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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정법학회 행정판례평석] ⑩ 복수의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에 적용될 법리
대상판결은 관할 행정청이 인지한 복수의 위반행위 중 일부를 쪼개어 우선 과징금을 부과한 후 나머지 위반행위에 대해 차후에 별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는 없고, 다만 종전 과징금 부과처분 후에야 그 부과 이전에 이루어진 다른 위반행위를 비로소 인지한 경우에 한하여 그에 대한 과징금의 별도·추가 부과를 허용하되 그 양정상 한도액에는 사후적 경합범에 관한 형사법리와 유사한 법리를 적용할 것을 선언한 최초 판례이다. Ⅰ. 사실관계 1. 원고는 여객자동차운송사업자이고, 피고(안성시장)는 경기도지사로부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여객자동차법’이라 한다)상 과징금 부과처분 권한을 위임받은 행정청이다. 2. 피고는, 원고가 2008. 1. 1.부터 2017. 5. 31.까지 구 여객자동차법에 따른 인가받지 않은 노선을 운행한 점, 2016. 9. 1.부터 2017. 5. 31.까지 인가받지 않은 정류소에 정차한 점을 이유로 2018. 2. 28. 원고에게 과징금 5,000만 원을 부과하였다. 3. 한편 경기도지사는 2017. 9. 12. 피고에게, 원고가 2016. 3. 1.부터 2017. 9. 11.까지 종점과 정차지 변경 신고 없이 연장 운행을 한 점을 이유로 원고에 대한 행정처분을 요청하였고, 이에 피고는 2018. 4. 19. 원고에게 위 위반행위를 이유로 구 여객자동차법령을 적용하여 과징금 5,000만 원을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Ⅱ. 대법원판결 요지 1. 위반행위가 여러 가지인 경우에 행정처분의 방식과 한계를 정한 관련 규정들의 내용과 취지에다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자가 범한 여러 가지 위반행위에 대하여 관할 행정청이 구 여객자동차법 제85조 제1항 제12호에 근거하여 사업정지처분을 하기로 선택한 이상 각 위반행위의 종류와 위반 정도를 불문하고 사업정지처분의 기간은 6개월을 초과할 수 없는 점을 종합하면, 관할 행정청이 사업정지처분을 갈음하는 과징금 부과 처분을 하기로 선택하는 경우에도 사업정지처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위반행위에 대하여 1회에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 총액의 최고한도액은 5,000만 원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관할 행정청이 여객자동차운송사업자의 여러 가지 위반행위를 인지하였다면 전부에 대하여 일괄하여 5,000만 원의 최고한도 내에서 하나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하는 것이 원칙이고, 인지한 여러 가지 위반행위 중 일부에 대해서만 우선 과징금 부과처분을 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차후에 별도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하는 것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 만약 행정청이 여러 가지 위반행위를 인지하여 그 전부에 대하여 일괄하여 하나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하는 것이 가능하였음에도 임의로 몇 가지로 구분하여 각각 별도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할 수 있다고 보게 되면, 행정청이 여러 가지 위반행위에 대하여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의 최고한도액을 정한 구 여객자동차법 시행령 제46조 제2항의 적용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2. 관할 행정청이 여객자동차운송사업자가 범한 여러 가지 위반행위 중 일부만 인지하여 과징금 부과처분을 하였는데 그 후 과징금 부과처분 시점 이전에 이루어진 다른 위반행위를 인지하여 이에 대하여 별도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하게 되는 경우에도 종전 과징금 부과처분의 대상이 된 위반행위와 추가 과징금 부과처분의 대상이 된 위반행위에 대하여 일괄하여 하나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하는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 추가 과징금 부과처분의 처분양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 말해, 행정청이 전체 위반행위에 대하여 하나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할 경우에 산정되었을 정당한 과징금액에서 이미 부과된 과징금액을 뺀 나머지 금액을 한도로 하여서만 추가 과징금 부과처분을 할 수 있다. 행정청이 여러 가지 위반행위를 언제 인지하였느냐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처분상대방에게 부과되는 과징금의 총액이 달라지는 것은 그 자체로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Ⅲ. 대상 판결에 대한 평석 1. 복수의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의 일괄 부과 시 최고 한도액 먼저 1회 부과 가능한 과징금 총액의 최고한도액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위반행위가 여러 가지인 경우에 행정처분의 방식과 한계를 정한 구 여객자동차법령의 내용과 취지와 함께 여러 가지 위반행위에 대한 사업정지처분 기간의 상한은 6개월인 점 등을 종합하여, 여러 가지 위반행위에 대하여 1회에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 총액의 최고한도액은 5,000만 원이라고 판시하였다. 과징금 부과처분이 사업정지처분을 대체·갈음하는 관계에 있으므로 사업정지처분의 상한과 마찬가지로 과징금에 관해서도 부과 가능한 총액의 최고한도가 정해져 있다고 볼 것인 점, 구 여객자동차법 제88조 제1항, 구 여객자동차법 시행령 제46조 제2항 단서에 의하여 (여러 위반행위를 전제로 한) 과징금 ‘총액’의 최고한도액을 5,000만 원으로 명시하여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1회 부과 가능한 과징금 총액의 최고한도액에 관한 대상판결의 판시 내용은 타당하다. 2. 복수의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별도 부과의 허용성과 양정 다음으로 관할 행정청이 인지한 여러 가지 위반행위 중 일부를 쪼개어 우선 과징금 부과처분을 한 후 나머지 위반행위에 대해 차후에 별도 과징금 부과처분을 하는 것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관할 행정청이 이미 인지한 여러 위반행위 모두에 대해 과징금을 일괄하여 부과할 수 있었음에도 일부러 위반행위를 쪼개어 과징금을 별도·분리 부과처분을 하는 것은 최고한도액 규정을 잠탈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기적으로도 한꺼번에 제재처분(과징금 부과처분)을 받고 조기에 불이익 처분 절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처분상대방의 이익을 침해할 수도 있어서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제시한 ‘이미 인지한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일괄 부과 원칙’은 타당하다. 마지막으로 대상판결에서는 종전 과징금 부과처분을 한 후에야 부과처분 시점 이전에 이루어진 다른 위반행위를 비로소 인지하여 별도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할 경우에는 그 추가 과징금 부과처분의 금액은 ‘전체 위반행위에 대하여 하나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할 경우에 산정되었을 정당한 과징금액 - 이미 부과된 과징금액’을 한도로 하여 부과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관할 행정청이 다른 위반행위를 인지한 시점상 과징금의 일괄 부과는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이므로 일괄 부과 원칙의 예외는 인정하되, 일괄 부과되었을 경우와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처분 상대방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추가 과징금 부과처분의 처분양정의 한계를 위와 같이 선언한 대상판결은 역시 타당하다. 예를 들어 A위반행위에 대하여 과징금 2,000만 원이 부과된 후 관할 행정청이 A위반행위 무렵의 다른 B위반행위를 비로소 인지하여 이에 대해 과징금 부과처분을 하려면, A, B위반행위 전체에 대하여 하나의 과징금을 부과하였을 경우를 가정할 때의 정당한 과징금 3,000만 원을 산출한 후, 거기서 이미 A위반행위에 대하여 부과된 과징금 2,000만 원을 뺀 과징금 1,000만 원을 한도로 B위반행위에 대한 추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을 뿐이다. 3. 대상 판결의 의미 구 여객자동차법령에 의한 과징금 부과처분은 사업(영업)정지처분에 갈음하여 부과할 것인지 여부에 관한 결정재량과 과징금액을 결정할 수 있는 선택재량이 부여되어 있다는 점에서 재량행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재량적인 과징금 부과처분에 있어서 과징금을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부과할 것인지에 관한 재량에 일정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대상판결은 선언하고 있다. 즉, 대상판결은 과징금 부과처분에 관한 재량권 일탈·남용의 세부 척도로서, ① 관할 행정청이 이미 여러 가지 위반행위를 인지한 이상 일부 위반행위별로 쪼개어 편의적으로 과징금을 별도로 분리하여 부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② 이미 이루어진 과징금 부과처분을 기준으로 관할 행정청이 그 부과처분 이전에 발생한 다른 위반행위를 그 부과처분 이후에 인지하여 불가피하게 과징금의 별도·분리 부과처분이 이루어지게 되더라도, 모든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의 일괄 부과처분이 이루어질 경우에 준수해야 할 (가정적인) 정당한 부과 금액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한다는 원칙을 선언한 것이다. 위 ①의 원칙은, 검사가 범죄사실의 전부를 알면서도 수사 기법상 사후에 누락된 사건을 기소하였다면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공소권 남용이론과 유사한 면이 있다. 또한 위 ②의 원칙은 형사재판에서 「형법」 제39조 제1항에 의하여 사후적 경합범(「형법」 제37조 후단)에 대한 형의 양정을 하는 법리와 유사하다. 다만, 행정제재처분에 관하여 형사법리를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의 문제는 향후 더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대상판결은 수회 경합된 위반행위에 대하여 1회 부과 가능한 과징금 최고한도액에 관한 종전 판례(대법원 1995. 1. 24. 선고 94누6888 판결)의 태도를 그대로 따르면서도, 관할 행정청이 인지한 복수의 위반행위 중 일부를 쪼개어 우선 과징금을 부과한 후 나머지 위반행위에 대해 차후에 별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는 없고, 다만 종전 과징금 부과처분 후에야 그 부과 이전에 이루어진 다른 위반행위를 비로소 인지한 경우에는 그에 대한 과징금의 별도·추가 부과를 허용하되, 그 양정상 한도액에는 사후적 경합범에 관한 형사법리와 유사한 법리를 적용할 것을 선언한 최초 판례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이은상 교수(서울대 로스쿨)
여객자동차법
복수의위반행위
과징금
사업정지처분
이은상 교수(서울대 로스쿨)
2023-12-17
금융·보험
민사일반
표의자의 중과실 있는 착오와 상대방의 악의 등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평석에 필요한 한도에서 요약하기로 한다. 1. 원고 증권회사(이 사건 소 제기 후에 파산하여 파산관재인이 소송을 수계하였으나, 편의상 이렇게 부르기로 한다)는 싱가포르 법인인 피고 회사 등과의 사이에 인터넷을 통하여 파생상품거래를 하였다. 원고는 이를 위하여 다른 소프트웨어 제작회사로부터 시스템거래의 소프트웨어를 구입한 다음, 그 회사의 직원으로 하여금 이자율 등 변수를 입력하고 그 입력된 조건에 따라 호가(呼價)가 자동적으로 생성 및 제출되도록 하였다. 2. 2013년 12월 어느 날 파생상품시장 개장 전에 위 직원이 입력할 변수 중 이자율 계산을 위한 설정값을 잘못 입력하였고, 원고는 그로써 생성된 호가를 그대로 제출하였다. 그에 따라서 피고와의 사이에 코스피 200옵션에 대하여 매우 많은 수의 주가지수옵션매수거래가 성립되었고, 그 대금 584억원이 종국적으로 피고에게 지급되었다. 3. 원고는 착오를 이유로 위 매매를 취소하는 의사표시를 하고 그 대금 중 우선 100억원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제1심법원(서울남부지법 2015. 8. 21. 선고 2014가합3413 판결)은 원고의 중과실로 인한 착오라는 것 등을 이유로 하여 그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심법원(서울고등법원 2017. 4. 7. 선고 2015나2055371 판결)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우선 원고의 이 사건 의사표시가 그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이를 취소할 수 없다고 하고, 나아가 여러 가지 사정을 들어 피고가 “피고가 상대방의 착오를 이용하여 부정한 이익을 취득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알고리즘 거래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착오로 인한 호가 제출 사실을 아는 피고 직원이 개입하여 원고의 착오를 유발하거나 그의 중과실을 이용하여 이 사건 매매가 체결되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이하 ‘대상판결’이라고 한다). [판결 취지] “민법 제109조 제1항은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항 단서에서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것을 의미한다[참조 재판례들 인용]. 한편 위 단서 규정은 표의자의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표의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대법원 1955. 11. 10. 선고 4288민상321 판결,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 판결 등 참조). 다만 한국거래소가 설치한 파생상품시장에서 이루어지는 파생상품거래와 관련하여 상대방 투자중개업자나 그 위탁자가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파생상품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계약이 체결되는 방식, 당시의 시장상황이나 거래관행, 거래량, 관련 당사자 사이의 구체적인 거래형태와 호가 제출의 선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단순히 표의자가 제출한 호가가 당시 시장가격에 비추어 이례적이라는 사정만으로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평 석] 1. 착오에 관한 민법의 규정 (1) 어떠한 경우에 의사표시의 착오를 이유로 계약 기타 법률행위(이하에서는 그 중 계약만을 다루기로 한다)의 효력을 다툴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법의 역사에서 일찍부터 제기되었으면서도 여전히 새롭다. 우리 민법이 정면으로 정하는 바는 네 가지다. 첫째, 착오가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있는 경우에만 그 효력이 다투어질 수 있다(제109조 제1항 본문). 여기에는, 세상사가 무릇 그러하듯이, 어떠한 잘못 또는 실수는 이를 범한 이가 그 귀결을 감당해야 한다는 원칙이 배경에 있다고 하겠다. 이와 관련하여서 민법은 예외적으로 효력을 다툴 수 있게 하는 ‘본질적 착오’의 유형을 열거하는 스위스채무법 제24조와 같은 태도는 취하지 않는다. 둘째, 그 경우에도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착오를 들어 계약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동항 단서). 셋째, 이상과 같은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표의자는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선택권을 가질 뿐이고, 애초부터 무효인 것은 아니다. 즉 계약은 표의자에게 취소권을 부여한다. 넷째, 표의자가 그 취소권을 행사하여 계약을 무효로 돌리더라도, 그 효력은 선의의 제3자에게는 미치지 않는 것으로 제한된다(동조 제2항). (2) 이러한 입법적 태도는 예를 들어 독일민법에서의 착오에 관한 입법과정(이에 대하여는 양창수, “독일민법전 제정과정에서의 법률행위 규정에 대한 논의 ― 의사흠결에 관한 규정을 중심으로”, 동 민법연구 제5권(1999), 49면 이하 참조)에 비교하여 보더라도, 적어도 어느 시기까지 크게 탓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하겠다. 독일민법의 착오 규정이 우리 민법의 그것과 크게 다른 점은 거기서는 착오자의 중과실을 착오 취소의 소극요건으로 하지 않고 여전히 취소권을 착오자에게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주지하는 대로 착오 취소자에게 신뢰이익의 배상책임을 부과한다(제122조). 이 책임은 착오자에게는 그의 유책사유를 요구하지 않고 인정되는데, 다만 상대방이 “취소의 원인을 알았거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한 경우”에는 이를 배제한다(동조 제2항). 그만큼 상대방의 악의 또는 과실은 착오법리의 범위 안에서 고려되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의 ‘행태’는 입법적 차원에서 이미 그 한도에서 일정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나아가 참조를 삼을 만한 것이 스위스법의 태도이다. 