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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상속
성년후견개시심판에서 처분권주의
1. 사실관계 및 대법원의 판단 사건본인의 장남인 청구인은 사건본인이 1997년경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사건본인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었고, 참가인은 2002년경부터 사건본인을 간병하며 동거해오다가 2018년 혼인신고를 하였다. 사건본인은 2018년 11월경 혈관성 치매 등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하였고, 참가인은 사건본인과의 혼인신고와 2019년경 사건본인 소유의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시도하는 등의 문제로 사건본인의 자녀들과 갈등이 있었다. 청구인은 사건본인에 대한 성년후견의 개시와 자녀들을 성년후견인으로 선임할 것을 청구하였으나 제1심 법원은 한정후견을 개시하고 법무사를 한정후견인으로 선임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사건본인의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어 한정후견이 아닌 성년후견이 개시되어야 한다며 항고하였고, 사건본인은 후견개시가 불필요하고 후견이 개시되더라도 참가인이 후견인으로 선임되어야 한다며 항고하였다. 원심은 사건본인에 대한 정신감정 없이, 조사 결과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사건본인의 사무처리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청구인과 사건본인의 각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민법이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을 구별하여 개시 요건과 청구권자 등을 개별적으로 정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의 요건 중 '사무처리 능력의 지속적 결여'와 '사무처리 능력의 부족'은 정도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한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에 관한 심판 절차는 가사비송사건이므로 가정법원이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않고 후견적 입장에서 합목적적으로 결정할 수 있고,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 개시의 청구가 있는 경우 가정법원은 청구취지와 원인, 본인의 의사, 성년후견제도의 목적 등을 고려하여 필요한 절차를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청구인이 성년후견의 개시를 청구하고 있더라도 필요하다면 한정후견을 개시할 수 있고, 한정후견의 개시를 청구한 사건에서도 감정 결과 등에 비추어 성년후견 개시의 요건을 충족하고 본인도 성년후견의 개시를 희망한다면 법원이 성년후견을 개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2. 가사비송사건과 처분권주의 소송물에 대한 당사자의 결정권을 보장하는 처분권주의는 절차의 개시, 심판의 대상과 범위, 절차의 종결을 당사자의 의사에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변론주의는 변론에서 재판의 기초가 되는 내용을 당사자가 제출하도록 하는 소송자료 수집에 관한 것으로, 소송물 결정에 관한 처분권주의와 개념을 구별해야 한다. 변론주의와 대비되는 원칙인 직권탐지주의와 처분권주의는 양립 가능한 것이므로, 직권탐지주의가 적용된다고 해서 처분권주의가 바로 제한된다고 볼 수는 없다. 성년후견개시심판에서 법원이 청구권자의 청구와 무관하게 한정후견을 개시할 수 있다는 결정은 당사자가 청구한 대상과 다른 대상에 관하여 판단하는 것으로 법원의 판단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고, 가사비송사건에도 적용되는 처분권주의의 제한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 성년후견개시심판을 비롯한 성년후견제도 관련 사건은 라류 가사비송 사건이지만 법원의 후견개시 심판의 경우 실무상 청구권자 사이의 대립과 청구권자와 사건본인과의 대립양상이 많이 있어 청구인과 관계인 사이의 다툼이 존재하기 때문에 처분권주의를 보장하여 당사자와 이해관계인이 불측의 판결을 받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3. 성년후견개시심판에서 한정후견 개시 성년후견개시심판과 한정후견개시심판은 실체법상 별개의 청구에 해당하여 소송물이 다른 것으로 보아야 한다. 소송물의 동일성에 관한 판단기준에는 구실체법설(구소송물이론), 소송법설(신소송물이론), 신실체법설 등 여러 견해가 있으나, 판례는 실체법상의 적용법조가 달라지면 그 권리관계를 소송물로 보아 청구를 달리 보고 있다. 성년후견개시심판(민법 제9조)과 한정후견개시심판(민법 제12조)은 실체법상 별개의 청구에 해당하고, 성년후견개시심판은 가사소송법 제2조 제2호 가목 1)에, 한정후견개시심판은 동법 제2조 제2호 가목 1)의3에 규정된 라류 가사비송사건으로 실체법이나 소송법상으로 각각 소송물이 다른 별개의 청구에 해당하는 것으로 성년후견의 개시를 청구한 사건에서 법원은 직권으로 한정후견을 개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개정 전 민법의 행위무능력 제도에서는 재산관리와 거래 안전에만 목적을 두고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들을 일률적으로 행위능력을 박탈하거나 제한하였지만, 성년후견제도는 이러한 획일적인 행위무능력 제도를 개선하기 위하여 여러 후견유형을 인정하여 탄력적 운영이 가능하게 입법하였다. 잔존능력의 활용, 본인 의사의 존중, 정상화의 원칙, 필요성과 보충성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여 성년후견제도를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으로 나누어서 피성년후견인에게 적절한 후견을 개시하도록 한 것이다. 대상판결과 같이 청구인이 성년후견 개시를 청구하였으나 법원이 직권탐지주의에 의한 사실조사 등의 심리 결과 성년후견개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거나 법원이 후견적 입장에서 한정후견을 개시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심리에서 석명 등을 통하여 청구인이 청구취지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사건본인의 복리를 위해서 한정후견의 개시가 필요함에도 청구인이 청구취지 변경에 응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에도 법원은 직권으로 한정후견개시 결정을 하기보다는 청구를 기각해야 할 것이다. 4. 한정후견개시심판에서 성년후견 개시 대상판결에서는 한정후견의 개시를 청구한 사건에서도 성년후견 개시의 요건을 충족하고 본인도 성년후견의 개시를 희망한다면 법원이 성년후견을 개시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한정후견의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과 성년후견의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은 대상판결의 판시와 같이 정도의 차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각각 다른 사무처리 능력을 가진 본인을 상정한 것이다. 후견이 개시될 경우 피성년후견인은 행위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반면 피한정후견인은 원칙적으로 행위능력이 인정되고, 성년후견인은 포괄적인 법정대리권을 가지게 되지만 한정후견인은 동의권을 행사하며 지정된 범위에서 대리권을 행사한다. 이처럼 한정후견제도는 단순히 성년후견제도와 사무처리 능력 정도의 양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을 가진 별개의 제도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성년후견개시심판 청구에서 한정후견개시의 심판을 하는 경우보다 한정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 성년후견을 개시하는 심판은 특히 경계하여야 한다.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된 취지가 본인의 잔존 의사능력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였을 때, 사건본인의 의사결정능력을 대체하는 성년후견의 개시는 당사자의 청구가 있는 경우에도 직권 탐지를 통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청구권자가 한정후견개시의 심판을 청구하였는데 성년후견을 개시하는 심판을 하는 것은 당사자가 청구한 대상과 다른 대상에 대하여 판단하는 것으로 판단 범위를 넘어서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건본인이 필요 이상으로 행위능력의 제한을 받지 않고 잔존능력을 활용하도록 하는 성년후견제도의 이념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특히 사건본인이 청구인일 경우에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5. 맺음말 성년후견제도의 목적은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평등하게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성년후견제도는 성년후견인이 본인의 의사결정을 대체하여 결정하는 것이 아닌, 본인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본인의 의사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이 모든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완전하고 동등하게 향유할 수 있도록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법적 능력을 인정하고, 장애인이 법적 능력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의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한국의 성년후견제도가 피성년후견인의 신상과 재산에 관하여 성년후견인이 결정하도록 허용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그러한 성년후견제도는 협약 제12조의 규정에 반하는 것이므로 우리의 성년후견제도와 같은 의사결정대행 제도에서 의사결정지원 제도로 전환할 것을 권고하기도 하였다. 성년후견개시심판은 사건본인의 행위능력을 대체하여 성년후견인이 재산 관계 뿐만 아니라 신상에 관한 결정까지 하게 되는 것으로 피성년후견인의 기본적 인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재판이고, 청구인에게도 신분 관계 및 상속 등 재산 관계에 대하여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므로 그 절차의 개시와 법원의 판단 범위는 소를 제기한 당사자의 처분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법원의 직권조사에도 당사자의 의견진술권을 보장하는 가사소송법 개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직권조사에 관하여도 당사자에 대한 절차보장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상판결의 내용이 앞으로 법원이 당사자가 신청한 후견제도의 종류 및 실체법상 청구권자와 무관하게 직권으로 성년후견을 개시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오진숙 변호사(서울대 공익법률센터)
성년후견
한정후견
자기결정권
오진숙 변호사(서울대 공익법률센터)
2022-01-10
민사소송·집행
부동산·건축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의 지료지급의무
[사실관계]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평석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발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원고들은 2014년경 이 사건 임야의 지분 일부를 경매로 취득한 다음,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분묘의 기지(基地) 점유에 따른 원고들의 소유권 취득일 이후의 지료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는 20년 이상 평온·공연하게 이 사건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여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였으므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1심(수원지법 여주지원 이천시법원 2016. 5. 3. 선고 2015가소53727 판결)은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는 경우에도 지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으나, 원심(수원지법 2017. 4. 20. 선고 2016나58055 판결)은 분묘기지권자는 적어도 토지 소유자가 지료 지급을 청구한 때로부터는 그 분묘 부분에 대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하는 것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에 피고는,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 분묘기지권자가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며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판시요지] [다수의견] 관습법으로 인정된 권리의 내용을 확정함에 있어서는 그 권리의 법적 성질과 인정 취지, 당사자 사이의 이익형량 및 전체 법질서와의 조화를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지 않고 성립하는 지상권 유사의 권리이고, 그로 인하여 토지 소유권이 사실상 영구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따라서 시효로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사람은 일정한 범위에서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 사용의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형평에 부합한다.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 관습법으로 인정되어 온 역사적·사회적 배경, 분묘를 둘러싸고 형성된 기존의 사실관계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와 법적 안정성, 관습법상 권리로서의 분묘기지권의 특수성, 조리와 신의성실의 원칙 및 부동산의 계속적 용익관계에 관하여 이러한 가치를 구체화한 민법상 지료증감청구권 규정의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시효로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사람은 토지 소유자가 분묘기지에 관한 지료를 청구하면 그 청구한 날부터의 지료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이에 대하여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여 성립하는 토지 이용관계에 관해서도 법정지상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때부터 지료를 지급하여야 한다는 대법관 이기택·김재형·이흥구의 별개의견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효취득한 분묘기지권자는 토지 소유자에게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대법관 안철상·이동원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평석] 1. 