉, 세금계산서 발급의무가 있는지 여부는 부가가치세법에 따르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2013. 6. 7.자로 부가가치세법이 전부 개정되기 전의 구 부가가치세법이 적용되던 시기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들은 모두 "구 조세범 처벌법 제11조의2(현행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부가가치세법의 규정에 의하여 세금계산서를 작성하여 교부하여야 할 자'라 함은 부가가치세법상 사업자로 등록된 사람이 실제로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여 세금계산서를 작성하여 교부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자만을 의미하는 것이지 실제로 어떤 사람에게 재화를 공급하지 아니하여 부가가치세법상 세금계산서를 작성하여 교부하여야 할 의무가 없는 사업자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고, 부가가치세법상 사업자로 등록된 사람에는 해당하나 실제로 재화를 공급한 자에는 해당하지 아니하는 자와, 실제로 재화를 공급한 자에는 해당하나 부가가치세법상 사업자로 등록된 사람에는 해당하지 아니하는 자의 어느 쪽도 위 죄가 요구하는 신분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으므로 죄가 되지 아니한다."라고 판시하여 위 전부 개정 전의 구 부가가치세법 제16조 제1항에 따라 “납세의무자로 등록한 사업자”만을 구 조세범 처벌법상 세금계산서 발급의무위반죄의 주체로 보았다(대법원 1995. 4. 25. 선고 95도100 판결, 대법원 1996. 3. 8. 선고 95도1738 판결, 대법원 1999. 7. 13. 선고 99도2168 판결 등). 종전 대법원의 이러한 해석은 2013. 6. 7.자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구 부가가치세법 제16조 제1항에 따른 해석으로서 타당하다. 나. 대상 판결의 의의 2013. 6. 7.자로 전부 개정되어 2013. 7. 1.부터 시행된 현행 부가가치세법 제32조 제1항은 세금계산서 발급의무의 주체를 “납세의무자로 등록한 사업자”가 아니라 “사업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부가가치세법상 사업자’란 ‘사업 목적이 영리이든 비영리이든 관계없이, 또한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사업자등록을 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정도의 사업형태를 갖추고 계속적이고 반복적인 의사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를 의미한다(대법원 1998. 9. 18. 선고 97누20625 판결, 대법원 2005. 7. 15. 선고 2003두5754 판결 등). 따라서 2013. 7. 1. 이후 발생한 세금계산서 미발급에 대한 조세범처벌법위반죄의 처벌 대상자는 부가가치세법상 사업자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세금계산서 발급의무가 있는 사업자이다. 대상 판결은 부가가치세법의 개정 내용을 반영한 타당한 판결이다. 유철형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조세범처벌법
세금계산서
부가가치세법
유철형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2019-09-09
민사일반
준거법의 범위와 준거법의 합의가 주요사실인지 여부
- 대상판결: 대법원 2016.3.24. 선고 2013다81514 판결 - I. 대상판결의 요지 당사자자치의 원칙에 비추어 계약 당사자는 어느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거나 그중 특정 조항이 당해 계약에 적용된다는 합의를 할 수 있고 그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소송절차에서 비로소 당해 사건에 적용할 규범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가 일치하는 의견을 진술하였다고 해서 이를 준거법 등에 관한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II. 국제협약이 준거법의 합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 1. 쟁점 대상판결에서는 계약의 당사자가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는 합의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서는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특정 국가의 법’에 한정되는지 아니면 상인법(lex mercatoria 또는 law merchant)과 같은 국제적 관습, UNIDROIT 국제상사계약규칙(UNIDROIT Principles of International Commercial Contracts 1980)과 같은 법원칙 또는 국제물품매매협약(UN Convention on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과 같은 국제협약 등 비국가적 규범도 포함되는지 문제된다. 2. 논의의 실효성 비국가적 규범이 준거법으로서 지정될 수 있다면 이는 ‘저촉법적 지정’이 되지만, 만일 준거법으로서 지정될 수 없다면 당사자의 합의는 그러한 비국적 규범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실질법적 지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저촉법적 지정은 준거법의 지정이므로 법정지의 단순한 강행규정의 적용은 배제되고 국제적 강행규정만이 적용된다. 그러나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규범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것에 불과하므로 법정지의 단순한 강행규정의 경우에도 적용이 배제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저촉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계약이 체결된 후에 법이 개정되었다면 개정된 법이 적용되지만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개정되기 전의 법이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된 것으로 봐야 하므로 그 적용이 배제된다. 또한 저촉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법원이 규범의 내용을 직권으로 조사해야 하지만,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편입된 법규가 계약의 내용이 되므로 당사자가 편입된 법규의 내용에 대하여 주장하고 증명할 책임을 부담한다. 3.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준거법은 특정국가의 법에 한정된다고 본다. 국제사법의 전반에서 언급하고 있는 ‘법’의 전통적 그리고 사회적 의미는 특정국가의 법이고, 제5조에서 ‘법원은 이 법에 의하여 지정된 외국법’이라고 규정하고 제7조나 제33조 등에서 ‘대한민국법’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를 종합하여 보면 준거법은 외국법이거나 대한민국법으로서 특정국가의 법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준거법의 분열의 한계와 관련하여서 문제가 발생한다. ‘준거법의 분열’이란 하나의 법률관계의 실체적 내용에 대하여 여러 국가의 법이 적용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국제사법 제25조 제2항에서는 “당사자는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도 준거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준거법의 분열을 허용하고 있다. 대법원 2016.6.23. 선고 2015다5194 판결에서는 당사자가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만 준거법을 선택한 경우, 선택된 준거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영역에 대하여는 국제사법의 규정에 따라 지정된 소위 객관적 준거법이 적용된다고 보고 있으므로, 비국가적 규범만을 준거법으로 지정하고 있거나 비국가적 규범과 특정국가의 법을 모두 지정하는 경우 모두 준거법의 분열이 발생한다. 그러나 준거법의 분열이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법의 내용에 차이가 있고, 한 국가의 국내법은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하나의 사안에 대하여 여러 국가의 법이 동시에 적용되면 적용되는 법률 사이에 모순이 발생하거나, 생소한 다른 국가의 제도를 국내의 제도에 맞춰야 하는 복잡한 적응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지정된 복수의 준거법이 적용되는 부분이 다른 부분과 분리가능하여 상호 모순저촉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한계 내에서만 준거법의 분열이 허용된다. 그런데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위와 같은 한계를 완전히 무시하고서 준거법의 분열을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부당하다. 대상판결에서 국제협약이 준거법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보건대, 위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깊은 고려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하는 저촉법적 지정은 할 수 없다고 본다. 참고로 우리의 국제사법의 바탕이 된 유럽공동체(EC)의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협약’(‘로마협약’) 에서는 당사자가 준거법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특정 국가의 법이라고 해석되어 왔다. 그런데 위 로마협약을 개정한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규칙’을 제정되는 과정에서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준거법은 특정 국가의 법으로부터만 도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아니하였다. III. 준거법의 합의가 주요사실인지 여부 1. 쟁점 대상판결에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주요사실에 대하여만 변론주의가 적용되어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는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여 그러한 사실이 주요사실이란 점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대상판결과 같이 준거법의 합의를 주요사실로 본다면 당사자가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주장 및 증명해야 비로소 법원이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을 뿐이고, 당사자의 주장이 없는 한 법원이 직권으로 준거법의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 2.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1) 주요사실의 의미에 따른 비판 주요사실이라 함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실체법상의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말한다(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다카1489 전원합의체 판결). 즉 권리와 의무의 발생, 변경, 소멸이라는 실체법적 효력을 가져오는 요건사실이 주요사실에 해당한다. 국제사법을 소송법으로 분류하는 견해도 있지만 ‘절차법-실체법’과 ‘저촉법-실질법’이 대비되고 있는 바와 같이, 저촉법인 국제사법은 ‘법선택을 위한 법’으로서 절차법과 실체법의 구분과 그 영역을 달리한다(석광현, ‘국제사법 해설’, 법문사, 2013, 4쪽). 그런데 국제사법을 소송법으로 보던지 저촉법으로 보던지 상관없이 국제사법이 실체법이 아니란 점은 명백하므로 국제사법 제25조에 따른 준거법의 지정의 합의를 주요사실로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2) 적용될 법률의 발견은 법원의 전권사항 국제사법은 법선택을 위한 법으로서 국제적 분쟁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으로서는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이를 당연히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사법에 따르면 계약에 적용되는 준거법은, 1차적으로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지정한 국가의 법이 되고(제25조 제1항), 이러한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2차적으로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이 된다(제26조). 