스위스채무법 제26조 역시 착오 취소자에게 “계약의 효력불발생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의 배상책임을 긍정한다. 그런데 그 요건에서는 독일민법과 달리 착오자의 과실을 요구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착오자를 알았거나 알았어야 하는 경우에는 그 책임을 배제한다.(이상 동조 제1항) 한편 여기서는 예외적으로 “형평에 부합하는 경우에는 법관은 그 외의 손해의 배상을 인정할 수 있다.”(동조 제2항) 결국 이들 나라에서는 착오 취소자는 물론이고 나아가 상대방의 사정을 다양하게 고려하여 착오법리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2. 상대방의 착오 ‘유발’의 문제 (1) 그렇지만 민법 소정의 여러 제도가 흔히 그러하듯 실제의 사건 맥락은 입법자가 예상하지 아니한 문제를 제기한다. 그 중요한 하나가 상대방의 ‘행태’를 고려할 것인가 또는 어떻게 고려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표의자의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유발’ 내지 ‘야기’된 경우에도 위에서 본 요건이 갖추어져야만 표의자는 취소할 수 있는가? 그가 표의자를 착오로 빠뜨릴 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하였다면, 물론 이는 ‘사기’(민법 제110조)의 문제가 될 것이다(여기서는 ‘계약 내용의 중요부분’이나 표의자의 중과실 등은 논의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상대방이 그러한 의도가 없이 그렇게 하였다면 어떠한가? 예를 들어 상대방이 사실이라고 잘못 알면서 표의자에게 사실 아닌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표의자가 이를 믿고 의사표시를 하게 되었다면?(이는 이른바 공통착오 중에서 표의자의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야기된 유형에 해당한다). 또 나아가 표의자의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야기되었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그것을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강화’(이에도 여러 가지 정도가 있을 것이다)한 경우는 어떠한가? (2) 대법원이 민사사건에서 이와 같이 상대방에 의한 착오 ‘유발’의 사안을 다룬 것은 대판 1978.7.11., 78다719(집 26-2, 209)이 처음이라고 생각된다(그 전에 귀속재산매각처분의 효력이 다투어진 행정사건에서 같은 취지로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한 대판 1970.2.24., 69누83(집 18-1, 행 36)이 있다). 이 판결은 귀속해제된 토지임에도 귀속재산인 줄 잘못 알고 피고(대한민국)에게 증여한 사안에서, “이러한 착오는 일종의 동기의 착오라고 할 것이나, 그 동기를 제공한 것이 피고 산하 관계 공무원이었고, 그러한 동기의 제공이 없었더라면 몇 십 년 경작해 온 상당한 가치의 본건 토지를 선뜻 피고에게 증여하지는 않았을 것인즉 그 동기는 본건 증여행위의 중요한 부분을 이룬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를 인용하였다(상고기각). 여기서는 동기착오이면서도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해당한다는 판단틀이 채택되고 있음이 주의를 끈다. 그 후에도 대판 1987. 7. 21., 85다카2339(집 35-2, 284)(이에 대한 평석으로서 양창수, “주채무자의 신용에 관한 보증인의 착오”, 동, 민법연구, 제2권(1991), 1면 이하가 있다. “채권자에 의한 착오의 유발과 보증인의 취소권”이라는 제목의 그 제3장이 종전에 별로 의식되지 아니하던 상대방에 의한 착오 ‘유발’의 유형을 새로운 문제관점에서 제시하였다); 대판 1991. 3. 27., 90다카27440(공보 1276); 대판 1992. 2. 25., 91다38419(공보 1141); 대판 1993. 8. 13., 93다5871(공보 2419); 대판 1994. 9. 30., 94다11217(공보 하, 2841); 대판 1995. 11. 21., 95다5516(공보 1996상, 47), 대판 1996. 3. 26., 93다55487(공보 상, 1363); 대판 1997. 8. 26., 97다6063(집 45-3, 112); 대판 1997. 9. 30, 97다26210(공보 3286) 등 1990년대만 하더라도 많은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재판례가 일반적으로 착오 취소를 긍정하고 있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 그리고 그 이유로, 문제의 착오가 동기착오인 경우에라도 ―동기착오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그 ‘표시’의 여부 등은 논의하지 아니하고― 그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야기되었다는 사정을 들고서 바로 또는 다른 사정을 함께 그것은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따라서 표의자는 계약을 적법하게 취소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표의자의 중과실 유무 등은 아예 논의되지 않는 경우도 흔하지만, 한편 앞의 대판 97다6063사건에서와 같이 “표의자로서는 그와 같은 착오가 없었더라면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고, 보통 일반인도 표의자의 처지에 섰더라면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중요 부분’의 의미에 관한 판례 준칙을 그 중간항(中間項)으로 드는 예도 물론 있기는 하다. (3) 이러한 상대방에 의한 착오 ‘유발’의 사안유형에 대한 판례의 태도에 대하여 학설은 대체로 지지한다. 그것은 “착오 취소의 요건은 표의자와 상대방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절하기 위한 기준인데, 표의자의 동기착오를 유발한 상대방의 보호가치가 부정된다는 점에서 판례의 태도는 충분히 수긍될 수 있다”고 하거나(지원림, 민법강의, 제20판(2023), 77면), 상대방에 의한 그 유발의 경우에 “그 착오의 위험을 생성 또는 실현케 한 상대방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문이 들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다(김상중, “동기의 착오에 관한 판례법리의 재구성을 위한 시론적 모색”, 사법(私法)질서의 변동과 현대화(김형배 교수 고희 기념)(2004), 15면). 한편 드물기는 하지만, “상대방의 행태를 기초로 취소의 위험을 부담시킬 수 있는 경우에는 민법 제109조가 아니라 민법 제110조에 의해 규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정성헌, “착오에 대한 민법상 규율의 재구성 ―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판결을 계기로”, 민사법학 제73호(2015), 265면 이하). 3. 상대방이 악의인 경우 ― 착오의 ‘이용’ (1) 일본의 경우를 보면, 이 맥락에서 상대방의 ‘악의’, 즉 표의자가 착오에 빠졌음을 안다는 사정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관점과 관련하여 다루어진다. 무엇보다도 「민법(채권법)개정검토위원회」가 2009년에 발간한 『채권법 개정의 기본방침』(별책 NBL 126호)은 (i)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있는 때, (ii) 상대방이 그 착오를 알지 못함에 대하여 중과실 있는 때, (iii) 상대방이 그 착오를 일으킨 때, (iv) 상대방도 표의자와 동일한 착오를 하고 있는 때에는, 표의자에게 중과실이 있더라도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동 방침, 28면 이하. 당시 고려되는 착오의 법률효과는 무효로 정해져 있었다). 이는 대체로 2017년 일본민법 개정에 반영되어(시행은 2020년 4월), ‘상대방이 표의자에게 착오 있음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때’(제95조 제3항 제1호) 또는 ‘상대방이 표의자와 동일한 착오에 빠져 있는 때’(동항 제2호)에는 표의자에 중과실 있는 경우라도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였다(앞 (iii)의 착오 유발에는 언급이 없다). 위 개정 후의 일본민법 제95조는 제1항에서, 우선 행위착오 외에도 동기착오 중에서는 ‘표의자가 법률행위의 기초로 한 사정에 관하여 그 인식이 진실에 반하는’ 것(앞의 1.에서 든 스위스채무법 제24조 제1항의 제4호에서 정하는 “표의자에 의하여 신의성실에 비추어 계약의 불가결한 기초라고 여겨진 사정”에 관한 착오, 즉 기초착오(Grundlagenirrtum)를 연상시킨다. 이 점은 독일민법에서 2017년 대개정 후에 동기착오 중에서 “거래상 본질적이라고 여겨지는 사람이나 물건의 성상(性狀)에 관한 착오”를 내용착오로 보는 제119조 제2항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을 고려되는 착오로 정한 다음, 나아가 ‘그 착오가 법률행위의 목적 및 거래상의 사회통념에 비추어 중요한 것인 때’에만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한다. 그리고 제3항은 개정 전과 마찬가지로 표의자의 중과실의 경우에는 착오 취소가 배제된다고 하면서도, 동항의 위 두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취소할 수 있음을 정하는 것이다. (2) 대판 2014. 11. 27., 2013다49794(공보 2015상, 9)은 대상판결의 취지와 같이 판시하였다(이 판결은 ‘참조’로서 60년쯤 전의 대판 1955.11.10. 4288민상321을 인용한다. 그 제1심도, 항소심도 버젓이 인용하고 있는 이 판결에 접근할 방도를 알지 못한다. 이러한 재판례의 ‘공개’ 내지 ‘접근가능성’이라는 ―민법 연구자인 나로서는 꽤나 심각한― 문제에 대하여는 양창수, “『법고을』 유감”, 동, 민법산책(2006), 274면 이하 참조 : “그것들이 재판 실무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나아가 변호사의 직무에 도움이 안 될 리 없고, 또 법학교수가 법을 연구하는 데 자료가 되지 않을 리 없다”). 위 판결은 대상판결의 사안과 유사하게, 원고 증권회사의 직원이 파생상품(미화달러 선물(先物)스프레드 1만 5000개) 계약의 매수주문을 개장 전에 입력하면서 0.80원이라고 할 것을 그 100배인 80원이라고 찍음으로써 결국 피고 증권회사와의 사이에 그 내용으로 매매계약이 체결된 사안에 대한 것이다. 원심판결은 그 계약의 착오 취소를 인정하고 원고의 매매대금반환청구를 인용하였는데,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그 이유로 우선 자본시장법상의 금융투자상품시장에서 일어나는 증권이나 파생상품의 거래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109조가 적용됨을 선언한 데에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그리고 나아가 착오 취소에 관하여는 대상판결과 같은 법리를 설시한 다음, 구체적으로는 원고 측의 착오에 중대한 과실이 있지만 “피고가 주문자의 착오로 인한 것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이를 이용하여 다른 매도자들보다 먼저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시가와의 차액을 얻을 목적으로 단시간 내에 여러 차례 매도주문을 냄으로써 이 사건 거래를 성립시켰으므로” 원고의 중대한 과실에도 불구하고 취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대상판결은 표의자의 중과실에도 불구하고 의사표시의 취소를 긍정하는 추상적인 법리를 그대로 반복한다. 굳이 저 60년 전의 대법원판결과 합하지 않더라도 이제 최근 두 개의 대법원판결만으로 그 법리는 이제 우리 민법의 일부가 되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 법리는 착오 취소의 제한 요소로서의 표의자의 중과실을 ―법률 밖에서(praeter legem), 즉 법규정에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기준을 도입함으로써― 다시 제한하여 착오 취소의 범위를 확장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글은 이 점을 제시하여 의식하게 하려는 의도로 쓰였다. 그런데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몇 가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위의 두 선례는 단지 상대방의 악의에서 더 나아가 그가 표의자의 착오를 ‘이용하는 것’을 요구한다. 이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 단지 의례적인 장식 문구인가, 아니면 실제로 입증되어야 하는 취소 허용의 요건인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가 원고의 착오를 이용하여 이 사건 매매거래를 체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상판결의 판단이 착오 취소를 부인하는 종국적인 이유인데, 그 ‘이용’ 여부를 단지 의례적인 장식 문구라고 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제3자의 채권침해가 논의되는 사안유형 중 문제의 행위로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감소된 경우에 대하여 대판 2007. 9. 6., 2005다25021(공보 1526) ; 대판 2019. 5. 10., 2017다239311(공보 1207) 등이 그 위법성 요건에 관하여 설시하는 대로 제3자가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의 존재 및 그 채권의 침해사실을 아는 것’ 외에도 ‘채무자와 적극 공모하거나 채권 행사를 방해할 의도로 사회상규에 반하는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는 등’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레벨에서 다루어져야 하는 것인가? 나아가 위의 두 판결은 모두 인터넷금융거래에서 증권회사의 ‘피용자’가 입력을 잘못하여 그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정하여진 사안임에도 그 결론을 달리하여, 2014년 판결은 표의자의 착오 취소를 허용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고, 대상판결은 이를 부인하였다. 그 차이의 이유를 위 사건의 어떠한 사실관계로부터 찾을 수 있을까? 이것도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나 지면관계상 여기서는 상론하지 아니하기로 한다. 다만 하나만 지적하자면,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피고도 이 사건 매매거래 전부터 미리 정하여진 일정한 시스템거래 방식으로 기계적 호가를 계속하여 왔다는 것을 들 수 있을지 모른다. 양창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중대한과실
착오
파생삼품
양창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3-08-20
행정사건
직권감차 통보의 처분성 여부에 관한 소고
- 대법원 2016.11.24. 선고 2016두45028판결 - Ⅰ. 사안의 개요 甲시의 택시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甲시장이 2012년 9월 19일 관내 11개 택시회사들과 사이에서 ‘법인택시 총 272대(보유대수의 약 40%)를 3년간 순차적으로 감차하고 감차대수에 따라 감차보상금을 지급하며, 만일 택시회사들이 합의한 바대로 자발적인 감차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甲시장이 직권감차명령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는데, 일부 택시회사들이 3년차인 2014년에 사정변경을 이유로 합의 이행을 거부하였다. 이에 甲시장은 2014년 10월 29일 4개 택시회사(원고)와 甲시 차량등록사업소장에게 ‘법인택시 감차합의서에 따른 직권감차 통보’의 제목 하에, 원고들의 감차계획분에 대하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여객자동차법’이라 한다) 제10조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31조의 규정에 의하여 변경인가(직권감차)를 통보하니, 원고들은 감차를 완료한 후 감차보상금을 신청하고 해당 차량의 운행을 2014년 11월 29일부터 중단하기 바라며, 차량등록사업소는 감차대상 자동차 직권말소등록을 의뢰하니 조치를 바란다는 내용의 통보(이하 ‘이 사건 직권감차 통보’라고 한다)를 하였다. 원고들은 직권감차 통보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는데, 甲시장은 “이 사건 합의는 원고들과 피고의 의사표시의 합치에 의하여 성립한 ‘공법상 계약’이고, 이 사건 합의에 따른 직권감차통보의 실질은 공법상 계약에 따른 이행의 촉구일 뿐 공권력의 행사 내지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을 하였다. 제1심(전주지방법원 2014구합3171판결)과 원심(광주고법 (전주)2016누1047판결)은 피고의 주장을 수긍하여 소가 부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여객자동차법 제85조 제1항 제38호에 의하면, 운송사업자에 대한 면허에 조건을 붙인다. 조건을 위반한 경우 감차 등이 따르는 사업계획변경명령(이하 ‘감차명령’이라 한다)을 할 수 있는데, 감차명령의 사유가 되는 ‘면허에 붙인 조건을 위반한 경우’에서 ‘조건’에는 운송사업자가 준수할 일정한 의무를 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감차명령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부관’도 포함된다. 그리고 부관은 면허 발급 당시에 붙이는 것뿐만 아니라 면허 발급 이후에 붙이는 것도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있거나 변경이 미리 유보되어 있는 경우 또는 상대방의 동의가 있는 경우 등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된다. 