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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건축
계약해제의 요건사실에 관한 증명책임과 변론주의
-대법원 2015다11984 건물명도 등 사건 판결을 중심으로- 1. 사실관계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핵심쟁점을 중심으로 발췌·축약하면 다음과 같다(이하 다른 부분에 관하여도 같다). ⑴ 원고는 2001년 6월 11일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고, 2001년 11월경 모(某) 사회복지법인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 위에 건축 중이던 미등기 상태의 노유자시설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의 처분권을 취득한 후 이 사건 건물의 건축주를 원고 명의로 변경하는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마쳤다. ⑵ 피고는 2010년 11월 5일 원고에 대한 채권자들의 신청으로 개시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토지를 경락받고 그 대금을 완납하였다. ⑶ 원고는 2011년 3월 10일 피고와 사이에 아래와 같은 요지의 합의 약정(이하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하고, 피고에게 원고의 인감이 날인된 건축관계자변경 동의서와 원고의 인감증명서를 교부하였다. ①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의 대금으로 2011년 4월 29일 16시까지 90억원을 일시불로 지급하되, 피고는 위 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원고가 지정하는 사람에게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준다. ② 원고가 위 기간까지 피고에게 90억원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원고는 시공 중인 이 사건 건물에 대한 모든 권리를 피고에게 무상으로 양도하고, 그 건축주명의를 피고가 지정하는 사람으로 변경한다. ③ 피고가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2011년 4월 29일 전에 건축주명의변경 등을 하거나 이 사건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에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2011년 5월 31일까지 20억원을 지급한다. ⑷ 원고가 2011년 4월 29일 16시까지 토지대금 90억원을 지급하지 못하자 피고는 위 건축관계자변경 동의서 등을 이용하여 같은 날 16시41분경 고양시장에게 건축관계자변경신고서를 제출하여 이 사건 건물의 건축주명의가 원고에서 피고로 변경되었다. 2. 원고의 청구 및 법원의 판단 가. 청구원인 (1) 주위적 청구 원고가 이 사건 토지대금 90억원을 기한 내에 지급하지 않자 피고가 이행의 최고도 없이 곧바로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한 것은 피고의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소장송달로써 이 사건 약정을 해제하는 바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상회복으로서 원고에게 이 사건 건물을 인도하고,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건축주명의를 원고에게로 회복하며, 약정된 위약금 20억원 중 원고가 구하는 10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⑵ 예비적 청구 원고가 토지대금 90억원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이 사건 건물에 관한 모든 권리를 피고에게 양도해 주기로 약정한 것은 손해배상의 예정이라고 할 것인데, 그 손해배상 예정액이 지나치게 과다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건물 가액 상당의 손해배상 예정액 중 감액되는 부분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나. 서울고법의 판단 ⑴ 원고가 약정된 기한까지 토지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이상 피고가 곧바로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하였다고 하여 이 사건 약정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이유로 한 원고의 이 사건 약정에 대한 해제 주장은 이유 없다. ⑵ 피고의 약정위반을 이유로 한 원고의 계약해제 주장 중에는 원고가 채무불이행에 빠지지 않았음에도 피고가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 한편 원고가 토지대금 90억원을 2011년 4월 29일 16시까지 지급할 의무와 피고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바, 피고가 건축주명의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소유권이전등기 의무에 관하여 이행의 제공을 하여 원고를 이행지체에 빠트려야 한다. 그런데 피고가 이행의 제공을 하였다는 점에 관한 주장·증명이 없으므로 피고의 건축주명의변경은 원인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이므로, 피고는 건축주명의를 원고에게로 환원할 의무가 있다. 다. 대법원의 판단 원심 변론종결 당시까지 당사자 사이에는 원고의 이행지체 상태를 인정하기 위한 전제조건, 즉 피고의 이행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는 전혀 쟁점이 되지 않았고 법원도 피고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거나 석명권을 행사하지 아니한 관계로 이 점에 관한 소송자료가 현출되지 못하였다. 더욱이 원고는 변론에서 2011년 4월 27일경 피고에게 대출이 어렵다는 이유로 토지대금의 지급기한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거절당하였다고 자인하고 있는바, 이는 원고가 미리 자기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표명하여 피고가 이행의 최고나 자기 채무의 이행제공 없이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원심이 피고의 이행제공에 관한 주장·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건축관계자변경신고가 법률상 원인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판단하고 원고의 이 부분 청구를 인용한 것은 피고에게 불의타를 가하고 법원의 석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한다. 3. 평석 가. 이 사건 약정의 성격 이 사건 약정은 기본적으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으로서 계약해제의 조건과 함께 어느 일방의 채무불이행으로 매매계약이 해제되는 경우 그 당사자가 부담하여야 할 책임에 관하여 특별히 규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리하여 원고가 2011년 4월 29일 16시까지 매매대금 90억원을 일시불로 지급하면, 피고는 이와 상환으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되, 원고가 위 기한 내에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위 매매계약은 자동해제되고 피고는 미완성?미등기인 이 사건 건물의 처분권을 양수하며 건축주명의도 자신 앞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피고가 위 기한이 도래하기 전에 ‘건축주명의변경 등을 하거나 이 사건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에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약정을 위반하는 경우 위 매매계약은 자동해제되고 피고는 원고에게 2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매매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한 자동해제의 특약이 있는 경우에도 원고의 매매대금지급 의무와 피고의 소유권이전등기 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으므로 피고가 자동해제의 효과로서 건축주명의변경을 하려면 자신의 소유권이전등기 의무에 관하여 이행제공을 하여 원고가 이행지체 상태에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8. 6. 12. 선고 98다505 판결 참조). 또한 원고나 피고가 이 사건 약정상의 채무를 불이행하는 때에는 그것이 매매계약의 자동해제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법정해제의 법리에 따라 이 사건 약정을 해제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계약해제의 요건인 채무불이행 사실의 증명책임 서울고법은 원고가 약정된 기한까지 이 사건 토지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이상 피고가 곧바로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하였다고 하여 이 사건 약정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으나 동의하기 어렵다. 피고가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하려면, ① 원고의 기한 내 토지대금 미지급, ② 피고의 이행제공이라는 두 가지 요건사실을 모두 갖추어 원고를 이행지체 상태에 빠지게 해야 한다. 원고가 이행지체 상태에 있지 않음에도 피고가 토지대금 미지급만을 이유로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했다면 이는 이 사건 약정을 위반한 것이다. 문제는 증명책임이다. 이 사건 약정의 법정해제를 주장하는 원고는 그 해제의 요건사실인 ‘피고의 채무불이행’의 점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을 진다. 그런데 이 사건 소송에 관하여 보면, 피고가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 의무에 관하여 이행의 제공을 하지 않고도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했다는 점에 관하여 주장·증명이 없으므로 이 사건 약정이 해제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음에 귀착된다. 다. 변론주의 서울고법은 원고의 주장, 즉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이 사건 약정이 해제되었으니 피고는 건축관계자변경신고에 따라 피고에게로 변경된 건축주명의를 원고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 중에는 원고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있지 않았음에도 피고가 건축관계자변경신고를 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고, 전자의 계약해제 주장은 이유 없지만 후자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도 전자와 후자의 포함관계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원심판결의 당부를 논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의 주장에 후자의 내용이 포함된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전자는 이 사건 약정이 해제되었음을 전제로 원상회복을 구하는 것이고, 후자는 이 사건 약정이 해제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한 건축관계자변경신고는 무효라는 것이다. 건축주명의가 원고에게로 환원되는 것이 결과적으로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약정이 해제되는 것과 여전히 유효한 것 사이에는 원고의 지위에 현격한 차이가 난다. 이 사건 약정이 해제로 실효되었다면 원고는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사실상의 소유권을 완전히 회복하지만 이 사건 약정이 유효하다면 피고에게 토지대금 90억원을 지급해야 그 권리를 보유할 수 있는 불안한 지위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증명책임도 달라진다. 이 사건에서 서울고법과 대법원이 판시하였듯이 이번에는 피고의 건축관계자변경신고가 정당한 점, 즉 ① 원고의 기한 내 토지대금 미지급, ② 피고의 이행제공이라는 두 가지 요건사실을 피고가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도 이 사건과 동일한 사안은 아니지만 ‘정지조건부 채권양도에 있어서 정지조건이 성취되었다는 사실은 채권양도의 효력을 주장하는 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고 한다. 4. 맺음말 원고의 이 사건 약정에 대한 해제의 주장 중에 피고의 건축관계자변경신고가 처음부터 효력이 없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서울고법이 포함된다고 보고 이에 대한 판단에 나아가다 보니 변론주의에 위배되고 피고에게 불의타를 가하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대법원으로서는 법원의 석명의무를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변론주의 위배를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윤남근 교수 (고려대 로스쿨)
석명권
석명의무위반
재판
윤남근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18-01-11
민사일반
준거법의 범위와 준거법의 합의가 주요사실인지 여부
- 대상판결: 대법원 2016.3.24. 선고 2013다81514 판결 - I. 대상판결의 요지 당사자자치의 원칙에 비추어 계약 당사자는 어느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거나 그중 특정 조항이 당해 계약에 적용된다는 합의를 할 수 있고 그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소송절차에서 비로소 당해 사건에 적용할 규범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가 일치하는 의견을 진술하였다고 해서 이를 준거법 등에 관한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II. 국제협약이 준거법의 합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 1. 쟁점 대상판결에서는 계약의 당사자가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는 합의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서는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특정 국가의 법’에 한정되는지 아니면 상인법(lex mercatoria 또는 law merchant)과 같은 국제적 관습, UNIDROIT 국제상사계약규칙(UNIDROIT Principles of International Commercial Contracts 1980)과 같은 법원칙 또는 국제물품매매협약(UN Convention on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과 같은 국제협약 등 비국가적 규범도 포함되는지 문제된다. 2. 논의의 실효성 비국가적 규범이 준거법으로서 지정될 수 있다면 이는 ‘저촉법적 지정’이 되지만, 만일 준거법으로서 지정될 수 없다면 당사자의 합의는 그러한 비국적 규범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실질법적 지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저촉법적 지정은 준거법의 지정이므로 법정지의 단순한 강행규정의 적용은 배제되고 국제적 강행규정만이 적용된다. 그러나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규범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것에 불과하므로 법정지의 단순한 강행규정의 경우에도 적용이 배제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저촉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계약이 체결된 후에 법이 개정되었다면 개정된 법이 적용되지만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개정되기 전의 법이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된 것으로 봐야 하므로 그 적용이 배제된다. 또한 저촉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법원이 규범의 내용을 직권으로 조사해야 하지만,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편입된 법규가 계약의 내용이 되므로 당사자가 편입된 법규의 내용에 대하여 주장하고 증명할 책임을 부담한다. 3.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준거법은 특정국가의 법에 한정된다고 본다. 국제사법의 전반에서 언급하고 있는 ‘법’의 전통적 그리고 사회적 의미는 특정국가의 법이고, 제5조에서 ‘법원은 이 법에 의하여 지정된 외국법’이라고 규정하고 제7조나 제33조 등에서 ‘대한민국법’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를 종합하여 보면 준거법은 외국법이거나 대한민국법으로서 특정국가의 법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준거법의 분열의 한계와 관련하여서 문제가 발생한다. ‘준거법의 분열’이란 하나의 법률관계의 실체적 내용에 대하여 여러 국가의 법이 적용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국제사법 제25조 제2항에서는 “당사자는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도 준거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준거법의 분열을 허용하고 있다. 대법원 2016.6.23. 선고 2015다5194 판결에서는 당사자가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만 준거법을 선택한 경우, 선택된 준거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영역에 대하여는 국제사법의 규정에 따라 지정된 소위 객관적 준거법이 적용된다고 보고 있으므로, 비국가적 규범만을 준거법으로 지정하고 있거나 비국가적 규범과 특정국가의 법을 모두 지정하는 경우 모두 준거법의 분열이 발생한다. 그러나 준거법의 분열이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법의 내용에 차이가 있고, 한 국가의 국내법은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하나의 사안에 대하여 여러 국가의 법이 동시에 적용되면 적용되는 법률 사이에 모순이 발생하거나, 생소한 다른 국가의 제도를 국내의 제도에 맞춰야 하는 복잡한 적응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지정된 복수의 준거법이 적용되는 부분이 다른 부분과 분리가능하여 상호 모순저촉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한계 내에서만 준거법의 분열이 허용된다. 그런데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위와 같은 한계를 완전히 무시하고서 준거법의 분열을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부당하다. 대상판결에서 국제협약이 준거법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보건대, 위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깊은 고려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하는 저촉법적 지정은 할 수 없다고 본다. 참고로 우리의 국제사법의 바탕이 된 유럽공동체(EC)의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협약’(‘로마협약’) 에서는 당사자가 준거법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특정 국가의 법이라고 해석되어 왔다. 그런데 위 로마협약을 개정한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규칙’을 제정되는 과정에서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준거법은 특정 국가의 법으로부터만 도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아니하였다. III. 준거법의 합의가 주요사실인지 여부 1. 쟁점 대상판결에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주요사실에 대하여만 변론주의가 적용되어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는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여 그러한 사실이 주요사실이란 점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대상판결과 같이 준거법의 합의를 주요사실로 본다면 당사자가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주장 및 증명해야 비로소 법원이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을 뿐이고, 당사자의 주장이 없는 한 법원이 직권으로 준거법의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 2.