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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교환으로 취득한 부동산의 취득세 과세표준
1. 사실관계 ① 학교법인 ○○학원은 그 소유의 서울 강북구 소재 이 사건 부동산에 위치한 대학교를 원고 소유의 파주시 소재 이 사건 교환대상 부동산으로 이전하기로 하였다. 한국감정원의 감정평가결과 이 사건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은 30억9755만6000원, 이 사건 교환대상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은 57억4340만7000원이었다. ② ○○학원은 2016년 8월 30일 교육부장관에게 위 대학교의 위치변경계획승인을 신청하였는데, 교육부장관은 2017년 1월 20일 ○○학원에게 '○○학원과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과 이 사건 교환대상 부동산을 상호 교환하되, 그 차액 26억4585만1000원을 원고가 ○○학원에 무상 출연하여야 한다'는 조건을 붙여 승인하였다. ③ 이에 따라 원고와 ○○학원은 2017년 2월 2일 이 사건 부동산과 이 사건 교환대상 부동산을 교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원고는 위 승인조건에 따라 감정평가 차액을 ○○학원에 무상 출연하였다. ④ 원고는 이 사건 교환대상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인 57억4340만7000원을 취득세 과세표준으로 하여 취득세 등을 신고하면서 취득세 등을 면제받았으나, 면제유예기간 내인 2017년 9월 14일 이 사건 부동산을 처분하게 되어 2017년 10월 10일 피고에게 취득세 과세표준을 57억4340만7000원으로 하여 취득세 등 합계금 2억6419만6710원을 신고·납부하였다. ⑤ 그 후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의 취득세 과세표준이 무상 출연액을 제외한 감정평가액인 30억9755만6000원이라는 이유로, 2017년 10월 31일 피고에게 신고·납부 세액과의 차액을 감액하여 달라는 경정청구를 하였으나 피고가 이를 거부하였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가. 지방세법 제10조 제1항 본문은 '취득세의 과세표준은 취득 당시의 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에서 취득세의 과세표준으로 규정한 '취득 당시의 가액'은 원칙적으로 부동산 등 과세물건을 취득하는 데 든 사실상의 취득가액을 의미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두240 판결). 나.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규정과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이 사건 감정평가 차액 26억4585만1000원 상당액은 원고가 ○○학원에 증여한 것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하는 데 들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부동산의 취득세 과세표준은 그 감정평가액 상당인 30억9755만6000원이라고 보아야 한다. 원고가 ○○학원에 증여한 위 감정평가 차액 상당액이 취득가격에 포함되는 간접비용인 구 지방세법 시행령(2017. 7. 26. 대통령령 제282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 제1항의 '취득대금 외에 당사자의 약정에 따른 취득자 조건 부담액(제5호)'이나 '이에 준하는 비용(제7호)'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3. 평석 가. 취득세 과세표준인 '취득가격'의 법리 구 지방세법의 위임에 따라 구 지방세법 시행령(2010. 9. 20. 대통령령 제22395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82조의2 제1항 본문은 '취득가격은 취득의 시기를 기준으로 그 이전에 해당 물건을 취득하기 위하여 거래 상대방 또는 제3자에게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직접비용과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간접비용의 합계액으로 한다'고 규정하면서, 그 각호에서 건설자금에 충당한 차입금의 이자 또는 이와 유사한 금융비용(제1호), 할부 또는 연불조건부 계약에 따른 이자 상당액 및 연체료(제2호), 농지법에 따른 농지보전부담금, 산지관리법에 따른 대체산림자원조성비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의무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제3호), 취득에 필요한 용역을 제공받은 대가로 지급하는 용역비·수수료(제4호), 취득대금 외에 당사자 약정에 의한 취득자 조건 부담액과 채무인수액(제5호), 제1호부터 제5호까지의 비용에 준하는 비용(제6호)을 들고 있다. 이러한 '취득가격'에는 과세대상물건의 취득시기 이전에 거래상대방 또는 제3자에게 지급원인이 발생 또는 확정된 것으로서 직접비용인 해당 물건 자체의 가격은 물론 그 이외에 실제로 해당 물건 자체의 가격으로 지급되었다고 볼 수 있거나(취득자금이자, 설계비 등) 그에 준하는 취득절차비용(소개수수료, 준공검사비용 등)도 간접비용으로서 이에 포함된다 할 것이나, 그것이 취득의 대상이 아닌 물건이나 권리에 관한 것이어서 해당 물건 자체의 가격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라면 과세대상물건을 취득하기 위하여 해당 물건의 취득시기 이전에 그 지급원인이 발생 또는 확정된 것이라도 이를 해당 물건의 취득가격에 포함된다고 보아 취득세 과세표준으로 삼을 수 없다(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9두12150 판결, 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6두61907 판결 등). 나. 취득세 과세표준인 간접비용 관련 사례 대법원은 사업자가 수용에 따라 토지소유자에게 지급하는 지장물보상금 및 이주비 등 보상금(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누4155 판결), 주택분양보증수수료(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9두12150 판결), 아파트의 신축·분양사업과 관련된 차입금 및 분양대금 등의 자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하여 자금관리를 신탁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지급한 신탁수수료(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두23075 판결), 취득일 이후 공사비(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3두7681 판결)는 취득세 과세표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반면, 대법원은 분양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건축물의 신축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전제로서의 사업성 검토 등을 포함한 컨설팅 용역비(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두22034 판결), 환지 방식의 도시개발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도시개발사업 시행자인 조합이 지급한 토지의 지목변경 또는 그 지상의 건축물 신축 등에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비용(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7두35844 판결)은 취득세 과세표준에 포함된다고 하였다. 한편, 대법원은 간접비용인 '건설자금에 충당한 차입금의 이자 또는 이와 유사한 금융비용'과 관련하여, '어떠한 자산을 취득하는 데에 사용할 목적으로 직접 차입한 자금의 경우 그 지급이자는 취득에 소요되는 비용으로서 취득세 과세표준에 포함되지만, 그 밖의 목적으로 차입한 자금의 지급이자는 납세의무자가 자본화하여 취득가격에 적정하게 반영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차입한 자금이 과세물건의 취득을 위하여 간접적으로 소요되어 실질적으로 투자된 것으로 볼 수 있어야 취득세 과세표준에 합산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4두46935 판결). 다. 대상 판결의 의의 해당 물건 자체의 가격과 취득세 과세표준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세법 시행령 제18조 제1항에 따라 취득세 과세표준이 되는 '취득가격'에는 해당 물건 자체의 가격인 직접비용 외에 그 물건을 취득하기 위하여 지급된 비용인 간접비용도 모두 포함되기 때문이다. 다만, 그 비용이 취득 대상이 아닌 물건이나 권리에 관한 것이어서 해당 물건 자체의 가격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라면 해당 물건의 취득시기 이전에 그 지급원인이 발생 또는 확정된 것이라도 이를 해당 물건의 취득세 과세표준으로 볼 수 없다. 대상 판결의 사안에서 ○○학원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은 30억9755만6000원이고, 원고 소유의 이 사건 교환대상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은 57억4340만7000원으로 원고 소유의 부동산이 고가였다. 부동산 교환거래는 등가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일반적인 부동산 교환거래라면 원고가 ○○학원으로부터 그 차액을 지급받아 정산했을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장관은 오히려 원고가 ○○학원에게 위 감정평가액의 차액 상당액을 무상 출연하는 것을 조건으로 승인하였고, 그 조건에 따라 원고는 ○○학원에 감정평가 차액 26억4585만1000원을 무상 출연하고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하였다. 이 사건 부동산 자체의 가격은 감정평가액인 30억9755만6000원이지만, 이 사건 부동산의 취득세 과세표준에는 지방세법령의 규정에 따라 해당 물건 자체의 가격인 위 감정평가액에 간접비용인 중개수수료, 취득자 조건 부담액 등이 포함된다. 원고가 ○○학원과 부동산을 교환하면서 ○○학원에게 무상 출연한 감정평가 차액 26억4585만1000원은 이 사건 부동산의 취득대금 외에 교육부장관의 승인조건에 따라 지급된 비용이다. 즉, 원고가 위 차액을 ○○학원에게 무상 출연하지 않았다면,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할 수 없었다. 따라서 위 차액은 취득 대상이 아닌 물건이나 권리에 관한 비용이라고 보기 어렵고, 문언상 구 지방세법 시행령 제18조 제1항의 '취득대금 외에 당사자의 약정에 따른 취득자 조건 부담액(제5호)'이나 '이에 준하는 비용(제7호)'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아무런 근거도 밝히지 않고 위 차액을 위 각 호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취득세 과세표준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해석한 것은 의문이다. 오히려 원심 판결이 타당하다. 유철형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취득세
부동산
과세표준
부동산교환
유철형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2020-02-10
민사일반
‘재판상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
1. 사실 및 논점 (1) 원고는 수원지방법원 2003가합15269호로 피고를 상대로 원고가 피고에게 1997년 2월 말경 6,000만 원, 1997년 4월 초경 1억 원을 각 대여하였다고 주장하며 대여금 1억 6,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청구를 하여, 2004년 11월 11일 원고 전부승소 판결을 선고받고 2004년 12월 7일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원고는 2014년 11월 4일 위 대여금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후 소로서 피고를 상대로 1억 6,000만 원 및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이행의 소를 제기하여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2)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대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직권으로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후 소의 형태에 관하여 살펴보았는데 이것이 논점이다. 2. 대법원판결이유의 요지 (1) 다수의견의 요지 채권자가 전소로 이행청구를 하여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후 그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후 소를 제기하는 경우, 후 소의 형태로서 항상 전소와 동일한 이행청구만 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의 청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시효중단을 위해서 오로지 전소와 소송목적이 동일한 이행소송만 제기되어야 한다면 채권자가 실제로 의도하지도 않은 청구권의 존부에 관한 실체 심리가 진행됨으로써 채무자는 전소 판결에 대한 청구이의사유를 조기에 제출하지 아니할 수 없어 법원은 이에 관하여 불필요한 심리를 하여야 하며, 채무자는 중복된 이행판결로 말미암은 이중집행의 위험에 노출되고, 실질적인 채권의 관리·보전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채권자 또한 자신이 제기한 후 소의 적법성이 10년의 경과가 임박하였는지 여부라는 불명확한 기준에 의해 좌우되는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위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시효중단을 위한 후 소로서 이행소송 외에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한 조치, 즉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채권자는 위 두 가지 형태의 소송 중 자신의 상황과 필요에 보다 적합한 것을 선택하여 제기할 수 있는 편익이 생긴다. (2) 소수의견의 요지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再訴)로서 이행소송과 함께 해석을 통하여 다른 형태의 소송을 허용하고자 한다면, ‘청구권 확인소송’으로 충분하다. 입법을 통하여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도입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이를 법률의 해석을 통하여 받아들일 수는 없다. 청구권 확인소송은 전소 판결의 소송목적이자 전소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 그 자체를 대상으로 확인을 구하는 소송이다. 청구권 확인소송과 비교하여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큰 이점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리적 측면에서도 청구권 확인소송을 허용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는 반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는 확인의 이익을 비롯하여 법리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가 적지 않다. 3. 논점의 전개 (1) 상고심의 심리범위 대법원이 판단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상고이유에 대한 것이 아니고 직권으로 판단한 것이므로 상고심의 심리범위에 속하는지 문제된다. 그러나 상고심에서도 직권심리사항에 관해서 사실심리가 가능한 이상(제434조)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후소의 형태가 중복된 소제기의 금지원칙(제259조)의 적용범위 문제라고 한다면 직권심리가 가능하다할 것이다. 따라서 위 대전판은 상고기각의 결론을 달리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2) 시효중단사유로서의 재판상의 청구 민법 제170조 제1항은 재판상의 청구는 소송의 각하, 기각 또는 취하의 경우에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할 뿐 청구인용판결의 경우에는 그 종류를 물어서 시효중단의 효력을 부정하지 아니하므로 이행소송 이외에도 확인소송이 청구인용판결로 되었다면 당연히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 문제는 재판상 청구가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할 수 있느냐이다. (3)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 확인의 이익 재판상청구가 있으면 소멸시효가 중단된다는 점은 민법 제168조 제1호와 민법 제170조 제1항의 사유이므로 재판상 청구가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것은 위 민법규정의 확인을 구하는 것에 다름이 없으므로 원칙적으로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할 것이다. 판례는 민법 제211조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원고가 소유자인 피고에게 소유권을 인정하면서도 어떤 물건에 관하여 소유권의 핵심적 권능에 속하는 배타적 사용·수익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소극적 확인주장은, 법적 3단 논법의 대전제인 물권법정주의(민 제185조)의 적용을 받는 민법 제211조라는 법규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것이므로 그 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대판 2012. 6. 28. 2010다81049 참조)고 하였다. (4) 청구권확인소송의 문제점 채권자가 전소로 이행청구를 하여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후 재차의 이행청구소송이나 확인소송이 허용되는 이유는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해서이다. 따라서 시효중단 목적이 없는 중복된 이행청구소송이나 청구권확인소송은 2중 제소 금지원칙에 위반되어 부적법한 것이다. 따라서 청구권확인소송은 시효중단을 위한 범위에서만 확인의 이익이 있으므로 그렇지 않은 청구권확인소송은 허용되기 어렵다. (5)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 원고가 이미 확정력 있는 집행권원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집행권원의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새로운 소를 제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부적법하다. 또한 소제기를 반복하는 것보다 더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이 있을 경우, 예컨대 임의경매신청 등으로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는 경우(대판 1991.12.10. 선고 91다17092 참조) 등에는 동일한 소송목적에 대한 소의 반복 제기를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소멸시효의 완성이 임박하고, 소제기보다 간편한 민사집행의 방법이 없는 경우에는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을 허용하여야 하며, 그 경우의 확인소송은 확인의 이익이 부존재하는 부적법한 확인소송도 허용하여야 할 것이다. 독일 연방통상대법원(BGH) 판례에 따르면, 부적법한 확인하는 소라고 하더라도 실질적 권리자에 의해서 제기되는 한(BGH NJW 2010, 2270 Rn. 38; BeckOK ZPO/Bacher, 31. Ed. 1.12.2018, ZPO § 256 Rn. 13.2.),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중단된다(BGH NJW-RR 2013, 992 Rn. 28; NJW 2004, 3772; BeckOK ZPO/Bacher, 31. Ed. 1.12.2018, ZPO § 256 Rn. 13.2.)고 하였다. 다만 채권이 단지 도산절차에서의 신청에 의해서만 회수될 수 있을 때에는, 확인하는 소로 소멸시효를 중단할 수 없다고 한다( BGH NJW-RR 2013, 992 Rn. 28; BeckOK ZPO/Bacher, 31. Ed. 1.12.2018, ZPO § 256 Rn. 13.2.). 4. 결론 (1) 결국 우리 대법원 판결의‘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독일 판례상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과 같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입법사항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확인소송의 기능은 분쟁의 예방에 있는데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이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소멸시효에 관한 분쟁해결 기능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법률관계의 분쟁에 관한 확인소송이 아니어서 부적법하다고 하더라도 시효중단을 위한 것이라면 당연히 허용할 필요가 있다. (2) 다만 법률상 확인소송으로서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소멸시효완성의 임박성이나 소제기보다 간단한 민사집행 방법이 부존재하다는 보충성의 원칙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를 허용하여 영구적으로 소멸하지 않는 채권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면, 대전판 2018.7.1., 2018다22008의 반대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각종 채권추심기관의 난립과 횡행을 부추겨 충분한 변제능력이 없는 경제적 약자가 견뎌야 할 채무의 무게가 더욱 무거워지는 사회적 문제가 따르게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시효완성의 임박성이 있는 시점에 시효중단을 위해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당하지만 소제기를 반복하는 것보다 더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이 있는 지 등 민사집행 방법의 부존재 요건을 살피도록 설시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강현중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대여금
지연손해금
소멸시효
강현중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2019-02-18
원천징수처분취소소송에서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
