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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거법의 범위와 준거법의 합의가 주요사실인지 여부
- 대상판결: 대법원 2016.3.24. 선고 2013다81514 판결 - I. 대상판결의 요지 당사자자치의 원칙에 비추어 계약 당사자는 어느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거나 그중 특정 조항이 당해 계약에 적용된다는 합의를 할 수 있고 그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소송절차에서 비로소 당해 사건에 적용할 규범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가 일치하는 의견을 진술하였다고 해서 이를 준거법 등에 관한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II. 국제협약이 준거법의 합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 1. 쟁점 대상판결에서는 계약의 당사자가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는 합의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서는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특정 국가의 법’에 한정되는지 아니면 상인법(lex mercatoria 또는 law merchant)과 같은 국제적 관습, UNIDROIT 국제상사계약규칙(UNIDROIT Principles of International Commercial Contracts 1980)과 같은 법원칙 또는 국제물품매매협약(UN Convention on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과 같은 국제협약 등 비국가적 규범도 포함되는지 문제된다. 2. 논의의 실효성 비국가적 규범이 준거법으로서 지정될 수 있다면 이는 ‘저촉법적 지정’이 되지만, 만일 준거법으로서 지정될 수 없다면 당사자의 합의는 그러한 비국적 규범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실질법적 지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저촉법적 지정은 준거법의 지정이므로 법정지의 단순한 강행규정의 적용은 배제되고 국제적 강행규정만이 적용된다. 그러나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규범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것에 불과하므로 법정지의 단순한 강행규정의 경우에도 적용이 배제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저촉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계약이 체결된 후에 법이 개정되었다면 개정된 법이 적용되지만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개정되기 전의 법이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된 것으로 봐야 하므로 그 적용이 배제된다. 또한 저촉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법원이 규범의 내용을 직권으로 조사해야 하지만,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편입된 법규가 계약의 내용이 되므로 당사자가 편입된 법규의 내용에 대하여 주장하고 증명할 책임을 부담한다. 3.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준거법은 특정국가의 법에 한정된다고 본다. 국제사법의 전반에서 언급하고 있는 ‘법’의 전통적 그리고 사회적 의미는 특정국가의 법이고, 제5조에서 ‘법원은 이 법에 의하여 지정된 외국법’이라고 규정하고 제7조나 제33조 등에서 ‘대한민국법’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를 종합하여 보면 준거법은 외국법이거나 대한민국법으로서 특정국가의 법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준거법의 분열의 한계와 관련하여서 문제가 발생한다. ‘준거법의 분열’이란 하나의 법률관계의 실체적 내용에 대하여 여러 국가의 법이 적용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국제사법 제25조 제2항에서는 “당사자는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도 준거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준거법의 분열을 허용하고 있다. 대법원 2016.6.23. 선고 2015다5194 판결에서는 당사자가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만 준거법을 선택한 경우, 선택된 준거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영역에 대하여는 국제사법의 규정에 따라 지정된 소위 객관적 준거법이 적용된다고 보고 있으므로, 비국가적 규범만을 준거법으로 지정하고 있거나 비국가적 규범과 특정국가의 법을 모두 지정하는 경우 모두 준거법의 분열이 발생한다. 그러나 준거법의 분열이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법의 내용에 차이가 있고, 한 국가의 국내법은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하나의 사안에 대하여 여러 국가의 법이 동시에 적용되면 적용되는 법률 사이에 모순이 발생하거나, 생소한 다른 국가의 제도를 국내의 제도에 맞춰야 하는 복잡한 적응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지정된 복수의 준거법이 적용되는 부분이 다른 부분과 분리가능하여 상호 모순저촉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한계 내에서만 준거법의 분열이 허용된다. 그런데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위와 같은 한계를 완전히 무시하고서 준거법의 분열을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부당하다. 대상판결에서 국제협약이 준거법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보건대, 위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깊은 고려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하는 저촉법적 지정은 할 수 없다고 본다. 참고로 우리의 국제사법의 바탕이 된 유럽공동체(EC)의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협약’(‘로마협약’) 에서는 당사자가 준거법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특정 국가의 법이라고 해석되어 왔다. 그런데 위 로마협약을 개정한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규칙’을 제정되는 과정에서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준거법은 특정 국가의 법으로부터만 도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아니하였다. III. 준거법의 합의가 주요사실인지 여부 1. 쟁점 대상판결에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주요사실에 대하여만 변론주의가 적용되어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는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여 그러한 사실이 주요사실이란 점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대상판결과 같이 준거법의 합의를 주요사실로 본다면 당사자가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주장 및 증명해야 비로소 법원이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을 뿐이고, 당사자의 주장이 없는 한 법원이 직권으로 준거법의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 2.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1) 주요사실의 의미에 따른 비판 주요사실이라 함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실체법상의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말한다(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다카1489 전원합의체 판결). 즉 권리와 의무의 발생, 변경, 소멸이라는 실체법적 효력을 가져오는 요건사실이 주요사실에 해당한다. 국제사법을 소송법으로 분류하는 견해도 있지만 ‘절차법-실체법’과 ‘저촉법-실질법’이 대비되고 있는 바와 같이, 저촉법인 국제사법은 ‘법선택을 위한 법’으로서 절차법과 실체법의 구분과 그 영역을 달리한다(석광현, ‘국제사법 해설’, 법문사, 2013, 4쪽). 그런데 국제사법을 소송법으로 보던지 저촉법으로 보던지 상관없이 국제사법이 실체법이 아니란 점은 명백하므로 국제사법 제25조에 따른 준거법의 지정의 합의를 주요사실로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2) 적용될 법률의 발견은 법원의 전권사항 국제사법은 법선택을 위한 법으로서 국제적 분쟁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으로서는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이를 당연히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사법에 따르면 계약에 적용되는 준거법은, 1차적으로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지정한 국가의 법이 되고(제25조 제1항), 이러한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2차적으로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이 된다(제26조). 따라서 법원은 직권으로 계약의 1차적 준거법인 당사자의 합의의 존재를 조사해야 한다. 게다가 대상판결에서도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적용할 법률의 발견은 법원의 전권사항이고,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는 적용할 법률을 결정하는 합의이므로, 법원은 준거법의 합의의 존재를 조사하는데 있어서 당사자의 주장에 구속받지 아니한다. 덧붙여 대상판결은 당사자가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는 계약의 내용이 되고 계약의 내용은 주요사실이라는 이유로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를 주요사실로서 자백의 대상으로 본 듯하다. 그러나 당사자의 합의라고 하더라도 모두 주요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법원 판례에서는 소송상 합의인 부제소의 합의를 채권계약으로 보고 있으면서도(대법원 2004. 12. 23. 선고 2002다73821 판결), 이러한 부제소의 합의가 소송법적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이를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따라서 당사자의 합의라는 이유만으로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까지 주요사실로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IV. 결론 이상으로 대상판결과 달리, 사견에 따르면 국제협약을 포함한 비국가적 규범은 준거법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의 존재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서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한편 대상판결 중 문제된 판시내용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이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른 아쉬움이 있다. 적지 않은 국제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좀 더 많은 국제사법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국제협약
준거법
국제사법
2017-02-20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가 과연 존재하는가?
Ⅰ. 事案의 槪要와 經過 전통 민간요법인 침·뜸행위를 온라인을 통해 교육할 목적으로 인터넷 침·뜸 학습센터를 설립한 갑이 구 평생교육법(2007. 10. 17. 법률 제86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제2항 등에 따라 평생교육시설로 신고하였으나 관할 행정청이 교육 내용이 의료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사유로 이를 반려하는 처분을 한 사안이다. 원심(서울고법 2005. 8. 25. 선고 2004누13426 판결)은, 이 사건 평생교육을 통하여 교육하고 학습하게 될 침·뜸행위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교육의 결과 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경우 원고와 같이 의료법 시행 전에 종전 규정에 의하여 의료유사업자의 자격을 받은 자 외에는 모두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될 것이 명백한 점, 이 사건 교육과정 중에 행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실습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로서 처벌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점, 침·뜸행위는 실제 그 실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성이 큰 점, 이 사건 평생교육으로 침·뜸 관련과목을 교육받은 수강생들은 자신들이 교육받은 침·뜸행위를 실제 실행하려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원고가 각 단계별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에게 수료증까지 발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게 될 수 있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로서는 신고서에 첨부된 운영규칙에 기재된 교육과정의 내용이 의료법에 저촉되는지 여부, 신고에 따른 교육이 실제 이루어짐으로써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을 고려하여 이 사건 신고를 반려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신고반려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Ⅱ. 判決要旨 [1] 구 평생교육법(2007. 10. 17. 법률 제86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22조 제1항, 제2항, 제3항, 구 평생교육법 시행령(2004. 1. 29. 대통령령 제182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 제1항, 제2항, 제3항에 의하면,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학습비를 받지 아니하고 원격평생교육을 실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누구든지 아무런 신고 없이 자유롭게 이를 할 수 있고, 다만 위와 같은 교육을 불특정 다수인에게 학습비를 받고 실시하는 경우에는 이를 신고하여야 하나, 법 제22조가 신고를 요하는 제2항과 신고를 요하지 않는 제1항에서 '학습비' 수수 외에 교육 대상이나 방법 등 다른 요건을 달리 규정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제2항에서도 학습비 금액이나 수령 등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하고 있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볼 때, 행정청으로서는 신고서 기재사항에 흠결이 없고 정해진 서류가 구비된 때에는 이를 수리하여야 하고, 이러한 형식적 요건을 모두 갖추었음에도 신고대상이 된 교육이나 학습이 공익적 기준에 적합하지 않는다는 등 실체적 사유를 들어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는 없다. [2] 관할 행정청은 신고서 기재사항에 흠결이 없고 정해진 서류가 구비된 이상 신고를 수리하여야 하고 형식적 요건이 아닌 신고 내용이 공익적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등 실체적 사유를 들어 이를 거부할 수 없고, 또한 행정청이 단지 교육과정에서 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된 행위가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우려만으로 침·뜸에 대한 교육과 학습의 기회제공을 일률적·전면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후견주의적 공권력의 과도한 행사일 뿐 아니라 그렇게 해야 할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형식적 심사 범위에 속하지 않는 사항을 수리거부사유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처분사유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처분은 위법하다. Ⅲ. 問題의 提起-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인가? 여기서의 신고는 신고유형 가운데 어떤 신고에 해당하는가? 일반적으로 사인의 공법행위의 경우 의사표시의 방향성을 기준으로 일방당사자의 의사표시만으로 법률효과를 발생하는 것(자기완결적 공법행위)과 쌍방당사자의 의사의 합치에 의해 법률효과를 발생하는 것(행정요건적 공법행위)으로 나뉜다. 이에 연계하여 판례와 대부분의 문헌은 행정법상의 신고유형(자기완결적 신고=수리를 요하지 않는 신고/행정요건적 신고=수리를 요하는 신고)을 정립하였다. 그리고 그 구별의 결과로 전자의 경우 수리의 비처분성을 전제로 수리거부의 비처분성을 논증하고, 후자의 경우 수리의 처분성을 전제로 수리거부의 처분성을 논증한다. 그리고 신고에 대한 심사와 관련해선, 전자의 경우에는 형식적 심사에 국한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형식적 심사만이 아니라 실체적 심사까지도 할 수 있다고 본다(다른 입장이 있음). 기실 대상판결이 사안에서 형식적 심사만이 가능하다고 보기에, 여기서의 신고를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로 봄직한데, 과연 그 본연에 합당한가? Ⅳ. 關聯法規定 구 평생교육법(2007. 10. 17. 법률 제86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원격대학형태의 평생교육시설) ① 누구든지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원격교육을 실시하거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평생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경우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학습비를 받고 이를 실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이를 폐쇄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 사실을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개정 2001.1.29> ③ 제1항의 경우 전문대학 또는 대학졸업자와 동등한 학력·학위가 인정되는 원격대학형태의 평생교육시설을 설치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폐쇄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개정 2001.1.29> Ⅴ. 