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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건
시장지배력 남용으로서 약탈적 가격인하와 이윤압착 문제
[사건경위] 1. 사실관계 2000년대 초 인포뱅크가 이동통신 3사의 문자 전송서비스를 이용한 기업메시징서비스를 처음 출시하였고, 이후 수요가 폭증하자, 다른 중소기업들 뿐 아니라 삼성에스디에스, 에스케이브로드밴드, 원고 엘지유플러스(LGU+), 원고 케이티(KT) 등 대기업들도 기업메시징서비스 생산공급자 또는 재판매업자로서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 신규 진입하였다. 다음카카오는 자사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이용한 기업메시징서비스를 2014년부터 출시하였다. 기업메시징서비스 대량 수요처는 입찰 방식 등을 통하여 가격인하 경쟁을 유도하였고, 원고 엘지유플러스와 원고 케이티는 각자 대형 고객 유치를 위해 개별적으로 기업메시징서비스 가격을 부가통신사업자들보다 낮게 설정하였고(이하 '이 사건 가격설정'), 이로 인해 원고들과 경쟁관계에 있었던 부가통신사업자들이 영업 부진을 겪었다. 2.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 2015년 2월 공정위는 이 사건 관련상품시장을 이동통신 3사의 문자 전송서비스를 이용한 기업메시징서비스로만 정하고, 원고들 각자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된다는 전제에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이 사건 가격설정은 이동통신 3사의 전송서비스 가중평균 가격보다 낮기 때문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독점규제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의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의한 부당한 경쟁자 배제(즉, 부가통신사업자 배제)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원고들에게 과징금납부명령과 시정명령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 3. 원심판결 2018년 1월 서울고등법원은 통상거래가격은 '효율적인 경쟁자가 당해 거래 당시의 경제 및 경영상황과 해당 시장의 구조, 장래 예측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여 일반적으로 선택하였을 때 시장에서 형성되는 현실적인 가격'이라고 하고, 공정위가 통상거래가격이라고 주장한 가격이 통상거래가격이라고 인정할 근거가 없고, 예비적으로 보더라도 공정위의 경쟁제한성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였다. 4. 대상판결 2021년 6월 대법원은 독점규제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의 통상거래가격은 비용과는 구별되는 가격의 일종이라는 등의 이유로 '통상거래가격에 비하여 낮은 대가로 공급하는 행위'에는 이른바 '이윤압착행위'도 포함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전제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가격설정은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인 이윤압착으로서 중·장기적으로 기업메시징서비스의 가격상승 등 경쟁제한효과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 원심판결을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 판결요지 ] 대법원은 통상거래가격은 비용과는 구별되는 가격의 일종이라는 등의 이유로 ‘통상거래가격에 비하여 낮은 대가로 공급하는 행위’에는 이른바 ‘이윤압착행위’도 포함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전제에서 이 사건 가격설정은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인 이윤압착으로서 중·장기적으로 기업메시징서비스의 가격상승 등 경쟁제한 효과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 원심판결을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 평석요지 ] 대상판결의 독창적 이윤압착론은 법리적 혼란만 초래하고 있고, 수직통합사업자의 가격우산 아래 하방시장 경쟁자들이 경쟁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서 특히 카카오와 이동통신사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어 왔고, 이 사건 가격설정으로 경쟁이 제한되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가격설정은 적법한 가격경쟁으로 볼 수 밖에 없다. [평석] 1. 문제의 소재 이 사건에는 시장지배력 존부 및 경쟁제한성 존부를 판단하기 위한 관련시장 획정 단계에서부터 카카오톡 기업메시징서비스가 제외되었다는 문제가 있다. 설령 관련시장에서 카카오톡 기업메시징서비스가 제외된다고 하더라도, 엘지유플러스에게는 케이티가 유력 경쟁자이고, 케이티에게는 엘지유플러스가 유력 경쟁자이고, 원고들 모두에게 카카오가 유력 경쟁자이고 에스케이텔레콤이 잠재적 경쟁자인 상황에서, 원고들이 각자 단독으로 어떻게 시장지배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인지부터 납득하기 어렵다. 대상판결에 따르면 하나의 관련시장에서 복수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이 각자 단독으로 시장지배력을 형성하여 각자 남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미국, 유럽연합,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 비교법적 사례는 물론이고 경제학 이론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완전히 독창적인 내용이다. 한편 경쟁법상 약탈적 가격인하(predatory pricing) 문제와 가격·이윤압착(price/margin squeeze) 문제는 서로 구별된다. 시장지배력 남용으로서 가격압착은 1940년대 미국에서 처음 문제되었고, 유럽에서는 2000년대부터 이윤압착이라는 용어로 문제되었다. 약탈적 가격인하는 미국에서 1911년 Standard Oil 판결, 이윤압착은 1945년 Aloca 판결에서 최초로 인정된 이래 오늘날까지 양자의 경쟁법상 쟁점이 다르기 때문에 판례와 학설 모두 양자를 구별해왔다. 원래 의미의 이윤압착은 상방시장의 높은 가격설정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고, 하방시장의 낮은 가격만 문제되는 경우는 이윤압착이 아니라 약탈적 가격인하가 문제된다. 이 사건 가격설정은 상방시장에서 높은 가격설정이 아니므로(엘지유플러스는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전송서비스 판매가격을 인상시킨 적이 없고, 케이티는 오히려 전송서비스 판매가격을 인하시켰다), 이윤압착으로 볼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은 이 사건 가격설정을 이윤압착으로 잘못 전제하였고, 대상판결이 제시한 독창적 이윤압착론은 경쟁법 기본 원리에 비추어볼 때 극히 이해하기 어렵다. 2.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의 해석론 시장지배력 남용의 하위 유형인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은 약탈적 가격인하로서 '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석될 수는 있으나, 어떤 경우에도 '상방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해석될 수 없으므로 이윤압착으로 해석될 수 없다. 첫째, 가격(이윤)압착이란 '상방시장에서 독점력을 가진 수직통합사업자가 (i) 상방시장에서 가격을 너무 높게 설정하거나 또는 (ⅱ) 상방시장에서는 가격을 너무 높게 설정하고 하방시장에서는 가격을 너무 낮게 설정함으로써 경쟁자가 하방시장에서 존속하는데 필요한 이윤을 없애거나 감소시키는 행위'를 의미한다. 가격(이윤)압착 문제에서 '너무 높은 가격 또는 너무 낮은 가격'이란 관념은 미국과 유럽에서 소송 목적에서 주장된 것일 뿐, 높은 또는 낮은 가격의 기준에 관한 엄밀한 경제이론이나 객관적 판단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윤압착 문제는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처럼 상방시장에서 거래의무 존부와 하방시장에서 약탈적 가격인하 문제로 나누어 접근해야 가격경쟁이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오판되는 위험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다. 연방법무부도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link Line 사건 정부 의견서에서 종전 Aloca 판결이 이윤압착의 근거로 제시했던 공정가격과 생존이윤 개념은 너무 모호하고 측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시장경쟁과 소비자후생과 관련성이 없다고 비판하였다. EU법원은 미국과 달리 이윤압착을 독자적인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경쟁제한 오판 위험성을 지적하는 유럽 학자들도 있다. 둘째,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팔면 팔수록 손실이 커지는 가격으로 계속 판매하고 있다면, 외견상 가격인하 경쟁처럼 보일 뿐 실제로는 경쟁자를 퇴출시키고 신규진입을 봉쇄하여 관련시장을 독점한 뒤 경쟁이 제한된 상태에서 추후에 가격을 대폭 인상시켜 독점이익을 얻기 위한 약탈적 전략의 일환이라고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를 약탈적 가격인하 시나리오라고 하는데, '손실을 초래하는 가격'을 일반적으로 '비용보다 낮은 가격'이라고 하므로,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독점규제법에는 배타조건부거래처럼 동일한 행위 유형이 제23조의 불공정거래행위와 제3조의2 제1항의 시장지배력 남용에 모두 규정된 경우도 있으므로, '비용보다 낮은 가격'이 불공정거래행위의 하위 유형인 부당염매 조항(독점규제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 관련 [별표 1의2] 제3호 (가) 목에 규정되어 있다고 해서,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할 수는 없다. 3. 부당성(경쟁제한성) 판단기준 대상판결은 이 사건 가격설정으로 인한 중장기적 경쟁제한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경쟁제한성 증명 책임을 부담하는 공정위는 애당초 중장기적 경쟁제한효과를 증명한 바 없다. 이 사건 처분 의결서에서 공정위는 "단기적으로는 피심인의 저가 판매행위로 인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됨에 따라 가격인상, 서비스 품질 저하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 우려된다"거나 "피심인은 이 사건 행위를 통해 시장에서 경쟁사업자가 배제된 이후에 기업메시징서비스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이 사건 행위 과정에서 직면했던 손실을 보전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며 경쟁제한성을 막연히 주장했을 뿐이다.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서 중장기적 가격상승 등 경쟁제한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먼저 원고들이 약탈적 가격인하 담합으로 부가통신사업자를 모두를 퇴출시키고, 카카오는 물론이고 에스케이텔레콤 등과 같은 잠재적 경쟁자의 신규진입을 완전히 봉쇄한 다음에, 가격인상 담합까지 성공해야 한다. 이러한 시나리오의 성공 가능성은 공동행위에서도 극히 희박하고 단독행위에서는 아예 불가능하다. 4. 결론 대상판결의 독창적 이윤압착론은 법리적 혼란만 초래하고 있고, 수직통합사업자의 가격우산 아래 하방시장 경쟁자들이 경쟁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여하튼 2014년부터 현재까지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서 특히 카카오와 이동통신사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어 왔고, 이 사건 가격설정으로 경쟁이 제한되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가격설정은 적법한 가격경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주진열 교수(부산대 로스쿨)
공정거래
시장지배
독점
기업메시징서비스
주진열 교수(부산대 로스쿨)
2022-06-20
공정거래
행정사건
이윤압착(Margin Squeeze)에 대한 공정거래법의 규율
Ⅰ. 사실관계와 원심판결 1. 원고는 자체 무선통신망을 보유하고 기업메세징서비스의 필수 원재료라고 할 수 있는 이동통신사업자와 기업메세징 사업자 간 기업메세지 전송서비스(이하 '전송서비스')를 다른 기업메세징 사업자에게 판매하는 동시에, 자신도 고객에게 직접 기업메세징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직적으로 통합된 이동통신사업자이다. 원고는 기업메세징서비스의 가격을 전송서비스 건당 평균 최저 이용요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판매하였다(이하 '이 사건 행위'). 기업메세징서비스란 은행 등이 이동통신사업자의 무선통신망을 이용하여 이용자의 휴대폰으로 입출금 내역 등을 문자메세지로 전송해주는 것이다. 2.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건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전단 및 같은 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경쟁사업자 배제)가 규정하는 '통상거래가격 미만의 공급'으로서 '이윤압착'에 해당한다고 보아 시정명령 등을 부과하였다. 3. 원심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통상거래가격 산정방식이 정당하지 않으므로 통상거래가격 미만의 공급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할 우려와 독점을 유지·강화할 의도나 목적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Ⅱ. 대법원 판결(이하 '대상판결')의 요지 1.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였다. 대상판결은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는 약탈적 가격설정뿐만 아니라 이윤압착도 규율할 수 있다고 하면서, 원고의 이 사건 행위는 '상품 또는 용역을 통상거래가격에 비하여 낮은 대가로 공급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경쟁사업자를 배제시킬 우려', 즉 부당성도 인정된다고 판결하였다. 2. 대상판결은 우선 이윤압착의 규제 필요성과 개념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시하였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공급망의 연쇄에 따라 두 개의 다른 생산단계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수직 통합된 사업자로서 상류시장에서 하류시장 사업자의 생산 활동에 필수적인 원재료 등을 공급함과 동시에 하류시장에서 원재료 등을 기초로 완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경우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한 유형으로서 이윤압착이 문제될 수 있다. 