따라서 법원은 직권으로 계약의 1차적 준거법인 당사자의 합의의 존재를 조사해야 한다. 게다가 대상판결에서도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적용할 법률의 발견은 법원의 전권사항이고,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는 적용할 법률을 결정하는 합의이므로, 법원은 준거법의 합의의 존재를 조사하는데 있어서 당사자의 주장에 구속받지 아니한다. 덧붙여 대상판결은 당사자가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는 계약의 내용이 되고 계약의 내용은 주요사실이라는 이유로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를 주요사실로서 자백의 대상으로 본 듯하다. 그러나 당사자의 합의라고 하더라도 모두 주요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법원 판례에서는 소송상 합의인 부제소의 합의를 채권계약으로 보고 있으면서도(대법원 2004. 12. 23. 선고 2002다73821 판결), 이러한 부제소의 합의가 소송법적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이를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따라서 당사자의 합의라는 이유만으로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까지 주요사실로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IV. 결론 이상으로 대상판결과 달리, 사견에 따르면 국제협약을 포함한 비국가적 규범은 준거법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의 존재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서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한편 대상판결 중 문제된 판시내용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이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른 아쉬움이 있다. 적지 않은 국제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좀 더 많은 국제사법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국제협약
준거법
국제사법
2017-02-20
관세소송 중 다른 품목번호를 처분사유로 추가할 수 있는지 여부
1. 서론 관세소송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는데, 품목분류가 적절한지 여부가 쟁점이 되는 사건도 있다. 산업기술의 발달로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유형의 물품이 수입되는 경우가 많지만, 해당 물품을 품목분류표상 어느 항목으로 분류할지가 소송으로 다투어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더구나 소송과정에서 처분청이 당초 주장하였던 품목분류 번호를 변경하거나, 다른 품목번호를 추가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최근 이 쟁점에 대한 판결이 선고되었는바, 소송 진행 중에 처분청이 다른 품목번호를 처분사유로 추가·변경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를 살펴본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이 사건 소송의 대상 물품인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 Metal Organic Vaper Deposition)에 사용되는 서셉터(Susceptor)에 대하여, 관세율표 품목분류 제6909.19호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원고가 상고이유로 주장한 처분사유의 추가·변경 법리 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주장된 것이라는 이유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원심(광주고등법원 2013. 7. 25. 선고 2012누1739 판결)은 "이 사건에서 피고가 이 사건 물품이 관세율표 중 6903.10-3000호(기타 내화성의 도자제품 중 반응그릇)에 해당함을 전제로 이 사건 처분을 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그 후 소송 과정에서 피고가 이 사건 물품이 관세율표의 다른 호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 변경 전후에 있어서 같은 행위에 대한 법률적 평가만 달리 하는 것일 뿐 기본적 사실관계를 같이 하는 것으로서 공격방어방법을 추가한 것에 불과하여 허용된다"고 판단하였다. 품목번호의 변경이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으로 허용되는지에 대하여, 대법원 판단이 없는 것은 아쉬우나, 이 사건을 계기로 이 쟁점에 대해 검토한다. 3. 평석 (1) 품목분류의 의미와 법률상 효력 수입물품에 대한 품목분류는 국내로 수입하는 물품에 대하여 관세율을 결정하기 위해 적용하는 세관절차이다. 세계관세기구(World Customs Organization)에서 정한 '통일상품명 및 부호체계에 관한 국제협약'(The International Convention on the Harmonized commodity and coding System, 약칭 HS협약)에 따라 품목분류 번호가 결정된다. 세계관세기구는 HS 품목분류의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기 또는 수시로 HS 관세율표해설서를 발행하고 있고, 세계관세기구 회원국들은 이들 간행물 전부 또는 일부를 국내법으로 수용하여 품목분류의 실무지침으로 활용하고 있다. HS 관세율표해설서는 세계관세기구가 승인한 HS 품목분류에 관한 공식 해설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구 관세법 제85조 제1항, 시행령 제99조 제1항에 따라 '품목분류 적용기준에 관한 고시'(관세청 고시)를 마련하여 위 HS 관세율표 해설서를 그대로 인용하여 같은 내용의 해설서를 두고 있다. 따라서 '품목분류 적용기준에 관한 고시'는 상위법령으로부터 관세율표상 품목분류의 적용기준에 관한 위임을 받아 품목분류의 세부적인 기준을 정하기 위하여 마련된 규정으로서 상위법령의 내용과 결합하여 대외적인 효력을 가지게 되는 법규명령이고(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두1592 판결), 위 고시 제3조 [별표]에 규정된 관세율표해설서도 법규명령으로 효력이 있다. (2) 처분사유의 추가 변경에 대한 법리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은 행정청이 처분 이후 처분의 법률적 근거와 사실적 근거를 추가겢允펯변경 또는 보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문제는 절차경제의 관점과 국민의 권리보호의 관점이 충돌한다. 판례는 기본적 사실관계에 동일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는 다른 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도 있으나,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는 것은 처분사유를 법률적으로 평가하기 이전의 구체적인 사실에 착안하여 그 기초인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 것을 말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6두4899 판결). 따라서 기본적 사실관계와 동일성이 없는 별개의 사실을 들어 처분사유로서 주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판례상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은 사례로는, 의료보험요양기관 지정취소처분에서, 당초의 처분사유인 본인부담금 수납대장을 비치하지 아니한 사실과 새로 주장한 관계서류 제출명령에 위반하였다는 사실(대법원 99두6392 판결), 거부처분 당시의 처분사유인 배치계획이 수립되어 있지 않다는 사유와 새로 추가한 개발제한구역 지정 당시 거주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사유(대법원 2007두9365판결)등이 있다. 원심법원은 품목번호 변경은 새로운 처분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당초처분사유인 '내화성의 도자제품 중 반응그릇'과 추가된 처분사유인 '실험실용·화학용이나 기타의 공업용 도자제품' 또는 '석제품 또는 기타 광물성 재료의 제품'은 법률적 평가만 달리 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 제품은 품목분류표상 완전히 다른 물품이다. 만일 원심과 같은 논리라면, 수입된 물품은 특정되어 있으므로 품목번호는 이것 아니면 저것 이라는 주장을 끝도 없이 이어갈 수 있다. 이 세상의 어떤 물건이라도 품목번호표 중 어느 한 항목에는 해당하기 때문이다. (3) 대상 판결의 사례 검토 이 사건 물품은 일응 제8486.90-2010호의 '반도체 웨이퍼 상에 막을 형성하거나 금속을 증착하는 기계 부분품 및 부속품'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점은 다툼이 없다. 그런데 관세율표 제84류의 주는 "제68류의 밀스톤 등 물품과 제69류의 도자제의 기계류와 도자제 부분품은 제84류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재판과정에서는 이 사건 물품의 제조과정, 물품의 특성, 제84류와 제68류 내지 제69류의 차이점 등에 대한 심리가 이루어졌고, 도자제품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증인신문과 전문가 진술서가 제출되었다. 하급심의 판단은 서로 엇갈렸다. 1심은 관세율표 제6903호의 도자제품(내화제품)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성형된 고형물을 만든 후, 그 고형물의 입자 상호간에 화학적 변이, 부분적 융용의 결과로 밀접하게 결합하여 모양이 고정(경화)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물품의 제조과정은 이미 소성·가공과정을 거쳐 모양이 고정된 인조흑연 기판의 표면에 탄화규소의 막을 형성할 뿐이므로 소성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제6903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였다. 원심 재판과정에서 처분청은 이 사건 물품은 제6903호이나, 만일 이 번호가 아니라면 제6909호(실험실용·화학용이나 기타의 공업용 도자제품) 또는 제6815호(석제품 또는 기타 광물성 재료의 제품)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추가하였다. 원심 법원은 당초의 처분사유인 제6903호에 해당하지 않지만, 추가된 처분사유인 제6909호나 제6815호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제6903호와 제6909호 및 제6815호는 물품의 특성이 서로 다르다. 특히 품목분류를 통해 관세율표상 세율이 정해지는 점, 이러한 품목분류가 과세요건이 되는 점, 과세요건의 증명책임은 처분청에 있는 점,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은 납세의무자의 절차적 권리보장과 관련되는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품목번호의 변경은 신중히 취급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처분청이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고 처분사유를 여러 가지로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관세부과처분은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법령에 근거하여 신중히 행해져야 한다. 만일 부과처분이 잘못되었다면, 설령 절차적 잘못이라도 취소되어야 한다. 법원은 납세의무자의 권리구제기관이지 행정청의 잘못된 처분을 추인해 주는 곳이 아니다. 4. 결론 이 사건 재판에서, 처분청이 부과근거로 삼은 품목번호가 잘못되었다는 점이 밝혀졌음에도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었다. 처분청이 심리 과정에서 당초의 품목번호 A가 잘못되었다면, 또 다른 품목번호인 B 또는 C 라고 주장하였는데, 법원은 처분청이 추가로 주장한 또 다른 품목번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이런 논리는 상식에도 맞지 않고, 처분사유의 추가 변경에 관한 법리에도 위배된다. 원심법원은 조세소송의 소송물은 정당한 세액이라는 논리에 기대어, 관세소송에서도 부과금액을 변경하지 않는 한 처분사유는 얼마든지 추가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하였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결과중심적인 사고거나 행정편의적인 태도다. 당초 품목번호가 잘못되었다면 부과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 만일 처분청이 다른 품목번호에 해당한다고 견해를 바꾼다면, 당초 처분을 취소하고 다시 과세할 것이지, 재판과정에서 처분사유의 추가를 허용할 것은 아니다.