Ⅰ. 사실관계 미국의 사모투자회사인 A의 미국 내 계열사인 B등은, 내국법인인 甲은행의 주식 9999만9916주(이하 '이 사건 주식')의 인수를 위하여 이 사건 주식의 인수에 투자할 펀드투자자를 모집하였고,그 결과 2000. 1. 14.경 영국령인 케이만 군도에 유한파트너십(Limited Partnership, 이하"LP")인 C가 설립되었다. C는 케이만 군도에 설립된 D의 주식을 100% 인수한 다음, D로 하여금 말레이시아라부안에 설립된 E의 주식을 100% 인수하게 하였고, 최종적으로 말레이시아 법인인 E를 통하여 우리나라 법인이 발행한이 사건 주식을 취득하였다. 한편 E는 2005. 4. 15. 원고에게 이 사건 주식을 1651억1475만6621원에 양도하여 이 사건 양도소득을 얻었는데,원고는 한?말레이시아조세조약제13조 제4항에 의하여 주식 양도소득은 양도인의 거주지국에서만 과세된다는 이유로 E에 이 사건 주식 양도대금을 지급하면서 그에 대한 법인세를 전혀 원천징수하지 아니하였다.이에 피고(과세관청)는 2006. 12. 18. E는 조세회피목적으로 설립된 명목상의 회사에 불과하고,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는C의 투자자 281명이므로, 이들 중 대한민국과 조세조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조세조약상 주식양도소득에 대하여 원천지국 과세를 규정하고 있는 국가에 거주하는 총 8개국 40명의 투자자가 얻은 양도소득에 대하여 원고에게 원천징수분 소득세 430억1071만7520원을납세고지하는 처분을 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진행경과 및 판시내용 1.제1심판결 내지 상고심 판결의 판시내용 당초 대상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E인지(원고의 주장),아니면 C의 투자자인지(피고의 주장) 여부였다.이에 관하여제1심 및 항소심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를C의 투자자로 보고 그들을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원고에게 원천징수분 소득세를 납세고지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09. 12. 30. 선고 2008구합17110 판결 및 서울고등법원 2010. 8. 25. 선고 2010누3826 판결). 그러나상고심은,E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아니라고 인정하면서도,(E와 C의 투자자 사이에 있는) C가 오로지 조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설립되어 이 사건 주식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할 능력이 없는 명목상의 영리단체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이하 "상고심 판결").즉, 상고심 판결은 C의 설립지인 케이만 군도의 법령 내용과 단체의 실질에 비추어 C를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으로 볼 수 있는지를 심리하여 이 사건 양도소득에 대하여 C를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법인세를 과세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C의 투자자를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소득세를 과세하여야 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환송하여, 사실상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C라는 취지로 판시하였다(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0두20966 판결). 2.파기환송심판결 및 대상 판결의 판시내용 이러한경위로 인하여,파기환송심에서는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C의 투자자가 아닌 C라는 점 자체에 관하여는 원?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었다.대신피고는상고심 판결의 취지에 따라, 당초 이 사건 처분에서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 즉,원천납세의무자를 C의 투자자로 보았다가,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하였다. 이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는피고의 이와 같은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가능한지 여부가 새롭게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하여 파기환송심 판결은 "세목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에 해당하므로 원천징수하는 세금에 관한 처분취소소송에서 과세관청이 처분의 근거 세목을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변경하는 것은 처분의 동일성을 벗어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4. 1. 10. 선고 2013누23272 판결).이에 대하여 피고가 재상고하였는데,대상 판결은 파기환송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세목은 부과처분에서는 물론 징수처분에서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봄이 상당하므로,당초의 징수처분에서와 다른 세목으로 처분사유를 변경하는 것은 처분의 동일성이 유지되지 아니하여 허용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피고의 재상고를기각하였다(대법원 2014. 9. 5. 선고 2014두3068 판결). Ⅲ. 대상판결의평석 1.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허용범위(='처분의 동일성'='납세의무의 단위') 과세관청은 원칙적으로 처분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변론종결시까지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할 수 있다(대법원 1989. 12. 22. 선고 88누7255 판결).여기서 '처분의 동일성'이란 과세단위또는 납세의무의 단위(이하 통틀어 '납세의무의 단위')를 말하고(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누10695 판결), 이는 원천징수처분 취소소송에서도 다르지 않다(대법원 1999. 12. 24. 선고 98두16347 판결). 여기서 '납세의무의 단위'란,일반적인 행정소송에서 처분의 동일성의 한계로 논의되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과 구분되는 세법 특유의 개념으로,강학상으로는 개인단위, 부부단위, 가족단위 등 인적 요소가 결합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도 하고, 물적 요소로서 조세채무의 확정에 있어서 세목, 과세기간, 과세대상에 따라 다른 것과 구분되는 기본적 단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관련하여 대법원은 ①자산소득의 합산과세를 규정한 구 소득세법의 취지에 관하여 세대단위로 담세력을관념하는 것이 개인단위별 과세보다 생활실태에도 합당하다고 판시하여 납세의무의 단위를 인적 요소로 이해하기도 하고(대법원 1983. 4. 26. 선고 83누44 판결 등), ②재산세 등의 과세대상인 주택은 1구를 과세단위로 하여 과세대상으로서 구분된다고 하여(대법원 1991. 5. 10. 선고 90누7425 판결) 이를 물적 요소로 파악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③소득세나 부가가치세를 일정한 기간을 과세단위로 하는 세목이라고 판시하여(대법원 1996. 2. 23. 선고 95누12057 판결) 이를 시간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사례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 동안 이 사건 처분과 같은 원천징수처분에서는 납세의무의 단위가 무엇인지, 특히 과세관청이 소송에서 처분 당시와 비교하여 원천납세의무자를 달리하는 내용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하여는 명시적으로 판단한 바는 없었다. 2.원천징수처분에서의 '처분의 동일성' 범위에 관한 판단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사건상고심 판결과 같은 날 선고된 대법원 2011두7311 판결은(이하 '비교판결')원천징수처분의 취소소송에서 원천납세의무자를 달리하는 내용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처분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였다.즉,비교판결은 '원천징수하는 법인세에서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수령자가 누구인지는 원칙적으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다'는 전제에서, "원천징수하는 법인세에 대한 징수처분 취소소송에서 과세관청이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수령자(=원천납세의무자)를 변경하여주장하더라도그로인하여소득금액또는수입금액지급의기초사실이달라지는것이아니라면처분의동일성이유지되는범위내의처분사유변경으로서허용된다"라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비거주자 및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은 강학상 완납적 원천징수의 대상이 되는 소득으로서 원천징수법률관계는원천징수의무자와과세관청사이에만존재하고 원천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 사이에는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없는 점(대법원 1984. 2. 14. 선고 82누177 판결 등),원천징수하는 소득세 또는 법인세는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을 지급하는 때에 이미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동시에 확정되기 때문에(국세기본법 제21조 제2항 제1호 및 제22조 제2항 제3호)'실질적인귀속자'로서 사후적으로 확정될 수밖에 없는 원천납세의무자는 애당초 확정된 세액의 기초사실을 판단하는 요소에 포함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론적으로 지극히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3.대상판결의 문제점 (1) 쟁점 비교판결의 판시내용을 대상판결에서도일관하면, 일응피고가 원천납세의무자를 종전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허용된다고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다만 이 사건과 비교판결 사이에 존재하는 다음과 같은 차이점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는 비교판결의 법리가 이 사건 처분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즉, 비교판결과 이 사건은 과세관청이 케이만 군도에 설립된외국법인(LP)와 그 투자자 중투자자를 주식양도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로 보아 원천징수처분을 하였다는 점에서는 완전히 동일하다. 다만, 비교판결에서는 과세관청이 당초 투자자를'법인'으로 보아 법인(원천)세를 원천징수처분한 반면, 이 사건 처분에서는 투자자를'개인'으로 보아 소득(원천)세를 원천징수처분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비교판결에서는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LP의 투자자'에서 'LP'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하더라도, 세목이 여전히 법인(원천)세가 되어 기존 납세고지서상 세목[=법인(원천)세]과 일치한다. 반면 이 사건 처분에서는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하게 되면 세목이 법인(원천)세가 되어 기존 납세고지서상 세목[=소득(원천)세]과 불일치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천납세의무자가 원천징수처분의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고,법인세나 소득세나 동일한 소득과세의 일환인 이상 , 그 소득의 실질 귀속자에 대한 판단이 달라져 그에 따라 처분사유를 변경함에 있어 원천납세의무자의 법적 형식에 따라 자동적으로 뒤따를 뿐인 세목 또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볼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원고는 종전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9. 12. 24. 선고 98두16347 판결 및 대법원 2001. 8. 24. 선고 2000두4873 판결)를 들어, 세목은 엄연히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세목이 달라지는 경우에는 아무리 원천징수처분이라고 하더라도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이 허용될 수 없다고 반박하였다. 결국 파기환송심에서는 비교판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원천징수처분의 경우'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것이다. (2) 일반적으로 '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인가? 학설 중에는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통상 과세기간, 장소, 소득구분 등을 열거하면서 본세와가산세는 별개라는 점을 예로 들어(대법원 1992. 5. 26. 91누9596 판결) 세목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라고하거나 ,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서 세목이 가장 중요하다는 등의 견해가 있다 .우리나라 세법 중 소득에 대하여 과세하는 세목인 소득세 및 법인세를 생각해보면, 납세의무자의 법적 성격이 개인인지 법인인지 여부에 따라 세목이 소득세 또는 법인세로 달라지고, 이에 따라 각각 소득세법 또는 법인세법이 적용되어 과세표준의 산정방법, 세율 등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직접 납세의무자에 대한 과세처분에 있어서 세목은 일응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라는 점에는 충분히 수긍이 간다. 그러나 [국가-원천징수의무자-원천납세의무자] 3자 간의 법률관계가 문제되는 원천징수처분에서도이러한 논리가 그대로 관철될 수 있는지는 이와 구분하여 깊이따져볼 필요가 있다.앞에서도 언급하였다시피,원천징수처분에서는 부과처분과는 달리 애당초 "원천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 사이에는직접적인 법률관계가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3) 원천징수처분에서의"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인가? 대상판결은 "세목"이 부과처분에서뿐만 아니라 원천징수처분에서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판시하면서도 따로구체적인 설명을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볼 때 대상판결의 결론은 이론적인 측면에서나 실무적인 관점에서나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이론적인 측면에서 보면,이 사건에서 처분사유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세목이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달라지더라도, 원천징수처분에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인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 즉, 원고가 E로부터 2005. 4. 15.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하고 그 대가로 1,651,104,756,621원을 지급한 사실 그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또한 소득세법이나 법인세법이나 모두 비거주자 또는 외국법인이 내국법인의 주식을 양도하여 얻은 소득에 대하여, 과세표준은 지급금액으로, 세율은 10%로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소득세법 제156조 제1항 제5호 및 법인세법 제98조 제1항 제5호),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세목이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달라지더라도 그 세액은 종전과 동일하다. 요컨대,이 사건에서는처분사유의 추가?변경에 따라 원천납세의무자가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라지더라도 (법원에 의하여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사후적으로 확정된 원천납세의무자 및 그에 따른 세목을 제외하고는)원천징수의무를 발생시키는 이 사건 양도소득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납세자(원천징수의무자),과세표준,세율,세액 중 어느 것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이 점이 바로 납세의무자가 달라지면 납세자, 과세표준, 세율,세액이 모두 달라지는 부과처분과 확연히 구분되는 원천징수처분만의 특징이다. 또한 대법원이 발간한판례해설에 따르면, 일반 행정소송에서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로 보는 반면, 조세소송에서는 '납세의무의 단위'를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로 설정함으로써 납세자의 소송상 방어권 보장보다는 분쟁의 일회적 해결을 더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설명은'납세의무의 단위'가'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보다는 그 범위가 더 넓은 개념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런데 대상판결과 같이 보게 되면 오히려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보다 '납세의무의 단위'를 더 좁게 보는 모순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대상판결이 과세관청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기본적 사실관계'즉,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음에도불구하고 '납세의무의 단위'의 동일성은 부인함으로써, 분쟁의 일회적 해결보다는 납세자의 방어권 보장을 우선시한 결과를 초래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법원에 의하여 사후적으로 확정될 수밖에 없는 국제조세법률관계에서 분쟁의 일회적 해결보다 납세자의 방어권 보장을 우선할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실무적인 관점에서 보면, 조세조약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도 실질과세의 원칙이 적용되는 이상(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두11948 판결), 과세관청이 원천징수처분을 하면서 일응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최종적인 귀속자라고 보아 지목한 원천납세의무자는,대법원이 실질과세의 원칙을 적용하여 최종적으로 누구인지 확정하기 전까지는 어디까지나 잠정적인 것에 불과하여 언제든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즉, 여러 나라에 걸쳐 이루어지는 투자관계에 대하여 과세하는 국제조세에서는 국내원천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를 찾는 과정이기본적으로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대법원 스스로도 비교판결에서법원에 의하여 사후적으로 확정되는 원천납세의무자는 원천징수처분에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라고 하여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돌이켜 보면, 세목은 원천납세의무자의 법적 성격에 따라 기계적?자동적으로 정하여지는 요소일 뿐이다. 따라서 위와 같이 국제조세에서 원천납세의무자의 변경가능성이 유보되어 있는 이상, 그에 따른 세목 또한 얼마든지 변경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한편으로는원천징수처분에서 "원천납세의무자"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라고 하면서, 다시 '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된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논리적 모순으로, 이는 모처럼 심도 깊은 이론적?실무적 검토 끝에 선고한 비교판결의 적용범위를 크게 훼손?잠식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법원 입장에서 볼 때 비교판결 및 대상판결에서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LP가 아닌 LP의 투자자로 보아 원천징수처분을 한 것은 똑같이 위법한처분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대법원이,비교판결과 같이 C의 투자자를 법인으로 보아 당초 법인세로 원천징수처분을 한 경우에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허용하고,대상판결과 같이 C의 투자자를 개인으로 보아 당초 소득세로 원천징수처분을 한 경우에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불허하는 것은,원천징수처분 당시 (궁극적으로 원천납세의무자도 아닌) C의 투자자들의 법적 성격이 무엇이었냐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원천징수처분의 위법성을가르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더군다나 과세실무상 현실적으로 사모펀드의 최종투자자의 지분비율, 국적까지는 알 수 있어도 그 법적 성격이 개인인지 아니면 법인인지 여부까지는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은 (미국과 같이 법인과 개인의 세목을 구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실질적인귀속자를새로 지정하여 과세할 수 있는 경우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과세주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으로서 비교법적으로나 조세정책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Ⅳ. 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천징수처분에서 원천납세의무자에 따라 자동적으로 정하여지는 세목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파기환송심에서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취지에 따라 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하는 것은 당연히 허용되었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은 부과처분과 구별되는 원천징수처분 법률관계의 특성에 대한 심도 깊은 검토 없이, 스스로 선고한 비교판결의 의의를 크게 훼손하면서 부과처분에서의 논의를 원천징수처분에 기계적으로 적용하였다는 측면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또한국제조세에서 원천납세의무자는 사후적으로 얼마든지 변경될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고, 이 사건은 E가 국내에서 이 사건 주식을 양도함으로써 국내원천소득이 발생하여 우리나라에 과세권이 존재한다는 점 자체에는 의문이 없는 사안임에도, 대상판결이 단지 세목이라는 과세처분의 형식만을 이유로 수백억 원에 이르는 과세권을 너무 쉽게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로벌 세수전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는 요즘, 다른 나라의 법원이라면 과연 어떤 판결을내렸을까?
