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숲, 대체 불가능한 숲과 집의 가치 - 르엘 어퍼하우스
logo
2024년 4월 27일(토)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공기업
검색한 결과
10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인터넷
헌법사건
공공기관등 게시판 인터넷실명제 사건
1. 대상결정의 개요 가. 사건개요 청구인은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 자유토론 게시판’, ‘서울 동작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그 밖에 공기업·준정부기관 및 지방공사·지방공단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자신의 의견을 게시하려고 하였으나, 위 각 게시판의 운영자들이 게시판 이용자가 본인임을 확인하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어서 곧바로 의견을 게시하지 못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자신의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대상조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5(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려면 그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을 위한 방법 및 절차의 마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이하 “본인확인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 1.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제3항에 따른 공기업·준정부기관 및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사·지방공단(이하 “공공기관등”이라 한다) 다. 결정요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 등이 포함된 정보가 게시될 경우 그 게시판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되고 결국에는 게시판 이용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공공기관등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의 경우 본인확인조치를 통해 책임성과 건전성을 사전에 확보함으로써 해당 게시판에 대한 공공성과 신뢰성을 유지할 필요성이 크며, 그 이용 조건으로 본인확인을 요구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시판의 활용이 공공기관등을 상대방으로 한 익명표현의 유일한 방법은 아닌 점, 공공기관등에 게시판을 설치·운영할 일반적인 법률상 의무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심판대상조항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이라는 한정적 공간에 적용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크지 않다. 그에 반해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의 유통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얻게 되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이라는 공익은 중요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반대의견(재판관 4인)] 심판대상조항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모든 게시판에서 본인확인을 한 경우에만 정보를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본인확인을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서 표현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고, 게시판에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표현의 내용과 수위 등에 대해 자기검열을 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서,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2. 평석 가. 인터넷실명제의 의의 및 연혁 인터넷실명제 또는 본인확인제란 인터넷 이용자가 인터넷상의 게시판에 글을 게시하거나 자료를 등록하는 경우 또는 뉴스 기사 등에 대하여 댓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서비스 이용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 신원정보가 확인된 경우에 한하여 글을 등록하거나 자료를 올릴 수 있게 하여 글의 작성자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실명제의 주요 연혁은 아래와 같다. 나. 익명표현의 자유의 사회적 기능 헌법 제21조 제1항 표현의 자유가 보호하고자 하는 핵심가치가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나 의견을 외부에 표명하는 데에 있다고 한다면, 익명성이 보장되는 경우에 더 잘 실현될 수 있고, 그것이 실명으로 표현되든 익명으로 표현되든 그 표현방식이나 표현방법은 의사표현자의 선택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익명으로 이루어지는 표현의 경우, 보복이나 차별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전파하여 국가권력이나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의사를 국가의 정책결정 등에 반영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의 핵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익명표현은 인터넷이 가지는 정보전달의 신속성 및 상호성과 결합하여 현실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국민 의사를 평등하게 반영하여 현실 공간에서의 경제력이나 권력에 의한 위계구조를 극복하여 계층·지위·나이·성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국민 의사를 평등하게 반영하여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되게 한다. 따라서 비록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표현이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갖는 헌법적 가치를 중시하여 강하게 보호되어야 한다(헌재 2012. 8. 23. 2010헌마47등). 다. 대상결정의 한계와 입법론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익명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위 〈표〉에서 보듯이, 2012. 8. 23. 인터넷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과한 조항에 대하여(2010헌마47등), 2021. 1. 28. 인터넷언론사가 선거운동기간 중 당해 홈페이지의 게시판을 운영하는 경우 실명을 확인받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의무를 부과한 조항에 대하여(2018헌마456등) 각 위헌결정을 하였다. 그런데 대상결정은 이러한 익명표현의 자유 강화에 역행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상결정에서 실명게시판 유지의 이유로 우선,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 등이 포함된 정보가 게시될 경우 그 게시판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되고 결국에는 게시판 이용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공공기관등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음을 들었다. 그러나 반대의견이 지적한 것처럼, 심판대상조항과 달리 본인확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본인확인을 할 수 있도록 하여 공공기관등의 신뢰성과 원활한 업무수행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모든 게시판에서 이용자에 대한 본인확인조치를 요구하고, 결과적으로 본인확인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게시판에서 표현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청구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사건 심판과정에서 게시판 운영에 대해, 외교부는 실명제 폐지의사를, 경찰청은 실명제 유지의사를, 다수의 지방자치단체는 실명제이든 익명제이든 무차별하다는 의사를 각 제시하였다. 다음으로, 인터넷의 동시성, 전파성, 시간·공간의 무제약성이라는 상황적 조건으로 인해 게시판에 위법한 내용이 게시되면 그로 인한 피해가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고, 이는 공공기관등의 게시판에 게시된 내용이 추후 삭제되더라도 마찬가지일 수 있음을 들었다. 그러나 익명표현의 자유가 지니는 사회적 기능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규율하고 있는 공적 영역은 그렇지 않은 영역에 비하여 오히려 자기검열로 위축될 우려가 크므로 익명표현의 자유가 더욱 강하게 보장될 필요가 있는 곳이다. 따라서 반대의견이 밝힌 것처럼 익명표현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더라도, 이는 관리자에 의한 해당 정보의 삭제, 게시판 관리·운영자에 대한 불법정보 취급의 거부·정지 또는 제한명령(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2항, 제3항), 위 정보를 게시한 이용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의 추궁 등의 방법을 강구하는 방식으로 대처하여야지 익명표현의 자유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을 택해서는 아니된다. 위 [표]에서 나타나듯, 헌법재판소가 선거운동기간 중 게시판 인터넷실명제에 대해 3차결정에서 위헌으로 선고한 것처럼 심판대상조항 역시 향후 2차, 3차결정에서 위헌으로 변경될 수 있으나, 그 과정에서 국민의 익명표현의 자유가 계속 침해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헌법재판소의 기각결정에는 위헌결정과 달리 기속력이 인정되지 않는 점, 공공기관의 특성에 따라서는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을 부인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일률적·필요적 실명확인제를 선택적·임의적 실명확인제로 개선함이 타당하다. 현행법하에서는 게시판을 익명제로 운영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 본인확인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김광재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인터넷실명제
정보통신망법제44조의5
표현의자유
김광재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2023-07-08
민사일반
관급공사 도급계약에서 발생하는 간접비에 대한 소고
우선 지면상 ① 국가계약법(이하 관급공사 도급계약에 적용되는 각 법률 및 법령을 통칭하여 '국가계약법')상 다년도계약 체결 방식은 계속비계약과 장기계속계약으로 나뉜다는 점 ② 장기계속계약에서 수급인 측의 귀책사유 없이 총공사기간이 연장될 경우 추가 간접비가 발생하는 구조와 이를 청구하기 위한 요건 및 필요성 등에 대해서는 상세히 논하지 못함과 각주로 처리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존재함을 미리 밝힌다. 다만 독자의 이해를 위하여 예를 들어 7년의 장기계속계약에서는 7년을 명시한 총괄계약이 먼저 체결되고 이후 매년 1년짜리 차수별계약이 별도로 체결되면서 그 해의 공사비용도 정산하여야 하는데 간접비의 경우는 누구의 책임으로 공사가 지연되었는지를 함께 밝혀야 하기 때문에 해당 연도에 발생한 추가 간접비를 청구하지 못한 채로 다음 연도로 넘어가는 일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는 점 정도만 간략히 기재한다. I. 대상판결(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235189 전원합의체 판결) 사건의 경과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의 수급인인 원고들은 이 사건 공사기간이 약 2년간 연장됨에 따른 추가 간접비를 청구하게 되었다. 1·2심에서는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대상판결은 장기계속계약에서의 총괄계약에 기재된 총공사기간이나 총공사금액에는 법적 구속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II. 대상판결의 분석 1. 대상판결에서의 쟁점 대상판결에서는 장기계속계약 방식의 관급공사 도급계약에서 이미 지난 차수의 공사기간에서 발생한 추가 간접비를 총괄계약 종료 전이기만 하면 청구할 수 있는지가 주요 다툼의 대상이 되었고 그 결과 장기계속계약에서 총괄계약과 각 차수별 계약의 법리적 성격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구체적으로는 총괄계약상 총공사기간의 계약상 구속력이 인정될 수 있는지)로 쟁점이 집중되었다. 2.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의 요지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장기계속계약에서의 총괄계약상 전체적인 사업 규모나 공사금액, 공사기간 등에 대해서는 구속력이 직접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 근거로서 예산일년주의나 차수별 준공대가 수령 전 계약금액 조정 신청의무 조항 등을 들었다. 반면 소수의견은 총공사기간 등에 구속력이 인정된다고 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이는 계약 상대방에게 불이익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3.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적인 고찰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점들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가. 처분문서 해석의 법리에 반하는 결과 - 계약 당사자들의 의사 및 실무례 대상판결은 국가계약법상 계약이 공공기관 등과 계약 상대방이 대등한 지위에서 체결하는 사법상 계약임을 강조하고 있다. 위와 같은 결론과 처분문서 해석에 관한 대법원의 태도를 종합하면 총공사기간의 구속력에 대하여 계약의 양 당사자가 어떠한 의사를 가지고 있었는지와 통상 실무상 어떻게 취급되어 왔는지에 의하여 계약이 해석되어야 한다. 