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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거법의 범위와 준거법의 합의가 주요사실인지 여부
- 대상판결: 대법원 2016.3.24. 선고 2013다81514 판결 - I. 대상판결의 요지 당사자자치의 원칙에 비추어 계약 당사자는 어느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거나 그중 특정 조항이 당해 계약에 적용된다는 합의를 할 수 있고 그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소송절차에서 비로소 당해 사건에 적용할 규범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가 일치하는 의견을 진술하였다고 해서 이를 준거법 등에 관한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II. 국제협약이 준거법의 합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 1. 쟁점 대상판결에서는 계약의 당사자가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는 합의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서는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특정 국가의 법’에 한정되는지 아니면 상인법(lex mercatoria 또는 law merchant)과 같은 국제적 관습, UNIDROIT 국제상사계약규칙(UNIDROIT Principles of International Commercial Contracts 1980)과 같은 법원칙 또는 국제물품매매협약(UN Convention on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과 같은 국제협약 등 비국가적 규범도 포함되는지 문제된다. 2. 논의의 실효성 비국가적 규범이 준거법으로서 지정될 수 있다면 이는 ‘저촉법적 지정’이 되지만, 만일 준거법으로서 지정될 수 없다면 당사자의 합의는 그러한 비국적 규범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실질법적 지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저촉법적 지정은 준거법의 지정이므로 법정지의 단순한 강행규정의 적용은 배제되고 국제적 강행규정만이 적용된다. 그러나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규범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것에 불과하므로 법정지의 단순한 강행규정의 경우에도 적용이 배제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저촉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계약이 체결된 후에 법이 개정되었다면 개정된 법이 적용되지만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개정되기 전의 법이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된 것으로 봐야 하므로 그 적용이 배제된다. 또한 저촉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법원이 규범의 내용을 직권으로 조사해야 하지만,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편입된 법규가 계약의 내용이 되므로 당사자가 편입된 법규의 내용에 대하여 주장하고 증명할 책임을 부담한다. 3.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준거법은 특정국가의 법에 한정된다고 본다. 국제사법의 전반에서 언급하고 있는 ‘법’의 전통적 그리고 사회적 의미는 특정국가의 법이고, 제5조에서 ‘법원은 이 법에 의하여 지정된 외국법’이라고 규정하고 제7조나 제33조 등에서 ‘대한민국법’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를 종합하여 보면 준거법은 외국법이거나 대한민국법으로서 특정국가의 법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준거법의 분열의 한계와 관련하여서 문제가 발생한다. ‘준거법의 분열’이란 하나의 법률관계의 실체적 내용에 대하여 여러 국가의 법이 적용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국제사법 제25조 제2항에서는 “당사자는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도 준거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준거법의 분열을 허용하고 있다. 대법원 2016.6.23. 선고 2015다5194 판결에서는 당사자가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만 준거법을 선택한 경우, 선택된 준거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영역에 대하여는 국제사법의 규정에 따라 지정된 소위 객관적 준거법이 적용된다고 보고 있으므로, 비국가적 규범만을 준거법으로 지정하고 있거나 비국가적 규범과 특정국가의 법을 모두 지정하는 경우 모두 준거법의 분열이 발생한다. 그러나 준거법의 분열이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법의 내용에 차이가 있고, 한 국가의 국내법은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하나의 사안에 대하여 여러 국가의 법이 동시에 적용되면 적용되는 법률 사이에 모순이 발생하거나, 생소한 다른 국가의 제도를 국내의 제도에 맞춰야 하는 복잡한 적응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지정된 복수의 준거법이 적용되는 부분이 다른 부분과 분리가능하여 상호 모순저촉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한계 내에서만 준거법의 분열이 허용된다. 그런데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위와 같은 한계를 완전히 무시하고서 준거법의 분열을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부당하다. 대상판결에서 국제협약이 준거법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보건대, 위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깊은 고려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하는 저촉법적 지정은 할 수 없다고 본다. 참고로 우리의 국제사법의 바탕이 된 유럽공동체(EC)의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협약’(‘로마협약’) 에서는 당사자가 준거법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특정 국가의 법이라고 해석되어 왔다. 그런데 위 로마협약을 개정한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규칙’을 제정되는 과정에서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준거법은 특정 국가의 법으로부터만 도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아니하였다. III. 준거법의 합의가 주요사실인지 여부 1. 쟁점 대상판결에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주요사실에 대하여만 변론주의가 적용되어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는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여 그러한 사실이 주요사실이란 점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대상판결과 같이 준거법의 합의를 주요사실로 본다면 당사자가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주장 및 증명해야 비로소 법원이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을 뿐이고, 당사자의 주장이 없는 한 법원이 직권으로 준거법의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 2.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1) 주요사실의 의미에 따른 비판 주요사실이라 함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실체법상의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말한다(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다카1489 전원합의체 판결). 즉 권리와 의무의 발생, 변경, 소멸이라는 실체법적 효력을 가져오는 요건사실이 주요사실에 해당한다. 