이윤압착이란 위와 같이 수직 통합된 상류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상류시장 원재료 등의 도매가격과 하류시장의 완제품 소매가격의 차이를 줄임으로써 하류시장의 경쟁사업자가 효과적으로 경쟁하기 어려워 경쟁에서 배제되도록 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3. 그리고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의 '통상거래가격'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과 관련된 배제남용행위를 판단하기 위한 도구 개념이라고 하면서, "통상거래가격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래의 경우 일반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가격, 좀 더 구체적으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하여 거래함으로써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 정상적인 거래에서 일반적으로 형성되었을 가격을 뜻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설시하였다. 4. 나아가 대상판결은 부당성에 관하여 대법원 2007. 11. 22. 선고 2002두8626 전원합의체 판결(소위 '포스코 판결')을 따르면서도 개별 남용행위의 유형과 특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① 원고의 기업메세징서비스 시장점유율은 상승한 반면, 무선통신망을 보유하지 않은 경쟁사업자들의 시장점유율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난 점, ② 원고는 전송서비스 시장과 기업메세징서비스 시장 모두에서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 점, ③ 이 사건 행위 자체에 경쟁을 제한하려는 의도나 목적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점, ④ 기업메세징서비스 시장에서 원고의 경쟁사업들이 직면하게 되는 비용상의 열위는 무선통신망을 보유한 원고와 같이 수직 통합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하는 관련시장의 구조와 특징에 기인한 것일 뿐이며, 무선통신망을 보유하지 못한 기업메세징 사업자가 '비효율적 경쟁자'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행위를 규율하는 것이 비효율적인 경쟁자에 대한 가격보호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는 점, ⑤ 중·장기적으로 경쟁사업자가 배제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가격인상이나 서비스 품질 저하 우려, 다양성이 감소되어 혁신이 저해될 우려와 이로 인하여 거래상대방의 선택의 기회가 제한될 우려를 비교하면, 이 사건 행위로 단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후생 증대효과가 이 사건 행위의 경쟁제한적 효과를 상쇄할 정도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행위의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Ⅲ. 평석 1. 이윤압착의 유형적 독자성과 적용 법조 가. 종래 이윤압착의 개념과 위법성 판단기준에 관하여는 미국과 EU 등에서 논의가 이루어져왔고, 우리의 경우에는 위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을 계기로 하여 비로소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각 호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유형을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는데, 명시적으로 이윤압착을 염두에 둔 남용행위의 유형은 규정되어 있지 않아 현행 공정거래법 해석상 다른 남용행위 유형과의 관계와 적용 법조가 무엇인지가 주로 문제된다. 대상판결은 이윤압착의 유형적 독자성을 인정하면서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전단으로 규율할 수 있다는 점을 최초로 선언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나.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EU와 미국은 이윤압착 인정 여부에 관하여 대체로 입장이 다르다. 유럽 법원은 도이치텔레콤(Deutsche Telekom) 사건에서 일반전화가입자에게 부과하는 소매요금보다 신규로 진입한 경쟁사업자의 가입자회선에 대한 접속요금(도매요금)을 높게 부과한 행위가 이윤압착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또한 텔리아소네라(TeliaSonera) 사건에서 유럽 법원은 하류시장에서의 시장지배력 보유와 손실회복 가능성은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한편, 미국 연방대법원의 다수의견은 링크라인(LinkLine) 사건에서 상류시장에서 경쟁사업자와 거래할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하류시장에서 약탈적 가격책정에 해당하지 않는 한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하였다. 다. 이윤압착은 다른 남용행위 유형들의 성격을 복합적으로 내포하고 있어서 그 차이점이 문제된다. 우선 거래거절은 수직적으로 통합된 사업자뿐만 아니라 상류시장에서만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의 경우에도 행해질 수 있는 데 반하여 이윤압착은 반드시 수직적으로 통합된 사업자의 경우에만 문제로 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한 약탈적 가격책정은 낮은 가격책정으로 인한 이윤의 희생단계와 경쟁자를 배제한 이후 이윤의 회수 단계가 존재하지만, 이윤압착은 반드시 하류시장에서 비용 이하의 낮은 가격을 책정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하류시장에서 낮은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손실을 보더라도 그와 동시에 상류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이를 회수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2. '통상거래가격'의 의미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가 규정하는 '통상거래가격'의 구체적인 의미가 문제된다. 원심은 "통상거래가격을 '효율적인 경쟁자가 거래 당시의 경제·경영상황, 해당 시장의 구조, 장래 예측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여 일반적으로 선택하였을 때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통상거래가격의 의미는 법률 조항의 의미와 내용, 그리고 입법목적에 합치되도록 해석해야 한다고 하면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 정상적인 거래에서 일반적으로 형성되었을 가격'을 뜻한다"고 판시하였는데, 이는 부당지원 위법성 판단기준으로서의 '정상가격'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원심은 '통상거래가격'을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되는 가격으로 파악한 반면, 대상판결은 사실적 관점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외국에서 논의되어온 이윤압착을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에 따라 규율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통상거래가격의 의미를 합목적적으로 유연하게 해석하여 규범적 관점에서 유효경쟁이 있는 시장의 가격으로 파악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지며 실무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사건 행위가 전형적인 이윤압착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윤압착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는 상류시장에 존재하여야 한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원고가 하류시장인 기업메세징서비스 시장에서도 시장지배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또한 원고가 하류시장에서 책정한 가격 수준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보다 중요한 것은 원고가 상류시장에서 책정한 도매가격과 하류시장에서 책정한 소매가격 간 격차에 비추어 볼 때 하류시장의 동등하게 효율적인 경쟁사업자가 생존하는 데 충분한 이윤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일 것이다. 손계준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공정거래
시장지배
독점
기업메시징서비스
손계준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2021-08-09
전문직직무
행정사건
교장승진임용제외의 처분성 문제
- 대법원 2018.3.27. 선고 2015두47492판결 - Ⅰ. 사실관계와 하급심의 태도 갑은 초등학교 교사로 임용된 후 2011.9.1. 교감으로 승진임용되어 A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한다. B광역시교육감은 매년 1월 31일을 기준으로 경력, 근무성적, 연수성적을 평정하여 그 평정을 합산한 점수가 높은 승진후보자의 순서대로 승진후보자 명부를 작성하는데, 2014.1.31.자 ‘교육공무원(초등학교교장) 승진후보자 명부’에 갑이 순위 10번으로 등재되어 있다. 2014년 3월 1일 B광역시교육청 관내 초등교장 18명을 대통령이 신규 승진임용하였는데, 갑은 포함되지 않았다. 갑이 제기한 교장임용거부처분무효확인의소에서, 피고 교육부장관이 “원고에게는 자신을 교장으로 임용 또는 임용제청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법규상, 조리상 신청권이 없으므로 위와 같은 신청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하였는데, 하급심은 이를 수긍하였고(서울행정법원 2015.1.22. 선고2014구합63909판결, 서울고법 2015.7.9. 선고 2015누33839판결),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역시 동일하였다. Ⅱ. 판결요지 [1] 항고소송은 처분 등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고(행정소송법 제12조, 제35조), 불이익처분의 상대방은 직접 개인적 이익의 침해를 받은 자로서 원고적격이 인정된다. [2] 교육공무원법 제29조의2 제1항 등에 따르면 임용권자는 3배수의 범위 안에 들어간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승진임용 여부를 심사하여야 하고, 이에 따라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는 임용권자로부터 정당한 심사를 받게 될 것에 관한 절차적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런데 임용권자 등이 자의적인 이유로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를 승진임용에서 제외하는 처분을 한 경우에, 이러한 승진임용제외처분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지 않는다면, 달리 이에 대하여는 불복하여 침해된 권리 또는 법률상 이익을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따라서 교육공무원법상 승진후보자 명부에 의한 승진심사 방식으로 행해지는 승진임용에서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되어 있던 후보자를 승진임용인사발령에서 제외하는 행위는 불이익처분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교육부장관은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들에 대하여 일정한 심사를 진행하여 임용제청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특정 후보자를 반드시 임용제청을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교육부장관이 임용제청을 한 후보자라고 하더라도 임용권자인 대통령이 반드시 승진임용을 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공무원 승진임용에 관해서는 임용권자에게 일반 국민에 대한 행정처분이나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에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광범위한 재량이 부여되어 있다. 따라서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를 승진임용에서 제외하는 결정이 공무원의 자격을 정한 관련 법령 규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갖춘 사유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증명이 있다면 쉽사리 위법하다고 판단하여서는 아니 된다. Ⅲ. 쟁점과 문제점 자유권이 국가에 대한 방어권적 성격을 갖기에 불이익한 처분에 대해 당사자는 별다른 논거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원고적격이 인정된다는 것이 수범자(상대방)이론인데(김중권, 행정법, 2019, 731면). 대상판결은 일찍부터 필자가 주장한 수범자이론(상대방이론)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수범자이론은 자신에 대한 거부처분이나 제3자효 행정행위를 다투는 경우는 그대로 통용되지 않는다(독일의 통설과 판례). 따라서 사안이 거부처분의 상황이라면 수범자이론에 의하더라도 당연히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하급심과 상고심의 접근태도가 다르다. 하급심은 사건명칭처럼 사안을 거부처분의 차원에서 논의를 전개한 데 대해서, 상고심은 사건명칭을 동일하게 사용하면서도 거부처분의 차원에서 논증하지 않았다. 기왕의 거부처분인정의 공식에 입각하지 않고,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는 임용권자로부터 정당한 심사를 받게 될 것에 관한 절차적 기대를 하게 된다고 지적하면서, 교장승진임용제외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지 않는다면, 달리 이에 대하여는 불복하여 침해된 권리 또는 법률상 이익을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는 논거로 교장승진임용제외를 행정처분으로 보았다. 교원소청심사는 물론 하급심의 태도가 기왕의 판례에 의거한 의당 자연스러운 점에서 권리구제의 보충성을 내세워 논증한 대상판결의 접근이 사안의 본질에 비추어 타당한지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Ⅳ. 사안이 승진임용거부의 상황인가? 교장임용절차는 교육부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용한다. 교장임용절차는 2원화되어, 하나는 승진후보자명부에 의한 승진심사방식으로 행해지고, 다른 하나는 공모절차의 방식으로 행해진다. 공모절차는 지원(응모)에 의해 개시되기에, 일종의 신청에 의한 절차진행인 데 대해서 승진임용절차는 행정청의 직권적인 절차진행이다. 승진임용절차인 사안에서 대상판결이 거부처분의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타당하다. 승진임용제외로부터 직접적인 법적 불이익의 발생이 논증되는 한, 이상의 수범자이론을 그대로 적용하더라도 문제가 없다. 반면 공모절차를 밟는 총장임용절차에서의 임용제청제외 및 임용제외는 거부처분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신청권의 존부를 검토하지 않고, 처분성을 논증한 대법원 2018.6.15. 