총공사기간 7년의 장기계속계약이 체결될 때 당사자들이 '7년짜리 계약을 1년으로 쪼개어 체결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1년짜리 계약을 체결하다 보니 7년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의 문제이다. 실무상 당사자들은 총공사기간 동안 하나의 공사가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현장사무소를 운영하는 것이 통상적이고 차수별계약이라는 형식적인 시간대 별로 나누어진 공사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 계약 상대방에 대한 불이익을 금지하는 일반조항을 후퇴시키는 결과 발생 총공사기간의 구속력 유무에 대한 결론과 무관하게 국가계약법상 일반원칙은 여전히 관급공사 도급계약에 적용된다. 국가계약법 제5조는 계약 상대방에 대한 불이익을 금지하는 대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계약법과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또한 마찬가지이다. 국가계약법상 다년도계약은 예산이 확보된 계속비계약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나 장기계속계약은 오로지 발주자의 사정이나 편의에 의하여 체결되는 것이다. 따라서 계속비계약이 아닌 장기계속계약 방식으로 계약이 이행됨에 따라서 수급인인 민간 사업자가 입게 될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장기계속계약 제도는 일본의 회계법에 규정된 것을 도입한 것인데 일본의 경우는 장기계속계약의 적용범위를 전기·가스·수도 및 공공전기통신 역무 등 해당 연도에 이루어진 역무 범위를 특정하기 쉬운 종류에 한정시키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대형공사에까지 확대시키고 있어 계약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해주어야 할 필요성은 더욱 크다. 따라서 해당 차수별 기간으로 계약상 권리의무를 제한하는 법리를 장기공사에 적용함에는 매우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국가계약법상 장기계속공사계약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청구는 각 차수별 준공대가 수령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간접비를 청구하는 경우까지 형식적으로 적용하게 된다면 발주자 측의 일방적 사정으로 장기계속계약 방식을 택하는 것이 현실인 점을 고려할 때 계속비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보다 불리한 조건을 계약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특약금지의 원칙에 반하게 된다. 다. 국가계약법상 계약금액 조정 관련 조항의 규정 목적(예산 확보로 인한 결과 및 부실공사 방지)에 반하는 결과 발생 국가계약법상 계약금액 조정 제도를 둔 이유는 ① 세수의 증가로 계약금액을 증액해 줄 예산 재원의 확보 ② 건설비용의 증가에 따라 계약금액을 증액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부실공사 방지에 있다. 간접비는 차수별계약의 특정 기간에만 영향을 미치는 비용이 아님에도 그 시적 한계만을 강조하여 청구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이는 그만큼의 부실공사가 발생할 가능성을 높게 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장기계속계약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계약방식으로 인하여 계약의 적정한 이행이라는 대원칙이 훼손되는 결과까지 입법자가 의도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라. 국가계약법상 사인으로서의 지위와 공적기관으로서의 지위가 적용되어야 할 영역이 오히려 바뀐 해석 국가계약법에는 발주자에게 공적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강조하는 영역이 있다. 계약금액의 조정과 관련된 부분이 그러한 영역 중 하나이다. 대상판결은 발주자가 예산을 확보하여 둔 경우보다 더 가혹하고 불리한 결과를 계약 상대방으로 하여금 감내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 불리한 지위에서 장기계속계약을 체결한 사인에게 재차 사적자치의 원칙을 강조하여 간접비를 포기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이러한 영역에서의 해석상 타당한지 의문이다. 대상판결의 결론은 국가계약법이 예정하는 강조점(공적기관으로서의 지위에서 계약금액 조정에 성실히 응할 의무의 존재)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는 비판을 면하기가 어렵다. 마. 간접비 리스크의 부정적 영향 발생 대상판결에 따르더라도 계약 상대방이 매 차수별 준공시마다 간접비를 발주자에게 청구하면 되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는 두 가지 어려움이 있다. 첫째는 증명의 어려움인데 추가 간접비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액수 외에도 계약 상대방의 귀책사유가 아니라는 점을 밝혀야 한다. 둘째는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이다. 관급 공사의 수주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의 건설업계에서 위 처분은 사실상 사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정도로 기업의 존폐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계약 상대방으로서는 남은 계약기간 동안 발주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느냐 아니면 분쟁의 소지가 발생하더라도 매년 발주자에게 불리한 사유를 주장하면서 간접비를 청구하느냐의 갈림길에서 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그런데 간접비 청구 포기는 배임의 문제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어서 선택을 어렵게 한다). 이와 같은 리스크로 인하여 건설회사들로서는 공사입찰에 참여할지 여부에 대해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우량한 업체의 경우 리스크를 부담하기 싫어 입찰을 포기하게 되고 리스크에도 불과하고 일단 낙찰을 받기에 급급한 업체들만이 입찰에 참가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이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공사의 경우 더욱 그러할 것이다) 국가계약법이 이와 같은 결과를 의욕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III. 맺으며 법리적인 관점에서만 볼 때 대상판결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국가계약법상 장기계속계약 방식이 대규모 공사에 대해서도 도입되어 버린 점, 수없이 체결되었고 앞으로도 체결되어야 할 장기계속계약들의 이행 실무, 국가계약법상 계약금액 조정 관련 조항은 부실공사를 방지함에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소수의견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최근 발의된 국가계약법 개정안에는 장기계속계약상 총공사기간의 구속력을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바 이는 사법적 판단을 회피하기 위한 개정이 아니라 사법적 판단을 열어주기 위한 개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준민 교수 (전남대 로스쿨·변호사)
공사대금청구
장기계속공사계약
대림산업
서울시
이준민 교수 (전남대 로스쿨·변호사)
2020-09-14
행정사건
사법상 계약에 의거한 행정처분의 성립가능성 문제
Ⅰ. 사안의 개요 자사제품에 대해 조달청장으로부터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된 다음, 갑은 조달청과 사이에 갑이 각 수요기관으로부터 해당 제품에 대한 납품요구를 받으면 계약금액의 범위 안에서 해당 제품을 실제로 그 수요기관에 납품한 후 조달청장으로부터 대금을 지급받기로 하는?물품구매계약(제3자를 위한 단가계약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하였다. 이?물품구매계약에는 ‘갑은?물품구매계약 추가특수조건(이하 ‘추가특수조건’이라 한다)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취지와 ‘이 사건 제품의 규격은 우수조달물품(모자이크스톤블록) 규격서와 같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조달청장이 "甲이 이 사건 수요기관에 공급하고 있는 제품에 대한 계약이행내역 점검 결과 계약 규격과 상이한 점이 있다"는 이유로 추가특수조건 제22조 제1항 제16호에 따라 갑에 대하여 6개월의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거래정지 조치를 취하였다(이하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라 한다). 이에 갑은 거래정지조치에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제1심(서울행정법원 2014.11.6. 선고 2014구합60924판결)은 인용판결을 내렸지만, 항소심(서울고등법원?2015.9.4.?선고?2014누71469?판결)은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는 계약상 의사표시에 불과하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소를 각하였는데, 상고심은 항소심과 정반대의 입장에서 파기환송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조달청이 계약상대자에 대하여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의 거래를 일정기간 정지하는 조치는 전자조달의 이용 및 촉진에 관한 법률,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하여 보호되는 계약상대자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법률상 이익인 나라장터를 통하여 수요기관의 전자입찰에 참가하거나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 등록된 물품을 수요기관에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지위를 직접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 거래정지 조치는 비록 추가특수조건이라는 사법상 계약에 근거한 것이지만 행정청인 조달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로서 그 상대방인 갑 회사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고, 다만 추가특수조건에서 정한 제재조치의 발동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위 거래정지 조치가 위법하므로 갑 회사의 행위가 추가특수조건에서 정한 거래정지 조치의 사유에 해당하는지, 추가특수조건의 내용이나 그에 기한 거래정지 조치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령 등을 위반하였거나 평등원칙, 비례원칙, 신뢰보호 원칙 등을 위반하였는지 등에 관하여 나아가 살폈어야 하는데도, 위 거래정지 조치가 사법상 계약에 근거한 의사표시에 불과하고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소를 각하한 원심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Ⅲ. 문제의 제기 행정처분의 개념적 징표 가운데 하나가 ‘공권력의 행사’인데, 이는 공법영역에서의 일방적 조치이어야 비로소 행정처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상판결도 인정하듯이,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는 추가특수조건이라는 사법상 계약에 근거한 것이다. 사법계약에 따른 조치를 행정처분으로 본다는 것은 사법상 계약에 의거한 행정처분의 성립가능성을 시인한 셈이 된다. 대상판결 및 그와 동지인 대법원 2018.11.15. 선고 2016두45158판결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Ⅳ. 항소심의 논거 항소심(서울고등법원?2015.9.4.?선고?2014누71469?판결)은 다음의 논거로 소를 각하하였다: ① 추가특수조건 제22조 제1항 제16호 등은 계약의 일부로서 원고가 그 적용에 동의한 경우에만 당사자 사이에서 구속력이 있을 뿐 법규로서의 효력이 없으므로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는 법령이 아니라 계약에 근거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 점, ②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는 민간의 일반 종합쇼핑몰에서 계약상 의무위반에 대하여 계약에 부가된 조건에 따라 권리를 행사하는 것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는 점, ③ 피고가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원고에게 보낸 문서에도 계약위반에 따라 거래정지를 한다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 달리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를 행정처분으로 볼 수 있는 외형이 보이지 않는 점. 판례는 공기업과 준정부기업이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를 함에 있어서 법령이나 계약에 근거하여 선택적으로 취할 수 있다고 본다(대법원 2018.10.25. 선고 2016두33537판결). 아울러 판례는 정부투자기관이 공공계약을 체결하면서 부가한 입찰참가제한 특약을 사법상 계약으로 보며, 아울러 그에 의한 입찰참가제한조치 역시 사법상의 조치로 본다(대법원 2014.12.24. 선고 2010다83182판결 등). 이런 맥락에서 원심은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를 전적으로 추가특수조건이라는 사법상 계약의 차원에서 접근한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가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등과 같이 법률에서 직접 규정한 것이어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보아,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를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와는 구별되게 접근하였다. Ⅴ. 대상판결의 논증상의 문제점 사법상 계약인 추가특수조건에 의거한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가 공법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민사논리를 수정하는 논거가 필요하다. 사법관계를 수정시키는 명문의 규정을 통해 그 사법관계는 공법관계가 된다. 대표적으로 국유일반(잡종)재산의 대부료 징수는 국세징수법상의 체납처분규정의 준용으로 인해 민사소송의 방법으로 관철할 수 없다(대법원 2014다203588판결 등). 