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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8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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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자기증여의 취급과 일감 몰아주기 증여의제
대상판결은 특수관계법인의 주주가 동시에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에 해당하는 경우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에 따른 증여의제이익을 자기증여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힌 최초의 판결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증여의제이익은 자기증여의 산물로서 애당초 상증세법 제45조의3 제1항에서 정한 과세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적어도 해석으로써 이를 증여세의 부과대상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새겨야 옳다 I. 사실관계 원고는 내국법인 A 및 B의 대표이사로서 2012년과 2013년 기준으로 또 다른 2개의 내국법인을 통해 A의 주식을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고, B의 주식을 50% 이상 직접 보유하고 있다. A는 2012, 2013 사업연도에 B에게 의약품을 공급했고(이하 ‘이 사건 거래’라 한다) A의 매출액 중 B에 대한 매출액 비율은 2012 사업연도에 94.56%, 2013 사업연도에 98.65%였다. 원고는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5. 12. 15. 법률 제135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증세법’이라 한다) 제45조의3에 따라 자신이 A의 지배주주 지위에서 B로부터 일정한 이익(이하 ‘이 사건 증여의제이익’이라 한다)을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된다는 이유로 2013. 7. 31.과 2014. 6. 27. 피고에게 이 사건 거래와 관련한 증여세를 신고·납부하였다. 이후 원고는 2014. 10. 14. 피고에게 2012년 및 2013년 귀속 증여세를 환급해 달라는 내용의 경정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14. 12. 9. 원고의 경정청구를 거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거부처분’이라 한다). Ⅱ. 관련규정 및 쟁점 1. 관련규정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 의제) ① 법인의 사업연도 매출액 중에서 그 법인의 지배주주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에 대한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그 법인의 업종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법인의 지배주주와 그 지배주주의 친족이 다음 계산식에 따라 계산한 이익을 각각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 2.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동시에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인 경우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되는 이익이 자기증여에 해당하여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에서 정한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Ⅲ.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증여의제이익이 자기증여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없다고 보아 이 사건 거부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 제1항에 따른 증여세의 경우 증여자는 특수관계법인이고, 수증자는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다. 증여자인 특수관계법인은 그 주주와 구별되는 별개의 법적 주체이므로, 수증자인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동시에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이더라도 증여자와 수증자가 같다고 할 수 없다. ㉯ 특수관계법인은 수혜법인과의 거래로 인하여 손실을 입는 것이 아니므로,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동시에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이더라도, 그 거래로 인한 이익과 손실이 함께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에게 귀속되어 그 재산가치가 실질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 2014. 2. 21. 상증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제34조의2 제12항 제3호에서 ‘수혜법인이 특수관계법인과 거래한 매출액에 지배주주 등의 그 특수관계법인에 대한 주식보유비율을 곱한 금액’을 과세제외 매출액에 포함하도록 정하는 등 증여의제이익 계산방법을 종전과 달리 정하였더라도 이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Ⅳ. 해설 1. 구 상증세법상 자기증여의 취급 ‘자기증여’는 말 그대로 자기가 자신에게 증여한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는 성립하기 어렵지만 자본거래 등 복잡한 법률관계가 개재된 경우에는 자기가 자신에게 증여하게 된 꼴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기증여는 구 상증세법 제2조 제3항에서 정한 증여의 개념요소를 충족하지 못한다. ‘증여’는 ‘타인에게’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하는 경우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구 상증세법이 자기증여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지 않은 것도, 자기증여가 애당초 과세대상인 증여에 해당될 수 없음을 염두에 둔 결과라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런데 증여의제규정을 해석할 경우에는 이러한 논리를 들이댈 수 없다. 증여의제규정은 처음부터 증여의 개념요소를 흠결하는 경우를 규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 상증세법이 증여의제규정에서도 자기증여의 취급에 관하여 침묵하고 있는 이상 자기증여에 대하여 어떠한 증여의제규정을 적용하여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는 해석론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① 증여자와 수증자가 실질적으로 동일한지 여부, ② 그 동일성이 해당 규정에 따라 증여세의 부과대상이 될 만한 행위나 사실(과세대상)을 배제시키는지 여부, ③ 그러한 행위나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 해당 규정의 입법취지, 목적 등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살펴 자기증여 해당 여부와 그 비과세 범위를 획정하여야 한다. 2. 일감 몰아주기 증여의제 규정의 의미와 취지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에서 정한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의제, 즉 일감 몰아주기 증여의제는 특수관계법인이 ‘정상적이라고 취급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는 수혜법인과의 거래를 통해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에게 이익을 증여한 것으로 의제하는 구조이다. 즉, 정상가액에 따른 거래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일정한 범위를 넘는 경우 변칙적인 증여가 있었다고 보겠다는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가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정상가액에 따른 거래로서 세법상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대상이 아니고, 사업의 기회를 주었다고 해서 경제적 이익을 이전한 것은 아니므로 애당초 증여의 개념을 충족하지 않는다. 따라서 완전포괄주의에 따르더라도 이를 증여의 범주에 넣고서 증여세를 부과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해 ‘증여의제’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3. 대상판결의 논리구조 대상판결에서는 이 사건 증여의제이익이 자기증여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논거로 크게 3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은 특수관계법인과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 간의 관계에서 성립하는데, 특수관계법인은 그 주주와는 별개의 법적 주체라는 것이다. 즉, ‘특수관계법인 ≠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이므로, 특수관계법인의 주주가 동시에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라고 하더라도 증여자와 수증자가 일치하지 않아서 자기증여의 개념요소를 애당초 충족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둘째, 일감 몰아주기가 정상가액에 따른 거래에 해당되는 이상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동시에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이더라도 이익과 손실이 함께 귀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특수관계법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아도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이익을 볼 수 있으므로, 동일한 법적 주체에게 이익과 손실이 함께 귀속된다는 자기증여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셋째, 대상판결에서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수혜법인이 특수관계법인과 거래한 매출액에 지배주주 등의 그 특수관계법인에 대한 주식보유비율을 곱한 금액’을 과세제외 매출액에 포함시켜 이를 자기증여로 보는 듯하게 구 상증세법 시행령 규정이 개정되었더라도 이를 확인적 의미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즉, 이 규정의 개정을 창설적 의미로 본다면 이로써 그 규정의 시행 전에 일어난 사건에 적용될 법령의 해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4.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특수관계법인의 주주가 동시에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에 해당하는 경우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에 따른 증여의제이익을 자기증여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힌 최초의 판결이다. 증여의제규정에서 자기증여의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를 설시한 판결로서 의의가 있다. 5.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이 사건 증여의제이익은 자기증여의 산물로서 애당초 상증세법 제45조의3 제1항에서 정한 과세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적어도 해석으로써 이를 증여세의 부과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이 규정의 취지나 목적 등에 부합한다고 새겨야 한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거부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하고, 대상판결의 결론에 동의하기 어렵다. ①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이 법인격 투과를 본질로 삼고 있는데 수혜법인과 그 지배주주 등 간에는 법인격을 투과시키면서 특수관계법인과 그 주주 간에는 엄격하게 별개의 법인격을 관철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②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인 경우 그 특수관계법인 지분비율에 상응해서는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자신에게 사업 기회를 제공한 것일 뿐이다.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스스로에게 부를 증식할 기회를 마련한 것이므로 부가 이전된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어 ‘증여세의 영역에서’ 과세대상으로 취급될 만한 행위나 사실이 없다. ③ 대상판결이 ㉰의 논거에서 밝힌 상증세법 시행령 규정의 신설이 창설적 의미를 갖는다고 단정할 근거가 없고, 오히려 그 개정 경위나 배경 등을 고려하면 이 규정은 그 신설 이전부터 받아들여졌던 사항을 확인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볼 여지가 많다(지면의 제약으로 이 규정의 개정 경위나 배경 등을 이 글에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는다. 자세한 내용은 정기상,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자기증여의 취급에 관한 고찰”, 조세법연구 제29권 제2호, 2023, 264면 이하 참조). 정기상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증여세
셀트리온
특수관계법인
정기상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2024-03-31
민사소송·집행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관한 소송관계