선고 2016두57564판결은 이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상론 김중권, 법조 제733호, 2019년 2월 28일). Ⅴ. 승진임용제외의 처분성 논증의 문제점 1. 절차적 기대를 출발점으로 하는 것의 문제점 처분성을 논증하는 데 대상판결은 절차적 기대(권)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거부처분의 인정에서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에서 연유한 신청권의 의미에 대해 판례는 그동안 순전히 절차적 의미로 접근한다. 신청권을 순전히 절차적 차원에서 접근하면 남소의 우려와 함께 법률관계의 왜곡을 가져다준다(김중권, 행정법, 734면). 대법원 1991.2.12. 선고 90누5825판결의 응답신청권을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으로 이해하여 그것을 실체적 법효과와 유리되게 이해한 것이 그 예이다. 승인임용에서 제외(탈락)된 상황은, 공직취임의 저지라는 차원에서 보면 단순한 배제라는 사실적 효과가 아니라 불임용의 법효과에 해당한다. 따라서 정당한 심사에 관한 절차적 기대를 출발점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 권리구제의 보충성의 차원에서 접근한 것의 문제점 자신을 상대방으로 하지 않는 법적 행위로 인해 빚어진 결과적 상황에 즈음하여, 그 법적 행위(다른 사람에 대한 승진임용)를 직접 다투지 않고, 자신에게 빚어진 결과적 상황을 문제삼기 위해서는 그런 상황을 자신의 법률상 이익(권리)의 침해에 설득력 있게 연관지울 수 있게 하는 메커니즘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런 연결고리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추단적(묵시적) 행정행위의 존재이다. 행정의 추단적 용태로부터 행정행위의 개념적 징표를 충족하는 법적으로 의미있는 공법적 의사표시가 도출될 수 있을 때, 추단적 행정행위가 존재할 수 있다(김중권, 행정법, 214면). 가령 보조금반환요구(결정)는 보조금지급결정의 묵시적 폐지를 동시에 담고 있다. 여러 명이 한정된 허가를 신청하여 일부에 대해 허가가 발해진 경우 다른 이에 대한 거부처분이 존재하는 셈이다. 그리고 종종 (후속) 행정사실행위를 위한 법적 근거가 되는 추단적 행정행위가 사실행위로부터 생겨나기도 한다(예: 경찰관이 행한 수신호). 물론 표시행위에 대해 법률상 일정한 형식(서면, 공증증서, 고시 등)이 규정된 때는 추단적 행정행위는 배제된다(판례는 공공용물의 성립과 폐지에서 묵시적 공용지정(개시)행위나 공용폐지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 엄격한 태도를 취한다(대법원 2016.5.12. 선고 2015다25524판결 등). 추단적 행정행위의 존재는 후속 행정행위를 발하기 위한 중간단계로서 특별한 의의를 지녀서, 경우에 따라서는 명시적 처분에 담겨질 수 있다. 대상판결처럼 굳이 권리구제의 보충성의 차원에서 처분성을 논증할 필요가 없다. Ⅵ. 맺으면서-배타적 경쟁자소송에 관한 진전된 논의가 필요하다 사안의 소송은 잠재적 경쟁관계에 있는 대상자 가운데 탈락한 자가 제기하는 배타적 경쟁자소송이다. 법정요건이나 자격을 구비한 이상, 원고적격은 문제되지 않는데, 소송대상, 소송형식, 취소판결의 효력 등에서 검토할 사항이 많다(김중권, 행정법, 742면). 특히 공무원법상의 경쟁자소송에서는 임용처분이 내려지면 공직의 안정성의 원칙에서 권리보호의 필요성이 문제될 수 있다. 독일은 공직의 안정성의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는 판례변경(BVerwGE 138, 102) 을 통해 잠정적인 권리구제가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탈락된 지원자가 타인에 대한 임용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교육공무원법
승진
승진심사
임용권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2019-03-04
공정거래
사법상 분쟁과 공정거래법 : 거래질서와의 관련성
-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2두18325 판결 - Ⅰ.사실관계와 원심판결 1. 원고는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체육시설법')에 따라 등록하고 회원제골프장을 운영하는 체육시설업자이다. 원고는 2003년 경 주주회원제에서 예탁금회원제로 변경하고 정회원과 평일회원으로 구분ㆍ모집하여 골프장을 운영해 왔다. 이후 2008년 경 회칙을 개정하여 시행(이하 '이 사건 행위')하였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평일회원 자격기간을 종전 5년에서 1년으로 축소하고, ② 평일회원 자격 연장요건을 종전 탈회의사를 서면으로 표시하지 아니하는 한 자동으로 연장되는 방식에서 연장의사를 서면으로 표시하면 심사 후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며, ③ 종전과 달리 평일회원에 대해 소멸성 연회비를 부과하는 조항을 신설하였다. 2. 공정거래위원회는 원고의 이 사건 행위가 계약기간 중에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행위로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거래상 지위남용행위(불이익제공)에 해당된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을 부과하였다. 3. 원심은 원고의 평일회원에 대한 거래상 지위를 인정하였으며, 원고가 종전 회칙상 보장되던 평일회원 자격을 일방적으로 제한하고 소멸성 연회비를 신설한 것은 정상적인 거래관행을 벗어나 불이익을 가한 것으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판단하였다. Ⅱ. 대법원 판결(이하 '대상판결')의 요지 1.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환송하면서, 원고의 이 사건 행위가 평일회원들에게 다소 불이익하다고 볼 수 있지만,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2. 대상판결은 우선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의 요건으로서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의 상대방이 경쟁자 또는 사업자가 아니라 일반 소비자인 경우에는 단순히 거래관계에서 문제될 수 있는 행태 그 자체가 아니라, 널리 거래질서에 미칠 수 있는 파급효과라는 측면에서 거래상 지위를 가지는 사업자의 불이익 제공행위 등으로 인하여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힐 우려가 있거나, 유사한 위반행위 유형이 계속적ㆍ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등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결하였다. 3. 그리고 이 사건에서 "평일회원들이 불특정다수의 소비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 뿐 아니라 다른 골프장 경영 회사와 소속 회원들 사이에 이 사건 행위와 유사한 형태의 행위가 계속적ㆍ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등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을 인정하기 부족하며, 또한 평일회원들은 체육시설법에 따라 약정이 변경되었음을 이유로 자유롭게 탈퇴하고 입회금을 반환받을 수 있으므로 평일회원들의 사법적 보호도 불충분하지 않고, 원고의 이 사건 행위는 외형상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의 형식적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Ⅲ. 평석 대상판결의 의의 가. 민사 분쟁 중에서 공정거래법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 금지)가 적용되는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는 어려운 문제이다. 미국의 Sherman Act나 Clayton Act 및 EU의 TFEU 조약은 주로 경쟁제한적 기업결합, 독점력의 남용 및 카르텔 등을 금지하고 있으며 불공정거래행위에 관한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는 않다. 우리는 미국의 FTC Act 제5조를 계수한 일본의 '私的?占の禁止及び公正取引の確保に關する法律'(이하 '사적독점금지법') 제19조의 영향을 받아 공정거래법 제23조에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규정을 두게 되었고, 민사 분쟁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 한계가 문제되어 왔다. 특히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에 관한 대부분의 판례들은 계약 내지 거래조건의 설정 및 변경과 그 이행과정에 관한 것인데, 법원은 사안에 따라 민사상 계약 위반의 문제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판결하거나 민사상 채무불이행을 넘어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판결해왔으며, 공정거래법 제23조가 적용되는 범위에 관하여 명확한 기준을 정립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나. 대상판결은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에서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공정거래저해성)가 인정된다는 기준을 새롭게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구체적으로 거래상대방이 소비자인 경우에는 사업자의 불이익 제공행위 등으로 ①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힐 우려가 있거나, ② 유사한 위반행위 유형이 계속적ㆍ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경우에만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민사 분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과의 구별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실무상 중요한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 종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불이익제공)에 해당하려면, ① 사업자의 거래상 지위 즉,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 또는 적어도 상대방과의 거래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를 이용하여, ②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하게, ③ 상대방에게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조건을 성정 또는 변경하거나 그 이행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행위로서, ④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어야 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이때 '거래'란 개별적인 계약보다 넓은 의미로서 사업활동을 위한 수단 일반 또는 거래질서를 뜻하는 것이므로(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8두14739 판결),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은 당연히 고려해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상판결은 '거래'라는 문언이 거래질서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한 것에서 나아가 거래질서와의 관련성까지 인정되어야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에 해당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당사자 간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널리 거래'질서'에 파급효과를 미치는 경우에만 공정거래저해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제까지 공정거래저해성에 관한 다수의 판례들이 선고되었는데, 대상판결은 거래상대방이 소비자인 경우 공정거래저해성이 인정되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라. 대상판결은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중 불이익제공행위의 상대방에 사업자나 경쟁자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도 포함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과거 대법원 1993. 7. 27. 선고 93누4984 판결은 사업자간의 거래에 적용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한편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3두15225 판결은 사업자간 거래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하였고,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7두20812 판결 등은 개인과의 거래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였으나 소비자도 포함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선언한 것은 아니었다. 한편 일본의 사적독점금지법은 문언해석상 거래상대방에서 소비자가 제외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실제로 문제된 사례들은 사업자간의 거래라고 한다(村上政博 編集代表, ?解 ?占禁止法, 弘文堂, 2014, 171면). 2. 대상판결의 한계 '사법적 보호의 불충분성'을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의 위법성 판단 과정에서 고려하는 것이 정당한지는 보다 검토가 필요하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에서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서 평일회원들이 체육시설법에 따라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점을 언급하였다. 그러나 다른 방법에 의한 사법적 보호 가능 여부가 거래질서와 구체적으로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대상판결이 과연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규정은 다른 수단에 의하여 권리구제가 가능하지 않을 경우에 보충적으로 적용된다는 추상적 법률론을 제시한 것인지 분명하지는 않으나, 적어도 그 논증과정에서 이론적인 근거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실제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가 문제되는 사례들에서 다른 법률에 따른 구제수단이 존재하는 경우가 상당수이기 때문에, 다른 구제수단과의 관계를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고 위법성 판단 과정에서의 체계상 위치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3. 결어 향후 공정거래법 제23조의 적용범위는 대상판결에 의해 상당한 정도로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법원은 이후 구체적인 사안에서 판결례를 축적함으로써 위법성 요건을 보다 명확하게 정립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비자와의 거래가 아닌 사업자 간의 거래에서 공정거래저해성이 인정되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을 개정하여 대상판결이 판시한 위법성 판단기준을 반영하였다.
