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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건
공무원의 직무범죄에 근거한 재심개시결정
1. 사안의 내용 피고인은 천안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에 의하여 긴급조치 제9호 제8항에 따라 1979년 7월 4일부터 1979년 7월 13일까지 영장 없이 체포·구금되어 수사를 받고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위반, 반공법위반, 사기, 업무상횡령으로 기소되었다. 피고인은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항소하였는데 항소심 진행 도중인 1979년 12월 8일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되었다. 이에 항소심은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위반 부분에 대하여는 면소를 선고하고 나머지 반공법위반, 사기, 업무상횡령 부분에 대하여만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항소심 판결은 피고인의 상고취하로 확정되었다. 그 후 피고인이 사망하자 피고인의 아들이 재심대상판결(서울고법 1981. 9. 10. 선고 79노1637 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였다. 이 사건에서 경찰관들이 피고인을 영장 없이 체포·구금한 것은 당시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허용하던 긴급조치 제9호에 따른 것이다. 즉 경찰관들은 직권을 남용한 것이 아니라 단지 당시의 법령을 따랐을 뿐이다. 이러한 경우에도 형법 제124조의 불법체포·감금죄가 성립하거나 적어도 그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등으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가 인정되는지가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한 경우에도 불법체포·감금의 직무범죄가 인정되는 경우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근거에서 검사 재항고를 기각(원심의 결론 수긍, 재심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영장 없는 체포·구금과 관련한 재심사유의 존부에 관하여 그 영장 없는 체포·구금의 근거가 위헌적 법령이라면 당시 수사기관에게 형법 제124조의 불법체포·감금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는 따질 필요가 없으며,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당한 국민에게 사법적 구제수단 중의 하나인 재심의 문을 열어놓는 것이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합치적 해석이라는 점을 그 이유로 제시하였다. 2. 재심제도의 의의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해석론 재심심판절차는 원판결의 당부를 심사하는 종전 소송절차의 후속절차가 아니라 사건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심판하는 완전히 새로운 소송절차로서 재심판결이 확정되면 원판결은 당연히 효력을 잃는다. 이는 확정된 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그 판결의 확정력으로 유지되는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키고 사건 자체를 다시 심판하는 재심의 본질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정의와 법적 안전성의 원칙은 법치국가의 원리에서 동일한 정도로 파생되기 때문에 재심절차는 단지 극히 좁은 범위에서만 허용된다. 즉 실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재심을 허용하지만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심이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5도15782 판결).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를 별도의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이는 원판결이 위 공무원의 범죄행위로 얻어진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별도의 확정판결이나 같은 법 제422조 소정의 확정판결에 대신하는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대법원 2016. 11. 9. 선고 2016도12400 판결). 즉 제420조 제7호는 1) 직무범죄가 성립하고 2) 그 직무범죄로 공소가 제기되고 3) 그 직무범죄에 대하여 유죄의 확정판결이 존재할 것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다. 1)은 실체법적 요건이라면, 2)와 3)은 절차법적 요건에 해당한다. 3. 동 결정의 근거에 대한 비판론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직무범죄를 범하여'라고 규정하고 있지, '직무범죄 준하는 사유'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무범죄가 존재하지도 않고, 직무범죄에 저항하는 범죄이거나 직접적인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를 직무범죄에 준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허용되는 유추해석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위반에 해당한다. 또한 법률의 해석은 법문에 반하여 할 수는 없으므로 헌법 합치적 법률해석 역시 법문에 대한 가능한 어의에서 시작되고 또 거기에서 한계를 발견해야 한다. 