명문의 규정이 없다면, 강한 공익상의 요청이 있거나 공권력주체로서의 우월적 지위가 확인되어야 한다. 대상판결은 전자조달법 및 구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종합쇼핑몰운영규정(조달청 고시), 구 다수공급자계약 업무처리규정(조달청훈령)에 의거해서 처분성을 논증하였다. 전자조달법은 처분성 논증에 아무런 착안점을 제공하지 않는다. 구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종합쇼핑몰운영규정(조달청 고시)과 구 다수공급자계약 업무처리규정(조달청훈령)은 국가계약법과 조달사업법의 단가계약을 효과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규정이다. 따라서 이들 규정은 -판례가 행정처분으로 보는 국가계약법상의 행정청의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의 경우를 제외하고- 사법상의 계약인 단가계약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이들 규정에서 공법적 착안점을 구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Ⅵ. 처분성인정에 따른 후속 물음: 법률유보의 물음 단가계약이 사법계약인 이상, 그것을 집행하는데 특별한 공법적 메커니즘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국가계약법의 차원에서 그런 점이 규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 거래정지조치를 처분으로 볼 때, 제기될 수 있는 물음이 법률유보의 원칙이다. 일찍이 필자는 근거규정의 성질과 처분성인정여부는 연관되지 않음을 강조하였는데 판례가 이를 채용하였다(이런 사정은 김중권, 행정법 제3판, 2019, 210면 이하). 그리하여 대법원 2005.2.17. 선고 2003두14765판결은 처분성 여부를 논증한 다음, 법률유보의 원칙을 적용하여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임원에 대한 금융감독원장의 문책경고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대법원 2016두45158판결의 원심((대전고등법원 2017.1.26. 선고 2016누11801판결)은 처분으로서의 이 사건 거래정지조치가 아무런 법률상 근거 없이 추가특수조건이나 쇼핑몰운영고시에 근거하여 이루어져서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공히 이 사건 거래정지조치의 처분성을 인정한 대상판결과 대법원 2005.2.17. 선고 2003두14765판결이 본안판단에서 법률유보의 물음을 제외하다시피 하는 식의 논증을 한 것은 처분성 및 위법성의 논증에서의 앞선 판례의 기조와는 맞지 않는다. 이런 논증상의 모순은 실은 이 사건 거래정지조치를 처분으로 본 데서 비롯되었다. Ⅶ. 맺으면서-처분성인정이 능사가 아니다. 처분성의 확대는 행정상의 권리구제가 여의치 않을 때 강구할 수 있다. 민사적 권리구제가 주효한 경우에는 처분성의 확대가 동원될 상황이 아니다. 처분성의 인정의 裏面에는 행정의 우월적 지위가 합리화되고 제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불가쟁력의 존재나 공익과 사익의 형량과정 등의 차원에서 보면, 국민의 권리구제의 측면에서 행정소송이 민사소송보다 항상 더 유리하다고 확신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자칫 공법과 사법의 구별 시스템을 무색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생각건대 대상판결은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참가제한 및 행정계약의 해지와 관련해서 부당하게 처분성을 인정한 판례가 빚은 결과로 여겨진다.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나라장터
조달청
거래정지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2019-05-27
부동산·건축
임대주택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 ‘실제 건축비’의 적용 한계
- 대법원 2011. 4. 21. 선고 2009다97079 전원합의체판결 - 대법원은 법질서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대법원이 법리를 일반화 하여 판시하는 경우, 후속 사건에서 그 적실성이 문제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하급심의 일반론적인 판시를 대법원이 그대로 원용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하급심은 개별 사건 해결이 목적이지만 대법원은 법질서의 통일과 기준을 추구하므로, 하급심 판시가 그대로 대법원 법리가 되는 것에는 위험성이 따른다. 하급심의 논지가(그 개별사건에서) 타당하더라도 대법원은 이를 상고심의 기능적 관점에서 다시 세분하게 걸러내어야 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11. 4. 21. 선고 2009다97079 전원합의체판결(이하 '전원합의체판결')을 보면, 상고심의 법리 설정에서 과도한 일반화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이는 하급심의 일반론적인 판시를 대법원이 더 걸러 세분화하지 않고 그대로 원용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전원합의체판결의 주된 내용은 임대주택법에 따라 임대주택을 장기임대한 후 임차인에게 우선분양을 할 때, 분양전환가격의 산정기준 법령(임대주택법 시행규칙 [별표1])이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강행법규'라는 것이고, 또 '표준건축비는 분양전환가격에 반영되는 건축비의 상한가격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건축비와는 명확히 구별되고, 분양전환가격의 산정기초가 되는 건설원가는 표준건축비가 아닌 건축비를 기준으로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분양전환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건축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표준건축비의 범위 내에서 실제로 투입된 건축비를 의미하고 표준건축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전원합의체판결이 있은 후, 전국에서 수많은 임대주택 임차인들이 민간임대사업자('한국토지주택공사' 제외)를 상대로 수백 건의 부당이득 청구소송(즉 '실제 건축비가 아닌 표준건축비로 계산한 분양전환가격 해당 부분의 반환청구')을 제기하여 현재 많은 하급심과 상고심에 계류 중이다. 그런데 전원합의체판결은 '실제 건축비' 개념을 전개하면서 원심(광주고등법원 2009. 11. 11. 선고 2008나7054 판결)의 '실제 건축비' 관련 판시를 적용범위에서 더 세분화하지 않고 그대로 판시하였는데, 원심은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관련 사안이었고 민간임대사업자 관련 사항이 아니었으므로 전자에만 한정되는 법리를 전개하였어야 했는데, 이들을 포괄하는 것으로 일반화 하였다. 이에 대해 두 가지 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전원합의체판결에서 적용된 2008. 3. 21. 법률 제896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 임대주택법 시행규칙 [별표1](이하 '[별표1]')은 "건설원가=최초 입주자모집당시의 주택가격+자기자금이자-감가상각비"로 규정하면서, '최초 입주자모집당시의 주택가격'을 "건축비 및 택지비를 기준으로 입주자모집승인권자가 산정한다"고 하였다. 이에 따르면, '입주자모집당시'에 '건축비'는 '입주자모집승인권자'(시장·군수·구청장)가 산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선 모집, 후 입주' 방식의 임대주택 건설에 있어서 입주자모집당시에 '실제 건축비'가 존재할 수 없으며, 단지 '추정된 건축비' 혹은 '표준건축비'만 가능하다. 따라서 전원합의체판결이 이때도 '실제 건축비'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것은 불가능한 것을 요구한 것이므로 타당하지 않다. 논리적으로 보면, 전원합의체판결은 분양전환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건축비는 '입주자모집승인권자가 산정한 표준건축비를 상한으로 하는 추정된 건축비'라고 보았어야 했을 것이다. (한편 추정된 건축비가 표준건축비와 일치되더라도 표준건축비를 초과한 것이 아니므로, 그것만으로 입주자모집승인권자의 건축비 산정이 중대·명백한 하자가 있다거나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별표1]은 "산정가격=분양전환당시의 건축비+입주자모집공고당시의 택지비+택지비이자"라고 하여 '분양전환당시의 건축비'라는 개념을 쓰고 있으나, '산정가격'은 분양전환가격의 '상한선'을 의미하는 것일 뿐이므로([별표1]의 1.나.), '건축비'의 경우 그것은 '표준건축비'(건축비의 상한가격)를 의미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 '분양전환당시의 건축비'라고 해서 마치 '분양전환당시의 실제 건축비'인 것으로 오해의 여지를 주었으나, 2014. 7. 16. 개정된 [별표1]은 명백하게 '분양전환당시의 표준건축비'라고 규정하였다(2.다.). 그러므로 [별표1]의 '산정가격' 개념으로서 전원합의체판결의 '실제 건축비' 판시를 정당화 할 수 없다(대판 2013다203468 참조: "상한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분양전환 당시의 건축비'는 '분양전환 당시의 표준건축비'를 의미한다."). 전원합의체판결이 '표준건축비'와 구분되는 '실제 건축비' 개념을 상정한 것은 개념적 타당성은 지니나, 분양전환가격의 산정의 기초가 되는 건축비(건설원가)를 '실제 건축비'로 단정한 것은 [별표1]의 규범구조를 제대로 반영 못한 것이다. 왜 전원합의체판결은 그런 판시를 하였을까? 그것은 사안이 민간임대사업자가 아닌 LH에 관한 것이었고, LH는 [별표1]에도 불구하고(민간임대사업자와 달리) 입주자모집승인권자의 건축비 산정 없이 스스로 건축비를 산정하기 때문이다{구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8조(현 제20조 제1항) 참조}. 사안에서, LH는 건축비로서 표준건축비를 산정하였고, 원심은 임차인의 이익 보호 차원에서 (즉, LH가 공기업으로서 과도한 이익을 내는 것을 비판하며) 그러한 산정은 타당하지 않으며, LH가 '향후 분양전환가격은 이 금액을 기초로 다시 산정함'이라 하였으니 분양전환당시의 건축비는 '실제 건축비'로 산정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즉 LH에 맞춰진 판시였는데, 전원합의체판결이 이를 그대로 원용하여 원심과 동일하게 '실제 건축비' 판시를 한 것이다. 전원합의체판결의 그러한 법리는 결국 LH에게는 타당하지만 입주자모집승인권자가 입주자모집공고 당시의 건축비를 산정하여야 하는 민간임대사업자의 경우는 타당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급심의 사안 해결을 위한 판시가 상고심의 법리로 여과 없이 일반화 된 것이다. 둘째, 전원합의체판결의 '실제 건축비' 판시는, 2008. 3. 21. 전부 개정된 임대주택법이 새로이 시장·군수에 의한 '분양전환가격 승인제도'(제21조 제3항, 제4항)를 규정하고 있어(LH에는 이것 역시 비적용), 그런 승인제도 하에서는 더욱 더 타당성이 결여된다. 행정청의 분양전환가격 승인은 임대의무기간이 끝나 매각금지가 해제된 뒤에 사인 간에 행해지는 법률행위(분양계약)의 효력을 완성시켜주는 '인가'(사권형성적 행위) 혹은 독립된 행정처분이므로, 행정행위로서의 존속특권(이른바 공정력)을 지닌다. 그런데 동 승인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별지1의 규범구조상 '실제 건축비'를 기초로 하기가 불가능한바, 따라서 행정청에 의하여 승인된 건축비가 실제 건축비가 아니라 추정된 건축비 혹은 심지어 표준건축비라 하더라도, 그것이 중대·명백한 하자라 볼 수 없다. 분양전환가격의 기초가 된 건설원가 중 건축비가 '실제 건축비'가 아니었다고 해도 행정청의 분양전환가격 승인행위가 무효화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결국 전원합의체판결의 '실제 건축비' 판시는 행정청의 분양전환가격 승인의 내용이 실제 건축비와 다르게 이루어진 경우에 현실적으로 관철될 수가 없다. 결론적으로, 전원합의체판결은 개별 사안(LH 관련)에 대한 하급심 판시를 그 적용대상의 그룹에 따라 세분하지 않고 전체 임대사업자(LH와 민간임대사업자)에게 지나치게 일반화함으로써, [별표1]의 규범구조와 체계를 올바로 반영하지 못하였다. 그와 같이 대법원의 법리가 기능적으로 세분화되지 못한 경우 하급심에서 법적 혼란이 초래될 수 있으며, 또한 하급심이 대법원의 법리를 무리하게 적용·관철할 경우, 법리가 실타래처럼 더 꼬여 문제의 합리적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전원합의체판결에서 그런 문제가 나타나게 된 배경에는 법률(임대주택법)의 포괄적 위임에 따라 행정기관(국토교통부)이 사적 분양계약에 간섭하는 복잡한 분양전환가격 규제체계를 '서툴게' 만든 것이 한몫했다. 입법자는 분양전환가격의 산정기준에 관한 기본 사항을 법률에 정하지 않고 모두 행정기관에 위임하여 법률유보(의회유보)원칙을 훼손하였다. 행정의 기술적 전문성과 융통성 인정이 오히려 법적 혼란과 자의성을 초래할 수 있다. 또 시장경제질서에서 임차인을 일방적으로 보호하고, 임대사업자의 이해관계는 무시하고 '적정한 이윤'까지 제어하는 규제위주의 법제는 동의할 수 없다. 현재의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서 민간임대사업자에 대한 분양전환 규제가 폐지된 것은 바람직하다. 전원합의체판결에서 대법원이 [별표1]의 강행법규성을 인정한 것은 납득되나, 하급심이 개별사안에서 판시한 '실제 건축비' 개념을 거르지 않고 [별표1]의 규범구조에 포괄적으로 대입시킴으로써 법질서의 통일성과 기준설정 기능에 미흡했다고 본다.
임대주택
건축비
분양전환가격
2016-11-21
토지임차인이 지출한 토지조성공사비용의 매입세액 공제여부