2014-07-07
장외파생상품 투자 펀드 사건에 대한 소고
I. 사건의 개요 우리금융지주그룹 산하의 우리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이하, '판매회사들'이라고 한다.)은 2005년 11월과 12월에 걸쳐 "우리 Power Income 파생상품투자신탁"(이하 '우리파워인컴펀드') 제1호 및 제2호를 판매하였다. 그런데, 판매 당시 안정성이 강조되던 이 펀드는 펀드 설정일 이후부터 점차 기준가가 하락하더니 2008년 리만 브라더스의 파산을 전후하여 기준가가 급락하면서 손실액이 확대되어 현재 1호 펀드는 -75%, 2호펀드는 -95%의 손실을 기록하였다. 이 사건 펀드는 복수의 해외 특정 주권의 가격에 연계된 CEDO(Collateralized Equity and Debt Obligations)Ⅱ라는 장외파생상품 중 "Tranche K : 원금비보호형 자산담보 고정금리 2011년 만기채권(Non-Principlal Protected Asset-Backed Fixed Rate Notes due 2011, 이하 '이 사건 장외파생상품'이라 한다)"을 주된 투자대상으로 하고 '5년 만기의 국고채 금리 + 연 1.2%'를 예상수익률로 하며 6년 2주(2011. 11. 22.)를 만기로 하는 단위형·공모형 파생상품투자신탁으로서, 아래에서 살펴 볼 이 사건 장외파생상품의 수익구조와 연계되어 '펀드 이벤트'의 발생횟수가 58 미만일 경우에는 원금 전액을 지급하고, 위 이벤트 발생횟수가 58 이상일 경우에는 원금 × {1 -(펀드이벤트 수-원금보존 이벤트 수) / (최대손실이벤트 수-원금보존 이벤트 수)}를 지급하도록 설정되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사건의 경우 원고는 무학문맹으로서 이 사건 펀드 가입 전 주식이나 펀드 등에 투자한 경험이 없었던 자였다. 원고는 이 사건 펀드에 가입하면서 투자신탁상품 신규가입·청약신청서를 작성하고, 투자설명서 교부 및 주요내용 설명확인서, 고객상담서에 서명 또는 날인을 하여 이를 피고 은행에 교부하였는데, 고객상담서에는 부동문자로 "이 상품은 실적배당형 상품임을 설명 들었음", "이 상품의 수익구조에 대해 충분히 설명 들었음"등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원고는 각 확인란에 "0" 표시를 하였으며, 피고 은행 대송지점 PB 담당 차장은 상품요약서, 상품제안서를 펼쳐 놓고 원고에게 "이 사건 펀드는 장외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파생상품으로 6년간 매 분기마다 고정적인 수익을 지급한다.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A3 등급을 부여해 원금상환가능성이 국채 수준 정도로 평가된다"는 내용의 설명을 하고 위 상품요약서 및 상품제안서를 원고에게 교부하였다. 그러나 담당직원은 원고에게 이 사건 펀드에 관한 투자설명서나 약관을 실제로 제시하거나 교부하지는 않았다. II. 사건의 경과 1. 서울남부지방법원 2009. 8. 14. 선고 2008가합20578판결의 요지 손해배상책임의 점에 대해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피고 우리자산운용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법원은 이 사건 자산운용회사는 적합성의 원칙,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판매은행으로 하여금 투자자에게 펀드상품의 거래에 수반하는 위험성이나 투자내용에 관하여 정확한 인식을 형성하는 데 장애를 초래할 정도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였음이 인정되므로, 판매은행과 함께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보았다. 또 피고 판매은행도 은행원이 펀드가입을 권유하면서 펀드의 고수익성과 안전성만 강조하면서 운용방법이나 만기시 원금손실 가능성 등을 설명하지 않고 투자설명서의 제시·교부도 하지 않은 채 장외파생상품과 연관된 투자상품에 관하여 문외한인 고객들을 상대로 펀드가입을 적극적으로 권유한 행위는, 고객에게 거래행위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형성을 방해하거나 고객의 투자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행위로서 투자자 보호의무를 위반한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은행이 그 담당직원의 사용자로서 고객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2. 서울고등법원 2010. 8. 12. 선고 2009나87852 판결의 요지 서울고등법원은 자산운용회사와 판매은행의 불법행위책임을 1심법원과 같이 인정하였다. 증권투자신탁에 대한 투자는 원칙적으로 자기책임의 원칙에 따라 투자자가 투자에 대한 결과책임을 부담하게 되나, 증권회사와 투자자 사이의 정보의 현저한 비대칭성을 감안하면, 자기책임의 원칙은 위험부담의 중요한 사항인 투자신탁의 구성, 투자대상, 투자비중 등에 관하여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고 이에 따라 투자자의 투자결정이 적정하게 이루어질 것을 전제로 한다고 보았다. 자산관리회사는 선량한 관리자로서 신탁재산을 관리할 책임을 지고 간접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므로, 투자자에게 투자종목이나 대상 등에 관하여 올바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투자자가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할 수 있도록 투자자를 배려하고 보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으므로(대법원 2007. 9. 6. 선고 2004다53197 판결 등), 자산운용회사로서는 판매회사에 신탁재산에 관한 유리성(안정성·수익성 등)에 과도하게 치우친 설명·정보제공을 하거나 위험성에 관하여 과소하게 설명·정보제공을 할 것이 아니라, 제공된 정보의 균형성을 확보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한편 판매은행은 담당직원의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하는 바, 판매은행은 고객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자로서, 장외파생상품과 연관된 투자상품에 관하여 문외한인 원고에 대한 피고 은행의 담당직원의 이러한 펀드 가입권유행위는 원고에게 거래행위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형성을 방해하거나 또는 원고의 투자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행위로서 고객인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았다. III. 검토 1.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다76382판결의 요지 이 사건 대법원의 판시에서 유의할 점은 판매회사는 수익증권 판매에 있어 단순히 자산운용사의 투자설명서나 판매보조자료를 신뢰하여 이를 설명한다고 해서 투자자보호의무를 다하는 것이 아니며, 나아가 투자설명서 등의 의문이 있는 점에 대해서 확인하여 이를 보완하여 판매하는 상품의 위험과 수익에 대하여 균형성을 갖춘 설명을 하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하였다. 한편 판매회사의 지위에 대하여도 자산운용회사의 대리인이 아니라 판매의 주체로서 투자자의 거래상대방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는 지위에 있음도 확인하였다. 또한 자산운용회사는 수익증권의 판매업무를 직접 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수익증권의 판매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을 뿐 아니라 투자신탁의 설정자 및 운용자로서 투자신탁에 대하여 제1차적으로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시켜야 할 지위에 있으므로, 이러한 자산운용회사로서는 판매회사나 투자자에게 투자신탁의 수익구조와 위험요인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투자자가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할 수 있도록 투자자를 보호하여야 할 주의의무와 이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하였다. 그러므로 자산운용회사가 판매회사에 제공한 투자설명서에 충실한 정보를 담고 있었다는 점만으로 자산운용회사가 투자자보호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며, 제공되는 투자설명서 등에 담긴 정보가 균형성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투자자를 오도할 수 있는 정보를 담아서는 안된다고 보았다. 2. 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고객보호의무의 법리에 기초하여 직접 판매를 하는 판매회사와 자산운용회사의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이 판결은 증권투자신탁에서 위탁회사가 판매회사와 수익증권 판매위탁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수익증권의 판매업무를 직접 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투자신탁의 설정자 및 운용자인 위탁회사는 수익증권의 판매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로서 투자신탁약관을 제정하여 미리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얻은 후 그 약관에 따라 수탁회사와 함께 증권투자신탁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수탁회사와 공동으로 증권투자신탁을 설정하고, 투자신탁설명서를 작성하여 수익증권을 취득하고자 하는 자에게 제공하여야 하며, 선량한 관리자로서 신탁재산을 관리할 책임을 지며 수익자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므로, 투자자에게 투자종목이나 대상 등에 관하여 올바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투자자가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할 수 있도록 투자자를 배려하고 보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리고 판매회사의 경우에도 단순히 투자설명서 등의 내용을 설명함에 그치면 면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투자설명서 및 설명보조자료를 분석하고, 분명히 숙지하여 균형성 있는 설명을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함으로써 판매은행의 주의의무내용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다만 1심은 중과실을 인정하여 착오취소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투자상품 계약체결과정에서 계약체결 동기와 관련하여 그간 대법원이 취한 유발된 동기의 착오와 관련된 중과실 판단기준(대법원 1997. 9. 30. 선고 97다26210 판결 등)을 적용할 여지는 없었는지에 대하여 논의의 실익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11-11-07