1. 사안의 개요와 소송의 경과 A는 X토지에서 관광지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피고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는 X토지 지상에 Y건물을 설치하였다. A는 원고에게 X토지를 양도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고,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Y건물의 철거 및 X토지의 인도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 소송계속 중 원고는 원고 승계참가인 B에게 X토지를 양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후 소송탈퇴하였고, B는 승계참가를 신청한 후 다시 X토지를 원고 재승계참가인 C에게 양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C는 승계참가를 신청하였고, B는 C의 권리승계 여부를 다투지 않으면서도 소송탈퇴, 소 취하 등을 하지 않았다. 제1심 법원은 C의 청구에 대하여 인용하면서 B의 청구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한편, 항소심 법원은 C의 청구 부분에 대하여는 제1심 법원의 판단을 유지하였고, B의 항소는 항소장에 항소취지를 밝히지 않아 부적법한 방식으로 제기된 것이고 제1심 판결이 B의 청구에 대하여 판단하지 않아 불복의 대상이 되는 재판이 없이 항소가 제기된 것이므로 부적법하다고 하면서 B의 항소를 각하하였다. 2. 연구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소송이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동안에 제3자가 소송목적인 권리의 전부나 일부를 승계하였다고 주장하며 민사소송법 제81조(이하 민사소송법의 조항을 인용할 때는 조항만을 표시함)에 따라 소송에 참가한 경우, 피승계인이 승계참가인의 승계 여부에 대하여 다투지 않으면서도 소송탈퇴, 소 취하 등을 하지 않거나 이에 대하여 피고가 부동의하여 피승계인이 소송에 남아 있다면 승계로 인해 중첩된 피승계인과 승계참가인의 청구 사이에는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제67조가 적용된다는 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2다46170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을 근거로 하여, B의 항소를 각하한 원심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하면서 이 부분에 관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제437조에 따라 자판하여 B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3. 문제의 제기 연구대상판결(이하 “대상판결”)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지 않았더라도 B의 청구에 대한 판단과 C의 청구에 대한 판단이 내용상 모순·저촉되는 결과가 발생할 여지는 없었다. 대상판결의 사안과는 달리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의 사안에서는 피승계인의 청구에 대한 제1심 판결과 승계참가인의 청구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서로 내용상 모순·저촉되는 상황이었다. 대상판결과 같이 판결이 모순·저촉되지 않은 상황을 포함한 모든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의 법리를 일반화하여 적용할 수 있는지,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의 법리를 일반화하는 것이 어떠한 근거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 논의한다. 4.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 이전의 대법원 판례 2019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의 대법원 1965. 3. 16. 선고 64다1691, 1692 판결은 참가승계를 독립적인 소송승계참가로 보지 않고 독립당사자참가와 동일하다고 보았다가, 대법원 1969. 12. 9. 선고 69다1578 판결 이후 대법원은 참가승계는 독립당사자참가와는 소송구조상 차이가 있다고 하면서 피승계인의 청구와 승계참가인의 청구를 통상의 공동소송으로 보았다. 5. 학설 2019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된 이후 현재 시점에서 이 쟁점에 관하여 대립되는 견해는 다음과 같다. 피승계인이 승계의 효력을 다투어 피승계인이 권리자이냐 승계참가인이 권리자이냐의 양립되지 않는 권리자의 문제가 쟁점이 되면 권리자 합일확정이 요구되는 독립당사자참가소송의 형태가 되므로 제79조를 적용하여야 하고 피승계인이 승계의 효력을 다투지 않는 경우에는 피승계인과 승계참가인 간에는 통상의 공동소송이 된다는 견해, 2002년 민사소송법 개정 이후 독립당사자참가에서 편면참가가 가능하고 예비적 공동소송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피승계인이 권리승계여부를 다투지 않는 승계참가인과 피승계인의 관계를 통상의 공동소송으로 볼 필요가 없게 되었으므로 계쟁목적물의 양수인은 양도인과 관계없이 독립당사자참가소송의 편면참가에 의하여 피고에게 계쟁목적물에 관한 권리를 청구할 수 있게 되어 제79조 제2항이나 제70조 제1항에 의하여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특별규정인 제67조가 준용되고 참가승계는 예비적 공동소송이나 독립당사자참가 중 한 가지 형태라는 견해, 피승계인이 승계의 효력을 다투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원고, 피고, 승계참가인 사이에 삼면소송관계가 성립되어 제67조가 준용되므로 이들 사이의 소송관계는 합일확정이 요구되는 필수적 공동소송이 된다는 견해, 제81조를 소송승계론에 입각하여 설명하는 기존의 전통적인 견해에 대하여 비판하면서 제81조는 독립당사자참가가 소송물의 양도를 이유로 하는 경우에 소 제기로 인한 시효중단 등의 효력발생시기에 관한 일반원칙에 대한 예외를 규정하는 의미가 있을 뿐이고 권리승계형 승계참가를 포함한 참가승계는 제79조에서 규정한 독립당사자참가의 일종이라는 견해 등이 있다. 6. 검토 제81조는 독립당사자참가소송 또는 예비적 공동소송과는 별개의 조문으로 규정되어 있고, 학설상 소송승계론에 입각하여 권리승계형 참가승계를 해석하고 있으므로 권리승계형 참가승계는 독립당사자참가소송 또는 예비적 공동소송과는 전혀 다른 독자적인 소송형태이다. 그런데 권리승계형 참가승계를 규정한 제81조에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제67조를 적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즉, 제81조는 그 문언해석상 승계참가의 절차를 독립당사자참가신청의 절차에 의하도록 하는 참가승계의 절차와 방식에 관한 규정일 뿐이고, 제79조 제2항에서 제67조를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도 권리승계형 참가승계를 규정한 제81조에는 제79조 제2항을 준용하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으므로 제67조가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적용될 수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논리에 의하면 권리승계형 참가소송은 독립당사자참가소송이나 예비적 공동소송과는 다른 독자적인 소송형태이고, 제81조에 제79조 제2항 또는 제67조를 준용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으므로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제67조를 준용하는 것은 법률의 해석범주를 일탈하였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참고로 참가승계를 규정한 일본민사소송법 제51조는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하여 규정한 일본민사소송법 제40조를 준용하는 독립당사자참가에 관한 일본민사소송법 제47조를 명시적으로 준용한다. 그러나 어떠한 소송절차의 본질이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민사소송법의 규정을 문언 그대로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은 법해석론상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가령 제82조 제1항은 인수승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은 피승계인의 소송탈퇴와 탈퇴한 피승계인에 대한 판결의 효력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참가승계를 규정한 제81조에는 제82조 제3항과 같은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통설과 판례는 참가승계의 경우에도 피승계인의 소송탈퇴가 가능하고 탈퇴한 피승계인에게 판결의 효력이 미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해석이 가능한 것은 변론종결 전 권리승계가 있는 경우, 승계인이 제81조에 따라 승계참가를 하는 것과 피승계인이 승계인으로 하여금 제82조에 따라 소송을 인수하게 하는 것은 누가 주도적으로 승계절차를 취하는가, 어떤 형식의 절차를 취하는가의 차이만 있을 뿐이고 권리승계에 의한 소송승계라는 점에서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81조를 ‘제79조의 규정에 따라 승계참가인이 피승계인에 대하여 소송에 참가한다.’라는 내용으로 해석하여 단지 독립당사자참가신청의 절차와 방식에만 한정한 독립당사자참가에 관한 규정이 승계참가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제79조 제2항에서 준용하는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제67조 또한 승계참가에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독일민사소송법 제265조는 소송계속 중 소송물을 양도할 수 있고 종전의 당사자가 여전히 승계인을 위하여 소송을 수행할 권한을 가지게 되고 그 판결의 효력도 승계인에게 미치도록 하는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는 당사자항정주의를 취한 것이다. 비교법적인 관점에서 볼 때 피승계인이 소송에 잔류하고 있는 상황은 결국 피승계인과 승계참가인 사이에는 서로 모순·저촉되는 내용의 판결이 나와서는 안 되는 일종의 당위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당위성이라는 개념은 권리승계형 참가승계라는 독자적 소송형태에서 합일확정의 필요성을 도출하는 근거가 될 수 있고, 이는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전면적으로 제67조를 준용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본다.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있어서 피승계인과 승계참가인이 같은 소송에서 병존하고 있는 경우에 제67조를 적용하여야 한다는 2019년 전원합의체판결의 판례법리는 피승계인의 승계참가인의 권리승계 여부에 대한 다툼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 대하여 일반화하여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대상판결의 결론과 그 근거는 타당하다. 김창규 변호사(서울회)
필수적공동소송
합일확정
소취하
승계참가
소송탈퇴
김창규 변호사(서울회)
2023-09-03
금융·보험
민사일반
표의자의 중과실 있는 착오와 상대방의 악의 등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평석에 필요한 한도에서 요약하기로 한다. 1. 원고 증권회사(이 사건 소 제기 후에 파산하여 파산관재인이 소송을 수계하였으나, 편의상 이렇게 부르기로 한다)는 싱가포르 법인인 피고 회사 등과의 사이에 인터넷을 통하여 파생상품거래를 하였다. 원고는 이를 위하여 다른 소프트웨어 제작회사로부터 시스템거래의 소프트웨어를 구입한 다음, 그 회사의 직원으로 하여금 이자율 등 변수를 입력하고 그 입력된 조건에 따라 호가(呼價)가 자동적으로 생성 및 제출되도록 하였다. 2. 2013년 12월 어느 날 파생상품시장 개장 전에 위 직원이 입력할 변수 중 이자율 계산을 위한 설정값을 잘못 입력하였고, 원고는 그로써 생성된 호가를 그대로 제출하였다. 그에 따라서 피고와의 사이에 코스피 200옵션에 대하여 매우 많은 수의 주가지수옵션매수거래가 성립되었고, 그 대금 584억원이 종국적으로 피고에게 지급되었다. 3. 원고는 착오를 이유로 위 매매를 취소하는 의사표시를 하고 그 대금 중 우선 100억원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제1심법원(서울남부지법 2015. 8. 21. 선고 2014가합3413 판결)은 원고의 중과실로 인한 착오라는 것 등을 이유로 하여 그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심법원(서울고등법원 2017. 4. 7. 선고 2015나2055371 판결)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우선 원고의 이 사건 의사표시가 그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이를 취소할 수 없다고 하고, 나아가 여러 가지 사정을 들어 피고가 “피고가 상대방의 착오를 이용하여 부정한 이익을 취득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알고리즘 거래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착오로 인한 호가 제출 사실을 아는 피고 직원이 개입하여 원고의 착오를 유발하거나 그의 중과실을 이용하여 이 사건 매매가 체결되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이하 ‘대상판결’이라고 한다). [판결 취지] “민법 제109조 제1항은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항 단서에서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것을 의미한다[참조 재판례들 인용]. 한편 위 단서 규정은 표의자의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표의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대법원 1955. 11. 10. 선고 4288민상321 판결,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 판결 등 참조). 다만 한국거래소가 설치한 파생상품시장에서 이루어지는 파생상품거래와 관련하여 상대방 투자중개업자나 그 위탁자가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파생상품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계약이 체결되는 방식, 당시의 시장상황이나 거래관행, 거래량, 관련 당사자 사이의 구체적인 거래형태와 호가 제출의 선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단순히 표의자가 제출한 호가가 당시 시장가격에 비추어 이례적이라는 사정만으로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평 석] 1. 착오에 관한 민법의 규정 (1) 어떠한 경우에 의사표시의 착오를 이유로 계약 기타 법률행위(이하에서는 그 중 계약만을 다루기로 한다)의 효력을 다툴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법의 역사에서 일찍부터 제기되었으면서도 여전히 새롭다. 우리 민법이 정면으로 정하는 바는 네 가지다. 첫째, 착오가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있는 경우에만 그 효력이 다투어질 수 있다(제109조 제1항 본문). 여기에는, 세상사가 무릇 그러하듯이, 어떠한 잘못 또는 실수는 이를 범한 이가 그 귀결을 감당해야 한다는 원칙이 배경에 있다고 하겠다. 이와 관련하여서 민법은 예외적으로 효력을 다툴 수 있게 하는 ‘본질적 착오’의 유형을 열거하는 스위스채무법 제24조와 같은 태도는 취하지 않는다. 둘째, 그 경우에도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착오를 들어 계약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동항 단서). 셋째, 이상과 같은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표의자는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선택권을 가질 뿐이고, 애초부터 무효인 것은 아니다. 