1. 사실관계 원고는 전주시 소유의 토지를 임차하여 골프장으로 조성한 후 20년간 사용 후 전주시에 기부채납하는 내용의 공유재산대부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골프장을 조성하면서 토지조성공사비용(토목공사, 정지작업, 토사매입, 폐기물처리, 교통영향평가, 코스설계, 도시계획변경 등)을 지출하였다. 원고는 조성공사비용에 대한 매입세액을 매출세액에서 공제되는 매입세액으로 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해당 세무서는 위 조성공사비용은 토지관련 조성비용으로 매입세액 불공제대상이라는 이유로 위 매입세액을 매출세액에서 공제하지 아니하기로 하여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원고가 1심에서 승소하였으나, 2심에서 패소하였고 대법원에서 원심판결이 파기되었다. 2. 판결요지 부가가치세법의 규정과 입법 연혁, 토지관련 매입세액을 불공제하는 취지는 토지가 부가가치세법상 면세재화이어서 그 자체의 공급에 대해서는 매출세액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그에 관련된 매입세액도 공제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 있고, 일반적으로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은 당해 토지의 양도시 양도차익을 산정함에 있어 그 취득가액에 가산하는 방법으로 회수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은 토지 소유자인 사업자가 당해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하여 한 자본적 지출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당해 토지의 소유자 아닌 자가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의 성격을 갖는 비용을 지출한 경우 그에 관련된 매입세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입세액 불공제대상인 토지관련 매입세액에 해당하지 않는다. 3. 쟁점과 관련 법령 이 사건의 쟁점은 부가가치세법령상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의 의미와 해당 지출자가 토지소유자인지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지 여부이다. 부가가치세법 제17조(납부세액) 제1항은 '사업자가 납부해야 할 부가가치세액은 자기가 공급한 재화 또는 용역에 대한 세액(매출세액)에서 자기의 사업을 위하여 사용되었거나 사용될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 또는 수입에 대한 세액(매입세액)을 공제한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 제4호는 위 제1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매출세액에서 공제하지 아니하는 매입세액의 하나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토지관련 매입세액을 규정한다. 동법시행령 제60조 제6항은 '법 제17조 제2항 제4호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토지관련 매입세액"이라 함은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에 관련된 매입세액으로서, 토지의 취득 및 형질변경, 공장부지 및 택지의 조성 등에 관한 관련된 매입세액(제1호), 건축물이 있는 토지를 취득하여 그 건축물을 철거하고 토지만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철거한 건축물의 취득 및 철거비용에 관련된 매입세액(제2호), 토지의 가치를 현실적으로 증가시켜 토지의 취득원가를 구성하는 비용에 관련된 매입세액(제3호)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4. 평석 가. 부가가치세 제도와 매입세액 공제 부가가치세 과세방법으로 전단계 세액공제법을 채택하여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공제하여 납부세액을 계산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매출세액에서 공제가 부인되는 매입세액은 1) 의무를 태만하였거나 불이행함으로 인하여 공제하지 아니하는 매입세액(법 제17조 제1항 제1호, 제1호의 2), 2)거래의 성질에 따라 공제하지 아니하는 매입세액(제2호; 사업과 직접 관련 없는 지출에 대한 매입세액, 제3호 : 비영업용 소형승용차의 구입과 유지에 관한 매입세액, 제3호의 2 : 접대비 등의 지출에 관련된 매입세액, 제4호 : 면세사업에 관련된 매입세액 및 토지관련매입세액)으로 구분된다. 그 중 이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토지관련 매입세액이다. 나. 법령 및 판례의 변천 토지조성비용에 대한 매입세액 공제여부가 다투어진 사건이 다수 있다. 주로 대규모 조성사업이 행해지는 골프장 부지와 관련하여 발생하였다. 당초 법(1993. 12.31. 개정 전)에서는 면세되는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는 사업에 관련된 매입세액만 불공제 대상으로 규정하였는데, 실무상 임대에 공하는 매입인지 토지원가에 공하는 매입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발생함에 따라 시행령만 개정(1993. 12.31.)하여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에 관련된 매입세액을 불공제한다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신설된 조항의 취지에 대하여 대법원(94누1449 전원합의체 판결)은 토지의 조성 등에 따른 거래행위가 부가가치세 납부의무가 면제되는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그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에 관련된 매입세액을 매출세액에서 공제하지 않는다는 당연한 이치를 규정한 것으로 보았다. 위 판결의 다수의견은 사업관련성이 인정되는 매입세액은 위 규정에서 열거하고 있는 것 외에는 법 제17조 제1항에 따라 모두 공제되어야 하며, 지금까지 매입세액을 공제해 주던 과세관청이 갑자기 시행령만을 개정하여 이를 공제하지 않을 수 있도록 용인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하면서 골프장 부지조성을 위한 용역의 대가를 매입세액으로 사업자의 매출세액에서 공제하는 것을 인정하였다. 그 이후 정부는 법령의 개정을 통해 토지에 대한 자본적 지출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함으로써 과세관청과 납세자간 마찰 소지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한편 국세심판원은 과세관청이 토지관련 매입세액으로 불공제한 과세처분에 대해 건물 또는 구축물 등 감가상각자산으로 분류되는 비용에 관련된 매입세액은 토지관련 매입세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복하여 결정하였다. 결국 구체화된 법령을 반대해석하면 토지와 관련된 매입세액이라 할지라도 그 지출에 의하여 조성된 것이 감가상각의 대상이 되는 건물, 구축물 등일 경우에는 매입세액 공제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현행법 하에서도 골프장 부지 조성을 위한 토지관련 매입세액의 공제가 가능한지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자신 소유의 토지에 조성된 골프코스 관련 비용은 매입세액불공제라는 판례(2004두13844)가 있으나 이는 소유토지에 대한 것이다. 입법개정경위를 보면, 불공제되는 매입세액의 범위를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2001 간추린 개정세법 참조). 다. 관련 법령의 검토 세법에서 자본적 지출을 언급하는 있는 경우로는 국세기본법(제43조의 2 제3항), 법인세법(시행령 제31조 제2항), 소득세법(제97조 제1항 제2호), 상속세및증여세법(시행령 제31조의 9 제7항 4호) 등이 있는데, 모두 "소유한 자산"을 전제로 자본적 지출이라는 용어 정의를 하고 있다. 위 법인세법 시행령은 "자본적 지출이라 함은 법인이 소유하는 감가상각자산의 내용연수를 연장시키거나 당해 자산의 가치를 현실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하여 지출한 수선비"라 한다. 세법이외의 법령도 소유자의 자산을 전제로 한다. 예컨대 지방공기업법시행령 제22조 등이다. 기업회계기준(제45조, 기업회계기준서 제5호 유형자산)도 원칙적으로 자신의 소유재산을 전제로 자본적 지출을 정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세법해석의 관점에서 위 법령상 '자본적 지출'은 당해 토지의 소유자 내지 취득자를 전제로 해야 하고, 비용을 지출한 자가 임차인인 경우에는 애당초 자본적 지출에 해당할 수 없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박민, 세법해석의 한계, 조세법연구 2009). 라. 대립되는 견해 (1) 토지소유자의 매입세액만 불공제된다는 견해 토지관련 매입세액을 공제하지 않는 입법취지는 토지는 부가세가 면제되는 재화이고, 토지의 조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은 세무회계상 토지의 취득원가에 산입되어야 하는 것으로 당해 토지의 취득원가에 산입되었다가 당해 토지의 양도시 양도차익을 산정함에 있어서 취득가액에 산입하는 방법으로 회수되고 있으므로 토지에 대한 면세제도의 기본법리상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에 관련된 매입세액은 마땅히 이를 매입세액으로 공제하여서는 아니된다. 따라서 이 규정은 토지의 양도차익을 수익하는 당해 토지 소유자에만 적용된다는 견해로 이 사건의 1심 법원의 입장이다. 따라서 자기의 사업을 위하여 사용된 어떠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 타인 소유 토지의 가치를 현실적으로 증가시키게 된다 하더라도 그 토지의 소유자가 아닌 자에게는 매입세액으로 공제하지 아니하는 토지관련 매입세액이라 할 수 없고 매입세액으로 공제되어야 한다. 기업회계나 법인세법에서 타인의 토지에 대한 자본적 지출에 대하여 이를 토지원가를 구성하는 것으로 보지 않고 있으므로 소유 여부에 따라 구분되어야 한다는 견해(강인 외, 부가가치세 실무, 삼일인포마인)가 있다. (2) 소유자와 임차인의 구분없이 모두 불공제된다는 견해 토지관련 매입세액이 불공제 매입세액으로 처리되는 이유는 토지가 면세재화이기 때문이어서 토지의 거래에 매출세액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출세액이 발생하지 아니함에도 매입세액을 공제한다면 매입거래와 관련한 부가가치세의 부과가 무의미해진다는 이유로, 매입세액이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사업자가 토지소유자인지를 불문하고 면세제도의 기본원리상 매출세액에서 공제해서는 아니된다는 견해이며, 이 사건 항소심의 입장이다. (3) 부가가치가 동일하면 동일한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어야 한다는 견해 최근 이 판결에 대한 평석자(조성훈, 법률신문 2010. 3.1.자)의 견해인데,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토지소유자가 사업을 하는 경우와 그 토지를 임차하여 사업을 하는 경우에 부가가치세 납부액이 달라지는 것은 잘못이라는 견해이다. 즉 부가가치가 동일하면 동일한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위 견해는 부가가치세 원리에 비추어 받아들이기 어렵다. 부가가치세법은 과세대상, 납세의무자 등을 정한 다음에 과세거래에 대한 규정을 둠과 동시에 영세율과 면세에 대한 규정도 두고 있다. 영세율과 면세는 정책적인 이유에서 대상을 정하는 것이며, 부가가치가 없거나 다르기 때문은 아니다. 한편 납부세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전단계 세액공제방법에 따라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공제하는 방법을 택하되 정책적인 이유에서 일정한 매입세액은 공제하지 아니한다. 이건에서 문제된 토지관련 매입세액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법원리에 의하면, 부가가치세의 산정은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산정되는 것이며, 그 결과 최종적으로 동일한 부가가치가 생산되는 경우라도 거래 당사자, 거래 시기, 거래 방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위 평석자는 대법원 판결이 양도차익이라는 개념을 등장시켜 잘못 판단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는 판결을 오해한 것이다. 대법원은 토지관련 매입세액이 불공제되는 취지는 토지가 면세재화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매입세액은 불공제라는 설명을 하면서, 시행령을 해석함에 있어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이라는 개념은 문언상 토지소유자에게만 적용된다고 판단하였을 뿐이다. 설명과정에서 양도차익이 언급된 것은 이렇게 해석하더라도 토지소유자는 토지를 양도할 때 양도차익을 계산함에 있어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은 취득가액에 가산하는 방법으로 회수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도 부당하지 않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만일 소유자에 대한 구분이 없다면, 오히려 부가가치세가 중복과세되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즉, 임차인의 조성공사비 매입세액불공제로서 한번 과세되고, 반환시 토지소유자의 (토지조성분만큼의 증가분에 대한 )매입세액불공제로서 실질상 과세되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부가가치세제와 무관한 양도차익을 이유로 매입세액 공제여부를 판단한 것은 아님에도 평석자는 이 점을 오해함으로써 부가가치세 면세의 취지에 따른 토지소유자와 임차인의 부가가치세법상 지위를 혼동하였다. (4) 필자의 견해 면세재화로서 토지의 공급을 둘러싼 거래는 원칙적으로 공급하는 자나 공급받는 자 모두 부가가치세 부담이 없어야 한다. 토지의 매출거래가 면세거래로 매출세액이 부과되지 아니하므로 그와 관련된 매입세액도 공제가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토지라도 형질의 변경이나 구조물의 설치로 이용도를 높일 수 있다. 한편 부가가치세법은 토지를 매매한 경우와 임대한 경우를 달리 취급하는 경우가 있는바, 법 제12조 제1항 제12호에서 정하는 주택과 이에 부수되는 토지의 임대용역을 제외한 토지의 임대용역은 과세대상이 된다. 우리나라 부가가치세법의 변천과정을 살펴보면, 토지가 면세거래(토지의 양도) 또는 과세거래(토지의 임대등 과세사업에 활용)로 이용되는 경우가 있음을 전제로 토지관련 매입세액의 불공제여부에 혼선이 있었다. 부가가치세법령을 합리적으로 해석해 보면, 시행령 제60조 제6항의 취지는 토지관련 비용을 지출하였는데, 그 비용이 면세공급의 대상인 토지의 원가를 구성하는 경우(취득원가 및 자본적 지출)에는 그 토지관련 비용은 면세공급 관련 매입세액으로 공제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소유토지와 임차토지간에는 법률적인 차이가 있으므로 이를 구분하여 볼 근거와 필요가 있다. 결국 토지를 소유한 자가 골프장을 건설하는 경우에는 그 지출이 '자본적 지출'에 해당하여 불공제가 타당하지만, 토지를 임차하고 골프장을 건설하여 과세사업을 영위하는 자의 경우에는 토지 자체가 보유자산이 아니므로 자본적 지출이 아니고, 따라서 단순히 토지에 대한 지출이라는 사유만으로 이를 자본적 지출로 보아 매입세액을 불공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토지의 보유여부에 따라 경제효과가 달라진다는 비판이 있으나, 세법에서 최종 결과가 동일하더라도 당사자가 선택한 법률행위의 형태에 따라 세 부담이 달라지는 경우는 허용되고 있으며 현행 소득세법상으로도 토지를 소유한 경우와 임차한 경우에 부동산임대소득 인정에 차이가 있는 등 세법상 소유와 임차는 구분되고 있는 점을 보면, 항상 소유와 임차가 경제적으로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우리 헌법상으로도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상대적 평등을 인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 비판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5. 결론 대상 판결의 결론에 찬동한다. 토지를 부가가치세법상 면세재화로 하는 취지, 토지 관련 매입세액을 불공제하는 취지, 소유토지와 임차토지는 법률적 성질이 다른 점, 문언의 의미상 '자본적 지출'의 의미가 소유를 전제로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토지의 조성 등을 위한 자본적 지출'은 토지 소유자인지 여부에 따라 결론을 달리하는 것이 타당하다.