건축신고반려행위의 법적 성질
Ⅰ. 사실의 개요 1. 원고는 청주시 상당구 월오동 임야 8,752㎡ 중 500㎡(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의 지상에 건축면적과 연면적을 각 95.13㎡로 하는 1층 단독주택을 신축할 계획으로, 2006.5.19. 경 피고(청주시 상당구청장)에게 이 사건 토지를 대지로 형질변경하여 위 건축을 하겠다는 내용의 개발행위허가신청 및 건축신고를 하였다. 2. 피고는 2006.6.23. '이 사건 토지에 접하는 진입도로가 녹지를 가로지르는 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38조 제1항,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43조, 도시공원 및 녹지의 점용허가에 관한 지침 규정에 의거 건축법상 진입로를 위한 완충녹지점용이 불가하므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8조 및 건축법 제33조의 규정에 의거 진입도로가 미확보되어 개발행위허가 및 건축신고가 불가하다'는 이유로 위 신청 등을 불허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Ⅱ.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이 사건 토지로 연결되는 진입로가 이미 개설되어 있으므로 진입로 미확보를 이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피고 관련법령 및 도시공원·녹지의 점용허가에 관한 지침에 의하면 녹지점용허가기준에 관하여 건축법상 도로로 사용하기 위하여 점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녹지점용을 허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원고로서는 이 사건 진입도로를 이용하기 위한 녹지점용허가를 받을 수 없는 것이 명백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Ⅲ. 제1심판결(청주지법 2007.7.11, 2006구합1611) 요지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주된 근거로 삼은 도시공원·녹지의 점용허가에 대한 지침 제4조를 보더라도, 녹지를 가로지르는 진입도로에 대하여는 '건축법상 도로'로 사용하기 위한 경우나 이면도로가 개설된 경우 등을 제외하고 일정한 요건 하에 그 점용을 허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원고는 이 사건 진입도로를 이 사건 토지에 이르는 진입로로 이용하고자 하는 것에 불과하고 도로를 개설하고자 하는 것이 아님이 명백하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진입도로에 관하여 녹지점용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Ⅳ. 원심판결(대전고법 2007.12.6, 2007누1536) 요지 제1심 판결은 정당하고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Ⅴ. 상고심판결(2008두167) 요지 1. 직권으로 본다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그리고 법치행정의 원리와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2. 건축주 등은 신고제하에서도 건축신고가 반려될 경우 당해 건축물의 건축을 개시하면 시정명령, 이행강제금, 벌금의 대상이 되거나 당해 건축물을 사용하여 행할 행위의 허가가 거부될 우려가 있어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건축신고 반려행위가 이루어진 단계에서 당사자로 하여금 반려행위의 적법성을 다투어 그 법적 불안을 해소한 다음 건축행위에 나아가도록 함으로써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에서 미리 벗어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위법한 건축물의 양산과 그 철거를 둘러싼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 그러므로 건축신고 반려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Ⅵ. 평 석 1. 판결의 긍정적 측면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건축신고반려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으로서의 처분"으로 인정하였다. 만시지탄이 있으나, 올바른 판단이다(상세는 김남진, "건축신고반려조치의 법적 성질", 법률신문 2000.12.28. 등 참조). 다른 학자가 본 판례에 대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으로 평한 것에 동조하는 바이다(김중권, 법률신문 2010. 12. 6. 참조). 대법원은 종래에 [건축신고의 반려행위 또는 수리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아니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소는 부적법하다]는 취지의 판결(대법원 1967.9.19. 선고 67누71 판결, 대법원 1995.3.14. 선고 94누9962 판결, 대법원 1997.4.25. 선고 97누3187 판결, 대법원 1998.9.22. 선고 98두10189 판결, 대법원 1999.10.22. 선고 98두18435 판결, 대법원 2000.9.5. 선고 99두8800 판결 등)을 하였던 것인데, 본 판결(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의 견해와 저촉되는 범위에서 모두 변경되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2. 판결의 부정적 측면 본 사건에서 문제된 "건축신고반려행위"는 신고를 통해 초래된 건축금지해제의 효과를 배제하는, 혹은 거부하는 "행정청의 개별 구체적 규율"로서의 행정행위 또는 처분에 해당함이 분명하다(이에 관한 상세는 김남진/김연태, 행정법Ⅰ, 제14판, 186면이하 참조). 다른 학자가 이 사건에서의 신고반려행위를 禁止下命으로 보고 있음도 같은 취지이다(김중권, 전게 판례평석 참조). 행정소송법(및 행정심판법)은 "처분"에 대하여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제2조 제1항 2호)으로 정의해 놓고 있다. 본 사건에서의 "건축신고반려행위"가 "처분"에 해당함은 위 실정법규정 및 그에 대한 설명(김남진/김연태, 전게서, 746면이하 참조)에 비추어 볼 때,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도, 대법원이 "건축신고반려행위의 처분성"을 설명하는데 불필요한 長廣舌을 늘어놓고 있음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아울러, 김남진, "대법원의 처분개념에 대한 의문", 법률신문 1999.12.13. 참조) 3. 확인적 "공법상 당사자소송"의 활용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그 "신고반려행위의 처분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건축신고 반려행위가 이루어진 단계에서 당사자로 하여금 반려행위의 적법성을 다투어 그 법적 불안을 해소한 다음 건축행위에 나아가도록 함으로써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에서 미리 벗어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위법한 건축물의 양산과 그 철거를 둘러싼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라고도 부연 설명해 놓고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설명은 "항고소송의 대상적격(처분성)"을 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확인소송에 있어서의 확인의 이익 내지 원고적격"에 관하여 논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기에, 이 기회에 "확인소송으로서의 공법상 당사자소송"의 활용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행정소송과 관련하여 항고소송(특히 취소소송)에만 메달리지 말고, - 특히 처분성이 명확하지 않은 행정작용에 대하여도 - "공법상의 당사자소송(특히 확인소송)을 활용함으로써 국민의 구제의 길을 넓히자고 하는 것이다(이에 관한 상세는 김남진, "처분성확대론과 당사자소송활용론", 고시연구, 2005.3; 同人, "행정상 확인소송의 가능성과 활용범위", 고시연구, 2005.5. 참조) 아울러 이 문제에 대한 다른 학자의 보다 깊은 연구(김현준, "처분성없는 행정작용에 대한 행정소송으로서의 확인소송", 공법연구 제37집 제3호, 2009. 2)를 참조할 것을 적극 권하는 바이다.