2015-04-07
인터넷 실명제 위헌결정의 의의 및 전망
1. 들어가는 말 헌법재판소는 2012. 8. 23. 재판관 8명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함) 제44조의5 제1항 제2호, 같은 법 시행령 제29조 및 제30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본인확인제'에 대해서 위헌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본인확인제란 인터넷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과하여 게시판 이용자로 하여금 본인확인절차를 거쳐야만 게시판을 이용하거나 정보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는 그동안 소위 '인터넷 실명제'라는 이름으로 통칭되어 왔는데,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기제로 기능해 왔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이 글에서는 이번에 내려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주요 요지 및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2. 결정이유의 요지 본인확인제의 입법목적과 관련하여, 인터넷게시판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의 불법정보를 게시하는 것을 억제하고 불법정보 게시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확보함으로써 건전한 인터넷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본인확인제는 아래와 같이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을 하는 것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첫째, 불법정보 게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가해자 특정은 인터넷 주소 등의 추적 및 확인 등을 통하여, 피해자 구제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 의한 당해 정보의 삭제·임시조치(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1항, 제2항),(1) 헌법재판소는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제도에 대해서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 2012. 5. 31. 2010헌마88,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 제2항 위헌확인) 게시판 관리·운영자에 대한 불법정보 취급의 거부·정지 또는 제한명령(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2항, 제3항) 등으로 불법정보의 유통 및 확산을 차단하거나 사후적으로 손해배상 또는 형사처벌 등을 통하여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본인확인의 대상인 '게시판 이용자'는 '정보의 게시자'뿐만 아니라 불법행위를 할 가능성이 없는 '정보의 열람자'도 포함하고, 본인확인제 적용 대상인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선정에 있어서 그 정확성과 기준이 불분명한 이용자수 산정 결과에 따라 적용대상의 범위가 정해지는 등 본인확인제는 인터넷의 특성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그 적용범위를 광범위하게 정함으로써 법집행자에게 자의적인 집행의 여지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본인확인제에 따라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본인확인정보를 보관하여야 하는 기간은 정보의 게시가 종료된 후 6개월이 경과하는 날까지이므로, 정보를 삭제하여 그 게시를 종료하지 않는 한 본인확인정보는 무기한으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보관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서 본인확인제는 다음과 같이 법익의 균형성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첫째, 표현의 자유의 사전 제한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그 제한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의 효과가 명백하여야 하는데, 본인확인제 시행 이후에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 게시가 의미 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고,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해외 사이트로의 도피,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사이의 차별 내지 자의적 법집행의 시비로 인한 집행 곤란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어서, 결과적으로 당초 목적과 같은 공익을 실질적으로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둘째, 본인확인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모바일 게시판,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등 새로운 의사소통수단의 등장으로 본인확인제는 그 공익을 인터넷 공간의 아주 제한된 범위에서만 실현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셋째, 본인확인제로 인하여 인터넷 이용자는 자신의 신원 노출에 따른 규제나 처벌 등을 염려하여 표현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고, 외국인이나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재외국민은 인터넷게시판의 이용이 봉쇄되며, 새롭게 등장한 정보통신망상의 의사소통수단과 경쟁하여야 하는 게시판 운영자는 업무상 불리한 제한을 당하고, 본인확인정보 보관으로 인하여 게시판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부당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증가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결국 본인확인제를 규율하고 있는 이 사건 법령조항들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3. 해설 이번에 위헌결정이 내려진 본인확인제는 주로 인터넷 실명제라는 명칭으로 많이 불려 왔고,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의 인터넷 규제의 불합리성, 인터넷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기제의 상징으로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사회적 레토릭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법적인 관점에서 볼 때 사실 본인확인제는 그 입법목적과 수단간의 논리적 상관성이 존재하지 아니하고, 인터넷이라고 하는 매체의 특성과 사물의 본성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시스템이었다. 첫째, 본인확인제가 도입된 배경으로서 인터넷의 특성 중의 하나인 소위 '익명성'과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 게시' 간에 논리적 상관성이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이다. 이 문제제기는 익명성과 해악적인 의사표현간의 논리적 상관성에 관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익명성은 도덕적으로 중립적이다"는 원칙을 감안한다면, ('미국과학발전협회(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가 1997년 11월 회의에서 향후 인터넷에 대한 규제시스템이나 규제정책들을 설계함에 있어서 온라인에서의 익명커뮤니케이션을 보장하기 위해 제시한 4가지 원칙들 중의 하나이다. "익명성은 도덕적으로 중립적이다"라는 원칙은 익명성을 이용하여 야기될 수 있는 양면성, 즉 순기능적 측면과 역기능적 측면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고, 역기능적 측면이 순기능적 측면을 불필요하게 제한하는 근거로 활용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익명성과 해악적인 의사표현간의 논리적 상관성은 분명하지 않다. 따라서 익명성에 대한 도덕적 가치판단을 전제로 해서 모든 인터넷상의 일탈행위 내지 역기능의 원인이 익명성에 있고, 그 익명성을 제거하면 이러한 역기능이 해소될 것이라는 본인확인제의 기본철학은 굉장히 단순한 발상이자 논리의 비약이라고 할 것이다. 둘째,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과연 익명성을 제거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다. 이 문제제기는 본인확인과 익명성 제거간의 논리적 상관성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본인인지 여부가 확인되었다고 해서 익명성이 완전히 제거된다고 보기는 힘들다. 헌법재판소가 본인확인제 시행 이후에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 게시가 의미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한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셋째, 본인확인제는 애초부터 그 설계시스템상 개인정보 보호정책 및 개인정보 보호의 이념에 반하는 것이었다. 개인정보를 가장 잘 보호하는 방법은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을 가능한 억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용자의 본인 여부 확인을 위해서는 그 근본구조상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활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결국 본인확인제의 채택으로 인해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이 촉진되는 상황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그 근거로 내세운 게시판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논리는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도출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그동안 적용되어 왔던 인터넷 실명제로는 이번에 위헌결정된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 이외에, 공직선거법상의 인터넷언론사 게시판·대화방 등의 실명확인제도 존재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에 대해서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헌재 2010. 2. 25. 2008헌마324등, 공직선거법 제82조의 6 제1항 등 위헌확인, 공직선거법 제82조의 6 제1항 등 위헌소원) 사실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와 이번에 위헌결정된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는 그 기본취지라든지 운영메커니즘이 거의 동일하다는 점에서,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의 위헌논리가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그러면 왜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에 대해서 합헌결정을 내렸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필자가 추측컨대 선거의 공정성 내지 평온성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과도한 집착이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참고로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에 대한 위헌결정을 계기로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의 폐지를 국회에 건의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한편 심판대상과 관련하여, 이번에 위헌이 결정된 법령조항들 중 법률의 경우에는 심판대상이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5 제1항 제2호에 한정되고 있어서, 동법 제44조의5 제1항 제1호가 규정하고 있는 '공공기관 등의 본인확인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이유의 대부분이 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공공기관 등이 운영하고 있는 본인확인제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운영하고 있는 본인확인제와 그 운영메커니즘이 동일하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공공기관 등이 운영하는 본인확인제에 대해서도 이번 위헌결정의 기속력이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2012-09-03
불심검문의 실효성 확보와 경찰관의 물리력 행사
사실관계 경찰관 갑은 순찰 중, 자전거를 이용한 날치기사건발생에 관한 무전지령을 받고, 부근 예상도주로에서 검문을 실시 중, 용의자와 유사한 인상착의로, 자전거를 타고 있던 피고인을 발견, 검문을 실시하기 위해 정지 및 신분증제시를 요구하였다. 피고인이 경찰관 갑의 정지요구를 무시하고 계속 진행하려 하자, 갑은 경찰봉으로 피고인을 제지, 재차 검문에 협조할 것을 요구하였다. 평소 검문이 없던 장소로, 자신을 범인 취급하는 것에 화가 난 피고인은 경찰관 갑과 다투게 되고, 실랑이 과정에서 함께 넘어지고, 이후 갑의 멱살을 잡아 흔들어 바닥에 넘어뜨리는 등 폭행을 가하였다. 아울러 피고인을 제지하던 경찰관 을, 병에게도 욕설을 가하였다. 피고인은 공무집행방해, 모욕혐의로 기소되었고, 원심은 유죄를 인정하였다. 피고인은 불심검문의 적법성을 다투어 항소하고, 항소심은 원심파기, 무죄판결을 하였다. 판결요지 불심검문 제도의 취지상, 정지 여부를 명백하게 결정하지 못한 자에 대하여 경찰관이 일정한 거리를 따라가면서 말로써 직무질문에 협조하여 줄 것을 설득하는 것은 그 신체이동의 자유에 제약을 가하지 않는 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정지의 목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상대방의 임의에 맡겨져 있는 이상, 경찰관이 질문을 거부할 의사를 밝힌 상대방에 대하여 수갑을 채우거나, 신체를 잡거나, 자동차·오토바이·자전거 등이 진행할 수 없도록 강제력을 사용하여 막거나, 소지품을 돌려주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상대방이 그 장소를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답변을 강요하는 것이 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중략)…피고인이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으려는 의사를 분명히 하였음에도, 경찰관 갑이 그 앞을 가로막는 등의 행위를 하여 피고인이 가지 못하게 하면서 계속 검문에 응할 것을 요구한 행위는 언어적 설득을 넘어선 유형력의 행사로 답변을 강요하는 것이 되어, 경찰관직무집행법상 불심검문의 방법적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1. 들어가는 말 경찰관직무집행법(이하 경직법) 상, 불심검문은 경찰관의 합리적 의심(reasonable suspicion)을 전제로, 피검문자를 정지시켜 질문함으로써, 불심점을 해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통상 불심검문은 임의처분으로 이해되는데, 검문을 위한 경찰관의 정지요청에 피검문자가 응하지 않는 경우, 불심검문의 실효성을 고려하여, 경찰관이 유형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2. 기존 견해의 검토 불심검문의 목적을 위해서, 피검문자의 정지는 필수적이다. 만일 피검문자가 경찰관의 정지요청에 불응한다면 경찰관은 어떻게 대응하여야 할까? 관련한 견해를 살펴보면(佐木史朗, 田宮裕, 河上和雄, 加藤晶 編, 警察關係基本判例解說100, 別冊 判例タイムズ No.9, 1985, 23頁), 불심검문은 임의처분으로 어떤 형태로든 유형력 행사는 사실상 인신구금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엄격임의설). 그러나 불심검문의 실효성을 고려할 때, 체포, 구속의 강제처분에 이르지 않는 한계 내에서 유형력이 허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제한적 허용설, 제약설) 지배적이다(신동운, 형사소송법 제3판(서울 : 법문사, 2005), 76면; 실력행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중범죄에 국한, 긴급체포도 가능한 상황에서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견해로(예외적 허용설), 이재상, 신형사소송법(서울 : 박영사, 2010), 196면). 제한적 허용설도 여러 변형이 있는데, 임의, 강제처분 외에'실력'의 중단단계를 설정하고, 정지요구에 불응하거나 도주하려는 피검문자를 추적, 제한된 시간 내에 어깨, 팔 등을 잡는 예처럼, 본질적으로 설득적 범위를 넘지 않는 한, 허용될 수 있다는 견해(실력설), 실력설은 임의, 강제처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여, 형사소송법의 사법적 통제를 무력화시킬 위험성이 있음을 지적하면서도, 불심검문을 순수한 임의처분으로 본다면, 경직법에 별도의 규정을 둘 필요도 없음에서, 피검문자의 용의정도와 구체적 사실관계 하의 급박성을 고려, 상응하는 강제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와 단순히 임의의사에 따라 정지를 구할 수 있는 경우를 동시에 규정한 것이라는 견해(光藤景皎, 口述 刑事訴訟法 上(第2版)(東京 : 成文堂, 2000), 6頁), 불심검문과 본격적 범죄수사활동의 단계적 구분의 모호성과 가변적 성격에서, 범죄수사와 동일한 사법적 통제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일정한 한계 내의 강제력 사용은 불가피하여, 이를 솔직히 인정하고 사법적 통제를 가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라는 견해(강제설, 田宮裕, 刑事訴訟法 新版(東京 : 有斐閣, 2001), 58-59頁) 등 있다. 한편, 임의설 입장에서도, 규범적 관점에서 상대방에게 재고, 협력을 촉구하기 위한 설득은 허용된다는 견해(규범적 임의설, 설득설), 임의처분으로, 피검문자에게 거부의 자유가 유보되어 있으나, 실효성을 고려, 신체구속에 이르지 않는 정도의 유형력 행사는 충분히 긍정될 수 있다는 등 다양한 변형이 있다. 3. 