따라서 법문의 어의가 명백하여 다른 해석의 가능성이 없는 경우 비록 법문에 부합하는 해석이 위헌적이라고 하더라도 헌법 합치적 해석이라는 미명 아래 법률의 규율내용을 왜곡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규범변경을 통한 적극적 입법은 법원은 물론 헌법재판소에게도 금지되어 있기 떄문이다. 결국 사안에서도 형사소송법 제420조 7호의 문언이 범죄성립과 확정판결을 명백히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 합치적 해석이라는 방법을 통해 법적 논증의 과정을 서둘러 종결하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재심은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해 법적 안정성을 깨뜨리는 비상구제절차이다. 즉 사실인정의 오류를 바로잡아서 정의를 회복하는 것이다. 헌법상 재판을 받을 권리는 사안에서 볼 때 반공법위반, 사기죄, 횡령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재심대상자)에게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직무범죄를 범한 자에게도 인정되는 모든 시민의 권리이다. 즉 경찰관들이 직무범죄를 범하였다는 것이 재판을 통해서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다. 재심개시결정은 재심사유에 대한 엄격한 해석을 통해 재심을 청구하는 자가 주장하는 모든 사실관계를 검토한 후에 내려지는 법적 논증의 결과이다. 일반적으로 재심개시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는 재심절차의 전체적인 단계에서 볼 때 선행절차(Aditionsverfahren)에 해당한다. 이 절차에서는 재심청구의 방식과 재심청구의 논리적 일관성(Schlussigkeit)의 심사가 주된 과제이다. 재심개시결정절차에서 재심법원은 새롭게 주장된 사실이 진실하다는 점을 가정하고서 이를 원판결에서 법원이 확정한 사실과 비교한다. 이 단계에서 재심법원은 먼저 사실심법관이 확인한 사실에 구속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7호의 재심요건과 관련해서 본다면 재심법원은 공무원의 직무범죄가 성립한다는 사실심법관의 확인사실을 기초로 재심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칸트는 '도덕과 형이상학을 위한 정초'에서 "목적을 원하는 자는 (이성이 그의 행위들에 결정적인 영향을 가지는 한) 자신의 힘 안에 놓여 있는, 그 목적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불가결한 수단을 또한 원한다"라고 하였다. 당해 사안에서 재심개시결정이라는 목적은 직무범죄의 존재라는 수단을 갖추어야만 한다. 그러나 동 결정은 '직무범죄가 성립하였다는 사실'이 아니라 '직무범죄에 준한다는 사실'을 근거로 재심개시결정을 하고 있다. '직무범죄'와 '직무범죄에 준한다는 사실'은 규범적 관점에서 볼 때 전혀 다르다. 직무범죄에 준한다는 사실도 재심개시결정에 원인이 될 수는 있다. 즉 인과성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재심개시결정이라는 결과를 그 원인된 행위에 귀속하기 위해서는 직무범죄에 준하는 사실이 아니라 직무범죄의 성립과 확정판결을 필요로 한다. 또한 재판은 '당사자 사이에 법적 분쟁이 발생한 경우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관련 법령의 의미를 해석한 후 이를 사실관계에 적용하여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를 판단하는 사법작용'이다(대법원 2013.3.28. 선고 2012재두 299 판결). 법령에 대한 해석의 기준이 확정된 사실관계에 적용하는 법적 논증의 과정이다. 이때 법령의 해석은 미리 그 의미가 확정되어야 하는 것이지, 사실관계에 따라서 변동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동 결정은 재심을 위한 재심개시결정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재심개시결정을 미리 염두에 두고 그 근거를 소급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의문이 강력히 제기된다. 권오걸 교수(경북대 로스쿨)
항고
체포
구금
재심
수사기관
권오걸 교수(경북대 로스쿨)
2020-01-09
공갈행위의 수단으로 상해행위가 행해진 경우, 공갈죄와 상해죄 죄수판단
Ⅰ. 들어가기 형법 학계는 죄수판단에 있어 의사표준설·행위표준설·구성요건표준설·법익표준설 등 여러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판례 역시 이러한 여러가지 기준을 종합하여 죄수를 판단하고 있다. 그만큼 죄수판단은 어느 한 가지 기준으로만 판단하기 어렵고 구성요건과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하여 결정할 수 밖에 없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죄수판단은 피고인에게 형량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되므로 그 판단을 소홀히 할 수 없고 형사법이 추구하는 실체진실과 정당한 형벌의 부과라는 관점에서 명확한 판단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아래에서 논의하고자 하는 상상적 경합과 실체적 경합의 구별은 피고인의 처단형 판단에 있어 큰 차이를 가지고 오므로 그 구별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는 상상적 경합인 경우의 피고인을 실체적 경합범으로 판단하는 경우 뿐 아니라 그 반대의 경우 역시 정당한 형벌의 부과라는 관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Ⅱ. 상상적 경합과 실체적 경합의 구별 1. 개념구별 상상적 경합이란 1개의 행위가 수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형법 제40조)를 말하며 관념적 경합이라고도 한다. 