대법원 판례에 따른 분묘기지권의 유형은,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타인 토지에 분묘를 설치하는 경우인 승낙형 분묘기지권, 토지소유자가 그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후 분묘기지에 대한 소유권을 유보하거나 또는 분묘를 따로 이장한다는 특약을 함이 없이 위 토지를 매매 등을 원인으로 처분하여 타인이 위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인 양도형 분묘기지권,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인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으로 구분된다. 이 사건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 함)은 위 유형중 마지막 유형인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 관한 사안이다. 다수의 대법원 판결이 분묘기지권을 관습법상 물권으로 인정하였음에도 구 장사등에 관한 법률(법률 제6158호, 이하 '장사법'이라 함) 시행 시점인 2001년 1월 13일을 전후하여 분묘기지권, 특히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을 관습법으로 여전히 보아야 하는지 또는 종전에 그러한 관습이 있었는지에 관한 꾸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대법원은, 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재차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다는 점은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어 온 관습 또는 관행으로서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어 왔으며, 이러한 법적 규범이 장사법 시행일인 2001년 1월 13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관하여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여, 장사법 시행 전 설치된 분묘에 있어서는 분묘기지권에 여전히 관습법적 효력이 있다고 하였고 대상판결 역시 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한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는 경우 분묘기지권자의 지료 지급의무 여부에 관하여는 분묘기지권이 성립됨과 동시에 그 지급의무가 발생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1992. 6. 26. 선고 92다13936 판결과 이에 배치되는 분묘기지권자가 지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37912 판결 등이 정리되지 아니한 채 공존하여 그 지료 지급의무가 있는지에 관한 논의가 계속되었는데,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인 대상판결을 통하여 이에 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2.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최초로 이를 판시하였다고 평가되는 1927. 3. 8. 선고된 조선고등법원 1926년민상제585호 판결 이래, 해방 후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거듭됨에 따라 확립된 관습법으로 우리 사회에 받아들여지게 되었다(다수의견의 보충의견도 같은 취지이다). 다만 위 조선고등법원 판결은 당시 조선사회의 분묘 수호와 봉사를 위한 토지 사용권의 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관습과 근대적 취득시효 제도를 결합하여 시효에 의한 분묘기지권의 취득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인데(이에 관한 논의는 줄인다), 이처럼 최초 판시된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 관습에만 근거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웠던 까닭에, 권리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효력 범위에 관하여 관습의 존재가 확인되지 아니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의 지료 부분은 분묘기지권의 내용으로 정해지지 아니한 공백으로 보고 해석으로 보충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3. 민법 제1조에서 민사에 관한 법원의 순위를 법률, 관습법, 조리 순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관습법상 권리의 내용을 보충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적용될 수 있으며 관습법상 권리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충하기 위한 법규범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률일 것이다. 대법원은 종전부터 분묘기지권은 지상권과 유사한 물권으로 보고 있으므로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 있어서의 지료 부분도 지상권 또는 법정지상권을 유추적용할 것인지 논의되나,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다른 분묘기지권 유형과는 달리 인정되어 온 역사적·사회적 배경 등에 비추어 지상권의 법리를 그대로 차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한편, 유추적용할 법규범 또는 관습법이 없다면 다음으로 조리에 의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에서의 높은 지가(地價), 타인 토지를 사용하려면 지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사회구성원의 일반적 관념 또는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제한과 봉제사 등 분묘 수호 목적의 영위 사이의 형평에 관한 사회적 인식 등에 비추어 보면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 또한 그 유상성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4.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 유상성이 인정된다면, 지료지급 시기 또는 범위가 문제된다.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의 경우 그 성립 시부터 지료 지급의무를 인정하게 된다면 소멸시효를 적용하더라도 언제나 적어도 10년분의 지료를 준비하지 않은 이상 그 분묘기지권의 소멸에 대한 위험을 분묘기지권자가 경황없이 부담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별개의견은, 취득시효가 완성되기 전에는 분묘 소유자가 분묘를 타인 소유 토지에 설치하여 분묘기지를 최초 점유를 할 시점부터 부당이득이 발생하고, 분묘기지권에 대한 취득시효의 완성으로 이미 발생하였던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지료 지급의무로 변하게 될 뿐이라는 논지를 밝히기도 하는데, 취득시효의 완성으로 적법한 권원이 된 분묘기지권에 부당이득의 면을 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분묘기지권자가 토지 소유자로부터의 분묘기지 사용에 관한 동의를 증명하지 못한 경우 주로 주장되는 사정도 있으므로 시효완성으로 소급하여 인정되는 분묘기지권 성립 시인 분묘기지에 대한 점유 시점부터 모든 지료를 지급하라고 하는 것 또한 분묘기지권자에게 과중한 부담을 주는 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다수의견이, 다른 부동산물권과 목적상 구별되는 분묘기지권의 특성 및 지료의 부담에 따른 그 존속 여부 등을 고려하여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의 지료 지급 발생 시를, 분묘를 설치한 때부터 지료를 정하는 판결이 확정되는 때까지의 다양한 시점 중 지료 지급청구 시점으로 정한 것은, 형평의 원칙 등에 따른 조리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고 달리 자의적이라고 볼 사정을 찾을 수 없다. 5. 결론적으로 다수의견인 대상판결의 판시를 지지한다. 한편, 대상판결로 인하여 지료 지급과 관련한 소가 증가하더라도 분묘의 이전과 관련한 분쟁에서 조정률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그동안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 있어서 지료 지급을 특별히 인정하지 않았던 실무례에 따라 분묘기지권자가 당장 토지 사용이 아쉬운 토지 소유자의 분묘 이전 요구에 과도한 분묘 이전비용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는데 그 지료 지급이 인정됨으로써 당사자간 분묘 이전과 관련한 협의의 폭이 넓어졌다고 할 것이다. 김상헌 교수 (제주대 로스쿨)
분묘기지권
시효취등
관습법
토지사용료
지료
토지
김상헌 교수 (제주대 로스쿨)
2021-10-18
형사일반
죄형법정주의와 법의 해석
1. 서론 대법원 2020.7.16.선고 2019도13328 판결은 원심의 유죄판결을 무죄취지로 파기한 판결이다. 사건의 내용은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이 공직선거법 제250조에 규정된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인지의 여부가 문제된 사건이다. 재판부의 합의결과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7명이고 그 반대의견이 5명이다. 합의 과정은 비밀투표형식이 아니고 대법관 12명이 개별적으로 각자 의견을 개진하는 것인데 이사건의 경우 대법관 10명까지의 의견은 5대5였다. 그렇게 찬반양론이 팽팽히 대립했던 사건이다. 그런데 대법관 7명이 찬동한 무죄취지인 판결에 관하여 그 다수설의 법리를 “토끼는 거북이를 추월할 수 없다는 궤변”과 같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침대에 맞춰 다리 자르는 격”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 이글을 쓴다. 위 두 사람은 법조인은 아니지만 ‘죄형법정주의’가 무엇인지 또는 ‘법의 해석’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알만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2. 죄형법정주의 어떤 행위가 범죄로 되고 그 범죄에 대하여 어떤 처벌을 할 것인가는 미리 成文의 법률에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먼저 법률의 규정을 보기로 한다. ▲ 공직선거법 제250조(허위사실 공표 죄) [①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候補者가 되고자 하는 者를 포함한다. 이하 이 條에서 같다)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 후보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의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 등·재산·행위·소속단체,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로부터의 지지여부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학력을 게재하는 경우 제64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방법으로 게재하지 아니한 경우를 포함한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선전문서를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불리하도록 후보자,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 존·비속이나 형제자매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선전문서를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법의 해석 입법기술상 추상적·일반적으로 불완전하게 규정되어 있는 법규범의 의미·내용을 명확히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사안에 추상적인 법규범을 구체적으로 적용하기 위하여 법규의 의미내용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법의 목적에 따라 규범의 개념을 명확히 하는 이론적·기술적 조작이다. 물론 법규가 문자로 표현된 것이어서 법 해석에는 입법자의 의사, 법규의 문법적인 의미관계, 그리고 형식논적 조작을 통한 논리적 해석 등의 전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이는 법의 객관적 의미를 확정하기 위한 자료나 조건이 될 뿐이다. 그러므로 법규의 해석은 객관적·논리적이어야 하며, 입법자의 의사나 법규의 문리적 의미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법에 내재해 있는 법의 이념과 목적, 그리고 사회적인 가치합리성에 기초한 입법의 정신 등을 객관화해야 하며, 단순한 형식논적 방법을 넘어서 목적논적이라야 한다. 무릇 법률용어는 정제(精製)되고 적확(的確)해야 한다. 그런데 어떠한 두 법률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문언은 같아도 그 의미는 서로 다른 경우가 있고 또는 같은 의미를 두 법률에서 서로 다른 용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구체적 사안의 처리를 위해 법을 해석하고 적용함에 있어서 오류를 범할 우려가 있다. 4. 허위사실 공표와 진정사실 부인 허위인 사실을 공표하는 행위와 진실한 사실을 부인하는 행위는 둘 다 그 내용은 거짓말이지만, 전자는 공표 즉 세상에 널리 알리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행위이고 후자는 진실한 사실을 부인하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행위이다. 전자는 그 거짓말이 무고죄에서 말하는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라고 할 때의 거짓말이지만, 후자는 위증죄에서 말하는 “허위의 진술을 한 때”라고 할 때의 거짓말이다. 둘 다 그 내용은 거짓말이지만 개념이 다르므로 항상 동일시되는 것은 아니다. 속칭 “이재명 대법 판결”에서 대법관 7명은 위의 허위사실 공표행위는 공직선거법 제250조에 규정된 구성요건에 해당되지만,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행위는 그 말이 거짓말이더라도 위 법제250조에 규정된 구성요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견해이다. 즉 법제250조의 범죄구성요건인 거짓말은 ‘무고’개념인 거짓말이다. 이에 반하여 대법관 5명은 진실한 사실을 부인하는 행위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행위이고 ‘위증’개념인 거짓말이라도 허위인 사실을 말한 것이므로 위 법제250조에 규정된 구성요건에 해당된다는 견해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견해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반대의견에 찬동하면서 다수의견인 법리를 ‘토끼는 거북이를 추월할 수 없다는 말과 같은 궤변’이라고 한다면, 그 반대로 다수의견에 찬동하는 사람은 반대의견인 법리를 궤변이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5.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여기에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 관한 이야기가 연상된다. [토끼가 100m 가는 동안에 거북이는 50m 기어간다고 가정한다. 그러한 토끼와 거북이가 400m인 트랙을 일주하는 경주를 한다고 가정한다. 이 경우 거북이의 출발지점을 토끼의 출발지점 보다 100m 앞에 지정하더라도 토끼는 거북이를 쉽게 추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상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우리의 상식과는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위의 경우 토끼가 거북이의 출발지점까지 100m 가는 동안에 거북이는 그 앞으로 50m 기어갈 것이고, 그 다음 토끼가 50m 다가오는 동안에 거북이는 그 앞으로 25m 기어갈 것이고, 그 다음 또 토끼가 25m 다가오는 동안에 거북이는 그 앞으로 12.5m 기어갈 것이다. 그리고 보면 토끼는 앞서 기어가는 거북이에 점점 더 근접할 수는 있어도 끝내 거북이를 추월할 수는 없다는 말이 된다.] 이를 상식에 어긋나는 시간개념을 무시한 궤변이라고 한다. 강해룡 변호사 (서울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사실