즉 계약은 표의자에게 취소권을 부여한다. 넷째, 표의자가 그 취소권을 행사하여 계약을 무효로 돌리더라도, 그 효력은 선의의 제3자에게는 미치지 않는 것으로 제한된다(동조 제2항). (2) 이러한 입법적 태도는 예를 들어 독일민법에서의 착오에 관한 입법과정(이에 대하여는 양창수, “독일민법전 제정과정에서의 법률행위 규정에 대한 논의 ― 의사흠결에 관한 규정을 중심으로”, 동 민법연구 제5권(1999), 49면 이하 참조)에 비교하여 보더라도, 적어도 어느 시기까지 크게 탓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하겠다. 독일민법의 착오 규정이 우리 민법의 그것과 크게 다른 점은 거기서는 착오자의 중과실을 착오 취소의 소극요건으로 하지 않고 여전히 취소권을 착오자에게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주지하는 대로 착오 취소자에게 신뢰이익의 배상책임을 부과한다(제122조). 이 책임은 착오자에게는 그의 유책사유를 요구하지 않고 인정되는데, 다만 상대방이 “취소의 원인을 알았거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한 경우”에는 이를 배제한다(동조 제2항). 그만큼 상대방의 악의 또는 과실은 착오법리의 범위 안에서 고려되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의 ‘행태’는 입법적 차원에서 이미 그 한도에서 일정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나아가 참조를 삼을 만한 것이 스위스법의 태도이다. 스위스채무법 제26조 역시 착오 취소자에게 “계약의 효력불발생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의 배상책임을 긍정한다. 그런데 그 요건에서는 독일민법과 달리 착오자의 과실을 요구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착오자를 알았거나 알았어야 하는 경우에는 그 책임을 배제한다.(이상 동조 제1항) 한편 여기서는 예외적으로 “형평에 부합하는 경우에는 법관은 그 외의 손해의 배상을 인정할 수 있다.”(동조 제2항) 결국 이들 나라에서는 착오 취소자는 물론이고 나아가 상대방의 사정을 다양하게 고려하여 착오법리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2. 상대방의 착오 ‘유발’의 문제 (1) 그렇지만 민법 소정의 여러 제도가 흔히 그러하듯 실제의 사건 맥락은 입법자가 예상하지 아니한 문제를 제기한다. 그 중요한 하나가 상대방의 ‘행태’를 고려할 것인가 또는 어떻게 고려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표의자의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유발’ 내지 ‘야기’된 경우에도 위에서 본 요건이 갖추어져야만 표의자는 취소할 수 있는가? 그가 표의자를 착오로 빠뜨릴 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하였다면, 물론 이는 ‘사기’(민법 제110조)의 문제가 될 것이다(여기서는 ‘계약 내용의 중요부분’이나 표의자의 중과실 등은 논의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상대방이 그러한 의도가 없이 그렇게 하였다면 어떠한가? 예를 들어 상대방이 사실이라고 잘못 알면서 표의자에게 사실 아닌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표의자가 이를 믿고 의사표시를 하게 되었다면?(이는 이른바 공통착오 중에서 표의자의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야기된 유형에 해당한다). 또 나아가 표의자의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야기되었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그것을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강화’(이에도 여러 가지 정도가 있을 것이다)한 경우는 어떠한가? (2) 대법원이 민사사건에서 이와 같이 상대방에 의한 착오 ‘유발’의 사안을 다룬 것은 대판 1978.7.11., 78다719(집 26-2, 209)이 처음이라고 생각된다(그 전에 귀속재산매각처분의 효력이 다투어진 행정사건에서 같은 취지로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한 대판 1970.2.24., 69누83(집 18-1, 행 36)이 있다). 이 판결은 귀속해제된 토지임에도 귀속재산인 줄 잘못 알고 피고(대한민국)에게 증여한 사안에서, “이러한 착오는 일종의 동기의 착오라고 할 것이나, 그 동기를 제공한 것이 피고 산하 관계 공무원이었고, 그러한 동기의 제공이 없었더라면 몇 십 년 경작해 온 상당한 가치의 본건 토지를 선뜻 피고에게 증여하지는 않았을 것인즉 그 동기는 본건 증여행위의 중요한 부분을 이룬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를 인용하였다(상고기각). 여기서는 동기착오이면서도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해당한다는 판단틀이 채택되고 있음이 주의를 끈다. 그 후에도 대판 1987. 7. 21., 85다카2339(집 35-2, 284)(이에 대한 평석으로서 양창수, “주채무자의 신용에 관한 보증인의 착오”, 동, 민법연구, 제2권(1991), 1면 이하가 있다. “채권자에 의한 착오의 유발과 보증인의 취소권”이라는 제목의 그 제3장이 종전에 별로 의식되지 아니하던 상대방에 의한 착오 ‘유발’의 유형을 새로운 문제관점에서 제시하였다); 대판 1991. 3. 27., 90다카27440(공보 1276); 대판 1992. 2. 25., 91다38419(공보 1141); 대판 1993. 8. 13., 93다5871(공보 2419); 대판 1994. 9. 30., 94다11217(공보 하, 2841); 대판 1995. 11. 21., 95다5516(공보 1996상, 47), 대판 1996. 3. 26., 93다55487(공보 상, 1363); 대판 1997. 8. 26., 97다6063(집 45-3, 112); 대판 1997. 9. 30, 97다26210(공보 3286) 등 1990년대만 하더라도 많은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재판례가 일반적으로 착오 취소를 긍정하고 있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 그리고 그 이유로, 문제의 착오가 동기착오인 경우에라도 ―동기착오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그 ‘표시’의 여부 등은 논의하지 아니하고― 그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야기되었다는 사정을 들고서 바로 또는 다른 사정을 함께 그것은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따라서 표의자는 계약을 적법하게 취소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표의자의 중과실 유무 등은 아예 논의되지 않는 경우도 흔하지만, 한편 앞의 대판 97다6063사건에서와 같이 “표의자로서는 그와 같은 착오가 없었더라면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고, 보통 일반인도 표의자의 처지에 섰더라면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중요 부분’의 의미에 관한 판례 준칙을 그 중간항(中間項)으로 드는 예도 물론 있기는 하다. (3) 이러한 상대방에 의한 착오 ‘유발’의 사안유형에 대한 판례의 태도에 대하여 학설은 대체로 지지한다. 그것은 “착오 취소의 요건은 표의자와 상대방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절하기 위한 기준인데, 표의자의 동기착오를 유발한 상대방의 보호가치가 부정된다는 점에서 판례의 태도는 충분히 수긍될 수 있다”고 하거나(지원림, 민법강의, 제20판(2023), 77면), 상대방에 의한 그 유발의 경우에 “그 착오의 위험을 생성 또는 실현케 한 상대방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문이 들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다(김상중, “동기의 착오에 관한 판례법리의 재구성을 위한 시론적 모색”, 사법(私法)질서의 변동과 현대화(김형배 교수 고희 기념)(2004), 15면). 한편 드물기는 하지만, “상대방의 행태를 기초로 취소의 위험을 부담시킬 수 있는 경우에는 민법 제109조가 아니라 민법 제110조에 의해 규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정성헌, “착오에 대한 민법상 규율의 재구성 ―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판결을 계기로”, 민사법학 제73호(2015), 265면 이하). 3. 상대방이 악의인 경우 ― 착오의 ‘이용’ (1) 일본의 경우를 보면, 이 맥락에서 상대방의 ‘악의’, 즉 표의자가 착오에 빠졌음을 안다는 사정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관점과 관련하여 다루어진다. 무엇보다도 「민법(채권법)개정검토위원회」가 2009년에 발간한 『채권법 개정의 기본방침』(별책 NBL 126호)은 (i)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있는 때, (ii) 상대방이 그 착오를 알지 못함에 대하여 중과실 있는 때, (iii) 상대방이 그 착오를 일으킨 때, (iv) 상대방도 표의자와 동일한 착오를 하고 있는 때에는, 표의자에게 중과실이 있더라도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동 방침, 28면 이하. 당시 고려되는 착오의 법률효과는 무효로 정해져 있었다). 이는 대체로 2017년 일본민법 개정에 반영되어(시행은 2020년 4월), ‘상대방이 표의자에게 착오 있음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때’(제95조 제3항 제1호) 또는 ‘상대방이 표의자와 동일한 착오에 빠져 있는 때’(동항 제2호)에는 표의자에 중과실 있는 경우라도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였다(앞 (iii)의 착오 유발에는 언급이 없다). 위 개정 후의 일본민법 제95조는 제1항에서, 우선 행위착오 외에도 동기착오 중에서는 ‘표의자가 법률행위의 기초로 한 사정에 관하여 그 인식이 진실에 반하는’ 것(앞의 1.에서 든 스위스채무법 제24조 제1항의 제4호에서 정하는 “표의자에 의하여 신의성실에 비추어 계약의 불가결한 기초라고 여겨진 사정”에 관한 착오, 즉 기초착오(Grundlagenirrtum)를 연상시킨다. 이 점은 독일민법에서 2017년 대개정 후에 동기착오 중에서 “거래상 본질적이라고 여겨지는 사람이나 물건의 성상(性狀)에 관한 착오”를 내용착오로 보는 제119조 제2항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을 고려되는 착오로 정한 다음, 나아가 ‘그 착오가 법률행위의 목적 및 거래상의 사회통념에 비추어 중요한 것인 때’에만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한다. 그리고 제3항은 개정 전과 마찬가지로 표의자의 중과실의 경우에는 착오 취소가 배제된다고 하면서도, 동항의 위 두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취소할 수 있음을 정하는 것이다. (2) 대판 2014. 11. 27., 2013다49794(공보 2015상, 9)은 대상판결의 취지와 같이 판시하였다(이 판결은 ‘참조’로서 60년쯤 전의 대판 1955.11.10. 4288민상321을 인용한다. 그 제1심도, 항소심도 버젓이 인용하고 있는 이 판결에 접근할 방도를 알지 못한다. 이러한 재판례의 ‘공개’ 내지 ‘접근가능성’이라는 ―민법 연구자인 나로서는 꽤나 심각한― 문제에 대하여는 양창수, “『법고을』 유감”, 동, 민법산책(2006), 274면 이하 참조 : “그것들이 재판 실무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나아가 변호사의 직무에 도움이 안 될 리 없고, 또 법학교수가 법을 연구하는 데 자료가 되지 않을 리 없다”). 위 판결은 대상판결의 사안과 유사하게, 원고 증권회사의 직원이 파생상품(미화달러 선물(先物)스프레드 1만 5000개) 계약의 매수주문을 개장 전에 입력하면서 0.80원이라고 할 것을 그 100배인 80원이라고 찍음으로써 결국 피고 증권회사와의 사이에 그 내용으로 매매계약이 체결된 사안에 대한 것이다. 원심판결은 그 계약의 착오 취소를 인정하고 원고의 매매대금반환청구를 인용하였는데,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그 이유로 우선 자본시장법상의 금융투자상품시장에서 일어나는 증권이나 파생상품의 거래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109조가 적용됨을 선언한 데에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그리고 나아가 착오 취소에 관하여는 대상판결과 같은 법리를 설시한 다음, 구체적으로는 원고 측의 착오에 중대한 과실이 있지만 “피고가 주문자의 착오로 인한 것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이를 이용하여 다른 매도자들보다 먼저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시가와의 차액을 얻을 목적으로 단시간 내에 여러 차례 매도주문을 냄으로써 이 사건 거래를 성립시켰으므로” 원고의 중대한 과실에도 불구하고 취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대상판결은 표의자의 중과실에도 불구하고 의사표시의 취소를 긍정하는 추상적인 법리를 그대로 반복한다. 굳이 저 60년 전의 대법원판결과 합하지 않더라도 이제 최근 두 개의 대법원판결만으로 그 법리는 이제 우리 민법의 일부가 되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 법리는 착오 취소의 제한 요소로서의 표의자의 중과실을 ―법률 밖에서(praeter legem), 즉 법규정에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기준을 도입함으로써― 다시 제한하여 착오 취소의 범위를 확장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글은 이 점을 제시하여 의식하게 하려는 의도로 쓰였다. 그런데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몇 가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위의 두 선례는 단지 상대방의 악의에서 더 나아가 그가 표의자의 착오를 ‘이용하는 것’을 요구한다. 이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 단지 의례적인 장식 문구인가, 아니면 실제로 입증되어야 하는 취소 허용의 요건인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가 원고의 착오를 이용하여 이 사건 매매거래를 체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상판결의 판단이 착오 취소를 부인하는 종국적인 이유인데, 그 ‘이용’ 여부를 단지 의례적인 장식 문구라고 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제3자의 채권침해가 논의되는 사안유형 중 문제의 행위로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감소된 경우에 대하여 대판 2007. 9. 6., 2005다25021(공보 1526) ; 대판 2019. 5. 10., 2017다239311(공보 1207) 등이 그 위법성 요건에 관하여 설시하는 대로 제3자가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의 존재 및 그 채권의 침해사실을 아는 것’ 외에도 ‘채무자와 적극 공모하거나 채권 행사를 방해할 의도로 사회상규에 반하는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는 등’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레벨에서 다루어져야 하는 것인가? 나아가 위의 두 판결은 모두 인터넷금융거래에서 증권회사의 ‘피용자’가 입력을 잘못하여 그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정하여진 사안임에도 그 결론을 달리하여, 2014년 판결은 표의자의 착오 취소를 허용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고, 대상판결은 이를 부인하였다. 그 차이의 이유를 위 사건의 어떠한 사실관계로부터 찾을 수 있을까? 이것도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나 지면관계상 여기서는 상론하지 아니하기로 한다. 다만 하나만 지적하자면,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피고도 이 사건 매매거래 전부터 미리 정하여진 일정한 시스템거래 방식으로 기계적 호가를 계속하여 왔다는 것을 들 수 있을지 모른다. 양창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중대한과실