2010-03-22
공정거래법상 ‘끼워팔기’의 규제 요건
Ⅰ 사건의 개요와 대상판결의 요지 1. 사건의 개요 1) 원고(한국토지공사)는 인천마전지구 공동주택지(이하 ‘택지’로 약칭)의 판매가 저조하자 판매가 잘 되는 부천상동지구 택지를 판매하면서 인천마전지구 4블럭을 매입한 자에게 부천상동지구 택지 21블럭 및 22블럭의 매입우선권을 주는 방식으로 연계판매를 실시하였고, 이에 따라 비인기지구인 인천마전지구 택지 4블럭을 매입한 (주)창보종합건설에게 인기지구인 부천상동지구 택지 21블럭 및 22블럭을 판매하였다. 2) 또한, 원고는 남양주 호평·평내·마석 3개 지구 택지의 판매가 저조하자, 판매가 잘 되는 용인 신봉·동천·죽전·동백 4개 지구 택지를 판매하면서 남양주 호평·평내·마석 등 3개 지구 택지를 매입하는 자에게 용인신봉·동천·죽전·동백 등 4개 지구 주택지의 매입우선권을 주는 방식으로 연계판매를 실시함으로써, 1999. 9.에서 2000. 9. 사이에 비인기지구인 남양주 호평·평내·마석 등 3개 지구의 택지를 매입한 현대산업개발(주) 등 7개회사에 인기지구인 용인신봉·동천·죽전·동백 등 4개 지구의 택지를 판매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1)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항 제3호 후단 및 같은 법 시행령(2002. 3. 30. 대통령령 제175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6조 제1항 [별표 1] 일반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 제5호 (가)목의 ‘거래강제’ 중 ‘끼워팔기’는 자기가 공급하는 상품 또는 용역 중 거래 상대방이 구입하고자 하는 상품 또는 용역을 상대방에게 공급하는 것과 연계하여 상대방이 구입하고자 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덜 필요로 하는 상품 또는 용역(종된 상품)을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하게 자기 또는 자기가 지정하는 다른 사업자로부터 상대방이 구입하도록 하는 행위를 말한다 할 것이고, 이러한 끼워팔기가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한지 여부는 종된 상품을 구입하도록 한 결과가 상대방의 자유로운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등 가격과 품질을 중심으로 한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2) 법 제23조 제1항 제3호 후단 및 법시행령(2002. 3. 30. 대통령령 제175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6조 제1항 [별표 1] 일반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 제5호 (가)목의 끼워팔기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자기가 공급하는 상품 또는 용역 중 거래 상대방이 구입하고자 하는 상품 또는 용역(주된 상품)을 공급하는 사업자가 주된 상품을 공급하는 것과 연계하여 거래 상대방이 그의 의사에 불구하고 상대방이 구입하고자 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덜 필요로 하는 상품 또는 용역을 구입하도록 하는 상황을 만들어낼 정도의 지위를 갖는 것으로 족하고 반드시 시장지배적 사업자일 필요는 없다. Ⅱ 연 구 1. 끼워팔기의 의의와 주요쟁점 ‘끼워 파는 행위’라 함은 위 판결에서 나온 바와 같이 ‘거래상대방에 대하여 자기의 상품 또는 용역을 공급하면서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하게 다른 상품 또는 용역을 자기 또는 자기가 지정하는 사업자로부터 구입하도록 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 동안 끼워팔기는 인기양주를 공급하면서 거래상대방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비인기양주를 끼워판 사례, 자동차 제조업체의 선택사양품목 구입강제행위, 모 병원 장례식장의 음식물일체 반입제한행위, 몇몇 혼인예식장의 드레스 등 예식장 부대물품의 이용강제행위 등등이 공정거래위원회 의결단계에서 문제되었으나 대법원판결로는 이 건이 첫번째 사례로 손꼽힌다. 끼워팔기의 동기에는 신제품의 판로를 확보를 위하여 기존 상품과 끼워팔기를 하거나 매출실적이 부진한 상품을 시장에서 유력한 상품에 끼워서 판매하는 경우, 공급량이 부족한 상품에 남아도는 상품을 끼워파는 수도 있다. 끼워팔기를 전형적인 행위로하는 부당한 거래강제는 소비자에 대하여 자기가 공급하는 상품·용역의 거래에 있어서 다른 상품·용역을 동시에 구입할 것을 강제하거나, 또는 사업자에 대하여 자기가 공급하는 유력한 제품·용역과 다른 상품 또는 용역을 자기 또는 자기가 지정하는 제3자로부터 구입할 것을 강제하는 것이다. 끼워팔기의 형식적 요건을 보면, 그 상대방은 사업자와 그의 대리점과 같은 다른 사업자일 수도 있고 일반 소비자일 수도 있고, 다른 상품 또는 용역이라 함은 끼워팔리는 상품·용역을 말하는 데 주된 상품과 다른 상품(주된 상품과 밀접불가분한 구성요소가 아니고 독립하여 거래대상이 될 수 있는 상품)일 것을 요한다. 독립된 거래대상으로 되는 상품일지라도 두개의 상품을 조립함으로써 별개의 특징을 가진 단일한 상품으로 되는 경우에는 형식적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2. 끼워팔기와 공정경쟁저해성 끼워팔기는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강제하는 행위’이므로 끼워팔기를 통하여 ‘경쟁저해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경쟁저해성을 판단하기위하여는 첫째, 행위자가 거래상대방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을 것이 필요하다. 우월적 지위는 객관적인 영업 또는 거래여건에 비추어 볼 때 거래불응시 사실상의 불이익을 가할 수 있는 수단을 보유한 자이면 족하다. 둘째로, 거래의 강제성이 존재하여야 한다. 거래의 강제는 상대방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구속하는 행위로서 만약 행위자의 요구에 불응할 경우 불이익을 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거나 객과적으로 보아 불이익제공이 분명한 경우 또는 실제로 불응한 결과 거래의 중단 등 불이익이 가해진 경우 거래강제가 존재한다고 볼 수있다. 끼워팔기는 거래상대방의 자금을 압박하거나 일반소비자가 원하지도 않는 제품을 구입케 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고객의 선택자유를 왜곡하는 경쟁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특히 끼워팔기 판매에 있어서는 끼워 파는 상품 또는 용역시장에서의 행위자의 지위를 이용하여 행하여지기 때문에 끼워 팔리는 상품 또는 용역시장에서의 경쟁을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 Ⅲ 대상판례에 대하여 1. 부당성 판단의 기준 끼워팔기 규제에 관한 이 판례의 특색을 살펴보면, 비록 지역은 달리 하지만 주된 상품과 종된 상품이 ‘택지’라는 점이고, 끼워팔기 행위자가 공기업이며 그 상대방이 일반소비자가 아닌 사업자라는 점이다. 끼워팔기 규제의 주된 근거를 종된상품 시장에서의 경쟁의 감소에서 찾는 이상에는 주된 상품과 구별되는 종된 상품 시장의 존재 여부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끼워팔기를 우월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가 그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로만 보거나 상품선택상의 자유제한으로 보는 한에서는 상품의 독립성 또는 주된 상품과 종된 상품의 별개성에 관한 검토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대상판례는 끼워팔기에 대한 부당성판단의 기준을 종된 상품을 구입하도록 한 결과가 상대방의 자유로운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등 가격과 품질을 중심으로 한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른다고 하였다. 이는 ‘거래상대방으로 하여금 자기가 구입하고자 하지 않는 상품의 구입을 강제함으로써 거래 상대방의 선택의 자유를 침해… ’라고 한 원심의 판단을 확인한것으로서 일본이나 우리나라의 통설적 견해이기도하다. 그러나 비인기토지 시장에서의 경쟁감소내지 저해의 문제는 ‘자유로운 선택의자유’에 가리워저 어느 정도 고려되고 검토되었는지 모르겠다. 2. 행위자와 시장지배적 사업자성 대상판례는 행위자인 사업자에 관하여, 사업자는 자기가 공급하는 상품 또는 용역 중 거래 상대방이 구입하고자 하는 상품 또는 용역(주된 상품)을 공급하는 사업자가 주된 상품을 공급하는 것과 연계하여 거래 상대방이 그의 의사에 불구하고 상대방이 구입하고자 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덜 필요로 하는 상품 또는 용역을 구입하도록 하는 상황을 만들어낼 정도의 지위를 갖는 것으로 족하고 반드시 시장지배적 사업자일 필요는 없다고 하여 우월적 지위만으로 족하다는 통설의 입장과 같은 견해를 취하고 있다. 만약 행위자인 사업자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면 거래강제로 규제하기보다는 거래상의 지위남용행위로 규제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Ⅳ 맺는 말 대상 판례는 ‘끼워팔기’에 대한 최초의 판례이며, 택지를 ‘끼워팔기’의 목적물로 인정한 최초의 판례라는 데 큰 이미가 있다. 다만, 그 위법성의 근거를 고객의 상품선택상의 자유를 제한 한다는 점 뿐만 아니라 끼워팔리는 상품시장에서의 경쟁감소 문제도 아울러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때에는 토지공사의 ‘끼워 팔기’ 행위가 조직적이고 반복적으로 계속하여 행하여졌는가의 여부, 행위의 범위, 상대방의 수·규모, 비인기토지 분양사업자의 시장점유율, 비인기토지를 둘러싼 경쟁자의 수·규모 등이 광범위하게 검토되어야 할것이다.
2007-01-29
정부투자기관의 입찰참가제한행위의 법적 성질에 관한 소고
Ⅰ. 對象判決의 要旨 정부투자기관 회계규칙(1999. 10. 21. 재정경제부령 제107호) 제23조 제1항 제6호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과의 계약체결의무를 위반한 자, 즉 입찰의 방법을 통하여 계약상대방으로 선정되어 정부투자기관과 사이에 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지고 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자를 뜻하는 것이며, 이러한 행위로 말미암아 계약의 적정한 이행이 저해되어 그 제재로서 입찰참가자격의 제한조치가 정당화되는 것이므로, 정부투자기관이 발주한 건설공사의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되었을 뿐 낙찰자의 지위에 있지 않은 자에 대하여는 위 정부투자기관 회계규칙의 규정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없다. … 피고(대한주택공사)가 2002. 8. 6. 원고에 대하여 한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취소한다. Ⅱ. 問題의 提起 판례는「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國家契約法’이라 한다) 제27조에 따른 입찰참가제한조치, 즉, 행정청이 행한 것은 행정처분으로 보는 반면에(대법원 1999.3.9. 선고 98두18565결정 등), 정부투자기관이 행한 입찰참가제한은 사법적 효력만을 갖는 통지에 불과하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부3결정 등) 그런데 1999.2.5.자 政府投資機關管理基本法(이하 ‘政投法’이라 한다)의 개정에서 입찰참가제한행위에 관한 규정(동법 제20조 제2항, 제3항)을 둔 이후엔 그것의 처분성이 주장되고 있으며, 나아가 개정법상황에선 판례가 당연히 처분으로 볼 것이라 전망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물론 최근 행정심판사건(2006. 4. 10. 의결 행정심판재결례 200601311. 여기서의 피청구인이 한국전력공사인데, 대법원 99부3결정의 피고 역시 한국전력공사이다)에서도 그것의 처분성이 인정되었다. 근거규정의 마련만으로 법적 성질의 180 ?변화가 초래되는지 의구심이 드는데, 관건은 처분성인정이 과연 현행 행정절차법 등에서의 처분개념정의에 터 잡은 행정법도그마틱에 합당한지 여부가 문제된다. 한편 앞의 행점심판사건에서 기각재결이 내려졌는데, 이에 청구인이 불복하여 입찰참가제한을 소송대상으로 삼아 취소소송을 제기할 때 쟁송법적 물음이 제기된다. 여기선 공론화를 도모하는 정도에서 간략히 검토하고자 한다. Ⅲ. 處分性 여부의 물음 1. 處分性認定의 論據 한정된 지면에서 주장의 논거를 나름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개정 政投法에 근거규정이 마련되었다’, ‘정부투자기관이 본래적 의미의 행정청의 지위에 있진 않지만, 고권적 규율을 예정한 개정 政投法 규정에 의해서 그 한도내에선 행정권한의 대리 또는 공무수탁사인의 법리에 의하여 일종의 행정청(준행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의 다른 국가기관 등에 대한 영향을 고려한 즉, 법개정과 관련없이 준처분(그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에 해당할 수 있다’, ‘정부투자기관과 같은 공법인은 기능적 자치행정주체로서 행정조직법상 행정주체이어서, 이들의 공권력행사는 그 법적 근거의 유무와 무관하게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홍준형,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의 법적 성질, 법제, 1997.7., 13면 이하; 이광윤, 공기업의 입찰참가자격제한행위의 법적 성질, 법제, 2001.6., 3면 이하; 김남진, 공사 등의 입찰참가자격정지의 성질, 고시연구 2001.10., 133면 이하; 이원우,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의 개념요소로서 행정청, 저스티스 제68호, 2002.8., 160면 이하; 박정훈,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제한의 법적 제문제, 서울대 법학, 제46권 제1호, 2004.12., 282면 이하 참조). 2. 管見 1) 공공계약의 법적 성질에 따른 問題點 입찰에 따른 후속 법률관계의 성질은 관련 논의에서 결정적이다. 그것이 사법관계에 해당하면, 관련한 논의는 원칙적으로 사법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판례(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1다33604 판결)는「지방재정법에 의하여 준용되는 國家契約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가 되는 이른바 공공계약은 사경제의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하는 사법상의 계약으로서 그 본질적인 내용은 사인 간의 계약과 다를 바가 없으므로, 그에 관한 법령에 특별한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적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 등 사법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할 것이다.」고 판시하였다(이 판례에 대한 공법적 관점에서의 비판으로 박정훈, 행정법의 체계와 방법론, 2005, 163면 이하 참조). 따라서 입찰에 따른 후속 법률관계는 사법관계이고, 이런 기조는 정부투자기관이 당사자가 되는 계약의 경우에도 정부투자기관의 법적 성질을 떠나서 당연히 통용된다. 법률관계의 법적 성질과 무관하게, 그것의 성립여부결정의 법적 성질을 논하는 것이 문제된다. 특히 해당 법률관계가 사법관계일 때, 그것의 성립여부결정을 따로 공법행위(행정행위)로 구성하는 것이 주장된다(이른바 二段階理論). 二段階理論은 과거 독일에서 50년대 초에 ‘이브닝드레스의 에바’란 제명의 영화제작지원(채무보증)거부사건의 감정의견에서 H.P. Ipsen이 주장한 것이다. 이는 권리구제확대를 위해 사법관계에 어떤 식으로 든 공법적 통제를 개재시키기 위한 고심의 소산이었다. 한편으론 법치국가적 구속을, 다른 한편으론 형성된 사법관계의 유지를 견인한다 점에서 二段階理論은 이상적 해결방안인 양 여겨져 급속히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의제적인 이원적 구성에 따른, 법리상의 태생적 취약점(구분곤란함 등)이 지적되면서, 그것은 급속히 지지기반을 상실하여 지금엔 일원적 구성이 지배적으로 선호되고 있다. 