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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사건
헌법재판소가 군정법령의 위헌 여부를 심사할 수 있는가?
[사실관계 및 헌법재판소의 판단] 헌법소원 청구인들은 2016년 11월 24일 울산 중구 소재 이 사건 토지를 경매절차에서 낙찰 받아 그 소유권을 취득하고 2017년 4월 3일 울산광역시 중구를 피고로 하여 아무런 권원 없이 이 사건 토지를 도로 포장 등의 방법으로 점유·사용하고 있으므로 그로 인한 부당이득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토지의 전 소유자가 1945년 8월 10일 재조선 일본인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고 1945년 9월 7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는데 1945년 9월 25일 공포된 미군정청 법령 제2호에서 일본인의 모든 재산권 이전 행위를 금지하고 1945년 8월 9일 이후에 체결한 재산권 이전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무효로 하였으며 1945년 12월 6일 공포된 미군정청 법령 제33호가 1945년 8월 9일 이후 일본인의 모든 재산은 미군정청이 취득한다고 규정한 점 등을 이유로 청구인들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위 소송 계속 중 위 미군정청 법령들에 대하여 소급입법금지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위 조항들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위 군정법령은 헌법소원대상성 및 재판의 전제성이 모두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본안에서는 이는 소급입법금지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헌법 제13조 제2항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하였다. [검토] 1. 헌법제정 전의 법률도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심사할 수 있는가? 위 결정은 위 법령들은 각 군정장관의 명의로 공포된 것으로 법령(Ordinance)의 형식을 가졌지만 오늘날 법률로 제정되어야 할 입법사항을 규율하고 있으므로 법률로서의 효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고 제헌 헌법 제100조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법질서 내로 편입되었으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하였다. 과거 헌법위원회는 1954년 2월 27일 마찬가지로 군정법령인 1947년 12월 15일 공포된 남조선과도정부 행정명령 제9호에 대해 합헌결정을 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는 남조선과도정부 시절의 구 국방경비법에 대하여 성립절차상의 하자가 없다고 하였으며(헌재 2001. 4. 26. 선고 98헌바79·86, 99헌바36 결정) 대법원은 1960년 2월 5일 경향신문 폐간 사건에서 군정법령 제88호에 대해 헌법위원회에 위헌제청을 한 바 있었다. 그러나 어떤 규범이 법률로서의 효력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당연히 헌법재판소에 의한 위헌법률심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위 군정법령들은 미군 군정청이 발령한 것으로 우리나라의 입법부나 공권력에 의하여 제정된 것이 아니므로 입법자의 권위 보호를 위하여 그 위헌 여부의 판단을 굳이 헌법재판소에 독점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제헌 헌법 제100조가 '현행 법령은 이 헌법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한 효력을 가진다'라고 규정하였다고 하여 군정법령이 대한민국의 법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만일 법률로서의 효력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헌법재판소가 위헌심사를 할 수 있다면 일제 강점기의 법률의 위헌 여부도 법원은 판단할 수 없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하여야 하는가? 독일에서는 독일 헌법 시행 전의 법률(vorkonstitutionelles Recht)에 대하여는 일반 법원이 그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1900년 시행된 독일 민법 제1300조는 흠 없는 약혼녀는 약혼자와 동침하였으면 약혼이 해제된 때에는 재산적 손해가 없더라도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1992년 뮌스터 구법원(Amtsgericht)은 위 규정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적용할 수 없다고 하였고(NJW 1993, 1720) 연방헌법재판소도 구법원의 이러한 판단이 타당하다고 하였다(BeckRS 1993, 01691). 2. 한국의 사법부가 군정법령에 대하여 위헌심사를 할 수 있는가? 군정법령의 제정 자체는 미국의 주권에 기한 것이다(헌재 2017. 5. 25. 선고 2016헌바388 결정 참조). 그런데 한국의 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우리나라의 헌법에 비추어 군정법령 자체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가? 만일 위 법령을 위헌이라고 한다면 미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게 될 것이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2차대전 후에 연합국 점령군이 공포한 직접적 점령법률(unmittelbares Besatzungsrecht) 자체는 연방헌법재판소의 심사대상인 연방법률이나 주 법률이 될 수 없다고 하였다(BVerfGE 3, 368 ff). 다만 1948년 정부 수립 후에 한국이 위 군정법령을 적용하였다면 그 적용에 대하여는 헌법에 비추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위 군정법령이 적용된 것은 1945년의 일이므로 이에 대하여 우리 헌법을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3. 헌법 시행 전에 공포되고 적용이 완료된 법률의 위헌 여부를 현행 헌법에 의하여 판단할 수 있는가? 위 군정법령은 우리나라 헌법이 제정되기 전에 공포되고 그 적용이 완료되었다. 그런데 그 위헌 여부를 현행 헌법에 의하여 판단할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헌법재판소는 1971년에 제정된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에 근거하여 1977년에 이루어진 수용처분이 문제된 사건에서 위 규정이 위헌이라고 하면서 1987년의 현행 헌법 제76조와 제77조를 원용하였고(헌재ㅤ1994. 6. 30. 선고 92헌가18 결정) 위 특별조치법 제11조 제2항 중 제9조 제1항에 근거하여 1982년에 확정된 유죄판결이 문제된 사건에서 위 규정의 위헌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현행 헌법 제33조 제1·2항을 들고 있다(헌재 2015. 3. 26. 선고 2014헌가5 결정). 그러나 현행 헌법 시행 전에 제정되었고 그 적용도 그 전에 완료된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제정 또는 적용 당시의 헌법이 위헌 여부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하고 그 후의 현행 헌법이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당시에는 합헌이었던 것이 현행 헌법 시행 후에 소급적으로 위헌인 것이 될 수 있어서 법적 안정성을 크게 해치게 된다. 물론 현행 헌법 시행 전에 제정되었더라도 현행 헌법 시행 후에 적용된 법률에 대하여는 현행 헌법을 기준으로 하여 위헌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 점에서 헌법재판소의 판례들이 현행 헌법 전에 제정되었고 그 적용도 완료된 사건들에 대하여 현행 헌법을 적용하여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것은 문제가 있다(윤진수, 상속관습법의 헌법적 통제, 헌법학연구 23권 2호, 2017, 175면 이하 참조). 다만 과거의 법률이 현재의 헌법이나 그 이념에 비추어 볼 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부당한 경우에는 현재의 헌법에 따라 재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윤진수, 위헌인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 민사법학 81호, 2017, 138면 이하 참조). 실정법의 정의에 대한 위반이 참을 수 없는(unerträglich) 정도에 이르면 부정의한 법은 정의에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라드부르흐). 남아프리카 헌법재판소가 1996년 선고한 두 플레시스 판결{Du Plessis and Others v De Klerk and Another, 1996 (3) SA 850}도 그러한 취지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위 군정법령이 공포되었을 당시에는 아예 대한민국 헌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는 현행 헌법 제13조 제2항은 제헌헌법에는 없었고 1962년 헌법에서야 제11조 제2항으로 비로소 도입되었다. 그렇다고 하여 위 군정법령이 실정법의 정의에 대한 위반이 참을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사건 헌재 결정도 1945년 8월 9일 당시 재조선 일본인과 한국인들이 일본의 패망과 미군정의 수립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이 소유·관리하던 재산의 자유로운 처분이나 거래가 가능할 것이라고 신뢰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신뢰가 헌법적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소급입법의 금지를 명하는 위 헌법 규정이 헌법 제정 전에 적용이 완료된 이 사건에 소급적용될 수는 없다.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소급입법
군정법령
헌법소원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1-02-15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카지노 국외모객용역과 고정사업장 판단
Ⅰ. 들어가며 고정사업장은 외국법인의 사업소득에 대한 과세권 행사 여부와 직결되는 중요한 개념이다. 대부분의 조세조약은 원천지국에 외국법인의 고정사업장이 없다면 그 사업소득을 과세할 수 없도록 정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대법원 2020. 6. 28. 선고 2017두72935 판결은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이윤에 관하여 과세실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법리를 제시하였으므로 그 내용을 간략히 살펴본다. 자세한 논증은 졸고 '카지노 국외모객용역과 고정사업장 판단', 국제조세연구 제1집(2020. 11. 20.)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Ⅱ. 대상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요지 필리핀 법인인 원고는 외국인 카지노를 운영하는 원고 보조참가인(이하 'A 카지노'라고 한다)과의 사이에서 원고가 A 카지노에 방문할 외국인 고객을 모집하여 주고 해당 고객이 A 카지노에서 잃은 돈의 일부를 수수료로 지급받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위 계약에 따라 국외에서 외국인 고객들을 모집해 A 카지노로 유치하였으며 고객들의 게임자금을 A 카지노의 계좌로 송금하였고 고객들이 자금대여를 요청할 경우에 대비하여 담보 등을 설정하거나 정산업무와 고객관리 업무 등을 수행하였다. 한편 원고는 국내에서 A 카지노의 영업장 내 사무실(이하 '쟁점 사무실'이라 한다)에 직원들을 두고 원고가 모집한 고객들에게 칩을 제공하거나 롤링게임에서 발생한 매출액을 확인하기도 하였고 고객들의 항공권 예약 및 안내 업무, 호텔과 식당의 예약 및 안내 업무 등(이하 '편의제공 업무')을 수행하였다. 쟁점 사무실에는 책상, 컴퓨터, 금고, 캐비넷, 출근카드 체크기 등이 있었고 원고의 직원이 교대로 근무하고 있었다. 한편 원고는 A 카지노로부터 수취한 대가에 관한 세금을 국내에서 신고·납부하지 않았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쟁점 사무실을 원고의 국내 고정사업장으로 판단하여 원고가 A 카지노로부터 지급받은 금원에서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금액을 국내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수입금액으로 보았고 이에 피고 세무서장은 원고에게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를 결정·고지하였다. 2. 고정사업장 관련 원고 측의 쟁점별 주장 원고는 쟁점 사무실 공간이 임시 제공된 것으로서 원고는 그에 대한 처분권한이 없었던 점, 원고가 국내에서 수행한 업무의 내용 또한 예비적·보조적 활동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쟁점 사무실은 고정사업장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원고는 설령 고정사업장이 존재하더라도 A 카지노에 제공하는 용역의 주된 내용은 원고가 외국에서 카지노 고객을 모집하는 것이므로 방문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정도의 역할을 수행한 고정사업장에 귀속될 소득은 미미하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A 카지노와 원고 사이의 약정에 따른 모객용역 자체는 원고의 본점에서 제공한 것이므로 원고가 A 카지노로부터 수수한 수수료 전액에 부가가치세를 과세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3. 법원의 판단 1) 파기환송 전 2심의 판단 파기환송 전 2심은 원고의 고정사업장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에 대한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전부 취소하였다. 