대상적격상의 問題點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와 관련해서, 판례의 대응은 통일적이지 않다. 일부는 수리 및 수리거부의 무의미성을 견지한다. 적법한 요건을 갖춘 신고의 경우에는 행정청의 수리처분 등 별단의 조처를 기다릴 필요 없이 그 접수시에 신고로서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그 수리가 거부되었다고 하여 무신고 영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9.12.24. 선고 98다57419판결; 1998.4.24. 선고 97도3121판결; 1995.3.14. 선고 94누9962판결; 1993.7.6.자 93마635결정; 1990.2.13. 선고 89누3625판결; 1985.4.23. 선고 84도2953판결 등 참조). 반면 일부는 수리거부의 위법성을 추가하여 적극적으로 논증하거나(대법원 1999.4.27. 선고 97누6780판결), -대상판결처럼-수리거부의 위법성만을 적극적으로 논증하기도 한다(대법원 1997. 8. 29. 선고 96누6646 판결 등). 그런데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에서 수리 및 수리거부의 무의미성을 견지하기 위해선, 법원으로선 애써 수리거부의 처분성을 부인하고, 신고 그 자체로서 대상평생교육의 적법한 실시라는 형성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판시하여야 했으며, 또한 대상적격의 부인에 따라 각하했어야 하는데, 마치 그것이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인양 수리거부의 처분성을 전제로 그것의 위법성을 적극적으로 논증하였다. 대상판결의 이런 접근은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와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의 구별도식(수리의 비처분성⇒수리의 거부의 비처분성, 수리의 처분성⇒수리거부의 처분성)을 무색케 한다(수리거부를 금지하명으로 보면 기왕의 틀에 포획되지 않는다). Ⅵ. 行政廳의 審査의 問題點 사적 영역에 대한 행정개입의 차원에서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 이른바 수리를 요하지 않는 신고, 등록제, 허가제의 구분이 문제되는데, 특히 수리를 요하는 신고와 허가제의 구분의 문제에서, 종래 많은 문헌들이 허가제와의 구별의 상실을 우려하여 후자의 경우엔 요건에 관한 형식적 심사뿐만 아니라 실질적 심사까지 행해지는 반면에, 전자의 경우엔 형식적 심사에 그친다고 보았다(그리하여 일부 문헌은 등록제를 수리를 요하는 신고와 동일한 것으로 보기도 하였다). 건축법 제14조상의 건축신고를 명시적으로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본 대법원 2011.1.20. 선고 2010두14954전원합의체판결을 계기로 전자의 경우에도 실질적 심사가 행해지는 것으로 본다(이에 대한 문제점으로 김중권, 건축법 제14조상의 건축신고가 과연 수리를 요하는 신고인가?, 특별법연구 제9권(이홍훈 대법관 정년퇴임기념논문집), 2011.5.13., 273면 이하 참조). 결국 판례의 입장에 의하면, 이제는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의 경우 형식적 심사만이 허용된다고 하겠다. 대상판결은 처음부터 형식적 심사만이 허용된다는 전제에서, 실질적 심사의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였으며, 이에 그것을 신고수리거부의 위법성에 연결시켰다. 나아가 수리거부의 처분사유에 대해서도 원심과 다른 입장을 취하였다. 지면관계상 여기선 허용되는 심사의 범위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신고제에서의 행정청의 심사와 관련해서, 종래의 논의에선 신고제에서 행정청의 심사를 원천배제한 것이 문제라면, 대법원 2011.1.20. 선고 2010두14954전원합의체판결의 경우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에서 허가제와의 구별되지 않게 실질적 심사의무를 요구한 것이 문제이다. 그런데 신고제의 경우 형식적 심사는 당연히 의무사항이나 실질적 심사는 허가제와는 달리 의무사항은 아니고 일종의 선택사항(option)이자 재량사항이다(이렇게 보면, 대법원 2010.9.9. 선고 2008두22631판결에 대해 -비판의 대상인- 기속재량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따라서 사안에서 실질적 심사의 허용성을 부정하는 전제는 타당하지 않다. 현행 법령의 체제하에서 침·뜸의 시술이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이상, 행정청으로선 형식적 심사를 넘어 의료관련 다른 법률 등에 의거하여 그것의 처리여부를 판단하는, 실질적 심사의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 실질적 심사의 가능성을 긍정하면, 관건은 수리거부의 처분사유에 관한 판단여하이다. 처분사유의 당부와 관련해선(상론은 다른 지면에서 하고자 한다), 침·뜸의 시술이 현행 법령하에선 의료행위로 평가가 내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한 제도화가 되지 않은 채, 그것이 -단순한 알림을 넘어서- 제도화를 가져다 줄 교육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법원은 "침·뜸에 대한 교육과 학습의 기회 제공을 일률적·전면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후견주의적 공권력의 과도한 행사"로 보지만,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중요성이 더할 나위 없이 고조된 오늘날에는 안전법상의 일반법원칙인 국가의 사전대비(사전배려)원칙을 더 염두에 두었어야 한다("의심스러우면 안전에 유리하게"(In dubio pro securitate))(법원칙으로서의 안전성의 원칙에 관해선 김중권, 행정법기본연구Ⅱ, 2009, 503면 이하 참조). Ⅶ. 맺으면서-잘못된 만남의 결과 법원의 논증이 기왕의 자기완결적 신고와 수리를 요하는 신고의 틀에서 일탈하였다는 점에서 기왕의 틀 자체가 대대적인 修理를 필요로 한다. 기왕의 틀은 사인의 공법행위에 관한 논의와 典據가 의심스런 -이른바 준법률행위적 행정행위로서의- 수리에 관한 논의의 잘못된 만남의 결과물이다. 하루바삐 신고제가 허가제의 대체제도인 점에 착안하여 금지해제적 신고와 정보제공적 신고의 유형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사안에서 다툼의 논거는 신고제에 관한 행정법도그마틱이나, 그 본질은 현행법상의 의료행위와 민간에서 널리 전수되고 시행되어 온 침·뜸 의 시술행위의 충돌·간극이다. 대학·주류의 의학·약학에서 벗어난 특별한 치료과정, 예컨대 동종요법, 자연요법 또는 대체의학적 치료법을 법외적 상태에 두는 것은 국가가 여러 상이한 치료견해의 다툼에서 사실상 어떤 한 편을 든 셈이어서 재고가 요구된다. 참고로 우세한 대학(주류)의학·약학과 방법적·지식적으로 경쟁하는 특별한 치료법을 보호하기 위해, 독일 의약품법의 입법자는 유효성확인에 관한 법적·행정적 기준이 학문적 다툼과 치료방법상의 다툼에서 어느 일방의 편을 든다는 점을 나름 막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런 비주류적인 것에 대해선 유효성의 요청보다는 안전성의 요청이 더 강조된다(그리하여 그들은 특별한 치료법의 경우 그 나름의 전문가위원회(평가·승인위원회)에 맡기고, 동종요법적 의약품의 경우엔 선택적으로 단순한 등록절차를 허용하는 식으로 규정함으로써(동법 제38조), 다원성요청과 안전성요청간에 절충적 해결책을 도모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미국과 비교해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의학은 전통적인 대체요법을 융통성있게 수용·발전시켜 왔다. Vgl. Udo Di Fabio, Risikoentscheidungen im Rechtsstaat, 1994, S.172ff.).
2011-11-17
근거규정의 성질과 처분성여부의 상관관계에 관한 소고
Ⅰ. 事案의 槪要 원고는 1999. 3. 12.부터 2002. 3. 30.까지 여신전문금융회사인 외환신용카드 주식회사(이하 ‘외환카드’라 한다)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다. 피고(금융감독원장)는 2002. 2. 27.부터 같은 해 3. 15.까지 외환카드를 비롯한 8개 전업신용카드사와 17개 겸영카드사를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 뒤, 같은 해 3. 26. 아래와 같은 이유로 금융감독위원회(이하 ‘금감위’라 한다)에 외환카드에 대하여 업무일부정지 1.5월을 명하도록 건의함과 동시에(그 건의에 따라 금감위는 같은 해 3. 26. 외환카드에 대하여 업무일부정지 1.5월을 명하였다), 금감위 규정인 금융기관검사및제재에관한규정(이하 ‘제재규정’이라 한다) 제18조 제1항 제3호, 제2항에 의거하여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문책경고처분을 하였다. Ⅱ.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3두14765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지난 2.17.에 금융기관의 임원에 대한 금융감독원장의 문책경고와 관련하여 매우 의미로운 판결을 내렸다. 여기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원심판결(서울고법 2003.11.7. 선고 2002누20192판결) 및 1심판결(서울행정법원 2002.11.29, 2002구합21872판결)을 그대로 인용하였다. 1. 금융기관검사및제재에관한규정(이하 ‘제재규정’이라 한다) 제22조는 금융기관의 임원이 문책경고를 받은 경우에는 금융업 관련 법 및 당해 금융기관의 감독 관련 규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일정기간 동안 임원선임의 자격제한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은행법 제18조 제3항의 위임에 기한 구 은행업감독규정(2002. 9. 23. 금융감독위원회공고 제2002-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2호 (다)목, 제18조 제1호는 제재규정에 따라 문책경고를 받은 자로서 문책경고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은행장, 상근감사위원, 상임이사, 외국은행지점 대표자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문책경고는 그 상대방에 대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직접 제한하는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2.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의 경우 적어도 그 제한의 본질적인 사항에 관한 한 법률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금융감독기구의설치등에관한법률(이하 ‘감독기구설치법’이라 한다) 제17조 제1호, 제3호, 제37조 제1호, 제2호의 각 규정은 금융감독위원회(이하 ‘금감위’라 한다) 또는 금융감독원의 직무범위를 규정한 조직규범에 불과하여 이들이 당연히 법률유보원칙에서 말하는 법률의 근거가 될 수 없고, 감독기구설치법 제42조에서 피고에게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임원에 대한 해임권고 및 업무집행정지건의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하여 당연히 문책경고의 권한까지 함께 주어진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여신전문금융업법 제53조, 제53조의2는 금감위 또는 피고가 여신전문금융회사에 대하여 행하는 감독 또는 검사에 관한 규정으로서 위 각 규정도 문책경고의 법률상 근거가 될 수 없고, 증권거래법 제53조 제5항 제2호, 증권거래법시행령 제36조의5 제3호, 보험업법 제20조 제1항 제1호, 상호저축은행법 제24조 제1항 제1호, 신용협동조합법 제84조 제1항 제3호는 여신전문금융회사에 대하여 적용되는 법률이 아니므로, 적어도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임원에 대한 관계에서는 위 각 법률규정이 문책경고의 근거가 될 수 없고, 따라서 피고가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임원인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문책경고는 아무런 법률상의 근거 없이 행하여지는 것으로서 위법하다. Ⅲ. 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두3532판결의 요지 1.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 함은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특정 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일반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지만, 어떠한 처분의 근거나 법적인 효과가 행정규칙에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처분이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에 의하여 상대방에게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적인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그 상대방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면, 이 경우에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2. 행정규칙에 의한 ‘불문경고조치’가 비록 법률상의 징계처분은 아니지만 위 처분을 받지 아니하였다면 차후 다른 징계처분이나 경고를 받게 될 경우 징계감경사유로 사용될 수 있었던 표창공적의 사용가능성을 소멸시키는 효과와 1년 동안 인사기록카드에 등재됨으로써 그 동안은 장관표창이나 도지사표창 대상자에서 제외시키는 효과 등이 있다는 이유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Ⅳ. 2001두3532판결의 意義와 問題點 통상 행정소송법을 비롯한 관련법상의 처분개념에 표현된 ‘법집행으로서’와 관련하여, 여기서의 ‘법’이란 ‘법률의 법규창조력’에 바탕을 둔 ‘법규(범)’을 의미하고 따라서 행정행위의 법효과발생의 준거점이 된다고 한다. 그리하여 개별토지가격결정의 처분성을 논증하기 위하여 법원은 그것의 근거규정인 국무총리훈령으로서의 ‘개별토지가격합동조사지침’을 ‘지가공시및토지등의평가에관한법률’ 제10조의 시행을 위한 집행명령으로서 법률보충적 구실을 하는 법규적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 보았다. (대법원 1994.2.8. 선고 93누111.) 2001두3532판결의 원심(부산고법 2001.3.30. 2000누3634판결) 역시 처분성을 부인함에 있어서, -분명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조치의 근거규정의 법적 성격을 염두에 두었으리라 짐작한다. 반면 2001두3532판결은 근거규정 및 관련규정-‘함양군지방공무원징계양정에관한규칙’, ‘경상남도지방공무원징계양정에관한규칙’, ‘지방공무원인사기록및인사사무처리규칙’, ‘지방공무원징계등기록말소제도시행지침’, ‘정부포상 및 장관ㆍ도지사표창지침’-이 행정규칙임에 불구하고(?), 법효과발생의 가능성 즉, 행정처분의 존재가능성을 열어 준 점에선 호평할 만하다. 그러나 이런 바람직스런 착안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법규명령형식의 행정규칙의 존재의 문제이다. 비록 대통령령인 경우엔 변화를 주었지만, 다수 문헌과는 배치되게 판례는 그 밖의 법규명령에 대해선 搖之不動이다. (가령 대법원 1995.10.17, 94누14148판결.) 그리하여 이제껏 행정규칙으로부터는 사실상의 불이익이 생겨날 뿐 쟁송가능한 법률상 이익은 생겨나지 않기에 원고적격이 없다고 보아온 기왕의 입장을 고려한 즉, 2001두3532판결은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을 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런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행정처분의 개념적 징표인 법효과의 발생이 해당 근거규정(행정규칙?)에서 직접 비롯된다고 보는 듯한 태도는, 기본적으로 그것의 원심판결과 기조를 같이 함을 보여줄 뿐 더러 오해의 소지가 있다. (상세는 졸고, “不問警告措置’의 法的 性質과 관련한 問題點에 관한 小考”, 『인권과 정의』 2004.8, 336호, 125면 이하 참조. ) Ⅴ. 2003두14765판결의 意義와 期待 일부에선 2001두3532판결에 대해 국민의 실효적인 권리구제의 지평을 넓힌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하며(가령 김의환, “행정규칙에 의한 징계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인지 여부”, 『대법원판례해설』 2002년 하반기(통권 제43호), 254면. ), 2003두14765판결의 1심판결 역시 이를 논거로 금융감독원장의 문책경고의 처분성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 논거는 요령부득의 상황에서 나름의 노력의 소산이다. 사실 실질에 경도된 기왕의 판례의 입장을 다수 문헌의 지적처럼 형식중시적 입장으로 선회하면, 이 물음은 손쉽게 해소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방향선회와는 별개로 그 같이 논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중요하다. 그것은 바로 근거규정의 법적 성질과 처분성의 인정을 연계시킨 데서 빚어진 결과물이다. 그런데 어떤 행위의 법적 성질을 행정행위로 여기느냐의 물음에서, 행정행위를 발하기 위한 법적 근거(수권) 존재하는지 여부는 전혀 관계가 없다. (Kopp/Ramsauer, VwVfG Kommentar, 8.Aufl. 2003,, §35 Rn..9; BVerwG NVwZ1985, 264.) 행정행위를 비롯한 어떤 행정작용이 법률상의 근거를 필요로 하는지 여부는 법률유보의 물음이다. 요구되는 법적 근거의 부재는 행정행위를 위법하게 만들 뿐이지, 그것의 법적 성질을 가늠하진 않는다. 요건데 법률상의 근거의 유무에 상관없이 어떤 행위가 직접적인 근거규정 뿐만 아니라, 관련 규정에 의거해서 행정행위의 개개의 개념적 징표를 충족하고 있는지가 요체이다. 따라서 2003두14765판결의 논증방식은 그동안 취해온 것과는 다소 그러나 근본적으로 다르다. 즉, 처분성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근거규정의 법적 성질에서 출발하였던 태도에서 벗어나, 관련 (법)규정에 의거하여 처분성을 논증한 다음에, 그것의 근거규정의 법규성 요구인 법률유보의 물음으로 이행하였다. 그런데 기존의 논증상의 난맥을 일소한 2003두14765판결의 意義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제재적 행정처분과 관련한 리딩판결인, 대법원 1995.10.17, 94누14148전원합의체판결의 도식(부령인 제재처분기준⇒행정규칙⇒사실상 불이익의 인정)으로부터 도그마틱적 왜곡(가령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 없이도 벗어날 단초가 마련되었다. 대상판결의 획기적인 논증방식은 불원간 기왕의 토대(가령 법규명령형식의 행정규칙의 문제)에 균열을 가져올 前兆로 여겨진다.