공정거래
골프장
불이익제공
거래상지위남용
2016-01-11
인터넷 쇼핑몰사업자의 배타 조건부 거래행위에 대한 경쟁법적 평가
I. 서론: 사건의 개요 및 문제의 제기 경쟁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경쟁적 시장'이란, 기업이 가격, 품질, 혁신성 면에서 우월한 상품이나 용역을 생산하면 이에 따라 시장에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살아 있는 시장이다. 그런데, 현실의 시장에서 무엇이 경쟁적 시장의 모습이고, 무엇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인가에 대한 해답은 반드시 간단하게 도출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개별 사안마다 시장의 구체적 모습을 살펴 추상적인 '경쟁'의 원리가 해당 상황에서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 별도의 고려를 요한다. 대법원 2011.6.10 선고 2008두16322 판결(이하 '본 건 판결')이 대상으로 하고 있는 시장도 그 독특성에 대한 면밀한 고려를 요하는 시장의 하나이다. 이 사건 원고인 'G마켓'은 인터넷 쇼핑몰의 일종인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사업자로서, 자신의 경쟁사업자인 '엠플온라인'과 거래하고 있던 7개 판매자들(이하 '7개 사업자들')에게 엠플온라인과의 거래를 중단할 것 등을 요구하였고, 이에 불응하면 원고의 메인 화면에 노출된 상품을 모두 빼버리겠다고 위협하였다(이하 '본 건 행위'). 이에 대해 피고인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원고의 행위가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하여 거래하는 행위로서 구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금지 조항에 위반한다고 판단하여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부과하였다. 이 처분을 다툰 원심에서, 법원은 시정명령의 적법성은 긍정하고 과징금 산정에 대해서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관련시장에서 원고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의 지위는 인정되지만, 본 건 행위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의 일종인 '배타조건부 거래'로서의 '부당성'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남용행위 해당성을 전제로 한 과징금 납부명령에 대한 판단은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필자는 대법원이 원고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인정함에 있어, 인터넷 쇼핑몰 시장의 독특한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부당성 판단 부분에 있어서는 대법원이 일관되게 적용해 온 기준인, 객관적으로 경쟁제한의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행위인가의 판단에 있어, 경쟁자의 '퇴출'을 실제로 야기하였는지에 주목하여 판단함으로써 법리 적용에 혼선을 야기하였다고 생각한다. II. 쟁점별 논의 1. 시장지배적 지위의 판단 (1) 본 건 시장의 구조 및 특성 본 건 행위는, G마켓과 7개 사업자간에 일어났다. 이들 7개 사업자는 온라인상에서 자사의 상품을 판매하려는 업체들로서 G마켓으로부터 그의 쇼핑몰에 상품을 노출시켜 주는 서비스를 공급받고 이에 대한 대가로 G마켓에게 일정 수수료를 지급한다. 즉, 이들 간에는 '입점서비스'의 공급자 및 수요자로서 하나의 시장이 형성된다(이하 '시장 A'). 그런데, 오픈마켓을 포함한 인터넷 쇼핑몰의 특징은, 위와 같은 입점업체와 쇼핑몰 운영자간에 형성되는 시장과 별도로, 쇼핑몰 운영자와 일반소비자(인터넷 쇼핑몰을 방문하여 상품의 구매를 하는 자)간에 별도의 시장이 형성되며(이하 '시장 B'), 시장 B에서의 거래양상이 시장 A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시장 B에서 일반소비자는 G마켓으로부터 다양한 상품 및 그 판매원에 대한 정보를 얻는 서비스를 공급받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G마켓에게 지급한다(수수료는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 가격에 전가될 경우가 많을 것이다). 즉, 시장 B에서 일반소비자는 '정보서비스'의 수요자이고 G마켓은 이의 공급자이다. G마켓을 중심으로 양면에서 수요자의 위치에 있는 입점업체와 일반소비자들은 G마켓과 각각 별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G마켓이 제공하는 가격(수수료) 및 서비스의 질 이외에도 서로 상대방 집단의 크기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즉, 시장 A의 수요자인 입점업체들은 시장 B의 수요자인 일반소비자가 얼마나 많이 G마켓에 모여드는지에 따라, 시장 B의 수요자인 일반소비자들은 시장 A의 수요자인 입점업체들이 얼마나 많이 G마켓에 모여드는지에 따라, G마켓을 자신의 공급자로서 선호하거나, 혹은 다른 공급자로 전환할 것을 고려하게 된다. 이러한 시장의 양면적 구조에 대해서는 이미 대법원이 2008.12.11 선고 2007두25183 판결에서 다룬 바가 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를 '플랫폼사업자'라 칭하면서, 이 사업자를 중심으로 두 개의 시장이 형성된다고 보았다. 하나는 종합유선사업자와 TV 홈쇼핑 사업자간에 형성되는 프로그램 송출서비스시장(이하 '시장 C')이고, 다른 하나는 종합유선사업자와 유선방송 유료시청자 간에 형성되는 프로그램 송출시장(이하 '시장 D')이다. 대법원은 문제가 된 종합유선사업자의 채널변경행위가 이루어진 시장(시장 C)을 관련시장으로 보았고, 이 관련시장은 시장 D와는 별개의 시장이며, 시장 D에서의 시장지배력이 바로 시장 C에서의 지배력으로 전이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위 판결에서 적용된 시장획정의 원리를 G마켓 사건에 적용하여 볼 때, 관련시장은 본 건 행위가 발생한 시장 A가 될 것이다. 그리고, 시장 A는 시장 B와 별개이며 시장 B에서의 지배력이 바로 시장 A에서의 지배력으로 전이되는 것은 아니나, 시장 B에서 수요자 집단의 행위는 시장 A의 수요자 집단의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 (2) 관련시장의 획정 그렇다면, 인터넷 쇼핑몰에의 입점서비스 공급시장인 시장 A는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가. 본 건 판결은, 거래형태, 입점조건, 구매자 인식 등을 기준으로 관련시장을 오픈마켓만으로 한정하였다. 그러나, 온라인 거래에서는 오프라인에 비해 수요 및 공급대체성이 매우 커서 관련시장은 이보다 더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우선 수요대체성에 대해 살펴보면, 시장 B의 수요자인 일반소비자 중 상당수는 오픈마켓과 종합쇼핑몰을 구별하지 않고 가격이 낮은 곳이면 구매결정을 내리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것은 시장 A의 수요자인 입점업체의 행태에 영향을 미쳐, 입점업체들은 오픈마켓이든 종합쇼핑몰이든 일반소비자가 방문하는 사이트를 구별하지 않고 입점서비스를 수요하게 된다. 실제로, 본 건 7개 사업자들 중 6개 업자가 오픈마켓 뿐 아니라 종합쇼핑몰에도 동시에 입점하여 있었다. 그리고, 시장 A의 공급대체성 측면을 보아도, 종합쇼핑몰을 운영하는 자가 오픈마켓으로 전업하는 것은 제도적으로나 초기 투자비용면에서 매우 용이하며, 오픈마켓과 종합쇼핑몰을 겸영하는 업체들이 다수 있어 이들은 시장상황에 따라 오픈마켓 쪽 영업비중을 쉽게 늘릴 수 있는 지위에 있다. 이러한 상황들은, 온라인 거래의 특성상 일반소비자들이 클릭 한 번으로 가격을 비교하며 오픈마켓과 종합쇼핑몰 등을 이동할 수 있고, 입점업체들도 입점장소를 이동하거나 복수 입점하는 것이 오프라인에 비해 매우 용이한 데에 기인한다. 그렇다면, 관련시장을 합리적으로 획정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설문조사 등을 통하여 수요 및 공급대체성에 대한 정확한 사실 판단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건 판결은, 제도적 여건의 차이를 근거로 다소 직관적으로 시장을 한정한 측면이 있다. 피고는 구매자 인식이 오픈마켓 이외의 시장에 대해 다르다고 주장하였으나, 일상생활에서 오픈마켓과 종합쇼핑몰을 차별하지 않는 소비자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피고의 위 주장사실은 주장에 그칠 뿐 입증된 바 없다. (3) 시장지배적 지위의 인정 여부 설사 관련시장을 오픈마켓으로 한정하여 획정한다 하더라도, 원고가 이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시장지배적 지위란 경쟁시장에서 형성된 가격 이상으로 가격을 올리고도 수요자를 잃지 않을 만한 능력(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지위를 말한다. 이러한 지위의 존부를 가리기 위하여서는 현재의 시장점유율을 먼저 보고, 진입장벽 등 기타 시장상황을 살펴보게 된다. 그런데, 본 건 시장의 독특한 특성 때문에 특정 오픈마켓 운영자의 현재 시장점유율이 높다고 해서 바로 시장지배력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즉, 시장 B의 일반소비자들은, 다양한 오픈마켓을 '동시에' 이용하는 것이 매우 흔하다. 같은 구매 기회에도 상품 종류별로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저렴한 가격을 찾아 서로 다른 오픈마켓을 초 단위로 이동하며 구매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이러한 시장 B의 수요자들의 행태에 반응하여, 시장 A의 수요자인 입점업체들 역시 다수의 오픈마켓에 입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본 건에서도 7개 사업자들은 모두 세 개 내지 다섯 개의 오픈마켓에 동시입점하였으며, 6개 사업자는 특히 제1위인 옥션에 동시에 입점하였었다. 이렇듯 수요자가 다수의 플랫폼사업자와 동시에 거래하는 상황에서는, 하나의 플랫폼사업자가 현재 시장점유율이 다소 높다 하더라도 이 사업자는 시장지배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만일 시장지배력을 행사하여, 예컨대 가격을 높인다면 수요자들은 다른 플랫폼사업자에게로 거래처를 전환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건 판결은 G마켓의 시장점유율이 2위인 점을 기초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 후 시장지배적 지위 존부의 판단에 이와 같은 시장의 사정을 반영하지 아니하였다. 적어도 다수 플랫폼사업자와의 동시거래성에 대한 심리를 하게 하였어야 한다고 본다. 그 외에도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옥션의 견제 가능성도 고려되었어야 했다. 2. 부당성 판단 필자는 상술한 바와 같이 원고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인정 자체에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판시와 같이 이러한 지위가 인정된다고 전제하고, 이하에서 '부당성' 판단에 대해 논한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서의 '배타조건부거래의 부당성'에 대하여, 대법원은 '객관적으로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 만한 우려가 있는 행위로 평가될 때, 그리고, 주관적으로 그러한 목적을 가지고 행위했을 때'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2009.7.9. 선고 2007두22078). 여기서 '경쟁제한'의 의미는 같은 판결이 설시하는 바에 따르면, '시장에서의 독점을 유지·강화하는 것, 즉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시장질서에 영향을 가하는 것'이고, 공정거래법 제2조 제8의2호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의 정의에 따르면, '일정한 거래분야의 경쟁이 감소하여 특정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의 의사에 따라 어느 정도 자유로이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상태를 초래하는 것'을 말한다.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판단하건대, 본 건 행위는 만일 시장지배적 지위가 있는 자에 의해 행하여졌다면,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로서의 부당성 요건을 충족하기에 족하다고 생각한다. 원고의 본 건 행위로 인하여, 7개 사업자들은 원고의 경쟁사업자인 엠플온라인이 원고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함에도 불구하고 각각 14일에서 7개월 보름에 걸 쳐 엠플온라인과의 거래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원심이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7개 업체들로서는 인지도가 높은 원고를 통하여 일반소비자에게 상품을 노출시킬 기회를 잃어 판매량에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하여 원고의 요구에 강한 불만을 가지면서도 원고의 요구에 따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즉, 7개 사업자들은 본 건 관련시장에서 입점서비스의 '소비자'인데, 원고는 이들이 보다 유리한 가격을 포기하도록 요구하고(배타적 거래관계의 반대급부로 다른 이익을 제공한 정황도 없었음) 이를 관철시킨 것이다. 이는 명백히 소비자후생을 저해한 행위로서 판례가 정립한 기준인 경쟁제한의 '우려'를 넘어 경쟁제한의 효과 발생을 '완성'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본 건 판결은 행위 대상이 된 업체 수가 7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부당성 부인의 근거로 들고 있으나, 소수의 소비자에게 발생한 후생의 저하도 경쟁법의 보호대상이다. 더 나아가 본 건 행위가 관련시장의 경쟁에 미치는 효과는 결코 7개 사업자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만일, 7개라는 수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함을 의미한다면, 원고가 왜 경쟁법 위반의 시비가 일어날 위험을 무릅쓰고 그들에게 배타적 조건을 요구하였겠는가. 원고로서는 무수히 많은 입점업체에게 배타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상당히 거래비용이 드는 일이다. 그런데, 원고가 (일반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소수의 우량 입점업체들로 하여금 경쟁자인 엠플온라인의 오픈마켓에 나타나지 않게 한다면, 엠플온라인은 일반소비자에게 인기 없는 사이트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나머지 무수한 비우량 입점업체들도 자연스럽게 엠플온라인과의 거래를 감소 내지 중단해 가게 될 것이다. 즉, 7개 업체에 대한 배타적 거래의 결과가 시장 B와 시장 A의 수요에 연쇄반응을 일으켜 시장의 경쟁에 결정적 타격을 주게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엠플온라인은 원고의 본 건 행위가 있기 수 개월 전에 오픈마켓 운영시장에 진출하여, 저렴한 수수료(가격) 및 새로운 마케팅 전략(혁신) 등을 제시하며 단기간에 점유율 6위에 올랐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시장진입 초기에 일정한 크기의 수요자 집단을 거래처로 확보하는 것이 결정적인 점(그래야 플랫폼사업자 반대 편의 다른 수요자 집단이 모여듦)을 고려한다면, 엠플온라인에게 있어 우량업체인 7개 사업자의 이탈은, 오픈마켓 운영자로서 시장에 확실히 발을 붙일 수 있을 것인가를 결정짓는 중차대한 요소가 될 것이다. 판시는 또한 7개 사업자들이 실제 거래를 중단한 기간이 단기임을 부당성 부인의 근거로 들고 있으나, 단기간이라 하더라도 소비자후생이 저해되고 시장질서가 인위적으로 교란되었다는 행위의 결과는 이미 '완성'된 것이다. 