즉 쟁점 사무실은 원고가 처분권한을 가지는 사업상 고정된 장소이지만 원고의 거의 모든 핵심 업무가 해외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그 비용도 대부분 해외에서 지출되고 있으며 편의제공 업무도 반드시 원고의 직원 또는 그 지시를 받는 자가 이행하여야 하는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2) 상고심의 판단 상고심은 원고의 편의제공 업무가 원고가 수행한 모객사업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활동이라고 보아 원고 고정사업장의 존재를 인정하였고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3) 파기환송 후 2심 및 재상고심의 판단 파기환송 후 2심 및 재상고심은 원고 본사와 별도로 원고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수입금액을 특정하여 법인세를 과세해야 하고 마찬가지로 원고 고정사업장이 원고의 국내 수입금액 전부에 대한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후 정당세액을 산출할 수 없음을 들어 피고의 부과처분 전부를 취소하였다. Ⅲ. 평석 1. 고정사업장 성립 쟁점 기본 고정사업장 성립 요건으로는 물적 시설의 고정적 존재(객관적 요건), 물적 시설 사용권한의 보유 또는 지배(주관적 요건), 물적 시설을 통한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의 수행(기능적 요건)이 요구된다. 이 사건에서는 기능적 요건이 주로 문제되었는데 편의제공 업무가 중단될 경우 고객들이 A 카지노에 방문할 유인이 감소하여 모객사업에 중대한 차질을 빚을 수 있어 A 카지노의 도박수입 및 그에 연동되는 원고의 모객수수료 수입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평가는 카지노 산업의 특수성, 원고와 A 카지노간 계약 내용에 터잡은 것이므로 곧바로 다른 사례들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2. 고정사업장 귀속 쟁점 1) 원고 고정사업장 귀속 소득의 구분 대부분의 조세조약은 국내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사업소득에 한하여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는 독립기업의 원칙에 따라 정상가격으로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OECD 모델조약 제7조에 대한 주석 문단 15 내지 17은 외국법인 전체의 수행기능, 귀속되는 자산 및 위험 등을 고려하여 고정사업장이 수행하는 비중을 구분한 후 그에 상응하는 소득을 귀속시키도록 하였다. 이 사건에서 원고 고정사업장에 부과될 정당한 법인세 금액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첫째 단계로서 원고의 국내원천소득 중 원고 본사에 귀속될 소득과 원고 고정사업장에 귀속될 소득을 구분하여 산정하고 둘째 단계로서 원고 고정사업장에서 지출된 비용(필요경비 등)을 산정하여 이를 원고 고정사업장의 과세표준에서 공제하게 된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가 국외 비용의 증빙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기준경비율을 적용하여 추계로 법인세를 과세하였는데 그렇기 때문에 재상고심은 "원고의 필리핀 본점에 귀속되어야 할 수입금액이 있음이 명백하고 그 액수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것이다. 2) 용역의 공급자 및 공급장소의 검토 부가가치세법은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소를 사업장으로 정의하면서 그 사업장 소재지별로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사업장별 과세원칙을 채택하고 있다(부가가치세법 제6조 제1항, 제2항). 하나의 법인이 복수의 사업장을 가진 경우라면 어떤 사업장이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자 또는 공급받는 자인지 검토하여야 하는 것처럼 원고 고정사업장이 성립되더라도 외국법인 본점과 해당 사업장 중 어느 사업장이 용역의 공급자인지는 따져보아야 한다. 공급장소 측면에서 보면 단일한 역무는 그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이 물리적으로 어디에서 수행되었는지를 기준으로 그 공급장소가 결정되는데 재상고심은 원고가 국외에서 수행한 부분이 '보다 본질적이고 핵심적'이라는 점을 근거로 원고가 A 카지노에 제공한 전체 용역의 공급장소를 국내로 볼 수 없다고 보았다. 즉 원고의 편의제공 업무는 고정사업장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업무이기는 하나 원고가 해외에서 수행하는 고객과의 계약체결, 자금대여 및 정산 업무 등에 비하면 모객사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다만 재상고심은 원고가 A 카지노에 제공한 용역이 하나의 단일한 것이고 그 중 본질적이고 중요한 부분이 국외에서 수행된 것이어서 국내에서 부가가치세를 아예 과세할 수 없다고 본 것인지 아니면 국내 고정사업장 수행 역무와 국외 본점 수행 역무를 단일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전자만 구분해내야 한다고 본 것인지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3) 고정사업장 귀속 소득의 증명책임 통설 및 판례에 따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이 과세요건 사실의 존재를 입증할 책임이 있다. 이 사건에서 재상고심은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소득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이 주장·증명해야 하는 것임을 최초로 밝혔다. 실제로 과세관청은 세법상 질문·조사권에 기하여 거래상대방들로부터 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받거나 그 직원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는 점, OECD 모델조세조약 제7조에 대한 주석 문단 25 및 26은 고정사업장 조사라는 이유만으로 특수관계거래 적용 기준과 비교할 때 추가로 서류제출 부담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점, 과세관청은 정당한 자료제출요구에 불응하는 납세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고 최근 관련 규정을 더 강화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재상고심의 결론이 타당하다고 본다. Ⅳ. 결어 재상고심은 외국법인 고정사업장의 과세표준에 관한 증명책임이 과세관청에게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고 고정사업장이 인정되더라도 그것만으로 국내에서 수취한 대가 전체에 대한 법인세 또는 부가가치세 납세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현행 과세실무에 중요한 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은총 변호사 (김·장 법률사무소)
고정사업장
카지노
법인세
사업소득
이은총 변호사 (김·장 법률사무소)
2021-01-18
헌법사건
집회현장에서 경찰의 촬영행위
- 헌법재판소 2018. 8. 30. 2014헌마843 결정 - Ⅰ. 사건의 개요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들로 구성된 청구인들은 2014년 8월 29일 연세대학교 앞에서 광화문광장까지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목적으로 하는 행진(이하 ‘이 사건 집회’라고 한다)에 참가하였다. 청구인들은 당초 신고한 마지막 지점을 지나 약 100m 정도 행진을 계속하였고, 이후 경찰은 해산명령과 함께 채증카메라 등을 이용하여 채증을 하기 시작하였고, 청구인들을 포함한 참가자들이 자진해산하자, 촬영을 중단하였다(이하 ‘이 사건 촬영행위’라 한다). 이후 청구인들은 2014년 10월 2일 주위적으로 이 사건 채증활동규칙에 대하여, 예비적으로 이 사건 촬영행위에 대하여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Ⅱ. 헌법재판소 판단 내용 1. 심판대상 이 사건 주위적 청구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청구인들을 포함한 이 사건 집회 참가자들은 이 사건 채증규칙에 의해 직접 기본권 제한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촬영행위에 의하여 비로소 기본권 제한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이유로 각하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촬영행위의 경우 계속적·반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고 기본권 침해의 반복성이 인정되며, 청구인들이 문제 삼고 있는 ‘집회시위 현장에서의 채증’이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하여 기준을 제시하는 문제는 해명의 필요성이 있어, 심판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2. 본안 판단(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가. 4인의 법정의견 법정의견은, 수사기관의 증거수집 범위는 ‘신고 범위를 뚜렷이 벗어난 이후의 집회’에만 한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다음,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을 아직 명백하게 초래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촬영행위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특히, 공개된 장소에서의 촬영을 전제로, 미신고 옥외집회의 참가자들에 대한 촬영행위는 주최자에 대한 증거확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루어지는 측면이 있고, 단순 참가자들에 대한 촬영이 수반되더라도 헌법적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나. 5인의 위헌의견 반면, 법정의견으로 채택되지 못한 다수의견(5인)은, 경찰의 촬영행위는 증거자료 확보목적으로서도 기능하지만, 한편 국가기관이 집회참여자들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는 계기가 되며, 사진이 촬영된 개인들은 자신의 정보가 국가에 의하여 관리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향후 자신에게 불이익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두려움은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이 사건 촬영행위는 집회참가자들에게 촬영행위를 인식하게 만드는 의도가 담긴 것이었다는 점에서 ‘집회 종료 목적’이 상당부분 가미되어 있었다고 보았다. Ⅲ. 대상결정의 평석 1. 신고범위를 벗어난 평화집회에서 발생하는 공익과 사익의 충돌 우리 집회법은 신고 범위를 벗어난 집회나 미신고집회의 경우 주최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다(동법 제22조). 이러한 집회들은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을 명백하게 초래할 집회(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1도6294 판결)로 ‘변모할 가능성’도 있어 법집행기관의 주의가 요구된다. 반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미신고집회인 경우에도 그것이 평화집회라면 해산명령을 내릴 수 없다고 하여 헌법이 집회를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한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있고, 신고여부를 떠나 평화집회 참가자들에 대하여는 법이 보장하는 최대한의 권리가 인정됨을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03. 10. 30. 2000헌바67 결정 등). 2. 수사로서의 촬영행위와 공익적 필요 현장의 영상과 소리를 그대로 담고 있는 촬영자료는 범인검거와 범죄입증에 상당히 효과적이고 중요한 증거방법임에는 틀림이 없다. 사법경찰관은 범죄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는 수사를 개시, 진행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196조 제2항). 한편, 촬영은 집회참가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물리효과를 수반하는 물대포 사용행위나 불법행위자 체포행위 등에 비하여 충돌가능성이 적고, 재판에서의 증거자료 제출 등을 위해 긴요하다. 그러한 필요성 때문에 이 사건 청구 전까지 경찰채증은 2010년 2329건에서 2011년 3422건, 2012년 4007건, 2013년에는 5366건으로 매해 증가하였다. 그런데 이와 같은 촬영행위는 법적으로는 강제수사로 평가된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증거보전의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는 경우’에만 영장 없는 촬영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하여 촬영의 강제수사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 역시 집회현장에서 ‘범죄행위가 행해지고 있는 경우’에 촬영행위가 수사의 한 방법이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결정문 9/34쪽). 3. 사익으로서의 집회의 자유와 그 제한기준 평화적 집회는 그 자체만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이나 침해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태도이다(헌법재판소 2003. 10. 30.자 2000헌바67 등). 헌법재판소가 집회에서의 촬영행위를 ‘범죄행위가 행해지고 있는 경우’로 한정하는 것도, 이러한 점을 고려한 대목이다. 단순 평화집회 참가자들이 법을 지켜가며 집회를 하는 경우에까지 단순미신고 또는 신고범위를 다소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나아가 이들 중 누군가가 현행범으로 돌변할 ‘가능성’만을 근거로 하여 사전채증이 허용된다고 본다면, 헌법재판소가 앞서 일관되게 제시하는 판시내용을 촬영행위 사안에서는 그대로 뒤집는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즉, ‘법을 지키며 평화적으로 집회시위를 하는 참가자들’에 대한 사익제한 기준은, 불법폭력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사익제한 기준 보다 더 높게 평가됨이 타당하며, 촬영행위에 대한 공익적 필요성 역시 더 엄격하게 평가됨이 마땅하다. 4. UN인권이사회(HRC)에서 규정하는 집회에서의 촬영행위 이와 관련하여, UN인권이사회는 2016년 2월 4일 특별보고관이 UN총회(UN General Assembly)에 제출한 자료(A/HRC/31/66)를 토대로 ‘집회의 적절한 관리방법’(the proper management of assemblies)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다. 