국제사법을 소송법으로 분류하는 견해도 있지만 ‘절차법-실체법’과 ‘저촉법-실질법’이 대비되고 있는 바와 같이, 저촉법인 국제사법은 ‘법선택을 위한 법’으로서 절차법과 실체법의 구분과 그 영역을 달리한다(석광현, ‘국제사법 해설’, 법문사, 2013, 4쪽). 그런데 국제사법을 소송법으로 보던지 저촉법으로 보던지 상관없이 국제사법이 실체법이 아니란 점은 명백하므로 국제사법 제25조에 따른 준거법의 지정의 합의를 주요사실로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2) 적용될 법률의 발견은 법원의 전권사항 국제사법은 법선택을 위한 법으로서 국제적 분쟁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으로서는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이를 당연히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사법에 따르면 계약에 적용되는 준거법은, 1차적으로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지정한 국가의 법이 되고(제25조 제1항), 이러한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2차적으로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이 된다(제26조). 따라서 법원은 직권으로 계약의 1차적 준거법인 당사자의 합의의 존재를 조사해야 한다. 게다가 대상판결에서도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적용할 법률의 발견은 법원의 전권사항이고,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는 적용할 법률을 결정하는 합의이므로, 법원은 준거법의 합의의 존재를 조사하는데 있어서 당사자의 주장에 구속받지 아니한다. 덧붙여 대상판결은 당사자가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는 계약의 내용이 되고 계약의 내용은 주요사실이라는 이유로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를 주요사실로서 자백의 대상으로 본 듯하다. 그러나 당사자의 합의라고 하더라도 모두 주요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법원 판례에서는 소송상 합의인 부제소의 합의를 채권계약으로 보고 있으면서도(대법원 2004. 12. 23. 선고 2002다73821 판결), 이러한 부제소의 합의가 소송법적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이를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따라서 당사자의 합의라는 이유만으로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까지 주요사실로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IV. 결론 이상으로 대상판결과 달리, 사견에 따르면 국제협약을 포함한 비국가적 규범은 준거법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의 존재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서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한편 대상판결 중 문제된 판시내용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이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른 아쉬움이 있다. 적지 않은 국제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좀 더 많은 국제사법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국제협약
준거법
국제사법
2017-02-20
불심검문의 실효성 확보와 경찰관의 물리력 행사
사실관계 경찰관 갑은 순찰 중, 자전거를 이용한 날치기사건발생에 관한 무전지령을 받고, 부근 예상도주로에서 검문을 실시 중, 용의자와 유사한 인상착의로, 자전거를 타고 있던 피고인을 발견, 검문을 실시하기 위해 정지 및 신분증제시를 요구하였다. 피고인이 경찰관 갑의 정지요구를 무시하고 계속 진행하려 하자, 갑은 경찰봉으로 피고인을 제지, 재차 검문에 협조할 것을 요구하였다. 평소 검문이 없던 장소로, 자신을 범인 취급하는 것에 화가 난 피고인은 경찰관 갑과 다투게 되고, 실랑이 과정에서 함께 넘어지고, 이후 갑의 멱살을 잡아 흔들어 바닥에 넘어뜨리는 등 폭행을 가하였다. 아울러 피고인을 제지하던 경찰관 을, 병에게도 욕설을 가하였다. 피고인은 공무집행방해, 모욕혐의로 기소되었고, 원심은 유죄를 인정하였다. 피고인은 불심검문의 적법성을 다투어 항소하고, 항소심은 원심파기, 무죄판결을 하였다. 판결요지 불심검문 제도의 취지상, 정지 여부를 명백하게 결정하지 못한 자에 대하여 경찰관이 일정한 거리를 따라가면서 말로써 직무질문에 협조하여 줄 것을 설득하는 것은 그 신체이동의 자유에 제약을 가하지 않는 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정지의 목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상대방의 임의에 맡겨져 있는 이상, 경찰관이 질문을 거부할 의사를 밝힌 상대방에 대하여 수갑을 채우거나, 신체를 잡거나, 자동차·오토바이·자전거 등이 진행할 수 없도록 강제력을 사용하여 막거나, 소지품을 돌려주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상대방이 그 장소를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답변을 강요하는 것이 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중략)…피고인이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으려는 의사를 분명히 하였음에도, 경찰관 갑이 그 앞을 가로막는 등의 행위를 하여 피고인이 가지 못하게 하면서 계속 검문에 응할 것을 요구한 행위는 언어적 설득을 넘어선 유형력의 행사로 답변을 강요하는 것이 되어, 경찰관직무집행법상 불심검문의 방법적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1. 들어가는 말 경찰관직무집행법(이하 경직법) 상, 불심검문은 경찰관의 합리적 의심(reasonable suspicion)을 전제로, 피검문자를 정지시켜 질문함으로써, 불심점을 해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통상 불심검문은 임의처분으로 이해되는데, 검문을 위한 경찰관의 정지요청에 피검문자가 응하지 않는 경우, 불심검문의 실효성을 고려하여, 경찰관이 유형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2. 기존 견해의 검토 불심검문의 목적을 위해서, 피검문자의 정지는 필수적이다. 만일 피검문자가 경찰관의 정지요청에 불응한다면 경찰관은 어떻게 대응하여야 할까? 관련한 견해를 살펴보면(佐木史朗, 田宮裕, 河上和雄, 加藤晶 編, 警察關係基本判例解說100, 別冊 判例タイムズ No.9, 1985, 23頁), 불심검문은 임의처분으로 어떤 형태로든 유형력 행사는 사실상 인신구금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엄격임의설). 그러나 불심검문의 실효성을 고려할 때, 체포, 구속의 강제처분에 이르지 않는 한계 내에서 유형력이 허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제한적 허용설, 제약설) 지배적이다(신동운, 형사소송법 제3판(서울 : 법문사, 2005), 76면; 실력행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중범죄에 국한, 긴급체포도 가능한 상황에서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견해로(예외적 허용설), 이재상, 신형사소송법(서울 : 박영사, 2010), 196면). 제한적 허용설도 여러 변형이 있는데, 임의, 강제처분 외에'실력'의 중단단계를 설정하고, 정지요구에 불응하거나 도주하려는 피검문자를 추적, 제한된 시간 내에 어깨, 팔 등을 잡는 예처럼, 본질적으로 설득적 범위를 넘지 않는 한, 허용될 수 있다는 견해(실력설), 실력설은 임의, 강제처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여, 형사소송법의 사법적 통제를 무력화시킬 위험성이 있음을 지적하면서도, 불심검문을 순수한 임의처분으로 본다면, 경직법에 별도의 규정을 둘 필요도 없음에서, 피검문자의 용의정도와 구체적 사실관계 하의 급박성을 고려, 상응하는 강제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와 단순히 임의의사에 따라 정지를 구할 수 있는 경우를 동시에 규정한 것이라는 견해(光藤景皎, 口述 刑事訴訟法 上(第2版)(東京 : 成文堂, 2000), 6頁), 불심검문과 본격적 범죄수사활동의 단계적 구분의 모호성과 가변적 성격에서, 범죄수사와 동일한 사법적 통제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일정한 한계 내의 강제력 사용은 불가피하여, 이를 솔직히 인정하고 사법적 통제를 가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라는 견해(강제설, 田宮裕, 刑事訴訟法 新版(東京 : 有斐閣, 2001), 58-59頁) 등 있다. 