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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정법학회 행정판례평석] ⑨ 행정처분의 이유제시와 하자의 치유
불법에 가담한 원장에게도 책임을 묻고 있는 대상판결은 그 방향성 측면에서 타당하고 의미가 적지 않다. 다만, 이유제시의 하자에 대한 판단은 법리적 관점에서 정치성이 아쉬워 보인다. 이러한 논리적 불완전함은 치유 규정의 미비에도 기인함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입법론적으로 조사 시기나 자료수집의 한계가 존재하고 그럼에도 처분을 늦출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제1심 변론 종결 시까지 처분 근거의 보완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I. 사실관계 원고들 6인은 사립유치원의 각 원장이며, 모든 유치원은 설립자 1인에게 귀속되어 있다. 피고(부산광역시 교육감)는 2017. 2. 감사를 통해 2014∼2016년 원장들이 거액의 비자금을 설립자의 계좌로 전달한 정황을 확인한 후, 2017. 3. 설립자와는 별도로 원고들에게 다음 각호의 처분을 하였다(이하, 사안을 단순화함). 1. 방과 후 과정 운영비를 학부모에게 환불할 것 2. 정원 외 원아 운영으로 수령한 지원금을 교육청에 반환할 것 3. 미지급된 보결수당을 해당교원에게 환불할 것 4. 직원(설립자의 친인척)에게 부적절하게 지급한 금액을 교비회계로 회수할 것 5. 허위 또는 과다 회계서류를 작성하여 주거래업체로부터 부당하게 수령한 금액을 교비회계로 회수할 것 (항소심은 1∼5 모두 위법, 상고심은 1∼2는 위법, 3∼5는 적법으로 판단함) II. 대법원판결의 요지 원심(항소심)은 피고가 처분 시 총액만 제시하였고 금액 산정의 자료가 부족한 경우 추정을 가미하여 공백을 메우는 방식을 사용하는 등,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절차적 위법으로 보았다. 이에 반해 대법원은 “원고들이 그 산정방식 등을 충분히 알 수 있어서 불복하는 데에 별다른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처분의 근거와 이유제시가 불충분하여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 추산의 방식으로 위반 금액을 특정하였다는 사정은 그 액수의 타당성 등에 관한 실체적 위법 사유에 해당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에 따른 위반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원심은 설립자가 자발적으로 응하지 않을 경우 원고들에 대한 시정명령은 이행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설립자에 대한 처분으로 족하다는 점에서 위법하다고 보았다. 이에 반해 대법원은 “교비회계에 속하여야 할 수입이 결과적으로 설립자에게 귀속되었다고 하여 그 결과를 초래한 원장의 교비회계 관리 업무가 소멸되지는 않는다.… 설립자에 대한 시정명령으로 원장에 대한 시정명령이 실익이 없거나 법령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III. 대상판결의 평석 1. 이 사건 판결의 의미 일반적으로 조세사건에서는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서 형식적 명의자의 경우 구제를 해주는 것이 대법원의 기본입장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명의자인 유치원 원장이 불법에 적극 가담하였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항소심에서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점에 비추어, 종래의 판례는 설립자에게만 책임을 물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 말미암아 과거 양자의 관계는 종속성이 강할 수밖에 없었으나, 이 판결을 계기로 어느 정도 대등해짐으로써 유치원의 회계는 더욱 투명해질 것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시정명령의 대상에서 원장을 제외할 경우 불법 편취의 관행이 더욱 만연될 수 있음을 고려한 대법원의 판결은 의미가 크고 타당하다. 다만, 처분의 절차적 위법이 명확해 보임에도 적법하다고 결론지은 것은, 다분히 방향성 제시의 필요에 의한 정책적인 판단이라 평가할 수 있을듯 하다. 이하에서는 논제에 따라서 절차 하자의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2. 행정절차로서 이유제시제도와 하자에 대한 판례의 기본입장 처분의 이유(제시)는 “이유제시 사후추완”과 “처분 사유 추가변경”의 문제영역에서 공통분모에 해당한다. 이는 절차법과 실체법의 경계영역에 위치하며, 법도그마적 관심뿐만 아니라 실무상으로 중요성을 띠고 있다. 이유제시의 절차적 하자와 실체적 하자가 결합하는 경우도 충분히 상정 가능하나 본 판결은 전자와 관련된다. 불이익 처분에 대한 이유제시는 법치국가의 본질적 요소이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은 처분에 있어 근거와 이유가 제시되어야 함을 예정하고 있다. 다만 이유제시의 정도, 하자가 있는 경우 치유가 가능한지 여부,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시기는 언제까지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 판례는 처분이 실체적으로 적법하여도 절차의 하자만으로 취소되는 것으로 보는 한편, 이유제시 하자의 치유는 행정쟁송제시 전까지로 제한함으로써, 판례가 행정절차를 중시한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인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현실과 부합하지 않으며 오히려 대법원이 행정절차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음을 본 판결에서 엿볼 수 있다. 3. 절차적 하자에 대한 비교법적 검토 절차의 하자로 위법하게 된 처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는 각국의 법체계마다 상이하다. 독일의 경우 실체적으로 올바른 결정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는 사고에 기초하고 있다. 그 결정에 도달하는 방법과 형태는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법원은 우선적으로 행정청이 헌법과 수권 규범상의 내용을 준수하였는지를 심사한다. 독일 행정절차법상 절차의 하자는 사실심의 변론 종결 시까지 치유될 수 있고(제45조 제2항), - 더 나아가 치유되지 않거나 치유가 불가능한 경우에도 - 종국적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는 것이 명백할 경우에는 절차의 위반만을 이유로 한 취소를 인정하지 않는다(제46조). 다만, 절대적 절차 하자는 행정절차법 제46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예컨대, 환경영향평가 실시되지 않았고 치유되지 않은 경우, 사안 결정에 영향을 주었는지와는 무관하게 취소청구권이 존재한다(환경권리구제법 제4조 제1항). 이와 함께, 치유로 말미암아 인용되지 못해 발생한 손해는 행정청 측에서 부담토록 하여 행정능률 및 소송경제와 권리구제의 균형을 일정부분 도모하고 있다(행정절차법 제80조 제1항, 행정법원법 제155조 제4항, 제161조 제2항). 이에 반해 미국의 경우 절차를 통해 정의를 추구하며, 권리보호는 실체법보다는 권한 행사 때 요구되는 절차적 사항을 통해 실현된다는 특징이 있다. 즉, 수권 규범에는 행정청이 유념하여야 할 실체적 요구사항들이 거의 담겨져 있지 않으므로, 결국 행정 결정에 대한 법원의 감독은 내용에 대한 적법성 심사가 아니라 절차의 엄격한 통제에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실은 어느 법체계에서도 절차법과 실체법 양자에 대한 통제를 동시에 극대화하기는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에서는 인과관계의 요소를 고려하여 절차상의 하자가 없었더라도 계쟁 처분이 달라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명백히 존재할 때에는 권리 침해가 인정되지 않으며, 다만 그 입증책임은 행정청이나 법원이 부담해야 한다고 본다[유럽사법재판소 2020.5.20.(C-535/18): 2013.11.7(C-72/12) 참조]. 이는 독일의 입장과 괘를 같이 하는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4. 절차적 하자에 대한 이 사건 판결의 평가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산출 근거를 누락함은 물론이고 몇몇 항목은 추산에 의한 방식으로 총액만을 제시한 처분에 이유제시의 하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수긍키 어려우며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물론 대법원의 이와 같은 접근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만일 이유제시의 하자를 인정하고 절차적 위법만을 이유로 처분을 취소할 경우 소멸시효의 문제에 직면한다. 지방재정법상 금전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며 이는 부정수급액을 지급한 때부터 진행한다는 점이다. 즉, 반환명령일을 기준으로 이미 시효가 지난 경우 회수가 불가능하게 된다. 사정판결의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물론 절차의 하자가 종국적 처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명백히 인정될 경우에는 이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서만 처분의 취소를 구하지 못한다는 논리에 입각하여 결정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판례가 절차하자의 독자적 위법성을 인정하고 행정절차를 중시한다는 인식이 정착되어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이에 배치되는 결정을 내리기도 어려웠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근래 불충분한 이유제시가 문제 된 대표적 사안에서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조치의 의미를 알 수 있어서 불복에 별다른 지장이 없었으므로 처분의 이유제시 의무를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판지를 이어오고 있다(2007두20348: 2019두49359). 즉, 하자를 인정한 후 치유의 문제로 해결하는 대신, 아예 이유제시 하자의 위법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회수조치 시 총액만을 제시하였음에도 위 2007두20348판결을 인용하며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단정하였다. 이러한 상투적 논리라면 그 어떠한 처분도 이유제시에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적법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이와 같은 법리구성이 적절하지 않음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의 입법 취지를 살려서 절차의 하자가 있음을 전제하고, 치유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올바르다. 즉, 본 사안에서는 제1심 변론 중반 이후 산출 근거가 제시되었으므로, 이유제시의 하자를 인정한 후 - 추완된 자료가 적정하다는 전제하에 - 그 하자가 치유되었다고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유제시 하자의 치유 시기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은 82누420판결 이후로 행정쟁송제기시까지인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이에 따를 경우 이 사건에서 치유는 불가능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하자의 치유 시기를 쟁송제기시까지로 하는 것이 모든 사안에서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행정청이 이유제시를 위한 자료확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 사건의 경우 편취금액의 항목이 다양하고 수십억에 이르는 등 사안이 복잡하여 산출 근거를 위한 처분청의 조사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반면 소송단계에서 법원이 증거를 보강하는 것은 용이하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소멸시효의 문제 등을 감안할 때 처분을 마냥 방치해 둘 수도 없다. 지출된 총액만을 기재하여 불가피하게 한 번에 처분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안에서는 소송 과정에서도 치유를 인정함으로써 그 시기를 늦추어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 경우 소송의 어느 단계까지 허용할 것인가가 문제 된다. 이와 관련하여 독일처럼 절차 하자의 치유 시기를 사실심의 변론 종결 시까지를 하나의 대안으로 상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항소심 단계에서도 이유제시를 허용하자는 것인데 소송경제 또는 행정능률의 측면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1심부터 심리가 충실히 되어 당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1심의 변론 종결 시까지가 적절하다고 보인다. IV. 맺음말 “니 죄를 네가 알렸다!”라는 원님재판이 떠올려진다. 이 사건 대법원판결을 이에 비교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무엇보다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은 별개로서 상호 구분되는 것이 마땅하다. 일벌백계의 명목으로 추산방식으로 총액만 기재한 행정처분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유제시의 하자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절차의 하자를 인정하고 치유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논리적, 법리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이 사건에서 절차 하자에 대한 대법원의 무리한 해석은 하자의 치유에 대한 명문 규정이 흠결된 점에 기인하였다고도 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입법적인 해결이 바람직하다. 치유 시기를 - 1심 변론 종결 시까지로 - 늦추는 한편, 치유로 패소한 원고의 손해는 피고가 부담하게 하는 보완이 필요하다. 이로써 일회적 분쟁 해결의 절차경제와 권리구제의 양 이념이 다소간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단서에, 이유제시를 위한 자료수집이 어렵고, 그럼에도 처분을 해야 할 부득이한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 1심의 변론 종결 시까지 보완하여 제출 가능하다는 규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요컨대, 추산에 의한 처분으로 불가피하게 소송에 휘말리지 않도록 -법 위반의 정도와 비난 가능성의 경중을 떠나서- 행정청은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에 관한 법적 분쟁의 판단에서도 법원 역시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이상학 교수(대구대 법학부)