특히 경찰 채증행위와 관련하여 △ ‘채증(recording)은 권리실현에 대한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불러올 수 있으므로 집회를 위협하거나 제한할 목적으로 활용되는 채증행위는 허용될 수 없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언급한다(76). 또한 △ 집회에서 참가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은 그 기준이 ‘특별히 더 높아야’ 하며, 이러한 기준을 지키더라도 평화적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74). 그 외에도 UN인권이사회는 △ 경찰을 포함한 조직이 집회에 대하여 채증한 정보는 그 시점과 무관하게 최대한으로 공개되어야 한다는 점(80), △ 채증장비 등을 통한 개인정보의 수집과 이용은 자의적이거나 불법적인 사생활 침해가 일어나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5. 조망촬영(Ubersichtsaufnahmen)에 대한 독일 고등법원의 기준 이 사건의 법정의견은 조망촬영에 대하여도 근접 현장촬영과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 기본권침해 효과가 동일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조망촬영 역시 ‘공공 안전과 질서에 중대한 위협이 있다는 사실의 증거’(Es fehle an tatsachlichen Anhaltpunkten fur eine erhebliche Gefahr der offentlichen Sicherheit und Ordnung)가 확실할 때에 허용된다는 코플란쯔 고등법원 판단(5.2.2015의 OVG Koblenz (Az 7 A 10683/14, NVwZ-RR 2015, 570))에 비추어 볼 때에도 다수의견은 기본권제한 기준을 지나치게 낮게 설정하고 있다. 6. 경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 최근 경찰위원회는 이와 같은 논란을 감안하여 ‘집회시위 자유보장 권고안 및 부속의견’을 발표(2017. 9. 1.)하여, 채증의 경우 ①과격한 폭력행위가 ‘임박’했거나, ②폭력 등 불법행위가 행하여지거나 행하여진 직후, ③범죄수사 목적의 증거보전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는 경우에만 할 수 있도록 그 집행요건을 엄격하게 축소할 것임을 밝혔다. 특히, 미신고 집회의 경우라도 평화적으로 진행되는 경우에는 조망촬영, 현장촬영하는 것 외에 수사 목적으로 채증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제6항)고 밝혀, 이 사건과 같은 경우 수사목적으로 채증하지 않을 것임을 밝히기도 하였다. Ⅳ. 결 어 나는 이 사건 촬영행위가 일어날 당시 현장책임자였던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에게 “2012년 대법원 판례에 따를 때 채증은 위법”이라고 항의하였고, 그는 “억울하면 소송을 걸라”고 답하였다. 4년 후, 그 짧은 대화는 4인의 합헌의견과 5인의 위헌의견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는 헌법적 쟁점으로 다시금 이어지게 됐다. 향후 집시법 개정을 통하여 촬영행위에 대한 헌법적 한계를 명확히 긋고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 평화롭고 자유로운 집회시위와 경찰의 질서유지가 공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민후 법무관(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세월호
집회
촬영행위
채증규칙
김민후 법무관(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2018-10-11
형사일반
친구 사이의 경제적 이익제공, 뇌물인가?
-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도12346 판결 - 1. 공소사실의 요지 및 쟁점 공소사실의 요지는 검사였던 피고인이 대학동창인 친구 갑으로부터 “장래 검찰에서 갑, 또는 갑이 설립한 을회사 등과 관련된 사건을 조사하거나 처분하게 될 경우, 피고인 직무권한 범위 내에 들어오는 사건이면 피고인이 직접 유리한 처분이나 각종 편의를 제공해 주고, 그 범위 내에 들어오지 않는 사건이면 피고인이 담당 검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유리한 처분 또는 각종 편의를 제공받게 해 달라”는 청탁을 받아 오는 상황에서, 갑으로부터 을회사의 주식취득 기회를 제공받고, 을회사의 주식취득 대금 4억2500만원을 교부받았으며, 리스 된 승용차를 인도받아 사용하였고, 리스차량 명의이전비 3000만원을 수수하였으며, 을의 자회사 주식 8억5370만원 상당의 신주를 취득하였으며, 11차례에 걸쳐 약 5000여만원의 해외여행경비를 지원받음으로써 그 직무와 관련하여 뇌물을 수수함과 동시에 그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검사 및 검찰 유관기관 소속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것으로서, 사건 쟁점은 뇌물죄의 성립요건인 직무관련성 및 대가관계가 있는지 여부 및 알선수뢰죄의 성립여부였다. 2. 사건진행 경과 가. 1심 및 원심의 판단 1심은 단지 검사의 지위만으로 수수한 이익과의 관련성 내지 대가성을 인정할 수 있는 특정된 직무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갑이 장래에 피고인의 직무와 관련된 현안이 발생할 것을 대비하여 미리 뇌물을 공여한 것이라면, 적어도 그러한 개연성이 확인되어야 직무관련성, 대가성을 인정할 수 있으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하며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은 1심과 달리 직무관련성과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유죄로 판단하였고, 다만 을회사의 주식취득 기회를 제공받은 부분, 을의 자회사 주식 8억5370만원 상당의 신주 취득 부분 및 일부 해외여행경비를 제공받은 점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였다. 나. 대법원 판결 요지 대법원은 뇌물죄의 성립요건인 직무관련성과 대가관계에 관하여 “공무원이 장래에 담당할 직무에 대한 대가로 이익을 수수한 경우에도 뇌물수수죄가 성립할 수 있지만, 그 이익을 수수할 당시 장래에 담당할 직무에 속하는 사항이 그 수수한 이익과 관련된 것임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막연하고 추상적이거나, 장차 그 수수한 이익과 관련지을 만한 직무권한을 행사할지 여부 자체를 알 수 없다면, 그 이익이 장래에 담당할 직무에 관하여 수수되었다거나 그 대가로 수수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고, 알선수뢰죄에 관해서는 종전에 판시해온 바와 같이 “알선뇌물수수죄가 성립하려면 알선할 사항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뇌물수수의 명목이 그 사항의 알선에 관련된 것임이 어느 정도는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단지 상대방으로 하여금 뇌물을 수수하는 자에게 잘 보이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다거나 손해를 입을 염려가 없다는 정도의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정도에 불과하고, 뇌물을 수수하는 자 역시 상대방이 그러한 기대감을 가질 것이라고 짐작하면서 수수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알선뇌물수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04.11.12. 선고 2004도5655 판결 등) 고 판시하며, 모두 무죄 취지로 판단하였다. 3. 평석 가. 사실관계 이 사안은 피고인과 갑은 대학 재학 시절부터 서로 친하게 지내면서, 피고인이 검사로 임관한 후에도 갑은 피고인의 부임지를 1년에 수회 방문하는 등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면서 20년 이상 친분관계를 유지해 온 관계에 있었고, 피고인에게 이익을 공여한 이유에 관하여 갑은 ‘자신과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형사사건 등 분쟁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검사인 피고인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한편, 갑이 이익을 제공한 기간 동안 갑 또는 그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사가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았지만, 그 사안 자체로 범죄가 성립하기 어렵거나 매우 경미하여 혐의 없음 또는 각하 처분으로 종국되거나 소액의 벌금형을 선고받는 정도에 그쳤을 뿐 중하다고 볼 만한 사건은 없었고, 또한 위와 같은 형사사건들이 처리될 당시 피고인이 이를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직무권한이 있었거나 담당 검사에게 청탁을 알선하는 등 그 처리에 개입한 사정도 찾을 수 없었다. 나아가 당시 갑이 상당한 규모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그 사업이 불법적이라는 등의 사유로 피고인의 직무 범위에 속하거나 그를 통하여 다른 검사에게 청탁을 부탁할 정도의 현안이 발생하였거나 발생이 예상되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었다. 나. 대법원의 판단 위 사실관계에 기초하여 대법원은“피고인에게 검사의 직분에 근거하여 필요한 경우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일반적 직무권한이 있었지만, 공소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받았다는 청탁이 ‘장래 검찰에서 갑 등이 관련된 사건을 처리하게 될 경우 피고인의 직무권한 범위 내에 들어오는 사건이면 직접 유리한 처분이나 편의를 제공해주고, 그 범위 내에 들어오지 않는 사건이면 담당 검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유리한 처분이나 편의를 제공 받게 해 달라’는 정도에 지나지 아니하고, 피고인이 이익을 수수할 당시 그 직무권한에 속한 사항과 관련한 어떠한 사건이 장래에 발생할 개연성이 있었다고 볼만한 사정도 없었을 뿐 아니라 그 사건 자체를 특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따라서 피고인이 장래에 담당할 직무와 관련되는 사건이 어떠한 것인지 또는 과연 그러한 사건과 관련지을 만한 정도의 직무권한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 피고인이 받은 돈과 관련된 사건 내지 위 피고인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이 추상적이고 막연하였다”고 판시하며 피고인이 받은 이익이 그가 장래에 담당할 직무에 관하여 수수되었다거나 그 대가로 수수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알선수뢰와 관련해서는 "피고인이 이익을 수수할 당시 갑이나 그가 운영하는 회사에 발생할 형사사건의 내용은 물론 실제로 형사사건이 발생할지도 알 수 없는 상태였다면, 갑으로서는 피고인에게 잘 보이면 그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다거나 손해를 입을 염려가 없다는 정도의 막연한 기대감에서 이익을 공여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피고인 역시 갑이 그러한 기대감을 가질 것이라고 짐작하면서 수수한 것으로 보일 뿐,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의 알선과 관련하여 수수하였다는 점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판시하며 피고인이 수수한 이익이 장래의 담당 검사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의 알선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하였다. 다. 소결 피고인과 갑은 친한 친구 사이이고, 갑은 피고인이 검사이므로 장차 형사사건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하에 피고인에게 주식취득 기회 제공, 해위여행경비 지원, 자동차 사용 등의 이익을 제공하였다는 것이고, 이익 제공 기간 동안 수사대상 사건에 대해 피고인이 관여한 정황은 전혀 없으며, 장래 발생할 사건도 피고인의 직무권한에 속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와 같은 사실관계 하에서, 법리적으로는 대법원의 판단에 수긍이 간다. 왜냐하면 장래 발생할 사건이 막연하고 추상적인 경우 직무관련성과 대가관계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뇌물죄의 보호법익이 국가기능의 공정성에 있고 그 본질이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에 있다고 본다면, 막연하고 추상적이기는 하나 장래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검사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였다면, 이는 비록 검사가 직무행위에 나아가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실상 국가기능의 공정성이 훼손되었다는 의심을 하기는 충분할 것이다. 대법원은 직무관련성의 판단에 있어서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의 여부도 하나의 판단기준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대법원 2008.2.1. 선고 2007도5190 판결 등). 만약 장차 갑에게 발생된 사건이 피고인의 직무권한 범위 밖이라 하더라도 피고인은 어떻게 처신할까? 판결문에 의하면 피고인이 갑을 통하여 받은 주식으로 얻은 이익이 100억원이 넘는데, 과연 전혀 모른 척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사건 대법원의 논리에 의하면, 앞으로 검사가 스폰서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더라도 현재 현안이 되어 있는 사건이 없다면, 장래 발생할 사건이 검사의 직무권한 안에 있게 될지, 또 사건이 발생할지 여부는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뇌물죄로는 처벌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와 같은 스폰서의 경우 청탁금지법에 의하더라도 수수금액이 1회 100만원 이하의 경우 직무관련성이 없으면 처벌할 수 없는데, 이는 처벌의 공백인 것이다. 요컨대, 사실관계에 의하면 결국 피고인은 단지 검사라는 이유만으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은 꼴이 되는데, 이런 경우 직무관련성과 대가관계가 없다고 본다면 이는 법리적으로 타당할지는 모르나, 스폰서에 대한 처벌의 공백을 야기하고 나아가 국민 정서상으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이광훈 변호사(법률사무소 정진)
