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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7) 의료법
[민사판례] 1. 비의료인으로부터 고용된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 불가(대법원 2022. 4. 14 선고 2019다299423 판결) 가. 사실관계 종합병원을 개설·운영하는 피고는 소외 회사로부터 운영자금을 차용하면서 병원 운영 등에 대해 합의하였다. 이후 피고는 소외 회사가 지정한 의사인 원고와 병원 시설 일체 등을 양도하기로 예약하고, 원고가 예약완결 의사표시를 하면 피고는 병원 개설자를 피고에서 원고로 변경해야 한다는 자산양수도예약을 체결하였고 병원 부지와 건물은 소외 회사의 자회사에 매도하면서 자회사에 소유권이전등기도 마쳐주었다. 원고는 피고에게 예약완결 의사표시를 하면서 소외 회사로부터 양수한 소외 회사의 피고에 대한 대여원리금채권으로 피고의 양도대금채권과 상계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피고가 이에 응하지 않자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의료기관 명의변경 절차 이행을 청구하였다. 나. 사건 경과 1심 및 원심은 장차 의료법인이 병원을 운영하도록 할 계획 아래 일시적으로나마 원고가 개설자 지위를 가질 의사로 자산양수도예약 등을 체결한 것으로서 자산양수도예약 등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무효라는 피고 항변을 배척하고, 원고와 피고 사이의 자산양수도계약에 따라 피고는 병원 개설자를 피고에서 원고로 변경하는 절차를 이행하라는 원고 청구를 받아들였다. 다. 대법원판결 요지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금지되는 의료기관 개설행위는, 비의료인이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 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 신고를 한 행위는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의 개설로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의료인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하고, 개설 신고가 의료인 명의로 되었다거나 개설 신고 명의인인 의료인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였다 하여 달리 볼 수 없다. 한편 비의료인이 이미 개설된 의료기관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인수하고 개설자의 명의변경 절차 등을 거쳐 그 운영을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개설·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개설·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금지하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해당한다.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가 일시적으로 병원 개설자 지위를 가질 의도로 자산양수도예약 등을 체결하였다는 사정을 들어 병원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려는 사람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비의료인이 형식적으로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을 가장하기 위하여 내세우는 명의인에 가까워 보인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만을 내세워 자산양수도예약 등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으니, 그와 같은 판단에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라. 평석 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료기관 개설 자격 제한 규정으로써,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경우, 소위 사무장 병원에 의해 초래될 국민 보건위생상의 중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정된 규정이며, 판례는 이를 강행법규로 보고 이에 위반하여 이루어진 약정을 무효로 판단하고 있다.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금지되는 의료기관 개설행위의 의미가 ‘비의료인이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 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임은 다수의 판례(대법원 2020. 6. 11. 선고 2016두52897,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도10779 등)를 통해 분명히 정리되었다. 그러나 실제 의료기관 개설행위를 살펴보면, 실질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명의를 빌리거나 의료인을 고용한 것으로서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이나 형식적으로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행위로 가장하기 위해 여러 가지 편법적인 방법이 성행하고 있으며 여러 사람이 금전 관계 등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그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사실관계를 파악하여 불법적인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 여부를 명확히 판단함으로써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를 방지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 대상판결은 수사기관의 소외 회사 관계자들과 원고에 대해 의료법 위반 혐의없음 처분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비의료인의 개설행위임을 확인할 수 있는 다른 증거를 충분히 살펴 원고와 피고 사이의 자산양수도예약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다. 2. 의사의 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 필요 (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다264434) 가. 사실관계 다발성 간농양 진단을 받은 망인(갑)을 상대로 피고 병원 의료진이 경피적 배액술만 시도하고 외과적 배액술을 시도하지 않다가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에서 유족들인 원고들의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나. 사건 경과 1심에서는 피고들의 과실을 인정하지 아니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원심에서는 간농양 배농 방법 중 외과적 배액술을 고려할 만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망인에 대한 외과적 수술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인정할 만한 피고의 입증이 부족한 상태에서 피고에게 외과적 배액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다. 대법원판결 요지 갑이 발열, 오한, 근육통 등을 이유로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고, 피고 병원 의료진이 다발성 간농양으로 진단 후 농양에 배액관을 삽입하는 경피적 배액술을 계속 시도하다가 갑이 사망한 사안에서,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에게 경피적 배액술을 계속 유지한 것이 갑의 증상이나 상황에 따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라거나, 갑의 상황, 당시의 의료수준, 의사의 지식·경험에 따라 선택 가능한 진료 방법 중 합리적인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과실로 볼 만한 정도라고 평가하기 어렵고, 특히 경피적 배액술로도 갑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을 당시를 기준으로 갑에 대한 외과적 배액술의 실시가 실제 가능한 상태였는지, 수술기술이나 방법, 수반되는 위험성은 무엇인지, 수술적 조치를 받았더라면 사망의 결과에 이르지 않았을 것인지 등을 해당 분야 전문의의 감정 등을 거쳐 확인한 후, 당시 갑의 임상상태나 의학상식에 비추어 경피적 배액술 외에 외과적 배액술을 실시하는 것이 통상의 의사라면 당연히 선택할 만한 정도였는지를 면밀히 살펴 해당 조치를 취하지 않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 유무를 판단하였어야 했음에도, 갑에 대한 외과적 수술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피고 병원의 입증이 부족하다면서 수술적 배농을 실시하지 않은 것에 곧바로 과실이 있음을 인정한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 라. 평석 대상판결은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의사가 행한 의료행위가 그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최선을 다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환자를 진찰·치료하는 등의 의료행위에 있어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점, 의사의 질병 진단 결과에 과실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요법으로서 몇 가지의 조치가 의사로서 취할 조치로서 합리적인 것인 한 그 어떠한 것을 선택할 것이냐는 해당 의사의 재량의 범위 내에 속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또한 대상판결은 환자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인과관계 추정의 한계를 밝힘으로써 기존 판례(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의 법리를 다시 확인한 것이다. [형사판례] 3. 한의사의 초음파 의료기기 사용은 한의사의 면허 외 의료행위가 아니므로 의료법 위반죄 성립되지 아니함 (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16도21314 전원합의체 판결) 가. 사실관계 한의사인 피고인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여 한 한의학적 진단행위에 대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한 의료법 위반죄로 기소되었다. 나. 사건 경과 1심 및 원심은 한의사가 현대적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0도10352 판결 법리에 따라 한의사인 피고인에 대해 의료법 제27조 제1항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다. 대법원판결의 요지 한의사가 의료공학 및 그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발, 제작된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해당 의료기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해당 진단용 의료기기의 특성과 그 사용에 필요한 기본적·전문적 지식과 기술 수준에 비추어 의료전문가인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게 되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에 비추어 한의사가 그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는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0도10352 판결의 ‘종전 판단기준’과 달리, 한방의료행위의 의미가 수범자인 한의사의 입장에서 명확하고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 관점에서, 진단용 의료기기가 한의학적 의료행위 원리와 관련 없음이 명백한 경우가 아닌 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됨을 의미한다(이하 ‘새로운 판단기준’). 한의사가 의료공학 및 그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발·제작된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앞서 본 ‘새로운 판단기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진단용 의료기기의 사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따지지 않고 ‘종전 판단기준’이 적용된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0도10352 판결을 비롯하여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은 모두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하기로 한다. 한의사가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새로운 판단기준에 따르면,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여 환자의 신체 내부를 촬영하여 화면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이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에 대하여 ‘한의사가 서양 의료기기인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여 진료행위를 한 것은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반대의견이 있었다. 라. 평석 대상판결은 의사와 한의사를 구별하는 이원적 의료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의료행위의 가변성, 과학기술의 발전, 교육과정의 변화, 의료소비자의 합리적 선택 가능성 및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 관점 등을 고려하여,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의 허용 여부에 관하여 위와 같은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대상판결은 한의사로 하여금 침습 정도를 불문하고 모든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라 의료법 등 관련 법령이 한의사에게 명시적으로 사용을 금지하지 않은 것이고 본질이 진단용인 의료기기에 한정하여, 그 특성 및 사용에 관한 기본적·전문적 지식과 기술 수준에 비추어 한의사가 사용하더라도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에 비추어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함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한의사가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이를 사용하더라도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4. 죽음이 예상되는 환자들이 입원한 호스피스 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간호사의 사망진단은 무면허 의료행위로서 의료법 위반 (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17도10007 판결) 가. 사실관계 호스피스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사인 피고인이 부재중에 입원환자가 사망한 경우 간호사인 피고인들에게 환자의 사망 여부를 확인한 다음 사망진단서를 작성하여 유족들에게 발급하도록 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한 의료법 위반 및 이에 대한 교사로 기소되었다. 나. 사건 경과 1심에서는 간호사인 피고인들이 죽음이 예정되어 있던 환자가 야간에 사망한 경우, 사망을 확인(검안)하고, 그 사망 얼마 전 의사인 피고인이 미리 작성해 놓은 그 환자의 사망원인에 따라 사망진단서를 발급하는 행위는 의사 면허가 없는 자가 의료행위를 하였다는 구성요건에는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사회상규에는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로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이를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유예(벌금 각 30만 원 또는 각 100만 원)를 선고하였다. 다. 대법원 판결 요지 환자가 사망한 경우 사망 진단 전에 이루어지는 사망징후관찰은 구 의료법 제2조 제2항 제5호에서 간호사의 임무로 정한 ‘상병자 등의 요양을 위한 간호 또는 진료 보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망의 진단은 의사 등이 환자의 사망 당시 또는 사후에라도 현장에 입회해서 직접 환자를 대면하여 수행하여야 하는 의료행위이고, 간호사는 의사 등의 개별적 지도·감독이 있더라도 사망의 진단을 할 수 없다. 사망의 진단은 사망 사실과 그 원인 등을 의학적·법률적으로 판정하는 의료행위로서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사망의 진단 결과에 관한 판단을 표시하는 사망진단서의 작성·교부 주체를 의사 등으로 한정하고 있고, 사망 여부와 사망 원인 등을 확인·판정하는 사망의 진단은 사람의 생명 자체와 연결된 중요한 의학적 행위이며, 그 수행에 의학적 전문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어떠한 시술행위가 무면허로 행하여졌을 때에는 그 시술행위의 위험성 정도, 일반인들의 시각, 시술자의 시술 동기, 목적, 방법, 횟수, 시술에 대한 지식수준, 시술경력, 피시술자의 나이, 체질, 건강상태, 시술행위로 인한 부작용 내지 위험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간호사인 피고인들의 행위가 전체적으로 의사 등이 하여야 하는 사망의 진단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다. 