더구나 공정거래법 위반의 행위를 하던 사업자가 공정위의 조사 등의 상황을 맞아 법 위반 행위를 중단하는 경우는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이 때 그로인해 법 위반 기간이 짧아졌다 하더라도 기존의 법 위반 사실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본 건 판결은, 부당성 인정을 위해서는 원심이, 본 건 행위가 엠플온라인의 퇴출 요인이었는지 여부를 심리하였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명백히 경쟁 보호의 의미를 오인한 것이다. 경쟁법이 경쟁자의 배제행위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이유는, 경쟁자 자체를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가 배제됨으로써 소비자의 후생이 저해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즉, 행위의 대상이 소비자에게 직접 가해진 것이든, 혹은 경쟁자에게 가해진 것이든 궁극적 관심사는 소비자의 후생이 감소되었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 건과 같이 가격, 혁신, 다양성 면에서 소비자후생 저해의 결과가 뚜렷이 나타난 경우에는 경쟁제한성을 인정하기에 족하다. 그리고, '경쟁자 배제'의 의미도, 구체적 거래에서 경쟁자와의 거래가 봉쇄되어 소비자가 더 나은 거래의 기회를 잃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경쟁자가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백 번 양보하여 그것이 퇴출을 의미한다 하더라도 판례가 정립해 온 기준은 퇴출을 발생시킨 현실적 인과관계의 존재가 아니라 그런 위험의 야기, 즉 발생의 '우려'이다. 부당성의 주관적 측면에 대해서는, 행위가 객관적으로 경쟁제한의 효과를 발생시킨 점과 원고에게 배타적 조건에 대한 반대급부의 지급이나 기타 효율성 증대를 꾀한 의도도 없었던 점으로 보아 경쟁제한의 목적이 있었던 행위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첫 번째 쟁점에 대한 본 고의 결론에 따라 시장지배적 지위의 판단에 대해 사실심리를 한 결과 만일 그 지위의 인정이 부인되는 경우라면, 본 건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23조의 일종인 거래상지위의 남용으로서 의율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III. 결론 본 건 판결은 온라인 거래라는 독특한 시장환경 및 하나의 플랫폼사업자를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두 개의 시장 수요의 상호의존성 등, 문제된 행위가 일어난 시장의 특성을 관련시장의 획정 및 시장지배적 지위의 판단, 행위의 부당성 판단에 있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판결이다. 무엇보다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로서 배타조건부 거래의 부당성 판단에 있어 경쟁자 배제의 의미를 경쟁자 퇴출과 혼돈한 잘못이 있다. 이는 그간 판례가 정립해 온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부당성에 관한 객관적인 요건인 '경쟁제한의 우려'의 의미에 대하여 혼란을 야기하고, 그 요건의 입증책임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울 수 있는 것으로서 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2-05-21
경업금지약정의 효력과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I. 인정된 사실관계 이 사건은 근로자 갑(甲)(=피고)이 을(乙) 회사(=원고)를 퇴사한 후 그와 경쟁관계에 있는 중개무역회사를 설립·운영하자 을(乙) 회사 측이 경업금지약정 위반을 이유로 하여 갑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이다. 이 사안의 을(乙) 회사는 한국에서 A 제품의 생산과 관련하여 매우 높은 시장 점유율을 점하고 있던 기업으로서 이 회사는 국내 생산 원가가 높아짐에 따라 일부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여 중국 하청업체와 주문생산자와의 계약에 의해서 생산을 하고 이를 다시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미국의 배셋사 등의 수요처에 판매를 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갑(甲)은 을(乙) 회사에 근무하면서, 위와 같은 해외 생산거점에 대한 정보 및 수요처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게 되었다. 그리고 퇴직 후 경업금지약정에도 불구하고, 위 정보들을 이용하여 자신이 직접 위 생산거점과 수요처를 연결하여 판매하는 방식의 중개무역업을 함으로써 을(乙)의 시장점유율은 저가공세에 밀려 현저하게 떨어지게 되었다. 을(乙)은 갑(甲)의 행위가 경업금지약정을 위반한 위법한 행위로서 그 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하여 배상을 구하게 된 것이다. II.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피고가 납품한 제품이 원고의 제품과 동일하거나 이를 모방한 제품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원고가 독점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점, 피고가 2004.3.15. 미국의 배셋사로부터 손톱깎이 등의 샘플 검사결과 통지를 받은 사실은 있으나 그와 같은 사실만으로 피고가 원고에서 퇴직하기 전에 미국 배셋사에 샘플검사를 의뢰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피고가 퇴직 전에 미국 배셋사 관계자와 접촉하여 그와 같은 샘플검사를 의뢰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당시는 이미 피고가 퇴직의사를 밝힌 뒤 퇴사가 임박한 시기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실에 비추어보면, 을(乙)에게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은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민법 제103조에 위반된 약정으로 무효라고 보았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상고기각) III. 평석 1. 경업금지약정의 효력 (1) 퇴사한 직원의 경업금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을(乙)의 행위는 퇴사한 직원의 행위로서 재직 중인 직원의 행위와 동치하여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재직중인 직원의 경우에는 재직시의 경업금지를 법령이나 계약에 의해서 요구받음과 동시에 이에 대한 보상을 급여 등의 방법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재직중인 경우의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의 판단에는 이러한 사정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퇴사한 직원의 경우에는 경업금지를 요구하는 것이 바로 전직의 자유를 한 내용으로 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당해 근로자의 생존권의 문제와 연결되는 것이므로 이 경우에는 경업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할 것이 아니라, 회사근무중에 지득한 정보로서 당해 근로자의 노하우로 체화되어 해당 근로자와 분리할 수 없게 된 것이 아닌 그 이외의 정보를 누설하는 등의 행위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대법원이 피고가 원고를 퇴직한 후 자신의 중개 무역업을 영위함에 있어 원고의 이익을 위하여 위와 같은 정보나 거래처와의 신뢰관계 등을 이용하지 아니할 임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점도 이와 같이 재직중인 근로자와 퇴사한 근로자의 차이를 인식하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 대법원이 반출한 자료에 중점을 두어 회사직원이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자료를 적법하게 반출하여 그 반출행위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라도 퇴사시에 그 영업비밀 등을 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음에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이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아니하였다면, 이러한 행위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본 것도 같은 취지라 할 것이다(대법원 2008.4.24. 선고 2006도9089 판결). (2) 약정의 효력 여부의 판단요소 경업금지에 관한 명확한 합의가 존재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경업금지에 대한 사용자의 정당한 이익의 존재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때 사용자의 정당한 이익의 존부의 판단을 위해서 경업금지의무가 부과되는 근로자의 지위와 직무 내용, 경업금지기간 및 대상이나 지역 등이 합리적인지, 경업을 제한하기 위해서 일정한 반대급부를 제공하였는지 등의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경업금지약정에 의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거나 그 보호가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 경업금지약정이 퇴사한 근로자의 이러한 사용자의 보호가치가 없거나,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까지 보호하여야 한다고 해석된다면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 해당되어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경업금지 약정이 무효라면, 이를 위반한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될 수 없으므로 약정 위반을 원인으로 하여 손해배상청구 역시도 기각될 수밖에 없다. (3) 기간의 제한 이러한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그 보호는 일정한 기간을 정해서 인정되어야 한다.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금지시키는 것은 침해행위자가 그러한 침해행위에 의하여 공정한 경쟁자보다 '유리한 출발(headstart)' 내지 '시간절약(lead time)'이라는 우월한 위치에서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고, 영업비밀 보유자로 하여금 그러한 침해가 없었더라면 원래 있었을 위치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그러므로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금지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함에 필요한 시간적 범위 내에서 기술의 급속한 발달상황 및 변론에 나타난 침해행위자의 인적·물적 시설 등을 고려하여 침해행위자나 다른 공정한 경쟁자가 독자적인 개발이나 역설계와 같은 합법적인 방법에 의하여 그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데 필요한 시간에 상당한 기간 동안으로 제한하여야 하고, 영구적인 금지는 제재적인 성격을 가지게 될 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경쟁을 조장하고 종업원들이 그들의 지식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려는 공공의 이익과 상치되어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1996.12.23. 선고 96다16605 판결, 대법원 1998.2.13. 선고 97다24528 판결). 다만 경업금지기간은 해당 정보의 특성을 감안하여, 장기간 상업적인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정보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나누어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만일 지나치게 장기인 기간을 정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무효이나, 만일 상업적 가치가 유지되는 기간만으로 한정하여 인정할 수도 있다. 2.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의 판단 (1) 영업비밀 여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의 '영업비밀'이란, 비공지성, 경제성, 비밀유지성이 구비된 생산방법·판매방법 기타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하고, 여기서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다고 함은 그 정보가 간행물 등의 매체에 실리는 등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그 정보를 통상 입수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09.3.16. 자 2008마1087 결정, 대법원 2004.9.23. 선고 2002다60610 판결 등). 따라서 영업비밀침해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을 침해하여야 한다. 이 사건의 거래처에 대한 정보는 갑(甲)이 고용기간 중에 습득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 등을 사용하여 영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는 이미 동종업계 전반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던 것으로, 설령 일부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정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입수하는 데 그다지 많은 비용과 노력을 요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을(乙) 회사가 다른 업체의 진입을 막고 거래를 독점할 권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며 그러한 거래처와의 신뢰관계는 무역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측면이 강하므로 경업금지약정에 의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라 할 것이다. (2)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업무상배임죄의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란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2008.4.24. 선고 2006도9089 판결 등). 따라서 대법원이 이미 공지되었거나 다른 경쟁업체가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로 보이는 이 사건에서의 거래처 정보는 을(乙) 회사의 영업비밀이라 할 수 없고, 을(乙) 회사만이 가지고 있는 보호할 가치 있는 정보 내지 영업상 중요한 자산인 자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다만 거래처 정보도 주요한 부품을 공급하는 거래처{소위 벤더(vendor)}, 상품의 수요처, 핵심적인 용역을 제공하는 거래처 등이 해당 업계에서 쉽게 알 수 있거나 알려져 있는 것이 아니며(=공지성의 결여), 알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많은 비용이나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에는 영업비밀로 보아 기존에 대법원이 인정하였던 선발자의 이익(first mover advantage)과 시간절약(lead time)을 보호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9.3.16. 자 2008마1087 결정) 따라서 거래처 정보라는 것만으로 일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산업내에 종사하는 관련 업계의 관점에서 문제가 되는 정보를 취득하는 것과 관련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의 존부가 판단되어야 한다.