뇌물
알선수뢰
검사
이광훈 변호사(법률사무소 정진)
2018-03-26
금융·보험
조세·부담금
보험업에서 발생한 신계약비의 균등상각이 공정·타당한 회계관행에 해당하는지
-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4두647693 판결- 1. 신계약비의 개념 및 다툼의 배경 가. 신계약비의 개념 보험업에서 ‘신계약비’란 신규 계약을 체결하면서 소요된 비용으로 보험모집인의 제 경비, 영업소의 인건비, 물건비, 진단비, 계약조달비 등으로 지출한 금액을 말하며, 신규 계약을 체결할 때에 확정적으로 지급된다. 그런데 보험료수입은 보험료 기간에 나누어 실현되므로, 신계약비를 일시에 비용으로 처리하면 수익·비용 대응원칙에 어긋나는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보험업회계처리준칙(1998. 12. 10. 제정) 제31조(이하 ‘신계약비 준칙’)는 신계약비를 기타 자산으로 보아 해당 계약의 유지기간(7년을 초과할 경우에는 7년)에 걸쳐 균등하게 상각하여 비용으로 처리하도록 하였고, 1999. 3. 12. 개정된 보험업감독규정(금융감독위원회 고시) 제68조 또한 유사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신계약비가 발생한 시점에 전액 손금산입하는 것을 전제로 과세하였다. 보험업을 영위하는 법인들은 초기에 막대한 신계약비를 지출하는데, 위와 같이 과세하는 경우 신계약비를 지출한 연도에 거액의 손금이 발생함에도 이월결손금공제기간(5년)이 경과하면 손금산입이 불가능하게 되는 불이익이 발생하게 된다는 이유로 다수의 민원을 제기하였다. 이를 받아들여 법인세법 기본통칙(2003. 5. 10. 개정된 것) 40-71…23은 ‘보험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 각 사업연도에 지출한 사업비 중 장기보험계약으로 인하여 발생한 신계약비(모집수당, 점포운영비 등)는 그 보험계약에 의한 보험료 납입기간(그 기간이 7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7년)에 안분하여 손금에 산입한다’라고 규정하게 되었다(이하 ‘신계약비 통칙’). 나. 다투어진 사실관계 및 처분의 내용 L 보험회사는 신계약비 통칙에 따라 2003 사업연도 ~ 2004 사업연도의 법인세를 (수정)신고하였으며, 다른 보험회사들도 2003년 5월 이후에는 신계약비를 보험료 납입기간에 안분하여 손금에 산입하여 왔다. 이 사건 원고들은2005년 3월 L 보험회사의 주식을 1주당 10원에 양수하였는데, 과세관청은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양수하였다는 이유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3조의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신계약비를 보험료 납입기간에 안분하여 계산한 순손익액 등을 기초로 위 주식의 가액을 1주당 2898원으로 산정하여 증여세를 부과하였다. 원고들은 신계약비는 그 지급이 실현되는 사업연도에 일시에 지출되므로 법인세법 제40조 제1항에 따라 그 사업연도에 전액 손금에 산입되어야 하고, 그에 따르면 주식의 가치는 0원이라고 주장하면서 위 처분을 다투었고, 과세관청은 법인세법은 신계약비의 손금산입시기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았으므로 법인세법 제43조에 따라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기업회계의 기준 또는 관행(이하 ‘공정한 회계관행’)에 따라야 하는데, 신계약비 준칙 등은 그러한 회계관행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2. 대법원 판결 가. 원심의 판단 신계약비는 그 귀속시기가 명확하므로 법인세법 제40조 제1항의 손익확정주의에 따라 지출된 사업연도에 전액 손금에 산입되어야 하며, 그 예외를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없고, 이를 이연하도록 규정한 보험업회계처리준칙은 공정한 회계관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 대법원의 판단 신계약비 준칙 및 같은 취지의 통칙조항의 경위 등을 종합하면, 법인세법 제43조에 따라 내국법인의 각 사업연도 소득금액계산에 적용될 수 있는 공정한 회계관행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3. 평석 가. 법인세법상 손익확정과 기업회계존중의 원칙 법인세법 제40조 제1항은 내국법인의 각 사업연도 손익의 귀속은 그 손익이 확정된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로 하도록 선언하고, 같은 조 제2항의 위임에 따른 법인세법 시행령(제68조 ~ 제71조)은 거래의 유형 또는 대금의 지급방법 등에 따라 손익의귀속시기를 개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 취지는 과세소득을 획일적으로 파악하여 과세의 공평을 기함과 동시에 납세자의 자의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법인세법 제43조는 당해 법인이 손익의 귀속에 관하여 공정한 회계관행을 계속적으로 적용하여 온 경우에는 ‘이 법 및 조세특례제한법에서 달리’ 규정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해 기업회계의 기준 또는 관행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손익의 귀속에 관하여 세법이 달리 정하고 있지 않는 한 공정성과 객관성이 보장되는 기업회계의 결과를 존중하라는 것이다. 대상판결 또한 법인세법 제40조의 거래유형에 따른 세법상 손익귀속에 관한 규정은 현대사회의 다양한 모든 거래유형을 예측하여 그 자체로서 완결적으로 손익의 귀속을 정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위 규정만으로는 손익의 귀속을 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권리의무확정주의에 반하지 않는 한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한 회계관행으로 받아들여지는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손익의 귀속을 정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나. 신계약비와 기업회계존중의 원칙 신계약비의 귀속시기에 관하여 세법은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신계약비 준칙은 신계약비를 보험료 납입기간에 안분하여 손금에 산입하도록 하였고, 그러한 관행을 존중하여 신계약비 통칙 또한 같은 취지의 규정을 두었으며, 그에 따른 처리가 권리의무확정주의에 반한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권리의무확정주의는 과세소득을 획일적으로 파악하여 과세공평을 도모하고 납세자의 자의적인 회계처리를 방지하기 위함인데, 신계약비를 보험료납입기간에 안분하여 산입하여도 과세공평이 저해되거나 납세자의 자의적인 회계처리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신계약비의 회계관행을 부정한 견해(원심판결)는 법인세법 제40조가 적용되는 경우에는 손익의 귀속시기가 불명확하여 이를 보충할 필요가 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고 전제한 다음, 신계약비는 그 지출된 당시에 확정·실현된다는 점이 명백하고, 그 귀속시기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 없으며, 신계약비 통칙은 과세관청 내부에서 세법의 해석 및 집행기준을 시달한 행정규칙에 불과할 뿐, 손익의 귀속시기가 불명확하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므로 신계약비가 지출된 사업연도에 전액을 손금으로 산입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적절하게 밝혔듯이, 보험업은 보험계약자의 이익 등 공공성이 요구되는 업종으로 회계처리준칙을 준수할 필요성이 큰데, 보험업감독규정은 신계약비 준칙과 유사한 조항을 두어 보험회사들의 회계처리를 규율하고 있는 점, 보험업계의 요청에 따라 신계약비 통칙이 신설되어 신계약비의 균등상각은 과세실무상 확고한 관행으로 자리잡아 운용되고 있는 점, 보험료는 실제로 수입된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에 귀속되므로 그에 대응하여 손금을 안분하는 회계준칙이 수익비용대응 원칙에 부합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신계약비 준칙은 공정한 회계관행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4. 결론 신계약비의 균등상각 처리가 회계관행으로 인정된 2003 사업연도 이후 모든 보험회사를 이를 전제로 과세소득을 신고하였고, 과세관청은 이를 그대로 인정하였으므로 새삼스럽게 다투어질 쟁점은 아니었다. 이 사건에서도 회계관행 여부를 다툰 당사자는 이를 지출한 해당 보험회사가 아니라 그 주주들이고, 이를 굳이 다툰 이유는 이들이 취득한 주식의 가치를 평가할 당시 신계약비를 일시 상각처리하면 보험회사의 순손익가치가 줄어들어 주식가치가 0원이 되기 때문이다.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은 부당하거나 잘못된 세법의 적용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주주들의 개인적인 이해관계에서 비롯되었으며, 주주들의 주장에 따라 신계약비를 일시 상각하여야 한다면 오히려 해당 보험회사를 포함하여 모든 보험회사는 그동안의 신계약비 균등상각을 일시상각으로 수정하여야 하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잘못된 신고에 따른 세금을 추징당할 수도 있었다. 나아가 신계약비와 유사한 회계처리 사안에서도 개별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회계관행을 부인할 수 있는데 이는 기업회계에 기초한 법인세 행정에 극심한 혼란을 야기할 뿐 아니라, 모든 사안에서 법인세법의 권리·의무확정주의에 부합하는지를 따져야 하므로 불필요한 분쟁만을 양산할 우려 또한 컸다. 이러한 점에서 신계약비 준칙 및 관련 통칙을 공정한 회계관행으로 인정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그와 같은 혼란을 방지하고 법인세법상 손익확정주의와 기업회계존중원칙에 관한 법리를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향후 유사한 분쟁에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손호철 변호사 (정무법무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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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 변호사 (정무법무공단)
2018-03-19
조세·부담금
연구원에 지급한 퇴직연금보험료가 세액 공제 대상 인가
-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6두63200 판결 - 119153.jpg 1. 대상판결의 쟁점 구 조세특례제한법(2010. 12. 27. 법률 제104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제1항에서 연구 및 인력개발을 위한 비용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용이 있는 경우에는 법인세에서 공제(이하 ‘연구개발비 세액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그 위임을 받은 구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2012. 2. 2. 대통령령 제235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1항, 별표6에서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 비용 중 하나로 기술개발을 위한 전담부서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인건비’를 들고 있다.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 인건비에 원고가 그 소속 기업부설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연구원에게 지급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보험의 보험료(이하 ‘이 사건 퇴직연금보험료’)’가 포함되는지 여부이다. 2. 판결요지 대법원은 원고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에 기초하여 과세연도 및 대상 근로자별로 연구소 근속 여부에 따라 실제로 지출한 이 사건 퇴직연금보험료는 그 지출 사업연도의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위 보험료 상당의 금원은 각 연구원들에게 확정적으로 귀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이 사건 퇴직연금보험료는 해당 과세연도의 연구 및 인력개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여 연구원별로 실제 지출된 비용이므로 적정한 기간손익의 계산을 위하여 합리적으로 그 비용액을 추산한 것에 불과한 퇴직급여충당금과는 그 성격을 달리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퇴직연금보험료는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10조 제1항이 정한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인 인건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3. 평석 가. 과세관청의 주장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인 ‘인건비’에 대하여 조세특례제한법 기본통칙에서 명칭여하에 불구하고 근로의 제공으로 인하여 지급하는 비용이라 정의하면서 소득세법상 퇴직소득과 퇴직급여충당금 전입액은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대법원은 “퇴직금은 근로계약이 종료되는 때에야 비로소 그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후불적 임금으로 해당 과세연도의 연구 및 인력개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비용이라고 볼 수 없고, 퇴직급여충당금은 법인세법상 해당 사업연도의 손금에 산입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적정한 기간손익의 계산을 위하여 합리적으로 그 비용액을 추산한 것에 불과하여 이를 반드시 정책적 목적의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인 인건비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3두22147 판결). 