2011-02-10
대표자의 횡령과 자세
Ⅰ.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코스닥상장법인인 F 주식회사(이하 ‘대상회사’)의 대주주였던 A는 2001년 7월13일 소유하고 있던 대상회사 주식 5,450,320주(발행주식의 54.8%)를 B에게 금 270억원에 양도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양수인 B는 약정기일까지 위 주식 양수대금 중 일부를 마련하지 못하게 되자 2001년 8월21일 우선 H 주식회사로부터 액면금 84억원의 당좌수표 1매를 빌려 양도인 A에게 교부하였고, 다음날 대상회사의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여 대표이사를 B의 하수인으로 교체한 후 그로 하여금 대상회사의 예금계좌에서 84억원을 인출하여 H 주식회사의 당좌예금계좌에 입금하게 함으로써 위 당좌수표가 결제되게 하는 방법으로 주식 양수대금을 지급하였다. B는 2002년 3월경 분식회계를 통한 사기대출 혐의로 구속되자 같은 달 22일 보유하고 있던 대상회사 주식 2,794,930주를 C에게 양도하였고, C는 같은 날 대상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2003년 4월3일 해임되기까지 사이에 대상회사의 융통어음을 남발하는 방법으로 약 214억원을 횡령하였다. 이에 과세관청은 B와 C의 횡령액을 익금산입하고 상여처분하여 2005년 7월6일 대상회사에 대하여 2003 사업연도 2억3,500만원의 부과처분 및 2001년 귀속소득 84억원, 2002년 귀속소득 214억원의 각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하였다. Ⅱ. 판결의 요지 법인의 실질적 경영자인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애당초 회수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그 금액에 대한 지출 자체로서 이미 사외유출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9년 12월24일 선고 98두7350 판결, 대법원 2001. 9.14. 선고 99두3324 판결 등 참조). 여기서 그 유용 당시부터 회수를 전제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에 대하여는 횡령의 주체인 대표이사 등의 법인 내에서의 실질적인 지위 및 법인에 대한 지배 정도, 횡령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횡령 이후의 법인의 조치 등을 통하여 그 대표이사 등의 의사를 법인의 의사와 동일시하거나 대표이사 등과 법인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사실상 일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인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이러한 특별한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법인이 입증해야 한다. Ⅲ.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1. 소득처분 및 원천징수의 개요 결산서상 당기순이익에 대하여는 상법의 이익처분절차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그 귀속자가 결정되는바, 이익의 일부는 배당금 등으로 사외로 유출되어 주주 등에게 귀속되며, 일부는 이익준비금이나 임의적립금 등으로 사내에 유보된다. 이와 같이 당기순이익에 대하여 이익처분절차에 따라 귀속자를 결정하는 것처럼 세무상 소득(각 사업연도소득)에 대하여도 그 귀속자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미 결산서상 당기순이익에 대하여는 상법의 이익처분절차에 따라 귀속자를 결정하였으므로, 당기순이익과 세무상 소득의 차이인 세무조정사항에 대해서만 귀속자를 결정하면 소득 전체에 대한 귀속자의 결정이 완료된다. 이와 같이 세무조정사항의 귀속자를 결정하는 절차를 소득처분(所得處分)이라고 한다. 한편 법인세법에 따른 소득처분도 상법의 이익처분과 유사하게 사외유출(社外流出)과 유보(留保)로 크게 나누어지고, 사외유출은 다시 배당·상여·기타사외유출·기타소득으로 나누어지는데, 특히 세무상 소득이 사외유출된 경우 중에서 그 소득의 귀속자가 법인의 임원 또는 사용인인 경우에는 ‘상여’로 처분한다(실무상으로 이를 「인정상여」라고 부른다). 이와 같이 상여로 소득처분하면, 소득처분한 법인은 그 귀속자인 임직원에게 인정상여에 대한 소득세를 원천징수 해야 하고, 동 상여처분 금액은 소득세법상 갑종 근로소득에 해당하므로 그 임직원은 인정상여를 종합소득에 포함하여 신고해야 한다. 2. 사용인의 횡령의 경우 사용인(대표이사가 아닌 기타 임원 포함)의 횡령의 경우, 회사가 당해 사용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제기 등의 법적 절차를 통해 횡령금액을 회수하려고 하였음에도 횡령인의 무자력 등으로 이를 회수하지 못한 때에는 동 횡령액은 대손처리 등의 방법을 통하여 손비로 인정받을 수 있고, 이때 동 횡령액을 동 사용인의 근로소득으로 보지 아니하므로 이를 상여로 처분하지 아니한다. 이는 법인세법 기본통칙 및 국세청의 유권해석을 통해 과세관청의 일관된 실무 및 관행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대표이사 등 실질적 경영자의 횡령의 경우 가. 대상판결 이전의 판례에 대한 검토 대상판결 이전의 판례(이하 ‘기존 판례’)는 횡령의 주체가 법인의 대표이사 또는 실질적 경영자인 경우에는 그 대표자라는 신분 때문에 일반 임직원이 횡령한 경우와는 달리 “횡령액의 회수를 위하여 법에 의한 제반 절차를 취하였는지” 여부를 묻지 아니하고 단지 “법인의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는 행위는 애당초 회수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그 금액에 대한 지출 자체로서 이미 사외유출에 해당한다”고 설시하면서 동 횡령금액을 대표이사 등에 대한 상여 내지 임시적 급여로 보아 해당 법인에 원천징수의무를 부과하는 과세처분을 용인해 왔다(대법원 1999. 12.24. 선고 98두7350 판결 등). 한편, 대법원은 대표이사의 직위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법인을 지배경영하는 자의 횡령에 관하여도 대표자 횡령에 관한 상기 법리를 동일하게 적용하였고(대법원 2001. 9.14. 선고 99두3324 판결 등), 반대로 형식상 대표이사의 직위에 있는 자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피용자의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사용인의 횡령에 관한 법리(횡령금액에 대한 회수노력의 유무에 따라 사외유출 여부를 판단)에 따라 해당 법인의 원천징수의무 부담 여부 등에 관하여 판단해 왔다(대법원 2004. 4.9. 선고 2002두9254 판결 등). 그러나 대표자 횡령에 관한 위와 같은 기존 판례의 일률적인 해석에 관하여는 ‘횡령의 피해자가 그 의사의 여하에 불구하고 횡령자에게 자발적으로 대가 없이 재산을 제공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현행 조세법상 실정법적 근거를 갖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의문 및 그 논리구성이 과연 과세이론상 타당한지 여부에 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것이고, 현실적으로 위와 같은해석으로 말미암아 횡령행위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인 법인에게 횡령 당한금액에 대한 원천징수의무까지 부과시키는 가혹한 결과를 초래함은 물론 주식이 고도로 분산된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그와 같은 과세로 인하여 횡령과 전혀 무관한 대다수의 선량한 소액주주들에게 횡령으로 인한 피해나 부담이 부당하게 전이되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비판 등이 있어 왔다. 나.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일반적으로 전문경영인을 대표이사로 둔 회사라면 대표이사의 횡령사실이 노출될 경우 대주주들이 주도하여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하여 전 대표이사를 고발하고 그의 재산을 가압류 하는 등 일실재산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을 취하는 것이 전형적인 해결방법일 것이다. 대주주가 대표이사인 회사에서도 소액주주들의 대표소송 등을 통해 대표이사의 책임을 추궁하거나, 회사가 파산절차 등에 들어간 이후 관리인이 대표이사의 횡령책임을 추급하는 예도 흔하다. 그런데 기존 판례의 이론에 따를 경우 대표이사의 횡령에 관한 한 이러한 법인의 자구적인 노력은 적어도 과세에 있어서는 무의미한 행위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특히 실무상 자주 접하게 되는 사례는 전문적으로 상장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대상회사의 자산을 오로지 개인적인 용도로 이용하는 세력(이른바 ‘기업사냥꾼’)에 의하여 발생한다. 즉, 일반적으로 기업사냥꾼들은 사채업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여 주권상장법인 또는 코스닥상장법인의 대주주로부터 주식 및 경영권을 양수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인수한 뒤 위와 같이 사채업자로부터 융통한 주식양수대금을 상환하기 위하여 회사의 예금 등 현금성 자산을 임의로 인출하여 사용하거나, 법인 명의의 융통어음을 남발하여 이를 유용하기도 하고, 심지어 회사 중요자산(부동산, 투자유가증권, 무형자산 등)을 제3자 또는 특수관계인에게 담보로 제공하거나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실상 회사를 껍데기로 만든 다음 무책임하게 해외로 도주해 버리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물론 기업사냥꾼 일당은 회사의 고소 등을 통해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죄 등으로 처벌될 수 있을 것이나, 이들은 이미 해외로 도피하거나 잠적해 버리는 경우가 많고, 가사 이들에게 실제로 형벌이 가해진다 하더라도 이미 망해 버린 회사를 되살리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회사가 이들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기업사냥꾼들은 이미 재산을 전부 소비하였거나 제3자의 명의로 은닉한 상태일 것이므로 현실적으로 법인이 입은 재산상 손해를 온전히 회복하기는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기존 판례의 형식 논리에 따라 이미 껍데기만 남아 망하기 일보 직전인 회사에 대하여 횡령금액에 관한 원천징수세액의 과세가 이루어져 왔던 것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법인의 실질적 경영자인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애당초 회수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그 금액에 대한 지출 자체로서 이미 사외유출에 해당한다”라는 기존 판례의 견해를 유지하면서도 이에 부가하여 새롭게 “유용 당시부터 회수를 전제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에 대하여는 횡령의 주체인 대표이사 등의 법인 내에서의 실질적인 지위 및 법인에 대한 지배 정도, 횡령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횡령 이후의 법인의 조치 등을 통하여 그 대표이사 등의 의사를 법인의 의사와 동일시하거나 대표이사 등과 법인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사실상 일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인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이러한 특별한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법인이 입증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대표자 횡령의 경우 무조건 당해 법인에 대하여 원천징수의무를 부과해 온 기존의 과세관행에 의미 있는 제동을 건 것이다. 특히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및 위 법리의 포섭과정을 분석해 보면, 주식이 고도로 분산되어 있어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상장법인의 경우 일반적으로비상장회사의 경우는 사실상 대표이사 등의 의사가 법인의 의사와 동일한 것으로 인정되기 쉬울 것이나 비상장회사라 하더라도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경우라면 대상판결이 판시한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이사 등 실질적 경영자의 횡령사실을 인지한 직후 지체없이 횡령금액의 회수를 위하여 해당 대표이사 등을 형사고소 하면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적극적인 회수조치를 취한다면 동 횡령금액 상당의 자산이 사외유출된 것으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 즉 해당 법인은 횡령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법인의 실질적 경영자인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더라도 일반적으로 그 대표이사 등의 의사를 법인의 의사와 동일시하거나 대표이사 등과 법인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사실상 일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므로, 이 경우에는 “사용인에 대한 횡령” 사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횡령금원에 대한 회수노력의 유무에 따라 해당 법인의 원천징수의무 부담 여부가 결정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참고로 최근 서울고법에서도 대상판결의 판시사항을 전제로 대표자의 횡령과 관련된 조세쟁점에 대하여 의미 있는 판단을 한 바 있다(서울고법 2009. 1.14. 선고2006누16504 판결). Ⅳ. 결어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대표이사 등 실질적 경영자의 횡령과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현행 세법 규정의 문언적 해석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기존에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일률적인 해석 및 과세관행에 합리적인 제한을 가함으로써 형식 논리에 따라 파생된 부당한 결과를 적절히 시정할 수 있는 설득력 있고 구체적 타당성 있는 해결책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는 바, 바람직한 입장의 정립인 것으로 판단된다.