이재명
강해룡 변호사 (서울회)
2020-08-05
국가배상법 제2조1항의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의 의미
Ⅰ. 事實關係 피고 한국토지공사(이하 '토지공사'라 한다)는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X지구 일대의 택지개발사업에 편입되는 토지의 취득 및 그 지장물의 이전을 위하여 원고들과 협의하였으나 협의가 성립되지 않아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을 신청하였다.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2002. 4. 16. 이 사건 토지를 수용하고, 그 지상 건물 등 지장물을 이전하게 하는 재결을 하였으며, 2002. 6. 11. 원고들의 영업의 손실 등에 대한 영업권보상으로 영업설비 등 물건을 이전하도록 재결하고 수용시기를 2002. 7. 30.로 정하였다. 피고 토지공사는 2003. 3. 14. 경부터 2004. 1. 29.경까지 원고들에게 6차례에 걸쳐 관련보상절차가 완료되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토지상의 각 건물에 대한 철거와 지장물을 이전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계고를 하였다. 원고들이 이에 응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토지 및 공장건물 등을 계속 사용·수익하자, 피고 토지공사는 2004. 1. 30. 피고 S개발과 행정대집행철거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2004. 2. 5.부터 같은 해 2. 9. 까지 사이에 피고 乙(토지공사직원)을 행정대집행 책임자로 하여 토지공사의 직원들과 S개발에서 고용한 인부들을 지휘·감독하여 행정대집행을 실시하였다. 원고는 일심 법원에 위 대집행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으나 기각판결을 받았다(의정부지방법원 2006. 2. 3, 2004가합2007). 이에 원고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은 토지공사가 국가배상법 2조의 공무원에 해당하지만, 공무원 개인의 배상책임의 요건인 고의·과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서울고법 2007. 10. 4, 2006나37894) Ⅱ. 對象判決의 要旨 토지공사는 구 한국토지공사법 제2조, 제4조에 의하여 정부가 자본금의 전액을 출자하여 설립한 법인이고, 같은 법 제9조 제4호에 규정된 토지공사의 사업에 관하여는 공익사업법 제89조 제1항, 위 한국토지공사법 제22조 제6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0조의3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본래 시·도지사나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의 업무에 속하는 대집행권한을 토지공사에게 위탁하도록 되어 있는바, 토지공사는 이러한 법령의 위탁에 의하여 대집행을 수권받은 자로서 공무인 대집행을 실시함에 따르는 권리·의무 및 책임이 귀속되는 행정주체의 지위에 있다고 볼 것이지 지방자치단체 등의 기관으로서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Ⅲ. 評釋 위 판결은 국가배상법 2조의 "公務를 위탁받은 私人"의 개념과 범위와 관련하여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박균성, 공무수탁자의 지위와 손해배상책임; 정남철, 행정대집행과 국가배상책임, 행정판례연구, ⅩⅤ-1, 2010, 151면 및 189면 이하). 2009. 10. 21. 법개정을 통하여 동 개념이 추가되기 전에 국가배상법 제2조의 "공무원"의 개념은 이른바 기능적 의미의 공무원의 개념으로서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 등에 의하여 공무원의 신분을 가진 자뿐만 아니라 널리 공무를 위탁받아 실질적으로 공무에 종사하는 모든 자를 포함한다는 것이 학설의 일반적인 견해였다. 판례 역시 이와 같은 견해에 따라 통장(大判 1991. 7. 9. 91다5570), 소집중인 향토예비군(大判 1970. 5, 26. 70다471), 교통할아버지(大判 2001. 1. 5. 98다39060) 등을 공무원의 개념에 포함시키고 있다. 개정법률은 이와 같은 학설과 판례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여기서 "公務를 委託받은 私人"은 강학상 의미의 "公務受託私人"을 포함하여 널리 공행정을 수행하는 사인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실무상 "公務를 위탁받은 私人"의 범위를 어떻게 한계설정할 것인가는 국가배상책임의 범위와 관련하여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야기시키고 있다. 1. 公務受託私人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의 범주에는 우선적으로 행정권한을 부여받아 대외적으로 행사하는 강학상의 公務受託私人이 포함될 것이다. 이러한 公務受託私人은 자연인 뿐만 아니라 법인을 포함한 사법상의 단체를 의미한다. 公務受託私人은 이론상으로 행정법관계의 권리·의무의 귀속주체로서 행정주체의 지위를 갖으나, 실정법은 公務受託私人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항고소송의 피고로서 행정청의 지위를 부여하기도 하며(행소법 2조 2항), 행정절차법상의 행정청의 지위를 부여하기도 하고(행정절차법 2조 1호), 국가배상법상의 공무원의 지위를 부여하기도 한다. 향후 公務受託私人에 해당하는 공증인, 민영교도소, 토지수용권을 행사하는 사인 등이 행하는 공행정작용에 의하여 발생되는 손해는 국가배상책임의 대상이 될 것이다. 2. 行政補助人 행정보조인은 행정임무를 자기책임하에 수행함이 없이 순수한 기술적인 집행만을 떠맡는 私人이라는 점에서 행정권한을 직접 대외적으로 행사하는 公務受託私人과 구별된다. 이러한 행정보조인은 행정주체와의 사법상 계약에 근거하여 행정청의 지시에 따라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다. 행정보조인의 대표적인 예로서는 견인업무를 대행하는 자동차견인업자, 생활폐기물의 수집·운반 및 처리업자 등이다. 이러한 행정보조인이 어떤 경우에(특히 이들이 私企業의 조직을 갖는 경우에) 공무를 위탁받은 私人으로 볼 수 있는지는 다툼이 되고 있다. 독일의 판례는 私企業이 행정주체의 지시나 영향력에 예속되어 임무수행상 행정주체의 도구로 나타나는지에 여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여기서 행정주체의 임무의 성격, 이러한 임무와 사기업에 위탁된 활동과의 연관성의 밀접도, 공법상 의무에 대한 사기업의 기속정도에 따라 상이하게 판단된다. 임무의 권력적 성격이 강하게 나타날수록, 행정주체의 임무와 사기업에 위탁된 업무의 연관성이 밀접할수록 사기업주체를 행정주체의 도구로 간주하여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이른바 '도구이론'에 대하여 상세히는: 鄭夏重, 民間에 의한 公行政遂行, 公法硏究, 30집 제1호, 2001. 12. 463면). 이러한 관점에서 독일연방민사법원은 견인업체에 의한 차량견인과정에서 발생된 손해(BGH NJW 1978, 2502)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3. 行政權限의 代行人 실정법상으로 행정청의 권한의 대행이라는 표현이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관리법 44조는 "자동차검사대행자의 지정", 고속도로법 제6조는 한국도로공사의 "권한대행", 도로교통법 제36조는 "차의 견인 및 보관업무 등의 대행"을 규정하고 있다. 일설은 이러한 행정권한의 대행인을 독자적인 公行政을 수행하는 私人의 형태로 파악하여 대행인은 피대행기관 대신에 권한을 행사하고 법적으로는 그 행위의 효과는 피대행기관에게 귀속된다는 점에서 대리와 동일하나, 통상 대리권이 법령에 규정되어 있고, 대행을 함에 있어서 피대행기관과의 관계를 명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리와 구별된다고 한다(박균성, 앞의 글, 160면). 그러나 실정법상 이러한 대행인은 구체적인 법률관계의 내용에 따라 "공무수탁사인" 또는 "행정보조인"으로 구분될 수 있으며, 단지 실정법은 양자를 구별함이 없이 권한 또는 업무의 대행이라는 표현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검사대행인은 국토해양부장관의 자동차검사의 권한을 행사하는 "公務受託私人"으로 보아야 하며, 차량견인 및 보관대행인은 "행정보조인"으로 보아야 하고, 한국도로공사의 국토해양부장관의 권한대행은 강학상의 "행정청의 권한의 위탁"에 해당된다고 볼 것이다. 이에 따라 실정법상의 권한 또는 업무의 대행인은 독자적인 고찰의 범주에서 벗어날 것이다. 4. 公法人 공법인도 '公務를 위탁받은 私人'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지 특히 대상판결과 관련하여 문제가 된다. 原審은 행정대집행의 권한을 위탁받은 토지공사를 국가배상법상의 공무원으로 보고 고의·중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반면, 대법원은 토지공사는 행정주체의 성격을 갖고, 토지공사의 직원, S개발 및 그의 소속직원은 공무원의 지위를 갖는다고 보고 이들에게 고의·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이들 및 토지공사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인하였다. 이러한 대상판결은 대법원의 이른바 "뱀장어판결"(大判 2003. 11. 14. 2002다55304)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 사건은 실뱀장어를 수출하려던 원고들이 수출추천업무를 거절한 피고 수산업협동조합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관계법령에 의하면 수출제한품목인 뱀장어는 수산청장의 이식승인을 받아야 수출할 수 있었고, 수산청장은 일정한 범위내에서 수산업협동조합에 이식승인권한을 위탁하고 있었다. 여기서 대법원은 피고 수산업협동조합을 민간위탁을 받은 '수탁기관'으로서 공무원에 해당된다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은 양자가 사안을 달리하는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토지공사는 광의의 영조물법인으로서, 그리고 수산업협동조합은 공공조합으로서 모두 행정주체의 성격을 갖고 법령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행정권을 행사한다. 토지공사는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의 업무에 속한 행정대집행의 권한을 관련법령에 근거하여 수탁받은 반면 수산업협동조합은 수산청장의 이식승인의 권한의 일부를 관련법령에 근거하여 수탁받은바, 이는 전형적인 행정청의 권한의 위탁에 해당하는 것으로 양자는 동일한 사안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전체 국가행정조직 내에서의 행정권한의 위탁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私人에 대한 公務委託과 명확하게 구별된다고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상판결에서 토지공사의 공무원의 성격을 부인하고 "행정주체"의 성격을 인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볼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과 같이 토지공사의 행정주체성을 인정하고, 토지공사의 소속직원 및 S개발 및 그 고용원을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으로 본다면,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필연적으로 제기될 수 밖에 없다. 만일 이들의 공무수행에 있어서 고의·과실이 인정된다면 토지공사는 배상주체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는가? 판례는 이점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지 않으나, 판례의 논리대로라면 당연히 토지공사의 배상주체성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국가배상법 2조 및 5조는 배상주체로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만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단체소속 직원 등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개인에게 손해가 발생된 경우에는 공공단체는 국가배상법 8조에 따라 민법 750조 및 756조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 지배적인 학설이다. 판례 역시 국가배상법 제5조와 관련하여 고속도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민법 758조에 의한 도로공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大判 2008. 3. 13. 2007다29287 : 다만 2조와 관련하여 예외적으로 대한민국과 농업기반공사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 헌법 29조에서 배상주체를 "국가" 또는 "공공단체"로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배상법은 1967년 3. 3. 개정이래로 배상주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한정하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급부행정이 공공단체에 의하여 수행되고 이들이 실질적으로 공행정에 해당됨을 고려할 때, 공공단체의 활동에 국가배상법을 적용하지 않고 민법상의 불법행위책임을 부담지우는 것은 체계정당성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민법 758조에 의한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일반국도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5조를 적용하는 판례에 태도에 대하여 오늘날 고속도로가 국가교통행정에서 갖고 있는 절대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어느 누구도 쉽게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학설에서는 공공단체의 공행정작용에 대하여는 국가배상법 2조와 5조를 유추적용하여 국가배상을 인정하자는 견해(박균성, 앞의 글 178면) 또는 2조와 5조에 국가·지방자치단체 뿐만 아니라 기타 공공단체도 포함되는 예시적 의미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생각건대 비록 문언상으로 배상주체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 제한되고 있으나, 영조물법인이나 공공조합 등 공공단체도 넓은 의미의 국가행정조직의 일부에 해당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들 또한 2조와 5조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이러한 헌법합치적 해석만이 토지공사에 행정주체성을 인정하고, 그의 소속직원, S개발 및 그의 고용원을 2조의 공무원으로 판단한 대상판례를 설득력 있게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원심과 같이 토지공사를 "公務를 위탁받은 私人"으로 보아 그의 위법한 직무행위에 대하여 지방자치단체의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바, 이는 公法人을 私人으로 보아야만 하는 법리상의 愚를 범하게 될 것이다.
2011-09-05
대법원의 시장경제에 대한 철학적 고뇌