이상학 교수(대구대 법학부)
2023-11-26
노동·근로
행정사건
[한국행정법학회 행정판례평석] ④ 경고의 처분성과 법률유보의 원칙
경고이든 불문경고이든 상대방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면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처분은 작용규범에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이 사건 경고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부분은 타당하다. 그러나 「검찰청법」의 일반적인 지휘·감독에 관한 규정은 이 사건 경고의 작용규범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 규정을 이 사건 경고의 법적 근거로 인정한 부분은 문제가 있다. Ⅰ. 사실관계 1.원고는 2005. 2.경 검사로 임용되어 2015. 8.경부터 2018. 2.경까지 OO지방검찰청에서 근무하였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2017. 10.경부터 2017. 11.경까지 위 지방검찰청에 대하여 ‘2016. 10.경부터 2017. 10.경까지’를 감사대상기간으로 하는 2017년도 통합사무감사를 실시하였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2017. 11.경 원고에게 이의신청 기회를 부여한 다음, 2017. 12.경 원고에게 21건의 지적사항 및 이에 대한 평정 결과(벌점 합계 10.5점)를 통보하였다. 이를 기초로 검찰총장은 원고가 21건의 수사사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하여 검사로서 직무를 태만히 한 과오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2018. 1. 18. 원고에게 경고장을 송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경고’라 한다). 2. 원고는 2018. 1. 29. 대검찰청 감찰본부에 다시 지적사항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였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2018. 2.경 21건의 지적사항 중 2건의 지적사항에 대하여는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이 부분에 대한 지적사항을 취소하고, 나머지 19건의 지적사항에 대한 이의신청은 기각하였으며, 지적사항 19건에 대한 벌점을 합계 11점으로 정정하였다. 3. 원고는 검찰총장을 피고로 하여 이 사건 경고에 대하여 항고소송(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경고는 그 자체로 어떠한 법률상 효과를 발생시키지 않고 단지 사실상 또는 간접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본안 전 항변을 하는 한편, 이 사건 경고는 그 사유가 존재하고 피고의 재량 범위 내에서 행해진 것으로서 적법하다고 주장하였다. Ⅱ. 대법원 판결 요지 1.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 함은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특정 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일반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지만, 어떠한 처분의 근거나 법적인 효과가 행정규칙에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처분이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에 의하여 상대방에게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적인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그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면, 이 경우에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2. 검찰총장이 사무검사 및 사건평정을 기초로 「대검찰청 자체감사규정 (대검찰청훈령)」 제23조 제3항, 「검찰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 처리지침 (대검찰청예규)」 제4조 제2항 제2호 등에 근거하여 검사에 대하여 하는 경고는 일정한 서식에 따라 검사에게 개별 통지를 하고,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 검사가 검찰총장의 경고를 받으면 1년 이상 감찰관리 대상자로 선정되어 특별관리를 받을 수 있고, 경고를 받은 사실이 인사자료로 활용되어 복무평정, 직무성과급 지급, 승진·전보인사에서도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향후 다른 징계사유로 징계처분을 받게 될 경우에 징계양정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검사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보아야 한다. 3. 검찰총장의 경고는 「검사징계법」에 따른 징계처분이 아니라 「검찰청법」 제7조 제1항, 제12조 제2항에 근거하여 검사에 대한 직무감독권을 행사하는 작용에 해당하므로, 검사의 직무상 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하지 않아 「검사징계법」에 따른 징계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징계처분보다 낮은 수준의 감독조치로서 경고를 할 수 있고, 법원은 그것이 직무감독권자에게 주어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Ⅲ. 대법원 판결의 쟁점 1. 항고소송의 대상적격 항고소송의 대상적격은 본안전 판단사항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 즉, 처분성 유무에 관한 문제인바, 행정소송법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대하여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참조).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행정청의 어떤 행위를 처분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는 추상적, 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 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령의 내용 및 취지와 그 행위가 주체·내용·형식·절차 등에 있어서 어느 정도로 행정처분으로서의 성립 내지 효력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 여부,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그리고 법치행정의 원리와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면서(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두4397 판결 등 참조),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 함은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특정 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적인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그 상대방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보았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두3532 판결 등 참조). 한편, 대법원은 이 사건 경고와 유사한 행정청의 행위와 관련하여, 군수의 불문경고(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두3532 판결 참조)나 금융감독원장의 문책경고(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3두14765 판결 참조)에 대하여는 표창공적의 사용가능성을 소멸시키고 인사기록카드에 등재되어 표창 대상자에서 제외되거나 임원이나 대표자 선임에서 제외되는 효과 등이 있다는 이유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는 반면, 금융감독원장의 문책경고(상당)(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3두10312 판결 참조), 교육장의 경고(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3두13687 판결 참조), 장관의 경고(대법원 1991. 11. 12. 선고 91누2700 판결 참조) 등에 대하여는 경고사실이 인사기록부에 기록·유지됨으로 인하여 다른 기관에 취업함에 있어 지장을 받는 불이익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사실상의 불이익에 불과하다거나 경고를 받은 자에게 상위권 평점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사실상 또는 간접적인 효과에 불과하다는 이유 등으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 아니라고 보았다. 그런데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는 이 사건 경고를 받으면 감찰관리 대상자로 선정되어 특별관리를 받을 수 있고, 인사자료로 활용되어 승진·전보 인사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향후 다른 징계양정에서도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이 사건 경고를 받은 자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생각건대, 경고, 불문경고, 문책경고 등은 그 명칭에 불구하고 모두 행정처분으로 인식될 정도의 외형을 갖추고 있고, 징계에는 해당되나 다른 사유를 감안하거나, 징계를 표창 등을 이유로 감경하거나, 과오는 인정되나 징계를 할 정도에는 이르지 않는 경우 등에 하는 행정청의 행위이다. 그러므로 그 영향에 있어서 향후 인사 상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면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에 대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판시는 타당하다. 2. 처분의 근거 가. 처분의 근거와 항고소송의 대상적격 항고소송의 대상적격은 본안 심리에 들어가기 전에 행정청의 어떠한 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문제이고, 처분의 근거 등 처분의 적법성은 해당 처분에 대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적격이 인정된 후에 본안에 들어가서 판단할 문제이다. 그래서 어떠한 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그 처분 근거의 적법 여부는 별개의 문제로서 관계가 없다(김용섭, “2021년 행정법(Ⅰ) 중요판례평석”, 인권과 정의 통권 제504호, 2022, 83면; 김중권, “불문경고조치의 법적 성질과 관련한 문제점에 관한 소고”, 인권과 정의 통권 제336호, 2004, 133면 참조). 그런데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어떠한 처분의 근거나 법적인 효과가 행정규칙에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처분이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에 의하여 상대방에게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적인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그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본안 전 판단 사항인 항고소송의 대상적격과 본안 판단 사항인 처분의 근거는 별개의 문제로 관계가 없는데도 이들을 결부시킨 것은 문제가 있고, 처분의 근거가 행정규칙에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설시한 것은 법률유보의 원칙과 관련하여 문제가 있다. 나. 처분의 근거와 법률유보의 원칙 법률유보의 원칙이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와 그 밖에 국민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행정작용은 법률에 근거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행정기본법 제8조 참조). 여기서 행정작용의 권한을 수권하는 법률로는 조직규범만으로는 부족하고 작용규범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3두14765 판결 참조). 이러한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반된 처분은 위법하다. 그런데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이 사건 경고를 「검찰청법」 제7조 제1항 및 제12조 제2항에 근거하여 검사에 대한 직무감독권을 행사하는 작용에 해당한다고 봄으로써 위 「검찰청법」의 규정을 이 사건 경고의 법적 근거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위 규정은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행하는 일반적인 지휘·감독에 관한 규정으로, 이 사건 경고에 대한 작용법적 근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위 규정을 이 사건 경고의 법적 근거로 인정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판시 부분은 문제가 있다. Ⅳ. 맺음말 경고이든 불문경고이든 그것으로 인하여 상대방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이 사건 경고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부분은 타당하다. 그러나 「검찰청법」의 일반적인 지휘·감독에 관한 규정은 이 사건 경고에 대한 작용규범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위 규정을 이 사건 경고에 대한 작용법적 근거로 인정한 부분은 특별권력관계론에 따른 법률유보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염두에 둔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나, 위 원칙에 대한 심리가 미진했다는 비판은 면할 수 없다. 입법론적으로 본다면 이 사건 경고와 같이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정작용에 대하여는 그에 대한 명확한 작용법적 근거를 법률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철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경고처분