한편, 임의설 입장에서도, 규범적 관점에서 상대방에게 재고, 협력을 촉구하기 위한 설득은 허용된다는 견해(규범적 임의설, 설득설), 임의처분으로, 피검문자에게 거부의 자유가 유보되어 있으나, 실효성을 고려, 신체구속에 이르지 않는 정도의 유형력 행사는 충분히 긍정될 수 있다는 등 다양한 변형이 있다. 3. 일본, 미국의 관례사례 검토 (1) 일본 경직법 제2조와 경찰관의 유형력 행사 일본 경직법 제2조는 불심검문에 해당하는'직무질문'을 규정하고, 동조 3항은 형사소송에 관한 법률규정에 의하지 않는 한, 신병구속이나 경찰관서에의 연행, 답변의 강요를 금지하여, 임의처분성을 명시한다. 반면, 판례는 제한적 허용설에 가깝다. 최고재판소는(最判平成6·9·16刑集48卷6420頁) 각성제사용이 의심되는 피검문자가 정지요구에 불응, 차량을 운전, 검문현장을 이탈하려하자, 경찰관이 차창을 통해 손을 넣어, 자동차키를 제거, 이후 약물검사를 위한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까지 약 6시간 반을 검문현장에 유치시킨 예에서, 설득행위의 한도를 넘어, 이동의 자유를 장시간에 걸쳐 박탈한 점에서, 임의수사로서 허용범위를 일탈한 위법이 있지만, 경찰관에게 피검문자의 유치의도가 없고, 제지행위의 강도가 높지 않은 반면, 제지행위의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높고, 불가피한 면을 지적, 영장주의정신을 몰각시킬 정도의 중대한 위법은 없다하여, 경찰관의 유형력 행사를 적법하다 판시하였다. 이외에, 불심검문을 위한 임의동행 중, 도주한 피검문자를 경찰관이 약 300미터 정도 추적, 손으로 어깨를 잡아 제지한 경우(最決昭和29·7·15刑集8卷71137頁), 소지품 내용제시를 요구받은 피검문자가 도주하자, 정지요구를 위한 추적행위(最決昭和29·12·27刑集8卷132425頁; 最決昭和30·7·19刑集9卷91908頁)를 적법하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유사한 사례를 하급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정지요구에 불응한 피검문자의 진로를 방해한 상태에서 질문한 경우를 적법하다고 하거나(東京地決昭和47·12·8刑裁月報4卷122035頁; 島高判昭和51·4·1高刑集29卷2240頁), 차량검문 중, 정지신호에 응하지 않은 운전자에 대해, 운전석 손잡이를 경찰관이 양손으로 잡아 저지한 경우(東京高判昭和34·6·29高刑集12卷6653頁), 무면허운전이 의심되는 피검문자가 검문에 불응하자, 창문으로 팔을 넣어, 핸들을 잡아 정지시키거나(東京高判昭和45·11·12判タ261352頁), 검문에 불응하는 운전자를 제지 하기 위하여, 제시한 면허증을 반환하지 않고, 진행을 저지한 예(東京高判昭和57·4·21刑裁月報14卷3·4245頁) 등이 있다. (2) 미연방대법원의 Terry stop 및 free to leave test 불심검문(police stop)에 관한 대표사례로 Terry v. Ohio, 392 U.S. 1(1968)사건을 들 수 있다. 상점 밖에서 내부를 주시하며 서성대는 피검문자들에 대하여 강도혐의를 의심한 경찰관이 이들을 정지시켜, 신원확인 등 질문을 하고, 답변을 주저하는 사이에, 의복을 외부에서 가볍게 접촉, 총기휴대를 확인하여 체포하고, 불법무기소지혐의로 기소한 사안이다. 미연방헌법 수정 제4조가 금지한 불법한 구금, 압수수색임을 주장하는 피고인들에 대해, 미연방대법원은 경찰관의 합리적 의심(reasonable suspicion)을 전제로 구금(arrest)과 압수수색(search & seizure)에 이르지 않는 제한된 범위에서 피검문자를 정지시키고(short stop or briefly detain), 흉기소지여부 조사(frisk)하는 것은 수정 제4조에 위배되지 않아 허용될 수 있다 하여, 주 법률 등 근거한 경찰의 기존 불심검문의 적법성을 확인하고, 아울러, 경찰관의 질문에 피검문자의 답변의무가 없다고 하였다. 다만 체포와 정지의 구별에 대하여, 경찰관이 물리력을 사용하거나 경찰관으로서의 권한을 이용하여 어떠한 형태로든 피검문자의 자유를 제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불심검문을 위한 정지가 아닌 체포로 볼 수 있는데, 사안의 경우, 흉기조사(frisk) 전 단계까지는 아직 체포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판시, '정지'개념 및 경찰관의 유형력와 관련해서는 다소 불분명한 태도를 취하였다. 불심검문 과정의'정지'개념과 경찰관의 유형력 행사문제는 이후 United States v. Mendenhall, 446 U.S. 544(1980)에서 구체화된다. 공항광장을 보행 중인 여성 피검문자에게 사복차림의 연방 마약수사관이 접근, 수사관 신분을 밝히며, 신원확인 및 탑승권 제시를 요구한 경우로, 미연방대법원은 다수 경찰관이 위협적인 행동을 취하거나(threatening presence of several officers), 휴대한 무기를 보여주는 경우(display of weapon by officer), 피검문자의 신체에 대하여 물리적 접촉이 이루어거나(some physical touching of the person), 강요적 언어 또는 억양이 사용된 때(use of language or tone of voice indicating that compliance with the officer's request)와 같이, 합리적 일반인의 시각에서 모든 사정을 고려할 때, 피검문자가 자유롭게 검문현장을 이탈할 수 없다고 느낄 수 있는 때에는(in view of all of the circumstances surrounding the incident, a reasonable person would have believed that he was not free to leave), 사실상 체포에 해당하고, 사안에서 검문장소가 대중인 운집한 광장이고 수사관들이 제복을 입거나 무기를 보여주지 않았으며, 단순히 보행 중인 피검문자에게 접근하여, 연방수사관의 신분을 밝힌 상태에서 질문한 것에 불과하고, 신원확인과 탑승권 제시를 요구(request)하지 않고, 요청(demand)한 경우로, 수정 제4조의 체포에 해당한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free to leave test; 동일한 취지의 판례로, Florida v. Royer, 460 U.S. 491, 103 S.Ct. 1319, 75 L.Ed.2d 229(1983); 반면, 피검문자가 탑승 중인 버스 내에서 검문이 이루어져, 피검문자가 자유롭게 검문장소를 이탈하는 것이 곤란한 상황으로, free to leave test의 적용이 적절치 않음에 착안, 검문장소에서의 자유로운 이탈이 아니라, 경찰관의 요청을 자유롭게 거부하거나 검문상황을 종결할 수 있는지에 의해 판단하여야 한다는 예로, Florida v. Bostik, 501 U.S. 429 111 S.Ct. 2382, 115 L.Ed.2d 389(1991)). Terry stop에서 말하는 '정지'개념에 의하면, 경미한 신체적 접촉 또는 무형력이라도, 합리적 일반인으로서 피검문자가 자유롭게 검문상황에서 이탈할 수 없었다고 느낄 수 있는 경우는 강제적 구금에 해당하여, 엄격임의설에 가까운 결론에 도달한다. 4. 대상판례의 검토 기존에 임의동행 관련 판례에서 불심검문의 임의적 성격을 명시한 예도 있지만(대법원 1997. 8. 22. 선고 97도1240 판결 등), 대상판례는 불심검문의 정지요구와 관련, 임의처분성을 확인하고, 피검문자의 거부의사에도 불구, 언어적 설득을 넘어, 유형력 행사가 있는 때는 강제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판시, 엄격임의설 내지 설득설에 근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문의 실효성, 범죄예방적 효과를 고려 못한 경직된 판단기준임을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심검문이 과거 악용된 사례(불심검문의 역사적 기원은 2차대전 이전, 일본 행정경찰규칙에서 찾을 수 있다. 동 규칙은 경찰관이'의심스러운 자를 발견한 때는 취규(取りし)하고, 상황에 따라 지구내 출장소로 연행(連行)할 수 있다'고 규정, 강제적 색채가 강하였다)가 있고, 이후 반성적 태도에서 경직법 제정 시부터 지금까지 임의처분성을 명시하고 있으며, 통계 상 수사단서 가운데, 불심검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점 등을(2008년 통계에 의하면 총 2,020,209건의 범죄사건 중, 175,555건(8.7%)에서 불심검문이 수사단서가 되었다. 2009년 경찰통계연보, 156-157면) 고려하면, 이러한 문제제기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불심검문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유형력 행사 보다는, 피검문자가 느끼는 불쾌감을 최소화하고, 임의적 협력을 유도하는 세련된 검문기법을 모색함이 보다 바람직한 접근으로 생각된다. 상고 중인 대상판례는 다소 제한적 의미를 갖지만, 경직법 문언에 충실한 해석으로, 한국판 Terry stop의 기준을 제시한 리딩케이스로 평가된다. 상고심 판단을 흥미롭게 기다본다.