2007년 11월22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판결로 포스코의 냉연강판용 열연코일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사건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 공정거래법위반사건에 있어서 과거 의사회사건 판결이래로 두번째의 전원합의체판결이다. 이 사건판결은 단순한 공정거래법에 대한 구체적인 사건의 해결이라는 측면 이외에도 우리나라 대법원의 시장경제와 경제민주화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의 단면을 보여주는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미국과 유럽은 British Airways사건과 Microsoft사건 등에서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에 대한 집행에 있어서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어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에 대한 규제의 기준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데 위 대법원판결은 이러한 논쟁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 판결의 중요성에 비추어 구체적인 의미 및 영향에 대해서는 향후 다양한 각도에서 관련 학자들과 실무가들의 조명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지면관계상 이 사건판결의 기술적인 해석보다는 국제경쟁법적 관점에서 위 대법원판결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필자의 단상을 적기로 한다. I.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포스코가 열연코일시장에서 약 90%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도 참여하고 있는 열연코일시장의 하방시장(downstream)인 냉연강판시장에 새로이 진입하려는 하이스코에게 열연코일의 공급을 거절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포스코의 하이스코에 대한 공급거절은 공정거래법 제 3조의 2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중 제1항 제3호에 규정하고 있는 “경쟁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의결하였다. 구체적으로 공정위는 포스코의 거래거절행위가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5조 제3항 제3호상의 “제1호 및 제2호 외의 부당한 방법으로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어렵게 하는 행위로서 공정위가 고시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심사기준’ IV. 3. 다. (1)은 공정거래법시행령 제5조 제3항 제3호의 한 경우로서 “부당하게 특정 사업자에 대하여 거래를 거절한 경우”라고 판단하였다. II. 판결요지 가. 시장지배적 지위남용규제에 대한 철학적 차이 다수의견은 사유재산권 보장규정인 헌법 제23조 제1항 전문과 경제활동에 있어서 사적 자치에 관한 규정인 헌법 제119조 제1항 및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국가가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헌법 제119조 제2항을 원용하면서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계약자유의 원칙이라는 시민법 원리가 수정될 수 있으나 시민법 원리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면서 계약자유의 원칙이라는 시민법원리가 중시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다수의견은 공정거래법 제3조의2와 관련, 경쟁제한적인 의도나 목적이 전혀 없거나 불분명한 전략적 사업활동에 관하여도 다른 사업자를 다소 불리하게 한다는 이유만으로 위법성을 인정한다면 공정거래법을 경쟁의 보호가 아닌 경쟁자의 보호를 위한 규제로 만들 우려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반하여 소수의견(대법관 이홍훈, 안대희)은 헌법 제119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있는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여 ‘경제의 민주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조항을 강조하였다. 소수의견은 위 헌법조항은 사유재산권을 보장하면서도 자유시장경제에 수반되는 모순을 제거하고 정의사회와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헌법이념으로 선언한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제질서에 대한 소수의견의 이러한 인식은 공정거래법 제3조의2의 해석에 있어서 다수의견과 상당한 편차를 보여주었다. 소수의견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남용행위를 규제하는 이유는 시장에 시장지배력을 보유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사회적 시장경제질서 하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소수의견은 시장에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한다는 자체가 이미 공정거래법이 추구하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으로부터 상당히 벗어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다른 사업자에 비하여 사적 자치를 상당히 제한받는다고 판시하였다. 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규제에 있어서 ‘부당성’의 의미 다수의견은 기본적으로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3호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거래거절행위와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1호의 불공정거래행위로서의 거래거절행위는 그 규제목적 및 범위를 달리하고 있으므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거래거절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로서의 거래거절행위의 부당성의 의미는 별도로 독자적으로평가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다수의견은 불공정거래행위로서의 거래거절행위에 대한 부당성 판단에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데 반하여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남용행위로서의 거래거절의 부당성은 “독과점적 시장에서의 경쟁촉진”이라는 입법목적에 맞추어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개별 거래의 상대방인 특정 사업자에 대한 부당한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거래거절을 한 모든 경우 또는 그 거래거절로 인하여 특정 사업자가 사업활동에 곤란을 겪게 되었다거나 곤란을 겪게 될 우려가 발생하였다는 것과 같이 특정 사업자가 불이익을 입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부당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시장에서의 독점을 유지, 강화할 의도나 목적, 즉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시장질서에 영향을 가하려는 의도나 목적을 갖고, 객관적으로도 그러한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 만한 우려가 있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행위로서의 성질을 갖는 거래거절행위를 했을 때에 그 부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소수의견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거절행위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위험이 내포되어 있고 이는 바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의도 내지 목적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소수의견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에 대하여 거래를 거절함으로써 외형상 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어렵게 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그 행위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자신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여 시장에서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부당한 행위’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시하였다. 또 다른 소수의견인 박시환 대법관의 소수의견은 상당히 독자적인 이론전개를 하고 있어 주목된다. 박시환 대법관의 소수의견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남용행위로서의 거래거절행위의 ‘부당성’을 다수의견이 말하는 ‘경쟁제한의 우려’의 의미로 해석할 수 없으며 불공정거래행위의 ‘부당성’과 달리 볼 것은 아니라는 것이 다. 예컨대 기업결합이나 부당한 공동행위에 관한 규정과는 달리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남용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제3조의2의 규정의 문언에 경쟁제한으로 그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표현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용훈, 안대희 대법관의 소수의견도 공정거래법 제3조의2는 시장에서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규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시환 대법관의 소수의견은 다수의견뿐만 아니라 이용훈, 안대희 대법관의 견해와도 차이가 있다. III. 평 가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은 시장경제질서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차이에 따라 시장지배적 지위남용을 규제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제3조의2의 해석에 있어서도 근본적인 인식의 편차를 보여주고 있다. 즉 다수의견은 시장지배적 지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공정위가 주관적, 객관적으로 남용행위로 인한 경쟁제한 내지는 그 우려에 대한 입증을 요구함으로써 최근 유럽경쟁법의 현대화 작업에서 논의되는 ‘효과주의적 접근방법(effects-based approach)’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수의견은 시장에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한다는 자체가 이미 공정거래법이 추구하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으로부터 상당히 벗어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고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에 비하여 상당한 정도의 사적 자치를 제한받고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다소 ‘형식적인 접근방법(form-based approach)’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견이 제시하고 있는 ‘효과주의적 접근방법’은 미국과 EU등 주요 경쟁법 선진국의 현대적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종래 유럽의 경쟁법은 소위 전후 독일의 ‘질서자유주의(ordo-liberalism)’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경쟁법을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관념하여 왔다. 그 결과 위법성 판단에 있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다는 개인의 자유 내지 선택의 권리가 침해되었는지에 중점을 둔 까닭에 행위의 실질 내지 효과 보다는 형식에 중점을 두었었다. 미국도 1950년대와 1960년대 진보주의적인 소위 워렌(Warren)대법원장 시절 구조주의(structuralism)적 경제학의 영향을 받아 행위의 구체적인 성과을 상대적으로 등한시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시장에서의 경쟁제한성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없이 위법성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1970년대 이래 보수주의적인 소위 시카고학파의 ‘New Learning’의 바람이 불면서 미시경제학의 가격이론을 공정거래사건에 대한 분석에서 자주 원용하게 되면서 기존에 ‘당연위법(per se illegal)’의 원칙이 적용되는 행위유형이 대폭 축소되고 원칙적으로 ‘합리의 원칙(rule of reason)’에 따라 관련시장에서 구체적으로 경쟁제한적 효과를 평가한 후 위법성을 결정하는 관행을 발전시켜 왔다. 소수의견은 유럽경쟁법상 흔히 논의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소위 ‘특별책임(special responsibility)’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유럽경쟁법상으로도 특별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기타 요건에 대한 원고의 입증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다수의견에 따라 본건에서 원고가 경쟁제한성에 대한 입증의 책임을 지는 것은 정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Microsoft사건의 예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공정위는 시장지배적 남용사건에서 피심인의 구체적인 경쟁제한성의 입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므로 다수의견의 태도가 공정위의 현재의 관행과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견에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으나 미국 및 EU를 비롯한 경쟁법 선진국에서 가장 문제되는 것은 경쟁제한성의 입증의 범위 및 정도이며 이는 향후 공정위와 법원의 실무관행에 따라 발전되어 갈 것으로 기대한다. 공정거래법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공정거래법의 집행의 강도는 변천을 거듭하여 왔다. 위 구조주의적인 시대사조에서는 소수의견과 같이 시장경제질서에 대한 국가의 후견적인 경제관이 득세를 하였고 정치철학적으로 보수주의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시카고학파적인 경제관이 지배하는 경우에는 다수의견과 같은 공정거래법의 집행에 대하여 다소 신중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본건판결에서 우리나라의 대법원은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에서 시장경제와 가격메커니즘에 대한 자동적 자정기능에 대하여 상반된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집행은 이와 같은 추상적인 시장경제철학에 대한 이념적 대립에 의하여 이루어지기 보다는 구체적인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동일한 법리와 경제학이론을 적용하더라도 정반대의 결과가 날 수 있는 것이므로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을 도식적으로 이해할 것은 아니다. 문제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어느 정도 ‘과대집행(false positive)’와 ‘과소집행(false negative)’를 줄이냐는 것인데 이는 아직은 공정거래법의 집행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공정거래법 및 정책에 종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의 몫이라고 하겠다.