공법계약에 관한 인식이 고조되었고, 더불어 行政私法理論의 등장으로 사법적 행위방식에 굳이 공법적 성립행위(행정행위)를 삽입시킬 필요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공계약을 사법상 계약을 볼 때, 명문으로 취소소송의 대상이 됨을 규정하는 식으로 구태여 二段階理論의 성립을 규정하지 않는 한, 낙찰자결정(國家契約法 제10조)은 물론 입찰의 참가배제(제한) 역시 공공계약의 사법적 준비행위에 불과하다(이 점에서 國家契約法상의 행정청에 의한 참가제한행위를 처분으로 보는 판례의 태도는 再考되어야 하며((同旨: 이상규, 입찰참가자격제한행위의 법적 성질, 행정판례연구Ⅰ, 1992, 127면 이하)), 특별사법적 효과를 지닌 國家契約法을 行政私法的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참고로 독일의 경우 우리의 공공계약 및 입찰참가제한에 해당하는 공공발주 및 발주제한을 비롯한 전체 과정을, 유럽공동체법에 따라 관련 법규정에 공법적 요소가 가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배적으론 여전히 사법적 견지에서 바라본다). 여기서의 논증은 政投法상의 입찰참가제한의 경우에도 전적으로 통용된다. 2) 처분의 개념적 징표에 따른 問題點 처분의 개념적 징표 가운데, 행정청, 공법행위, 직접적 법효과의 발생과 관련하여 논증상의 아킬레스건이 존재한다. 여기선 행정청과 관련해서만 보고자 한다. 행정소송법 제2조 제2항과 행정절차법 제2조 제1호에서의 행정청 개념은 실질에 맞춰지기에, 권력분립하의 행정조직에 속한 것(조직법적 의미)만이 아니라 입법부나 사법부에 속한 것(기능적 의미)까지도 포함한다. 그것의 실질적, 기능적 의미는 간접적 국가조직인 공공단체나 공무수탁사인까지도 행정청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극명히 발휘된다. 그런데 법인체형공기업인 정부투자기관은 정부가 출자하며, 국가의 감독을 받으며, 근거법률에 의해 성립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공적인 성격을 지니지만, 행정청형공기업과는 달리 국가의 행정조직밖에 위치하며 그 존재형식은 사법인(사법주체)이다(이런 사법인을 독일에선 ‘사법적으로 조직된 행정주체(Verwaltumgstrager)'로 표기하기도 하지만, 이런 사법적 조직을 행정주체에 귀속하여야 하는지의 물음은 행정주체개념의 廣狹에 따른 개념형성의 문제라고 한다. Vgl. Maurer, Allg.VerwR, 15.Aufl. 2004, §21 Rn.15ff.). 공법의 작용형식을 사용할 권능이 결여되기에, 이런 기관은 사법적으로만 활동할 수 있다(Ehlers, in: Erichsen/Ehlers, Allg.VerwR, 12.Aufl., 2002, §2 Rn.47). 즉, 조직형식과 작용형식의 구분에 따른 작용형식선택의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요컨대 정부투자기관의 경우는 일종의 형식적 또는 조직적 私的化(민간화, 민영화)에 해당하는 셈이어서, 임무 그 자체는 여전히 공적이지만-그러나 고권적이진 않다-, 임무의 조직이 사적화되었다. 이런 기관을 다시금 기능적, 실질적 의미의 행정청개념으로 포섭하면, 자칫 私的化를 무색케 하는 公的化(Publifizierung)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법률에 의해) 고권적 권능이 이들 사법주체인 기관에게 위탁된 경우에는 법상황이 다르다. 이런 경우엔 공무수탁사인의 지위를 갖는다. 3) 政投法의 성격에 따른 問題點 본래의 행정청이 아닌 기관(사인)이 행정청으로서의 지위를 갖는 데 있어서, 관건은 법령에 의한 행정권한의 귀속이나 위임(위탁)이 존재하는지 여부이다. 따라서 개정 政投法에서의 근거규정의 마련이 처분성인정론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만은 사실이다. 과연 政投法 제20조 제2항을 통해서 행정권한이 정부투자기관에게 성립하였는가? 國家契約法상의 당해 행위의 처분성에 대한 의구심은 여기에도 그대로 통용된다. 이런 기조와는 무관하게 政投法상의 당해 행위 역시 처분성을 갖지 못한다. 처분개념정의상의 공권력행사의 의미는 행정행위가 고권적 조치이어야 함을 나타낸다. 여기서의 “고권적”이란 것이 공법적인 것을 뜻하는지 논의의 여지가 있지만, 우리 판례는 독일에서의 지배적 입장과 비슷하게 바로 공법행위를 대입시킨다(한편 현대민주국가에선 官憲國家의 殘痕인 ‘고권적’이란 표현은 ‘공권력행사’, ‘행정적’, ‘공법적’이란 표현으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주장된다. Vgl. Emmerich-Fritsche, Kritische Thesen zur Legaldefinition des Verwaltungsakts, NVwZ 2006, 762ff.). 그런데 政投法 자체는 일종의 정부투자기관까지도 널리 포함시킨 간접적 국가조직을 규율하기 위한 內部法일 따름이다. 따라서 內部法에 불과한 政投法상의 입찰참가제한규정만으론 국민에 대한 직접적 개입 즉, 공법적 효과를 성립케 하는 근거로 삼을 순 없다. 설령 한국전력공사법 등과 같은 개별법률에 규정을 두었더라도, 입찰참가제한 그 자체가 공권력행사가 아니기에 변함이 없다. 결국 당해 행위로 비롯된 법효과는 결코 공법적 차원의 것이 되지 못한다. 판례는 國家契約法 및 그 시행령상의 입찰절차나 낙찰자 결정기준에 관한 규정의 성질을 ‘국가의 내부규정’으로 정당하게 판시하였다(대법원 2006.4.28. 선고 2004다50129 판결 등). 이에 동법상의 입찰참가제한을 행정처분으로 보는 것은 당연히 再考되어야 한다. 한편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위임입법의 법리를 國家契約法 제27조 제1항과 政投法 제20조 제2항에 그대로 투영한, 헌법재판소 2005.6.30. 2005헌가1 전원재판부결정과 2005. 4. 28. 2003헌바40 전원재판부결정은 문제가 있다. Ⅳ. 行政審判裁決의 拘束의 물음 처분인 행정심판재결은 실질적으로 당초의 행정행위(원처분)와 더불어 통일체를 형성한다. 그런데 수소법원으로선 행정심판재결과는 달리 당해 입찰참가제한행위의 처분성을 인정하지 않을 땐, 다루기 쉽지 않은 문제가 생긴다. 즉, 재결을 통해서 비처분적 행위에 대해 처분의 옷을 입힐 수 있는지 여부이다(vgl. Stelkens/Bonk/Sachs, VwVfG Kommentar, 6. Aufl., 2001, §35 Rn. 272). 행정심판법상 행정심판의 대상은 처분이다. 따라서 재결청으로선 비처분적 대상을 실수에 의하더라도 실질적 행정행위로 변환시킬 순 없다. 즉, 당해 비처분적 행위에 대해 대상적격성을 인정하여 내린 재결은 권한하자로 위법하게 된다. 事項的 無權限에 해당하여 무효로 볼 법하다. 그런데 재결의 위법성과 그로 인해 빚어진 결과(비처분적 행위의 처분성)는 분리해서 고찰하여야 한다. 후자는 재결청에 의해 조성된 법적 외관의 문제이기도 하다. 더욱이 행정심판재결이 준사법적 작용인 점에서 그것의 법효과는 고양된 존속력을 누린다. 피청구인이 재결 자체의 위법을 문제 삼아 그것을 취소소송의 대상으로 삼을 땐, 행정소송의 차원에서 별 문제가 없다. 반면 처분성이 부인되진 않았지만 자신의 만족을 얻지 못한 청구인이 당초 행위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을 땐, 사정이 다르다. 수소법원으로선 재결이 취소 등을 통해 消效되지 않는 한, (설령 위법할지 언정) 조성된 법상황을 부인할 수 없다(일종의 행정행위의 구성요건적 효력). 이는 원처분주의에 따른 예상치 못한 딜레마이다. 하지만, 이상에서 본 것처럼 여기서 재결을 무효로 보면 요령부득의 상황은 손쉽게 정리되고, 이런 식의 대처는 후일 유사사안에서도 주효할 것이다. 한편 재결이 취소 등을 통해 消效되면, 당초 행위의 처분적 외양은 제거되고 본래의 법적 성질(비처분성)이 부활한다.
2006-08-31
지방자치단체가 소송수행자를 지정할 수 있는지 여부
I. 서론 지난 3월 대법원은 지방자치단체가 민사소송의 당사자가 된 경우 변호사 아닌 담당 공무원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하여 소송을 수행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대법원은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소송(행정소송법 제3조 제2호)의 일방이 된 경우에서도 변호사 아닌 소속 공무원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판결의 내용은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가 소속 공무원을 통해 소송을 해오던 관행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판결이 아직까지 지방자치단체에 널리 알려지지 않아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소송에서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하에서는 본 판결의 의미와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소송에 대한 향후 대책 등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II.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다72041 판결 [대상판결1] 1. 사안 원고는 피고 아산시를 상대로 하여, 원고가 피고 소유의 도로 일부분을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점유하였다고 주장하며 취득시효완성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1심법원은, 피고 아산시는 취득시효완성 후의 제3자에 해당하므로 원고가 피고 아산시를 상대로 취득시효완성을 주장할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항소심 역시 동일한 판단으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가 상고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 소송과정에서 피고 아산시는 그 소속 공무원들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하여 소송을 진행하였다(한편 원고는 피고 아산시와는 별도로 공동피고 이○○를 상대로 건물철거 등을 구하였으나 이 부분은 위 청구와 전혀 별개의 청구였다). 2. 대법원의 판단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직권으로 다음과 같이 판단한다고 하면서, 원심판결 중 피고 아산시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대전지방법원 본원합의부에 환송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원심 법원에서 피고 아산시가 소송수행자로 지정한 변호사 아닌 담당 공무원이 피고 아산시를 대리하여 소송을 수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의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같은 법 제3조, 제7조에서 정한 바와 같은 소송수행자의 지정을 할 수 없다. 또한 단독판사의 사물관할에 속하는 일정한 사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88조가 정하는 제한된 범위 안에서 변호사 아닌 사람에 의한 소송대리가 허용되지만, 그 항소심에서는 합의부가 심판하므로 당연히 민사소송법 제87조가 정하는 변호사대리의 원칙에 따라 변호사 아닌 사람의 소송대리는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심에서 변호사 아닌 담당 공무원으로 하여금 소송수행자로서 소송대리를 하도록 한 것은 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4호가 규정하는 ‘소송대리권의 수여에 흠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위법이 있다” III. 대법원 2006. 6. 9. 선고 2006두4035 판결 [대상판결2] 1. 사안 피고 인천광역시는 공익사업(중학교신설사업)을 위하여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을 거쳐 원고 소유의 토지를 수용하였다. 원고는 위 수용재결에서 나타난 손실보상금이 적다며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이의신청하였으나 기각되자, 손실보상금이 증액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85조 제2항에 따라 사업시행자인 피고 인천광역시를 상대로 하여 손실보상금의 증액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1심법원은, 손실보상금산정에 잘못이 없다는 취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항소심 역시 동일한 판단으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가 상고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 소송과정에서 피고 인천광역시는 그 소속 공무원들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하여 소송을 진행하였다(교육·학예에 관한 사무로서 교육감이 대표자에 해당하므로, 정확히는 인천광역시 교육청 소속 공무원들이 소송을 수행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원심에서 변호사 아닌 피고 소속 공무원이 피고를 대리하여 소송을 수행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지방자치단체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의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같은 법률 제3조, 제7조에서 정한 바와 같은 소송수행자의 지정을 할 수 없고, 또한 민사소송법 제87조가 정하는 변호사대리의 원칙에 따라 변호사 아닌 사람의 소송대리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므로, 원심이 변호사 아닌 피고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소송수행자로서 피고의 소송대리를 하도록 한 것은 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4호가 정하는 ‘소송대리권의 수여에 흠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위법이 있는 것이다” IV.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과 소송수행자 1. 국가소송·행정소송과 소송수행자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소송법’)은 국가소송(국가를 당사자 또는 참가인으로 하는 소송)과 행정소송의 수행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즉 국가소송에 있어서는 법무부장관이 국가를 대표하고(제2조), 법무부장관은 법부부의 직원, 검사, 공익법무관 또는 소관행정청의 직원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하여 국가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제3조). 한편 행정소송에 있어서는 행정청의 장이 그 행정청의 직원 또는 상급행정청의 직원을 지정하여 행정소송을 수행하게 하되(제5조), 소송수행에 있어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받아야 하고, 법무부장관은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법무부의 직원, 검사 또는 공익법무관을 지정하여 행정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제6조). 한편 국가소송에 있어서는 법무부장관이, 행정소송에 있어서는 행정청의 장이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여 각 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제3조 제4항, 제5조 제2항). 2.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민사소송 국가소송법은 국가소송·행정소송에 대하여만 규정하고 있을 뿐, 지방자치단체가 민사소송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민사소송에 있어서는 국가소송·행정소송과 달리 소송수행자를 지정할 수 없고, 그 대표자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직접 소송을 수행하거나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밖에 없다. 예외적으로 민사소송법 제88조 규정에 따라 단독판사사건 중 일정 소가 이하의 사건의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 소속공무원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는 것이 가능하다. 대상판결1 이전에도 대법원은 재판예규 제871-26호(지방자치단체의 비변호사에 대한 소송대리 위임 가부)에서, 민사합의사건 또는 단독판사가 심리·재판하는 사건 가운데 그 소송목적의 값이 일정한 금액을 초과하는 사건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도)가 당사자인 경우에 그 대표자(도지사)가 변호사 아닌 자에게 소송행위를 위임하는 것은 근거가 될 명문규정이 없어 법원은 이를 허가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3.