2011-12-19
국제소송에서 입증의 정도의 성질결정과 준거법
Ⅰ. 사안의 개요 한국보험회사인 피고는 윤OO과 원양통발어업용인 한국선적의 선박에 대해 선체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영국 협회기간약관을 적용하기로 했는데, 위 약관은 영국법준거약관을 두고, "해상 … 또는 기타 항해 가능한 수면에서의 고유의 위험"과, "선장 … 의 과실"을 부보위험 중 하나로 규정한다(제6조 제1항, 제2항 제3호). 당사자는 보험금 중 일정금액을 원고에게 직접 지급한다는 특약을 체결했다. 위 선박은 파퓨아 뉴기니아에 정박하다가 부산항을 향해 항해하던 중 산호초 지대에서 표류한 결과 인도네시아 부근에서 침몰했다. 원고는 보험금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Ⅱ. 소송의 경과 1. 원심판결(부산고등법원 1999.4.2. 선고 97나13696 판결) 원심법원은 사고원인은 협회기간약관 제6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위험에 해당하고, 선장 등이 선박 출항에 앞서 선저부분에 대한 조사·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데, 이는 선박침몰의 근인 중 하나로서 위 약관 제6조 제2항 제3호 소정의 위험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대부분 인용했다. 원심법원은 영국법준거약관의 효력을 전면 긍정하고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에 의하면,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한다고 보고, 그 증명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로 족하다고 했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에 의하면,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부보위험인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하고, 그 증명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로 충분하다. Ⅲ. 연구 1. 문제의 제기 영국법준거약관의 유효성과, 객관적 입증책임(또는 증명책임)이 보험계약의 준거법에 따른다는 점은 대법원판례에 의해 확립되었다. 여기에서는 첫째, 보험계약의 국제성과 둘째, 입증의 정도(또는 증명도)의 준거법을 다룬다. 미리 밝혀둘 것은, 국제민사소송에서 증거에 관한 다양한 문제는 절차의 문제로서 법정지법에 의한다는 점이다. 즉 증명의 대상(자백의 효력 등), 증거방법(허용되는 증거방법, 증거방법에 대한 제한, 증언거부권의 종류와 범위), 증거조사와 증거의 평가(자유심증주의 여부) 등은 법정지법에 따른다. 2. 이 사건 보험계약은 국제계약인가 국제사법상 당사자는 채권계약의 준거법을 자유로이 지정할 수 있는데 이것이 '당사자자치'의 원칙이다. 문제는 순수한 국내계약에서 당사자자치의 허용 여부인데, 국제사법은 이를 허용하지만 그 경우 국내적 강행규정은 여전히 적용된다(제25조 제4항). 이는 당연히 적용되었을 강행규정을 당사자들이 합의로써 잠탈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준거법합의(또는 그것과 관할합의/중재합의) 외에 외국적 요소가 없다면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합의해도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석광현, 법률신문 제3920호 참조). 이 사건에서 보험의 목적은 한국선적의 원양어업용 선박이므로 보험계약의 국제성은 애매하다. 필자는 수입중인 적하에 대한 보험계약의 국제성과, 해외 재보험계약의 체결을 위해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필요성을 긍정했지만, 한국선적 선박에 대한 보험계약에서 그 소재지를 고려하여 국제성을 판단할지는 불분명하다. 필자처럼 비교적 넓게 사안의 국제성을 인정하면 몰라도, "국제사법 제1조에 비추어 … 거래 당사자의 국적·주소, 물건 소재지, 행위지, 사실발생지 등이 외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곧바로 내국법을 적용하기보다는 국제사법을 적용하여 그 준거법을 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국제사법의 규정을 적용하여 준거법을 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함으로써 명문 근거가 없는 '합리성의 기준'에 의해 국제사법의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대법원 2008.1.31. 선고 2004다26454 판결의 취지를 보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건 소재지'는 국제물권법을 상정한 것이므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① 외국적 요소의 존재와 ② 합리성의 기준이라는 양 요건의 충족 여부를 판단해야 했다. 3.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 가. 입증의 정도에 관한 법계의 차이 민사소송법상 어떤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하려면 법관의 의심에 침묵을 명할 정도의 확신, 즉 '고도의 개연성'의 확신이 필요하다(실제로 법관들이 그에 따르는지는 의문이지만). 반면에 영미 민사소송에서 요구되는 통상의 입증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 또는 '우월한 개연성'이므로 법원은 원·피고 주장의 개연성을 형량하여 어느 것이 50%를 초과하면 이를 증명된 것으로 취급할 수 있다(차이의 유래는 Habscheid/호문혁(역), 서울대 법학 통권 85·86호(1991.8.), 122면 이하 참조). 나.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 문제는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이다. 독일에는 이를 절차로 보아 법정지법(lex fori)을 적용하는 절차법설과 실체로 보아 당해 법률관계의 준거법(lex causae)을 적용하는 실체법설이 있다. 절차법설의 논거는 아래와 같다. 첫째, 입증의 정도는 소송에서 법관의 지위 및 확신(또는 심증)의 형성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둘째, 독일법에서 입증의 정도는 법관의 인적(또는 내부적) 확신의 형성인데, 실체 준거법인 외국법이 다른 기준을 요구하면 독일 법관은 어려움을 겪게 되고 외국법의 내용을 확정할 수 없는 경우 더욱 그렇다. 세째, 입증의 정도는 법정지법에 따르는 증거의 평가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네째, 입증의 정도에 관하여 외국법을 적용하면 외국인 원고에게 입증의 정도를 완화하게 되어 내국인 피고에게 불이익을 주고 내국인차별을 초래한다. 실체법설의 논거는 아래와 같다. 첫째, 입증의 정도는 입증책임처럼 실체법과 상호의존적이고 실체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책임법에서 입증의 정도를 낮추면 책임범위가 확대되고 이를 높이면 축소되므로 입증의 정도는 결국 책임을 결정한다. 둘째, 어느 당사자가 부담하나라는 경직된 구조를 취하는 입증책임과 달리 입증의 정도는 여러 단계가 있을 수 있으므로 입증책임보다도 실체법에 더 밀접하다. 독일에서는 과거 절차법설이 우세했으나 근자에는 실체법설도 유력해지고 있다. 모두 일리가 있지만, 서로 밀접하게 관련된 법관의 확신의 형성과 그 정도를 다른 법에 종속시키는 것은 부적절하고, 법관에게 입증의 정도를 준거법에 따르게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실제적 이유로 절차법설이 설득력이 있다(우성만, 판례연구 제18집(2007), 459면 동지). 증명의 개념을 법관의 내부적 확신의 형성으로 파악하는 민사소송법 원칙을 법치국가적 관념에 근거한 소송법상 원칙으로 보아 절차법설 취하기도 한다. 