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1) 주요사실의 의미에 따른 비판 주요사실이라 함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실체법상의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말한다(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다카1489 전원합의체 판결). 즉 권리와 의무의 발생, 변경, 소멸이라는 실체법적 효력을 가져오는 요건사실이 주요사실에 해당한다. 국제사법을 소송법으로 분류하는 견해도 있지만 ‘절차법-실체법’과 ‘저촉법-실질법’이 대비되고 있는 바와 같이, 저촉법인 국제사법은 ‘법선택을 위한 법’으로서 절차법과 실체법의 구분과 그 영역을 달리한다(석광현, ‘국제사법 해설’, 법문사, 2013, 4쪽). 그런데 국제사법을 소송법으로 보던지 저촉법으로 보던지 상관없이 국제사법이 실체법이 아니란 점은 명백하므로 국제사법 제25조에 따른 준거법의 지정의 합의를 주요사실로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2) 적용될 법률의 발견은 법원의 전권사항 국제사법은 법선택을 위한 법으로서 국제적 분쟁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으로서는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이를 당연히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사법에 따르면 계약에 적용되는 준거법은, 1차적으로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지정한 국가의 법이 되고(제25조 제1항), 이러한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2차적으로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이 된다(제26조). 따라서 법원은 직권으로 계약의 1차적 준거법인 당사자의 합의의 존재를 조사해야 한다. 게다가 대상판결에서도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적용할 법률의 발견은 법원의 전권사항이고,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는 적용할 법률을 결정하는 합의이므로, 법원은 준거법의 합의의 존재를 조사하는데 있어서 당사자의 주장에 구속받지 아니한다. 덧붙여 대상판결은 당사자가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는 계약의 내용이 되고 계약의 내용은 주요사실이라는 이유로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를 주요사실로서 자백의 대상으로 본 듯하다. 그러나 당사자의 합의라고 하더라도 모두 주요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법원 판례에서는 소송상 합의인 부제소의 합의를 채권계약으로 보고 있으면서도(대법원 2004. 12. 23. 선고 2002다73821 판결), 이러한 부제소의 합의가 소송법적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이를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따라서 당사자의 합의라는 이유만으로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까지 주요사실로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IV. 결론 이상으로 대상판결과 달리, 사견에 따르면 국제협약을 포함한 비국가적 규범은 준거법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의 존재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서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한편 대상판결 중 문제된 판시내용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이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른 아쉬움이 있다. 적지 않은 국제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좀 더 많은 국제사법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국제협약
준거법
국제사법
2017-02-20
원천징수처분취소소송에서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
Ⅰ. 사실관계 미국의 사모투자회사인 A의 미국 내 계열사인 B등은, 내국법인인 甲은행의 주식 9999만9916주(이하 '이 사건 주식')의 인수를 위하여 이 사건 주식의 인수에 투자할 펀드투자자를 모집하였고,그 결과 2000. 1. 14.경 영국령인 케이만 군도에 유한파트너십(Limited Partnership, 이하"LP")인 C가 설립되었다. C는 케이만 군도에 설립된 D의 주식을 100% 인수한 다음, D로 하여금 말레이시아라부안에 설립된 E의 주식을 100% 인수하게 하였고, 최종적으로 말레이시아 법인인 E를 통하여 우리나라 법인이 발행한이 사건 주식을 취득하였다. 한편 E는 2005. 4. 15. 원고에게 이 사건 주식을 1651억1475만6621원에 양도하여 이 사건 양도소득을 얻었는데,원고는 한?말레이시아조세조약제13조 제4항에 의하여 주식 양도소득은 양도인의 거주지국에서만 과세된다는 이유로 E에 이 사건 주식 양도대금을 지급하면서 그에 대한 법인세를 전혀 원천징수하지 아니하였다.이에 피고(과세관청)는 2006. 12. 18. E는 조세회피목적으로 설립된 명목상의 회사에 불과하고,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는C의 투자자 281명이므로, 이들 중 대한민국과 조세조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조세조약상 주식양도소득에 대하여 원천지국 과세를 규정하고 있는 국가에 거주하는 총 8개국 40명의 투자자가 얻은 양도소득에 대하여 원고에게 원천징수분 소득세 430억1071만7520원을납세고지하는 처분을 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진행경과 및 판시내용 1.제1심판결 내지 상고심 판결의 판시내용 당초 대상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E인지(원고의 주장),아니면 C의 투자자인지(피고의 주장) 여부였다.이에 관하여제1심 및 항소심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를C의 투자자로 보고 그들을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원고에게 원천징수분 소득세를 납세고지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09. 12. 30. 선고 2008구합17110 판결 및 서울고등법원 2010. 8. 25. 선고 2010누3826 판결). 그러나상고심은,E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아니라고 인정하면서도,(E와 C의 투자자 사이에 있는) C가 오로지 조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설립되어 이 사건 주식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할 능력이 없는 명목상의 영리단체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이하 "상고심 판결").즉, 상고심 판결은 C의 설립지인 케이만 군도의 법령 내용과 단체의 실질에 비추어 C를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으로 볼 수 있는지를 심리하여 이 사건 양도소득에 대하여 C를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법인세를 과세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C의 투자자를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소득세를 과세하여야 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환송하여, 사실상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C라는 취지로 판시하였다(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0두20966 판결). 2.파기환송심판결 및 대상 판결의 판시내용 이러한경위로 인하여,파기환송심에서는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C의 투자자가 아닌 C라는 점 자체에 관하여는 원?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었다.대신피고는상고심 판결의 취지에 따라, 당초 이 사건 처분에서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 즉,원천납세의무자를 C의 투자자로 보았다가,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하였다. 이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는피고의 이와 같은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가능한지 여부가 새롭게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하여 파기환송심 판결은 "세목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에 해당하므로 원천징수하는 세금에 관한 처분취소소송에서 과세관청이 처분의 근거 세목을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변경하는 것은 처분의 동일성을 벗어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4. 1. 10. 선고 2013누23272 판결).이에 대하여 피고가 재상고하였는데,대상 판결은 파기환송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세목은 부과처분에서는 물론 징수처분에서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봄이 상당하므로,당초의 징수처분에서와 다른 세목으로 처분사유를 변경하는 것은 처분의 동일성이 유지되지 아니하여 허용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피고의 재상고를기각하였다(대법원 2014. 9. 5. 선고 2014두3068 판결). Ⅲ. 대상판결의평석 1.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허용범위(='처분의 동일성'='납세의무의 단위') 과세관청은 원칙적으로 처분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변론종결시까지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할 수 있다(대법원 1989. 12. 22. 선고 88누7255 판결).여기서 '처분의 동일성'이란 과세단위또는 납세의무의 단위(이하 통틀어 '납세의무의 단위')를 말하고(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누10695 판결), 이는 원천징수처분 취소소송에서도 다르지 않다(대법원 1999. 12. 24. 선고 98두16347 판결). 여기서 '납세의무의 단위'란,일반적인 행정소송에서 처분의 동일성의 한계로 논의되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과 구분되는 세법 특유의 개념으로,강학상으로는 개인단위, 부부단위, 가족단위 등 인적 요소가 결합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도 하고, 물적 요소로서 조세채무의 확정에 있어서 세목, 과세기간, 과세대상에 따라 다른 것과 구분되는 기본적 단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관련하여 대법원은 ①자산소득의 합산과세를 규정한 구 소득세법의 취지에 관하여 세대단위로 담세력을관념하는 것이 개인단위별 과세보다 생활실태에도 합당하다고 판시하여 납세의무의 단위를 인적 요소로 이해하기도 하고(대법원 1983. 4. 26. 선고 83누44 판결 등), ②재산세 등의 과세대상인 주택은 1구를 과세단위로 하여 과세대상으로서 구분된다고 하여(대법원 1991. 5. 10. 선고 90누7425 판결) 이를 물적 요소로 파악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③소득세나 부가가치세를 일정한 기간을 과세단위로 하는 세목이라고 판시하여(대법원 1996. 2. 23. 선고 95누12057 판결) 이를 시간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사례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 동안 이 사건 처분과 같은 원천징수처분에서는 납세의무의 단위가 무엇인지, 특히 과세관청이 소송에서 처분 당시와 비교하여 원천납세의무자를 달리하는 내용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하여는 명시적으로 판단한 바는 없었다. 2.원천징수처분에서의 '처분의 동일성' 범위에 관한 판단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사건상고심 판결과 같은 날 선고된 대법원 2011두7311 판결은(이하 '비교판결')원천징수처분의 취소소송에서 원천납세의무자를 달리하는 내용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처분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였다.즉,비교판결은 '원천징수하는 법인세에서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수령자가 누구인지는 원칙적으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다'는 전제에서, "원천징수하는 법인세에 대한 징수처분 취소소송에서 과세관청이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수령자(=원천납세의무자)를 변경하여주장하더라도그로인하여소득금액또는수입금액지급의기초사실이달라지는것이아니라면처분의동일성이유지되는범위내의처분사유변경으로서허용된다"라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비거주자 및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은 강학상 완납적 원천징수의 대상이 되는 소득으로서 원천징수법률관계는원천징수의무자와과세관청사이에만존재하고 원천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 사이에는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없는 점(대법원 1984. 2. 14. 선고 82누177 판결 등),원천징수하는 소득세 또는 법인세는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을 지급하는 때에 이미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동시에 확정되기 때문에(국세기본법 제21조 제2항 제1호 및 제22조 제2항 제3호)'실질적인귀속자'로서 사후적으로 확정될 수밖에 없는 원천납세의무자는 애당초 확정된 세액의 기초사실을 판단하는 요소에 포함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론적으로 지극히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3.대상판결의 문제점 (1) 쟁점 비교판결의 판시내용을 대상판결에서도일관하면, 일응피고가 원천납세의무자를 종전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허용된다고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다만 이 사건과 비교판결 사이에 존재하는 다음과 같은 차이점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는 비교판결의 법리가 이 사건 처분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즉, 비교판결과 이 사건은 과세관청이 케이만 군도에 설립된외국법인(LP)와 그 투자자 중투자자를 주식양도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로 보아 원천징수처분을 하였다는 점에서는 완전히 동일하다. 다만, 비교판결에서는 과세관청이 당초 투자자를'법인'으로 보아 법인(원천)세를 원천징수처분한 반면, 이 사건 처분에서는 투자자를'개인'으로 보아 소득(원천)세를 원천징수처분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비교판결에서는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LP의 투자자'에서 'LP'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하더라도, 세목이 여전히 법인(원천)세가 되어 기존 납세고지서상 세목[=법인(원천)세]과 일치한다. 반면 이 사건 처분에서는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하게 되면 세목이 법인(원천)세가 되어 기존 납세고지서상 세목[=소득(원천)세]과 불일치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천납세의무자가 원천징수처분의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고,법인세나 소득세나 동일한 소득과세의 일환인 이상 , 그 소득의 실질 귀속자에 대한 판단이 달라져 그에 따라 처분사유를 변경함에 있어 원천납세의무자의 법적 형식에 따라 자동적으로 뒤따를 뿐인 세목 또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볼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원고는 종전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9. 12. 24. 선고 98두16347 판결 및 대법원 2001. 8. 24. 선고 2000두4873 판결)를 들어, 세목은 엄연히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세목이 달라지는 경우에는 아무리 원천징수처분이라고 하더라도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이 허용될 수 없다고 반박하였다. 결국 파기환송심에서는 비교판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원천징수처분의 경우'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것이다. (2) 일반적으로 '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인가? 학설 중에는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통상 과세기간, 장소, 소득구분 등을 열거하면서 본세와가산세는 별개라는 점을 예로 들어(대법원 1992. 5. 26. 91누9596 판결) 세목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라고하거나 ,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서 세목이 가장 중요하다는 등의 견해가 있다 .우리나라 세법 중 소득에 대하여 과세하는 세목인 소득세 및 법인세를 생각해보면, 납세의무자의 법적 성격이 개인인지 법인인지 여부에 따라 세목이 소득세 또는 법인세로 달라지고, 이에 따라 각각 소득세법 또는 법인세법이 적용되어 과세표준의 산정방법, 세율 등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직접 납세의무자에 대한 과세처분에 있어서 세목은 일응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라는 점에는 충분히 수긍이 간다. 그러나 [국가-원천징수의무자-원천납세의무자] 3자 간의 법률관계가 문제되는 원천징수처분에서도이러한 논리가 그대로 관철될 수 있는지는 이와 구분하여 깊이따져볼 필요가 있다.앞에서도 언급하였다시피,원천징수처분에서는 부과처분과는 달리 애당초 "원천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 사이에는직접적인 법률관계가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3) 원천징수처분에서의"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인가? 대상판결은 "세목"이 부과처분에서뿐만 아니라 원천징수처분에서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판시하면서도 따로구체적인 설명을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볼 때 대상판결의 결론은 이론적인 측면에서나 실무적인 관점에서나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이론적인 측면에서 보면,이 사건에서 처분사유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세목이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달라지더라도, 원천징수처분에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인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 즉, 원고가 E로부터 2005. 4. 15.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하고 그 대가로 1,651,104,756,621원을 지급한 사실 그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또한 소득세법이나 법인세법이나 모두 비거주자 또는 외국법인이 내국법인의 주식을 양도하여 얻은 소득에 대하여, 과세표준은 지급금액으로, 세율은 10%로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소득세법 제156조 제1항 제5호 및 법인세법 제98조 제1항 제5호),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세목이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달라지더라도 그 세액은 종전과 동일하다. 요컨대,이 사건에서는처분사유의 추가?변경에 따라 원천납세의무자가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라지더라도 (법원에 의하여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사후적으로 확정된 원천납세의무자 및 그에 따른 세목을 제외하고는)원천징수의무를 발생시키는 이 사건 양도소득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납세자(원천징수의무자),과세표준,세율,세액 중 어느 것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이 점이 바로 납세의무자가 달라지면 납세자, 과세표준, 세율,세액이 모두 달라지는 부과처분과 확연히 구분되는 원천징수처분만의 특징이다. 