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소송(행정소송법 제3조 제2호)의 일방인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소송의 한 유형인 당사자소송의 일방이 된 경우에도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소송법 제5조 제1항 소정의 “행정청의 長”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행정소송인 당사자소송에 있어서도 소송수행자를 지정할 수 없다는 것이 실무상 대체적 견해인 것으로 보인다(서울고등법원 재판실무개선위원회, 행정소송실무편람 제2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03, 145면; 법원행정처, 법원실무제요-행정-, 법원행정처, 1997, 84면). 대법원 재판예규 제917-1호(사업시행자인 지방자치단체가 소송수행자를 지정할 수 있는지 여부) 역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85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소송의 당사자가 될 사업시행자라 함은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는 자를 의미하고 이 경우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소송법 제5조 제1항의 행정청의 장에 해당되지 아니하므로 그 직원을 지정하여 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해석에 대하여는 의문이 있다. 국가소송법 제5조 제1항은 “행정청의 장은 그 행정청의 직원 또는 상급행정청의 직원을 지정하여 행정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행정소송에 관하여는 행정청의 장이 그 소속직원을 수행자로 지정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 행정청의 장이 당사자인 행정소송에서만 소송수행자를 지정할 수 있다는 취지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법 제5조는 ‘취소소송(항고소송)’에만 한정된 규정이 아니라, ‘행정소송’에 관한 규정이다. 법 제5조 제1항 “행정청의 長”은 소송수행자 지정의 권한귀속을 나타내는 것일 뿐, 행정청의 장을 피고로 하는 행정소송 즉 취소소송에서만 수행자지정이 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본다. 법 제6조 제2항은 “법무부장관은 행정소송에 관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법무부의 직원, 검사 또는 공익법무관을 지정하여 그 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것은 법무부장관이 피고로 되는 행정소송에 관하여 수행자를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고, 행정소송에서의 법무부장관의 보충적 수행자 지정권한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법령에 의하여 행정권한을 위임·위탁받은 공공단체 등은 국가소송법상 행정청에 포함되므로(제2조의2), 개별법령에 의하여 행정권한을 위임·위탁받은 지방자치단체는 이와 관련된 당사자소송에서 국가소송법상의 행정청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예컨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시행자로서 제85조 제2항 당사자소송의 일방이 된 경우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소송법상 행정청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V. 검토 1. 문제점 결국 대상판결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가 민사소송 또는 당사자소송(행정소송)의 당사자가 된 경우 지방자치단체는 ① 그 대표자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직접 소송을 수행하거나 ②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거나, ③ 단독판사사건 중에서 일정한 소가(현재 5,000만원) 이하의 사건에 대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 그 소속공무원을 소송대리인으로 하여 소송을 수행하는 것(민사소송법 제88조, 민사소송규칙 제15조)만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직접 소송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예산상의 제약으로 인하여, 지방자치단체는 실무상 관행적으로 그 소속공무원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하여 소송을 해 오고 있다. 일정 소가 이하의 단독판사사건에 대하여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지방자치단체의 소속공무원을 소송대리인으로 하는 것이 가능하나, 이 경우에도 소가의 제한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항소심사건에서는 이러한 대리인허가를 할 수 없다. 2. 대책 대상판결은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소송에 대하여, 특히 항소심사건에 대하여 사실상 변호사강제주의를 채택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일반 회사의 경우에는 그 직원을 상법상 지배인으로 등재한 후 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고(상법 제11조 제1항), 그 밖에 공기업의 경우에도 정관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직원을 재판상 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어(한국토지공사법 제8조, 대한주택공사법 제13조 등), 대표자 아닌 직원으로 하여금 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으며, 국가의 경우에는 국가소송법상 소송수행자를 지정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는 현행법상 민사소송법 제88조의 예외를 제외하면 소속직원으로 하여금 소송을 수행하게 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국가, 공기업, 기타 일반 사기업과 달리,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만 사실상의 변호사강제주의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주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법률전문가로 하여금 소송을 담당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필요는 국가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소송수행자지정에 대해서만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어떤 특별한 필요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단순한 법적 미비라고 생각된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의 長은 조례 또는 규칙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권한에 속하는 사무의 일부를 보조기관 등에 위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제95조 제1항), 그 보조기관에 지방공무원이 포함되므로(제6장 제2절 및 제102조),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소송에 관하여 조례·규칙에서 규정을 둔다면 그 소속공무원이 소송수행을 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리라고 생각된다. 앞서본 일반 회사, 공기업 그리고 국가인 경우와의 형평 등에 비추어 이러한 적극적 해석이 필요하다고 본다. 3. 결론 대상판결1은 현행 국가소송법 규정에 따른 당연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소송에 관한 대상판결2는 국가소송법의 취지를 잘못 해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 현행 국가소송법 하에서도 행정소송의 일종인 당사자소송의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직원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아직까지 실무상 적용된 예는 없는 것으로 보이나, 지방자치법상 조례·규칙에 근거하여 소송수행자를 지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만 사실상의 변호사강제주의를 채택할 특별한 이유가 없으므로, 실무상의 혼란을 제거하기 위해서 궁극적으로는 국가소송법 또는 지방자치법에 명시적 규정을 두어 이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2006-07-17
사망자·허무인 명의 사문서 위조의 경우 사문서위조죄 성립 인정
I. 들어가는 말―1957년 이후 유지된 판례의 변경 최근 대법원은 피고인이 중국 현지에서 교부받은 임상경력증명서의 양식에 응시생의 이름, 생년월일, 학습기간 등을 기재한 다음 의원 상급자(원장) 및 한의원 이름을 생각나는 대로 임의로 기재하고 당해 한의원 명의의 직인을 임의로 새겨 날인함으로써 임상경력증명서를 위조하여 행사한 사건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허무인 또는 사망자 명의의 사문서를 위한 경우에도 문서위조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여, 과거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기존의 입장을 명시적으로 변경하였다(대법원 2005.2.24 2002 도 18 전원합의체 판결).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다. “문서위조죄는 문서의 진정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이므로 행사할 목적으로 작성된 문서가 일반인으로 하여금 당해 명의인의 권한 내에서 작성된 문서라고 믿게 할 수 있는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고 있으면 문서위조죄가 성립하는 것이고, 위와 같은 요건을 구비한 이상 그 명의인이 실재하지 않는 허무인이거나 또는 문서의 작성일자 전에 이미 사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문서 역시 공공의 신용을 해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문서위조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며, 이는 공문서뿐만 아니라 사문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번 2005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향후 문서에 관한 죄의 해석과 집행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이에 이 글은 사망자·허무인 명의의 사문서위조죄의 성립 여부에 대한 기존의 학설과 판례의 입장을 검토하고, 이번 판례변경의 의미를 살펴보기로 한다. II. 기존 학설과 판례의 입장 우리 형법은 공문서에 대한 위조와 사문서에 대한 위조를 엄격히 구별하고 있으며, 전자의 법정형은 후자의 법정 보다 높게 책정되어 있다. 이는 독일이나 영·미 등 외국 입법례와는 다른 것이다. 이는 한국 형법 제정당시에 1871년의 독일 제국 형법과 1925년, 1927년 그리고 1930년 등의 독일 형법 초안과 1940년의 일본 형법 가안만을 고려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류전철, ‘형법상 문서 개념의 재구성,’ 형사법 연구 (1999), 법원사, 229면]. 그리고 한국 사회의 국가주의적 전통·문화의 영향으로 형법도 개인의 사문서에 비해 공문서의 신용성을 보다 중시하게 되었다고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본 사안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사망자·허무인 명의의 문서위조에 관하여 기존의 판례는 공문서와 사문서를 구별하여 판단하고 있었다. 즉, 공문서 위조죄의 경우는 그 작성된 문서가 일반인으로 하여금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권한 내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구비하면 성립하고, 이러한 요건이 구비된 이상 그 작성 명의인이 실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사문서의 경우에는 명의인이 실재할 것을 요구하였다. 따라서 타인명의의 문서를 위조하여 행사하였다 할지라도 그 명의자가 이미 사망하였거나 허무인인 경우에는 사문서위조 및 그 행사죄가 성립되지 아니하였다. 다만 사망자의 경우 문서의 날짜가 생존중의 것으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하였다(대법원 1973.10.23. 73 도 1138; 대법원·1983.10.25. 83 도 1520 ; 대법원 1993. 9. 28. 93 도 2143; 대법원 1994. 9.30. 94 도 1787). 요컨대, 판례는 공문서에 비하여 사문서의 경우는 형벌권의 개입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에 기초하여 형법전상의 ‘타인’이라는 문언을 ‘생존해있는 또는 실재하는 타인’으로 축소해석해왔다. 반면 학계의 통설은 문서에 관한 죄는 거래의 안전과 신용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추상적 위험범’이므로 일반인에게 진정한 문서로 오인케 할 염려가 있는 때에는 문서에 관한 죄의 객체가 될 수 있고, 실재하지 않는 명의인을 내세워 작성된 사문서가 일반인에 의하여 진정문서로 오인될 위험성이 얼마든지 있으므로 양자를 차별화하여 판단하는 판례의 태도는 타당하지 않으며, 공문서와 사문서를 불문하고 그 명의인이 실재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III. 판례변경에 대한 평가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대법원이 2005년에 이르러 수십 년간 유지해오던 입장을 변경한 것은, 오늘날 사회·경제생활 분야에서 거래주체로서 국가, 공공단체나 사인, 공기업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는 사라졌고, 공·사문서에 대한 안전과 신용의 보호 역시 차이를 둘 필요가 없다는 인식전환의 결과이다. 법원은 위조된 문서의 실질적인 중요성, 신용도 및 대사회적 위험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사문서 위조의 경우도 그 처벌에 있어서도 공문서 위조와 차이를 두지 않기로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일부 대법원 판결에서 일정하게 예고된 바 있다. 대법원은 과거 1975.2.10. 선고 73도 2296 판결과 대법원 2003. 9.26. 선고 2003도 3729 판결에서, ‘자연인이 아닌 법인이나 단체명의의 문서’의 경우 “그 작성된 문서가 일반인으로 하여금 당해 명의인의 권한 내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구비하면 성립되는 것이고,” 문서작성자의 실재여부는 사문서 위조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즉, 자연인 아닌 법인 또는 단체명의의 사문서에 있어서는 문서작성자로 표시된 사람의 실존 여부는 사문서 위조죄의 성립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해산 등기를 마쳐 그 법인격이 소멸한 법인 명의의 사문서를 위조한 행위에 대한 판결(대법원 2005.3.25. 선고 2003 도 4943 판결)에서 다시 확인되고 있다. 이 점에서 2005년 평석대상 전원합의체 판결은 상기 두개의 판결의 문제의식을 자연인에 의한 사문서위조의 경우까지 확장시켰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판례의 변화는 일본 판례의 변화에 일정하게 조응하는 것이다. 일본 판례의 과거 입장은 변경 전 한국 판례와 동일하였으나, 실제로 존재하는 회사의 상무를 가공의 인물로 만들어서 그 대표자 이름으로 문서를 작성한 경우(日判 昭和 23.10.26), 명의인인 자연인이 사망하여 실존하지 아니하는 경우(日判 昭和 26.5.11), 가공의 명의인을 사용한 경우(日判 昭和 28.11.13) 등의 사건에서 사문서 위조죄의 성립을 인정하여 기존의 입장을 변경한 바 있다. 