소송법에서 당해 법률관계의 준거법이 규율하는 사항의 범위를 너무 확대하면 국제사법이 매우 복잡하게 되어 실무로부터 외면당할 우려도 있다. 또한 우리 기업들이 준거법의 함의(含意)를 모르고 외국법을 지정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외국법이 규율하는 사항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도 있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이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을 밝힌 것은 큰 의의가 있으나 타당성은 의문이고 ① 외국적 요소의 존재와 ② 합리성의 충족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우리 법원은 영국법준거약관의 효력이 인정되면 입증책임, 사실상의 추정과 입증의 정도가 모두 영국법에 의한다고 보는 듯하다. 대상판결도 입증의 정도의 성질결정에 대한 고민 없이 너무 쉽게 영국법을 적용했다. 더욱이 보험계약의 국제성이 부정되면 영국법이 준거법이더라도 입증의 정도는 한국법에 따라야 한다. 5. 관련문제: CISG와 손해 입증의 정도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UN협약'('CISG' 또는 '협약')상 계약위반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손해의 발생과 범위 및 손해와 계약위반간의 인과관계 등을 입증함으로써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협약은 손해의 확실성의 정도를 명시하지 않으므로 독일 등의 유력설은 이를 손해의 입증의 정도로서 절차로 보아 법정지법을 적용한다. 그러나 협약의 기초를 이루는 일반원칙인 '합리성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Schwenzer도 동지). CISG AC 의견 No. 6과 UNIDROIT 국제상사계약원칙(제7.4.3조 제1항)도 같다. 아니면 협약의 목표인 규범통일이 위태롭다. 우리 판례는 민법상 기발생 손해와 장래 발생할 손해의 입증의 정도를 구별한다. 대법원 1992.4.28. 선고 91다29972 판결은 "장래의 얻을 수 있었을 이익에 관하여는 증명도를 과거사실에 대한 입증의 경우보다 경감하여 채권자가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을 구체적이고 확실한 이익의 증명이 아니라 합리성과 객관성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이익의 증명으로 족하다"고 함으로써 채권자를 위해 일실이익의 입증의 정도를 완화했다(매매계약의 준거법은 한국법이었던 듯하다). 법원이 협약이 적용되는 사건에서도 같은 구별을 할지는 불분명하다. 협약 자체로부터 합리적 확실성의 기준을 도출하지 않는다면 이는 성질결정에 의해 좌우된다. 대상판결처럼 실체법설을 따르면 입증의 정도는 매매계약의 보충적 준거법에 의하게 되어 법원에 부담스럽다(우리 법원이 다룬 사건에는 보충적 준거법이 중국법, 캘리포니아주법, 퀸즐랜드주법, 스페인법과 싱가포르법인 사건이 있다). 반면에 절차법설은 매매계약의 보충적 준거법에 관계없이 대법원판결의 법리를 따를 수 있으므로 법원의 부담을 덜어 준다.
2011-07-25
제조물책임법상 설계상의 결함
[판결요지] [1] 일반적으로 제조물을 만들어 판매하는 자는 제조물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재의 기술 수준과 경제성 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하여야 하고, 이러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그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그와 같은 결함 중 주로 제조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 즉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지 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2] 제조업자 등은 표시상의 결함(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고, 그와 같은 결함이 존재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1. 사실관계 주식회사 대한항공 소속 헬기의 조종사들이 시계가 불량한 관계로 시계비행방식을 포기하고 계기비행방식으로 전환하여 기온이 영하 8°C 까지 내려가는 고도 6,000피트 상공을 비행할 때 피토트 튜브(pitot/static tube, 動靜壓管)의 결빙을 방지하기 위한 피토트 히트(pitot heat)를 작동시키지 아니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피토트 튜브가 얼어 헬기의 실제 속도와 달리 속도계에 나타나는 속도가 감소하고, 또한 속도계와 연동하여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태빌레이터(stabilator)의 뒷전이 내려가면서 헬기의 자세도 앞쪽으로 기울어졌으나 조종사들이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속도계상 헬기의 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속도를 증가시키려고 출력을 높임으로써 헬기가 급강하하게 되었으며, 조종사들이 뒤늦게 헬기의 자세를 회복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헬기의 주회전날개 중 하나가 후방 동체에 부딪혀 헬기가 추락하게 되었다. 피해자들은 대한항공(주)에 대하여 제조물에 대한 설계상의 결함 등을 이유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주요쟁점은 제조물의 결함 존재 여부였고, 원심은 설계상의 결함 존재에 대한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으며 대법원에서도 판결요지에서 보는 이유로 설계상의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통상적인 안전성을 갖추었다고 하면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하였다. - 판 결 요 지 - 제조물의 설계상 결함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장단점 등 여러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 - 평 석 요 지 - 제조물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제조자의 기대 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 책임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제조물책임법 제정이후 설계상의 결함으로서 '합리적 대체설계'의 판단기준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2. 제조물책임과 결함 제조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전제로 하지 않는 엄격책임으로서의 제조물책임은 불법행위법의 특별법으로서 제조물책임법(2000.1.12. 법률 제6109)의 제정으로 새로이 도입되었고 같은 법 부칙 규정에 의하여 2002.7.1. 이후 공급된 제조물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어서 이 사건 헬기에는 적용될 여지는 없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의 시행 후의 판단이기 때문에 제조물책임법상의 결함에 대해 염두에 두고 판단하였으리라고 생각된다. 같은 법에서는 결함의 종류로 제조상의 결함과 설계상의 결함, 표시상의 결함을 규정하고, 결함이란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위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설계상의 결함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이다. 