따라서 이 사건 퇴직연금보험료는 퇴직급여충당금과 마찬가지로 후불적 임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금액을 배분하여 미리 부담하는 비용이므로 해당 과세연도의 연구 및 인력개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인건비로 볼 수 없다. 나.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으로서 ‘인건비’의 범위에 관한 체계적 해석 우선 ‘인건비’에 대한 관련 법령 및 문언적 의미 등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조세특례제한법령은 ‘인건비’에 대하여 별도의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리고 조세특례제한법 제2조는 조세특례제한법에서 정의하고 있지 않은 용어에 대하여는 특별히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인세법, 소득세법 등 관련 법률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예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연구개발비 세액공제와 관련된 법령인 법인세법 및 소득세법에서도 ‘인건비’에 대하여 별도의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인건비’의 사전적인 의미는 종업원에게 노무에 대한 대가 또는 노무와 관련하여 지급되는 일체의 경비로서 임금, 상여, 제수당, 퇴직금 등과 종업원의 관리 및 복리후생을 목적으로 하여 기업이 부담하는 사회보험료, 후생비 등으로 회계학상 노무비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데, 법인세법 제26조 제1호, 같은 법 시행령 제43조, 제44조, 제44조의2의 규정에 의하면, 위 사전적 의미와 동일하게 퇴직급여 및 퇴직보험료 등까지도 포함하는 의미로 ‘인건비’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법인세법 제43조는 손익 귀속사업연도와 자산?부채의 취득 및 평가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하는 경우에는 법인세법 및 조세특례제한법에서 달리 규정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기업회계기준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및 일반기업회계기준도 위 사전적 의미와 다르지 않다. 나아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의 입법자도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에서 ‘인건비’라는 용어를 사용함에 있어 ‘인건비’의 내용 안에는 퇴직소득과 퇴직급여충당금까지 당연히 포함됨을 전제로 예외적으로 이를 제외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에 대한 제외 규정을 두는 방식으로 입법을 하고 있다(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26조의2 제1항, 제26조의3 제1항, 별표6). 이상의 관련 법령, 문언의 사전적 의미, 입법 형식 등에 비추어 보면,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인건비는 일응 사전적 의미와 동일하게 종업원에게 노무에 대한 대가 또는 노무와 관련하여 지급되는 일체의 경비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연구개발비 세액공제의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이를 제한하여 해석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조세특례제한법상 연구개발비 세액공제는 기업이 연구 개발 전담부서에서 연구개발을 위하여 지출한 비용이 있는 경우 기업의 연구개발을 장려하려는 목적에서 그 지출한 비용의 일정 금액을 해당 과세연도의 법인세에서 공제하도록 하는데 그 입법취지가 있다. 인건비 측면에서 보면 연구개발비 세액공제는 연구개발을 위하여 종업원을 전담부서의 연구원으로 투입함으로써 현실적으로 지출되는 금액에 대하여 일정 금액을 세액 공제 형식으로 보조해 줌으로써 연구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회사가 지출하는 금액을 연구원이 언제 수령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회사에서 해당 과세연도에 확정적으로 실제 지출이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그러므로 전담부서에 투입되는 연구원에게 해당 과세연도에 직접 지급되는 임금 등의 비용뿐만 아니라 그 연구원의 복리후생을 목적으로 해당 과세연도에 그 연구원을 위하여 확정적으로 실제 지출되는 국민연금이나 의료보험료 등도 당연히 포함된다. 다만, 연구개발 전담부서에 근무하지 않은 기간까지 포함하여 계산된 퇴직금이라든가, 연구원이 해당 과세연도에 전담부서에서 근무함으로써 발생하는 지출이라 보기 어려운 중간정산퇴직금, 해당 과세연도에 회사의 실제 지출이 일어나지 않는 퇴직급여충당금은 해당 과세연도의 연구개발에 투자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1993년 4월 1일 이래로 조세특례제한법 기본통칙에서 퇴직소득과 퇴직급여충당금 부분을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입법취지에 다소 부합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 점, 이 부분을 제한하더라도 오래 전부터 기본통칙에 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크게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위 대법원 2013두22147 판결은 합목적적 해석을 통하여 퇴직금이나 퇴직급여충당금을 세액공제 대상 ‘인건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입법취지 등을 고려한 합목적적 해석을 통하여 그 범위를 제한하더라도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인건비’는 ①해당 과세연도의 기술연구개발에 직접적으로 대응되는 연구원에게 ②노무에 대한 대가 또는 노무와 관련하여 지급되는 경비로서 ③해당 과세연도에 확정적으로 실제 지출되는 비용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 확정기여형 퇴직연금보험료에 적용 확정기여형 퇴직연금보험료는 외부의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해당 과세연도에 기술인력개발 전담부서에 근무하는 연구원을 위하여 그 과세연도에 확정적으로 지출되고, 회사는 더 이상 그 금원을 운용할 수 없으며, 그 금원 운용으로 인한 수익도 확정적으로 연구원에게 귀속된다. 그에 따라 그 지출 과세연도에 회사의 비용으로 인정된다. 이는 연구원의 복리후생을 위하여 해당 과세연도에 확정적으로 지출되는 국민연금 등과 그 성질이 다르지 않다. 단순히 적정한 기간손익 계산을 위하여 추산된 금액이 적립될 뿐 실제적인 지출이 없는 퇴직급여충당금이나 해당 과세연도의 기술인력개발을 위해서 지출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중간정산퇴직금과는 그 성질이 전혀 다르다. 따라서 앞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확정기여형 퇴직연금보험료는 회사가 연구개발 전담부서에 근무하는 연구원에게 해당 과세연도의 노무의 대가 또는 노무와 관련하여 실제 지출되는 비용이고, 그 금원이 해당 과세연도에 연구원에게 확정적으로 귀속되므로, 퇴직급여충당금과는 달리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인건비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4. 대상판결의 의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보험도 퇴직급여제도의 하나이지만, 대법원이 연구개발비 세액공제의 입법취지 등을 고려하여 퇴직금이나 퇴직급여충당금과는 달리 확정기여형 퇴직연금보험료를 세액공제 대상 ‘인건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 이번 판결은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인건비’ 해당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그 기준을 분명히 하면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보험료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최초의 판결이란 점에서 그 이의가 있다. 이는 조세특례제한법상 인건비가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영상콘텐츠 제작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등에도 원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연구원
인건비
2017-07-03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수당이 압류금지채권인지 여부
1. 사실관계 채권자는 손해배상청구사건의 가집행선고부 판결정본에 기하여 채무자가 국회의원으로서 국회법 제30조 및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규칙에 의하여 제3채무자로부터 매월 지급받는 수당, 입법활동비, 여비, 입법정책개발비의 지급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였다. 채무자의 국회의원임기는 2012년 5월29일 종료하였다. 2. 대법원 결정의 요지 가.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각 비용 지급의 목적과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여비'는 국회의원으로서의 고유한 직무수행을 위하여 별도의 근거조항을 두고 예산을 배정하여 그 직무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국가가 지급해 주는 것으로, 국회의원의 직무활동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 또는 수당과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국회의원의 직무수행을 위하여 지급하는 위 비용들에 대하여 압류를 허용할 경우, 위 비용들이 위 법률에서 정한 목적이 아닌 개인적인 채무변제 용도로 사용됨으로써 국회의원으로서의 고유한 직무수행에 사용될 것을 전제로 그 비용을 지원하는 위 법률에 위배된다. 또한 국회의원 본연의 업무인 입법활동과 정책개발, 공무상 여행 등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해지거나 심각하게 저해될 우려가 있으므로, 위 법률에 따라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여비는 위 법률에서 정한 고유한 목적에 사용되어야 하며 이러한 성질상 압류가 금지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4호에서 말하는 급여채권은 계속적인 역무의 제공에 대한 보수를 총칭하는 것으로 공무원의 직무상 수입도 여기에 포함되는 점,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제5조는 "국회의원이 법률이 허용하는 다른 공무원의 직을 겸한 때에는 국회의원의 수당과 겸직의 보수 중 많은 것을 지급받는다"고 정하여, 국회의원이 지급받는 수당과 공무원이 지급받는 보수가 서로 대체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소득세법 제20조 제1항 제1호는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받는 봉급·급료·보수·세비·임금·상여·수당과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급여'를 근로소득으로 규정하고 있고, 그에 따라 국회의원의 세비인 수당을 근로소득으로서 과세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 같은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급받는 일반수당, 관리업무수당, 정액급식비, 정근수당, 명절휴가비와 같은 수당은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4호의 '급료·연금·봉급·상여금·퇴직연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급여채권'에 해당하여 그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 또는 같은 호 단서에 따른 금액에 대하여는 압류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평석 가.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여비의 경우 (1) 성질상 압류가 금지되는 채권의 의미 판례, 통설에 의하면 민사집행법 소정의 압류금지채권이나 각종 특별법상의 압류금지채권과 별도로 채권이 양도성이 없는 경우에는 현금화(전부명령, 추심명령 등)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강제집행의 대상이 될 수 없다(주석 민사집행법(김능환·민일영 집필대표) 5권, 593쪽; 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Ⅲ], 296쪽 등). 채권의 성질이 양도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양도할 수 없고(민법 제449조 제1항 단서), 양도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해당채권을 피압류채권으로 하는 채권압류명령을 신청할 수 없다. 채권의 성질이 양도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로 통설은 채권자가 변경되면 급부내용이 전혀 달라지는 채권(계약에 의하여 특정한 사람을 부양하게 하는 채권 등), 채권자가 변경되면 채권의 행사에 커다란 차이가 생기는 채권(위임인의 채권, 종신정기금채권 등), 특정한 채권자와의 사이에 수수·결제되어야 할 특별할 사정이 있는 채권(상호계산에 산입된 채권)을 들고 있다(주석 채권총칙(박준서 집필대표) 2권, 534쪽). (2)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지급된 돈이 압류금지채권인지 여부 위와 같이 특정한 채권자와의 사이에서만 수수·결제되어야만 하는 채권은 당사자 사이의 계약뿐만 아니라 법률규정에 의하여 성립할 수 있다. 