2010-12-09
진정상품의 병행수입과 부정경쟁행위
I. 들어가기 진정상품의 병행수입이란 "상표권자가 국내와 국외에서 동일한 상표를 각 국내법에 따라 등록한 경우 제3자가 국내의 상표권자 또는 전용사용권자의 허락 없이 외국에서 그 국내법에 따라 적법하게 상표를 부착하여 판매된 상품을 수입하여 판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병행수입이 발생하는 이유는 동일한 상표를 부착한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각 국에서의 판매가격이 다르므로 값이 싼 국가에서 수입하여 값이 비싼 국가에서 판매한다면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병행수입이 법률적으로 문제되는 영역은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이다. 본 평석에서 다루고자 하는 부분은 부정경쟁방지법에 관련된 부분이지만 논의의 편의를 위하여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법 모두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소개한 후에 부정경쟁방지법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이 정당한지 논하고자 한다. II.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2.9.24.선고 99다42322, 대법원 2009.1.30. 선고 2008도7462)의 요지 1. 상표법에 관한 판결의 요지 상표는 기본적으로 당해 상표가 부착된 상품의 출처가 특정한 영업주체임을 나타내는 상품출처표시기능과 이에 수반되는 품질보증기능이 주된 기능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병행수입업자가 위와 같이 소극적으로 상표를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고 나아가 적극적으로 상표권자의 상표를 사용하여 광고·선전행위를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위와 같은 상표의 기능을 훼손할 우려가 없고 국내 일반 수요자들에게 상품의 출처나 품질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없다면, 이러한 행위는 실질적으로 상표권 침해의 위법성이 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므로, 상표권자는 상표권에 기하여 그 침해의 금지나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의 폐기 등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2. 부정경쟁방지법에 관한 판결의 요지 병행수입업자가 적극적으로 상표권자의 상표를 사용하여 광고·선전행위를 한 것이 실질적으로 상표권 침해의 위법성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용태양 등에 비추어 영업표지로써의 기능을 갖는 경우에는 일반 수요자들로 하여금 병행수입업자가 외국 본사의 국내 공인 대리점 등으로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러한 사용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 소정의 영업주체혼동행위에 해당되어 허용될 수 없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2002년도 버버리 제품의 병행수입에 관한 판결에서 매장 내부 간판, 포장지 및 쇼핑백, 선전광고물은 영업표지로 볼 수 없거나 병행수입업자의 매장이 마치 대리점인 것처럼 오인하게 할 염려가 없어 상품의 표장의 사용이 허용되는 반면에, 사무소·영업소·매장의 외부 간판 및 명함은 영업표지로 사용한 것이어서 상품의 표장의 사용이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았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은 2009년 나이키 제품의 병행수입사건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는데, 판매점의 외부에 설치된 현수막 등에 국내에 널리 인식된 나이키의 표장을 사용하여 영업한 것은 위 표장의 상표권자로부터 전용사용권을 부여받아 영업을 하는 주식회사 나이키스포츠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III. 판례평석 1. 병행수입된 상품의 광고의 허용범위에 관한 다양한 견해들 가. 일본학설 일본에서는 병행수입한 상품의 광고의 허용범위와 관련하여 세 가지의 학설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첫째, 진정상품에 대하여 상표를 사용하여 광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진정상품의 출처표시기능을 해하지 않으므로 허용된다는 견해. 둘째, 진정상품과 관계없이 상표를 사용한다든가, 판매점 간판에 표시하는 행위와 같이 상표권자의 대리점 또는 라이선스판매가 있다고 오해가 생기는 경우에는 부정경쟁행위로써 금지되어야 한다는 견해. 셋째, 병행수입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범위에서 상표사용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견해. 나. 유럽연합법원(European Court of Justice)의 입장 유럽연합법원(사건번호 C-63/97)은 '상표와 관련한 회원국가의 법을 수렴시키기 위한 지침(First Directive 89/104/EEC of the Council, of 21 December 1988, to Approximate the Laws of the Member States Relating to Trade Marks)' 제7조 제2항을 근거로 하여 "병행수입한 상품의 판매자와 상표권자 간에 어떤 상업적 관계가 있다는 인상, 특히 판매자의 영업이 상표권자의 공급망의 일부 또는 양자 간에 특별한 관계가 있다는 인상을 준 경우에는 위 지침 제7조 제2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또한, 이러한 방식의 광고는 상표권자의 경쟁자가 상표의 명성을 부당하게 이용하려는 것을 금지하여 상표권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상표의 목적에도 반한다"고 판시하여 우리 대법원의 입장과 유사하다. 참고로 위 지침 제7조 제2항에서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표의 권리소진을 부인하고 상표권자가 제3자의 상표사용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 사견 가. 상품주체혼동과 영업주체혼동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에서는 영업주체혼동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영업주체혼동행위를 금지하는 이유는 타인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쌓은 명성을 부당하게 이용하여 이익을 얻고 궁극적으로 사업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데 있다. 그런데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 목에서 상품주체혼동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품주체혼동행위와 영업주체혼동행위는 언어적으로 구별이 가능하지만 구체적 사실에서는 분명한 기준선이 그어져 있지 않다. 예들 들어 나이키라는 이름은 국내에 널리 알려진 결과 나이키상품을 다른 상품과 구별시키는 기능과 함께 나이키상품을 판매하는 영업을 표시하는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판매자가 영업의 출처를 표시할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나이키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광고를 하게 되면 상품의 출처와 영업의 출처를 동시에 표시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결과를 발생시키는 광고가 모두 영업주체혼동행위에 해당하여 금지된다는 것은 병행수입의 적법성을 고려할 때 문제가 있다. 나. 대법원 해법과 그 문제점 위와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대법원은 외부간판이나 현수막과 같이 매장외부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는 일반 수요자들로 하여금 병행수입업자가 외국 본사의 국내 공인 대리점 등으로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금지하면서도 매장내부 또는 포장지 등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는 그러한 염려가 없다는 이유로 허용하고 있다. 정리하면 대법원은 영업주체혼동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매장내부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는 영업주체혼동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상품주체의 혼동을 유발하지 않는 병행수입된 상품의 광고에 대하여 기존의 영업주체혼동행위의 기준을 엄격하게 제시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며, 이러한 기준에 따르더라도 매장외부 광고와 매장내부 광고가 영업주체혼동을 유발하는데 있어서 차이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병행수입업자가 매장에서 하나의 브랜드 제품만을 판매한다면 매장외부에 표장을 사용하거나 매장내부에 표장을 사용하거나 관계없이 구매자로서는 영업주체를 오인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다. 새로운 해법의 제시 원점으로 돌아서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영업주체혼동행위를 금지하는 취지는 타인의 영업을 자신의 영업인 것처럼 표시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는 것을 방지하는데 있다. 그렇다면 영업주체혼동이 발생하더라도 이러한 혼동으로부터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가 없었고 실제로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없다면 부정경쟁행위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예를 들어 유명상표의 의류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판매점의 영업주체가 상표권자의 한국 내 지점 또는 지사이든 아니면 상표권자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서 독점수입판매를 하는 한국회사이든 관심이 없다. 구매자의 관심은 유명상표의 의류제품의 품질이 좋다거나 제품의 명성이 높다는 등 상품의 출처에 집중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제품에서 상표권자가 병행수입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영역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 목의 '상품주체혼동'이지 나. 목의 '영업주체혼동'이 아니다. 따라서 사견으로는 대법원이 버버리 제품이나 나이키 제품의 병행수입에 대하여 부정경쟁방지법의 '영업주체혼동'을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고 본다. 반면에 전자제품의 경우에서는 구매자는 상품의 품질이나 명성에도 관심을 갖지만 애프터서비스에도 높은 관심을 갖기 때문에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애프터서비스는 상품과 독립된 무형의 서비스 영역이므로 상품판매와 별도로 독립된 영업에 해당한다. 따라서 병행수입업자가 애프터서비스영업의 주체에 대하여 혼동을 유발하여 자신이 국내에 널리 알려진 애프터서비스의 제공자인 것처럼 구매자를 오인시켰다면 부정경쟁행위가 될 것이다. 이때 외부간판이나 현수막에 의한 광고는 금지되지만 매장내부의 광고는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 구체적인 광고방법이 구매자에게 영업주체혼동을 유발하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병행수입된 제품의 광고의 한계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대법원 판결처럼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병행수입된 상품의 특성을 고려하여 구매자를 기준으로 볼 때 상표권자가 영업주체가 누구인지 여부에 대하여 이익을 갖고 있는지를 살핀 후, 만일 그러한 이익이 존재한다면 구체적인 광고방법이 영업주체혼동을 유발하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2010-09-02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거래거절행위의 부당성 판단기준
I. 논의의 범위 이 사건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관련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3조의2의 해석과 관련하여 (i) 시장획정의 문제, (ii) 제23조와의 관계의 문제, (iii) 경쟁제한성의 판단요부에 대한 문제와 입증책임의 문제, (iv) 경영상 정당화 사유의 고려 문제 등 다양한 쟁점을 가지고 있는 사건이다. 이글은 위의 각 쟁점 중에서 (ii)와 (iii)의 쟁점에 대하여 개략적으로 보도록 한다. 참고로 본고는 서울지방변호사회 판례연구회에서 2008. 4.30. 발표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II. 사실관계와 사건의 경과 1. 요약된 사실관계 이 사건 원고 주식회사 포스코(이하 ‘원고회사’)는 제철 및 제강 사업을 하는 국내 유일의 일관제철사업자이고, 보조참가인 현대 하이스코 주식회사(이하 ‘피고 보조참가인’)는 현대자동차 계열 회사로서 냉연강판을 제조하는 회사이다. 2000년 심결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냉연강판을 제조하기 위하여 필요한 열연코일은 국내에서는 원고회사만이 생산 공급하고 있었으며, 냉연강판 시장은 원고회사가 58.4%, 피고 보조참가인은 11.1%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었다. 피고 보조참가인은 1997.8. 이후 이 사건 냉연강판 시장에 진입하고자 하였고, 시장 진입을 위한 생산라인의 시험가동 및 제품 생산 등을 위하여 원고회사에 열연코일의 공급을 요청하였으나, 원고회사는 이러한 피고 보조참가인의 공급요청을 거절하였다. 결국 피고 보조참가인은 일본회사로부터 열연코일을 수입하여 냉연강판의 생산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2. 요약된 사건의 경과 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의결 제2001-068호) 공정거래위원회는 원고회사의 피고 보조참가인에 대한 열연코일 공급거절행위는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3호, 같은 법 시행령 제5조 제3항 제3호 및 위원회의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심사기준’ IV. 3. 다. (1)에서 규정하고 있는 부당하게 특정사업자에 대하여 거래를 거절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의결하였다. 원고 회사는 피심인으로 (i) 자동차 냉연강판용 열연코일은 자동차용 냉연강판 생산을 위한 중간재로서 제품이 아니라는 주장, (ii) 열연코일 공급능력의 부족으로 인하여 추가로 냉연용 열연코일을 공급하는 것이 어려웠다는 주장, (iii) 피고 보조참가인은 현대자동차 그룹의 계열사로서 원고 회사가 피고 보조참가인의 요청에 따라 자동차용 냉연강판용 열연코일에 대한 물량을 공급하는 경우 현대자동차 그룹 내부가 수직계열화되어 수요 독점적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 등을 하였다. 이 중 (i)의 점에 대하여는 제품으로 원고회사가 소외 동부제강(주)이나 연합철강공업(주)에 판매하고 있던 상황이었고, 일본의 고로업체들이 피고 보조참가인에 열연코일을 공급하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제품이 아니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ii)의 점에 대하여는 공급능력이 부족하다는 주장은 생산설비가동률의 여력, IMF 이후의 수요감소, 피고 보조참가인이 요구하였던 물량이 소량에 그치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역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실제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는 (iii)의 점에 대하여 수직계열화로 인한 수요 독점적 폐해에 대한 우려가 원고회사의 공급거절을 정당화시켜주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하여 역시 원고회사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나. 서울고등법원(서울고등법원 2002.8.27. 선고 2001누5370 판결) 원고회사는 위 (i) 내지 (iii)의 주장 외에 새로운 주장을 하였던 바, 이 사건의 경우 원고회사의 행위는 기존의 공급관계에서 거절을 한 것이 아니라, 거래를 개시한 일이 없고, 이와 같이 계속 중인 거래의 거절이 아닌 경우에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도 ‘특정사업자에 대하여 거래를 거절하는 행위’에 포섭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예비적으로 만일 특정사업자에 대한 거래거절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거래거절 행위는 자유경쟁의 원칙상 용인되어야 할 범위 내의 행위로서 부당하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서울고등법원은 원고회사의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원고회사의 행위는 열연코일 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지위를 남용하여 냉연강판시장에서 경쟁사업자인 피고보조참가인의 사업활동을 방해하고, 자신의 시장지배적지위를 계속 유지하려는 의도하에 행한 행위라고 보았다. 서울고등법원은 원고의 피고 보조참가인에 대한 열연코일 공급거절행위는 소위 레버리지 효과에 기초한 부당한 거래거절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판단하였다. 한편, 원고회사의 정당한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거래 거절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러한 원고회사의 행위로 인한 피고보조참가인이 겪은 피해는 단순한 불편이나 경제적 손실의 정도를 넘어 경쟁자로서 충분히 기능할 수 없을 정도의 장애를 초래하여 경쟁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보았다. III. 공정거래법 제3조의2와 제23조의 관계 1. 문제의 소재 거래거절행위에 대하여 공정거래법은 제3조의2와 제23조에서 모두 규율하고 있으며, 거래거절이 성립되기 위한 요건도 거의 동일한 것으로 이해되었다. 따라서 양자가 왜 별도로 규율되어야 하는 것이며, 어떤 점에서 구별되는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2. 견해의 대립 가. 특수관계로 이해하는 견해 학계 다수설의 태도이며, 이 사건 대법원 소수의견이다. 이 견해에 의하면 제3조의2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사업자가 가지는 일종의 특수 신분으로 이해하여, 불공정거래행위와의 관계에서 제3조의2와 중복적으로 적용되는 경우에는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로 보아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행위에 대해서는 제3조의2가 적용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제23조가 적용된다고 본다. 단독의 거래거절의 관점에서도 양자의 관계는 같은 의미로 이해가 되어야 하며, 독점규제의 관점에서 경쟁제한성의 판단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지위남용을 한 사실이 인정되면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나. 서로 별개의 요건으로 이해하는 견해 공정거래법 제3조의2의 규정을 적용하여 거래거절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사업활동을 방해한 것으로 인정되기 위해서 입법목적에 맞는 해석이 이루어져야 하며, 따라서 제23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해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견해로 이 사건 대법원의 다수의견의 태도라고 할 것이다. 3. 검토 공정거래법 제3조의2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경우 그 경쟁의 양상이 이미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 사업자의 존재로 인하여 잔여경쟁의 유지가 쟁점이 되는 시장으로서 이러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경쟁에 대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입법목적으로 하는 조문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러므로 특수관계로 이해하는 견해가 타당하고, 이러한 견해에 의하더라도 입법목적의 차이 내지 각 조문의 존재의의는 인정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IV. 공정거래법 제3조의2의 적용과 경쟁제한성의 판단과 입증책임 1. 