착오
파생삼품
양창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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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권
특허침해소송과 권리범위확인 심판 법리의 혼선
1. 판결의 요지 (1) 대상판결의 사안과 판지 자체는 매우 간단하다. 즉, 원고가 A 상표에 대해 선출원(2014. 9. 5.), 선등록(2014. 12. 18.)을 마친 상태에서 피고가 A와 유사한 상표를 그와 유사한 지정상품에 후출원(2016. 8. 10.) 후등록(2017. 8. 8.) 받아 사용하고 있다면, 피고의 행위는 비록 자신의 등록상표를 사용하는 것이라 해도 원고의 선출원 등록상표에 저촉되고 그 자체로 상표권 침해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2) 대상판결은 나아가 위와 같은 저촉과 침해의 법리가 특허법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됨을 분명히 하면서(보충의견) 그 근거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바, 대상판결의 의의는 정작 이 부분에서 더 두드러져 보인다. 대상판결의 판시 중 특허권 저촉관계의 법률효과 부분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① 특허법 제98조의 해석 특허법 제98조는, '후출원 특허발명이 선출원 특허발명과 이용관계에 있는 경우, 비록 후출원 발명이 특허를 받았다 하더라도 선출원 특허권자의 허락 없는 실시는 침해를 구성한다'고 하고 있으나 선, 후출원 발명이 서로 동일한 저촉관계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다. 위 규정에는 본래 이용과 저촉의 경우 모두 선출원 권리자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었다가 1986년 법 개정 시 이용만 남겨두고 저촉이 삭제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삭제가 저촉관계에서 선출원 권리자의 동의 없는 실시를 정당한 것으로 하려는 반성적 고려에 기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특허법 등에서 선, 후출원 경합 시 선출원에 우선권을 주는 것은 기본적 법리이므로 결국 이용 외에 저촉관계의 경우에도 선출원 권리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해석되며, 동의 없는 실시는 선출원 특허권의 침해가 된다. ② 중용권(특허법 제104조)와의 관계 특허권의 저촉으로 인해 후출원 특허가 무효로 되는 경우, 후출원 특허권자는 특허법 제104조에 의한 통상실시권(중용권)을 가지게 되지만, 위 중용권은 후출원 특허발명의 실시가 침해를 구성함을 전제로 한 항변에 해당하며 그 성립요건이 온전히 주장·증명된 경우에 한해 인정되는 것이므로 중용권의 성립 가능성과 후출원 특허의 침해 인정은 상호 모순되지 않는다. 2. 검토 가. 특허법 제98조의 해석에 관한 기존 논의 저촉관계인 후출원 특허발명의 실시가 선출원 특허발명의 침해를 구성하는지를 두고는 침해설과 비 침해설이 대립하고 있다. 침해설의 주된 논거는, ① 선출원 특허발명을 단지 이용하는 데 불과한 후출원 특허발명이 침해라면 선출원 특허발명과 동일한 후출원 특허발명을 실시함은 당연히 침해로 보아야 한다는 것, ② 선행권리 우선 취급은 지적재산권법 전반에서 기본원리이므로 당연히 특허권의 저촉관계에서는 별도의 무효심판이 없더라도 선출원 권리를 우선시 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반면 비침해설은 ① 특허법 제98조에서 명시적으로 제외된 저촉을 포함시키는 것은 해석의 범위를 넘는다는 것, ② 중용권과의 관계에서, 후출원 특허가 등록무효 되기 전에는 침해를 구성하였다가 등록무효로 된 이후에는 중용권에 기해 침해를 구성하지 않게 되어 논리에 어긋난다는 것, ③ 종래 판례가 등록특허 사이의 적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 청구는 부적법하며 다만 이용발명의 경우에만 예외로 하고 있다는 것 등을 논거로 한다. 나. 대상판결의 입장 및 권리범위확인 심판과의 관계 대상판결은 비 침해설의 논거 중 ①, ②를 침해설의 입장에서 명백히 배척하고 있는 반면(다만, 그 당부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③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후출원 특허발명의 실시가 무효심판 등을 거치지 않고도 선출원 특허발명의 침해가 된다는 대상판결의 판지는 "권리 대 권리 간의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 청구는 상대방의 등록권리를 등록무효절차 없이 사실상 부인하는 것이 되어 부적법하다"는 확고한 판례들(대법원 1986. 3. 25. 선고 84후6 판결 외 다수)과 맞지 않는다. 결국 대상판결은 특허 침해소송과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적용되는 법리가 서로 상충하는 '또 하나의' 국면을 창출한 것이라고 해야 한다. 이런 부조화 상황은 이미 다른 국면에서도 있어 왔다. 침해소송에서는 특허발명의 진보성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는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하여 그 권리범위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한 것이 그 예이다(대법원 2014. 3. 20. 선고 2012후4162 전원합의체 판결).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의견은 그 결론이 선행 판결과 모순됨을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한편, 권리범위 판단과 침해 판단의 차별 취급을 설명하기 위해 양자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입론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대개 현실에서 권리범위확인 심판이 침해소송의 전제로 혹은 그와 병행해서 활용되고, "권리범위에는 속하나 침해는 아니다"라거나 "권리범위에는 속하지 않지만 침해이다"라는 말은 실시권의 존재 등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납득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 방향성과 혼란 상황 이처럼 대법원이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는 특허권의 실체적 효력 유무에 대한 판단을 제한하면서 침해소송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배경에는, 권리범위확인 심판이 장기적으로는 폐지되어야 할 제도로서, 무효심판이나 침해소송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위상이나 영향력을 부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대법원판례해설 제100호, 제108호, 사법지 제57호 등에서 발견되는 해당 판례들에 대한 재판연구관들의 해설 참조). 그러나 동시에 그러한 인식의 실효성이나 일관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판례들도 혼재한다. 그런 예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대법원 2014. 3. 20. 선고 2012후4162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은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진보성 판단을 할 수 없다고 하여 권리범위확인 심판의 역할을 축소하는 듯 보이지만, 오히려 반대의 효과를 초래하기 쉽다. 어떤 발명에 진보성이 없어 무효라고 믿는 이해관계인이라면 어차피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청구하기보다는 궁극적·대세적으로 특허권을 부정할 수 있고 훨씬 높은 협상력을 주는 무효심판 청구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적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진보성 판단을 허용치 않는다면, 특허권자로서는 자유롭게 심판을 청구하더라도 그 절차에서 진보성 부재 판단을 받을 위험이 사라지고, 이는 해당 심판절차를 이용하는 강한 매력요인이 될 것이다. 그 결과 위 판결은 무효심판 절차의 유지·활성화에 기여하는 면보다 적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의 활성화에 봉사하는 면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② 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6후366 판결 등: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피고는 특허권 침해소송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유기술의 항변을 통해 권리범위를 부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는 실질적으로 해당 발명에 진보성 부재로 인한 무효사유가 있다는 항변과 다르지 않은바, 이로써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진보성 판단을 할 수 없다고 한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입지를 다시 스스로 축소한 셈이 되었다. ③ 대법원 2014. 3. 20. 선고 2011후3698 전원합의체 판결: 상표의 사용에 의한 식별력 획득이 쟁점이 된 사안에서, 등록 당시 식별력이 없던 상표이더라도 권리범위확인 심결 시까지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획득하였다면 권리범위를 가진다고 하였다. 그러나 식별력 부재로 무효사유가 명백한 상표를 근거로 권리행사를 하는 경우 상대방이 권리남용의 항변을 할 수 있거니와(대법원 2012. 10. 18. 선고 2010다103000 전원합의체 판결), 어차피 무효로 될 상표임에도 그 식별력 판단 시점을 굳이 심결 시까지로 늦추어 권리범위를 인정함으로써 권리범위확인 심판제도의 독자성을 필요 이상 강조하고 분쟁의 1회적 해결을 도외시 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3. 결론 대상판결은 저촉관계에 관한 특허법 제98조의 해석기준을 제시한 외에, 침해소송과 권리범위확인 심판의 위상 차별화를 암묵적으로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극복해야 할 법리상 난점을 안고 있는 데다가, 상충하는 여러 판례들이 뒤섞여 일관성이 희석되고 실효성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① 대법원이 권리범위확인 심판의 역할 축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면, 이를 명확히 표현하고 침해판단과 구별 취급할 합당한 법리를 제시하는 한편, 그 방향성과 충돌하는 판례들에 대한 정리가 필요할 것이다. ② 만약 그런 것이 아니라면, 침해소송과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모두 자유기술의 항변이 가능하다고 한 예처럼 통일된 법리를 적용해 나가는 한편, 대상판결의 취지와 어긋나는 종전 판례들(등록 특허 사이에 적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은 부적법하다는 것들)도 모두 대상판결의 취지대로 변경하는 편이 합당해 보인다. 조영선 교수(고려대 로스쿨)
특허법
상표권
상표
특허
상표권침해
조영선 교수(고려대 로스쿨)
2022-07-11
헌법사건
헌법재판소가 군정법령의 위헌 여부를 심사할 수 있는가?
[사실관계 및 헌법재판소의 판단] 헌법소원 청구인들은 2016년 11월 24일 울산 중구 소재 이 사건 토지를 경매절차에서 낙찰 받아 그 소유권을 취득하고 2017년 4월 3일 울산광역시 중구를 피고로 하여 아무런 권원 없이 이 사건 토지를 도로 포장 등의 방법으로 점유·사용하고 있으므로 그로 인한 부당이득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토지의 전 소유자가 1945년 8월 10일 재조선 일본인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고 1945년 9월 7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는데 1945년 9월 25일 공포된 미군정청 법령 제2호에서 일본인의 모든 재산권 이전 행위를 금지하고 1945년 8월 9일 이후에 체결한 재산권 이전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무효로 하였으며 1945년 12월 6일 공포된 미군정청 법령 제33호가 1945년 8월 9일 이후 일본인의 모든 재산은 미군정청이 취득한다고 규정한 점 등을 이유로 청구인들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위 소송 계속 중 위 미군정청 법령들에 대하여 소급입법금지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위 조항들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위 군정법령은 헌법소원대상성 및 재판의 전제성이 모두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본안에서는 이는 소급입법금지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헌법 제13조 제2항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하였다. [검토] 1. 헌법제정 전의 법률도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심사할 수 있는가? 위 결정은 위 법령들은 각 군정장관의 명의로 공포된 것으로 법령(Ordinance)의 형식을 가졌지만 오늘날 법률로 제정되어야 할 입법사항을 규율하고 있으므로 법률로서의 효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고 제헌 헌법 제100조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법질서 내로 편입되었으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하였다. 과거 헌법위원회는 1954년 2월 27일 마찬가지로 군정법령인 1947년 12월 15일 공포된 남조선과도정부 행정명령 제9호에 대해 합헌결정을 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는 남조선과도정부 시절의 구 국방경비법에 대하여 성립절차상의 하자가 없다고 하였으며(헌재 2001. 4. 26. 선고 98헌바79·86, 99헌바36 결정) 대법원은 1960년 2월 5일 경향신문 폐간 사건에서 군정법령 제88호에 대해 헌법위원회에 위헌제청을 한 바 있었다. 