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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정법학회 행정판례평석] ⑨ 행정처분의 이유제시와 하자의 치유
불법에 가담한 원장에게도 책임을 묻고 있는 대상판결은 그 방향성 측면에서 타당하고 의미가 적지 않다. 다만, 이유제시의 하자에 대한 판단은 법리적 관점에서 정치성이 아쉬워 보인다. 이러한 논리적 불완전함은 치유 규정의 미비에도 기인함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입법론적으로 조사 시기나 자료수집의 한계가 존재하고 그럼에도 처분을 늦출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제1심 변론 종결 시까지 처분 근거의 보완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I. 사실관계 원고들 6인은 사립유치원의 각 원장이며, 모든 유치원은 설립자 1인에게 귀속되어 있다. 피고(부산광역시 교육감)는 2017. 2. 감사를 통해 2014∼2016년 원장들이 거액의 비자금을 설립자의 계좌로 전달한 정황을 확인한 후, 2017. 3. 설립자와는 별도로 원고들에게 다음 각호의 처분을 하였다(이하, 사안을 단순화함). 1. 방과 후 과정 운영비를 학부모에게 환불할 것 2. 정원 외 원아 운영으로 수령한 지원금을 교육청에 반환할 것 3. 미지급된 보결수당을 해당교원에게 환불할 것 4. 직원(설립자의 친인척)에게 부적절하게 지급한 금액을 교비회계로 회수할 것 5. 허위 또는 과다 회계서류를 작성하여 주거래업체로부터 부당하게 수령한 금액을 교비회계로 회수할 것 (항소심은 1∼5 모두 위법, 상고심은 1∼2는 위법, 3∼5는 적법으로 판단함) II. 대법원판결의 요지 원심(항소심)은 피고가 처분 시 총액만 제시하였고 금액 산정의 자료가 부족한 경우 추정을 가미하여 공백을 메우는 방식을 사용하는 등,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절차적 위법으로 보았다. 이에 반해 대법원은 “원고들이 그 산정방식 등을 충분히 알 수 있어서 불복하는 데에 별다른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처분의 근거와 이유제시가 불충분하여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 추산의 방식으로 위반 금액을 특정하였다는 사정은 그 액수의 타당성 등에 관한 실체적 위법 사유에 해당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에 따른 위반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원심은 설립자가 자발적으로 응하지 않을 경우 원고들에 대한 시정명령은 이행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설립자에 대한 처분으로 족하다는 점에서 위법하다고 보았다. 이에 반해 대법원은 “교비회계에 속하여야 할 수입이 결과적으로 설립자에게 귀속되었다고 하여 그 결과를 초래한 원장의 교비회계 관리 업무가 소멸되지는 않는다.… 설립자에 대한 시정명령으로 원장에 대한 시정명령이 실익이 없거나 법령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III. 대상판결의 평석 1. 이 사건 판결의 의미 일반적으로 조세사건에서는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서 형식적 명의자의 경우 구제를 해주는 것이 대법원의 기본입장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명의자인 유치원 원장이 불법에 적극 가담하였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항소심에서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점에 비추어, 종래의 판례는 설립자에게만 책임을 물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 말미암아 과거 양자의 관계는 종속성이 강할 수밖에 없었으나, 이 판결을 계기로 어느 정도 대등해짐으로써 유치원의 회계는 더욱 투명해질 것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시정명령의 대상에서 원장을 제외할 경우 불법 편취의 관행이 더욱 만연될 수 있음을 고려한 대법원의 판결은 의미가 크고 타당하다. 다만, 처분의 절차적 위법이 명확해 보임에도 적법하다고 결론지은 것은, 다분히 방향성 제시의 필요에 의한 정책적인 판단이라 평가할 수 있을듯 하다. 이하에서는 논제에 따라서 절차 하자의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2. 행정절차로서 이유제시제도와 하자에 대한 판례의 기본입장 처분의 이유(제시)는 “이유제시 사후추완”과 “처분 사유 추가변경”의 문제영역에서 공통분모에 해당한다. 이는 절차법과 실체법의 경계영역에 위치하며, 법도그마적 관심뿐만 아니라 실무상으로 중요성을 띠고 있다. 이유제시의 절차적 하자와 실체적 하자가 결합하는 경우도 충분히 상정 가능하나 본 판결은 전자와 관련된다. 불이익 처분에 대한 이유제시는 법치국가의 본질적 요소이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은 처분에 있어 근거와 이유가 제시되어야 함을 예정하고 있다. 다만 이유제시의 정도, 하자가 있는 경우 치유가 가능한지 여부,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시기는 언제까지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 판례는 처분이 실체적으로 적법하여도 절차의 하자만으로 취소되는 것으로 보는 한편, 이유제시 하자의 치유는 행정쟁송제시 전까지로 제한함으로써, 판례가 행정절차를 중시한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인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현실과 부합하지 않으며 오히려 대법원이 행정절차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음을 본 판결에서 엿볼 수 있다. 3. 절차적 하자에 대한 비교법적 검토 절차의 하자로 위법하게 된 처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는 각국의 법체계마다 상이하다. 독일의 경우 실체적으로 올바른 결정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는 사고에 기초하고 있다. 그 결정에 도달하는 방법과 형태는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법원은 우선적으로 행정청이 헌법과 수권 규범상의 내용을 준수하였는지를 심사한다. 독일 행정절차법상 절차의 하자는 사실심의 변론 종결 시까지 치유될 수 있고(제45조 제2항), - 더 나아가 치유되지 않거나 치유가 불가능한 경우에도 - 종국적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는 것이 명백할 경우에는 절차의 위반만을 이유로 한 취소를 인정하지 않는다(제46조). 다만, 절대적 절차 하자는 행정절차법 제46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예컨대, 환경영향평가 실시되지 않았고 치유되지 않은 경우, 사안 결정에 영향을 주었는지와는 무관하게 취소청구권이 존재한다(환경권리구제법 제4조 제1항). 이와 함께, 치유로 말미암아 인용되지 못해 발생한 손해는 행정청 측에서 부담토록 하여 행정능률 및 소송경제와 권리구제의 균형을 일정부분 도모하고 있다(행정절차법 제80조 제1항, 행정법원법 제155조 제4항, 제161조 제2항). 이에 반해 미국의 경우 절차를 통해 정의를 추구하며, 권리보호는 실체법보다는 권한 행사 때 요구되는 절차적 사항을 통해 실현된다는 특징이 있다. 즉, 수권 규범에는 행정청이 유념하여야 할 실체적 요구사항들이 거의 담겨져 있지 않으므로, 결국 행정 결정에 대한 법원의 감독은 내용에 대한 적법성 심사가 아니라 절차의 엄격한 통제에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실은 어느 법체계에서도 절차법과 실체법 양자에 대한 통제를 동시에 극대화하기는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에서는 인과관계의 요소를 고려하여 절차상의 하자가 없었더라도 계쟁 처분이 달라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명백히 존재할 때에는 권리 침해가 인정되지 않으며, 다만 그 입증책임은 행정청이나 법원이 부담해야 한다고 본다[유럽사법재판소 2020.5.20.(C-535/18): 2013.11.7(C-72/12) 참조]. 이는 독일의 입장과 괘를 같이 하는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4. 절차적 하자에 대한 이 사건 판결의 평가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산출 근거를 누락함은 물론이고 몇몇 항목은 추산에 의한 방식으로 총액만을 제시한 처분에 이유제시의 하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수긍키 어려우며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물론 대법원의 이와 같은 접근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만일 이유제시의 하자를 인정하고 절차적 위법만을 이유로 처분을 취소할 경우 소멸시효의 문제에 직면한다. 지방재정법상 금전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며 이는 부정수급액을 지급한 때부터 진행한다는 점이다. 즉, 반환명령일을 기준으로 이미 시효가 지난 경우 회수가 불가능하게 된다. 사정판결의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물론 절차의 하자가 종국적 처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명백히 인정될 경우에는 이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서만 처분의 취소를 구하지 못한다는 논리에 입각하여 결정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판례가 절차하자의 독자적 위법성을 인정하고 행정절차를 중시한다는 인식이 정착되어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이에 배치되는 결정을 내리기도 어려웠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근래 불충분한 이유제시가 문제 된 대표적 사안에서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조치의 의미를 알 수 있어서 불복에 별다른 지장이 없었으므로 처분의 이유제시 의무를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판지를 이어오고 있다(2007두20348: 2019두49359). 즉, 하자를 인정한 후 치유의 문제로 해결하는 대신, 아예 이유제시 하자의 위법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회수조치 시 총액만을 제시하였음에도 위 2007두20348판결을 인용하며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단정하였다. 이러한 상투적 논리라면 그 어떠한 처분도 이유제시에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적법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이와 같은 법리구성이 적절하지 않음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의 입법 취지를 살려서 절차의 하자가 있음을 전제하고, 치유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올바르다. 즉, 본 사안에서는 제1심 변론 중반 이후 산출 근거가 제시되었으므로, 이유제시의 하자를 인정한 후 - 추완된 자료가 적정하다는 전제하에 - 그 하자가 치유되었다고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유제시 하자의 치유 시기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은 82누420판결 이후로 행정쟁송제기시까지인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이에 따를 경우 이 사건에서 치유는 불가능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하자의 치유 시기를 쟁송제기시까지로 하는 것이 모든 사안에서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행정청이 이유제시를 위한 자료확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 사건의 경우 편취금액의 항목이 다양하고 수십억에 이르는 등 사안이 복잡하여 산출 근거를 위한 처분청의 조사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반면 소송단계에서 법원이 증거를 보강하는 것은 용이하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소멸시효의 문제 등을 감안할 때 처분을 마냥 방치해 둘 수도 없다. 지출된 총액만을 기재하여 불가피하게 한 번에 처분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안에서는 소송 과정에서도 치유를 인정함으로써 그 시기를 늦추어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 경우 소송의 어느 단계까지 허용할 것인가가 문제 된다. 이와 관련하여 독일처럼 절차 하자의 치유 시기를 사실심의 변론 종결 시까지를 하나의 대안으로 상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항소심 단계에서도 이유제시를 허용하자는 것인데 소송경제 또는 행정능률의 측면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1심부터 심리가 충실히 되어 당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1심의 변론 종결 시까지가 적절하다고 보인다. IV. 맺음말 “니 죄를 네가 알렸다!”라는 원님재판이 떠올려진다. 이 사건 대법원판결을 이에 비교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무엇보다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은 별개로서 상호 구분되는 것이 마땅하다. 일벌백계의 명목으로 추산방식으로 총액만 기재한 행정처분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유제시의 하자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절차의 하자를 인정하고 치유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논리적, 법리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이 사건에서 절차 하자에 대한 대법원의 무리한 해석은 하자의 치유에 대한 명문 규정이 흠결된 점에 기인하였다고도 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입법적인 해결이 바람직하다. 치유 시기를 - 1심 변론 종결 시까지로 - 늦추는 한편, 치유로 패소한 원고의 손해는 피고가 부담하게 하는 보완이 필요하다. 이로써 일회적 분쟁 해결의 절차경제와 권리구제의 양 이념이 다소간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단서에, 이유제시를 위한 자료수집이 어렵고, 그럼에도 처분을 해야 할 부득이한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 1심의 변론 종결 시까지 보완하여 제출 가능하다는 규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요컨대, 추산에 의한 처분으로 불가피하게 소송에 휘말리지 않도록 -법 위반의 정도와 비난 가능성의 경중을 떠나서- 행정청은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에 관한 법적 분쟁의 판단에서도 법원 역시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이상학 교수(대구대 법학부)
이상학 교수(대구대 법학부)
2023-11-26
민사일반
법인의 물적분할시 적격분할 요건인 ‘독립된 사업부문’, ‘포괄적 승계’, ‘직접 사용’, ‘분할대가 전액이 주식’의 해석
-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6두40986 판결 - 1. 사실관계 원고는 2008년 5월 1일 A공장의 화학제품제조 사업부문과 도시개발 사업부문을 물적분할(이하 ‘이 사건 분할’)하여 D회사를 설립하고 2008년 5월 6일 분할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이 사건 분할이 구 법인세법(2009. 12. 31. 법률 제98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 제47조 제1항의 적격분할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아 2008 사업연도 법인세 신고 시 분할로 인한 자산양도차익 약 7485억원을 손금산입하였고, 폐석회처리 등 공사비용을 통상적인 비용으로 손금처리하였다. 피고는 2013년 8월 22일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분할이 적격분할에 해당하지 않고, 폐석회처리 등 공사비용이 토지의 자본적 지출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자산양도차익과 공사비용을 손금불산입하여 2008사업연도 법인세 약 3000억원(가산세 포함)을 경정고지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물적분할은 분리하여 사업이 가능한 독립된 사업부문을 분할하는 것으로서,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자산·부채가 포괄적으로 승계되고, 분할신설법인이 분할등기일이 속하는 사업연도 종료일까지 승계받은 사업을 계속 영위하며, 분할법인이 받은 분할대가 전액이 분할신설법인의 주식인 경우 과세이연 규정이 적용된다. ‘분리하여 사업이 가능한 독립된 사업부문’의 요건{법 시행령(2009. 2. 4. 대통령령 제2130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시행령’) 제82조 제3항 제1호}은 기능적 관점에서 분할 이후 기존의 사업활동을 독립하여 영위할 수 있는 사업부문이 분할되어야 함을 뜻한다. 개별 자산만 이전하여 사실상 양도차익을 실현한 경우와 구별하기 위한 것으로, 독립적으로 사업이 가능하면 단일 사업부문의 일부 분할도 가능하다.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자산 및 부채가 포괄적으로 승계될 것’의 요건(시행령 제82조 제3항 제2호)은 독립된 사업부문 요건을 보완하는 것으로서, 해당 사업활동에 필요한 자산·부채가 분할신설법인에 한꺼번에 이전되어야 함을 뜻한다. 다른 사업부문에 공동 사용되는 자산·부채 등 분할하기 어려운 것은 승계되지 않더라도 기업의 실질적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다. ‘승계받은 사업을 계속 영위할 것’의 요건(법 제46조 제1항 제3호, 시행령 제83조 제4항, 제80조 제3항)은 분할 전후 사업의 실질적 동일성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으로서, 처분 또는 직접 사용 여부는 입법 취지와 해당 사업내용을 고려하여 실제의 사용관계를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분할대가 전액이 주식’의 요건(법 제47조 제1항 괄호 안, 제46조 제1항 제2호)은 분할법인이 분할되는 사업부문의 자산·부채를 분할신설법인으로 이전하는 대가로 분할신설법인 주식만을 취득하여야 한다는 것으로서, 지분관계의 계속성을 규정한 것이다. 이 사건 분할은 조직형태의 변화가 있을 뿐 기업의 실질적인 동일성은 계속 유지되어 구 법인세법령에 정한 과세이연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3. 평석 가. 물적분할 시 과세이연 규정의 취지 및 해석원칙 법인의 물적분할 시 분할로 발생한 자산양도차익에 대하여는 법인세가 과세되는 것이 원칙이나 법 제46조 제1항, 제47조, 시행령 제82조 제3항, 제83조, 법 시행규칙(2010. 6. 30. 