라. 평석 대상판결은 의사가 간호사로 하여금 의료행위에 관여하게 하는 경우에도 그 의료행위는 의사 등의 책임 아래 이루어지는 것이고 간호사는 그 보조자로 보면서, 간호사가 의사 등의 진료를 보조하는 경우 모든 행위 하나하나마다 항상 의사 등이 현장에 입회하여 일일이 지도·감독하여야 한다고 할 수는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 등이 진료의 보조행위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감독을 하는 것으로 충분한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의사 등이 그의 주도로 의료행위를 실시하면서 그 의료행위의 성질과 위험성 등을 고려하여 그중 일부를 간호사로 하여금 보조하도록 지시 내지 위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기존 판례(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5964 판결, 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4다15248 판결 등)의 법리를 다시 확인하였다. 대상판결은 사망진단이라는 의료행위의 성질 및 간호사에 의한 사망진단이나 검안행위를 허용하지 않는 의료법 취지를 고려하면 사망진단은 의사 등이 환자의 사망 당시 또는 사후에라도 현장에 입회해서 직접 환자를 대면하여 수행하여야 하는 의료행위이고, 간호사는 의사 등의 개별적 지도·감독이 있더라도 사망의 진단을 할 수 없음을 밝힘으로써, 의료행위의 성질, 위험성, 관련 법령의 취지 등을 고려하여 어떠한 의료행위의 경우 간호사로 하여금 이를 보조하게 할 수 없으며, 이와 같은 의료행위를 판단함에 있어서 일정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5. 진단서 발급 의료기관을 소개하고 그 비용을 환자로부터 지급받은 경우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죄 성립되지 아니함(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1도10046 판결) 가. 사실관계 손해사정사가 보험금 청구·수령 등 보험처리에 필요한 후유장애 진단서 발급의 편의 등 목적으로 환자에게 특정 의료기관·의료인을 소개·알선·유인하면서 그에 필요한 비용을 대납하여 준 후 그 환자가 수령한 보험금 중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받았다. 나. 사건 경과 1심 및 원심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죄는 성립하지 않으나,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다. 대법원판결 요지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규정·내용·입법 취지와 규율의 대상을 종합하여 보면, 위 조항에서 정한 ‘영리 목적’은 환자를 특정 의료기관·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에 대한 대가로 그에 따른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것으로, 이때의 ‘대가’는 간접적·경제적 이익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적어도 소개·알선·유인행위에 따른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의료기관·의료인 측으로부터 취득한 이익을 분배받는 것을 전제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손해사정사가 보험금 청구·수령 등 보험처리에 필요한 후유장애 진단서 발급의 편의 등 목적으로 환자에게 특정 의료기관·의료인을 소개·알선·유인하면서 그에 필요한 비용을 대납하여 준 후 그 환자가 수령한 보험금에서 이에 대한 대가를 받은 경우, 이는 치료행위를 전후하여 이루어지는 진단서 발급 등 널리 의료행위 관련 계약의 성립 또는 체결과 관련한 행위이자 해당 환자에게 비용 대납 등 편의를 제공한 행위에 해당할 수는 있지만, 그와 관련한 금품수수 등은 환자의 소개·알선·유인에 대하여 의료기관·의료인 측이 지급하는 대가가 아니라 환자로부터 의뢰받은 후유장애 진단서 발급 및 이를 이용한 보험처리라는 결과·조건의 성취에 대하여 환자 측이 약정한 대가를 지급한 것에 불과하여,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구성요건인 ‘영리 목적’이나 그 입법 취지와도 무관하므로, 위 조항이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라. 평석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조항은 환자와 특정 의료기관·의료인 사이에 치료위임계약의 성립 또는 체결에 관한 중개·유도 또는 편의를 도모하는 행위에 대하여 그 대가 지급 원인 및 주체를 불문하고 대가를 지급받는 경우를 모두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행위가 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고,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위반행위의 범위가 매우 넓어져서, 환자의 필요에 따라 치료 위임계약의 편의를 도모하고 환자로부터 그 비용을 지급받는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 제공 행위가 모두 위 의료법 위반행위에 해당될 수 있으므로 위반행위의 범위를 명확히 확정할 필요가 있었다. 대상판결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영리목적’ 및 그 ‘대가’의 의미를 동 조항의 입법 취지와 규율 대상을 고려하여 합목적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의료법 제27조 제3항이 금지하는 행위의 태양을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행정판례] 6.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은 대물적 성격을 가지므로 폐업한 요양기관에서 발생한 위반행위를 이유로 폐업한 요양기관 개설자가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에 대하여 업무정지 처분은 위법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0두39365 판결) 가. 사실관계 의사인 원고는 병원을 개설·운영하다가 폐업하였고, 폐업 후 두 달 뒤에 새로운 병원을 개설·운영하였다. 원고는 폐업한 병원에서 병원이 아닌 곳에서 진료하고 원외처방전을 발급한 것이 문제가 되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새로 개설한 병원에 대해 10일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게 되자 해당 처분을 취소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나. 사건 경과 1심 및 원심은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은 요양기관의 영업 자체에 대한 것으로서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고 요양기관이 폐업한 때에는 폐업한 요양기관에 대하여는 업무정지 처분을 할 수 없고 새로 개설한 요양기관은 처분의 대상이 아닌 다른 요양기관에 대한 것이므로 처분이 위법하다고 보아 처분을 취소하였다. 다. 대법원판결의 요지 요양기관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에게 요양급여 비용을 부담하게 한 때에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85조 제1항 제1호에 의해 받게 되는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은 의료인 개인의 자격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요양기관의 업무 자체에 대한 것으로서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에게 요양급여 비용을 부담하게 한 요양기관이 폐업한 때에는 그 요양기관은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태일 뿐만 아니라 그 처분대상도 없어졌으므로 그 요양기관 및 폐업 후 그 요양기관의 개설자가 새로 개설한 요양기관에 대하여 업무정지 처분을 할 수는 없다. 라. 평석 대상판결은 침익적 행정행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그 행정행위의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해서는 안 되며, 그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전적으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해석이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서는 아니 된다는 기존 법리에도 부합하는 타당한 판결이다. 한편, 대상판결에서는 구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7호에 의하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인이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때에는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고 이와 같이 요양기관 개설자인 의료인 개인에 대한 제재 수단이 별도로 존재하는 이상, 위와 같은 사안에서 제재의 실효성 확보를 이유로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85조 제1항 제1호의 ‘요양기관’을 확장 해석할 필요도 없다는 사유를 기재하고 있다. 그러나 설령 제재의 실효성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이는 별도의 입법을 통해 해결하여야 할 문제로 보이며 단지 제재의 필요성을 이유로 하여 해당 처분의 성격과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는 해석은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차효진 변호사(법무법인(유) 세종)
사무장병원
의료기관개설
의료법제33조제2항
차효진 변호사(법무법인(유) 세종)
2023-11-26
민사일반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의 소송요건
I. 사건의 개요 및 경과 소외 1은 2010년 8월 15일 건국훈장 4등급 애국장 포상대상자로 결정되었다. 소외 1의 자녀로는 장남 소외 4, 장녀 소외 2, 차녀 소외 5가 있었다. 장남 소외 4와 그의 배우자 및 자녀들, 차녀 소외 5와 그의 배우자는 위 포상대상자 결정일 이전에 모두 사망하였고, 소외 5의 자녀로는 소외 6이 유일하게 생존해 있었다. 원고는 소외 4의 손자이자 소외 1의 증손자이다. 소외 6은 2010년 8월 30일 광주지방보훈청장에게 소외 1의 손자로서 구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2012. 2. 17. 법률 제113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독립유공자예우법'이라고 한다)에 따른 독립유공자 유족 등록신청을 하였다. 광주지방보훈청장은 2011년 11월 24일 소외 6을 독립유공자 선순위 유족으로 등록하는 결정을 하였다. 한편 소외 3은 2011년 11월 25일 광주지방보훈청장에게 자신이 소외 1의 장녀 소외 2의 자녀로서 소외 1의 손자녀 중 선순위자라고 주장하면서 독립유공자 유족등록신청을 하였으나, 광주지방보훈청장은 2011년 11월 30일 이를 거부하였다. 이에 소외 3은 광주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독립유공자등록거부취소의 소를 제기하여 전부 승소판결을 받았다. 위 판결은 이후 항소 및 상고를 거쳐 그대로 확정되었다. 원고는 검사를 상대로 소외 1과 소외 2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법원은 소외 1과 소외 2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심법원은 원고에게 당사자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소를 각하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내용 대상판결에서는 원고가 소외 1과 친족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 되었다. 다수의견은 종전의 판례와 달리, 민법 제777조 소정의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이라고 하여 당연히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법률상 이해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별개의견은 판례 변경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다수의견과 같이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의 원고적격을 엄격하게 설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Ⅲ. 분석 및 검토 1. 판례 변경의 배경 민법 제865조는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는 친생관계존부확인의 소'라는 표제 아래, 제1항에서 "제845조, 제846조, 제848조, 제850조, 제851조, 제862조와 제863조의 규정에 의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는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여 친생자관계존부의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그런데 제865조가 인용하고 있는 민법의 조문들은 대부분 친자관계의 당사자 또는 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에 대하여 원고적격을 인정한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제3자가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게 되는 경우는 제862조의 '이해관계인'이 유일하다. 이해관계인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그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친자관계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친생자관계에 관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여지가 좁아지거나 넓어질 수 있다. 종전의 판례는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의 원고적격을 판단할 때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달리 취급하여 왔다. 제777조 소정의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에 대하여는 그와 같은 신분관계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소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하여, 소송요건의 문턱을 낮추어놓았다(대법원 1981. 10. 13. 선고 80므6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8. 10. 20. 선고 97므1585 판결). 반면 그러한 친족관계에 있지 않은 사람에 대하여는 친생자관계 존부의 확정판결에 의해 특정한 권리를 얻거나 특정한 의무를 면하게 되는 등의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어야만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하여, 소송요건의 문턱을 높여놓았다(대법원 1976. 7. 27. 선고 76므3 판결; 대법원 1990. 7. 13. 선고 90므88 판결).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이 당연히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었던 구 인사소송법이 폐지된 뒤에도 위와 같은 판례의 태도는 유지되었다(대법원 2004. 2. 12. 선고 2003므2503 판결).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제777조 소정의 친족이 그와 같은 신분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본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였다. 이 점에 관하여는 별개의견도 견해를 같이하였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종전 대법원 판례의 근거가 되었던 구 인사소송법 제35조 및 제26조는 폐지되었고, 그밖에 제777조 소정의 친족을 달리 취급할 근거는 희박하기 때문이다. 2.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에 관한 '이해관계'의 내용과 정도 이 사건의 원고는, 소외 1과 소외 2 사이의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받게 되면 자신이 구 독립유공자예우법에 따른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여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원고의 기대와 달리, 위와 같은 확인을 받더라도 원고는 독립유공자 유족으로 등록될 수 없었다.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에서 요구되는 이해관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아가 이 사건의 원고에게 그러한 이해관계가 인정될 수 있는지를 두고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은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였다. 