따라서 관할 행정청은 면허 발급 이후에도 운송사업자의 동의하에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의 질서 확립을 위하여 운송사업자가 준수할 의무를 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감차명령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면허 조건을 붙일 수 있고, 운송사업자가 조건을 위반하였다면 여객자동차법 제85조 제1항 제38호에 따라 감차명령을 할 수 있으며, 감차명령은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가 정한 처분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 Ⅲ. 검토 1. 양자의 상반된 논증방법 ‘직권감차통보(명령)’의 처분성 여부가 ‘이 사건 합의’의 법적 성질에 연관되어 논해졌다. 하급심은 ‘이 사건 합의’를 공법상 계약으로 보고서 그것에 바탕을 두고서 직권감차통보를 ‘이 사건 합의’에 따른 공법적 의사표시로 접근한 반면, 대상판결은 ‘이 사건 합의’를 부관 특히 사후부관(면허조건)의 차원에서 접근하였다. 여객자동차법 제85조 제1항 제38호에 따른 감차명령의 성립요건에 해당하는 위반된 조건은 분명 강학상의 부관이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 합의’에서의 순차적 감차의무 부분을 연관시켜 마치 그것이 부담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고서 조건위반으로논증을 하였다. 대상판결처럼 ‘이 사건 합의’를 사후의 면허조건으로 보는 이상, 직권감차통보의 처분성 인정은 당연한 귀결이다. 2. 대상판결의 의의 부관을 오로지 보조수단인 양 여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거니와, 행정청이 일방적으로 붙이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것도 지양하여야 한다. 협력적 행정법에서 부관은 규율상대방과의 협력에서 세심한 조종(제어)을 위해 동원될 수 있다. 실제로는 규모가 큰 사업(지하도의 건설, 아파트의 건축 등)에 있어서는 더욱이 행정청과 상대방(허가의 신청자 등)과의 협의·협상(비공식 행정작용)을 통해, 혹은 정식의 계약을 통해 정해지는 예가 많이 있다. 그리하여 교섭이나 합의에 의한 부관의 부가 역시 긍정된다{효시적 문헌으로 김남진, 법률신문 제2453호(1995.11.); 법률신문 제2800호 (1999.6.)}. 판례는 과거 기속행위에 대한 부관 불허용성의 원칙의 견지에서 건축허가를 하면서 일정 토지를 기부채납하도록 한 허가조건에 대해서 무효로 판시하였지만(대법원 94다56883 판결), 판례는 송유관이설협약과 관련하여, “부담을 부가하기 이전에 상대방과 협의하여 부담의 내용을 협약의 형식으로 미리 정한 다음 행정처분을 하면서 이를 부가할 수도 있다”고 판시하여 부관부 ‘교섭적 행정행위’의 존재를 바탕으로 그 협약을 부담으로 접근하였다(대법원 2005다65500판결). (하지만 사안을 행정계약차원에서도 접근할 수 있다. 김중권, 법률신문 제3613호, 2007.12.24.). 대상판결은 특히, 합의형식의 부관의 사후부가를 인정한 것이다. 3. 대상판결의 문제점 1) 부관론적 접근의 문제점 행정행위의 발급에 배치될 수 있는 의문점과 장애를 제거하기 위해 시민에게 추가적 의무를 과할 수 있는데, 그 방법에서 일방적으로(부관의 형식으로) 과하거나 합의에(공법상 계약) 의할 수 있다(김중권, 행정법, 2016, 397면). 목표설정에서 양자는 매우 근사하지만, 본질에서 구별된다. 부관은 종종 수범자의 양해를 전제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일방적 성격을 지닌다. 반면 공법상 계약은 일단 대등한 당사자의 의사의 합치를 바탕으로 한다. 대법원 94다56883 판결과 대법원 2005다65500 판결의 경우 그 부관의 내용은 시민의 일방적인 의무이어서 부담적 접근이 가능하나. 사안의 경우 급부와 반대급부가 서로 조응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대상판결처럼 행정청과 행정파트너간의 공법적 합의의 내용인 일정한 의무이행을 부관(부담)으로 설정한다면, 당사자 간의 공법적 합의의 존재가 사후에 부인되는 셈이고, 결국 공법적 합의 자체가 치명적으로 무색해질 수 있다. 합의의 내용이 행정청과 사인의 상호간의 급부의무로 형성되어 있는 이상, 그 자체를 부관으로 접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런데 ‘이 사건 합의’를 사후 면허조건으로 본다면, 구체적으로 부관 가운데 어떤 부관에 해당하는지 궁금하다. 2) 직권감차통보의 처분성 여부 직권감차통보의 처분성을 논증함에 있어서, 조건위반의 경우(여객자동차법 제85조 제1항 제38호)에 바탕을 둘 필요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직권감차통보의 내용에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한다는 의미의 법효과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여객자동차법의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감차처분의 본질은 사업계획변경인가이며, 그것은 기왕의 사업계획인가에 대한 일종의 일부 폐지(철회)에 해당한다. 직권감차를 하여야 한다는 통보는 사업계획변경인가에 따른 후속적인 - 감차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의미의 - 하명처분이다. ‘원고들이 감차를 완료한 후 감차보상금을 신청하고 해당 차량의 운행을 2014년 11월 29일부터 중단하기 바라며, 차량등록사업소는 감차대상 자동차 직권말소등록을 의뢰하니 조치를 바란다’는 내용의 통보 부분은 사업계획변경인가에 따른 후속 절차에 불과하다. 굳이 ‘이 사건 합의’에서 조건(부담)의 존재를 탐문하지 않더라도, 직권감차통보 그 자체를 행정처분으로 보는 데 어려움이 없다. 하급심이 직권감차통보를 전적으로 ‘이 사건 합의’에 연계된 행위로 접근한 것은 문제가 있다. 3) 직권감차통보의 법적 근거 직권감차통보의 법적 근거가 문제될 수 있다. 직권감차통보의 근거로 여객자동차법 제85조 제1항 제38호상의 조건위반의 경우를 삼는 것(부관론적 접근)은 타당하지 않다. ‘이 사건 합의’는 공법상 계약의 일종으로 보되, 직권감차통보는 ‘이 사건 합의’에 연계시키지 않고 여객자동차법의 차원에서 접근할 때, 여객자동차법 제85조 제1항상의 사유 가운데 제2호(사업경영의 불확실, 자산상태의 현저한 불량, 그 밖의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하여 국민의 교통편의를 해치는 경우)를 법률적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사실 수익적 행정행위의 철회는 판례에 의하면 법률적 근거가 없더라도 일정한 철회사유만으로도 가능하여서, 특히 우월한 공익상의 필요를 위한 직권감차통보 역시 가능하다. 다만 ‘이 사건 합의’는 직권감차통보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거사를 다루지만, 법원은 과거분석과 과거평가로부터 현재는 물론, 미래를 결정하는 권력이다. 대상판결의 처분성 논증방식이 공법상의 합의(계약)의 존재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협력적 행정법의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택시회사
감차명령
직권감차
2017-05-16
민사일반
준거법의 범위와 준거법의 합의가 주요사실인지 여부
- 대상판결: 대법원 2016.3.24. 선고 2013다81514 판결 - I. 대상판결의 요지 당사자자치의 원칙에 비추어 계약 당사자는 어느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거나 그중 특정 조항이 당해 계약에 적용된다는 합의를 할 수 있고 그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소송절차에서 비로소 당해 사건에 적용할 규범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가 일치하는 의견을 진술하였다고 해서 이를 준거법 등에 관한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II. 국제협약이 준거법의 합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 1. 쟁점 대상판결에서는 계약의 당사자가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는 합의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서는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특정 국가의 법’에 한정되는지 아니면 상인법(lex mercatoria 또는 law merchant)과 같은 국제적 관습, UNIDROIT 국제상사계약규칙(UNIDROIT Principles of International Commercial Contracts 1980)과 같은 법원칙 또는 국제물품매매협약(UN Convention on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과 같은 국제협약 등 비국가적 규범도 포함되는지 문제된다. 2. 논의의 실효성 비국가적 규범이 준거법으로서 지정될 수 있다면 이는 ‘저촉법적 지정’이 되지만, 만일 준거법으로서 지정될 수 없다면 당사자의 합의는 그러한 비국적 규범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실질법적 지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저촉법적 지정은 준거법의 지정이므로 법정지의 단순한 강행규정의 적용은 배제되고 국제적 강행규정만이 적용된다. 그러나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규범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것에 불과하므로 법정지의 단순한 강행규정의 경우에도 적용이 배제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저촉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계약이 체결된 후에 법이 개정되었다면 개정된 법이 적용되지만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개정되기 전의 법이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된 것으로 봐야 하므로 그 적용이 배제된다. 또한 저촉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법원이 규범의 내용을 직권으로 조사해야 하지만,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편입된 법규가 계약의 내용이 되므로 당사자가 편입된 법규의 내용에 대하여 주장하고 증명할 책임을 부담한다. 3.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준거법은 특정국가의 법에 한정된다고 본다. 국제사법의 전반에서 언급하고 있는 ‘법’의 전통적 그리고 사회적 의미는 특정국가의 법이고, 제5조에서 ‘법원은 이 법에 의하여 지정된 외국법’이라고 규정하고 제7조나 제33조 등에서 ‘대한민국법’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를 종합하여 보면 준거법은 외국법이거나 대한민국법으로서 특정국가의 법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준거법의 분열의 한계와 관련하여서 문제가 발생한다. ‘준거법의 분열’이란 하나의 법률관계의 실체적 내용에 대하여 여러 국가의 법이 적용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국제사법 제25조 제2항에서는 “당사자는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도 준거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준거법의 분열을 허용하고 있다. 대법원 2016.6.23. 선고 2015다5194 판결에서는 당사자가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만 준거법을 선택한 경우, 선택된 준거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영역에 대하여는 국제사법의 규정에 따라 지정된 소위 객관적 준거법이 적용된다고 보고 있으므로, 비국가적 규범만을 준거법으로 지정하고 있거나 비국가적 규범과 특정국가의 법을 모두 지정하는 경우 모두 준거법의 분열이 발생한다. 그러나 준거법의 분열이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법의 내용에 차이가 있고, 한 국가의 국내법은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하나의 사안에 대하여 여러 국가의 법이 동시에 적용되면 적용되는 법률 사이에 모순이 발생하거나, 생소한 다른 국가의 제도를 국내의 제도에 맞춰야 하는 복잡한 적응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지정된 복수의 준거법이 적용되는 부분이 다른 부분과 분리가능하여 상호 모순저촉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한계 내에서만 준거법의 분열이 허용된다. 그런데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위와 같은 한계를 완전히 무시하고서 준거법의 분열을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부당하다. 대상판결에서 국제협약이 준거법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보건대, 위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깊은 고려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하는 저촉법적 지정은 할 수 없다고 본다. 참고로 우리의 국제사법의 바탕이 된 유럽공동체(EC)의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협약’(‘로마협약’) 에서는 당사자가 준거법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특정 국가의 법이라고 해석되어 왔다. 그런데 위 로마협약을 개정한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규칙’을 제정되는 과정에서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준거법은 특정 국가의 법으로부터만 도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아니하였다. III. 준거법의 합의가 주요사실인지 여부 1. 쟁점 대상판결에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주요사실에 대하여만 변론주의가 적용되어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는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여 그러한 사실이 주요사실이란 점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대상판결과 같이 준거법의 합의를 주요사실로 본다면 당사자가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주장 및 증명해야 비로소 법원이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을 뿐이고, 당사자의 주장이 없는 한 법원이 직권으로 준거법의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 2.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1) 주요사실의 의미에 따른 비판 주요사실이라 함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실체법상의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말한다(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다카1489 전원합의체 판결). 즉 권리와 의무의 발생, 변경, 소멸이라는 실체법적 효력을 가져오는 요건사실이 주요사실에 해당한다. 국제사법을 소송법으로 분류하는 견해도 있지만 ‘절차법-실체법’과 ‘저촉법-실질법’이 대비되고 있는 바와 같이, 저촉법인 국제사법은 ‘법선택을 위한 법’으로서 절차법과 실체법의 구분과 그 영역을 달리한다(석광현, ‘국제사법 해설’, 법문사, 2013, 4쪽). 그런데 국제사법을 소송법으로 보던지 저촉법으로 보던지 상관없이 국제사법이 실체법이 아니란 점은 명백하므로 국제사법 제25조에 따른 준거법의 지정의 합의를 주요사실로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2) 적용될 법률의 발견은 법원의 전권사항 국제사법은 법선택을 위한 법으로서 국제적 분쟁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으로서는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이를 당연히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사법에 따르면 계약에 적용되는 준거법은, 1차적으로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지정한 국가의 법이 되고(제25조 제1항), 이러한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2차적으로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이 된다(제26조). 따라서 법원은 직권으로 계약의 1차적 준거법인 당사자의 합의의 존재를 조사해야 한다. 게다가 대상판결에서도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적용할 법률의 발견은 법원의 전권사항이고,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는 적용할 법률을 결정하는 합의이므로, 법원은 준거법의 합의의 존재를 조사하는데 있어서 당사자의 주장에 구속받지 아니한다. 덧붙여 대상판결은 당사자가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는 계약의 내용이 되고 계약의 내용은 주요사실이라는 이유로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를 주요사실로서 자백의 대상으로 본 듯하다. 그러나 당사자의 합의라고 하더라도 모두 주요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법원 판례에서는 소송상 합의인 부제소의 합의를 채권계약으로 보고 있으면서도(대법원 2004. 12. 23. 선고 2002다73821 판결), 이러한 부제소의 합의가 소송법적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이를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따라서 당사자의 합의라는 이유만으로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까지 주요사실로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IV. 결론 이상으로 대상판결과 달리, 사견에 따르면 국제협약을 포함한 비국가적 규범은 준거법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의 존재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서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한편 대상판결 중 문제된 판시내용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이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른 아쉬움이 있다. 적지 않은 국제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좀 더 많은 국제사법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국제협약