또한 대법원이 발간한판례해설에 따르면, 일반 행정소송에서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로 보는 반면, 조세소송에서는 '납세의무의 단위'를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로 설정함으로써 납세자의 소송상 방어권 보장보다는 분쟁의 일회적 해결을 더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설명은'납세의무의 단위'가'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보다는 그 범위가 더 넓은 개념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런데 대상판결과 같이 보게 되면 오히려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보다 '납세의무의 단위'를 더 좁게 보는 모순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대상판결이 과세관청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기본적 사실관계'즉,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음에도불구하고 '납세의무의 단위'의 동일성은 부인함으로써, 분쟁의 일회적 해결보다는 납세자의 방어권 보장을 우선시한 결과를 초래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법원에 의하여 사후적으로 확정될 수밖에 없는 국제조세법률관계에서 분쟁의 일회적 해결보다 납세자의 방어권 보장을 우선할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실무적인 관점에서 보면, 조세조약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도 실질과세의 원칙이 적용되는 이상(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두11948 판결), 과세관청이 원천징수처분을 하면서 일응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최종적인 귀속자라고 보아 지목한 원천납세의무자는,대법원이 실질과세의 원칙을 적용하여 최종적으로 누구인지 확정하기 전까지는 어디까지나 잠정적인 것에 불과하여 언제든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즉, 여러 나라에 걸쳐 이루어지는 투자관계에 대하여 과세하는 국제조세에서는 국내원천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를 찾는 과정이기본적으로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대법원 스스로도 비교판결에서법원에 의하여 사후적으로 확정되는 원천납세의무자는 원천징수처분에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라고 하여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돌이켜 보면, 세목은 원천납세의무자의 법적 성격에 따라 기계적?자동적으로 정하여지는 요소일 뿐이다. 따라서 위와 같이 국제조세에서 원천납세의무자의 변경가능성이 유보되어 있는 이상, 그에 따른 세목 또한 얼마든지 변경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한편으로는원천징수처분에서 "원천납세의무자"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라고 하면서, 다시 '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된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논리적 모순으로, 이는 모처럼 심도 깊은 이론적?실무적 검토 끝에 선고한 비교판결의 적용범위를 크게 훼손?잠식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법원 입장에서 볼 때 비교판결 및 대상판결에서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LP가 아닌 LP의 투자자로 보아 원천징수처분을 한 것은 똑같이 위법한처분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대법원이,비교판결과 같이 C의 투자자를 법인으로 보아 당초 법인세로 원천징수처분을 한 경우에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허용하고,대상판결과 같이 C의 투자자를 개인으로 보아 당초 소득세로 원천징수처분을 한 경우에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불허하는 것은,원천징수처분 당시 (궁극적으로 원천납세의무자도 아닌) C의 투자자들의 법적 성격이 무엇이었냐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원천징수처분의 위법성을가르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더군다나 과세실무상 현실적으로 사모펀드의 최종투자자의 지분비율, 국적까지는 알 수 있어도 그 법적 성격이 개인인지 아니면 법인인지 여부까지는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은 (미국과 같이 법인과 개인의 세목을 구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실질적인귀속자를새로 지정하여 과세할 수 있는 경우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과세주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으로서 비교법적으로나 조세정책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Ⅳ. 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천징수처분에서 원천납세의무자에 따라 자동적으로 정하여지는 세목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파기환송심에서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취지에 따라 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하는 것은 당연히 허용되었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은 부과처분과 구별되는 원천징수처분 법률관계의 특성에 대한 심도 깊은 검토 없이, 스스로 선고한 비교판결의 의의를 크게 훼손하면서 부과처분에서의 논의를 원천징수처분에 기계적으로 적용하였다는 측면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또한국제조세에서 원천납세의무자는 사후적으로 얼마든지 변경될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고, 이 사건은 E가 국내에서 이 사건 주식을 양도함으로써 국내원천소득이 발생하여 우리나라에 과세권이 존재한다는 점 자체에는 의문이 없는 사안임에도, 대상판결이 단지 세목이라는 과세처분의 형식만을 이유로 수백억 원에 이르는 과세권을 너무 쉽게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로벌 세수전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는 요즘, 다른 나라의 법원이라면 과연 어떤 판결을내렸을까?
2015-04-07
‘엔화스왑예금거래’에 따른 선물환 차익이 이자소득세 과세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
I.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원고는 2003년부터 2006년 초반까지 사이에 엔화정기예금의 이자(약 연 0.05%)는 과세대상에 포함되지만 소득세법상 선물환차익(약 연 3.6%)은 비과세되어 3개월의 정기예금으로도 이자율 연 4.31%(세전)를 확보할 수 있고 금융소득종합과세도 회피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주로 고액의 예금고객으로부터 원화를 받아 엔화로 환전하여('현물환거래') 엔화정기예금에 가입시키고('엔화정기예금거래') 거래 당일 예금만기와 일치하는 날의 선물환율을 적용하여 엔화를 매입하는 약정을 함으로써('엔화선도거래') 원금 및 이익금을 다시 원화로 돌려주는 방식의 현물환거래와 엔화정기예금거래 및 선물환거래가 함께 이루어지는 거래('엔화스왑예금거래')를 하였고, 예금만기에 고객에게 엔화정기예금의 이자를 지급하면서는 원천징수를 하였으나 선물환거래로 발생한 이익('선물환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소득으로 보아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엔화스왑예금거래에 따라 원고에게는 금전의 사용기회가 제공되고 고객에게는 그 대가가 지급되었다고 보아, 선물환차익까지도 포함한 전체 이익이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 제13호 소정의 이자소득에 해당한다며 원고에게 선물환차익에 대해서는 이자소득세 원천징수처분을 하면서 동시에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 고객들에 대해서는 선물환차익을 금융소득에 합산하여 종합소득세 과세처분을 하였다. 2. 소송경과 피고 외에 다른 과세관청에서도 엔화스왑예금거래를 한 다수 은행과 고객에 대하여 동일한 논거로 과세를 하였고 이에 대해서 다수의 은행과 고객들이 불복하여 전국적으로 수 십여 건의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대상 판례의 사안이 선행사건으로 진행되어 제1심과 원심에서 원고 승소판결이 선고되었으나 다수의 후행사건에서는 하급심의 판단이 엇갈렸다. 3. 판결요지 대법원은 납세의무자가 경제활동을 함에 있어서는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서도 여러 가지의 법률관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그것이 과중한 세금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가장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유효하다고 보아야 하며, 실질과세원칙에 의하여 납세의무자의 거래행위를 그 형식에도 불구하고 조세회피행위라고 하여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있으려면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법률에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부인규정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은행과 고객간의 '엔화스왑예금거래'를 구성하는 선물환계약과 엔화정기예금계약은 서로 구별되는 별개의 계약이고 선물환계약이 가장행위에 해당한다거나 엔화정기예금계약에 포함되어 일체가 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선물환계약으로 인한 선물환차익은 예금의 이자 또는 이에 유사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채권 또는 증권의 환매조건부 매매차익 또는 이에 유사한 것으로 보기도 어려우므로, 구 소득세법(2006.12.30.법률 제81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 제3호나 제9호, 제13호에 의한 이자소득세의 과세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본 원심 판결을 정당한 것으로 수긍하였다. II. 대상판례의 평석 1. 쟁점의 정리 우리 소득세법은 과세대상으로 규정한 소득에 대하여만 과세하는 열거주의 과세의 입장을 취하고 있어 소득세법상 열거되지 않는 선물환차익이나 외환매매이익은 비과세 소득이 된다. 한편,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은 제3호 및 제9호에서 국내에서 받는 예금의 이자와 할인액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채권 또는 증권의 환매조건부매매차익을 이자소득의 하나로 열거하면서 2001.12.31.부터는 이자소득의 유형별 포괄주의의 형태인 제13호('쟁점조항')를 신설하여 제1호 내지 제12호의 소득과 유사한 소득으로서 금전의 사용대가의 성격이 있는 것 역시 이자소득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엔화스왑예금거래의 선물환차익에 대한 과세는 다수의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파생금융상품에 대하여 시도된 최대 금액의 과세로서 2005년경부터 6년 이상 실무 및 학계에서 그 과세처분의 적법성이 주요 논쟁거리가 되어 왔다. 원심에서는 선물환거래에 대한 커버거래와 선물환거래나 엔화예금거래가 실제로 행하여졌는지가 주된 쟁점이 되었으나 상고심에서는 엔화스왑예금거래를 구성하는 개별거래의 진정성을 전제로 이 사건 선물환차익이 쟁점조항의 이자소득에 해당하는지가 주로 문제 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열거주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는 소득세법 과세체계 하에서 이자소득의 유형별 포괄주의 과세를 위하여 도입된 쟁점 조항의 법적 성격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 달리 말하면 이 사건 선물환차익을 쟁점 조항의 이자소득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인지 여부이다. 2. 소득세법상 이자소득의 범위 및 유형별 포괄주의 조항의 도입 이자란 금전을 대여하여 원본의 금액과 대여기간에 비례하여 받는 돈 또는 그 대체물이다.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은 당해 연도에 발생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한 채권 또는 증권의 이자와 할인액(1호), 내국법인이 발행한 채권 또는 증권의 이자와 할인액(2호), 국내에서 받는 예금의 이자와 할인액(3호), 대통령령이 정하는 채권 또는 증권의 환매조건부매매차익(9호), 대통령령이 정하는 저축성 보험의 보험차익(10호) 등을 이자소득으로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 나아가 이들과 유사한 소득으로서 금전의 사용에 따른 대가의 성격이 있는 것(13호)도 이자소득에 해당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포괄적 이자개념을 설정하고 있다. 위 제1호, 제2호 및 제3호 등은 전형적인 이자소득이나 제9호 및 제10호 등은 다른 소득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유형별 포괄주의 조항은 2001.12.31.소득세법의 개정을 통해 유사한 소득은 동일하게 과세함으로써 과세기반을 확대하고 과세의 형평성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쟁점조항이 도입되기 이전 판례는 보증채무의 이행으로 인한 구상권에 포함되는 법정이자가 소득세법상 이자소득의 일종인 비영업대금의 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하였고(대법원 2004.2.13.선고 2002두5931 판결), 현행 소득세법 기본통칙 16…1, 2도 장기할부나 지급기일 연장 등에 따른 추가지급금액, 손해배상금에 대한 법정이자 등 그 경제적 기능이 이자에 유사한 경우라도, 거래 내용이 자금의 사용이 아닌 경우는 이자소득에서 배제하고 있다. 그러나 판례는 직장공제회초과반환금 중 회원의 퇴직·탈퇴 전에 지급되는 목돈급여와 종합복지급여의 부가금은 구 소득세법에서 정한 '예금의 이자'와 성격이 유사하고 담세력도 대등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쟁점조항의 신설 이후에는 이자소득세의 과세대상이 된다(대법원 2010.2.25. 선고 2007두18284 판결)고 판시하여 쟁점조항의 성격에 대한 향후 판례의 입장이 주목되었다. 3. 평석: 유형별 포괄주의 조항의 법적 성격과 선물환차익의 소득구분 대상판례는 우선 선물환차익을 예금의 이자와 유사한 소득이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다. 엔화스왑예금거래상의 현물환거래, 엔화예금거래 및 선물환거래가 동일 당사자 사이에 같은 날 동시에 체결되었더라도 엔화의 매매가 수반된다는 점에서 선물환계약은 자금의 대여거래와는 명백히 구별되므로 이를 예금의 이자소득과 유사하지 않다고 본 대상 판결의 판시는 타당하다. 직장공제회 초과반환금 중 종합복지급여의 부가금 등의 경우 자산의 매매가 없으므로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 제3호 소정의 예금의 이자와 유사하다고 본 판례와는 구별된다. 다음으로, 대상판례는 선물환차익이 채권 또는 증권의 환매조건부 매매차익과 유사하지 않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사건 선물환차익은 은행이 고객에게 엔화를 매도한 다음에 90일이 경과한 시점에서 그 매도금액에 선물환차익 상당을 더한 금액으로 매수한다는 점에서 고객이 얻는 선물환차익은 환매조건부 매매이익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이 제9호가 '채권 또는 증권의 환매조건부 매매차익'으로 이자소득의 범위를 명시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대상판례가 채권이나 증권이 아닌 엔화의 환매차익에 해당하는 이 사건 선물환차익을 같은 항 제9호의 '채권 또는 증권의 환매조건부 매매차익'소득과 유사한 소득이 아니라고 본 것 역시 정당하다. 유형별 포괄주의의 쟁점조항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대상판례의 태도는 종전 판례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즉 대법원은 조세법률주의와의 관계에서 세법에 산재하는 포괄적 과세조항을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왔다. 대표적으로 대법원은 특정한 거래가 부당행위계산부인에 관한 법인세법 시행령 제1호 내지 제8호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제9호를 적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즉, 납세자의 거래행위가 법인세법 제20조에서 정한 부당행위계산부인과 관련하여 법인세법 시행령 제46조 제2항 각 호 소정의 부당행위유형 중 제4호와 제9호의 해당성 여부가 문제가 된 경우에서 그 거래행위가 만일 그 제4호에서 정하는 출자자 등으로부터 자산을 시가를 초과하여 매입하거나 출자자 등에게 자산을 시가에 미달하게 양도하는 때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제9호가 정하는 행위유형에도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6.5.10.선고 95누5301 판결). 또한 소득세법 부당행위계부인 규정에 관하여도 동일한 취지의 판시를 한바 있다(대법원 1999.11.9.선고 98두14082 판결). 소득세법 제16조는 쟁점조항에서 소득세법 제1항 제1호 내지 제12호의 소득과 유사한 소득으로서 금전사용에 따른 대가로서의 성격이 있는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그에 앞서 제1항 제9호에서 이자소득의 명시적 유형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채권 또는 증권의 환매조건부 매매차익이라고 규정하였고 소득세법 시행령 제24조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채권 또는 증권의 환매조건부 매매차익"이라 함은 금융기관이 환매기간에 따른 사전약정이율을 적용하여 환매수 또는 환매도하는 조건으로 매매하는 채권 또는 증권의 매매차익을 말한다고 구체적으로 그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문의 체계와 구성과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환매조건부 매매차익의 경우에는 비록 경제적인 측면에서 금전의 사용대가적 성격이 있지만 채권이나 증권의 환매조건부 매매차익에 대해서만 이자소득으로 구분하겠다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로 보인다.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 제10호의 경우에도 특별히 대통령령이 정하는 저축성보험의 보험차익의 경우만을 이자소득으로 보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소득세법 시행령 제25조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저축성보험의 보험차익"이란 다른 제한적인 요건과 함께 보험료의 납입일로부터 만기일까지의 기간이 10년 미만인 경우를 말한다고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예컨대 만기 11년인 저축성 보험의 보험차익은 위 제10호의 이자소득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를 제10호와 유사한 소득으로 볼 수 없고, 이러한 소득은 위 제13호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해석이다. 전형적인 이자소득과는 달리 이러한 유형의 소득은 제한적으로 이자소득에 편입하여 과세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만일 그와 달리 소득세법 시행령의 범위를 벗어나는 환매조건부 매매차익이나 저축성보험의 보험차익을 이자소득으로 본다면 거래의 예측가능성과 조세법률주의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이는 소득세법 시행령 문언의 의미를 현저히 반감시킬 것이다. 4. 결어 쟁점조항의 신설 이후 대법원 2007두18284 판결은 직장공제회초과반환금 중 종합복지급여의 부가금 등이 이자소득세의 과세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여 이자소득의 유형별 포괄주의 조항의 적용범위를 다소 넓게 해석하였으나,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대상판례는 유형별 포괄주의의 쟁점조항의 적용범위를 제한적으로 파악하는 의미 있는 판결을 하였다. 대상판례는 유형별 포괄주의 조항에 대해서도 조세법률주의에 따른 엄격해석의 입장을 견지하였고, 소득구분에 관한 사법적인 잣대에 의하여 그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선례적 입장을 취하였으며 또한, 파생 금융상품의 과세문제에 대해서 중요하고도 의미있는 판시를 하였다. 대상판례의 논거와 결론에 찬동한다.