다수의견은 제865조의 이해관계인이 '다른 사람들 사이의 친생자관계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일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 등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를 의미한다고 해석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원고는 소외 1과 소외 2 사이의 친생자관계에 관하여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별개의견은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 판결을 통해 잘못된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를 바로잡아야 할 법률상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이 있어야' 이해관계인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별개의견은 원고적격을 판단하는 단계에서 원고가 구 독립유공자예우법에 따라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될 수 있는지를 엄격하게 심리할 것은 아니고, 판결 결과에 따라 독립유공자 유족 등록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면 이해관계인으로서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추상적인 법리 차원에서 보면, 다수의견이 말하는 '법률상 이해관계'와 별개의견이 말하는 '법률상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 사이에 큰 차이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판단 기준을 실제로 적용하는 국면에서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은 큰 차이를 보였다. 다수의견은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의 결과에 따라 원고의 법적 지위가 달라질 수 있는 정도의 확실하고 중대한 이해관계를 요구하였다. 반면 별개의견은 소송의 결과가 원고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연성 내지 가능성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보았다. 필자는 다수의견이 별개의견보다 설득력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확인의 이익의 일반 이론에 비추어, 이해관계인은 사실상의 이해관계 혹은 경제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지는 사람이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또한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의 심리가 친자관계 당사자에게 미칠 수 있는 불이익한 영향을 고려하면, 이해관계의 의미를 더욱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도 있다. 그런데 별개의견이 제시한 판단 기준에 따르면,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에서 확인의 이익 요건이 소송요건으로서 별다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에서는 해당 친생자관계의 존부에 관하여 친자관계의 당사자 사이, 혹은 그 소송의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있을 것이 요구되지 않는다. 이에 더하여 별개의견과 같이 그 소송의 결과가 원고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다소 불확실한 개연성만으로 확인의 이익을 긍정하게 되면, 확인의 이익이 없어 소가 각하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이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입해 보면, 다수의견의 타당성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사건에서 소외 2가 소외 1의 친생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그 결과 원고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거의 없다. 어차피 원고는 독립유공자 유족으로 등록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소외 1과 소외 2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는다고 하여, 원고가 부양의무를 면하게 된다거나 상속관계에서 유리하게 된다는 등의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친자관계의 당사자인 소외 1과 소외 2는 이미 사망하였고, 원고는 소외 1의 증손자에 불과하다. 소외 1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바로잡고자 하는 원고의 희망이 '법률상 이해관계' 혹은 '법률상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에 이른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원고에게 이해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소를 각하한 다수의견의 결론에 찬성한다. 이소은 임상교수(서울대 로스쿨)
친족관계
친생자관계존부확인소송
민법
친생자관계
이소은 임상교수(서울대 로스쿨)
2021-09-23
의료사고
병원 침대 낙상사고와 의료기관의 손해배상책임
1. 사실관계 ① A는 2017년 12월 7일 급성담낭염으로 피고 병원에 입원하여 경피적 담도배액술 및 도관 삽입술을 시행 받았는데, 피고 병원은 낙상위험도 평가도구 매뉴얼에 따라 A를 낙상 고위험관리군 환자로 평가하여 낙상 방지를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하였다. ② A는 2017년 12월 11일 오전 4시경 중환자실에서 침대에서 떨어져 뇌손상을 입는 이 사건 낙상사고를 당하였다. ③ 피고 병원의 중환자실은 침대 매트리스 및 신체손상 여부 등의 확인을 위해 간호사를 2인 또는 3인 1조로 배치하고 있는데, 이 사건 낙상사고 발생 당시에도 중환자실에서는 간호사 1명당 환자 3명을 보살피고 있었다. 2. 항소심법원의 판단 항소심은 "①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증거를 종합하여도 A가 어떠한 경과로 침대에서 떨어져 이 사건 낙상사고가 일어난 것인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 ② A는 이 사건 낙상사고 당시 수면 중인 상태로 보이고 달리 A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한 것으로 볼 자료가 없다. ③ A가 낙상 고위험군 환자였음에도 이 사건 낙상사고 당시 A의 침대 근처에는 낙상에 대비한 안전예방매트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는 등의 사실을 인정하고, A가 낙상의 위험이 큰 환자였음에도 낙상사고 방지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과실이 피고 병원에 있다고 보아 피고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환자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손해가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아니한다. 피고 병원이 A가 낙상을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취하였던 당시의 여러 조치들은 현재의 의료행위 수준에 비추어 그다지 부족함이 없었다고 볼 여지가 있을뿐더러, 피고 병원의 간호사가 중환자실에서 A의 상태를 마지막으로 살핀 뒤 불과 약 15분 후에 이 사건 낙상사고가 발생한 것을 가지고 낙상 방지 조치가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여부를 피고 병원 측이 충분히 살피지 아니하거나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또한, 원심은 이 사건 낙상사고 당시 A의 침대 근처에 낙상에 대비한 안전예방매트가 설치되지 아니한 것을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한 논거 중의 하나로 삼고 있으나, 원심으로서는 이와 같이 단정하기에 앞서 낙상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오늘날의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현가능하고 또 타당한 조치인지, 나아가 피고 병원이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지 아니한 것이 의료행위의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이었는지를 규범적으로 평가하였어야 한다. 나아가 원심도 인정한 바와 같이 낙상사고 당시 A가 어떠한 경과로 침대에서 떨어지게 된 것인지 자체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병원 측에서는 당시 낙상 방지를 위한 나름의 조치를 취하였을 뿐 아니라 침상 난간 안전벨트를 채운 상태에서도 환자가 스스로 침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 병원의 과실을 쉽게 인정하기에 앞서 이 사건 낙상사고의 발생에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인지 등을 보다 충실히 심리·판단하였어야 한다. 원심의 판단에는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위반 및 그 증명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4. 검토(본 대법원 판결의 의의) 1) 의료과오소송에서 피해자인 환자 측은 비전문가이고, 증거방법은 의사가 거의 독점하고 있음에도(증거의 구조적 편재), 감정인이나 감정증인인 의사나 의료기관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감정결과나 진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소송현실을 감안하면 피해자에게 증명책임의 기본원리를 수정 없이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은 증명책임제도의 기본이념이라고 할 수 있는 형평의 이념(무기 평등의 원칙)상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가능하면 환자 측의 손해배상청구가 용이하도록 하는 일반 증명책임원칙에 대한 수정법리들이 등장하였다. 이러한 수정법리에 관하여는 여러 가지의 논의가 있으나, 의사가 침습적 의료행위에 착수하기 전에 환자나 그 가족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할 설명의무를 부과하고, 사후적으로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환자 측의 증명책임을 경감하여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 일반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 의사의 진료행위를 위축시킬 정도로 증명의 부담을 의사 쪽에 전이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 관하여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조율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법리적 검토가 진행되어 왔다. 2) 대법원은 의사의 손해배상책임 판단의 전제가 되는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행위의 수준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불법행위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성립여부 판단의 기준을 규범적인 수준에 맞추고자 하는 것은 상당인과관계론의 기계적 적용으로 인한 폐단의 시정에 그 목적이 있다(지원림, 민법강의, 제18판, 1110면 참조). 의사의 의료행위 과정에서의 주의의무 위반과 환자의 피해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를 부정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행위법 규범의 존재 목적과 함께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의료서비스는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사회적 공공재인 점에서 각종 공공영조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 법리를 의료과오소송에서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대법원은 민법 제758조 제1항의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사고 방지를 위한 사전조치에 드는 비용이나 위험방지조치를 함으로써 희생되는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여(대법원 2017다14895 판결) 법경제학적 관점을 반영할 수 있다고 하였다. 본 건에서 낙상사고 예방을 위하여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오늘날의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현가능하고 또 타당한 조치인지여부를 규범적으로 평가하도록 판시한 것은 이러한 입장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3) 본 대법원 판결은 일반 의료사고 소송과 침대낙상사고의 경우는 간접사실의 원용을 통한 입증방식을 취하더라도 그 입증의 정도를 달리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기고 있다. 본 건 사실심 변론에 나타난 증거를 종합할 때, A가 어떠한 경과로 침대에서 떨어져 낙상사고가 일어난 것인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고, A가 자력으로 안전벨트를 벗어나 낙상에 이르는 행위를 한 사실을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도 없으며 그 가능성을 담보하는 간접사실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의사의 의료행위로 인한 일반 의료사고라면 이 정도의 간접사실에 대한 입증이 이루어졌다면 의사(의료기관) 측의 과실을 추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항소심법원의 판단과 달리 사실상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결론은 본 건 사고가 의사의 의료행위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고 판단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의료행위'라 함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검안·처방·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대법원 2002다48443 판결). 본 판결은 침대낙상사고를 일반 불법행위의 경우와 동일하게 보아 간접사실에 대한 입증을 위주로 하는 피해자의 입증책임 경감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즉 이 사건의 경우에 '담당 간호사가 부주의하게 침대안전벨트를 채우지 아니하였고, 그로 인하여 A가 낙상사고를 당하였다'는 사실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 있는 확신을 법관으로 하여금 가지도록 할 책임이 환자 측에 있다는 것이 본 판례의 입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러한 입장이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사고 장소가 일반인과 환자 가족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병원 중환자실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증거의 '구조적 편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증명책임의 기본원리를 수정 없이 적용한다는 것은 증명책임론의 기본이념이라고 할 수 있는 형평의 이념(무기 평등의 원칙)상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권혁재 상임조정위원(부산법원조정센터)
낙상사고
의료사고
입증책임
권혁재 상임조정위원(부산법원조정센터)
2021-06-07
형사일반