그러나 어떤 규범이 법률로서의 효력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당연히 헌법재판소에 의한 위헌법률심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위 군정법령들은 미군 군정청이 발령한 것으로 우리나라의 입법부나 공권력에 의하여 제정된 것이 아니므로 입법자의 권위 보호를 위하여 그 위헌 여부의 판단을 굳이 헌법재판소에 독점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제헌 헌법 제100조가 '현행 법령은 이 헌법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한 효력을 가진다'라고 규정하였다고 하여 군정법령이 대한민국의 법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만일 법률로서의 효력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헌법재판소가 위헌심사를 할 수 있다면 일제 강점기의 법률의 위헌 여부도 법원은 판단할 수 없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하여야 하는가? 독일에서는 독일 헌법 시행 전의 법률(vorkonstitutionelles Recht)에 대하여는 일반 법원이 그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1900년 시행된 독일 민법 제1300조는 흠 없는 약혼녀는 약혼자와 동침하였으면 약혼이 해제된 때에는 재산적 손해가 없더라도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1992년 뮌스터 구법원(Amtsgericht)은 위 규정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적용할 수 없다고 하였고(NJW 1993, 1720) 연방헌법재판소도 구법원의 이러한 판단이 타당하다고 하였다(BeckRS 1993, 01691). 2. 한국의 사법부가 군정법령에 대하여 위헌심사를 할 수 있는가? 군정법령의 제정 자체는 미국의 주권에 기한 것이다(헌재 2017. 5. 25. 선고 2016헌바388 결정 참조). 그런데 한국의 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우리나라의 헌법에 비추어 군정법령 자체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가? 만일 위 법령을 위헌이라고 한다면 미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게 될 것이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2차대전 후에 연합국 점령군이 공포한 직접적 점령법률(unmittelbares Besatzungsrecht) 자체는 연방헌법재판소의 심사대상인 연방법률이나 주 법률이 될 수 없다고 하였다(BVerfGE 3, 368 ff). 다만 1948년 정부 수립 후에 한국이 위 군정법령을 적용하였다면 그 적용에 대하여는 헌법에 비추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위 군정법령이 적용된 것은 1945년의 일이므로 이에 대하여 우리 헌법을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3. 헌법 시행 전에 공포되고 적용이 완료된 법률의 위헌 여부를 현행 헌법에 의하여 판단할 수 있는가? 위 군정법령은 우리나라 헌법이 제정되기 전에 공포되고 그 적용이 완료되었다. 그런데 그 위헌 여부를 현행 헌법에 의하여 판단할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헌법재판소는 1971년에 제정된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에 근거하여 1977년에 이루어진 수용처분이 문제된 사건에서 위 규정이 위헌이라고 하면서 1987년의 현행 헌법 제76조와 제77조를 원용하였고(헌재ㅤ1994. 6. 30. 선고 92헌가18 결정) 위 특별조치법 제11조 제2항 중 제9조 제1항에 근거하여 1982년에 확정된 유죄판결이 문제된 사건에서 위 규정의 위헌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현행 헌법 제33조 제1·2항을 들고 있다(헌재 2015. 3. 26. 선고 2014헌가5 결정). 그러나 현행 헌법 시행 전에 제정되었고 그 적용도 그 전에 완료된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제정 또는 적용 당시의 헌법이 위헌 여부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하고 그 후의 현행 헌법이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당시에는 합헌이었던 것이 현행 헌법 시행 후에 소급적으로 위헌인 것이 될 수 있어서 법적 안정성을 크게 해치게 된다. 물론 현행 헌법 시행 전에 제정되었더라도 현행 헌법 시행 후에 적용된 법률에 대하여는 현행 헌법을 기준으로 하여 위헌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 점에서 헌법재판소의 판례들이 현행 헌법 전에 제정되었고 그 적용도 완료된 사건들에 대하여 현행 헌법을 적용하여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것은 문제가 있다(윤진수, 상속관습법의 헌법적 통제, 헌법학연구 23권 2호, 2017, 175면 이하 참조). 다만 과거의 법률이 현재의 헌법이나 그 이념에 비추어 볼 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부당한 경우에는 현재의 헌법에 따라 재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윤진수, 위헌인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 민사법학 81호, 2017, 138면 이하 참조). 실정법의 정의에 대한 위반이 참을 수 없는(unerträglich) 정도에 이르면 부정의한 법은 정의에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라드부르흐). 남아프리카 헌법재판소가 1996년 선고한 두 플레시스 판결{Du Plessis and Others v De Klerk and Another, 1996 (3) SA 850}도 그러한 취지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위 군정법령이 공포되었을 당시에는 아예 대한민국 헌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는 현행 헌법 제13조 제2항은 제헌헌법에는 없었고 1962년 헌법에서야 제11조 제2항으로 비로소 도입되었다. 그렇다고 하여 위 군정법령이 실정법의 정의에 대한 위반이 참을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사건 헌재 결정도 1945년 8월 9일 당시 재조선 일본인과 한국인들이 일본의 패망과 미군정의 수립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이 소유·관리하던 재산의 자유로운 처분이나 거래가 가능할 것이라고 신뢰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신뢰가 헌법적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소급입법의 금지를 명하는 위 헌법 규정이 헌법 제정 전에 적용이 완료된 이 사건에 소급적용될 수는 없다.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소급입법
군정법령
헌법소원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1-02-15
민사소송·집행
민사일반
피참가인이 승계참가를 다투지도 않고 소송에서 탈퇴하지도 않는 경우 승계참가인과 피참가인의 소송관계
1. 사실 공사수급인 원고는 도급인 피고를 상대로 공사계약에 따른 정산금의 지급을 구하였다. 원고 승계참가인(이하 '승계참가인')은 원고의 피고에 대한 정산금채권에 관하여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은 뒤, 제1심 소송 계속 중 제3채무자인 피고에 대하여 전부금의 지급을 구하면서 승계참가신청을 하였다. 원고는 승계참가인의 승계 여부에 대해 다투지 않았으나 승계참가한 부분의 소를 취하하지 않았다. 제1심은 인정된 정산금채권 전부가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으로 인하여 모두 승계참가인에게 이전되었음을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승계참가인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인용하였다. 승계참가인과 피고는 제1심판결 중 패소부분에 대해 항소하였고, 원고는 항소하지 않았다. 원심 계속 중 원고는 부대항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승계참가인의 전부명령이 무효라고 판단하고, 원고의 부대항소를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고 승계참가인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유의 요지 승계참가에 관한 민사소송법 규정과 2002년 민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다른 다수당사자 소송제도와의 정합성, 승계참가인과 피참가인인 원고의 중첩된 청구를 모순 없이 합일적으로 확정할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소송이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동안에 제3자가 소송목적인 권리의 전부나 일부를 승계하였다고 주장하며 소송에 참가한 경우, 원고가 승계참가인의 승계 여부에 대해 다투지 않으면서도 소송탈퇴, 소 취하 등을 하지 않거나 이에 대하여 피고가 부동의하여 원고가 소송에 남아 있다면 승계로 인해 중첩된 원고와 승계참가인의 청구 사이에는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67조가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2002년 민사소송법 개정 후 피참가인인 원고가 승계참가인의 승계 여부에 대하여 다투지 않고 그 소송절차에서 탈퇴하지도 않은 채 남아있는 경우 원고의 청구와 승계참가인의 청구가 통상공동소송 관계에 있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2다16729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다65850 판결, 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1다113455, 113462 판결을 비롯하여 그와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3. 연구 (1) 승계참가라 함은 소송계속 중에 계쟁물이 양도되었을 때 그 양수인이 그 때까지 형성된 유리한 소송상태를 이용하기 위하여 스스로 소송절차에 참가하는 것을 말한다. 권리와 의무는 표리관계이므로 권리의 양수인은 물론이고 실체법상 채무의 승계인도 종전 소송수행과정에서의 유리한 소송상태를 이용하기 위하여 이 참가 방식으로 참가할 수 있다(제81조). 판례는 채권의 경우에도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경우에는 독립당사자참가가 가능하다고 하였다(대법원 1996.6.28. 선고 94다50595 판결). 그러므로 채무의 승계는 별론으로 하고라도 채권양도의 경우 양도된 채권의 귀속에 관하여는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으므로 양도인과 양수인의 지위는 동일채권자의 지위를 동시에 유지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동관계에 있다할 수 없고 대립·견제의 관계에 있다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전 판례는 양도인과 양수인의 사이에서 대립·견제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공동관계에 있으므로, 만약 피승계인 원고에 대한 승계참가가 이루어졌으나 피고의 부동의로 원고가 탈퇴하지 못한 경우에는 원고의 청구와 승계참가인의 청구는 서로 대립·항쟁하는 관계가 아니므로 통상의 공동소송관계에 있다고 하였다(대법원 2004.7.9. 선고 2002다16729 판결). 그러나 피승계인 원고가 승계참가인의 승계사실 자체를 다투는 경우에는 전형적인 3면소송이 성립함은 물론이지만 그렇지 않고 승계를 다투지 아니하더라도 채권의 귀속에 관하여서 양도인과 양수인의 지위는 동일채권자의 지위를 같이 유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서로 대립·항쟁하는 관계에 있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2)(가) 2002년 민소법 개정 이전에는 채권의 귀속 자체가 누구에게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 채권양도인인 원고가 채권양수인인 참가인이 소송에 참가할 때 참가를 다투었느냐는 형식에 따라 통상의 공동소송과 독립당사자참가 소송으로 구분하였다. 그 이유는, 2002년 개정 민소법 이전에 독립당사자 참가인은 원·피고 양쪽에 대하여 필수적으로 다 참가를 하여야 독립당사자참가가 가능한데 원고가 참가인의 채권양수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참가인이 원고에 대한 확인할 이익이 없게 된다면 원고에 대하여 참가를 할 수 없어 양 쪽 참가가 불가능하므로 그 경우에는 참가인은 피고에 대한 개별적 소송 밖에 할 수 없게 되고, 이것을 피고의 입장에서 볼 때 참가인과 원고의 공동소송으로 보았는데 당시에는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 규정이 없었던 이유에서 이를 통상의 공동소송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채권에 관한 양도인과 양수인의 대립·견제의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나) 2002년 개정 민소법 이후에는 독립당사자 참가에서 한 쪽 참가(제79조 제1항)가 가능하고, 예비적·선택적 형식으로 공동소송(제70조 제1항)을 제기할 수 있게 됨으로써 채권의 귀속에 관한 대립·견제의 실체법적 관계는 그대로 소송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고가 다투지 아니하는 승계참가를 한 참가인과 원고의 관계를 구태여 실체법적 법률관계에 맞지 않는 통상의 공동소송관계로 볼 필요가 없게 되었다. 예컨대 채권양수인은 독립당사자소송의 한 쪽 참가에 의하여 채무자에게 양수금을 청구할 수도 있고, 채무자인 피고에 대하여 채권양도인인 원고와 선택적 원고로서 양수금을 청구할 수도 있는데 어느 경우에나 제79조 제2항이나 제70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필수적 공동소송에 대한 특별규정인 제67조가 준용됨으로써 채권양수인과 채무자인 피고에 대한 관계에서는 물론 채권양도인인 원고와의 사이에서도 채권의 귀속에 관한 합일·확정의 소송관계를 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현행 민사소송법 하에서 '승계참가 이후 피참가인이 승계참가를 다투지 않고 소송에서 탈퇴하지도 않는 경우'의 소송관계 (가) 예를 들어 소송 계속 중에 원고는 채권양도인, 참가인은 채권양수인, 피고는 채무자로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대여금청구사건에 참가인이 승계참가를 하였는데 원고가 채권양도계약의 무효를 이유로 소송에 탈퇴하지 않은 경우를 가정한다. 제1심에서 심리한 결과 채권양도 계약이 무효이어서 양도채권은 원고에게 귀속된다는 이유로 원고 전부 승소, 참가인 전부 패소의 판결이 선고되었고, 이에 대하여 원고는 항소를 제기하지 않고 참가인만 항소를 제기한 경우에 통상의 공동소송설에 의하면 공동소송인 독립의 원칙이 적용되어 원고승소판결은 제1심에서 확정되고 항소심에서는 참가인과 피고의 소송만 계속하게 된다. 그러므로 항소심의 심리에서 채권양도계약이 유효로 판명되더라도 참가인 승소판결만 가능하고 제1심에서의 원고 승소판결은 취소할 수 없다. (나) 그 결과 피고는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채무에 관하여 양립할 수 없는 채권자인 원고와 참가인에게 중복채무를 부담한다는 도저히 승복할 수 없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승복할 수 없는 결론은 어떤 법적 방법에 의해서도 시정할 수 없다. 즉, 이것은 재심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함은 물론 그 채권양도계약이 변론 종결 이후의 사유도 아니어서 청구 이의의 사유(민사집행법 제44조)에도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 이 사건에서도 통상공동소송설에 의하면 원고의 부대항소는 부적법하여 원고의 청구는 제1심에서 청구기각 판결은 확정되었고, 참가인의 청구는 원심에서 청구기각 판결로 확정됨으로써 양도채권의 귀속자는 누구인지 불분명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라) 합일확정설(독립당사자참가의 경우나 선택적공동소송은 모두 제67조를 준용하므로 이를 통합하여 '합일확정설'이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다)에 의하면 원고의 부대항소는 적법하지만 그렇지 않고 부대항소가 없더라도 피고의 항소 유무를 떠나 사건 전부가 항소심에 이심되어 합일·확정 판결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아니한다. (마) 승계참가에서 통상공동소송설을 따르는 경우의 이와 같은 모순은 채권양도에서 채권자체의 귀속의 성질이 무엇인가에 관한 오해가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승계참가는 채권의 귀속에 관한 대립 ·견제의 실체법적 본질이 반영되어야할 것이므로 합일확정설에 따라 '승계참가 이후 피참가인이 승계참가를 다투지 않고 소송에서 탈퇴하지도 않는 경우'의 소송구조는 필수적 공동소송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점에 관하여 강현중, 민사소송법(7판) 900면은 일찍이 이를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종전 통상의 공동소송설을 변경한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타당하다. 강현중 변호사 (前 사법정책연구원장, 법무법인 에이펙스 고문)