2005-07-04
지목변경신청반려의 법적 성질
Ⅰ. 사실관계 (1) 원고(이00)는 2001. 11. 28. 경기도 화성시장에게 "화성시 봉당읍 소재 토지의 지목을 田에서 대지로 변경해 줄 것"을 신청하였으나, 신청이 반려되었다(2002. 1. 9). 화성시장이 “원고에 대하여 현재 이용현황대로 토지 분할측량 후 토지분할 및 지목변경을 신청하도록 2차에 걸쳐 보완요구를 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신청반려의 이유가 되었다. (2) 원고는 2002. 1. 24. “지적현황을 점유자별로 정리하여 예상되는 분쟁을 예방하고 토지의 효용을 높이고자 이 사건 지목변경신청을 하였음에도 화성시장이 위법?부당하게 이 사건 지목변경신청을 반려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경기도지사에게 이 사건 반려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하였다. (3) 피고(경기도지사)는 2002. 3. 4. 원고의 위 행정심판청구를 각하하는 행정심판의 재결(이하 "재결"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지적도 등 지적공부에 일정한 사항을 등재하거나 등재된 사항을 변경하는 행위는 행정사무집행의 편의와 사실증명의 자료로 삼기 위한 것으로, 화성시장이 이 사건 지목변경신청을 반려하였다고 하여도 이는 행정심판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가 되었다. (4) 원고는 이 사건 행정심판의 재결청인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위 "재결"의 취소소송을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 Ⅱ. 제1심법원판결(수원지법 2002. 9. 18, 2002구합2018)의 요지 행정소송법 제19조에 의하면, 취소소송은 행정청의 원처분을 대상으로 하되, 다만 ‘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 있음을 이유로 하는 경우’에 한하여 행정심판의 재결도 취소소송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말하는 '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란 재결청의 권한 또는 구성의 위법, 재결의 절차나 형식의 위법, 내용의 위법 등을 뜻하는데, 행정심판청구가 부적법하지 않음에도 각하한 재결은 심판청구인의 실체심리를 받을 권리를 박탈한 것으로 원처분에 없는 고유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러한 경우 위 재결은 취소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Ⅲ. 항소심판결(서울고법 2003. 6. 26, 2002누17042)의 요지 (1) 원고의 행정심판청구를 각하한 이 사건 각하재결에 원처분에 없는 고유한 하자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토지대장 등 지적공부에 일정한 사항을 등재하거나 등재된 사항을 변경하는 행위는 행정사무집행의 편의와 사실증명의 자료로 삼기 위한 것이고, 그 등재나 변경으로 인하여 당해 토지에 대한 실체상의 권리관계에 어떤 변동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어서, 소관청이 그 등재사항에 대한 변경신청을 거부한 것을 가리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5. 12. 5. 선고 94누4295 판결, 대법원 1993.6.11. 선고 93누3745 판결 등 참조), 원고의 이 사건 지목변경신청을 반려하여 거부한 화성시장의 이 사건 반려처분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2) 그렇다면 이 사건 각하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위 재결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한다. Ⅲ 상고심(대법원) 판결의 요지 (1) 구 지적법(2001. 1. 26. 법률 제6389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0조, 제38조 제2항의 규정은 토지소유자에게 지목변경신청권과 지목정정신청권을 부여한 것이고, 한편 지목은 토지에 대한 공법상의 규제, 개발부담금의 부과대상, 지방세의 과세대상, 공시지가의 산정, 손실보상가액의 산정 등 토지행정의 기초로서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토지소유자는 지목을 토대로 토지의 사용?수익?처분에 일정한 제한을 받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지목은 토지소유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한 전제요건으로서 토지소유자의 실체적 권리관계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므로 지적공부 소관청의 지목변경신청 반려행위는 국민의 권리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는 달리 지목변경(정정이나 등록전환 등 포함, 이하 같다)신청에 대한 반려(거부)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1981. 7. 7. 선고 80누456 판결, 1991. 2. 12. 선고 90누7005 판결, 1993. 6. 11. 선고 93누3745 판결, 1995. 12. 5. 선고 94누4295 판결 등과 지적공부 소관청이 직권으로 지목변경한 것에 대한 변경(정정)신청 반려(거부)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1971. 8. 31. 선고 71누103 판결, 1972. 2. 22. 선고 71누196 판결, 1976. 5. 11. 선고 76누12 판결, 1980. 2. 26. 선고 79누439 판결, 1980. 7. 8. 선고 79누309 판결, 1985. 3. 12. 선고 84누681 판결, 1985. 5. 14. 선고 85누25 판결 등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3) 따라서 이 사건 반려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Ⅳ. 평 석 1. 대법원 판례변경의 중요한 의미 이 사건은 대법원의 部(대법관 3인이상)에서 심판한 사건이 아니라, 대법관전원의 3분의 2이상의 合議體에서 심판한 사건이다. 대법원이 종전의 의견(판례)을 변경하게 되었기 때문이다(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참조) 대법원은 이 사건 이전에는 “지적공부 소관청의 지목변경(정정이나 등록전환 등 포함)신청에 대한 반려(거부) 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던 대법원이 - 종전과는 180도 다르게 - “지적공부 소관청의 지목변경신청 반려행위는 국민의 권리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는 동시에, 이와 같은 판단과 배치되는 종전의 다수의 판례를 변경하게 되었음은 이 사건 대법원의 판결문에 나타나 있는 바와 같다. 대법원이 종전 판례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판례변경"은 매우 드믈게 보는 현상이기에, 대법원의 이 판결은 그만큼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 판례변경의 동기와 효과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판례변경을 한 직접적인 동기는 무엇인가? 아마도, "지목병경 또는 지목병경신청거부의 처분성"을 부인한 결과, 사람들이 행정소송(일반법원의 소관사항)이 아니라 헌법소원(헌법재판소의 소관사항)을 구제의 수단으로 택하는 것(헌재 1999. 6. 24, 97헌마315 등 참조)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한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3. 의문점 대법원이 판례변경을 통하여 “지목변경거부 등”에 대한 행정소송의 길을 열어 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대법원이 “거부의 처분성”의 문제를 - 여전히 - 행정소송법(제2조)에 명시되어 있는 처분개념, 즉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에 비추어 판단하지 아니하고 있음은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이에 관한 상세는 拙稿. 法律新聞 제3261호 참조).