선거직 공무원의 경우 사전수뢰죄의 주체성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0. 5. 선고 2018고합340 판결 - 1. 사실관계 피고인은 2007. 5. 10.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 선거 출마선언을 하며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6. 11. 소속 정당의 당내 경선에 출마하고, 경선을 거쳐 8. 20. 소속 정당의 대선 후보자로 선출되고, 11. 25. 후보등록을 마친 후 12. 19. 치러진 대선에서 당선되어 2008. 2. 25.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공범)이 2007. 1. 24.경부터 취임 전까지 수차에 걸쳐서 취임 후 금융사 회장 임명과 관련한 돈을 수수하였다고 하여, 검찰이 피고인을 특가법위반(사전수뢰죄)으로 기소한 사안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형법 제129조 제2항의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란 ‘선거에 의해 당선이 확정된 자’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주체를 최소한 ‘공무원 자격 취득을 위한 단계는 거친 자’로 한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 당선 이전 시기에 대하여는 피고인을 사전수뢰죄로 의율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대상 판결은 "①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은 2006. 10.경부터 계속하여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2007. 4.경부터 다소 지지율이 하락하여 2007. 8.경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졌으나, 결국 2007. 8. 20. 실시된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후 대선까지는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2007. 12. 20.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② 피고인은 2007. 5. 10.경 경선 및 대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였다. 그 무렵부터 시작된 한나라당 경선 내내 피고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지지율 1위를 달렸고, 2007. 8. 20.경 박근혜 후보에 승리하였다. 김백준은 이를 ‘경선만 통과하면 대통령이 되는 노마크 찬스’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라는 점을 들어, "비록 당시 거론되던 후보군 중에 피고인의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하더라도 대통령선거일로부터 11개월가량 떨어진 2007. 1. 24.경에는 대통령 취임의 개연성이 있다고 할 수 없으나, 적어도 2007. 7. 29.경에는 피고인이 대통령이 당선될 것이 확정적이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누구나 피고인의 대통령 당선을 상당한 정도로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부분 사전수뢰 범행이 이루어진 2007. 7. 29.부터 2008. 1. 23.까지의 기간에는 피고인을 ‘공무원이 될 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3. 평석 가. 판례의 법리 대법원은 사전수뢰죄의 주체성과 관련하여 일반론으로, "형법 제129조 제2항에 정한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란 공무원 채용시험에 합격하여 발령을 대기하고 있는 자 또는 선거에 의하여 당선이 확정된 자 등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자뿐만 아니라 공직 취임의 가능성이 확실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갖춘 자를 포함한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6도472 판결 등)고 하여, 이른바 ‘개연성론’에 따라 검토해 왔다. 즉, 공모 지원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의 공사 사장, 선거(선출) 이전의 도시개발조합 조합장 등도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이른바 ‘어느 정도의 개연성’이 있으면 ‘공무원의 될 자’로 판단해 온 것이다. 선거직 공무원과 관련된 대상 판례에서 법원은, "선거직 공무원의 경우 공직 취임의 개연성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과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라는 뇌물죄의 보호법익을 균형 있게 고려하여, 선거와의 시간적 거리, 출마 의사가 확정적으로 표출되었는지 여부, 당선 가능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상태가 아니었던 피고인도 ‘공무원이 될 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나. 학설의 태도 공직선거 입후보자의 경우 본죄의 주체가 되는지 여부에 대해 학설은, 대통령·국회의원 등 선거의 입후보자는 이른바 보험성 로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고, 높은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이를 긍정하는 견해(긍정설)와 입후보자 중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만으로 주체를 한정해야 한다는 견해(제한적 긍정설), 공직선거의 입후보자는 공무원이 될 자로 볼 수 없어 주체성이 없다는 견해(부정설)가 대립한다. 다. 검토 및 본 사안의 경우 (1) 사전수뢰죄의 ‘공무원이 될 자’라는 문언의 의미는, 보편적 언어감각으로는 공무원이 되기로 예정(확정)된 자 정도로 이해되며, 그렇게 파악하는 것이 보다 죄형법정주의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본죄는 비교법적으로 드문 입법례이며, 구성요건적으로도 예비죄적 성격이 있어 가벌성을 확장하는 해석은 보다 주의해야 한다. 특히 특가법이 뇌물죄의 행위태양을 따지지 않고 수뢰액에 따라 일률적으로 형을 가중하고 있는 현실 역시 고려해야 한다. 사실 판결 실무의 핵심은 사실 ‘개연성’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에 있다. 확실성, 개연성, 가능성 정도로 구획한다면 ‘고도의 개연성’은 ‘확실성’ 쪽에, ‘어느 정도의 개연성’은 ‘가능성’ 쪽에 방점이 찍히는 표현이다. 그러나 공무원이 될 자를 ‘공무원이 될 가능성이 있는 자’로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공모에 응하지도 않은 자, 공직 선거에 출마하지도 않은 자까지 포함하는 것은 부당하다. 구성요건은 엄격히 해석해야 하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처벌의 흠결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보완하는 것이 옳다. 선거직 공무원, 특히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의 장 등 고도의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직책에 ‘출마’한 자라면 ‘공무원이 될 자’로 보아야 한다. 당선가능성이 아무리 낮은 자라 하더라도, 선거일정 개시 후 유력 후보의 유고나 기타 정세의 격변 등으로 예상치 못하게 당선되는 것을 우리는 여러 차례 목도한 바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의 ‘입후보자’를 당선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본죄의 주체에서 제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당선 확정이 아닌 출마의 시점부터는 본죄의 주체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2) 피고인 당선 직전 선거에서 두 유력 후보가 있었다. 선거 5달 전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약 13퍼센트였다(낙선자의 지지율이 높았다). 선거 2달 전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그 격차는 거의 2배에 달했다. 당시에도 이처럼 선거와의 시간적 거리는 짧았고, 결과적으로 낙선한 유력 후보의 당선가능성을 굉장히 높게 파악한 사람들도 많았다. 심지어, 당선된 후보는 선거 출마를 앞두고 후보단일화 제안을 하여, 출마 의사가 ‘확정적으로 표출’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정치적 경험은, 선거운동 이전의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당선가능성을 사후적으로 평가하는 일의 무의미함 내지 부적당함을 잘 드러내며, 제한적 긍정설과 판례의 태도는 여기서 한계를 보인다. (3) 대상 판례 사안과 같은 공직선거의 경우 이른바 잠룡, 예비후보자, 당내경선 참가자, 출마자 등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입후보자에게도 본죄의 주체성을 인정한다면, ‘어느 시점부터 입후보자로 볼 것인가’의 문제가 대두된다. 유력 주자로 언급되는 시점은 시간적 거리가 너무 멀고, 당내 경선 절차는 보편적 절차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기에 제외해야 한다. 예비후보자 제도는 ‘정치 신인에게 공평한 정치참여의 기회를 주기 위해 고안된 제도’라는 점에서, 본죄의 주체성을 따지기 위한 적절한 시점은 아니다. 형식적 측면에서도 출마의사의 확실성이 드러나는 시점인, ‘해당 선거에 후보 등록을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입후보자 여부를 판단함이 타당하다. 이렇게 볼 때, 수뢰 시점에서는 예비후보이자 당내 경선 참가자였을 뿐인 피고인을 ‘공무원이 될 자’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 피고인의 사전수뢰죄 주체성이 인정되는 것은 2007년 11월 25일경 이후부터라고 보아야 한다. 4. 결론 공무원 자격을 얻게 되는 경로는 다양하나, 공개채용 시험, 공개모집 그리고 선거 등으로 충분히 유형화가 가능하다. 학설은 이를 시도하고 있으나 대법원은 ‘어느 정도의 개연성’ 만으로 주체성을 판단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상 판결에서 법원은 명확성의 원칙과 뇌물죄의 보호법익을 균형 있게 고려했다고 하나, 진정신분범에서 보호법익의 문제는 ‘주체성’이 긍정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법리적으로도 의문이다. 대상 판결은 처벌의 필요성에 방점을 두어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훼손했다. 강성헌 변호사 (채헌 법률사무소)
다스
뇌물
이명박
횡령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강성헌 변호사 (채헌 법률사무소)
2019-03-11
사전수뢰죄의 주체
1. 사실관계 피고인은 한국도로공사가 2011년 4월13일부터 2011년 4월25일경까지 실시한 한국도로공사 사장직 공모에 지원하여 2011년 6월16일 사장에 취임하였는데, 취임하기 전인 2011년 4월19일경 피고인이 사실상 한국도로공사 사장으로 내정된 사실을 알고 있는 갑 회사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후인 2011년 4월25일 사장 지원서를 제출한 사안이다. 2. 원심(제1심 포함) 및 대법원 판결의 요지 원심은 ① 한국도로공사법 및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진행된 2011년 한국도로공사의 사장 임명 절차에 비추어 보면,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임명에 의하여 비로소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되는 것이므로, 그 전의 일련의 절차는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될 개연성'이라는 관점에서는 각 단계에 따라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돈을 받을 당시 공모에 지원하였는지 여부는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될 개연성'을 판단하는 데에 있어 결정인 관건이 될 수 없는 점, ② 피고인이 사장 공모 당시 자신이 사장으로 내정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 한국도로공사 사장 임명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피고인이 사장 공모에 지원할 의사가 있고 피고인이 지원하기만 하면 사장이 될 것이라는 점을 예측할 수 있었던 점 등을 들며 사전수뢰죄의 주체인 '공무원이 될 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도, 원심의 사실인정을 수긍하면서 설령 피고인이 당시 다른 직책을 희망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한국도로공사 사장 지원 마감일까지 사장에 지원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돈을 교부받을 당시는 피고인이 사장에 지원서를 내기 며칠 전이었지만 증뢰자 측 관계자들을 포함하여 한국도로공사 사장 임명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피고인이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지원할 의사가 있고 지원하면 임명될 수도 있다는 점을 예측하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돈을 교부받을 당시 피고인은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임명될 어느 정도의 개연성이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3. 평석 가. 사전수뢰죄의 주체 (1) 학설 형법 제129조 제2항에서는 사전수뢰죄의 주체로 장래에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 학설은 대체적으로, 단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되기로 확정된 자이거나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것이 확실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예정되어 있거나 일반적으로 기대될 수 있는 자 또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최소한의 개연성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채용시험에 합격하여 발령 대기 중인 자 또는 선거에 의해 당선이 확정된 자는 본죄의 주체가 될 수 있으나, 공무원이 되기 위하여 단지 채용원서를 제출하거나 공무원 시험에 응시 중에 있는 자는 그 채용가능성이 현저한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본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한편 대통령, 국회의원 또는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거직 공무원의 입후보자와 관련해서는 견해의 대립이 있는데, 당선 확정 전에는 본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견해,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자는 본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견해, 이러한 입후보자는 이익집단에 의한 보험성 로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특히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본죄의 주체가 된다는 견해가 있다. (2) 판례 판례는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도시개발사업조합의 임원인 조합장 또는 상무이사로 선출된 자가 조합장 또는 상무이사로 선출되기 전에 시공사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안에서, 형법 제129조 제2항에 정한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란 공무원채용시험에 합격하여 발령을 대기하고 있는 자 또는 선거에 의해 당선이 확정된 자 등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자뿐만 아니라 공직취임의 가능성이 확실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갖춘 자를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 라고 판시함으로써 공무원이 될 '개연성'을 요구하고 있다(대판 2010. 5. 13. 2009도7040). (3) 검토 사전수뢰죄의 입법취지가 취임 전의 비공무원이라 하더라도 취임 후의 직무와 관련하여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하는 경우에는 뇌물죄의 보호법익인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전수뢰죄는 공무원이 되기 전에 수뢰하더라도 공무원이 된 때에 처벌할 수 있게 되는데, '공무원이 된 때'는 객관적 처벌조건이다. 따라서 판례와 같이 해석하더라도 공무원이 되기 전에 뇌물을 받더라도 후에 실제로 공무원이 된 때에 처벌하게 되므로 처벌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나. 본 사안의 경우 한국도로공사 사장 임명절차는 사장 공모, 임원추천위원회의 서류 및 면접심사 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추천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는데, 피고인이 돈을 수수할 당시에는 사장 공모절차에 지원서를 제출하기도 전이었고, 돈을 받은 후에 지원서를 제출하여 사장에 임명된 사안이다. 따라서 적어도 돈을 받을 당시에는 형식상으로는 피고인이 지원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무원이 될 가능성은 전혀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피고인은 재판과정에서 '공무원이 될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다투었는데, 추측건대 그 이유가 돈을 받을 당시 지원서를 제출하기도 전이었다는 점에 주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사건은 돈을 받는 시점에서 공모절차에 지원하지도 않은 경우에도 '공무원이 될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던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임명 절차에서 대통령이 임명하기 전의 일련의 절차는 '개연성'이라는 관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고 보고 공모에 지원하기 전후 여부, 후보자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되었는지 여부 등의 각 단계만을 놓고 '개연성' 여부를 달리 판단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고, 대법원은 원심의 판시를 수긍하며 피고인이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지원할 의사가 있었고, 돈을 준 증뢰자 측에서도 피고인이 사장에 지원할 의사가 있었고 지원하면 임명될 수도 있었다는 점을 예측하고 있었던 점을 적시하고 있다. 즉 원심 및 대법원의 판시에 의하면, '공무원이 될 개연성' 여부의 판단은, 임용절차에서 객관적으로 공모에 지원하는 등으로 절차에 편입되었는지 여부에 따른 형식적인 면에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지원이나 응모 등을 하였는지 여부는 상관없이 실제로 공무원이 될 개연성이 있었느냐 하는 점을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의 판시에 의하면, 돈을 수수할 당시에는 지원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피고인이 사장에 지원할 의사가 있었던 점과 증뢰자 측도 피고인이 지원할 의사가 있고 지원하면 임명될 수 있었다는 점을 예측하고 있었다는 점을 적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물론 이 사건에서 돈을 받은 시점이 지원서를 제출한 후라고 한다면, 이 경우 사전수뢰죄의 주체성을 더 쉽게 인정할 수 있을 것이지만, 이 경우에도 '공무원이 될 개연성'의 판단방법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할 것이다. 다. 채용시험을 거치거나 선거직의 경우 본 사안은 공모 절차를 거쳐 임명되는 경우인데, 만약 채용시험을 거쳐 임용되는 경우라고 가정하면, 피고인이 설사 채용원서를 제출한 후에 수뢰하였다 하더라도 학설에서 언급하고 있는 바와 같이 채용가능성이 현저한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체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고, 채용원서를 제출하기 전에 수뢰한 경우는 더더욱 주체로 된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선거직의 경우를 보면(위 대판 2010. 5. 13. 2009도7040), 이 사안은 피고인들이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도시개발사업조합의 임원인 조합장 또는 상무이사로 선출되기 전인 2004년 4월29일경 시공사측으로부터 수뢰한 후 2004년 5월2일 개최되는 창립총회에서 임원으로 선출된 사안이다. 즉 위 사건은 선거의 방법으로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자로 된 경우인데, 위 사건에서 임원으로 선출된 자가 수뢰 당시 후보자 등록을 한 상태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원심 판결에서도 나타나지 않는다), 판례는 조합장 또는 상무이사로 선출될 상당한 개연성이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판시하고서 사전수뢰죄를 인정하였던 것이다. 라. 결 어 요컨대, 사전수뢰죄의 주체인 '공무원이 될 자'는 임용절차상 지원 또는 응모로 임용절차에 편입되었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사실상 공무원이 될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취지로 보이고, 이와 같은 입장은 사전수뢰죄의 보호법익과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2015-02-26