일본, 미국의 관례사례 검토 (1) 일본 경직법 제2조와 경찰관의 유형력 행사 일본 경직법 제2조는 불심검문에 해당하는'직무질문'을 규정하고, 동조 3항은 형사소송에 관한 법률규정에 의하지 않는 한, 신병구속이나 경찰관서에의 연행, 답변의 강요를 금지하여, 임의처분성을 명시한다. 반면, 판례는 제한적 허용설에 가깝다. 최고재판소는(最判平成6·9·16刑集48卷6420頁) 각성제사용이 의심되는 피검문자가 정지요구에 불응, 차량을 운전, 검문현장을 이탈하려하자, 경찰관이 차창을 통해 손을 넣어, 자동차키를 제거, 이후 약물검사를 위한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까지 약 6시간 반을 검문현장에 유치시킨 예에서, 설득행위의 한도를 넘어, 이동의 자유를 장시간에 걸쳐 박탈한 점에서, 임의수사로서 허용범위를 일탈한 위법이 있지만, 경찰관에게 피검문자의 유치의도가 없고, 제지행위의 강도가 높지 않은 반면, 제지행위의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높고, 불가피한 면을 지적, 영장주의정신을 몰각시킬 정도의 중대한 위법은 없다하여, 경찰관의 유형력 행사를 적법하다 판시하였다. 이외에, 불심검문을 위한 임의동행 중, 도주한 피검문자를 경찰관이 약 300미터 정도 추적, 손으로 어깨를 잡아 제지한 경우(最決昭和29·7·15刑集8卷71137頁), 소지품 내용제시를 요구받은 피검문자가 도주하자, 정지요구를 위한 추적행위(最決昭和29·12·27刑集8卷132425頁; 最決昭和30·7·19刑集9卷91908頁)를 적법하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유사한 사례를 하급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정지요구에 불응한 피검문자의 진로를 방해한 상태에서 질문한 경우를 적법하다고 하거나(東京地決昭和47·12·8刑裁月報4卷122035頁; 島高判昭和51·4·1高刑集29卷2240頁), 차량검문 중, 정지신호에 응하지 않은 운전자에 대해, 운전석 손잡이를 경찰관이 양손으로 잡아 저지한 경우(東京高判昭和34·6·29高刑集12卷6653頁), 무면허운전이 의심되는 피검문자가 검문에 불응하자, 창문으로 팔을 넣어, 핸들을 잡아 정지시키거나(東京高判昭和45·11·12判タ261352頁), 검문에 불응하는 운전자를 제지 하기 위하여, 제시한 면허증을 반환하지 않고, 진행을 저지한 예(東京高判昭和57·4·21刑裁月報14卷3·4245頁) 등이 있다. (2) 미연방대법원의 Terry stop 및 free to leave test 불심검문(police stop)에 관한 대표사례로 Terry v. Ohio, 392 U.S. 1(1968)사건을 들 수 있다. 상점 밖에서 내부를 주시하며 서성대는 피검문자들에 대하여 강도혐의를 의심한 경찰관이 이들을 정지시켜, 신원확인 등 질문을 하고, 답변을 주저하는 사이에, 의복을 외부에서 가볍게 접촉, 총기휴대를 확인하여 체포하고, 불법무기소지혐의로 기소한 사안이다. 미연방헌법 수정 제4조가 금지한 불법한 구금, 압수수색임을 주장하는 피고인들에 대해, 미연방대법원은 경찰관의 합리적 의심(reasonable suspicion)을 전제로 구금(arrest)과 압수수색(search & seizure)에 이르지 않는 제한된 범위에서 피검문자를 정지시키고(short stop or briefly detain), 흉기소지여부 조사(frisk)하는 것은 수정 제4조에 위배되지 않아 허용될 수 있다 하여, 주 법률 등 근거한 경찰의 기존 불심검문의 적법성을 확인하고, 아울러, 경찰관의 질문에 피검문자의 답변의무가 없다고 하였다. 다만 체포와 정지의 구별에 대하여, 경찰관이 물리력을 사용하거나 경찰관으로서의 권한을 이용하여 어떠한 형태로든 피검문자의 자유를 제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불심검문을 위한 정지가 아닌 체포로 볼 수 있는데, 사안의 경우, 흉기조사(frisk) 전 단계까지는 아직 체포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판시, '정지'개념 및 경찰관의 유형력와 관련해서는 다소 불분명한 태도를 취하였다. 불심검문 과정의'정지'개념과 경찰관의 유형력 행사문제는 이후 United States v. Mendenhall, 446 U.S. 544(1980)에서 구체화된다. 공항광장을 보행 중인 여성 피검문자에게 사복차림의 연방 마약수사관이 접근, 수사관 신분을 밝히며, 신원확인 및 탑승권 제시를 요구한 경우로, 미연방대법원은 다수 경찰관이 위협적인 행동을 취하거나(threatening presence of several officers), 휴대한 무기를 보여주는 경우(display of weapon by officer), 피검문자의 신체에 대하여 물리적 접촉이 이루어거나(some physical touching of the person), 강요적 언어 또는 억양이 사용된 때(use of language or tone of voice indicating that compliance with the officer's request)와 같이, 합리적 일반인의 시각에서 모든 사정을 고려할 때, 피검문자가 자유롭게 검문현장을 이탈할 수 없다고 느낄 수 있는 때에는(in view of all of the circumstances surrounding the incident, a reasonable person would have believed that he was not free to leave), 사실상 체포에 해당하고, 사안에서 검문장소가 대중인 운집한 광장이고 수사관들이 제복을 입거나 무기를 보여주지 않았으며, 단순히 보행 중인 피검문자에게 접근하여, 연방수사관의 신분을 밝힌 상태에서 질문한 것에 불과하고, 신원확인과 탑승권 제시를 요구(request)하지 않고, 요청(demand)한 경우로, 수정 제4조의 체포에 해당한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free to leave test; 동일한 취지의 판례로, Florida v. Royer, 460 U.S. 491, 103 S.Ct. 1319, 75 L.Ed.2d 229(1983); 반면, 피검문자가 탑승 중인 버스 내에서 검문이 이루어져, 피검문자가 자유롭게 검문장소를 이탈하는 것이 곤란한 상황으로, free to leave test의 적용이 적절치 않음에 착안, 검문장소에서의 자유로운 이탈이 아니라, 경찰관의 요청을 자유롭게 거부하거나 검문상황을 종결할 수 있는지에 의해 판단하여야 한다는 예로, Florida v. Bostik, 501 U.S. 429 111 S.Ct. 2382, 115 L.Ed.2d 389(1991)). Terry stop에서 말하는 '정지'개념에 의하면, 경미한 신체적 접촉 또는 무형력이라도, 합리적 일반인으로서 피검문자가 자유롭게 검문상황에서 이탈할 수 없었다고 느낄 수 있는 경우는 강제적 구금에 해당하여, 엄격임의설에 가까운 결론에 도달한다. 4. 대상판례의 검토 기존에 임의동행 관련 판례에서 불심검문의 임의적 성격을 명시한 예도 있지만(대법원 1997. 8. 22. 선고 97도1240 판결 등), 대상판례는 불심검문의 정지요구와 관련, 임의처분성을 확인하고, 피검문자의 거부의사에도 불구, 언어적 설득을 넘어, 유형력 행사가 있는 때는 강제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판시, 엄격임의설 내지 설득설에 근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문의 실효성, 범죄예방적 효과를 고려 못한 경직된 판단기준임을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심검문이 과거 악용된 사례(불심검문의 역사적 기원은 2차대전 이전, 일본 행정경찰규칙에서 찾을 수 있다. 동 규칙은 경찰관이'의심스러운 자를 발견한 때는 취규(取りし)하고, 상황에 따라 지구내 출장소로 연행(連行)할 수 있다'고 규정, 강제적 색채가 강하였다)가 있고, 이후 반성적 태도에서 경직법 제정 시부터 지금까지 임의처분성을 명시하고 있으며, 통계 상 수사단서 가운데, 불심검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점 등을(2008년 통계에 의하면 총 2,020,209건의 범죄사건 중, 175,555건(8.7%)에서 불심검문이 수사단서가 되었다. 2009년 경찰통계연보, 156-157면) 고려하면, 이러한 문제제기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불심검문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유형력 행사 보다는, 피검문자가 느끼는 불쾌감을 최소화하고, 임의적 협력을 유도하는 세련된 검문기법을 모색함이 보다 바람직한 접근으로 생각된다. 상고 중인 대상판례는 다소 제한적 의미를 갖지만, 경직법 문언에 충실한 해석으로, 한국판 Terry stop의 기준을 제시한 리딩케이스로 평가된다. 상고심 판단을 흥미롭게 기다본다.
2011-12-19
실효한 행정처분에 대한 권리구제에 관한 소고
Ⅰ. 판결의 요지 [다수의견] 제재적 행정처분이 그 처분에서 정한 제재기간의 경과로 인하여 그 효과가 소멸되었으나, 부령인 시행규칙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규칙의 형식으로 정한 처분기준에서 제재적 행정처분을 받은 것을 가중사유나 전제요건으로 삼아 장래의 제재적 행정처분을 하도록 정하고 있는 경우, 제재적 행정처분의 가중사유나 전제요건에 관한 규정이 법령이 아니라 규칙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규칙이 법령에 근거를 두고 있는 이상 그 법적 성질이 대외적·일반적 구속력을 갖는 법규명령인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관할 행정청이나 담당공무원은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들이 그 규칙에 정해진 바에 따라 행정작용을 할 것이 당연히 예견되고, 그 결과 행정작용의 상대방인 국민으로서는 그 규칙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러한 규칙이 정한 바에 따라 선행처분을 받은 상대방이 그 처분의 존재로 인하여 장래에 받을 불이익, 즉 후행처분의 위험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이므로, 상대방에게는 선행처분의 취소소송을 통하여 그 불이익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또한 나중에 후행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선행처분의 사실관계나 위법 등을 다툴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후행처분이 이루어지기 전에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직접 선행처분의 위법을 다투는 취소소송을 제기할 필요성을 부정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러한 쟁송방법을 막는 것은 여러 가지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해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앞서 본 바와 같이 행정청으로서는 선행처분이 적법함을 전제로 후행처분을 할 것이 당연히 예견되므로, 이러한 선행처분으로 인한 불이익을 선행처분 자체에 대한 소송에서 사전에 제거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상대방의 법률상 지위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데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 된다고 할 것이고, 또한 그 소송을 통하여 선행처분의 사실관계 및 위법 여부가 조속히 확정됨으로써 이와 관련된 장래의 행정작용의 적법성을 보장함과 동시에 국민생활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이상의 여러 사정과 아울러,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한 헌법 제27조 제1항의 취지와 행정처분으로 인한 권익침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하려는 행정소송법의 목적 등에 비추어 행정처분의 존재로 인하여 국민의 권익이 실제로 침해되고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권익침해의 구체적·현실적 위험이 있는 경우에도 이를 구제하는 소송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요청을 고려하면, 규칙이 정한 바에 따라 선행처분을 가중사유 또는 전제요건으로 하는 후행처분을 받을 우려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경우에는 선행처분을 받은 상대방은 비록 그 처분에서 정한 제재기간이 경과하였다 하더라도 그 처분의 취소소송을 통하여 그러한 불이익을 제거할 권리보호의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선행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별개의견] 다수의견이 선행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을 긍정하는 결론에는 찬성하지만, 그 이유에 있어서는 부령인 제재적 처분기준의 법규성을 인정하는 이론적 기초 위에서 그 법률상 이익을 긍정하는 것이 법리적으로는 더욱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상위법령의 위임에 따라 제재적 처분기준을 정한 부령인 시행규칙은 헌법 제9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위임명령에 해당하고, 그 내용도 실질적으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관한 것이므로, 단순히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법규명령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Ⅱ. 처음에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3두14765판결을 대상으로 한 拙稿(‘根據規定의 性質과 處分性여부의 相關關係에 관한 小考’, 법률신문2005.7.4. 제3375호)에서, “… 그런데 기존의 논증상의 난맥을 일소한 2003두14765판결의 意義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제재적 행정처분과 관련한 리딩판결인, 대법원 1995.10.17. 94누14148전원합의체판결의 도식(부령인 제재처분기준⇒행정규칙⇒사실상 불이익의 인정)으로부터 도그마틱적 왜곡(가령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 없이도 벗어날 단초가 마련되었다. 대상판결의 획기적인 논증방식은 불원간 기왕의 토대(가령 법규명령형식의 행정규칙의 문제)에 균열을 가져올 前兆로 여겨진다”고 지적하였다. 그 예상이 대상판결을 통해서 실현되었다. 찬동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대상판결에 관해선, 이미 지난 10월20일에 한국행정판례연구회에서 논의되었지만(발표자: 김해룡 교수, 석호철 부장판사), 이하에선 쟁점의 공론화를 도모하기 위하여 기왕에 논의되지 않은 것을 간략히 검토하고자 한다. Ⅲ. ‘制裁處分의 基準’의 法的 性質의 問題 대상판결은 근거규정의 법적 성질과 유리시켜 법률상 (불)이익의 존부를 논증한다. 과거 대법원 1995.10.17. 선고 94누14148 전원합의체판결이 근거규정의 성질(비법규성)에 연계하여 후자의 물음(법률상의 이익의 부정)에 접근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비록 ‘제재처분의 기준’에 대해선 종전과 동일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종전의 틀에서 벗어났다. 이는 대법원 1995.10.17. 선고 94누14148전원합의체판결에서 대법관 13인 가운데 6인이 취한 반대의견으로 회귀한 것이다. 나아가 근거규정의 법적 성질과 유리시켜 처분성을 처음 논증한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3두14765판결의 기조가 대상판결로 굳어졌다. 그런데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3두14765 판결이 보여주듯이, (동기준에 의거하여 정해진 당초처분의 내용이 후행처분에 대해 법률상 불이익을 발생시킨다는) 이런 식의 논증에는 법률유보원칙과 결부된 후속적 물음이 뒤따른다. 모법(구 환경영향평가법)상의 불이익처분규정이 존재하고, 동기준의 내용이 그 범주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당초처분의 직접적 근거규정인 셈인 동기준의 법적 성질은 법률유보원칙에서 검토되지 않으면 아니 된다. 동기준의 법규성을 부인하면, 그에 의거한 처분은 설령 모법상의 규정내용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위법이다. 왜냐하면 법률상 요구되는 재량행사를 전혀 하지 않은 셈(裁量懈怠)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하자는 법원이 동기준을 행정규칙으로 삼아 위법판단의 참고잣대로 활용한다 하더라도 치유되지 않는다. 결국 법원으로선, 동기준에 의거하여 가늠된 처분 전체를 위법으로 돌리느냐 아니면, 동기준을 법규명령으로 보아 규범통제의 여지를 둘 것인지 선택에 놓인다. 따라서 근거규정의 성질과 유리시켜 처분성을 논증한 결과가, 다름 아닌 처분근거규정의 법규성인정에로의 귀착이 될 수밖에 없다. 이상의 논증을 버리지 않는 한, 이는 非可逆的 結果이다. 한편 이상의 논증과 별도로 부령형식(시행규칙)인 ‘제재처분의 기준’의 법적 성질을 법규명령과 행정규칙의 구분의 문제로 검토하고자 한다. 법규명령에 요구되는 형식적 기준(법규명령을 위한 전형적인 요건: 수권근거, 형식요청, 공표)은 (법규명령의) 적법성요건에 해당하지, 법적 성질을 가늠하는 징표가 될 수 없다. 물론 이런 형식적 요건이 존재하면, 사실상 법규명령으로 인정할 수 있으되, 다만 여전히 그 인정은 조건적일 따름이고 증빙적 가치만을 지닐 뿐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것이 경시되어선 아니 된다. 궁극적으로 독일의 통설과 마찬가지로 실질적 기준에 의거할 수밖에 없다. 이에 해당 규정의 수범자, 내용, 법효과가 가늠자가 되긴 하나, 가령 실질적 규율내용은 법규명령으로도 행정규칙으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수범자 및 의도된 법효과가 더 손쉬운 가늠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상의 관점을 차별적, 형량적으로 동원하여 법적 성질을 규명하여야 한다(vgl. Maurer, Allg.VerwR, 2004, 쪮24 Rn. 37ff.). 생각건대 여기서의 ‘제재처분의 기준’의 수범자가 전적으로 행정청(공무원)인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동기준제정의 근거점이 법률상의 규정인 이상, 동기준의 수범자의 범주에는 당연히 국민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또한 사안에 따른 가중처분을 예정하고 있는 점에서, 동기준이 과연 행정내부사(사무처리준칙)에 불과한지도 의문이다. 요컨대 별개의견과 같이, 동기준은 내용적으로도 전적으로 법규이다. 한편 동기준의 법규성을 인정할 때 제기되는 문제가, 동기준이 재량규정으로서의 수권규정의 본질을 훼손할 때에도 법원이 전적으로 그것에 구속되어야 하는지 여부이다. 그것의 법규성(재판규범성) 인정과는 별도로 그것에 대한 규범통제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개별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개별적 재량행사가 원칙이다. 법규성에 의거한 엄격한 他者拘束인 동기준은, 비구속의 가능성을 지닌 自己拘束으로서의 재량준칙(행정규칙)보다 더 강하게 재량행사를 제한한다. 