준거법
국제사법
2017-02-20
토지저당권에기한 방해배제와 건물신축행위의 중지청구
1. 사실관계 1) A 회사는 이 사건 토지 위에 지하 6층, 지상 20층 규모의 오피스텔 건물을 건축하여 분양할 계획을 세우고, 1996년 4월 건축허가를 받아 동년 9월 공사를 시작했다. A는 동년 12월 위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한 직후 B 은행으로부터 위 건물의 건축자금으로 180억원을 차용하고, 그 담보로 B를 위해 위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2) A 회사는 1998년 1월 지하공사도중 부도를 냈다. 그러자 위 오피스텔을 개별적으로 분양받은 수분양자들이 피고 조합을 결성하였다. 피고는 동년 2월 A로부터 위 건축사업의 시행권을 양수하고 공사를 재개하여, 아래 4)의 가처분이 있을 때까지 지하 6층부터 지하 1층에 대하여 대체로 공사를 완료하였다. 3) 원고회사(유동화전문회사)는 2000년 12월 B로부터 위 대여금채권과 근저당권을 양수하였다. 그리고 2001년 3월 그 근저당권의 실행을 위한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그 경매가 진행되었다. 그런데 경매법원은 위 지하의 구축물(평가액 196억원)을 토지의 부합물이라고 잘못 보고 이것도 경매목적물에 포함시켰다. 토지와 지하구축물을 포함하여 도합 252억원에 낙찰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경락허가결정이 있었으나, 위 하자로 말미암아 결국 2003년 7월에 종국적으로 취소되었다. 4) 한편 2002년 4월 원고의 신청으로 위 근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공사중지가처분이 내려졌다. 그리고 동년 5월에 그 본안으로 이 사건 공사중지청구의 소가 제기되었다. 5) 제1심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항소심은 이를 인용하였다. 대법원도 다음과 같이 판시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2. 판결요지 대법원은 우선 추상적으로 “저당권은… 저당부동산의 소유자 또는 그로부터 점유권원을 설정받은 제3자에 의한 점유가 전제되어 있으므로 소유자 또는 제3자가 저당부동산을 점유하고 통상의 용법에 따라 사용·수익하는 한 저당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저당권자는 저당권 설정 이후 환가에 이르기까지 저당물의 교환가치에 대한 지배권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저당목적물의 소유자 또는 제3자가 저당목적물을 물리적으로 멸실·훼손하는 경우는 물론 그 밖의 행위로 저당부동산의 교환가치가 하락할 우려가 있는 등 저당권자의 우선변제청구권의 행사가 방해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면 저당권자는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하여 방해행위의 제거를 청구할 수 있다”고 설시하였다. 나아가 구체적으로 이 사건에서와 같이 “대지의 소유자가 나대지 상태에서 저당권을 설정한 다음 대지상에 건물을 신축하기 시작하였으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지 못함으로써 저당권이 실행에 이르렀거나 실행이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소유자 또는 제3자가 신축공사를 계속한다면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경매절차에 의한 매수인으로서는 신축건물의 소유자로 하여금 이를 철거하게 하고 대지를 인도받기까지 별도의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하므로, 저당 목적 대지상에 건물신축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면 이는 경매절차에서 매수희망자를 감소시키거나 매각가격을 저감시켜 결국 저당권자가 지배하는 교환가치의 실현을 방해하거나 방해할 염려가 있는 사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에서 “원고의 신청에 의하여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었음에도 공사를 강행한 사실” 등을 들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결론지었다. 3. 평석 1) 결론을 먼저 말한다면, 대상판결에 대하여는 그 추상적인 법리의 점에서도, 구체적인 사건해결의 결론에서도 찬성할 수 없다. 이 두 측면을 엄밀히 구별하기는 어려울 것이나, 여기서는 일단 전자에 한정해서 논의하기로 한다. 후자와 관련해서는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바로 이 사건 건물의 신축을 위하여 제공된 대여금채권이었다는 것, 그러므로 근저당권자는 애초부터 당해 공사가 진행되어서 장차 건물이 이 사건 토지 위에 존립하리라는 것을 알았을 뿐만 아니라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였다는 것, 그리고 이 사건에서 피고는 저당권 설정 당시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그 후에도 원래의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하였을 뿐이라는 것만을 지적하여 두기로 한다(뒤의 7)도 참조). 한편 전자와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저당토지의 소유자가 그 지상에 건물을 신축하는 것이 저당권의 위법한 침해가 되는지를 논한 우리나라의 문헌(金載亨, 「抵當權에 기한 妨害排除請求權의 認定範圍」, 저스티스 85호(2005.6), 101면 이하)이 주장하는 바와 궤를 같이한다. 이 문헌에 의하면, “저당토지에 건물을 신축하면 토지에 대한 저당권의 실행이 곤란하게 된다. 저당권을 실행하는 단계에서 건물의 존재는 저당권의 담보가치를 손상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저당권 침해를 이유로 공사금지청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적어도 저당권에 기한 경매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는 저당권자의 환가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주장에 대하여는 뒤의 3)에서 보는 대로 의문이 적지 않다. 2)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은 민법 제370조(이하 민법조항은 법명의 제시없이 인용한다)에서 소유물방해배제청구권을 규정하는 제214조를 준용함으로써 명문으로 인정되는 바이다. 문제는 과연 저당권에 대한 ‘방해’를 어떠한 요건 아래서 인정할 것인가이다. 이를 생각함에 있어서 출발점이 되는 것은, 방해배제청구권을 발생시키는 바의 저당권에 대한 ‘방해’는 위법한 것, 즉 법질서 전체의 입장에서 허용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민법은 소유물반환청구권에 관하여 제213조 단서에서 점유자에게 ‘점유할 권리’가 있는 때에는 소유자가 그에 대하여 소유물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함으로써 이를 표현하고 있다. 이는 비록 정면에서 규정하지는 않지만 다른 물권적 청구권의 경우에도 다를 바 없다. 3) 저당권(이 사건에서는 근저당권이 설정되었으나 여기서 다루는 논점에 관한 한 양자 사이에 차이를 둘 것은 아님은 물론이다)이 설정되었더라도 그 저당목적물을 사용·수익할 권능은 저당권설정자에게 귀속된다. 그리고 저당권자도 그러한 용익을 전제로 해서 그 목적물에 저당권을 설정받는다. 이 사건에서와 같이 저당목적물이 나대지인 경우에 저당권설정자가 그 위에 건물을 신축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허용하는 것은 그 용익권의 행사에 기한 것이고,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법하다. 나대지 위에 건물이 신축되면 후에 행하여지는 토지저당권에 기한 경매에서 매각대금이 건물이 없는 경우보다 하락하는 것이 대부분일지 모르나, 그 신축행위가 위와 같이 위법하지 아니한 이상 저당권자가 방해배제청구권을 가질 수는 없다. 나아가 그것은 저당권자가 애초부터 예기하였거나 적어도 예기할 수 있었던 바의 사정이기도 하다. 또 그것만을 이유로 방해배제청구를 인정한다면, 이는 저당토지소유자의 법적 지위를 부당하게 약화시키는 것으로서 납득하기 어렵다. 이상은 저당권을 양수한 사람에 있어서도 다를 바 없다. 4) 나대지에 저당권이 설정된 후 그 토지 위에 건물이 신축된 경우에는 민법 제366조에서 정하는 법정지상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 경우 건물의 신축으로 생길 수 있는 저당권자의 불이익에 대처하기 위하여 민법은 제365조에서 일괄경매청구권을 구정하고 있다. 그 법문은 “토지를 목적으로 저당권을 설정한 후 그 설정자가 그 토지에 건물을 축조한 때”를 그 요건으로 규정한다(한편 토지저당권 설정 후에 건물이 축조되었으면 그 축조자가 누구인지를 불문하고 일괄경매를 인정하는 2004년 개정 후의 일본민법 제389조에 대하여는 梁彰洙, 「最近 日本의 擔保物權法 改正」, 同, 民法硏究, 제8권(2005), 192면 이하, 특히 198면 이하 참조). 그런데 위 규정의 취지에 대하여 大決 94.1.24, 93마1736(공보 788); 大決 99.4.20, 99마146(공보 하, 1235); 大決 2001.6.13, 2001마1632(공보 하, 1678); 大判 2003.4.11, 2003다3850(공보 상, 1178) 등은, 한편으로 저당권자에게 저당토지상의 건물의 존재로 인하여 생기게 되는 경매의 어려움을 해소하려는 것, 다른 한편으로 “후에 저당권의 실행으로 토지가 제3자에게 경락될 경우에 건물을 철거하여야 한다면 사회경제적으로 현저한 불이익이 생기게 되어 이를 방지할 필요”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파악한다. 이러한 취지를 살리기 위하여 대법원은 일괄경매청구의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위 규정을 해석하여 왔다. 예를 들어 大決 98.4.28, 97마2935(공보 상, 1481)는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이들에 대하여 공동저당권을 설정한 후 건물을 철거하고 그 토지 상에 새로이 건물을 축조하여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건물이 없는 나대지 상에 저당권을 설정한 후 그 설정자가 건물을 축조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저당권자는 민법 제365조에 의하여 그 토지와 신축 건물의 일괄경매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고, 大判 2003.4. 11, 2003다3850(공보 상, 1178)은, 저당권설정자로부터 저당토지에 대한 용익권을 설정받은 자가 건물을 축조하였어도 그 후 저당권설정자가 그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그것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특히 후자의 판결에 비추어 보면, 저당권설정자 자신뿐만 아니라 저당토지의 제3취득자, 나아가 저당권설정자로부터 저당 토지의 용익권능을 취득한 사람이 건물을 축조하여 소유하는 경우에도 일괄경매를 인정하는 것은 그리 먼 걸음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앞서 본 개정이 있기 전 일본민법 제389조의 해석에 있어서 그 요건은 크게 완화되어, 토지저당권 실행 당시 건물이 저당토지상에 존재하는 것 및 저당토지에 대한 임의경매로 토지를 경락받은 사람에 대항할 수 있는 당해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토지이용권이 존재하지 않는 것의 두 요건이 충족되면 토지저당권자는 일괄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고 이해되고 있다(우선 新版 注釋民法(9)(1998), 595면 이하(生熊長幸 집필) 및 동소 인용의 문헌 참조). 우리나라에서도 “저당권설정자와 건물신축자의 사이에 특수한 관계가 있어서 양자를 동일시할 수 있는 경우 등 개별적인 사정에 따라서는 제3자가 건물한 건물에 대하여도 일괄경매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고, 또한 경매신청시에 토지·건물이 동일한 소유자에 속하고 있어야 한다는 요건 등을 완화하여 해석함으로써 일괄경매의 범위를 확대하는 쪽으로 그 요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유력하게 주장되고 있다(李均龍, 司法論集 32집(2001), 41면 이하 참조). 돌이켜 이 사건의 사안은 여기서 말하는 ‘저당권설정자와 건물신축자를 동일시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경우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토지저당권자는 저당토지와 그 지상의 건물에 대하여 일괄경매를 신청함으로써 건물의 존재로 인한 저당권 실행상의 불이익을 회피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5) 한편 우리나라의 금융실무에서 나대지를 담보로 취득할 때에 저당권 외에 지상권도 설정받는 일이 흔히 행한 것은 후에 나대지 위에 건물이 신축되는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대법원도 大決 2004.3.29, 2003마1753(공보 상, 781)에서 “토지에 관하여 저당권을 취득함과 아울러 그 저당권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지상권을 취득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지상권은 저당권이 실행될 때까지 제3자가 용익권을 취득하거나 목적 토지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키는 침해행위를 하는 것을 배제함으로써 저당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확보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고 할 것”이라고 설시하고 있다. 6) 그러나 저당권설정자에게 객관적으로 저당목적물의 용익권이 있다고 하여도 예를 들어 그 권능이 저당권의 실현을 방해할 목적으로 행사된다면 이를 쉽사리 허용할 것은 아니다. 이는 가령 제3자의 채권침해의 문제와 관련하여 害意 의 유무 등 주관적 비난가능성의 정도에 좇아 채권침해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것과 같은 관점에서 설명될 수 있다. 그리하여 대상판결이 나오기 전에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의 문제를 추상적 법리의 차원에서 다룬 大判 2005.4.29, 2005다3243(공보 상, 837)이 그 요건에 관하여 “저당부동산에 대한 점유가 저당부동산의 본래의 용법에 따른 사용·수익의 범위를 초과하여 그 교환가치를 감소시키거나, 점유자에게 저당권의 실현을 방해하기 위하여 점유를 개시하였다는 점이 인정되는 등, 그 점유로 인하여 정상적인 점유가 있는 경우의 경락가격과 비교하여 그 가격이 하락하거나 경매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등 저당권의 실현이 곤란하게 될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저당권의 침해가 인정될 수 있다”고 설시한 것은 그나마 수긍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비록 위의 뒷부분에서 객관적으로 ‘저당권의 실현이 곤란하게 될 사정이 있는 경우’만을 그 기준으로 내세운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일본의 最判 2005(平 17).3.10(民集 59-2, 356)도, 소유자로부터 점유권원을 설정받아 저당부동산을 점유하는 사람이라도 “그 점유권원의 설정이 저당권설정등기 후에 이루어진 것이고, 그 설정에 저당권의 실행으로서의 경매절차를 방해할 목적이 인정되며, 그 점유에 의하여 저당부동산의 교환가치의 실현이 저해되어 저당권자의 우선변제청구권의 행사가 곤란하게 되는 상태가 있는 경우”에는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가 인정된다고 판시한 것도 이러한 입장에 선 것이라고 하겠다(구체적으로는 그 사안에서 그러한 목적을 인정하여 방해배제청구를 인용하고 있다). 7) 한편 원심판결은 일단 경매목적물에 대한 압류가 이루어지면 처분행위가 금지되는데 경매목적물의 가격을 감소시키는 사실적 처분행위에 대하여는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써 이를 막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채무자 또는 경매목적물의 점유자로서는 경매의 목적에 위반되거나 경매목적물의 가치를 감소시키는 사실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는 일종의 부작위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채무자나 부동산의 점유자가 그러한 의무를 무시하고 위반행위를 하게 되면 저당권자로서는 저당권에 근거한 방해배제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민사집행법은 “압류는 부동산에 대한 채무자의 관리·이용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정한다(제83조 제2항. 이 규정에 상응하는 일본의 민사집행법 제46조 제2항에 대한 설명으로 中野貞一郞, 民事執行法, 新訂四版(2000), 363면 이하 및 378면 註 8 참조. 예를 들면 임차권이 이미 설정되어 있는 목적물에 대하여 우리 민법 제639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등에서와 같이 갱신거절이 제한을 받는 경우에는 압류 후라도 법정갱신을 포함하여 계약갱신이 허용된다고 한다). 이 사건에서는 압류시는 물론이고 그 저당권 설정 전부터 이미 문제의 건축이 행하여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압류 전후로 그 건축공사의 내용이 변경된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물론 경매개시결정 후에 경매법원은 「침해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민사집행법 제83조 제3항)」나 「부동산의 가격을 현저히 감소시키거나 감소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의 금지조치(민사집행규칙 제44조 제1항)」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압류 전부터 행하여지고 있던 위와 같은 「채무자의 관리·이용」을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2006-08-07