승계참가
통상공동소송
필수적공동소송
강현중 변호사 (前 사법정책연구원장, 법무법인 에이펙스 고문)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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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대리의 본질과 표현대리 및 대리권 남용행위
I. 사실관계와 판시사항 1. 피고 乙은행 ○○지점의 당좌업무 대리 A는 재벌기업 대표이사 B로부터 대가를 약속받고 다른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선지급하는 방식으로 예금을 유치하여 사업자금으로 지원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원고 甲은 대리인 C를 통해 A와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1억 원을 乙에 예치하였다. A는 그 중 100만 원을 입금 처리하고 나머지는 원장에 기재하지 않은 채 B에게 지급하는 등, 4년간 약 1,066억 원을 예치하여 그 중 512억 원을 B에게 제공하였다. 甲은 乙을 상대로 만기 예금액 및 약정이자의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2. 제1심법원(84가합366)과 원심법원(84나2428)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고, 대법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대리권 남용법리를 적용하여 A의 대리행위에 따른 예금계약의 효과를 乙에게 귀속시킬 수 없으므로 乙은 甲에게 예금을 반환할 책임이 없다고 하면서, 이 부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대법원은 A가 乙의 당좌업무 대리인으로서 C와 예금계약을 체결한 것은 권한을 넘어선 대리행위이지만, 甲에게 A의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으므로,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가 성립하여 甲과 乙의 예금계약은 유효하다고 전제하였다. 그러나 A는 예금계약을 통하여 甲의 이익을 꾀한 대리권 남용행위를 하였고 甲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예금계약에 따른 책임을 乙에게 물을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86다카1004). II. 평석 1. 우리민법 규정과 대리의 본질 (1) 대리의 본질과 관련하여 우리민법은 대리인행위설의 입장이라고 한다. 대리효과의 귀속은 대리인의 대리의사에 따른 법률행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송덕수). 나아가 민법 제114조 이하 규정이 대리의 효과의사대로 법률효과가 발생하도록 하며, 특히 제116조 제1항은 우리민법이 대리인행위설을 취하는 실정법적 근거일 뿐만 아니라(곽윤직, 고상룡), 이에 따르면 대리인행위설만 입론이 가능하다고 한다(지원림). 이에 반하여 독일에서 제안된 행위규율분리설은 수권행위와 대리행위를 단일한 하나의 행위로 파악하고, 대리인의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서 ‘행위’ 측면과 본인에 대한 효과귀속으로서 ‘규율’ 측면을 구분하되, 행위 주체는 대리인이지만 규율의 주체는 본인으로, 규율측면이 본질적인 부분이어서 대리효과가 본인에게 직접 발생한다고 설명한다(이영준). (2) 대리인행위설과 행위규율분리설에 따른 법적 취급이 극명하게 대립하는 것이 대리권 남용행위와 표현대리이다. 대리권이 적법하게 수여된 경우 다른 요건이 충족되면 대리효과가 귀속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대리권 남용법리가 이에 해당한다. 반대로 대리권이 수여되지 않았다면 대리효과가 귀속되지 않아야 함에도 그 귀속을 인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표현대리이다. 2. 대리권 남용법리에 대한 대리인행위설 및 행위규율분리설의 입장 (1) 대리권을 적법하게 보유한 대리인이 자기 또는 상대방의 이익을 위하여 대리행위를 한 결과 본인에게 해를 입히는 것을 대리권 남용행위라고 한다. 이는 대리행위의 요건을 모두 충족한 상태여서 대리효과의 귀속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상대방이 대리인의 배임의도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까지 대리효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여, 상대방의 악의 또는 (중)과실을 근거로 대리효과의 귀속을 차단시키는 법률구성을 ‘대리권 남용법리’라고 한다. 이는 대리권 수여라는 측면에서 유권대리로 취급되어야 하지만 대리효과의 귀속이 차단된다는 측면에서는 무권대리가 된다. 이에 대하여 대리인행위설은 비진의표시의 효과에 관한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를 유추적용하거나 신의칙 내지 권리남용금지원칙 위반의 효과에 따라 대리효과의 귀속을 차단한다. 반면 행위규율분리설은 배임행위를 한 대리인을 무권대리로 취급하여 동일한 결론에 이른다. (2) 비진의표시 유추적용설은 대리권 남용행위를 비진의표시의 외양과 유사하게 파악하여 대리행위로서는 유효하게 성립하지만, 대리인의 배임의사를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의 취지를 유추하여 대리행위의 효력을 부정한다. 대다수 판례의 입장이다(74다1452, 97다24382, 2008다13838). 한편 권리남용설 내지 신의칙위반설은 대리인의 배임의사를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지 못함에 중과실이 있는 경우까지 대리효과의 귀속을 인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며, 더욱이 상대방이 본인에 대하여 그 효과를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고 한다(강태성, 홍성재, 명순구). 법인의 대표권 남용에 관한 사례이지만 판례 중에도 이러한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있다(86다카1522, 89다카24360). (3) 행위규율분리설은 대리관계를 대리인의 대리 ‘행위’에 대한 측면과 효과귀속에 대한 본인의 ‘규율’ 측면으로 이해하고, 대리효과 귀속의 본질은 본인과 상대방의 규율에 달렸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대리권 남용행위는 대리권이 있더라도 본인에 대한 대리효과의 귀속이 차단되므로 무권대리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추가적으로 표현대리 규정에 따라 대리효과가 귀속될 수 있다는 입장(손지열)과 배임행위의 명백성을 근거로 구분하는 입장이 있다(백태승). 3. 표현대리에 대한 대리인행위설 및 행위규율분리설의 입장 (1) 우리민법은 표현대리를 대리권수여의 표시(제125조), 대리권의 범위 초과(제126조), 대리권 소멸 후의 대리행위(제129조)로 나누고 있다. 본인이 이러한 각각의 외관을 제공하였으므로 이에 관하여 선의·무과실인 상대방은 대리효과의 귀속을 주장할 수 있다. 표현대리는 대리권이 없다는 측면에서 무권대리이지만, 본인에게 효과가 귀속된다는 측면에서 유권대리로 취급할 수 있다. (2) 대리인행위설에 의하면 표현대리는 무권대리에 속한다(양형우). 우리 판례 역시 명백하게 표현대리가 성립되었다고 하여 무권대리의 성질이 유권대리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83다카1489). (3) 행위규율분리설은 표현대리를 유권대리로 이해한다. 대리의 본질은 본인과 상대방 사이의 규율인데, 표현대리는 본인의 외관 형성과 상대방의 신뢰에 기초하여 본인에게 대리효과를 귀속시키므로 유권대리의 아종이라고 한다. 특히 독일민법에서 인정되는 외부적 수권행위 개념이 유용하다(이영준). 독일민법은 대리권을 수여하는 방법으로 본인이 대리인에게 직접 대리권을 수여하는 방법(내부적 수권행위)과 본인이 대리행위의 상대방이 될 제3자에게 대리권을 수여하는 방법(외부적 수권행위)으로 나누어 규정한다(§167 Abs. 1). 그리고 외부적 수권행위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대리행위의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170), 대리행위의 상대방에 대한 특별통지와 다수의 제3자에 대한 공고(§171 Abs. 1) 또는 대리권 증서의 교부와 제시(§172 Abs. 1)를 인정하고 있다. 4. 표현대리에 대한 대리권 남용법리의 적용과 판결의 검토 (1) 앞의 판결에서 A는 乙은행의 당좌업무에 관한 대리권의 범위를 넘어 甲과 예금계약을 체결하였다. 乙은행은 그 지점장을 통해 A에 대한 대리권의 외관을 제공하였는데 甲이 이를 신뢰하였으므로, A에게 민법 제126조에 따른 표현대리가 성립하여 甲과 乙 사이에 예금계약이 인정되었다. 이에 더하여 A가 甲에게서 예금으로 교부받은 금전을 횡령하고 甲에게 기준을 넘어서는 이자를 지급한 것은 대리권 남용행위이다. 甲이 이러한 A의 배임의도를 알았으니 대리권 남용법리에 따라 乙은행에 대한 A의 대리효과로서 예금계약은 성립할 수 없다. 이것이 판결의 결론이었다. (2) 대리인행위설은 표현대리를 무권대리로 이해하였고 대리권 남용법리는 유권대리에 관하여 성립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논리적으로 무권대리인 A의 표현대리에 대하여 유권대리에 관한 대리권 남용법리는 적용할 수 없다. (3) 행위규율분리설에 의하더라도 표현대리는 유권대리라고 하면서 대리권 남용법리를 적용하면 A의 동일한 행위가 갑자기 무권대리로 변경되는 기이한 결과를 낳는다. 그리고 유권대리로 취급된 표현대리가 대리권 남용법리의 적용에 의하여 무권대리가 된다면, 그 무권대리는 다시 표현대리의 요건 충족으로 유권대리가 되는 순환론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대리권 남용법리의 적용으로 이론상 무권대리가 되더라도 대리권 남용행위를 한 대리인에게는 실제로 대리권이 존재하므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4) 그러므로 대리인행위설에 의하면 A의 행위가 무권대리였다가 유권대리로 바뀌고, 행위규율분리설에 의하면 유권대리였다가 무권대리로 변경되는 결과가 된다. 그렇다면 위 판결이 대리인행위설에 따른 것인지, 행위규율분리설에 따른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A는 乙은행으로부터 수여받은 대리권의 범위를 넘어 甲과 예금계약을 체결하는 하나의 동일한 행위를 했을 뿐인데, 대리의 본질에 관한 두 견해에 의하여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유권대리 또는 무권대리로 혼란스럽게 법적 성질이 결정되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 정상현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표현대리
대리권남용
예금계약
정상현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2020-01-20
민사일반
‘재판상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
1. 사실 및 논점 (1) 원고는 수원지방법원 2003가합15269호로 피고를 상대로 원고가 피고에게 1997년 2월 말경 6,000만 원, 1997년 4월 초경 1억 원을 각 대여하였다고 주장하며 대여금 1억 6,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청구를 하여, 2004년 11월 11일 원고 전부승소 판결을 선고받고 2004년 12월 7일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원고는 2014년 11월 4일 위 대여금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후 소로서 피고를 상대로 1억 6,000만 원 및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이행의 소를 제기하여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2)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대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직권으로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후 소의 형태에 관하여 살펴보았는데 이것이 논점이다. 2. 대법원판결이유의 요지 (1) 다수의견의 요지 채권자가 전소로 이행청구를 하여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후 그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후 소를 제기하는 경우, 후 소의 형태로서 항상 전소와 동일한 이행청구만 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의 청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시효중단을 위해서 오로지 전소와 소송목적이 동일한 이행소송만 제기되어야 한다면 채권자가 실제로 의도하지도 않은 청구권의 존부에 관한 실체 심리가 진행됨으로써 채무자는 전소 판결에 대한 청구이의사유를 조기에 제출하지 아니할 수 없어 법원은 이에 관하여 불필요한 심리를 하여야 하며, 채무자는 중복된 이행판결로 말미암은 이중집행의 위험에 노출되고, 실질적인 채권의 관리·보전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채권자 또한 자신이 제기한 후 소의 적법성이 10년의 경과가 임박하였는지 여부라는 불명확한 기준에 의해 좌우되는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위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시효중단을 위한 후 소로서 이행소송 외에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한 조치, 즉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채권자는 위 두 가지 형태의 소송 중 자신의 상황과 필요에 보다 적합한 것을 선택하여 제기할 수 있는 편익이 생긴다. (2) 소수의견의 요지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再訴)로서 이행소송과 함께 해석을 통하여 다른 형태의 소송을 허용하고자 한다면, ‘청구권 확인소송’으로 충분하다. 