법률에서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돈을 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다면 그 돈도 역시 특정한 채권자 사이에서만 수수·결제되어야 한다고 보아야 한다. 만일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어 특정한 채권자 이외의 사람에게 지급된다면 개인의 채무변제 명목으로 전용되어 결국 지급을 명한 법령의 취지에 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용도 외 사용금지규정이 있는지 여부를 불문한다. 실무상 용도 외 사용금지, 용도 외 사용시 처벌규정이 존재하면 압류금지채권이고 그렇지 않으면 압류가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으나 반드시 그렇게 볼 수는 없다. 이러한 견해는 보조금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2조 제1항을 근거로 들고 있다. 위 제22조 제1항은 보조금의 용도 외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급되는 돈의 성격이 보조금이 아닌데도 함부로 보조금에 관한 규정을 원용할 수는 없다. 보조금은 국가 외의 자가 수행하는 사무 또는 사업에 대하여 국가가 이를 조성하거나 재정상의 원조를 하기 위하여 교부하는 부담금, 그 밖에 상당한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고 교부하는 급부금이다(위 법 제2조 제1호). 돈의 성격이 사업 조성, 재정상 원조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보조금이라 할 수 없다. 판례는 중요무형문화재가 지급받는 전승지원금청구채권이 성질상 압류가 금지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금원의 목적 내지 성질상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특정인 사이에서만 수수, 결제되어야 하는 보조금교부채권은 성질상 양도가 금지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강제집행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이러한 법리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중요무형문화재를 보호·육성하기 위하여 그 전수 교육을 실시하는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에게만 전수 교육에 필요한 경비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는 금원으로서 그 목적이나 성질상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사이에서만 수수, 결제되어야 하는 전승지원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다203461 판결)'고 판시하면서 용도 외 사용금지 규정이 없음을 들어 강제집행의 대상이 된다고 본 원심을 파기하였다. 이 사건에서도 입법활동비(국회의원의 수당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특별활동비(제7조 제1항), 입법 및 정책개발비(제7조의2 제1항), 여비(제8조 제1항) 등은 각 법률규정상 국회의원의 고유한 직무수행을 위하여 지급되는 돈임이 명백하다. 나. 다른 수당의 경우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4호는 "급료·연금·봉급·상여금·퇴직연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은 압류하지 못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급여채권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받는 임금채권을 말하며 급여소득에는 소득세의 대상이 되는 모든 것이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위 주석 민사집행법 599쪽). 한편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의원이 받는 비용 등이 압류금지채권이 되는지에 관하여 과거 대법원은 "지방의회의원이 지급받는 비용들은 근로자의 근로의 대가로서의 급여와는 그 성격이 다른 것으로서 지방의회의원은 지방자치법에서 정한 겸직의 제한을 받는 외에는 보수를 수반한 겸직이 금지되고 있지 아니하므로 지방의회의원에게 지급되는 비용들은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에서 정한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4. 6. 18. 자 2004마336 결정)"고 결정한 바 있다. 주석 민사집행법에 의하면 "원칙적으로 겸직이 금지되고 있지 않은 국회의원(국회법 29조)의 세비 등 수당청구권과 같은 것은 본 호의 압류제한의 적용을 받지 아니한다"고 한다(위 주석 민사집행법, 600쪽). 그러나 국세징수법 제33조 제1항은 세비는 그 중 2분의 1을 압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대상 결정에서도 언급되었듯이 국회의원의 세비인 수당도 과세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세비 중 수당도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3호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참고로 원심결정 당시의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공무원, 정부투자기관의 임직원, 농수협의 임직원,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없는 교원'을 제외한 모든 직을 겸할 수 있었지만 {구 국회법(2012. 3. 21. 법률 제114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 제1항} 2013년 8월13일 법률 제12108호로 국회법이 개정되어 '국무총리, 국무위원, 공익 목적의 명예직, 다른 법률에서 임명위촉되도록 정한 직'을 제외하고는 모든 직을 겸할 수 없게 되었다(제29조 제1항). 한편 지방의회의원은 포괄적으로 겸직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지만(지방자치법 제39조 참조), 2004년 이후 의정활동비가 생계나 품위를 유지할 정도로 많이 인상되었다. 향후 대법원결정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2015-01-26
퇴직급여 충당금의 조세특례제한법상 ‘인건비’ 포함여부
Ⅰ. 판결요지 및 관련 법령 1. 판결요지 조세특례제한법상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제도는 기업의 연구개발전담부서에서 소요되는 일정 범위의 인건비 등이 있는 경우에는 기업의 기술인력개발을 장려하려는 목적에서 일정 범위의 금액을 해당 과세연도의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하도록 하는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해당 과세연도의 연구 및 인력개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비용만을 세액공제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퇴직금과 같이 장기간의 근속기간을 고려하여 일시에 지급하는 성격의 비용으로서 근로계약이 종료되는 때에야 비로소 그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후불적 임금은 해당 과세연도의 연구 및 인력개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비용이라고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퇴직급여충당금은 법인세법상 당해 사업연도의 소득금액계산에 있어서 손금에 산입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적정한 기간손익의 계산을 위하여 합리적으로 그 비용액을 추산한 것에 불과한 것이어서 이를 반드시 정책적 목적의 조세특례제한법상 세액공제 대상인 인건비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퇴직급여충당금이나 이를 재원으로 하여 지급되는 중간정산퇴직금은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10조 제1항의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의 대상이 되는 인건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2. 관련 법령 구 조세특례제한법(2010. 1. 1. 법률 제992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조특법') 제10조 (연구·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 ① 내국인[생략]이 각 과세연도에 연구·인력개발비가 있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에 따른 금액을 해당과세연도의 소득세(사업소득에 대한 소득세에 한한다)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한다. 2. 제1호 외의 내국인 : 가목과 나목에 해당하는 금액을 합한 금액. (단서 생략) 가. 해당과세연도에 발생한 대학 또는 중소기업 등에게 위탁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연구·인력개발비(이하 "중소기업 등에의 위탁 연구·인력개발비"라 한다)가 해당과세연도의 개시일부터 소급하여 4년간 발생한 중소기업 등에의 위탁 연구·인력개발비의 연평균발생액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하는 금액의 100분의 50에 상당하는 금액 나~다. (생략) 조특법 시행령(2010. 2. 18. 대통령령 제2203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연구 및 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 ③ 법 제10조 제1항 제2호 가목에서 "대학 또는 중소기업 등에게 위탁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연구·인력개발비"라 함은 별표6 제1호 나목 및 제2호 가목에 따른 연구개발비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대학 등에 기술개발·교육훈련 및 연구개발지원을 위탁함에 따른 비용을 말한다. 1~7. 생략 Ⅱ. 평석 대상판결은 퇴직급여충당금이 조특법 시행령 별표6 제1호 가목 ①의 '인건비'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한 것으로, 과세관청은 그동안 법률의 명시적인 위임이 없음에도 기본통칙으로 위 규정상 인건비에서 퇴직급여충당금을 제외해 왔다(조특법 기본통칙 9-8…1 제1항 제1호). 본 판결은 인건비의 범위를 명확히 하였다는 데 그 의의가 있으나,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정책적 측면을 고려하느라 조세법규해석의 원칙을 소홀히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첫째, 조세법은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함부로 확장하거나 축소해석해서는 안 된다. 본 사안에 관하여 보면, 조특법은 인건비의 정의에 관하여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그 정의는 법인세법에 의하여야 하는데, 법인세법상 인건비는 퇴직급여충당금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1) 우선, 법인세법 제19조의 위임을 받은 법인세법 시행령 제19조는 인건비(제3호) 외에 퇴직급여를 별도의 손금항목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는 퇴직급여가 개념상 당연히 인건비에 포함되므로 별도로 규정할 필요가 없음을 전제한 것이다. 한편, 소득세법은 '종업원의 급여'를 필요경비 항목으로 규정하고 있고(제27조, 같은 법 시행령 제55조 제1항 제6호), '인건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위 규정 외에 퇴직급여를 별도의 필요경비 항목으로 두고 있지 않다. 2) 법인세법 제26조 각 호는 손금불산입되는 과다경비의 항목을 규정하고 있고, 법인세법 시행령 제43조부터 제48조는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법인세법 제26조 각 호가 열거한 항목의 순서대로 각각의 비용 항목에 관해서 상술하고 있는데, 그 규정체계를 보더라도 법인세법상 인건비에는 퇴직급여가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3) 한편, 퇴직급여충당금은 향후 발생할 퇴직급여에 충당하기 위하여 계상하는 부채성 충당금으로, 법인세법은 이를 임원 또는 사용인이 퇴직할 때 지급하는 퇴직금과 상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3조 제1, 2항). 퇴직급여충당금은 각 사업연도마다 불균등하게 발생하는 퇴직급여를 여러 해의 사업연도에 배분하여 비용으로 계상하는 것이므로 그 성격은 퇴직급여와 같다. 따라서 퇴직급여가 인건비에 해당한다면 퇴직급여충당금 역시 인건비로 보아야 하고, 그렇게 보지 않는다면 퇴직급여충당금을 적립할 경우와 적립하지 않을 경우 퇴직급여의 손금 산입 여부가 달라지는 부당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 결국 퇴직급여와 퇴직급여충당금을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으므로 퇴직급여가 인건비에 포함된다면 퇴직급여충당금을 인건비에서 제외할 이유가 전혀 없는 바, 그렇다면 퇴직급여충당금 역시 조특법 시행령 별표6 제1호 가목 ①의 인건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법규정의 문언해석상 인건비에 퇴직급여충당금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가능함에도, 문언해석을 우선하지 않고 위 규정의 정책적 목적만으로 퇴직급여충당금을 인건비에서 제외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납득하기 어렵다. 둘째, 퇴직금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 제공에 대한 임금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축적하였다가 이를 기본적 재원으로 하여 근로자가 퇴직할 때 이를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것이고, 그 성격은 본질적으로는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지닌 것이므로(대법원 2007. 3. 30. 선고 2004다8333 판결), 상여금, 보수 등과 구별하여 인건비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해석할 이유가 없다. 또한, 강행법규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근로자가 퇴직할 때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하고 있어서(제4조 제1항 본문) 연구인력 역시 당연히 퇴직금을 지급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데, 이처럼 강행법규에 의해 당연히 지급되어야 하는 퇴직금을 단지 매월 지급하는 임금과 지급시기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인건비에서 제외하는 것은 부당하다. 마지막으로, 2012. 2. 2. 조특법 시행령 별표6 제1호 가목 ①은 '인건비에서 퇴직소득 및 퇴직급여충당금을 제외'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는데, 그 이유는 '연구개발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비용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서이다(대통령령 제23590호 제·개정이유). 그렇다면 퇴직급여충당금은 위 개정규정에 의해 비로소 인건비에서 제외되었다 할 것이므로, 대통령령 개정 전에는 퇴직급여충당금도 인건비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위 대통령령의 개정취지에 부합한다. 결론적으로, 조특법 시행령 별표6 제1호 가목 ①의 인건비에는 퇴직급여충당금이 포함된다고 판단했어야 할 것이나, 대상판결은 이와 다른 해석으로 납세자의 권리보호에 미흡하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2014-09-15