검사징계
대검찰청
직무상위반
이철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2023-05-28
민사일반
증권발행시장에서의 전문가책임
[사안의 개요] 1. XX이쿼티는 M&A를 목적으로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회사로, 2009년 11월 상장회사인 주식회사 씨모텍의 최대주주로부터 지분과 경영권을 300억원에 매수하였다. XX이쿼티는 인수자금 대부분을 차입금으로 조달하였으나 자본금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공시하였다. XX이쿼티가 씨모텍의 이사회를 장악한 다음 씨모텍은 바로 약 300억원을 유상증자하였고, 다시 유상증자를 계획하여 2011년 1월 약 286억원을 유상증자하였다. 2차 유상증자 직후 씨모텍은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매매거래가 정지되고 상장폐지되었다. 그 과정에서 XX이쿼티의 실제 사주들이 1차 및 2차 유상증자 대금을 포함, 씨모텍의 자산에 대해 거액의 횡령, 배임행위를 하였음이 밝혀졌다. 씨모텍은 기업회생을 신청하였으나 결국 청산되었다. 2. 2차 유상증자 당시 D증권은 증권인수인으로서 증권신고서에 인수인 의견을 작성하였는데, 씨모텍의 최대주주 변경에 따른 경영불안 리스크를 언급하면서 특히 XX이쿼티의 인수자금 조달에 대하여 "전체 300억원에 대해서 30억원 자기자본과 270억원 외부차입금으로 조달하였음. 외부조달자금 270억원은 220억원이 자본금으로 전환되었고, 나머지 50억원에 대해서도 자본금으로 전환할 예정임"이라고 기재하였다. 그런데 XX이쿼티는 외부차입금이 전혀 자본금으로 전환되지 않은 상태였다. 금융감독원은 D증권에 대하여 기업실사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차입금의 자본금 전환여부를 등기부등본 등으로 확인하지 않은 채 관련자의 보고만 믿고 인수인 의견란에 사실과 다르게 기재하였다는 이유로 기관주의 및 과태료 5000만원을 부과하였다. 또한 증권선물위원회는 D증권에 대하여 과징금 4억여원을 부과하였다. [소송의 경과] 1. 2차 유상증자에 참여하였다가 손해를 본 186명은 2011년 10월 D증권을 상대로 증권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하였다. 집단소송에 대한 법원 허가를 거쳐 본안판결이 2020년 2월 27일 대법원에서 확정되었고, 2021년 5월 분배절차가 종료되었다. 2. 법원은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최대주주인 XX이쿼티의 자본금 전환 여부는 투자자들의 투자판단에 영향을 주는 중요사항에 해당한다고 보고, D증권이 법인등기부등본을 확인하지도 아니한 것은 증권인수인으로서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조사를 한 것이 아니라고 하여 D증권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한편, 집단소송으로 청구할 수 있는 총원의 범위는 2차 유상증자에 참여해 씨모텍 주식을 취득하여 매매거래정지일까지 계속 보유한 자로 한정하였다. 손해액은 발행가액(2390원)과 청산금(약 6원)의 차액을 총원의 보유주식수에 곱한 145억원이며, 법원은 손해분담의 공평을 이유로 D증권의 손해배상책임을 총 손해의 10%로 제한하였다. [평석] 1. 사안은 증권사기에 대하여 문지기(gatekeeper) 역할을 담당한 증권회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증권관련 집단소송으로, 실제 위법행위자들의 책임재산이 부족하여 인수인인 증권사에게 책임을 물었다. 거의 10년의 소송 끝에, 법원은 인수인 증권사가 책임이 있다고 하였으나, 286억원 유상증자에 9000여명이 참여한 증권사기에 대하여 인정된 손해액수는 145억원에 불과하고 증권사는 그 중 10%만 책임을 지게 되었다. 2. 이론적으로는 주식발행시장에서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모두 공시되면 투자자들이 이를 읽고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하여 증권사기꾼이나 경제성 없는 회사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투자자들은 스스로 판단을 하지 않고 증권시장의 여러 전문가들에게 기댄다. 재무정보에 대하여는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을, 공모주식의 가치와 위험에 대하여는 인수증권사의 의견을, 채무증권의 상환가능성은 신용평가기관의 신용평가를, 구조화증권의 구조는 법무법인의 법률의견서를 믿고 투자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가들이 발행시장의 문지기(gatekeeper) 역할을 수행하여 증권사기꾼의 시장진입을 사전에 걸러낼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반면, 문지기 역할을 제대로 못한 전문가들에게 지나치게 엄중한 책임을 물으면 전문가의 활동비용을 증가시켜 자본시장을 위축시키게 된다. 대상판결이 D증권에게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책임액수를 손해의 10%로 한정한 것은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한 것이다. 3. 대상판결은 손해배상액의 제한요소로 다음을 들었다. ① 손해의 상당 부분은 XX이쿼티 측의 씨모텍 자산에 대한 대규모 횡령, 배임행위로 인한 것이다. ② D증권이 XX이쿼티 측의 횡령, 배임행위에 관여하거나 알고도 방치한 것은 아니다. D증권이 기업실사 과정에서 주의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어도 손해 전부를 배상케 하는 것은 공평에 반한다. ③ D증권은 증권인수업무의 대가로 수수료 약 4억8000만원을 받기로 했고 씨모텍이 회생절차에 들어가 이 중 약 1억원만을 받았으며, 이 금액을 초과하는 과태료 및 과징금을 냈다. 그런데 D증권의 인수인으로서의 문지기책임은 이 사건 유상증자와 같은 증권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실사를 철저히 하는 것이고 단순히 '인수인의 의견'에 잘못 기재한 책임만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사유는 90%의 책임을 면할 정도는 아니다. 증권사들이 사용하는 인수계약서에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경우 책임을 발행인에게 전가하는 면책약정(indemnification)을 두는데, 상대적 이익비율(발행인의 공모금액과 인수증권사의 수수료수익의 비율)에 따라 책임을 분담하기로 하거나, 인수증권사는 수수료 금액을 한도로 책임을 진다고 정하기도 한다. 미국 SEC와 법원은 이러한 면책약정은 문지기책임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공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본다. 이 점에서 책임감경이유로 D증권의 수수료 수익을 언급한 것은 아쉽다. 또한 D증권의 잘못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것을 감경사유로 인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4. 법원은 다양한 사건에서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소송이나 금융투자상품소송에서는 피해자에게 전혀 과실이 없는데도 또는 위반자의 행위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약한 사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책임 원칙'의 논리로 투자 액수가 크거나 투자대상이 복잡할수록, 위험한 투자대상에 투자할수록 책임제한비율이 커지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피고가 그러한 위험한 투자대상에 투자하도록 원고들을 위법하게 유인한 행위자 아닌가? 자기책임 원칙은 투자자가 애초에 인수하려고 한 위험을 넘어서까지 손해배상을 해 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 인수한다고 인식한 위험의 범위에 대해 피고가 사기를 친 경우에 적용될 것은 아니다. 또한, 증권의 유통구조상 다액의 피해에 불구하고 극히 일부 피해자들만 소를 제기하므로, 지나친 책임제한은 시장참여자들에게 위법행위를 해도 제한된 책임만 진다는 잘못된 인식을 준다. 전문가들에게 적극적으로 문지기 역할을 장려하려면 오히려 징벌적 손해배상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5.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원고들에게는 과실이나 손해방지가 가능한 지위가 전혀 인정되지 않는데도 손해액의 90%를 부담시켰다. 고의의 위법행위자가 별도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D증권에게 손해 전체를 배상하라는 것은 일견 형평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D증권이 부담하지 아니하는 손해는 위법행위자가 아니라 결국 피해자들이 고스란히 부담하는 결과에 비추어 볼 때, D증권의 입장이 아니라 전체의 맥락에서 형평에 대해 고민하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6. 마지막으로, 동일한 주식을 유통시장에서 취득한 자는 자본시장법의 특칙과 집단소송을 이용할 수 없어 배상을 받는 데에 한계가 있다. 사안에서 집단소송의 총원을 2차 유상증자 참여자 중 거래정지일까지 주식을 보유한 자로 한정하였는데, 거래정지일 이전에 주식을 처분한 자는 손해가 없으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그러면 이 주식에 대한 손해는 누가 구할 수 있는가? 법원은 자본시장법 제125조의 특칙을 발행시장 취득자에게 한정하므로(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3다88447판결 등) 전득자는 민법 제750조로 손해배상을 구해야 하는데, 유통시장 취득의 경우 증권신고서를 믿고 거래한 것이 아니어서 인과관계가 부정된다. 그러나 상장법인이 추가로 유상증자를 하는 경우 추가 유상증자분이 상장되면 기존 주식과 구분되지 않고 동일한 가격에 거래되므로, 추가 유상증자를 위한 증권신고서의 부실기재 내용은 해당 종목의 시장가격에 완전히 반영된다. 부실기재 발각 전 부양된 주가에 주식을 취득한 자들은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는 투자자의 지위를 취득한 자로 볼 수도 있다. 전득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하면 위법은 있는데 아무도 배상을 못받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김연미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자본시장법
집단소송
주가조작
씨모텍
증권거래
김연미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2021-12-23
전문직직무
형사일반
영장재판에서의 공무상비밀누설
Ⅰ 판결의 내용 1. 사안의 개요 피고인 A는 법원의 형사수석부장판사이고, 피고인 B와 C는 그 법원의 영장전담판사이다. 2016.4.경부터 소위 정운호 게이트(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정운호와 전·현직 부장판사의 유착 의혹 등)가 불거져 검찰수사가 진행되었다. B, C와 또 다른 영장전담 한모 판사는 2016.5.~8.경 각자의 영장재판기일에 정운호, 전직 부장판사인 최모 변호사, 현직 김모 부장판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청구서 등과 그 수사기록을 검토하였다. 그 검토를 토대로 다음 내용을 포함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수사기록의 해당부분을 직접 복사하여 A에게 보고하였다. 즉, ①"수사기록에 의하면, 수원 사건 관련 최모 변호사가 항소부 배당 전에 보석으로 빼낼 수 있는 재판부 등을 언급하였고...(생략)...보석 확답도 받았으며 보석청구서 접수 당일 담당재판부와 식사한다고 말하였다고 한다. 정운호 중앙 사건 관련해서도 자신은 작업할 줄 아는 변호사라면서 50억원을 요구하였고, 배당 담당직원에게 작업하여 원하는 재판부로 배당한 다음 인사권자를 통해 재판부에 얘기하겠다거나, 관련 부장판사나 주심판사도 잘 알고 지내면서 자주 식사하는 사이라는 말도 하였다고 한다", ②"수사기록에는 최모 변호사와 법원 관계자 사이의 통화내역이 붙어있지 않고, 이모 부장판사와의 문자메시지만 첨부되어 있다...(생략)...", ③"수사기록에 의하면, 최모 변호사의 남편은 대여금고에 보관하고 있던 다액의 현금, 수표, 3만달러, 메모지, USB(9개)를 검찰에 임의로 제출하였고...(생략)...", ④"수사기록에 의하면, 관련자는 차량대금 5,000만원을 포함하여 모두 2억원을 김모 부장판사에게 전달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현재 혐의내용은 합계 2억 1,500만원을 수수한 것인데 계좌추적 결과 현금 2억 5,400만원이 김모 부장 측 계좌에 입금된 사실이 확인된다. 또한 정운호 측의 민사소송 관련하여 정운호 측 담당자는 정운호로부터 담당 재판부에 작업을 다 해놓고 골프접대를 했다는 말을 수회 들었다고 한다" A는 위와 같의 4차례의 보고를 토대로 각 그 다음날 보고서를 작성하여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송부하였다. (위 개요는 공소사실 중 제1심 재판부가 사실로 인정한 부분만을 요약하였음) 2. 판결요지 A, B, C가 공모하여 수사기밀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함으로써 공무상비밀을 누설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제1심 재판부는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다. A와 B, C간 공모를 인정하지 않았고, 또한 그 보고내용이 실질적으로 보호할 가치 있는 공무상비밀에 해당하지 않거나, 사법행정상의 필요에 따른 정당한 직무행위로서의 보고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Ⅱ 검토 1. 