케이블방송의 지상파 재송신행위에 대한 적법성 검토
1.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방송법상 지상파방송 사업자이며, 피고들은 케이블방송사업자(이하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로서 다채널 유선방송사업을 영위하는 자인바, 피고들은 위 사업을 통해 원고들이 지상의 송신탑 등을 통해 공중에 송출하는 일부 디지털 지상파방송(KBS1, EBS 제외, 이하 '지상파방송')의 방송신호를 수신한 후 실시간으로 위 방송신호를 피고들의 가입자가 보유한 텔레비전에 재송신하고 있다. 이에 원고들은 원고들이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자 또는 저작인접권자로서 이를 공중에 송신하거나, 그 방송을 동시중계방송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가진다는 전제 하에 피고들을 상대로 피고들의 재송신행위 금지를 구하는 청구와 동시에 위반 1일마다 1억원의 지급하라는 간접강제청구의 소를 제기한 것이다. 2. 소송의 경과 가. 지상파방송사업자들의 가처분신청 기각 2009.12.31. 원고(신청인, 이하 '원고')들이 피고들 중에서 어느 특정 사업자(피신청인, 이하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카합3358 저작권등침해중지가처분신청사건에서 재판부는 원고들의 피보전권리는 인정되나,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하였다. 위 가처분사건에서 재판부는 피고의 재송신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없으며, 피고의 재송신행위가 원고들의 동시중계방송권를 침해한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피고를 비롯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이 이미 2002년도부터 이를 재송신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이 약 6년 동안 이에 대하여 아무런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종합유선방송 가입자 중 상당수의 가입 목적이 지상파방송을 깨끗한 화질로 시청하기 위한 데 있는 점,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이 지상파방송 채널 사이에 배치되는 홈쇼핑 채널로부터 얻어지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일단 가처분이 허용되면 피고는 가입자 이탈 등으로 인한 매출 감소로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피고와 같은 특정의 한 업체를 시범사례로 선정하여 중대한 불이익을 가하는 가처분을 발령하는 것은 분쟁 해결에 적절한 방법이라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던 것이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재판부는 피고들이 원고들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이 사건 방송을 재송신하는 행위는 방송사업자인 원고들의 동시중계방송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아울러 양 당사자들 사이에 조만간 원만하게 협의될 가능성이 보이고, 장차 피고가 재송신금지의무를 위반한 개연성 및 원고의 피해 및 피고의 이익에 대한 입증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간접강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3. 당사자 주장의 요지 우선, 원고들은 지상파방송의 저작권자 또는 저작인접권자로서 가지는 공중수신권 및 동시중계방송권을 피고들의 재송신행위로 인하여 침해받았다고 주장함한다. 이에 반하여, 피고들은 피고들의 지상파재송신행위는 피고들가입자의 방송 수신을 단순히 도와주거나 보조하는 i) 수신보조행위에 불과하므로, 원고들의 저작권 등의 침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과 함께, 피고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난시청 해소 및 방송품질의 보장을 원하는 원고들과의 묵시적 합의에 따라 지상파방송을 재송신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왔으므로, 이 사건과 같은 재송신 중단 요구는 ii) 묵시적 합의에 대한 위반으로 허용되지 아니하며, 더 나아가, 원고들이 수십 년 동안 피고들에게 단 한 차례도 방송신호 사용료의 지급을 요구하는 등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 적이 없었고, 피고들이 지상파 방송을 재송신한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은 기존의 광고 수익을 그대로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이 이제 와서 갑자기 재송신의 금지를 요구하는 것은 iii)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논리를 펼친다. 4. 주요 쟁점에 대한 판단 가. 지상파 방송사들의 저작권법상 권리 침해 여부 지상파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공중송신권, 그리고 그에 기초한 재송신 중단 청구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원고가 저작권을 행사할 수 없는 방송프로그램도 본건 청구에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구대상이 특정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하였다. 그러나, 원고들의 동시중계방송권과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원고들이 자신이 특정 지역에서 송출한 방송신호를 다른 지역에 설치한 안테나 등을 통해 수신하여 이를 해당 지역에 재송신할 권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제3자에게 위와 같은 방식의 재송신을 허용하거나 무단 재송신 행위를 금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판시한 후, 이러한 동시중계방송권에 대한 피고들의 침해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였다. 방송의 수신행위 및 그 허용 한계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수신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고품질의 방송화면을 시청할 수 있도록 유상 또는 무상으로 방송신호 수신을 위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는 시청자의 방송수신을 도와주는 것으로, 시청자의 행위로 평가되는 한 원칙적으로 허용된다고 봄이 상당하지만, 방송신호를 수신하는 동시에 이를 다시 외부에 송신하는 것은 당해 행위의 성질과 태양, 당해 행위 과정에서 행위자 및 시청자의 각 역할 내지 당해 행위에 대한 지배의 정도, 당해 행위의 구체적 내용, 당해 행위의 결과로 행위자가 얻을 이익 등을 고려하여 이러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사실상 독자적인 방송사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이는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i) 수신설비 등의 관리 형태, ii) 영업행위(대가), iii) 방송신호의 변경, iv) 방송법 제78조의 해석에 따라 지상파재송신행위가 수신보조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우선, 아파트의 공동수신설비와 달리, 피고들은 수신료 징수 등 이익을 얻기 위한 목적에서 독자적으로 안테나 등 관련 설비를 갖추고 독자적으로 관리하면서 지상파 방송을 수신한 후 이를 가입자에게 재송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가입자는 피고들이 제공하는 채널과 서비스에 대한 이용 여부만을 소극적으로 결정할 수 있을 뿐 적극적으로 수신설비의 설치 및 관리 방법 등을 결정할 수 없다. 또한, 피고들은 가입자에게 지상파 방송을 포함한 각종 방송채널을 제공하는 대가로 유선방송 상품 종류에 따라 월 4,000원부터 33,000원 사이에서 책정된 이용료를 지급받고 있으며, 이러한 이용료는 수신설비의 관리 및 유지 비용과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고 있지 않고 있으며, 피고들이 수신설비 관리 및 유지에 실제로 소요되는 비용을 초과하는 이용료를 가입자로부터 지급받고 있다. 이에 덧붙여 피고들은 지상파 방송을 송신된 상태 그대로 가입자에게 재송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파수를 변경하거나 지상파 방송에 가상 채널을 부여하여 다수의 유선방송 전용 채널과 묶어 하나의 상품으로 제공하기 위한 목적에서 그 방송신호를 가공하고 있으며, 특히 피고들 중 어느 회사는 원고들이 8VSB(8-level Vestigial Sideband) 방식으로 송출하는 이 사건 방송 신호를 수신한 후 피고들의 디지털방송 표준방식인 QAM(Quadrature Amplitude Modulation) 방식으로 변조한 후 이를 송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피고들은 실질적으로 위 시설을 이용한 지상파 방송의 재송신을 통해 가입자로부터 시청료를 받는 영업을 하면서, 방송신호의 기본 특성을 유지한 채 수신자에게 전송하는 행위의 범주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방송신호의 변경이 현재의 마을 공시청 설비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과연 허용되는 수신보조행위가 무엇인가 하는 점까지 판단의 전제로 진지하게 고려되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여지를 남긴다. 무엇보다도, 방송법 제78조 규정의 조화롭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피고들의 지상파 재송신행위를 수신보조행위로 판단하기 쉽지 않다. 방송법 제78조는 피고들과 같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지상파방송 중 특정 공영방송(KBS1, EBS)을 동시재송신하도록 하면서(제1항), 이 경우 저작권법 제85조의 동시중계방송권에 관한 규정은 적용하지 아니하도록 하고 있는바(제3항), 이는 의무적인 동시재송신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지상파 방송에 대하여는 원고들이 여전히 저작권법상 동시중계방송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당초 동시중계방송권에 대한 제한규정을 두지 않았던 유선방송수신관리법 등 각종 관련법령의 연혁상 위 제78조 제3항의 규정이 방송권역 외 동시재송신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침해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방송법 제78조 제3항은 의무재송신 규정이 마련됨과 동시에 등장한 것이며, 방송법 제78조 제1항 단서에서 지상파방송사업자의 방송구역안에 종합유선방송사업자 등의 방송구역이 포함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나. 지상파 재송신 행위에 대한 묵시적 합의 여부 난시청 해소 및 지상파방송의 품질 확보 등의 목적의 1961. 8. 24. 유선방송수신관리법 및 1991. 12. 31.종합유선방송법에 의한 각 사업자들이 가입자에게 지상파방송을 동시재송신해 온 사실, 디지털방송 전환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을 논의하여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총 4기에 걸쳐 구성된 디지털추진위원회의 협의 과정에서 정부 및 지상파방송사업자측이 지상파방송 재송신을 요구하여 지상파방송을 재송신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따라 지상파방송사업자측의 요구 방식인 8VSB 방식에 따른 전송망 설비 투자를 한 사실 등의 사실을 두고 양 당사자들 사이에 지상파 재송신에 대한 묵시적인 합의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대상판결은 자문기관인 디지털추진위원회의 협의 내용을 원고들과 피고들 간의 법적 구속력 있는 논의라고 할 수 없고, 원고가 장래의 권리까지 포기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위와 같이 원고들이 2008. 7.경부터 명시적으로 피고들에게 지상파 방송의 재송신 중단을 요구하였다는 이유로 양 당사자들 사이의 묵시적인 합의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원고들이 재송신 중단을 요구하기 전까지 재송신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기본 전제로 채널번호의 요청 및 현황 조사를 했다는 정황을 종합한다면 묵시적 합의를 인정할 여지도 다분하다. 특히, 원고들이 주축이 된 한국지상파디지털방송추진협회는 2010. 4. 28. 아날로그 방송의 종료로 인한 디지털 전환과 관련하여 "유료방송(케이블·위성·IPTV) 가입자는 지상파 TV 디지털 전환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존 상품을 유지하더라도 TV를 시청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라는 광고를 한 사실 등은 묵시적인 합의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볼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 신의성실의 원칙 및 권리남용 대상판결은 피고들의 민법상 실효의 원칙 및 권리남용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① 원고들이 상당 기간 동안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의 재송신 행위를 문제 삼지 않은 사정만으로는 원고들이 장래의 동시중계방송권을 일체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할 수 없다. ② 피고의 행위는 저작권법 및 민법상 위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③ 피고들의 재송신행위로 인하여 그 사용료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된다. ④ 원고들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아닌 위성방송사업자, IPTV사업자로부터 일정한 사용료를 받고 지상파방송의 동시재송신을 허가해왔는데, 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부터는 동시재송신에 대한 아무런 대가를 징수하지 않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며, 계약조건을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하거나 사용료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라는 근거를 바탕으로 원고들의 권리행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라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시는 피고들의 재송신 행위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이 지상파 방송을 용이하게 시청할 수 있게 되는 긍정적 효과 및 피고의 재송신행위로 인하여 지상파방송사업자에게 사용료 상당의 손해가 사실상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과소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재송신을 통하여 유선방송 전용 채널의 매출이나 광고시장 점유율이 상승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지상파방송의 매출 등이 하락하는 부정적 효과보다는 재송신행위를 통하여 지상파방송의 수신 범위가 더욱 확대됨에 따라 사실상 지상파방송사업자의 광고효과가 더 배가되는 측면이 중시되어야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원고들이 그 동안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을 상대로 지상파 방송에 특정 채널번호를 부여해달라거나, 지상파방송 수신 장애 및 품질을 파악한다는 명목으로 동시재송신 현황을 조사하였다는 정황을 고려할 때, 원고들에게는 금반언의 원칙의 적용 여부도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필요가 있던 것이다. 5. 