내부신고자 보호 위해 불이익 추정 존중해야
1. 사건의 내용 피고보조참가인 갑은 하남시 선거관리위원회 관리계장으로 근무하던 중 하남시장을 상대로 한 주민소환투표의 실시가 청구되자 이에 대한 관리총괄팀장으로 임명되었다. 주민소환의 대상인 하남시장은 하남시 선관위를 상대로 수원지법에 주민소환투표청구 수리처분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했는데, 수원지법은 청구사유가 기재되지 않은 주민소환투표 청구인 서명부에 한 서명은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과 주민투표법에 따라 무효라는 이유로 주민소환투표청구 수리처분을 취소했다. 이에 경기도 선관위는 이 같은 사태를 초래한 하남시 선관위의 갑을 포함한 주민소환투표 관련 직원에 대해 문책성 전보인사를 단행했다. 갑은 하남시 선관위가 주민투표법을 위반해 서명부를 제대로 심사하지 아니한 결과 주민소환투표의 관리경비를 부담한 하남시에 2억 원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며, 피고 국민권익위원회에게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국민권익위원회법')에 따라 부패행위 신고('이 사건 신고')를 하는 한편, 전보명령의 취소와 신분보장 조치를 요구했다. 또 갑은 하남시 주민소환투표 관련 방송 인터뷰에 응했는데, 중앙선관위는 갑이 선관위의 입장에 반해 허위 진술하고 인터뷰 내용이 보도됐다는 이유로 갑에 대한 징계의견을 경기도 선관위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 선관위가 중징계의결을 자체징계위원회에 요구하자 갑은 피고에게 징계요구 취소 및 신분보장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피고는 갑의 부패행위신고가 국민권익위원회법 제2조에 규정된 부패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이후의 전보명령 및 징계요구가 이와 관련해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유로, 경기도 선관위원장인 원고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법 제62조 제7항("국민권익위원회는 조사결과 요구 내용이 타당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요구자의 소속기관에게 적절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소속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 에 기해 징계요구를 취소하고 향후 위 신고로 인한 신분상 불이익처분 및 근무조건상 차별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이 사건 조치요구'). 그러나 경기도 선관위는 이에 불응하고 갑을 국가공무원법 제78조 제1항 (명령 위반, 직무상 의무위반, 체면 손상)에 따라 파면했다. 나아가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조치요구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항고소송의 원고가 되기 위해선 당사자능력이 구비되어야 하는데, 경기도 선관위원장은 국가의 산하기관에 불과하여 항고소송의 원고가 될 수 있는 당사자능력이 없으므로 이 사건 소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원심판결(2009누38963)에서 원고는 국가기관이지만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조치요구의 내용이 국가기관 상호간 권한 행사에 그치지 않고 통상의 행정처분과 다르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취소를 구할 다른 법적 수단도 없으므로 당사자능력을 인정했다. 또 피고의 조치요구는 이 사건 신고의 내용이 국민권익위원회법의 부패행위에 해당됨을 전제로 하는데, 제반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신고 내용이 부패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조치요구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2.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국민권익위원회법이 원고에게 피고의 조치요구에 따라야 할 의무를 부담시키는 외에 별도로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과태료나 형사처벌의 제재까지 규정하고 있는데, 이 같이 국가기관 일방의 조치요구에 불응한 상대방 국가기관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직접적으로 규정한 다른 법령의 사례를 찾기 어려운 점, 그럼에도 원고가 피고의 조치요구를 다툴 별다른 방법이 없는 점을 중시했다. 그리고 피고의 이 사건 조치요구의 처분성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불복하고자 하는 원고로선 이 사건 조치요구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적절한 수단이므로, 원고가 국가기관에 불과하더라도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가진다고 보았다. 한편, 원고의 갑에 대한 이 사건 징계요구는 '갑이 하남시 주민소환투표와 관련한 방송 인터뷰를 통해 선관위의 입장에 반해 허위 진술하고 그 인터뷰 내용이 보도되게 했다'는 행위를 대상으로 한 것일 뿐이므로 이 사건 징계요구가 이 사건 신고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나아가 국민권익위원회법 제63조(불이익추정)에 따라 이 사건 신고 후 이 사건 징계요구와 갑의 피고에 대한 신분보장조치 요구가 있어 갑이 이 사건 신고와 관련해 징계요구라는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추정됐더라도, 이 사건 징계요구가 이 사건 신고로 인한 불이익이 아님이 분명하고 달리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는 이상 그와 같은 추정은 번복되었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이 사건 징계요구가 이 사건 신고로 인한 불이익임을 전제로 피고가 이 사건 조치요구 중 '징계요구를 취소할 것을 요구'한 부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또 행정소송에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당해 행정처분의 적법성은 행정청이 이를 주장, 입증해야 하나 이 사건 조치요구 당시 갑이 이 사건 신고를 이유로 신분상 불이익이나 근무조건상의 차별을 당할 것으로 예상됐다는 것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조치요구 중 '향후 신고로 인한 신분상 불이익처분 및 근무조건상의 차별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부분도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에 다소 부적절한 점이 없지 않으나, 이 사건 조치요구가 위법하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았다. 3. 평석 가. 국민권익위원회법상 불이익 추정 규정의 취지 국민권익위원회법은 부패의 발생을 예방하며 부패행위를 효율적으로 규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적 권익을 보호하고 행정의 적정성을 확보하며 청렴한 공직 및 사회풍토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이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법은 부패행위신고자 보호제도(제62조 내지 제67조), 부패행위신고자 보상 및 포상제도(제68조 내지 제71조)를 두고 있고, 특히 제63조에서 "신고자가 이 법에 의하여 신고한 뒤 위원회에 원상회복 등을 요구하거나 법원에 원상회복 등에 관한 소를 제기하는 경우 해당 신고와 관련하여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불이익 추정 규정을 두고 있다. 부패의 발생을 예방하고 부패행위를 효율적으로 규제하기 위해서는 내부자의 신고가 필수적인데, 내부신고자는 소속기관으로부터 해고, 정직, 전보 등의 징계나 협박 및 폭행 등 온갖 개인적 위험과 불이익에 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부신고자를 철저하게 보호하는 것은 국민권익위원회법의 핵심적 사항에 해당한다. 다만, 공익목적이 아닌 개인적인 이익을 위하여 신고한 경우나, 신고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고한 경우에는 내부신고자로서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 같은 불이익 추정 규정에 의해 내부신고자가 진실한 사실 또는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고 공익목적을 위해 부패행위를 신고한 후 소속기관으로부터 징계 등 불이익처분을 당하여 국민권익위원회나 법원에 원상회복 등을 요구한 경우엔 그러한 불이익처분은 신고와 관련해 불이익처분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불이익처분이 신고행위와 전혀 관련이 없고 신고행위로부터 유발되지 아니하였음을 소속기관이 입증해야 한다. 미국의 연방 공직신고자 보호법(Whistleblower Protection Act of 1989)도 신고가 없었더라도 그와 동일한 인사조치를 했을 것임을 신고자의 소속기관이 '명백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clear and convincing evidence)'에 의해 입증토록 요구함으로써 신고자를 두텁게 보호하고 있다. 나.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가 대법원은 원고가 국가기관에 불과하더라도 당해 국가기관이 자신에 대한 조치요구를 다툴 수 있는 유효하고 적절한 다른 법적수단이 없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항고소송의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가진다고 판단했는데, 일체의 법률상의 쟁송에 대한 심판을 할 권한과 책임을 법원에 부여한 헌법의 취지에서 볼 때 수긍이 가는 면이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원고가 갑을 징계한 것이 방송 인터뷰를 통해 선관위의 입장과 다른 허위사실을 진술했다는 이유일 뿐 피고에게 부패행위를 신고했기 때문이라고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하여, 갑에 대한 징계사유가 방송 인터뷰 때문이며 신고행위 때문이 아니라고 한 부분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권익위원회법이 불이익 추정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신고자가 동법에 의하여 신고한 뒤 국민권익위원회에 원상회복 등을 요구하면 해당 신고와 관련하여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불이익처분이 신고행위와 전혀 관련이 없고 신고행위로부터 유발되지 아니했다는 것을 소속기관인 원고가 명백하고 설득력 있게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원고가 갑을 징계한 표면적인 이유가 갑의 방송 인터뷰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갑의 방송 인터뷰 내용이 갑이 신고한 부패행위에 관련된 것인 이상 이는 이 사건 신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원고가 갑의 방송 인터뷰를 징계의 이유로 삼았다고 하는 것만으로는 불이익 추정이 번복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부패행위의 내부신고자 보호에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나, 위 판결이 내부신고자 보호 정책에 역행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 아쉽다. 국제투명성기구에 의하면 2013년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56점으로 176개국 중 45위에 불과하고, 점수나 순위가 2010년을 정점으로 계속 하향하고 있으며 칠레, 보츠와나, 대만에도 뒤지고 있는 부끄러운 현실이다. 내부신고자를 보호함으로써 행정기관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고, 투명하며 국민을 위한 행정이 자리잡을 수 있다. 부패행위 방지를 위한 내부신고자 보호의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이므로, 양심적 내부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추정 원칙을 쉽게 번복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3-10-31
관세법상 ‘특수관계에 의한 영향’의 입증책임