따라서 그것의 내용이 획일적 기준과 실체에 부합하지 않는 기준으로 재량수권규정의 참뜻(재량의 본질)을 저해한다면, 하위법이 상위법을 수정한 셈이 되어 위법하게 된다(이 점은 석호철 부장판사 역시 지적하였다). 돌이켜 보면, 형식상 훈령인 처분요령에 대한 대법원 1983.9.13. 선고 82누301 판결을, 존재형식의 변경을 무시하고 그대로 따른 대법원 1984.2.28. 선고 83누551 판결이 그간의 난맥의 근원이다. 하루바삐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Ⅳ. 取消訴訟의 權利保護의 必要의 問題 행정소송법 제12조의 2문과 관련해서, 그것의 기본성격, 그것 상의 ‘법률상 이익’의 이해, 그것 상의 소송의 성격의 해석을 두고서, 입법론과 해석론의 관점이 중첩되어 논의가 분분하다. 1문과 마찬가지로 원고적격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입장에 대해서, 다수문헌은 權利保護의 必要(狹義의 訴利益)의 문제로 접근한다. 2문상의 ‘법률상 이익’과 1문상의 그것을 동일하게 볼 것인지, 달리 보아 전자를 후자에 비해 확대해석할 것인지 논란이 된다. 그리고 이 소송을 취소소송에서 바라볼 것인지, 독일에서의 계속확인소송에서 바라볼 것인지도 논란이 된다. 그런데 사안을 비롯한, 문제가 되는 대부분의 상황이 제소 전에 처분이 소멸한 경우이다. 한편 독일 행정법원법 제113조 제1항 4문상의 (진정한)계속확인소송은, 취소소송을 제기한 후 행정행위가 소멸한 경우에 신청에 기하여 소멸한 행정행위의 위법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당초의 취소소송을 계속한다는 의미에서 계속적이다. 그것의 본질을 두고서, 취소소송의 하위 경우로 ‘절단된 취소소송’, ‘단축된 취소소송’ 등으로 파악하는 것이 지배적이지만, 특별한 확인소송이나 일반확인소송으로 보기도 한다(논의현황은 vgl. Kopp/Schenke, VwGO Kommentar, 2000, 쪮113 Rn. 97). 한편 소 제기전에 행정행위가 소멸한 경우에, 그것의 위법성을 확인을 구하는 소송은, 명문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본법 제19조 제4항상의 권리구제방도의 보장에 의거하여 당연히 인정되었고, 그 방법, 즉 그것의 성질이 문제되었다. 종래 독일에선 의견이 분분하였는데, 1967년의 ‘Schwabinger Krawallen’에 관한 판결(BVerwGE 26, 161(165ff.)을 계기로, 이른바 ‘부진정 계속확인소송’으로 독일 행정법원법 제113조 제1항 4문이 유추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통설로 간주되었다. 그리하여 그들 취소소송에 요구되는 행정심판의 전치와 제소기간의 구속과 관련하여, 통설과 판례상 행정심판의 전치가 요구되지 않으면서, 제소기간의 구속은 요구되었다(이런 현황은vgl. Rozek, JuS 2000, S.1162. Fn. 3.4). 그러나 1999년의 연방행정법원의 판결(BVerwGE 109, 203)이 해당 소송을 계속확인소송으로 유추적용하는 것을 의문스럽게 여겼을 뿐만 아니라, 제소기간의 구속을 부인하였다. 이에 따라 이런 변화를 저평가하는 입장도 있지만(Schenke, NVwZ 2000, 1256ff.), 해당소송은 (특별한) 확인소송에 해당하게 되었다(상세는 vgl. Fechner, NVwZ 2000, S.121ff.). 이상의 논의는 기본적으로 실효된 행정행위를 소송대상으로 삼는 행정소송법 제12조 2문과 관련하여, 시사점을 제공한다. 2문은 1문상의 원고적격의 被侵的 構造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도, 독일과는 달리 권리보호필요에 관한 특별한 고려를 명문화하였다. 실효한(不在인) 행정행위를 대상으로 한 것이 어울리진 않지만, -체계적 정당성의 물음과는 별도로- 법문상 실효한 행정처분에 대한 소송은 취소소송에 해당한다. 그 본질 내지 특이함은, 현재의 시점에서 미래를 위해 과거의 것을 문제삼는 것이다. 여기서의 취소를 위법성의 확인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는 ‘취소로 인하여 회복되는’ 표현과 부합하지 않는다. 그것이 위법성확인에 그치면, 국가배상절차의 준비로선 문제가 없지만, 후행가중처분의 가능성을 막을 순 없다. 따라서 독일과는 달리 집행정지원칙이 도입되지 않은 이상, 후행처분의 근거를 없애기 위해선, 당초행위를 취소하여야 한다. 보통의 語義와는 달리, 여기서의 취소는 실효하기 전의 법상황을 대상으로 한다(소급적 취소, 취소의 시간적 이동). 2문상의 ‘법률상 이익’ 역시 1문상의 그것과 동일하여야 한다. 여기서의 취소소송이 자칫 후행처분에 대한 예방적 소송으로 변환되지 않도록, 또한 ‘취소로 인하여 회복되는’ 표현에 비추어, 2문상의 ‘법률상 이익’은 당연히 처분으로 인해 침해받은 권리를 뜻한다. 계속확인소송상의 확인이익(정당한 이익)을 그것에 대입하는 것은 再考되어야 한다(vgl. Hufen, VwProzR, 2003, 쪮18 Rn. 82). 소급적 취소에서의 관건은, 이미 실효한 것을 다툴 수 있게 하는, 권리보호필요적 모멘트인데, 이는 ‘소멸된 뒤에도’ 표현이 함축한다. 권리보호필요를 가늠하는 데, 독일 계속확인소송상의 확인이익의 판단기준(반복위험, 명예회복이익, 국가배상절차 등의 준비, 지속적인 사실상의 기본권제한 등)이 주효하게 된다. 대상사안과 같이 후행가중처분이 문제되는 경우엔, 지속적인 사실상의 기본권제한이라는 측면에서 권리보호필요가 당연히 인정된다. 다만 권리보호필요성에 관한 법원의 전향적 입장으로, 자칫 그것과 대립된 가치-법적 안정성, 남소의 우려 등-가 과도하게 압도될 우려가 있기에, 균형추기능을 하는 집행정치원칙을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2006-11-20
지방자치단체가 소송수행자를 지정할 수 있는지 여부
I. 서론 지난 3월 대법원은 지방자치단체가 민사소송의 당사자가 된 경우 변호사 아닌 담당 공무원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하여 소송을 수행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대법원은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소송(행정소송법 제3조 제2호)의 일방이 된 경우에서도 변호사 아닌 소속 공무원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판결의 내용은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가 소속 공무원을 통해 소송을 해오던 관행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판결이 아직까지 지방자치단체에 널리 알려지지 않아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소송에서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하에서는 본 판결의 의미와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소송에 대한 향후 대책 등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II.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다72041 판결 [대상판결1] 1. 사안 원고는 피고 아산시를 상대로 하여, 원고가 피고 소유의 도로 일부분을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점유하였다고 주장하며 취득시효완성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1심법원은, 피고 아산시는 취득시효완성 후의 제3자에 해당하므로 원고가 피고 아산시를 상대로 취득시효완성을 주장할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항소심 역시 동일한 판단으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가 상고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 소송과정에서 피고 아산시는 그 소속 공무원들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하여 소송을 진행하였다(한편 원고는 피고 아산시와는 별도로 공동피고 이○○를 상대로 건물철거 등을 구하였으나 이 부분은 위 청구와 전혀 별개의 청구였다). 2. 대법원의 판단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직권으로 다음과 같이 판단한다고 하면서, 원심판결 중 피고 아산시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대전지방법원 본원합의부에 환송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원심 법원에서 피고 아산시가 소송수행자로 지정한 변호사 아닌 담당 공무원이 피고 아산시를 대리하여 소송을 수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의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같은 법 제3조, 제7조에서 정한 바와 같은 소송수행자의 지정을 할 수 없다. 또한 단독판사의 사물관할에 속하는 일정한 사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88조가 정하는 제한된 범위 안에서 변호사 아닌 사람에 의한 소송대리가 허용되지만, 그 항소심에서는 합의부가 심판하므로 당연히 민사소송법 제87조가 정하는 변호사대리의 원칙에 따라 변호사 아닌 사람의 소송대리는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심에서 변호사 아닌 담당 공무원으로 하여금 소송수행자로서 소송대리를 하도록 한 것은 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4호가 규정하는 ‘소송대리권의 수여에 흠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위법이 있다” III. 대법원 2006. 6. 9. 선고 2006두4035 판결 [대상판결2] 1. 사안 피고 인천광역시는 공익사업(중학교신설사업)을 위하여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을 거쳐 원고 소유의 토지를 수용하였다. 원고는 위 수용재결에서 나타난 손실보상금이 적다며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이의신청하였으나 기각되자, 손실보상금이 증액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85조 제2항에 따라 사업시행자인 피고 인천광역시를 상대로 하여 손실보상금의 증액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1심법원은, 손실보상금산정에 잘못이 없다는 취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항소심 역시 동일한 판단으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가 상고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 소송과정에서 피고 인천광역시는 그 소속 공무원들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하여 소송을 진행하였다(교육·학예에 관한 사무로서 교육감이 대표자에 해당하므로, 정확히는 인천광역시 교육청 소속 공무원들이 소송을 수행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원심에서 변호사 아닌 피고 소속 공무원이 피고를 대리하여 소송을 수행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지방자치단체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의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같은 법률 제3조, 제7조에서 정한 바와 같은 소송수행자의 지정을 할 수 없고, 또한 민사소송법 제87조가 정하는 변호사대리의 원칙에 따라 변호사 아닌 사람의 소송대리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므로, 원심이 변호사 아닌 피고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소송수행자로서 피고의 소송대리를 하도록 한 것은 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4호가 정하는 ‘소송대리권의 수여에 흠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위법이 있는 것이다” IV.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과 소송수행자 1. 국가소송·행정소송과 소송수행자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소송법’)은 국가소송(국가를 당사자 또는 참가인으로 하는 소송)과 행정소송의 수행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즉 국가소송에 있어서는 법무부장관이 국가를 대표하고(제2조), 법무부장관은 법부부의 직원, 검사, 공익법무관 또는 소관행정청의 직원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하여 국가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제3조). 한편 행정소송에 있어서는 행정청의 장이 그 행정청의 직원 또는 상급행정청의 직원을 지정하여 행정소송을 수행하게 하되(제5조), 소송수행에 있어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받아야 하고, 법무부장관은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법무부의 직원, 검사 또는 공익법무관을 지정하여 행정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제6조). 한편 국가소송에 있어서는 법무부장관이, 행정소송에 있어서는 행정청의 장이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여 각 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제3조 제4항, 제5조 제2항). 2.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민사소송 국가소송법은 국가소송·행정소송에 대하여만 규정하고 있을 뿐, 지방자치단체가 민사소송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민사소송에 있어서는 국가소송·행정소송과 달리 소송수행자를 지정할 수 없고, 그 대표자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직접 소송을 수행하거나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밖에 없다. 예외적으로 민사소송법 제88조 규정에 따라 단독판사사건 중 일정 소가 이하의 사건의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 소속공무원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는 것이 가능하다. 대상판결1 이전에도 대법원은 재판예규 제871-26호(지방자치단체의 비변호사에 대한 소송대리 위임 가부)에서, 민사합의사건 또는 단독판사가 심리·재판하는 사건 가운데 그 소송목적의 값이 일정한 금액을 초과하는 사건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도)가 당사자인 경우에 그 대표자(도지사)가 변호사 아닌 자에게 소송행위를 위임하는 것은 근거가 될 명문규정이 없어 법원은 이를 허가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3.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소송(행정소송법 제3조 제2호)의 일방인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소송의 한 유형인 당사자소송의 일방이 된 경우에도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소송법 제5조 제1항 소정의 “행정청의 長”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행정소송인 당사자소송에 있어서도 소송수행자를 지정할 수 없다는 것이 실무상 대체적 견해인 것으로 보인다(서울고등법원 재판실무개선위원회, 행정소송실무편람 제2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03, 145면; 법원행정처, 법원실무제요-행정-, 법원행정처, 1997, 84면). 대법원 재판예규 제917-1호(사업시행자인 지방자치단체가 소송수행자를 지정할 수 있는지 여부) 역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85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소송의 당사자가 될 사업시행자라 함은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는 자를 의미하고 이 경우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소송법 제5조 제1항의 행정청의 장에 해당되지 아니하므로 그 직원을 지정하여 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해석에 대하여는 의문이 있다. 국가소송법 제5조 제1항은 “행정청의 장은 그 행정청의 직원 또는 상급행정청의 직원을 지정하여 행정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행정소송에 관하여는 행정청의 장이 그 소속직원을 수행자로 지정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 행정청의 장이 당사자인 행정소송에서만 소송수행자를 지정할 수 있다는 취지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법 제5조는 ‘취소소송(항고소송)’에만 한정된 규정이 아니라, ‘행정소송’에 관한 규정이다. 법 제5조 제1항 “행정청의 長”은 소송수행자 지정의 권한귀속을 나타내는 것일 뿐, 행정청의 장을 피고로 하는 행정소송 즉 취소소송에서만 수행자지정이 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본다. 법 제6조 제2항은 “법무부장관은 행정소송에 관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법무부의 직원, 검사 또는 공익법무관을 지정하여 그 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것은 법무부장관이 피고로 되는 행정소송에 관하여 수행자를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고, 행정소송에서의 법무부장관의 보충적 수행자 지정권한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법령에 의하여 행정권한을 위임·위탁받은 공공단체 등은 국가소송법상 행정청에 포함되므로(제2조의2), 개별법령에 의하여 행정권한을 위임·위탁받은 지방자치단체는 이와 관련된 당사자소송에서 국가소송법상의 행정청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예컨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시행자로서 제85조 제2항 당사자소송의 일방이 된 경우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소송법상 행정청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V. 검토 1. 