2004-08-23
제조물책임법상 설계상의 결함
[판결요지] [1] 일반적으로 제조물을 만들어 판매하는 자는 제조물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재의 기술 수준과 경제성 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하여야 하고, 이러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그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그와 같은 결함 중 주로 제조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 즉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지 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2] 제조업자 등은 표시상의 결함(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고, 그와 같은 결함이 존재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1. 사실관계 주식회사 대한항공 소속 헬기의 조종사들이 시계가 불량한 관계로 시계비행방식을 포기하고 계기비행방식으로 전환하여 기온이 영하 8°C 까지 내려가는 고도 6,000피트 상공을 비행할 때 피토트 튜브(pitot/static tube, 動靜壓管)의 결빙을 방지하기 위한 피토트 히트(pitot heat)를 작동시키지 아니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피토트 튜브가 얼어 헬기의 실제 속도와 달리 속도계에 나타나는 속도가 감소하고, 또한 속도계와 연동하여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태빌레이터(stabilator)의 뒷전이 내려가면서 헬기의 자세도 앞쪽으로 기울어졌으나 조종사들이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속도계상 헬기의 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속도를 증가시키려고 출력을 높임으로써 헬기가 급강하하게 되었으며, 조종사들이 뒤늦게 헬기의 자세를 회복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헬기의 주회전날개 중 하나가 후방 동체에 부딪혀 헬기가 추락하게 되었다. 피해자들은 대한항공(주)에 대하여 제조물에 대한 설계상의 결함 등을 이유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주요쟁점은 제조물의 결함 존재 여부였고, 원심은 설계상의 결함 존재에 대한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으며 대법원에서도 판결요지에서 보는 이유로 설계상의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통상적인 안전성을 갖추었다고 하면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하였다. - 판 결 요 지 - 제조물의 설계상 결함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장단점 등 여러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 - 평 석 요 지 - 제조물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제조자의 기대 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 책임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제조물책임법 제정이후 설계상의 결함으로서 '합리적 대체설계'의 판단기준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2. 제조물책임과 결함 제조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전제로 하지 않는 엄격책임으로서의 제조물책임은 불법행위법의 특별법으로서 제조물책임법(2000.1.12. 법률 제6109)의 제정으로 새로이 도입되었고 같은 법 부칙 규정에 의하여 2002.7.1. 이후 공급된 제조물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어서 이 사건 헬기에는 적용될 여지는 없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의 시행 후의 판단이기 때문에 제조물책임법상의 결함에 대해 염두에 두고 판단하였으리라고 생각된다. 같은 법에서는 결함의 종류로 제조상의 결함과 설계상의 결함, 표시상의 결함을 규정하고, 결함이란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위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설계상의 결함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이다. 설계상의 결함에 대하여 제조물책임법 제2조 제2호 나목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당해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할 때는 어떤 면에서 ‘합리적인 대체설계’라고 평가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할 것이며, 합리적인 대체설계가 거의 유일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체설계에도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와 합리적인 대체설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결함이 부정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제조물책임법은 제조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 유무와는 관계없이 제조물의 결함만 존재하면 제조업자는 무과실책임으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제조물에 결함이 있고 그 결함으로 인하여 피해(확대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해당 제조물의 제조업자는 책임을 지게 된다. 제조물책임법은 제2조에서 결함을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이어서 제조상의 결함, 설계상의 결함, 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해 각각 정의하고 있는데 결함의 판단기준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3. 결함의 판단기준 제품의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표준일탈기준, 소비자기대수준, 위험효용기준, 바커기준(Barker test) 등이 있다. 소비자기대기준은 소비자가 통상적으로 기대하는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에 결함의 존재를 인정한다. 누가 통상적인 소비자인가가 문제되는데, 그 사회의 통상적인 지식을 구비한 자를 말한다. 따라서 합리적인 소비자가 제조물의 위험한 상태를 예견하고 그로부터 발생가능성 있는 사고의 위험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경우에 부당하게 위험한 제조물이 되지 않게 된다. 예컨대 예리한 칼과 같이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는 판단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기대수준은 그 기준이 애매하고 주관적이어서 결함판단기준으로서나 책임의 근거로서 그 가치가 점점 감소되고 있으며, 제조자가 명시적·묵시적으로 표시한 제조상의 결함에 적용되고 있을 뿐이다. 소비자기대수준은 현재 독자적인 기준은 되지 않고 위험효용기준의 한 요소로서 이용되고 있다. EC지침은 소비자기대기준을 채택하고 있다(EC지침 제6조). 결함의 판단기준에서 특히 논쟁이 되고 있는 것은 설계상의 결함과 경고상의 결함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다. 위험·효용기준은 제조물의 위험성과 효용성을 비교하여 위험성이 효용성을 능가할 때 그 제품이 결함이 있다고 한다. 위험?효용기준은 결함판단기준으로서 현재 미국 법원의 압도적 견해이다. 바커기준은 캘리포니아 최고법원이 1978년 바커사건에서 엄격책임에 있어서의 ‘부당한 위험’이라는 요건을 배제하면서 새로운 ‘결함의 판단기준’을 보인 것에서 유래한 기준이다. 동법원은 ① 의도된 방법 또는 합리적으로 예상 가능한 방법에 의한 제품사용에 관하여 그 제품이 소비자가 기대하는 통상의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었다는 것을 원고가 입증, ② 제품의 설계가 손해의 원인임을 원고가 입증, ③ 현재의 설계에 의해 초래되는 위험의 중대성 및 개연성, ④ 안전한 대체설계의 기술적 가능성, ⑤ 개선설계에 소요되는 비용, ⑥ 대체설계에 의해 제품 및 소비자에게 생기는 악영향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것을 고려한 후 현재 사용 중인 설계에 의한 이익이 그 설계에 본래 따르는 위험을 상회한다는 사실을 피고가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설계상의 결함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바커기준은 1차적으로는 소비자기대기준을 고려하고, 이러한 소비자기대기준으로 결함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2차적으로 위험·효용기준을 채택한 것이다. 4. 제조물책임의 결함에 대한 종전 판례의 태도 종전 우리나라의 판례는 제조물책임과 관련하여 과실 책임에 근거한 불법행위의 범위를 이탈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견지해왔고, 결함의 개념이나 유형, 결함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사례를 찾기도 어려웠다. 다만 결함에 대하여 대법원은 1992년 변압변류기 폭발사건에서 “제품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 또는 하자로 인해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제조업자는 계약상의 배상의무와 별개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대판 1992.11.24, 92다18139). 또한 1995년의 TV 폭발사건(속초지방법원 1995.3.24, 94가합131)에서는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라고 하여, 결함판단기준에 관하여 표면상으로 소비자기대수준을 언급하였다. 우리나라는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고 그에 관한 소송도 그렇게 많지 않고 아직까지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된 판례도 축적되어 있지 않아서 이번 판결이 향후 제조물책임에서 설계상의 결함에 대한 하나의 잣대 역할을 하리라 본다. 5. 대상판결의 검토 대상판결은 설계상 결함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통념에 비춰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판결에서의 제조물은 제조물책임법 이전에 공급된 것이어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의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제조자의 기대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 책임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제조물책임법 제정 이후 설계상의 결함으로서「합리적 대체설계」의 판단기준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은 2002.7.1. 이후 공급된 제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제조물 계속 감시의무(동법 제4조 제2항)가 동법 시행 이전에 판매된 제품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가 검토되어야 한다. 제조물 계속 감시의무는 제조자가 부담하는 안전에 대한 기본의무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으므로 제조물책임법 시행 전에 판매된 제품에 관하여도 이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합리적’이라는 용어 속에는 합리적 인간의 행동관점에서 대체설계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고, 또한 합리적인 대체설계라는 것은 결국 위험과 효용을 비교형량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기준에 의한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함에는 몇 가지의 요소들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대체설계의 효용성의 문제로서 효용성이 우수하다면 해당제조물에 다소의 결함이 있다고 하여도 이를 결함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지시·경고상의 결함의 문제가 된다. 둘째, 개발위험의 항변과 관련하여 대체설계는 당시의 최고수준의 기술적 가능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 대체설계에 소요되는 비용을 고려하여야 한다. 기술적으로 대체설계의 채용이 가능하다고하여도 경제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넷째, 대체설계에 따른 새로운 위험에 대해서도 평가하여야 한다. 다섯째, 해당 제품에 부착된 지시 및 경고의 정도도 고려하여야 한다. 설계상의 위험에 대한 결정 여부는 제조물의 위험성과 효율성을 비교·교량하여 결정하는 위험·효용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고, 결함 있는 제품을 공급한 제조자에 대한 비난가능성은 개발, 설계과정에서부터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거래의무에 대한 위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험효용기준에 관해 제품의 효용이 위험을 상회하는데 따른 입증책임은 제조자 측에서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설계상의 결함은 제조상의 결함과는 다른 별도의 이익과 불이익의 평가가 요구되고, 이는 과실에 근거한 책임과 동일한 일반적인 목표를 성취한다고 설명되기도 하는 것이다.
2004-02-09
95년이후 발병 '고엽제 소송'