피의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사법경찰관 법정증언의 증거능력
I 대상판례 (대법원 2005.11.25. 선고 2005도5831 판결) 1. 사실관계 피고인 甲은 내연관계의 乙녀와 언쟁 끝에 소지하고 있던 엽총으로 乙을 살해한 범죄사실로 기소됐다. 원심은 사건발생시간으로부터 약 1시간 20분정도 경과 후에 이루어진 피고인 자신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W1, W2, W3(각 경찰관)의 진술 및 W3작성 검거경위서, 기타 정황증거 등을 근거로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피고인은 위 W1 등의 진술과 관련해 전문증거법칙위배,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판단상의 문제점, 범행도구의 불발견 등에 바탕한 합리적 의심의 잔존 등을 이유로 상고했다. 2. 판결요지 피고인 아닌 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피고인의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해진 때에는 이를 증거로 할 수 있고, 그 전문진술이 기재된 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내지 제314조의 규정에 의해 증거능력이 인정돼야 할 뿐만 아니라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위와 같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때에 한해 증거능력이 있다(대법원 2000. 9. 8. 선고 99도4814 판결, 2001. 10. 9. 선고 2001도3106 판결, 2004. 4. 27. 선고 2004도482 판결 등 참조). 다만, 피고인을 검거한 경찰관의 검거 당시 또는 조사 당시 피고인이 범행사실을 순순히 자백했다는 취지의 법정증언이나 위 경찰관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피고인이 그 경찰관 앞에서의 진술과는 달리 범행을 부인하는 이상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의 취지에 비추어 증거능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대법원 1984. 2. 28. 선고 83도3223, 83감도538 판결 등 참조). W3은 이 사건 발생 당시 근무책임 간부인 경찰관으로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먼저 출동한 경찰관들에 이어서 이 사건 현장에 도착했는데, 먼저 도착한 경찰관들로부터 피고인이 유력한 용의자인데 횡설수설한다는 보고를 받고, 순찰차에 타고 있던 피고인의 옆자리로 다가가 피고인에게 범인과 범행 이유에 관해 물어 피고인으로부터 자신이 범행을 했다는 진술을 받아 낸 다음, 이러한 과정과 피고인의 진술 내용을 적은 검거경위서를 작성했고 제1심 법정에서 같은 내용의 진술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경찰관인 W3이 피고인으로부터 범행사실을 들은 경위가 이러하다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W3의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과 W3이 작성한 검거경위서는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II 판례의 분석 1. 문제의 제기 사법경찰관 등 수사기관이 공판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 진술하는 예는 공판실무에서 종종 관찰할 수 있다. 한편, 학설 및 판례도 사법경찰관 등 수사기관의 증인적격을 인정하고 있다(사법경찰관의 증인적격을 인정한 예로 대법원 1967. 5. 16 선고 67도437판결. 그러나 검사의 경우, 소송주체 내지 당사자지위와의 모순을 이유로 증인적격을 부인, 제한하거나 준사법관적 지위를 고려 증언 후, 제척제도를 준용하는 등의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6판, 서울 : 박영사, 2005, 419면; 배종대·이상돈, 형사소송법 제4판, 서울 : 홍문사, 2002, 465면 참조). 다만, 이때의 진술내용은 주로 피의자신문조서 등 각종 조서의 증거능력과 관련해 진술의 임의성이 다투어지는 사례에서 이를 입증하거나 검증결과나 절차와 관련하여 증언하는 경우 등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위의 경우가 아닌 피의자의 자백 등을 내용으로 하는 수사기관의 법정증언이다. 이러한 유형의 수사기관 법정증언은 원진술자인 피고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전문증언으로, 형사소송법 제316조 1항은 “피고인이 아닌 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 진 때에 한해 이를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 표면적으로는 피고인이 아닌 자의 범위에 신문을 담당한 사법경찰관을 포함할 수 있고, 따라서 특신상태만 인정된다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판례는 피고인이 앞서 진술을 번복, 사실상 내용을 부인하는 이상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대법원 1979. 5. 8. 선고 79도493; 대법원 1983. 6. 14. 선고 83도1011판결; 대법원 1985. 10. 8. 선고 85도1590판결; 대법원 1990. 9. 28. 선고 90도1483판결; 대법원 1995. 3. 24. 선고 94도2287판결; 대법원 1997. 10. 28. 선고 97도2211판결 등). 이하에서 피의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사법경찰관 등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문제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한다. 2. 수사기관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기존판례 논거에 대한 분석 기존판례는 피의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사법경찰관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면서 그 논거로, 만일 사법경찰관 등의 전문증언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게 된다면, 사법경찰관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 피고인 등의 내용인정을 요건으로 한 제312조 2항의 입법취지가 상실된다는 점을 든다(한편, 결론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제316조 1항의 특신상태가 인정되지 않음을 이유로 증거능력을 부인한 예도 있다. 대법원 1968.11.19. 선고 68도1366 판결). 참고로 이러한 이해방식은 사법경찰관 면전 하에서 작성된 피의자의 진술서(제313조 1항의 적용 여부문제. 대법원 2006.1.13. 선고 2003도6548 판결 등)의 경우에서도 확인된다. 여하튼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동일한 진술을 반복하는 등으로 소위 내용인정을 하지 않는 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는데, 이러한 입장은 위 대상판례(밑줄부분 참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판례의 입장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의하면, 현행 형사소송법 하에서는 수사과정에서 획득된 피의자의 자백, 기타 진술이 공판과정에서 증거로 현출되는 방법은 피의자신문조서 등 조서화(調書化)를 거친 형태로 한정된다는 점에서 다소 의문이 제기된다. 물론, 이러한 의문에 대하여 ① 형사소송법이 제241조 이하에서 피의자신문절차를 엄격하게 법정하고, 특히 제244조에서 그 조서화를 규정하고 이를 의무화한 점(수사기관의 의무적 피의자신문조서작성. 한국 형사소송법 제244조 1항은「피의자의 진술은 조서에 기재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② 통상, 수사종결 후 이어지는 공판절차에 상당한 시간적 이격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다수 사건을 담당, 처리하는 사법경찰관 등이 개별 피의자의 진술내용을 기억, 정확하게 증언함은 기대하기 어렵고, 따라서 오히려 상세하게 작성된 조서를 통해 증거로 현출되는 것이 보다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 등에서 판례의 입장을 수긍할 여지도 있다. 또한 ③ 비록 판례를 통해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석이 보장되고(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 수사실무에서 피의자신문과정의 녹화가 사실상 이루어지는 등, 피의자신문과정의 가시화가 상당히 진전되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피의자신문이 폐쇄적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피의자신문을 담당한 사법경찰관을 증인으로 하여도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은 방어방법으로서 사실상 의미가 극히 제한된다고 볼 때, 동일한 강압적 상황이라 하더라도 피의자가 신문과정에서 서명, 날인 및 간인 등을 거부함으로써, 자신에게 불리한 수사과정에서의 진술이 공판절차에 증거로 현출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어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날인이나 간인이 없는 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대법원 1999. 4. 13. 선고 99도237 판결 등 참조) 등을 고려할 때, 수사과정에서 피의자로부터 획득된 자백 등 진술이 조서를 통해서 공판과정에서 현출되는 것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이해할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반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① 피의자신문조서의 작성을 수사기관의 의무로 이해할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피의자가 의도적으로 서명, 날인이나 간인을 거부하거나 수시로 진술을 번복하는 등 피의자신문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나, 범행직후 등으로 조서작성이 불가능한 상황 하에서 진술이 획득된 경우와 같은 예에서와 같이 수사기관이 의도적으로 즉 제312조 2항의 엄격한 요건 등을 회피하는 등을 목적이 아닌 한, 조서가 아닌 피의자의 진술을 청취한 사법경찰관 등이 증인으로 증언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고 하겠다. 그리고 ② 상세히 조서화된 진술이 보다 신뢰성이 높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오히려 피의자신문과정의 가시화가 부족하고 구체적 사안에서 폐쇄적이고 강압적 신문이 의문시 되는 경우라면, 조서에 참여한 사법경찰관 등을 피고인 및 변호인의 반대신문에 노출시키는 것이 피고인의 입장에서 더욱 유효한 방어수단이 될 수도 있고, 구조적으로 재전문증거로서의 성격을 갖는 조서에 비하여 사법경찰관의 증언 쪽이 오히려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이라는 점에서 전문증거법칙에 합치하는 측면이 있다. 또한 ③ 사법경찰관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과 관련하여 ‘내용의 인정’이란 필요성과 함께 전문증거의 예외적 증거허용을 결정하는 이른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위한 요건으로 검사작성 조서의 원진술자에 의한 성립의 진정인정 및 특신상태에 추가한 강화요건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가중요건이 기대된 기능을 다 하는가 이다. 수사실무에서 사법경찰관작성 피의자신문조서만이 작성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내용의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이상의 서술과 관련하여 山田道郞, 證據の森 -刑事證據法硏究-, 東京 : 成文堂, 2004, 93-100頁 參照). ④ 마지막으로 사법경찰관작성 피의자신문조서와 관련하여 제312조 2항의 ‘내용의 인정’이라는 요건은 전문증거법칙의 예외적 허용조건으로서의 기능이라는 측면보다는 사법경찰관 주도하의 피의자신문과정의 적법성을 담보하기 위한 기능이 보다 강조된 요건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앞서 ①에서의 설명과 같이 이러한 요건을 의도적으로 일탈하기위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라면 사법경찰관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제312조와의 관계에서 일률적으로 부인할 것은 아니라고 함이 보다 타당한 이해라 하겠다(사법경찰관면전에서 작성된 피의자의 진술서의 증거능력과 관련한 대법원 1989. 9. 14. 선고 82도1479판결도 이와 유사한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3. 비교판례 : 東京高判平成3·6·18判タ777·240頁 한국 형사소송법의 전문증거법칙과는 차이가 있지만 참고로 일본판례가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最高裁判所 판례는 아니지만 하급심 판례 중에는 한국과 달리 사법경찰관의 법정증언을 허용한 예가 있다. 東京高判平成3·6·18判タ777·240頁은 피고인이 자신의 친부를 살해하고 차제에 그 재산을 처분하여 살인, 사문서위조 및 동 행사, 사기 등의 범죄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수사과정에서 빈번히 자백 및 그 번복을 반복하고, 조서에 서명, 날인을 거부하는 등으로 비협조적 태도를 일관하여 결국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피의자의 자백을 들은 담당 수사검사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이 문제가 된 사안이다. 위 사안에서 東京高等裁判所는 피의자신문을 담당하는 수사기관에게 조서작성은 의무가 아닌 재량의 문제로, 조서작성의무를 전제로 동 증언의 증거능력 부인을 주장한 피고인의 항소이유를 일축하고(일본 형사소송법 제198조 3항은「피의자의 공술은 이를 조서에 녹취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수사기관에 피의자신문서 조서작성의무가 없다는 것이 일본통설이다. 松尾浩也, 條解刑事訴訟法 新版增補版, 東京 : 弘文堂, 2001, 321頁) 그 증거능력판단에 있어서 한국 형사소송법 제316조 1항에 해당하는 일본 형사소송법 제324조 1항을 적용(피고인 자신이게 불이익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거나 특신상태가 인정될 것을 요건으로 한다)을 부인할 법령상, 실질적 이유가 없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피고인 이외의 자에 수사기관을 제외할 필요는 없고, 피고인의 진술이 정확히 재현되었는지의 여부는 반대신문과정을 통해 음미가 가능하고, 언제든지 피고인 자신이 변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서화 된 경우에 비하여 신용성 등이 부족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여 궁극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 아울러, 피고인이 피의자신문에 비협조적으로 의도적으로 조서작성을 방해한 점 등 역시 이러한 판단에 함께 고려하였다. 4. 결 론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를 통해 제안된 형사소송법개정(안) 제312조 2항은 현행 형사소송법 제312조 2항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동개정(안) 제316조 1항의 피고인이 아닌 자에 피의자신문을 담당한 검사, 사법경찰관 등을 포함하도록 규정하여 피의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수사기관의 법정증언의 허용하고 있다. 결국 이 개정안에서도 해석상 개정안 제312조 2항과의 관계가 문제될 수 있는데, 궁극적으로 개정안 제316조 1항은 개정안 제312조 2항의 요건을 의도적으로 무력화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사법경찰관 등의 법정증언을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가장 무리 없는 해석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즉, 피의자로부터 진술을 획득한 시기와 장소, 피의자신문과정에서의 피의자의 태도(빈번한 진술번복이나 서명, 날인의 거부여부 등) 등을 고려하여 피의자신문조서작성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동 증언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개정안만이 아니라 현행 형사소송법 하에서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해석론이 하겠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례의 사실관계가 다소 불분명하지만, 사법경찰관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부인한 것은 사후적으로라도 충분히 피의자의 진술을 재차확인, 조서화 할 가능성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의도적으로 제312조 2항의 요건을 일탈한 것으로 판단한 점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라고 추정해본다.