기획재정부령 제1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의2는 분할법인이 분할신설법인의 주식 전부를 취득하는 적격분할 요건을 갖춘 경우 주식의 가액 중 물적분할로 발생한 자산의 양도차익 상당의 금액에 대하여 과세이연의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과세이연 규정은 1998년 12월 28일 법인세법 개정으로 합병·분할 등 기업조직재편 세제 도입 시 마련된 것으로서, 그 취지는 회사가 기존 사업의 일부를 별도의 완전 자회사로 분리하는 조직형태의 변화가 있었으나 지분관계를 비롯한 기업의 실질적인 이해관계에 변동이 없는 때에는 과세의 계기로 삼지 않음으로써 회사분할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조세법규의 해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할 것이고, 합리적 이유 없이 확장해석 또는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나. ‘분리하여 사업이 가능한 독립된 사업부문’을 분할한 것인지 ‘독립된 사업부문’의 분할은 그 문언상 분할대상이 분리하여 사업이 가능한 독립된 사업부문이기만 하면 되고, 분할 당시 분할신설법인에 무엇이 승계되는지, 분할신설법인이 분할 이후 어떠한 방식 또는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는지는 위 요건과 무관하다. 시행령 제82조 제3항은 그 사업부문이 분할법인에 존재하던 동종의 사업부문 전체일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A공장 화학제품제조 사업부문과 도시개발 사업부문은 기존의 다른 사업무문에서 독립하여 사업활동 영위가 충분히 가능한 사업이고, 이들 사업부문의 내용과 기능적 특성상 D회사가 고용 일부를 승계하지 않고, 화학제품 제조를 원고에게 위탁하여 생산된 제품의 대부분을 원고에게 판매하더라도 분할 전 사업부문을 해체한 것이라 볼 수 없다. 다.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자산 및 부채가 포괄적으로 승계’된 것인지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필수적인 자산 또는 영업활동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자산이 승계되었다면 ‘자산이 포괄적으로 승계’된 것이고,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자산 전부가 승계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분할계약서상 원고의 폐석회처리 협약에 의한 의무, 폐석회 매립공사 관련 채무, 지하폐석회 처리 관련 채무는 A공장 부지와 관련된 채무로서 모두 D회사에 승계되었다. 현금은 법인 계좌로 입금되는 순간 A사업부문 매출이건, A사업부문 자산을 담보로 차입한 것이건 다른 현금과 혼화되어 A사업부문만의 현금이라 볼 수 없다. 원고가 이 사건 분할을 앞두고 회사채 상환, 법인세 납부 등 일반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A공장 부지를 담보로 차입한 차입금 채무는 원고의 다른 사업부문에도 공통적으로 관련된 것으로서 그 중 회사채 상환 등으로 사용될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만 D회사에 승계시킨 것은 요건 불비로 보기 어렵다. 분할신설법인에 승계시키는 현금이 얼마인지에 따라 자산양도차익은 달라지지 않고, 상법 제530조의9 제2항은 분할시 분할신설법인과 분할법인의 연대책임을 배제할 수 있으므로, 차입금 중 일부만 승계되었다거나 원고의 연대책임을 배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시행령 제82조 제3항 제2호는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인력 또는 직원의 포괄적 승계를 요건으로 하지 않으며, 이 사건 분할 시 A공장 화학제품제조 사업부문의 직원들이 D회사로의 승계를 반대하였는데 당시 선고된 판결들에 따라 직원들에게 승계를 강제할 수 없었다. D회사가 원고의 인력을 대부분 승계하지 않아 적격분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할 수 없다. 라. 분할신설법인이 ‘승계한 고정자산가액의 1/2 이상을 승계한 당해 사업에 직접 사용’한 것인지 D회사는 원고로부터 A공장 화학제품제조 사업부문을 분할받은 후 자신의 비용으로 원재료를 구입하여 자신의 사업장에서 설비를 갖추고 자신의 명의로 화학제품을 제조하였고, 원고로부터 도시개발사업 대상토지인 A공장 부지의 소유권을 이전받아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여 시행자로 지정받음으로써 승계한 고정자산을 실제 사용하였다. D회사가 그 사용방식에 있어 업무위탁을 하였다고 달리 볼 수 없다. D회사가 승계받은 사업을 계속 영위하면서 금융기관 대출채무의 담보를 위해 신탁등기를 설정하였더라도 승계사업의 폐지로 간주되는 고정자산의 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 마. 분할법인이 분할신설법인으로부터 받은 ‘분할대가의 전액이 주식’인지 원고는 분할계약에 따라 분할대가로 D회사로부터 주식만을 받았고, 원고가 분할 직전 대출받은 차입금 중 일부가 D회사에 승계되지 않았다는 사정은 자산·부채의 포괄적 승계요건과 관련된 것일 뿐 분할대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4. 결론 법인세법상 분할제도가 도입된 이래 적격분할 요건에 관한 판단기준이 정립되지 않아 실무상 논란이 되어 왔는데, 대상판결은 물적분할 시 과세이연 제도의 취지가 기업의 실질적인 이해관계의 변동이 없는 때 과세의 계기로 삼지 않음으로써 회사분할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그 취지 및 사업부문의 내용과 기능적 특성 등을 고려하여 적격분할의 요건인 ‘독립된 사업부문’, ‘포괄적 승계’, ‘직접 사용’, ‘분할대가 전액이 주식’의 의미에 관하여 해석함으로써 그 판단기준을 최초로 정립하였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분할법인
지분
법인세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2018-10-08
원천징수처분취소소송에서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
Ⅰ. 사실관계 미국의 사모투자회사인 A의 미국 내 계열사인 B등은, 내국법인인 甲은행의 주식 9999만9916주(이하 '이 사건 주식')의 인수를 위하여 이 사건 주식의 인수에 투자할 펀드투자자를 모집하였고,그 결과 2000. 1. 14.경 영국령인 케이만 군도에 유한파트너십(Limited Partnership, 이하"LP")인 C가 설립되었다. C는 케이만 군도에 설립된 D의 주식을 100% 인수한 다음, D로 하여금 말레이시아라부안에 설립된 E의 주식을 100% 인수하게 하였고, 최종적으로 말레이시아 법인인 E를 통하여 우리나라 법인이 발행한이 사건 주식을 취득하였다. 한편 E는 2005. 4. 15. 원고에게 이 사건 주식을 1651억1475만6621원에 양도하여 이 사건 양도소득을 얻었는데,원고는 한?말레이시아조세조약제13조 제4항에 의하여 주식 양도소득은 양도인의 거주지국에서만 과세된다는 이유로 E에 이 사건 주식 양도대금을 지급하면서 그에 대한 법인세를 전혀 원천징수하지 아니하였다.이에 피고(과세관청)는 2006. 12. 18. E는 조세회피목적으로 설립된 명목상의 회사에 불과하고,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는C의 투자자 281명이므로, 이들 중 대한민국과 조세조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조세조약상 주식양도소득에 대하여 원천지국 과세를 규정하고 있는 국가에 거주하는 총 8개국 40명의 투자자가 얻은 양도소득에 대하여 원고에게 원천징수분 소득세 430억1071만7520원을납세고지하는 처분을 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진행경과 및 판시내용 1.제1심판결 내지 상고심 판결의 판시내용 당초 대상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E인지(원고의 주장),아니면 C의 투자자인지(피고의 주장) 여부였다.이에 관하여제1심 및 항소심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를C의 투자자로 보고 그들을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원고에게 원천징수분 소득세를 납세고지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09. 12. 30. 선고 2008구합17110 판결 및 서울고등법원 2010. 8. 25. 선고 2010누3826 판결). 그러나상고심은,E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아니라고 인정하면서도,(E와 C의 투자자 사이에 있는) C가 오로지 조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설립되어 이 사건 주식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할 능력이 없는 명목상의 영리단체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이하 "상고심 판결").즉, 상고심 판결은 C의 설립지인 케이만 군도의 법령 내용과 단체의 실질에 비추어 C를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으로 볼 수 있는지를 심리하여 이 사건 양도소득에 대하여 C를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법인세를 과세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C의 투자자를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소득세를 과세하여야 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환송하여, 사실상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C라는 취지로 판시하였다(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0두20966 판결). 2.파기환송심판결 및 대상 판결의 판시내용 이러한경위로 인하여,파기환송심에서는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C의 투자자가 아닌 C라는 점 자체에 관하여는 원?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었다.대신피고는상고심 판결의 취지에 따라, 당초 이 사건 처분에서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 즉,원천납세의무자를 C의 투자자로 보았다가,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하였다. 이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는피고의 이와 같은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가능한지 여부가 새롭게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하여 파기환송심 판결은 "세목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에 해당하므로 원천징수하는 세금에 관한 처분취소소송에서 과세관청이 처분의 근거 세목을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변경하는 것은 처분의 동일성을 벗어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4. 1. 10. 선고 2013누23272 판결).이에 대하여 피고가 재상고하였는데,대상 판결은 파기환송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세목은 부과처분에서는 물론 징수처분에서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봄이 상당하므로,당초의 징수처분에서와 다른 세목으로 처분사유를 변경하는 것은 처분의 동일성이 유지되지 아니하여 허용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피고의 재상고를기각하였다(대법원 2014. 9. 5. 선고 2014두3068 판결). Ⅲ. 대상판결의평석 1.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허용범위(='처분의 동일성'='납세의무의 단위') 과세관청은 원칙적으로 처분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변론종결시까지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할 수 있다(대법원 1989. 12. 22. 선고 88누7255 판결).여기서 '처분의 동일성'이란 과세단위또는 납세의무의 단위(이하 통틀어 '납세의무의 단위')를 말하고(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누10695 판결), 이는 원천징수처분 취소소송에서도 다르지 않다(대법원 1999. 12. 24. 선고 98두16347 판결). 여기서 '납세의무의 단위'란,일반적인 행정소송에서 처분의 동일성의 한계로 논의되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과 구분되는 세법 특유의 개념으로,강학상으로는 개인단위, 부부단위, 가족단위 등 인적 요소가 결합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도 하고, 물적 요소로서 조세채무의 확정에 있어서 세목, 과세기간, 과세대상에 따라 다른 것과 구분되는 기본적 단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관련하여 대법원은 ①자산소득의 합산과세를 규정한 구 소득세법의 취지에 관하여 세대단위로 담세력을관념하는 것이 개인단위별 과세보다 생활실태에도 합당하다고 판시하여 납세의무의 단위를 인적 요소로 이해하기도 하고(대법원 1983. 4. 26. 선고 83누44 판결 등), ②재산세 등의 과세대상인 주택은 1구를 과세단위로 하여 과세대상으로서 구분된다고 하여(대법원 1991. 5. 10. 선고 90누7425 판결) 이를 물적 요소로 파악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③소득세나 부가가치세를 일정한 기간을 과세단위로 하는 세목이라고 판시하여(대법원 1996. 2. 23. 선고 95누12057 판결) 이를 시간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사례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 동안 이 사건 처분과 같은 원천징수처분에서는 납세의무의 단위가 무엇인지, 특히 과세관청이 소송에서 처분 당시와 비교하여 원천납세의무자를 달리하는 내용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하여는 명시적으로 판단한 바는 없었다. 2.원천징수처분에서의 '처분의 동일성' 범위에 관한 판단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사건상고심 판결과 같은 날 선고된 대법원 2011두7311 판결은(이하 '비교판결')원천징수처분의 취소소송에서 원천납세의무자를 달리하는 내용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처분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였다.즉,비교판결은 '원천징수하는 법인세에서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수령자가 누구인지는 원칙적으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다'는 전제에서, "원천징수하는 법인세에 대한 징수처분 취소소송에서 과세관청이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수령자(=원천납세의무자)를 변경하여주장하더라도그로인하여소득금액또는수입금액지급의기초사실이달라지는것이아니라면처분의동일성이유지되는범위내의처분사유변경으로서허용된다"라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비거주자 및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은 강학상 완납적 원천징수의 대상이 되는 소득으로서 원천징수법률관계는원천징수의무자와과세관청사이에만존재하고 원천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 사이에는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없는 점(대법원 1984. 2. 14. 선고 82누177 판결 등),원천징수하는 소득세 또는 법인세는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을 지급하는 때에 이미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동시에 확정되기 때문에(국세기본법 제21조 제2항 제1호 및 제22조 제2항 제3호)'실질적인귀속자'로서 사후적으로 확정될 수밖에 없는 원천납세의무자는 애당초 확정된 세액의 기초사실을 판단하는 요소에 포함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론적으로 지극히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3.대상판결의 문제점 (1) 쟁점 비교판결의 판시내용을 대상판결에서도일관하면, 일응피고가 원천납세의무자를 종전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허용된다고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다만 이 사건과 비교판결 사이에 존재하는 다음과 같은 차이점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는 비교판결의 법리가 이 사건 처분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즉, 비교판결과 이 사건은 과세관청이 케이만 군도에 설립된외국법인(LP)와 그 투자자 중투자자를 주식양도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로 보아 원천징수처분을 하였다는 점에서는 완전히 동일하다. 다만, 비교판결에서는 과세관청이 당초 투자자를'법인'으로 보아 법인(원천)세를 원천징수처분한 반면, 이 사건 처분에서는 투자자를'개인'으로 보아 소득(원천)세를 원천징수처분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비교판결에서는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LP의 투자자'에서 'LP'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하더라도, 세목이 여전히 법인(원천)세가 되어 기존 납세고지서상 세목[=법인(원천)세]과 일치한다. 반면 이 사건 처분에서는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하게 되면 세목이 법인(원천)세가 되어 기존 납세고지서상 세목[=소득(원천)세]과 불일치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천납세의무자가 원천징수처분의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고,법인세나 소득세나 동일한 소득과세의 일환인 이상 , 그 소득의 실질 귀속자에 대한 판단이 달라져 그에 따라 처분사유를 변경함에 있어 원천납세의무자의 법적 형식에 따라 자동적으로 뒤따를 뿐인 세목 또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볼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원고는 종전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9. 12. 24. 선고 98두16347 판결 및 대법원 2001. 8. 24. 선고 2000두4873 판결)를 들어, 세목은 엄연히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세목이 달라지는 경우에는 아무리 원천징수처분이라고 하더라도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이 허용될 수 없다고 반박하였다. 결국 파기환송심에서는 비교판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원천징수처분의 경우'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것이다. (2) 일반적으로 '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인가? 학설 중에는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통상 과세기간, 장소, 소득구분 등을 열거하면서 본세와가산세는 별개라는 점을 예로 들어(대법원 1992. 5. 26. 91누9596 판결) 세목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라고하거나 ,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서 세목이 가장 중요하다는 등의 견해가 있다 .우리나라 세법 중 소득에 대하여 과세하는 세목인 소득세 및 법인세를 생각해보면, 납세의무자의 법적 성격이 개인인지 법인인지 여부에 따라 세목이 소득세 또는 법인세로 달라지고, 이에 따라 각각 소득세법 또는 법인세법이 적용되어 과세표준의 산정방법, 세율 등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직접 납세의무자에 대한 과세처분에 있어서 세목은 일응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라는 점에는 충분히 수긍이 간다. 