결론 본건 지상파 재송신에 있어, 피고들의 독자적인 수신설비 관리, 그로 인한 대가의 취득 등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지상파재송신행위는 사실상 독자적인 방송사업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으며, 현행 방송법 제78조 등 관련 조항들의 조화로운 해석까지 고려한다면, 피고들의 지상파재송신행위가 수신보조행위가 아니라는 취지의 대상판결의 저작권법 관련 판시 부분은 수신보조행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동시중계방송권은 저작권법에서 그 권리를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방송법에서 의무적인 동시재전송하여야 할 지상파 방송을 규정하고 있다 하여, 입법자가 방송법으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는 지상파 방송에 대하여 동시중계방송권을 다시 인정한다는 해석론은 의문이 간다. 특히 현행 방송법 규정은 연혁적으로 1991. 12. 31. 법률 제4494호로 유선방송관리법을 개정하고 종합유선방송법을 제정할 당시 처음으로 입법이 된 것인데, 당시 유선방송관리법상 독자적인 수신설비 관리, 그로 인한 대가의 취득이 인정되는 중계유선방송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도 없었으므로, 이러한 입법연혁에 대한 고찰이 무시된 측면이 있다. 나아가, 무료재송신에 대한 합의 여부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디지털방송전환 과정에서 벌어진 여러 가지 정황 및 지상파방송에게 방송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오늘날의 방송 환경에 감안해 볼 때, 대상 판결은 현실적인 필요성이나 실질적인 공평성을 외면하고 지나치게 보수적, 소극적이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지상파 재송신의 문제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야 한다. 즉, 지상파방송사업자들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 사이의 본건 분쟁은 저작권법 또는 민법상의 법리에 의하여 일도양단식으로 해결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방송, 통신이 우리에게 미치는 사회적 파급효과 및 시청자들의 권익, 복지를 고려하면, 법률적인 시시비비보다는 정책적, 입법적인 접근 방식이 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것이다. 따라서, 대상 판결의 선고 이후에 아직도 해소되지 아니한 양 당사자 사이의 대치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적인 결단이나 한국저작권위원회 등의 적절한 조정을 통하여 보다 건설적인 차원에서 신속하고 원만하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2010-10-25
입찰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 산정 기준
1. 들어가며 2001년부터 약 9년간 계속되었던 군용 유류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얼마 전 선고되었다.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기준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없는 상황에서 실제 손해와 가장 가까운 금액을 산정하기 위한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많은 자료와 공방이 오고갔다. 필자는 국가측의 항소심 소송수행자로서 위 판결의 내용과 의미를 정리하여 향후 유사사례 해결에 도움이 되고자 본 판례평석을 기고하게 되었다. 2. 사실관계 피고들인 주식회사 A,B,C,D,E는 국가인 원고에게 군용유류를 납품하는 정유 업체이다. 군용유류 구매절차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계법'이라 한다), 같은 법 시행령(이하 '국계령'이라 한다)의 적용을 받는데, 원칙적으로 경쟁입찰에 의한다. 원고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간 피고들과 입찰을 통하여 75건 금액 합계 약 712,845,810,000원(1998년 약 320,303,582,000원, 1999년 약200,132,950,000원, 2000년 약 192,409,278,000원)의 군용유류 구매계약을 체결하였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피고들이 위 기간 동안 입찰물량을 나누어 낙찰받기로 한 후, 유종별 낙찰예정업체, 낙찰단가, 들러리 가격 등을 사전에 합의하고, 그 합의된 내용대로 응찰하여 원고와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독점 규제법'이라 한다.) 제19조 제1항 제1호에 정한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였다고 보아 피고들 합계 약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이후 피고들은 이에 불복하여 결과적으로 납부한 과징금은 총 936억 1000만원이다.) 이와 더불어 피고들 및 피고들의 경영이사들은 독점규제법위반죄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이 판결은 확정되었다. 원고는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피고들에게 165,967,357,805원(그 중 82,857,611,115원은 98년분, 66,596,222,979원은 99년분, 8,965,745,626원은 2000년분) 및 지연손해금을 청구하였다. 3. 사건의 쟁점 및 손해액 산정의 방법론 가. 사건의 쟁점 피고들의 담합행위 여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심결 및 관련 판결에 의해 확정된 이상 피고들의 위법한 담합행위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그 책임 범위는 '피고들의 담합행위로 인하여 형성된 가격'(낙찰가격)과 '피고들이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으리라고 인정되는 가격'(경쟁가격)과의 차액이 될 것인데, 이 사건에서는 피고들의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을 추정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었다. 나. 손해액 산정의 방법론 1) 표준시장 비교 방법(원고측 제시) 표준시장 비교 방법(yarkstick method)은 입찰 담합이 없었던 시장을 표준으로 삼아서 그 시장에서의 가격과 입찰 담합이 있었던 시장에서의 가격을 비교함으로써 담합으로 인한 가격 인상분을 파악하여 손해액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원고는 피고들에 의하여 과점되고 있는 국내 유류시장의 특성상 유류 시장 전체에 걸친 가격 담합이 존재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국내 유류 시장을 기준으로 경쟁 시장 가격을 산정할 수는 없고, 아시아 최대의 유류 완제품 국제 시장인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유류를 구입하여 국내에서 원고에게 공급할 때까지 드는 비용을 산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형성된 거래가인 MOPS 가격에 운임보험료, 신용장 개설료, 통관료, 국내운반비, 저유비, 품관비, 첨가제가격, 일반관리비, 이윤, 석유기금, 관세 등의 부대비용을 더하여 가상의 경쟁시장 가격을 추정하였다.(이하 'MOPS 가격 비교 방법'이라 한다) 2) 중회귀분석을 통한 이중차분법(감정인단 및 피고들 제시) 감정인단 및 피고들은 통계학적 추론방법을 적용한 계량경제학적 분석방법, 즉,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을 변수로 설정하고 중회귀분석(multiple regression analysis)이라는 통계학적 추론방법을 사용함으로써 담합이 가격에 미친 영향과 담합 이외의 경제적 요인들이 가격에 미친 영향을 분리하여,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but for price)을 추정해 내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4. 1심 및 대상 판결의 요지 가. 1심 판결의 요지(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1. 23. 선고 2001가합10682 판결) 1심은 ① 완전경쟁시장(싱가포르 현물시장)을 기준으로 손해를 산정하게 되면 결국 '다른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과 실제 구매가격과의 차액'이 아닌 '완전경쟁시장에서 형성되었을 가격과 실제 구매가격과의 차액 전체'를 피고들에게 부담시키는 결과가 되며, ②군납 유류시장과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특수성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변수들의 효과를 적절히 감안하지 아니한 채 두 시장을 단순히 비교하는 표준 시장 비교 방법은 타당하지 않다고 하면서, 이 사건에서는 낙찰가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을 도입한 중회귀분석 모형을 설정한 다음 이중차분법에 따라 담합의 효과를 추정해내는 방법, 즉 '중회귀분석을 통한 이중차분법'에 의하여 손해액을 계산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따라 1심 법원은 감정인단의 결과를 원용하되, ①추정모형으로는 통상 최소자승법(ordinary least squares method)을 채택하고, ②담합효과는 1998년과 1999년은 동일하게, 2000년은 이와 다르게 설정하는 모형을 채택하며, ③유찰수의계약 자료는 모두 모형에서 제외하는 변형을 가하여 최종적인 손해액을 80,997,385,398원으로 계산하여 판결하였다. 나. 대상 판결의 요지 항소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을 변경하였다. 즉, 계량경제학상의 중회귀 분석을 통한 손해액 산정 방법이 그 자체로서 매우 합리적인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①경제적 논증에 대한 규범적 통제의 어려움, ②이 사건 각 모형에 의하여 추정된 각 손해액의 편차가 5.5배를 초과할 정도로 매우 큰 점, ③우리의 손해배상제도가 3배 배상의 원칙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계량경제학적 손해액 산정 방법을 도입할 경우 위와 같은 불확실성의 혜택(benefit of doubt)이 피고들에게 돌아가 과소 배상의 위험이 있어 이 사건 손해액의 산정 방법으로 위 방법을 채택하는 데는 여러 가지 현실적 제약이 있다고 하였다. 한편, 원고의 MOPS 가격 비교 방법에 대하여는 ①원고의 산정 방식의 현실 적합성에 대하여 9년에 걸친 비교자료를 활용할 수 있었는바, 담합이 없었던 2001년 내지 2009년까지의 유종별 실제 낙찰 평균가는 MOPS 가격 비교 방법에 따른 경쟁가격 평균가의 94.39% 내지 103.72%사이에서 결정되어 그 정확도가 매우 높고, ②국내의 대량수요처 및 원고도 예정 가격 결정시 MOPS 가격 비교 방법을 기초 자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③분석자의 가치관과 무관하게 객관적 현실에서의 적합성을 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고의 MOPS 가격 비교 방법을 담합 기간의 가상 경쟁 가격을 추정하는 일응의 기준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판시를 하였다. 항소심 법원은 이에 따라 원고의 산식을 기준으로 통계적 편차를 반영하여 최종적인 손해액을 130,992,430,066원(1998년은 73,994,790,469원, 1999년은 60,657,670,018원, 2000년은 6,657,089,641원)으로 확정하였다. 5. 평석 가. 판결 이유 분석 불법행위 손해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한다(차액설). 이러한 대전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원·피고들은 담합행위(이 사건에서의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형성되었을 가상 경쟁가격을 각자 다른 방식에 의해 추정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가상 경쟁가격을 정확하게 산출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법원은 손해액 산정에 다소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 밖에 없지만, 위 손해액 산정은 이론적 근거와 자료의 뒷받침 아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에 의하여 정당하게 추정되었다고 평가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법리의 이면(裏面)에는 피고들의 잘못된 행동이 정확한 손해액을 산정하지 못하게 하였으므로 원고의 손해액 입증책임(burden of proving)은 그만큼 경감되어야 하고, 그만큼의 부정확성은 잘못한 행동을 한 자가 감수하여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참고로 이러한 측면은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추정 법리가 발달한 미국법원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고전적인 원칙(ancient principle)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법원은 원고의 MOPS 가격 비교 방법이 위에서 보았던 이유에 따라 현실을 개연성 있게 반영할 수 있고, 그 결과 또한 신뢰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한편, 법원은 계량경제학적 방법이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을 추정하는 방법으로서의 훌륭함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계량경제학적 방법은 그 자체로 방법적·현실적 한계가 있다. 즉, 이 사건에서 유류가격 형성에 미치는 변수는 연구진 마다 15개에서 20개가 제시되었으며, 분석자의 가치관에 따른 변수선택으로 모델 구성이 달라져 그 결과는 5.5배가량의 차이를 낳았다.(18,841,570,000원에서 112,008,785,163원의 스펙트럼이 존재하였다) 여기서 법원은 어느 모델이 정답이라고 평가하기 곤란하며, 모델을 선택한 후 그 변수를 변경하는 것(1심 법원)은 합리적인 규범 판단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본 것이다. [변론 과정에서 미국의 유사 사례로서, 법원은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 산정에서 다양한 변수의 통제가 어렵다면 계량 경제학적 방식을 채택하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판시가 제시된 바 있다.(Miller v. Holzmann, 563 F.Supp.2d 54,109)] 나. 평가 본 판례는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 산정 방법에 관하여 일종의 표준시장 비교 방법을 채택한 선진적인 사례이다. 법원은 계량 경제학적 방식의 그 자체의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그 방법의 현실적 적용의 어려움을 지적하면서, 표준시장 비교 방법의 합리성과 현실적합성을 실증적인 방법을 통해 확인하였다. 또한 본 사건은 전문 감정에 대해서 법원의 규범적 평가의 범위가 어디까지여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판시하였는바, 전문·기술적 소송이 점차 증가하는 요즘의 추세에서 전문·기술적 감정을 어떻게 통제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2010-02-01
갑판적 운송과 운송인의 책임제한배제