이 사건의 쟁점 2016년 부장판·검사 출신 변호사의 고액수임 및 현직 법관에 대한 뇌물수수나 로비의혹 등이 보도되면서 소위 정운호 게이트에 관한 수사가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현직 법관의 연루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고, 이에 법원행정처와 영장전담판사가 부정한 목적으로 수사기록 상의 수사기밀을 공유하는 등 누설했는지 여부가 극렬하게 다투어졌다. 이하에서는, 재판부가 무죄이유로 삼은 부분, 즉 ①피고인들이 보고한 내용이 공무상비밀인가, ②그러한 보고가 직무행위로서 정당한가, ③피고인들간 공모가 인정되는가에 관하여 살펴본다. 재판과정에서 다루어졌던 기타 쟁점들에 대하여는 논외로 한다. 2. 공무상비밀누설 여부 가. 법의 규정 형법 제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당시 A가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수사정보는, 언론에서 이미 보도되었거나 보도예정인 기사와 유사했고, 검찰의 언론브리핑이나 수사담당검사를 통해 파악한 내용과도 유사했으므로,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유지·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보았다. 나아가 A는 법원행정처 차장에게만 보고하였고 그 자료가 법관징계나 언론대응 등의 사법행정 용도로만 이용되었으므로, 그 누설로 수사기능이 위협받는 결과를 초래하지도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나. 비밀의 보호필요성 유무 영장재판은 심리가 비공개로 이루어지고 밀행적으로 처리될 뿐만 아니라 그 발부·기각에 대한 이유도 상세하게 기재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영장재판을 위해 제출된 수사기록상의 정보들은 수사담당자 및 영장전담판사와 그 필수조력자 사이에서만 공유되고 외부에 누설되어서는 아니된다. 일부 녹취자료나 수사상황이 언론에 보도되었거나 보도예정이었더라도, 사적인 취재·추측에 의한 언론보도는 수사기록에서 확인된 공적정보와 그 신뢰가치 면에서 차이가 크다. 또한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 등이 친분을 이용해 수사담당검사로부터 얻어낸 상세한 수사상황 정보는 또다른 공무상비밀누설 행위로 얻어낸 비밀자료일 뿐으로서, 그렇게 사적으로 확보한 정보와 수사기록상 공적정보가 유사하다고 하여 실질적 보호가 불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 수사기록상의 정보는 객관적·일반적으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으로서,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보고서에 담은 수사기밀은 비밀로서의 보호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다. 국가기능의 위협 초래 여부 재판부가 인정했듯이, 이 사건 수사가 진행될 즈음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된 몇몇 보고서에는 수사를 진행하는 검찰과 검찰총장을 압박하는 방안이나 언론의 관심을 법원에서 검찰로 돌리는 방안 및 그 실행을 위한 일부 과격한 표현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수사대상이던 김모 부장판사는 그 즈음 법원행정처 윤리감사실 조사를 통해 수사상황 중 일부를 알게 되어 선제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엿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위 보고서들의 내용대로 수사가 방해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보고서들이 사법행정권의 최고 정점인 법원행정처에서 다수 판사들의 관여하에 작성된 사정 등을 더해보면, 수사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추상적 위험범). 3. 직무상 정당행위 여부 재판부는, B·C의 보고와 A의 보고는 그 목적과 단계를 달리하는 별개의 직무행위로서 각기 정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즉,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던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A는 형사수석부장판사로서 사건의 경위와 실체를 신속·정확히 파악하여 법원행정처에 보고할 필요가 있었고, B와 C는 A의 요구에 응하거나 통상적인 예에 따라 사법행정사무의 일환으로 주요내용을 보고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각종 법원예규와 지침은 법관 비위 등과 관련한 중요사항을 상급 사법행정기관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중요사건의 접수와 종국보고에 관한 예규(2018년 폐지)’는 법관 등 관련사건에서 구속영장이나 압수수색영장이 ‘처리되어 종국된 경우’ 그 사건의 요지 등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었다. 사정이 위와 같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보고의 범위와 내용이라고 할 것이다. 수사의 밀행성이나 영장재판의 비공개 및 재판의 독립 등의 견지에서 그 보고는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더구나 법원행정처 차장 등도 모두 현직 법관 신분인 점을 고려하면, 법관비위에 대한 수사상황은 그 비밀보장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 이 사건 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보고한 내용은 사법행정사무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들의 보고에는 관련자의 자세한 진술내용이나 증거의 내용, 그 확보상황 등까지 포함되어 있고 수사기록의 해당부분이 복사첨부까지 되어있다. 이러한 내용은 사법행정상의 보고와는 무관한 내용임이 명백하다. 나아가 위 예규의 ‘처리되어 종국된 경우’ 규정과 관련하여, 피고인들의 보고시점이 적절했는지에 관하여도 의문이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보고행위는 사법행정상의 직무행위를 일탈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한 것이다. 4. 공범 성립 여부 재판부는, 공소장의 ①법원행정처의 의도(수사기밀을 빼내어 수사 무마 및 검찰 압박 등), ②A의 의도(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수사기밀을 수집하여 보고), ③A의 지시에 따른 B와 C의 승낙이라는 각각의 사실과 그 연결고리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즉 법관비위에 관한 사항은 사법행정담당자가 관련내용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해야 하므로, 수석부장인 A는 그 의무를 이행했을 뿐이고, B와 C도 통상적인 예에 따라 해당법원의 공보업무 등의 책임자인 A에게 주요사항을 보고했을 뿐이라고 강조하였다. B와 C는 자신들의 보고를 토대로 A가 법원행정처에 순차 보고하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위 인정사실에 따르면, B와 C로서는 A에게 보고된 내용이 법원행정처에 순차 보고되는 것을 사전에 전제했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의 각종 예규와 지침에 따라 수석부장은 사법행정상 중요사건에 관하여 대법원장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고, 피고인들은 그러한 사법행정상의 보고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B, C는 자신들이 A에게 먼저 보고하고, 이를 토대로 A가 법원행정처에 순차보고하는 것에 대한 공모에 가담했다고 볼 수도 있다. 재판부는, 위와 같이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한 A, B, C 3인의 공모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무상비밀누설죄가 목적범이 아닌 이상, 검찰수사의 무마·압박 등의 ‘의도’와는 별론, 수사기록 상의 비밀을 순차 보고하는 방식으로 그 누설자체를 공모했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이 필요하다. 또한 3인의 공모 대신에 A와 B, A와 C간의 2인 공모 여부도 검토되어야 한다. Ⅲ 결론 제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보고가 통상적인 예에 따른 사법행정상의 정당한 직무보고라고 보았지만, 쉽사리 동의할 수 없다. 재판내용에 관한 사법행정상의 보고는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수사의 밀행성이 요구되는 영장재판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기 때문이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심리를 통해 정의와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는 결론이 도출되기를 희망한다. 최창석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방법원)
신광렬
공무상비밀누설
조의연
성창호
부장판사
최창석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04-02
형사일반
대출의 기회를 대가로 볼 수 있는가?
Ⅰ. 사실관계 피고인은 수입이 없어 생활비가 필요하여 인터넷으로 여러 군데 대출상담을 받았지만 대부분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던 중 피고인은 팀장이라는 사람에게서 대출이 필요한지 물어보는 전화를 받았다. 팀장은 "대출을 받으려면 심사를 받아야 하고, 대출심사를 통해 대출을 받으려면 가공으로라도 입출금내역 거래실적을 만들어서 신용한도를 높여야 하며, 대출이자를 자동이체할 수 있는 계좌도 필요하므로 주민등록 등본, 통장 사본, 신분증 사본, 체크카드를 퀵서비스를 통해 보내라"고 요구하였고, 피고인은 바로 그날 피고인 명의의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 등을 송부하였다. 피고인은 다음날 인터넷 뱅킹을 통해 자신 명의 은행 계좌로 자신이 알지 못하는 입출금 거래내역이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이는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송금한 금원으로, 범죄조직이 입금 즉시 출금한 것이었다. 그러나 피고인은 팀장에게서 거래실적을 늘리는 것이라는 설명을 듣자 별다른 이의 없이 대출이 되기를 기다렸다. 이후 팀장에게서 더 이상 연락을 받지 못한 채 피해자의 신고로 해당 계좌가 거래 정지되었고, 피고인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로 기소되었다.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공소사실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① 피고인이 대출과정에서 체크카드가 필요하다는 팀장이라는 사람의 거짓말에 속아 체크카드를 교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인이 팀장이라는 사람에게서 "피고인의 계좌 거래실적을 늘리기 위해 가공의 입출금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대출받을 기회를 얻을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피고인의 계좌에 대한 자유로운 사용권한을 넘겨준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제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Ⅱ. 판결이유 전자금융거래법은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여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으로(제1조)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제6조 제3항 제2호), 이를 위반하여 접근매체를 대여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다(제49조 제4항 제2호).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에서 정한 ‘접근매체의 대여’란 대가를 수수·요구또는 약속하면서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감독 없이 접근매체를 사용해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접근매체를 빌려주는 행위를 말하고(대법원 2017. 8. 18. 선고 2016도8957 판결 참조), ‘대가’란 접근매체의 대여에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경제적 이익을 말한다. 피고인은 대출받을 기회를 얻기로 약속하면서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감독 없이 접근매체를 사용해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접근매체를 빌려주었고, 피고인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대출받을 기회를 얻은 것은 접근매체의 대여와 대응하는 관계, 즉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Ⅲ. 평석 1. 보이스피싱 범죄의 특성 보이스피싱범죄는 철저히 고도화된 분업으로 완성되는 범죄다. 국내총책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할 대포통장의 계좌와 체크카드를 모집하여, 계좌가 준비되면 중국 등에 본거지를 둔 해외총책이 피해자들을 전화로 기망, 협박하여 대포통장 계좌로 금원을 이체하도록 한다. 이들은 계좌의 돈을 체크카드, 비밀번호 등 인출 수단을 이용해 ATM기에서 인출하여 현금으로 만든 후 허공으로 사라진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는 줄도 모른 채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여 처벌받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범죄 조직들은 보이스피싱으로 편취, 탈취한 금원을 수중에 넣기 위한 계좌를 확보하기 위해 구직자나 대출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접근하여 마치 정상적인 대출회수 업무나 대출과정의 일부인 것처럼 교묘하게 기망하면서 계좌와 인출수단을 받아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들이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있고 흔적을 남기지 않아 총책의 검거에 실패하면, 체크카드와 계좌를 넘긴 사람들만 검거되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로 중하게 처벌된다. 