2011-06-13
위헌적 과세처분에 대한 사법구제의 논리구조
Ⅰ.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원고 공익법인은 이 사건 설립자 등의 현금출연으로 설립된 재단법인 장학재단으로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법인과 동일인 관련자와의 관계에 있지 아니한 성실공익법인이다. 이 사건 출연자와 그의 특수관계인은 2003. 2. (주)수원교차로 주식의 90%지분(시가 약 180억원 상당; 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 한다)을 원고 공익법인에게 기부하였다. 이에 피고는 공익법인이 내국법인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의 5%를 초과하여 출연받은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아,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8조 제1항 단서(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에 근거하여 그 초과부분에 대해 약 140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하였다. 2. 소송경과 원고 공익법인은 감사원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기각 결정을 받고, 이어 수원지방법원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3. 판결 요지 위 수원지방법원 판결은 이 사건 출연자의 주식 출연이 원고 공익법인을 출연주식 발행법인의 지주회사로 만듦으로써 경제력을 집중시키거나 경제력을 세습하는 과정에서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의도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부과처분이 과세요건의 형식적 요건을 만족시켰다고 하더라도 합헌적 법률해석의 요청에 따른 예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였다. Ⅱ. 평석 1. 쟁점 정리 이 사건은 과세단계에서부터 널리 알려졌던 사건이다. 대학에 대한 거액의 재산기부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데다가 증여세의 과세처분으로 기부재산의 약 75%를 조세로 징수 당하게 되리라는 것은 기부 당사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고, 이렇게 되는 경우 당초 목적달성이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단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공익법인에 대한 이 사건 주식의 출연은 발행주식 총수의 5%를 넘어 선 것이므로 그 초과분에 대하여서는 과세요건을 명백히 충족하고 있었다. 과세관청의 입장에서는 입법의 당부를 떠나 과세를 하여야 할 책무가 있었다. 과세경위와 과세금액에 비추어 보면 명백히 부당한 과세라는 것이 상식적인 인식인데, 법령해석적용권을 가진 법원 과연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할 수 있을 것인지, 취소하는 경우 과연 어떠한 법리를 어떻게 적용하여 할 것인지가 이 사건의 흥미로운 쟁점이었다. 2. 관련 판결의 입론 (1) 입법취지 및 규정성격에서 접근 이 사건 판결은 공익법인에 대한 재산출연 시 증여세를 면제하는 법령은 민간단체 또는 개인이 공익사업에 적극적 참여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국가에게 맡겨진 공적 과제를 적절하게 수행하기 위한 헌법적 요청에 근거한 것인데, 내국법인의 발행주식 총수의 5%를 초과하는 주식을 공익법인에게 출연할 경우, 위와 같이 증여세를 면제하는 세제를 악용하여 공익법인에게 내국법인 주식을 출연함으로써 공익법인을 통하여 경제력을 집중시키거나 부를 세습시키는 폐단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 이 사건 규정의 입법취지라고 하였다. (2) 합헌적 해석방법에 의하여 예외를 인정 이 사건 판결은 이 사건 규정의 형식적 과세요건에 해당하면 기계적으로 증여세가 과세되는 것으로 보고 그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헌법규정의 취지나 관련 법령의 입법목적에 심히 반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규정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공익법인에게 내국법인의 주식을 출연하는 것이 경제력 집중이나 경제력 세습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를 아울러 고려하여 그 예외를 인정함이 합헌적 법률해석의 방법으로서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리하여 이 사건 출연자는 애초에 이 사건 주식을 장학재단에 기부하여 장학사업에 사용하게 하려는 의사가 있었을 뿐이고, 내국법인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어려우므로 이 사건 규정의 예외에 해당하고,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3. 위헌처분에 대한 사법구제(헌법 제107조 제2항의 법리) (1) 종래의 접근법 종래 대법원은 법률의 형식적인 적용에 따른 불합리한 결과를 시정하기 위하여 문제된 법령의 문언에 따른 적용범위를 축소하여 해석함으로써 당해 사건에 대한 적용을 배제함은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를 법률의 합헌적 해석론이라고 한다. 예컨대, 구 국세기본법상 공시송달사유로서 수취인 부재의 의미를 구 국세기본법시행령은 등기우편 송달 및 세무공무원의 2회 이상 방문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수취인의 부재'라 함은 납세의무자가 기존의 송달할 장소로부터 장기간 이탈한 경우로서 과세권 행사에 장애가 있는 경우로 한정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0. 10. 6. 선고 98두18916 판결). 이러한 종래의 접근법은 문제된 법령의 형식적 적용범위를 변경시키고, 경우에 따라서는 법원이 법령에 존재하지 않는 과세요건 또는 면제요건을 창설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게 하였다. (2) 헌법 제107조 제2항의 처분에 대한 위헌심사 적용하면 돼 헌법 제107조 제2항은 법원에 대하여 명령, 규칙에 대한 위헌심사 이외에 처분 자체의 위헌적 결과를 시정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여 두고 있다. 그럼에도 그 동안 이 조항은 전혀 적용되지 않고 법조의 관심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국내에서도 독일의 사례와 우리 헌법의 규정 체제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서 처분에 대한 위헌판단법리가 체계화되고 있다(서보국, '합헌적 조세법률을 적용한 과세처분의 위헌적 결과에 대한 납세자의 권리보호 근거로서 헌법 제107조 제2항', 조세법연구 제16권 제1집, 한국세법학회, p.212~255.) 우리나라에서 사법작용에 의한 위헌심사의 유형은 위헌법률 및 위헌적 공권력행사에 대한 헌법소원은 헌법재판소(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 및 제5호)가, 위헌명령, 규칙 및 위헌처분에 대한 위헌심사는 법원(헌법 제107조 제2항)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위헌적 처분에 대한 사법구제는 그 처분의 근거가 된 법령에 대한 위헌심사에 의하여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처분근거 법령 자체는 위헌이라고 보이지 않지만 그 적용의 결과가 위헌적인 상태가 초래된다면 현대법치국가의 기본원리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따라 어느 행정처분에 대한 근거법령이 위헌이라고 보여지지는 아니하지만 그 적용결과가 헌법에 반하는 위헌적인 것이라면 처분의 효력이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 이 경우를 규정한 것이 바로 헌법 제107조 제2항의 처분에 대한 위헌판단조항이다. 그런데 여태까지 처분의 위헌성은 그 근거법령의 위헌성에서만 구하였고, 그것이 당연한 수순으로만 학계나 실무계에서 인식되어 왔던 것이 현실이다. 이제 이 사건은 이러한 처분 자체의 위헌성 판단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판결법원은 이 사건 증여처분의 효력을 부인하면서 합헌적 해석이론을 내세워 문언상 과세요건을 충족하고 있고 어떠한 예외규정도 없는 사안에 대하여 법률해석의 한계를 극복하고 해석상의 예외를 인정하였다. 사법기관에 의한 사실상의 입법형성을 시도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합헌적 해석이론에 대하여 異論은 있으나 대체적으로 승인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합헌적 해석방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권, 국회의 입법권과의 충돌 내지 저촉의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함부로 적용할 것은 아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서라도 이 사건 부과처분에 대한 효력부인의 근거를 헌법 제107조 제2항에서 규정한 처분 자체에 대한 위헌판단권에 두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즉 이 사건 증여세 과세조항의 위헌성이 인정된다면 위헌판단의 절차로 가야 되겠으나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경우에는 과세조항의 위헌성을 따지지 아니하고서도 처분 자체가 헌법질서에 반하는 위헌처분이므로 취소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사건의 부과처분은 그 결과가 공익재단에 기부한 재산의 가액의 75% 이상(가산세 포함)을 조세로 부과 당하게 되어, 헌법이 규정한 재산권보장, 비례와 평등의 제원칙에 위배된 것이다. 이러한 조세부과는 이른 바 교살적 혹은 몰수적 효과(Erdrosselungswirkung od. Konsfiskation)를 가져오는 것으로서 위헌으로 보아야 한다. 실무상 처분 자체가 위헌성을 띠고 있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예컨대, 명의신탁 증여의제 과세에 있어 종업원 등 타인명의로 대출을 받아 주식투자를 한 사건에 있어 100억 원이 훨씬 넘는 증여세가 부과된 사건을 들 수 있다. 명의신탁 규제의 사회적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증여도 아닌 행위에 대하여 세금의 이름으로 부과된 금액은 상식을 초월한다. 어느 형사범죄에 대하여서도 이러한 과중한 금전적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다. 위 명의신탁 증여의제 조항은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4차례의 합헌결정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위헌소원이 제기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밖에 부동산실권리자등기명의에관한법률에서의 과징금 부과도 사례에 따라 너무 과중하여 위헌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사건이 나타나고 있다. Ⅲ. 결어 조세(행정)법령에 있어서의 법률적 규율의 정당성(gesetzliche Regelungswurdigkeit)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그에 근거한 처분결과의 정당성까지 담보하여 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 헌법 제107조 제2항은 이러한 경우 처분 자체에 대하여 사법적 심사를 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마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아직 그 적용을 시도한 적이 없다. 이 사건 판결도 결국 처분결과를 재산권보장, 제도의 취지에서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고, 그 처분취소의 근거로 적용 예외를 인정하는 합헌적 해석론에서 찾았다. 향후 이러한 사례에 관하여서는 확실한 헌법적 근거를 바탕에 두고 위헌적 행정처분을 사법적 수단에 의하여 바로 차단할 수 있는 "처분 자체의 위헌판단"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상급심의 이 점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정광진 변호사 공동집필)
2010-08-16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제4조 소정의 금지청구에 있어 동법 제2조 제1호 (가)목 소정 표지