I. 문제제기 2004다27082(대법원 2006.10. 26. 선고)판결은 갑판적과 관련해 운송인의 책임제한이 배제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판결로 관심을 모았었다. 본 판결도 위 대법원 판결과 궤를 같이 한다. 이에 대해 찬성하는 판례평석이 지난 4월7일자(김현 변호사)에 게재됐다. 필자는 이러한 경향에 반대하는 견해를 피력하고자 한다. 해상운송인에게는 포장당 책임제한권이 주어진다(상법 제789조의2 제1항). 본 사안에서 운송인에게 책임제한이 허용되면 운송인은 원고에게 약 900만원(포장 13개x500SDR)만 지급하면 되지만, 책임제한이 배제되면 4억원의 손해를 배상해야만 했다. 따라서 동 제1항 단서의 책임제한배제 사유(운송물에 관한 손해가 운송인 자신의 고의 또는 그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해 생긴 때에는 책임제한을 할 수 없다)가 중요한 쟁점이 됐다. II. 사실관계 1. 원고는 로봇 제조 회사이고, 피고 B는 복합운송주선업자, 피고 C는 외항해상운송사업자이다. 2. 원고는 2005년 4월1일 일본에 로봇을 수출하기로 하고, 피고 B에게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을 의뢰하고 운임으로 약 1,700만원을 지급했다. 피고 B는 C와 부산에서 일본 나고야까지의 운송계약을 체결했다. 피고 C는 화물을 선적하면서 원고를 대리한 피고 B에게 무하자 마스터선하증권을 발행했고, 피고 B는 원고에게 무하자 하우스 선하증권을 발행했다. 3. 화물은 플랫트 랙 컨테이너(Flat-Rack Container) 7대(34개 포장단위)에 넣어져 4월1일 부산항에서 선적됐고, 4월6일 나고야 항에 도착해 같은 달 14일 D에게 인도됐다. 갑판적을 했던 컨테이너 4대(13개 포장단위)에 해수로 인한 침수손이 발생했다. 4. 원고는 피고 B에게 화물의 운송주선을 맡기고 피고 B는 피고 C에게 화물운송을 맡겼는데 화물 일부를 임의로 갑판적으로 운송해 해수에 노출시키는 등 손상시켰으므로 피고들은 손해액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 피고 C가 피고 B에게 발행한 선하증권 이면약관에 갑판적 화물운송을 허용한다고 기재돼 있어 화물 일부를 갑판적 운송한 것이 피고 C의 고의 또는 무모한 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그 배상책임은 포장 단위당 500SDR로 제한된다고 피고는 주장한다(이상 판결문에 의함). III. 법원의 판시내용 1. 청구원인 피고들은 화물을 안전하게 선창에 적부해 운송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여 화물을 갑판적으로 운송해 손상을 야기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B는 운송주선인으로서, 피고 C는 운송인으로서 원고에게 이로 인한 손해 전부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상법 제115조, 제788조). 2. 책임제한여부 (i) 화물은 직교 좌표형 로봇으로서 정밀하고 예민한 제품인 점, (ii) 화물은 부산항에서 나고야 항까지 4일 동안 해상으로 운송되었는데 갑판적은 선창 내 적부에 비하여 강한 바람이나 파도, 해수,… 태양열, 극심한 온도변화 등에 의해 용기나 화물이 손상될 위험이 큰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별도의 갑판적 운송 약정없이 화물 일부를 임의로 갑판적으로 운송한 것은 위 제789조의2 제1항 단서에서 말하는 무모한 행위로 평가된다. 3. 결 론 피고들은 원고에게 각자 약 4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 IV. 평 석 1. 청구원인과 B(운송주선인)의 법적 입지 법원은 B는 운송주선인으로서 C는 운송인으로서 원고에게 연대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한다. 실무적으로 명칭은 운송주선인이지만, 주선인은 (i) 순수한 주선인이거나, (ii) 운송인이거나, 또는 (iii) 대리인으로 기능한다. 위 판결의 내용에 따르면 동일한 사건에서 한 사람이 세 가지 기능을 모두 한 것으로 보이는 오해를 자아낸다. B가 순수한 운송주선인인 경우이거나 B가 운송인인 경우에 원고가 실제운송인인 C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한다면 청구원인은 불법행위일 것이다. 그렇다면 선하증권의 기재내용은 본 사안에서 언급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 상법의 책임제한규정을 실제운송인이 이용하여 책임제한을 주장했을 것이고 법원은 이에 따라 판단하면 되었을 것이다. 만약 B가 원고의 대리인이었다면 C가 발행한 선하증권상 운송인의 상대방은 원고가 되는 것이고 선하증권의 기재내용이 바로 효력을 미치게 된다. 하우스 선하증권과 마스터 선하증권이 발행됐다면, B는 명칭은 운송주선인이지만 그가 원고와의 사이에서는 계약운송인이 되고 다시 이번에는 그가 화주의 입장에서 실제운송인 C와 운송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2. 갑판적 운송의 쟁점 갑판적(on-deck)의 반대되는 개념은 갑판하 선적이다. 화물창 안에 화물을 싣고 갑판에 있는 화물창 덮개를 닫게 되면 비바람이 몰아쳐도 안전하다. 그런데 비바람을 맞아도 문제가 없는 화물, 예컨대 원목·컨테이너 등에 대해서는 갑판적 선적이 관행이 됐다. 이들 선박은 이러한 화물의 적재가 가능한 장치들을 갑판에 하고 있다. 일반 화물을 갑판적하게 되면 화물이 손상을 입을 위험성이 증대된다. 그러므로 갑판하 선적이 약정된 경우에는 갑판적을 하게 되면 중대한 계약위반이 된다. 그런데 아무런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서 달라지게 될 것이다. 예컨대 컨테이너만 적재하는 컨테이너 선박에서는 약정이 없어도 갑판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이해되고 선하증권에도 갑판적 약관이 있다. 약정에 위반해 갑판적한 경우 화물에 발생한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에 관한 다양한 법제도가 발전돼 왔다. 미국법은 準離路의 법리로서, 영국은 계약의 근본위반의 법리로서 갑판적을 엄격하게 처리해 왔다. 운송인은 처음부터 책임제한 등의 이익을 향유할 수 없다. 그런데 컨테이너 운송의 발달로 갑판적을 하더라도 침수로 인한 손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됐다. 헤이그 비스비 규칙과 우리 상법은 원칙적으로 갑판적한 경우에도 운송인은 책임제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다음 단계에서 책임제한배제사유가 있다면 책임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한다. 결국 우리 법제 하에서는 운송인에게 책임제한배제사유가 있었는지, 즉 갑판적을 결정할 당시에 ‘운송인 자신’이 고의 혹은 ‘운송물에 관한 손해가 발생할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작위 혹은 부작위를 했는지’가 쟁점이 된다. 3. 무모한 행위 무모한 행위의 법률적 의미에 대해서는 학설상 중과실설, 인식있는 중과실설, 미필적 고의설 등이 있다. 위 2004다27082(대법원 2006.10.26.선고) 판결에서도 대법원은 이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필자는 이는 ‘willful misconduct’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인식있는 중과실’로 이해한다(인권과 정의 2007. 6.). 자신의 결정으로 인해 갑판적한 운송물에 손해가 발생할 개연성(가능성이 아니라)이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갑판적을 결정하는 마음상태가 필요하다. 이러한 마음 상태가 운송인 자신에게 있은 경우에는 운송인은 책임제한을 할 수없다. 법원은 무모한 행위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제789조의2 제1항 단서규정을 본 사안에 적용하여 무모한 행위로 평가받을 행위가 진정 운송인에게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을 법원이 했는지 의문이다. III. 2(ii)에서 단순히 4일 동안 해상으로 위험이 높은 갑판적 운송을 했다는 것이 인식있는 중과실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할 수는 없다. 부산항에서 나고야 항까지의 4일 동안의 해상운송은 일본의 內海인 세도 나이가이를 거쳤다면 거의 일본연안을 따르는 항해로서 큰 위험은 없다. 또한 일기가 상대적으로 좋은 4월의 항해이다. 따라서 운송인은 단기간의 항해이고 4월의 연안항해이므로 침수될 정도의 해수를 컨테이너가 맞을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있다. 겨울의 북태평양 항해시에 운송인이 갑판적을 한 경우와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또한 III. 2.(i)에서 예민한 운송물이라는 것이 무모한 행위로 바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우선은 예민한 물건임을 운송인이 알았어야 할 것이다. 송하인은 예민한 물건이면 갑판하에 선적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 때 송하인은 더 높은 운임을 지급해야 한다. 또 송하인은 이렇게 함으로서 책임제한의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높은 운임을 내지 않으려고 송하인은 이를 고지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위 (i)(ii)에 제시된 근거를 보면, 임의로 갑판적으로 운송한 것이 무모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시는 객관적인 사항에 대한 판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평가돼야 하는 것은 운송인의 주관적인 심리상태이다. 과연 손해발생의 위험이 개연성에 이를 정도로 위험함을 인식하였는지가 우선 판단돼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모하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가 또 평가돼야 한다. 4. 운송인 자신 위에서 말한 무모한 행위는 운송인 자신에게 있어야 한다. 위 대법원 판결에서는 법인의 대표기관이 아닌 차장 및 대리의 직에 있는 자의 행위까지를 운송인 자신의 범위에 포함시켰다. 필자는 이는 지나친 확장해석으로 생각한다. 법원이 인정한 무모한 행위가 ‘누구의 것’인지 이 판결에서 읽을 수 없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5. 결 론 본 판결은 청구원인부분에서 운송주선인의 지위에 대해 법원이 실무에서 일어나는 법 현상을 명확히 구별해 설시하지 않아 법률관계를 파악하기 어렵게 한다는 점, 운송인의 포장당 책임제한이 배제되는 사유로서의 인식있는 중과실(혹은 무모한 행위)에 대해 사실관계를 운송인 자신의 갑판적 결정에 투시하여 파악하지 않은 점, 운송인 자신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은 점 등에 미흡함이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항소가 됐다면 필자의 위와 같은 궁금증을 완전히 해소하는 판결이 나오길 기대한다. 본 판결이 갑판적 운송에서 위 대법원의 판결의 뒤를 이어 운송인에게 책임제한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 법원의 경향으로 자리 잡지 않기를 바란다. 운송인의 책임제한권이 배제되는 사유는 ‘운송인 자신’의 손해발생에 대한 고의에 근접하는 ‘인식있는 중과실’이라는 심리상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인정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2008-05-05
LBO과정에서의 담보제공과 형사상 업무상배임죄 성부
Ⅰ. 사실관계 피고인 甲은 회사정리절차가 진행 중인 乙사를 인수하기 위하여 명목상의 회사인 丙사(SPC)를 설립한 후 丙사의 대표이사로서 금융기관으로부터 乙사 인수자금을 대출받고 일단 위 자금으로 취득한 乙사 주식을 대출에 대한 담보로 제공한 후, 인수거래가 완결된 후 甲이 乙사 대표이사로 취임하는 즉시 乙사의 재산을 대신 담보로 제공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는 乙사 주식을 반환받았다. 통상 LBO의 경우에 인수회사와 피인수회사가 합병을 하는데 이 건에서는 합병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검찰은 이러한 甲의 乙사 자산 담보제공행위에 대하여 업무상 배임으로 기소하였고, 1심 법원은 업무상배임을 인정하였으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2004. 10. 6. 선고 2003노3322 판결)은 甲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자금을 모두 乙사의 채무변제 등에 사용하여 개인적인 이득을 취한 바가 없고, 위와 같은 일련의 절차는 乙사의 경영정상화를 통한 乙사의 이익을 취한 측면이 컸으며, 甲은 乙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왔고 乙사의 경영정상화가 실제로 상당부분 달성되었다는 점에서 甲에게 乙사에 대한 손해를 입힌다는 업무상 배임의 고의가 없다는 이유로 업무상배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에 검찰이 상고하였다. Ⅱ. 연구 대상판결의 요지 가. 기업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그 인수자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나중에 피인수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식{이른바 LBO(Leveraged Buyout)방식}을 사용하는 경우, 피인수회사로서는 주채무가 변제되지 아니할 경우에는 담보로 제공되는 자산을 잃게 되는 위험을 부담하게 되어 피고인 甲이 乙사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는 乙사의 입장에서 볼 때 배임죄의 구성요건인 ‘재산상 손해를 가한 때’에 해당한다. 나. 주식회사 상호간 또는 주식회사와 주주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존재이므로 피인수회사의 1인 주주나 대주주라 할지라도 회사의 이사로서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배임죄가 성립한다. 다. 甲이 乙사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는 무제한 허용된다고 볼 수 없고, 그 담보제공으로 인한 위험부담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거나 최소한 대출금이 상환될 때까지 명목상 회사가 인수한 주식, 채권 등이 임의로 처분되지 못하도록 인수대상회사 또는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다. 라. 甲이 인수금융에 대한 담보로 乙사 자산을 제공한 것은 실질적으로 甲 또는 丙사가 乙사의 주주로서의 지위 또는 경영권 취득이라는 개인적 이익을 위한 행위이므로 甲에게는 배임의 고의가 인정되고 甲이 금융기관들로부터 대출받은 금원을 모두 甲사의 채무변제 등에 사용하는 등 담보제공 후 乙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하여 노력하였다는 것으로 배임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 Ⅲ. 평 석 1. 서 론 그동안 대법원은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상법상 인정되어 온 경영판단의 원칙(Business Judgement Rule)을 적용하여 동죄의 성립을 인정하기도 하고 반대로 부정하기도 하였다. 본 사안과 관련하여서도 경영판단의 원칙과 관련된 부분을 중심으로 고찰하기로 한다. 2. 경영판단원칙(Business Judge-ment Rule)의 의의 및 적용요건 경영판단원칙이란 이사가 성실하게 그리고 자신의 독자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에 의해 회사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생각되는 방법으로 임무를 수행했다면 법원은 그 잘못을 탓할 수 없다는 이론이다(이철송, 회사법 10판, 600쪽). 이 원칙은 미국의 판례법상 발전된 이론으로 그 개념에 대하여는 다양한 정의가 내려지고 있지만, 경영판단상 이사에게 중대하고도 명백한 재량권의 남용이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경영판단원칙의 인정근거로는 경영의사의 결정에는 본질적으로 위험이 수반된다는 전제하에 이사에게 사후적인 사법심사에 대한 우려 없이 능동적이고 효과적인 경영정책의 수립에 필요한 재량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과 주주들의 사후적 소송에 의한 지나친 경영간섭 내지 경영권 침해로부터 이사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이 거론된다(인권과정의, 제364호 10쪽, 송종준, 「경영판단원칙과 그 수용상의 과제」). 경영판단원칙이 적용되기 위한 적극요건은 첫째 경영상의 결정이 존재할 것, 둘째 경영판단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대하여 이해관계가 없고 독립적일 것, 셋째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선의로 경영판단을 하였을 것 등이며, 소극요건은 첫째 이사회의 결정에는 재량권의 남용이 없을 것, 둘째 이사회의 경영판단이 사기·불법행위·권한유월행위·회사재산의 낭비에 해당하지 않을 것 등이다(인권과정의, 제364호 12쪽, 송종준 위 논문). 3. 그동안의 대법원 판례 검토 미국과는 달리 형법상 배임죄를 규정하여 처벌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경영판단원칙을 형사책임 특히 배임죄의 성부와 관련하여 문제되고 있으며 판례도 여러차례 경영판단원칙의 내용을 설시한 사례가 있다. 먼저 경영판단과 배임죄의 관계에 관하여 설시한 Leading Case로는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을 들 수 있겠다. 보증보험회사의 경영자가 경영상의 판단에 따라 보증보험회사의 영업으로 행한 보증보험계약의 인수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경영자가 아무런 개인적이 이익을 취할 의도가 없이 선의에 기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그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바, 이러한 경우에까지 고의에 관한 해석기준을 완화하여 업무상배임죄의 형사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됨은 물론이고 정책적인 차원에서 볼 때에도 영업이익의 원천인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어 당해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될 것이다. 따라서 현행 형법상 배임죄가 위태범이라는 법리를 부인할 수 없다 할지라도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는 엄격한 해석기준은 유지되어야 할 것이고…”라고 판시하여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위 판례는 소위 ‘대한보증보험 대표이사 사건’이라 불리는데 당시 한보철강의 부도는 예상하기 어려웠던 점 등이 비중있게 평가된 점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대법원이 경영판단원칙을 설시한 대표적인 예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대상판결 또한 위 판례를 참조판례로 인용하고 있다. 그 외에도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도3131 판결 등도 위 대법원 판례와 같은 취지로 볼 수 있다. 반면 경영판단에도 경영진의 책임을 인정한 사례로는 대법원 2000. 5. 26. 선고 99도2781 판결이 있는데 위 판결은 “주식회사의 이사가 타인 발행의 약속어음에 회사 명의로 배서할 경우 그 타인이 어음금의 지급능력이 없어 그 배서로 인하여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점을 알면서 이에 나아갔다면 이러한 약속어음의 배서행위는 타인에게 이익을 얻게 하고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서 회사에 대하여 배임행위가 되고, 그것이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임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으며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도 유사한 취지의 판례이다. 4. LBO(Leveraged Buyout)방식에 의한 인수합병절차 개관 기업인수합병을 위해서는 다른 주주들의 주식을 매입할 자금이 있어야 할 것인데 그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방법으로 외부의 투자자를 유치한 후 대규모의 차입을 일으켜 나머지 주식을 모두 매입하는 것을 LBO(차입매수라고도 함)라고 하는데 LBO는 통상 회사의 경영진이 주체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 MBO(Management Buyout)와 용어를 서로 혼용해서 쓰기도 한다(계간 CFO 제6호, 김화진·송옥렬, 「상장폐지와 차입매수(LBO) 개관」). LBO방식에 의한 기업인수합병절차는 총 3단계에 걸쳐 이루어지는데 그 대략은 다음과 같다{이하 Dale A. Oesterle, Mergers and Acquisitions (Thomson/West, 2006), 27쪽}. 