설계상의 결함에 대하여 제조물책임법 제2조 제2호 나목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당해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할 때는 어떤 면에서 ‘합리적인 대체설계’라고 평가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할 것이며, 합리적인 대체설계가 거의 유일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체설계에도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와 합리적인 대체설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결함이 부정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제조물책임법은 제조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 유무와는 관계없이 제조물의 결함만 존재하면 제조업자는 무과실책임으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제조물에 결함이 있고 그 결함으로 인하여 피해(확대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해당 제조물의 제조업자는 책임을 지게 된다. 제조물책임법은 제2조에서 결함을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이어서 제조상의 결함, 설계상의 결함, 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해 각각 정의하고 있는데 결함의 판단기준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3. 결함의 판단기준 제품의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표준일탈기준, 소비자기대수준, 위험효용기준, 바커기준(Barker test) 등이 있다. 소비자기대기준은 소비자가 통상적으로 기대하는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에 결함의 존재를 인정한다. 누가 통상적인 소비자인가가 문제되는데, 그 사회의 통상적인 지식을 구비한 자를 말한다. 따라서 합리적인 소비자가 제조물의 위험한 상태를 예견하고 그로부터 발생가능성 있는 사고의 위험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경우에 부당하게 위험한 제조물이 되지 않게 된다. 예컨대 예리한 칼과 같이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는 판단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기대수준은 그 기준이 애매하고 주관적이어서 결함판단기준으로서나 책임의 근거로서 그 가치가 점점 감소되고 있으며, 제조자가 명시적·묵시적으로 표시한 제조상의 결함에 적용되고 있을 뿐이다. 소비자기대수준은 현재 독자적인 기준은 되지 않고 위험효용기준의 한 요소로서 이용되고 있다. EC지침은 소비자기대기준을 채택하고 있다(EC지침 제6조). 결함의 판단기준에서 특히 논쟁이 되고 있는 것은 설계상의 결함과 경고상의 결함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다. 위험·효용기준은 제조물의 위험성과 효용성을 비교하여 위험성이 효용성을 능가할 때 그 제품이 결함이 있다고 한다. 위험?효용기준은 결함판단기준으로서 현재 미국 법원의 압도적 견해이다. 바커기준은 캘리포니아 최고법원이 1978년 바커사건에서 엄격책임에 있어서의 ‘부당한 위험’이라는 요건을 배제하면서 새로운 ‘결함의 판단기준’을 보인 것에서 유래한 기준이다. 동법원은 ① 의도된 방법 또는 합리적으로 예상 가능한 방법에 의한 제품사용에 관하여 그 제품이 소비자가 기대하는 통상의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었다는 것을 원고가 입증, ② 제품의 설계가 손해의 원인임을 원고가 입증, ③ 현재의 설계에 의해 초래되는 위험의 중대성 및 개연성, ④ 안전한 대체설계의 기술적 가능성, ⑤ 개선설계에 소요되는 비용, ⑥ 대체설계에 의해 제품 및 소비자에게 생기는 악영향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것을 고려한 후 현재 사용 중인 설계에 의한 이익이 그 설계에 본래 따르는 위험을 상회한다는 사실을 피고가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설계상의 결함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바커기준은 1차적으로는 소비자기대기준을 고려하고, 이러한 소비자기대기준으로 결함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2차적으로 위험·효용기준을 채택한 것이다. 4. 제조물책임의 결함에 대한 종전 판례의 태도 종전 우리나라의 판례는 제조물책임과 관련하여 과실 책임에 근거한 불법행위의 범위를 이탈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견지해왔고, 결함의 개념이나 유형, 결함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사례를 찾기도 어려웠다. 다만 결함에 대하여 대법원은 1992년 변압변류기 폭발사건에서 “제품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 또는 하자로 인해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제조업자는 계약상의 배상의무와 별개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대판 1992.11.24, 92다18139). 또한 1995년의 TV 폭발사건(속초지방법원 1995.3.24, 94가합131)에서는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라고 하여, 결함판단기준에 관하여 표면상으로 소비자기대수준을 언급하였다. 우리나라는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고 그에 관한 소송도 그렇게 많지 않고 아직까지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된 판례도 축적되어 있지 않아서 이번 판결이 향후 제조물책임에서 설계상의 결함에 대한 하나의 잣대 역할을 하리라 본다. 5. 대상판결의 검토 대상판결은 설계상 결함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통념에 비춰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판결에서의 제조물은 제조물책임법 이전에 공급된 것이어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의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제조자의 기대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 책임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제조물책임법 제정 이후 설계상의 결함으로서「합리적 대체설계」의 판단기준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은 2002.7.1. 이후 공급된 제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제조물 계속 감시의무(동법 제4조 제2항)가 동법 시행 이전에 판매된 제품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가 검토되어야 한다. 제조물 계속 감시의무는 제조자가 부담하는 안전에 대한 기본의무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으므로 제조물책임법 시행 전에 판매된 제품에 관하여도 이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합리적’이라는 용어 속에는 합리적 인간의 행동관점에서 대체설계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고, 또한 합리적인 대체설계라는 것은 결국 위험과 효용을 비교형량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기준에 의한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함에는 몇 가지의 요소들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대체설계의 효용성의 문제로서 효용성이 우수하다면 해당제조물에 다소의 결함이 있다고 하여도 이를 결함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지시·경고상의 결함의 문제가 된다. 