대상판결 역시 범죄조직에 기망 당해 대출을 받기 위해 체크카드를 교부한 피고인에 대해 ‘피고인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대출받을 기회를 얻은 것’이 접근매체의 대여와 대응하는 관계, 즉 대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대상판결에 대한 반박 전자거래금융법 제6조 제3항 제2호에서는 대가를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하고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의 행위에 대해 전자거래금융법 위반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범죄의 구성요건의 일부를 이루는 ‘대가관계의 존재’에 대한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 대상판결은 ‘대가’를 접근매체의 대여에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경제적 이익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출의 기회’를 재산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지, 그리고 ‘대출의 기회’가 양의 재산적 가치를 갖는 ‘경제적 이익’이라는 것을 어떻게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로 증명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남는다. 여기서 대상판결의 사안에 난점이 있다. 어떤 행위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자체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든지, 아니면 그 반대급부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판례 상으로는 부녀가 금품 등을 받을 것을 전제로 성행위를 하였는데 상대방이 그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사건에서 사기죄를 인정하면서, 일반적으로 부녀와의 성행위 자체는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없으나 그 행위의 대가가 사기죄의 객체인 경제적 이익이 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도2991 판결). 그러나 대상판결의 사안의 경우, 반대급부로 주장되는 ‘체크카드 교부행위’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결국 사안에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대출의 기회’의 가치 자체를 평가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대출의 기회에 대한 가치 평가와 관련하여, 현행 법률은 직접적인 해결의 단초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법인세법에서는 특수관계자에게 법인이 무상 또는 낮은 이율 등으로 금전을 대여하여 손해를 부담한 경우 시가와 대가와의 차이를 법인세법상 인정되는 익금에 산입하는데, 적정 시가를 법인부담차입금의 가중평균차입이자율로 하고 있다. 가중평균차입이자율을 기업의 시장이자율의 대체적 평가방법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이자율로 대출의 가치를 평가하는 경제학적 해결방법을 법률에서도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경제학에서 정의하는 대출의 가치는 얼마인가? 경제학은 대출의 가치를 0으로 정의한다. 경제학에서는 금전소비대차 역시 재화,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본다. 대출은 미래 현금 유출을 대가로 현재의 소비를 하려는 자(자금 수요)와, 미래 현금 유입을 위해 현재의 소비를 포기하는 자(자금 공급) 간의 거래이다. 수없이 많은 자금의 수요자, 공급자들의 수요와 공급이 모여 시장이자율이 결정된다. 이들이 공정한 거래를 한다면, 자금 공급자는 미래 유입될 현금을 공정하게 결정된 시장이자율로 할인한 값만큼만 대출하여 주므로 미래 유입될 현금의 가치와 현재 유출되는 현금의 가치가 동일하다. 즉, 대출을 받는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므로, 대출의 가치는 0이며, 이러한 대출의 기회를 얻기 위해 자금의 수요자가 지불할 가치도 0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결론은 우리의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감사함을 느끼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체크카드를 교부하고 대출의 기회를 얻었다면, 이를 재산적 가치 있는 어떠한 대가로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대상 판결 역시 이러한 견지 하에 위와 같은 결론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서는 아담 스미스의 통찰로 반박을 갈음하고자 한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업자, 빵 굽는 사람들의 호의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설사 자금의 수요자가 급전이 필요하여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었더라도, 이는 더 높은 이자율에 합의하는 대출 조건에 고려될 것이므로 여전히 대출의 가치와, 그러한 대출을 얻기 위한 기회의 가치는 0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대출자는 공정한 계약에 수반되는 체크카드 교부행위를 절차로서 인식하게 된다일반 은행에서 대출을 할 때에도 신분증과 관련 서류를 교부하지만, 대출자는 이를 대가가 아닌 절차로서 인식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대출의 기회를 얻은 것을 ‘대가’로 보는 판례의 결론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대출의 기회가 양의 재산적 가치를 갖는 경제적 이익이라는 점에 대한 합리적 의심 없는 정도의 엄격한 증명은 검사들의 난제로 남을 것이다. 전두영 변호사 (법무법인 창과방패)
대포통장
전자금융거래법
접근매체
대여
대가
수수료
전두영 변호사 (법무법인 창과방패)
2019-08-19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외화표시 전환사채를 현물출자 한 경우 사채상환 손실의 손금산입 여부
- 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5두46239 판결 - 1. 사실관계 원고는 2006년 9월 26일 및 2007년 3월 30일 전환가액을 ‘1주당 13만 원’, 전환청구기간을 ‘사채발행일에서 35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사채의 상환일 전날까지’로 정하여 2, 3차 외화표시 전환사채(이하 ’이 사건 전환사채’)를 발행하였고, 원고의 특수관계자가 아닌 일본법인 A홀딩스(이하 ’소외 회사’)가 이를 모두 인수하였다. 원고는 2008년 8월 29일 현물출자에 관한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 특별결의 및 이 사건 전환사채의 가액 등에 대한 감정인의 감정을 거친 후 소외 회사와 사이에, 소외 회사가 이 사건 전환사채를 당시 기준환율에 따른 188억2900만원으로 평가하여 현물출자하고, 원고의 주식 14만4838주(1주당 액면가액 5000원, 1주당 발행가액 13만원)를 교부받기로 하는 현물출자 계약(이하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리고 원고는 2008년 9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이에 대한 인가를 받고, 2008년 9월 23일 증자등기를 마쳤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과 관련하여 부채로 계상된 전환사채가 소멸하고 자본항목인 자본금 및 주식발행초과금이 증가하는 것으로 회계처리하였다. 이후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전환사채의 현물출자가액 188억2900만원과 장부가액 135억2600만2338원(= 액면가액 152억3040만원 - 전환권조정잔액 9억3427만7983원 - 사채할인발행차금 7억7011만9679원)의 차액인 53억299만7662원(이하 ’쟁점 금원’)을 2008 사업연도 법인세와 관련된 손금에 산입하여야 한다고 경정청구하였다. 피고는 이를 받아들여 쟁점 금원을 손금산입하고, 2010년 8월 10일 원고에게 2008 사업연도 법인세 약 13억원 및 환급가산금 약 4860만원의 지급을 통지하였다. 그런데 감사원은 2011년 6월경 쟁점 금원을 세무상 손금으로 인정하여 법인세를 환급한 것은 잘못이라면서 피고에게 환급결정된 법인세를 징수하도록 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는 2011년 7월 1일 원고에게 위 2008 사업연도 법인세 및 환급가산금을 다시 부과하였다. 2. 제1심 및 원심판결의 요지 원고가 현물출자 계약과 관련하여 전환사채의 전환과 같이 회계처리를 한 점, 당초 전환조건에서 정한 행사가격을 기준으로 주식 수를 산정하였고 전환권의 행사시기만 앞당겼을 뿐 전환사채의 전환권 행사 내용과 차이가 없다는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은 그 실질이 사채권자의 전환권 행사와 동일하여 세무조정을 통하여 손익을 인식할 수 없다. 3. 대상판결의 요지 위 사실관계와 더불어 기록상 알 수 있는 거래의 내용이나 형식, 당사자의 의사, 현물출자의 목적과 경위 등 거래의 전체 과정을 법령 규정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는 소외 회사로부터 이 사건 전환사채를 현물출자받은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쟁점 금원은 전부가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될 수 있다. 4. 평석 가. 관련규정 구 법인세법 시행령(2009. 2. 4. 대통령령 제2130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6조 제5항은 ‘내국법인이 상환받거나 상환하는 외환채권·채무의 원화금액과 원화기장액의 차익 또는 차손은 당해 사업연도의 익금 또는 손금에 이를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72조 제1항 제3호는 ‘현물출자에 의하여 취득한 자산은 장부에 계상한 출자가액 또는 승계가액’을 ‘자산의 취득가액’으로 규정하고 있다. 나. 실질과세원칙의 취지 및 적용요건 구 국세기본법(2010. 1. 1. 법률 제99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2항이 규정한 실질과세원칙은 헌법상의 기본이념인 평등의 원칙을 조세법률관계에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원리로서, 조세의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과세요건사실에 관하여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하는 경우에 그 형식이나 외관에 불구하고 실질에 따라 담세력이 있는 곳에 과세함으로써 부당한 조세회피행위를 규제하고 과세의 형평을 제고하여 조세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 등). 다만 납세의무자는 경제활동을 할 때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의 법률관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과세관청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0두963 판결 등). 다. 이 사건 전환사채를 전환권 행사기간 전에 현물출자한 경우 전환권행사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지 여부 이 사건 전환사채는 외화표시 전환사채로서 원/엔 환율변동에 따라 전환으로 인하여 발행될 주식 수나 전환사채의 원화상환액이 변동되는 특징이 있는데, 전환사채 발행 당시 환율은 약 800원 정도였지만 현물출자 당시 약 990원에 달했다. 현물출자는 금전 이외의 재산으로 하는 출자로서 전환사채도 그 목적물이 될 수 있어, 원고와 소외 회사로서는 아직 전환권 행사기간이 도래하지 않아 전환권을 행사할 수 없는 이 사건 전환사채를 원고에게 현물출자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은 특수관계 없는 원고와 소외 회사 간에 체결된 것으로서, 특히 원고로서는 당시 엔화의 환율이 급격히 상승함에 따라 향후 이 사건 전환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하거나 전환권이 행사될 경우 그로 인한 손실이 확대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위 전환사채를 조기에 현물출자받은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이 사건 전환사채의 현물출자에 관한 이사회 결의 등을 거치고, 그 가액 등에 관하여 감정인의 감정결과에 대하여 법원의 심사를 받는 등 상법에서 정한 절차를 모두 갖추었다. 이 사건 전환사채에 앞서 원고가 소외 회사에게 발행한 1차 외화표시 전환사채는 현금으로 조기 상환되는 등 전환권 행사없이 변제되었고, 이 사건 전환사채 역시 당시의 경영상황 등을 고려한 합리적인 거래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일 뿐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기 어렵다. 비록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에서 정한 주식의 발행가액이 당초 전환가액과 동일하다거나 원고가 현물출자 당시 회계처리를 제대로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전환사채의 전환권 행사시기만을 앞당긴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 라. 이 사건 전환사채의 현물출자가액과 장부가액의 차액을 전부 손금산입할 수 있는지 여부 현물출자 방식의 채무의 출자전환은 주식의 발행으로 자본이 증가한다는 측면에서 자본거래이나 기존채무가 상환된다는 측면에서 손익거래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법인세법 기본통칙 19-19… 38 제2항은 매입소각할 목적으로 자기사채를 취득하는 경우 발행가액과 취득가액의 차액(사채할인발행차금 미상각액 포함)은 취득일이 속하는 사업연도의 손금에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71조 제3항은 사채할인발행차금은 손금항목에 해당된다. 원고가 소외 회사로부터 이 사건 전환사채를 현물출자받음으로써 위 전환사채를 취득하고 그 대가로 신주를 발행한 이상 위 전환사채의 현물출자가액(취득가액)과 장부가액(발행가액)의 차액인 쟁점 금원은 전부가 순자산 감소액으로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될 수 있다. 쟁점 금원(53억299만7662원) 중 이미 세무조정을 통해 손금산입이 이루어진 전환권조정잔액(9억3427만7983원)을 제외한 나머지 43억6871만9679원과 관련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엔 환율상승으로 소멸한 부채에 비해 더 많은 자본이 증가하여 원고의 순자산은 그 차액 상당액이 감소함으로써 사채상환손실이 발생하였다. 즉, 위 43억6871만9679원은 발행일과 현물출자일의 환율변동에 따른 외환차손(△35억9860만원), 사채할인발행차금(7억7011만9679원)이고, 이는 모두 손금항목으로서 회계상 이를 손금으로 인식하였는지에 상관없이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5. 결론 대상판결은 외화표시 전환사채를 환율상승에 따른 손해방지를 위해 전환권 행사기간 전에 현물출자 받은 경우 그 거래의 내용이나 형식, 당사자의 의사, 현물출자의 목적과 경위 등 거래의 전체 과정에 비추어 이를 전환권 행사가 아니라 현물출자로 인정함으로써 단체법 관계에 있어서 실질과세원칙의 적용을 쉽게 허용하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고, 또한 외화표시 전환사채를 현물출자 받은 경우 사채상환손실은 손금인정이 가능하다고 처음으로 밝혔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전환사채