1단계로 기업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인수자는 다수의 투자자나 펀드의 도움을 받아 명목상 회사(SPC)를 세운다. 2단계로 명목상 회사가 투자받은 자금을 이용하여 인수대상 회사의 의사결정을 주도할 수 있는 50.1% 정도의 주식을 인수한 뒤 명목상 회사를 인수대상회사에 흡수합병시킨다. 마지막 3단계로 인수대상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하여 나머지 주식을 마저 인수하는데 이를 통해 인수대상회사는 자본대비 부채비율이 엄청나게 높아지게 되고 회사는 부채문제 해결을 위하여 신주발행, 자산매각 또는 구조조정 등의 수단을 통하여 자금을 조달하여 경영정상화를 꾀하게 된다. 5. 대상판례 연구 대상판례의 사안에서 LBO를 위해 설립된 명목상의 회사와 인수대상회사가 합병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는바 이로 본 판례가 전형적인 LBO에 대한 것으로 볼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최초로 LBO에 대하여 판시한 판례로서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수자 甲이 명목상 회사인 丙의 법인격을 인수대상회사인 乙와 별개로 유지시키면서 두 회사의 대표이사를 겸하였고 결국 甲의 담보제공에 있어 직접적인 이해관계자가 되었다는 점에서 경영판단원칙을 적용하기 위한 적극요건으로서 ‘대상행위에 대하여 이해관계가 없고 독립적일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는 점이 판례가 경영판단원칙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 결정적 요인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와 동일한 이유에서 대법원은 오히려 ‘담보제공으로 인한 위험부담에 상응하는 대가 등의 반대급부’가 제공될 것을 요구하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Ⅳ. 결 론 당해 사안이 인수자인 甲이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는 인수대상회사 乙과 그 인수합병을 위하여 설립한 명목상 회사인 丙을 합병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아 대상판례가 전형적인 LBO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기업인수합병절차에서 인수자가 인수대상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에 대하여 업무상배임죄를 인정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인수대상회사와 명목상회사가 합병절차를 거치지 않은 예외적인 LBO절차에 있어서도 ‘담보제공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제공하거나 최소한 대출금이 상환될 때까지 명목상 회사가 인수한 주식, 채권 등이 임의로 처분되지 못하도록 인수대상회사 또는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경우에는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법리를 설시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2007-11-15
경영판단의 항변과 기업경영진의 배임죄의 성부
I. 판결의 요지 경영상의 판단과 관련하여 기업의 경영자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일반적인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 고의의 입증 방법과 마찬가지의 법리가 적용되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기업의 경영에는 원천적으로 위험이 내재하여 있어서 경영자가 아무런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선의에 기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그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바, 이러한 경우에까지 고의에 관한 해석기준을 완화하여 업무상배임죄의 형사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임은 물론이고 정책적인 차원에서 볼 때에도 영업이익의 원천인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어 당해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될 것이므로, 현행 형법상의 배임죄가 위태범이라는 법리를 부인할 수 없다 할지라도,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 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미필적 인식을 포함)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는 엄격한 해석기준은 유지되어야 할 것이고,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 단순히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II. 경영판단의 항변 1. 의의 통상 ‘경영판단의 법칙(Business Judgment Rule)’이라 불리는 경영판단의 항변은 형사상의 배임의 성부 및 민사상 손해배상에 있어, 그 행위를 한 기업의 결정권자, 소위 경영진의 본인인 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가하려고 한 의도로서의 고의의 판단을 함에 있어, 기업의 경영이라는 것이 고도의 기술적인 영역이 내재하고, 아울러 위험을 수반하는 것이어서, 그 경영의 판단에 있어서의 최종적인 결과로서는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손해가 경영진의 고의 내지 과실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경영상의 사정을 고려할 때 당시로서는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었으나, 여타의 추가적인 사정으로 인한 것이어서 그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항변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항변은 반드시 고려하여야 한다는 자연과학적인 법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대리인(Agent)인 경영진의 배임행위에 대하여, 대리인의 행위의 합리성이 담보된다면 여러 가지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대안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한 것이 결과적으로 주주가치 내지 그 기저가 되는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거나, 현실적인 금전적인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불행한 결과가 발생한 것이고, 이로 인한 비용은 대리인 비용으로 주주들이 부담하여야 하는 것이 적절한 손해 귀속의 판단이라고 하는 항변인 것이다. 2. 경영 판단의 항변의 인부에 관한 논란 종래 국내에서는 경영판단의 항변을 우리 법원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하면서, 학설 상으로는 이사의 단순한 경영상의 판단을 잘못한 것은 임무해태로 보지 않는다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경영판단의 항변(Business Judgment Defense)은 이사의 고의 또는 과실의 판단에 있어서의 고려 요소로서 명시적으로 자구를 법원이 사용하고 있는가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과실 판단을 하기 위하여는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요소이고, 실제로 법원이 ‘대기업의 회장 등이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이유로 甲 계열회사의 자금으로 재무구조가 상당히 불량한 상태에 있는 乙 계열회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액면가격으로 인수한 것’이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하면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 ‘(대법원 2004.6.24. 선고 2004도520 판결 등 다수 판결)’고 하여 명시적으로 경영판단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설시를 하지는 않으나, 신임관계를 저버린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었다는 항변과 관련하여 판단하였을 것이므로, 우리 법원이 종전에 경영 판단의 항변을 고려하지 않거나,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해석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보인다. III. 경영판단의 합리성의 판단 요소 1. 경영 판단의 항변에 있어서의 주장 요소 위 판결에서 법원은 (1)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2) 판단 대상인 사업의 내용, (3)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4)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미필적 인식을 포함)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는 엄격한 해석기준은 유지되어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경영진 측의 소송대리인은 위 각 사항 중의 일부 또는 전부에 관한 항변을 통하여, 배임죄의 고의의 인식이 존재하지 않거나, 내지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하여는 합리적으로 의심이 없는 수준의 입증이 이루어 졌다고 할 수 없음을 항변할 수 있을 것이다. 2.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통상 기업의 의사결정은 대표이사 내지 실질적인 경영을 지시하는 사실 상의 업무지시자와 같은 상층 경영진의 검토 지시로 인한 하향식(downstream) 내지 실무자 선에서 상층으로의 상향식(upstream)의 의사 흐름에 의하여 개시된 사안이, 내부적인 실무자 선에서의 검토 및 검토 내용에 대한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하여, 내부적인 기업 지배 구조 상에서의 이사회 내지 경영위원회 등에서 결의가 이루어 지고, 이렇게 이루어진 결의가 실행이 되는 개시(Initiation), 검토(Review), 결의(Decision Making), 실행(Execution)의 각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와 같은 내부적인 의사 결정의 흐름에 있어서, 예를 들어 영업 실무자가 당해 기업이 전략적인 제휴 관계를 맺기 위하여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여 인수하게 되는 경우와 역으로 경영진 미팅에서 지분 인수 논의가 나오고, 이에 대하여 실무 회의를 거듭한 끝에 결정된 내용인데, 추후 당해 지분의 가치가 폭락하는 경우에 내부 의사결정에서 요구되는 모든 절차가 마쳐 졌고, 그 인수 가치의 평가의 적정성이 담보되는 등 판단에 명백한 위법성이 존재하지 않는 한, 당해 경영 판단은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달리, 경영층의 지시에 의해서 검토가 이루어 졌고, 실무자들의 반대 내지 외부 전문가들의 명백한 합리적인 논거에 기한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근거 없이 결정이 이루어 진 경우에는 경영 판단의 합리성이 의심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다른 요소 들을 고려하여 예를 들어 정실 내지 계열회사 관계의 존재, 내지 금전적인 거래의 존재 등으로 인하여, 경영진이 본인인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알고도 그 손해를 본인에게 가한다는 인식이 없는 한 단순한 합리성의 결여 만으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3. 판단 대상인 사업의 내용 각 사업에서의 합리성의 판단은 그 대상 사업에 따라 매우 다르다. 예를 들어, 사이클이 매우 큰 산업 형태인 조선업의 경우에는 호황기를 지나 불황기에 이르게 되면, 수주율이나 도크의 가동율이 현저히 떨어지게 되는데, 이러한 고려를 하지 않고, 불황기에 호황 사이클의 도래를 예상하고 투자하였는데, 예상과 달리 사이클의 회전이 늦어져서 손해를 가한 경우에는 이를 임무를 해태한 경우라고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본 건에서의 보증보험회사의 경우에는 보증보험 자체가 담보력이 부족한 기업이나 개인의 신용을 보완해 줌으로써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하여 설립된 회사로서, 어느 정도 보험 사고의 발생이 그 사업의 특성 상 예견되어 있어 보증금액의 상환이 확실한 경우에 한하여 보증할 임무가 있다고 할 수 없음에도 이러한 특성을 무시하고 판단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경영판단의 적법성을 고려함에 있어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요소로서, 만일 이러한 요소가 고려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당해 판단이 위법함을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4.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다음으로 고려되어야 할 요소가 기업이 처한 전체적인 상황이다. 회사의 손해 내지 이익의 발생은 당해 기업 자체의 판단에 의한 결과로 귀속되는 것이기는 하나, 당해 기업의 손익은 반드시 전체적인 시장 상황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서 예측하기 어렵거나, 사실상 불가능한 시장 상황의 변동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이를 당해 기업의 경영진의 책임으로 귀속시킬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 일시적인 효과를 주는 경제적 변수를 제거하더라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결정을 하는 경우인지 여부를 따져야 할 것이므로, ‘제거 판단(but for test)’를 하여서 만일 그러한 ‘외생 변수’를 모두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합리적인 예측으로 제거 가능한 손해를 무시하고 그러한 의사 결정을 하였다고 한다면, 그러한 의사 결정을 경영진의 의도가 본인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판단될 수 있을 것이다. 5. 손해발생의 개연성과 이득획득의 개연성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손해가 발생하였거나, 할 개연성이 존재하거나, 내지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거래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결과적으로 손해를 끼치는 것처럼 ‘위태범’으로서의 최소한 손해발생 등의 개연성이 존재하여야 할 것인바,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경우 뿐만 아니라 재산상의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가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실제에 있어 정상적인 경영 상의 판단은 ‘제한적인 합리성(Restricted rationality)’에 근거하여 이루어 지는 것으로, 당해 시점에 있어서의 판단의 적부를 추후에 추가된 자료를 근거로 하여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경영 판단 항변은 배임죄의 손해 요건과 관련하여, 손해가 발생할 것이 당해 의사 결정의 시점에서 있어서 예견된다는 사정이 내부의 실무자 검토 내지 외부 전문가 검토에서 드러나거나, 아니면, 외부에서 당해 기업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는 객관적인 제3자로서의 투자기관에서의 평가 등을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도 위에서 언급한 제한적인 합리성을 갖춘 판단으로 인정된다면 항변으로서는 족하다고 생각한다. IV. 본 판례의 의의 본 판례는 경영상의 판단에 있어서, 경영 판단의 항변을 받아들여 엄격한 해석기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기업이라는 집단이 가지는 ‘위험 인수자(risk taker)’로서의 속성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향후 판례의 전개를 통하여 금번 대법원 판결에서 판단의 요소로 제시한 (1)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2) 판단 대상인 사업의 내용, (3)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4)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 등이 좀더 풍부하고 섬세하게 검토되리라 생각한다.
2004-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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