둘째, 개발위험의 항변과 관련하여 대체설계는 당시의 최고수준의 기술적 가능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 대체설계에 소요되는 비용을 고려하여야 한다. 기술적으로 대체설계의 채용이 가능하다고하여도 경제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넷째, 대체설계에 따른 새로운 위험에 대해서도 평가하여야 한다. 다섯째, 해당 제품에 부착된 지시 및 경고의 정도도 고려하여야 한다. 설계상의 위험에 대한 결정 여부는 제조물의 위험성과 효율성을 비교·교량하여 결정하는 위험·효용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고, 결함 있는 제품을 공급한 제조자에 대한 비난가능성은 개발, 설계과정에서부터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거래의무에 대한 위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험효용기준에 관해 제품의 효용이 위험을 상회하는데 따른 입증책임은 제조자 측에서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설계상의 결함은 제조상의 결함과는 다른 별도의 이익과 불이익의 평가가 요구되고, 이는 과실에 근거한 책임과 동일한 일반적인 목표를 성취한다고 설명되기도 하는 것이다.
2004-02-09
제조물 책임
法律新聞 2242호 법률신문사 製造物 責任 일자:1992.11.24 번호:92다18139 韓琫熙 東國大法大敎授·法學博士 ============ 15면 ============ I. 本判決의 意義 大量生産·大量消費라는 現代의 産業社會에 있어서 製品의 缺陷으로 인한 消費者의 被害救濟문제는 製造物責任에 관한 것으로 現代不法行爲法의 [핫트·잇슈]가 되고 있다. 本判決은 旣存의 몇개 안되는 製造物責任判例와 달리 機械(電氣기계)類에 대하여 製造物責任을 認定한 첫 判例이며, 缺陷有無의 判斷에 있어서도 製品의 安全性과 耐久性에 基準을 두어 缺陷槪念을 채택함으로서 우리나라 製造物責任判例의 里程標的 事件이 되지 않았는가 생각된다. 本判決은 앞으로 豫想되는 製造物責任 判例의 [리-딩 케이스]가 될 것으로 推定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製造物責任 訴訟은 전통적 過失責任論에 기초하고 있음이 分明한 것 같다. 아직도 過失의 城砦는 굳건하다. II. 事實關係 原告 甲은 鑛石채굴업을 하는 會社로서, 그가 經營하는 鑛業所에 被告 乙(電氣機械業體)이 製造한 계기용 변압변류기(Metering Outxit; MOF 이하 변류기라고 부름)를 구입하여 1984년10월31일에 위 변류기를 設置하였다(가격 1천1백만원 상당). 그런데 위 변류기는 設置된지 2年2個月後(使用保證基間 10年)인 87年1月17日 10시경 異狀電壓의 侵入으로 過熱되어 火災가 발생하였다.(변류기 一次폭발). 一次 폭발 직후 訴外A,B등이 消火器로 진화작업을 하여 불길을 잡은 뒤, 나가려는 순간 10시15분경에 위 변류기가 다시 폭발하였다(변류기 二次폭발). 二次폭발시 위 변류기 內部에서 加熱된 絶緣油가 쏟아져 나와 訴外 A,B는 全身에 重火傷을 입었으며, 訴外 A는 같은 달 25日 火傷으로 인한 패열증 및 폐부전증등으로 死亡하였다. 따라서 原告 甲은 被告 乙을 相對로 物的 및 人身과 生命損害로 인한 損害賠償請求訴訟을 提起하였다. III. 原 審 (1) 서울民事地方法院 1990년11월18일 宣告 90가합64 判決 被告 乙의 製造上의 瑕疵를 認定하면서 原告 一部 勝訴判決을 하였다. 즉 被告 乙이 위 변류기에 대하여 試驗과 檢定을 거쳐 이를 原告에게 納品하였다 하더라도 그 試驗과 檢定基準은 전기기계가 通常 갖추어야 할 일응의 基準을 정한것에 불과하다고 하여 변류기의 瑕疵와 製造者의 損害賠償責任을 認定하였다. (2) 서울高等法院 1992년4월8일 宣告 90나52212 判決 변류기의 構造 또는 制作過程에서의 瑕疵가 없다고 판단하여 原告主張을 배척하고 抗訴를 기각하였다. 一審과 二審에서는 用語에 있어서 缺陷이 아닌 瑕疵를 쓰고 있다. IV. 大法院判決要旨 (1) 物品을 製造하여 판매하는 製造者는 그 製品의 構造, 品質, 性能등에 있어서 現代의 技術水準과 經濟性에 비추어 期待可能한 범위내의 安全性과 耐久性을 갖춘 製品을 製造하여야 할 責任이 있고, 이러한 安全性과 耐久性을 갖추지 못한 缺陷내지 瑕疵로 인하여 消費者에게 損害가 발생한 경우에는 契約上의 賠償義務와는 별개로 不法行爲로 인한 賠償義務를 부담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2) 변류기의 점진적인 絶緣劣化를 최소화 할 수 있는 方法이 있고, 그러한 方法으로 絶緣劣化를 최소화한 경우에 최소한의 耐久年限에 旣存使用基間을 초과한다면, 耐久年限前에 발생한 絶緣破壞는 위와같은 絶緣劣化를 최소화하는 方法을 취하지 않은 構造내지 製造上의 缺陷이 있는 것으로 推定할 수 있다. (3) 본건 증거에 나타난 감정인의 감정結果에 의하면 제1차 폭발의 原因은 外部 異狀電壓의 侵入에 의한 絶緣破壞 또는 계속된 部分放電에 의한 絶緣破壞로 推定하고, 외부 이상전압의 侵入으로 인한 절연파괴는 3백50kV를 넘는 高電壓의 충격으로 일시에 절연파괴되는 경우와 3백50kV이하의 작은 전압의 누적된 충격에 의한 漸進的인 절연열화로 절연파괴에 이르게 되는 경우로 區分하고 있다. 또한 감정인의 감정서 기재내용에 의하면 3백50kV를 넘는 어떠한 전압의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安全性과 耐久性을 갖춘 전류기를 製造한다는 것은 現代의 技術水準과 經濟性에 비추어 期待可能性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原審(서울高等法院)은 변류기의 一次폭발원인이 3백50kV를 넘는 전압의 충격으로 一時에 절연파괴가 된 경우와, 3백50kV이하의 전압의 누적적 충격 또는 繼續된 部分放電에 의한 漸進的인 絶緣劣化로 絶緣破壞가 된 경우중 어느 것인가를 가리지 않았으며, 후자의 경우로 推定되는 경우라도 絶緣劣化를 최소화 할 수 있는 方法의 有無등을 檢討하여 변류기의 缺陷 내지 瑕疵有無를 審理하였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原審判決을 파기 환송하였다(本項(2)에 관한 部分은 判決文의 核心이 된다고 생각되는 部分을 발췌하여 作成한 것이다). V. 評 釋 1. 過去의 判例(判例의 內容證明省略) (1) 콜라병 爆發事件(大判 75년 7월 22일, 75다344) (2) 닭의 배합사료사건(I)(大判 77년 1월 25일, 75다2092) (3) 아동급식빵부패사건(大判 78년 9월 25일, 78도2082) (4) 질소통이 외관상 산소통으로 오인된 사건(大判 79년 3월 27일, 79다2221) (5) 완구용주사기사건(大判 79년 12월 26일, 79다1772) (6) 닭의 배합사료사건(II)(大判 83년 5월 24일 82다390, 82다카924)등이다. 특히 완구용주사기 사건은 典型的인 製造物 事件이었다. 그러나 이상의 判例들은 傳統的 過失責任의 原則을 根幹으로 하여 事實推定의 原則)이나 表見證明등 立證責任의 轉換理論에 의하여 過失責任의 原則을 완화한 事件으로 보인다. 또한 製造物責任法理에 있어서 核心이 되는 缺陷槪念을 導入하여 事件을 처리한 것도 아니었다. 製造物 責任에 있어 缺陷槪念의 채택은 世界的추세가 되고 있다. 2. 立法例 製造物責任法理의 本山地는 미국이었으며, 미국의 法理論이 全世界의 製造物責任法理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의 製造物責任法에서는 過失責任原理와 더불어 無過失責任原理(嚴格責任原理) 및 缺陷槪念을 도입하고 있다. 過失責任論에서는 귀책근거를 [過失이라는 製造者의 行爲]에서 求하고 있음에 반하여, 嚴格責任論에서는 귀책근거를 過失이라는 製造者의 行爲에서 求하지 않고 缺陷이라는 [製造物의 客觀的 性狀]에서 求한다. (1) 미국의 Restatement of Torts(1965)402A條는 缺陷을 消費者와 使用者 또는 그의 財産에 대하여 不當하게 危險 한 것이라고 한다. 