문제점 결국 대상판결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가 민사소송 또는 당사자소송(행정소송)의 당사자가 된 경우 지방자치단체는 ① 그 대표자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직접 소송을 수행하거나 ②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거나, ③ 단독판사사건 중에서 일정한 소가(현재 5,000만원) 이하의 사건에 대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 그 소속공무원을 소송대리인으로 하여 소송을 수행하는 것(민사소송법 제88조, 민사소송규칙 제15조)만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직접 소송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예산상의 제약으로 인하여, 지방자치단체는 실무상 관행적으로 그 소속공무원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하여 소송을 해 오고 있다. 일정 소가 이하의 단독판사사건에 대하여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지방자치단체의 소속공무원을 소송대리인으로 하는 것이 가능하나, 이 경우에도 소가의 제한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항소심사건에서는 이러한 대리인허가를 할 수 없다. 2. 대책 대상판결은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소송에 대하여, 특히 항소심사건에 대하여 사실상 변호사강제주의를 채택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일반 회사의 경우에는 그 직원을 상법상 지배인으로 등재한 후 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고(상법 제11조 제1항), 그 밖에 공기업의 경우에도 정관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직원을 재판상 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어(한국토지공사법 제8조, 대한주택공사법 제13조 등), 대표자 아닌 직원으로 하여금 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으며, 국가의 경우에는 국가소송법상 소송수행자를 지정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는 현행법상 민사소송법 제88조의 예외를 제외하면 소속직원으로 하여금 소송을 수행하게 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국가, 공기업, 기타 일반 사기업과 달리,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만 사실상의 변호사강제주의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주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법률전문가로 하여금 소송을 담당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필요는 국가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소송수행자지정에 대해서만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어떤 특별한 필요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단순한 법적 미비라고 생각된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의 長은 조례 또는 규칙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권한에 속하는 사무의 일부를 보조기관 등에 위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제95조 제1항), 그 보조기관에 지방공무원이 포함되므로(제6장 제2절 및 제102조),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소송에 관하여 조례·규칙에서 규정을 둔다면 그 소속공무원이 소송수행을 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리라고 생각된다. 앞서본 일반 회사, 공기업 그리고 국가인 경우와의 형평 등에 비추어 이러한 적극적 해석이 필요하다고 본다. 3. 결론 대상판결1은 현행 국가소송법 규정에 따른 당연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소송에 관한 대상판결2는 국가소송법의 취지를 잘못 해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 현행 국가소송법 하에서도 행정소송의 일종인 당사자소송의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직원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아직까지 실무상 적용된 예는 없는 것으로 보이나, 지방자치법상 조례·규칙에 근거하여 소송수행자를 지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만 사실상의 변호사강제주의를 채택할 특별한 이유가 없으므로, 실무상의 혼란을 제거하기 위해서 궁극적으로는 국가소송법 또는 지방자치법에 명시적 규정을 두어 이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2006-07-17
함정수사 허용한계와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공소제기효과
I.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 대법원 제3부 2005.10.28선고 2005도1247판결 원심은 피고인 甲, 乙을 히로뽕 수수 및 밀반입 사실로 유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들은 사전에 히로뽕 매수, 밀반입 의사가 없었으나, 甲의 애인 A가 ‘서울지검 마약반 정보원 B가 다른 정보원의 배신으로 구속되어, 마약반에서 B의 공적을 만들어 빼내려 한다. 이에 필요한 히로뽕을 구해 달라. 검찰이 안전을 보장한다’고 하고 구입자금까지 교부, 甲에게 부탁, 甲은 이들을 돕기로 하고 乙에게 사정을 설명, 히로뽕 매입을 의뢰하여 乙이 히로뽕을 구입, 甲에게 교부, 범행에 이른 것으로 위법한 함정수사를 주장, 상고하였다. 상고심(대법원2004. 5. 14.선고 2004도1066판결)은 위 주장의 가능성을 인정, 함정수사에 의해 범의가 유발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단정한 원심에 심리미진,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 파기 환송하였다. 환송 후 원심(서울고법2005.1.28선고 2004노1222판결)은 사전에 범의를 갖지 않은 자에게 수사기관이 범행을 적극 권유, 범의를 유발, 범행에 이르게 하여, 공소제기 함은 적법한 공소제기로 볼 수 없어, 공소제기절차가 법률규정에 위배되어 공소기각판결을 하였다. 검사가 상고하였다. 상고심은「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한 수사방법이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함을 면할 수 없고 이러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고 하여 상고 기각하였다. II. 대상판례의 검토 1. 함정수사의 의의와 적법성 판단 함정수사(陷穽搜査)란 수사기관 또는 그 협력자가 범행을 유발하여 그 실행을 기다려 이를 체포하는 등의 수사방법으로 구체적인 형태에 따라 영미에서는 sting operation, undercover investigation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통상 뇌물수수, 매춘, 도박, 약물범죄 등 범행이 은밀하게 이루어져 외부포착이 어려운 유형의 범죄행위 검거에 활용되는데, 조직범죄나 테러 등에 대한 수사기법으로서도 활용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다만 수사의 상당성 및 신뢰원칙에 따라, 형사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의 사법적 신뢰(judicial integrity)에 위배될 수 있어, 허용한계와 함께 위법한 함정수사에 대한 법적효과가 주로 논의되어 왔다. 2. 함정수사의 허용한계 가. 기회제공형과 범의유발형 함정수사 함정수사의 허용한계와 관련, 한국 및 일본의 학설, 판례에서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견해(일본하급심판례 중, 함정수사는「국가가 일면에서는 범인을 제조하고 타면에서 이를 체포하는 극단의 모순적 조치로 도저히 용인될 수 없다」고 판시한 예가 있다. 木黃浜地判昭和26·6·19裁判所時報87·3頁; 木黃浜地判昭和26·7·17高刑集4卷14·2083頁)나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견해(다만, 종래 일본최고재판소는「타인의 유혹에 의하여 범의를 발생되거나 강화된 자가 범죄를 실행한 경우, 일본형사법 상 그 유혹자가 경우에 따라서는… 교사범 또는 종범으로 죄책을 부담함은 별론 으로, 그 타인인 유혹자가 일반사인이 아닌 수사기관이라는 점만으로 그 범행 행위자의 범죄구성요건해당성 또는 책임성이나 위법성을 조각하거나 공소제기절차규정에 위반 또는 공소권이 소멸된 것이라 할 수 없음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最決昭和28·3·5刑集7卷3號482頁; 最判昭和29·8·20刑集8卷8號1239頁; 最決昭和29·9·24裁判集刑事98號739頁; 最決昭和36·8·1裁判集刑事139號1頁)는 찾아보기 어렵고, 통설은 기회제공형 및 범의유발형으로 구분하여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를 위법한 유형으로 판단하고 있다(이재상, 형사소송법 제6판, 서울 : 박영사, 176면 이하; 福井厚, 刑事訴訟法講義 第2版, 東京 : 法律文化社, 2003, 82-83頁; 대법원1963.9.12.선고 63도190판결; 대법원 1982.6.8.선고 82도884판결; 대법원1983.4.12.선고 82도2433판결; 대법원1992.10.27.선고 92도1377판결; 대법원2004. 5. 14.선고 2004도1066판결. 특히 대법원은 기회제공형을 함정수사의 범주에서도 제외한다.; 일본하급심판례로, 東京高判昭和26·11·26高刑集4卷13號1933頁; 東京高判昭和60·10·18刑月17卷10·927頁; 大阪高判昭和63·4·22判タ680號248頁). 앞서와 같이 종래 일본최고재판소는 기회제공형, 범의유발형의 구별 없이 함정수사를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는데, ① 수사절차의 위법이 곧바로 공소제기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고(東京高判昭和26·12·11高刑集4卷14·2074頁), ②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이 위법하다면, 이를 교사, 종범으로 처벌하거나 ③ 정상사유로의 참작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시각이 배경이 된 것이다. 그러나 관련판례의 사실관계가 대부분 기회제공형에 해당하고, 최고재판소도 마약거래와 관련 수사정보원을 활용한 사안(最決平成16·7·12刑集58卷5號333頁)에서「직접적 피해자가 없는 약물범죄 등의 수사에서 통상적 수사방법만으로 당해 범죄의 적발이 곤란한 경우, 기회가 있다면 범죄를 행할 의사가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대상으로 함정수사를 행함은 형소법 제197조 1항의 임의수사로서 허용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적법한 함정수사 요건으로 첫째, 약물범죄 등 소위 피해자 없는 범죄(victimless crime)와 같은 대상범죄에 제한, 그 필요성이 인정되고, 둘째, 통상적 수사기법에 의한 증거수집, 검거가능성이 극히 제한적인 경우, 셋째, 사전에 범행의사가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대상으로 할 것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기존 한국, 일본의 관련판례에서 기회제공형이 대부분으로, 위법한 함정수사의 주장이 피고인의 방어방법으로 과연 어느 정도 유용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나. 미국의 entrapment defense ; subjective test 및 objective test 범의유발형, 기회제공형 함정수사의 구분은 미국의 entrapment defense의 영향이라 하겠다. 미국에서 함정수사의 한계에 관한 논의는 1870년대 후반 주 법원 판례 등에서 확인되는데, 1900년대 초까지 미 판례는 피고인의 범행진행, 가담에 주목,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 대해서는 착안하지 않았다(People v. Mills, 178 N.Y. 274, 70 N.E. 786(1904)). 그러나 1932년 Sorrells v. United States(287 U.S. 435, 53 S.Ct. 210, 77 L.Ed. 413(1932))에서 미연방대법원이 후술 주관적 기준을 제시한 이래, 연방하급심 및 주법원에서 이를 원용하기 시작하였다. entrapment defense의 판단요소로 ① 수사기관의 함정설정행위(inducement), ② 함정설정 전 대상자가 갖는 심리적 상태로서의 범행의사(predisposition)를 드는데, 위 판단요소 중, 중점대상에 따라 주관적 기준(subjective test, Sherman-Sorrells doctrine), 객관적 기준(objective test, hypothetical person approach), 절충적 기준으로 구분된다. 미국의 다수설인 주관적 기준은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도 불구, 피고인이 이미 범행의사를 갖는 경우(ready and willing by the time), 당해 함정수사는 적법하다는 입장으로 실체형벌법규의 입법자는 수사기관에 의하여 창출된 범죄행위까지 처벌할 것을 상정하지 않은 점을 논거로 한다(실체법적 접근). 이에 따르면, 피고인이 우월적 증명(preponderance of evidence)으로 수사기관에 의한 함정설정을 입증하면, 검찰 측이 합리적 의심이 해소될 정도로(beyond reasonable doubts)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를 입증하는 공방(攻防)구조를 뛴다. 문제는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 입증에 과거 범죄경력, 악성격, 평판, 취향 등 부당한 편견을 야기할 수 있는 성격·유사사실증거 등이 원용되며, 피고인의 심리적 상태라는 모호한 기준에 의존하는 점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반면, 객관적 기준은 entrapment defense는 위법한 수사의 제어를 목적으로, 위법한 수사관행을 법원이 사후적으로 승인할 수 없는 점에서(절차법적 접근), 평균적 일반인을 상정, 수사기관의 구체적 함정설정행위를 고려, 범행의사를 갖지 않은 자가 범행에 이를 정도의 실질적 위험(substantial risk)의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Model Penal Code §2.13). 객관적 기준에 의하면 주관적 기준의 문제점은 어느 정도 해소되지만, 실질적 위험역시 모호한 기준이며, 상습적 범죄자에 대한 대처, 범행의사여부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 실질적 위험이 없다고 판단하는 예와 같이 오히려 부당하게 함정수사가 적법한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대폭 확장될 수 있는 문제점 등이 지적된다. 한편, 우편에 의한 아동포르노물의 유통과 관련(Jacobson v. United States503 U.S. 540, 112 S.Ct. 1535, 118 L.Ed.2d 174(1992)), 미연방대법원은 종전 주관적 기준과 달리,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판단에 수사기관의 함정설정과정, 범행에 개입형태 및 기간 등을 고려하여 객관적 기준을 일부 수용하여 소위 절충적 기준을 취한 바 있다. 3. 위법한 함정수사에 대한 구제 위법한 함정수사(범의유발형)의 구제와 관련, 실체법적 접근에서 ① 가벌적 또는 실질적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신양균, 형사소송법, 서울 : 법문사, 2000, 70면), 절차법적 접근에서 ② 위법한 수사방법으로 국가가 처벌적격을 상실하여 면소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 ③ 위법한 수사에 의한 공소제기로 공소기각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백형구, 형사소송법강의 제8정판, 서울 : 박영사, 2001, 365면), ④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증거를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을 부인하여야 한다는 견해 등이 제시되는데, ④의 입장(可罰說. 이재상, 전게서, 179면; 石神千織, 搜査節次におけるおとり搜査, 警察學論集 第58卷 9號, 2005, 164-165頁)은 ①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함정수사라도 범죄성립요건이 갖추어진 이상, 무죄판단은 곤란하고, ②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함정수사가 명문의 면소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③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수사에 따른 공소제기 시, 공소기각판결을 한다는 명문규정이 없고, 수사, 공판절차는 독립성을 갖는 점에서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에 그대로 인계되지 않는 점(종래 한국 및 일본의 판례 역시 수사절차의 위법과 공소제기효과를 분리시키는 입장을 일관하였다. 대법원 1992.4.24. 선고 92도256 판결 등; 最判昭和41·7·21刑集20卷6號6767頁, 大阪高判昭和63·4·22判タ680·248頁 등) 등을 논거로 비판한다. 그러나 수사, 공판절차가 전혀 무관계한 것은 아니고, 적정절차원칙, 피의자·피고인의 기본권보호라는 점에서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효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적 구성은 충분히 가능하고, 정책적 필요성면에서도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과 별도로 수사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게재된 때는 이에 따른 공소제기에 대하여 공소기각판결(형소법 제327조 2호)을 할 수 있다고 하겠다(福井厚, 前揭書, 228-229頁). 참고로, 일본 하급심판례 중에 적정절차위반의 함정수사에 따른 공소제기가 무효화될 수 있다고 판시한 예도 있다(東京高判昭和57·10 ·15判時1095號155頁). 4. 대상판례의 의의 방어방법으로 함정수사의 유용성에 대한 의문은 ① 기존 관련판례가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측면보다는 피고인의 범행의사라는 심리적 상태에 주안을 두어, 대부분 사례가 기회제공형으로 판단되었고, ② 통상 함정수사의 원용 시, 피고인의 유죄인정이 논리적 전제가 되는 점 등에 주로 기인한다. 대상판례는 피고인의 범행의사 고려 시, 범행자금 및 구체적 범행방법제시 및 대가제공 등 수사기관이 범행의 전 과정에 적극 개입한 점을 고려, 위법한 함정수사(범의유발형) 가능성을 지적하여 종래(주관적 기준)와 달리 수사기관에 의한 범행유발의 실질적 위험성을 고려(객관적 기준), 대법원이 판단한 최초의 위법한 함정수사사례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절충적 기준). 아울러, 위법한 함정수사에 따른 공소제기 효과와 관련, 공소제기가 법률의 규정에 위배되어 공소기각판결을 한 원심을 지지하여, 수사절차의 위법과 공소제기효과를 분리하던 기존시각에 변화를 추측케 한다. 장래 판례축적과 함께, 함정수사의 한계에서 수사기관의 함정설정과 관련한 구체적 판단기준과 함께 어떠한 경우에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의 효과에 연계될 수 있는지, 추가적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2006-01-16