고엽제(Agent Orange)는 월남전에서 정글을 이용하여 매복기습작전을 펴서 미군들을 많이 희생시킨 베트콩들이 숨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사용된 제초제이다. 미국정부는 방위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에 기하여 Dow Chemical 등 7개 업체에게 제조·공급명령을 내려 고엽제를 공급받아 종전때까지 막대한 양을 정글지역에 살포하였다. 94년 말까지 발견된 후유증만 보상하도록 한 화해안은 적법절차 위배 95년 이후 암발병한 피해자의 소송은 종전판결의 기판력에 저촉 안돼 연방 대법원서 확정...최근 발병한 우리나라 참전용사들에게도 적용 고엽제에는 발암물질인 다이옥신(dioxin)이 포함되어 있어서, 참전용사들에게 피부암, 기형아출생, 말초신경병등 다양한 후유증을 초래하였다. 그리하여 79년 1월 월남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이 7개 제조사와 미 연방정부를 상대로 집단소송(Class Action)을 뉴욕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 이 집단소송에서 첨예하게 대립된 쟁점은 ① 어느 회사가 제조한 고엽제에 의하여 피해를 입었는지 입증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7개 제조사에게 시장점유율에 따른 공동책임을 인정하는 enterprise liability 이론을 적용할 수 있는지, ② 제조사들이 다이옥신의 위험성에 대하여 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 연방정부에 경고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③ 제조사들이 미연방정부 방위생산법에 기하여 명령을 받고 고엽제를 납품했기 때문에 대정부공급자항변(government contractor defense)에 기하여 면책받을 수 있는지 여부였다. 이 집단소송은 84년 5월 배심원재판 시작직전에 7개 제조사들이 1억 8천만불을 지급하기로 하는 화해안이 합의됨으로써 종결되었는데, 담당판사였던 Weinstein판사는 이같은 화해안이 공평하다고 판단하면서 첫번째와 두번째 쟁점에 대하여 원고측에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하였다.(In re “Agent Orange” Product Liability Litigation, 597 F. Supp. 740) 그런데, 1억8천만불의 고엽제 화해기금은 94년말까지 발병된 참전용사에게만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었고 95년 이후 발병된 사람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규정은 결여되어 있었다. 게다가, 94년말 남은 화해기금마저도 월남참전 용사들을 지원하는 단체들에게 배분된 후 기금이 완전히 폐지되었다. 이와 같이 95년 이후 발병된 고엽제 후유증에 피해자에게는 보상금이 지급될 수 있는 길이 막히게 되었다. 그리하여 95년 이후 발병된 참전용사가 제기하는 고엽제 소송을 허용할 것인지, 아니면 84년 집단소송화해안승인판결의 기판력에 의하여 그와 같은 소송이 금지된다고 보아야 하는지가 문제되기 시작하였다. 최근 미연방대법원은 95년이후 암이 발병된 월남전참전용사의 소송이 고엽제 집단소송화해안승인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Dow Chemical Co., et al. v. Daniel Raymond Stephenson et al.) 원고 Stephenson은 헬기조종사로 5년간 참전하였는데 98년에 골수암 진단을 받았고, 원고 Isaacson은 고엽제살포항공기대대에서 2년간 근무했는데 96년에 비호지킨스씨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원심인 연방제2항소법원은 84년 화해안이 모든 향후 클레임을 해결하려고 하면서 94년말까지 발견된 후유증에 대하여만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화해기금이 94년말 폐지되도록 허용한 것은 동 화해안에서 95년 이후 발병한 원고들의 이익이 적절히 대변되었다(adequately represented)고 볼 수 없어 적법절차(due process)에 위배된다고 보아야 하며, 따라서 원고들의 소송은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는데(Stephenson v. Dow Chemical Co., No. 007455), 미연방대법원이 이를 확정함으로써 95년 이후 발병 고엽제소송의 길을 열어주었다. 이 판결은 최근 발병된 우리나라 참전용사들에게도 적용된다고 보여져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2003-07-17
집합건물 양수인이 청구하는 대지권변경등기
**판결연구** - 집합건물 양수인이 청구하는 대지권변경등기 - 성남지원2002년10월10일 선고 2002가단 3425 판결 **판결요지** 집합건물의 분양대금을 모두 지급하여 대지권을 취득하고도 등기가 늦어지던 중 건물부분에만 근저당이 설정되었다가 그에 기해 낙찰을 받은경우 낙찰자는 대지권도 함께 낙찰 받았다고 할 것이므로 낙찰자는 수분양자를 대위, 최초 분양자에게 직접 대지권에 대한 경정등기절차이행을 청구할 수있다 **연구요지** 낙찰자가 집합건물의 건축자를 상대로 직접 대지권을 설정하는 뜻에서 대지권변경등기를 바로 청구하는 이 방법은 부동산등기법시행규칙 제60조의2가 그 근거조문으로 이는 그동안 해오던 소유권이전등기 경료후 대지권변경등기를 신청하던 번거로움을 해결한 판결로서 의미가 있다 Ⅰ. 判決要旨 분양대금을 모두 지급하는 등 대지권 취득의 실질적인 요건을 모두 갖추고도 등기절차상의 사유 등으로 대지(지분)권 등기가 늦어지던 중, 우선 건물부분에 대하여만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가 그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에서 집합건물을 낙찰받은 경우에, 낙찰자는 그 경매절차에서 대지권 지분도 함께 낙찰을 받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런 경우 낙찰자는 수분양자(전 소유자)를 대위하여 최초 분양자에게 직접 누락된 대지권 지분에 대한 경정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Ⅱ. 事件의 槪要 1. 피고(대한주택공사)는 1993년에 아파트 내 복합상가를 신축하였다. 피고는 위 상가 중 1층 105호(이하 이 사건 상가라 함)를 1995년에 A에게 분양하였다. 이 사건 상가에 대한 A 앞으로의 이전등기는 1996년에 경료되었는데, 이 당시까지도 대지에 대한 지적공부정리가 완료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상가의 해당 대지권 지분(889.1분의49.7709)을 제외한 전유부분 건물에 관한 이전등기만 이루어졌다. 2. A는 1996년에 이 사건 상가에 관하여 축협을 근저당권자로 한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위 근저당권 설정 당시 A는 향후 대지권에 관한 등기가 이루어지면 즉시 대지권에 대하여도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하여 축협에 교부하였다. 3. 그 후 지적공부정리가 완료되어 1997년부터 대지권의 등기가 가능하게 되었고 다른 수분양자들은 개별적으로 대지권등기를 하기도 하였으나, A는 대지권에 대한 등기를 신청하지 아니하여 대지권이 계속하여 미등기인 채로 남아 있게 되었다. 4. 그러다가 1999년에 축협은 위 근저당권을 실행하여 임의경매절차가 진행되었다. 위 경매절차에서 집행법원은 집행채권자인 축협으로 하여금 A의 분양대금 완납 사실, A가 작성한 위의 각서, 이 사건 상가에 관하여 대지권의 분리처분을 가능하게 하는 규약이 없는 점 등을 확인하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입찰가격은 대지권 부분이 반영되지 아니한 건물 부분(84,000,000원)만으로 정하여졌다. 5. 위 경매절차에서 원고가 낙찰을 받았고,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Ⅲ. 評 釋 1. 머리말 대지권등기가 되어 있지 아니한 집합건물의 낙찰자가 그 집합건물의 최초분양자를 상대로 직접(대위의 방법으로 함) 대지권의 설정을 목적으로 한 등기를 청구할 수 있는가? 이것이 이 사건 사안의 핵심이다. 2. 대지권등기가 되어 있지 아니한 집합건물의 낙찰자가 해당 대지권을 취득하는가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는 누구나 대지 전체에 관하여 이를 이용할 권리(토지소유권의 공유 또는 지상권·임차권의 준공유)를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이를 대지사용권이라 한다. 집합건물과 대지는 위와 같은 관계에 있기 때문에,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 함)은 구분소유권과 대지권을 나누어 처분하는 것을 금지하여, 그 일체를 꾀하고 있다. 즉, 구분소유자의 대지권은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르게 하고, 원칙적으로 전유부분과 분리해서 대지권만을 처분할 수 없게 하였다. 그런데 가령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아파트 부지를 매입한 건설회사가 아파트를 분양하였을 경우에 아파트가 준공되었음에도 아직 아파트 부지에 관한 지적공부가 정리되지 않은 관계로 대지권의 등기가 없이 구분소유권의 등기만 경료된 경우를 가끔 보게 된다. 이와 같은 상태에서 또 아파트를 매매한다든가 이 사안처럼 경매에 붙여지는 경우에 그 매수인 또는 낙찰자가 과연 대지권을 취득하게 되는가가 문제된다. 또 대지권을 취득한다고 한다면 그 대지권에 관한 등기를 어떻게 경료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등장하게 되는데, 이 부분에 대하여는 다음 항목에서 다루게 된다. 구분소유권과 대지권의 관계에 관하여 대법원에서는 1995년에 주목할 만한 판결을 하였다. 대법원 1995. 8. 22. 선고 94다12722 판결이 그것이다. 그 사안을 보면, 구분소유자가 구분건물의 전유부분에 대하여서만 저당권을 설정하였는데, 그 설정 당시 저당권설정자는 나중에 대지권등기를 하게 되면 대지권에 관하여도 추가로 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런데 이 저당권설정자는 나중에 대지권등기를 하게 되었음에도 대지권에 저당권설정등기를 하지 않던 중, 위 구분건물이 경매에 들어가게 되었다. 배당절차에서 위 저당권자는 대지부분에 관하여도 우선변제를 요구하였으나, 배당법원은 이를 거부하였다. 그래서 배당이의 소송이 제기되었는데, 대법원은 저당권자의 대지부분에 대한 우선변제를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대법원은 저당권의 효력이 종물에도 미친다는 규정이 저당부동산에 종된 권리에도 유추적용됨을 전제로 하면서, 구분건물의 전유부분에만 설정된 저당권의 효력은 대지사용권의 분리처분이 가능하도록 규약을 정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전유부분의 소유자가 사후에라도 대지사용권을 취득함으로써 전유부분과 대지권이 동일 소유자의 소유에 속하게 되었다면, 그 대지사용권에까지 미치고 여기의 대지사용권에는 지상권 등 용익권 이외에 대지소유권도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저당권자는 대지부분에 대하여서도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한편, 대법원은 1996년에는 위 1995년 판결의 취지에 다소 배치되는 판결(96다14661)을 선고하였으니, 그 판지를 요약하면, 최초 수분양자로부터 전유부분의 소유권이전등기만을 경료한 X가 저당권을 설정하였다가 저당권이 실행되고(최초 수분양자는 X에게 전유부분의 이전등기를 경료한 후, 경매 전에 대지권의 대상이 되는 소유지분의 이전등기를 받았음), Y가 낙찰을 받은 후에 비로소 X는 위 대지지분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았던 바, 이런 경우에도 X는 Y에게 집합건물법 제7조에 의하여 구분소유권매도청구권을 가진다는 결론이다. 즉, 위와 같은 경우에 Y는 대지지분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만을 가질 뿐이고 대지사용권 자체는 없다는 것이다. 이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는 매우 많은 비판이 뒤따랐는데, 이 판결은 결국 뒤에서 보는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폐기되었다. 또, 대법원은 1997년에 이 문제와 관련된 주목할 만한 결정(97마814)을 하였는데, 그 취지를 요약하면, 앞서 본 1995년의 판례를 전제로 하여, 구분건물의 전유부분에 대한 경매신청이 있을 경우에 집행법원은 대지사용권이 있는지에 관하여 직권으로 조사하여야 하고, 그 결과 전유부분과 불가분적인 일체로서 경매의 대상이 되어야 할 대지사용권의 존재가 밝혀진 때에는 이를 경매 목적물의 일부로서 경매평가에 포함시켜 최저입찰가격을 정하여야 함을 천명하였다. 그러다가 대법원은 2000년에 전원합의체 판결(98다45652)을 통하여 앞서 본 96다14661 판결을 폐기하면서 ‘집합건물의 건축자로부터 전유부분과 대지지분을 함께 분양의 형식으로 매수하여 그 대금을 모두 지급함으로써 소유권취득의 실질적 요건은 갖추었지만 전유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만 경료받고 대지지분에 대하여는 아직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지 못한 자는 매매계약의 효력으로써 전유부분의 소유를 위하여 건물의 대지를 점유·사용할 권리가 있는바, 매수인의 지위에서 가지는 이러한 점유·사용권은 단순한 점유권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본권으로서 집합건물법 제2조 제6호 소정의 구분소유자가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건물의 대지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인 대지사용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수분양자로부터 전유부분과 대지지분을 다시 매수하거나 증여 등의 방법으로 양수받거나 전전 양수받은 자 역시 당초 수분양자가 가졌던 이러한 대지사용권을 취득한다’고 판단하여, 오늘 주제 중 전전양수인의 대지권 취득 여부에 관한 쟁점을 모두 해결하여 주었다. 그래서 본건 사안을 중심으로 위의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 저당권의 효력은 저당부동산에 부합된 물건과 종물에 미치고(민법 제358조 본문), 집합건물 구분소유자의 대지사용권은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과 분리하여 대지사용권을 처분할 수 없으므로(집합건물법 제20조), 구분건물의 전유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만 경료되고 대지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기 전에 전유부분만에 관하여 설정된 근저당권에 터잡아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었고, 집행법원이 구분건물에 대한 입찰명령을 함에 있어 대지지분에 관한 감정평가액을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매절차를 진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전유부분에 대한 대지사용권을 분리처분할 수 있도록 정한 규약이 존재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낙찰인은 경매목적물인 전유부분을 낙찰받음에 따라 종물 내지 종된 권리인 대지지분도 함께 취득하였다고 해석된다. 한편 대법원 2001. 9. 4. 선고 2001다22604 판결은 위와 같은 경우에 더 나아가 ‘비록 집행법원이 구분건물에 대한 입찰명령을 함에 있어 대지지분에 관한 감정평가액을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매절차를 진행하였다고 하더라도, 구분건물의 대지지분 등기가 경료된 후 집행법원 촉탁에 의하여 낙찰인이 대지지분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은 것을 두고 법률상 원인이 없이 이득을 얻은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부당이득의 성립도 부정하고 있다. 3. 대지권등기가 되어 있지 아니한 집합건물의 낙찰자가 해당 대지권에 관한 등기를 경료하는 방법 대지권등기가 되어 있지 아니한 집합건물의 낙찰자가 대지사용권을 취득한다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렇다면 이런 낙찰자가 어떤 방법으로 대지권에 관하여 등기를 경료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먼저, 낙찰자가 대지지분에 관하여 수분양자 또는 그 전전 양수인을 대위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고(이 때 등기부에 기재하는 등기원인은 ‘아무 날 어떤 건물 몇 호 전유부분 취득’이라고 함), 그래서 대지지분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한 후에 스스로 대지권을 설정하는 뜻에서 대지권변경등기를 신청할 수 있음은 아무 의문이 없다. 그 동안 이와 같은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여 왔다. 그런데 이와 같은 방법을 취할 경우에 많은 등기를 동시에 하여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점이 있었다. 그래서 보다 간편한 방법을 찾다가 착안을 한 것이 낙찰자가 집합건물의 건축자를 상대로 직접 대지권을 설정하는 뜻에서 대지권변경등기를 바로 청구하는 방법이었고(1997. 1. 30.자 등기 3402-77 질의회답, 1999. 3. 18.자 등기 3402-296 질의회답 및 2002. 1. 25.자 등기 3402-65 질의회답 등의 등기선례를 보면 분명하지는 않지만 같은 취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등기법시행규칙 제60조의2가 그 근거조문이다. 그에 따른 대지권변경등기청구 사건이 바로 이 사건이고, 그에 대하여 인용판결이 선고된 것이다. 위 인용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고, 이에 근거하여 대지권설정등기를 경료하였다.