2009-10-05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의 의미
1. 사실관계 1) 원고 추OO, 김OO, 문OO는 학교법인 A학원의 이사들이었고, 원고 김OO, 우OO는 A학원의 감사들이었다. A학원이 운영하는 OO대학교의 총장 손OO이 교수임용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로 2004년 4월27일 구속된 것을 계기로 피고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2004년 6월21일부터 같은 해 7월8일까지 A학원과 OO대학교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후 2004년 9월15일 A학원에 거액의 교비자금의 법인회계로의 전출 등 여러 위법행위들이 있음을 지적하고 2004년 11월1일까지 피고가 요구하는 시정사항을 이행하고 위 기일까지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할 것임을 계고하였다. 2) 피고는 2004년 12월24일 A학원이 일부 시정 요구사항에 대하여는 이행하였지만 대부분의 시정요구사항이 이행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사립학교법 제20조의2에 의하여 원고들에 대한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하고, 사립학교법 제25조에 의하여 소외 김△△, 박△△, 오△△, 윤△△, 이△△, 최△△을 A학원의 임시이사로 임명하였다. 3) 원고들은 피고가 지시요구한 사항 중 상당한 부분은 단기간 내에 이행하기 어려운 것들로 불가능한 조치를 요구한 피고의 시정요구는 부당하며, 설령 피고의 시정요구가 적법하다 하더라도 원고들은 피고의 시정요구를 가능한 범위 내에서 모두 성실히 이행하였으며, 이 사건 교비회계의 불법집행은 원고들이 아닌 총장에 의하여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원고들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시정요구사항을 성실히 이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임원취임 승인취소처분에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원고들은 임원취임취소처분 및 임시이사선임처분에 대하여 서울행정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나 기각판결을 받았고(2006. 1.18, 2005구합3943)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였으나 마찬가지로 기각판결을 받았다( 2006. 11.14, 2006누5177).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대법원에 상고를 하였다. 원고들은 원심변론종결일 이전 또는 상고심에 이르러 모두 정식이사의 임기가 만료되었으며, 임시이사들 역시 원심별론종결일 이전에 임기가 만료되어 새로운 임시이사로 교체되었다. 2. 대법원 2007. 7.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판결의 요지 1) 제소 당시에는 권리보호의 이익을 갖추었는데 제소 후 취소대상 행정처분이 기간의 경과 등으로 그 효과가 소멸한 때, 동일한 소송 당사자 사이에서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 확인 내지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리고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단계적인 일련의 절차로 연속하여 행하여져 후행처분이 선행처분의 적법함을 전제로 이루어짐에 따라 선행처분의 하자가 후행처분에 승계된다고 볼 수 있어 이미 소를 제기하여 다투고 있는 선행처분의 위법성을 확인하여 줄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는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권리구제의 확대 등의 측면에서 여전히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2) 임시이사 선임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의 계속중 임기만료 등의 사유로 새로운 임시이사들로 교체된 경우,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효과가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보게 되면, 원래의 정식이사들로서는 계속중인 소를 취하하고 후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을 별개의 소로 다툴 수밖에 없게 되며, 그 별소 진행 도중 다시 임시이사가 교체되면 또 새로운 별소를 제기하여야 하는 등 무익한 처분과 소송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 법원이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을 긍정하여 그 위법성 내지 하자의 존재를 판결로 명확히 해명하고 확인하여 준다면 위와 같은 구체적인 침해의 반복 위험을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후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에서 기판력에 의하여 최초 내지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위법성을 다투지 못하게 함으로써 그 선임처분을 전제로 이루어진 후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효력을 쉽게 배제할 수 있어 국민의 권리구제에 도움이 된다. 3) 그러므로 취임승인이 취소된 학교법인의 정식이사들로서는 그 취임승인취소처분 및 임시이사 선임처분에 대한 각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고, 나아가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 도중에 선행 임시이사가 후행 임시이사로 교체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3. 문제의 제기 그동안 우리 행정소송법에서 가장 논란이 많이 되어 왔던 조항 중의 하나는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규정일 것이다.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은 “처분 등의 효과가 기간의 경과, 처분 등의 집행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멸된 뒤에도 그 처분 등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의 경우에는 또한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체계적으로 그리고 문언상으로 볼 때 동 조항은 이른바 실효된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 있어서 원고적격에 관한 규정으로 볼 수 있다. 즉 실효된 처분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원고적격은 부인되나 다만 그 처분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될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에게는 예외적으로 원고적격이 인정된다는 것이 법규정의 문언에 충실한 해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리적 해석을 따를 경우에 법리상으로 중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다수설과 판례는 행정소송법 제12조 전단의 법률상 이익을 “근거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보호되는 이익”(법률상 이익구제설)으로 보아 이러한 이익이 인정되는 경우에 원고적격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실효된 처분에 있어서는 이러한 근거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은 원칙적으로 부인되어지고 예외적으로만 인정될 수 있다는 의미인가? “근거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이 보호규범이론에 따라 개인적 공권의 개념에 해당된다면(憲裁決 1998. 4.30, 97헌마141 ; 鄭夏重, 獨逸公法學에 있어서 權利의 槪念, 行政法硏究 6호, 2000. 10, 30면 이하 참고), 이미 실효된 처분에 있어서는 원고의 권리가 원칙적으로 침해되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그러나 이미 강제집행된 위법한 철거명령 및 기간이 경과된 영업허가의 위법한 정지처분, 집회의 위법한 해산명령 등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실효된 위법한 처분에 의하여도 상대방의 권리가 얼마든지 침해될 수 있음은 자명하다. 문언에 충실한 해석을 할 경우에 나타나는 이러한 왜곡을 피하기 위하여 판례와 학설은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을 취소소송의 원고적격에 관한 규정이 아니라 권리보호의 필요에 관한 규정으로 보고 있다. 즉 원고는 실효되지 않은 처분과 마찬가지로 실효된 처분에 의하여 근거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만 원고적격을 인정받는다. 다만 이미 처분이 실효되어 그의 취소는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되어 각하판결을 받게 될 수 밖에 없지만, 예외적으로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에 따라 “취소로 인하여 회복될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권리보호의 필요가 인정되어 본안판단을 받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鄭夏重, 行政法槪論, 737면). 그러나 이로부터 또 다른 의문점이 발생된다. 과연 실효된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은 가능한 것일까? 또한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은 전단과 동일하게 해석되어야 할 것인가? 4. 