I. 판결 사안의 개요 소외 D 주식회사는 1984. 11. 경부터 ‘옥시크린’이라는 산소계 표백제를 제조ㆍ판매하기 시작하였는데, 이 제품이 크게 성공함에 따라 생활용품사업부를 독립시켜 1990. 12. 27. ‘옥시’를 상호로 포함하는 원고를 설립하였다. 원고가 설립된 이후에도 ‘옥시크린’제품의 매출액은 계속 증가하여 시장점유율이 매년 90%를 상회하였고, 다양한 매체에서 많은 광고를 하였으며 각종 수상을 하기도 하였다. 원고는 ‘옥시크린’ 제품 외에도 전국에 걸쳐 생활용품 20여 종을 제조ㆍ판매하였는데 제품 모두에 상호를 표시하여 왔다. 이에 반해, 소외 P 주식회사는 1991. 3. 경부터 ‘옥시화이트’라는 산소계 표백제를 제조ㆍ판매하여 오다가 1995. 12. 30. 그 영업을 피고에게 양도하였고, 그 이후부터 피고는 ‘옥시화이트’ 제품을 제조ㆍ판매하여 왔다. II. 당사자의 주장 및 대상 판결의 요지 ‘옥시’라는 표장은 원고의 상호로서 국내에 널리 인식되어 있으므로 이를 포함한 상표를 산소계 표백제 제품에 사용하는 피고의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고 함) 제2조 제1호 (가)목 소정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 피고는, 부정경쟁방지법 소정의 표장의 주지성 구비 여부는 변론종결시가 아닌 침해표지의 사용 개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야 하는데, ‘옥시화이트’제품은 1990. 12. 27. 설립된 원고의 상호가 주지성을 획득하기 이전인 1991. 3. 경부터 제조ㆍ판매되기 시작한 것이므로 피고는 이른바 선의의 선사용자로서 부정경쟁방지법 소정의 부정경쟁행위를 한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본 사안을 심리한 원심(서울고등법원 2002. 1. 9. 선고 2001나4332 판결)의 판단을 모두 수긍하면서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다. 1.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에 의한 금지청구에 있어서 같은 법 제2조 제1호 (가)목 소정의 타인의 상호ㆍ상표 등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한 표지가 국내에 널리 인식되었는지의 여부는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임을 전제로 이 사건에 나타난 원고의 영업규모, 제품의 종류 및 내역, 판매액수, 광고 및 홍보활동의 방법 및 빈도, 원고가 그 상호를 사용한 기간 및 사용 태양 등에 비추어, 원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원고의 그 상호는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는 상품의 표지로서 국내의 거래자 또는 수요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 2.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 소정의 부정경쟁행위에 있어서는 ‘부정경쟁행위자의 악의’또는 ‘부정경쟁행위자의 부정경쟁의 목적’ 등 부정경쟁행위자의 주관적 의사를 그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아니할 뿐더러 부정경쟁방지법상 선의의 선사용자의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에서 배제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으므로, 가령 원고가 그 상호에 관한 주지성을 획득하기 이전부터 피고가 원고의 상호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또는 부정경쟁의 목적이 없는 상태에서 ‘옥시화이트’ 상표를 사용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상호가 주지성을 획득한 상품의 표지가 되었고, 피고의 그 상표가 주지된 원고의 상호와 혼동될 위험이 존재한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에서는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 소정의 부정경쟁행위를 구성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원심은 정당하다. III. 대상판결 관련 주요 쟁점 및 논의 1.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 소정의 금지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한 요건으로서의 표장의 주지성 구비 여부에 대한 판단 시점 가. 대상판결 선고 이전 견해의 대립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 소정의 금지청구권과 제5조 소정의 손해배상책임, 제6조 소정의 신용회복청구권 등은 모두 부정경쟁행위의 존재를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고, 부정경쟁행위는 보호받고자 하는 표지가 주지성을 가짐을 요건으로 하므로 결국 위와 같은 청구를 하는 경우 당해 표지의 주지성이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문제는 예를 들어 침해표지의 사용시점에는 주지성을 취득하지 못했던 표지가 추후 주지성을 취득하는 경우 주지성 구비 여부의 판단 시기를 어느 시점으로 할 것인지에 따라 금지청구권의 인용 여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에 관하여는 법상 명문의 규정이 없어 논란이 되어 왔고, 일본도 사정이 동일하였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종래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事實審辯論終結時說과 침해표지의 사용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相對方標識使用時說이 대립되어 왔다. 사실심 변론종결시설은, ① 부정경쟁방지법 상의 보호를 받을만한 객관적 사실관계가 구비된 이상 보호를 하는 것이 법의 규범적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이고, ② 주지표지에 대한 보다 넓은 범위의 보호를 하는 것이 부정경쟁방지법의 입법취지에도 맞는 해석이며 ③ 악의의 주지성 취득의 경우에는 굳이 상대방 표지사용시설을 택하지 않더라도 권리남용 등의 법리로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논거로 한다. 상대방 표지사용시설은 ① 주지성 구비 시점 이전부터 당해 표지를 사용하여 온 선의의 사용자가 있는 경우 ② 1심에서 패소판결을 받아 항소한 원고가 항소심 재판 도중 대대적인 선전광고 등을 하여 변론종결시까지 주지성을 구비하는 경우 ③ 선사용자가 특정 표지를 먼저 사용하고 있음을 알고도 당해 표지를 독점하기 위한 ‘악의’로 당해 표지에 대한 주지성을 형성한 경우(이른바 ‘악의의 주지성 취득’의 경우) 등에는 사실심변론종결시설에 의하면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는 점 등을 논거로 내세어 왔다. 일본의 법원은 한때 상대방표지사용시설을 택하기도 하고 사실심변론종결시설을 택하기도 하였는데, 소위 ‘어스팰트’ 사건에서 일본의 최고재판소는, 금지청구권 행사의 경우에 있어서는 사실심변론종결시에,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는 상대방의 표지사용시부터 주지성이 구비되어야 한다는 판시를 하였다 (일본 최고재판소 1988. 7. 19. 판결). 대상 판결이 선고되기 이전, 우리나라의 학설 상으로는 사실심 변론종결시설에 따르는 견해가 보다 유력했던 것으로 보이고, 대법원은 이 문제에 관하여 명확한 입장을 밝힌 바 없으나, 하급심의 경우에는 상대방 표지사용시점설을 취하는 판결례도 있었고(광주고등법원 1999. 12. 16. 선고 99나662 판결, 부산고등법원 1999. 12. 1. 선고 98나888판결, 서울고등법원 1999. 4. 28. 선고 98나31417 판결), 사실심변론종결시설을 취한 판결례도 다수 있었다 (서울고등법원 1999. 8. 25. 선고 99나23507 판결 등). 나. 대상판결의 판시 내용 전술한 바와 같이 대상판결은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에 의한 금지청구에 있어서 같은 법 제2조 제1호 (가)목 소정의 타인의 상호ㆍ상표 등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한 표지가 국내에 널리 인식되었는지의 여부는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이 문제에 관한 종래의 논의에 종지부를 찍는 최초의 판례를 형성하였는데, 그 후다른 사건에서 대법원은 다시 한번 이러한 원칙을 확인하였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2다13782 판결). 2. 선의의 선사용권 항변 인정 여부 선의의 선사용권 항변이란, 부정경쟁방지법 상의 보호를 받고자 하는 표지가 주지성을 취득하기 이전부터 선의로 당해 표지를 사용한 선의의 선사용자에 대해서는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른 권리의 행사가 인정되어서는 아니되는 항변을 말한다. 즉, 주지 표지에 대한 권리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며, 다만 행사의 대상에 있어서 선의의 선사용자는 제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부정경쟁방지법은 이를 인정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제12조). 그러나, 이러한 명문의 규정이 없는 우리 부정경쟁방지법의 해석으로도 이와 같은 항변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논의되어 왔다. 대상판결은 우리 부정경쟁방지법 하에서는 선의의 선사용권 항변을 별도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최초로 확인하였다. IV. 결 어 대상판결은 법문상 명문의 규정이 없어 그간 논란이 있었던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에 의한 금지청구에 있어서의 같은 법 제2조 제1호 (가)목 소정의 표지의 주지성 구비 여부의 판단시점과 선의의 선사용권 항변 인정 여부에 대해 최초로 판단한 판례로서 큰 의미를 가지며, 이후 판례에서도 이러한 입장은 지지되고 있다. 브랜드의 가치가 나날이 중요시되는 거래계의 첨예한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을 것이나 ① 산업재산권 법령 중 특허법 제103조, 실용신안법 제42조, 디자인보호법 제50조 등은 선의의 선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는데 반해, 상표법의 경우에는 상표가 가진 공익적 기능을 우선시하여 선등록 권리자를 절대적으로 보호하고 선의의 선사용자 보호에 대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데, 우리의 부정경쟁방지법도 주지 표지가 가진 상품출처표시기능을 보호하고 소비자들의 상품 출처에 대한 오인ㆍ혼동을 예방한다는 공익적 관점에서 비록 선의의 선사용자라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예외적 보호를 할 수 없다는 의식 하에 일본과 달리 선의의 선사용자에 관한 보호규정을 두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② 부정경쟁행위를 금지하는 목적은 타인의 노력으로 획득한 상품 표지의 주지성에 편승하는 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가사 선의로 당해 상품표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어느 순간 상대방의 표지가 상대방의 노력에 기하여 주지성을 획득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자신이 사용해 오던 표지가 공중으로 하여금 상품 출처에 관한 오인이나 혼동을 야기하게 되면서 자의건 타의건 상대방 표지의 주지성에 편승하게 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사용을 중지하여야 하는 것이 부정경쟁방지법의 입법 목적은 물론 정의 관념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보이며 ③ 대상판결은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에 의한 금지청구’에 있어서 표장의 주지성은 사실심 변론종결시점에 구비되면 족하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을 뿐, 동법 제5조 소정의 손해배상 청구에까지 동일한 기준을 채택하겠다고 밝힌 것이 아니므로,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 주지성이 인정되는 표장이라는 이유로 주지성을 취득하기 이전의 시점에까지 손해배상청구권이 소급 인정되는 부당한 경우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데다가 (표장이 주지성을 획득하지 못한 시점에는 부정경쟁행위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④ 악의의 주지성 취득의 경우에는 권리남용 등의 실정법상 법리로도 충분히 공평 타당한 해결을 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대상판결은 타당하다고 하겠다.