2006-07-20
지목변경신청반려의 법적 성질
Ⅰ. 사실관계 (1) 원고(이00)는 2001. 11. 28. 경기도 화성시장에게 "화성시 봉당읍 소재 토지의 지목을 田에서 대지로 변경해 줄 것"을 신청하였으나, 신청이 반려되었다(2002. 1. 9). 화성시장이 “원고에 대하여 현재 이용현황대로 토지 분할측량 후 토지분할 및 지목변경을 신청하도록 2차에 걸쳐 보완요구를 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신청반려의 이유가 되었다. (2) 원고는 2002. 1. 24. “지적현황을 점유자별로 정리하여 예상되는 분쟁을 예방하고 토지의 효용을 높이고자 이 사건 지목변경신청을 하였음에도 화성시장이 위법?부당하게 이 사건 지목변경신청을 반려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경기도지사에게 이 사건 반려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하였다. (3) 피고(경기도지사)는 2002. 3. 4. 원고의 위 행정심판청구를 각하하는 행정심판의 재결(이하 "재결"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지적도 등 지적공부에 일정한 사항을 등재하거나 등재된 사항을 변경하는 행위는 행정사무집행의 편의와 사실증명의 자료로 삼기 위한 것으로, 화성시장이 이 사건 지목변경신청을 반려하였다고 하여도 이는 행정심판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가 되었다. (4) 원고는 이 사건 행정심판의 재결청인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위 "재결"의 취소소송을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 Ⅱ. 제1심법원판결(수원지법 2002. 9. 18, 2002구합2018)의 요지 행정소송법 제19조에 의하면, 취소소송은 행정청의 원처분을 대상으로 하되, 다만 ‘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 있음을 이유로 하는 경우’에 한하여 행정심판의 재결도 취소소송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말하는 '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란 재결청의 권한 또는 구성의 위법, 재결의 절차나 형식의 위법, 내용의 위법 등을 뜻하는데, 행정심판청구가 부적법하지 않음에도 각하한 재결은 심판청구인의 실체심리를 받을 권리를 박탈한 것으로 원처분에 없는 고유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러한 경우 위 재결은 취소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Ⅲ. 항소심판결(서울고법 2003. 6. 26, 2002누17042)의 요지 (1) 원고의 행정심판청구를 각하한 이 사건 각하재결에 원처분에 없는 고유한 하자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토지대장 등 지적공부에 일정한 사항을 등재하거나 등재된 사항을 변경하는 행위는 행정사무집행의 편의와 사실증명의 자료로 삼기 위한 것이고, 그 등재나 변경으로 인하여 당해 토지에 대한 실체상의 권리관계에 어떤 변동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어서, 소관청이 그 등재사항에 대한 변경신청을 거부한 것을 가리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5. 12. 5. 선고 94누4295 판결, 대법원 1993.6.11. 선고 93누3745 판결 등 참조), 원고의 이 사건 지목변경신청을 반려하여 거부한 화성시장의 이 사건 반려처분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2) 그렇다면 이 사건 각하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위 재결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한다. Ⅲ 상고심(대법원) 판결의 요지 (1) 구 지적법(2001. 1. 26. 법률 제6389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0조, 제38조 제2항의 규정은 토지소유자에게 지목변경신청권과 지목정정신청권을 부여한 것이고, 한편 지목은 토지에 대한 공법상의 규제, 개발부담금의 부과대상, 지방세의 과세대상, 공시지가의 산정, 손실보상가액의 산정 등 토지행정의 기초로서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토지소유자는 지목을 토대로 토지의 사용?수익?처분에 일정한 제한을 받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지목은 토지소유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한 전제요건으로서 토지소유자의 실체적 권리관계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므로 지적공부 소관청의 지목변경신청 반려행위는 국민의 권리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는 달리 지목변경(정정이나 등록전환 등 포함, 이하 같다)신청에 대한 반려(거부)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1981. 7. 7. 선고 80누456 판결, 1991. 2. 12. 선고 90누7005 판결, 1993. 6. 11. 선고 93누3745 판결, 1995. 12. 5. 선고 94누4295 판결 등과 지적공부 소관청이 직권으로 지목변경한 것에 대한 변경(정정)신청 반려(거부)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1971. 8. 31. 선고 71누103 판결, 1972. 2. 22. 선고 71누196 판결, 1976. 5. 11. 선고 76누12 판결, 1980. 2. 26. 선고 79누439 판결, 1980. 7. 8. 선고 79누309 판결, 1985. 3. 12. 선고 84누681 판결, 1985. 5. 14. 선고 85누25 판결 등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3) 따라서 이 사건 반려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Ⅳ. 평 석 1. 대법원 판례변경의 중요한 의미 이 사건은 대법원의 部(대법관 3인이상)에서 심판한 사건이 아니라, 대법관전원의 3분의 2이상의 合議體에서 심판한 사건이다. 대법원이 종전의 의견(판례)을 변경하게 되었기 때문이다(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참조) 대법원은 이 사건 이전에는 “지적공부 소관청의 지목변경(정정이나 등록전환 등 포함)신청에 대한 반려(거부) 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던 대법원이 - 종전과는 180도 다르게 - “지적공부 소관청의 지목변경신청 반려행위는 국민의 권리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는 동시에, 이와 같은 판단과 배치되는 종전의 다수의 판례를 변경하게 되었음은 이 사건 대법원의 판결문에 나타나 있는 바와 같다. 대법원이 종전 판례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판례변경"은 매우 드믈게 보는 현상이기에, 대법원의 이 판결은 그만큼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 판례변경의 동기와 효과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판례변경을 한 직접적인 동기는 무엇인가? 아마도, "지목병경 또는 지목병경신청거부의 처분성"을 부인한 결과, 사람들이 행정소송(일반법원의 소관사항)이 아니라 헌법소원(헌법재판소의 소관사항)을 구제의 수단으로 택하는 것(헌재 1999. 6. 24, 97헌마315 등 참조)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한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3. 의문점 대법원이 판례변경을 통하여 “지목변경거부 등”에 대한 행정소송의 길을 열어 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대법원이 “거부의 처분성”의 문제를 - 여전히 - 행정소송법(제2조)에 명시되어 있는 처분개념, 즉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에 비추어 판단하지 아니하고 있음은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이에 관한 상세는 拙稿. 法律新聞 제3261호 참조).
2004-08-23
제조물책임법상 설계상의 결함
[판결요지] [1] 일반적으로 제조물을 만들어 판매하는 자는 제조물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재의 기술 수준과 경제성 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하여야 하고, 이러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그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그와 같은 결함 중 주로 제조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 즉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지 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2] 제조업자 등은 표시상의 결함(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고, 그와 같은 결함이 존재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1. 사실관계 주식회사 대한항공 소속 헬기의 조종사들이 시계가 불량한 관계로 시계비행방식을 포기하고 계기비행방식으로 전환하여 기온이 영하 8°C 까지 내려가는 고도 6,000피트 상공을 비행할 때 피토트 튜브(pitot/static tube, 動靜壓管)의 결빙을 방지하기 위한 피토트 히트(pitot heat)를 작동시키지 아니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피토트 튜브가 얼어 헬기의 실제 속도와 달리 속도계에 나타나는 속도가 감소하고, 또한 속도계와 연동하여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태빌레이터(stabilator)의 뒷전이 내려가면서 헬기의 자세도 앞쪽으로 기울어졌으나 조종사들이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속도계상 헬기의 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속도를 증가시키려고 출력을 높임으로써 헬기가 급강하하게 되었으며, 조종사들이 뒤늦게 헬기의 자세를 회복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헬기의 주회전날개 중 하나가 후방 동체에 부딪혀 헬기가 추락하게 되었다. 피해자들은 대한항공(주)에 대하여 제조물에 대한 설계상의 결함 등을 이유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주요쟁점은 제조물의 결함 존재 여부였고, 원심은 설계상의 결함 존재에 대한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으며 대법원에서도 판결요지에서 보는 이유로 설계상의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통상적인 안전성을 갖추었다고 하면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하였다. - 판 결 요 지 - 제조물의 설계상 결함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장단점 등 여러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 - 평 석 요 지 - 제조물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제조자의 기대 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 책임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제조물책임법 제정이후 설계상의 결함으로서 '합리적 대체설계'의 판단기준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2. 제조물책임과 결함 제조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전제로 하지 않는 엄격책임으로서의 제조물책임은 불법행위법의 특별법으로서 제조물책임법(2000.1.12. 법률 제6109)의 제정으로 새로이 도입되었고 같은 법 부칙 규정에 의하여 2002.7.1. 이후 공급된 제조물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어서 이 사건 헬기에는 적용될 여지는 없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의 시행 후의 판단이기 때문에 제조물책임법상의 결함에 대해 염두에 두고 판단하였으리라고 생각된다. 같은 법에서는 결함의 종류로 제조상의 결함과 설계상의 결함, 표시상의 결함을 규정하고, 결함이란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위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설계상의 결함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이다. 설계상의 결함에 대하여 제조물책임법 제2조 제2호 나목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당해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할 때는 어떤 면에서 ‘합리적인 대체설계’라고 평가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할 것이며, 합리적인 대체설계가 거의 유일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체설계에도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와 합리적인 대체설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결함이 부정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제조물책임법은 제조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 유무와는 관계없이 제조물의 결함만 존재하면 제조업자는 무과실책임으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제조물에 결함이 있고 그 결함으로 인하여 피해(확대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해당 제조물의 제조업자는 책임을 지게 된다. 제조물책임법은 제2조에서 결함을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이어서 제조상의 결함, 설계상의 결함, 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해 각각 정의하고 있는데 결함의 판단기준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3. 결함의 판단기준 제품의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표준일탈기준, 소비자기대수준, 위험효용기준, 바커기준(Barker test) 등이 있다. 소비자기대기준은 소비자가 통상적으로 기대하는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에 결함의 존재를 인정한다. 누가 통상적인 소비자인가가 문제되는데, 그 사회의 통상적인 지식을 구비한 자를 말한다. 따라서 합리적인 소비자가 제조물의 위험한 상태를 예견하고 그로부터 발생가능성 있는 사고의 위험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경우에 부당하게 위험한 제조물이 되지 않게 된다. 예컨대 예리한 칼과 같이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는 판단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기대수준은 그 기준이 애매하고 주관적이어서 결함판단기준으로서나 책임의 근거로서 그 가치가 점점 감소되고 있으며, 제조자가 명시적·묵시적으로 표시한 제조상의 결함에 적용되고 있을 뿐이다. 소비자기대수준은 현재 독자적인 기준은 되지 않고 위험효용기준의 한 요소로서 이용되고 있다. EC지침은 소비자기대기준을 채택하고 있다(EC지침 제6조). 결함의 판단기준에서 특히 논쟁이 되고 있는 것은 설계상의 결함과 경고상의 결함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다. 위험·효용기준은 제조물의 위험성과 효용성을 비교하여 위험성이 효용성을 능가할 때 그 제품이 결함이 있다고 한다. 위험?효용기준은 결함판단기준으로서 현재 미국 법원의 압도적 견해이다. 바커기준은 캘리포니아 최고법원이 1978년 바커사건에서 엄격책임에 있어서의 ‘부당한 위험’이라는 요건을 배제하면서 새로운 ‘결함의 판단기준’을 보인 것에서 유래한 기준이다. 동법원은 ① 의도된 방법 또는 합리적으로 예상 가능한 방법에 의한 제품사용에 관하여 그 제품이 소비자가 기대하는 통상의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었다는 것을 원고가 입증, ② 제품의 설계가 손해의 원인임을 원고가 입증, ③ 현재의 설계에 의해 초래되는 위험의 중대성 및 개연성, ④ 안전한 대체설계의 기술적 가능성, ⑤ 개선설계에 소요되는 비용, ⑥ 대체설계에 의해 제품 및 소비자에게 생기는 악영향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것을 고려한 후 현재 사용 중인 설계에 의한 이익이 그 설계에 본래 따르는 위험을 상회한다는 사실을 피고가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설계상의 결함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바커기준은 1차적으로는 소비자기대기준을 고려하고, 이러한 소비자기대기준으로 결함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2차적으로 위험·효용기준을 채택한 것이다. 4. 제조물책임의 결함에 대한 종전 판례의 태도 종전 우리나라의 판례는 제조물책임과 관련하여 과실 책임에 근거한 불법행위의 범위를 이탈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견지해왔고, 결함의 개념이나 유형, 결함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사례를 찾기도 어려웠다. 다만 결함에 대하여 대법원은 1992년 변압변류기 폭발사건에서 “제품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 또는 하자로 인해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제조업자는 계약상의 배상의무와 별개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대판 1992.11.24, 92다18139). 또한 1995년의 TV 폭발사건(속초지방법원 1995.3.24, 94가합131)에서는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라고 하여, 결함판단기준에 관하여 표면상으로 소비자기대수준을 언급하였다. 우리나라는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고 그에 관한 소송도 그렇게 많지 않고 아직까지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된 판례도 축적되어 있지 않아서 이번 판결이 향후 제조물책임에서 설계상의 결함에 대한 하나의 잣대 역할을 하리라 본다. 5. 대상판결의 검토 대상판결은 설계상 결함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통념에 비춰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판결에서의 제조물은 제조물책임법 이전에 공급된 것이어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의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제조자의 기대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 책임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제조물책임법 제정 이후 설계상의 결함으로서「합리적 대체설계」의 판단기준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은 2002.7.1. 이후 공급된 제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제조물 계속 감시의무(동법 제4조 제2항)가 동법 시행 이전에 판매된 제품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가 검토되어야 한다. 제조물 계속 감시의무는 제조자가 부담하는 안전에 대한 기본의무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으므로 제조물책임법 시행 전에 판매된 제품에 관하여도 이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합리적’이라는 용어 속에는 합리적 인간의 행동관점에서 대체설계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고, 또한 합리적인 대체설계라는 것은 결국 위험과 효용을 비교형량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기준에 의한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함에는 몇 가지의 요소들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대체설계의 효용성의 문제로서 효용성이 우수하다면 해당제조물에 다소의 결함이 있다고 하여도 이를 결함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지시·경고상의 결함의 문제가 된다. 둘째, 개발위험의 항변과 관련하여 대체설계는 당시의 최고수준의 기술적 가능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 대체설계에 소요되는 비용을 고려하여야 한다. 기술적으로 대체설계의 채용이 가능하다고하여도 경제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넷째, 대체설계에 따른 새로운 위험에 대해서도 평가하여야 한다. 다섯째, 해당 제품에 부착된 지시 및 경고의 정도도 고려하여야 한다. 설계상의 위험에 대한 결정 여부는 제조물의 위험성과 효율성을 비교·교량하여 결정하는 위험·효용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고, 결함 있는 제품을 공급한 제조자에 대한 비난가능성은 개발, 설계과정에서부터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거래의무에 대한 위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험효용기준에 관해 제품의 효용이 위험을 상회하는데 따른 입증책임은 제조자 측에서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설계상의 결함은 제조상의 결함과는 다른 별도의 이익과 불이익의 평가가 요구되고, 이는 과실에 근거한 책임과 동일한 일반적인 목표를 성취한다고 설명되기도 하는 것이다.