그러나 [국가-원천징수의무자-원천납세의무자] 3자 간의 법률관계가 문제되는 원천징수처분에서도이러한 논리가 그대로 관철될 수 있는지는 이와 구분하여 깊이따져볼 필요가 있다.앞에서도 언급하였다시피,원천징수처분에서는 부과처분과는 달리 애당초 "원천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 사이에는직접적인 법률관계가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3) 원천징수처분에서의"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인가? 대상판결은 "세목"이 부과처분에서뿐만 아니라 원천징수처분에서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판시하면서도 따로구체적인 설명을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볼 때 대상판결의 결론은 이론적인 측면에서나 실무적인 관점에서나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이론적인 측면에서 보면,이 사건에서 처분사유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세목이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달라지더라도, 원천징수처분에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인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 즉, 원고가 E로부터 2005. 4. 15.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하고 그 대가로 1,651,104,756,621원을 지급한 사실 그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또한 소득세법이나 법인세법이나 모두 비거주자 또는 외국법인이 내국법인의 주식을 양도하여 얻은 소득에 대하여, 과세표준은 지급금액으로, 세율은 10%로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소득세법 제156조 제1항 제5호 및 법인세법 제98조 제1항 제5호),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세목이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달라지더라도 그 세액은 종전과 동일하다. 요컨대,이 사건에서는처분사유의 추가?변경에 따라 원천납세의무자가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라지더라도 (법원에 의하여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사후적으로 확정된 원천납세의무자 및 그에 따른 세목을 제외하고는)원천징수의무를 발생시키는 이 사건 양도소득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납세자(원천징수의무자),과세표준,세율,세액 중 어느 것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이 점이 바로 납세의무자가 달라지면 납세자, 과세표준, 세율,세액이 모두 달라지는 부과처분과 확연히 구분되는 원천징수처분만의 특징이다. 또한 대법원이 발간한판례해설에 따르면, 일반 행정소송에서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로 보는 반면, 조세소송에서는 '납세의무의 단위'를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로 설정함으로써 납세자의 소송상 방어권 보장보다는 분쟁의 일회적 해결을 더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설명은'납세의무의 단위'가'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보다는 그 범위가 더 넓은 개념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런데 대상판결과 같이 보게 되면 오히려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보다 '납세의무의 단위'를 더 좁게 보는 모순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대상판결이 과세관청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기본적 사실관계'즉,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음에도불구하고 '납세의무의 단위'의 동일성은 부인함으로써, 분쟁의 일회적 해결보다는 납세자의 방어권 보장을 우선시한 결과를 초래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법원에 의하여 사후적으로 확정될 수밖에 없는 국제조세법률관계에서 분쟁의 일회적 해결보다 납세자의 방어권 보장을 우선할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실무적인 관점에서 보면, 조세조약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도 실질과세의 원칙이 적용되는 이상(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두11948 판결), 과세관청이 원천징수처분을 하면서 일응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최종적인 귀속자라고 보아 지목한 원천납세의무자는,대법원이 실질과세의 원칙을 적용하여 최종적으로 누구인지 확정하기 전까지는 어디까지나 잠정적인 것에 불과하여 언제든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즉, 여러 나라에 걸쳐 이루어지는 투자관계에 대하여 과세하는 국제조세에서는 국내원천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를 찾는 과정이기본적으로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대법원 스스로도 비교판결에서법원에 의하여 사후적으로 확정되는 원천납세의무자는 원천징수처분에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라고 하여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돌이켜 보면, 세목은 원천납세의무자의 법적 성격에 따라 기계적?자동적으로 정하여지는 요소일 뿐이다. 따라서 위와 같이 국제조세에서 원천납세의무자의 변경가능성이 유보되어 있는 이상, 그에 따른 세목 또한 얼마든지 변경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한편으로는원천징수처분에서 "원천납세의무자"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라고 하면서, 다시 '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된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논리적 모순으로, 이는 모처럼 심도 깊은 이론적?실무적 검토 끝에 선고한 비교판결의 적용범위를 크게 훼손?잠식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법원 입장에서 볼 때 비교판결 및 대상판결에서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LP가 아닌 LP의 투자자로 보아 원천징수처분을 한 것은 똑같이 위법한처분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대법원이,비교판결과 같이 C의 투자자를 법인으로 보아 당초 법인세로 원천징수처분을 한 경우에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허용하고,대상판결과 같이 C의 투자자를 개인으로 보아 당초 소득세로 원천징수처분을 한 경우에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불허하는 것은,원천징수처분 당시 (궁극적으로 원천납세의무자도 아닌) C의 투자자들의 법적 성격이 무엇이었냐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원천징수처분의 위법성을가르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더군다나 과세실무상 현실적으로 사모펀드의 최종투자자의 지분비율, 국적까지는 알 수 있어도 그 법적 성격이 개인인지 아니면 법인인지 여부까지는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은 (미국과 같이 법인과 개인의 세목을 구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실질적인귀속자를새로 지정하여 과세할 수 있는 경우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과세주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으로서 비교법적으로나 조세정책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Ⅳ. 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천징수처분에서 원천납세의무자에 따라 자동적으로 정하여지는 세목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파기환송심에서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취지에 따라 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하는 것은 당연히 허용되었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은 부과처분과 구별되는 원천징수처분 법률관계의 특성에 대한 심도 깊은 검토 없이, 스스로 선고한 비교판결의 의의를 크게 훼손하면서 부과처분에서의 논의를 원천징수처분에 기계적으로 적용하였다는 측면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또한국제조세에서 원천납세의무자는 사후적으로 얼마든지 변경될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고, 이 사건은 E가 국내에서 이 사건 주식을 양도함으로써 국내원천소득이 발생하여 우리나라에 과세권이 존재한다는 점 자체에는 의문이 없는 사안임에도, 대상판결이 단지 세목이라는 과세처분의 형식만을 이유로 수백억 원에 이르는 과세권을 너무 쉽게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로벌 세수전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는 요즘, 다른 나라의 법원이라면 과연 어떤 판결을내렸을까?
2015-04-07
입찰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 산정 기준
1. 들어가며 2001년부터 약 9년간 계속되었던 군용 유류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얼마 전 선고되었다.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기준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없는 상황에서 실제 손해와 가장 가까운 금액을 산정하기 위한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많은 자료와 공방이 오고갔다. 필자는 국가측의 항소심 소송수행자로서 위 판결의 내용과 의미를 정리하여 향후 유사사례 해결에 도움이 되고자 본 판례평석을 기고하게 되었다. 2. 사실관계 피고들인 주식회사 A,B,C,D,E는 국가인 원고에게 군용유류를 납품하는 정유 업체이다. 군용유류 구매절차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계법'이라 한다), 같은 법 시행령(이하 '국계령'이라 한다)의 적용을 받는데, 원칙적으로 경쟁입찰에 의한다. 원고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간 피고들과 입찰을 통하여 75건 금액 합계 약 712,845,810,000원(1998년 약 320,303,582,000원, 1999년 약200,132,950,000원, 2000년 약 192,409,278,000원)의 군용유류 구매계약을 체결하였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피고들이 위 기간 동안 입찰물량을 나누어 낙찰받기로 한 후, 유종별 낙찰예정업체, 낙찰단가, 들러리 가격 등을 사전에 합의하고, 그 합의된 내용대로 응찰하여 원고와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독점 규제법'이라 한다.) 제19조 제1항 제1호에 정한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였다고 보아 피고들 합계 약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이후 피고들은 이에 불복하여 결과적으로 납부한 과징금은 총 936억 1000만원이다.) 이와 더불어 피고들 및 피고들의 경영이사들은 독점규제법위반죄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이 판결은 확정되었다. 원고는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피고들에게 165,967,357,805원(그 중 82,857,611,115원은 98년분, 66,596,222,979원은 99년분, 8,965,745,626원은 2000년분) 및 지연손해금을 청구하였다. 3. 사건의 쟁점 및 손해액 산정의 방법론 가. 사건의 쟁점 피고들의 담합행위 여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심결 및 관련 판결에 의해 확정된 이상 피고들의 위법한 담합행위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그 책임 범위는 '피고들의 담합행위로 인하여 형성된 가격'(낙찰가격)과 '피고들이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으리라고 인정되는 가격'(경쟁가격)과의 차액이 될 것인데, 이 사건에서는 피고들의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을 추정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었다. 나. 손해액 산정의 방법론 1) 표준시장 비교 방법(원고측 제시) 표준시장 비교 방법(yarkstick method)은 입찰 담합이 없었던 시장을 표준으로 삼아서 그 시장에서의 가격과 입찰 담합이 있었던 시장에서의 가격을 비교함으로써 담합으로 인한 가격 인상분을 파악하여 손해액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원고는 피고들에 의하여 과점되고 있는 국내 유류시장의 특성상 유류 시장 전체에 걸친 가격 담합이 존재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국내 유류 시장을 기준으로 경쟁 시장 가격을 산정할 수는 없고, 아시아 최대의 유류 완제품 국제 시장인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유류를 구입하여 국내에서 원고에게 공급할 때까지 드는 비용을 산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형성된 거래가인 MOPS 가격에 운임보험료, 신용장 개설료, 통관료, 국내운반비, 저유비, 품관비, 첨가제가격, 일반관리비, 이윤, 석유기금, 관세 등의 부대비용을 더하여 가상의 경쟁시장 가격을 추정하였다.(이하 'MOPS 가격 비교 방법'이라 한다) 2) 중회귀분석을 통한 이중차분법(감정인단 및 피고들 제시) 감정인단 및 피고들은 통계학적 추론방법을 적용한 계량경제학적 분석방법, 즉,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을 변수로 설정하고 중회귀분석(multiple regression analysis)이라는 통계학적 추론방법을 사용함으로써 담합이 가격에 미친 영향과 담합 이외의 경제적 요인들이 가격에 미친 영향을 분리하여,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but for price)을 추정해 내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4. 1심 및 대상 판결의 요지 가. 1심 판결의 요지(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1. 23. 선고 2001가합10682 판결) 1심은 ① 완전경쟁시장(싱가포르 현물시장)을 기준으로 손해를 산정하게 되면 결국 '다른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과 실제 구매가격과의 차액'이 아닌 '완전경쟁시장에서 형성되었을 가격과 실제 구매가격과의 차액 전체'를 피고들에게 부담시키는 결과가 되며, ②군납 유류시장과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특수성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변수들의 효과를 적절히 감안하지 아니한 채 두 시장을 단순히 비교하는 표준 시장 비교 방법은 타당하지 않다고 하면서, 이 사건에서는 낙찰가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을 도입한 중회귀분석 모형을 설정한 다음 이중차분법에 따라 담합의 효과를 추정해내는 방법, 즉 '중회귀분석을 통한 이중차분법'에 의하여 손해액을 계산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따라 1심 법원은 감정인단의 결과를 원용하되, ①추정모형으로는 통상 최소자승법(ordinary least squares method)을 채택하고, ②담합효과는 1998년과 1999년은 동일하게, 2000년은 이와 다르게 설정하는 모형을 채택하며, ③유찰수의계약 자료는 모두 모형에서 제외하는 변형을 가하여 최종적인 손해액을 80,997,385,398원으로 계산하여 판결하였다. 나. 대상 판결의 요지 항소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을 변경하였다. 즉, 계량경제학상의 중회귀 분석을 통한 손해액 산정 방법이 그 자체로서 매우 합리적인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①경제적 논증에 대한 규범적 통제의 어려움, ②이 사건 각 모형에 의하여 추정된 각 손해액의 편차가 5.5배를 초과할 정도로 매우 큰 점, ③우리의 손해배상제도가 3배 배상의 원칙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계량경제학적 손해액 산정 방법을 도입할 경우 위와 같은 불확실성의 혜택(benefit of doubt)이 피고들에게 돌아가 과소 배상의 위험이 있어 이 사건 손해액의 산정 방법으로 위 방법을 채택하는 데는 여러 가지 현실적 제약이 있다고 하였다. 한편, 원고의 MOPS 가격 비교 방법에 대하여는 ①원고의 산정 방식의 현실 적합성에 대하여 9년에 걸친 비교자료를 활용할 수 있었는바, 담합이 없었던 2001년 내지 2009년까지의 유종별 실제 낙찰 평균가는 MOPS 가격 비교 방법에 따른 경쟁가격 평균가의 94.39% 내지 103.72%사이에서 결정되어 그 정확도가 매우 높고, ②국내의 대량수요처 및 원고도 예정 가격 결정시 MOPS 가격 비교 방법을 기초 자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③분석자의 가치관과 무관하게 객관적 현실에서의 적합성을 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고의 MOPS 가격 비교 방법을 담합 기간의 가상 경쟁 가격을 추정하는 일응의 기준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판시를 하였다. 항소심 법원은 이에 따라 원고의 산식을 기준으로 통계적 편차를 반영하여 최종적인 손해액을 130,992,430,066원(1998년은 73,994,790,469원, 1999년은 60,657,670,018원, 2000년은 6,657,089,641원)으로 확정하였다. 5. 평석 가. 판결 이유 분석 불법행위 손해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한다(차액설). 이러한 대전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원·피고들은 담합행위(이 사건에서의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형성되었을 가상 경쟁가격을 각자 다른 방식에 의해 추정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가상 경쟁가격을 정확하게 산출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법원은 손해액 산정에 다소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 밖에 없지만, 위 손해액 산정은 이론적 근거와 자료의 뒷받침 아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에 의하여 정당하게 추정되었다고 평가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법리의 이면(裏面)에는 피고들의 잘못된 행동이 정확한 손해액을 산정하지 못하게 하였으므로 원고의 손해액 입증책임(burden of proving)은 그만큼 경감되어야 하고, 그만큼의 부정확성은 잘못한 행동을 한 자가 감수하여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참고로 이러한 측면은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추정 법리가 발달한 미국법원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고전적인 원칙(ancient principle)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법원은 원고의 MOPS 가격 비교 방법이 위에서 보았던 이유에 따라 현실을 개연성 있게 반영할 수 있고, 그 결과 또한 신뢰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한편, 법원은 계량경제학적 방법이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을 추정하는 방법으로서의 훌륭함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계량경제학적 방법은 그 자체로 방법적·현실적 한계가 있다. 즉, 이 사건에서 유류가격 형성에 미치는 변수는 연구진 마다 15개에서 20개가 제시되었으며, 분석자의 가치관에 따른 변수선택으로 모델 구성이 달라져 그 결과는 5.5배가량의 차이를 낳았다.(18,841,570,000원에서 112,008,785,163원의 스펙트럼이 존재하였다) 여기서 법원은 어느 모델이 정답이라고 평가하기 곤란하며, 모델을 선택한 후 그 변수를 변경하는 것(1심 법원)은 합리적인 규범 판단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본 것이다. [변론 과정에서 미국의 유사 사례로서, 법원은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 산정에서 다양한 변수의 통제가 어렵다면 계량 경제학적 방식을 채택하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판시가 제시된 바 있다.(Miller v. Holzmann, 563 F.Supp.2d 54,109)] 나. 평가 본 판례는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 산정 방법에 관하여 일종의 표준시장 비교 방법을 채택한 선진적인 사례이다. 법원은 계량 경제학적 방식의 그 자체의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그 방법의 현실적 적용의 어려움을 지적하면서, 표준시장 비교 방법의 합리성과 현실적합성을 실증적인 방법을 통해 확인하였다. 또한 본 사건은 전문 감정에 대해서 법원의 규범적 평가의 범위가 어디까지여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판시하였는바, 전문·기술적 소송이 점차 증가하는 요즘의 추세에서 전문·기술적 감정을 어떻게 통제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2010-02-01