2007-12-13
정부투자기관의 입찰참가제한행위의 법적 성질에 관한 소고
Ⅰ. 對象判決의 要旨 정부투자기관 회계규칙(1999. 10. 21. 재정경제부령 제107호) 제23조 제1항 제6호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과의 계약체결의무를 위반한 자, 즉 입찰의 방법을 통하여 계약상대방으로 선정되어 정부투자기관과 사이에 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지고 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자를 뜻하는 것이며, 이러한 행위로 말미암아 계약의 적정한 이행이 저해되어 그 제재로서 입찰참가자격의 제한조치가 정당화되는 것이므로, 정부투자기관이 발주한 건설공사의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되었을 뿐 낙찰자의 지위에 있지 않은 자에 대하여는 위 정부투자기관 회계규칙의 규정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없다. … 피고(대한주택공사)가 2002. 8. 6. 원고에 대하여 한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취소한다. Ⅱ. 問題의 提起 판례는「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國家契約法’이라 한다) 제27조에 따른 입찰참가제한조치, 즉, 행정청이 행한 것은 행정처분으로 보는 반면에(대법원 1999.3.9. 선고 98두18565결정 등), 정부투자기관이 행한 입찰참가제한은 사법적 효력만을 갖는 통지에 불과하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부3결정 등) 그런데 1999.2.5.자 政府投資機關管理基本法(이하 ‘政投法’이라 한다)의 개정에서 입찰참가제한행위에 관한 규정(동법 제20조 제2항, 제3항)을 둔 이후엔 그것의 처분성이 주장되고 있으며, 나아가 개정법상황에선 판례가 당연히 처분으로 볼 것이라 전망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물론 최근 행정심판사건(2006. 4. 10. 의결 행정심판재결례 200601311. 여기서의 피청구인이 한국전력공사인데, 대법원 99부3결정의 피고 역시 한국전력공사이다)에서도 그것의 처분성이 인정되었다. 근거규정의 마련만으로 법적 성질의 180 ?변화가 초래되는지 의구심이 드는데, 관건은 처분성인정이 과연 현행 행정절차법 등에서의 처분개념정의에 터 잡은 행정법도그마틱에 합당한지 여부가 문제된다. 한편 앞의 행점심판사건에서 기각재결이 내려졌는데, 이에 청구인이 불복하여 입찰참가제한을 소송대상으로 삼아 취소소송을 제기할 때 쟁송법적 물음이 제기된다. 여기선 공론화를 도모하는 정도에서 간략히 검토하고자 한다. Ⅲ. 處分性 여부의 물음 1. 處分性認定의 論據 한정된 지면에서 주장의 논거를 나름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개정 政投法에 근거규정이 마련되었다’, ‘정부투자기관이 본래적 의미의 행정청의 지위에 있진 않지만, 고권적 규율을 예정한 개정 政投法 규정에 의해서 그 한도내에선 행정권한의 대리 또는 공무수탁사인의 법리에 의하여 일종의 행정청(준행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의 다른 국가기관 등에 대한 영향을 고려한 즉, 법개정과 관련없이 준처분(그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에 해당할 수 있다’, ‘정부투자기관과 같은 공법인은 기능적 자치행정주체로서 행정조직법상 행정주체이어서, 이들의 공권력행사는 그 법적 근거의 유무와 무관하게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홍준형,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의 법적 성질, 법제, 1997.7., 13면 이하; 이광윤, 공기업의 입찰참가자격제한행위의 법적 성질, 법제, 2001.6., 3면 이하; 김남진, 공사 등의 입찰참가자격정지의 성질, 고시연구 2001.10., 133면 이하; 이원우,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의 개념요소로서 행정청, 저스티스 제68호, 2002.8., 160면 이하; 박정훈,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제한의 법적 제문제, 서울대 법학, 제46권 제1호, 2004.12., 282면 이하 참조). 2. 管見 1) 공공계약의 법적 성질에 따른 問題點 입찰에 따른 후속 법률관계의 성질은 관련 논의에서 결정적이다. 그것이 사법관계에 해당하면, 관련한 논의는 원칙적으로 사법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판례(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1다33604 판결)는「지방재정법에 의하여 준용되는 國家契約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가 되는 이른바 공공계약은 사경제의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하는 사법상의 계약으로서 그 본질적인 내용은 사인 간의 계약과 다를 바가 없으므로, 그에 관한 법령에 특별한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적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 등 사법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할 것이다.」고 판시하였다(이 판례에 대한 공법적 관점에서의 비판으로 박정훈, 행정법의 체계와 방법론, 2005, 163면 이하 참조). 따라서 입찰에 따른 후속 법률관계는 사법관계이고, 이런 기조는 정부투자기관이 당사자가 되는 계약의 경우에도 정부투자기관의 법적 성질을 떠나서 당연히 통용된다. 법률관계의 법적 성질과 무관하게, 그것의 성립여부결정의 법적 성질을 논하는 것이 문제된다. 특히 해당 법률관계가 사법관계일 때, 그것의 성립여부결정을 따로 공법행위(행정행위)로 구성하는 것이 주장된다(이른바 二段階理論). 二段階理論은 과거 독일에서 50년대 초에 ‘이브닝드레스의 에바’란 제명의 영화제작지원(채무보증)거부사건의 감정의견에서 H.P. Ipsen이 주장한 것이다. 이는 권리구제확대를 위해 사법관계에 어떤 식으로 든 공법적 통제를 개재시키기 위한 고심의 소산이었다. 한편으론 법치국가적 구속을, 다른 한편으론 형성된 사법관계의 유지를 견인한다 점에서 二段階理論은 이상적 해결방안인 양 여겨져 급속히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의제적인 이원적 구성에 따른, 법리상의 태생적 취약점(구분곤란함 등)이 지적되면서, 그것은 급속히 지지기반을 상실하여 지금엔 일원적 구성이 지배적으로 선호되고 있다. 공법계약에 관한 인식이 고조되었고, 더불어 行政私法理論의 등장으로 사법적 행위방식에 굳이 공법적 성립행위(행정행위)를 삽입시킬 필요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공계약을 사법상 계약을 볼 때, 명문으로 취소소송의 대상이 됨을 규정하는 식으로 구태여 二段階理論의 성립을 규정하지 않는 한, 낙찰자결정(國家契約法 제10조)은 물론 입찰의 참가배제(제한) 역시 공공계약의 사법적 준비행위에 불과하다(이 점에서 國家契約法상의 행정청에 의한 참가제한행위를 처분으로 보는 판례의 태도는 再考되어야 하며((同旨: 이상규, 입찰참가자격제한행위의 법적 성질, 행정판례연구Ⅰ, 1992, 127면 이하)), 특별사법적 효과를 지닌 國家契約法을 行政私法的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참고로 독일의 경우 우리의 공공계약 및 입찰참가제한에 해당하는 공공발주 및 발주제한을 비롯한 전체 과정을, 유럽공동체법에 따라 관련 법규정에 공법적 요소가 가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배적으론 여전히 사법적 견지에서 바라본다). 여기서의 논증은 政投法상의 입찰참가제한의 경우에도 전적으로 통용된다. 2) 처분의 개념적 징표에 따른 問題點 처분의 개념적 징표 가운데, 행정청, 공법행위, 직접적 법효과의 발생과 관련하여 논증상의 아킬레스건이 존재한다. 여기선 행정청과 관련해서만 보고자 한다. 행정소송법 제2조 제2항과 행정절차법 제2조 제1호에서의 행정청 개념은 실질에 맞춰지기에, 권력분립하의 행정조직에 속한 것(조직법적 의미)만이 아니라 입법부나 사법부에 속한 것(기능적 의미)까지도 포함한다. 그것의 실질적, 기능적 의미는 간접적 국가조직인 공공단체나 공무수탁사인까지도 행정청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극명히 발휘된다. 그런데 법인체형공기업인 정부투자기관은 정부가 출자하며, 국가의 감독을 받으며, 근거법률에 의해 성립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공적인 성격을 지니지만, 행정청형공기업과는 달리 국가의 행정조직밖에 위치하며 그 존재형식은 사법인(사법주체)이다(이런 사법인을 독일에선 ‘사법적으로 조직된 행정주체(Verwaltumgstrager)'로 표기하기도 하지만, 이런 사법적 조직을 행정주체에 귀속하여야 하는지의 물음은 행정주체개념의 廣狹에 따른 개념형성의 문제라고 한다. Vgl. Maurer, Allg.VerwR, 15.Aufl. 2004, §21 Rn.15ff.). 공법의 작용형식을 사용할 권능이 결여되기에, 이런 기관은 사법적으로만 활동할 수 있다(Ehlers, in: Erichsen/Ehlers, Allg.VerwR, 12.Aufl., 2002, §2 Rn.47). 즉, 조직형식과 작용형식의 구분에 따른 작용형식선택의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요컨대 정부투자기관의 경우는 일종의 형식적 또는 조직적 私的化(민간화, 민영화)에 해당하는 셈이어서, 임무 그 자체는 여전히 공적이지만-그러나 고권적이진 않다-, 임무의 조직이 사적화되었다. 이런 기관을 다시금 기능적, 실질적 의미의 행정청개념으로 포섭하면, 자칫 私的化를 무색케 하는 公的化(Publifizierung)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법률에 의해) 고권적 권능이 이들 사법주체인 기관에게 위탁된 경우에는 법상황이 다르다. 이런 경우엔 공무수탁사인의 지위를 갖는다. 3) 政投法의 성격에 따른 問題點 본래의 행정청이 아닌 기관(사인)이 행정청으로서의 지위를 갖는 데 있어서, 관건은 법령에 의한 행정권한의 귀속이나 위임(위탁)이 존재하는지 여부이다. 따라서 개정 政投法에서의 근거규정의 마련이 처분성인정론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만은 사실이다. 