문제의 소재 공정거래법 제3조의2를 위와 같이 이해한다면 이 사건 대법원의 다수의견에서 제3조의2를 적용하기 위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제한성을 입증하여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소수의견과 같이 제3조의2에 있어서는 경쟁제한성의 입증이 불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경쟁제한성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입증책임의 분배로 해결할 수는 없을까? 이러한 세 가지의 대안에 대하여 아래에서 각 검토하여 보기로 한다. 2. 견해의 대립 가. 경쟁제한성 요건이 필요하다는 견해 현행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는 그 행위의 성질상 우월한 지위 남용과 같이 경쟁배제적 효과를 발생하기 어려운 경우뿐만 아니라 단순히 한 두 개의 사업자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의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서로 법적 성질을 달리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 시장지배력 남용규제의 적용범위를 그 본질에 반하여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채택되고 있지 않은 강력한 불공정거래행위 규제를 아울러 채택하고 있는 현행 공정거래법 체계하에서는 법정책적인 측면에서도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나. 경쟁제한성 요건이 불필요하다는 견해 법문의 문언상의 내용이나 체계적인 점에서 제3조의2를 제23조와의 관계에서 별도로 구별하기 위한 징표로 경쟁제한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부당성의 판단에 있어 제23조와 달라질 것은 없고,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가 규정상 인정되는 경우에는 제3조의2의 적용이 있게 되는 것이라고 이해되므로 경쟁제한성을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대법원의 박시환 대법관의 소수의견과 같다고 할 것이다. 3. 검토 결론적으로 위 양자의 관계는 전통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과 같이 특수관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다. 간단히 말하자면, 행위의 속성으로서의 거래의 거절이 그 본질에서 상이하지 않다. 양자가 규범화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 것은 양자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 내지 속하고 있는 관련시장의 모습이다. 하지만, 별도의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위법성 조각사유 및 항변을 인정하는 것은 가능하므로 경쟁제한성 내지 위험의 부존재를 항변으로 허용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하여 제3조의2가 규정하는 것은 통계적인 귀무가설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일정한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하거나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이해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러한 귀무가설이 참이 아닌데 귀무가설을 받아들일 우려는 여전히 존재하므로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법은 설계하여 행위자에게 제공하여야 한다. 위법성 조각사유로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에 대하여 상대방인 피심인 내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등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가 이를 경쟁제한성의 없음을 포함한 정당화사유를 항변으로 주장하여 입증한다면, 위법성을 인정하는 귀무가설을 기각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법적으로 말하면, 경쟁제한성에 국한하여 보자면 이홍훈·안대희 대법관의 소수의견과 같이 다른 구성요건을 충족하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경우에는 일단 부당한 행위를 한 것으로 추정하고, 이러한 추정을 당해 사업자로 하여금 복멸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2008-10-23
대법원의 시장경제에 대한 철학적 고뇌
2007년 11월22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판결로 포스코의 냉연강판용 열연코일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사건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 공정거래법위반사건에 있어서 과거 의사회사건 판결이래로 두번째의 전원합의체판결이다. 이 사건판결은 단순한 공정거래법에 대한 구체적인 사건의 해결이라는 측면 이외에도 우리나라 대법원의 시장경제와 경제민주화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의 단면을 보여주는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미국과 유럽은 British Airways사건과 Microsoft사건 등에서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에 대한 집행에 있어서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어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에 대한 규제의 기준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데 위 대법원판결은 이러한 논쟁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 판결의 중요성에 비추어 구체적인 의미 및 영향에 대해서는 향후 다양한 각도에서 관련 학자들과 실무가들의 조명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지면관계상 이 사건판결의 기술적인 해석보다는 국제경쟁법적 관점에서 위 대법원판결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필자의 단상을 적기로 한다. I.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포스코가 열연코일시장에서 약 90%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도 참여하고 있는 열연코일시장의 하방시장(downstream)인 냉연강판시장에 새로이 진입하려는 하이스코에게 열연코일의 공급을 거절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포스코의 하이스코에 대한 공급거절은 공정거래법 제 3조의 2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중 제1항 제3호에 규정하고 있는 “경쟁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의결하였다. 구체적으로 공정위는 포스코의 거래거절행위가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5조 제3항 제3호상의 “제1호 및 제2호 외의 부당한 방법으로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어렵게 하는 행위로서 공정위가 고시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심사기준’ IV. 3. 다. (1)은 공정거래법시행령 제5조 제3항 제3호의 한 경우로서 “부당하게 특정 사업자에 대하여 거래를 거절한 경우”라고 판단하였다. II. 판결요지 가. 시장지배적 지위남용규제에 대한 철학적 차이 다수의견은 사유재산권 보장규정인 헌법 제23조 제1항 전문과 경제활동에 있어서 사적 자치에 관한 규정인 헌법 제119조 제1항 및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국가가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헌법 제119조 제2항을 원용하면서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계약자유의 원칙이라는 시민법 원리가 수정될 수 있으나 시민법 원리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면서 계약자유의 원칙이라는 시민법원리가 중시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다수의견은 공정거래법 제3조의2와 관련, 경쟁제한적인 의도나 목적이 전혀 없거나 불분명한 전략적 사업활동에 관하여도 다른 사업자를 다소 불리하게 한다는 이유만으로 위법성을 인정한다면 공정거래법을 경쟁의 보호가 아닌 경쟁자의 보호를 위한 규제로 만들 우려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반하여 소수의견(대법관 이홍훈, 안대희)은 헌법 제119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있는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여 ‘경제의 민주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조항을 강조하였다. 소수의견은 위 헌법조항은 사유재산권을 보장하면서도 자유시장경제에 수반되는 모순을 제거하고 정의사회와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헌법이념으로 선언한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제질서에 대한 소수의견의 이러한 인식은 공정거래법 제3조의2의 해석에 있어서 다수의견과 상당한 편차를 보여주었다. 소수의견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남용행위를 규제하는 이유는 시장에 시장지배력을 보유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사회적 시장경제질서 하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소수의견은 시장에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한다는 자체가 이미 공정거래법이 추구하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으로부터 상당히 벗어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다른 사업자에 비하여 사적 자치를 상당히 제한받는다고 판시하였다. 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규제에 있어서 ‘부당성’의 의미 다수의견은 기본적으로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3호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거래거절행위와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1호의 불공정거래행위로서의 거래거절행위는 그 규제목적 및 범위를 달리하고 있으므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거래거절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로서의 거래거절행위의 부당성의 의미는 별도로 독자적으로평가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다수의견은 불공정거래행위로서의 거래거절행위에 대한 부당성 판단에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데 반하여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남용행위로서의 거래거절의 부당성은 “독과점적 시장에서의 경쟁촉진”이라는 입법목적에 맞추어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개별 거래의 상대방인 특정 사업자에 대한 부당한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거래거절을 한 모든 경우 또는 그 거래거절로 인하여 특정 사업자가 사업활동에 곤란을 겪게 되었다거나 곤란을 겪게 될 우려가 발생하였다는 것과 같이 특정 사업자가 불이익을 입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부당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시장에서의 독점을 유지, 강화할 의도나 목적, 즉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시장질서에 영향을 가하려는 의도나 목적을 갖고, 객관적으로도 그러한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 만한 우려가 있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행위로서의 성질을 갖는 거래거절행위를 했을 때에 그 부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소수의견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거절행위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위험이 내포되어 있고 이는 바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의도 내지 목적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소수의견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에 대하여 거래를 거절함으로써 외형상 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어렵게 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그 행위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자신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여 시장에서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부당한 행위’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시하였다. 또 다른 소수의견인 박시환 대법관의 소수의견은 상당히 독자적인 이론전개를 하고 있어 주목된다. 박시환 대법관의 소수의견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남용행위로서의 거래거절행위의 ‘부당성’을 다수의견이 말하는 ‘경쟁제한의 우려’의 의미로 해석할 수 없으며 불공정거래행위의 ‘부당성’과 달리 볼 것은 아니라는 것이 다. 예컨대 기업결합이나 부당한 공동행위에 관한 규정과는 달리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남용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제3조의2의 규정의 문언에 경쟁제한으로 그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표현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용훈, 안대희 대법관의 소수의견도 공정거래법 제3조의2는 시장에서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규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시환 대법관의 소수의견은 다수의견뿐만 아니라 이용훈, 안대희 대법관의 견해와도 차이가 있다. III. 평 가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은 시장경제질서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차이에 따라 시장지배적 지위남용을 규제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제3조의2의 해석에 있어서도 근본적인 인식의 편차를 보여주고 있다. 즉 다수의견은 시장지배적 지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공정위가 주관적, 객관적으로 남용행위로 인한 경쟁제한 내지는 그 우려에 대한 입증을 요구함으로써 최근 유럽경쟁법의 현대화 작업에서 논의되는 ‘효과주의적 접근방법(effects-based approach)’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수의견은 시장에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한다는 자체가 이미 공정거래법이 추구하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으로부터 상당히 벗어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고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에 비하여 상당한 정도의 사적 자치를 제한받고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다소 ‘형식적인 접근방법(form-based approach)’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견이 제시하고 있는 ‘효과주의적 접근방법’은 미국과 EU등 주요 경쟁법 선진국의 현대적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종래 유럽의 경쟁법은 소위 전후 독일의 ‘질서자유주의(ordo-liberalism)’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경쟁법을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관념하여 왔다. 그 결과 위법성 판단에 있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다는 개인의 자유 내지 선택의 권리가 침해되었는지에 중점을 둔 까닭에 행위의 실질 내지 효과 보다는 형식에 중점을 두었었다. 미국도 1950년대와 1960년대 진보주의적인 소위 워렌(Warren)대법원장 시절 구조주의(structuralism)적 경제학의 영향을 받아 행위의 구체적인 성과을 상대적으로 등한시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시장에서의 경쟁제한성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없이 위법성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1970년대 이래 보수주의적인 소위 시카고학파의 ‘New Learning’의 바람이 불면서 미시경제학의 가격이론을 공정거래사건에 대한 분석에서 자주 원용하게 되면서 기존에 ‘당연위법(per se illegal)’의 원칙이 적용되는 행위유형이 대폭 축소되고 원칙적으로 ‘합리의 원칙(rule of reason)’에 따라 관련시장에서 구체적으로 경쟁제한적 효과를 평가한 후 위법성을 결정하는 관행을 발전시켜 왔다. 소수의견은 유럽경쟁법상 흔히 논의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소위 ‘특별책임(special responsibility)’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유럽경쟁법상으로도 특별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기타 요건에 대한 원고의 입증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다수의견에 따라 본건에서 원고가 경쟁제한성에 대한 입증의 책임을 지는 것은 정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Microsoft사건의 예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공정위는 시장지배적 남용사건에서 피심인의 구체적인 경쟁제한성의 입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므로 다수의견의 태도가 공정위의 현재의 관행과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견에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으나 미국 및 EU를 비롯한 경쟁법 선진국에서 가장 문제되는 것은 경쟁제한성의 입증의 범위 및 정도이며 이는 향후 공정위와 법원의 실무관행에 따라 발전되어 갈 것으로 기대한다. 공정거래법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공정거래법의 집행의 강도는 변천을 거듭하여 왔다. 위 구조주의적인 시대사조에서는 소수의견과 같이 시장경제질서에 대한 국가의 후견적인 경제관이 득세를 하였고 정치철학적으로 보수주의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시카고학파적인 경제관이 지배하는 경우에는 다수의견과 같은 공정거래법의 집행에 대하여 다소 신중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본건판결에서 우리나라의 대법원은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에서 시장경제와 가격메커니즘에 대한 자동적 자정기능에 대하여 상반된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집행은 이와 같은 추상적인 시장경제철학에 대한 이념적 대립에 의하여 이루어지기 보다는 구체적인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동일한 법리와 경제학이론을 적용하더라도 정반대의 결과가 날 수 있는 것이므로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을 도식적으로 이해할 것은 아니다. 문제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어느 정도 ‘과대집행(false positive)’와 ‘과소집행(false negative)’를 줄이냐는 것인데 이는 아직은 공정거래법의 집행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공정거래법 및 정책에 종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의 몫이라고 하겠다.