사실 사망자·허무인 명의의 사문서라고 하더라도 일반 사회생활뿐만 아니라 법률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사망자의 경우는 그 명의문서로서 권리의무의 취득, 변경, 소멸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사문서의 기능과 중요성이 공문서의 그것과 방불하는 의미를 갖게 된 현실에서 과거 판례와 같이 사문서위조죄의 적용범위를 축소하는 해석을 고수하는 것은 형사정책적으로 문제가 있다. 이 점에서 이번 판례변경은 적정하다. 한편, 형법해석론의 관점에서도 이번 판례변경은 타당하다. 사망자나 허무인 명의의 문서도 문서가 되는지 여부는 문서에 관한 죄의 보호법익을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문서에 관한 죄의 보호법익이 명의를 도용당하는 사람의 개인적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사자나 허무인 명의의 문서는 문서라고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문서에 관한 죄의 보호법익은 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과 거래의 안전이라는 사회적 법익이고, 사망자나 허무인 명의의 문서로부터도 일반인들을 보호해야 하므로 일반인에게 진정한 문서로 오인될 수 있을 정도이면 공문서, 사문서를 막론하고 사망자나 허무인 명의의 문서라도 문서에 관한 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형법전의 ‘타인’의 문언은 이러한 해석을 전혀 금지하지 않고 있다. 물론 이전의 판례의 해석에 비하여 판례변경후의 해석은 결과적으로 피고인에게 불리함을 초래하지만, 이는 형법 문언의 범위 내에서의 불리한 판례변경은 허용되는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 물론 변경된 판례에 따르더라도 누가 보더라도 진실한 작성자가 아님을 알 수 있는 경우임이 외관상 명백한 경우, 예컨대, ‘단군왕검’ 명의를 사용한 경우에는 문서 위조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하려면 “일반인으로 하여금 당해 명의인의 권한 내에서 작성된 문서라고 믿게 할 수 있는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IV. 맺음말 대법원은 사망자·허무인 명의의 사문서위조죄의 성립을 일체 부정하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자연인이 아닌 법인이나 단체명의의 사문서의 경우에 한하여 문서작성자의 실재하지 않더라도 사문서 위조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으로 전이한 후, 2005년 대상판결을 통하여 사문서도 공문서와 마찬가지로 명의인의 실재 여부와 관계없이 공공의 신용을 해할 위험성이 있다면 문서위조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을 최종적으로 확정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현대 사회에서 위조된 사문서가 공공의 신용에 끼치는 해악의 양적·질적 증가를 반영한 것이다. 요컨대, 대상 판결을 통하여 문서에 관한 죄는 보다 수미일관한 모습을 갖추게 되었고, 사문서위조행위에 대한 형벌권행사의 범위는 보다 선명하게 확정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05-08-18
경찰국가의 청산을 위하여 -한약조제시험무효확인
I. 판결요지 한의사 면허는 경찰금지를 해제하는 명령적 행위(강학상 허가)에 해당하고, 한약조제시험을 통하여 약사에게 한약조제권을 인정함으로써 한의사들의 영업상 이익이 감소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이익은 사실상의 이익에 불과하고 약사법이나 의료법 등의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한의사들이 한약조제시험을 통하여 한약조제권을 인정받은 약사들에 대한 합격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당해 소는 원고 적격이 없는 자들이 제기한 소로서 부적법하다. II. 사건개요 1996.6.11 이영희 외 23,355인에 대한 국립보건원장의 한약조제시험 합격처분에 대하여 원고들은 시험과목이 본초학 등 3과목에 한정되어 적정성이 상실되었고 약대재학생에게 본초학과 한방개론 또는 위 두 과목 중 한 과목만 이수하면 응시자격을 부여하도록 하는 약사법 시행규칙 제8조는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무효의 규정이고 시험위원의 선정과 출제과정도 불합리하다는 등의 이유로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여 원심에서 원고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되어 상고하였다. III. 평 석(1) 한의사 면허는 경찰허가인가? 판결문에 의하면 「한의사 면허는 경찰금지를 해제하는 명령적 행위(강항상 허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한의사 면허는 과연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경찰작용인가? 공공의 안녕질서의 구체적 요소는 평온, 안전, 위생, 도덕, 미관을 들 수 있는데 경찰권의 발동은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의 방지와 제거를 위해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한의사 면허는 열거한 공공의 안녕·질서의 요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위해를 가한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오히려 전통적으로 면허없이 해오던 의료행위를 국민들에게 보다 안전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기 위한 복리행정 작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원심판결에서는 「의료행위의 자유는…법률이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한다는 공공의 복리를 보호하는 결과」라고 하면서도 경찰금지를 해제하는 명령적 행위로 보는 모순을 누출하고 있는데, 이 사건 판결에서 참조판례로 들고 있는 대법원 1990.11.13 제2부 판결 89누756(양곡가공업허가처분취소) 판결을 보더라도 「…법률이 국민식량의 확보와 국민경제의 안정이라는 공공의 복리를 목적으로 영업의 자유를 일반적으로 제한하여…」라고 하여 양곡가공업허가는 「공공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공의 복리」를 목적으로 함을 명시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판결 역시 양곡가공업허가를 명령적 행위로 보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법」이란 권리(이익)와 제한을 동시에 의미하는 것으로, 한의사 면허를 권리(이익)로는 보지않고 제한(이에 대한 해제 포함)으로만 보는 것은 법치국가의 이념과는 거리가 멀다. 또 한의사 면허를 경찰허가로 보는 것은 무제한한 권력에 바탕하여 모든 국가행정을 경찰작용과 재정작용으로만 보았던 절대주의적 경찰국가의 유습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실제로 행정행위를 내용의 관점에서 명령적 행위와 형성적 행위로 나누는 것은 일본에서는 경찰국가였던 명치헌법시대에 세워진 것으로(美濃部達吉) 사람의 자연적 자유에 대한 규율을 명령적 행위로 보고, 공기업의 특허라고 하여 국가가 자연적 독점권을 가지고 있던 가스·전기·철도 등의 공공서비스의 특허를 국민에게 새로운 권리·능력을 부여하는 형성적 행위로 보았었다. 독일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전 1928년에 간행된 F.Fleiner의 「독일행정법」제8판에서는 철도의 특허를 권리를 부여하는 행위로, 경찰허가를 개인에 대한 허가행위로 설명하고 있으며「산업경찰허가」라는 표현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후인 1966년에 간행된 Ernst Forsthoff의 「독일행정법」 제9판에서는 허가를 형성적 행위로 분류하고 있음을 볼 때 현대 민주국가에서 경찰작용으로 볼 수 없는 분야에 있어서의 허가를 경찰허가로 보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비민주적 법률관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영업허가나 한의사의 면허도 국민의 법적영역을 확장시키는 행위로, 형성적 행위이다. 오늘날 독일에서는 허가가 형성적 행위로 정착되어 있고(ex. Maurer) 일본에서도 형성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 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2) 공권과 반사적 이익의 구별의 비민주성 F.Fleiner에 의하면 국가가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 입법자들은 1. 시민에게 직접 그의 이익실현을 위한 구체적 청구권을 부여할 수도 있고, 2. 법률의 집행을 전적으로 행정청의 수중에 넣고서 개개의 시민에게는 구체적 청구권을 부여하지 않는 방법이 있는바 첫 번째의 방법이 공권을 인정하는 것이며 두 번째의 방법은 반사적 권리(Reflexrechte)(보다 정확하게는 법의 반사(Rechtsreflexe)가 옳음)}라고 한다. 따라서 반사적 이익이란 법규가 개인에게 권리를 부여함이 없이 이익을 가져다 주는 효과, 즉 법규적용의 반사적 효과를 말한다. 이와 같은 청구권 없는 법집행작용에 의한 국민에 대한 이익부여는 법치국가가 아닌 경찰국가행정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경찰국가행정의 반사적 이익에 대비한 법치국가적 공권의 대비는 아무리 공권의 법치국가적 의의를 강조한다 하더라도 반사적 이익에 대비한다는 그 자체가 부분적 법치국가에 불과하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반사적 이익이란 지극히 비민주적인 개념으로 이성을 상실한 경찰 국가였던 나치독일시절에는 주관적 공권을 부정하고 객관적 법규범에 의한 반사적 보호만이 강조되기도 하였고(Kottgen. Deutsche Verwaltung. 1937), 구쏘비에트 국가조직법에 있어서도 주관적 공권에 대비한 「객관적 합법성」이 강조되었다. 따라서 주관적 공권론을 긍정한다고 하여도 반사적 이익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경찰국가적 유산이기 때문에 진정한 법치국가는 반사적 이익 없는 공권만에 의한 이익부여만 존재할 때 가능하므로, 이렇게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법집행의 결과로 행정객체에게 발생하는 이익을 권리 개념을 매개로 하여 주관적 공권과 반사적 이익으로 구분하는 논리를 극복할 수밖에 없다. (3) 「법률상의 이익」은 「법규준수의 이익」 본사건에서 제기한 무효확인 소송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등에 대한 효력 유무를 확인하는 소송이므로 법이 제대로 집행되었는지의 여부, 즉 객관적 법규범에 대한 처분등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 하여야 하는바, 이러한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얻는 이익이란 법규준수의 결과로 발생할 이익을 의미한다. 한약 조제는 한의사 면허를 취득하였거나 한약조제시험을 통하여 한약조제권을 획득한 자만이 할 수 있기 때문에 위법하게 한약 조제권을 획득한 자가 신규로 한약조제 시장에 참가 함으로써 기존의 업자들이 침해 받을 이익은 법규를 준수하지 않음으로써 받게 되는 손해로 법규의 준수에 의하여 보호받는 이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관적 공권과 반사적 이익을 고전적으로 구분하게 되면 위법한 한약조제권자에 의하여 침해받을 이익은 공권이 아닌 반사적 이익이므로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행정청은 법규를 위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사법적 제재를 받지 아니하는 모순을 야기하여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 그밖에 공권력의 행사·불행사 등으로 인한 국민의 이익의 침해도 구제하지 못하고, 공법상의 법적용에 관한 다툼을 적정하게 해결하지도 못함으로써 행정소송법 제1조의 행정소송의 목적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모순적인 결과는 오로지 「법률상의 이익」을 주관적 공권으로 해석하면서 주관적 공권이 아닌 이익은 오직 반사적 이익일 뿐으로 반사적 이익의 침해를 이유로 하여서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하는 경찰국가적 법논리의 결과로, 한약조제시험을 통하여 약사에게 한약조제권을 인정함으로써 한의사인 원고들이 받게될 영업상의 이익의 감소는 한약조제시험 합격처분이 위법한 경우에는 약사법이나 의료법등의 법률 준수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의 감소임이 분명함에도 판결에서는 「이러한 이익은 사실상의 이익에 불과하고 약사법이나 의료법 등의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하여 경찰국가적 법논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또한, 원심판결을 보면 「법률상의 이익이라 함은 당해 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을 말하고 단지 간접적이거나 사실적,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지는데 불과한 경우에는 여기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고 하여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과 나머지 사실적 이익을 대비시키면서 「법률상의 이익」을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으로 해석하는 한편,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들의 한의사로서의 이익이 사실상 감소된다고 하더라도 이 불이익은 이 사건 처분의 단순한 사실상의 반사적 결과에 지나지 아니하고 이로 말미암아 법률상 원고들의 권리가 침해당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라고 하여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을 권리로, 나머지 「사실적 이익」을 반사적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대로 라면 권리란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이고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은 법률상의 이익이 되는데, 그렇다면 신규의 한약조제권자의 시장참가에 따른 기존 한의사들의 감소되는 이익은 객관적 법규준수에 의하여 직접적으로 보호되는 이익과 법규준수에 의하여도 보호되지 않는 적법한 처분의 결과후에 감소하는 사실상의 이익 모두를 포함하므로 처분의 적법성 여부에 따라 법규준수에 따른 이익은 법률상의 이익이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결은 감소하는 이익 전부를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법률상의 이익이 아니라고 한다. 이러한 오해는 「의사의 자치」(l'autonomie de la volonte)에 기초한 권리개념을 매개로 한 주관적 공권과 반사적 이익의 구별에 따른 사실상의 이익의 구별에 따른 사실상의 이익과 권리개념의 매개가 필요없는 객관적 법규준수의 이익과 나머지 사실상의 이익을 혼동하였기 때문인데, 이들 개념들의 구별 기준들은 완전히 서로 다른 기초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들을 중첩적으로 적용시키지 말아야 한다. 「법률의 집행」은 「의사(volonte)의 실현」이 아니라 「권한(competences)의 행사일 뿐이다. 따라서 법집행에 의한 이익에 대한 「의사의 자치」에 기초한 주관적 공권과 반사적 이익의 구별은 포기되어야 한다. 또 그러한 구별은 지극히 비민주적인 경찰국가의 유산이다. 이제는 사실상의 이익의 침해에 대한 원고적격의 전반적인 확대까지는 어렵다 하더라도 「법률상의 이익」을 권리 개념의 매개없이 객관적 「법규준수의 이익」으로 해석함으로서 최소한 경찰국가적 법논리의 카오스(chaos)한 멍에로부터 해방되어야 할 때라고 본다.
1998-06-29
1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판결기사
2024-04-18 05:0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