2003-05-26
보험약관설명의무의 범위 및 무면허운전
【사 실】 소외 홍인의는 1997.3.3 피고회사와의 사이에 자신이 이 사건 화물자동차를 구입하여 피고회사 명의로 등록하고 피고회사의 업무수행을 위한 廢엔진오일 운반용 차량으로 제공하되, 운전사의 고용 및 급여의 지급, 보험계약의 체결, 차량관리 등에 관한 일체의 사항에 대하여 책임을 지며, 피고회사는 홍인의에게 이 사건 화물자동차의 운송물량에 따른 운송비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차량운용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홍인의는 피고회사명의로 1997.4.14 피고회사를 기명피보험자로 하여 원고와 이 사건 화물자동차에 관하여 업무용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원고회사 소속 보험모집인 소외 정창화가 보험계약자인 피고에게 보험계약의 성질에 대하여 정확히 설명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피보험자동차를 제1종 보통면허로 운전할 수 있는 것처럼 고지하였으며, 원고회사 울산지점의 영업소장이나 울산지점 심사담당자조차도 그렇게 알고 이 사건 보험계약을 정당한 보험계약으로 인정하는 등의 잘못을 범하였다. 홍인의가 고용한 운전사 정명화가 제1종 보통면허를 가지고 피보험자동차인 이 사건 화물자동차를 운전하다가 본건 사고를 내었다. 원고인 보험회사가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을 근거로 보험금지급채무의 부존재에 관한 확인청구의 소를 제기한데 대하여, 피고는 1. 보험모집인 정창화 및 원고회사 울산지점의 영업소장이나 울산지점 심사담당자가 잘못을 범하였다는 이유로 원고회사에게 신의칙상 또는 보험계약상 손해배상책임이 있고, 2. 정창화의 잘못된 고지로 인하여 피고회사가 이 사건 피보험자동차를 제1종 보통운전면허 소지자가 운전하는 것이 무면허운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이 신의성실의 원칙 및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6조 제1항, 제2항, 제7조 제2호, 제3호의 규정에 위반되어 무효가 되며, 3. 본건 무면허운전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승낙이 없으므로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이 적용될 수 없다고 항변하였다. 【판 지】 1. 상법 제638조의3 제1항 및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의 규정에 의하여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약관에 기재되어 있는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료율의 체계, 보험청약서상 기재 사항의 변동 및 보험자의 면책사유 등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지고 있다고 할 것이어서, 만일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면허를 가지고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여야 무면허운전이 되지 않는지는 보험자의 약관설명의무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2. 자동차종합보험 보통약관상의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은 사고 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시에 무면허운전중이었다는 법규위반 상황을 중시하여 이를 보험자의 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사유로 규정한 것으로서, 운전자가 그 무면허운전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면책약관상의 무면허운전에 해당된다. 3. 자동차보험에 있어서 피보험자의 명시적·묵시적 승인하에서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하였을 때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은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 또는 관리가능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으로서,…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묵시적 승인하에 이루어졌는지 여부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와 무면허운전자의 관계, 평소 차량의 운전 및 관리 상황, 당해 무면허운전이 가능하게 된 경위와 그 운행 목적, 평소 무면허운전자의 운전에 관하여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취해 온 태도 등의 제반 사정을 함께 참작하여 인정하여야 한다. 기명피보험자의 승낙을 받아 자동차를 사용하거나 운전하는 자로서 보험계약상 피보험자로 취급되는 자(이른바 승낙피보험자)의 승인만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묵시적인 승인이 있다고 할 수 없어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회사 명의로 차량을 등록하고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그 업무수행을 위해 차량을 제공하되 운전사의 고용 및 급여 지급 등 일체의 사항에 대하여 자신이 책임을 지기로 약정한 자동차 소유자의 승낙 하에 그 피용자가 무면허로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해 설】 서론 : 본 판결에는 피보험자의 승낙과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의 관계에 관하여 대체로 3가지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아래에 판시의 순서에 따라 설명하기로 한다. 1. 보험약관명시설명의무의 범위 보험자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지고 있다(상법 제638조의3,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하여 체결한 보험계약도 약관을 보험단체의 법규범으로 보아 유효하다는 주장도 있다(법규범설). 상법 제638조의3 제2항이 이 위반에 대하여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계약이 성립한 날부터 1월내에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게 하는데 그친 것도 이러한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는 약관 일반에 관한 규정인데 대하여 상법 제638조의3은 보험계약의 약관에 관한 특별법이라고 보는 것이 법체계상 온당하므로 이 견해도 현행법의 해석으로서 논리에는 맞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약관을 규제하여 특히 보호해야할 보험계약자에게 너무 불리하다. 그래서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에 기하여 이에 위반한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정된 판례이다(대법원 1998.6.23.선고 98다14191판결 ; 대법원 1998.11.27.선고 98다32564판결 ; 대법원 1999.3.9.선고 98다43342, 43359판결 참조). 그러나 본 판결이 어떤 면허를 가지고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여야 무면허운전이 되지 않는지는 보험자의 약관설명의무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점에는 의문이 있다. 이 판결의 태도에는 상술한 법규범설의 영향이 엿보인다. 이 판시에 따르면 어떤 것이 보험자의 약관명시 설명의무의 범위에 포함될까. 무면허운전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는 것은 약관의 명시는 될 수 있더라도 약관의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은 될 수 없다. 약관의 명시 설명의무는 약관이 당사자간의 계약내용이므로 이 계약에 의해서 어떤 권리의무가 발생하는지를 당사자가 알고 동의하도록 하기 위해서 보험자에게 부담시킨 것이다. 그런데 보험자측의 보험모집인과 보험자의 울산지점의 영업소장이나 울산지점 심사담당자조차도 그 내용을 잘못 알고 있었다. 보험자측 스스로도 알지 못한 내용을 보험계약자에게 설명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면 이러한 계약에 당사자가 내용을 알고 합의했다고 볼 수 있을까. 무면허운전에 대한 처벌은 법률의 규정(도로교통법 제109조)에 의한 것이지만 이로 인하여 보험자가 면책되는 것은 당사자가 합의한 보험계약의 조항에 따른 것이다. “보통보험약관이 계약당사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그 자체가 법규범 또는 법규범적 성질을 가진 약관이기 때문이 아니라 보험계약당사자사이에서 계약내용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하였기 때문”이라는 대법원의 지론(대판 1985.11.26, 84다카2543 ; 동 1986.11.26, 84다카122 ; 동 1989.11.14, 88다카29177 등 다수)에 따른다면, 이러한 약관은 보험계약의 일부로서 당사자를 구속할 수 없을 것이다. 대판 1992.7.28, 91다5624는 은행거래약관을 “설명하여 주지 아니하였다 하여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으나, 이 판결을 수긍한다고 하더라도 약관을 작성한 사업자측도 그 내용을 잘못 이해한 본 판결의 사안과는 역시 다른 경우이었다. 2. 무면허운전의 인식 이 면책약관이 유효하다고 전제한다면, 운전자가 그 무면허운전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면책약관상의 무면허운전에 해당된다는 것도 대법원의 판례에 따른 것이다(대법원 1991.12.24.선고 90다카23899전원합의체판결 ; 대법원 1993.3.9.선고 92다38928판결 ; 대법원 1997.9.12.선고 97다19298판결 ; 대법원 1998.3.27.선고 97다6308 판결 참조). 그러나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은 사고 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 시에 무면허운전 중이었다는 법규위반상황을 중시하여 이를 보험자의 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사유로 규정한 것”이라는 설명은 부당하다.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이 사고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원인에 의한 보험사고의 위험을 보험에 의한 보호에서 배제하였다면 보험자는 그 사고로 인한 손해를 보상해줄 의무가 없다. 대판 1993.11.23, 93다41549에 의하면,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차량의 관리자 내지 운전자의 사용자로서 그에게 요구되는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에도 운전자의 무면허사실을 알 수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면책약관은 적용될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의견은 보험자의 면책을 피보험자에 대한 제재로 보는 태도로서 무면허운전을 보험금지급의무에서 제외한 보험자측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며 사법이론과 조화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보험자는 보험계약자에게 제재를 가할 지위에 있는 것도 아니다. 3. 승낙피보험자의 승낙에 의한 무면허운전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을 아무런 제한 없이 적용한다면 무단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한 경우에 자동차보유자는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면서도 자기의 지배관리가 미치지 못하는 무단운전자의 운전면허소지의 여부에 따라 보험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어 피보험자에게 너무 가혹하여 불합리하므로 피보험자의 명시적 묵시적 승인 하에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하며, 기명피보험자의 직접적인 승낙이 없고 이로부터 운전승낙을 받은 승낙피보험자의 승인만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묵시적인 승인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설시도 대법원의 판례에 따른 것이다. 대판 1993.12.21, 91다36420와 1994.1.25, 93다37991에 의하면, “승낙피보험자는 원칙적으로 보험계약자나 기명피보험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제3자로 하여금 당해 자동차를 사용, 운전하게 승인할 권한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래도 양승규 교수는 “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례“라고 비판한다(보험법 제3판, 412면 주19). 그러나 이 판례는 그후에도 이어졌다(대법원 1994.5.24.선고 94다11019판결 ; 대법원1995.9.15.선고 94다17888판결 ; 대법원 1996.2.23.선고 95다49776 ; 대법원 1996.10.20.선고 96다29847판결 ; 대법원 1997.6.10.선고 97다6827 ; 대법원 2000.2.25.선고 99다40548판결 참조). 그러나 본 판결의 사안에서는 기명피보험자인 피고회사가 홍인의에게 운전자의 고용을 인정한 이상 운전자에 대한 운전승인권도 부여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판 1993.1.19, 92다32111에서도 “기명피보험자와 자동차를 빌리는 사람과의 사이에 밀접한 인간관계나 특별한 거래관계가 있어 전대를 제한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추인할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전대의 추정적 승낙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다만 이 판결에서는, 무면허운전면책약관이 적용되는가의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기명피보험자의 간접적 승인을 받은 자의 사고에 대하여도 보험자는 보상의무가 있는지가 문제였다. 그런데 위의 대판 2000.2.25, 99다40548에서는 무면허운전면책조항에 관하여 “기명피보험자인 이글렌터카의 영업소장인 김태영은 자동차종합보험약관상 피보험자동차를 운행한 자격이 없는 만 21세 미만자인 김승우 또는 자동차 운전면허가 없는 최보국을 임차인으로 하여 이 사건 자동차를 대여하고 21세 미만자인 김승우에게 이 사건 차량을 현실적으로 인도해 주었다는 것이므로, 이는 김태영이 그 대여 당시 21세 미만의 자가 김승우 또는 최보국으로부터 지시 또는 승낙을 받아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을 승인할 의사가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는 직접적 또는 간접적 표현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이웅의 이 사건 자동차의 운전은 승낙피보험자의 승인만이 아니라 기명피보험자의 묵시적 승인도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위의 97다6827판결에서는 “지입차주의 승낙 아래 무면허로 화물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에는 무면허 면책조항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는데, 사고를 낸 무면허운전자가 지입차주의 우발적 승인을 받고 운전한 자가 아니고 이 화물자동차를 상시 운전하는 자였다면 기명피보험자인 지입회사의 양해가 있었다고 보아 면책조항의 적용을 인정한 판지는 타당하다. 그리고 홍인의가 실질적으로 본건 화물자동차의 차주이고 피보험자임을 기준으로 하면 그가 고용한 운전자 정명화는 승낙피보험자가 될 것이다. 반대로 형식을 기준으로 피고회사가 차주이고 피보험자라고 한다면 피고회사소유의 본건 화물자동차를 상시로 운전하는 정명화는 적어도 그의 묵시적 승낙을 받은 승낙피보험자가 될 것이다. 본 판결도 제시하고 있는 묵시적 승인 하에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여러 기준들에 의하더라도 최소한 회사의 묵시적 승낙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 아닐까. 결어 : 본 판결은 보험자의 약관명시 설명의무 위반을 부당하게 부인하고 나서, 그 결과를 승낙피보험자의 개념에 의하여 무리하게 시정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결론에는 찬성하지만 이 결론은 2중의 이론상 오류에 의하여 도달한 것이다.