2004-02-09
법원에 현저한 사실〈하〉-대법원 96년7월18일 선고 94다20051판결을 중심으로
法律新聞 第2527號 法律新聞社 法院에 顯著한 事實〈下〉-大法院 96年7月18日 宣告 94다20051판결을 중심으로 文一鋒 〈군산지원판사〉 ============ 14면 ============ 우리나라의 판례를 보면 , ①55세까지인 성인남자나 여자의 가동연한(대판1966년12월6일, 66다1708, 집14 ③민305; 1967년11월14일, 67다1618, 민판집121-78; 1970년3월10일, 69다1887, 민판집149-133; 1987년12월8일, 87다카522, 공1988년, 261), ②각종통계에 의한 생존년수(대판1960년7월7일 4292민상467, 민판집44-85) 또는 한국인 간이생명표에 의한 남녀별 각 연령별 평균여명(대판1963년10월31일, 63다558, 민판집71-733; 1984년11월27일, 84다카1349, 집32④민127), ③국내법인 소유명의로 등기된 대지가 歸屬財産이 아님(대판1959년7월30일 4291민상551, 민판집33-858)은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고, ④본건 처분금지가처분신청을 심판한 법관으로 구성된 원심법원이 위 가처분신청사건에 대한 판결과 같은 날짜로 피보전권리가 없다고 인정되는 내용의 본안판결을 한 이상 본건 가처분신청사건에 있어서의 신청인의 피보전권리는 일응 없는 것이라고 함이 원심에서의 현저한 사실이고(대판 1966년10월20일, 66다1832, 집14③민326), ⑤경기중학교장이 실시한 1968년도 제1학년 입학선발고사답안을 채점함에 있어서 예능과목 13문제에 대하여는 (2), (3)의 그림 두가지를, 19문제에 대하여는 (1),(2),(3)의 세가지를 모두 정답으로 함이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행위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은 대법원에 현저한 사실이고(대판 1969년11월11일 68누58, 59, 60, 행판집28-527), ⑥교통사고로 사망한 공군 전투기조종사의 일실이익을 산정함에 있어 피해자가 전역한 후 민간 항공사의 조종사로 취업하였을 때의 예상소득을 추정하면서, 1991년도 직종별임금실태조사보고서상의 직종분류의 기준이 된 경제기획원 발행의 개정 한국표준직업분류(1974년 제3차 개정판)에 의하면 분류번호 04번의 「항공기 및 선박고급승무원」의 직무내용에 피해자의 업무내용과는 판이한 선박 및 호버크래프트의 지휘 및 항해, 선상에서 기관실 활동의 지휘및 감독, 해상 활동 및 필수품 또는 기계 검사, 정박중인 화물선의 복구 및 보수작업을 지휘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음이 당원에 현저하다(대판 1994년9월30일, 93다29365, 공1994년, 2824)고 한다. 그러나 경매절차에서 경매신청인이 경매기일변경신청을 하는 경우에 경매기일이 예외없이 변경되는 것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한다(대판 1984년7월10일, 84다카440, 공1984년, 1346). ①②의 판결에 대하여는 간이생명표에 의한 평균여명, 가동연령은 경험칙으로 보아야 한다는 비판(《이시윤 5백59면》)이 있고 ③의 판결의 경우 귀속재산인지의 여부는 그 전제사실에 따른 법적판단이므로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볼 수 없고, 위 판결은 귀속재산이라는 자백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에 배치되어 효력이 없다고 하기 위하여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한 것으로 보이나, 이른바 권리자백으로서 구속력이 없다고 하는 것이 타당할것이고 ④의 판결은 다른 사건에서 증거조사를 통하여 알게 된 사실을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보는 문제가 있고 ⑤의 판결은 예능문제의 정답을 정하는 재량의 범위에 대하여 도대체 「대법원」이 직무상 어떠한 것을 알고 있었는지 매우 의문스럽고, 이 또한 법적판단의 문제라고 할 것이다. ⑥의 판결은 대상판결과 마찬가지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일본의 판례를 보면, ①원고들이 피고들로부터 자신의 실용신안권을 침해받았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의 상고심에서 위 실용신안등록을 무효로 하는 심결이 확정된 것은, 同小法廷이 이미 선고한 판결에 비추어 현저하다고 하고(日最判昭和57년3월30일判示 1038호 288항) ②피상고인 소유의 立木의 관리처분권에 관하여 소외 A가 대리권을 가지고 있는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피상고인의 선대의 사망 후 피상고인과 A와의 사이에 유산의 관리처분권을 둘러싸고 심각한 분쟁이 생겨 현재 동법원에 이에 관한 소송이 계속하고 있음은 현저한 사실이라고 한 원심판결을 수긍하였고(日最判昭和28년9월11일裁判集民事9호901항) ③동일거래에 관한 민·형사사건이 구성원의 과반수를 같이 하는 두 법원에 계속하는 경우에 형사사건에서 무죄판결을 한 사실 및 판결이유중에서 일정한 사실을 인정한 것은 민사사건이 계속하는 법원에 현저하다고 하고(日最判昭和31년7월20일民集10권9호947항) ④전후의 맥아더 연합국최고사령관의 書簡의 취지에 관한 解析指示가 최고재판소에 대하여 행하여져 있는 사실이 현저한 사실이라고 한다(日最判昭和35년4월18일民集14권6호905항). (3)法院에 顯著한 事實의 法的 效果 법원에 현저한 사실은 증명을 요하지 않는다. 다만 상대방은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 진실에 반하다는 것을 주장·입증할 수 있고(《강현중 5백92면》; 김홍규, 제4판 민사소송법, 1995년, 5백99면; 《정동윤 4백87면》), 상대방이 그 현저성을 부인하더라도 법원은 그것이 현저한 사실이라면 그 사실을 그대로 판결의 기초로 할 수 있다(《강현중 5백92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을 사실인정의 자료로 이용하는 때는 당사자의 검증가능성을 보증하고, 상고심의 현저성의 판단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그 입수방법을 판결이유중에 설시하여야 한다(小室直人, 注解民事訴訟法(4), 412항). 어느 사실이 법원에 현저하다고 하는 것은 당해 심급에 한하는 것이므로, 제1심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도 항소심 법원에는 현저하지 않을 수 있다(그 逆도 가능). 이 경우 항소심은 제1심의 견해에 구속되지 않으므로 그 사실에 관하여 증거조사를 하여야 한다(《송상현 6백45면》은 제1심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따라가느냐는 제2심의 자유라고 한다). 상고심은 항소심이 사실확정으로서 현저한 사실의 존재를 확정함에 구속되고, 다만 그 개념이 제대로 평가되었는지, 정당하게 적용되었는지에 관하여는 법률문제로서 심사할 수 있다(《MunchKomm-ZPO/Prutting §291 Rn. 16, 17》;《Stein/Jonas/Leipold §29, Rn, 8, 9》). 현저한 사실은 당사자도 알고 있는 것으로 전제된다거나(《정동윤 486면》), 변론주의의 본질을 진실발견을 위한 합목적적인 수단으로 보는 경우에는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는 점을 우선시켜야 된다거나(김홍규 5백99면), 또는 「법원에서 현저한 사실은 당사자가 이를 변론에서 원용하였던가 현출되지 아니하였다 하여서 그 소송법상의 성질이 변경될리 없고 증명을 요하지 아니하는 효력에 어떠한 영향도 받을 바 아니라」는 (대판 1963년11월28일, 63다494, 집11②민265)이유로 당사자의 주장이 없어도 당연히 판결의 기초로 할 수 있다고 하는 견해도 주장된다. 그러나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도 변론주의 아래에서는 당사자 보호의 필요상 주요 사실인 경우에는 당사자의 주장이 있어야 한다(《강현중 5백91면》; 《송상현 6백45면》; 《이시윤 5백58면》; 대판1965년3월2일 64다1761, 카1891). 또한 당사자들의 법적심문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법원은 법원에 현저한 사실을 변론에 현출하여 당사자들에게 그 사실이 법원에 현저하지 않다거나 법원이 받아들이고자 하는 바와는 다른 상태에 있음을 주장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김홍규 5백99면; 장석조, 민사소송에서의 법적청문청구권, 69면). 법원에 현저한 사실에 반하는 자백에는 구속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함이 통설·판례이다(대판1959년7월30일, 4291민상551, 민판집33-858(위 판결이 수록된 집7민188에는 위 설시부분이 누락되어 있다); 김홍규 5백70면; 《송상현 4백67면》; 《이시윤 5백54면》; 《정동윤 4백82면》; BGH VersR 1970, 827;NJW 1979, 2089;《Munchkomm-ZPO/Prutting §288 Rn, 35》; 《Stein/Jonas/Leipold §288 Rn 22》). 그러나 진실에 반하는 사실에 대하여도 자백이 허용되는데, 이러한 否定說에 따른다면 受訴法院이 직무상 그 사실을 지득하였는가 하는 우연에 따라 자백의 허용여부가 결정되는 기이한 결론에 이르게 되므로, 공지의 사실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적어도 법원에 현저한 사실에 반하는 자백의 경우에는 구속력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변론주의에 관한 本質說을 강조하여 동일한 결론을 도출하는 입장으로는 《강현중 5백85면》). 3, 對象判決의 檢討 (1)대상판결은 변론에 현출되지는 않았으나 원심법원에 비치하고 있는 직종별임금실태조사보고서와 한국직업사전의 각 존재 및 그 기재내용을 원심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보고 있다. 이러한 판시내용은 이미 한국표준직업분류의 내용을 대법원에 현저하다고 한 위 93다29365판결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직종별임금실태조사보고서와 한국직업사전등(이하 위 조사보고서등이라고 한다)이 어느 법원에 비치되어 있다고 해서 그것을 법원의 기록 자체에 준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 만약 그렇게 본다면 극단적으로는 법원의 서가에 꽂혀 있는 모든 서적의 존재와 내용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의 자료가 되고 말 것이다. 위 조사보고서등은 그 내용의 진실성이나 공공성등이 충분히 보장되기는 하지만 법원의 업무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구입하여 비치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여 법원의 업무와 관련하여 필요적으로 작성·보관되는 법원의 기록과는 질적으로 판이한 것이다. 그런데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대상판결이 한편으로는 위 84다카1349 판결과는 달리 정당하게도 법원에 현저한 사실은 법관이 직무상 경험으로 알고 있는 사실임을 전제로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위 조사보고서등의 존재와 기재내용이 법원에 현저함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경력이 있는 법관이라면 위 조사보고서등이 존재한다는 것쯤은 충분히 경험으로 알 수 있고, 또한 그 일부기재내용도 어느 정도는 알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관에게 재판업무 또는 司法行政과 관련하여 그 기재내용을 숙지하여야 할 아무런 의무가 없는 이상, 단순히 위 조사보고서등이 법원에 비치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법원이 그것을 직무상의 경험에 의하여 당연히 알고 있는 것으로 전제할 수는 없다. 그리고 만약 어느 법관의 업무에 도움이 되도록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그 내용을 숙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직무상 지득한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이다. 물론 다른 사건에서 증거조사를 통하여 알게 된 사실도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보는 견해에 의하는 경 ============ 15면 ============ 우 원심이 문제가 된 내용을 이미 다른 사건을 처리하면서 지득한 바가 있다면 원심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상판결을 보면 그런 사정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만연히 원심법원에 비치되어 있다는 것만을 근거로 하여 법원의 기록도 아닌 위 조사보고서등의 각 존재 및 그 기재내용을 원심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2)만약에 위 조사보고서등의 각 존재 및 그 기재내용을 원심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대개는 일실이익의 산정의 기초가 되는 월수입을 주요사실로 보지만(다만 《이시윤 4백30면》은 간접사실로 본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원고가 주장하는 월수입의 범위내에서 그 수입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그에 관한 구체적인 주장이 없어도 무방하므로, 원고의 주장 없이도 이를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논란은 여기에서는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주장의 요부와는 관계없이 법적심문청구권의 요청상 어떠한 사실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하는 사정은 변론에 현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이러한 요청은 법원에 현저한 사실은 주장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입장에서 더 크다고 할 것이다), 원심은 위 조사보고서등의 각 존재 및 그 기재내용을 변론에 현출시키지 않은 채 그에 따라 판결을 함으로써 사실인정의 문제에 있어서 당사자, 특히 원고의 법적심문청구권을 침해하는 뜻밖의 판결을 하였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이에 대하여는 반대의견이 자세히 언급하고 있으므로 이를 참조). 또한 그 동안 실무상 위 조사보고서등을 서증으로 제출받아 증거조사한 다음 이 증거에 의하여 월수입을 인정하여 왔는데, 위 조사보고서등의 각 존재및 그 기재내용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한다면, 그동안의 관행은 불요증사실을 증거에 의하여 인정한 잘못된것으로 되고, 앞으로는 위 조사보고서등이 비치되어 있는 법원에서는 이를 서증으로 제출받지 말고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서 확정하는 새로운 관행을 만들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3)다만 대상판결이 추구하고자 하는 실용주의적인 관점을 달리 법리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일까? 그 하나는 대상판결의 반대의견이 적절하게도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석명권을 적절히 행사하여 이를 변론에 현출시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 민사소송법은 법원에서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고(제265조), 특히 판례(예컨대 대판1987년12월22일, 85다카2453, 공1988년 323)에 따르면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은 손해액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과 입증이 미흡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직권으로라도 손해액을 심리판단하여야 하므로, 당사자가 위 조사보고서등을 서증으로서 제출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법원이 이에 대하여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하여 변론에 현출시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1996-08-19