과연 政投法 제20조 제2항을 통해서 행정권한이 정부투자기관에게 성립하였는가? 國家契約法상의 당해 행위의 처분성에 대한 의구심은 여기에도 그대로 통용된다. 이런 기조와는 무관하게 政投法상의 당해 행위 역시 처분성을 갖지 못한다. 처분개념정의상의 공권력행사의 의미는 행정행위가 고권적 조치이어야 함을 나타낸다. 여기서의 “고권적”이란 것이 공법적인 것을 뜻하는지 논의의 여지가 있지만, 우리 판례는 독일에서의 지배적 입장과 비슷하게 바로 공법행위를 대입시킨다(한편 현대민주국가에선 官憲國家의 殘痕인 ‘고권적’이란 표현은 ‘공권력행사’, ‘행정적’, ‘공법적’이란 표현으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주장된다. Vgl. Emmerich-Fritsche, Kritische Thesen zur Legaldefinition des Verwaltungsakts, NVwZ 2006, 762ff.). 그런데 政投法 자체는 일종의 정부투자기관까지도 널리 포함시킨 간접적 국가조직을 규율하기 위한 內部法일 따름이다. 따라서 內部法에 불과한 政投法상의 입찰참가제한규정만으론 국민에 대한 직접적 개입 즉, 공법적 효과를 성립케 하는 근거로 삼을 순 없다. 설령 한국전력공사법 등과 같은 개별법률에 규정을 두었더라도, 입찰참가제한 그 자체가 공권력행사가 아니기에 변함이 없다. 결국 당해 행위로 비롯된 법효과는 결코 공법적 차원의 것이 되지 못한다. 판례는 國家契約法 및 그 시행령상의 입찰절차나 낙찰자 결정기준에 관한 규정의 성질을 ‘국가의 내부규정’으로 정당하게 판시하였다(대법원 2006.4.28. 선고 2004다50129 판결 등). 이에 동법상의 입찰참가제한을 행정처분으로 보는 것은 당연히 再考되어야 한다. 한편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위임입법의 법리를 國家契約法 제27조 제1항과 政投法 제20조 제2항에 그대로 투영한, 헌법재판소 2005.6.30. 2005헌가1 전원재판부결정과 2005. 4. 28. 2003헌바40 전원재판부결정은 문제가 있다. Ⅳ. 行政審判裁決의 拘束의 물음 처분인 행정심판재결은 실질적으로 당초의 행정행위(원처분)와 더불어 통일체를 형성한다. 그런데 수소법원으로선 행정심판재결과는 달리 당해 입찰참가제한행위의 처분성을 인정하지 않을 땐, 다루기 쉽지 않은 문제가 생긴다. 즉, 재결을 통해서 비처분적 행위에 대해 처분의 옷을 입힐 수 있는지 여부이다(vgl. Stelkens/Bonk/Sachs, VwVfG Kommentar, 6. Aufl., 2001, §35 Rn. 272). 행정심판법상 행정심판의 대상은 처분이다. 따라서 재결청으로선 비처분적 대상을 실수에 의하더라도 실질적 행정행위로 변환시킬 순 없다. 즉, 당해 비처분적 행위에 대해 대상적격성을 인정하여 내린 재결은 권한하자로 위법하게 된다. 事項的 無權限에 해당하여 무효로 볼 법하다. 그런데 재결의 위법성과 그로 인해 빚어진 결과(비처분적 행위의 처분성)는 분리해서 고찰하여야 한다. 후자는 재결청에 의해 조성된 법적 외관의 문제이기도 하다. 더욱이 행정심판재결이 준사법적 작용인 점에서 그것의 법효과는 고양된 존속력을 누린다. 피청구인이 재결 자체의 위법을 문제 삼아 그것을 취소소송의 대상으로 삼을 땐, 행정소송의 차원에서 별 문제가 없다. 반면 처분성이 부인되진 않았지만 자신의 만족을 얻지 못한 청구인이 당초 행위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을 땐, 사정이 다르다. 수소법원으로선 재결이 취소 등을 통해 消效되지 않는 한, (설령 위법할지 언정) 조성된 법상황을 부인할 수 없다(일종의 행정행위의 구성요건적 효력). 이는 원처분주의에 따른 예상치 못한 딜레마이다. 하지만, 이상에서 본 것처럼 여기서 재결을 무효로 보면 요령부득의 상황은 손쉽게 정리되고, 이런 식의 대처는 후일 유사사안에서도 주효할 것이다. 한편 재결이 취소 등을 통해 消效되면, 당초 행위의 처분적 외양은 제거되고 본래의 법적 성질(비처분성)이 부활한다.
2006-08-31
자동차 '운행'으로 인한 사고의 의미
Ⅰ. 사안 및 판결의 검토 1. 사안의 요약 원고는 보험회사로서 오토바이 소유자인 소외 J와 그 오토바이에 대하여 자동차책임보험(대인보험 Ⅰ)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보험기간 중인 2001. 8. 초순경 J는 오토바이를 자신의 주거지 앞 골목길 맞은편 건물 담벼락에 세워 놓은 뒤 더 이상 운행을 하지 아니하였고 그러던 중 오토바이 앞·뒤 바퀴가 모두 터져 바람이 빠졌고 J는 이를 알고도 그대로 방치하였다. 한편 위 골목길은 승용차 한대가 빠져나갈 정도의 좁은 길이었다. 같은 달 19. 저녁 위 골목길에서 놀던 세살된 여자아이 H가 위 오토바이에 올라타다가 오토바이가 넘어지면서 이에 깔려 H가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함). 이에 원고는 이 사건 사고는 자동차책임보험에서 보상책임을 부담하는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가 아니므로 보험금지급채무가 없다는 취지의 채무부존재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하여 H의 아버지인 피고는 반소로서 원고에게 책임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2. 제1심 및 항소심의 판단 본 사안에 대하여 제1심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운행’의 의미는 자동차에 계속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자동차 고유의 각종 장치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각각의 사용목적에 따라 사용 또는 관리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할 것이고, 자동차가 반드시 주행상태에 있지 아니하더라도 자동차의 운송수단으로서의 본질과 관련하여 자동차에 의하여 작출된 위험성이 종료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상태가 자동차의 사용 또는 관리에 해당된다고 보아 이를 자동차의 운행이라 볼 수가 있다”고 전제하고 “이 사건 사고 당시 오토바이의 앞·뒤 바퀴가 터진 상태로 지면에 거의 수직으로 주차되어 있어서 작은 충격에도 넘어질 수 있게 되어 있었는데 그곳은 주택가로서 아이들이 뛰어 노는 곳이므로 주차된 오토바이가 넘어지는 등의 경우에 근처에 있던 아이들이 다칠 가능성이 있는 곳이므로 위와 같이 오토바이를 주차하여 놓은 것은 오토바이의 운송수단으로서의 본질과 관련한 위험이 종료하지 아니한 것으로 볼 것이어서 운행에 해당된다”라고 판시하면서 피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편 이에 대하여 항소심은 “J가 오토바이를 주택가 골목길에 열흘 이상 주차하여 두었다고 하여 H가 주차중인 오토바이에 올라가려다가 오토바이가 쓰러지면서 다치게 된 이 사건 사고를 오토바이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였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원고의 책임보험 약관에 의하면 원고는 피보험자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3조에서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2조 제2호에서 ‘운행’이라 함은 ‘사람 또는 물건의 운송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차를 그 용법에 따라 사용 또는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원심에서 인정한 사실에다가 J가 위 오토바이의 앞·뒤 바퀴에 바람이 빠지는 바람에 외발이 받침대에 비하여 오토바이의 차체가 상대적으로 낮아져서 거의 수직으로 세워진 탓으로 오토바이가 쓰러질 위험성이 높아졌음에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서 매일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어주기만 하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사건 사고는 J가 오토바이를 소유, 사용, 관리함에 있어서 주차시킬 때에 지켜야 할 주의를 소홀히 한 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는 원고가 보험계약에 따라 보상책임을 부담하는 ‘이 사건 오토바이의 소유, 사용, 관리로 인한 사고’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면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Ⅱ. ‘운행’이란 개념의 해석 1. 운행의 개념에 관한 학설 등에 관하여 자동차의 ‘운행’의 개념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하여는 다음 네 가지 학설이 있는 데 ① 당해장치인 원동기에 의하여 육상을 이동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원동기설 ② 당해장치를 반드시 원동기에 한하지 아니하고 조향, 제동, 기관, 기타 주행과 관련된 주행장치를 포함한다는 주행장치설 ③ 당해장치를 고정장치로 보는 것으로 원동기 및 주행장치 이외에 자동차의 고정장치인 문이나 화물자동차의 적재함의 측문 혹은 후문, 크레인차의 크레인 등을 그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도 운행이라고 보는 고유장치설 ④ 주·정차라 하더라도 자동차가 차고를 출발하여 다시 차고에 들어갈 때까지의 일련의 운전행위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차고출입설 등이 있다. 위 학설중 ④번으로 갈수록 사고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확대되게 된다. 이러한 학설 모두 차량의 외부적·객관적 상황을 중시한 것은 사실이나 이와 함께 차량운행자의 주관적 운행의사 또한 운행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참작하고 있다. 2. 운행과 관련한 대법원의 판결검토 먼저 운행과 관련된 대법원의 입장은 대체적으로 ③번 고유장치설에 입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대법원은 “운행이라 함은 사람 또는 물건의 운송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차를 당해 장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바 당해 장치란 운전자나 동승자의 화물과는 구별되는 당해 자동차 고유의 장치를 말하는 것이고 이와 같은 각종장치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각각의 사용목적에 따라 사용하는 경우에는 운행 중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다8101호 판결, 1988. 