2차 점유취득시효 요건의 완화와 그 파급효과
I. 부동산취득시효제도의 부동산거래안전제도로서의 기능 부동산등기에 공신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의 취득시효제도(민법 제245조 제247조 및 제248조)가 부동산거래의 안전제도로서 기능하고 있다. 대법원은 부동산의 시효취득을 어렵게 하는 판결도 하였으나, 부동산의 취득시효제도가 부동산거래의 안전제도로 기능할 수 있도록 취득시효의 요건을 완화하는 판결을 하여 왔다. 그 대표적인 판례가 등기부취득시효에 있어서 종전에는 등기기간의 승계합산을 인정하지 아니하였으나(대법원 1985. 1.29. 선고 83다카1730 전원합의체 판결), 지금은 등기기간의 승계합산을 인정하여(대법원 1989. 12.26. 선고 87다카2176 전원합의체 판결) 등기부취득시효의 요건을 완화하였다. 그리고 지금 살펴보고자 하는 점유취득시효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관련해서도, 1차 점유취득시효기간이 완성된 후에 등기명의자가 그의 소유권을 처분하여 제3자에게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고 그때로부터 다시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이 경과한 경우에, 종래에는 2차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제3자명의의 등기가 20년 이상 계속되어야 하며 20년의 기간 중에 그 제3자가 그의 소유권을 처분하여 다시 타인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때에는 점유취득시효를 인정하지 아니하였으나(대법원 1994. 3.22. 선고 93다4636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9. 2.12. 선고 98다40688 판결), 지금은 20년의 기간중에 그 제3자가 그의 소유권을 처분하여 다른 사람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어도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된다고 판결하여 점유취득시효의 요건을 완화하였다(대법원 2009. 7.16. 선고 2007다15172, 15189 전원합의체 판결). 그리하여 2차 점유취득시효와 관련하여서 종전에는 등기명의자의 소유권 처분에 사실상 취득시효중단의 효력이 인정되었으나, 판례의 변경으로 인하여 지금은 등기명의자의 처분에 시효중단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결국 부동산에 관한 등기와 점유의 효력에 관하여 등기보다는 점유에 우월적 효력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었다. II. 동일부동산에 대한 1차 점유취득시효와 2차 점유취득시효 부동산에 대한 점유취득시효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점유자가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20년간 당해 부동산을 점유한 다음에 그의 명의로 등기해야 한다(민법 제245조 제1항). 20년의 점유기간이 경과하였으나 그 점유자 명의로 소유권 등기가 경료되지 아니하면 당해 부동산에 대한 점유취득시효로 인하여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다. 판례에 의하면부동산의 점유자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이 완성되기 전에 당해 부동산의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가 그의 소유권을 처분하여 제3자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후에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이 완성되면 그 점유자는 등기명의자를 상대로 점유취득시효기간의 완성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여 자기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함으로써 당해 부동산에 대한 점유취득시효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다(대법원 1976. 3.9. 선고 75다2220 판결). 그러나 부동산을 20년간 점유하여 점유취득시효기간이 완성되었으나, 그 점유취득시효기간 완성자의 명의로 소유권 등기가 경료되기 전에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가 그의 소유권을 처분하여 제3자에게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면 20년간 당해 부동산을 점유한 점유취득시효기간 완성자는 비록 점유취득시효의 기간이 경과하였다 하더라도, 그는 현재의 등기명의자를 상대로 하여 점유취득시효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고 따라서 그에게는 당해 부동산에 대한 점유취득시효에 의한 소유권 취득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대법원1983. 2.8. 선고 80다940 판결). 이와같이 20년의 점유시효취득의 기간이 경과하였으나 점유자명의로 점유취득시효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등기가 경료되지 아니하는 동안에 제3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때에는 그 점유자에게 점유취득시효에 의한 소유권취득이 인정되지 아니하였으나, 점유자가 당해 부동산의 점유를 계속하여 그 제3자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시를 기산점으로 하여 다시 20년을 점유한 경우에는 그 제3자명의의 등기시점을 기산점으로 한 새로운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되어 2차로 20년간을 점유한 자는 현재의 등기명의자를 상대로 2차 점유취득시효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여 자기명의로 소유권등기를 함으로써 당해 부동산에 대한 점유취득시효에 기하여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그리하여 20년간 점유하였으나 등기하지 아니함으로써 점유취득시효로 인한 소유권 취득이 인정되지 않은 첫번째의 점유취득시효를 이해의 편의상 1차 점유취득시효라 하고, 제3자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시를 기산점으로 하여 다시 20년이 경과하여 당해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 취득이 인정되는 새로운 점유취득시효를 2차 점유취득시효라 한다. 그러나 편의상 1차, 2차 점유취득시효로 분류하지만 판례에 의하면 1차 점유취득시효에 있어서는 점유취득시효기간이 완성되었어도 점유취득시효에 의하여 당해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 취득이 인정되지는 않는다. III. 2차 점유취득시효의 요건 완화로의 판례 변경 2차 점유취득시효의 요건에 관하여 종전의 판례는 2차 점유시효취득기간의의 기산점이 되는 제3자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그 제3자명의로 20년간 계속되었을 때에 비로소 그 부동산의 점유자는 그 제3자를 상대로 하여 점유취득시효를 원인으로 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여 자기명의로 소유권등기를 함으로서 소유권을 취득하고, 20년의 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그 제3자가 다시 그의 소유권을 처분하여 타인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때에는 점유자의 점유가 새로이 20년이 경과하였다 하더라도 점유취득시효에 의한 소유권 취득을 부인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이러한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2차 점유시효취득기간의 완성전에 제3자가 그의 소유권을 처분하여 타인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하더라도 점유자의 새로운 점유가 20년이 경과하면 현재의 등기명의자를 상대로 하여 점유취득시효를 원인을 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여 자기명의로 소유권등기를 함으로써 점유취득시효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2차 점유취득시효에 있어서 종전의 판례는 등기명의자인 제3자의 소유권 처분에 사실상 점유취득시효의 중단사유의 효력을 인정하였으나, 지금의 변경된 판례는 등기명의자의 소유권의 처분에 사실상의 점유취득시효의 중단사유로서의 효력을 부인하였다. 그 결과로 1차 점유취득시효에 있어서와 동일하게 2차 점유취득시효에 있어서 등기명의자의 소유권의 처분에 사실상의 취득시효의 중단사유로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도록 함으로써 판례의 통일성은 이루게 되었으나 과연 그러한 판례의 결론이 바람직한 법리인 지는 검토를 요한다. 私見으로는 20년의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가 자기의 소유권을 처분하면 그것은 당해 부동산에 대한 권리의 행사로서 점유자의 점유취득시효의 중단사유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어 점유자의 시효취득이 인정되지 아니하며,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이 경과하면 그 점유자는 물권적 기대권을 취득하고, 따라서 20년이 경과한 다음에 등기명의자가 그의 소유권을 처분하여도 점유자는 현재의 등기명의자를 상대로 물권적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함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이 경과한 다음의 소유명의자의 소유권의 처분은 점유자의 시효취득에 장애가 되는 취득시효의 중단사유로서는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이해된다. 그러나 판례는 취득시효기간이 완성된 점유자는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 완성 당시의 소유명의자에 대해서만 점유취득시효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채권적인 청구권으로서 점유취득시효기간 완성 당시의 소유명의자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은 현재의 등기명의자를 상대로 해서는 점유취득시효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한다. IV. 2차 점유취득시효 요건의 완화로 인한 파급효과 대법원이 이와같이 2차 점유취득시효의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판례를 변경함으로서 점유취득시효에 의한 부동산소유권의 취득이 더 쉬워지게 되는 결과가 되었다. 그리고 1차 점유취득시효에 있어서나 2차 점유취득시효에 있어서나 동일하게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이 완성되기 전의 소유명의자의 소유권의 처분에 취득시효중단의 효력을 부인하는 결과가 되었다. 그것은 결국 부동산물권의 공시방법이며 부동산물권변동의 요건인 등기보다는 부동산에 대한 점유에 더 우월적 효력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었다. 물론 반대로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만을 이전받는 자들은 부동산의 점유의 이전까지 받기 위한 노력을 더 기울일 것이다. 변경된 판례는 1차 점유취득시효나 2차 점유취득시효나 동일하게 각각의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의 완성전에 소유명의자의 소유권의 처분이 있고 그것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더라도 점유자의 점유시효취득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으로 판례의 일관성은 유지되게 되었다. 그러나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의 완성전의 등기명의자의 소유권의 처분과 그것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에 관하여, 판례는 그것이 점유자의 점유상태의 계속을 파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취득시효중단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지만(대법원 1966. 9.30. 선고 68다2215, 2216 판결; 대법원 1973. 11.27. 73다1093 판결), 그것은 소유권자의 정당한 소유권의 행사이며, 따라서 점유자의 점유시효취득에 대한 중단사유로서의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점유자의 점유가 20년이 경과하면 그 점유자는 물권적 기대권을 취득하게 되고, 그 물권적 기대권은 본질적으로 물권이기 때문에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의 완성자가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이 경과한 후에 당해 부동산의 소유명의자의 소유권의 처분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현재의 소유명의자에 우선한다. 그러므로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 완성자는 현재의 소유명의자를 상대로 점유취득시효를 원인으로 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다고 이론정립함이 타당하다. V. 결론 이번의 판례 변경에 의하여 1차 점유취득시효기간의 완성 후에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가 소유권을 제3자에게 처분하여 그 제3자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면 점유자는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나, 그 제3자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시를 기산점으로 하여 2차로 점유자의 새로운 점유가 20년이 경과하면 그 20년의 기간 중에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의 변경이 있어도 2차 점유취득시효에 의한 소유권의 취득을 인정하게 되었다. 이와같이 판례는 당해 부동산의 점유가 계속된 경우에 첫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의 완성과는 별개 독립의 두번째의 20년간의 점유취득시효로 인한 점유자의 소유권의 취득을 인정한다. 私見도 판례와 마찬가지로 첫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 완성 후의 제3자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시를 기산점으로 하는 새로운 점유취득시효의 성립은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법리구성은, 첫번째 20년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의 완성으로 점유자는 점유취득시효에 의하여 물권적기대권을 취득하고, 점유자가 첫번째의 20년의 점유기간이 완성된 후에 이루어진 제3자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시를 기산점으로 하여 다시 새로이 20년이 경과하여 두번째의 점유취득시효의 완성을 주장하여 현재의 등기명의자를 상대로 점유취득시효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첫번째의 20년의 점유기간의 완성으로 인한 점유취득시효이익은 이를 묵시적으로 포기하고 새로운 2차의 점유취득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으로 이론정립함이 타당하다. 이 때에도 판례와는 달리 새로운 20년의 점유기간이 완성되기 전에 제3자명의의 소유권으로부터 그 후에 소유권의 변동이 있고 그 각각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면 그것은 점유취득시효의 중단사유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어 점유자의 새로운 2차 점유취득시효는 부인되어야할 것이며, 새로운 20년의 점유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3자명의의 등기로부터 다른 사람의 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어도 그 점유자는 2차의 새로운 점유취득시효를 원인으로 하여 현재의 소유명의자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여 자기명의로 소유권등기를 함으로써 당해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고 함이 타당하다. 이러한 결과는 판례와는 다른 법리구성이며, 따라서 그 결과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그리하여 본 事案에서는, 1차 점유취득시효기간이 만료된 후에 제3자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지고 그 후에 다시 다른 사람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져 최종 등기명의자로의 소유권이전등기시로부터 2차의 점유가 20년이 경과하지 아니하여,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는 달리 2차 점유취득시효는 성립되지 아니한다.