종래 판례의 입장 종래 판례는 12조 후단의 소송은 처분이 실효되었다고 할 지라도 여전히 취소소송의 성격을 갖는다는 입장을 고수하여 왔으며, 아울러 동 규정상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을 전단과 동일하게 파악하여 “근거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 이익”으로 판시하여 왔다. 이와 같은 판례의 입장은 결과적으로 실효된 처분의 있어서 소의 이익을 인정하는데 상당히 인색할 수 밖에 없다. 판례는 인·허가처분의 취소나 철회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한 경우에 당해 처분의 존속기간이 도과된 경우에는 일관되게 소의 이익을 부인하여 왔다(大判 2001. 2.23, 200두9472 ; 1995. 7.11, 95누4568 ; 1993. 7.27, 93누3899 ; 1991. 7.23, 90누6651). 또한 행정처분이 그 집행에 의하여 또는 공사 등의 완료로 인하여 그 목적으로 달성한 경우에는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소멸된다는 것이 일관된 판례의 입장이다(大判 2007. 4.26, 2006두18409 ; 1996. 11.29, 96누9768 ; 1994. 1.14, 93누20481). 그리고 판례는 일련의 절차에 따라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행하여지는 경우에 선행처분이 실효하는 경우, 또는 두개의 행위가 결합하여 법률효과가 완성되는 경우에는 그 선행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은 소멸한다는 입장을 취하여 왔다(大判 1999. 10.8, 99두6873; 1999. 10.8, 97누12105). 대법원은 자격정지처분의 취소청구에 있어서 그 정지기간이 경과된 이상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이익이 없고 설사 그 처분으로 인하여 명예, 신용 등의 인격적 이익이 침해되어 그 침해상태가 자격정지기간 경과 후까지 잔존하더라도 이와 같은 불이익은 동 처분의 직접적인 효과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소의 이익을 부정하였다(大判 1978. 5.8, 78누72). 5. 판례의 변화 그러나 최근에 들어와 판례의 태도는 상당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대법원은 제재적 처분기준이 시행규칙으로 규정된 경우, 그 기준은 행정규칙의 성격을 갖는다는 이유로 제재적 취소소송에 제기된 이후에 제재처분의 기간이 경과되어 처분의 효력이 소멸된 경우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일관되게 판시하여왔으나(大判 1988. 3.29, 87누1230 ; 1986. 7.8, 86누281 ; 1995. 10.17, 94누14148), 2006. 6.22. 선고 2003두1684 전원합의체판결에서는 제재적 처분의 기준의 법적 성질이 법규명령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담당공무원은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으므로 그 처분의 존재로 인하여 장래에 받을 불이익, 즉 후행처분의 위험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는 이유로 법률상 이익을 인정하여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였다. 한편 대법원은 종래 학교법인의 임원취임승인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서 이사의 임기가 만료된 경우에 임원취임승인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는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판시하여 왔다(大判 1995. 3.10, 94누8914 ; 1997. 4.25, 96누9171 ; 1999. 6.11, 96누10614 ; 2003. 3.14, 2002두 10568 ; 2003. 10.24. 2003두5877). 또한 학교법인의 이사에 대한 취임승인이 취소되고 임시이사가 선임된 경우 그 임시이사의 재직기간이 지나 다시 임시이사가 선임되었다면 당초의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은 마찬가지로 법률상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大判 2002. 11.26, 2001두2874). 그러나 위 대법원 2007. 7.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제소당시에는 권리보호의 이익을 갖추었는데 제소후 취소대상 행정처분이 기간의 경과 등으로 그 효과가 소멸한 때, 동일한 소송당사자 사이에 동일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 확인 내지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리고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단계적인 일련의 절차로 연속하여 행하여져 후행처분이 선행처분의 적법함을 전제로 이루어짐에 따라 선행처분의 하자가 후행처분에 승계된다고 볼 수 있어 이미 소를 제기하여 다투고 있는 선행처분의 위법성을 확인하여 줄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는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권리구제의 확대 등의 측면에서 여전히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고 판시하면서 취소소송의 제기후에 임기가 만료된 사립학교임원의 소의 이익을 인정하였다. 이와 같은 판례의 태도는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을 전단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과 동일하게 보아왔던 종전의 입장과 현저한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하겠다. 특히 위 전원합의체판결은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을 독일 행정법원법 제113조 제1항 제4호의 계속확인소송의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의 개념에 상당히 접근시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변화는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소송의 성격과 법률상 이익의 개념에 대한 새로운 정향점을 마련하고 있다. 6. 결어 생각건대 근래의 유력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鄭夏重, 行政法槪論, 739면 ; 洪準亨, 行政救濟法 374면),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성격은 취소소송의 성격을 갖는 것이 아니라, 위법확인소송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비록 행정소송법 제12조 제2문은 처분 등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될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 당해 처분은 이미 효력이 소멸되어 취소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며, 따라서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인용판결을 받는다고 하여도 실질적으로는 당해 처분의 위법성의 확인판단을 받는 것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행정소송법 제12조 제2문에 의한 소송은 독일행정소송법 제113조 제1항 제4문에서 규정한 계속확인소송의 성격과 유사한 소송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제12조 제1문의 소송과 제12조 제2문의 소송은 그 목적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제12조 제2문의 법률상 이익은 독일행정소송법 제113조 제1항 제4문과 같이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에는 법으로 보호하는 이익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익은 물론 정신적 이익(ideele)을 포함하여 모든 법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 법률상 이익을 이와 같이 전향적으로 해석할 경우에 지금까지 소의 이익이 부정되어 각하판결을 받았던 대부분의 경우는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이 인정되어 본안판단을 받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인·허가처분의 위법한 취소나 철회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한 경우에 당해 처분의 존속기간이 도과된 경우에도 당해 처분의 위법확인의 판결은 원고에게 소송비용의 부담을 면하게 할 뿐 아니라, 판결의 기판력은 이후에 있을 국가배상청구소송에 있어서 원고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법적 지위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정당한 이익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실효된 처분의 차별적인 효과에 의하여 명예나 신용이 훼손된 경우에도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즉시강제의 경우에도 반복되는 위험의 방지를 위하여 소의 이익이 인정될 것이다. 종래의 판례의 소극적인 입장은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이 전단과 동일하게 “법률상 이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서 주로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국회에 제출되었던 행정소송법개정안 역시 현행법과 동일한 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에 대한 재고가 요구된다. 취소소송의 판결부분에 “ 처분 등의 효과가 기간의 경과, 처분 등의 집행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멸된 뒤에서, 법원은 원고의 정당한 이익이 있는 한 원고의 신청에 따라 당해 처분이 위법하였음을 선고한다”라는 조문을 설치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개선방안이 될 것이다.