의사 설명의무에 있어서 설명의 범위
Ⅰ. 사건의 개요 및 법원판단의 경과 1. 사건의 개요 원고는 1994. 2. 24. 보건소에서 폐결핵 판정 및 결핵약 복용처방을 받고 보건소 결핵실 담당 의사로부터 결핵환자에게 일반적으로 처방되는 아이나, 에탐부톨(EMB), 피라진아미드, 리팜피신의 4가지 약품을 한 달 단위로 교부받아 복용하기 시작하였다. 원고는 복용후 4개월 후 시신경염(의증)의 진단을 받았고 에탐부톨의 복용 중지에도 불구하고 시력이 회복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장애 3급 1호‘의 판정을 받았다. 2. 원심의 판결요지 보건소 결핵담당 의사들로서는 결핵환자에 대한 보건소 의료진으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한편 의사 등 의료 종사자에게 요구되는 의료행위에 수반되는 부작용 등의 설명의무는 그것이 당해 의료행위로 인하여 예상되는 위험이 아니거나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예견할 수 없는 위험인 경우에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인데, 위 의사는 결핵환자에 대한 보건소 의료진으로서 당시의 의료수준과 여건하에서 요구되는 설명의무를 다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시각이상 등 그 복용 과정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중대한 부작용을 초래한 우려가 있는 약품을 투여함에 있어서 그러한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 및 그 경우 증상의 악화를 막거나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데에 필요한 조치사항에 관하여 환자에게 고지하는 것은 약품의 투여에 따른 치료상의 위험을 예방하고 치료의 성공을 보장하기 위하여 환자에게 안전을 위한 주의로서의 행동지침의 준수를 고지하는 진료상의 설명의무로서 진료행위의 본질적 구성부분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이때 요구되는 설명의 내용 및 정도는, 비록 그 부작용의 발생가능성이 높지 않다 하더라도 일단 발생하면 그로 인한 중대한 결과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환자 스스로 판단, 대처할 수 있도록 환자의 교육정도, 연령, 심신상태 등의 사정에 맞추어 구체적인 정보의 제공과 함께 이를 설명, 지도할 의무가 있고, 결핵약인 ‘에탐부롤’이 시력약화등 중대한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이상 이를 투약함에 있어서 그 투약업무를 담당한 의사등은 위와 같은 부작용의 발생가능성 및 구체적 증상과 대처방안을 환자에게 설명하여 줄 의료상의 주의의무가 있고 그 설명은 추상적인 주의사항의 고지나 약품설명서에 부작용에 관한 일반적 주의사항이 기재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환자가 부작용의 증세를 자각하는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보건소에 나와 상담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시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Ⅱ. 평석 1. 문제의 제기 의사의 치료행위는 일반적으로 환자의 신체에 대한 침습을 포함하는 것이므로 이것이 정당한 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의술적 적정성과 의학적 적응성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 환자의 유효한 동의를 얻어야 하고, 의사는 환자의 유효한 동의를 얻기 위하여 질병의 종류, 내용 및 그 치료방법과 이에 따른 위험에 관하여 적절하고 충분한 설명을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러한 설명의무는 환자는 단순히 의사로부터 치료를 받는 객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존재라는 인식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오늘날 의료관계에서 의사에게 요구되는 설명의무는 환자보호를 우선 하는 의료직의 윤리로서 고양되고 있으며, 헌법 제10조의 기본적 인권보장에 의해 뒷받침되는 법규범적 요청이다. 대상판결은 의사가 환자에게 부담하는 설명의무에 있어서 그 설명을 어느 정도 범위 까지 하여야할 것인가에 대하여 기존의 판례를 답습하는 한편 하나의 구체적 예시를 제시하였다. 2. 의사의 주의의무 의료과오(醫療過誤)로 인한 법적책임에는 의사의 과실을 요건으로 하는 데, 그 과실 판정의 기초가 되는 것은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注意義務)이다. 의료과오사건에 있어서의 의사의 과실은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발생을 예견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슴에도 불구하고 결과발생을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라는 예견의무와 회피의무의 이중구조로 되어있다(대법원 1984. 6. 12. 선고 82도3199 판결). 한편,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기준은 진료당시의 이른바 임상의학(臨床醫學)의 실천에 의한 의료수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1997.2.11.선고 96다5933 판결). 3. 의사의 설명의무 가. 설명의무의 도입동기 의료분쟁의 요체는 회사가 의료과오를 범하였느냐의 여부에 달려있으나, 그 과실의 입증은 역시 의료전문가인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가능한 것인데, 의사들 사이에 흐르고 있는 동료의식으로 환자측에서 의사의 과실을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러한 의료현실에 직면하여 의사의 전단적 의료행위로부터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사상이 대두하게 됨에 따라 의사의 설명의무와 환자의 승낙권이 각국에서 여러 측면에서 논의되기 시작하였는데 각국의 판례의 태도는 다소 차이는 있으나 의사가 치료에 임하여 환자의 승낙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를 모두 수용하고 있다. 나. 설명의무의 법적성질 설명의무의 연혁을 고려해보면, 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실행에 도움을 주도록 의사에게 특별히 지워진 의무임을 알 수 있고, 따라서 의사의 설명의무는 자기의 독립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의무이며, 의사측의 주된 給付義務인 진료의무를 보다 완전하게 이행하는 데에 이바지할 뿐 어떤 독립적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의사의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와는 구별되므로 주된 급부의무인 진단 및 치료의무와 병존하는 獨立的 附隨義務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 설명의무의 내용 (1) 설명의 주체와 상대방 설명은 處置醫師가 직접 환자에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예외적이고 어려운 수술이어서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중요시되는 경우에는 수술 의사가 직접 설명하여야 할 것이다. 의사가 설명을 할 상대방은 당해 의료행위에 대하여 동의할 자로서 원칙적으로 患者 자신이 되며, 따라서 어떤 의사도 환자와 의논하지 아니하고 그의 친족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질병 및 의료처치에 대하여 설명하고 그들로부터 동의를 기대하거나 그들에게 동의를 위임받도록 할 권리가 없다. 설명의 상대방으로서의 환자에게 행위능력까지는 요구되지는 않으나, 완전한 의사능력 즉 자신의 결정의 의미와 효과를 인식할 수 있는 辨識力은 갖춰야 하고, 그러한 경우에만 그 설명은 유효하게 된다. (2) 설명의 시기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설명은 적시에, 즉 환자가 자신의 인식능력과 결정능력을 완전히 가지고 있고, 행하여질 의료침습시까지 상당한 고려기간이 남아있는 시점에서 행하여져야 한다. 원칙적으로 代案的인 經過豫後(Verlaufsprognosen)를 형량하여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과 의논하고 충분히 숙고한 후 결정할 시간이 환자에게 주어지면 된다 하겠다. (3) 설명의 방법 설명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것이어야 하나 동의와 마찬가지로 어떤 특정한 형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설명은 환자의 연령과 교육 정도에 맞춰서 이해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일방적이어서는 안되고 환자 쌍방의 대화이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취하여진 설명서 또는 동의서에 대한 서명은 환자가 그것을 읽고 이해하였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며 단지 서명에 앞서 치료 내지는 수술과 그것의 발생 가능한 결과에 대한 대화가 나누어 졌다는 사실에 대한 정황이 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다35671 판결). 라. 설명의무위반의 입증책임 설명의무 위반의 입증책임에 대하여 의사가 부담한다는 견해, 환자가 부담한다는 견해, 의사의 설명과 환자의 동의를 구분하여 부담한다는 견해가 있으나, 우리나라 대법원은 의사측에 입증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1979. 8. 14. 선고 78다488 판결). 마. 설명의 범위 의사가 환자에게 하여야 하는 설명의 대상을 내용별로 유형화해 보면 ①환자의 症狀, ② 침습의 내용, 정도, ③ 수술등 처치의 전망(효과-증상개선의 정도), ④ 침습의 必要性, 緊急性 및 수술등 처치를 하지 않는 경우의 증상의 정도, ⑤ 다른 치료방법으로는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없다는 점(補充性), ⑥ 침습의 결과 생기는 危險의 내용, 정도 및 방지가능성, ⑦ 당해 시설에 있어서 과거의 實績 등이다. 또한 의사의 설명의무는 그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의 발생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고, 그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당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그 발생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5다56095 판결, 1995. 1. 20. 선고 94다3421 판결). 바. 설명의 한계 의사가 환자에게 하는 설명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그것이 환자의 치유에 위해적인 작용을 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癌등 불치병의 진단이나 처치상의 중대한 위험 등에 대한 사실 그대로의 설명은 오히려 공포등 치료에 역효과를 가져오는 심리적 위축을 야기할 수 있어 의사의 설명의무의 이행을 무조건 강제라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일 수는 없다. 이러한 때에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의하여 설명을 피하는 것이 치료상 환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되면, 즉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는 불이익과 설명에 의한 逆作用이 주는 불이익을 비교형량하여 전자보다 후자가 크다면 설명의무를 면제함이 바람직하며, 완전한 설명이 환자의 건강을 현저히 손상케 하거나 환자에게 무거운 부담을 주어 치료효과에 나쁘게 작용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부분설명으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의사의 설명의무에 대한 대부분의 대법원판결들이「긴급한 경우 기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설명의무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그것이 면제되는 경우를 예상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사. 판례에 나타난 설명의 범위 (1) 설명의무를 인정한 사안 ① 뇌경색으로 입원하여 정확한 치료법을 찾기 위하여 뇌혈관조형술을 받다가 동맥내에 형성된 혈전이나 동맥덩어리가 떨어져나가 뇌동맥을 막아 사망한 사안(대법원 2004. 10. 28.선고 2002다45185 판결). ② 미인대회에 출전하고자 이마와 턱을 높이고 상꺼풀 수술 후 턱 부위의 실리콘이 움직인 성형수술 사안( 대법원 2002. 10. 25.선고 2002다 48443 판결). ③ 수혈에 의한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된 사안(대법원 1998. 2. 13. 선고 96다7854 판결). ④ 미골절제술을 위한 할로테인 마취제 사용 후 그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안(대법원 1996. 4. 12. 선고 95다56095 판결). ⑤ 개심수술 후에 후유증으로 뇌전색으로 사망한 사안(대법원 1995.1.20. 선고 94다3421 판결.) ⑥ 교통사고로 의식이 없어 뇌압강하와 뇌기능보호를 위한 중증쇼크치료제 솔루메드롤(Solumedrol) 투약하여 정상회복 후에도, 설명없이 우측안면도중증도 마비 치료를 위하여 다시 투약한 사안(대법원 1994. 4. 15. 선고 92다25885 판결). (2) 설명의무를 부인한 사안 ① 안과수술 후 갑자기 나타난 예측불가능한 시신경염으로 환자의 시력이 상실된 경우 의사에게 당해 의료행위로 인하여 예상되는 위험이 아니거나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예견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한 설명의무까지 부담하게 할 수는 없는 것으로 설명의무 부인한 사안(대법원 1999.9. 3. 선고 99다10479 판결). ② 교통사고로 의식이 없어 뇌압강하와 뇌기능보호를 위한 중증쇼크치료제 솔루메드롤(Solumedrol) 투약한 것이 생명이 위독한 상태하에서 의식이 회복되기 전까지의 투약에 관한 한 사전의 설명이 불가능하였으므로 긴급한 경우에 해당한다 하여 그 시점까지의 설명의무를 부인한 사안(대법원 1994. 4. 15. 선고 92다25885 판결). ③ 의사의 윌슨(Wilson)씨병을 앓는 환자에 대한 그 병의 치료과정과 치료약제의 투약에 관한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되지 않는다고 한 사안(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0다46511 판결). 4. 대상 판결의 검토 대상판결은, 진료행위의 본질적 구성부분에 해당하는 진료상의 설명의무를 함에 있어 요구되는 설명의 내용 및 정도가 비록 그 부작용의 발생가능성이 높지 않다 하더라도 일단 발생하면 그로 인한 중대한 결과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환자 스스로 판단, 대처할 수 있도록 환자의 교육정도, 연령, 심신상태 등의 사정에 맞추어 구체적인 정보의 제공과 함께 이를 설명, 지도할 의무가 있다고 보고 있다. 대상 판결에 나타난 사정을 종합하면, 지역이 의료취약지역이고, 결핵관리지침등에는 결핵환자에게 투약하는 4가지 약품의 각종 부작용을 열거하면서 이를 그 대처방안에 따라 ‘투약의 즉시 중단’, ‘투약중단 후 증상완화시에 재투약’, ‘계속 투약’ 등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사안이 중한 즉시 투약중단에 속하는 부작용 중 이 사건 에탐부톨과 관련된 것은 ‘급격한 시력감퇴‘가 유일하며, 에탐부톨은 시신경염이 가장 심각한 부작용으로서 그 외의 부작용은 드물고, 발생률은 투약량과 기간에 비례하며, 시각기능검사에서 이상을 발견하기 전에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관계로 환자 본인이 가장 먼저 알 수 있으므로 환자에게 시력에 이상이 생기거나 색깔 인지에 장애가 발생할 경우 반드시 보고하도록 미리 교육시키게 되어 있다. 원고가 이 사건 최초 진료 당시 위 보건소에서 시력측정을 받은 것도 에탐부톨의 부작용과 관련된 보건소의 내부지침에 따른 것이고, 원고는 1999. 2. 24. 에탐부톨이 포함된 결핵약을 처음 복용할 당시 양안 모두 1.0이던 시력이 그 후 시력이상을 느껴, 1999. 6. 26.경 안과에 들렀을때는 우안 0.5, 좌안 0.6으로 약 1/2 수준으로 현저히 약화되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에탐부톨의 복용 이후 원고에게 발생한 시력약화 및 시신경염과 같은 증상은 에탐부톨 복용에 따른 전형적이고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의료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일 뿐만 아니라 보건소의 보건의료업무에 관한 지침상으로도 결핵환자에 대한 투약 및 관리에 있어 유의하여야 할 항목의 하나로 명문화되어 있고 그 부작용의 내용 및 발생 빈도에 비추어 이를 무시할 수 있을 만큼 경미하다거나 희소하다고 보기도 어려운 이상 원고에 대한 위 투약업무를 담당한 보건진료원으로서는 그 투약에 즈음하여 위와 같은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 및 구체적 증상과 대처방안을 설명하여 줄 의료상의 주의의무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설명을 함에 있어서는 원고가 위 부작용의 증세를 자각하는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보건소에 나와 상담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설명의 상대방인 원고는 농촌에 거주하며 버섯재배를 주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약품의 부작용이나 위험성에 대하여는 문외한이므로 막연히 ‘이상증세가 있으면 보건소에 나와 상담, 검진하라’고 이야기 하거나 혹은 위 약품에 첨부된 제약회사의 약품설명서에 그 부작용에 관한 일반적 주의사항이 기재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는 필요한 설명을 다하였다고 할 수 없다. 위와 같은 사정을 살피어 보면, 보건소 진료원이 원고에게 에탐부톨을 복용함에 있어 구체적으로 부작용의 발생가능성과 증상 및 대처방안에 대하여 제대로 설명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고 본 대법원의 판시는 정당한 것으로 보인다.