9. 27. 선고 86다카2270판결, 1980. 8. 12. 선고 80다904 판결 등 다수)라는 취지로 해석하면서 “화물하차작업 중 화물고정용 밧줄에 오토바이가 걸려 넘어져 사고가 발생한 경우, 화물고정용 밧줄은 물건을 운송할 때 일반적·계속적으로 사용되는 장치가 아니고 적재함과 일체가 되어 설비된 고유장치라고도 할 수 없다”(대법원 1996. 5. 31. 선고 95다19232 판결), “트레일러로 견인되는 적재함에 부착되어 있는 쇠파이프를 철거하는 수리작업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자동차의 운행중 일어난 사고로 볼 수 없다”(대법원 1996. 5. 28. 선고 96다7359 판결), “인부가 통나무를 화물차량에 내려놓는 충격으로 지면과 적재함 후미 사이에 걸쳐 설치된 발판이 떨어지는 바람에 발판을 딛고 적재함으로 올라가던 다른 인부가 땅에 떨어져 입은 상해를 입은 경우 위 발판은 자동차에 계속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장치가 아니다”(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다8101호 판결 참조)라고 판시하였는데 이러한 판례들은 대법원의 기본적 시각이 고유장치설에 의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일부 판결에서는 차고출입설에 입각한 듯한 판결도 보이는데 “자동차는 운전사가 이를 교통에 쓰기 위하여 도로에 두어 그것에 의하여 작출되는 위험한 상태가 계속되는 한 운행상태에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도로로부터 끌어내어 차고 내지는 도로 이외의 장소에 둘 때 비로서 운행은 차단된다고 하여야 할 것인 바…레미콘트럭으로 시멘트를 운반하다가 이를 일시 도로변에 주차하였고 위 트럭의 주차 중에 발생한 것이라고 하여도 이는 트럭의 운행 중에 생긴 사고로 보아야 할 것”(대법원 1984. 5. 16. 선고 83가합4449 판결)이라는 취지는 차고출입설에 의하여 설명하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주차와 관련된 사례에 있어서는 “트럭이 미등 및 차폭등을 켜지 않은 채 도로가에 주차하여 둠으로써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트럭운전사의 트럭운행과 관련하여 발생한 것”(대법원 1993. 2. 9. 92다31101 판결)이라고 판시함으로써 차량이 일반의 교통에 제공되는 도로에 주차된 경우에는 대체로 운행상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Ⅲ. 본 사안에 있어 ‘운행’의 해당여부 앞에서 살핀 이 사건 사고가 자동차의 ‘운행’ 중 사고에 해당하는 지에 대하여는 위 학설 및 판례 외에 오토바이의 특성에 따라 다음과 같은 점들이 추가적으로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1. 일시적 주차, 차량의 방기 또는 차고지 해당여부 먼저 이 사건 사고에 있어서 위 오토바이가 운행상태에 있었는지 아니면 운행을 종료한 상태인지가 의문이다. J는 오토바이를 차량통행이 적은 골목길의 건물 맞은 편에 세워 놓은 뒤 보름가까이 오토바이를 운전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일상적인 차량관리를 하지 아니하여 앞·뒤 바퀴가 모두 터져서 정상적인 운전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기까지 방치하였다. 그렇다면 비록 J가 정기적으로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상황에서 이미 위 오토바이는 운행을 종료한 상태가 아닌지 또 추후 운행할 의사도 없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든다. 나아가 위 오토바이가 차고지에 입고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있다. 오토바이의 속성상 특별한 차고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오토바이는 자신의 집안에 여유가 있다면 집안에 또는 집 주변의 공터에 오토바이를 주차하여 놓으면 결국 차고지에 입고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하여 J의 주거지를 좀 더 정밀히 조사하여 오토바이를 세워 놓은 곳을 일응 차고지로 볼 수 있다면 자동차의 운행은 종료한 것으로 보았어야 할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든다. 2. 정상적인 운행가능여부와 운행의사의 존재여부 이 사건 사고 당시 위 오토바이는 차량의 앞·뒤 바퀴가 모두 터져서 정상적인 운행은 불가능한 상태이다. 즉 J가 오토바이를 다시 운행하기 위해서는 오토바이를 자체적으로 수리하거나 근처의 오토바이 수리업자에게 끌고 가거나 수리업자를 불러 위 오토바이의 양 바퀴의 구멍난 곳을 모두 때우고 바람을 채운 후에야 정상적인 운행이 가능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J의 주관적 의사나 객관적인 상황 모두 오토바이의 정상적인 운행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결론-사고에 대한 가치평가 본 사안에 있어 위 오토바이는 사고 당시 정상적인 운행이 종료되었고 또한 장래 정상적인 운행도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사고는 마치 골목길에 세운 가구나 전자제품이 쓰러져서 근처에 있는 아이들이 다치거나 사망한 사고와 다를 것이 없다. 그렇다면 이는 책임보험에서 예정하고 있는 자동차로 인한 고유의 위험에서 발생하는 보험사고로 볼 수는 없고 결국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할 책임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003-12-22
주식회사의 설립절차
法律新聞 2163호 법률신문사 株式會社의 設立節次 일자:1992.2.14 번호:91다31494 崔基元 서울大法大敎授 法學博士 ============ 15면 ============ 1. 事實槪要 1984년12월경 소외 甲과 소외 乙 사이에 위 甲이 금1억원을 출자하고 위 乙이 3개 鑛業權을 출자하여 資本金이 1억원인 株式會社를 설립하기로 하였다. 위 甲측에서 소외 A, B를, 乙측에서 소외 C, D, E, F, G를 각 發起人으로 내세우고 甲측에서 會社設立事務를 주관하면서 形式上 募集設立의 방법을 택하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公募株主로 소외 丙의 名義를 冒用하여 同人이 5백주의 株式을 인수한 것처럼 書類를 작성하였다. 또한 1985년2월7일 甲측은 단독으로 被告會社의 創立總會가 소집된바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創立總會를 개최하여 理事·監事를 선임한것처럼 議事錄을 작성하고, 會社設立登記를 마쳤다. 이에 發起人중의 1人인 C가 會社設立無效의 訴를 제기하였다. 제1심(서울지방법원동부지원 1987년11월5일判決)은 創立總會 開催의 사실을 인정하여 原告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原審判決(서울고법1991년7월26일선고, 90나21775판결) 公募株主로 소외 丙의 승낙을 받지 아니하고 그 名義를 冒用하여 同人5백주의 株式을 청약하는 것으로 하였으므로 실제로 그 名義로 인수한 發起人(甲측)을 株主로 본다면 결국 위 會社는 發起人이 株式 전부를 인수한 것으로 되어 發起設立에 귀착하는데 發起設立의 節次를 전혀 밟지 아니하였고, 募集設立의 절차를 밟는다면 創立總會를 소집하여 제반절차를 밟아야할 것인데 1985년2월7일에 창립총회를 소집하여 會議를 한바도 없이 이를 한것처럼 理事·監事를 선임한 것으로 議事錄을 작성하였을 뿐이므로 會社의 설립은 定款의 作成, 檢査人의 調査報告(發起設立의 경우), 創立總會의 開催(募集設立의 경우)등 株式會社의 設立節次에 관한 商法上의 强行規定에 위반하여 無效라고 할 것이다. 3. 大法院 (1) 形式上 株式을 모집함에 있어 發起人이 타인의 名義를 冒用하여 株式을 인수하였다면 名義冒用者가 株式引受人이라 할 것이어서 결국 株式전부를 發起人이 인수한 결과가 되므로 會社의 설립을 發起設立으로 보아야 한다. (2) 辯論主義의 원칙상 當事者가 주장하지 아니한 사실을 기초로 法院이 판단할 수 없는 것이지만 訴訟物의 전제가 되는 權利關係나 法律效果를 인정하는 陳述은 權利自白으로서 法院을 기속하는게 아니므로 청구의 客觀的 實體가 동일하다고 보여지는 한 法院은 原告가 청구원인으로 주장하는 實體的 權利關係에 대한 정당한 法律解釋에 의하여 판결할 수 있다. (3) 原告가 募集設立임을 전제로 創立總會가 개최되지 아니하였음을 그 無效事由로 주장하고 있으나 한편 準備書面등에 의하여 被告會社의 설립은 원래 發起設立으로 하여야 하나 편의상 募集設立의 절차를 취하였는바, 이는 脫法的 方法으로 그 설립이 선량한 風俗 기타 社會秩序, 强行法規 또는 株式會社의 본질에 반하여 설립된 會社로서 그 설립이 當然無效라고 주장하였다면 原審이 被告會社 설립의 無效事由를 위 創立總會開催의 결여를 덧붙인 외에 發起設立節次의 瑕疵로 인정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原告請求의 범위내에 속하는 事項에 대한 판단이어서 정당하고 辯論主義의 法理를 오해한 違法이 없다. 4. 評 釋 (1) 序說 合名會社나 合資會社의 설립은 定款의 作成에 의하여 社員및 出資額이 확정되고 機關의 構成을 위한 行爲를 필요로 하지않기 때문에 定款을 작성하고 登記를 함으로써 會社는 간단하게 성립되지만, 株式會社는 個性이 없는 多數의 株主가 단순히 資本的으로만 결합되기 때문에 그 設立은 단순한 契約의 성립만으로는 불충분하고 그 實體의 形成(定款의 作成, 社員의 단계적인 확정, 機關의 選任)과 法人格의 취득을 위하여 필요한 人的·物的 設備의 구비를 위하여 엄격한 설립절차를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는 준칙주의를 악용함으로써 발기인들에 의한 부정이 행하여지기 쉽게 설립자체가 사기의 목적을 위하여 남용됨으로써 利害關係人의 利益을 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商法은 會社設立의 건전화를 도모하기 위하여 設立經過에 대한 調査와 公示를 요구하고 있으며 發起人의 責任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즉 株式會社의 설립은 嚴格準則主義에 의한다. (2) 設立의 方法과 立法論 株式會社의 設立方法에는 두가지가 있다. 