형법은 상상적 경합의 경우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경합범(실체적 경합)의 경우는 1인에 의해 범해진 ①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개의 죄(동시적 경합범) 또는 ②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확정 전에 범한 죄(사후적 경합범)를 말하며(형법 제37조) 사형·무기형이 아닌 동종의 형이면 가장 중한 죄의 장기 또는 다액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도록 하고 있다. 2. 구별기준 상상적 경합의 요건 중 실체적 경합과 형식적으로 구별의 기준이 되는 것으로는 행위가 1개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1개의 행위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한 견해는 법적 평가를 떠나서 사물 자연의 상태에서 사회통념상 행위가 1개인 경우를 의미한다는 견해이고(자연적 행위단일성), 다른 견해는 구성요건적 의미에서 구성요건적 행위가 1개임을 의미한다는 견해를 취한다(구성요건적 행위단일성). 1개의 행위에는 행위가 완전히 동일한 경우는 물론 행위가 부분적으로 동일한 경우도 포함된다. 판례는 상상적 경합과 (실체적) 경합범은 법적 평가를 떠나서 사물 자연의 상태에서 사회통념상 행위가 1개인가 수개인가에 따라 결정된다(대판 1987. 2. 24)고 판시하고 있다. 3. 기존의 판례를 통한 검토 판례는 피고인이 예금통장을 강취하고 예금자 명의의 예금청구서를 위조한 다음 이를 은행원에게 제출 행사해서 예금 인출금 명목의 금원을 교부받았다면 강도, 사문서위조, 동행사, 사기의 각 범죄가 성립하고 이들은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대법원 1991.9.10. 선고 91도1722 판결)고 판시한 바 있는데, 위조된 사문서를 행사하는 행위와 사기의 행위는 법적 평가를 떠나서 사물 자연의 상태에서 사회통념상 행위로 파악해 보면 하나의 행위로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위 행위의 수만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두 죄의 상상적 경합으로 판단함이 타당하지만 판례는 이를 실체적 경합범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설은 판례의 입장에 반대하면서 위조된 사문서 행사행위와 기망행위가 하나의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상적 경합이 타당하다고 비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의 입장에서는 판례가 실체적 경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비록 행위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죄수는 보호법익의 침해에 따른 불법의 평가도 중요한 판단요소이므로 사회적 법익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위조사문서 행사죄와 개인적 법익인 재산적 법익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사기죄는 그 불법의 본질이 다르고 불법 형성의 차원 또한 달라 이를 상상적 경합으로 판단하는 것은 행위자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판단이기 때문이다. 즉 행위의 동일성이라는 단순한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죄수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형벌의 정당한 부과라는 측면에서 죄수의 관점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본다. Ⅲ. 공갈행위를 수단으로 한 상해행위에 대한 대법원의 죄수판단 이 판례의 범죄사실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혼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다가가 오른손으로 목을 붙잡아 뒤로 밀어 넘어 뜨리고 발로 등을 밟고 주먹으로 입술을 1회 때려 피해자에게 치료일수 미상의 치아진탕상 등을 가하고, 위 일시, 장소에서 같은 방법으로 겁을 먹게 한 다음 땅에 넘어진 피해자의 바지에서 지갑을 꺼냈다가 피해자가 이를 돌려달라고 하자 돌려 준 후, 피해자로부터 1만원을 교부받아 이를 갈취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원심은 상해와 공갈의 실체적 경합을 하여 판단을 했지만 대법원은 “공갈죄에 있어서 공갈행위의 수단으로 상해행위가 행하여진 경우에는 공갈죄와 별도로 상해죄가 성립하고, 이들 죄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했다. Ⅳ. 정당한 형벌의 적용이라는 관점에서 판례비판 1. 정당한 형벌의 적용과 죄수판단 만일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죄가 조세범 처벌법 제9조 제1항 소정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하기 위한 수단으로 행해진 경우, 조세포탈죄에 사문서위조와 행사죄를 모두 흡수시키거나 상상적 경합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면, 조세범처벌법이 보호하는 법익과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가 보호하는 법익은 차원을 달리하므로 아무리 행위의 부분적 동일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이 중복되어 평가되는 부분을 찾을 수 없고 결국 정당한 형벌을 부과하기 위하여 피고인이 발생시킨 불법 모두를 평가해서 처벌을 해야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판례도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가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 소정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하기 위한 수단으로 행해졌다고 하여 그 조세포탈죄에 흡수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89.8.8. 