법인세
현물출자
손금산입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2018-11-19
행정사건
항고소송에 있어서 국가기관의 원고적격에 관한 비판적 고찰
- 대상판결 : 대법원 2018. 8. 1. 선고 2014두35379 판결 - Ⅰ. 사실관계 및 소송경과 전라북도 B기관장 丁은 2011년 7월 22일 A기관장에 취임한 丙의 인사비리 등을 기재한 문서를 작성하여 감사원 등에 제보하였다. 이에 원고인 소방청장 甲(변경 전 명칭: 소방방재청장)은 이러한 제보행위가 허위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등의 이유로 2012년 11월 9일 위 丁을 직위해제하고, 이어 2012년 12월 27일 해임처분을 하였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이 사건 위원회’라 한다)는 감사원으로부터 A기관장에 취임한 丙이 인사와 관련하여 부당한 지시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내용의 통보를 받았다. 그 후 이 사건 위원회는 2012년 2월 20일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부패방지권익위법’이라 하다) 제62조 제7항에 따라 원고(甲)에 대하여 丁에 대한 신분보장조치로서 丁에 대한 직위해제 및 해임처분의 취소를 요구하기로 의결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인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乙)은 이 사건 위원회를 대표하여 2012년 2월 22일 원고에게 위 의결내용을 통지하였다. 제1심 법원은 부적법 각하하였으나,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제1심 법원의 판결을 취소하고 제1심으로 환송하였다. 대법원은 원심과 동일한 입장에서 상고를 기각하였다. Ⅱ. 판결의 요지 제1심 법원인 서울행정법원은 피고의 본안 전 항변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국가의 행정기관에 불과하여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이 없는 원고가 제기한 것으로 보아 부적법 각하를 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13. 8. 14. 선고 2013구합7384 판결). 그러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원고가 국가기관에 불과하더라도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가진다고 보아 제1심 판결을 취소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3. 12. 13. 선고 2013누47254 판결). 이에 대해 상고심인 대법원은 국가기관의 원고적격을 인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즉 “제재적 조치를 기관소송이나 권한쟁의심판을 통하여 다툴 수 없다면, 제재적 조치는 그 성격상 단순히 행정기관 등 내부의 권한 행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공권력 행사로서 항고소송을 통한 주관적 구제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기관소송 법정주의를 취하면서 제한적으로만 이를 인정하고 있는 현행 법령의 체계에 비추어 보면, 이 경우 항고소송을 통한 구제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법치국가 원리에도 부합한다. 따라서 이러한 권리구제나 권리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예외적으로 그 제재적 조치의 상대방인 행정기관 등에게 항고소송 원고로서의 당사자능력과 원고적격을 인정할 수 있다.” Ⅲ. 평 석 1. 문제의 제기·국가기관의 원고적격은 허용되는가? 대상판례는 국가기관인 소방청장의 원고적격을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피고인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치요구에 따라야 할 의무의 주체는 ‘소속기관 등의 장’임이 분명하다”고 전제하면서, 행정기관도 예외적으로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가진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대법원 판례의 입장은 타당한가? 대상판례는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의 원고적격을 인정한 선행판례(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1두1214 판결)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즉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의 조치요구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국가기관으로 파악하고, 그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법이론적으로 타당하지 않으며, 법률 해석권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국가기관이 국가기관(국가)을 피고로 하여 항고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소송으로서 그 자체가 모순이다. 독일에서는 동일한 행정주체 내부의 기관 사이의 쟁송을 내부기관소송(Insichprozess)이라고 한다. 이러한 내부기관소송은 행정의 통일성을 저해할 수 있고, 법인격 내부의 소송이자 자기 자신에 소송이라고 보고 있다(Hufen, Verwaltungsprozessrecht, 7. Aufl., § 12 Rn. 2). 필자는 이러한 관점에서 선행판례의 문제점을 이미 지적한 바 있다{졸고, ‘항고소송에 있어서 국가기관의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 특히 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1두1214 판결의 평석을 겸하여’, 저스티스 통권 제140호(2014. 2), 334면 이하 참조}. 이하에서는 대상판례의 문제점을 개별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2. 자연인으로서 공무원 甲의 원고적격의 인정가능성 상고심인 대법원은 행정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가 (다른) 행정기관의 장인 소방청장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원고를 공무원의 지위를 가지는 자연인 甲으로 해석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무리한 해석을 하지 않아도 된다. 비록 원고는 행정기관의 장으로서 행정청의 지위를 가지지만, 그 제재적 조치는 일신전속적 성격을 가질 뿐만 아니라 대체할 수 없다. 甲이 사임하거나 전직한 후 K가 소방청장으로 새로 임명된다고 하여, K에게 甲의 과태료 부과처분이나 벌금형 등이 승계된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점은 원고를 행정기관으로 해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제재적 처분이 ‘소속기관 등의 장’에게 부과된 것으로 보아 행정기관(국가기관)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이는 그러한 행정기관의 책임자인 공무원 甲에 대한 제재적 처분일 뿐이다. 이 사건의 근거법인 부패방지권익위법 제62조에는 부패행위의 신고자에 대한 신분보호 규정을 두고 있다. 신고자는 신고 등으로 인해 소속기관·단체·기업 등으로부터 징계조치 등 일정한 신분상 불이익이나 근무조건상의 차별을 당하였거나 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때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해당 불이익처분의 원상회복·전직·징계의 보류 등 일정한 신분보장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동조 제2항).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는 조사에 착수하여 그 결과 요구내용이 타당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적절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이러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자에 대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고, 신분상 불이익이나 근로조건상의 차별을 한 자가 국민권익위원회의 신분보호 조치요구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제재적 조치에는 ‘징역’과 같은 자유형도 포함된다. 대법원의 논리대로 과태료뿐만 아니라 ‘징역형’과 같은 자유형을 국가기관에 대해 부과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 밖에 대법원은 이러한 소송이 기관소송이나 권한쟁의심판으로 다투어야 할 사항이나 현행법상 기관소송이나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항고소송을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관계 법령에서 허용하지 않는 권리구제수단을 법원이 해석론으로 허용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나아가 대법원은 현행 행정소송법에서 행정청에 피고의 지위를 인정한 것이 당사자능력의 인정을 당연히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해석은 타당하지 않다. 행정청에 피고적격을 인정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며, 이는 소송수행의 편의를 인정한 것이지 행정청에 당연히 당사자능력을 인정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3. 결론 이 사안에서 행정기관의 장을 맡고 있는 소방청장을 자연인으로 파악할 경우에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甲에 대해서는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이 쉽게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독일에서는 소위 내부기관소송에서 시장의 해임이나 지방의원의 제명 등에서 원고적격을 인정하고 있다. 행정기관의 책임자도 개인의 권리와 관련된 경우에 예외적으로 독일 행정법원법 제61조 제1호의 ‘자연인’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Schmidt Glaeser/Horn, Verwaltungsprozeßrecht, 15. Aufl., Rn. 91 참조). 대상판결에서도 원고를 국가기관으로 볼 것이 아니라 공무원으로서의 甲의 원고적격을 인정하면 충분하다. 또한 이 사건 위원회의 ‘조치요구’나 ‘통지’도 국가 내부의 행위로서 행정처분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원고를 행정기관의 책임자로서 공무원 甲으로 해석할 경우에는 해당 ‘조치요구’를 행정처분으로 판단하기가 보다 용이해 진다. 근래에 들어와서 대법원은 예외적 성격의 판례를 확대하거나 은연중에 이를 일반화하는 사례도 있다. 향후 행정법학과 행정소송의 이론적 기초 위에서 보다 신중하고 올바른 판단을 기대한다. 정남철 교수 (숙명여대 법과대학)
국가기관
원고적격
국민권익위원회
신분보호
정남철 교수 (숙명여대 법과대학)
2018-10-22
민사일반
방응모 재판 고찰
- 대법원 2016. 11. 9. 선고 2012두3767 판결 - Ⅰ. 대상 판결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원회’라 한다)는 2009년 6월 29일 망 방응모의 행위를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하 ‘반민족규명법’이라 한다) 제2조 제13호, 제14호, 제17호의 친일 반민족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하였다. 서울고등법원은 2011년 12월 1일 제13호, 제14호 부분은 적법하나, 제17호 결정 부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하였다. 대법원은 제14호 결정 부분을 파기·환송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 상고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13호 부분 : 망인이 자신이 운영하던 잡지 ‘조광’에 일제의 침략전쟁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내선일체를 강조하는 문예물과 논문을 게재하고, ‘임전대책협력회’에 발기인으로 참가하여 직접 전쟁협력을 선전하며 전시채권을 가두에서 판매한 행위는 문화기관이나 단체를 통하여 일본 제국주의의 내선융화 또는 황민화운동을 ‘적극 주도’함으로써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13호 결정 부분은 적법하다. 나. 14호 부분 : 비록 망인이 조선항공공업의 발기인으로 참여하여 그 주식 1%를 보유하면서 감사역으로 선임되었다 하더라도, 조선항공공업을 ‘운영’하였다고 보기에는 충분하지 아니하다. 따라서 원심은 제14호에서 정한 군수품 제조업체의 ‘운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 다. 17호 부분 : 상고이유서를 제출기간 내에 제출하지 않아 상고기각함 Ⅱ. 친일파 청산 역사 1. 친일파의 활약 우리 역사에서 친일파란? 일본의 침략 및 강점 시기에 한국인으로서 일제의 침략과 통치에 적극 협력하여 우리 민족에게 중대한 해악을 끼친 자들, 즉 ‘민족 반역자 집단’을 의미한다. 