2009-08-06
보험금청구의 소멸시효 기산점
Ⅰ. 사실관계 1. 인·허가보증보험계약 체결 복합운송주선업자인 A는 1996년 9월3일 보증보험업을 영위하는 피고와 피보험자를 건설교통부장관, 보증내용을 ‘화물유통촉진법(1999년 2월5일 법률 제580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화물유통촉진법’)에 의한 복합운송주선업자 영업보증금 보증’으로 정하여 인·허가보증보험계약 이하 ‘본 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이때 피고 보조참가인은 A가 본 건 보험계약과 관련하여 피고에게 부담하는 구상금채무에 대해 연대보증하였다. 2. 운임등청구소송의 진행경과 원고는 A로부터 미지급 운임을 지급받기 위해 1996년 11월22일 부산지법에 A와 피고를 상대로 운임등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피고에 대한 소송은 1심진행 도중 취하함), 제13차 변론기일에 이르러 변론이 종결되어 1998년 2월12일 원고의 운임청구는 전부인용 되었고, A가 항소한 후 다시 상고를 하였으나 1999년 9월3일 상고가 기각되었다. 3. 보험금청구소송 제기경위 및 진행경과 (1) 원고는 피고에 대한 운임등청구소송을 취하할 즈음에 건설교통부장관으로부터 본 건 보험은 복합운송주선업자의 도산 등으로 인하여 그 등록이 취소되거나 폐지신고 되는 등의 경우에 지급되는 것이므로, A와 같은 등록업체의 경우에는 변제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2) 운임 등 청구소송 확정 후에도 A는 원고에게 운임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원고의 재산관계명시신청에 따라 진행된 2000년 5월29일 재산명시기일에 A는 책임재산이 없다는 재산목록을 제출하였고, 부산지법은 2000년 6월3일 A를 채무불이행자명부에 등재하는 결정을 하였다. (3) 원고는 A의 채무불이행자등재결정 이후 부산광역시장으로부터 (1)항과 같은 취지의 답변을 받고, 2002년 2월22일 피고를 상대로 보험금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2심법원은 소멸시효완성을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대법원은 ‘채권신고 마감절차를 거치는 데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 경과한 때’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하면서 파기환송판결을 하였고, 파기환송 취지에 따른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 보조참가인이 다시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같은 이유로 상고가 기각되었다. Ⅱ. 대법원 판결의 요지 가. 보험사고나 보험금액의 확정절차는 보험증권이나 약관에 기재된 내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보험증권이나 약관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에 더하여 당사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와 과정, 동일한 종류의 보험계약에 관한 보험회사의 실무처리 관행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해야 하고 특히 법령상의 의무이행을 피보험이익으로 하는 인·허가보증보험에서는 보험가입을 강제한 법령의 내용이나 입법취지도 참작해야 한다. 나. 원고가 보험사고의 발생사실을 알지 못하다가 원고의 운임채권이 확정되고 A에게 책임재산이 없어 채무불이행자명부에 등재된 때 비로소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게 되므로, 그로부터 복합운송주선업 영업보증금 및 보증보험가입금 운영규정(이하 ‘운영규정’)에서 정한 채권신고 마감절차를 거치는 데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 경과 때에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Ⅲ. 평석 1.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가. 소멸시효 규정 소멸시효란 권리자가 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일정 기간 동안 이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된 경우에 그 권리를 소멸시키는 것을 말한다. 민법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상법 제662조는 보험금청구권의 소멸 시효 기간을 2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보험금청구권은 보험사고가 발생함으로써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것이나, 보험금 청구권자가 권리의 존재를 알았거나 알지 못한 것이 소멸시효 기산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보험사고발생요지시설과 보험사고발생시설이 대립하고 있다.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보험사고 발생시부터 진행이 개시된다고 할 것이나, 소멸시효의 취지에 비추어 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 또는 보험계약의 존재를 알았는지 여부도 고려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청구권자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보험금청구상 절차적인 요건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 절차상 요건이 충족될 때까지는 소멸시효가 개시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보증보험의 성격과 특수성 보증보험은 보험계약자가 주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피보험자가 입게 되는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을 말한다. 보증보험에 있어서 피보험자의 지위는 책임보험에 있어서의 피해자의 지위와는 다른 것으로 피보험자는 자기 고유의 권리로서 직접 보험금청구권을 취득하는 것이며(대법원 1981년 10월6일 선고 80다2699판결), 책임보험에 있어서 직접청구권을 행사하는 것과는 다르다. 보증보험에 있어서 보험사고는 단순히 채무불이행사유만으로는 부족하고 주계약의 해제(해지) 등의 요건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리스보증보험계약에 있어서 리스료의 연체사실만으로 보험사고로 볼 수 없고, 이로 인해 리스계약이 해지된 때 비로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며(대법원 1997년 2월13일 선고 96다19666판결), 또한 지급보증보험계약에서 보험사고는 주계약이 해제되어 중도금 등 반환채무가 발생한 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본다(대법원 1998년 11월27일 선고 98다39404 판결). 인·허가보증보험은 보증보험의 일종으로 허가나 인가 등 출원자가 허가관청에 예치해야 할 각종 인·허가보증금에 대신하여 체결하는 보험으로서, 보험사고에 있어서 단순한 채무불이행 외에 추가적 요건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보험금지급 청구에 있어서 특별한 절차를 요하고 있는 등 특수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2. 소멸시효 기산점 등에 대한 검토 본 건 보험계약과 관련하여 보험사고 발생시점, 보험사고발생을 안 시점 그리고 소멸시효 기산점 등이 언제인지 알아 볼 필요가 있는 바 (i) 운송사고가 발생한 시점 (ii) 운임 등 청구사건 확정시점 (iii) A가 객관적으로 자력이 없게 된 시점 (iv) A의 채무불이행자 등재시점 (v) 채권신고 마감절차를 거치는 데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 경과 때 등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보험사고 발생시점을 (i), (ii)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i), (ii)는 단순히 채무불이행 상태에 있는 것 또는 채권이 확정되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므로 추가요건을 요하는 본 건 보험에 있어서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본 건 보험약관이나 관련법령에 비추어 볼 때 A가 객관적으로 자력이 없게 된 시점인 (iii)을 보험사고 시점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은 ‘도산 등’을 넓게 해석하고 있음). 한편, 원고가 보험사고를 알 수 있었던 시점은 (iv) 또는 A가 책임재산이 없다는 재산목록을 제출한 시점으로 볼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실제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운영규정에 따라 보험금청구 절차가 종료될 것을 요구하므로 (v)로 보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3.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가 대법원은 보험사고의 발생시점을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설시하고 있지 않으나 A가 도산 등의 사유로 변제불능의 상태가 되는 시기로 보고 있는 듯하며, 원고가 보험사고 발생을 인식할 수 있었던 시점은 A의 채무불이행자 등재시점으로 보고, 소멸시효 기산점은 ‘채권신고 마감절차를 거치는 데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 경과 한 때’로 보고 있다. 이는 필자의 견해와 큰 차이가 없다고 보여진다. 대법원이 확정판결시점을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보지 않고, 본 건 보험계약상 필요한 보험금청구 절차를 고려하여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정한 것은 본 건 보험의 특성에 비추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인·허가보증보험과 같은 보증보험의 경우 보험사고의 발생시점은 단순한 채무불이행 외에 추가적인 요건을 요구하는것이 일반적이라는 점,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정함에 있어 보험금청구절차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 등은 대법원판례로 인정되고 있기는 하나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입법적으로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 할 것이다.