입법을 통하여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도입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이를 법률의 해석을 통하여 받아들일 수는 없다. 청구권 확인소송은 전소 판결의 소송목적이자 전소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 그 자체를 대상으로 확인을 구하는 소송이다. 청구권 확인소송과 비교하여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큰 이점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리적 측면에서도 청구권 확인소송을 허용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는 반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는 확인의 이익을 비롯하여 법리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가 적지 않다. 3. 논점의 전개 (1) 상고심의 심리범위 대법원이 판단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상고이유에 대한 것이 아니고 직권으로 판단한 것이므로 상고심의 심리범위에 속하는지 문제된다. 그러나 상고심에서도 직권심리사항에 관해서 사실심리가 가능한 이상(제434조)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후소의 형태가 중복된 소제기의 금지원칙(제259조)의 적용범위 문제라고 한다면 직권심리가 가능하다할 것이다. 따라서 위 대전판은 상고기각의 결론을 달리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2) 시효중단사유로서의 재판상의 청구 민법 제170조 제1항은 재판상의 청구는 소송의 각하, 기각 또는 취하의 경우에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할 뿐 청구인용판결의 경우에는 그 종류를 물어서 시효중단의 효력을 부정하지 아니하므로 이행소송 이외에도 확인소송이 청구인용판결로 되었다면 당연히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 문제는 재판상 청구가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할 수 있느냐이다. (3)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 확인의 이익 재판상청구가 있으면 소멸시효가 중단된다는 점은 민법 제168조 제1호와 민법 제170조 제1항의 사유이므로 재판상 청구가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것은 위 민법규정의 확인을 구하는 것에 다름이 없으므로 원칙적으로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할 것이다. 판례는 민법 제211조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원고가 소유자인 피고에게 소유권을 인정하면서도 어떤 물건에 관하여 소유권의 핵심적 권능에 속하는 배타적 사용·수익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소극적 확인주장은, 법적 3단 논법의 대전제인 물권법정주의(민 제185조)의 적용을 받는 민법 제211조라는 법규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것이므로 그 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대판 2012. 6. 28. 2010다81049 참조)고 하였다. (4) 청구권확인소송의 문제점 채권자가 전소로 이행청구를 하여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후 재차의 이행청구소송이나 확인소송이 허용되는 이유는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해서이다. 따라서 시효중단 목적이 없는 중복된 이행청구소송이나 청구권확인소송은 2중 제소 금지원칙에 위반되어 부적법한 것이다. 따라서 청구권확인소송은 시효중단을 위한 범위에서만 확인의 이익이 있으므로 그렇지 않은 청구권확인소송은 허용되기 어렵다. (5)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 원고가 이미 확정력 있는 집행권원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집행권원의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새로운 소를 제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부적법하다. 또한 소제기를 반복하는 것보다 더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이 있을 경우, 예컨대 임의경매신청 등으로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는 경우(대판 1991.12.10. 선고 91다17092 참조) 등에는 동일한 소송목적에 대한 소의 반복 제기를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소멸시효의 완성이 임박하고, 소제기보다 간편한 민사집행의 방법이 없는 경우에는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을 허용하여야 하며, 그 경우의 확인소송은 확인의 이익이 부존재하는 부적법한 확인소송도 허용하여야 할 것이다. 독일 연방통상대법원(BGH) 판례에 따르면, 부적법한 확인하는 소라고 하더라도 실질적 권리자에 의해서 제기되는 한(BGH NJW 2010, 2270 Rn. 38; BeckOK ZPO/Bacher, 31. Ed. 1.12.2018, ZPO § 256 Rn. 13.2.),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중단된다(BGH NJW-RR 2013, 992 Rn. 28; NJW 2004, 3772; BeckOK ZPO/Bacher, 31. Ed. 1.12.2018, ZPO § 256 Rn. 13.2.)고 하였다. 다만 채권이 단지 도산절차에서의 신청에 의해서만 회수될 수 있을 때에는, 확인하는 소로 소멸시효를 중단할 수 없다고 한다( BGH NJW-RR 2013, 992 Rn. 28; BeckOK ZPO/Bacher, 31. Ed. 1.12.2018, ZPO § 256 Rn. 13.2.). 4. 결론 (1) 결국 우리 대법원 판결의‘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독일 판례상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과 같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입법사항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확인소송의 기능은 분쟁의 예방에 있는데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이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소멸시효에 관한 분쟁해결 기능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법률관계의 분쟁에 관한 확인소송이 아니어서 부적법하다고 하더라도 시효중단을 위한 것이라면 당연히 허용할 필요가 있다. (2) 다만 법률상 확인소송으로서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소멸시효완성의 임박성이나 소제기보다 간단한 민사집행 방법이 부존재하다는 보충성의 원칙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를 허용하여 영구적으로 소멸하지 않는 채권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면, 대전판 2018.7.1., 2018다22008의 반대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각종 채권추심기관의 난립과 횡행을 부추겨 충분한 변제능력이 없는 경제적 약자가 견뎌야 할 채무의 무게가 더욱 무거워지는 사회적 문제가 따르게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시효완성의 임박성이 있는 시점에 시효중단을 위해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당하지만 소제기를 반복하는 것보다 더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이 있는 지 등 민사집행 방법의 부존재 요건을 살피도록 설시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강현중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대여금
지연손해금
소멸시효
강현중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2019-02-18
민사일반
법인의 물적분할시 적격분할 요건인 ‘독립된 사업부문’, ‘포괄적 승계’, ‘직접 사용’, ‘분할대가 전액이 주식’의 해석
-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6두40986 판결 - 1. 사실관계 원고는 2008년 5월 1일 A공장의 화학제품제조 사업부문과 도시개발 사업부문을 물적분할(이하 ‘이 사건 분할’)하여 D회사를 설립하고 2008년 5월 6일 분할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이 사건 분할이 구 법인세법(2009. 12. 31. 법률 제98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 제47조 제1항의 적격분할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아 2008 사업연도 법인세 신고 시 분할로 인한 자산양도차익 약 7485억원을 손금산입하였고, 폐석회처리 등 공사비용을 통상적인 비용으로 손금처리하였다. 피고는 2013년 8월 22일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분할이 적격분할에 해당하지 않고, 폐석회처리 등 공사비용이 토지의 자본적 지출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자산양도차익과 공사비용을 손금불산입하여 2008사업연도 법인세 약 3000억원(가산세 포함)을 경정고지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물적분할은 분리하여 사업이 가능한 독립된 사업부문을 분할하는 것으로서,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자산·부채가 포괄적으로 승계되고, 분할신설법인이 분할등기일이 속하는 사업연도 종료일까지 승계받은 사업을 계속 영위하며, 분할법인이 받은 분할대가 전액이 분할신설법인의 주식인 경우 과세이연 규정이 적용된다. ‘분리하여 사업이 가능한 독립된 사업부문’의 요건{법 시행령(2009. 2. 4. 대통령령 제2130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시행령’) 제82조 제3항 제1호}은 기능적 관점에서 분할 이후 기존의 사업활동을 독립하여 영위할 수 있는 사업부문이 분할되어야 함을 뜻한다. 개별 자산만 이전하여 사실상 양도차익을 실현한 경우와 구별하기 위한 것으로, 독립적으로 사업이 가능하면 단일 사업부문의 일부 분할도 가능하다.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자산 및 부채가 포괄적으로 승계될 것’의 요건(시행령 제82조 제3항 제2호)은 독립된 사업부문 요건을 보완하는 것으로서, 해당 사업활동에 필요한 자산·부채가 분할신설법인에 한꺼번에 이전되어야 함을 뜻한다. 다른 사업부문에 공동 사용되는 자산·부채 등 분할하기 어려운 것은 승계되지 않더라도 기업의 실질적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다. ‘승계받은 사업을 계속 영위할 것’의 요건(법 제46조 제1항 제3호, 시행령 제83조 제4항, 제80조 제3항)은 분할 전후 사업의 실질적 동일성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으로서, 처분 또는 직접 사용 여부는 입법 취지와 해당 사업내용을 고려하여 실제의 사용관계를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분할대가 전액이 주식’의 요건(법 제47조 제1항 괄호 안, 제46조 제1항 제2호)은 분할법인이 분할되는 사업부문의 자산·부채를 분할신설법인으로 이전하는 대가로 분할신설법인 주식만을 취득하여야 한다는 것으로서, 지분관계의 계속성을 규정한 것이다. 이 사건 분할은 조직형태의 변화가 있을 뿐 기업의 실질적인 동일성은 계속 유지되어 구 법인세법령에 정한 과세이연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3. 평석 가. 물적분할 시 과세이연 규정의 취지 및 해석원칙 법인의 물적분할 시 분할로 발생한 자산양도차익에 대하여는 법인세가 과세되는 것이 원칙이나 법 제46조 제1항, 제47조, 시행령 제82조 제3항, 제83조, 법 시행규칙(2010. 6. 30. 기획재정부령 제1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의2는 분할법인이 분할신설법인의 주식 전부를 취득하는 적격분할 요건을 갖춘 경우 주식의 가액 중 물적분할로 발생한 자산의 양도차익 상당의 금액에 대하여 과세이연의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과세이연 규정은 1998년 12월 28일 법인세법 개정으로 합병·분할 등 기업조직재편 세제 도입 시 마련된 것으로서, 그 취지는 회사가 기존 사업의 일부를 별도의 완전 자회사로 분리하는 조직형태의 변화가 있었으나 지분관계를 비롯한 기업의 실질적인 이해관계에 변동이 없는 때에는 과세의 계기로 삼지 않음으로써 회사분할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조세법규의 해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할 것이고, 합리적 이유 없이 확장해석 또는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나. ‘분리하여 사업이 가능한 독립된 사업부문’을 분할한 것인지 ‘독립된 사업부문’의 분할은 그 문언상 분할대상이 분리하여 사업이 가능한 독립된 사업부문이기만 하면 되고, 분할 당시 분할신설법인에 무엇이 승계되는지, 분할신설법인이 분할 이후 어떠한 방식 또는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는지는 위 요건과 무관하다. 시행령 제82조 제3항은 그 사업부문이 분할법인에 존재하던 동종의 사업부문 전체일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A공장 화학제품제조 사업부문과 도시개발 사업부문은 기존의 다른 사업무문에서 독립하여 사업활동 영위가 충분히 가능한 사업이고, 이들 사업부문의 내용과 기능적 특성상 D회사가 고용 일부를 승계하지 않고, 화학제품 제조를 원고에게 위탁하여 생산된 제품의 대부분을 원고에게 판매하더라도 분할 전 사업부문을 해체한 것이라 볼 수 없다. 다.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자산 및 부채가 포괄적으로 승계’된 것인지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필수적인 자산 또는 영업활동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자산이 승계되었다면 ‘자산이 포괄적으로 승계’된 것이고,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자산 전부가 승계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분할계약서상 원고의 폐석회처리 협약에 의한 의무, 폐석회 매립공사 관련 채무, 지하폐석회 처리 관련 채무는 A공장 부지와 관련된 채무로서 모두 D회사에 승계되었다. 현금은 법인 계좌로 입금되는 순간 A사업부문 매출이건, A사업부문 자산을 담보로 차입한 것이건 다른 현금과 혼화되어 A사업부문만의 현금이라 볼 수 없다. 