1. 서론 관세는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세법이 규정하고 있는데, 기본원칙은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해야 할 가격”인 거래가격을 과세가격으로 한다. 그런데 실제 거래에서는 가격결정에 여러 가지 고려요소가 있을 뿐만 아니라 수수료, 특허권의 대가, 운임, 보험료 등을 가격에 반영시키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거래가격 결정이 쉽지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세법은 ‘과세가격의 결정’이라는 제목하에 제30조에서 제37조까지 규정을 두고 있다. 관세법은 거래가격을 존중하고 있는 바, 제30조는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한 가격 등에 법률이 정한 수수료, 운임 등 가산요소를 가산하여 조정한 거래가격을 과세가격으로 결정하는 원칙을 정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에 대하여 예외를 두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구매자와 판매자간에 특수관계가 있어 그 관계가 당해 물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경우”인데, 이때에는 거래가격을 부인하고, 관세법이 정한 다른 방법에 의하여 거래가격을 결정한다. 그런데 거래현실을 보면 다국적 기업간의 국제거래 규모가 전체 수입금액의 약 4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특수관계자간의 거래라는 이유만으로 거래가격을 부인한다면 세관의 업무는 폭주할 것이며, 거래 당사자들은 관세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떨어질 것이다. 관세심사에서도 거래가격에 대한심사가 주된 이슈가 되는데, 이 경우 관세법 제30조 제3항 제4호에서 정한 ‘특수관계가 당해 수입물품의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대한 증명책임자가 누구인지 여부가 논란이 된다. 단지 특수관계가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러한 특수관계가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대한 입증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상 판결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것으로 선례적인 가치가 있어 검토해 보고자 한다. 대상판결의 사안은, 수입의약품의 매출원가율이 구매회사가 수입한 다른 의약품에 비하여 낮고, 다른 업체들의 평균치에 미치지 못하며, 그 재판매가격이 수출자인 판매회사의 가격정책에 부합하지 않는 사정을 과세관청이 입증한 경우에 과세관청은 입증책임을 다한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다.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관세법 제30조 제3항 제4호를 적용하기 위하여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에 특수관계가 있다는 사실 외에도 그 특수관계에 의하여 거래가격이 영향을 받았다는 점까지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2. 평석 가. 관련법규정의 합리적 해석 관세법 제30조는 과세가격 결정의 원칙에 관하여, 제1항에서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은 우리나라에 수출하기 위하여 판매되는 물품에 대하여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해야 할 가격에 구매자가 부담하는 수수료 및 중개료 등 그 각 호에 정한 금액을 가산하여 조정한 거래가격으로 한다고 정하고, 제3항 제4호에서 “구매자와 판매자 간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특수관계가 있어 그 관계가 당해 물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 해당할 때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거래가격을 당해 물품의 과세가격으로 하지 아니하고 관세법 제31조 내지 제35조의 규정에 의한 방법으로 과세가격을 결정한다고 정하고 있다. 한편 관세법 시행령 제23조 제2항 제2호는 ‘당해 산업 부문의 정상적인 (수입)가격결정관행에 부합하는 방법으로 (수입가격이) 결정된 경우’에는 수입자와 수출자간 특수관계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동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세법 제30조 제3항 제4호와 동 시행령 제23조 제2항 제2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면, 전자는 과세관청인 피고에게 입증책임이 있는 요건사실을 규정한 것이고, 후자는 납세자인 원고의 항변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나. 입증책임 위 관세법 각 규정의 취지 및 내용, 과세요건 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에게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관세법 제30조 제3항 제4호를 적용하기 위하여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에 특수관계가 있다는 사실 외에도 그 특수관계에 의하여 거래가격이 영향을 받았다는 점까지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한다. 즉 관세부과처분에서 처분청은 자신에게 입증책임이 있는 사실, 즉 원고와 본사 사이의 특수관계가 원고가 본사로부터 수입하는 X의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다. WTO 관세평가협정의 해석 협정 제1조 제2항 가목은 “구매자와 판매자 간에 특수관계가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그 실제 거래가격을 과세가격으로 수락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근거가 되지 아니한다”는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한편 처분청은 위 협정 제1조 제2항의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서 거래가격이 수락된다 수입자가 (일정한 사항을) 입증하는 경우에는 언제나 이러한 거래가격이 수락[된다]”는 조항을 근거로 입증책임이 납세의무자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으나, 위 조항은 ‘특수관계가 존재하고 그것이 수입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는 수입가격이 부인된다’는 원칙의 반대 측면, 즉, ‘특수관계가 존재하나 그것이 수입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 경우에는 수입가격이 인정된다’는 원칙을 서술한 것에 불과하다. 또한 처분청은 위 협정 조항의 해석에 관한 예해 14.1항 [질문6]을 근거로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관한 입증책임’은 수입자에게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위 내용은 수입가격신고의 과정에서 세관이 관련 자료 내지 정보를 요구할 경우 위 요구에 응하여 자료 내지 정보를 제출할 수입신고인의 의무를 규정하는 조항일 뿐이다. 더 나아가 처분청은 납세의무자가 세관의 정보제공요구에 성실히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관이 의심하는 사유만으로 입증이 충분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주장은 입증책임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이에 대해서는 이 사건 원심이 적절히 지적하였다. 원심은 “위 WTO 관세평가협정 제1조 제2항 가.목은 특수관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신고된 거래가격을 부인해서는 아니 되고 수입자가 제공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제공된 정보에 비추어 그 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할 수 있는 근거를 세관이 가지고 있는 경우 세관은 그 근거를 수입자에게 통보해 주어야 하며, 수입자가 답변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고, 이어서 나.목에서는 앞서 본 관세법 시행령 제23조 제2항과 같은 내용의 규정, 즉 납세자가 위 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른 입증을 함으로써 관세법 제30조 제3항 제4호의 적용을 면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 바, 위 가.목의 규정은 결국 특수관계의 존재 및 그 특수관계가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친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은 일반적으로 과세관청에 있다는 취지이고, 위 나.목은 수입자의 항변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이 수입자에게 있다는 취지의 규정”이라고 판시하였다.] 라. 당해 물품의 거래가격이 기준비율과 다른 경우 처분청은, 일부 물품의 거래가격이 기준비율과 다른 경우에 특수관계에 의해 영향받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처분청이 관세법 제33조 제1항, 관세법 시행령 제27조 제4항에 의하여 납세의무자가 제출한 회계보고서를 근거로 계산된 당해 수입물품에 대한 ‘이윤 및 일반경비의 비율’이 그 물품이 속하는 업종에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기준비율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혔다고 하더라도, 국내 재판매가격을 기초로 한 과세가격의 결정에 관한 규정인 관세법 제33조는 관세법 제30조 내지 제32조에서 정한 방법으로 과세가격을 결정할 수 없는 경우에 비로소 적용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거래가격을 부인하기 위한 입증책임은 여전히 과세관청에 있는 것이 명백하다. 따라서 기준비율과 다르다는 사유만으로 처분청이 특수관계가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명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 마.동일 회사간의 거래품목 중 특정 품목만 거래가격을 부인할 수 있는지 여부 관세는 품목별로 부과되는 것이므로, 동일 회사의 수입품 중에 일부의 거래가격이 부인될 수는 있다. 즉 “관세평가는 당해 수입물품의 거래가격을 기초로 과세가격을 결정하는 것이고, 거래 당사자 사이의 전체 거래에 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아니므로 특수관계가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당해 수입물품의 거래가격을 기초로 판단해야” 한다(서울고법 1998. 2.12. 선고 96구43371 판결). 다만 일부 품목을 부인하기 위하여서는 처분청은 부인할 만한 사유에 대한 입증을 해야 한다. 바.납세의무자의 대응방법 일단 처분이 이루어진 이상 납세의무자로서는 과세관청이 거래가격부인의 근거로 삼은 사유에 대한 해명을 해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정부당국의 가격정책에 의하여 한국 내 판매가격이 다른 나라와 달라지게 된 사정, 특정 제품이 다른 제품에 비해 판매촉진비가 과다하게 소비되는 이유, 당해 물품이 기준비율과 차이를 보이는 이유 등을 적극 해명하였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면, 원고가 제출한 회계보고서를 근거로 작성된 이 사건 수입의약품인 X에 대한 이윤 및 일반경비의 비율이 기준비율의 범위를 초과하였으나, 한편 원고의 해명 즉, ① X의 재판매가격이 해외본사가 정한 가격정책상의 최저판매가격보다 낮다고 하더라도 이는 보건복지부가 정한 보험수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X와 수입물품 부호를 같이하는 의약품을 수입하는 국내 업체 중 이윤 및 일반경비의 비율이 원고의 그것보다 높거나 비슷한 업체도 있을 뿐 아니라, 원고가 해외본사로부터 수입한 다른 의약품들의 매출원가율(재판매가격에서 이윤 및 일반경비 등을 공제한 비율)이 X의 매출원가율보다 높다고 하더라도 그 의약품들은 비만치료제이거나 독감치료제 등으로서 대장암 등의 치료제인 X와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점, ③ X의 당초 매출원가율이 60% 정도였다가 환율변동에 따라 50% 내지 55%로 낮아지기는 하였으나, 현재까지 외화를 기준으로 한 수입가격은 변동이 없는데, 외화를 기준으로 수입가격을 책정한 다음 환율이 변동될 때마다 재판매가격을 조정한다는 것은 사회통념상 기대하기 어려운 점 등을고려하여 보면, X의 매출원가율이 원고가 수입한 다른 의약품에 비하여 낮고다른 업체들의 평균치에 미치지 못한다거나 그 재판매가격이 수출자의 가격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는 X의 거래가격이 원고와 해외본사 사이의 특수관계에 영향을 받아 부당하게 낮은 가격으로 책정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실제 소송과정에서 원고가 처분사유가 오해라는 점을 충분히 해명할 경우에는 처분의 위법성이 쉽게 인정될 것인 반면, 원고의 해명이나 제출 증거가 일부 불충분하더라도 피고가 제시한 처분사유가 상당한 정도로 해명된다면, 여전히 처분사유에 대한 입증은 피고가 부담하게 될 것이고, 사실관계가 분명하지 않을 경우에는 입증책임의 문제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3. 결론 세관은 기업에 대한 관세심사시 당해 기업의 이윤및 일반경비율의 비율을 산정한 후 그 기준에 비추어 수입가격이 낮은 품목에 대하여 거래가격을 부인하고, 관세법이 정한 2방법 이하의 방법에 의하여 거래가격을 산정하여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이 경우 당해 기업은 부과처분을 받은 품목에는 다른 품목과 다른특수한 사정이 있어 수입가격이 낮은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세관은 특수관계자에 의한영향 때문에 특정품목의 수입가격이 낮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과세하였다. 납세의무자이든 세관이든 당해 거래가 특수관계자간의 거래라는 것은 다툼이 없으나, 특수관계로 인하여 당해 물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입증이나 해명이 쉽지 않았다. 대상판결은 이 문제에 대하여 과세관청의 입증책임 정도와 입증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함으로써 실무에서 발생하는 혼선을 정리하였을 뿐만 아니라 세관의 관세심사에도 분명한 원칙을 제시하였다. 대상 판결의 취지에 찬동한다.
2009-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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