2009-02-23
채권의 주식전환 약정의 효력
1. 문제점(사실) 원고는 1999. 3. 23. 소외 (주)A(이하 소외 회사라 함)에게 1억원을 이자 연 10%, 변제기 2011. 4. 30.로 정하여 빌려주면서 “원고가 위 변제기까지 대여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소외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받기를 원하는 경우 소외 회사는 언제나 주식을 액면가(1주당 5,000원)로 발행하여 원고에게 이를 교부한다. 그리고 소외 회사는 원고의 동의를 받지 않고는 증자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약정을 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약정 당시 피고의 전신인 B(주)의 대표이사였던 C의 아내인데, B는 당시 소외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 1만주(1주당 액면가 5,000원) 중 9,800주(지분비율 98%)를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소회 회사의 나머지 주식 200주는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였던 D가 100주(지분비율 1%), 소외 E가 80주, 소외 F가 20주를 각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소외 회사의 정관에는 주주 이외의 자에게 전환사채를 발행할 경우의 근거와 구체적인 내용에 관한 규정이 없었으며, 주주 이외의 자에게 전환사채를 발행하기 위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이 특별결의의 의사록만 작성되었다. 원고는 1999. 3. 26.과 2001. 1. 5. 소외 회사에게 이 사건 약정에 따라 대여금 전부를 주식으로 전환해줄 것(즉, 소외 회사의 주식 2만주를 발행해달라는 취지임)을 청구하였으나 소회 회사는 “1998년 결산 결과 자본잠식상태이므로 전환사채를 발행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거절하였다. 한편, 피고는 2004. 2. 23. 소외 회사를 흡수합병하고 2004. 3. 3. 등기를 마쳤는데, 합병 당시 피고가 소외 회사의 발행주식 전체(발행주식 총수 1만주)를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신주를 교부하지 않는 무증자합병의 방식을 택하였고 소외 회사의 주식 1주를 23만4,788원으로 평가하여 합병기준가액을 산출하였다. 원고는 위와 같이 흡수합병이 진행되던 도중은 물론 흡수합병이 종료된 이후에도 소외 회사에게 ‘이 사건 약정에 따른 주식발행 또는 이 사건 약정에 따라 주식발행이 이루어졌을 경우 원고가 흡수합병과정에서 얻었을 금전적 이득(소외 회사의 주식 2만주 × 합병 당시 1주당 평가금액 23만4,788원)의 지급’을 요청하였고 소외 회사가 이 사건 약정에 따른 주식발행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위와 같은 금전적 이득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합병에 따라 소외 회사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 피고가 소외 회사의 약정불이행으로 말미암은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약정은 ① 전환사채발행에 관한 상법의 규정을 위반하여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았고 ② 또한 원고의 주장에 따를 때 합병 당시 1주당 23만4,788원의 가치가 있는 소외 회사의 주식을 1주당 5,000원으로 계산하여 전환사채 발행가액을 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소외 회사는 2004. 2. 19. 이 사건 약정에 대하여 소비대차의 효력만을 인정하고 원금 1억원에 대여일로부터 2004. 2. 17.까지 연 10%의 이율(복리)에 따라 계산한 이자를 가산한 금액인 1억5,966만9,172원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탁하였는데, 그 후 원고가 이의를 유보하고 이를 수령하였다. 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대법원은 피고의 주장에 따라 2개의 문제점에 대하여 판시하였다. 다음에 이 두 판시에 대하여 검토한다. 2. 지배주주가 동의한 주주총회 의사록의 효력 1) 판지 제1점 : “주식회사에 있어서 총 주식을 한 사람이 소유한 이른바 1인 회사의 경우 그 주주가 유일한 주주로서 주주총회에 출석하면 전원 총회로서 성립하고 그 주주의 의사대로 결의가 될 것임이 명백하므로 따로 총회소집절차가 필요 없으며, 실제로 총회를 개최한 사실이 없었다 하더라도 그 1인 주주에 의하여 의결이 있었던 것으로 주주총회 의사록이 작성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내용의 결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고, 이 점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주주로 등재하였으나 총 주식을 실질적으로 그 한 사람이 모두 소유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으나, 이와 달리 주식의 소유가 실질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경우에는 상법상의 원칙으로 돌아가 실제의 소집절차와 결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었던 것처럼 주주총회 의사록을 허위로 작성한 것이라면[非決議, 無決議 또는 학자에 따라 表見決議라 한다. 독일에서도 Nicht- oder Scheinbeschlusse의 개념을 인정한다. - 저자] 설사 1인이 총 주식의 대다수를 가지고 있고 그 지배주주에 의하여 의결이 있었던 것으로 주주총회 의사록이 작성되어 있다 하더라도 도저히 그 결의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하자가 있는 때에 해당하여 그 주주총회의 결의는 부존재하다고 보아야 한다.” 2) 주의 : 대법원은 “非決議의 경우에도 의사록을 작성하는 등 주주총회결의의 외관을 현출시킨 자가 회사의 과반수주식을 보유하거나 또는 과반수의 주식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회사의 운영을 지배하는 주주인 경우와 같이 주주총회결의 외관현출에 회사가 관련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경우에는 소급효가 부인되는(제190조 단서) 주주총회결의 부존재확인판결(1995년에 제190조 본문만을 준용하도록 개정되기 전의 제380조)에 준하여 회사의 책임을 인정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판 1992.8.18, 91다14369 ; 대판 1993.9.14, 91다33926 ; 대판 1996.6.11, 96다18982 - 졸저, 판례연습 회사법 개정증보판, 삼우사 2003, 301면 참조). 이 판례는 1995년 상법개정 전의 것이지만, 과반수 주주 또는 지배주주가 의사록 위조에 관여한 경우에는 회사가 관련된 것으로 보고 회사의 책임을 인정하려는 대법원의 입장을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판례를 인용하면서, 대판 1993. 9. 14, 91다33926은 발행주식 72%를 보유하고 사실상 회사를 지배하는 주주들의 참석 하에 주주총회의사록이 작성되어 회사가 이에 관련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경우에 “비록 형식상 당해 회사의 주주총회결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 하더라도 거와 같은 회사내부의 의사결정을 거친 회사의 외부적 행위를 유효한 것으로 믿고 거래한 자에 대하여는 회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에서는 위의 판례에는 없던 “유효한 것으로 믿고 거래한 자에 대하여” 회사의 책임을 인정한다고 설시하여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여 거래의 안전을 위한 것인 듯한 표현을 추가하였다. 그런데 독일의 無決議에서는 제3자의 보호가 고려될 수 없다고 한다(이철송, 회사법강의 제13판, 박영사 2006, 494면). 주주총회 특별결의의 정족수를 충족하여 사실상 회사의 실체라고 인정되는 주주들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거래인 이상 상대방의 선의를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인지 의문이다. 본 사안에서는 발행주식 총수 1만주 중 지배주주(피고)가 9,800주(98%)를 가지고 회사를 대표하여 본건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대표이사가 100주(1%)를 가지고 있어서 총 주식의 99%를 가진 주주가 계약에 관여한 셈일 뿐 아니라, 피고가 (주)A를 흡수합병할 때에는 피고가 (주)A의 발행주식 전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므로 소외회사 및 이를 승계한 피고는 원고에게 위의 약정에 따른 책임을 부담해야 하지 않을까. 3. 채권자에게 주식전환을 허용하는 조항의 의미 1) 판지 제2점 : “주식회사가 타인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채권자는 만기까지 대여금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회사 주식으로 액면가에 따라 언제든지 전환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는 내용의 계약조항을 둔 경우,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전환의 청구를 한 때에 그 효력이 생기는 형성권으로서의 전환권을 부여하는 조항이라고 보아야 하는바, 신주의 발행과 관련하여 특별법에서 달리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신주의 발행은 상법이 정하는 방법 및 절차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전환권 부여조항은 상법이 정한 방법과 절차에 의하지 아니한 신주발행 내지는 주식으로의 전환을 예정하는 것이어서 효력이 없다.” 2) 주의 : 본 건의 원고가 B공업주식회사(본 소송의 피고인 G(주)의 구 상호)의 다른 자회사인 (주)H에게 3억원을 대여하고 본 건과 유사한 주식전환약정을 한 사안에서, 대판 2004. 8. 16, 2003다9636은 “전환권은 형성권이므로 전환을 청구한 때에 당연히 전환의 효력이 발생하여 전환사채권자는 그 때부터 주주가 되”고, “직접 전환사채발행무효의 소에 의하지 않고 그 발행과정의 하나인 이사회결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청구의 소는 부적법하다”고 판시한 것과 대조된다. 4. 결 어 본 판결과 위의 2004년 판결은 위 약정을 전환사채의 발행으로 보았다. 채권이 주식으로 전환되는 점에서 전환사채 발행과 유사하더라도, 소비대차는 사채발행이 아니며 이들의 약정은 전환사채 발행이 아니고, 회사법상제도가 아니라 원고가 청구하면 회사가 주식을 발행해 줄 의무를 부담한다는 계약이다. 원고의 권리는 청구권이며 형성권이 아니다. 청구권인지 형성권인지는 당사자 의사 해석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원고는 여러 번 주식으로의 전환이나 주식발행을 요구했는데 소외회사와 이를 흡수합병하여 승계한 피고는 자본잠식 등을 이유로 이에 응하지 않은 것을 보면 당사자의 의사가 청구권 발생이라고 짐작된다. 그러므로 제3자에게 전환사채를 발행할 회사법상의 모든 절차를 미리 마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 약정을 무효라고 할 것이 아니다. 日本 最高裁判所 昭和53[1978].7.10. 判決(民集32권5호888면)에 의하면, 유한회사 사원지분 합계 220구 중에서 100구와 93구를 보유하는 이사와 대표이사 母女가 사원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총회의사록만 작성하여 지분과 함께 회사경영권을 매각한 후 3년이 지나서 총회결의부존재의 소를 제기하여 경영권을 회복하려는 소송에서, 지분매도인들은 쉽게 사원총회 결의에 의한 회사승인을 받을 수 있고 또 매수인을 위하여 회사승인을 받을 의무가 있는데도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가 인제 와서 경영권을 회복하려고 사원총회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에 어긋나는 소권의 남용이라고 판시하였다. 본 사안에서도 소외 회사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쉽게 거칠 수 있었고 원고에 대하여 이 결의를 얻을 의무가 있으며 이 의무에 위반한 데 대하여 손해를 배상해야 하지 않을까. 본 판결처럼 이 권리를 전환사채권자의 전환권인 형성권으로 보아 강행법인 회사법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라는 이론을 편다면, 위의 2004년 판결이 판시한 바와 같이 전환사채발행무효의 소를 제기해야 하는데 원고가 주식으로의 전환을 청구한 때부터 이미 6월이 경과하여 각하를 면할 수 없게 된다. 원고의 손해액 : 대법원은 본 사안에서 종래의 판례와는 다른 입장을 취하였다. 원고의 (주)A 주식의 합병기준가액을 바탕으로 산출한 원고의 청구금액이 과다하다고 느꼈기 때문일까. 그러나 (주)A는 “1998년 결산결과 자본잠식 상태”였다고 하는데, 합병회사(피고)가 피합병회사의 단독주주로서 아마도 부담 없이 내부적인 경리상의 이유로 산출한 합병기준가액(주당 23만4,788원)이 (주)A의 액면가 5,000원인 주식의 객관적인 평가액이 아닐 듯하며, 만약 객관적 주식평가액이었다면 불공정한 가액으로 주식을 인수한 자의 책임에 관한 제424조의2가 적용될 수 있다. 본 판결에 대하여 2007. 3. 2.에 대법원 2007재다178로 재심청구가 접수되었다.
2007-07-16
空선하증권의 효력
I. 사실관계 가. 원고는 소외 甲으로부터 甲과 브라질 소재 乙과의 섬유원단 수출거래에 대한 수출신용보증의 인수를 요청받고 이를 승낙하여 2000. 1. 4. 신용보증서를 발급하였다. 나. 甲은 사실상 乙과의 사이에 섬유원단수출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음에도 乙에게 원단을 수출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선하증권 등의 선적서류들을 구비한 후 2000. 6. 10. 丙은행에 수출환어음의 매입을 신청하였고 위 은행은 원고가 발행한 신용보증서를 담보로 수출환어음과 선적서류를 매입함으로써 甲에게 미화 98,430달러를 대출하였다. 다. 한편 피고는 甲과 해상운송주선계약을 맺고 甲으로부터 원단이 적입되었다는 봉인 컨테이너를 수령한 뒤 2000. 6. 9. 甲에게 이 사건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이 사건 선하증권에는 “다음의 화물이 실렸다고 들었음(said to contain)”이라고 하는 소위 부지문언이 부기되어 있었다. 그런데 피고가 甲으로부터 수령한 컨테이너에는 이 사건 원단이 적입되어 있지 아니하였다. 또한 이 사건 선하증권에는 위 컨테이너가 2000. 6. 9. 산토스(Santos)호에 선적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위 컨테이너는 실제로는 2000. 6. 24. 라 보니타(La Bonita)호에 선적되었다. 라. 한편 丙은행은 위와 같이 매입한 환어음을 추심하고자 하였으나 乙로부터 섬유원단수출계약이 체결된 적이 없다는 이유로 서류를 반송받자 2000. 9. 23. 신용보증서에 기해 원고에게 위 미화 98,430달러의 상환을 요청하였다. 원고는 丙은행에 위 금원 중 일부를 지급한 뒤 동 은행을 대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허위의 선하증권을 발행한 불법행위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II. 소송의 경과 및 대법원 판결 요지 제1심 법원은 이 사건 컨테이너 안의 내용물에 관하여 검사, 확인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 없는 경우에 부지문언을 부기하여 선하증권을 발행한 것은 허위의 선하증권을 발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 판결에 대해 원고가 항소하였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 법원의 판시 이유를 그대로 원용하는 외에 추가로, 선하증권 상의 선적일자와 선박 이름이 실제의 선적일자와 선박 이름과 달라 피고가 발행한 선하증권이 허위의 선하증권이라고 하더라도 乙이 환어음의 지급을 거절한 것은 乙과 甲과의 사이에 계약관계가 없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피고의 허위 선하증권 발행과 원고의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 판결에 대해 원고가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항소심 법원의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1) 선하증권은 운송물의 인도청구권을 표창하는 유가증권인바, 이는 운송계약에 기하여 작성되는 유인증권으로 상법은 운송인이 송하인으로부터 실제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고 있는 것을 유효한 선하증권 성립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으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아니하였는데도 발행된 선하증권은 원인과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목적물의 흠결이 있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고, 이러한 경우 선하증권의 소지인은 운송물을 수령하지 않고 선하증권을 발행한 운송인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할 것이다. (2) 丙은행이 비록 수출환어음과 함께 선하증권을 매입하였다고 하더라도 선하증권이 운송물을 수령하지 않고 발행된 선하증권으로 무효인 경우, 은행이 선하증권의 소지인으로서 입은 손해는 반드시 그 수출환어음의 지급거절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선하증권이 담보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됨으로써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원심은 운송품을 수령하지 않고 발행된 선하증권을 취득한 소지인의 손해에 관해서도 더 심리겿풔洑臼㈍?할 것인데도 이 점에 관하여 심리겿풔洑舊?아니한 채 이 사건 선하증권의 사실과 다른 선적일과 선박명의 기재는 丙은행의 손해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위와 같은 법리오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할 것이다. III. 