2000-09-04
경영권의 양도와 표견대표이사의 성부
法律新聞 第2607號 法律新聞社 經營權의 讓渡와 表見代表理事의 成否 金敎昌 〈辯護士〉 ============ 14면 ============ 대법원 1994년12월2일선고, 94다7591판결 ●판례요지 주식회사가 대표이사 경영권을 양도하면서 양수인에게 회사대표권한을 부여한 경우에는 그 양수인과 거래한 제3자가 그 양수인에게 대표권이 없음을 알지 못한데에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회사는 제3자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판례평석 이 사건에서 양수인은 대표이사로부터 대표권을 양수했을 뿐이지 주총서 이사로 선임되는 등 적법한 선임을 받은 바 없어 법률상 대표권을 가지지 못하지만 이를 제3자가 알지 못한데 중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제3자를 보호하는 것이 금반언내지 외관보호의 법리에 비추어 타당, 表見代表理事성립을 인정한 대법원판시에 찬성한다 【判決要旨】 株式會社의 代表理事가 經營權을 讓渡하면서 그 讓受人에게 會社를 代表할 權限을 부여한 경우에는, 그 讓受人과 거래한 제3자가 그 讓受人에게 代表權이 없음을 알지 못한데에 重過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 제3자에 대하여 會社는 책임을 져야 한다. 【評 釋】 1. 사건의 개요 이 事案은 原告들이 被告會社와 차량운행권의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그 代金을 지급하였다가, 被告會社에게 歸責事由가 있음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그 代金의 반환을 청구한 事案이다. 被告會社는 運輸業을 경영하는 會社로서 그 代表理事는 甲(실제상 1人株主임)인데, 被告會社를 代表하여 위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람은 甲이 아니라 乙이다. 被告會社가 乙의 代表權을 다투어 表見代表理事의 成立 與否가 이 事案의 爭點으로 되었다. 甲은 위 매매계약의 체결 전에 심각한 건강상의 이유로 그의 柱式 전부를 乙에게 양도하고 중도금을 수령한 상태에서 會社의 經營權마저 乙에게 讓渡하였다. 그래서 乙이 被告會社를 代表하여 原告들과 위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그 뒤 乙이 甲에게 양수한 柱式의 잔대금을 내지 아니하여 甲과 乙간의 위 양수도계약이 해제되고 甲이 다시 經營權을 맡게 되었다. 그러자 甲이 乙에게 代表權이 없다는 이유로 原告들과 乙간의 거래는 會社에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고 다투어 이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乙은 被告會社의 代表理事는 물론 理事로 선임된 바 없다. 代表理事로부터 經營權의 讓受에 따라 代表權을 넘겨받은 것만으로는 아직 적법하게 會社의 代表權을 가지지 못한다. 原判決(서울고법 1993년12월10일 선고 93나13201판결)은 이렇게 乙에게 代表權이 없고, 原告들이 이 사실을 알거나 알 수 있었다는 이유로 原告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1審(서울지법남부지원 1992년12월30일 선고 91가합25544판결)은 原告들의 청구를 認容하였는데, 이를 취소하고 그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위의 讓渡時에 甲은 乙에게 全權을 위임한다는 내용의 委任狀을 작성하여 주고, 代表理事의 印鑑과 고무인도 인도하였으며, 사무실도 넘겨 주었다. 그리하여 그 이후 乙이 실제상 代表理事로서 被告會社를 경영하였다. 그 예로써 Y를 副社長으로 임명하여 乙의 경영을 돕도록 한 것, 노사분규를 수습한 것, 原告들과의 매매계약 이전에도 다른 사람들과 같은 종류의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 들을 들 수 있다. 原告들과의 계약시에는 被告會社의 불이행으로 인한 대금반환채무의 담보로 原告들에게 被告會社의 차량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기까지 하였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을 들어 判決要旨와 같이 表見代表理事의 成立을 인정하고, 이와 견해를 달리한 原判決을 破棄하였다. 還送後 법원(서울고법 1995년6월16일 선고 94나44332 판결)은 대법원의 判示에 따라 表見代表理事의 성립을 인정하여 原告들의 청구를 認容하였다. 2. 正代表理事와 副代表理事 代表理事는 株式會社의 필요기관으로서 理事가운데에서 理事會의 決議 또는 株主總會의 決議로(商法 389조1항 본문과 동 단서) 選任된다. 代表理事는 會社의 營業에 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 즉 代表權을 가진다(商法 389조3항, 208조). 법률상으로 株式會社의 대표기관은 代表理事 뿐이다. 법률상으로 代表理事 이외에는 법률상으로 代表理事 이외에는 會社의 代表權을 가지는 자는 없다. 그런데 오로지 代表理事만이 會社를 대표하여 상대방과 거래를 할 수 있다고 하여서는 거래의 폭이 좁아진다. 그래서 거래의 폭을 넓히려고 실제로 대부분의 會社들은 代表理事 이외의 사람에게도 전반적 또는 부분적으로 代表權을 授與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도록하고 있다. 그리고 회사와 거래하는 상대방들도 이에 상응하여 실제로 반드시 代表理事와 상대하여 거래를 하지 않고, 代表理事 이외의 代表權者와 상대하여 거래를 한다. 이에 법률상으로 代表權을 가진 기관인 代表理事를 正代表理事라 부르고, 代表理事 아닌 사람으로서 실제로 代表權을 가진 대표기관을 副代表理事라고 부르기로 한다. 副代表理事의 설치 근거는 定款, 規程 등에 의하기도 하고, 理事會의 決議나 代表理事의 授權에 의하기도 한다. 副代表理事의 지위는 대체로 代表理事 이외의 理事들이 차지한다. 하지만 반드시 理事이어야만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제도자체가 실제상의 것이므로 어디에도 그런 제한은 없다. 理事아닌 사람이라도 위 설치 근거에 의하여 代表權을 부여받으면 얼마든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副代表理事의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들은 흔히 社長, 副社長, 專務, 常務 기타 會社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할만한 名稱을 사용한다. 이들중 專務, 常務의 경우 이들이 理事이면 專務理事, 常務理事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理事가 아니면 그저 專務, 常務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이 副代表理事들이 가지는 代表權의 범위는 일정하지 아니하다. 그 범위는 正代表理事와 거의 맞먹을 정도로 전반적인 代表權으로부터, 그 폭이 넓거나 좁은 부분적인 代表權에 이르기까지 여러 층이 있다. 이들 正·副代表理事가 그 권한내에서 법률행위를 하면 그 행위는 바로 회사 자체의 행위로 되고(鄭東潤 會社法 388면), 따라서 당연히 會社에 그 법률효과가 미친다. 3. 正·副代表理事와 表見代表理事 법률상으로 正代表理事는 전반적인 代表權을 가지지만, 會社내에서 그 권한에 제한을 가하여 실제로는 그 권한에 제한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 그가 이런 제한을 어기고 법률행위를 하면, 그 행위의 효과는 원칙으로 회사에 미치지 아니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런 내부적인 제한을 모르고 거래한 상대방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이에 法은 會社로 하여금 이런 제한을 가지고는 善意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도록 하였다(제389조제3항, 제209조제2항). 그 결과 이 상대방과의 관계에서는 그 행위의 효과가 會社에 미치게 된다. 副代表理事들은 어차피 전반적인 代表權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다. 이들이 그 권한 밖의 代表權을 행사하면 그 행위의 효과가 원칙으로 會社에 미치지 아니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런 外觀을 信賴하고 거래한 상대방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會社가 그 理事의 代表權을 다툴 때에 상대방더러 그 권한의 존재를 立證하라고 하면 그 立證이 어렵다. 그러면 그런 理事들과 상대방이 거래를 꺼리어 거래의 폭이 좁게 된다. 이에 法은 상대방의 보호라는 이유로 그런 名稱의 사용을 허용한 會社로 하여금 責任을 지도록 하였다. 그 理事가 代表權을 가지지 아니한 경우에도 善意의 제3자에 대하여는 責任을 지도록 하면서, 이런 理事를 表見代表理事라고 부른다(제395조). 그 결과 이런 상대방과의 관계에서는 그 행위의 효과가 會社에 미치게 된다. 실제로는 어느 범위에서 代表權을 가진 副代表理事가 그 범위내에서 법률행위를 한 경우라도 會社가 그 代表權을 다투면 상대방이 그 범위내의 법률행위임을 立證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에도 상대방은 表見代表理事의 法理를 주장하여 會社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다. 판례는 이 表見代表理事의 法理를 두가지 경우에 확대하여 적용한다. 그 하나는 公同代表理事 1人의 행위에 대한 것이고(대법원 1992년10월27일 선고 92다19033 판결, 동 1993년12월28일 선고 93다47653 판결), 또 하나는 理事아닌 사람으로서 副代表理事로 인정할 만한 名稱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행위에 대한 것이다(대법원 1985년6월11일 선고 84다카197 판결, 朴俊傭 「表見代表理事制度」 司法硏究資料 6권 172면, 鄭東潤 「表見代表理事」 鄭熙喆華 甲紀念 商法論集 83면 이하, 朴吉俊 「表見代表理事」, 徐燉珏 停年紀念 商事法論集 189면 이하), 이 事案은 그 중 後者에 해당하는 예이다. 4. 表見代表理事의 法理 이 法理는 表現代理(民 제125조, 126조, 129조), 表現支配人(商14조)의 法理와 함께 禁反言 내지 外觀保護의 法理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表見代表理事의 성립요건은 첫째로 代表權이 있는 것으로 인정할만한 名稱의 사용이다. 그러한 名稱으로 法이 위에 들고 있는 것은 例示이다. 그 밖에 會長, 副社長, 理事長, 副理事長, 代表理事代行者(鄭東潤 會社法 394면), 總裁, 副總裁, 銀行長(崔基元 「表見代表理事의 行爲와 會社의 責任」崔基元華甲記念 商事判例硏究〔1〕 567면이하) 등도 그런 名稱에 해당한다. 表見代表理事가 自己의 명칭으로 거래하든 眞正한 代表理事의 명칭으로 거래하든 그것은 상관없다(대법원 1979년2월13일 선고 77다2436 판결, 鄭東潤 會社法 395면, 拙稿 「表見代表理事의 行爲」商事法의 硏究 186면이하). 그 요건은 둘째로 會社의 歸責事由로서 이에 대한 會社의 許容 내지 默認이다. 代表理事 1인 또는 理事과반수가 그런 명칭의 사용을 許容 내지 默認한 것이 이에 해당한다(대법원 1992년9월22일 선고 91다5365 판결, 朴吉俊 전게, 崔基元 전게, 鄭東潤 전게「表見代表理事」). 그 요건은 셋째로 제3자의 善意, 無重過失이다(대법원 1973년2월28일 선고 92다1907 판결, 鄭東潤 전게 397면). 이 法理는 非營利法人에도 유추적용되고 있다(대법원 1989년3월28일 선고 87다카2152, 2153 판결). 非營利法人 중에는 代表機關인 理事長 또는 會長을 非常勤의 명예직으로 두고 있는 法人이 적지 않다. 이런 法人의 일상업무는 대부분 常勤副社長(또는 專務, 常務, 事務總長…이하 같다)이 처리한다. 이에 상대방은 그 副社長이 대표권이 있는 것으로 믿고 그들과 거래한다. 이 판례의 事案은 바로 그런 法人의 副社長 겸 事務總長(甲)이 理事長의 명의로 어음에 背書를 한 事案이다. 이 事案에서 대법원은 그 法人에게 어음상의 責任을 지웠다. 甲이 法人을 대리할 權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믿고 어음을 受取한 사람에게 그렇게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하여 表見代理의 法理를 가지고 그 法人에게 責任을 지운 것이다. 甲이 사용한 名稱은 株式會社의 경우에 代表權있는 것으로 인정할만한 名稱이다. 대법원이 직접으로 表見代表理事의 法理를 유추적용한 것은 아니지만, 名稱이 계기가 되어 法人에게 責任이 지워졌다는 점에서 간접적으로 이 法理가 유추적용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5. 이 事案의 表見代表理事 이 事案의 乙은 代表理事인 甲으로부터 代表權을 讓受한 사람이다. 그 뿐이지 乙은 株主總會에서 理事로 選任된 바는 물론 理事長 또는 株主總會에서 代表理事로 選任된 바(이하 적법한 選任이라 함) 없다. 代表理事로부터 代表權을 讓受한 것만으로는 이 事案의 原判決判示와 같이 법률상 代表權을 가지지 못한다. 적법 ============ 15면 ============ 한 選任을 받아야 법률상의 代表權을 가진다. 이 事案의 原告들은 乙이 甲으로부터 代表權을 讓受하였을 뿐이지 적법한 選任을 받은 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로 보인다. 그래서 原判決은 表見代表理事의 성립을 否定하였다. 이 事案의 乙은 甲으로부터 經營權을 讓受하여 실제로 전반적인 代表權을 행사하였다. 이러한 경우는 비록 乙이 적법한 選任을 받은 바 없어 법률상 代表權을 가지지는 못하지만, 甲으로부터 代表할 權限을 부여받았으므로 原告들과의 거래가 어쩌면 그 권한내의 거래일른지도 모른다. 그러나 甲이 이를 다투어 原告들로서는 表見代表理事의 法理를 援用하는 수 밖에 없게 되었다. 表見代表理事의 성립요건중 會社의 歸責事由로는 代表理事 1人에 의한 許容 내지 默認으로 족하다. 이 事案은 바로 그런 例의 하나이다. 乙은 甲으로부터 그런 名稱을 부여받고 代表權을 행사하였으므로 그를 실제상 代表權을 가지는 者라고는 믿을만 하다. 乙에게 代表權이 있는지의 與否는 법률문제인데, 이를 原告들이 알지 못한데에 重過失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리고 甲이 乙에게 代表權을 수여하면서 그 범위를 어떻게 정하였는지는 더욱 제3자가 알기 어렵다. 乙에게 代表權이 있는 것으로 믿은 原告들을 보호하는 것이 禁反言 내지 外觀保護의 法理에 비추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대법원은 그렇게 믿은 原告들에게 重過失이 없다고 判示하였다. 대법원의 判示에 贊意를 표,한다.