첫째는 會社設立時에 發行하는 株式의 總數를 發起人이 모두 인수하여 會社를 설립하는 發起設立과, 둘째는 會社設立시에 發行하는 株式의 總數중에서 發起人은 일부만을 인수하고, 殘餘部分에 대하여는 株主를 募集하는 募集設立의 방법이 있다. 이러한 募集方法은 獨逸法의 영향으로 法定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株式會社의 設立이 실질적으로 發起設立임에도 불구하고 法院의 調査(商 298조)와 이로인한 會社設立의 遲延을 피하기 위하여 형식적으로는 복잡한 募集設立의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복잡한 設立節次를 간단하게 처리해주는 法務士制度가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日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會社의 設立은 準則主義에 의하므로 創業者들이 法定된 엄격한 節次에 따라서 會社를 설립하는한, 이를 탈법적인 行爲라고 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러므로 이러한 會社設立實態의 시정은 立法論에 의하여 그 解決方案이 모색되어야 한다. 모집설립의 근원지라고 할 수 있는 독일에서는 모집설립방법은 그 節次가 복잡하고 非經濟的인 制度라고 하여 별로 이용되지 않는 실정을 감안하여 1965년의 株式法改正에서 募集設立制度를 폐지하고 發起設立制度만을 인정하고 있다(獨逸株式法 제29조). 그 결과 大資本의 형성을 위한 株主의 公募는 銀行등의 金融機關이 發起人으로써 참여하여 大量의 株式을 인수한후 매출하는 방법에 의한다. 會社設立의 實態가 우리와 동일한 日本에서는 1990년의 商法改正을 통하여 發起設立의 경우에도 納入取扱機關을 정하도록 함과 동시에 理事·監事가 設立經過를 조사토록 하고, 종래의 檢査人에 의한 調査制度를 폐지하였다. 또한 주목할 점은 發起人의 員數에 대한 制限은 철폐하였다는 점이다(日新商 165조). 즉 日本에서는 募集設立節次를 폐지하는 대신에 發起設立節次를 일부 변경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또한 發起人의 員數에 대한 制限을 철폐함으로써 1인에 의한 株式會社의 設立도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이는 株式會社가 資本團體라는 점에 착안하여 發起人의 員數나 發起人의 개성을 중시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 근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立法論으로 우리의 경우는 募集設立制度를 폐지하거나, 兩制度를 존속시키는 경우는 募集設立의 경우에도 法院의 設立經過調査를 의무화하거나, 發起設立의 경우에 法院의 調査 대신 理事·監事가 조사하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한다. (3) 評 釋 이 判例가 나온이후 學界에서도 지지하는 견해가 피력된바있다(李基秀, 募集設立의 形式을 취한 發起設立의 效力, 法律新聞1992년6월8일, 제2129호15면..安東燮, 發起設立의 脫法行爲(商事事例硏究), 法律新聞1992년7월6일, 제2136호15면). 그러나 이 判例는 會社設立의 질서를 확립한다는 意志는 높이 평가할 수 있으나 실질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않고 이론적으로도 株式會社의 本質에 반하고 國民經濟的으로도 바람직하지 못한것으로 생각한다. 株式會社의 설립은 準則主義에 의하여 누구든지 法定의 節次에 따라 할수있는것이다. 더욱이 株式會社의 경우는 자본중심의 物的會社로써 出資者의 개성을 중요시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한 株式會社의 경우는 설립시의 資本의 확정과 확정된 資本에 대한 出資의 이행이 충실히 이루어지는 한 실질적으로 發起人이 몇명이고 公募에 의한 株式引受人이 發起人인가 第三者인가 하는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募集設立節次에 의하는 경우 發起人으로서 株式을 인수한 者도 株式請約書에 의하여 株主를 募集하는 경우에 소정의 節次에 따라 또 株式引受人이 될수있는것이다. 資本調達을 위하여 株主를 모집함에 있어서 應募株主의 個性을 따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募集株式의 전부를 發起人名義로 인수하는 경우는 發起設立으로 보아야 한다는 說이 있을 뿐이다. 이 判例의 사안은 發起人이 타인의 名義를 사용하여 株式을 인수하였으므로 일응 모집설립의 형식적 요건을 구비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주모집의 경우 타인명의를 모용한 때에는 명의모용인이 주식인수인이 되므로 公募株主의 존재를 부정하여 募集設立이 될 수 없고 發起設立에 해당한다고 전제한다음 그 發起設立을 위한 節次를 밟지 않았다는 이유로 會社의 設立을 無效로 한것은 物的會社인 株式會社設立의 法理를 오해한것이 아닐 수 없다. 發起人으로서의 株式引受나 募集에 의한 株式引受 모두가 株式을 인수하였다는 점에 있어서 같고 會社가 설립되면 모두 株主가 된다는 점에서도 동일하다. 그러나 ○○段階에서는 ○○○ 株主를 募集함에 있어서 株式請約書에 의하여 주식을 인수하는 경우는 發起人地位와 募集의 경우에 株式引受人인 地位는 그 분리를 인정하여야 한다. 商法 제332조제1항에서 假設人의 名義로 株式을 인수하거나 타인의 승락없이 그 명의로 주식을 인수한 者는 주식인수인으로서의 책임이 있고 제2항에서 타인의 승락을 얻어 그 명의로 주식을 인수한 자는 그 他人과 연대하여 納入할 責任이 있다고 한것은 假設人이나 他人名義에 의한 株式의 인수도 有效함을 전제로 한것이라고 볼 수 있고, 다만 株式會社의 資本充實을 도모하기 위하여 그 名義使用者에게 納入責任을 지우기 위한 규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發起人에 의한 他人名義의 사용만을 제한할 이유가 없고 發起人이 他人名義에 의하여 株式을 引受하였더라도 그가 納入責任을 지는 한 그 地位의 분리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會社設立의 실태를 감안할 때 이 判例에 의하면 募集設立에 이하여 설립된 會社는 設立段階에서는 無效事由를 안고있었다는 것이 되고 設立後 2년이 경과되지 않은 會社는 모두 設立이 無效가 될 수 있다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다(商328조 참조). 왜냐하면 會社는 創立段階에서 실질적인 募集設立을 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의 會社가 1人 내지 2人 또는 家族企業에서 출발하므로 실질적으로는 發起設立임에도 募集設立節次에 의하여 설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절차에 의하든 會社設立에 있어서 ○○○○ 發起人이 있어야 하므로(商288조) 실제에 있어서 發起人도 他人名義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실제로는 發起人의 員數가 7人미만이라고 하여 會社設立이 모두 無效라고 한다면 이는 創業의 장해요인이 될 것이다. 會社設立의 실태가 우리와 비슷한 日本의 경우를 보면 株式會社가 1백20만개에 달하고 이들 會社들이 거의 모두 他人名義를 사용하여 募集設立節次에 의하여 設立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竹內昭夫,「會社法講義」(上), 98면) 이를 無效로 한 判例는 어느 下級審에서조차도 찾아볼 수 없고 이와같이 설립된 中小規模의 株式會社들이 오늘날 日本을 經濟大國으로 이끈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 判例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문제가 되는것은 原告가 募集設立임을 전제로 하여 會社設立節次 중 創立總會의 不開催를 無效事由로 주장한데 대하여 設立無效의 事由를 發起設立節次의 瑕疵로 삼은 점이다. 判例는 原告의 準備書面등에 기재된 내용을 들어 原審의 判決은 辯論主義의 法理를 오해한 위반이 없다고 하였다. 그런데 原告가 準備書面에서 주장한 바를 보면「被告會社의 설립은 원래 發起設立으로 하여야 하나 편의상 募集設立의 節次를 취하였는바 이는 탈법적 방법으로 그 設立이 선량한 風俗 기타 社會秩序, 强行法規 또는 株式會社의 본질에 반하여 설립된 會社로서 그 설립이 당연히 無效라고 하였다」 大法院이 이러한 原告주장의 근거까지를 그대로 수용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러한 原告의 주장이 타당한가 하는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연 會社設立의 관행에 따라 强行法規인 募集設立의 節次를 이행하기 위하여 형식적으로 株主募集의 節次를 밟아 會社를 설립하였다고 하여 이것이 선량한 風俗 기타 社會秩序, 强行法規 또는 株式會社의 본질에 반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株式會社에 있어서는 出資者의 개성을 중요시할 필요가 없으므로 적어도 形式的으로 募集設立의 節次를 밟은 한 그 설립을 無效라고 하는것은 그야말로 株式會社의 本質을 오해한 판단이 아닐 수 없다. 또한 判例는 原審이 被告會社設立의 無效事由를 創立總會의 불개최를 덧붙인 이외에 發起設立節次의 瑕疵로 인정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原告請求의 범위내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판단이라서 정당하고 辯論主義法理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하였는데 原告가 創立總會開催의 결여를 設立無效事由로 주장하였다는 것은 일응 創立總會 이전의 募集設立節次는 적법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原審이 發起人이 株主募集에 있어서 他人名義를 冒用하였으므로 發起設立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다음 定款의 作成, 檢査人의 調査報告 등 發起設立節次에 瑕疵가 있다고 인정한 점은 原告請求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할 수 있는데도 大法院이 이를 정당한 判決이라고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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