선고 88도2209 판결)고 하면서 실체적 경합으로 처리했음은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2. 대상판결의 문제점 대상판결은 상해죄를 수단으로 공갈행위가 이루어진 것이므로 상상적 경합으로 판단했다. 상해죄의 법정형은 7년이하의 징역형이고 공갈죄는 10년이하의 징역이다. 결국 상상적 경합을 통해 피고인은 공갈죄의 정한 형으로 처단형이 결정되어 실질적으로는 상해죄에 대한 불법형성 부분은 양형에서 고려되는 정도에 불과하게 되는데 이는 정당한 형벌 부과라는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 대상판결 사안에서 상상적 경합으로 처리하는 것이 왜 정당한 형벌부과가 아닌가 하는 점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 수 있다. 1) 첫째, 만일 위 사안에서 공포심을 유발하는 공갈이 아닌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하거나 불가능하게 할 정도라고 판단되는 경우 피고인은 강도상해죄가 성립될 것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강도상해죄에서 상해는 강도의 수단이 폭행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 하더라도 강도상해죄의 상해에 해당하기 때문이고 이에는 다툼이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강도상해죄는 형법 제337조에서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는데 대상판결이 공갈죄와 상해죄의 상상적 경합으로 공갈죄에 정한 형으로만 처벌하는 결론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너무나 크다. 대상판결과 동일한 사안에서 만일 검사가 강도상해죄로 기소를 했다면, 경우에 따라 그 상해로 인해 반항이 억압됐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대법원 역시 강도상해죄로 의율하는 것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본 판결의 죄수판단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2) 둘째, 보호법익의 평가를 너무나 단편적으로 했다는 점이다. 피고인이 상해를 가해서 상대방의 생명신체에 대한 보호법익을 침해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공갈로 의사결정의 자유가 침해된 것도 분명하다면 상해가 공갈의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는 점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침해된 법익이 같은 평면적 차원에서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차원의 영역에서 발생한 것인지를 구분하여 실질적 관점으로 죄수를 판단했어야 한다. 상해로 입은 신체에 대한 법익침해는 피해자의 의사결정의 침해를 받은 것과 명확히 구별된다고 봐야 하고 설사 부분적 행위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불법이 각각 다른 영역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앞서 본 조세포탈죄나 위조사문서 행사와 사기죄에 관한 판례처럼 실체적 경합으로 판단함이 옳다고 생각한다. Ⅴ. 결 론 독일형법 제52조 제1항은 “동일한 행위가 수개의 형법법규를 위반하거나 또는 동일한 형법법규를 수회 위반한 경우에는 1개의 형만을 선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형법 제40조 역시 상상적 경합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 규정의 취지는 피고인은 하나의 행위를 하였는데 그것이 여러 형벌법규에 해당되는 경우는 가장 중한 형벌법규를 적용한다는 취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상판결과 같이 상해를 수단으로 한 공갈행위가 과연 하나의 행위가 수개의 형벌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수개의 행위로 수개의 형벌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할 것인지를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강간 목적으로 피해자를 차에 태워 감금하고 강간을 한 경우 감금죄와 강간죄가 상상적 경합의 관계(대법원 1983.4.26. 선고 83도323 판결)에 있는 것과 대상판결은 구별된다. 이 판결의 경우는 감금과 강간죄의 두 행위가 시간적, 장소적으로 중복되고 감금행위 그 자체가 강간의 수단인 폭행행위를 이루고 있는 경우로서 중한 형인 강간죄로 처벌을 하는 것이 부당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지만, 상해를 수단으로 한 공갈의 경우를 상상적 경합으로 볼 경우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강도상해죄와 비교해 형벌 부과의 정당성이 없고 상해와 공갈의 법익침해의 결과가 명확히 구분된다는 점에서 이를 상상적 경합으로 처리하는 것이 정당한 형벌의 적용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상해가 아무리 공갈의 수단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더라도 실체적 경합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본다.