2005-08-29
제조물책임법상 설계상의 결함
[판결요지] [1] 일반적으로 제조물을 만들어 판매하는 자는 제조물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재의 기술 수준과 경제성 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하여야 하고, 이러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그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그와 같은 결함 중 주로 제조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 즉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지 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2] 제조업자 등은 표시상의 결함(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고, 그와 같은 결함이 존재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1. 사실관계 주식회사 대한항공 소속 헬기의 조종사들이 시계가 불량한 관계로 시계비행방식을 포기하고 계기비행방식으로 전환하여 기온이 영하 8°C 까지 내려가는 고도 6,000피트 상공을 비행할 때 피토트 튜브(pitot/static tube, 動靜壓管)의 결빙을 방지하기 위한 피토트 히트(pitot heat)를 작동시키지 아니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피토트 튜브가 얼어 헬기의 실제 속도와 달리 속도계에 나타나는 속도가 감소하고, 또한 속도계와 연동하여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태빌레이터(stabilator)의 뒷전이 내려가면서 헬기의 자세도 앞쪽으로 기울어졌으나 조종사들이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속도계상 헬기의 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속도를 증가시키려고 출력을 높임으로써 헬기가 급강하하게 되었으며, 조종사들이 뒤늦게 헬기의 자세를 회복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헬기의 주회전날개 중 하나가 후방 동체에 부딪혀 헬기가 추락하게 되었다. 피해자들은 대한항공(주)에 대하여 제조물에 대한 설계상의 결함 등을 이유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주요쟁점은 제조물의 결함 존재 여부였고, 원심은 설계상의 결함 존재에 대한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으며 대법원에서도 판결요지에서 보는 이유로 설계상의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통상적인 안전성을 갖추었다고 하면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하였다. - 판 결 요 지 - 제조물의 설계상 결함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장단점 등 여러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 - 평 석 요 지 - 제조물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제조자의 기대 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 책임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제조물책임법 제정이후 설계상의 결함으로서 '합리적 대체설계'의 판단기준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2. 제조물책임과 결함 제조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전제로 하지 않는 엄격책임으로서의 제조물책임은 불법행위법의 특별법으로서 제조물책임법(2000.1.12. 법률 제6109)의 제정으로 새로이 도입되었고 같은 법 부칙 규정에 의하여 2002.7.1. 이후 공급된 제조물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어서 이 사건 헬기에는 적용될 여지는 없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의 시행 후의 판단이기 때문에 제조물책임법상의 결함에 대해 염두에 두고 판단하였으리라고 생각된다. 같은 법에서는 결함의 종류로 제조상의 결함과 설계상의 결함, 표시상의 결함을 규정하고, 결함이란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위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설계상의 결함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이다. 설계상의 결함에 대하여 제조물책임법 제2조 제2호 나목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당해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할 때는 어떤 면에서 ‘합리적인 대체설계’라고 평가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할 것이며, 합리적인 대체설계가 거의 유일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체설계에도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와 합리적인 대체설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결함이 부정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제조물책임법은 제조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 유무와는 관계없이 제조물의 결함만 존재하면 제조업자는 무과실책임으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제조물에 결함이 있고 그 결함으로 인하여 피해(확대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해당 제조물의 제조업자는 책임을 지게 된다. 제조물책임법은 제2조에서 결함을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이어서 제조상의 결함, 설계상의 결함, 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해 각각 정의하고 있는데 결함의 판단기준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3. 결함의 판단기준 제품의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표준일탈기준, 소비자기대수준, 위험효용기준, 바커기준(Barker test) 등이 있다. 소비자기대기준은 소비자가 통상적으로 기대하는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에 결함의 존재를 인정한다. 누가 통상적인 소비자인가가 문제되는데, 그 사회의 통상적인 지식을 구비한 자를 말한다. 따라서 합리적인 소비자가 제조물의 위험한 상태를 예견하고 그로부터 발생가능성 있는 사고의 위험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경우에 부당하게 위험한 제조물이 되지 않게 된다. 예컨대 예리한 칼과 같이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는 판단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기대수준은 그 기준이 애매하고 주관적이어서 결함판단기준으로서나 책임의 근거로서 그 가치가 점점 감소되고 있으며, 제조자가 명시적·묵시적으로 표시한 제조상의 결함에 적용되고 있을 뿐이다. 소비자기대수준은 현재 독자적인 기준은 되지 않고 위험효용기준의 한 요소로서 이용되고 있다. EC지침은 소비자기대기준을 채택하고 있다(EC지침 제6조). 결함의 판단기준에서 특히 논쟁이 되고 있는 것은 설계상의 결함과 경고상의 결함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다. 위험·효용기준은 제조물의 위험성과 효용성을 비교하여 위험성이 효용성을 능가할 때 그 제품이 결함이 있다고 한다. 위험?효용기준은 결함판단기준으로서 현재 미국 법원의 압도적 견해이다. 바커기준은 캘리포니아 최고법원이 1978년 바커사건에서 엄격책임에 있어서의 ‘부당한 위험’이라는 요건을 배제하면서 새로운 ‘결함의 판단기준’을 보인 것에서 유래한 기준이다. 동법원은 ① 의도된 방법 또는 합리적으로 예상 가능한 방법에 의한 제품사용에 관하여 그 제품이 소비자가 기대하는 통상의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었다는 것을 원고가 입증, ② 제품의 설계가 손해의 원인임을 원고가 입증, ③ 현재의 설계에 의해 초래되는 위험의 중대성 및 개연성, ④ 안전한 대체설계의 기술적 가능성, ⑤ 개선설계에 소요되는 비용, ⑥ 대체설계에 의해 제품 및 소비자에게 생기는 악영향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것을 고려한 후 현재 사용 중인 설계에 의한 이익이 그 설계에 본래 따르는 위험을 상회한다는 사실을 피고가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설계상의 결함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바커기준은 1차적으로는 소비자기대기준을 고려하고, 이러한 소비자기대기준으로 결함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2차적으로 위험·효용기준을 채택한 것이다. 4. 제조물책임의 결함에 대한 종전 판례의 태도 종전 우리나라의 판례는 제조물책임과 관련하여 과실 책임에 근거한 불법행위의 범위를 이탈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견지해왔고, 결함의 개념이나 유형, 결함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사례를 찾기도 어려웠다. 다만 결함에 대하여 대법원은 1992년 변압변류기 폭발사건에서 “제품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 또는 하자로 인해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제조업자는 계약상의 배상의무와 별개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대판 1992.11.24, 92다18139). 또한 1995년의 TV 폭발사건(속초지방법원 1995.3.24, 94가합131)에서는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라고 하여, 결함판단기준에 관하여 표면상으로 소비자기대수준을 언급하였다. 우리나라는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고 그에 관한 소송도 그렇게 많지 않고 아직까지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된 판례도 축적되어 있지 않아서 이번 판결이 향후 제조물책임에서 설계상의 결함에 대한 하나의 잣대 역할을 하리라 본다. 5. 대상판결의 검토 대상판결은 설계상 결함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통념에 비춰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판결에서의 제조물은 제조물책임법 이전에 공급된 것이어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의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제조자의 기대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 책임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제조물책임법 제정 이후 설계상의 결함으로서「합리적 대체설계」의 판단기준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은 2002.7.1. 이후 공급된 제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제조물 계속 감시의무(동법 제4조 제2항)가 동법 시행 이전에 판매된 제품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가 검토되어야 한다. 제조물 계속 감시의무는 제조자가 부담하는 안전에 대한 기본의무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으므로 제조물책임법 시행 전에 판매된 제품에 관하여도 이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합리적’이라는 용어 속에는 합리적 인간의 행동관점에서 대체설계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고, 또한 합리적인 대체설계라는 것은 결국 위험과 효용을 비교형량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기준에 의한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함에는 몇 가지의 요소들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대체설계의 효용성의 문제로서 효용성이 우수하다면 해당제조물에 다소의 결함이 있다고 하여도 이를 결함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지시·경고상의 결함의 문제가 된다. 둘째, 개발위험의 항변과 관련하여 대체설계는 당시의 최고수준의 기술적 가능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 대체설계에 소요되는 비용을 고려하여야 한다. 기술적으로 대체설계의 채용이 가능하다고하여도 경제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넷째, 대체설계에 따른 새로운 위험에 대해서도 평가하여야 한다. 다섯째, 해당 제품에 부착된 지시 및 경고의 정도도 고려하여야 한다. 설계상의 위험에 대한 결정 여부는 제조물의 위험성과 효율성을 비교·교량하여 결정하는 위험·효용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고, 결함 있는 제품을 공급한 제조자에 대한 비난가능성은 개발, 설계과정에서부터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거래의무에 대한 위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험효용기준에 관해 제품의 효용이 위험을 상회하는데 따른 입증책임은 제조자 측에서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설계상의 결함은 제조상의 결함과는 다른 별도의 이익과 불이익의 평가가 요구되고, 이는 과실에 근거한 책임과 동일한 일반적인 목표를 성취한다고 설명되기도 하는 것이다.
2004-02-09
채권자대위권행사시 채무자의 처분권 제한을 중심으로
Ⅰ. 주요 판시 사항 [1]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채무자가 대위사실을 통지받았거나 알고 있는 경우 그 피보전 권리의 처분으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2] 甲이 乙로부터 매수한 부동산을 다시 甲으로부터 매수한 丙이 채무자인 甲, 乙에 대하여 순차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그중 乙에 대한 채권자대위소송이 상고심에 계속중 甲이 乙의 매매잔대금 지급최고에 응하지 아니하여 乙로 하여금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경우, 이는 채무자인 甲이 丙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하여 甲과 乙은 丙에게 그 계약해제로써 대항할 수 없다 Ⅱ. 사건의 개요 및 진행 과정 1. 1차 판결요지(대법원 93.4.27. 선고 92다44350 판결과 관련하여) (1) 민법 제405조에 의하면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에 기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고 그 사실을 채무자에게 통지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이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채무자가 자기의 채권이 채권자에 의하여 대위행사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 처분을 가지고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2) 매도인인 제3채무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하려고 원상회복의 방법으로 지급받은 매매대금을 공탁한 데 대하여, 매수인인 채무자가 아무런 이의 없이 공탁의 취지에 따라 공탁금을 수령함으로써 계약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매매계약이 해제되는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것은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행사하고 있는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하므로 채권자대위소송의 소장 부본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이후 채무자가 제3채무자가 공탁한 매매대금을 이의 없이 수령함으로써 매매계약이 해제되는 효과를 발생하도록 승인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채권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다. 2. 2차 판결요지(대법원 1994.11.25. 선고 94다12234 판결) (1) 각서의 내용이 갑이 소정기일까지는 틀림없이 잔존채무를 이행할 것을 약속하며 만일 그때까지 이를 이행하지 못할 때에는 을측에서 매매계약을 해제하여도 이의 없다는 것에 불과하다면, 갑이 기한을 다시 해태하면 그 이후에는 을측에서 새로운 이행의 제공 없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2)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해제권을 갖는 자가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그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할 것이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를 갖기에 이르러 그 후 새삼스럽게 이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해제권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 (3) 해제의 의사표시가 있은 무렵을 기준으로 볼 때 무려 1년 4개월 가량 전에 발생한 해제권을 장기간 행사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매매계약이 여전히 유효함을 전제로 잔존채무의 이행을 최고함에 따라 상대방으로서는 그 해제권이 더이상 행사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하였고 또 매매계약상의 매매대금 자체는 거의 전부가 지급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와 같이 신뢰한 데에는 정당한 사유도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면, 그 후 새삼스럽게 그 해제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이제 와서 매매계약을 해제하기 위하여는 다시 이행제공을 하면서 최고를 할 필요가 있다고 한 사례. 3. 3차판결요지(광주고등법원 95나527호,대법원1998.10.13.선고) (1) 위 두 번째 파기 환송 사건에 대하여 광주고등법원은 1997.5.22. 경 “매도인은 매수인으로부터 일정금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1987.8.8.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라고 하여 채권자(전득자)의 승소판결을 하였고, (2) 3번째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두 번째 판결요지와 같은 취지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4. 