2005-10-20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Ⅰ. 序 說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는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피고인의 진술과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단서가 본문이 규정한 증거능력의 요건을 완화한 것인지 아니면 강화한 것인지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즉 제312조 제1항 단서의 ‘그 피고인의 공판진술에 불구하고’의 의미가 가중요건인지 아니면 완화요건인지의 여부가 문제된다. 전자로 해석하는 견해는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엄격한 취지라고 이해한다. 반면에 후자로 해석하는 견해는 위 규정의 문언이나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대하여 특신정황을 전제로 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요건을 완화한 것으로 이해한다. Ⅱ. 제312조 제1항 本文과 但書의 關係(成立의 眞正과의 關係) 1. 學 說 (1) 완화설(제312조 제1항 단서를 본문에 대한 완화요건으로 보는 견해) 제312조 제1항의 문언이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피의자신문조서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면 성립의 진정이 부정되는 경우에도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단서의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를 본문의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더라도’로 해석한다. (2) 가중설(제312조 제1항 단서를 본문에 대한 가중요건으로 보는 견해) 제312조 제1항을 목적론적으로 해석하여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엄격히 한 것으로 보고,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지만 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기재내용을 부인하는 진술을 하더라도 성립의 진정과 특신상태(신용성의 정황적 보장)가 있는 경우에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단서의 ‘진술에 불구하고’를 ‘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도’(예컨대 피고인이 검찰자백을 부인하는 경우에도)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2. 判 例 대법원은 종래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서명?날인의 진정을 인정한 경우에는 검찰에서의 진술이 특히 임의로 되지 아니하여 신빙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의심할만한 사유가 없으면 증거능력이 있다?(대판 1983.6.14, 83도647; 대판 1984.9.11, 84도1379; 대판 1986.9.9, 86도1177; 대판 1987.9.8, 87도1507)거나,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그 조서에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하는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제3항 소정의 절차를 거친 바 없이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없는 한 원진술자의 진술내용대로 기재된 것이라고 추정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진술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다투더라도 그 조서의 간인,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시인하여 조서의 형식적인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한편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위 형사소송법 절차를 거친 바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만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라면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원진술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의하여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할 것이다?(대판 1984.6.26, 84도748; 대판 1986.3.25, 86도218; 대판 1992.6.23, 92도769; 대판 1994.1.25, 93도1747; 대판 1995.5.12, 95도484; 대판 2000.7.28, 2000도2617)라고 하여 形式的 眞正이 있으면 實質的 眞正을 推定하고 있으며,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진정성립을 인정하면 그 조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이 특히 임의로 되지 아니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는 한 증거능력이 있다?(대판 1992.2.28, 91도2337; 대판 1995.11.10, 95도2088; 대판 1996.6.14, 96도865)고 보면서, ?진술의 임의성이라는 것은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하는 사정이 없다는 것 즉 증거의 수집과정에 위법성이 없다는 것인데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하는 그와 같은 사정은 헌법이나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이례에 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진술의 임의성은 추정된다고 볼 것이다. ... 진술의 임의성에 관하여는 당해 조서의 형식, 내용(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진술을 녹취하고 작성완료후 그 내용을 읽어 주어 진술자가 오기나 증감?변경할 것이 없다는 확인을 한 다음 서명날인하는 등), 진술자의 신분, 사회적 지위, 학력, 지능정도, 진술자가 피고인이 아닌 경우에는 그 관계 기타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법원이 자유롭게 판정하면 되고 피고인 또는 검사에게 진술의 임의성에 관한 주장, 입증책임이 분배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 이는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 즉 특신상태에 관하여서도 동일하다?(대판 1983.3.8, 82도3248)라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조서의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實質的 眞正成立이 추정되고,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자백의 ‘任意性’이 추정되어 결국 특신상태까지도 인정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으나, 최근 대법원은 ?검사가 피의자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해 형식적 진정성립뿐만 아니라 실질적 진정성립까지 인정된 때에 한해 비로소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이같이 해석하는 것이 우리 형사소송법이 취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 및 구두변론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공판중심주의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을 인정해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거기에 기재된 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하여 그 실질적 진정성립을 다투더라도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2항과 3항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한 그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는 것으로 본 84도748판결 등 종전 대법원견해는 변경한다?라고 판시하면서, ?(병원원장) 최모씨와 (보험회사 직원) 오모씨가 제1심 법정에서 검사가 작성한 조서들의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의 기재들은 자신들의 진술과 달리 기재됐다고 진술했고, 피고인 주씨 역시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이들에 대한 검사의 조서들은 실질적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들 조서들에 관해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됨을 전제로 증거능력을 인정해 모두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대판(전합) 2004.12.16, 2002도537)고 하여 후자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법 제312조 본문의 의의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이른바 전문증거로서, 원칙적으로는 요증사실에 대한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자격 즉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나, 검사 또는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피의자신문조서)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참고인진술조서),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검증조서)는 그것이 위와 같은 전문증거임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조건아래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데 있으며, 위 단서는 검사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하여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1)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라는 점에서 피고인이 되지 아니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나 참고인진술조서, 검증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강화하고(성립의 진정이외에도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이어야 함), 2) 그것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라는 점에서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이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는, 그것이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것이라면, 성립이 진정함과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한,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여하에 불구하고,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것이다?(헌재결 1995.6.29, 93헌바45)라고 판시하여 명시적으로 성립의 진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의 대법원판례와는 달리 추정을 부정하고 있는 듯 하다. 3. 檢 討 이러한 견해의 대립은 실제문제로서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되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사례가 많음에 비추어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그런데 완화요건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엄격히 한 취지와 모순되며, 반면에 강화요건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사실상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곤란할 것이다. 생각건대 공판정의 조서의 증거능력을 쉽게 인정하면 공판중심주의를 형해화할 우려도 있으나, ⅰ) 피의자진술서의 경우에 형식적 진정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이 추정되며, 피의자진술서와 피의자신문조서가 공판정에 함께 제출된 경우에 전자의 경우는 제313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특신상태가 인정되면 증거능력이 부여됨에 반하여 후자의 경우는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면 특신상태의 유무와 관계없이 무조건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보는 것은 동일한 절차에서 작성된 조서에 대하여 차별을 두어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서류 자체에 대한 허위기재여부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며, 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면 영미법계에서는 조서작성자인 수사기관이 공판정에 직접 나와서 진술하면 증거능력이 인정되는데 반하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전문진술(제316조 제1항)에 해당하지만 판례가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고(대판 1974.3.12, 73도2123), ⅲ) 수사기관으로서의 검사제도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 한 공판중심주심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 검사들이 수사단계에서 중요한 사건 또는 다툼이 있거나 쟁점이 있는 사건의 경우 피의자나 참고인을 몇 시간씩 수차례에 걸쳐 직접 조사하면서 혐의에 대한 심증을 형성하듯이 법원도 가능하면 직접 공판정에서의 증언이나 진술을 통해 심증을 형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 수사서류의 증거능력을 무조건 부인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며, ⅳ) 재판 실무상 재판정에서의 위증이 거의 처벌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사단계에서의 위증을 처벌하는 영미법상의 사법방해죄와 같은 규정도 없으며,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은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정성립을 항상 부정할 것이므로 수사절차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더욱이 다른 사람의 사건에 관련되는 것을 싫어하는 한국인의 정서 및 피고인측의 협박 매수 등으로 위증이 성행하고 있는 현재의 재판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재판부는 미국과 달리 일반인이 아니라 전문적인 법관으로 구성되므로 일반인들이 증거가치를 잘못 판단할 것을 우려하여 조금이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증거를 처음부터 재판절차에 등장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전문법칙을 완화하여 해석할 필요성이 있고, ⅴ) 제310조의2는 전문법칙에 대한 일반조항으로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지만, 제311조에서 제316조는 전문법칙의 예외로서 적극적으로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제312조 제2항이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나 변호인’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증거능력판단의 주도권을 피고인측에 주는 반면, 제312조 제1항 단서는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고 하여 법원에 적극적으로 증거능력판단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실질적 진정을 부정한다고 하여 무조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법문에 반하여 사실상 증거능력판단의 권한이 법관으로부터 피고인에게 전이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ⅵ) 대법원은 재독학자 송두율씨 사건에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까지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상황에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실질적 진정을 부인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며, 증거능력을 완화하여 해석하는 것만이 피고인의 인권보장에 충실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뒤에 놓여있는 피해자의 권리는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절충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물론 피고인의 자백과 같은 인적 증거에 의한 수사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으로 비난하는 경우도 있으나, 물적 증거에 기한 과학수사의 원칙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범죄와 관련된 사람의 진술을 듣지 아니하고는 정확한 진상을 파악할 수 없는 사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인적 증거의 확보방법은 여전히 범죄수사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피의자?피고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적법절차의 강조와는 별도로 실체진실의 발견도 고려해야 하며, ⅶ) 종전처럼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자백에 너무 쉽게 증거능력을 인정하면 공범자간의 자백이 상호보강증거가 되어 형사정책상 불합리하다는 비판도 공범자가 모두가 자백하는 경우에는 전문법칙의 증거능력의 인정요건인 공범자에 대한 피고인의 반대신문이 문제될 염려가 없으므로 그 증거능력에 특별한 제한을 가하는 법칙을 만들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공범자의 형식적 진정성립만이 인정될 경우에는 판례가 ?검사작성의 공동피고인(乙?)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공동피고인(乙)이 법정에서 성립 및 임의성을 인정한 경우에는 공동피고인(甲)이 증거로 함에 부동의하더라도 피고인 甲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대판 1990.12.26, 90도2362; 대판 1991.4.23, 91도314; 대판 1991.11.8, 91도1984; 대판 1992.4.14, 92도442)고 판시하여 ‘그 공동피고인이 법정에서 성립의 진정 및 임의성을 인정한 경우에는’이라고 조건을 명확히 하여 이러한 사실상의 추정을 공동피고인의 경우까지 확대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형식적 진정성립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의 추정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추정법리를 공범자인 공동피고인까지 확장시킨다면 사실상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의 문제를 법관의 자유심증에 의한 증명력판단의 문제로 사실상 전이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이 경우도 제312조 제1항 단서의 특신상태의 문제로 해결해야 하며, ⅷ) 법 해석기관인 사법부가 피고인의 인권보장이라는 합목적성만을 내세워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가 명문으로 특신상태를 고려하여 증거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입법자의 결단을 무시하는 해석을 하는 것은 헌법상의 대원칙인 권력분립의 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법조문에 충실하게 종전 판례처럼 형식적 진정성립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을 추정하되 특신상태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방법으로 증거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사실상 추정설). 이렇게 해석한다면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엄격히 한 취지에 모순될 뿐만 아니라 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에 대한 거증책임을 피고인에게 부담지운다는 문제를 낳는다(조국, ?檢事作成, 被疑者訊問調書의 成立眞正과 證據能力?, 고시연구(2000.12), 159면)는 비판이 있으나, 이 견해에 따르면 피고인이 성립의 진정(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정하는 경우 거증책임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서류(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증거조사 자체를 할 수 없다(형사소송규칙 제134조)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판례가 나오게 된 배경은 판례가 ?진술이 임의로 되지 아니하여 신빙할 수 없는 상태에서 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으면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시하여 그 진술 자체의 임의성의 보장만 있으면 ‘特信狀態’의 존재를 추정하는 것처럼 읽혀지거나, 아니면 임의성의 보장을 곧 특신상태로 보면서,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백이 증거능력이 있다는 것에 지나지 않고 그 자백의 진실성과 신빙성, 즉 증명력까지도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대판 1983.9.13, 83도713; 대판 1986.8.19, 86도1075, 대판 1986.9.9, 85도64)라거나, ?자백의 신빙성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첫째로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인 합리성을 띠고 있는가, 둘째로 자백의 동기나 이유 및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가 어떠한가, 셋째로 자백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가 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판 1995.10.12, 95도1957; 대판 1983.9.13, 83도712.)고 판시하여, 임증거능력의 요건인 임의성과 증명력의 요건인 신빙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판단하면서 증거능력의 또다른 요건인 ‘특신상태’를 판단하는 것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문의 특신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라고 함은 적극적으로 그 상태를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로 보아야 하며, 이에 대한 거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신상태는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위한 요건이므로 진술내용의 임의성과는 별개의 것으로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제312조의 피의자신문조서에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제312조의 요건뿐만 아니라 그 전제로서 피의자의 진술 자체가 ‘任意性’의 요건을 구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Ⅲ. 結 語 결국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에 대한 법원의 증거심사가 좀 더 엄격해졌다는 의미이지 피고인이 부인하면 곧바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인된다고 보는 것은 법문에 반할 뿐만 아니라 논리적 타당성도 빈약하다고 보여진다. 무엇보다도 대법원이 ?그 진술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信用性이나 任意性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대판 1995.12.26, 95도2340; 대판 1987.3.24, 87도81)고 보면서 일응의 기준으로, 진술내용의 신빙성을 담보할 具體的이고 外部的인 情況이 있어야 하고, 그 담보의 정도가 虛僞介入의 여지가 거의 없을 정도이어야 한다는 두가지를 제시하면서 ?이른바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이란 자기에게 불이익한 사실의 승인이나 자백은 재현을 기대하기 어렵고 진실성이 강하다는 데 근거를 둔 것으로서, 반드시 그같은 진술이 공소제기후 법관의 면전에서 행하여졌을 때에는 가장 믿을 수 있고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상대적으로 신빙성, 진실성이 약한 것으로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범행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외부와의 접촉 및 장래에 대한 걱정 등이 늘어감에 따라 그 진술이 진실로부터 멀어져가는 사례가 흔히 있는 있는 것이므로, 이른바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의 存在 및 그 强弱에 관하여서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이를 가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대판 1983.3.8, 82도3248)라고 판시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도 전문법칙의 예외를 규정한 제314조의 위헌여부와 관련된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이라는 제약조건의 정당성 여부에 대하여 ?‘특히 信憑할 수 있는 狀態下’라 함은 진술내용이나 조서의 작성에 있어서 허위개입의 여지가 없고 진술내용의 신용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라고 법원의 판례가 오랜 세월을 통하여 개념짓고 있으며, 이는 진실성이나 신용성에 있어 反對訊問을 갈음할 만한 외부적 정황이라고 할 것으로, 부득이한 사유로 법관의 면전에서 진술되지 아니하고 피고인의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은 진술인 증거를 요증사실의 인정자료로 삼을 수 있는 제약조건으로서는 합리성이 있는 조건이라고 할 것이다?(헌재결 1994.4.28, 93헌바26)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구체적이고도 엄격한 요건을 방기한 채, 무조건 증거능력을 부인한다고 보는 것은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종전 판례처럼 사실상의 추정을 인정하되 특신상태에 대한 더 엄격한 심사를 행하는 것이 타당한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200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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