2008-03-13
자진출석한 참고인에 대한 불법한 긴급체포
I. 사실관계 및 쟁점 위증교사, 위조증거사용죄로 기소된 피고인 변호사 甲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되자 당시 공판검사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한 후 위 무죄가 선고된 공소사실에 대한 보완수사를 한다며 甲의 변호사사무실 사무장이던 피고인 乙에게 검사실로 출석하라고 요구하였다. 乙이 자진출석하자 검사는 참고인 조사를 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위증 및 위증교사 혐의로 피의자신문조서를 받기 시작하였고, 이에 乙은 인적사항만을 진술한 후 검사의 승낙 하에 甲에게 전화를 하여 자신을 데리고 나가달라고 요청하였다. 더 이상의 조사가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사이 甲이 찾아와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乙에게 여기서 나가라고 지시하고 이에 乙이 검사실을 나가려 하자 검사는 乙에게 “지금부터 긴급체포하겠다”고 말하면서 乙의 퇴거를 제지하려 하였고, 甲은 乙에게 계속 나가라고 지시하면서 乙을 검사와 검찰계장을 몸으로 밀어 이를 제지하여 수사업무를 방해함과 동시에 검사에게 좌측팔꿈치 좌상 등을 가하였다. 요컨대 이 사건은 자진출석한 참고인에 대하여 피의자신문을 행하려는 수사기관의 기도를 참고인이 거부하고 바로 퇴거하려고 시도하자 수사기관이 이를 실력으로 제지하고, 이에 참고인이 저항한 사건이다. 대상판결은 자진출석한 참고인에 대한 검사의 긴급체포는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제1항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으므로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라 불법한 긴급체포이며, 따라서 피고인의 상해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은 참고인에 대한 긴급체포의 남용을 통제하려는 법원의 강한 의지가 드러난 선도적 판결인 바, 학계와 실무계 모두에서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II. 참고인조사의 의미 및 긴급체포의 요건과 판단기준 형사소송법상 참고인조사는 수사기관이 수사에 필요한 때 가능하다(제221조). 그런데 참고인조사는 피의자가 아니며, 참고인조사를 거부하더라도 과태료 부과나 구인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참고인조사가 ‘임의수사’임은 명백하다. 한편 긴급체포는 ①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② 통상체포보다 엄격한 사유,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라는 구속사유가 있어야 하며, ③ 긴급을 요하여 지방법원판사의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을 것 등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제200조의 3 제1항).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었는지 여부는 “사후에 밝혀진 사정을 기초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 등 수사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으나, “긴급체포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서도 그 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는 그 체포는 위법한 체포이다(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0도5701 판결). III. 사안분석 1. 범죄혐의의 상당성 먼저 긴급체포를 하려면 피의자에 대한 범죄혐의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학계 일부에는 체포는 구속과 구별된다는 이유로 긴급체포의 ‘상당한 이유’ 요건을 완화하려는 입장을 제기하기도 하지만[임동규, 형사소송법(제3판, 2004), 172면; 정웅석, 형사소송법 (제2판, 2005), 192면], 형사소송법상 체포와 구속의 요건 모두 ‘상당한 이유’라는 동일한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 특히 긴급체포의 경우 그 요건에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라는 구속사유를 포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자면, 긴급체포에서 요구되는 범죄혐의의 ‘상당성’은 구속의 경우와 같은 수준의 상당성, 즉 무죄의 추정을 깨뜨릴 정도의 충분한 객관적·합리적 혐의, 죄를 범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의미한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 사무장 乙은 참고인 조사를 받는 줄 알고 검찰청에 자진출석하였는데 예상과는 달리 갑자기 피의자로 조사한다고 하므로 임의수사에 의한 협조를 거부하였고, 자신에 대한 위증 및 위증교사 혐의에 대하여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귀가를 요구하였다. 이 경우 검사가 변호사 甲이 위증교사를 범하였고 乙은 甲의 사무장으로서 위증교사의 공범일 것이라는 ‘주관적 혐의’를 가지고 있었음은 사실이겠으나, 위증교사로 기소된 甲에 대하여 이미 무죄가 선고되었고, 긴급체포 당시 乙에 대한 조사 자체가 이루어지지도 아니하였으므로 乙의 범죄혐의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존재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2. 체포의 필요성 다음으로 乙은 수사기관의 소환에 응하여 수사기관에 자진출석하였고,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이라는 안정적 직장에 근무하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甲에게 이미 무죄가 선고되었으므로 乙이 자신의 행위가 유죄판결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으로는 보기 힘들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乙이 조사를 거부하면서 퇴거를 요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乙은 이미 甲의 위증교사 사건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을 당시 위증교사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고, 甲은 위증교사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점, 또한 검사가 乙을 긴급체포한 이후에 별다른 조사 없이 혐의를 부인하는 내용의 피의자신문조서만을 받은 채 기소하였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乙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었다고도 보기 힘들다. 3. 