원고가 이 사건 분할을 앞두고 회사채 상환, 법인세 납부 등 일반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A공장 부지를 담보로 차입한 차입금 채무는 원고의 다른 사업부문에도 공통적으로 관련된 것으로서 그 중 회사채 상환 등으로 사용될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만 D회사에 승계시킨 것은 요건 불비로 보기 어렵다. 분할신설법인에 승계시키는 현금이 얼마인지에 따라 자산양도차익은 달라지지 않고, 상법 제530조의9 제2항은 분할시 분할신설법인과 분할법인의 연대책임을 배제할 수 있으므로, 차입금 중 일부만 승계되었다거나 원고의 연대책임을 배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시행령 제82조 제3항 제2호는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인력 또는 직원의 포괄적 승계를 요건으로 하지 않으며, 이 사건 분할 시 A공장 화학제품제조 사업부문의 직원들이 D회사로의 승계를 반대하였는데 당시 선고된 판결들에 따라 직원들에게 승계를 강제할 수 없었다. D회사가 원고의 인력을 대부분 승계하지 않아 적격분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할 수 없다. 라. 분할신설법인이 ‘승계한 고정자산가액의 1/2 이상을 승계한 당해 사업에 직접 사용’한 것인지 D회사는 원고로부터 A공장 화학제품제조 사업부문을 분할받은 후 자신의 비용으로 원재료를 구입하여 자신의 사업장에서 설비를 갖추고 자신의 명의로 화학제품을 제조하였고, 원고로부터 도시개발사업 대상토지인 A공장 부지의 소유권을 이전받아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여 시행자로 지정받음으로써 승계한 고정자산을 실제 사용하였다. D회사가 그 사용방식에 있어 업무위탁을 하였다고 달리 볼 수 없다. D회사가 승계받은 사업을 계속 영위하면서 금융기관 대출채무의 담보를 위해 신탁등기를 설정하였더라도 승계사업의 폐지로 간주되는 고정자산의 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 마. 분할법인이 분할신설법인으로부터 받은 ‘분할대가의 전액이 주식’인지 원고는 분할계약에 따라 분할대가로 D회사로부터 주식만을 받았고, 원고가 분할 직전 대출받은 차입금 중 일부가 D회사에 승계되지 않았다는 사정은 자산·부채의 포괄적 승계요건과 관련된 것일 뿐 분할대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4. 결론 법인세법상 분할제도가 도입된 이래 적격분할 요건에 관한 판단기준이 정립되지 않아 실무상 논란이 되어 왔는데, 대상판결은 물적분할 시 과세이연 제도의 취지가 기업의 실질적인 이해관계의 변동이 없는 때 과세의 계기로 삼지 않음으로써 회사분할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그 취지 및 사업부문의 내용과 기능적 특성 등을 고려하여 적격분할의 요건인 ‘독립된 사업부문’, ‘포괄적 승계’, ‘직접 사용’, ‘분할대가 전액이 주식’의 의미에 관하여 해석함으로써 그 판단기준을 최초로 정립하였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분할법인
지분
법인세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2018-10-08
주택·상가임대차
파산·회생
개인회생절차에서의 면책결정이 임차보증금채권에 미치는 영향
- 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4다32014 판결 - 1. 사실관계 피고는 원고로부터 계쟁 주택 중 2층을 보증금 5500만원에 임차한 후 2002년 7월 31일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았다.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임차보증금반환의 소를 제기하여, 2007년 8월 29일 ‘원고는 피고에게 5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이 그 무렵 확정되었다(원고에 대한 개인회생절차가 진행 중이었으나, 당시 원고가 이를 다투지 않았다). 피고는 2007년 9월 18일 계쟁 주택에 관한 주택임차권등기를 마친 다음 원고에게 위 2층을 인도하였다. 한편 원고에 대한 개인회생절차가 2006년 7월 4일 개시되었는데, 원고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위 임차보증금채무 5500만원을 기재하였고, 그 존재 및 액수는 그대로 확정되었다. 계쟁 주택 및 그 대지에는 위 임차권에 우선한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어, 인가된 변제계획에는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과 피고의 임차보증금채권을 ‘별제권부 채권 및 이에 준하는 채권’으로 처리하였으나, 위 근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가 진행되지 않아 피고는 개인회생절차에서 전혀 변제를 받지 못하였다. 원고에 대한 면책결정이 2012년 7월 10일 확정되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구 개인채무자회생법 제39조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된 개인회생채권에 관하여는 변제계획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변제하거나 변제받는 등 이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면제를 제외한다)를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 법 제71조 제1항은 “변제계획에는 ‘채무변제에 제공되는 재산 및 소득에 관한 사항(제1호)’,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된 개인회생채권의 전부 또는 일부의 변제에 관한 사항(제3호)’을 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된 개인회생채권을 변제계획의 변제대상으로 삼고 있다. 나아가 구 법 제83조 제1항은 “법원은 채무자가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를 완료한 때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거나 직권으로 면책의 결정을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구 법 제84조 제2항 본문은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변제계획에 따라 변제한 것을 제외하고 개인회생채권자에 대한 채무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라고 규정하면서, 그 단서 제1호에서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청구권’에 관하여는 책임이 면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각 규정에 따르면 변제계획의 변제대상이 되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된 개인회생채권 중 변제계획에 따라 변제한 것을 제외한 부분은 모두 면책되지만,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청구권은 변제계획에 의한 변제대상이 될 수 없어 면책결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한편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요건 및 확정일자를 갖춘 주택임차인은 임차주택이 경매될 경우 그 환가대금에 대하여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와 같은 우선변제권은 이른바 법정담보물권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서 임대차 성립시의 임차 목적물인 임차주택의 가액을 기초로 주택임차인을 보호하고자 인정되는 것이다. 이에 상응하여 구 법 제46조 제1항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대항력 등)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대항요건을 갖추고 임대차계약증서상의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은 개인회생재단에 속하는 주택의 환가대금에서 후순위권리자 그 밖의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우선변제권 있는 주택임차인을 개인회생절차에서 별제권자에 준하여 보호하고 있다. 위와 같이 주택임차인은 구 법 제46조 제1항에 의하여 인정된 우선변제권의 한도 내에서는 임대인에 대한 개인회생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임차보증금채권의 만족을 받을 수 있으므로, 설혹 주택임차인의 임차보증금채권 전액이 개인회생채무자인 임대인이 제출한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었다고 하더라도, 주택임차인의 임차보증금채권 중 위와 같이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액만이 개인회생절차의 구속을 받아 변제계획의 변제대상이 되고 면책결정의 효력이 미치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된 개인회생채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임대인에 대한 개인회생절차의 진행 중에 임차주택의 환가가 이루어지지 않아 주택임차인이 그 환가대금에서 임차보증금채권을 변제받지 못한 채 임대인에 대한 면책결정이 확정되어 그 개인회생절차가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택임차인의 임차보증금채권 중 구 법 제46조 제1항에 의하여 인정된 우선변제권의 한도 내에서는 구 법 제84조 제2항 단서 제1호에 따라 면책이 되지 않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청구권’에 해당하여 면책결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3. 평석 담보권 실행 등이 일정기간 중지 또는 금지될 뿐(구 법 제60조 제2항), 개인회생절차의 절차상 제약은 원칙적으로 별제권자(담보권자)에게 미치지 않는다(구 법 제45조, 제84조, 제86조, 제87조). 임차보증금채권은 다른 일반 개인회생채권보다 우월적 지위를 가지기는 하지만, 임차주택의 환가대금의 한도 내에서만 우선권을 가지는 것이어서, 우선권 있는 개인회생채권이 아닌 특정재산에 관하여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별제권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므로, 별제권에 준하여 취급된다. 다만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 그 주택 등에 대하여 경매를 신청할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민법주해[XV] 채권(8), 244면), 임차인이 임차보증금채권에 관하여 판결 등 집행권원을 따로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채권은 여전히 개인회생채권에 속하는 것이므로, 임대인에 대하여 개인회생절차개시결정이 내려지면 그 집행권원에 기한 강제집행은 구 법 제60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금지된다. 따라서 개인회생절차 진행 중 임차주택이 경매 등으로 처분되면 별 문제가 없으나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임대인에 대한 면책결정이 확정된 경우 그 효력이 문제되는 것이다. 법 해석론상으로는 구 법이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의 임차보증금 우선변제권에 관한 규정만을 두고 있을 뿐(제46조), 면책결정 이후의 법률관계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지 않은데서 비롯된 것으로서, “면책은 개인회생채권자를 위하여 제공한 담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한 구 법 제84조 제3항이 적용되는지 여부의 문제이지만, 이는 근원적으로 임차보증금채권이, 개인회생채권임을 부인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임차주택 환가 시 우선변제권만을 가질 뿐 담보권과 같은 경매실행권한을 가지지 못한데서 비롯되는 문제이다. 이에 대하여는 임차보증금채권은 비면책채권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개인회생절차 진행 중에 임차인이 우선변제 받지 못한 이상, 임차보증금채무는 전부 면책된다는 견해,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담보권과 같은 경매실행권한은 없고 임차주택의 환가 시 우선변제권만을 가질 뿐이므로, 임대인은 임차인이 가지는 권한 한도 내에서만 책임을 부담하며, 위 임차인이 임차보증금채권에 관한 집행권원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면책결정의 효력으로 그 집행력은 소멸한다는 견해, 임대인은 면책결정에도 불구하고 우선변제권의 한도 내에서 임차보증금반환책임을 부담하고,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임차목적물의 환가 시 우선변제권을 가질 뿐만 아니라, 집행권원이 있는 경우 그 한도 내에서 우선변제권 실현을 위한 강제경매신청이 가능하므로, 임차보증금에 관한 집행권원 역시 그 한도 내에서 집행력이 소멸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논의되고 있다. 면책결정이 개인회생채권자를 위하여 제공된 담보에 영향이 없다는 내용의 구 법 제84조 제3항은 제3자 제공의 보증이나 물상보증에 관한 규정으로 볼 수 있어서, 위 규정이 사안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언하기 어렵고, 일반 담보권의 경우 피담보채권과 준별하여 담보권 자체에 별제권을 인정하는 구 법의 법리상 피담보채권의 면책과 관계없이 담보권 행사를 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임차보증금채권은 그 실질이 어디까지나 면책의 대상이 되는 개인회생채권이되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여 우선변제권이 부여된 것일 뿐이어서 별제권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실체법상 권리의 성질이 개인회생절차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견지에서, 임차보증금채권의 우선변제권 부분은 면책결정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보호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선순위 근저당권자가 변제기간 내에 경매를 신청하지 않는 경우 임차인이 임차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이 봉쇄되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임차보증금채권이 개인회생절차의 규율을 받는 개인회생채권이라고 하면서,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부분만 면책결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는 점에서 논리적으로 모순되어 보이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임차보증금채권 중 우선변제 받을 수 있는 부분에 관하여 개인회생절차 밖에서 우선변제 받는 것을 예정하고 있을 뿐, 채무자의 재산처분에 의한 변제대상으로 삼지 않고 있는 현행 개인회생실무를 용인하는 판단이다. 사안은 구 법이 적용된 경우이나 법문의 내용에 변화가 없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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