1997-06-16
법원에 현저한 사실〈하〉-대법원 96년7월18일 선고 94다20051판결을 중심으로
法律新聞 第2527號 法律新聞社 法院에 顯著한 事實〈下〉-大法院 96年7月18日 宣告 94다20051판결을 중심으로 文一鋒 〈군산지원판사〉 ============ 14면 ============ 우리나라의 판례를 보면 , ①55세까지인 성인남자나 여자의 가동연한(대판1966년12월6일, 66다1708, 집14 ③민305; 1967년11월14일, 67다1618, 민판집121-78; 1970년3월10일, 69다1887, 민판집149-133; 1987년12월8일, 87다카522, 공1988년, 261), ②각종통계에 의한 생존년수(대판1960년7월7일 4292민상467, 민판집44-85) 또는 한국인 간이생명표에 의한 남녀별 각 연령별 평균여명(대판1963년10월31일, 63다558, 민판집71-733; 1984년11월27일, 84다카1349, 집32④민127), ③국내법인 소유명의로 등기된 대지가 歸屬財産이 아님(대판1959년7월30일 4291민상551, 민판집33-858)은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고, ④본건 처분금지가처분신청을 심판한 법관으로 구성된 원심법원이 위 가처분신청사건에 대한 판결과 같은 날짜로 피보전권리가 없다고 인정되는 내용의 본안판결을 한 이상 본건 가처분신청사건에 있어서의 신청인의 피보전권리는 일응 없는 것이라고 함이 원심에서의 현저한 사실이고(대판 1966년10월20일, 66다1832, 집14③민326), ⑤경기중학교장이 실시한 1968년도 제1학년 입학선발고사답안을 채점함에 있어서 예능과목 13문제에 대하여는 (2), (3)의 그림 두가지를, 19문제에 대하여는 (1),(2),(3)의 세가지를 모두 정답으로 함이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행위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은 대법원에 현저한 사실이고(대판 1969년11월11일 68누58, 59, 60, 행판집28-527), ⑥교통사고로 사망한 공군 전투기조종사의 일실이익을 산정함에 있어 피해자가 전역한 후 민간 항공사의 조종사로 취업하였을 때의 예상소득을 추정하면서, 1991년도 직종별임금실태조사보고서상의 직종분류의 기준이 된 경제기획원 발행의 개정 한국표준직업분류(1974년 제3차 개정판)에 의하면 분류번호 04번의 「항공기 및 선박고급승무원」의 직무내용에 피해자의 업무내용과는 판이한 선박 및 호버크래프트의 지휘 및 항해, 선상에서 기관실 활동의 지휘및 감독, 해상 활동 및 필수품 또는 기계 검사, 정박중인 화물선의 복구 및 보수작업을 지휘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음이 당원에 현저하다(대판 1994년9월30일, 93다29365, 공1994년, 2824)고 한다. 그러나 경매절차에서 경매신청인이 경매기일변경신청을 하는 경우에 경매기일이 예외없이 변경되는 것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한다(대판 1984년7월10일, 84다카440, 공1984년, 1346). ①②의 판결에 대하여는 간이생명표에 의한 평균여명, 가동연령은 경험칙으로 보아야 한다는 비판(《이시윤 5백59면》)이 있고 ③의 판결의 경우 귀속재산인지의 여부는 그 전제사실에 따른 법적판단이므로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볼 수 없고, 위 판결은 귀속재산이라는 자백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에 배치되어 효력이 없다고 하기 위하여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한 것으로 보이나, 이른바 권리자백으로서 구속력이 없다고 하는 것이 타당할것이고 ④의 판결은 다른 사건에서 증거조사를 통하여 알게 된 사실을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보는 문제가 있고 ⑤의 판결은 예능문제의 정답을 정하는 재량의 범위에 대하여 도대체 「대법원」이 직무상 어떠한 것을 알고 있었는지 매우 의문스럽고, 이 또한 법적판단의 문제라고 할 것이다. ⑥의 판결은 대상판결과 마찬가지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일본의 판례를 보면, ①원고들이 피고들로부터 자신의 실용신안권을 침해받았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의 상고심에서 위 실용신안등록을 무효로 하는 심결이 확정된 것은, 同小法廷이 이미 선고한 판결에 비추어 현저하다고 하고(日最判昭和57년3월30일判示 1038호 288항) ②피상고인 소유의 立木의 관리처분권에 관하여 소외 A가 대리권을 가지고 있는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피상고인의 선대의 사망 후 피상고인과 A와의 사이에 유산의 관리처분권을 둘러싸고 심각한 분쟁이 생겨 현재 동법원에 이에 관한 소송이 계속하고 있음은 현저한 사실이라고 한 원심판결을 수긍하였고(日最判昭和28년9월11일裁判集民事9호901항) ③동일거래에 관한 민·형사사건이 구성원의 과반수를 같이 하는 두 법원에 계속하는 경우에 형사사건에서 무죄판결을 한 사실 및 판결이유중에서 일정한 사실을 인정한 것은 민사사건이 계속하는 법원에 현저하다고 하고(日最判昭和31년7월20일民集10권9호947항) ④전후의 맥아더 연합국최고사령관의 書簡의 취지에 관한 解析指示가 최고재판소에 대하여 행하여져 있는 사실이 현저한 사실이라고 한다(日最判昭和35년4월18일民集14권6호905항). (3)法院에 顯著한 事實의 法的 效果 법원에 현저한 사실은 증명을 요하지 않는다. 다만 상대방은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 진실에 반하다는 것을 주장·입증할 수 있고(《강현중 5백92면》; 김홍규, 제4판 민사소송법, 1995년, 5백99면; 《정동윤 4백87면》), 상대방이 그 현저성을 부인하더라도 법원은 그것이 현저한 사실이라면 그 사실을 그대로 판결의 기초로 할 수 있다(《강현중 5백92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을 사실인정의 자료로 이용하는 때는 당사자의 검증가능성을 보증하고, 상고심의 현저성의 판단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그 입수방법을 판결이유중에 설시하여야 한다(小室直人, 注解民事訴訟法(4), 412항). 어느 사실이 법원에 현저하다고 하는 것은 당해 심급에 한하는 것이므로, 제1심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도 항소심 법원에는 현저하지 않을 수 있다(그 逆도 가능). 이 경우 항소심은 제1심의 견해에 구속되지 않으므로 그 사실에 관하여 증거조사를 하여야 한다(《송상현 6백45면》은 제1심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따라가느냐는 제2심의 자유라고 한다). 상고심은 항소심이 사실확정으로서 현저한 사실의 존재를 확정함에 구속되고, 다만 그 개념이 제대로 평가되었는지, 정당하게 적용되었는지에 관하여는 법률문제로서 심사할 수 있다(《MunchKomm-ZPO/Prutting §291 Rn. 16, 17》;《Stein/Jonas/Leipold §29, Rn, 8, 9》). 현저한 사실은 당사자도 알고 있는 것으로 전제된다거나(《정동윤 486면》), 변론주의의 본질을 진실발견을 위한 합목적적인 수단으로 보는 경우에는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는 점을 우선시켜야 된다거나(김홍규 5백99면), 또는 「법원에서 현저한 사실은 당사자가 이를 변론에서 원용하였던가 현출되지 아니하였다 하여서 그 소송법상의 성질이 변경될리 없고 증명을 요하지 아니하는 효력에 어떠한 영향도 받을 바 아니라」는 (대판 1963년11월28일, 63다494, 집11②민265)이유로 당사자의 주장이 없어도 당연히 판결의 기초로 할 수 있다고 하는 견해도 주장된다. 그러나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도 변론주의 아래에서는 당사자 보호의 필요상 주요 사실인 경우에는 당사자의 주장이 있어야 한다(《강현중 5백91면》; 《송상현 6백45면》; 《이시윤 5백58면》; 대판1965년3월2일 64다1761, 카1891). 또한 당사자들의 법적심문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법원은 법원에 현저한 사실을 변론에 현출하여 당사자들에게 그 사실이 법원에 현저하지 않다거나 법원이 받아들이고자 하는 바와는 다른 상태에 있음을 주장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김홍규 5백99면; 장석조, 민사소송에서의 법적청문청구권, 69면). 법원에 현저한 사실에 반하는 자백에는 구속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함이 통설·판례이다(대판1959년7월30일, 4291민상551, 민판집33-858(위 판결이 수록된 집7민188에는 위 설시부분이 누락되어 있다); 김홍규 5백70면; 《송상현 4백67면》; 《이시윤 5백54면》; 《정동윤 4백82면》; BGH VersR 1970, 827;NJW 1979, 2089;《Munchkomm-ZPO/Prutting §288 Rn, 35》; 《Stein/Jonas/Leipold §288 Rn 22》). 그러나 진실에 반하는 사실에 대하여도 자백이 허용되는데, 이러한 否定說에 따른다면 受訴法院이 직무상 그 사실을 지득하였는가 하는 우연에 따라 자백의 허용여부가 결정되는 기이한 결론에 이르게 되므로, 공지의 사실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적어도 법원에 현저한 사실에 반하는 자백의 경우에는 구속력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변론주의에 관한 本質說을 강조하여 동일한 결론을 도출하는 입장으로는 《강현중 5백85면》). 3, 對象判決의 檢討 (1)대상판결은 변론에 현출되지는 않았으나 원심법원에 비치하고 있는 직종별임금실태조사보고서와 한국직업사전의 각 존재 및 그 기재내용을 원심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보고 있다. 이러한 판시내용은 이미 한국표준직업분류의 내용을 대법원에 현저하다고 한 위 93다29365판결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직종별임금실태조사보고서와 한국직업사전등(이하 위 조사보고서등이라고 한다)이 어느 법원에 비치되어 있다고 해서 그것을 법원의 기록 자체에 준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 만약 그렇게 본다면 극단적으로는 법원의 서가에 꽂혀 있는 모든 서적의 존재와 내용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의 자료가 되고 말 것이다. 위 조사보고서등은 그 내용의 진실성이나 공공성등이 충분히 보장되기는 하지만 법원의 업무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구입하여 비치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여 법원의 업무와 관련하여 필요적으로 작성·보관되는 법원의 기록과는 질적으로 판이한 것이다. 그런데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대상판결이 한편으로는 위 84다카1349 판결과는 달리 정당하게도 법원에 현저한 사실은 법관이 직무상 경험으로 알고 있는 사실임을 전제로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위 조사보고서등의 존재와 기재내용이 법원에 현저함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경력이 있는 법관이라면 위 조사보고서등이 존재한다는 것쯤은 충분히 경험으로 알 수 있고, 또한 그 일부기재내용도 어느 정도는 알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관에게 재판업무 또는 司法行政과 관련하여 그 기재내용을 숙지하여야 할 아무런 의무가 없는 이상, 단순히 위 조사보고서등이 법원에 비치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법원이 그것을 직무상의 경험에 의하여 당연히 알고 있는 것으로 전제할 수는 없다. 그리고 만약 어느 법관의 업무에 도움이 되도록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그 내용을 숙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직무상 지득한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이다. 물론 다른 사건에서 증거조사를 통하여 알게 된 사실도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보는 견해에 의하는 경 ============ 15면 ============ 우 원심이 문제가 된 내용을 이미 다른 사건을 처리하면서 지득한 바가 있다면 원심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상판결을 보면 그런 사정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만연히 원심법원에 비치되어 있다는 것만을 근거로 하여 법원의 기록도 아닌 위 조사보고서등의 각 존재 및 그 기재내용을 원심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2)만약에 위 조사보고서등의 각 존재 및 그 기재내용을 원심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대개는 일실이익의 산정의 기초가 되는 월수입을 주요사실로 보지만(다만 《이시윤 4백30면》은 간접사실로 본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원고가 주장하는 월수입의 범위내에서 그 수입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그에 관한 구체적인 주장이 없어도 무방하므로, 원고의 주장 없이도 이를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논란은 여기에서는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주장의 요부와는 관계없이 법적심문청구권의 요청상 어떠한 사실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하는 사정은 변론에 현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이러한 요청은 법원에 현저한 사실은 주장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입장에서 더 크다고 할 것이다), 원심은 위 조사보고서등의 각 존재 및 그 기재내용을 변론에 현출시키지 않은 채 그에 따라 판결을 함으로써 사실인정의 문제에 있어서 당사자, 특히 원고의 법적심문청구권을 침해하는 뜻밖의 판결을 하였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이에 대하여는 반대의견이 자세히 언급하고 있으므로 이를 참조). 또한 그 동안 실무상 위 조사보고서등을 서증으로 제출받아 증거조사한 다음 이 증거에 의하여 월수입을 인정하여 왔는데, 위 조사보고서등의 각 존재및 그 기재내용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한다면, 그동안의 관행은 불요증사실을 증거에 의하여 인정한 잘못된것으로 되고, 앞으로는 위 조사보고서등이 비치되어 있는 법원에서는 이를 서증으로 제출받지 말고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서 확정하는 새로운 관행을 만들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3)다만 대상판결이 추구하고자 하는 실용주의적인 관점을 달리 법리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일까? 그 하나는 대상판결의 반대의견이 적절하게도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석명권을 적절히 행사하여 이를 변론에 현출시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 민사소송법은 법원에서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고(제265조), 특히 판례(예컨대 대판1987년12월22일, 85다카2453, 공1988년 323)에 따르면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은 손해액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과 입증이 미흡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직권으로라도 손해액을 심리판단하여야 하므로, 당사자가 위 조사보고서등을 서증으로서 제출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법원이 이에 대하여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하여 변론에 현출시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199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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