조선 멸망 당시 일진회, 을사오적, 정미칠적, 경술구적(이완용·윤덕영·민병석·고영희·박제순·조중응·이병무·조민희·이재면), 병합 시 일제로부터 작위와 은사금을 받은 황족 3명(공족)과 조선 귀족들 68명(후작·백작·자작·남작) 등이 대표적이다. 일제 강점기에 한국인으로 일본 제국의회 의원이 된 자는 박영효 등 총11명이 있었다. 중추원 부의장이던 이완용, 박영효, 이진호, 박중양을 비롯하여 중추원 고문 또는 참의로 활동한 자들이 대략 305명가량 된다. 조선총독부 국장에 오른 한국인은 2명(이진호와 엄창섭)이었다. 군인으로 중장까지 오른 이병무, 조동윤, 조성근, 홍사익 등을 비롯하여 일본군 장교가 된 자들이 다수 있었다. 해방 때까지 한국인이 오른 일본 경찰 최고위직인 경시에 올랐던 인물은 21명뿐인데, 그중 해방 당시 경시로 재직하던 인물은 8명으로 알려졌다. 일제하 부장판사까지 올랐던 한국인은 2명(조진만, 김준평)이었다. 그 외 친일파 기업인과 예술가를 비롯하여 밀정 등으로 친일의 주구가 된 자들이 많았다. 2. 친일파 청산의 좌절 1948년 9월 제헌 국회는 ‘악질적인 반민족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반민족행위 처벌법’(반민법)을 제정하였고,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를 구성하였다. 반민특위는 1949년 1월 악질 기업가였던 박흥식의 체포를 시작으로 밀정이었던 이종형을 비롯하여 최린, 박중양, 김연수 등을 체포하였다. 그해 2월에는 최남선과 이광수, 배정자 등을, 3월에는 엄창섭 등을 각 체포하였다. 그러나 반민특위가 1949년 1월 일제 고등계 경시 출신인 서울시경 수사과장 노덕술을 체포하자, 대통령 이승만이 노덕술의 석방을 종용하는 등 이승만 정부는 공산주의 세력을 제압한다는 명분 아래 반민특위 활동을 방해하였다. 1949년 3~8월에는 남북통일 협상 등 북한의 주장과 비슷한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사건을 조작하여 국회 부의장 김약수 등 반민법을 주도한 총 13명의 소장파 국회의원을 구속하는 사건이 일어났다(국회 프락치 조작 사건). 1949년 6월에 친일 경찰인 서울시경 사찰과장 최운하를 체포하자, 그달 6일 내무부차관 장경근의 지휘로 경찰들이 반민특위 사무실을 습격하여 특별경찰대를 무장해제시키고 강제연행하였다(6·6 사건). 그해 7월에는 공소시효를 ‘1950년 6월 20일에서 1949년 8월 31일까지’로 단축하는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김상덕 반민특위 위원장이 사임한 뒤 이인이 위원장에 임명되어 강제해산에 앞장섰다. 이어 10월에는 반민특위와 특별검찰부·특별재판부를 모두 해체했다. 1951년 2월에는 반민법 폐지법률이 공포되었다. 반민특위는 1949년 8월 31일까지 총 221명을 기소하였다. 하지만 광복 후 한국군의 상층부를 장악하고 있던 일본군 장교 출신들을 전혀 조사하지 못하였다. 재판에서도 대부분 무죄 또는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유죄판결을 받은 자들도 형이 면제됨으로써 제대로 처벌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1949년 6월 6일에 반민특위를 무장해제시키고, 그달 26일에 김구를 암살하면서 이때 이미 친일파들은 자신들을 위협하는 세력을 모두 제거하고 정국의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3. 노무현 정부의 친일 청산 해방 후에도 친일파들은 이승만과 미군정의 후원으로 인적청산을 피할 수 있었고, ‘반공주의’를 면죄부로 이용하면서 군대·경찰 등 권력기관을 비롯하여 교육·문화 분야에까지 실권자가 되었다. 봉천·신경 군관학교 등을 졸업하고 만주에서 활약했던 친일파들은 1961년 5·16 쿠데타의 주도세력으로 등장한 후 박정희의 도움으로 대부분 고위직에 올랐다. 유신체제가 한창인 1973년부터 1978년까지는 행정부(박정희), 입법부(정일권), 사법부(민복기) 등 3부 수장 모두 친일파가 차지하는 상황이 되었다(자세한 내용은 졸고, ‘방응모 사건의 법률적·역사적 고찰’, 법원 코트넷 지식광장, 2017. 4. 게시 등 참조). 친일파 청산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던 중 2004년 3월 22일 반민족규명법이 제정되었다. 2005년 5월 발족한 진상규명위원회는 2009년 11월까지 총 1005명의 친일 반민족 행위자 명단을 확정하였다. 이들은 법률이 정한 엄격한 요건을 충족한 ‘특A급 친일파’로 분류된다. 한편 민간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는 2009년 11월에 ‘A급 친일파’ 4776명의 목록을 정리한 ‘친일 인명사전’을 출간하였다. 2005년 12월 29일에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이러한 개혁입법은 훼손된 민족정기와 사회 정의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발판을 마련하는 작업이었다. Ⅲ. 대상 판결의 평가 방응모 재판은, 그가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 등을 고려하면 친일파 단죄 등에 있어서 법률적·역사적 의미가 매우 크다. 비교적 간단한 쟁점임에도 대법원의 재판 기간만 4년 이상 걸려 신속의 이념에 반하는 흠은 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적정해 보인다. 하급심 법원의 법률 해석 및 판단에 있어서 다소 혼선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① 국회에서 법률 요건을 간단명료하게 입법하지 않고, ‘적극 주도’, ‘적극 협력’ 등 불명확한 용어를 사용하여 친일 반민족행위의 요건들을 추가하였고, 그렇게 만들어진 법률 요건에 대해 법원은 엄격하게 해석하지 않을 수 없는 점, ② 법에서 정한 친일 반민족행위에 해당하려면 반민족행위의 내용과 방법이 상당한 정도로 증명되어야 하는데, 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기간이 이미 만료되어 소송수행 과정이 부실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친일파 잔재를 청산하려는 사람과 이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자들 사이의 적당한 타협으로 인한 입법상의 한계도 있어 보이는 점, ④ 그 외 판사 개개인의 지식·경험·가치관 차이 등 사정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제17호 부분에 있어서 “방응모가 오랫동안 국민총력 조선연맹 등 단체의 간부 지위에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간부로서 일제의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구체적인 협력행위에 관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판시한 제2심판결에 대하여 피고가 상고하였는데도, 상고이유서를 제때 제출하지 않아 대법원의 판단도 받아보지 못한 채 상고기각된 점은 큰 아쉬움을 남긴다. 동아일보 사장이었던 김성수의 경우, ‘제11호 및 제17호의 친일 반민족행위에도 해당한다’고 본 대법원 2017. 4. 13. 선고 2016두346 판결과 비교해보면 더욱 그러하다. 피고 소송수행자인 행정자치부 공무원들의 불성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해방된 지 70년이 넘었다. 선대의 친일 행위를 자손들이라도 먼저 사죄하고 반성한다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리 없다. 그런데 반성은 않고 거짓으로 변명한다면, 국민들의 용서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법적인 단죄를 피했다고 해서 자만하기보다는, 뼈저리게 반성하면서 국민과 나라를 위해 희생·봉사하는 것이 속죄하는 방법일 것이다. 아직도 못다 한 친일파 청산은 훼손된 민족정기와 가치관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허용구 부장판사(대구지법)
방응모
반민족행위
친일파
허용구 부장판사 (대구지법)
2017-09-18
기술이전 보상금의 법적성격과 비과세 대상여부
- 대법원 2015. 4. 9. 선고 2014두15542 판결, 대전고법 2014. 11. 20. 선고 2014누36 판결 - 1. 사실관계 및 경과 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20개 연구기관은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ㆍ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과학기술분야 연구개발 및 지원 등을 주된 목적으로 설립된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나. 정부출연연구기관은 기업체 등에게 연구기관에서 개발한 기술을 이전하고 기업으로부터 소정의 기술료를 지급 받았다. 그리고 지급받은 기술료 중 일부를 그 발명에 기여한 연구자들에게 내부규정에 근거하여 실시보상금 명목으로 지급하면서 위 보상금이 소득세법 제12조 제5호 라목 1) 비과세소득인 발명진흥법상의 직무발명보상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았다. 다. 그런데 감사원은 비영리기관이 연구개발결과물을 기업체 등에게 실시를 허용하는 대가로 기술료를 징수하여 참여연구원 등에게 지급한 기술료 보상금은 직무발명보상금과 성격이 다른 성과급으로 과세대상소득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2011. 8.경 국세청에 이 사건 보상금에 대한 소득세 등을 징수하도록 통보하였다. 국세청은 2012. 1. 2.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재직자에 대한 근로소득세', '퇴직자에 대한 기타소득세', '기타 법인세' 부과 처분을 하였다. 라. 이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원고'라 한다)은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하였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 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이 사건 보상금의 분류 법원은 원고가 소속 종업원인 연구자에게 지급한 기술이전 실시 보상금을 3종류로 분류하였다. (1) 제1유형: 특허의 발명자로 등록되어 있거나 발명자로 특허출원 중에 있는 종업원에게 지급한 보상금 (2) 제2유형: 특허등을 출원하지 않은 노하우 기술을 발명한 종업원에게 지급한 보상금 (3) 제3유형: 해당 기술이 특허등록은 되어 있으나 발명자로 기재되어 있지 않은 종업원에게 지급한 보상금 나. 제1유형 보상금에 대한 판단 제1유형 보상금은 원고 소속 종업원이 내부규정에 따라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 등을 승계하여 주고 이를 원인으로 하여 지급받은 보상금으로서, 그 성격이 발명진흥법상의 직무발명보상금에 해당한다. 또한 '기술료 수입금 × 50% × 개인별 배분비율'로 산정된 보상액도 정당한 범위를 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제1유형 보상금은 직무발명보상금으로 소득세법 제12조 5호 라목 비과세 대상에 해당한다. 다. 제2유형 보상금에 대한 판단 발명진흥법 제15조 제1항 종업원등이 '특허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사용자 등에게 승계하는 경우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16조는 사용자등이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를 승계한 후 출원하지 아니하거나 포기 또는 취하 하는 경우에도 같은 법 제15조에 따라 종업원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①이러한 발명진흥법 제15, 16조의 취지는 사용자등의 경영상 결정에 따라 종업원이 받는 보상이 달라져서는 아니 된다는 것으로 판단되며, 이 사건에서도 특허등이 등록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제2유형 보상금이 직무발명보상금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 ②'특허등'에는 특허만 아니라 실용신안도 포함되고 실용신안의 보호대상인 '고안'은 특허보다 완화된 등록요건을 가지고 있으므로 제2유형 보상금과 관련된 기술이 실제로 등록될 가능성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이러한 사정이 고려되어야 하는 점, ③경쟁우위를 확보하여 이윤을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체 등이 18개 기술에 대해 약 4억원의 기술료를 지급할 정도의 기술이라면 상당한 진보를 이루어 낸 기술로 보는 것이 적절한 점, ④피고는 위 기술들이 특허등으로 등록될 수 없을 정도의 낮은 수준의 진보를 가진 기술임을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정황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제2유형 종업원은 위 18개 노하우기술에 대해 특허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제2유형 보상금도 직무발명보상금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제1유형 보상금과 동일하게 비과세대상이라고 할 것이다. 라. 제3유형 보상금에 대한 판단 공동발명자가 되기 위해서는 발명의 완성을 위하여 실질적으로 상호 협력하는 관계가 있어야 하므로, 단순히 발명에 대한 기본적인 과제와 아이디어만을 제공하였거나, 연구자의 지시로 데이터의 정리와 실험만을 하였을 뿐인 정도 등에 그치지 않고, 발명의 기술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착상을 새롭게 제시·부가·보완하거나, 발명의 목적 및 효과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과 방법의 제공 또는 구체적인 조언·지도를 통하여 발명을 가능하게 한 경우 등과 같이 기술적 사상의 창작행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에 이르러야 공동발명자에 해당한다. (대법원 2011.07.28. 선고 2009다75178 판결) 제3유형의 경우 특허증에 발명자로 등록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이 공동발명자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실질적 기여를 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제3유형 종업원을 발명자로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제3유형 보상금은 비과세대상인 직무발명보상금이 아니라 과세대상인 근로소득에 해당한다. 3. 판례 평석 가. 판결의 의의 및 과제 이 판결은 발명진흥법 제15조의 '특허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에 주목하여 특허를 출원하지는 않은 발명도 비과세 대상인 직무발명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판결로서 의미가 있다. 즉 특허를 출원하지는 않았으나 특허취득이 가능한 기술인 제2유형 보상금의 경우에도 발명진흥법상 직무발명으로 보아 소득세법의 비과세 대상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2유형 보상금 및 제3유형 보상금과 관련하여 몇 가지 불명확한 점이 남아있다. 