평석 1. 문제의 제기 1991년 개정 전의 우리 舊상법은 선하증권의 채권적 효력에 관하여 화물상환증의 문언증권성에 관한 상법 제131조를 준용하고 있었다(舊상법 제820조). 이러한 舊상법하에서의 空선하증권의 효력과 관련하여 空화물상환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요인증권성을 강조하는 견해(요인증권성설), 문언증권성을 강조하는 견해(문언증권성설), 그리고 절충설의 대립이 있었으며 판례는 요인증권성설에 따라 공선하증권이 무효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대법원 1982. 9. 14. 80다1325판결). 그런데 1991년 해상법을 개정하면서 선하증권의 채권적 효력에 관하여 상법 제131조의 준용규정을 폐지하고 헤이그 비스비 규칙의 내용을 수용하여 제814조의 2를 신설하였다. 이러한 현행 상법하에서 선하증권의 채권적 효력이 舊상법 시대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으며 현행 상법하에서 空선하증권이 어떠한 효력을 가질 것인가 하는 점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위 대법원 판결은 이 점을 다룬 최초의 판결이다. 2. 현행 상법의 해석론 가. 선하증권 기재의 추정적 효력 현행 상법은 제814조의 2 본문에서 “제814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서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에는 운송인이 그 증권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한다. 이러한 추정적 효력이 미치는 범위는 운송인이 선하증권에 기재된 운송물의 종류, 중량 또는 용적, 포장의 종별, 개수와 기호, 운송물의 외관 상태이다. 따라서 운송인이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도 알 수 없는 운송물의 품질이나 밀봉된 컨테이너 내부의 운송물의 상세에 관하여는 추정적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또한 운송인은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혹은 선적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空선하증권의 경우에 운송물을 수령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운송인은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나. 선하증권 기재의 확정적 효력 한편 현행 상법 제814조의 2 단서는 “그러나 운송인은 선하증권을 선의로 취득한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므로 운송인은 선하증권의 선의의 소지인에 대하여 반대의 증거를 들어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아니하였음을 대항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선하증권의 기재가 확정적 효력을 갖는다. 통설은 현행 상법이 舊상법에 비해 선하증권의 문언증권성을 강화한 것으로 본다(소수설 있음). 이러한 통설에 의할 때 空선하증권의 경우에도 선하증권의 문언증권성에 따라 운송인은 선의의 선하증권 소지인에 대하여 空선하증권임을 주장하지 못하고 선하증권에 기재된 바에 따라 운송물을 인도할 채무를 부담하며 이를 이행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한편 현행 상법상 운송인이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므로 선의의 소지인 측에서 선하증권의 기재와 다른 사실을 주장하는 것은 가능하다. 따라서 空선하증권의 경우 선의의 소지인은 空선하증권임을 들어 동 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 이 경우 운송인에게 空선하증권을 발행한 데 대해 귀책사유가 있으면 소지인은 운송인에게 불법행위책임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상법상 운송인은 불법행위책임에 관하여도 채무불이행 책임과 마찬가지로 책임을 제한할 수 있으므로(상법 제789조의 3 제1항), 소지인으로서는 구태여 운송인의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실익이 없다할 것이다. 3. 대법원 판례의 검토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空선하증권의 효력에 관하여 선하증권의 요인증권성을 강조하면서 실제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아니하고 발행된 空선하증권은 원인과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목적물에 흠결이 있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설시는 舊상법 시대에 空선하증권의 효력에 관하여 요인증권성설을 취한 대법원 1982. 9. 14. 선고 80다1325 판결과 동일한 취지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현행 상법은 제814조의 2 본문에서 선하증권의 추정적 효력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악의의 소지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일응 空선하증권은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효력을 가지며 운송인이 운송물이 수령 또는 선적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여야 선하증권이 무효로 되는 것이다. 또한 운송인은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는 대항하지 못하므로 空선하증권의 경우 비록 선하증권으로서의 원인과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무효로 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선의의 제3자가 空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가능할 뿐이다. 이 사건에서 空선하증권의 소지인의 권리를 대위하는 원고가 피고의 불법행위책임을 추궁한 것으로 보아 원고는 선하증권 기재의 효력에 따른 채무불이행 책임을 묻지 아니하고 스스로 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록 원고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고 하더라도 대법원은 만연히 “선하증권의 요인증권성에 비추어 볼 때 空선하증권이 무효이고 이러한 경우 소지인은 운송인에 대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할 것이 아니라, 현행 상법의 입장을 반영하여 空선하증권은 원칙적으로 선의의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유효이나 선의의 제3자 측에서 스스로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점을 명백히 한 뒤 이 사건에서는 선의의 제3자인 원고가 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空선하증권이 무효로 된다고 판시하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더구나 空선하증권의 무효를 설시하는 판시내용이 舊상법 시대의 요인증권성설을 취한 대법원 판례의 판시내용과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마치 대법원이 현행 상법하에서도 舊상법 시대와 마찬가지로 요인증권성설에 따라 空선하증권이 선의의 소지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당연히 무효라는 입장을 취한 것이 아닌가하고 오해할 여지를 만든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된다. IV. 맺음말 현행 상법은 헤이그 비스비 규칙에 따라 선하증권 기재의 효력에 관한 舊상법 규정을 개정하였다. 헤이그 비스비 규칙을 수용한 영국과 일본에서는 선의의 소지인에 대한 관계에서 운송인은 空선하증권이 무효임을 주장하지 못하고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러한 해석은 우리 상법의 해석으로도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空선하증권의 효력을 둘러싸고 발생했던 舊상법 시대의 학설 대립은 그 의미가 없어졌다. 또한 空선하증권의 효력에 관한 舊상법 시대의 대법원 판례도 현행 상법 하에서는 타당하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이 현행 상법의 규정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이 선하증권의 요인증권성을 강조하며 空선하증권이 무효라고 판시한 것은 마치 대법원이 舊상법 시대와 마찬가지로 요인증권성설에 따라 空선하증권이 당연히 무효라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오해될 여지가 많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현행 상법 제814조의 2에 의할 때 원칙적으로 空선하증권은 유효이나 이 사건의 경우 소지인 측에서 空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했으므로 선하증권이 무효로 되었다는 점을 명백히 하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생각된다. ※이 글은 한국해법학회지 제29권 제1호(2007. 4.)에 실린 필자의 “공선하증권의 효력”이라는 논문 중 일부를 발췌해 정리한 것임.
2007-07-09
함정수사 허용한계와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공소제기효과
I.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 대법원 제3부 2005.10.28선고 2005도1247판결 원심은 피고인 甲, 乙을 히로뽕 수수 및 밀반입 사실로 유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들은 사전에 히로뽕 매수, 밀반입 의사가 없었으나, 甲의 애인 A가 ‘서울지검 마약반 정보원 B가 다른 정보원의 배신으로 구속되어, 마약반에서 B의 공적을 만들어 빼내려 한다. 이에 필요한 히로뽕을 구해 달라. 검찰이 안전을 보장한다’고 하고 구입자금까지 교부, 甲에게 부탁, 甲은 이들을 돕기로 하고 乙에게 사정을 설명, 히로뽕 매입을 의뢰하여 乙이 히로뽕을 구입, 甲에게 교부, 범행에 이른 것으로 위법한 함정수사를 주장, 상고하였다. 상고심(대법원2004. 5. 14.선고 2004도1066판결)은 위 주장의 가능성을 인정, 함정수사에 의해 범의가 유발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단정한 원심에 심리미진,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 파기 환송하였다. 환송 후 원심(서울고법2005.1.28선고 2004노1222판결)은 사전에 범의를 갖지 않은 자에게 수사기관이 범행을 적극 권유, 범의를 유발, 범행에 이르게 하여, 공소제기 함은 적법한 공소제기로 볼 수 없어, 공소제기절차가 법률규정에 위배되어 공소기각판결을 하였다. 검사가 상고하였다. 상고심은「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한 수사방법이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함을 면할 수 없고 이러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고 하여 상고 기각하였다. II. 대상판례의 검토 1. 함정수사의 의의와 적법성 판단 함정수사(陷穽搜査)란 수사기관 또는 그 협력자가 범행을 유발하여 그 실행을 기다려 이를 체포하는 등의 수사방법으로 구체적인 형태에 따라 영미에서는 sting operation, undercover investigation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통상 뇌물수수, 매춘, 도박, 약물범죄 등 범행이 은밀하게 이루어져 외부포착이 어려운 유형의 범죄행위 검거에 활용되는데, 조직범죄나 테러 등에 대한 수사기법으로서도 활용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다만 수사의 상당성 및 신뢰원칙에 따라, 형사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의 사법적 신뢰(judicial integrity)에 위배될 수 있어, 허용한계와 함께 위법한 함정수사에 대한 법적효과가 주로 논의되어 왔다. 2. 함정수사의 허용한계 가. 기회제공형과 범의유발형 함정수사 함정수사의 허용한계와 관련, 한국 및 일본의 학설, 판례에서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견해(일본하급심판례 중, 함정수사는「국가가 일면에서는 범인을 제조하고 타면에서 이를 체포하는 극단의 모순적 조치로 도저히 용인될 수 없다」고 판시한 예가 있다. 木黃浜地判昭和26·6·19裁判所時報87·3頁; 木黃浜地判昭和26·7·17高刑集4卷14·2083頁)나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견해(다만, 종래 일본최고재판소는「타인의 유혹에 의하여 범의를 발생되거나 강화된 자가 범죄를 실행한 경우, 일본형사법 상 그 유혹자가 경우에 따라서는… 교사범 또는 종범으로 죄책을 부담함은 별론 으로, 그 타인인 유혹자가 일반사인이 아닌 수사기관이라는 점만으로 그 범행 행위자의 범죄구성요건해당성 또는 책임성이나 위법성을 조각하거나 공소제기절차규정에 위반 또는 공소권이 소멸된 것이라 할 수 없음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最決昭和28·3·5刑集7卷3號482頁; 最判昭和29·8·20刑集8卷8號1239頁; 最決昭和29·9·24裁判集刑事98號739頁; 最決昭和36·8·1裁判集刑事139號1頁)는 찾아보기 어렵고, 통설은 기회제공형 및 범의유발형으로 구분하여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를 위법한 유형으로 판단하고 있다(이재상, 형사소송법 제6판, 서울 : 박영사, 176면 이하; 福井厚, 刑事訴訟法講義 第2版, 東京 : 法律文化社, 2003, 82-83頁; 대법원1963.9.12.선고 63도190판결; 대법원 1982.6.8.선고 82도884판결; 대법원1983.4.12.선고 82도2433판결; 대법원1992.10.27.선고 92도1377판결; 대법원2004. 5. 14.선고 2004도1066판결. 특히 대법원은 기회제공형을 함정수사의 범주에서도 제외한다.; 일본하급심판례로, 東京高判昭和26·11·26高刑集4卷13號1933頁; 東京高判昭和60·10·18刑月17卷10·927頁; 大阪高判昭和63·4·22判タ680號248頁). 앞서와 같이 종래 일본최고재판소는 기회제공형, 범의유발형의 구별 없이 함정수사를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는데, ① 수사절차의 위법이 곧바로 공소제기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고(東京高判昭和26·12·11高刑集4卷14·2074頁), ②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이 위법하다면, 이를 교사, 종범으로 처벌하거나 ③ 정상사유로의 참작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시각이 배경이 된 것이다. 그러나 관련판례의 사실관계가 대부분 기회제공형에 해당하고, 최고재판소도 마약거래와 관련 수사정보원을 활용한 사안(最決平成16·7·12刑集58卷5號333頁)에서「직접적 피해자가 없는 약물범죄 등의 수사에서 통상적 수사방법만으로 당해 범죄의 적발이 곤란한 경우, 기회가 있다면 범죄를 행할 의사가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대상으로 함정수사를 행함은 형소법 제197조 1항의 임의수사로서 허용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적법한 함정수사 요건으로 첫째, 약물범죄 등 소위 피해자 없는 범죄(victimless crime)와 같은 대상범죄에 제한, 그 필요성이 인정되고, 둘째, 통상적 수사기법에 의한 증거수집, 검거가능성이 극히 제한적인 경우, 셋째, 사전에 범행의사가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대상으로 할 것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기존 한국, 일본의 관련판례에서 기회제공형이 대부분으로, 위법한 함정수사의 주장이 피고인의 방어방법으로 과연 어느 정도 유용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나. 미국의 entrapment defense ; subjective test 및 objective test 범의유발형, 기회제공형 함정수사의 구분은 미국의 entrapment defense의 영향이라 하겠다. 미국에서 함정수사의 한계에 관한 논의는 1870년대 후반 주 법원 판례 등에서 확인되는데, 1900년대 초까지 미 판례는 피고인의 범행진행, 가담에 주목,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 대해서는 착안하지 않았다(People v. Mills, 178 N.Y. 274, 70 N.E. 786(1904)). 그러나 1932년 Sorrells v. United States(287 U.S. 435, 53 S.Ct. 210, 77 L.Ed. 413(1932))에서 미연방대법원이 후술 주관적 기준을 제시한 이래, 연방하급심 및 주법원에서 이를 원용하기 시작하였다. entrapment defense의 판단요소로 ① 수사기관의 함정설정행위(inducement), ② 함정설정 전 대상자가 갖는 심리적 상태로서의 범행의사(predisposition)를 드는데, 위 판단요소 중, 중점대상에 따라 주관적 기준(subjective test, Sherman-Sorrells doctrine), 객관적 기준(objective test, hypothetical person approach), 절충적 기준으로 구분된다. 미국의 다수설인 주관적 기준은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도 불구, 피고인이 이미 범행의사를 갖는 경우(ready and willing by the time), 당해 함정수사는 적법하다는 입장으로 실체형벌법규의 입법자는 수사기관에 의하여 창출된 범죄행위까지 처벌할 것을 상정하지 않은 점을 논거로 한다(실체법적 접근). 이에 따르면, 피고인이 우월적 증명(preponderance of evidence)으로 수사기관에 의한 함정설정을 입증하면, 검찰 측이 합리적 의심이 해소될 정도로(beyond reasonable doubts)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를 입증하는 공방(攻防)구조를 뛴다. 