4차 진행과정(본 판결, 대법원 2003년1월10일 선고 2000다27343 판결) (1) 매도인은 등기이전서류를 변호사 사무실에 맡기고 매수인에게 잔대금청구의 이행을 촉구하면서 일정기한내에 동시이행하지 않으면 별도의 해제통지없이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의사를 통지하였으나 매수인은 위 통지서를 받고도 최고된 기간이 지나도록 매도인에게 위 잔존채무금을 지급하지 않자 매도인이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의 통고서를 보내어 매수인에게 도달하였다. (2) 매도인(원고,제3채무자)이 피고(대위채권자)에게는 이행제공의 사실을 통지하지 않은 채 매수인(채무자)에게만 소유권이전등기를 위하여 필요한 서류의 이행을 제공한 다음, 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위 매매계약을 해제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어서 피고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는 그 효력이 없다. (3)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에 기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경우에, 그 사실을 채무자에게 통지하였거나 채무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때에는, 채무자가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것인바(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다44350 판결 등 참조), 이를 원고가 피고의 채권자대위권 행사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종전 소송의 재파기환송 후 그 청구를 인용한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상고를 제기하여 그 사건이 상고심에 계속되어 있던 중에, 채무자인 매수인에게 반대의무의 이행을 최고하였으나 매수인(채무자)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매도인(제3채무자)이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채무자(매수인)의 채권자인 원고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대위채권자인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고, 그 결과 제3채무자인 원고 또한, 그 계약해제로써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Ⅲ. 처분권 제한과 관련된 사항 검토 1. 처분금지가처분과 관련된 효력의 범위에 대한 검토 가. 처분금지가처분의 효력이 미치는 인적 범위와 관련하여, 종래에는 처분금지가처분에 위반하는 처분행위는 절대적무효설의 입장도 있었으나, 현재는 처분금지가처분에 위반하는 행위는 그 당사자 사이에서나 다른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완전히 유효하고 다만 가처분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을 뿐이라고 하는 상대적무효설이 통설적 입장이고 판례 또한 같다. 나. 대법원은 “부동산의 전득자(채권자)가 양수인 겸 전매인(채무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양수인을 대위하여 양도인(제3채무자)을 상대로 하여 처분금지가처분을 한 경우 그 피보전권리는 양수인의 양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일 뿐 전득자의 양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견해로 일관하고 있다. 따라서 채권자대위소송에 의한 소유권이전순차등기청구 소송이 진행 중일지라도 양도인은 전매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 줄 수 있다고 하여 채권자대위권행사 이후에도 채무자의 변제수령은 허용됨을 명백히 하였다. 위 판례에 따르게 되면 채권자대위소송 중에도 양도인은 전매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을 수 있게 되어 가처분의 효력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되기 때문에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은 전매자(채무자)는 전득자(채권자) 이외에 제3자에게 목적물의 소유권 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어 버리면 전득자(채권자)로서는 채권자대위소송의 실익을 상실하게 되어 심히 부당하다. 2. 채권의 압류, 가압류에 대한 고찰 우리 대법원 2000.4.11.99다51685(공보2000하,1177)판결에 의하면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가압류나 압류가 행하여지면 제3채무자로서는 채무자에게 등기이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고, 그와 같은 행위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할것이나, 가압류나 압류에 의하여 그 채권의 발생원인인 법률관계에 대한 채무자와 제3채무자의 처분까지도 구속되는 것은 아니므로 기본적계약관계인 매매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채권자의 압류나 가압류가 이루어진 경우에조차도 채무자와 제3채무자 사이에서의 발생원인인 법률관계(예: 부동산매매대금에 대한 채권가압류를 한 경우에 채무자(매)와 제3채무자(매수인) 사이의 매매계약)를 해제하여 부동산매매대금채권을 소멸시켜 버리게 됨으로써 채권압류 또는 가압류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것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3. 채권양도에 대한 고찰 채권의 귀속 자체가 변경되는 채권양도에 있어서도 채무자는 양도 통지의 도달시까지 양도인에게 대하여 생긴 사유로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민법 제451조제2항) 그리하여 양도통지가 있은 후 양도인이 채무자에 대한 계약상 반대채무를 불이행함으로써 채무자가 피양도채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계약을 해제한 경우(예: 매도인이 매매대금채권을 양도한 경우 그 후 그가 자신의 소유권이전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이에 매수인이 매매계약을 해제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그 해제를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게 될 것이다. 4. 합의해제와 법정해제의 구분 필요성 합의해제(해제계약)는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자발적인 의사표시를 통해 합의해제를 하는 경우에는 채권자를 해할 의사가 있는 처분행위가 됨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법정해제 사유의 발생으로 인한 법정해제는 채무자의 객관적 채무불이행에 대한 제3채무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로 인하여 제3채무자의 정당한 권리행사(해제권의 행사)를 방해하여서는 아니될 것이다. 대법 2001.6.1.98다17930(공보2001하,1482)에 의하면 채권가압류의 처분제한효와 관련하여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아무런 합리적 이유없이 채권의 소멸만을 목적으로 계약관계를 합의해제한다는 등의 특별한 경우”에는 합의해제에도 채권가압류의 처분 제한효가 미친다고 판시한것은 유의해서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즉 앞서 살펴본 판례(대법원 2000.4.11.99다51685(공보2000하,1177) 등에 의하면 가압류 또는 압류된 채권에 대하여서도 )압류나 압류에 의하여 그 채권의발생원인인 법률관계에 대한 채무자와 제3채무자의 처분까지도구속되는 것은 아니므로 기본적계약관계인 매매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대법2001.6.1.98다17930(공보2001하,1482)는 채권가압류의 처분제한효를 인정하고 있음은 법정해제와 합의해제의 구별의 실익이 있음을 시사하는 듯도 하다고 하겠다. Ⅳ. 결어 민법 제405조 제2항의 권리처분 제한 규정에 의해 민법 제544조(이행지체와 해제)의 권리행사가 제한될 수는 없다고 본다. 민법제 405조 제2항의 입법취지는채무자와 제3채무자의 합의 내지는 단독적 처분 행위에 의하여 채권자의 권리침해가 되는 것을 막자는데 있다고 본다면, 제405조제2항이 전제하고 있는 처분행위는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또 다른 제3자에게 채권자대위권의 목적인 채권관계를 처분하여 버림으로써 채권자의 대위권 행위가무위로 돌아가는 것에 한정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①대법 2000.4.11.99다51685판결처럼“채권의 가압류나 압류가 있어도 그 발생원인인 기본적법률관계인 매매계약을 해제할수 있다”고 하여 민법 제544조의이행지체에 따른 계약해제권을허용하고 있고, ② 채권자 대위권의 행사보다도 더 깊이 본질적인 권리귀속주체의 변경을 가져오는 권리양도에서조차도 채무자는 양도통지의 도달시까지 양도인에게 대하여 생긴 사유를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으므로(민법 제451조 제2항), 채권자대위권을 달리 해석할 이유가 없으며, ③이러한취지가대법1991.4.12.선고90다9407 판결에서 처분금지가처분이 등기되어 있는 사건에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대위행사 후에도 채무자는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고 보여지며, ④ 또한 본 발표대상 판례에서채무자가 제3채무자에 대한 매매잔대금을 계속하여 지급을 하지않고, 채권자 역시 제3채무자에게 지급의무가 없다면 결국 채권자는 잔대금지급과 동시에 소유권을 이전하라는 동시이행 판결이 나게 될 채무자와 제3채무자사이의 중간경유등기에서의 동시이행의 조건성취가 어려워져결국 등기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게 될 것이며, ⑤ 뿐만 아니라 본건 사안에서와 같이 사실심 변론 종결후 변호사 사무실에 소유권이전서류를보관시켜 상대방에 대한 이행지체의 책임을 물었을 경우 그 이후에도 계속 하여 이행지체에 빠져있게 된다면 판결 확정 후에“변론이 종결된 뒤”에 생긴 사유를주장하면서 제3채무자가 채권자를 상대로“청구 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개연성도 있다고 보이며, ⑥ 무엇보다도 채권자대위권의행사와 관련된 민법 제405조 제2항은“채무자가 전항의 통지를받은 후에는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못한다”라고 하여 통지후 권리처분 제한의 대상자를 채무자로 제한하고 있는 것을 채무자의 상대방의 정당한 권리행사까지 제한하는 것으로 확대해석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채무자의 상대방은채무자의 채권자의 채권자대위행사 때문에 부당하게 권리행사를제한받을 수는 없는데도 불구하고 위 판례는 채무자의 상대방의정당한 권리행사까지 불가능하다고 판시한 것은 민법 제405조 제2항의 입법취지를 초과한 부당해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대상판례와 같이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있는 경우제3채무자나 채무자의 해제권의행사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은민법 제405조 제2항의 해석을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점이 생기기때문에 민법 제405조 제2항의입법취지가 권리관계를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채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는데 그근본목적이 있는 것이라면 채무자와 제3채무자 사이의 원인채권 관계의 정상화를 도모하는 것까지 금지시킬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하므로 소유권이전등기가되어있지 않는 전매자를 상대로불안정한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데에서 오는 불이익은 감수하여야 한다면 대상판례에서매매계약의 이행지체로 인한 상대방의 해제까지 불허하는 판례는 변경되어야 마땅하다.
2003-07-21
채권자대위에 의한 처분금지효가 제3채무자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하는 것에도
Ⅰ. 事實關係 대법원판결로부터 알 수 있는 사실관계를 이 평석에 필요한 한도에서 간단하게 보면 다음과 같다. 원고가 1987년 8월에 甲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하였는데, 甲은 대금을 다 지급하기 전에 이를 피고에게 매도하였다. 피고는 1989년 1월에 갑에 대하여, 그리고 甲을 대위해서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였었다. 이 소송은 대법원이 두 차례나 파기환송되는 곡절을 겪으면서, 1998년 10월에야 상고기각으로 종결되었다(원고에 대한 대위청구부분에 대하여는 “원고는 甲으로부터 매매잔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甲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었다). 그런데 그 소송이 마지막으로 대법원에 계속 중이던 1997년 7월에, 즉 사실심에서의 변론종결 후에, 원고는 甲에게 기간을 지정하면서 잔금의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이 도과하면 매매계약은 해제된다는 내용의 서면을 보냈다. 甲이 그 기간을 도과하자 피고는 동년 8월에 甲에게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다는 뜻의 서면을 다시 보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사건명이 「채무부존재확인」인 점 등으로 미루어 보면, 원고가 위와 같이 甲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하였으므로 피고가 前訴에서 대위행사하였던 甲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이제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할 것을 청구한 것으로 추측된다.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 이유는 요컨대 원고가 대위채권자인 피고를 관여시킴이 없이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이를 피고에게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는데, 그 이유는 원심판결에서과 같이 신의칙 위반을 인정한 것이 아니었다. Ⅱ. 判決趣旨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에 기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경우에 그 사실을 채무자에게 통지하였거나 채무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때에는 채무자가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것인데… 원고가 피고의 채권자대위권 행사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종전 소송의 재파기환송 후 그 청구를 인용한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상고를 제기하여 그 사건이 상고심에 계속되어 있던 중에, 채무자인 甲에게 반대의무의 이행을 최고하였으나 甲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원고로 하여금 甲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채무자인 甲이 원고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채권자인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고, 그 결과 제3채무자인 원고 또한 그 계약해제로써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 Ⅲ. 評釋 1. 序 민법 제405조 제2항은 채권자대위의 목적인 채무자의 권리를 채무자가 처분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피대위권리가 매매계약에 기하여 발생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인 경우에 그 상대방(즉 매도인. 이하 피대위권리의 상대방을 제3채무자라고 부르기로 한다)이 채무자(즉 매수인)의 매매대금지급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催告要件을 준수하여 당해 契約을 解除하는 것도 위와 같이 제한되는 「처분」에 해당됨을 정면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見解에는 찬성할 수 없다. 여기서는 이 구체적인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어야 하는가, 가령 원고의 주장이 원심판단과 같이 신의칙에 위반되는가는 검토하지 아니하고, 단지 이 추상적 견해 그 자체의 當否만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 역시 여러 관점에서 행하여질 수 있겠지만, 민법 제405조 제2항의 연혁이나 입법례에 비추어 본 문제점, 그 규정에 대한 입법론적 비판 등에 관하여는 지면관계로 생략하기로 한다. 또한 對象判決이 그 효력을 제한하고 있는 언필칭 「처분」이 있은 것은 채권자대위소송의 사실심변론종결 후이다. 그리하여 대상판결은 채권자대위로 인한 채무자의 처분제한은 언제까지 그 효력이 미치는가 하는 문제도 제기한다. 그것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행사하고 있는 동안에 한정되는가? 아니면 만일 채권자대위소송이 제기되었다면, 그 事實審의 변론이 종결된 후에도, 나아가 그 소송이 모두 종결된 후에도, 채무자는 여전히 자신의 권리를 처분하지 못하는가? 그러나 이 점 대하여도 역시 논하지 않기로 한다. 2. 다른 處分制限制度와의 均衡 (1) 아마도 채권에 대한 처분제한의 전형적인 사유는 채권의 押留 또는 假押留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大判 82.10.16, 82다카508(集 30-3, 179) 이래 근자의 大判 2001.6.1, 98다17930(공보 2001하, 1482)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판례는 일관하여 채권압류의 처분금지효는 그 채권의 발생원인인 법률관계에 대한 채무자의 처분까지도 구속하는 효력은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Ⅲ], 305면:[Ⅳ], 208면도 참조). 그리하여 大判 2000.4.11, 99다51685(공보 2000하, 1177)은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가압류나 압류가 행하여지면 제3채무자로서는 채무자에게 등기이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고, 그와 같은 행위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할 것이나, 가압류나 압류에 의하여 그 채권의 발생원인인 법률관계에 대한 채무자와 제3채무자의 처분까지도 구속되는 것은 아니므로 기본적 계약관계인 매매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만일 對象判決과 같이 채권자대위권이 행사된 경우에 제3채무자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한 것을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채권자가 집행권원에 기하여 正式의 강제집행절차를 통하여 채무자의 채권을 압류하는 것보다도 더욱 강력한 효력을 채권자대위에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 과연 누가 이것을 타당한 처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2) 특히 채권압류의 경우에 제3채무자가 채무자에게 자신의 채무를 이행할 수 없고 채무자가 이를 수령할 수 없음은 물론이며(民執 제227조 제1항 등 참조), 이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압류된 경우라고 하여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채권자대위에서는 제3채무자가 채무자에게 채무를 변제할 수 있으며 채무자는 이를 유효하게 수령할 수 있다고 한다(우선 民法注解[IX], 795면(金能煥 집필) 참조). 특히 大判 91.4.12, 90다9407(공보 1991, 1366)은, 對象判決의 사안에서와 같이 부동산이 甲으로부터 乙, 乙로부터 丙으로 전전 매도된 후에 丙이 乙의 甲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대위행사한 후에 乙이 丙으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은 事案에 대하여, 타당하게도 “채무자의 변제수령은 처분행위라 할 수 없고, 같은 이치에서 채무자가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 것 역시 처분행위라고 할 수 없으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대위행사 후에도 채무자는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처럼 채권자대위에서는 일반적으로 채권압류에서보다 채무자가 행할 수 있는 「處分」의 범위가 넓은 것이다(물론 변제의 수령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처분이라고 할 수 없으나, 이로 인하여 채권이 소멸된다는 점에서 이 맥락에서는 통 상 처분에 준하여 처리된다). 그런데 하필 피대위채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기본적 계약관계의 해제에 관하여 채무자의 「처분」을 더욱 제한하여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3. 