체포의 긴급성 마지막으로 설사 검사가 乙을 소환하기 이전에 위 범죄혐의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경우에는 애초에 통상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조사하거나, 乙을 피의자신분으로 소환하고 소환에 불응하면 통상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조사했어야 하므로 참고인조사의 형식을 빌려 영장주의의 요청을 회피하고 피의자신병을 확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긴급체포에서 긴급을 요한다고 함은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등과 같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형소법 200조의3 제1항 후단)를 말하는 바, 당해 사안은 이러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4. 소결 따라서 검사가 피고인 乙의 긴급체포는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며 오히려 불법체포·감금죄(형법 제124조)에 해당하며, 임의출석한 乙과 그의 사용인인 甲이 검사에 대하여 이를 거부하는 방법으로써 폭행을 하였다고 하여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형법 제136조가 규정하는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고,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에도 실력으로 수사기관에 자진출석한 자를 체포하는 것에 대하여 자진출석한 자가 이를 거부하는 방법으로 검사나 사법경찰관에 대하여 폭행을 하였다고 하여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대법원 1994. 10. 25. 선고 94도2283 판결, 2000. 7. 4. 선고 99도4341 판결 등 참조). IV. 유사사례와의 비교―임의출석한 고소인에 대한 임의조사 후 행한 긴급체포 이상과 같은 대상판결의 사정(射程)범위와 관련하여 유사한 판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1998. 7. 6. 선고 98도785 판결이 그 예인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고소한 피의사건에 대하여 고소인 자격으로 피고소인과 대질조사를 받고 나서 조서에 무인하기를 거부하자 수사검사가 무고혐의가 인정된다면서 무고죄로 인지하여 조사를 하겠다고 하였고, 이에 피고인이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하면서 가방을 들고 일어나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검사는 범죄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 선임권, 변명할 기회를 준 후에 피고인을 긴급체포하였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검사의 행위는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춘 정당한 공무집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참고인이 조사를 받기 전에 퇴거를 요구한 평석대상판결의 사실관계와 달리, 98도785 판결에서 피의자는 임의출석의 형식에 의하여 수사기관에 자진 출석한 후 조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피의자가 장기 3년 이상의 범죄를 범하였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드러나고, 수사기관이 영장을 청구할 경우에는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생긴다고 객관적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자진출석한 피의자에 대해서도 긴급체포가 가능함을 밝힌 것이다. 임의출석한 참고인이나 고소인에 대한 긴급체포의 적법성 판단이 긴급체포가 조사 이전에 행해졌는지 또는 이후에 행해졌는지의 차이에 따라 기계적으로 이루질 수는 없다. 그렇지만 전자의 경우 긴급체포가 불법하다는 개연성이 높아진다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V. 맺음말―임의조사·수사를 긴급체포의 전(前)단계로 활용하려는 수사실무에 대한 통제 강화 현행법상 검사가 행한 긴급체포에 대해서는 아무런 사후 승인절차가 없고, 사법경찰관이 행한 긴급체포의 경우는 사후 즉시 검사의 승인만 받게 되어 있는바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48시간 동안은 법원의 어떠한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무영장체포가 수사기관에게 보장되어 있다. 즉, 긴급체포가 피의자의 구속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상, 긴급체포 후 ‘48시간+판사의 구속영장발부의 결정기간’ 동안에는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는 수사기관에게 완전히 맡겨져 버리고 만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긴급체포는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사실무에서는 피의자가 출석요구 등 수사절차에 응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긴급체포를 행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현행법상 긴급체포에 대해서는 ‘사후체포영장’을 통하여 그 정당성이 추인될 필요가 없는 바, 현재로는 긴급체포의 범죄의 중대성, 신병확보의 필요성 및 긴급성 등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긴급체포의 남용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긴급체포에서 범죄혐의의 상당성, 체포의 필요성과 긴급성을 엄격하고 세밀하게 해석하고 있는 평석대상판결의 입장은 임의수사를 긴급체포의 전(前)단계로 활용하는 수사실무에 제동을 건 중요한 판결로서 향후 수사실무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 판결을 계기로 체포영장이 발부되지 않는 참고인이나 고소인에게 임의출석을 요청한 후 출석하면 피의자신문을 개시하고 이를 거부하면 바로 긴급체포하는 관행은 사라져갈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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