2007-12-13
공정거래법상 ‘끼워팔기’의 규제 요건
Ⅰ 사건의 개요와 대상판결의 요지 1. 사건의 개요 1) 원고(한국토지공사)는 인천마전지구 공동주택지(이하 ‘택지’로 약칭)의 판매가 저조하자 판매가 잘 되는 부천상동지구 택지를 판매하면서 인천마전지구 4블럭을 매입한 자에게 부천상동지구 택지 21블럭 및 22블럭의 매입우선권을 주는 방식으로 연계판매를 실시하였고, 이에 따라 비인기지구인 인천마전지구 택지 4블럭을 매입한 (주)창보종합건설에게 인기지구인 부천상동지구 택지 21블럭 및 22블럭을 판매하였다. 2) 또한, 원고는 남양주 호평·평내·마석 3개 지구 택지의 판매가 저조하자, 판매가 잘 되는 용인 신봉·동천·죽전·동백 4개 지구 택지를 판매하면서 남양주 호평·평내·마석 등 3개 지구 택지를 매입하는 자에게 용인신봉·동천·죽전·동백 등 4개 지구 주택지의 매입우선권을 주는 방식으로 연계판매를 실시함으로써, 1999. 9.에서 2000. 9. 사이에 비인기지구인 남양주 호평·평내·마석 등 3개 지구의 택지를 매입한 현대산업개발(주) 등 7개회사에 인기지구인 용인신봉·동천·죽전·동백 등 4개 지구의 택지를 판매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1)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항 제3호 후단 및 같은 법 시행령(2002. 3. 30. 대통령령 제175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6조 제1항 [별표 1] 일반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 제5호 (가)목의 ‘거래강제’ 중 ‘끼워팔기’는 자기가 공급하는 상품 또는 용역 중 거래 상대방이 구입하고자 하는 상품 또는 용역을 상대방에게 공급하는 것과 연계하여 상대방이 구입하고자 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덜 필요로 하는 상품 또는 용역(종된 상품)을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하게 자기 또는 자기가 지정하는 다른 사업자로부터 상대방이 구입하도록 하는 행위를 말한다 할 것이고, 이러한 끼워팔기가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한지 여부는 종된 상품을 구입하도록 한 결과가 상대방의 자유로운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등 가격과 품질을 중심으로 한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2) 법 제23조 제1항 제3호 후단 및 법시행령(2002. 3. 30. 대통령령 제175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6조 제1항 [별표 1] 일반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 제5호 (가)목의 끼워팔기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자기가 공급하는 상품 또는 용역 중 거래 상대방이 구입하고자 하는 상품 또는 용역(주된 상품)을 공급하는 사업자가 주된 상품을 공급하는 것과 연계하여 거래 상대방이 그의 의사에 불구하고 상대방이 구입하고자 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덜 필요로 하는 상품 또는 용역을 구입하도록 하는 상황을 만들어낼 정도의 지위를 갖는 것으로 족하고 반드시 시장지배적 사업자일 필요는 없다. Ⅱ 연 구 1. 끼워팔기의 의의와 주요쟁점 ‘끼워 파는 행위’라 함은 위 판결에서 나온 바와 같이 ‘거래상대방에 대하여 자기의 상품 또는 용역을 공급하면서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하게 다른 상품 또는 용역을 자기 또는 자기가 지정하는 사업자로부터 구입하도록 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 동안 끼워팔기는 인기양주를 공급하면서 거래상대방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비인기양주를 끼워판 사례, 자동차 제조업체의 선택사양품목 구입강제행위, 모 병원 장례식장의 음식물일체 반입제한행위, 몇몇 혼인예식장의 드레스 등 예식장 부대물품의 이용강제행위 등등이 공정거래위원회 의결단계에서 문제되었으나 대법원판결로는 이 건이 첫번째 사례로 손꼽힌다. 끼워팔기의 동기에는 신제품의 판로를 확보를 위하여 기존 상품과 끼워팔기를 하거나 매출실적이 부진한 상품을 시장에서 유력한 상품에 끼워서 판매하는 경우, 공급량이 부족한 상품에 남아도는 상품을 끼워파는 수도 있다. 끼워팔기를 전형적인 행위로하는 부당한 거래강제는 소비자에 대하여 자기가 공급하는 상품·용역의 거래에 있어서 다른 상품·용역을 동시에 구입할 것을 강제하거나, 또는 사업자에 대하여 자기가 공급하는 유력한 제품·용역과 다른 상품 또는 용역을 자기 또는 자기가 지정하는 제3자로부터 구입할 것을 강제하는 것이다. 끼워팔기의 형식적 요건을 보면, 그 상대방은 사업자와 그의 대리점과 같은 다른 사업자일 수도 있고 일반 소비자일 수도 있고, 다른 상품 또는 용역이라 함은 끼워팔리는 상품·용역을 말하는 데 주된 상품과 다른 상품(주된 상품과 밀접불가분한 구성요소가 아니고 독립하여 거래대상이 될 수 있는 상품)일 것을 요한다. 독립된 거래대상으로 되는 상품일지라도 두개의 상품을 조립함으로써 별개의 특징을 가진 단일한 상품으로 되는 경우에는 형식적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2. 끼워팔기와 공정경쟁저해성 끼워팔기는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강제하는 행위’이므로 끼워팔기를 통하여 ‘경쟁저해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경쟁저해성을 판단하기위하여는 첫째, 행위자가 거래상대방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을 것이 필요하다. 우월적 지위는 객관적인 영업 또는 거래여건에 비추어 볼 때 거래불응시 사실상의 불이익을 가할 수 있는 수단을 보유한 자이면 족하다. 둘째로, 거래의 강제성이 존재하여야 한다. 거래의 강제는 상대방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구속하는 행위로서 만약 행위자의 요구에 불응할 경우 불이익을 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거나 객과적으로 보아 불이익제공이 분명한 경우 또는 실제로 불응한 결과 거래의 중단 등 불이익이 가해진 경우 거래강제가 존재한다고 볼 수있다. 끼워팔기는 거래상대방의 자금을 압박하거나 일반소비자가 원하지도 않는 제품을 구입케 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고객의 선택자유를 왜곡하는 경쟁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특히 끼워팔기 판매에 있어서는 끼워 파는 상품 또는 용역시장에서의 행위자의 지위를 이용하여 행하여지기 때문에 끼워 팔리는 상품 또는 용역시장에서의 경쟁을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 Ⅲ 대상판례에 대하여 1. 부당성 판단의 기준 끼워팔기 규제에 관한 이 판례의 특색을 살펴보면, 비록 지역은 달리 하지만 주된 상품과 종된 상품이 ‘택지’라는 점이고, 끼워팔기 행위자가 공기업이며 그 상대방이 일반소비자가 아닌 사업자라는 점이다. 끼워팔기 규제의 주된 근거를 종된상품 시장에서의 경쟁의 감소에서 찾는 이상에는 주된 상품과 구별되는 종된 상품 시장의 존재 여부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끼워팔기를 우월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가 그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로만 보거나 상품선택상의 자유제한으로 보는 한에서는 상품의 독립성 또는 주된 상품과 종된 상품의 별개성에 관한 검토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대상판례는 끼워팔기에 대한 부당성판단의 기준을 종된 상품을 구입하도록 한 결과가 상대방의 자유로운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등 가격과 품질을 중심으로 한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른다고 하였다. 이는 ‘거래상대방으로 하여금 자기가 구입하고자 하지 않는 상품의 구입을 강제함으로써 거래 상대방의 선택의 자유를 침해… ’라고 한 원심의 판단을 확인한것으로서 일본이나 우리나라의 통설적 견해이기도하다. 그러나 비인기토지 시장에서의 경쟁감소내지 저해의 문제는 ‘자유로운 선택의자유’에 가리워저 어느 정도 고려되고 검토되었는지 모르겠다. 2. 행위자와 시장지배적 사업자성 대상판례는 행위자인 사업자에 관하여, 사업자는 자기가 공급하는 상품 또는 용역 중 거래 상대방이 구입하고자 하는 상품 또는 용역(주된 상품)을 공급하는 사업자가 주된 상품을 공급하는 것과 연계하여 거래 상대방이 그의 의사에 불구하고 상대방이 구입하고자 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덜 필요로 하는 상품 또는 용역을 구입하도록 하는 상황을 만들어낼 정도의 지위를 갖는 것으로 족하고 반드시 시장지배적 사업자일 필요는 없다고 하여 우월적 지위만으로 족하다는 통설의 입장과 같은 견해를 취하고 있다. 만약 행위자인 사업자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면 거래강제로 규제하기보다는 거래상의 지위남용행위로 규제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Ⅳ 맺는 말 대상 판례는 ‘끼워팔기’에 대한 최초의 판례이며, 택지를 ‘끼워팔기’의 목적물로 인정한 최초의 판례라는 데 큰 이미가 있다. 다만, 그 위법성의 근거를 고객의 상품선택상의 자유를 제한 한다는 점 뿐만 아니라 끼워팔리는 상품시장에서의 경쟁감소 문제도 아울러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때에는 토지공사의 ‘끼워 팔기’ 행위가 조직적이고 반복적으로 계속하여 행하여졌는가의 여부, 행위의 범위, 상대방의 수·규모, 비인기토지 분양사업자의 시장점유율, 비인기토지를 둘러싼 경쟁자의 수·규모 등이 광범위하게 검토되어야 할것이다.
2007-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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