債權者代位에서 第3債務者의 地位 원래 채권자대위권의 목적이 된 권리의 상대방, 가령 피대위권리가 채권이면 그 상대방이 되는 제3 채무자는 채권자대위권이 행사되었다고 해서 자신의 법적 지위에 기본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채권자는 단지 채무자에 대위해서 채무자의 채권을 행사하는 것뿐이므로, 제3채무자로서는 채무자 자신이 그의 채권을 행사하는 경우에 비교해서 불이익한 지위에 놓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채권의 귀속 자체가 변경되는 債權讓渡(즉 처분의 「제한」을 문제삼기 전에 이미 채권, 나아가 그 처분권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 이전되는 제도)에 있어서도 채무자는 양도통지의 도달시까지 양도인에 대하여 생긴 사유를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민법 제451조 제2항). 그리하여 양도통지가 있은 후 양도인이 채무자에 대한 계약상 반대채무를 불이행함으로써 채무자가 피양도채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계약을 해제한 경우(예를 들어 매도인이 매매대금채권을 양도하였는데 그 후 그가 자신의 소유권이전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매수인이 매매계약을 해제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그 해제를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일치하여 해석되고 있다(우선 民法注解[X], 592면(李尙勳 집필) 참조. 일본의 학설로, 我妻榮, 525면; 奧田昌道, 442면; 林良平 등(補訂版), 503면 등 참조). 그렇다면 권리의 귀속 자체에 아무런 변경이 없는 채권자대위권의 경우에 제3채무자는 대위채권자에의 대항사유라는 점에서 채권양도의 경우 이상으로, 아니면 적어도 동등하게 보호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4. 合意解除와 法定解除를 구별할 必要 (1) 對象判決에 대하여는 혹 다음과 같은 설명이 가능할는지 모른다. 즉 大判 93.4.27, 92다44350(공보 1993, 1551)(이 사건의 제1차 환송판결이다); 大判 96.4.12, 95다54167(공보 1996상, 1516) 등 종전의 재판례는 채권자대위에서의 채무자의 처분제한이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대위행사의 목적이 된 권리의 발생원인이 되는 계약을 당사자 간의 합의로 해제하는 것에도 미친다는 태도를 취하여 왔다. 대상판결은 그 취지를 법정해제의 경우에 연장하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먼저 종전 재판례의 태도가 타당한지가 문제이다. 그것은 일단 앞의 2.(1)에서 본 채권압류의 효력이 기본적 법률관계에 미치지 않는다는 판례의 태도와 수미일관하지 않을 뿐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필자는 채권압류의 경우에도 合意解除(약정해제권이 행사된 경우가 아니라, 解除契約이 체결된 경우를 말한다)에 대하여는 채권압류의 처분금지효가 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해제계약에 동의하는 채무자의 의사표시에는 채권압류로저지하려는 「채권 자체의 처분」이 성질상 당연히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이에 대하여는 梁彰洙, “債權假押留 후 債務者와 第3債務者 간의 契約關係消滅에 관한 合意의 效力”, 同, 民法硏究, 제5권, 429면 이하=저스티스, 31권 2호, 122면 이하 참조). (2) 그러나 채무불이행책임의 한 내용으로서의 법정해제의 경우는 달리 보아야 한다. 물론 해제계약이 채무자의 채무불이행문제를 처리하는 일환으로 행하여진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그러한 의미에서 최근의 大判 2001.6.1, 98다17930(공보 2001하, 1482)가 채권가압류의 처분제한효가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채권의 소멸만을 목적으로 계약관계를 합의해제한다는 등의 특별한 경우”에는 합의해제에도 미친다는 뜻으로 종전에 없는 판시를 한 것은, 새로운 법전개의 端緖라는 면에서 흥미롭다), 법정해제와 해제계약은 혹 그 법률효과에서는 서로 유사할지 모르나(그래도 판례는 해제로 인한 금전반환의무에 관한 민법 제548조 제2항이 해제계약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성립원인이나 법적 성질에 있어서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특히 채권자대위나 채권압류의 효력으로서의 「처분제한」에서와 같이 집행채권자 또는 대위채권자의 권리만족 내지 실행확보의 이익을 도모할 필요와 채무자의 자유를 보호·신장할 원래적 필요의 조화가 문제되는 국면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거칠게 말하면, 법정해제는 채무자의 객관적 채무불이행에 대한 제3채무자의 정당한 법적 대응이고, 해제계약은 채무자의 의사행위를 하나의 요소로 하여 채권관계를 소멸시키는 것이다. (3) 이와 관련하여 對象判決은 “채무자 甲이 제3채무자인 피고의 매매대금 이행최고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피고로 하여금 해제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채무자의 피대위채권에 대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는 어떠한 의미에서도 處分이라는 법개념의 부당한 확장일 뿐만 아니라, 앞의 2.(2)에서 본 대로 채권소멸을 가져오는 변제의 수령도 여기서의 處分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대법원이 이제 와서 돌연 이러한 무리를 하여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5. 實際的 問題 對象判決과 같은 입장은 실제적으로도 부당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 이 사건에서와 같이 채무자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기 때문에 제3채무자가 매매계약상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동안에는, 제3채무자로서는 채무자의 매매대금 지급과 相換으로만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것을 대위채권자에 대하여 주장할 수 있다. 그리하여 前訴에서의 확정판결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러한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더라도, 제3채무자로서는 어쨌거나 그 후 매매대금을 지급받기까지는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기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그 확정판결 후에도 채무자가 종내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해 보자. 그러면 제3채무자로서는 그 때 이행최고를 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음은 물론일 것이다. 만일 그가 이 권리를 행사한다면, 그는 확정판결의 집행력을 배제하기 위하여 “변론이 종결된 뒤”에 생긴 그 사유를 주장하여 채권자를 상대로 請求異議의 訴(民執 제44조)를 제기하여야 할 것이다. 제3채무자에게 이와 같이 迂遠한 방도를 취하게 강요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어차피 채무자가 그의 채무를 불이행하고 있는 이상에는,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소송에서 제3채무자로 하여금 원래대로 해제를 허용하고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을 간명하게 처리하는 길이다. 6. 結論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對象判決의 판결취지는, 채권자대위에서의 제3채무자의 법적 지위의 파악이라는 점에서도, 다른 처분제한의 경우나 기타의 제도와의 균형이라는 점에서도, 「처분」이라는 법개념의 왜곡이라는 점에서도, 실제적 문제해결의 타당성이라는 점에서도 찬성할 수 없다. 혹 문제의 근원은 채권자대위에서 채무자의 처분제한을 별다른 제한 없이 인정하는 듯이 표현되어 있는 민법 제405조 제2항의 문언 자체에 있을는지도 모른다. 이에 대하여는 별도의 論考에서 다루기로 한다.
2003-04-07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기한 급부의 불법원인급여 성립 여부
I. 부동산실명법 및 판례의 내용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의 약정에 의한 반사회질서적이고 비정상적인 부동산거래행위를 무효로 하고(동법 제4조 제1항), 그러한 반사회질서적인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이루어진 부동산물권변동도 무효로 하고(동법 제4조 제2항 본문), 더 나아가서 명의신탁에 의한 부동산거래 관련자에 대해서는 형벌로 처벌하고 과징금,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부동산거래질서를 투명화하고 정상화하고자 제정되었다. 이와같이 무효가 되는 명의신탁의 약정은 동법의 시행이후에 이루어진 명의신탁의 약정은 물론, 동법 시행전에 이루어진 명의신탁에 대해서도 일정한 법정의 유예기간 내에 실명전환하도록 하고(동법 제11조), 그 실명전환의무기간내에 명의신탁자명의로 등기하지 않으면 유효하였던 기존의 명의신탁이 무효가 되고, 형벌과 과징금, 이행강제금의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동법 제12조, 제4조 제1항). 실명전환의무를 위반한 기존의 명의신탁의 약정도 무효로 한 것은, 비록 부동산실명법의 제정전에 이루어진 대법원 판례에 의하여 그 유효성이 인정된 명의신탁약정이라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비난가능한 반사회질서적 법률행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효인 기존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이루어진 명의신탁부동산이 부당이득으로서 기존의 명의신탁자가 기존의 명의수탁자에게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 아니면 불법원인급여로서 그 반환청구를 할 수 없는지가 문제된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대판 2002. 12. 26. 2000다21123)에서는 무효인 기존의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이루어진 명의신탁부동산은 일반적인 부당이득으로서,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 II. 명의신탁약정의 반사회질서성과 및 기존명의신탁에 대한 실명전환의무의 법적성격과 그 불이행시의 법률관계 이 판결과 관련하여 검토하여야할 법률적 문제로서, 그 첫째는 부동산실명법이 장래의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규정하고, 실명전환의무를 위반한 기존의 명의신탁의 약정도 무효로 하는 가치판단의 기초와 취지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는 명의신탁의 반사회질서성에 근거하고 있다. 명의신탁은 그동안 부동산의 투기, 세금면탈, 강제집행면탈, 재산의 분산, 비업무용토지의 은밀한 취득 등의 반사회질서적 목적을 위하여 활용되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실명법은 이러한 반사회질서적 목적을 위한 명의신탁의 약정을 무효로 규정하였다. 그런데 私法的 法律行爲를 공법에서 규제하는 방법으로는, 부동산실명법에서와 같이 사법적 법률행위가 무효라고 규정하기 보다는, 그 공법상의 규제규정에 위반하는 사법적 법률행위는 그 행위를 금지하거나 효력이 없다라고 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면 공법의 규제규정에 반하는 사법적 법률행위의 효력에 있어서 무효라고 규정하는 것과 금지 또는 효력이 없다라고 규정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 생각건대 금지 또는 효력이 없다라고 규정한 경우에는 그 공법상의 규제규정에 관하여 효력규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단순한 단속규정으로 해석할 논의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무효라고 공법에서 규정한 경우에는 그 무효규정에 대한 가치판단의 논란의 여지가 없어진다. 그러므로 공법상의 규제규정에 반하는 사법적 법률행위를 무효로 규정하는 것은, 규제의 대상이 되는 사법적 법률행위의 반사회질서성의 정도가 강하여 확실하게 효력규정으로 확정하고자 함에 그 입법적 취지가 있다고 판단된다. 바로 부동산실명법에서 명의신탁의 약정을 무효로 규정한 것은 명의신탁약정의 반사회질서성이 강하기 때문에 해석에 의하여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일반적인 효력규정의 입법방식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사견으로는 부동산실명법에서 장래의 명의신탁의 약정과 실명전환의무를 위반한 명의신탁의 약정을 무효로 규정한 것은,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의 하나의 구체화라 해석된다. 연혁적으로 살펴볼 때에도, 명의신탁에 대하여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에서 규제규정을 두었으나 판례는 이를 단순한 단속규정으로 판결하여(대판 1993. 8. 13. 62다42651), 이를 보다 강력히 규제하기 위해 부동산실명법에서 명의신탁을 무효로 규정하였다. 그리하여 이제 명의신탁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서 실정법으로 그것을 명확히 하였다. 그리고 부동산실명법은 반사회질서적인 명의신탁의 약정을 무효로 규정하면서, 그러한 반사회질서성이 없는 장래의 명의신탁약정 및 기존의 명의신탁의 약정에 대해서는 그 유효성을 계속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동법 제2조 1호 나目,제8조, 제11조 제1항 단서 후단). 다음으로 반사회질서적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이루어진 급부가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일반적인 부당이득, 즉 선의의 비채변제인지, 아니면 반환을 청구할 수 없는 악의의 비채변제 또는 불법원인급여인지에 관한 문제이다. 이 법률적 문제는 실명전환의무를 위반하여 무효가 된 기존의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이미 이루어진 급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제기된다. 판례는,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명의수탁자명의로 경료된 명의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대내외적으로 명의수탁자에게 귀속하며(대판 2000. 3. 24. 98도4347), 명의신탁자가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부당이득으로 판결하고 있다. 그러나 반사회질서성이 강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기한 급부를 부당이득으로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면, 반사회질서적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무효규정의 취지를 살릴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물론 형벌에 의한 제재, 과징금, 이행강제금의 부과의 방법으로 규제의 목적을 살릴 수 있다고 할 것이지만, 그러한 규제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반사회질서적 무효행위의 규제방법이 없는 결과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형벌, 과징금, 이행강제금의 부과는 공법적 규제방법이다. 그러므로 반사회질서적 무효행위에 기한 급부를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부당이득으로 이해한다면, 반사회질서적 무효행위에 대한 사법적 제재방법이 사실상 없게 되는 것이다. 이에 관하여는 부당이득에 관한 비통일설에 입각하여, 손실자의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급부에 의하여 성립하게 되는 급부부당이득이 바로 비채변제이며,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의하여 이루어진 급부는 비채변제, 그 중에서도 손실자(즉, 급부자)인 명의신탁자가 채무없음을 알면서도 명의수탁자에게 급부한 악의의 비채변제로서 그 반환청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더 나아가서 이러한 반사회질서적 법률행위인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의하여 이루어진 급부는 불법원인급부로서 역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함이 타당하다고 해석된다. 이러한 법리구성은 실명전환의무를 위반한 기존의 명의신탁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이해된다. III. 반사회질서적 법률행위에 기한 급부의 불법원인급여 성립 여부. 판례는 부당이득으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는 비채변제인 불법원인급여의 인정범위에 있어서, 급부원인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할 때에는 그것에 기한 급부를 불법원인급여로 본다(대판 1991. 3. 12. 90다18524; 대판 1994. 4. 15. 93다61307). 다시 말하면 급부원인이 반윤리적인 때에 그것에 기한 급부를 불법원인급여로 본다. 그런데 부동산실명법에서 명의신탁의 약정을 무효로 한 것은, 그 명의신탁의 약정이 반사회질서적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반윤리적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자가 명의신탁의 약정이 반윤리적인 행위가 아니라고 보았다면, 일반적인 효력규정의 입법방식을 취하여 명의신탁의 약정을 금지하거나 그 효력이 없다라고 규정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사견으로는 불법원인급여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이루어진 급부는 말할 것도 없고, 공법상의 효력규정위반에 의한 급부의 경우에도 인정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견에 비추어 보면, 실명전환의무를 위반하여 무효가 된 기존의 명의신탁의 약정에 의하여 이루어진 급부인 명의신탁부동산은 그 반환청구가 인정되는 부당이득이 아니라, 악의의 비채변제 내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어 그 반환청구가 부인된다고 해석된다. 반환청구를 인정하면 명의신탁자를 선의의 비채변제자로 보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 기본명의신탁에 있어서는 실명전환의무기간이 완료한 시점부터는 명의신탁자를 악의자로 보아야할 것이다. IV. 결론 부동산실명법에서 명의신탁약정의 규제규정을 효력규정으로 입법하지 아니하고 무효로 규정한 것은, 명의신탁의 약정의 반사회질서성이 그 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사회질서적 법률행위인 명의신탁의 약정에 기하여 이루어진 급부는 불법원인급여로 파악함이 타당하다. 이러한 법리구성은 실명전환의무를 불이행한 기존명의신탁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런데 반사회질서적 거래행위인 명의신탁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부동산실명법의 해석 및 타인명의로 부동산등기를 하지 아니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윤리적 요청만으로 이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근원적으로는 명의신탁을 하지 않아도 될 수 있는 전반적인 제도적인 網을 구축하는 것이다. 등기원인증서에 대한 공정증서제도의 확립, 과도하고 수시로 변하는 부동산조세제도의 합리적인 조정과 지속성과 계속성 유지, 정상적인 방법에 의한 富의 축적에 대한 존경과 보호 등의 제도와 사회의식의 구축을 통하여 명의신탁을 근본적으로 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과도한 공법적 규제는 또다른 탈법행위의 원인이 됨을 간과해서는 아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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