2008-10-09
손익상계,신의칙에 의한 책임제한 인정여부
1. 사건의 개요 및 쟁점 가. 사건의 개요 (1) A증권회사는 B보증보험회사와 A증권회사의 직원인 甲을 피보증인으로, A증권회사를 피보험자로 하는 신원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甲이 고객 乙로부터 주식거래에 관한 포괄적 위임을 받아 계좌를 관리하던 중 과당매매행위를 하여 乙에게 과당매매수수료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 (2) 이에 乙이 A증권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요구함에 따라 A증권회사는 乙에게 합의로 그 손해를 배상하고 B보증보험회사에 그 합의금 전부를 보험금으로 청구하였으나, B보증보험회사가 수수료 수익 상당의 손익상계 및 신의칙에 의한 보험금감액을 주장하며 거절하자 이 건 소송을 제기했다. 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신원보증보험의 지급할 보험금을 산정함에 있어 손익상계나 과실상계 내지 신의칙에 의한 보험금감액을 인정할 것인가에 관한 것으로서, 신원보증보험이 담보하는 손해가 손익상계나 과실상계 내지 신의칙에 의해 책임이 제한되는 피용자의 사용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 내지 구상채무인지(이하 변상책임이라 함) 아니면 사용자가 입은 손해 전부인지의 문제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신원보증보험의 성질을 파악함에 있어 신원보증보험의 ‘보증성’과 ‘보험성’ 중 어디에 중점을 두고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에 귀착된다. 2. 대상판결의 요지(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5다15949 판결) 가. 거래수수료의 손익상계 주장에 대하여, 신원보증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Ⅰ) 중 피보험자가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에 대하여 보험자가 보상하기로 약정한 부분은 피보험자의 피용인인 피보증인의 행위로 인하여 제3자가 손해를 입게 된 결과 피보험자가 그 제3자에 대하여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이므로 손해보험 중에서도 일종의 영업책임보험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영업책임보험은 영업주의 사업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각종의 위험에 대비하여 영업주의 제3자에 대한 배상책임으로 인한 위험을 보험자에게 전가함으로써 기업유지의 안전을 꾀하는 데 그 효용이 있으므로 직원의 과당매매행위로 인하여 증권회사가 예상치 않게 과당수수료 상당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 경우에 그로 인하여 잃게 된 손해에 대하여 보험자로부터 보상받는 것은 영업책임보험의 본질과 보험의 공공성에 부합되고 한편 증권회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거래 수수료를 증권거래소에 대한 수수료, 직원에 대한 인건비 및 성과급, 증권회사의 물적 설비 유지·관리비용 등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를 증권회사의 이윤으로 취득함으로 과당매매로 인한 수수료 상당의 수익을 보험회사가 피보험자에게 지급할 보험금에서 공제할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나. 영업책임보험의 성격을 가지는 신원보증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인 회사에게 피보증인인 직원에 대한 관리·감독상의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보험자의 손해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의 성격에 비추어 신원보증법 제6조 제3항 또는 신의칙에 따라 보험금을 감액할 수 없다. 3. 대상판결의 검토 가. 신원보증보험약관에는 피용자가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 절도,강도,사기,횡령,배임행위를 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손해를 입힌 경우를 담보하는 보통약관과 피용자가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손해를 입힌 경우를 담보하는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Ⅰ)이 있는바, 대상판결은 피보증인인 증권회사 직원이 고객과의 주식거래에 관한 포괄적 일임매매 약정에 따라 계좌를 관리하던 중 충실의무를 위반하여 과당매매행위를 함으로써 고객에게 손해를 입혀 증권회사가 사용자로서 고객에게 손해배상을 한 경우이므로 이는 신원보증보험 약관 중 피보증인이 피보험자에게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상의 간접손해를 입힌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2다30206 판결 참조). 나. 손익상계 및 과실상계 내지 신의칙에 의한 보험금감액 인정여부 (1) 영업책임보험성 여부 대법원 판결(대상판결 및 위 2002다30206판결 참조)은 신원보증보험의 간접손해를 담보하는 부분은 영업책임보험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판시하고 있으나, 영업책임보험은 보통 피보험자가 보험계약자가 되어 자신이 경영하는 사업과 관련하여 제3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담보하기 위하여 체결하는 ‘자기를 위한 보험’임에 반하여, 신원보증보험은 보통 피용자가 자신의 위법행위로 사용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손해를 입힌 경우에 사용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변상책임을 담보하기 위하여 피용자가 보험계약자가 되고 사용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체결하는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이어서 영업책임보험과는 그 목적 및 구조에 있어 상이하다 할 것이므로 영업책임보험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고 생각한다. 대상판결은 단체계약특별약관이 적용되어 사용자가 보험계약자가 된 경우이므로 자기를 위한 보험계약으로서 영업책임보험으로 볼 여지도 있으나, 이 경우 역시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은 신원보증보험의 ‘보증성’ 및 사용자가 신원보증보증보험을 체결하는 목적은 피용자의 행위로 제3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자신이 입은 손해의 전보가 아니라 그 손해에 대한 피용자의 사용자에 대한 변상책임을 담보 받고자 체결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영업책임보험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2) 신원보증보험의 ‘보증성’ 보증보험은 ‘보험성’과 ‘보증성’을 겸유하고 있으므로 개별적 법률문제에 있어서 구체적 타당성과 합리성을 고려해서 보험의 법리로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보증의 법리로 해결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신원보증보험이 담보하는 손해부분은 보증의 법리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보증보험은 민법상의 보증처럼 ‘주채무를 전제’로 하여 ‘주채무의 이행을 담보하는 경제적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증보험은 주채무를 전제로 한다는 점이 이를 전제로 하지 않는 통상의 손해보험이나 책임보험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이라 할 것이다. 대법원도 ‘보증보험은 실질적으로는 보증의 성격을 가지고 보증계약과 같은 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보증보험계약은 주계약 등의 법률관계를 전제로 하고 보험계약자가 주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피보험자가 입게 되는 손해를 보상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함으로써 보증보험은 주채무를 전제로 하여 주채무의 이행을 담보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고(대법원 99다53483판결 참조) 또한, 보증보험이 주채무의 이행을 담보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점의 당연한 귀결로 “보험자의 보상책임은 본질적으로 보증책임과 같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97다1013판결 참조). 신원보증보험도 ‘보증보험의 일종’으로서 다른 보증보험과 달리 보아야 할 이유는 없다 할 것이므로 담보하는 손해는 보증성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3) 변상책임의 범위와 구상권의 조화 대법원은 “민법 제441조 이하에서 정한 보증인의 구상권에 관한 규정이 보증보험계약에도 적용된다”고 판시하고 있고(대법원 95다46265판결 참조), 신원보증보험 보통약관 제13조에서 “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때에는 피보증인에 대하여 구상권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한 때에는 피용자에 대하여 구상권이 있다. 다만 보험자가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Ⅰ)에 의하여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대위권(구상권)제한특별약관이 당연적용되어 구상권이 없다. 따라서 보험자는 보통약관상의 손해에 대하여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에 지급보험금 전부에 대하여 피용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게 되는바, 보통약관상의 손해에 대하여 피용자는 사용자에 대하여 손익상계나 신의칙에 의하여 책임이 제한되는 손해에 대하여 변상책임을 부담하지만(대법원 95다52611판결,대법원 69다887판결 참조) 만약 대상판결처럼 신원보증보험의 보험성 또는 책임보험적 성격을 강조하여 보험자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에 대해서는 손익상계나 신의칙에 의한 책임제한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피용자는 사용자에 대하여 본래 자신이 부담해야 할 변상책임을 넘어서서 변상책임을 이행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할 것이다. (4) 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다29023 판결과의 통일적 해석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Ⅰ)에 의하면 보험자는 피보증인이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보험자가 입은 재산상의 직접손해 또는 피보험자가 위의 사유로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간접손해에 대하여, 법원의 판결·감사원의 판정·기관장의 변상명령에 의해 피보증인에게 변상책임이 있다고 확정된 경우에 보험금지급책임이 있는 바, 여기에서 ‘법원의 판결’의 의미에 대해 대법원 2005다29023판결은 “피보증인의 사용자에 대한 변상책임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 판결로서 그 변상책임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는 것을 말하며, 피해자가 사용자에 대해 사용자책임을 주장하는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받은 확정판결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판결은 신원보증보험의 보증성에 입각한 것으로서 신원보증보험이 담보하는 손해가 피용자의 사용자에 대한 변상책임임을 전제로 한 것으로 해석되는바, 만약 대상판결처럼 신원보증보험의 보험성 또는 책임보험적 성격에서 담보하는 손해를 해석한다면 여기에서 ‘법원의 판결’은 피해자가 사용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의 소의 확정판결로 보아야 할 것이다. (5) 결 론 신원보증보험은 보증보험으로서 주채무를 담보하는 것이고, 신원보증보험의 주채무는 피용자가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사용자에게 직·간접의 손해를 입힌 경우에 부담하는 변상책임이라 할 것이므로 주채무인 변상책임의 범위를 산정함에 있어서 인정되는 손익상계나 과실상계 내지 신의칙에 의한 책임제한은 보증인의 지위에 있는 보험자의 보험금산정에 있어서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대상판결이 과당매매 수수료 상당의 이익에 대한 손익상계 주장을 배척하는 이유로 제시한 것 중, 신원보증보험을 영업책임보험적 성격으로 설시한 것은 부당하지만, 다른 한편 과당매매수수료는 직원의 과당매매행위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이득의 취득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설시한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수수료에 대한 손익상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타당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보통 증권회사의 직원이 과당매매행위를 한 경우에는 증권회사에게도 관리·감독상의 과실이 있다 할 것이므로 대상판결에서도 보험금을 산정함에 있어서 과실상계 내지 신의칙에 의한 책임제한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2008-01-14
1
2
3
4
5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판결기사
2024-04-18 05:0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노동사기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