신고체육시설업의 신고는 수리를 요하는 신고가 아니다
法律新聞 2519호 법률신문사 申告體育施設業의 申告는 受理를 요하는 申告가 아니다 일자:1996.2.27 번호:94누6062 洪井善 梨大法大敎授 法學博士 ============ 14면 ============ I. 事件의 槪要 原告가 A로부터 B건물을 임차하여 申告體育施設業인 볼링장업을 경영하기 위해 제반시설을 한 후, 체육시설의설치·이용에관한법률(이하「체육법」으로 부른다)제8조(1993년3월6일 법률 제45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규정에 따라 1992년10월7일 被告(서울특별시 영등포구청장)에게 체육시설업신고를 하였으나, 위 법률에 의해 受理權限이 있는 서울특별시장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피고가 같은달 12일자로 B건물이 무허가로 증축된 위법건축물임을 이유로 신고의 受理를 拒否하였다. 이에 원고가 수리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였다(이하 「本件」으로 부르기로 한다). 原審(서울고법1994년 4월 12일, 93구32769)에서 원고는 피고의 의무적 신고수리, 평등원칙, 신뢰보호원칙, 금반언원칙, 비례원칙을 주장하였으나 배척당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上告審에서 원심에서 주장한 사실외에 체육시설업신고수리거부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아님을 주장하였다. II. 大法院判決要旨 대법원은 判決理由로 行政訴訟法 제2조제1항제1호를 언급하고, 아울러「행정청이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공권력을 행사할 의무가 있는데도 그 공권력의 행사를 거부함으로써 국민의 권리 또는 이익을 침해한 때에는 그 처분등을 대상으로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 한 후,「피고의 이 사건 體育施設業申告受理拒否處分 또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行政處分이라 할 것이므로 (당원 1991년 7월 12일 선고, 90누8350판결 1993년 4월 27일 선고, 93누1374판결등 참조), 이와 다른 견해에서 원심을 탓하는 논지는 이유없다.…」고 하여 上告棄却의 판결을 내렸다. III. 評 釋 紙面關係上 대법원의 판결이유중 體育施設業申告受理拒否處分의 處分性問題와 관련하여 筆者의 소박한 의견을 몇자 적기로 한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구「체육법」제8조에 따른 체육시설업신고수리거부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1. 申告 一般論(졸저, 事例行政法, 1996년, 신조사, 81면) (1) 일반적으로 申告란 사인이 일정한 사실을 행정청에 알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의 言語使用方式上 신고는 크게 보아 두가지 의미가 있다. ① 하나는 신고자의 主觀的 利害와 관계없이 일정한 사실을 단순히 행정기관에 알리는 것이고(예, 간첩신고), ② 또 하나는 신고자의 주관적인 이해와 관련하여 일정한 사실을 행정기관에 알리는 것이다. 행정법론상 특히 문제되는 것은 ②의 경우이다. 본건의 경우도 ②의 경우에 해당한다. ②의 경우는 申告留保附禁止로 표현될 수 있다. (2) 질서와 평화의 단체인 국가가 위험을 예방·방지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요청이고, 이것은 학문상 警察로 표현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다. 국가가 경찰목적으로 사인에게 제약을 가하는 방식에는 제약의 강도에 따라 絶對的 禁止(예, 인신매매금지), 상대적 금지해제로서 例外的 承認(예, 아편사용) 상대적 금지해제로서 통상의 경우인 豫防的 禁止解除(예, 운전면허), 그리고 申告의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신고의 경우가 강도가 가장 경미한 경우에 해당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신고도 신고인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것이고, 신고의무는 역시 침익적이므로 法的根據를 요함은 당연하다. 하여간 신고의무의 부과는 행정기관이 危險發生豫防을 위한 情報의 獲得을 목적으로 하거나, 아니면 效果的인 公行政遂行을 위한 정보의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 하겠고, 본건 판례에서 문제되는 신고도 그 의미가 이와 다를 바 없다고 하겠다. (3) 신고자의 주관적인 이해와 관련하여 일정한 사실을 행정기관에 알리는 신고에도 다시 ①사인의 신고 그 자체로서 法的 節次가 완료되는 경우와 ②사인의 신고외에 권한행정청에 의하여 그 신고를 受理하는 절차가 이행되어야만 신고의 법적절차가 완료되는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①의 경우는 신고 그 자체가 행정기관에 도달하면 법령이 예정하는 효과를 발생하게 되는 바, 이를 自體完成的인 私人의 公法行爲라 하겠고, ②의 경우는 사인이 한 신고를 행정청이 유효한 행정행위로 받아들여야만 유효한 행위로서 효력을 갖게 되는 바, 이는 受理를 요하는 申告라 하겠는데, 이것은 登錄이라 불리기도 한다(졸저, 事例行政法, 82면). 문제는 개별구체적인 경우에 있어서 신고가 위의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가의 판단문제이다. 그것은 관련법령의 합리적인 해석에 의할수 밖에 없을 것이다. (4) 법령의 根據有無에 불구하고 행정실무상으로 사인의 신고시에 행정청이 신고인에게 신고를 필하였다는 證明書(申告畢證 또는 登錄證으로 불리기도 한다)를 교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신고필증의 의미가 언제나 동일한 것은 아니다. ① 自體完成的 私人의 公法行爲인 신고의 경우에 주어지는 신고필증은 다만 사인이 일정한 사실을 행정기관에 알렸다는 것을 사실로서 확인해주는 事實行爲일 뿐이다. 그러나 ② 수리를 요하는 신고시에 교부되는 신고필증은 사인의 신고를 수리하였음을 증명하는 서면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수리는 신고한 사인들에게 새로운 法的 效果를 發生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단순히 사실적인 것이 아니고 법적인 것이다. 이 경우의 수리는 法的 節次로서 수리인 것이고, 동시에 登錄으로서의 受理라 하겠다. 2. 本件判例의 檢討 (1) 구「체육법」은 체육시설업을 登錄體育施設業과 申告體育施設業으로 구분하여 규정하였는데, 이것은 1994년 1월 전면 개정된 현행「체육법」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구「체육법」은 제4조제1항제2호에 근거한 동법시행령에서 볼링장업을 신고체육시설업으로 규정하였지만, 현행「체육법」은 제10조제1항제2호에서 스스로 볼링장업을 신고체육시설업으로 규정하였다는 점이 다를뿐인 바, 볼링장업이 신고체육시설업이라는 점에 신·구법상 차이는 없는 셈이다. 하여간 신·구법을 불문하고 「체육법」이 체육시설을 등록체육시설법과 신고체육시설법으로 區分하여 규정하고 있는 이상, 兩者의 意味가 달리 이해되어야 함은 자명하다. (2) 우리의 실정법상 登錄이라는 용어가 講學上 금지해지로서의 許可 또는 特許와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경우는 찾아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체육법」상 등록을 허가 또는 특허로 이해되어야 할 특별한 사정도 엿보이지 않는다. 사실 基本權保障의 확대와 行政規制緩和가 시대적인 요청임에 비추어,「체육법」상 등록을 그 보다 강도가 강한 규제인 許可로 이해되어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어 보이고(앞의 III 1 (2)참조), 동시에 직업선택의 자유 보장의 관점에서「체육법」상 체육시설업의 등록을 獨占的 經營權의 設定行爲인 特許로 이해할 수도 없다. 결국「체육법」상 登錄은 강학상 등록 또는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체육법」상 申告는 규제의 강도가 등록보다 약한 법적 수단으로 이해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3) 한편,「체육법」은 신고절차를 체육청소년부령으로(현행법상으로는 문화체육부령) 정하도록 규정하였고(구「체육법」제8조), 이에 따라 구「체육법」시행규칙 제8조제2항은「시·도지사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고를 받은 경우에 법 제5조[시설기준 등]의 규정에 의한 시설·설비기준에 적합한지의 여부를 검토한 후 그 신고내용이 이에 적합하다고 認定될 때에 이를 수리하고 체육시설업신고대장에 기록한 후 體育施設業申告畢證을 교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그런데 동시행규칙은 다음과 같이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구「체육법」제8조는「제4조제1항제2호의 체육시설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제5조의 규정에 의한 시설·설비를 갖추어 체육청소년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시·도지사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는 바(현행「체육법」제22조도 동일한 규정방식을 취하고 있다), 동조는 시행규칙에 申告節次에 관해서만 위임하였다고 볼 것이지, 申告內容에 대한 審査權을 부여하였다고 보아서는 아니된다. 왜냐하면 동조가 시행규칙에 신고내용에 대한 심사권까지 부여하여 수리여부를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한 것이라고 새기게 되면, 그것은 바로 등록을 뜻하는 것이고, 따라서 동법이「신고」체육시설업을「등록」체육시설업과 구분하여 규정한 취지에 모순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구「체육법」시행규칙제8조제2항중「법 제5조[시설기준등]의 규정에 의한 시설·설비기준에 적합한지의 여부를 검토한후 그 신고내용이 이에 적합하다고 인정될 때에 이를 수리하고」의 부분은 行政內部的인 規定으로 이해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동조는 母法에 根據없는 無效의 규정으로 볼 것이다), 이를「체육법」상 신고의 법적성질을 규정하는 요소로 삼아서는 아니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해석에 대하여는「신고내용에 대한 심사권을 행정청에 부여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違法한 申告라도 신고만 있으면 영업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申告制度의 意味 내지 申告體育施設業에 대한 統制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가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신고」제도 자체가 규제의 강도를 완화한 제도라는 점, 그리고 위법한 신고는 申告의 效果를 갖지 못한다는 점등을 상기한다면, 이러한 비판은 온당하지 않다고 하겠다. 뿐만 아니라「체육법」은 無申告營業者에게는 벌칙을 가할수 있고(구「체육법」제22조제2항, 현행「체육법」제42조제2항제1호), 虛僞申告등의 경우에는 영업의 폐쇄명령내지 6개월 이내의 영업정지명령을 발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바(구「체육법」제12조제1항, 현행「체육법」제35조제2항)신고체육시설업에 대한 統制策은 확보되어 있는 셈이다. 이러한 해석을 하게되면, 구「체육법」시행규칙 제8조제2항에서 말하는 申告畢證은 자체 완성적 사인의 공법행위인 신고의 경우에 주어지는 신고필증으로서, 그것은 다만 사인이 일정한 사실을 행정기관에 알렸다는 것을 사실로서 확인해주는 사실행위일 뿐이라 할 것이다(졸저, 사례행정법 85면). 결국 구「체육법」시행규칙 제8조제2항을 근거로 하여 볼링장업의 신고를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이해되어서는 아니된다고 하겠다. 따라서 신고필증을 교부받지 못하였다고 하여도 적법한 신고를 한 이상 볼링장업자는 볼링장업을 경영할 수 있다고 볼 것이다. (4) 그런데 유감스러운 것은 大法院이 本件判決의 理由에서「피고의 이 사건 체육시설업신고수리거부처분 또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 할 것」이라고만 지적할 뿐, 체육시설업신고의 성질에 대한 具體的인 설시가 없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대법원은 동판결의 이유에서 참조판결로「당원 1991년 7월 12일 선고, 90누8350 판결, 1993년 4월 27일 선고, 93누1374 판결등」을 들고 있으나, 이 두 개의 판결은 체육시설업신고 내지 體育施設業申告受理拒否處分의 法的性質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설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본건판결의 이유중 체육시설업신고 내지 體育施設業申告受理拒否處分의 法的性質(처분성)에 관한 적절한 참조판례는 아니라 하겠다. 3. 結 語 그 논리적인 根據는 不明하지만,「체육법」상 신고체육시설업의 신고를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보는 것이 大法院의 一貫된 立場임은 분명하다. 그러나「체육법」이 체육시설업을 登錄체육시설업과 申告체육시설업으로 구분하고 있다는 점, 신고는 등록에 비해 規制의 强度가 완화된 법적수단이라는 점, 국민의 職業選擇의 自由는 넓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 母法에 근거없이 부령에서 규제(예컨대, 신고내용에 대한 심사권을 행정청에 부여하여 수리여부를 정하도록 하는 것)를 신설하여 제도의 의미를 변질시킬 수는 없다는 점, 그리고 無申告·虛僞申告에 대한 制裁手段은 확보되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체육법」상 申告體育施設業의 申告는「수리를 요하는 신고」가 아니라「自體完成的 私人의 公法行爲로서의 申告」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의 수리 또는 수리의 거부는 事實로서의 수리 또는 수리의 거부인 셈이다. 결국 본건 체육시설업신고수리거부처분취소소송에서 대법원은 체육시설업신고수리거부처분이 법적 행위가 아닌 사실행위임(처분성의 결여)을 이유로 원고의 請求를 却下함이 옳았을 것이다.「체육법」상 申告體育施設業의 申告의 성질에 대한 대법원판례의 변경을 기대해 본다. 
199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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