나. 제2유형 보상금의 문제점 이 판결을 따르더라도 '특허등을 받을 수 있는 발명'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입증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불분명하다. 법원은 국세청이 노하우 기술들이 특허로 등록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의 기술임을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정황을 제시하지 못한 점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국세청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특허업무 분야인 '발명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법원은 기업체 등이 18개 노하우기술에 대하여 약 4억원(평균 약 2300만원)을 지급 하였다면 상당한 진보를 이루어 낸 기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노하우기술의 기술료가 1000만원이하의 매우 소액인 경우에도 상당한 진보를 이루어 낸 기술로 볼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더욱이 발명과 비발명의 경계점을 기술료 금액으로 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소액 노하우 기술이전의 경우 과세인지 비과세인지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 제3유형 보상금의 문제점 법원은 특허 기술이전에서 발명자로 등록되지 않은 종업원에게 지급되는 보상금은 인센티브 성격의 임금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보통 기술이전계약의 경우 특허권 양도와 함께 관련된 노하우 기술도 함께 이전한다. 이런 경우 특허의 발명자로 등록되지 않았으나 노하우 기술에 기여한 연구원에게 지급되는 보상금이 과세인지 비과세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즉 이런 경우 제3유형이 아니라 제2유형 보상금이라고 볼 수 있고, 위 제2유형 보상금에 대한 판단에 따라 비과세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3유형의 보상금도 앞으로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는 것이다. 4. 제언 조세의 과세요건은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법률로써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하고, 자의적인 해석이나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위 법원의 판결은 비과세 대상인 '특허를 받을 수 있는 발명'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이에 대한 입증책임이 불분명하여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법집행이 우려되고 납세자들의 예측가능성을 해친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소득세법 제12조 5호 라목의 개정이 시급하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할까?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기촉법')은 공공연구기관에서 개발된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민간부문으로 이전되어 사업화됨으로써 산업 전반의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위 기촉법의 입법목적을 반영하여, 소득세법 제12조 5호 라목 비과세 대상에 직무발명 뿐만 아니라 기술이전 보상금도 포함하는 방향으로 소득세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과세요건을 명확히 하여 납세자들의 예측가능성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기술이전을 활성화 하여 산업 전반의 기술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2015-12-21
이사·감사의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 손익상계
상법 제385조 제1항은 "이사는 언제든지 제434조의 규정에 의한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해임할 수 있다. 그러나 이사의 임기를 정한 경우에 정당한 이유없이 그 임기만료전에 이를 해임한 때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해임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며, 동규정은 감사에 준용된다(상법 제415조). B회사에서 주주총회의 결의로 同사의 A감사를 임기전에 해임하자, A는 위 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그리고 A는 해임된 후 C회사에 상근감사로 취업하여 소정의 보수를 받았다. B사는 해임에 정당한 이유가 있음을 들어 손해배상을 거부하였으나, 원심은 정당한 이유를 부정하고 잔여임기중의 보수를 손해배상으로 인정하였다. 이에 B사는 A가 C사에서 받은 보수 중 B사에서의 임기만료일까지의 기간에 해당하는 부분은 손해배상액에서 차감(손익상계)할 것을 주장하였다. 원심은 이 주장을 배척하였으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손익상계를 허용하는 취지로 파기환송 하였다(이하 '이 판결'로 부른다). "……당해 감사가 그 해임으로 인하여 남은 임기 동안 회사를 위한 위임사무 처리에 들이지 않게 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다른 직장에 종사하여 사용함으로써 얻은 이익이 해임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해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공제되어야 한다.……원심으로서는 원고가 'C회사'에 상근감사로 재직하여 얻게 된 보수가 이 사건 해임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이익인지 여부를 심리하여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보수 상당액은 손익상계의 법리에 따라 해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하였어야 할 것이다" 1. 이 판결의 의의 이사와 감사의 해임 및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동일한 조문이 적용되므로 이 판결은 감사만이 아니라 이사에 관해 내려진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이사·감사(이하 '임원')의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에 손익상계의 법리를 적용한 첫 상고심판결이다. 해임된 임원은 상당수 새 일자리를 얻을 것이므로 이 판결의 법리가 원용될 사례는 넓게 잠재해 있다는 점에서 그 실무적 중요성이 돋보인다. 이와 흡사한 예로,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해고의 무효를 주장하며 해고기간중의 임금을 청구하는 사건을 흔히 본다. 근로자의 청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근로자가 해고기간 중 다른 직장에 취업하여 얻은 수입이 있다면, 이 중간수입을 임금에서 공제할 것이냐는 쟁점이 추가된다. 판례는 해고후의 상태를 민법 제538조 제1항이 규정하는 채권자지체(즉 사용자의 책임)에 의해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 사용자에게 임금 전액을 지급할 것을 명하되, 근로자의 중간수입은 同조 제2항이 정하는 '채무자가 채무를 면함으로써 얻은 이익'으로 보아 임금에서 공제해 왔다(대법원1991.6.28.선고90다카25277판결외 다수). 이 판결은 해임된 임원이 새 직장에서 받은 보수는 근거법리는 다르지만, 부당해고 된 근로자의 중간수입과 같은 잣대로 다루어야 한다는 생각에 터 잡은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양자(兩者)를 동일한 가치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는 후술과 같이 의문이다. 2. 손익상계의 요건으로서의 인과관계 손익상계는 채권자(또는 피해자)가 채무불이행(또는 불법행위)을 계기로 채무의 이행시(또는 가해이전)보다 더 큰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이득금지(利得禁止)의 이념에 기초하여, 채무불이행으로 채권자에게 손해가 생겼지만, 동시에 같은 원인으로 이득이 생긴 경우 그 이득을 차감한 손해만을 배상하게 하는 법리이다. 채무불이행을 계기로 채권자에게 손해와 동시에 발생하는 이득은 다양한데, 새옹지마나 전화위복으로 여길 이득을 손익상계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으므로 통설·판례는 손익상계할 이득을 골라내는 기준으로 상당인과관계론을 제시한다.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 채무불이행과 손해의 사이에 요구되는 상당인과관계와 같은 정도의 인과관계로 채무불이행에서 유래하는 이득에 한해 손익상계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손익상계의 당부는 A가 C로부터 받은 보수와 B의 해임행위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느냐는 문제이다. 이 판결은 '이 이득이 해임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손익상계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하였으므로 일응 원심더러 인과관계에 관한 판단을 보완하라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同 보수를 '해임으로 인하여 남은 임기 동안 회사를 위한 위임사무 처리에 들이지 않게 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사용함으로써 얻은 이익'이라고 성격지우며 해임행위에 매어놓은 터이라 원심이 달리 판단할 여지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판지는 요컨대, '해임→잉여시간→취업→보수'로 이어졌으니, 해임과 보수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인데, 이 논리를 일반화할 경우 판단이 난감한 사안이 생길 수 있다. 두 가지 예를 든다. 1) 이 사건에서는 B가 손해배상을 미루는 중에 A가 취업하여 B가 손익상계를 주장할 수 있었다. B가 해임 후 바로 손해배상을 하고, A가 취업을 하였다면 어떤 문제가 후속하는가? A가 받은 보수의 성격이 달라질리 없으니 역시 손익상계의 대상으로 보고, B가 지급한 손해배상 중에서 A가 C로부터 받은 보수에 상응하는 부분은 비채변제(非債辨濟)로서 반환하게 하는 것이 논리적이다(民法 742조). 그렇다면 회사에서 해임되어 손해배상을 받은 임원은 잔여임기 중에는 취업금지와 같은 법적 의무를 부담하는 셈인데, 그 타당근거를 어떻게 설명할 지 의문이다. 부당해고 된 근로자의 예에서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근로자는 이미 경과한 해고기간에 대한 보수를 청구하므로 청구시점에서는 중간수입의 유무가 기성사실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2) A가 비상근감사로 취업하였다면, '잉여시간의 발생-->취업'이라는 인과관계는 깨어진다. 또 A의 새 직업이 야간에 근무하거나, 밤낮 어느 시간이라도 활용가능한 직종이라도 같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우와 상근의 경우를 차별하는 것이 손익상계의 취지에 부합하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3. 손익상계의 귀속의 당위론 전통적인 인과관계론으로는 손익상계의 대상이 분명치 않아 근래는 귀속의 당위론이 추가의 기준으로 제시된다. '채권자로부터 박탈하는 것이 정당하고, 동시에 채무자에게 이전시키는 것이 정당한 이익'에 한해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손익상계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근로자의 부당해고와 임원의 해임이 갖는 규범적 의미를 비교해 보면 이 기준의 효용이 돋보인다. 부당해고는 무효이므로 해고에 불구하고 고용관계는 지속되어 근로자는 여전히 사용자에게 노무를 제공할 의무를 지고, 보수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다만 사용자의 사정으로 인해 노무의 제공을 면할 뿐이다. 그러므로 노무를 면한 이득이 있다면 이는 사용자에게 귀속되는 것이 옳다. 임원의 해임에 관해서는 우선 제도의 배경을 짚어둘 필요가 있다. 주식회사는 주주들의 영리목적에서 그들의 출자로 만들어지지만, '소유와 경영의 분리'원칙에 의해 임원에게 회사의 업무가 포괄적으로 맡겨지고, 주주들은 이들의 업무집행을 통해 영리목적을 실현한다. 영리를 성취하려면 임원들의 적극적인 능력발휘와 창의를 요한다. 임원들이 단지 소극적인 성실로 현상의 관리에만 충실하면 기업은 실패하고 그 부담은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그러므로 특히 법적인 책임은 없더라도 무능한 임원은 주주들이 정책적인 판단을 통해 언제든 교체하고 새로운 기회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상법 제385조 제1항 본문에 따른 임원의 해임은 이 같은 목적에서 주주에게 부여한 권한이다. 한편 임원은 법적인 허물없이 임기동안 보장된 경제적 기득권을 상실하였으니 그 보상이 불가피하다. 그리하여 주주의 기회추구에 따른 비용으로서 손해배상을 인정한 것이다. 결국 임원의 해임은 근로자의 부당해고와는 달리 회사와의 임용관계를 궁극적이고 적법하게 종결지으므로 이후 임원을 구속하는 잔여의 의무가 존재하지 않고, 해임으로 생긴 잉여의 시간으로 어떤 생산이 이루어지든 회사가 지분을 주장할 근거는 없다(귀속의 부당)(원심판결에서 같은 취지의 지적이 있었다). 요컨대 해임행위와 임원의 중간수입 사이에는 손익상계를 위해 필요한 법적 인과관계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4. 결어 임원의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은 주주의 적법한 권한행사와 교환적으로 임원의 기득권상실을 보상하기 위해 마련된 절충적 수단임에 대해, 손익상계는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추구하는 법리로서 기능하는 법리이므로 서로 포섭되거나 접점을 이룰 일이 없다. 이 판결에서는 이 같은 양제도의 본질이 비교되지 않아 아쉽다.
201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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