이와같이 缺陷의 定義를 消費者나 使用者에게 不當하게 危險한 缺陷狀態라고 하여 製品의 安全性에 그 基準을 두고 있으며 그 具體的 判斷은 法院에 맡기고 있다. 402A條에 따라 判例法으로 發展시킨 缺陷의 類型은, ① 製造上의 缺陷 ② 設計上의 缺陷 ③ 警告上의 缺陷으로 分類된다. 1979年의 統一製造物責任法案에서도 缺陷을 이와같이 分類하고 있다(104條). (2) EC製造物責任指針(1985년 7월 25일)은 無過失責任을 規定하고(1條) 아울러 缺陷을 規定하고 있다(6條). 同6條1項은 [製品은 다음의 狀況을 고려하여 當然히 期待되는 安全性을 提供하지 않을때 缺陷이 있다]라고 하고 그 고려사항으로는 ① 製品의 表示 ② 製品에 대한 合理的으로 예견되는 使用 ③ 製品이 去來된 時期 등이다. EC指針에서도 缺陷의 決定을 製品의 安全性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12個會員國에 製造物責任 立法을 권고하고 있다. 1993年 現在 獨逸을 비롯한 10個 會員國이 立法을 完了하였다. 슈미트·잘써/홀만은 EC指針上의 製造物責任을 過失에 종속되지 않은 不法行爲責任으로 理解하고 있다. (3) 設計上의 缺陷과 警告板의 缺陷은 실제로 區分하기가 困難한 경우가 있다. 예컨대 다이빙 禁止의 警告狀이 있는 풀場에서 다이빙을 하여 水深이 얕아 머리를 다친 경우등이 있다. 미국에서 1980年代 이후 企業의 도산으로 인한 製造物責任危機論이 대두된 후 製造上의 缺陷에 대하여는 無過失責任, 設計上의 缺陷과 警告上의 缺陷에 대하여는 過失責任으로 製造物責任事件을 처리하고 있는 경향이다. 製造物責任에 있어서 製造者의 免責要件으로서 開發危險 또는 技術水準의 抗辯을 認定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開發危險의 抗辯은 製品의 製造時의 科學·技術의 水準으로 被害에 대한 豫見可能性이 없는 경우에, 製造者에게 免責을 認定하는 것이다. EC指針(7條e號)에서나 미국제조물책임법에서는 開發危險 또는 技術水準의 抗辯을 認定하고 있다. 이러한 抗辯을 認定하느냐의 與否는 嚴格責任의 性質을 左右하는 중요한 문제이며, 立法政策의 문제와도 결부된다. 嚴格責任의 경우에 開發危險의 抗辯을 認定하는 것은 被害의 豫見可能性에 대한 立證責任이 製造者에게 있다는 점을 除外하고는 結果的으로 過失責任과 다를바 없다는 批判이 있다. 開發危險의 抗辯은 不法行爲法에 있어서 不可抗力과 類似한 性質을 갖는 것이 아닐까도 생각된다. 3. 缺陷의 判斷基準과 基準時 1) 缺陷의 判斷基準 다음의 判斷基準은 미국의 不法行爲法 402A條에서 發展된 理論이다. (1) 標準離脫基準 주로 製造上의 缺陷判斷基準이 된다. (2) 消費者期待基準 402A條주석(i)에서 보면 [不當하게 危險하다는 것]에 대하여 社會에서 一般化되고 있는 知識을 갖고 있는 通常의 消費者가 製品의 買受時에 期待하는 범위를 넘는 危險이라고 한다. EC指針 6條1項의 취지도 消費者期待基準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期待主體는 特定消費者가 아니고 平均的 消費者 또는 社會의 一般人을 意味한다. 抽象的 槪念이다. (3) 危險效用水準 미국 法院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缺陷判斷基準으로서 402A條의 [不當하게 危險한 것]에 대한 解釋에서 나온 理論이다. 웨이드교수는 이 基準을 適用함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7個要素를 提示하고 있다. ① 製品의 有益性과 必要性 ② 損害發生의 蓋然性과 損害의 程度 ③ 必要性을 充足시키며 安全한 代替品의 可能性 ④ 製造者의 危險回避能力 ⑤ 消費者의 危險防止能力 ⑥ 危險에 대한 消費者의 豫備知識 ⑦ 製造者의 危險分類에 대한 容易性등을 종합적으로 考察하여 判斷한다는 것이다. 2) 缺陷의 有無에 관한 基準時 缺陷의 有無에 대한 基準時는 出荷時說, 製造時說, 事故時說로 區分되나 製造時設은 意味가 없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出荷前에 消費者가 買入도 하지도 않은 製品의 缺陷與否를 論할 實益이 없기 ㄸ문이다. 또한 事故時設도 缺陷이 나타나는 時期가 달라질 것이므로 缺陷의 時期는 出荷時說로 하는것이 妥當할 것이다. 402A條 註釋G나 EC指針 6條1項C號는 製品의 流通단계인 出荷時設이다. 4. 本判例에 대한 檢討 (1) 위에 소개한 外國의 製造物責任接近法理는 우리의 製造物責任法의 앞으로의 方向設定에 있어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물론 外國과 우리의 社會·經濟的 風土가 다르기 때문에 外國制度가 그대로 우리에게 적용될 수는 없다. 그러나 製造物責任의 立法추세는 앞에서도 본 바와같이 責任體系에 있어서 過失責任으로부터 無過失責任으로, 過失槪念으로부터 缺陷槪念으로 轉換되고 있다. (2) 瑕疵와 缺陷 本判例에서는 瑕疵와 缺陷을 區分하지 않고 使用하고 있다. 製造物責任에 있어서 責任要件인 缺陷은 製品이 갖추어야 할 安全性에 관련되는 槪念임에 반하여 瑕疵는 物件의 安全性과는 關係없이 物件의 品質, 性能의 缺如를 의미한다. 따라서 瑕疵와 缺陷은 區別되는 槪念이다. 또한 物件의 瑕疵로 인한 損害賠償은 瑕疵自體의 損害가 중심이 됨에 반하여 製造物責任에 있어서 損害賠償은 製造物의 安全性의 缺如로부터 발생한 壙大損害 또는 瑕疵惹起損害가 문제로 된다. 本判決에서도 製品이 갖추어야 할 安全性을 表面化시킨 점에서 볼때 缺陷槪念을 採擇한 것으로 推定된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無過失責任과 缺陷槪念을 中心으로 하는 製造物責任에 관한 特別法이 없는 狀態에서, 製造物責任을 傳統的 不法行爲理論에 의하여 처리하다 보니 이러한 結果가 나오지 않았나 추정이 된다. 그리고 缺陷의 類型에 있어서는 構造 내지 製造上의 缺陷이라는 것이 本判例에 明白하게 나타나 있다. 아뭏든 本判例는 缺陷槪念을 製造物責任에 있어서 최초로 導入하였다는데 큰 意味가 있다고 생각된다. (3) 缺陷의 判斷基準 缺陷의 判斷基準에 대하여는 明白하지 않으나 判決文 要旨에서[期待可能한 범위내의 安全成과 耐久性을 갖춘 製品]이라는 表現으로 볼때 消費者期待基準을 採擇하지 않았는가 推定된다. 미국에서도 缺陷의 判斷基準인 消費者期待基準과 危驗效用基準을 순수하게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指摘하고 있다. 왜냐하면 순수한 消費者期待基準은 그 判斷이 主觀的일 수 있으며 危險效用基準도 專門的判斷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우리 自體의 缺陷에 대한 判斷基準 내지 [가이드 라인]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4) 缺陷의 有無에 基準時 本判決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出荷時設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5) 開發危險의 抗辯문제(技術水準의 抗辯문제) 本判決의 要旨에서도 [製造者는 製品의 構造, 品質, 性能등에 있어서 現代의 技術水準과 經濟性에 비추어…製品을 製造할 責任이 있고…]라고 하고 있는 점으로 볼때 開發危險의 抗辯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推定된다. 앞에서도 본바와 같이 EC指針7條E號 및 미국의 製造物責任法에 있어서도 技術水準의 抗辯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製品에 대하여 開發危險의 抗辯을 인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例컨대 의약품, 바이오 製品등은 消費者保護라는 法政策的배려에서 이를 특별취급하여 開發위험의 抗辯은 否認되어야 할 것이다. VI. 結 言 本判決은 缺陷槪念의 導入, 缺陷類型의 提示, 缺陷判斷基準 및 開發危險의 抗辯등, 製造物責任의 核心理論이 소개됨으로써 종래의 製造物事件判例와는 현저한 特徵을 보이고 있다. 아직 製造物責任의 法理가 定着되지 않고 있는 우리의 실정에서 本判例는 획기적 意味를 갖는 것으로 評價되며 製造物責任 判例의 [리-딩 케이스]가 될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 缺陷槪念의 적극적 도입이 要請된다. 
199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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