문제는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 입증에 과거 범죄경력, 악성격, 평판, 취향 등 부당한 편견을 야기할 수 있는 성격·유사사실증거 등이 원용되며, 피고인의 심리적 상태라는 모호한 기준에 의존하는 점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반면, 객관적 기준은 entrapment defense는 위법한 수사의 제어를 목적으로, 위법한 수사관행을 법원이 사후적으로 승인할 수 없는 점에서(절차법적 접근), 평균적 일반인을 상정, 수사기관의 구체적 함정설정행위를 고려, 범행의사를 갖지 않은 자가 범행에 이를 정도의 실질적 위험(substantial risk)의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Model Penal Code §2.13). 객관적 기준에 의하면 주관적 기준의 문제점은 어느 정도 해소되지만, 실질적 위험역시 모호한 기준이며, 상습적 범죄자에 대한 대처, 범행의사여부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 실질적 위험이 없다고 판단하는 예와 같이 오히려 부당하게 함정수사가 적법한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대폭 확장될 수 있는 문제점 등이 지적된다. 한편, 우편에 의한 아동포르노물의 유통과 관련(Jacobson v. United States503 U.S. 540, 112 S.Ct. 1535, 118 L.Ed.2d 174(1992)), 미연방대법원은 종전 주관적 기준과 달리,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판단에 수사기관의 함정설정과정, 범행에 개입형태 및 기간 등을 고려하여 객관적 기준을 일부 수용하여 소위 절충적 기준을 취한 바 있다. 3. 위법한 함정수사에 대한 구제 위법한 함정수사(범의유발형)의 구제와 관련, 실체법적 접근에서 ① 가벌적 또는 실질적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신양균, 형사소송법, 서울 : 법문사, 2000, 70면), 절차법적 접근에서 ② 위법한 수사방법으로 국가가 처벌적격을 상실하여 면소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 ③ 위법한 수사에 의한 공소제기로 공소기각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백형구, 형사소송법강의 제8정판, 서울 : 박영사, 2001, 365면), ④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증거를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을 부인하여야 한다는 견해 등이 제시되는데, ④의 입장(可罰說. 이재상, 전게서, 179면; 石神千織, 搜査節次におけるおとり搜査, 警察學論集 第58卷 9號, 2005, 164-165頁)은 ①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함정수사라도 범죄성립요건이 갖추어진 이상, 무죄판단은 곤란하고, ②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함정수사가 명문의 면소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③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수사에 따른 공소제기 시, 공소기각판결을 한다는 명문규정이 없고, 수사, 공판절차는 독립성을 갖는 점에서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에 그대로 인계되지 않는 점(종래 한국 및 일본의 판례 역시 수사절차의 위법과 공소제기효과를 분리시키는 입장을 일관하였다. 대법원 1992.4.24. 선고 92도256 판결 등; 最判昭和41·7·21刑集20卷6號6767頁, 大阪高判昭和63·4·22判タ680·248頁 등) 등을 논거로 비판한다. 그러나 수사, 공판절차가 전혀 무관계한 것은 아니고, 적정절차원칙, 피의자·피고인의 기본권보호라는 점에서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효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적 구성은 충분히 가능하고, 정책적 필요성면에서도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과 별도로 수사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게재된 때는 이에 따른 공소제기에 대하여 공소기각판결(형소법 제327조 2호)을 할 수 있다고 하겠다(福井厚, 前揭書, 228-229頁). 참고로, 일본 하급심판례 중에 적정절차위반의 함정수사에 따른 공소제기가 무효화될 수 있다고 판시한 예도 있다(東京高判昭和57·10 ·15判時1095號155頁). 4. 대상판례의 의의 방어방법으로 함정수사의 유용성에 대한 의문은 ① 기존 관련판례가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측면보다는 피고인의 범행의사라는 심리적 상태에 주안을 두어, 대부분 사례가 기회제공형으로 판단되었고, ② 통상 함정수사의 원용 시, 피고인의 유죄인정이 논리적 전제가 되는 점 등에 주로 기인한다. 대상판례는 피고인의 범행의사 고려 시, 범행자금 및 구체적 범행방법제시 및 대가제공 등 수사기관이 범행의 전 과정에 적극 개입한 점을 고려, 위법한 함정수사(범의유발형) 가능성을 지적하여 종래(주관적 기준)와 달리 수사기관에 의한 범행유발의 실질적 위험성을 고려(객관적 기준), 대법원이 판단한 최초의 위법한 함정수사사례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절충적 기준). 아울러, 위법한 함정수사에 따른 공소제기 효과와 관련, 공소제기가 법률의 규정에 위배되어 공소기각판결을 한 원심을 지지하여, 수사절차의 위법과 공소제기효과를 분리하던 기존시각에 변화를 추측케 한다. 장래 판례축적과 함께, 함정수사의 한계에서 수사기관의 함정설정과 관련한 구체적 판단기준과 함께 어떠한 경우에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의 효과에 연계될 수 있는지, 추가적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2006-01-16
위장납입의 형법상 죄책
I. 사건의 개요와 논점 피고인은 유상증자금 300억 7000만원을 일괄 납입·예치하고, 그 은행으로부터 주식납입금보관증명서를 발급받은 다음, 위 회사 우선주 유상증자를 마친 후, 다음날 증자대금으로 납입한 300억 7000만원을 직접 인출해간 방법으로 위 회사의 증자 대금의 납입을 가장하였다. 그리고 피고인은 또한 주금을 가장납입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법무사를 통해 정을 모르는 등기공무원에게 주금납입보관증명서 등 유상증자등기에 필요한 관계 서류를 제출하게 하였고, 등기공무원으로 하여금 위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 및 자본의 총액에 대한 허위사실의 등기를 경료하게 하여 공정증서원본인 상업등기부에 불실의 사실을 기재하게 하고, 같은 일시, 장소에서 위 등기 공무원으로 하여금 위와 같이 불실의 사실이 기재된 상업등기부를 비치하게 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이미 법인의 소유의 돈으로서 회사의 운영을 위하여 사용되어야 할 돈에 대해, 보관하는 것을 기화로 다음날 그 돈을 법인의 업무와 아무런 관계없는 용도인 채무변제에 사용하기 위하여 법인계좌에서 인출하여 300억 7000만원을 횡령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 사건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상법 제628조의 납입가장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둘째 위장납입을 한 후 발급받은 주금납입보관증명서를 공무원에게 제출하여 상업등기부에 등기하게 하고 이를 비치한 것이 공정증서불실기재죄(형법 제228조) 및 동행사죄(제229조)에 해당하는지 여부, 셋째 위장납입한 돈을 인출하여 회사의 업무가 아닌 위장납입시의 채무변제를 위해 사용한 경우 업무상횡령죄(형법 제 356조 제1항,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제3조)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이다. 평석대상 전원합의체 판결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쟁점에서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갈렸던 바, 이 차이를 중점으로 검토하기로 한다. II. 상법상 납입가장죄의 성부 가장납입이란 회사를 설립함에 있어서 주금이 납입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납입이 있는 것처럼 가장하여 발기인이 설립등기를 하는 회사범죄의 일종이다. 가장납입 중의 한 형태인 위장납입(=‘견금’)은 발기인이 보관은행 외의 제 3자로부터 금전을 차입하여 주금액을 납입하고, 설립등기를 마친 후 이를 즉시 인출하여 차입금을 변제하는 유형을 말한다. 판례는 견금 등의 행위에 대하여 “납입가장죄는 회사의 자본충실을 기하려는 법의 취지를 유린하는 행위를 단속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므로, 당초부터 진실한 주금납입으로 회사의 자금을 확보할 의사 없이 형식상 또는 일시적으로 주금을 납입하고 이 돈을 은행에 예치하여 납입의 외형을 갖추고, 주금납입증명서를 교부 받아 설립등기나 증자등기의 절차를 마친 다음 바로 그 납입한 돈을 인출한 경우에는, 이를 회사를 위하여 사용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의 자금이 늘어난 것이 아니어서, 상법 제628조의 납입가장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판 1982.4.13. 선고 80도537판결; 대판 1993.8.24, 93도 1200판결). 학계의 통설 역시 가장납입을 한 사안에 대하여 납입가장죄를 인정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입장을 확인하면서도, 당해 사안에서는 피고인이 회사를 위해서 자본금을 사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데 원심이 이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채증법칙을 위반하였다고 판시하였다. III. 상법상 납입가장죄와 별도로 형법상 공정증서부실기재죄·동행사죄의 성립 여부 공정증서불실기재죄란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신고를 하여 공정증서원본 등에 부실의 사실을 기재하게 하는 것이다. 사안에서의 문제가 되는 상업등기부는 상법에 의하여 등기할 사항을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법원이 등기하게 하는 장부로서, 등기된 사항은 상법상의 여러 효력을 부여받게 되는 바, 권리의무관계를 증명하는 공정증서원본의 일종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가장납입을 한 것이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신고를 한 것인지 여부이다.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회사를 위하여 사용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질적으로 회사의 자본이 늘어난 것이 아니어서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가 성립하고, 다만 납입한 돈을 곧바로 인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인출한 돈을 회사를 위하여 사용한 것이라면 자본충실을 해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주금납입의 의사 없이 납입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 기존의 판례와 동일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반대의견은 “견금 방식의 가장납입의 경우에도 납입으로서의 효력을 인정하는 종래 대법원의 견해를 따르는 한 납입이 완료된 것은 진실이고, 따라서 등기공무원에 대하여 설립 또는 증자를 한 취지의 등기신청을 함으로써 상업등기부원본에 발행주식의 총수, 자본의 총액에 관한 기재가 이루어졌다 할지라도 이를 두고 ‘허위신고’를 하여 ‘불실의 사실의 기재’를 하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동행사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판시한다. 판례의 다수의견은 가장납입의 경우 실질적으로 자본이 늘어난 것이 아니어서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는데, 이러한 논리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위장납입을 한 경우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먼저 위장납입이 유효한지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납입이 유효하다고 하다면, “당사자들의 합의 없이 이루어진 소유권이전등기라도 하더라도 민사실체법상의 권리관계에 부합하는 유효한 것이라면 이를 부실등기라고 할 수 없다.”(대판 1980.12.9. 선고, 80도1323판결)는 판례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에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의 성립이 부정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상법학계의 통설인 ‘납입무효설’과는 달리, “위장납입은 금원의 이동에 따른 현실의 불입이 있는 것이고, 주금납입의 가장수단으로 이용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주관적 의도에 불과하고, 이러한 내심적 사정은 회사의 설립이나 증자와 같은 집단적 절차의 일환을 이루는 주금납입의 효력을 좌우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일관되게 ‘납입유효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판 1983.5.24 선고 82누522 판결). 그 결과 납입가장죄와 별도로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동행사죄가 성립하다는 다수의견은,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유효한 것을 부실의 등기라고 보지 않고, 위장납입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기존의 판례와 긴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점에서 반대의견의 입장이 ‘납입 유효설‘을 취하는 이전의 판례와 논리가 일관된다. 그리고 상사법적으로 유효한 행위를 형법적으로 통제한다는 것은 법질서의 통일성이나 형법의 보충성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에 타당하지도 않다(단, 학계 통설에 따라 ‘납입무효설’을 취할 경우에는 공정증서원본부실기재죄의 ‘부실’을 주장할 근거가 더욱 강해질 것이다). IV. 업무상횡령죄의 성부 이 사안에서 피고인은 위장납입의 형태로, 돈을 회사에서 인출하여 제3자의 채무를 갚는데 사용하였다. 피고인의 이 행위가 업무상횡령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먼저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타인으로부터 금원을 차용하여 주금을 가장납입한 직후 이를 인출하여 차용금변제에 사용한 경우 상법상의 납입가장죄와 별도로 회사재산의 불법영득행위로서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한 이전의 대법원 1982. 4. 13. 선고 80도537 판결, 2003. 8. 22. 선고 2003도2807 판결 등을 변경하기로 결정한다. 즉, 다수의견은 이 경우 “피고인에게 회사의 돈을 임의로 유용한다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고, 이러한 관점에서 상법상 납입가장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이상 회사 자본이 실질적으로 증가됨을 전제로 한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 업무상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한 것이다. 이에 반하여 소수의견은 “주금납입과 동시에 그 납입금은 회사의 자본금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의 기관이 이를 인출하여 자신의 개인 채무의 변제에 사용하는 것은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것이 될 뿐만 아니라 불법영득의사의 발현으로서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파악하면서, 위장납입이 유효한 이상 납입금은 이미 회사의 재물로서 타인의 재물이 되며, 따라서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설시하고 있다. 생각건대, 대법원이 위장납입의 유효성을 확고하게 인정하고 있는 한, 위장납입으로 회사에 주금이 입금 되었다면 바로 그 주금은 타인의 재물로 되며, 타인의 재물을 임의로 유용하여 빼가는 경우 불법영득의사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그리고 반대의견이 지적한대로 납입행위 이후 반환행위 이전에 회사의 채권자가 주금 납입금에 관한 회사의 예금채권에 대하여 압류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자면, 납입의 사법적 효력을 인정하되 그와 별도로 납입금을 인출하여 제3자에게 변제하는 행위를 횡령행위로 보는 것이 가장납입을 전후한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V. 맺음말 전원합의체 판례의 다수의견은 ‘납입유효설’을 취하는 기존의 대법원의 판례와 논리적으로 충돌한다. ‘납입유효설’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가장납입행위는 상법상 납입가장죄와 형법상 업무상횡령죄로 의율되는 것이 옳고,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의 성립은 부정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단, 상법학계의 ‘납입무효설’을 취할 경우에는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가 성립하고 업무상횡령죄의 성립은 부정되는 결론이 논리적일 것이다.
2005-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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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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